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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 연주와 자동차 운전의 관계

페르마타(늘임표)는 자동차 주행 중에 만나는 과속방지턱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실, 자동차 주행을 음악 연주에다 비유하는 건 심상 면에서 의외로 그럴싸하다. 그래서 음악 연주에다 빗댄 자동차 CF가 있고, 우리나라엔 아예 '쏘나타'라는 이름의 자동차도 있다.

2. 작곡과 편곡의 관계

작곡과 편곡의 관계는 군용기에서 공중전과 폭격의 차이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에서 새로운 주선율을 만들어 내는 건 가장 화려하고 창의적인 활동이며, 이는 비행기로 치면 기동력이 가장 뛰어나고 제일 뽀대 나며, 공중전을 벌여서 적군의 군용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전투기와도 같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전과를 가장 많이 세운 비행기는 우월한 기동성으로 육군과 해군을 지원하여 지상의 목표물을 없애 주는 폭격기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선율을 실제로 풍성한 반주가 곁들어진 음악으로 만들어 주는 작업은 뼈대에다 살을 붙이는 편곡이다.
오늘날은 공중전과 폭격이 모두 가능한 전폭기가 대세이듯, 음악계에도 혼자 작곡· 편곡에 심지어 가사까지 직접 쓰는 만능 싱어송라이터도 있긴 하다.

3. 화음과 합창 파트

본인은 음악에서 박자보다 화음· 화성에 더 끌리는 편이다. 높이가 다른 음들에 대해서 마치 서로 다른 색깔을 보듯이 일종의 공감각적인 심상을 느낀다. 단선 악보 노래만 부르다가 화음을 넣어서 합창을 부르면.. 마치 흑백 영화를 보다가 컬러 영화로 바뀐 듯한 느낌이다. 사실, 각 파트별로 연습을 하는 게 사진 촬영으로 치면 R, G, B 각 색깔축을 제각기 현상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교회에서 성가대 찬양 같은 거 연습할 때 파트 연습은 힘들고 어렵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하지만 제대로 부르면 훨씬 더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힘들게 연습한 보람이 있다. 또한, 합창뿐만 아니라 돌림노래 같은 부류도 좋다.

합창은 보통 여자+고/저, 남자+고/저 이렇게 네 파트로 나뉘는데, 그 중 '남자+고'에 해당하는 테너 파트가 내 경험상 제일 어렵다.
소프라노는 그 노래의 주선율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쉽고 친숙하다. 알토는 조금 연습이 필요하지만 음역이 낮아서 부담 없으며, 소프라노의 협화음이기 때문에 그럭저럭 음을 내기 쉽다. 베이스는 음역이 제일 낮으며, 그 멜로디도 굉장히 단순한 경우가 많다.

그 반면, 테너는 보통 여성 파트와 관계 없는 생소한 멜로디 위주인 데다 음역도 아주 높다. 조심해서 부르지 않으면 삑사리가 난다. 교회에서 합창 연습을 하면서 평소에 테너만 부르다가 다른 파트를 도와주기 위해서 파트를 옮겨 봤더니 거기는 부르기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

테너로도 모자라서 카운터테너는.. 뭐 높은솔 이상으로 올라가고 남자 성대로 거의 여자 음역을 내는 파트이니.. 타고난 성대나 특수한 테크닉을 구비하지 않으면 감당 불가능일 것이다. 접두사 'counter-'는 거의 'anti-, against'와 비슷한 뜻인데 테너의 반대가 아닌 테너의 강화를 나타내는 음역 이름에 붙었는지 모르겠다.

4. 음고 (또는 음정)

본인은 앞서 언급한 저런 취향과 배경으로 인해, 어떤 곡이나 노래를 배웠으면(특히 교회 찬송가) 들었던 그대로 기계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음높이로 부르는 걸 좋아한다. 악기 없이도 첫음이 정확하게 기억돼 있기 때문에 반주가 있건 없건 쌩목으로도 동일한 음고가 나온다. 이런 데에 좀 쓸데없는 집착 같은 게 있다.
화가로 치면 무슨 고전파처럼 걸어다니는 사진기를 추구하고, 음악으로 치면 걸어다니는 녹음기를 추구한다.

그런데 음반의 곡은 음역이 전문 가수에게 맞춰져서 그런지 일반인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나>(송 명희 작사, 최 덕신 작곡) 같은 경우 음반의 오리지널 C장조로 그대로 부르면 결말부에서 음이 무려 높은솔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찬양집 악보를 보면 조를 A장조 정도로 낮춰 놓곤 한다.

비록 회중의 편의를 위해서 조를 옮긴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마음에 안 든다. 비록 같은 곡이긴 하지만 조가 바뀌면 느낌이 싹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 감동, 여운이 C장조를 기준으로 다 형성되고 머리에 박혔는데, 곡을 다른 조로 부르면 그게 느껴지지 않는다.

조가 달라지면 같은 곡도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내가 Looking for you를 들을 때도 mp3 음원을 구한 뒤부터는 사운드 에디터를 돌려서 얘를 단2도부터 장7도에 이르기까지 반음계의 모든 음역으로 조를 달리하면서 다 들어 봤다. Looking for you를 3천 번 들으면서 조를 바꾸고, 템포를 바꾸고 가장 비슷한 악기를 찾아보고 멜로디를 채보하고..

이 음악으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느낌을 그냥 뼛속까지 다, 금이빨만 빼고 모조리 씹어먹고 소화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는 모가 형 증기 기관차부터 KTX, 경인선에서부터 경부고속선에 이르기까지 철도 덕후로 머리 구조가 개조되어 갔다..
철도청이 사람을 완전히 버려 놨다. Looking for you라는 곡은 어설프게 내보내는 철도청 CF 10편, 이미지 광고 100편도 배출하지 못한 평생 매니아 고객, 철도교 신자를 만들었다.

5. 이조악기

본인은 오로지 Looking for you 때문에 팔자에도 없던 색소폰을 악기를 직접 구입해서 배워 보기까지 했다. 새마을호 음악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내가 피아노 다음으로 접하는 제2군 악기는 플룻이나 기타 같은 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기타는 주선율 연주가 아니라 코드 반주용으로 워낙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기 때문이요, 플룻은 소리가 예쁘고 교회에서 찬송가 특송 보조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2군을 넘어 3군으로 가면 클라리넷, 오보에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 철도가 아니었으면 색소폰도 3군에 속했을 것이다. 그것도 알토보다는 소프라노 색소폰 말이다.
이거 무슨 외국어 같다. 피아노는 영어 같은 악기이고, 2군 3군은 중국어나 스페인어, 일본어 같은 제2 제3 외국어에 해당되겠다. 바이올린은 좀 여성형 악기인 것 같아서 제낀다.

모든 악기들이 그렇겠지만 색소폰은 도대체 어떤 유체역학적인 원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걸까? 황동으로 된 커다란 몸체뿐만 아니라 마우스피스, 그리고 나무로 된 reed가 어떤 상호작용을 해서 소리가 나는지.. 어찌 보면 금속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만큼이나 신기하게 느껴진다. 옛날에는 이런 악기나 열쇠· 자물쇠를 만드는 장인의 기술이 요즘의 자동차 반도체 기술 같은 최첨단 하이 테크놀러지였을 것이다.

소리가 멋있긴 하지만 알토 색소폰 정도 되면 악기가 꽤 크고 무겁다. 그리고 불었을 때 소리가 피아노 이상으로 꽤 큰지라, 아파트에서 연습하기가 좀 부담되기도 한다.
저음을 제대로 내기가 어려운 건 초· 중딩 때 학교에서 배웠던 리코더와도 비슷하다. side effect 없이 옥타브를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것도 좀 어려운 축에 든다.

이 외에도, 본인은 색소폰을 처음 배우던 시절에, 얘는(알토 기준) 기준조가 C가 아니라는 걸 알고서 굉장히 놀랐었다. "아니 사람 헷갈리게 왜! 도대체 왜 악기를 그딴 식으로 만들지? 무슨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헐.. 색소폰이 이조악기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으면 내가 덥석 색소폰을 사고 배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내는 음과 실제로 악기에서 들리는 음이 서로 다르니, 굉장한 연상거부와 불편함이 야기된다. 그래서 색소폰으로는 아무 악보나 덥석 내가 원하는 조로 연주하지 못하며, 미리 전조를 머릿속이나 종이에다 해 놔야 된다. 가령, Looking for you를 들은 대로 그대로 불려면 오리지널 F조가 아니라 D조로 전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은 이조악기가 색소폰만 있는 건 아니다. 트럼펫은 기준조가 Bb(플랫)이라고 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 장성 경례곡, 그리고 결정적으로 군대 기상 멜로디가 왜 전부 Bb조인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6. 아리랑 멜로디가 붙은 영어 찬송가

한국인 중에 '아리랑'이라는 민요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어느 장로교 교단에서 1990년대에 '아리랑' 멜로디에다가 가사를 써서 Christ, you are the fullness (of God)라는 찬송가를 만들어 수록했다.

이 사실이 내 기억이 맞다면 2000년대 이후에 어느 SBS 다큐멘터리의 소개를 통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백인 코쟁이들이 "오 아리랑이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요(찬송가용으로)! 원더풀!" 이러는 인터뷰가 실렸다. 심지어 그 영어 가사가 한국어로 역번역되어 일명 아리랑 찬송가로 수입되기까지 했다.

뭐, 한국 민요가 외국의 찬송가에 실렸다니 좋은 일이다. 막 "한민족은 우수한 민족이라는!" 국뽕에 취할 필요도 없고, "그게 뭐 대수라고" 식으로 너무 시니컬하게만 볼 필요도 없다.
사실, 특정 민족의 민요 멜로디가 찬송가 가사에 붙는 건 흔한 일이다. 또한 극단적인 예로,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는 군가 정도가 아니라 "존 브라운의 시체"라고 찬송가와는 1도 관계 없는 노래의 멜로디에서 유래되었으며, 우리말 가사조차도 출처 불명의 창작이지 정확한 번역을 통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미국 본토에서 저 찬송 부르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있으면 링크를 소개하려 했는데, 전부 국내에서 "미국에 아리랑 찬송가가 있대!"라고 소개하거나 가사를 역번역해서 부른 것밖에 안 뜬다. 그래서 링크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찬송가에다가 국악 스타일을 접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서양식 7음계가 좋다. =_=;;

7. 옛날 자동차 소개 테이프에 수록되었던 BGM들

1991년쯤이던가.. 본인 초딩 시절에 집의 첫 차가 현대 엑셀이었다.
차를 사니 취급설명서와 보증서 같은 책자가 따라오는데, 책자뿐만 아니라 제조사에서 차량의 전반적인 관리 요령을 BGM과 함께 남녀 나레이터가 낭송해 놓은 테이프도 같이 줬었다.
아마 이건 차종마다 다르지는 않고 모든 승용차 공통, 모든 트럭 공통..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너무 오래 전 일이지만, 난 그 테이프를 즐겨 들었다.
"반드시 무연 휘발유를 사용하셔야 하며, 납 성분이 포함된 유연 휘발유를 사용하시면 뭐 어쩌구(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팬 벨트, 휠 베어링, 디스크 드럼의 마모 상태 점검.." 뭐 이런 단어가 나왔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던 BGM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선곡을 한 담당자가 단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1) A면

El Bimbo (Paul Mauriat) -- 맨 처음 "안녕하십니까? 저희 현대 자동차의 고객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렇게 인트로와 함께 나오던 음악이다. 제목을 한참 뒤에야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C단조)
첫 곡이 끝난 다음에는.. 뭔가 월광 소나타 스러운.. Thexder 게임에서 주인공이 죽었을 때 나오는 게임오버 음악과 비슷한 곡이 나왔다. (F단조)
(정체불명. 기억 소실)

Love is Blue (Paul Mauriat) -- 난 이 곡을 현대자동차 테이프에서 난생 처음으로 들었다. (A단조)
그 뒤로도 두 곡 정도가 더 있었는데, 제목은 모르지만 주요 구간 멜로디는 지금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모두 C단조이다.

(2) B면

뒷면 첫곡도 꽤 유명한 음악인 걸로 기억하는데, 멜로디를 기억하지만 제목 모름. (C단조)
(중간은 정체불명. 기억 소실)

Plaisir D'amour -- 끝에서 셋째. 테입 전체를 통틀어서 거의 유일하게 장조곡으로 기억한다. 여느 연주와는 달리 주선율이 팬 플룻이고, 템포가 좀 빠른 편이었다. (F장조)

저 곡은 제목을 번역하자면 "사랑의 기쁨"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같은 제목의 바이올린곡을 작곡한 게 있는데, 그것과는 다른 곡이다. "도~미솔 파미 레(도#)레파라~".. 아마 들으면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그건 원제도 독일어인 Liebesfreud이다. 자매품으로 "사랑의 슬픔"도 있다는 게 흥미로운데..
그 반면, 저 Plaisir D'amour는 출신이 프랑스 계열이다.

The Lonely Shepherd (James Last) -- 끝에서 둘째. 영화 <킬 빌>에서도 오마주 되어 흘러나온 유명한 곡이다. (D단조)
운행 중 비상 상황 발생시 대처 요령 섹션과 함께 흘러나왔다. 팬 플룻 연주곡이 두 곡 연속으로 나오는 셈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 결말부에서 덕담과 함께 빠이빠이 하며 흘러나온 곡 역시 C단조의 유명한 곡이며 멜로디가 기억 나고 주선율을 악보로 정확하게 쓸 수 있지만.. 무슨 곡인지 제목은 모르겠다.
30대 이상 나이의 방문자 분들 중에 혹시 이런 추억 있으신 분 안 계신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8/05/23 08:31 2018/05/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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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이야기

지구상의 포유류 동물 중에는 토끼나 원숭이나 사자 같은 평범한(?) 놈만 있는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상한 하이브리드도 몇 종 있다.

  • 박쥐: 날개가 달렸으며, 이래뵈어도 자가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포유류이다. 조류가 절대로 아니다. '박쥐의 알' 같은 걸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오리너구리: 분명 새끼에게 젖을 주긴 하지만 난생이다. 그리고 이빨이 없고 부리가 달려 있다!

오리너구리의 경우 생긴 게 워낙 기괴한지라, 학계에 처음 보고되었을 때에 다른 학자들이 "어디서 합성(박제를..) 주작질이야"라는 핀잔과 함께 믿지 않을 정도였다. 현지(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포된 개체가 확인된 뒤에야 존재가 완전히 인정되었다.

박쥐는 포유류와 조류의 하이브리드인데, 색깔도 시꺼멓고 어두컴컴 음침한 동굴에서 살기 때문에 인상이 그리 좋지 못하다. 동화에서는 무슨 카멜레온처럼 비겁한 회색분자 기회주의자로 묘사되었으며, 각종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닿기만 해도 주인공에게 대미지를 주는 악랄한 몬스터 역할을 한다. (고인돌, 라이온 킹, 알라딘 등..)

이 외에 날치는 어류와 조류의 하이브리드처럼 생기긴 했다. 뭐, 본격적인 비행 능력을 갖춘 건 아니기 때문에 교통수단으로 치면 비행정· 수상기라기보다는 호버크래프트에 더 가깝다.
그리고 펭귄은 시꺼먼 색깔에다 날개인지 지느러미인지 모를 팔로 헤엄과 잠수까지 가능한 것이 특이한 조류이다.
뭐, 모든 동물들을 다 합쳐도 인간의 특이함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뭐 일단은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하늘과 땅 다음으로 물 속에는 고래가 저런 특이한 하이브리드에 속한다.
지느러미 달린 바다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어류와는 달리 알이 아닌 새끼를 낳고 젖을 준다. 게다가 항온이고.. 무려 허파 기반의 공기 호흡을 하니 빼도 박도 못할 포유류이다. 다른 대형 어류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런 특이한 고래 중에서 (1)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하고 무거운 동물이다. 공룡처럼 이미 멸종한 옛날 지질 시대 생물까지 '다' 포함해도 이 바닥의 원톱이다!

  • 아프리카코끼리: 몸길이 6~7.5미터, 어깨높이 약 3미터, 몸무게 최대 6톤..;;
  • 기린: 몸길이 약 3미터, 뿔 끝까지 키가 약 8~9미터, 몸무게 약 1.5톤
  •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 몸길이 약 25미터, 몸무게 약 50톤이었을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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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는 성체의 몸길이가 25~35미터에 달해서 거의 보잉 737 여객기 초기형의 길이에 맞먹는다. 무게는 150톤을 훌쩍 넘어서 대형 디젤 기관차 한 량보다 더 무겁다. 공룡은 몸길이야 뭐 화석을 보고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몸무게는 공룡과 가장 비슷한 악어의 부피 대 몸무게 비율을 토대로 추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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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는 뭔가 제일 고래처럼 생겨 있다. 이명에 걸맞게 턱 아래로 희고 긴 수염 같은 게 보인다.)

생물은 동물보다 식물이 더 크며, 동물 중에서는 포유류보다 파충류가, 육식보다는 초식 동물이 더 큰 편이다. 덩치 말고 생존력은 포유류가 파충류보다 더 뛰어나다.
먼저 체온. 항온동물인 포유류가 변온동물보다 훨씬 더 생존력이 강한지라, 더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겨울잠 같은 거 잘 필요 없이 서식할 수 있다.

이 겨울잠을 영어로 hibernate(-ation)라고 하는데, 요즘은 컴퓨터의 최대 절전 모드를 가리킬 때도 이 말을 쓴다.
항온동물 중에도 겨울잠을 자는 놈이 일부 있긴 하나, 그래도 변온동물만치 체온이 확 떨어지고 가사(假死) 상태로 깊이 잠들지는 않는다.

파충류는 조금만 날씨가 추워져도 사람에게 저체온증이 찾아온 것처럼 동작이 둔해진다. 더구나 심장 구조도 불완전 2심실이어서 격렬하게 활동하다 보면 정맥피가 섞이고 몸이 경직되기 쉽다.
일례로 뱀을 계속 도구를 써서 긴장시키고 있으면 그 불완전한 심장 구조 때문에 피가 안 통해서 근육이 굳은 채로 삐끗거리게 된다고 한다. 땅꾼들은 뱀을 이렇게 긴장+stun 시켜서 잡는다.

그런데 체온 유지란 게 그냥 되는 게 아니어서 포유류는 털이나 땀 등 파충류보다 월등히 더 복잡한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으며, 평소에 숨만 쉬고 가만히 지내더라도 많이 먹어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덩치가 한없이 커질 수가 없다. 공룡 같은 덩치가 포유류였다가는 제 몸 수습을 도저히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아프리카코끼리가 지금 여건상 육상 포유류가 가질 수 있는 덩치의 생물학적 한계치에 근접해 있다는 말을 언제 어디에선가 봤었다. 그 반면, 공룡은 제약이 덜한 파충류일 뿐만 아니라, 얘들이 활동하던 지질 시대급의 옛날에는 1년 내내 따뜻하고 환경 자체가 지금보다 더 좋기도 했으니 덩치가 더 커질 수 있었다.

조금 다른 분야의 얘기이다만, 플라나리아나 해면 같은 동물은 구조가 극도로 단순한 덕분에 몸을 여러 갈래로 쪼개도 살아남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생 능력을 자랑한다. 사람처럼 복잡한 생물은 손가락 하나만 잘려도 자동 재생은 엄두도 못 내거늘 말이다.
그 반면, 저렇게 너무 단순한 동물은 복잡한 물질대사와 상태 유지 능력도 전무한 관계로 사는 곳이 조금만 더러워지면 곧장 녹고 죽어 버린다. 파충류와 포유류 역시 생물학적 구조에 저런 식으로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동물이 덩치가 더 커질 수 있는 환경을 하나 더 꼽자면 공기 중의 육지보다는 물 속이다. 외부로부터의 힘· 충격이나 온도 변화가 공기 중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디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물 자체의 부력도 있으니 고래 같이 크고 무거운 생물이 그 속에서 별 탈 없이 살 수 있다. 지구상의 교통수단들 중에 선박이 그 어떤 비행기나 육상 교통수단보다도 덩치가 훨씬 더 크고 무거울 수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다만, 먼 옛날 지질 시대에 육지에서는 저렇게 큰 공룡이 활보했던 반면, 바다에는 지금의 대왕고래의 덩치를 능가하고 압도하는 해룡이 있었다는 증거가.. 딱히 검증 불가능한 도시전설 말고는 없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고래는 물에서 살면서도 아가미가 아닌 공기 허파 호흡을 하기 때문에, 물 속에서 숨을 못 쉰다. 심지어 수면(?) 중에도 뇌를 반반씩 재우고 깨우면서 수면(!)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해야 하는 불편한 인생을 산다. 악어가 물 마시러 온 육상 동물을 공격하여 잡아먹듯, 인간은 숨 쉬러 올라온 고래를 바다에서 손쉽게 잡는다.

고래가 물 밖에 내팽개쳐지면 얼마 못 살고 죽는 주 이유는.. 그냥 장기들이 엄청난 체중에 짓눌려서 숨을 못 쉬고 질식하기 때문이다. 엎드려 자던 신생아가 질식사하듯이 말이다.
피부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고 건조해지는 것도 고래에게 좋을 건 없지만, 그래도 고래가 무슨 양서류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피부 호흡을 못 해서 죽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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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저런 아틀란티스인 같은 신체 구조는 아니라는 뜻... ㄲㄲㄲㄲㄲㄲ)

그런데 고래는 그 거구를 이끌고 시속 30km 이상의 고속으로 주행이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숨을 참은 채로 잠수를 더럽게 잘한다.
모든 고래들이 전반적으로 잠수 능력이 우수하지만, 특히 (2) 향유고래는 어지간한 잠수함으로도 엄두를 못 낼 수심 2000m 아래로 잘도 내려간다. 그리고 1시간 반 가까이 숨을 참으며 잠수가 가능하다. 그 엄청난 수압을 극복하고 올라오는 과정에서도 인간 같은 잠수병 걱정 따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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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고래는 앞부분이 직각형으로 툭 튀어나온 모습이다.)

인간은 맨몸으로 겨우 몇십 m만 잠수했다가도 올라올 때 시간 보면서, 마치 우주왕복선이 대기권으로 재돌입할 때처럼 조심해서 천천히 올라와야 되는데.. 고래는 기관지에 혈중 질소를 처리하는 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아무렴, 산소 보충하러 빨리 수면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저렇게 세월아 네월아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잠수함· 잠수정 같은 기계들은 산소 조달 문제로 인해 수중에서는 내연기관을 가동할 수 없다! 거기서는 마치 월면차처럼 전기로만 동작해야 한다. 본인은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원자력 잠수함 급이 아닌 이상, 수중 기계는 활동 반경과 시간에 근본적으로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미도 안 달렸으면서 고래는 육중한 체력은 어디서 나는지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또한, 산소는 그렇잖아도 물에 잘 안 녹는 기체여서 산소를 모을 때도 물 속에서 모을 정도인데, 거기에 있는 산소를 추출해 내는 어류들의 아가미도 대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고래 중에는.. (3) 범고래가 있다. 얘는 앞서 언급한 네임드급 고래만치 거대하지는 않지만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사냥꾼이며 바다의 조폭 깡패이다.
정작 그 큰 대왕고래는 주 식량이 의외로 플랑크톤이나 크릴 같은 아주 작은 조무래기들이구만, 범고래는 타 물범이나 바다사자, 심지어 다른 상어나 돌고래를 사냥해서 잡아먹는다. 어떨 때는 배가 안 고픈데 별 이유 없이 재미삼아 공격하기도 하며, 먹이를 향해 육중한 덩치로 박치기도 하고 심지어 물 밖으로 던져서 죽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폭력적인 범고래가..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건드리지 않고 해친 사례가 없는 것이 아주 이색적이다. (다른 동물로 오인했거나,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거나 한 경우를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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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는 밋밋한 회색 위주인 타 고래들과 달리, 마치 펭귄처럼 흑백 구분이 명백하다. 그리고 눈 주변에 눈 흰자처럼 생긴 흰 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곰, 사자, 호랑이 같은 육지의 다른 맹수들이라든가, 어류 중의 깡패인 백상아리(죠스!!) 육상 공룡의 후신에 가장 근접한 파충류라고 여겨지는 악어 따위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차이를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애초에 어류 중에는 피 냄새만 맡고도 흥분해서 몰려오는 놈들도 있지 않던가. 범고래뿐만 아니라 다른 고래들도 전반적으로 다 사람에게는 적대감이 없다시피하다.

코끼리가 다 아프리카코끼리 같은 게 아니며, 작은 건 거의 마소 정도밖에 안 되는 것도 있다. 그것처럼 고래 중에서도 작은 돌고래는 참치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것도 있다.
고래는 전반적으로 아주 똑똑하고 집단 유대의식이 강하다. 동료와 협력해서 인간이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고 먹이를 차지할 줄 알며, 연구에 따르면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작은 이익을 접을 줄도 안다.

거기에다 (4) 돌고래는 고래 중에서 제일 작은 축에 드는 놈이지만, 물 속에서 초음파를 이용해서 어지간한 유인원이나 앵무새 이상의 수준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 능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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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타 고래들에 비해 덩치가 작고 주둥이가 툭 튀어나와 있다. 하지만 얘도 범고래에게만 밀릴 뿐, 체력과 공격력은 타 해양 생물들을 엄연히 능가하는 '갑'이다.)

고래가 반쯤 수면으로 나와서 물을 촤악 뿜는 건 잘 알다시피 호흡 때문이다. 그런데 주행 중에 저렇게(본문에서 범고래와 돌고래의 모습) 괜히 힘들게 도움닫기 점프까지 하는 건 나름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컴퓨터용 아케이드 게임이나 FPS에서도 점프를 하면서 가는 게 그냥 달리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지 않던가? ㅋㅋ

물론, 인간의 경우 달리기가 아니라 수영을 할 때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인간은 수영 중에 저렇게까지 높이 점프를 할 능력이 없으니, 그냥 물에 완전히 잠겨서 잠영을 하는 게 자유형 따위보다 더 빠르다. 신체가 물과 부딪치면서 잃는 에너지가 만만찮은가 보다.
그러니 수영 경기에서 최단시간 기록만 강조하다 보면 수영 대회가 잠수-_- 대회로 바뀌어 버릴 공산이 크기 때문에 공식 경기에서는 잠영을 허용하는 시간에 한계가 걸려 있다.

이렇듯, 고래는 생물학적 특성이 비범하고, 크고 아름답고, 생태계의 최상위 랭킹이고, 똑똑하기까지 한데 한편으로 여느 맹수와 달리 사람에게 호의적이라는 점으로 인해, 인간에게 느껴지는 인상이 아주 좋은 편이다. 최소한 뱀이나 악어 같지는 않다.

그리고 성경을 보면 고래가 이렇게 독특한 건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창 1:21에서 "And God created great whales, and ..."라고 진술하면서 6일 창조 중 다섯째 날에 고래는 다른 수중 생물과는 좀 급이 다르게 따로 창조되었다고 언급하기 때문이다.
비록 문장 구조상 다르게 읽힐 여지도 있긴 하지만, 본인은 고래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6천여 년 전에 완전히 새로 등장한 종이라고 생각한다.

실러캔스야 아무래도 현 세상 이전의 지질 시대· 이전 세상에도 존재했다가 싹 멸종하고, 훗날 6천여 년 전에 6일 동안 그 종류대로 똑같이 '다시' 창조된 놈일 것이다.
하지만 고래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전 세상에는 없었다가 현 세상에서 완전히 새롭게 등장했다. 근본적으로 뭔가 좀 new, fresh한 구석이 있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특성이 기존 동물들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는 거라고 추측해도 아귀가 맞지 않겠는가?

다만, 킹 제임스 성경 외의 다른 성경에서는 whale이라는 단어가 남아나질 못해 있다는 것도 생각할 점이다. 당장 저 창 1:21을 비롯해서 겔 32:2까지.. 오로지 KJV만이 요나를 잡아먹은 생물이 고래였다고 말한다(마 12:40). 이스터 '파스카'만큼이나 그리스어 '케토스'도 논란의 대상이다. 최종 권위가 없으면 신앙의 근간이 이렇게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작 킹 제임스 성경이 '바다 괴물'이라고 말하고 있는 애 4:3은 타 성경에서 전부 승냥이, jackal 같은 육상 동물로 바뀌었다. 음.. 고래도 포유류이기 때문에 새끼에게 젖 줄 수 있는데..? 어쨌든 고래의 생물학적 특징과 성경 번역에서의 혼란이 오버랩되는 현상이 무척 흥미롭다.

Posted by 사무엘

2018/05/17 08:31 2018/05/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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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급 사회

군대라는 곳은 사회의 그 어느 조직보다도 상명하복 원칙을 따라 돌아가는 보수적인 계급 사회이다.
그런데 옛날 쌍팔년도 군대에서는 병 사이에서 단순히 고참의 갈굼과 구타· 가혹행위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군기· 기강과 반대되는 이상한 적폐도 있었다.

  • 병장들이 개기면서 초임 소위 장교를 길들인다거나.. (1994년엔 이것 때문에 무려 육사를 나온 장교가 항의의 뜻으로 무장 탈영을 벌이는 사고가 터지기도 함)
  • "나 간부다 임마" 한 마디에 초병이 어쩔 수 없이 간부들을 암구호 없이 들여보내 줬음. 그러다가 무장공비· 간첩까지 통과시켜 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저런 것에 비하면 말년병장이 이병 동기 코스프레를 하면서 고참들 뒷담화를 유도해서 어리버리한 신병을 골탕먹인다거나.. 20대 중반의 새파란 소대장이 "자네가 행보관/주임원사인가?"라고 지껄이다가 중대장/대대장에게 까인다거나.. 하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사례라 하겠다.
오랫동안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돌던 아이템들이지만, 이젠 인터넷 매체를 통해 다 알려져 버린 지 오래다. 그러니 군대에 갓 입문한 병이나 소위라도 속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국군은 경영 효율과 위계질서상의 이유로 인해, 복무 조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제약 내지 특성이 있다.

  • 여군은 어떤 형태로든 병 복무가 허용되지 않는다. 비전투 병과도 예외가 아니다. 차라리 사관학교에 들어가면 여자 생도도 남자 생도와 동급의 혹독한 전투 훈련을 받은 뒤 장교로 임관하지만, 여군 병 같은 건 없다.
  • 또한, 남자도 한번 병으로 복무해서 만기 제대했다면 절대로 병으로 현역 복무를 다시 할 수 없다. 아무리 저출산 때문에 병역 자원이 부족하다 해도, 그리고 심지어 당사자가 원한다 해도 말이다.
    병이 군대에서 지위가 제일 낮은 계급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낮은 병이 짬만 지나치게 많이(?) 먹은 상태로 예비군도 아니고 현역병과 한데 섞여 있는 건 위계 질서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말뚝 박으려면 최하 부사관으로 가야 한다.
  • 장교로 전역한 사람이 나중에 부사관으로 다시 군생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장교 시절의 군번· 군적은 완전히 말소된다. 일개 중사가 "내가 소싯적에 대위였을 땐 말야" 이렇게 나대는 건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관학교(특히 육사) 퇴교자의 경우.. 비록 장교가 되려다가 짤렸거나 스스로 뛰쳐나오긴 했지만, 한때 최정예 엘리트 장교 양성 코스를 경험했던 애들이다. 그러니 이런 출신인 병이나 부사관이 자대에 오면 기존 간부들이 이미 사전에 다 파악하고 예의주시한다고 하더라. 나이답지 않게 전투복이 이미 너덜너덜한 상태이고 남다른 연륜과 짬이 느껴질 테니 말이다.

원래 군대에서 병은 중졸 이상, 부사관은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정하고 운용하는 계급이다. 장교만이 대졸 이상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그토록 군국주의 전쟁광이던 나치 독일과 일제도 대학생은 재학 기간 중에 군 징집을 보류하고, 가능한 한 졸업 후 장교로 우선 선발했었다.
대학생이라는 건 학부만으로도 그 정도로 희소한 인재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징병제와 높은 교육열이 맞물리다 보니 대학생이 너무 흔해지고 병의 평균 학력이 너무 올라간 감이 있다.

2. 하이브리드형 인물들

세상에는 남들이 하나조차도 취득하거나 합격하기 어려운 면허· 자격· 학위를 둘 이상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괴수가 종종 있다.

  • 한 사람이 고시를 여러 개 붙었다거나.. (사법 시험 + 행정 + 외무)
  • 변호사 면허와 의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했다거나..
  • 같은 변호사 안에서도 한국 변호사와 미국 변호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
  • 외국어를 네댓 개쯤을 모국어처럼 구사하거나..

이쯤 되면 분야를 불문하고 머리 싸움의 달인이요 공부 기계, 공부의 신이 아닌가 싶다.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_=
대학교에서 학사는 부전공· 복수 전공이나 심지어 전과· 편입(일반/학사)이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사관학교는 학사일정이 굉장히 빡세며 애초에 군사학을 포함해 학위가 두 개로 나오는 구조이다.

박사는 취득이 워낙 오래 걸리고 어렵기 때문에 명예박사가 아닌 이상 복수 소지가 사실상 없다. 한 분야에서 박사 졸업을 했다면 이젠 또 다른 학위를 수집(?)할 게 아니라 그 좁고 깊은 기존 바닥에서 계속해서 연구 경력을 더 쌓으면서 학력 인플레를 극복하고, 가방끈 길이에 걸맞은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각종 연구소에는 교수를 꿈꾸는 포닥들이 드글거린다.

학사는 그냥 시험 점수와 평점이 중요한 과정이니, 졸업식 때도 성적 우수자에게 상을 주고 졸업장에 magna cum laude라고 이 사실을 기재한다.
박사는.. 이제 자기가 걸어다니는 프로 연구자이다. 시험 점수가 아니라 자기 학위논문의 제목과 주제가 스펙이요 간판 역할을 해야 한다.
저런 것에 비해 석사 학위 둘은 일부 교수나 능덕 중에 가끔 눈에 띄지만, 그렇게까지 레어한 아이템이 아닌 것 같다. 위치 자체가 좀 애매하니 말이다.

갑자기 군대와 관계 없어 보이는 얘기를 왜 길게 늘어놓았느냐 하면, 군 내부에서도 저런 짬뽕형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륙 양용, 도로-레일 겸용 차량처럼 말이다. 병, 장교, 부사관(+군무원)을 다 경험한 것 정도만으로는 희소성이 부족하고,

  • 육군 병장, 공군 중사를 거쳐서 해군 장교(헐.. 나이에 안 걸렸나?)로.. 3군 3계급을 다 경험한 분도 있다..;;
  • 역사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김 영옥 대령(1919-2005) 같은 분은 분명 한국인이고 6· 25 참전도 했지만.. 미군 장교 신분으로서 참전했다.
  • 하긴, 옛날에는 일본, 중공, 북한에 이어 남한으로 깃발을 바꾸면서 매번 군번을 새로 받았던 한국인 병사도 있었다. 워낙 혼란하던 시절을 살았으니..

3. 스포츠와의 비교, 그리고 실적

군인과 경찰은 하는 일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제복 입고 무력을 행사하고 때로는 순직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런데 신체 능력이 좋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군인을 운동 선수에다가도 얼추 비유할 수 있다.

물론 군대 사격과 스포츠 사격은 서로 다르며, 군대의 총검술과 스포츠에서 다루는 격투기 무술도 관점이 동일하지 않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긴 하기 때문에 체대 출신이 군생활도 더 잘하는 편이다.

이 두 업종의 종사자들은 생업을 위해 무슨 연구 개발을 하거나 세일즈 마케팅을 하지는 않는다. 그럼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세계 규모의 체육대회인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받으면..
일단 포상금 명목으로 6천만 원이 일시불로 들어온다. 그리고 평생 연금이 매월 100만원씩 들어온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인프라가 열악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투자가 인색하네 마네 말이 많지만.. 그래도 일단 실적을 낸 사람에 대한 특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후하다. 우리나라는 그깟 메달에 연연하지 않는 생활 체육이라기보다는 여전히 금메달에 목숨 거는 개발도상국 소수정예 엘리트 체육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포상만 있는 게 아니다. 미필 남자의 경우 군 완전 면제는 아니지만 꿈에도 그리던 병역특례 보충역 대체복무라는 엄청난 특권이 주어진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반드시 금메달만 받아야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아무 메달이나 받으면 된다. 병역을 해결하려는 절박함 때문에 올림픽 경기서 마치 약 빤 것 같은 초인적인 퍼포먼스가 나온다니, 이를 합법적인 도핑에다 비유한 '면제로이드'라는 말까지 있다.

이렇듯, 운동 선수는 대회 성적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냉정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스포츠는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 뭔가를 생산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먹고 사는 프로 선수는 국민 세금 지원이 아니면 대기업 후원이 있어야만 생계가 유지될 수 있다. 이런 프로의 세계에서 남의 돈이 헛되이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결국 성적이 유일하다.

스포츠계와 마찬가지로 군대도 그 자체는 오로지 소비만 하는 집단이다. 생산을 하는 게 없다. 그렇다면 군대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군을 잡거나 저지해서 나라를 지켰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옛날 전근대 시절로 치면 적군의 수급을 제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민간인은 수상한 걸 목격했을 때 신고만 정확하게 잘하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거물 월척을 낚는 데 성공할 경우 인생역전 급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군인은 그런 신고를 받는 입장이며, 병사가 상부에게 그걸 보고하는 것까지는 군인이 원래 당연히 맡아야 하는 업무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사가 포상금을 받는 조건은 지금까지 배운 대로 적군을 제압하고 실제로 사살 또는 생포까지 했을 때 성립한다. 적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박혀 있었고 정황상 그 총알을 누가 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건 뭐.. 살인 사건의 범죄자가 밝혀지고 잡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이 방면으로 제일 유명한 사례는 1980년 3월 23일, 한강 서부 전선에서 경계 근무 중에 강 건너 침투하던 무장공비를 3명이나 사살한 황 중해 일병(그 당시.. 22세)과 그 부사수이다. 그는 1980년 물가로 1천만 원, 정말 집을 살 만한 액수의 포상금을 받았다.

어디 그 뿐이랴? 보통 전사· 순직했을 때에나 받는 1계급 특진을 살아서 받았으며, 6개월 사단장 휴가와 6개월 연대장 휴가를 연달아 받아서 남은 복무 기간 중에 무려 1년을 그냥 합법적으로 탱자탱자 놀았다. 그리고 휴가 떠날 때는 별들과 함께 헬기 타고 금의환향 했다!

그러고도 남는 것이, 이 병사의 상관들은 생판 누군지도 몰랐던 부하 한 명 덕분에 자기 근무 실적과 진급길까지 확 트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굽신굽신 할 수밖에.. 자기 부대에서 탈영 사고· 자살 사고가 터져서 간부들의 인생이 덩달아 꼬이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그 시절엔 탈북자들을 귀순 용사로 영웅시했던 것만큼이나, 반대로 적군을 사살한 아군이라면 이렇게까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으로 띄워 줬다. "참 잘했어요"가 아니라, "참 잘 죽였어요~"다.
이런 일을 하라고 세금을 쳐묵쳐묵하고 있는 게 군대이며, 군대의 존재 의의를 제일 드라마틱하게 입증한 병사가 나왔으니 이렇게까지 넘치도록 포상을 해서 빨갱이 소탕에 대한 동기를 확실하게 부여했던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에서 전방 근무를 하다가 적을 실제로 마주치고 사살까지 하게 될 확률은 로또 급으로 한없이 낮다.
복권은 억대의 금액에 당첨되더라도 불로소득인 관계로 세금이 왕창 떼이기 때문에 당첨의 기쁨이 적지 않게 반감된다. 그 반면, 이런 포상금이나 현상금은 일체의 세금 공제 없이 액면가가 그대로 일시불로 입금된다! 마치 책에는 관세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다못해 대회 상금 같은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세금을 약간이나마 떼고 입금되곤 하는데 국가에서 국방· 안보· 치안과 관련하여 직통으로 주는 상금은 세금 오버헤드가 없다. 학교 시험을 빠지더라도 공결은 유일하게 아무 페널티가 없듯이 말이다. 이것도 놀라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사건 때 무장공비를 사살한 병사에 대해서도 무슨 헬기 타고 금의환향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억소리 나는 액수의 포상금과 함께, 단순히 안보관 잘 외우고 사격 잘한 형식적인 포상휴가와는 차원이 다른 긴 포상휴가가 주어졌다고는 한다.

옛날에는 잘 알다시피 온통 반공 웅변 대회에다 "때려잡자 공산당" 그랬다. "무장공비의 말로(末路) -- 이 음흉한 악당은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대가리에 납덩이가 박혔습니다~ 고소하다 쌤통이다 꼴 좋다!)"라고 사살된 공비의 시체 사진을 모자이크도 없이 그대로 교보재로 삼아서 공개 전시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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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영삼 문민정부는 시기도 1990년대이고 그 정도로 살벌하던 분위기는 많이 사그러들었으니, 강릉 무장공비에 대해서도 민간인 신고자의 포상 말고 군인에 대한 포상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남파 공작원' 같은 중립적인 명칭 말고 '무장공비'라는 단어부터가 '공산 비적'-- '떼를 지어서 살인· 약탈을 일삼는, 무장한 공산당 도둑놈 패거리'의 준말이다. (공작원의 '공'과 공비의 '공'은 한자가 완전히 다르다!) '북괴'에 필적하는 굉장한 멸칭인 셈인데, 저건 단순 멸칭이 아니라 놈들이 하는 짓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뭐 어쨌든, 무장공비를 사살했던 저 황 일병은 그 뒤로 말뚝 박아서 부사관으로 30년 가까이 더 복무하다가, 지난 2012년에 50대 중년의 나이로 상사 계급으로 전역했다고 한다. (☞ 관련 링크) 아무렴, 계급 특진도 전사해서 받는 것보다는 살아서 받는 게 더 나으며, 똑같이 국가로부터 예우받더라도 보상금보다는 포상금을 받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뭐랄까, 똥군기와 명예로운 죽음을 너무 미화하는 경향이 있어서 특진이라는 걸 전사자 말고는 아무에게도 부여하지 않고.. 항복이나 포로 체험을 금기· 죄악시해 왔다.
미국은 관행이 좀 다르다. 큰 공훈을 세운 군인(전사자 포함)에게 그야말로 천조국 스타일의 어마어마한 혜택이 뒤따르는 명예 훈장을 수여한다. 2차 세계 대전 도중에도 군인들 인권과 복지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뛰어났고 말이다.

다만, 계급 자체는 그렇게 기분 내키는 대로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전시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누구에게 높은 직책을 주느라 계급을 일시적으로 올렸다면, 전후에는 계급을 원래대로 되돌리기까지 했다.
본인이 보기에도 미국 스타일이 훨씬 더 합리적이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8/05/14 08:28 2018/05/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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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생각

PC방이란 게 우리나라의 경우 20여 년 전 IMF로 인해 늘어난 퇴직 중년층들의 창업 수요, 비슷한 시기에 보급된 인터넷 전용선 인프라,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같은 초대박 게임 같은 요소들이 한데 맞물린 덕분에 크게 각광받았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는 고속 무선 인터넷 기반의 개인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단순 인터넷 서핑을 위해서 커다란 데스크톱 PC, 그것도 공공 PC를 이용할 일은 사실상 없어졌다. 어지간한 게임도 폰으로 다 한다.

그럼 이제 PC방이라는 업종은 꿈도 희망도 없이 완전히 망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요즘도 아무 PC방이나 아무 때나 가 보면 손님들 생각보다 많다.
제아무리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고 폰에서도 3D 그래픽이 나온다 해도, 스마트폰이 넘보지 못할 기계 성능과 정교한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이 필요한 PC용 게임들도 부지기수이다. PC용 게임 개발사들도 절대로 그냥 놀고만 있지는 않다.

그리고 안 그래도 요즘 게임들은 혼자 하는 게 없으며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온라인· 네트워크화가 필수인데, PC방은 여러 애들이 한데 모여서 다같이 최신 사양의 컴터를 쓰면서 팀플을 하기 좋다. 이런 게 집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오늘날 PC방은 게임 폐인(!)들 덕분에 그럭저럭 먹고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럭저럭 먹고 산다는 거지 PC방 산업은 엄연히 레드 오션이다. 창업 진입장벽이 꽤 낮은 축에 들어서 가게 간 출혈 경쟁이 난무하며, 이용 요금이 유지비 대비 지나치게 하향평준화된 감이 있다. 이래 갖고 대박은커녕 건물 임대료와 알바 인건비, PC 관리· 업그레이드 비용, 게임 개발사들에 지불하는 로얄티는 어찌 충당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요 몇 년 전부터 시행된 전면 금연 조치도 본인 같은 비흡연자에게야 환영할 일이지만, 골초 폐인 고객들을 맞이해야 장사가 되는 업주의 입장에서는 뒷목 잡을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요즘 PC방들은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반쯤 식당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겨우 과자 내지 컵라면 정도나 팔던 건 옛날 이야기이고, 김밥천국 수준으로 밥이 가미된 정식 식사나 온갖 기름진 야식류를 그 자리에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만화방은 자체 조리 음식보다는 배달 음식과 연계를 강화하는 식이었지 싶은데 PC방은.. 자체 조리 쪽이다. 이젠 PC방에서 담배 냄새가 사라진 대신 곳곳에서 음식 냄새가 자욱해지지는 않으려나 모르겠다.

옛날에는 PC방 요금에 몇백 원 단위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만, 요즘은 물가가 물가이다 보니 1시간 1000원이 최소 단위인 듯하다. 그리고 햄버거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PC방도 자리 배당과 요금 지불 같은 단순 업무는 전부 기계화· 무인화가 됐다. 오랜만에 PC방을 다시 찾아가 보니 이런 풍경이 신기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PC방에서는 모든 가정이 구비하기에는 귀찮은 장비를 제공하여 소규모로 사용하는 요금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캐너라든가 뭔가 독특한 프린터 같은 거 말이다. 독특한 인쇄가 무슨 말이냐 하면, 고퀄 컬러 사진이라든가, 커다란 A3 용지 출력 같은 거. 그렇다고 전문 출력소를 찾아가기에는 너무 귀찮고 인쇄 분량이 적을 때 말이다.
이런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인쇄 주문만 원격으로 내린 뒤, PC방에 들러서 PC 이용료 없이 인쇄비만 내고 결과를 찾아갈 수도 있으면 더 좋다.

물론 프린터를 구비한 PC방은 마치 세차 시설을 갖춘 주유소처럼, 이윤은 별로 안 나는데 장비의 유지 관리비만 더 들어서 귀찮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국내의 PC방들은 인쇄고 뭐고 그딴 거 필요 없이 게임 위주로만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감안할 점이긴 하다.

뭐 아무튼, PC방은 게이머들의 수요 덕분에 2010년대에도 용케 살아남았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개인 노트북, 무선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확실하게 없어져 버린 것들도 있다.
첫째, 전문적인 PC방 말고 버스 터미널, 지하철역 내부, 심지어 찜질방이나 열차(새마을· 무궁화호급) 카페 같은 곳에 어설프게 비치되어 있던 "비게임용" 공중 PC(인터넷 라운지)들은 전멸했다. 왜, 500원짜리 동전 넣고 10분인가 15분 동안 쓸 수 있던 유료 공중 PC들 말이다.

하다못해 재래식 공중전화는 군인이나 외국인들을 위해서라도 소수나마 필요하겠지만, 게임용이 아닌 그런 컴퓨터들은 이제 쓰는 사람이 없으며 수익보다 유지 보수 비용이 더 커졌을 것이다. (아, 다시 생각해 보니 공중전화가 필요할 정도일 사람은 긴급한 메일 확인을 위해서 이런 PC도 필요하긴 하겠다만.. 수요는 어차피 극소수일 것이다)
뭐, 전자기기 서비스 센터나 자동차 정비소 같은 데서 대기 고객의 편의를 위한 PC들은 예나 지금이나 남이 있지만 그건 애초부터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다.

옛날엔 종로3가 역 환승 통로 같은 곳에 의자도 없이 아예 선 채로 무료로 잠깐 사용하는 인터넷 연결 PC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PC를 비치하느니 차라리 무선 인터넷 중계기나 스마트폰 고속 충전 단자를 설치하는 게 추세이다.

둘째, 그 다음으로..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매일 아침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무료로 배부되던 찌라시들이 완전히 망하고 없어졌다. AM7이던가 Metro던가 이런 것들.
차라리 "교차로", "벼룩시장"처럼 처음부터 소규모 광고를 목적으로 무료로 배부되는 생활정보지들은 컴퓨터· 인터넷이나 지하철하고는 무관하게 존재해 왔다. 그런데 뭔가 연예· 스포츠 신문 같아 보이는 찌라시가 뭘로 어떻게 먹고 살려고 저렇게 무료로 뿌려지는지 개인적으로 좀 신기해 보였다.

뭐, 뉴스 기사의 분량과 퀄리티가 유료 종이 신문과 같은 급일 수는 없었겠지만, 거기에는 글과 광고만 있는 게 아니라 스도쿠 퍼즐 같은 것도 있고 연재 만화도 있었다.
승강장에서 지하철 기다리면서, 혹은 지하철 안에서 시간 때우기 용으로 괜찮기 때문에 집어가서 읽는 사람들이 제법 됐으며, 지하철 안에서는 "읽고 난 찌라시들은 선반 위에 놔두지 말고 제발 승강장 안의 수거함에다가 버려 주세요"라고 안내 방송이 지겹도록 나오곤 했다.

그런 찌라시들은 차내에 가만히 놔 두면 폐지 수집하는 어르신들이 알아서 잽싸게 가져가긴 했다. 그러니 청소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긴 했다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높은 선반으로 팔을 무리해서 뻗느라 민폐가 발생하는 게 문제였다.

그랬는데.. 이제 시대가 바뀌어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는 DMB를 시청하고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그 무엇을 하건 요 손바닥만 한 기기에서 눈을 떼질 않는 시대가 됐다. 찌라시 따윈 이제 아오안. 그래서 저건 답이 없는 지경으로 전락하여 사라졌다.
참고로 본인은 예나 지금이나 지하철 안에서는 그냥 자거나 내 노트북 PC를 꺼내서 작업하거나 성경을 읽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찌라시가 있던 시절에도 그걸 딱히 읽지는 않았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5/05 19:36 2018/05/0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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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평소에는 15년 넘게 개발하고 있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에 대부분의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타 유명 프로그래머 고수들에 비해 타 플랫폼· 언어· 최신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은 덜한 편이다. 뭐, 자주 언급을 안 할 뿐이지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갑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 무엇이건 업무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맛보기 정도는 한다. 다만 그런 생소한 분야는 본인이 특장점이 없이 그냥 여느 평범한 프로그래머 A, B의 역량과 다를 바 없다.

먼 옛날에 Windows API와 MFC, Visual C++를 처음으로 공부할 때 그러했고, macOS나 안드로이드 개발을 처음으로 익힐 때도 마찬가지이다. 코드와 리소스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감을 잡는 게 참 어려웠다. 이건 그야말로 프로그래밍 언어뿐만 아니라 각 플랫폼별 바이너리 실행 파일(DLL/EXE)의 구조, 개발툴의 기능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리소스(대표적으로 대화상자/화면 레이아웃)의 기술을 위해 XML을 쓰는 요즘 플랫폼에 비해, Win32 API의 rc 파일은 정말 구닥다리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뭐, resource.h와 R.java처럼 개념상 일말의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도 있다(개발툴이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리소스 ID 리스트).

또한 안드로이드의 경우, 굉장한 뒷북이긴 하다만 Eclair니 Froyo니 하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개발 환경이 몇 년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이클립스를 쓰는가 했더니 Android Studio라고 전용 개발툴로 진작에 갈아탔으며, 무엇보다 에뮬레이터도 x86과 arm이라는 엄청난 CPU 구조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속도가 꽤 빨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구글 내부에서 안드로이드 OS에만 달라붙어 있는 세계구급 날고 기는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들이 도대체 얼마나 되며, 이들이 매일 생산하는 코드의 양은 또 얼마나 될까?

2010년대 이후에나 등장한 IDE가 copyright이 왜 엄청 옛날인 2000부터 시작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이건 그 옛날부터 개발되어 온 타 회사의 IDE를(이클립스 말고) Google이 인수해서 자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으음..

이럴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인데, 새로운 문물이나 지식을 아주 빨리빨리 잘 익히고 남에게 가르치는 것까지 가능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럽다. 난 굳이 말하자면 애초에 남이 안 하는 짓을 골라서 하는 일에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정보 올림피아드도 공모 부문에서만 입상하고, 코딩과 논문으로 그럭저럭 지금까지 지내 왔다.
그게 아니라 남과 똑같은 조건에서 뭔가를 빨리 달달 외우고 응용하는 능력이라면 본인은 남들 평균보다 못하면 못하지 결코 뛰어나지는 않다.

컴퓨터 쪽에 우글거리는 수많은 고수 괴수들 중에.. 김 상형 님이라고 한때 winapi.co.kr 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했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공학'을 일본어 스타일로 축약한 '소엔'이라는 사이트로 여러 유용한 프로그램 개발 정보를 무료로 공유 중인 대인배가 계신다.
사이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한때 이분의 전문 분야는 Windows API였다. 텍스트 에디터를 그냥 C++만으로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었고, 그 테크닉을 소스까지 통째로 책을 출간한 바 있다..;;

한 분야의 기술만 통달하기에도 벅찬데 이분은 안드로이드, HTML, 자바스크립트 등 온갖 분야를 다 탐독해서 책을 쓰고 학원 강사로 뛰고 있다.
그냥 위에서 내려오는 회사 업무나 감당하기 위해서 여러 기술들을 찔끔찔끔 서바이벌 수준으로 익히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남을 가르치고 책을 쓸 정도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혼자서 도대체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한 걸까? 비결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강의와 저술만으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분들은 굳이 회사 들어가서 조직에 매일 필요가 없다. 물론 프리랜서는 월급쟁이보다야 소득이 훨씬 불안정하고 복불복이 심하다. 보통은 자기 친구들에게도 "걍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지내는 게 짱이야, 아무리 엿같은 동료나 상사가 있더라도 어지간해서는 거기서 절대로 뛰쳐나올 생각 마라" 이렇게 권유를 할 정도라고는 하지만..
이것도 자기 하기 나름이다. 엄청난 능력자라면 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면서 자유롭고 편하게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가 나왔으니 영어도 빠질 수 없다.
지금보다 자료 접근성이 훨씬 열악했던 옛날에 독학으로 이를 악물고 영어를 마스터해서 198, 90년대에 이미 유명 영어 교재의 저자로 등극한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 은경 어린이 영어, 오 성식 생활 영어/pops English, 김 인환, 정 철 ... 그리고 최근에는 Arrow English로 유명한 최 재봉 이런 분들.

난 무슨 영문과 교수나 영어 교사, CNN 리포터-_-;; 이런 거 지향하는 게 아닌 이상, 국내에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는.. "반도 토박이치고는 뭐 그럭저럭 하네" 딱 그 정도까지만 영어가 된다. 자막 없이 영화를 다 알아듣거나, 토익 만점 이런 경지는 아니다. 그리고 그마저도 나이는 자꾸 먹고 있는데 영어를 당장 쓸 일은 없으니 감이 점점 쇠퇴-_-하는 중이다.
도무지 들리지가 않는 것, 그리고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독해 속도를 도저히 더 올릴 수 없는 건 그냥 내 머리의 한계인 것 같다.

영어를 잘하려면 뭐 영어식 사고방식과 어순 감각을 익혀야 되고 무슨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은 그냥 기초가 없고 첫 단추부터 완전 잘못 끼운 생짜 영어 포기자한테는 꽤 유효한 조언일지 모른다. 영어 점수 2~30점을 6~70점으로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90점을 95점으로 올리는 건 무리임. 저런 기초적인 문법과 어순 감각은 이미 다 갖춰져 있고, 거기서 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가려면 그냥 닥치고 영어라는 빅데이터에 수시로 많이 노출돼서 감을 유지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외국 어학 연수는 개나 소나 아무나 가는 게 아니라 딱 이 정도 기초가 갖춰진 애들이 가야지 효과가 높아진다.

그런데, 저런 여러 영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영어 마스터 비결은.. 학창 시절에 영어 교과서 텍스트들을 몽땅 통째로 암송· 암기했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언어에는 굉장히 무작위하고 arbitrary하고, 그냥 문맥이 곧 용례를 결정하는 그런 정보가 많다. 암송· 암기는 학습자에게 괴로운 과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거 효력은 확실한가 보다.
나도 테이큰의 전화 통화 대사 40초 분량은 통째로 줄줄 외우고 있긴 하다만.. -_- I don't know who you are ...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같은 거.. 그런데 영어를 잘하려면 그런 거 암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일본은 개개의 국민들이 다 영어를 못 하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번역을 엄청 많이 잘 해 놨다고 그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들이 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번역을 깔끔하게 잘한 것도 아니니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끝으로, 어려운 과목의 끝판왕인 수학이 있다. 수학은 영어와 달리 유행을 별로 안 탄다. 한편으로는 노력한 만큼 그대로 결과가 나오는 참 정직한 과목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타고난 머리 지능빨을 타니 불공평한 면모가 느껴지기도 하는 과목이다.
수학에는 '정석' 책 하나로 그야말로 억만장자가 되고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성공한 사람이 있다. 물론 이분 역시 머리가 공부벌레 괴수급이었으며, 굳이 책 안 쓰고 학원과 과외 강사료만으로도 그 옛날에, 겨우 20대 나이로도 왕창 잘나갔을 정도로.. 비범했다.

그런 정석의 저자가 말하는 수학 잘하는 비결은.. 수학은 처음에 느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계산해 보고 손으로 일일이 쓰면서 감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감이 생겨 있지 않은 사람이 눈으로만 보고 넘어가서는, 그리고 덥석 해설과 풀이를 봐서는 진짜배기 수학 실력이 절대 늘 수 없다고.. 참 너무 원론적이고 당연한 조언을 한다. 그건 게임으로 치면 그냥 무한 맵에 치트키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저 말을 프로그래밍에다가 적용하자면.. 일일이 직접 코딩해 보고 돌려 봐야 실력이 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 점은 본인 역시 적극 동의한다.
아무 감도 없는 사람이라면 노가다 코딩이라도 해 봐야 된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해 봐야 노가다 코딩을 왜 '노가다'라고 부르는지 그것부터 좀 알게 된다.

개발자, 프로그래머로 먹고 살려면 솔까말 트리 구조 순회 같은 재귀호출을 스택 배열로 직접 구현하기, 포인터 조작으로 연결 리스트의 원소 배열을 역순으로 바꿔치기 정도는 머릿속에서 로직이 어느 정도 암산이 돼야 하고, 굳이 컴퓨터가 없이 화이트보드 앞에서도 의사코드를 쓱쓱 적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사실, 유수의 IT 업체들이 학-석사 급의 엔지니어를 뽑을 때 코딩 면접도 딱 이 정도 수준의 난이도가 나온다. 무슨 "B+ 트리를 구현하시오, 동영상 압축 알고리즘의 모든 과정을 설명하시오"가 아니다. 그리고 크고 유명하고 재정 넉넉한 기업일수록 당장 현업에서 쓰이는 HTML5니 자바스크립트니 언어 문법 지식보다는 저런 미래의 잠재성과 응용력, 새로운 기술을 더 본다. 능력 함수에서 현재의 f(x) 값보다 도함수 f'(x)를 말이다.

다시 말해, 최신 자바스크립트나 HTML5 API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당장 그런 걸 모르는 사람도 OK 하고 뽑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입사했더라도 현업에서 그런 것쯤은 30분 만에 즉석에서 공부하고 숙달될 능력이 있으니까 뽑는다는 뜻이다. 요구 사항이 훨씬 더 고차원적이다.

컴공과 수학의 관계는 어떨까? 물론 완벽하게 동치는 아니다. 기하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있는데 삼각형 넓이나 세 점의 방향을 구하는 공식, 3차원 공간에서 두 벡터에 대한 나머지 기저를 구하는 세부적인 외적 공식 같은 거야 당연히 까먹을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이 안 나면 당장 검색이라도 할 수 있으면 아무 문제될 것 없다.

단지, 수학은 그렇게 문제를 쓱쓱 풀어 나갔던 경험, 단 한 가지 경우라도 놓쳐서는 안 되고 논리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그 관념이 나중에 프로그램을 짜는 데 낯설지 않은 정신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런 관념이 오로지 반드시 학창 시절의 수학 문제 풀이를 통해서만 형성될 수 있다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기본적인 머리가 있고 필요를 느끼면 결국은 나중에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적응은 하게 돼 있다.

어휴.. 나도 말은 이렇게 써 놨지만.. 당장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어려운 문제를 대면하면 이게 도대체 지금까지 수업 시간에 배웠던 기본 수학 공식이나 법칙과 무슨 관계가 있고 무엇부터 적용해야 할지 막막한 게 많다. 맨날 이런 기억과 경험만 쌓이다 보면 그 누구라도 수학이 싫어질 수밖에 없고 수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_-;; 세상에는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던 시절에 그런 문제를 생각해 내고 '만든' 사람도 있구만.. 참 자괴감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22 19:35 2017/10/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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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생방

공중이나 바다가 아닌 평범한 육상 재래전 전쟁터에서 군인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폭발물 파편이다. 근원지가 수류탄이든 지뢰이든 포격이든 폭격이든, 어쨌든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터져서 넓은 면적에 파편을 날리는 폭탄이 짱이다. 단순 총알은 파괴 면적이 너무 작은 관계로, 저격이 아니라면 그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도 총은 여전히 군인의 상징이며, 소총 사격은 화망을 형성해서 아군을 엄호하거나 적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당장 kill 수를 많이 못 낸다고 해서 개인화기가 일체의 쓸모나 필요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지금 세계가 명목상 교류와 평화를 추구하고 옛날 같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지향하지는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군사력 자체가 당장 필요하지 않게 된 건 절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게 하는 방법은 폭탄이나 총알, 심지어 총검을 이용한 물리적인 충격만 있는 게 아니다. 파리를 굳이 손바닥이나 파리채로 쳐서 잡는 게 아니라 에프킬라를 뿌려서 잡듯, 방탄조끼나 헬멧이 아니라 방독면으로 방어해야 하는 방식의 전투도 있다. 이를 특별히 '화생방전'이라고 한다. 이건 공격 수단들의 근간 원리에서 각각 첫 글자를 딴 명칭인데, 마치 군사의 육해공처럼, 물리 화학 생물이라는 과학의 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단, 보다시피 '물화생'은 아니고 '화생방'이다. 물리는 분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 것 같다. 과학의 각 분야에 대응하는 공학을 생각해 봐도 화학공학, 생명공학은 있지만 물리공학이라는 말은 없으니 말이다. 그 대신 기계공학, 전자공학, 원자력공학, 항공우주공학 등이 있을 뿐이지.
스타에서 테란의 물리학 연구소는 배틀크루저의 야마토 포를 개발하는 곳인데, 물리학의 어느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스타에도 응당 화생방에 해당하는 개념이 있다. 디파일러의 플레이그가 생물에 해당하고, 베슬의 이레디는 방사능에 속한다.
원래는 고스트의 핵도 방사능이어야 하지만, 설정과 밸런스 문제 때문에 게임엔 반영 안 됐고 그냥 크고 무시무시한 폭탄이라고 구현돼 있다.
화학은 잘 모르겠다. 스타에 딱히 독가스 같은 게 등장하지는 않으니까.. 단지, 광범위 대량학살용으로는 독가스보다 더 고차원적인 프로토스의 싸이오닉 스톰이 존재할 뿐이다.

난 태어나서 화생방(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곳은 아마 초딩 시절 전화번호부 끝부분 부록에 적혀 있던 '전시 국민 행동 요령'이었지 싶다.
성경에도 계시록뿐만 아니라 슥 14:12처럼 사람이 산 채로 눈과 살과 혀가 녹아/썩어 없어지는 묘사는 뭔가 화생방전을 떠올리는 섬뜩한 장면으로 보인다.

2. 전쟁의 주요 양상

  • 고지전: 나로서는 이거 뭐 6· 25 말고는 다른 고지전 자체가 떠오르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중부의 서쪽은 평지 위주였지만 우리에게 지형적으로 불리하고 판문점도 가까이 있어서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반면, 동부의 첩첩산중에서는 고개를 하나 점령해서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수복하려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 참호전: 1차 세계 대전 당첨이다. 여차여차 하다 보니 서로 평지에서 땅따먹기를 한 뒤, 참호 파고 지겹도록 시즈 탱크 우주 방어만 벌이는 지경이 벌어졌다. 무슨 FPS에서 캠핑처럼.. 공격이 방어보다 너무 불리하다 보니, 참호 하나 점령하려고 갈려 들어간 병사들이 그 당시에 얼마였나 모르겠다. 그 교착 상태를 해소하려던 와중에 원시적인 탱크와 전투기가 발명됐고 독가스도 동원됐다.
  • 상륙전: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면서 섬을 하나씩 점령하는 형태의 전투는 2차 세계 대전 중에서 태평양 전선이 대표적이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미군 해병대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뭐, 거기 말고도 본토 진출을 위해서 서부 전선의 노르망디 상륙이 있고 나중에 6· 25 때 인천 상륙도 전쟁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오늘날은 세상에 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가 많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시가전'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만약 북괴가 다시 남침해서 서울로 쳐들어온다 해도, 2017년의 서울은 1950년 당시의 그 허접한 서울이 절대 아니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빽빽해진 건물숲 속에서 시가전을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며, 그렇게 호락호락 사흘 만에 서울 점령이란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전쟁 중에 시가전으로서 내가 딱 떠오르는 건 없다. 그리고 2차 대전은 동부(vs 러시아)나 태평양 전선(vs 일본..) 말고 서부 전선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기억이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게 없다.

3. 탄피 처리

공기총 같은 거 말고 화약으로 격발하는 총들은 탄두와 화약이 탄피로 감싸져 있는 탄환을 사용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그릇이 남고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컵이 남듯, 총을 쏘고 나면 탄피 껍데기만 남아서 사출된다.
탄피 부분까지 싹 폭발해서 없어지거나, 아니면 같이 발사되어 날아가는 총알이 있다면, 마치 손잡이 부분까지 몽땅 과자로 돼 있어서 다 먹어치울 수 있는 길거리 아이스크림 콘만큼이나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총알을 그렇게 만들었다간 화약 부분이 평소에는 어지간히 열받아도 절대로 폭발하지 않고 안전하게 있다가 원하는 순간에만 격발하게 만들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실용적인 가성비 수준에서..)

탄피 처리라는 게 군대에서 골치아픈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가능한 한 몽땅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 보호(?)나 물자 절약 따위 말고 좀 더 social한 이유로는..
평시에는 탄약의 무단 유출을 감지하고 자살· 프래깅 같은 부정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총을 몇 발 쐈는지 알고 싶을 때 탄피 개수를 세는 것만치 단순무식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정확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시에야 적에게 총 쏘는 게 병사들의 재량 영역이 되며,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그러니 실탄 사용 내역을 평시만치 일일이 파악하고 통제하면서 탄피를 챙길 여유가 없다. 그 대신, 적군에게 아군의 위치 내지 이동 경로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흔적을 치우는 과정에서 탄피도 눈에 띄는 것 정도는 다 줍고 치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이 병영으로 복귀한 뒤에는 모든 병사들을 일일이 정말 빡세게 몸수색을 해서 잔여 실탄을 몰래 짱박아 둔 게 절대 없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토벌 작전이 끝났을 때에도 이런 후처리 절차가 응당 행해졌다고 한다.

4.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사람을 죽이는 전쟁 얘기를 했으니 다음으로는 사람 살리는 얘기로 넘어가 보겠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디로 추락하거나 뭘 맞거나 부딪치지 않았는데 외상 없이 의식을 잃고 픽 쓰러지는 건 아무래도 흔히 보는 장면은 아니다. 신경계나 뇌 쪽의 문제로 인해 몸이 셧다운 된 게 아니라면 저런 건 대체로 (1) 호흡기 아니면 (2) 순환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에 생선 가시 같은 게 걸려서 숨을 못 쉬고 쓰러지는 건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이니 (1)번 계열이다. 본인이나 어린 자녀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뒤늦게 네이버에서 검색하려 든다면 너무 늦을 것이다. 평소에 숙지해 둬야지.
그리고 물에 빠진 건 숨을 못 쉰 질식에다 폐에 물이 들어간 것까지 복합이다.

호흡과 무관한 순환 계통 문제는 부정맥 같은 심장의 지병 때문이다. 그런데 혈액 순환이 잠시만 중단돼도 어차피 호흡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뇌에 산소가 제대로 못 가게 되고, 뇌세포가 죽기 시작해서 몸에는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한다.
물에 빠져서 질식으로 인해 의식을 잃어 가는 거나, 심장 박동이 중단되어 쓰러진 거나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며, 단 몇 분간의 golden time 이내에 최소한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건 동일하다.

이거 하냐 못 하냐에 따라 사람이 사냐 죽느냐, 혹은 살더라도 온전히 살아나냐 반신불수가 되느냐가 갈린다. 그래서 소위 '심폐소생술'(CPR)이라 하는 기법이 도입되고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누군가가 쓰러지면 먼저 "괜찮으세요?" 물어 보고, 의식이 없으면 주변 사람을 지목해서 "왼쪽 저 여자분은 당장 119에 신고해 주세요, 저기 흰 옷 입으신 분은 근처의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와 주세요" 지시를 한다. 그 뒤 CPR 실시다.

심폐소생술은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시동이 걸릴 때까지만 밀어 주는 게 아니다. 의료진이 와서 환자를 인계할 때까지 시술자의 손으로 심장의 역할을 얼추 대신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눌러야 한다. 하다못해 사람이 수 분 동안 숨을 참으면 참았지, 심장 박동이 그만치 멈춰 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약한 갈비뼈는 부러뜨리는 것도 감수한다는 심정으로 굉장히 세게, 분당 110~120회 남짓한 주기로 생각보다 빠르게, 오래 해야 한다.. 이건 수~10수 분 간격으로 옆 사람과 주기적으로 교대도 해야 할 정도로 꽤 힘든 노동이다.

전문적인 의료· 보건인이라면 몇 차례의 CPR 후 환자 상태를 봐서 인공호흡을 재량껏 시도할 수도 있으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매뉴얼에서는 그런 건 물에 빠진 가족을 구한 정도가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진작에 빠졌다.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돼 있는 경우 구강 접촉은 시술자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거니와, 명백한 호흡기 쪽 이상이 아니라면 심장 압박만 잘 해 줘도 산소 전달은 그럭저럭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CPR이 그만큼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CPR과 인공호흡은 의식을 잃은 사람을 구명하는 양대 조치로 여겨지고 있는데, 취지와 목적과 효과가 이렇게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와 닿았다. 호흡과 혈액 순환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는 교수형도 흔히 생각하는 호흡의 차단이 아니라, 그에 앞서 뇌로 가는 혈류를 막아서 훨씬 더 신속하게 사형수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집행을 잘못하면 여전히 켁켁거리면서 더 고통스럽게 죽게 될 수도 있다.

5. 보건의료인과 군대의 관계

아군을 살리는 일은 적군을 죽이는 일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고 어렵고 책임감이 큰 스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스킬의 보유자는 어떤 형태로든 소총 들고 전장에서 뛰어나니는 알보병 소총수 같은 보직에는 결코 투입되지 않는다. 그 대신,

  • 군 소속의 의사가 돼서 장교 계급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방법이 있다.
  • 아니면 군대와는 빠이빠이 하고 그냥 공중보건의 신분으로 스킬의 난이도 대비 굉장한 저임금과 널널함으로 병역을 수행할 수도 있다.
  • 보건의료 계열 출신이긴 하지만 정식 의사보다 낮은 급이거나(물리치료사..) 미묘하게 다른 계열이라면(의공, 수의학 등등..) 의무병으로 빠질 수 있다. 위생병은 의무병의 옛 명칭 되겠다.

단,

  • 공보의로 병역을 마친 의사들은 여느 보충역들처럼 명목상 예비역 이등병이며,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의사들은 직장인(봉직) 내지 자영업자(개원)이지, 무슨 보건소 직원 같은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 경이나 교사, 소방관만치 전시 보직이 국가 차원에서 완전히 동일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 의사라도 극소수 만학도 의대생이나 의전 출신처럼 군대를 다른 경로로 이미 다녀온 사람이 예외적으로 있다. 이들은 여느 의사들 같은 공보의나 군의관 복무 경험이 있지 않다.

6. 주유와 충전의 차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기계들은 동력의 원천이 기름 먹는 (1) 내연기관이 아니면 전기 먹는 (2) 모터이다.
에너지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주유는 사람에다 비유하면 식량을 그냥 가방이나 창고에 넣고 비축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양도 비축이 금방 끝날 뿐만 아니라, 공간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해도 문제 없다.
그러나 충전은 실제로 사람 몸에다 밥을 먹이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며, 인간이 소화하고 비축할 수 있는 양만큼만 가능하다.

전기는 에너지 그 자체이다. 배터리의 전기가 소모될 때 발생하는 화학 메커니즘을 역방향으로 가해 줘야 충전이 된다. 세상엔 공짜란 없으니 말이다. 충전 아니면 방전, 그리고 전동기 아니면 발전기.. 전기는 이렇게 상호 가역적인 에너지 이동 메커니즘이 있는 게 신기하다. 마치 생물에서 광합성 아니면 세포호흡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사람이 손으로 수동 발전기를 죽어라고 돌려 가지고 그 알량한 전기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얼마 없다. 결국 기계가 필요하다.
반대로, 아무리 힘이 넘쳐나도 배터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과다한 에너지가 짧은 시간 동안 가해지면 배터리가 터진다. 충전 시간을 무슨 주유 시간마냥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람은 오랫동안 굶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막 먹으면 몸에 큰 탈이 나고 심하면 그걸로 죽기까지 한다. 그것처럼 배터리도 무슨 탱크 안에 잘 밀폐· 보관돼 있는 석유처럼 stable한 물건이 아니다. 완충과 완방 반복 시의 내부 상태 변화, 충전 가능 용량의 감소, 너무 추운 환경에서의 자연 방전처럼 까탈스러운 변수들이 존재한다. (아 하긴, 석유조차도 휘발유 같은 건 생각만치 오래 보관 가능하지 않으며, 증발과 변질 때문에 몇 년밖에 못 간다고는 하더라..)

이런 전기와는 달리, 석유는 그 자체는 에너지가 아니라 평범한 액체일 뿐이다. 엔진이 돌아가야만 그제서야 석유가 연소와 폭발을 통해 에너지로 바뀐다. 엔진은 연료의 공급과 비축이 신속하고 간편하고 안정된 반면, 그 엔진을 최초로 돌리기 위해서는 전기 같은 외부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관계가 이렇게 설명된다.

순수 전기차가 배터리의 용량과 무게· 가격 문제 때문에 도저히 실용화가 못 되고 소형차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과거에 브라운관이 화면 크기에 비례해서 급격히 두꺼워지고 무거워지는 것 때문에 30인치대 이상의 대형화는 도저히 엄두를 못 냈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요즘의 왕창 크고 넓으면서 두께는 왕창 얇은 텔레비전과 얼마나 비교되는가?

과거에는 전기 자동차는 소형차보다도 더 작은 경차 수준에 머물다가 그나마 기술이 발전해서 이젠 소형이나 준중형 승용차까지는 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가 순수 전기만으로 지금처럼 힘차게 달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전기차는 자체 동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엔진의 힘과 열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얻던 냉난방마저 추가로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니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획기적인 배터리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기차는 대형차· 군용차까지 몽땅 대체하지는 못하고 그냥 개인용 자가용 수준에 머무르면서 기름 자동차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철도에서는 전기 기관차가 대형차 영역인 여객과 화물 수송에서 그야말로 디젤이 넘보지 못하는 차력쇼를 선보이고 있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피 당 에너지 축적 능력 면에서 석유를 능가하는 원천은 없는 듯하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이 어중간하게 크고 무거워지고 비싸지기 때문에 경차나 소형 승용차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고, 심지어 이미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한 디젤과도 그리 궁합이 안 좋다. 승용차 중에서 최하 준중형 이상은 가야 하고, 적당히 비싸면서 가성비도 챙긴 쏘나타-그랜저급 승용차가 하이브리드를 얹기 제일 적당하다.
하지만 아예 최고급 기함급 대형 승용차는 오로지 성능만 추구한다거나 돈이 썩어나는 부자들만 공략하는 너무 고매한 컨셉이어서 그런지, 휘발유 말고 다른 동력원을 얹은 사례가 없다. (에쿠스 디젤이나 롤스로이스 하이브리드 같은 건.. ㅡ,.ㅡ;;)

* 이상, 위의 모든 아이템들은 민방위 교육 가서 떠올랐던 생각과 글감들이다~
그러고 보니 육군 대령이나 준장급은 예편한 뒤에 예비군 내지 민방위의 안보 강사로 종종 빠지는 것 같고, 대위· 소령급은 예편 후에 군무원으로 취직해서 예비군 동대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8 08:34 2017/09/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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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안전 이야기

* 2010년에 썼던 글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유리는 뭔가를 담는 병이나 그릇, 컵의 재료로 쓰이고 안경과 렌즈를 만드는 데 쓰이며, 각종 교통수단이나 건물에서 창문의 재료로도 쓰이는 요긴한 물질이다. 사실, 유리를 빼면 투명한 고체 자체가 주변에 의외로 흔하지 않다. 플라스틱, 얼음, 보석 말고는 뭐 떠오르는 게 없는 것 같다.

유리는 목재나 플라스틱과는 달리 열에 강한 편이며, 불탈 때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성냥을 갖다 대면 바로 불이 붙을 정도로 수백 도로 달궈진 유리 막대도, 차가운 유리와 외형상 전혀 차이가 안 보이기 때문에 취급에 절대 주의해야 한다고 과학 실험실 안전 수칙에 언급되어 있을 정도이다.

유리는 금속과는 달리 녹이 슬지 않으며, 염산이나 황산, 왕수 같은 위험한 강산 약품을 담을 수도 있다. 매우 편리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뭐, 플루오르 같은 변태 독극물은 유리조차 녹이기 때문에 다른 플라스틱 병에다 담는다지만..)
또한, 유리는 도자기와 더불어 전자레인지에 넣기에 가장 적합한 용기 재료이기도 하다. 종이나 나무 그릇은 용기도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안 되고, 금속 그릇은 전자파를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유리도 단점이 있으니,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잘 깨진다는 것이다. 깨질 때 꽤 경쾌한-_-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말년 작가께서 이 소리를 만화에서 자주 써먹곤 했다.
그리고 그 깨진 유리 조각은 굉장히 날카롭고 위험하다. 길바닥에 이런 게 널브러져 있으면 사람이 다치기 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나 자전거의 타이어를 펑크 내기도 딱 좋다. 이런 조각들은 쓰레기로 배출· 수거하기도 힘들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람이 자기 신체로 유리를 직접 파괴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라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사고나 화재로 인해 건물이나 교통수단으로부터 긴급히 탈출해야 할 때라도, 더 무겁고 단단한 다른 물건(망치, 소화기 등)으로 유리를 미리 먼저 부순 뒤에 나가야지, 박치기를 해서는 안 된다.

긴급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는데, 열받았을 때 객기 부린답시고 유리창이나 거울을 맨주먹으로 쳐서 깨는 건... 완전 바보 짓 미친 짓이다. 주먹과 닿은 유리 표면이 부서지는 순간 손은 유리 조각에 찔리며, 유리를 뚫고 들어갔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유리 날에 쫘악~ 베이고 긁히고 유리 조각이 박힌다. 손은 그야말로 피투성이가 되고, 잘못하면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 동맥이라도 손상됐다간, 급소를 다치지 않아도 과다 출혈로 죽는 수가 있으며, 고인은 영락없이 다윈 상 후보로 귀착되어 버린다.

유리는 총· 총소리만큼이나 영화나 게임이 현실을 제일 왜곡하고 사람들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 주는 물건에 속한다.
액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조금만 충격을 줘도 유리로 된 문이나 창문이 정말 쉽게, 시원하게 박살나고 주인공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소품용으로 쓰이는 유리는 애초에 따로 있기 때문이다. 투평하고 잘 깨지고 파편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애초에 건축자재로 쓰이지도 않는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실에서는 절대로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묘하게도 1과 2에서 모두 이런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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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무려 맨발로 격파하는 왕자님. 자기 영혼(?)이 빠져나가고, HP는 1로 곤두박질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2는 아예 시작부터가 저런 막장 설정으로..;;

좀 큰 규모의 교통사고가 나면 역시 해당 교통수단의 유리창도 박살이 나곤 한다. 과거에는 깨진 앞유리 파편들을 얼굴에 고스란히 뒤집어 쓴 자동차 운전자는 충돌로 인한 충격보다도 이것 때문에 그대로 끔살 당하곤 했다..;;
그래서 두 유리판을 셀룰로이드로 접착한 안전유리가 20세기 초에 발명되었다. 일반 유리보다 강하고 잘 깨지지 않으며, 심한 충격을 받아 깨지더라도 유리 조각들 모양으로 금만 쫙 생기지 모양은 최대한 유지되는 유리이다. 이것도 만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치 방탄조끼나 헬멧만큼이나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기여를 한 훌륭한 발명품임이 틀림없다.

VIP들이 타는 자동차에는 안전유리를 넘어 방탄유리가 쓰인다. 이건 교통사고처럼 넓은 면적에 고르게 받는 충격이 아니라, 총알처럼 한 점에 집중된 강한 충격에도 쉽게 뚫리지 않게 강화된 유리이다. 즉, 방탄복· 헬멧의 유리 버전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만석이 차 안에서 이거 하나만 믿고 "이거 방탄유리라구 이 ㅂㅅ아~!"라고 깝쳤으나, 한 곳에만 집중된 권총 사격에 유리가 뚫리면서 결국 밥숟가락 놓게 됐다.

중남미 어디던가 치안이 불안한 어떤 나라에서 한인 교포가 차량용 방탄 유리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데, 성능이 좋아서 현지인들에게서 인기가 좋다고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길거리에서 수시로 총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치안이 막장이다 보니 저게 보안 차원에서 수요가 있다고 그런다..
하긴, 외국 또 어디에서는 제조사 사장이 직접 차에 타고 직원이 그 차에다 소총을 갈기는 CF를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멀쩡히 살아서 나온 사장은 "이래서 우리 제품 짱"이라고 선전하고 말이다.

다만, 운동 에너지에서 m이 극단적으로 작고 v만 극단적으로 큰 총알이 아니라, 아예 쇠망치나 도끼 같은 걸로 차량 유리를 찍는다면 창 자체는 박살나거나 뚫리지 않지만 창이 통째로 차량의 필러(기둥, 지지대)에서 뜯겨져 나갈 수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인 충격에 대비하여 철통보안을 달성하려면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게 많다.

한편, 총알 방어와는 반대로, 교통사고 현장의 탈출이나 차량 내 자살자 구출 같은 이유로 차량의 유리를 인위적으로 깨야 할 때도 있다. 앞유리는 굳이 방탄이 아니더라도 앞서 얘기했던 안전을 위해 어지간한 인력만으로는 정말 지독하게 안 깨지게 설계돼 있다. 거기보다는 측면,  도어의 유리를 공략하는 게 좋다. 도어의 유리에서 모서리 쪽을 망치로 쳐 주면 그럭저럭 깰 수 있다고 한다.

끝으로, 똑같이 투명한 유리여도 그런 창문용 유리랑 아예 유리궁전 건물 외벽을 구성하는 유리는 강도와 두께가 서로 쨉이 안 된다. 이건 똑같이 벽돌처럼 생겼어도 건물 외벽 벽돌과 내부 인테리어용 벽돌이 다른 것만큼이나 다르다. 후자는 아예 겉모습만 벽돌일 뿐 애초에 돌도 아닌 플라스틱 벽돌도 있으니 말이다. 초가집이 사라진 것만큼이나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주류였던 벽돌이 자취를 싹 감춘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2 19:32 2017/09/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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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와 그 이후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많은 물자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그리고 폐기하면서 산다.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같은 신소재를 발명하고, 자동차와 컴퓨터를 발명하고 냉동 기술을 개발하고, 거기에다 자본을 극도로 집약하여 첨단 기계 공작 기술에다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춘 덕분이다. 헉헉~ 인류가 지금까지 이뤄 놓은 것들이 정말 대단하긴 하다.

단적인 예로, 종이컵이나 봉지, 플라스틱 컵 같은 간단한 일회용품이라도 없거나 값이 비쌌다면 간편하게 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조차도 왕창 불편해지고 애로사항이 꽃폈을 것이다. 배달 음식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문제는 내용물을 다 먹고 나서 빈 용기의 처리는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먹다 남은 음식은? 그래서 오늘은 쓰레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느 쓰레기들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축축하고 제일 더럽고 냄새 나고, 장기 방치할 경우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게 되는 무척 난감한 부류이다. 갓 만들어진 음식이 내는 좋은 냄새는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하지만, 음식물이 썩는 냄새는 어떤 재료건 그 특유한 시큼한 냄새로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부패 악취를 일으키는 성분은 다 동일하다고 함..

다만, 법적· 행정적으로 엄밀하게 따지자면 음식물 쓰레기는 원래 인간이 먹을 수 있는데 변질됐거나 다른 사람 입이 닿아서 먹을 수 없게 된 것, 가축 사료로 재활용 가능한 것만이 해당된다.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해서, 혹은 언젠가는 썩어 없어진다고 해서 전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다.

파뿌리, 각종 뼈와 가시, 과일· 달걀 껍질과 조개 껍데기처럼 런타임이 아니라 빌드/컴파일 타임 때부터 진작에 먹히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은 그냥 일반 쓰레기이다. 그러니 분리해 줘야 한다. 수박이나 참외 정도 되면 외피가 껍질이라고 불러야 할지 껍데기라고 불러야 할지 좀 모호해지긴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차피 다 거름이 된다는(?) 생각에 산에서 과일 껍질 같은 걸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방뇨 방변 역시 마찬가지이며, 길거리에서는 침도 뱉지 말아야 한다.
썩어서 없어지는 게 무슨 방사성 물질이나 플라스틱 부류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만능은 아니다. 썩어 없어지는 건 그렇게 금방 신속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며, 중간 과정이 절대로 보기 좋거나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패는 그 과정에서 심각한 위생 문제를 일으킨다.

현실에서는 홍보 부족이나 귀차니즘 등의 이유로 인해, 수박 껍질이건 생선 가시건 닭뼈건 모조리 음식물 쓰레기로 싸잡아 버리는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식료품에서 유래되었으며 오래 놔 두면 냄새 나고 벌레가 끼니 완전 일반 쓰레기처럼 취급하기는 여전히 난감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보행자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니고 어느 도로에서 어떻게 달리라는 건지 난감한 이륜차(자전거 또는 오토바이)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다음으로, 종이류는 예전보다 더 질이 낮은 종이나 휴지로라도 재활용 가능한 반면, 비닐· 플라스틱은 재활용 효율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기름기 넘치는 음식이나 더러운 물건을 한번 담은 뒤엔 그렇게 호락호락 씻기지도 않는 것 같고.. 맹물만 담은 페트병조차도 위생 문제가 우려되니 재활용하지 말고 즉각 버리라는 조언까지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딱딱한 형태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그냥 일반쓰레기로 간주해서 버리는 편이다. 플라스틱류는 석유값이 내려가면 재활용 가성비가 더욱 떨어진다.

그래도 0순위로 제일 적극적으로 반드시 재활용해야 하는 물건은 금속류, 그 중에서도 알루미늄 캔 깡통 같은 것들이다. 텅 빔, 무식을 상징하는 비유적인 의미와는 달리, 깡통은 생각 이상의 최첨단 공업 기술의 산물이다. 통조림에 쓰이는 원터치 캔 같은 건 참 편리한 한편으로 만들기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가시는가?
알루미늄은 가공이 워낙 어려워서 100수십 년 전엔 용기 가격이 동급의 은과 비슷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속에 담뱃재 같은 거 털지 말고 깨끗하게 해서 분리 배출하는 게 좋다.

요즘도 학교엔 뒤편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나 모르겠다.
국민 의식이 미개하던 시절에는 나라에서 (1) "쓰레기를 제발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휴지통에 버리세요"라고 지겹도록 계몽했었다. 사실, 옛날에는 소비하고 버리는 물자 자체가 워낙 적고, 물자들도 어차피 다 친환경적인(?) 간단한 것들이어서 대충 버려도 문제될 게 없었다. 오늘날 같은 문명 사회가 되니까 그런 안일한 습관이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캠페인이 나중에는 더 심화· 분화(?)돼서 (2)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재료별로 분리해서 버리세요"가 됐고, 국어를 사랑하는 분들은 '분리 수거'와 '피로 회복'은 잘못됐으니 '분리 배출'과 '피로 제거'라고 용어를 바로잡아야 된다고 깐깐하게 군다. 어쨌든, 쓰레기의 재활용이라는 개념은 이제 2,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민에게 각인돤 듯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재활용 가능하지 않은 레알 쓰레기들은 유료 봉투에다 담아서 배출하라는.. (3) '쓰레기 배출을 위한 비용'이라는 종량제 개념까지 정착했다.
국민 의식이 그렇게 바뀌는 동안 업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신속하게 건조시키고 퇴비화하는 기술, 부패 가스로부터 연료를 추출하는 기술 등 별별 기술을 개발해서 그나마 198, 90년대에 매체에서 비관적으로 끔찍하게 상상했던 환경 재앙이 201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실현되지 않게 했다. 세상 종말처럼 묘사되어 온 석유 고갈도 아직까지는 딱히 실현되지 않았다.

사람을 가리켜 인간 쓰레기라고 하면 굉장히 경멸적인 욕설이 되는데... 이말년 만화에서나 봤던 인간 쓰레기 퍼포먼스를 얼마 전에는 실사판으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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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사정은 딱하지만 지금 노동 생산성이 최저임금이나 그 미만밖에 안 되는 사람이 최저임금만 1만 원으로 덥석 올려 주면 그러면 돈만 무식하게 찍어 낸 것과 다름없지, 밥값과 교통비는 더 오를 것이고 최저임금만치 못 주는 사업장은 이미 있던 알바들도 다 해고할 텐데? 그런 건 왜 생각을 못 하냐..

Posted by 사무엘

2017/09/04 19:33 2017/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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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이야기

"중국 애들 1억 6000만이 대마 하고, 2600만이 메스암페타민, 1100만이 헤로인 한다. 노다지란 말이다. 유엔이 그레 말해!"
개인적으로 <아저씨>(영화)를 테이큰만큼이나 아주 재미있고 인상깊게 봤다. 장면은 좀 잔혹한 편이지만 아시다시피 주인공의 액션이 절륜하고.. 또 굳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재치와 센스 넘치는 명대사가 굉장히 많은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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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발 남았다." "금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 줄게!", "공손하게 댄디하게", "니 동생놈하고 같이 싸잡아서 인체의 신비전에 보내뿐다." "삼청교육대 다시 세워가 싹 다 잡아 쳐넣어야 나라가 산다" 등..
감독이 각본도 썼다는데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오 사장님은 참 귀여운 막말 제조기이다. ㅋ)

도대체 저 대사는 UN의 언제적 무슨 통계를 인용한 건지 모르겠다만, 다른 나라도 아니고 중국은 아편 전쟁의 트라우마가 있어서 오늘날까지도 마약 사범을 공산당스럽게 제일 무자비하게 다스리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전인구의 15%가 넘게 여전히 마약을 접하고 있나 의아스럽다. 죽이고 또 죽여도(사형) 근절되지 않는 듯..

세상에 마약이 어떤 게 존재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일단 마약계에는 같은 마약에도 속칭, 이칭이 많다.
일단 (1) 히로뽕, 필로폰, 메스암페타민은 다 같은 각성제 마약을 가리킨다. 식물이 아닌 화학 약품 기반이어서 그런지, 영어권에서는 결정 모양에서 유래된 ice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필로-' 이건 '필레오', '필라델피아', '데오빌로'에서 알 수 있듯, '사랑'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줄여서 '뽕'이 마약의 상징이다. 국뽕 등...

(2) 대마와 마리화나는 같은 식물계 마약이다. 정확히 말하면 둘의 차이는 벼와 쌀, tobacoo와 cigar/cigarette의 차이와 같다. (대마 잎을 가루로 갈아서 피울 수 있게 만든 것)
(3) 헤로인은 우연인지 '여주인공'과 발음이 완전히 같다. 철자는 heroin(e)에서 E의 존재 여부만 다르다. 모르핀과 마찬가지로 아편 계열의 매우 강한 마약이다.

아저씨 대사에서 언급된 마약은 저 세 종류이다. 오 사장의 말에 따르면 대마, 메스암페타민, 헤로인의 순으로 투약자 수가 적어지는데, 나중에 등장하는 마약일수록 실제로 더 하드코어하고 중독성이 강한 놈이라는 것을.. 본인은 뒤늦게 알게 됐다.

그 밖에 중국이 옛날에 곤욕을 치렀던 아편은 양귀비에서 유래된 또 다른 식물계 마약이다. 본드나 부탄가스는 자기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기 뇌의 건강과 환각 쾌감을 등가교환하는 위험한 물질이 된다.
사실, 담배(니코틴)도 워낙 넓게 퍼져 있을 뿐이지 중독성과 금단증세, 건강에 대한 해악으로 치면 마약"류"에 속한다고 간주된다. 알코올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마약 중에는 알다시피 각성뿐만 아니라 반쯤 마취와 진통 효과가 있는 게 있다. 말이 좋아서 마취이지 이거 의학적으로는 사람이 고통을 느낄 수 없게 강제로 정신을 잃게 만들고 반쯤 죽여 놓는 위험한 조치이다.
그래도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대규모 외과 수술을 할 때가 있고, 환자가 수술 중에 고통 쇼크로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마약은 의사의 판단 하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혹은, 말기 암이나 방사능 대량 피폭처럼 완치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단지 환자를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서 편하게 보내 주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에도 사용되었다(이 용도로는 주로 모르핀).

어릴 때부터 학교의 사회· 도덕 교과서의 마지막 단원은 언제나 북한과 통일 문제였다. 그것처럼 체육· 보건 계열 교과서에는 마지막에 언제나 마약의 해악을 경고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TV 공익광고로도 엄청 많이 나갔고,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티 마약 공익광고는 그야말로 반공 공익광고 만만찮을 정도로 제일 무섭고 끔찍한 묘사로 악명높았다. 1990년대의 <올가미>, <창살>에 비해, 마 동석이 나오는 2016년도 공익광고는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다. (본인은 올가미와 창살 다 본방 본 기억 있음..!)

마약은 전세계 모든 공권력이 근절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단순 소지만 해도 처벌, 또는 혼자 재배하고(!) 소지하고 투약하는 건 상관없는데 남에게 돈 받고 유통한 것이 불법 등 관점도 국가마다 의외로 케바케 제각각이다.
하지만 '쾌락'과 '중독'이 존재한다는 특성상, 마약은 도박 이상으로 지하 경제의 너무 훌륭한 돈줄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뿌리뽑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요원한 일이다. 농가의 입장에서도 너무 흔하게 대량 생산되고 있는 작물보다는 요런 것들이 이윤이 더 짭짤하다. "이 속에 녹아 있는 필로폰만 정제하면 니하고 내하고 평생 먹고 산다~!"

오죽했으면 마약 유통망은 단순 경찰의 함정 수사를 넘어, 국정원 같은 방첩기관까지 동원해서 잡아내려 한다. 공항 같은 데서 마약이 든 가방을 단순 부탁만 받고 나르다가 걸려도 일단은 다 잡혀 간다. 말단의 조직원만 조지는 게 아니라 배후를 송두리째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방어하는 쪽에서도 유죄 추정의 원칙에다 불가피하게 더 적극적이고 악랄한 수법을 동원한다는 뜻이다. 거의 빨갱이 잡듯이 말이다.

마약까지 팔아서 외화 벌려고 발악을 하는 북괴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민폐 끼치는 악의 집단인지를 알 수 있다(아편, 대마). 그런 마약을 중국에다가도 팔려고 했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단단히 잘못 찾았으며, 그 반대급부로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마약 중독자 폐인이 되고 있다. 이런 북괴의 악행을 더는 용납하지 말고 고립 압박해서라도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건 "유엔도 동의하는" 아젠다이다. 국제 단체들이 결의하고 권고하는 게 사형 제도 폐지처럼 전부 옳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북 제재만큼은 옳게 처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양에서는 마리화나 정도는 담배만큼이나 남들 하듯이 다 하는 풍조도 있는가 보다. 카지노가 한국에서는 강원랜드 빼고는 자국민은 전면 금지이며 원칙대로라면 심지어 외국 카지노에 다녀온 것조차도 처벌받는 반면.. 서양에서는 그게 그냥 평범한 유흥+숙박 시설 역할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건 일종의 정서 차이인 듯하다.

스타크래프트에는 스팀팩이라는 게 있고 '뽕 맞은 마린'이 비록 HP는 깎이지만 일시적으로 공격력과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일반적인 환각· 각성용 마약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근육을 만들고 근력을 일시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스테로이드 계열 마약도 있어서 이런 건 스포츠계에서 엄격한 금지 대상이다. 30여 년 전 우리나라 서울 올림픽 때의 쾌거 중 하나가 바로 육상 선수 벤 존슨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을 자체 기술로 잡아낸 것이기도 하다.

이건 점수와 기록의 관점에서는 반칙 부정행위이고, 또 장기적으로는 선수 개인의 건강도 해치니 반드시 추방해야 하는 관행이다. 음주운전을 잡아내는 것처럼 피를 뽑아서 검사하는 게 제일 정확하긴 하지만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니, 그 전에 소변 검사를 한다. 단, 선수와 동성인 검사관이 찾아와서 화장실까지 따라간 뒤, 소변이 선수의 몸에서 직접 나오는 걸 일일이 확인한다. 게다가 채취하는 소변의 양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단순히 건강검진 받을 때 시험지 같은 거 간단히 묻히는 수준을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전거 사이클이나 요트, 승마처럼 다른 기계나 동물을 조작하여 이동하는 종목에서는 근력 강화 약물뿐만 아니라 알코올도 금지 대상이다. 이것은 기록· 점수나 개인 건강 차원이 아니라 안전 때문에 취하는 조치이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에는 저 분야에서도 명대사가 있다. "바닥에 흘리는 X끼 죽는다. 오줌에 물 타는 새X 뒤진다. 잡담하지 않습니다. 오줌 교환하지 않습니다." 마약사범 용의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한 뒤에 소변 검사를 실시하면서 통제하는 경찰관이 하는 말이다.

마약도 그 정의와 범위, 용도를 분류하자면 다 같은 마약이 아니다. 이 글에서 정말 대충 다룬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나오긴 하는데 그건 뭐 인터넷 검색하면 나오니까 참조하시고..
강한 마약은 담배의 금단증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하다가 안 하면 괴로워서 온몸이 견딜 수 없는, 가히 고문과 동급의 금단증세가 찾아온다고 한다. "X발 개처럼 짖으라면 짖을 테니 제발 마약 주세요오오오~!!!" 그리고 마약 구입할 돈을 마련하려고 눈 뒤집어져서 끔찍한 범죄도 불사하게 된다.

무슨 악령에 들린 것도 아니고 몸이 어떻게 해야 저렇게 폐인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몸은 서서히 망가지고 얼굴은 폭삭 삭고 인상이 망가져 버린다. 일시적인 쾌락 대신 얻는 대가로는 참 가혹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저런 물질이 절대 근절되거나 병원· 약국 한구석에서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지하 경제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이다.

* 살다 살다 내가 마약을 소재로 글을 쓰게 되다니..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8/11 19:29 2017/08/1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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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좌우로 나란히 놓여 있고, 2인 승무를 하는 대형 여객기에도 기장과 부기장은 좌우로 나란히 배치된 조종석에 앉는다. 그러나 복좌식 전투기는 좌석이 앞뒤로 나란히 놓여 있다.

전투기는 겨우 한두 명이 타는 것치고는 덩치가 굉장히 크다. 그 작은 안둘기(An-2)가 조종사 포함 10여 명의 인원이 탑승 가능하고 세스나 172 같은 경비행기도 승용차 정도의 인원은 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길.
전투기는 나머지 공간에 전부 연료와 무장을 싣느라 덩치가 커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객기 조종석에는 좌우에 모두 조종간이 달려 있던데 전투기의 전방석과 후방석은 어떤지 모르겠다. 일단 기체를 조종하는 건 전방석 파일럿이 하고, 무장이나 폭격 같은 건 후방석 파일럿이 한다고 한다. 그리고 굳이 공격을 안 하더라도 조종사 말고도 사람이 탈 자리 여유분이 적어도 하나는 좀 있어야지..

그런데 전투기를 타고 날기만 했다고 다가 아니다. 진급이나 민항사 진출을 위해서는 전방석 비행 시간을 잔뜩 적립해야지, 후방석은 경력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서로 작전 수행에 기여하는 비중이 대등하지 않은가 보다.

그리고 각 파일럿들의 누적 비행 기록은 자동으로 전산 처리되어 관리되기라도 하나 궁금하다. 이것도 마치 자동차의 적산거리계처럼 조작 가능성이 있으면 안 될 텐데 말이다.
전방석과 후방석은 마치 학계의 논문에서 주(제1) 저자와 제2저자의 차이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연구 실적 기여도 같은..;;)

지상의 군용차들은 왕창 튼튼하고 무겁고 힘이 좋겠지만 날렵하지는 않다. 무한궤도를 이용해서 험지와 45도 경사를 오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슨 제로백이 5초 이내이거나 하지는 않다. 고성능이지만 스포츠카 같은 고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전투기는 자동차로 치면 부가티·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의 기동성과 날렵함을 갖췄으면서도 무장도 달렸다. 공중의 그 어떤 비행체도 따라잡고 격추시킬 수 있다. 그러니 멋있지 않을 수 없다. 아가리 파이터, 스트리트 파이터가 아니라 이런 게 진짜 '파이터'이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동차나 교통수단에 탑재되는 좌석은 그냥 등받이의 각도 조절(리클라이닝) 기능만 있는 편이고,
과거에 철도 차량 중에 구형 통일호 객차의 좌석은 각도 조절이 없는 대신, 등받이를 밀어서 전후 진행 방향을 바꾸곤 했다.

그런데 기울여서 책상과 등받이를 겸하는 건.. 나름 참신한 디자인 같다.
비행기로 치면 로터와 프로펠러를 겸하는 틸트로터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3.
여러 스포츠들 중 양궁은 우리나라에서 태권도 만만찮게 올림픽 메달 싹쓸이 효자 종목이다. 허나 양궁은 조직이 돌아가는 게 태권도 협회보다 훨씬 더 모범적이며, 긍정적인 쪽으로 대단하고 특이한 면모가 많다.

양궁은 불모지에서 천재 스타가 어쩌다 한번 혼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없다. 피겨 스케이팅 김 연아, 수영 박 태환 같은 거 말이다. 마라톤은 이 봉주를 끝으로 아예 명맥이 끊겼잖아.. 그런데 양궁은 그렇지가 않고 그야말로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인재 풀' 형태이다. 독고다이 스타라는 게 없다.

선수 선발 기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닥치고 오로지 성적이다. 대학원들 중에서 외대 통· 번역 대학원은 학부의 간판· 성적이고 면학 계획서고 그딴 거 다 씹어먹고 오로지 학부 졸업장과 번역 테스트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다는데 그런 걸 보는 것 같다.
양궁은 오늘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다음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리라는 보장은 1도 없으며, 실제로 그러하다. 자리를 매의 눈으로 노리고 있는 후배들이 곧바로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선수의 세대 교체도 엄청 빠르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기에 앞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뽑히는 게 더 어렵다. 축구처럼 물리적인 체력이 딸려서 젊은 후배들에게 밀려나고 은퇴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공부 댓다리 잘하는 애들한테는 수능보다 닥치고 변별력 뛰어난 본고사 학력고사가 더 유리하듯, 한국 양궁 선수들은 비가 오고 주변이 시끄러우면 오히려 "땡큐!" 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더 쳐발랐다.
올림픽의 양궁 룰 개정은 과장 좀 보태면 한국의 메달 독식을 좀 어떻게든 견제하려고 머리 굴려 온 내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양궁은 판정 자체도 화살이 과녁 중앙에 얼마나 가까운지만 보면 되니, 다른 경기처럼 심판의 판정이나 비디오 판독 그런 거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얼마나 우아한 자세로 활을 쏘나, FM대로 활과 화살을 파지하나, 활 겨누기 위해서 상대편 선수와 몸싸움 하다가 반칙 저지른 거 없나 그런 걸 보지는 않으니까!
결과만으로 승부하니 아주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과목으로 치면 뭔가 수학적이기까지 해 보이는 개인 멘탈 스포츠이다. (물론,멘탈 스포츠라고 해서 체력 단련 안 하는 건 절대 아님)

협회는 비리 없고, 선수들은 승부조작이나 약물 같은 그 어떤 부정의 여지도 없는 청정지대이다. 세상에, 국내 체육계에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진 곳도 있었나? 지금까지 양궁 후원 많이 해 준 대표적인 기업이 내가 알기로 삼성 말고 현대 그룹 계열이다.

펜싱과 검도가 다르고, 군대 사격· 저격과 스포츠 사격이 다르듯, 스포츠 양궁도 전근대 시절에 사냥 내지 전쟁용으로 운용된 활이나 석궁하고는 물리적인 특성이 좀 다른 구석이 있을 것이다.

4.
요즘 전자레인지는 가열(조리)이 끝난 뒤에도 사용자가 뚜껑을 열어서 음식물을 가져갈 때 내부적으로 웽~ 소리가 나는 편이다. 자체적으로 내부 냉각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건 정상적인 현상이며 오동작이나 고장이 아니니, 안심하고 쓰라고 제품 측면 어딘가에 안내가 돼 있다.

그리고 요즘은 에어컨도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바로 꺼지지 않는다. 거의 10~20초 가까이 자체적으로 송풍을 더 하다가 꺼지며, 그 이유는 명확하다. 필터를 좀 건조시켜서 곰팡이와 악취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하는 일은 서로 다른 가전제품이지만 가동 완료 후에 후처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5.
길거리에 어떤 가게가 있는데, 그 이웃 또는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동일 업종의 가게가 또 문을 열었다고 생각해 보자. 이건 일반적으로는 상도덕 위반인 지탄받을 일이라고 여겨지며 욕 먹는다.

그런데 작정하고 동일 업종의 유명 가게들이 몇십 개 이상 특정 장소에 밀집해서 단지를 구성하고 있으면 이게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다. 전체 매출은 가게들이 제각기 따로 있을 때 이들의 매출의 합보다 더 커진다. 이 많은 가게들 틈바구니 중의 하나로 끼어 봤자 돈을 얼마나 벌겠나 싶지만 상인들은 기를 쓰고 이 단지 안에 입주하려 하며, 혼자 따로 노는 것보다 여기 안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상도덕 팀킬이고 어디부터가 밀집 시너지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작은 거짓말은 안 믿어도 큰 거짓말은 선뜻 믿는다거나, 사람을 조금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엄청 많이 죽이면 영웅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 세상살이가 마냥 단순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지방에서 무슨 공무원이나 다른 전문직 같은 걸 확보하고 있지 않은 한, 사람들도 일자리와 관련해서 이런 시너지에 편승하려고 기를 쓰고 서울에 가려 하는 것이지 싶다.

6.
지난 봄쯤에 코레일에서 평범한 대졸 신입사원 말고 경력직· 특수 분야 전문직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었다.
코레일에서 사무직이나 기관사 승무직 말고 웬일로 컴공 출신 프로그래머도 뽑다니, 본인은 그걸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기는 전문 IT 업체가 아니니 부서별로 두세 명 극소수만 뽑는다.

보직에 따라 서울 아니면 대전에서 근무하게 된댄다. 직무 분야를 보니 무척 인상적이었다.

  • 서버 프로그래밍 및 API 개발
  • 광역철도 자동 운전을 위한 세부 알고리즘 구현
  • 유지보수 무인화를 위한 무선센서 네트워크 제어 알고리즘 구현
  • 철도차량 소프트웨어 운용 및 관리정책 제언

도로 공사에서는 장기적으로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차를 세우는 형태의)를 없애고 스마트 하이웨이로 가려 하듯, 코레일에서는 관심사가 온통 무인 운전에 쏠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광역전철까지도 말이다. 그러니 10년 뒤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저런 사람을 뽑는 거다. 그 대신 승무 쪽은 점점 더 채용이 줄어들 것이고.

그도 그럴 것이 930명이 넘는 사람이 타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도 기관사는 1인인데, 10량짜리 전철이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기관사+차장 2인 승무인 것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지 싶다. 노조의 입장에서는 안전 운운하면서 1인 승무조차도 반대하고 이런 사고방식을 굉장히 싫어하겠지만 요즘 철도계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과 트렌드, 그리고 경영자의 생각은 노조의 생각과 다르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7.
본인은 7차 교육과정이네 수행평가네, 단군 이래 최저 학력 이러던 일명 이 해찬 세대의 바로 윗세대이다. 아마 6차 교육과정의 끝물을 겪었지 싶다.
1990년대 말의 사정이 그랬고 교육과정 차수가 거의 5~10년에 한 번꼴로 올라가 왔으니 본인은 지금쯤이면 교육과정이 9~10차 정도로 개정됐으려나 으레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현황 정보를 검색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명목상으로는 7차 교육과정 상태이다. 그런데 이걸 끝으로 교육과정에 예전 같은 대규모 메이저 revision을 하지는 않고, 7차부터는 7-1, 7-2 같은 식으로 소규모 수시개정만 하는 듯하다. 단, 지금으로부터 10년쯤 전인 2007년에는 7차 초기의 구조와 다소 동떨어지는 대규모 개정이 있었던가 보다.

이런 넘버링 방식을 보니 현실의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예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Windows의 경우 2015년에 나온 10을 끝으로 브랜드명이 바뀌는 대규모 버전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웹으로 수시 패치만을 배포한다. 뭐, 1주년 업데이트라고 해서 예전의 서비스 팩에 준하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으며 지금의 Windows 10은 출시 직후의 10과는 이질감이 굉장히 많아지긴 했다.

하지만 브랜드명을 매번 생각해 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 매번 운영체제의 비주얼을 바꾸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지 결국은 마소의 정책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흥미롭다.
경쟁사의 제품인 macOS는 클래식이 1부터 9까지 올라갔다가 최신 버전은 번호를 10으로 굳혀서 OS X라는 명칭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X를 떼어냈으니 Windows보다 더 먼저 Windows 10 같은 상태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뿐만 아니라 헌정 체제도 제6공화국 아래에서 노 태우로부터 박 근혜에 이르기까지 n기 정부이다.
6공화국 이후로 설마 옛날의 군사정권이나 유신 같은 급의 거대한 개정· 개헌은.. 글쎄,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통일(멸공이든 적화이든) 정도의 엄청난 이벤트가 발생한 뒤에나 가능하지 싶다.

단순히 대통령 임기나 중임 관련 규정이 바뀌는 것(제10차 개헌)으로는 공화국 번호(제7공화국!)가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그나마 그것마저도 확실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은 헌법이 고치기가 굉장히 어렵게 돼 있기 때문이다.

잡소리가 굉장히 길어졌다만, 날개셋 프로그램들도 9.x 이후부터는 뭔가 이런 '작은 버전업'을 선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타자연습은 오래 전부터 단순 소수점 기반의 버전 넘버링만으로 한계가 있는 처지에 이르렀다. 3.x 초반에 지금의 프로그램 뼈대는 거의 완성됐고 가까운 미래에 프로그램의 기반이 싹 바뀌고 기능이 크게 추가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3.x부터는 0.01씩 올리다가 0.1씩 올리다가 하면서 결국 3.7에 이르기는 했지만 번호가 좀 부자연스럽다.
더구나 얘는 자신의 변화 없이 입력기의 버전업만으로 같이 업데이트되기도 했는데 이런 것까지 미세하게 기술하기가 어려웠다.
교육과정 번호를 생각하니 이런 생각도 연달아 떠오르더라.

Posted by 사무엘

2017/07/24 08:28 2017/07/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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