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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류와 기류

바다라고 해서 다 똑같이 제자리에서 출렁거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엔 마치 무빙워크처럼 유속이 다른 일정한 흐름이 있다. 애니메이션 '니모'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약간 과장이 곁들어진 형태로 묘사되어 있듯이 말이다. 지구의 자전과 달의 인력이 참으로 지구 자신을 살아 있는 행성으로 만드는 게 틀림없다.

그런데 오늘날 당연히 알려져 있는 이런 사실이 불과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사실이 아니었나 보다. 1850년대에 세계 최초로 해류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바닷바람과 해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여 항로 기상도를 작성한 사람은 매튜 머리(Mathew Maury)라는 미국의 해양학자이다.

그리고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으며, 병상에서 성경을 묵상하던 중에 시편 8:8에 나오는 '바다들의 행로'라는 단어에서 착안하여 바닷길을 발견을 해냈다는 건 아주 잘 알려진 일화이다. 덕분에 이 사람은 크리스천 과학자, 성경의 과학성, 창조 과학 같은 주제를 다룰 때 예화로 거의 무조건, 정말 자주 등장한다.

그로부터 딱 100여 년 뒤엔 해류에 이어 기류라는 것도 발견되었으니 매우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의 말기이던 1944년엔 일본을 공격하고 복귀하던 어느 미군 폭격기 조종사가, 태평양을 횡단하는데 갈 때와 올 때 비행기에 걸리는 부하와 연료 소모, 소요 시간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이것이 공중에 굉장히 빠른 공기의 일정한 흐름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규명했다. 바람을 타고 가느냐, 거슬러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제트 기류이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땐 한국-일본 방면 벡터로 비교적 곧게 가고 시간도 덜 걸리지만, 돌아올 땐 알래스카 쪽으로 돌아서(?) 가고 시간도 더 걸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제트 기류가 하필 항공기의 순항 고도에 딱 맞춰 존재하는 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육지에서 길이라 함은 단순하게만 보면 발자국이나 바퀴 자국이 많이 쌓여서 특정 목적지를 향해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한 일정 길이의 표식/시설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큰 길은 일정 폭 이상으로 포장까지 되어서 큼직한 수레가 적은 힘을 들이고도 편리하게 굴러갈 수 있으며, 비가 내려도 진흙탕까지 되지 않는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유체(바닷물 내지 대기) 중에 존재하는 '길'이라는 건 육지의 길과는 개념적으로 다른 종류이지만, 그래도 방향성을 띠고 있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비행기나 배의 동력 효율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길'을 논하자면 길 중의 길이요, 길 중에 단연 으뜸인 철도가 빠질 수 없다.
철도의 선구자들 중에 성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과학자, 기술자는 없나 궁금하다. 허나 불행히도 KJV에서 rail은 '욕하다'라는 동사로만 쓰인다. ㅜ.ㅜ 우리나라엔 <레일러>(Railers)라는 철도 동인지까지 있는데 성경에서는 그게 '욕설하는 자'라고 버젓이 번역되어 있으니, 참 딱한 노릇. 물론 두 단어는 그냥 우연히 생긴 동음이의어일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19 08:14 2013/01/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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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병기 이야기

인간이 무력을 행사하여 적의 인명을 살상하고 재산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흔히 무기 또는 병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중 화약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만을 실어서 다루는 도구를 '냉병기'라고 하며, 나중에 발명된 총, 수류탄, 대포 따위는 그 반대인 '열병기'라고 한다.

열병기가 발명되고 널리 보급됨으로써 전쟁의 양상이 크게 바뀌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대표적으로, 갑옷이 무의미해지고 퇴출됨). 열병기는 재래식 열병기와 핵무기로 또 나뉘기도 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핵무기가 위력이 워낙 사기급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열병기가 발명되기 전에 수천 년간의 인간 전쟁사에서 현역으로 뛰었던 냉병기에 대해서 그 종류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둔기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사용한 병기는 역시 둔기(날이 안 서 있는 몽둥이, 빠따-_-, 도끼, 철퇴 같은 무기)이다. 가장 만들기 쉬운 도구이니까. 나무로 된 방망이 하나만 들고 휘둘러도 그냥 주먹이나 발로 타격을 가하는 것에 비해 질량, 모멘트(길이 증가와 더불어 회전력도..), 충격량(더 단단한 접촉면)이 모두 다 더 커지면서 살상력이 증가한다.

둔기에 대해서는 성경적으로도 이렇게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장면(성경이 말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 사건)을 묘사한 그림에서, 카인의 손에 보통 무엇이 들려 있던가? ㅋㅋㅋ 성화들이 다 고증이 잘 맞는 건 아니지만, 저 고증은 내가 보기에 정확하다. “사람을 쳐서 죽게 한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 (출 21:12)
둔기는 자르거나 찌르는 데는 약하기 때문에, 다른 냉병기들에 비해서 오로지 무거워야 충분한 살상력을 낼 수 있다.

2. 창

길다란 막대기 위에 뾰족한 쇠붙이가 달려서 찌르기가 가능한 도구이다. 냉병기 중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지라,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가장 널리 쓰인 냉병기는 활과 더불어 창이라고 한다. 검이 아니라 창인 게 뜻밖이다. 창이 더 길고 더 만들기 쉽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일까? 모순(矛盾)이라는 유명한 한자어도 '창과 방패'라는 뜻이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옆구리에 이것을 찔리셨다. 그리고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할 때도 그는 이것을 던졌다. 창은 손에 쥔 채로 찌르는 용도뿐만 아니라 던지는 용도로도 쓰인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래서 성경에도 javelin과 spear라는 두 종류의 창이 나온다. javelin은 던지는 용도에 맞춰져 spear보다 더 가볍고 작은 창이다.

3. 검

도검류는 몸체의 대부분이 금속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크기 대비 살상력이 뛰어나며, '찌르기'뿐만 아니라 '자르기, 썰기, 베기'가 가능하다. 칼은 단검부터 대검까지 다양한 크기가 존재하며, 여타 냉병기와는 달리 '칼집'이라는 보조 부품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베는 성능이 우수하면서 크기도 큰 칼은 만들거나 다루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부엌칼도 잘 드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주부의 일손을 돕는 정도의 편차가 아주 크다) 또한 칼은 의외로 날이 손상도 잘 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쟁에서는 칼의 가성비가 창의 그것에 밀린 것 같다.

그래도 병기로서의 존재감은 역시 칼 만한 게 없다. 성경은 영적 군사의 모습을 로마 병정에다 비유한 엡 6:13-17에서 방어가 아닌 유일한 공격용 무기로서 검을 언급했다. 하나님의 말씀 도끼나 창이나 철퇴가 아니라 검에다 비유한 것이다. 또한 이런 표현도 있다. “그(공권력 집행자)가 헛되이 칼을 차지 아니하나니.” (롬 13:4)

이런 점을 감안하여, 오늘날 세계 각국의 경찰은 범죄자들을 제압할 때 몽둥이 아니면 차라리 권총을 사용하지 도검류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도가 피해자(특히 인질)를 위협할 때 칼을 쓰지, 경찰이 칼을 쓰는 것은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 않는가?
국민을 상대로 필요 이상의 위압감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 같다. 또한 이와는 반대로 일제 강점기 때 일제는 기선 제압 효과를 얻을 목적으로, 헌병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선생들까지도 길다란 일본도를 차고 강단에 서게 했던 것이다.

4. 던지거나 쏘는 물건

화약을 쓰지 않는 냉병기라고 해서 근접(melee) 공격 무기만 있는 건 아니다. 부메랑이나 표창이나 활도 엄연히 냉병기이기 때문이다.

무릿매는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데 쓴 아주 유명한 무기이다. 이게 생각보다 유용하며 살상력이 크다고 한다.
활은 다윗과 요나단이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한 도구이다. 사울 왕과 훗날 아합 왕은 화살에 맞아 죽었다.

냉병기를 다루던 스킬 중 궁술과 검술은 스포츠로 남아 있으나, 창은 그나마 창 던지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활은 총이 최초로 발명되어서 화약 심지에다 불을 붙여서 발사를 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왕창 허접하던 시절에는 그나마 총과 대결할 만한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탄피가 발명되고 총이 기관총 수준으로 빠른 격발이 가능해지자, 활은 총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마치 증기 기관차가 은퇴하듯 전쟁용으로는 은퇴하고 말았다. 단, 활의 '정숙성'만은 화약 폭발이 필요한 총이 흉내 내지 못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14 19:25 2013/01/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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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액체

흔히 화학적으로 물질의 상태는 플라즈마 같은 특수한 상태를 제외하면 통상 기체(gas), 액체(liquid), 고체(solid)라는 세 상태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 중 기체와 액체는 고유한 형체가 없으며 고체와는 다른 공통점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체(fluid)라고 한데 분류되기도 한다. 내부에 부력과 양력이란 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논하는 '유체 역학'이라는 물리 분야도 있다.

그런 유체 역학의 관점에서는 고체가 아웃사이더이다. 하지만 액체를 아웃사이더로 보는 관점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액체에는 액체 그 자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너무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물’이라는 물질이 있다. 물이 얼마나 흔해 빠진 물질이면서 한편으로 얼마나 특이한 물질인지는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체 얼음이 액체 물보다 부피가 더 크고 밀도가 작아진다는 것 하나만 생각해도 말이다.

물이 특이한 점은 지구의 특이한 점과도 결부된다. 물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상온'이라는 기온대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매우 드문 물질 중 하나이다. 생각을 해 보시라. 물과의 혼합물 말고 화학적인 순물질(원소 또는 화합물) 중에서 액체인 놈이 또 뭐가 떠오르는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수은 같은 것 말고는 선뜻 떠오르는 게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 역시 전우주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표면의 대부분이 바다라는 '액체'로 뒤덮여 있는 매우 희귀한 행성이다! 다른 행성들은 혹독한 저온 또는 고온 때문에 표면 전체가 고체 아니면 기체이다. 착륙할 땅이 없는 목성 같은 행성의 경우, 표면과 가까워질수록 방사능과 유독가스의 농도 및 압력이 겉잡을 수 없이 짙어지면서, 접근하는 모든 물질을 파괴하고 으스러뜨리게 된다.

2. 알코올

지구상에는 물 말고도 '기름'이라는 액체가 있다. 기름은 (1) 물보다 가볍고 (2) 물과 섞이지 않으며 (3) 불에 잘 타는 액체의 총칭으로, 화학적인 특성만을 규정할 뿐, 화학적으로 특정 성분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저 세 속성 중 일부만을 만족하는 물질은 지구상에 거의 없기라도 한지? 어떻게 저 세 특징을 한데 '기름'이라고 싸잡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던 점이다.

(1)과 (2) 때문에 기름에 붙은 불은 물을 뿌려서 꺼서는 안 된다. 또한 (2)는 '물과 기름'이라는 관용구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로 유명한 특성이며, 씻어 내는 것도 물만으로는 안 되고 비누나 세제를 필요하게 만드는 더티한 주범이다. 그리고 (3) 때문에 기름은 '연료'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기름의 통상적인 특성에 비해 알코올은 좀 색다른 면모가 있는 물질이다. 분명 물보다 가볍고 불에 잘 타는 액체인데.. (2)는 아니다. 물과 잘 섞인다! 끓는점의 차이를 이용해 물과 섞인 알코올의 분별 증류가 가능할 정도이다. 세상에 물과 잘 섞이는 액체 연료가 알코올 말고 또 있나..?

이 때문에 알코올은 천연 가스만치 위험하지는 않으면서도 다른 연료에 비해서 깨끗하다는 심상을 주며, 이는 실제로 맞는 말이다. 물만큼이나 쉽게 증발하여 흔적 없이 잘 사라진다. 에탄올을 괜히 소독용으로까지 쓴 게 아니다. (피부에 묻은 에탄올이 증발하면 물이 증발할 때보다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또한 연소 과정에서도 알코올은 그을음 없고 높은 온도를 잘 낸다. 이게 유용한 면모여서인지, 알코올 램프(+비커+삼발이..^^)는 테란전에서 캐리어가 프로토스의 상징인 것처럼 과학 실험의 상징이다. 가스나 석유 대신 알코올을 쓴다는 뜻. 물론, 굉장한 고온이 필요할 때는 가스를 연료로 쓰는 토치나 분젠 버너가 동원되겠지만.

파라핀 촛불의 노란 겉불꽃이 1400~1500도 정도인 반면, 알코올 램프의 파란 겉불꽃은 1700도를 넘어서 더 뜨겁다. 양초에 비해 알코올 램프의 심지는 더 굵직하다. 촛불은 불기만 해도 꺼지지만 알코올 램프는 불어서 끌 수 없으며 이는 위험한 시도이다. FM은 불길 위에다 램프 뚜껑을 확 씌워서 공기 공급을 끊어서 끄는 것이다. 불을 끈 뒤, 뚜껑을 다시 열어서 알코올 증기를 내보낸 뒤, 다시 닫아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알코올은 상온에서 액체이긴 하지만 알코올이 너무 적은 상태로 램프가 장시간 방치되면, 증발한 알코올 가스가 램프 안에 고이게 되고, 이게 나중에 램프를 켜는 불꽃에 닿는 순간 한꺼번에 퍽 폭발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어지간한 도시가스 누출 사고처럼 실험실을 다 박살 낼 정도의 비극을 부르지는 않겠지만, 램프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다치게 할 수준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실 안전 수칙에는 어딜 봐도 “알코올 램프에는 알코올을 최소한 2/3 이상의 양으로 충분히 채워 둘 것”이 명시되어 있다.

3. 술

알코올은 수산화(OH) 기질을 담고 있는 여러 탄화수소 화합물의 총칭이기 때문에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건 역시 분자 구조가 간단한 에탄올과 메탄올. 둘 중에서는 메탄올(CH3OH)이 에탄올보다((C2H5OH)도 더 단순한 가장 간단한 구조이며, 이게 알코올 램프를 포함해 연료로 공업적인 용도로 쓰이는 물질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연료로만 유명한 물질이 아니다. 알코올은 그 이름도 유명한 '술'의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일단 메탄올은 그야말로 샤악이나 마찬가지인 맹독성 물질로, 인체에 들어가면 장기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10ml남짓만 섭취해도 눈이 멀어 버리고, 30~40ml가 체내에 들어갔다간 죽는다. 주사기나 스포이트 하나를 차지할 만한 적은 양만 먹어도 그 정도의 참극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독약을 먹고 죽는 건 뭘 먹든 굉장히 고통스러운 죽음이다.

그런데 알코올에 속하는 화합물 중 유일하게 에탄올은 얘기가 좀 다르다. 물론 무슨 식용유 같은 부류가 아니며, 많이 먹어서 몸에 좋을 건 절대 없지만... 그래도 먹는다고 메탄올처럼 저렇게 곧바로 몸이 망가지고 죽는 건 아니며, 신체를 약간 각성시키고 기분을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다. 왜 하필 에탄올만 그런 걸까?

물론, 술은 그 약간의 순기능만 논하기에는, 사람을 개로 만들어서 인류에게 역사적으로 끼친 해악도 솔직히 너무 크다. 인류 역사상 세상의 그 어떤 마약보다도 많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가정을 파괴한 약물이 바로 알코올이다. 각종 종교라든가 종교 수준의 엄격한 도덕을 요구하는 집단에서 술을 괜히 절대적으로 죄악시· 금기시하는 게 아니다. 술만 처먹으면 괴물로 변해서 부인이나 아이들을 때리는 가장을 둔 가정 구성원의 피눈물은 당사자가 아니면 정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난 여름엔, 만취 상태에서 정신줄 놓은 어느 운전자가 공항 고속도로에서 시속 거의 180에 가까이 과속을 하다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돌시켰었는데 그 사고 기억하시는가? 뒷부분을 추돌 당한 승용차는 화재가 났고, 일가족 네 명이 차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몽땅 몰살을 당했다! 도대체 정체도 없이 고속도로를 멀쩡히 잘 달리던 차가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도 아니고 추락도 아니고, 어떻게 추돌을 당해서 일가족이 몰살 당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게 가능한 정확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보험사들도 바보는 아니니,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자해나 다름없다고 봐서(=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쌤통이라는 뜻) 자차 보상은 안 해 준다. 대인· 대물 보상은 가해자가 최대 200만원까지는 부담해야 하고, 그 이상 넘어가는 액수만 원래는 보상을 안 하다가 하기 시작했다. 음주운전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서 열외되는 11대 중과실에 당연히 속하며, 각종 벌금이나 징역 같은 행정 처분에 대해서는 보험사도 면책이다. 아마 저 운전자는 차도 내 기억으로 제네시스이던데 자비로 수리하거나 폐차해야 하고, 면허 취소에 100% 구속에 몇 년간 교도소에서 징역 살면서 술로 인한 패가망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 봤자 피해자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사형에 처해도 분이 안 풀리겠지만.

제아무리 “술은 취하지만 않을 정도로 마시면 된다”라고 술에 관대한 사람이라 해도,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음주운전에 대해서까지 관대한 사람은 없다. 얼굴 안 뻘개져도 한 잔을 마셨으면 한 잔만치 소량이나마 취한 것이고,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신체와 머리의 대처 능력이 감소해 있다. 그리고 술을 금지하는 종교는, 동일한 맥락에서 음주운전이 아니라 아예 “음주생활”을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술을 금지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먼저 술을 입에도 안 대야, 진짜 알코올 중독자 개차반들도 술을 끊게 될 테니까.

그런데 이놈의 술은 아무리 얄밉다 해도 아주 없앨 수는 없다. 세속의 관점에서 술은 안타깝게도 사회와 문화 전반에 현실적으로 너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제아무리 혼자 의롭고 유능한 통치자, 아니 독재자가 나타난다 해도 술은 못 없앤다. 우리나라의 서슬 퍼런 독재 정권도 관습상의 음력 설(구정)은 결국 못 없앴으며, 이스라엘의 선한 왕도 산당들을 못 없앴듯이 말이다. 조선 영조 때의 금주령, 20세기 초 미국의 금주법도 성공하질 못했다. 법으로 금지해도 술 마실 사람들은 결국 어둠의 경로로 구해다 마시면서 사회 구조는 더 망가져 왔다.

술을 금지할 수는 없으니 결국 높으신 분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술도 유통을 합법화는 하되 세금을 왕창 매기는 것이다. 이건 꼼수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리고 솔직히 술·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 수익보다, 술· 담배 때문에 건강 망쳐서 발생하는 의료보험 추가 지출, 각종 사고 수습 비용이 여전히 더 “많다”. 술· 담배 많이 소비해 주는 건 국가의 입장에서도 세금 셔틀 애국(?) 행위가 아니다! ㅎㅎ

우리나라도 못 살던 시절엔 의료 소독용 에탄올을 몰래 빼내서 물에다 섞어서 술이랍시고 마시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의료· 공업용으로 쓰이는 알코올은 주류용 알코올 같은 세금이 붙어 있지도 않으니 일거양득. 그러니 요즘은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비주류용 알코올은 에탄올이라 해도 색소나 메탄올이나 여타 독극물을 약간씩 섞어서 공급되며, 당연히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된다. 천연 가스는 누출을 감지하기 쉬우라고 냄새 나는 물질이 가미되어 공급되는데 알코올에는 이런 사연과 후처리가 있는 셈이다.

4. 맺는 말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휘발유)을 넣고, 식용유로 튀김을 만들어 먹다가 액체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고 알코올의 특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고, 이 글까지 쓰게 됐다.
물과 섞이면서 불에도 잘 타는 알코올 같은 물질이 세상에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게다가 그런 부류에 속하는 물질이 하필 술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니.

알코올은 분명 유용한 연료이며 여러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그 자체의 폭발력이나 화력, 쉽게 말해 옥탄가가 천연 가스나 석유에 비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랬으면 진작에 자동차용 연료로도 개발됐겠지. 어차피 알코올 자체도 공업적으로 합성할 때는 석유의 추출물로부터 만들어지기도 하니 아주 별개의 물질도 아니다.

한국어의 외국어 표기법은 모음이 연달아 오는 것을 싫어하며 특히 장모음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알콜'이 아니라 '알코올'이 됐을까? alcohol이라는 단어의 구조에서 볼 수 있듯, 사실 원래 단어는 '알코홀'에 가깝다. 음절이 하나 더 들어있기 때문에 '알콜'로까지 줄이지는 않고 '알코올'로 적는 듯하다.

이 단어는 이례적으로 어원이 아랍어이다. 아랍어에 유난히 '알'자가 많은데, 이는 영어로 치면 the와 비슷한 아랍어의 관사이다. '알코올'의 '알' 역시 같은 용도의 형태소이다. 심지어 알고리즘, 대수학(algebra) 같은 수학스러운 용어들도 어원이 아랍어 내지 아랍의 고유명사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21 11:55 2012/11/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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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

인간이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요소를 가리키는 용어로 '의식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먼저 의(의복).
사람은 누구나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 해도 최소한의 옷 한 벌은 무조건적으로 갖추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우주 공간이나 사막이나 극지방 같은 극도의 악천후에서 살지 않는 이상, 벌거벗고 지낸다고 해서 당장 생물학적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 옷이 무슨 물이나 산소나 음식 같은 물질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옷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과 결코 제대로 생활할 수 없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오직 인간만 말이다. 성경은 그렇게 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옷은 착용자의 신분과 격식을 나타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옷차림은 문화와 예절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적절한 의상이 갖춰져 있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상당히 난감해진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도 결혼식 예복을 갖춰 입지 못한 사람이 예식장에서 강퇴 당하는 비유가 등장한다(마 22:11-13). 교리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다음으로 식(음식)이다.
사람은 일차적으로는 물론 체력을 얻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밥을 먹는다. 그러나 식생활은 단순한 연명 활동을 넘어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하고 좋은 기분과 컨디션을 유지시키는 등,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의외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문명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식사 예절이라는 것도 문화에 따라 아주 정교하게 발달해 있다.

인간이 하루에 두어 차례 일과 활동을 중단하고 식사를 해야 하는 건 사실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비효율과 손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에게 필요한 열량과 영양분을 단번에 주입할 수 있는 알약 같은 게 개발된다 하더라도 수천 년간 지속되어 온 인간의 전통적인 식사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명되고 달과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오늘날 21세기에조차도 인류의 식량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전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이 많으며, 인간의 식량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땅의 소출, 다시 말해 농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농업은 예나 지금이나 하늘을 바라보고 의지해야만 돌아갈 수 있는 산업이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주(집)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집 문제 때문에 결혼조차 엄두를 못 내게 될 정도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병폐가 심각하다. 땅의 절대적인 면적이 좁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너무 좁게 사는 게 문제이다. 아무 곳에나 덥석 정착해서 사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입지 조건을 안 따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은 의와 식에 비해서 '주'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하는 것 같다. 산상수훈인 마 6:25라든가 만족을 명령하는 딤전 6:8을 봐도, 의와 식은 명시되어 있지만 주는 누락이다. 예수님 역시 변변한 거처가 없이 사셨다(마 8:20).

이는 다른 이유는 없고, 크리스천들이 세상에서는 영적으로 나그네· 순례자로 산다는 사상이 반영되어서 그런 것 같다. 진짜 본향은 하늘에 따로 있으니까. 집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면, 누구 말마따나 성경도 이렇게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집을 장만하고,' 자기 아내와 연합하여 그들이 한 육체가 될지니라.” (창 2:24 패러디)

※ 휴대용 식량

그럼 이제부터는 의식주 중에서 '식'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식사는 현장에서 갓 조리된 따끈한 음식을 충분히 가까운 곳(동일 건물)에서 바로 느긋하게 먹는 형태였다. 사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나 일터에서, 혹은 야외에서는 일일이 음식을 조리해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근처에 식당조차 없다면 남는 선택은 도시락밖에 없다. 남의 행동이나 생각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저지시키고 싶을 때,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라는 관용구가 쓰이는데, 이게 도시락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표현이겠는지를 잘 생각해 보자. ㅋㅋ

그나마 학교는 이제 전부 급식 체제로 바뀌었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무료 급식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니,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도시락을 일일이 싸 줘야 하는 부담은 덜게 되었다. 저게 무슨 돈으로 가능하겠는지에 대한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아무래도 도시락은 정식으로 차려 먹는 밥보다야 덜 따뜻하고 덜 신선하며, 원하는 형태의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더구나 단순히 점심 한 끼나 그렇게 때우는 정도가 아니라 뱃사람이나 군인의 식단은 어땠을까? 지금 같은 냉동이나 식품 보존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고기 같은 건 닥치고 소금에 절이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보존성을 위해 맛을 크게 희생한 식품만 맨날 섭취해야 하는 건 당사자들에게 큰 고역과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오늘날 단순 도시락 이상의 위상으로 통용되는 휴대용 식량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비행기 기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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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속도가 느리고 공간이 넉넉한 배야 장거리 여객선에는 주방이 있다. 열차에도 식당칸이 있다. 고속버스는 그냥 휴게소에 들르면 끝..;; 그러나 비행기는 그런 것까지 갖출 여건은 안 되니, 8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을 뛰는 여객기에서는 미리 납품받은 기내식을 승객들에게 공급하게 된다.

기내식을 받아 먹는 느낌은 참 독특하다. 비록 비행기에서 직접 조리를 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회용 용기에 달랑 담긴 한솥 도시락이나 예비군 점심 도시락 수준의 '대충'도 아니다. 기내식은 항공사의 이미지와도 큰 관련이 있다 보니,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기내식을 최대한 맛있고 싸구려 티 안 나고 실제 식사와 비슷하게 만들려 애쓴다.

하지만 공중에서는 단순히 데우는 수준 이상의 조리를 하기가 힘들고, 또 기내에 배기는 냄새와 뒷처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내식을 한없이 고급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내식은 일반 식사보다 의도적으로 고지방· 고칼로리를 추구하며 제조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극단적인 상황에서 승객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한 끼가 거의 1000kcal에 달한다니 말 다 했다. 그리고 지상보다 더 기압과 습도가 낮은 곳에서 먹는 걸 염두에 두기 때문에, 입맛을 돋우려고 조미료와 기름도 더 많이 넣고, 더 짜거나 더 달게 만든다. 보기와는 달리, 기내식만 많이 먹으면 건강에 별로 안 좋을 것 같다.

2. 전투 식량

식량의 조달은 식욕이 왕성한 수많은 장정들을 거느리는 군대를 운영하는 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군대에서도 주둔 중이나 평시에는 실시간으로 조리된 밥과 국과 반찬을 식판으로 퍼서 먹는 '일반 식사'가 나온다. 그러나 야전에서 훈련이나 작전 수행 중일 때는 역시 portable한 전투 식량이 배급된다.

야전에서 음식을 취급하는 속도는 행군 속도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투 식량은 휴대성과 보존성이 좋아야 하고 최소한의 물이나 불로 조리가 가능하며, 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날로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병사들이 먹는 음식이니, 굉장한 고열량이어야 하는 건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그러고도 전투 식량은 병사들의 입맛에 착 맞고 절대적으로 맛있어야만 한다. 참혹한 전장에서 병사들에게 일말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밥이라도 잘 먹여 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고 보면 총포의 기술 발달에 만만찮게, 식품 가공 기술의 발달도 군의 선진화와 현대화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한 셈이다.

그러니 전투 식량은 앞서 언급한 기내식만큼이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고, 일반인들이 많이 먹으면 비만에 걸릴 요소가 듬뿍 가미된다. 한국군에서는 굳이 야전에 안 나가고 내무 생활을 하는 중에도 이따금씩 정규 식사 대신에 전투 식량이 병사들에게 식사로 지급되는 때가 있는데, 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전투 식량 재고분을 소진하기 위해서이다.

밀덕 중에는 국군이나 미군의 전투 식량을 구해 먹으려고 벼르는 사람도 있다. 일반 음식보다 열악한 여건에서 먹으라고 만들어진 음식을 일부러 찾아서 먹는 이유는, 자신이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라는 특권 의식을 경험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전투 식량은 포장과 내용물 등 봐야 할 게 여럿 있기 때문에, 링크를 하나 소개하는 걸로 그림 소개를 대신하겠다.

참고로 전투 식량은 진짜 비상 식량과는 다른 개념이다. 비상 식량은 추락한 비행기의 조종사나, 조난 당한 선원이 구조될 때까지 무인도나 망망대해에서 생존을 위해서 섭취하는 고농축 영양제 같은 음식이다. 단순히 야전에서 작전 수행 중에 먹는 게 아니라, 작전 수행 중에 돌발상황이 불가피하게 생겼을 때 먹는 것이다. 비상 식량은 먹게 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로지 보존성과 휴대성만이 강조될 뿐, 맛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3. 우주 식량

우주인은 군인만치 그렇게 격렬한 육체 활동을 하지는 않으므로, 우주 식량은 전투 식량만치 고열량을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중력 내지 우주 공간에서는 지상에서처럼 음식 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우주식은 역시 기내식 만만찮게 조미료 도배가 되어야 한다. 또한 무중력 공간에서 인체가 잃기 쉬운 칼슘 같은 영양소를 우주식이 특별히 보충해 줘야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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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물리적인 형태를 살펴보면, 우주식은 같은 영양 성분이면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공 건조가 잘 되어야 하며, 그리고 가루· 부스러기가 날리는 형태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무중력 상태에서 음식 파편이 날리면 심각하게 골치 아파지기 때문. 그런 게 기계 내부로 빨려들어가 기계의 고장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니 초기의 우주식은 닥치고 튜브+빨대 형태였다. 먹을 때 입을 크게 안 벌려도 되고, 파편 유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와 영양학적 효율을 위해 맛을 크게 희생한 초기의 우주식은 우주 비행사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으며, 기술의 발달 끝에 지금은 어지간한 형태의 음식들은 다 우주식으로 개량이 가능해졌다. 김치, 라면, 불고기, 비빔밥, 미역국 같은 것도 모두 우주에서 먹을 수 있다.

우주식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음식과 식기가 흩어지지 않게 식판에 이례적으로 벨크로(찍찍이)와 자석이 붙어 있다.
이렇듯, 비행기 기내식과 군대 전투 식량, 그리고 우주 식량은 대체로 영양이 보강되어 있고 휴대성과 보존성이 강화되어 있다는 큰 공통점이 있으면서 세부적인 조건은 살짝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0/07 08:32 2012/10/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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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시나 산소 / 문과 출신인 나도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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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 디씨를 통째로 빵터지게 만들었던 유럽연합 님의 희대의 말실수 사건. 잠이 좀 덜 깬 채로 댓글을 달았는가 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닼ㅋㅋㅋㅋㅋㅋ.
지금은 검색을 해 보면 저 원본 스샷보다도, H2O가 산소라는 걸 풍자하는 대사가 담긴 온갖 만화 패러디 그림들이 더 많이 나돌고 있다.

요즘은 최악의 올림픽 오심 병크 때문에 H2O도 모자라서 1초의 정의마저 바뀌게 생긴 듯. 화학에 이어 물리까지

2. 안드로메다 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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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경에 서울 메트로 소속 4호선 모 전동차에서 직원이 LED 전광판을 테스트하느라, 승객이 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순간 저런 문구를 집어넣어서 승객들을 뒤집어 놓았다.
안드로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이 개념을 냅다 보내 버리는 안습한 장소...;;로 전락해 있다.

3. 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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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도 아니고, 멈춤도 아니고, STOP은 더욱 아니고, 북한에서는 교통 표지판에 저렇게 써져 있다고 한다..;;

비문도 아니고 의미 전달에 아무 결격사유가 없는 표현이 남한에서는 황당함과 웃음을 선사하는 이유는 언어학에서는 격식의 충돌 때문으로 분석한다. 북한이 평소에도 자기 특유의 우악스럽고 과격한 언어 활용을 공식 매체에서 즐겨 하기 때문에, 이를 풍자하여 “천하의 개쌍놈들” 합성 짤방이 나돌기도 하는 것이고 말이다.

4. 개미를 죽입시다 개미는 나의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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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어지간히도 슬프고 화가 났던가 보다. 진정한 적개심(...)을 느낄 수 있는 글인데 읽다 보면 웬지 웃긴다. 이것도 이제는 왕년의 “나일록 방석 갓다노라. 안 그러면 방법한다. 방법하면 손발리 오그라진다” 급의 전설이 되어 가는 중. 그나저나 크리스천은 모름지기 “육신을 죽입시다 육신은 나의 원수”를 외쳐야 할 것 같다.

5.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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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단어 암송시도 아니고...
왕년에 이 외수 씨를 경악하게 만든 전설의 시라고 한다.

가만히 읽어 보면, 성경 출애굽기에서 이집트의 아홉째 재앙인 어둠 재앙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지? -_-;;
그때 이집트 사람들은 진짜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며 이 재앙이 길이길이 가슴속의 하트에 기억될 리멤버가 되었지 싶다. 뭐, 서풍은 메뚜기 재앙을 끝낼 때 불었던 바람이긴 하지만.

지금도 “어둠의 다크”, “개미를 죽입시다”, “병시나 산소” 등은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자동 완성까지 되는 유명한 문구이며, 각종 웹툰에서 패러디까지 되고 있다.

6. 김 성모 만화를 너무 많이 본 사람이 작성한 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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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디 가입할 때 약관을 도통 안 읽는 것만큼이나
대부분의 크리스천들도 성경에 관심이 없으며 안 읽는다. (어쩌면 자기네 교회 헌법에도)

그래서 수백여 군데의 사이트에 저런 '빅장을 구사하고 뼈와 살이 분리되는' 약관이 한때 복붙으로 나돌았으며,
그런 것처럼 열세 군데가 삭제되고 6만여 군데가 변개된 성경이 오히려 진짜 행세를 하면서 버젓이 나도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03 08:24 2012/08/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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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잘 알다시피 국군이라고 불리는 정규 군대가 존재하고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너무 국력이 강해서 과거에 세계를 상대로 깽판을 친 벌로, 국제법상으로는 오히려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여건이 좋지 않고 국력도 충분치 못해서 반대로 징병을 안 하면 안 되는 신세가 된 게 한탄스럽긴 하다.

우리나라 국군의 기본적인 이념은 defensive이다. 아니, 사실 오늘날 적극적인 offensive를 표방하는 군대는 세계 경찰· 지구 방위대를 자처하는 미군-_-밖에 없을 것이다.
군대는 육· 해· 공으로 분야가 크게 나뉜다. 한국군은 국토가 삼면이 바다인 반도 지형인데도 불구하고 육군만 기형적으로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뭐, 비록 오늘날의 전쟁은 최첨단 무기의 각축장이긴 하나, 그래도 정말 최후에 점령지에서 깃발 꽂고 승리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은 언제나 재래식 육군 보병이니, 전쟁의 기본 구도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군대에는 군대를 잘 이끌어나갈 유능한 차세대 지도자가 필요하며, 이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도 육· 해· 공별로 총 3개의 사관학교가 있다. 육사는 서울 노원구에 있고, 공사는 충북 청원에, 해사는 창원에 있어서 남한의 북부· 중부· 남부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공사는 서울에 있었으나 1985년에 충청도로 이사 갔다. 그리고 옛 공사 부지가 지금의 보라매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것이 서울 지하철 7호선 보라매 역의 어원이다.
한편, 다른 덴 몰라도 해사는 당연히 바닷가 항구 도시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해군은 병사 훈련소도 사관학교와 동일한 창원시 진해군에 있다.

사관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명문 학교로 간주되고 있으며, 또 그래야만 정상이다.
군사 정권 시절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나, 지금도 경쟁률이 꽤 높으며 서성한이나 중경외시 사이는 충분히 되는 입결인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이 어려운 연간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사관학교는 학비는 물론 주거비· 생활비가 전혀 들지 않으며, 오히려 학교에서 품위유지비 월급까지 나온다. 입학하면 개인별로 노트북 PC가 지급되고 기숙사 방에는 프린터도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관학교는 학생을 상대로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까칠하게 굴 수 있다.
입학 전형은 여름 무렵부터 일찌감치 시작되며, 필기고사부터 시작해 내신은 물론 마지막의 수능 결과까지 입시에 반영된다. 필기고사는 3사관학교가 공동 출제하여 동시에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학생은 서로 다른 군의 사관학교에 동시 지원을 할 수 없다. 체력 검정과 신원 조회까지 다 한다.

최종 합격자는 고3 겨울방학 자유시간이 없다. 가입교 기간이라 하여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다 보내야 한다. 뭐, 해군과 공군처럼 100% 지원자로만 구성되는 군대는 병사도 가입교 기간이 있긴 하다만, 사관학교의 가입교는 성격이 좀 다르다.

정식 입학한 사관학교 학생은 생도라고 불린다. 영어로도 그냥 student가 아닌 cadet이라고 다른 호칭이 붙는다. 이들은 국비로 엘리트 장교로 양성되는 대신, 일반 대학생보다 개인 자유를 훨씬 더 제한당한 채 4년을 보내야 한다.
학교 생활 전반이 군생활이다. 수업을 들으러 기숙사에서 강의동으로 이동하는 것도 단순 등교가 아니라 학사 출장이기 때문에, 단체로 오와열 맞춰서 해야 한다.
방학다운 방학도 없으며, 이때의 스케줄은 군사 훈련이나 국토 대장정 같은 다른 활동으로 꽉 차 있다..

군대는 전쟁터에서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집단이 아니던가. 그래서 조직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야만성을 최대한 감추고, 그 대신 명예와 규율, 정의를 이념적으로 어지간한 종교 집단 이상으로 대단히 강조한다. 육· 해· 공 사관학교는 공통으로, 중간과 기말 때 감독이 없는 명예 시험을 실시하며, “사관 생도는 진실만을 말한다. 사관 생도의 언행은 언제나 일치한다...” 같은 honor code도 부과되고 있다.

생도는 학사 경고를 한 번만 먹어도 바로 퇴교(퇴학도, 제적도 아닌 퇴교)이며, 심한 질병이 아닌 다른 사유로는 휴학도 못 한다.
육사의 경우 낙하산 타고 뛰어내리는 공수 훈련을 무서워서 못 받으면 퇴교이고, 승마와 태권도도 졸업 때까지 무슨 급 이상까지 못 해내면 퇴교이다. 뭐, 이런 저런 식으로 언뜻 보기에 까다로운 제약 조건이 많긴 하지만, 군인 정신 투철하고 육사까지 갈 정도로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 못 할 수준은 물론 아니다.

이런 학교 시스템에 적응을 못 하고 퇴교하는 사람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것은 국가로서는 예산 낭비이고 손실이다. 성적 미달(능력 부족-_-)이나 질병(불가피) 이외의 사유로 퇴교하는 사람은--특히 자퇴하거나 사고 치고 짤리면-- 이제 국군에서 어떤 형태로든 장교가 영원히 될 수 없다. 그리고 1학년은 병-_-으로, 2~3학년은 하사로, 4학년은 중사로 곧바로 군 복무를 하게 된다. 뭐, 연장자도 자기가 원한다면 부사관 대신 병으로 복무할 수도 있긴 하지만.. 왕년의 짬밥이 있으니 군사 훈련은 물론 면제이고 바로 자대 배치이며, 육사에 다녔던 기간이 감안되어 복무 기간은 다소 짧아진다고 한다.

여자 생도야 퇴교와 동시에 군대와의 인연은 그대로 끝이다. 단, 남자든 여자든 가입교 기간에 뛰쳐나간 것은 애시당초 정식 입학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의 장교 복무 지원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된 4년간의 생도 생활을 마치면 이들은 군사학 학사와 더불어 자기 전공에 따라 문학사나 공학사, 이렇게 두 개의 학사 학위를 받고 소위로 임관한다. 이들이 방학도 없이 얼마나 빡세게 지냈는지를 감안하면, 학위를 둘 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듯. 임관식 때는 잘 알다시피 대통령을 비롯한 높으신 분들도 많이 온다. 이들의 의무 군복무 기간은 10년이나, 아마 5년차에 단기 전역 신청도 가능은 하지 싶다.

일단 중위에서 대위로 넘어가면 정말 군대가 단순 통과 경로가 아니라 삶의 목적이며 생계 수단인 사람들인데, 10년보다도 더 오래 남아 있으려는 사람은, 대령에 장군까지도 넘보는 군대 고위 간부요 만렙 지망생인 셈이다. 중령 이상 되면 전역 후에도 연금까지 나올 걸?

사관학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작은 학교여서 전교생이 몇백 명, 천 명이 될까말까이다. 그러니 실제 복무 중인 장교들은 사관학교뿐만이 아니라 학사 장교, ROTC 등 다른 출신이 더 많다.

하지만 이들 중에 사관학교 출신이야말로 성골이며, 진급이 가장 유리함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딱히 전쟁이 안 나고 누가 북한군을 몇 명 더 잡았다는 식으로 눈에 띄는 공적 기록이 없는 군인들의 세계에서는, 저런 출신으로 랭크가 생기는 게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다만, 이들이 더 힘들고 위험한 전방 부대의 전투 병과로 더 우선적으로 배치되며, 그런 곳에서의 근무 경력이 진급에 당연히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큰 사고 안 치면 중령까지는 거의 확실하고 대령부터가 갈라진다고 보면 된다.

생도와 일반 병사와의 관계는 어떨까? 사관학교는 학교인 동시에 일종의 군부대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잡일 근무하는 병사도 소수 존재한다. 사관학교 내부에 근로 장학생을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병사와 생도는 서로 다른 구역에서 생활하며, 마주치더라도 상종을 안 하는 게 불문율이다. 덧붙이자면, 육사 출신이 그런 병사들을 통솔하는 간부로 발령 나지도 않는다.

다만, 육사에는 생도들에게 승마를 가르치는 군마조교병이라는 특기병이 있는 건 특이점이라 하겠다. 병사가 생도를 가르친다니! 이곳에서 근무하는 병사의 인터뷰를 본인은 본 적이 있다.
또한 여기가 비록 군사 시설이라 해도, 민간인의 사관학교 방문은 국정원을 방문하는 것만치 까다롭지는 않다.

사관학교는 잘 알다시피 해병대처럼 학번 대신 기수로 서열을 매긴다. 군대가 무슨 민영화-_-를 해서 다른 경쟁 사관학교가 있기라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사관학교 출신들은 순혈주의-_- 동문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고, 교수들도 당연히 육사면 육사, 공사면 공사 등 동일 학교 출신이다. 군 복무 기간 동안 군에서 보내 주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한 케이스라 하겠다.

사관학교 출신은 비록 군대에 오래 몸담지 않고 일찍 예편한다 하더라도, 앞서 말했듯이 나름 명문대 출신으로 사회에서도 응당 인정을 받고 있다. 회사에서도 사람 뽑을 때 같은 값이면 병보다는 장교 복무 경력이 있는 사람을 더 쳐주지 않던가? 게다가 공사 졸업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은 민간 항공기 조종사라는 마법의 진로까지 있다. 군대보다 보수가 훨씬 더 좋고, 민항사에서 공사 출신 인재를 적극 원하기도 하니 윈윈 게임인데 정작 공군 측에서는 인재 유출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 (과학고/카이스트에서 국비로 공부한 이공계 인재가 그래 봤자 다 의대로 빠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차원의 고민쯤으로 생각하면 됨 ㄲㄲㄲㄲ)

사관학교는 명목상 국립 특수 대학교이긴 하지만, 대표자의 직함이 총장이 아니라 교장이다. 얘네들은 이상하게 '교'짜를 좋아한다. 역시 국립 특수 대학교인 카이스트는 한때 대표자의 직함이 원장이었는데, 한 2004년 무렵부터 총장으로 바뀐 케이스에 속한다.
요즘은 사관학교 교장은 중장, 다시 말해 쓰리스타의 보직으로 여겨지고 있다. 군 지도자를 양성하는 최정예 교육기관을 대표하는 보직이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육· 해· 공을 막론하고 역대 사관학교 교장들의 재임 기간을 보면, 임기가 굉장히 짧다. 교장이 거의 2년 주기로 바뀌며, 생긴 지 길어야 70년도 안 된 학교가 교장의 대수가 3, 40대에 육박해 있다. 왜 그럴까?
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수시로 바뀌는 장군들의 보직 이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사관학교 교장은 일반 대학교의 총장과는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군은 인사적체가 아주 심해서 장군 수에 비해 보직 수는 부족하니, 번갈아가면서 교장 자리 앉혀 준 뒤, 빨리 군단장 거쳐서 더 진급할 사람은 포스타 사령관, 합참의장 자리까지 가는가 보다. 잘 알다시피 군대 장교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사관과는 달리 일정 나이 때까지 진급 못 하면 짤리는 피라미드 구조이기 때문.

이상으로 본인이 우리나라의 사관학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쭉 memory dump해 보았다. 참고로 이 글을 쓴 필자는 밀덕이 전혀 아니며, 군대 체질하고는 영 안 맞는 1人이다. -_-;;;

영천에는 3사관학교라고 하여 또 다른 육군 장교 양성 학교가 있다. 생도는 다른 2년제 대학을 마치고 입학해서는 2년 교육 후 여기서 4년제 대학 졸업으로 나오고 임관하는 만큼, 이게 학사 장교나 ROTC보다는 높게 평가되는 듯하다. 하지만 성골인 육사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교장도 쓰리가 아닌 투스타더라.

Posted by 사무엘

2012/02/21 08:45 2012/02/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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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장 단계

생산 설비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IT 기업을 기준으로,

1. 완전 소규모 회사 내지 신생 벤처는 건물의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즉, 주소가 xx호로 끝남. 건물은 오피스텔이나 대학교 안의 창업 센터 같은 곳이 보통임.
규모가 너무 작고, 이런 회사는 생기거나 망하는 일도 잦은 편이기 때문에 아직 병역 특례 같은 건 없다.

2. 그러다 약간 규모가 커진 중소기업은 일반 상업용 건물의 층을 하나 차지한다. 주소가 무슨 빌딩 x층으로 끝남. 전형적인 병역 특례 기업 정도의 규모가 된다.

3. 회사가 더 커져서 제법 인지도 있는 중견기업이 되면, 위치 좋고 임대료 비싼 유명 대형 건물의 여러 층을 차지하게 된다. 주소는 x~y층으로 끝남. 한컴이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액토즈소프트가 대표적인 예.
이쯤 되면 석사 이상의 전문 연구 요원 병특을 뽑을 법도 한 여건이 될 것이다.

Notes:
- 2와 3 사이는 간극이 큰 편이기 때문에, 두 단계의 중간 정도의 위상에 해당하는 회사도 많다.
- 모기업의 본사가 다국적 공룡 대기업이라 해도, 그 기업의 지역 지사는 그냥 중소· 중견기업의 위상이다.

4. 나중에 전국구 이상 수준으로 사업이 잘 풀리면 회사가 빌딩을 사게 되고... 자신만의 사옥을 갖게 된다. 넥슨이나 NHN, 그리고 최근에 이 단계로 레벨업을 한 안철수연구소처럼!

드디어 건물 이름이나 번지만으로 끝나는 주소 득템이다. 이쯤 되면 회사에서 딱히 홍보를 안 해도 입사 지원자들이 줄을 서고 경쟁률이 올라간다. 병특 인력 따위도 전혀 필요하지 않다.
넓은 부지를 확보하느라 도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날 수는 있겠지만, 아무려면 어때, 이쯤 되면 통근 버스를 굴릴 여건도 될 텐데.

5. 그리고, 세계구 수준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급이 되면, 회사의 최종 완전체는 단지(complex), 캠퍼스(campus)가 된다.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절차도 며칠에 걸쳐 가며 완전 복잡해지고 전문화한다. ㅋ
동이나 우편번호를 독자적으로 할당받는 규모가 될지도..;; 통근 버스 정도가 아니라 캠퍼스 내부의 셔틀버스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8 19:33 2011/12/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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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그 특성상 마술, 마법 같은 문화를 굉장히 싫어한다. “마술사를 죽입시다 마술사는 나의 원수”... 를 떠올리게 하는데, 성경, 특히 구약 율법에 깔린 사고방식은 진짜로 그 정도로 단호하고 과격하다. 물론 본인은, 그런 행위의 저변에 역사적으로 얼마나 사악한 짓이 실제로 저질러져 왔는지를 알기 때문에, 성경 말씀이 과격하고 잔인하고 반인권적이라는 식의 드립은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늘날에 활동하는 마술사들이야 악령 소환이나 초능력처럼 영적으로 사악한 방법을 쓰지는 않으며, 전적으로 과학 기술과 테크닉만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인 제임스 랜디(James Randi; 1928-)는 마술 전문가로서 오히려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강경한 회의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사상적으로는 사두개인?). 그는 과거에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가짜라는 걸 폭로하면서 그에게 큰 망신을 안긴 바 있다. 그리고 냉전 시절에(대략 1960년대) 미국 CIA가 소련에 대항한답시고 초능력자 요원을 몰래 양성하려고 했을 때, 자기 제자들을 마술 테크닉만으로 초능력자로 위장시켜 간부들을 낚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허술한 시설로 어떻게 진짜 초능력자를 키워 내겠냐고 질타하자 CIA는 이 계획을 슬그머니 백지화하고 말았다. 이건 유명한 일화이다.

사실, 랜디 정도면 마술 실력을 좋은 곳에다 쓴 참으로 정직하고 훌륭한 애국자이다. 그는 있지도 않은(?) 초능력 따위로 사기를 쳐서 혹세무민하고 돈벌이를 하는 치들을 극도로 혐오하였고, 그런 사람이 내 손에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을러댔다. 그리고 실제로 적지 않은 사이비 초능력자들이 그에게서 박살이 났다.
개그 만화 일화 종말편에 나오는 진짜 초능력자 마술사가 현실에서 있을 리가.. ㄲㄲㄲ

그가 CIA를 상대로 그런 일을 벌인 것도, 내 조국의 정보 기관이 한낱 사기꾼들에게 놀아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교계에도 사기꾼 은사주의자들 잡아내는 랜디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좀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랜디 같은 사람이 모세의 이집트의 대재앙이라든가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보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폐하, 이런 기적 따위는 다 마술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똥고집으로 설마 얀네와 얌브레(딤후 3:8)의 후손처럼 되었을까?

뭐, 저런 부류 말고도 Pen & Teller라는 미국의 2인조 배우는 더 부담없고 가볍게, 잘 알려져 있는 마술에 대해서 테크닉을 공개까지 하면서 관객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는가 보다. 신체 절단 마술에 대해서 관련 동영상이 있다.

다만, 제아무리 초자연적인 배후가 없다 하더라도 마술사라는 건 근본적으로 사람을 속임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이고, 그 분장이나 세트의 분위기는 옛날의 뭔가 신비롭고 음흉한 컨셉을 어떤 형태로든 답습하게 된다는 점에서, 크리스천이 양심적으로 아무 걸리는 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애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교사가 마술을 공연하는 건 대체 뭐지? 김 재욱 형제님의 글 클릭.

한때 미국의(또는 영미권 전체) 기독교계에서는 세상의 타락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이런 퀴즈를 내곤 했다.
the Land of ?z
Z로 끝나는 두 글자 지명 중 첫 글자로 바로 떠오르는 글자는 무엇일까요?

TV나 인터넷 따위가 없고 성경만을 열심히 읽던 옛날 사람들은 의인 욥의 고향인 우스(Uz)를 바로 떠올리는 반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즈(Oz)의 마법사를 곧바로 떠올린다고 하더라.
똑같은 원순모음인데 ㅜ가 ㅗ로 바뀌었구나! 나도 기발함에 무릎을 쳤다.
http://av1611.net/87 클릭

마치 성경에서 정숙하고 훌륭한 여인의 이름으로 소개된 '사라'(벧전 3:6)가 <즐거운 사라>에서는 완전히 음탕한 여자로 와전된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대학 시절에 저 퀴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본인도 Uz가 생각 안 났다.
오히려 어렸을 때 본 TV 만화영화 주제가 가사 중의 '오즈는 오즈는 어떤 나라일까요'가 먼저 생각났다. 그래, 본인도 일종의 피해자였다. ^^;;

그리고 여담이다만, 항공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즈 하면 아시아나 항공도 떠오르지 싶다.
IATA가 규정하는 항공사 식별 코드가 OZ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이름의 발음과는 아무 관계 없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이는 AA는 아메리칸 항공에 이미 선점 당해 있고, 1986년에 도산한 미국의 오작(Ozark) 항공이 자기네 코드명을 반납하면서 이를 1988년에 창립된 아시아나 항공이 그냥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색동날개라는 컨셉부터가 좀 어린이 같고 오즈스럽지 않은지? -_-)

소문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으로서는 어차피 AA를 못 쓰는데 OZ는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라서 참신한(?) 느낌이 든다고 경영진이 이를 선뜻 선택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 항공보다 적은 수의 비행기로 운항을 굉장히 빡세게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항공덕들은 마법사의 비행기 운영이라고 칭송 내지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나 항공이 사탄적이라거나, 크리스천이 이용하지 말아야 할 항공사라는 식의 드립을 치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이름으로 마법사가 버젓이 존재한다. sorcerer이나 magician이 아니라 wizard.
윈도우 운영체제를 쓴다면 '설치 마법사'라는 말을 많이 접해 보셨을 것이다.
몇 단계에 걸친 질문에 사용자가 대답하면서 '다음 / 마침'을 클릭해 주면 나머지 일은 컴퓨터가 마술 부리듯 짠~ 해치워 준다는 의미에서 마법사라는 말이 붙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뭔가를 설치하는 기능에만 '마법사'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이거 원조는 1994년에 개발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6.0의 새 문서 마법사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개발 도구인 비주얼 C++에도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 때 AppWizard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검은 모자와 흰 장갑을 쓴 마술사가 금가루를 뿌리면서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그런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생성된 말임이 분명하나,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는 일을 그 정도로 신비로운 마술처럼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9/01 08:48 2011/09/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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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을 지원하지 않는 단순한 텍스트 에디터를 워드 프로세서로 발전시키려면 무슨 작업이 필요할까?
뭐니뭐니해도 글자마다 서식을 달리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서체, 속성, 크기, 색깔 등등)
그런데 그걸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장치 독립적인(device-independent) 레이아웃을 구현하는 것이다.

장치 독립이란, 표시 화면의 해상도(=확대 배율)와 관계없이 글자들의 비율과 위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걸 말한다. 쉽게 말해 위지윅(WYSIWYG)이다. 요즘 워드 프로세서에서는 필수인 이 기능을 지원하기란 장치 종속 레이아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장치 종속 레이아웃과 장치 독립 레이아웃의 예는 다음과 같다.

장치 종속적 레이아웃: 웹브라우저 화면. MS 엑셀. MS 워드의 웹/개요 모드, Draft/normal view. 워드패드
장치 독립적 레이아웃: MS 워드의 인쇄 모드(print layout) view. 아래아한글, Acrobat PDF,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들의 '인쇄 미리보기 (print preview)'

차이를 아시겠는가?

WWW
iiiiiiiiiiiii

가변폭 글꼴로 두 줄에 W와 i를 비슷한 폭이 되는 개수로 찍은 뒤(당연히 i의 개수가 훨씬 더 많아짐),
화면 배율을 아주 작게 줄였다가 아주 크게 확대해 보라.
W와 i의 폭의 편차가 크면 장치 종속적인 레이아웃이고,
대체로 전반적인 배율은 잘 유지되지만 그 대신 작은 크기에서 i들끼리의 픽셀 간격이 들쭉날쭉하다면(저해상도에서 보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건 장치 독립적인 레이아웃이다.

엑셀을 실무에서 오래 써 본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엑셀은 심지어 Page layout view에서도 위지윅이 전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화면에서 보는 글자의 폭과 인쇄해서 보는 글자의 폭의 차이를 유의해야 한다.
화면으로 보기 좋게 글자수나 폭을 맞춰 놓은 것은 인쇄를 하거나 심지어 확대 배율만 바꿔 봐도 모조리 어긋나 버리기 때문이다.
편집 화면이 아니라 오로지 '화면 인쇄'만이 장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엑셀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수월하게 다루기 위해서, 성능상의 이유로 위지윅 편의는 희생한 셈이다.

요즘 워드 2007은 처음 시작했을 때 인쇄 모드 view로 시작하지만, 옛날, 한 97~2000 버전까지만 해도 print layout이 아니라 normal view가 기본 모드였다. 아래아한글은 비슷한 개념으로 '쪽윤곽' 옵션이란 게 있어서 둘의 차이는 화면에 용지의 여백이 나타나 보이는지의 여부가 고작이지만, 워드의 normal view는 print layout view보다 훨씬 더 이질감이 컸다. 그림이나 표 같은 틀이 제 위치에 표시되지 않고 다단(column)이나 세로쓰기 같은 건 아예 무시되었으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normal view는 앞서 말했듯이 위지윅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view가 기본 mode였던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normal view가 문서를 훨씬 덜 정교하게 대충 렌더링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normal에서 신나게 긴 글을 편집하고 있다가 print layout으로 처음으로 모드를 바꾸면, 워드는 “페이지를 정돈하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뜸을 들이곤 했다.

장치 독립적인 레이아웃에서는 여백이나 글자 크기 따위를 나타낼 때 픽셀이 아니라 어느 매체에서도 동일한 절대적인 단위가 쓰인다. 그래서 아래아한글이라든가 PDF 같은 문서 파일 포맷 스펙을 보면 그런 개념을 찾을 수 있으며, 아래아한글의 경우는 1/n 인치가 최소 단위였지 싶다.

운영체제 API는, 해상도가 서로 넘사벽급으로 다룬 모니터와 프린터를 모두 동일 코드만으로 수월하게 다루기 위해서 다양한 추상적인 좌표계와 확대 배율을 지원하며, WM_PAINT뿐만이 아니라 WM_PRINT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메시지도 제공하고 있다.
MFC가 OnPaint말고 OnDraw라는 화면· 프린터 통합 메소드를 제공하는 것 역시 다 이유가 있어서인 것이다
.
흠, 그러고 보니 나도 포스트스크립트나 '텍' 같은 전자 조판 언어를 공부하고 싶긴 한데, 접할 기회가 없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8/19 09:03 2011/08/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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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과 통합

요즘이야 학문간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 내지 통합이 대세라고들 다들 그런다. 특히 인문계와 이공계의 통합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본인도 일종의 그런 계열로 학업을 계속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과간 협동 과정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생각보다 꽤 최근이다.

그 전엔 그럴 수가 없었다.
대학 내부의 각 학과들은 자기 과가 좀더 연구비를 많이 타 내고,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더 많은 세력을 확보하려고 서로 싸우는 구도였다.
융합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융합 뭥미? 그거 먹는겅미? 우걱우걱..." 이었다.

어디 학계뿐이었을까?
요즘도 그렇기도 하지만 종교 때문에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고,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 강대국들은 식민지를 더 차지하려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가끔은 체력이 비슷한 국가들끼리 불가침 동맹을 맺기도 했지만, 힘의 균형이 깨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조약 그딴 거 없었다. 바로 침략.

그런 마인드로 과학 기술만 급속도로 발전하니, 그 결과는 인류의 비극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ㄷㄷㄷ;;
아마 그때 종교에 좀 심취해 있던 사람들은, 이걸 분명 요한계시록 재앙에다 갖다붙이면서 인류가 이렇게 멸망하고 말 거라고 호들갑도 떨었을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원자 폭탄의 버섯 구름을 본 사람들이 경험했을 충격과 공포는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 * * * * *
독특한 사례로 일본을 들 수 있다.
그때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 중 나름 일찍 근대화에 성공하여, 한때 미국과도 맞장 뜨고 전쟁을 벌일 정도로 성장하긴 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일본의 내부 조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장이었다.

아마 전에도 블로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일본군이 존재하던 시절, 일본의 육군과 해군이 서로 얼마나 사이가 나빴는지 말이다. 그냥 나쁜 게 아니라 서로 거의 적군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며, 서로 스파이를 보내서 상대편 근황을 알아볼 정도였다..!!

(르누와르와 세잔을 일본 육군과 해군으로 바꿔서 개그만화일화 만들어도 될 듯.. ㄲㄲㄲㄲㄲ)

육군과 해군이 각각 천황 직속이었던지라 육· 해군 통합 사령부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때 나중에 하도 상황이 안 좋아져서 해군이 보다못해 "육군아, 과달카날로 보병 좀 파견해 주셈" 하자, 육군 왈, "과달카날이 어디야?" -_-;;;
서로 작전을 알려주지도 않았으며, 둘 중 하나가 싸우다 다 죽어가고 있어도 상대편은 그냥 '생깠다'.

전투기나 장비조차도 똑같은 걸 서로 중복 투자하여 따로 개발했으며, 들어가는 부품의 나사 규격조차도 서로 달랐다고 한다. =_=;;

이 정도면, 지 만원 박사의 지론대로라면, 일본은 '시스템'에서 졌기 때문에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확한 표현이다.
본인이 공 병우 박사를 공부하던 시절엔, 전쟁 당시 일본의 주된 비효율 요인으로 '한자'를 비중 있게 살펴봤었다. 미군은 군함 곳곳에 영문 타자기가 비치되어 있어서 아주 빠르게 교신을 주고받았던 반면 일본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그런데, 한자보다도 저런 막장 군대 조직이  더 큰 비효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이런 막장 시스템은 헌병과 특별 고등 경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일본 헌병은 여타 군대의 헌병과는 달리, 군사 치안뿐만 아니라 민간인 치안까지 담당했다. 자기 마음대로 민간인을 상대로 사상 검문을 하고 구금, 체포, 고문이 가능했다. 우리 같은 피지배인뿐만이 아니라 일본 본토인조차도 자기네 나라 헌병을 싫어할 정도였다.

그런데 불순분자를 잡아내는 일은 어차피 일본이 만들어 낸 특별 고등 경찰과도 거의 겹치는 업무였다. 일례로,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한 건 올린 조직은 헌병이 아니라 고등 경찰이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업무 협조나 첩보 정보 공유? 그딴 건 전혀 없었고 둘 사이도 극도로 나쁘긴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육군· 해군 사이와 마찬가지로 실적 쌓기 천황 충성 경쟁 때문이었다. ㅋㅋ
* * * * * *

그랬는데,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부터 인간 사회에 과거와는 뭔가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났다.
컴퓨터가 발명되고,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전쟁으로 인해 발달한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민간 여객기가 지구촌 시대를 개막하고...
그리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예전의 국제 연맹보다 더욱 강력한 범국가 기구인 UN이 생기고..;;

지금은 분야를 불문하고 협력과 통합이 대세이다.
서로 협력해서 파이의 크기를 키울 수만 있다면, 어제의 적국도 오늘의 친구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시 영원히 생까고 지낼 것 같던 일본하고도 문호 개방하고, 6 25의 원흉이던 북한하고도 이 정도로 개방하고, 심지어 정치 이념적 우방이던 대만 대신에 시장 크기가 더 큰 중국과 수교하고.. 북한의 친구였던 러시아하고도 수교하고...;;
좋게 말하면 실용적인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일 수도 있다. 세상에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지옥 같은(같을 수도 있는) 세상인지는, 겪어 보지 않고서는 잘 모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는 각종 국제 규모의 올림피아드나 대회..;; 100년 전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던 개념이었다.
자, 학문간의 융합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만한 트렌드인 것 같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종교까지 통합 중이다. 성탄절 때 절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합니다" 현수막 걸어 주고(안 해 줘도 되는데! ㄲㄲㄲㄲ), 석가탄신일 때 성당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합니다" 해 주는 게 요즘 관행이라며?
물론 근본주의 크리스천들은 이런 에큐메니컬 운동을 굉장히 싫어한다. 성경에 예고된 대로 말세에 있을 큰 배도와 타락이라고 갖다붙이며, 그 의견에는 본인 역시 동의한다.

세상 정세에 더 민감한 미국 크리스천들은 UN도 굉장히 싫어한다. 하나님의 경륜은 국가와 민족을 나누는 것인데, 그걸 인간이 멋대로 힘을 합치고 통합하면 그걸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짓밖에 안 할 거라고 말이다.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다.
다만, 6 25 때 UN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 특히 반공 정신이 투철한 한국 교회 성도가 느끼는 UN 이미지와, 미국이 느끼는 UN 이미지는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해서 나쁠 것 없는 융합과, 영적으로 불순한 동기의 융합을 잘 분별하는 것도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24 18:38 2010/10/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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