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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복종
남들이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이 시는 잘 알다시피 그리스도인이 전혀 아닌 사람의 작품이다. 그러나 윤 동주의 <십자가> 만만찮게 상당한 영적 통찰력이 엿보이는 것 같다.
시의 각 행에 내가 검색해 낸 관련 성구를 덧붙여 보면 이렇다.

* 복종

남들이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갈 5:13, 벧전 2:16)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출 21:5-6, 엡 6:5)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몬 21)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출 20:3-6)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마 6:24, 눅 16:13)

(성구들 직접 다 찾아 보시기 바란다.)
구원받은 크리스천이라면, 특히 KJV라는 당당한 최종 권위까지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저 '당신'이 기꺼이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당신이 섬기는 교회가 될 수 있겠는가?

KJV 독립 침례 교회들은 바른 지식이 없이 성도들에게 열심과 헌신만 강요하면서 기형적으로 성장한 기성 교회들의 부작용과 폐단을 경험한 사람들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도들을 너무 닥달하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 '자율'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랬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그 자유를 무질서와 방종, 영적 태만을 합리화하는 데 써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비록 사실이 아니길 최대한 기대해 보지만 이는 사역자와 여타 성도들을 힘 빠지게 하고 우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십일조가 신약 교회의 교리가 아니라는 가르침이 성도가 헌금을 안 해도 된다는 가르침으로 와전된다거나,
목사고 교사고 다 필요 없고 아무도 너희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이상한 교리가 나온다거나 말이다.

너 혼자 구원받고 너 혼자 성경이고 교리고 다 알긴 하지만, 그게 남에게 끼칠 간증의 영향력을 상실했다면 당신은 영적 전투에서 이미 마귀에게 진 것이다.
구원이 이제 예수님을 닮아 가는 성화로 이어져야 하고 그게 자연스럽듯, 바른 성경에 대한 지식은 바른 교회를 세우고 유지시키는 헌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본인은 이런 영적 진리를 나누고자 이 주제와 관련하여 문득 떠오른 시를 인용했을 뿐이다. 타 종교에도 '구원의 길'이 있고 다같이 화합하는 게 좋다는 식의 주장을 할 의도는 전혀 없으므로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끝으로, 시의 저자인 만해 한 용운(1879-1944)에 대해 살펴볼 점이 있다. 그는 시는 저렇게 '해요체' 위주의 아주 여리고 부드러운 여성적인 문체로 썼지만, 평소 언행과 성격은 그와 정반대로 독설과 기행이 가득한 열혈 과격파였던 걸로 잘 알려져 있다.

3· 1 운동 후 투옥된 민족 대표 33인 중 일부가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을까봐 통곡하고 두려워하자 그는 격분하여 감방 안의 똥통을 뒤엎어 그들에게 뿌리고는 “이 비겁한 인간들아, 울기는 왜 우느냐! 나라 잃고 죽는 것이 무엇이 슬프냐? 이것이 소위 독립 선언서에 서명을 했다는 민족 대표의 모습이냐? 그 따위 추태를 부리려거든 당장 때려치워라!” 하고 호통을 쳤다.

또한 전국의 주지 스님들을 모아 놓고 강연을 할 때는 교계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은 똥이다. 그리고 똥보다 더 더러운 건 썩어 가는 시체이다. 그런데 시체보다도 더 더러운 것은 바로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너희 중놈들의 심보이다!”라고 일갈하고 단상을 내려온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한 용운이 마 23:27-28과 렘 17:9를 알았는지는 난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격은 그가 비인격적이고 몰상식해서가 아니라 진짜 국가와 민족과 나름 자기 종교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표출된 과격일 것이다. 또한 딴 사람도 아니고 민족 대표자 정도나 되는 사람들이 비실비실하니까 저렇게 강한 책망을 했고, 일반 민초들이 아니라 주지 스님들 앞에서 당당히 쓴소리를 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이다. 종교 지도자들 앞에서야 “뱀들아, 독사의 세대여!”라고 한 치의 두려움 없이 호통을 치셨지,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은 오히려 용서하고 다독여 주셨다. 그리고 “주여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음을 도와 주소서”라고 애원하는 사람에게는 기적을 통해 믿음을 북돋워 주셨다.
정반대의 “오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여,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으리요? 언제까지 너희를 용납하리요?” 같은 과격한 책망은(마 17:17) 받은 게 충분한데도 아직 성숙을 못 해서 정말로 책망을 받아야 마땅한 제자들에게나 하셨다!

이렇게 온유와 과격, 단호함을 잘 조절하여 때에 적절한 언행이 나오게끔 나의 행실도 돌아봐야 하겠다는 걸 <복종>이라는 시와 저자를 생각해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15 19:17 2012/08/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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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5월경에 방영된 <현장 르포 제3지대> -- 지하철에 미친 아이들 편

현재까지 공중파 방송에서 철덕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가장 흥미진진하게 잘 보여준 TV 프로가 아닌가 싶다. 철덕들의 열정과 낭만이 느껴지더라. 난 무척 감명깊게 봤다!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노랑-초록 도색의 코레일 전동차와, 리모델링 전의 용산 역 승강장의 모습이 덤으로 인상적이다.

역시 겨우 나 정도의 철덕력으로는 저런 사람들에게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저 TV에 나온 이 재원 씨는 MEIS의 운영자이고 지하철역에서 공익 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현재는 어엿한 서울 도시철도 공사 직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국내 유명 철덕이신 '영동선 511' 운영자분도 도철 입사..;;)

“전동차 출발 구동음을 녹음해서 차량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어요. 차량 제작사마다 소리가 제각각이거든요.” (38:50 ~ 39:40 구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철도 덕후들이 한국 사람보다 한국 철도 차량에 대해 이미 더 잘 알고 더 면밀히 분석해서 일본어로 책을 만들어 놨다. 게다가 그런 책이 일본에서 아주 잘 팔린다고.. “이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41:10 ~ 41:50 구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록수 역 - 한대앞 - 수인선 선로 답사도 난 2005년에 완전히 똑같이 한 적이 있으니 완전 공감이다. 물론 저 TV 프로를 모르던 상태에서.
상록수 역 어원을 찾다가 최 용신 선생의 일대기 공부를 한 것까지도 똑같다. (42:50 ~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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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2/08/11 08:40 2012/08/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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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오래 써 본 분들은 아미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두벌식 글자판의 자음 글쇠는 내부적으로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표현된다.

T<=1 ? 초성: 종성

그래서 ㄱ을 예로 들면,

T<=1 ? H2|G_: H2|_G

그 반면, 세벌식 글쇠는 간단하게 해당 자모 하나로 끝이다.

H3|G_ (초성 ㄱ) 아니면
H3|_G (종성 ㄱ)

H3은 세벌식 자모를, 그리고 H2는 두벌식 자모를 뜻하는 날개셋문자 접두사이다. G는 ㄱ을 뜻한다. 다만 알파벳 한 글자만 있으면 변수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 뒤에 _가 추가되었다.

종성은 앞에 _를 추가하는 것으로 초성 명칭과 구분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 명칭의 길이가 두 글자를 넘어섰으므로 뒤에 별도로 또 _를 추가하지는 않는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헤비 유저라면 이 정도 수식은 이미 다 익숙할 것이다.

두벌식에서 번거롭게 수식이 추가된 이유는 한 글쇠가 상황에 따라 초성 역할도 하고 종성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토마타에서 1번 상태는 통상 초성을 첫 입력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ㄱ을 초성으로 내보내고, 중성이나 종성이 입력된 뒤부터는 종성으로 내보내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말해 두벌식 타자기에 존재하던 ‘받침’ 글쇠를 이 수식이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벌식이 아닌 두벌식 자모는 종성을 처리할 때 세벌식 자모에 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추가 작업이 행해진다. 두벌식 글자판에서 한글이 입력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자명한 것들이다.

첫째, 두벌식 종성 다음에 두벌식 중성이 이어지면, 잘 알다시피 도깨비불 현상이 일어난다. 직전에 입력되었던 마지막 종성 한 타가 다음 글자의 ‘초성’이 되고, 그 글자와 중성이 한데 결합한다.

둘째, 두벌식 종성이 계속 입력되었는데 기존 종성과 새 종성이 결합이 불가능하면 새 종성은 다음 글자의 종성이 아니라 ‘초성’으로 넘어간다.


두벌식을 세벌식에다가 추가적인 처리를 덤으로 하는 관점에서 한글 입력기를 설계하면 대체로 이런 식의 구현체가 나온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그렇고 아래아한글도 그렇고, 심지어 맥 OS의 한글 입력기도 그러하다.

특히 맥 OS는 두벌식과 세벌식의 낱자 결합 규칙이 완전히 동일하다. 초성은 쌍자음을 원시 자음의 연타로 입력할 수 있는 반면 종성(ㄲ, ㅆ)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둘 모두 똑같다. 초성의 결합 규칙과 종성의 결합 규칙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으며, 두벌식에서 다음 음절로 이어진 첫 자음도 응당 초성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초성’이 아닌 ‘종성’ 관점의 두벌식 한글 입력 방식도 생각할 수 있으며, 사실 이것이 초성과 종성의 구분이 없는 진정한 두벌식다운 두벌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상이 반영된 구현체는 마이크로소프트 Windows의 한글 IME가 유일하다.

MS IME의 두벌식은 초성과 종성의 구분이 없고 자음 입력은 어떤 경우에든 종성 문맥으로 간주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음 없이 자음을 바로 입력할 때도 ㄳ, ㄻ 같은 겹자음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그 상태에서 ‘ㄱ (ㅏ) 가 (bksp) ㄱ (ㅅ) ㄳ (ㅗ) ㄱ소’ 같은 자유로운 입력도 가능하다.

이것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는 지금까지 가능하지 않았다. 수식 없이 H2|_G 같은 기존 두벌식을 종성만 배당하면, 모음 없이 당장 겹자음을 만드는 것을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게는 못 한다. 계속해서 다음 음절로 입력되는 자음은 어차피 종성이 아니라 초성이 되어 버리고, 종성의 낱자 결합 규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두벌식 종성으로 자음, 그 다음으로 모음을 입력한 뒤 Bksp를 눌러 보면, 첫 타에 해당하는 자음은 종성이 아니라 초성으로 바뀌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내부적으로 두벌식 종성과 두벌식 중성 사이에는 도깨비불 현상이 한번 일어나서 종성이 초성으로 넘어간 걸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종성 위주 두벌식을 도입하기 위해,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어느 부분을 개량하면 좋을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기존 패러다임과 새 패러다임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어느 구조체를 확장할까, 어느 API에다 옵션 플래그를 추가할까, 아예 날개셋문자에다가 새로운 타입을 추가할까..?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정말 내가 엔지니어로서 현역이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API 호환성을 깨뜨리지 않고 가장 후폭풍이 적은 방법을 며칠간 고민하던 중, 결국은 날개셋문자에다 타입을 추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래서 H2에 이어 일명 H2J라는 타입이 도입되었다. 일명 ‘두벌식 종성’ 타입. <날개셋> 한글 입력기 다음 버전인 6.7에서 바로 볼 수 있을 예정이다.

현재 한글 입력과 관련된 날개셋문자 타입은 H3과 H2 말고도 H3의 자매격에 해당하는 다중 자모가 둘 더 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기존 H3만으로도 ‘ㅏ+종성ㄴ’ 같은 다중 자모를 배당할 수 있다. 초성 ㄱ을 입력 중에 저걸 누르면 곧바로 ‘간’이 되고, ‘오’를 입력하던 중에 저걸 누르면 곧바로 ‘완’이 된다. 다중 자모는 동시치기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므로 그런 것과는 절대로 혼동하지 말라.

그런데 디폴트인 H3은 ‘초-중-종’을 순서대로 적용하는 반면, 여타 다중 자모는 ‘중-종’만 적용 후 음절을 끊고 다음 글자 초성을 또 입력시키거나 ‘종’만 적용 후 ‘초-중’은 다음 글자로 넘긴다. 세벌식은 음절 경계와 관련된 변칙적인 처리가 없으니 이런 다중 자모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반면, 두벌식은 다중 자모까지는 갈 수 없고 음절 경계 처리에만 치중한 파생 타입만을 생각할 수 있는 셈이다.

‘두벌식 종성’ 타입으로 입력된 종성은 도깨비불 현상이나 결합 실패로 인해 다음 글자로 넘어갈 때 초성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종성이 그대로 유지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중성을 입력하더라도 종성은 초성으로 바뀌지 않고 종성 상태로 그대로 보존된다.

이 타입을 쓰면 두벌식으로도 자음을 배당할 때, 골치 아픈 수식을 쓸 필요 없이 언제나 마치 세벌식처럼 H2J|_G라고 언제나 종성 형태만 넘겨 주면 끝이다. 다만, <날개셋> 편집기처럼 초-중-종성의 형태를 완벽하게 보존하는 한글 글꼴 체계에서는 처음에 초성을 입력했는데 초성이 아니라 종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마치 도깨비불 현상만큼이나 보기가 어색할 것이다.

이 어색함은 표준 한글 자모를 호환용 한글 자모로 치환해서 표시해야 덜해진다. 즉, 애초에 초성과 종성의 구분이 없는 글자판은 역시나 초성과 종성의 구분이 없는 글자 코드와 글꼴을 동반해야 자연스럽다는 뜻. 실제로는 한글의 구성 원리를 어기고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처리가 추가로 행해지는 셈이다. 오버헤드는 ‘세벌식 < 기존 세벌식 관점에서 추가로 구현된 두벌식 < 새로 도입된 종성 지향 두벌식’의 순으로 많아진다.

H2J 타입을 쓰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도 MS IME의 두벌식과 완전히 동일하게 동작하는 입력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사실 내 프로그램은 세벌식 자판과 관련된 응용 기능들은 거의 1.x 시절부터 제공해 온 반면, 두벌식을 두벌식답게 지원하는 편의 기능들은 훨씬 나중에 도입되어 왔다. 특수 도깨비불 규칙(3.9부터)이라든가, 초-종성 공유 낱자 결합 규칙(6.0)에 이어, 종성 지향 두벌식(6.7)의 순이다.

알면 별로 어려울 것 없는 내용인데 이 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분이 얼마나 되려나 모르겠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올해로 개발 12주년이고 무려 7.0을 바라보는 시점인데 아직도 한글 입력의 본질과 관련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향상된 게 있다는 게 내게는 무척 흥미롭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08 08:20 2012/08/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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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K의 정체성

한국

  • 반도에 자리잡은 유일한 분단 국가. 징병제. 분단되지 않고 남북을 합쳐도 인구나 면적이 CJK 중 가장 작은데 하물며 지금은.. 안습
  • 한글! (한자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이례적으로 한자는 거의 안 쓰는 아주 특별한 국가)
  • 미국과 비슷한 대통령 직선제
  • 성탄절이 유일하게 공휴일임. 넘사벽급의 교회 인프라
  • 과학 분야의 노벨 상 수상자가 유일하게 전무-_-함

중국

  • 압도적인 영토 면적과 인구. 대륙의 기상-_-
  • (명목상의) 공산당
  • 고립어. 한국어나 일본어와는 달리 S+V+O형 언어
  • 국기의 모양도 한국-일본보다는 이질감이 더 큼
  • 훨씬 더 강경한 마약 단속. 많은 사형 집행

일본

  • 섬 나라. 한국보다 남쪽에 있지만, 북쪽 끝도 북한을 넘어 러시아와 만날 정도로 영토가 은근히 넓다.
  • 유일하게 좌측통행, 협궤, 그리고 110V 전압 (근대화· 산업화를 일찍 한 흔적이다. 얘들도 아주 장기적으로 승압을 찔끔찔끔 하고 있다고는 함)
  • 전범 국가. 정규군 대신 자위대
  •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축에 드는 문자 체계. 세로쓰기 (하지만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들은 점점 가로쓰기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고 함)
  • 영국과 비슷한 입헌 군주제

결국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건 사회주의 체계가 아닌 것과 언어 구조요,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건 차량 통행 방향이나 전압 같은 산업 인프라 및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며,
일본과 중국이 비슷한 건 한자 의존도 정도로 요약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06 08:16 2012/08/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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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병시나 산소 / 문과 출신인 나도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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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 디씨를 통째로 빵터지게 만들었던 유럽연합 님의 희대의 말실수 사건. 잠이 좀 덜 깬 채로 댓글을 달았는가 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닼ㅋㅋㅋㅋㅋㅋ.
지금은 검색을 해 보면 저 원본 스샷보다도, H2O가 산소라는 걸 풍자하는 대사가 담긴 온갖 만화 패러디 그림들이 더 많이 나돌고 있다.

요즘은 최악의 올림픽 오심 병크 때문에 H2O도 모자라서 1초의 정의마저 바뀌게 생긴 듯. 화학에 이어 물리까지

2. 안드로메다 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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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경에 서울 메트로 소속 4호선 모 전동차에서 직원이 LED 전광판을 테스트하느라, 승객이 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순간 저런 문구를 집어넣어서 승객들을 뒤집어 놓았다.
안드로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이 개념을 냅다 보내 버리는 안습한 장소...;;로 전락해 있다.

3. 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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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도 아니고, 멈춤도 아니고, STOP은 더욱 아니고, 북한에서는 교통 표지판에 저렇게 써져 있다고 한다..;;

비문도 아니고 의미 전달에 아무 결격사유가 없는 표현이 남한에서는 황당함과 웃음을 선사하는 이유는 언어학에서는 격식의 충돌 때문으로 분석한다. 북한이 평소에도 자기 특유의 우악스럽고 과격한 언어 활용을 공식 매체에서 즐겨 하기 때문에, 이를 풍자하여 “천하의 개쌍놈들” 합성 짤방이 나돌기도 하는 것이고 말이다.

4. 개미를 죽입시다 개미는 나의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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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어지간히도 슬프고 화가 났던가 보다. 진정한 적개심(...)을 느낄 수 있는 글인데 읽다 보면 웬지 웃긴다. 이것도 이제는 왕년의 “나일록 방석 갓다노라. 안 그러면 방법한다. 방법하면 손발리 오그라진다” 급의 전설이 되어 가는 중. 그나저나 크리스천은 모름지기 “육신을 죽입시다 육신은 나의 원수”를 외쳐야 할 것 같다.

5.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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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단어 암송시도 아니고...
왕년에 이 외수 씨를 경악하게 만든 전설의 시라고 한다.

가만히 읽어 보면, 성경 출애굽기에서 이집트의 아홉째 재앙인 어둠 재앙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지? -_-;;
그때 이집트 사람들은 진짜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며 이 재앙이 길이길이 가슴속의 하트에 기억될 리멤버가 되었지 싶다. 뭐, 서풍은 메뚜기 재앙을 끝낼 때 불었던 바람이긴 하지만.

지금도 “어둠의 다크”, “개미를 죽입시다”, “병시나 산소” 등은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자동 완성까지 되는 유명한 문구이며, 각종 웹툰에서 패러디까지 되고 있다.

6. 김 성모 만화를 너무 많이 본 사람이 작성한 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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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디 가입할 때 약관을 도통 안 읽는 것만큼이나
대부분의 크리스천들도 성경에 관심이 없으며 안 읽는다. (어쩌면 자기네 교회 헌법에도)

그래서 수백여 군데의 사이트에 저런 '빅장을 구사하고 뼈와 살이 분리되는' 약관이 한때 복붙으로 나돌았으며,
그런 것처럼 열세 군데가 삭제되고 6만여 군데가 변개된 성경이 오히려 진짜 행세를 하면서 버젓이 나도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03 08:24 2012/08/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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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리에 따르면,
제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 하늘로 가며,
제아무리 착한 사람, 불쌍한 사람, 의로운 사람, 법조인, 경찰, 검찰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흉악범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라 해도 예수 안 믿고 자기 죄 가운데 죽었다면 지옥에 간다.

그렇다. 그게 사실이다.
그래서 착한 일 많이 하면 구원받는다고 믿는 여타 종교 신자들이나, 자기는 지금까지 남보다 충분히 의롭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불신자들은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냐며 항변한다. 그리고 복음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뭐, 지금 내가 그것에 대한 시비를 가리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거 아는가?
흉악범이 구원받으면 구원받은 흉악범이고, 사형수가 예수 믿으면 구원받은 사형수가 된다.
성경의 법칙대로라면 그들은 하늘로 가더라도 교수형은 당하고 간다. 이 땅에서 법이 규정해 놓은 죄값은 치르고 간다!

사형 제도는 지극히 성경적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결혼 제도를 제정한 것만큼이나 사형 제도도 만드셨고,
육식을 허락하신 것만큼이나 세상 정부가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걸 허락하셨다.
(창 9:6)
성경의 지론은 “ ‘살인하지 말지니라’를 어기는 자를 반드시 죽일지니라.”이다. 아멘.

여기서 살인이란 흉계를 품고(주로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고의로 죽이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말이 많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성경으로 치면 출 21:29와 비슷한 맥락의 고의적인 살인으로 간주하여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신성한 영역을 더럽히는 성 범죄도 마찬가지이다. 속도위반 결혼으로라도 수습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면 성경에 따르면 한 치의 자비심 없이, 속죄 헌물도 안 통하고 무조건 사형이다.

다만, 고의성이 없는 과실치사는 성격이 다르며, 비록 처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사형 정도까지는 아니다. 정당방위도 응당 인정하며, 면책의 범위가 오늘날 근대 국가의 법보다 관대한 편이다(출 22:2).

그리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조직을 인정하고 공권력도 인정하는 성경의 특성상, 군인이 지휘관의 명령대로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이는 것 역시 그런 살인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병역 거부는 잘못된 행동이다)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이 폭도들에게 발포하는 것이나, 사형 집행관이 교수대 스위치를 누르는 것도 성경적으로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으며, 그런 공무원은 전혀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다. 오히려 그들은 목사가 교회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만큼이나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수행하고 있다! (롬 13:4)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흉악 범죄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한다. 인터넷 뉴스 기사에는 피의자를 저주하면서 저런 놈은 이렇게 각을 떠서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 온갖 폭력적인 댓글이 달린다. 그리고 너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정치인과 법조인들을 욕하면서, 신은 저런 놈 안 잡아 죽이고 뭐 하냐는 식의 댓글도 올라온다.

그 마음을 나도 이해하며 어느 정도는 공감도 한다. 비록 이런 네티즌들의 마음 상태도 건전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겉으로 표출만 안 되었을 뿐이지 살인자 본성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가 사형(死刑)이라는 필요악을 공의롭게 잘 집행해 줘야, 시민들이 분을 품고 보복 살인 내지 린치(私刑)를 할 생각을 안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정부가 사형 집행을 안 하면 다른 시민들이 실족하여 악한 마음에 빠지기 쉽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사람이, 그것도 불신자들이 하나님 자신보다도 더 자비로울 거라고는 바라지도 않으며 기대도 안 하신다!

피해자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형 집행 장면이 국영 방송으로 생방송 중계된다. 김 길태, 강 호순, 오 원춘 같은 주인공이 교수대에 오른다. TV에서는 근엄한 분위기 가운데에 이들이 저지른 범죄를 다시 보여주고, 피해자 유족을 인터뷰하고 피의자의 마지막 유언을 공개적으로 받는다. 필요하다면 죄수들을 담당한 종교인 성직자의 인터뷰도 한다.
그 뒤 공개적으로 교수대가 작동하고, 잠시 후 법의관이 사형수가 완전히 죽은 걸 확인한다. 이 과정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사형 집행 장면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로 나돈다.

너무 과격한 상상인가?
난 이렇게까지 하는데 사람들이 죄와 벌과 죽음에 대해서 가볍게 여기게 될지, 모방 범죄가 또 생기고 사람들이 감히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왜 이렇게 시행을 안 하는지 궁금하다. 제아무리 인간말종 흉악범이라 해도, 무슨 독립 운동가의 심정으로 사람을 죽인 게 아닌 이상, 자기 목숨 아까운 줄은 알고 죽음이 두려운 줄은 안다. 그래서 사형 당하기 직전에 어쩌면 복음을 받아들이고 구원받는 경우도 생긴다.

구약 율법 핑계를 대면서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의견이 아주 많다. 구약 율법 중에는 음식 규정이나 안식일 같은 것처럼 경륜의 차이로 인해 오늘날 전혀 무의미하고 적용되지 않는 제도나 규율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윤리는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유효하고 최소한 그 의도를 되살려 시행했을 때 나쁠 게 없는 게 거의 대부분이다. 가령, 신약 시대라고 해서 짐승과 마음대로 수간해도 괜찮은 건 아니지 않은가? (출 22:19; 레 20:15)

또한 사형 제도는 구약 율법에만 얽매인 것이 아니라 그 전부터 존재했으며, 오히려 성경 전체가 인간의 죄와 벌과 구원 계획에 대해 논하면서 사형 제도를 두 말할 나위 없이 당연히 인정하는 뉘앙스에서 기록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가령, 롬 1:32) 그래서 오죽했으면 바울조차 행 25:11에서 자기가 죽을 죄를 지었으면 기꺼이 사형 당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자기 아들을 죽인 흉악범을 용서한 손 양원 목사 같은 유명한 사례가 있다. 그런 사람이 나오기 위해서라도 사형 제도가 있어야 한다. 법대로라면 죽어야 하는데 용서를 하고 탄원을 해서 목숨을 건졌으니 그게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당신도 성령 충만한 크리스천이라면, 나라의 법은 공의롭게 요구하고 나서, 자기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에나 원수에게 그런 사랑을 개인적으로 실천해 보아라. 알겠는가?

그런데 이제는 아예 나라의 법이 흉악 범죄자에게 정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으니 오늘날 시국은 전 8:11처럼 되어 가고, 피해자 유족들은 가슴에 피멍이 든다.
오늘날은 정말로 가해자 인권만 있지 피해자 인권은 없다. 그냥 운이 나빠서 당한 것일 뿐이다. 이것만 생각하면 나는 도대체 민주화가 됐다는 요즘이, 옛날의 서슬 퍼런 군사 독재 정권 시절보다 인권이 뭐가 좋아졌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결론을 내리겠다.
기독교 교리의 논리적인 성립을 위해서라도 사형 제도를 부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신이 불신자나 기독교 안티이고 그저 인본주의 박애주의자여서 사형 제도를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신이 성경을 믿는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 사형 제도를 반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당신은 지금 살인자 마귀에게 속아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한 형벌을 필요하게 만든 것도 죄이지만, 죄에 대한 벌을 공의롭게 집행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 역시 인간의 죄이다.

그리고 또 생각을 해 보아라. 역사적으로 억울하게 사형 당하기로는 지금까지 크리스천들만치 많은 순교의 피를 흘린 집단이 또 있었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사형 제도 자체를 문제삼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성경에 입각한 바른 교리가 세상에 널리 퍼져서 영화 <밀양>에서처럼 “내가 용서를 안 한 가해자를 어떻게 신이 용서해?” 같은 시험에 드는 사람이 이 땅에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천들이 믿는 복음은 그저 막연하고 맹목적이고 몰상식· 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지극히 건전하고 이치에 맞는 진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31 19:27 2012/07/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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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벌 검색 기능의 퇴화(?)

예전에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비주얼 C++에는 Alt+F12를 누르면 심벌 검색을 할 수 있다. 주어진 프로젝트의 소스 코드에 등장하는 모든 명칭들(클래스, 함수, 전역 변수 등등)의 선언과 정의가 있는 곳을 곧바로 찾아갈 수 있으니 이건 매우 편리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이 기능이 특히 강력한 이유는 내가 해당 프로젝트의 내부에서 선언한 명칭뿐만 아니라, 인클루드 파일에 있는 명칭들도 전부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C++ 라이브러리에 있는 함수나 윈도우 플랫폼 SDK 내지 MFC 라이브러리에 있는 방대한 명칭들도 다 조회가 되어서 해당 명칭의 출처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어차피 소스 코드를 빌드하여 precompiled header나 인텔리센스 정보를 만들 때 이런 정보들을 다 한 번씩 파싱을 하기 때문에, 심벌 검색은 최적화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행해진다. 무식하게 수백, 수천 개의 헤더와 소스 파일들을 텍스트 형태로 찾는 find in files 형태가 아니다.

그런데, 비주얼 C++ 2010을 보니 심벌 검색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직접 선언한 명칭만 가능하고, 그 프로젝트가 stdafx.h에다가 인클루드하여 사용하는 플랫폼 SDK, MFC 같은 것들의 명칭은 조회되지 않는다.
200x 시절과 동일하게 '참조에서 찾기' 옵션을 켜고, 검색 범위를 'All components'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하다. 이 기능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WM_CREATE 위치가 뜨는 2003 좌, 하지만 뜨지 않는 2010 우)

물론, 소스 코드에서 MFC나 플랫폼 SDK의 명칭을 참조하는 부분에서 F12를 눌러 보면 여전히 해당 명칭의 선언부로 가긴 간다. 하지만 명칭을 직접 입력해서 찾는 심벌 검색 기능은 왜 그게 불가능해진 걸까?

보아하니 그저 닷넷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의 명칭을 조회하는 기능에만 신경 쓰느라, C++ 네이티브 개발 쪽은 지원이 간과되기라도 한 건지? 2010은 그렇잖아도 인텔리센스에다 빌드 보조 파일들이(*.sdf, *.ipch) 예전에 비하면 기겁을 할 정도로 방대해졌는데 편의 기능은 도리어 없어지면 어떡하냐 말이다.

2. 메뉴 편집기의 우클릭

C++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거나 열어서 리소스에서 메뉴 편집기를 연다. 아, 프로젝트를 만들 필요 없이 그냥 리소스 템플릿만 하나 만들어서 메뉴를 생성해도 되겠다.

열었으면 클라이언트 화면의 빈 공간을 아무 데나 우클릭하여 메뉴 편집기에 대한 컨텍스트 메뉴를 연다. 그 후 마우스로 다른 곳을 클릭하거나, 명령을 선택하거나, ESC를 눌러서 컨텍스트 메뉴를 없앤다.
그러면 컨텍스트 메뉴가 화면 좌측 상단에 한 번 또 나타나서 사용자를 성가시게 할 것이다.

이는 명백한 버그이다. 대화상자 같은 다른 리소스 편집기에서는 우클릭을 해도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2010뿐만이 아니라 무려 2003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견된다. 거의 10년 묵은 버그라는 뜻인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지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설마 6.0에서까지 이랬을 것 같지는 않은데 잘 모르겠다. 아직도 6.0 쓰시는 분이 계시면 확인 요망.

여담이지만 마우스가 아니라 Shift+F10 같은 키보드로 컨텍스트 메뉴를 열면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화면 빈 공간이 아니라 편집 중인 메뉴 항목의 경우 우클릭하더라도 역시 그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이건 아주 사소한 코딩 실수로 보이고, 몇 라인만 고치면 바로 제거할 수 있는 버그이다만,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발견하고 지적한 사람이 없었나 보다.

C#이나 VB, C++/CLI 같은 닷넷 환경의 경우, 폼(네이티브 개발 환경으로 치면 대화상자)에다가 메뉴 컴포넌트를 집어넣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메뉴를 편집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네이티브 개발과는 환경이 꽤 다르다.
닷넷 프로그램도 기본 메뉴는 일반 윈도우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표준 네이티브 메뉴 형태로 나오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 왔는데,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x와 비슷한 형태인 싸제 메뉴이다.

3. 툴바 편집기의 화면 잔상

이뿐만이 아니다.
리소스 중에서 툴바 편집기를 보면, 툴바 아이템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찍어 보기만 해도 예전 selection 흔적이 지저분한 잔상으로 잔뜩 남는다. 저건 절대로 multiple selection을 나타내는  게 아니며, WM_PAINT 메시지만 다시 받아도 잔상은 싹 없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열기, 저장, 모두 저장, 인쇄 아이콘의 테두리에 생긴 잔상들을 보라.
그리고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건 비주얼 C++ 2003 시절부터 변함없던 버그이다!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하는 개발툴에 이런 초보적인 버그가 있다는 게 믿어지는가? 6.0은 그렇지 않았던 걸로 난 기억한다.

아이콘의 배치 순서를 조정하거나 중간에 여백을 넣기 위해서 드래그 드롭만 해도 잔상이 잔뜩 쌓인다. 구체적으로 재연 조건과 증상을 일일이 기술하기에는 구차하나, 잔상 현상은 2010에서 조금 더 심해졌다.

4. 속성 대화상자

비주얼 C++ 6.0까지는 전통적으로 가로로 길쭉한 자신만의 context-sensitive한(문맥 민감. 사용자가 키보드 포커스를 두거나 선택한 개체나 문서에 따라서 대화상자 내부 내용이 수시로 동적으로 바뀌는) 속성 대화상자가 있어서 Alt+Enter를 누르면 언제든지 그게 떴었다. old timer라면 추억의 옛날 스타일 대화상자를 기억하실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게 닷넷부터는 비주얼 베이직 스타일의 프로퍼티 그리드로 다 바뀌었다.
특히 프로젝트 설정 대화상자(VC6 표준 단축키 기준 Alt+F7)도 이 형태로 리모델링된 것 여러분들 다 아실 것이다.

그러나 프로퍼티 그리드가 커버하지 못하는 UI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preview 기능이다.
비트맵, 대화상자, 메뉴 등 리소스들을 일일이 열 필요 없이 찍어 보기만 해도 이놈이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 간략히 표시해서 보여주는 기능인데,
이건 2차원적인 공간에다 뭔가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기존 프로퍼티 그리드로 커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별도의 버튼을 누르면 결국 과거 6.0 시절의 속성 대화상자와 비스무리하게 생긴 대화상자가 떠서 미리보기를 보여주는 기능이 들어갔다. 뭐, 여기까지는 뭐 나쁘지 않다. 메뉴나 대화상자가 좀 더 깔끔하게 그려졌으면 좋겠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이 똑같이 엉성하다는 건 아쉽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200x 시절에는 미리보기를 보는 중에도 키보드 포커스는 각종 리소스들을 고르는 화면에서 계속 유지가 되어서 위· 아래 화살표를 누르며 리소스들을 조회할 수 있었는데,
2010부터는 뭔가를 선택하고 나면, 키보드 포커스가 미리보기 대화상자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마우스로 해당 아이템들을 일일이 찍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비주얼 C++은 4.0 때 Developer Studio (MSDEV)라는 첫 UI가 갖춰진 이래로 닷넷으로 넘어갈 때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쳤고, 2010 때는 WPF 기반으로 또 IDE의 구현체가 크게 바뀌었다.

요즘 다시 C++11 지원처럼 C++ 지원이 강화되고는 있다지만, 기존 코드들이 리팩터링되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없던 사소한 버그들이 끼어 들어가는 게, MS에서 닷넷에 비해 네이티브 환경 개발에 점점 소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 닷넷과 관련된 개발 환경이라면 저런 버그가 들어갔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다음은 버그까지는 아니고, 비주얼 C++과 관란하여 추가로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1. 비주얼 C++은 32비트 시절 이래로(무려 4.x부터) 80비트 초정밀 부동소숫점인 long double을 무시하고, 이것도 일반 double과 완전히 동일한 64비트 부동소숫점으로만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난 32비트 CPU에서는 10바이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게 불편해저서 long double이 도태한 게 아니겠나 정도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텔 CPU엔 80비트 부동소숫점을 연산하는 명령 자체는 존재한다고 한다. 단지, MS 컴파일러가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이것까지 지원해야 하면 %타입 문자부터 시작해서 언어 라이브러리에도 그야말로 대대적인 칼질이 가해져야 하는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있는 CPU의 기능을 컴파일러가 활용하지 않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인텔 컴파일러 같은 다른 벤더 제품 중에는 long double을 쓸 수 있는 놈이 있는지 궁금하다.

2. 오늘날 거의 모든 IDE와 에디터들은 탭을 customize할 수 있다.
화면에 표시되는 탭 길이를 조절하고(보통 거의 다 4를 쓰지만), 코딩용 자동 들여쓰기를 할 때 공백을 삽입할지 탭을 삽입할지를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언어별로 어떤 탭 설정을 사용할지도 지정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읽어들이는 소스 코드의 형태를 보고 탭 컨벤션을 자동 감지하게 할 수는 없나?
space로 맞춰져 있는 소스 코드에다가 눈치 없게 탭으로 들여쓰기를 삽입한다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하는 것. 불편하다.

자동 들여쓰기를 구현했을 정도라면 앞뒤의 중괄호가 어떻게 돼 있고 whitespace들이 space인지 tab인지 주변 context들은 다 파악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금만 더 센스 있게 동작하게 만드는 것은 마치 코드의 줄바꿈 문자의 종류를 자동 감지하는 것만큼이나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29 08:33 2012/07/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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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평균, 조화수열, 황금비

1. 조화평균과 조화수열

우리는 중등 학교의 수학에서 산술, 기하, 조화평균을 배운다.
물론,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 숫자를 다룰 때는 단순히 합계를 자료의 개수로 나누기만 하는 산술평균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다른 개념의 평균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가령, 어떤 수치가 1년 간격으로 예전보다 3배, 4배, 5배씩 증가해서 총 60배가 되었다면, 이를 해마다 4배씩 증가했다고 싸잡아 간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4의 3승은 64이지 60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비율 내지 배율을 좋아하는 계산 분야에서는 기하평균이 필수이다. 앞의 예에서는 (3+4+5)/3이 아니라, 3*4*5의 세제곱근인 약 3.915가 정확한 값이다.

그럼 조화평균은 무엇이며 어떤 용도로 쓰일까?
역수의 산술평균을 또 역수로 취한 값이 바로 조화평균이다. 두 수 a, b의 조화평균을 그 정의대로 구해서 식을 정리하면 2ab / (a+b)가 나온다. 쉽게 말해 곱을 합으로 나눈 셈이다.

자동차가 동일한 길이의 두 구간을 달리는데 한 구간은 시속 30km로, 다른 구간은 시속 60으로 달렸다면, 전체 구간에 대한 자동차의 표정 속도는 30과 60의 조화평균인 시속 40이 나온다. 한 구간의 길이가 30km였다고 생각해 보면 가는 데 시속 30으로 1시간, 시속 60으로 30분이 걸렸을 터이니 전체 60km를 1시간 반 만에 주파하는 속도는 시속 40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길이가 중요하지 않고 소요 시간의 절반을 시속 30으로 달리고 나머지 소요 시간 동안 60으로 달렸다면 자동차의 표정 속도는 응당 산술평균인 시속 45가 될 것이다.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시겠는가?

학교에서 조화평균은 병렬 연결된 저항들의 전체 저항값을 구할 때 정도에나 쓰였지만 교통 관련 계산을 할 때 더욱 유용히 쓰일 수 있다.
어떤 노선에 버스가 5분 간격으로 다닌다고 치자. 그런데 5분으로도 모자라서 그 상태에서 3분 간격의 버스가 추가로 더 투입되었다면, 실질적인 배차 간격은 얼마로 좁혀졌다고 볼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이 값은 5와 3의 조화평균의 절반과 같은 1.875분이다.
5와 3의 최소공배수인 15분이라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그 동안 5분 간격 버스는 3대가 다닐 수 있다. 그러나 3분짜리 버스는 5대가 다닐 수 있으므로 15분 동안 버스가 총 8대로 늘어난 셈이 된다.

따라서 실질적인 평균 배차간격은 15를 8로 나눈 1.875분이다. 5와 3의 조화평균인 3.75는, 5분 간격 버스와 3분 간격 버스를 합친 것이 3.75분 간격 버스 두 대를 합친 것과 동일한 증차 효과를 낸다는 걸 의미한다.

임의의 동일한 수들에 대해서 기하평균(G)은 산술평균(A)보다 크지 않으며, 조화평균(H)은 기하평균(G)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어 있다. 그리고 아예 H=G^2 / A라는 항등식도 알려져 있다. 어떤 데이터에 대해서 두 종류의 평균값을 알고 있으면 다른 한 평균값은 그로부터 유도해 낼 수 있다는 뜻이 되겠다.

한편, 1/3, 1/4, 1/5 ~처럼 역수가 등차수열을 이루는 수열은 조화수열이라고 한다. A, A와 B의 조화평균, B으로 구성된 세 수는 응당 조화수열이다.
이건 등차나 등비수열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조화수열은 아주 직관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름에 괜히 harmonic이 붙은 게 아니다.

일단 우리 눈에 사물이 비쳐 들어오는 원근법이란 게 반비례이기 때문에 조화수열과 관계가 있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 균일한 간격으로 그어진 차선을 보자. 멀리 떨어진 놈일수록 중앙의 소실점에 가까워지고 겉보기 간격이 더욱 조밀해진다. 그 간격이 수학적으로는 바로 조화수열인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태양은 달보다 N배나 더 크지만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똑같이 N배나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서의 겉보기 크기가 둘이 거의 같으며 일식도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의 뇌는 두 눈이 보내 준 2차원 영상을 합성하여 3차원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이 대단히 발달해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은 수학적으로 따지자면, 2차원 조화수열 간극으로부터 3차원 등차수열 간극을 유추하는 게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조화수열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조화수열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분야는 음악이다. 실로폰도 그렇고 파이프 오르간이나 하프도 그렇고, 음을 만들어 내는 매체는 저음이 언제나 길고 고음은 한 치의 예외 없이 짧다.

그런데 그 짧아지는 간격이 조화수열이다. 매체를 그런 간격으로 만들면 소리의 파형 주기는 기하급수적으로(=등비수열) 짧아지는 평균율 음계가 나오는가 보다. 어떻게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2. 황금비

조화수열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아름다움이나 조화 같은 걸 수학적으로 설명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건 황금비이다.

기본 발상은 a:b = (a+b):a 비례식을 만족하는 a와 b의 비율이다. 음, 뭔가 심오하지 않은지? 쉽게 말해 긴 변과 짧은 변의 비율이, 긴 변과 짧은 변을 합한 것하고 긴 변과의 비율과 같은 걸 말한다. 이걸 식으로 표현하면 이차방정식으로 귀착되고, 황금비의 값은 (1+sqrt(5))/2, 대략 1.618이 된다.

황금비 상수는 뭔가 심오함이나 신비로움, 괴팍함이 느껴지는 초월수도 아니고, 간단한 이차방정식만으로 값을 구해서 모든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평범한 대수적 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

인간이 보편적으로 새벽 2시에 가장 깊이 잠들어 있는지, 저녁 8시에 죄책감 없이 가장 잔인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비율이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장 심리적인 안정감과 균형과 조화를 느낀다고 그런다. 오죽했으면 golden ratio라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이것 말고 golden이라는 말이 붙은 개념은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에게도 대접해 줘라”로 요약되는 golden rule 정도밖에 없다.

1 1 2 3 5 8 13 21~ 로 이어지는 그 유명한 피보나치 수열도 현재 항과 이전 항의 비율이 황금비로 수렴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항을 구하는 공식엔 응당 황금비 상수가 들어간다.

또한, 0부터 시작해서 x=sqrt(1+x)를 무한 반복해도 x는 황금비로 수렴한다. 계산 과정의 특성상 x는 sqrt(2)도 한 번 거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수로 수렴하게 된다는 게 흥미롭다.
황금비는 역수가 자신에서 1을 뺀 값과 같다는 특징이 있기도 하다. (0.618...) 1/x = x-1인데, 이는 특별한 게 아니라 황금비의 정의의 특성상 당연한 귀결이다.

도형 중에서는 정오각형이 변 길이와 대각선 길이의 비가 황금비이다.
1마일이 대략 1.609km인 건 아무래도 황금비와는 관계가 없고 전적으로 우연인 듯하다.
또한 종래의 4:3 aspect ratio를 깨고 컴퓨터 화면이 가로로 좀 더 길쭉한 추세로 가는 것 역시, 사람들이 황금비를 심리적으로 더 좋아해서인지는 모르겠다.

한편, A4나 B4 같은 용지의 길이 비율은 황금비가 아니라 sqrt(2)이다. 본인은 A4 용지의 크기가 210*297mm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비율이 sqrt(2)를 표방한 것인 줄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알게 되고는 크게 놀랐다. 심심해서 297을 210으로 나눠 봤는데 딱 1.414...가 나왔으니 말이다.

이런 비율의 장점은 우리가 이미 실생활에서 적지 않게 경험한 적이 있지 싶다. 종이를 반으로 접어도 크기 비율이 접기 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것.
즉, 황금비가 a:b = (a+b):a를 추구했다면, 용지는 a:b = b:a/2를 추구한 셈이다.
황금비가 길이가 1인 정오각형의 대각선 길이라면, sqrt(2)는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이다.

원래는 조화수열에 대해서만 글을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황금비까지 나오면서 얘기가 옆길로 샜는지 모르겠다. 둘은 실용적인 의미가 약간 유사점이 있다 보니 미묘하게 한 글로 엮이게 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25 08:26 2012/07/2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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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잘 알다시피 글쇠배열 수준을 넘어서 한글 조합 로직을 완전히 외부에 expose하고 사용자가 이를 입력 옵션의 일부로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유일한 한글 입력 프로그램이다.

한글 조합 로직은 전산학에서 오토마타라고 불리는 '정규 문법'(regular grammar)으로 흔히 모델링되며, 보통은 그 알고리즘이 해당 한글 입력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 내부에 복잡한 switch문의 형태로 하드코딩되어 있다. 그러나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그렇지 않으며, 아예 C언어 수식의 문법 형태로 오토마타를 사용자가 일일이 지정이 가능하다.

정규 문법은 옛날에 1996년도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 경시부(본인이 그 시절에 정올 공부를 한 세대여서.. ^^)에서 출제되었던 잠수함 코드 식별 문제와 같은 차원의 난이도이다. 주어진 규칙대로 상태를 쭉쭉 switch해 나가다가 코드가 yes로 끝나면 잠수함이고, 그렇지 않으면 noise이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도 그런 수준이라는 뜻이다.

첨언하자면, 이것보다 한 단계 더 복잡한 차원의 문법은 그 이름도 유명한 문맥 자유 문법(CFG)이다. 이제는 다단계의 여닫는 식별 부호를 재귀적으로 처리할 정도가 되어야 하고, 제대로 파싱하기 위해서는 스택이 필요하다. 여기서 스택은 한글 입력 순서를 기억하는 그런 스택이 아니라, 각 재귀 단계별 상태를 기억하기 위한 스택이다. 정규 문법이 Windows의 INI 파일 정도의 복잡도라면, 문맥 자유 문법은 XML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전산학 전공자라면 데이터 구조 시간에 복잡한 괄호와 연산자가 들어간 수식을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을 텐데, 그게 바로 간단한 문맥 자유 문법을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해 본 것이다. 그러나 한글은 초-중-종성으로만 구성되지 '초성-여는 중성-종성-닫는 중성'이라든가, '여는 초성-중성-여는 종성-닫는 종성-닫는 초성' 처럼 글자 자체가 재귀적으로 이상하게 전개되는 형태는 아니므로, CFG가 아닌 정규 문법만으로 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이 다루는 자연어든, 컴파일러가 다루는 프로그래밍 언어 소스가 아니어도, 컴퓨터라는 계산 기계가 인식과 생성과 처리 가능한 모든 파일 포맷은 결국 이런 문법으로 formal하게 생성 규칙을 나타낼 수 있으며 그럴 수밖에 없다. 텍스트 파일이든, 그래픽 포맷이든, 심지어 기계어 코드의 포맷이든 말이다. 그래서 오토마타 이론은 전산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2.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글 입력기 얘기를 계속하겠다.
한글 입력기도 구현체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프로그램마다 동작 방식이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중성+종성 형태의 미완성 한글의 입력이 가능한가? 그리고 세벌식의 경우 초성+종성 미완성 한글도 입력 가능한가?” 하는 것 말이다. 오토마타는 바로 이런 세밀한 로직을 바꿀 수 있다.

아래아한글은 도스용 3.x까지만 해도 그런 게 가능하지 않다가 윈도우용으로 넘어오면서 어느 샌가 미완성 한글의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특히 97 때는 전무후무하게 초-종-중 순의 입력도 가능해서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모아치기까지 지원했었다. 그게 워디안 이후부터는 다시 없어졌지만 말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그런 것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이어치기 오토마타뿐만이 아니라 미완성 한글의 입력을 불허하는 오토마타도 따로 갖추고 있다.
PC 환경이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면서 한글 코드의 주류도 조합형에서 완성형으로 넘어갔다. 완성형은 구조적으로 낱자의 초성과 종성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고 미완성 한글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한글 입력 오토마타도 그에 맞춰서 설계되는 게 불가피했다.

그런데 맥 OS가 제공하는 한글 입력기는 동작 방식이 흥미롭다. 두벌식은 별 차이가 없는데 MS의 한글 입력기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세벌식이다.
오토마타가 '미완성 한글을 허용 안 하는 이어치기'의 변종이다. 초성과 중성의 단독 입력은 허용하지만, 종성 단독이나 여타 미완성 한글의 입력은 아예 무시하여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받침 ㄲ, ㅆ은 ㄱ, ㅅ의 연타로 입력을 못 하고 반드시 한 타로만 쳐야 한다.

입력 무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오토마타에서 -1이라는 음수 상태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이런 입력 로직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다.

0 → A ? 1 : B ? 3 : C ? -1 : 0
1 → A ? 1 : B ? 2 : C ? -1 : 0
2 → B ? 2 : C ? 4 : 0
3 → B ? 3 : C ? -1 : 0
4 → C ? 4 : A|B ? 0 : -1

초기 상태에서는 종성 C만 -1로 빠지게 하여 무시하면 된다. 그리고 초성이 입력된 상태인 1번 상태에서도 C만 무시하면 된다.
초성과 중성이 모두 입력된 2번 상태에서만 종성의 입력이 허용되며, 이 경우 오토마타는 4번 상태로 가게 된다.
중성만 단독으로 입력된 상태인 3번에서도 중성만 동일 상태로 받아들이면 되고 종성은 여전히 무시한다. (C ? -1: 0)

끝으로 문제가 되는 건 초-중-종성이 모두 입력된 4번 상태이다. 받침 ㄴ+ㅎ=ㄶ 같은 결합은 계속 허용해야 하지만 더 결합할 수 없는 받침은 입력을 무시해야 한다. 그리고 초성과 중성은 다음 글자로 입력을 받아들인다. 이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오토마타로부터 양수 상태값을 얻어서 결합 가능 승인은 받았지만 실제로는 낱자 결합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서 추가 결합이 불가능해진 낱자가 발견될 경우, 성분 변수 A~C에다가 모두 0을 집어넣어서 해당 상태에 대한 오토마타 함수값을 다시 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C에 값이 있을 때는 일단 4번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하되, 초성이나 중성에 값이 있으면(A|B) 다음 글자로 넘어가서 조합을 진행하게 하고(0), 진짜로 세 변수가 모두 0일 때만 -1로 조합을 무시하게 하면 된다.

요컨대 초성과 중성만 단독 입력이 가능하고 정확하게 초-중-종 순서를 따르지 않은 unexpected 종성은 입력을 무시하게 한 오토마타인데, 이것도 좀 오래 써 보니 오타 방지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3.

이제 오토마타 얘기 말고 다른 기술적인 얘기로 넘어가겠다.
맥 사용자라면 이미 충분히 아시겠지만, 매킨토시 컴퓨터는 별도의 한/영이나 한자 키가 없기 때문에 한/영 전환이 cmd+space이고, 한자 변환은 opt(alt)+enter이다.

다만 약간 불편한 점은,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겹받침을 입력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두벌식에서 ㄱ+ㅅ을 누르면 둘은 따로 떨어지며, 세벌식은 아예 겹받침 단독 입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성+한자로 특수문자를 입력하는 기능도 맥에는 없다. 일반 PC에서는 그야말로 도스 시절에서부터 존재한 오랜 전통임에도 불구하고, 맥은 그런 것의 영향을 지금까지 전혀 받지 않은 채 지내 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반각 모드 같은 것도 맥에서는 찾을 수 없다.

윈도우에서는 두벌식/세벌식이 한 한글 IME 내부에서의 설정치로 존재해 왔지만 맥은 각각의 벌식이 마치 영문 쿼티/드보락처럼 별개의 입력 방식으로 다뤄진다. 어찌 보면 이게 더 직관적인 디자인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입력 환경 설정 대화상자에는 글자판을 선택하는 옵션은 없으며 backspace 키의 동작 방식 같은 것만 있다.

Windows는 95 이래로 조합 중인 한글을 깜빡이는 네모 커서로 나타내는 관행을 도스 시절 프로그램으로부터 확실하게 도입하여 정착시켰다. 이 당연한 관행이 3.1때까지만 해도 없었기 때문에, 한글을 조합 중일 때 커서는 그냥 해당 한글의 앞에 똑같은 길쭉한 형태로만 보였다. 당시 윈도우 3.x용 MS 워드 6.0이 예외적으로 IME를 자체 처리하여 네모 커서를 자체 구현하던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맥은 조합 중인 한글을 그냥 일본어나 중국어의 조합을 표시하듯이 밑줄로 처리한다. 즉, 맥에서는 깜빡이는 네모 커서를 볼 일이 없다는 뜻. 사실, 깜빡이는 네모 커서는 도스 시절 이래로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편하기는 하지만, 한글 조합을 두 글자 이상의 길이로 표현하는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큰 제약도 존재한다.

그래서 MS 운영체제에서는 전통적으로 한글 조합을 단어 단위로 잡는 기능이 존재한 적이 없다. 한자 입력할 때를 빼면 사실 전/반각만큼이나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반면 맥에는 그 옵션이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한글 입력 하나를 두고도 맥과 윈도우는 문화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차이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류가 없는 100% 정확한 세벌식 최종 글자판이 윈도우에서는 무려 비스타와 오피스 2007 타임라인에 와서야 겨우 제공된 반면, 맥에서는 공 박사님의 영향력 덕분인지 그야말로 OS X도 아니고 20세기 클래식 시절부터 당연히 기본 제공되어 왔음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20 19:21 2012/07/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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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복선 전철 1차 개통!

‘수인선’이라 하면 대한민국 최후의 협궤 철도라고 굳이 철덕이 아니어도 우리나라 역사· 지리· 문화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개통된 수인선은 원래 더 먼저 만들어진 수려선(1930년)과 직결하여 경기도 여주까지 이어졌다. 여주에서 나는 쌀을 인천항으로 수송하여 일본으로 반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엔 쌀을 인천항으로 나를 일이 없어졌고, 도로 교통도 발달하면서 이 장난감 같은 철도는 잉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수려선은 이미 1972년에 진작에 폐선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참고로 현재의 국도 42호선이 수려선과 많이 겹쳤었다. 수원 시내 동쪽에서 수원 역 정문으로 닿는 그 도로가 바로 국도 42호선임.

그리고 수인선도 적자를 감당치 못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운행 구간은 축소되었고, 결국 1995년 12월 31일에 치른 종운식을 끝으로 운행이 중단되었다. (운행 중단이라 쓰고 폐선이라 읽는다 ㄲㄲ)

물론, 운행 중단과 폐선은 엄밀히 보자면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가령, 서울 교외선은 여객 열차가 다니지 않는 운행 중단 상태이지만 폐선은 아니다. 그에 반해 수인선은 그 뒤로 선로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었으며, 협궤 열차 자체가 한국 철도에서 완전히 맥이 끊김으로써 폐선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그 수인선이 폐선된 지 딱 16년 반 만에 1차 구간이 부분적으로나마 표준궤 복선 전철로 부활하여 우리 곁에 돌아왔다. 만세! 개통 날짜도 2012년 6월 30일 토요일인 덕분에 본인은 전날인 29일 금요일에 회사 근무를 마친 후, 미리 시흥으로 답사를 갔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있는 곳은 판교이다. 자동차라면 성남에서 안산 내지 시흥으로 가는 경로로 우리의 친구인 외곽 순환 고속도로(고속국도 100호선)가 있지만,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서울과 위성도시를 잇는 방사형 노선만 발달해 있을 뿐 위성도시 사이를 잇는 순환형 노선은 인프라가 무척 열악하다. 철도는 그게 더욱 심하다.

그래서 성남 버스 103번을 타고 서쪽으로 간 뒤, 4호선 인덕원 역에서 전철을 쭉 타는 경로를 택했다. 사실 버스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이건 시간적인 메리트는 별로 없다. 인터넷 지도는 아예 서울 강남(분당선 - 2호선 선릉-사당 - 4호선)까지 매우 심하게 우회하는 지하철 경로를 제시할 정도였는데 차라리 그게 가장 빨리 가는 경로가 맞는 듯했다.

단지 나는 시간적으로 급한 상태가 아니고, 한국학 중앙 연구원 같은 생소한 지대를 구경하고 싶고,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아닌 다른 길(안양판교로. 지방도 57호선)로 성남-의왕-과천을 횡단해 보고 싶어서 버스를 선택한 것이었다.

새로 개통하는 철도역이나 노선을 개통 당일 첫 차로 답사하러 내가 직접 그 전날에 미리 근처에서 외박까지 하는 건 4년 전(2008년 6월)의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 역 개통 방문 이래로 이게 두 번째였다.
전국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이상 고온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찜통 같은 6월을 보냈는데 이 날 저녁부터 때마침 단비가 땅을 촉촉히 적시고 여행을 한결 더 운치 있게 만들어 줬다.

수인선을 타려면 출발역인 오이도 역 주변에서 대기하는 게 좋다. 하지만 거기 주변은 그냥 닥치고 아파트뿐이고 식당, PC방, 찜질방 같은 상업 시설이 눈에 띄질 않았다. 특히 오이도 역의 동쪽 방면인 3번 출구는 그야말로 잉여 황무지인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출구 역세권에 대해서 쓸 게 없어서 그냥 ‘동광장’이 끝이다!

그래서 본인은 부득이 그 앞의 정왕 역에서 내려서 거기 근처에서 외박을 했다. 이는 이튿날 실제로 오이도 역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오이도 역에서 첫 차는 타야 하니 새벽 4시 무렵에 본인은 우산을 쓰고 어두컴컴한 빗길을 걸으면서 정왕에서 오이도 역으로 도보로 이동했다. 이것도 재미있는 추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본인은 5시 30분에 오이도에서 송도로 출발하는 수인선 전동차에 성공적으로 탑승했다.

수인선은 세 단계에 걸쳐 개통될 예정인데, 이번에는 그 중 1단계가 개통한 것이다(오이도-송도). 아직 13km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시흥시와 인천 광역시가 어떤 형태로든 철도로 이어지고, 인천 지하철 1호선 원인재 역과 환승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그 유명한 수인선 소래 철교도 이 구간에 포함되어 있다.

2단계 때는 인천 시내를 좀 더 깊숙이 관통하여 수인선이 드디어 경인선 인천 역과 연결된다. 1단계 구간은 모든 역들이 지상이거나 지상 고가이지만(연수-송도 사이에 잠깐 지하 터널은 지남), 2단계 때는 지하역도 생길 것이고 특히 수인선 인천 역 승강장은 지하에 만들어질 거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동인천 역에서 회차하는 경인선 급행 전동차는 나중엔 이 지하 인천 역까지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단계 구간에 포함돼 있는 용현 역이 개통되면 인하 대학교도 드디어 전철 역세권에 들게 될 것이다. 사실, 이 2단계 구간인 송도-인천은 수인선에서 가장 먼저 폐선된 구간이기도 하다. 무려 1973년이니, 수려선의 폐선과 시기적으로 별 차이도 안 난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한대앞 역에서 수원 역까지 나머지 잔여 구간이다. 즉, 인천 다음으로 수원과의 연결이다. 여기는 수원 시내만 지하이고 나머지 교외 구간은 응당 지상이나 고가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말 당시에 최후까지 영업을 하던 수인선 구간은 바로 여기였다.

한대앞-오이도는 복복선이 아니라 기존 안산선과 수인선 열차가 선로를 “공유”하게 된다. 이 구간은 안산선이 의도적으로 수인선과 동일한 선형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4호선 열차의 절반은 어차피 사당까지밖에 안 가기 때문에 안산선은 선로 용량이 남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천-오이도-한대앞-수원이 연결됨으로써 수인선이 완공되고, 지금 기흥까지 가는 분당선도 수원까지 연장되어 내려오면, 수인선과 분당선은 수도권 남부를 도는 거대한 노란색 광역전철로 변모하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수인선의 노선색은 분당선의 그것과 동일한 노랑으로 설정되어 있다. 마치 광역전철 중앙선과 경의선이 미래의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고 둘 다 옥색을 쓰고 있듯이 말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전철 노선도의 토폴로지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분당선은 동쪽으로 끝나고 안산선은 서쪽으로 끝나는 형태였는데 이젠 이들을 한데 이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1단계 개통을 한 수인선은 다른 노선과 직결 운행을 하는 게 없이 오이도-송도만 짤막하게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6량 1편성이고 전철 중앙선과 비슷한 배차 간격인 15분당 1대 운행이다. 민자 사철이 아니라 전형적인 코레일 광역전철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운임을 받는다거나 한 건 없다. 따라서 기존 기본 운임 체계에 따라 마음 놓고 타면 된다.

원래 오이도 역은 쌍섬식 승강장으로 한 섬은 상행, 다른 섬은 하행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승강장의 용도가 반씩 분담되어. 한 섬은 안산선, 다른 섬은 수인선 승강장으로 바뀌었다. 시종착역은 플랫폼이 좀 많아야 할 텐데 저런 식으로만 운영해서는 회차 용량의 감소가 우려되긴 하지만, 안산선과 수인선 모두 배차가 최하 10분이 넘는 한적한 노선이고 둘 다 인상선도 있는 형태이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 싶다.

수인선 1차 개통 구간의 주변 경치는 공장 아니면 고층 아파트들이다. 남동 인더스 파크는 남동 산업 단지를 쓸데없이 외래어 버프를 씌워서 표기한 것. 우리집에 있는 본드의 제조사인 ‘오공 본드’의 공장이 이 역 근처의 차창 밖에서 보였다.
인천논현 역은 서울 지하철의 논현 역과 헷갈리지 말라고 ‘인천’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 사랑 침례 교회는 이 역에서 400m 남짓 떨어져 있다.

마치 지금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 전철, 그리고 공항 철도가 공덕-DMC 사이에서 상당 부분 중복 구간이 존재하듯, 수인선과 안산선은 일부 구간을 중복 수준을 넘어서 아예 동일 선로를 공유한다. 하지만 대피선이 설치된 역이 많은 만큼, 수인선이나 오리지널 안산선(4호선) 중 어느 노선의 열차는 안산선 구간에서 표정 속도에 차이를 두어, 급행 형태로 좀 다니면 좋겠다.

본인은 수인선의 복선 전철 부활을 경축하는 바이다. 나머지 구간도 어서 개통하고 분당선-수인선이 경의-중앙선과 짝을 이루는 거대한 광역전철이 되는 날을 꿈꿔 본다. 그리고 안산선 구간과 만날 예정인 소사-원시선과 신안산선도 어서 개통하고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과 인천 지하철 2호선까지 개통한다면 철도 덕후로서 무진장 행복해질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7/18 08:17 2012/07/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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