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등 옛날 철도 역사

1. 수인선 옛 협궤와 관련된 역사 맥락

수인선은 일제 강점기의 중후반기인 1937년 7월 11일에 협궤 형태로 개통했다가 지난 1995년 12월 31일에 완전히 폐선됐다. 최후까지 운행하던 구간은 수원-한대앞이었다.

수인선이 사라진 때는 대한뉴스가 폐지되고 방위병 제도가 폐지된 때로부터 정확히 1년 뒤이다(1994. 12. 31.). 그리고 에쿠스가 단종되고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의 월간 발행이 중단된 때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이다(2015. 12. 31.)

상록수 최 용신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쳤던 샘골이 수인선의 역세권에 있었다. 하지만 이분은 수인선 개통보다 훨씬 일찍 요절했다. (1935)
그래서 신 상옥 감독의 1961년작 옛날 영화 "상록수"를 봐도.. 이분이 버스에서 내리는 걸로 영화가 시작된다! 수인선 철도가 한 10년쯤 더 일찍 개통했다면 열차에서 내리는 걸로 씬이 바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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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균 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1977년작 주 기철 목사 전기 영화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보면, 주 목사 가족이 열차 타고 평양으로 이사 가는 장면에서 수인선 '혀기' 증기 기관차가 달리는 씬이 잠깐 나온다. 딱 봐도 폭이 정말 좁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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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으로 가는 경의선은 표준궤였을 텐데 자그마한 협궤 열차가 나오는 건 영락없는 고증 오류다. 하지만 그 당시에 국내에서 증기 기관차 운행을 저렴하게 컬러로 촬영할 수 있는 곳이 거기였으니 수인선이 대신 쓰였던 것이지 싶다. 증기 기관차는 달리는 모습을 컬러로 보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물건이다.

1937-1995는 뭔가 사람 인생 연대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록 자연사라고 보기에는 좀 짧은 감이 있지만..
내가 아는 유명인사 중에서 수인선 협궤와 lifespan이 가장 비슷한 사람은.. 이단 연구가 탁 명환 씨이다! (1937. 7. 8. ~1994. 2. 18.) 단, 이 사람은.. 병이나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살해당했다.;;
그리고 천문학자 겸 저술가인 칼 세이건(1934-1996)도 얼추 수인선 세대라고 볼 수 있다.

1995~96년은 철도청의 입장에서도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둥근 터널을 형상화한 Q 모양의 철도청 CI (보신 기억 있으신 분??)가 거의 30년 만에 폐지되고, 레일을 역삼각형 모양으로 형상화한 새 CI가 이때 도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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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Q자를 형상화한 듯이 생긴 로고를 본 건.. 게임 퀘이크 로고랑 철도청 옛날 CI였다. ㄲㄲㄲㄲㄲ
그리고 노랑-초록의 철도청 도색이 등장한 것도 이때이다. 새마을호 열차가 새 도색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서 바뀌었다.

수인선이 폐지되고 나서 얼마 안 된 96년 1월에 서울 지하철 3호선의 북쪽 연장선 격인 일산선 구파발-대화 구간이 개통했으며, 96년 3월엔 철도 기술 연구원이 창립됐다.
그리고 전철 개통식 때 대통령이 친히 참석하는 관행도 김영삼 시절 이때가 거의 끝물 마지막이었다.
아이고, 수인선 하나만 갖고 연대기 얘기가 얼마나 미주알고주알 쏟아져 나오는지~! ^^

2. 1940년 열차 시각표

어떤 철덕 용자께서 무려 1940년, 지금으로부터 딱 80년 전의 한반도(조선) 열차 시각표를 구해서 엑셀로 알아보기 쉽게 전부 입력해 놓았다. 우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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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선과 수인선도 있다. 수려선은 하루에 편도 5회, 수인선은 하루 6회 열차가 운행되었다.
말로만 듣던 금강산선은 하루 7회.. 경인선은 그나마 많이 다녀서 하루 15회였다. 참고로 경인선이 선로가 꼴랑 하나밖에 없는 단선이었다는 걸 감안하도록 하자.;;
지금보다야 시설이 열악하고 열차의 속도도 엄청나게 느렸겠지만.. 어쨌든 한반도 역사상 철도 노선이 제일 다양하게 뻗어 있던 시절은 일제 시대였다는 걸 부인할 수 없겠다.;

더구나 1940년은 일제 시대 중에서도 철도가 최고로 번창했던 시기이다. 건설될 노선들은 사실상 다 건설된 말기인 데다, 40년 이후부터는 전쟁 때문에 여객 열차 운행이 줄어들고 일부 비수익 노선은 레일마저 전쟁 물자로 공출돼서 없어진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저 때는 금강산선이 종점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던 시절이니 다행이다.

이런 귀한 자료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럼 맨 앞 페이지 경부선을 살펴보도록 하자.
지금이야 경부선이 수도 서울과 제2의 수도 부산만을 잇는 정도이지만.. 일제 시대에 경부선은 북쪽이 경의선과 이어져서 평양과 중국으로 가고, 남쪽은 연락선과 이어져서 일본으로도 연결됐다. 그 중요도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뻘밭 천지였다던 대전은 경부선 덕분에 얼마나 발전할 수 있었을지를 짐작케 된다. 경부선 주요 정차역으로도 모자라서 호남선 분기 지점까지 됐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시각표를 보면 우리는 여러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 아무래도 일본의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다 보니, 시모노세키-부산 연락선의 스케줄도 같이 기재돼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산에서 서울(경성) 방면으로 가는 게 하행이다. 상행이 아님.
  • 그래도 일제 시절의 로망은.. 열차 타고 중국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기서 안동, 봉천, 신경, 북경은 한반도의 지명이 아니다.
  •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이 적은 열차 운행 횟수.. 그 시절에 열차라는 건 지금 우리가 여객기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위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 그래 봤자 저 때 다녔던 열차는 전부 '증기' 기관차였다. 디젤이나 전기 따위 없었다.
  • 경성-부산이 영업거리표 상 거리가 거의 450km에 달한다. 부산 역이 지금보다 바다에 더 가까이 있어서 1.7km 정도 더 길어졌고, 또 지금보다 선형개량이 덜 되어 길고 구불구불한 구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열차로 매일 부산 7시 5분 출발, 경성 13:45 도착.. 증기 기관차로 중간에 대전과 대구에만 정차해서 서울-부산을 6시간 40분 만에 찍었던 '아카츠키' 호는 그 시절 정말 최강의 갑부 금수저만 타는 최고급 최고속 호화 사치 열차였다.
또한 이건 일본의 입장에서도 증기 기관차를 최강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로 굴려서 산출한 속도였다.

한국은 해방 후에 1960년이 돼서야 증기가 아닌 '디젤 기관차'로 서울-부산 6시간 40분을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무궁화호 우등 열차). 물론 일본은 그때 이미 시속 200km짜리 신칸센을 세계 최초로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었으니 격차는 또 벌어졌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에이트맨이 1963년, 신칸센 0계 열차가 정식 개통하기 1년 전에 출시됐는데.. 이때 벌써 신칸센처럼 생긴 열차가 나온다. 신칸센은 그만큼 개통하기도 전부터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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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철도가 아닌 고속도로에서는 바다 때문에 더 연장의 여지가 없는 부산 방면을 상행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서 시행하고 있어서 일본 방면과 얼추 비슷해졌다. 서울 방면을 상행으로 정하고 있는 철도와는 다른 관행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2/27 08:35 2021/02/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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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의 건설과 개통 내력

서울 지하철의 건설 형태는
"1 / 2 / 3,4 / 5,6,7,8 / 9 (,10,11,12)"호선.. 이렇게 나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1.
1960년대 말, 서울시의 높으신 분들은 이렇게 서울시가 팽창하고 인구가 증가하다가는 시내의 교통은 체증 때문에 완전히 끝장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선택한 돌파구는 지하철.. 우리도 외국의 대도시들처럼 땅 아래로 길을 파서 지하철을 건설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까지 서울 시내에는 노면전차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경영 수지가 안 좋아 적자가 쌓여 가고, 차량과 시설의 노후화도 심한 노답 상태였다. 얘는 지하철 건설을 위한 시범타로 완전히 폐선· 퇴출되었다.
전차가 없어진 종로 도로를 파헤쳐서 몇 년 동안 극심한 버스 혼잡과 교통 체증을 감내한 끝에, 서울 최초의 지하철 1호선은 철도청 광역전철 경인(인천)/경부(수원)/경원선(성북)과 직결된 독특한 형태로 건설되고 개통됐다. 차량 운행을 철도청(현 코레일)과 서울 지하철 공사(서울 교통 공사)라는 두 주체가 공동으로 하기 시작했다.

차량은 그 당시 유행이던 중문 달린 식빵 모양 '초저항'(초기 저항 제어 방식 전동차) 차량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와서 굴렸다. 철도청은 차량에 파란 도색을, 서지공은 빨간 도색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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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일본의 신칸센 0계 전동차만큼이나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상징인 매우 귀중한 차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레일과 서교공 모두 자기네 초저항 차량을 내구연한 경과로 인해 퇴역한 뒤에도 한 량씩 자기 방식으로 도색해서 정태보존 중이다. (각각 철도 박물관, 신정 차량기지 내부)

저런 식빵 모양의 디자인은 비슷한 시기에 일본 현지에서 다닌 도쿄 지하철 5000계 전동차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단지, 차폭은 일본 내수인 1067 협궤가 아니라 1435 표준궤로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초저항 전동차는 일본의 철덕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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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항 전동차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전방 중앙에 출입문이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전동차를 그대로 중련 편성해서 기관사가 아니라 승객이 객차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지하철 1호선이 첫 개통한 날엔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성대한 개통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하필 개통식 당일의 이전 행사에서 영부인 육 영수 여사가 괴한에게 피격 당하는 바람에 지하철 개통식은 대통령 없이 아주 우울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지게 됐다. 그리고 서울 시장도 경질되고(양 택식 → 구 자춘) 향후의 지하철 건설 계획까지 확 바뀌게 됐다.

2.
서울 지하철 2호선은 1980년부터 84년까지 점진적으로 개통하면서 거대한 순환선으로 만들어졌다. 이때 굉장히 큰 변화가 생겼다.

  • 고유 노선색 패턴 (2호선은 초록색)
  • 저항 제어보다 조금 더 발전한 초퍼 제어 방식 전동차 (MELCO). 국영 공작창이 아닌 민간 기업 중심으로 차량 생산 시작
  • 매큔-라이샤워 로마자 표기법
  • 노인 무임승차(!!!)
  • 지금과 같은 지하철체
  • 최초의 우측통행 (조금 뻘짓 같지만), 최초의 지하철간 환승역 (신설동)
  • 8량 증결 (처음엔 6량 1편성이었음.. 역들의 건설만 10량 기준으로 해 놓고)

이 정도면 서울 지하철의 실질적인 기틀은 2호선 때 완전히 잡혔다고 봐도 되겠다.
용답 역 근처에 있는 군자 차량기지는 서울에서 중심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지하철 차량기지이다. 그러면서도 창동이나 구로 기지와 달리 이전 계획도 없고, 오히려 여기 주변에 서울 교통 공사 본사와 종합 관제센터까지 들어서 있다.

아, 그리고 1호선이 지상 광역전철과 직통 운행하는 지하철을 선보였다면, 2호선은 유의미한 구간을 계속해서 지상 고가로 달리는 지하철? 도시철도?를 최초로 선보였다. 타 노선들은 한강을 건널 때 내지 외곽 종점 차량기지에 다 왔을 때에만 잠시 지상에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강변-뚝섬이라든가 신대방-대림 지상 구간은 서울 시내에서 보기 드문 형태이다.

3-4.
3호선과 4호선은..

  • 최초로 Y자형 분기(1호선)나 O자형 순환(2호선)이 아닌, 단순한 I자 선형..;;
  • 서울 올림픽에 대비하여 자금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초로 두 노선이 동시에 건설· 개통되어 서울 중심부를 X자로 관통했다. 충무로 역은 최초로 2개 노선이 동시에 건설된 환승역이다.
  • 일본물이 아닌 유럽물을 먹은 광폭형 GEC 초퍼 전동차가 이때 도입돼 들어왔다.
  • 올림픽을 염두에 둬서 그런지 인테리어를 1· 2호선보다 더 신경쓴 역들이 제법 등장했다. 경복궁, 교대, 동대문운동장처럼..
  • 신호 시스템이 ATS보다 더 정교하고 발전된 ATC로 바뀌었다.
  • 얘들이 등장한 시기부터 전동차들이 드디어 10량으로 증결됐다.
  • 얘들은 일산, 분당, 과천 이렇게 새로 건설된 광역전철들과 직통 운행을 시작했다.

참고로 80년대 중반 올림픽 준비의 산물들로 다른 분야로는: 올림픽대로, 현대 그랜저, 유선형 새마을호 열차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되지만 과거에는 2호선에도 1호선의 초저항 전동차, 또는 3-4호선의 GEC 초퍼 전동차가 잠시 다닌 적이 있다. 그 반면, 2호선의 MELCO 초퍼는 2호선 외의 타 노선을 다닌 적이 없다.

5-8.
이제 1990년대에 서울 2기 지하철 노선 4개가 한꺼번에 계획되고 건설됐다. 세부적으로는 이것도 95~96년 사이(5호선 전체, 7호선 강북 구간, 8호선 남쪽 구간)와 99~01년 사이(6호선 전체, 7· 8호선 나머지 구간)의 두 타이밍으로 나뉜다만..
얘는 지난 15년간의 지하철 건설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겼다.

  • 1기 시절보다는 환승거리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역들이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더 미래에 건설할 3기 지하철까지 염두에 두고 환승 통로와 노반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5-9 여의도역처럼)
  • 전동차 외형의 표준화
  • 자갈 대신 콘크리트 노반
  • 재래식 삼발이 대신 깔끔한 개집표기, 무려 하저터널,
  • 롤지 대신 LED 전광판
  • 저항/초퍼보다 더 발전된 VVVF 제어: 자동차 내연기관으로 치면 가변 밸브 개폐량/개방 시간(VVL/VVT) 같은 기술을 떠올리면 되겠다.
  • ATS/ATC보다 더 발전된 ATO 신호 시스템. 차장을 생략한 1인 승무

이렇게 1기 지하철에 비해 정말 정말 많은 부분이 발전했다.
이때는 차량 외형은 다들 비슷해졌지만, 내부의 VVVF 인버터는 제대로 국산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사별로 ABB, 미쓰비시, GEC 등 갖가지 개성 넘치는 전자악기 소리를 가속 구동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게 1990년대의 로망이다. 2기는 1기와 달리, 시각 대신 청각적으로 즐길 것이 다양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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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건설이란 게 워낙 재정 등골 브레이커이다 보니 2기 지하철을 만들 때는 어떻게든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을 높으신 분들이 했는데, 그 아이디어 중 하나가 2기 지하철부터는 아예 무인 운전을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테스트를 해 보니 자동 운전 시스템이 승강장 제 위치에 정차를 정확히 못 했다. 또한 이때는 아직 스크린도어도 없어서 완전 무인 운전을 하기엔 여러 애로사항들이 즐비했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는 2인 승무에서 차장만 뺀 1인 승무로 줄이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최초 개통 구간이 왕십리-상일동이었으며, 천호대로 구간이 이때 파헤쳐졌다가 복구되면서 국내 최초의 시내 중앙 버스 전용 차로로 탈바꿈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응답하라 1997에서 나름 고증을 반영한답시고 지하철 노선도에서 5~8호선은 하얗게 지워 놨던데 그건 오류이다.
그 시절엔 5~8호선도 점선으로 그려 놓고 "건설 중, 개통 예정"이라고 표시해 놓는 게 올바른 고증이다. -_-;;

처음에는 5~8호선만 운영하는 '서울 도시철도 공사'라는 회사가 따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한 도시의 지하철에 사철도 아니고 공기업이 둘이나 있는 건 꽤 이례적인 경우였기 때문에 2017년부터는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져서 서울 교통 공사로 바뀌었다.
회사가 둘이서 따로 놀던 시절엔 한 회사 구간에서 파업이 벌어져도 다른 회사 노선은 영향이 없었는데.. 지금은 파업 발생 시에 지하철 1~8호선이 몽땅 멈춰 버릴 가능성이 생겨 있다.

9.
다음으로 서울 3기 지하철은 계획대로라면 9~12호선이 추가로 건설됐어야 했다. 하지만 외환 위기와 IMF, 이로 인한 긴축 재정 처방 때문에 지하철 건설 계획은 대부분 칼질 당했으며, 이 때문에 5~8호선 건설 때 미리 준비를 해 놨던 환승역 건설 공간과 노반도 상당수 잉여로 전락하게 됐다.;;
3호선과 7호선의 연장(오금 2010 / 부평구청 2012), 그리고 강남의 횡축 노선인 9호선만이 살아남았다. 나머지는 2010년대 이후에 서울 외곽 구간만이 광역전철(10은 신안산선, 11은 신분당선) 아니면 경전철(12는 우이신설선)로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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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 광역전철이 아닌 단순 도시철도 지하철로서는 이례적인 전구간 급행열차 운행
  • 처음 건설 때부터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 시공
  • 마분지 승차권의 완전 퇴출
  • 오 세훈 시장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덕분에 혼자 굉장히 이질적인 인테리어
  • 한국형 표준 전동차 규격. VVVF 인버터도 통합됐기 때문에 구동음은 대전 같은 최신 지방 지하철하고 pitch(음높이)만 다르지 음색은 같다.

그러므로 서울 지하철의 건설 계획이 대판 틀어진 계기는

  • 1기 지하철: 육 영수 여사 피격으로 인한 서울 시장 경질 (신설동 역 유령 승강장이 생긴 이유도 이 때문!)
  • 3기 지하철: IMF ...;;

라고 정리된다. 그리고 차량 운용 계획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 1호선: 유동적인 열차 중련 편성 (그런 것 필요없고 지금은 언제나 10량 꽉꽉 채움..)
  • 2기 지하철: 무인 운전 (현실은 시궁창. 1인 승무만으로 감지덕지)

이렇게 정리된다.
유동적인 열차 중련 편성은 무인 운전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운용 계획이라는 게 흥미롭다. 철도 운영 이념이 세월에 따라 이렇게 바뀌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2/06 08:35 2021/02/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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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이미 언급했던 아이템들도 좀 있지만 도로 철도 항공 몽땅 한데 통틀어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단선 터널

육상 교통수단에서 단선이란 건 선로를 따라 매우 정교한 신호와 통제가 가능한 철도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그리고 요즘은 철도도 교통량이 아주 적은 곳이 아니라면 최소한 복선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다. 철도가 넘사벽의 접근성을 자랑하는 자동차와 경쟁해서 이기려면 자동차로 도저히 불가능한 고속 대량 수송에 올인해야 하는데, 그건 단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달랐다. 자동차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도로를 닦는 기술과 자본도 부족하다 보니 도로에 지금 같은 엄격한 상· 하행 구분이나 차량과 보행자의 구분 자체가 별로 돼 있지 않았다. 일제 시대만 해도 경성 시내 도로에 깔끔하게 중앙선과 차선이 그어져 있고 신호등이 설치된 것을 내가 본 기억이 없다. 노면전차 때문에 공중에 전차선들만 어지럽게 늘어서 있었을 뿐..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기 어렵지만, 자동차 도로 터널이 겨우 1차로로 만들어진 게 있다. 짤막한 굴다리 수준이 아니라 나름 600m가 넘는 길이이며, 일방통행도 아니고 상· 하행 공용인 게 말이다.
2020년 현재 국내에는 딱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여수의 '마래 터널'(현재는 정확히는 마래 제2 터널로 개칭)이고, 다른 하나는 울릉도의 '통구미 터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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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널의 입구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따위가 없어서 그냥 직진만 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이 있다. 한쪽에 차량이 진입했으면 맞은편에서는 차량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
자동차 도로가 이렇게 되는 건 보통은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차로 하나가 사고나 공사 때문에 막혔을 때일 것이다. 이때는 현장의 인부가 일정 주기로 상행과 하행의 통행을 허용하면서 교통을 정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터널이 통째로 1차로인 건.. 무려 1920년대의 여건 하에서 산의 암반을 힘겹게 뚫어서 차로 하나만 개통시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래 터널은 단면이 철도 터널처럼 생겼으며 마침 전라선 구선로(여수 엑스포에 맞춘 복선전철화 이전)도 근처를 지난다. 그러니 마래 터널이 전라선 철도의 진짜 오리지널 구간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든다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자동차용 터널 중에 이런 비좁은 물건이 있는 게 흥미롭지 않은가..?
참, 여담이지만 인터넷으로 찾아 본 바에 따르면, 울릉도는 모든 도로가 시멘트로만 포장돼 있고 아스팔트 포장은 없다고 한다. 도로가 처음으로 포장되던 시절에 아스팔트 포장을 위한 중장비를 거기까지 동원하는 건 여러 모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2. 2차로 고속도로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라는 건 통행료를 내야 이용 가능한 대신, 평면교차가 없고 보행자도 없고 길이 가장 곧고 상태가 좋아서 차가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최고급 도로이다.

요즘은 지방에 국도도 중앙분리대를 갖추고 고속도로 못지않은 고속 주행이 가능한 고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들도 시내로 들어가면 다시 신호를 받기 시작하며 지속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상하 구배나 커브가 레알 고속도로보다는 아무래도 더 급격하다. 운동 에너지라는 게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만큼, 시속 80 기준 설계와 100/110 기준 설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런데 이렇게 도로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고속도로가 겨우 왕복 2차로라면..?? 그 도로는 제대로 추월을 할 수 없으며 사실상 고속도로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역사적으로 왕복 2차로의 열악한 반쪽짜리 고속도로가 존재했으며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 영동 고속도로의 강원도 구간은 20세기까지 아예 국도/고속도로 공용을 표방하는 막장 2차로 산길 형태였다. 그러다가 2001년이 돼서야 지금과 같은 깔끔한 새 길이 완공됐다.
  • 우리나라 최후의 왕복 2차로 고속도로는 잘 알다시피 88 올림픽 고속도로였다. 하지만 2015년에 전구간이 4차로인 대구광주 고속도로로 리모델링 됐다.
  • 중앙 고속도로는 나름 장거리 횡축 간선인 주제에 2차로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가 뒤늦게 4차로로 다시 만들어졌다.

그래서 2020년 현재, 우리나라는 수십 km 이상 간선 고속도로 중에 2차로짜리는 완전히 전멸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 제2경인 고속도로에서 인천대교로 이어지는 학익-옥련 사이의 아주 짤막한 구간, 그리고 151번 고속도로의 말단인 동서천 IC-동서천 JC 구간이다. 간선이 아니라 고속도로 연결선에 가까운 자동차 전용 도로일 뿐인데.. 법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서 명목상 고속도로라고 등재해 놓은 듯하다.

어떤 도로가 고속도로라면 한국 도로 공사 관할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의 관할이 된다. (경부 고속도로 vs 양재IC 이북의 경부 간선 도로의 차이처럼..)
그리고 고속도로의 주변 부지는 다른 도로의 주변에 비해 개발 제약이 더 심하기 때문에 지금 미리 고속도로라고 찜해 놓는 게 나중에 이 도로를 확장하는 데 더 유리하게 된다.

3. 철도

(1) 신호(재래식 통표 폐색): 정선선의 끄트머리인 정선-아우라지가 최후의 보루이다. 정선선은 20여 년 전에 비둘기호의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제는 통표 폐색 방식을 마지막까지 간수하고 있나 보다.
여기 말고 전라선 모 구간에서 2000년대까지 아직 통표가 쓰이는 곳이 있었다고 하지만.. 복선 전철화가 모두 완료되면서 옛날 이야기가 됐다. 호남선은 주요역 위주로 호남고속선이 새로 깔렸지만 전라선은 본선 자체가 준고속선으로 개량됐다는 차이가 있다.

(2) 오르막 급경사(인클라인/스위치백): 영동선 통리-심포리 구간이 전국 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으로 잘 알려져 있었으나, 이미 2012년에 루프식 터널(솔안 터널)로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국에 루프식 터널은 내가 알기로 중앙선에 두 곳(치악), 함백선, 그리고 저기 저렇게 총 네 곳 있다.

(3) 기관차 방향 전환: 증기 기관차 시절의 엄청 옛날 이야기이다만, 그때는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들이 대전에서의 정차 시간이 꽤 긴 편이었다. 호남선이 서울 방면과 곧장 연결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호남선과 전라선 열차는 대전에서 기관차를 열차의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그리고 경부선 열차라 해도 어차피 150km 정도 달린 뒤에는 물 보급이라든가 기관차 상태 관리 때문에 10분이고 20분이고 쉬어 줘야 했다.
대전 역이 우동(가락국수)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은 이미 다들 아실 것이다. 호남선에서 서울 방면으로 곧장 진입 가능해진 것은 1978년에 호남선 북쪽 구간이 복선화된 뒤부터이다.

(4) 나무 침목, 자갈밭과 레일 이음매: 우리가 철도 선로에 대해서 흔히 생각하는 이 모습조차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은 그냥 다 하얀 시멘트인지 콘크리트인지 노반이 침목과 자갈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교량이고 평지고 터널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도로는 시멘트 포장과 아스팔트 포장이 장단점이 있어서 현재까지 모두 쓰이고 있지만, 철도는 뭔가 획일화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4. 비행기

(1) 엔진 수: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요즘 여객기는 어지간해서는 쌍발 엔진만으로 다 커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3발기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보기 힘든 퇴물이 됐으며, 4발기도 2010년대부터 대형 비행기(A380, 747..)들이 몰락하면서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2) 앵커리지 중간 기착: 과거에는 비행기의 항속거리가 지금만치 길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까지(서부· 동부 불문) 직통으로 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 본토까지 미묘하게 덜 간 알래스카 앵커리지가 중간 기착 허브로 굉장히 각광을 받았다. 과거의 한국 철도에다 비유하자면 저기가 마치 대전 역의 비행기 버전 같은 지위에 오르기라도 한 것 같은데..
한국-미국 직통 비행이 가능한 보잉 747-400이 1990년대에 등장하면서 앵커리지의 명성은 퇴색하기 시작했다.

(3) 항로 안내: 지금이야 GPS라는 게 자동차와 개인 스마트폰에도 다 들어있어서 지도와 현재 위치 표시 서비스(내비게이션)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여객기에 기장· 부기장에다가 항공기관사와 항법사까지 조종실에 탑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훗날 항법사가 항공기관사에 흡수되고, 더 나중엔 후자까지 없어짐) 게다가 항로 측정에 착오가 생겨서 적성 국가 영공에 잘못 들어갔다가 여객기가 격추 당한다니... 이것도 지금이야 소설 같은 일이지만 1980년대에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12 19:35 2021/01/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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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비행기 수준은 아니지만 지면이나 수면을 약간 떠서 다니는 교통수단이 있다.

1. 지면에서는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얘는 분명 육상의 궤도 교통수단이고 차량을 열차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도의 범주에 드는 물건이 아니다. 당장 차량의 밑에 바퀴가 달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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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전자기력의 힘으로 아주 미세하게나마(수 cm 남짓) 위로 떠서 달리니 구름 마찰력 따위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조용하고 진동 없고 주행 속도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198, 90년대의 공상 과학 매체에서 진작부터 미래의 교통수단이라고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 철도와 전혀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선로, 그것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여서 건설비도 엄청 많이 깨지는 시설을 수백 km씩 새로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2020년 현재까지도 자기 부상 열차는 장거리 고속 간선이 아니라 단거리 중저속 도시철도 경전철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국내의 경우 대전 엑스포 공원과 인천 공항의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에는 상하이 시내와 푸동 국제 공항을 잇는 공항 철도가 어째 자기 부상 고속철 형태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츄오 신칸센이 2020년 현재 세계 최초의 유일한 장거리 간선 + 초전도 기반의 자기 부상 열차를 표방하며 건설 중이다. 시속 200km짜리 고속철에 이어 시속 600짜리 자기 부상까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은 놀라운 일이겠지만, 요즘 세계의 경제 시국을 감안하면 저건 경제 대국 일본의 입장에서도 꽤 버거운 과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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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상 열차의 동력원은 linear motor라고 부르는 선형 전동기이다. 하지만 얘 자체는 부상식이 아닌 철차륜 접지식 철도에도 적용 가능하다. 용인 경전철이 ‘선형 전동기’라는 말을 국내에 거의 처음으로 선보인 사례이다.

요즘 자동차가 휘발유에서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면, 철도는 전철은 진작부터 따 놓은 당상이니, 다음으로 기존 열차의 틀을 깨고 공기 저항이나 구름 마찰력을 차원이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서 초고속을 실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철도가 아음속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쯤이면 비행기는 초음속기가 다시 실용화되지 않을지?

2. 다음으로 수면에서는.. 위그선과 수중익선,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이 있다.

(1) 먼저 위그선은 생긴 것부터가 날개가 달린 게 경비행기 내지 헬리콥터.. 어쨌든 비행기를 짬뽕한 것처럼 생겼으며, 수면 위를 수~수십 m 정도 뜰 수 있다. 덕분에 속도도 시속 수백 km에 달하고 매우 빠르다. 배멀미가 없는 것은 덤.. 그 대신 얘는 평범한 배를 운전하는 감과 노하우만으로는 제대로 조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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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더 발전시켜서 아예 비행정이나 수상기를 만들면 되지 이런 어중간한 물건은 왜 만들까? 위그선은 비행기와의 차이가 무엇일까?
위그선은 아무래도 완전한 비행기보다는 연비가 훨씬 더 좋으며, 조종 난이도도 비행기만치 높지는 않다. 그러면서 비행기의 장점을 바다 위에서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위그선은 초저공 비행 중에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누르면서 발생하는 '지면 효과'로부터 생성된 양력을 활용해서 뜬다.

다만, 위그선은 굉장히 빠르게 날아가는 도중에 아래의 파도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양력 비행이란 건 어떤 형태로든 밀도가 낮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공기보다 훨씬 무거운 물이 기체에 부딪혀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금세 자세가 흐트러지고 속력을 잃고 양력도 잃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상황이 발생한다.

위그선은 선박의 경제성과 비행기의 속도를 적당히 절충한 교통수단으로서 나쁘지 않지만.. 전문적인 선박이나 비행기의 틈새를 뚫고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할 만치 획기적으로 뛰어난 물건은 아니어서 그냥 마이너한 특수 목적 교통수단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걸 타고 굳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널 필요는 없으니까.. 단지 포항이나 울진에서 울릉도 정도를 갈 때, 인천이나 안산에서 백령도 연평도 정도를 빨리 가고 싶을 때 비싼 헬기를 띄우느니 이런 물건이 가성비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그선은 비행기와 선박 사이의 정체성이 무척 모호한 물건인데,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물론 선박이다. 법적으로 수면 위에서 고도 150m 이하로만 떠 다니는 것들은 다 선박이고 그 이상부터가 비행기라고 한다. 비행기가 이륙을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최소 높이가 35피트(약 10.7m), 국내에서 사전 신고 없이 경량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최대 고도가 150m이다가 최근에 최대 300m로 완화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기체 반경 600m 이내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높이에서 추가적으로 이 높이까지)

(2) 다음으로 수중익선은 선체 아래에 U자 모양의 둥그런 '날개'가 달렸다. 주행을 시작하면 이게 물 속에서 양력을 받아서 선체를 위로 수 m 남짓 띄운다. 양력을 공기 중에서 얻는 게 아님을 유의할 것. 날개(수중익) 부위는 여전히 물에 잠겨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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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배도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워낙 압도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비행기처럼 크게 돌출되지도 않은 저 작은 날개만으로도 그 무거운 선체를 띄울 수 있다고 한다.
수중익선은 모든 부위가 공중에 뜨는 위그선보다야 느리다. 하지만 위그선보다 더 대형화가 가능하고, 같은 출력으로 일반 선박보다 더 빠르고 편안한(= 배멀미 없는)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중익선은 저렇게 떴을 때는 물이 양력의 매체 역할만 하지 스크루를 돌려서 동력을 전하는 매체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워터제트 엔진을 따로 장착해서 물을 뒤로 뿜어서 나아간다.

(3) 끝으로, 공기부양정은 마치 호치키스처럼 본명보다도 호버크래프트라는 제조사의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얘는 날개가 없고 딱히 항공역학적인 디자인이 아니다. 하체가 공기 쿠션으로 둘러져 있고, 그 공간에다 압축 공기를 불어넣어서 그 공기의 압력으로 뜬다. (양력이 아니라 추력...) 딱 자기 부상 열차가 뜨는 만치만(cm 단위..) 간신히 뜨기 때문에 공중부양(?)을 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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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얘는 위그선보다야 훨씬 더 크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과 짐을 실을 수 있으며, 물 없는 바닥 위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일반 선박들은 바닥이 지면과 닿으면 곧바로 긁히고 좌초하는 반면, 얘는 그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부양정은 험한 지형의 바닷가에 상륙 작전을 펼치는 군사 용도로 매우 적합하다. 물의 저항을 덜 받는 덕분에 일반 선박보다 훨씬 더 빠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내륙 깊숙히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비행기만치 빠르지는 못해도 승용차 정도는 나온다.

공기부양정은 일반 선박처럼 물에 잠긴 형태의 스크루가 달려 있지 않으며, 옛날 증기선 같은 외륜도 없다. 뒤에 달린 프로펠러가 선체 상부의 공기를 뒤로 내뿜어서 나아간다는 게 특징이다. 물이 아니라 공기를 뒤로 밀어낸다.
사실, 비행기도 프로펠러를 뒤에다 장착해서 추진하고 뜨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단지, 이륙하면서 기수가 위로 들릴 때 뒤의 프로펠러가 땅에 닿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 할 뿐...

모든 교통수단은 이것저것 겸용으로 만들면 효율이 매우 떨어지고 생산 비용도 비싸진다. 공기부양정 역시 예외가 아닌지라 일반 선박보다 수송량 대비 매우 비싸고 연비도 낮고 엔진 소리가 시끄럽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함처럼 민간이 아닌 군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8 08:35 2020/12/28 08:35

1.
안전벨트가 없다~!

정말 압도적인 차이점이다. 더 나아가 열차에는 구토 봉투, 산소 마스크, 구명조끼 등 그 어떤 비상용 장비도 비치돼 있지 않다.

2.
일반실 좌석은 복도의 입석 승객이 잡으라고 모서리 부분이 약간 패여서 손잡이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버스의 경우, 시내버스만이 그렇게 돼 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광역/시외 이상급의 버스는 입석과 승차 정원 초과가 아예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그런 거 없다.
여객기는.. 승무원들조차 무조건 착석해야 하는 이· 착륙이라는 위험한 절차가 있는 이상, 아무리 단거리 저가 항공이라 해도 입석은 전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반면 열차는 버스보다 더 안전하고 더 대량 수송 지향적이기 때문에, 입석형 통근형이 아닌 좌석형 장거리 간선 차량에도 입석 손잡이가 갖춰져 있다.
심지어 시속 200~300으로 달리는 고속열차도..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는 걸로도 모자라 입석 승객용 손잡이까지 있는 건 철도만의 고유한 특징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고속'의 정의가 자동차 도로는 시속 100 이상이 기준이지만, 철도는 시속 200 이상이 기준이다. 또한 철도는 승객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입자에서도 자동차처럼 2시간마다 휴식 같은 제약에서도 당연히 열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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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일본 신칸센의 좌석이다. 창문은 마치 여객기처럼 작지만 좌석에 잡다한 안전벨트 따위가 없으며, 좌석 등받이의 양 끝 모서리에 동그란 돌기 같은 게 있다(입석 승객용 손잡이). 버스나 여객기의 좌석은 이런 형태가 절대로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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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도 차량의 경우, 무궁화호는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주 큼직한 손잡이가 있었고, 새마을호는 고급 열차를 표방하다 보니 손잡이가 아예 없었다. KTX도 원칙은 입석을 안 받는 것을 표방했기 때문에 손잡이가 없다.
그나마 ITX-새마을은 큼직한 손잡이까지는 아니고 신칸센처럼 자그마한 돌기 정도로 타협했다.

3.
앞뒤 좌석을 서로 마주보게 회전시킬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 일행끼리 마주보면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세상에 얼마 없다. 자동차의 경우 일반 버스에서는 안 되고 일명 '봉고' 승합차 정도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걔네들도 등받이를 앞뒤로 미는 것까지만 가능하지, 열차의 좌석처럼 좌석을 통째로 뱅그르르 회전시키는 것은 안 된다. 뱅그르르 회전이 가능한 건 진짜 철도 차량 객차의 좌석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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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좌석 2개를 통째로 회전시킬 공간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열차 객실의 좌석은 앞뒤로도 충분한 간격이 필요하다. KTX는 이런 회전이 가능하지 않고 순방향과 역방향 배치가 고정돼 있어서 초기에 논란이 있었다.

참고로, 철도 차량 중에도 옛 통일호 객차는 봉고차처럼 등받이를 앞뒤로 미는 것만으로 좌석의 방향을 조절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런 좌석은 등받이의 앞뒤 구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급화에 한계가 있다. 등받이 뒤에 컵 받침대, 개인 모니터, 쓰레기 담는 그물 등등.. 아무것도 장착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좌석은 최하급 열차 내지 봉고차에만 머물렀던 것이다.

4.
객실과 분리된 짐칸 공간이 따로 있지는 않다.
고속버스는 객실 아래에 짐칸이 있으며 여객기는 아예 부치는 수화물이라는 개념이 따로 있다. 그래서 선반에 올리기도 힘들 정도로 거대한 캐리어 같은 건 거기에다 싣거나 보내면 된다.

하지만 철도는 운행 중에 정차가 잦다는 특성상, 객실과 분리된 짐칸이라는 걸 운용하기는 어렵다. 객실 밖의 공간에 짐칸을 둔 열차도 있긴 하지만, 이 공간은 운행 중에 아무 승객이나 자유롭게 접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난· 분실의 위험이 약간이나마 더 높다.

5.
주행 중에 객실이 24시간 내내 가장 밝다. 이 역시 운행 중 정차가 잦다는 특성 때문에 존재하는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열차는 승차감이 좋은 것과 별개로, 밤에 탑승 중에 잠을 자는 용도로는 버스나 여객기에 비해 불리한 면모가 있다. 전용 침대차가 아닌 이상 말이다.

* 보너스: 철도 차량의 운전석 창문 밖엔 백미러가 있는가?

자동차야 후진 또는 주행 중 차선 변경을 안전하기 하기 위해 후방 시야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운전석 창문 밖에 툭 튀어나온 백미러라는 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물론 이건 주행 중에 차량의 공기 저항을 늘리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이것도 다 카메라 화면으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거울보다야 콩알만 한 렌즈만 노출시키는 게 공기 저항 부담이 덜할 테니까 말이다.

버스나 트럭 같은 큰 차는 운전석의 바로 전방 아래쪽도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거기를 비추는 거울도 같이 달려 있다. 자그마한 거울로 최대한 넓은 영역을 비추기 위해서 거울의 표면은 볼록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런 게 달려 있어도 차량 주변의 사각지대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각지대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시동이 걸려 있는 대형 차량의 주변에는 차든 보행자든 너무 가까이 얼쩡거리지 않는 게 좋다.

공기 저항에 목숨 걸어야 하는 비행기는 아무래도 백미러 따위와 접점이 없는 교통수단일 것이다. 그럼 철도 차량은..?
여객열차라면 출발 전에 승객이 모두 타거나 내렸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저런 거울이 있으면 좋을 때가 있다.
하지만 자동차만치 절실하게 필요하지는 않다. 열차는 역에 정차하는 지점이 늘 일정하기 때문에 그냥 역 승강장의 앞쪽에다가 기관사가 볼 수 있는 커다란 거울을 비치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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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철도 차량들은 길쭉한 백미러가 기관실의 양 끝에 있는 편이었다. 기관차라든가 CDC, NDC, 심지어 새마을호 디젤 동차에도 있었다.
하지만 KTX를 비롯해 2000년대 이후에 생산된 전동차와 기관차는 그렇게 돌출된 백미러가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얘들이야말로 거울 대신 측면· 후방 카메라 영상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3 19:34 2020/12/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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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덕질 근황

1. 용어

  • 철덕: 뭔가 찰떡 같은 근성이 느껴진다.
  • 철렐루야: 첼로 악기 같은 중후함과 VVVF 전동차 가속 구동음이 울려퍼지는 것 같다.
  • 철로역정: 천로역정을 패러디 한 the Celestial Railroad라는 소설이 1843년에 실제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소설의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저렇게 지으면 완전 딱일 것 같은데 말이다. -_-

2. 행복/쾌락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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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준대로라면, 새마을호 열차에서 Looking for you 들었던 순간은 내 경험상 80~100은 되지 싶다. ^_____^
철도님 사랑합니다.

3. 방언

내가 철도교 믿어서 방언 받은 것의 대표적인 예는...

"고네렛샤와 마모나꾸 동대구 에키니 토차쿠이따시마스. 오오리노사이와 오와스레모노노 고자이마세이요 고요이노우에, 오아시모토니 오오리오츠케테 오오리쿠다사이마세."
"화닝니 청쭈어 워먼 더 리에처. 번쯔리에처 드 칼왕 목포 더 무궁화 하오리에처."


정도다. 단어 단위 분석이 가능한 건 "렛샤 / 리에처".. ㅋㅋㅋㅋ
늘 하는 말이지만.. 은사주의를 체험하고 싶으면 오순절 시즌 때 진작에 끝난 이상한 성령 역사를 쫓아다니지 말고, 그냥 철도교에 입문하면 된다.
아 그런데 새마을호가 몽땅 퇴역하고 없으니, 철도교도 보고 듣는 표적이 언제까지나 있는 건 아니었군..;;

4. 사랑이 없으면 / 철도가 없으면

온몸을 불살라 헌신하고 진리를 전하고 하나님 말씀 전한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것처럼 제아무리 화려한 교보재와 기막힌 강의 테크닉을 동원한다 해도.. 지리 역사 교육에 철도가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

철도가 없던 시절의 역사 교육은 암기 고문이다. 철도의 연계가 없는 지리 역사는 시험만 치고 나면 다 까먹는 죽은 지식 말짱 꽝 울리는 징과 같다.
그래서 내 진정 소원이, 다만 내 비는 말은 철도님을 더욱 사랑합니다. ♥ Looking for you여 영원하라!!

철도 왕국이 임하옵시며,
수도권 순환 전철이 남쪽 수인선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북쪽 교외선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철렐루야~

5. 외국 철덕, 철길 떡볶이

얼마 전엔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외국인 처자를 보게 됐다.

"안녕하세요? 저는 브라질에서 온 서울을 많이 사랑하는 철덕 '비아'라고 해요." (☞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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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뭐지 이 사람은..???

  • "저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뭔가의 유래와 역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으면 다 읽어 봐요."
  • "Oh my favorite!" 이러면서 카메라 내밀어서 기관차 사진 찍기
  • All trains are beautiful.
  • I love train.

헐.. 정말 진심으로 저러는 거 맞냐..??
저분 얼굴도 예쁘지만 심성은 더 아름답구나~!!!
진심이 아니라 그냥 연기라 해도 완전 사랑스럽다 ㅠㅠㅠㅠ

마익흘 지하철쏭이 나온 지도 벌써 어언 10년이 돼 가는데.. 한국에 인물이 없으니 외국에서 이런 사람도 다 나타난다.
국대 떡볶이에 이어 철길 떡볶이라는 곳도 있었구나~ 꼭 가야겠다.

저분에게 달려가서 Looking for you 복음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이 좋아한다는 이 코리아라는 나라에서는 한때 이런 음악을 들려주는 열차도 다녔다고 말이다.
저 처자는 한국을 처음 접한 계기는 BTS였을 텐데.. 어쩌다가 철도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을까? Looking for you를 듣고 나면 BTS는 BTS "따위"쯤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_=

요즘 가요계는 내가 알기로 전부 걸그룹 일색이고 걸그룹 멤버들이 대만이나 일본 애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방탄소년은 여자가 아닌 남자 멤버로 어째 저렇게 외국 팬들까지 만들어 오는지도 일면 대단하다.
특히 이 동영상을 보고는 본인도 철길 떡볶이를 직접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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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 이북의 경의선 철길 바로 옆에 터를 잡아서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45년이 넘게 영업해 왔으며, 지금 지배인 부부가 자녀에게 가게를 물려주면 3대째가 된다고 한다.
자기 건물인 덕분에 임대료가 나가는 게 없어서 그런지, 건물이 있는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음식들 가격은 포장마차급으로 매우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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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떡볶이’는 창업주가 올바르고 건전한 사상의 소유자여서 좋은 곳이라면, 여기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울타리· 펜스 하나 없이 입출고 회송 열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떡볶이집이어서 아주 좋다.
민통선 안에서 부부가 영업하는 철원 전선 휴게소(메기 매운탕 전문)와도 뭔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충정로 역 근처에는 그렇잖아도 충정 아파트라고 전국에서 제일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 무려 일제 시대, 1932년에 지어졌으니 회현 시민 아파트보다도 짬이 아득히 앞선다. 그것처럼 충정로역 근처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런 떡볶이집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03 08:33 2020/12/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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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나 철도 차량이 밟은 대로 나아가지 않고 핸들을 꺾은 대로 정확하게 방향 전환이 되지 않는 상황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바퀴가 헛돎

전근대 시절에 인간이 만들어 낸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바퀴라고 한다. 육상 교통수단들은 바퀴가 지면을 구를 때 두 물체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력을 이용해서 움직인다. 굴러가는 바퀴에 밟힌 작은 돌멩이 같은 게 확 튀어오르는 걸 생각하면, 평소에 바퀴가 구르면서 지면에다 전하는 힘이 결코 만만찮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면과 바퀴의 마찰이 너무 작으면 바퀴만 혼자 헛돌면서 차체는 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제동을 걸어도 바퀴는 멈춰섰지만 차체는 계속 미끄러져 움직일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는 바퀴가 모래나 진창에 파묻혔을 때, 또는 빙판길에서 미끄러질 때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철도는 구름 마찰력이 작아서 동력 효율이 우수한데 그 장점이 이런 데서는 악재가 된다. 기관차가 출력만 높고 충분히 무겁지 않으면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헛돌기 쉽다. 철차륜이 고무 타이어처럼 끼이익~ 거리면서 레일에다 스키드마크를 남기지는 않겠지만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철도 시설에 절대로 좋지 않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라든가 과거의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는 엔진 출력은 좋은데 험준한 지형에서 저런 공전 현상이 발생하는 게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화물용 전기 기관차는 더 무거운 물건으로 따로 만들어졌고, 새마을호 PP는 산악 철도인 중앙· 영동· 태백선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퇴역했다.

바퀴로 움직이는 차량은 비행기나 선박과 달리, 닥치고 가볍고 엔진 출력만 높을수록 장땡이 아닌 셈이다.
공항 계류장에서 대형 여객기를 견인하는 토우카 역시 이런 이유로 인해 자체적으로 왕창 무겁게 만들어진다.

2. 조향 중에 미끄러짐

고속 주행 중에 핸들을 급하게 틀면 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복되기 쉽다. 그런데 길이 아주 미끄러운 상태이거나 코너를 도는 동안에도 확 밟아서 가속을 한다면... 차는 전복되기보다는 그렇게 곧이곧대로 돌지를 않고 확 미끄러질 수 있다.

  • 차가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크게 돌면서 커브의 바깥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언더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덜 꺾은 것과 같음)
  • 반대로, 차가 앞부분이 홱 과격하게 돌면서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작게 급격하게 도는 것을 오버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더 꺾은 것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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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구동은 언더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며, 후륜구동은 오버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다. 마치 추우면 옷을 더 입으면 되지만 더운 건 답이 없듯이.. 오버스티어는 사람이 테크닉으로 제어가 가능한 반면, 언더스티어는 감속 자체 말고는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동차 매니아 중에서는 후륜구동을 선호하는 사람이 좀 있다. 물론 일반인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굳이 전륜/후륜구동의 스티어링 성향의 차이를 인지할 정도로 과격하게 운전할 일은 없는 게 정상이겠지만 말이다.

전륜구동(FF)은 무거운 전방 엔진이 실린 바퀴가 구동하기 때문에 초반 가속이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이다. 눈이 쌓인 빙판길에서 전륜이 후륜보다 미끄러짐이 덜하며 훨씬 더 잘 나아간다.
그러나 급가속 때는 관성 때문에 차의 뒷쪽에 무게가 쏠리기 때문에 후륜구동이 더 유리해져서 상황이 좀 바뀐다.

이륜차가 아니라 양쪽 바퀴로 굴러가는 차들은 아무래도 액체(선박)· 기체(비행기) 같은 유체가 아니라 딱딱한 고체 표면 위를 굴러가니 기본적인 안정성은 보장된다. 곧은 길에서 직진 주행만 한다면 딱히 좌우 무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거나 전복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급커브에서 과속을 하면 사고가 나고, 열차의 경우 탈선할 수 있다.

3. 좌우 요동이 갈수록 심해짐

일명 fish tail(피시테일) 내지 sway(스웨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현상을 말한다. 고속 주행 중에 차체의 뒤쪽(= 후륜)이 옆으로 힘이 가해지는 바람에 차가 접지력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그럼 운전자는 당황해서 핸들을 쏠리는 쪽의 반대로 틀고 브레이크도 밟는데, 차는 이번엔 반대쪽으로 더 크게 쏠리기 시작한다. 런닝머신 위에서 장난감 차량을 굴린 예시를 보면 무슨 현상인지 정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다. (☞ 동영상 링크)

요동은 갈수록 커지고 결국 차는 스스로 전복되거나 도로 한쪽(중앙분리대 내지 가드레일)을 들이받게 된다. 주변의 멀쩡히 가던 차와 높은 확률로 충돌도 한다. (☞ 2013년경의 유명한 피시테일 단독 사고 영상) 비행기로 치면 실속에 빠진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건 무슨 급발진도 아니면서 발생 원인이 의외로 딱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한다. 어떤 자료에서는 오버스티어 성향이 있는 FR 차량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반대로 FF 차량에서 더 잘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동륜의 구분 없이 다 나타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급브레이크를 밟지는 말고 핸들을 침착하게 쏠리는 방향의 반대로 틀면서 오히려 가속을 해 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속이란 관성 때문에 차체가 뒤로 쏠리는 걸 의미하며, 그렇게 해 줘야 뒤에 무게가 실리고 접지력이 그나마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후륜구동 차에서는 더욱 절실히 저렇게 해 줘야겠다.

차가 혼자가 아니라 뒤에 캠핑카 같은 걸 끌고 있으면 고속 주행 중에 이런 요동 현상에 더욱 취약해진다. 후진만 어려운 게 아니라 전진에도 애로사항이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속 및 급핸들 조작을 더욱 삼가고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일정 무게 이상의 트레일러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특수 면허가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다. (☞ 외국에서 캠핑카를 끌던 차량이 요동치다가 사고 나는 장면)

철도는 조향이란 게 없으니 자동차 같은 수준의 피시테일 현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 레일과 바퀴가 꽉 조여진 게 아니기 때문에, 고속 주행 중에는 어쩌다 생긴 좌우 진동이 커지면서 차량이 요동칠 수 있다. 이것을 그 업계 용어로는 사행동(snake motion)이라고 한다. 승차감을 저해하고 레일과 바퀴를 손상시키고 최악의 경우 탈선 사고까지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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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동이 발생한 채로 굴러가는 철도 차량 대차을 각각 앞에서 본 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Posted by 사무엘

2020/11/28 08:32 2020/11/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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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기둥에다가 케이블을 연결하고, “그 케이블 아래로 뭔가를 또 늘어뜨려서 하부를 지탱”한다는 개념은 현수교뿐만 아니라 전기 철도에서 전차선을 설치할 때도 쓰인다.
현수선을 영어로는 카테너리(catenary)라고 한다. 이것은 철덕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전기 철도에서 가공전차선(= 제3궤조가 아닌 공중 부설) 방식으로 전깃줄을 매다는 방식들에 온통 저 이름이 붙기 때문이다.

전기 철도는 사용하는 전기 종류에 따라 직류와 교류로 나뉘고, 전차선이 부설된 위치에 따라 제3궤조(아래) 또는 가공전차선(공중)으로 나뉜다. 가공전차선의 경우, 차량 쪽의 집전 장치는 트롤리 폴, 뷔겔, 팬터그래프의 순으로 바뀌어 왔다. 옛날 원시적인 노면전차에서는 전자가 쓰여 왔지만 오늘날 전기 철도 차량의 대세는 팬터그래프이다.

그런 것처럼 공중에다가 전차선을 매다는 방식도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건설 비용과 유지 보수 비용, 그리고 심지어 열차의 주행 속도 한계까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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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차선 하나만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건(직접현가식) 형태가 간편하고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전선이란 게 아무래도 축 늘어지는 관계로, 전신주 기둥에 가까운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높이와 장력이 동일하게 유지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런 생짜 방식은 고속 주행을 하지 않는 옛날의 소형 노면전차 수준에서나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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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노면 전차. 차량의 집전 장치인 뷔겔이나 트롤리 폴도 원시적이지만, 전깃줄도 현대의 전기 철도에 비하면 꽤 단순하고 허술하게 매달려 있다.)

(2) 현대의 전기 철도에서는 선의 계층을 하나 더 추가했다. 보조 가선을 양 기둥과 연결해서 늘어뜨린 뒤, 보조 가선의 아래에다 전차선을 매달아 놓는 것이다.
교량으로 치면 현수교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봇대는 주탑이요, 보조 가선은 주케이블, 전차선은 보조 케이블과 이어진 다리 상판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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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기 철도 설비는 이 정도가 보통이다. 과거의 노면 전차 시절에 비해 얼마나 복잡한가~!)

이렇게 하면 전차선의 높이와 장력이 훨씬 더 균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열차가 안정되게 고속 주행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심플 카테너리, 헤비 카테너리, 트윈-심플 카테너리, 컴파운드 카테너리 등 여러 변종이 존재하는데, 어떤 형태든 핵심은 전차선의 위에 선이 이중으로 깔렸고 이들이 상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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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너리는 전차선 위의 보조선이 축 쳐지는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아래의 진짜 전차선을 평평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카테너리 방식은 여러 장점 덕분에 고속철까지 커버하는 주류 전차선 형태가 됐다. 단점은 아무래도 터널을 더 높게 만들어야 하고 시설이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3) 요즘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제대로 보기가 어렵겠지만, 지하철 선로를 눈여겨본 분이라면 지하철의 전차선은 여느 지상 전철만치 선이 치렁치렁 복잡하지 않고 단촐(?)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 지하철은 터널의 단면적을 줄여서 건설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차선 한 줄만을 단단 딱딱한 쇠막대기 형태로 만들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는다(강체 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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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전차선은 지상 철도의 전차선보다 왠지 군더더기 없고 더 깔끔 단촐하게 생겼다.)

강체 가선 방식은 복잡한 줄들을 여러 겹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게 없어서 공간을 덜 차지하고 깔끔하며, 유지보수 비용도 덜 드는 등 장점이 많다. 자갈 노반 대비 콘크리트 노반의 장점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유연성이 없는 강체의 특성상 팬터그래프의 높이와 잘 맞게 처음에 건설을 아주 정확하게 잘 해야 하며, 그러고도 고속 주행과는 어울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얘는 천상 지하철용이다.

일반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겠지만, 강체 전차선을 매다는 방식은 일명 T-bar 아니면 R-bar이라는 두 계열로 나뉘어 있다. T는 1960년대에 일본에서 독자 개발한 방식으로, 구조물이 꼭대기 천장에 달려 있다. 그 반면 R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킨 방식으로, 구조물이 전차선의 옆으로 비스듬하게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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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R-bar, 오른쪽은 T-bar. 복정 역은 코레일 광역전철과 서울 지하철이 지하에서 매우 가깝게 교차하는 환승역이다 보니, 서로 다른 강체 전차선을 쉽게 대조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1974년의 서울 지하철 1호선 때부터 모든 지하철들이 전통적으로 T를 사용해 왔다. R은 1990년대에 최초의 지하철 형태의 광역전철인 과천선과 분당선이 만들어질 때 철도청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때 지하 교류 구간에, VVVF 전동차에, R-bar까지 나름 신기술이 많이 등장한 셈이다.

오늘날 기술적으로는 R이 T보다 더 우수하고 경제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은 솔루션으로 여겨진다. T는 직류 전용인 반면 R은 둘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는 차이까지 있다.
하지만 T는 R보다 훨씬 일찍부터 국산화에 성공했고 덕분에 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는 T가 주류 노릇을 해 왔다. 2010년대에 와서는 R도 국산화에 성공했으니, 앞으로 만들어지는 가공전차선 방식의 지하 철도에는 R-bar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19 19:34 2020/11/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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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진 분석 퀴즈 - 3

1.
요즘 유튜브에는 혼자 차박 캠핑을 즐기는 여행 유튜버들의 동영상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엄지, 밍동, 리랑 등 여자사람도 많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렇게 유튜브의 AI가 추천해 주는 동영상을 몇 편 봤는데.. 한번은 이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 동영상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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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 저 캠핑 장소는 어디일까?

정답과 해설

2.
이번 아이템은 배경 설명이 없고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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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위의 사진은 어느 역의 내부 모습일까?

정답과 해설

3.
다음으로, 아래 화면은 올여름에 S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에서.. 주인공의 패싸움 장면 전에 잠시 흘러나온 주변 배경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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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저기는 어딜까?

정답과 해설

Posted by 사무엘

2020/10/29 08:35 2020/10/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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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교회 지인과 헤어진 뒤에는 서울로 돌아가면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경기화학선 내지 항동 철길이라 불리는 그 선로를 거의 전구간 농로를 따라 차와 도보로 답사했다. 마음 속 오랜 숙원을 이뤘다.

그 철길은 오류동에서 시작해서 서울 항동과 부천 옥길동을 경유한 뒤 선로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부근의 '경기화학(현재 KG케미칼.. 울산 온산 공단 소재)'이라는 공장으로 가는 걸로 끝나고, 다른 하나는 시흥의 경기 자동차 과학 고등학교 부근까지 더 내려가서 7578부대(육군 3군수지원 사령부)의 뒷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부천 옥길동 일대가 아파트 건설 부지로 개발되면서 경기화학 공장과 해당 선로는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공장 부지는 대략 2017~18년부터 '부광로'라는 넓은 도로로 바뀌었다. 본인은 도로 공사가 시작되고 있을 때 현장 근처를 간신히 방문했던 적이 있다. (☞ 3년 전 글)

다른 사람들의 과거 답사기들을 검색해서 읽어 보면, 2015~2016년까지만 해도 매주 목요일 아침 또는 심야에 하루 한두 번꼴로 관련 시설(군부대 or 공장??)을 드나드는 열차가 아주 천천히 조심해서 통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거 없고 저 선로는 이미 녹슬고 잡초가 무성하며.. 거의 교외선과 비슷한 준 폐선 상태이다.

그나마 서울 항동 구간은 유명해서 공원 산책로로 바뀌기라도 했지만, 시외 구간은 선로가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그러니 아직 선로가 남아 있을 때 방문해서 기록을 남겨 두는 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참고로, 여기 말고 인서울에 폐철길이 수백 m 이상의 유의미한 산책로 형태로 꾸며진 곳은 구 경춘선 성북-화랑대 구간밖에 없을 것이다. 용산선 지상 구간도 얼마든지 철길 공원으로 꾸며질 수 있었을 텐데 그리 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그리고 서빙고 역에서도 차도를 가로지르기까지 하면서 인근의 미군부대 내부로 들어가는 지선 철길이 있긴 하지만.. 그건 길이가 너무 짧아 보인다.

한국어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화학선은 생각보다 옛날인 1960년대에 만들어져서 꽤 오랫동안 열차가 다녔다고 한다. 서울 밖에서 얘의 선형은 목감천과 얼추 비슷하며, 시흥(과림동)과 광명(노온사동)의 경계나 마찬가지이다.
본인은 광명 능촌교에서 북쪽 노온사교까지 약 1.5km 구간, 그리고 시점(항동..)과 종점(군부대) 부근은 걸어서 왕복 답사했고, 나머지 구간은 차를 몰고 따라가면서 주요 구간만 촬영하는 식으로 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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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도보 답사를 하며 촬영한 주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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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종점 부근에 와서는 선로가 주변의 도로보다 높이가 약간 더 높아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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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커브를 틀고는 군부대의 뒷문 안으로 들어갔다. 보다시피 종점 근처는 선로의 상태가 저 북쪽보다 더 양호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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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북쪽으로 농로를 따라 차를 몰면서 선로의 궤적을 추적했는데.. 어떤 곳은 위의 사진과 같이 풀숲으로 뒤덮혀서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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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선로가 차도보다 고도가 낮아졌고.. 아예 빗물에 침수되어 있는 안습한 구간도 딱 한 번 등장했다. 여기에 열차가 다시 다니려면 노반 정비를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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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vs 광명이 아니라 부천 구간으로 들어서자 철길의 선형이 차도와는 평행이 아니라 수직으로 따로 놀기 시작했으며, 근처에서 차로 나란히 이동하면서 선로를 추적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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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가 바로 경기화학 공장 방면과 군부대 방면의 선로가 갈라지는 지점이었던 흔적이다. 매우 중요하다. 부천 옥길동 연동로159번길 소재.
이곳은 여행 당시에 미처 들르지 못해서 추후에 재답사하여 풍경 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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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에 도달했으니 이 철길의 항동 구간을 또 답사했다. 5년 전에도 여기를 들른 적이 있었지만(☞ 그 시절 기록), 빌라촌이 끝난 뒤에도 철길이 저렇게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때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오류동 역보다도 7호선 천왕 역에서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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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렇게 항동이라는 가상의 임시 승강장까지 꾸며 놓았다. 그리고 벤치도 열차 궤도를 둥글게 말아 놓은 기발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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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은 이어지고.. 이것으로 본인의 여행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안양, 안산, 시흥, 인천, 화성, 수원, 광명, 부천 등..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서울 동부는 상수원 보호 명목으로 산과 강이 발달해 있고, 서남부는 그런 건 좀 덜하지만 동부보다 철도 관련 볼거리가 확실히 더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곳에는 어디든 공원도 참 기가 막히게 잘 꾸며 놓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수서 역 주변의 율현 공원을 보고도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이번 여행 중에도 미처 들르지 못한 공원을 도대체 몇 개를 발견했나 모르겠다. 그만치 세상은 넓으며, 인적 드물고 노숙할 만한 곳도 넘쳐난다는 걸 느꼈다.

끝으로 문득 든 생각인데.. 내 것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차량 내비 지도에는 여느 인터넷 지도와 달리, 철길이 표시돼 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몹시 불편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역만 나와 있지 역과 역을 잇는 선분이 없다.
애마를 철도 답사 용도로 많이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작지 않은 애로사항이라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07 08:37 2020/10/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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