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식주

인간이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요소를 가리키는 용어로 '의식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먼저 의(의복).
사람은 누구나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 해도 최소한의 옷 한 벌은 무조건적으로 갖추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우주 공간이나 사막이나 극지방 같은 극도의 악천후에서 살지 않는 이상, 벌거벗고 지낸다고 해서 당장 생물학적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 옷이 무슨 물이나 산소나 음식 같은 물질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옷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과 결코 제대로 생활할 수 없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오직 인간만 말이다. 성경은 그렇게 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옷은 착용자의 신분과 격식을 나타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옷차림은 문화와 예절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적절한 의상이 갖춰져 있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상당히 난감해진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도 결혼식 예복을 갖춰 입지 못한 사람이 예식장에서 강퇴 당하는 비유가 등장한다(마 22:11-13). 교리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다음으로 식(음식)이다.
사람은 일차적으로는 물론 체력을 얻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밥을 먹는다. 그러나 식생활은 단순한 연명 활동을 넘어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하고 좋은 기분과 컨디션을 유지시키는 등,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의외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문명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식사 예절이라는 것도 문화에 따라 아주 정교하게 발달해 있다.

인간이 하루에 두어 차례 일과 활동을 중단하고 식사를 해야 하는 건 사실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비효율과 손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에게 필요한 열량과 영양분을 단번에 주입할 수 있는 알약 같은 게 개발된다 하더라도 수천 년간 지속되어 온 인간의 전통적인 식사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명되고 달과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오늘날 21세기에조차도 인류의 식량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전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이 많으며, 인간의 식량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땅의 소출, 다시 말해 농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농업은 예나 지금이나 하늘을 바라보고 의지해야만 돌아갈 수 있는 산업이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주(집)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집 문제 때문에 결혼조차 엄두를 못 내게 될 정도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병폐가 심각하다. 땅의 절대적인 면적이 좁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너무 좁게 사는 게 문제이다. 아무 곳에나 덥석 정착해서 사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입지 조건을 안 따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은 의와 식에 비해서 '주'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하는 것 같다. 산상수훈인 마 6:25라든가 만족을 명령하는 딤전 6:8을 봐도, 의와 식은 명시되어 있지만 주는 누락이다. 예수님 역시 변변한 거처가 없이 사셨다(마 8:20).

이는 다른 이유는 없고, 크리스천들이 세상에서는 영적으로 나그네· 순례자로 산다는 사상이 반영되어서 그런 것 같다. 진짜 본향은 하늘에 따로 있으니까. 집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면, 누구 말마따나 성경도 이렇게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집을 장만하고,' 자기 아내와 연합하여 그들이 한 육체가 될지니라.” (창 2:24 패러디)

※ 휴대용 식량

그럼 이제부터는 의식주 중에서 '식'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식사는 현장에서 갓 조리된 따끈한 음식을 충분히 가까운 곳(동일 건물)에서 바로 느긋하게 먹는 형태였다. 사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나 일터에서, 혹은 야외에서는 일일이 음식을 조리해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근처에 식당조차 없다면 남는 선택은 도시락밖에 없다. 남의 행동이나 생각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저지시키고 싶을 때,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라는 관용구가 쓰이는데, 이게 도시락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표현이겠는지를 잘 생각해 보자. ㅋㅋ

그나마 학교는 이제 전부 급식 체제로 바뀌었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무료 급식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니,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도시락을 일일이 싸 줘야 하는 부담은 덜게 되었다. 저게 무슨 돈으로 가능하겠는지에 대한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아무래도 도시락은 정식으로 차려 먹는 밥보다야 덜 따뜻하고 덜 신선하며, 원하는 형태의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더구나 단순히 점심 한 끼나 그렇게 때우는 정도가 아니라 뱃사람이나 군인의 식단은 어땠을까? 지금 같은 냉동이나 식품 보존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고기 같은 건 닥치고 소금에 절이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보존성을 위해 맛을 크게 희생한 식품만 맨날 섭취해야 하는 건 당사자들에게 큰 고역과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오늘날 단순 도시락 이상의 위상으로 통용되는 휴대용 식량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비행기 기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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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속도가 느리고 공간이 넉넉한 배야 장거리 여객선에는 주방이 있다. 열차에도 식당칸이 있다. 고속버스는 그냥 휴게소에 들르면 끝..;; 그러나 비행기는 그런 것까지 갖출 여건은 안 되니, 8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을 뛰는 여객기에서는 미리 납품받은 기내식을 승객들에게 공급하게 된다.

기내식을 받아 먹는 느낌은 참 독특하다. 비록 비행기에서 직접 조리를 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회용 용기에 달랑 담긴 한솥 도시락이나 예비군 점심 도시락 수준의 '대충'도 아니다. 기내식은 항공사의 이미지와도 큰 관련이 있다 보니,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기내식을 최대한 맛있고 싸구려 티 안 나고 실제 식사와 비슷하게 만들려 애쓴다.

하지만 공중에서는 단순히 데우는 수준 이상의 조리를 하기가 힘들고, 또 기내에 배기는 냄새와 뒷처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내식을 한없이 고급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내식은 일반 식사보다 의도적으로 고지방· 고칼로리를 추구하며 제조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극단적인 상황에서 승객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한 끼가 거의 1000kcal에 달한다니 말 다 했다. 그리고 지상보다 더 기압과 습도가 낮은 곳에서 먹는 걸 염두에 두기 때문에, 입맛을 돋우려고 조미료와 기름도 더 많이 넣고, 더 짜거나 더 달게 만든다. 보기와는 달리, 기내식만 많이 먹으면 건강에 별로 안 좋을 것 같다.

2. 전투 식량

식량의 조달은 식욕이 왕성한 수많은 장정들을 거느리는 군대를 운영하는 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군대에서도 주둔 중이나 평시에는 실시간으로 조리된 밥과 국과 반찬을 식판으로 퍼서 먹는 '일반 식사'가 나온다. 그러나 야전에서 훈련이나 작전 수행 중일 때는 역시 portable한 전투 식량이 배급된다.

야전에서 음식을 취급하는 속도는 행군 속도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투 식량은 휴대성과 보존성이 좋아야 하고 최소한의 물이나 불로 조리가 가능하며, 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날로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병사들이 먹는 음식이니, 굉장한 고열량이어야 하는 건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그러고도 전투 식량은 병사들의 입맛에 착 맞고 절대적으로 맛있어야만 한다. 참혹한 전장에서 병사들에게 일말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밥이라도 잘 먹여 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고 보면 총포의 기술 발달에 만만찮게, 식품 가공 기술의 발달도 군의 선진화와 현대화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한 셈이다.

그러니 전투 식량은 앞서 언급한 기내식만큼이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고, 일반인들이 많이 먹으면 비만에 걸릴 요소가 듬뿍 가미된다. 한국군에서는 굳이 야전에 안 나가고 내무 생활을 하는 중에도 이따금씩 정규 식사 대신에 전투 식량이 병사들에게 식사로 지급되는 때가 있는데, 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전투 식량 재고분을 소진하기 위해서이다.

밀덕 중에는 국군이나 미군의 전투 식량을 구해 먹으려고 벼르는 사람도 있다. 일반 음식보다 열악한 여건에서 먹으라고 만들어진 음식을 일부러 찾아서 먹는 이유는, 자신이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라는 특권 의식을 경험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전투 식량은 포장과 내용물 등 봐야 할 게 여럿 있기 때문에, 링크를 하나 소개하는 걸로 그림 소개를 대신하겠다.

참고로 전투 식량은 진짜 비상 식량과는 다른 개념이다. 비상 식량은 추락한 비행기의 조종사나, 조난 당한 선원이 구조될 때까지 무인도나 망망대해에서 생존을 위해서 섭취하는 고농축 영양제 같은 음식이다. 단순히 야전에서 작전 수행 중에 먹는 게 아니라, 작전 수행 중에 돌발상황이 불가피하게 생겼을 때 먹는 것이다. 비상 식량은 먹게 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로지 보존성과 휴대성만이 강조될 뿐, 맛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3. 우주 식량

우주인은 군인만치 그렇게 격렬한 육체 활동을 하지는 않으므로, 우주 식량은 전투 식량만치 고열량을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중력 내지 우주 공간에서는 지상에서처럼 음식 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우주식은 역시 기내식 만만찮게 조미료 도배가 되어야 한다. 또한 무중력 공간에서 인체가 잃기 쉬운 칼슘 같은 영양소를 우주식이 특별히 보충해 줘야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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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물리적인 형태를 살펴보면, 우주식은 같은 영양 성분이면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공 건조가 잘 되어야 하며, 그리고 가루· 부스러기가 날리는 형태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무중력 상태에서 음식 파편이 날리면 심각하게 골치 아파지기 때문. 그런 게 기계 내부로 빨려들어가 기계의 고장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니 초기의 우주식은 닥치고 튜브+빨대 형태였다. 먹을 때 입을 크게 안 벌려도 되고, 파편 유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와 영양학적 효율을 위해 맛을 크게 희생한 초기의 우주식은 우주 비행사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으며, 기술의 발달 끝에 지금은 어지간한 형태의 음식들은 다 우주식으로 개량이 가능해졌다. 김치, 라면, 불고기, 비빔밥, 미역국 같은 것도 모두 우주에서 먹을 수 있다.

우주식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음식과 식기가 흩어지지 않게 식판에 이례적으로 벨크로(찍찍이)와 자석이 붙어 있다.
이렇듯, 비행기 기내식과 군대 전투 식량, 그리고 우주 식량은 대체로 영양이 보강되어 있고 휴대성과 보존성이 강화되어 있다는 큰 공통점이 있으면서 세부적인 조건은 살짝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0/07 08:32 2012/10/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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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나간 개, 라이카

2003년에 콩코드 여객기가 퇴역한데 이어 2011년엔 미국의 우주 왕복선들도 전량 퇴역했다. 이제는 천조국 미국도 우주 정거장으로 사람을 보내려면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택시 삼아 얻어 타야 한다. 그래도 우주 왕복선이 소유즈보다 더 커서 사람이나 짐을 더 많이 실을 수 있었는데, 아쉬운 점이다.

오로지 학술 목적으로만 우주선을 띄우던 미국 NASA와는 달리, 돈맛을 알아 버린 러시아는 세계의 민간인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우주 관광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이 소연 씨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우주 관광객들도 다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통해서 우주에 갔다 온 사람이다.
누구든 한 200억 원 정도만 주면 갈 수 있다. 참 쉽죠?

요즘은 그래서 다시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인데, 그 러시아, 아니 구소련은 냉전 시절에 얼마나 공돌이들을 갈아 넣으면서 빡세게 기술을 개발했을지 상상이 되겠는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겠다.

전산학계에 앨런 튜링이나 폰 노이만 같은 괴수가 있었다면, 항공 우주 공학계에는 로버트 고더드(액체 연료 로켓의 근간을..)부터 시작해 미국에는 폰 브라운, 소련에는 세르게이 코룔로프 같은 진짜 우주덕, 우주 괴수들이 있었다. 일반 항공기처럼 하늘에 잠깐만 떴다가 다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아예 지구 중력을 벗어나서 궤도에 진입하려면 가히 넘사벽급의 동력이 필요하고 이를 제어하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거기에다 '재돌입 성공' + '사람까지 태우고' 같은 단서가 추가되면 흠..;;

그런 우주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은 19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이다. 이에 고무된 소련은 우주에 생명체를 보내는 게 가능하겠는지를 실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1호가 지구를 돌고 있을 때에 소련은 1호보다 훨씬 더 크고 무거워진 스푸트니크 2호를 뒤이어 발사했는데, 이때는 개를 한 마리 실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라이카'라는 암캐이다.
약을 하나 새로 개발해도 임상실험은 먼저 동물에게 하지 않던가. 라이카는 지구 궤도로 나간 최초의 포유류가 되었다.

원래 라이카는 모스크바 길거리에서 주인을 잃고 배회하는 '똥개'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소련의 과학자들의 눈에 띄여서 나름 우주의 상황을 상상한 여러 훈련을 시켰다. 물론 얘만 수집한 건 아니지만 여러 후보들 중에서 라이카가 훈련 성적이 가장 좋았다. 사람 말을 잘 듣고 험악한 환경에서도 돌발행동 안 하고, 좁고 어두운 곳에서 얌전히 잘 견디는 성격이었던지라 최종 실험 대상으로 선택되었다.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라이카를 맡아서 훈련시키는 일을 한 모 과학자는, 그 개를 발사체에 태워서 공중에 잠시 띄웠다가 다시 돌아오게 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알려진 사실은 예상과 달랐다. 그 당시 소련은 우주 발사체를 무사히 재돌입시켜서 귀환시키는 기술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스푸트니크 2호는 1호와 마찬가지로 지구를 빙빙 돌다가 대기권으로 떨어져서 마찰열로 인해 유성처럼 불타 없어질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주선에 탄 개에게는 발사 1주일 후에 독극물이 든 마지막 식사를 제공하여, 인공위성이 아직 지구 궤도에 있을 때 먼저 안락사시킬 계획이었다.
이 사실을 안 과학자는 통곡했지만, 국가의 프로젝트 계획이 그러한데 딱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스푸트니크 2호는 1957년 11월, 1호가 발사된 지 거의 정확히 한 달 뒤에 발사되었다. 라이카는 온몸이 묶여 감금되다시피하고, 생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전달하는 장비가 부착되었다. 이거 무슨 카미카제 특공대에 출격하는 전투기 조종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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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자체는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지구 궤도에 잘 진입했다. 1호도 모자라서 1개월 간격으로 2호까지 성공하자 미국은 가히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불리는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면서 소련의 발달된 우주 기술에 전율하게 되었다.
이에 기세등등해진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가 성공적으로 잘 발사되었으며 안에 태운 라이카는 잘 살아 있다가 (유감스럽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1주일째에 안락사를 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야 폭로된 비밀 문서에 따르면, 라이카는 며칠 못 가 더 일찍 죽었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궁극적으로는 발사된 지 겨우 5~7시간을 못 넘기고 고온· 고압과 굉음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꼼짝도 못 한 채 고통스럽게 죽었음이 드러났다.

고온이라는 게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온도이다. 수 시간 후부터 라이카의 심장 박동은 이미 감지되지 않았으니, 그때 진실을 알고 있었던 과학자들의 상심이 컸겠다. 그 원인으로는 선실에다 산소를 공급하고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때는 라이카의 심장 박동수는 평소의 3배가 가깝게 뛰었다고 한다. 죽기도 그렇게 죽었을 뿐만 아니라 시체도 재돌입 과정에서 인공위성과 함께 공중분해되었을 터이니 확실한 끔살 인증이다.

라이카는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이 실험을 통해 지구 생명체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과 무중력 상태에 견딜 수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과학자들에게 우주공간에서 생명체 반응에 대한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하였다. (출처: 위키백과) 라이카의 죽음은 '개죽음'으로 그치지 않았다.
짧게나마 그래도 궤도에 진입하여 무중력 상태가 될 때까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람이 아니라 동물부터 먼저 보내 보길 잘한 것이다.

라이카에 대한 비화가 알려지면서 라이카는 일약 영웅이 되었다. 좀 감수성 예민한 사람이 들으면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스토리이지 않은지? 노래나 만화 같은 매체에도 등장하였으며 외국의 어느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이런 식으로 우주 개발을 강행한 소련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라이카의 기일에 맞춰 묵념까지 했다고 한다.

인류의 우주 개발을 위해 희생된 개 한 마리에게도 사람들이 이렇게 연민과 동정을 아끼지 않는다.
그 반면,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서 희생된 어린양을 믿는 게 성경의 기독교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다음은 추가 설명들.

1. 인간을 우주에 보내기 위해서 진공 상태가 생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무중력 상태에서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필수였다. 이 분야는 인류 역사상 정말로 경험 데이터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긴, 과거에 일본군 731 부대가 행한 생체 실험 중에도 진공 실험이 있긴 했다. ㄷㄷㄷ

2. 소련의 도발에 다급해진 미국은 자기네도 황급히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 뱅가드(Vanguard) 로켓을 몇 차례 발사하였으나 발사 2초 만에 폭발해 버리는 등,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 뒤에 공돌이들을 더 갈아 넣으면서 연구한 끝에 1년 남짓 뒤인 주노 로켓으로 1958년에야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를 띄운다..

3. 소련에서는 그 뒤 1960년 8월 스푸트니크 5호에 스트렐카와 벨카라라는 2마리의 우주견을 태웠는데, 이들은 지구궤도를 17바퀴 돈 다음 귀환함으로써 지구 궤도 비행 후 살아 돌아온 최초의 생명체가 되었다.

4. 라이카처럼 저렇게 사람을 살리고 자신은 죽은 유명한 개로 한국에는 군견 헌트가 있다. 1990년 3월, 현재로서는 마지막으로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인 제4 땅굴이 발견되었다. 당시, 헌트는 갱도 내에서 화약 냄새를 맡고 뛰어가다가 땅굴 내부의 목함 지뢰를 밟고 산화하였다. 소대원들의 목숨을 구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을 놀릴 때 “군견이 너(졸병)보다 계급이 높기 때문에, 보면 경례해라”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말은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헌트는 사후에 진짜로 소위 계급이 추서되었으며, 땅굴 입구에 무덤과 동상, 추모비까지 건립되었다.

5. 라이카는 참고로 사막의 인간 식인범인 라이’타’하고는 관계 없다. 혼동하지 말 것.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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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2/06/04 08:24 2012/06/0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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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은 지구를 돌다가, 여느 우주선처럼 지구 대기권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2천 도에 달하는 열을 견디면서 재돌입 후, 여객기마냥 케네디 우주 센터 내부의 활주로에 곱게 착륙까지 한다. 괜히 여객기 모양에 날개까지 달려 있는 게 아니다.

과거에 달에 갔다 온 우주선 승무원들이 낙하산 들고 바다에 첨벙 떨어지던 것에 비하면 메커니즘이 무척 발전한 셈이다. (단, 우주 왕복선이 하강할 때는 동력이 없는 관계로 여객기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하강하고 큰 힘을 받은 상태로 착륙한다.. 이때는 비행기보다는 글라이더에 더 가까운 셈. 착륙 전용으로 쓰이는 활주로는 무척 튼튼해야겠다.)

이 우주 왕복선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81년이다. 한 대만 있는 게 아니라 외관상 거의 똑같게 생긴 여러 기체가 존재하는데, 처음으로 발사된 건 컬럼비아 호이고 이것 말고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애틀란티스, 인데버, 엔터프라이즈 같은 이름이 붙은 놈이 있다.

영국의 여객선 타이타닉 호도 상· 하행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동일한 규격의 자매선이 사실은 최소한 두 척 더 있었는데(올림픽 호, 브리타닉 호),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주 왕복선 역시 여러 대를 만들어서 하나를 띄운 뒤 번갈아가면서 유지 보수를 한다. 재사용 가능한 우주 왕복선 컨셉이니 진짜로 운영도 왕복선처럼 하는 셈이다. 다만, 생긴 건 거의 똑같아도 내부적으로는 나중에 만들어진 기체가 더 가볍고 성능이 조금이나마 더 최적화되어 있다.

여기서 본인은 흥미로운 차이를 아주 오래 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1981년에 처음으로 발사된 컬럼비아 호의 발사 장면을 보면, 셔틀과 로켓이 모두 예쁜 흰색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발사된 우주 왕복선들의 사진을 보면, 로켓의 외부 연료 탱크가 마치 녹이라도 슨 것처럼 붉은 갈색이다. 왜 그런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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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왕복선을 처음 발사할 때는 로켓 전체를 하얗게 도색을 했다. 외관상 예쁘기-_-도 하고, 또 흰색의 빛 반사 같은 다른 효과를 노린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굳이 거길 도색할 필요는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서 안 하게 됐다. 셔틀이야 나중에 재돌입할 때 열을 무지하게 받으니, 열 좀 덜 받으라고 흰색을 칠할 수 있지만 연료 탱크는 어차피 일찌감치 갖다 버리는 게 아니던가. (발사 후 111km무렵의 고도에서 셔틀 본체와 분리되어 자유 낙하하다가 불타 없어짐)

게다가 그 도색의 무게만 무려 300kg에 달했다고 한다. 페인트는 몸을 무겁게 할 뿐이야. 그러니 여러 정황상 도색을 안 하게 됐다. 연료 탱크의 붉은 갈색은 녹-_-은 당연히 아니고, 단열재의 원래 색깔이라고 한다.

우주 왕복선들 중 디스커버리 호가 1984년 이래 지금까지 25년이 넘게 비행을 하여 최강의 짬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듣기로는 현업에서 뛰고 있는 우주 왕복선들이 예상 이상으로 고장이나 오동작률이 높아지고 있어서, 안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다시 재래식 1회용 로켓으로 회귀해야 하나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말은 어디선가 들었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 안 남. 지금 우주 왕복선의 추가 생산이나 도입 계획이 없는 것도, 우주 왕복선 컨셉이 많이 시들시들해졌음을 의미한다.

이 우주 왕복선은 두 차례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다. 1986년에 잘 알다시피 챌린저 호가 발사 후 2분을 채 못 넘기고 폭발하여 향후 2년간 우주 왕복선의 발목을 묶어 놓았다. 그리고 2003년에는 최초의 우주 왕복선인 컬럼비아 호가 임무를 마치고 재돌입하던 도중에 공중분해되었다..;; 그동안 수백 회 이상 우주 왕복선을 굴린 횟수와 이게 재래식 로켓에 비해 절약해 준 비용을 감안하면, 우주 왕복선은 1981년 이래로 30년간 잘 운영되어 온 게 사실이나, 사람들은 강렬하게 부정적이었던 사건만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3. 맺음말

우주 왕복선은 개발된 이래로 지구 저궤도만 뱅글뱅글 돌다가 귀환하곤 했으며, 오히려 그 용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위험한 대기권 재돌입이 필요하고 충분히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도 마음만 먹으면 새턴 로켓 같은 크고 아름다운 로켓을 다시 만들어서 우주선을 쏘아올려서 달에 다시 갔다 올 수는 있지만... 경제성에 비해 잉여력이 너무 강해서 문제이다. -_-;;

본인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의 개통 내지 수인선 복선 전철 개통만큼이나, 뉴 호라이즌 호가 명왕성을 언제쯤 탐사하며 인간이 언제쯤 달에 다시 가게 될지 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다. 아폴로 18~20호가 취소된 게, IMF 때문에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이 취소된 것만큼이나 애석하다. 비록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구를 떠나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지는 않지만 말이다.

왜 하필 태양계의 둘째 행성 금성만 저런 불지옥이 돼 버렸는지가 참 안타까우며, 그게 마치 창세기 1장에서 둘째 날에만 '보기 좋았더라'라는 말이 왜 없는지만큼이나 애착이 간다. 이 정도면 철덕을 넘어 우주덕? -_-;;

Posted by 사무엘

2012/01/30 11:35 2012/01/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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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무 오랫동안 글이 없어서 먼지 쌓이고 파리 날리던 천문· 우주 분야에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1. 우주 정거장

철도에 역이 있고 바닷가에 항구가 있으며,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이 있는 것처럼 우주에도 station이 있다. 이름하여 우주 정거장.
우주 정거장은 쉽게 말해서 커다란 유인 인공위성과 같은 물건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건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structure/building보다는 unit에 가깝지만, 엄연히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우주에서 수 주에서 최고 수 년까지 체류가 가능한 공간이다. 자체 추진 수단이나 착륙 설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통수단이나 비행체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주 정거장이라고 해 봤자 지구에서 의외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고도가 해발 기준 400km가 채 되지 않는 저궤도이다. 쉽게 말해 서울-부산 거리만치만 위로 올라가도 검은 우주와 둥글고 푸른 지구가 곁들어진 우주 정거장에 다다를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사람이 체류하는 데 쓰는 수십~100수십 톤급의 거대한 구조물을 그 높이까지라도 쏘아올리는 게 쉬운 일일 리가 없다. (조립은 우주 공간에서 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음속 여객기의 순항 고도가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그리고 초음속 여객기의 순항 고도가 성층권이라면, 우주 정거장이 있는 곳은 열권이다. 인공위성은 태양열 발전을 위한 큼직한 집전판이 필수.

이런 우주 정거장이 하나쯤 있으면, 지구에서 인위로 세트를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동력이 있는 우주선을 쓰는 것보다 인간이 우주 공간에서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주변을 관찰하거나 무중력· 진공 관련 실험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미국과 소련이 이념 경쟁을 하던 시절에는 소련이 살류트 시리즈, 미국이 스카이랩 시리즈 같은 여러 우주 정거장을 띄웠다. 하늘 실험실이라니... 스카이랩 이름 한번 참 잘 지었다.
장비가 노후화하고 공기 저항 때문에 슬슬 추진력 약발이 다한 나머지 지구 대기권으로까지 도로 내려와 버린 우주 정거장은, 여느 인공위성이 그러하듯 태평양이나 대서양 어딘가에 추락함으로써 최후를 마친다. 폐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파편과 잔해라는 우주 쓰레기를 잔뜩 남긴다면, 민폐라고 국제적으로 까임권을 얻게 된다.

비교적 최근엔 구소련이 쏘아 올린 마지막 우주 정거장인 '미르'가 지난 2001년에 임무를 마치고 장렬히 산화하였다.
오늘날은 구소련이 붕괴하고 냉전도 끝나고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는 구도이다 보니, 1998년에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 7개 국가가 협력하여 국제 우주 정거장(ISS)을 띄워서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옛날에 <생명 그 영원한 신비> 다큐 기억하시는가? 일본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우주인인 모리 마모루 박사가 1992년에 우주로 나가서 수행한 임무 중 하나가 이 ISS의 건설을 위한 여러 준비 실험이었다. 뭐, 그 사람만 연구에 참여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한동안 지구상에 우주 정거장은 저 ISS밖에 없었고, 요즘 돈 처발라서 우주로 나갔다가 온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갔다 오는 곳이 바로 저기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였던 찰스 시모니, id 소프트웨어의 존 카맥, 그리고 울티마의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오늘날은 우주먹튀 개발자라는 비아냥-_-) 등... 억만장자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다 저기 가려고 안달인 듯하고 실제로 갔다 온 케이스도 있다.

지난 2011년 9월에는 중국이 톈궁(天?) 1호라는 우주 정거장을 쏘아 올려 미국, 러시아에 이은 제3의 우주 정거장 발사국의 대열에 올랐다.

2. 우주 왕복선

지구의 어마어마한 중력을 뚫고 대기권을 벗어나 최하 수백 km 이상 고도의 우주로 나가려면, 잘 알다시피 어마어마한 추진력과 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그 정교한 메커니즘이 하나라도 수틀리면 수백, 수천억의 비용을 들여 만든 로켓은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그저 하늘 폭죽으로 전락해 버린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핵을 유도하고 있던 고스트가 중간에 죽어 버리면 핵은 어떻게 되던가..?
3천억짜리 간이역은 그래도 나중에라도 번화한 역이 될 수 있지만 3천억짜리 폭죽은 대체 뭐냐..;;

그 크고 아름답던 로켓도 발사된 후에는 연료 다 쓰고, 이것 떼어내고 저것 떼어내고 바다에 버리고... 재돌입· 귀환 후 남는 건 진짜 허무하기 그지없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부품 재활용을 잘 하도록, 그리고 무조건 뜨기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떠서 궤도 진입 후에는 궤도 '비행'에도 더 용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우주선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 왕복선이다.

우주를 왕복한다고 해서 지구와 달을 몇 번씩 왔다갔다 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우주 정거장 정도의 저궤도 왕복이다. 임무에 따라서는 우주 정거장과 도킹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왕복이라는 의미를 강조하여 영어로는 '(스페이스) 셔틀'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이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빵셔틀, 칠판셔틀 등 굉장히 이상한 비하의 의미가 들어가 버렸는데, 원래 뜻은 그런 게 아니다. -_-;;

항공· 우주에 관심이 있는 친구라면, 이 '셔틀' 부분이 보잉 747 위에다 얹힌 채 공장으로부터 발사대로 공중 수송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형 로켓은 분해 후 육로, 특히 열차를 이용해서 나르느라 주요 부품들까지 궤간 폭을 초과하지 않는 크기로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그 반면 우주 왕복선은 저 정도 크기는 아예 통째로 쿨하게 비행기로 나른 모양이다.
사실, 로켓 부품의 수송 경로를 추적하는 것도 마치 지하철 전동차의 반입 경로를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게 바로 교통수단간의 융합. ㅋㅋ

글이 길어지니 우주 왕복선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다루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28 08:36 2012/01/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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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호, 우주 기술 외

1. 나로 호, 좌절 말고 더욱 분발하길

우주 강국의 꿈은 참 멀고도 험한 것 같다.
2009년과 올해의 나로 호 발사는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두 번 다 실패로 끝났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보다 전 2008년에는 드디어 우리나라도 러시아에 의존하여 우주인을 배출은 했으나, 순탄한 과정만으로 된 건 아니었다. (10년 전에는 나름 노벨 상 수상자도 배출했는데, 그마저도 어차피 과학 분야도 아니고 묘하게 존재감 없다.)

우리가 21세기에 와서야 힘겹게 겨우 따라 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는 무려 반세기에 가깝게 전에 먼저 개척했다니, 얼마나 엄청난 기술인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미국도 무려 여섯 번이나 달에 갔다 오는 데 성공하고 우주 개발 경쟁에서 구소련을 확실히 떡실신시킨 뒤부터는, 우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 갔다. 월남전 때문에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쓸데없는 데에 돈지랄 하지 말고 당장 민생이나 살피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2차 세계 대전 시절까지만 해도 가히 Show me the money 국가였던 미국조차 오죽했으면 아폴로 17호 이후 40년이 넘게 유인 우주선 달 탐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물론, 소련도 비록 유인 우주선만 못 보냈을 뿐이지, 달에 탐사선을 보내고 월석 캐서 돌아오는 것까지는 얼마든지 해냈다.)

성경에 따르면, 출애굽 시절에 무려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체험하고도, 백성들이 불평하고 모세를 원망하고 이집트 시절을 도로 그리워하게 되기까지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장 좀 배고프고 목 마르고 불편하니까 말이다. 나중엔 매일 '만나'라는 음식을 하늘로부터 기적적으로 받아서 연명하면서도 하나님께 잘도 반역했다.
그런 것처럼, 사람이 달에 직접 갔다 오는 데 성공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게 여러 번 되풀이되는 일상사가 되니까 국민들의 관심은 이내 현실적인 것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래 놓고는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때 달에 진짜 갔다 오긴 했는지 음모론이나 펴고 있는 게 인간의 간사한 심리이다.

이렇듯 진짜로 대단한 성공한 과업에 대해서도 조금만 마음에 안 들고 미흡한 게 있으면 대중의 반응이 저렇게 싸늘한데, 하물며 우리나라에서 쏴 올리는 발사체는 아직 실패만 거듭하고 있고, 기껏 배출했다는 우주인은 우주인인지 우주 관광객인지 모를 취급만 받고 있으니 국민들이 "300억짜리 폭죽, 국민 세금으로 우주 관광"(참고로 KTX 광명 역은 3천억짜리 간이역)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우주 개발이 처음으로 진행되던 옛날만치 우주에 대한 동경심이 있지도 않으며(이미 우주에 대해서 어지간히 알 건 다 알게 됐으므로..), 오히려 이공계 기피 현상의 영향으로 과학자 자체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도 그때와 큰 차이이다. 일본인 최초의(그리고 아시아 최초라고 하는) 우주인이라는 모리 마모루도 1992년인가 그때 우주로 나가서 한 실험은 우리나라 이 소연 씨가 한 실험과 어차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귀환 후 국민적 이미지는 그 두 사람이 꽤 차이가 나는 것 같다. =_=;;;

이런 시국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밤낮 구분도 없이 가슴을 졸이며 나로 호 발사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부디 이번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하기를 대한민국 국민 중 하나로서 기원한다.

2. 기술 보안 이야기 -- 우주인을 중심으로

앞 단락에서는 우주인 얘기와 우주 발사체 얘기를 별 구분 없이 뒤섞어서 전개해 왔는데,
지금부터는 우주인을 주제로 좀더 진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미국은 워낙 땅 넓고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이다 보니 비행기를 자가용으로 갖고 있는 항공 면허 소지자도 있고, 또 IT계의 억만장자 중엔 사비를 들여서 우주에 갔다 오기도 한 우주덕(우주 덕후)도 있다. MS 워드와 엑셀 개발의 초창기 주자인 전설의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니는 잘 알려진 우주 관광객이며, 게임계에서 모르면 간첩인 존 카맥(둠, 퀘이크 개발자)도 우주 개발 산업에 엄청 관심이 많다. 저 사람의 프로그래밍은 지구인의 실력이 아닌 게 분명하니, 이제 자기 별로 돌아가려고 우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농담도 나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우주인 후보를 소집해서 국비로 육성을 해 줬는데...
본인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선발된 우주인 2인 중 남자인 고 산 씨를 굉장히 부러워했다. 잘생기고, 외고 출신으로 서울대 수학과, 영어와 러시아어 같은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좋고, 운동도 잘 하고, 나이도 적당하고... 모든 면에서 부러운 엄친아이고 스펙 면에서 이보다 우주인에 적격인 사람이 국내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예비 우주인으로 강등되고, 실제로 우주에는 이 소연 씨가 갔다 오게 됐다. 이때 고 씨가 무슨 규정을 왜 위반했는지 아는가?

고 씨는 성격이 너무 적극적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신들을 단순 우주 관광객으로 취급하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가 무슨 내 돈 들여서 떠나는 우주 관광객도 아니고 나름 국가 대표로, 국민 세금으로 우주에 가는 건데!
수업을 들을 때도 우주선의 원리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하고,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정보를 얻어 오기 위해 러시아어도 독학으로 꾸준히 공부했다. 교관이 언짢아하면서,

"우리는 당신들이 우주에서 사고만 안 칠 정도로만 가르치면 임무 다 하는 겁니다. 너무 많은 걸 알면 다치는 수가 있으니 자꾸 꼬치꼬치 캐묻지 마시죠?"
이렇게 대꾸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랬는데 호기심을 참지 못한 고 씨는, 여차여차 하던 끝에 러시아가 극비 사항으로 관리하는 우주선 운영 교본을 대여해서 몰래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그게 보안 요원에게 적발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야말로 러시아인들이 구소련 시절에 피와 땀으로 터득한 노하우가 담긴 우주 개발 교본이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주인의 생존 요령, 우주선을 띄우는 방법, 뭘 하는 방법... 이런 것들.

고 씨는 추후 인터뷰에서 "내가 조금만 참고 걔네들 지시에만 고분고분 따랐으면 우주에 갔다 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과연 대인배이다.

우리나라 기술진이 미국에 나가서 처음으로 반도체 기술에 대해 배울 때도, 또 프랑스로 가서 고속철 기술에 대해 처음으로 배울 때도 이와 굉장히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뭐 좀 슬쩍 들여다보기만 해도 규정 위반했다고 사람 퇴장시키고, 교육 일정을 제멋대로 펑크 내고 말이다.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이런 것들.. 정말로 피땀 흘려 맨바닥에서 이뤄 낸 우리나라 밥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그런 대기업들이 경영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은 있더라도 말이다.

또 반대로 말하자면, 나라를 좀먹는 기술 유출 같은 사건 같은 것에 절대로 둔감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야 남산 안기부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지만, 요즘 국가 정보원은 그런 산업 스파이들을 우리가 알게 모르게 굉장히 많이 잡아 냈으며, 지금까지도 세금값 하는 얼마 안 되는 국가 기관 중 하나로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 기밀.. 고 산 씨도 FM 좀 몰래 훔쳐보다가 저렇게 불이익을 당했는데, 육군 교전 요령 같은 군사 기밀이 담긴 FM을 대놓고 북으로 빼돌린 투스타 장군이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아직도 간첩은 있고 잡히고 있다. 옛날처럼 안보를 빌미로 국민들 불안 조장하고 겁 줄 목적으로 보도를 대놓고 안 할 뿐이다.

지금이 그러한데 하물며 건국 초기에는 군대 내부에도 좌익이 드글드글했다. 북한이 침략했을 때 맞서 싸우기는커녕 적과 내통하고 그냥 항복해 버릴 간부들이 즐비했다. 오죽했으면 친일파 출신까지 적극 활용해서 사상 검증과 숙군 작업부터 해야 했을까? 그것부터라도 하고 나서 거의 곧바로 6 25가 터진 건 정말 다행이었다. 또 뒤집어 말하면, 일본군 출신 중에서도 그때 북한군 공산당과 싸우다 전사한 사람 많았다.

마치 산불은 순식간이지만 숲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것처럼 기술이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예전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 싶은데, 성경에도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기계를 만들었다는 왕이 딱 한 명 등장한다(대하 26:15). 우주 개발 하니 이와 관련하여 여러 착잡한 생각이 드는 게 있어서 몇 자 글로 정리해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23 09:19 2010/06/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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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 Wells 외

http://xkcd.com/681/
천문 과학에 대한 통찰력과 위트가 두루 엿보이는 정말 탁월한 그림.
지구를 탈출하여 달로 갈 때는 집채만 한 로켓과 어마어마한 양의 연료가 필요하지만, 달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는 아주 작은 비행체만 있어도 되는 이유가 이 그림 한 장으로 명쾌히 설명된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란 그렇게도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로켓 부품의 재활용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우주 왕복선이란 게 발명되었지만, 요즘 발사되는 우주 왕복선들은 그냥 지구 궤도만 돌다가 돌아온다.

학교에서 배우기를 지구의 탈출 속도는 초속 11.2km라고 한다. 이것은, 지표면에서 공을 초속 11.2km로 던져야만 그 공이 다시는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일 뿐, 공이 자체적으로 추력을 낼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보다 느려도 된다. 이렇게 지구를 탈출했더라도 태양을 탈출할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지구를 탈출한 물체는 궁극적으로는 태양을 빙글빙글 돌게 된다.

초속 11.2km만 해도 지표면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이며, 인간이 발명한 동력 기관만으로는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탐사선들은 인근 행성의 중력을 통해서 가속을 받는 방법으로 연료 없이 장시간 비행을 계속한다. 참고로, 보이저 내지 파이어니어 호처럼 태양계 밖으로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는 우주 탐사선들은 주행 속도가 초속 15~20km에 달하고 있다. 그 속도로도 목성형 행성들을 하나씩 통과하는 데 2~3년씩 걸리곤 했다.

지구상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게 목적인 일반 비행기와는 달리, 로켓은 오로지 위로 뜨는 것만이 목적이므로 비행기처럼 이착륙 따위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항공기에는 내연 기관이 아니라 터보 프롭, 터보 팬, 램 제트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공기로부터 추진력을 얻는 엔진이 존재하나, 지구의 중력을 탈출하여 공기가 없는 곳에서도 날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로켓 방식이 유일하다. 과거에 로켓은 미사일 같은 무기로나 쓰여 왔으나 이 추진력을 지구를 탈출하는 데 써 보자는 생각을 체계적인 학문으로 처음 정립한 사람이 바로 20세기 초의 독일과 소련의 천재 과학자들이었다.

우주 왕복선은 일반적인 항공 역학을 이용하여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투기나 여객기 같은 날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과거 SF 소설의 삽화에는 우주를 나는 비행기(?)에도 아주 폼나는 날개를 그려 놓곤 해 왔다.

끝으로 사진 추가.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Speed_of_light_from_Earth_to_Moon.gif
http://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Mars_Moons_Orbit_distance_flipped.jpeg

화성의 위성과 지구의 달이 얼마나 극과 극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일단 화성 자체가 반지름이 지구의 거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행성인데, 그 작은 화성을 저렇게 확대하고도 화성의 위성은 먼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화성의 두 위성은 구 모양을 이루지도 못할 정도로, 위성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돌덩어리일 뿐이다. (지름 10~20km대) 공전 주기도 대단히 짧고 화성으로부터 불과 1~2만 km대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참고로 지구의 정지 궤도가 3만 5천 km대이고, 포보스의 궤도는 지구로 치면 중궤도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그 반면 달은? 크기가 그 큰 지구의 무려 1/4에 달하며(지름 약 3500km), 지구와도 무려 38만 km나 떨어져 있고 아주 서서히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지구 크기를 저렇게 줄여 놓아도 달도 선명하게 보이는 게 신기하지 않은지? 달은 정말 지구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위적이고 비정상적으로 큰 위성임이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9 18:20 2010/02/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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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탐사선들

인류가 만들어 낸 인공물(artifact) 중 현재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2호이다. 태양계를 떠나 지구로부터 한없이 멀어지고 있는 탐사선은 파이어니어 10/11호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것 말고도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

http://blog.naver.com/bk210850/140001208301
이들은 이미 태양-해왕성 사이 거리의 두 배에 달하는 지점마저 넘어섰다.

파이어니어 10호의 경우 2003년 초에 정말 가냘픈 신호가 감지된 것을 끝으로 교신이 영영 끊겼고, 이제는 수명이 다 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보이저 탐사선은 지구로부터 100수십 억 km나 떨어져 태양계의 거의 끝자락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예상 수명을 훨씬 초과하여 살아 있고 활동 중이라 하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게도 멀리서 오는 탐사선의 미약한 전파를 잡아내려면 정말 넓고 크고 성능 좋은 안테나들을 세계 각지에 설치해 놔야 한다.

  (파이어니어 10호는 2000년 말에도 교신이 한동안 끊겨서 이거 실종이 아닌가 싶었으나 2001년 5월에 다시 신호가 와서 관계자들이 안도한 적이 있었다.)

무려 30여 년 전, 박통 시절에, 인텔에서 이제 막 4비트/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어 내던 시절에 발사된 우주 탐사선이 지구로 각종 행성들의 사진을 보내 왔다는 게 정말 믿기 힘들다. 하다못해 JPG 압축 알고리즘도 없던 시절인데 말이다.
본인의 경우, 처음 봤을 때의 전율과 감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진이 뭐냐 하면 달 뒷면의 모습, 그리고 달과 지구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한 사진에 찍혀 있는 모습이다. 달은 지구에 비해서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기괴하게 큰 위성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인류가 이런 정보와 지식을 얻기까지 몇 년이 걸렸던가!

1960, 70년대엔 냉전 구도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우주 개발이 한창 전성기였다. 어떤 놈은 금성과 수성의 표면을 관측한 뒤 임무를 마치고 태양을 돌다가 과열되어 최후를 마치기도 했고, 어떤 놈은 금성 대기권에서, 어떤 놈은 금성 표면에서 1시간을 버티다 고열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기도 했다. 탐사선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목성 착륙을 시도하다가 그대로 파괴되어 버리고 연락이 끊긴 놈도 있었다. 목성은 크기만 작을 뿐 내부 성분은 태양 같은 항성과 완전히 똑같다고 하니, 착륙했다간 그 길로 짙은 고압 유독가스에 모든 게 분해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Quake 3 Area에 나오는 Fog of Death가 생각난다.

그런 시도가 있은 후 어떤 놈은 그렇게 특정 행성에서 말뚝 박고 최후를 마치는 게 아니라 아예 태양계 밖으로 영원한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기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나름 초속 수십 km로 주행한다 하지만 그래 봤자 한 행성에서 다른 행성까지 가는 데 꼬박 2~3년씩 걸린다. 지구와 전파를 교신하는 데도 수십 분에서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태양-지구 사이의 거리인 1 천문단위가 전파로는 8분 20초 가량 소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체 연료도 없는 우주 탐사선이 아무 때에나 그렇게 기존 행성의 중력을 잘 이용하여 태양계 바깥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확한 사항은 기억이 안 나지만, 1970년대 중반이 외행성들이 거의 일렬로 배열되어 백수십 년마다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한다. 이것도 어쩌면 영적으로 볼 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_-;;

탐사선의 궤도를 계산하고 탐사선이 그 암흑천지 우주 공간 속에서 일말의 에너지를 받아서 전력을 생산하고 더구나 사진까지 찍고 지구와 교신하는 건 정말 수학과 과학 첨단 기술의 승리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광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에서 항성도 아니고 행성 사진을 어떻게 저렇게 찍었을까? (극악의 노출 시간 동안 있는 빛 없는 빛 다 긁어모아서 찍지 않았겠나? -_-) 육안으로는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는 천왕성만 해도 아직까지 우주 탐사선이 보내 준 사진의 질이 별로 좋지 못하며, 그저 희뿌연 구 형상만 파악할 수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의 발전 속도도 놀랍지만
어떻게 인간이 자체 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하고서 겨우 반세기 남짓만에 민간인 여객기가 전세계를 연결하기 시작하고 인공 위성을 띄웠으며 이내 우주 왕복선과 탐사선이 발사되었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로부터 거의 40년이 또 지난 지금은 왜 우주 개발 쪽으로 아무런 진척이 없을까? 신기하기 그지없다.

또한 우주를 아무리 뒤져 봐도 아직까지 태양과 지구 같은 이런 행성-항성 조합은 발견되지 않았고 생명 또한 발견되지 않은 것도 경이롭다.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정확하게 일치하여 지구에서는 뒷면이 절대로 보이지 않으며, 지구에서 달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와 일치하는 것도 우연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한 점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0:45 2010/01/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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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kistiscience/336364.html
http://pc21th.egloos.com/4496840
(참고)

철도는 선로 위의 돌멩이가 치명적인 약점이고
항공기는 조류 충돌이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인공 위성, 우주 왕복선 등에는 지구 표면을 뒤덮고 있는 수천, 수만 개의 우주 쓰레기들이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5, 60년대 처음 발사되던 당시에 인공 위성은 인류에게 우주 개발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고, 미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의 최첨단 과학 기술의 총아였습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직진하는 전파만으로는 지구 반대편으로 신호를 보낼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고맙게도 지구 대기권의 전리층이 전파를 반사해 주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무선 통신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정보가 폭증하고 있고 옛날보다 훨씬 더 파장이 짧은 전파도 쏘아올리는 시대에는, 지구 전리층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통신 위성이 전파를 별도로 처리해 주어야 합니다. 달에는 전리층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달 뒷면에 쏙 숨으면 지구와 교신이 그대로 끊어져 버립니다. 놀랍죠?

위성은 말 그대로 한없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덕분에 지구상에 떠 있는 존재입니다. 통신 용도로 쓰이며 지구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완전히 같은 '정지 위성'은 지표면으로부터 무려 35000km에 달하는 곳에 떠 있으며, 개수도 전세계적으로 200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 이상은 더 띄우지 않기로 국제 협약까지 맺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낮은 고도, 짧게는 300~2000km 정도의 고도에서 도는 인공 위성도 굉장히 많이 존재합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이미 최소한 열권 이상이고 우주나 다름없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 저궤도 위성이 문제입니다.

낮은 궤도를 도는 위성은 그만큼 지표면과 가깝기 때문에 통신이나 정찰 임무를 더 원활히 수행할 수 있으며 띄우는 데 드는 비용도 저렴합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대기와의 마찰도 고궤도보다는 커서 계속 떠 있기가 힘들며, 지구를 매우 빠르게 돌아야 합니다. 공전 횟수가 하루에 10수 회 정도는 기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저궤도 위성은 수명이 짧습니다. 열권 정도만 돼도 위성은 잘 알다시피 태양 방면과 지구 방면의 표면 온도차는 달의 낮과 밤의 차이만큼이나 벌어집니다. 위성은 이런 환경에서도 자체적으로 열 제어를 하고, 마치 통닭구이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온도 배분을 균형 있게 하도록 설계되지요. 지표면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살벌한 환경에서 동작하는 기계인 것입니다. 거기에 돌아가는 컴퓨터도 오늘날의 PC에다 견주자면 XT급이 될까말까 하지만 그걸로도 옛날에는 임무 수행 할 걸 다 한 셈입니다.

하지만 수명이 다하고 이물질 때문에, 혹은 초속 수십 km로 날면서 공기와의 마찰이 누적되어 야기된 물리적 손상 때문에, 제품에 미묘한 오동작이 발생하면.. 이런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위성은 이 온도차를 견디지 못하고 단순히 고장나서 작동만 중단되는 게 아니라 배터리 같은 것이 열받아서 펑 폭발합니다.

수명이 끝난 폐 인공 위성이라든가 이런 잔해들은 땅에 잘 떨어지지도 않고 초속 수~수십 km로.. 총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면서 우주 교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인공 위성의 추후 발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주 쓰레기들입니다. 부딪치면 꽤 많이 아플 겁니다. 이 정도면 조류 충돌쯤은 저리가라이죠?

인공 위성 잔해는 아니지만, 로켓이 발사되면서 떨어뜨린 수백 kg급의 연료 탱크가 바닷속에 처박히지도 않고 우주 쓰레기가 되어 지구 주변을 돌고 있었다는 말에도 적지 않은 충격.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은 땅, 물, 공기도 모자라서 우주 공간까지 자가 회수가 되지 않는 폐기물 찌꺼기들로 몸살을 앓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깔끔하게 하질 못하고 꼭 side effect를 남기고, 뒷수습을 스스로 못 합니다.

이런 우주 쓰레기들은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garbage collection 없이 memory leak가 한계에 달하고 있는 컴퓨터 메모리라든가, 수천 개의 legacy들과 DLL hell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과거 윈도우 시스템 디렉터리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0:31 2010/01/1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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