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번듯한 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낮고(해발 100여 m대) 그냥 공원 산책에 가까운 언덕 두 곳에 다녀온 기록을 남기도록 하겠다.

1. 북서울 꿈의 숲

서울 강북에 서울숲뿐만 아니라 더 북쪽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본인도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서울숲은 산이 전혀 아닌 평지이고(원래 골프장..) 한강과 가까워서 한강 공원과도 연계되는 반면(강변북로를 육교로 횡단하여 서로 왕래 가능함), 저기는 벽오산인지 오패산인지 그래도 높이 차이가 존재하는 언덕이다.

옛날에는 서울 시내에 소규모 놀이공원 유원지가 좀 있었던 모양이다. 용마산 서쪽 기슭에 용마랜드라는 게 있었던 것처럼, 저기에는 ‘드림랜드’라는 게 있었다가 망했다. 그 뒤 시설을 철거하고 부지를 서울시에서 인수하여 이름에다가 예우 차원에서 나름 ‘꿈’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재개장한 게 북서울 꿈의 숲이라고 한다.

북서울 꿈의 숲은 북쪽과 남쪽이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다. 거기는 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등산로 구간이다. 그리고 양 언덕 사이는 일종의 분지이며 넓은 풀밭과 자그마한 호수, 갤러리가 있다. 돗자리 깔고 앉아서 쉬기 좋다. 혼자 변방의 언덕길 산책을 하거나 단체로 중앙의 풀밭에서 노는 게 모두 가능하다.

다만, 여기는 위치와 교통 접근성이 아무래도 서울숲만치 좋지는 못하다. 지하철만 타고 간편하게 갈 수는 없다. 그래도 정문· 동문 말고 언덕 쪽으로 나 있는 여러 등산로를 통해서도 접근 가능한 것은 서울숲보다 약간 좋은 점이다.
본인 역시 여기에 처음 갈 때는 번동의 모 아파트 단지 뒤로 나 있는 북쪽 언덕 진입로를 이용했다. 집에서 거기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으며, 애초에 방문 목적도 등산과 산책에다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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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 꿈의 숲이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 이 지도 한 장이면 곧장 이해 가능하다. 여기는 바로 8번 출입구를 통해 숲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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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오르는 산책로는 이런 모양이었다. 공원 형태로 나름 잘 꾸며 놨다.
서울숲의 북쪽 언덕에서 가장 높은 정상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공터가 꾸며져서 벤치, 간단한 운동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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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언덕을 내려가면서 서울숲의 서쪽 끝에 있는 문화 광장, 꿈의 숲 아트 센터 근처에 도달했다. 이제는 남쪽 언덕을 오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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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언덕에서 아래의 넓은 잔디밭, 월영지라고 불리는 연못을 내려다본 모습이다. 아직은 언덕과 평지 사이의 높이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남쪽 언덕도 꼭대기까지 올라 봤는데, 딱히 별로 볼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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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 꿈의 숲의 동쪽 끝으로 나가는 것으로 탐방을 마쳤다.

2. 동구릉

서울 서쪽의 고양시에 서오릉이 있다면, 서울 동쪽의 구리시에는 동구릉이 있다. 최고의 명당에다 만든다는 왕릉이 9개나 밀집해 있는 건 조선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전체 역사를 통틀어도 여기가 유일하다고 한다. 태조 이 성계의 무덤도 여기에 있다.

하긴, 경주에도 왕릉 숫자로는 ‘오릉’이 최고이지, 신라 왕릉이 9개씩이나 밀집해 있는 곳은 없다.
광명시에서 광명 동굴을 관광 자원으로 미는 것처럼 구리시에서는 여기를 많이 홍보한다. 구리는 안 그래도 정말 작고 좁은 도시인데 나름 거물급 명소를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등산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동구릉이 있는 곳은 ‘구릉산’이라고 불리는 작은 언덕의 동쪽이다. 서쪽은 ‘검암산’이라고 따로 불리면서 등산로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근래에 산의 바로 서쪽으로 고속도로(구리-포천 29)가 뚫리면서 등산로가 많이 봉인되었다.
그리고 산의 남쪽에는 군부대가 있다. 사실, 서오릉이 있는 산도 서쪽 끝에는 군부대가 있긴 하다.

이런 특이한 점을 감안하여, 본인은 작년 겨울에 눈이 와서 제대로 등산을 할 수 없을 때에 동구릉 산책으로 등산을 대신했다. 실제로 찾아가 보니 왕릉에서 언덕 건너편의 등산로로 가는 길이 없지는 않았다. 물론, 왕릉은 입장료를 내고 정문에서 들어가야 하는 통제 구역이니 산 전체가 왕릉과 사통팔달 뚫려 있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산 속 깊숙히 갈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허나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엔 날씨를 비롯한 다른 사정 때문에 그 길로 진입이 금지돼 있었으며, 가까운 미래에 등산로가 개방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산 전체가 다음에 또 찾아올 가치가 있을 정도로 크고 볼거리가 많은 산도 아니다 보니.. 본인은 이곳에서 그냥 동구릉만 다녀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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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릉은 내부가 저런 구조이다.
본인은 이 산의 능선 쪽을 먼저 구경하고 싶어서 산을 깊숙하게 들어가는 순으로.. 경릉-원릉-휘릉 순으로 돌다가 다음으로 목-헌-수릉을 둘러봤다. 왕릉 안은 산 속으로 갈수록 약하게 오르막이 등장하긴 하지만 등산로의 경사에 비해서야 약과 수준일 뿐이었다.

혜릉은 방문 당시에 주변이 온통 공사 중인 관계로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또한, 맨 왼쪽의 숭릉은 다른 왕릉들과 달리 혼자 외진 곳에 있어서 찾아가기 힘들었다.
각 무덤과 무덤 사이의 거리는 그냥 100~300m 남짓이었던 것 같다. 슬금슬금 산책하기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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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릉 안으로 입장하니 거의 곧장 이런 자그마한 전시관이 눈에 띄었다. 역대 모든 조선 왕들의 무덤 소재지를 저렇게 표시해 놓으니 아주 도움이 된다.
일부 왕릉은 북한으로 넘어가 버리기도 했구나. 그래도 개성 정도면 38선 시절에는 아직 미묘하게 남한 땅이었는데 아쉽다.

원래 조선 왕릉은 한양 도성으로부터 100리(대략 42km) 이내의 지점에 조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따라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화성이나 영월처럼 무덤이 혼자 독보적으로 먼 곳에 있는 왕은 사도세자나 단종처럼 정치적으로 좀 특이하고 예외적인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세종대왕의 경우 원래는 서울 강남의 헌인릉 인근에 무덤이 있었지만, 풍수지리상 더 길한 장소를 찾아서 훗날  멀리 여주로 이장된 거라고 한다.

저 때와는 달리, 오늘날의 전직 대통령은 죽으면 고인이 따로 유언을 남기지 않은 한 그냥 국립 현충원의 국가 원수 묘역에 순서대로 쭈욱 안장될 것이다. 김 영삼 이후로는 이 나라에 딱히 정치적인 격변도 없고 설마 또 서울 현충원에 묻히는 사람은 없을 테니 그냥 대전 현충원에 가게 된다. 참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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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내부에는 이렇게 아름드리 나무들과 함께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작게나마 개울도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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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주변에 이런 스타일의 건물이 있는 건 예전에 서오릉과 천장산을 다녀보고 나니 이제 눈에 익숙했다.
눈이 쌓인 곳과 그렇지 않고 녹은 곳의 차이가 저렇다. 김 성모 만화에 나오는 "햇볕도 안 들고 양지바른 곳"이 저런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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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동쪽 끝으로 넓은 공터가 있던 목릉 주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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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휘릉.
사실, 무덤들이 다 그게 그거 같이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메모를 해 놓거나,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눈썰미를 갖추지 않는다면 어느 게 무슨 무덤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뭐, 잘 알다시피 조선의 왕이라고 해서 죽은 뒤에 다 저런 예우를 받은 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조도.. 히스기야 같은 좋은 왕은 왕들의 돌무덤에서 제일 명당에 묻힌 반면(대하 16:14, 32:33, 35:24), 막장인 왕은 그냥 다윗의 도시에다가만 묻히고 왕들의 돌무덤에 가지는 못했다고 나온다(대하 21:20, 24:25, 28:27).

연산군과 광해군은 왕에서 짤렸기 때문에 사후에 '-종' 같은 휘호(명칭이 맞나?)를 못 받았고 무덤도 '릉/능'이 아닌 그냥 조촐한 '묘'이다. 박 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 파면으로 인해 경호를 제외한 전 대통령 예우가 박탈되고, 역시 사후에 현충원에 묻히지는 못하게 됐다.

이상이다.
같은 날에 다녀오지도 않은 북서울 꿈의 숲과 동구릉을 좀 어거지로 한데 엮긴 했지만 그래도 등산 대체 산책 코스로서 일말의 동질감이 느껴졌다.
참고로, 북서울 꿈의 숲과 동구릉은 직선 거리로 8km쯤 떨어져 있지만 위도는 서로 비슷하다. 그리고 둘의 얼추 중간 지점에 봉화산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4/07 08:39 2018/04/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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