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1년, 9· 11 테러
(1) 미국 세계 무역 센터 9· 11 테러가 벌써 20년도 더 전 옛날 일이 됐다.
이때는 테러리스트에게 장악 당한 미국 국내선 여객기 두 기가 각각 제1 WTC와 제2 WTC 쌍둥이 건물에 충돌했었다.
세계 각국이 테러에 대처하는 방식이 협상 따위 없이 강경해지자, 테러를 저지르는 방식도 그냥 닥치고 너 죽고 나 죽는 쪽으로 더 흉포해지고 광기가 더욱 커진 것 같다.
테러범들은 나름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 제일 멀리 가는(= 연료도 제일 많이 실려 있는) 국내선 비행기를 골랐으며, 건물에 주는 대미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충돌 직전에 기체를 45도 roll을 줘서 비트는 기동까지 취했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얘들은 단순무식한 광신도 이상으로 머리를 꽤 굴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형 여객기의 조종술을 익히는 머리에다가 무력으로 조종실을 점거하는 담력까지.. 그 지능과 멘탈로 다른 좋은 일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무튼, 나중에 피격된 제2가 먼저 무너졌고, 제1은 좀 더 버티다가 피격으로부터 1시간 40분 남짓 뒤에 와르르 붕괴됐다.
아마 제1의 충돌 지점이 제2의 충돌 지점보다 더 고층이어서 더 오래 버틴 것이지 싶다.
(2) 이 사건은 너무 엽기· 충격적이고 황당무계할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건물이 너무 차곡차곡 질서정연하게(?) 무너진 것 때문에 자작극 음모론이 많이 나돌았다.
그러나 테러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미국이 점차 군기가 빠지고 보안 의식이 문란해져 갔던 것으로 웃프지만 설명이 된다.
건물이 차곡차곡 무너진 것도 우연이 전혀 아니며 얼마든지 설명 가능하다.
하부에서는 그 어떤 추가적인 폭음 같은 게 들리지 않았고 건물은 조용히 주저앉았다. 철근과 각종 구조물들이 1000도를 훌쩍 넘는 항공유 불길에 1시간 반이 넘게 활활 타고 익으면서 강성이 약해지고, 그게 발파 해체와 거의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건물, 구조물은 지구의 중력가속도 급의 충격에도 대단히 취약하다. 발목 하나 싹 날려서 윗부분이 주저앉기 시작하면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건물의 발파 해체도 딱 그 역할만 한다. 무슨 미사일처럼 파편을 날려서 목표물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삼풍 백화점은 옥상이 바로 아래의 5층으로 폭삭 주저앉은 충격량만으로도 그 아래의 층들이 지하까지 연쇄적으로 차곡차곡 잘도 붕괴됐다.
금속덩어리인 군함도 어뢰를 맞거나 유폭이 발생해서 폭압 때문에 잠시 붕 떴다가 해수면으로 떨어지면.. 그 충격 때문에 더 박살 나고 너덜너덜해진다. 이런 급의 구조물엔 강체라는 개념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3) 제1 WTC의 경우, 93층부터 99층까지가 여객기의 타격을 받았다.
제2 WTC와는 달리 탈출 계단이 몽땅 끊어지고 막히는 바람에 이 층과 그 윗층 사람들은 단 한 명도 탈출하거나 생존하지 못하고 그대로 화재, 건물 붕괴, 추락 등의 방식으로 희생됐다.
특히 딱 93층부터 100층에는 Marsh & McLennan 컴퍼니즈라는.. 무슨 위험관리 보험중개 회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100% 제대로 직격타를 맞았다.
근무 중이던 직원 295명과 보조 관리인 63명, 358명 전원이 몰살 당하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남의 보험을 중개하는 일을 하더니 자기가 보험 보상금을 받아야 하게 생겼는데.. 그래도 회사 자체는 망하지는 않고 지금도 건재해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연혁을 소개하면서 저 때가 “가장 암울했던 시절”이라고 언급한다.
2. 2019년,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화 테러
(1) 그리고 지난 2019년 7월경에 일본에서는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는 만화영화 제작사에서 외부인에 의해 전대미문의 방화 테러가 발생했다.
오덕들 세계의 일이어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안 됐었나? 난 그 당시엔 이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한 미치광이가 멀쩡히 돌아가고 있던 작업실에 작정하고 침입해서 기름 끼얹고 불을 질렀다. 이 때문에 건물 하나가 통째로 불타면서 젊은 2~30대 직원이 36명이나 사망하고 33명이 부상 당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전체 직원의 무려 40% 가까이가 죽거나 다쳤고, 작업 데이터도 많이 날렸다고 한다.;;
목조건물이었다고는 하지만,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건물 방화 하나 갖고 이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니..
우리나라로 치면 20여 년 전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같은 느낌이다.
아, 더 최근인 2022년 6월엔 같은 대구에서 민사 소송에 패소했던 어떤 사람이 앙심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을 불질러 버리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때는 범인을 포함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2) 칼 들고 피해자와 직접 맞닥뜨리는 강도나 살인마는 범행 과정에서 거의 반드시 자신도 자기 흉기에 다친다.
피해자는 살고 싶어서 맹렬히 저항하는데, 저 정도로 끔찍한 범행이라는 게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평소에 늘 하는 익숙한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신체 부위별로 칼을 푹 꽂았을 때 들어가는 느낌이 어떤지, 찔렀던 칼날이 잘 빠져나오는지 같은 감을 아는 일반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프로 조폭이나 칼잡이 킬러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방화범도 매우 높은 확률로 어디든지 화상을 입는다.
끼얹은 휘발유를 따라 불길이 퍼지는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불꽃이 주변의 유증기만으로도 얼마나 급격히 퍼지는지 같은 것도 일반인이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저 교애니 스튜디오 방화범은 물론이고,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방화범도 불을 지른 직후에 자기도 꽤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냥 불에 덴 정도가 아니라 불이 자기 옷에 옮겨 붙기까지 했다.
둘 다 처음에는 피해자 행세를 하며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행적이 미심쩍고 뜬금없는 화상에다 기름 냄새까지..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니 결국은 잡혔다.
(3) 새까맣게 타서 얼굴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고 지문 채취나 DNA 채취도 할 수 없는 시신의 경우, 그나마 형체가 남아 있는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치과 치료 내역을 조회해서 신원을 확인하곤 한다.
이 일을 도와 달라고 경찰이 요청을 하면 인근의 치과 의사들이 무슨 배심원 소환되어 가듯이 외근을 가는가 보다. 치과 의사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입 안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
먼 옛날에 히틀러의 신원도 저런 방식으로 확인되지 않았던가?
그 양반도.. 죽어서 능멸 당하지 않으려고 자기 시체를 깡그리 불태워서 신원 확인이 안 되게 해 달라고 당부를 했는데.. 화장 현장에까지 포탄이 떨어지는 지경이니 부하들이 화장을 제대로 못 했다.
그 뒤 완전히 타지 않은 치열 대조를 통해 이 시꺼먼 시신이 히틀러라는 게 공식적으로는 확인됐다고 한다.
하긴, 사람이 평생 잘 변하지 않고 개인을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스냅샷을 자기 입 안에다가도 둔다는 게 흥미롭다.
이 사실은 휴먼버그 대학교 실화 에피소드에서 다뤄졌었다. (☞ 보기)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