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낚시 영단어

- infinite
수학에서 유한, 무한 같은 건 서로 중요하게 구분되는 개념이다.
본인의 대학 시절엔 infinite를 일일이 '인 파이나이트'라고 읽으시던 이산수학 교수님 강의를 재미있게 들은 기억이 있다. 일본식 발음 같은 느낌이 들었다. energy -> 에네르기, berserk ->  베르세르크처럼. ^^;;;
finite(유한한)는 '파이나이트'이다. 하지만 반의어인 infinite(무한한)는 '인피니트'이다. 접두사 in-의 영향을 받아 장모음 i(아이)가 단모음 i(이)로 축약되기 때문이다.
 
- anxiety
마치 Y가 반자음도 되고 일반 모음도 되는 것처럼, 영어 알파벳에서 X는 카멜레온 같은 면모가 있는 글자이다.
대부분, 특히 음절의 끝에서는 box처럼 [ks](크쓰)로 소리나는 반면
아주 제한적으로 [z]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xylophone 처럼 이런 예는 굉장히 드물다.
 
그래서 아주 웃긴 단어가 있다. anxious(불안해하는)는 '앵크셔스'[ks]이다. 그러나 명사형인 anxiety는 '앵자이어티'[z]가 된다!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 시간에 실수를 한번 저질러서 "환상의 본토 발음 앵크셔티"가 별명이 되어 버린 친구가 있었다.
 
- sword
옛날에 영화 제목으로 '스워드'가 당당하게 진열된 적이 있었다.
비슷한 철자인 sworm은 '스웜'이다. 그러나 sword는 '스워드'가 전혀 아니며, '소오드'에 가깝다. W는 전혀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고 sord를 읽듯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어찌하리, 한글로 표기하면 '소드'보다 '스워드'가 훨씬 더 간지(?)가 나 보이는 것을!
게다가 우리는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을 때 장모음 내지 모음 R(혀 굴리는) 표기도 귀찮아서 다 생략하고 지내기 때문에, '소드'라고만 적으면 꼭 sod 같은 단모음 단어처럼 뉘앙스가 아주 가벼워 보이게 된다.
 
이 외에, 같은 단어가 명사일 때와 동사일 때 발음과 심지어 강세 위치가 싹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 present 프"레"즌트, 프리"젠"
- object "아"브직트, 오브"젝"
 
이건 마치 한국어에서 이런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type
- 타입: 유형, 스타일
- 타이프: 인쇄 활자 관련 (타이프라이터)
 
dot
- 도트: 말 그대로 점 내지 픽셀. (도트 프린터, 도트 노가다)
- 닷: 인터넷 관련-_-;; (닷넷, 닷컴기업)
 
그러고 보니..
do, come, go, have
영어의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필수 기초 동사들이... 3인칭 단수 변형이나 과거/과거분사가 다 제각기 굉장히 불규칙스럽다는 것도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do는 O 주제에 O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does, done 같은 변형에서만 O 소리가 실현된다. do에서 유래된 유닉스 명령어인 sudo는 영락없이 '수도'처럼 보인다.
have는 '헤이브'가 아니며, come도 철자로부터 느껴지는 뉘앙스와는 전혀 다른 단모음 소리 때문에, 본인은 어렸을 때 현재진행형을 comming으로 자주 잘못 적기도 했다. 현재형과 과거분사가 일치하는 A-B-A형 불규칙.
 
현대 영어의 3인칭 단수형인 comes는 '컴즈'이고 음절이 추가되지 않는 반면, 킹 제임스 성경의 3인칭 단수형인 cometh는 '커메쓰'라고 음절이 추가되어 발음된다.
do는 더욱 흥미로워서 킹 제임스 성경에는 doth와 doeth가 모두 존재한다. 전자의 발음은 '더쓰'이지만, 후자는 모음이 추가되어 '두이쓰'가 된다. 즉, 현대 영어의 does  '더즈'와 더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는 doeth가 아닌 doth인 것이다.

그래도 영어 정도의 불규칙과 굴절은 다른 유럽 언어에 비하면 양반이라 함. 프랑스나 독일어는...;; 그나마 영어가 세계 국제어가 된 것에 감사해야 할 판이다. 영어는 국제어로서 손색이 없는 풍부한 어휘, 그리고 매우 작은 문자 집합(A~Z까지 겨우 26자)가 큰 장점이다. 영어의 지위는, 20세기가 다 돼서야 주시경 같은 학자에 의해서 맞춤법이 정립되고 국어사전이란 게 최초로 출간된 지 한 세기도 안 된 한국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는 언문일치에 관한 한은 답이 없는 언어이다. 알파벳이 나름 소리글자라지만 모음이 너무 부족하고, 또 알파벳만 쓸 뿐 표기가 제각각인 언어로부터 어휘가 워낙 많이 유입되다 보니, 철자하고 발음과의 일치는 애시당초 글러먹고 언문일치는 안드로메다로 갔다. 그렇게 언문 불일치로 인한 연상 거부가 너무 심해서 난독증이라는 일종의 지적 장애 환자까지 있다고 들었다. (독해력이 딸리는 인터넷 전투종족인 게시판 트롤의 난독증과는 다른 개념 ^^;;)

Posted by 사무엘

2010/07/12 08:21 2010/07/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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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07/12 08:44 # M/D Reply Permalink

    옛날 어릴적에 게임하면서 나오는 단어 중 Sword 를 일일히 "스워드" 라고 읽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_-;

    그러고보면 또 Tycoon 의 y 를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몰라 그냥 스펠링(..)을 읽거나 "티쿤" 이라고 읽었던 적도...

    1. 사무엘 2010/07/12 10:39 # M/D Permalink

      비슷한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타크의 각종 한국어 토착화(?) 표기도 나름 맛깔이 납니다. 머린보다는 마린, 배럭스보다는 바락..;;
      모음 Y 정도면 첫 음절에서는 대부분 '아이'가 된다고 보시면 정확하죠.
      하지만 음절 끝의 모음 Y는 좀 불규칙한 편입니다. 형용사나 부사를 만들어 주는 접미사 -y는 '이' 소리가 나거든요.

  2. 박상대 2010/07/12 23:18 # M/D Reply Permalink

    그러고보니, 모 온라인게임에서 "스워드소드" 라는 이름의 아이템을 본 기억이 나네요.
    저건 대체 뭐라고 해석해야 될까요?
    칼칼? 칼검? 검칼? 검검?

    1. 사무엘 2010/07/13 09:28 # M/D Permalink

      스... 스워드소드....라고요;;
      정말 환상적인 작명 센스군요. ㅠ.ㅠ

  3. 김재주 2010/07/19 19:10 # M/D Reply Permalink

    그게 음..

    영어의 표기법이 대강 만들어지고 나서 대모음 추이가 발생했던가 그럴 겁니다.
    그 전에는 come의 발음이 코메에 가까웠겠지 싶네요.

    1. 사무엘 2010/07/19 20:39 # M/D Permalink

      모음 대격변 때문인 것 맞습니다. 왜, 중세 국어가 임진왜란 시기를 전후해서 변화가 많았다고 하잖아요?
      영어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발음이 확 바뀌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언문 일치는 안드로메다로 갔다고 하더군요.

      한 가지 더. 킹 제임스 성경에는 build의 과거· 과거분사로 builded와 built가 모두 있구요,
      전치사도 unto와 to가 모두 있고, do의 3인칭 단수형으로 doeth와 doth가 모두 있습니다.
      동일한 단어가 2음절어와 1음절어가 공존하는데, 이것은 해당 문장의 운율에 맞춰서 번역자들이 적당하게 선택을 했다고 하더군요.
      (제 글에 댓글이 달리면 저는 원문에 없던 보충/부연 설명을 이런 식으로 덩달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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