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처음에 새마을호에서 시작되었던 철도 관심사가 KTX, 전기 기관차를 거쳐 요즘은 증기 기관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옛날에는 기관차의 이름을 지금처럼 0000호대라는 번호로 붙인 게 아니라 미카, 파시, 마터, 허기 등의 이름으로 붙였구나.
고 김 재현 기관사가 몰았던 증기 기관차(미카)와, 경의선 장단 역에 방치되어 있던 녹슨 증기 기관차(마터)는 차종이 다른 것이었구나.”
같은 식이다.

증기 기관차까지 마스터해야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철도를 연계하여 다 꿰뚫은 진정한 철덕이 될 수 있다는 걸 깨우쳤다. 이렇듯, 한번 철도의 맛을 접한 철덕은 차량, 시설, 지리, 역사 등 분야별로 철도 안에서 계속 골고루 자라야 한다. 그 성장이라는 게 금방 빨리 되는 게 아니다.

철도 기관차의 동력원은 크게 증기, 디젤, 전기로 나뉜다. 내연기관 기반인 디젤은 동력비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어/유압/전기 변환식으로 분류되고, 전기는 전기대로 사용하는 전기의 종류와 집전 방식에 따라 다양한 분류 기준이 존재한다.

이런 것처럼 증기 기관차에도 증기에만 적용되는 중요한 분류 기준이 하나 있다.
바로, 구동하는 데 필요한 물과 석탄을 기관차 내부에 보관하느냐, 혹은 기관차의 바로 뒤에 연결된 별도의 탄수차로부터 공급받느냐는 것이다. 전자식은 탱크식(tank)이라고 하고, 후자는 텐더식(tender)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기관차가 사용하는 물과 석탄의 부피가, 내연 기관이 사용하는 기름의 그것보다 크다는 점 때문에 생긴 특성이다. 보일러의 부피도 내연기관의 엔진보다 더 커야 겨우 그 집채만 한 쇳덩어리를 굴릴 만한 수증기를 만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증기 기관은 디젤 엔진보다 태생적으로 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물과 석탄을 기관차 안의 좁은 공간에다가만 싣고 다녀서는 도저히 장거리를 달릴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증기 기관차는 텐더식이며, 이는 심지어 <은하철도 999>에 그려진 열차도 마찬가지이다.
탱크식은 단거리 소형 열차에 한정된 형태로만 쓰인다. 이는 디젤로 치면 자동차처럼 기어로 변속하는 소형 기관차와 같은 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1899년에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노량진-제물포(오늘날의 동인천)에 처음으로 다녔던 열차는 '모가'(mogul의 변형) 형 증기 기관차인데, 이 역시 아담한 탱크식이다. 더 큰 텐더식 열차는 경부선과 경의선이 뚫린 1906년 이후에야 슬금슬금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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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최초로 달렸던 철마가 바로 이 물건이라니! 오오오오~~ 굴뚝이 깔때기 같은 모양이다.
오늘날 경인선을 달리고 있는 VVVF 전동차와 비교해 보면 가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같은 1435mm 표준궤를 달리는 철도 차량이 100년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철도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이라면, 증기 기관차를 구경할 일이 있을 때 이놈이 탱크식인지 텐더식인지부터 먼저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

여담으로 영어 단어 공부를 좀 하자면,
tender는 ‘부드러운, 여린’을 뜻하는 형용사의 뜻이 있으며 특히 영어 성경에서는 tender mercies(친절한 긍휼)라고 해서 아주 즐겨 쓰인다. 그 반면, tender는 거룻배, 관리자, 탄수차 등을 뜻하는 명사도 되며, 둘은 어원상 아무 관계가 없는 동명이의어이다.

그리고 보너스.
얼마 전에 본인은 6·25 전쟁 당시에 총격을 받고 장단 역 구내에 버려졌던 '마터' 형 증기 기관차의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모가'가 우리나라 최초의 증기 기관차라면, '마터'는 일제 강점기 말기인 1940년대에 처음 제작되었으며, 크기도 크고 힘도 좋은 신형(?) 증기 기관차이다. 탱크식이 아니라 텐더식인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당시 '마터'는 한반도 중· 북부 지방에서만 운행되었으며 이들은 전부 오늘날의 북한에 속한 지역이기 때문에 남한과는 영 인연이 없는 열차였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도 태백선, 영동선 같은 산악 철도가 있지만, 그건 예전 글에서도 알 수 있듯, 해방과 분단 후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만든 철도이기 때문에 일제 강점기나 북한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

다음은 이 '마터'형 증기 기관차가 파괴되고 녹슬기 전의 원래 모습이 어떠했을지를 유추하게 해 주는 아주 좋은 자료이다. 북한에서 이 증기 기관차를 모델로 우표를 만든 적이 있다. 모든 증기 기관차는 원래 검은색 도색이며, 이는 저 기관차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파괴된 기관차 잔해는 앞부분의 좌우에 씌워진 철판 벽이 없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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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3/07/13 08:28 2013/07/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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