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화학이 인류의 삶을 마법처럼 바꿔 놓은 경이로운 시기였다.
자고로 유기물이라는 건 생명체가 아니면 얻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는데 그걸 인간이 부분적으로나마 인위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기술을 기반으로 플라스틱, 합성 섬유, 합성 고무, 화학 비료, 농약, 살충제, 새로운 냉매 등등이 연이어 발명됐다. 없는 물질이 새로 만들어지기만 한 게 아니고, 기존 물질도 동· 식물의 부산물에 의존하지 않고 아주 저렴하게 팍팍 많이 찍어낼 수 있게 됐다.

하임 바이츠만이 아주 저렴한 아세톤 합성 방법을 개발한 것,
프리츠 하버가 질소 고정법을 개발해서 암모니아를 치트키처럼 대량 생산하게 된 것.. 이런 게 1910년대의 전설적인 업적의 예이다.

그런데 저런 것만 발명되면 섭섭하기라도 한지, 저 시절엔 그 과학 기술로 인간을 죽이는 물질도 응당 개발됐다. 이는 마치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우주 로켓과 장거리 미사일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20세기 이래로 인류 역사상 독가스라는 게 인명 살상용으로 쓰였던 큼직한 사건은 대략 이렇게 분류된다.

1. 정규군끼리의 교전: 1차 세계 대전 서부전선 (1915)

이건 참호를 뚫기 위해 발명된 양대 발명품 중 하나였다.
참호라는 벙커에다가 기관총이라는 시즈 탱크를 구축해 놓으니 이건 뭐.. 통상적인 알보병들 돌격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근대 시절의 공성전이라든가 어지간한 해병대 상륙전에 필적하는 난이도였다.

소총도 아니고 대포도 아니고 기관총이라는 공용화기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끔찍한 대량 살상 무기였다.
처음에는 제국주의 백인들이 미개한 식민지 주민들한테나 이걸 갈겼지만, 얼마 못 가 같은 백인들끼리 서로 쏴 제끼게 됐다.

참호는 병력을 지표면 아래로 짱박히게 해서 그들을 총알로부터는 생존률을 크게 끌어올려 줬다. 하지만 그 참호 속 생활이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끔찍하고 생지옥 같았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그래서 이 전쟁은 19세기까지 유럽에서 몇몇 나라들끼리 툭탁거리던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전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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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호전을 파훼하기 위해서 1차 세계 대전 때 발명된 신무기가 바로 (1) 탱크와 (2) 독가스였다.
탱크야 기관총이나 소총의 총알에 뚫리지 않으면서 참호고 뭐고 다 짓밟으면서 전진하기 위한 물건이었다. 다만, 아직 자동차조차 허접하던 시절에 처음으로 개발된 탱크는 성능이나 안정성, 신뢰성 같은 게 많이 빈약했다. 가격도 너무 비쌌고..

다음으로 독가스는 물리적인 파괴력 없이 적군 병력을 고통스럽게 죽이거나 도망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탱크와는 완전히 다른 '화생방'이라는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초창기의 독가스는 호흡기를 망가뜨리는 염소 계열이 쓰였다. 시퍼런 쌩 Cl 염소 기체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포스겐(COCl2), 겨자가스((Cl-CH2CH2)2S) 같은 거. 이제는 병사들에게 방어를 위해 방탄조끼나 헬멧뿐만 아니라 방독면까지 필요해졌다.

선견지명인지 모르겠다만, "탄환에다가 독가스를 달아서 쏴서는 안 된다"라는 국제 협약은 놀랍게도 1차 대전 이전, 1899년부터 존재했다(헤이그 협약).
그래서 독일이 독가스를 투입하면서 "우리는 독가스를 총이 아니라 손으로 던지거나(수류탄), 혹은 바람에다 실어서 퍼뜨렸다. 그러니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 이렇게 둘러댔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급이랄까.

전쟁에서 우리 다같이 쓰지 말자고 결의하는 무기는 단순히 위력이 너무 강하거나 적군을 너무 잔인하게 죽이기 때문에 금지하는 게 아니다. 위력이 아군/적군, 군인/민간인 통제가 안 되고 종전 이후까지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다.

독가스는 위력이 바람 부는 방향의 영향을 받아 복불복이 심하며, 기껏 적진을 점령했는데 아군조차 독가스의 여파 때문에 거기서 제대로 못 있었다. 즉, 통제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내가 독가스를 쓰면 상대방도 보복 차원에서 독가스를 썼다. 이러면 전쟁이 굉장히 골치 아파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가스는 1차 대전 때 잠깐 등장하고 그 뒤에는 정규전에서 쓰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그 인간 백정 악마 히틀러조차 전장에서 독가스를 투입하는 걸 반대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탱크에 독가스가 등장한 1차 대전의 모습은 이것만으로도 무슨 SF 소설이라든가 성경의 계시록에 등장하는 괴물, 살이 썩는 괴질 묘사를 떠올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던 충격적인 전투 양상이었다.

2. 인종 청소 대량학살: 나치 독일 홀로코스트 (1941)

자, 나치 독일은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독가스를 군사용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그 대신 그걸 인종 청소라는 더 정신나간 짓에 활용했다.
히틀러는 우생학에 근거한 극단적인 인종주의 망상에 빠졌다. 유대인, 집시 등 열등(?) 인종은 딱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그냥 모조리 씨를 말려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신념을 몸소 실천했다.

맨 처음 1930년대 중반부터는 이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재산을 빼앗고, 격리 및 추방을 시켰다. 그러다가 2차 대전이 터진 뒤에는 대피를 못 하고 점령지에 있던 열등분자(?)들을 수용소에 가뒀다. 여기서도 처음에는 노동을 시켜서 알아서 병이나 굶주림으로 죽게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노동력조차 필요 없는지 아예 대놓고 학살을 했다.
'명예훼손, 협박'이던 게 '사기, 절도, 강도'로, 그 다음은 '납치, 감금 치사'로, 마지막으로는 대놓고 '살인'으로.. 갈수록 죄질이 나빠지고 탄압의 수위가 더욱 올라간 것이다.

처음에는 학살을 위해서 이 많은 수용자들한테 기관총을 갈겼는데.. 생각해 보니 이건 그렇잖아도 전시에 총알이 아까운 짓이었다. 그리고 명령에 따라 밥 먹고 이 짓만 하던 병사들이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글쎄, 극심한 전투 스트레스도 shell shock 같은 장애를 남기겠지만, 저렇게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아무 명분 없이 저지르는 양학도.. 전투 스트레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 양심을 자극하고 정신 건강을 해쳤던 것이다. 피해자 유족의 보복을 대행하는 흉악범 죄수 처형도 아니고, 나라 지키는 전투도 아니고 도대체 뭔 짓이냐?

사람들을 구덩이에다 한데 몰아넣은 뒤 안전핀 뽑은 수류탄을 떨구는 건 소음, 진동, 뒷감당이 난감할 테고..
많은 사람들을 한 명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떼거지로 많이, 조용히, 저렴하게, 주변 건물 구조물에 대미지 가하지 않고.. 자기가 살해 당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만들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은..???

해골 굴리면서 고민하다 보니 사람을 물리적으로 대미지를 가하는 유혈 공법 대신에 화학적인 독가스가 채택된 것이다.
처음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생각해 봤는데, 가성비가 맞지 않아서 최종적으로는 치클론 B 독가스 깡통이 선택됐다.;; 이건 HCN 청산가리를 주입시키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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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 보시라! 이 시스템은 저놈들이 나름 엄청 "많이" 고민하고 애쓴 결과물이었다. 완전 싸이코 그 자체였다. =_=;;;
수용소에서 독가스를 이용한 최초의 집단 학살은 1941년 가을이니 태평양 전쟁과 독· 소 전쟁이 발발한 때와 시기적으로 비슷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소련군 포로, 폴란드의 반동분자, 몇몇 유대인들에게 베타테스트가 행해졌는데.. 결과가 괜찮았다!
그 뒤 1942년 1월, '반제(지명 Wannsee) 회의'에서 나치 수뇌부는 "유대인들을 이런 식으로 죽여서 완전히 씨를 말리자~! 절멸시켜 버리자" 이렇게 정식으로 결의를 했다.

이때부터 쟤들이 운용하는 살인 공장에서 가스실은 1945년 초까지 거의 3년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원래 치클론 B는 오늘날에도 선박이나 대형 창고처럼.. 엄청 넓고 사람이 상주하지 않고, 안전보다는 가성비와 위력이 더 중요한 공간에서는 살충제 구서제로 잘 쓰이고 있다. 나치 수용소에 납품되는 치클론 B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안전을 위해 원래 일부러 첨가하는 악취· 구토 유발제를 "빼고" 납품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하임 바이츠만은 아세톤 합성으로 탄약· 폭약 생산을 혁신시켰다.
그러나 프리츠 하버는 1차 대전 시절에 군용 독가스의 개발을 주도했으며, 나중엔 저 치클론 B의 개발에도 참여했었다. 사람을 살리는 발명도 하고 죽이는 발명도 한 셈이다.

3. 불특정 다수 테러: 옴진리교 (1995)

이렇듯 독가스는 저렇게 1차 대전 시절의 끔찍한 군용 무기, 2차 대전 시절의 극악무도한 활용 사례로 인해 인간에게 정말 진절머리 나는 악몽을 안겼다. 이제 독가스라는 건 어디 공업 단지에서 산업 재해가 터졌을 때에나 유출되지, 국가 공권력이 대놓고 살포할 일은 없어졌다.
그나마 옛날에는 과격한 시위· 데모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최루가스 같은 걸 살포했지만 이건 사람을 대놓고 죽이려는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참 뒤, 일본의 옴진리교가 저지른 도쿄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독가스를 대량 살상 무기로 사용한 테러 사건이었다.
이건 북괴? 알 카에다? ISIL? 그 어떤 악당들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또라이짓이었다.

옴진리교는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수사되고 추적되는 걸 더 큰 사고를 쳐서 무마시키려고 한 미친놈들이었다. 빚을 빚으로 막는 것도 아니고..
하긴, 일본 제국이 옛날에는 자기가 전쟁 벌여서(중일 전쟁) 사고 친 걸(석유 금수 조치) 더 큰 사고를(태평양 전쟁) 쳐서 무마하는 상또라이짓을 한 적이 있긴 했다.

결국 옴진리교는 공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됐고, 머리 치렁치렁하던 교주는 이때 체포돼서 2018년에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4. 요인 단독 테러: 김 정남 피살 (2017)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엔 북한 김 정일의 장남 김 정남이.. 말레이시아의 공항에서 괴한에 의해 VX라는 독극물을 얼굴에 강제 접촉 당하고는 곧장 목숨을 잃었다.

VX는 옴진리교 시절의 사린보다 독성이 훨씬 더 강하고 위험한 물질이다.
검색을 해 보니 사린은 화학식이 C4H10FO2P이고 VX는 C11H26NO2PS이네.. 어쨌든 VX가 더 복잡하고 정교하고 더 흉악한 물질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앞의 1~3처럼 호흡기로 독가스 주입이라기보다는.. 황산 테러 쪽에 가깝다. 그래도 화학 무기의 범주에 드는 건 변함없다고 하겠다. 화약의 힘으로 금속 파편을 박아 넣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으니 말이다.

이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가스의 사용 범위가 작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방면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으니 각종 군사 훈련이나 민방위에도 '화생방'은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같다.
다음은 이런 독가스· 독극물에 대한 자잘한 여담들이다.

(1) 위에서 소개된 저런 독가스들은 상당수가 반도체의 제조에도 쓰인다고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너무나 값싸고 흔하게 접하는 컴퓨터 부품들이 평범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겨우 인간문화재 장인 급 스킬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하고 정교하고 위험한 공정이 필요하다.

(2) 살충제는 사람에게 전혀 무해하면서 벌레만 골라서 죽여 주는 물질이 아니다. 사람이 죽기 훨씬 전에 벌레부터 먼저 죽게 해 주는 물질일 뿐.. 에프킬라는 파리· 모기의 입장에서는 극악의 독가스일 것이다.

(3) 독사의 독은 신경독 아니면 출혈독으로 나뉘는데, 독가스나 살충제도 신경을 조지거나 아니면 폐를 조져서 질식· 익사시키는 것으로 작용 기질이 나뉜다.

(4) 먹는 독이나 폐로 흡입하는 독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독사의 독은 물려서 혈관에 다이렉트로 주입 당하는 게 아니라 입으로 평범하게 먹는다면 그냥 단백질로서 위장에서 소화될 뿐이라고 한다. 복어 독 같은 독이 아니랜다.

(5) 꼭 생물독이 아니어도.. 옛날에 인간이 과학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엔 납이나 수은을 화장품으로 취급하면서 얼굴에 쳐발쳐발 했었다(으악~).
20세기 초에는 뭐.. 방사성 원소인 라듐 같은 걸 영롱한 빛이 나니 신비롭다면서 보석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심지어 먹기도 했었나..?? 그러기도 했다.
제일 최근에는 석면이 위험성이 너무 늦게 알려져서 세계적으로 허겁지겁 봉인하고 없애는 추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29 08:35 2025/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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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과 시사 관련 생각

2025년이 상반기가 벌써 1달 남짓밖에 안 남았다.
날씨가 엄청 많이 더워져서 이제 새벽과 이른 아침에도 반팔이 일상이 됐다. 실내에서는 선풍기와 에어컨도 필수..
그런데 이 와중에 4월과 5월 내내 금/토요일만 골라서 비가 왔던 것 같다. 신기한 노릇이다.
다만, 5월 20일을 전후한 기습 폭염은 개인적으로 정말 고통스러웠던 시기였다.

뭐, 본인 근황을 오랜만에 전하자면.. 결혼한 지 어언 반 년이 지났고, 여왕님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
다 좋은데 유일하게 애로사항 문제점은 할일들이 너무 많이 쌓이고 밀려서 미칠 지경이라는 거..
개인적인 글쓰기와 프로그램 개발 아이템들이 너무 밀려서 다른 건 엄두를 못 낼 지경이다.

여러 아는 분들로부터 이런저런 유익한 책을 번역+요약해 달라, 이런저런 한글 개량 시스템을 구상 중인 게 있는데 함 검토를 해 달라~~ 요청을 받은 게 있긴 한데.. 내가 내 앞가림도 못 하는 중이다. 그분들께는 그저 죄송한 마음이다. 언젠가는 살펴보겠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 며칠 안으로는 못 하겠다.

"그럼 너님은 요즘 도대체 뭘 하고 무슨 낙으로 지내냐? 우선순위가 더 높은 일들이 뭐냐?"라고 물으신다면..
오늘 소개하는 근황글과 사진이 답변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게 전부라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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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매일 밤마다 밖에 나가서 텐트 치고 '야영'은 못 한다. 하지만 주말에 돗자리와 텐트를 챙겨서 집 주변의 공원으로 소풍은 가끔 간다. 여왕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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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11월에 도입했던 호박이들을 지난 4월 중순에 드디어 모두 도축했다~!
특히 저 큼직한 짙은 초록색 호박은 본인 집에 5개월 가까이 보관되어 있던 아이였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내부 상태도 아주 좋았다. 물러지거나 상하는 기미는 전혀 없고.. 4월이 아니라 5월과 그 이후까지 반 년 넘게 놔 둬도 됐을 것 같았다.

내가 비슷한 시기에 구매했던 딴 호박 중에는 집에 가져오자 두세 주를 못 버티고 물러지기 시작한 애도 있었는데..
상태가 어쩜 이렇게 복불복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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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올해 2025년에도 호박 농사가 시작됐다.
이제는 예전처럼 강가까지 멀리 나가서 심는 무단경작은 못 하고.. 집 베란다에다가 스티로폼 화분을 세팅해서 호박씨를 잔뜩 심었다.
씨를 수십 개를 심어도 몇 주째 싹이 날 기미가 안 보이길래 올해는 호박 농사가 물 건너가나 싶었다.
그랬는데 한참 전에 심었던 씨가 지난 4월 23일쯤부터 갑자기 무더기로 싹이 돋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식물의 씨앗이라는 건 무작정 따뜻하고 물기만 있다고 싹트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기온 이하로 왕창 추운 기간을 겪고 나서 "그 다음"부터 따뜻해진 게 감지돼야 싹이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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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리거가 없으면 식물은 혹독한 겨울이 완전히 가기 전에 고개를 잘못 내밀었다가 얼어죽을 것이다. 오오~~ 나름 이런 알고리즘까지 구현돼 있다니 참 신기하다.
그런데 몇 년 전엔 난 겨울에 따뜻한 실내에서 호박을 키우고 열매도 얻은 적이 있었는데.. 그 씨앗들은 내부 상태가 어떻게 프로그래밍 돼 있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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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4월 26일, 5월 2일에는 각각 저렇게 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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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5월 15일.. 어버이날 이후부터는 떡잎에 이어 본잎도 확연하게 큼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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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싹이 돋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5월 22일. 이제는 호박잎을 따 먹어도 될 정도가 됐다.
이제 잎을 한번 딴 뒤엔, 장기복무자 몇 포기만 남기고 나머지는 예편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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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세상에.. 성인 나이트클럽이 저렇게 늙은 호박을 차에다 얹어 놓고 광고하는 건 처음 본다. 호박 부동산뿐만 아니라 호박 나이트도 있구나. ㅋㅋㅋㅋㅋㅋ
어째 마케팅을 저런 식으로 할 생각을 했나 모르겠다.
호박이랑 성인들 유흥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독특하고 특이하고 튀고 부각돼 보이는 건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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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다음으로 동물...!!!!
우리 부부는 작년에 잠깐 함께했던 고양이 '앨리'를 기리기 위해..
길고양이가 종종 드나드는 주변 창고에다 길고양이 쉼터를 세팅했다. 거기에다 주기적으로 물과 사료를 갖다놓기 시작했으며, CCTV도 설치해서 꼬냉이들 동향을 관찰했다. 일명 앨리 기념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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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에.. 정말 전무후무하게 고양이들이 무려 네 마리나 한꺼번에 들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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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요 검은 턱시도 고양이가 한 마리 들어와서 맹활약을 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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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요렇게 검은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오기도 하고, 젖소 고양이가 추가된 세 마리가 호텔을 찾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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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꼬냉이는 건식 사료 파이터인가 하면, 어떤 꼬냉이는 트릿(건조시킨 닭 가슴살 간식)만 먹는다.
어떤 꼬냉이는 여기 밥은 안 먹고, 캣닢이 묻은 스크래처와 장난감만 미친 듯이 비비면서 뒹굴곤 한다.
이런 거 지켜보는 게 뭔가 인생의 낙이 됐다.
내가 원래는 멧돼지를 좋아했는데 멧돼지는 이렇게 골목길을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 나머지 요즘 드는 생각들

(1) 우리나라는 뻘짓 하다가 임기 중에 탄핵 파면으로 짤린 대통령이 결국 두 사람이나 배출됐다. =_=;; 그래서 선거철이 예정보다 또 일찍 찾아왔는데..
어휴 내 개인적인 소신은 어지간해서는 이 선거 비용을 그냥 산불 피해 복구에나 보태지 하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2) 지하철 요금이 2년 만에 오를 예정이다. 이건 2023년부터 계획됐던 것이니 뭐 어찌할 순 없다.
몇 년 뒤에 대중교통 요금이 또 오른다면 그때는 기본요금은 냅두고 임률이 오를 법도 해 보인다.

(3) 요즘 우리나라는 싱크홀 사고 때문에 난리이다. 신안산선 건설 현상에서 큰 사고가 났었고,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동쪽 연장 구간은 지반이 약해서 계속 저런 위험 징후가 나타나는가 보다.
다리가 무너지고 가스가 폭발하고 백화점이 붕괴했던 30년 전 김 영삼 시절에도 이렇게 땅이 푹 꺼지는 사고는 없었는걸 말이다.

서울 시내 전체에서 싱크홀 취약 지점에 대한 데이터가 있기는 한데 나랏님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해서 고의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돈다. 이거 마치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EDR 자료를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만큼이나 정말 사실인지 궁금하다.

(4) 백 종원 아저씨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난 3~4월 동안 갑자기 왜 집중적으로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악재에 시달렸는지 모르겠다. 저 사람도 지금까지 마냥 선하게만 사업을 하고 갑부가 된 건 아니었는지?
한편, 허 경영은 드디어 사기극의 꼬리가 밟혔는가 보다.

(5) 지난 2005년 4월인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로 교황의 부고를 참 오랜만에 다시 들었다.
교황이라는 건 전근대 시절부터 존재한 종신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특성상 세습직이 아니고 선출직인 것이 참 특이하게 느껴진다. 역시 20년 전 코미디 영화인 ‘유로트립’에도 교황 선출 씬이 있었지 말이다.
글쎄, 요 비슷한 시기에 왕중왕(..), 본회퍼 같은 종교 장르의 영상물들이 여럿 등장하기도 했다.

(6) 오랫동안 무고 누명 때문에 심하게 마음고생 했던 뽀빠이 이 상용 씨가 5월 초에 세상을 떠났다.
난 어린 시절엔 오랫동안 ‘뽀식이 이 용식’하고 저 사람이 굉장히 헷갈렸고 개인적으로 구분에 어려움을 느꼈었다. 이름과 별명에서 일부 일치하는 글자들 때문이었던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26 08:36 2025/05/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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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드로 서신

본인은 와이프와 함께 성경 통톡을 하면서 올해 초쯤엔 베드로전후서를 쭉 지나갔었다.
그런데, 와~ 이건 신약의 주류(!!)인 바울 서신이 아니라고, 특정 수신자가 존재하지 않는 일반서신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 게 절대 아니라는 걸 특별히 느꼈다.

그 짧은 분량에 몇 절 간격으로 주요 암송/유명 구절들이 빵빵 터져나온다. 후서보다도 전서가 더한 것 같다.
비킹에서 매우 치명적으로 변개된 구절 중 하나인 '말씀의 젖 먹고 자라라' 벧전 2:2도 그 중 하나.

이들 책에서는 precious 보배로운, 귀중한 이라는 단어가 다른 어느 책보다도 자주 나온다.
왕가의 제사장과 특별한 백성, 남녀노소 주종 인간관계, 위의 권위에 순종, 목(회)자를 향한 권면, 시험과 인내, 올바른 행실과 선한 간증까지, 바울 서신 몇 권치 내용이 다 압축된 것 같다.

베드로전서가 특별히 강조하는 건 그냥 선한 행실을 하는 게 아니라 불신자 세상 사람들이 비방하고 악담을 하다가도 무안해져서 입을 다물게 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행실이다. 그들에게 너희의 소망을 증언하고 답변할 걸 늘 예비하라고..
이런 논조는 기존 바울 서신서나 심지어 야고보서에서도 딱히 못 봤던 것 같다.

거기에다 행실만 얘기하면 섭섭하니 벧전에는 지옥에 떨어진 천사, 죽은 자에게 선포, 감옥에 있는 영에게 선포, 구원의 모형으로서 물침례처럼.. 경륜이나 영적 세계 관련 어려운 구절까지 슬쩍 들어가 있다.

벧후 3장 끝부분을 보면 베드로가 바울 서신을 언급하면서 일부 내용이 참 질기고 난해했다고 얘기하는데..
"님이 기록하신 서신도 똑같이 난해해요"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베드로가 어려운 구절을 슬쩍 집어넣은 스타일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니, 벧후 3:6은 단순 노아의 홍수 얘기가 절대 아니겠다는 생각도 더욱 확실하게 들었다.

성경에서 element라는 단어는 갈라디아서 4장과 베드로후서 3장에서 각각 두 번씩만 등장한다.
전자는 유치한 '초등원리' 문맥인 반면, 후자는 온 우주가 불에 녹는 상황이다 보니 '원소'라고 번역되었는데..

사실 이것조차 1800년대 이후 돌턴의 원자설을 학교에서 배운 후대 사람의 선입견이 가미된 번역이 아닌가 싶다. 뭐, 만물이 분자건 원자건 미립자 근본 본질 차원에서 다 분해되고 포맷될 거라는 점은 변함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베드로에 대해서 뭐 "쿠오바디스"라든가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십자가형 당해서 순교~~ 이런 카더라 일화를 찾아보기 전에, "우리에게는 더 확실한 예언의 말씀이 있으니"라고 말하는 서신을 통해 기억하는 게 먼저이지 않겠나 싶다. 그 사람이 직접 후대의 크리스천들이 읽으라고 글을 남겨 줬으니 말이다.

2. 자동차

성경은 자동차가 발명되기 한참 전에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대입해 넣어도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세 곳 정도 있다.

(1) 출 20:17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종이나.. 소나 나귀나 소유 중 아무것도 탐내지 말라"
소나 나귀 대신에 "남의 차를 탐내지 말라~~"라고 생각해 보면 이 계명이 오늘날 기준으로 뭘 의미하고 어떻게 적용하면 되겠는지 감이 바로 올 것이다.

(2) 삼상 8:5 우리에게 왕을 주소서
"우리에게 붕붕이를 주소서"라고 생각해 보아라.
단순히 남 앞에서 간지와 가오 내세우려고 왕을 선출하고 나면.. 이제 왕의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세금 부담이 왕창 늘고 니들 등골이 휠 것이다.

그때 와서 후회하더라도 하지만 한번 권력 맛을 봐 버린 왕이 호락호락 하야를 하겠는가? 아니, 단순히 권력욕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왕은 하야를 못 한다. 호랑이 등 위에 앉아버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붕붕이는 물론 정치 권력과는 관계가 없지만.. 얘도 한번 지르고 나면 단순 차값+기름값과는 차원이 다른 지출이 발생하고 사람 생활 패턴과 씀씀이가 달라져 버린다. 카푸어 되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3) 막 11:2 등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베드로야, 저 마을 어귀를 가 보면 공장에서 갓 출고된 새끈한 스타크래프트 밴이 키가 꽂혀 있을 것이다. 그거 몰고 이리로 돌아와라. 누가 뭐라 하면 '주님이 필요로 하신다'라고 대답해라. 내가 차주하고는 미리 입을 맞춰 놨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루살렘 입성 장면 때 카퍼레이드가 같이 떠오른다.
예수님 제자들 중에는 그 나이의 남자들답게 차덕 컴덕도 있을 것이고, 베드로는 가방끈은 짧아도 대형에 해기사 면허까지 보유하고 있고.. =_=;;; (훗날 저 베드로전서· 후서를 기록하게 될 바로 그 사람이!!)

솔로몬만 해도 살았던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그 머리로 차덕 총덕 컴덕 항덕이 아니라 자연덕 생물덕이었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진다.

3. 안티오크

나는 '안티오크/안디옥(Antioch)'이라는 지명을 난생 처음 접한 곳이 성경이 아니라... 고등학교 시절, 스타크래프트였다. =_=;;;
프로토스 외계인들의 본거지 도시 중 하나가 안티오크이기 때문이다. 프로토스 캠페인을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프로토스의 영웅 중 한 명은 이름이 Fenix인데.. (질럿이다가 나중에 드라군으로..)
안디옥이 등장하는 성경 사도행전에는 벨릭스(Felix)라는 이름의 총독이 나온다. (행 23:24)

이에 대한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깊이 박힌 관계로, 난 사도행전 후반부(= 바울의 예루살렘 방문 이후)를 읽으면 지금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기억이 머리에 같이 어른거린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Fenix는 아마 불사조 phoenix를 베낀 명칭이었을 것 같지만, 본인은 그것보다도 성경 인물 Felix가 먼저 떠오를 정도이다. ㅠ.ㅠ

4. 호환, 마마, 전쟁

"내가 네게 기근과 ‘악한 짐승’들을 보내서 니 자식을 앗아갈 거다.
다음으로는 ‘역병’과 피가 니들을 지나갈 거고
그 뒤엔 내가 너에게 ‘칼’을 보낼 것이다.
나 곧 주가 이렇게 말한 줄이나 알아라." (에스겔 5:17~ 임의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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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름 3권 분립(lawgiver, judge, king)이 나뉘어 언급되는 구절이 있듯이,
성경엔 나름 옛날 어린이들의 3대 재앙이었다는 호환, 마마, 전쟁이 나오기도 한다! ㄷㄷㄷㄷ
세계 보건 기구(WHO)는 요즘이야 이것저것 욕 많이 먹고 있지만 한때는 그래도 국제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해서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박멸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즉, 3대 재앙 중 ‘마마’를 없앴다.

전세계에서 천연두 감염 발병이 마지막으로 보고된 게 1977년 10년경이다.
참고로 인류 역사상 마지막으로 단두대에 의한 사형이 집행된 것도 1977년 9월이니 꽤 비슷하다.;;;

유엔이야.. 잘 알다시피 ‘전쟁’을 없애려고 만들어진 단체이지만~~ 그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긴, 먼 옛날에 한번 연합군 진영이었다고 그 나라들이 언제까지나 영원히 우방 동맹인 건 아니니까 말이다.

5. 머신러닝

데이터 → 정보 → 지식 → 지혜의 관계를 피라미드 계층으로 묘사한 그림이 있다. 이거 무슨 과학 → 수학 → 철학 → 신학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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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머신러닝에서 다루는 개념이지만~~
성경 공부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커 보인다.

성경이란 게 무슨 학술논문, 수학 교재처럼 막 수리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쓰여진 책은 아니다.
용어와 개념 definition부터 시작해서 lemma, theory, proof.. 이런 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나마 로마서가 일부 구간에서 그런 형태를 흉내만 비스무리하게 냈을 뿐이다.

  • 죄라 함은 *****한 것을 말한다.
  • 이 교리의 적용 대상으로서 닝겐이란 이러이러한 특성을 가진 검은 머리 이족 직립보행 포유류를 말한다. 최초의 시조는 아담이다. 생물학적 분류는 호모 사피엔스이다.

성경 여기저기에 흩어진 내용들을 분야별 주제별로 한데 모으고 체계화하면 조직신학 교재가 된다.
그럼 성경이 처음부터 조직신학 교재처럼 쓰여졌으면 좋겠지만, 그런 식으로 저술해서는 성경이 그야말로 동서고금 보편적인 텍스트가 될 수 없어진다.
조직신학 자체도 당대 인간의 학문 패러다임이 반영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성경은 그런 패러다임보다 더 위에 있는 텍스트이지 않은가?

그야말로 일자무식 농경시대부터 지금 과학혁명 정보화 혁명까지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인류가 언제부터 그런 엄밀함을 따지기 시작했다고 감히 그런 배부른 소리를 지껄이나.

그리고 뭐랄까, 후세에게 사이드이펙트/나비효과를 끼치지 않으면서 수백~수천 년 뒤를 내다본 예언을 정확하게 담을 수가 없다. 이 주제만으로도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이 글의 주제가 이건 아니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결국은 평범한 스토리 ‘데이터’들을 담으면서 거기에다가 하나님의 성품을 슬쩍 담아 넣고, 여러 시대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역사 패턴도 찔끔 담아 넣는 게 성경 기록자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성경은 추상적인 데이터로 가득한 책이며, 독자들에게 데이터를 통한 학습과 패턴 추출.. 일종의 머신러닝을 요구한다. 이걸 신앙 용어로는 “성령님을 통한 조명”이라고 표현한다. ㄲㄲㄲㄲㄲ

머신러닝에 underfit과 overfit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동일한 오류 유형이 성경 공부도 존재한다.
6일이라든가 1천 년을 문자적으로 안 믿는 거, 개나 소나 영적 해석에 비유로 치부하는 건 underfit이다.

반대로 본질적이지 않은 디테일에만 너무 문자적으로 꽂혀서 난리를 치는 건 overfit이라 하겠다.
솔로몬의 재판을 읽고는 “요즘은 CCTV와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달했으니 괜찮아요! 아 그럼 나도 앞으로 남의 아기 몰래 뺏어서는 저 사람 주라고 연기하면 되겠네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overfit인 듯. ㅋ

성경이라는 데이터가 점들이 저렇게 콕콕콕 박혀 있는 걸 말한다면.. 하나님이 의도한 선형이 과연 무엇일까 판단하는 건 닝겐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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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5/05/23 08:35 2025/05/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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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엔 예로부터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고 일본에 대한 증오 적개심이 풀풀 생길 전시물이 좀 있었다.

일본은 일제시대의 시작과 끝 시기에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반인륜적인 짓을 저질렀다. ‘끝’은 731 부대처럼 중일/태평양 전쟁 때 이판사판 인간이기를 포기한 짓거리이고..
‘시작’은 초기 헌병 무단통치 시기에 누구든 말 안들으면 닥치고 무식하게 다 총칼 휘두르면서 위협하고 찍어누르고 고문도 하던 걸 말한다. 둘의 차이는 ‘흉악’과 ‘흉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독립기념관은 3· 1 운동이나 독립군을 성역화하고 띄워주는 곳이라는 특성상, 일본에 대한 포커스는 ‘끝’이 아니라 ‘시작’, 흉포 쪽에 맞춰져 있다. 옛날에는 전용 전시관의 이름부터가 ‘일제침략관’이었는데 지금은 ‘겨레의 함성’(제3관)이라고 바뀐 듯하다.
“3· 1 운동 당시에 만세 시위에 참여하던 사람이 잡혀가서 이런 일을 당했다~~”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이게 기억에 남아 있다.

(1) 남자는 팔 하나 짤린 모습 사진.
(2) 여자는 머리는 다 풀어헤쳐지고 양팔 묶인 채 매달려서 상반신이 인두로 지져지는 모습 인형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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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렁탕 물고문이나 손톱 뽑기, 길다란 벽관에다 며칠 세워 놓는 비교적 평범한(?) 케이스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봤던 것 같다. 그러나 저거는 진짜 독립기념관 ONLY 전유물인 것 같다.

자고로 고문이라는 것의 목적은 “혐의를 인정해! 자백해!” 아니면 “니 동료들 있는 곳을 불어!” 둘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저 때 일제 왜경· 헌병이 자행한 고문의 의도는 그냥 “너 이 X끼 이래도 만세질 할 테냐? 오냐 오늘 누가 이기나 보자!”였다. 법대로 집행하는 형벌이 아니라, 조폭 양아치마냥 그냥 해코지· 가혹행위를 동반한 공갈협박일 뿐이었다. 여자한테는 성희롱 추행 폭행까지 추가해서 말이다.

고문 하는 놈도 “이런 독한 연놈을 봤나!” 하면서 악에 받쳤겠지만, 당하는 쪽은 더 악에 받쳐서 “내가 죽으면 죽었지 네놈한테는 절대로 고개 안 숙인다 이 천추의 원쑤놈아!!”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 관순 정도는 워낙 예외적이니까 “이런 짓을 여고생 혼자서 벌였을 리가 없다~ 진짜 주동자를 불어!”도 추가됐겠지만 말이다.

아니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백이나 정보를 받아내려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대한 독립 만세 외쳤다고 무장도 안 한 생사람 사지를 짜르고 인두로 지지나? 그건 좀 이해가 안 된다.

(1) 남자는 나도 먼 옛날 학창 시절에 학교 수학여행 때 어렴풋이 봤던 기억이 난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2) 여자는 본인이 직접 본 기억은 남아 있지 않고.. ‘콩숙이의 일기’에서 독립기념관 관람 에피소드에 저 고문 장면 사진이 있는 걸 봤던 기억이 있다. 1~3편 중 뭐더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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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에피소드에서는 콩숙이도 울고불고 하면서 “너무 끔찍하고 잔인해~~ 저 쳐죽일 일본 나쁜놈” 한다. 그리고 친구 중에 온통 일제(일본산) 전자기기를 쓰던 애가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걸로 이야기가 끝나더라. 1990년대 초엔 아동용 개그 수필집에도 저런 반일 코드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ㄲㄲㄲㄲㄲㄲㄲ
심지어 내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는 일본어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문헌이 바로 이 책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세월이 흐르니 이젠 유 관순뿐만 아니라 노 순경, 어 윤희, 임 명애 같은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실 동료들에 대해서도 영화 같은 매체를 통해 제법 알려졌다.
천안 말고 수원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한 여학생인 이 선경 같은 사람도 발굴됐다.
그러나 먼 옛날부터 독립기념관에서 저렇게 인두로 지져지는 고문을 당하는 걸로 묘사된 여성은 누구로부터 모티브를 딴 걸까..??

3· 1 운동 때 누구누구가 일제로부터 온갖 참혹한 고문, 폭행, 가혹행위를 당했다~~ 요렇게 독자에게 빡침을 유발하는 기록들은 대체로 박 은식 지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가 출처이다. 거의 기독교회사 “피 흘린 발자취” 같은 냄새가 나지 않는가?
이 문헌을 훗날 국가기록원에서 발간한 "여성독립운동사 자료총서"(2016)에서도 많이 인용했다.

거기 기록에 따르면(pp. 90~93)..
출신과 나이가 불명인 노 영렬이라는 여성이 저 모형에서 묘사된 것을 포함해 그보다 더한 악형을 당했던 사례라고 나온다. 소속은 학교인데 정확한 명칭도 불명이고 그냥 '여자고등보통학교'(여고!) 소속이라고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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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안 먹이고 며칠 간격으로 고문이 계속되었지만 악에 바친 노 열사가 "독립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죽어서라도 다시 태어나서도 끝까지 만세를 부를 것이다~ 너희 왜놈은 물러가라!" 이런 식으로 소리질렀다고 한다. 결국은 일본 경찰인지 헌병인지 걔들도 기세에 질려서 풀어는 줬다.

그 뒤 저 노 영렬이라는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는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저 사람은 처음에는 심지어 학생으로 소개됐다가 나중에.. 1946년도 신문 보도 자료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교사였다고 신분이 정정됐다(!!). 그만큼 베일에 싸인 인물이고, 훈장 추서 같은 것도 당연히 전무하다.

노 열사는 3· 1 운동 참여로 인해 경찰서인지 헌병대인지 끌려가서 잠깐, 어설프게 린치만 당하다 풀려났을 뿐, 정식으로 투옥돼서 형벌을 받았다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울나라에서 보상을 해 주고 싶어도 못 한다.

그리고 또 생각할 점이 있다.
요즘 독립기념관 제3관엔 저 열사의 모습을 포함해서 고문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모형들이 없어진 것 같다. 최소한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말이다. 끔찍하고 섬뜩한 수위에 비해 당사자에 대한 '물증'이  불분명하기 때문인 듯?

제3관을 독립기념관 홈페이지에 있는 VR 디지털 관람 기능으로 쭉 살펴봤는데.. 앞서 언급했던 팔 짤린 남자 사진이 제일 잔혹한 모습이다. 안타깝지만 이분도 정확한 신원은 불명이다.
요즘은 항일 관련 전시관에도 애들 트라우마 생길 고문 장면 묘사, 심지어 고문 체험(!!) 시설은 빼는 추세인 것 같다. 비슷한 변화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도 있었다고 한다. (고문 신음소리 재생, 벽관 고문 체험 등등..)

이상이다. 갑자기 하나 꽂혀서 별 걸 다 찾아봤네. +_+;;
아무쪼록.. 1910년대 무단 통치 치하에서 일제가 한국인들에게 저지른 만행엔 저런 것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고 싶다. 3· 1 운동 시위대에다가 총질하고, 붙잡아서 투옥만 시킨 게 아니다.
한편으로 기록이 없어서 발굴되지 못하고 잊혀져 버린 무명의 독립운동 참여자 기여자들은 저 때 얼마나 있었을까~ 이것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조선/대한제국의 말기도 서민들에게 절대로 살기 좋은 시절이 아니었다. 동족의 무능한 암군과 탐관오리들이 자행한 트롤짓도 절대 무시 못 할 수준이었는데.. 그 뒤의 일제도 통치를 얼마나 등신같이 했으면 차라리 조선 왕조가 더 나았다고 저런 대규모 저항이 발생했겠는가? (2등 신민이라고 차별은 차별대로 하면서 비슷하게 억압, 수탈..) 이 또한 생각할 점이다.

(1)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으니 오늘날 일본은 헌법 차원에서 공무원에 의한 고문과 잔학한 형벌은 그냥 금지가 아니라 "절대 금지한다"라고 적혀 있다(제36조).

(2) 3· 1 운동은 비록 표면적으로는 일제의 총칼에 완전히 제압되고 진압되는 걸로 끝났지만 이건 일본의 국제 위상을 실추시키고 걔네들에게 멘탈 대미지를 꽤 크게 입혔다. 코리언인지 누군지 어디 듣보잡인지는 모르겠지만, 쟤들이 일본의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세계로 전파됐다.

(3) 오늘날 한국을 찾아온 일본인 관광객이 서대문 형무소 같은 델 들어가면.. “에에에에? 이런 잔인한 시설을 우리 선조가 만들었다고요? 그럴 리가!” 기겁을 하면서 당장 관광 가이드한테 무릎 꿇고 사죄를 하고 난리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국가 간의 관계와 개인 간의 관계는 서로 별개로 봐야 할 것이고, 선조의 잘못을 굳이 후손이 도의적인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연연하면서 난리 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옛날에는 조선총독부 청사가 헐린다고 하니까 그건 놓치지 않고 꼭 보러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잠시 크게 증가한 적도 있었고 말이다.

(4) 콩숙이라는 사람은 지금은 어디서 뭘 하며 살려나?? 문득 궁금하다. 근황올림픽 같은 데서 취재 가능하면 좋겠다!

지금은 일본 대중 문화도 다 개방되고, 반일 감정도 콩숙이의 일기가 출간됐던 저 시절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반중 감정이 저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니.. 격세지감이다. 세월 앞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20 08:35 2025/05/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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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의 군주였던 루이 15세는.. 태양왕이라고 불렸던 선대 14세나, 대혁명 때 참수를 당한 후대 16세에 비해 존재감이 작다. 성경에서 아브라함과 야곱 사이에 낀 이삭 같은 느낌이랄까?
저 사람에 대해서도 인간성은 좋지만 군주로서는 무능하고 우유부단이 너무 심했다는 비판이 많다. 허나, 이 사람 시절에 다음과 같이 분야별로 여러 일들이 있기도 했다.

1. 민생 치안, 미스터리: 제보당의 괴수

1764년부터 1767년 사이에 프랑스에서는 '제보당'이라는 지역에 늑대처럼 생겼지만 늑대는 아닌 괴물이 출현해서 사람을 습격하고 뚝배기를 깨뜨려 죽이고 잡아먹었다. 소문은 나라 밖으로까지 퍼졌고 "프랑스 너네는 들짐승 하나 처리도 제대로 못 하냐? ㅋㅋㅋ"라는 이런 비아냥이 외교계에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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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들은 루이 15세는 노발대발해서 육군 병력이라도 동원해서 저놈 당장 잡으라고 분부를 내렸는데..
사건의 비교적 초창기이던 1765년 초엔 남녀 어린이들이 6명(혹은 기록에 따르면 7명)이나 같이 숲길을 걷다가 공터에서 저 괴물 괴수와 마주쳤다고 한다.

이 애들은 처신을 잘못하면 몰살 당하고 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의 18세기 프랑스 판을 찍게 될 수도 있었다.
허나 이때 그들은 침착하게 서로 손잡고 한꺼번에 1오 횡대로 늘어서서 괴수를 야렸다.
사람 쪽의 덩치를 아주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제대로 통했다. 괴수는 그 애들을 한참을 노려보다가 물러났으며, 그 애들 일행은 정말 다행히도 무사히 돌아왔다.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퍼져서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루이 15세는 이 장한 애들을 왕궁에 불러서 용기와 기지를 치하하고, 상금 300리브르를 줬다고 한다. 리더격 애한테 혼자 300, 그리고 나머지 애들한테 또 300을 줘서 나눠 갖게 했다.
(요즘 평범한 직장인 연봉에 필적하는 액수라고 한다. 1리브르는 성경의 1데나리온과 비슷한 환율인 듯..)

제보당의 괴수는 딱 한 놈만 있지는 않았던 걸로 추정된다. 그래도 몇 년간 의심 개체를 사살한 뒤에는 발견이나 피해 신고가 더 들어오지 않고 사건이 종결됐다. 오늘날로서는 증언이나 그림 말고 박제물이 전해지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

2. 국방, 과학 기술: 증기 자동차의 발명

원시적이나마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고 일컬어지는 물건이 이 시절인 1770년에 발명됐다. 육군 공병 장교 출신의 발명가인 퀴뇨가 만든 '삼륜 증기 자동차' 말이다.
이 물건은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스스로 굴러가면서 수 톤에 달하는 무거운 대포를 견인해 줬다. 사람이나 마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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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초의 발명답게 제대로 운용하기에는 불편하고 번거로운 점, 미흡한 점도 너무 많았다. 이 자동차는 현업에서 당장 정식으로 채용되지는 못했으며, 결과만 따지면 일단은 실패에 가깝게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 15세는 이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고를 극찬했다. 1772년부터 왕이 그에게 직접 연금을 600리브르씩 매년 지급해 줬다고 전해진다.

퀴뇨의 삼륜차(대포 수송), 에니악 컴퓨터(탄도 계산),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 다들 처음엔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3. 개인사, 정치: 암살 위기

루이 15세는 1757년 초에 암살당할 뻔했던 적이 있었다.
외출 이동 중에 '로베르프랑수아 다미앵'이라는 이름의 괴한으로부터 칼빵을 맞았다. 하지만 때는 1월 한겨울이라 왕이 옷을 워낙 두껍게 입고 있었던 덕분에 대미지는 경상에 그쳤다. 옛날의 그 두껍고 무겁고 질긴 외투가 일종의 방탄조끼 역할을 한 것 같다.

저 암살미수범은 전근대 시절에 역적죄를 지었으니.. 곱게 죽지 못했다. 바로 잡혀가서 공범· 배후를 캐내기 위한 처참한 고문부터 2개월 가까이 당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 폐인이 됐다.
결국 단독 범행이 인정되기는 했는데, 재판 결과도 "주문: 피고 다미앵을 사형에 처한다" 이렇게 깔끔하고 자비롭게 나오지 않았다.

"피고 다미앵을 먼저 팔, 가슴, 허벅지를 불에 달군 쇠집게로 지진다. 그 뒤 국왕을 살해하려 했던 그 단도를 오른손에 쥐게 하고 그 손을 유황불로 태워 버린다. 다음으로 지졌던 부위에다 끓는 납을 붓고, 사지를 말 네 마리로 끌어당겨 거열하고 시체를 불태운다"...;; 판결문이 이렇게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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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꼴을 보며 루이 15세 당사자는 "짐이 진짜로 죽은 것도 아닌데 너무 잔혹하게 처벌하지는 말게나"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아니 되옵니다 폐하. 왕을 시해하려 든 자에게는 후대를 생각해서라도 무관용 일벌백계를 내려야 하옵니다."라는 항변과 함께 거절됐다.

그래도, 프랑스는 잔혹하던 구체제 시절에도 연좌제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저 범인의 직계가족은 국외 추방, 그리고 형제자매들은 성을 갈고 신분세탁만 하는 선에서 뒤끝이 마무리됐다. 오히려 루이 15세는 그 범인 유족들에게 개인적으로 연금을 하사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게 배려해 줬다고 한다.

훗날 조선 고종 치하의 서 재필이나 김 옥균 등이 당했던 일을 생각해 보면 매우 비교된다.
한편으로, "왕을 시해하려 든 자에게는 무관용 일벌백계" 이러던 왕조가 겨우 35년 뒤에 완전히 붕괴해 버리고, 왕이 반대로 시민의 손으로 재판 받고 단두대에서 목이 짤리는 날이 찾아왔다. (1792) 이것도 참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1) 월트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서는 저 괴물 짐승도 나오고, 벨의 아버지가 발명한 삼륜 자동차도 나온다. 저 시절 프랑스의 모습을 잘 반영한 것 같다.

(2) 루이 15세 이전, 1600년대 초에 잉글랜드에서는 가이 포크스에 의한 국왕 암살 미수 시도가 있었고(1604, 국회의사당 화약 음모), 프랑스에서는 앙리 4세가 괴한에게 암살 당했었다(1610). 둘 다 예수회인지 뭔지 가톨릭 광신자의 소행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성공회 대비 가톨릭을 홀대하는 것에 불만, 후자는 가톨릭 텃밭에서 쓸데없이(?) 개신교까지 포용하는 것에 불만..
그에 비해 루이 15세 암살 미수는 종교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경우건 유럽 사회에서는 이런 역적 흉악범에 대해서도 당사자만 끔살일 뿐, 조선처럼 '삼족을 멸하는' 정도의 연좌제는 적용되지 않았다.

(3) 이 시절 프랑스 국왕들은 허벅지 각선미의 묘사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특히 14세가 말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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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14세이고, 아래는 각각 15, 16세...
14세만이 가발이 검으며, 허벅지를 양쪽 모두 제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7 08:35 2025/05/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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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중반 16비트 시절, 특히 Windows 3.x 시절엔 분야별로 이런 괴수들이 있었다.
30여 년 전의 아재 얘기이고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도 다뤘던 얘기도 있지만 이렇게 한데 다시 정리해 본다.

1. 콜백 함수의 메모리 보정

80386 이전에는 CPU 차원에서 메모리 가상화 내지 보호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 멀티태스킹이라든가 64KB 이상 메모리 접근을 구현하려다 보니 프로그래밍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구리고 불편한 구석이 많았다.
운영체제에다 내가 만든 대화상자 콜백 함수를 하나 지정하려 해도 그 포인터를 바로 못 넘겨주고 이 콜백의 소유자가 누군지 레지스터에다 써 넣는 thunk를 감싸서 줘야 했다.

그래서 함수 전처리/후처리 thunk를 생성해 주는 MakeProcInstance와 FreeProcInstance라는 API가 제공됐는데..
마소의 직원도 아닌 Michael Geary라는 프로그래머가.. 빌드된 실행 파일을 살짝 후처리만 함으로써 저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콜백 호출이 되게 하는 기법을 발견해서 공개했다. (☞ 링크)

이건 이 바닥 업계를 크게 놀라게 했다. Windows를 개발한 마소에서도 자기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간편한 방법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이 기법을 차기 버전인 Windows 3.1에다 시스템 차원에서 정식 적용했다.

즉, 제3자 프로그래머는 Windows 3.0과의 호환성을 생각한다면 일일이 thunk를 만들어 주든가, 아니면 저 FixDS라는 툴로 후처리를 하면 되고..
3.1만 생각하면 된다면 저런 것 없이 프로그램을 편하게 만들면 된다.

2. 32비트 extender

Windows 3.x는 enhanced 모드에서 386 CPU에서 제공되는 멀티태스킹 관련 일부 기능만 사용할 뿐, 일단은 DOS와 마찬가지로 16비트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1993년에 Windows NT 3.1과 함께 PE 실행 파일과 Win32 API라는 게 정식으로 공개조차 되기 전에..!!!!
마소가 아닌 제3자 싸제 개발사에서 Windows 3.1을 위한 32비트 extender 런타임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에 그러니까.. 옛날 도스용 게임에서 사용하던 DOS/4GW 같은 런타임의 Windows판이며, Win32s 같은 물건을 마소 말고 딴 데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친;;
C/C++ 컴파일러로 유명했던 Watcom에서 Win386이라는 익스텐더를 만들었으며, 데이터베이스 앱인 Foxpro가 대표적으로 얘를 기반으로 동작했다. (☞ 관련 링크)

3. 32/16비트 flat thunk

Windows 95가 개발된 뒤, 마소에서는 32비트 코드와 16비트 코드 사이의 호환성 계층을 뚫어 주는 일에 진심이었다.
32비트 EXE에서 레거시 16비트 DLL의 함수를 호출하려면 뭐 thunk compiler를 돌려서 뭘 감싸 주고 메모리 주소를 무슨 세그먼트로 바꾸고 어쩌구저쩌구.. 했는데~

그 당시 Windows 95 Programming Secrets의 저자인 Matt Pietrek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마소에서 공개하지 않은 내부 API를 끄집어냈다.
이걸로 훨씬 더 간단하게 16비트 코드로 들어가는 방법을 공개하니 마소에서 그 당시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 관련 링크)
그 당시에 32비트 프로그램에서 시스템 리소스가 몇 % 남았다고 정보를 표시하는 건 이런 경로를 거쳐서 16비트 API를 호출해서 알아 온 것이었다.

4. 통째로 한글화

하긴, 꼭 외산 소프트웨어 말고 개인적으로 ‘한메한글 for Windows’도 굉장히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Windows 3.x라는 준 운영체제를 통째로 마개조해서 없는 문자를 인식하게 만든 거니까.. 유니코드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말이다.

영문 원판에다가 한메한글만 씌운 게.. 마소 한국 지사에서 만든 정식 한글판보다 더 가볍고 성능이 뛰어났다. 그래서 그 시절 컴잘알들은 Windows를 그렇게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16비트 시절에는 시스템이 불안정한 대신, 단독으로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훨씬 더 쉬웠었다.

그러고 보니 Windows 3.x 시절에는 껍데기 셸도 통째로 싸제 프로그램으로 갈아치우는 게 가능했다.
구닥다리 MDI 프로그램인 '프로그램 관리자' 말고 Norton Desktop을 띄운다거나, 한컴에서도 아래아한글 3.0x 시절에 '한컴 셸'이라고 꽤 괜찮은 유틸리티를 같이 선보인 적이 있었다.
이런 셸을 띄우면 Windows도 macOS라든가 NextSTEP 같은 타 운영체제와 더 비슷한 외형으로 바뀌었었다.

싸제 셸 프로그램 트렌드는 Windows 95에서 내 컴퓨터와 탐색기를 담당하는 전능하신 explorer 셸이 등장하면서 종결됐다. 이것도 참 재미있는 옛날 추억이다.;;

5. 비공식 그래픽 모드

끝으로, Windows 얘기는 아니지만..
Michael Abrash라는 프로그래머는 VGA 그래픽 카드의 스펙을 잘 뜯어보다가 제조사에서 정식 공개한 적 없는 기능을 찾아내서 발표했다.
그 당시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던 320*200 mode 0x13 말고, 320*240 같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일명 mode X 말이다. (☞ 관련 링크)

이 사람이 개발한 기술은 Doom 다음으로 Quake라는 FPS 게임에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개발됐던 아마추어 슈팅 게임인 ‘85되었수다 / 삭제되었수다’도 내 기억이 맞다면 일반적인 mode 13h 말고 저 mode X 파생 그래픽 모드를 사용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4 08:35 2025/05/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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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역 순찰

고양이는 평소에 잠을 그렇게도 많이 잔다고 한다(고양이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럼 깨 있는 동안은 쟤들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냥감 내지 먹이를 찾아 필사적으로 헤맬 것이다.
허나, 먹이 문제와 별개로 꼬냉이는 혼자 독고다이로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특정 장소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애착이 아주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꼬냉이는 하루 2~3회씩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면서 침입자가 있는지, 수상한 일이 벌어졌는지를 꼼꼼히 관찰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바리 경계에 있는 기물에다가 얼굴을 부비면서 자기 냄새를 묻힌다.
심지어 소변 스프레이=_=로 마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꼬냉이는 모래· 흙 위에다가 배설을 하면서 배설물을 흙으로 덮고 파묻을 줄도 아는 깨끗한 동물인데 말이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그 나와바리가 실내냐 실외냐의 차이밖에 없다.
집고양이는 욕실이나 창고처럼 평소에 자기가 자유롭게 들나들 수 없었던 곳의 문이 열리면 잽싸게 그리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집사한테도 다가가서 부비부비 하면서 또 자기 냄새를 묻혀 업데이트(..)한다. 이 정도면 냄새가 무슨 지문 같은 역할이라도 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없던 낯선 냄새가 감지되는 거, 집의 가구 배치가 갑자기 달라지는 거, 다른 고양이가 자기 나와바리에 들어오거나 집에 낯선 닝겐 손님이 오는 거.. 이런 것들은 고양이에게 꽤 긴장과 스트레스를 야기한다고 한다.

3. 재개발 악재

옛날에 붉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이 많던 시절에는 주변에 뭔가 틈바구니 같은 게 많았다. 길고양이들이 집 담장도 넘고 골목 사이 으슥한 틈바구니에 요리조리 짱박히면서 어떻게든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직육면체 상자 일색으로 너무 깔끔하게 정돈된 오늘날의 아파트숲은 꼬냉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걔들이 지낼 만한 곳은 지하 주차장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수십 년 묵은 단독주택들은 다들 헐리고 재개발되는 추세이다(아마 저런 아파트 단지로?). 이건 그 나와바리에서 살고 있던 꼬냉이들에게는 재앙 같은 소식이랜다.
이거 뭐 "성북동 비둘기"가 오늘날은 "한남동 꼬냉이"로 바뀌어야 할지도..?? (한남동 일대도 한창 재개발 중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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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장비가 들어와서 웅웅거리면서 낡은 건물을 깨부수는데.. 거기 살고 있던 꼬냉이들은 탈출을 제대로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기 때문이다.
쟤들은 밖으로 도망을 안 가고 더 깊은 구석에 짱박혀서 숨어 있다가, 철거된 건물 잔해에 맞거나 같이 파묻혀서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ㅠㅠㅠ 이게 진짜 비극이다.

하긴, 겨울철에 꼬냉이가 자동차 엔진룸 안에서 웅크리고 자다가 나중에 그 차가 시동이 걸렸을 때 갈려들어갈 수 있다던데. 건물 철거 때도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다.

숲을 파괴해서 야생동물의 먹이나 서식지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원래부터 사람이 살고 있던 건물들을 다 철거하는 바람에 길고양이의 서식지가 없어진다니..
이것도 오로지 꼬냉이만이 겪는 기괴한 고충인 듯하다.;;

그래서 캣맘들은 지역 관공서나 재개발 시공사에다가 민원을 넣어서 여러 조치를 취했다.
철거 예정인 건물을 가리는 외벽 아래에다가 꼬냉이가 드나들 수 있는 자그마한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그 구멍에다가 물과 사료를 놔 둬서 거기 사는 아이들이 가능한 한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거다.

물론 옛날 나와바리를 탈출만 했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그 꼬냉이들은 이제 갈 곳이 없으니 얘들을 임시 보관소로 보내서 누군가가 냥줍해 가도록 분양을 주선한다. =_=;;;
주인 없는 그 하찮은 꼬냉이들이 뭐라고 얘들을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신경 쓰는 캣맘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주기적으로 물· 사료를 놔 두는 정도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4. 간택과 보은

저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캣맘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고양이가 귀엽기 때문이 아닐까?
하물며 밥만 주는 게 아니라 아예 냥줍까지 하는 것에는 꼬냉이의 외모가 아무래도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일개 길고양이 레벨에서 털이 완전 쌔하얀 페르시아 고양이 같은 아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 털 도색은 그냥 흑백이나 회색· 고동색· 황토색 계열의 얼룩덜룩한 흔한 잡종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얼굴 동그랗고 토실토실하고 충분히 귀여운 애들은 많이 있다.

고양이 집사와 관련해서는...

  • 그러고 보니 공 병우 박사의 제자였던 송 현 선생님도 늘그막엔 길고양이 돌보는 일에 진심 재미를 붙이신 적이 있었다. 그분 살아 계시던 시절에 본인이 결혼과 꼬냉이 얘기를 같이 나누지 못하다니 아쉽다.
  • 그 밖에 유튜브에는 유명 랜선 집사들도 많이 있다. 베베집사라든가 메주..;; 와이프의 소개로 본인도 이런 세계에 대해 접했다. 이 사람들은 꼬냉이 돌보고 방송하는 일만 전업으로 하는 유튜버이다.
  • 19세기의 간호행정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도 길고양이를 개인적으로 무려 60마리나 냥줍해서 키웠던 원조 캣맘이었다고 한다. 꼬냉이에게는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 갬성이 존재한다는 식으로까지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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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을 주인으로 떠받들지만.. 고양이는 닝겐을 집사로 간택할 뿐이다~"라는 농반진반 드립이 있다. =_=;;;
고양이가 개에 비해 홀로 도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의 꼬냉이가 그 정도로 안하무인인 건 아니다. 꼬냉이는 자기 담당 집사에게 자기가 사냥한 아이템을 상납하면서 나름 '보은'을 할 줄도 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본인조차도 작년에 앨리가 '보은'하는 걸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갖고 놀라고 던져줬던 생선 인형을 물고는 본인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글쎄, 쥐나 벌레 같은 생체를 가져온 건 아니지만 일개 꼬냉이가 이런 생각까지 한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그 당시에 앨리가 그렇게 선물이라도 바쳐서 우리집 안에 들어오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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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동화도 이런 꼬냉이의 특성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꼬냉이는 앞서 가축의 용도에서 살펴봤다시피 고기, 노동력, 부산물 같은 게 애매하다. 저 동화는 그래도 꼬냉이가 유용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아주 판타지스럽게 각색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지브리 애니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5. 나머지 이야기들

(1) 기분 좋고 평안할 때 그릉그르르??? 골골송
평안한 상태로 바닥이 푹신한 때 꾹꾹이
기분 나쁠 때, 경계 또는 경고 모드일 때 캬아아아~~ 하악질..
요렇게 상황별로 꼬냉이의 동작을 묘사하는 용어가 있다.

(2) 글쎄, 개의 야생 에디션이 늑대이듯이 고양이도 야생 에디션인 살쾡이(삵)가 있다. 야생 에디션은 홈 에디션 대비 덩치나 공격성이 더 강화돼 있다.
참고로 하이에나는 늑대 같은 개꽈 느낌이 강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얘도 의외로 사자나 표범 같은 고양이꽈라고 한다.

(3) 고양이는 정말 이례적으로 성경에 언급이나 등장이 전~~혀 없는 걸로 유명하다. 개, 쥐, 돼지, 말, 소, 양, 염소 등등등은 다 나오며, 레위기에서 박쥐, 펠리컨, 대머리독수리도 나오는데 말이다. 고양이는 하다못해 부정한 동물로 언급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성경이 기록되던 시기에 지금 우리가 아는 자그마한 고양이라는 품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성경에 닭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1 08:35 2025/05/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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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들짐승과 집짐승

자연에는 여러 동물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종류는 인간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이용할 가치가 있다.

(1) 일을 시켜서 부려먹기: 개, 소(농사), 말(교통수단).. 넓게 보면 서커스 묘기도 이 범주에 들겠다.
(2) 산 채로 얻는 부산물: 꿀, 알, 젖, 털 같은.. 이거 덕분에 꿀벌은 일개 곤충일 뿐이지만 축산법 상으로는 엄연히 가축이다.
(3) 죽여서 얻는 부산물: 고기와 가죽. 소, 돼지, 닭, 오리 등.. 오늘날 닭은 이 분야의 끝판왕이다.

노동력 (1)에 대해서 더 살펴보자면..
오늘날이야 자동차와 농기계 덕분에 말이나 소의 노동력이 필요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소는 이제 식용으로만 키운다.
그 반면, 개는 차분하고 충직한 성격 덕분에 품종에 따라 사냥개나 군견, 맹인 안내견, 마약 탐지견 같은 고도의 특수 임무까지 수행 가능한 유일한 동물이다.

냄새 맡는 능력만 따지자면 도야지가 개보다 더 뛰어나면 뛰어나지, 절대 못하지 않다. 그 커다란 콧구멍을 폼으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능도 개나 도야지나 다 피장파장이다.
하지만 도야지는 고집 세고 인간의 훈련을 잘 따르지 않고 깩깩거리는 그 성깔이 걸려서 저런 일을 못 시키는 거다. 인간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그 능력을 인간을 위해 기꺼이 바치려는 의지가 개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한편, 꿀벌은 (2) 꿀뿐만 아니라 충매화 기반 농작물들의 수분을 도와준다는 (1) 노동력 공로도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이걸 인간 수작업이나 기계 "따위"로 일일이 하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농작물의 가격이 지금보다 몇 배는 뛰게 될 터.. 꿀벌의 효율과 가성비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 인간과 함께 지내게 되면 '가축'의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인간의 통제에 잘 따르면서 이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번식도 하고, 저런 (1)~(3)을 더 잘하는 쪽으로 품종 개량이 진행된다.

늑대가 들개를 거쳐 우리가 아는 그런 개로 바뀌고, 멧돼지가 털 없고 엄니 없고 더 뚱뚱한 집돼지로 바뀐다. 이런 동물들은 이제 돌봐 주는 인간 없이 홀로 야생에 던져지면 제대로 못 살게 된다.
내 경험상 성경도 육상 동물을 분류할 때 포유류 양서류 같은 구분은 안 한다. 그냥 가축(cattle) 아니면 일반 야생 짐승이냐(beast) 정도로만 분류한 편이다.

산업화 이후 현대에 와서는 아래의 (4)와 (5)도 동물의 용도에 추가된 듯하다. 1차 산업이 아닌 업종에서도 동물을 필요로 하는 예외적인 사례라 하겠다.

(4) 귀여워서 정서적 교감: 집안에 들여다 놓고 키우는 애완동물..
(5) 임상실험: 제약회사 실험쥐 내지 우주 개발 초창기에 인간보다 먼저 우주로..;;

(5)는 그렇다 친다만.. (4)는 인간들이 등 따시고 배 부르고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등장한 카테고리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서는 개가 정말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3) 도사견인지 뭔지 멍멍탕으로 쓰이는 품종, (1) 셰퍼드, 포인터 같은 품종, 거기에다 (4) 포메라니안, 푸들 같은 애완견 품종이 다 있으니 말이다.

(4)와 (5)는 가축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거시기해 보인다.
그럼 이 시점에서 이 글의 주제를 꺼내도록 하겠다. 고양이, 꼬냉이는 어느 범주에 속하는 동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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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먹이사슬 서열에서는 엄연히 사나운 육식동물이다. 허나, 덩치가 엄청 작으며 외형과 울음 소리가 기막히게 귀여운 요물이다.

꼬냉이는 개와 달리 (1) 노동력이나 (2) 부산물은 해당되지 않겠다. 아, 쥐 잡는 것 정도나 (1)에 약간 들어가려나?
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3) 개고기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꼬냉이는 일부 문화권의 극소수 마이너 괴식인 나비탕 말고는 일단은 식용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 마이너한 개고기보다도 훨씬 더 마이너하다.

오늘날 꼬냉이는 천상 (4) 얼굴마담 역할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얘는 우리나라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개, 돼지는 물론이고 꿀벌조차도 법적으로는 가축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 유비쿼터스 고양이

꼬냉이는 행정· 관리 측면에서 개, 돼지 같은 여느 동물과는 굉장히 다른 특성이 있다.
주인 없는 개체가 사람 사는 마을에 버젓이 돌아다님에도 불구하고.. 나랏님이 포획하지 않고 인간과의 공존을 묵인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

즉, 꼬냉이는 법적으로 유해조수로 취급되지 않는다. 가축도 아니고 유해조수도 아니라는 것이다.
개는 들개뿐만 아니라 애완용 댕댕이라도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애가 있다고 119 신고가 접수되면 나랏님이 출동해서 걔를 잡을 것이다.
멧돼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개는 꼭 죽이지 않고 최소한 보호소에라도 보내겠지만 멧돼지는 그냥 사살이다.
그 반면, 꼬냉이는 잡아서 기껏해야 TNR밖에 하지 않는다. 잡아서 중성화만 시킨 뒤, 현장에 도로 놔 준다.

이렇게 조치가 관대한 이유는.. 꼬냉이는 저렇게 놔둬도 사람에게 물리적인 위험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꼬냉이를 목줄과 입마개 채우고 산책 시킨다는 말은 아무도 못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길고양이 앞에서 사람이 등을 보이고 달아난다 해도 쟤가 쫓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반대로 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고 도망칠 뿐이지..
꼬냉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을 앞발 발톱으로 할퀼 수는 있다. 하지만 멧돼지처럼 체중을 실어서 들이받는다거나(..), 개처럼 입으로 물어뜯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꼬냉이는 본능적으로 사나운 맹수 기질이 있다. 배고프지 않아도 그냥 괜히 사냥을 하고, 사냥감을 갖고 놀기까지 한다. 단지, 그 사냥 대상이 자기보다도 더 작은 새, 개구리, 쥐, 벌레 등으로 국한될 뿐인 거지.
'종' 전체 차원에서 인간과의 공존이 용인되는 동물 중에서 제일 크고 지능 높고 귀엽다고 여겨지는 아이가 바로 꼬냉이인 듯하다. 개는 모든 종이 인간에게 무해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지 꼬냉이는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경이 됐다.
어지간한 공원이라든가 옛날 스타일 단독주택 골목들엔 다 있고.. 의외로 아파트 단지에도 서식한다.
꼬냉이들이 지구 정복 음모라도 꾸미고 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얼마 전엔 5월 연휴를 맞이해서 부모님도 뵐 겸 고향 경주를 찾아갔는데..
황성 공원의 소나무숲엔 원래 청설모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거기도 청설모는 안 보이고 꼬냉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_=;;

강아지를 키우려면 아무래도 펫샵이나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서 애완견을 정식으로 분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꼬냉이의 경우, 운 좋으면 그냥 길냥이 중에서도 상태 좋고 귀여운 아이를 '냥줍'하거나 심지어 그쪽으로부터 먼저 간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본인이 작년 여름-가을 사이에 '앨리'라는 아이와 잠깐 있었던 시절은 꼬냉이의 이런 특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길고양이는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완동물도 아닌 참 애매한 위치에 있다. 그들은 완전히 산 속도 아니고 건물과 공터 곳곳에서 야금야금 몰래 살아간다. 이거 뭐 자전거도 자동차도 아닌 오토바이와 비슷한 처지인 건가?

일부 몰지각한 캣맘이 남의 집이나 차 근처에다가 꼬냉이들 먹이를 놔둬서 갈등을 빚는다. 캣맘이 그 꼬냉이들을 자기 집까지 데리고 와서 전적으로 책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주인 없는 골칫거리니까, 또 어차피 오만 데 발이 채일 정도로 흔하다는 이유로 꼬냉이들을 죄의식 없이 잡아다가 학대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일부 사람들도 문제다. 고양이는 세상에 이런 논란의 중심에 앉아 있는 특이한 존재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주인 없는 개의 멸칭이 '똥개'인 반면, 주인 없이 굴러다니는 고양이의 멸칭은 '도둑고양이'였다. 그게 요즘은 '길고양이'로 많이 대체됐다.
글이 많이 길어졌으니 다음엔 꼬냉이의 생태에 대해서 더 썰을 풀도록 하겠다.
아이고 이거 진작에 올라왔어야 할 글인데 요즘 정말 모든 스케줄이 질질 늘어지고 틀어지고 있다.ㅠㅠㅠ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5/05/08 08:35 2025/05/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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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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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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