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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교숙 (1924-): 우리나라의 상징 BGM들

이런 엄청난 분이 계신다는 것을 최근에야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요즘 인터넷은 정말 대단하긴 하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유· 무형의 사물들에 대해 그 창조주(?)와 기원과 내력에 대해 알 수 있다.
에디슨 같은 질문덕후가 21세기를 살았으면 무슨 짓을 하며 살다가 뭐가 됐을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저분은 우리나라 국민의례 BGM을 있게 한 분이다. 해군 군악대장 출신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경례 BGM을 작곡했으며 “빰빠라 빰빠라 밤~”으로 시작하는 그 장성 경례곡도 작곡했다. 그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2007년에 국기에 대한 맹세 본문이 약간 수정된 바 있지만 BGM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고칠 필요가 없으니까.

확인은 못 해 봤지만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BGM도 정황상 저분 작품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 묵념은 국민의례를 완전 진지하게 full scale로 할 때만 실시하기 때문에 BGM 역시 자주 들을 수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근현대 수난기의 양대 비극이 각각 일제 강점기와 북괴(특히 6· 25)이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각각 전자와 후자를 대표하는 셈이다.

아무튼. 저분이 아직 살아 계신다면 90이 넘은 고령인데, 최근 근황은 잘 모르겠다. 다만, 먼 옛날에 저분에게서 직접 음악을 배운 적이 있는 분의 회고록이 전해진다.

곁다리: 짤막한 멜로디

2~3분 이상 길이에 기승전결(?) 형식을 갖춘 노래나 악곡이 아니라 ‘딩동댕!’ 같은 짤막한 멜로디 말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 방송국 시그널송이나 초인종 벨소리.
글에다 비유하면 산문이나 운문도 아니고 짤막한 포스터 표어와 비슷한 위상일 것이다. 그림에다 비유하면 커다란 그림이 아니라 16*16, 32*32 크기의 아이콘 정도.

이렇게 극도로 제한된 시공간에다가 최대한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곡을 쓰는 건 보통일이 아닐 것 같다.
장성 경례곡을 좀 만들어 달라/보라는 의뢰를 받았거나 학교 수업 과제를 받았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길어야 30초 남짓한 시간 동안 무슨 심상을 표현하도록 콩나물을 오선지에다 그려 넣을까?

더 나아가 초인종 BGM은 어쩌다가 하필 “엘리제를 위하여”로 온통 물갈이가 됐을까? 그 곡이 초인종 BGM으로서 도대체 무엇이 좋아서? 장성 경례곡을 듣다 보니 이런 의문도 강하게 든다.

단, 저것들 말고 군대 기상 나팔 BGM은 딱히 작곡자가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외국 군대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돌던 멜로디가 적당히 변형되었다.

2. 김 희조 (1920-2001): 국민체조

이분은 육군 군악대장 출신이다. MBC 기자 출신인 여자분과는 당연히 동명이인.
지금은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다지만 "국민체조" BGM과 “잘 살아 보세”가 바로 이분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자매품인 “국군 도수체조” BGM도 같은 출처이지 싶다.

본인은 먼 옛날에 잉여짓 차원에서 국민체조 BGM의 주선율을 오선지에 받아써 본 적이 있다. 진작부터 머릿속 장기 기억에 영구보존된 곡이니 검색해서 다시 안 들어도 얼마든지 채보 가능하다.
기본에 충실한 박자이면서도 최소한의 기교는 다 동원된 것 같았다. 음표는 2분에서 16분음표까지 다 나오고 점 4, 8분음표도 쓰인다. 임시 조표도 나오고 당김음(등배 운동), 스타카토(당연히 뜀뛰기에서), 셋잇단음표(전주에서)도 한 번씩 나온다.

템포 변화가 잦은 편이다. 가령, 전주에서는 ♩=108가량이지만, 체조가 시작되고부터는 ♩=88 정도로 느려진다. 뜀뛰기에서는 ♩=112~120 정도로 평소보다 25% 이상 템포가 빨라지다가, 마지막 숨쉬기에서는 ♩=60~70대까지 떨어진다.
모든 체조를 한 번씩만 했을 때(뜀뛰기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팔다리 운동으로 진입) 전주에서부터 숨쉬기 끝까지 음악의 러닝 타임은 우연의 일치인지 딱 2분 30초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것도 다 계산해서 작곡한 건지? 처음으로 한번 되돌아가서 풀 세트로 하면 4분 50초 정도 걸린다.

참고로, 국민체조의 BGM 말고 체조 동작 자체를 고안하고 구령을 녹음한 사람은 당연히 음악인이 아닌 체육인이다. 전 경희대 교수인 유 근림 씨로 알려져 있다.

3. MBC 창작 동요제

이제 분위기를 바꿔서 오랜만에 동요 얘기를 좀 꺼내 보겠다.
<새싹들이다>. 1983년 제1회 MBC 창작 동요제 대상 수상작인 것, 작사 작곡자가 '좌'씨인 건 알고 있었는데, 제주도민의 작품인 건 처음 알았다. 전문적인 음악가가 아니라 현직 교사의 작품이다.
저 애도 참 목소리 예쁘고 노래 잘 부른다. 1972년생 정도일 텐데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저거랑 제일 비슷한 풍의 다른 곡은 <어린이 노래>(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 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거보다 더 나중에 작곡된 <새싹들이다>가 더 훨씬 더 밝고 명랑한 분위기이다.
미디, 신시사이저, 컴퓨터 반주 같은 일체의 디지털스러운 흔적 없이, 완전 클래식으로 오케스트라 꾸며서 반주하는 것도 지금 보니 굉~장히 인상적이다. 영상에다 비유하면 CG 없는 아날로그 특수효과만으로 구성됐다는 뜻이다.

이거 다음 1984년도 대상 수상작인 <노을>은... 나 초딩 시절, 컴퓨터 학원에서 GWBASIC 배우던 시절에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매주 금요일은 학원에서 다른 수업이 없고 그냥 원장님이 만든 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있는 그대로 쳐서 실행되는 거 검사만 받고 나면 오락(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그때 입력해서 들었던 곡 두 개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게 하나는 MBC 드라마 <질투> 오프닝이랑, 알고 보니 노을이었다.
다시 말해 난 저 두 곡은 텔레비전에서 처음 들은 게 아니라 PLAY문 코드를 통해서 PC 스피커로 난생 처음으로 들었다.

MBC 창작 동요제는 의외로 오래, 2010년 20몇 회차까지 계속되긴 했다. 그러나 얘는 그 성격상 순수성이 오래 유지되기가 도저히 어려웠다.
21세기부터는 출품되는 곡이 점점 더 동요답지 않게 기교가 심해지고 가요풍으로 바뀌고, 출연하는 애들의 의상만 쓸데없이 고퀄로 올라가고, 후원 협찬 줄어드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폐지됐다. 어찌 보면 미스코리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위상이 추락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01 08:32 2017/10/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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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생방

공중이나 바다가 아닌 평범한 육상 재래전 전쟁터에서 군인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폭발물 파편이다. 근원지가 수류탄이든 지뢰이든 포격이든 폭격이든, 어쨌든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터져서 넓은 면적에 파편을 날리는 폭탄이 짱이다. 단순 총알은 파괴 면적이 너무 작은 관계로, 저격이 아니라면 그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도 총은 여전히 군인의 상징이며, 소총 사격은 화망을 형성해서 아군을 엄호하거나 적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당장 kill 수를 많이 못 낸다고 해서 개인화기가 일체의 쓸모나 필요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지금 세계가 명목상 교류와 평화를 추구하고 옛날 같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지향하지는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군사력 자체가 당장 필요하지 않게 된 건 절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게 하는 방법은 폭탄이나 총알, 심지어 총검을 이용한 물리적인 충격만 있는 게 아니다. 파리를 굳이 손바닥이나 파리채로 쳐서 잡는 게 아니라 에프킬라를 뿌려서 잡듯, 방탄조끼나 헬멧이 아니라 방독면으로 방어해야 하는 방식의 전투도 있다. 이를 특별히 '화생방전'이라고 한다. 이건 공격 수단들의 근간 원리에서 각각 첫 글자를 딴 명칭인데, 마치 군사의 육해공처럼, 물리 화학 생물이라는 과학의 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단, 보다시피 '물화생'은 아니고 '화생방'이다. 물리는 분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 것 같다. 과학의 각 분야에 대응하는 공학을 생각해 봐도 화학공학, 생명공학은 있지만 물리공학이라는 말은 없으니 말이다. 그 대신 기계공학, 전자공학, 원자력공학, 항공우주공학 등이 있을 뿐이지.
스타에서 테란의 물리학 연구소는 배틀크루저의 야마토 포를 개발하는 곳인데, 물리학의 어느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스타에도 응당 화생방에 해당하는 개념이 있다. 디파일러의 플레이그가 생물에 해당하고, 베슬의 이레디는 방사능에 속한다.
원래는 고스트의 핵도 방사능이어야 하지만, 설정과 밸런스 문제 때문에 게임엔 반영 안 됐고 그냥 크고 무시무시한 폭탄이라고 구현돼 있다.
화학은 잘 모르겠다. 스타에 딱히 독가스 같은 게 등장하지는 않으니까.. 단지, 광범위 대량학살용으로는 독가스보다 더 고차원적인 프로토스의 싸이오닉 스톰이 존재할 뿐이다.

난 태어나서 화생방(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곳은 아마 초딩 시절 전화번호부 끝부분 부록에 적혀 있던 '전시 국민 행동 요령'이었지 싶다.
성경에도 계시록뿐만 아니라 슥 14:12처럼 사람이 산 채로 눈과 살과 혀가 녹아/썩어 없어지는 묘사는 뭔가 화생방전을 떠올리는 섬뜩한 장면으로 보인다.

2. 전쟁의 주요 양상

  • 고지전: 나로서는 이거 뭐 6· 25 말고는 다른 고지전 자체가 떠오르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중부의 서쪽은 평지 위주였지만 우리에게 지형적으로 불리하고 판문점도 가까이 있어서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반면, 동부의 첩첩산중에서는 고개를 하나 점령해서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수복하려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 참호전: 1차 세계 대전 당첨이다. 여차여차 하다 보니 서로 평지에서 땅따먹기를 한 뒤, 참호 파고 지겹도록 시즈 탱크 우주 방어만 벌이는 지경이 벌어졌다. 무슨 FPS에서 캠핑처럼.. 공격이 방어보다 너무 불리하다 보니, 참호 하나 점령하려고 갈려 들어간 병사들이 그 당시에 얼마였나 모르겠다. 그 교착 상태를 해소하려던 와중에 원시적인 탱크와 전투기가 발명됐고 독가스도 동원됐다.
  • 상륙전: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면서 섬을 하나씩 점령하는 형태의 전투는 2차 세계 대전 중에서 태평양 전선이 대표적이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미군 해병대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뭐, 거기 말고도 본토 진출을 위해서 서부 전선의 노르망디 상륙이 있고 나중에 6· 25 때 인천 상륙도 전쟁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오늘날은 세상에 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가 많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시가전'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만약 북괴가 다시 남침해서 서울로 쳐들어온다 해도, 2017년의 서울은 1950년 당시의 그 허접한 서울이 절대 아니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빽빽해진 건물숲 속에서 시가전을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며, 그렇게 호락호락 사흘 만에 서울 점령이란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전쟁 중에 시가전으로서 내가 딱 떠오르는 건 없다. 그리고 2차 대전은 동부(vs 러시아)나 태평양 전선(vs 일본..) 말고 서부 전선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기억이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게 없다.

3. 탄피 처리

공기총 같은 거 말고 화약으로 격발하는 총들은 탄두와 화약이 탄피로 감싸져 있는 탄환을 사용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그릇이 남고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컵이 남듯, 총을 쏘고 나면 탄피 껍데기만 남아서 사출된다.
탄피 부분까지 싹 폭발해서 없어지거나, 아니면 같이 발사되어 날아가는 총알이 있다면, 마치 손잡이 부분까지 몽땅 과자로 돼 있어서 다 먹어치울 수 있는 길거리 아이스크림 콘만큼이나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총알을 그렇게 만들었다간 화약 부분이 평소에는 어지간히 열받아도 절대로 폭발하지 않고 안전하게 있다가 원하는 순간에만 격발하게 만들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실용적인 가성비 수준에서..)

탄피 처리라는 게 군대에서 골치아픈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가능한 한 몽땅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 보호(?)나 물자 절약 따위 말고 좀 더 social한 이유로는..
평시에는 탄약의 무단 유출을 감지하고 자살· 프래깅 같은 부정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총을 몇 발 쐈는지 알고 싶을 때 탄피 개수를 세는 것만치 단순무식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정확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시에야 적에게 총 쏘는 게 병사들의 재량 영역이 되며,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그러니 실탄 사용 내역을 평시만치 일일이 파악하고 통제하면서 탄피를 챙길 여유가 없다. 그 대신, 적군에게 아군의 위치 내지 이동 경로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흔적을 치우는 과정에서 탄피도 눈에 띄는 것 정도는 다 줍고 치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이 병영으로 복귀한 뒤에는 모든 병사들을 일일이 정말 빡세게 몸수색을 해서 잔여 실탄을 몰래 짱박아 둔 게 절대 없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토벌 작전이 끝났을 때에도 이런 후처리 절차가 응당 행해졌다고 한다.

4.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사람을 죽이는 전쟁 얘기를 했으니 다음으로는 사람 살리는 얘기로 넘어가 보겠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디로 추락하거나 뭘 맞거나 부딪치지 않았는데 외상 없이 의식을 잃고 픽 쓰러지는 건 아무래도 흔히 보는 장면은 아니다. 신경계나 뇌 쪽의 문제로 인해 몸이 셧다운 된 게 아니라면 저런 건 대체로 (1) 호흡기 아니면 (2) 순환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에 생선 가시 같은 게 걸려서 숨을 못 쉬고 쓰러지는 건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이니 (1)번 계열이다. 본인이나 어린 자녀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뒤늦게 네이버에서 검색하려 든다면 너무 늦을 것이다. 평소에 숙지해 둬야지.
그리고 물에 빠진 건 숨을 못 쉰 질식에다 폐에 물이 들어간 것까지 복합이다.

호흡과 무관한 순환 계통 문제는 부정맥 같은 심장의 지병 때문이다. 그런데 혈액 순환이 잠시만 중단돼도 어차피 호흡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뇌에 산소가 제대로 못 가게 되고, 뇌세포가 죽기 시작해서 몸에는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한다.
물에 빠져서 질식으로 인해 의식을 잃어 가는 거나, 심장 박동이 중단되어 쓰러진 거나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며, 단 몇 분간의 golden time 이내에 최소한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건 동일하다.

이거 하냐 못 하냐에 따라 사람이 사냐 죽느냐, 혹은 살더라도 온전히 살아나냐 반신불수가 되느냐가 갈린다. 그래서 소위 '심폐소생술'(CPR)이라 하는 기법이 도입되고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누군가가 쓰러지면 먼저 "괜찮으세요?" 물어 보고, 의식이 없으면 주변 사람을 지목해서 "왼쪽 저 여자분은 당장 119에 신고해 주세요, 저기 흰 옷 입으신 분은 근처의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와 주세요" 지시를 한다. 그 뒤 CPR 실시다.

심폐소생술은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시동이 걸릴 때까지만 밀어 주는 게 아니다. 의료진이 와서 환자를 인계할 때까지 시술자의 손으로 심장의 역할을 얼추 대신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눌러야 한다. 하다못해 사람이 수 분 동안 숨을 참으면 참았지, 심장 박동이 그만치 멈춰 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약한 갈비뼈는 부러뜨리는 것도 감수한다는 심정으로 굉장히 세게, 분당 110~120회 남짓한 주기로 생각보다 빠르게, 오래 해야 한다.. 이건 수~10수 분 간격으로 옆 사람과 주기적으로 교대도 해야 할 정도로 꽤 힘든 노동이다.

전문적인 의료· 보건인이라면 몇 차례의 CPR 후 환자 상태를 봐서 인공호흡을 재량껏 시도할 수도 있으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매뉴얼에서는 그런 건 물에 빠진 가족을 구한 정도가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진작에 빠졌다.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돼 있는 경우 구강 접촉은 시술자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거니와, 명백한 호흡기 쪽 이상이 아니라면 심장 압박만 잘 해 줘도 산소 전달은 그럭저럭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CPR이 그만큼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CPR과 인공호흡은 의식을 잃은 사람을 구명하는 양대 조치로 여겨지고 있는데, 취지와 목적과 효과가 이렇게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와 닿았다. 호흡과 혈액 순환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는 교수형도 흔히 생각하는 호흡의 차단이 아니라, 그에 앞서 뇌로 가는 혈류를 막아서 훨씬 더 신속하게 사형수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집행을 잘못하면 여전히 켁켁거리면서 더 고통스럽게 죽게 될 수도 있다.

5. 보건의료인과 군대의 관계

아군을 살리는 일은 적군을 죽이는 일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고 어렵고 책임감이 큰 스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스킬의 보유자는 어떤 형태로든 소총 들고 전장에서 뛰어나니는 알보병 소총수 같은 보직에는 결코 투입되지 않는다. 그 대신,

  • 군 소속의 의사가 돼서 장교 계급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방법이 있다.
  • 아니면 군대와는 빠이빠이 하고 그냥 공중보건의 신분으로 스킬의 난이도 대비 굉장한 저임금과 널널함으로 병역을 수행할 수도 있다.
  • 보건의료 계열 출신이긴 하지만 정식 의사보다 낮은 급이거나(물리치료사..) 미묘하게 다른 계열이라면(의공, 수의학 등등..) 의무병으로 빠질 수 있다. 위생병은 의무병의 옛 명칭 되겠다.

단,

  • 공보의로 병역을 마친 의사들은 여느 보충역들처럼 명목상 예비역 이등병이며,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의사들은 직장인(봉직) 내지 자영업자(개원)이지, 무슨 보건소 직원 같은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 경이나 교사, 소방관만치 전시 보직이 국가 차원에서 완전히 동일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 의사라도 극소수 만학도 의대생이나 의전 출신처럼 군대를 다른 경로로 이미 다녀온 사람이 예외적으로 있다. 이들은 여느 의사들 같은 공보의나 군의관 복무 경험이 있지 않다.

6. 주유와 충전의 차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기계들은 동력의 원천이 기름 먹는 (1) 내연기관이 아니면 전기 먹는 (2) 모터이다.
에너지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주유는 사람에다 비유하면 식량을 그냥 가방이나 창고에 넣고 비축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양도 비축이 금방 끝날 뿐만 아니라, 공간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해도 문제 없다.
그러나 충전은 실제로 사람 몸에다 밥을 먹이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며, 인간이 소화하고 비축할 수 있는 양만큼만 가능하다.

전기는 에너지 그 자체이다. 배터리의 전기가 소모될 때 발생하는 화학 메커니즘을 역방향으로 가해 줘야 충전이 된다. 세상엔 공짜란 없으니 말이다. 충전 아니면 방전, 그리고 전동기 아니면 발전기.. 전기는 이렇게 상호 가역적인 에너지 이동 메커니즘이 있는 게 신기하다. 마치 생물에서 광합성 아니면 세포호흡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사람이 손으로 수동 발전기를 죽어라고 돌려 가지고 그 알량한 전기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얼마 없다. 결국 기계가 필요하다.
반대로, 아무리 힘이 넘쳐나도 배터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과다한 에너지가 짧은 시간 동안 가해지면 배터리가 터진다. 충전 시간을 무슨 주유 시간마냥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람은 오랫동안 굶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막 먹으면 몸에 큰 탈이 나고 심하면 그걸로 죽기까지 한다. 그것처럼 배터리도 무슨 탱크 안에 잘 밀폐· 보관돼 있는 석유처럼 stable한 물건이 아니다. 완충과 완방 반복 시의 내부 상태 변화, 충전 가능 용량의 감소, 너무 추운 환경에서의 자연 방전처럼 까탈스러운 변수들이 존재한다. (아 하긴, 석유조차도 휘발유 같은 건 생각만치 오래 보관 가능하지 않으며, 증발과 변질 때문에 몇 년밖에 못 간다고는 하더라..)

이런 전기와는 달리, 석유는 그 자체는 에너지가 아니라 평범한 액체일 뿐이다. 엔진이 돌아가야만 그제서야 석유가 연소와 폭발을 통해 에너지로 바뀐다. 엔진은 연료의 공급과 비축이 신속하고 간편하고 안정된 반면, 그 엔진을 최초로 돌리기 위해서는 전기 같은 외부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관계가 이렇게 설명된다.

순수 전기차가 배터리의 용량과 무게· 가격 문제 때문에 도저히 실용화가 못 되고 소형차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과거에 브라운관이 화면 크기에 비례해서 급격히 두꺼워지고 무거워지는 것 때문에 30인치대 이상의 대형화는 도저히 엄두를 못 냈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요즘의 왕창 크고 넓으면서 두께는 왕창 얇은 텔레비전과 얼마나 비교되는가?

과거에는 전기 자동차는 소형차보다도 더 작은 경차 수준에 머물다가 그나마 기술이 발전해서 이젠 소형이나 준중형 승용차까지는 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가 순수 전기만으로 지금처럼 힘차게 달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전기차는 자체 동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엔진의 힘과 열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얻던 냉난방마저 추가로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니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획기적인 배터리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기차는 대형차· 군용차까지 몽땅 대체하지는 못하고 그냥 개인용 자가용 수준에 머무르면서 기름 자동차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철도에서는 전기 기관차가 대형차 영역인 여객과 화물 수송에서 그야말로 디젤이 넘보지 못하는 차력쇼를 선보이고 있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피 당 에너지 축적 능력 면에서 석유를 능가하는 원천은 없는 듯하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이 어중간하게 크고 무거워지고 비싸지기 때문에 경차나 소형 승용차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고, 심지어 이미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한 디젤과도 그리 궁합이 안 좋다. 승용차 중에서 최하 준중형 이상은 가야 하고, 적당히 비싸면서 가성비도 챙긴 쏘나타-그랜저급 승용차가 하이브리드를 얹기 제일 적당하다.
하지만 아예 최고급 기함급 대형 승용차는 오로지 성능만 추구한다거나 돈이 썩어나는 부자들만 공략하는 너무 고매한 컨셉이어서 그런지, 휘발유 말고 다른 동력원을 얹은 사례가 없다. (에쿠스 디젤이나 롤스로이스 하이브리드 같은 건.. ㅡ,.ㅡ;;)

* 이상, 위의 모든 아이템들은 민방위 교육 가서 떠올랐던 생각과 글감들이다~
그러고 보니 육군 대령이나 준장급은 예편한 뒤에 예비군 내지 민방위의 안보 강사로 종종 빠지는 것 같고, 대위· 소령급은 예편 후에 군무원으로 취직해서 예비군 동대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8 08:34 2017/09/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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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월의 짤막한 활동 일지

1. 뚝섬 한강 공원에서의 외박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 밤엔, 아예 돗자리와 노트북 PC, 밤참 간식거리를 몽땅 싸들고 자전거를 몰고 여기서 외박을 했다. 여기는 아무래도 집 근처보다는 확실히 더 시원했고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이것도 지금 다시 회상해 보니 재미있는 추억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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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가 아니라 풀밭에다 아예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1인용 작은 텐트라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너무 작은 건 침낭이나 영현빽(..!!) 같은 느낌도 들긴 한다만.. 하긴, 잠도 생물학적으로는 일시적인 죽음이긴 하지.

2. 경기화학선의 흔적 추가 답사

본인은 2년 전에 오류동 역에서 분기해 나가는 전설의 지선 철도이던 경기화학선 폐선 부지를 답사한 적이 있었다.
그 뒤 근래에는 거기보다 더 남부인 부천 옥길동 일대에서 같은 선로가 이어지는 곳을 추가로 답사했다. (☞ 예전 글) 거기에 일종의 선로 분기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선로는 진짜 경기화학 공장 내부의 역(명목상)으로 들어갔고, 다른 하나는 시흥시 방면으로 10여 km 남짓 더 경기 자동차 과학 고등학교 근처까지 내려가서는 군부대에 도달했다. (제3 군수 지원 사령부 소속의 모 부대임)
그리고 이 분기점 일대는 마치 그린벨트처럼 자연의 정취가 살아 있는 곳이며, 이런 기막힌 위치에 '은빛 전원 교회'라는 예배당도 있었다.

본인은 이런 지리 여건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리고 여기도 싹 다 개발되고 아파트가 지어질 거라는 소리에 하루 날잡아서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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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일단 은빛 전원 교회부터가 건물이 통째로 흔적도 없이 싹 철거되어 사라져 있었다. 몇 달쯤 전의 일이고 이 교회 예배당은 딴 데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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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 경기화학 공장 공터의 화물 하역장인 곳에도 그런 거 없다. 공장 방면 선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도로를 만들려는지 터가 닦이고 있었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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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군부대 방면 선로와 공장 방면 선로가 분기하는 지점이다. 인터넷 지도 로드뷰 내지, 이곳을 나보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 기록과 대비해 봐도, 선로 상태는 더 안 좋아졌으며 잡초는 더욱 무성해져 있었다. 오른쪽이 공장 방면인데, 선로가 저걸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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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군부대 방면으로 내려가는 선로도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는 이 이상 더 접근을 사실상 할 수 없다. 다른 곳에서 또 선로의 흔적을 추적해야 한다.
여기는 그래도 간간이 군용 화물을 실은 열차가 오간다고도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열차가 다닐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며 수인선 폐선 부지와 별 다를 바 없다. 그나마 이런 상태의 선로를 볼 수 있는 나날도 얼마 안 남았고 조만간 다 없어질 것 같다.

재작년에는 본인은 이천에 가서 수려선 오천 역 역사로 쓰였던 옛 폐건물을 답사하고 촬영하고 오기도 했다. 그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 그 건물 역시 주변 지역의 재개발로 인해 철거하네 마네 하던 상황이었는데, 내가 다녀간 뒤 거의 정확히 한 달 뒤에 실제로 철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화학선 분기점 주변은 내가 한 발 늦었다. better late than never 차원에서 지금 같은 사진을 건진 거라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만, 상태가 더 좋던 시절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3. 도산 공원· 도산 안 창호 기념관

서울 강북에는 지리학자 김 정호를 기리는 명칭인 '고산자로'라는 도로가 있다. 그런데 강남 압구정 일대에는 '도산대로'라는 도로도 있는 것을 언젠가 버스 차창 밖으로 어렴풋이 봤다.
도산? 검색해 보니 안 창호의 호를 가리키는 게 맞았다. 게다가 이분의 묘지와 기념관까지 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건 신사동 가로수길에 비해 굉장히 인지도가 없고 너무 생소하게 들렸다.

이런 곳이 있다는 제보를 입수한 본인은 도산 공원을 다녀왔다. 하긴, 근처의 전철역들과는 1km 가까이 골고루 어설프게 멀리 떨어져 있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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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창호는 순국 후에 처음에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러나 1970년대 초에 박통이 무슨 필이 꽂혔는지 안 창호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와 승격을 지시했으며, 1971년에는 이 부지에 기념관과 근린공원의 건립을 지시하고 묘지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안 창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대단한 인물이며, 미국에도 이 사람을 기리는 이름이 붙은 도로 내지 건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는 안 창호가 실제로 활동하고 지낸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강남 금싸라기 땅을 당당히 점유하고 있는 공원과 기념관이 됐다. 시설이 완공되고 개장한 때는 1973년. 건설 당시에는 여기 주변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량한 허허벌판이었다.
안 창호 기념관은 1988년에 더 남쪽에 개장한 윤 봉길 의사 기념관보다도 건립 시기가 훨씬 더 이르다. 하긴, 윤 의사 기념관 역시 당사자의 고향이나 거처와는 무관한 곳에 있긴 하다.

나중에 이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여행기가 올라오겠지만, 본인은 다산 정 약용 선생의 묘지와 기념관도 다녀왔다. 왠지 안 창호와 비슷한 성향의 인물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건 당사자의 출생지인 물 좋은 남양주 두물머리 시골 마을에 있기 때문에 부지가 훨씬 더 넓으며, 반쯤 강변 유원지 + 테마파크의 형태를 하고 있다. 어떤 인물을 기리는 공간을 이렇게 교외에 거창하게 만들지, 아니면 소박하지만 접근하기 아주 편한 인서울에 만들지.. 이건 제각기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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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은 이렇게 온통 나무들로 울창해서 직사광선이 바로 내리쬐는 곳이 거의 없었다. 중간 중간 운동 기구와 의자, 정자도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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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중간에는 안 창호 선생의 동상도 커다랗게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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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 "나 하나를 건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을 건전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안 창호는 사상 세계가 굉장히 심오했으며, 남 탓 사회 탓 정치인 탓 외세 탓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은 가장 먼저 나 자신 개인에게서"를 통한 의식 개조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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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창호 기념관은 한 층의 넓은 방 한 칸에 이런 분위기로 사진과 유품이 전시돼 있는 정도였다. 정 약용 기념관보다는 훨씬 더 조촐하다. 이분에 대해서는 보통 콧수염 난 미중년 아저씨의 모습으로만 기억하는데, 생애에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으로 여겨지는 1937년 서대문 형무소 수감 사진에서는 수염이 더부룩하고 젊은 시절보다 다소 초췌해져 있다.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해 왔다. 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는 김 구로 치면 '나의 소원'과 같은 급의 발언인데.. 안 창호는 같은 말을 그래도 훨씬 더 실천주의적으로 멋있게 했다.
또한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했으니, 아마 고전 10:31을 염두에 두고 저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먹든지 마시든지 모든 행동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vs 대한 독립을 위해서..)

이 정도 구경을 했다.

4. 우이 경전철

그리고 지난 2017년 9월 2일엔.. 드디어 서울에서도 경전철 시대가 개막됐다.
어디 먼 곳이 아니라 서울 시내에, 그것도 서울 지하철 최초의 환승역인 그 낡은 신설동 역을 기점으로 신분당선처럼 전방이 보이는 무인 운전 전철이 새로 개통하다니 느낌이 대단히 새롭다. 1974년에 최초로 생긴 역과 2017년에 새로 생긴 역이 이렇게 한데 연결됐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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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역들의 건설 시기가 너무 차이가 나는 만큼, 분당선 왕십리 역은 아무래도 북쪽으로 더 이어질 가능성이 없으며, 우이 경전철 신설동 역은 남쪽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없다. 신설동에서 경전철과 2호선 성수 지선 사이의 환승은 내가 직접 해 보니 굉장한 막장 환승인 것을 감안해야겠다.

열차의 구동음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형 전동차와 다를 바 없이 동일하다. 다만, 차량 편성은 듣던 대로 겨우 2량이다. 승강장이 정말 짧긴 하더라.
인구 수에 비해 전철 수가 너무 부족하던(4호선이 유일) 성북구 일대가 이 전철의 혜택을 많이 입겠다. 또한 130번 같은 시내버스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겠다.

도봉산에 이어 북한산도 궤도 교통수단으로 가는 날이 오다니 감개무량하다. 산으로 가는 전철답게 노선색도 산뜻한 연두색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5 08:37 2017/09/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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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안전 이야기

* 2010년에 썼던 글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유리는 뭔가를 담는 병이나 그릇, 컵의 재료로 쓰이고 안경과 렌즈를 만드는 데 쓰이며, 각종 교통수단이나 건물에서 창문의 재료로도 쓰이는 요긴한 물질이다. 사실, 유리를 빼면 투명한 고체 자체가 주변에 의외로 흔하지 않다. 플라스틱, 얼음, 보석 말고는 뭐 떠오르는 게 없는 것 같다.

유리는 목재나 플라스틱과는 달리 열에 강한 편이며, 불탈 때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성냥을 갖다 대면 바로 불이 붙을 정도로 수백 도로 달궈진 유리 막대도, 차가운 유리와 외형상 전혀 차이가 안 보이기 때문에 취급에 절대 주의해야 한다고 과학 실험실 안전 수칙에 언급되어 있을 정도이다.

유리는 금속과는 달리 녹이 슬지 않으며, 염산이나 황산, 왕수 같은 위험한 강산 약품을 담을 수도 있다. 매우 편리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뭐, 플루오르 같은 변태 독극물은 유리조차 녹이기 때문에 다른 플라스틱 병에다 담는다지만..)
또한, 유리는 도자기와 더불어 전자레인지에 넣기에 가장 적합한 용기 재료이기도 하다. 종이나 나무 그릇은 용기도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안 되고, 금속 그릇은 전자파를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유리도 단점이 있으니,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잘 깨진다는 것이다. 깨질 때 꽤 경쾌한-_-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말년 작가께서 이 소리를 만화에서 자주 써먹곤 했다.
그리고 그 깨진 유리 조각은 굉장히 날카롭고 위험하다. 길바닥에 이런 게 널브러져 있으면 사람이 다치기 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나 자전거의 타이어를 펑크 내기도 딱 좋다. 이런 조각들은 쓰레기로 배출· 수거하기도 힘들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람이 자기 신체로 유리를 직접 파괴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라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사고나 화재로 인해 건물이나 교통수단으로부터 긴급히 탈출해야 할 때라도, 더 무겁고 단단한 다른 물건(망치, 소화기 등)으로 유리를 미리 먼저 부순 뒤에 나가야지, 박치기를 해서는 안 된다.

긴급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는데, 열받았을 때 객기 부린답시고 유리창이나 거울을 맨주먹으로 쳐서 깨는 건... 완전 바보 짓 미친 짓이다. 주먹과 닿은 유리 표면이 부서지는 순간 손은 유리 조각에 찔리며, 유리를 뚫고 들어갔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유리 날에 쫘악~ 베이고 긁히고 유리 조각이 박힌다. 손은 그야말로 피투성이가 되고, 잘못하면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 동맥이라도 손상됐다간, 급소를 다치지 않아도 과다 출혈로 죽는 수가 있으며, 고인은 영락없이 다윈 상 후보로 귀착되어 버린다.

유리는 총· 총소리만큼이나 영화나 게임이 현실을 제일 왜곡하고 사람들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 주는 물건에 속한다.
액션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조금만 충격을 줘도 유리로 된 문이나 창문이 정말 쉽게, 시원하게 박살나고 주인공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소품용으로 쓰이는 유리는 애초에 따로 있기 때문이다. 투평하고 잘 깨지고 파편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 너무 약하기 때문에 애초에 건축자재로 쓰이지도 않는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실에서는 절대로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묘하게도 1과 2에서 모두 이런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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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무려 맨발로 격파하는 왕자님. 자기 영혼(?)이 빠져나가고, HP는 1로 곤두박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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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는 아예 시작부터가 저런 막장 설정으로..;;

좀 큰 규모의 교통사고가 나면 역시 해당 교통수단의 유리창도 박살이 나곤 한다. 과거에는 깨진 앞유리 파편들을 얼굴에 고스란히 뒤집어 쓴 자동차 운전자는 충돌로 인한 충격보다도 이것 때문에 그대로 끔살 당하곤 했다..;;
그래서 두 유리판을 셀룰로이드로 접착한 안전유리가 20세기 초에 발명되었다. 일반 유리보다 강하고 잘 깨지지 않으며, 심한 충격을 받아 깨지더라도 유리 조각들 모양으로 금만 쫙 생기지 모양은 최대한 유지되는 유리이다. 이것도 만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치 방탄조끼나 헬멧만큼이나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기여를 한 훌륭한 발명품임이 틀림없다.

VIP들이 타는 자동차에는 안전유리를 넘어 방탄유리가 쓰인다. 이건 교통사고처럼 넓은 면적에 고르게 받는 충격이 아니라, 총알처럼 한 점에 집중된 강한 충격에도 쉽게 뚫리지 않게 강화된 유리이다. 즉, 방탄복· 헬멧의 유리 버전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만석이 차 안에서 이거 하나만 믿고 "이거 방탄유리라구 이 ㅂㅅ아~!"라고 깝쳤으나, 한 곳에만 집중된 권총 사격에 유리가 뚫리면서 결국 밥숟가락 놓게 됐다.

중남미 어디던가 치안이 불안한 어떤 나라에서 한인 교포가 차량용 방탄 유리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데, 성능이 좋아서 현지인들에게서 인기가 좋다고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길거리에서 수시로 총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치안이 막장이다 보니 저게 보안 차원에서 수요가 있다고 그런다..
하긴, 외국 또 어디에서는 제조사 사장이 직접 차에 타고 직원이 그 차에다 소총을 갈기는 CF를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멀쩡히 살아서 나온 사장은 "이래서 우리 제품 짱"이라고 선전하고 말이다.

다만, 운동 에너지에서 m이 극단적으로 작고 v만 극단적으로 큰 총알이 아니라, 아예 쇠망치나 도끼 같은 걸로 차량 유리를 찍는다면 창 자체는 박살나거나 뚫리지 않지만 창이 통째로 차량의 필러(기둥, 지지대)에서 뜯겨져 나갈 수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인 충격에 대비하여 철통보안을 달성하려면 이래저래 신경써야 할 게 많다.

한편, 총알 방어와는 반대로, 교통사고 현장의 탈출이나 차량 내 자살자 구출 같은 이유로 차량의 유리를 인위적으로 깨야 할 때도 있다. 앞유리는 굳이 방탄이 아니더라도 앞서 얘기했던 안전을 위해 어지간한 인력만으로는 정말 지독하게 안 깨지게 설계돼 있다. 거기보다는 측면,  도어의 유리를 공략하는 게 좋다. 도어의 유리에서 모서리 쪽을 망치로 쳐 주면 그럭저럭 깰 수 있다고 한다.

끝으로, 똑같이 투명한 유리여도 그런 창문용 유리랑 아예 유리궁전 건물 외벽을 구성하는 유리는 강도와 두께가 서로 쨉이 안 된다. 이건 똑같이 벽돌처럼 생겼어도 건물 외벽 벽돌과 내부 인테리어용 벽돌이 다른 것만큼이나 다르다. 후자는 아예 겉모습만 벽돌일 뿐 애초에 돌도 아닌 플라스틱 벽돌도 있으니 말이다. 초가집이 사라진 것만큼이나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주류였던 벽돌이 자취를 싹 감춘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2 19:32 2017/09/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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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회사 사이의 알력 다툼 사례

서울 지하철 중에 1, 3, 4호선은 지하철에다가 일명 국철이라고 불리는 코레일 광역전철이 한데 붙어서 직통 운행한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사실, 1호선은 지하철 구간은 매우 미미하고 압도 다수가 지상 광역전철이다. 비록 그 미미한 구간이 서울의 최고 중심부 도심이긴 하지만 말이다.

1호선은 직· 교류 절연구간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지하철과 광역전철이 동시에 건설되고 개통되기라도 했다. 애초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내지 건국일(1948년)을 일부러 광복절과 동일한 8월 15일로 맞췄는데, 서울 지하철 첫 개통일(1974년)까지 거기에다 맞췄다. 그 날은 사실 서울 지하철 1호선(빨간 전동차)에다가 수도권 광역전철(파란 전동차)이 동시에 개통한 날이기도 했다. 이건 overloading이라는 단어의 적절한 예시인 것 같다.

그러나 훗날 개통한 4호선의 경우는 직결 계획이 전혀 없던 과천선을 서울 지하철과 뒤늦게 한데 연결하다 보니, 절연구간뿐만 아니라 좌측통행과 우측통행도 입체교차로 뒤바뀌는 꽈배기굴이 등장하게 됐다(남태령-선바위).
사실, 넓게 보면 1호선 지상의 노량진-대방 사이에도 꽈배기굴이 있긴 하다. 일반열차와 전동차의 선로 좌우 배치가 어느 샌가 쓱~ 바뀐다. 하지만 이건 선로를 뒤늦게 3복선화화려다 보니 주변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나중에 추가된 선로가 선형이 배배 꼬인 형태가 된 것이기 때문에 실드의 여지가 있다. 유니코드에 문자가 뒤늦게 추가되어서 코드값이 사전 순서대로 깔끔하게 배당 못 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3호선도 구파발· 지축 이북으로 일산선이 건설되기로 결정됐을 때, 철도청 구간과 지하철 구간 사이에는 꽈배기굴 시즌 2가 만들어질 뻔했다. 그러다가 감사원이 개입하여 철도청 구간도 지하철처럼 우측통행 직류로 만들라고 시정 조치를 내림으로써 이런 삽질 만행은 벌어지지 않았다. 1호선 때는 지하철이 철도를 따라 좌측통행으로 통일됐지만 이때는 광역전철이 이미 만들어진 지하철을 따라 우측통행+직류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일산선의 건설이 시작됐는데, 공교롭게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서울 지하철 3호선은 6량에서 10량으로 증결 운행도 시작되었다. 그 당시 3호선의 사실상의 북쪽 종점은 구파발이었고, 그 다음 차량 기지 근처에 있던 지축은 10량 대비도 안 해 놓은 완전 초라한 단선 두단식 종착역이었다.

그런데 지축 이북으로 3호선이 일산선과 직결· 연장되니 지축 역도 10량 복선 승강장 형태로 확장하고 리모델링을 해야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일을 한 것은 지하철 공사가 아니라 철도청이었다..;;
이 때문에 지축 역은 지상 고가 형태이면서 섬식 승강장인 매우 드문 형태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철 전체를 통틀어서 환승역도 아닌 주제에 단일 역사와 승강장에 두 회사가 입주해서 알력싸움을 하는.. 이거 무슨 판문점 같은 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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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를 3:2로 갈라서 남쪽은 지하철 구간, 북쪽은 철도청 구간..;; 양 구간에는 역명판의 글씨체도 다르고(HY울릉도 vs 초롱지하철체) 벤치의 모양도 다르다. 어느 출구로 나가느냐에 따라 승하차자 집계도 양 회사가 따로 하다가 요 몇 년 전부터 그건 그냥 코레일이 지하철에다 양보를 했다. 정말 웃긴다.

3호선은 관할 회사가 바뀌는 구간에 4호선 같은 꽈배기굴은 없지만, 이렇게 또 다른 형태의 명물이 존재하는 셈이다.
4호선의 남쪽으로 과천선은 전구간 지하이고 금정 이남의 안산선은 전구간 지상인 반면, 3호선 구파발 이북의 일산선은 단독 노선에서 지상과 지하가 꽤 섞여서 다이나믹하게 등장한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2010년쯤이던가? 3호선의 남쪽 이남 수서-오금 구간이 개통했을 때는 서울 메트로와 도철 사이의 환승역이 둘 생겼다. 바로 가락시장(8)과 오금(5)인데, 이때는 한 역에서 두 회사가 입주해서 아웅다웅 할 것 없이 한 역은 서울 메트로에게 통째로 주고, 다른 역은 도철이 통째로 맡는 식으로 운영권을 분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게 서메이고 어느 게 도철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남. 옛날에는 까치산 역이 2호선 지선 구간도 서메가 아닌 도철이 모두 관할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물론 이것들은 서메와 도철이 합쳐져서 '서울 교통 공사'가 출범한 지금에 와서는 별 의미 없는 얘기가 됐다.

예전부터 도철은 모르겠고 서메는 아무래도 철도청과 한 선로에서 자주 부대끼기도 하다 보니 철도청을 상대로 갑질을 하면서 잘 요리하긴 했었다.
철도청이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 1990년대 초에 1호선 지하철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철도청 일산선, 과천선, 안산선(3~4호선 전체)과 서로 교환하는 거 어떻냐고 제안했을 때도 서메에서는 "분당선도 덤으로 주면 생각해 보겠음~ ㅋ" 이딴 대답으로 협상을 사실상 결렬시켰었다. 이는 또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 구간이 그만치 알짜 황금노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02년 2월에는 철도청의 신입사원이 선로 보수 차량을 몰다가 수원역 근처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서울 메트로 1호선 전동차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철도청은 남아도는 중고 저항 전동차 몇 량이나 적당히 보상으로 주는 걸로 퉁치려 했다. 허나, 서메에서는 피해 차량 중엔 뽑은 지 몇 년 안 된 새끈한 신차도 있구만 그에 상응하는 신형 차량으로 안 주면 보상 동의 안 하겠다고 뻗튕겨서 결국 받을 건 다 받아내기도 했다..;;

옛날에도 그랬는데 하물며 지금은 서메와 도철이 합병하여 덩치가 더 커졌으니, 서울 지하철이 코레일을 상대로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을 듯하다.

  • 지축: 앞서 언급했듯이 지상 '고가'로서는 드물게 섬식 승강장
  • 오리: 9호선처럼 완급 결합을 하는 것도 아닌데 지하에 매우 드물게 쌍섬식 승강장
  • 이매: 지하에 최초로 건설된 중간 추가역
  • 석계: 지상의 섬식 승강장이 따로 확장· 분리된 사례 (1호선 신도림 완행선과 유사)

참고로, 지축 역은 이런 식으로 특이할 뿐만 아니라 한글 명칭이 통상적인 한자음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한자의 표준 한자음은 '지뉴'라는 굉장히 어색한 표기이니까..
동해북부선의 제진 역도 원래는 '저(猪)진'이다. 철도역들 중에 이렇게 한글 표기가 표준 한자음과 따로 노는 사례가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0 08:32 2017/09/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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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에서 메뉴, 리스트박스, 콤보박스처럼 세부 항목이 존재하는 고전적인 UI 컨트롤에는 기본 글꼴로 문자열을 찍는 기능뿐만 아니라 임의의 크기로 임의의 그림도 그리는 owner draw 기능이 있다. 한두 개 정도 특수하게 쓰이는 owner draw 기능이라면 해당 UI 컨트롤을 구동하는 대화상자 등 부모 윈도우에서 메시지를 받아서 처리한다.

그러나 매 아이템들마다 check box가 달린 리스트라든가, 트리 계층 구조를 owner draw 기능을 이용해서 얼추 구현한 리스트처럼.. 특정 owner draw 기능과 동작을 컴포넌트화해서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용하고 싶다면 그 UI 컨트롤 자체가 개조 대상이 된다. 윈도우 프로시저를 서브클래싱한 후, owner draw 메시지를 부모 윈도우로부터 되받아서 자신이 직접 처리하면 된다. 이건 뭐 16비트 시절부터 존재해 온 아주 고전적인 Windows 프로그래밍 테크닉이다.

owner draw는 개념적으로 모든 아이템의 크기가 동일한 owner-draw fixed와, 각각의 아이템 크기가 모두 다를 수 있는 owner-draw variable이 존재하는데, 개인적으로 후자는 전혀 다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string 버퍼를 사용하는 owner-draw가 있고(LBS_HASSTRINGS 내지 CBS_HASSTRINGS 스타일), 그런 게 없는 owner-draw도 있다. 문자열의 옆에다가 아이콘 같은 걸 추가로 그리거나 문자열 자체를 좀 색다른 색깔과 폰트로 출력하기 위해서 owner-draw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 완전히 생판 다른 그림만을 찍거나, 자체 버퍼에 있는 문자열을 직통으로 찍으려면 후자를 선택하면 된다.
문자열 없는 owner draw 리스트박스는 일일이 LB_ADDSTRING을 호출할 필요 없이 LB_SETCOUNT만으로 간단하게 아이템 수를 뻥튀기할 수도 있다.

owner draw 컨트롤이 동작을 시작하면 아이템을 손수 직접 그리라는 WM_DRAWITEM 메시지가 오기에 앞서, 그림을 그릴 영역을 정하기 위해 WM_MEASUREITEM 메시지가 부모 윈도우로 날아온다. 그런데 여기서 꽤 재미있는 동작 특성이 있다. WM_MEASUREITEM는 DRAWITEM과는 달리, 굉장히 일찍 날아온다. 대화상자의 경우, MEASUREITEM은 WM_INITDIALOG보다도 먼저 날아온다.

WM_INITDIALOG는 대화상자 내부의 모든 컨트롤들이 생성되었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서 대화상자가 화면에 표시되기 직전에 날아온다. 그러나 MEASUREITEM은 그렇게 내부 컨트롤이 생성될 때마다, WM_CREATE 타이밍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owner draw 속성이 주어져 있으면 곧장 부모 윈도우로 전달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자기 주변의 다른 대화상자 컨트롤들이 다 생성되기도 전의 굉장히 이른 타이밍에 날아온다.

대화상자 윈도우(HWND)를 그에 상응하는 C++ 개체 같은 사용자 정의 오브젝트(LPARAM)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CreateDialog나 DialogBox 같은 함수에다가 연결할 그 오브젝트 포인터를 넘겨주는 편이다. 그리고 HWND와 LPARAM이 실제로 만나는 타이밍이 WM_INITDIALOG이다. 즉, 이 메시지가 대화상자계에서 WM_CREATE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WM_MEASUREITEM은 이런 통상적인 초기화 메커니즘이 수행되기 전에 부모 윈도우로 호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MFC 말고 자체적인 Windows API 프레임워크를 구현하고 있다면 이 메시지의 처리를 좀 특수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리스트박스나 콤보박스가 좀 지연 초기화를 지원해서 대화상자의 초기화가 다 끝나고, 자기가 WM_PAINT를 받아서 화면에 그려지기 직전(WM_DRAWITEM)처럼 정말로 폭을 알아야 할 때에나 저런 메시지를 보냈으면 사용자가 UI 프로그래밍을 하기 약간 더 수월했을 텐데 싶은 아쉬운 생각이 좀 든다.

그리고 WM_MEASUREITEM의 도착 타이밍이 너무 일러서 부담된다면, 아이템의 폭을 꼭 이때 지정해 주지 않아도 된다. 뒤늦게라도 부모 윈도우에서 LB_SETITEMHEIGHT(리스트박스), CB_SETITEMHEIGHT(콤보박스) 메시지를 보내서 아이템 전체(ower-draw fixed), 또는 개별 아이템(owner-draw variable)의 폭을 지정해 줄 수 있다.
리스트박스의 경우 경험상 둘의 차이는 거의 없다. 콤보 박스는 WM_MEASUREITEM 메시지의 결과에 따라서 drop list 내부에서의 아이템 높이뿐만 아니라 한 줄짜리 자기 본체의 높이도 그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되는 반면, CB_SETITEMHEIGHT 메시지는 그런 효과까지는 없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메뉴야 대화상자의 내부 컨트롤 같은 존재가 아니니 저런 대체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owner-draw 메뉴 아이템의 폭을 지정하는 타이밍은 WM_MEASUREITEM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딱히 MENUITEMINFO 같은 구조체에 자신의 높이를 지정하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 운영체제의 옵션에 따라서는 콤보 박스의 drop list가 튀어나올 때, 또는 메뉴가 출력될 때 바로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fade in으로 서서히 나타나거나 위-아래 내지 대각선 방향으로 슬라이딩 하듯이 튀어나오곤 한다. 이건 임의의 윈도우에 대해서 AnimateWindow라고 이런 애니메이션 효과를 구현해 주는 함수가 따로 있다.

그런데, 과거의 Windows 9x에서는 owner-draw 아이템이 들어있는 콤보박스나 메뉴에 대해서는 그런 애니메이션이 지원되지 않았다. 기본 스타일로 문자열을 출력하는 컨트롤만 애니메이션이 나오던 것이 2000/XP 같은 NT 계열에 와서야 owner-draw 방식의 컨트롤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애니메이션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그림을 화면에다 바로 그리는 게 아니라 내부 버퍼 DC에다가 그려 놓고 그런 처리를 하게 된 듯하다.

참고로 AnimateWindow는 애니메이션 대상인 윈도우에다가 WM_PRINTCLIENT라고 좀 생소하게 생긴 메시지를 보낸다. 이것은 WM_PAINT와 비슷하게 창의 내용을 그리라는 메시지이지만, WM_PAINT 때와는 달리 BeginPaint나 EndPaint 호출이 필요하지 않다. invalid 영역이나 클리핑 처리 같은 개념도 없으며 주어진 DC에다가 언제나 윈도우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 주면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18 08:37 2017/09/1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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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몇 년 전에 쓴 글을 통해 Windows API에서 비트맵을 출력할 때 사용하는 GDI API 몇 개를 브러시와 비트맵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비교하고 살펴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픽셀 포맷과 DDB/DIB라는 관점에서 관련 API들과 이들의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먼저, 비트맵은 CPU의 관점에서 봤을 때 빅 엔디언 형태이다.
모노크롬 비트맵에서는 128, 64 같은 큰 비트 자리수가 왼쪽을 나타내고 작은 비트로 갈수록 오른쪽으로 간다.
색깔을 나타내는 RGB야 숫자의 대소 구분이 무의미하겠지만, 일단 RGB 매크로(메모리)에서의 색상 배열 순서와 RGBQUAD 구조체(파일 저장)에서의 색상 배열 순서는 서로 정반대이다. 전자는 R이 최하위 비트이지만 후자는 R이 최상위 비트이다. 그러니 여기서도 이념이 빅 엔디언임을 확인할 수 있다.

2.
일반적으로 비트맵 폰트 파일 내부의 비트맵들은 한 줄이 바이트 단위로 align이 돼 있다. 그러나 CreateBitmap 함수가 받아들이는 DDB(장치 종속 비트맵)는 역사적인 이유 때문인지, 한 줄이 2바이트, word 단위로 align돼 있어야 한다.
compatible bitmap이 아니라 CreateBitmap으로 직통으로 만들 수 있는 비트맵이 사실상 모노크롬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기에 전달되는 가로 크기는 사실상 언제나 16의 배수 단위여야 한다.

한편, BMP 파일과 직통 대응하는 DIB(장치 독립 비트맵)는 이런 제약이 더 커져서 한 줄이 4바이트 단위로 align돼 있어야 하며, 얘는 또 상하가 뒤집혀 있기까지 하다. y축 양수가 위로 올라가는 좌표계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DIB를 취급하는 함수들은 다 이런 형태의 비트맵을 입력으로 받는다.

3.
Create(Compatible)Bitmap 함수로 만들어진 비트맵은 성능이 가장 좋고 속도가 빠르지만, 한번 초기화한 뒤에 내부 비트맵 메모리에 직접 저수준 접근을 할 수 없다. GetDIBits 같은 함수로 내부 메모리 컨텐츠에 대한 복사본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며, 이 내부 메모리는 철저하게 장치 종속적이다. 즉, portable하지 않다. 컨텐츠를 조작하는 건 BitBlt 같은 타GDI 함수를 써서 해야 한다.

비트맵을 출력하는 다른 함수로는 SetDIBitsToDevice가 있다. 얘는 받는 인자가 많고 사용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BitBlt와는 정반대로 그냥 아무 메모리가 가리키는 임의의 BMP 헤더와 컨텐츠를 통째로 받아서 그 내용을 화면에다 찍어 준다. 원본 비트맵에 대해서 뭐 메모리 DC 만들고 비트맵 만들고 SelectObject 할 필요가 없으며, 메모리에 직통으로 접근해서 픽셀, 팔레트 테이블, 크기 따위의 수정도 얼마든지 가능해서 매우 좋다.

하지만 BMP 헤더를 매번 해석해서 DIB를 DDB로 변환해서 찍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함수는 비트맵을 뿌리는 속도가 DDB 전용 함수만치 빠르지는 않다. 구형 운영체제의 16/256색 구닥다리 비디오 환경에서는 성능 열화의 폭이 더욱 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 둘의 중간 역할을 하는 함수도 있다.
CreateDIBSection은 내부적으로 반쯤 DIB로 취급되는 HBITMAP을 되돌린다. 이 비트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BitBlt를 쓸 때처럼 원본 메모리 DC를 만들고 SelectObject를 해 줘야 한다. 하지만 픽셀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메모리 포인터도 되돌리기 때문에 이를 응용 프로그램이 사용 가능하다.

이 메모리는 운영체제가 내부적으로 직접 할당해서 준 것이다. SetDIB*처럼 아무 메모리에 있는 비트맵을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며, 그림의 크기나 색상 수 같은 헤더 정보는 한번 정해진 뒤에 변경 가능하지 않다. (그게 달라진다면 그냥 비트맵을 새로 만들어야..) 단지 픽셀 데이터에만 접근 가능하며, 색깔 변경은 SetDIBColorTable라는 별도의 함수로 해야 한다.

하지만 픽셀 데이터에 직접 접근과 조작이 가능한 것만 해도 어디냐. 기존 HBITMAP의 특성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BitBlt, DrawText, LineTo 같은 GDI 함수들을 고스란히 사용하면서 그림이 그려진 결과를 메모리 포인터 레벨에서 바로 확인 가능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DIB의 특성을 반쯤 가지면서 비트맵을 뿌리는 성능도 SetDIB*보다는 약간 더 좋다.

지금까지 얘기했던 이 세 가지 API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CreateBitmap + BitBlt SetDIBitsToDevice CreateDIBSection + BitBlt
픽셀 포맷 2바이트 패딩 4바이트 패딩 + 상하 반전 4바이트 패딩 + 상하 반전
사용하는 메모리 내부 전용 사용자 임의 지정 가능 내부 전용
픽셀 메모리에 직접 접근 가능 X O O
BMP 헤더에 직접 접근 가능 X O X
단색 비트맵의 색깔 지정 SetTextColor / SetBkColor BMP 헤더 구조체 값 직통 수정 SetDIBColorTable
성능 제일 빠름 제일 느림 약간 느림

* 참고로, CreateDIBitmap은 DIB 함수들처럼 BMP 헤더를 인자로 받긴 하지만, HDC까지 인자로 받아서 DIB를 완전히 DDB 형태로 변환해 버린다. 이 함수를 통해 생성된 HBITMAP은 외부에서 내용 수정이 가능하지 않다.

* 그리고 HBITMAP의 내부 컨텐츠를 얻어 오는 함수로 GetDIBits 말고 GetBitmapBits도 있는데, 얘는 그냥 레거시 잔재이다. BITMAPINFO 헤더 정보를 받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그냥 모노크롬 비트맵 데이터를 얻을 때나 쓰는 간소화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Windows 95부터 2000/ME까지는 시스템 종료 명령을 내리면 화면 전체에 50% 검은 음영 픽셀이 깔리면서 시스템 종료, 재시작 같은 세부 기능을 선택하는 대화상자가 떴다. 지금은 그런 효과는 관리자 권한을 요청하는 UAC 확인 대화상자가 뜰 때에나 그렇게 배경이 어두워질 텐데 그때는 시스템 종료 대화상자가 그 비주얼 이펙트 역할을 담당했다. (XP에서는 그 효과가 "흑백으로 서서히 fade out"이라는 더 화려한 형태로 바뀌었다가, 후대 버전부터는 이펙트가 사라졌다.)

그런데.. 그렇게 50% 검은 음영을 뿌리는 게 바로 래스터 오퍼레이션을 가미한 BitBlt 내지 PatBlt 실행으로 구현되었다. 최신(당대 기준) 그래픽 카드에서야 즉시 전체 화면에 음영 뿌려졌겠지만, 하드웨어 가속 없이 640*480 VGA 내지 그에 준하는 구린 그래픽 환경에서는 음영이 위에서 아래로 뿌려지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로 속도가 느렸다. 그건 나름 수십만 개에 달하는 픽셀이 바뀌는 거니까..

그리고 그게 바로.. 그 컴퓨터에서 BitBlt 함수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속도와 같다 생각하면 된다. 그때는 이 따위 느린 그래픽 함수로는 답이 없으니, Windows에서 게임을 돌리려면 발상의 전환을 달리한 DirectX 같은 API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응당 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드웨어 계층 추상화+통합이 아니라, 하드웨어 직통 제어를 지원하게 말이다.

DirectX 쪽 그래픽 프로그래밍이 재래식 GDI 그래픽 프로그래밍과 다른 점은..

  •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프로그래밍 방법론의 변화 기복이 매우 큼.
  • 하려는 일(도형 그리기, 글자 찍기..)보다는 그래픽 하드웨어의 기능 위주로 API가 설계돼 있다. 사실, 이걸 수용하라고 애초부터 이념이 이런 식인 API를 따로 만든 거다.
  • 이런 이유로 인해, GDI처럼 프린터, 플로터, 메타파일 같은 디바이스까지 다 통합하는 추상화 계층 건 전혀 안중에 없음. 오로지 화면 아니면 화면 출력용 메모리 버퍼 위주이다.
  • BeginPaint/EndPaint로 대표되는 invalid 영역 그딴 개념이 없고, 그 대신 '서피스 소실'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정도로 요약되겠다.
예전에는 GDI와는 완전히 다른 기술 계층을 거쳤기 때문에 화면 캡처도 특수한 프로그램을 써서 했을 정도이지만 이제는 그런 유별난 점이 점점 없어지고 통합돼 가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15 19:31 2017/09/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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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답사기: 관악산

본인은 성남 산행을 마친 뒤, 그 다음으로는 정상에 거대한 구가 놓여 있고 방송사 송신탑과 기상청 레이더가 있는 서울 남부의 그 유명한 산을 올랐다. 나름 상수도에 준하는 대단히 중요한 국가 기간 시설이 놓여 있는 셈이다. 중구에 있는 남산은 이름만 남산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 관악산이 서울의 실질적인 남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과 그 근교에 있는 별별 산들을 다 찾아가 봤지만, 정작 관악산은 이 블로그에서 다루지 않고 있었다. 수 년 전에 회사· 교회 동료와 이미 몇 번 가 봤기 때문이다. 관악산 대신에 서쪽의 삼성산은 가 봤었다.

하지만 등산로와 둘레길의 차이도 모르고 서울 지리에 대해서도 배경 지식이 전무하던 시절과, 2016년 이래로 수십 회에 걸친 개인적인 등산 노하우가 쌓이고 산들에 대한 비교 분석· 기록 관행이 정립된 지금이 동일한 산에 대한 등산 경험이 같을 수가 없는 법이다.
스타크래프트도 리마스터링판이 나오는 와중에 등산로를 그 시절과 최대한 다르게 하여 또 다시 '리마스터링 등산'을 했다. 사실, 2015~16년 초창기에 갔던 인능산, 대모-구룡산, 인왕산 같은 산도 기회가 되면 리마스터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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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쪽 등산로는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 거기를 피해서 사당 역에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당 역에서 제일 남쪽을 향하고 있는 4번 출구로 나간 뒤, 한 블록쯤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이런 아담한 골목이 나온다. 여기서 관악산 등산로까지는 거리가 1km가 채 되지 않으며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
단, 위의 사진은 내리막 경사가 말해 주듯, 산이 아닌 역 방면으로 뒤돌아보며 찍은 것이다.

등산로 입구에는 차를 대여섯 대 정도 댈 만한 공터도 있긴 했다. 완전 이른 새벽에 자기 차를 끌고 오면 주차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공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저기는 인근 주민의 차량으로 24시간 점령당해 있을 가능성이 90% 이상인 레드오션으로 보인다.
공원이나 둘레길 말고 '연주대'라고 안내되어 있는 곳을 찾아서 입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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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돌계단과 흙바닥 위주의 평범한 오르막 언덕이 시작됐다. 등산로 주변에는 각종 진지와 참호가 유난히 많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수방사 본부가 여기 근처에 있긴 하다.
숲이 울창하면서도 이렇게 서울 시내를 북쪽으로 쫙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좋았다. 경치 조망 하나는 용마산· 아차산급으로 아주 우수했다.
등산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맑고 땡볕이 이어지다가 이 날은 천만다행으로 흐리고 해가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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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좌측에 공사판이 벌어진 곳이 살피재 고개이고, 그 오른쪽의 산이 서달산이다. 서울 현충원은 저 산 넘어 건너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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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산 자체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관악산은 엄연히 북악산, 도봉산 같은 바위산이다. 이름에 괜히 '악'(岳)자가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여길 오랫동안 안 올라서 그런지, 난 어이없게도 옆의 청계산 같은 퀄리티를 생각했다가 좀 당혹스러움을 겪었다. 관악산은 발뿐만 아니라 손도 써서 바위를 올라야 하는 험난한 구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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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지도에서는 볼 수 없는 어느 공터에 헬리콥터가 시동이 걸린 채 로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위의 사진에서는 좀 짤렸지만 왼쪽으로는 남태령 마을의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늘어선 게 보였다.
관악산을 오르니 이런 곳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등산 할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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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돌로 가득한 어느 등산로의 모습이다.
관악산은 혼자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산이 아니며 나름 여러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솟았고 봉우리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능선도 복잡 정교하게 발달해 있었다. 다만, 보안 때문인지 그런 봉우리들에 대한 안내는 미흡한 편이었다.

흙을 판 것도 아니고 바위를 뚫고 또 저런 군사용 참호 같은 건 어떻게 만들었나 모르겠다.
비바람과 추위를 피해서 저기서 쉬거나 한숨 자면 아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움푹 패인 곳에 쏙 들어가서 짱박히는 걸 좋아한다. 테트리스라든가 세균전 같은 게임에서도 언제 가장 강렬한 쾌감이 발생하는지를 생각해 보시라. 다 인간의 그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작대기 쑤셔넣을 때, 주변의 상대편 세균을 몽땅 내 편으로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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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돌길뿐만 아니라 여느 평범한 산 같은 흙길도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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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캠퍼스도 내려다보였고..
그러고 보니 비행기 항로인 것치고는 이 날은 비행기는 그렇게 자주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다.
근처의 삼성산을 오를 때는 하늘에서 그야말로 수 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돌아다녔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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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쪽으로는 경마 공원이 보였으며 그 주변에는 비닐하우스들이 가득했다.

연주대 정상이 가까워져 오자 마지막 오르막 돌계단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 때쯤엔 본인도 체력에 살짝 한계가 느껴졌다. =_=;; 계단을 오르는 속도가 곤두박질쳤다. 해가 안 나고 덜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땀을 얼마나 흘렸으면, 물은 2리터 가까이 챙겨 간 것을 몽땅 다 마시고도 갈증을 겪었다. 그러고도 화장실은 아침부터 낮까지 한 번도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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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특유의 연주대 정자가 드디어 나타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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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 됐건 밥이 됐건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까지도 온통 바위이구나. 저 바위 너머에도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산은 정상과 가까워질수록 인구 밀도가 급증하는 것이 공통된 현상이다.
관악산은 정상 근처의 제법 높은 부위까지도 절이 있어서 불교스러운 냄새가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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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의 상징인 기상청 레이더와 송신탑을 가까이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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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을 내려갈 차례인데.. 하산은 안양 쪽으로 갈까 하다가 그냥 더 짧고 대중교통 연계도 더 잘 되는 과천 방면을 선택했다. 산을 오르는 데 시간과 체력 소모가 예상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길은 전반적으로 계곡을 따라 온통 목조 계단 또는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오를 때처럼 바깥 경치를 볼 수 있지는 않았다.

군사 시설 같은 것도 없고, 반대로 오를 때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약수터가 종종 있었다. 여러 모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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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1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과천 향교 방면으로 잘 착륙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밟는 것으로 모든 산행이 끝났다.

사진 첨부를 생략하지만, 알고 보니 관악산 과천 구간에는 남산처럼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었다. 단지 민간인 관광용이 아니라 송신탑에서 볼일을 봐야 하는 방송사 직원 및 관계자 전용일 뿐..
거기 긴급히 갈 일이 있을 때 매번 등산(!)을 하거나 비싼 헬기를 탈 수는 없으니 뭐 수긍이 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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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갔던 수락산에도 기슭에 무슨 향교가 있었던 것 같다. 검색해 보니 그건 노강서원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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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기슭에는 나름 공원· 공터가 잘 꾸며져 있었다. 단지 개울에 물이 바짝 말라 버린 게 아쉬운 점이었다. 삼성산 등산 후에 도달했던 안양 예술 공원을 따라 흐르던 개울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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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이번엔 하남· 남양주가 아니라 과천에 잘 도착했다. 아담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났다. 서울은 산기슭에 빌라가 있는 편이지만 서울 밖에서는 대체로 산기슭에 알록달록한 단독 주택들이 놓여 있다. 붉은 벽돌 건물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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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려온 길을 올려다보는 걸로 여행기의 종지부를 찍는다. 공교롭게도 산행을 완전히 마치고 나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서울 사당뿐만 아니라 과천 정부청사 역에서도 관악산 등산로까지 비교적 가까이 접근 가능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12 19:35 2017/09/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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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변 자전거 라이딩

본인은 레저· 여행과 운동을 겸하는 활동 차원에서 등산을 작년 초쯤부터 적극 시행하고 있다. 단, 너무 더워서 등산을 원없이 하기 어려운 한여름에는 산이라기보다 공원에 가까운 낮은 산만 쉬엄쉬엄 오른다.
그리고 지금까지 언급을 별로 안 한 것 같은데, 본인은 사실 기름 안 먹는 자가용인 자전거를 타는 것 역시 굉장히 좋아한다. 수직 이동 대신 수평 이동이라는 대체제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 오늘은 오랜만에 날 잡아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닌 얘기를 좀 꺼내 보겠다.

아마 서울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4대강 사업..!!) 여기는 주변 하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으니 좋다. 산에 등산로뿐만 아니라 둘레길이 있는 것처럼 강가에는 자동차 전용 도로나 산책로뿐만 아니라 자전거계의 고속도로가 닦여 있다. 신호, 장애물 따위 신경 안 쓰고 오로지 내가 지쳐서 못 달릴 때까지 원없이 속력을 낼 수 있다. 특히 한강, 중랑천, 청계천이 한데 만나는 용답-군자 일대는 최고의 교통 요지인 것 같다.

1. 청계천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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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청계천의 최말단 구간이다. 내부순환로 고가 아래의 그늘을 따라 길이 나 있어서 다니기가 수월하다. 오른쪽에 길이 끊어진 흔적은 아마 청계 고가 + 청계 IC의 철거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쪽으로 계속 가면 청계9~1가의 순으로 서울 도심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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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왕십리-청량리 사이의 경의중앙선 철교가 나오는 지점에서부터는 청계천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 여기서부터는 도보만 가능하며, 자전거는 위의 차도를 따라 달려야 한다.
본인은 옛날에 청계천의 시점인 종각 일대와 심지어 세종 문화 회관 근처의 한글 회관까지도 자전거로 다녀온 적이 있다.

2. 중랑천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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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간선 도로는 중랑천의 좌우로 상하행이 지나는 독특한 구조인데, 자동차 도로보다 더 안쪽에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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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도로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위로 하늘은 뻥 뚫려 있으며 그늘이 없다. 가끔 등장하는 다리 아래에서나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다.
여기는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도로 사이의 높이 차이가 제일 작은 구간인 것 같다. 사진에는 잘 안 나와 있지만, 저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용마산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여기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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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개인적으로 군자교를 넘어 장안교 정도까지 가 봤다.

3. 한강 북단, 서쪽 방면

한강은 '-천'으로 끝나는 일개 하천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훨씬 더 큰 강이다. 그래서 그런지 바람도 더 세게 불고 일부 구간에서는 바다 냄새조차 느껴진다.
경의중앙선 응봉· 옥수 역은 한강 공원에서 바로 탈 수 있을 정도로 한강에 가까이 있다. 그러니 강변북로는 철길을 피해서 더 외곽에 교량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그 교량 아래로 자전거 도로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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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자전거 도로가 자동차 도로와 만날 일이 전혀 없지만, 한강에는 반포대교라는 예외가 한 군데 있다. 아랫층은 두 도로가 교차하기 때문에 횡단보도와 신호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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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덕분에 반포대교에서는 굳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교각 위까지 오르는 번거로움이 없이도 자전거나 도보로 한강을 건널 수가 있다. 그래도 배가 지나갈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니, 아랫층도 중간에는 좀 가파른 오르막이 있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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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동작대교 아래를 지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옥수-반포-한남 이쯤 구간부터는 철길이 좀 더 내륙쪽으로 들어가고, 강변북로도 교량 구간이 끝난다. 자전거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위의 그늘도 없어진다.

그리고 동작-한강 사이에는 둔치? 고수부지?의 공간이 넉넉한 덕분인지 이촌 한강 공원이 나온다. 많이 더우면 풀밭에 돗자리를 깔거나 심지어 텐트 치고 여기서 피서 외박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내가 찾아갔던 한낮에도 이미 텐트 치고 쉬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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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쪽 구간에서는 한강대교를 넘어 한강 철교까지 다녀왔다.

4. 한강 북단, 동쪽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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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중랑천이 한강과 합류하는 구간이다. 저 멀리 앞으로 동호대교가 보이고, 길이 나와 있는 대로 왼쪽으로 뺑 돌면 동쪽의 한강 상류 방면으로 향하게 된다. 경치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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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타워를 향해 동쪽으로 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는 강변북로가 자전거 도로 바로 옆으로 나란히 지난다. 고가 같은 건 없다.
성수대교를 지나서 한참 달리면 영동대교가 나온다. 청담대교는 영동대교와 꽤 가까이 있다.
동쪽으로 끝없이 가면 서울을 벗어나 구리· 남양주까지도 직통으로 갈 수 있는 모양이던데.. 본인은 그러지는 못하고 청담대교까지만 다녀왔다.

이상이다.
기회가 되면 이런 식으로 한강 남단과 탄천 방면도 달려 보고 싶다.
더 욕심이 생기면 등산과 자전거 모두 차 끌고 서울 바깥까지 원정 가서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몰다 보면 확 밟아 주고 나서 주기적으로 또 힘들여서 재가속을 할지, 아니면 평소에 페달을 덜 힘든 상태로 지속적으로 밟으면서 속도를 유지할지..
자동차 운전할 때 하던 고민을 자전거 몰 때도 동일하게 하게 된다.
요즘은 엔진 성능이 좋아서 초소형 경차급이 아니면 어지간한 승용차들은 경제 속도가 6, 70이 아니라 8, 90은 된다고 그러는데..
자전거는 사람이 덜 힘들고 가성비 높은 경제 속도는 한 2, 30은 될까?

등산을 가면, 나는 조금만 오른 뒤엔 힘들어서 쉬어야 되는데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지치지도 않고 날 추월해서 성큼성큼 오르는 걸 보면 자괴감을 느끼곤 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어째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나 싶은 라이더가 적지 않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자전거 자체도 나보다 더 가볍고 잘 나가는 고급품을 쓰지 싶다.

강가에는 바람이 부는데 한강 구간에서 역풍이 세게 불 때면 참 죽을 맛이었다. 이거 무슨 비행기의 제트 기류도 아니고.. 정말 오르막과 대등한 급의 장애물이더라. 쒜빠지게 밟아도 자전거가 나아가질 않고, 밟아도 금세 속도가 떨어지니 말이다. 바람은 하필, 언제나 내가 진행하는 방향의 역방향으로만 분다는 징크스라도 있는 것 같았다.

끝으로, 강을 보니 마치 철길을 보는 것처럼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이 강을 따라 좌우 어디로든 얼마나 더 갈 수 있고 끝에는 뭐가 나올까? 버스나 철도 노선에도 시점과 종점이 있는데 강의 시점과 종점은 어떻게 될까?

산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시내· 계곡이 있다. 거기는 물의 폭이 좁은 편이지만 지형의 고저 상하가 분명하며 물의 유속도 빠르다. 그러나 상류가 아닌 하류로 가면 바닥의 모든 지형이 바다를 향해 내리막이라는 보장이 없을 텐데 어떻게 물이 꾸준히 바다로 흐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다시 말해 그 긴 물줄기의 방향성이 어떻게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자연에서 강물은 바다로 흘러들어갈 때까지 여러 물줄기가 합류하곤 한다.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고, 탄천과 중랑천이 합류하며, 하류 막바지에서는 임진강도 한강으로 합류한다. 즉, 강물은 바다로 들어가는 지점을 root로 하는 tree 형태의 그래프와 얼추 비슷하다. 이런 양상은 졸업식 노래에서도 3절 가사에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그럼 문득 드는 의문은, 그 반대의 경우는 자연적으로 결코 존재하지 않느냐이다. 상류에서 하류로 가는 과정에서 물줄기가 새로 갈라지고 분기하는 건 없나? 하중도가 생기는 원리를 보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지만 내가 당장 떠오르는 예는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성경의 창 2:10에서 강물이 무려 네 갈래로 분기되어 나갔다는 묘사가 굉장히 특이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에덴 동산과 이 강은 과연 지구상의 어디에 있었을지 말이다. 성경의 진술이 과학· 역사적으로 레알이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강의 경우, 지리적으로 쭈욱 추적해 보니 강원도 태백에 소재한 '검룡소'라는 어느 고지대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남한강이 그렇고, 북한강은 북한 강원도 통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건 무슨 까마득히 먼 조상 계보를 추적하는 듯한 느낌이다. 서울에서 폭이 무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상회하는 그 큰 강도 시작은 저렇게 심히 멀고 미약했던 셈이다.

한강의 하류 종점은 6· 25 전쟁의 여파로 인해 사실상 군사분계선 역할을 하면서 민간인에게는 접근이 완전히 봉인되고 막혀 버렸다. 이 부근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져 버리니 이건 뭐 도저히 어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쪽 상류 방면과는 달리, 서쪽 하류 방면으로 서울 시내 구간을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한가로운 풀밭과 자전거 도로가 펼쳐진 한강 공원 같은 거 없다. 북단과 남단을 막론하고 곧장 살벌한 철조망이 등장한다. 사실, 한강 공원 개발 전에 강 주변의 모습이 원래 저런 모래밭 황무지였다.

그리고 북한 같은 변수가 없다 해도, 배 타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서울 시내로 들어가는 건 꼬불꼬불 우회가 심하기도 하다. 그러니 조선 말기 때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때에도 인천항 + 육로가 여전히 쓰였으며(가령, 민비 살해 자객 일행이 한양에 올 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수로 운송을 위해 공항 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한강에서 바다로 더 가깝게 가는 경인운하, 일명 아라뱃길을 팠다. 아라뱃길의 좌우로도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 갈 일이 있으면 한번 구경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09 19:32 2017/09/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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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매우 위험한 물건이며(무게와 속도..) 그걸 운전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현실은 컴퓨터 속 게임이나 매트릭스처럼 0과 1의 배열을 바꿔서 undo가 가능한 가상 공간이 아니다. 생명체를 포함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들은 속도가 붙었다면 물리 법칙을 거슬러 움직일 수 없으며, 한번 죽은 생명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는 자동차를 몰기 전에 사고에 대비해 최소한의 undo buffer 장치를 돈의 힘으로 마련해 놔야 한다. 차 굴리면서 실컷 잘 살다가 교통사고 한 방에 가해자 집안이 사고 피해를 보상하느라 기둥 뽑히고 훅 가 버린다면 무서워서 아무도 운전을 선뜻 할 수 없을 것이다. 보험이라는 게 이래서 필요하다.

옛날에 보험이라는 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선원· 선주)에게 주로 필요한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보험 회사의 이름에 무슨무슨 '화재'뿐만 아니라 무슨무슨 '해상'이 있다. 저 해는 손해(害)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바다(海)이다.
현대 사회에 자동차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배와는 달리 팔다리 멀쩡한 일반인이 대부분 굴리는 흔한 존재가 돼 있다. 그래서 여기에 붙는 보험도 여러 계층으로 나뉜다.

1. 자동차 보험 - 책임보험 (의무보험)

이건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안 그러면 처벌을 받는다. 가입만 안 하고 있으면 과태료, 그 상태로 운전까지 하다가 걸리면 징역/벌금이니, 무보험은 사실상 무면허 운전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차를 소유하고 있고 면허가 살아 있는 고객이라면 사고를 자주 내는 진상이라 해도 이거 가입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단지 보험료를 좀 비싸게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보험의 존재 목적은 보험 가입자인 나 자신이 아니라 사고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민사상의 보상이다. 병원 치료비를 대거나 부서진 차량· 시설을 물어주는 대인1과 대물배상으로 끝이다. 액수 한도도 유한하다.
자기 차야 보험 안 들고 버티다가 사고 나면 자비 들여 몽땅 수리하건, 아니면 평소에 보험료 내고 보험 들어 놨다가 사고 때 저렴하게 수리하건 차주 마음이다. 단지 남에게 입힌 피해는 반드시 보상해 줘야 하기 때문에 가입이 의무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책임보험은 간단하게 의무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자동차 보험은 여타 분야의 보험과는 달리 1년 주기로 갱신이 필요하며, 보험료는 운전자의 연령과 사고 경력, 자동차의 가격과 옵션과 연식 등의 영향을 받아 업데이트된다. 해마다 적산거리계를 검사해서 운행을 그리 많이 안 하는 운전자(가령, 1년 10000km 이내), 블랙박스가 있어서 보험사의 과실 따지는 부담을 덜어 주는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살짝 할인하거나 사후환급하기도 한다. (남 조금, 나 없음)

2. 자동차 보험 - 종합보험 (의무보험 + 임의보험)

책임보험은 말 그대로 정말 최소한의 법적으로 기본필수 보험일 뿐이기 때문에 보상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운전자들은 돈 더 내고 종합보험 형태로 자동차 보험을 든다.
종합보험은 책임보험의 superset 상위 호환이다. 대인2 (치료비 자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손해와 기회비용까지), 그리고 '자차 보상'이 종합보험의 대표적인 혜택이다. 드디어 자기 차량까지 보험 혜택을 받아 수리가 가능해지며, 여기에는 굳이 교통사고가 아닌 도난이나 침수 같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포함된다. 또한 사고가 아닌 고장 처리의 범주에 드는 긴급출동· 견인 같은 서비스도 이 계층의 옵션으로 신청 가능하다.

대인2의 보상 한도가 '무한'인 종합보험에 들면, 사망· 중상해 발생 내지 11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실드가 생겨서 형사 처벌이 되지 않는다. 보상의 한도가 충분히 크므로 피해자와 언제나 합의가 된 걸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를 규정하는 것이 그 유명한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이다. 어지간히 악질적이거나 심하지 않은 교통사고들은 다 형사 처벌 없이 보험빨로 민사 보상 수준에서 끝내서 운전자를 졸지에 전과자로까지 만들지는 않겠다는 취지이다.

이 등급의 보험부터는 법적으로 필수가 아닌 option이 된다. 대물 보상 한도도 옛날에는 최대 몇천만 원이 고작이던 것이 요즘은 억대~수십억도 나온다. 대물 한도를 올리면 보험료가 몇만 원 오르겠지만 그래도 외제차 잘못 건드렸다가 집안 파탄나는 꼴을 면할 수 있다. 고급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내 과실 0%가 아닌 한, 단 10%라도 수리비가 억소리 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종합보험에서 책임/의무에 속하지 않는 자차 보상 같은 파트를 임의보험이라고도 부른다. 사고 몇 번 내서 보험 처리를 했더니 이듬해부터 자동차 보험의 가입이 거절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대인 대물이 아니라 다 자차 얘기다. (남 많이, 나 조금)
사실, 자가용에는 대인1의 유한한 수준인 책임보험까지만이 법적인 필수이지만, 버스나 택시 같은 영업용 차량에는 대인2까지 무한인 보험이 필수이다.

3. 운전자 보험

자동차 보험 말고 운전자 보험이라는 것도 있다.
이건 자동차 보험의 수준에서 감당이 안 되는 사망· 중상해 및 11대 중과실 사고에 대해서 벌금, 합의 비용, 변호사 선임 비용, 의료비, 자기가 일 못 해서 얻는 경제적 손실 등을 보상한다. 자동차 종합보험 대인2의 '자기 자신' 버전뻘 된다.

운전자 보험이 위력을 발하는 건 내가 자동차 보험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의 실드 범위를 넘는 심각한 사고를 내 버렸을 때이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도를 넘는 과속 같은 11대 중과실로 인한 사고를 냈다면.. 그리고 굳이 그런 걸 어기지 않았더라도 고속도로에서 깜빡 졸다가 정체 구간에서 앞차를 고속으로 들이받아서 누가 죽거나 사지절단· 평생 휠체어 급의 장애인이 됐다면? 혹은 갑툭튀한 무단횡단자를 좀 고속으로 쳐 버렸다면..?

그러면 가해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아닌 저 특례법에 대한 위반 혐의로 기소된다. 피해자 앞에서 싹싹 빌고 합의를 봤다 해도 양형에 참작만 될 뿐 여전히 형사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집행유예로 끝난다 해도 구속과 구치소 생활은 피할 수 없으며, 사람이 여러 명 죽었을 정도이면 판례로 볼 때 수 개월~수 년 금고형이 나온다. (2016 봉평터널 사고, 2010 인천대교 사고)

11대 중과실은 과정 관점이고 사망· 중상해는 결과 관점이다. 보통은 바늘과 실이 따라다니듯이 둘이 따라다니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까도 언급한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 같은 악질적인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고의성 없고 불가항적인 실수로 여겨지기 때문에 11대 중과실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차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졸아 버리면 얼마든지 처참한 사고가 나며, 이 정도면 고의성이 없다는 것만으로 형사 처벌을 면하는 수준은 넘어서게 된다.

자차를 아무리 탄탄하게 들어 놨더라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동차 보험 수준에서 자신에게 보상해 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병원비나 차량 수리비, 중고차 렌트비 정도이다. 그 이상의 무형의 비용까지 보상 받으려면 운전자 보험이 필요하다. 그러니 정말 조심성과 대비성이 많고 평소에 운전 왕창 많이 하고 고속도로를 밥 먹듯이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보험까지 드는 편이다.

다시 말해 운전자 보험은 남에게 끼친 피해를 보상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운전자 자신의 피해만을 보상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1년마다 갱신하는 식의 체계도 아니고 자동차 보험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보험이다. (남 없음, 나 많이)

이상.
자동차에서 보험료는 기름값이나 자동차세와 거의 동급인 고정 지출 유지비인 셈이다. 자동차를 굴리려면 이런 어마어마한 유지비가 깨지는데 그러고도 남는 유익과 이익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이렇게 많이 존재 가능할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면 책임과 종합보험의 차이, 자동차와 운전자 보험의 차이 이렇게 둘끼리는 많이 설명돼 있는데 셋을 다 연계해서 설명한 곳은 거의 없더라.

당연한 말이지만 그 어떤 보험도, 심지어 운전자 보험이라 해도 신호· 속도· 주차 위반 범칙금 딱지 같은 걸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 그건 애초에 형사상의 벌금도 아니니. 그리고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자차의 보험 처리 보상이 되지 않는다.

* 보너스: 명백하게 비현실적이고 허점이 있지만, 딱히 현실적인 대안도 여의찮은 안습한 교통 관련 규제들

1. 한여름에 시내에서 대기 중인 관광· 전세 버스의 엔진 공회전 단속: 버스 기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공회전을 하는 게 아님. 차내에서 에어컨이라도 틀 수 있게 전기나 그에 준하는 동력 공급을 따로 해 줘야 될 듯하다.

2. 노란불: '이미 정지선을 넘어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경우엔 신속하게 밖으로 진행' 이건 너무 당연한 얘기지, 그 상태로 서 버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직 정지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대로 감속하더라도 정지선 앞에 맞춰 서는 게 불가능한 '애매한'(=모호한) 상황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서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 헷갈리게 하고, 단속 카메라 통과하는 기분을 괜히 찝찝하게 만들고, 도로 주행 시험에서 '애매한'(=억울한) 신호위반 불합격자를 양산하고 있다.

차라리 파랑 노랑 어느 불이든 신호등 차원에서 시간 제한을 명문화하는 게 나을지도.. 아니면 비행기에 이륙 결심 속도가 있는 것처럼 자동차도 교차로 통과 결심 속도와 거리라는 개념이 필요할 거 같다. (이 지점 이후에서 이미 최대 속도 상태였다면 중간에 노란불이 됐더라도 서지 말고 교차로를 빨랑 지나가라)

3. 하이패스 통과 속도: 고속 주행 중이라도 차량 인식과 과금에는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당연히 겨우 시속 30km보다야 훨씬 더 상향 조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일부러 감속을 유도하려고 입구의 폭을 아주 좁게 만든 게 아니라면 이 역시 넓혀 줘야 한다.

4. 고속도로 사고 시 후방에 삼각대 설치 규정: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규정인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차량을 갓길로 옮기지도 못하고 불가피하게 도로에다 세우게 됐을 때, 사람이 혼자 뒤로 그만치 이동해서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삼각대에 원격조종으로 자체 이동하는 기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2차 추돌 사고가 났다면, 잘 안 보이는 커브나 언덕 내리막에다 차를 내버려 둔 것, 비상등 켜거나 트렁크 열어 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해당 차량의 과실을 더 크게 부여해야 할 것이다.

5. 이륜차
(1) 자전거: 차도에서 역주행을 하는 것만 엄격히 금지하고(특히 교차로 부근..), 다른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인도냐 차도냐 선택 유도리를 줘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이미 자전거 차로가 그어져 있는 인도라면 통행 방향을 분명히 정하고, 사고 시 과실 비율을 이를 감안하여 정해야 할 것이다.

(2) 오토바이: 고속도로까지는 몰라도 평범한 자동차 전용 도로는 특정 배기량 이상, 특정 시간대에 한해서라도 허용해도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차로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걸 허용하는 조건을 제한적으로나마 명문화해야 한다고 여겨짐.

Posted by 사무엘

2017/09/06 19:34 2017/09/0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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