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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의 발음

본인은 ‘효과’(effect)를 ‘효꽈’가 아닌 글자 그대로 발음하는 것을 반대한다. TV에서 방송인들이 애써 ‘효과적으로’--아나운서랍시고 교육을 그렇게 받았을 테니--라고 말하는 걸 듣노라면 너무 어색하다.

마치 ‘김밥’하고 비슷한 예인 것 같다.
저걸 글자 그대로 발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부 한결같이 ‘김빱’이라고 읽는다.
왜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 ‘비빔밥’, ‘볶음밥’, ‘곰국’, ‘짜장밥’ 같은 비슷한 예와 비교해 봐도 본인의 국어 실력으로는 원칙 내지 알고리즘을 못 찾겠다.

원칙을 못 찾겠다는 말은, “이렇게 발음해야 한다”라든가 “저렇게 발음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뜻. 이렇게 그냥 정하기 나름인 규칙에 대해서는 그냥 둘 다 허용하거나, 많이 쓰이는 편을 들어 주는 게 맞다. 마치 ‘짜장면’처럼 말이다.

그럼, ‘효과’라는 단어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말에서 ‘과’가 ‘꽈’로 변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소리나는 경우는 가장 먼저 and를 뜻하는 조사일 때이다. 이때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절대로 경음화하지 않는다. 무성음 받침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일어나는 경음화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한자어의 경우, 먹는 음식을 뜻하는 果 내지 菓(과자)일 때도 변하지 않는다. 수정과, 한과, 유과 등.
그 반면, 부서나 학문 단위를 뜻하는 科나 課는 반드시 변한다. 심지어 단독으로 등장할 때도 경음화한다. 대학교 용어인 ‘과대’(과 대표), ‘과사’(학과 사무실)에서 과는 100% 꽈로 바뀐단 말이다.

또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라 일의 결과를 뜻하는 비유적 의미의 果도 경음화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결과라는 단어 자체는 ‘결꽈’가 되지 않지만 성과는 ‘성꽈’로 바뀐다. 본인은 효과가 ‘효꽈’로 바뀌는 것도 성과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며, 동음이의어 식별을 위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무리하게 글자 그대로 읽는 걸 반대한다.

본인이 논리 전개 과정에서 넘겨 짚은 게 있으면, 국어 고수들로부터 지적를 환영하는 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12 17:53 2010/07/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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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낚시 영단어

- infinite
수학에서 유한, 무한 같은 건 서로 중요하게 구분되는 개념이다.
본인의 대학 시절엔 infinite를 일일이 '인 파이나이트'라고 읽으시던 이산수학 교수님 강의를 재미있게 들은 기억이 있다. 일본식 발음 같은 느낌이 들었다. energy -> 에네르기, berserk ->  베르세르크처럼. ^^;;;
finite(유한한)는 '파이나이트'이다. 하지만 반의어인 infinite(무한한)는 '인피니트'이다. 접두사 in-의 영향을 받아 장모음 i(아이)가 단모음 i(이)로 축약되기 때문이다.
 
- anxiety
마치 Y가 반자음도 되고 일반 모음도 되는 것처럼, 영어 알파벳에서 X는 카멜레온 같은 면모가 있는 글자이다.
대부분, 특히 음절의 끝에서는 box처럼 [ks](크쓰)로 소리나는 반면
아주 제한적으로 [z]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xylophone 처럼 이런 예는 굉장히 드물다.
 
그래서 아주 웃긴 단어가 있다. anxious(불안해하는)는 '앵크셔스'[ks]이다. 그러나 명사형인 anxiety는 '앵자이어티'[z]가 된다!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 시간에 실수를 한번 저질러서 "환상의 본토 발음 앵크셔티"가 별명이 되어 버린 친구가 있었다.
 
- sword
옛날에 영화 제목으로 '스워드'가 당당하게 진열된 적이 있었다.
비슷한 철자인 sworm은 '스웜'이다. 그러나 sword는 '스워드'가 전혀 아니며, '소오드'에 가깝다. W는 전혀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고 sord를 읽듯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어찌하리, 한글로 표기하면 '소드'보다 '스워드'가 훨씬 더 간지(?)가 나 보이는 것을!
게다가 우리는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을 때 장모음 내지 모음 R(혀 굴리는) 표기도 귀찮아서 다 생략하고 지내기 때문에, '소드'라고만 적으면 꼭 sod 같은 단모음 단어처럼 뉘앙스가 아주 가벼워 보이게 된다.
 
이 외에, 같은 단어가 명사일 때와 동사일 때 발음과 심지어 강세 위치가 싹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 present 프"레"즌트, 프리"젠"
- object "아"브직트, 오브"젝"
 
이건 마치 한국어에서 이런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type
- 타입: 유형, 스타일
- 타이프: 인쇄 활자 관련 (타이프라이터)
 
dot
- 도트: 말 그대로 점 내지 픽셀. (도트 프린터, 도트 노가다)
- 닷: 인터넷 관련-_-;; (닷넷, 닷컴기업)
 
그러고 보니..
do, come, go, have
영어의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필수 기초 동사들이... 3인칭 단수 변형이나 과거/과거분사가 다 제각기 굉장히 불규칙스럽다는 것도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do는 O 주제에 O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does, done 같은 변형에서만 O 소리가 실현된다. do에서 유래된 유닉스 명령어인 sudo는 영락없이 '수도'처럼 보인다.
have는 '헤이브'가 아니며, come도 철자로부터 느껴지는 뉘앙스와는 전혀 다른 단모음 소리 때문에, 본인은 어렸을 때 현재진행형을 comming으로 자주 잘못 적기도 했다. 현재형과 과거분사가 일치하는 A-B-A형 불규칙.
 
현대 영어의 3인칭 단수형인 comes는 '컴즈'이고 음절이 추가되지 않는 반면, 킹 제임스 성경의 3인칭 단수형인 cometh는 '커메쓰'라고 음절이 추가되어 발음된다.
do는 더욱 흥미로워서 킹 제임스 성경에는 doth와 doeth가 모두 존재한다. 전자의 발음은 '더쓰'이지만, 후자는 모음이 추가되어 '두이쓰'가 된다. 즉, 현대 영어의 does  '더즈'와 더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는 doeth가 아닌 doth인 것이다.

그래도 영어 정도의 불규칙과 굴절은 다른 유럽 언어에 비하면 양반이라 함. 프랑스나 독일어는...;; 그나마 영어가 세계 국제어가 된 것에 감사해야 할 판이다. 영어는 국제어로서 손색이 없는 풍부한 어휘, 그리고 매우 작은 문자 집합(A~Z까지 겨우 26자)가 큰 장점이다. 영어의 지위는, 20세기가 다 돼서야 주시경 같은 학자에 의해서 맞춤법이 정립되고 국어사전이란 게 최초로 출간된 지 한 세기도 안 된 한국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는 언문일치에 관한 한은 답이 없는 언어이다. 알파벳이 나름 소리글자라지만 모음이 너무 부족하고, 또 알파벳만 쓸 뿐 표기가 제각각인 언어로부터 어휘가 워낙 많이 유입되다 보니, 철자하고 발음과의 일치는 애시당초 글러먹고 언문일치는 안드로메다로 갔다. 그렇게 언문 불일치로 인한 연상 거부가 너무 심해서 난독증이라는 일종의 지적 장애 환자까지 있다고 들었다. (독해력이 딸리는 인터넷 전투종족인 게시판 트롤의 난독증과는 다른 개념 ^^;;)

Posted by 사무엘

2010/07/12 08:21 2010/07/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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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간이역 서체들

이제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추억의 서체들을 보라.
서체 쪽으로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철도 매니아라면 저런 글씨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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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90년대 철도청 시절에는 HY울릉도가 각종 역명판 서체로 쓰였고,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시아폰트에서 제작한 코레일체라는 전속 서체로 또 한번 서체가 다 물갈이되었다.
HY울릉도는 둥글둥글하면서도 간판용으로 가독성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건물 간판이나 도로 톨게이트 등에서도 많이 쓰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9년에 확인한 바로는 카이스트 기계 공학동 건물도 간판이 울릉도체였다.
그 반면 코레일체는 울릉도보다 좀 홀쭉하고 각진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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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각종 제목이나 심지어 도로 표지판 서체도 동글동글한 게 대세였다. 그러던 게 산돌 도로표지판이 등장하고부터 완전히 고딕 컨셉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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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추억의 간이역 역명판체가.. 디지털 서체로 부활한다면
과거 산돌에서 성경체(옛날 성경책 특유의 붓글씨 서체)를 개발한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업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저 '서빙고' 체는 아마추어 티도 안 나고 굉장히 예쁘다.
하지만 과연 부활이 가능할까? =_=;;

Posted by 사무엘

2010/07/08 08:22 2010/07/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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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의 언어

http://blog.naver.com/tjddodudn/40091601772

"나의 샤아카짱은 이렇지 않다능! 나의 샤아카짱은 남편이 오면 상냥하게 웃으며 맞이해 주더라는!"
현 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일본에게 물질적· 정치적으로 지배 당하던 20세기 김 첨지가
일본에게 문화· 정신적으로 지배 당하는 21세기 오타쿠로 변모한 순간이다.
좀 오래 된 만화이긴 하지만 작가의 기발함에 정말 빵터졌다. ㅋㅋㅋㅋㅋ

'축제'는 일본식 한자어이고 불필요하게 '의'(の) 남발하는 것도 일본어 번역투이고..
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지식을 적지 않게 접해 왔지만, '오타쿠 말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전혀 듣지 못했다.
개나 소나 '-군', '-짱' 붙이고 "-하더라는!"이라고 끝나는 말투는 도대체 어디서 유래된 걸까? 이거 완전 오타쿠의 상징이 된 문체인데, 일본어에 저런 표현이 있나? =_=;;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본인은 그게 무척 궁금하다.

그런데, 아동 문학가이자 국어 순화 운동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특히 일본어 번역투 추방의 최전방에 계셨던 어떤 어르신의 성함이 '이 오덕'이었으니! ㅎㄷㄷㄷㄷㄷㄷ ㅠ.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지? (2003년에 고인이 되신 분이다.)
자기 주장을 워낙 많은 곳에다 뿌렸었기 때문에 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저분 글을 중학교 방학책에서도 보고, 새마을호 기내지 레일로드에서도 보고 지냈다.

본인에게 오타쿠라고 하면, 뚱하고 못생긴 외모에 일본어만 겁나게 잘 하고, 주변의 이성으로부터는 전혀 감흥을 못 느끼는 반면 맨날 자그마한 모바일 기기로 일본 망가(manga)에 나오는 미소녀-_-들 보면서 하악하악 모에 하는 폐인이 바로 떠오른다. -_-;; 거기서 좀더 중증으로 도지면 미소녀 인형에다 코스프레까지 구해 입고...
그런데 우리나라에 실제로 저 정도인 친구가 있나? 오타쿠에 대해서도 이미지가 상당수는 희화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TV 드라마에서 사투리 쓰는 사람은 꼭 흑인만큼이나 못 배운 하류층 이미지로 설정되는 것처럼 말이다.

차라리 철도 덕후야 실존한다.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블로그의 주인장부터가 자타가 공인하는 골수 철도 덕후 말기이다. 하지만 일본 문물에는 별 관심이 없다. 딱 하나 개그만화만 빼면 말이다. ㅋㅋㅋㅋ
처음에는 1기 4화 종말편을 보면서 "뭐야 완전 또라이 아냐 역시 쪽바리들 문화는 저질이야" 그렇게 넘어갔는데.. 자꾸 또 보게 되고.. 중독성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O<-<

끝으로, 이건 오타쿠 언어라기보다는 오역이나 초월 번역에 가까운 표현이다만, '크고 아름다운', '충공깽' 같은 표현도 배짼다. 요즘 철도역 플랫폼 상의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크고 무거운 짐"이 있는 승객은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방송이 주기적으로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게 환청처럼 "크고 아름다운 짐"으로 들릴 정도..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06/05 08:39 2010/06/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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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 타자 시범


10분간 평타 약 750~800타.
세벌식은 도깨비불이 없습니다.
세벌식은 한글 타자를 재미있고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그냥 막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면서 미친 듯이 글자를 찍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세벌식은 리듬감이 있으며, 두벌식과는 달리 뭔가 꼬이고 짜증난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세벌식은 장문과 단문의 속도 차이가 별로 안 납니다.
당신도 세벌식으로 이렇게 칠 수 있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02 08:36 2010/06/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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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지간하면 이제 좀 ‘짜장면’을 표준어로 삼자

‘짜장면’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근거가 뭔지 본인은 잘 알고 있다. ‘짜장’은 원래 중국어에서 유래된 외래어이고 우리말 맞춤법은 외래어 표기를 할 때 극히 일부 듣보잡 언어를 제외하면 된소리를 쓰지 않고 있는데, 된소리로 발음된다고 다 된소리를 써 버리면 버스도 뻐스로, 게임도 께임으로 바꿔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짜장이 버스나 게임 같은 급의 생소한 외래어라고 생각하는가? 짜장이 외래이어이면 빵, 가방, 담배, 구두 같은 단어도 몽땅 외래어이다.
물론 순우리말 ‘짜장’이라는 단어는 부사로, ‘참, 과연’.. 즉 영어로 치면 yea나 indeed 같은 뜻이 별도로 있긴 하다. 쉽게 말해서 창 3:1의 Yeah, hath God said를 “하나님께서 짜장 그렇게 말씀하시더냐?” 처럼 옮겨도 된다!
하지만 이제 그 짜장과 저 짜장은 한국어에서 동음이의어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고 오히려 후자의 뜻이 훨씬 더 영향력이 있다. 게다가 짬짜면 같은 응용(?)까지 있다.

이제 와서 너무나 비현실적인 단어로 전락한 ‘자장면’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자장면에다가 외래어 표기법을 갖다 붙이는 건, ‘먹거리’라는 말이 조어법에 어긋난다거나 셈씨(數詞) 뒤에다가 님 붙인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틀렸고 ‘하느님’이 맞다는 식의 비약인 것 같다. 고유명사를 만드는 건데 부르기 쉽고 최소한의 어원적 근거만 있으면 됐지, 그런 것 따질 필요까지는 없다.
(사실, 고유명사 중에 쌍용도 틀린 말이다. 청룡, 황룡 할 때처럼 쌍룡이 맞다. ^^ 하지만 고유명사인데 뭔들 어떠하겠는가. 오뚝이인들 어떻고 오뚜기인들 어떠하리?)

2. ‘석/서/세’, ‘넉/너/네’ 구분하지 말고 그냥 ‘세’, ‘네’로 통일하자

‘종이 세 장’이라는 표현은 틀렸다는 걸 아는가? ‘석 장’이라고 해야 맞다.
정말 아무 쓰잘데기 없고 의미 없는 구분이다. 괜히 사람 헷갈리게 만들고 한국어를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서너’(3 or 4) 같은 예외만 인정하고, 뒤에 단위(말, 개, 장 등등)에 따라 숫자의 표현이 바뀌는 일이 없게 하는 게 더 낫겠다.

3. ‘째’와 ‘번째’ 좀 구분해서 쓰자

‘째’는 영어로 치면 정확하게 n-th(순위, 서열)에 대응하며 (첫째, 둘째, ..., 열한째, 열두째),
‘번째’는 n-th time(반복되는 일의 횟수)에 대응한다고 보면 정확하다. 즉, 쓰임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 이 선수가 둘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등)
- 이 선수가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바퀴째)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쓰임이 굉장히 문란해져서 둘 다 무조건 ‘번째’가 쓰이며, 순위인지 횟수인지는 그냥 문맥으로 대충 구분되는 중이다. ^^;;;; '째'는 명사형으로 "첫째(아이)를 낳았다" 정도에서나 쓰는 것 같다.

4. ‘기존’을 제발 오· 남용하지 말자

이 단어의 쓰임을 완전히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은 곳은 본인이 보기에 IT계이다. 하도 새로운 기술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다 보니 자꾸 옛날 것과 비교를 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기존’은 말 그대로 ‘이미 존재하는’이란 뜻이다. ‘현존’이나 ‘실존’처럼 ‘하다’를 붙여 용언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기존이 ‘이전’, ‘예전’ 같은 뜻으로 막 남발되고 있고, 오히려 ‘기존하다’라고 용언으로는 거의 안 쓴다. “기존에 있던 것은 버리세요” ㅋㅋㅋㅋ 기존이 무슨 뜻인지 안다면 저 문장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5. ‘커녕’은 조사(토씨)이다

커녕은 ‘도’, ‘조차’와 동일한 조사이다. “사람커녕 쥐새끼 한 마리 없다”라고 해도 원래 맞다. 커녕을 강조하기 위해서 쓰이는 표현이 ‘는(은)커녕’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 없다”라고 커녕을 거의 부사처럼 띄어서 써 주고 있다. ^^;;

6. ‘다르다’와 ‘틀리다’를 제발 구분해서 쓰자

“ ‘다르다’는 ‘틀리다’와는 의미와 쓰임이 다른 단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르다’라고 써야 할 곳에 ‘틀리다’라고 쓰는 것은 틀립니다/틀렸습니다.”

‘틀리다’는 보통 ‘틀렸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많이 쓰이다 보니, 현재형에다가 ‘다르다’라는 의미가 자꾸 들어가려는 모양이다.

7.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사실은 ‘더 이상’도 ‘덜 이하’가 잘못된 것만큼이나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김 화백의 유명한 만화 대사이기 때문에 원문 그대로 인용할 뿐, 본인 역시 내가 직접 쓰는 글에는 ‘더 이상’이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 ‘더는’, ‘더’, 또는 하다못해 ‘그 이상’라고 써야 맞다.

8. ‘김밥’의 표준 발음은 ‘김빱’이 아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본인도 지금까지 김밥을 ‘김밥’이라고 그대로 발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곰국, 비빔밥은 다 국과 밥이 된소리로 변하는 반면 짜장밥, 보리밥, 볶음밥은 예사소리 그대로이다. 곰국이 곰고기로 만든 음식이 아니듯이, 재료가 아니라 조리 방법을 나타내는 단어는 된소리이고 단순 재료 합성일 때는 예사소리인가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비빔밥과 볶음밥의 관계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볶음밥은 단순히 둘째 음절이 '끔' 된소리여서 셋째 음절이 예사소리로 유지된 것일 뿐이다.

즉, 된소리로 바뀌는 건 거의 랜덤인 듯하다. 이러면 사람들에게 왜 굳이 김빱이 아니라 김밥이라고 발음해야만 하는지를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나 덧붙이자면 햇님도 잘못된 말이고 해님이 맞다. 우리말에서 사이시옷은 정말 울트라 캡숑 어려운 개념이며, 단어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9. ‘쩜’과 ‘짜’

이미 국어에서 별도의 변별 요소로 널리 쓰이고 있는 ‘짜’(특정 글자를 강조하는 접미사)와 ‘쩜’(소수점의 명칭)이 별도의 표기로 필요하다고 생각함. ‘자’는 단어의 끝에 등장하면 字보다는 者의 의미로 훨씬 더 강하게 쓰이며, ‘점’은 point보다는 score의 의미로 더 쓰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에서 님짜는 존칭을 나타내는 접미사라기보다는 완전한 단어의 일부입니다.”
“저희 어머니의 성함은 김 순짜 애짜입니다.”
“저 선수의 점수는 이십오쩜 오점입니다.”

10. ‘여덟’

8을 뜻하는 ‘여덟’은 먼 미래엔 아예 ‘여덜’로 철자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열에 여덟은” 할 때 ‘여덜븐’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있는가? 비슷한 예로 ‘돐’이라는 단어가 맞춤법이 바뀌는 과정에서 아예 ‘돌’로 퇴화가 확정된 적이 과거에 있었다.

북한에서 인명의 ‘희’를 아예 ‘히’로 바꿔 버렸듯이 말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의’를 제외하면 ㅢ를 ㅡ+ㅣ로 발음하는 경우 자체가 사실상 사라졌다. ‘띄어쓰기’만 해도 그렇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18 07:25 2010/05/1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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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뉴스 앵커

TV 뉴스나 <남북의 창>· <통일 전망대> 같은 프로를 통해, 북한 중앙 방송의 뉴스 앵커 멘트를 듣는 경우가 가끔 있다. 왜 있잖은가,
solid color에 가까운 무미건조한 스튜디오 배경으로, 뚱하게 생긴 중년의 앵커 아줌마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정말 강렬한 악센트가 가미된 웅변· 연설조로 뉴스를 읊조리는 것 말이다.
정말 옥구슬 꾀꼬리 목소리를 내는 성우 중에 무려 50대 중후반 여성도 많이 있다지만, 북한 앵커의 목소리에는 모에 할 구석은 전혀 없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록 한복 차림은 아니지만 이 분위기를 묘사하는 가장 훌륭한 짤방임이 틀림없다. ㅋㅋ
저기 나온 천하의 개쌍놈이 누군지는 기억 안 나는 분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한 5년쯤 전에 생방송 도중에 바지 내리고 성기 노출 병크를 터뜨린 모 밴드 멤버이다.

방송 샘플을 좀 채취해 왔으니 들어 보자. 탈북자나 여타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그래도 평범한 한국어처럼 들리는데 유독 TV 방송에서는... 누가 저런 악센트와 화법을 최초로 만들어 냈을까? 한국어를 어떻게 저런 예술의 경지로 재창조했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_=;; 북한의 뉴스 앵커는 거의 연기자 수준이 아닌가 싶다.


(위에 media player 컴포넌트가 떠야 함.)

본인도 어디 가서 성대 모사 못 한다는 소리는 안 듣고 지낸다만, 문장 끝부분에서 "-하셨습니(네)다" 할 때의 그 얍삽하고 사악한 악센트는... 정말 따라하고 싶어도 못 하겠다. 중국이나 러시아어 억양일까? 아니면 평안도 쪽 사투리를 응용?? 북한 애들의 매스게임 카드 섹션도 대단하지만, 저것도 얼마나 직싸게 연습해서 나온 말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정일'을 발음할 때면 가히 '킴 정일' 수준으로 말투가 거세어진다. 쟤네들은 한글 코드에 '김/일/성', '김/정/일' 여섯 글자가 별개의 영역으로 따로 등록돼 있고, 그걸 유니코드 표준안으로 제출까지 한 적도 있는 집단이다. -_-;;; (물론 그 제안은 외국의 학자들로부터 완전히 '이뭐병' 취급 받으면서 즉시 퇴짜 맞았지만.)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일명 땡전 뉴스--9시 땡~~ 전 두환 대통령은 오늘 어쩌구저쩌구-- 같은 불공정 보도 흑역사가 있었다지만, 최소한 말투는 정상(?)적인 말투였다.
정말 아무리 같은 뿌리에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는 동족이라 해도 어떤 이념을 따르냐에 따라서 문화는 저 정도까지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끝으로, 북한 하니까 또 중국이 생각나서 한 마디.
CCTV는 폐쇄 회로 텔레비전(=유선 텔레비전)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China Central Television, 즉 중국의 KBS뻘 되는 중국 국영 중앙 방송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그런데 폐쇄 회로는 뭐가 폐쇄됐다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반대말인 개방 회로는 있는지? -_-;;

Posted by 사무엘

2010/05/10 08:40 2010/05/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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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번역

윈도우 2000부터는 스크롤바에도 우클릭 메뉴가 생겼다. 마우스가 가리키는 특정 지점이라든가 맨 위/아래 지점으로 바로 스크롤이 가능해서 매우 편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병맛 같은 우리말 번역.

위쪽 / 아래쪽 이 무엇인지 짐작하시겠는가?
이게 영어는 Top / Bottom이다. 즉, 스크롤되는 대상의 맨 꼭대기/맨 밑바닥 위치를 가리킨다.
본인은 한국어를 봐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페이지 위로 / 페이지 아래로는 Page up / Page down의 직역이다.
차라리 위쪽 / 아래쪽은 Page up / Page down의 번역으로 더 적절하지 않은가? 아니면 차라리 '한 화면 위/아래' 말이다.
Top / Bottom의 의미를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최소한 '가장'이나 '맨', '최' 같은 최상급 부사가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보다 더욱 병맛 같은 번역, 사람 진짜 낚은 번역은 따로 있다.

윈도우 XP와 비스타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작 메뉴가 도입되어서 자주 실행하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메인에 뜬다. 그리고 사용 빈도와 관계없이 언제나 나타나 있길 원하는 프로그램은 거기에 '고정'(pin)이 가능하다.

고정을 할 때는 프로그램 아이콘을 우클릭한 후, '시작 메뉴에 고정'을 누르면 된다.
그런데 이미 고정된 프로그램을 우클릭하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와 '이 목록에서 제거'가 뜬다.
둘 중 하나는 단순히 '고정 상태 해제'이고,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시작 메뉴에서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한국어만 봐서 뭐가 뭔지 파악하겠는가? (7은 아예 작업 표시줄에 고정이 되므로 해당 사항 없음)

정답을 말하자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가 고정 해제이고, '이 목록에서 제거'가 완전히 제거이다!
도대체 시작 메뉴하고 이 목록의 개념상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_-;;
영어 원문은 엄연히 전자는 Unpin, 후자는 Remove이다. '고정 해제'라고 하면 아무 혼동 없이 알아들을 텐데 왜 번역을 이 따위로 했는지? 2002년에 윈도우 XP를 써 온 이래로 아직까지도 본인은 직접 아이콘을 실수로 없애 버리지 않고서는 분간을 못 한다. MS 제품에 들어있는 제일 엉터리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윈도우 XP sp2가 나오기 전, IE 6의 About 화면을 보면 '승인'이라는 버튼이 있었다. 이게 뭘까요?
영어 원문은 Acknowledgments이다. 이걸 클릭하면 IE 6의 개발자 명단이 애니메이션으로 쭈르륵 나온다. 그렇다. 이건 논문이나 저서(특히 외국물)에서도 볼 수 있듯, '감사의 글' / '만든 사람들' 뻘 되는 의미로 번역해야 맞다.

이때 Acknowledgment를 승인이라고 너무나 사전적인 의미로 번역하는 것은, '만든 사람들' 리스트가 나오는 Credits를 달랑 신용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번역가가 이 단어가 쓰이는 문맥과 상황을 알지 못하고, 그냥 수많은 영어 문장/단어 리스트를 보면서 기계적으로 번역해서 그런 것 같다.

저런 오역은 그냥 사람을 낚는 정도이지만, 오역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오늘날처럼 영어로 무수한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엔 영한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나 번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2 08:26 2010/03/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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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바탕체를 기억하십니까?

요즘은 조금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나 단체들은 전속 서체를 만드는 게 유행이다.
MS에서 2006년 말부터 윈도우 비스타+오피스 2007+IE 7과 동시에 맑은 고딕을 뿌리기 시작했으며,
한겨레나 조선일보 같은 신문사들도 자기네 전속 서체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그 후 네이버 역시 나눔명조/고딕 시리즈를 공개한 것으로 유명하고, 최근엔 한컴도 아래아한글 2010과 함께 함초롬 바탕/돋움 시리즈를 공개하여 그 뒤를 따랐다.
대기업인 삼성도 전용 서체가 있고, 코레일도 역명판에 사용하는 전속 서체가 있다.
인천 공항은 각종 표지판에 미공개 전속 서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그 배후에는 하청을 받은 산돌이나 윤디자인 같은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엄청 고생했다.
 
개개의 서체를 만들어 파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서체 회사들은 확실한 과금 체계가 존재하는 포털 사이트(싸이)나 모바일 쪽으로 사업 대상을 바꾸거나, 저렇게 전속 서체 외주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웹브라우저나 MP3 플레이어 소프트웨어를 개인이 따로 돈 주고 쓰는 경우가 없듯이, 서체 역시 그 자체가 수익이 아니라 마케팅 수단처럼 되어 가는 게 현실이다.
 
전속 서체는 이미지가 중요한 사기업만 만드는 게 아니다. 가끔은 지방 정부 내지 국가가 세금을 투입하여 만들기도 한다. 월드컵 때엔 경기장 내부 표지판용으로 나라에서 각종 표지판용 전속 서체를 제작해서 썼는데 이 글꼴은 요즘 WOW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애용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엔 서울시에서 시 브랜드 재고를 위해 서울 남산체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고 이 서체는 지하철 인테리어에서 적극 쓰이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이 중요하게 부각되기 전에, 무려 1990년대... 그때는 어지간한 PC 환경에서는 윤곽선 글꼴 자체를 구경할 수 없던 시절에,
지방 정부도 아니고 우리나라 중앙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국고를 투입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전속 서체 세트'를 개발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특정 단체나 브랜드를 위한 톡톡 튀는 서체가 아니라, 본문용 네모꼴 한글 서체의 디자인 표준을 제시하는 가장 원천적이고 교과서적인 서체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 작품은 바로 문화바탕체이다. 여기서 '문화'란, 당시 이 서체 개발하라고 연구비를 대 준 정부 부처인 '문화부'(훗날 문화관광, 문화체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바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짜잔~ (맨 아래의 검은 글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명조체와 비슷하나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명조류가 아니다. 명조라고 보기에는 좀 붓글씨 내지 펜글씨 같기도 하지만 흘리거나 날린 흔적은 없다. 특히 명조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ㅈ이 명조가 아닌 고딕처럼 ㅡ+ㅅ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ㅠ에서 왼쪽 ㅣ가 왼쪽으로 삐쳐져 있다. 문화바탕 말고 ㅈ이 그렇게 그려져 있는 본문용 명조는 아마 신문명조 부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바탕은 1991년엔가 그때 개발되었으며, 1992년에 발매된 아래아한글 2.0 전문용이 지원하는 윤곽선 글꼴로 공개되어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 후 문화돋움도 나왔으며, 아래아한글 3.0 시기인 1994~1995년에는 문화바탕제목, 문화돋움제목 같은 진한 제목용 서체와, 문화쓰기흘림, 문화쓰기정자, 문화쓰기필기 같은 진짜 펜글씨· 붓글씨 서체가 후속작으로 잇달아 개발되었다.

이 문화* 서체들은 아날로그 서체이다. 마치 만화 그리듯이 사람 손으로 원도를 그린 후, 그걸 스캔하여 윤곽선을 추출하고 따로 보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사실, 수많은 서체들이 그런 방식으로 새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부터 쓰여 온 서체들도 그런 방식으로 디지털화했다.
 
문화바탕의 원도를 그린 사람은 최 정순 씨이나, 서체 컨셉은 개발 위원회 멤버들의 합의를 거친 것이지 전적으로 그 사람 개인 작품인 것은 아니다. 원도의 디지털화는 한글 타이포그래피과 출판 기술 쪽으로 최고의 권위자이며 왕년에 <컴퓨터는 깡통이다> 시리즈로 매스컴도 여럿 탄 유명한 이 기성 교수가 작업했다. 세리프가 많은 아날로그 글꼴을 디지털화했다는 특성상 문화바탕은 덩치가 크고, 과거 도스 시절에도 래스터라이즈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리는 글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요즘은 종이에 그리는 원도 없이 처음부터 컴퓨터의 포인팅 장비만으로 만들어지는 글꼴도 있다. Georgia라든가 윈도우 비스타에서 새롭게 추가된 글꼴들은 그런 순수 디지털 서체라고 한다. 전통적인 서체들에 비해 모니터 화면 같은 저해상도에서의 가독성이 더욱 강화되었는데, 특히 숫자를 좀더 위아래로 들쑥날쑥하게 그린 것도 그런 효과를 위해서라고 한다.)

문화바탕은 나름대로 굉장한 의미를 지니고 개발되었다. 앞으로 이런 문화바탕 특유의 냄새가 나는 서체는 거의 찾을 수 없을 것이다. ㅈ이라든가 ㅠ의 모양 같은 것도 본문용 한글 서체라면 앞으로 이렇게 문화바탕처럼 만드는 게 맞다는 식으로 나름대로 원칙과 표준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매우 보수적이라는 출판계의 보수성으로 인해, 그로부터 거의 20년 뒤, 윤명조가 대세가 된 오늘날까지도 그 가이드라인대로 만들어지는 본문 글꼴(특히 ㅠ 모양)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이 현실이다.
 
그 대신 오늘날까지도 문화바탕을 출판물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아는가?
여호와의 증인-_-이다.
본인이 몇 달 전에 우연히 간행물 파수대를 봤을 때에도 본문이 문화바탕체인 걸 봤다.
그런데 그들 간행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정교한 유채화(oil painting) 스타일의 삽화와 더불어 문화바탕체는 내가 보기에 근엄하고 진지한 분위기도 내면서 잘 어울리는 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문은 딱 보면 문화바탕, 굵은 글씨는 문화바탕제목임을 알 수 있다. 이걸 알면 용자. 그리고 저 본문 내용이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이단 교리라는 걸 아는 독자라면 더 용자. ㅋㅋ)

이러다가 문화바탕체가 여호와의 증인들 전속 서체처럼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본인이 21세기 이래로 문화바탕체를 본 곳은 이 기성 교수가 관여한 출판물 아니면 여호와의 증인, 딱 두 곳뿐이다! ㅜㅜ
 
아울러, 문화* 글꼴들은 한글에 어울리는 영문/숫자 글꼴이 전혀 개발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연구비 삭감-_- 때문이라고 하며, 이 교수 역시 그 시절을 회고하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몹시 아쉬워하는 것을 강연에서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12 19:11 2010/03/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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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다른 뜻은 없고, 그냥 웃겨서 소개한다. 아놔... ㅜ.ㅜ
배경 워터마크로 들어가 있는 아저씨 인상이 정말 쩐다. 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제적으로 골고루 싸가지없게 굴기> ㄳㄳ
우리의 한국어 버전은 좌측 셋째 줄에 있긴 한데,
저건 그냥 shit, darn 같은 감탄사이지, F-word의 번역으로는 j로 시작하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_-;;;

F-word의 동작을 뜻하는 말이 한국어에 놀랍게도 정확하게 존재한다. 흠좀무.
사전에서 꼴뚜기질을 찾아보기 바란다. ㅋ

[명사] 남을 욕할 때에, 가운뎃손가락을 펴고 다른 손가락은 모두 접은 채 남에게 내미는 짓.

한국에도 저런 문화가 존재했다는 뜻일까?
본인 기억으로 한국에 '뻑큐, 엿먹어' 같은 욕설이 등장한 건 90년대 초중반부터이다. 숏다리, 롱다리 이런 말과 비슷한 시기이거나 더 나중에 접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그런 게 없었다.

욕설의 어원은 크게 질병-장애 / 동물 / 성 이렇게 세 갈래로 나뉘는 듯하다.
국제어 영어의 위상을 힘입어 '꼴뚜기질'까지 국제적인 욕설로 등극하고 있는 중이다. -_-
하지만 영어의 종주국에서 F-word는 정말 성적인 의미까지 가미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욕설이라는 걸 잊지 말자.

Posted by 사무엘

2010/03/09 13:37 2010/03/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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