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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썰렁 개그

1.
"Coffee or tea?"라는 질문에 고객이 대답한다. "OR!"
이건 최 불암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이다.
OR도 커피나 차처럼 아이템 중의 하나라면, 단어를 발음하는 억양부터가 다를 텐데 최 불암이 그걸 인지하지 못한 건 아쉽다. ㅋㅋㅋㅋ

2.
"How would you like your steak, sir?" (고객님, 스테이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요즘이야 한국에도 서양식 스테이크를 파는 패밀리 레스토랑 문화가 발달한지라, 이 질문이 Rare, medium, well-done 같은 익힘 등급을 묻는 것인 줄 다들 안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고, 문맥을 모르던 한국인이 아주 당당하게 "Large, please." (큰놈으로! / 많이 주셈)라고 응답하여 웨이터를 폭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본인도 익힘 등급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영어 회화 학원에서 처음으로 배웠다.

3.
"도대체 Any라는 키가 어디 있지?" (Press any key -_-)는 영어권에서 정말 그럴싸한 개그인가 보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의 테란 캠페인 대사에도 등장한다.
한국어는 그럴 수가 없는 게, '를'이던 목적격 조사가 '나'로 바뀌는 덕분에 any가 Any라는 키가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아무 키'라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해 준다.

요즘은 응용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가 바뀌어서 any key를 누를 일이 별로 없어진 것도 사실. GUI 환경에서 대화상자나 각종 에러 메시지 박스는 엔터나 ESC, space 같은 소수의 특정 키를 눌러야 없어지기 때문이다. Press any key는 다분이 도스 내지 command prompt 시절의 잔재이다.

4.
이건 영어 자체와 관련된 개그는 아니지만... 유명한 얘기이므로 소개한다.
1999년에 서강 대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한다. 본인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PC 통신으로 처음으로 접했으니,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도.

어느 영어 회화 수업에서 교수가 깜짝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상황 설정에 따른 영어 회화 실력으로 점수를 주고 그걸로 중간고사를 대체한다고 급선언.
"다음... 김 군하고 최 군이 나와서, 미국에서 있을 법한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의 실력을 발휘해 보게. 김 군은 미국에 관광차 찾아간 한국인, 그리고 최 군은 미국에 사는 현지인. 자, 시작해 볼까? 제한 시간은 3분."

최 군과 김 군의 등은 이미 무너진 제방이었고, 머릿속에선 현기증마저 느낄 때, 김 군이 재치를 발휘했다.

김 군(한국인 관광객): Excuse me, can you speak Korean?
최 군(미국 현지인): Yes, I can.
김 군: 아 한국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자유의 여신상 가려면 어떡해요?
최 군: 네, 저기서 녹색 버스 타구 4정거장 가서 내리세요...
김 군: 감사합니다.
최 군: 별 말씀을 ... 타국에서 모국인에게 그정도는 해야죠..안녕히 가세요.

교수: -.-;;; 미국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인정한다.

강의실은 뒤집어졌고...
교수님은 앞으로 저 방식을 패러디하는 학생은 F에 처한다는 저작권 보호성 경고까지 덧붙였다.

그후, 최 군과 김 군은 A와 A+를 받았다는데...
성적이 다른 이유는 현지인의 한국어 실력이 이민자치고는 너무 능숙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함. ㄲ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0/11/01 13:29 2010/11/0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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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든 생각

국어학이란 게 어떤 학문인지, 말뭉치(코퍼스) 연구라는 게 어떤 건지 슬슬 적응이 돼 간다. 또 여기가 사전 연구 전문이다 보니, 평소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국어사전이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심지어 예문은 어떻게 뽑고 예문에 들어가는 철수, 영희 같은 명칭은 어떤 원칙으로 뽑는지 같은 것도 세부 사항을 그쪽 일을 하는 친구들에게서 들으니 재미있다.
코퍼스는 한글 사용 빈도 파악과 글자판 연구에도 사용 가능할 듯?

1.
본인이 생각하는 사전 표제어 기록 (이의 제기 환영)

백과사전에서 풀이가 가장 긴 단어: 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역사, 지리, 분야별 현황 등이 죄다 좌르륵~)
혹은 United States (위와 비슷한 이유로), human (인간의 모든 것 ㅋㅋㅋ)

한영사전이나 국어사전에서 풀이가 가장 긴 단어: 보다 (see, seem 등~~)
영한사전에서 풀이가 가장 긴 단어: have

2.
영어에 '모르다'를 뜻하는 한 단어짜리 동사가 없다는 건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다.
'-에 무지한' 정도에 해당하는 형용사는 있지만, "어서 불어 / 난 모른다!"를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는 없다. 기껏해야 do not know.
아마 영어는, 뭔가를 모른다는 건 마치 뭔가가 '없는 것'처럼 상태일 뿐이지 '알다'처럼 정식으로 동사가 될 자격은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다못해 forget도 아니고.. 한자에서도 '모를 X' 같은 글자는 본 기억이 없다.

사실, 영어에는 '없다'라는 깔끔한 단어도 없다. 그냥 없는 주체 앞에다가 no를 붙여서 There is no X 또는 No X exists 정도로 표현되는 게 고작. 그런데 반대로 한국어는 nothing이나 void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추상적인 명사 단어가 없다. 無는 접사에 더 가깝다.

3.
한국어에서 '뛰다'가 어째서 run도 의미하고 jump도 의미하는지는 오랫동안 본인의 의문점이었다.
마치 '푸르다'가 어째서 blue도 의미하고 green도 의미하는지 의아했던 것처럼 말이다.

단군의 후손들은 파랑과 초록도 구분 못 하는 색맹이었단 말인가? 어떻게 들판도 푸르고 하늘과 바다도 동시에 푸를 수가 있을까?
'푸르다'는 관용적으로 blue와 green을 싸잡아 일컬을 수 있게 놔 둔다 치더라도, '파랗다'는 blue로 완전히 굳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움직여도 되는 신호등 색깔은 파란불이 아니라 초록불이나 차라리 푸른불로 표현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뛰다'도 그렇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단어이다. 물론, 달릴 때는 걸을 때와는 달리 두 다리가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타이밍이 있다. 그 점에서는 run이 jump와도 공통점을 지닌다.
이것도 '뛰다'는 무조건 jump로, run은 '달리다'로만 강제로 구별을 시켜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해 봤는데, 쉽지 않은 문제이다.
마치 '손뼉을 치다'와 '박수를 치다'는 뉘앙스가 서로 완전히 다른 단어인 것처럼, '달리다'가 어울리는 상황과 '뛰다'가 어울리는 상황이 좀 구분이 되는 것 같아서이다.

4.
결정적으로는,
"한 대 맞고 두 대 친다"
"햇볕도 안 들고 양지바른 곳"
"서양 갑옷이 묘하게 존재감 있는 이런 요가 교실은 싫어"

같은 명문장들에 대해서도 이건 부사어, 이건 관형어, 이건 서술절 등 문법 구조와 parse tree가 그려진다. 저런 대사가 예문으로 잔뜩 수록되어 있는 문법 책이 있다면, 저런 대사 패러디가 수록되어 있는 성경 만화만큼이나 행복할 것 같다. ㅋㅋㅋㅋㅋ

5.
우리말에서 '저지르다'는 뭔가 나쁜 일을 벌이고 사고를 친다는 뜻의 타동사이다. 저지른 대상을 목적으로 받는다.
영어로는 주로 commit에 대응한다. 다만, commit 자체는 '저지르다'보다 뜻이 훨씬 더 넓은 말이기 때문에 위임하는 것도 commit이고, 소스 코드를 저장소에다 반영하는 동작도 commit이라고 한다.

실수부터 시작해 살인, 간음, 반역, 폭력, -질, -짓, -죄, -악, 비리, 불효, 과오, 만행 등 거의 모든 나쁜 짓이 '저지르다'의 목적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자살'을 저질렀다고는 안 한다. 그냥 '자살'을 한다고만 하지. 정작 영어로는 정확하게 commit suicide라고 하는데도 한국어에는 그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표현이 없으니, 이는 특이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뭐, 영어로도 suicide 자체만으로 '자살하다'라는 자동사가 될 수도 있긴 함)

내가 짐작하건대 한국어의 '저지르다'에는 "나쁜 짓을 하고도 당사자가 그 행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경우"라는 뉘앙스가 내포된 것 같다. 자살은 분명 나쁜 짓이지만, 당사자가 죽어 버린다는 점에서 다른 악행과는 차이가 있다.

6.
이 외에도, 한국어로는 컴퓨터 내지 인터넷에다가 바로 '하다'를 붙이지만, 영어는 do가 아닌 use가 쓰인다.
그러고 보니 한국어에는 운동 경기에다가도 '하다'를 붙이기 때문에 영어 직역투로 '축구를 논다' 이렇게 말하면 전형적인 번역투 비문이 된다. 실제로 한국어 배우는 영어권 사람이 초창기에 자주 저지르는 실수라고 함.
영어로는 산은 높다(high)고 표현하지만 건물은 마치 사람의 키처럼 tall이라고 표현한다.
open/close(열다, 닾다, 펴다, 덮다, 다물다, 감다...)라든가 wear(입다, 쓰다, 끼다, 신다...)의 표현 차이는 그야말로 판타지 수준.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단어와 단어가 결합하는 선호도는 언어에 따라 편차가 꽤 큼을 알 수 있다.
학부 시절엔 이런 생각은 혼자 머릿속에서나 해야 했는데, 여기 와서는 언어 현상에 대한 생각을 과 친구들이나 교수님과 마음껏 주고받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학부를 전산학 전공한 것도 후회 없고, 대학원으로 지금 과에 간 것도 잘 갔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28 08:52 2010/10/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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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 제아무리 시력을 강화해 주고 눈을 보호해 주고 얼굴 외모를 살려 주고 온갖 좋은 액세서리 기능이 있다고 해도, 안경 쓸 필요가 없는 건강한 눈보다 좋지는 못하다.

휠체어가 제아무리 푹신한 웰빙 좌석이 있고 심지어 컴퓨터도 달려 있고, 전동이어서 이동도 힘 안들이고 편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건강한 다리 자체를 대신할 수는 절대 없다.

이것은 본인이 컴퓨터에서 일본어를 입력해 보면서 느낀 점이다.
자, 이제 본인이 무슨 얘기를 꺼낼지 눈치 빠른 분이라면 상상이 될 것이다.

일본어 입력기는 뭔가 휠체어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제아무리 일본어 IME에 일본어 사전이 통째로 들어있고 환상적인 한자 변환, 전/반각 변환, 히라가나/가타카나 변환에 상용구, 맞춤법 검사기 기능까지 워드 프로세서에나 있을 법한 기능을 죄다 옮겨 놓았다고 해도..
IME 자체가 아예 필요 없이, 치는 대로 아무 제약 없이 곧바로 입력이 접수되는 알파벳/숫자 입력만치 편리할 수가 있을까?

글자 하나로도 모자라서 어절 전체를 본문에다 바로 넘겨주지도 못하고 조합 영역으로 잡고, 또 변환하고, 잘못 변환한 게 있으면 교정하고, 사전 업데이트해서 신조어 등록하고..;

수분이 몸을 무겁게 하는 것보다도 한자는 문자 생활을 더욱 무겁게 한다. 문자를 처리하는 인간의 시간을 낭비하고 비효율을 초래한다.
뭐, 한자라는 문자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인류 역사의 비극이고 한자는 당장 없어져야 할 개 쓰레기라는 식의 초딩스러운 주장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본인은 한자의 그 무한한-_- 제자 원리에 담겨 있는 오묘함을 인정하며,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한자를 이용해서 축적한 동양 문화 자산의 가치도 존중한다.
다만, 오늘날처럼 PC· 노트북도 모자라서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정보화 시대에 한자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legacy로 전락해 있다는 객관적인 현실만을 얘기하고자 할 뿐이다.

출처는 잘 모르겠다만 누군가가 말하길, 일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3N 중의 하나가 이런 일본어 정서법이라고 '카더라'. (일본의 무슨 메이저 통신 회사, 나리타 공항, 그리고 일본어-_-)
MS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어떤 엄청 똑똑한 사람이.. 일본의 문자 입력 체계는 진짜 ㅂㅅ 장애인급이라고 혹평을 한 글을 썼다는 소식도 본인은 들은 기억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태양계의 행성 중 마치 지구와 금성처럼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나 특히 문자에 관한 한은 정말 지구와 금성의 대기 구성의 차이만큼이나 극과 극인 것 같다.

물론, 아무리 눈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글이나 선글라스를 써야 하고,
아무리 다리가 정상인 사람이라도 빨리 이동하려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 문자 입력이라는 분야에서 휠체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오토바이나 자동차 같은 존재이고 싶다. 이것이 본인이 생각하는 개발 철학이다.

원래 한글은 글꼴과 글자판과 코드 체계만 약간 튜닝을 하면 로마자처럼 직결식--중간 조합 상태가 존재하지 않으며 치는 대로 곧바로 찍히는-- 입력이 가능하다. 풀어쓰기가 아니라 모아쓰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세벌식 타자기가 그 예이며 그 원리를 발견해서 처음으로 실용화한 분이 잘 알다시피 공 병우 박사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튜닝을 일상화하기에는 현실이 못 따라 주는 만큼(네모 글꼴, 음절 단위 한글 인코딩, 두벌식 글자판 등), 한글 IME라는 계층이 일단 컴퓨터에서 필요는 하다. 물론 그래 봤자 중국· 일본어 IME에 비해서 한글 IME의 동작 구조는 훨씬 더 간단하긴 하다. (또한, 전화기 같은 환경에서는 워낙 글쇠 수가 적다 보니, 사실은 영문조차도 다중타 같은 IME 계층을 거쳐서 입력하며, 심지어 사전을 이용한 단어 자동 완성 기능이 존재하기도 한다.)

"기왕 IME라는 계층을 넣을 거면 IME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편리한 한글 입력 기능도 넣어 보자. 세벌식은 원래 직결식 입력도 가능한 체계인데, 굳이 그 가벼움을 포기하고 이왕 중간 조합 상태를 만들 것이라면 세벌식으로만 가능한 편의 기능을 넣어 보자. 흔히 세벌식 하면 글쇠 수가 많은 걸 단점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초중종 글쇠가 모두 따로 있음으로써 더 편리해지는 점도 있을 것이다."

는 것이 10년 전의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철학이었다. 모아치기, 특정 낱자 바로 지우기, 앞 글자로 자동 달라붙기 등..! 그리고 그걸 연구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한글 입력 방식을 범용적으로 기술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계층을 나누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게임이나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아니고 한글 입력기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정올에서 입상을 했는지, 내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지도 잘 이해를 못 할 것이다.

그런데, 만들고 만들고 또 버전업을 거듭하고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계속 더 만들 게 생기고, 넣고 싶은 기능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10년을 연구한 것처럼 앞으로 또 10년은 더 투자해야 정말 한글 입력기로서는 더 개선할 게 없는 완전체가 나오려나?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끝으로 생각해 볼 게 있다.
그런 후진 문자를 쓰는 일본도 과학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벨 문학상까지 배출한 상태인데 왜 우리나라는 그 우수한 문자를 갖고도 해 놓은 게 없냐는 것이다.
기술이 있는 것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자본과 산업 인프라가 탄탄히 '축적'되어 있는 것은 다르다.
단순히 함수 f(x)의 값이 큰 것과, 그 f(x)의 값들이 꽤 긴 구간 동안 적분된 것은 차원이 다른 개념인 것이다.

제아무리 한글이 우수한 문자여도 한국어로 만들어진 고차원적인 철학 사상이나, 과학 기술 용어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그걸 이제 와서 살려 보려고 해도 답이 별로 없다. =_=;;
아래아한글이 혼자서 제아무리 날고 기는 워드 프로세서라고 해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가 한데 뭉쳐 있는 오피스 스위트슈트를 이길 수는 없으며(실제로 아래아한글이 그런지와는 별개의 문제),
고대인들이 아무리 과학 기술이 뛰어났어도 오늘날처럼 자동차와 컴퓨터, 인터넷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음이 자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1 09:09 2010/10/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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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문맥 의존성

1.
- 나는 네가 좋다.
- 라면은 삼양이 맛있다.

2.
- 나는 학생이다.
- 나는 자장면이다. (너는?)
- 물은 셀프이다. -_-;;

3.
- 영수는 철수도 못 이긴다.
- 철수는 영희도 못 이긴다. (누가 누구보다 힘이 세다는 건지?)

이런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한국어는 정말로 문맥 의존적인 언어이다.
보조사 '는/은'은 주격 조사처럼도 쓰이고 목적격 조사처럼도 쓰인다. 그래서 3번 같은 모호성도 발생하게 된다.
보어도 주어와 동일한 '이/가' 주격 조사를 받는다는 것과, '와/과'가 and뿐만이 아니라 with로도 해석된다는 것도 난해한 점.

국어 문법 수업을 들으면, 국어 문법에 대해서 용법을 칼같이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증명을.. 듣는 게 아니라,
이런 건 학계에서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고 답이 없고 100% 떨어지지 않는다는 식의 말만 주로 듣게 된다. ㅜ.ㅜ

결국 한국어는 형태론이나 통사론을 넘어서 화용론까지 가서 각 단어의 의미와 문맥을 파악하지 않으면
제대로 구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계적인 형태소 분석으로는 대략 GG.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C/C++이 문맥 자유 문법이 아니라 문맥 의존 문법이어서 구문을 분석하기 다소 난해한 언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AA bb(cc); 가 각 토큰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함수 선언도 되고 객체 선언도 되며, (A)+B에서 A가 typecasting도 되고 피연산자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영어로 치면 and, with, to 같은 전치사의 의미가 뒤에 받는 단어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의미가 뒤죽박죽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헐..
한글은 배우기 쉽고 기계화에 용이한 문자이다. 그러나 한국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꽤 배우기 어렵고 의미를 분석하기 난해한 언어일 것 같다.

영어는 전에도 언급했듯이, 음운 체계와 어순이 완전 이질적인 것과 언문 일치가 막장이어서 처음에 철자법이 좀 까다로운 것만 빼면, 언어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언어가 아니다. 굴절도 다른 유럽 언어들만치 대책 없는 수준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영어는 어떤 경우에도 모호성이 없고 만능이냐 하면 그런 것도 물론 아니지만..!
(영어의 전치사 용법도 요즘은 많이 문란해져 있긴 하다)

한국어의 문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영어 문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말:

1.
- 나는 철수를 만났다 / 나는 철수와 만났다
하나는 그냥 우연히 마주쳤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볼일이 있어서 약속을 잡고 만났다는 뉘앙스를 더 풍기게 되지만, 용법이 100%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 나는 연세대를 갔다 / 나는 연세대에 갔다
하나는 그냥 그 장소로 이동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뉘앙스를 더 풍기는 것 같다.

2.
"물은 셀프"를 콩글리시가 아닌 실제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시는 분? ㄲㄲㄲㄲ
하긴, 미국은 사람이 서비스를 하는 업종을 이용할 땐 팁을 주는 게 당연시되고 있고 그게 아니면 주유조차도 운전자 자율 주유가 보편화해 있는 나라이다 보니, 저런 표현 자체가 문화 특성상 별로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마치 우리나라의 아파트나 고속도로와 100% 정확하게 대응하는 영어 표현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울러 저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미국은 긴 시간 동안 꼼꼼한 사람의 일대일 서비스가 필요한 이발/미용업의 이용료가 굉장히 비싸다고 들었다. 듣기로 성인 남자 기본컷이 20$가 넘는다고..;;

Posted by 사무엘

2010/10/05 10:59 2010/10/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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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타 기피

사람에게는 “3연타”(그 이상의 횟수도 포함)를 싫어하거나 최소한 심리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숫자나 일반 문자를 입력하느라 같은 key를 세 번 이상씩 누르는 것 말이다. 글자를 쓰는 것도 포함.

물론 연타는 그 자체가 타자 행동에서 좋은 현상이 아니다. 반복은 두 번으로 족하지, 세 번 이상은 같은 손가락이 아프기도 하고, 또 내가 몇 번까지 반복했는지 횟수를 머릿속으로 세어야 하기 때문에 싫어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영문 정서법도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글자를 두 번까지는 연달아 적는 경우가 있어도(ee, ss 등) 세 번 이상은 절대 없다. 가령, s나 ss로 끝나는 단어의 뒤에는 심지어 's(소유격)도 또 붙이지 않는다. 쓸 때는 princess' 라고만 쓰고, 읽을 때는 [iz] 발음을 알아서 추가하지 않던가.
아마 알파벳을 쓰는 다른 유럽 언어의 정서법에도 그런 불문율이 있지 않겠나 싶다.

본인이 이런 생각을 별안간 하게 된 것은 최근부터 손전화로 천지인 입력 방식을 쓰면서이다.
한글도 어떤 방식으로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더라도 구조적으로 3연타 이상이 필요한 일은 거의 없게 되어 있다. 기껏해야 쌍자음이고 3중 자음은 옛한글에서 ㅅㅅㅅ 정도가 유일하다. 모음도 ㅑㅕㅛㅠ만 있지, 삐친 획이 三이나 川처럼 세 개씩이나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쇠 수가 매우 적은 손전화를 쓸 때에도, 본인이 과거에 나랏글 방식을 쓰던 시절에는 3연타를 할 일이 없었다. 나랏글은 10글쇠가 아닌 12글쇠를 사용한다는 것과, 자음과 모음을 불문하고 가획 키를 자꾸 눌러야 하는 게 불편한 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비교적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ㅌ, ㅍ 같은 글자도 ㄴ이나 ㅁ을 입력한 후 가획 키를 두 번만 누르면 만들어진다.

그러나 천지인에는 3연타가 존재한다. 쌍자음을 입력할 때 같은 자음을 세 번 눌러야 한다. 물론 이는 나랏글처럼 가획 글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음 글쇠 자체를 반복 입력하면서 낱자 결합을 하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3연타를 접하고는 의외로 굉장히 이질감을 느꼈다. 음절 모호성이야 천지인의 주 특징이라고 예전부터 워낙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저런 것은 직접 써 보기 전에는 실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쪼록, PC 키보드용이든 손전화용이든 좋은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려면 국어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인지 공학적인 여러 면모가 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천지인과 나랏글은 서로 제각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좀더 시스템이 단순하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건 본인이 보기에 천지인보다는 나랏글이다.

한편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든지간에 전화기에서도 모호성도, 도깨비불 현상도 없는(=세벌식) 한글 입력 방식이 있긴 있어야 한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비록 글쇠 수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가획이 복잡해지고 다른 불편한 점이 있을지라도 뭔가 중간 과정이 한글답게 찍히는 입력 방식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사무엘

2010/09/30 17:40 2010/09/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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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제임스 맥콜리 James D. McCawley (1938~1999)
는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였다.
흔히 언어학자 하면 노암 촘스키가 본좌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맥콜리는 그 촘스키의 제자이며 스승 만만찮은 덕후 천재 언어학자였다. 박사 학위를 주고받은 촘스키와 맥콜리의 나이 차는 겨우 10살에 불과했다.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학창 시절에 여러 학년을 월반한 끝에 만 16세의 나이로 시카고 대학에 진학했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시카고 대학은 과거에 석유왕 록펠러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선 사업 차원에서 설립한 학교로, 미국에서 인문· 사회 계열이 강세인 상당한 명문 사학이다.
맥콜리는 어릴 적부터 수학, 논리학, 언어학 이런 쪽으로 완전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으며, 덕분에 나중에 대학원은 촘스키가 있는 MIT로 가게 된다.

그 후 그는 1964년,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로 모교인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생성 문법(generative grammar)의 확립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런데 이 천재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은 게 있었으니 바로 한글이었다. 한글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그 좋은 머리로 바로 실감이 갔던 모양이다.

대충 영어를 해석하자면, “한글은 킹왕짱이고 세계의 문자들 중에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정교한 음소문자가 1440년대에 발명됐다는 건 정말 놀라운 언어학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정도.

그래서 그는 한글 덕후가 됐다.
동영상에서 1분 10초 이후부터가 유명한 대사이다. “전세계 언어학계는 이 한글의 창제일을 마땅히 경축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해 10월 9일엔 내 강의를 쉬고 동료 교수와 학생들을 우리집에 초청하여 한글날 잔치를 벌여 왔다.” (정작 한글을 쓰는 나라에서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 버렸는데 말이다! ㄲㄲㄲㄲ)

참고로 저 인터뷰는 1995~1996년에 행해졌다. 그러니 저분의 한글날 잔치도 대략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는 얘기.
지난 1996년, 국어 정보학회에서는 한일 은행(지금 우리 은행의 전신)의 후원으로 한글 반포 550주년을 기념하여(since 1446) <세계로 한글로>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한글 관련 논술 공모를 했다. 인터뷰 동영상은 거기에 나오는 영상의 일부이다.

그 당시 국어 정보학회 회장이던 한양대 국문과 서 정수 교수가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서 맥콜리 교수와 저렇게 인터뷰를 했다. 서 교수님 모습은 저기 화면에도 잠깐 나온다.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맥콜리 교수 관련 한글날 루머(?)는 루머가 아니라 사실이며, 그 정확한 출처가 바로 저 영상물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아, 그리고 본인은 그 당시 저 한글 논술에서 중등부 격려상을 받았다. 그때 이미 세벌식이 어떻고 조합형이 어떻고 하는 허접 논설문을 썼던 것이다... ㅋㅋㅋ 지금 본인은 그 당시 저 다큐멘터리의 연출 감독을 맡은 분하고도 잘 아는 사이이다.

맥콜리 교수와 덩달아 나오는 대표적인 한글 예찬론자 외국 석학으로 영국의 제프리 샘슨 교수가 있다. 한글이 ‘자질문자’라고 칭송한 바 있다.

맥콜리 교수는 그 후 1999년 4월, 환갑을 갓 넘긴 나이에 돌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스승인 촘스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울러 서 정수 교수도 이미 2007년에 고인이 되었다. 그런데 국문학과 교수이고 한양대 인문대 학장을 역임한 이분도 실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충공깽 이력이 있으신 분이다. 그 후 대학원을 연세대 국문과로 가셨으니 어? 지금 본인의 진로와 비슷하나?? ㄲㄲ

한글이 지금과 같은 형태 그대로 무슨 IPA를 대체할 만한 음성 부호라거나, 로마자를 대체 가능한 만능 도깨비 방망이 문자라는 말은 아니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이네 하는 식의 부정확하고 안일하고 막연한 찬사도 피해야 한다.
한글이 무슨 쇼비니즘의 표상이 돼서도 안 된다.

그러나 한글은 객관적으로 얼마나 대단하고 고마운 문자인지 모른다. 우리는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품을 권리가 있으며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것도 머리가 어지간히 좋지 않아서는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을 못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09 09:03 2010/09/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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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존나아주 짙다: 이런 케이스는 워낙 많으니..;; (김 대중· 노 무현 영정 사진, 촛불소녀, MB 퇴진 xx일 등등..)
- 위와는 반대로, 보수 성향이 짙다: 진보 성향보다는 적지만, 본인을 포함해 몇 명 있긴 하다.
- 리눅스, 웹 표준 쪽에 관심 많고 ActiveX 개혐오: 글자판도 모자라서 OS까지 마이너한 놈으로. 하지만 본인은 이런 쪽은 크게 관심은 없음.
- 아이폰 매니아: 상위 몇 %에 드는 얼리 어답터 기질. 그런데 이런 사람이 꼭 진보 성향인 경우도 많다.
- 드보락 또는 콜맥 같은 영문 자판을 같이 쓴다: 이것도 한두 명이 아님. 본인은 세벌식과 비교 목적으로 드보락 자판을 익히기는 했지만, 코딩은 여전히 쿼티로 한다. 그래도 드보락은 영어 관점에서 정말 잘 만든 글자판 맞다.
- 혹은 에스페란토를 쓰기도 한다: 마이너한 언어. 몇 명 이름을 아는 분이 있음

- 킹 제임스 성경: 헐..;; 세벌식 만만찮은 듣보잡(국내에서) 마이너 성경
- 철도 덕후: 엥?? 그런데 세벌식+철도+리눅스 이런 친구도 있다! ㄲㄲㄲㄲ
- 일본 애니 덕후: 서얼마....;;;;

결론:
세벌식이 국가가 인정하는 표준이 되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두벌이나 세벌을 선택해서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세벌식 사용자의 평균적인 오덕· 괴짜 기질 수치도 좀 내려갈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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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7 08:32 2010/08/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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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어와 영어가 서로 정반대인 관념 중에 대표적인 예로는 부정문에 대한 응답 방법이 있다.

"너 숙제 안 했지?"에 대한 대답이 한국어는 "아냐, 했단 말이야."인 반면, 영어로는 "Yes, I did"로 긍정 의문에 대한 대답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관점에서는 거 참 희한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영어에도 무조건 상대방의 말 자체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뜻하는 감탄사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Then Sarah denied, saying, I laughed not; for she was afraid. And he said, Nay; but thou didst laugh. (창 18:15) 안 웃었는데요. / 아냐, 너 아까 방금 분명히 웃었어.

킹 제임스 성경은 yes/no보다 yea/nay(예이/네이)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마 5:37의 "오직 너희 의사 표시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라."에서도 yea/nay이다.

2.
이에 덧붙여 또 중요한 차이로 '가다'와 '오다'가 있다.

"너 빨리 이리 와 봐."에 대한 대답으로 한국어는 "지금 가는 중이야"인 반면, 영어로는 "I'm coming"이다.
영어는 남이 내게 come이라고 지시를 내렸으니, 나는 거기에 순응하여 그에게 come한다고 기계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한국어의 '오다'는 오로지 나에게, 화자에게 상대방이 움직여 가까이 간다는 뜻이다. '오다'의 주체가 '나'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come이 성경 번역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문자 그대로 죄다 '오다'라고 번역하면 우리말 어법에 어긋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같은 영어 성경 중에서도 킹 제임스 성경은 come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걸 go나 enter로 바꿔 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3.
이렇게 단어 자체에 '나'라는 객체가 수반된 비슷한 예로는 불완전 동사인 '달다'가 있다.
sweet나 equip 말고 give이다. '다오', '달라', '도(사투리-_-)'로만 활용되는 그 이상한 단어 말이다.
불완전 동사가 '가로다', '더불다', '달다', '데리다' 말고 또 뭐가 있더라?
이 '달다'는 '주다'와 의미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남으로 하여금 특별히 '나에게' 뭔가를 주기를 원한다는 아주 이기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주다'라고만 하면 내가 남에게 베푸는 뉘앙스가 풍기지 않는가?

"저 사람에게 빵을 다오"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저 사람에게 빵을 주게/주시오/주세요"라고 하거나 아니면 "내게 빵을 다오", "우리에게 빵을 달라"라고 해야 말이 된다.

흔히 한국어는 압존법이란 게 있을 정도로 최대한 청자 위주로 언어가 구성돼 있다고들 한다..
내가 언급하는 사람이 나보다 높더라도, 청자보다는 낮은 사람이라면 반말이 허용된다.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오십니다"가 아니라, "할아버지, 아버지가 옵니다"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오다-가다'의 관계를 살펴보면, 한국어도 청자가 아닌 나 위주, 화자 위주의 사고방식이 배인 것도 분명 있다. 그래서 '달다' 같은 단어도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인 친분 사이가 아닌 공식 석상에서는 압존법이 꼭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는데? KBS 한국어 능력 시험 공부하면서 교재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다. 가령, 할아버지/아버지가 아니라 사장/과장이라거나(자기는 대리-_-) 할 때 말이다. 이래서 한국어는 어렵다. -_-;;

끝으로, 성경 번역에서 유명한 토착화 표현을 덧붙이며 글을 맺는다.

(1) "누가 너를 데리고 오 리를 끌고 가면 십 리를 가 주어라"(마 5:41)가 영어로 원래 무엇인지가 아는가? 1 mile과 2 miles이다. 5리(약 2km)가 1 마일(약 1.6km)보다는 약간 더 긴 거리이다. ^^;;
(2) "장가 가고 시집 가기"는 영어로는 "결혼하거나 혼인 당하거나"(marry / be given in marriage / be married to)가 된다. -_-;; 성경에서 여자가 시집 가는 건 언제나 marry의 수동태로 표현되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10 08:37 2010/08/1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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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의 발음

본인은 ‘효과’(effect)를 ‘효꽈’가 아닌 글자 그대로 발음하는 것을 반대한다. TV에서 방송인들이 애써 ‘효과적으로’--아나운서랍시고 교육을 그렇게 받았을 테니--라고 말하는 걸 듣노라면 너무 어색하다.

마치 ‘김밥’하고 비슷한 예인 것 같다.
저걸 글자 그대로 발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부 한결같이 ‘김빱’이라고 읽는다.
왜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 ‘비빔밥’, ‘볶음밥’, ‘곰국’, ‘짜장밥’ 같은 비슷한 예와 비교해 봐도 본인의 국어 실력으로는 원칙 내지 알고리즘을 못 찾겠다.

원칙을 못 찾겠다는 말은, “이렇게 발음해야 한다”라든가 “저렇게 발음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뜻. 이렇게 그냥 정하기 나름인 규칙에 대해서는 그냥 둘 다 허용하거나, 많이 쓰이는 편을 들어 주는 게 맞다. 마치 ‘짜장면’처럼 말이다.

그럼, ‘효과’라는 단어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말에서 ‘과’가 ‘꽈’로 변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소리나는 경우는 가장 먼저 and를 뜻하는 조사일 때이다. 이때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절대로 경음화하지 않는다. 무성음 받침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일어나는 경음화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한자어의 경우, 먹는 음식을 뜻하는 果 내지 菓(과자)일 때도 변하지 않는다. 수정과, 한과, 유과 등.
그 반면, 부서나 학문 단위를 뜻하는 科나 課는 반드시 변한다. 심지어 단독으로 등장할 때도 경음화한다. 대학교 용어인 ‘과대’(과 대표), ‘과사’(학과 사무실)에서 과는 100% 꽈로 바뀐단 말이다.

또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라 일의 결과를 뜻하는 비유적 의미의 果도 경음화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결과라는 단어 자체는 ‘결꽈’가 되지 않지만 성과는 ‘성꽈’로 바뀐다. 본인은 효과가 ‘효꽈’로 바뀌는 것도 성과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며, 동음이의어 식별을 위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무리하게 글자 그대로 읽는 걸 반대한다.

본인이 논리 전개 과정에서 넘겨 짚은 게 있으면, 국어 고수들로부터 지적를 환영하는 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12 17:53 2010/07/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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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낚시 영단어

- infinite
수학에서 유한, 무한 같은 건 서로 중요하게 구분되는 개념이다.
본인의 대학 시절엔 infinite를 일일이 '인 파이나이트'라고 읽으시던 이산수학 교수님 강의를 재미있게 들은 기억이 있다. 일본식 발음 같은 느낌이 들었다. energy -> 에네르기, berserk ->  베르세르크처럼. ^^;;;
finite(유한한)는 '파이나이트'이다. 하지만 반의어인 infinite(무한한)는 '인피니트'이다. 접두사 in-의 영향을 받아 장모음 i(아이)가 단모음 i(이)로 축약되기 때문이다.
 
- anxiety
마치 Y가 반자음도 되고 일반 모음도 되는 것처럼, 영어 알파벳에서 X는 카멜레온 같은 면모가 있는 글자이다.
대부분, 특히 음절의 끝에서는 box처럼 [ks](크쓰)로 소리나는 반면
아주 제한적으로 [z]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xylophone 처럼 이런 예는 굉장히 드물다.
 
그래서 아주 웃긴 단어가 있다. anxious(불안해하는)는 '앵크셔스'[ks]이다. 그러나 명사형인 anxiety는 '앵자이어티'[z]가 된다!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 시간에 실수를 한번 저질러서 "환상의 본토 발음 앵크셔티"가 별명이 되어 버린 친구가 있었다.
 
- sword
옛날에 영화 제목으로 '스워드'가 당당하게 진열된 적이 있었다.
비슷한 철자인 sworm은 '스웜'이다. 그러나 sword는 '스워드'가 전혀 아니며, '소오드'에 가깝다. W는 전혀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고 sord를 읽듯이 읽어야 한다.
 
그러나 어찌하리, 한글로 표기하면 '소드'보다 '스워드'가 훨씬 더 간지(?)가 나 보이는 것을!
게다가 우리는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을 때 장모음 내지 모음 R(혀 굴리는) 표기도 귀찮아서 다 생략하고 지내기 때문에, '소드'라고만 적으면 꼭 sod 같은 단모음 단어처럼 뉘앙스가 아주 가벼워 보이게 된다.
 
이 외에, 같은 단어가 명사일 때와 동사일 때 발음과 심지어 강세 위치가 싹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 present 프"레"즌트, 프리"젠"
- object "아"브직트, 오브"젝"
 
이건 마치 한국어에서 이런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type
- 타입: 유형, 스타일
- 타이프: 인쇄 활자 관련 (타이프라이터)
 
dot
- 도트: 말 그대로 점 내지 픽셀. (도트 프린터, 도트 노가다)
- 닷: 인터넷 관련-_-;; (닷넷, 닷컴기업)
 
그러고 보니..
do, come, go, have
영어의 근간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필수 기초 동사들이... 3인칭 단수 변형이나 과거/과거분사가 다 제각기 굉장히 불규칙스럽다는 것도 꽤 흥미로운 사실이다.
 
do는 O 주제에 O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does, done 같은 변형에서만 O 소리가 실현된다. do에서 유래된 유닉스 명령어인 sudo는 영락없이 '수도'처럼 보인다.
have는 '헤이브'가 아니며, come도 철자로부터 느껴지는 뉘앙스와는 전혀 다른 단모음 소리 때문에, 본인은 어렸을 때 현재진행형을 comming으로 자주 잘못 적기도 했다. 현재형과 과거분사가 일치하는 A-B-A형 불규칙.
 
현대 영어의 3인칭 단수형인 comes는 '컴즈'이고 음절이 추가되지 않는 반면, 킹 제임스 성경의 3인칭 단수형인 cometh는 '커메쓰'라고 음절이 추가되어 발음된다.
do는 더욱 흥미로워서 킹 제임스 성경에는 doth와 doeth가 모두 존재한다. 전자의 발음은 '더쓰'이지만, 후자는 모음이 추가되어 '두이쓰'가 된다. 즉, 현대 영어의 does  '더즈'와 더 비슷하게 발음되는 단어는 doeth가 아닌 doth인 것이다.

그래도 영어 정도의 불규칙과 굴절은 다른 유럽 언어에 비하면 양반이라 함. 프랑스나 독일어는...;; 그나마 영어가 세계 국제어가 된 것에 감사해야 할 판이다. 영어는 국제어로서 손색이 없는 풍부한 어휘, 그리고 매우 작은 문자 집합(A~Z까지 겨우 26자)가 큰 장점이다. 영어의 지위는, 20세기가 다 돼서야 주시경 같은 학자에 의해서 맞춤법이 정립되고 국어사전이란 게 최초로 출간된 지 한 세기도 안 된 한국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는 언문일치에 관한 한은 답이 없는 언어이다. 알파벳이 나름 소리글자라지만 모음이 너무 부족하고, 또 알파벳만 쓸 뿐 표기가 제각각인 언어로부터 어휘가 워낙 많이 유입되다 보니, 철자하고 발음과의 일치는 애시당초 글러먹고 언문일치는 안드로메다로 갔다. 그렇게 언문 불일치로 인한 연상 거부가 너무 심해서 난독증이라는 일종의 지적 장애 환자까지 있다고 들었다. (독해력이 딸리는 인터넷 전투종족인 게시판 트롤의 난독증과는 다른 개념 ^^;;)

Posted by 사무엘

2010/07/12 08:21 2010/07/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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