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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고속도로 개통

지난 11월경엔 서울 서쪽에 서울-문산 고속도로(17)가 개통했다. 17이라는 번호 자체는 평택-화성, 수원-광명이라는 여러 고속도로들에 의해 쪼개진 형태로 부여되어 있었는데 그 번호를 쟤가 최북단에서 또 계승한 것이다.
이로써 동쪽의 구리-포천(29)에 이어 서울 한강 이북의 동서 양 끝에 종축 고속도로가 나란히 생겼다. 얘를 이용하면.. 강을 따라 빙 우회가 심한 편인 자유로보다 더 짧고 곧은 경로로 서울에서 파주까지 갈 수 있다.

이 고속도로는 타 고속도로와 연결이 안 돼 있고 거리도 아주 짧은 주제에 통행료 징수 방식이 전구간 폐쇄식이다. (각 IC별로 톨게이트) 그런데 중간에 개방식 고속도로인 수도권 1순환 고속도로(100)와 모든 방면으로 교차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분기점의 남북으로 요금 정산을 하는 고양JC남, 고양JC북이라는 톨게이트가 둘이나 불가피하게 놓였다.
여기는 임진강 임진각이 얼마 안 남았고 북쪽으로는 더 가지도 못하는데, 그냥 개방식 톨게이트나 하나 놓고 말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동쪽의 29는 100과 만나지만 분기점 없이 지나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없다. 갈매동구릉 톨게이트 이북부터는 몽땅 폐쇄식이며, 그 이남은 당장 북부 간선과 연계하기 위해 개방식 내지 무료 구간으로 바뀐다. 물론 한강 건너고 남한산성을 지하로 통과하는 구간까지 개통하고 나면 남쪽부터는 다시 폐쇄식으로 바뀔 것이다.

버스 안내양이 없어졌고 여객기 항공기관사가 없어졌으며, 지하철역 단순 개표/매표 요원이 없어진 것처럼 톨게이트 매표 요원은 10~20년 안으로는 없어지지 싶다.
더 장기적으로는 개방식도 사실상 폐쇄식으로 바뀌어서 구분이 없어지고, 민자/국영이 스마트하게 통합된 통행료 과금 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다. 과거에 볼록 튀어나와 있던 톨게이트 부근의 넓은 부지는 공원이나 휴게소 따위로 바뀌고 말이다.
시스템이 하도 복잡하니 이제는 하이패스 없이는 진짜로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01년부터 시행된 고속도로 번호도 처음 제정됐던 20년 전에는 10 20 30, 15 25 35.. 일관성 있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지선 고속도로들이 미로처럼 거미줄처럼 하도 많이 만들어지다 보니.. 숫자들 역시 점점 더 알아보기 힘들고 복잡해지는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횡축인 울산-함양 고속도로도 1단계 구간이 개통했다는 것도 참고로 알아 두자. 얘는 완전히 새로운 구간과 선형이다 보니 14라는 새 번호를 받았다.

2. 박물관 전시

(1) 저 고속도로들 개통과 비슷한 시기에 인천 시립 박물관엔(송도 역에서 약 1km 거리) 수인선 협궤 객차 1량이 전시됐다.
이건 서울 부암동에 있는 목인(전통 목각인형) 박물관을 운영하던 관장 어르신이.. 수인선이 폐선되던 당시에 철도청으로부터 사비로 구매해서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수인선 전철 개통을 계기로 이분이 생각이 바뀌었는지 이 차량을 인천시에 기증을 했다고 한다.

뭐, 수인선 협궤 객차는 의왕의 철도 박물관에도 하나 있긴 하다만.. 차량을 볼 수 있는 곳이 더 생겼다니 일면 반가운 일이다.
인천 시립 박물관 근처엔 인천 상륙 작전 기념관도 있다. 재작년의 인천 여행 때 못 들렀던 곳인데 나중에 둘 다 들러 봐야겠다.

(2) 우리나라에 이 종원 씨라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국 최고의 버스 덕후 전문가가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아직 나이 30도 안 된 1996년생이.. 직접 타 본 적도 없었을 80년대 전방엔진 버스들의 계보, 안내양이 있던 시절, 천장에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가 달렸던 버스 분위기 등등을 다 꿰뚫고 있는 건 정말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분은 우리나라에서 진작에 폐차되고 미얀마로 수출됐던 1981년식 새한-대우 BF101 초기형 버스를 국내로 도로 역수입해서 1980년대 모습으로 복원하는 정말 놀라운 기행을 사비와 펀딩만으로 벌이기도 했다.
포니나 브리사 같은 작은 승용차도 아니고.. 그 큰 버스를 어떻게 저렇게 가져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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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는 내년에 개관 예정이라는 안산 산업 역사 박물관(고잔 역에서 약 800m 거리)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이한 취미와 취향으로 한 가지에 빠져서 미친 사람들이 이렇게 세상을 윤택하고 다채롭게 바꾼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현장 영상을 유튜브가 아직 완전 까마득한 불모지이던 2008년에 올려 놓은 덕분에.. 저걸 직접 들어 본 적도 없었을 꿈나무 후세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ㅎㅎ

3. 다마스와 라보의 단종

우리나라의 유일한 경상용차인(= 경차 혜택을 받는 승합차/트럭) 다마스와 라보가 2021년, 드디어 단종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첫 생산된 지 거의 30년 만의 일이다. 사실은 제조사에서 진작부터 단종시키지 못해서 안달이던 상태였는데 이제야 완전히 숨통이 끊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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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와 라보의 중간에 속하는 물건은 다마스 밴이지 싶다. 출입문과 천장이 달린 외형은 기존 다마스와 동일하지만, 운전석 뒤엔 좌석이 아니라 화물 적재 공간만 있으니까.. 뭔가 탑차와 비슷한 위상이 된다.)

얘들은 길이와 폭뿐만 아니라 폭도 겨우 1400mm로, 철도 궤간 사이에 양 바퀴를 쏙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자동차 전용 도로까지 달릴 수 있는 네 발 달린 자동차 중에 제일 저렴한 차로, 2020년 물가로도 신차 가격이 아직 1000만원을 넘지 않는 유일한 물건이다.

얘들은 워낙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 압도적인 경제성 덕분에 서민 소상공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대신 얘들은 서민형 생계형이라는 실드와 원가 절감이라는 명목 하에, 일반적인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입각한 자동차 기술 발전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성능, 안전성, 편의성이 잔혹에 가까운 수준으로 희생됐다.

(1) 편의성이야 뭐 자동 변속기, 파워 스티어링, 파워 윈도, ABS, 에어백 전부 없음. 이 2020년대에 아직도 창문 개폐용 닭다리 크랭크를 볼 수 있는 극소수의 차다.
여름에 에어컨조차 옵션이다. 에어컨을 틀면 안 그래도 배기량과 성능 부족한 차가 성능이 얼마나 더 떨어질까? 천장 뚜껑 달린 오토바이가 따로 없다.

(2) 우리나라의 경차 배기량 한계가 2008년부터 1000cc로 상향됐음에도 불구하고 얘들은 여전히 옛날 기준인 800cc에 맞춰져 있다.
어차피 디젤도 아닌데 큰 의미는 없겠지만, 배기가스 환경 기준 열외.
차 엔진을 뭔가 개량을 하려면 저걸 통과해야 하는데 다마스/라보는 그 정도 기술 개발을 해 봤자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없었다. 그러니 그냥 산소 호흡기 꽂은 채로 옛날 기술 원형대로만 계속 찍어내서 생산하는 거다.

(3) 그리고 안전성 검증을 위한 충돌 테스트도 열외..
소형 트럭은 그렇잖아도 앞에 엔진룸이 없어서 충돌 사고 때 승용차보다 더 위험한데.. 더욱 얇은 철판 두께로 원가 절감과 실내 공간 최대화를 실현한 얘들은 충돌 테스트가 무의미한지라 열외돼 왔다.
마치 시내버스는 안전벨트 장착이 열외되고, 예체능 계열이나 신학 대학들은 일반적인 졸업생 취업률에 입각한 대학 경쟁력 평가에서 열외됐듯이 말이다.

한국GM 입장에서는 다마스와 라보는 처음부터 자기들이 만들지도 않았고 너무 저렴해서 딱히 이윤도 안 남는데, 국민 정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혼을 담지 않고 좀비처럼, 대중교통 적자 노선 지원하듯이, Windows XP와 IE6 지원하듯이 생산하는 사생아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쟤들은 경차라는 장르 하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이나 메리트를 확보할 기회조차 단 1도 얻지 못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과는 완전 극단적인 반대편에 선 물건이라 하겠다.

트럭인 라보는 승용차 기반의 소형 상용차이던 포니 픽업, 엑셀 밴의 역할을 대체했다고 볼 수 있다.
승합차인 다마스의 경쟁 차종으로는 '타우너'가 있었지만 얘는 이미 2000년대 초에 단종되고 사라졌다.
이 바닥의 맥이 완전히 끊어지는 건 더 먼 옛날의 생계형 경상용차이던 '삼륜차'의 단종과 비슷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처럼 시장이 갈라파고스화될 정도로 자국 경차만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것까지는 안 바라지만.. 그래도 다마스와 라보 같은 장르의 차들도.. 비록 차값이 좀 더 오를지언정, 이렇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연명하다가 단종되는 것보다는 더 나은 미래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1 08:35 2020/1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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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나 철도 차량이 밟은 대로 나아가지 않고 핸들을 꺾은 대로 정확하게 방향 전환이 되지 않는 상황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바퀴가 헛돎

전근대 시절에 인간이 만들어 낸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바퀴라고 한다. 육상 교통수단들은 바퀴가 지면을 구를 때 두 물체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력을 이용해서 움직인다. 굴러가는 바퀴에 밟힌 작은 돌멩이 같은 게 확 튀어오르는 걸 생각하면, 평소에 바퀴가 구르면서 지면에다 전하는 힘이 결코 만만찮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면과 바퀴의 마찰이 너무 작으면 바퀴만 혼자 헛돌면서 차체는 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제동을 걸어도 바퀴는 멈춰섰지만 차체는 계속 미끄러져 움직일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는 바퀴가 모래나 진창에 파묻혔을 때, 또는 빙판길에서 미끄러질 때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철도는 구름 마찰력이 작아서 동력 효율이 우수한데 그 장점이 이런 데서는 악재가 된다. 기관차가 출력만 높고 충분히 무겁지 않으면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헛돌기 쉽다. 철차륜이 고무 타이어처럼 끼이익~ 거리면서 레일에다 스키드마크를 남기지는 않겠지만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철도 시설에 절대로 좋지 않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라든가 과거의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는 엔진 출력은 좋은데 험준한 지형에서 저런 공전 현상이 발생하는 게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화물용 전기 기관차는 더 무거운 물건으로 따로 만들어졌고, 새마을호 PP는 산악 철도인 중앙· 영동· 태백선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퇴역했다.

바퀴로 움직이는 차량은 비행기나 선박과 달리, 닥치고 가볍고 엔진 출력만 높을수록 장땡이 아닌 셈이다.
공항 계류장에서 대형 여객기를 견인하는 토우카 역시 이런 이유로 인해 자체적으로 왕창 무겁게 만들어진다.

2. 조향 중에 미끄러짐

고속 주행 중에 핸들을 급하게 틀면 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복되기 쉽다. 그런데 길이 아주 미끄러운 상태이거나 코너를 도는 동안에도 확 밟아서 가속을 한다면... 차는 전복되기보다는 그렇게 곧이곧대로 돌지를 않고 확 미끄러질 수 있다.

  • 차가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크게 돌면서 커브의 바깥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언더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덜 꺾은 것과 같음)
  • 반대로, 차가 앞부분이 홱 과격하게 돌면서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작게 급격하게 도는 것을 오버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더 꺾은 것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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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구동은 언더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며, 후륜구동은 오버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다. 마치 추우면 옷을 더 입으면 되지만 더운 건 답이 없듯이.. 오버스티어는 사람이 테크닉으로 제어가 가능한 반면, 언더스티어는 감속 자체 말고는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동차 매니아 중에서는 후륜구동을 선호하는 사람이 좀 있다. 물론 일반인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굳이 전륜/후륜구동의 스티어링 성향의 차이를 인지할 정도로 과격하게 운전할 일은 없는 게 정상이겠지만 말이다.

전륜구동(FF)은 무거운 전방 엔진이 실린 바퀴가 구동하기 때문에 초반 가속이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이다. 눈이 쌓인 빙판길에서 전륜이 후륜보다 미끄러짐이 덜하며 훨씬 더 잘 나아간다.
그러나 급가속 때는 관성 때문에 차의 뒷쪽에 무게가 쏠리기 때문에 후륜구동이 더 유리해져서 상황이 좀 바뀐다.

이륜차가 아니라 양쪽 바퀴로 굴러가는 차들은 아무래도 액체(선박)· 기체(비행기) 같은 유체가 아니라 딱딱한 고체 표면 위를 굴러가니 기본적인 안정성은 보장된다. 곧은 길에서 직진 주행만 한다면 딱히 좌우 무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거나 전복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급커브에서 과속을 하면 사고가 나고, 열차의 경우 탈선할 수 있다.

3. 좌우 요동이 갈수록 심해짐

일명 fish tail(피시테일) 내지 sway(스웨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현상을 말한다. 고속 주행 중에 차체의 뒤쪽(= 후륜)이 옆으로 힘이 가해지는 바람에 차가 접지력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그럼 운전자는 당황해서 핸들을 쏠리는 쪽의 반대로 틀고 브레이크도 밟는데, 차는 이번엔 반대쪽으로 더 크게 쏠리기 시작한다. 런닝머신 위에서 장난감 차량을 굴린 예시를 보면 무슨 현상인지 정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다. (☞ 동영상 링크)

요동은 갈수록 커지고 결국 차는 스스로 전복되거나 도로 한쪽(중앙분리대 내지 가드레일)을 들이받게 된다. 주변의 멀쩡히 가던 차와 높은 확률로 충돌도 한다. (☞ 2013년경의 유명한 피시테일 단독 사고 영상) 비행기로 치면 실속에 빠진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건 무슨 급발진도 아니면서 발생 원인이 의외로 딱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한다. 어떤 자료에서는 오버스티어 성향이 있는 FR 차량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반대로 FF 차량에서 더 잘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동륜의 구분 없이 다 나타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급브레이크를 밟지는 말고 핸들을 침착하게 쏠리는 방향의 반대로 틀면서 오히려 가속을 해 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속이란 관성 때문에 차체가 뒤로 쏠리는 걸 의미하며, 그렇게 해 줘야 뒤에 무게가 실리고 접지력이 그나마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후륜구동 차에서는 더욱 절실히 저렇게 해 줘야겠다.

차가 혼자가 아니라 뒤에 캠핑카 같은 걸 끌고 있으면 고속 주행 중에 이런 요동 현상에 더욱 취약해진다. 후진만 어려운 게 아니라 전진에도 애로사항이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속 및 급핸들 조작을 더욱 삼가고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일정 무게 이상의 트레일러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특수 면허가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다. (☞ 외국에서 캠핑카를 끌던 차량이 요동치다가 사고 나는 장면)

철도는 조향이란 게 없으니 자동차 같은 수준의 피시테일 현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 레일과 바퀴가 꽉 조여진 게 아니기 때문에, 고속 주행 중에는 어쩌다 생긴 좌우 진동이 커지면서 차량이 요동칠 수 있다. 이것을 그 업계 용어로는 사행동(snake motion)이라고 한다. 승차감을 저해하고 레일과 바퀴를 손상시키고 최악의 경우 탈선 사고까지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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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동이 발생한 채로 굴러가는 철도 차량 대차을 각각 앞에서 본 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Posted by 사무엘

2020/11/28 08:32 2020/11/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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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버스 이야기 외

1. 좌석버스

버스라는 대중교통을 더 세부적으로 분류해 보면 좌석버스라는 등급이 있다. 이게 생각보다 흥미로운 물건이다.
얘는 입석형 도시형 시내버스에 비해 말 그대로 좌석이 많고 더 장거리를 달리며 요금도 약간 더 비싸다. 일부 구간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오랫동안 씽씽 달리기도 한다. 완행 입석 시내버스와 달리 전기나 CNG 차량, 저상 버스가 눈에 띄지 않고 그냥 고상+디젤 일색이다.

하지만 얘는 전용 터미널에서만 타는 장거리 시외/고속버스 같은 급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 쉽게 탑승 가능하며 다음과 같은 점도 시외/고속버스와 차이가 있다.

  • 앞문이 간지나는(?) 슬라이딩 방식이 아니라 여전히 시내버스 같은 폴딩 방식이다.
  • 여전히 하차 전용 중문을 갖추고 있다. 다만, 좀 더 급행/광역에 특화된 좌석버스 중에는 중문이 없는 것도 있다.
  • 큼직한 우등형은 있을 리가 만무하고.. 좌석에 안전벨트가 있긴 하지만 거의 유명무실 상태이다.
  • 타이어에 휠캡이 달려 있지 않다. 옛날에는 이 휠캡이 뭔가 왕관과도 같은 고속버스의 상징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2000년대 이후부터는 고속버스도 휠캡을 잘 장착하지 않는 것 같다.
  • 객실 아래의 짐칸 같은 게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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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고속버스 휠캡. 출처는 한국 버스 연구회)

그러니 좌석버스는 위상이 여러 모로 시내와 시외의 중간인 셈이다. 좌석이 많다는 관점에서 좌석버스라고 불리는 게 보통이지만, 급행· 직행이나 광역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여기서 직행이라는 건 시외버스에서의 '직행'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얘들은 관할 범위가 완벽하게 특정 지역구 내부에 한정된 게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전국구도 아니다 보니, 종류가 다양하고 버스들의 도색도 다양한 편이다. 서울/수도권 기준으로 이런 버스들이 존재한다.

  • 서울시 관할의 직행 좌석: GRYB 중에서 R에 해당하는 그 물건이다. 번호는 9로 시작하는 네 자리이다. 허나, 지금은 Y와 마찬가지로 많이 몰락해서 4권역(9403, 9401, 9408 등)과 7권역(9703 등..)에 소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 경기도 관할의 직행 좌석: 하남 9301, 구리 1650 같은 게 떠오른다. 차량의 외형은 지역마다 케바케이지만 대체로 서울과 비슷하게 빨강인 편이다. 단, 서울 버스는 온통 빨강 단일색인 반면, 경기도 버스는 위쪽만 붉고 아래쪽은 희다.
  • 광역급행: 중앙 정부인 국토교통부에서 노선을 고시한 좌석버스로, 번호는 M으로 시작하는 네 자리수이다. 기존 좌석버스들보다 더 직선화 고속화를 추구해서 더 빨리 간다. 차량은 파란 도색이며 중문이 없다.
  • 경기도 급행: 경기도에서 자체적으로 신설한 노선으로, 광역급행의 경기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번호는 G로 시작하는 네 자리수이다. 파랑-초록-노랑의 꽤 알록달록한 도색이며, 2층 버스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G라는 이니셜을 이용해서 '굿모닝 버스'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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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서울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이미 들어오려는 외부 차량들을 억제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니 경기도나 중앙 정부 말고 서울시에서 관할하는 광역 좌석버스가 근본적으로 많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버스 업계와 달리, 철도에는 롱시트 통근형 입석형 전동차를 쓰는 도시철도· 광역전철이 아니면 그냥 일반열차 운임 체계 기반인 무궁화호 이상의 장거리 열차이다. 운영 방식이 좀 경직돼 있다.
그 중간 단계를 표방하는 누리로 전동차라는 게 도입되긴 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무궁화호와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신분당선은 코레일 계열이 아닌 광역전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 뒤 앞으로는 고심도 급행 전철인 GTX가 저 광역급행 버스의 고속철 역할을 감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롱시트가 아닌 좌석형이면서 고상홈에서 타고 내리고, 정차역이 적고 빠르고, 운임은 기존 시내버스· 지하철과 환승 할인이 되는.. 그런 광역전철이 좀 필요해 보인다.

2. 버스와 트럭의 주행 관련 규제

자그마한 5인승 자가용 승용차만 운전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감할 일이 없겠지만, 이보다 덩치가 약간만 더 큰 차들에는 (1) 속도 제한 장치가 의무적으로 달려 있다.
먼저 사람이 많이 타는 승합차 계열부터 살펴보면, 지난 2013년 여름부터 11인승 이상 승합차에 110km/h 이상으로는 아무리 밟아도 가속이 되지 않는 리미터가 강제 장착되기 시작했다. 이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승합차는 자동차세가 월등히 저렴해서 좋다. 승용차와는 달리 자가용도 영업용과 동일하게 배기량과 무관한 낮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합차는 고속도로에서 추월 하나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차가 고자가 되니 단점이 장점을 묻어 버렸다. 리미터가 달리지 않은 기존 중고차의 가격이 더 오른다거나, 그냥 9인승 SUV/밴에 수요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트럭은 3.5톤 이상부터는 아예 90km/h 리미터가 강제 장착된다. 이건 승합차보다 더 전부터 있었던 규제인 것 같다.
하지만 한 탕이라도 더 뛰어야 먹고 살 수 있고 바빠 죽겠는데, 엔진 속 컴퓨터를 해킹해서 속도 제한 장치를 불법으로 무력화시키고 질주하는 승합차나 트럭이 심심찮게 보인다. 아이폰 탈옥과 개념적으로 비슷해 보인다만..

하긴, 대형 트럭은 디젤 엔진 기반이다 보니 속도 규제뿐만 아니라 (2) 환경 규제도 꽤 까다롭게 걸려 있다.
유로4 이상의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DPF라고 미세먼지 저감 장치의 장착과 가동이 의무화돼 있는데, 이것도 검사받고 혜택을 받을 때만 장착 인증을 하고서는, 실제 운행할 때는 불법으로 끄거나 떼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얘는 작동 과정에서 엔진 성능과 연비를 일부 깎아먹으며, 괜히 차량의 유지 비용만 증가시키는 잉여 계륵 같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DPF에 SCR 등 온갖 배기가스 정화 장치를 돌려 놨다 해도 도를 넘는 막장 과적 앞에서는 답이 없다.
디젤 엔진이 제일 더티해지는 때는 바로 저회전 상태에서 큰 토크가 필요한 첫 출발 가속 시점이다. 이때 연료가 제대로 연소하지 못해서 시커먼 매연이 제대로 뿜어져 나오는데, 차가 설계 한도 이상으로 너무 무거운 상태이면 이런 상태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연료를 왕창 집어넣었는데 엔진이 빠릿빠릿 못 돌고 있으면 정화 장치들도 감당을 못 하고 매연이 더욱 심해진다.

과적은 도로 파손, 차량에 과부하, 제동과 조향 안정성 저해 같은 여러 악영향을 끼치는데, 환경 측면에서도 덤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이 와중에 속도 리미터와 DPF를 다 떼어 버리고 과적· 과속을 일삼다가 적발되면 도로교통법보다는 자동차관리법을 왕창 어겨서 과태료를 많이 물게 될 것이다.

그래서 4.5톤 이상의 트럭은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도 (3) 과적 여부 검사를 병행할 수 있는 화물차 전용 진입로로
들어가야 한다. 하이패스를 달았다고 해서 승용차처럼 싹 무정차 통과를 할 수 없다.

버스건 트럭이건 대형차들은 생각보다 많은 규제가 걸린 채로 운행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차들을 생계 수단으로 삼고 운전하려면 통상적인 운전 면허를 딴 이후에도 각각 화물 운송 자격증, 버스 운전 자격증 같은 자격증을 추가로 따야 하기도 한다. 자가용이라면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거대한 트럭과 버스를 자가용으로 굴리는 경우는 사실상 없을 테니 말이다.

이걸로도 모자라서 졸음 운전 대형 사고가 몇 건 터진 뒤에는 운전사의 휴식 시간 보장을 위해 4시간 주기로 강제 휴식이니, 운행 기록 장치 장착 의무화 같은 제도가 생겼는데 제대로 시행되고 효과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요 근래에는 드디어 노후 경유차의 서울 시내 주행 금지라는 더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었다. 이건 뭐 굳이 대형 상용차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저격 대상이 사실상 그런 부류들밖에 없는 지경이다.

다른 규제라면 몰라도 이 글에서 맨 먼저 언급했던 속도 규제는 개인적으로 좀 회의적인 소신이다.
운동 에너지라는 게 물체의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급격히 커진다는 걸 본인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본인은 그냥 적기 조례마냥 규제 만능 찍어 누르기 식의 조치를 매우 싫어한다.

고속버스 졸음 운전 사고가 몇 건 났다고 해서 전국의 고속버스들 주행 속도를 90km/h로 몽땅 낮출 생각인가? 안 그래도 시내에서 개나 소나 속도 제한이 60도 아니고 50km/h로 더 낮아지고, 단속 카메라도 요즘 너무 많이 생겨서 싫은데..

이런 건 운전자의 재량을 존중하여 좀 상향 조정하고, 고속도로에서 130~140 정도는 완전히 합법화를 했으면 좋겠다. 터널이나 교량에서 차로 변경도 정식으로 허용하고 말이다.
그 대신 꼬리물기나 1차로 저속 주행이나 단속해서 칼치기를 할 일이 없게 만들면 도로가 훨씬 더 안전해질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26 08:36 2020/07/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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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V

자가용 자동차 중에서 SUV는 실용성을 강조한 외형이어서 그런지 덩치가 커도 사치스럽다는 느낌이 덜 들며, 반대로 작아도 싸구려 느낌이 덜 드는 것 같다. 비슷한 배기량이나 가격의 세단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SUV는 차량이 차주의 부와 지위라는 편견과 연결된 정도가 덜하다. 그래서 굉장히 무난한 느낌을 준다.

SUV는 동급의 세단 승용차보다 길이가 짧고 높이는 높고 바퀴가 더 크다.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고, 뒷좌석을 접어서 공간을 더 낼 수도 있다. 자전거를 접지 않고 그대로 실을 수도 있어서 좋다.

2. 친환경 모델

친환경 동력원을 주류로 미는 SUV가 조금씩 출시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휘발유 내지 디젤 모델이 주류로 먼저 나온 뒤에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모델이 덤으로 나온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코나’는 전기 내지 하이브리드가 덤으로 출시된 경우이다. 그러나 기아 ‘니로’(Niro)는 처음부터 휘발유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모델로만 나와서 친환경 차량임을 처음부터 굉장히 강조했다.

그 뒤 현대에서는 자기 주특기를 살려서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기 SUV인 ‘넥쏘’를 내놓았다. 수소 엔진으로 일렉시티 버스밖에 안 만드는 줄 알았더니 드디어 더 작은 차량까지 만들기 시작한 게 흥미롭다.
얼마 전에 넥쏘가 달리는 모습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자동차가 VVVF 전동차 구동음과 이렇게 비슷한 소리를 내는 모습은 난생 처음이었다. 매우 신기했다.

순수 전기차는 배터리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보니, 제조를 위해 자동차 회사의 고유 기술보다는 화학 회사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 올라간다. 이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 이것 때문에 현대가 미래의 밥줄을 유지하기 위해 수소차를 일찍부터 연구 개발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천연가스만 해도 액화하는 게 장난이 아니게 까다롭고 어렵거늘 그것보다 통제가 더 안 되고 온도늘 더 낮춰야 하는 수소는 뭐.. 아직 갈 길이 멀다.
액체 수소는 우주 로켓의 2단 이상의 엔진에서 연료로 쓰이는 편인데, 수소 연료 전지는 그렇게 수소를 고온 고압(?)에서 태우고 폭발시키는 엔진과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연료 전지는 물리 반응이 아니라 화학 반응만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로켓이 아닌 자동차 수준에서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방식보다는 연료 전지 방식이 더 실용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3. 버튼

2000년대부터 자동차에는 전통적인 열쇠 대신 버튼식 시동 장치가 등장했다. 열쇠가 굳이 스위치에 꽂힐 필요 없이, 열쇠가 차내에 있기만 하면 된다. 그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ON/OFF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브레이크를 안 밟으면 단순 ON/OFF만 전환)

그 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신기하게도 변속기도 버튼식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자동 변속기 차량의 특성 중 하나가 P와 D를 오갈 때 불가피· 불필요하게 후진등 램프가 잠시 깜빡이는 것이었는데.. 이런 아마추어 같은 특성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재래식 열쇠와 시동 스위치, 그리고 심지어 수동 변속기도 완전 깡그리 멸종한 건 아니며 최하위 모델의 깡통 사양에서는 남아 있는 듯하다.

4. 자동 변속기 차량이 시동이 꺼질 수 있는가?

올해 초에는 나름 비싼 고급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산길에서 전복 사고가 난 것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처음에 운전자의 주장은 급발진을 수습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차량을 전복시켰다는 것이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그게 아니고 그냥 개인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다.

당사자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무개념 김여사 발언(거기 직원 3명을 짜르고, 사고를 겪은 나에게 위자료와 함께 제네시스 G80을 보상으로 달라??? ㄲㄲ)은 무척 병맛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차가 전진 중일 때 실수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때 차가 어떻게 동작하는 게 바람직하냐 하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수동 변속기 차량이 기어를 잘못 넣어서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시동이 꺼지는 건 흔한 현상이다. 자동 변속기는 그런 현상이 없어서 좋다. 그런데 같은 방향의 고단 저단이 아니라 아예 엔진과 변속기의 진행 방향이 엇갈려 버리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 영화 타이타닉을 보니 빙산과의 충돌 위기 때문에 배를 필사적으로 감속할 때는 엔진을 역추진 시키고 피스톤이 아예 반대 방향으로 돌기도 했더라만.. 걔는 증기 기관 외연 기관이다. 요즘 자동차 엔진은 피스톤의 회전 방향이 반대가 됐다가는 큰일 난다.

자동 변속기는 고/저단 변속을 잘못 했다고 시동이 꺼질 일이 없는 게 장점인데 그게 아예 전진과 후진조차 잘못 지정된 것까지도 감안해서 동작할 필요가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그것까지 감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차들이 다 그걸 감안해서 동작한다면, 국산차도 제품 경쟁력과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그런 솔루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즘 차들은 신호 대기 정차 중일 때 N 상태를 자동으로 흉내 내고, 심지어 시동까지 잠시 꺼 주는(ISG) 기능까지 도입돼 있다. 그런데 신호 대기가 아니라 내리막에서 변속 잘못으로 인해 시동이 꺼지는 건 차의 변속기는 보호해 주겠지만 탑승자까지 보호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차 시동이 꺼지면서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바퀴로 동력 공급을 끊은 중립으로라도 유지돼야지..

그리고 그런 안전 장치가 있건 없건, 운전할 때 전· 후진 변속은 차가 완전히 선 상태에서 해야 안전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철칙이다.

5. 통신 장치

(1) 그러고 보니 1990년대 승용차들은 라디오를 틀 때면 차 뒤쪽에서 길쭉한 안테나가 무슨 삼단봉처럼 쓰윽 올라가고, 라디오를 끄면 안테나가 다시 내려갔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자동차는 기술이 좋아졌는지.. 그런 길쭉한 작대기가 아니라 뒤에 상어 지느러미 같은 짤막한 안테나로 끝이다. 자동차용이다 보니 안테나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2) 터널 안에는 라디오의 음질이 AM/FM별로 어찌 됐더라..?? 아무래도 음질은 FM이 더 좋았다. 인공위성으로 송출되는 텔레비전은 화면이 나오지 않았고 말이다.

(3) 옛날에는 버스에서 텔레비전이 비치되어서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전파 수신 영상을 시청하는 게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시다시피 넘쳐나는 게 디지털 영상이고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정작 아날로그 라디오를 청취할 수는 없고.. 굳이 라디오를 들으려면 인터넷 데이터를 써서 강제로 디지털로 바뀐 신호를 들어야 한다.

(4) 블랙박스도 스마트폰 같은 타 기기와 연계해서 날짜 시각 동기화 기능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근본적으로 순정품이 쓰이지 않고 통신 기능도 없는 폐쇄적인 기기이다 보니 21세기답지 않게 사람이 불편하게 수동으로 날짜 시각을 맞춰 줘야 한다.

6. 자동차의 공기 필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끼는 게 무조건적인 필수가 됐다.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 체온 측정을 하는 건 음주 측정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됐다.

그 전에는 마스크라는 건 가끔씩 중공 발 중금속 미세먼지가 너무 짙어졌을 때 호흡기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물건이었다(입력 차단). 즉, 그 마스크는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며, 끼지 않으면 자기가 손해였다. 그리고 공기가 상대적으로 맑은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됐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는 미세먼지 마스크와는 용도가 완전히 정반대이다. 이건 이미 감염돼 있을지 모르는 사람의 날숨과 타액 비말(미세한 물방울)이 퍼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출력 차단용이다.

그러니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자기가 남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원칙대로라면 실내에서도 써야 하며,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벗을 수 있다.

한편, 자동차는 기계이니 사람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공기가 미세먼지 불순물 때문에 탁한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에게도 절대로 좋지 않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었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나면 사람들은 공기 필터를 교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자동차에 공기 필터라는 건 두 종류가 있다. 흔히 생각하는 객실(cabin)용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거르는 필터도 있기 때문이다.

엔진용 공기 필터는 우리 생각보다 자동차의 수명에 기여하는 것이 많으며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사람이 끼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자동차 버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흙먼지 등의 불순물이 많이 낀 공기가 실린더 안으로 들어가면 전부 불순물 찌꺼기가 돼서 배출되지 않고 남는다. 그래서 엔진을 더럽히고 출력과 연비를 깎아먹고 온갖 탈을 일으킨다. 사람으로 치면 호흡기와 순환기에 질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

환경이 위생적이지 못했던 옛날에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매우 짧았다. 자동차도 안전 벨트나 안전 유리가 없던 시절에는 비포장 도로에서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저속 주행 중에 사고가 났는데도 탑승자의 사망· 중상이 속출했다.

그리고 그것처럼.. 초창기에 공기 필터가 없던 시절에는 엔진의 고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잦았다. 한 2~3000km 정도만 구르고 나면 엔진 내부가 끔찍하게 더러워져서 진지한 정비 없이는 더 운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게 공기 필터가 도입되면서 엔진 수명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기술이 발달해 왔다. 그렇잖아도 자동차의 동력원이 외연 기관(증기)에서 내연 기관(휘발유/디젤)으로 바뀌면서 효율과 성능이 크게 향상됐지만, 엔진의 내부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해지고 연료와 공기에 대해 요구하는 민감도도 크게 올라갔다. 아무거나 대충 집어넣어서 불 때서 물만 끓이면 되던 시절을 생각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자동차에 더 정교하고 복잡한 연료 분사 기술과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도입될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동차에는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연료 필터라는 것도 진작부터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필터들은 마치 엔진오일처럼 소모품이다.

7. 자동차의 이상 징후

자동차가 오랫동안 정비를 받지 않으면 주행 중에 여러 형태로 외형적인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방향지시등 램프가 일부 고장 나면 내부의 전기 저항이 줄면서 깜빡거리는 주기가 몹시 짧아진다. 일부 버스나 트럭이 그런 상태가 된 것을 본인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 배터리에 이상이 없는데도 가끔씩 시동이 잘 안 걸리거나 건 뒤에도 자동차가 부르르 떨리고 회전수가 불안정하다면.. 점화 플러그가 수명이 다 된 것이다.
  • 급브레이크가 아닌데 제동 중에 하이톤의 ‘끼익~’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건 브레이크 패드가 오늘 내일 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저런 소리가 안 나야 정상이다.
  • 공회전 중에 ‘두두두두.. 드드드드~’ 소리가 깊고 강렬하게 들리는 것은 노킹 현상이며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조속히 엔진 정비를 받아야 한다.

그것 말고도 엔진 작동 중에 주기적으로 하이톤의 ‘휙휙휙.. 끌끌끌..’ 소리가 들리는 것은 팬 벨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자동차 엔진의 회전력은 바퀴 구동축에만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배터리 발전기, 냉각수 순환 펌프, 에어컨 압축기, 브레이크와 파워 스티어링 등과도 몽땅 연결돼 있다. 그래서 엔진을 돌리는 건 생각보다 몹시 빡센(?) 일이며, 시동을 끄면 엔진은 관성이고 뭐고 없이 회전이 순식간에 멈춰 버린다.

이런 부하가 걸려 있는 회전축을 1m 길이 기준 수십 kg의 토크로 분당 수천 회 회전시키는 것이 자동차 엔진의 위력이다. 그리고 엔진 브레이크는 바로 이런 부하를 이용해서 차의 속력을 줄이는 테크닉이다.

팬 벨트는 차를 직접 굴러가게 하는 구동축을 제외하고 엔진의 힘이 필요한 다른 모든 기계에다 동력을 전해 주는 매체이다. 여기에는 차내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게 끊어지면 에어컨이 안 나오거나 브레이크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잠시 후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엔진이 과열되거나.. 아무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앙이 발생하면서 차는 더 주행할 수 없게 된다. 엔진 오일만치 자주는 아니지만 점화 플러그나 브레이크액, 배터리, 타이어와 얼추 비슷한 주기로 점검하고 교환할 필요가 있다.

변속기 중에서는 CVT가 팬 벨트와 같은 재질은 물론 아니지만 푸시벨트라는 벨트 비슷하게 생긴 부품이 핵심 매체이다. 수동 변속기는 톱니바퀴이고 자동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와 오일인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03 08:35 2020/06/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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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용 호신술은 흔히 "방어 운전"이라고 일컬어지는 편이다.

1.
무단횡단을 하다가 달려오는 차와 마주치게 됐다면, 무리해서 길을 마저 건너려고 뛰어가거나 차를 피해 도망치지 마라. 차도 당신이 달려가는 쪽으로 회피 기동을 하다가 충돌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0.5초 만에 완전히 도로 바깥으로 벗어날 수 있지 않고, 오는 차가 그리 크지도 않은 소형 승용차라면.. 차라리 그냥 가만히 서 있어라. 그러면 차가 당신을 알아서 피해 갈 것이다. 무단횡단자를 쳐도 이 나라는 과실 비율이 무단횡단자에게 엄청나게 유리하고, 운전자에게 엄청나게 불리하다. 차는 절대로 당신을 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마련이다.

2.
무단횡단이라는 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있고 차선이나 중앙선도 그어졌을 정도로 최소한의 규모가 있는 도로에서 성립한다.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 신호등이 있어서 빨간불일 때 건너면 무단횡단이 되지만 신호등이 없다면.. 그냥 보행자가 걸어다니는 빨간불이나 마찬가지이다.
차와 보행자가 어설프게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면.. 어영부영 있지 말고 보행자가 그냥 손 들고 과감하게 먼저 건너 가 버리는 게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훨씬 더 낫다.

3.
2차로 도로 같은 데서 중앙선 침범 차량과 정면충돌 위기에 처했다면 각 차량이 자신의 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으로 피하도록 하자. 이것도 상대방을 생각한답시고 서로 엇갈리는 방향(= 결과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대피해 버리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다못해 비행기도 마주오다가 관제 실수로 인해 동일 방향으로 회피해서 충돌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자동차는 그런 관제를 받는 것도 없으니 운전자들이 자체적으로 일관된 매뉴얼을 갖춰야만 한다.

4.
무작정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때도 많다. 너무 놀라고 오버해서 급 핸들 조작을 하는 게 그냥 곧이곧대로 가면서 감속만 하다가 적당히 앞의 장애물을 들이받거나 측면 접촉사고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고를 낼 수도 있다는 걸 유의하자. 좌우로 휘청거리다가 멀쩡한 옆차와 팀킬, 혹은 최악의 경우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 보행자 치기 등... 비접촉 뺑소니 때문에 자기만 혼자 독박 쓰면 정신 건강에 굉장히 안 좋다.

5.
보행자건 운전자건 무단횡단이나 갑툭튀 칼치기로 인해 멀쩡히 잘 가던 남의 차를 급브레이크를 밟게 만들었으면 좀 미안한 줄 알고 최소한의 쏘리, 사과 비상등 같은 의사 표현을 해라.
차대 차의 경우 이것만으로도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막장 보복운전 범죄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이게 무슨 교통사고 과실 따지는 것도 아닌데.. 평생 다시 볼 일 없다시피할 사람에게 자기 실수 좀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님하의 인생에 불이익이 돌아올 거 하나도 없다.

6.
어디서나 저속 차량은 제발 제일 구석의 n차로로 달리고, 추월은 "왼쪽"으로만 하게 왼쪽 차로를 비워 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속, 칼치기 차량보다 더 나쁜 차량은 자기보다 더 급한 차들의 정당한 추월을 방해하면서 남의 시간을 뺏고 우측 추월 칼치기를 강요하고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차들이다.

(* 우리가 차선이라는 말을 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실제로 차선이 아니라 차로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경우가 많다. 시간과 시각, 음정과 음고처럼 잘 혼동하는 용어이다.
"점선이냐 실선이냐, 색깔이 무엇이냐, 비 오는 날 밤엔 잘 안 보인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차선이고, 자동차가 진입하는 공간을 얘기할 때는 차로가 맞다.)

7.
보너스. 내가 급발진을 겪을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1. 기어 중립 후 브레이크 꾸욱~~으로 통상적인 동력 차단과 제동 시도.
  2. 그게 안 통하고, 조향 걱정이 없는 공간이 있다면 시동을 강제로 끄고 어떻게든 세운다. 비파괴적인 방법은 여기까지다.
  3. 다음으로는 측면으로.. 길가 담벼락이나 가드레일을 긁으면서 차를 세우는 게 최선이다.
  4. 그마저도 할 수 없다면 앞이 완벽하게 막힌 벽면이나 비슷한 체급의 차를 추돌해서 세운다. 측면 긁기보다 더 위험해지며, 에어백에 얼굴 파묻을 각오도 해야 한다.

단, 대형 트럭· 버스처럼 높은 차 또는 나무· 기둥 같은 단면이 좁은 물체를 들이받는 건 매우 위험하다.
최악의 경우는 어설프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시간 끌고 차 속도를 실컷 키운 뒤에야 무엇이건 들이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는 절대로 도달하지 않게 해야 한다.

8. 똑똑한 신호의 필요성

이제는 단순히 운전 습관을 넘어 신호와 교통 정책 쪽으로.. 뭐랄까 전술보다는 전략에 가까운 얘기를 좀 하겠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모든 방향이 차들로 터져 나간다면.. 각 방향별로 통행 신호를 일정 시간 동안 교대로 부여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 하지만 차량 통행이 아주 적어진다면 저런 고전적인 신호 체계는 지나가는 차도 없는데 쓸데없는 신호 대기를 유발하고 효율이 매우 안 좋아진다.
이럴 때는 무작정 운전자에게 비합리적인 준법 정신을 무작정 열정페이마냥 강요할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 점멸 신호: 서로 서행(황색) 내지 일시정지(적색) 의무를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통과하면 되지만, 사고의 위험이 아무래도 높다.
  • 회전 교차로: 점멸 신호보다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처리 가능한 교통량에 큰 한계가 있다. 그리고 큰 도로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 감응식 신호: 인적이 드문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버튼을 눌렀을 때에만 파란불 신호가 오게 돼 있다. 그것처럼 자동차 도로에도 차가 특정 자리에 진입해서 대기하고 있을 때만 잠시 후에 좌회전 신호가 오는 '감응식' 신호 교차로가 국내에 드물게 존재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응 신호는 차량 통행량이 적지만 그만큼 과속· 신호위반으로 인한 안전 사고가 우려되는 시골의 교차로에서 차차 도입되고 있으며, 서울 시내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교차로에서 딱 하나 본인이 본 적이 있다.

카메라라는 걸 맨날 차를 마음대로 못 움직이게 감시만 하는 데 쓰지 말고 이렇게 합리적인 용도로 활용하면 얼마나 좋나?
도로들이 궁극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효율과 안전이라는 토끼 두 마리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며 운전자에게 불만과 신호 위반의 충동을 억제시킬 수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긴급 자동차의 주행 우선순위 조정 내지 자율주행 자동차의 동작과도 연계 가능할 것이다.

9. 좌회전 유도로에 대한 추억

과거의 도로 교통 정책은 제한된 공간에 차들을 최대한 많이 집어넣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고가 차도라든가 상· 하행 가변 차로..
그리고 신호 방식이 '직진 후 좌회전'인 +자형 교차로의 경우, |쪽이 직진일 때 좌회전 차들도 -쪽을 살짝 침범할 정도로 앞으로 미리 전진해서 신호를 기다리는 일명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게 있기도 했다. (☞ 더 자세한 개념 설명)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것들이 21세기에 와서는 몽땅 없어지고 단순화됐다. 고가 차도나 육교는 점점 철거되고 없어지는 추세이며, 상· 하행 가변 차로도 내가 알기로 이제 거의 전멸이다.

좌회전 유도 차로라는 것도 잘 활용하면 좌회전 신호 대기 차량이 직진 차량의 앞을 막는 현상을 완화하고 교차로의 통과 용량을 증가시키는 매우 좋은 효과가 있는데..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많아서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직진 신호가 됐는데 좌회전 차들이 유도 차로로 진입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자기 신호가 끝나자 유도 차로에서 멍청하게 서 버려서 -쪽 방향을 길막 하고 그쪽 운전자들로부터 경적과 욕 먹고.. ㅡ,.ㅡ;; 이 광경을 본인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어휴, 그러면 홍보를 더 해서 좌회전 유도 차로가 정착하게 했어야지.. 무식하게 없애 버리니 아쉽다. 과거 로드뷰를 보면.. 얘는 생각보다 늦은 2010년대 초에 등장했다가 16~17년 사이에 도로 없어진 것 같다.

10. 신호등은 교차로 건너편에 있는 게 보행자에게도 더 나음

그리고 끝으로.. 본인은 차들이 정지선 좀 침범해서 정지해도 괜찮으니, 교차로 신호등이 예전처럼 교차로 건너편에 있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생각이다.

그래야 (1) 보행자도 주변 차도들의 방향별 신호등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언제쯤 내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파란불이 될지, 이제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되는지를 얼추 예측하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의 움직이는 차들이나 횡단보다 상태를 봐도 짐작 가능하지만, 신호등을 보는 게 더 편함. 특히 신호등엔 노란불이라는 중간 상태가 있으므로..)

왜 별 쓸데없는 걸 자꾸 바꾸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신호등이 건너편에 있는 게.. 정지선 조금 몇 cm좀 초과한 것보다 훨씬 더 악질적인.. (2) '꼬리물기'를 잡아내는 용도로도 훨씬 더 좋다. 다 지나서 건너편에 도달할 때까지는 교차로를 완전히 통과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난 21세기 들어서 자꾸 보행자 위주니, 대중교통 우대니 하면서 자꾸 자동차에 규제를 거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는 게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 특히 빌어먹을 속도 규제 말이다.
이놈들은 대중교통을 더 빠르고 편하게 만드는 것보다, 자가용 자동차를 찍어누르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이 평등을 다같이 부자를 만드는 식으로 실현하는 게 절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리 크지 않은 길에 한해서 모든 방향의 차도를 틀어막고 대각선 방향 횡단보도까지 파란불 신호를 주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요즘 시내 속도를 너무 지나치게 낮추고 있으며, 시내와 고속도로를 불문하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너무 많다.
천호대교는 교량에까지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있는 유일한 예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6차로밖에 안 되는 교량에다 왜 그런 짓을 했나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희대의 악법인 민식이법은 막장의 정점을 찍었고.. 악질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한테도, 졸다가 고속버스로 승용차를 짓밟아 뭉개서 앞날이 창창한 20대 탑승자 4명을 몽땅 몰살시킨 가해자한테도 선고된 적이 없는 형량이 구형되는 걸 보고 난 어이없음에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시속 30km 초과 과속을 한 것도 전혀 아닌데..
이 정도면 진짜 적기 조례 시즌 2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애 부모라는 놈이.. 자기가 욕 먹으니까 이제는 국회 탓이나 하는 꼴이 정말 혐오스럽기 그지없어 보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30 08:35 2020/04/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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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네임드급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 완전히 자국 국적의 기업은 현대, 기아, 쌍용 정도인 것 같다. 다만, 기아는 현대 그룹에 편입해 들어갔기 때문에 완전히 자체 독립적인 형태가 아니다. 르노삼성이나 한국GM이야 더 볼 것도 없고..

그리고 소형 승용차 말고 버스를 만드는 회사를 나열해 보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대우라는 브랜드가 추가되고 그 대신 쌍용은 빠진다. 그래서 현대, 대우, 기아가 남는데.. 거기에다 생소한 제조사가 둘 더해진다. 바로 ‘에디슨모터스’와 ‘우진산전’이다.

얘들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각각 신소재와 철도 차량 같은 다른 분야에 기술과 제품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중에서는 버스만, 그것도 현재로서는 시내버스만 만든다. (시내버스 없이 고속버스만 만드는 기아하고는 대조적)
평범한 버스는 메이저 제조사들 대비 경쟁력이 부족해서인지, 천연가스·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 기반 차량 위주이다.

전자기기만 해도 삼성 LG 말고 다른 중소기업 제품이 있듯이 자동차 역시 그런 구도가 존재하는 셈이다. 자가용 승용차 말고 상용차에 한해서 말이다.
그리고 뭐.. 메이저 제조사들도 대체 에너지 차량을 연구를 안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현대는 평범한 배터리 기반 전기차 말고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기차의 연구에 특화돼 있다.

본인은 올해 초에 출근길에 난생 처음으로 전기 버스를 타 봤다. 지금은 안 그러는 것 같다만, 그 당시엔 버스 도착 안내 화면에 '저상'뿐만 아니라 '전기'라는 말이 당당히 떠 있길래 놀랐다. 그 많은 버스들 중에 하필 내가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노선에 전기차가 작년 말부터 시범적으로 도입됐던 것이다.
디젤 엔진이 천연가스에 이어 아예 전기 모터로 바뀌었구나! 하지만 번호판이 파란색 배경이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영업용이라는 노란색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더 높은지?)

운전석을 보니 계기판에 타코미터가 없고 통상적인 변속기 레버가 없었다. 서울 시내버스들에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는 에코드라이브 제어 장치도 없다(정확한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나네..). 기존 버스들보다 운전 시설이 더 단순해졌다.

자동차에서 돌아가는 기계가 엔진만 있는 건 아니고 주행할 때도 엔진 소리만 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전기 버스라고 해서 무슨 지하철 전동차 같은 소리가 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정차 중일 때 엔진 공회전 소리와 진동이 없고, 출발 시의 가속과 변속 역시 훨씬 더 부드럽고 정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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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량의 제조사는 우진산전이었다. (전면부 중앙의 W자 CI)
과거에 남산에서 다니던 전기 버스는 제조사가 에디슨모터스의 전신인 한국화이바였는데.. 걔는 고장이 잦아서 퇴출됐었다. 그 문제를 극복했는지 에디슨모터스 전기 버스 자체는 지금도 굴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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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렉시티는 배터리나 수소 탱크 공간 때문인지 맨 뒷좌석이 5칸이 아니라 3칸으로 줄어들어 있더라. 그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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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전기차는 배터리 문제 때문에 일단은 소형차에 머물고 있다. CVT(무단 변속기)가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소형차에 머물고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어째 저 거대한 버스를 배터리만으로 굴릴까? 이래 가지고 여름에 에어컨까지 틀면 감당 가능하나? 게다가 대형차는 엔진 동력으로 브레이크의 공기 펌프도 충전해야 되는데.. 아 제동은 전기 모터의 회생 제동으로 감당 가능하겠다.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긴, 천연가스 엔진만 해도 디젤보다는 휘발유 엔진에 더 가까운 구조일 텐데 배기량과 기통수는 어떻게 되며 동력비 변환은 어떻게 하는지, 규모를 기름 엔진과 동일한 잣대로 측정 자체가 가능한지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고 궁금하다.

천연가스 버스는 충전소 문제 때문에, 그리고 전기 버스도 충전 시간 및 항속거리 문제 때문에 현재로서는 시내버스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마치 방위산업체들은 국방부와 납품 계약을 맺듯, 국산 워드 프로세서나 고유 운영체제 개발사들이 학교· 공공기관· 군부대와 납품 계약을 맺듯, 친환경 시내버스를 만들면 시내버스를 굴리는 지방자치 단체들과 계약을 맺고 납품하게 되겠다. 버스는 end-user용 제품이 아니니 말이다.

참고로 우진산전은 철도 전동차의 생산에도 관심이 많아서 전동차 현대 로템과 경쟁하는 구도이다.
에디슨모터스는 단거리 입석형 시내버스에만 그치지 않고 장거리 고속버스도, 심지어 기존 디젤 엔진 모델도 생산해서 메이저 자동차 전문 제조사들과 경쟁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전기차가 한때는 기름차에 밀려서 도태했지만 21세기에는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 전자 공학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그리고 석유의 고갈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 기존 기름차에 비해 부족한 게 많고 대량생산 덕도 제대로 못 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 개발하고 제품 구매도 좀 하라고 나라에서 지원을 많이 해 준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전기차 개발사들이 자기 제품의 성능을 실제보다 부풀리면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유명한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요즘도 살아는 있나 모르겠고..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레오모터스’라는 회사에서 자기들이 세계 최초로 고속형 전기 버스를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홍보한 적이 있었다. 언론 보도 날짜가 다들 2009년 12월이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소식이 전혀 없고 회사가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남한산 기슭의 광주 엄미리 마을 어귀에 레오모터스에서 개발한 중형 전기 버스가 버려진 채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가을에 처음으로 우연히 목격했고, 작년에 다시 찾아가 보니 여전히 있었다. 2년 동안 방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석 쪽 유리창이 없어진 것 말고는 외형이 크게 부서지거나 망가지지는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 말고 마치 ‘LNG/LPG 개조’처럼.. 소형 트럭을 대상으로 ‘전기차 개조’를 해 주는 업체도 있다. 내가 들어 본 곳 중 하나는 ‘파워프라자’.. 개조도 하고, 아주 작은 경승용차는 자체 제작도 하는가 보다.

소형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해서 장기적으로 기름값 아끼라는 취지로 영업을 하는 듯하다. 고속도로 주행도 가능하고 스마트 포투 ev와 동급 정도 되는 차량인지, 아니면 자동차 전용 도로에도 못 들어가는 저속 전기차인지는 잘 모르겠다.
뭐, 어떤 경우든 10톤 이상, 그것도 전국을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트레일러를 배터리 전기차 형태로 만드는 건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전기 고속버스도 없는걸..

이상이다.
여객기 제조사가 보잉이나 에어버스만 있는 게 아니듯, 국내 자동차 제조사도 현대 기아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이너 제조사들은 시장에 뛰어드는 김에 전기차 같은 미래 기술을 같이 공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아 그러고 보니 반세기쯤 전 과거에도 길거리에서 전기로 달리는 교통수단이 있긴 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노면전차 내지 트롤리버스. 배터리 대신 팬터그래프가 달린 버스라니.. 참 흥미롭다.

얘들은 기술적인 구현 난이도가 매우 낮지만 공중에 전차선을 주렁주렁 달고 다녀서 미관에 굉장히 안 좋았으며, 차량 역시 전차선 주변을 전혀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도시들에서 도태되고 사라지기도 했다. 건물 주변의 전봇대와 전깃줄들도 다 지중화해서 없애는 게 요즘 추세인데 전깃줄에 의존하는 대중교통은 시대에 안 맞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요즘은 노면전차는 전깃줄을 땅에다 놔서, 그리고 버스는 배터리 형태로 바꾸고 굴절까지 시켜서 구식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변신했다. 이름도 트롤리버스 대신 무궤도 전차 내지 트램 등으로 바꿨다. 저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같은 기업들도 이런 차량의 생산에 응당 관심을 두고 있지 싶다.

자동차용 전기는 규격이 어떤 형태로 제정될까? 철도야 교류 25000V 60Hz(일반열차), 직류 1500V(도시철도 중전철), 직류 750V(경전철) 이렇게 딱 나뉘어 있는데 자동차는? 이것도 생각할 점이다. 검색을 해 보니 220V, 380V에다 완속· 급속 두 종류가 존재하고 단자 종류도 완전히 단일 표준화가 아직 안 된 듯..
석유와 LPG는 송유관이나 유조차를 통해 공급받겠지만 LNG/CNG는 도시가스 인프라를 통해 공급받을 것이고, 전기야 건물에 이미 갖춰진 전기 시설을 통해 공급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10 08:35 2020/04/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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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련 이야기들

1. 6단의 존재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승용차들의 변속기는 수동 5단, 자동 4단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경차가 아닌 이상 6단 정도가 기본이 됐다. 자동 변속기가 다단화에 유리한지라, 단수가 옛날과는 반대로 수동보다 오히려 더 늘어나 있다.
요즘 자동차들이 디젤도 아닌 휘발유 엔진으로 시속 120대의 고속 주행 중에도 어지간해서는 2000 초중반대의 엔진 회전수가 유지되는 것에는 엔진 출력 향상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변속기의 다단화도 기여했다.

본인 차의 경우, 시속 110~120 정도를 넘어가면 평소에 켜져 있던 초록색 eco 램프가 꺼진다. 엔진 출력의 한계와 공기 저항 때문에 이제 경제 속도 영역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그래도 약간만 밟고 있으면 2000대 후반인 엔진 회전수에서 130~140까지는 아무 무리 없이 나온다.
다만, 150km/h를 넘어가지는 않으며, 이때부터는 차가 힘이 딸리는지 눈에 띄게 잘 안 나아간다. 더 세게 꽉 밟아야 된다. 그러면 엔진 rpm이 확 치솟으면서 속도도 슬금슬금 올라간다.

이런 동작으로부터 유추하건대 내 차는 변속기는 분명 6단이지만, 극한의 최대 출력/최대 속도는 다시 그 아래의 5단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렇지~ 레드존에 근접하는 6500rpm에서 6단의 기어비가 유지된다면 차의 주행 속도는 거의 300km/h를 넘겨야 할 텐데 그게 이 엔진의 배기량과 토크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체급의 엔진에서 최고단인 6단은 단순히 고속도로 주행 중의 고연비 경제 운전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하다.

다른 물리적인 제약이 없다면 변속기의 단수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면 최저 내지 실용 rpm으로 엔진 힘이 견디는 최고 속도를 효율적으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단수가 너무 늘어나면 변속기가 그에 비례해서 복잡해지고 무거워지며, 차값도 그에 걸맞게 비싸진다. 그래서 6단 변속기는 "어차피 일상생활에서 이 정도로 고속 주행할 일이 얼마나 되냐? 최고 속도를 커버하지도 못하는데"라는 이유로 가성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D를 놓고 있다가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지금 변속기가 몇 단 상태인지를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본인 차의 경우, 초기에 6단을 표시하지는 않는다. 6단이었더라도 5단으로 낮춘 뒤에 5단을 표시한다. 물론 그 상태로 +를 눌러서 다시 6단으로 되돌릴 수는 있지만, 그걸 기본 상태로 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6단이 존재감이 더욱 없어 보인다.

2. 유리 썬팅

본인은 길거리에서 아주 가끔 대우(!) 프린스나 에스페로, 현대 각그랜저, 쏘나타 3처럼 연식이 20년이 넘은 엄청난 옛날 자동차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옛날 자동차와 최소한 2000년대 이후의 자동차의 외관상 큰 차이 중 하나가 무엇이냐 하면.. 유리 코팅/썬팅/틴팅(tinting)인 것 같다.

옛날 차들은 밖에서도 차 내부의 동승자가 훤히 보이는 편이다. 그러나 요즘 차들은 옆에서 아주 가까이 접근해서 들여다봐야 차 내부가 보일까 말까이고 어지간해서는 내부를 볼 수 없다.

차량용 유리에 검고 어두운 X팅이 되어 있으면 눈부신 햇볕과 자외선을 걸러낼 수 있고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도 보장할 수 있어서 좋다. '와장창' 산산조각 나며 깨지지 않게 특수 처리되는 것만큼이나 썬팅도 특수 처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너무 짙어서 내부가 하나도 안 보이다시피할 정도의 X팅은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싸제 튜닝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밖에서 안이 안 보일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밖이 제대로 안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바깥 백미러가 잘 안 보이고, 그리고 한낮이 아닌 밤에는 시야가 더 쥐약이 된다. 이는 매우 높은 확률로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2000년대 언제부턴가 국내에 출시되는 차들에 기본으로 썬팅이 들어가기 시작했거나 그 농도가 올라가긴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내력이나 법적 근거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여담이지만 본인은 지금 굴리고 있는 차가 내 생애의 첫 차이며, 얘는 도중에 중고로 팔지 않고 폐차할 때까지(사고 내지 지나친 노후화) 계속 탈 생각이다.
나 같은 평범한 흙수저 직장인이 굴리는 차가 30여 년 전에 꿈의 자동차로 불렸던 각그랜저보다 성능 더 좋고, 안전· 편의 시설이 더 많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3. 시내버스의 에코 드라이브 시스템

요즘 서울 시내버스를 타 보면 내비게이션처럼 생긴 검은 화면에 연료계인지 타코미터인지 모를 곡선이 그려져 있고, 옆에는 변속 단수가 표시된 게 보인다. 시내버스의 운전석에 앞뒤 차량(동일 노선을 달리는 다른 버스)의 위치, 거리, 도달 시간을 알려주는 단말기가 탑재돼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만, 저건 정체가 뭔지 오랫동안 궁금했다.

알고 보니 저건 고연비 경제 운전을 독려하기 위한 운전 통제 장치였다. 기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속도 대비 기어 단수가 낮고 엔진 회전수가 높으면 경고음이 나오고 점수(?)가 깎인다. 승용차의 액티브에코 같은 기능보다 강제성이 더 높다.

어쩐지 요즘 버스들은 좋게 말하면 난폭운전 없이 참 부드럽게 나아가고, 나쁘게 말하면 박력 없이 너무 약하게 밟는 게 느껴졌다. 전방이 아무 장애물도 단속 카메라도 없는 버스 전용 차로이고, 심지어 1km가 넘게 중간 정류장이 없는 한강 교량 구간이더라도 주행 속도가 60km/h는 절대로 안 넘는다는 것을 본인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거 덕분에 연료 아끼고 배기가스 덜 나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버스가 승객조차 답답하게 느낄 정도로 너무 굼떠서 불편해졌다는 반응도 있다. 적당히 좀 밟아서 빨리 가도 되는 첫차나 막차 같은 시간대에도 완전 FM대로만, 1500rpm을 안 넘다시피하는 정속 주행을 하니.. 새벽에 남들보다 아주 일찍 출근해야 하는 업종--환경 미화원, 일용직 근로자..-- 종사자들에게는 악재가 된 것이다.

또한, 노선에 오르막이 많아서 원래부터 연비가 좋게 나올 수 없고 좀 세게 밟아야 하는 버스들도 통제 장치의 개입으로 인해 더 느려지고 둔해졌다고 한다. 이건 통제 장치가 갓 도입된 초창기에 나타났던 시행착오이며, 현실의 지형을 감안해서 엔진 출력을 지나치게 후려치지 않게 동작 방식이 차츰 개선되었다.

예전에 말한 적이 있지 싶은데.. 본인은 과속 폭주를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게 달리는 차에 동승하는 것도 좋아한다. 앞뒤좌우로 강렬한 G(가속도)를 느끼면서 쏠리는 그 느낌이 좋다. 난폭운전 총알택시 같은 건 꼭 직접 타 보고 싶다.

4. 시내버스와 고속버스의 엔진음

이 시점에서 문득 의문이 드는 게 있다. 시내버스의 엔진 소리와 고속버스의 엔진 소리는 서로 완전히 동일할까?
시내버스도 충분히 낮고 칼칼한 소리가 나니 언뜻 보기에 그게 그거 같고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좌석· 광역· 고속버스를 타 보면 시내버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굵직하고 털털거리는 이펙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시내버스는 걸핏하면 신호에 걸려서 멈추고, 몇백 m 간격의 정류장마다 또 서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고rpm의 엔진음이 나올 일이 없다. 비록 폭과 타이어 크기는 8톤 트럭과 대등해 보이고 똑같은 45인승 대형 버스 차급인 것 같지만 두 버스는 제원에 차이가 있다.

길이부터가 시내는 11m대이지만 고속은 12미터가 넘는다. 트럭으로 치면 같은 덩치여도 초장축/장축의 차이와 비슷해 보인다.
높이도 시내는 상대적으로 더 낮아서 납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 반면, 관광· 전세를 포함한 고속버스는 3m를 훌쩍 넘어서 3.3~3.5m에 달한다. 밑에 짐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엔진 역시 차이가 난다. 시내버스는 막 고속 주행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10리터대의 배기량에 그냥 300~330마력대이지만, 고속은 큰 덩치와 고속 주행에 걸맞게 12리터대의 엔진에 4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낸다.
이런 덩치의 차이 때문에 시내버스와 고속버스는 공회전 내지 갓 출발할 때의 초기 엔진 소리조차도 pitch와 음색이 약간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은 현대 자동차 기준으로 시내버스(에어로시티)와 고속버스(유니버스)의 중간에 속하는 차급(유니시티)도 있다. 광역 급행 좌석버스용으로 쓰라고 말이다. 얘 정도만 돼도 단순 시내버스보다는 약간 더 높고 엔진 소리와 승차감이 고속버스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대형 버스의 세계도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것 말고 학교 셔틀버스나 통학· 통근 버스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그냥 에어로 시티 같은 시내버스급 차량에다가 필요에 따라 좌석만 잔뜩 배치해서 굴린다. 에어로 시티라는 이름의 버스 자체는 RB 이후로 1990년대에 굉장히 옛날에 등장했기 때문에 요즘 차종은 이름 앞에다가 '뉴 슈퍼'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여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6/04 19:33 2019/06/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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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금까지 블로그에다 자동차에 대해 올린 글들의 성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기차에 호의적이며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와 동향 자체를 현기차 중심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액센트-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승용차 계보 말고, i30이니 i40이니 심지어 벨로스터니 하는 승용차는 길거리에서 별로 보지도 못했고 개인적인 관심 역시 없다시피했다.

우리나라의 승용차 정서랄까 문화는 "(1) 국토와 경제력에 비해 너무 큰 차를 밝힌다, (2) 세계 평균 이상으로 너무 무채색+세단만 일률적으로 선호한다" 정도로 요약되는 듯하다.
(1)에다가 배기량 비례 자동차세 문제도 얽히다 보니, 이 반도에서는 제조사들이 이미 1990년대부터 차체만 큼직하고 엔진은 그에 어울리지 앉는 너무 작은 걸 얹어야 했다(배기량 후려치기).
(2)는... 한국에서 유독 흰 달걀이 전멸해 버린 것과도 비슷한 맥락의 관행 같다. 아무튼..

현대차에서는 지난 2007년에 맨 먼저 i30부터 내놓았다. 한국이 아닌 유럽 시장을 겨냥한 아반떼 급의 준중형 해치백 승용차로, 앞좌석과 뒷좌석 문이 있고 그 다음에 트렁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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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2011년에 좀 더 큰 쏘나타 체급의 '왜건형' 승용차인 i40가 나왔다. i30보다 뒷좌석 뒤의 공간이 좀 더 길다. 체격과 외형이 SUV와 비슷하지만, 승용차이기 때문에 SUV보다 차체가 낮으며 바퀴 크기도 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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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벨로스터도 나왔다. 얘는 소-준중형 사이인 '쿠페형' 승용차로, 뒷좌석 쪽엔 문이 없다. i30, i40보다 더 아담하게 생겼지만 그렇다고 너무 동글동글 귀여운 경차를 표방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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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모델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벨로스터는 뒷좌석 쪽엔 오른쪽(진행 방향 기준) 조수석 방면만 문이 두 짝인 비대칭 도어라고 한다. 기아 레이가 뒷좌석 왼쪽은 일반 도어이고 오른쪽은 미닫이인 비대칭형인데.. 이와 비슷한 사례라 하겠다.

이 세 차들은 해치백· 왜건· 쿠페로 체급과 외형이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렁크가 돌출돼 있지 않고 뒷유리에 와이퍼가 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얘들은 유럽이 아닌 국내에서는 정서상 생소한 외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에서는 얘들을 국내에서 팔기 위해 역사상 유례가 없던 파격· 개성· 감성 마케팅을 시작했다. 2, 30대 젊은 계층을 집중 공략했다.

이때 마케팅을 도대체 누가 담당하고 승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차 역사상 약을 최고로 거하게 빤 CF가 만들어지고 송출되었다. 국적도, 출처도 일체 노출하지 않은 PYL 브랜드 말이다. 지금 제네시스처럼 PYL이 브랜드인 셈이다.

저게 자동차 CF였다니..
내가 알기로 현대에서는 자기 차가 포르셰를 추월한다던가(엘란트라, 티뷰론)..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람보르기니로 대답했습니다. ㄲㄲㄲㄲ)" 같은 캐 오글거리는 CF를 잘 만드는데.. 저건 1993~4년경에 데미소다 CF를 봤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자우림 김 윤아의 생글생글 발랄 돋는 노랫소리가 워낙 강렬하니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놈의 유니크..;; 영화 테이큰 대사를 들어 보자.

This is a business. This is a very UNIQUE business with very UNIQUE clientele. (패트리스 상클레어. 동영상 링크에서는 46~50초 지점)


인신매매업이 아주 독특 특이한 업종이랜다. =_=;;
하긴 이건 성경에도 미래에 흥왕할 산업이라고 언급돼 있긴 하지. (계 18:13 끝부분)
자기도 자녀가 셋이나 있으면서 남의 딸을 매정하게 팔아넘기는 걸 보면 "그런즉 너희가 악할지라도 너희 자녀들에게 좋은 선물들을 줄 줄 알거든"(눅 11:13)도 떠오른다. 뭐 그건 그렇고..

패트리스 상클레어의 발음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유니크'는 원래 2음절에 강세가 있다.
그런데 저 PYL CF에서는 리듬을 맞추기 위해 "유~ 유니크~!" 라고 노래 아주 대놓고 1음절에다 강세가 들어간다. 그것도 참 특이하게 들렸다.

우리는 그냥 어색한 '유니크' 정도로 알아듣는 반면, 영어 토박이들은 강세 위치 때문에 이걸 영락없이 내시(eunuch)처럼 알아듣는가 보다. 정확히는 이건 '유니크'가 아니라 '유너크'에 더 가깝지만.
여담이지만 더 옛날, 월트 디즈니 알라딘에서는 쟈파가 princess를 2음절에다 강세를 준 게 복선 클리셰처럼 나온 적이 있다. 저건 원래 1음절 강세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현대차에서는 지난 2012~13년 사이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상당히 기발한 CF를 만들어서 뿌렸으며, 홍대 클럽에서 유명 가수와 연예인들을 초청해서 PYL 콘서트를 열고 젊은 감성 마케팅을 벌였었다. 20~25년쯤 전의 X세대 마케팅 이런 거랑 비슷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i30, i40, 벨로스타의 판매는 영 시원찮았으며, 투자한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다.
디자인이 특이한 것에 비해 가격이나 성능 메리트가 별로 없었으며, 그리고 이 마케팅이 제일 근본적으로 헛다리를 짚은 요인으로는..
그 젊음 젊음 하는 애들은 경제 여건상 애초에 차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상대적 빈곤감이네 뭐네 하면서.. "열악한 곳에 취업하느니 아예 취업을 안 하고 말겠다" 심보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은 갈수록 늦어지고, 결혼도 출산도 안 하는 지경인데..
차 자체야 지방에서 이동을 위해 꼭 필요한데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싸구려 중고차를 지르면 된다. 하지만 20대들은 차값은 둘째치고 보험료 때문에라도 차를 못 굴린다. 이런 연령대는 운전 경력과 실력은 부족한 주제에 철딱서니 없이 사고를 잘 내는 블랙리스트 고객으로 팍 찍혀 있어서 보험료가 굉장히(몇 배로) 비싸기 때문이다.

이런 계층을 상대로 너무 이색적인 컨셉의 차를 팔려다 보니 잘 안 팔려서 결국 현대차는 큰 손해를 보게 됐고, PYL 브랜드는 몇 년 못 가 조용히 폐기됐다.
i30, i40, 벨로스터라는 차 자체는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그냥 근근이 먹고 사는 지경이다.

글쎄, 과거에 비슷하게 파격 젊음 감성 스포티를 표방했던 스쿠프는 그래도 세단 파생형 쿠페이고 스포츠카를 표방해서 그런지 PYL 꼴은 안 났던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스쿠프는 그 기술과 엔진 성능으로는 껍데기만 스포츠이지, 진짜 스포츠카를 자처하기에는 택도 없긴 했다. 그리고 기아 엘란은 나름 외제차를 기반으로 진짜 스포츠카를 표방이긴 했다만 고객을 너무 잘못 설정하고 값을 너무 비싸게 부르는 바람에 망했었다.

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물건이며 주 고객이 최하 40대 이상으로 올라가니,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너무 튀는 모험은 여전히 위험해 보인다. 보수적인 아재 취향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12~13년을 풍미했던 PYL 얘기가 좀 길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으로 현대는 그런 아재 취향의 준대형 고급차 체급에서도 큰 삽질을 한 적이 있다. 바로 아슬란이다(2014-17) =_=;;

제네시스가 명목상 현대가 아닌 자체 브랜드의 차종으로 이동하고 에쿠스도 저기로 흡수됨으로써 현대 엠블럼을 걸고 나오는 승용차 중에서 제일 고급은 그랜저가 이어받았다. 그런데 그랜저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굉장히 흔해졌으며 예전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도 덜해졌다. 이에, 현대에서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틈새 차급을 겨냥하여 전륜구동 형태로 그랜저보다 더 큰 차를 그것도 내수 전용으로만 내놓았지만...

역시나 가성비 시원찮고, "이거 살 돈이면 더 보태서 제네시스나 다른 외제차를 사고 말지"가 되면서 이 차는 시원하게 망했다. 이름이 터키어로 사자라는 뜻이라는데, '어슬렁'이라는 적절한 멸칭으로 까였다. 그리고 지금은 마지막 재고가 아주 저렴하게 떨이 처분된 뒤 단종됐다. 차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국내 고객들의 정서와 수요에 잘 안 맞아서 "다른 대안이 넘쳐나는 와중에 굳이 그 돈 주고 살 정도까지는 아닌 차" 신세가 되어 망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이미 2016년에 이들을 싸잡아서 "현대차, 아슬란-PYL 어쩌나"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으니, 역시 이번에도 내가 뒷북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이제 승용차에서 틈새 차급을 공략한 게 초대박을 치는 건 준중형 엘란트라/아반떼 이후로 더는 없는 것 같다.
아반떼는 작년 가을(2018. 9.)에 무슨 일본 차와 비슷하게 생긴 삼각형 헤드라이트 모양으로 페이스리프트가 됐는데.. 이게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다.

에쿠스는 잘 알다시피 지난 2015년 말을 끝으로 단종되었고 EQ900이라는 제네시스 차급으로 흡수됐다.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가 휴간된 때와 비슷한 시기여서 본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02 08:31 2019/03/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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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럭의 축/캡 사양

트럭 중에서 작은 축에 드는 포터/봉고 급의 1톤 트럭에는 나름 바리에이션이 있다.

  • 초장축: 엔진의 성능과 적재중량 한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짐받이의 길이를 약간 더 길게 한다. 고급 승용차에 단순 세단 말고 리무진이 있듯이 말이다. 초장축은 짐받이에 화물 고정용 끈을 묶는 갈고리가 하나 더 달려 있다. (더 길기 때문)
  • 슈퍼캡: 운전석이 있는 좌석 뒤에 2~30cm남짓한 여유 공간을 추가한다. 그래서 좌석을 뒤로 젖히거나 좌석 뒤로 사람 한 명 정도 누울 수 있게 한다. 슈퍼캡 사양을 선택하면 이 공간만치 짐받이의 길이가 약간 짧아진다. 초장축+슈퍼캡과 장축+일반캡의 짐받이 길이가 서로 비슷할 정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장축/초장축, 그리고 일반캡/슈퍼캡/더블캡(아예 뒷좌석까지 있는) 이렇게 2*3 = 6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좌석 뒤에 있는 보조 공간이 선택사양 옵션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트럭은 좌석의 바로 아래에 엔진이 있는 것, 운전석과 조수석의 사이 중앙에도 좌석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안 그래도 생계형 소형 트럭인데 운전석 뒤에 그 정도 보조 공간도 없으면 너무 비좁고 불편할 것 같다. 거기에다 짐 실을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슈퍼캡+초장축 옵션이 모두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경차인 라보에는 슈퍼캡이나 초장축 같은 사양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2. 엔진 오일

엔진 오일은 자동차에다 주입하거나 장착하는 여러 물건· 물질 중에.. 연료처럼 직접 소모되어 줄어들고 없어지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주 교환해 줘야 하는 소모품이다.
튀김용 기름을 생각하면 된다. 닭을 수십 번 튀겨도 기름이 양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단지 시꺼멓게 탁해지고 변질될 뿐이지.

엔진 오일이라는 게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려면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가 무엇인지, 엔진 실린더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는 1초에도 수십 번씩 뜨거운 폭발과 피스톤 왕복 운동이 일어난다. 힘이 새어 나가지 않으려면 피스톤과 실린더 벽 사이가 밀폐가 잘 돼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마찰 없이 매끄럽게 운동이 돼야 한다.

이런 곳에서 엔진 오일은 단순히 자전거 체인에다 치는 구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엔진 오일이 없으면 엔진은 얼마 못 가 탈 나고 망가진다. 변질된 오일은 오일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윤활, 밀폐, 정화 같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엔진의 출력과 연비를 깎아 먹는다.

모든 내연 기관 왕복 엔진에는 엔진 오일이 필요하다. 적절한 교환 주기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사나 정비사, 실제 운전자들 간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주행 조건이 어떤지에 따라 5000~15000km, 또는 1년을 전후한 주기로는 교환하는 게 좋을 듯하다. 오랜만에 교환하고 나면 엔진의 상태가 달라진 게 곧장 티가 날 정도이다.
전기차에는 엔진 오일 같은 건 없어도 된다.

3. 변속기 오일

엔진 오일에 비해 변속기 오일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훨씬 덜하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수동과 자동은 변속기 오일의 용도가 서로 매우 다르다.
내 차만 해도 취급설명서를 보면, 변속기 오일은 그냥 씨크하게 무점검 무교환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현업 정비사들의 얘기는 다른 듯하다. 출발 직후의 가속 중에 변속 충격이 예전에 비해 커진 게 느껴지는데, 변속기 오일을 교체하면 변속 충격이 완화되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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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오일은 다른 부류의 오일과 외관상으로 구분되라고 제조사에서 빨간 염료를 섞는 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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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여름에 현대차에서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품질 차이 논란을 불식시켜 주겠다며 민간의 자동차 전문가가 임의로 고른 자기네 내수차와 수출차를 대상으로 시속 56km 정면 충돌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해 보였다. (☞ 관련 링크) 차종은 LF쏘나타이고.. 양 차가 제각각 56km/h로 달렸기 때문에 실제 충돌 속도는 그 두 배인 112km/h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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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충돌 잔해에서는 시뻘건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와서 무슨 핏자국처럼 보였는데..
그게 바로 변속기 오일이다. 바닥 주변이 다 붉게 물들 정도이니 주입량도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차가 저것 이상으로 박살 난 다른 교통사고 현장 모습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내부의 액체가 유출되었다고 해서 저렇게 시뻘건 액체가 줄줄 흘러나온 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것도 있겠지만, 그 붉은 염료가 변속기 오일의 품질 자체와는 별개로 오래 지속되지 않고 변색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 자동차 설명서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말이다.

현대차의 충돌 테스트의 경우, 공장에서 갓 생산된 따끈한 새 차를 동원했기 때문에 붉은색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논리가 아귀가 맞는다.

4. 타이어 펑크

자전거만 해도 타이어가 터지면 타이어가 완전히 다른 물질로 바뀌기라도 한 듯이 질질 끌리며, 페달을 밟아도 도무지 나아가질 않는다. 자동차는 주행 성능을 넘어 핸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등 조향· 제동과 관련된 더 위험한 문제가 이어진다. 그러니 타이어가 터진 상태로는 제대로 주행할 수 없다. 타이어 펑크는 배터리 방전, 문 잠김과 더불어 긴급출동 최다 호출 사유에 들지 싶다.

그런데 요즘 운전자들 중에 짹 같은 전통적인 공구를 꺼내서 차를 들어올리고 휠 너트를 풀고 조여서 타이어를 직접 교환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교환하고도 정비 불량 때문에 주행 중에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가 나는 판에 말이다. 다들 그냥 긴급출동을 부르고 만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자동차 운전을 참 어떻게 했을까 싶다.

20세기 초중반의 엄청 옛날 자동차들은 옆면이나 뒷면에 스페어 타이어를 노출하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던 것 같으나 요즘 차들은 그렇지 않다. 승용차들은 트렁크에, 버스나 트럭은 하부에 스페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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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요즘은 원가 절감과 경량화를 이유로 승용차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달리지 않는 게 추세이다. 어차피 다 긴급출동을 부르니까.. 그리고 타이어를 통째로 교환하기보다는 어지간해서는 그냥 지렁이 땜빵만 하고 말기 때문이다.

땅과 접촉하는 정면 부위에 압정이나 못이 좁게 박힌 것 정도는 땜빵으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누가 악질적으로 타이어 측면을 칼로 확 긋고 찢는 테러라도 벌인 것은 그런 식으로 대처할 수 없다. 이건 차 표면을 동전으로 긁어서 흠집을 내는 것만큼이나 적은 노력으로 차를 굉장히 크게 망가뜨리는 짓이다.

5. 속도계

타코미터가 엔진 회전수를 측정한다면 속도계는 바퀴 구동축의 회전수를 토대로 자동차의 주행 속도의 근사값을 표시해 준다. 정확한 값이 아니라 근사값인 이유는, 구동축이 동일한 속도로 회전했다 하더라도 차가 실제로 굴러간 거리는 타이어의 지름(= 공기압 상태)이 얼마냐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자동차가 지구상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절대적으로 따지는 GPS 내비 정도는 돼야 정확한 속도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계 바늘보다는 반응이 더딘 게 흠이다.
사실은 GPS까지 갈 것도 없이 스피드건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며, 속도를 어떻게 생각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도 개인적으로 무척 신기하다. 길거리에서 "지금 당신의 주행 속도는 xx km/h입니다" 이런 거 표시해 주는 전광판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속도계는 안전을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오차가 난다면 차의 실제 속도보다 약간 더 높은 값이 나오도록 만드는 게 관행이다. 이 속도계만 믿고 주행했다가 낚여서 과속 딱지라도 먹는다면 일이 꽤 골치 아파질 테니 말이다.
또한, 차에 따라서는 30km 지점에 빨간 눈금이 그어져 있는 속도계도 있는데, 그 이유와 의미는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6. 액티브 에코 기능

요즘 자동차에는 '에코 드라이브'라고 지금 운전 스타일이 경제 운전 친환경 운전 스타일인지, 아니면 차에 무리를 주고 돈을 길바닥에 흘리는 힘든 상태인지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

  • 백색: (1) 시동을 갓 켜서 냉각수나 엔진 오일이 제대로 초기화되지 않은 상태일 때(그러니 아직 너무 무리하지 마셈..), (2) 변속기 상태가 D가 아니거나 극도의 저속 주행 중일 때 (3) 급가속(킥다운, 높은 토크) 내지 고속 주행을 위해 좀 세게, 깊게 밟고 있을 때
  • 녹색: 백색에 해당되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상황. 슬금슬금 적절히 밟고 있거나 타력 주행 중일 때
  • 적색: 백색보다도 더 과격한 기동 중일 때

내 차의 경우, 시속 110~120km쯤 이상부터는 가속을 하려니 녹색을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 이상 속도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지금 엔진의 출력으로는 좀 무리라는 뜻이다. 더 큰 배기량의 엔진에 비해 연비가 더 크게 떨어지고 힘이 안 나고..
그리고 에코 드라이브 표시등이 백색을 넘어 아예 적색으로 바뀌는 것은 작년 여름에 딱 한 번 겪었다. 에어컨+오르막 상태로 옆 차 추월하려고 세게 밟았더니.. 저게 녹색과 백색 말고 적색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처음 봤다.

에코 드라이브에 이어서 '액티브 에코' 기능까지 탑재된 차도 있는데, 이건 엔진 성능을 일부 너프시키고 속도 리미트까지 걸어 가면서 더 적극적으로 '녹색' 상황으로만 동작하게 하는 옵션이다. 사용자가 켜거나 끌 수 있다. 본인 차에는 이런 옵션까지는 없더라.

먼 옛날 카뷰레터 시절, 퓨얼 컷 기능도 없고 공기 공급조차 엔진이 자동으로 조절을 못 해서 초크 밸브 당기고 시동 직후 몇 분간 예열을 해야 하던 때에 비해... 요즘 자동차들은 전자 제어 방식이 도입된 이후 정말 많이 똑똑해졌다. 최적의 동력비(자동 변속기)뿐만 아니라 최적의 연비까지 저렇게 계산해서 운전자에게 안내해 주니 말이다.
그러니 강제 공회전 예열은 마치 옛날에 니켈-카드뮴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조건 완충-완방을 해야 하던 시절 같은 흘러간 얘기가 됐다.

7. 선루프

선루프는 자동차의 엔진이나 주행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냥 액세서리이다. 선루프가 달린 스포츠카는 간지 하나는 정말 제대로 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길거리의 승용차들을 보면 선루프가 있는 차보다 없는 차가 훨씬 더 많으며, 선루프를 장착한 것을 후회하는 운전자도 많다. 선루프는 흔히 '빛 좋은 개살구, 계륵, 가성비 최악의 액세서리'에 비유되곤 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간지에 비해 치르는 대가와 단점도 만만찮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선, 평범한 일반인이 선루프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맑은 대낮에 운전을 할 일은.. 의외로 몹시 드물다! 더구나 맑은 대낮이라 해도 한겨울에 선루프를 개방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에 반해 선루프는 차값을 더 올리며, 수리비, 보험료 같은 유지비 제반도 덩달아 끌어올린다.
안전성 면에서도.. 전복처럼 지붕이 대미지를 입는 교통사고에 더 취약해지는 것 정도는 누구나 예상 가능할 것이다.

또한, 선루프를 단다는 것은 결국 차의 지붕에 어떤 형태로든 무겁고 복잡한 설비가 추가됨을 의미한다.
지붕이 재질은 약해지는 주제에 10~30kg에 달하는 중량이 차에 상시 추가된다. 연비에 마이너스.. 그것도 하부가 아닌 상부가 더 무거워지니, 차량의 주행 안정성에 악재면 악재이지 호재는 절대 아니다.
차의 외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선루프 부품이 위에 들어가려면.. 객실 내부의 천장이 수 cm 남짓 더 낮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핸디캡은 차량의 기술과 성능 발달만으로 극복 가능한 게 아니다.
더구나 운전 편의(자동 변속기)나 탑승자의 안전(ABS, 에어백)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물건도 아니니..
선루프는 고급 차량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이 달려 나오지 않는다. 오늘날까지도 고객이 별도로 주문했을 때에만 달아 주는 option 선택사양으로만 머무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01 08:35 2019/01/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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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의 크기별 분류

우리나라 기준으로 버스는 12인승 승합차부터 시작해서 25인승 중형 버스, 35인승 중대형 버스, 그리고 45인승 버스급으로 크기가 얼추 나뉘며, 본인은 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에 비해 트럭은 덩치의 종류가 더 세분화돼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버스 다음으로 트럭 얘기를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옛날에는 짐을 많이 나르기 위해 오토바이에다가 사이드카나 손수레를 연결하기도 했다. 하긴, 경운기에다가도 짐받이를 연결하면 화물을 잔뜩 실을 수 있는데 이건 크기만 작을 뿐이지 구조적으로는 트레일러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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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970년대에는 지붕 달린 삼륜차가 등장하여 1톤보다 더 가벼운 4~500kg급의 소화물을 담당했다. 1980년대부터는 포니 픽업이 등장했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이게 경차 다마스와 라보의 전담 영역이 됐다. 이에 대해서 사진이 곁들어진 더 자세한 설명은 역시 옛날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경상용차들은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만들고 팔아 봐야 이윤 남는 게 별로 없는 애물단지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안전 조건과 환경 오염 규제 조건을 제대로 충족하는지도 미심쩍다. 그래도 경차 혜택을 받는 서민 생계 밑천이라는 점으로 인해, 일반적인 시장 경제 이념에는 좀 역행하는 차량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생존하고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제미니 맥스라는 차량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앞부분은 승용차처럼 생겼지만 디젤 엔진 기반에 전반적인 덩치가 포니 픽업보다 더 크고, 뒤에 짐받이는 트럭에 더깝게 생긴 7~800kg짜리 픽업 트럭도 있었다.
그리고 '엑셀 밴'처럼 승용차 기반으로 천장은 있지만 좌석은 없는 화물 수송 최적화 차량도 있었는데, 오늘날은 이런 건 그냥 SUV의 영역으로 넘어간 듯하다.

1톤 트럭부터는 이제 앞에 엔진룸이 돌출되지 않고 승용차와는 다른 차량이라는 느낌이 확연히 난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크기가 차이가 나고 뒷바퀴가 복륜 형태이다. 현대 자동차에서는 이 체급의 트럭에 '포터'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있으며, 기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봉고'이다. 봉고를 승합차로 기억하는 사람은 옛날 아재이고, 트럭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신세대라고 한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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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트럭은 화물 운송 자체뿐만 아니라 배추 장사 과일 장사, 포장마차 푸드 트럭 형태로도 많이 보기 때문에 경차만큼이나 서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차급에는 보통 2500cc급 디젤 엔진이 얹히는데.. 어지간한 중형차보다도 더 큰 배기량으로 최대 출력은 150마력이 채 되지 않고 120~130대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무척 의아했다.
디젤 기반의 승용차 및 SUV와 달리 터보차저가 달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토크가 큰 대신에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

이 체급에는 바리에이션이 몇 가지 있다. (a) 먼저 1.25나 1.4톤 같은 약간 더 큰 놈이 있으나, 이것들은 오리지날 1톤만치 흔하지는 않다. 그냥 1톤에다가 그만치 과적을 하고 말지..

다음으로 (b) 뒷바퀴가 복륜이 아니라 앞바퀴와 동일한 크기의 단륜이고 사륜구동이 되는 '세레스' 같은 트럭이 있었으며, (c) 운전석 아래 대신 앞에 엔진룸이 달린 '리베로'라는 변종도 있었다. 전자 같은 부류는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듯하며, 후자도 일찌감치 단종돼서 이제는 견인차 형태로만 쓰인다.

그런데 1톤 트럭은 여느 트럭과 마찬가지로 엔진이 운전석의 아래에 있는데, 그렇다고 더 큰 트럭들처럼 탑승 공간(cabin)을 앞으로 굴려서 엔진룸을 끄집어낼 수 있지도 않다(틸팅 캡). 그 대신, 엔진을 정비하려면 운전석· 조수석 시트를 들어내야 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리베로처럼 엔진룸이 앞에 나와 있는 소형 트럭이 정비성 면에서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트럭이지만 짐받이가 좀 짧고 그 대신 뒷좌석이 달려 있어서 일가족이 다 탈 수 있는 일명 더블캡 차량도 내가 알기로 1톤급 트럭에만 존재한다. 얘는 동일하게 5인 탑승에 짐받이가 딸린 미국식 픽업 트럭과 정체성이 좀 겹치는 면모가 있어 보인다.

뭐, 이런 건 시골에서밖에 쓸 일이 없으며, 이것보다 더 큰 트럭들은 아무래도 운전사가 생계를 위해 혼자만 몰고 다니는 게 태반일 테니 더블캡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쭉한 더블캡을 틸팅 캡 형태로 만드는 것도 꽤 난감한 일일 것이다.

1톤 다음의 체급은 2.5톤이다. 현대 트럭은 '마이티'이고, 기아는 요즘도 그러나 모르겠는데 '타이탄'이라는 이름을 썼지 싶다. 엔진 소리가 승용차나 1톤 트럭보다는 톤이 낮아져서 남성다운(?) 느낌이 난다. 이제 좀 뒷바퀴와 앞바퀴의 크기가 서로 대등해지고, 틸팅 캡이 장착되기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차가 더 커지면 4.5톤이 나온다. 글쎄, 중간급인 3.5톤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고유한 특징 없이 2.5톤의 바리에이션에 속하는 것 같다. 참고로 버스 중에서는 25인승 소형 버스가 2.5내지 3.5톤 트럭과 비슷하다.

옛날에 기아 자동차에서 생산했던 복서(Boxer)가 4.5톤 트럭의 대명사였다. 앞바퀴 휠에 저렇게 동그렇게 돌출된 부분이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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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정도 체급부터 유압 대신 에어 브레이크가 쓰이며, 속도 제한 장치(90km/h?)도 설치가 의무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전용 나들목들은 바로 4.5톤 미만 트럭까지만 진입을 허용한다. (4.5톤부터는 불가..) 왜 이렇게 차별하는가 하면 중형급 이상 트럭들에 대해서는 축중량 측정과 과적 단속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반드시 한번 섰다가 가야 한다.

5톤 트럭도 있는데 역시 4.5톤과 도찐개찐인 것 같다. 이 정도면 전면부가 버스처럼 직각에 가까워지는 데다, 차체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버스를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트럭은 비슷한 덩치의 후방 엔진 버스보다 운전석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정도 트럭은 운전석의 뒤에 간이 침대가 있어서 밤에 차 세우고 거기서 잘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자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옛날에는 대형 버스에 준하는 덩치인 8톤 트럭도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거의 전멸했다. 8톤을 굴리느니 5톤 트럭에다가 가변축(=바퀴)을 하나 더 달아서 그걸로 퉁치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트럭은 옛날 트럭보다 엔진 성능도 더 좋으니.. 요게 앞바퀴와 뒷바퀴만 있는(= 축 2개) 트럭 중에서는 제일 크다.

그렇게 축을 늘려서 짐을 수 톤 더 실으면, 비록 차량의 스펙상으로는 과적이지만 법적으로는 축당 하중을 분산시켜서 과적 단속을 피할 수 있다.
물론 걸리지만 않을 뿐이지 차량은 설계 하중보다 훨씬 더 무거운 상태로 혹사당하느라 처음 출발할 때 배기가스가 더 많이 나오고, 차체의 금속 피로도가 증가하며 제동 거리도 더 길어지게 된다. 도로의 파손을 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차량의 수명 단축은 피할 수 없다.

8톤보다 더 큰 9.5톤이나 11.5톤 트럭은 드디어 뒷바퀴에 축이 하나 더 추가된다. 11.5톤은 우리나라의 1종 보통 면허로 몰 수 있는 가장 큰 자동차이기도 하다. 승합차는 겨우 15인승까지만 몰 수 있는 반면,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 트럭은 저 정도로 거대한 것까지도 몰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차의 덩치가 동일한 경우, 트럭 운전은 버스 운전보다 격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을 때의 여파와 책임이 사람의 경우가 화물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며, 통행 우선순위도 버스(여객)가 트럭(화물)보다 훨씬 더 높으니 말이다. 트럭에 전용 차선 같은 게 있지는 않다.

물론 화물도 아무 화물이 아니라 위험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조차는 그냥 3톤(적재 중량) 이상부터 대형 면허가 필요해지며, 위험물 수송을 위한 추가적인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적재중량 10톤을 넘어가는 너무 큰 트럭이나 위험물을 실은 트럭은 이제 내부순환로 같은 도시 고속화도로를 다니지도 못한다. 아니면 다니더라도 새벽 심야에만 몰래 다닐 수 있다. 이게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여도 도시 고속화도로와 아예 고속도로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고속도로는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대로 축당 하중 10톤 이내, 총 40톤 이내의 차량까지는 모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럭 중에는 덤프 트럭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짐받이를 번쩍 들어올려서 내용물을 밖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물건인데, 덩치가 작은 것도 있지만 공사장에서 돌과 흙을 잔뜩 싣는 용도로 쓰는 물건은 보통 15톤급이다. 10톤 이하인가 작은 건 차량 또는 건설 기계 중 원하는 형태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 큰 것은 건설 기계로만 등록 가능하다고 한다.

덤프 트럭은 포장하지 않고 쏟아붓는 짐을 싣는 걸 염두에 뒀기 때문에 여느 트럭과는 달리 짐받이가 굉장히 높으며, 딱히 화물을 결박하는 줄을 걸어 두는 부위가 없다. 그리고 여느 화물보다 밀도가 높은 걸 염두에 둬서 그런지 덩치 대비 길이는 일반 트럭보다 꽤 짧다. 버스가 저런 커다란 타이어에다 3개 이상의 축을 가졌다면 얼마나 길거나(굴절) 큰(2층..) 물건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명백해진다. 덤프 트럭뿐만 아니라 레미콘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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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보다 더 큰.. 트럭으로는 앞바퀴 바로 뒤에 축 하나, 뒷바퀴 쪽에 고정축 둘+가변축 하나.. 짐받이에만 축이 무려 4개나 있는 25톤 트럭이 있으며, 이게 트럭으로서는 마지막이다. 이것보다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실으려면 단순 트럭을 넘어 트레일러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 즉, 엔진+운전석과 짐칸이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각도로 꺾이는 게 가능한 차량이다. 버스로 치면 굴절 아코디언 버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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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를 몰려면 대형을 넘어 특수 면허가 필요하다.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차는 후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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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갓 생산된 승용차를 여러 대 탁송한다거나, 엄청 크고 무거운 강철 코일을 몇 개씩 한꺼번에 수송한다거나, 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건.. 대형 트럭의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은 본인으로서는 트레일러가 먼저 떠오른다.
(업계 용어로는 '츄레라'라고 하는 것 같은데, 트레이닝복을 츄리닝이라고 부르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맥락의 구개음화의 결과이다.)

트레일러에서 엔진과 운전석이 있는 앞부분을 '트랙터'라고 부른다. 철도 차량으로 치면 그냥 기관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트랙터가 짐받이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자기 중량 대비 엔진의 힘이 그야말로 넘쳐날 텐데, 이 상태로는 제로백이 얼마나 나오고 차가 얼마나 잘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이 정도로 큰 차량은 기사의 거주성도 어지간한 고급 승용차 이상으로 아주 뛰어나다. 특히 북미 대륙에서 보급을 책임지는 트레일러들은 운전석의 뒤나 위(!)에 그야말로 운전사의 개인 안방이 마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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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하나로도 부족해지면 호주에서나 볼 수 있는 road train이 등장하며, 이게 그야말로 육상 교통수단에서 트럭의 최종 테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mile train이 있다면 저기에는 road train이 있다. 나도 이런 크고 아름다운 트럭을 몰아 보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8/07/15 08:31 2018/07/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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