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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겨울에 샤워를 하기 위해서 보일러를 켜고 온수를 튼다. 물은 잠시 후 따뜻해지긴 하겠지만, 틀자마자 곧바로 더운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물은 생각보다 무겁고 비열도 굉장히 큰 물질인데 스위치만 눌러서 한겨울에 샤워나 목욕이 가능할 정도로 따뜻한 물이 자동으로 콸콸 솟아 나오는 건 정말 엄청나게 편리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커다란 쟁반에다 물을 담아서 불 때서 데우고, 그걸 욕조로 낑낑거리며 들고 가서 끼얹어서 목욕을 하던 시절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뭐 그렇긴 하지만, 아직 충분히 데워지지 못해서 몸에 끼얹을 수 없는 물은.. 어렵게 취수되고 소독되고 불순물이 걸러진 맑은 수돗물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어디 담아 놓을 데가 없으면 버려지고 곧장 하수구로 향하기 쉽다. 본인은 그때마다 자동차 엔진의 공회전도 이런 현상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낭비라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의 자동차의 엔진 공회전은 차의 엔진을 적당히 데우고(냉각수 온도..) 엔진오일을 내부에 충분히 순환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이 들어가는 실내를 좀 데우기 위해서 필요하다. 밖이 추울수록 더욱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흔한 상황은 아니겠지만, 배터리가 방전돼 버려서 점프로 시동을 간신히 건 뒤,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 일부러 엔진만 좀 돌릴 때도 있다.

2.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 말고 불필요한 엔진 공회전은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 때문에 좋지 않다.
(1) 가장 먼저, 두 말할 나위 없이 연료 낭비이다. (2) 엔진이 저회전 저출력 저온(액셀을 막 밟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태이다 보니, 촉매 변환 장치의 효율도 안 좋아서 연료 소비량 대비 배기가스는 오히려 더 심하다고 한다.
게다가 (3) 정지 상태이니까 라디에이터로 맞바람도 전혀 못 받는 상태에서 엔진이 혼자 장시간 돌아가고 있으면, 밖이 어지간히 추워도 열평형이 깨지고 엔진 과열이 야기될 수 있다. 특히 웜업 한답시고 P나 N 상태에서 액셀까지 밟다 보면 내부의 열이 더욱 증가되니 이를 피해야 한다.

엔진이 곱게(?) 과열되면 냉각수가 증발해서 연기가 나고 엔진 출력이 떨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만, 그때 재수 없게 엔진룸 안이나 배기구에 종이나 낙엽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어서 발화점이라도 넘기면 차에 불이 나는 참사까지 발생한다. 굳이 연료가 새서 유증기가 폭발하지 않아도 화재가 이렇게도 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름때 때문에 식당에 불이 나서 건물 전체를 삽시간에 덮쳐 버리는 것처럼.

뭐, 액셀러레이터를 꽉 밟지 않고 시동 유지를 위한 최소 회전수로만 엔진이 돌아가는 건데도 장시간 공회전이 (1)은 그렇다 치더라도 (2)와 (3)까지도 야기될 수 있다는 게 실감이 안 간다. 물론 아이들링 rpm도 그것만으로도 1.5톤짜리 기계 덩어리를 걷는 속도로라도 굴러가게 할 수 있는 큰 출력이긴 하다.

어느 도로나 장소에서 단순히 주정차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공회전을 금지시키는 건 가장 크게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2) 환경 문제 때문이다. (1)과 (3)은 그냥 차주 개인에게만 금전적인 손해를 야기하는 것이니 (2)보다야 덜 중요한 문제다.

3.
본인은 진작부터 "나의 소중한 기름은 오로지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지론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편의 장치를 사용할 목적으로 차내에 체류할 때는 절대로 시동을 켜지 않는다.
그리고 자주 드나들어서 신호 주기를 대충 기억하고 있는 교차로에서, 진입하자마자 노랑-빨강 신호에 걸렸다면 앞으로 3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니 곧바로 시동을 끈다.

요즘 자동차들은 전자 제어 방식이 많이 똑똑해져서 어지간해서는 시동을 걸자마자 바로 출발해도 별 무리가 없으며, 한겨울에나 그것도 길어야 2~30초 남짓만 공회전을 해도 충분하댄다. (물론 오랫동안 세워 둔 차를 처음 시동 걸었을 때 말고)
차는 통념과는 달리,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는 순간에 특별히 기름이나 전기를 심각하게 더 많이 먹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공회전 중에 엔진이 지속적인 회전을 위해 관성의 도움을 딱히 받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엔진이 무슨 선풍기의 팬도 아니고 평소에도 얼마나 무거운 부하를 받으며 돌고 있는데.. 시동이 꺼져서 힘이 끊어지면, 선풍기 팬과는 달리 정말 신속하게 회전이 멈춰 버린다.

정지 상태에서 액셀을 밟아서 실제로 "출발 가속을 할 때에야" 속도 대비 연료 소모가 많고 연비가 꽝이겠지만, 어차피 같은 정지 상태인데 특별히 엔진의 시동 자체를 거는 것은 어려울 게 없다. 그때의 연료 오버헤드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 봐도 공회전 수 초~길어도 10초 남짓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정지 상태가 분 단위로 계속되고 출발 시기를 예측 가능하다면 쿨하게 시동 꺼 버리는 게 명백히 이익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단지 운전자가 출발 시기를 신경 쓰고 있어야 하니 스트레스가 가중될 뿐이다. 파란불이 됐는데 즉시 출발을 못 해서 뒷차에게 욕 얻어먹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4.
끝으로.. 고연비 연료 절약을 위해서는 쓸데없는 짐을 안 싣고 차를 최대한 가볍게 하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전기 장치를 안 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것도 다 알게 모르게 엔진에 부하를 주며 연비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쉽게 생각해서 자전거를 탄다고 할 때 내 발에 힘 덜 들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원칙들은 자동차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세상에 공짜란 없으니까.

자동차는 페달 밟는 순간적인 힘은 생각만치 크지 않으며, 체중이 담긴 사람의 발보다도 약하다. 초대형 디젤 차량이 아닌 이상 자동차 엔진의 최대 토크는 성인 남자 체중의 몇 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페달링 회전수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 회전수를 낮추고 낮춰서 견인력으로 바꾸고, 이걸 밑천으로 해서 자전거보다 훨씬 더 무거운 차체의 바퀴를 굴린다. 승용차의 바퀴가 성인용 자전거의 바퀴보다 더 작은 이유도 이 때문임.

자동차에서 이용하는 전기는 그 엔진의 출력을 끌어들여서 덤으로 생산된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만 해도 헤드라이트를 켜기 위해 바퀴에다가 발전기를 연결하면 아무래도 마찰이 더 커지고 자전거가 예전보다 잘 안 나아간다. 밤에 주변 건물은 사고로 다 정전돼서 가로등까지 꺼지고 깜깜한데 밖의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켜고 잘 달리고 있는 걸 보면, 자동차 전기에 대한 존재감을 더 크게 알 수 있다.

다만, 똑같이 기름을 태우더라도 발전소의 거대한 증기 터빈에서 최고의 효율로 대량 생산된 건물용 전기와 비교하면, 자동차의 전기는 생산 단가면에서 효율이 잽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발전소의 경우 평상시에는 화력보다도 더 저렴한 원자력 발전이 쓰이니까 말이다.
세금이 덕지덕지 왕창 붙은 그 비싼 기름을 태워 없앴는데, 그 동력과 전기로 굳이 건물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오로지 자동차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폰 충전 같은 건 정 급한 상황이 아니면 그냥 자동차보다는 건물에서 하는 게 원론적으로 더 나으며 돈을 한 푼이라도 더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추우면 굳이 전기 저항을 일으키는 열선보다는, 이미 있는 엔진열을 자연스럽게 끌어다 쓰는 히터가 더 나은 선택이다.

물론 헤드라이트 하나 더 켜고 오디오와 에어컨 좀 틀었다고 500km 갈 기름으로 3, 400km밖에 못 갈 정도로 그렇게 연비가 곤두박질 치는 건 아니다. 이런 걸 너무 과민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특히, 밤에 "나 여기 있소!"를 나타내는 등화에다가는 전기 아낄 생각이라고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사고는 기름값 몇 푼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니 말이다. 주변이 가로등 불빛 때문에 훤히 밝더라도, 당신 시야가 아니라 남의 시야를 위해서 헤드라이트 켜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뭐가 보이긴 해야 남도 조심해 주든가 말든가 할 테니까.

Posted by 사무엘

2016/07/09 08:35 2016/07/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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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거의 3년 반 만에 처음인 것 같다.
지난번 자동차 이야기에 이어, 이번엔 화제를 VIP의 애마 말고 다른 쪽으로 좀 돌리도록 하겠다.

까마득히 먼 옛날인 순종 황제라든가 이 승만· 김 일성 같은 사람이 몰았던 차는 유니크템으로서 오늘날까지 실물이 존재하는데..
정작 해방 후에 한국 땅에서 직접 처음부터 조립해서 생산된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1955)은 의외로 실차가 오늘날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이거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발은 차체 외형은 자동 기계 공작 없이 엔지니어가 일일이 손으로 두들기고 펴서 만들고, 엔진은 미국 자동차 부품을 불법 복제해서 넣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이 물건들은 수출로 팔려 나가지는 못했을 것이고, 차량이 한물 갈 때쯤 다들 폐차 처분되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자동차 박물관 같은 데에 전시돼 있는 시발 택시는 그 시절에 달렸던 실차가 아니며, 다들 레플리카이다(예전의 고증을 반영해서 후대에 옛 물건을 일부러 새로 만든 복원품). 지금 불국사가 신라 시대에 지어진 원판이 아니라 훗날 재건된 건물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발 이후에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를 현대 자동차 위주로 좀 늘어 놓으면 이렇다.

  • 코티나(1968): 현대 자동차가 창립 후 면허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 외국의 자동차를 단순히 완제품 수입만 해서 판 게 아니라 면허 생산한 것임.
  • 포니(1975~1976): 잘 알다시피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 디자인 자체는 외국의 디자이너(쥬지아로)가 한 것이고 엔진도 일제(미쓰비시 새턴)이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지구상에 없던 모양의 자동차를 한국 땅에서 생산해 내는 데 성공함.
  • 프레스토(1985): 포니의 후속으로 개발된 포니 엑셀의 세단형 버전에 붙은 별칭이며, 요건 현대차 최초의 전륜구동 승용차이다. 전륜구동은 후륜구동보다 부품 수가 더 적지만 만들기는 더 어려웠다. 첫 승용차인 포니가 괜히 후륜구동이었던 게 아님.
  • 엑셀(1989): 연료 분사 방식이 카뷰레터에서 전자제어 다중분사(MPI)로 넘어가는 과도기. 최신 기술은 최상위 모델인 GLSi에서 첫 도입됐다. 이때 CF에서는 자동차에도 드디어 컴퓨터가 들어간다며 최첨단 기술이랍시고 왕창 자랑을 해 댔었다.
  • 엘란트라(1990): DOHC 흡기 방식 도입으로 엔진 출력 향상. 이 역시 최신 기술은 최상위 모델에 도입되곤 했다. 엘란트라 이전엔 그랜저의 최상위 모델인 V6 3000cc (1989)짜리도 SOHC 방식이었다.
  • 스쿠프(1991): 최초의 2도어 쿠페. 엔진을 최초로 독자 개발(알파 엔진). 터보차저
  • 액센트(1994): 최초로 로얄티가 전혀 들지 않고 현대 자동차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100% 독자 개발한 승용차다. 이만치 기술이 발달했다.

확실히 현대 자동차의 역사는 포드 사와 기술 제휴를 하던 시절과, 그 후 미쯔비시 사와 손잡은 시절로 시즌 1과 2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와 미쓰비시 사이의 기술 주종 관계 역전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공동 개발한 자동차들이 하필 일본에서는 다 망했는데 한국에서만 대박을 친 것도 신기하고 말이다(그랜저/데보네어 V, 에쿠스/프라우디아).

1990년대에 자동차의 엔진 성능은 비슷한 시기에 무슨 컴퓨터의 클럭 속도가 증가한 것만치 그 정도로 폭발적으로 뻥튀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즘 차는 같은 배기량으로도 몇십 년 전 자동차가 상상도 못 할 만치 큰 출력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특히 DOHC 흡기라든가 터보차저가 엔진 출력을 크게 끌어올려 주긴 했다.

포니 같은 옛날 차들을 보면 엔진룸이 요즘 차보다 더 길고 각지게 돌출돼 있는 주제에 정작 뚜껑을 열어 보면 공간은 더 휑하다. 부품들도 다 기계식이고 단순하다.
하지만 요즘 차들은 온통 복잡한 전자 부품들로 가득하고 그러면서도 엔진룸은 최대한 줄이고 객실 공간을 짜내다시피하게 설계된 것이 눈에 선하다.

포니부터 시작해서 엑셀, 스텔라, 쏘나타 Y2까지 그 시절 자동차들은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디자인이다. 그러나 1986년에 나온 각그랜저는 시간대가 얼추 저 시절에 듦에도 불구하고 쥬지아로의 디자인이 아니며, 디자인과 설계까지 모두 현대/미쓰비시 공동 개발이다. 우리나라의 동전 중에 500원만이 다른 동전보다 늦게 따로 등장했으며, 열차 명칭 중에 새마을호는 비둘기/통일/무궁화와는 달리 독자적으로 먼저 쓰이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쥬지아로 이후로 한참 뒤, 2000년대 말에 fluidic sculpture라는 이념 하에 YF 쏘나타와 아반떼 MD를 디자인한 사람은 안드레 허드슨이라는 미국인이다. 쏘나타는 미국물 먹은 디자인이고, 경쟁 차종인 K5는 유럽물 먹은 디자인이라고 흔히 비교되곤 했다.

* 보너스: 현대 자동차의 차명 관련 개드립

  • 코티나: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 자동차가 생산한 최초의 차량이다. 최초라는 건 시행착오의 시범타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차가 생각보다 잘 퍼지고 고장이 잦았던지라, 코티나의 초창기 모델은 '고치나', '코피나', '골치나' 등 불명예스러운 개드립이 많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치면 버그가 꽤 많았던 듯.
  • 그라나다: 역시 유럽 포드 사의 차량을 면허 생산한 것이다. 얘는 그 당시로서는 그랜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꿈의 최고급 승용차였으며, 국내에 아직도 이 차를 애지중지 관리 잘 하면서 소장 중인 사람이 있다. 채널 A 카톡쇼에서 그 차주와 차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제18회).. 차주의 가족들은 차명에서 G를 B로 바꿔서 차를 '불안하다'라고 부른다고 한다. 너무 옛날 차여서 언제 갑자기 퍼질지 몰라서 타기 불안하다고. -_-;;
  • 쏘나타: '소나 타'. 이건 그 당시 경쟁사(대우?)의 회장조차도 현대를 디스할 때 구사한 드립이라고 한다.-_-;;; 한국어 보조사의 특성상 나름 중의성도 있다. (1) 사람이 아닌 소를 싣는 데 적합한 차라는 의미와, (2) 이런 저질 차를 탈 바에야 차라리 소를 타는 게 낫다는 의미. 그래서 1985년에 스텔라의 최상위 트림으로 Y1 모델이 나왔을 때에는 CF에 분명히 '소나타'라고 기재돼 있었지만, 그 이듬해, 심지어 Y2이 나오기도 전에 곧장 '쏘나타'라고 한글 표기가 ㅅ이 ㅆ으로 바뀌었다!
  • 에쿠스: 어느 난센스퀴즈에 따르면, 궁예가 타고 다니는 차라고 한다. -_-;; 글쎄, 한 나라의 국왕이니까 저 정도 기함급 승용차를 몰 만도 하겠다. 그런데 이젠 에쿠스도 단종되고 제네시스 EQ 900으로 넘어갔으니 옛날 이야기가 됐다.

소나타/쏘나타 드립에 대해서는 다음 사진과 화면을 참고할 것.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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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거에 쏘나타는 후면 엠블렘의 첫 글자가 떨어져 나가서 '오나타'라고 바뀌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름 하나 갖고 참..;; 조감도가 한 획만 빠져서 오감도로 바뀐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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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6/05/06 08:38 2016/05/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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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종 어차(1903)

황제의 즉위 무려 40주년을 기념하여 도입됐으며(참고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60년이 넘었다만..), 이게 한반도 땅에서 최초로 달린 자동차이다. 차종은 '포드 모델 A'이라는 2도어 오픈카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확실치 않으며, 자동차 역사 연구자 사이에서 그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런 거야말로 고종 실록 같은 데에 수록되지 않았나?

허나, 이 차는 얼마 못 가 러일 전쟁 기간 중에 소실된 관계로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 시절에 자동차는 얼마나 비싼 물건이었을 텐데, 명백한 사고 폐차도 아니고 러일 전쟁 자체가 한국 땅에서 벌어진 것도 아닌데(청일 전쟁이 아님), 도대체 그 당시에 국가 자산 관리가 얼마나 막장으로 되고 있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래서 얘는 가정사로 치면, 첫째 자식보다 먼저 태어났지만 이름도 없이 일찍 죽은 형· 누나 정도의 존재감으로 취급된다.

2. 순종 어차(1913)

일제 강점기가 된 뒤에 데라우치 총독이 자기 차와 더불어 조선 황실에 대한 예우를 위해 선물해 준 차라고 한다. 1911년엔 고종 어차 시즌 2로 영국제 다임러 리무진이 들어왔고, 1913년에는 순종 어차 명목으로 더 큰 캐딜릭 8기통 리무진이 들어왔다. 고종-순종 부자가 타라고 차를 두 대 구매했으나, 실소유자는 곧 순종-왕비 부부로 바뀌었다. 도입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운전대는 명백하게 오른쪽에 있다.

이 차들에 대해서도 도입 시기에 대해서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건 아니다. 1911-1913년 도입이라고 하는데 다른 자료에서는 한참 나중인 1918년식이라는 얘기도 있고. 저래 뵈어도 엔진의 배기량은 5000cc가 넘는데 제원상 최대 출력은 30몇 마력밖에 안 됐다는 것 역시 참 안습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자동차 기술의 한계가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들은 엄연히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 된 자동차 실물이다. 그리고 저 차종 자체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차량이 전세계적으로 극소수인데, 한국에 있는 물건은 보존 상태가 양호해서 세계 자동차 역사의 관점에서도 유물로서 가치가 대단히 높다고 한다. 6· 25 전쟁의 포화까지 견뎠을 정도이니, 얼마 타지도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고종 어차 최초 도입분과는 운명이 정반대이다.

일단 아래 사진에서 왼쪽 것이 1911년도 다임러 리무진이고 오른쪽 것이 1913년도 캐딜락 리무진이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이 서로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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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때는 흙 묻고 빛 바래고 먼지가 수북이 앉은 채로 창덕궁 차고에 방치돼 있었으나, 1990년대 말에 현대 자동차와 영국의 올드카 복원 전문 업체가 협력해서 표면을 광 내고 대대적으로 보수를 했다. 복원하는 덴 시간이 5년에 가깝게 걸렸으며 비용도 10억 원가량이 들었다고 한다.

복원 작업은 2001년 말에 완료됐으며, 이 덕분에 어차는 완전히 새 차처럼 변했다. 캐딜락의 경우 원래 검정이었는데 표면 도색도 빨강으로 바꾼 듯하다. 현재 이들은 경복궁 안의 국립 고궁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캐딜락 리무진의 before과 after를 대조한 것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했다. 저 차들이 191X년대에 갓 들여 온 직후에는 저렇게 반들반들 윤이 났을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지금 시퍼렇게 녹이 슬었다고 해서 그게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퍼렇지는 않았으며(동상은 원래 갈색· 구리색임), 옛날 사진이 지금 누렇게 바래 있다고 해서 옛날 그 당시의 풍경 자체가 누렇게 바랬던 건 아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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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 일성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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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다름아닌 북한의 수괴인 김 일성이 몰고 다니던 승용차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구소련 시절의 자동차이다.
구소련이라 하면 총(AK47!)과 비행기(AN-??)와 우주선은 만들었어도 정작 고유 모델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정보는 영 생소하다. 저건 ZIS 110이라는 모델로, 1948년에 김 일성이 스탈린으로부터 선물받았다고 한다.

김 일성은 이 차를 즐겨 몰고 다녔다. 6· 25 전쟁 중에는 안전한 후방에서 보고나 받고 명령만 내린 게 아니라, 경북 왜관까지 남하해서 전선을 시찰하고 북한군 병사들을 지휘했다고 한다. 고속도로도 없던 와중에 참 멀리까지도 내려왔다. 낙동강을 사수하네 마네 하던 리즈(?) 시절엔 그야말로 한반도 전역의 적화통일이 코앞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는데 1950년 가을, 인천 상륙 작전으로 인해 전세가 역전되었고 김 일성은 시급히 후퇴를 해야 했다. 평양까지 빼앗기고 계속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앞은 강으로 가로막혀 있고 다리가 없고 차량으로는 도저히 건너갈 수가 없었다. 다른 길로 뺑뺑이를 칠 수도 없고.. 그래서 김 일성은 (아마 눈물을 머금고) 자기 애마를 어쩔 수 없이 버리고 도망쳤다고 한다. 난 차량이 남한에서 노획되었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 차량은 1950년 10월 22일,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km쯤 떨어진 청천강 근처에서 남한 국군(6사단 수색대)에 의해 발견되고 노획됐다. 국군이 38선을 최초로 넘어서 국군의 날이 시초가 된 10월 1일 이후로 정확히 3주 만의 일이다.
이걸 최초로 발견하고 신고한 병사가 누군지를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검색은 더 귀찮아서 안 하련다. 그 병사는 당연히 큰 포상을 받았다.

김 일성의 리무진은 대한민국의 국고로 귀속됐다. 김 일성은 차만 버렸지 차키까지 놔 두지는 않았겠지만, 그 시절의 옛날 차들은 지금 같은 첨단 이모빌라이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타터 모터의 배선만 연결하면 강제 시동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차가 그때 이후로 줄곧 한국에서 애지중지 보존되어서 반공 안보 교육(?) 아이템으로 쓰였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승만 대통령은 1951년, 미 8군 사령관이던 월튼 워커 장군의 부인에게 이 차를 선물로 줬다. 워커 장군은 잘 알다시피 1950년 12월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통사고로 한국 땅에서 순직했기 때문이다(교전 중 전사는 아니고..).

부인 되시는 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인수했지만 차는 곧 고장 났다. 냉전 중에 미국에서 적성국인 구소련제 차량은 부품을 구해 유지 보수를 하기도 어려웠던 관계로, 그녀는 차를 또 처분해 버렸다. 그렇게 김 일성 리무진은 미국 땅에서 정처 없이 30년 가까이를 방황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차가 사고가 나고 폐차됐다면 김 일성 리무진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랬는데 사단법인 유엔 한국 참전국 협회라는 단체에서(대표: 지 갑종) 1970년대에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이 차의 소재를 미국에서 찾아 냈으며, 뉴저지에 소재한 어느 자동차 수집상으로부터 거금을 주고 1982년에야 그 차를 한국으로 도로 역수입을 해 왔다. 먼 나라로 수출되었던 포니가 20여 년 뒤에 드라마 촬영을 위해 도로 역수입된 것처럼. 그때 고맙게도 대우 그룹 김 우중 회장이 재정적인 지원을 해 줬다고 한다.

또한, 그때 이래로 지 회장이 러시아 엔지니어까지 초청해서 관리를 잘 한 덕분에, 김 일성 리무진은 현재도 간단한 정비만 하면 곧장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한다. 이분은 6· 25 전쟁 휴전 60주년을 얼마 남기지 않았던 2013년 7월 16일, 차량을 전쟁 기념관에다 기증했다. 덕분에 우리는 전쟁 기념관에서 김 일성 리무진과 동시에 곧 소개할 이 승만 리무진도 나란히 관람할 수 있다.
참고로 6· 25 전쟁을 계기로 김 일성은 자기 애마뿐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에 있던 자기 별장도 빼앗겼다.

4. 이 승만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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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일성 차량에 비해 이 승만 리무진은 설명할 게 훨씬 없다. 1956년에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의전용 방탄 캐딜락이다. 그러므로 전쟁 중에 굴러다닌 건 아님. 애초에 이 승만은 6· 25 때 피난도 자차가 아니라 열차를 타고 갔다.

얘는 어차처럼 창덕궁에서 보관되어 오다가 2000년부터 전쟁 기념관으로 옮겨져 전시되었으며, 2013년경에는 역시 때 빼고 광 내는 부분적인 복원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이 작업은 당연하지만 구한말 어차를 복원하는 것만치 힘들고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차 역시 당장 시동 걸고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정태를 넘어 동태보존 상태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28 08:31 2016/04/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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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라는 물건은 차체의 크기와 엔진의 배기량 같은 전반적인 규모를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고, 같은 규모라면 사람을 태우는 것과 화물을 싣는 것을 각각 얼마만큼 비중을 뒀느냐에 따라서도 여러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사람에 초점을 두면서 덩치가 커지면 버스가 되고, 화물에 초점을 두면서 덩치가 커지면 트럭이 된다.
그런데 전문적인 트럭이나 버스로 불리기에는 작은 승용차급 크기에서도 생각보다 다양한 차종이 존재한다.

가장 흔한 건 5명이 타고 짐은 뒤의 트렁크에 싣는 '세단'이다. 세단은 객실과 화물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정숙성 면에서 좋다. 그러나 짐을 높이 쌓기 어려우며, 이런 화물칸에다가 성인용 자전거 같은 건 접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실을 수 없다.

옛날에는 해치백이라고 뒷부분에 위로 열리는 문이 달린 차량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라는 포니부터가 해치백이었고, 그 뒤에 르망이나 프라이드(초기 모델)도 해치백이었는데 요즘 국내에서는 해치백 승용차는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 해치백은 통상적인 승용차보다 더 큰 SUV의 전유물이 된 듯하다.
해치백은 세단처럼 뒤에 뭔가 돌출된 부위가 없다 보니, 유체역학적으로 볼 때 뒷유리에 먼지가 더 잘 쌓이고 더러워지기가 쉽다. 그래서 뒷유리에도 와이퍼가 달려 있다.

요런 5인승 승용차/SUV급 체형에다가 뒤에 트럭처럼 짐받이도 장착된 차량을 특별히 '픽업트럭'이라고 하는 것 같다. 미국 시골에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평범한 세단형 승용차가 아니라 픽업트럭이 자가용으로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험지를 종종 달려야 하니 차체가 크고 튼튼할 필요가 있으며, 땅 넓고 길 넓고 단독 주택에 자기 차고도 있고, 기름값 싸고 배기량 규제도 없으니 큰 차 굴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 인건비가 비싸서 어지간한 가사노동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 갈 때처럼 짐을 많이 실을 일 있을 때도 용달차를 부르기보다는 자차로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이러니 미국의 시골 문화에는 큼직한 픽업트럭이 어울린다. 영화 <킬 빌>에서 빌의 동생 버드는 사막 한가운데의 어느 컨테이너에서 살았던 한편으로 자가용이 픽업트럭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자동차 문화라는 것도 참 가난하고 열악하고 배고픈 여건 속에서 태동했다. 수출을 위해서 무작정 중공업을 육성했는데, 그래도 외화는 목숨 걸고 아끼려고 기름값에 세금 왕창, 자동차 배기량에 세금 왕창..;; 고위 공무원들의 관용차에도 4기통보다 더 큰 차는 금지시켰을 정도다. 또한, 소비자에게만 규제를 넣은 게 아니라 심지어 자동차 제조사에도 생산 가능한 자동차의 종류까지 규제를 했다.

그러니 국내에서 생계형 미니 용달 화물차는 기아 자동차의 전신인 기아 산업에서 만든 삼륜차부터 시작했다. 삼륜차는 내가 몇 차례 예전 글에서 소개한 바 있으니 이 자리에서 사진 첨부는 생략하겠다.
그 후 1974년에 기아에서는 잘 알다시피 '브리사'라는 승용차를 내놓았는데, 사실은 그 전 1973년 여름에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브리사의 전신인 픽업 트럭을 먼저 내놓은 적이 있었다. 브리사는 상용차부터 출시된 뒤에 그걸 베이스로 나중에 만들어진 승용차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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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에서 나온 포니 역시, 앞좌석까지만 동일하고 뒷부분은 짐받이로 대체된 픽업 트럭 에디션이 응당 있었다. 최대 적재는 400kg 남짓까지 가능했다.
포니나 SMC 덤프트럭 같은 옛날 차들을 보면 엔진룸은 요즘 자동차보다 더 길고 각지게 돌출돼 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면 들어있는 부품은 생각만치 조밀하지 않고 듬성듬성해 보이는 게 인상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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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화물차이긴 한데 천장이 있고 외형은 승용차와 동일한 일명 3도어 '밴' 에디션도 있었다.
포니 이후에 엑셀까지 밴 에디션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진 첨부는 귀찮은 관계로 생략하겠다.
엑셀은 포니와는 달리 원래 세단인데 밴은 해치백? 쿠페? 스타일이니 이것도 인상적이었다.

기아와 현대에서 픽업트럭을 내놓는 동안 대우 자동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래의 요놈은 휠 모양을 보아하니 맵시나 기반인 것 같은데 내가 어렸을 때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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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것보다도 내가 더욱 신기하게 여기는 추억의 자동차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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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승용차의 픽업트럭 파생 에디션이 아니라, 아예 트럭에 더욱 근접해 있는 형태이다. 앞부분은 엔진룸이 돌출돼 있고 좀 승용차처럼 생겼지만, 그래도 앞의 차체와 뒷바퀴 휀다는 짐받이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짐받이는 후면뿐만 아니라 측면까지 모두 열어 젖힐 수 있다. 일반 트럭처럼 말이다. 승용차로 치면 딱 봐도 그랜저/쏘나타급의 중대형의 덩치이고 적재 용량 역시 7~800kg에 달했다.

실제로 엔진의 배기량도 2000cc급이었고, 휘발유가 아니라 '디젤' 엔진 기반이었으니 더욱 트럭에 가깝다. 걍 1톤 트럭의 약간 마이너 버전이다. 크고 무거운 디젤 엔진을 승용차에다 얹으려다 보니 그 당시 기술로는 부득이하게 중앙이 불룩 튀어나온 전용 보닛이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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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대우 자동차는 독일 오펠 사로부터 수입한 승용차용 디젤 엔진을 얹기도 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는 디젤 승용차의 원조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당시의 현대/기아 계열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기록이다. 그러니 픽업 트럭 역시 휘발유 에디션(흰 놈. 제미니/맵시나 기반)과 디젤 에디션(파랗고 더 크고 엔진이 불룩한 놈. 로얄 디젤 기반)이 모두 존재했다고 한다.

요놈은 그 당시 웬일로 '맥스'라는 차명이 붙었으며, 1988년까지 생산되다 단종됐다.
본인은 25년 가까이 전의 어린 시절, 집에서 피아노를 구입했을 때 피아노가 바로 이 맥스 픽업트럭의 짐받이에 실려서 오는 걸 본 기억이 있다. 그 차의 색깔도 딱 저런 파란색이었다. 그 피아노는 2016년 현재, 아직도 본인의 고향집에 있다.

그에 반해 요즘은 트럭은 기본이 1톤 단위로 시작한다. 그것보다 더 작은 '경상용차'는 국내 유일의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걸로 안다. (적재 하중 550kg)
경차에게 주는 법적 혜택이 워낙 독보적인 관계로, 이 차량은 비록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마진이 남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생계수단 장사 밑천으로서 기본적인 판매 수요는 절대보장이다.

다만, 원가 절감을 위해 자동 변속기, ABS, 에어백, 자세제어, 그딴 거 하나도 없..다. 안전 테스트도 결과에 관계없이 단종돼서는 안 되는 차량이라고 꾸준히 열외· 면제-_-돼 왔고, 사고 시에 연료가 새는지, 디젤 엔진이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지 이런 것만 검사를 받아 왔다. 뭐 현실이 그렇다.

그러고 보니 트럭 중에도 옛날에는 포터에 1.25톤짜리 바리에이션이 있었고, 기아의 점보 타이탄 중에는 1.4톤 모델이 있어서 오늘날 1톤과 2.5톤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걸 찾을 수 없다. 엔진음이 여자 톤에서 남자 톤으로 바뀌는 과도기적인 체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상. 오늘은 소형 트럭 쪽에서 특별히 픽업트럭를 중심으로 옛날 차들을 회상해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23 08:33 2016/04/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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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에는 잘 알다시피 이제 이륙을 중단할 수 없고 중간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일단은 반드시 떠야 하는 V1 속도라는 게 있는데..
비슷한 개념이 자동차에도 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로 속도가 붙은 채로 교차로와도 충분히 가까워져 버렸으니, 이제는 중간에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더라도 서면 안 되고, 급제동이 아니라 그냥 가속을 해서 교차로를 통과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속도 말이다. 이런 걸 내비가 안내해 준다면 어떨까.;;

자동차가 존재하고 각 자동차의 상태를 일일이 다 감안하는 지능형 신호 시스템이라도 도입되지 않는 한, 이놈의 노란불 딜레마는 마치 기독교계에서 믿음과 행위, 자유 의지와 예정, 육신과 성령만큼이나 잡음이 끊이지 않는 어려운 문제로 남을 듯하다.
아니면 그냥 자동차 신호등도 남은 시간 카운트다운을 좀 표시해 주면 안 되나..?? -_-;; 부작용이 더 크려나?

2.

  • 자전거로 자동차 도로를 역주행하는 것
  •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차가 1차로를 정속으로 계속 주행하는 것
  • 여러 자동차들이 좌우나 전후로 등속· 동일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것 (일명 떼빙)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따위에 비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무척 더디긴 하지만, 위의 사항들은 모두 불법이다. 마음만 먹으면 단속에 걸려서 과태료 딱지 먹어도 할 말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FM대로 밀어붙이기가 좀 어려운 구석도 있다. 먼저 자전거 얘기. 자전거는 근본적으로 경로 자체가 인도와 차도 사이에 끼여 무척 애매한 위치에 있다. 오토바이도 아니고 겨우 자전거가 인도도 제대로 못 다니고 게다가 한 길에서 상행과 하행을 못 다니니 왕복을 위해 반드시 중앙선 횡단을 해야 하는 건 좀..;; 비현실적이다.

다만, 차도에서 그것도 차가 옆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교차로 주변에서 자전거가 역주행을 하는 건 몹시 위험해 보이는 짓이니 자제해야겠다. 제아무리 제일 바깥쪽 차선으로 조심스럽게 다닌다고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주행/추월 차선 얘기다. 도로 정체 상황이 아니라면 중앙선에서 제일 가까운 차선은 추월용으로 언제나 비워 둬야 하며, 딴 차를 추월했으면 자기 자신도 다시 오른쪽으로 2차로 이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외국에서는 "1차로는 화장실 이용하듯이"(이용한 뒤 곧장 나와라)라는 의식이 딱 박혀 있다. 느린 차들이 모든 차선들을 점유하고 있으면 뒷차 운전자의 심정은 짜증 그 자체일 것이다.

끝으로 줄지어 다니는 떼빙이다. 이건 과속이나 신호 위반이 아니고,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는 난폭운전은 아니나, 다른 방향으로 난폭 운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금지되는 행위이다. 돌발 상황이 많은 도로에서 차량 간격을 아슬아슬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다른 차가 사이에 끼어들지 않게 하는 건 몹시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의 차가 급정거하게 됐을 때 연쇄 추돌 사고가 날 우려도 있고 말이다. 여러 차량들이 길을 아는 선두차를 따라서 동일 목적지로 갈 때 떼빙을 하기 쉬운데, 요즘 세상엔 내비를 켜서 각자 알아서 찾아가는 게 낫다.

떼빙이나 추월 차선 위반 차량을 적발하려면 건 속도· 신호 위반 단속처럼 특정 지점을 체크하는 게 아니라 구간을 꾸준히 감시해야 하니 현실적으로 난감하며, 무인 기계가 하기는 더욱 힘들 것 같다. 하다못해 구간식 속도 위반 단속도 그냥 시작점과 끝점에서 동일 차량의 통과 시각만 비교하면 되는 반면, 차로 위반은 그런 부류가 아니니까 말이다.

3.
버스 운전사가 운전을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변속기 스틱을 전방이 아니라 꼭 뒤로 밀더라. 뒤는 짝수단이나 후진이 있는 쪽이다. 버스나 트럭 같은 디젤 차량은 정말로 1단이 아니라 2단에서 출발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단은 정지 상태에서 오르막을 오를 때에나 필요한 듯.
게다가 내가 최근에 확인을 했을 때는 승객이 더 탈 수 없을 정도로 버스가 초만원이고 그만큼 무거운 상태였다. 그런데도 버스는 아무 탈 없이 2단에서 아주 부드럽게 잘만 출발을 했다. 힘이 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내 경험상, 어떤 버스에 따라서는 금방이라도 시동이 꺼질 정도로 부르르 떨리면서 출발하기도 했다. 그건 기사 아저씨가 클러치 조작을 잘못했거나 아예 3단 출발을 시도하기라도 해서 그런 건지 궁금해진다.

또한, 버스는 정지해서 문이 열리기 직전에 '쉬익~ 치익'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건 운전석을 관찰해 보니 주차 브레이크 같은 걸 조작하는 소리 같다. 아무래도 승용차와는 구조가 다른 듯.
주차 브레이크를 거는 걸 깜빡하고 운전사가 차에서 내렸다가 버스가 슬금슬금 앞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해서 대형 사고가 나는 동영상을 몇 번 봤었다. 디젤 엔진에 무거운 대형차일수록 1/2 mv^2에서 v가 커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또 엔진 브레이크의 효력이 약하고 주 브레이크가 무리를 받기도 쉽댄다. 제동 장치를 빡세게 잘 만들고 적절히 활용하는 게 필수이다.

4.
지난 여름에 휴가차 양평으로 가던 길에 국도변의 모 휴게소 주변에서 뜻밖에 득템한 사진이다.
포니도, SMC 덤프트럭도 아니고.. 무려 "제무시" 트럭의 실물을.. 그것도 굴러가는 모습을 조우하게 됐다.
곧바로 사진을 찍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자동차계의 생생한 노인학대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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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국 GMC에서 제작한 군용 2.5톤 트럭이 민간에 풀려 나온 것이다.
그리고 GMC를 일본식으로 변형해서 발음하면 '지 에무 씨' → '제무시'가 된다. ㄲㄲㄲ
앞바퀴 휀다의 모양으로 보건대 M602 / M35 / K511 계열이다. 한 196, 70년대에 생산되었던 물건.
군필자 분들은 '육공 트럭'이라고 부르더라.

그런데 진짜로 낡은 원조는 6·25 내지 2차 세계 대전 시절에 생산된 놈도 있다고 한다.
군용차다운 압도적인 무게와 엔진 출력 덕분에 강원도 산길을 오르면서 통나무들을 실어 나르는 실력은 이놈 만한 게 없다고 함.
다만 기름 먹는 하마인 건 각오해야 할 것이고, 심지어 미국 차 아니랄까봐 이런 트럭이 디젤도 아니고 휘발유 엔진 모델도 있다고 한다.

5.
초가삼간도, 산 정상도, 그리고 도로가 극심하게 막힐 때 신호 대기 중의 운전석도 훌륭한 코딩과 작문 공간이다.
너무 맑고 밝은 낮에는 명암차 때문에 바깥 경치와 모니터 화면이 카메라에 동시에 담기지 않는 반면, 흐린 날엔 그게 가능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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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당연한 말이지만 엔진의 경제 속도로 고단 고속으로, 그리고 최대한 관성을 활용해서 나아가고 있어야 연비가 극대화된다. 그 반면, 길이 막혀서 나아가질 못하면 길에서 아까운 기름을 흘리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자동차의 가성비는 극악으로 곤두박질친다.
컴퓨터로 치면 메모리가 부족해서 가상 메모리 페이지 파일 교체만 하느라 다른 일을 못 하고 성능이 그냥 곤두박질치는 것에다 비유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인은 도로 정체를 매우 싫어한다. 시내 도로보다 2~3배 가까이 우회해서 가더라도 신호 안 받고 연속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자동차에게는 이익이고 결과적으로 그게 돈과 시간을 아끼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 전용 도로마저도 답이 없으면.. 그냥 차 안 가져가고 만다.
그나마 신호 대기 시간에 다른 작업이라도 해서 내 개인 시간이라도 좀 아껴야 할 필요를 느낀다.

6.
속담과 성경 구절 몇 개를 자동차를 배경으로 좀 각색해 보면...
"일찍 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보다 운전자에게 훨씬 더 절실히 와 닿는 속담은 "일찍 도착한 차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이다.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7)보다 운전자에게 훨씬 더 절실히 와 닿는 말씀은 "옆차에게 (끼어들) 틈을 주지 말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28 08:31 2015/11/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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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고장의 양대 산맥은 엔진 과열과 배터리 방전이 아닌가 싶다.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둘 다 엔진룸을 열어야 한다. 그에 반해 타이어가 터지는 건 당장 주행을 할 수 없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엔진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1. 엔진 과열

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것보다 내부가 훨씬 더 뜨거운 기계이다. 극도로 통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1초에 수백, 수천 회씩 석유+공기 혼합 가스가 폭발하는 공간이 절대로 시원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걸 잠시 총에 빗대서 설명해 보겠다.
총을 격발하고 나서 갓 튀어나온 탄피는 매우 뜨겁다. 이 역시 화약의 폭발을 안에서 받아 낸 금속 껍데기가 절대로 시원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고 "탄피 회수"에만 급급해서 탄피를 별 생각 없이 만졌다가는 피부에 화상을 입는다. 화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총 특유의 반동과 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격발로 인해 총이 과열되면 총열이 휘고 명중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심각한 기능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총 내부가 워낙 뜨거워서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격발이 되는 쿡오프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냥 총이라면 모를까 연발이 되는 기관총은 냉각 설비가 필수이다.

기관총 정도면 무게(= 기동성)와 운용 문제도 있고 해서 공랭식이 존재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장시간 동안 연료의 폭발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자동차는 엔진의 과열을 막으려면 냉각수를 동원해서 식혀 줘야 한다.
단, 이 냉각수는 인간의 관점에서 '냉수'는 절대로 아니다. 시동 중에 엔진을 정상적으로 돌고 있는 냉각수의 온도는 이미 섭씨 90도대로, 사람의 입장에서는 온탕을 넘어 역시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물이다. 그래도 엔진은 훨씬 더 뜨겁기 때문에 이런 물조차도 냉각용으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엔진을 한번 돈 냉각수는 라디에이터를 거치면서 좀 식은 뒤 다시 엔진을 순환한다. 즉, 자동차는 엔진이 공랭식이 아니라 수랭식이며, 냉각수를 식히는 게 공랭식인 셈이다. 엔진열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밖으로 배출된다.
만약 이 메커니즘에 탈이 나서 열평형이 깨진다면, 엔진의 동작이 계속될수록 내부의 온도는 계속 치솟게 된다. 냉각수는 온도가 100수십 도가 넘어서 아예 펄펄 끓기 시작한다.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고 엔진의 출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총기에 쿡오프 현상이 있다면 엔진에는 노킹 현상이 있다. 엔진 내부가 워낙 뜨거운 나머지, 폭발해야 하는 정확한 타이밍보다 더 먼저 연료가 폭발하면서 피스톤과 엔진 내벽엔 예기치 않은 충격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노킹은 연료 불량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그 특성상 엔진 과열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엔진 과열을 방치하면 엔진이 노킹 현상을 못 견디고 다 망가질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냉각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게 계기판을 통해 포착되면, 즉시 차를 세우고 엔진룸을 열고 엔진을 식혀야 한다. 그리고 냉각팬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 냉각수가 충분한지 같은 것을 점검하고, 영 확신이 없으면 견인과 수리를 받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컴퓨터도 발열이 문제인 기계이지만, 그래도 단순 전기적인 발열과 아예 폭발이 수반된 발열은 성격이 서로 다르다. 컴퓨터는 극한의 오버클럭이라도 하는 게 아닌 이상 팬을 돌리는 공랭식만으로도 어지간해서는 다 감당이 된다. 냉각을 하냐 못 하냐가 문제는 아니고 단지 좀 더 조용하게 냉각할 수 없는지가 문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총에서 갓 사출된 탄피가 뜨거운 것만큼이나, 자동차 엔진에서 갓 배출되는 배기가스도 원래는 엄청나게 고온 고압(+고속, 고성)이다. 사람이 배기구에 가까이 있으면 원래는 크게 다친다. 엔진의 배기량이 커질수록 배기가스의 후폭풍도 커진다.
이것은 머플러가 압력과 소음을 낮추고 또 낮춰서 밖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과정에서 엔진 출력이 약간 깎인다. 헬리콥터에서 테일 로터가 엔진 출력을 깎아 먹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와는 달리 고정익 비행기는 아예 배기가스를 내뿜는 추진력으로 달리고 떠야 하기 때문에 머플러 같은 건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그 대신 엔진 소리가 제일 시끄러우며 연료 소모도 심하고, 비행기 근처에 다른 장애물이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등 박살이 나는 것이다. 엔진이 켜진 비행기의 바로 후방은 온통 후폭풍이 가득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어지간한 규모를 갖춘 비행기라면 연비는 리터 당 km가 아니라 km당 리터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연료 소모가 심한 대신에 속도도 넘사벽급이기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가성비가 유지된다.

2. 배터리 방전

잉크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촉 부분이 마르거나 굳어서 글씨가 써지지 않는 볼펜을 보면, 본인은 연료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퍼져서 시동이 안 걸리는 자동차가 떠오른다. 서로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경운기나 옛날 자동차들은 엔진 크랭크축을 손으로 뱅뱅 돌려서 시동을 걸었지만 요즘 자동차들이 전기로 스타터 모터를 돌려서 간편하게 시동을 건다. 그러나 후자는 자동차의 배터리가 방전돼 버리면 시동을 못 건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다만, 외부 전원을 공급하거나 밀어서 자동차를 살리듯이, 볼펜도 그렇게 살리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자동차 배터리에는 자체적으로 녹색(양호), 백색(방전), 적색(다른 이상) 같은 상태 인디케이터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전적으로 믿을 건 못 된다는 게 다수의 자동차 정비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한다. 너무 오랫동안 녹색 상태로 있다 보면, 인디케이터가 그 상태에서 굳어-_- 버려서, 배터리가 진짜로 방전되거나 고장 난 뒤에도 계속 녹색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의 화상에 1도부터 3도까지 상태 등급이 있듯, 배터리의 방전 정도도 다 똑같은 게 아니라 등급이 있다.

(1) 초기: 키를 start로 돌리면 정상적으로 시동 걸 때처럼 끼릭끼릭 거리기는 하는데, 시동이 실제로 걸리지는 않고 그렇게 끝남. 이건 스타터 모터를 돌릴 최소한의 기력만 있지, 더 강한 외력을 전해서 시동을 실제로 걸지는 못하는 상태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차가 시동이 안 걸리는 장면은 다 이 상태를 흉내 낸다.

(2) 중기: 그것보다 상태가 안 좋으면 끼릭끼릭이 아니라 찰칵찰칵 / 타타타닥.. 어쨌든 위보다 더 거칠고 상태가 안 좋은 쇳소리만 난다. 스타터 모터 스위치를 연결할 기력만 있고 모터를 돌릴 토크조차 안 나와서 전압이 뚝 곤두박질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상태이다. 요런 소리는 평소에 들을 일이 잘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놀라기 딱 좋다.

(3) 말기: 배터리가 레알 텅 비어 버리면.. 차는 완전히 죽는다. 키를 start는커녕 on으로 돌려도 감감무소식이고 실내등도 안 켜지고 도난 방지 장치도 동작 안 한다. 이 정도면 배터리의 내부 화학 성분이 비가역 반응에 의해 손상되어서 충전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우려가 높다. 자동차의 배터리는 안에 황산 용액이 들어있으며, 휴대전화 배터리의 대용량 버전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배터리 방전은 자동차 보험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에서 굉장히, 어쩌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호출 사유이다. 겨울철에는 그 빈도가 몇 배로 더 증가한다고 한다. 본인은 남 차와 내 차를 합해서 (1)부터 (3)의 상태에 있는 자동차를 모두 직접 본 적이 있다. =_=;;

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부품들로 구성된 기계이다. 그냥 기름을 폭발시켜서 피스톤 왕복 운동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며, 동력 전달과 변환 계통이 무진장 중요하다. 엔진이 그냥 만들어 내는 힘과, 차 바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힘, 또 반대로 시동을 걸 때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힘은 성격과 유형이 서로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왕복 vs 회전, 고속 저토크 vs 저속 고토크, 단일 구동축 vs 여러 기통).

여러 개의 실린더가 만들어 낸 힘을 한 힘인 것처럼 합치고, 반대로 스타터 모터의 외력도 동일하게 모든 실린더에다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FF의 경우, 핸들을 꺾었을 때는 같은 앞바퀴라도 왼쪽과 오른쪽 바퀴의 회전 속도가 다르게 되는데 이것도 감안해서 바퀴에다 동력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단순히 더 무겁고 힘 좋고 빠른 자전거라고 보기에는 이런 점에서 어폐가 있다. 그리고 죽어라고 왕복 운동 뺑이를 치는 피스톤을 생각하면, 내연기관에서 엔진 오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어렴풋이 실감이 간다. 밀폐된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마찰로 인한 부품 마모를 최소화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자동차와는 달리 비행기는 시동을 거는 스케일이 더 크다. 초기에는 공기의 흐름을 강제로 만들어서 엔진을 점화하기 위해 별도의 시동 엔진을 가동한다. 비행기의 시동 과정을 자전거에다 비유하면, 정지 상태에서 페달을 밟는 게 아니라 발로 땅을 차서 가속을 한 뒤 그 뒤부터 페달을 밟아서 출발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대형 여객기야 출발 전까지는 객실 전원 공급도 별도의 발전차를 통해서 받으니 배터리 방전 같은 것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다. 다만, 20세기 초에 프로펠러 비행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에는 얘도 조종석 밖에 있는 무슨 장치를 손으로 뱅글뱅글 돌려서 시동을 걸긴 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5/10/01 08:35 2015/10/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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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범죄자
  •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
  • 구류, 금고, 징역
  • 교도소, 구치소, 유치장, 소년원
  • 밀입국, 불법체류
  • 과태료, 범칙금, 과료, 벌금, 추징금
  • 불법주차, 부정주차

법률 용어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관점이 서로 다른 개념들이 의외로 많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 운전과 관련된 것들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호와 속도는 딱히 악의적이지 않아도 운전자가 경미하게라도 종종 위반하기 쉬운 사항이다. 주변에 차가 없고 위험 요소가 보이지도 않는데, 고지식하게 기다리기 싫고 규정 속도대로만 가기가 싫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그놈의 노란불 딜레마 때문에 어영부영 하다가 본이 아니게 신호 위반에 걸리기도 하며, 이 때문에 면허 시험에서 떨어지기까지 하면 억울함과 짜증이 최악에 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통법규 위반을 단순 경범죄 급으로 용인했다가는 도로가 난장판이 되고 교통사고가 폭증할 것이니 누군가는 이걸 단속도 해야 한다. 자동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무겁고 빠르고 단단하고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 신호 위반에 걸렸을 때 우리는 국가에게 돈을 뜯기는데, 그 형태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범칙금 또는 과태료라는 두 형태가 존재한다.
범칙금은 경찰이 실운전자에게 직접 징계를 내리는 관점인지라 돈+벌점 형태이다.
그러나 과태료는 실제 운전자가 아닌 차량 소유주에게 행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관점이다. 같은 위반 아이템에 대해서 액수가 범칙금보다 약간 더 높지만(+1만원) 벌점은 없다.

이렇게 체계가 이원화된 이유는 단순히 "너 벌금+벌점 같이 받을래, 아니면 돈 더 내고 벌점은 안 받을래? 골라" 차원이 아니라 더 깊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도로 위에서의 경미한 위반을 일일이 다 단속하면서 운전자들을 사법부 차원의 형벌을 내려서 범죄자·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그리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보다 아랫단에서 더 가볍고 뒤끝 없는(?) 처벌을 선택하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또한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무인 카메라 단속에 걸린 건 현장에서 경찰에게 걸렸을 때와는 달리 면허증을 까고 실운전자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과태료 또는 범칙금 선택의 형태로 고지서가 날아온다. 교통법규의 위반에 대해서 실운전자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이런 단속 방식과 관점, 단속 명의의 차이로 인해 범칙금과 과태료라는 두 체계가 공존하는 것이다. 뭐,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원래는 범칙금이 원칙이긴 하지만.

땅은 좁은데 차가 너무 많은 관계로, 운전을 마친 뒤엔 불법 주정차도 운전자들이 꽤 자주 저지르는 위반 사항이다. 이로 인해 정부 기관에게 단속을 당했다면 그때는 운전자가 현장에 없으니 선택의 여지 없이 차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긴, 애초에 주정차 단속은 구청/시청 공무원이 하지, 경찰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주차 위반 과태료는 일찍 내면 원래 내는 금액의 20%를 깎아 주는 듯하다.

과태료(행정부)와 범칙금(경찰)의 관계는 이렇게 설명이 됐는데..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을 때 뜯기는 돈은 과태료나 범칙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이것은 집행 주체가 사법부이며(= 판사의 판결), 똑같이 돈을 내더라도 집행유예만큼이나 전과가 남는 대단히 무거운 처벌이다.
음주운전 정도면 사고 안 낸 초범이어도 액수부터가 수십~수백만 원급으로 나오니 단순 속도· 신호 위반 과태료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벌금형까지 받은 사람이라면 공무원 내지 직업 군인 진로에도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과료는 그냥 벌금의 다운사이즈 버전으로, 이 역시 과태료나 범칙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로 쓰레기 무단 투기나 노상방뇨 같은 경범죄를 저지르다 걸렸을 때 부과되는데, 현실에서는 이것도 사법부 주관의 과료보다는 경찰 주관의 범칙금 형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주차 얘기가 잠깐 나왔으니 말인데, 불법주차와 부정주차의 차이는 이러하다.

  • 불법주차: 어떤 자동차라도 세워진 채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다른 차의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고 시야를 가려서 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대로변을 포함해 교차로, 횡단보도, 버스 정류장, 소화전의 근처는 더욱 그러하다.
  • 부정주차: 차를 세울 수는 있는 곳이지만 그 차가 네 차는 아니다. ㄲㄲㄲㄲ 주로 거주지 우선 주차 구역이나 골목길, 아파트 단지 안이 이런 곳에 속한다.

그러니 불법주차는 길에 대해서 public한 성격이 강한 반면, 부정주차는 어떤 공간에 대해서 private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방 정부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불법뿐만 아니라 부정 주차를 단속하기도 한다.

구석에 주황색 실선이 그어진 도로는 원래 주· 정차가 모두 금지되는 곳이지만 현실에서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많고 관례적으로 단속도 없이 그 관행이 묵인되는 곳도 왕왕 있다.

단, 위의 모든 규정에는 예외가 있다. 긴급 자동차를 비켜 주는 등 지극히 정당한 사유로 인해 정지선을 넘고 신호를 좀 위반한 거라면, 상황 입증만 가능하면 과태료 부과는 당연히 면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차 위반도 정당한 사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한 것이 인정되면 마찬가지로 구제 방법이 있으니 더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 보면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5/06/13 08:28 2015/06/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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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를 끌어올려 분사하는 일을 하는 물건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물뿌리개: 일면 주전자처럼 생겼지만 주둥이의 끝은 샤워기처럼 생긴 물통이다. 확 들이붓더라도 물이 넓은 면적에 고르게 퍼져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만, 물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은 중력밖에 없으니 딱히 신기할 게 없다. 이름 그대로 화단에 물을 주는 용도로 쓴다.
  • 펌프: 진공을 만들어서 압력차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리는 도구이다. 옛날에 오늘날과 같은 편리한 상수도 시설이 갖춰지기 전, 시골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끌어올리던 시절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그래도 수동식 펌프는 펌프질을 위해 여전히 사람의 체력이 필요했다.
  • 분무기: 물이나 향수 같은 걸 펌프와 같은 원리로 끌어올린 뒤, 안개처럼 조금씩 뿌옇게 분사한다. 손으로 손잡이를 눌러서 손잡이가 끝까지 들어갈 때까지 그렇게 동작한다. 그리고 정확하게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일부 분무기는 노즐 '모드'를 바꿔서 물을 뿌옇게 분사하는 게 아니라 물총처럼 가느다란 물줄기를 찍찍 갈기게 만들 수도 있었다.
  • 스프레이: 분무기보다 기술적으로 더 발달했다. 위의 분무기는 손잡이가 끝에 닿아서 멈춘 뒤엔 더 분사가 되지 않지만, 스프레이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액체가 분사되어 나온다. 스프링이나 태엽, 전기 동력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액체를 밀어내는 역할은? 같이 들어가는 압축 기체가 한다. 그 대신 여기에 들어가는 액체도 역시 단순한 물 같은 게 아니라 아무래도 살충제, 페인트 같은 화학 약품들이다. 아, 그러고 보니 소화기도 따지고 보면 이런 스프레이에 속한다.

총으로 치면 단순 압축 분무기는 반자동 모드이고, 에어로졸 스프레이는 연사가 되는 자동 모드에 해당한다고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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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인은 액체 연료와 고체 연료의 차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액체를 끌어올려 뿌옇게 분사하는 기술은 액체 연료를 다루는 핵심 기술이며 기계공학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나 싶다. 유체역학과 열역학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세제, 치약, 샴푸 같은 것에 유체의 극미량 분사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찌익 짜서 쓰는 양보다 훨씬 적게 써도 씻는 데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상의 이유로 과다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자동차 엔진에서 분사 기술의 중요성은 그야말로 물으면 잔소리이다.
<이연걸의 정무문> 영화의 맨 앞부분을 보면.. 주인공 진진은 설정상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내연기관이라는 신문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게 나온다. (오오~ 기계공학..) 그때도 대사를 들어 보면, 선생이 '카뷰레터'라는 장치를 언급한다~!
서양 제국주의는 내연기관이 달린 기계와 총기를 통해서 이뤄진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 당시로서는 엔진 기술이 오늘날의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기술만큼이나 최첨단 기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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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잘 알다시피 공기 중에 연료를 아주 희박하게 분사한 뒤 이를 폭발시켜서 그 힘으로 피스톤을 누르고 바퀴를 굴린다.
이를 수행하는 가장 원시적인 장치가 바로 '카뷰레터'이다. 얘는 말 그대로 분무기처럼 동작을 하여 가솔린+공기 혼합 기체를 엔진에다 보내 준다. 참고로 카뷰레터는 탄소 carbon에서 유래된 탄화물 carburet의 파생어이다.

어린이용 과학 실험 중에.. 빨때를 ㄱ자로 꺾어서 수면에다 꽂은 뒤, ㅡ 모양의 한쪽 끝을 입으로 세게 불면 아래에 있던 물이 빨려 올라가는 실험이 있다. 바로 그 원리이다. 유식한 표현으로는 베르누이의 정리 내지 벤트리 효과이다.
더 나아가 바다에서 사람이 배의 스크류에 빨려 들어가서 사고를 당하는 것, 열차가 빠르게 달리는 쪽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도 다 유체역학적으로 같은 원리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하겠다.
현대 자동차에서 예전에 만들었던 승용차인 '엑셀'. 그 기원을 찾자면 포니 엑셀, 프레스토 등 더 옛날 차로 거슬러 올라가긴 하는데, 그 중 가장 엑셀스러운 첫 모델은 1989년 4월에 나온 2세대 모델이다. (그러고 보니 저 시기는 아래아한글 1.0이 나온 시기와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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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엑셀은 1300cc, 1500cc GL, 1500cc GLSi 이렇게 세 모델로 출시되었다.
창문도 최하급은 전도어가 수동이고 중간급은 앞좌석 두 개만 자동, 고급은 전좌석이 파워윈도우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차이는 연료 분사 방식인데, 앞의 둘은 기계식 카뷰레터보다 약간 더 발전한 전자식 피드백 카뷰레터인 FBC이고, 최고급 GLSi는 그 당시로는 최첨단 기술이던 다중분사 MPI 방식이었다.

GLSi의 경우, 차 측면에 Multiple Point Injection이라고 당당히 자랑하는 글귀가 붙어 있을 정도였다. DOHC 흡기 방식이거나 자동 변속기가 달린 차는 측면에 Automatic 내지 DOHC라고 자랑을 치던 시절의 얘기다.

흐음, 기계식 카뷰레터, 전자식 카뷰레터, MPI(완전 전자식)라는 세 계층의 기술을 보니..
이듬해 봄에 발표되었던 마소 Windows 3.0의 리얼 모드, 286 표준 모드, 그리고 386 확장 모드가 같이 연상된다!
그땐 자동차와 컴퓨터 모두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하던 과도기이긴 했다. 전동차로 치면 저항, 쵸퍼, VVVF와 비슷하다.

카뷰레터는 전자 제어가 없이 전적으로 밟은 만큼 밸브가 열리고, 곧이곧대로 연료가 분사되다 보니.. 구조가 단순하고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정비성이 좋았다. 변속기도 수동이었으니 반응 하나는 정말 최강이었을 것 같다.
193,40년대에 미국에서는 퍼져 버린 차를 시골 깡촌의 소녀가 간단한 공구로 뚝딱 수리하는 걸 보고 미국으로 견학을 간 어느 일본군 장교가 경악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전국민이 저렇게 기계를 잘 다루는 나라와는 전쟁을 벌여서 이길 수 없다"라고 직감을 했다고.

미국이 (1) 193,40년대에 이미 마이카 시대가 열렸을 정도로 잘사는 나라이며, (2) 인건비가 높아서 어지간한 작업은 스스로 다 알아서 해야 하는 나라인 것도 있지만, (3) 한편으로 그 시절엔 자동차의 구조가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하기도 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은 기계식 카뷰레터만으로는 요즘 정도의 엄청나게 까다로운 연비나 배기가스 기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 지금은 MPI에 이어 직분사라는 GDI 엔진까지 출현했고, 또 그 동작을 제어하는 것 역시 옛날보다 훨씬 더 똑똑하졌다. 컴퓨터가 이것저것 따져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기계식 카뷰레터 기반이던 포니에는 초크 밸브를 개폐하는 스위치도 운전석에 있었다니 참 신기하다. 공회전 때 엔진 회전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또 추운 곳에서 오랜만에 시동을 걸 때는 이거 제어를 잘 해 줘야 했던가 보다. 지금은 그런 밸브는 오토바이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인 듯.

Posted by 사무엘

2015/05/25 08:30 2015/05/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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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역사뿐만 아니라 자전거,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1.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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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정말 위대한 발명품이다. 엔진 같은 게 전혀 없고 구조도 간단하지만, 단순 가마나 수레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기계적으로 마냥 쉽게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전거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아무리 일찍 잡아도 since 19세기이다.

자전거도 처음엔 발로 땅을 차면서 나아가다가 페달이 등장하고, 핸들과 브레이크가 등장하는 등 점진적으로 발전을 했다. 체인으로 뒷바퀴를 구동하고 고무 타이어까지 달린 현대 스타일의 자전거는 무려 1890년대는 돼서야 등장했다.

그런데 옛날 자전거 중에 꽤 주목할 만한 건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물건이다.
1870년대에 유럽에서 리즈 시절을 구가했으며, 옛날 자전거라 하면 곧장 떠오르는 '자전거의 상징'은 바로..
앞바퀴가 겁나게 큼직한 일명 'penny-farthing, 하이휠' 자전거이다. 그때는 지름이 거의 1.5m에 달하는 물건도 있었다고 한다. 검고 큼직한 마술사 모자를 쓴 19세기 영국 신사가 딱 타고 있어야 어울릴 것만 같은 바로 그 자전거.
자전거에 체인이나 변속기 같은 게 아직 없던 시절에 오로지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앞바퀴가 커졌다.

무슨 헬리콥터의 메인 로터와 테일 로터 같은 관계도 아니고..
저건 뒷바퀴에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지지 않게 고정하는 기능이라도 있지 않으면, 구조상 거의 외발자전거나 다름없다.
딱 보기에도 타고 내리기가 어렵고 위험하며, 탄 채로 정지해 있을 수가 없다. 당연히 젊은 성인 남자 정도의 전유물이었다.
진짜 외발보다 좋은 점은 딱 하나, 앞뒤로 자빠지지는 않겠다는 것뿐으로 보인다.

동력 전달의 측면에서 보면 저 자전거는 일종의 고단 고정이다.
정지 상태에서 첫 출발을 할 때나 오르막 오르는 건 정말 고역이었을 것 같다.
게다가 자명한 이유로 인해, 그 큰 바퀴를 상대적으로 짧은 크랭크암(= 같은 힘으로 밟아도 작은 토크)과 연결된 페달로 열나게 밟아야 한다.

그래도 이런 자전거가 자전거 경주 대회에서 다른 정상적인(?) 형태의 자전거들을 제치고 연전연승을 해서 성능을 입증받았고 10~20년간 유행을 탔다고는 한다. 속도를 위해 다른 편의성을 희생한 게 꽤 많았지만..;;

예전에 이색적인 하이브리드 교통수단이라든가 휴대용 교통수단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엔진이 없는 자전거도 생각보다 기상천외한 게 많다. 외발자전거인데 바퀴 위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커다란 바퀴 안에 들어가는 형태인 놈도 있고, 앉아서 운전하는 게 아니라 누워서 운전하는 자전거도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언젠가 글을 쓸 일이 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며칠 전이 장애인의 날이기도 했는데, 당장 휠체어만 보더라도 사람이 팔로 열나게 바퀴를 돌려야 하는 수동 휠체어는 뒷바퀴가 겁나게 큼직한 반면, 전동 휠체어는 바퀴가 아주 작다. 수동과 전동의 외형상의 가장 큰 차이가 이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지는 각자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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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륜차

엔진이 달려서 단순히 차가 아니라 '자동차'라고 불릴 수 있는 물건이 최초로 개발된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륜차 형태가 아니었다. 그럼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엔진을 그 정도로 작고 균형 잡기 쉽게 만드는 것이 고역이었다.

사륜차도 아니고 이륜차도 아니면 남는 것은 바로 삼륜차이다. 프랑스의 퀴뇨가 1770년에 고안한 시속 4km짜리 증기 자동차는 삼륜차였고,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인 벤츠 모터바겐도 삼륜차였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기아 산업에서 삼륜차를 생산한 적이 있으며, 지금도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는 서민들이 온전한 형태의 4륜 승용차를 지를 구매력이 안 되기 때문에 오토바이 내지 툭툭이라고 불리는 삼륜차가 널리 굴러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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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뇨의 삼륜차를 보면 물탱크를 앞바퀴보다도 앞에다 배치한 게 무게 배치가 영 불안해 보인다. 물이 가득 차 있으면 차체가 앞으로 들려 올라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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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모터바겐은 1886년에 첫 생산되었는데, 지금도 재현품이 남아 있다. 차의 후방에서 뭘 힘을 줘서 빙글빙글 돌려 주면 시동이 걸려서 엔진이 '툭툭툭툭~!'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그 뒤 사람이 잽싸게 올라타서 기어를 중립에서 전진으로 바꾸면 엔진 회전이 바퀴에 전달되어 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툭' 소리는 실린더에서 미량의 가솔린이 폭발하면서 나는 소리일 테고. (☞ 관련 동영상)

4행정 엔진은 폭발이 크랭크축의 2회전마다 한 번 발생하니, 저 차의 엔진의 실제 회전수는 단위 시간당 '툭툭툭툭' 소리가 나는 횟수의 두 배일 것이다.
차가 가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니 엔진 회전수가 순간적으로 약간 감소한다.

영문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최초의 모터바겐은 954cc 단(1)기통 4행정 가솔린 엔진을 얹어서 최대 출력이 대략 2/3마력이고 최대 속도가 16km/h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 저 모터바겐보다도 배기량이 작은 경차조차 50~70마력대의 출력이 나오니(얼추 거의 12cc당 1마력??) 자동차의 기술 발전도 컴퓨터의 기술 발전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자동차는 실린더 하나의 부피를 저렇게 우악스럽게 크게 잡지 않는다. 경차는 3기통, 소형~중형차는 4기통, 대형차 이상은 6~8기통을 쓴다. (1) 한 실린더에서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연료를 폭발시키지 않게 하고, 또 (2) 4행정 엔진은 폭발이 일어나는 회전과 폭발이 없는 회전 때에 산출되는 토크가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연소 상태인 실린더를 여럿 두는 것이다. 그래야 시동이 걸린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도 더 부드러워진다.

게다가 그걸로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동차나 오토바이에는 머플러가 장착되어서 엔진 소음을 추가로 상쇄시킨다. 이런 메커니즘 덕분에 툭툭툭툭 소리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부르릉(?) 소리로 바뀌는 것이다. 가솔린 엔진보다 진동이 더 심한 디젤 엔진은 털털털 정도로나 바뀌지만, 그래도 받침이 무성음에서 유성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디젤도 아닌 가솔린 엔진이 시동 직후부터 내부에서 너무 심한 떨림이 느껴지고 '들들들~ 두두두두 / 따다다다'거린다면 그건 아마 노킹 현상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연료가 어떤 이유로 인해 실린더 안에서 정확하게 폭발을 해야 할 타이밍보다 먼저 폭발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엔진의 내구성에는 굉장한 악영향을 초래한다. 유연이니 무연 휘발유니 하는 것도 이 노킹 현상을 줄이려고 연료의 화학적 성질을 튜닝하는 첨가제를 나타내는 명칭이다.

우리나라 현대 자동차의 경우, '쏘나타'나 '그랜저'라는 승용차 브랜드명은 1980대 이래로 지금까지 쭉 잘 우려먹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만들었던 차량인 포니, 엑셀, 스텔라 같은 부류는 그저 구형 싸구려 이미지로만 치부하면서 자기들이 옛날에 만들었던 차량에 대해서 뭔가 정통성을 존중하려는 노력을 너무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의 몇몇 자동차 매니아들이 아쉬움을 표현한 적이 있다.

월트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모리스(벨의 아버지, 발명가)도 증기 기관 삼륜차를 발명한 듯하다. =_=; 비행기도 엔진이 2개도 4개도 아닌 삼발 엔진기는 뭔가 과도기스러운 물건으로 인식되듯, 삼륜차 역시 그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타이어와 공기 주입구

다음으로 좀 다른 얘기를 꺼내 보겠다.
요즘 자전거와 자동차, 그리고 심지어 비행기의 랜딩기어에 이르기까지 단단한 땅 위를 굴러가는 바퀴의 테두리엔 거의 다 고무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똑같이 시꺼먼 합성고무인 것 같아도 타이어도 역사적으로 속에 튜브가 따로 없어도 공기가 새지 않는 튜브리스 타이어, 그리고 접지력과 주행 연비가 더 우수한 래디얼 타이어 같은 더 좋은 물건이 역사적으로 꾸준히 개발되어 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이어 내부에 충분한 공기(압)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가 부족하면 타이어의 아랫부분이 차체의 무게 때문에 점점 짓눌리게 되는데, 그러면 바퀴가 점점 잘 굴러가지 않기 시작한다. 힘이 많이 든다. 자전거만 운전해 봐도 타이어에 공기가 충분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힘이 드는 정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또한 타이어에 공기가 충분치 못하면 타이어는 주행 중에 열도 더 많이 받으며, 이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고속 주행 중에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까지 날 수 있다. 그러면 차가 한데 쏠리고 제동력과 조향력을 상실하여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타이어의 공기압에 따라서 주행 중인 차량에 왜 그런 상태 차이가 발생하는지 단순한 직관 이상으로 물리적으로(아마도 유체역학적으로) 숫자와 공식을 이용해서 정량적으로 설명해 보라고 하면 난 잘 모르겠다. 그저 접지 면적에 차이가 생겨서 그러는지?

그리고 내가 타이어의 물리적인 특성에 대해서 아직도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건 타이어의 공기 저장 능력이다.
타이어는 구멍이 났다고 해서 무슨 수영 튜브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즉시 쪼그라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완전히 밀폐된 물건도 아니다. 아주 천천히 바람이 새긴 하는 것 같다. 자전거 타이어의 경우 수시로 바람을 보충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저질 싸구려 타이어여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타이어의 재질 자체뿐만 아니라 공기를 주입하는 단자도 사실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자전거에서 흔히 많이 쓰이는 가장 저렴하고 단순한 단자는 '던롭' 방식이다. 검은 고무 마개(밸브 캡)로 입구를 봉인할 수 있지만 마개를 제거하는 것도 굉장히 쉽게 할 수 있으며 마개가 없다고 해서 당장 타이어가 바람이 술술 빠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마개 없이 자전거를 달리기도 꺼림칙하고.. 마개의 정확한 역할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이것 말고 '슈레이더' 방식 단자는 던롭보다는 더 고급형이다. 단자의 중앙에는 작은 핀이 꽂혀 있으며, 이 핀을 누르고 있는 동안은 밀폐 상태가 풀려서 공기가 빠지고 반대로 공기 보충도 가능한 상태가 된다. 마개는 이 핀이 외부 환경에 의해 손상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며, 마개 자체가 타이어 내부를 개방하지는 않는다.

얘는 '던롭' 방식보다 폐쇄 상태와 개방 상태가 더 확실히 구분되며 더 고압의 공기 주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자동차 타이어에 이 단자가 쓰인다. 그리고 자전거에도 일부 고급 모델의 타이어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단, 던롭 방식만치 아무 펌프로나 쉽게 공기 보충을 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리고 또 고급 산악 자전거에는 '프레스타' 방식 단자도 쓰이는데, 이것은 슈레이더에서 핀 역할을 하는 게 별도로 돌출되어 있는 작은 나사이다. 단자 위에 또 나사가 들어있기 때문에 마개가 던롭 단자의 마개보다 더 길쭉한 편이다.

공기 주입구도 이런 차이가 있는 게 마치 컴퓨터에서 신호의 입출력용으로 쓰이는 각종 아날로그/디지털 단자들 규격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타이어와 공기 주입구 역시 자동차와 자전거 자체와 역사를 함께 하며 발전해 왔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4/25 08:23 2015/04/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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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 수동 공통으로 변속기에 적용되는 주의 사항

(1)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차의 진행 방향을 반대쪽으로 바꾸는 변속을 하지 말 것. (전진 ↔ 후진)
주차 중에 성질이 급해지면 이런 행동을 하기 쉬운데, 절대 금물이다. 변속기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2) 오르막(혹은 이와 비슷하게 차를 전진하지 못하게 막는 외부 저항)과 엔진 동력이 상쇄 평형을 이루는 상태로 차를 정지시키지 말 것.
자동은 D 상태이고 수동의 경우 반클러치 상태를 말한다. 이 역시 변속기에 굉장한 무리를 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 정석대로 중립+브레이크 상태로 정지해야 한다.

그리고 (2)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했을 때, 자동 변속기의 경우 신호 대기 때문에 차를 수십 초 이상 세울 일이 있으면 좀 귀찮더라도 변속기를 N으로 꼬박꼬박 바꿔 주는 게 좋은 걸로 본인은 안다.
시동 유지를 위한 엔진 공회전만 해도 성인 남자 5명이 탄 1~2톤짜리 쇳덩이를 슬금슬금 기어가게 할 수 있는 강한 힘이며, 사람 한 명이 이를 막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걸 브레이크가 막고 있고 그 부하를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가 받고 있는 건 결코 좋은 상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똑같이 정차하고 있어도 D가 아닌 N으로 하는 게 연비까지 미세하게 더 좋다는 걸, 무슨 케이블 TV에서 자동차 박사 김 필수 교수가 실험 결과까지 제시하며 입증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다만, 요즘 자동차들은 ECU가 더 똑똑해졌기 때문에 외력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아서 서고 있는 정도라면 자동으로 '중립'과 동일한 상태로 동작시켜 주기까지 한다는 반론도 있다.

※ 락업 클러치

수동 변속기 차량에 '반클러치'라는 (자동차 회사에서는 비추하는) 꼼수가 있다면, 요즘 자동 변속기 차량에는 '락업 클러치'라는 공인 상태 내지 테크닉이 있다.

아무래도 주행 연비를 올리려면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가능한 한 밟지 말고 최대한 관성만으로 슬금슬금 부드럽게 가게 하는 게 좋다. 이건 뭐 자전거만 타 봐도 경험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물리 법칙이다.
그런데 가감속을 할 일이 없는 구간에서 액셀을 1/3 정도만 살짝 밟은 상태에서 순항 상태를 수 초간 유지하고 있으면, 엔진 rpm이 살짝 내려가고 순간연비도 액셀을 밟고 있는 것치고는 올라가면서 자동차의 ECU가 나름 최적화 상태를 구축해 준다고 한다.

동력 손실이 있는 비효율적인 토크 컨버터를 거치지 않고, 엔진과 크랭크축이 그 기어비로 직결이 되는데 그걸 락업 클러치 상태라고 한다. 나도 경험적으로 그런 상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된 상태였구나.
심지어는 관성 주행을 하다가 서서히 감소한 속도를 회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액셀을 밟는 것보다, 차라리 락업 클러치 상태로 등속을 유지하고 있는 게 연비가 더 좋을 정도라고...;; 응?

아까 그 D/N 문제도 그렇고 락업 클러치도, 프로그래밍으로 치면, 컴파일러나 CPU가 더 좋아진 덕분에 어설프게 온갖 포인터 테크닉으로 사람이 골치아프게 최적화하는 것보다 차라리 서로 다른 변수를 성큼성큼 불러다 쓰고 그걸 병렬화나 잘 시키는 게 성능이 더 좋아지는 것과 같은 그런 발상의 전환인 듯하다. 마치 멀티코어 아키텍처 하에서는 xor 꼼수가 더 병렬화가 안 되고 오히려 더 불리해진 것처럼 말이다.

※ 속도계에서 시속 30km에 찍힌 빨간 눈금의 정체

자동차 계기판에서 엔진 회전수 타코미터에 red zone이 있는 것이야 누구나 그 이유를 수긍할 것이다.
최대출력이 나오는 RPM을 넘어서도록 너무 세게 밟으면 엔진이 과열 등 여러 무리를 받기 쉽다. 레드 존은 당장 회전수는 높아도 토크가 이미 크게 떨어져 비실비실해진 상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은, 액셀을 밟은 게 아니라 단순히 기어비가 너무 낮아서 바퀴 회전 속도를 따라 덩달아 야기된 과회전(내리막에서 엔진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로 해롭다.

그런데 현기차는 타코미터뿐만 아니라 속도계를 보면 시속 30km에 빨간 눈금이 콕 찍혀 있다.
타코미터의 red zone은 '영역'인 반면, 이건 '점'이다.
성경에서 창세기 1장을 읽으면서 왜 둘째 날에만 "보기 좋았더라"가 없는지 의문을 품을 정도의 눈썰미라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이런 궁금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인터넷 검색만 해 보면 해답을 바로 알 수 있듯, 이 30km/h는 자동차의 주행 성능이나 연비 같은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표시이다.
단지 스쿨존에서 이 속도를 초과해서 밟지 말라고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계기판에다 넣어 둔 애드립이라고 한다.

※ 난폭운전

내 경험상, 스케줄과 회전율에 쫓기는 버스나 트럭의 직업 운전 기사 말고 일반 자가용 운전자가 운전 습관이 점점 난폭해지는 이유는
(1) 똑같이 직진하는데 왜 내 차선만 차가 안 가고 막혀?
(2) 왜 하필 내가 갈 때만 자꾸 신호에 걸려?

에 대한 피해의식과 보상심리 때문으로 보인다. 딴 거 없다.
저 의문 제기가 정말 사실이고 합리적일 수도 있는 반면, 정말로 아무 치우침 없는 복불복일 뿐이고 남들도 다 별 차이 없이 겪는 현상인데 자기만 그렇게 망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주 다니는 길이라면 운전 경험에 대해서 통계에 기반한 데이터와 좀 더 똑똑한 신호 패턴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 자동차 내비

내 경험상, 내비를 켜고도 길을 잘못 드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좌우 중 어느 한쪽으로 가긴 해야 하는데 그 쪽으로도 길이 여러 갈래여서 더 안쪽으로 도는 길을 잘못 선택함
  2. 어느 한쪽으로 가는 길이 일정 간격을 두고 여러 개 등장하는데 그걸 잘못 선택함. (주로, 가야 하는 길보다 먼저 등장하는 분기로 진입)
  3. 복잡한 분기가 계속되는데, 분기 후에 다음 분기에 맞춰 차를 어느 차선에다 둬야 할지를 알지 못해서 다음 분기를 실패함

내비가 어떤 목적지의 근처까지 가는 길을 안내는 하는데 목적지의 반대편 차선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서 실제로는 유턴이 필요한 등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에 대한 보정을 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또한, 유료 도로를 최소화하는 옵션으로 경로를 검색했더라도 경로가 유료 도로보다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지고 톨비 절약보다 기름값 손실이 더 큰 지경이라면 이런 제약은 적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사용자에게 권하는 기능이 있어야겠다.
이런 게 내비게이션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 기타

20여 년 전, 부모님이 1500cc짜리 소형차를 굴리시던 시절에 본인은 수동 3~5단이 각각 시속 35, 45, 60km 이상부터 권장되는 기어비라고 취급 설명서에서 봤었다. 그리고 시속 80 정도로 달리면 엔진 회전수가 2000rpm을 넘어가고, 100 이상은 3000rpm 근처까지 갔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요즘 차는 확실히 옛날보다 더 낮은 속도에서 고단으로 달릴 수 있고, 더 낮은 rpm에서 높은 속도가 나온다.
차가 힘이 얼마나 좋은지를 따질 때 흔히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제로백'을 거론하곤 하는데, 본인은 그것보다는 지구력에 가까운 잣대에 더 관심이 있다. 평지에서 시속 100으로 달릴 때의 엔진 rpm이 얼마 정도 되느냐 하는 것.

내 차는 2000+알파 rpm 정도 되는 듯하다. 경제 속도에 도달할 때까지는 엔진 회전수가 1000~2000대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저단에서 고단으로 변속이 되고, 그보다 속도가 더 올라가면 이제는 더 고단으로 변속이 되지 않고 차의 속도에 비례하여 엔진 rpm도 쭉쭉 올라간다.

하지만 힘 좋은 디젤 차량은 당연히 더 낮은 rpm에서 시속 100이 거뜬히 나오고, 에쿠스 같은 워낙 고배기량 고성능 고급 차량도 1000rpm대 중후반에서 바로 시속 100을 찍는다고 한다. 내가 직접 본 적은 없다. 배기량 짬밥이 어딜 가는 게 아니긴 하다. 똑같이 5명이 타는 승용차이더라도 오르막이나 고속 주행에서 경차하고는 차이가 확연히 나게 돼 있다.

또한 요즘 자동차들은 그렇게 강한 힘이 필요할 때는 연료를 마구 태워서라도 강한 힘을 뿜어 내지만, 반대로 신호 대기 같은 정차 공회전 중에는 시동 유지만 가능한 수준으로 연료를 극미량만 뿌리면서 연비를 최대화하게 만들어진다. 컴퓨터가 아이들링 중일 때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연비를 최대화했다는 말은 엔진의 출력도 최소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 변속기라 하더라도 오르막 정지 상태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순간 차가 뒤로 밀릴 수 있다. 사람이 자전거를 모는 상황을 생각해 보더라도 처음 출발하는 게 어려우며, 오르막은 조금만 있어도 왕창 힘든 게 느껴진다. 사람에게 힘든 건 자동차에게도 똑같이 힘들다.

또한, 신호 대기 때문에 정차와 출발이 잦으면, 정지 상태에서 차가 처음 출발할 때 연비가 정말 안습하기 때문에(큰 힘+저속) 아무리 아이들링 타임의 연료 소모를 줄인다 하더라도 평균 연비가 저하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시내가 막힐 때는 직선 최단 거리보다 심지어 2배가 넘게 우회하더라도 안 막히는 자동차 전용 도로를 이용하는 게 답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4/22 08:22 2015/04/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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