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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에는 잘 알다시피 이제 이륙을 중단할 수 없고 중간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일단은 반드시 떠야 하는 V1 속도라는 게 있는데..
비슷한 개념이 자동차에도 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로 속도가 붙은 채로 교차로와도 충분히 가까워져 버렸으니, 이제는 중간에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더라도 서면 안 되고, 급제동이 아니라 그냥 가속을 해서 교차로를 통과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속도 말이다. 이런 걸 내비가 안내해 준다면 어떨까.;;

자동차가 존재하고 각 자동차의 상태를 일일이 다 감안하는 지능형 신호 시스템이라도 도입되지 않는 한, 이놈의 노란불 딜레마는 마치 기독교계에서 믿음과 행위, 자유 의지와 예정, 육신과 성령만큼이나 잡음이 끊이지 않는 어려운 문제로 남을 듯하다.
아니면 그냥 자동차 신호등도 남은 시간 카운트다운을 좀 표시해 주면 안 되나..?? -_-;; 부작용이 더 크려나?

2.

  • 자전거로 자동차 도로를 역주행하는 것
  •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차가 1차로를 정속으로 계속 주행하는 것
  • 여러 자동차들이 좌우나 전후로 등속· 동일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것 (일명 떼빙)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따위에 비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무척 더디긴 하지만, 위의 사항들은 모두 불법이다. 마음만 먹으면 단속에 걸려서 과태료 딱지 먹어도 할 말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FM대로 밀어붙이기가 좀 어려운 구석도 있다. 먼저 자전거 얘기. 자전거는 근본적으로 경로 자체가 인도와 차도 사이에 끼여 무척 애매한 위치에 있다. 오토바이도 아니고 겨우 자전거가 인도도 제대로 못 다니고 게다가 한 길에서 상행과 하행을 못 다니니 왕복을 위해 반드시 중앙선 횡단을 해야 하는 건 좀..;; 비현실적이다.

다만, 차도에서 그것도 차가 옆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교차로 주변에서 자전거가 역주행을 하는 건 몹시 위험해 보이는 짓이니 자제해야겠다. 제아무리 제일 바깥쪽 차선으로 조심스럽게 다닌다고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주행/추월 차선 얘기다. 도로 정체 상황이 아니라면 중앙선에서 제일 가까운 차선은 추월용으로 언제나 비워 둬야 하며, 딴 차를 추월했으면 자기 자신도 다시 오른쪽으로 2차로 이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외국에서는 "1차로는 화장실 이용하듯이"(이용한 뒤 곧장 나와라)라는 의식이 딱 박혀 있다. 느린 차들이 모든 차선들을 점유하고 있으면 뒷차 운전자의 심정은 짜증 그 자체일 것이다.

끝으로 줄지어 다니는 떼빙이다. 이건 과속이나 신호 위반이 아니고,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는 난폭운전은 아니나, 다른 방향으로 난폭 운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금지되는 행위이다. 돌발 상황이 많은 도로에서 차량 간격을 아슬아슬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다른 차가 사이에 끼어들지 않게 하는 건 몹시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의 차가 급정거하게 됐을 때 연쇄 추돌 사고가 날 우려도 있고 말이다. 여러 차량들이 길을 아는 선두차를 따라서 동일 목적지로 갈 때 떼빙을 하기 쉬운데, 요즘 세상엔 내비를 켜서 각자 알아서 찾아가는 게 낫다.

떼빙이나 추월 차선 위반 차량을 적발하려면 건 속도· 신호 위반 단속처럼 특정 지점을 체크하는 게 아니라 구간을 꾸준히 감시해야 하니 현실적으로 난감하며, 무인 기계가 하기는 더욱 힘들 것 같다. 하다못해 구간식 속도 위반 단속도 그냥 시작점과 끝점에서 동일 차량의 통과 시각만 비교하면 되는 반면, 차로 위반은 그런 부류가 아니니까 말이다.

3.
버스 운전사가 운전을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변속기 스틱을 전방이 아니라 꼭 뒤로 밀더라. 뒤는 짝수단이나 후진이 있는 쪽이다. 버스나 트럭 같은 디젤 차량은 정말로 1단이 아니라 2단에서 출발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단은 정지 상태에서 오르막을 오를 때에나 필요한 듯.
게다가 내가 최근에 확인을 했을 때는 승객이 더 탈 수 없을 정도로 버스가 초만원이고 그만큼 무거운 상태였다. 그런데도 버스는 아무 탈 없이 2단에서 아주 부드럽게 잘만 출발을 했다. 힘이 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내 경험상, 어떤 버스에 따라서는 금방이라도 시동이 꺼질 정도로 부르르 떨리면서 출발하기도 했다. 그건 기사 아저씨가 클러치 조작을 잘못했거나 아예 3단 출발을 시도하기라도 해서 그런 건지 궁금해진다.

또한, 버스는 정지해서 문이 열리기 직전에 '쉬익~ 치익'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건 운전석을 관찰해 보니 주차 브레이크 같은 걸 조작하는 소리 같다. 아무래도 승용차와는 구조가 다른 듯.
주차 브레이크를 거는 걸 깜빡하고 운전사가 차에서 내렸다가 버스가 슬금슬금 앞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해서 대형 사고가 나는 동영상을 몇 번 봤었다. 디젤 엔진에 무거운 대형차일수록 1/2 mv^2에서 v가 커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또 엔진 브레이크의 효력이 약하고 주 브레이크가 무리를 받기도 쉽댄다. 제동 장치를 빡세게 잘 만들고 적절히 활용하는 게 필수이다.

4.
지난 여름에 휴가차 양평으로 가던 길에 국도변의 모 휴게소 주변에서 뜻밖에 득템한 사진이다.
포니도, SMC 덤프트럭도 아니고.. 무려 "제무시" 트럭의 실물을.. 그것도 굴러가는 모습을 조우하게 됐다.
곧바로 사진을 찍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자동차계의 생생한 노인학대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미국 GMC에서 제작한 군용 2.5톤 트럭이 민간에 풀려 나온 것이다.
그리고 GMC를 일본식으로 변형해서 발음하면 '지 에무 씨' → '제무시'가 된다. ㄲㄲㄲ
앞바퀴 휀다의 모양으로 보건대 M602 / M35 / K511 계열이다. 한 196, 70년대에 생산되었던 물건.
군필자 분들은 '육공 트럭'이라고 부르더라.

그런데 진짜로 낡은 원조는 6·25 내지 2차 세계 대전 시절에 생산된 놈도 있다고 한다.
군용차다운 압도적인 무게와 엔진 출력 덕분에 강원도 산길을 오르면서 통나무들을 실어 나르는 실력은 이놈 만한 게 없다고 함.
다만 기름 먹는 하마인 건 각오해야 할 것이고, 심지어 미국 차 아니랄까봐 이런 트럭이 디젤도 아니고 휘발유 엔진 모델도 있다고 한다.

5.
초가삼간도, 산 정상도, 그리고 도로가 극심하게 막힐 때 신호 대기 중의 운전석도 훌륭한 코딩과 작문 공간이다.
너무 맑고 밝은 낮에는 명암차 때문에 바깥 경치와 모니터 화면이 카메라에 동시에 담기지 않는 반면, 흐린 날엔 그게 가능하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동차는 당연한 말이지만 엔진의 경제 속도로 고단 고속으로, 그리고 최대한 관성을 활용해서 나아가고 있어야 연비가 극대화된다. 그 반면, 길이 막혀서 나아가질 못하면 길에서 아까운 기름을 흘리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자동차의 가성비는 극악으로 곤두박질친다.
컴퓨터로 치면 메모리가 부족해서 가상 메모리 페이지 파일 교체만 하느라 다른 일을 못 하고 성능이 그냥 곤두박질치는 것에다 비유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인은 도로 정체를 매우 싫어한다. 시내 도로보다 2~3배 가까이 우회해서 가더라도 신호 안 받고 연속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자동차에게는 이익이고 결과적으로 그게 돈과 시간을 아끼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 전용 도로마저도 답이 없으면.. 그냥 차 안 가져가고 만다.
그나마 신호 대기 시간에 다른 작업이라도 해서 내 개인 시간이라도 좀 아껴야 할 필요를 느낀다.

6.
속담과 성경 구절 몇 개를 자동차를 배경으로 좀 각색해 보면...
"일찍 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보다 운전자에게 훨씬 더 절실히 와 닿는 속담은 "일찍 도착한 차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이다.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7)보다 운전자에게 훨씬 더 절실히 와 닿는 말씀은 "옆차에게 (끼어들) 틈을 주지 말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28 08:31 2015/11/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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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고장의 양대 산맥은 엔진 과열과 배터리 방전이 아닌가 싶다.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둘 다 엔진룸을 열어야 한다. 그에 반해 타이어가 터지는 건 당장 주행을 할 수 없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엔진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1. 엔진 과열

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것보다 내부가 훨씬 더 뜨거운 기계이다. 극도로 통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1초에 수백, 수천 회씩 석유+공기 혼합 가스가 폭발하는 공간이 절대로 시원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걸 잠시 총에 빗대서 설명해 보겠다.
총을 격발하고 나서 갓 튀어나온 탄피는 매우 뜨겁다. 이 역시 화약의 폭발을 안에서 받아 낸 금속 껍데기가 절대로 시원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고 "탄피 회수"에만 급급해서 탄피를 별 생각 없이 만졌다가는 피부에 화상을 입는다. 화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총 특유의 반동과 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격발로 인해 총이 과열되면 총열이 휘고 명중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심각한 기능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총 내부가 워낙 뜨거워서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격발이 되는 쿡오프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냥 총이라면 모를까 연발이 되는 기관총은 냉각 설비가 필수이다.

기관총 정도면 무게(= 기동성)와 운용 문제도 있고 해서 공랭식이 존재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장시간 동안 연료의 폭발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자동차는 엔진의 과열을 막으려면 냉각수를 동원해서 식혀 줘야 한다.
단, 이 냉각수는 인간의 관점에서 '냉수'는 절대로 아니다. 시동 중에 엔진을 정상적으로 돌고 있는 냉각수의 온도는 이미 섭씨 90도대로, 사람의 입장에서는 온탕을 넘어 역시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물이다. 그래도 엔진은 훨씬 더 뜨겁기 때문에 이런 물조차도 냉각용으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엔진을 한번 돈 냉각수는 라디에이터를 거치면서 좀 식은 뒤 다시 엔진을 순환한다. 즉, 자동차는 엔진이 공랭식이 아니라 수랭식이며, 냉각수를 식히는 게 공랭식인 셈이다. 엔진열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밖으로 배출된다.
만약 이 메커니즘에 탈이 나서 열평형이 깨진다면, 엔진의 동작이 계속될수록 내부의 온도는 계속 치솟게 된다. 냉각수는 온도가 100수십 도가 넘어서 아예 펄펄 끓기 시작한다.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고 엔진의 출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총기에 쿡오프 현상이 있다면 엔진에는 노킹 현상이 있다. 엔진 내부가 워낙 뜨거운 나머지, 폭발해야 하는 정확한 타이밍보다 더 먼저 연료가 폭발하면서 피스톤과 엔진 내벽엔 예기치 않은 충격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노킹은 연료 불량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그 특성상 엔진 과열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엔진 과열을 방치하면 엔진이 노킹 현상을 못 견디고 다 망가질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냉각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게 계기판을 통해 포착되면, 즉시 차를 세우고 엔진룸을 열고 엔진을 식혀야 한다. 그리고 냉각팬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 냉각수가 충분한지 같은 것을 점검하고, 영 확신이 없으면 견인과 수리를 받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컴퓨터도 발열이 문제인 기계이지만, 그래도 단순 전기적인 발열과 아예 폭발이 수반된 발열은 성격이 서로 다르다. 컴퓨터는 극한의 오버클럭이라도 하는 게 아닌 이상 팬을 돌리는 공랭식만으로도 어지간해서는 다 감당이 된다. 냉각을 하냐 못 하냐가 문제는 아니고 단지 좀 더 조용하게 냉각할 수 없는지가 문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총에서 갓 사출된 탄피가 뜨거운 것만큼이나, 자동차 엔진에서 갓 배출되는 배기가스도 원래는 엄청나게 고온 고압(+고속, 고성)이다. 사람이 배기구에 가까이 있으면 원래는 크게 다친다. 엔진의 배기량이 커질수록 배기가스의 후폭풍도 커진다.
이것은 머플러가 압력과 소음을 낮추고 또 낮춰서 밖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과정에서 엔진 출력이 약간 깎인다. 헬리콥터에서 테일 로터가 엔진 출력을 깎아 먹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와는 달리 고정익 비행기는 아예 배기가스를 내뿜는 추진력으로 달리고 떠야 하기 때문에 머플러 같은 건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그 대신 엔진 소리가 제일 시끄러우며 연료 소모도 심하고, 비행기 근처에 다른 장애물이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등 박살이 나는 것이다. 엔진이 켜진 비행기의 바로 후방은 온통 후폭풍이 가득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어지간한 규모를 갖춘 비행기라면 연비는 리터 당 km가 아니라 km당 리터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연료 소모가 심한 대신에 속도도 넘사벽급이기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가성비가 유지된다.

2. 배터리 방전

잉크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촉 부분이 마르거나 굳어서 글씨가 써지지 않는 볼펜을 보면, 본인은 연료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퍼져서 시동이 안 걸리는 자동차가 떠오른다. 서로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경운기나 옛날 자동차들은 엔진 크랭크축을 손으로 뱅뱅 돌려서 시동을 걸었지만 요즘 자동차들이 전기로 스타터 모터를 돌려서 간편하게 시동을 건다. 그러나 후자는 자동차의 배터리가 방전돼 버리면 시동을 못 건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다만, 외부 전원을 공급하거나 밀어서 자동차를 살리듯이, 볼펜도 그렇게 살리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자동차 배터리에는 자체적으로 녹색(양호), 백색(방전), 적색(다른 이상) 같은 상태 인디케이터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전적으로 믿을 건 못 된다는 게 다수의 자동차 정비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한다. 너무 오랫동안 녹색 상태로 있다 보면, 인디케이터가 그 상태에서 굳어-_- 버려서, 배터리가 진짜로 방전되거나 고장 난 뒤에도 계속 녹색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의 화상에 1도부터 3도까지 상태 등급이 있듯, 배터리의 방전 정도도 다 똑같은 게 아니라 등급이 있다.

(1) 초기: 키를 start로 돌리면 정상적으로 시동 걸 때처럼 끼릭끼릭 거리기는 하는데, 시동이 실제로 걸리지는 않고 그렇게 끝남. 이건 스타터 모터를 돌릴 최소한의 기력만 있지, 더 강한 외력을 전해서 시동을 실제로 걸지는 못하는 상태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차가 시동이 안 걸리는 장면은 다 이 상태를 흉내 낸다.

(2) 중기: 그것보다 상태가 안 좋으면 끼릭끼릭이 아니라 찰칵찰칵 / 타타타닥.. 어쨌든 위보다 더 거칠고 상태가 안 좋은 쇳소리만 난다. 스타터 모터 스위치를 연결할 기력만 있고 모터를 돌릴 토크조차 안 나와서 전압이 뚝 곤두박질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상태이다. 요런 소리는 평소에 들을 일이 잘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놀라기 딱 좋다.

(3) 말기: 배터리가 레알 텅 비어 버리면.. 차는 완전히 죽는다. 키를 start는커녕 on으로 돌려도 감감무소식이고 실내등도 안 켜지고 도난 방지 장치도 동작 안 한다. 이 정도면 배터리의 내부 화학 성분이 비가역 반응에 의해 손상되어서 충전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우려가 높다. 자동차의 배터리는 안에 황산 용액이 들어있으며, 휴대전화 배터리의 대용량 버전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배터리 방전은 자동차 보험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에서 굉장히, 어쩌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호출 사유이다. 겨울철에는 그 빈도가 몇 배로 더 증가한다고 한다. 본인은 남 차와 내 차를 합해서 (1)부터 (3)의 상태에 있는 자동차를 모두 직접 본 적이 있다. =_=;;

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부품들로 구성된 기계이다. 그냥 기름을 폭발시켜서 피스톤 왕복 운동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며, 동력 전달과 변환 계통이 무진장 중요하다. 엔진이 그냥 만들어 내는 힘과, 차 바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힘, 또 반대로 시동을 걸 때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힘은 성격과 유형이 서로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왕복 vs 회전, 고속 저토크 vs 저속 고토크, 단일 구동축 vs 여러 기통).

여러 개의 실린더가 만들어 낸 힘을 한 힘인 것처럼 합치고, 반대로 스타터 모터의 외력도 동일하게 모든 실린더에다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FF의 경우, 핸들을 꺾었을 때는 같은 앞바퀴라도 왼쪽과 오른쪽 바퀴의 회전 속도가 다르게 되는데 이것도 감안해서 바퀴에다 동력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단순히 더 무겁고 힘 좋고 빠른 자전거라고 보기에는 이런 점에서 어폐가 있다. 그리고 죽어라고 왕복 운동 뺑이를 치는 피스톤을 생각하면, 내연기관에서 엔진 오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어렴풋이 실감이 간다. 밀폐된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마찰로 인한 부품 마모를 최소화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자동차와는 달리 비행기는 시동을 거는 스케일이 더 크다. 초기에는 공기의 흐름을 강제로 만들어서 엔진을 점화하기 위해 별도의 시동 엔진을 가동한다. 비행기의 시동 과정을 자전거에다 비유하면, 정지 상태에서 페달을 밟는 게 아니라 발로 땅을 차서 가속을 한 뒤 그 뒤부터 페달을 밟아서 출발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대형 여객기야 출발 전까지는 객실 전원 공급도 별도의 발전차를 통해서 받으니 배터리 방전 같은 것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다. 다만, 20세기 초에 프로펠러 비행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에는 얘도 조종석 밖에 있는 무슨 장치를 손으로 뱅글뱅글 돌려서 시동을 걸긴 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5/10/01 08:35 2015/10/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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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범죄자
  •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
  • 구류, 금고, 징역
  • 교도소, 구치소, 유치장, 소년원
  • 밀입국, 불법체류
  • 과태료, 범칙금, 과료, 벌금, 추징금
  • 불법주차, 부정주차

법률 용어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관점이 서로 다른 개념들이 의외로 많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 운전과 관련된 것들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호와 속도는 딱히 악의적이지 않아도 운전자가 경미하게라도 종종 위반하기 쉬운 사항이다. 주변에 차가 없고 위험 요소가 보이지도 않는데, 고지식하게 기다리기 싫고 규정 속도대로만 가기가 싫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그놈의 노란불 딜레마 때문에 어영부영 하다가 본이 아니게 신호 위반에 걸리기도 하며, 이 때문에 면허 시험에서 떨어지기까지 하면 억울함과 짜증이 최악에 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통법규 위반을 단순 경범죄 급으로 용인했다가는 도로가 난장판이 되고 교통사고가 폭증할 것이니 누군가는 이걸 단속도 해야 한다. 자동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무겁고 빠르고 단단하고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 신호 위반에 걸렸을 때 우리는 국가에게 돈을 뜯기는데, 그 형태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범칙금 또는 과태료라는 두 형태가 존재한다.
범칙금은 경찰이 실운전자에게 직접 징계를 내리는 관점인지라 돈+벌점 형태이다.
그러나 과태료는 실제 운전자가 아닌 차량 소유주에게 행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관점이다. 같은 위반 아이템에 대해서 액수가 범칙금보다 약간 더 높지만(+1만원) 벌점은 없다.

이렇게 체계가 이원화된 이유는 단순히 "너 벌금+벌점 같이 받을래, 아니면 돈 더 내고 벌점은 안 받을래? 골라" 차원이 아니라 더 깊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도로 위에서의 경미한 위반을 일일이 다 단속하면서 운전자들을 사법부 차원의 형벌을 내려서 범죄자·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그리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보다 아랫단에서 더 가볍고 뒤끝 없는(?) 처벌을 선택하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또한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무인 카메라 단속에 걸린 건 현장에서 경찰에게 걸렸을 때와는 달리 면허증을 까고 실운전자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과태료 또는 범칙금 선택의 형태로 고지서가 날아온다. 교통법규의 위반에 대해서 실운전자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이런 단속 방식과 관점, 단속 명의의 차이로 인해 범칙금과 과태료라는 두 체계가 공존하는 것이다. 뭐,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원래는 범칙금이 원칙이긴 하지만.

땅은 좁은데 차가 너무 많은 관계로, 운전을 마친 뒤엔 불법 주정차도 운전자들이 꽤 자주 저지르는 위반 사항이다. 이로 인해 정부 기관에게 단속을 당했다면 그때는 운전자가 현장에 없으니 선택의 여지 없이 차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긴, 애초에 주정차 단속은 구청/시청 공무원이 하지, 경찰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주차 위반 과태료는 일찍 내면 원래 내는 금액의 20%를 깎아 주는 듯하다.

과태료(행정부)와 범칙금(경찰)의 관계는 이렇게 설명이 됐는데..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을 때 뜯기는 돈은 과태료나 범칙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이것은 집행 주체가 사법부이며(= 판사의 판결), 똑같이 돈을 내더라도 집행유예만큼이나 전과가 남는 대단히 무거운 처벌이다.
음주운전 정도면 사고 안 낸 초범이어도 액수부터가 수십~수백만 원급으로 나오니 단순 속도· 신호 위반 과태료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벌금형까지 받은 사람이라면 공무원 내지 직업 군인 진로에도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과료는 그냥 벌금의 다운사이즈 버전으로, 이 역시 과태료나 범칙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로 쓰레기 무단 투기나 노상방뇨 같은 경범죄를 저지르다 걸렸을 때 부과되는데, 현실에서는 이것도 사법부 주관의 과료보다는 경찰 주관의 범칙금 형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주차 얘기가 잠깐 나왔으니 말인데, 불법주차와 부정주차의 차이는 이러하다.

  • 불법주차: 어떤 자동차라도 세워진 채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다른 차의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고 시야를 가려서 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대로변을 포함해 교차로, 횡단보도, 버스 정류장, 소화전의 근처는 더욱 그러하다.
  • 부정주차: 차를 세울 수는 있는 곳이지만 그 차가 네 차는 아니다. ㄲㄲㄲㄲ 주로 거주지 우선 주차 구역이나 골목길, 아파트 단지 안이 이런 곳에 속한다.

그러니 불법주차는 길에 대해서 public한 성격이 강한 반면, 부정주차는 어떤 공간에 대해서 private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방 정부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불법뿐만 아니라 부정 주차를 단속하기도 한다.

구석에 주황색 실선이 그어진 도로는 원래 주· 정차가 모두 금지되는 곳이지만 현실에서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많고 관례적으로 단속도 없이 그 관행이 묵인되는 곳도 왕왕 있다.

단, 위의 모든 규정에는 예외가 있다. 긴급 자동차를 비켜 주는 등 지극히 정당한 사유로 인해 정지선을 넘고 신호를 좀 위반한 거라면, 상황 입증만 가능하면 과태료 부과는 당연히 면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차 위반도 정당한 사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한 것이 인정되면 마찬가지로 구제 방법이 있으니 더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 보면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5/06/13 08:28 2015/06/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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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를 끌어올려 분사하는 일을 하는 물건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물뿌리개: 일면 주전자처럼 생겼지만 주둥이의 끝은 샤워기처럼 생긴 물통이다. 확 들이붓더라도 물이 넓은 면적에 고르게 퍼져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만, 물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은 중력밖에 없으니 딱히 신기할 게 없다. 이름 그대로 화단에 물을 주는 용도로 쓴다.
  • 펌프: 진공을 만들어서 압력차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리는 도구이다. 옛날에 오늘날과 같은 편리한 상수도 시설이 갖춰지기 전, 시골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끌어올리던 시절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그래도 수동식 펌프는 펌프질을 위해 여전히 사람의 체력이 필요했다.
  • 분무기: 물이나 향수 같은 걸 펌프와 같은 원리로 끌어올린 뒤, 안개처럼 조금씩 뿌옇게 분사한다. 손으로 손잡이를 눌러서 손잡이가 끝까지 들어갈 때까지 그렇게 동작한다. 그리고 정확하게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일부 분무기는 노즐 '모드'를 바꿔서 물을 뿌옇게 분사하는 게 아니라 물총처럼 가느다란 물줄기를 찍찍 갈기게 만들 수도 있었다.
  • 스프레이: 분무기보다 기술적으로 더 발달했다. 위의 분무기는 손잡이가 끝에 닿아서 멈춘 뒤엔 더 분사가 되지 않지만, 스프레이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액체가 분사되어 나온다. 스프링이나 태엽, 전기 동력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액체를 밀어내는 역할은? 같이 들어가는 압축 기체가 한다. 그 대신 여기에 들어가는 액체도 역시 단순한 물 같은 게 아니라 아무래도 살충제, 페인트 같은 화학 약품들이다. 아, 그러고 보니 소화기도 따지고 보면 이런 스프레이에 속한다.

총으로 치면 단순 압축 분무기는 반자동 모드이고, 에어로졸 스프레이는 연사가 되는 자동 모드에 해당한다고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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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인은 액체 연료와 고체 연료의 차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액체를 끌어올려 뿌옇게 분사하는 기술은 액체 연료를 다루는 핵심 기술이며 기계공학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나 싶다. 유체역학과 열역학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세제, 치약, 샴푸 같은 것에 유체의 극미량 분사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찌익 짜서 쓰는 양보다 훨씬 적게 써도 씻는 데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상의 이유로 과다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자동차 엔진에서 분사 기술의 중요성은 그야말로 물으면 잔소리이다.
<이연걸의 정무문> 영화의 맨 앞부분을 보면.. 주인공 진진은 설정상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내연기관이라는 신문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게 나온다. (오오~ 기계공학..) 그때도 대사를 들어 보면, 선생이 '카뷰레터'라는 장치를 언급한다~!
서양 제국주의는 내연기관이 달린 기계와 총기를 통해서 이뤄진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 당시로서는 엔진 기술이 오늘날의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기술만큼이나 최첨단 기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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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잘 알다시피 공기 중에 연료를 아주 희박하게 분사한 뒤 이를 폭발시켜서 그 힘으로 피스톤을 누르고 바퀴를 굴린다.
이를 수행하는 가장 원시적인 장치가 바로 '카뷰레터'이다. 얘는 말 그대로 분무기처럼 동작을 하여 가솔린+공기 혼합 기체를 엔진에다 보내 준다. 참고로 카뷰레터는 탄소 carbon에서 유래된 탄화물 carburet의 파생어이다.

어린이용 과학 실험 중에.. 빨때를 ㄱ자로 꺾어서 수면에다 꽂은 뒤, ㅡ 모양의 한쪽 끝을 입으로 세게 불면 아래에 있던 물이 빨려 올라가는 실험이 있다. 바로 그 원리이다. 유식한 표현으로는 베르누이의 정리 내지 벤트리 효과이다.
더 나아가 바다에서 사람이 배의 스크류에 빨려 들어가서 사고를 당하는 것, 열차가 빠르게 달리는 쪽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도 다 유체역학적으로 같은 원리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하겠다.
현대 자동차에서 예전에 만들었던 승용차인 '엑셀'. 그 기원을 찾자면 포니 엑셀, 프레스토 등 더 옛날 차로 거슬러 올라가긴 하는데, 그 중 가장 엑셀스러운 첫 모델은 1989년 4월에 나온 2세대 모델이다. (그러고 보니 저 시기는 아래아한글 1.0이 나온 시기와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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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엑셀은 1300cc, 1500cc GL, 1500cc GLSi 이렇게 세 모델로 출시되었다.
창문도 최하급은 전도어가 수동이고 중간급은 앞좌석 두 개만 자동, 고급은 전좌석이 파워윈도우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차이는 연료 분사 방식인데, 앞의 둘은 기계식 카뷰레터보다 약간 더 발전한 전자식 피드백 카뷰레터인 FBC이고, 최고급 GLSi는 그 당시로는 최첨단 기술이던 다중분사 MPI 방식이었다.

GLSi의 경우, 차 측면에 Multiple Point Injection이라고 당당히 자랑하는 글귀가 붙어 있을 정도였다. DOHC 흡기 방식이거나 자동 변속기가 달린 차는 측면에 Automatic 내지 DOHC라고 자랑을 치던 시절의 얘기다.

흐음, 기계식 카뷰레터, 전자식 카뷰레터, MPI(완전 전자식)라는 세 계층의 기술을 보니..
이듬해 봄에 발표되었던 마소 Windows 3.0의 리얼 모드, 286 표준 모드, 그리고 386 확장 모드가 같이 연상된다!
그땐 자동차와 컴퓨터 모두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하던 과도기이긴 했다. 전동차로 치면 저항, 쵸퍼, VVVF와 비슷하다.

카뷰레터는 전자 제어가 없이 전적으로 밟은 만큼 밸브가 열리고, 곧이곧대로 연료가 분사되다 보니.. 구조가 단순하고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정비성이 좋았다. 변속기도 수동이었으니 반응 하나는 정말 최강이었을 것 같다.
193,40년대에 미국에서는 퍼져 버린 차를 시골 깡촌의 소녀가 간단한 공구로 뚝딱 수리하는 걸 보고 미국으로 견학을 간 어느 일본군 장교가 경악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전국민이 저렇게 기계를 잘 다루는 나라와는 전쟁을 벌여서 이길 수 없다"라고 직감을 했다고.

미국이 (1) 193,40년대에 이미 마이카 시대가 열렸을 정도로 잘사는 나라이며, (2) 인건비가 높아서 어지간한 작업은 스스로 다 알아서 해야 하는 나라인 것도 있지만, (3) 한편으로 그 시절엔 자동차의 구조가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하기도 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은 기계식 카뷰레터만으로는 요즘 정도의 엄청나게 까다로운 연비나 배기가스 기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 지금은 MPI에 이어 직분사라는 GDI 엔진까지 출현했고, 또 그 동작을 제어하는 것 역시 옛날보다 훨씬 더 똑똑하졌다. 컴퓨터가 이것저것 따져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기계식 카뷰레터 기반이던 포니에는 초크 밸브를 개폐하는 스위치도 운전석에 있었다니 참 신기하다. 공회전 때 엔진 회전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또 추운 곳에서 오랜만에 시동을 걸 때는 이거 제어를 잘 해 줘야 했던가 보다. 지금은 그런 밸브는 오토바이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인 듯.

Posted by 사무엘

2015/05/25 08:30 2015/05/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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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역사뿐만 아니라 자전거,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1.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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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정말 위대한 발명품이다. 엔진 같은 게 전혀 없고 구조도 간단하지만, 단순 가마나 수레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기계적으로 마냥 쉽게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전거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아무리 일찍 잡아도 since 19세기이다.

자전거도 처음엔 발로 땅을 차면서 나아가다가 페달이 등장하고, 핸들과 브레이크가 등장하는 등 점진적으로 발전을 했다. 체인으로 뒷바퀴를 구동하고 고무 타이어까지 달린 현대 스타일의 자전거는 무려 1890년대는 돼서야 등장했다.

그런데 옛날 자전거 중에 꽤 주목할 만한 건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물건이다.
1870년대에 유럽에서 리즈 시절을 구가했으며, 옛날 자전거라 하면 곧장 떠오르는 '자전거의 상징'은 바로..
앞바퀴가 겁나게 큼직한 일명 'penny-farthing, 하이휠' 자전거이다. 그때는 지름이 거의 1.5m에 달하는 물건도 있었다고 한다. 검고 큼직한 마술사 모자를 쓴 19세기 영국 신사가 딱 타고 있어야 어울릴 것만 같은 바로 그 자전거.
자전거에 체인이나 변속기 같은 게 아직 없던 시절에 오로지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앞바퀴가 커졌다.

무슨 헬리콥터의 메인 로터와 테일 로터 같은 관계도 아니고..
저건 뒷바퀴에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지지 않게 고정하는 기능이라도 있지 않으면, 구조상 거의 외발자전거나 다름없다.
딱 보기에도 타고 내리기가 어렵고 위험하며, 탄 채로 정지해 있을 수가 없다. 당연히 젊은 성인 남자 정도의 전유물이었다.
진짜 외발보다 좋은 점은 딱 하나, 앞뒤로 자빠지지는 않겠다는 것뿐으로 보인다.

동력 전달의 측면에서 보면 저 자전거는 일종의 고단 고정이다.
정지 상태에서 첫 출발을 할 때나 오르막 오르는 건 정말 고역이었을 것 같다.
게다가 자명한 이유로 인해, 그 큰 바퀴를 상대적으로 짧은 크랭크암(= 같은 힘으로 밟아도 작은 토크)과 연결된 페달로 열나게 밟아야 한다.

그래도 이런 자전거가 자전거 경주 대회에서 다른 정상적인(?) 형태의 자전거들을 제치고 연전연승을 해서 성능을 입증받았고 10~20년간 유행을 탔다고는 한다. 속도를 위해 다른 편의성을 희생한 게 꽤 많았지만..;;

예전에 이색적인 하이브리드 교통수단이라든가 휴대용 교통수단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엔진이 없는 자전거도 생각보다 기상천외한 게 많다. 외발자전거인데 바퀴 위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커다란 바퀴 안에 들어가는 형태인 놈도 있고, 앉아서 운전하는 게 아니라 누워서 운전하는 자전거도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언젠가 글을 쓸 일이 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며칠 전이 장애인의 날이기도 했는데, 당장 휠체어만 보더라도 사람이 팔로 열나게 바퀴를 돌려야 하는 수동 휠체어는 뒷바퀴가 겁나게 큼직한 반면, 전동 휠체어는 바퀴가 아주 작다. 수동과 전동의 외형상의 가장 큰 차이가 이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지는 각자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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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륜차

엔진이 달려서 단순히 차가 아니라 '자동차'라고 불릴 수 있는 물건이 최초로 개발된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륜차 형태가 아니었다. 그럼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엔진을 그 정도로 작고 균형 잡기 쉽게 만드는 것이 고역이었다.

사륜차도 아니고 이륜차도 아니면 남는 것은 바로 삼륜차이다. 프랑스의 퀴뇨가 1770년에 고안한 시속 4km짜리 증기 자동차는 삼륜차였고,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인 벤츠 모터바겐도 삼륜차였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기아 산업에서 삼륜차를 생산한 적이 있으며, 지금도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는 서민들이 온전한 형태의 4륜 승용차를 지를 구매력이 안 되기 때문에 오토바이 내지 툭툭이라고 불리는 삼륜차가 널리 굴러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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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뇨의 삼륜차를 보면 물탱크를 앞바퀴보다도 앞에다 배치한 게 무게 배치가 영 불안해 보인다. 물이 가득 차 있으면 차체가 앞으로 들려 올라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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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모터바겐은 1886년에 첫 생산되었는데, 지금도 재현품이 남아 있다. 차의 후방에서 뭘 힘을 줘서 빙글빙글 돌려 주면 시동이 걸려서 엔진이 '툭툭툭툭~!'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그 뒤 사람이 잽싸게 올라타서 기어를 중립에서 전진으로 바꾸면 엔진 회전이 바퀴에 전달되어 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툭' 소리는 실린더에서 미량의 가솔린이 폭발하면서 나는 소리일 테고. (☞ 관련 동영상)

4행정 엔진은 폭발이 크랭크축의 2회전마다 한 번 발생하니, 저 차의 엔진의 실제 회전수는 단위 시간당 '툭툭툭툭' 소리가 나는 횟수의 두 배일 것이다.
차가 가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니 엔진 회전수가 순간적으로 약간 감소한다.

영문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최초의 모터바겐은 954cc 단(1)기통 4행정 가솔린 엔진을 얹어서 최대 출력이 대략 2/3마력이고 최대 속도가 16km/h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 저 모터바겐보다도 배기량이 작은 경차조차 50~70마력대의 출력이 나오니(얼추 거의 12cc당 1마력??) 자동차의 기술 발전도 컴퓨터의 기술 발전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자동차는 실린더 하나의 부피를 저렇게 우악스럽게 크게 잡지 않는다. 경차는 3기통, 소형~중형차는 4기통, 대형차 이상은 6~8기통을 쓴다. (1) 한 실린더에서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연료를 폭발시키지 않게 하고, 또 (2) 4행정 엔진은 폭발이 일어나는 회전과 폭발이 없는 회전 때에 산출되는 토크가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연소 상태인 실린더를 여럿 두는 것이다. 그래야 시동이 걸린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도 더 부드러워진다.

게다가 그걸로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동차나 오토바이에는 머플러가 장착되어서 엔진 소음을 추가로 상쇄시킨다. 이런 메커니즘 덕분에 툭툭툭툭 소리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부르릉(?) 소리로 바뀌는 것이다. 가솔린 엔진보다 진동이 더 심한 디젤 엔진은 털털털 정도로나 바뀌지만, 그래도 받침이 무성음에서 유성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디젤도 아닌 가솔린 엔진이 시동 직후부터 내부에서 너무 심한 떨림이 느껴지고 '들들들~ 두두두두 / 따다다다'거린다면 그건 아마 노킹 현상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연료가 어떤 이유로 인해 실린더 안에서 정확하게 폭발을 해야 할 타이밍보다 먼저 폭발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엔진의 내구성에는 굉장한 악영향을 초래한다. 유연이니 무연 휘발유니 하는 것도 이 노킹 현상을 줄이려고 연료의 화학적 성질을 튜닝하는 첨가제를 나타내는 명칭이다.

우리나라 현대 자동차의 경우, '쏘나타'나 '그랜저'라는 승용차 브랜드명은 1980대 이래로 지금까지 쭉 잘 우려먹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만들었던 차량인 포니, 엑셀, 스텔라 같은 부류는 그저 구형 싸구려 이미지로만 치부하면서 자기들이 옛날에 만들었던 차량에 대해서 뭔가 정통성을 존중하려는 노력을 너무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의 몇몇 자동차 매니아들이 아쉬움을 표현한 적이 있다.

월트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모리스(벨의 아버지, 발명가)도 증기 기관 삼륜차를 발명한 듯하다. =_=; 비행기도 엔진이 2개도 4개도 아닌 삼발 엔진기는 뭔가 과도기스러운 물건으로 인식되듯, 삼륜차 역시 그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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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이어와 공기 주입구

다음으로 좀 다른 얘기를 꺼내 보겠다.
요즘 자전거와 자동차, 그리고 심지어 비행기의 랜딩기어에 이르기까지 단단한 땅 위를 굴러가는 바퀴의 테두리엔 거의 다 고무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똑같이 시꺼먼 합성고무인 것 같아도 타이어도 역사적으로 속에 튜브가 따로 없어도 공기가 새지 않는 튜브리스 타이어, 그리고 접지력과 주행 연비가 더 우수한 래디얼 타이어 같은 더 좋은 물건이 역사적으로 꾸준히 개발되어 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이어 내부에 충분한 공기(압)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가 부족하면 타이어의 아랫부분이 차체의 무게 때문에 점점 짓눌리게 되는데, 그러면 바퀴가 점점 잘 굴러가지 않기 시작한다. 힘이 많이 든다. 자전거만 운전해 봐도 타이어에 공기가 충분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힘이 드는 정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또한 타이어에 공기가 충분치 못하면 타이어는 주행 중에 열도 더 많이 받으며, 이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고속 주행 중에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까지 날 수 있다. 그러면 차가 한데 쏠리고 제동력과 조향력을 상실하여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타이어의 공기압에 따라서 주행 중인 차량에 왜 그런 상태 차이가 발생하는지 단순한 직관 이상으로 물리적으로(아마도 유체역학적으로) 숫자와 공식을 이용해서 정량적으로 설명해 보라고 하면 난 잘 모르겠다. 그저 접지 면적에 차이가 생겨서 그러는지?

그리고 내가 타이어의 물리적인 특성에 대해서 아직도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건 타이어의 공기 저장 능력이다.
타이어는 구멍이 났다고 해서 무슨 수영 튜브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즉시 쪼그라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완전히 밀폐된 물건도 아니다. 아주 천천히 바람이 새긴 하는 것 같다. 자전거 타이어의 경우 수시로 바람을 보충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저질 싸구려 타이어여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타이어의 재질 자체뿐만 아니라 공기를 주입하는 단자도 사실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자전거에서 흔히 많이 쓰이는 가장 저렴하고 단순한 단자는 '던롭' 방식이다. 검은 고무 마개(밸브 캡)로 입구를 봉인할 수 있지만 마개를 제거하는 것도 굉장히 쉽게 할 수 있으며 마개가 없다고 해서 당장 타이어가 바람이 술술 빠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마개 없이 자전거를 달리기도 꺼림칙하고.. 마개의 정확한 역할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이것 말고 '슈레이더' 방식 단자는 던롭보다는 더 고급형이다. 단자의 중앙에는 작은 핀이 꽂혀 있으며, 이 핀을 누르고 있는 동안은 밀폐 상태가 풀려서 공기가 빠지고 반대로 공기 보충도 가능한 상태가 된다. 마개는 이 핀이 외부 환경에 의해 손상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며, 마개 자체가 타이어 내부를 개방하지는 않는다.

얘는 '던롭' 방식보다 폐쇄 상태와 개방 상태가 더 확실히 구분되며 더 고압의 공기 주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자동차 타이어에 이 단자가 쓰인다. 그리고 자전거에도 일부 고급 모델의 타이어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단, 던롭 방식만치 아무 펌프로나 쉽게 공기 보충을 할 수는 없는 듯하다.

그리고 또 고급 산악 자전거에는 '프레스타' 방식 단자도 쓰이는데, 이것은 슈레이더에서 핀 역할을 하는 게 별도로 돌출되어 있는 작은 나사이다. 단자 위에 또 나사가 들어있기 때문에 마개가 던롭 단자의 마개보다 더 길쭉한 편이다.

공기 주입구도 이런 차이가 있는 게 마치 컴퓨터에서 신호의 입출력용으로 쓰이는 각종 아날로그/디지털 단자들 규격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타이어와 공기 주입구 역시 자동차와 자전거 자체와 역사를 함께 하며 발전해 왔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4/25 08:23 2015/04/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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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 수동 공통으로 변속기에 적용되는 주의 사항

(1)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차의 진행 방향을 반대쪽으로 바꾸는 변속을 하지 말 것. (전진 ↔ 후진)
주차 중에 성질이 급해지면 이런 행동을 하기 쉬운데, 절대 금물이다. 변속기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2) 오르막(혹은 이와 비슷하게 차를 전진하지 못하게 막는 외부 저항)과 엔진 동력이 상쇄 평형을 이루는 상태로 차를 정지시키지 말 것.
자동은 D 상태이고 수동의 경우 반클러치 상태를 말한다. 이 역시 변속기에 굉장한 무리를 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 정석대로 중립+브레이크 상태로 정지해야 한다.

그리고 (2)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했을 때, 자동 변속기의 경우 신호 대기 때문에 차를 수십 초 이상 세울 일이 있으면 좀 귀찮더라도 변속기를 N으로 꼬박꼬박 바꿔 주는 게 좋은 걸로 본인은 안다.
시동 유지를 위한 엔진 공회전만 해도 성인 남자 5명이 탄 1~2톤짜리 쇳덩이를 슬금슬금 기어가게 할 수 있는 강한 힘이며, 사람 한 명이 이를 막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걸 브레이크가 막고 있고 그 부하를 변속기의 토크 컨버터가 받고 있는 건 결코 좋은 상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똑같이 정차하고 있어도 D가 아닌 N으로 하는 게 연비까지 미세하게 더 좋다는 걸, 무슨 케이블 TV에서 자동차 박사 김 필수 교수가 실험 결과까지 제시하며 입증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다만, 요즘 자동차들은 ECU가 더 똑똑해졌기 때문에 외력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아서 서고 있는 정도라면 자동으로 '중립'과 동일한 상태로 동작시켜 주기까지 한다는 반론도 있다.

※ 락업 클러치

수동 변속기 차량에 '반클러치'라는 (자동차 회사에서는 비추하는) 꼼수가 있다면, 요즘 자동 변속기 차량에는 '락업 클러치'라는 공인 상태 내지 테크닉이 있다.

아무래도 주행 연비를 올리려면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가능한 한 밟지 말고 최대한 관성만으로 슬금슬금 부드럽게 가게 하는 게 좋다. 이건 뭐 자전거만 타 봐도 경험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물리 법칙이다.
그런데 가감속을 할 일이 없는 구간에서 액셀을 1/3 정도만 살짝 밟은 상태에서 순항 상태를 수 초간 유지하고 있으면, 엔진 rpm이 살짝 내려가고 순간연비도 액셀을 밟고 있는 것치고는 올라가면서 자동차의 ECU가 나름 최적화 상태를 구축해 준다고 한다.

동력 손실이 있는 비효율적인 토크 컨버터를 거치지 않고, 엔진과 크랭크축이 그 기어비로 직결이 되는데 그걸 락업 클러치 상태라고 한다. 나도 경험적으로 그런 상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된 상태였구나.
심지어는 관성 주행을 하다가 서서히 감소한 속도를 회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액셀을 밟는 것보다, 차라리 락업 클러치 상태로 등속을 유지하고 있는 게 연비가 더 좋을 정도라고...;; 응?

아까 그 D/N 문제도 그렇고 락업 클러치도, 프로그래밍으로 치면, 컴파일러나 CPU가 더 좋아진 덕분에 어설프게 온갖 포인터 테크닉으로 사람이 골치아프게 최적화하는 것보다 차라리 서로 다른 변수를 성큼성큼 불러다 쓰고 그걸 병렬화나 잘 시키는 게 성능이 더 좋아지는 것과 같은 그런 발상의 전환인 듯하다. 마치 멀티코어 아키텍처 하에서는 xor 꼼수가 더 병렬화가 안 되고 오히려 더 불리해진 것처럼 말이다.

※ 속도계에서 시속 30km에 찍힌 빨간 눈금의 정체

자동차 계기판에서 엔진 회전수 타코미터에 red zone이 있는 것이야 누구나 그 이유를 수긍할 것이다.
최대출력이 나오는 RPM을 넘어서도록 너무 세게 밟으면 엔진이 과열 등 여러 무리를 받기 쉽다. 레드 존은 당장 회전수는 높아도 토크가 이미 크게 떨어져 비실비실해진 상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은, 액셀을 밟은 게 아니라 단순히 기어비가 너무 낮아서 바퀴 회전 속도를 따라 덩달아 야기된 과회전(내리막에서 엔진 브레이크)도 마찬가지로 해롭다.

그런데 현기차는 타코미터뿐만 아니라 속도계를 보면 시속 30km에 빨간 눈금이 콕 찍혀 있다.
타코미터의 red zone은 '영역'인 반면, 이건 '점'이다.
성경에서 창세기 1장을 읽으면서 왜 둘째 날에만 "보기 좋았더라"가 없는지 의문을 품을 정도의 눈썰미라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이런 궁금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인터넷 검색만 해 보면 해답을 바로 알 수 있듯, 이 30km/h는 자동차의 주행 성능이나 연비 같은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표시이다.
단지 스쿨존에서 이 속도를 초과해서 밟지 말라고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계기판에다 넣어 둔 애드립이라고 한다.

※ 난폭운전

내 경험상, 스케줄과 회전율에 쫓기는 버스나 트럭의 직업 운전 기사 말고 일반 자가용 운전자가 운전 습관이 점점 난폭해지는 이유는
(1) 똑같이 직진하는데 왜 내 차선만 차가 안 가고 막혀?
(2) 왜 하필 내가 갈 때만 자꾸 신호에 걸려?

에 대한 피해의식과 보상심리 때문으로 보인다. 딴 거 없다.
저 의문 제기가 정말 사실이고 합리적일 수도 있는 반면, 정말로 아무 치우침 없는 복불복일 뿐이고 남들도 다 별 차이 없이 겪는 현상인데 자기만 그렇게 망상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주 다니는 길이라면 운전 경험에 대해서 통계에 기반한 데이터와 좀 더 똑똑한 신호 패턴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 자동차 내비

내 경험상, 내비를 켜고도 길을 잘못 드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좌우 중 어느 한쪽으로 가긴 해야 하는데 그 쪽으로도 길이 여러 갈래여서 더 안쪽으로 도는 길을 잘못 선택함
  2. 어느 한쪽으로 가는 길이 일정 간격을 두고 여러 개 등장하는데 그걸 잘못 선택함. (주로, 가야 하는 길보다 먼저 등장하는 분기로 진입)
  3. 복잡한 분기가 계속되는데, 분기 후에 다음 분기에 맞춰 차를 어느 차선에다 둬야 할지를 알지 못해서 다음 분기를 실패함

내비가 어떤 목적지의 근처까지 가는 길을 안내는 하는데 목적지의 반대편 차선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서 실제로는 유턴이 필요한 등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에 대한 보정을 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또한, 유료 도로를 최소화하는 옵션으로 경로를 검색했더라도 경로가 유료 도로보다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지고 톨비 절약보다 기름값 손실이 더 큰 지경이라면 이런 제약은 적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사용자에게 권하는 기능이 있어야겠다.
이런 게 내비게이션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 기타

20여 년 전, 부모님이 1500cc짜리 소형차를 굴리시던 시절에 본인은 수동 3~5단이 각각 시속 35, 45, 60km 이상부터 권장되는 기어비라고 취급 설명서에서 봤었다. 그리고 시속 80 정도로 달리면 엔진 회전수가 2000rpm을 넘어가고, 100 이상은 3000rpm 근처까지 갔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요즘 차는 확실히 옛날보다 더 낮은 속도에서 고단으로 달릴 수 있고, 더 낮은 rpm에서 높은 속도가 나온다.
차가 힘이 얼마나 좋은지를 따질 때 흔히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제로백'을 거론하곤 하는데, 본인은 그것보다는 지구력에 가까운 잣대에 더 관심이 있다. 평지에서 시속 100으로 달릴 때의 엔진 rpm이 얼마 정도 되느냐 하는 것.

내 차는 2000+알파 rpm 정도 되는 듯하다. 경제 속도에 도달할 때까지는 엔진 회전수가 1000~2000대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저단에서 고단으로 변속이 되고, 그보다 속도가 더 올라가면 이제는 더 고단으로 변속이 되지 않고 차의 속도에 비례하여 엔진 rpm도 쭉쭉 올라간다.

하지만 힘 좋은 디젤 차량은 당연히 더 낮은 rpm에서 시속 100이 거뜬히 나오고, 에쿠스 같은 워낙 고배기량 고성능 고급 차량도 1000rpm대 중후반에서 바로 시속 100을 찍는다고 한다. 내가 직접 본 적은 없다. 배기량 짬밥이 어딜 가는 게 아니긴 하다. 똑같이 5명이 타는 승용차이더라도 오르막이나 고속 주행에서 경차하고는 차이가 확연히 나게 돼 있다.

또한 요즘 자동차들은 그렇게 강한 힘이 필요할 때는 연료를 마구 태워서라도 강한 힘을 뿜어 내지만, 반대로 신호 대기 같은 정차 공회전 중에는 시동 유지만 가능한 수준으로 연료를 극미량만 뿌리면서 연비를 최대화하게 만들어진다. 컴퓨터가 아이들링 중일 때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연비를 최대화했다는 말은 엔진의 출력도 최소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 변속기라 하더라도 오르막 정지 상태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순간 차가 뒤로 밀릴 수 있다. 사람이 자전거를 모는 상황을 생각해 보더라도 처음 출발하는 게 어려우며, 오르막은 조금만 있어도 왕창 힘든 게 느껴진다. 사람에게 힘든 건 자동차에게도 똑같이 힘들다.

또한, 신호 대기 때문에 정차와 출발이 잦으면, 정지 상태에서 차가 처음 출발할 때 연비가 정말 안습하기 때문에(큰 힘+저속) 아무리 아이들링 타임의 연료 소모를 줄인다 하더라도 평균 연비가 저하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시내가 막힐 때는 직선 최단 거리보다 심지어 2배가 넘게 우회하더라도 안 막히는 자동차 전용 도로를 이용하는 게 답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4/22 08:22 2015/04/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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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컴퓨터라고 하면 미국에서 발명되었으며 그 때문에 각종 명령어와 메시지도 기본적으로 죄다 영어이고, 한국어· 한글과는 굉장히 어울리기 힘든 범접할 수 없는 기계라고 여겨져 왔다. 지금처럼 컴퓨터의 자원과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국제화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말이다.

그런데 컴퓨터와 더불어 현대 과학 기술의 양대 결정체라고 불리는 자동차도 사정은 비슷한 듯하다. 비록 자동차는 컴퓨터처럼 정보를 다루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문자· 언어와 직접적으로 얽혀 있지는 않지만, 국산차라 해도 차의 내부와 외부에서 한국어· 한글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초기에는 외제차를 수입해서 조립 판매하는 수준이고 또 내수보다 수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만큼, 차이름 역시 알파벳으로 적고 발음하기 쉽게 지어야 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국산차에까지 한글 표기에 너무 인색했던 건 아쉬운 점이다. '시발' 자동차만 해도 당당히 앞에다가 ㅅㅣ-ㅂㅏㄹ이라고 풀어쓰기로 당당하게 이름을 적어 놓지 않았던가?

(여담. 풀어쓰기에다가 장음 부호 '-'까지 덧붙인 것은 아무래도 한글을 좀 일본어 카타카나 스타일로 표기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날에는 단어가 비속어 욕설과 비슷하게 들리게 되어 난감해진 건 차치하고라도, 장음 부호 때문에 '시발'이 아니라 언뜻 보기에 '사발'처럼 보이니 더욱 안습하긴 하다..)

아무튼, 본인은 언제부터 영어 알파벳을 읽고 쓸 줄 알게 됐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 하지만 아마 컴퓨터를 접하기 전에 자동차의 뒤에 적혀 있는 EXCEL, PONY, PORTER 등의 이름들을 읽으면서 알파벳을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알파벳을 뗀 뒤에 컴퓨터를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에 순우리말로 명명된 자동차가 전혀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시발'은 우리말이긴 하나 한자어이기 때문에 순우리말은 아니고.
대표적인 차는 바로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에 생산되었던 대우 자동차의 '맵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맵시'가 고유명사로 쓰인 예로는 아래아한글의 글자 꾸밈/배너 그리기 프로그램인 '글맵시'와 더불어 저 자동차를 떠올리면 된다. 본인은 아주 어렸을 때 실물을 본 기억이 있다.

'맵시'의 후속 모델은 '맵시-나'이다. 여기서 '나'는 다른 접사가 아니라 '가나다' 할 때의 '나'이다. 즉, 요즘 같았으면 '맵시 II(투)' 또는 '뉴 맵시'인 셈인데, 후속 모델을 뜻하는 단어까지 우리말로 붙인 것이다.

사소한 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배기량 1500cc를 채 넘지 않는 소형차가 타이어의 휠너트가 5개인 것이 인상적이다. 현대 차의 경우 2000cc급부터 시작하는 그랜저조차도 초기 모델은 4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랜저는 뉴 그랜저부터 5개로 올라갔고, 쏘나타는 EF까지 다 여전히 4개이다가 NF부터 5개로 올라갔다.

옛날에는 휠너트가 5개인 승용차를 보면 최하 중형 이상급의 고급차 외제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런 걸 느꼈다.

자,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순우리말 자동차는 '누비라'인데, 맵시와 누비라 모두 대우 자동차의 작명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에스페로의 후속 차종인 '누비라'의 경우,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차가 되라는 의미로 김 우중 회장이 직접 지은 거라고 한다. 오늘날의 열차 이름인 '누리로'와 비교된다.

현대/대우/기아에서 내놓은 승용차 중에서는 이 정도가 전부인 듯하고, SUV중에는 쌍용 자동차의 '무쏘'가 바로 코뿔소를 뜻하는 '무소'를 변형한 명칭이다. 스포츠스러운 느낌을 그럭저럭 잘 표현했다.

그리고 '야무진'이라는 굉장히 기발한 이름의 1톤 트럭이 있었다. 삼성 자동차에서 아주 초창기이던 1998년에 내놓은 물건인데, 경영난 때문에 얼마 생산되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르노 자동차에 인수되기도 전의 일이다.

복고풍 유행을 타고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자동차가 또 등장할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다음으로 주제를 바꿔서 관련 잡설을 늘어놓도록 하겠다.

1.
그러고 보니, 영단어이긴 하지만 '맵시'만큼이나 '엑셀'도 자동차 이름 겸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이름이다.
엑셀보다 로터스 1-2-3이 도스에서 훨씬 더 유명했던 옛날엔 엑셀이 자동차 이름으로 날리고 있었고, (1990년대 중반까지)

공교롭게도 자동차 엑셀이 사라진 뒤(1990년대 후반)부터는 스프레드 시트 엑셀이 Windows에서 세계를 평정했기 때문에 두 이름의 심상이 국내에서 딱히 크게 충돌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2.
대우 그룹은 IMF 때 진작에 분해되어 버렸고 대우 자동차라는 정체성은 이제 버스에서나 볼 수 있으며, 김 우중 회장은 그저 몰락한 파렴치 경제사범 정도로나 치부되는 편이지만.. 이걸 마냥 비판만 하고 폄하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삼성의 이 건희 회장이 1993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휴대전화 불량품 화형식을 거행한 뒤 “처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신경영을 선포한 것처럼, 김 회장도 '탱크주의'를 내세우면서 품질 혁신을 외쳤고 특히 1993년엔 세계 경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선포했다.

이때 시장 개척을 매우 잘 해 놓은 덕분에, 동유럽권에서는 대우라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매우 좋다고 한다. 독일에서 차 범근 축구 감독을 아직도 기억하듯이!
가령, 국내에서는 진작에 자취를 감춘 '씨에로' 같은 대우 차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공장이 '우즈대우'라는 이름으로 국유화된 상태로 지금까지도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이야 잘나가던 시절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야망 넘치는 저돌적인 자서전을 남긴 게 유명하다. 1989년이니 공 병우 박사의 자서전 <나는 내 식대로 살아 왔다>와도 출간 시기가 비슷하다.

또한 저 사람도 공 박사 같은 급의 덕후는 아니어도 워커홀릭 기질에다가 시간 최적화에 일가견이 있었다.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만 비행기는 언제나 밤 시간대만을 이용했다고 한다. 번거롭게 숙소 잡을 필요 없이 비행기 안에서 수면과 이동을 동시에 처리한 뒤, 곧바로 일하려고.

사업을 하고 거대한 기업을 이끌면서 수많은 종업원들을 먹여 살리려면 저런 머리와 근성 정도는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현대 자동차처럼 기술 개발에도 신경을 쓰지, 무리한 확장에만 치중하다가 대우 그룹이 망해서 사라진 것이 일면 아쉽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4/10/18 08:23 2014/10/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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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 중에 수시로: 눈치껏 차선 바꾸고 잘 끼어들고 들이대기 (배짱과 순발력)
2. 운전하는 전체 시간 내내: 한눈팔지 말고 앞차가 갑자기 서 버리거나 길 옆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는 상황에 대비하기 (멘탈의 지구력이 뛰어나야 함)
3. 목적지에 도착한 후: 이 차가 차지하는 공간과 최소 회전반경을 숙지하여, 좁은 곳에서도 차 안 긁고 주차 잘 하기 (공간 감각)

(0. 운전하기 전 평소에 최소한의 자동차 점검 내지 정비 능력, 그리고 차량 고장이나 사고 발생시 멘붕·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능력)

이들이 서로 완전히 별도의 독립적인 영역을 차지하는 게 틀림없다.
운전 학원에서 교육하고 면허 시험을 치는 내용도 이런 분야에 맞춰서 편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각종 운전 잡설.
승용차는 내 몸뿐만 아니라 나만의 자그마한 개인 공간을 함께 이동시켜 주는 물건이며, 대중교통과는 달리 차를 타러 가고 기다리고 갈아타는 과정에서 까먹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굉장히 아껴 준다.

또한 이동 과정에서 급격한 환경 변화나 온도 변화를 야기시키지 않아서 더욱 좋다. 그런 외부 요인으로 인해 몸에 피곤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업무 능률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가령, 밖에서는 추워서 옷을 껴입고 있다가 지하철 안에서는 더워서 옷을 벗는 식으로 온도 조절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밖에 비가 내리고 있으면 대중교통에 비해 자가용의 아늑함, 안락함과 편리함이 크게 증가한다. 비록 도로 사정 때문에 신속함(속도)은 별로 증가하지 않을지 모르더라도 말이다.

본인도 비 내리는 밤에 차에서 야영을 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비는 차의 외형을 매우 더럽힌다는 점에서는 악재이다. 그 빗물이 흐르다가 마르면 물방울 모양으로 온갖 더러운 흙먼지 자국이 차의 표면에 남기 때문이다.

본인은 처음에는 “어제 세차했는데 오늘 비 오네”라는 푸념이, 굳이 세차를 할 필요가 없는데 해 버렸다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저 말은 어제 기껏 세차를 해 놓은 게 또 아무 소용 없어지게(=차가 더러워지게) 생겼다는 뜻이다.

비 오는 날 밤의 운전은 비와 야간이라는 두 변수가 합쳐져서 매우 까다롭다. 빗물 때문에 도로가 미끄럽고 더 위험하니 평상시보다 감속이 필수인데, 시야 확보도 잘 안 된다. 단순히 전방 시야뿐만 아니라 본인이 현실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체험한 애로사항은.. 도로의 차선이나 횡단보도 정지선조차도 제대로 안 보인다는 것이다.

* 에어컨
요즘 날씨가 날씨인지라 요 근래부터는 드디어 전구간 에어컨을 켠 채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정체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를 경제 속도로 원활히 주행하고 나면, 평소에 연비는 12km/l대는 거뜬히 나오는 편이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주 원활하게 주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찍힌 주행 연비는 10.xkm대.

에어컨이 연비를 10~20% 가까이 깎아먹는다는 말은 사실인 듯했다. 실험으로 입증됐다.
에어컨을 켰다고 해서 차가 딱히 더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연비는 슬그머니 떨어져 있었다.

힘 좋은 디젤보다는 휘발유 차량이, 그리고 대형차보다는 저배기량의 소형차· 경차일수록 에어컨 틀 때 차가 타격을 받고 휘청이는 정도가 더 커진다.
에어컨을 가동하면 엔진룸 쪽에서 무슨 기계가 추가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옛날에 만들어진 소형차의 경우 차 엔진 회전수가 대놓고 살짝 더 올라가기까지 한다.

자전거를 몰아 보면, 헤드라이트를 켜기 위해 바퀴에다 소형 회전 발전기만 좀 연결시켜도 그 발전기의 오버헤드 때문에 자전거 페달 밟는 게 약간이나마 더 힘들어진다. 하물며 자동차의 엔진에는 발전기가 상시 연결되어 있는데, 거기에다 에어컨 실외기뻘 되는 공기 압축기까지 연결되니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것이다.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은 자동차에서 최상급으로 전기 많이 잡아먹는 부품인 헤드라이트보다도 수 배 이상 더 많다고 한다.
그러니 헤드라이트에 에어컨을 다 켜고 와이퍼까지 켜는 비 내리는 여름 밤에는, 성능이 시원찮은 소형차의 경우 주행 중에도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고 한다.

단, 이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이라는 게 안 그래도 엔진 힘까지 쭉쭉 빼 쓰고서 그것도 모자라서 또 전기까지 추가로 그렇게 별도로 쓴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설마?
추운 겨울에 히터는 엔진열을 이용해서 송풍기만 가동하여 거의 공짜로 가동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열을 밖으로 빼내는 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 것이다.

온도 말고 단순히 송풍기의 세기만을 바꾸는 건 어차피 연비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앗싸리 에어컨 트는 게 나은지, 아니면 창문만 열어서 차라리 공기 저항으로 인해 연비가 떨어지는 게 더 나은지는... 이렇다 할 답이 없는 듯하다. 둘이 어차피 비슷하게 비효율적이니, 차라리 에어컨 틀어서 정숙하게 주행하는 게 대체로 더 낫다는 게 중론인 듯. (물론 당장 차의 동력 효율뿐만이 아니라 지구와 환경까지 거시적으로 생각한다면, 에어컨이 치르는 대가가 더 크겠지만 말이다.)

또한 이건 바꿔 말하자면, 공기 저항이 에어컨에 필적할 정도로 차의 성능을 깎아먹는 주범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4/06/07 08:24 2014/06/0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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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옛날 차들

하루는 인터넷을 돌아댕기다가 심히 놀라운 사진을 발견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 세상에~! 바로 이거다. 내가 초딩이던 시절,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이상하게 생긴 자동차가 시골이나 공사장 같은 데에서 종종 굴러다니고 있었다.
경운기 엔진에다 미군 지프 폐차 부품을 얹어서 급조한 소형 트럭. 일명 딸딸이 혹은 '영운기'라고 불렸나 보다. 어떤 건 짐받이를 들어올리는 '덤프' 기능도 있었다.

외형과 덩치는 군용 지프와 기아 세레스(과거 기아 자동차에서 생산한 사륜구동 1톤 트럭)를 짬뽕한 듯하다. 개인 작품인지, 아니면 어느 기업에서 이런 물건을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옛날에 시발 자동차도 따지고 보면 이런 식으로 부품을 조립해서 만들어지기도 했을 테고.

난 실물을 본 적이 없는 삼륜차도 알고 있는데, 정작 실물을 본 적도 있는 영운기는 21세기 이래로 내 머리에서 존재감이 15년~20년 가까이 완전히 잊혀지고 봉인되어 있었다.
그랬는데 이 사진 덕분에 기억이 순식간에 싹 되살아났다. 너무 반갑다.

영운기는 등록증도 번호판도 없고 각종 세금이나 보험이 붙은 정식 자동차가 아니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것이, 겨우 저런 허접한 물건이 대포차로 둔갑해서 범죄에 악용되기라도 할 가능성은 0이나 마찬가지니까..
경운기 엔진이 최고로 돌아 봤자 단기통에 출력도 10마력대에 불과한데 힘과 속도가 얼마나 나오겠는가? 그래도 얘는 동력비를 조절해서 순수 경운기+트랙터보다는 빠르게 최대 시속 50~60km까지는 달렸다고 한다.

참고로 경운기의 엔진은 일반 자동차용 디젤 엔진보다 공기 압축비를 더 높여서 작은 덩치와 저회전 상태로도 성능과 연비를 더욱 무리해서 짜낸 형태이다. 농기계는 기름 덜 먹고 경제적이면 장땡이지, 필요 이상으로 고성능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 대신 경운기는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일반 자동차보다 털털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더 심하며, 시동을 걸기도 더 힘들다고 한다.
다만, 승용차처럼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시동이 안 걸린다거나 밀어서 시동을 건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 기억이 맞다면 뭘 손으로 빙빙 돌려 주면서 시동을 걸었던 것 같다.

자, 이것과 함께 문득 떠오른 추억의 대형 화물차가 있다. 바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새한 자동차가 내놓은 8톤 덤프 트럭이다. 혹시 얘 기억하시는 분?
1974년부터 1982년까지 생산되었던 물건이다. 참고로 새한 자동차는 오늘날 한국 GM의 할아버지뻘 되는 기업이다. (한국 GM의 전신은 대우 자동차, 그리고 대우 자동차의 전신이 새한 자동차임) 하지만 이 차의 원형은 이스즈(Isuzu) TX/D 시리즈로, 미국차가 아닌 일본차라고 한다.

내가 이 차를 기억하는 건 엔진룸이 운전석의 아래가 아니라 앞에 돌출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군용차가 아니면 거의 볼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앞에 SMC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것도 기억한다. 도색은 저렇게 국방색 아니면 파란색 두 종류였던 것 같다.

얘는 1990년대에도 이미 보기가 대단히 힘들어진 올드카였다. 그런데 하물며 2010년대는 어떠하겠는가?
하지만 지금도 극소수 포니가 굴러다니고 있는 것처럼 제주도 포함 일부 벽지에는 '아직도' 새한 트럭이 현역으로 뛰고 있긴 한가 보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용으로 국내외의 올드카를 대여하는 것도 사업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추억을 되살리니 참 훈훈하다. 게임도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고전을 좋아하고 자동차도 고전...
난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물론이고 철도, 한글 세벌식, 킹 제임스 성경 같은 것도 하나도 까맣게 모르던 시절, 10살도 채 되기 전에는 월간 자동차생활과 승용차 취급 설명서를 읽으면서 자동차에 매달린 채 지냈다.

그 기질은 훗날 컴퓨터를 비롯한 다른 관심 분야들에 밀려서 점차 봉인되었으나, 그 봉인이 2010년도에 들어서 다시 풀렸다.
(1) 일단 철도 때문에 교통수단간의 체계적인 비교 분석이 시작되었고, (2) 실제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딱히 기계 뜯어보는 걸 좋아하는 공돌이가 아니며, 딱히 자동차가 남자의 로망이고 능력의 상징이어서 그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20여 년 전의 옛날 생각이 나서 추억을 회상하는 그 느낌이 좋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4/04/09 19:37 2014/04/0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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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자동차

요즘 교통수단이라는 건 사람이 단순히 말 타듯이 위에 타는 형태가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형태를 가정하고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큼직하고 안에 공간도 제법 있으며, 이걸 또 다른 교통수단에다 싣는 건 거대한 화물선이나 트레일러급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가능치 않다. (자전거는 엔진이 달린 '자동차'는 아니니까) 그러니 배는 말할 것도 없고 승용차 정도만 돼도 법적으로 준부동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컴퓨터도 들고 다니고, 전화기도 들고 다니는 세상에 휴대 가능한 1인용 초소형 교통수단에 대한 연구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제트팩도 있는데 하물며 더 저렴한 자동차가 휴대용 버전이 없겠나?
쉽게 생각해 보시라. 막히는 곳에서는 사람이 그냥 차를 들고 성큼성큼 걷다가, 도로가 나오면 다시 차를 펼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면,
주차를 따로 하는 게 아니라 차를 접어서 같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가능하다면 이 또한 매력적일 것이다.

내가 아는 휴대용 교통수단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일본 마쓰다 자동차에서 여행용 캐리어 정도 크기에 쌀 한 가마니 남짓한 무게의 1인용 휴대용 자동차를 만든 게 있다. 초소형 1기통 2행정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 시속 30km 남짓을 낸다고. 기발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데 난 저거 굉장히 옛날에, 20년도 더 전에 봤었다. 199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 월간 자동차생활 잡지에서 처음 본 거니까..
내연기관 대신 그냥 전기 모터를 썼으면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전동 휠체어랑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환자가 타는 용도가 아니니까 탑승자가 더 꾸부정하게 불편한 자세로 앉아도 되고, 그만큼 차지 면적과 기계의 크기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 그리고 최근에 개발된 물건으로는 외륜 오토바이가 있다. 얘는 전기로 달린다.
타이어 폭이 크고 손잡이도 있기 때문에 외발자전거보다야 타거나 중심 잡기는 쉬울 것 같다. 외발자전거 타는 게 취미인 분에게는 무척 흥미로울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탑승 모습이 좀 스카이 콩콩처럼 생겨 보인다만, 그건 그냥 착시다. ^^

여타 장거리 교통수단에 휴대가 가능하면서 한편으로 자전거보다 오르막을 더 잘 오르고 빠르게 갈 수 있는 편리한 소형 교통수단이 있다면 분명 유용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4/03/30 08:27 2014/03/3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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