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연료와 액체 연료

우리 주변에서 연료를 태워 열 내지 에너지를 만드는 도구, 기계들을 생각해 보자.
하긴, 옛날에는 불을 최초로 피우는 것조차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집집마다 한번 만들어 놓은 불씨를 잘 간수해야 했으며, 옛날까지 갈 것도 없이 무인도 같은 오지· 험지에 홀로 내던져졌다면 불을 피우는 게 매우 중요한 생존 기술 중 하나로 변모한다. 성냥, 양초 같은 물건도 주류에서 밀려난 구시대 유물일지언정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연소나 폭발을 취급하는 물건들은 어떤 형태의 연료를 쓰는지에 따라 설계 방식이나 동작의 특성이 달라진다.
연료라는 건 크게 고체 아니면 액체로 나뉜다. 고체는 나무나 석탄, 혹은 다른 고체 폭약 같은 것이고, 액체는 잘 알다시피 석유나 액화 천연가스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액체 연료를 다루는 기계적 메커니즘이 고체 연료보다 더 복잡하고 까다롭다.
그러나 액체 연료가 그만큼 연료를 아주 찔끔찔끔 균일하게 공급하면서 화력을 조절하기가 더 쉽다. 그리고 연소 후의 부산물도 액체 연료가 훨씬 더 깔끔하며 처리하기가 더 편하다.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연탄/화목 보일러나 난로는 불에 탈 수만 있다면 통나무건 종이 뭉치건 아무 덩어리나 집어넣어도 되니 기계 구조가 간단하고 당장 열을 만들어 내는 건 쉽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여러 모로 불편한 점과 애로사항이 꽃핀다.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나며, 일단 불이 붙은 연료를 통제하기가 어렵다. 점화나 소화를 스위치 하나로 간편하게 할 수가 없다.

연탄은 크기와 모양이 규격화돼 있는 고체 연료라는 점은 그나마 낫지만, 여전히 점화와 소화가 불편하며 연료를 배달하기가 매우 번거롭다. 매번 연탄재를 처리하는 것도 큰일이고 말이다.
양초는 고체 연료인 것치고는 심지를 통해 연소가 균일하게 잘 일어나는 편이지만, 역시나 강약 조절을 할 수 있지는 않다.

옛날에 증기선이나 증기 기관차에는 보일러에다 석탄을 삽으로 퍼 넣는 화부가 탑승해야 했으며 즉각적인 동력 조절이 되지 않았다. 고체 연료 화통의 화력은 공기를 불어넣는 양 정도로나 조절 가능했다. 성경의 다니엘서에서 풀무불을 평소보다 일곱 배나 더 뜨겁게 하는 건 과연 기술적으로 어떻게 실현했을까? (단 3:19)

이것은 발사체인 고체 연료 로켓도 고스란히 갖는 한계이다. 한번 점화가 된 뒤에는 연료의 연소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동력 조절을 할 수 없으며, 가능하다 해도 그 과정은 몹시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요즘은 관광용 증기 기관차도 물을 끓여서 나아갈지언정, 물을 데우는 건 석탄이 아닌 석유로 한다.
그리고 로켓에는 액체 연료 로켓이 연구되었으며, 이 바닥의 선구자는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고다드이다. 우리말 표기로는 '더'와 '다'가 공존하면서 혼란스러운 이름인데...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도 움직이는 액체 로켓은 연료 자체뿐만이 아니라 산화제까지 액체여야 하기 때문에 고체 로켓보다 만들기가 더욱 어려웠다. 증발이나 부식 같은 문제 때문에, 산화제와 연료를 주입한 채로 로켓을 장시간 발사대에 놔 둘 수 없다는 점도 대단히 번거로운 점이다. 로켓의 발사가 연기된다거나 하면 그것들을 도로 빼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체 연료 발사체 기술 덕분에 인간이 우주로 나갈 수도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통제 가능한 발사체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을 성공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아 미국의 학계에서는 로켓의 이론적 근간이 연구되고 “달까지 가는 진지한 방법” 같은 게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때는 그랬는데 미국이 어쩌다가 스푸트니크 멘붕을 당할 정도로 잠시 주춤했는지?)

단, 고다드의 연구는 시대를 너무 앞서 있었으며, 그 당사자 역시 언플이나 사교력이 뛰어난 공돌이는 아니었던 관계로... 그의 연구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딱히 인정을 못 받았다. 1920년대에 뉴욕 타임스 신문은 고다드가 불가능한 목표를 두고 아무 쓰잘데기 없는 황당한 뻘짓을 한다고 막 조롱하고 디스하고 망신 주는 사설을 게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고 고다드의 연구를 토대로 새턴 로켓이 발사되고 아폴로 우주선이 달까지 간 뒤에야 뉴욕 타임스는 자기네 옛날 사설을 취소하고 고인에게 사죄를 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님의 연구 덕분에 후손들이 달에 진짜로 갈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짧았습니다.”라는 요지로.

이건 20세기의 우주 개발 역사에서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나 독재 정권에 아부하던 메이저 언론이 나중에 자기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죄한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격인데,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찾기 힘든 모습인 것 같다. =_=;;

이것저것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여러 분야를 막론하고 액체 연료는 고체 연료에 비해 점화· 소화와 화력 제어가 용이하고 연소 결과가 깨끗하다는 많은 장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친구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으러 갈 때도 고체 연료(숯)를 쓰는 식당과 액체 연료(도시 가스)를 쓰는 식당의 구조적인 공통점과 차이점을 나눠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고기를 굽는 데는 '연기와 향'이라는 변수가 추가되기 때문에 굳이 경제적으로는 더 불편한 고체 연료가 선호되기도 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4/12/17 08:35 2014/12/17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040

미국의 지질학자 클레어 패터슨 (1922-1995).
굉장히 유명한 업적을 둘 남긴 것치고는 대중적으로 굉장히 덜 알려진 사람이다. 단, 과학사 내지 과학과 사회 윤리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미 이름을 들어 보셨을 것이다. 그는,

(1) 방사성 원소 측정법을 이용해서 지구의 나이가 45.n억 년임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정확도로 규명하였다. 이 연도는 오늘날까지 중등학교 과학 시간에도 가르쳐지고 있으며,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보다 더 정확한 값은 나오지 않았다. 쉽게 말해 이 분야에 끝판왕 급의 업적을 남겼다.

(2) 그리고, 자동차 유연휘발유에 첨가되는 테트라에틸납 성분이 대기 중의 납 농도를 증가시켜 사람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친다는 것을 규명하였으며, 전세계적으로 유연휘발유를 퇴출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young earth creationism을 주장하는 진영(지구의 나이가 6천 년..!)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연구를 하던 중에 지구와 인류를 구한 업적을 이뤘다는 게 참 특이하다.

조금이라도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되는 실험 결과가 자꾸 어긋나는 게 이상해서 조사를 해 보니..
“공기 중의 미세한 납 성분이 실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 이거 아무래도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인 거 같다 → 이건 사람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순의 발견까지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의 행적은 유연휘발유를 제조· 판매하던 당대의 업계 종사자들로부터는 미움도 많이 받았다. 당연히 “저건 일반적인 빈도를 벗어나지 않는 산업재해일 뿐이며 딱히 유연휘발유가 해로워서 그런 건 아니다” 식으로 실드를 치고 치부를 은폐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국제 추세에 맞춰 1987년 7월부터 무연 휘발유가 첫 도입되었으며, 1993년 1월부터는 유연 휘발유의 유통이 전면 금지되었다. 1987년 7월이면 민주화 항쟁에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 도입 같은 굵직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그 시기에 무연 휘발유까지 등장한 거구나!

그래서 그 과도기에는 주유소에 유연 휘발유/무연 휘발유 구분이 따로 있었고, 새로 생산된 차들은 반드시 무연 휘발유만 넣어야 한다는 안내문 스티커가 붙곤 했다. 본인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다시 패터슨 아저씨 이야기로 돌아오면,
지질학에서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6500만 년 전에 공룡이 멸종했다” 같은 식으로 맨날 'n년 전'이라는 말을 쓴다.
그때 '전'의 기준이 되는 지질학적 기준 시기는 “1950년 1월 1일”이라고 학계에서 정식으로 정했다. 방사선 원소 측정법이 정착하고 지구의 나이가 저런 식으로 규명된 때가 1950년대이기도 해서 말이다.

영어로는 before present를 줄여서 65 million years BP 이런 식으로 쓰는데, 이는 1950년으로부터 6500만 년 전이라는 뜻이다. 저 때가 컴퓨터의 유닉스 연대기의 기준인 1970년만큼이나 나름 학문적인 의미가 큰 해인 셈이다.

난 예전에도 글로 썼듯이 지구와 우주의 나이는 장구히 길고, 인류와 현존하는 생명체들의 내력만 6천여 년 남짓이라고 믿는다. 간극 하나만 설정하면 과학 얘기와 문자적인 6일 창조 성경 교리가 싹 깔끔하게 풀린다. 이건 어거지가 아니라 성경 자체가 교리적으로 그런 간극을 지지하고 있다. 6일 창조가 창조의 전부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 쪽으로든 성경 쪽으로든 젊은 우주/지구를 믿지 않는 진영에서는 창조 과학회를 굉장히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전자야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과학적인 연구 방법론도 모르는 사이비 유사과학이라고 까고, 후자 진영은 성경 말씀을 어줍잖은 과학으로 풀어서 교만한 짓거리를 한다고 깐다.

본인은 내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창조 과학회를 필요 이상으로 싫어하거나 매도하지는 않는다. 6천여 년 전에 6일 만에 모든 게 끝났다는 식으로 믿으면 뒤끝 없고 뭔가 기독교스럽고 깔끔해 보이긴 한다. 아담이 마치 성인 형태로 곧바로 창조되었듯이, 지구와 우주도 겉보기로만 오래 된 듯이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합리화를 해 버리면 뭐 답이 없다. 더 논쟁을 할 수가 없다.

단지 본인은 지구와 우주는 아담과 같은 부류는 아니라고 믿는다. 수많은 화석과 지층이 노아의 홍수만으로는 도저히 생겨날 수 없고, 지구 지형과 각종 천체가 수억~수십억 년이라는 장구한 기간 동안 생성되고 소멸된 증거가 명백히 존재하는데 하나님이 다른 것도 아니고 그걸 왜 훼이크를 칠 필요가 있는 걸까?

그런 직감에 근거하여 본인은 과학과 신앙의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걸 믿는다. 가령, 오래 전에 멸종하여 화석이 된 고생대 실러캔스는 옛 세상에서 있었던 놈이고, 오늘날 발견된 실러캔스들은 6일 창조 때 이미 있던 그 종류대로(after his kind) 다시 만들어진 놈이라는 식이다. 단지 인류는 아담이 최초이며, 소위 유인원들은 아예 원숭이이거나 아니면 실제로는 인간도 원숭이도 아닌 다른 생물인 것이다.

끝으로 여담이지만, 클레어 패터슨은 이름만 보고는 여자로 오인받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여배우 클레어 데인즈의 철자하고는 글자 하나 차이이다. Clair / Claire 옛날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문득 떠오르는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4/09/22 19:37 2014/09/22 19:37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010

현대 과학 문명에 대한 짧은 생각

나는 내 신앙관과는 별개로 현대의 눈부신 과학 기술과 물질 문명, 문명의 이기, 제도권 의학을 매우 사랑하며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본다.
그에 대해 되도 않은 방식으로 부작용· 폐해만 부각시키며 폄훼하는 음모론, 그리고 대안이랍시고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가네, 이상한 유사과학 끄집어내는 것들을 기본적으로 경멸하며 부정적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다 검증된 시행착오로 왜 또 복귀하려 하냐?

우리나라가 해방 이래로 이 정도로 인권이 발달하고 자유 민주주의 지수가 오른 건..
일단 나라가 올바른 이념으로 건립되었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 국민 개인이 등 따시고 배부르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덕분이다.
거기서 민중 항쟁? 데모질, 시위가 기여한 건 아예 0은 아니겠지만 비중이 굉장히 낮다고 본다.
북한이 인민들의 민주 의식 저항 의식이 부족해서 저 지경이 된 게 절대 아니란 말이다. 닥치고 총칼 폭력 위협과 굶주림 앞에서 장사 있냐?

내가 예전에도 여러 번 언급한 비유이다만.. 솔로몬의 재판을 생각해 보자.
세상 정부가 무슨 예수님이나 솔로몬 같은 완벽한 통치나 재판을 할 수는 없다. 세상 정부로부터 종교적인 면모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걸 바랄 수 없다면, CCTV나 유전자 감식으로라도 진짜 애엄마를 가려내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마땅히 칭송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의 양심을 믿을 수 없다면 양심이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을 개발한 학자라도 칭송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나 정교분리 이념에 목숨 거는 사람들은 이 점을 더욱 명심해야 한다.

과학 기술 덕분에 농산물과 공산품의 가격이 인건비에 비해 크게 내려가고 인간의 복지가 향상되고 인간은 생존 이외의 다른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이 인간에게 자유를 선사한 것이다. 그것 때문에 죄 짓는 일도 덩달아 증가한 건 전적으로 별개로 생각해야 할 문제다.

과학 기술 덕분에 세상이 더욱 공정하고 질서정연해졌으며, 한 사람의 실수가 집단 전체로 파급될 일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각 개인을 더 선하게 믿어도 되고 군기라든가 끔찍한 일벌백계 같은 게 덜 필요해졌으며, 세상이 덜 각박해져도 되게 되었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 피의자를 고문해서 자백을 강요하는 관행을 없앤 것은 뭔 민주화 인권 시위 같은 게 아니라 첨단 과학 수사 기법이다!
  • 옛날에 자연이 지금보다 훨씬 더 깨끗하던(?) 시절엔 오히려 인구와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더 짧았다. 옛날엔 전염병 때문에 인구가 이렇게 밀집한 대도시가 아예 존재할 수가 없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4/03/22 08:38 2014/03/22 08:38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943

발전 방식 이야기

오늘날은 정말 전기 없이는 잠시도 돌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21세기엔 24시간 상시 켜져 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사람마다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져 있다.
교통수단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전철에 목숨을 걸고 있는 철도 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동차도 기름값이 워낙 오르니 하이브리드 내지 순수 전기 동력원이 주목을 받는 중이다.

굳이 동력원 자체가 아니더라도 엔진 내부 역시 종래엔 기계 제어이던 것이 다 전자 제어로 바뀌어서 어떤 형태로든 컴퓨터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교통수단들은 연료 소비 효율이 더 좋아지고 예전보다 사람이 신경을 덜 쓰고도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 자동차의 경우 급발진 문제가 의심되고 있으며, 침수에 예전보다 더욱 취약해지기도 했다.

뭐 어쨌든..
교통수단이야 전차선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엔진의 힘으로 자가발전을 해야겠지만
붙박이 건물들이 사용하는 전기는 잘 알다시피 발전소라는 거대한 국가 기간 시설에서 생산된다. 예전에 심시티 게임을 할 때도 도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지어야 하는 시설은 바로 발전소였다.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종족으로 치면 파일런 같은 건물이다.
전기는 생산되는 직후 광속으로 흘러가 없어져 버린다는 특성상,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수력, 화력, 원자력, 풍력, 조력 등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발전 방식은 결국 동력을 얻어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동력 발전은 열을 만들어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는 놈, 쉽게 말해 열기관이 주류이며, 화력이나 원자력, 심지어 열병합이 여기에 속한다.

화력 발전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만, 자동차 엔진에 달린 발전기 같은 내연기관 형태가 아니라 보통은 증기 터빈이라는 외연기관이 쓰인다. 아마 이게 출력과 효율이 더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 반면, 무공해를 표방하는 일명 대체 에너지 발전 방식은 대부분 열 없이 자연의 힘으로 동력을 얻는 발전 방식 위주이다. 공해는 없지만 발전 용량이 메이저들보다 턱없이 부족한 게 흠이다.

수력 발전은 비록 원시적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 물의 위치 에너지, 즉 잠재적인(포텐셜) 에너지를 사용하여 발전한다는 특성상, 순발력이 좋고 전력 생산량의 제어가 용이한 게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한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여타 자연 동력 발전은 논의할 가치도 없거니와 화력도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풀가동 모드로 진입하는 데만 몇 시간씩 걸린다. 예열을 하고 증기를 만들기 위해서인지? 사실 거대한 디젤 엔진 선박만 해도 시동을 켜는 데만 수십 분 걸리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는 이보다 더해서 초기화하는 데 거의 하루씩 걸리고 가동된 놈을 세우기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발전이 시작되면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밤에도 잉여 전기는 낮과 별 차이 없이 계속 생산되어야 한다. 이걸 좀 쓰라고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심야 전기 할인이 존재해 온 것이다.

여담이지만, 수력은 멈춰 있던 발전 설비의 첫 가동을 위해서 전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자동차만 해도 배터리가 방전돼 버리면 시동을 못 거니 말이다.

원자력은 많고 많은 에너지원들 중에 어떤 형태로든 태양으로부터 전혀 유래되지 않은 유일한 에너지원이라 여겨진다. 굳이 태양광 발전 같은 게 아니어도 날씨나 물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은 전부 태양과 관계가 있으며, 심지어 화석 연료의 원천도 결국 태양 없이는 생길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우주 탐사선에는 원자력 전지가 탑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지구 주변만 도는 인공위성 정도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집광판이 달려 있지만, 보이저/파이어니어 같은 탐사선에는 그런 게 없다. 걔네들은 공기 유체역학 원리로 비행하는 게 아니니 비행기 같은 날개도 없고 말이다.

원자력 발전은 20세기에 인간이 이룩한 위대하고 엄청난 과학 업적임이 분명하다. 물론 관리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 큰 위험에 빠지는 건 사실이나, 지금까지 찬란한 전기 문명 혜택은 실컷 입어 놓고는 대안도 없이 반대만 줄곧 늘어놓는 주장에는 선뜻 공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편,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태양광 발전은 화학적 원리로 전기를 만들지 동력으로 전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태양열을 초대형 돋보기로 한데 모아서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리는 게 아니니, 전통적인 발전 방식과는 발상이 다르다. 신기하지 않은가? 마치, 많고 많은 정렬 알고리즘 중에 '비교 연산'을 쓰지 않는 알고리즘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빛으로 자가발전 내지 충전이 되는 손목시계나 계산기 같은 물건을 다시 보게 된다.

제한적으로는 사람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인력 발전도 생각할 수 있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제일 간단한 예는 자전거의 헤드라이트를 켜는 발전기인데, 어렸을 때부터 이게 무척 신기하긴 했다.
잘 알다시피 자전거의 바퀴와 발전기 바퀴를 연결만 시켜도... 자전거를 굴리는 데 드는 힘이 미세하게나마 더 증가한다. 전기 생산은 물리적으로 공짜가 아닌 것이다.

무슨 엔진 브레이크도 아니고, 전동차의 회생제동은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기왕 속도를 줄이는데 전기나 더 생산하자는 발상.

교도소 수감자에게 징역형으로 다른 노동을 시킬 게 없으면, 몸으로 전력이라도 약하게나마 생산해서 할당량을 채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운동도 되고. -_-;
물론, 겨우 사람이 만드는 전기는 동력 기관이 만드는 전기에 비해 양이 턱없이 부족하며, 전압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전구 같이 밝기만 변하는 간단한 기기 말고 다른 정교한 기기에 바로 공급해 줘서는 곤란하다.

* 그나저나 영광과 울진 원자력 발전소가 이름을 바꾼 줄은 최근에야 알았다. 각각 한빛과 한울로. '광'이 '빛'으로, '울'은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외우기 쉽다. 해당 지역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2013년 5월부터 바꾼 거라고 하니 안타깝네. 고리와 월성은 지역명이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4/01/12 08:17 2014/01/12 08:17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919

난 철도를 광적으로 좋아하며, 이것의 영향을 받아서 교통수단의 전반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그래서 비록 기계 공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교통수단의 내부 원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오히려, 내가 겉으로는 전산을 전공한 프로그래머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먹고 살고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로 가자면, 컴퓨터 쪽의 논리 회로 같은 내부 구조보다는 교통수단들의 내부 구조에서 '신기함과 호기심'은 더 느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자동차 엔진의 원리에 대해서 몇 차례 블로그에다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자동차의 제원을 나타내는 각종 숫자들의 의미를 좀 더 몸에 와 닿게 느끼는 방법은 없을까?
더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엔진의 힘과,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내 발의 힘을 서로 비교해 보면 어떨까?

물론 이건 중· 고등학교 시절의 물리 지식만 적용해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을 구할 수 있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물리는 고전 역학만 생각해 봐도 정말 고도의 사고의 추상화를 요구하는 고차원적이고 어려운 학문이다. 특히 미적분이 없이는 이 학문이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이 세상에 겉으로 드러나는 힘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다 계층별로 분류하고 나눠서 각 계층만을 따로 생각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힘, 일, 에너지 등의 개념과, 단위의 차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만 감을 잡아도 물리는 반은 먹고 들어간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정작 학창 시절에는 그런 고민을 할 기회가 없이 그저 입시를 위한 계산 테크닉 암기만 했야 했던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본론으로 들어간다.
요즘 4기통 2000cc급 가솔린 엔진 중형차의 최대 토크가 20kg·m/4600rpm 정도 된다고 한다. 이때 /는 per이라는 뜻이 아니라 at이라는 뜻이다. 'rpm 당 얼마'가 아니라, '이 rpm에서 얼마'라는 뜻. (그리고 kg는 정확히는 kgf 즉, 질량이 아닌 중력의 단위이다)
어지간한 가솔린 엔진의 출력 그래프를 보면 최소 회전수에 가까운 1000~2000rpm대라도 최대 토크의 60%정도는 보통 나오니, 12kg쯤 된다고 쳐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품은 의문은, 저 숫자의 의미가 정확히 무얼까 하는 것이었다.
토크는 말 그대로 비트는 힘, 회전력이며 팔씨름에서 이기기 위해 커야 하는 값이다. 그 자체는 하나도 어려울 것 없는 개념이다.

그런데 저게 너무 작은 값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를 때만 해도 힘들어서, 일어나 한쪽 페달에다가 내 체중을 다 힘주어 싣는다. 그것만 해도 100kg에 가까운 힘은 족히 걸릴 텐데? 이 힘이 만만찮기 때문에, 요즘 한창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제발 걷거나 뛰지 말라고 캠페인을 하고 있지 않은가.

1톤이 넘는 무게를 끌면서 백수십 마력짜리 출력을 자랑하는 자동차의 최대 토크가 겨우 10~20kg대라고? 쌀 한 가마니 무게가 채 안 될 텐데?
여러분은 그런 생각이 안 드시는가?
하지만 이것이 단견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단위에서 명시된 회전력에서 회전축의 길이이다. 사람이 발로 돌리는 성인용 자전거의 크랭크암은 길이가 겨우 17cm이고 넉넉잡아도 20cm가 채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자동차의 토크는 이것의 무려 5배가 넘는 1m짜리 회전 반경을 가정하고 명시된 수치이다. kg·m에서 m이 바로 그런 의미인 것이다. 회전력은 회전 반경의 길이에 정비례한다는 건 시소를 타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테고.

똑같이 자전거의 페달에다 체중을 실어도 17cm짜리 크랭크암에다 싣는 것과 1m짜리 크랭크암에다 싣는 것의 차이는 어떨까? 다시 말해 자동차는 공회전 수준에서도 10kg·m 이상급의 토크가 나오니, 이는 자전거의 크랭크암 길이 기준으로는 5배 이상의 50~60kg급의 힘이 기본으로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둘째, 사람과 기계가 넘사벽급의 차이를 보이는 변수는 역시 회전수이다.
사람이 크랭크를 돌리는 회전수는 죽을 힘을 다 해 전속력으로 최고 빨리 달릴 때라 해도 100수십rpm이 될까말까이고, 전속력 질주가 아니라면 평소에는 겨우 수십 rpm에 불과하다. 체중을 다 싣는 페달링은 몇 번만 하고 나면 지쳐서 더 못 한다.

그에 반해 자동차 엔진의 회전수는 기본 단위가 1000이다! 시동 유지를 위한 최소 회전수가 이미 수백에서 시작하며, 사람이 체중을 다 실어서 끙끙거리며 공급하는 힘을 자동차는 단위 시간당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나 더 많이 끊임없이 뿜어낸다. 그 힘이 쌓이고 축적되어서(=적분) 차를 굴리는 일을 한다.

즉, 사람이 페달을 체중으로 내리치는 순간적인 충격량이 몇 번 좀 커 봤자, 그건 전기로 치면 순간적인 전압이 좀 높은 정전기에 불과하다. 그것만으로는 사람을 잠깐 찌릿하게는 해도 감전시킨다거나 다른 일은 못 한다. 진짜 승부는 그게 지속적으로 흐르는 척도인 전류에서 결정된다.

이것이 바로, 500ml 우유팩 1개짜리 부피의 엔진 실린더 4개에서 휘발유를 분사하고 폭발시켜서 나오는 힘의 실체이다. 하긴, 가스나 석유가 적은 양이라도 좋지 않은 곳에서 한꺼번에 폭발하는 사고라도 났다간 주변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괴력이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1톤짜리 쇳덩이에다 자전거 체인을 연결해서 사람이 페달을 밟아서 가는 것하고, 1톤짜리 자동차에다 시동 걸어서 액셀러레이터 밟아서 가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유래된다.

끝으로 마지막으로 생각할 것은 변속기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자동차 엔진도, 1톤이 넘는 쇳덩어리를 지탱하고 있는 바퀴에다 곧바로 엔진의 크랭크축을 연결하고서 동일한 회전수를 유지하게 할 수는 없다.
엔진 자체의 힘은 본질적으로 비록 사람보다야 강하다 해도 생각만치 강하지는 않다. 앞의 계산에서 보았듯, 5배 좀 해 봤자 토크가 수백 kg 이상으로 뻥튀기된 건 아니다. 그 대신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높은 회전수).

그래서 높은 회전수로부터 토크를 더욱 뻥튀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변속기이다.
요즘 승용차는 최저단인 1단의 기어비가 3.7에서 4.0 사이이고, 고속인 4단 정도는 돼야 크랭크축의 회전수와 바퀴의 회전수가 1.0x대로 비슷한 직결이다. 5단 이상이 초고속 주행에 속하는 오버드라이브.
정지 상태에서 4단에서 바로 출발이 가능한 자동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동력을 제어해 준 뒤에야 자동차는 비로소 나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자전거에도 고급 차종에는 변속기가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변속기와 자전거의 변속기는 성격이 무척 다르다.
외형적으로는 자동차의 변속기는 수동 기준으로 기어와 기어가 곧바로 맞물리는 반면, 자전거의 변속기는 체인을 거치는 형태이니 그렇지 않다.
하는 역할도 다르다. 자동차는 높은 회전수로부터 더 큰 힘을 얻는 게 주목적이기 때문에 최고단의 한두 단계만이 오버드라이브이다.

그 반면, 사람이 페달로 자전거의 크랭크축을 회전시키는 속도는 근본적으로 몹시 느리다. 그래서 자전거의 변속기에는 자동차보다 더 다양한 단수가 존재하며, 언덕을 오를 때나 쓰는 몇몇 저단 기어를 제외하면 나머지 단계는 모두 크랭크축보다 바퀴를 더 많이, 최고 2~3배까지도 돌릴 수 있는 오버드라이브이다. 정말 가볍게 잘 밟아지지만 답답할 정도로 안 나아가는 자전거의 최저단이 자동차의 변속기로 치면 3~4단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차이로 인해 자동차에는 변속기가 닥치고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인데 비해, 자전거에는 변속기가 언덕 오르는 걸 편하게 해 주거나 좀 더 고속 주행을 위해 쓰이는 고급 사양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즉, 자동차의 변속기는 힘을 뻥튀기시키지만, 자전거의 변속기는 힘 버프보다는 속도 버프의 목적이 더 크다. 그리고 속도 버프는 전문적인 자전거 라이더 외의 계층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좋은 변속기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 자전거 운전이 정말 편리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전거의 변속기는 비싸고 정교한 부품이며(자동차의 부품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조심스럽게 안 다루면 고장도 잘 나는 편이다.

이렇게 물리적인 디테일을 생각해 보니 자동차가 얼마나 위대한 발명품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또한, 연소나 폭발 없이도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의 힘을 순간적으로나마 낼 수 있는 포유류의 근육에 대해서도 생물학적으로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전거용 자동 변속기가 있다면, 언덕을 오를 때도 비록 속도가 느려질지언정 평지일 때와 동일한 부담이 페달에 걸릴 것이고, 그러면서 평지에서는 알아서 고속 주행도 알아서 되니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무게, 가격 등의 수지가 안 맞을 것이다.. ^^;;

끝으로, 자동차가 사용하는 내연 기관이야 저렇게 회전수별로 경제 운전이 가능한 대역과 최대 토크가 나오는 대역이 따로 존재하고 기복이 있는 반면, 전기 모터는 회전수에 관계없이 비교적 균일한 토크가 나온다고 한다. 내가 그쪽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말이다.
수백~수천 톤에 달하는 KTX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얼마나 큰 회전력이 필요할 것이며, 그걸로 시속 300까지 내려면 또 얼마나 높은 회전수가 필요할까? 당연히 톱니바퀴로는 이 정도 스케일의 동력비 변환은 절대 불가능이다.

물론 일반 도로 위를 고무 타이어로 달리는 게 아니라 레일 위를 쇠바퀴로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지 마찰력이 작은 것이 고속화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철도는 전차선을 설치하여 동력비 변환이 유리한 전기로 달리는 게 가능하니 철도는 여러 모로 효율이 좋은 육상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자전거와 자동차 얘기만 하려고 했는데 또 글을 철도로 맺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3/01/29 08:30 2013/01/29 08:30
, , , ,
Response
No Trackback , 7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89

1.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전설이 아닌 레전드 급의 SF 영화이다.
이게 1968년 4월에 개봉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때는 아직 인터넷은커녕 그 전신인 알파넷(1969)조차 없고,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도 없던 시절이었다. 아폴로 계획은 겨우 무인 테스트만 하던 시절. (첫 유인 비행인 7호가 1968년 10월에 시행) 평면 컬러 모니터? 그런 게 어디 있었겠나.
그때 스탠리 큐브릭은 CG 없는 아날로그 기술만으로 인간이 역사상 띄운 적이 없었던 디자인의 우주 정거장과 우주선을 최강의 정확한 고증으로 깨끗한 화면에다 담아 냈다!

새까만 우주 세트에다가 우주 정거장과 우주선 구조물은 한 프레임씩 눈꼽만치 이동시키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극중에 나오는 매뉴얼과 문서에는, NASA와 우주 개발 산업체들 자문까지 받은 실제 우주 여행 관련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세상에, 팬 아메리칸(팬암) 항공사 마크가 그려진 우주 왕복선이라니!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냉전 상태에서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던 저 때는, 지금으로부터 한 30년만 뒤면 저것들이 다 현실이 되어 있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SF는 SF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지금은 오히려 2001년이 10년도 더 전의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 참으로 격세지감.. ㅜ.ㅜ.

여담이지만,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묘사된 우주 장면과,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브루드워 말고)의 오프닝 동영상에서 묘사된 우주 장면을 대조해 보니 흥미롭다. 전자는 후자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고채도로 천체와 발사체를 그렸으며, 발사체의 불꽃이나 그림자가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물론 만들어진 시기가 서로 넘사벽 급으로 차이가 있으니 기술 수준의 차이를 비교하는 건 정말 아무 의미가 없다.

2. Who Framed Rogger Rabbit?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영어에는 뭔가 “만들다, 구성하다, 짜맞추다”라는 아주 건전한 의미를 지닌 단어에 안타깝게도 “날조· 위조· 변조하다, 누명을 씌우다”라는 뜻도 같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제철소, 대장간라는 뜻인 forge(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건물!)가 그렇고, 비슷한 맥락으로 frame도 그렇다. 성경에서 요셉이 보디발의 아내 때문에 frame 당해서 옥살이를 했다고 생각하면 용례가 딱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어쨌든, 저 제목의 영화.
만화영화도 아니고 실사 영화도 아니고, 요즘 같은 100% CG 영화도 아니고..
실사와 2D 수제 만화의 합성이라는 초유의 하이브리드 영상물이다.
비록 합성 영화라는 장르가 저게 최초나 최후인 것은 아니지만, 합성 영화 중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은 단연 저것이다.

저건 단순히 실사에다가 그림을 끼워 넣은 정도의 수준을 훨씬 초월한다.
만화 캐릭터에도 현실 세계의 광원과 그림자가 반영되어 입체감이 느껴지는 건 물론이고,
현실의 인물과 만화 캐릭터가 같이 만화의 자동차를 타고 현실의 도로를 주행하며,
현실의 인물이 만화 세계의 길을 가고 건물로 들어간다.
디즈니 만화의 캐릭터와 말괄량이 뱁스의 캐릭터가 한데 등장하는 건 덤.
정말 어떻게 만들었을지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무려 1988년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0년대 중· 후반이 PC 게임이 2D에서 3D로 넘어간 과도기라면,
그보다 앞선 1990년대 초· 중반은 영상물에 CG가 차츰차츰 도입되던 과도기였다.
그 이름도 유명한 <쥬라기 공원>이 나온 게 이 시기이다. 없는 공룡을 만들어 내기 위해 CG에, 로봇에, 미니어쳐에다 별의별 기술이 다 동원됐다. 그래도 기술적인 한계가 없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와의 일대일 조우 같은 근접+액션 씬은 불가피하게 비 내리는 밤에 일어나는 일로 설정해야 했다고.

<포레스트 검프>에서 죽은 유명인사가 영화 출연진과 얘기를 나누고(존 레논, 케네디..) 사지 멀쩡한 배우가 다리 없는 상이 군인으로 바뀌어 나오는 것은 CG 약간에다가 필름 한 장 한 장씩 수작업으로 편집한 노가다라고 한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특수 효과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실사 영화뿐만 아니라 만화영화도 마찬가지이다. 2D 만화영화라 해도 배경에는 슬슬 CG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디즈니의 <알라딘>에서는 용암이나 궁전 같은 배경과 양탄자 캐릭터에서, <미녀와 야수>에서는 역시 무도회 배경이 그 예이다. 1994년의 <라이온 킹>에서는 웅장한 들소 떼 돌진(stampede) 장면이 CG 합성이다.

그렇게 기술이 발전한 끝에 1995년에는 윈도우 95만 출시된 게 아니라 최초의 100% CG 만화영화인 <토이 스토리>가 나왔고, 우려와는 달리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CG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예측하고 투자를 했던 스티브 잡스도 이를 계기로 Pixar 사와 함께 기사회생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이다. 애플 사에서 쫓겨났다가 훗날 드라마틱한 복귀.

그 뒤의 발전은 여러분도 다 아시는 바와 같다. 1997년, 없는 배를 정확한 고증과 함께 만들어 낸 장편 영화 <타이타닉>은 CG뿐만이 아니라 멕시코에 실물 90% 크기짜리 세트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다. 예산 절감을 위해 배의 좌현과 우현 중 한쪽만 실물을 만든 뒤, 만들지 않은 현은 만든 현을 기준으로 촬영하고 나서 영상을 편집하여 좌우 교대(mirroring)를 시켰다고 한다. 심지어 배우들에게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좌우를 바꾼 동작 연기까지 연습시켰다고 하니 경악스럽다. (가령, 식사로 치면 왼손으로 밥을 먹게 하는 것)

21세기에 들어서서는 정말 영화 감독이 상상하는 그 어떤 영상도 CG의 힘으로 창조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매트릭스>, 그리고 나중에 <월E> 정도까지만 말하겠다. 10여 년 전에 <타이타닉>을 만들었던 감독은 2009년엔 <아바타>로 자기가 만들었던 신기록을 자기가 또 깨뜨리고 말았다. 2010년대부터는 아예 전용 가글을 쓰고 감상하는 3D 영상이 대세이며, 옛날에 만들었던 명작 영화들까지 3D로 다시 만들어 개봉을 할 정도이다..

반세기 전에 1950년대의 영화 <십계>에서는 하늘은 색칠한 세트인 게 노골적으로 티가 났으며, 홍해가 갈라지는 모습은 허접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영화 음악은 전자 음향이 없이 오케스트라가 직접 일일이 연주해서 만들었다. 1970년대의 <타워링>까지만 해도, 없는 마천루를 만들어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천루의 모습은 역시나 당연히 야경만 볼 수 있었다. 그랬는데 지금의 기술 수준은 정말 격세지감, 상전벽해 그 자체이다..

아, 글을 맺기 전에 한 마디. 만화영화의 유사품(?)으로는 점토 인형을 빚어서 한 프레임씩 찍는 '클레이메이션'이 있었다. CG가 아니지만 그래도 3차원 실사 영상이니 마치 CG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긴 했다. 그리고 옛날에 KBS에서는 아동용 TV 프로로 아예 대놓고 인형극을 방영하기도 했다. 그랬는데 요즘은 그냥 CG에 밀려 자취를 감춘 듯하다. KTX 홍보 애니메이션도 CG로 뚝딱 만드는 세상이 됐으니. ^^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개그맨 출신의 심 형래 씨가 CG에 애착이 많은 방송인이었고 한때 영화 감독에까지 도전했으나...
용가리, D-War (, 그리고 라스트 갓파더)까지 만든 뒤 지금은 완전 처참하게 몰락했으며, 영화계의 먹튀, 황 우석이라는 치욕적인 소리까지 듣고 있다.

불굴의 열정을 높게 사 주기에는 영화라는 걸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너무 모르는 사람이었을뿐만 아니라 임금 체불부터 시작해 도덕적으로도 비리 비위가 너무 많이 폭로되었으며, 잘못은 뉘우치지 않고 툭하면 애국심 드립이나 치면서 특혜와 지원은 다 받아 놓고, 그걸로 해 놓은 게 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26 19:37 2012/11/26 19:37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61

1. 액체

흔히 화학적으로 물질의 상태는 플라즈마 같은 특수한 상태를 제외하면 통상 기체(gas), 액체(liquid), 고체(solid)라는 세 상태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 중 기체와 액체는 고유한 형체가 없으며 고체와는 다른 공통점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체(fluid)라고 한데 분류되기도 한다. 내부에 부력과 양력이란 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논하는 '유체 역학'이라는 물리 분야도 있다.

그런 유체 역학의 관점에서는 고체가 아웃사이더이다. 하지만 액체를 아웃사이더로 보는 관점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액체에는 액체 그 자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너무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물’이라는 물질이 있다. 물이 얼마나 흔해 빠진 물질이면서 한편으로 얼마나 특이한 물질인지는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체 얼음이 액체 물보다 부피가 더 크고 밀도가 작아진다는 것 하나만 생각해도 말이다.

물이 특이한 점은 지구의 특이한 점과도 결부된다. 물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상온'이라는 기온대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매우 드문 물질 중 하나이다. 생각을 해 보시라. 물과의 혼합물 말고 화학적인 순물질(원소 또는 화합물) 중에서 액체인 놈이 또 뭐가 떠오르는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수은 같은 것 말고는 선뜻 떠오르는 게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 역시 전우주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표면의 대부분이 바다라는 '액체'로 뒤덮여 있는 매우 희귀한 행성이다! 다른 행성들은 혹독한 저온 또는 고온 때문에 표면 전체가 고체 아니면 기체이다. 착륙할 땅이 없는 목성 같은 행성의 경우, 표면과 가까워질수록 방사능과 유독가스의 농도 및 압력이 겉잡을 수 없이 짙어지면서, 접근하는 모든 물질을 파괴하고 으스러뜨리게 된다.

2. 알코올

지구상에는 물 말고도 '기름'이라는 액체가 있다. 기름은 (1) 물보다 가볍고 (2) 물과 섞이지 않으며 (3) 불에 잘 타는 액체의 총칭으로, 화학적인 특성만을 규정할 뿐, 화학적으로 특정 성분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저 세 속성 중 일부만을 만족하는 물질은 지구상에 거의 없기라도 한지? 어떻게 저 세 특징을 한데 '기름'이라고 싸잡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던 점이다.

(1)과 (2) 때문에 기름에 붙은 불은 물을 뿌려서 꺼서는 안 된다. 또한 (2)는 '물과 기름'이라는 관용구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로 유명한 특성이며, 씻어 내는 것도 물만으로는 안 되고 비누나 세제를 필요하게 만드는 더티한 주범이다. 그리고 (3) 때문에 기름은 '연료'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기름의 통상적인 특성에 비해 알코올은 좀 색다른 면모가 있는 물질이다. 분명 물보다 가볍고 불에 잘 타는 액체인데.. (2)는 아니다. 물과 잘 섞인다! 끓는점의 차이를 이용해 물과 섞인 알코올의 분별 증류가 가능할 정도이다. 세상에 물과 잘 섞이는 액체 연료가 알코올 말고 또 있나..?

이 때문에 알코올은 천연 가스만치 위험하지는 않으면서도 다른 연료에 비해서 깨끗하다는 심상을 주며, 이는 실제로 맞는 말이다. 물만큼이나 쉽게 증발하여 흔적 없이 잘 사라진다. 에탄올을 괜히 소독용으로까지 쓴 게 아니다. (피부에 묻은 에탄올이 증발하면 물이 증발할 때보다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또한 연소 과정에서도 알코올은 그을음 없고 높은 온도를 잘 낸다. 이게 유용한 면모여서인지, 알코올 램프(+비커+삼발이..^^)는 테란전에서 캐리어가 프로토스의 상징인 것처럼 과학 실험의 상징이다. 가스나 석유 대신 알코올을 쓴다는 뜻. 물론, 굉장한 고온이 필요할 때는 가스를 연료로 쓰는 토치나 분젠 버너가 동원되겠지만.

파라핀 촛불의 노란 겉불꽃이 1400~1500도 정도인 반면, 알코올 램프의 파란 겉불꽃은 1700도를 넘어서 더 뜨겁다. 양초에 비해 알코올 램프의 심지는 더 굵직하다. 촛불은 불기만 해도 꺼지지만 알코올 램프는 불어서 끌 수 없으며 이는 위험한 시도이다. FM은 불길 위에다 램프 뚜껑을 확 씌워서 공기 공급을 끊어서 끄는 것이다. 불을 끈 뒤, 뚜껑을 다시 열어서 알코올 증기를 내보낸 뒤, 다시 닫아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알코올은 상온에서 액체이긴 하지만 알코올이 너무 적은 상태로 램프가 장시간 방치되면, 증발한 알코올 가스가 램프 안에 고이게 되고, 이게 나중에 램프를 켜는 불꽃에 닿는 순간 한꺼번에 퍽 폭발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어지간한 도시가스 누출 사고처럼 실험실을 다 박살 낼 정도의 비극을 부르지는 않겠지만, 램프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다치게 할 수준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실 안전 수칙에는 어딜 봐도 “알코올 램프에는 알코올을 최소한 2/3 이상의 양으로 충분히 채워 둘 것”이 명시되어 있다.

3. 술

알코올은 수산화(OH) 기질을 담고 있는 여러 탄화수소 화합물의 총칭이기 때문에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건 역시 분자 구조가 간단한 에탄올과 메탄올. 둘 중에서는 메탄올(CH3OH)이 에탄올보다((C2H5OH)도 더 단순한 가장 간단한 구조이며, 이게 알코올 램프를 포함해 연료로 공업적인 용도로 쓰이는 물질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연료로만 유명한 물질이 아니다. 알코올은 그 이름도 유명한 '술'의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일단 메탄올은 그야말로 샤악이나 마찬가지인 맹독성 물질로, 인체에 들어가면 장기를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10ml남짓만 섭취해도 눈이 멀어 버리고, 30~40ml가 체내에 들어갔다간 죽는다. 주사기나 스포이트 하나를 차지할 만한 적은 양만 먹어도 그 정도의 참극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독약을 먹고 죽는 건 뭘 먹든 굉장히 고통스러운 죽음이다.

그런데 알코올에 속하는 화합물 중 유일하게 에탄올은 얘기가 좀 다르다. 물론 무슨 식용유 같은 부류가 아니며, 많이 먹어서 몸에 좋을 건 절대 없지만... 그래도 먹는다고 메탄올처럼 저렇게 곧바로 몸이 망가지고 죽는 건 아니며, 신체를 약간 각성시키고 기분을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다. 왜 하필 에탄올만 그런 걸까?

물론, 술은 그 약간의 순기능만 논하기에는, 사람을 개로 만들어서 인류에게 역사적으로 끼친 해악도 솔직히 너무 크다. 인류 역사상 세상의 그 어떤 마약보다도 많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가정을 파괴한 약물이 바로 알코올이다. 각종 종교라든가 종교 수준의 엄격한 도덕을 요구하는 집단에서 술을 괜히 절대적으로 죄악시· 금기시하는 게 아니다. 술만 처먹으면 괴물로 변해서 부인이나 아이들을 때리는 가장을 둔 가정 구성원의 피눈물은 당사자가 아니면 정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난 여름엔, 만취 상태에서 정신줄 놓은 어느 운전자가 공항 고속도로에서 시속 거의 180에 가까이 과속을 하다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돌시켰었는데 그 사고 기억하시는가? 뒷부분을 추돌 당한 승용차는 화재가 났고, 일가족 네 명이 차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몽땅 몰살을 당했다! 도대체 정체도 없이 고속도로를 멀쩡히 잘 달리던 차가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도 아니고 추락도 아니고, 어떻게 추돌을 당해서 일가족이 몰살 당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게 가능한 정확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보험사들도 바보는 아니니,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자해나 다름없다고 봐서(=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쌤통이라는 뜻) 자차 보상은 안 해 준다. 대인· 대물 보상은 가해자가 최대 200만원까지는 부담해야 하고, 그 이상 넘어가는 액수만 원래는 보상을 안 하다가 하기 시작했다. 음주운전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서 열외되는 11대 중과실에 당연히 속하며, 각종 벌금이나 징역 같은 행정 처분에 대해서는 보험사도 면책이다. 아마 저 운전자는 차도 내 기억으로 제네시스이던데 자비로 수리하거나 폐차해야 하고, 면허 취소에 100% 구속에 몇 년간 교도소에서 징역 살면서 술로 인한 패가망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 봤자 피해자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사형에 처해도 분이 안 풀리겠지만.

제아무리 “술은 취하지만 않을 정도로 마시면 된다”라고 술에 관대한 사람이라 해도,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음주운전에 대해서까지 관대한 사람은 없다. 얼굴 안 뻘개져도 한 잔을 마셨으면 한 잔만치 소량이나마 취한 것이고,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신체와 머리의 대처 능력이 감소해 있다. 그리고 술을 금지하는 종교는, 동일한 맥락에서 음주운전이 아니라 아예 “음주생활”을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술을 금지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먼저 술을 입에도 안 대야, 진짜 알코올 중독자 개차반들도 술을 끊게 될 테니까.

그런데 이놈의 술은 아무리 얄밉다 해도 아주 없앨 수는 없다. 세속의 관점에서 술은 안타깝게도 사회와 문화 전반에 현실적으로 너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제아무리 혼자 의롭고 유능한 통치자, 아니 독재자가 나타난다 해도 술은 못 없앤다. 우리나라의 서슬 퍼런 독재 정권도 관습상의 음력 설(구정)은 결국 못 없앴으며, 이스라엘의 선한 왕도 산당들을 못 없앴듯이 말이다. 조선 영조 때의 금주령, 20세기 초 미국의 금주법도 성공하질 못했다. 법으로 금지해도 술 마실 사람들은 결국 어둠의 경로로 구해다 마시면서 사회 구조는 더 망가져 왔다.

술을 금지할 수는 없으니 결국 높으신 분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술도 유통을 합법화는 하되 세금을 왕창 매기는 것이다. 이건 꼼수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리고 솔직히 술·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 수익보다, 술· 담배 때문에 건강 망쳐서 발생하는 의료보험 추가 지출, 각종 사고 수습 비용이 여전히 더 “많다”. 술· 담배 많이 소비해 주는 건 국가의 입장에서도 세금 셔틀 애국(?) 행위가 아니다! ㅎㅎ

우리나라도 못 살던 시절엔 의료 소독용 에탄올을 몰래 빼내서 물에다 섞어서 술이랍시고 마시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의료· 공업용으로 쓰이는 알코올은 주류용 알코올 같은 세금이 붙어 있지도 않으니 일거양득. 그러니 요즘은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비주류용 알코올은 에탄올이라 해도 색소나 메탄올이나 여타 독극물을 약간씩 섞어서 공급되며, 당연히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된다. 천연 가스는 누출을 감지하기 쉬우라고 냄새 나는 물질이 가미되어 공급되는데 알코올에는 이런 사연과 후처리가 있는 셈이다.

4. 맺는 말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휘발유)을 넣고, 식용유로 튀김을 만들어 먹다가 액체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고 알코올의 특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고, 이 글까지 쓰게 됐다.
물과 섞이면서 불에도 잘 타는 알코올 같은 물질이 세상에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게다가 그런 부류에 속하는 물질이 하필 술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니.

알코올은 분명 유용한 연료이며 여러 용도로 쓰인다. 하지만 그 자체의 폭발력이나 화력, 쉽게 말해 옥탄가가 천연 가스나 석유에 비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그랬으면 진작에 자동차용 연료로도 개발됐겠지. 어차피 알코올 자체도 공업적으로 합성할 때는 석유의 추출물로부터 만들어지기도 하니 아주 별개의 물질도 아니다.

한국어의 외국어 표기법은 모음이 연달아 오는 것을 싫어하며 특히 장모음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알콜'이 아니라 '알코올'이 됐을까? alcohol이라는 단어의 구조에서 볼 수 있듯, 사실 원래 단어는 '알코홀'에 가깝다. 음절이 하나 더 들어있기 때문에 '알콜'로까지 줄이지는 않고 '알코올'로 적는 듯하다.

이 단어는 이례적으로 어원이 아랍어이다. 아랍어에 유난히 '알'자가 많은데, 이는 영어로 치면 the와 비슷한 아랍어의 관사이다. '알코올'의 '알' 역시 같은 용도의 형태소이다. 심지어 알고리즘, 대수학(algebra) 같은 수학스러운 용어들도 어원이 아랍어 내지 아랍의 고유명사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21 11:55 2012/11/21 11:5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59

※ 의식주

인간이 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요소를 가리키는 용어로 '의식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먼저 의(의복).
사람은 누구나 알몸으로 태어나지만,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 해도 최소한의 옷 한 벌은 무조건적으로 갖추고 있다. 신기하지 않은가?
우주 공간이나 사막이나 극지방 같은 극도의 악천후에서 살지 않는 이상, 벌거벗고 지낸다고 해서 당장 생물학적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 옷이 무슨 물이나 산소나 음식 같은 물질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옷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과 결코 제대로 생활할 수 없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오직 인간만 말이다. 성경은 그렇게 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옷은 착용자의 신분과 격식을 나타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옷차림은 문화와 예절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적절한 의상이 갖춰져 있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상당히 난감해진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도 결혼식 예복을 갖춰 입지 못한 사람이 예식장에서 강퇴 당하는 비유가 등장한다(마 22:11-13). 교리적으로 담고 있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다음으로 식(음식)이다.
사람은 일차적으로는 물론 체력을 얻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밥을 먹는다. 그러나 식생활은 단순한 연명 활동을 넘어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하고 좋은 기분과 컨디션을 유지시키는 등,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의외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문명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식사 예절이라는 것도 문화에 따라 아주 정교하게 발달해 있다.

인간이 하루에 두어 차례 일과 활동을 중단하고 식사를 해야 하는 건 사실 생산성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비효율과 손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에게 필요한 열량과 영양분을 단번에 주입할 수 있는 알약 같은 게 개발된다 하더라도 수천 년간 지속되어 온 인간의 전통적인 식사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명되고 달과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내는 오늘날 21세기에조차도 인류의 식량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전세계에는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이 많으며, 인간의 식량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땅의 소출, 다시 말해 농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농업은 예나 지금이나 하늘을 바라보고 의지해야만 돌아갈 수 있는 산업이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끝으로 주(집)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집 문제 때문에 결혼조차 엄두를 못 내게 될 정도로 이와 관련된 사회적 병폐가 심각하다. 땅의 절대적인 면적이 좁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너무 좁게 사는 게 문제이다. 아무 곳에나 덥석 정착해서 사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입지 조건을 안 따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은 의와 식에 비해서 '주'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하는 것 같다. 산상수훈인 마 6:25라든가 만족을 명령하는 딤전 6:8을 봐도, 의와 식은 명시되어 있지만 주는 누락이다. 예수님 역시 변변한 거처가 없이 사셨다(마 8:20).

이는 다른 이유는 없고, 크리스천들이 세상에서는 영적으로 나그네· 순례자로 산다는 사상이 반영되어서 그런 것 같다. 진짜 본향은 하늘에 따로 있으니까. 집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면, 누구 말마따나 성경도 이렇게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집을 장만하고,' 자기 아내와 연합하여 그들이 한 육체가 될지니라.” (창 2:24 패러디)

※ 휴대용 식량

그럼 이제부터는 의식주 중에서 '식'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식사는 현장에서 갓 조리된 따끈한 음식을 충분히 가까운 곳(동일 건물)에서 바로 느긋하게 먹는 형태였다. 사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교나 일터에서, 혹은 야외에서는 일일이 음식을 조리해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근처에 식당조차 없다면 남는 선택은 도시락밖에 없다. 남의 행동이나 생각을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저지시키고 싶을 때,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라는 관용구가 쓰이는데, 이게 도시락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표현이겠는지를 잘 생각해 보자. ㅋㅋ

그나마 학교는 이제 전부 급식 체제로 바뀌었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무료 급식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니,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도시락을 일일이 싸 줘야 하는 부담은 덜게 되었다. 저게 무슨 돈으로 가능하겠는지에 대한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아무래도 도시락은 정식으로 차려 먹는 밥보다야 덜 따뜻하고 덜 신선하며, 원하는 형태의 요리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더구나 단순히 점심 한 끼나 그렇게 때우는 정도가 아니라 뱃사람이나 군인의 식단은 어땠을까? 지금 같은 냉동이나 식품 보존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고기 같은 건 닥치고 소금에 절이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보존성을 위해 맛을 크게 희생한 식품만 맨날 섭취해야 하는 건 당사자들에게 큰 고역과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오늘날 단순 도시락 이상의 위상으로 통용되는 휴대용 식량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비행기 기내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행 속도가 느리고 공간이 넉넉한 배야 장거리 여객선에는 주방이 있다. 열차에도 식당칸이 있다. 고속버스는 그냥 휴게소에 들르면 끝..;; 그러나 비행기는 그런 것까지 갖출 여건은 안 되니, 8시간 이상 장거리 노선을 뛰는 여객기에서는 미리 납품받은 기내식을 승객들에게 공급하게 된다.

기내식을 받아 먹는 느낌은 참 독특하다. 비록 비행기에서 직접 조리를 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회용 용기에 달랑 담긴 한솥 도시락이나 예비군 점심 도시락 수준의 '대충'도 아니다. 기내식은 항공사의 이미지와도 큰 관련이 있다 보니,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기내식을 최대한 맛있고 싸구려 티 안 나고 실제 식사와 비슷하게 만들려 애쓴다.

하지만 공중에서는 단순히 데우는 수준 이상의 조리를 하기가 힘들고, 또 기내에 배기는 냄새와 뒷처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내식을 한없이 고급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내식은 일반 식사보다 의도적으로 고지방· 고칼로리를 추구하며 제조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극단적인 상황에서 승객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한 끼가 거의 1000kcal에 달한다니 말 다 했다. 그리고 지상보다 더 기압과 습도가 낮은 곳에서 먹는 걸 염두에 두기 때문에, 입맛을 돋우려고 조미료와 기름도 더 많이 넣고, 더 짜거나 더 달게 만든다. 보기와는 달리, 기내식만 많이 먹으면 건강에 별로 안 좋을 것 같다.

2. 전투 식량

식량의 조달은 식욕이 왕성한 수많은 장정들을 거느리는 군대를 운영하는 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군대에서도 주둔 중이나 평시에는 실시간으로 조리된 밥과 국과 반찬을 식판으로 퍼서 먹는 '일반 식사'가 나온다. 그러나 야전에서 훈련이나 작전 수행 중일 때는 역시 portable한 전투 식량이 배급된다.

야전에서 음식을 취급하는 속도는 행군 속도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투 식량은 휴대성과 보존성이 좋아야 하고 최소한의 물이나 불로 조리가 가능하며, 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날로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병사들이 먹는 음식이니, 굉장한 고열량이어야 하는 건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그러고도 전투 식량은 병사들의 입맛에 착 맞고 절대적으로 맛있어야만 한다. 참혹한 전장에서 병사들에게 일말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밥이라도 잘 먹여 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알고 보면 총포의 기술 발달에 만만찮게, 식품 가공 기술의 발달도 군의 선진화와 현대화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한 셈이다.

그러니 전투 식량은 앞서 언급한 기내식만큼이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고, 일반인들이 많이 먹으면 비만에 걸릴 요소가 듬뿍 가미된다. 한국군에서는 굳이 야전에 안 나가고 내무 생활을 하는 중에도 이따금씩 정규 식사 대신에 전투 식량이 병사들에게 식사로 지급되는 때가 있는데, 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전투 식량 재고분을 소진하기 위해서이다.

밀덕 중에는 국군이나 미군의 전투 식량을 구해 먹으려고 벼르는 사람도 있다. 일반 음식보다 열악한 여건에서 먹으라고 만들어진 음식을 일부러 찾아서 먹는 이유는, 자신이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라는 특권 의식을 경험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전투 식량은 포장과 내용물 등 봐야 할 게 여럿 있기 때문에, 링크를 하나 소개하는 걸로 그림 소개를 대신하겠다.

참고로 전투 식량은 진짜 비상 식량과는 다른 개념이다. 비상 식량은 추락한 비행기의 조종사나, 조난 당한 선원이 구조될 때까지 무인도나 망망대해에서 생존을 위해서 섭취하는 고농축 영양제 같은 음식이다. 단순히 야전에서 작전 수행 중에 먹는 게 아니라, 작전 수행 중에 돌발상황이 불가피하게 생겼을 때 먹는 것이다. 비상 식량은 먹게 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로지 보존성과 휴대성만이 강조될 뿐, 맛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3. 우주 식량

우주인은 군인만치 그렇게 격렬한 육체 활동을 하지는 않으므로, 우주 식량은 전투 식량만치 고열량을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중력 내지 우주 공간에서는 지상에서처럼 음식 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우주식은 역시 기내식 만만찮게 조미료 도배가 되어야 한다. 또한 무중력 공간에서 인체가 잃기 쉬운 칼슘 같은 영양소를 우주식이 특별히 보충해 줘야 할 필요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으로 물리적인 형태를 살펴보면, 우주식은 같은 영양 성분이면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공 건조가 잘 되어야 하며, 그리고 가루· 부스러기가 날리는 형태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무중력 상태에서 음식 파편이 날리면 심각하게 골치 아파지기 때문. 그런 게 기계 내부로 빨려들어가 기계의 고장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니 초기의 우주식은 닥치고 튜브+빨대 형태였다. 먹을 때 입을 크게 안 벌려도 되고, 파편 유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와 영양학적 효율을 위해 맛을 크게 희생한 초기의 우주식은 우주 비행사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었으며, 기술의 발달 끝에 지금은 어지간한 형태의 음식들은 다 우주식으로 개량이 가능해졌다. 김치, 라면, 불고기, 비빔밥, 미역국 같은 것도 모두 우주에서 먹을 수 있다.

우주식은 무중력 상태에서도 음식과 식기가 흩어지지 않게 식판에 이례적으로 벨크로(찍찍이)와 자석이 붙어 있다.
이렇듯, 비행기 기내식과 군대 전투 식량, 그리고 우주 식량은 대체로 영양이 보강되어 있고 휴대성과 보존성이 강화되어 있다는 큰 공통점이 있으면서 세부적인 조건은 살짝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0/07 08:32 2012/10/07 08:32
,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41

1. 배기량
 
연료를 폭발시켜서 출력을 뿜어 내는 내연 기관 실린더에 들어가는 공기의 부피를 말한다. 실린더는 소형 승용차는 통상 4개, 대형 승용차는 6~8개 정도 있는데, 4기통 2000cc 엔진이라고 하면 실린더 하나에 들어가는 공기 부피가 500cc라는 뜻이 된다.

배기량이 많은 엔진은 연소할 때 공기를 많이 쓰며, 이는 연료도 덩달아 많이 씀을 의미한다. 자연히 연비 역시 하락. 마치 인간의 격투기 스포츠 종목에서 체급을 체중으로 분류하듯, 자동차에는 배기량이 곧 자동차의 덩치를 법적으로 분류하는 잣대이다. 자동차세는 엔진의 배기량에 따라 달리 부과되며, 경차의 조건도 크기와 더불어 엔진의 배기량이 명시되어 있다. 오토바이도 몇백 cc를 넘는 대형 차종은 더 상위 등급의 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고 등록세가 더 올라간다.
 
한국의 자동차세 체계는 몇백 cc ‘이상’ 단위로 등급이 올라간다. 그래서 가령, 2000cc급으로 통용되는 중형차도 실제 제원을 보면 배기량이 199x cc 이렇게 돼 있는데, 이것은 2000cc에 아슬아슬하게 도달하지 않아서 법적으로 2000cc보다 소형차에 해당하는 세금 부과 대상으로 분류되게 하기 위한 자동차 제조 회사의 꼼수이다. 정말이다.
 
오토바이는 50cc~100cc부터 시작해 경주용 최고급 오토바이는 1000cc가 넘어가는 것도 있고 승용차는 700cc짜리 경차부터 시작해 3000cc가 넘는 대형도 있다. 자동차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한 덕분에, 작은 배기량만으로 옛날에는 더 큰 배기량에서나 가능했던 출력과 연비가 나오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특히 21세기로 들어서면서 SOHC보다 구조가 복잡하지만 흡· 배기 효율이 뛰어난 DOHC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동일 배기량당 엔진의 출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엔진의 오버헤드 캠샤프트 구조는 생물학에서 2심방 2심실 이런 걸 보는 느낌이다.

고급 승용차의 엔진명에 흔히 ‘V6’ 내지 ‘V8’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엔진 공간 효율을 위해서 4개를 넘어가는 많은 개수의 실린더를 반반씩 V자 모양으로 마주보게 배치했음을 의미한다.

2.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

이 세상에 마찰이란 게 없다면 힘과 운동을 기술하기란 정말 간단하고 쉬울 것이다. 얼음판이나 스키장을 생각해 보자. 마찰이 없다면 아무리 무거운 물체라도 톡 쳐서 밀기만 하면 무진장 느릴지언정 움직이긴 한다. 물론 무거운 물체보다 훨씬 더 가벼운 자신은 반작용 때문에 뒤로 더 빠르게 밀려나겠지만. 심지어 돌을 뒤로 던져도 자신은 서서히 앞으로 가게 될 것이고, 총을 쏜다면 반동이 더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엔 물질과 물질 사이의 마찰이라는 게 있다. 그 중 정지 마찰력은 좋게 말하면 물체가 미끄러져서 사고가 나는 걸 방지해 주는 한편으로, 나쁘게는 정지 상태에 있는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 꽤 어렵게 한다(큰 힘이 필요함).
 
그런데 교통수단의 관점에서도 마찰을 다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바퀴를 굴리는 육상 교통수단들은 전적으로 구름 마찰력에 의지하여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찰이 존재하지 않으면 바퀴는 도로 위를 헛돌기만 할 뿐 차체를 가게 할 수가 없다. 구름 마찰은 작용· 반작용 효과를 어느 정도 스스로 받아 줌으로써, 교통수단이 뒤로 뭔가를 반드시 뿜어내는 후폭풍이 없이 적은 연료로 정숙한 이동이 가능하게 해 준다.
 
비행기나 로켓의 엔진은 공기만 밀어내면 되기 때문에 닥치고 무조건 배기량과 출력만 세게 만들면 될 것이다. 페달을 최대한 빠르게 밟아서 ‘지표면에 닿지 않고 떠 있는’ 바퀴를 빠르게 돌리기만 하면 되는 운동 기구를 생각하면 되겠다. 내가 배기가스(또는 공기)를 내뿜는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ㄲㄲㄲㄲ

그러나 현실에서 나의 무게를 받치고 있는 자전거를 몰 때는 상황이 다르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발에 힘을 주는 방식이 다르며, 빨리 달리는 자전거를 더 가속하려 할 때 힘을 주는 방식이 다르다.
 
엔진의 일률(출력)이 같더라도 이것에서 빠른 속도(m)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지, 아니면 실질적인 힘(F)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지를 나타내는 잣대는 바로 토크이다. 자동차의 성능 제원에서 마력 다음으로 토크가 반드시 뒤따르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엔진의 출력에 비해 토크가 자동차보다 훨씬 더 허약하다.

토크는 쉽게 말해 회전력, 모멘트이다. 팔씨름은 팔의 최대 토크가 더 큰 사람이 이길 수 있다.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를 때 운전자가 일어서서 발에다 체중을 한데 실어서 힘껏 페달을 밟는 것도 특별히 속도보다는 토크를 올리기 위한 행동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토크는 자동차의 가감속 성능과 등판능력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일명 제로백이라고 불리는 0-to-100 km/h 가속도 토크가 큰 차여야 빨리 달성할 수 있다. 힘의 결과가 곧 가속이니 이는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토크가 시원찮은데 속도만 높게 설정된 엔진으로는 마찰이나 저항이 큰 곳에서 그 속도가 제대로 발휘될 수가 없으며, 조금만 오르막을 올라도 엔진 회전수가 확 오른다. 그런 환경에서 변속이 시원찮으면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시동이 꺼져 버린다.
 
토크는 개념적으로는 일이나 에너지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단위의 차원이 힘과 거리의 곱으로 J의 그것과 일치한다. 자동차의 토크로는 통상 kgf(중)· m과 함께 최대 토크가 나오는 엔진 회전수가 명시되는데, 휘발유 엔진은 보통 4000rpm대이다. 최대 출력보다 낮은 회전수에서 어서 최대 토크가 나오는 엔진이 고성능 엔진이라 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더 적은 엔진 회전수로도 큰 토크가 나온다.
 
3. 변속기와 기어비
 
자동차의 엔진이 아무리 강력하다 하더라도, 시동 유지를 위한 최소 회전수로만 돌고 있는 엔진에다가 최하 1톤이 넘는 차의 하중을 받는 바퀴의 회전축을 바로 연결하여 가게 하는 것은 엔진에 많은 부담을 끼친다. 그러면 엔진은 터덜털털거리다가 시동이 꺼짐. 급한 경사는 빗면을 만들어서 거리를 늘려 천천히 오르는 방법이 있듯, 이런 상황에서는 동력비를 조절해서 엔진의 부담을 더는 방법이 있다.
 
동력비를 조절하는 가장 고전적이고 확실한 수단은 톱니바퀴이다. 자전거에도 톱니바퀴 기어가 달려 있다. 엔진이 통상적으로 내는 토크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할 때는 엔진 회전수가 바퀴의 회전수보다 더 많게 하고(저단 기어), 나중에 딱히 큰 힘이 필요 없이 빨리 주행만 하면 될 때는 고단 기어로 바꾸면 된다. 이 일을 하는 자동차 부품은 바로 변속기이며, 변속기는 자동차의 성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지금 평지를 달리든 오르막을 달리든 상관 없이 엔진은 언제나 ‘지표면에 닿지 않고 떠 있는’ 바퀴를 빠르게 돌리면 되고, 그러면 그 힘으로 차가 알아서 가게 되는 게 변속기의 존재 목표이다.
 
통상 승용차의 기어비는 1단이 4.0 안팎이다. 엔진이 4회전할 때 바퀴가 1회전하기 때문에 시속 4~50km정도까지만 올려도 엔진 회전수는 3~4000rpm에 달한다. 정지 마찰력만 극복한 뒤엔 어서 고단 기어로 바꿔야 할 것이다.
 
기어비는 차츰차츰 낮아져서 일반적으로 4단이 되면 동력비 교체가 없는 직통인 1.0에 근접하게 되고, 5단 이상이 오버드라이브인 0.7~0.9 사이가 된다. 즉, 엔진 회전수보다 바퀴의 회전이 1.2배가량 더 빠른 고속 주행이 된다는 뜻이다.
 
각 단별 기어비는 자동차의 취급 설명서 뒷부분 제원표에 나와 있으나, 그 값의 범위는 같은 종의 자동차들 사이에서는 그럭저럭 대동소이한 편이다. 차를 더 빠르게 몰고 싶어하는 사람은 차를 튜닝하면서 변속기의 기어비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톱니바퀴가 아닌 변속기 오일을 이용한 유압 변속기는 엔진의 부하를 유체가 대신 받아 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자동 변속기에서 쓰이고, 또 초기에 톱니바퀴의 크기만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월등히 더 큰 기어비가 필요한 대형 기계(철도 차량 같은) 중에도 유압 변속기가 쓰이는 경우가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자동 변속기는 운전자가 클러치 밟을 필요가 없고 실수로 시동 꺼뜨릴 일도 없으니 운전을 여러 모로 편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기계 장치임이 사실이다. 비싸고 연비가 수동보다 좀 더 열악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는 정도였으나, 요즘은 또 자동 변속기와 연계되는 컴퓨터 장비의 오동작 때문으로 추정되는 급발진 사고가 종종 보고되어, 안전에 의구심을 받고 있다.
 
완전 기계식 수동이라면 사람이 가속 페달을 밟지도 않았는데 급발진 같은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만에 하나 차가 진짜 정신줄을 놓았더라도 클러치만 지그시 밟고 있으면 엔진의 동력 공급이 끊어질 텐데. 편안함을 담보로 위험이 더 증가한 건 아닌가 모르겠다. 참고로 시동을 꺼 버리면 가속은 멈추겠지만, 핸들과 브레이크도 동작을 멈추기 때문에 역시 만만찮게 위험하다. 시동을 끄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해진 기어비 중 하나가 아니라 기어비 자체가 유연하게 정해지는 무단 변속기, 그리고 피스톤 운동으로부터 원운동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아니라 자체적으로 원운동을 만들어 낸다는 로터리 엔진 같은 건 아직까지도 떡밥인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07 19:11 2012/07/07 19:11
, ,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4

간단한 고전역학 이야기

1. 공간, 물질, 시간 단위
 
과학, 특히 물리학에서 공간(길이 m)과 물질(질량 kg)과 시간(초 s)은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 필수 개념이다.
그리고 물리학에서 쓰이는 단위는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연속적인 물리량을 인간이 비교하고 계산할 수 있는 수치로 양자화(quantify)하는 매개이다.
 
가장 먼저 1초는 세슘-133 원자에서 방출된 특정 파장의 빛이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32비트 범위도 벗어나는 저 엄청난 횟수를 기술적으로 측정 가능한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1m는 빛이 진공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하는 거리라고 정의되었다. 즉, 길이의 단위는 시간의 정의에 의존적이다.
 
문제가 되는 건 잘 알다시피 질량의 단위이다. 얘만 혼자 kilo라는 접두사가 붙은 것부터가 특이한데, 그뿐만이 아니라 질량의 정의만 좀 엄밀하지 못하다. 어디서나 동일하게 측정과 재연이 가능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킬로그램 원기에 의존하는 정의가 100년이 넘게 쓰여 왔다. 언제 변질되거나 훼손될지 모르는 인간의 조형물의 질량이 곧 1kg이라니, 이건 무슨 “짐이 곧 법이다”, “나를 두고 맹세한다” 급의 독재 왕정 사고방식도 아니고 굉장히 비과학적인 정의가 아닐 수 없었다.
 
나름 최대한 안정적이고 변화가 없는 원소로 킬로그램 원기를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만들었다지만, 킬로그램 원기의 질량은 시간이 흐르면서 밀리그램 단위로나마 변하기 시작했고, 복사본들끼리도 질량이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21세기가 되어서야 킬로그램 원기는 드디어 퇴출이 확정되었으며, 그 대신 무엇을 킬로그램의 대안으로 삼을지는 2014년에 도량형 총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 한다. 이것은 지난 2006년에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된 것에 맞먹는 과학계의 큰 사건이 될 것이고 대중적으로 끼치는 여파도 클 것 같다. 특정 조건에서 무슨 원자 n개의 원자량을 질량의 절대 기준으로 정의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지만, 정확한 측정 방법이 여의치 않아서 지금까지 그게 쓰이지 못했지 싶다.
 
질량은 만유인력을 일으키는 굉장히 오묘하고 추상적인 물리량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질량의 존재를 중력이라는 힘을 통해 느끼곤 하지만, 질량과 무게는 위상이 원래 서로 다른 개념이다. 무게는 물체의 질량뿐만이 아니라 천체의 질량까지 가미되어 나타나는 힘이기 때문에 지구에서의 값이 다르고 달에서의 값이 다르다. 그러나 지구에서나 달에서나 동일한 질량은 디지털 저울이 아니라 얄짤없이 양팔 저울로 추를 달아서 측정하는 것이다.
 
2. 힘, 일, 에너지
 
물리학에서 힘이라는 개념은 질량을 가진 물체의 속도를 바꾸는 존재이다. 힘을 받지 않은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속도를 등속으로 유지하면서 끝없이 움직이게 된다. 그 이유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관성 때문이다.

질량이 1kg인 물체의 속도를 1초에 초속 1m(시속 3.6km)꼴로 변화시키는(가속이든 감속이든 방향은 중요하지 않음) 양의 힘을 1뉴턴(1N)이라고 부른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서부터 배웠던 f=ma 기억하시는가?
다시 말해 힘의 단위는 가속도에다가 질량을 곱한 단위이며, 1N = 1kg·m/s^2 가 된다. 그리고 1kg라는 질량은 지구 표면에서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받아서 약 9.8뉴턴의 중력을 갖는다.
 
참고로 질량을 배제하고 가속도만을 기술하는 단위(m/s^2)도 있다. 지구의 중력 가속도인 9.8m/s^2를 나타내는 1G라는 단위가 있는데, 이것은 어떤 기계 제품이 고장 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외부 진동의 한계치를 나타낼 때 쓰이고, 전투기 조종사나 우주 비행사가 비행체 안에서 짓눌리는 정도를 나타낼 때도 쓰인다.
 
다시 힘으로 돌아오면, N은 힘이 작용되는 어느 한 순간· 찰나· 단면만을 나타낸다. 이 힘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서(수학적으로는 적분) 물체를 이동시키면 물리학적으로 일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1N에 해당하는 질량과 가속도를 받은 물체가 그 질량과 가속도를 균일하게 축적하면서 1m 이동이라는 일을 할 때까지 필요한 힘의 양을 1J(줄)이라고 한다. 이 정의대로라면 물체는 1m를 이동할 때까지 속도가 균일하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마치 추락하는 물체처럼 말이다.
 
1J는 1N에다가 거리가 추가로 곱해져서 1kg· m^2/s^2가 된다.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10미터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맞는 것보다 20미터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맞는 게 2배가 아닌 4배 더 위험한 것이다.
 
그리고 힘과 일에 이어, 에너지라는 개념이 있다. 에너지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잠재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비록 지금 당장은 힘을 받고 있지 않아서 그냥 등속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더 무겁고 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이미 받아 놓은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자신과 부딪치는 다른 물체를 더 멀리 옮기거나 더 크게 파괴할 수 있다.
 
이런 운동 에너지는 질량과 속도의 곱(mv)에서 속도를 적분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 힘 자체가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정의되었고, 가속도는 물체의 질량을 바꾸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속도를 바꾸기 때문에 속도가 적분 변수가 된다. 물체의 운동 속도와 질량이 서로 간섭을 하는 건 광속에 근접한 상황에서 상대성 이론에 근거해서나 가능한 소리이기 때문에 뉴턴 고전 역학과는 문맥이 다르다. 현실에서 가속이 더 어려워지는 건 공기 저항이나 마찰, 또는 동력 기관의 기계/화학적 한계 때문이다.
 
뭐 어쨌든, 적분으로부터 얻은 운동 에너지 공식은 그 이름도 유명한 1/2 mv^2이다. 그런데 속도라는 게 단위 시간 당 거리인데 에너지의 단위의 차원을 생각해 보면 kg· (m/s)^2이므로 kg· m^2/s^2와 동일하다. 그래서 힘을 적분하든 속도를 적분하든 일과 에너지란 서로 동등한 개념임이 성립된다. (m의 의미가 mass라는 변수명일 때와 meter라는 단위명일 때를 분간 잘 하도록 하시고..)
 
운동 에너지에서 제곱의 의미는 운전을 해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자동차의 제동 거리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주행 속도가 두 배로 늘면, 그 자동차가 가진 운동 에너지 내지 자동차가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네 배로 뻥튀기된다. 따라서 자동차가 하는 일이 보행자를 친다거나 앞 차를 들이받는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게 운전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_-;;
 
일과 에너지의 단위인 J는 약방의 감초 같은 매우 유용한 단위이므로 물리를 잘하려면 단위의 차원의 의미를 제대로 숙지하는 게 필수이다. 열역학에서는 온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라는 개념으로 칼로리라는 단위도 J과 연계되어 쓰인다.
 
3. 일률

J에는 시간이 크게 감안되어 있지 않다. 이런 질량을 가진 물체가 이 정도 힘을 받아서 이 정도 이동을 했을 정도이면, 소요 시간은 그런 변수로부터 자동으로 결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J는 시간이 아닌 이동 거리 관점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일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도 따져야 할 때가 있기 때문에 1초 동안 1J만치 일을 한 것을 1W(와트)라고 표현한다. 곧 1W = 1J/s. 와트는 일률의 단위이며, 전력의 단위이기도 하다.
 
일률이란 도대체 무슨 개념인 걸까?
지구에서의 중력이 1N짜리인 물체(즉, 100g을 약간 넘는 가벼운 질량)가 공기 저항을 무시하고 지표면의 4.9m 높이, 즉 건물의 3층쯤 되는 곳에서 자유 낙하를 하면 1초 만에 바닥에 닿는다. 떨어지는 순간에 물체의 속도는 초속 9.8m가 될 것이고, 이 물체가 중력으로 말미암아 떨어지면서 쭈욱 한 일은 1N에다가 이동 거리 4.9를 곱한 4.9J이 된다. 일률은 그대로 4.9W가 되겠다.
 
일을 구하는 1N * 4.9m뿐만이 아니라, 운동 에너지를 구하는 방식으로 1/2 mv^2에다가 1/9.8 kg과 9.8m/s를 집어넣어 봐도 동일하게 4.9J가 산출된다. 일과 에너지는 동일한 개념임을 여기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100그램은 200ml짜리 우유팩 하나보다도 가벼운 무게이긴 하다만, 딱딱한 재질의 이런 작은 물체가 3층 높이에서 떨어진 걸 지나가는 사람이 맞았다고 생각하면 그 일의 위력을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물체가 네 배 높이인 19.6m에서 자유 낙하를 하면 2초 만에 바닥에 닿으며, 19.6J과 9.8W의 일률이 산출된다. 일률이라는 건 시간이 개입되다 보니, 동일한 일을 해도 속도가 빠를 때 더 커지며, 힘에 의한 가속을 오래 받을수록 더 올라감을 알 수 있다. 자동차의 최대 출력 잣대로 쓰이는 마력이 바로 일률의 단위이다. 통상적인 휘발유 엔진 소· 중형 승용차의 경우 엔진 회전수가 5~6000rpm대일 때 통상 150~200마력대의 최대 출력이 나오며, 단위 시간당 출력이 높아야 차의 최대 속력도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일률 단위는 전기 에너지와 연계되어서도 더 많이 쓰인다. 1암페어(A)에 해당하는 전류가 1볼트(V)의 전위차에서 흐를 때 단위 시간당 할 수 있는 일률이 1W이기도 한데, 1V라는 전압이 바로 1W에 의존적으로 정의되어 있다.
전기는 실시간으로 생산되어서 곧바로 소비되어야 하는 에너지이다 보니, 단위 시간당 전기 생산 규모와 예비 전력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일률인 W가 쓰인다.

와트에다가 도로 1시간이라는 시간을 곱해 주면 와트시(Wh)라는 단위가 된다. 1W의 일률로 1시간 동안 하는 일의 양으로, 결국 비례상수만 다를 뿐 J와 같은 차원의 에너지 단위이다. 와트시는 전기 요금의 책정 단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소개한 물리 개념들을 한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초(s): 시간의 단위로, 현재는 특정 원자가 특정 횟수만치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의됨
  • 미터(m): 길이의 단위로, 빛이 진공에서 어느 시간 만치 진행한 거리로 정의됨
  • 질량(kg): 물질의 고유 단위로, 두 질량과 질량 사이에는 만유인력이라는 서로 당기는 힘이 작용하여 이것이 곧 중력이 됨
  • 속도(m/s)와 가속도(G; m/s^2): 각각 단위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 그리고 단위 시간 동안 속도의 변화량을 의미한다.
  • 힘(F; kg·m/s^2): 물리학에서 힘이란 질량을 가진 물체의 속도를 순간적으로 변화시키는 정도이다.
  • 일 또는 에너지(J; F·m): 힘이 계속 작용하는 동안 해당 물체가 일정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바로 ‘일’이 된다. 운동하고 있는 물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도 일과 등가인 개념이다. 칼로리와 와트시도 이와 동급의 단위이고, 전기 요금의 책정 단위인 전력량 역시 이것이다.
  • 일률(W; J/s): 단위 시간 동안 일을 하는 양이다. 마력도 이와 동급이고, 전력의 단위도 이와 동급이다.
다음번엔 자동차의 성능을 측정하는 도구로서의 물리 얘기를 계속하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05 08:40 2012/07/05 08:40
,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703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0/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1354413
Today:
38
Yesterday:
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