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 소식

독자 여러분 중에 혹시
“이 블로그 주인장은 요즘 온통 철도에 미쳐서, 본업이던 <날개셋> 개발 같은 건 이제 때려치웠나 보군.”이라고 오해할 분이 있으실 것 같아서
오늘은 오랜만에 내 본업의 근황을 좀 알리도록 하겠다. ㄲㄲㄲㄲㄲㄲㄲㄲ

걱정 마시라.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현재 6.0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5.x 버전도 졸업이 임박했고 드디어 6.0 시대 개막이다.
킹 제임스 성경 발간 400주년과, 내 홈페이지 개통 10주년을 기념하여 5월 초순에 출시 예정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번 새 버전에도 어김없이 버그 고치고 새로운 기능 단장한 게 많다. 물론 대부분의 버그는 세벌식 최종+모아치기+드보락 정도의 용도로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분들은 발견할 일이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문서화하지도 않은 것도 여럿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고칠 게 없겠지 싶어도, 새 버전 릴리즈 후 한두 주 정도가 지나면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어김없이 건드리게 되더라.

이번 6.0에서는 외부 모듈에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버그들은 모두 해결했다. gvim (한영 상태), MS Outlook (영문 덧입력), 로그인 UI (아이콘 외형)처럼 비록 프로그램의 안정성 관련은 아니지만 자잘한 문제가 있던 게 해결되었고, 해당 버그 제보자에게는 버그가 고쳐졌다고 메일로 다 따로 통보를 오래 전에 했다.

이런 bugfix만 있다면 새 버전의 번호를 6.0으로 올리기에 부족한 감이 있을 것이지만, 새 버전에는 한글 입력과 관련된 깔끔한 새 기능이 들어간다.
첫째, 일정 시간 동안 키 조작이 없으면 음절 구분을 위해 지금 조합을 자동으로 끊고 음절을 구분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천지인 같은 휴대전화 입력 방식을 구현할 때 필요하다.

둘째,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역사상 최초로, 초성과 종성이 한 낱자 결합 테이블을 공유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ㄱ->ㅋ->ㄲ 같은 조합 로직은 하나만 구현해 놓으면 초성과 종성이 자동으로 공유하고, 종성에다가는 ㅄ, ㄶ처럼 도깨비불 처리가 필요한 겹받침 결합 규칙만 정하면 된다. 이걸 이용하면 ㄴㅅ, ㄴㅇ, ㄴㅊ 등 온갖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휴대전화 입력 방식을 디자인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 쉬워진다.

물론 이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GUI상의 변화와 입력 설정 데이터 파일의 변경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지금 있는 가상 낱자와 특수 도깨비불 테이블과의 연계라든가.. 타수 복원 알고리즘의 추가 구현 같은 작업량이 아주 많다. 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이다.

6.0 이후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자잘한 버그 수정이나 자그마한 편의 기능 추가,
아니면 여러 입력 패드 추가,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글쇠 입력을 받아들이는 입력 스키마의 추가 등으로 최소한 6.x 중반까지는 버전업이 계속될 것이다.

그 중, 한 글자가 아닌 단어 단위의 한자 변환 기능은 6.0은 아니지만 6.0 완성 이후에 상당히 높은 작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MS IME는 무려 2003년도 버전부터(MS 오피스 2003) 지원했고 윈도우 비스타부터는 아예 기본으로 들어간 기능인데 내 프로그램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물론 한글 입력 쪽보다야 중요도가 훨씬 더 낮기 때문에 지금까지 구현이 미뤄져 온 것이다.

내가 10년이 넘게 한글 입력기만 파고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간단히 말하면 한글이 너무 대단하고 세벌식 글자판이 너무 신기해서였다.
프로그래밍 하듯이 각종 테이블과 오토마타 로직을 바꿔서 한글 입력기의 동작 방식을 바꾸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음대로 한글을 입력하고, 내가 원하는 한글 성분을 바로 고치고, 이미 입력된 문자열도 조작하는 걸 보니까 뭔가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고, 정신적으로 만족과 자아 성취감을 느낀다. 이런 걸 '제대로' 구현하려면 누가 뭐래도 세벌식 글자판이 없으면 안 된다. 세벌식으로는 더 편리한 걸 만들 수 있지만 두벌식으로는 잘 해야 기본밖에 못 만든다.

보너스로...
모 지인이, 북한의 붉은별 OS가 쓰는 한글 글꼴의 비트맵을 완성형으로 추출하여 파일을 보내 줬다.
매우 흥미롭다. 남한과 북한의 운영체제에서 쓰이는 완성형 한글 비트맵 글꼴이 한데 집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광명은 순명조 컨셉이고, 붓글은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모양의 서체가 간판 같은 데서 쓰인다.
천리마는 뭔가 투박한 느낌이 나는 가는돋움 스타일.
그리고 청봉은 신명조 윤곽선 글꼴을 힌팅을 아주 잘 해 줬을 때 나올 법한 미려한 본문용 서체이다.

북한은 그렇게도 민족, 주체 사상을 좋아하면서 한글 글자판이나 코드는 다 남한과 비슷한 스타일로 표준을 정했다.
북한도 평범한 두벌식을 쓰고(왼손이 자음인 것도 동일함), 2350자보다는 약간 더 많지만 그래도 역시 2천여 자의 완성형을 쓰는 것까지도 똑같다. 세벌식이나 조합형 같은 건 주체 사상하고 별 관련이 없나? 그냥 김일성, 김정일만 따로 특수문자로 배당해 놓으면 장땡인 건가? ㄲㄲㄲㄲㄲㄲㄲ
아울러, 북한이 안상수체나 공한체 같은 탈네모꼴 글꼴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본인은 못 들었으니 글꼴 쪽도 별 변화가 없는 셈이라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7 08:33 2011/03/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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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맥콜리 교수에 이어 한글을 사랑한 해외 석학 시리즈의 둘째 시간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람은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 1937년생으로, 제임스 맥콜리와는 나이 차이가 1년밖에 안 난다. 2010년 현재 생존 인물이다.
‘재레드’라는 이름을 보고 성경 인물을 떠올릴 수 있겠는지? 창세기 5장을 보면, 무척 기이한 이름인 마할랄레엘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아들이 야렛(Jared)이다. 야렛은 962세까지 산 인물이며 그 이름도 유명한 에녹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프로필을 조사해 보면, 프로필마다 그의 종사 분야가 제각각이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 UCLA의 교수이긴 한데, 어디서는 생리학과 교수라고 나와 있는 반면 이거 웬걸, 연구 분야가 역사학, ‘지리학’, 조류학 등등등...;;
그렇다. 그는 학문에 대한 관심과 열정, 집중도가 상상을 초월하며 뼛속까지 학자 타입이다.
학계에서 큰 명성을 쌓은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도 그 공부 오덕질 하나만으로 성공한 불세출의 천재이다.

처음엔 의사가 될 목적으로 의학을 공부했으나, 어렸을 때부터 ‘새(bird) 덕후’였던지라 분야를 살짝 바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조류학자 행세를 하고, 그러다 비슷한 시기에 언어학에도 깊이 심취했다. 이 사람이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를 다 구사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ㅎㄷㄷㄷ;;;

그의 덕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의학과 생리학, 조류학, 진화 생물학에서 시작된 이과 기질은 언어학을 거치면서 점차 인문학적 기질로 바뀌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이번엔 역사학, 문화인류학까지 섭렵하기 시작했는데, 필력이 좋았던지라 <네이처>, <디스커버> 같은 잡지에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각종 글을 쓰며 본격 과학 작가 반열에도 올랐다.

그리고 <제 3의 침팬지>,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같은 책을 쓰면서 생리학자로서의 다이아몬드 교수 이미지는 완전히 묻히고 말았다....;;; 이공계 천재이기도 하지만 인문계 천재 기질이 그걸 능가해 버린 셈. 퓰리처 상도 한번 받았다.

그런데, 이 천재도--그렇잖아도 언어학 덕후이기도 했음-- 제임스 맥콜리 교수와 동일한 어느 문자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한글이다. 관심 분야가 ‘진화론 → 생물의 진화 → 인간 세상 → 문자의 진화 → 한글’의 순으로 뻗쳤다고 하는데...;;

첫눈에 반한 그는 저렇게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각종 글을 권위 있는 학술지에다 실을 때, 한글 얘기를 했다!
바로 Discover지 1994년 6월호에 Writing Right(흠 언어유희를 의식한 제목인가?)라는 글을 실어서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하였고, 이에 비하면 언문일치가 개떡인 영문 내지 온갖 난잡한 문자를 섞어 쓰는 일본의 글자 생활은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로 한글로>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하여 한글이 왜 우수하고 대단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지로 증언했다. 라틴 알파벳밖에 안 써 본 서양인의 관점에서, 또 자기 특유의 덕후 관점에서 한글을 요모조모 뜯어보니까 이런 특징이 발견되더라는 것이다.
귀찮아서 동영상은 생략.. -_- 아래 사진에서 왼쪽의 인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소리와 글자가 딱 잘 대응한다. 영문은 그렇지 못하다.
2. 자음과 모음이 시각적 변별되고, ㄷㄴㅌ, ㅅㅈㅊ 같은 그룹화가 가능하다.
3. 입모양을 본뜬 모양 자체도 경이롭다.
4. 모아쓰기를 하는 음절문자여서 글자의 식별이 용이하고 시각성이 더욱 향상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한국인 인터뷰어가 “why do you think so ...” 이렇게 묻는 건 좀 압박스럽다. 뭔가 피의자를 취조하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what makes you think so가 훨씬 더 정중하고 좋았을 텐데 말이다. (인터뷰어는 국문과 교수임.)

그는 워낙 관심 분야가 다양한 덕후이다 보니,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은 한글 역시 그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많은 장난감 중 하나로 지나갔을 수도 있다. 그는 딱히 맥콜리 교수처럼 한글날을 20년째 기념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쓰는 한글이라는 이 문자가, 알고 보면 저 천재마저 감탄시킬 정도로 정말 엄청난 문자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

과학과 철학을 겸비하고 대중적인 인기도 많은 석학 중엔, 웬지 무신론자 내지 개독안티가 많은 경향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나 칼 세이건처럼. 저 사람도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또 진화론을 연구한 사람이기까지 하지만, 딱히 자기 종교색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학자로서 여러 모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본인, 언젠가 창조와 진화에 대해서도 글을 쓸 일이 있을 것이다. 무진장 재미있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30 08:45 2011/01/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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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동국대, 변 정용 교수

본인의 고향은 경주이다.
그리고 본인의 고향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은... 바로 동국 대학교 경주 캠퍼스이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시내로 가는 길이 시청과 경주 역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동국 대학교 정문을 경유하는 경로밖에 없어서 동국대 일대는 본인에게 아주 친숙했다. 아, 그러고 보니 동국대 경주캠도 정문 근처 아래로 중앙선 철길이 지난다. (야 신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 경로를 경유하여 경주를 순환하는 41번과 40번 시내버스가 경주의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같은 황금 노선이었다.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번호조차 바뀌지 않고 살아 있다.
내 기억으로 41이 일명 외선 순환, 40이 내선 순환 격이나 다름없는데, 서로 경로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서 별도의 번호가 부여된 것이지 싶다.

경주에는 경주대도 있다. 하지만 경주 시내에서는 꽤 멀리 떨어져 있고 본인이 거기 갈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이따금씩 좀 구경할 일이 생겼다.
왜냐고? 집에서 KTX 신경주 역까지 가는 길목에서 늘 경주대 입구를 경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경주는 도시 크기에 비해서 고속철 지나지, 고속도로 있지, 중앙선 밤차 이용할 수도 있지.. 교통이 굉장히 편하다.

신경주 역은 경주 대학교보다도, 심지어 고속도로 경주 IC보다도 더욱 외곽에.. 거의 건천읍에 있다.
그래 봤자 본인의 서울 거처에서 연세대까지의 거리와, 경주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의 거리는 서로 아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대보다 신경주 역이 집에서 훨씬 더 멀리 느껴진다. 그 이유는 당연히 경주와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의 크기 차이와 대중교통 인프라의 차이 때문이다.
연세대는 지하철만으로 아주 손쉽게 갈 수 있는 반면, 신경주 역은 버스로 가려면 1시간은 잡아야 하고 현실적으로 택시 아니면 자가용이 답이다. 게다가 택시 타면 시외 구간이라고 할증 붙는다. -_-;;;

이래서 지방의 외곽에 세워진 고속철 역은 연계 대중교통이 절실하다. 그래도 신경주 정도면 고속철 초창기 계획에 애시당초 포함되었던 역이고, 경주 자체가 굉장히 작은 도시여서 외곽처럼 느껴질 뿐 절대적인 거리가 심하게 먼 건 아니다.
그러나 울산(울산 고속도로 타고 한참을...)이나 김천구미(구미 시내와는 아예 산으로 가로막혀 있고 김천 시내와도 그리 가깝지 않은..) 같은 역은 시내와의 접근성이 정말 안습하기 그지없다.
뭐 근본적으로 지금 고속철은 역을 너무 많이 만든 것부터가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흠 좀 쓸데없는 얘기가 길어졌으니 다시 동국대 얘기로 돌아오겠다.
잘 알다시피 경주에 있는 것은 동국대의 이원화 캠퍼스이고 본캠은 서울 중심부에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에 아예 '동대입구'라는 역이 있다.
본인은 경주캠에 있는 건 의대, 간호대, 관광학과 정도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거기도 나름 컴퓨터/전산학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거기에 변 정용 교수가 계시는데...;;
이분이 국어 정보학 바닥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한글 에반젤리스트이다.
아래의 짤방은 1996년 <세계로 한글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모습.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한글 예찬론자들의 문자관이 다 서로 일치하는 건 아니다.
자음은 왼손, 모음은 오른손으로 글자판 배열이 가능하다는 게 두벌식 사고방식으로는 대단한 발상이지만,
본인 같은 "세벌식 학파"-_-의 관점에서는 더 좋은 방식을 놔두고 겨우 저런 걸 자랑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본인은 이분이 의심의 여지 없이 서울캠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근무하시는 곳이 경주캠.
쉽게 말해 본인 고향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좀 과장 보태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계시는 국어 정보학자이다. 홈페이지는 여기... 동국대 소속답게 아주 독실한 불자이신 듯하다.
본인과 아는 사이인 분이어서가 아니고, 그냥 좁고 좁은 세상이 놀라워서 인물 탐방 블로그 포스트를 또 올리게 됐다. ^^;;
아주 옛날, 정부 과천 청사에서 글자판 전문 위원회 할 때 저분과 서로 대면한 적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8 09:10 2010/12/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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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글 기계화 논평.

1. 나랏글의 장점
- 왼쪽이 자음, 오른쪽이 모음인 구조여서 양 손가락--양 손 아님--의 교대가 얼추 되는 게 아주 좋음 (천지인은 상하 구분)
- 모호성이 없고 구조가 직관적임. 동일 키의 3연타가 없는 것도 좋음
- 2003년부터 7년이 넘게 사용해 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주 익숙함

2. 나랏글의 단점
- 12키가 모두 한글을 입력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문장 부호 하나만 입력하려 해도 모드를 바꿔야 함. 아주 불편한 점
- 자음과 모음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가획 키를 누르는 게 마치 Shift를 누르는 것처럼 번거롭게 느껴짐

3. 천지인의 장점
- 일부 나랏글로 복잡하게 가획을 해야 하는 자음이 적은 타수로 입력될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낌. 마치 세벌식에서 Shift를 눌러야 하는 받침 ㄷ· ㅌ 같은 걸 두벌식으로는 곧바로 입력하듯이.
- 10키만 사용하는 관계로, 한글 모드에서 *, # 키를 통해 문장 부호와 일부 기호를 곧바로 입력할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함

4. 천지인의 단점
- 역시 천지인으로도 일부 된소리는 타수가 길며, 3연타가 필요하기까지 함.
- ㅝ 같은 복잡한 모음을 천지인 세 자만으로는 조합하기가 힘듦을 느낌
- 모호성이 존재해서 음절 연속 입력이 안 되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움

제각기 일장일단이 있지만, 본인은 나랏글과 천지인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위와 같은 장단점을 종합했을 때 나랏글을 더 선호한다.
다만, 기호 입력은 천지인이 부럽다.
그런데 나랏글에다가 천지인의 기호 입력이라는 장점만 따 오는 방법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가획과 쌍자음 키는 어차피 한글을 조합하는 중일 때만 의미를 가지며, 한글을 조합하고 있지 않을 때는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다. 이들 키는 다른 한글 기본 자모부터 먼저 누른 뒤에 누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 조합 상태가 아닐 때 *나 #를 누르면 천지인처럼 . , 라든가 ~ ! ? 따위를 다중타로 입력하게 하면 된다. 쉽죠?

물론, 이 방식을 쓰면 한글을 조합 중일 때 곧바로 마침표를 찍지는 못한다.
그때는 마치 천지인에서 '국가'와 '구카'를 구분하듯이, 한글 조합을 강제 종료한 뒤에 * #을 눌러야 한다. 그래도 음절 구분한답시고 한 타를 누르는 건, 입력 모드를 아예 기호로 잠시 바꿨다 돌아오는 것보다야 오버헤드가 월등히 작으며 훨씬 덜 불편하다. 그리고 천지인처럼 아예 한글 음절 구분이 강제로 필요한 것보다도 훨씬 낫다.

이렇게 나랏글 입력 방식에다가 천지인의 기호 입력 기능만 부분적으로 덧붙여도 전화기 문자질 생활이 훨씬 더 편리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다만, 나랏글밖에 모르다가 천지인이라는 신문물을 접함으로써 본인이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에 대해서 뭔가 대조를 하고 비교 분석을 하는 안목이 약간이나마 생긴 건 사실이다. 긍정적인 효과임.

한동안 '중국의 한글 공정'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웠다. 본인은 명색이 세벌식 지지자이고 한글 입력기 개발자이다 보니, 본인에게도 현 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문의가 주변에서 적지 않게 들어왔었다.

그런데 본인은 그에 대해서 이렇다 할 입장이 없다. -_-;; 사실 내가 보기엔, 한글 공정이라는 말 자체가 옛날 광우병 사태만큼이나 과장되고 부풀려진 게 많았다. 중국이 뭔데 무슨 수로 무슨 권한으로 한국 당사자부터가 통제를 못 하고 있는 남의 나라 휴대전화 입력 방식을 좌지우지한단 말인가?

과거 타자기 시절에야 글쇠배열의 통일이 절실했다. 세벌식이냐 네벌식이냐에 따라 당장 기계를 하드웨어적으로 만드는 방식이 바뀌고 타자기 모양에 따라 글꼴이 바뀌고 후폭풍이 너무 컸다.
그러나 휴대전화 세상은 모든 게 프로그래밍하기 나름이고 유동적이다. 터치스크린은 근본적으로 3*4라는 배열 자체도 customize 가능하며 특정 scheme에 조금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 또한 태생적으로 사람의 손으로 빨리 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수한 입력 방식과 조금 열등한 입력 방식의 성능 차이가 PC/타자기만치 크게 나지도 않으며 세벌식이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 곳도 아니다. (아니라면 반론 요망)

과거에 세벌식, 네벌식, 다섯벌식 타자기가 공존하는 건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었고 누구나 글자판 통일을 염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에서 나랏글과 천지인이 공존하는 건 사람들이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강제 통합하려는 걸 반대하기도 한다.

마치 철도에서 경전철은 어차피 기존 표준궤 철도와 직통 운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휴대전화의 한글 입력 방식은 타자기와 컴퓨터 같은 기종간 글자판 통일이라는 대명제와는 다소 어긋나는 면이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12키 혹은 그보다 조금만 키 수를 늘린 15~18키(스마트폰은 화면 버튼 레이아웃 디자인이 자유로우므로) 환경용으로 음절 경계 모호성도 없고 도깨비불 현상도 없는 세벌식 입력 방식은 그 실용성을 떠나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상징적인 차원에서 하나 존재는 해야 한다. 그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좀더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염원으로는 아까 언급했듯이 천지인의 기호 입력 기능이 덧붙여진 나랏글 방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사람은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기계에다 문자를 입력하게 될 것이나... 과연 200년 전에 발명된 타자기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한 PC 키보드보다 더 빠른 입력 장치는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여타 작은 입력 방식이 컴퓨터에서 닷넷 바이너리나 자바 바이트코드라면, PC 키보드는 네이티브 기계어 코드와 같은 존재로 언제까지나 남을 것 같다. 다만 손가락을 휘게 만들지 않게 좀더 인체공학적 개선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
<날개셋> 한글 입력기 5.8과 <날개셋> 한글 입력기 3.22
간신히 공개합니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0/11/22 07:49 2010/11/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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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이 제아무리 시력을 강화해 주고 눈을 보호해 주고 얼굴 외모를 살려 주고 온갖 좋은 액세서리 기능이 있다고 해도, 안경 쓸 필요가 없는 건강한 눈보다 좋지는 못하다.

휠체어가 제아무리 푹신한 웰빙 좌석이 있고 심지어 컴퓨터도 달려 있고, 전동이어서 이동도 힘 안들이고 편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건강한 다리 자체를 대신할 수는 절대 없다.

이것은 본인이 컴퓨터에서 일본어를 입력해 보면서 느낀 점이다.
자, 이제 본인이 무슨 얘기를 꺼낼지 눈치 빠른 분이라면 상상이 될 것이다.

일본어 입력기는 뭔가 휠체어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제아무리 일본어 IME에 일본어 사전이 통째로 들어있고 환상적인 한자 변환, 전/반각 변환, 히라가나/가타카나 변환에 상용구, 맞춤법 검사기 기능까지 워드 프로세서에나 있을 법한 기능을 죄다 옮겨 놓았다고 해도..
IME 자체가 아예 필요 없이, 치는 대로 아무 제약 없이 곧바로 입력이 접수되는 알파벳/숫자 입력만치 편리할 수가 있을까?

글자 하나로도 모자라서 어절 전체를 본문에다 바로 넘겨주지도 못하고 조합 영역으로 잡고, 또 변환하고, 잘못 변환한 게 있으면 교정하고, 사전 업데이트해서 신조어 등록하고..;

수분이 몸을 무겁게 하는 것보다도 한자는 문자 생활을 더욱 무겁게 한다. 문자를 처리하는 인간의 시간을 낭비하고 비효율을 초래한다.
뭐, 한자라는 문자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인류 역사의 비극이고 한자는 당장 없어져야 할 개 쓰레기라는 식의 초딩스러운 주장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본인은 한자의 그 무한한-_- 제자 원리에 담겨 있는 오묘함을 인정하며,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한자를 이용해서 축적한 동양 문화 자산의 가치도 존중한다.
다만, 오늘날처럼 PC· 노트북도 모자라서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정보화 시대에 한자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legacy로 전락해 있다는 객관적인 현실만을 얘기하고자 할 뿐이다.

출처는 잘 모르겠다만 누군가가 말하길, 일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3N 중의 하나가 이런 일본어 정서법이라고 '카더라'. (일본의 무슨 메이저 통신 회사, 나리타 공항, 그리고 일본어-_-)
MS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어떤 엄청 똑똑한 사람이.. 일본의 문자 입력 체계는 진짜 ㅂㅅ 장애인급이라고 혹평을 한 글을 썼다는 소식도 본인은 들은 기억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태양계의 행성 중 마치 지구와 금성처럼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나 특히 문자에 관한 한은 정말 지구와 금성의 대기 구성의 차이만큼이나 극과 극인 것 같다.

물론, 아무리 눈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글이나 선글라스를 써야 하고,
아무리 다리가 정상인 사람이라도 빨리 이동하려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 문자 입력이라는 분야에서 휠체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오토바이나 자동차 같은 존재이고 싶다. 이것이 본인이 생각하는 개발 철학이다.

원래 한글은 글꼴과 글자판과 코드 체계만 약간 튜닝을 하면 로마자처럼 직결식--중간 조합 상태가 존재하지 않으며 치는 대로 곧바로 찍히는-- 입력이 가능하다. 풀어쓰기가 아니라 모아쓰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세벌식 타자기가 그 예이며 그 원리를 발견해서 처음으로 실용화한 분이 잘 알다시피 공 병우 박사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튜닝을 일상화하기에는 현실이 못 따라 주는 만큼(네모 글꼴, 음절 단위 한글 인코딩, 두벌식 글자판 등), 한글 IME라는 계층이 일단 컴퓨터에서 필요는 하다. 물론 그래 봤자 중국· 일본어 IME에 비해서 한글 IME의 동작 구조는 훨씬 더 간단하긴 하다. (또한, 전화기 같은 환경에서는 워낙 글쇠 수가 적다 보니, 사실은 영문조차도 다중타 같은 IME 계층을 거쳐서 입력하며, 심지어 사전을 이용한 단어 자동 완성 기능이 존재하기도 한다.)

"기왕 IME라는 계층을 넣을 거면 IME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편리한 한글 입력 기능도 넣어 보자. 세벌식은 원래 직결식 입력도 가능한 체계인데, 굳이 그 가벼움을 포기하고 이왕 중간 조합 상태를 만들 것이라면 세벌식으로만 가능한 편의 기능을 넣어 보자. 흔히 세벌식 하면 글쇠 수가 많은 걸 단점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초중종 글쇠가 모두 따로 있음으로써 더 편리해지는 점도 있을 것이다."

는 것이 10년 전의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철학이었다. 모아치기, 특정 낱자 바로 지우기, 앞 글자로 자동 달라붙기 등..! 그리고 그걸 연구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한글 입력 방식을 범용적으로 기술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계층을 나누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게임이나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아니고 한글 입력기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이 어떻게 정올에서 입상을 했는지, 내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지도 잘 이해를 못 할 것이다.

그런데, 만들고 만들고 또 버전업을 거듭하고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계속 더 만들 게 생기고, 넣고 싶은 기능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10년을 연구한 것처럼 앞으로 또 10년은 더 투자해야 정말 한글 입력기로서는 더 개선할 게 없는 완전체가 나오려나? 앞으로 두고볼 일이다.

끝으로 생각해 볼 게 있다.
그런 후진 문자를 쓰는 일본도 과학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벨 문학상까지 배출한 상태인데 왜 우리나라는 그 우수한 문자를 갖고도 해 놓은 게 없냐는 것이다.
기술이 있는 것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자본과 산업 인프라가 탄탄히 '축적'되어 있는 것은 다르다.
단순히 함수 f(x)의 값이 큰 것과, 그 f(x)의 값들이 꽤 긴 구간 동안 적분된 것은 차원이 다른 개념인 것이다.

제아무리 한글이 우수한 문자여도 한국어로 만들어진 고차원적인 철학 사상이나, 과학 기술 용어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그걸 이제 와서 살려 보려고 해도 답이 별로 없다. =_=;;
아래아한글이 혼자서 제아무리 날고 기는 워드 프로세서라고 해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가 한데 뭉쳐 있는 오피스 스위트슈트를 이길 수는 없으며(실제로 아래아한글이 그런지와는 별개의 문제),
고대인들이 아무리 과학 기술이 뛰어났어도 오늘날처럼 자동차와 컴퓨터, 인터넷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음이 자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1 09:09 2010/10/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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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반대편에 서서 끝까지 막장테크를 가며 저항하던 일본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뉴클리어'를 두 방 맞고서 무조건 항복했다. 이로써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당시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의 식민지 점령 하에 있던 민족들이 모두 주권을 되찾았다.
한국은 잘 알다시피 이 날을 광복절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이 날을 종전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갑작스러운 항복 때문에 광복군이 참전 못 했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2차 세계 대전 전승국이 되지 못한 것을 애석해한다.
오히려 교활한 소련이 일본과의 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다 이겨 놓은 싸움에 기회를 잘 보고 참전함으로써 전승국이 되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미래에도 치명타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 구 존경하는 진영에서 이 사실을 더욱 애석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제의 갑작스러운 패망은 국어학의 관점에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큰 행운도 안겨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첫째,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어 있던 외솔 최 현배 박사는 1945년 8월 18일에 총살 예정이었다. 주 시경의 제자이며, 연세 대학교(전신인 연희 전문학교 포함)의 교수를 역임하고 해방 후 미군정 때 당장 국어 교과서를 만든 한글학자 말이다.
그분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광복이 딱 사흘만 더 늦어졌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세가 불리해지고 이판사판 눈이 뒤집혀 있던 일본은 그 당시 9월이라든가 아니 8월 17일에만 해도, 신사 참배 거부나 조선어 학회 사건 등으로 투옥돼 있던 수많은 애국자, 지식인, 독립 운동가, 크리스천 내지 본토 거주 조선인들에 대해 홀로코스트 수준의 학살을 계획하고 있었다.

관동 대지진 때처럼, 아니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어차피 내가 못 먹을 떡이면 남도 못 먹게 다 작살을 내 버리고 가자는 간악한 심보였다. 그게 실현됐다면 진짜 우리나라의 운명은 어찌 됐을까? 그 사이에 광복군이 참전해 봤자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겠나 하는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한글이면 한글, 교회사면 교회사, 그리고 김 삼웅 지은 <일제는 조선을 얼마나 망쳤는가> 같은 여러 분야 문헌을 봐도 동일한 결론이다.

둘째, 조선어 학회 사건 당시에 빼앗겼던 <큰사전>의 작업 원고도 일제가 허겁지겁 도망간 덕분에 서울 역 창고에서 되찾았다. 이때 조선어 학회의 사전 편찬 위원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보기엔, 일제의 통치가 장기화됐다면 이 원고는 영원히 못 찾았을 수도 있다. 일제가 불태워 버리든, 아니면 본토로 가져가 버리든 무슨 짓을 해도 했을 것이다. 민족 말살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작업물을 일제가 그냥 뒀을 리가 있나?

우리나라 정부는 1962년, 최 현배 박사에게 건국 훈장 독립장을 수여했으며(아직 살아 계실 때), 국가보훈처는 이번 2010년 10월, 이 달의 독립 운동가로 이분을 선정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한국어는 나름대로 사용 인구 세계 1x위를 당당히 차지하는 언어이며, 외국에서도 학습자를 찾을 수 있다. 이제 최소한 국력이 약해서 정치상의 이유로 말살당할 수는 없는 탄탄한 지위를 획득했다는 뜻이다. 공대의 특성상 온통 영어 일색이던 학부 시절과는 달리, 이 대학원에서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한국어 교사를 꿈꾸는 중국인, 일본인 유학생들을 본인은 심심찮게 본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계속 잘 살아 주고 대외 이미지가 좋아야 한국어로 먹고 살려는 사람들도 어깨 펴고 살 텐데 말이다.
그러나 요즘 현실은 자국인들부터가 못 살겠다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결혼 기피하고 애 안 낳는다. -_-;; 캐안습.

Posted by 사무엘

2010/10/09 08:03 2010/10/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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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타 기피

사람에게는 “3연타”(그 이상의 횟수도 포함)를 싫어하거나 최소한 심리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숫자나 일반 문자를 입력하느라 같은 key를 세 번 이상씩 누르는 것 말이다. 글자를 쓰는 것도 포함.

물론 연타는 그 자체가 타자 행동에서 좋은 현상이 아니다. 반복은 두 번으로 족하지, 세 번 이상은 같은 손가락이 아프기도 하고, 또 내가 몇 번까지 반복했는지 횟수를 머릿속으로 세어야 하기 때문에 싫어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영문 정서법도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글자를 두 번까지는 연달아 적는 경우가 있어도(ee, ss 등) 세 번 이상은 절대 없다. 가령, s나 ss로 끝나는 단어의 뒤에는 심지어 's(소유격)도 또 붙이지 않는다. 쓸 때는 princess' 라고만 쓰고, 읽을 때는 [iz] 발음을 알아서 추가하지 않던가.
아마 알파벳을 쓰는 다른 유럽 언어의 정서법에도 그런 불문율이 있지 않겠나 싶다.

본인이 이런 생각을 별안간 하게 된 것은 최근부터 손전화로 천지인 입력 방식을 쓰면서이다.
한글도 어떤 방식으로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더라도 구조적으로 3연타 이상이 필요한 일은 거의 없게 되어 있다. 기껏해야 쌍자음이고 3중 자음은 옛한글에서 ㅅㅅㅅ 정도가 유일하다. 모음도 ㅑㅕㅛㅠ만 있지, 삐친 획이 三이나 川처럼 세 개씩이나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쇠 수가 매우 적은 손전화를 쓸 때에도, 본인이 과거에 나랏글 방식을 쓰던 시절에는 3연타를 할 일이 없었다. 나랏글은 10글쇠가 아닌 12글쇠를 사용한다는 것과, 자음과 모음을 불문하고 가획 키를 자꾸 눌러야 하는 게 불편한 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비교적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ㅌ, ㅍ 같은 글자도 ㄴ이나 ㅁ을 입력한 후 가획 키를 두 번만 누르면 만들어진다.

그러나 천지인에는 3연타가 존재한다. 쌍자음을 입력할 때 같은 자음을 세 번 눌러야 한다. 물론 이는 나랏글처럼 가획 글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음 글쇠 자체를 반복 입력하면서 낱자 결합을 하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3연타를 접하고는 의외로 굉장히 이질감을 느꼈다. 음절 모호성이야 천지인의 주 특징이라고 예전부터 워낙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저런 것은 직접 써 보기 전에는 실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쪼록, PC 키보드용이든 손전화용이든 좋은 한글 입력 방식을 만들려면 국어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인지 공학적인 여러 면모가 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천지인과 나랏글은 서로 제각기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좀더 시스템이 단순하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건 본인이 보기에 천지인보다는 나랏글이다.

한편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든지간에 전화기에서도 모호성도, 도깨비불 현상도 없는(=세벌식) 한글 입력 방식이 있긴 있어야 한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비록 글쇠 수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가획이 복잡해지고 다른 불편한 점이 있을지라도 뭔가 중간 과정이 한글답게 찍히는 입력 방식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사무엘

2010/09/30 17:40 2010/09/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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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제임스 맥콜리 James D. McCawley (1938~1999)
는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였다.
흔히 언어학자 하면 노암 촘스키가 본좌로 취급받는다. 그런데 맥콜리는 그 촘스키의 제자이며 스승 만만찮은 덕후 천재 언어학자였다. 박사 학위를 주고받은 촘스키와 맥콜리의 나이 차는 겨우 10살에 불과했다.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학창 시절에 여러 학년을 월반한 끝에 만 16세의 나이로 시카고 대학에 진학했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시카고 대학은 과거에 석유왕 록펠러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선 사업 차원에서 설립한 학교로, 미국에서 인문· 사회 계열이 강세인 상당한 명문 사학이다.
맥콜리는 어릴 적부터 수학, 논리학, 언어학 이런 쪽으로 완전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으며, 덕분에 나중에 대학원은 촘스키가 있는 MIT로 가게 된다.

그 후 그는 1964년,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로 모교인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생성 문법(generative grammar)의 확립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런데 이 천재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은 게 있었으니 바로 한글이었다. 한글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그 좋은 머리로 바로 실감이 갔던 모양이다.

대충 영어를 해석하자면, “한글은 킹왕짱이고 세계의 문자들 중에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정교한 음소문자가 1440년대에 발명됐다는 건 정말 놀라운 언어학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정도.

그래서 그는 한글 덕후가 됐다.
동영상에서 1분 10초 이후부터가 유명한 대사이다. “전세계 언어학계는 이 한글의 창제일을 마땅히 경축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해 10월 9일엔 내 강의를 쉬고 동료 교수와 학생들을 우리집에 초청하여 한글날 잔치를 벌여 왔다.” (정작 한글을 쓰는 나라에서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 버렸는데 말이다! ㄲㄲㄲㄲ)

참고로 저 인터뷰는 1995~1996년에 행해졌다. 그러니 저분의 한글날 잔치도 대략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는 얘기.
지난 1996년, 국어 정보학회에서는 한일 은행(지금 우리 은행의 전신)의 후원으로 한글 반포 550주년을 기념하여(since 1446) <세계로 한글로>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한글 관련 논술 공모를 했다. 인터뷰 동영상은 거기에 나오는 영상의 일부이다.

그 당시 국어 정보학회 회장이던 한양대 국문과 서 정수 교수가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서 맥콜리 교수와 저렇게 인터뷰를 했다. 서 교수님 모습은 저기 화면에도 잠깐 나온다.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맥콜리 교수 관련 한글날 루머(?)는 루머가 아니라 사실이며, 그 정확한 출처가 바로 저 영상물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아, 그리고 본인은 그 당시 저 한글 논술에서 중등부 격려상을 받았다. 그때 이미 세벌식이 어떻고 조합형이 어떻고 하는 허접 논설문을 썼던 것이다... ㅋㅋㅋ 지금 본인은 그 당시 저 다큐멘터리의 연출 감독을 맡은 분하고도 잘 아는 사이이다.

맥콜리 교수와 덩달아 나오는 대표적인 한글 예찬론자 외국 석학으로 영국의 제프리 샘슨 교수가 있다. 한글이 ‘자질문자’라고 칭송한 바 있다.

맥콜리 교수는 그 후 1999년 4월, 환갑을 갓 넘긴 나이에 돌연사로 생을 마감했다. 스승인 촘스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울러 서 정수 교수도 이미 2007년에 고인이 되었다. 그런데 국문학과 교수이고 한양대 인문대 학장을 역임한 이분도 실은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충공깽 이력이 있으신 분이다. 그 후 대학원을 연세대 국문과로 가셨으니 어? 지금 본인의 진로와 비슷하나?? ㄲㄲ

한글이 지금과 같은 형태 그대로 무슨 IPA를 대체할 만한 음성 부호라거나, 로마자를 대체 가능한 만능 도깨비 방망이 문자라는 말은 아니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이네 하는 식의 부정확하고 안일하고 막연한 찬사도 피해야 한다.
한글이 무슨 쇼비니즘의 표상이 돼서도 안 된다.

그러나 한글은 객관적으로 얼마나 대단하고 고마운 문자인지 모른다. 우리는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품을 권리가 있으며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것도 머리가 어지간히 좋지 않아서는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을 못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09 09:03 2010/09/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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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간이역 서체들

이제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추억의 서체들을 보라.
서체 쪽으로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철도 매니아라면 저런 글씨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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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90년대 철도청 시절에는 HY울릉도가 각종 역명판 서체로 쓰였고,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시아폰트에서 제작한 코레일체라는 전속 서체로 또 한번 서체가 다 물갈이되었다.
HY울릉도는 둥글둥글하면서도 간판용으로 가독성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건물 간판이나 도로 톨게이트 등에서도 많이 쓰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2009년에 확인한 바로는 카이스트 기계 공학동 건물도 간판이 울릉도체였다.
그 반면 코레일체는 울릉도보다 좀 홀쭉하고 각진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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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각종 제목이나 심지어 도로 표지판 서체도 동글동글한 게 대세였다. 그러던 게 산돌 도로표지판이 등장하고부터 완전히 고딕 컨셉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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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추억의 간이역 역명판체가.. 디지털 서체로 부활한다면
과거 산돌에서 성경체(옛날 성경책 특유의 붓글씨 서체)를 개발한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업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저 '서빙고' 체는 아마추어 티도 안 나고 굉장히 예쁘다.
하지만 과연 부활이 가능할까? =_=;;

Posted by 사무엘

2010/07/08 08:22 2010/07/0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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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잡설

1. 다른 언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영어와 일본어는 임의의 인명을 소리만 듣고 받아적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영어는 언문 일치가 개떡이기 때문이요, 일본어는 한자 때문이다. 특히 한자 문화권에서는 내 자식은 특별하게 키우려고 일부러 잘 안 쓰이는 어려운 한자만 골라서 집어넣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그런 문화권은 일상 생활에서는 잘 알려진 쉬운 이름만 사용하는 애칭이 발달해 있는 것이다. 영어 알파벳은 단어 단위로 한자 같은 뜻글자를 이루고 있는 것에 가깝다. ^^

한국어가 영어보다 문법이 복잡하고 어렵고, 띄어쓰기 같은 맞춤법도 엄밀하게 정착해 있지 못한 면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정이 꼭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글은 그런 게 필수불가결한 변별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꼭 안 지켜도 어지간하면 뜻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어에서 단어 철자나 띄어쓰기가 틀리는 것은 한글 자모를 잘못 적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ㅈ을 ㅊ으로 잘못 적는 게 아니라 아예 ∨ 같은 엉뚱한 글자로 적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2. better than nothing은 이게 다른 것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는 '꼴찌, 무익'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위안' 뉘앙스일까? 영어로 이 둘은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
'아닌' 것과 '없는' 것은 의미가 비슷하지만 다를 때도 있다. 이런 게 헷갈릴 때가 있다.

3. 영어에서 비교급을 쓸 때 간단한 형용사에 대해서는 잘 알다시피 -er, -est 어미가 붙지만,
3음절 이상의 긴 단어이거나 형용사 자체가 -ous, -ful 같은 접미사가 붙은 단어라면 그런 어미가 또 붙지는 않고, more, most 같은 부사가 비교급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문제는 more, most 자체도 many의 비교급으로서 형용사의 의미가 있다는 것.
나의 영문법 지식에 따르면, "더 유명한 사람들이 오고 있다"와 "유명한 사람들이 더 오고 있다"가 영작을 할 때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한국어에서 조사 '과(와)', '랑'이 and라는 의미도 있고 with라는 의미도 어느 정도 동시에 갖고 있어서 발생하는 모호성/중의성 정도와 비슷한 차원인 것 같다.

4. '한번'은 붙일까 띄울까?
인간의 언어에서 1이라는 숫자는 두 가지 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0이 아니라 1이라는 의미일 때(부재가 아니라 실존)이다. 이때는 영어에서도 a, the 같은 관사가 붙는다.
둘째는 복수가 아니라 1이라는 의미이다. 이때는 영어로 정확하게 one이라는 숫자가 쓰인다.

그래서 0이 아니라는 부정관사에 가까운 의미로 쓰는 '한번'은 붙여 쓰고, 진짜 정확하게 one time이 되어야 할 때는 '한 번'이라고 띄어 쓴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맞다.

"언제 한번 놀러 오시죠." / "우리 한번 맞장 떠 볼까?" / "그런 방법도 한번 써 봤지만, 잘 먹히지 않았다." (놀러 오는 것, 맞장 뜨는 것처럼 안 하던 행위를 해 본다는 게 중요함)
"이미 접수가 되어 있으니 글쓰기 버튼은 한 번만 눌러야 합니다." / "한 번만 더 틀렸다간 진짜 죽는다" (왜 띄었는지 명확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1 17:49 2010/02/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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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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