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안 지홍 씨

앞의 글을 쓰면서 인터넷 서핑으로 자료를 찾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여 추가로 글을 남긴다.

무려 라틴어 가사 코러스가 나오는 MBC 드라마 <제 5공화국>의 주제가는 안 지홍 씨가 작곡했다. 그럼 작사는? 유명한 다른 문학 작품 구절에서 따오거나 설마 라틴어로 직접 작사를?? ㅎㄷㄷㄷ
게다가 이 사람은 1995년에 방영했던 <제 4공화국>의 주제가도 작곡하고 1993년의 <제 3공화국> 주제가도 작곡했다! 현대사 정치 드라마 OST 작곡엔 아주 이골이 난 사람이구나! 모두 MBC 드라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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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 5공화국> OST 도입부 멜로디를 대충 채보한 것이다. 한국어 몬데그린 가사와 함께. ^^;; Looking for You와 비슷한 상당히 빠른 템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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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제 4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템포는 5공화국보다 훨씬 느리지만, 도입부가 끝난 뒤에 바로 높은 라(A)음의 높은 괴성이 나오고 나중엔 클라이막스를 거친 후 ‘전땡!’ 같은 함성으로 끝난다는 점. 그리고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언어 가사의 장엄한 코러스라는 점은 두 곡이 매우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드라마는 10년에 달하는 긴 시간 간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OST는 동일 작곡자의 작품일 거라고 개인적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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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 3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가사는 없다. OST가 흘러나올 때 시꺼먼 배경으로 각종 정치인들의 진흙/금속 인형 형상이 쫙 나왔다가 사라졌는데, 이 모습이 어렸을 때 보기엔 꽤 섬뜩하고 무서웠다.
모든 악보는 본인이 그냥 기억에 의지해서 야메로 집어넣은 것임을 밝힌다.

안 지홍 씨가 누군지는 처음 듣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기념비적인 과업은 바로..

1994년 여름, 당시 최고의 납량특집 드라마로 오늘날까지도 불멸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의학 스릴러 M의 주제가 역시 이 사람이 작사· 작곡을 했다는 사실!
제목은.. <나는 널 몰라>이다.

내 영혼이 아파오네
세월은 고독을 고독은 침묵을 침묵은 미움을 기다리고 있는 걸
(이건 무슨 롬 5:3-4 같은 점층법도 아니고 뭐야..)
모르고서 시간은 흘러가네
침묵 속에 쌓여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들리지 않아
어둠 속에 숨어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보이지 않아
나는 널 몰라 (네가 누군지, 네가 무언지, 네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몰라~~!!

M은 낙태를 소재로 하여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이지 않던가? 아래의 성경 구절을 염두에 두고 저 노래 가사를 곱씹어 보라. 섬뜩하다. 직접 들어 본 사람만이 그 전율스러움을 안다.

영의 길이 무엇인지 또 아이 밴 여자의 태 속에서 뼈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네가 알지 못하는 것 같이 모든 것을 만드시는 하나님의 일들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 (전 11:5)

TV에서 방영될 때는 시간 관계상 1절만 나왔지만 정식 노래는 1절+간주+2절이 있었다. 간주 때는 M 특유의 변조된 악마 목소리와 으헤헤헤헤헤’ 흉악한 웃음소리까지 곁들어져, 공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서 태지 음반에 사탄의 메시지가 백워드 마스킹으로 녹음돼 있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던 시절이었을 텐데?

자, <제 n공화국>과 M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어김없이 단조이다.
안 지홍 씨는 뭔가 장엄한 한편으로 쓸쓸하고 암울한 느낌이 나는 OST 제작에는 정말 탁월한 재능이 있는 분 같다.
M 얘기까지 나왔으니 그런 의미에서 짤방 하나 첨가하는 걸로 글을 맺겠다.

‘착시’라고 치면 어김없이 나오는 그림이다. 언뜻 보기로는 그냥 아리따운 아가씨의 초상화인데,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OME (Oh my eye!) 공포물로 바뀐다고 함. 본인은 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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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4/13 17:14 2010/04/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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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땅콩맨 2010/04/13 19:08 # M/D Reply Permalink

    작곡가 안지홍 선생님이 누군지 잘 몰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MBC드라마 '에어시티' 음악도 작곡하신 분이셨더군요.
    제5공화국, M 모두 안지홍 선생님이 지으신 곡들이라니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었네요. ^^

    그렇잖아도, M 이란 드라마 참으로 오랜만인듯... 반갑네요. *^^*

    1. 사무엘 2010/04/14 00:07 # M/D Permalink

      요즘 인터넷이 참 좋은 건 옛날 자료 천국이라는 점..!
      M OST 구해서 듣는 중입니다. 가사, 멜로디, 효과, 가수 목소리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드라마 주제에 맞게 너무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때가 벌써 15년 전 일이 됐고, 초등학생이던 저는 대학까지 마친 성인이 됐네요.

  2. 박상대 2010/04/13 22:57 # M/D Reply Permalink

    저 아리따운 아가씨 그림은 원본이 플래시 아니면 gif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서운 그림으로 바뀌는 그림이라네요.
    저 그림은 그 플래시 또는 gif 이미지에서 누군가 캡처해서 올린걸로 추정됩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bdh5333/95968402

    1. 사무엘 2010/04/14 00:06 # M/D Permalink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무서운 버전을 보니 정말 Oh My Eyes.. ㅜ.ㅜ
      빨간색을 쓰지 않고 검은색만으로 사람 인상을 저렇게 공포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체험했습니다.
      몇 년 전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나츠미 스텝(아시나요?) 여주인공을 본 후로 이런 느낌은 처음이네요..!

  3. 사무엘 2010/04/15 00:36 # M/D Reply Permalink

    안 지홍 씨.
    http://kuguitar.com/xe/?mid=ku_freeob&page=8&document_srl=120589
    왕년엔 고려대 학부 졸업 후 반도체 공학을 전공한 유학파 박사 출신인데
    음악 쪽은 더 전문가여서 결국 여기로 직업을 바꿈.
    40대 중반이 돼서야 띠동갑과 결혼해서 현재 양평의 전원 주택에서 살고 있음.

    프로필과 사진과 취미 생활만 봐도 기인· 천재 티가 팍팍 느껴집니다. ㅎㄷㄷㄷ
    세상엔 참 무서운 사람들이 많아요.
    그나저나 노래를 부른 최 윤실 씨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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