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은사주의에 대해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삼위일체 하나님 중, 형태와 위상이 비교적 명확한 아버지와 아들 말고 성령(..!!)은 존재감이 제일 없고 딱 떨어지게 설명하기가 까다로운 분이다. 그래서 번역도 성령 이전의 초창기엔 성신, 성숨(..!!) 등 난립하는 편이었다.

'신'자가 들어간 번역은 옛날 한글 개역성경에 ‘하나님의 신, 신령과 진정’ 같은 표현에서 남아 있다. 개역개정에서는 바뀌었지만..
성경에서 '신들'(gods)은 하나님 자신은 아니면서 인간보다는 능력이 우월한 천사, 그룹 등 다른 영적 존재에 대한 총칭으로도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을 가리키는 명칭에 '신'자가 또 들어기는 좀 난감해지는 구석이 있다. ㄲㄲㄲㄲ

다음으로 '숨'은 웬 말인가 싶은데 Spirit 말고 Holy Ghost의 번역을 말한다. 영어 성경에서 ghost는 '숨지다/숨을 거두다'를 뜻하는 yield/give up the ghost 아니면 Holy Ghost.. 딱 두 용례에서밖에 쓰이지 않았다. 그러니 숨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마치 testament를 '유언'이라고 번역하는 것 같은 실험적인 시도인 셈이다.

물 위를 걸어 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이 겁에 떨며 한 말은 "앗.. 영이다(spirit)!! ㄷㄷㄷ"였다. 그걸 보고 흐물흐물 동양 귀신이나 서양 유령(ghost??)을 떠올렸다는 워딩은 현대에 와서야 등장한 것이다.

일부 이단들은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듯이 성령님은 인격적인 존재라고 생각 자체를 안 한다. 그냥 무슨 기, 에너지, 버프 아이템인 것처럼 생각한다.
물론 성경에 그런 것 같은 묘사가 있긴 하다. 구약에서 하나님의 영이 임하자 사울이나 삼손 같은 사람이 초인으로 바뀌었다. 신약에서야 오순절에 성령이 임하자 온갖 이적이 터졌다. 하지만 그게 그림의 전부가 아니다.

본인이 아는 성령은 이 시대엔 예수 믿고 구원받은 신자에게 임한다. 그걸 성경 용어로는 '성령 침례'(요 1:33, 행 1:5)라고 부른다. 침례 시술사(!!) 요한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한 게 이것이었다. "나는 맛보기로 이렇게 물을 끼얹는 침례를 주는데, 나 뒤에 오실 분은 니들을 성령으로 침례를 주거나 불로 침례를 줄 것이다." 성령을 받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눅 11:13, 요 20:22)

한번 거주한 성령님은 우리를 아주 버리고 떠나시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양심을 통해 느껴지는 성령의 권고를 듣지 않고 계속 제멋대로 죄 짓고 육신적으로 살면 약해지고 식고 역사하지 못하게 된다.
구원받은 신자는 성령 강림을 매번 간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성령 충만은 수시로 간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건 성경 교리 논란까지 일으키는 주제이긴 하다만..
성령님은 초대 교회가 태동한 직후에 잠시 예외적으로 허락하셨던 초자연적 이적을 지금까지 매번 또 주시지는 않는다. 그래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적이 그렇게 끊임없이 흔하게 발생한다면 그건 기적이라고 불릴 수 없을 것이다.

그때야 교회라는 게 갓 태어났고 신약 성경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 사도들이 유대인들 앞에서 한번 더 예수님을 증언하고 믿을 기회를 주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표적이 필요했다. 하나님이 바벨 탑 앞에서 인간들의 언어를 헤집어 놓으셨던 것과 반대로, 복음이 세계로 퍼져 나가라고 언어 장벽을 잠시 없애 주기도 하셨다.

하지만 기적이 필요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어지고 나면 하나님 역시 기적을 중단하시고 사람들을 평범한 일반적인 여건에다 두셨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간 뒤부터 만나의 공급이 끝났듯이 말이다.
그 뒤에는 기적적인 병 고침이나 직통 계시 같은 건.. 정말 극단적이고 특수한 상황에 처한 예외적인 사람 또는 아주 특수한 기도 응답이 아니면 일반적으로는 없다. 가능성이 0은 아니지만, 있더라도 개인의 간증 수준일 뿐,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교리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도들의 이적 표적을 재현한다는 사람들은 재현을 정확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남이 알아듣는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막 16:17-18이 말하는 것처럼 독극물(poison)을 먹거나 독사(venom)에게 물려도 괜찮다거나 하지도 않다.

진짜로 옛날 사도들처럼 병 고치는 기적이 행해진다면, 지금 우리처럼 병원 치료와 기도를 병행한다거나.. 하나님께서 기도를 거절로 응답하셔도 감사.. 이렇게 어정쩡한(?) 케바케 같은 게 없는 게 정상이다. 특히 환자가 믿음이 부족해서 병이 안 고쳐지네 같은 개소리 구라 야바위 따위 없다!!

환자가 신자건 불신자건, 사도가 손만 얹으면 테란 메딕 실사판처럼 heal이나 restore가 짠~ 일어났다.
그러니 나더러 성령님의 사역을 감히 부정하네, 성령을 모독/훼방하네 그런 식으로 따지고 대들 필요 없다. 일단 성령님의 사역대로, 계약서대로 100% 똑같이 하기는 하고서 내게 태클 거시길.. 마가복음의 마지막 열두 구절이 남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른다.

지금 이 시대에 사도들의 표적을 재현하는 사람은 단언하건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진짜 있으면 일반인들이 그렇게 직싸게 고생하며 공부해서 의대를 갈 필요가 없고, 대학 병원 중환자실이나 암 병동 따위가 없어도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진짜 있으면 전국의 병원부터 순회해야 되지, 무슨 부흥회 따위를 하고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_- 아무튼..

기독교계에서 "우리도 뜨겁던 초대 교회 정신으로 돌아가자~!" 이런 거 강조하다가 "성령님이여 오소서, 불 같이 뜨겁게 임하소서"가 와전되어 "불 받아라~!!"가 된 걸까..?? 이런 트렌드가 언제 무슨 계기로 들어온 건지 잘 모르겠다.

부흥회(?)라는 건 내 경험에 비춰 풀이하자면, 일반적인 설교나 성경 공부 모임보다 새신자 초청 복음 전도나 성령 간구(?)의 비중이 더 큰 집회이다.
그런 곳에서 더 즐겨 불리는 찬송가도 있다. 외국곡인 "불길 같은 주 성령" (... 불로 불로 충만하게 하소서)이라든가,
국산곡인 "참참참 피 흘리신" ... (성령의 불길 성령불이야)

아~ 참 2~30년 전 추억 돋는다. 템포 올려 가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박수 치며 부르면 분위기가 진짜 뜨거워진다. =_=;; ㅋㅋㅋ
그리고 고 형원 "부흥" (이 땅의 황무함을 보소서...)도.. 얘는 뽕짝 느낌은 위의 곡들보다 좀 덜한 것 같다.

이런 곡들의 가사에는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묘사가 있다. 불에 그렇게도 집착한다는 거.. 그 근거가 무엇일까?
일단 행 2:3 오순절 성령 강림에 대한 묘사가 원조가 아닐까 한다. "또 불의 혀같이 갈라진 것들이 그들에게 나타나 그들 각 사람 위에 앉더라." (흠정역) 개역성경 계열의 워딩도 이와 그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흔한 통념과 달리, 그래서 정확하게 무슨 물체가 임했다는 건지 이 구절의 묘사는 의외로 분명하지가 않다.
오히려 통사 구조상으로는 불꽃처럼 낼름 갈라진 '혀', 단순히 '혀'에 가깝다. 불은 그저 비유 대상일 뿐이다. cloven tongues like as of fire.. 꽃처럼 아름답다는 말이 니가 진짜 문자적으로 식물 꽃이라는 얘기가 아니듯이 말이다.

이 장면을 게임 아이템이나 쿵 퓨리 각성 모습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불에 가깝게 해석한다 하더라도.. "번갯불 같은 게 번쩍 하더니 버프 효과가 남았다.."이다. 본인은 세례가 성경적이라고 믿지 않지만, 저 혀가 곱게 머리 위에 앉은 거야말로 세례에 가까운 묘사인 것 같다.
저 행 2:3만 읽어서는 무슨 거대한 화염이 사람을 삼키고 감싸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건 구약 엘리야의 갈멜 산 대결이나 불 병거 승천과 헷갈린 것으로 보인다. -_-;; 아니면 페르시아의 왕자 2에서 불 먹은 왕자 모습을 떠올렸거나..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순절 구절이 아니면, 설마 복음서에 나오는 "성령 침례와 불 침례"를 짬뽕 시킨 걸까? 그건 제발 아니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
성령 침례와 불 침례는.. 생명의 부활과 정죄의 부활만큼이나 서로 극과 극으로 다르다. 불 침례는 형벌이며, 받아서는 절대로 안 되는 침례이다. 바로 다음 구절에서 "자신의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시되 껍질은 끌 수 없는 불로 태우시리라" (마 3:12) 처럼 대구 대조를 하고 있지 않는가?

겨자씨만 한 믿음이 긍정적인 심상이라고 해서 "겨자씨가 자라서 나무가 돼서 공중의 새들이 앉았다"가 긍정적인 심상일 수는 없다. 그것처럼 "불의 혀처럼 갈라진 것이 싹 앉았다" 이런 간접적인 묘사가 어쩌다가 "성령의 불 받아라~!"로 바뀌었는지 나로서는 성경만으로는 상상이 잘 안 된다.

아, 뜨거운 체험과 기분 각성이 가끔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신앙 생활에서 그게 '주 main'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뜨거운 체험을 하면서 기분 전환하고 싶으면 그냥 사우나에 들어가면 된다. 방언 받고 희열을 체험하고 싶으면 Looking for you를 3천 번 듣고 철도교를 믿어도 된다. 겨우 그런 것만 하기 위해서 무려 성경을 믿고 예수 믿을 필요까지는 없다.

진짜 성령이 임해서 충만해지면 무슨 병 고침 쪽의 기적 이적보다는..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처럼 평범한 자기 자아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이 나오고 예수님의 성품이 나오지 싶다. 이런 게 이적이다.
"나를 강하게 하는 그리스도를 통해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도 1차적인 의미는 저런 걸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반면, 그렇게 불타는 체험을 하고 입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직통 음성을 들었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한바탕 눈물 콧물 빼고 나서
길거리에서 신들린 듯이 전도지 뿌리고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는가? 감정적으로 미워하던 사람을 용서했는가?
갑자기 예수님의 성품이 행동으로 나오기 시작했는가? 세상적인 유흥과 쾌락을 탐닉하던 습성이 바뀌고 진짜 성령 충만해졌는가...???
내가 아는 한, 아무것도 없다..;;;;; 열매로 그들을 알 수 있다. 저런 건 진짜 성령으로부터 유래된 표적이 아니다.

아무쪼록 예수 믿는다는 사람이 진짜로 성령 충만한 게 뭔지를 많이 잘 보여야 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성령 충만을 간구하는 찬송가는 너무 뽕짝보다는 "빈 들에 마른 풀 같이", "내가 매일 기쁘게 순례의 길 행함은" 같은 정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나 싶다.

그런데 실로암은 딱히 성령 장르의 가사가 아니고 곡이 뽕짝 스타일도 아닌데 어째 어지간한 은사주의 부흥회 이상으로 군대 교회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지.. 얘는 멜로디에 무슨 마성이 들어있는지 이 역시 개인적인 미스터리이다. "왼발! 왼발! GOP! 훈련은 전투다 각개전투!" 아마 작곡자가 보면 까무러치지 싶다.;;

말이 나왔으니.. 찬송가 중에서 부르기가 좀 조심스러워지는 장르들을 좀 정리하고 글을 맺겠다.

  • 성탄: 아기 예수 묘사는 교리적으로 큰 영양가가 없음. 휴..
  • 성령: 성령의 불로 우리를 태우소서ㅠㅠㅠㅠㅠ
  • 열심과 헌신: 행위 구원이 들어갈 수 있음
  • 선교: 열심히 전도해서 하나님 나라 이뤄 간다ㄲㄲㄲㄲㄲ

이들 장르 자체가 잘못된 건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하지만 이런 장르는 가사에 누룩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내 경험상 높다. 더구나 영어 원래 가사는 그렇지 않았는데 번역이 이상하게 되는 편이다.

성령이야 이 글에서 많이 다뤘으니 더 언급을 생략하겠다. 그런데 다음으로 후천년· 무천년주의에 입각한 선교 이념도 참 난감하다. 하나님 나라 이루고 확장해 간다고 좋은 뜻으로 말하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_=;;
하긴, 성경도 다 소실되고 훼손된 걸 학자들이 '불쌍한 하나님을 위해서' 열~~심히 복원하고 복구하고 있는데, 인간이 열심히 노력해서 세상을 복음화하고 하나님 나라 확장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그렇게 하나님 나라 확장한다는 발상과 제일 비슷하게 세계에 복음이 확 전파됐던 때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였다.
뭐, 그 덕분에 한반도에도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세워진 건 "일면" 고마운 일이지만.. 이때는 여전히 우생학이니 인종차별도 있었다. 그리고 그 제국주의의 끝은 세계대전 생지옥이었고 말이다. 하나님 나라는 개뿔..

복음 전파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하나님 왕국이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두 눈을 직시하고 역사를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30 08:35 2023/01/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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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

1.
19세기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외륜선 달린 증기선이 떠 다니는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동화? 소설을 집필한 작가로 유명하다.
‘허클베리 핀’은 거기 나오는 톰 소여의 친구의 이름인데, 원작 동화가 큰 히트를 치자 친구 캐릭터만 갖고 소설을 또 쓰면서 이름이 제목에 등장하게 됐다.

이 사람은 얼마 전에 이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패니 크로스비 여사와 동시대 인물이다. 검색을 하면 무슨 아인슈타인처럼 백발에 수염도 북실북실한 노신사의 모습이 주로 걸려 나온다. 그리고..

2.
그는 시대를 정말 엄청나게 앞서간 좌파 진보(?) 성향이었다.
무슨 공산당 빨갱이 성향이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 시절에 인종 차별 반대하고 제국주의 반대하고 저딴 일들이 신과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걸 극혐 거부했다. 심지어 자국에서 과거에 인디언들 땅 빼앗고 죽인 것까지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놀랍지 않은가?

사회 상류층들의 위선을 싫어하고, 불의와 거짓이 알량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퉁쳐지는 걸 반대했다. 자기가 싫어하는 걸 비판할 때는 온갖 신랄한 독설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누명 조작 사건이 벌어졌을 때, 드레퓌스 진영을 온몸으로 옹호했다. 드레퓌스를 실드 쳤던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극찬했었다. 그 유명한 n명 출생 드립을 동원해서 말이다.

“세상에 위선자 사기꾼 돌팔이 겁쟁이 기회주의자 따위는 1년에도 수백 명씩 태어난다. 그러나 에밀 졸라 같은 양심적이고 용감하고 정의로운 지식인은 몇백 년에 한 명 태어날까말까다.”
글쎄, 영국은 저런 사람이 정치판에 부족해서 결국 19세기 중반에 아편 전쟁을 벌이게 됐는가 보다.

3.
마크 트웨인은 성향이 성향이다 보니 사회 풍자 소설도 많이 썼다.
이건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인 영국 조나단 스위프트와 비슷한 면모인 것 같다.

걸리버 여행기야말로 걸리버가 무슨 ‘하멜 표류기’마냥 난쟁이들과 부대낀다는 내용의 초딩용 가벼운 판타지 동화라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경기도 오산이다.
거인국 등 나머지 에피소드 3개를 다 봐야 된다. 제일 유명한 첫 에피소드 소인국 편은 전체 소프트웨어의 기능 중에서 셰어웨어 비등록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영국 사회에 대한 블랙코미디 풍자를 넘어 거의 인간 본성에 대한 혐오와 회의 자괴가 담긴 참신하고도 심오한 소설이다.
이런 소설이 1800년대도 아니고 1720년대에 출간됐으니 얘도 시대를 엄청 많이 앞선 것이었고, 작가는 굉장한 천재였다.

여담이지만 작가의 이름 Swift는 오늘날 애플의 iOS/macOS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름으로 등극했으며,
걸리버 여행기 소설 중에 등장하는 미개 종족 이름 Yahoo는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검색 엔진의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다.;;;
CPU 아키텍처별 비트 배열 순서의 차이를 나타내는 big/little endian이라는 것도 저 소설에서 등장하는 '계란 깨는 방향'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어이쿠~ ㄲㄲㄲㄲㄲㄲ

4.
이렇게 마크 트웨인과 웬 걸리버 여행기가 오버랩 됐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마크 트웨인은 참 신기하게도 핼리 혜성이 지구를 찾아온 때에 거의 맞춰 태어나고(1835년 11월), 그 다음 핼리 혜성이 지구를 찾아온 때에 거의 맞춰서 죽었다(1910년 4월)!!

저 사람 본인도 이에 대해 진작부터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자기는 다음 혜성 방문 타이밍 때 죽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농반진반으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 씨가 돼 버렸는지, 70대 중반의 나이로 진짜로 그 시기에 죽었다..;;

그는 이런 출생 배경 때문인지 문돌이 소설가인 것치고는 자연과학 쪽으로도 일반인들 이상의 관심과 조예가 있었다. 그리고 저런 골수 진보 성향(!!) 때문인지, 자기 살아 생전에 발표되어서 교계를 뒤흔들었던 따끈한 학설인 진화론에 대해서도 응당 호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저 사람은 무슨 볼테르 급의 완전 개독안티 무신론자 반종교.. 까지는 아니고, 명목상 신자이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예수는 믿지만 (인간한테 실망해서) 교회는 안 다닌다”, “예수님이 지금 인간들 교회를 보신다면 빡쳐서 또 다 뒤집어엎고 불호령을 내리실 것이다” 성향이었다.
개인적으로 저런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그냥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도의 생각으로 간주한다. 이해는 하지만 완전 동의는 안 한다.

(당신들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그 예수님이 자기 피까지 비용으로 치러서(!!) 교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는걸? 그 사람들로 뽁짝거리고 시끄럽고 정신 없는 교회에 주일마다 발품 팔아 출석하는 신자들이.. 바보 멍청이어서 그러는 건 아닌데..?? ㄲㄲㄲㄲ)

뭐, 저 정도 말은 크리스천이 전혀 아니었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도 했던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저런 성향이 좋게 발전하면 히틀러한테도 당당히 항거했던 행동하는 양심 본회퍼 목사처럼 될 수 있을 것이고, 나쁘게 발전하면 그냥 자유주의 해방 신학처럼 될 것 같다.

5.
끝으로, 1910년엔 5월 중순엔 실제로 핼리 혜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때는 “다가오는 핼리 혜성의 꼬리 부분을 관찰해 보니 이건 분명 독가스 성분이다. 이때는 지구 전역에도 독가스가 잔뜩 퍼질 예정이다. 지구의 인류는 꼼짝없이 멸망할 것이다~~” 이런 황당한 종말론 설레발이 많이 나돌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얘기지만 그 당시엔 1908년 퉁구스카 대폭발의 충격 때문에 저런 선동도 통했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그런 종말은 당연히 없었다. 단지, 그로부터 100일쯤 뒤에 조선 왕조 하나만 종말을 맞이했을 뿐이었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01/28 08:35 2023/01/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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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쪽 얘기 참 오랜만에 다시 꺼내 보네..
하고 싶었던 얘기들이 며칠 동안 버퍼에 차곡차곡 쌓여서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올라와서 말이다.. 뭐, 옛날 레퍼토리들도 많이 재탕했다. =_=;;

1. 표현의 자유와 형평성

  •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 일성 만세 외칠 '자유?권리?'랑, 금남로 한복판에서 전 대갈 만세 외칠 '자유?권리?'는 똑같이 보장하거나 똑같이 금지했으면 좋겠다. 회고록의 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편파적 적용은 결사반대.
  • 6· 25는 북괴의 일방과실이고, 5· 18은 상대방을 오인한 민-군-관 쌍방과실에 가까운 비극이다. 그러니 5 18을 기념하려면 시민과 군경 희생자를 같이 기리고 서로 화해하게 해야 한다.
  • 5· 18 모독죄를 만들고 싶거들랑 천안함 모독죄와 리 승만 할배 허위비방 모독죄까지 같이 넣었으면 좋겠다.

6· 25에 대해서 쌍방과실, 남침 유도, 심지어 북침설까지 주장하며 국가유공자들을 모독하는 건 괜찮은데.. 5· 18은 어떤 이견도 용납 못한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다.

최근에 지 만원 박사가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것도.. 그 사람 말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정말 천부당만부당하고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다. 광주에 북괴군이 아니라 외계인이 침투했다고 개소리를 퍼부었어도 실형을 때렸을 건가? 저게 감방 갈 죄이면 광우뻥, 세월호, 천안함 패잔병, 이 승복 "공산당이 싫어요" 주작설 등등도 전부 처벌했어야 한다.

2. 병적인 집착

  • 별 희한한 거, 아무 상관도 없는 걸 갖고 편집증적이고 변태적인 욱일기 논란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페미년들이 별걸 갖고 성차별이니 여혐이니 시비 거는 것과 비슷하다.
  • 소녀상에다가 옷 입히는 짓도 제발 좀..
  • 멀쩡한 6 25 노래, 멸공의 횃불 노래를 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악한 반일 장사꾼들은 하루속히 정체가 탄로나고 X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국군의 날 포스터나 행사에 웬 중공군 무기가 등장하고, 국내 철도 개통 포스터나 현수막에 웬 신칸센 그림이 등장하는 꼴도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강경하게 주장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괜히 멀쩡한 일제 시대 대신에 ‘일제 강점기’, 을사조약 대신에 ‘을사늑약’, 한일합방 대신 ‘한일병탄’처럼 피해의식을 더 부추기는 말을 일부러 쓸데없이 만들고 바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괜히 조약 대신에 늑약이라고 바꿔서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게 있나? 민족 정신이 고취되고 구한말 선조들의 행적에 실드가 쳐지고 자부심이 생기고 하다못해 국뽕이 생기는 거라도 있나? 일본이 더 나쁜놈이 되고  속이 더 후련해지나?

6 25 사변은 자꾸 전쟁이나 한국 전쟁이라고 바꾸려 하고, 북괴라는 칭호를 안 쓰고.. 그쪽으로는 감정이나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한없이 ‘중립적인’ 용어를 쓰면서 일본 쪽은 왜 저러는데? 그 삐딱한 잣대가 몹시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든다.

3. 자유는 좋지만 자유주의는 좀..

나는 닥치고 시장 만능 방임주의는 경계하며, 지나친 자유뽕 성향도 극혐까지는 아니지만 싫어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 / 싫으면 그냥 니가 때려치우고 나가던가"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상황 봐 가면서 적용해야 된다고 본다.

가령, 자기가 제발로 종교 계열 고등학교-대학교에 지원하고 거기 방침에 동의를 하고 입학해 놓고는 거기서 채플 반대, 종교 강요 반대 짓거리 하는 건 미친 짓이다. 자기가 나가든지 해야지?
그러나 기업들이 다같이 비열한 담합을 하고 있는 와중에 마냥 파업만 욕하면서 귀족 노조 프레임을 씌운다거나.. 진짜 조직이 미쳐 돌아가는 중인데 소수의 양심적인 내부고발자한테 저딴 논리를 들이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바른 분별이 필요하다.

4. 윤석 열차

그림 한번 잘 그렸네. 고등학생이 벌써 머리에 뭐가 들어가서 저렇게 정치에 세뇌됐는지는 모르겠다만, 뭐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고 치자.
저 열차는 물 먹고 석탄 먹고 칙칙폭폭 더 폭주해서 이전 정권의 탈원전과 탈북자 북송 죄악을 다 까발리고 나쁜놈들 죄를 묻고 잡아 쳐넣었으면 좋겠다. 놈들이 예전에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줬으면 좋겠다.

이 사람 다음으로 지금 법무부 장관이 바톤 터치를 해서 정권을 물려받으면 우리나라는 21세기 최고의 황금기 중흥기가 찾아올 것 같은데.. 과연 국운이 거기까지 따라 줄지 잘 모르겠다.

5. 북한을 제대로 도우려면

구제불능 알코올 중독자나 도박 중독자를 돕고 싶으면 당장 굶지는 않게 밥을 주거나, 중독 치료를 받게 병원에 보내 주든가.. 어쨌든 당장 필요한 현물 서비스를 줘야 한다. 정상적인 경제 관념이나 분별력이 없는 사람에게 생돈을 덥석 쥐어 줘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개인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민족이나 국가 차원의 원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니 돕고 싶다면.. 그 도움이 주민들에게 직접 가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핵이니 미사일 같은 쓸데없는 도발 따위는 꿈에서라도 엄두를 못 내게 해 놓고 도와줘야 된다.
쌀이나 의약품을 줄 건 주더라도 핵 시설 같은 거 짓는 기미가 보이면 드론 날려서라도 폭격으로 조져 버리면서 도와야지..

저 동네는 원조 물자를 빼돌려서 수괴들 자기만 배를 불릴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교통· 통신 인프라조차 없어서 주민들을 돕고 싶어도 물자가 그리로 가지를 못하는 지경이다.

북한에 백신 지원 사업을 벌였던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얼마 전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줬다.
“백신을 주겠다니 북한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백신을 실어 나를 트럭이 없다고 했다. 트럭을 사주니까 이번엔 백신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다며 사달라고 했다. 트럭에 냉장고를 싣고 북한의 백신 접종 현장에 갔더니 이번엔 냉장고를 돌릴 전기가 없었다. 어쩔 도리가 없어 포기하고 돌아왔다.” (☞ 원문)


그러니 옛날에 원조가카가 괜히 고속도로부터 먼저 닦은 게 아니었다. 그 다음에야 제철소를 만들고, 그 다음에 그거 바탕으로 자동차나 조선소 만들고.. 할배 때 준비해 놓은 원자력 전문가를 이용해서 한참 뒤에야 원전까지 만들고..
다 순서가 있는 법이다. 이런 인프라가 없으면 만년 농업이나 경공업밖에 못 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새마을 운동도 1960년대가 아니라 생각보다 늦은 70년대 이후에 시작된 걸 알고서 좀 놀랐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으니.. 유신 독재 하던 심정이 이해가 된다.

6. 상호주의에 입각한 개방

내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북한 컨텐츠도 그냥 있는 그대로 노출해도 되지 않나 싶다. 울나라가 물리적인 경제력 군사력이 북괴한테 딸리는 것도 아니고, 아무 거리낄 게 없지 않은가?
로동신문이나 고려항공 웹사이트를 warning.or.kr로 틀어막지 말고 개방하라는 거다. 뭐,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어른들의 사정이 있어서 여전히 틀어막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까 김 일성 회고록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거 자체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언젠가는 다 개방되고 풀려나올 필요가 있다.
세월이 흐르니 하다못해 독일에서도 히틀러 "나의 투쟁"이 해금돼서 서서히 풀려나오니 말이다. 물론 책 내용을 오해하지 말라는 단서를 많이 달고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김 일성 회고록을 출간하는 대신, 북한에다가는 성경이나 전 두환 회고록, 리 승만 Japan inside out 같은 책을 보급하는 거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개방이라면 나쁠 게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남한에다가만 북한 방송? 그것도 북한에다가 중계료 왕창 주고 사 와서? 그런 짓거리라면 이건 완전 종북 이적행위이니 나로서는 목숨 걸고 결사반대다.

신앙에서도 주변으로 복음 전파, 전도를 못 하게 하고 너 혼자만 조용히 믿으라는 건 신앙의 자유가 아니다. (출애굽기, 다니엘서)
이와 비슷하게.. 남북이 서로 똑같이 선전방송을 안 하는 건 공평한 게 아니라 남한(+북한 주민)에게 손해인 거래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내가 소위 햇볕정책이니 뭐니 하던 것에 분노하고 그게 정치쑈 사기극이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퍼주기만 하고서 정말 기본적인 것 하나 실제로 개방된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을 진짜로 제대로 도와주고 북한 체제를 개방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조차 한 게 없다.

그냥 정치쑈만 벌이다가 연평해전이나 박 왕자 피살 사건으로 뒤통수만 맞았으며, 그 뒤에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사건이 줄줄이 이어졌다. 2010년대 이후로는 계속 핵과 미사일 도발만 하는 중..

제발 저것들이랑 통일 수작 벌이지 말고, 그냥 지원 끊고 고립시키고 굶겨 죽이는 거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전쟁 따위 안 해도 된다.
이 와중에 "우리 북한은 안 물어요" / "남측이 북한을 먼저 자극했기 때문에..." / "이건 좀 더 도와 달라는 신호" 이러는 정신병자 미친 새끼들은 정말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으로 송환하든가, 추방 아니면 공개 처형에 삼족을 멸해도 시원찮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북괴뿐만 아니라 이슬람 애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 쟤들은 "나는 너희 나라에서 포교 가능하지만 너희는 우리나라에서 포교 금지"를 고수하면서 세계 어디를 가나 상호주의를 제일 안 지키는 집단이다. 그러니 우리도 국내의 무슬림들에 대해 철저히 경계하고 필요 이상의 편의는 절대 봐 주지 말고, 세력이 절대로 커지지 못하게 감시해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25 08:35 2023/0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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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존엄사 논란

1. 사형 제도

일본은 자유 시장 경제, 정교분리, 민주주의 등등을 받아들인 선진국(OECD니 G20이니) 중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2020년대 현재까지도 흉악범에게 사형을 아주 활발하게 선고하고 적극적으로 집행하는 (좋은) 나라이다. 유럽 연합하고는 추세가 완전 정반대이다.

미국은 주마다 상황이 케바케이니 여기서는 잠시 논외로 하자. 중국은 뭐.. 애초에 민주 국가가 아닌 거고.
일본이 다른 것들은 인권 인권 거리면서 다 풀어지고 널널해졌지만 저건 여전히 자기네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는 것 같다.
싱가포르가 그 국력과 지위에 걸맞지 않게 태형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중국이 범죄를 강하게 처벌하고 사형도 시원스럽게 때리는 걸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도 중국 좀 본받아야 된다고 성토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은 중국을 배우기에 앞서 일본부터 좀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일본은 4킬 이상이면 정말 극단적인 미친 특례 상황이 아니면 무조건 사형, 2~3킬이면 불륜 보복이나 수십 년을 견디다 못한 간병 살인(중증 치매· 자폐· 조현병 따위) 정도로 현저한 참작 사유가 없는 한 사형,
1킬은 재범· 극도로 잔인한 수법· 전혀 납득되지 않는 반사회적 동기일 때만 사형.. 이런 식으로 킬수에 따른 양형 기준까지 정착돼서 수십 년째 일관되게 시행 중이다. 1960년대에 제정된 일명 '나가야마 기준'인데, 나름 일리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가 명목상 존재하며, 사형이 확정됐으면 6개월 이내에 집행해야 한다고 법에 규정돼 있다(형사소송법 제465조). 근데 1990년대 말부터는 이걸 사문화시키고 집행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이 됐다.
그런데 일본은 사형 집행을 하긴 하는데.. 6개월이 아니라 수~수십 년을 가둬 놨다가도 아무 때나 예고 없이 갑자기 하는가 보다. 일본엔 이렇게 사형 집행 시설이 있는 형무소가 전국에 딱 7곳 있다고 한다.

사형수를 쓱 끌어내서 교수대에 매단 뒤, 스위치 3개를 교도관 3명이 동시에 누른다. 교수대를 실제로 동작시키는 장치는 그 중 한 곳에만 랜덤하게 연결돼 있다. 이는 총살형을 집행하는데 실탄과 공포탄이 사수마다 랜덤하게 섞여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스위치를 누르는 일에 참여한 교도관 3인은 그 집행 이후로 당일은 바로 퇴근이랜다. 그리고 사형 집행 특별 수당도 우리 돈으로 10~20만 원가량 나온다.

물론 일본 내부에도 좌파나 인권 단체들이 사형 제도 폐지 운동을 꾸준히 벌인다. 그러나 그게 아직까지 주류 여론은 아니다. 30년, 50년 뒤에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사형 집행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교정직 공무원에 지원을 하지를 말아야 할 것이다. 그건 개인적인 보복이 절대 아니고 국가가 피해자 유족의 보복을 대신 집행하는 것이 아닌가?
낙하산 공수 훈련을 무서워서 못 하는 사람이라면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사관학교에 가지 말아야 하고, 해부 실습을 비위 상해서 못 하는 사람은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의대에 가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이런 일본과 달리.. 소말리아 해적들을 망망대해에 혼자 떨궈 놓을 정도로 무자비한 러시아조차도 자국에서 공식적으로 법적으로는 사형 제도가 없다. 구소련이 러시아로 바뀌면서 그게 폐지됐기 때문이다.
그 대신 거기는 흑돌고래인지 백돌고래인지, 깔끔한 사형이 차라리 더 나을 지경인 끔찍한 중범죄 교도소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푸틴 마음에 안 드는 야당 총수나 유명인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거나, 교통사고를 가장해서 골로 갈 뿐이다.;; 걔들은 나름 "거짓말은 안 한다" 스킬에 능한 것 같다.

사형 제도 하니까 생각나는 게 더 있다.
옛날 조선을 굉장히 혐오하는 분들은 조선 정치인들이 남자다운 결투 하나 없이 맨날 당파싸움 벌이고 남을 꼰지르고 역모로 몰아서 사형시키는 비열한(?) 짓만 했다고 조선을 까는 편이다.
근데 이건 좋게 보면.. 조선은 엄청 굳건하게 법치가 정착됐고, 정적을 죽여도 형식적으로나마 늘 법대로 죽였다는 말도 된다.

타겟이 아예 군주라면..?? 영국과 프랑스는 자기 군주를 사형에 처했던 하극상 이력이 있다. (찰스 1세, 루이 16세..)
미국은 링컨에 케네디를 포함해 몇 명 더.. 대통령이 암살 당한 적이 있었다. 흠~ ㅎㅎ
우리나라는 군주나 국가원수가 자국민에게 ‘암살’ 당한 건 고려 공민왕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그 다음은.. 무려 박 정희.. 조선 시대엔 이런 사례가 전무했던 걸 보면 왕권이 강하긴 했던 것 같다.

2. 존엄사

옛날에는 저런 사형 집행에서 평등과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서 단두대라는 처형 기계가 발명된 게 논란이 됐다.
저 시절엔 요즘과 달리, 사형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
흉악범 정치범을 사형에 처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이니 패스인데, 근데 “어떻게 귀족이 천한 평민 쌍것들하고 감히 동일한 방식으로 처형 당할 수 있단 말이냐? 그건 너무한=_= 거 아니냐?”가 파격적인 논란거리였을 뿐이다.

하긴, 2차 대전 전범 재판 때만 해도 어떤 전범은 군복에 총살형 요청이 거절되고 죄수복에 교수형이라는 통보를 받자, 너무 절망한 나머지 차라리 숨겨 놓은 독약으로 먼저 자살을 했을 정도였다. 죽는 방식을 갖고도 명예를 따지는 사람들은 엄청 많이 따진다.

그런데.. 오늘날은 “자기가 죽고 싶을 때 존엄하게 죽는 것도 인권이다~!! 웰빙뿐만 아니라 웰다잉도 중요하다”고 그런다.
예수쟁이들이야 구원받는 걸 웰다잉이라고 말하겠지만, 내세에 대한 관념이 없는 세상 사람들은 그냥 죽는 타이밍과 방식에 대해서만 존비를 따질 뿐이다.

외국의 어떤 의사는 비활성기체를 잔뜩 주입해서 사람을 고통 없이 몇 분 만에 싹 편하게 골로 보내 준다는 자살 장치를 발명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단두대가 충격적인 논란거리였다면, 지금은 이런 자살 장치가 비슷하게 논란거리인 듯하다.

옛날에는 보다시피 사형 제도에 훨씬 더 우호적이었고 자살은 무조건 금기시였다.
그러나 요즘은 사형에는 가중치가 줄어들고, 자살이나 안락사에 좀 더 실드가 쳐지고 있다.
무작정 의지드립이 아니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살까지 했냐? 이판사판 남까지 다 죽여버리면서 동귀어진한 게 아니라 혼자 곱게 자살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쪽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낙태에 대해서만 pro choice인 게 아니라 존엄사에 대해서도 pro choice인 것이다.

글쎄.. 현대 의학이 인간의 수명을 크게 늘려 줬지만 이거 무슨 “원숭이의 손”도 아니고 젊은 시절의 건강과 기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장수는 아닌 경우가 많다. 정말 아무 의미 없이 심장만 억지로 고통스럽게 뛰게 하는 연명 치료는 돈은 돈대로 깨지면서 그냥 고문일 뿐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락사가 전면 자유화되고 합법화돼 버리면.. 이건 죽고 싶지 않은 노인들한테도 “에휴~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면 나 같은 건 빨랑 나가 뒤져 줘야지” 같은 무언의 부담과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고, 거의 현대판 고려장이나 나치 T4 프로그램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그러니 그건 좀 위험하다.

허나, 앞으로 극심한 저출산에다 보건 의료 발달 때문에 사회에 노인이 왕창 많아질 것이고, 50년 전에 만들어졌던 후한 복지 제도로는 이 많은 노인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지는 때가 분명 올 것이다.
이러면 나라에서는 인권 인권 하면서 역설적으로 도저히 답 없는 상태의 노인.. 특히 병든 미혼 독거노인들에게는 존엄사도 알음알음 주선하고 밀어붙이게 될지 모른다.

지하철 노인 무임 폐지보다는 차라리 저게 더 먼저 실현될 수도 있다. 1+1+1+1+1..의 총합을 줄이는 방법이 0.8+0.8+0.8+...보다는 1+1+0+0+1 ... 로 가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내가 보기엔 그렇다.
지금은 고령자에게 운전 면허 반납만 권장하지만, 그때는 생명 반납까지 권유를..?? 에휴~ 그런데 이것도 다 인간의 자업자득이다.

존엄사는 안락사보다 더 적극적인 개념이다. 뇌사를 심폐사로 인정할지의 여부하고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약간 비슷한 맥락의 논란거리라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글로 또 다루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22 19:35 2023/01/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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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일찬송가, 새찬송가, 복음찬송가, 영광을 주께 등...
뭔가 보편적인 방식으로 선곡하고 편찬된 찬송가라면 아무 거나 가져와도 작사자 색인을 보면 '패니 크로스비'(1820-1915)라는 사람의 곡이 최상위급으로 많이 수록돼 있다.
"찬송으로 보답할 수 없는", "찬양하라 복되신 구세주 예수",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blessed assurance), "예수께로 가면 나는 기뻐요"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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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패니 크로스비는 인류 역사상 찬송시를 제일 많이 지은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무려 8000개에 달하며, 문헌에 따라서는 9000개에 달한다고도  한다.
참고로, 2등은 6500여 편 남짓인 찰스 웨슬리(만 입이 내게 있으면, 주 보혈로 날 구해 준...)이다.. ㄲㄲㄲㄲㄲ
그리고 솔로몬의 문학 업적이 잠언 3000개, 노래 1005편이었다고 성경에 쓰여 있음을 생각해 보자. (왕상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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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해야 평생에 걸쳐 동일한 주제만으로 시를 8000개가 넘게 쓸 수 있을까?
그냥 1년 365일 24시간 맨날 예수 생각만 하면서 요즘으로 치면.. 트위터/페북에 뻘글 올리는 그 빈도로 찬송시를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분은 우리 같은 사람과는 세상을 인지하고 인생을 사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맨날 아침에 일어나고 하늘을 보면서도, 비구름을 보면서도, 정원의 호박밭 호박꽃을 보면서도 1순위로 늘 창조주 하나님 예수님 생각을 하고 지냈다는 뜻이다. 아~~ 아니지 저 사람은 맹인이었잖아;;; ㅠㅠㅠ

저분은 각종 찬송가나 시집에 자기 이름만 너무 많이 뜨는 게 부담스러워서 거의 100개에 달하는 가명 필명을 돌려가며 쓰면서 찬송시를 많이 발표했다고 한다.
가령, "참 즐거운 노래를 늘 높이 불러서"(원제: 노래하라, 즐거운 순례자여)는 작사자가 오랫동안 C. M. Wilson이라고 기재되었지만, 현재는 이것도 이분의 가사라는 것이 다 알려져 있다.

3.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의 작사자인 존 뉴턴은 에서 "한때 내가 눈 멀었지만 지금은 본다 was blind, but now I see"라고 가사를 썼다. 이건 뭐 영적인 안목 얘기겠지..

그런데 패니 크로스비는.. 레알 맹인이었다.
선천성 기형이 아니라 의료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생후 몇 주 만에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그래서 평생 앞을 못 보는 맹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어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눈 멀었어도 행복하고, 오히려 눈 멀어서 더 행복하다. 앞으로 하늘나라 가서 눈을 뜨면 사랑하는 예수님 얼굴을 제일 먼저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무슨 자학개그로 "안 본 눈 삽니다" 개드립이 유행인데, 이분은 제일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아무것도 안/못 본 눈"을 천성적으로 보유한 셈이다.
영문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저 말은 크로스비 여사가 아직 살아 있던 1900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주일학교 교재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아저씨> 중에 나오는 대사 "걔(소미)가 천당으로 엄마 찾으러 갔어. 근데, 눈깔이 없어서 못 찾아."는 성경 교리의 관점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4.
패니 크로스비는 영국의 간호사 겸 보건 행정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과 완전 동갑 동시대 인물이었다. 이건 매우 인상적인 공통점인 것 같다. 둘 다 1820년생이고, 둘 다 90+세까지 장수한 여인이기도 했다. (각각 1915년, 1910년 사망)
앨버트 슈바이처와 우리나라 리 승만 할배가 생년과 몰년이 완전히 일치하는 동갑인 것처럼 말이다.

5.
끝으로.. 이분의 묘지에는 "이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She hath done what she could라고 당당히 새겨져 있다~! 이건 아무 문구가 아니라 예수님께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부은 여인의 행적을 언급한 막 14:8 구절인데.. 싱크로율이 매우 높게 느껴진다.
이분은 앞 못 보는 맹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환경과 처지 비관을 일체 하지 않고 그 여건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성실히 수행했으니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 일을 거창하게 벌이려 하지 말고 제일 기본적인 것 본질적인 것부터, 당장 니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생활화해라~~ better late than never 이런 사고방식 말이다.
상당히 일리가 있고 성경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1)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싶으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삼라만상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사랑과 은혜가 충만하신 주 여호와 하나님이여, 지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죄인들을 죄에서 구원해 주시니 참으로 캄~~사하무니다.." 찬양과 감사와 회개와 간구의 순으로 FM대로 하라느니 말라느니..;;
아이고 이딴 복잡한 거 생각하기 전에, "주님, 제가 뭘 기도해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할 말이 없네요, 오늘은 좀 기도하고 싶지 않네요" 이런 말부터 기도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2) 영어를 잘하고 싶으면.. "아 씨X 이게 영어로 뭐더라? 말이 퍼뜩 안 떠오르네.. 영어가 술술 튀어나오지 않아서 답답하네" 이런 말부터 영어로 표현할 생각을 해라. -_-;;
(신앙과 관련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으면 영어 찬송 → 영어 성경 → 영어 기도...의 순으로 난이도를 올리면 될 듯하다.;;)

(3) 기우제를 지내서 진짜로 비가 내릴 거라고 믿는다면.. "비가 반드시 온다"에 손모가지를 걸지는 않더라도, 기우제 지내러 나갈 때 최소한 우산이라도 챙겨서 나가는 걸로 니 믿음을 행위로 입증해 보여라.

(4) 저출산이 그렇게도 심각한 문제이면.. 자꾸 새로운 애들 만들라고 독촉하고 삽질하기 전에, 이미 낳은 애들이나 잘 지켜 주고 자살 안 하게 하고 범죄자놈들은 반 쥑여 놓아라~~

* 이런 게 그다지 비논리 비합리적인 생각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래서 찬송가 중에도 Brighten the corner where you are (거창하게 큰 일 벌일 생각 하지 말고 니 주변부터나 빛을 비춰라) 라는 곡이 있다. 다만 이건 크로스비 여사가 지은 가사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안 창호 선생뿐만 아니라 저분의 인생에서도 이런 "작은 것부터" 정신이 있었다는 것도 무척 흥미롭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20 08:35 2023/01/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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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언어의 애환

1. 비트필드

C언어의 구조체에는 다른 언어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비트필드라는 물건이 있다.
얘는 굉장히 편리하고 강력한 프로그래밍 요소이다. 바이트 경계에 딱 떨어지지 않는 숫자를 일반 숫자 다루듯이 읽고 쓰게 해 주니 이 얼마나 대단한가? IEEE754 부동소수점이라든가, 과거 2바이트 조합형 한글 같은 건 비트필드 구조체를 잘 만들어서 내부 구조를 쉽게 분석해 볼 수 있다.

다만, 비트필드와 관련해서 언어 문법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점이 보완되거나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들었다.

(1) 지정 가능한 자료형은 그냥 unsigned 아니면 signed 둘 중 하나로 굳혀 버리고, 나머지 쓰잘데기없는 키워드들은 몽땅 거부하고 에러 처리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이 필드의 크기는 뒤의 비트수에 의해서 결정될 텐데.. int니 char이니 long이니 하는 건 전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괜히 unsigned char _field: 10; 이런 거 체크해서 10이 8보다 더 클 때만 에러 처리하는 건 잉여스러운 짓이다.

사실 본인은 비트필드에서 부호 "있는" 자료형이 쓰이기는 하는지, signed조차도 필요는 한지 그것도 굉장히 회의적이다. 차라리 enum이 쓰일 가능성은 있을지 모르겠다.

(2) 비트필드에서 공간을 배치하는 순서는 결국 타겟 플랫폼의 비트 endianness의 영향을 받는다. unsigned member : 4 라고 해 주면.. little endian에서는 하위 0~3비트가 할당되며, big endian에서는 상위 4~7비트가 할당된다.
더구나 비트필드라는 건 결국 2~4바이트짜리 커다란 정수 하나를 잘게 쪼개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인데, 쪼개는 순서 자체가 비트 endianness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비트필드를 사용해서 특정 파일 포맷이나 패킷 구조를 기술해 놓은 구조체 선언을 보면.. 빌드 환경의 endianness에 따라 조건부 컴파일을 시켜서 little일 때는 같은 멤버를 abcd 순으로 배치하고, big일 때는 이를 dcba 순으로 무식하게 배열해 놓곤 한다.

이게 정형화된 패턴이니 프로그래머가 쓸데없는 삽질을 할 필요 없이, 언어 차원에서 문법을 지원을 좀 했으면 좋겠다.
"이 비트필드들은 16/32비트 기준으로 큰/작은 자리부터 순서대로 분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타겟 아키텍처의 endianness가 이와 정반대이면 컴파일러가 알아서 멤버들의 배치 순서를 뒤집어라" 이렇게 힌트를 준다.

이런 일이 컴파일러가 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하다면 #pragma 같은 걸로 빼내서 전처리기 계층에다 담당시켜도 된다.
핵심 요지는.. 똑같은 멤버를 프로그래머가 순서만 바꿔서 다시 써 주고 조건부 컴파일을 시키는 무식한 짓만은 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필드가 쓰일 정도의 상황이면.. 아마 이 공간 전체를 거대한 숫자 한 덩어리로 같이 취급하게도 해 주는 union, 그리고 구조체 멤버 배치를 어느 플랫폼에서나 비트 단위로 일치하게 강제 동기화시키는 #pragma pack도 같이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pragma pack과 #pragma once는 진짜로 사실상의 표준이니 C/C++에서 정식 표준으로 좀 등재시켜야 하지 싶다. char32_t / char16_t 같은 게 결국 built-in type으로 받아들여지고 정식 표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참, 당연한 얘기이다만.. 구조체 템플릿에서는 비트필드의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도 템플릿 인자로 공급해 줄 수 있다.
비트필드의 크기는 구조체 멤버에 들어있는 배열의 크기와 위상이 거의 같으니 말이다. 구조체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숫자이며 컴파일 시점에서 값이 상수로 결정되어야 한다.

template<size_t N> struct XXXX {
    unsigned _member: N;
};

아주 C스러운 요소와 C++스러운 요소가 한데 만난 것 같다. ㄲㄲㄲㄲㄲ 비트필드의 크기를 템플릿 인자로 지정할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교통 분야에서 좌측· 우측 통행이 국가별로 찢어져 있다면, 디지털 컴퓨터에서는 비트의 배치 순서 endianness가 통행 방향과 비슷한 개념이며 아키텍처별로 찢어져 있는 듯하다.
네트워크 표준은 big endian이지만, 컴퓨터들은 x86이 주류이다 보니 little endian이 주류이다. 이건 세계적으로 자동차 도로 우측 vs 좌측과 비슷한 비율이며, 안드로이드 vs iOS와 비슷한 비율인 것 같다. 본인은 big endian을 native로 사용하는 컴퓨터를 평생 한 번도 구경해 본 적이 없다.

2. C의 단순 평면성

C++에 비해, C는 마소에서 거의 아오안 취급을 하기 때문에 컴파일러의 버전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다만..

  • C99에서 추가된 가변 길이 배열이 Visual C++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 구조체의 가장 마지막 멤버를 구조체 자체의 크기를 차지하지 않는 명목상의 멤버로.. char data[] 내지 data[0] 같은 형태로 선언해서 구조체의 뒷부분을 가변 길이로 활용하는 게.. 여전히 일부 컴파일러의 편법일 뿐, 정식 표준이 아닌 것 같다.
  • 대소문자를 무시하고 문자열을 비교하는 함수가 의외로 표준이 아닌 것 같다. stricmp와 strcasecmp 부류가 혼재해 있다. C는 라이브러리 함수가 ANSI니 POSIX니 하면서 의외로 파편화된 게 좀 있어서 플랫폼 간의 이식성을 저해하는 중이다.

C는 클래스와 상속 계층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종 명칭에 다단계 계층 scope이란 것도 없다. namespace나 using 같은 걸 신경쓸 필요 없이 모든 명칭이 오로지 local 아니면 global.. 그도 아니면 매크로 함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클래스라기보다는 번역 단위 자체가 클래스와 비슷하며 static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private 역할을 얼추 담당한다.

그러니 뭔가 아주 단순하며, 입체적인 게 아니라 '평면적이고' 깔끔해 보이기는 하는데.. 한편으로 너무 중구난방이고 명칭이 충돌하기 쉽다.
새로 짓는 이름은 접두사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언어로 초대형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대형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매크로 함수를 너무 사악하게 남발 남용할 경우, 어지간히 복잡하게 꼬인 C++ 템플릿 이상으로 코드가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특히 전처리기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디버거는 매크로 함수와 완전히 상극이다.

매크로 함수 내부의 코드를 한 단계씩 실행할 수 없고, 또 ## 연산자에 의해 새로 생긴 토큰 명칭들은 어지간한 IDE에서 자동으로 파악도 못 해 준다. 이렇게 IDE와의 괴리가 커지고 붕 떠 버린 코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짜증이 나서 제대로 들여다보고 유지 보수하기가 싫어진다. 이는 결국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진다.
이런 게 C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것 같다. -_-

3. C언어의 강력하고 자유로운 면모

  • 지역 변수, 전역 변수, heap 등 어디든지 가리킬 수 있는 포인터
  • 한 함수 안에서 어디로든 분기할 수 있는 goto문
  • type이고 뭐고 다 씹어먹고서 메모리를 조작할 수 있는 memcpy, memmove (malloc, free 같은 생짜 수동 메모리 관리는 덤)
  • 무슨 토큰이건 다 치환할 수 있는 전처리기 매크로

하지만 위의 요소들은 위험성과 복잡도도 너무 키운다. 저런 저수준 조작이 잔뜩 쓰인 복잡한 코드에서 버그를 찾아내야 된다면.. 정말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다.
오늘날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저것들은 최대한 금기시되고 봉인되고, 다른 형태로 대체되고 있다.

goto는 아무리 사악하다고 하지만 이중 for 문을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그리고 switch와 while/for문을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같은 건 너무 아쉽다. 자기보다 뒤로만 goto가 가능하게 제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한편, 개발툴에서 define 전개된 결과 기준으로 문자열을 find in files 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4. 전처리기 #if 의 동작 방식

C/C++에서 원래 있는 if문 말고, 전처리기의 #if에서는 소스 코드에 있는 변수들을 당연히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오로지 #define 심벌과 상수, 기성 연산자만이 사용 가능하며, #define 심벌들은 매크로 치환 후에 다들 상수로 바뀌어야만 한다.

변수나 type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대입 관련 연산자는 당연히 전혀 사용할 수 없으며 포인터도 아웃이요, sizeof 연산자도 지원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심벌이 #define돼 있는지의 여부를 판별하는 defined라는 고유한 bool값 연산자가 있다.

sizeof는 피연산자가 값이 아닌 타입 명칭일 때는 피연산자를 ( )로 싸지 않아도 된다.
이와 비슷하게, defined도 피연산자가 다른 수식이 아니라 명칭 달랑 하나이기 때문에 ( )가 없어도 된다.

그리고 나도 지난 25년 가까이 전혀 몰랐던 특성이 하나 있는데..
#if 문에서는 정의되지 않은 아무 명칭/심벌을 들이대도 에러 처리되지 않는다. 그런 듣보잡 심벌은 그냥 곱게 상수 0과 동급으로 간주된다~!

무슨 포인터 역참조 할 때 if(ptr && *ptr==1) 이러듯이 #if defined SYMBOL && SYMBOL==1 같은 defined 가드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SYMBOL 자체가 #define돼 있지 않다면 #if SYMBOL==1은 어차피 자동으로 false로 처리된다.
겨우 이런 사소한 사항 때문에 전처리기가 까탈스럽게 에러를 뱉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5. 특수한 코딩 요소

(1) 빌드 configuration이 맞지 않는다면 코드가 아예 빌드되지 않고 고의로 에러가 유발되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는 일부러 무식하게 C/C++ 문법에 어긋난 문자열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이 #error라는 전처리기 지시문을 쓰면 된다.
컴파일러에 따라서는 에러가 아니라 경고 메시지만 흉내 내고 빌드는 계속 진행되게 하는 #pagma message도 표준에 준하는 기능으로 쓰인다. deprecated API를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표시하는 것처럼.. 이런 건 언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2) 파싱과 문법 체크만 할 뿐, 실제 코드를 생성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허깨비 유령 함수라는 것도 필요하다. 디버그 로그를 찍는 함수를 조건부로 숨길 때, 템플릿 클래스에 인자가 제대로 주어졌는지 체크할 때 등(static_if 나 컴파일 타임 assert와 비슷)..
이건 _noop라는 컴파일러 인트린식 형태로 제공되는 편이다. 마치 인라인이나 매크로 함수처럼.. 외형은 함수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주소가 존재하고 매개변수의 push/pop이 행해지는 함수가 아닌 셈이다.

(3) 내용을 깡그리 무시하고 컴파일러가 파싱하지 않게 하는 영역은 '주석'이라고 불리며, 이건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에 존재한다.
C/C++에서는 /* */ 와 //뿐만 아니라 전처리기를 이용한 #if 0 / #endif도 사실상 주석처럼 쓰일 수 있다.
게다가 얘는 /* */ 와 달리, 중첩이 가능하다. #if 0으로 막혀 있는 구간이라도 전처리기의 #if #else 로직은 무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간에 또 #if 0이 섞여 있는 코드라도 한번에 싹 막았다가 해제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17 08:35 2023/01/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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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자동차와 컴퓨터의 성능 수동 조절 버튼

요즘으로서는 실감이 안 가지만 30여 년 전 엄청 옛날 1990년대에 286이나 386급 컴퓨터에는 자신의 클럭 속도를 저/고로 조절하는 버튼이 본체에 있었다. 일명 '터보' 버튼..
그래서 컴퓨터 본체에 달린 버튼이 전원, 리셋, 터보.. 요렇게 3개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옛날 컴터는 본체에 저렇게 현재의 클럭 속도가 숫자로 표시되어 나오기도 했고,
하드디스크 동작 램프도 저렇게 있었다.. 완전 까먹고 있었다!! ㄲㄲㄲㄲㄲ 하드 동작 램프는 SSD 시대가 되면서 완전히 구시대 유물로 전락한 듯하다.)

단, 터보에 대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터보를 켰을 때 컴터가 무슨 애프터버너.. 아니, 오버클럭 모드로 진입해서 평소보다 더 빠르게 동작하는 게 아니었다. 정반대..
터보를 끄면 리미터가 걸려서 제 성능보다 느리게 돌아가고, 터보를 켰을 때 원래 속도대로 동작했다.

그리고 이런 저속 모드가 존재했던 이유는 무슨 발열이나 전력 소모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느린 컴터를 기준으로 돌아가는 기존 프로그램과의 '호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일례로, 프레임 수 조절을 정교하게 안 하는 일부 옛날 게임은 클럭이 빠른 컴퓨터에서는 너무 빠르게 돌아갈 수 있었다. 매번 현재 시각을 측정하면서 컴터 클럭과 무관하게 프레임 수 조절을 정교하게 하는 것도 "1클럭이 아까운 CPU 자원을 소모하는 번거로운 '일' "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작업을 생략했던 것이다.;;

겨우 이런 호환성 유지를 위해 꼴랑 16MHz짜리 286 컴퓨터를 도로 8이나 12MHz 클럭으로 동작하게 하고, 56MHz짜리 386 컴퓨터를 33MHz로 너프 시켰다니.. 옛날은 참 암울하던 시절이었다.

그에 비해 요즘은 노트북 컴퓨터가 배터리만으로 동작할 때 화면 밝기와 CPU 속도를 살짝 낮추는 옵션이 있는 정도이다. 절전을 위해서..
요즘 자동차가 연비를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어지는 것만큼이나 요즘 컴퓨터는 고성능에다 전력 소모와 발열을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어진다.

하긴, 486은 아키텍처야 386과 동일하지만 그래도 캐시 메모리라는 게 처음으로 도입되고 부동소수점 코프로세서가(80387) 옵션 액세서리가 아니라 완전히 포함돼 들어갔고, 저런 터보 나부랭이도 완전히 없어졌다. 아마 냉각팬도 이때쯤 들어갔나?
생각해 보니 단순히 클럭만 빨라진 게 아니었고 386 대비 바뀐 게 생각보다 많았다.

이렇듯.. 옛날 컴퓨터에 터보 버튼이 있었다면, 동시기의 자동 변속기 초창기 차량에는 파워/이코노미, 오버드라이브 따위의 버튼들이 있었다.
이때는 자동 변속기가 꼴랑 4단까지밖에 지원되지 않았고, 변속 알고리즘이 지금만치 똑똑하고 효율적이지 못했다. 킥다운이나 락업 클러치, 스포츠 모드 같은 기능의 구현도 미숙했다.

그래서 이때는 파워 버튼을 눌러서 차가 평소보다 높은 rpm까지 저단을 더 오래 유지하다가 고단으로 넘어가라고 동작 방식을 강제로 바꿀 수 있었다. 당연히.. 앞차를 추월할 때, 노란불 켜진 교차로를 필사적으로 통과해야 할 때 등, 수동 몰듯이 저단에서 일부러 확 밟아야 할 때 쓰는 용도였다.
옛날 자동차, 옛날 컴퓨터에만 있었던 추억의 '모드 전환' 버튼이 문득 떠올라서 회상을 늘어놓아 보았다.

2. 쌍팔년도 PC의 그래픽 카드

- IBM에서는 CGA (320*200 4색), EGA (640*350 16색), VGA (640*480 16색, 320*200 256색)의 순으로 표준 그래픽 카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한글· 한자 때문에 글자 높이가 최하 16픽셀급이 돼야 하는 한중일에서는 모노크롬 허큘리스 다음으로 곧장 컬러 VGA로 갈아탔다. 허큘리스는 3rd파티 싸제 규격이었다.

- 하긴, 8비트 컴퓨터는 비디오 쪽 성능이 많이 딸려서 저런 고해상도 그래픽을 표현하기가 난감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차원에서 컴퓨터들을 교통정리를 할 때 8비트를 일찌감치 배제하고 최하 16비트부터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16비트가 지금까지 사용되는 PC의 외형 근간을 완성했다면, 32비트는 넉넉한 주소 공간과 보호 모드 지원 덕분에 멀티태스킹/멀티스레딩/가상 메모리를 최초로 구현 가능하게 했다. 64비트는 32비트 구조에서 4G 한계만 극복한 것이고..

- CGA EGA VGA 하면 개인적으로 늘 같이 떠오르는 게.. 레코드의 규격 SP EP LP이다..;;;

- 각 그래픽 카드별로 뭔가 비공식 변조 모드가 있었다.
CGA는 해상도를 무려 160*100이라는 극악으로 떨어뜨린 16색 그래픽 모드를 지원했는가 보다.
VGA는.. mode X라고 해서 320*240, 400*300 같은 해상도를 지원했다. 마이클 압래시라는 사람이 이런 걸 발견하고, 도스용 퀘이크에서 이걸 적용해서 많이 알려졌다.

- VGA는 그 이전의 CGA,EGA와 달리.. 그래픽 카드와 모니터를 연결하는 단자가 D-sub라고 원래 아날로그 기반이었다. 그 시절의 기술로 그 해상도와 색상, 주사 횟수를 구현하려다 보니 디지털로는 버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후대에는 DVI나 HDMI 단자가 등장하면서 다시 디지털로 돌아왔다.
그 시절에 주류였던 두툼한 브라운관 모니터도 아날로그 신호와 더 친했지 싶다. 브라운관은 아무 해상도에나 픽셀 뭉개짐 없이 유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유일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 각 그래픽 모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흉내 내어 주는 램 상주 프로그램이 있었다. simcga라든가, msherc 따위.. 단, simvga는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낚시 악성코드였다.;;

- 1988년에 출시됐던 Splash! (Spinnaker software)라는 그래픽 에디터는 최신 VGA 저해상도 256색 그래픽을 채용한 거의 초창기 프로그램이었다. VGA는 1987년에 출시됐고, 그때는 아주 값비싼 최신식 그래픽 카드였으니까..
참고로 87~88년이면.. C++을 C로 전처리 거치지 않고 직통으로 번역하는 컴파일러가 업계 선구자에 의해 거의 최초로 등장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C++은 아직 듣보잡이었으며, C와 어셈블리가 당연시됐었다.

- 퀵베이식에서는 SCREEN 13 한 줄만으로 VGA 256색 모드로 바로 진입 가능한 반면, 그 당시 볼랜드의 개발툴(Turbo C/Pascal)이나 파워베이식은 그 당시 게임 프로그래밍에서 필수였던 이 mode 13h에 대한 지원이 유난히 인색했다. 그 이유를 난 아직도 모르겠다.

- 이 VGA 이후로 800*600 16색이라든가, 640*480 256색, 1024*768, 심지어 트루컬러 같은 발전된 모드는 IBM에서 더 중재를 하지 않고 업계 재량으로 넘어갔다. 사실, IBM은 XT/AT 이후에 80386부터는 표준 PC에도 더 관여하지 않고 손을 놨고, 운영체제 역시 OS/2가 Windows에 밀리면서 PC 시장과는 점차 인연이 멀어지게 됐다.

3. 전통적인 컴퓨터의 명가

  • 크레이: 슈퍼컴
  • IBM: 메인프레임
  • : 워크스테이션??
  • HP: 서버

이들과 달리, PC는 뭔가 독보적으로 접수하고 있는 업체가 없다. 마소와 인텔?? 얘들은 물론 컴퓨터 완제품이 아니라 CPU와 운영체제 제조사이니 위의 예들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이제는 슈퍼컴이나 워크스테이션 같은 컴퓨터의 영역이 PC에 많이 흡수되기도 했고..

4. 하드웨어의 발전

(1) 마우스 포인터: 그림이 계속 그려지고 있는 곳에 마우스 포인터를 가져가도 포인터가 깜빡거리지 않게 됐다.
이건 뭐 30년 전 Windows 3.x 시절부터도 비디오 드라이버를 적절하게 잡으면 실현됐던 사항이다. 그 시절의 그래픽 카드도 마우스 포인터 정도의 스프라이트를 하드웨어 차원에서 직통 처리하는 기능은 제공했기 때문이다.
Windows 2000부터는 그래픽 카드를 잡지 않은 VGA 16색 안전 모드에서도 마우스 포인터가 깜빡거리지 않기 시작했다. 9x는 그렇지 않았다.

(2) 사운드: Windows 98쯤부터 여러 프로그램에서 사운드를 동시에 재생할 수 있게 됐다. 그 전에는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사운드도 무슨 파일처럼 한 프로그램에서 열면 다른 프로그램에서 접근할 수 없는 리소스였다.;; 멀티웨이브 믹싱이 지원되지 않았던 것이다.

(3) 화면: print screen 키를 눌러서 동영상 재생 화면도 캡처가 가능해졌고, 일반 그래픽과 아무 차이가 없어졌다. 이건 나름 Windows Vista에서부터 실현된 기술 발전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14 19:35 2023/01/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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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와 전지

세상에 전기라는 에너지는 발전기 아니면 전지로부터 얻어진다.
먼저, 발전기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서 각종 동력 기관의 원운동으로부터 교류 전기를 생산하는 물건이다. 빨리 돌릴수록 전기가 많이 나오고 전력 생산량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즉각 가장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현대 전기 공학의 주요 산물은 (1) 전자석, 그 다음으로 (2) 모터(전동기)와 (3) 발전기, (4) 변압기의 순인 듯하다. 전자석과 모터는 직류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교류 전동기니 유도 전동기니 하는 물건도 없는 건 아니다. 브러시가 어떻고 정류자가 어떻고.. 흠~
그리고 발전기와 변압기는 빼박 교류 전기의 산물이다. 변압기는 영락없이 지레의 전자기 버전이며, '영구자석 : 도체'와 '전자석 : 반도체'는 비슷한 관계인 듯하다.

과학에서 전기 쪽이 단순 V=IR 수준을 벗어나서 패러데이와 맥스웰, 테슬라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워지는 건 아무래도 전기와 자기가 결합하고 이런 교류 전기가 등장하는 시점부터일 것이다.
하지만 교류가 온갖 난해한 특성과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전기의 주된 취급 형태가 된 건..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교류가 장거리 송전을 위한 변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발전기로 생산하고 변압기로 가공하기가 직류보다 훨씬 더 용이하다.

즉, 얘는 전기의 안정된 대량 생산에 가장 유리하다. 얘들 덕분에 인간이 다루는 전자기 관련 장비가 영구자석 나부랭이에서 전자석으로 업글 되고, 화학 건전지 나부랭이에서 초고압 대용량 교류 전기로 확장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메이저급 발전소들은 모두 발전기 기반이다.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화력이나 원자력, 수력 따위로 나뉠 뿐이다. 이런 추세는 획기적인 직류 장거리 송전/변압이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예측 가능한 미래에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교류 전기는 그 특성상 직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변화 주파수라는 개념이 있다. 이게 나라마다 완전히 일치하는 게 아니어서 50hz 내지 60hz 같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일본은 동부와 서부가 이 규격이 서로 다르다.
전압이 일치하더라도 이 주파수가 호환되지 않는 전자기기를 꽂아서 가동하면 기기의 출력이나 성능 따위가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교류 전기의 주파수는 발전기가 돌아가는 회전수(rpm)로부터 결정된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좀 낡은 멀티탭에다 전원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켜면.. ON된 스위치에 불빛이 들어오긴 하는데 불빛이 좀 깜빡거리는 편이다. 그 깜빡거리는 것도 교류 전기의 주기와 동일하게 꺼졌다가 켜지기를 1초에 수십 번 반복하는 것이다.

과거 전자 공학이란 게 처음 태동했던 아날로그 시절엔, 컴퓨터 모니터의 주사율, 그리고 텔레비전 영상 신호의 프레임 수도 이 교류 전기의 주파수와 맞물려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값이었다.
영화 필름의 24프레임은 약수가 많아서 분할하기 쉬우면서 인간이 충분히 부드럽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수를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 반면, 텔레비전 신호 30프레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더 발달한 디지털 시대가 돼서야 그런 기기들도 전기 종류에 종속되어 동작하지 않게 됐을 뿐이다.
그래도 모니터 주사율은 75hz 정도는 돼야 하고, 유튜브도 60fps짜리 고화질 동영상을 보면 화면이 확연히 부드러운 게 느껴지고 눈이 편하고 좋다.

아무튼.. 교류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데.
이런 거 말고.. 전선이 연결돼 있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전기· 전자 기기들을 가동하려면? 전지라는 게 필요하다. 특히 산소가 없어서 내연기관을 돌릴 수 없는 우주 월면차나 잠수함 같은 건 선택의 여지 없이 전지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움직여야 한다. 대형 잠수함은 배터리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아예 원자로를 집어넣기도 했지만 말이다.

전지는 좁은 의미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화학적으로 축적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그 에너지를 화학 반응을 통해 직류 형태로 방출하며 방전되는 물건이다. 방전 후에 재충전이 가능하면 이차 전지 내지 배터리라고도 불린다. 배터리 중에서도 자동차용 황산-납 배터리와 나머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 넓은 의미의 전지는 터빈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게 아닌 다른 원천으로부터 전력을 생성하는 모든 물건을 뜻한다. 수소 같은 연료 전지도 이런 범주에 들며, 원자력 전지나 태양광 전지는 화학보다는 그래도 물리에 가까운 전지이다.

전지는 직류 기반답게 연결할 때 + - 극 구분이 존재한다.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전지, 그리고 우주왕복선의 액체수소 엔진과 수소 연료전지 엔진은 구동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해 온 생각인데.. 발전기는 정렬 알고리즘 중에서 비교 연산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범용적인 놈이고, 나머지 전지들은 비교 연산을 하지 않는 특수한 놈과 비슷한 심상인 것 같다.

요즘은 10여 년 전의 우려와 달리 배터리 기술도 많이 발전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가 초대형 트레일러, 건설 기계, 군용차나 건설 기계까지 꿰차고 들어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리튬이온이건 수소 연료전지건, 이런 전지들은 사고로 파손되고 충격을 받았을 때 화재가 그리도 잘 발생하는가 보다. 게다가 이런 불은 기름 화재가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끄기도 굉장히 난감하다고 하는데.. 이런 안전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 같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배터리도 너무 밀도가 높아지고 불안한 유리몸이 되긴 했다.

그리고 요즘은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와 관련된 낡은 낭설들이 많이 불식됐지 싶다.
끝까지 완방 완충을 하면서 쓰는 게 좋다는 얘기 말이다. 이건 과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맞는 말이었지만 요즘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배터리를 끝까지 소모하지 말고, 조금만 썼더라도 곧바로 도로 충전하는 게 배터리의 수명에 더 낫다.
요즘 배터리가 완방 완충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요즘 자동차가 시동 직후에 수 분 이상 길게 공회전 웜업/예열을 할 필요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재충전이 불가능한 단순한 건전지가 통용되는 곳은 정말 가늘고 단순하고 오래 쓰는 기기들 한정인 것 같다. 벽시계, 도어락, 가스레인지, 무선 키보드-마우스 같은 곳..?? 손전등은 LED가 등장하면서 배터리 기반으로 가는 듯하고..
글쎄, 제아무리 핸드폰 시계니 스마트 워치니 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간편하게 볼 수 있는 벽시계나 종이 달력도 여전히 필요하긴 한 것 같다.

끝으로.. 전지는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 것이든 대개 아무렇게나 폐기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함부로 부수거나 분쇄· 분해하면 유독성 화학 물질이 누출될 수 있고, 소각하면 폭발 위험이 있다. 그리고 전지에는 각종 특수한 희소 원소가 들어가곤 하기 때문에 이런 걸 최대한 재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전지는 쓰레기 처리의 관점에서 볼 때 진작부터 특별 취급의 대상으로 분류되어 왔다. 재충전이 되지 않아서 더 쓸 수 없는 놈은 알루미늄이나 종이류처럼 반드시 별도로 수거해서 폐기하게 돼 있다.

하긴, 옛날에는 카드뮴이나 수은이 들어간 건전지도 있었지만 2000년대에는 다들 사용과 유통이 금지되고 퇴출됐다. 공교롭게도 카드뮴과 수은은 각각 20세기 중반에 일본의 유명 공해병이었던 이타이 이타이 병과 미나마타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반도체니 트랜지스터 이런 건 전기라기보다는 전자의 영역 같고..
충전기, 배터리 같은 건 화학/재료공학의 성격이 강해진다. 이런 건 나로서는 진짜 아오안이다.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공부하던 것의 큰 그림을 먼저 펼쳐 보고 세부적으로 들어갔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12 08:35 2023/01/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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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의 특성

인간이 자연에서 전자기파라는 것의 존재를 예상하고 발견하고 그 특성을 규명하고, 이걸 이용해서 각종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말 이후의 정말 위대하고 경이로운 발명· 발견이다. 이 기술 덕분에 무선 통신과 방송이라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과학 기술은..

  • 질량을 가진 물질 입자를 광속으로 이동시키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순간이동 텔레포트는 SF물 내지 게임에서나 존재한다. 광속이 아니라 음속(공기 중 기준)만 비행기로 아주 어렵게 제한적으로 초월했을 뿐이다.
  •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도 못 한다. 타임머신 역시 SF에서나 가능하다.
  • 실용적인 수준의 장거리 무선 송전도 요원하다. 즉, 질량이 없더라도 동력· 에너지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하지는 못한다. (일개 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도 글쎄...)

신호, 정보를 광속으로 주고 보내서 통신하는 것만이 가능할 뿐이다. 물론 이거 하나만으로도 20세기 이후 인류의 생활 양상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전자기파는 진폭과 파장이라는 속성을 갖는데, 단순 강도를 나타내는 진폭보다는 파장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속도야 다 똑같이 광속이지만, 퍼져 나가는 방식이나 강도의 변화 양상 같은 건 파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파장은 정의상 그 전파의 단위 시간당 진동수 내지 주파수와 정확히 반비례하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고주파'와 '단파'는 완전히 동치이며, 반대로 '저주파'와 '장파'도 동치인 개념이다. 앞에 '극/초' 같은 접두어가 똑같이 붙을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자기파 중에서 그나마 주파수가 낮아서 파장이 긴 '원초적인' 영역의 물건을 우리는 전파라고 부른다. 무선 통신과 방송 용도로 이 영역의 전자기파가 쓰인다는 것이다.
이것보다 파장이 짧아지면 맨 먼저 적외선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 가시광선, 그 다음에 자외선이 이어진다.
자외선보다도 파장이 짧은 놈은 X선이니 감마 선이니 하는 방사선의 영역으로 간다. 방사선은 전리와 비전리로 나뉘기도 하고.. (에너지가 있어서 인체에도 해로울 수 있는 녀석이 '전리 방사선')

그리고 주파수라는 개념은 사실상 전파의 범주에서만 쓰인다. 적외선 이상으로 가면 파장의 길이가 나노미터 이하 급으로 짧아지며, 그에 반비례하는 주파수는 숫자가 테라헤르츠 급을 넘어서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한쪽은 헤르츠이고 다른 한쪽은 미터이지만 둘 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속성을 측정한 결과라는 걸 다시 밝힌다.

기술적으로야 파장이 긴 저주파를 주고 받는 게 더 간단하고 쉽다. 그러니 인간은 이런 쉬운 전파부터 먼저 활용해 왔다. 저주파(장파)는 특성이 대체로 '가늘고 긴' 반면, 고주파(단파)로 갈수록 '짧고 굵은' 성향이 강해진다.

파장이 긴 전파는 장애물의 영향을 덜 받고 멀리 널리 잘 퍼져 나간다. 그리고 지구의 전리층에 반사되기도 하기 때문에 둥근 지구에서도 자연스럽게 수평선 너머 장거리 통신을 할 수 있다.
파장이 굉장히 긴 장파(3~300KHz)는 심지어 수중에서도 전파가 되기 때문에 심해에서 잠수함 간의 통신에 쓰인다. (음파와 별개로!) 공중과 해저에서 모두 장점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장파는 진동수가 낮고 대역폭도 낮기 때문에 안에다 정보를 많이 담을 수 없다.
실시간 음성이나 영상 따위는 감당이 안 되며, 모스 부호 같은 극도로 가볍고 단순한 메시지나 주고 받을 수 있다. 아니면 각지에 퍼져 있는 시계들을 동기화시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장파로 처리하기에 적절하다.

넓고 지형이 평탄한 나라(몽골, 러시아..??)에서는 장파 라디오 방송이라는 걸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건 말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이지, 음질 안 좋고 잡음에 취약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장파를 수신하려면 안테나가 더 크기도 해야 한다고 그런다.

장파보다 파장이 더 짧아진 중파(300~3000KHz) 정도가 AM 라디오에서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이다. 실용적으로는 500~1600kHz 부근이다. 여기가 음질과 송· 수신 난이도, 기기의 구조적인 복잡도를 감안했을 때 가성비가 가장 좋은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파보다 파장이 더 짧아진 단파(3~30MHz)는 이제 주파수 단위가 킬로에서 메가로 바뀐다. 얘는 수신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중파보다 좀 더 높으며, 지구 전리층에 반사되는 장거리 전파의 거의 마지노 선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얘는 20세기 초중반부터 국경과 대륙을 넘어 외국의 소식을 접하는 통로로 즐겨 쓰였으며, 현재도 소수나마 단파 라디오 방송국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첩이 난수표 같은 지령을 받는 용도로도 당연히 쓰였다. 이 때문에 이 동네는 쌍팔년도 시절까지 허가 받은 사람 외에 단파 라디오의 소지가 금지였으며, 간첩 식별 요령으로도 "이불 뒤집어쓰고 라디오 같은 걸 청취하는 사람"이 설정돼 있을 정도였다. HAM인가? 아마추어 무선도 이 영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다음으로 30~300MHz 대역은 초단파/초고주파/VHF로 분류된다. 여기부터는 전파의 특성과 용도가 위의 것들과는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전파는 파장이 왕창 짧아질수록 '짧고 굵은' 모 아니면 도 성향이 강해진다. 지형과 장애물에 취약해지고 사정거리도 짧아질지언정, 그 사정거리 안에서는 멀쩡히 날아가다가 스스로 퍼지고 약해지지 않는다. 직진성이 강해진다.

그리고 처음에 고출력으로 아주 쎄게 쏴 주면 지구의 전리층에 반사되지 않고 오히려 우주로도 전파를 날릴 수 있게 된다. 우주와 지구의 통신은 이렇게 지구 전리층에 튕기지 않는 초단파 이상의 고주파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그 뜨겁고 두꺼운 대기를 자랑하는 금성에 착륙한 소련 탐사선도 지구와 잠시나마 성공적으로 교신을 한 바 있다.

이런 고주파는 대역폭이 커서 저주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과거의 유물인 삐삐, 그리고 음성을 넘어 영상 신호를 담고 있는 텔레비전도 다 이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기존의 진폭 변조(AM)가 아닌 주파수 변조(FM) 방식을 채택해서 훨씬 더 좋은 음질에다 스테레오 채널까지 얹을 수 있다. (대략 87MHz ~ 108MHz) 변조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논하도록 하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초단파'는 '초음파'와는 전혀 무관하고 다른 개념이니 혼동하지 마시라.;;;

끝으로, VHF보다도 더한 고주파는 300~3000MHz 대역인 극초단파/극초고주파/UHF라고 불린다.
드디어 컴퓨터의 클럭 속도 같은 기가헤르츠라는 단위가 등장하는데, 얘 정도의 대역폭은 돼야 휴대전화에다 요즘 같은 HD급 텔레비전에 초고속 무선 인터넷 와이파이까지 감당 가능하다.

사실은 아날로그 TV 시절에도 VHF를 넘어 UHF 수신 기능까지 추가해서 지상파의 채널 수를 늘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래서 쌍팔년도 시절 엄청 옛날 텔레비전은 채널 다이얼이 VHF/UHF용으로 두 개 있어서 VHF는 2부터 13까지밖에 없는 반면, UHF 다이얼은 14부터 거의 70까지인가 눈금이 아주 조밀하게 달렸었다. 개인적으로 VHF/UHF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접한 것도 이런 텔레비전에서였다.

라디오에 AM/FM(중/초단) 구분이 있다면 텔레비전엔 VHF/UHF(초단/극초단)의 구분이 있는 셈이다. 텔레비전은 이산적인 채널 번호가 존재하는 반면, 라디오는 주파수 영역이 쌩으로 그대로 통용됐다는 차이도 있다.
VHF 텔레비전의 음성과 FM 라디오는 구성 방식이 비슷했기 때문에 그 당시 일부 라디오는 텔레비전의 작은 채널 번호의 음성을 수신하는 기능이 있기도 했다. 이건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NTSC 규격이 컬러 영상도 재래식 흑백 수상기와의 하위 호환이 됐던 것과 비슷한 면모이다.

VHF를 넘어 UHF 급으로 극도로 조밀한 전파는 멀리까지 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지국이 많이 필요하다.
까놓고 말해, 삐삐 기지국보다 휴대전화 기지국이 훨씬 더 촘촘하게 많이 필요한 이유도 취급하는 전파의 주파수와 특성 차이 때문이다. 휴대전화 기지국은 나무 같은 걸로 위장한 형태로 우리 생각보다 여기저기 많이 숨어 있다. 휴대전화나 와이파이의 전파를 무슨 라디오 전파처럼 쉽게 간편하게 널리 쏠 수 있지는 않다..!

이상이다. 무선 통신의 세계는 심오하고 신기하기 그지없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광속 같은 전자기파의 물리적인 특성이 달라졌을 리는 없는데 컴터 무선 네트워크의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막히게 빨라지고 텔레비전의 화질이 기겁할 정도로 좋아진 이유는.. 인류가 전파의 주파수를 더 열나게 달구고 짜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걸 사방팔방 쏘는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ㄲㄲㄲㄲ 이게 컴퓨터 반도체의 집적도를 올리는 것과 대등한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런데 라디오는 지하에서도 수신되는 것 같은데 고속버스 위성 텔레비전은 차가 터널 안에만 들어가도 먹통이 되는 이유..
와이파이는 AP로부터 수십 미터만 떨어지면 신호가 간당간당해지는 이유, 그 반면 우주로도 전파를 쏴서 탐사선과 교신을 할 수 있는 이유 등등.. 이런 것도 전부 전파의 특성을 알아야 답을 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가 되는 건 선로를 따라 몽땅 다 기지국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환기 시설이나 지하수 배수 시설과 마찬가지로 그냥 공짜로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전파라는 게 워낙 신기한 물건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이게 무슨 방사선마냥 사람 건강에 해로울 거라는 낭설이 많이 나돌았다. 컴퓨터 모니터에다 보안경을 씌우고, 모니터를 아래로 매립한 컴퓨터 전용 책상을 비치하기도 하고, 근처에 선인장이나 동전을 쌓아 놓기도 하고..;;
이거 기계 버전은.. 비행기 이착륙 중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관행이었지 싶다. (전자파가 기계에 혼선을 초래..) 마치 열차 정차 중에 화장실 사용 금지처럼 말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전화기건 라디오건 텔레비전이건.. 길쭉한 안테나를 무슨 삼단봉처럼 꺼냈다가 집어넣는 비주얼이 없어진 게 참 인상적이다. 심지어 자동차의 안테나도 말이다.
텔레비전 역시 곤충 더듬이처럼 작대기 한 쌍이 삐져나오곤 했었지만.. 요즘은 그런 거 없다. 이렇게 된 데에도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단파나 장파 라디오는 기기나 안테나가 이 정도로 소형화가 안 되나 보다.

그리고.. 통신이라는 건 교통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개나 소나 누구나 아무렇게나 전파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면 혼선을 감당할 수 없어지고 아무도 통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신호등 없이 사방팔방 교차로에서 차들이 밀려드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에 번호판을 달지 않고 공도를 주행할 수 없듯, 민간인이 특정 대역의 주파수로 무선 통신을 하려면 자격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앙 전파 관리소'라는 기관이 이런 전파 대역을 관리하며, 전파와 관련된 테러가 벌어지는 것을 감시한다.

1. 추가 정보: AM과 FM

전파에다가 강약 기복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초창기에는 진폭 변조, 즉 AM 방식이 먼저 개발되어 쓰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주파수를 변조하는 FM 방식이 개발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M이 기술적으로 더 단순하고 쉽고 저렴하다. AM 라디오 기술이 이미 19세기 말에 발명된 반면, FM은 1930년대가 돼서야 발명되었다.
FM은 표현 가능한 가장 강한 신호를 기준으로 주파수를 산정해야 하는 특성상, 단파· 중파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못해도 초단파 급의 전파를 쏴야 송신 가능하며, 취급하는 회로도 더 복잡하고 고가였다. FM은 보기보다 AM보다 훨씬 더 발달된 기술의 산물인 것이다.

FM의 난관은 기술 발전과 부품 대량 생산으로 인해 극복됐다. FM은 AM보다 잡음에 더 강하고 음질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에 음악 방송의 주류로 등극했다. 잡음은 주파수보다는 진폭을 건드리는 게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주파의 특성상 FM은 지형이나 날씨의 영향을 더 타면서 난청 가능성이 AM보다 더 높다.

2. 자매품: 적외선 통신

한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옛날 노트북이나 피처폰급 휴대전화에는 '적외선 통신'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극초단파 기반의 통신 규격이 제정되기 전에.. 전파보다 파장이 더 짧은 적외선을 전용 다이오드 반도체로 쏴서 초단거리에서 일종의 무선 광통신을 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전파 통신과는 기술적인 성격이 좀 다른데, 그 구체적인 내역은 내가 잘 모르겠다.;;
고주파의 특성상 대역폭이 넉넉하며 통상적인 전파 규제도 없는 반면.. 사정거리가 겨우 수 m대로 극도로 짧다. 그리고 그 짧은 신호가 잘 퍼지지도 않기 때문에 송신기와 수신기는 서로 방향 조준도 잘 해야 한다.

적외선 통신은 지금도 각종 리모콘, 자동문 센서, 스마트키나 하이패스 단말기 같은 소형· 단거리 전자기기의 통신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현역이다. 리모콘은 방향을 돌려 놓으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상 알고 있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01/09 08:35 2023/01/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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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 풀기 개드립

  • 헬쓰카레  health care
  • 순대 / 아이스크림(sundae)
  • danger / 단거
  • Giftgas 선물까스

2. please, give

영어에는 한국어 같은 문법 차원에서의 높임법이 없는 대신..
please가 한국어의 부사 '좀' 내지 보조사 '-요' 역할을 하면서 부드러운 부탁· 간청의 뉘앙스를 전달한다.
저 동네에서는 과장 좀 보태면,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도 please를 붙이느냐 빼먹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수준이 달라질 정도라고 한다. 그 정도면 돈 안 드는 팁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please와 관련된 불멸의 영화 명대사는 터미네이터 2 초반부의 You forgot to say 'please'..;; 일 것이다.
어느 건장한 근육질 청년(T-800 ㄲㄲㄲ)이 알몸 차림으로 빠에서 어느 오토바이 폭주족 양아치한테 다짜고짜 "당신 옷이랑 신발이랑 오토바이 내놔" 이러니 양아치가 어이가 없어서 빵터지면서.. "근데 말이 좀 짧네?"와 함께 담배빵을 놓는 장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약간 점잖게 의역하면 "줘" / " '주세요'가 아니고?" 인데,
더 많이 거칠게 의역하면 "내놔" / "근데 말이 짧다? / 좀 싸가지가 없네"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이러니 한국어는 너무 복잡 미묘해서 외국인이 어설픈 기계번역 돌리는 정도로는 한국인 행세하는 게 어림도 없고 불가능하다.
같은 튜링 테스트라도 영어가 아닌 한국어라면 난이도가 넘사벽으로 급상승할 듯..
모 페친님의 말마따나 구글 할아버지 AI래도 아직 한참 더 걸리지 싶다. -_-;;

저 터미네이터 대사와 대구를 이루는 대사로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건.. 역시 비슷한 시기(1991년 ????)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에서 벨이 아버지의 안부를 걱정하는 대사이다.
"이 거울은 당신이 보고 싶은 걸 무엇이든 바로 보여줄 거예요." (영어 대사는 기억 안 나고 검색하기 귀찮으니 패스~)
I'd like to see my father, please. ("우리 아버지를 좀 보여 주세요~ / 보고 싶어요.")
이때는 벨이.. 정중하게, 다소곳하게, 공손하게 댄디하게.. 말 끝에다 please를 붙여서 부탁을 한다. =_=;;;

다만, 영어 성경(KJV)에서는 please라는 단어가 이런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았고 오로지 '목적어 누구누구를 기쁘게 하다'라는 뜻의 타동사로만 쓰였다. 반의어 displease, 수동태 pleased 같은 파생이 있을 뿐.
부탁하는 뜻의 추임새 please는 오히려 I pray thee (바라건대/부디) 로만 쓰였다.

한국어는 '주다' give에 대해서도.. 특별히 '나한테 주다'를 나타내는 불완전동사 '달다' '다오, -도'가 있고,
그리고 특별히 강제로 빼앗는 문맥에서는 '내놔'라고 표현하는 편이다.
난 똑같은 정보를 전달한다 해도 한국어 문장을 생성하고 알아듣고 행간 파악하는 게 영어보다 인간 두뇌의 계산량과 CPU 소모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Give me the(ze) phone. 전화기 내놔~ (쿵 퓨리에서 히틀러 대사 중..).

3. great

영단어 great는 물리적인 크기가 거대한 것뿐만 아니라 ‘짱~ 좋다, 멋지다~ 훌륭하다, 위대하다’처럼.. 크기가 큼으로써 수반되는 여러 긍정적인 심상, 아니 더 나아가 인품이 존경스러운 것까지 다 포함하는 단어이다.
가령, 조선 세종이나 고구려 광개토왕을 그냥 왕이 아니라 ‘대왕’이라고 부르고 영어로도 the Great이라고 추존해 주는 건 그 사람이 덩치가 컸기 때문이 아니다.

성경의 왕하 4:8에 나오는 수넴 여인은 다름아닌 great woman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이건 무슨 뜻일까? 집이 부자? 신분이 귀족? 성품이 대인배 혜자? 아니면 진짜 피지컬이 여자답지 않은 거구? 이거 의미가 약간 중의적이어서 성경 역본마다 워딩이 달라지는 편이다.

이렇게 물리량이 가치 판단으로 이어지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옛날옛적에는 무게의 단위가 화폐의 단위로 곧장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파운드, 탤런트 따위.
그리고 크기, 무게 다음으로 온도 버전은 cool이 있다. 이것도 감탄사로도 쓰일 정도로 정말 좋은 뜻이다.

4. present

명사 present는 현재라는 뜻도 있고 선물이라는 뜻도 있는 동음이의어이다.
그래서 "과거는 이미 history이고 미래는 mystery일 뿐이다(운율..!). 하지만 지금 현재는 우리에게 주어진 gift이기 때문에 present라고 불린다" 라고.. 굉장히 재치 있는 격언이 만들어져서 쿵푸 팬더 만화영화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이다" 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에서는 상우가 선물 투자를 잘못해서 쫄딱 망했다고 나오는데 이 선물은 경제· 금융 용어이다. 기훈은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얘 여친이라도 생겼나? 무슨 비싼 선물을 사 줬길래 저 지경이 됐나??" 이런 식으로 오해하는데..
정작 이 선물(先物)은 영어로 futures이다. 그래서 이 대사가 영어로 번역될 때는 미래 인생이 저당 잡혔냐는 쪽으로 오해하는 걸로 의역됐다.
한국어와 영어의 동음이의어 덕분에 선물이 현재와 미래를 왔다갔다 하는 게 흥미롭다.

5. 큰 바위 얼굴

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큰’은 원어가 겨우 big이나 large 따위가 아니라 great일 거라고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거대한 것과 사람 인품이 대인배로 성숙한 것을 절묘하게 조화시켰으니까..!! 실제로 그렇더라.
단, 바위는 의외로 rock이나 그에 준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냥 stone이더라. 큰 철판 얼굴이나 큰 포커페이스가 아니라 큰 바위 얼굴인 것이 인상적이다.

좀 뜬금없는 얘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본문 중에 정력-_-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중학교 시절부터 저 소설을 꽤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정력이 넘쳐흐르고…”

영어 원문을 보니 스태미나 같은 단어 따윈 없다. 그냥 full of energy를 피 천득 선생이 저렇게 번역한 것이더라. 피와 천둥의 군인이 원기왕성하고 성경의 신 34:7 “늙어서도 타고난 힘이 줄지 아니하였더라 nor his natural force abated”이랬다는 것을 저 어휘로 표현했을 뿐이다.
단지, 후대에 와서야 정력이 거의 성력에 가까운 뜻으로 와전되고 있고 말이다.

외래어에서는 사람들이 ㅈ으로 대표되는 구개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알고리듬(-thm)을 알고리즘으로, 베이식(basic)을 자꾸 베이직으로.. 트리 대신 츄리..;;
이게 한국인만 그러는 게 아니어서 일본어는 더 심하고.. 쿵 퓨리에서는 히틀러가 the(더)를 ‘저/자’로.. 발음한다. 그럼 정력은 성력의 구개음화 버전으로 봐야 할지 이런 엉뚱한 생각도 든다. ㅡ,.ㅡ;;

6. energy

아 그리고.. 수 년 전엔 유튜버 ‘올리버쌤’이 궁예의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씬을 영작 더빙한 적이 있었는데..
“저 자의 머릿속에는 마구니가 가득하다”를 that man is full of NEGATIVE energy라고 번역했었다. -_-
그냥 에너지가 충만한 것과, 부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한 것의 차이가 저렇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되겠다. ㄲㄲㄲㄲ.

7.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가리키는 용어

다음 물건들은 20세기 초에 발명되고 용어가 정립됐는데.. 의미가 확장된 과정이 굉장히 뜬금없어서 유의어인지 동음이의어인지 논하기가 난감할 정도인 것 같다.

  • 탱크: 원래 물탱크 같은 저장고라는 뜻이다가 전차라는 의미까지 추가됐다. 단순 장갑차가 아니라 '무장'이 추가된 장갑차..
  • 타이어: "땅바닥을 하염없이 굴러다니면 쟤도 피곤하겠다"..;; 라는 어린아이의 발상을 거쳐서 고무 테가 둘러진 바퀴라는 뜻이 추가됐다. "귀가 불 붙으면?" 만큼이나 뜬금없다.ㅠㅠㅠㅠ
  • 배터리: 전기 셀이 군대 제식 하듯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모양에서 유래되었다. =_= 그래서 이 단어는 전지라는 뜻뿐만 아니라 포병 부대, 더 나아가 폭행, 구타라는 법적 의미까지 갖게 됐다. 쉽게 말해 빠따 bat와 battery는 어원상 서로 관련이 있다!

8. 비속어

(1) scram
"(썩) 꺼져~!!!"라는 뜻이다. 영화 정무문에서 이 소룡이 "난 니들하고는 싸우고 싶지 않으니 너흰 어서 비켜 / 짜졋 / 꺼졋!!" 이렇게 소리를 지를 때 영어 자막이 저렇게 나갔다.

(2) screwed
스크루라는 물건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생각해 보자. 우리말에도 "인생 꼬였다, 군생활 꼬였다" 같은 말이 있는데 이와 딱 정확히 대응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 게임 편을 보면, 주인공 성 기훈이 우산 모양을 고르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 복잡한 윤곽대로 달고나를 뜯어내야 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자 "X됐다!!"라고 개그대사를 날리는데, 그게 영어 자막으로는 I'm screwed 라고 나갔다. =_=;;

영어 쪼랩의 입장에서는 F-word 위주로만(~ off, ~ up -_-;;) 표현이 떠오를 것 같다만.. 이 상황에서 의외로 scr-로 시작하는 대체제가 존재한다.

(3) bastard
점잖게 사생아· 서자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말 구어의 '짜식, 새X'에 거의 정확하게 대응하는 비속어의 뜻도 있다고 한다. 하긴, 둘 다 원래 뜻에 무슨 자식, 후세라는 뜻이 있기도 하다. ㄲㄲㄲㄲ

(4) bullshit
문자적인 뜻은 소똥인데.. 우리말로 치면 '개뿔 쥐뿔' 같은 뉘앙스가 담겨 있다.. '헛소리, 허튼소리'.. 더 나아가 '개소리'라는 뜻이며, 'X랄', '염병하네~' 같은 감탄사의 용도로 쓰인다. 개소리를 들어서 어이없음을 표현하는 감탄사 말이다.

B로 시작하는 위의 두 단어는 영화 킬 빌에서 제일 먼저 봤다.
그렇잖아도 킬 빌이 '빌'에 '베아트릭스 키도' 이러면서 B를 갖고 어쩌구 하는 것 같던데 말이다.

그 밖에 crap도 bullshit과 비슷한 뜻이 있는 것 같고..
asshole은 "쟤 완전 밥맛이다, 재수없다" 같은 용도로 정말 많이 쓰이는 뒷담화 용어이다..
scumbag은 그냥 새끼가 아니라 '*** 새끼' 정도로 사람을 모독하는 욕설이다. 얘는 풀 메탈 자켓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01/06 08:36 2023/01/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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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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