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의 명칭

행정구역부터 살펴보면..
  • 반장? 통장?: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주민등록 옮기고 전입신고를 하고 나니 실거주 중인지 인증 연락이 이 계층의 사람에게서 오더라. 이건 월 몇십만 원 남짓한 거의 용돈 받는 파트타임 알바 급의 존재감인 걸로 안다.
  • 마을 이장, 동장: 역시 현실에서의 존재감은 잘 모르겠다. 여기까지는 그냥 임명직이다. 동사무소, 주민센타, 행정복지센타.. 이런 이름은 좀 그만 바꿨으면 좋겠다.
  • 구청장: 구의 대표만 어째 '청'짜가 붙어 있다.

  • 시장, 군수: 여기부터는 선출직. 또한, 평범하게 '장' 접사만 붙는 건 시장이 마지막이다. 군은 어째 '수'가 붙어 있네?
    서울특별시장은 다른 시장/군수, 심지어 도지사보다도 서열이 더 높다고 한다.
  • 도지사: '지사'라는 유니크한 명칭이 등장한다. 미수복 영토인 황해도,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에 대해서도 명목상으로나마 도지사를 두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북5도청이라는 이름의 관청도 있다.

그 다음 마지막 최종 보스가 대통령이다.

  • 우리나라는 연방제 급의 지방자치를 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작은 관계로.. 여전히 중앙 정부의 입김이 압도적이다.
  • 우리나라는 부통령이 없는 대신, 국무총리가 비중과 권한이 크다. 그러니 이 사람이 대통령 권한대행도 맡는다. 부통령은 리 승만 1공화국 시절에만 있었다.
  • 사실, 입헌군주제에서 얼굴마담 군주를 대신해서 실질적인 정치를 하는 그 무언가는 prime minister '수상'이라고 불리는데, 이 직함이 '총리'라고 번역되기도 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쟈파, 일본에서 아베나 고이즈미 같은 사람 말이다.

이렇게 명칭을 늘어놓아 보니,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직함명이 단순 '-장' 이상으로 굉장히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교장, 사장, 회장 같은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 정부 기관들은 '-청'자로 끝나다 보니 '-청장'이라는 명칭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구청장뿐만 아니라 병무청장, 기상청장, 경찰청장 등..
  • 촌장, 추장은 전근대 시절을 다루는 외국물 번역 용도로만 쓰이는 용어인 것 같다. 특히 추장은 문명화되지 않은 부족의 우두머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인디언..??
  • 그리고 '총'자. 대학교의 우두머리는 교장이 아니라 총장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한국 은행은 행장이 아니라 총재..;;
  • '총통'은 앞서 언급했던 대통령과 총리가 결합된 엄청난 타이틀이다. 장 제스나 히틀러 같은 외국의 독재자에게만 쓰이곤 했다.

조선 시대의 관아는 주민센타 겸 지방 법원 겸 경찰서 통합이었는가 보다. 하긴, 거기 가서 곤장도 맞고 오니까.. 사또 내지 원님도 행정과 사법이 통합된 그 무언가였던 듯하다.

"당신을 XXX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모든 증언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가 아니라..
"네 이놈, 죄인은 오라를 받으라~! 니 죄를 니가 알렷다~!! 죄를 이실직고할 때까지 죄인을 매우 쳐라!!!" 이러는 게 참 화끈하긴 했다. =_=;; 명칭부터가 경찰이나 공안이니가(두루 살핀다, 공공의 평안을 도모함) 아니라 포도청.. 도적 잡는 관청이라는 뜻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8 08:35 2023/0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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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다음으로는 오랜만에 호박 차례이다. 호박 호박, 호박~~~ 호~~~~~박..!!
사 먹은 거, 직접 키운 거, 그리고 호박에 대한 보편적인 얘기들을 차례로 늘어놓도록 하겠다.

1. 먹은 호박

늙은 호박이 제철이던 작년 가을엔 그냥 집 근처 채소 가게에서도 지름이 35cm를 넘는 거대한 호박.. 무게가 거의 10kg, 개당 2~3만 원에 달하던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것들은 집에 두 달 정도 놔 두다가 잘 쪼개서 먹어 치웠다. 과육과 씨 모두 상태가 양호하고 맛도 달콤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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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건 지난달 말과 이 달 초에 먹은 호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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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이 초록색, 속이 주황색인 호박은 품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호박도 아니고..;;
초록색 호박은 일반적인 누런 늙은 호박보다는 내구성이 부족한 것 같았다. 보관한 지 3개월쯤 되니 꼭지 부위부터 물러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즉시 도축을 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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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품종에 따라서 과육과 죽의 색깔도 살짝 차이가 나더라. 무슨 물감 같다^^
맛은.. 초록색 말고 누런 늙은 호박의 노란 죽이 더 달콤하고 좋았다.

뭔가 유월절 어린양을 잡는 심정으로 호박을 쪼개고,
서예에서 먹 갈듯이 인격 수양하는 마음으로 호박 껍질을 깠다.
호박죽이 완성되는 건.. 뭔가 끓는 물에 돌아가셨다가 3분 만에 부활한 라면교 교주를 영접하는 순간 같다~~ ㅋㅋㅋㅋㅋ

2. 키운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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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년 10월 말.. 날씨가 추워져서 야외에서 개인적으로 키우던 호박들이 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수분돼서 맺히던 열매를 따서 먹은 것이다. 아주 파릇파릇한 애호박이니 열매 내부에 씨는 거의 생겨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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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지난 1월 말에 수분이 성공해서 실내에서 맺히기 시작한 단호박이다. 수분된 지 1주일 정도 지난 모습인데, 지금은 이때보다 색깔은 더 짙어졌지만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귤 내지 양파 정도 크기가 됐다.
그 반면, 오른쪽은.. 암꽃이 피긴 했지만 하필 주변에 수꽃이 없어서 수분되지 못하고 그냥 떨어진 호박 씨방이다. 아까비~~~

암꽃이 꽃가루를 받지 못하면 꽃이 시든 뒤에 씨방도 쭈글쭈글 말라 비틀어지고 떨어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얘를 미리 잘라서 씨방 위에 붙어 있던 꽃잎을 떼어내니, 암술은 여전히 붙어 있다. 이거 무슨 기계 부품을 분리한 것 같다.. ^^

호박 씨방이 요렇게 된 모습도 볼 일이 매우 드물 것이다.
아아~ 저 노란 암술 소켓에다가 수꽃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주면.. 꽃가루에 담겼던 유전자 정보가 저 씨방 안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정자 중에 단 하나만 난자와 합체를 하는 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중에 암술과 꽃잎 같은 부속품은 몽땅 떨어지고 없어지지만, 저 씨방은 그대로 부풀고 자라서 먹음직스러운 호박이 된다. ^^ 호박에서 북극의 꼭지 말고, 아래 남극의 배꼽 같은 부위는 과거에 꽃과 암술이 붙어 있던 자리라는 뜻이다~!!

호박은 충매화에 속씨+쌍떡잎식물이고 씨방이 꽃잎의 안이 아닌 밖에 있고,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덩굴식물이다.
살다 살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검색해 보게 됐다.
20여 년 전, 철도가 내게 학창 시절에 정말 싫어했던 역사· 지리 과목에 통찰을 주었다면..
호박은 학창 시절에 과학 과목 중에 제일 싫어했던 생물-_-에 통찰을 주고 있다. ^^

오른쪽의 저 씨방이 암술이 수분됐으면 왼쪽처럼 됐을 것이다.
피지 못한 왼쪽 씨방도 썩혀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엔 아까우니 내가 생걸로 그냥 꿀꺽 먹어 버렸다.
쟤도 콩알 같은 애호박이나 마찬가지이니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 이름을 애플이라고 안 짓고 펌킨이라고 지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_=;;;; ^^

3. 벌레

애호박 말고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은 내부 중심부가 막 깔끔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축축하고 걸쭉한 주황색 펄프들이 가득하고, 거기에 씨들이 매달려 있는 게 무슨 저그 건물 내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_=;;

그런데 호박이 그 상태로 오래 방치되면 씨들이 그 내부에서 스스로 싹이 나 버리기도 한다.
적당히 따뜻하고 축축하고 주변에 양분이 많다는 조건이 맞아서 발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은 온통 깜깜한 암흑천지일 것이고 뿌리 내리고 잎을 낼 만한 곳은 없다.
그러니 그 싹튼 줄기는 허연 콩나물 신세를 면치 못하며, 얼마 못 가 죽어 버린다. 흠..

어째서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걸쭉한 주황색 펄프로도 모자라서 씨가 콩나물처럼 돼 있는 모습도 약간은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내부 발아한 호박씨보다 더 징그러운 건.. 호박 내부에 구더기들이 들끓는 것이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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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표면에 아직 초록색이 남아 있고 표면이 유난히 오돌토돌한 게 좀 독특했는데.. 썰어 보니 ‘호박과실파리’ 구더기들 수십 마리가 중심부를 점령해 있었다.
이놈은 박과의 식물의 암꽃 안에다가 알을 까는가 보다. 그러면 열매가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중심부는 애벌레들이 파먹으면서 차차 변질되고 썩는다. 그래도 얘의 경우, 겉의 과육에는 그닥 피해가 없어서 대부분의 부위는 여전히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구더기에게 점령당한 호박 파편은 곱게 땅에 파묻기만 하는 식으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걔네들이 정상적으로 번데기를 거쳐서 성충으로 자라 버릴 테니, 번거롭더라도 불이나 펄펄 끓는 물로 파편을 처리해서 유충을 박멸해야 한다.

4. 보석 호박과의 오해

흔히 늙은 호박은 출산 후 붓기의 해소에 좋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산후부종의 호박과 남과의 오용에 대한 문헌고찰" (안 상영 외, 한국 한의학 연구원) -- 대한한의학 방제학회지 제17권2호, 2009
요 논문에 따르면, 출산 후 붓기를 해소하는 데 효능이 있는 약재로 전통적으로 알려진 것은 늙은 호박이 아니라...;; 동음이의어인 보석 호박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훗날 채소 호박으로 와전된 거라고.. 엥...????
이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현직 한의사가 건강 칼럼을 언론에다가 기고한 것도 몇 건 검색되어 나온다.

일단 동의보감에는 채소 호박이 절대 등장할 수 없는 게.. 그때는 조선에 호박이라는 채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최소한 널리 보급되고 효능이 검증되기 전이다.
그런데 송진을 굳힌 보석 호박은 먹기는 어떻게 먹는 거냐..?? 달여서 먹나..?? 헐?? 좀 의외다.

5. '후박'과의 오해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와 호박엿이 유명하다.
근데 이것도 호박엿이 아니라 원래는 후박엿이다. =_=;;
울릉도에 후박나무라는 게 많이 났다. 이 나무의 진액과 열매가 무슨무슨 효능이 있는 한약재이고, 이걸 넣어서 엿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박씨 성을 나타내는 친숙한 한자 朴도 저 '후박나무 박'이다~!! 큼직한 과채류 박꽈 할 때의 박이 아니다. 그 박은 한자가 없는 순우리말이다.
근데 이게 소리가 와전돼서 호박엿이 돼 버렸고.. 이제는 울릉도에서도 원래 만들던 후박엿 대신, 진짜 호박을 집어넣은 호박엿을 팔게 됐다고 한다. 마라도에서 웬 뜬금없는 계기로 짜장면 장사를 하게 된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_=;;

뭐든지 호박으로 와전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호박이 들어간 엿 말고 떡이야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까..
우리 모두 호박 많이 사서 관상용으로 놔두고, 먹기도 많이 먹자~!! ^^
꼭 저런 게 아니어도 호박은 그냥 보기에 좋고 몸에도 좋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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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보너스.
이건 요 최근에 포천에 있는 '왕뎅이선생'이라는 한정식 식당에서 너무 반가운 아이들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음식과 별개로 식당 주인이 호박 농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인맥이 있는가 보다. 난 지름신이 당연히 강림하여 두 덩이를 사 왔다. ^^

호박이 폭삭 늙어서 색이 누래진 걸로도 모자라서 표면에 흰 가루 같은 것까지 앉는 건 아주 좋은 징조이다. 이래서 호박한테만 '늙은'이라는 수식어를 쓰는가 보다. 이건 사람의 흰머리만큼이나 영예로운(?) 변화이다.
그 반면, 파릇파릇 초록색이어야 할 호박 잎에 흰 가루가 끼는 건 병이며,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런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5 08:34 2023/02/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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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특성

오늘은 오랜만에 돼지 이야기를 좀 하겠다.
호박은 개인적으로 직접 키우기도 하니 이 블로그에 올릴 이야깃거리와 실물 사진이 종종 새로 생긴다. 그러나 멧돼지는 내가 직접 보거나 키우지 못하는 녀석이니 사육 근황을 올릴 것도 없고, 돼지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밖에 늘어놓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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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울나라 축산 과학원에서 지난 2008년에 한국 토종 흑돼지를 유전자 차원에서 복원해 냈다는 '축진참돈'이라고 한다. (축산업을 진흥하는 진정한 돼지) 돼지가 어째 저렇게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예전에 했던 얘기도 있지만, 도야지는..

- 흔한 통념 정도처럼 뒤룩뒤룩 살 찌고 비만이 심하거나 불결한 동물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잡식성으로 이것저것 아무거나 '돼지 같이' 잘 먹는 건 사실이다.

- 번식력이 탁월해서 한 번에 새끼를 무려 10마리 가까이 낳는다. 10여 년 전, 국내에서 구제역 때문에 돼지를 씨를 말리는 수준으로 살처분했어도 개체수가 곧 원상회복됐다. 그리고 코끼리나 코뿔소나 호랑이 말고 야생 멧돼지가 멸종 위기라는 말은 내가 딱히 들어 본 적 없다.
뭐, 멧돼지를 걱정 말고 안심하고 잡아 죽이고 학대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돼지류가 생존력과 번식력이 타 동물들의 평균 이상이란 건 엄연한 사실이다.

- 얘들은 신체 구조상 고개를 위로 들지 못한다. 평생 하늘을 영영 못 본다고 한다. 근데 돼지만 이런가..???

- 더울 때 체온 유지하려고 개가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거린다면(땀을 못 흘림).. 도야지는 진흙 목욕을 즐긴다.

- 지능이 높다. 사람 기준으로 IQ를 매기면 약 80 정도에 해당되며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능이라든가 냄새 맡는 성능은 개보다 더 나으면 낫지 못하지는 않으며, 헤엄도 잘 친다. (성능이라고 하니까 무슨 동물보다는 기계 같네..^^ 낡은과 늙은의 차이처럼.)
돼지 박물관에 가 보니 관람객이 우리 쪽에 접근만 하면 먹이 주는 줄 알고 다들 바싹 몰려와서 기다리는 게.. 굉장히 웃겼다.;; 이런 것도 돼지에게 지능과 학습 효과가 있으니까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 단, 높은 지능과는 별개로, 고집이 굉장히 세고 말 그대로 '저돌적'이고..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질러대고 주둥이로 무언가를 계속 파헤쳐서 탐색하거나 섭취하려는 본능은 어찌 못 한다. 개와는 달리 체계적인 훈련이 배변 말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도야지가 가축을 넘어 애완용으로 그닥 대중화되지 못하는 주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워낙 빨리 자라서 사람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너무 크고 무거워진다는 문제도 있고 말이다.

- 하긴, 도야지는 소리도 별로 이쁘지 않다. '꿀꿀'은 굉장히 왜곡 미화 보정된 의성어일 뿐이며, 현실에서는 '꽥꽥 끼엑~~' 진짜 돼지 멱따는 소리에 가까운 괴성이다.

- 돼지의 장기는 크기가 좀 크다는 점만 빼면 놀랍게도 인간과 아주 흡사하다. 즉 돼지 배를 갈라서 본 것과 사람 배를 갈라서 본 것이 거의 똑같댄다. 그러니 장기 이식 수술 같은 거 실험 실습을 돼지를 상대로 한다.
옛날에 단두대가 발명되던 당시에 임상실험=_=도 돼지를 상대로 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그렇지는 않고 양 시체를 갖고 했댄다.

- 시커먼 털에 엄니도 달린 멧돼지랑.. 털 없는 집돼지는 아종 수준의 바리에이션일 뿐이며 서로 교잡 가능하다. 유전자가 서로 "호환"된다.
밤에 야생 멧돼지 수컷이 돼지 농장 축사에 몰래 침입해서 거기 암퇘지와 짝짓기를 하는 바람에 멧돼지와 집돼지 잡종이 뜬금없이 태어난 경우도 있댄다. 털은 시커먼 멧돼지 같은데 코나 귀 모양은 집돼지 같은 '집멧돼지'랄까. 새끼가 태어난다니 일면 좋지만, ASF 방역의 입장에서는 이건 굉장히 위험천만한 현상이긴 하겠다.

- 새끼들을 잔뜩 데리고 다니는 성체 멧돼지는 100% 무조건 암컷이다. 수컷은 짝짓기 때만 암컷을 찾아왔다가 그 뒤로는 혼자 유유자적 한다나..??

- 소는 가죽이 유명해서 자동차 시트나 구두를 만들 때 쓰이는 반면, 돼지는 털이 유용하게 쓰인다. 과거엔 칫솔을 비롯한 각종 브러시류들이 돼지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 멧돼지는 주둥이가 깡패이다. 두더지는 앞발로 땅을 파고 말은 뒷다리로 걷어차는 위력이 괴수인 반면, 멧돼지는 코를 벌름거리는 주둥이로 냄새도 맡고 땅도 파고 들이받기 공격도 한다.
앞의 사냥개를 주둥이로 턱 후리자 사냥개가 그냥 공중으로 붕 날아가서 근처의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일화도 있다. 덩치 큰 수컷 성체 멧돼지의 경우, 주둥이로 1톤에 가까운 힘까지 낸다고 한다. 굳이 엄니가 없어도 매우 위력적이다.

- 야생 성체 멧돼지는 뱀을 가볍게 잡아먹을 수 있다. 독사가 물어 봤자 돼지의 두꺼운 가죽과 지방층을 뚫을 수 없기 때문에 독이 혈관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DMZ wild인가 거기 다큐 프로를 보니, 멧돼지가 뱀을 그냥 국수 면발 흡입하듯이 후루룩 잘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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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좁은 농장 축사에서 꼼짝달싹 못 한 채 사료와 항생제 떡칠이 돼서 딱 6개월 동안 몸집만 키우다가 바로 도축되는 식용 돼지랑..
허기진 채 황량한 야산을 방황하다가 인간들 주거지에까지 내려와서 날뛰던 끝에 사살되는 멧돼지..
누가 그나마 더 나은지, 누가 더 가련한 처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ㅠㅠㅠ

(2) 구제역은 뭐고 ASF(아프리카돼지열병)는 뭔지 모르겠다. 모두 사람에게는 무해한데..
구제역은 돼지뿐만 아니라 소도 영향을 받는 반면, ASF는 돼지 전용인 듯하다. 구제역 시절엔 야생 멧돼지를 잡네 마네 하는 얘기는 없었는데 말이다.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 가격이 8천 원 남짓이던 시절이 그립다.;;

(3) 민가에까지 내려오는 멧돼지는 진짜 첩첩산중에서 사는 다른 멧돼지와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도태된 놈이라고 그런다.
인간이 자꾸 산 깎고 도로 닦고 집을 지으니 멧돼지가 살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얘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겠다.

(4) 멧돼지를 하도 많이 잡아서 이제 2020년대쯤부터는 서울 시내에서는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뉴스 보도가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가을쯤에 오동 근린공원(북서울 꿈의 숲 일대)에서 멧돼지가 발견됐고 엽사가 잡으러 나섰다는 소식이 매스컴을 크게 탔었다. 하지만 그 뒤로 잡았다는 소식은 없고 그대로 허탕친 것 같다. (☞ 링크) 얘는 애초에 전국구 뉴스가 아니어서 유튜브에 딱히 동영상 보도 자료도 없다.

그 뒤 2022년 8월경엔 멧돼지 한 마리가 불암산에서 내려와서 중계동의 어느 은행 ATM 부스에 들어갔다가 갇혀서 사살됐다. (☞ 링크)
에휴, 들어간 거면 들어간 거지 뭐 ‘돌진’이냐.. 대놓고 사람을 해친 것도 없구만 괜히 쓸데없이 애꿎은 멧돼지를 완전 상종 못 할 위험한 괴수로 프레임 씌우려고..;;
서울에 아직 야생 꿀꿀이 도야지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에는 창덕궁 후문에서 또 멧돼지가 나타나서 포획됐었으며, 올해 1월 5일에는 부암동 길거리에서 큼직한 놈이 하나 길거리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5) 그런데 지난 여름에 옥천에서는 밭을 보호하고 멧돼지 잡으려고 설치한 전깃줄에 정작 전깃줄을 설치한 당사자와 딸 두 명이 나란히 감전사하는 안타까운 참변이 발생했다.
그리고 엽사가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하고 쏴 죽이는 사고도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무려 세 번이나 났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깜깜한 밤에 혼자 사냥개의 도움 없이, 열화상 카메라도 없이 그냥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는 쪽으로 냅다 총질을 한 듯하다.. 이거 무슨 군대에서 미사일 쏘는 것도 아니고..  -_-

두 건(7월 말 양산, 11월 서산)은 피해자가 근처의 동료 엽사였지만 다른 하나(4월 말)는 정말 뜬금없이 으슥한 북한산 기슭에서 잠시 소변이나 보던 택시 기사였다..;; 가해자는 징역은 아니고 금고형을 1년 8개월 남짓 선고받았다.

(6) 독일 사람인지...??
시골에서 방목하며 키우는 멧돼지만 전문적으로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풀밭을 날뛰고 진흙 목욕을 즐기고 나뭇잎을 뜯어먹는 도야지...
우왓.. 이거 뭐야.. 바로 구독 누르고 즐겨찾기에 추가했다. (☞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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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난 돼지가 좋고 멧돼지가 좋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민가에까지 내려왔다가 인간의 손에 장렬히 산화했느냐? 흑흑.. 슬프다. 시골에서 내가 입양해서 키우고 싶기도 하고.. 아들 청년 압살롬을 잃은 애비 다윗의 심정이 이러했을 것 같다.
시내나 건물 안에서 날뛰는 멧돼지 쟤들도 대체로 겁 먹은 공황 상태이거나, 아니면 너무 배고파서 자포자기 이판사판이어서 자제력을 잃어서 사고를 치는 것이다. 여러 모로 가련한 상태이다.

난 산에서 멧돼지한테 공격 당해서 다친다 해도 이건 영광스러운 상처이지, 신고하지도 않고 그 돼지한테 책임을 묻지도 않을 것이다.
아 물론 다른 사람을 해친 멧돼지를 포획하는 걸 개념 없이 반대하고 막지는 않는다.
예전에 왜.. 어느 초딩을 공격한 정도를 넘어 아예 잡아먹으려 했던 그런 개는 당연히 안락사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인서울에서 멧돼지 다음으로 웬 너구리들이 주변 사람들을 공격해서 다치게 한다고 하니, 멧돼지만 잡는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닌 셈이다.

(8) 성경에도 멧돼지가 나오긴 한다. 시 80:13에서 딱 한 번.. 아가서에서 나오는 여우(아 2:15)와 더불어, 농작물을 망치는 유해동물의 양대산맥이다. ㅋㅋㅋㅋ
그래서 종교 개혁 당시에 교황 레오 10세는 루터를 저 구절에서 모티브를 따서 멧돼지 같은 놈이라고 디스했었다.
고매하신 교황 성하께서 쌍욕을 직설법으로 퍼부은 건 아니고.. "주여.. 주의 포도밭을 웬 숲속의 멧돼지들이 파괴하려 하나이다~~ㅠㅠㅠ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시편 22편 12~13 같은 분위기 나게.. =_=;;

아울러, 베드로가 본 행 10:12의 보자기 환상에는 도야지도 당연히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일어나 잡아먹어라~!!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니가 감히 속되다고 판단하지 마라!!" ^___^
돼지를 잡아먹을 땐 잡아먹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엔 최대한 잘 먹이고 잘 대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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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흔히 도토리가 다람쥐의 먹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다람쥐보다도 도토리를 더 좋아하는 동물은 돼지이다. 멧돼지도 포함..
멧돼지가 자꾸 인간 거주지로 내려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산에서 산나물이나 도토리 같은 걸 더욱 무단 채취하지 말아야 한다. 추운 겨울에 야생동물들이 먹어야 할 먹이를 빼앗지 말라~!!

임산물의 무단 채취는 국유림이건 사유지이건 불문하고 형사 처벌될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과태료이겠지만, 상습· 조직적으로 대규모로 했다면 징역· 벌금 급으로 갈 수도 있다. (산림보호법 제54조,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 의외로 처벌이 세다.
이건 실수로 낸 산불보다도 형량이 더 세다. (동법 제53조,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물론 일부러 불지른 방화 산불의 형량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러니 산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쓰레기 투기 금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취사 금지, 무단 경작 금지에 이어 '임산물 채취 금지'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가 규칙인데, 어떤 곳에서는 "야생동물의 먹이를 빼앗지 마시오"라니 참 가지가지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2 08:35 2023/0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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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 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손 원일 제독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해군 병 출신인 부친으로부터 참 부담스러운 이름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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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원일은 독립운동가 겸 대한민국 초대 해군 참모총장.. 그야말로 해군의 창설자 내지 아버지다. ㄲㄲㄲㄲㄲ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저분은 투스타 신분으로 미국 가서 극한의 심리전 흥정 딜을 벌여서 가격을 후려친 끝에 각종 군함과 무장을 똥값 헐값에 도입해 온 에피소드를 아실 것이다.

이런 준비 덕분에 6 25 사변 초기에 울나라가 본토에서 참패와 후퇴가 이어지던 동안, 바다에서는 대한해협 해전에서 대승해서 북괴의 내륙 침투를 저지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전쟁 내내 재해권은 우리 아군이 차지할 수 있었다.


이분은 해군 사관학교를 나와서 저 손 제독처럼 해군 장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우수한 성적과 근무 실적으로 진급도 금방 금방 하면서 아주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2010년의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싹 바뀌게 되었다.

이거 무슨 인디애나폴리스 호 피격의 조선판도 아니고.. 패잔병, 패장, 임무 소홀/실패..?? 함장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제일 나중에 정당하게 구조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세월호 선장마냥 혼자 빠져나왔다는 식의 망발.. 정말 말도 안 되는 개 헛소리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했다.

그는 이 정신병자 미친놈들을 몽땅 다 소송으로 대응해서 참교육 시켰다. 전우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 인생 최대의 과제가 돼 버린 것이다.
특히 지난 2021년 6월에 휘문고의 어느 또라이 교사를 데꿀멍 시킨 일화가 유명하다. 저분은 2021년 2월에 대령 진급과 함께 예편했으니, 저건 민간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졌던 일이다.

2.
지난 2002년엔 아폴로 계획 자작극 음모론자이던 어떤 스토커가 무려 11호 승무원 출신인 버즈 올드린(닐 암스트롱 다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어그로를 끌었다. “당신이 달에 진짜로 간 거면 어디 성경책에다 손 얹고 맹세해 봐라~ 용용~ 이 거짓말쟁이 사기꾼놈아!” 이랬다.

허.. 올드린은 11호 착륙 당시에 “저희는 달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지구의 각지에서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여러분은 하시던 일을 잠시만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심사숙고하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감사’를 같이 표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이었다.

1948년 울나라 제헌국회 때 리 승만 의장이 애드립으로 감사 기도 요청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반 년 전 아폴로 8호 때는 창세기 1장 애드립 낭독이 논란이 돼서 이번엔 종교색을 빼고 ‘각자의 방법으로’라고 표현만 바꿨을 뿐이다. 그는 정말 독실한 신자였기 때문에 달에서 개인적으로 몰래 주의 만찬까지 진행했었다..!! (대외적으로는 성찬식..)

근데 성경에 대고 맹세, 사기꾼? 처음엔 이 사람도 그냥 정신병자 취급하면서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이 새X가 계속 길을 막고 선을 넘으며 모욕적인 도발을 일삼으니 참다못해 70대 나이로도 죽빵을 날리게 됐다.
한국 같으면 폭행죄로 기소됐겠지만, 정당방위를 높게 평가하는 천조국에서는 “이 정도면 아예 폭행을 대놓고 유도한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기소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방면됐다.

자, 저 버즈 올드린의 심정과(달 착륙), 손 원일 함장(천안함 폭침)의 심정이 비슷했을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솔직히 이건 타이슨 핵이빨이나 박 찬호 가위차기 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참고 더 점잖게 대응한 것이었다.
참고로 버즈 올드린은 아폴로 11호 승무원 3명 중에서 2023년 현재까지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사람이다. 생존했을 뿐만 아니라 90대의 나이로.. 한 달쯤 전(2023년 1월)엔 리 승만-프란체스카를 능가하는 연하의 여자와 네 번째 결혼까지 했다~!! ㄷㄷㄷㄷㄷ
그 반면, 가장 유명한 암스트롱은 2012년에, 사령선 조종사인 콜린스는 2021년에 세상을 떠났다.

3.
다음으로, 국내엔 손 원일의 이름을 딴 인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월북 독립 운동가인 박 헌영의 이름을 딴 인물도 있다. 임 헌영..;; 이 사람은 본명이 따로 있다가 훗날 스스로 개명한 것이다.

이 사람은 교사 출신으로 문학 평론 쪽으로 일하다가 나중엔 민족 문제 연구소, 친일 인명 사전.. 이름만 들어도 성향이 짐작이 되는 진영에서 뼈를 묻으며 지냈다.
군사 정권 시절엔 감방을 들락거리기도 했고 정부로부터 사찰 감시도 받았다고..

행적이 입체적이고 진짜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 시대를 잘못 만난 풍운아, 선친일 후항일이 낫냐 선항일 후친일이 낫냐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
그 많고 많은 일제 시대 인물 중에 하필이면 남한과 북한으로부터 모두 버림받았고 재평가 가능성도 없는 최악의 인물의 이름을 땄을까? 취향이 참 이상한 것 같다.

하다못해 손 원일의 부친인 손 정도 목사는 남한의 입장에서도 독립 운동가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부터도.. 김 일성 수령의 옛 스승이었다고 예우받고 인정받는 사람이다. 이건 당연히 현재 북괴의 정치나 이념과도 전혀 무관한 옛날 일이다.

마치 중국에서 ‘쑨 원’이 중공과 대만 모두에게서 인정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도 민족이니 통일이니가 좋으면 차라리 저런 사람이나 재조명할 것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 보니 친일파니 어쩌니 하는 저 바닥에는 독립 기념관 관장을 역임한 김 삼웅이라는 사람도 있고, 광복회 회장을 역임한 김 원웅이라는 사람도 있다. 인상이 좀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물론 그닥 긍정적인 인상은 아니다. -_-;; 도 넘는 반일 정신병은 이제 좀 그만..

Posted by 사무엘

2023/02/20 08:34 2023/02/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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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500년대 전반기에 잉글랜드에서는 그 이름도 유명한 헨리 8세라는 군주가 재위했다. 그는 '수장령'이라는 걸 선포하며 자기 나라를 종교적으로 로마 교황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떼어 놓았다.
뭐, 루터처럼 무슨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이런 거창한 신념 때문은 아니고, 교황이 자신의 이혼을 승인해 주지 않고 어영부영한 것에 대한 불만과 반발이 크게 작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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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거쳐 간 마누라가 한두 명이 아니었고(6명), 심지어 그 중 두 명은 자기 손으로 사형에 처하기까지 했다.;; 궁예만 자기 마누라를 죽인 줄 알았더니..=_=;;
여러 모로 가정사가 비범하고, 도라이 정신병자 같은 기질도 있었지만.. 저 사람을 통해 종교 쪽은 결과적으로 좀 선한 결과가 나왔다.

이 사람의 재위 때(1530년대) 윌리엄 틴데일이 순교했다. 그가 유언으로 남긴 "주여, 영국 왕의 눈을 열어 주소서!" 기도가 응답되어 커버데일, 매튜, 그레이트 같은 영어 번역 성경이 출간되어 나왔다.

이때는 훗날 킹 제임스처럼 왕이 자기 이름을 걸고 국비로 번역자들을 50여 명이나 소환해서 성경 번역을 추진한 단계까지는 아직 아니었다. 그저 "개인이 성경을 번역하고 출간할 자유 정도는 국가에서 보장한다. 이제 성경 번역자가 순교자가 되지는 않아도 된다" 정도만 이뤄진 것이었다.

헨리 8세는 1536년에 낙마 사고를 크게 당한 적이 있었다. 이때 2시간 동안이나 의식을 잃었으며, 한쪽 다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그 뒤로 평생 제대로 못 쓰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이 사람은 더욱 심신이 피폐해지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싸이코처럼 흑화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1547년에 세상을 떠났다.

2.
어 그런데 1547년엔.. 프랑스에서도 '헨리'라는 이름의 새 왕이 즉위했다. 현지 발음으로는 '앙리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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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잉글랜드 저 동네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골수 가톨릭이었다. 유럽을 휩쓸던 종교 개혁을 온몸으로 반대하는 소신이었다.
그는 개신교를 이단으로 규정해서 대놓고 금지했으며, 종교개혁자고 개신교 신자들이고 눈에 띄면 잡아서 화형에 처했다. 심지어 죽는 동안 비명을 제대로 못 지르게 하려고 혀까지 미리 자르고 죽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앙리 2세(1519-1547-1559)(출생;즉위;사망)와 아주 비슷한 시기에 잉글랜드에서는 메리 1세(1516-1553-1558) 여왕이 재위 중이었다. 저 아줌마도 'bloody Mary'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개신교 박해에는 한 끗발 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째 저 시기엔 프랑스와 잉글랜드에서 군주의 종교 성향이 똑같이 저렇게 갔는지가 흥미롭다. 어떻게든 종교 개혁을 짓밟고 없애 버리고 싶긴 했는가 보다.

다만, 메리 1세는 재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죽인 것으로 확인된 사람도 일단은 몇백 명 단위가 전부(!)이다. 무슨 스페인 종교재판소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또 저 사람은 종교 박해만 빼면 세상적인 통치는 그리 나쁘지 않게 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쪽에서는 아무래도 자기를 박해한 군주를 아주 나쁘게 기록할 수밖에 없고.. 폭스의 순교사 책에서도 재위 기간 대비 그녀의 악행(?)이 굉장히 길고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폭스 자신의 자국 얘기이기도 하니 기록이 많이 남아 있고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뭐 그건 그렇고..

앙리 2세는 여자인 메리 1세와 달리, 아주 마초스럽고 스포츠 승부를 즐기는 기사 스타일이었다. 허나 이 기질 때문에 사고를 당해 요절했다.
1559년, 그는 자기 장녀와 자기 여동생이 나란히 결혼--어떻게 이런 일이 동시에 가능??--하는 이벤트가 있어서 국내외 여러 왕족· 귀족들과 먹고 마시며 놀았다. 분위기가 좋아지자 그는 자기 부하인 가브리엘 몽고메리 백작과 나란히 말 타고 창술 시합을 벌였는데..

격렬히 싸우던 중에 몽고메리 백작의 창이 빠직 부서졌다. 그런데 창 자루가 부러진 날카로운 파편이 앙리 2세의 투구 틈새로 튀어서 그만 국왕의 눈 바로 옆을 찌르고 관자놀이 근처까지 박혀 버렸다.
앙리 2세는 얼굴이 피칠갑이 됐다. 당대 최고의 명의들이 동원돼서 파편을 빼내고 치료에 수술에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고 곪고 그 독소가 바로 근처의 뇌까지 퍼지는 걸 막지는 못했다.

앙리 2세는 끙끙 앓다가 사고 후 11일 만에 만 40세의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현대의 위생과 의술이 있었다면 겨우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았을 텐데..
그는 고통 속에 죽어 가면서도 몽고메리를 사면하고, 사고의 책임을 저 사람에게 묻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앙리 2세는 말에서 떨어진 헨리 8세보다 더 큰 사고를 당해서 결국 목숨까지 잃은 셈인데..
당시 노스트라다무스가 4년쯤 전에 이 사람의 죽음을 아주 막연하게나마 예언을 했다고 여겨진다.
"젊은 사자가 늙은 사자를 이길 것이다. 단 한 번의 전투를 치르는 전장에서 그는 황금빛 새장 너머 그의 눈을 찌를 것이다. 그는 두 상처가 하나 되어, 참혹한 죽음을 맞으리.."라고 썼다고 한다.

몽고메리는 이 사고에서는 무사했지만, 훗날 앙리 2세가 싫어했던 '위그노'--당시 프랑스에서 칼빈파 개신교도를 일컫던 멸칭--로 전향하고 잉글랜드 쪽으로 정치 입장까지 바꿨는가 보다. 그는 프랑스의 종교 내전이었던 위그노 전쟁에 참여했다가 잡혀서 처형 당했다.

프랑스는 종교 개혁이나 개신교 따위와는 영 접점이 없어 보이는 동네인데 웬 칼빈인가 싶지만.. 애초에 칼빈부터가 처음에 프랑스 출신이었다. 그러니 대외적으로 '쟝 깔뱅'이라는 표기도 통용되는 것이다.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나라도 종교 개혁의 영향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는 이런 투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여전히 가톨릭 국가로 남게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18 08:35 2023/02/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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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본공수 61편 납치 사건"은 지난 1999년 7월 23일,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씨랜드 화재 참사(6월 30일)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시절에 일본 국내선으로 뛰던 보잉 747 대형 여객기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얘는 지역만 생각하자면 우리나라와 별 관계 없어 보이지만, 사건의 발생 배경을 생각하면 본인 같은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가해자는 1970년생으로 나름 똑똑하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철덕이었는데.. 대학교 시절에 스케일이 더 큰 항덕으로 전향(!!!)했다. 흐~ 난 대학 말년 때 겨우 철덕에 입문한 케이스인데 말이다. (물론 그 뒤로 무늬만 쬐끄맣게, 명함 내밀기도 민망한 실력이지만 약간 항덕/밀덕 표방을..)

하지만 그 사람도.. 그렇게 늦깎이로 입문했다고 항공사에 승무원이나 사무직, 지상 조업도 아니고 여객기 조종사로 당장 입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비행 시간을 뭘로 어떻게 채우려고? 취미와 직업은 엄연히 서로 다른 영역이다.

결국 그는 대학 졸업 후엔 철도 회사에.. 그것도 열차 운전도 아니고 JR화물에서 상하차 관련 초라한 단순노동 직군에 입사했다. 허나, 음침한 우울증 증세로 인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으며, 업무 실수도 잦았다. 이 때문에 근속연수 2년을 못 채우고 무단결근 잠적하면서 회사를 뛰쳐나와 버렸다. (1994~96)

이 사람은 점점 더 사회성이 오그라들었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혔다. 한때는 자살 시도도 했고.. 집에 틀어박혀서 플심 게임에만 심취해서 살았다.
게임으로는 비행기를 기막히게 조종하면서 아무 사고 없이 사뿐히 이착륙을 시켰다고 한다. 그는 “자기는 똑똑하고 철도/항공에 빠삭한 전문가인데 사회에서 안 알아 준다”는 쪽의 망상에 빠지게 됐다.

그래도 이 사람은 진짜 똑똑하기는 했는지, 컴퓨터 해킹과 본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짓을 현실의 항공업계를 상대로 해냈다~!!
인터넷으로 접한 하네다 공항 내부 구조를 보고는..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것이다.

“환승을 가장해서 요렇게 요렇게 슬며시 이동해서 출국장으로 들어가면 검사받지 않은 짐을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걸 착하게 공항과 항공사 측에다가 신고도 하고 “나 잘했죠? 그러니 공항 보안요원으로라도 채용해 주세용~” 라고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 제안마저도 전부 무시 당했다.

결국 이 사람은 폭주해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자기가 찾아낸 그 방법대로 기내에다 흉기를 실제로 반입했고, 이륙이 끝나자마자 그 흉기로 여객기를 탈취해 버렸다.
승무원을 위협해서 조종실로 어째어째 들어갔다. 부기장은 내쫓는 데 성공했지만, 기장은 끝까지 말을 안 들으니 부득이하게 흉기로 찔러서 살해하게 됐다.

이 사람은 플심으로만 보던 여객기 조종실을 실제로 구경하고 이것저것 조작하는 소원을 이뤘지만.. 이것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예비 열쇠로 조종실 문을 따고 다시 들어온 승무원과 승객에 의해 곧 제압당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가해자가 흉기를 내려놓고 조종실 감상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무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걸로 보인다.

저 사람은 악의적인 “다같이 죽자” 자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문적인 베테랑 747 조종사도 아니었다. 그냥 놔 뒀으면 자기 망상대로 비행기의 성능 한계를 시험한답시고 각종 기기들을 마구 건드리다가 기체를 통째로 추락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다행히 부기장이 다시 비행기를 접수해서 상황을 복구했다. 그 덕분에 비행기가 추락한다거나, 승객이 더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장이 사망한 관계로 비행기는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도로 회항하게 됐다.

가해자는 2킬 이상이 아닌 only(?) 1킬인 점, 그리고 정신병 정황이 감안되어 사형까지는 아니고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살인에다가 500명이 넘게 탔던 여객기를 상대로 하이재킹이니, 평생 감방에서 썩기에 부족함이 없는 너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현재까지도 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 사람의 범행 수법이 알려진 뒤에야 하네다 공항의 내부 구조는 당연히 보안 패치가 행해졌다.

저 사람을 보안 요원 특채까지는 안 시키더라도, 항공 당국이 취약점 신고를 받아들이고 간단히 포상이라도 해 줬으면.. 저렇게 기장이 순직하고 저 청년 인생 쫑나고, 수많은 승객들이 당일 스케줄이 아작나는 불편을 겪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참 재능이 아깝다. 일본은 국가적인 손해를 당하게 됐다.

“안에서 잠그면 밖에서는 절대 못 열죠” -- 영화 <라이터를 켜라> 승객 대사가 문득 생각난다. 이거는 여객기가 아니라 열차 버전이다만..
이 때문에 주인공 허 봉구는 열차 지붕 위를 기어가서 운전실로 잠입하는 미친 짓을 한다. 이때는 경부선 철길이 전구간 전철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설정이 가능했다.

저 사건에서는 쫓겨난 승무원들이 비상용 예비 열쇠를 갖고 있어서 조종실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9· 11 테러 이후에 비행기들이 안에서 열어 주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조종실 잠입이 진짜로 절대 안 되게 구조가 바뀌어 있다. 이게 비행기의 한쪽 보안은 강화시켰지만, 반대로 조종사 자체의 일탈 같은 다른 상황에 대한 보안은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끝으로, 이 납치 사건을 보니 먼 옛날 1971년, 우리나라의 F27기 납북 미수 사건도 같이 떠오른다.
이 사건에서는 항덕은 아니고--그 나라 울나라 여건상 강원도 깡촌에서 항덕이 되기란 불가능..-- 그냥 사회 불만 니트처럼 살고 있던 어느 20대 청년이 괜히 북한 가서 팔자 펴고 싶어서(???) 칼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제 폭탄을 만들어서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렸다. 이때는 부기장이 폭탄을 껴안고 자폭하는 바람에 이 사람 한 명만 순직하고 희생됐었다. 범인은 체포가 아니라 그냥 현장에서 사살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16 08:35 2023/02/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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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짜 뉴스

인터넷과 SNS라는 게 온갖 날조 주작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과 성토가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절반 이하만 맞는 말인 듯하다.
"한국은 UN 지정 물 부족 국가", "일제가 석굴암을 훼손했다", 일제가 박은 쇠말뚝, 아베 노부유키의 유언(???),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 죽는다", "김 민지 조폐공사 사장 딸 이야기" 등등등..

인터넷과 SNS가 없던 시절.. 통신 불편하고, "서울 간 놈과 서울 안 간 놈이 싸우면 안 간 놈이 이길" 확률이 더 높던 시절이야말로 가짜 뉴스, 루머, 낭설, 괴담, 유언비어, 도시전설들이 더 많이 나돌았다. 검증을 하기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인터넷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게 아니다. 이건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닌 것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은 가짜 뉴스 주작이 빠르게 퍼지긴 하지만 그래도 반박되고 바로잡히는 것도 금방 되는 편이다. 그 대신 굉장히 저렴하고 간편하게, 공평하게 인류의 집단지성에 접근할 수도 있다. 정보력만 뛰어나다면 말이다.

"예수님 부활이 사실인가?" 이런 걸 위키나 네이버 지식인에서 찾는 건 좀 난감할 것이다. 그러나 "아폴로 우주선 달 착륙이 사실인가"를 확인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2. 사진과 영상의 화질

옛날에는 뿌연 흑백 사진과 흑백 영상이 더 옛날 기록의 특징이었는데.. 이제는 시퍼런 컬러 사진과 컬러 영상도 3, 40년 가까이 전의 옛날 기록이 되어 간다. 이게 정말 어색하게 느껴지고 문화 충격으로 다가온다.
단지, 옛날 껀 해상도가 낮고 jpeg artifact가 존재하며, 특히 영상은 종횡비가 지금 같은 와이드가 아니었을 뿐이다.

차라리 아주 옛날 영화 필름은 복원을 잘 하면 1980년대의 것도 2K니 4K급으로 리마스터링이 된다. 하지만 화질이 제일 안 좋은 채로 굳어져 버린 건 1990년대의 '비디오' 영상인 것 같다. 이건 정량적인 방법으로 리마스터링이 불가능하다.;; 아날로그 스타일의 노이즈와 화질 열화는 요즘 세대가 알지 못하는 정말 인상적인 현상일 텐데 말이다.

하지만... AI가 출동하면 어떨까..??
옛날에는 "실종된 이 아동이 만약 지금 살아 있다면 이런 외모일 것" 이런 기술이 가끔 무슨 대학원 연구소나 스타트업 기업에서 깜짝쇼로나 선보이던 수준이었다. 신 윤복 화가의 풍속화를 '애니메이션'화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도 1990년대 최첨단 CG 기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더 나아가서 개나 소나 옛날 흑백 영상을 컬러화하고 저화질 영상을 거뜬히 리마스터링하고 있다. 이건 소실된 정보를 복원한 게 아니라, AI를 토대로 재구성 각색해서 넣은 것이다. 기술적으로 단순히 고종/순종 어차를 복원해서 때 빼고 광 낸 수준이 아니라, 시발 자동차의 레플리카를 새로 만든 것에 가깝다.
이런 게 쌍팔년도를 거쳐서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기술의 혜택이라 하겠다.

자동차 안, 건물 안, 길거리 곳곳에서 고화질 올컬러 CCTV와 블랙박스 카메라가 넘쳐나는 이 시국에...
난 집 현관 비디오폰의 영상이 컬러인 것 실물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다.. >_< 새로 지어진 집으로 거주지가 크게 바뀔 기회가 별로 없었던 듯..

3. 스마트폰

(1) 스마트폰 때문에 공중전화는 말할 것도 없고 재래식 건물 유선전화도 갈수록 없어지고 회선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송수화기에 꼬불꼬불 케이블 달린 재래식 전화기의 외형 자체가 깡그리 없어진 건 아니다. 기업 내부에서 쓰는 인터폰에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게 호락호락 없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CCTV가 폐쇄회로 영상이라면 인터폰은 폐쇄회로 통신에 대응할 것이다.

(2) 진짜로 영영 없어진 건.. 인류 역사상 전화기의 평균 싸이즈가 가장 작았던 시절.. 2000년대 초중반의 피처폰/폴더폰이지 싶다.
그땐 기기마다 충전 단자가 호환이 안 돼서 불편하긴 했다만.. 그래도 배터리도 왕창 오래 갔다. 한번 충전하면 2~3일은 아무 걱정 없었다. 통화 안 하고 그냥 대기만 시켜 놓으면.. 본인의 경험 기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_-;;

(3) 아 그런데, 요즘은 삼성에서 접어서 크기를 더 줄일 수 있는 엄청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앞의 (2)와 같은 편견도 어느 정도 뒤바꿔 놓았다.
그 반면, 펜이 달려 있는 '노트' 계열 스마트폰은 유행이 지났는지 단종되었다.

(4) 3년 반 가까이 사용해 온 아이폰이 언제부턴가 짹을 연결해도 충전이 도무지 되지 않아서 수리를 받았는데.. 세상에나, 단자 안에 먼지가 한 웅큼 껴 있었다. 그걸 청소하니 인식이 다시 거짓말처럼 잘 되기 시작했다.
전자 기기의 먼지 청소는 옛날 볼 마우스 내부의 먼지 청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먼지가 이렇게 문제이면 짹은 뚜껑 같은 게 둬서 충전기를 꽂지 않았을 때는 밀봉해서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터리는 완전히 밀봉해서 함부로 분리를 못 하게 만들어 놓고는 이건 참.

(5)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카톡, SNS, 은행 앱, 갤러리 등.. 즐겨 쓰는 앱이 정해져 있다. 깔려 있는 모든 앱을 골고루 쓰는 게 아니다.
그러니 실제로 쓰는 앱만 빈도에 따라 한 화면에 자동으로 분류해 주는 기능이 좀 있으면 좋겠다.
옛날에 Windows XP 시절에 잠깐 있었던 '바탕 화면 정리' 마법사와 개념적으로 비슷한 기능인데.. 일단 내가 써 본 폰에서 이런 걸 자동으로 해 주는 건 딱히 못 봤다. 그냥 수동으로 앱들을 한 화면에다 정리를..;;
더구나 스마트폰은 PC 화면과 달리 별도의 메뉴 같은 게 없이 그냥 바탕 화면을 찍는 것만으로 앱을 실행하니, 바탕 화면이 좀 더 능동적으로 optimize가 됐으면 좋겠다.

(6) 그리고 스마트폰은 PC와 달리 영문의 입력도 IME가 개입하는 게 가능하며, 실제로 온갖 자동 완성과 자동 교정 기능들이 개입한다. 그런데 가끔은 오타가 아니고 진짜로 내가 입력하는 단어나 이니셜을 그대로 입력하고 싶은데 입력기가 선택할 여지를 안 주고 오교정한 단어를 그대로 내보내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PC라면 Ctrl+Z를 눌러서 MS Word 같은 앱의 각종 자동 고침 동작을 취소할 수 있는데 폰은 그렇지 않고 오교정을 철회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게 불편하다.

4. 그 밖에

(1) 개인적으로는 무선 키보드(+ 무선 마우스)가 예나 지금이나 굉장히 싫고 마음에 안 든다. 건전지를 번거롭게 교체해야 하는 데다, 오동작 반복 입력 현상이 너무 잦다. 이것도 무슨 전자파인지 간섭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거라고 하는데, 해결됐으면 좋겠다.

(2) 옛날에는 신용카드가 더 딱딱하고 번호도 양각으로 툭 튀어나게 새겨져 있었는데, 요즘 발급되는 카드는 다 매끈한 평면 재질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이런 카드는 단말기에서 인식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꽂아서 인식이 안 돼서 옛날처럼 다시 긁어야 한다. 이런 건 왜 발생하는 차이점인지 모르겠다.
하긴, USB 메모리도 단자 부분이 튼튼한 금속인 게 있고, 그렇지 않고 가녀린 플라스틱인 게 있는데.. 전자가 훨씬 더 튼튼하고 오래 가고 인식이 더 잘 된다. 후자는 좀 싸구려인 것 같다.

(3) 요즘은 매일 아침 11시 반에 우한 폐렴 확진자이든 자연재해이든, 폭염 주의이든, 실종자 안내이든 뭐든 무조건 오는 것 같다. 재난 문자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 전쟁, 사변, 공습경보처럼 진짜로 심각한 상황에만 좀 왔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이런 게 최초로 오기 시작한 계기가 지난 2016년쯤인가 경주 지진이었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13 19:35 2023/02/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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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어휘 관찰

1. 한자 義

義는 '의롭다, 옳다, 올바르다' 등의 아주 좋은 뜻을 나타내는 글자인데, 어쩐 일인지 글자 내부에 '양'이라는 부수가 포함되어 있다.
아 그래서 "한자에 담긴 창세기"를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한자에 진작부터 "어린양"이라는 기독교 개념이 담겨 있다는 식으로 해석을 해 왔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말 신빙성 있는 해석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船의 8이 노아의 가족을 의미한다는 떡밥보다는 어린양이 '좀 더' 개연성이 있어 보이긴 한다. 하긴, '아름답다' 美에도 '양'이 있으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그런데 이 義는.. 모조, 가짜, '실물이 아니지만 실물에 준하는' 이런 뜻이 있다. 그래서 의형제, 의수 의족 의안에서 '의'가 '가짜'라는 뜻의 義이다.
동일한 글자에 옳다 바르다.. 의롭다랑 '가짜'라는 뜻이 같이 있는 게 굉장한 의외이지 않은가? 게다가 이건 다의어이지, 동음이의어 관계가 아니다.
저 의가..

  • 依 손발 없는 장애인이 의지할 만한..
  • 儀 모양 외형만.. (예의)
  • 醫 의학의 힘으로 재현한..

어느 것도 아니라니 굉장히 의외로 느껴진다.;; 의형제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의수 의족 의안은..?
비록 레알 실물이 아니지만 "부정적인 어감"이 덜한 모조 대체품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할 듯하다.

2. 2음절 한자어의 앞뒤

우리말의 한자어는 비슷한 뜻의 한자 2개가 적당히 결합해서 단어가 된 경우가 많다.
'은혜'라든가.. 그리고 '명령'도 둘 다 뜻이 비슷하기 때문에 태조 왕건 드라마의 대사도 "폐하의 명이시니라 / 폐하의 영이시니라. 눈을 감아라."가 오락가락했다는 얘기를 본인이 예전에 한 적이 있다.

기린이나 앵무 같은 동물 이름도 그냥 '기린 기, 기린 린(麒麟)', '앵무 앵, 앵무 무(鸚鵡)' 한자의 결합이다. ㄲㄲㄲ
다만, 사자는 '사'만 獅이고 '자'는 그냥 잉여 글자 子이다. 일본에서는 한자로는 동음이의어 변별이 안 돼서 저건 그냥 영어 '라이온'으로 부르고 말이다.

이 자리에서 또 제시하고 싶은 예는 '역참'이다. (驛站) 이건 중앙 정부에서 파견된 파발꾼이 말 타고 장거리를 달리다가 지친 말을 교체하거나 각종 중간 보급을 받는 기지의 명칭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근대 버전뻘??
역참은 한 왕조 내지 중앙 정부의 통치력이 닿는 곳 이내엔 당연히 모두 설치되어야 했다. 동서양 어디에나 비슷한 기지가 있었고 조선의 경우 암행어사의 파견과도 접점이 있었다.

마패는 원래 암행어사 신분 자체를 입증하는 표식이 아니라, 그냥 역참 시설을 이용하고 말을 불출할 자격이 있음을 나타내는 표식이다.
그리고 "암행어사 출두요~!" 소리와 함께 우루루 뛰어오는 암행어사 편의 포졸들은 지방 관아가 아니라 바로 역참에 소속된 제3자 '역졸'이다. 무슨 특검도 아니고.. 암행어사는 조선만의 참 특이한 제도이긴 했다.

아무튼, 이런 말 대신 철도가 등장하면서 '역참'이라는 시설은 그냥 철도역으로 자연스럽게 대체되었는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앞글자 '역/에키'를 떼어간 반면, 중국에서는 뒷글자 '참'을 떼어갔다는 차이가 있다. 중국어로는 철도역을 '차참'이라고 한다.

3. 순우리말과의 관계

(1) '거리'는 순우리말로는 길거리 street라는 뜻이지만, 한자어로는 distance라는 뜻이다.
'고장'은 순우리말로는 지역, 마을이라는 뜻이지만, 한자어로는 기계 고장, 트러블, 탈, 문제라는 뜻이다.
'저자'는 현재 한자어 author이라는 뜻으로 거의 굳어져 있지만, 순우리말 고어로.. 장터, 도떼기시장, 가게라는 뜻이 어렴풋이 있다. '저잣거리', 그리고 '저자 시'(市)에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들은 순우리말은 모두 뭔가 지리와 관련된 용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2) 육지 land를 뜻하는 '뭍'은 앞으로 수십 년 뒤에는 거의 듣보잡 사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빚 증서를 나타내는 '어음'은 한자어가 전혀 아닌 순우리말이다.

(3) 잎을 달여 마시는 식물 '차'는 순우리말이다. 차의 한자어는 '다'(茶)이며, 바퀴 달린 탈것을 가리키는 차(車)가 한자어이다.

(4) 놈 자(者), 계집 녀(女)를 보면.. 어쩌다가 순우리말이 천박한 표현으로 전락했나 궁금해진다.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할 놈이 하니라" 특히 계집은 여자에 대해서 거의 흑인-니그로 같은 급의 멸칭이 된 듯하다. 같은 여자끼리 서로 싸울 때나 사용하는 단어이다.
요즘은 한자의 훈 자체가 사람 자, 여자 녀로 바뀌기도 했지 싶다. 문둥병, 장님 같은 말까지 나병, 맹인 등으로 바뀌었고 말이다.

4. 은혜

'은혜'라는 단어는 여러 언어에서 여자 이름으로 쓰이는 것 같다. 우리말은 말할 것도 없고, 영어권에도 Grace나 Gracia가 있으며 일본어에도 '메구미'(惠)가 있다.
우리나라 통일/새 찬송가에서 일본인 작사로 알려져 있는 가장 유명한 곡은 나카다 우고 작사의 "은혜가 풍성한 하나님은"인데.. 얘는 원어 가사도 영어 번역이 아니라 일본어로 기재된(Megumi hukaki mikami yo ...) 거의 유일한 곡이다.

본인은 '메구미'를 배틀로얄에서 미츠코에게 낫으로 목이 따여 죽는 여학생 이름으로만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ㅠㅠㅠ ^^;; 은혜라는 뜻이긴 하지만 딱히 기독교적인 심상을 담은 건 아니다.
이는 마치 서울 은평구와 비슷한 처지이다. 은평은.. 딱 정확하게 은혜와 평화에서 유래되었지만, 신약 바울 서신에 나오는 은혜와 평강(평안)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5. 나머지

(1) 요즘은 무슨 물자나 서비스의 가격이 올랐을 때 '인상/상승'이라는 평범한 단어를 찾기가 어렵다.
가격을 올리는 당사자는 '조정, 합리화, 현실화'라고 말을 돌려서 표현하고,
언론에서는 1%가 오르든 0.1%가 오르든 언제나 '폭등'이라고 보도하기 때문이다. -_-;;

(2) 암석의 생성 원리가.. 한자의 제자 원리(육서)와 대응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화성암: 상형 지사
퇴적암: 회의 형성
변성암: 전주 가차 ㄲㄲㄲ

(3) 우리나라의 성씨하고 한자 부수가 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귀화해서 생긴 너무 예외적이고 마이너한 성씨를 빼면 성이 내가 알기로 250여 개 정도 있어서 부수의 개수 214와 비슷하다.
부수의 획수 범위 1~17획은 ㄱ부터 ㅎ까지 자음 순서 14와 비슷하다. ㅋㅋ
하긴, 우리나라는 자국민에게는 창씨가 금지되어 있고, 성씨가 너무 적은 게 그냥 특징인지.. 문제점인지 좀 그렇다.

(4) 태권도, 그리고 태풍.. 얘들은 의외로 '태'의 한자가 太나 泰가 아니다.
태권도의 '태'는 跆(밟다, 발로 차다)인데, 국어에서는 태권도 계열의 단어 말고는 사실상 쓰이는 곳이 없는 글자인 듯하다.
그리고 태풍도 아주 의외로 태풍이라는 뜻의 전용 글자인 颱가 존재한다. 태풍의 뜻이 태풍이라니 뭔가 재귀적이다만.. 얘 역시 태풍 말고 다른 용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5) 갓난아기가 맨 처음으로 접하는 단어, 맨 처음으로 시도하는 발음이란 게 뻔할 뻔자이다 보니..
전세계 언어들이 다 '엄마'에는 M 소리가 들어가고, '아빠'에는 어떤 형태로든 B/P 소리가 들어간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엄마'의 포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해충 '모기'도 세계 언어들 상당수에는 M 소리가 들어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이다. 영어 mosquito, 그리고 마침 한자 蚊도 음이 '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11 08:35 2023/02/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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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가 실수한 이유

성경에는 예수님의 수제자라 일컬어지던 베드로의 인생일대 흑역사가 기록돼 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 베드로는 주님을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버리지 않겠습니다~! 죽어도 님하와 같이 죽겠습니다!"라고 호언장담을 해 놓고는..
정작 예수님이 배반당하고 붙잡히시던 타이밍엔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는지, 그분을 세 번이나 부인해 버린 사건 말이다.

게다가 부인할 때 심지어 저주하며 맹세했다고.. “아 ㅆㅂ, 내가 저 사람을 본 적이라도 있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니까? 성을 간다! 내가 할복이라도 해야 내 말 믿어 줄 거야?” 급의 극언까지 불사했다고 성경은 진술한다.

이건 인간의 멘탈의 한계를 너무나 강렬하게 보여주는 일화이다. 그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저렇게 될 수 있다. 그러니 "꼴 좋다 졸장부 찌질이 등신"이라는 비난보다는 동정과 공감의 시각이 더 강한 편이다.
"평소에 허세 똥군기만 잔뜩 부리던 녀석일수록 정작 실전에서는 총소리만 나도 혼비백산해서 달아날 거다. 천하의 베드로조차 저랬는데 하물며 너 같은 쪼렙 X밥은?"과 같은 패턴으로 아주 즐겨 거론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다른 시각도 있다. 베드로는 천성이 저돌적이며, 저 정도로 찌질한 겁쟁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호언장담 맹세 자체는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적 진영의 똘마니에게 용감하게 검을 휘둘러서 귀 한쪽을 절단하기까지 했다. (요 18:10)
예수님이 베드로를 저지하지 않았다면 그는 예수님을 체포하러 온 로마 병정들을 그렇게 온몸으로 저지하다가 혼자 또는 동지 몇 명과 함께 장렬히 산화하여 열사의 길을 갈 수도 있었다..!

허나, 예수님은 베드로의 선의의 대응에 전혀 호응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뜯어말리셨다. “야, 내가 어디 무력이 부족해서 잡혀 가는 줄 아니? 지금은 성경 기록이 성취되고 있는 순간 아니냐? 너나 정신 바짝 차리고 처신 잘 하라고..”
그리고 그분은 베드로를 말리는 걸로도 모자라서 공격을 받아 귀가 짤린 그 똘마니를 도로 치료까지 해 주셨다! (눅 22:51)

이러니 베드로는 예수님의 언행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채, 급 ‘시무룩~’ 무기력 모드가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모세의 소싯적 일화가 떠오른다. 자기는 나름 동족을 위한답시고 어느 노예 감독을 몰래 죽여서 없애 줬는데, 동족은 그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날 “허 참, 당신은 노예 감독 다음으로는 우리도 때려죽일 거야?”라고 모세에게 따진 것이다. 그러니 모세는 급 당황하고 멘붕하여 이집트를 떠나서 도망치게 된다.)

베드로는 영적으로 최악의 취약 상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당부처럼 딱히 믿음의 강건을 기도하며 간구하지 않았다. 그러면 안전한 곳으로 멀리 멀리 도망이라도 쳤느냐 하면 그리하지도 않고, 위험한 적진 내부를 혼자 계속 맴돌면서 염탐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어? 저 작자도 예수랑 한 패였어요! 내가 분명히 봤어요!” 이런 말이 들리니 허를 완벽하게 제대로 찔린 것이다. 갑자기 겁에 사로잡혔는지, 멘탈이 나갔는지, 아니면 고의로 삐딱서니를 타고 싶었는지.. 이때 베드로는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태도로 돌변하여 예수님을 거듭해서 부인하게 됐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여 본인이 베드로의 심경 변화 과정을 추측해 보자면 이렇다.
그는 세상적인 관점에서 그 정도로 단순무식하게 비겁한 허세 겁쟁이는 아니었을 수 있다.
설마.. 의기탱천해 있던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괜히 쿠사리를 먹여서 의욕을 꺾는 바람에 그로 하여금 예수님을 부인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겠는가?? 당연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예수님이 보기에 베드로는 성령 충만하지 못하고 성경 말씀을 제대로 믿지도 못한 채, 내면의 두려움을 그저 알량한 혈과 육과 객기로 찍어누르고만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분은 베드로의 본질적인 상태를 간파하고서 그러지 말라고, 영에 속한 싸움에 대비하라고 당부하셨다. 하지만 베드로는 여기에서 실패하고 넘어진 것이다. 예수님을 따라 용감하게 물 위를 걷기 시작했는데 '어어..' 딴 생각을 하다가 불안해지고 물에 빠져 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요 11의 "예수께서 우시니라"는 단순히 인간적인 감정이나 동정심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 것이다(창 50에서 요셉이 운 이유도 같이 참고를..).
그것처럼 베드로의 흑역사에도 당장 눈에 보이는 예수님의 정적들에 대한 두려움만이 기여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인간이 어디에서 무너질 수 있는지, 신앙생활이 단순 사회 운동이나 정치적인 투쟁과는 무엇이 다른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남을 죽이는 의사 투사든, 자기를 죽이는 열사든 무엇이건 말이다.

그나저나 예수님이 체포되던 당시에 제자들이 모두 성경을 잘 알고 성령 충만하게 FM대로 대처했다면 어찌 됐을까?
“스승님을 잡아갈 거면 우리도 다같이 잡아 가시오! / 우리부터 먼저 죽이시오~” 이렇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 양 옆에 들러리 도적 대신에 베드로와 요한 같은 제자가 같이 달리게 됐을 수도 있다.

혹은 악의 무리들이 예수님만 잡아들이고 제자들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이 체포됐을 때처럼 골방에서 열심히 기도라도 했을 것이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꾸지람을 듣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 싶다.
뭐, 다~ '만약에 그랬다면?' 같은 낭설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고 보니 베드로뿐만 아니라 가룟 유다도.. 예수님을 실컷 배반하고 나서는 어떤 계기로 마음이 또 바뀐 걸까? 뭔 바람이 들어서 뒤늦게 돈을 반환하고 난리를 치다가 자살을 했겠는지도 적지 않게 의문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09 08:35 2023/0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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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했던 말도 있지만 오랜만에 철도 역사 얘기를 정리해 본다.

1.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남쪽 방면 종점은 1974년 첫 개통 이래로 30년 가까이 쭉~ 수원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 4월 30일, 거의 30년 만에 딱 두 정거장 남하한 병점으로 연장됐다. 그리고 2005년 1월 20일, 이 종점은 무려 천안까지 내려갔다. 경부선 천안-수원간 2복선 전철화가 모두 완료됐다.

그럼.. 수원 다음에 바로 천안으로 한꺼번에 개통하면 될 것을.. 아니면 화끈하게 오산이나 평택 정도의 중간 지점도 아니고, 그 당시에 겨우 화성시 병점까지만 먼저 연장 개통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원과 병점 사이에는 '세류'라는 역 하나만 달랑 있다. 여기는 바로 옆에 공군 기지가 있어서 여객 수요가 별로 없고, 전철이 굳이 선개통을 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여객이 아니라 시설 때문이었다.
수원을 살짝 벗어난 병점 역 근처에 병점 차량기지가 만들어졌고, 전동차 회차를 위한 전용 입체교차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게 전철 운영을 위해 꼭 필요했기 때문에 이 짧은 구간부터 먼저 개통을 한 것이다.

2.
이 과정은 우리나라의 지폐 신권의 도입 과정과 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원래 한국 은행의 의도는 2009년에 새로운 5만원권과 함께 기존 지폐들도 새 도안을 내놓고, 모든 지폐를 한꺼번에 신권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전 2007년에 기존권의 신권을 먼저 풀게 되었고 특히 5천원은 2006년 초에.. 0순위로 제일 먼저 시급히 내놓았다. 신권을 이렇게 준비되는 대로 찔끔찔끔 '축차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 당시에 5천원 구권의 위조지폐가 엄청나게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77246 위조지폐" 사건인데, 이 엄청난 사고를 친 범인은 무려 2013년에야 잡혔다.
돈은 위조지폐 때문에 신권이 일찍 나오게 됐고 전철은 수원 역의 회차 시설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병점부터 먼저 시급히 개통했다.

병점 기지와 입체 회차 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수원까지 간 하행 전동차가 상행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로 치면.. "유턴"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하행 외선에서 상행 외선으로 평면교차로 가다 보니 중간에 내선 일반열차 선로를 횡단해야 했다.
새마을호처럼 수원 역을 전속력으로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도 있는 선로를 횡단하는 건... '비보호 좌회전'만큼이나 굉장히 위험 부담이 큰 기동이었다.

물론 철도는 아주 정교한 신호와 시각표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이게 진짜 자동차 도로 같은 비보호인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철은 일반열차를 피해서 회차를 해야 하니 회차 용량을 늘릴 수 없고, 이 때문에 경부선 전철 자체를 충분히 증차할 수 없었다. 1981년에 애써 경부선 서울-수원 2복선화까지 했는데 회차 용량이 선로 용량을 많이 까먹어서 도루묵으로 만들었다.

2002년 2월에는 수원 역 부근에서 서울 메트로 소속 전동차가 일반열차를 먼저 보내주려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철도청 선로 보수 차량이 이를 추돌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철도청 새내기 신입 기관사가 앞을 제대로 못 보고 사고를 낸 거라고 전해진다. 아마 이 사고도 철도청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고, 병점 역의 시급 조기 개통에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된다.

3.
그리고 이 병점 차량기지는 아무 곳에다 새로 만든 게 아니었다.
경부선 수원-천안간 2복선화 과정에서 병점 부근의 선로가 선형개량이 되어서 딴 데로 이설되었다. 병점 기지는 바로 이설 전 기존 선로 부지에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0년에는 여기에 '서동탄'이라는 전철역도 만들어지게 됐다.

이건 뭐랑 비슷한가 하면.. 서울 송파구 잠실 근처에 있는 석촌 호수이다.
여기는 원래 한강의 남쪽 지류가 흐르던 곳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에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여서 물길의 방향을 통째로 바꿔 버리고, 거기만 호수로 남겨둔 것이다. 그래서 거기 일대에 '송파 나루' 같은 지명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석촌호수가 원래 한강이 있던 곳이었다면, 병점 차량기지는 원래 경부선 선로가 있던 곳이었던 셈이다.

4.
(1) 참고로, 병점 기지가 만들어지고 2년쯤 뒤인 2005년 7월엔 인서울인 이문 차량기지가 새로 생겼다. 얘는 망우선의 잉여역이던 '이문 역'을 대체하는 형태로 부지를 확보해서 만들어졌다. 근처에 이미 '신이문'이라는 전철역이 별도로 있다.

(2) 2005년 1월 20일로부터 11개월 뒤, 12월 20일엔 경부선에 이어 경인선도 주안 이후로 동인천 역까지.. 즉, 마지막 인천 역을 제외한 나머지 전구간이 2복선화가 완료됐다.
이로써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인천 라인과 수원-천안 라인이 모두 복복선으로 갖춰졌다. 경부선 라인은 2008년에 천안 이남으로 장항선 구간까지 침투해 들어가긴 했지만.. 이건 존재감이 좀 덜하다.
그리고 인천은 일반열차가 다니지는 않지만.. 승장장 이후로 인상선로가 없어서 열차가 빨리 진입하지 못하며, 이게 회차 용량을 여전히 떨어뜨린다. 이 한계는 오늘날까지도 개선되지 않았다.

(3) 병점 차량기지는 오랫동안 누리로 전동차의 주박 기지로 쓰였다. 하지만 지난 2020년 5월말부터 서울-신창 누리로 열차가 폐지됐고, 얘들은 경부선 대신 웬 중앙· 영동· 태백선 쪽으로 전보(!!) 발령됐다. 소속도 강릉 기지로 변경.. 그러니 병점 기지에서는 이제 누리로를 볼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07 08:35 2023/02/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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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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