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82 : 83 : 84 : 85 : 86 : 87 : 88 : 89 : 90 : ... 230 : Next »

조선어 학회 사건 때 투옥되기도 했던 교사 겸 국어학자 정 태진 선생, 그리고 미군 장성인 조지 패튼과 월튼 워커..
이 사람들은 1940~50년대에 모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당시의 비포장 도로 사정을 감안하면 차가 절대로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저 인물들이 당한 사고는 안전 벨트를 매고 있었다면 사람이 죽을 정도의 사고는 절대 아니었다. 더구나 보행자도 아니고 차량 탑승자가 말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자동차에는 안전 유리 정도나 도입되었지, 안전 벨트 비스무리한 물건은 아직 비행기 조종석을 벗어나지 못한 단계였다. 사고가 나면 탑승자는 관성 때문에 앞으로 튕겨나가서 좌석이나 유리창과 부딪치고, 최악의 경우 밖으로 날아가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니 장성급 VIP라 해도 교통사고가 났다 하면 얄짤없이 사망 아니면 중상을 면할 수 없었다. 하물며 정 태진의 경우는 아예 군용 트럭 짐받이에 아슬아슬하게 낑겨 타고 있다가 차가 전복됐으니 원..

기술의 발달 덕분에 자동차가 예전보다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를 실감한다. 안전 유리조차도 없던 자동차 초창기엔, 믿어지지 않지만 겨우 시속 30~40km로 달리다가 정면 충돌이 나도 사람이 죽을 수 있었다. 8기통 5000cc로 자동차 최대 출력이 30~40마력이던 100년 전쯤 시절 얘기다.
한편으로, 쿨하게 벨트 따위 없이 빠르기도 엄청 빠른 고속철이라는 교통수단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사람이 교통수단의 곁에서 얼쩡거리다가 죽거나 다쳤다고 하면, 보통은 저렇게 달리는 자동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떠올린다.
무겁고 딱딱한 쇳덩이인 자동차와 퍽 부딪치고 나서 딱딱한 아스팔트· 시멘트 바닥으로 내던져지면 사람은 신체 곳곳이 부러지고 꺾이고 긁힌다. 하지만 아예 신체가 차 밑으로 들어가서 바퀴에 깔리는 것보다야, 차라리 튕겨 나가서 내던져지고 구르는 걸로 끝나는 게 나을 것이다.

일반적인 자동차에 치인 결과가 이러한데, 하물며 훨씬 더 무거운 열차에 치이거나 깔리면 시체가 온전히 남지도 못할 것이다. 지하철 선로 투신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끔찍한 자살 방법이다.
단, 철도에는 굳이 달리는 차량에 치이지 않고도 끔살 당하는 다른 고유한 방법이 있다. 바로 전차선에 감전되는 것이다..;;

열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면 사람이 근처에만 있어도 빨려 들어가서 죽거나 다치듯, 고압 전차선은 굳이 완전히 접촉하지 않고 십수 cm 남짓 근처에만 도달해도 감전될 수 있다.
또한, 똑같이 감전사해도 그냥 말단 부위에 화상만 남기고 비교적 곱게 죽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열을 너무 많이 받아서 온몸이 순식간에 새까만 숯덩이 가루가 되기도 한다.

전압과 전류, 신체 상태가 어떻게 맞물리면 저렇게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전철이야 다들 가공전차선(공중) 방식이니, 감전 사고가 나는 건 사람이 일부러 열차의 지붕으로 올라가는 뻘짓을 했을 때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전철은 제3궤조 집전식이니 그 바닥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서양에는 touch the third rail (왕창 위험한 짓을 함)이라는 관용구까지 있다.

한편, 비행기와 선박은 자동차처럼 곱게 바퀴만 굴리는 게 아니라, 주변의 유체(공기 또는 물)를 빨아들이고 뒤로 내뿜는 추진 장치가 밖에 돌출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주행 여부와 관계없이 시동이 걸려 있는 것만으로도 곁에 있으면 더욱 위험하다.

선박의 경우, 주변에서 작업하던 인부가 스크루에 빨려들어가 끔살 당할 수 있다. 이런 사고는 범선이나 심지어 증기 외륜선 시절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던 부류일 것이다.
헬리콥터의 경우, 커다란 메인 로터는 머리 위 높은 곳에서 돌아가니까 괜찮지만, 테일 로터에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가 날 수 있다. 선풍기 날개에 손가락을 다치는 것 정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부상을 야기한다.

그리고 이 바닥의 갑은 제트기의 팬에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수십~100수십 톤에 달하는 대형 비행기를 그냥 밀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공중에 띄우기까지 해야 하는데.. 엔진의 힘이 얼마나 돼야 하며, 단위 시간 동안 빨아들이고 팽창시켜 내뿜는 공기의 양이 얼마나 될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단순히 새 정도가 아니라 사람도 당연히 빨려들어갈 수 있다.

지난 2006년 1월 16일에는 미국 엘 파소 공항에서 항공 정비사가 보잉 737 국내선(컨티넨탈) 여객기의 팬에 빨려들어가는 사고가 실제로 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합성이나 주작이 아닌지 신빙성이 약간 의심은 된다만, 사고 현장의 사진도 검색해 보면 나온다. 해당 엔진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바닥까지 온통.. 사람은 뼈도 옷도 유품도 없고 형체가 전혀 없이, 그냥 시뻘건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됐더라..;;

FPS 게임에 나오는 gib(피떡)라는 것의 더 잔혹한 실사판을 볼 수 있었다. 그냥 사람이 사지 잘리고 바닥에 피 흘리며 죽어 있는 어지간한 전쟁터나 교통사고 현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사고가 난 뒤의 모습 말고, 심지어 옆 비행기에서 그 사람이 실제로 쏙 빨려들어가서 죽는 모습을 촬영했다는 동영상까지도 굴러다니는 게 있는데, 이건 합성 주작인 것 같다. 하지만 사건 자체는 실제로 일어난 게 맞다.

요약하자면..

  • 육상 교통수단은 그 특성상 움직이는 차체에 사람이 치이거나 깔리는 교통사고가 날 수 있다. 차와 차끼리도 서로 부딪칠 수 있다.
  • 그에 덧붙여서 철도는 전차선이 존재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보니 차체의 운행 여부와 관계 없이, 아니 오히려 반대로 정지해 있을 때 감전 사고가 날 수 있다.
  • 다음으로, 땅 위에서 바퀴를 굴리는 형태가 아닌 교통수단들은(비행기, 선박) 추진 프로펠러에 빨려들어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17 08:32 2019/03/17 08:32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7

* 2014년에 썼던 글을 보완하여 다시 올린다.

옛날에 도스 시절에는 일명 '외부 명령'이라 하여 별도의 프로그램 형태로 존재하는 명령들이 있었다. format.com, diskcopy.exe 같은 것들.
이것들은 자기가 소속된 도스 버전을 가려서 동작했다. 가령, MS 도스 5.0이 설치된 컴퓨터에다 도스 6.x에 존재하는 새로운 유틸리티를 복사해 와서 실행하면, 실행에 필요한 파일들이 다 있다 하더라도 '도스 버전이 다릅니다'라는 에러 메시지와 함께 프로그램이 그냥 실행되지 않았다. 이것은 운영체제의 버전을 가려 가며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본인이 난생 처음으로 접한 사례였다.

Windows에도 자신의 버전을 알려 주는 API가 응당 존재한다. 하지만 이건 지금 구동 중인 운영체제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편의 기능을 구현할 때나 사용할 만한 기능이다.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라면 About 대화상자 같은 데서 말이다.
만약 프로그램이 운영체제의 버전을 가려 가며 실행해야 한다면, 단순히 운영체제의 버전을 갖고 판단하는 건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기능을 요청해 보고(CoCreateInstance, LoadLibrary/GetProcAddress 등), 그 요청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뭐,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는 예가 돼 버렸다만,
가령 내 프로그램이 유니코드 API를 사용하기 때문에 Windows 9x에서는 실행을 거부해야 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CreateWindowExW건 RegisterClassW건 유니코드 API를 실제로 호출해 본 뒤, 그게 실패하고 GetLastError()==ERROR_CALL_NOT_IMPLEMENTED가 돌아올 때 실행을 거부하면 된다. 운영체제의 외형보다는 그 운영체제의 실제 실행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낫다는 게 바로 이런 의미이다.

그런 것도 다 필요 없고 운영체제의 버전 숫자를 정말로 정확하게 알아 와야 한다면,
그 경우를 위해 태초에 GetVersion()이라는 간단한 함수가 있었다. 얘는 버전과 관련된 여러가지 정보들을 비트 자릿수별로 묶은 32비트 정수를 되돌렸다.

그 정보의 의미를 C언어의 비트필드 구조체로 나타내 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주석으로 표시된 숫자는 윈도 7 기준으로 반환되는 값들이다.
(최신 Windows 10 기준의 반환값을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union WINVERSION {
    DWORD dwValue;
    struct {
        UINT nMajorVer: 8; //6
        UINT nMinorVer: 8; //1
        UINT nBuildNumber: 15; //7601
        UINT bWin9xOrWin32s: 1; //0
    };
};

WINVERSION os;
os.dwValue = ::GetVersion();

이 함수는 아무 매개변수도 필요하지 않으며, 리턴값도 DWORD 달랑 하나이니 미치도록 가볍고 사용하기 편하다. Windows 9x와 NT 계열이 공존하던 옛날에, 지금 운영체제가 (1) NT 계열인지를 알고 싶다면 GetVersion()&0x80000000 (최상위 비트)만 하면 OK였다.
그 뒤, NT 3.x인지 4.0인지, 9x 계열의 경우 95인지 98인지 ME인지 같은 건 (2) major와 minor 번호를 보고 판별하면 됐다. (3) 빌드 번호는... 딱히 막 중요한 정보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 함수는 문제점과 한계도 보였다. 한눈에 봐도 각 비트로부터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게 매우 지저분하고 번거로웠다. HIWORD, LOBYTE 삽질이 싫다면, 저런 비트필드 구조체는 프로그래머가 재량껏 알아서 만들어야 했으며, 응용 프로그램이 이 정보를 잘못 취급하는 경우도 많았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 필드까지 다 비교를 해 버리는 바람에, Windows 95 이상에서 모두 동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Windows 95에서“만” 동작하게 고정돼 버리기도 했다. 혹은 Windows NT 4.0이 NT 3.51보다 낮은 버전으로 취급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리틀 엔디언 기준으로 저 구조체를 보면, minor 버전이 major 버전보다 더 높은 자릿수에 놓여 있음)

더구나 운영체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정보는 단순히 버전 번호와 빌드 번호 이상으로 더욱 복잡해져 왔다. NT 계열의 경우 당장 서비스 팩이 있고, 이게 무슨 에디션인지도(홈? 서버? 워크스테이션? 등) 알 필요가 있는데 단순히 숫자 하나만 달랑 되돌리는 함수로는 그런 걸 알려 줄 수가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indows 95 내지 NT 3.5에서는 OSVERSIONINFO라는 구조체를 인자로 받는 GetVersionEx라는 함수가 추가되었다. major, minor 버전 번호와 빌드 번호, 운영체제 계열이 모두 독립된 구조체 멤버로 독립하였으며, (4) 서비스 팩 내역도 완전한 문자열 형태로 되돌려 주니 버전 정보를 다루기가 편해졌다.

이 구조체는 맨 앞에 자신의 크기를 써 주게 돼 있으며, 덕분에 추후 확장이 가능한 형태이다.
Windows 2000부터는 OSVERSIONINFOEX 구조체가 추가됐다. 확장된 구조체는 서비스 팩의 번호조차도 major와 minor 꼴로 받을 수 있으며, (5) 같은 NT 계열 중에서도 클라이언트 라인과 서버 라인을 구분할 수 있다(wProductType==VER_NT_WORKSTATION / VER_NT_SERVER). Windows XP와 Server 2003은 버전 번호가 5.1과 5.2로 서로 달랐지만, 후대 버전부터는 버전 번호는 동일하고 이걸로 구분을 해야 한다. (Vista / Server 2008, 10 / Server 2016 같은..)

그리고 클라이언트 라인은 XP 이래로 오늘날의 10까지 (6) home과 pro 에디션 구분이 거의 관행이 돼 있는데.. 이건 wSuiteMask 멤버의 비트 플래그 VER_SUITE_PERSONAL (0x200)의 존재 여부로 판별 가능하다. 저 플래그가 존재하는 게 home 에디션이다.
VER_SUITE_* 다른 플래그들 중에는 Windows XP의 embedded 에디션, enterprise 에디션 같은 걸 나타내는 것들도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요컨대 9x/NT 이후로도 클라이언트/서버, home/pro 같은 복잡한 구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GetVersionEx 한 방이면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걸로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났으면 좋겠지만.. 아이고, 끝이 아니다. GetVersionEx 함수는 2010년대 이후로 마소의 정책상 사용이 더 권장되지 않는 deprecate 판정을 받고,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
이 함수는 아무런 단서가 없는 환경에서는 Windows 8, 즉 버전 6.2보다 더 높은 값을 되돌리지 않는 샌드박스가 되었다. 실제로는 이 컴퓨터에 Windows 8.1이나 10이 돌아가고 있더라도 말이다. 이와 관련된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다음 URL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제 이 함수는 응용 프로그램에게 그 응용 프로그램보다 나중에 출시된 운영체제에 대한 정보는 주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GetVersionEx가 샌드박스 없이 실제 자기 버전을 되돌리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응용 프로그램의 manifest XML에(compatibility-application-supportedOS) 그 운영체제의 GUID가 등록되어 있다.
  • 혹은 응용 프로그램의 PE 헤더에 OS의 최소 요구 버전이 최신 운영체제의 버전으로 맞춰져 있다. Windows 8.1의 경우 6.3, Windows 10이라면 10.0이 되겠다.

운영체제와 함께 제공되는 메모장 같은 기본 프로그램들은 후자의 조치를 취한 상태이다. 이렇게 빌드된 프로그램에서는 GetVersionEx가 해당 버전을 정확하게 되돌린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이전 버전 운영체제에서는 아예 전혀 동작하지 않으므로, 3rd-party 응용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방법을 쓰기 곤란하다. 그러니 매니페스트 등록을 해야 한다.

물론 마소에서 2015년의 Windows 10부터는 기존 버전 번호 자체를 10.0으로 동결시켜 버리고 더 바꾸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러니 버전 번호 변경으로 인해 GUID를 또 등록하는 식의 혼란은 앞으로 더 없을 것이다.

운영체제의 버전의 절대값을 되돌리는 GetVersionEx 대신 마소에서 사용을 권장하는 함수는... 지금 운영체제의 버전이 응용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버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지 안 높은지 여부만을 되돌리는 VerifyVersionInfo 함수이다. 그리고 이걸 기반으로 IsWindows10OrGreater 같은 helper 함수들도 만들어져 있다. (VersionHelpers.h)

하지만 이 함수들도 내부적으로 GetVersionEx의 결과값을 기반으로 비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샌드박스의 제약을 받는 건 마찬가지이다.

샌드박스 없이 운영체제의 정확한 버전을 얻어 오는 함수는 크게 두 군데에 있다.
먼저, 의외로 네트워크 API이다. 그렇다고 소켓 API 같은 건 아니고, Windows에서 독자적으로 제공하는 함수 중에 내 로컬 컴퓨터를 포함하여 원격 컴퓨터에 설치된 운영체제의 버전을 얻어 오는 함수가 있다. 대략 다음과 같이 코드를 작성하면 된다.

#include <LM.h>
#pragma comment(lib, "netapi32")

WKSTA_INFO_100 *p;
::NetWkstaGetInfo(NULL, 100, (LPBYTE *)&p);
printf("%d, %d\n", p->wki100_ver_major, p->wki100_ver_minor); //10, 0
::NetApiBufferFree(p);

저기 100은 수효를 나타내는 게 아니며 각각의 숫자들이 별개의 의미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상수 명칭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냥 생으로 100을 넘겨 줘야 한다.
운영체제 버전 하나 좀 얻자고 웬 생뚱맞은 분야의 API를 써야 하는 것도 삽질스럽지만.. 저 함수를 통해서는 그냥 major와 minor 버전 번호만 얻을 수 있다. 서비스 팩이나 빌드 번호 같은 세부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저거 말고 다른 대안으로는.. ntdll.dll에 있는 native API인 RtlGetVersion을 써도 된다.
OSVERSIONINFO(EX)의 포인터를 받아들이고 정수값을 리턴하므로 prototype이 기존 GetVersionEx와 거의 동일하다.
단, native API 버전은 성공한 경우의 리턴값이 0이다. 리턴 타입이 BOOL이 아닌 셈이다.

얘는 Windows 8.1 내지 10 같은 요즘 운영체제에서는 잘 동작하는데, 과거의 Windows 2000에서는 GetVersionEx와 달리 서비스 팩 정보를 되돌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형 OS에서는 오히려 기존 함수를 쓰는 게 더 낫다. 거 참..;;
Windows가 지난 20년 동안 운영체제의 버전과 제품 종류를 얻는 그 단순한 절차만 해도 얼마나 복잡하고 지저분해져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여담을 몇 가지 더 남기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 OSVERSIONINFOEX는 C++ 상속 문법 같은 걸 이용해서 선언된 게 아닌 관계로, OSVERSIONINFO와는 언어 차원에서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 GetVersionEx에다가 전달할 때는 OSVERSIONINFO*로 reinterpret_cast를 해 줘야 된다.
  • 과거 Windows XP에는 media center 에디션 내지 태블릿 PC 에디션 같은 바리에이션이 있었는데.. 이거 여부를 얻는 건 GetVersionEx가 아니라 GetSystemMetric라는 다소 생뚱맞은 함수에 있었다. SM_MEDIACENTER, SM_TABLETPC처럼 말이다 .
  • 끝으로, Windows 10부터는 (7) 릴리스 연-월을 나타내는 4자리 숫자가 사실상 버전 번호가 됐으니 이걸 표시해 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본인이 아는 방법은 그냥 무식한 레지스트리 조회가 유일하며, 공식적인 API가 따로 있지 않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14 08:36 2019/03/14 08:36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6

영화 항거 외

1. 영화

올해는 3· 1 운동 발발 100주년인 해답게 이 타이밍에 맞춰 유 관순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적절하게 개봉했다. 말모이에 이어 또 일제 시대 배경 영화이긴 하다만, 이것도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본인은 관람을 하고 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영화는 안 그래도 3· 1 운동 자체가 아니라 유 관순의 투옥 이후 시점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실제로 구경하고 나면 영화의 공간 배경을 이해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그러니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분은 사전에 저기부터 가 보시기 바란다.

본인은 9년 전, 이 블로그가 처음 생겼던 2010년 초에 가 봤다. 일반 감방뿐만 아니라 유 관순이 말년에 실제로 격리 수용됐던 지하 독방까지 직접 볼 수 있다.

  • 유 관순은 서대문(경성) 형무소에서 옥사
  • 강 우규 의사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 (유 관순이 투옥된 시기에 서울 역 광장에서 사이토 총독의 암살을 시도했던 노인)
  • 훗날 조선어 학회 사건 연루자 두 분은 함흥 형무소에서 옥사
  • 주 기철 목사는 평양 형무소에서 옥사

지역이 이렇게 대응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례적으로 흔치 않은 흑백 영화라는 것도 미리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킬 빌처럼 일부 주요 장면만 흑백인 것도 아니다(녹엽정 전투..).
현실의 형무소 장면은 죄다 흑백이고, 일부 과거 회상 장면이 컬러이다. 보통은 그 반대인 것 같은데 이례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또 항일 운동을 소재로 한 "자전차왕 엄 복동"도 개봉했다.
하지만 스포츠로 한국이 일본을 이긴 얘기를 극화하고 싶으면 차라리 손 기정 내지 홍 덕영 골키퍼 (해방 이후 월드컵 예선 한일전!)같은 사람이나 재조명할 것이지, 참신한 소재를 찾는답시고 자전거 도둑질도 전문이었던 사람을 소재로 삼은 게 논란이 됐다. 그 사람이 하다못해 친일파· 일본놈들만 상대로 의적(?)질을 한 것도 아니다.

소재부터가 삐걱거리는데 영화 자체도 그리 잘 만든 게 아니었고, 더 고퀄인 "항거"에게 팀킬 당하니 엄 복동 얘기는 예전의 "대장 김 창수"의 말로를 가면서 대차게 망했다. 뭐, 자전거 도벽은 아예 친일 변절이나 강도살인보다는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볍긴 하다만, 저 양반이 훔친 액수도 단순 생계형으로 실드 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2. 3· 1 운동

그럼, 영화를 벗어나 3· 1운동 자체에 대해서도 얘기를 좀 해 보자.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솔직히 그까짓 만세 부른다고 해서 일제가 "아 그러셨어요~? ^^"물러가고 독립이 찾아올 리는 만무하다. 더구나 3· 1 운동은 주요 배경, 명분, 동기에 핀트가 근본적으로 안 맞는 게 있었다.

(1) 1910년대 일제 무단 통치에 대한 반감과 민생고(흉년, 물가 상승)는 그렇다 치지만 (2) 고종 독살 의혹은.. 글쎄, 고종이 무슨 세종대왕 급으로 추모 받을 성군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3) 민족 자결주의는 1차 대전 승전국인 일본의 식민지인 조선에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었다.

유 관순도 그 기백이 정말 대단하긴 하지만, 너무 무모하게 매를 벌지 말고, 1년 반 정도만 빵에서 살다가 나와서 공부 더 하고 더 오래 살았으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만세 시위 때 자기 부모를 왜놈들한테 잃고 완전히 꼭지가 돌아 버렸을 테니, 그 뒤로 왜놈을 가족과 민족의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저놈들한테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고집 부린 그 악바리와 깡과 근성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영화에서 유 관순의 감방 동료로 나오는 권 애라와 김 향화(배우 이름이 아닌 배역 이름)는 실존 인물이다. 특히 김 향화는 수원에서 활동한 기생이다. 이 시절에 기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야시꾸리한 직업 종사자가 아니라, 요즘으로 치면 스튜어디스 급은 되는.. 단순 서비스 접대 이상으로 지와 미와 예능을 갖춘 사람이었다.

2차 세계 대전 태평양 전선에서는 미국이 일본놈들한테 학을 떼면서 뭐 저런 상또라이들이 있나(반자이 어택, 카미카제..) 경악했었다. 하지만 더 옛날에는 일본도 조센징들을 보곤 뭐 저렇게 지독하게 말을 안 듣는 독종 또라이들이 있나 멘탈 대미지(반자이 트라우마..)를 입고 충격을 먹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1920년대에는 문화 통치 유화책이 나오게 되었다.

흔히 호남 지역을 비하하면서 저기가 3· 1 운동 참가자 내지 투옥자가 제일 적었다는 통계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거기는 3· 1 운동 이전에 1890년대의 동학 운동과 1900년대의 의병 때문에 항일 인사들이 몽땅 토벌되고 씨가 마른 상태이기도 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통계 자체에 대한 조작과 왜곡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을 때 말이다.

3.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 영화와 배경 내용에 대해서 말할 거리는 이 외에도 더 있지만, 일단 기독교 신앙이 의외로 꽤 자주 언급되는 게 인상적이고 좋았다. 유 관순은 실제로 교인이기도 했으니까..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 "시험을 면하게는 하지 않아도 이길 힘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음", "예수님은 바보여서 저렇게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줄 아냐" 무려 이 정도 분량이 대사에 포함돼 있다.

신앙 쪽으로 왜곡 없는 중립· 긍정적인 묘사 덕분에 본인은 처음엔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슬슬 올라갔다. 그러나 결말부를 보고는 기분이 완전히 잡쳐 버렸다.
정작 유 관순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너무 얼렁뚱땅 대충 자막으로 때워 버리고는, 그 뒤에 어설프게 또 이상한 친일파 드립과 반일 프레임 엮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군.. ㅉㅉ" 싶었다.

정 춘영인지 누군지 출신과 생몰 시기도 모르는 웬 듣보잡 조선인 헌병이 있어서 유 관순을 내내 괴롭혔다고 한다.
이놈은 친일 부역 행적이 탄로나서 해방 후 반민특위에 의해 기소되었으나, 그 이름도 찬란한 모 할배의 특별 배려(!)로 사면되고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이걸 말이라고 자막을 떡 걸어 놨으니 나도 꼭지가 돌아 버리겠다. 하지만 실상은 유 관순이 교인이었던 것만큼이나 할배도 교파까지 같은(감리교) 교인이었으며, 유 관순이 독립 운동가인 것만큼이나 반민특위를 불가피하게 해체한 배후 인물(애산 이 인)도 똑같이 항일 독립 운동가였다.

어디 '정춘영 유관순 고문'이라고 검색을 해 보아라. 정확한 기록 같은 건 없고, 같이 걸려 나오는 건 유 관순이 무슨 미꾸라지 고문을 당하고 코가 잘리고 머리 가죽이 벗겨졌다는 얘기, 아니 도시전설 괴담밖에 없다.
그렇게도 친일 부역자 조선인 헌병을 개새끼로 만들고 싶으면 영화에다가도 미꾸라지 고문 씬을 넣지 그랬냐? 일본 제국주의 악마들이 겨우 손톱 뽑기 내지 캐비닛 안에 선 채로 며칠 감금 정도만 했을 것 같은가?

그리고 크레딧 롤이 올라가는 동안이나 작품 결말부에서 주인공이 죽기 전에.. 그 이름도 유명한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은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 출처불명의 비장한 유언도 좀 나왔어야지? 안 그런가?

삼일 운동 그 자체가 조국의 독립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이 항거는 외국에까지 소개되어서 조선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둥, 그 정신이 지금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는둥, 유 관순 말고 다른 여학생· 기생의 의거도 많이 벌어졌다는둥.. 클로징 멘트로 다른 좋은 말을 얼마든지 골라 넣을 수 있었을 텐데.. 마무리를 의도적으로 저 따구로 지은 저의가 뭐냐!? 매우 유감스럽고 씁쓸했다.

4. 3· 1 운동 때 투옥된 뒤에도 천수를 누린 다른 여성

옛날에 우리나라엔 '추계 최 은희(1904-1984)'라고 무려 1920년대에 조선일보에 입사해서 여성으로서는 거의 국내 최초로 기자라는 직업에 종사한 분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다시피 유 관순보다 약간 어릴 뿐 거의 같은 연배이다. 3· 1 운동에 가담하다가 붙잡혀서 세 주 남짓 옥고를 치르면서 험한 꼴을 봤지만, 그 뒤엔 풀려나서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기자도 됐다. 덕분에 방송을 타고 비행기도 타 보는 등, 일제 시대 조선 여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진귀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참고로 3· 1 운동 당시의 소속이 유 관순은 이화학당, 저분은 경성여고보)

이분의 호인 '추계'는 추계 예술 대학교의 설립자하고는 관계 없다. 그 추계는 황 신덕(1898-1983)이라는 다른 사람의 아호인데, 저분 역시 최 은희와 동시대를 살았던 신여성이며, 3· 1 운동에 가담했고 기자 커리어까지 있는 것이 서로 굉장히 비슷하긴 하다. 아마 서로 아는 사이였지 않을까?

호 다음으로 '최 은희'라는 이름은 국내에서는 영화 배우의 이름으로 훨씬 더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두 단어를 합친 '추계 최 은희'라는 사람은 인지도가 낮으며, 언론 쪽 종사자가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언론인 출신 최 은희가 영화 배우 최 은희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하고 위대한 인물이다. 추계 최 은희는 대학을 설립한 게 아니라 자기 이름을 딴 '최은희 여기자상'이라는 것을 제정했다.

저분은 결혼 후에는 기자 커리어가 중단되었다. 허나, 1남 2녀를 낳아서 세 명 모두 박사까지 공부 시키고 유학도 보내고 전부 대학 교수로 키웠다.;; 그 중 막내딸은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한 이 혜순으로, 2000년대 중반에 정년 퇴임했다.

본인은 먼 옛날에 "유쾌한 구두쇠들"(1994)이라는 책을 통해 저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공 병우 박사, 남 기심 교수, 이 혜순 교수(두 교수 다 국문과이구나.. 세부 전공은 다르지만) 등 17명의 유명인사가 공동 집필한 책인데, 다들 비범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도 엄청 많이 번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일상생활은 서민들 이상으로 정말 둘도 없이 검소하게 효율적으로 하면서, 옳은 일 큰 일에 아낌없이 돈을 쾌척한 얘기들이 실려 있다. 지금은 시대에 맞게 저 책 내용이 웹툰으로 각색되어서 연재되면 어떨까 싶다.
다만, 저자 중에 지금은 완전히 몰락한 방송인 서 세원 씨까지 포함돼 있는 게 참 묘하다.

이 혜순 교수는 저 책이 나온 지 10년이 넘게 지나고 나이 70을 바라보는 명예교수가 된 뒤에도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변함없이 자기 어머니라고 회고했다. (☞ 관련 링크)
뭐, 인생 한번 짧고 굵게 살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유 관순 같은 인물이 형무소를 살아서 출소해서 공부 더 하고 후세도 남겼으면 인생이 최 은희와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11 08:36 2019/03/11 08:36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5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올해 최초의 새 버전이 나왔다. 우연히도 3· 1 운동 100주년과 비슷한 타이밍에 말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제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당분간 더 만들 게 없을 거라고 예상했었지만 결국은 9.7까지 또 잘만 올라가게 됐다. 마치 석유가 이제는 고갈된 것 같아도 자꾸 더 채굴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9.5 이후로 완전히 새로운 기능의 추가나 대규모 개편 같은 작업은 없다. 다만, 지금 체계 하에서 이미 있는 기능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 아이템은 여전히 종종 발견되고 떠오르고 있고, 그게 버전 번호를 올려 주고 있다. 그래도 날개셋 10.0이 내 학위논문보다 먼저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ㅠㅠ

이번 9.7에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마우스 휠의 인식 방식을 개선했으며, 글꼴 본뜨기 스크립트에 한중일 확장 한자 C/D도 추가했다. 그것 말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강화하는 변화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수정 가능한 공용 파일의 접근성 강화

날개셋 한글 입력기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데이터 파일 중에는 모든 사용자가 공유하면서 사용자가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는 텍스트 형태의 파일이 있다.

  • 편집기가 사용하는 상용구 리스트(qidiom.txt)
  • 글꼴 본뜨기 절차 리스트(fontextr.txt) -- 16픽셀용과 24픽셀용이 서로 별개
  • 날개셋 제어판이 사용하는 custom 내정값 XML (scheme.xml) -- 각 언어별로 서로 별개

그런데 문제는.. 이 파일들은 여느 데이터 파일들과 마찬가지로, 관리자 권한이 없이는 내용을 변경할 수 없는 형태로 설치된다는 것이다.
본인은 이 파일들을 읽기/쓰기 겸용을 의도했지만 실제로 사용자들은 제대로 변경해 가며 활용을 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이제 이렇게 조치를 취했다.
이 파일들은 처음에는 .txt.$라고 확장자 뒤에 $가 추가된 형태로 설치된다.
그리고 날개셋 프로그램에서 이 파일이 필요할 때 동일 명칭의 .txt와 .txt.$ 파일을 모두 살펴보고, .txt가 없거나 .txt.$보다 날짜가 과거이면 .txt.$를 .txt로 덮어쓰기 복사를 한다. 그래서 새로 생성된 .txt 파일을 사용한다.

ProgramData 디렉터리는 Program Files 같은 읽기 전용 디렉터리가 아니며, 응용 프로그램이 파일을 새로 생성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일반 권한으로 동적으로 생성된 파일은 사용자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가 실수로 .txt 파일을 지워 버리더라도 .txt.$로부터 원래 파일이 자동으로 복원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더욱 좋으며, 이게 최선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2. 입력 패드에 /S 옵션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 해결

날개셋 입력 패드의 경우, 입력 도구를 띄웠다가 모두 닫아서 입력 도구가 하나도 없게 됐을 때 프로그램도 자동으로 종료하는 /S 옵션이 있다. 입력 패드를 특정 입력 도구만 띄우는 목적으로 간단히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런 옵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옵션이 지금까지 다음과 같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그래서 고쳤다.

  • 각 입력 도구의 자체 UI(X 버튼 또는 우클릭 메뉴) 명령을 통해서 닫아서 모두 없어진 것만을 감지했다. 입력 패드 프로그램의 트레이 우클릭 메뉴를 통해서 입력 도구를 모두 닫았을 때는 프로그램이 자동 종료되지 않았다.
  • 그리고 개수를 체크하는 코드 자체도 언제부턴가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 구조가 바뀌었을 때 같이 바뀌었어야 하는 부분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1개에서 0으로 줄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2개에서 1개가 됐을 때를 체크하게 잘못 동작하고 있었다.

3. 에디팅 엔진의 미묘한 버그 수정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완전 기초 기본 기능에 속하는 편집기의 에디팅 엔진 쪽에 아직까지도 버그가 발견되고 고칠 게 있다는 게 본인 역시 실감이 안 가지만.. 이번에 그런 게 있었다. 물론 평소에 대다수 사용자에게는 거의 티가 안 나기 때문에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본인에게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다.

날개셋 편집기의 장점 중 하나는 운영체제의 TSF 인터페이스를 온전히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IME들이 자기 조합 문자열뿐만 아니라 주변 텍스트 내용에 모두 접근해서 읽고 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날개셋 편집기 역시 운영체제의 요청이 있으면 편집 중인 텍스트를 되돌리고 수정하고, 현재 블록이 잡힌 영역을 알려 준다. 또한, 텍스트가 자체적으로 수정되었다면 어디가 얼마만치 수정되었는지를 운영체제에다가 알려 주기도 한다.

문제가 발견된 곳은 내 프로그램에서 수정된 영역을 운영체제에다가 알려 주는 부분이다. 이걸 제때 해 주지 않으면 오동작이 발생한다는 건 오래 전부터 경험적으로 체득되어 있었다.
다만, 내 프로그램도 수정된 내역에 따라서 문단 정렬을 다시 하고 cursor의 좌표를 수정하고 그럭저럭 내부 정리를 완료한 뒤에 통지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착오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 특수한 조건이 만족되는 상황에서는 틀린 좌표를 알려 줬다.

운영체제가 수정 영역 정보를 어떤 용도로 참고하는지 알 길이 없으니 Windows XP 시절에는 저렇게 동작하고도 별 탈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 초에 장만한 새 노트북에서는 곧장 문제가 발생했다.
운영체제는 틀린 정보를 토대로 역시나 내 프로그램을 상대로 잘못된 요청을 했다. 현재 텍스트에 존재하지 않는 행과 열에 접근하게 되었다. 담당 함수는 뻗지 않고 false를 되돌렸지만 내 프로그램은 그 상황에 대비가 되지 않았으며, 결국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를 갖고 후속 처리를 하게 됐다.

이로 인해 확인된 이상 증세로는.. 길고 빽빽한 문서의 뒷부분을 작성할수록 속도가 느려지는 것, Ctrl+Z Undo의 수행 속도가 느려지거나 심지어 무한 루프에 빠지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꽤 치명적인 결함이고 crash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 버그는 의외로 많은 컴퓨터에서 외형적인 이상은 별로 일으키지 않았다. 괜히 늦게 발견된 게 아니었다.

어쨌든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했으며, 이 참에 여러 군데의 텍스트가 동시에 수정되었을 때(찾기-모두 바꾸기, undo/redo, 여러 블록에 대한 지우기 및 텍스트 필터) 각 영역을 일일이 통지하는 게 아니라 영역을 모두 합성해서 한 번만 통지하도록 동작 방식을 수정하기도 했다.

4. -lock (caps, num, scroll) 글쇠에 램프 상태 유지 옵션 추가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임의의 글쇠에다가 글자 입력이나 글자판 전환 같은 기능을 배당해서 쓸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자체적인 켬/끔 램프가 존재하는 caps, num, scroll lock 글쇠도 포함된다.
이렇게 -lock 계열 글쇠를 customize해서 누를 경우, 날개셋에서 지정한 기능만 수행되고 램프 상태는 바뀌지 않게 하는 옵션이 추가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옵션은 편집기 계층의 단축글쇠, 또는 기본 입력 스키마가 제공하는 추가 인식 글쇠 배당 대화상자에서 볼 수 있다. 거기서는 각 글쇠별로 옵션을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고급 입력 스키마의 옵션에서도 지정할 수 있는데, 이건 한 곳에서만 지정하면 caps, num, scroll 글쇠를 customize할 때 모두 일률적으로 지정된다. 램프를 사용하는 글쇠가 딱 세 개밖에 없으며, 그렇게 자주 쓰일 만한 글쇠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램프가 켜지거나 꺼지는 건 키보드 하드웨어 차원에서 동작하는 강력한 기능이기 때문에 원래는 소프트웨어가 이래라저래라 제어할 수 없다. 램프 상태를 유지시키는 옵션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내부적으로 그 글쇠를 또 보내서 다시 꺼 버리는 식으로.. 좀 유치한 편법을 동원해서 동작한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내가 알기로 IME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키보드 드라이버 수준이라면 모르겠다만..

키보드에서 caps lock은 영문이 아닌 한글 입력 중엔 완전 잉여인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는 분들이 좀 계셔 왔는데.. 램프를 고정하는 옵션이 있으면 caps lock을 재활용하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5. 한글 표현 방식 탭.. 더 간소화

이건 실질적인 기능 추가나 버그 수정은 아니지만.. 지난 9.3 버전에서 크게 바뀌었던 한글 표현 방식 탭의 구조가 더 간소화됐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진짜 씨크하게 현대 한글이냐 옛한글이냐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게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서 '비표준 옵션도 표시'를 눌러야 한양 PUA니 유니코드 1.1이니 하는 레거시 옵션을 고를 수 있고, 거기서 또 '세부 옵션 표시'를 눌러야 종전의 세부 옵션들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번 새 버전도 많이 유익하게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올해 초까지 변함없이 후원도 해 주신 분이 계신 것에 감사드린다.
타자연습은 바뀐 것이 없지만, 이번에 한글 입력기의 소스 코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잉여 가상 함수를 하나 삭제하는 바람에.. 클래스 라이브러리의 바이너리 호환이 깨지게 됐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업데이트 됐다.

그럼 이제부터는 컴퓨터/프로그래밍 관련 여담을 좀 늘어놓고자 한다.

A. 키보드

뭐, PC 키보드에 존재하는 3대 lock 글쇠 중에서 존재감이 제일 없는 잉여는 두 말할 나위 없이 scroll lock일 것이다. 본인은 조금이라도 이걸 구분해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엑셀 말고는 지금까지 좀체 보지 못했다.
맥 계열 컴퓨터의 키보드에는 이게 존재하지도 않는다. 어지간한 노트북 키보드에서는 fn을 눌러야 접근 가능한 식으로 봉인됐다. pause 키처럼 말이다.

옛날 도스 시절에 하드웨어를 좀 특수하게 제어하는 게임은 caps/num/scroll lock을 눌러도 램프 상태가 변하지 않고, pause를 눌러도 컴퓨터 진행이 정지하지 않으며, ctrl+alt+del을 눌러도 시스템이 재부팅되지 않게 무슨 lock 같은 걸 걸어 놓고 돌아가긴 했었다. 그 옛날에 만들어진 황금도끼 도스용도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였었다. 그런 건 어떻게 구현했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GUI 환경에서 '복사'의 단축키로 워낙 잘 쓰고 지내긴 하지만 명령 프롬프트에서는 Ctrl+C가 프로그램의 실행을 중단하도록 인터럽트를 발생시키는 단축키였다. Ctrl+Pause(Break)는 Ctrl+C보다 수위가 더 강한 글쇠였고 말이다. 이건 소프트웨어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에, 이 글쇠에 반응할지 말지를 지정하는 기능은 아마 도스 API 수준에서 있었지 싶다.

B. 명령 프롬프트에서의 문제

Windows용 한글 IME의 개발자로서 Windows의 명령 프롬프트는 참 기묘한 환경이다.
기본적으로야 운영체제가 기본 제공하는 TSF라는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스펙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법을 적용해도 동작하는데, 저기서만 미묘한 오동작이 발생해서 해결책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인 적이 몇 번 있었다.

가령, 한글을 조합하고 있다가 다음 한글로 넘어갈 때 말이다. 지금 조합을 종료한 뒤 뒷글자 조합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가 하면, 지금 조합을 뒤에다 길이 0짜리 문자열로 유지한 뒤 그걸 재활용해서 뒷글자를 표현할 수도 있다. 마치 빈 문자열이냐 NULL이냐의 차이와 비슷한데, 어지간한 프로그램이라면 무슨 방법을 쓰든 동작이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전자로만 해야 하고 후자 방법을 쓰면 조합이 씹히거나 끊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후자로만 해야 하고 전자 방법을 쓰면 안 된다. 문제의 해결 방법이 프로그램별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IME의 소스를 더욱 지저분하게 만드는 주범 역할을 한다.
명령 프롬프트의 경우, 조합을 반드시 끊어야 하더라. 안 그러면 기존 글자가 지워지고 뒷글자로 덮어 써진다.

'새나루'는 본인이 개발한 날개셋과 더불어 오랫동안 3rd-party 한글 IME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2010년대 이후로 버전업이 없이 개발이 사실상 중단됐다. 그 대신, 웬일로 한컴에서 Windows용 IME를 만들어서 아래아한글 2018에서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컴 IME도 명령 프롬프트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던데, 난 이 문제를 겪어 봤기 때문에 원인을 안다.

C. 음절문자의 글쇠배열은?

한글이나 알파벳은 음소문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쇠배열을 적절히 만들면 양손이 각각 자음과 모음을 담당해서 최소한의 규칙성과 리듬감을 갖춘 형태로 타자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음· 모음 구분 없고 수십 종류의 음절이 제각기 서로 다른 글자로 배당돼 있는 일본어 히라/가타카나 또는 주음부호는 글쇠배열이 어떤 형태로 돼 있을까? 긴 글을 타자하는 경험은 어떠할까?

하긴 요즘은 대만에서도 주음부호 대신 한어병음을 더 가르치며 일본 역시 사람들이 어지간해서는 그냥 로마자로 발음을 입력하지, 골치 아픈 일본어 문자 전용 글쇠배열은 잘 쓰지 않는다고 듣긴 했다. 이거 뭐 삼성에서 훈민정음을 포기하고 Word로 갈아탔다는 것과 비슷한 얘기를 듣는 느낌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08 08:35 2019/03/08 08:35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4

1.
악기 공부하는 걸 외국어에다 비유한다면, 피아노는 기본 중의 기본이요 만국 공용어인 영어에 대응할 듯하고, 그 다음에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의 2군에 대응하는 건 학교 음악 시간에도 접하는 작고 간편한 악기(리코더, 멜로디온, 실로폰, 하모니카...) 내지 바이올린· 기타· 플루트처럼 교육과정엔 없지만 일반인에게 비교적 친숙한 악기가 될 듯하다.

3군으로 가면 2군과 비슷하지만 살짝 더 마이너한 악기들까지 포함된다. 가령, 현악기라면 바이올린 대신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말이다. 본인은 색소폰도 2군보다는 3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Looking for you 때문에 색소폰을 잠시 배워 봤지, 그게 아니었으면 교회 음악으로 더 적절한 2군 악기를 골랐지 싶다.

2.
건반악기가 여러 종류가 있지만 피아노는 망치로 내부의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낸다. 오르간과 멜로디온은 페달질이나 입을 통해 공기를 따로 공급해 줘야 소리가 나며, 소리도 피아노 소리와는 다르다. 보급형 오르간은 옛날에 시골 학교나 교회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싹 사라졌다.
피아노의 페달은 음향 바리에이션 필터 역할만 한다. 3개 중 가운데의 것은 소리를 줄이는 소음기(silence), 오른쪽 것은 크게 울림(vibration??)인데 왼쪽 페달의 역할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피아노라는 건 외형이 전통적으로 두 계열로 나뉜다. (1) 윗뚜껑이 마치 자동차의 엔진 후드처럼 열려 있으며 표면이 직사각형도 아닌 곡선 모양인.. 일명 '그랜드 피아노', 아니면 (2) 그냥 높고 밋밋한 직사각형 상자처럼 생긴 'upright 피아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이나 학교에서는 (2)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연장에서는 무조건 닥치고 (1)이 필수이다. 이건 마치 학교의 보급형 풍금과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2)가 가격이 더 저렴하고 공간도 덜 차지하기 때문에 훨씬 더 서민 지향적이다. 하지만 (2)는 (1)에 비해서 소리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일단 자동차의 V형 엔진과 L형 엔진이 실린더의 배치가 차이가 있듯이, 내부의 망치와 발성 장치를 배치한 방식이 어떤 형태로든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 (1)이 우리가 생각하는 피아노의 원형에 더 충실한 모습이며, 처음에 발명된 피아노도 원래는 (1)과 같은 모양이었다고 한다.

3.
대부분의 악기들은 사람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악기는 사람이 혼자서 들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겁다. 피아노가 대표적으로 이런 급이기 때문에 악기를 들고 오는 게 아니라(세례??) 연주자가 악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침례??).

하프는 그 경계에 속하는 것 같다. 악기의 인지도 자체는 굉장히 높은 반면, 현실에서의 존재감은 본인이 느끼기에 최소한 4군 이하.. 언어로 치면 한국인에게 무슨 알바니아· 불가리아어, 헝가리어 같은 매우 마이너한 악기이다. 일단 크기부터가 대형 하프는 높이는 거의 사람 키 만하고 무게는 40kg이 넘는다고 한다. 프로 전공자가 사용하는 최고급 물건은 단가가 거의 제네시스 이상 고급 승용차의 가격에 맞먹는다(수천만~억).

그런데 이건 개인용 악기를 매번 들고 다녀야 한다. (피아니스트가 자기 전용 피아노를 들고 다니지는 않을 텐데!) 여느 가구 옮기듯이 옮기다가 어디 잘못 건드리고 흠집이라도 났다간??
그렇기 때문에 하프는 운반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업자가 있다고 한다. 페이지 터너(넘돌이 넘순이)만큼이나 음악에서 보이지 않는 조연 역할이다. 악기도 무슨 보험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다음으로.. 악기 중에서 입으로 불어서 본체에다 바람을 주입하여 소리를 내는 물건을 관악기라고 한다.
관악기는 더 세부적으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나뉘는데, 말은 그렇게 써 놨어도 오늘날 '목'이냐 '금'이냐 하는 실질적인 분류 기준은 악기의 재질이 아니라 악기의 메커니즘 내지 발성 방식이다.

목관악기는 숭숭 뚫린 구멍을 막는 방식을 달리해서 음높이를 표현하는 일명 '피리'형 악기의 총칭이다. 그 반면, 금관악기는 구멍이 아니라 입술 상태 내지 밸브로 음높이를 표현하는 '나팔'형 악기의 총칭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루트나 색소폰은 각각 니켈이나 황동 같은 금속 재질이며, 특히 색소폰은 한쪽 끝이 크게 튀어나와서 나팔을 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둘 다 리코더처럼 구멍을 막아서 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뭐, 플루트는 과거에는 실제로 재질도 목재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색소폰도 입이 닿는 reed는 엄연히 목재이긴 하다. 도대체 이 자그마한 나무 조각이 무슨 역할을 하길래 이게 없으면 소리가 나질 않는다니, 악기의 물리학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5.
그런데 피리형 악기는 입술과 수평으로 평행하게 배치해서 부느냐, 아니면 수직으로 배치해서 부느냐로 나뉘는 것 같다. 플루트는 수평형이지만 나머지 리코더, 단소, 색소폰, 오보에, 클라리넷 등 대부분의 목관악기들은 수직형이다.
플루트 말고 다른 수평형 악기가 존재하는지?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라고 개구리 왕눈이에서 주인공이 부는 피리는 그래도 플루트에서 모티브를 땄는지 수평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모니카는 일단은 수평형이긴 하지만 이걸 목관이라고 봐야 할지 금관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다. 구멍 같은 건 없고, 악기에서 마우스피스에 해당하는 부위가 점이 아니라 선분인 셈인데.. 그리고 하모니카는 부는(미는) 것뿐만 아니라 빨아들이는(당기는) 동작도 있는 거의 유일한 악기이다. 반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불편하지만 크기가 아주 작아서 휴대하기엔 좋다.

6.
오보에와 클라리넷은 길이, 두께 같은 외형(...)이 서로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단지 꼭대기 부분이 외관상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아래 사진에서 꼭대기가 은색으로 뾰족한 게 오보에). 그리고 클라리넷이 좀 더 색소폰에 가까운 웅웅~은은한 소리가 나고, 오보에는 코맹맹이 같으면서도(나쁘다는 뜻은 아님) 더 고유한 음색을 갖춘 소리가 난다.

본인은 오보에의 소리가 더 마음에 들고 음반 같은 데서 확실하게 들은 기억도 난다. 그래서 둘 중 하나만 배울 기회가 있다면 오보에를 불어 보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7.
소를 진짜로 잡지 않아도 저렴하게 쇠고기 국물 맛을 내 주는 화학 조미료가 식품계에 존재하듯.. 음악계에도 소리 파형을 조작하여 실존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내 주는 신시사이저가 존재한다.
옛날에 주파수 변조만으로 수십 수백 가지의 악기를 구현했던 그 특유의 애드립 FM 음악(standard.bnk), 그리고 어지간한 PC용 운영체제에 내장돼 있는 미디 신시사이저들을 살펴보면 나름 바이올린, 피아노, 색소폰 등 기성 악기들을 구현했다고 그런다. 하지만 실물 악기의 소리와 비교해 보면 그냥 육개장 사발면과 실제 육개장의 차이와 비슷한 차이가 느껴진다.

최소한 큐베이스, 로직 같은 전문적인 오디오/음악 편집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비싸고 계산량도 많은 가상 악기를 동원해야 실물 악기와 비슷해진다. 마치 페인터의 브러시 엔진이 실물 종이와 물감을 일일이 시뮬레이션 하듯.. 악기의 물리적인 구조와 공기 진동을 일일이 다 시뮬레이션 해야 실물 악기의 모든 특성을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다양한 악기는 외국어뿐만 아니라 글꼴에다가도 비교할 수 있는데, 실제로 '사운드 폰트'라는 명칭이 존재한다고 한다.

8.
그러고 보니 악보와 음표· 음자리표 따위에 대해서도 취향별로 다양한 font family라는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옛날 찬송가와 21세기 새찬송가만 해도 악보· 음표의 스타일이 미묘하게 달라져서 같은 공간 안에서도 새찬송가의 음표가 약간 더 큼직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악보들 중 우측 하단은 가사를 적은 한글만 밋밋한 굴림체인 게 아니라, 그야말로 음표와 조표들도 너무 밋밋하고 베이직한 스타일이다.
음악과 타이포그래피의 만남인가? ㅎㅎ

9.
독일어는 가히 음악인의 언어인 것 같다. 전공자들이 독일 유학을 워낙 많이 가니까 말이다. 정작 나타냄말 내지 셈여림 언어는 다 이탈리아어인데, 얘는 어쩌다가 주류에서 밀려났는지 모르겠다.

10.
끝으로.. 서양은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도 어쩜 저렇게 눈부시게 발달했나 모를 노릇이다. "우리의 것" 발굴하는 분들에게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고 어차피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 생각일 뿐이긴 하지만, 본인은 국악은 막 듣기 좋거나 예술성이 크게 뛰어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맨날 천날 암울하게 한이 서리네 어쩌네 하고, 주류 민요라는 게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딴 식으로 찌질하게 한풀이나 하고 있다. 서양 음계처럼 음이 다양한 것도 아니고 앵앵앵 소리도(해금??)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 비하면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라고 볼 수 없다.

국악 스타일의 찬양도 말이다.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떡합니까" 부류는 뭐, 흥겨운 건 인정하지만..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갈보리 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처럼 막 심금을 울리고 감동적이고 깊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반도에서 그나마 정말로 자랑스럽고 선한 게 나온 건 한글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05 08:33 2019/03/05 08:33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3

본인은 지금까지 블로그에다 자동차에 대해 올린 글들의 성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기차에 호의적이며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와 동향 자체를 현기차 중심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액센트-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승용차 계보 말고, i30이니 i40이니 심지어 벨로스터니 하는 승용차는 길거리에서 별로 보지도 못했고 개인적인 관심 역시 없다시피했다.

우리나라의 승용차 정서랄까 문화는 "(1) 국토와 경제력에 비해 너무 큰 차를 밝힌다, (2) 세계 평균 이상으로 너무 무채색+세단만 일률적으로 선호한다" 정도로 요약되는 듯하다.
(1)에다가 배기량 비례 자동차세 문제도 얽히다 보니, 이 반도에서는 제조사들이 이미 1990년대부터 차체만 큼직하고 엔진은 그에 어울리지 앉는 너무 작은 걸 얹어야 했다(배기량 후려치기).
(2)는... 한국에서 유독 흰 달걀이 전멸해 버린 것과도 비슷한 맥락의 관행 같다. 아무튼..

현대차에서는 지난 2007년에 맨 먼저 i30부터 내놓았다. 한국이 아닌 유럽 시장을 겨냥한 아반떼 급의 준중형 해치백 승용차로, 앞좌석과 뒷좌석 문이 있고 그 다음에 트렁크는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뒤 2011년에 좀 더 큰 쏘나타 체급의 '왜건형' 승용차인 i40가 나왔다. i30보다 뒷좌석 뒤의 공간이 좀 더 길다. 체격과 외형이 SUV와 비슷하지만, 승용차이기 때문에 SUV보다 차체가 낮으며 바퀴 크기도 더 작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벨로스터도 나왔다. 얘는 소-준중형 사이인 '쿠페형' 승용차로, 뒷좌석 쪽엔 문이 없다. i30, i40보다 더 아담하게 생겼지만 그렇다고 너무 동글동글 귀여운 경차를 표방하지도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요즘 모델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벨로스터는 뒷좌석 쪽엔 오른쪽(진행 방향 기준) 조수석 방면만 문이 두 짝인 비대칭 도어라고 한다. 기아 레이가 뒷좌석 왼쪽은 일반 도어이고 오른쪽은 미닫이인 비대칭형인데.. 이와 비슷한 사례라 하겠다.

이 세 차들은 해치백· 왜건· 쿠페로 체급과 외형이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렁크가 돌출돼 있지 않고 뒷유리에 와이퍼가 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얘들은 유럽이 아닌 국내에서는 정서상 생소한 외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에서는 얘들을 국내에서 팔기 위해 역사상 유례가 없던 파격· 개성· 감성 마케팅을 시작했다. 2, 30대 젊은 계층을 집중 공략했다.

이때 마케팅을 도대체 누가 담당하고 승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차 역사상 약을 최고로 거하게 빤 CF가 만들어지고 송출되었다. 국적도, 출처도 일체 노출하지 않은 PYL 브랜드 말이다. 지금 제네시스처럼 PYL이 브랜드인 셈이다.

저게 자동차 CF였다니..
내가 알기로 현대에서는 자기 차가 포르셰를 추월한다던가(엘란트라, 티뷰론)..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람보르기니로 대답했습니다. ㄲㄲㄲㄲ)" 같은 캐 오글거리는 CF를 잘 만드는데.. 저건 1993~4년경에 데미소다 CF를 봤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자우림 김 윤아의 생글생글 발랄 돋는 노랫소리가 워낙 강렬하니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놈의 유니크..;; 영화 테이큰 대사를 들어 보자.

This is a business. This is a very UNIQUE business with very UNIQUE clientele. (패트리스 상클레어. 동영상 링크에서는 46~50초 지점)


인신매매업이 아주 독특 특이한 업종이랜다. =_=;;
하긴 이건 성경에도 미래에 흥왕할 산업이라고 언급돼 있긴 하지. (계 18:13 끝부분)
자기도 자녀가 셋이나 있으면서 남의 딸을 매정하게 팔아넘기는 걸 보면 "그런즉 너희가 악할지라도 너희 자녀들에게 좋은 선물들을 줄 줄 알거든"(눅 11:13)도 떠오른다. 뭐 그건 그렇고..

패트리스 상클레어의 발음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유니크'는 원래 2음절에 강세가 있다.
그런데 저 PYL CF에서는 리듬을 맞추기 위해 "유~ 유니크~!" 라고 노래 아주 대놓고 1음절에다 강세가 들어간다. 그것도 참 특이하게 들렸다.

우리는 그냥 어색한 '유니크' 정도로 알아듣는 반면, 영어 토박이들은 강세 위치 때문에 이걸 영락없이 내시(eunuch)처럼 알아듣는가 보다. 정확히는 이건 '유니크'가 아니라 '유너크'에 더 가깝지만.
여담이지만 더 옛날, 월트 디즈니 알라딘에서는 쟈파가 princess를 2음절에다 강세를 준 게 복선 클리셰처럼 나온 적이 있다. 저건 원래 1음절 강세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현대차에서는 지난 2012~13년 사이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상당히 기발한 CF를 만들어서 뿌렸으며, 홍대 클럽에서 유명 가수와 연예인들을 초청해서 PYL 콘서트를 열고 젊은 감성 마케팅을 벌였었다. 20~25년쯤 전의 X세대 마케팅 이런 거랑 비슷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i30, i40, 벨로스타의 판매는 영 시원찮았으며, 투자한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다.
디자인이 특이한 것에 비해 가격이나 성능 메리트가 별로 없었으며, 그리고 이 마케팅이 제일 근본적으로 헛다리를 짚은 요인으로는..
그 젊음 젊음 하는 애들은 경제 여건상 애초에 차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상대적 빈곤감이네 뭐네 하면서.. "열악한 곳에 취업하느니 아예 취업을 안 하고 말겠다" 심보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은 갈수록 늦어지고, 결혼도 출산도 안 하는 지경인데..
차 자체야 지방에서 이동을 위해 꼭 필요한데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싸구려 중고차를 지르면 된다. 하지만 20대들은 차값은 둘째치고 보험료 때문에라도 차를 못 굴린다. 이런 연령대는 운전 경력과 실력은 부족한 주제에 철딱서니 없이 사고를 잘 내는 블랙리스트 고객으로 팍 찍혀 있어서 보험료가 굉장히(몇 배로) 비싸기 때문이다.

이런 계층을 상대로 너무 이색적인 컨셉의 차를 팔려다 보니 잘 안 팔려서 결국 현대차는 큰 손해를 보게 됐고, PYL 브랜드는 몇 년 못 가 조용히 폐기됐다.
i30, i40, 벨로스터라는 차 자체는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그냥 근근이 먹고 사는 지경이다.

글쎄, 과거에 비슷하게 파격 젊음 감성 스포티를 표방했던 스쿠프는 그래도 세단 파생형 쿠페이고 스포츠카를 표방해서 그런지 PYL 꼴은 안 났던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스쿠프는 그 기술과 엔진 성능으로는 껍데기만 스포츠이지, 진짜 스포츠카를 자처하기에는 택도 없긴 했다. 그리고 기아 엘란은 나름 외제차를 기반으로 진짜 스포츠카를 표방이긴 했다만 고객을 너무 잘못 설정하고 값을 너무 비싸게 부르는 바람에 망했었다.

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물건이며 주 고객이 최하 40대 이상으로 올라가니,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너무 튀는 모험은 여전히 위험해 보인다. 보수적인 아재 취향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12~13년을 풍미했던 PYL 얘기가 좀 길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으로 현대는 그런 아재 취향의 준대형 고급차 체급에서도 큰 삽질을 한 적이 있다. 바로 아슬란이다(2014-17) =_=;;

제네시스가 명목상 현대가 아닌 자체 브랜드의 차종으로 이동하고 에쿠스도 저기로 흡수됨으로써 현대 엠블럼을 걸고 나오는 승용차 중에서 제일 고급은 그랜저가 이어받았다. 그런데 그랜저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굉장히 흔해졌으며 예전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도 덜해졌다. 이에, 현대에서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틈새 차급을 겨냥하여 전륜구동 형태로 그랜저보다 더 큰 차를 그것도 내수 전용으로만 내놓았지만...

역시나 가성비 시원찮고, "이거 살 돈이면 더 보태서 제네시스나 다른 외제차를 사고 말지"가 되면서 이 차는 시원하게 망했다. 이름이 터키어로 사자라는 뜻이라는데, '어슬렁'이라는 적절한 멸칭으로 까였다. 그리고 지금은 마지막 재고가 아주 저렴하게 떨이 처분된 뒤 단종됐다. 차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국내 고객들의 정서와 수요에 잘 안 맞아서 "다른 대안이 넘쳐나는 와중에 굳이 그 돈 주고 살 정도까지는 아닌 차" 신세가 되어 망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이미 2016년에 이들을 싸잡아서 "현대차, 아슬란-PYL 어쩌나"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으니, 역시 이번에도 내가 뒷북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이제 승용차에서 틈새 차급을 공략한 게 초대박을 치는 건 준중형 엘란트라/아반떼 이후로 더는 없는 것 같다.
아반떼는 작년 가을(2018. 9.)에 무슨 일본 차와 비슷하게 생긴 삼각형 헤드라이트 모양으로 페이스리프트가 됐는데.. 이게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다.

에쿠스는 잘 알다시피 지난 2015년 말을 끝으로 단종되었고 EQ900이라는 제네시스 차급으로 흡수됐다.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가 휴간된 때와 비슷한 시기여서 본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02 08:31 2019/03/02 08:31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2

1. 달라진 상식들

  • 포경 수술: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남자에게 무조건 닥치고 필수라고 여기는 풍조가 아주 강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하던 것을 아예 영· 유아 때 일찌감치 시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의학적으로 볼 때 이걸 모든 사람이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우리가 무슨 구약 유대인도 아니니 말이다.
  • 때밀이: 비누칠을 해서 기름때와 땀을 씻고 냄새는 제거해야겠지만, 굳이 피부가 벌개질 정도로 박박 문질러서 때를 미는 것은 피부 건강에 아주 안 좋다는 것이 입증돼 있다. 피부과 의사들은 심지어 가려운 데를 긁는 것조차 하지 말라고 권할 정도이다.
  • 피부 태움: 과거에는 이 과정에서 비타민 D가 합성되기도 하니.. 썬탠이 몸에 좋은 것처럼 포장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외선이 야기하는 피부 노화와 피부암 등 더 큰 해악들이 알려진 뒤부터는 그런 거 없다. 자외선은 살균 용도로나 써야 하는 것이고 물건이 아닌 피부에 쬐어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물론 실외에서 운동과 신체 활동은 해야겠지만, 비타민은 그냥 식품이나 영양제를 통해 보충하는 게 더 낫다.
  • 혀 지도: 혀의 끝부분은 단맛을 느끼고 양 옆은 짠 맛과 신 맛, 그리고 제일 안쪽은 쓴맛을 느낀다네 어쩌네 하는 것.. 거의 혈액형 성격설에 필적하는 낭설인데 이게 무슨 근거로 오랫동안 옛날 과학 서적에 소개되었는지 모르겠다. 혀의 모든 부위가 한 치의 예외 없이 동일 균일한 방향과 크기로 미각 센서가 장착된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까지 부위별로 용도가 딱딱 나뉠 정도인 건 전혀 아니다.
  • L 글루타민산나트륨, 일명 MSG: 20세기에는 가공 식품 공포증의 주범으로 인식되었으나, 현재는 오랜 실험을 통해 그 의혹이 부정되고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 밝혀진 지 오래다. 보통은 가성비 뛰어나던 화학 물질이 나중에 인체나 환경이 아주 안 좋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저 조미료들은 일단 그렇지 않다.

하긴, 본인은 샴푸 무용론도 오래 전에 접한 바 있다. 샴푸를 안 쓰고 맹물만으로 머리를 감으면, 처음 당장은 두피의 개기름이 제대로 씻겨 나가지 않아서 찝찝하지만 나중엔 상태가 더 좋아다고 말이다. 본인은 그건 반신반의하면서 지금까지도 차마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때조차 밀 필요가 없다니 샴푸 무용론과 비슷한 맥락의 얘기로 들린다. 피부의 개기름과 각질은 적정 수준은 그냥 있는 게 건강하고 평형을 유지하는 정상인가 보다.

2. 빨간약

요즘도 쓰이는지 모르겠는데.. 상처 났을 때 바르는 소독용 '빨간약'이라는 게 있다. 본인의 기억에도 10살 이하 어린 시절엔 키가 작기도 하고, 가다가 넘어져서 다치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어머니나 양호 선생님(지금은 보건 교사라고 명칭이..)의 처방은 단순히 반창고만 바르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저런 '빨간약'을 바르는 것이었다.

본인은 그게 과산화수소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병이 대체로 빨갛지, 원액이 붉은 것 같지는 않다. 얘는 살균· 표백 효과가 있다.
그것 말고 진짜로 시뻘건 액체는 머큐로크롬이라는 약품이다. 효과가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름에 대놓고 쓰여 있듯이 수은 함유가 논란이 되어 훗날 퇴출되었다. 과거에 유연휘발유가 '납'이라는 명칭을 교묘하게 숨긴 상품명으로 판매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얘 때문에 진짜 사람이 수은 중독으로 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정확히 보고되고 입증된 건 없다. 하지만 건전지고 온도계고 생필품에서 수은은 온통 퇴출되는 게 추세이니 상비약 분야도 이 관행을 따르고 있다.

이것 말고 다른 빨간약은 요오드 팅크인데, 얘는 진짜 red보다는 브라운 갈색에 더 가깝다. 정확한 효능이나 부작용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은 이것도 다 포비돈 요오드니, 클로르헥시딘이니 하는 다른 약으로 대체되고 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약사가 문득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 구내염에 즉효약이라는 알보칠은 일반적인 피부 상처 소독· 살균제와는 성분이 어떤 차이가 있나 궁금하다. 안 아프다고 거짓말은 안 하네.. you only pain once라고 얼마나 병맛스러운 CF를 만들었는지.. 그래도 고퀄이다..ㅋㅋㅋㅋ
  • 그나저나, 저 빨간약을 자주 접하던 본인의 어린 시절에는.. 체했을 때 엄지손가락을 실로 감고 압박해서는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서 피를 내는... 일명 '따기' 시술도 받은 적이 있다. 이건 의학적으로는 별로 검증받거나 권장되지 않는 걍 "엄마손은 약손" 민간요법이지 싶다.

3. 요즘 와이퍼 워셔액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

본인은 얼마 전, 업무상 회사의 다른 동료의 차를 같이 탈 일이 있었다.
운전자분이 앞유리를 닦느라고 워셔액을 분사하자 차내에까지 자욱한 술 냄새가 몇 초간 풍겨 왔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에탄올 워셔액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동차 와이퍼용 워셔액은 단순히 세제나 부동액만 탄 물이 아니며, 증발 잘 하라고 알코올 같은 가연성 물질도 첨가된다. 그런데 딱 올해, 2018년 1월부로 메탄올 워셔액은 제조· 유통이 전면 금지되었다.
마치 과거에 유연 휘발유가 완전히 퇴출되고 무연 휘발유로 대체된 것과 비슷하다. 메탄올은 인체에 매우 해로운 독극물이며, 그걸 워셔액으로 쓰면 메탄올 증기가 저렇게 차내에 유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메탄올 워셔액이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수십 년간 쓰인 동안, 무슨 유연 휘발유(납 중독)처럼 워셔액 때문에 사람이 직접적으로 해를 입었다는 임상 증거는 내가 알기로 없다. 그리고 에탄올 워셔액은 메탄올 워셔액보다 훨씬 더 비싸기도 하다.

본인 차는 이미 구입 내지 주입해 놓은 옛날 워셔액이 아직 남아 있어서 당분간은 이걸 계속 쓰게 될 것 같다. 주성분을 살펴보니 역시 메탄올이 적혀 있다. 그 대신 워셔액 살포 시에 송풍 모드를 반드시 유턴 모드(....;; )로 해 놓는 건 잊지 않을 것이다.

4. 감기

감기는 다 비슷비슷하게 코와 목에 탈을 일으키는 한편으로 딱히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흔한 병이다. 그런데 증상은 다 이렇게 비슷할지언정, 감기를 실제로 일으키는 바이러스(균도 아니네..!)는 100여 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니 인체에 아무리 면역계가 있다 해도 해마다 서로 다른 감기에 걸리는 것에는 장사가 없다. 이거 뭐 기능은 동일하지만 내부 구현 방식이 제각기 다른 컴퓨터 프로그램 내지 악성코드를 보는 듯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감기약도 특정 바이러스만 딱 공략하는 백신이나 치료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약은 그냥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줄여 줄 뿐이고 실질적인 치유는 결국 신종 바이러스에 적응해서 놈을 잡아먹고 퇴치하는 신체가 직접 하게 된다. 그러니 따뜻한 물 마시고 푹 자는 게 좋다. 감기와의 전투는 인체의 idle time processing 때 집중적으로 치러질 테니까..

백신 무용론, 약 무용론 음모론 주장하는 진영이 그나마 최소한의 명분이 서는 분야가 감기이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 암 같은 다른 진지한 병을 그런 민간요법, 자연 치유 같은 식으로 접근했다간 진짜 큰일 나니까 문제이며, 그나마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감기약도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줄이고 신체가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응당 있다.

감기에 걸리면 코가 막히고 쌕쌕거리고 콧물 나오고 일상생활이 미치도록 불편할 것이다. 그래도 코를 그때 그때 풀어 주고 호흡은 입이 아니라 호흡 전문인 코로만 하도록 해야 한다.
입에는 콧물과 코털 같은 방어 장치가 없다. 입으로 장시간 호흡하면 입안이 마르고 세균에 노출되는 등 구강 건강에 절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참고로...

  • 인간과는 달리, 다른 동물들은 오로지 코로만 숨을 쉴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면서 동시에 숨을 쉬는 게 가능하며, '사레 들림'이라는 현상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듣기로는 구토라는 게 없는 동물도 있다고 들었다. 참 신기한 노릇이다.
  • 감기와는 달리 인플루엔자, 일명 독감은 단순히 "증상이 더 심하게 발생하는 감기, 여러 감기들 중에서 위력이 센 대빵" 정도의 레벨이 아니다. 근본이 완전히 다르다. 의약계 종사자들은 '독감'이라는 이름이 굉장한 오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이거야말로 물이 아니라 위험한 화합물인 일산화이수소라고 불러 줄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5. 화상과 동상

인체는 화학적 성분의 2/3 가까이가 수분인 관계로, 발화점 이상의 고온에 노출됐다고 해서 무슨 땔감 장작마냥 불이 붙어 활활 타지는 않는다. 종이 냄비· 종이컵으로 제한적이나마 물 끓이는 게 가능한 것을 생각해 보시라.

이 때문에 죽은 시신을 화장하는 것 역시 생각보다 연료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다. 사람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만 숯덩이를 넘어 하얀 뼛가루만 남을 정도로 홀랑 불태우려면 굉장히 오랫동안 태워야 한다. 인체는 수분이 없는 표면의 털 정도라면 모를까.. 내부는 기름 끼얹고 불을 한번 붙여 놓는다고 알아서 잘 타 없어지는 재질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도시전설로 전해져 오는 인체 자연 발화 괴담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체는 수백 도 이상의 고온에서 그렇게 쉽게 불타지 않는 대신, 겨우 수십 도의 '낮은 고온'에서도 잘 익을 뿐이다. 그 익은 상처를 우리는 화상이라고 부른다.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그 부위가 넓어져서 신체의 손상이 심해지면 죽을 수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고분자 단백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한편, 화상의 반대편 극단은 동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인체는 불이 잘 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얼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동상과 그에 따른 괴저· 괴사는 단순히 저온에서 피가 잘 안 통하는 바람에 발생한다(영양분 부족, 산소 부족..). 처음엔 가렵고 따갑다가 나중에는 해당 조직이 감각이 없어지고 죽고 썩어 버린다.

물론 바닷물이 얼 정도의 극도의 저온에 맨몸으로 오래 노출되면 체액이 진짜로 얼 수도 있다. 그랬다가는.. 물의 부피가 커지면서 세포막이고 혈관이고 다 터지고, 이론적으로는 방사능 피폭 급의 끔살을 당할 수 있다.
인체 냉동 보존에서 기술적으로 걸리는 가장 큰 문제도 이것이다. 자동차의 냉각수에다가는 부동액이라도 첨가할 수 있지, 체액은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없으니 말이다.

화재 현장에서 죽는 사람은 대부분 연기 질식과 내장의 화상 같은 간접적인 대미지 때문에 먼저 죽는다. 문자 그대로 산 채로 불길에 휩싸이거나 원자폭탄 급의 고온에 노출되어 형체가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몸에다 휘발유를 일부러 끼얹기라도 했다면 모를까..

그것처럼 얼어 죽는 사람도 대부분 피 안 통하고 체온 떨어져서 기력이 다해서 스르륵 죽을 뿐, 액체 질소 같은 데에 퐁당 빠지기라도 하지 않는 한 문자 그대로 체액이 꽁꽁 얼어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문자 그대로, 화학적으로 연소하거나 얼지만 않는다는 거지, 저런 죽음도 매우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변함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27 08:33 2019/02/27 08:3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1

본인은 지난 설 연휴 때 등산 다녀 온 이야기를 블로그에다 먼저 올렸었다. 오늘은 그 다음으로, 그때 등산 말고 국립 경주 박물관과 근처의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를 관람한 이야기를 올리도록 하겠다.
서울에서 오래 살면서 맨날 조선 시대 흔적만 지겹도록 봐 왔는데, 모처럼 물이 좀 다른 동네에 가서 분위기를 전환하니 좋았다.

예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었지 싶다만.. 신라는 조선 600년을 아득히 초월하여 한반도 역사상 거의 1000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왕조이다. 그 동안 도읍도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경주 서라벌로 줄곧 유지되었다는 게 경이롭다. (중간에 도읍을 지금의 대구로 옮기자는 떡밥이 던져지긴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음) 덕분에 경주는 일찌감치 관광 도시로 국가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받으며 육성되었다.

신라는 남쪽의 가야를 흡수하고 울릉도 우산국까지 정복해서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나무로 만든 가짜 사자로 원주민들을 위협해서 굴복시켰다니.. 지금으로 치면 배에다 거대한 기관총이나 함포를 훼이크로만 잔뜩 만들어 놓고 뻥카를 친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그 뒤 신라는 삼국 통일의 과업까지 달성했다. 물론 전부 혼자 한 건 아니고 당나라의 도움도 받긴 했다. 그때는 신라가 나름 지금의 서울과 38선 이북 지역까지 차지했기 때문에 진흥왕 순수비 같은 게 의외의 장소에 남아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 남동쪽에만 있는 게 아니라 북쪽으로도 굉장히 길고 크게 뻗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신라에는 화랑이라고 오늘날로 치면 학도병인지 예비군인지 모를 젊은 무인/군인 양성 제도가 있었다. 더구나 화랑 제도 이전에 원래는 남자가 아닌 여자 아이돌을 선발하는 '원화' 제도를 시행했었다. 그런데 첫 원화로 뽑혔던 두 아가씨 사이에 질투로 인한 살인극이 벌어지자 가해자도 처형되고 이 제도 자체가 폐지된 것이다. 신라에는 전무후무하게 여왕이 있었던 것만큼이나 여성과 관련된 특이한 내력이 전해진다.

조선 시대에는 양반-중인-서민-노비의 4계급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신라는 '골품'이라고 '뼈'라는 단어까지 써 가며 조선보다 훨씬 더 세분화된 신분제가 시행되었다. 출신 성분이 무엇이냐를 따지는 성골· 진골 같은 말은 오늘날까지도 쓰이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심상보다는 자조· 부정적인 심상으로 말이다.

신라는 한때 그렇게 잘 나갔으나, 나중에는 지방의 호족들이 너무 크고 강해져서 중앙 정부가 지방을 일일이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세금이 안 걷히고 국력이 쇠하면서 신라는 신흥 국가인 후백제와 태봉와 고려에 밀려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나중에는 왕이 고려의 왕 건에게 자진 귀순함으로써 멸망했다.

그래서 다른 왕들의 무덤은 경주에 있지만 마지막 경순왕의 무덤은 신라가 아닌 고려의 도읍에서 가까운 연천에 있다.
뭐, 왕릉이 바다에 조성되었다는 문무왕, 그리고 생전에 왕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왕으로 추존되었다는 김 유신 장군도 한국 역사상 유일한 사례이니 흥미롭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라는 내가 아는 그 어떤 한반도 국가들보다도 금으로 된 유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신라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일명 '신라의 미소'라고 일컬어지는 그 기와 무늬(얼굴무늬 수막새)와 금관이 아니겠는가?
영남 지방에 무슨 금광이 있기라도 했는지, 어째 저 시절에만 저렇게 금 장신구가 많이 만들어졌나 모르겠다. 성경의 솔로몬 시대를 보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굴무늬 수막새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다. 바로 얼마 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속 말고 도자기 항아리 부류는 오늘날까지 형태가 온전히 남아 있을 수가 없을 텐데..
깨진 조각들을 고고학자들이 전부, 일일이 근성으로 짜맞춰서 이렇게 복원한 것이다. 그 노고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라는 불교를 받아들인 시기가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150년이 넘게 늦었다. 하지만 일단 받아들인 뒤엔 신라는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굉장한 불교 덕후 국가로 탈바꿈했다.
이 차돈의 목에서 피가 솟구치는 건.. 뭔가 킬 빌 같은 느낌이 순간 들었다. 물론 킬 빌에서 흰색 피가 나오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긴, 후대의 조선은 공식적으로 불교를 버리고 유교 국가로 바뀐 관계로, 국보· 보물급 문화재 중에 불상 같은 건 없다. 뭐 그렇다고 해서 조선 시대에 불자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립 경주 박물관의 건물은 일종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1) 신라 역사관, 신라의 불교 미술 관련 유물을 집중 전시한 (2) 미술관, 그리고 동궁과 월지 관련 유물을 전시한 (3) 월지관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각 건물이 두 층 정도 높이이다.
그리고 야외에는 각종 유명 석탑의 모형과 불상이 전시되어 있으며, 일명 에밀레종이라고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의 진품도 전시되어 있다. 종은 실제로 치지는 않으며, 그냥 녹음된 종소리를 주기적으로 들려 준다.

성덕대왕신종을 만들 때 어린아이를 갈아 넣었다는 말은 삼국xx 같은 문헌에 실제로 등재되어 있지 않으며, 20세기에 와서야 처음으로 제기된 주작이라는 게 대세이다. 이 차돈의 순교 장면은 선뜻 믿어지지 않을지언정 문헌에 기록이라도 돼 있는 반면, 에밀레종 인신공양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어떤 비파괴 검사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의 내부에는 '인' 같은 인체의 뼈 성분 같은 것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 보신각 동종은 매년 1월 1일에 타종하긴 하지만.. 그건 진품이 아니라 30여 년 전에 따로 만든 진품의 복제품으로 하는 것이다. 원래 있던 종은 보존을 위해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옮겨졌으며, 대외적으로는 1985년부터 복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술관의 입구에는 석굴암 내부에 있는 불상 부조(돋을새김)가 입체 탁본이라는 이름으로 정교하게 복제되어 전시되어 있었다.
2층에는 '국은 기념실'이라고 국은 이 양선 선생(1916-1999)이 수십 년간 수백 점의 신라 유물을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기증한 것을 전시한 방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물관을 다 보는 데는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그 다음으로 날이 어두워질 무렵이 돼서야 동궁과 월지에 도착했다. 걸어서는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동궁과 월지'에서 '과'는 그냥 접속조사이다. 그냥 ‘동궁 & 월지’라는 뜻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는 왕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연못과 풀밭, 자그마한 숲, 그리고 약간의 정자 건물만 있는 평범한 공원처럼 보이지만 해가 진 뒤부터는 곳곳에 조명이 켜졌다.
그래서 밤에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주차장은 차들로 몸살을 앓았다. 박물관이 저녁 6시까지만 열려 있지만 여기는 밤 10시까지 개방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충 이런 야경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나는 연못 야경보다도.. 여기 바로 옆으로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나는 게 더 좋았다~!
전국에서 철길과 이렇게 인접해 있는 옛날 유적지는 아마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이 좀 더 밝았으면 더 좋은 구도의 사진을 남길 수 있을 텐데.. 이렇게라도 방문한 것에 의미를 두련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24 08:33 2019/02/24 08:3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0

1. 바람과 방향

우리말에서 '남침'이란 남쪽"을" 침범/침략한다는 뜻이다. 글쎄, SVO형 언어인 중국어의 어순을 고려한다면 '침남'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어에서는 단어가 저렇게 형성됐다.
과거에 북괴가 한 짓이 남침이며, 여기서 '남'이 target, destination이다. 어휘력 문제인지 아니면 이념과 역사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도에서 이거 뜻을 분간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대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곤 했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을 말할 때 '남풍'은 남쪽으로 부는 바람이 아니라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다. '남'이 source, origin이니 '남침'과는 사정이 다르다.
비슷한 맥락으로 편서풍은 서쪽에 있는 중국에서부터 불어서 반도에 황사와 미세먼지를 가져오는 바람을 말한다.

영어에서 "I'm coming!"을 "오는 중이야"가 아니라 "가는 중이야"라고 번역하고, 부정의문문의 대답일 때는 "Yes, I did"를 "아니, 했다니까"라고 번역하는 것처럼.. 혹시 방향별 바람의 명칭도 언어에 따라서 보정해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허나, 바람의 방향은 목적지가 아닌 출처를 따지는 게 인간의 보편적인 관습상 더 중요한가 보다. 바람은 수학의 벡터 같은 존재는 아닌 듯하다.

성경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바람은 동풍이다. 서풍은 출애굽기 이집트의 재앙에서 메뚜기 떼 처리용으로 딱 한 번만 나온다. (출 10:19) 서쪽 아프리카에 있는 이집트에서 들끓는 메뚜기들을 동쪽 홍해로 쓸어 넣으려면 서풍이 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홍해 경부 고속도로를 만든 바람은 동풍이었다고 나온다(출 14:21). 그 말인즉슨, 바닷물은 모세가 서 있는 방향에서 건너편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건너편에서 모세가 있는 쪽으로 역순으로 갈라졌다는 뜻이다. <십계>나 <이집트의 왕자> 같은 영화에서 묘사된 바와는 다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인이 예전에 이집트의 왕자를 분석하면서도 언급한 바 있다.

성경에서 이런 것만 쭉 살펴보면 "하나님은 특정 방향을 선호하신다"라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논란의 여지도 있는 그런 패턴 내지 팩트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복음이 자연스럽게 전파되어 온 방향이 '동 → 서'(동풍)이며, 반대로 '서 → 동'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방향이라고 한다.

2. 천체들의 회전 방향

우주의 관점, 아니 더 정확히는 태양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천체들의 주된 회전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다. 태양계 행성들을 위에서 아래로, 북극 방향으로 내려다봤을 때 도는 방향이 반시계라는 뜻이다. 자전과 공전 모두 말이다.

  • 어떤 행성의 공전 방향은 그 공전 대상인 모성의 자전 방향과 대체로 동일하다. 그리고 자전 방향도 자신의 공전 방향과 대개 일치한다.
  • 그런데 태양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이런 재귀적인 논리 전개에 따라, 지구를 포함해 태양을 도는 모든 행성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하며, 자전 방향도 대부분 반시계 방향이다. 지구를 도는 달도 마찬가지이다.
지구는 옆에서 적도를 봤을 때 바다와 대륙들이 서에서 동으로, 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스크롤된다. 그리고 반대로 지표면에서 태양을 보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보인다.

뭐, 예외는 금성(행성들 중 혼자 유일하게 자전 방향이 반대), 천왕성(자전축이 90도대여서 데굴데굴 구르는 형태로 공전), 그리고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해왕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인 역행 공전)이 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자그마한 예외 수준이다.

성경에 따르면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방향은 동에서 서(즉, 동풍의 방향)라고 여겨진다.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하고 있으니, 지구상의 어떤 물체를 동에서 서로 이동시키려면 신의 입장에서는 물체를 잠시 집어서 지구로부터 떼었다가 잠시 후에 제자리에 다시 놓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만 해도 인간 같은 미물이 보기에는 그 물체가 갑자기 공중에 떴다가 초고속 공간 워프를 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려면 물체를 들었다가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더 앞선 지점에다가 놓아야 한다. 뭐, 하나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 있겠냐만, 그게 좀 더 번거롭다.
성경과 과학을 굳이 어거지로 조화시켜 보자면 이런 디테일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ㅎㅎ

이렇듯, 교통에서 좌측· 우측통행만큼이나 시계· 반시계 회전 방향 문제는 무척 흥미롭다. 어째 시계는 또 그렇게 도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통용되었나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 육상 트랙의 회전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 세계 표준으로 정착해 있다.

과연 우리 태양계 밖의 다른 항성계 중에는 시계 방향이 주류인 물건이 있을까?
사실은 태양도 자기 천체들을 이끌고 우리 은하를 공전하고 있긴 한데, 거기를 도는 방향은 우리 은하의 북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반시계가 아닌 "시계 방향"이라고 한다.
다만, 이 태양의 공전은 그 스케일과 주기(수억 년에 1회!)가 정말 까마득할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에 여느 행성의 공전과 같은 급으로 취급하기는 곤란하다. 저걸 도대체 어떻게 관측하고 알아 냈는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는 도대체 무슨 거대한 중력원이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3. 지구와 달의 역학 구도

(1) 달처럼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동일하여 모성에서는 언제나 앞면만 보이는 위성을 동주기 자전 위성이라고 한다. 동주기 자전이라는 건 자전 방향과 공전 방향이 서로 일치한다는 것도 당연히 내포함을 알 수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은 잘 알다시피 다른 행성들의 여느 위성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무척 많다. 유난히 큰 것, 지구에서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과 거의 같은 것 말이다. 다만, 자전과 공전 주기가 동일한 건 천체역학적으로 볼 때 긴 시간이 주어지면 다른 천체에서도 궁극적으로 도달 가능한 현상이다. 트리톤만 해도 동주기 자전 위성이며, 이것 자체는 달만의 유니크한 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사실, 위성이 모성을 공전하면 위성뿐만 아니라 모성도 위성의 질량의 영향을 받아서 들썩거리게 된다. 위성과 모성 모두 둘의 질량 중심점(barycenter)을 축으로 돌게 되는데, 그 질량 중심이 어차피 모성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모성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의 중심으로부터 467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지구의 반지름 6378km보다는 짧으니 여전히 지구의 내부이긴 하다. (☞ 관련 동영상)
그 반면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경우, 크기와 질량이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크지 못하기 때문에 그 중심이 두 행성의 외부인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상대방을 마주 보면서 빙글빙글 돌게 된다.

(3) 앞서 살펴봤다시피 지구와 달의 질량 중심은 지구의 내부에 있고.. 다음으로 지구와 달 사이의 공간에서 양 행성간의 인력이 동등해지는 중간점은 거의 9:1쯤 되는 지점에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약 384000km인데, 그 중점은 약 345000km라는 것이다. 이건 '라그랑주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21 19:31 2019/02/21 19:31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89

성경에서 욥기는 모세오경과 더불어 가장 오래되고 먼저 기록된 책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이게 평범한 책이 아니다. 너무 엄청나고 극단적인 스토리와 판타스틱한 서술들, 그리고 인류의 만년 의문 떡밥인 '의인의 까닭 없는 고난'을 다룬다는 점으로 인해 욥기는 문학성 하나는 가히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다. 물론 불신자들은 문학적 가치와 의미만 인정할 뿐, 저게 설마 레알 실존인물 실화일 거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경은 세상의 통념과 달리, 다른 책에서 욥을 거듭해서 실존 인물이라고 언급하고 인용하니(약 5:11 같은..), 이게 딜레마이다. 노아, 아벨만큼이나 말이다.
가령, 그 천하의 예수님이 창세기 4장 인물인 아벨이 실존 인물이라고 인정하셨다(마 23:35). 예수님보다 더 잘나고 똑똑한 비평가라면 창세기 1~11장은 그냥 설화이고 상징 비유 묵시문학이라고 치부해도 될 것이다. 욥기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그 문제의 책 욥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스 땅에 욥이라는 이름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완전하고 곧바르며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악을 멀리하는 자더라. 그에게 아들 7명과 딸 3명이 태어나니라. 또한 그의 재산은 양이 7000마리요, 낙타가 3000마리요, 소가 500겨리요, 암나귀가 500마리이며 집안사람들도 심히 많았으므로 이 사람은 동쪽의 모든 사람 중에 가장 큰 자더라." (욥 1:1-3; 가독성을 위해 성경 본문에서 수량 표기를 아라비아 숫자로 바꿈)

욥은 노아· 다니엘과 더불어 구약의 3대 의인이라고 일컬어진다(겔 14:14). 특히 노아와 욥은 하나님께서 친히 내리신 perfect(창 6:9, 욥 1:1)라는 수식어까지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무슨 예수님과 동급의 완전무결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단지 구약 + 인간의 관점에서 그럭저럭 흠잡을 데 없고 타인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만점 합격점이라는 뜻이다. 마치 all(모든)처럼 말이다. 도대체 어느 문맥과 범위에서 전체 또는 완벽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욥은 아시다시피 한번 쫄딱 망했다가 그래도 다음과 같은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 {주}께서 그의 포로 된 것을 돌이키시고 또 {주}께서 욥에게 그가 전에 소유했던 것의 두 배를 주시므로 ... 그는 양 14000마리와 낙타 6000마리와 소 1000겨리와 암나귀 1000마리를 소유하였더라. 또 그가 아들 7명과 딸 3명을 두었더라." (욥 42:10,12,13)

욥은 고난 이후에 자기 재산에 속하는 가축들은 몽땅 다 정확히 두 배로 보상받았다. 그런데 자녀는 예나 지금이나 열 명 그대로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설명은.. 자녀는 재산과 별개이며 두 배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인권이나 보험(!!) 관점에서 보자면 대인과 대물은 엄연히 다르며, 자식은 단순히 부모의 소유물 개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애초에 가축 수와 자녀 수를 나란히 늘어놓은 욥기의 진술 방식 자체가 좀 문제가 있으며, 독자에게 오해와 혼동의 여지를 남기는 거라고 간주해야 할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성경적인 결론은.. 구원받은 자녀는 다른 가축이나 재물과 달리, 내세에서도 영원히 남아 있고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사고로 죽었어도 영원의 관점에서는 손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잠시 이 세상에서 이별하고 못 보는 기간 / 내세에서 n년간 보는 기간"의 비율은 n이 무한대로 갈 때 극한값이 0으로 가는 것이 자명하니..;;
그러므로 20명을 몽땅 새로 줄 필요 없이 새 자녀 10명만 추가로 주면 10+10 = 20이 된다.

이것이 인간과 짐승(가축)의 본질적인 차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낳았고 낳았고'만 잔뜩 나오는 마태복음 1장의 리스트의 진술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록에서 일부 인물이 누락된 이유도 덤으로 말이다.
또한, "지금은 그가 죽었으니 어찌하여 내가 금식하리요? 내가 그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느냐? 나는 그에게로 가려니와 그는 내게로 돌아오지 아니하리라." (삼하 12:23)라고.. 어린아이의 구원을 당당히 믿은 다윗의 말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는 인간의 과학과 지성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많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많다. 죽음도 그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성경이 말하는 내세관은 꽤 건전하다. 죽은 사람 갖고 사기를 치는 수많은 미신, 괴담 등에 휩쓸릴 일이 없게 하며, 그 반대편 극단인 "죽으면 다 소멸하고 끝" 염세 회의 허무주의 쪽으로 빠지지도 않게 해 주기 때문에 더욱 좋다.

이런 신앙이 있으니 손 양원 목사는 "미국 유학 보내려던 아들을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으로 보내 주셔서 감사"라는 초인적인 기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육신의 몸을 입고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생명 인격체를 만드는 일은 육신을 입고 있는 동안만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한 아이러니인 것 같다. 구원받는 것도 그렇게 현세에서 살아 있는 동안만 가능하듯이 말이다.

한편, 이런 "현세 10+내세 10 = 20"설 말고.. 그 10명은 그냥 욥의 기존 자녀들이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것일 거라고 추측하는 분도 있다. 뭐, 그것도 욥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피엔딩이며, 성경의 심상 면에서 일리가 있다.
성경에는 구약 성도들의 집단 부활이라든가(마 27:52-53) 모세의 부활(유 9)처럼 아주 implicit하고 간략하게 기록된 엄청난 부활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욥 당사자도 단순 내세 이상으로 육체의 부활을 믿은 와중에(욥 19:26), 욥기에 부활의 실제 사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자녀를 만드는 건 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것도 10명이나 다시 낳으려면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와중에 욥의 기존 아내는.. 욥을 완전히 떠나 버렸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고난 후에 재배회를 했는지.. 그렇지 않고 욥이 재혼을 하기라도 했는지 성경에 언급이 전혀 없다.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욥의 아내는 막 악처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신앙이 남편만치 좋지는 못했던 그냥 예쁘장한 부잣집 사모님 스타일이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ㄲㄲㄲ 사탄이 욥의 아내를 괜히 살려 둔 게 아님..)

이런 시나리오에 비해, 죽었던 기존 자녀만 다시 초자연적으로 살아나는 시나리오는 기적 그 자체 말고는 주변의 미주알고주알 디테일을 생각할 필요 없이 단순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부활설은 근처에서 노골적으로 비교하며 등장하는 '2배 보상'이라는 심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자녀는 무슨 물건 같은 존재는 아니겠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명백히 주님으로부터 온 유산이요 보상이다(시 127:3-5). 하나님께서 욥에게 가축을 2배로 보상해 주셨거늘, 하물며 자녀도 2배로 보충해 주지 않으셨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욥기의 도입부에서는 자녀 수부터 먼저 나온 뒤에 다음에 가축 수인데, 결말부에서는 2배로 늘어난 가축 수부터 나온 뒤에 그 다음이 자녀 수이다. 이것도 생각해 볼 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19 08:36 2019/02/19 08:36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88

« Previous : 1 : ... 82 : 83 : 84 : 85 : 86 : 87 : 88 : 89 : 90 : ... 230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941929
Today:
912
Yesterday:
1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