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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코레일이 아주 이색적인 열차를 주말에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일반열차도 아니라 일반 통근형 전동차이고, 운임도 전철 체계 그대로이다.

이름하여 '용문 급행'.
토요일과 일요일에 2왕복으로 운행하는데, 운행 계통은 병점 발(경부선)과 동인천 발(경인선) 둘로 나뉜다.
토요일에는 경부선, 경인선의 순으로 운행하고 일요일 아침에는 순서를 바꿔서 경인선, 경부선의 순으로 운행한다.
운행 컨셉은 연인-_-들 데이트 코스 내지, 주말 운동과 중앙선 일대의 관광이다.

주말에 혼자 지하철 타고 노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타라고 딱 예비된 열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난 9월 11일, 모든 일정을 제쳐 놓고 당장 시승하러 나갔다.

아침 10시 반에 신길 역에서.. 드디어 용문 급행 전동차를 만났다. 열차를 기다리는 기분은 마치 데이트 상대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코레일이 중앙선과 경부/경인선을 직통 운행하는 전동차를 굴리기 시작했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ㅋㅋ 이제 구로-영등포 구간엔 4량짜리 광명 셔틀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8량짜리 용문 급행 전동차도 다니게 되겠다.

열차는 텅 비다시피했기 때문에 긴 시트에 그대로 누워 버렸는데, 이런 만행을 본인은 지금까지 공기 수송의 본좌급인 광명 셔틀 전동차에서밖에 저질러 보지 못했다. ^^;;; 뭐, 특이한 공기 수송 열차 하면 과거에 경의선 새마을호(일명 임진강 라이너)도 한 위치 차지했지만 말이다.

용문 급행 전동차의 모든 안내방송은 기관사가 육성으로 직접 하고 있었다. 이 열차는 서울 역 방면으로 가지 않고 심지어 용산 역에도 정차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려는 승객은 노량진 역에서 다 내리라고 기관사가 몇 번이고 방송을 해 댔다.

"우리 열차는 용산까지 가지 못하는 열차입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오늘도 함정에 빠지셨습니다." ㄲㄲㄲ

한강 철교를 건넌 후 열차는 선로를 바꾸어, 경부선 하행 방면에서 경원선으로 들어가는 삼각선으로 진입했다. 오오옷! 여기는 일반적으로 승객이 구경할 수 없는 경로이다. (중앙선 전동차가 용산 역에서 이촌 역 사이를 드나드는 길은 경부선 "상행" ↔ 경원선 삼각선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용문 급행은 빨리 가는 급행이 아니라는 것. 단순히 정차역을 줄여서 열차를 탄 사람들이 좀더 쾌적하게 여행을 즐기게 하는 것만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열차는 이촌에서 무려 청량리 역까지 무정차이고, 그 뒤에는 덕소까지 통과하여 팔당까지 무정차라는 어마어마한 괴력에도 불구하고 표정 속도는 완행 전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그 긴 거리를 가는 동안에, 우리 열차가 앞서 가는 중앙선 전동차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

그래도 청량리-팔당까지 2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롱시트가 달린 전철이 그토록 오래 무정차로 달리는 건 공항 철도 이외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이었다. 경원선 용산-청량리 구간을 무정차로 질주한 건 지난 2009년 말, 서울-청량리 경유 아우라지 행 열차를 아침 일찍 탔을 때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경인· 경부선 이외에 현재 경의· 경원· 중앙· 안산선에서 출근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정규 급행 전동차는 서울로 가는 상행 방면만 있지 하행은 없으며, 주말에는 운행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용문 급행은 주말에만 하루 2회 운행하고 게다가 서로 다른 정규 운행 계통을 직결 운행까지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참신한 시도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주말에 지하철이나 전동차 운행은 감소하는 반면, 일반열차의 운행은 증가한다. 각 열차의 보편적인 이용 패턴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량진 바로 다음 역인 이촌 역에서 승객이 많이 탔으나, 이 열차는 옥수나 왕십리 등에 정차하지 않고 바로 청량리까지 간다는 말에 상당수의 승객들이 질겁을 하고 도로 내렸다. 용문 급행에 대한 홍보가 시민들에게 여전히 부족한 건 사실이다.
관광과 데이트 컨셉으로 운행한다는 전동차가 정작 왜 양 끝칸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냐는 질타도 있었다고 하는데, 본인이 보기에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오랜만에 중앙선 열차를 타 보니, 한창 공사 중인 상봉 역 승강장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망우 같은 인근역과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게 딱 티가 난지라, 마치 1호선의 동대문-동묘앞처럼 중앙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춘선이 선로 용량과 평면교차 지장 문제 때문에 청량리가 아닌 여기서 시종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이 또한 문제이다.
아울러, 아신과 양평 사이에 '오빈'이라는 역이 건설 중인 것도 처음 봤다.

지금까지 한 긴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 용문 급행은
첫째, 출퇴근이 아닌 여가 컨셉의 급행이라는 것,
둘째, 두 개의 정규 운행 계통을 직통하여 운행한다는 것,
그리고 셋째, 일반열차가 아닌 기존 전동차 운행 계통을 따른다는 것
에서
무척 이색적인 열차이다. 전에도 가끔 있던 경인선-경원선 직통 부정기 관광 열차 무궁화호 같은 것과도 급이 다르다.

독자 여러분도 주말에 꼭 시승해 보기 바란다.
그나저나, 경인-경부 하행(상행이 아닌) 삼각선을 이용한 직통 열차나 전동차가 다니는 날은 과연 올지 궁금하다.
하지만 경인선은 서울 방면 전동차만 굴려도 수요보다 공급이 미치도록 부족하니 원. ^^;;

Posted by 사무엘

2010/09/16 18:51 2010/09/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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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상으로 서울 사방의 최고 말단에 자리잡은 전철역은 다음과 같다.

최북단은? 도봉산(경원선, 그리고 7호선의 사실상 종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암이든 망월사든 그 이북부터는 의정부 시내이다.

최남단은? 금천구청(경부선). 참고로 남태령(4호선) 역도 독산 역 정도 되는 상당한 남쪽이긴 하다. 그 이남은 안양이나 과천. (2011년 11월 현재,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서울 최남단역이 되었다.)

최서단은? 개화(9호선 종점). 9호선이 개통하기 전에는 김포공항(5) 역이 최서단이었다. 5호선의 선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방화 역이 최서단이 아니며, 심지어 경인선의 서울 시계에 있는 온수 역도 최서단이 아니다. 개화 역은 가로 위치가 무려 역곡과 부천 사이에 해당하는 최서단이 맞다.

최동단은? 상일동(5호선 종점). 역시 서울을 동서로 관통하는 지하철 노선답다. 그 반면 마천 역은 상일동 전역인 고덕 역보다도 살짝 더 서쪽이다. 그런데 상일동의 옆에 강일 역이 더 추가되면 최동단 역 자리도 저기로 넘어가게 되겠다. 더 동쪽은 하남시가 나온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30 08:51 2010/08/3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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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위 'name value', 브랜드가 마케팅 수단으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철도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이기주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철도역 이름에다 어떻게든 자기네 이름을 집어넣으려는 행정 단체나 대학들이다.

사실, 동 이름만 해도 지하철 역명으로 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인지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본인은 서울 종로구에 듣보잡 동이 그렇게도 많은 줄 몰랐다. 관철동, 평창동, 당주동, 동숭동, 인의동.. -_-;;; 듣보잡으로 느껴진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떨 때는 두 대학이나 두 행정 구역이 한 역을 동시에 탐내게 되어, 부산 지하철에는 '경성대 부경대'라는 사상 초유의 스타일의 역명이 생겼고, 고속철에도 '천안아산 (온양온천)'이라는 병맛 나는 역명이 생겼다.
아직까지 (대)기업은 대학이나 행정 구역에 비해 역명 배틀에 끼려는 기미가 덜한 듯하다. 만약 그들까지 꼈다간 잠실은 롯데월드/롯데타운, 강남은 삼성타운이라고 부역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실은 롯데와 관련된 명칭 대신 송파구청이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으니 아직까지는 행정 구역이 더 우선이다.

지하철 역명에다가 자기 이름을 넣으려는 대학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주역명이 안 되면 부역명으로라도 말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부역명이 추가된 역은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한세대, 폴리텍대, 나사렛대 등...
우선, 과거에 총신대입구/이수 역 병크는 굉장히 유명하며,

서울대입구 역은 위치상으로는 주역명이 관악구청, 부역명이 그나마 서울대입구 정도가 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 반대로 됐다. 서울대에는 역에서 내리고도 마을버스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넘게 더 가야 도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연계에 관한 한 가히 대인배인 학교이다. 서울 2호선 한양대 역하고는 바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산선에 '한대앞'이라는 또 다른 역명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산 캠퍼스는 전철역과 꽤 멀다.

고려대와 숭실대는 그나마 지하철 주역명 자리를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치가 좋다. 숭실대의 경우 지하철 출입구에 맞춰 정문까지 옮겼다고 한다. 서로 가까이 있는 건국대와 세종대도 괜찮은 편.
2호선은 이외에도 홍익대, 서강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서울 대학을 꽤 많이 경유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등학교 3학년 학급에서 '2호선 라인 대학에 꼭 가자'를 목표로 써 붙여 넣을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4호선 역시 강북 구간에 유난히도 대학 이름이 주역명이나 부역명으로 붙은 역들이 많다. 한성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등.

1호선은? 유명한 청량리 역에 '서울 시립대'라는 부역명이 붙었고, 회기 역에도 꽤 오래 전부터 '경희대'라는 부역명이 드디어 붙었다. 대놓고 외대앞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이 존재하기도 한다.
한편, 옛날에는 7호선 상도 역에 '중앙대'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었으나, 그 역보다 중앙대에 더 가까운 흑석 역이 9호선에 개통하면서 부역명은 옮겨 갔다.

대전 지하철 1호선은 충남대와 카이스트를 (사실상) 지나지 않아서 아쉽다. 한때 2호선이 그쪽을 지나고 엑스포 과학 공원까지 가는 순환선으로 계획되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흑역사화하여 안습. 결국 카이스트와 가장 가까운 월평 역에 카이스트라는 부역명을 붙이고 학교에서 셔틀 봉고차 운행을 시작하였으나, 역에서 학교까지는 2km 가까이 가야 한다. 아마 한양대 안산 캠퍼스와 한대앞 역까지의 거리와 체감상 비슷하다.

자, 그런데 이런 모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신촌 역이다.
양평과 더불어 완전한 동명이역이다. (경의선과 2호선. 양평은 중앙선과 5호선)
연세대가 탐낼 법도 한 금싸라기 역이지만 부역명을 붙이려고 징징대지 않는다.
SKY 대학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세대만이 지하철 노선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말이다. 심지어 바로 옆의 이화여대는 대놓고 '이대'라는 역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이미 신촌이라고만 해도 연세대라는 걸 한국인 중에 모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굳이 역명을 건드리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대인배 기질인 것일까?
(뭐, 그래도 나중에 부역명을 붙여 버린다면 낭패. ㅋㅋ 서강대는 6호선 대흥 역에 자기 이름이 부역명으로 붙어 있다.)

연세대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철길을 볼 수 있는 전국에서 얼마 안 되는 복 받은 학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포항공대도 옆으로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난다. 그쪽에 광역전철이 있다면 효자 역이 포항공대 입성 코스가 되었을 것이나(포항공대에 더 가깝게 역을 이설까지 하면서), 동해남부선의 미래는 앞으로 알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6 10:33 2010/07/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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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 승강장, 승강장의 확장

서울 지하철을 포함해 수도권 전철역들 중, 승강장이 굉장히 심하게 굽은 곡선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깊은 역이라든가 환승이 짧거나 긴 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있다.
또한 역이 아니라 노선 중의 급커브 구간에 대해서도 1호선 시청-종각을 비롯해 이미 답이 다 나와 있다.
하지만 승강장이 자체가 커브 모양인 역에 대해서는 본인도 지금까지 충분히 생각을 안 해 본 것 같다.

일단 급커브 승강장은 서로 건설 시기가 다른 두 노선의 환승역에 생기는 경향이 짙다. 신길 역이 아주 좋은 예이다.
1호선과 5호선을 무리하게 만나게 하느라 5호선은 노선 자체가 상당한 굴곡이 생겼으며, 1호선은 원래 커브이고 켄트(열차의 회전 주행 시 발생하는 원심력을 상쇄하려고 선로 한쪽을 기울이는 것)마저 상당하던 선로 위에다 역을 만든 티가 농후하다. 두 노선 모두 승강장의 모양이 꽤 곡선이 되어 있다.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구 동대문운동장) 역은 딱 커브 위에 환승역이 지어지는 바람에, 서울 지하철에서 손꼽히는 급커브 승강장이 되었다. 이 점에서는 7호선 고속터미널 역도 비슷하다.

선로는 곡선이어도 직사각형 모양의 열차는 엿가락처럼 외형을 바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곡선 승강장은 열차 출입문과의 간격이 벌어진다. 그만큼 승· 하차 과정에서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전철을 건설할 때 곡선역은 가능한 한 안 만들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역이 아주 안 생길 수는 없다. 꼭 환승역만 곡선 승강장은 아니며, 지상의 도로가 굽었다면 그 아래의 역도 응당 곡선역이 된다. 5호선 아차산 역이 비환승역으로는 좋은 예이며, 5호선 김포공항 역도 역과 인근 선로가 모두 굉장히 급격한 커브이다.

사실 수도권 전철의 역사상 최악의 곡선 승강장 기록 보유자는 다름아닌 경원선(현재 운행 계통상으로는 중앙선) 옥수 역이었다고 한다.
경원선 자체야 역사가 매우 길지만 옥수 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함께 환승 목적으로 개통하여 역사가 짧다. 환승 목적으로 개통했다는 말은, 타 노선과의 환승 편의를 위해 원래 역을 만들려고 의도하지 않았던 지점에 역을 무리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길 역처럼 말이다.

일단 3호선 옥수 역도 신길 만만찮은 곡선 승강장이 되었다. 그런데 과거의 경원선 옥수 역은 3호선 역보다도 한술 더 떠서 열차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의 거리가 무려 40cm에 달했다고 한다. 어린이 동반 승객은 어린이를 안고 풀쩍 뛰어넘어서 타야 했고 성인이라도 부주의했다간 그 간격 사이에 발이 쑥 빠져 버릴 수 있었다. 유모차나 휠체어로는 열차에 탈 수조차 없을 지경. 옛날 옥수 역 사진을 좀 보고 싶은데 인터넷 검색을 해도 잘 안 나온다.

게다가 옥수 역 근처를 보면 잘 알겠지만 주변은 온통 자동차 도로이다. 경원선 옥수 역의 위치가 인근 도로를 확장하는 데도 장애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인해서 1999년에는 3호선 역은 놔두고 경원선만 아예 선로를 남쪽으로 이설하면서 곡선을 완화하는 공사가 행해졌고, 이때 경원선 역도 예전보다 더 남쪽으로 옮겨졌다. 공사는 2001년에 끝났으며, 이로 인해 두 노선의 환승 거리는 좀더 길어졌다.
인근의 응봉 역도 좀 곡선이고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까 그렇게 심한 곡선도 아니다.

이렇듯 지상은 그래도 지하 구간보다는 승강장의 이설· 확장이 쉬우며 심지어는 선로조차 이설이 가능하다. 승강장 확장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에 섬식으로 건설되었던 승강장(선로 폼 선로)이 승객 증가로 인해 맞은편에 또 승강장이 생기는 수가 있는데(선로 폼 선로 폼), 1호선 신도림 역과 외대앞 역이 그 예이다. 일단 선로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승강장을 확장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그 반면 1호선 석계 역은 아예 선로까지 이설해 가면서 섬식 승강장 자체를 확장한 흠좀무스러운 내력도 있다(2004년 공사 완료). 상대식 승강장보다 확장을 하기 훨씬 더 어렵다.

섬식 승강장은 양 선로 사이로 승강장이 비집고 들어간다는 특징 때문에 그 자체가 노선에 살짝 곡선을 만들기도 한다. 6호선 응암이라든가 2호선 삼성 역이 그 예이다. 특히 삼성 역이 처음 건설되었던 1980년대에는 거기 일대는 가히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곳에다가 그토록 크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승강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당시엔 예산 낭비라고 언론에서 대차게 깠다.
그러나 지금 삼성 역이 이용객 수에 비해서 너무 크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서울 시민들은 그 옛날에 오늘날의 서울의 형태를 결정해 버린 큼직한 2호선 순환선을 구상한 구 자춘 전 서울 시장의 선견지명을 칭송하는 단계가 되었다. (그러니, KTX 광명이나 천안아산 역도 오로지 지금만 내다보고서 예산 낭비라고 까기만 하지는 말고 좀더 기다려 보자.)

Posted by 사무엘

2010/06/30 08:30 2010/06/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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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가 다니는 경부선 역들 분석

※ 서울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누리로 포함
광역전철: 서울-천안 급행과 경의선이 있으나, 이들 모두 굉장히 드물게 운행되는 열차임
지하철: 1, 4호선
비고: 백화점과 붙은 민자 역사

※ 용산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호남선 전부
일반열차: 호남· 전라· 장항선 전부. 누리로 포함
광역전철: 1호선 완행과 급행, 중앙선. 광역전철 연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역이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 역
비고: 전자 상가· 백화점 등과 붙은 민자 역사

※ 광명
역무 시설: 지하
승강장 선로: 맨 아래 지하. 자연 채광이 들어오긴 하지만 꽤 깊은 지하역이다.
선로 품질: 고속선 연결선
KTX: 경부· 호남선 일부
일반열차: 없음
광역전철: 영등포-광명 4량 셔틀 전동차. 배차 간격 매우 긺
지하철: 없음

※ 천안아산
역무 시설: 지상
승강장 선로: 맨 꼭대기 층. 광명 역과는 정반대로 지상 고가역이다. 안산선 상록수 역과 비슷한 구조.
선로 품질: 고속선 정중앙임! 통과 열차는 이 역을 시속 290km 이상의 속도로 통과한다. 이 역에서 한번 정차해 버리면 시간을 한 10분 정도 까먹는다.
KTX: 경부· 호남선 일부
일반열차: 이 역은 수직으로 교차하는 장항선 아산 역과 환승이 가능한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으며, 아산 역이 장항선 전열차를 취급한다. 누리로 포함
광역전철: 역시 환승역인 아산 역에서 1호선 전동차가 다니나, 배차 간격이 매우 긺
지하철: 없음

※ 대전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광역전철: 없음
지하철: 1호선과 연계가 잘 되어 있다. 지하철은 KTX의 대전 시내 지하 통과를 염두에 두고 매우 깊게 건설되었다.
비고: 역사가 오래 된 역인 만큼, 누리로와 광역전철이 없다는 것만 빼면 전반적으로 서울 역과 비슷한 위상이다. 타러 들어가는 곳과 내리고 나오는 곳이 구분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도 마찬가지 구조를 하고 있다. 한때는 대전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KTX도 있었으나 지금은 다 흑역사가 됐음.

※ 동대구
역무 시설: 평지
승강장 선로: 언덕 아래 평지. 지형의 특성상 꽤 특이한 구조가 됐다.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광역전철: 없음
지하철: 1호선이 지나지만 역까지 조금 멀다.
비고: 대구선과의 환승 노선이다. 고속버스 터미널과도 연계가 매우 잘 되어서 교통이 편리하다.

※ 부산
역무 시설: 선로 위 고층
승강장 선로: 평지
선로 품질: 기존선
KTX: 경부선 전부
일반열차: 경부선 전부
광역전철: 없음
지하철: 1호선이 지나지만 역 광장을 지나야 하고 역까지 조금 멀다.
비고: 서울 역과 비슷한 유리 궁전이다. KTX 정차역 중에 아직까지 역전 광장이 가장 넓게 남아 있는 역이다.

다들 자신만의 개성이 넘친다.
대구 이남에 있는 구포· 밀양 역은 KTX가 다 정차하지는 않으면서 고속신선이 아닌 기존선상에 속하는 역이다. 하지만 본인이 답사한 적이 없어서 자료가 없으므로 기재를 생략했다.
다음은 KTX 잡설들.

천안아산 역 건물 내부의 아래층에서 좀 있어 보면, 위층에서 무정차 KTX가 쌩 통과할 때의 진동이 거기까지 전해진다. 길이가 거의 380m에 달할 정도로 긴 18량짜리 KTX의 주행 진동이 느껴지는 시간은 겨우 4초가 될까말까이다. 그만큼 빠르게 지나간다는 뜻이다. 시속 300km이면 1초에 무려 80m를 넘게 나아가기 때문이다.
마치 공항의 탑승 게이트에서 저 멀리 이륙하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는 것 같다. 하긴, KTX의 주행 속도는 V1 속도를 넘어선 비행기의 이륙 속도와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천안아산 역과 장항선 아산 역은 T자 환승역으로, 천안아산 역의 경우 환승 통로가 한쪽 끝에 몰려 있다. 부산 방면(즉, 상행 열차는 맨 뒷칸, 하행 열차는 맨 앞칸. 18호차)에서 내려야 환승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KTX-장항선 환승으로 열차 승차권을 구입할 경우, 그 칸에 가깝게 KTX 좌석이 배정된다고 한다.
18호차 같은 맨 뒷칸에 타 보면 KTX의 은은한 구동음을 들을 수 있다. 여러 번 들어 본 본인의 결론은 신시사이저 건반 소리와 비슷하다. 예전에는 역에 도착할 때 제동 거는 소리가 굉장히 귀에 거슬리고 시끄러웠는데 이것도 요즘은 좀 개선된 것 같다.

그나저나 지금은 김천구미 역 공사 때문에 KTX가 한 8월 말까지는 그쪽 구간에서 서행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구간을 지나는 경우 운행 시간이 5~10분 정도 지연된다. KTX 이용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점을 감안하는 게 좋겠다.
2008년 초엔 KTX가 천안아산 역 부근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서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기서는 서행을 안 한다. 한 2009년부터는 KTX의 최고 주행 속도가 300에서 305로 상향 조정되어 체감 속도가 더 오르기도 했다.

김천구미야 대전과 대구 사이에 역을 하나쯤 만들 수도 있다고 치지만 오송은 도대체 무슨...;; 대전에서 별로 멀지도 않은 조치원쯤에 역을 또 왜 만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잖아도 논산-천안 고속도로 덕분에 도로는 호남 지방 가는 길이 더욱 곧고 빨라져 있는데, 철도는 뭘 하는 짓인지 원..;;

Posted by 사무엘

2010/06/09 08:14 2010/06/0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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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잡설

1.
요즘은 열차 안에서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며 간식거리를 파는 영업 사원을 거의 찾을 수 없어져 있다. 옛날에는 소위 홍익회라는 곳에서 그런 영업을 했으나 철도청이 공기업으로 바뀐 뒤부터는 이미 진작부터 흑역사가 됐고, 지금은 장항선에서 시범 운영했던 카페 객차라는 게 전노선과 특히 새마을호로도 확대되어 예전의 영업 사원을 대체하고 있다. 즉, 이제는 뭘 먹고 싶으면 영업 사원이 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카페 객차로 직접 가야 한다. 새마을호는 예전부터 식당칸이 있었으므로 용도 변경이 더욱 쉬웠을 것이다.

다만, KTX 내부에서는 카트를 끌고 커피 같은 걸 파는 영업 사원이 여전히 돌아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 KTX(산천 말고)는 구조적으로 카페 객차 나부랭이 따위는 못 만들며, 어차피 코레일은 모든 고급 인터페이스 투자를 이제 KTX에다가만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춘선 열차에서는 여전히 예전의 클래식한 영업 사원을 볼 수 있다. 몇 달 후면 없어질 노선에다가 굳이 카페 객차를 편성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재래식 영업을 하는 것임. 경춘선 자체가 장항선만큼이나 여행· 관광 성격이 강한 노선인데 그런 영업 사원이 돌아다니니 더욱 운치가 난다.

2.
단선 비전철 철도는 길 자체에 대한 흔적이 주변에 가장 남기지 않는 교통수단이다. 쉽게 말해서 자동차 안에서 좌우를 살펴보면 맞은편 차선이 보이고 울타리나 가드레일 같은 도로 시설이 보인다. 그리고 복선 철도라면 맞은편 선로가 보일 것이고 전철인 경우 전력을 공급하는 전봇대도 시시때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선 비전철 선로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좌우를 아무리 살펴봐도 철도 시설과 관련된 걸 찾을 수 없다. 마치 비행기나 배에서 창밖을 보는 것처럼 우리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 철도는 차량의 폭은 버스보다 훨씬 더 크면서 선로가 차지하는 폭은 자동차 도로보다 훨씬 좁다. 궤도 위만 달린다는 특성상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전철의 경우, 전차선을 선로 위에다가 설치함으로써 거추장스러운 공중 전차선과 전봇대를 제거한 전철도 있긴 하나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고 이제 경전철 같은 데서나 도입되는 중이다.

3.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에"로 시작하는 유명한 트로트가 있다. 그런데 이 가사에서 호남선을 경부선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열차의 목적지가 목포가 아닌 부산으로 바뀐다면 노래의 뉘앙스도 확 달라질 것이다.

4.
이번엔 서울 지하철 얘기이다.
본인의 경험상, 서울 메트로는 수도권 전철을 운영하는 회사들 중에 지하철 질서/안전 수칙을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곳이다. 이 점에서는 그저 행복 미소만 강조하는 SMRT(도철)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야구나 축구에다 비유해서 "지하철에서 골키퍼처럼 다리 쩍 벌리고 앉는 것은 반칙입니다" 같은 식으로, (특히 서메는 야구 선수를 홍보 대사로 자주 위촉해서 쓰기도 했으므로)
최대한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옛날에는 지하철에 무질서하게 비집고 승차하려는 승객을 럭비 선수에다 비유한 UCC를 틀어 주기도 했다.
홍보하는 주제로는 "제발 문 닫힐 때 무리하게 타지 마세요", "우측 통행을 하세요", "보고 난 무료 일간지는 선반에다 놔두지 마세요", "혼잡한 열차에서 내릴 땐 전역에서부터 미리 준비를 해 주세요" 같은 게 있다.

다른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승객에 대한 안전 교육과 질서 유지 협조 당부가 필요한 항공업계에서는 저런 트렌드를 도입하지 않으려나 궁금하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이미 당연히 그러고 있다. 안전 수칙 동영상을 어린애들까지 동원해서 최대한 재미있게, 안 따분하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 http://hansfamily.kr/950 참고할 것.

Posted by 사무엘

2010/06/07 08:48 2010/06/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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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의 개성

무궁화호는 물론이고 KTX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새마을호만의 개성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큼직하고 두툼한 좌석

새마을호는 세계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크고 두툼하고 안락한 좌석과 내장재를 자랑한다. KTX가 선로 위의 비행기라면, 새마을호는 가히 선로 위의 호텔이다.
좌석도 좌석이지만 좌석 사이의 광활한 간격을 보라. 저건 우등 고속버스도 '저리 가라'이다. 일반실이 저러한데, 특실은 키가 175cm 남짓인 본인이 다리를 쫙~ 뻗고도 남는 간격이다.
게다가 저런 디자인의 새마을호 객차는 우등 고속이 생기기 수 년 전인 1980년대 말에 만들어진 것이니, 그때는 새마을호가 지금의 KTX마저 능가하는 얼마나 호화 귀족 고급 열차였겠는가?

이 새마을호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관념이 왜곡되어 KTX가 좌석이 너무 좁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한국인보다 훨씬 더 덩치 크고 뚱뚱한 코쟁이들도 그런 좌석을 당연히 여기고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철도 인프라가 일제가 만들어 놓은 것 이래로 너무 열악하고 발전을 안 해서, 20세기까지는 선로의 고속화 같은 속도와 성능 향상보다는, 단순히 내장재 향상 위주로 고급 열차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장재만 기형적으로 너무 발전한 것.

하지만 도로 교통이 너무나 발전한 요즘은 그런 구시대 산물인 새마을호 같은 열차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옛날에 힌덴부르크 비행선은 그랜드 피아노와 수영장, 산책로까지 갖춘 초호화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덩치만 타이타닉처럼 컸지 승객은 거의 콩코드 수준으로밖에 못 태우고 시속 200도 못 내던 비효율 느림보가 말이다. 초호화 여객선 내지 비행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속도의 증가와 해외 여행의 보편화(수요 증가)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새마을호의 위상의 변화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새마을호 특유의 디젤 엔진은 도입 당시에는 조용하고 힘 좋고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전철이 대세가 된 요즘은 이 역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내장재가 너무 좋아서 KTX 후속 열차로 싸게 굴리기엔 아깝고, 오히려 KTX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승객의 입장에서야 “빠른 KTX 아니면 편한 새마을호” 식으로 두 열차를 대등하게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철도 경영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운을 걸고라도 무조건 KTX에 올인해야 하는 처지이다.

※ 좌우 가장자리가 둥근 창문

위의 사진 참고. 이 역시 새마을호 이전이나 이후 열차(심지어 누리로나 KTX 산천에서도)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물론 일명 '유선형 무궁화호'라고 둥근 창문을 한 열차도 있긴 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현역에서 찾을 수 없는 상태이며, 그 객차 자체도 옛날에는 새마을호이다가 무궁화호로 격하한 것이므로 이 역시 새마을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복도의 장판이 별도로!

역시 위의 사진 참고. 새마을호는 좌석이 있는 곳은 그냥 황토색 같은 누런 바닥이지만, 중앙 복도는 붉은색의 별도의 장판이 깔려 있다. 이 역시 객실에 첫 들어서는 순간 은근히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주며, 새마을호 이외의 어떤 열차도 갖추고 있지 않다.

※ 엔진 음향

본인은 철도 매니아로서 새마을호의 엔진 소리를 무척 사랑한다. 디젤 기관차처럼 너무 유별나게 시끄럽지도 않고, 전기 기관차처럼 너무 조용한 전자음 일색도 아니면서.. 은은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난다. 가속 중일때도 딱히 주파수가 올라가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며, 심지어 발전차 소리와도 분간이 안 될 정도. 기름을 먹는 내연 기관이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 새마을호는 소리까지도 사랑스럽다!

※ 영상 서비스

영상 서비스야 새마을호에 있던 걸 KTX가 뺏어 가서 지금은 KTX에만 존재한다. 사실은 영상 서비스 자체가 새마을호에서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0년부터 시작했으며 철도청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최초라고 한다.
하지만 KTX에도 이건 없다. 바로 운행 종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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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맞다면, 1~2년 전 남짓, 마지막으로 탄 KTX도 종착역에 다 도착해서까지 자기 TV 방송만 계속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새마을호는 다르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열차 자체 동영상이 나오면서 "XX에서의 특별한 여행을 기원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마무리가 된다.
새마을호에는 마무리가 있다. 그리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다음은 원래는 새마을호에만 있었으나 요즘은 다른 등급의 열차들도 얼추 갖추게 된 특징들이다.

※ 콘센트와 독서등, 간접 조명

통일호나 무궁화호 구형 객차들은 위에 오로지 선반만 있지 독서등 나부랭이 따위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에메랄드색을 표방하면서 개발된 신형 무궁화호 객차는, 인테리어가 매우 좋아져서 독서등을 갖추고 새마을호 같은 고급스러운 간접 조명을 채택했다. 또한 콘센트도 구비하기 시작했다. 새마을호는 노트북석을 따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콘센트가 100% 갖춰져 있으나, 무궁화호 객실에 콘센트가 있을 확률은 random인 셈이다.

콘센트는 심지어 KTX에도 없다. 고속철을 처음 구상하던 1990년대에는 오늘날처럼 개인 전자 기기 수요가 급증한 때도 아니었고, 또 서울-부산을 단 2시간대에 주파할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딱히 식당차라든가 콘센트 같은 편의 시설을 고려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신형 차종인 'KTX 산천'에는 이 둘이 모두 추가되어, 덕분에 고속철과, 기존 무궁화호급 일반열차 사이의 UI 이질감이 한결 줄어들었다.

※ 손잡이

무궁화호의 좌석에는 대놓고 위쪽 귀퉁이에 손잡이가 있다. 입석 승객을 고려해서이다. 그러나 새마을호와 KTX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딱 이것만으로도 이들은 입석 승객을 받지 않는 고급 열차라는 게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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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리로와 KTX 산천의 좌석에는 의자 어깨에 살짝 덧댄 듯한 손잡이처럼 보이는 매듭(?)이 있다.
명절에는 열차 등급을 안 가리고 다 입석을 받을 정도로 코레일의 경영 방침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급 열차란 단순히 속도가 빠른 열차일 뿐이다. 속도가 빠른 열차가 굳이 내장재까지 '새마을호스럽게' 특별나게 좋아야 할 필요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03 15:35 2010/06/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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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거리’ 로 끝나는 지하철 역

광명사거리(7),
단대오거리(8),
미아삼거리(4),
신대방삼거리(7),
신정네거리(2)

2호선 지선의 ‘신정네거리’만이 숫자가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이다.
은근히 헷갈린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5/08 18:28 2010/05/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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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역 관련 잡설

1. 왕십리와 청량리 역

지금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운행 계통에 편입되었지만 명목상 ‘경원선’에 속하는 국철 구간에는, ‘리’자로 끝나는 걸출한 역이 둘 존재한다. (리 리 리 자로 끝나는 말은?? ㅋㅋ)
하나는 전철 환승의 본좌급인 왕십리 역이요, 다른 하나는 경부선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반열차 노선의 본좌급인 청량리 역이다.

하지만 한때 이 두 역은 그 중요성에 비해 외형이 그렇게 근사하지 못했다. 특히 본인이 무척 궁금한 건, 왕십리 역은 신도림처럼 지하철 2호선과 함께 추가 개통한 역도 아니면서 왜 코레일 관할 역무실과 출입구가 없느냐였다. 듣자하니 1983년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역무 시설을 일부러 지하로 완전히 옮겼다고 한다.
왕십리 역을 영등포처럼 민자역사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되었지만 IMF 때문에 한번 철퇴를 맞았고, 어마어마한 세월이 흐른 뒤인 무려 2008년 하반기가 돼서야 영업을 시작했다.

청량리 역도 거의 4, 5년은 족히 되는 시간 동안 ‘공사중’이었다. 2004년 초, 그러니까 청계천 고가의 철거 공사가 한창이고 서울 역이 KTX 개통을 염두에 두고 이제 막 민자역사로 탈바꿈한 그 시절에는 청량리 역은 열차에서 내린 후 전통적인 ‘지하도’를 거쳐 서쪽 출구로 나갔으며, 역으로 들어갈 때는 동쪽의 입구 계단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아 서쪽의 지하도가 폐쇄되었고 그 넓던 광장도 다 공사를 이유로 상당수가 없어졌다.

한 2008~9년부터는 승강장에 LED보다 해상도가 높고 청색까지 표현되는 올컬러 LCD 방식 전광판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2010년 3월, 아직 완전 정식 영업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드디어 넓디넓은 청량리 민자역사가 개방되었으며, 본인은 완전히 환골탈태한 청량리 역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이 역에서 거의 최후까지 남아 있던 구형 플랩 식 출발 안내기도 드디어 자취를 감췄다.

마치 경부선에서 일반열차 운행의 상징적인 의미는 서울 역이 더 강하지만 전동차가 더 다양하게 다니는 곳은 용산인 것처럼, 청량리와 왕십리 사이의 관계도 그런 구도가 될 것 같다.
다만 경춘선 복선 전철의 시발역은 선로 용량상 왕십리도, 청량리도 아닌 더 외곽의 상봉 같은 역이 될 것으로 보이니 이건 아쉽다. 그렇다면 서울 역이 경부선만 취급하는 것처럼 청량리는 오로지 중앙선과 영동· 태백선만의 역이 되려나? 그 대신 노량진 민자역사와 함께 지하철 9호선 환승 통로가 건설되는 것처럼 청량리도 민자역사 건설과 동시에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역과의 환승 통로가 건설될 예정이라 하니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2. 2010년 4월 시각표 개정

아울러 올해 4월부터는 중앙선 쪽의 열차 시각표도 살짝 고쳐졌다. 청량리-안동의 운행 시간이 좀 단축되었다. 그리고 본인이 이용한 이래로 거의 7년째 변함없던 청량리-부전 밤차도 출발 시각이 9:00에서 9:10으로 늦춰졌으며, 상행의 경주 출발 시각도 20분 가까이 늦어졌다. 운행 시간이 단축된 대신에 출발 시각도 살짝 늦춘 것이다.

과거 2006년엔가 이 중앙선 밤차의 운행 시간은 굉장히 파격적으로 단축되었으며, 청량리 도착 시각이 난생 처음으로 아침 6시 이전이 된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중앙선 수도권 전철 공사 구간도 있는데 시각표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는지 곧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그때 이래로 시간이 제일 큰 규모로 단축된 것 같다. 지금은 출발을 늦춰서 거의 6시 정각에 가깝게 종착역에 도착하지만, 경주-청량리 소요 시간은 5시간 35분대로 줄어들어 있다. 과거에는 거의 6시간 반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큰 변화이다. ^^

2007~8년 무렵에부터, 청량리 시종착 열차를 중심으로 새마을호가 없어진 대신 무궁화호 특실이 다시 부활했으며 이 덕분에 중앙선 밤차에 잠시 특실이 운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객이 없어서 그런지 밤차에는 특실이 도로 없어져서 아쉽다.

아울러 경주에는 이 청량리 밤차와 아주 비슷한 시각에 서울 발 부전 행 무궁화호가 지나가곤 했다. 전통적으로 경주에서는 서울까지 가는 직통 열차는 새마을호만 있으며 무궁화호는 하루에 단 한 번 이 열차밖에 안 지났는데, 이 열차가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승객이 적은 야간 열차를 비슷한 시간대에 두 번이나 그쪽으로 내려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 없앤 것 같다. KTX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있을 것 같던 열차가 드디어 시각표가 바뀌거나 없어지다니 무척 놀랐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1 07:42 2010/04/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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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천안에 갈 일이 생겨서 옳다구나 새마을호 열차편을 검색했다.
오전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 10시를 전후해서 천안에 도착하는 하행 새마을호를 검색했는데..

두 가지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KTX 개통 이후 새마을호가 매우 희귀해지긴 했지만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을 모두 통틀어도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가 도통 검색되지 않는 것에 일단 놀랐다.

그 후 나를 정말 경악시킨 것은 그 다음이었다.
사실은 비슷한 시간대에 새마을호가 두 대나 지나는데, 하필이면 이들은 모두 천안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였던 것이다. ㅎㄷㄷㄷ

목포/여수 행 복합 1101/1121
  용산 8:55, 평택 9:45, 천안 통과

마산 행 1031
  서울 8:25, 무려 수원 8:58 후 천안 통과

경부선을 출발하여 경부선이 아닌 다른 마이너 노선을 지나는 열차는, 수도권 경부선 구간에서는 일반 경부선 열차보다 정차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열차 중에는 KTX 개통 후에도 천안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거나 심지어 서대전-수원 직통인 열차도 간혹 있었다.

KTX가 개통하기 전에 새마을호의 명목상의 필수 정차역은 대전, 동대구뿐이었다. 사실 그 외에도 정차역이 많았지만 필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서울-부산 중간에 서는 역은 6~8개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KTX가 개통한 후 새마을호는 정차역이 크게 늘어났다. 일단 KTX 개통 전부터 상당수의 열차가 정차했던 영등포, 수원, 구미, 대구, 구포는 필수 정차역으로 추가됐다. 그 외에도 천안, 경산, 김천, 밀양 같은 역에도 대부분의 열차가 서기 시작하여 새마을호는 가히 옛날 무궁화호급으로 정차역이 늘었다.

KTX 개통 직후에는 서울-부산 시간이 5시간 20분에 육박했다가 그나마 지금은 5시간은 가까스로 안 넘기게 개선되었다. 그때 KTX는 대전 무정차 통과, 심지어 동대구 무정차 통과 열차조차 잠시 다니던 시절. 새마을호 2*1 특실만큼이나 한국 철도 역사상 전무후무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거나.
결론은 천안은 비록 많은 열차가 서고 장항선이 분기하는 중요 환승역이기까지 하지만, 구미나 수원과는 달리 새마을호의 필수 정차역은 여전히 아니다.
내 생각에 천안은 육상 교통도 굉장히 잘 돼 있고 굳이 새마을/무궁화가 아니어도 KTX(비싸고 좀 외곽이긴 하지만)에, 누리로에, 전동차까지 별별 열차까지 이미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필수 정차역에서는 뺀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까 천안 통과 새마을호가 예상보다는 자주,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KTX 개통 직후에는 거의 하루에 딱 한 번 심야 새마을호나 천안을 통과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아침에 천안 통과 열차가 생겨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1.
소비자들은 빠른 KTX와, 싸고 편안한 새마을호가 서로 대등하게 경쟁하길 원한다. 이렇게만 되면 사실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예전에도 본인이 글로 쓴 적이 있듯, 철도 경영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운을 걸고라도 KTX만으로 돈 벌어야 되고 나머지 모든 열차들은 KTX 연계용 내지, KTX가 안 다니는 간선에나 다니는 열차로 구도를 바꿔야 한다.

KTX와 새마을호가 동일하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열차를 운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인천 공항이 개항한 후에도 김포 공항에 유럽, 미주 노선을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물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여 새 선로를 깔고 새 열차를 들여왔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는 심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마을호는 기름으로 달리고 KTX는 전기로 달리는지라 수송 원가가 서로 게임이 안 되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본인 생각에, 새마을호가 전기로만 달렸어도 지금 같은 이 정도로 심각한 계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부선 자체가 무려 2006년이 돼서야 전철화가 완료됐으니 현실은 시궁창.

2.
천안 역 하니까 생각난다. 천안 역은 경부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부, 그리고 장항선하고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부로 양분되어 있다. 그런데 서부 승강장의 경우 장항선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강장이 그렇게 엄격하게 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만 나쁘게 먹으면 전동차 무임 승차가 가능하다.

현재 또 비슷한 예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가 공용하는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을 어떤 구조로 만들까 고심한 끝에 결국은 별도의 승차 게이트를 만들지 않기로.. 쉽지만은 않을 결정을 내렸다. 지하철 9호선, 공철 일반열차, 공철 직통열차는 원칙상으로 운임 체계가 셋이 다 다른 열차인데도 말이다. ㄷㄷㄷ

아울러 최근에 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소프트 환승이다. 전철 역시 게이트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갈 때도 환승 적용이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신용산-용산 역을 게이트를 통과한 뒤에도 환승되게 해 달라고 사람들이 줄기차게 요구할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소프트 환승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 어려울 게 없음이 현재의 노량진(1, 9호선) 역과 서울(기존 지하철 vs 경의선) 역을 통해 입증되어 있다.

3.
추억의 서울 지하철 영화 <튜브> 영화 파일이나 DVD를 웃돈 주고라도 구하고 싶다.
스토리도 멋있고, 무엇보다도 스크린도어 설치 내지 내장재 교체 이전 시기의 서울 지하철의 역사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6 19:02 2010/03/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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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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