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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 특강

이것만 알면 나도 철도 덕후!
자, 사무엘 님과 함께하는 본격 즐거운 한국 철도 교양 강좌 시간이 돌아왔다. ㅋㅋㅋㅋㅋ
오늘은 장항선 얘기를 해 보겠다.
장항선은 경부선 천안 역에서 분기하여 아산, 예산, 홍성 등 충청남도 서남부로 향하는 간선 철도이며, 새마을호가 다니는 가장 짧은 노선이기도 하다.

영동선에 정동진 해수욕장이 있고 경춘선에 강촌, 가평 같은 관광 코스가 있다면, 장항선에는 대천 해수욕장 일대가 관광과 MT 장소로 유명하다.
장항선에는 온양온천과 도고온천이라고 온천이 붙은 역이 이례적으로 둘이나 있으며, 이들은 안산선의 '신길온천'과는 달리 훼이크가 아니어서 진짜로 온천이 존재한다. ^^;;

장항선은 2000년대 중반에 아래와 같은 네 가지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시험에 나오니까 밑줄 치고 반드시 달달 외우기 바란다.

1. 원래 장항선에는 새마을호도 기관차형 열차밖에 안 다녔는데 언제부턴가 새마을호 PP가 다니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속철 개통 후에는 장항선에 구특전 새마을호가 투입되어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다.
옛날에 철도청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전량 특실만으로 편성된 6량짜리 새마을호 PP를 운행했는데, 장사가 안 되어 이내 일반실로 격하는 했지만 전설의 서울-대전-동대구-부산 4시간 10분짜리 열차가 바로 이 구특전 열차로 운행되었다.
KTX 개통 후 이 4시간 10분 열차는 경부선에서 퇴출되고 장항선으로 발령이 났다. 일반실 요금으로 1량당 64석이 아닌 60석(간격이 더 넓은)의 특실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 구특전 열차를 타고 싶다면 장항선으로 가라. 그래 봤자 새마을호도 장항선에서는 10~20분을 못 달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정차하긴 하지만.. ^^;;

이후로도 장항선은 적당히 짧은 노선 길이 덕분인지, 카페 객차가 가장 먼저 도입되기도 했으며 KTX를 제외한 일반열차들의 편의 서비스가 가장 먼저 베타테스트되기도 했다는 점을 알아 두자.

2. 그 후 얼마 안 되어 장항선은 구불구불하던 노선이 긴 공사 끝에 상당수 개량되었다. 직선 + 고가 + 장대 레일로 리모델링되는 과정에서 여러 역들이 이설되었으며 듣보잡 역은 폐역되기도 했다.
단, 아래에서 설명할 수도권 전철 말고 다른 구간은 여전히 '단선'이다. 선형 개량일 뿐 전구간 복선 전철화까지 한 건 아니므로 주의하자. 하지만 선형 개량을 하면서 복선 노반은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나중에라도 복선화할 수 있도록.

3. 이 참에 천안에서 온양온천을 지나 신창 역까지 수도권 전철이 들어갔다. 2008년 말의 일이다. 천안 행도 모자라서 신창 행 전동차가 생겼다. 물론 배차간격은 이제 극도로 길어진 최하 3~40분대이지만 말이다.
설마 경부선 전철이 천안에서 더 내려가서 대전까지 간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충북선의 청주 공항 쪽으로 가지도 않고 아산시 쪽으로 전철이 연장되었다. 이 참에 장항선 아산 역은 아예 KTX 천안아산 역 인근으로 이설되었으며, 덕분에 KTX 광명 역에 이어 천안아산 역도 장항선의 환승역인 동시에 수도권 전철을 탈 수 있는 곳이 됐다.

기존 천안 급행 전동차는 여전히 천안까지만 간다. 그 대신 신창까지 가는 좌석형 간선 전동차인 누리로 열차가 2009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4. 2의 연장선 공사라고 볼 수도 있는데, 배를 타고 가야 하던 장항선 남쪽 끝의 장항과, 군산선 끝의 군산 역이 다리로 연결되었다. 올레! 2008년 1월부터 다리 개통 겸 운행 시작함.
그래서 짤막하던 군산선이 장항선 노선으로 편입해 들어갔으며, 장항선 열차는 과거의 군산선을 그대로 경유하는 익산 행으로 노선이 바뀌었다. 그리고 아예 서대전 역에서 경부선이 아닌 장항선을 경유하여 서울로 가는 열차도 일부 생겼다. 다만 기존 군산과 장항 역은 화물역으로 기능이 축소되고 승객을 취급하는 역은 더 외곽으로 이설되었다.
이는 군산선 통근열차의 숨통을 끊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존선 주행 KTX와 더불어, 철도에서 '우회'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2007년이면 구미· 김천 경유 우회 주행 KTX도 생긴 때니까 말이다.

꽤 옛날, 바로타 사이트가 있던 철도청 시절에는(2003~2004?) 장항선 무궁화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노량진 역에 정차를 했었다. 영등포에 이어 노량진까지..! 마치 그 시절에 새마을호가 밤에 하루 딱 1회 대구 역과 신탄진 역에 정차를 했던 게 생각난다.
그때는 노량진 역의 한쪽에 있는 일반열차 승강장이 제 구실을 하던 시절이었으나, 2005년 1월 20일, 코레일이 갓 출범하던 무렵에 이 역의 일반열차 취급을 완전히 중단해 버리면서 그 승강장은 잉여물로 버려지게 되었다. 역사 깊은 역이고 일반열차용 저상홈까지 잘 갖추고 있다 보니 지금은 누리로라도 노량진에 정차하면 어떨까 싶지만.. 노량진은 인근의 정차역인 영등포와 용산하고 너무 가깝다..

현재 천안 역은 경부선을 주행하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쪽 파트와, 장항선 열차와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쪽 파트로 딱 갈라져 있다. 그런데 천안을 포함해 장항선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를 모두 취급하는 역들은, 일반열차 이용객과 전철 이용객의 동선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시설이 경부선의 기존역들과는 달리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 다같이 그냥 한데 들어가서 한 승강장을 이용하니 원... (일반열차를 상대로도 개집표 게이트를 설치하려던 때는 언제고.. 지금은 입장권을 구입할 필요조차도 없어져 있다.)

승객 분리를 제일 확실히 할 수 있는 곳은 아예 선로별 복복선 형태인 영등포나 용산 같은 서울 시내의 역들이겠지만, 다른 역들은 선로가 그만치 대인배이지 못하니까. ㅎㅎ
좌우로 부지가 넓지 못하면서 방향별 복복선 선로에서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객을 서로 분리해야 하는 역은, 보통 앞쪽과 뒤쪽에 고상홈과 저상홈을 따로 만든다. 경부선 안양, 중앙선 덕소 역처럼. 하지만 장항선 전철역들은 그렇게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장항선에서 중요한 것. 온양온천 역은 전동차 승강장이 내선에 있고 일반열차 승강장이 외선에 있어서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를 하고 있다. 일반열차라든가 경인선 급행처럼 더 빠른 열차가 내선을 달린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깨는 구조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때 장항선 전철은 신창이 아닌 온양온천 시종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장항선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는 전동차가 평면교차 없이 내선에서 회차를 할 수 있게 나름 머리를 쓴 것이다.
과거(2003년 이전) 수원 역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일반열차는 외선으로 꺾느라 약간 굴곡이 생기긴 하지만, 어차피 이 역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중요한 역이기 때문에 성능면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산 역도 KTX와의 환승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들이 100% 정차하는 역이지만, 중간 회차나 시종착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역이기 때문에 이 역은 기존 관행대로 내선이 일반열차, 외선이 전동차이다. 울타리 하나 없이 한 승강장에서 전동차와 일반열차를 모두 탈 수 있는 모습.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이겠지만, 전광판에는 각각 새마을 & 무궁화, 그리고 청량리라고 쓰여 있다. 온양온천 역은 배치가 아산 역과는 정반대라는 뜻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도 건설이라는 것도 노하우가 쌓이면서 은근히 발전한다.
2기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1기 지하철과의 자비심 없는 환승 거리가 문제되자, 2기 지하철은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까지 염두에 두고 건설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여의도 역 같은 명품 환승역이 탄생할 수 있었다.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2폼 3선 승강장이 능률이 좋다는 게 입증되면서, 이건 지방 지하철에까지 시종착역의 관례 형태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내선 전동차, 외선 일반열차' 형태도 이런 노하우가 반영된 건설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 장항선의 특징에 대해 요점만 설명했다.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아, 나 혼자 흥분한 듯.. ㅜㅜㅜ
철도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데 이건 글 주제에 벗어나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글에서 차츰 다뤄야겠다.
본인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철덕이 되어 버렸다고 커밍아웃 하는 독자가 나온다면, 본인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8 07:44 2011/01/0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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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전철 백과 사전

우리나라 수도권에 지하철 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전철 노선은 아래와 같은 10개가 있다.
광역전철은 색깔별 노선이 뚜렷한 지하철에 비해서 존재감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어 오지 못한 것 같다. (유아독존이던 분당선은 예외)

1. 경인선
- 성격: 클래식. 이미 있던 철도를 복선전철화해서 광역전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구로-인천 1974)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바다 앞에서 끝나는 짧은 노선이기 때문에 전철이 일반열차를 전구간 완전히 대체했다. 일부 부정기 무궁화호가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2복선을 일단 전동차가 완급 결합 운행으로 제각기 따로 사용한다. (전국 유일)
- 운행 계통: 서울역-청량리를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하여,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완전히 편입했다. 행선지는 인천/동인천(급행) 단일.
- 비고: 출퇴근 시간이면 2복선으로도 수송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난리인 혼잡 노선.

2. 경부선
- 성격: 클래식. (구로-수원 1974, 병점 2003, 천안 2005, 신창 2008)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를 넘고 호남· 전라· 장항선이 경부선에서 분기하기 때문에, 전구간이 광역전철로 바뀔 수도 없고 일반열차도 없어지 않는다. 일반열차와 전동차가 2복선 선로를 하나씩 사용한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한다. 워낙 거리가 길다 보니 행선지는 병점, 천안, 신창, 광명 등 여러 계통이 존재한다. 병점보다 더 남쪽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열차는 청량리 이북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 비고: 일반열차도 워낙 미치도록 많이 지나는 곳이다 보니 전철 공급이 부족하다. 경인선과 더불어 상시 급행이 다니고는 있으나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고작 1시간에 1대 꼴이다.

3. 중앙선
- 성격: 클래식. (회기-덕소 2005, 용문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경부선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장거리이기 때문에 간선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겨우 복선이기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많이 다닐 수 없다.
- 운행 계통: 덕소 행과 용문 행이 번갈아가며 다닌다. 앞으로 경의선과의 직결이 점쳐지고 있다. 요즘 전철 노선도를 보면 중앙-경의-경춘선이 동일한 옥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 비고: 중앙선은 경부선이 한 3~40년에 겪었던 발전을 이제야 겪으면서 봄이 찾아오고 있다. 물론 중앙선의 중요도가 대도시만 골라서 지나는 경부선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최소한 전구간 복선 전철화는 좀 돼야지?

4. 경원선
- 성격: 클래식. (청량리-성북 1974, 의정부 1986, 소요산 200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남북 분단 때문에 노선 길이가 길지 않으며 거의 모든 구간에 전동차만 다닌다. 그런데 북쪽 말단의 소수 구간은 또 CDC 같은 특수한 통근형 일반열차가 다니고 있어서 매우 독특하며, 이 점에서는 아래의 경의선도 마찬가지이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성북, 의정부, 동두천, 소요산 행이 존재한다. 경원선에서 출발한 전동차는 수원이 아닌 인천 방면으로만 간다.

5. 경의선
- 성격: 클래식. (서울-DMC-문산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원선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영향을 받았다. 평양, 서울, 부산이 한데 연결되었다면 경의선은 2복선으로도 모자랄 국가 간선 철도가 됐을 텐데.
- 운행 계통: 경원선과는 달리 경의선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의 기지 입출고 트래픽 때문에 수십 년 동안이나 광역전철화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대부분의 전동차는 DMC까지만 운행하고, 서울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는 기묘한 운행 계통을 물려받았다. 경원선이 먼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손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 경의선은 앞으로 경유지를 용산으로 옮겨서 중앙선 쪽으로 직결이 시도되고 있다.

※ 서울 역은 지하철 1· 4호선을 타는 곳뿐만이 아니라 경의선 전철을 타는 곳, 그리고 서울-천안 급행을 타는 곳이 다 제각기 다른 승강장이다. 흥미롭다. 결국 서울 역 플랫폼의 최동단 아니면 최서단 위치이다.

6. 경춘선
- 성격: 클래식 (상봉-춘천 201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춘선 전철은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기관차형 무궁화호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서 다른 클래식 광역전철과는 사뭇 다른 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반열차나 마찬가지인 좌석형 특급 열차가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답변은 X라기보다는 세모에 더 가깝다.
- 운행 계통: 기존 중앙선 광역전철에서 분기하여 독립 운행한다. 평면 교차 지장과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경춘선 열차가 중앙선과 직결하지 못하고 서울 시내로부터 더욱 외곽에서 착발하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 시설의 특이점: 경인선처럼 짧지도 않고, 경부· 중앙선처럼 길지도 않고, 경의· 경원선 같은 특색도 없고 신설 전철도 아니던 독특한 철도가 드디어 가장 늦게 광역전철로 거듭났다.

7. 분당선
- 성격: 지하 신설 (수서-오리 1994, 수서-선릉 2003, 오리-보정 2004 등...)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선릉-죽전/보정 독립 운행. 분당선은 클래식한 철도가 전혀 없는 서울 동남부에 홀로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보니 위상이 굉장히 특이하다. 직결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직결 운행하는 광역전철도 아직 없으며, 죽전 이남을 제외하면 전구간 지하이고 번호가 아닌 별도의 노선명에다가 노란색이라는 분명한 색깔까지 갖고 있다 보니 광역전철이라기보다는 별도의 지하철 노선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 시설의 특이점: 굳이 힘들게 지하화할 필요 없이 안산선처럼 지상으로 건설할 수도 있었지만, 인근의 서울 공항의 보안을 위해 지하로 건설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승강장이 10량 기준으로 건설되었으나 10량 편성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 비고: 분당선은 남북으로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앞으로 북쪽 서울로는 왕십리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수원과 만나서 분당선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일반열차를 안 굴리기엔 아까운 노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분당선의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다 보면 지금과 같은 분당선만의 고립성과 노란 개성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8. 과천선
- 성격: 지하 신설 (사당-금정 1993)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과 직결한다. 사당 행보다 열차가 뜸하다.
- 시설의 특이점: 분당선하고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VVVF 전동차, 콘크리트 노반이 첫 도입되고 지하 구간의 교류 전기 시설이 첫 시도되던 때였다. 이때가 기술 발전의 과도기였기 때문에 열차의 구동음도 크고 주행 소음도 커서 전철이 시끄럽다고 욕 많이 얻어먹던 시절이었다. 과천선과 4호선의 연결을 위해 절연 구간도 모자라서 아예 통행 방향까지 바뀌는 남태령-선바위 꽈배기굴까지 생긴 사례는 유명하다.

9. 안산선
- 성격: 지상 신설. 안산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원래 경부선의 지선 성격으로 계획되었다. (금정-안산 1988, 안산-오이도 200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의 과천선과 직결한다. 안산 행과 오이도 행이 나뉘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도시 개발과 동시에 전철을 굳이 비싼 지하가 아닌 지상 고가 형태로 잘 건설한 사례이다. 안산선과 과천선이 연결되면서 4호선은 서로 다른 시기에 건설된 광역전철 둘을 연달아 직결하는 유일한 노선이 되었다. 한대앞 역부터는 수인선과 노선을 공유한다.

10. 일산선
- 성격: 지하 신설 (지축-대화 199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3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전동차는 대화까지 일산선을 다니는 열차와 그렇지 않은 열차 반반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서울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을 따르는 유일한 광역전철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지하철까지 광역전철을 따라 좌측통행인 반면(그래도 전기는 직류), 3호선은 반대로 광역전철이, 먼저 건설된 지하철의 스펙을 따라 주고 있다는 뜻이다. 남태령-선바위 병크를 경험한 정부 당국이 일산선을 건설하던 당시에 미리 시정을 명령한 덕분에, 꽈배기굴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 비고: 일산선은 중간 구간에 지상-지하 짬뽕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경의선과 비슷한 선형을 갖추고 있으나, 원당-삼송 쪽 굴곡 때문에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일산선은 서울 2기 지하철 계획과는 관계없이 건설되었다. 오히려 2기 지하철들과 같은 타이밍 때 연장된 구간은 분당선과의 연장을 위해 건설된 양재-수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3 08:36 2011/0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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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 시승기

1. 들어가는 말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가 끝났다.
수련의 결과가 어떤 그레이드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_-, 어쨌든 리포트까지 다 제출하고 드디어 방학이 시작됐다.
그리고 종강과 성탄 연휴 기념으로, 올해도 작년과 동일한 지인하고 같이 철도 여행을 떠났다.
첫 코스는 경춘선. 수도권 전철로 개통한 경춘선이 첫 주말을 맞이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에 앞서
경춘선에 대한 미주알고주알 역사적 배경 설명을 다 늘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다. (그래서 여행 카테고리로 넣으려던 글이 결국 철도 분석글이 되어 버렸다. ㄲㄲㄲ)

경부선 개통 1905년 -> 수도권 전철화(당시는 수원까지만) 1974년.
경춘선 개통 1939년 -> 수도권 전철화 2010년.
우연의 일치일까? 둘 사이에는 거의 똑같이 70년간의 간격이 있었다.
서울-춘천은 85~90km대로, 서울에서 평택 내지 천안까지의 거리와 얼추 비슷하다.

경춘선의 수도권 전철화가 갖는 큰 의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서울을 경유하는 “기존” 국철들 중에서 가장 늦게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005년의 중앙선을 시작으로 회송 열차 트래픽 때문에 금기의 벽에 머물러 있던 경의선이 2009년에 수도권 전철로 바뀐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둘째, 경춘선은 일반열차가 여전히 다닐 필요가 있는 장거리 간선인 경부선이나 중앙선 같은 노선이 아니다. 또한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최북단에 여전히 비전철 구간을 남겨 놓아야 하는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노선도 아니다. 전구간이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경인선과 비슷한데,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번듯한 무궁화호급 열차를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경춘선의 변신은 특이하다.

셋째, 수도권 전철이 충청남도(경부· 장항선으로 가는 1호선 천안· 신창 노선)뿐만이 아니라 드디어 강원도에까지 손길을 뻗치게 됐다는 점!
무려 천안과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했다면, 중앙선도 좀 더 욕심을 내서 양평에 이어 원주까지 전철이 다니게 되면 어떨까 싶다.
이런 특성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일명 ‘광역전철 총정리’라고 체계적으로 글을 다시 쓸 작정이다.

2. 경춘선의 역사

경춘선은 통근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좀 운행 시간이 길고--그렇잖아도 선형이 안 좋고 열차 주행 속도도 느린데!--,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아까운 규모였다. 새마을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이 장항선이라면, 무궁화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은 경춘선.

그래서 2000년대 초까지 경춘선에는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섞여서 운행되었다. 편도 배차 간격은 40분~1시간꼴로, 단선에서는 이게 거의 한계에 가까운 배차였고 이런 열악한 사정은 역시 단선이던 장항선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는 10분 이상씩 지연은 예사였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본인이 2004년 초에 마지막으로 경춘선 통일호를 타면서 남긴 사진이다. 통일호는 인테리어가 이렇게 생긴 열차였다. 좌석을 더 기울일 수 없고, 문도 자동문이 아니고, 화장실 오물은 정화조에 담기는 게 아니라 바로 밖으로 배출되었으며, 아마 차륜에다 체인을 감아서 발전기를 돌렸을 희대의 노후화 객차.1)
그래도 미치도록 싼 운임이 메리트였다. 경춘선에서 그 당시의 통일호 운임과 지금의 전철 운임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텐데 말이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동시에 구형 통일호 객차는 모두 퇴역하였으며, 경춘선의 모든 열차는 무궁화호로 승격되었다. 이는 당장 경춘선 이용객의 금전적 부담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당시엔 반발이 거세었다.
경춘선뿐만이 아니라 다른 간선에서도 간간히 운행하던 통일호 역시 모두 폐지되었고, 여기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부전 완행 통일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2004년 12월, 철도청의 공사화를 앞두고 웬일로 경춘선 신남 역이 김유정 역으로 개명. 공항 이름에도 인명이 붙은 사례가 없는 대한민국에서,2) 철도역에 사상 처음으로 인명이 등재되었다.3) 본인, 그 당시는 전철역 노선도를 암기하다가 상록수(안산선!)를 다시 읽던 터라, 철도가 나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더욱 키워 주는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던 중이었다.

2005년 10월, 경춘선 복선 전철 공사 때문에 춘천 역이 완전히 폐쇄되고 경춘선은 약 5년간 종착역이 남춘천 역이 되었다. 그런데 춘천 역 자체가 시내와의 접근성이 꽤 떨어지고 인근에 군부대까지 있어서, 폐쇄의 여파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2010년 12월이 돼서야 경춘선은 복선 전철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이로써 성북 역은 과거에 용산-덕소 중앙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원선 경유 용산 행 전동차 노선을 빼앗겼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춘선 무궁화호 노선도 빼앗겼다. 그래서 순수하게 수도권 전철 1호선만 취급하는 역으로 역할이 줄어들게 됐다.
육군 사관학교와 가장 가까운 역인 경춘선 화랑대 역도 역사 속으로 빠이빠이. 하지만 역 건물 자체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고 함.

3. 리모델링된 경춘선의 특징

경춘선 전철의 운행 계통은 상봉-춘천으로, 중앙선 상봉 역에서 출발하여 인근의 망우 역에서부터 분기한다. 예전에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상봉-망우의 위상은 마치 경의선 DMC-수색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노선의 실질적인 시작 지점은 후자이지만, 기존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가까운 전자에 역을 또 만든 것이다. DMC는 6호선, 상봉은 7호선.

편리한 기존 청량리나 성북 역에서 경춘선을 이용하지 못하고 중랑구의 듣보잡 역까지 가야 하는 게 불편해진 점이긴 하나, 강남으로 통하는 7호선이 중앙과 경춘이라는 무려 두 개의 국철 노선과 환승역으로 연결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아울러, 마치 7호선이 경인선과 만나러 천왕을 넘어 온수까지 연장되었던 것처럼, 6호선도 질세라 경춘선을 만나러 봉화산을 넘어 더욱 연장되는 수순을 밟는 중이다.

한 승강장에서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타는 건 없다. 이미 상봉에서부터 중앙선과 경춘선 승강장은 갈라져 있고 둘은 별도의 선로에서 따로 다닌다. 망우 역은 부지가 대단히 넓은데, 두 노선 승강장 사이의 거리는 망우에서는 더욱 벌어진다. 입체교차 설비가 없고 만들 공간도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편리한 환승 구조라든가 용산-경춘선 직결 운행이 “지금은 곤란하다.” 수준이다. 금정과 구로, 천안 역 주변의 매우 크고 아름다운 입체교차 고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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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역에서 인근의 망우 역을 훤히 볼 수 있다. 중앙선과 경춘선은 애초에 상봉에서 부터 이미 별개의 선로로 운행을 시작한다.

경춘선의 노선은 중앙선에서 뻗어가는 선형인 만큼 경의· 중앙선과 동일한 옥색으로 지정되어 있다. 같은 색의 두 노선이 Y자로 분기하여 오른쪽으로 분기하는 형태이다 보니, 바로 아래에 자주색으로 동일한 토폴로지로 그려져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중에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직결 운행을 시작하고 경춘선까지 직결이 시행되고 거기에다 분당선이 왕십리 역까지 올라온다면...?? 이렇게 연결된 광역전철의 네트워크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 경의· 중앙선을 다니는 여타 코레일 전동차들이 그냥 은색 깡통에 자석(red & blue) 모양의 띠 도색인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웬일로 독창적인 흰 바탕에 파란 띠 도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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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경춘선이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경춘선은 이래뵈어도 서울-평택, 서울-천안에 비견될 정도로 길며, 용문까지 연장된 중앙선의 수도권 전철 구간보다도 더 길다. 그래서 주말에도 상· 하행 공히 상시 급행이 운행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좌석형 특급 열차의 투입도 계획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상행만 제한적으로 급행을 운행하는 여타 신흥(?) 노선들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2복선 선로에서 10분 간격으로 급행을 운행해 주는 '미친' 경인선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뜻이다. ^^;;
또한 경춘선은 그 길이에 '비해서'는 아직 역 수가 적은 편이고 완행도 역간 주행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아 두자.

경춘선 전동차의 배차 간격은 중앙선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길어서 N/H 기준 15~20분에 한 대꼴이다. 급행은 1시간에 한 대이므로 경부선 천안 급행과 비슷한 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주말에 평일보다 열차 운행이 뜸해지는 여타 전철과는 달리, 경춘선만은 일반열차들처럼 주말에 예외적으로 집중 증차를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일행이 간 토요일 낮에는 미칠 듯한 인파 때문에 고생 제대로 했으며, 춘천에서는 먼 거리를 반드시 앉아서 가려고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중간역에서는 승하차 인원이 미미했으며 거의 다 남춘천 아니면 춘천에서 내렸다. 이것이 개통 첫 주만의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가감속력 좋은 전동차가 꼬불꼬불한 단선이 아니라 매끈한 복선으로 달리니, 예전보다 정차를 더 하고도 시간은 훨씬 더 단축되는 건 당연한 이치. 덜컹거림이 없는 장대 레일의 승차감도 정말 좋았고, 게다가 운임이 더 싸진 건 덤이다. 전철은 여러 모로 남양주와 춘천 사는 사람들에게 호재임이 틀림없다.
경의· 중앙선 전동차는 LCD 모니터가 출입문 쪽에 붙어 있는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모니터가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처럼 천장에 달려 있다. 경춘선도 8량인 건 동일하나,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건설됐던 걸로 기억한다.

4. 역 이모저모

강 따라 평지를 꼬불꼬불 다니기만 하던 경춘선도 이제 고가와 터널이 굉장히 많아졌다.
역은 기존역 근처에 전철 승강장(=고상홈)이 새로 건설된 것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설된 것도 있다. 예전에는 없는 부역명이 뭐가 이리도 덕지덕지 붙은 역이 많다. 우리가 달리는 고가 밑으로 가끔씩 구 경춘선이 꼬불꼬불 지나가는 걸 보기도 했다. 마치 KTX로 대구-대전 구간을 타면서 밑으로 구 경부선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평내호평: 경춘선이 이렇게 전철로 정식 개통하기 한참 전인 무려 2006년부터 신선 구간 중에는 가장 먼저 개통해서 무궁화호로 영업을 미리 시작했다. 이때가 장항선도 한창 리모델링되던 시절이었는데, 아직 복선 전철화는 안 하고 복선 노반만 만들어 둔 모양이다.

강촌: 경춘선에서 가장 상징성이 큰 역으로 가평과 더불어 젊은 시절 MT 코스의 추억이 깃든 곳이나.. 이 역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설되었다. 그런데 이설된 곳은 산과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 그래서 강촌이 아니라 산촌이 됐다.

김유정: 역명판이 코레일체가 아닌 궁서체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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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드디어 유리궁전으로 변신. 그런데 역 주변은 닭갈비집 몇 곳 말고는 정말로 황량하고 갈 데가 없다. 차라리 시내로 가려면 남춘천 역이 더 나을 듯. 역 주변엔 전철 개통 기념으로 세워진 듯한 이런 조형물이 있었다. 아 그리고 강원도 홍보 테마 누리로 열차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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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과거에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를 보면, 편성이 기관차+객차 각각 하나씩인데, 발전차가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_- 당연히 이런 자체 발전은 전력 생산량이 크게 부족하며 냉방기 같은 건 돌리지도 못한다.

2) 그 반면 외국은 드골 공항, 케네디 공항 등..;;

3) 참고로 진해선의 신창원 역은 인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____________^

Posted by 사무엘

2010/12/26 14:12 2010/12/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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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잡설 컬렉션

※ 마곡과 마곡나루 역

1996년 3월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개통한 지 무려 12년 만인 2008년 6월에, 미개통 무정차 통과역으로 줄곧 남아 있던 마곡 역이 문을 열었다. 이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은 병특 중이던 시절, 아직 개통 전이던 마곡 역의 버려진 모습과 심지어 불 꺼진 어두컴컴한 승강장의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 위대한 기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ㄲㄲㄲㄲㄲ
하지만 마곡 역 일대가 워낙 허허벌판인지라 이 역은 개통하고도 승객 이용 실적이 굉장히 저조한 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거기에다 지금은, 동일하게 강서구를 지나는 9호선의 마곡나루 역이 과거 마곡 역의 안습한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중. 미래를 기약하고서 역을 건설은 했지만 당분간 미개통 무정차 통과인 역이다. 마곡 역은 그래도 공항로라는 대로변에라도 있지, 마곡나루는 그것도 아니다. 훗날 마곡 지구가 개발되고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역이라고는 하나, 환승은 계단 없이 3초 환승이 되는 김포공항 역에서 하면 되지 굳이 마곡나루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로써 서울 지하철에서 '나루'로 끝나는 역은 광나루(5), 여의나루(2), 최근에 개명된 잠실나루(2. 구 성내)에 이어 마곡나루가 추가되었다.
과거에 경인선 철길 일대가 전부 허허벌판이었다고 누가 말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그걸 결코 실감할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곡 역 일대는 2010년 현재까지도 '서울 시내'에서 논밭과 허허벌판을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대이다. 여기까지 마치 서울 강남처럼 빽빽한 건물로 뒤덮인다면?

일산선(대표적으로 원당-삼송)이나 안산선 일대도 그렇고 서울-성남 외곽(8호선 복정-산성 같은)도 몇 년 뒤면 다 개발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 준비된 환승역

준비된 바로타 환승: 금정이 최고의 환승역이다가 이제 김포공항 역까지 추가된다. 단, 9호선과 공항 철도끼리만 그렇고, 5호선은 아님.

준비된 십자형 환승: 두 노선이 같은 기간에 동시에 건설된 충무로, 군자, 천호 같은 역이 좋은 예이지만, 한 노선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나중 노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여의도도 최고의 대인배이다.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는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고려하여 여의도(5), 녹사평(6), 논현(7), 몽촌토성(8) 같은 역이 환승 대비를 하고 건설되었지만 여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역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다. 몽촌토성 역의 경우, 미지의 노선이 개통하면 바로 꽂으라고 노선 색깔띠를 꽂을 공간까지 미리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

억지로 만든 티가 노골적으로 나는 막장 환승: 노원, 신길, 신당 같은 역이 그 예이다. 가히 '환승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라' 수준.

※ 프로젝션 광고와 스크린도어

본인은 서울 도시철도 공사에서 개발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이랍시고 지하철 승강장에다 광고 프로젝션이 장착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시작했으며, 3년 남짓 뒤엔 그게 도로 철거되고 스크린도어가 대신 설치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끝냈다. 참 재미있는 시기였다.

왜 철거되었냐 하면 광고 동영상이 선로 쪽 벽 내지 기둥으로 프로젝션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쪽을 문으로 딱 가리는 스크린도어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이것도 어찌 보면 과거 코레일의 무인 개집표기 설치 -> 철거만큼이나 SMRT의 병크 아니면 최소한 흑역사인지도 모르겠다.

2006년이 절정이었다. 회사에서 퇴근한 후 맨날 7호선 강남 구간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본 CF로는 K-swiss, 그리고 그때 한전에서 이미지 광고로 히트 쳤던 <빛으로 만드는 세상>... 진짜 지겹도록 봤다. 그런데 이런 광고만 한 게 아니라 소주와 경마와 로또 광고도 어찌나 지독하게 많이 해 댔는지, 이거 공기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선로 쪽 벽이 아니어도 광고를 붙일 곳은 많다. 지금은 스크린도어에다가도 대문짝 만하게 광고를 붙이고, 또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 자체가 LED(청색을 표현할 수 없는)에서 올컬러 LCD 모니터로 교체되어 거기에다가도 쉴 새 없이 광고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2006년이면 2기 지하철 중 20세기에 개통한 5, 7(건대입구 이북), 8호선의 전광판에도 도착 열차 꼬마열차가 추가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것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 신도림-까치산 지선도 SMRT 관할?

까치산 역은 5호선(SMRT)과 2호선(서울 메트로) 지선과의 환승역이지만 100% SMRT 관할 구간이다. 마치 신도림 역이 인근의 영등포나 구로와는 달리 코레일 관할이 없고 100% SMRT 관할인 것과 비슷한 이치.
그래서 까치산 역은 2호선 열차를 타는 승강장도 2호선이 아닌 5호선 SMRT 스타일의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호선 열차가 진입하고 있는데 “항상 5678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멘트까지 덧붙이는 건 좀 심하지 않나? ㄲㄲㄲㄲ
그래도 5호선은 전동차 구동음이 우렁차고 아름다우니 용서된다.

※ 지하철 역 중에서 서로 연결된 곳

서로 다른 노선의 환승역이 아니라 동일 노선의 인접역이 순수하게 지하 통로(=상가들)로 연결된 곳은 어디가 있을까?
1호선 종각-종로3가가 대표적인 예이고, 2호선 을지로입구-을지로3가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상가가 원체 발달해 있는 7호선 고속터미널-반포 사이도 그렇잖아도 역간거리도 짧은데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1호선 동대문-동묘앞도 연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이 더 있으면(수도권 말고 지방 광역시 지하철도 포함) 알려 주기 바란다. 아, 대전 지하철도 대전역-중앙로는 거의 한 블록 거리인데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 경춘선과 서울 2기 지하철

이제 곧 있으면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한다. 벌써부터 지하철 노선도에는 경춘선 노선이 표기되고 있다.
2004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통일호가 사라지고, 2005년 본인의 병특 시절에 춘천 역이 폐쇄된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경춘선은 전철이 다니는 깔끔한 철도로 거듭나고 춘천 역도 다시 생긴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경춘선의 영향을 받아서 기존 지하철도 구간이 연장되거나 비환승역이 환승역으로 바뀌는 게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게 다 6~8호선이어서 SMRT 관할이다.
서울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전구간 개통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역이 생긴 사례가 없었으나, 2010년 이후가 돼서야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6호선 신내: 경춘선과의 환승을 위해, 차량 기지와 더욱 가까운 곳에 신설되는 역이다. 역의 지리적 위상은 5호선 강일(아직 완공되지는 않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7호선 상봉: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탈 수 있는 국철과의 환승역으로 바뀐다. 하지만 주변의 망우 역과 너무 가까워서 중앙선 전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개인적으로 우려된다.
8호선 별내: 6, 7호선보다는 아직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긴 하다. 8호선이 드디어 암사보다 더 북쪽으로 뻗어서 강을 건너고 중앙선과 경춘선을 수직으로 연결까지 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 일본 지하철엔 스크린도어가 없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이 수현 씨가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뒤 자신은 목숨을 잃었는데, 그로부터 8년도 더 뒤인 지난 11월엔 또 한국인 유학생 이 준 씨가 도쿄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했다. 덕분에 도쿄 소방서로부터 감사패 득템.

이분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안전 전문가일 뿐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공부도 교통 안전 분야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한다. 그 분야로 일본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 선로에 떨어졌을 때의 대피 요령과 전동차의 운행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은둔 철덕-_-이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는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철덕이 평소에 숙지한 FM대로 잘 행동한 덕분에 해외에서까지 국위를 선양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 역시 수 년 전엔 한 치의 막힘 없이 지하철 안에서 어느 중년의 캐나다 사람에게 서울 지하철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

철도 선진국인 일본도 지하철에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전역에 스크린도어가 완비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갑자기 뭔 바람이 들어서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스크린도어 설치 지시를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승객 안전보다도 당장 투신 자살 노이로제와 트라우마에 걸릴 것 같은 기관사들을 배려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0 08:53 2010/12/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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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2차 개통 관련 심층 분석

지난 11월에 끝난 고속철 2단계 공사의 의의는 첫째 동대구-부산 신선의 개통, 그리고 기존 고속선 구간 사이의 중간역(김천구미와 오송)이다.
특히 이번 신규 개통은 20km에 가까운 부산 시내를 죄다 지하 터널로 통과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서울 쪽은 KTX도 광명 역까지 거의 20km를 기존 경부선으로 천천히 달리는 반면, 부산에서는 곧바로 신세계가 펼쳐지게 됐다는 뜻이다.

과거 경부선 대구-부산 기존선상에는 KTX 정차역으로 밀양과 구포 역이 있었던 반면, 고속신선에는 경주와 울산 역이 개통했다. 2차 개통 후에도 '일부' KTX는 현행처럼 밀양과 구포를 지나는 열차가 유지된다.

※ 선로 용량 문제

이번 2차 개통을 계기로 KTX가 예전보다 더욱 증편되었는데, 문제는 KTX가 전국의 (거의) 모든 열차들과 합류하는 금천구청 역(구 시흥 역) 이북 구간은 선로 용량이 이미 극도의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했다. 아예 금천구청 이북 구간을 다니지 않는 광명 시종착 KTX와 영등포 정차 및 수원 시종착 KTX.

광명은 처음에 시종착역으로 의도되었던 역이었다고 치지만 수원 시종착은 뜻밖이다. 과거 전동차가 시종착하던 시절에는 평면교차 때문에 악명 높았던 그 역에 KTX가 다니고 시종착까지 하게 될 줄이야. 영등포 역이 셔틀 전동차의 시종착역이 되었듯이 수원 역도 제한적이나마 시종착역의 지위를 얻었다.

사실, KTX가 영등포 역에 정차하는 것은 선로 용량의 확보에도 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모든 열차들이 순차적으로 한 역에 정차하면 괜찮은데, 통과 열차가 존재하여 대피와 추월이 필요할 경우, 그 시간대의 앞뒤로 다른 열차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월 예정인 후속 열차가 지연을 먹고 있다면, 대기하던 열차들까지 연좌제로 줄줄이 지연되어야만 하게 된다.

시흥 이북뿐만이 아니라 대전과 대구 일대에서도 아직은 KTX와 일반열차들이 기존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대구-동대구 사이는(하행 기준) 내가 열차를 타 본 경험상, KTX와 일반열차 가릴 것 없이 주말엔 열차가 신호 대기 때문에 정지 서행을 안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새마을호야 KTX를 기다려 주느라 멈춰선다고 치는데, 우선순위가 최상위인 KTX는 도대체 왜 멈추냐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대전과 대구의 고속철 시내 통과 구간이 빨리 완공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열차의 주행 속도만 더 빨라지는 게 아니라, KTX와 일반열차들 사이의 신호 대기와 정체· 서행이 없어짐으로써 정시성도 더욱 올라갈 것이다.

이로써 경부선 KTX는 이제 전구간 신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전-서울은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구-부산을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이렇게 세 계보가 존재하게 됐다. 영등포 역은 이제 일부 KTX를 취급하게 됐지만 여전히 고속신선 주행 KTX를 취급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번 2차 개통에서 호남선 노선이 바뀐 건 없다. 오히려 일부 열차가 오송 역에도 정차하다 보니 평균적으로 더 느려지기만 했을 것이다.

※ 경주 역과 울산 역

경부 고속철 2차 개통의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은 곳은 단연 경주와 울산이라 할 수 있다.
새마을호로 무려 4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경주가 단 2시간(optimal한 경우, 이론상 1시간 56분)대로 좁혀졌으니, 비록 운임이 매우 비싸고 역이 시내에서 꽤 멀다 해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경주 역에서 대구까지 가서 KTX로 환승을 하는 경우, 경주-대구 기존선 열차의 주행 속도가 워낙 느려서 시간 메리트를 상당수 까먹는다.)

경주의 경우 기존 동해남부선 경주 역은 그대로 있으면서 고속철 역은 신경주 역이다.
그 반면, 울산은 기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태화강 역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고속철 역이 울산 역이 됐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조치가 취해졌냐 하면 잘 알다시피 두 역의 미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 전철화와 이설 공사가 모두 끝나면 기존 경주 역은 "없어진다." 그 일대 선로가 죄다 시 외곽으로 이설되기 때문이다. 없어질 역에다 '서라벌'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투자를 또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때서야 신경주 역이 KTX뿐만이 아니라 동해남부선상의 일반열차까지 취급하는 통합 경주 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 타이밍은 호남 고속철의 개통이라든가,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고속신선의 개통과 비슷한 시기일 것이다.

울산은 좀 사정이 다르다.
고속철은 경부 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울주군 언양읍 일대를 지나면서 울산 서쪽 변두리만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기존 울산 역(태화강 역)은 바다와 가까운 동쪽 끝에 있고 사실은 울산 공항도 동해남부선 호계 역 근처이니까 동쪽이다. 둘은 서로 워낙 멀기 때문에 서로 따로 놀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이다. 실제로 KTX 개통 후에도 울산 공항은 예상한 것만치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KTX의 개통으로 인해 근 20년 가까이 운행되어 온 서울-경주(포항, 울산, 부전 행) 새마을호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동대구-부전 새마을호로 강등임. 이미 서울-부전 밤차 무궁화호도 행선지가 부산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옛 경주 역은 중앙선 테크를 타는 소수의 청량리, 강릉 행 열차를 제외하면 대구, 포항, 부전 행의 근거리 열차밖에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은 새마을호와 KTX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편하게 타고 싸고 좌석 캡 편하지만 느린 새마을호 vs 멀리서 타고 비싸고 좌석도 불편하지만 일단 타면 졸라 빠른 KTX
거의 1시간에 1대꼴로 신경주 역에서 서울, 울산, 부산 행 KTX가 정차해 주고 있는데 하루 네댓 번 있던 서울 행 새마을호를 살려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경주· 울산과의 재미있는 대조군으로는 대구가 있다. 대구는 대구 역보다 반세기도 더 늦게 생긴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훨씬 더 커지고 KTX 정차역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대구 역을 대구 역으로 개명한다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록 대구 역이 철도 위상에서의 중요도는 동대구 역에게 밀렸지만 대구 역이 있는 위치가 대구 시내에서 훨씬 더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 김천구미 역과 오송 역

올 11월부터 김천구미 역이 개통함으로써, 6년째 중간 정차역이 없고 최장거리 구간을 유지하던 대구-대전 사이에 역이 하나 생겼다. 이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지금도 간격이 충분히 촘촘하다고 생각한 대전-천안아산 사이에도 역이 하나 더 생긴 건 좀..;; 두 역은 평균 거의 50분에 한 대꼴로 KTX가 정차하며, 기존 천안아산이나 광명만치 열차가 자주 서지는 않는다.

천안아산 역이 장항선 아산 역과의 환승역인 것처럼 오송 역은 충북선과의 환승역이다. 단, 천안아산처럼 두 노선의 이름이 서로 다른 건 아님. 천안아산 역이 경부선 천안 역과 가깝다면 오송 역은 경부선 조치원 역과 가깝다.
그런데, 천안아산 역은 기존 경부선보다 서쪽에 있는 반면, 오송 역은 경부선보다 동쪽에 있다. 이거 신기하지 않은가?

대구-대전 구간에서는 소백 산맥을 넘느라 꼬불꼬불한 기존 경부선이, 곧게 뻗은 고속선과 수 차례 교차하는 걸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평지가 많은 대전-서울 구간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교차가 딱 두 번밖에 없다. 그 중 하나로, 경부선 소정리 역 근처에서 고속선이 기존선을 타넘어 서쪽으로 이동한다.

언젠가 KTX를 탈 일이 있으면 이 구간 아래로 지나가는 복선 철도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그게 경부선이다. 경부 고속철 시험선 구간으로 가장 먼저 건설된 고가인 풍세교가 이 일대이기도 하다(천안 동남구 풍세면). 옛날에 KBS <신화 창조의 비밀> 다큐멘터리에서 고속철 시험선 건설에 대해 다룬 걸 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구나!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313469_1035.html (시험선 건설)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225464_1035.html (한국형 고속철 차량)
오송 역 일대는 고속철 공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만큼, 인근에 궤도 및 차량 주박 기지가 있기도 하다.

한편, 같이 새로 생긴 김천구미 역은 비환승역이며 앞으로도 환승역이 되지 않을 역이다. 앞으로 신설 동해남부선과 승강장까지 공유하는(수도권 전철 금정 역처럼) 환승역이 될 '예정'인, 신경주 역과는 대조적이다.
구미보다는 김천으로부터 훨씬 더 가까이 있다. 그러나 김천 시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외곽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김천과 구미 모두로부터 접근하기 어려운 역이 돼 버렸다. 구미 시내에서 이 역으로 가려면 산을 빙 둘러서 꽤 고생해야 할 듯.

사실은 경부 고속선 자체가 구미를 경유하지 않는다. 김천에서 금오산을 뚫고 들어가 나오면 이내 칠곡군이고 대구 인근이지, 구미 시내에서 KTX는 너무나 먼 존재이다. 현실적으로는 김천보다는 각종 공단이 입주해 있는 구미 쪽에서 고속철 수요가 더 많을 텐데, 이제 대전-대구 구간을 기존선으로 다니는 KTX는 없어졌기 때문에 이게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것 같다.

※ 기타 잡설

KTX 건설 전부터 정차역으로 확정된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 같은 터줏대감 역은 승강장이 지상인 반면, 중간에 생긴 천안아산, 오송, 신경주, 울산 같은 역들은 응당 승강장이 고가이다. 시내 구간 신선이 건설되고 나면 터줏대감 역들의 승강장도 좀 바뀌려나?
거의 유일한 예외로 광명 역만 승강장이 지하이다. 광명 역 일대와 경부 고속선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굉장히 자주 만나는 편인데, 이때 고속선은 전부 지하에 있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JC 바로 아래로 KTX가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광명 역을 출발한 하행 KTX는 산을 뚫고 만든 터널을 달리며 열심히 고도를 올린 뒤, 반월 저수지 인근에서 지상으로 나와 고가를 달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면 수도권 전철 안산선 반월-상록수 구간 철길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렇듯 광명 역 일대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연결 지점이 어차피 지하에 있지만, 대전이나 대구는 연결 교차 지점이 지상에 있기 때문에 거기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전 북부는... 배선이 워낙 복잡해서 아무리 열차 안에서 밖을 눈여겨봐도 잘 모르겠다.;;

아.. KTX 하나만 갖고 강의를 줄줄 하고 싶다. 입이 근지러워 죽겠어 ㅋㅋㅋㅋ
요즘 KTX를 타면 6년 전에 비해 고속 주행 중 차량 내부의 진동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때는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컵에 담긴 물이 흔들리질 않는다고 선전을 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28 16:15 2010/11/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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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 철덕후가 알기 쉽게 해설해 놓은 본격 21세기 한국 철도 동향. ㄲㄲㄲㄲㄲ

1. 대구

경부 고속 철도 2차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동대구 역을 출발한 부산 방면 KTX는 경부선 기존선을 타고 밀양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제 별도의 선로를 계속 이용해서 경주 쪽으로 가게 된다.

마치 대전이 호남·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이듯, 대구는 대구·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가 된다.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라. 왼쪽에 보라색 선으로 표시된 도로는 고속국도 55호선의 일부인 부산-대구 민자 고속도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속도로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지 않는 직통 고속도로가 뚫린 반면, 철도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는 고속선이 건설됐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 경주

KTX가 다니는 신경주 역은 천안아산 역과 비슷한 디자인을 한 방향별 복복선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되었다. 동대구-경주 소요 시간은 20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이는 대전-천안아산보다도 짧다. 물론 경주-울산은 더 짧지만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대구 역이 생겼다고 해서 대구 역이 없어지지는 않았으며, 경부선 천안 역도 KTX 천안아산 역과는 별개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역이다. 그러나 1910년대에 건설된 지금 경주 역의 운명은 이와는 다르며, 앞으로 없어진다. 그리고 지금 있는 경주-울산 동해남부선 구간 자체가 고속철 연계 위주로 대거 이설된다.
신경주 역이 경주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신경주 역은 KTX와 여타 지선 열차와의 ‘바로타 환승’이 가능하게 설계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경주 역의 위치이다. 건천읍 화천리에 있는데(화천 초등학교 근처) 경주 시내에서 멀어도 너무 멀다. 경부 고속도로 경주 IC보다도, 경주 대학교보다도 더 외곽이다. 국도 4호선에서 삐져나간 904번 지방도를 따라 한참을 가야 나온다. 경주는 수도권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를 기대할 수도 없는 중소도시인데 철도역 연계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주 정차 KTX는 현재 편도 기준 1시간에 거의 1대꼴로 편성되었으며 울산과 비슷하다. 경주-서울 고속버스가 40분에 1대꼴임을 감안하면 아주 넉넉한 편이다.

3. 울산

경주를 통과한 경부고속선은 한동안 경부 고속도로와 함께 나란히 남하한다. 터널도 별로 없고 평지가 이어지는데, 그러다 긴 터널을 하나 지나고 나오면 밑으로 보이는 고속도로가 바로 16번 울산 고속도로이다. 여기는 울산 광역시 울주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울산 고속도로를 타넘는 저 지점(지도에서 분홍색 동그라미)이 꽤 특수한 공법으로 공사되어, 기반을 닦는 첫 몇 시간만 제외하고는 고속도로를 폐쇄하지 않고 차량 통행을 허용한 채로 공사를 마친 것으로 유명한 구간이다. 거기서 좀더 내려가면 신울산 역(지도에서 파란색 동그라미)이 나온다.

울산은 굉장히 넓다. 그리고 중앙이 산으로 가로막혔고 서쪽이 울주군, 동쪽이 울산 시내로 양분된 것과 얼추 비슷한 구도이다. 오죽했으면 그래서 울산 고속도로를 따로 건설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KTX 울산 역은 경부 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근처에 건설되니, 울산 시내에서 멀기로는 가히 경주를 능가하는 수준. -_-;;

그 반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바다 근처 완전 동쪽 끝에 있다. 이 울산 역은 울산이 너무 넓고, KTX 울산 역이 너무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진 덕분에 역시 없어지지 않는다. ‘새 동해남부선’은 신경주 역을 지난 후 904번 지방도와 비슷한 선형을 따라, 지금의 입실 역 인근(경주 외동읍)에서부터 기존 동해남부선과 비슷한 노선을 가게 된다.

4. 부산

경부 고속선은 울산 역까지는 경부 고속도로와 선형이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길이 갈린다. 고속도로는 산을 피해서 서쪽의 양산시를 경유한 후 다시 방향을 틀어 부산의 동북쪽으로 가지만, 울산을 지난 경부 고속선은 산을 뚫고 직선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그래서 만나는 곳은 부산 북부의 노포동. 고속도로 노포 IC와 부산 지하철 1호선의 노포 차량 기지를 볼 수 있다.
자, 여기서 경부 고속철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고속철은 부산 북부에서 부산 남부의 부산 역까지 20km에 달하는 시내 구간을 전부 산 뚫고 지하 터널로 통과해 버린다! 부산 동서를 가로막고 있는 산 따라 수직으로 길을 내면 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금정 터널이다.

경부 고속철의 중간 경유 도시인 대전과 대구는 시내를 지상 고가로 통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대전의 경우, 고속철의 지하 통과를 염두에 두고 지하철 대전 역의 승강장도 의도적으로 굉장히 깊게 지어졌으나, 결국 비용 문제 때문에 거기는 지하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 반면 부산은 통째로 지하 통과이다. 흠좀;; 밖으로 나오면 이미 좌천동이고 부산 역의 바로 옆인 부산진 역이다. 즉, KTX는 부산에서 지상으로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밖에 안 지난다는 뜻이다.

서울 역을 출발한 KTX는 광명 역까지 20km에 가까운 거리를 그냥 경부선 기존선으로 천천히 다닌다. 아니, 초창기에는 아예 광명 역을 고속철 시종착역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구간 지하화가 이제 와서 과연 가능할까? -_-;; 이것에 비하면 부산은 가히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게 아닐 수 없다. 사실 부산은 고속선뿐만이 아니라 기존 경부선도 시내 구간이 전부 고가로 올라가 있는데, 이것도 언제 그렇게 이설된 건지 궁금하다. 100년도 더 전에 일제가 처음에 그렇게 만들었을 리는 없잖아!

이미 경부 고속철 대전-대구 구간에도 굉장히 긴 터널이 있고, 전라선도 복선 전철화와 직선화를 하면서 5km가 넘는 꽤 긴 터널이 지어졌으며, 영동선도 스위치백 구간이 똬리굴로 바뀌면서 굉장히 긴 터널이 만들어졌지 싶다. 하지만 금정 터널만치 길지는 못하다. 이 터널은 천성산을 뚫는 과정에서 모 스님의 ‘도롱뇽 단식 투쟁’ 때문에 한동안 공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 적이 있다.

기왕 선로가 이렇게 만들어진 김에 부산 북부의 노포동 역 일대에도 고속철 정차역을 만들면, 서쪽의 화명 역(경부 기존선), 동쪽의 기장(동해남부선) 역과 더불어 중앙에 부산 북부 3대역이 생기고 노포동 일대는 마치 동대구 역처럼 지하철과 버스와 철도가 한데 만나는 교통 허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별로..;; -_-

이것으로 분석을 마친다. 이 주제로만 떠벌려도 입이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다.
다음은 덧붙이는 말.

1. 시발역 기준으로 오전 11~12시 사이는 경부고속선의 선로 점검 시간인 관계로 KTX가 안 다닌다. 심야에만 점검하는 게 아닌 듯. 그러고 보니 2차 개통 후에 남아있는 서울-부산 새마을호 딱 두 편이 하나는 심야(1003)이고, 다른 하나는 KTX가 안 다니는 11시대에 서울을 출발하는 열차이다. KTX가 안 다니는 시간대에만 새마을호를 남겨 놓은 센스.

2. 경부선은 아마 새벽 2~5시 같은 심야 시간대에 전차선을 단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야 열차는 전통적으로 디젤 기관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경부선 새마을호의 퇴출 분위기가 드리워진 이번 KTX 2차 개통 후에도 심야 새마을호는 앞서 말했듯이 건재하다. 새마을호 PP는 잘 알다시피 디젤 동차.
24시간 전차선이 돌아가는 노선은 중앙선이나 영동· 태백선 같은 곳밖에 없을 것이다.

3. 부산 일대에는 경인이나 외곽 순환 고속도로처럼 개방식 톨게이트를 쓰는 구간이 없는지 궁금하다. 서울에 이어 제2의 대도시라는 부산이 수도권형 고속도로도 없고 광역전철도 없다는 건, 아무리 이 나라가 서울 몰입 위주라고 해도 너무했다.

4.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 설정상 천안과 대전 역 씬이 실제로 촬영된 곳은 경부선도 아니고 아예 울산 역이다. -_-;;
영화 첫 부분에서 허 봉구가 조폭들과 마주치는 장소인 서울 역 대합실은 실제 촬영 장소가 아예 서울 지하철 논현 역이었으니 더 말이 필요 없을 듯. ㅋ

Posted by 사무엘

2010/10/26 09:04 2010/10/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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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KTX가 1차 개통하고 나서 6년 7개월 만인 2010년 11월 한국 철도계에 또 이변이 펼쳐진다.
뒷북이긴 하지만, 11월 이후의 다이아가 공개됐다.
(앞으로 얘기하는 모든 열차 운행 횟수는 편도 기준)

1. 총론

- 서울, 대전, 대구, 부산만 정차하는 전구간 신선 주행 optimal KTX 기준으로, 서울-부산 소요 시간은 2시간 18분 정도. 아직 대전, 대구 시내 구간에 고속신선이 깔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단축의 폭이 생각만치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으며, 이번 2차 개통은 노선의 다변화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게 좋다. 참고로 2004년 1차 개통 당시에 잠깐 있었던 서울-부산 무정차 엽기 KTX의 소요 시간은 2시간 32분. ㄲㄲㄲㄲ

- 역 수의 큰 증가로 인해(오송, 김천구미) 매 KTX 열차들의 평균적인 정차역은 더욱 증가 (아놔..)
- 원래 한국형 고속철은 시속 350까지도 주행 가능하게 설계되지 않았나? 공항 철도 열차도 증속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이 기회에 KTX 산천 같은 열차는 증속도 좀 하지..;;

2. 운행 계통

- 하루 4회, 대전-영등포 경부선 기존선을 다니는 KTX 등장. 수원에 4회 정차하고 영등포에도 아침과 저녁에 총 2회 정차. 드디어 영등포 역에서의 KTX 정차가 미약하게나마 실현됨. 하지만 천안 역은 천안아산 역이 있는 관계로 정차하지 않으며, 영등포 정차 KTX는 어차피 대전-서울 전체를 느린 기존선으로 달리는 놈뿐이다. 흠좀;;
-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2007년부터 신설된 경부선 기존선 김천· 구미 정차 KTX도, 김천구미 신역사의 완공으로 인해 없어짐.
- 그러나, 대구 이남에서 지금처럼 밀양-구포 기존선을 다니는 노선은, 대구 이남의 신경주-울산 고속신선(2차 개통의 주된 목적) 개통 후에도 하루 10수 회 남짓 유지됨

- 요컨대 지금 서울-대전, 대전-대구, 대구-부산의 KTX 신선 주행 비율이 100%, 90%, 0%라면, 2차 개통 후에는 90%, 100%, 70% 정도가 된다는 뜻. 대전-대구를 기존선으로 달리는 KTX는 완전히 없어짐.
- 주말에는 서울-시흥의 선로 용량 포화를 피해서, 드디어 광명 시종착 KTX가 일부 생긴다는 것도 인상적인 점.

3. 일반열차의 변화

- 이제 새마을호의 본격적인 퇴출 분위기. 순수 경부선 계통의 서울-부산 새마을호는 출근 시간대가 지난 오전에 1001 열차, 그리고 아예 심야 열차 1003 이렇게 단 두 번밖에 안 남음.
- 2008~9년을 전후해서 서울-부전 최장거리 노선까지 생기면서 그나마 좀 성행하던 동해남부선 경유 새마을호는 KTX 2차 개통 후 진짜 완벽하게 닥버하게 되며, KTX 1차 개통 직후에나 있던 동대구-부전 지선 형태로 역할이 대폭 줄어든다. 경전선, 진해선 방면 새마을호도 지선 형태로 변경. 그러나 울산과는 달리 KTX의 아무 혜택을 못 받는 포항 쪽은 서울-포항 직통 새마을호가 여전히 하루 2차례 운행된다.
- 호남선은 광주 행 말고 목포 행 새마을호는 심야 열차 하나만 남고 나머지 전멸.
- 다만, KTX가 직접적으로 안 다니는 전라선 새마을호(하루 4회)는 아직 변화가 없으나 이 역시 수명이 얼마 안 남았음

사실 장기적으로 동해남부선은, 지금 있는 경주-울산 구간은 완전히 폐선되고 기존 경주 역(무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던!)도 고속철 신경주 역으로 대체되어 폐쇄가 예정되어 있다. 고속철 신경주 역이 일반열차와의 환승까지 고려하여 건설되어 있다고 들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본인의 경우, 심야에 철도로 고향에 도착해서 3천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택시비로 집에 가는 건 불가능해지겠다.

한편, 아직까지 시설적으로 아무 변화가 없는 호남선은 지못미. 호남 고속철 완공은 또 지금으로부터 거의 5, 6년 뒤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동해남부선 리모델링이나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개통과 비슷한 시기가 될지도 모르며, 이게 아마 고속철 3차 개통-_-급의 과업으로 기록될 것 같다. 오송 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크이지만, 드디어 공주에 철도가 지나가고 광주와 목포가 한줄로 이어지는 건 바람직한 현상인 듯.
어쨌든,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으면 새마을호 많이 타 놔라! 이제 진짜로 명이 얼마 안 남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5 16:07 2010/10/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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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21세기에 이미 다 퇴역했지만, 전면부 중앙에 문이 달려 있던 그 일본식 초저항 전동차. 중저항 전동차.

2호선: 서울 지하철 중에는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던 옛날 플랩식 열차 안내 표시판(지존!!). 2호선 특유의 쵸퍼/저항 제어 전동차. 종점이 아니고서는 서울 시내에서 좀체 찾을 수 없는 시내 지상 고가 구간

3호선: 지금은 대거 퇴역하여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배불뚝이 GEC 쵸퍼 전동차.

4호선: 최초의 VVVF. 현대냐 대우냐? 거의 같은 외형의 전동차라도 제조사에 따라 구동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등장한 최초의 노선

5호선: 현악기 같은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인 전동차 구동음. 하저 터널. 강동에서 Y자형 분기

6호선: 5호선보다 더 판타스틱한 전동차 구동음. 객차 좌석 사이에 특이하게 쇠기둥 존재. 응암에서 단선 순환

7호선: 1차 도입분과 2차 도입분 전동차의 구동음과 UI 편차가 존재. 또한, 2기 지하철의 1996년도 전광판 인터페이스와 2000년도 전광판 인터페이스가 공존하는 유일한 노선. 2차 도입분 전동차는 최초로 큼직한 통유리 등장

8호선: 7호선과 비슷한 전동차 사양. 복정-산성 지상 구간

Posted by 사무엘

2010/10/07 17:01 2010/10/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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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철도 생각

1. 대학원 생활과 철도

연세대 안에서 문과 대학에 속하는 위당관, 외솔관 같은 건물은 정문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 밖이 아주 조용할 때는, 정문 근처의 경의선 철길로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어렴풋이 그 먼 곳까지도 들린다.
물론 새마을호나 KTX 같은 열차의 소리는 어림도 없고, 디젤 기관차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철도가 소음과 진동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게 이런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긴, 디젤이면 그나마 양반이지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열차가 지나가면서 주변에 끼치는 side effect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뿜어져나오는 연기가 아주 그냥..;;
"이 친구,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먹었나?"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일산에서 통학하는 대학원 선배가 계셔서 그분께 "경의선 서울-수색 구간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이기 때문에 선로 용량이 부족해서 전철이 1시간에 1대꼴로밖에 못 다닙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자기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하셨다. 열차가 왜 이렇게밖에 안 다니는지 궁금했고 불편했더랜다. 사실, 연세대 학생 중에도 자기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철길이 경의선인 줄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서울이나 용산역에서 운행을 마친 여객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라는 것도 다들 처음 듣는다는 반응.;;

언젠가 학교에서 경의선 열차로 서울 역에 간 후, 거기서 바로 열차를 타고 대전이나 경주로 가 보고 싶다. 그럴 일도 언젠가 분명 생기게 될 것이다. ^^

그나저나 연대 정도면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질없는 생각이다.
강의실이 정문에서도 워낙 멀어서.. 결국은 어차피 셔틀버스 타게 되더라. ㅋㅋㅋ 셔틀버스 타고 매일 독립문 구경하면서 등교한다.
학교 지리에 완전 새내기이던 시절에나 신촌 역에서 강의실까지 걸어 다니지, 지금 그 짓을 다시 하라면 최소한 혼자서는 못 할 것 같다.

끝으로, 좀 엉뚱한 상상.
(1) 내가 만약 지금 같은 과가 아니라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고 (2) 카이스트나 서울대를 가지 않고 유학도 가지 않는다면,
내가 가게 됐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단연 포항공대일 것이다. 서울도, 대전도 아니라면 고향과 가까우면서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 학교가 단연 저기였을 테니까 말이다. 집에서 CDC 타고 다니며 통학하거나 아니면 아예 운전을 하겠지.;;

하지만 둘 다 본인의 성향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또 지금은 KJV를 믿는 지역 교회가 필요하고 게다가 철덕 기질(우리나라에서 서울과 수도권만치 철도 교통이 발달한 곳은..;)까지 있다 보니 서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지는 중이다.

2. 철도는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

본인은 지금까지 강북, 강남, 심지어 분당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10~25km 정도 떨어진 다양한 곳을 나름 출퇴근 경로로 왕래한 경험이 있다. 물론 어느 곳이든 주된 출퇴근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지만 아주 가끔 버스도 이용해 봤다.

버스와 지하철 중 더 빠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지하철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 차이가 나냐 하면, 지하철을 탔을 때 문에서 문까지 걸리는 전체 소요 시간과, 버스를 탔을 때 버스 안에서 순수하게 보내는 시간이 비슷하다. 즉, 버스를 타면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시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서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하철을 탈 때에 비해 추가로 더 걸린다는 뜻이다.

그래도 버스는 일반적으로 지하철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타서 목적지에서도 더 가까운 곳에 내린다. 또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없고, 지하철로는 한두 번 갈아타야 하지만 버스로는 한번에 가는 노선이 존재한다. 실제로 본인의 집에서는 논현을 경유하여 강남 역까지, 그리고 분당 야탑과 서현까지, 게다가 심지어 학교까지도 환승 없이 바로 가는 버스가 모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는 일반 도로 교통수단에 비해 우월하다.
빠르고 대량 수송이 가능하고 정시성이 뛰어난 것뿐만이 아니라, 일반 도로 교통보다 훨씬 더 쾌적하고 편한 여행이 가능하다.

철도는 불쾌한 진동, 급가속, 급제동, 급커브가 없어서 멀미를 사실상 전혀 겪지 않는다. 자동차 특유의 차냄새도 없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열차 안에는 안전벨트라든가 구명용 조끼, 구토용 봉투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어지러워서 노트북 작업이나 독서를 할 엄두를 못 내며, 그저 자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차 안에서는 이동 중에 그런 지적 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만치 철도는 시쳇말로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이라는 뜻이다. 철도는 정시성뿐만이 아니라, 탑승자를 덜 피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까지 사람의 시간을 아껴 준다. 도시 철도의 성격을 띠는 지하철은 정차가 굉장히 잦기 때문에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면 의외로 자동차에 비해 속도 메리트가 감소한다. 그러나 저런 편안함 덕분에 시간을 버는 면모도 생각해 봐야 된다는 뜻이다.

쾌적성 면에서는 철도와 비행기가 비슷하게 편하고, 버스와 배가 비슷하게 불편한 것 같다. 물론 비행기도 난기류 때문에 흔들릴 때는 가끔 멀미를 하지만, 버스나 배 수준의 빈도로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상 교통수단은 고체 매질과 마찰이 있고 선박도 액체 매질과의 마찰이 있지만, 비행기는 오로지 기체와의 마찰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도는 철과 철이 접한다는 특성상 매질과의 마찰이 아주 작으며, 완전히 떠서 달리는 자기 부상 열차는 마찰이 항공 수준과 동일하여 더욱 편안한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

3. 열악한 철도 인프라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철도 투자에 지금까지 너무 인색했다는 것이다.
일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없던 여객 철도 노선을 완전히 새로 만든 게 얼마나 됐나? (기존선의 개량, 연결, 복선화 같은 거 말고)

가장 시급했던 영동· 태백선 같은 산업선이라든가 6,70년대에 경전선이나 만든 게 전부이다.
고속철은 '빠른 경부선'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규 노선이 아니고, 공항 철도나 수도권 전철을 빼면.. 전무에 가깝다.

가령, 일제 강점기 때까지 철도가 없던 충청남도 공주에 철도가 생겨서 새마을호가 다니기 시작했다거나,
하남과 용인에 철도가 들어갔다거나, 대구와 광주가 철도로 연결됐다거나 한 적이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다는 소리이다.
그러는 동안 고속도로만 가히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구축되어 가고.;;

그러니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로지 자가용이나 고속버스만 생각하게 되고, 철도는 명절에나 생각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KTX라는 명칭 그 자체가 사실상 경부선이라는 노선과 한국형 떼제베라는 차량 계보를 대표하는 말이지만 일본은 신칸센의 노선과 차량 계보 규모가 가히..;;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철도에 대한 인식과 한국에서의 그것은 가히 넘사벽에 가까운 차이가 존재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이야 우리나라도 KTX에, KTX 산천에, 누리로에, 공항 철도처럼 다양한 철도 차량이 들어와서 다재다능한 전동차 맛을 보기 시작하는 중이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의 철도 인프라는 가히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에 가까웠다. 재래식 기관차+객차 운영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앞으로 기관차는 화물 아니면 침대차 같은 곳에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6 15:00 2010/10/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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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환승 통로

청량리 역 민간 역사가 완공되면서 중앙선 청량리 역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사이에도 드디어 환승 통로가 생겼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지로4가가 연속으로 2· 5호선 환승이 가능한 것처럼 청량리-회기도 연속으로 1호선과 중앙선끼리 환승이 가능한 구간이 되었다. 하지만 환승 거리가 그렇게 짧지는 않다.

이는 여러 가지 패턴을 떠올리게 만든다.
위상 면에서 이 두 노선은 서울 지하철 1호선과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 사이의 환승과 비슷하다. (비록 경의선 내지 공항 철도와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은.. 답이 없지만 말이다 -_-)
하지만 상업 시설과 전철역이 연결되었다는 점에서는 야탑 역과 성남 터미널 사이의 지하 통로와도 비슷하다.

본인 기억이 맞다면, 지하철 청량리 역은 한동안 칙칙하고 무서운 분위기 나는 역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천장은 왜 깔끔하게 덮어 놓질 않고 각종 시설물들을 흉측하게 노출해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08년에 본인이 미국에 가서 LA 국제 공항에 들어섰을 때에도, 낡고 음침한 통로를 보자마자 머리에 곧바로 떠오른 게 1호선 청량리 역 승강장이었다. 일반열차와 광역전철을 취급하는 청량리 역이 환골탈태를 한 것만큼이나 지하철 역도 덩달아 쇄신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 4호선 신용산과 용산 역이 그렇게 환승역으로 통합될 날은 올 수 있을까?
비슷한 예로 신분당선의 역이 3호선 신사와 7호선 논현 역 사이에 종축으로 놓인다면 세 역이 한 노선의 환승역으로 통합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겠다.

이 청량리 역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변화를 겪기로 현재 예정되어 있는 역은 노량진 역임을 알아 두자.
민자 역사가 완공되고 나면 1호선과 9호선 역 사이의 실내 환승 통로도 개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1호선 노량진 역은 민자 역사가 조만간 생길 거라면서 역명판조차 가장 늦게까지 새 걸로 교체하지 않고 있었는데 역명판은 결국 공사되었고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18 09:54 2010/09/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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