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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2차 개통 관련 심층 분석

지난 11월에 끝난 고속철 2단계 공사의 의의는 첫째 동대구-부산 신선의 개통, 그리고 기존 고속선 구간 사이의 중간역(김천구미와 오송)이다.
특히 이번 신규 개통은 20km에 가까운 부산 시내를 죄다 지하 터널로 통과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서울 쪽은 KTX도 광명 역까지 거의 20km를 기존 경부선으로 천천히 달리는 반면, 부산에서는 곧바로 신세계가 펼쳐지게 됐다는 뜻이다.

과거 경부선 대구-부산 기존선상에는 KTX 정차역으로 밀양과 구포 역이 있었던 반면, 고속신선에는 경주와 울산 역이 개통했다. 2차 개통 후에도 '일부' KTX는 현행처럼 밀양과 구포를 지나는 열차가 유지된다.

※ 선로 용량 문제

이번 2차 개통을 계기로 KTX가 예전보다 더욱 증편되었는데, 문제는 KTX가 전국의 (거의) 모든 열차들과 합류하는 금천구청 역(구 시흥 역) 이북 구간은 선로 용량이 이미 극도의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했다. 아예 금천구청 이북 구간을 다니지 않는 광명 시종착 KTX와 영등포 정차 및 수원 시종착 KTX.

광명은 처음에 시종착역으로 의도되었던 역이었다고 치지만 수원 시종착은 뜻밖이다. 과거 전동차가 시종착하던 시절에는 평면교차 때문에 악명 높았던 그 역에 KTX가 다니고 시종착까지 하게 될 줄이야. 영등포 역이 셔틀 전동차의 시종착역이 되었듯이 수원 역도 제한적이나마 시종착역의 지위를 얻었다.

사실, KTX가 영등포 역에 정차하는 것은 선로 용량의 확보에도 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모든 열차들이 순차적으로 한 역에 정차하면 괜찮은데, 통과 열차가 존재하여 대피와 추월이 필요할 경우, 그 시간대의 앞뒤로 다른 열차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월 예정인 후속 열차가 지연을 먹고 있다면, 대기하던 열차들까지 연좌제로 줄줄이 지연되어야만 하게 된다.

시흥 이북뿐만이 아니라 대전과 대구 일대에서도 아직은 KTX와 일반열차들이 기존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대구-동대구 사이는(하행 기준) 내가 열차를 타 본 경험상, KTX와 일반열차 가릴 것 없이 주말엔 열차가 신호 대기 때문에 정지 서행을 안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새마을호야 KTX를 기다려 주느라 멈춰선다고 치는데, 우선순위가 최상위인 KTX는 도대체 왜 멈추냐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대전과 대구의 고속철 시내 통과 구간이 빨리 완공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열차의 주행 속도만 더 빨라지는 게 아니라, KTX와 일반열차들 사이의 신호 대기와 정체· 서행이 없어짐으로써 정시성도 더욱 올라갈 것이다.

이로써 경부선 KTX는 이제 전구간 신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전-서울은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구-부산을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이렇게 세 계보가 존재하게 됐다. 영등포 역은 이제 일부 KTX를 취급하게 됐지만 여전히 고속신선 주행 KTX를 취급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번 2차 개통에서 호남선 노선이 바뀐 건 없다. 오히려 일부 열차가 오송 역에도 정차하다 보니 평균적으로 더 느려지기만 했을 것이다.

※ 경주 역과 울산 역

경부 고속철 2차 개통의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은 곳은 단연 경주와 울산이라 할 수 있다.
새마을호로 무려 4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경주가 단 2시간(optimal한 경우, 이론상 1시간 56분)대로 좁혀졌으니, 비록 운임이 매우 비싸고 역이 시내에서 꽤 멀다 해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경주 역에서 대구까지 가서 KTX로 환승을 하는 경우, 경주-대구 기존선 열차의 주행 속도가 워낙 느려서 시간 메리트를 상당수 까먹는다.)

경주의 경우 기존 동해남부선 경주 역은 그대로 있으면서 고속철 역은 신경주 역이다.
그 반면, 울산은 기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태화강 역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고속철 역이 울산 역이 됐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조치가 취해졌냐 하면 잘 알다시피 두 역의 미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 전철화와 이설 공사가 모두 끝나면 기존 경주 역은 "없어진다." 그 일대 선로가 죄다 시 외곽으로 이설되기 때문이다. 없어질 역에다 '서라벌'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투자를 또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때서야 신경주 역이 KTX뿐만이 아니라 동해남부선상의 일반열차까지 취급하는 통합 경주 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 타이밍은 호남 고속철의 개통이라든가,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고속신선의 개통과 비슷한 시기일 것이다.

울산은 좀 사정이 다르다.
고속철은 경부 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울주군 언양읍 일대를 지나면서 울산 서쪽 변두리만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기존 울산 역(태화강 역)은 바다와 가까운 동쪽 끝에 있고 사실은 울산 공항도 동해남부선 호계 역 근처이니까 동쪽이다. 둘은 서로 워낙 멀기 때문에 서로 따로 놀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이다. 실제로 KTX 개통 후에도 울산 공항은 예상한 것만치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KTX의 개통으로 인해 근 20년 가까이 운행되어 온 서울-경주(포항, 울산, 부전 행) 새마을호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동대구-부전 새마을호로 강등임. 이미 서울-부전 밤차 무궁화호도 행선지가 부산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옛 경주 역은 중앙선 테크를 타는 소수의 청량리, 강릉 행 열차를 제외하면 대구, 포항, 부전 행의 근거리 열차밖에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은 새마을호와 KTX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편하게 타고 싸고 좌석 캡 편하지만 느린 새마을호 vs 멀리서 타고 비싸고 좌석도 불편하지만 일단 타면 졸라 빠른 KTX
거의 1시간에 1대꼴로 신경주 역에서 서울, 울산, 부산 행 KTX가 정차해 주고 있는데 하루 네댓 번 있던 서울 행 새마을호를 살려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경주· 울산과의 재미있는 대조군으로는 대구가 있다. 대구는 대구 역보다 반세기도 더 늦게 생긴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훨씬 더 커지고 KTX 정차역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대구 역을 대구 역으로 개명한다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록 대구 역이 철도 위상에서의 중요도는 동대구 역에게 밀렸지만 대구 역이 있는 위치가 대구 시내에서 훨씬 더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 김천구미 역과 오송 역

올 11월부터 김천구미 역이 개통함으로써, 6년째 중간 정차역이 없고 최장거리 구간을 유지하던 대구-대전 사이에 역이 하나 생겼다. 이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지금도 간격이 충분히 촘촘하다고 생각한 대전-천안아산 사이에도 역이 하나 더 생긴 건 좀..;; 두 역은 평균 거의 50분에 한 대꼴로 KTX가 정차하며, 기존 천안아산이나 광명만치 열차가 자주 서지는 않는다.

천안아산 역이 장항선 아산 역과의 환승역인 것처럼 오송 역은 충북선과의 환승역이다. 단, 천안아산처럼 두 노선의 이름이 서로 다른 건 아님. 천안아산 역이 경부선 천안 역과 가깝다면 오송 역은 경부선 조치원 역과 가깝다.
그런데, 천안아산 역은 기존 경부선보다 서쪽에 있는 반면, 오송 역은 경부선보다 동쪽에 있다. 이거 신기하지 않은가?

대구-대전 구간에서는 소백 산맥을 넘느라 꼬불꼬불한 기존 경부선이, 곧게 뻗은 고속선과 수 차례 교차하는 걸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평지가 많은 대전-서울 구간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교차가 딱 두 번밖에 없다. 그 중 하나로, 경부선 소정리 역 근처에서 고속선이 기존선을 타넘어 서쪽으로 이동한다.

언젠가 KTX를 탈 일이 있으면 이 구간 아래로 지나가는 복선 철도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그게 경부선이다. 경부 고속철 시험선 구간으로 가장 먼저 건설된 고가인 풍세교가 이 일대이기도 하다(천안 동남구 풍세면). 옛날에 KBS <신화 창조의 비밀> 다큐멘터리에서 고속철 시험선 건설에 대해 다룬 걸 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구나!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313469_1035.html (시험선 건설)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225464_1035.html (한국형 고속철 차량)
오송 역 일대는 고속철 공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만큼, 인근에 궤도 및 차량 주박 기지가 있기도 하다.

한편, 같이 새로 생긴 김천구미 역은 비환승역이며 앞으로도 환승역이 되지 않을 역이다. 앞으로 신설 동해남부선과 승강장까지 공유하는(수도권 전철 금정 역처럼) 환승역이 될 '예정'인, 신경주 역과는 대조적이다.
구미보다는 김천으로부터 훨씬 더 가까이 있다. 그러나 김천 시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외곽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김천과 구미 모두로부터 접근하기 어려운 역이 돼 버렸다. 구미 시내에서 이 역으로 가려면 산을 빙 둘러서 꽤 고생해야 할 듯.

사실은 경부 고속선 자체가 구미를 경유하지 않는다. 김천에서 금오산을 뚫고 들어가 나오면 이내 칠곡군이고 대구 인근이지, 구미 시내에서 KTX는 너무나 먼 존재이다. 현실적으로는 김천보다는 각종 공단이 입주해 있는 구미 쪽에서 고속철 수요가 더 많을 텐데, 이제 대전-대구 구간을 기존선으로 다니는 KTX는 없어졌기 때문에 이게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것 같다.

※ 기타 잡설

KTX 건설 전부터 정차역으로 확정된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 같은 터줏대감 역은 승강장이 지상인 반면, 중간에 생긴 천안아산, 오송, 신경주, 울산 같은 역들은 응당 승강장이 고가이다. 시내 구간 신선이 건설되고 나면 터줏대감 역들의 승강장도 좀 바뀌려나?
거의 유일한 예외로 광명 역만 승강장이 지하이다. 광명 역 일대와 경부 고속선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굉장히 자주 만나는 편인데, 이때 고속선은 전부 지하에 있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JC 바로 아래로 KTX가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광명 역을 출발한 하행 KTX는 산을 뚫고 만든 터널을 달리며 열심히 고도를 올린 뒤, 반월 저수지 인근에서 지상으로 나와 고가를 달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면 수도권 전철 안산선 반월-상록수 구간 철길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렇듯 광명 역 일대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연결 지점이 어차피 지하에 있지만, 대전이나 대구는 연결 교차 지점이 지상에 있기 때문에 거기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전 북부는... 배선이 워낙 복잡해서 아무리 열차 안에서 밖을 눈여겨봐도 잘 모르겠다.;;

아.. KTX 하나만 갖고 강의를 줄줄 하고 싶다. 입이 근지러워 죽겠어 ㅋㅋㅋㅋ
요즘 KTX를 타면 6년 전에 비해 고속 주행 중 차량 내부의 진동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때는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컵에 담긴 물이 흔들리질 않는다고 선전을 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28 16:15 2010/11/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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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 철덕후가 알기 쉽게 해설해 놓은 본격 21세기 한국 철도 동향. ㄲㄲㄲㄲㄲ

1. 대구

경부 고속 철도 2차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동대구 역을 출발한 부산 방면 KTX는 경부선 기존선을 타고 밀양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제 별도의 선로를 계속 이용해서 경주 쪽으로 가게 된다.

마치 대전이 호남·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이듯, 대구는 대구· 경부고속· 경부기존선이 만나는 요지가 된다.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라. 왼쪽에 보라색 선으로 표시된 도로는 고속국도 55호선의 일부인 부산-대구 민자 고속도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속도로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지 않는 직통 고속도로가 뚫린 반면, 철도는 21세기가 돼서야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는 고속선이 건설됐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 경주

KTX가 다니는 신경주 역은 천안아산 역과 비슷한 디자인을 한 방향별 복복선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되었다. 동대구-경주 소요 시간은 20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이는 대전-천안아산보다도 짧다. 물론 경주-울산은 더 짧지만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대구 역이 생겼다고 해서 대구 역이 없어지지는 않았으며, 경부선 천안 역도 KTX 천안아산 역과는 별개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역이다. 그러나 1910년대에 건설된 지금 경주 역의 운명은 이와는 다르며, 앞으로 없어진다. 그리고 지금 있는 경주-울산 동해남부선 구간 자체가 고속철 연계 위주로 대거 이설된다.
신경주 역이 경주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신경주 역은 KTX와 여타 지선 열차와의 ‘바로타 환승’이 가능하게 설계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경주 역의 위치이다. 건천읍 화천리에 있는데(화천 초등학교 근처) 경주 시내에서 멀어도 너무 멀다. 경부 고속도로 경주 IC보다도, 경주 대학교보다도 더 외곽이다. 국도 4호선에서 삐져나간 904번 지방도를 따라 한참을 가야 나온다. 경주는 수도권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를 기대할 수도 없는 중소도시인데 철도역 연계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주 정차 KTX는 현재 편도 기준 1시간에 거의 1대꼴로 편성되었으며 울산과 비슷하다. 경주-서울 고속버스가 40분에 1대꼴임을 감안하면 아주 넉넉한 편이다.

3. 울산

경주를 통과한 경부고속선은 한동안 경부 고속도로와 함께 나란히 남하한다. 터널도 별로 없고 평지가 이어지는데, 그러다 긴 터널을 하나 지나고 나오면 밑으로 보이는 고속도로가 바로 16번 울산 고속도로이다. 여기는 울산 광역시 울주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울산 고속도로를 타넘는 저 지점(지도에서 분홍색 동그라미)이 꽤 특수한 공법으로 공사되어, 기반을 닦는 첫 몇 시간만 제외하고는 고속도로를 폐쇄하지 않고 차량 통행을 허용한 채로 공사를 마친 것으로 유명한 구간이다. 거기서 좀더 내려가면 신울산 역(지도에서 파란색 동그라미)이 나온다.

울산은 굉장히 넓다. 그리고 중앙이 산으로 가로막혔고 서쪽이 울주군, 동쪽이 울산 시내로 양분된 것과 얼추 비슷한 구도이다. 오죽했으면 그래서 울산 고속도로를 따로 건설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KTX 울산 역은 경부 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근처에 건설되니, 울산 시내에서 멀기로는 가히 경주를 능가하는 수준. -_-;;

그 반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바다 근처 완전 동쪽 끝에 있다. 이 울산 역은 울산이 너무 넓고, KTX 울산 역이 너무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진 덕분에 역시 없어지지 않는다. ‘새 동해남부선’은 신경주 역을 지난 후 904번 지방도와 비슷한 선형을 따라, 지금의 입실 역 인근(경주 외동읍)에서부터 기존 동해남부선과 비슷한 노선을 가게 된다.

4. 부산

경부 고속선은 울산 역까지는 경부 고속도로와 선형이 아주 비슷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길이 갈린다. 고속도로는 산을 피해서 서쪽의 양산시를 경유한 후 다시 방향을 틀어 부산의 동북쪽으로 가지만, 울산을 지난 경부 고속선은 산을 뚫고 직선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그래서 만나는 곳은 부산 북부의 노포동. 고속도로 노포 IC와 부산 지하철 1호선의 노포 차량 기지를 볼 수 있다.
자, 여기서 경부 고속철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고속철은 부산 북부에서 부산 남부의 부산 역까지 20km에 달하는 시내 구간을 전부 산 뚫고 지하 터널로 통과해 버린다! 부산 동서를 가로막고 있는 산 따라 수직으로 길을 내면 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금정 터널이다.

경부 고속철의 중간 경유 도시인 대전과 대구는 시내를 지상 고가로 통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대전의 경우, 고속철의 지하 통과를 염두에 두고 지하철 대전 역의 승강장도 의도적으로 굉장히 깊게 지어졌으나, 결국 비용 문제 때문에 거기는 지하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 반면 부산은 통째로 지하 통과이다. 흠좀;; 밖으로 나오면 이미 좌천동이고 부산 역의 바로 옆인 부산진 역이다. 즉, KTX는 부산에서 지상으로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밖에 안 지난다는 뜻이다.

서울 역을 출발한 KTX는 광명 역까지 20km에 가까운 거리를 그냥 경부선 기존선으로 천천히 다닌다. 아니, 초창기에는 아예 광명 역을 고속철 시종착역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구간 지하화가 이제 와서 과연 가능할까? -_-;; 이것에 비하면 부산은 가히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게 아닐 수 없다. 사실 부산은 고속선뿐만이 아니라 기존 경부선도 시내 구간이 전부 고가로 올라가 있는데, 이것도 언제 그렇게 이설된 건지 궁금하다. 100년도 더 전에 일제가 처음에 그렇게 만들었을 리는 없잖아!

이미 경부 고속철 대전-대구 구간에도 굉장히 긴 터널이 있고, 전라선도 복선 전철화와 직선화를 하면서 5km가 넘는 꽤 긴 터널이 지어졌으며, 영동선도 스위치백 구간이 똬리굴로 바뀌면서 굉장히 긴 터널이 만들어졌지 싶다. 하지만 금정 터널만치 길지는 못하다. 이 터널은 천성산을 뚫는 과정에서 모 스님의 ‘도롱뇽 단식 투쟁’ 때문에 한동안 공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 적이 있다.

기왕 선로가 이렇게 만들어진 김에 부산 북부의 노포동 역 일대에도 고속철 정차역을 만들면, 서쪽의 화명 역(경부 기존선), 동쪽의 기장(동해남부선) 역과 더불어 중앙에 부산 북부 3대역이 생기고 노포동 일대는 마치 동대구 역처럼 지하철과 버스와 철도가 한데 만나는 교통 허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별로..;; -_-

이것으로 분석을 마친다. 이 주제로만 떠벌려도 입이 근질거려 미칠 지경이다.
다음은 덧붙이는 말.

1. 시발역 기준으로 오전 11~12시 사이는 경부고속선의 선로 점검 시간인 관계로 KTX가 안 다닌다. 심야에만 점검하는 게 아닌 듯. 그러고 보니 2차 개통 후에 남아있는 서울-부산 새마을호 딱 두 편이 하나는 심야(1003)이고, 다른 하나는 KTX가 안 다니는 11시대에 서울을 출발하는 열차이다. KTX가 안 다니는 시간대에만 새마을호를 남겨 놓은 센스.

2. 경부선은 아마 새벽 2~5시 같은 심야 시간대에 전차선을 단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심야 열차는 전통적으로 디젤 기관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경부선 새마을호의 퇴출 분위기가 드리워진 이번 KTX 2차 개통 후에도 심야 새마을호는 앞서 말했듯이 건재하다. 새마을호 PP는 잘 알다시피 디젤 동차.
24시간 전차선이 돌아가는 노선은 중앙선이나 영동· 태백선 같은 곳밖에 없을 것이다.

3. 부산 일대에는 경인이나 외곽 순환 고속도로처럼 개방식 톨게이트를 쓰는 구간이 없는지 궁금하다. 서울에 이어 제2의 대도시라는 부산이 수도권형 고속도로도 없고 광역전철도 없다는 건, 아무리 이 나라가 서울 몰입 위주라고 해도 너무했다.

4.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 설정상 천안과 대전 역 씬이 실제로 촬영된 곳은 경부선도 아니고 아예 울산 역이다. -_-;;
영화 첫 부분에서 허 봉구가 조폭들과 마주치는 장소인 서울 역 대합실은 실제 촬영 장소가 아예 서울 지하철 논현 역이었으니 더 말이 필요 없을 듯. ㅋ

Posted by 사무엘

2010/10/26 09:04 2010/10/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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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KTX가 1차 개통하고 나서 6년 7개월 만인 2010년 11월 한국 철도계에 또 이변이 펼쳐진다.
뒷북이긴 하지만, 11월 이후의 다이아가 공개됐다.
(앞으로 얘기하는 모든 열차 운행 횟수는 편도 기준)

1. 총론

- 서울, 대전, 대구, 부산만 정차하는 전구간 신선 주행 optimal KTX 기준으로, 서울-부산 소요 시간은 2시간 18분 정도. 아직 대전, 대구 시내 구간에 고속신선이 깔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단축의 폭이 생각만치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으며, 이번 2차 개통은 노선의 다변화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게 좋다. 참고로 2004년 1차 개통 당시에 잠깐 있었던 서울-부산 무정차 엽기 KTX의 소요 시간은 2시간 32분. ㄲㄲㄲㄲ

- 역 수의 큰 증가로 인해(오송, 김천구미) 매 KTX 열차들의 평균적인 정차역은 더욱 증가 (아놔..)
- 원래 한국형 고속철은 시속 350까지도 주행 가능하게 설계되지 않았나? 공항 철도 열차도 증속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이 기회에 KTX 산천 같은 열차는 증속도 좀 하지..;;

2. 운행 계통

- 하루 4회, 대전-영등포 경부선 기존선을 다니는 KTX 등장. 수원에 4회 정차하고 영등포에도 아침과 저녁에 총 2회 정차. 드디어 영등포 역에서의 KTX 정차가 미약하게나마 실현됨. 하지만 천안 역은 천안아산 역이 있는 관계로 정차하지 않으며, 영등포 정차 KTX는 어차피 대전-서울 전체를 느린 기존선으로 달리는 놈뿐이다. 흠좀;;
-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2007년부터 신설된 경부선 기존선 김천· 구미 정차 KTX도, 김천구미 신역사의 완공으로 인해 없어짐.
- 그러나, 대구 이남에서 지금처럼 밀양-구포 기존선을 다니는 노선은, 대구 이남의 신경주-울산 고속신선(2차 개통의 주된 목적) 개통 후에도 하루 10수 회 남짓 유지됨

- 요컨대 지금 서울-대전, 대전-대구, 대구-부산의 KTX 신선 주행 비율이 100%, 90%, 0%라면, 2차 개통 후에는 90%, 100%, 70% 정도가 된다는 뜻. 대전-대구를 기존선으로 달리는 KTX는 완전히 없어짐.
- 주말에는 서울-시흥의 선로 용량 포화를 피해서, 드디어 광명 시종착 KTX가 일부 생긴다는 것도 인상적인 점.

3. 일반열차의 변화

- 이제 새마을호의 본격적인 퇴출 분위기. 순수 경부선 계통의 서울-부산 새마을호는 출근 시간대가 지난 오전에 1001 열차, 그리고 아예 심야 열차 1003 이렇게 단 두 번밖에 안 남음.
- 2008~9년을 전후해서 서울-부전 최장거리 노선까지 생기면서 그나마 좀 성행하던 동해남부선 경유 새마을호는 KTX 2차 개통 후 진짜 완벽하게 닥버하게 되며, KTX 1차 개통 직후에나 있던 동대구-부전 지선 형태로 역할이 대폭 줄어든다. 경전선, 진해선 방면 새마을호도 지선 형태로 변경. 그러나 울산과는 달리 KTX의 아무 혜택을 못 받는 포항 쪽은 서울-포항 직통 새마을호가 여전히 하루 2차례 운행된다.
- 호남선은 광주 행 말고 목포 행 새마을호는 심야 열차 하나만 남고 나머지 전멸.
- 다만, KTX가 직접적으로 안 다니는 전라선 새마을호(하루 4회)는 아직 변화가 없으나 이 역시 수명이 얼마 안 남았음

사실 장기적으로 동해남부선은, 지금 있는 경주-울산 구간은 완전히 폐선되고 기존 경주 역(무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던!)도 고속철 신경주 역으로 대체되어 폐쇄가 예정되어 있다. 고속철 신경주 역이 일반열차와의 환승까지 고려하여 건설되어 있다고 들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본인의 경우, 심야에 철도로 고향에 도착해서 3천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택시비로 집에 가는 건 불가능해지겠다.

한편, 아직까지 시설적으로 아무 변화가 없는 호남선은 지못미. 호남 고속철 완공은 또 지금으로부터 거의 5, 6년 뒤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동해남부선 리모델링이나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개통과 비슷한 시기가 될지도 모르며, 이게 아마 고속철 3차 개통-_-급의 과업으로 기록될 것 같다. 오송 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크이지만, 드디어 공주에 철도가 지나가고 광주와 목포가 한줄로 이어지는 건 바람직한 현상인 듯.
어쨌든,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으면 새마을호 많이 타 놔라! 이제 진짜로 명이 얼마 안 남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5 16:07 2010/10/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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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21세기에 이미 다 퇴역했지만, 전면부 중앙에 문이 달려 있던 그 일본식 초저항 전동차. 중저항 전동차.

2호선: 서울 지하철 중에는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던 옛날 플랩식 열차 안내 표시판(지존!!). 2호선 특유의 쵸퍼/저항 제어 전동차. 종점이 아니고서는 서울 시내에서 좀체 찾을 수 없는 시내 지상 고가 구간

3호선: 지금은 대거 퇴역하여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배불뚝이 GEC 쵸퍼 전동차.

4호선: 최초의 VVVF. 현대냐 대우냐? 거의 같은 외형의 전동차라도 제조사에 따라 구동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등장한 최초의 노선

5호선: 현악기 같은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인 전동차 구동음. 하저 터널. 강동에서 Y자형 분기

6호선: 5호선보다 더 판타스틱한 전동차 구동음. 객차 좌석 사이에 특이하게 쇠기둥 존재. 응암에서 단선 순환

7호선: 1차 도입분과 2차 도입분 전동차의 구동음과 UI 편차가 존재. 또한, 2기 지하철의 1996년도 전광판 인터페이스와 2000년도 전광판 인터페이스가 공존하는 유일한 노선. 2차 도입분 전동차는 최초로 큼직한 통유리 등장

8호선: 7호선과 비슷한 전동차 사양. 복정-산성 지상 구간

Posted by 사무엘

2010/10/07 17:01 2010/10/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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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철도 생각

1. 대학원 생활과 철도

연세대 안에서 문과 대학에 속하는 위당관, 외솔관 같은 건물은 정문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데 밖이 아주 조용할 때는, 정문 근처의 경의선 철길로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어렴풋이 그 먼 곳까지도 들린다.
물론 새마을호나 KTX 같은 열차의 소리는 어림도 없고, 디젤 기관차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철도가 소음과 진동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게 이런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긴, 디젤이면 그나마 양반이지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열차가 지나가면서 주변에 끼치는 side effect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뿜어져나오는 연기가 아주 그냥..;;
"이 친구,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먹었나?"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일산에서 통학하는 대학원 선배가 계셔서 그분께 "경의선 서울-수색 구간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이기 때문에 선로 용량이 부족해서 전철이 1시간에 1대꼴로밖에 못 다닙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자기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하셨다. 열차가 왜 이렇게밖에 안 다니는지 궁금했고 불편했더랜다. 사실, 연세대 학생 중에도 자기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철길이 경의선인 줄 모르는 사람이 꽤 있다. 서울이나 용산역에서 운행을 마친 여객열차들이 회송하는 경로라는 것도 다들 처음 듣는다는 반응.;;

언젠가 학교에서 경의선 열차로 서울 역에 간 후, 거기서 바로 열차를 타고 대전이나 경주로 가 보고 싶다. 그럴 일도 언젠가 분명 생기게 될 것이다. ^^

그나저나 연대 정도면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질없는 생각이다.
강의실이 정문에서도 워낙 멀어서.. 결국은 어차피 셔틀버스 타게 되더라. ㅋㅋㅋ 셔틀버스 타고 매일 독립문 구경하면서 등교한다.
학교 지리에 완전 새내기이던 시절에나 신촌 역에서 강의실까지 걸어 다니지, 지금 그 짓을 다시 하라면 최소한 혼자서는 못 할 것 같다.

끝으로, 좀 엉뚱한 상상.
(1) 내가 만약 지금 같은 과가 아니라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고 (2) 카이스트나 서울대를 가지 않고 유학도 가지 않는다면,
내가 가게 됐을 가능성이 높은 곳은 단연 포항공대일 것이다. 서울도, 대전도 아니라면 고향과 가까우면서 가격 대 성능이 뛰어난 학교가 단연 저기였을 테니까 말이다. 집에서 CDC 타고 다니며 통학하거나 아니면 아예 운전을 하겠지.;;

하지만 둘 다 본인의 성향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또 지금은 KJV를 믿는 지역 교회가 필요하고 게다가 철덕 기질(우리나라에서 서울과 수도권만치 철도 교통이 발달한 곳은..;)까지 있다 보니 서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지는 중이다.

2. 철도는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

본인은 지금까지 강북, 강남, 심지어 분당에 이르기까지 집에서 10~25km 정도 떨어진 다양한 곳을 나름 출퇴근 경로로 왕래한 경험이 있다. 물론 어느 곳이든 주된 출퇴근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지만 아주 가끔 버스도 이용해 봤다.

버스와 지하철 중 더 빠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지하철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 차이가 나냐 하면, 지하철을 탔을 때 문에서 문까지 걸리는 전체 소요 시간과, 버스를 탔을 때 버스 안에서 순수하게 보내는 시간이 비슷하다. 즉, 버스를 타면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시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서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하철을 탈 때에 비해 추가로 더 걸린다는 뜻이다.

그래도 버스는 일반적으로 지하철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타서 목적지에서도 더 가까운 곳에 내린다. 또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없고, 지하철로는 한두 번 갈아타야 하지만 버스로는 한번에 가는 노선이 존재한다. 실제로 본인의 집에서는 논현을 경유하여 강남 역까지, 그리고 분당 야탑과 서현까지, 게다가 심지어 학교까지도 환승 없이 바로 가는 버스가 모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는 일반 도로 교통수단에 비해 우월하다.
빠르고 대량 수송이 가능하고 정시성이 뛰어난 것뿐만이 아니라, 일반 도로 교통보다 훨씬 더 쾌적하고 편한 여행이 가능하다.

철도는 불쾌한 진동, 급가속, 급제동, 급커브가 없어서 멀미를 사실상 전혀 겪지 않는다. 자동차 특유의 차냄새도 없다.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열차 안에는 안전벨트라든가 구명용 조끼, 구토용 봉투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어지러워서 노트북 작업이나 독서를 할 엄두를 못 내며, 그저 자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차 안에서는 이동 중에 그런 지적 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만치 철도는 시쳇말로 "웰빙 고품질" 교통수단이라는 뜻이다. 철도는 정시성뿐만이 아니라, 탑승자를 덜 피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까지 사람의 시간을 아껴 준다. 도시 철도의 성격을 띠는 지하철은 정차가 굉장히 잦기 때문에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면 의외로 자동차에 비해 속도 메리트가 감소한다. 그러나 저런 편안함 덕분에 시간을 버는 면모도 생각해 봐야 된다는 뜻이다.

쾌적성 면에서는 철도와 비행기가 비슷하게 편하고, 버스와 배가 비슷하게 불편한 것 같다. 물론 비행기도 난기류 때문에 흔들릴 때는 가끔 멀미를 하지만, 버스나 배 수준의 빈도로 발생하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상 교통수단은 고체 매질과 마찰이 있고 선박도 액체 매질과의 마찰이 있지만, 비행기는 오로지 기체와의 마찰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도는 철과 철이 접한다는 특성상 매질과의 마찰이 아주 작으며, 완전히 떠서 달리는 자기 부상 열차는 마찰이 항공 수준과 동일하여 더욱 편안한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

3. 열악한 철도 인프라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철도 투자에 지금까지 너무 인색했다는 것이다.
일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없던 여객 철도 노선을 완전히 새로 만든 게 얼마나 됐나? (기존선의 개량, 연결, 복선화 같은 거 말고)

가장 시급했던 영동· 태백선 같은 산업선이라든가 6,70년대에 경전선이나 만든 게 전부이다.
고속철은 '빠른 경부선'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신규 노선이 아니고, 공항 철도나 수도권 전철을 빼면.. 전무에 가깝다.

가령, 일제 강점기 때까지 철도가 없던 충청남도 공주에 철도가 생겨서 새마을호가 다니기 시작했다거나,
하남과 용인에 철도가 들어갔다거나, 대구와 광주가 철도로 연결됐다거나 한 적이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다는 소리이다.
그러는 동안 고속도로만 가히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구축되어 가고.;;

그러니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로지 자가용이나 고속버스만 생각하게 되고, 철도는 명절에나 생각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KTX라는 명칭 그 자체가 사실상 경부선이라는 노선과 한국형 떼제베라는 차량 계보를 대표하는 말이지만 일본은 신칸센의 노선과 차량 계보 규모가 가히..;;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철도에 대한 인식과 한국에서의 그것은 가히 넘사벽에 가까운 차이가 존재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이야 우리나라도 KTX에, KTX 산천에, 누리로에, 공항 철도처럼 다양한 철도 차량이 들어와서 다재다능한 전동차 맛을 보기 시작하는 중이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의 철도 인프라는 가히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에 가까웠다. 재래식 기관차+객차 운영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고, 앞으로 기관차는 화물 아니면 침대차 같은 곳에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06 15:00 2010/10/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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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환승 통로

청량리 역 민간 역사가 완공되면서 중앙선 청량리 역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사이에도 드디어 환승 통로가 생겼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지로4가가 연속으로 2· 5호선 환승이 가능한 것처럼 청량리-회기도 연속으로 1호선과 중앙선끼리 환승이 가능한 구간이 되었다. 하지만 환승 거리가 그렇게 짧지는 않다.

이는 여러 가지 패턴을 떠올리게 만든다.
위상 면에서 이 두 노선은 서울 지하철 1호선과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 사이의 환승과 비슷하다. (비록 경의선 내지 공항 철도와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은.. 답이 없지만 말이다 -_-)
하지만 상업 시설과 전철역이 연결되었다는 점에서는 야탑 역과 성남 터미널 사이의 지하 통로와도 비슷하다.

본인 기억이 맞다면, 지하철 청량리 역은 한동안 칙칙하고 무서운 분위기 나는 역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천장은 왜 깔끔하게 덮어 놓질 않고 각종 시설물들을 흉측하게 노출해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08년에 본인이 미국에 가서 LA 국제 공항에 들어섰을 때에도, 낡고 음침한 통로를 보자마자 머리에 곧바로 떠오른 게 1호선 청량리 역 승강장이었다. 일반열차와 광역전철을 취급하는 청량리 역이 환골탈태를 한 것만큼이나 지하철 역도 덩달아 쇄신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앞으로 4호선 신용산과 용산 역이 그렇게 환승역으로 통합될 날은 올 수 있을까?
비슷한 예로 신분당선의 역이 3호선 신사와 7호선 논현 역 사이에 종축으로 놓인다면 세 역이 한 노선의 환승역으로 통합될 가능성도 점칠 수 있겠다.

이 청량리 역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변화를 겪기로 현재 예정되어 있는 역은 노량진 역임을 알아 두자.
민자 역사가 완공되고 나면 1호선과 9호선 역 사이의 실내 환승 통로도 개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1호선 노량진 역은 민자 역사가 조만간 생길 거라면서 역명판조차 가장 늦게까지 새 걸로 교체하지 않고 있었는데 역명판은 결국 공사되었고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18 09:54 2010/09/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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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코레일이 아주 이색적인 열차를 주말에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일반열차도 아니라 일반 통근형 전동차이고, 운임도 전철 체계 그대로이다.

이름하여 '용문 급행'.
토요일과 일요일에 2왕복으로 운행하는데, 운행 계통은 병점 발(경부선)과 동인천 발(경인선) 둘로 나뉜다.
토요일에는 경부선, 경인선의 순으로 운행하고 일요일 아침에는 순서를 바꿔서 경인선, 경부선의 순으로 운행한다.
운행 컨셉은 연인-_-들 데이트 코스 내지, 주말 운동과 중앙선 일대의 관광이다.

주말에 혼자 지하철 타고 노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타라고 딱 예비된 열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지난 9월 11일, 모든 일정을 제쳐 놓고 당장 시승하러 나갔다.

아침 10시 반에 신길 역에서.. 드디어 용문 급행 전동차를 만났다. 열차를 기다리는 기분은 마치 데이트 상대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코레일이 중앙선과 경부/경인선을 직통 운행하는 전동차를 굴리기 시작했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ㅋㅋ 이제 구로-영등포 구간엔 4량짜리 광명 셔틀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8량짜리 용문 급행 전동차도 다니게 되겠다.

열차는 텅 비다시피했기 때문에 긴 시트에 그대로 누워 버렸는데, 이런 만행을 본인은 지금까지 공기 수송의 본좌급인 광명 셔틀 전동차에서밖에 저질러 보지 못했다. ^^;;; 뭐, 특이한 공기 수송 열차 하면 과거에 경의선 새마을호(일명 임진강 라이너)도 한 위치 차지했지만 말이다.

용문 급행 전동차의 모든 안내방송은 기관사가 육성으로 직접 하고 있었다. 이 열차는 서울 역 방면으로 가지 않고 심지어 용산 역에도 정차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려는 승객은 노량진 역에서 다 내리라고 기관사가 몇 번이고 방송을 해 댔다.

"우리 열차는 용산까지 가지 못하는 열차입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오늘도 함정에 빠지셨습니다." ㄲㄲㄲ

한강 철교를 건넌 후 열차는 선로를 바꾸어, 경부선 하행 방면에서 경원선으로 들어가는 삼각선으로 진입했다. 오오옷! 여기는 일반적으로 승객이 구경할 수 없는 경로이다. (중앙선 전동차가 용산 역에서 이촌 역 사이를 드나드는 길은 경부선 "상행" ↔ 경원선 삼각선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용문 급행은 빨리 가는 급행이 아니라는 것. 단순히 정차역을 줄여서 열차를 탄 사람들이 좀더 쾌적하게 여행을 즐기게 하는 것만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열차는 이촌에서 무려 청량리 역까지 무정차이고, 그 뒤에는 덕소까지 통과하여 팔당까지 무정차라는 어마어마한 괴력에도 불구하고 표정 속도는 완행 전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그 긴 거리를 가는 동안에, 우리 열차가 앞서 가는 중앙선 전동차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

그래도 청량리-팔당까지 2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롱시트가 달린 전철이 그토록 오래 무정차로 달리는 건 공항 철도 이외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이었다. 경원선 용산-청량리 구간을 무정차로 질주한 건 지난 2009년 말, 서울-청량리 경유 아우라지 행 열차를 아침 일찍 탔을 때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경인· 경부선 이외에 현재 경의· 경원· 중앙· 안산선에서 출근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정규 급행 전동차는 서울로 가는 상행 방면만 있지 하행은 없으며, 주말에는 운행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용문 급행은 주말에만 하루 2회 운행하고 게다가 서로 다른 정규 운행 계통을 직결 운행까지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참신한 시도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주말에 지하철이나 전동차 운행은 감소하는 반면, 일반열차의 운행은 증가한다. 각 열차의 보편적인 이용 패턴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량진 바로 다음 역인 이촌 역에서 승객이 많이 탔으나, 이 열차는 옥수나 왕십리 등에 정차하지 않고 바로 청량리까지 간다는 말에 상당수의 승객들이 질겁을 하고 도로 내렸다. 용문 급행에 대한 홍보가 시민들에게 여전히 부족한 건 사실이다.
관광과 데이트 컨셉으로 운행한다는 전동차가 정작 왜 양 끝칸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냐는 질타도 있었다고 하는데, 본인이 보기에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오랜만에 중앙선 열차를 타 보니, 한창 공사 중인 상봉 역 승강장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망우 같은 인근역과 거리가 굉장히 가까운 게 딱 티가 난지라, 마치 1호선의 동대문-동묘앞처럼 중앙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춘선이 선로 용량과 평면교차 지장 문제 때문에 청량리가 아닌 여기서 시종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이 또한 문제이다.
아울러, 아신과 양평 사이에 '오빈'이라는 역이 건설 중인 것도 처음 봤다.

지금까지 한 긴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 용문 급행은
첫째, 출퇴근이 아닌 여가 컨셉의 급행이라는 것,
둘째, 두 개의 정규 운행 계통을 직통하여 운행한다는 것,
그리고 셋째, 일반열차가 아닌 기존 전동차 운행 계통을 따른다는 것
에서
무척 이색적인 열차이다. 전에도 가끔 있던 경인선-경원선 직통 부정기 관광 열차 무궁화호 같은 것과도 급이 다르다.

독자 여러분도 주말에 꼭 시승해 보기 바란다.
그나저나, 경인-경부 하행(상행이 아닌) 삼각선을 이용한 직통 열차나 전동차가 다니는 날은 과연 올지 궁금하다.
하지만 경인선은 서울 방면 전동차만 굴려도 수요보다 공급이 미치도록 부족하니 원. ^^;;

Posted by 사무엘

2010/09/16 18:51 2010/09/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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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상으로 서울 사방의 최고 말단에 자리잡은 전철역은 다음과 같다.

최북단은? 도봉산(경원선, 그리고 7호선의 사실상 종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장암이든 망월사든 그 이북부터는 의정부 시내이다.

최남단은? 금천구청(경부선). 참고로 남태령(4호선) 역도 독산 역 정도 되는 상당한 남쪽이긴 하다. 그 이남은 안양이나 과천. (2011년 11월 현재,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서울 최남단역이 되었다.)

최서단은? 개화(9호선 종점). 9호선이 개통하기 전에는 김포공항(5) 역이 최서단이었다. 5호선의 선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방화 역이 최서단이 아니며, 심지어 경인선의 서울 시계에 있는 온수 역도 최서단이 아니다. 개화 역은 가로 위치가 무려 역곡과 부천 사이에 해당하는 최서단이 맞다.

최동단은? 상일동(5호선 종점). 역시 서울을 동서로 관통하는 지하철 노선답다. 그 반면 마천 역은 상일동 전역인 고덕 역보다도 살짝 더 서쪽이다. 그런데 상일동의 옆에 강일 역이 더 추가되면 최동단 역 자리도 저기로 넘어가게 되겠다. 더 동쪽은 하남시가 나온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30 08:51 2010/08/3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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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소위 'name value', 브랜드가 마케팅 수단으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철도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이기주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철도역 이름에다 어떻게든 자기네 이름을 집어넣으려는 행정 단체나 대학들이다.

사실, 동 이름만 해도 지하철 역명으로 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인지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본인은 서울 종로구에 듣보잡 동이 그렇게도 많은 줄 몰랐다. 관철동, 평창동, 당주동, 동숭동, 인의동.. -_-;;; 듣보잡으로 느껴진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떨 때는 두 대학이나 두 행정 구역이 한 역을 동시에 탐내게 되어, 부산 지하철에는 '경성대 부경대'라는 사상 초유의 스타일의 역명이 생겼고, 고속철에도 '천안아산 (온양온천)'이라는 병맛 나는 역명이 생겼다.
아직까지 (대)기업은 대학이나 행정 구역에 비해 역명 배틀에 끼려는 기미가 덜한 듯하다. 만약 그들까지 꼈다간 잠실은 롯데월드/롯데타운, 강남은 삼성타운이라고 부역명이 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실은 롯데와 관련된 명칭 대신 송파구청이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으니 아직까지는 행정 구역이 더 우선이다.

지하철 역명에다가 자기 이름을 넣으려는 대학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주역명이 안 되면 부역명으로라도 말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부역명이 추가된 역은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한세대, 폴리텍대, 나사렛대 등...
우선, 과거에 총신대입구/이수 역 병크는 굉장히 유명하며,

서울대입구 역은 위치상으로는 주역명이 관악구청, 부역명이 그나마 서울대입구 정도가 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 반대로 됐다. 서울대에는 역에서 내리고도 마을버스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넘게 더 가야 도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연계에 관한 한 가히 대인배인 학교이다. 서울 2호선 한양대 역하고는 바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산선에 '한대앞'이라는 또 다른 역명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산 캠퍼스는 전철역과 꽤 멀다.

고려대와 숭실대는 그나마 지하철 주역명 자리를 차지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위치가 좋다. 숭실대의 경우 지하철 출입구에 맞춰 정문까지 옮겼다고 한다. 서로 가까이 있는 건국대와 세종대도 괜찮은 편.
2호선은 이외에도 홍익대, 서강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서울 대학을 꽤 많이 경유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등학교 3학년 학급에서 '2호선 라인 대학에 꼭 가자'를 목표로 써 붙여 넣을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4호선 역시 강북 구간에 유난히도 대학 이름이 주역명이나 부역명으로 붙은 역들이 많다. 한성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등.

1호선은? 유명한 청량리 역에 '서울 시립대'라는 부역명이 붙었고, 회기 역에도 꽤 오래 전부터 '경희대'라는 부역명이 드디어 붙었다. 대놓고 외대앞이라는 이름이 붙은 역이 존재하기도 한다.
한편, 옛날에는 7호선 상도 역에 '중앙대'라는 부역명이 붙어 있었으나, 그 역보다 중앙대에 더 가까운 흑석 역이 9호선에 개통하면서 부역명은 옮겨 갔다.

대전 지하철 1호선은 충남대와 카이스트를 (사실상) 지나지 않아서 아쉽다. 한때 2호선이 그쪽을 지나고 엑스포 과학 공원까지 가는 순환선으로 계획되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흑역사화하여 안습. 결국 카이스트와 가장 가까운 월평 역에 카이스트라는 부역명을 붙이고 학교에서 셔틀 봉고차 운행을 시작하였으나, 역에서 학교까지는 2km 가까이 가야 한다. 아마 한양대 안산 캠퍼스와 한대앞 역까지의 거리와 체감상 비슷하다.

자, 그런데 이런 모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신촌 역이다.
양평과 더불어 완전한 동명이역이다. (경의선과 2호선. 양평은 중앙선과 5호선)
연세대가 탐낼 법도 한 금싸라기 역이지만 부역명을 붙이려고 징징대지 않는다.
SKY 대학 중에서는 유일하게 연세대만이 지하철 노선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지하철 역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말이다. 심지어 바로 옆의 이화여대는 대놓고 '이대'라는 역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이미 신촌이라고만 해도 연세대라는 걸 한국인 중에 모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굳이 역명을 건드리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대인배 기질인 것일까?
(뭐, 그래도 나중에 부역명을 붙여 버린다면 낭패. ㅋㅋ 서강대는 6호선 대흥 역에 자기 이름이 부역명으로 붙어 있다.)

연세대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철길을 볼 수 있는 전국에서 얼마 안 되는 복 받은 학교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포항공대도 옆으로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난다. 그쪽에 광역전철이 있다면 효자 역이 포항공대 입성 코스가 되었을 것이나(포항공대에 더 가깝게 역을 이설까지 하면서), 동해남부선의 미래는 앞으로 알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6 10:33 2010/07/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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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 승강장, 승강장의 확장

서울 지하철을 포함해 수도권 전철역들 중, 승강장이 굉장히 심하게 굽은 곡선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깊은 역이라든가 환승이 짧거나 긴 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있다.
또한 역이 아니라 노선 중의 급커브 구간에 대해서도 1호선 시청-종각을 비롯해 이미 답이 다 나와 있다.
하지만 승강장이 자체가 커브 모양인 역에 대해서는 본인도 지금까지 충분히 생각을 안 해 본 것 같다.

일단 급커브 승강장은 서로 건설 시기가 다른 두 노선의 환승역에 생기는 경향이 짙다. 신길 역이 아주 좋은 예이다.
1호선과 5호선을 무리하게 만나게 하느라 5호선은 노선 자체가 상당한 굴곡이 생겼으며, 1호선은 원래 커브이고 켄트(열차의 회전 주행 시 발생하는 원심력을 상쇄하려고 선로 한쪽을 기울이는 것)마저 상당하던 선로 위에다 역을 만든 티가 농후하다. 두 노선 모두 승강장의 모양이 꽤 곡선이 되어 있다.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구 동대문운동장) 역은 딱 커브 위에 환승역이 지어지는 바람에, 서울 지하철에서 손꼽히는 급커브 승강장이 되었다. 이 점에서는 7호선 고속터미널 역도 비슷하다.

선로는 곡선이어도 직사각형 모양의 열차는 엿가락처럼 외형을 바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곡선 승강장은 열차 출입문과의 간격이 벌어진다. 그만큼 승· 하차 과정에서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전철을 건설할 때 곡선역은 가능한 한 안 만들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역이 아주 안 생길 수는 없다. 꼭 환승역만 곡선 승강장은 아니며, 지상의 도로가 굽었다면 그 아래의 역도 응당 곡선역이 된다. 5호선 아차산 역이 비환승역으로는 좋은 예이며, 5호선 김포공항 역도 역과 인근 선로가 모두 굉장히 급격한 커브이다.

사실 수도권 전철의 역사상 최악의 곡선 승강장 기록 보유자는 다름아닌 경원선(현재 운행 계통상으로는 중앙선) 옥수 역이었다고 한다.
경원선 자체야 역사가 매우 길지만 옥수 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함께 환승 목적으로 개통하여 역사가 짧다. 환승 목적으로 개통했다는 말은, 타 노선과의 환승 편의를 위해 원래 역을 만들려고 의도하지 않았던 지점에 역을 무리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길 역처럼 말이다.

일단 3호선 옥수 역도 신길 만만찮은 곡선 승강장이 되었다. 그런데 과거의 경원선 옥수 역은 3호선 역보다도 한술 더 떠서 열차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의 거리가 무려 40cm에 달했다고 한다. 어린이 동반 승객은 어린이를 안고 풀쩍 뛰어넘어서 타야 했고 성인이라도 부주의했다간 그 간격 사이에 발이 쑥 빠져 버릴 수 있었다. 유모차나 휠체어로는 열차에 탈 수조차 없을 지경. 옛날 옥수 역 사진을 좀 보고 싶은데 인터넷 검색을 해도 잘 안 나온다.

게다가 옥수 역 근처를 보면 잘 알겠지만 주변은 온통 자동차 도로이다. 경원선 옥수 역의 위치가 인근 도로를 확장하는 데도 장애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인해서 1999년에는 3호선 역은 놔두고 경원선만 아예 선로를 남쪽으로 이설하면서 곡선을 완화하는 공사가 행해졌고, 이때 경원선 역도 예전보다 더 남쪽으로 옮겨졌다. 공사는 2001년에 끝났으며, 이로 인해 두 노선의 환승 거리는 좀더 길어졌다.
인근의 응봉 역도 좀 곡선이고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까 그렇게 심한 곡선도 아니다.

이렇듯 지상은 그래도 지하 구간보다는 승강장의 이설· 확장이 쉬우며 심지어는 선로조차 이설이 가능하다. 승강장 확장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에 섬식으로 건설되었던 승강장(선로 폼 선로)이 승객 증가로 인해 맞은편에 또 승강장이 생기는 수가 있는데(선로 폼 선로 폼), 1호선 신도림 역과 외대앞 역이 그 예이다. 일단 선로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승강장을 확장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그 반면 1호선 석계 역은 아예 선로까지 이설해 가면서 섬식 승강장 자체를 확장한 흠좀무스러운 내력도 있다(2004년 공사 완료). 상대식 승강장보다 확장을 하기 훨씬 더 어렵다.

섬식 승강장은 양 선로 사이로 승강장이 비집고 들어간다는 특징 때문에 그 자체가 노선에 살짝 곡선을 만들기도 한다. 6호선 응암이라든가 2호선 삼성 역이 그 예이다. 특히 삼성 역이 처음 건설되었던 1980년대에는 거기 일대는 가히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곳에다가 그토록 크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승강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당시엔 예산 낭비라고 언론에서 대차게 깠다.
그러나 지금 삼성 역이 이용객 수에 비해서 너무 크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서울 시민들은 그 옛날에 오늘날의 서울의 형태를 결정해 버린 큼직한 2호선 순환선을 구상한 구 자춘 전 서울 시장의 선견지명을 칭송하는 단계가 되었다. (그러니, KTX 광명이나 천안아산 역도 오로지 지금만 내다보고서 예산 낭비라고 까기만 하지는 말고 좀더 기다려 보자.)

Posted by 사무엘

2010/06/30 08:30 2010/06/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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