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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톨쉴드 싫어

오늘은 설치 프로그램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보겠다.

과거 도스+윈도우 3.1 공존 시절에는
도스용 프로그램들은 어떤 소프트웨어의 설치 프로그램의 이름은 대개 install이었던 반면,
윈도우용 프로그램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다들 setup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 윈도우용 설치 프로그램들은 전체 화면으로 파랑-검정 그러데이션이 배경으로 쫙 깔리는 게 유행이었다. 그러면서 화면 좌측 상단엔 큼직한 흰색 글씨로 "무슨무슨 프로그램 설치/Setup"이 떴지. (짤방은 귀찮아서 생략-_-)
이걸 기억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old timer.

그러다가 윈도우 95가 보편화하면서 전체 화면 배경은 그냥 옥색(cyan) solid로 바뀌었다.
MS 오피스 97과 아래아한글 97의 설치 프로그램이 그런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근본적인 차이는.. 이제 설치 프로그램은 더는 전체 화면을 점유하는 형태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행이 확 바뀌었다. 그냥 간단한 마법사 대화상자 하나만 달랑 뜨는 형태로 극도로 간소화됐다. 소프트웨어 설치가 무슨 게임 실행도 아니고... 그 정도로 유세 부릴 프로세스는 아니게 되었다는 의미.

MS 제품의 경우 Windows Installer 기술이 최초로 도입된 오피스 2000부터 설치 프로그램 UI가 싹 바뀌었으며, 아래아한글 역시 2002부터는 설치 프로그램이 마법사 대화상자 하나만 달랑 나올 뿐 전체 화면으로 뜨지 않는다.

사실 소프트웨어의 규모가 복잡해지고 한 제품도 온갖 버전 구분이 존재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설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굉장히 골치 아프고 까다로운 일이 돼 있다.
단순히 파일을 복사했다가 지우는 것 이상이다. 예를 좀 들자면,

- 동일 제품의 여러 버전이 공존하고 이들이 다 한데 공유하는 파일이 있는데 이 파일은 언제 제거해야 하나? 그런 거 체크 리스트를 어떤 자료구조로 구축해야 하나?
- 그런 자료구조가 깨졌을 때 최대한 복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리고 확장자 연결 복구는?
(사용자는 1.0과 2.0 중 어느 걸 먼저 설치할 수도 있고, 그 후 2.0과 1.0 중 어느 걸 먼저 제거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 설치/제거는 획일화된 스택이나 큐 구조가 아님. ㅋㅋ)
- 지금이 이전에 설치를 진행하다가 중단된 상태였는지 판단은?
- 지금 당장 건드릴 수 없는 파일을 건드려야 돼서 그걸 다음 재부팅 때 하도록 예약해 놓은 게 있나?

글 쓰면서 당장 떠오르는 복잡도만 생각해도 저 정도이다.
특히 재부팅 때 건드릴 파일을 예약하는 기법이나, 지금 실행돼 있는 프로그램 목록을 얻는 방법은.. 설치/제거 프로그램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윈도우 9x과 NT 계열이 테크닉이 서로 완전히 달랐다. 유니코드 지원 여부 같은 차이도 존재하고.. 그러니 짜증 두 배.. -_-

예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만, uninstall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제거하는 기법이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그 특성상 실행 중인 EXE/DLL은 운영체제가 memory-mapped file로 대응시켜 잡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제거할 수 없다.
하지만 배치(일괄 처리 bat) 파일은 DEL 명령으로 자신을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EXE를 제거한 뒤 자기 자신을 제거하는 비밀 배치 파일을 만들어 실행하는 기법으로 자신을 제거하곤 한다. 리눅스나 맥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사항도 있고, 아무튼 프로그램 설치/제거 및 버전 관리 기법은 어느 소프트웨어에서나 공통적으로 쓰이는 개념/테크닉만 뽑아내서 운영체제 차원에서 책임을 져 준다거나 어느 잘 만들어진 미들웨어를 쓰는 게 효율적이다.
그래서 진작부터 프로그램 설치/제거 솔루션이 나와 있었다. 가장 역사가 긴 녀석은 역시 InstallShield이다. 지금은 비록 위상이 옛날 만하지는 않고 Windows Installer의 단순 wrapper 수준처럼 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대형 상업용 소프트웨어에서 이게 여전히 쓰이고 있기도 하다.

InstallWise도 아마 윈도우 3.x 시절부터 건재했던 외산 솔루션이고, 국산 프로그램인 InstallFactory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2.0~2.4 시절에 잠시 도입된 적이 있다.
DeployMaster라는 제품도 있고, 아.. 그나저나 요즘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솔루션은 역시 Nullsoft의 NSIS인 것 같다.
소프트웨어의 설치 프로세스라는 건 단순 파일/복사나 버전 체크 같은 아주 공통적이고 범용적인 동작도 있지만, 또 각 소프트웨어가 필요로 하는 customize 수준도 천차만별이라는 특성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런 것도 잘 살려 줘야 하면서도 최대한 배우기 쉽고 구조가 간단해야 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2.5 이후 버전부터 지금까지는 그냥 비주얼 스튜디오가 기본 제공하는 msi 생성 프로젝트를 이용하여 배포 패키지를 만들고 있다. AppLocale 버그(이건 뭐 MS가 만든 프로그램들끼리 충돌하는 문제-_-)도 있고, 다국어 UI도 지원 안 되는 등 좀 마음에 안 드는 면모가 없는 건 아니나, 일단 7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설치/제거 자체가 딱히 큰 트러블 없이 되는 게 검증이 되어 왔기 때문에 쓴다. 민감한 부위인 외부 모듈까지도 말이다.

또한 MSI 런타임 2.0은 윈도우 95/NT4에서도 무난하게 잘 동작한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사실 Application Data 같은 일부 known 디렉터리는 IE4 이전의 윈도우 95 초창기에는 없던 개념인데, MSI 런타임 2.0은 설치 과정에서 그런 디렉터리에 대한 정보도 레지스트리에다 넣어 준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동작에 필요)

다만, 본인도 InstallShield와 Windows Installer에 대해서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히며 글을 맺는다.
99%까지 게이지가 금세 꽉 찬 뒤, 그 뒤로 몇 분째 꼼짝도 안 하는 훼이크성 대화상자에 짜증 게이지가 확 치솟아서이다. ㅆㅂ.. 도대체 설치도 아니고 설치 준비 작업이 뭐 이렇게 오래 걸리나 모르겠다.

개발툴인 비주얼 스튜디오 2005도 2003보다 제품의 완성도는 올라갔다지만, 설치에 관한 한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제품이다.
서비스 팩 1 설치하는 시간이 2005 자체를 첫 설치하는 시간보다 더 길면 길지, 절대로 더 짧지 않다. 도대체 그 시간 동안 뭘 하는지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윈도우 비스타 내지 7에서 쓰려면 SP1에다가 또 운영체제 패치도 설치해야 한다. 이거 뭐 해처리 → 레어 → 하이브로 올리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비스타/7부터는 그냥 닥치고 2008 이상을 쓰라는 소리. 비주얼 스튜디오 2008이 나오자마자 바로 갈아탔다.
사용자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설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11 08:14 2010/05/1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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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이야기

금과 은, 특히 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에게 값비싼 귀금속의 제왕으로 각인되어 왔으며 성경적인 의미도 풍부하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물질도 귀한 것과 흔해빠진 것을 구분해 놓으신 것이다.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누구라도 번쩍이는 누런 금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고, 탐내고 갖고 싶어할 것이다. 금은 어디서나 보편적인 ‘경제적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현찰만큼이나 검은 거래에서 쓰이는 매개체가 되기도 쉽다. 흔한 물질로부터 금을 만들려고 애썼던 연금술, 그리고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기억한다.

잘 알다시피 올림픽에서는 상위 입상자에게 금· 은· 동메달이 수여된다. 그런데 1차 세계 대전의 직전에 개최된 1912년 제 6회 대회까지는 메달을 단순 도금이 아닌 진짜 순금· 순은으로 만들어서 줬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흠좀무... 그렇게 해서는 올림픽 위원회의 재정이 남아나질 못했을 것이다.

금은 잘 알다시피 일단 외형이 정말 탐스럽다. 그런데 희귀하다.
그리고 매우 안정적이다. 공기 중에서 녹이 전혀 슬지 않으며, 수중이나 고온에서도 산화하지 않고 어지간한 화학 물질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뭐, 왕수 같은 일부 물질에는 녹지만) 제아무리 금이 보기에 아름다워도 공기 중에 조금만 놔 두자 쇠처럼 녹이 슨다면, 이 정도로 비싼 귀금속의 지위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불변성 역시 금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금은 액세서리를 만들 때뿐만이 아니라 그 안정성과 불변성 덕분에 치과 의료용으로도 쓰이고, 전기적 특성 덕분에 손전화 같은 전자 기기에도 소량 들어간다. 오죽했으면 그런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회사에서 수거되는 금을 몰래 빼돌린 직원이 경찰에 잡히기도 했을 정도이다.

태양계 바깥으로 떠난 우주 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는 혹시 외계인이 발견하면 보라는 의도로 지구의 위치와 인간의 모습 등이 새겨진 일명 ‘파이어니어 금속판(Pioneer plaque)’이 장착되었는데 이 금속판의 재질은 알루미늄에다 금 도금이다. 11호에는 아예 금으로 만들어진 LP 음반까지 들어있다(지구의 소리 수록). 그야말로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여행할지도 모르는데 변질되지 말라고 비싸고 무거운 금을 쓴 게 틀림없다.

또 금은과 비슷하게 안정적인 금속으로 백금이 있다. 백금은 촉매로도 실용성이 매우 뛰어난 금속이며, 백금과 이리듐(Ir)이라는 희소 금속과의 합금은 전자 장비의 접촉 부품, 만년필 펜촉 등으로도 쓰이고 측정 기기의 재질로 활용된다. 특히 과거에 킬로그램 원기, 미터 원기 같은 물건도 안정성 덕분에 이 합금으로 만들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손전화 같은 정밀 전자 기기를 만들 때 쓰이는 이런 희소 금속들을 확보해 놓으려는 경쟁도 국가간에 치열하다고 소식을 전에 들은 것 같다.

은만 있는 게 아니라 수은도 있고, 금만 있는 게 아니라 백금도 있다는 게 흥미롭다. 백금과 은의 차이는 마치 여성 친구(female friend; 그냥 우정)와 여자 친구(girl friend; 애인-_-)의 차이인 것 같다. ^^;;

성경에는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동방 박사들이 그분께 바친 선물 세 종류 중에도 금이 있었다(마 2:11).
뭐니 뭐니 해도 황금 잔치가 벌어졌던 때는 솔로몬 왕 시절인데, 궁내 경비병들에게 지급된 방패의 재질이 금이었고 왕좌도 금이었으며, 왕이 사용하는 식기조차 다 금이었다! (왕상 10:14-22, 27)

은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마냥 흔해 빠졌고 아예  하찮은 것으로 여겨졌다니 믿어지는가? (왕상 10:27) 그때는 사실상 전세계의 모든 금이 예루살렘으로 몰렸다는 소리이다. 조금 상식이 있다면 불신자라도 666이라는 숫자가 아주 나쁜 의미로 성경에 나온다는 걸 알 텐데, 계시록에만 666이 있는 게 아니다. 1년 동안 솔로몬의 왕국으로 반입된 금의 무게가 666달란트(약 20~25톤)였다고 한다. 성경에서 666이 딱 두 번 이렇게 나온다는 게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다.

뭐 그래 봤자 금으로 도배를 해 놨던 성전과 각종 집기들은 이스라엘 민족이 망할 때 다 외적들에게 뺏겼다. 예수님은 헤롯 시절에 지어진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 안 남기고 다 무너질 것”이라고 예고하신 적이 있는데(마 24:2), 이것은 유대인들의 민족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이요, 마치 “제아무리 불침선 타이타닉이라고 해도 처녀 항해 때 싹 침몰해 버릴 것이다” 같은 메가톤급 예언이었다.
하지만 예언은 그대로 적중. 왜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 안 넘기고 무너졌는가 하면, 탐욕스러운 적군들이 금을 추출하려고 돌을 하나하나 다 뒤지고 녹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말 ‘지못미 성전’이다.

그래도 안타까워하지 말자. 예수님께서 그 황금 잔치를 벌였던 솔로몬의 영광도 보잘것없다고 말씀하시며(마 6:29), 자신이 솔로몬보다도 더 큰 이(마 12:42)라고 소개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원 받은 크리스천이 하늘나라에서 살게 될 곳은 도시 전체가 맑은 유리 같은 순금일 테니 말이다(계 21:18).

이상, 4월의 마지막 블로그 포스트였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4/30 21:35 2010/04/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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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NT 커널과 9x 계열의 통합을 야심차게 기획했던 운영체제이다.
하지만 윈도우 디렉터리의 이름은 여전히 Windows가 아닌 WinNT였고, 특이하게도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 자취(trail)를 남기는 기능이 없었다. 9x 계열은 말할 것도 없고 구닥다리 윈도우 3.1조차 갖추고 있는 기능인데 NT에서만 원래 없었던가? 물론 XP부터는 이 기능이 있다.
탐색기에서 wav/mp3을 클릭 후 바로 재생이 가능하던 유일한 운영체제이다.

그리고 2000부터 GUI의 표준 색상이 약간 바뀌었다. 그저 RGB(192,192,192)이던 회색은 살짝 더 누르스름하게 바뀌고, 파랑은 좀더 어둡고 군청색에 가깝게 바뀌었다.
그런데 유독 윈도우 2000만.. 스타크래프트 같은 256색 전체 화면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그 파란색이 예전의 덜 어두운 색으로 돌아가는 신경 쓰이는 버그가 있었다. 이 역시 ME라든가 XP 이후부터는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윈도우 2000만의 문제. 후대의 추가 최신 업데이트까지 다 받으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아무튼 SP4까지 가도록 이 문제는 고쳐지지 않았다. 2000만의 고질병으로 기록될 듯.

(이해를 돕기 위해 스크린샷을 첨부하자면, '위'가 '아래'로 바뀐다는 뜻이다. RGB(10,36,106)이 RGB(0,0,128)로 변경. 본인에게는 정말 바로 티가 나고 아주 거슬리는 버그였던 반면, 저 버그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다. 윈도우 2000 쓰면서 스타도 띄워 본 적 없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XP

1. 유저 인터페이스가 파격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보니 초창기 SP0은 별 특이한 버그가 많았다.
스트링을 내장하고 있지 않은 리스트박스나 콤보박스는 LB_ADDSTRING 내지 CB_ADDSTRING 메시지로 아이템을 추가할 때 당연히 string을 NULL로 지정해도 괜찮은데, 새로운 비주얼 스타일(테마)이 적용된 컨트롤은 저렇게 하면 프로그램이 죽는 어이없는 버그가 있었다. -_-;; (비주얼 스타일 없는 옛날 컨트롤은 문제 없음)

95부터 2000/ME까지 아무 탈 없던 코드가 유독 XP에서만 문제를 일으킨 것. 과거 <날개셋> 한글 입력기 2~3.x 시절에 윈도우 XP (sp0)에서 일부 제어판 UI가 뻗던 문제는 이 문제 때문이었다. 매우 황당한 버그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SP1에서 곧바로 고쳐졌다.

2. XP부터는 응답이 없이 죽은 윈도우는 대책 없이 배째라 있는 게 아니라, 최소한 창의 이동과 강제 닫기는 가능한 일명 고스트 윈도우를 그 프로그램의 원래 윈도우를 대체하여 잠시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됐다. 그래, 만든 취지는 좋다.

그런데.. 최대화되어 있던 프로그램 창이 한동안 응답이 없어서 고스트 윈도우가 됐다가... 다시 돌아와서 깨어나면,
그 창의 최대화 이전의 위치와 크기가 사라지고 창의 최대화를 해제해도 창 크기 자체가 최대화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남는 버그가 있었다. -_-
이 문제 역시 SP1을 전후한 시기에 고쳐졌다.

3. SP0은 무선 인터넷을 좀 하다 보면 lsass던가 뭐가 이상한 시스템 프로그램이 문제를 일으켜서 1분간 초 단위로 카운트다운을 한 후 운영체제가 재부팅되는 현상도 있었다. -_-;;
갑자기 그런 게 떠서 놀랐고, SP1만 설치해도 그 문제가 없어지는 것을 보고는 더 놀랐다. 도대체 SP0에서는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XP에서 시스템 차원에서 첫 도입된 TSF와 관련된 문제(ctfmon) 등 여러 버그를 찾아낸 듯하던데(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게 '고급 텍스트 서비스 사용 안 함' ^^), 본인은 그런 건 모르겠고 저 세 가지 버그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SP2는 저런 사소한 버그 해결 수준이 아니라 보안 관련 기능 추가가 즐비해서 단순 서비스 팩 같지가 않고,
SP3은 제대로 쓸 일도 없이 그 즈음에 비스타로 갈아타게 돼서 잘 모르겠다. SP2 정도만 해도 사실 상당히 안정화가 돼 있으니까.

※ 비스타

굉장히 오랜만에 출시된 만큼 엄청나게 높아진 사양, 그리고 디폴트로 적용돼 있는 UAC (사용자 계정 컨트롤) 때문에 뭇매도 많이 맞았다. 하지만 비스타는 객관적으로 상당히 잘 만든 OS이며, 7에 비해서 그 정도로 평가절하될 품질은 결코 아니다. 윈도우 98이 단순히 95+IE4가 결코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본인은 language bar (TSF 도구모음줄, 입력 상태 표시줄)를 task bar(작업 표시줄) 내부에 포함(embed, minimize)시키는 게 아니라 바탕화면에 동동 띄워 놓고 지낸다.
그런데 유일하게 비스타에서만 구경한 버그로는.. 응용 프로그램을 좀 사용하다 보면 이 language bar가 사라져 버리고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한글 입력도 안 되는 것.
내 컴만 그런가.. 왜 그런지 좀 성가시고 불편했다. 윈도우 시스템 디렉터리로 가서 ctfmon.exe를 재실행하면 사라졌던 language bar가 살아났다.

이것도 요즘은 구경을 안 하는 걸 보니, 다행히 서비스 팩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고쳐진 것 같다.
엑셀 2007에서 유명하던 65535 곱셈 버그가 생각난다.
예전에 MS의 정책은 SP n은 SP n-1을 다 포함하는 형태였던지라, 최신 서비스 팩 하나만 갖고 있으면 됐다. 비주얼 C++ 6이라든가 윈도우 NT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설치 후 최신 SP인 SP6만 깔면 끝이었던 것.

그런데 윈도우 비스타부터는 SP2를 깔려면 먼저 SP1부터 깔아야 한다. 매번 꽤 오래 시스템 파일 고치고 재부팅하고.. 불편하더라.
그래도.. 본인은 보안 업데이트는 귀찮아하는 편이지만, 서비스 팩은 그때 그때 깔 필요가 있다는 걸 체험 중. 왜냐하면 내가 현실적으로 직접 겪는 버그가 서비스 팩을 통해 곧장 해결된 경우를 꽤 자주 겪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비주얼 스튜디오 2010을 설치하려면 비스타조차도 SP1 이상이 필요하다.

아 그리고.. 윈도우 비스타 SP0은 인증 기간이 끝나면 대놓고 작동이 완전히 맘춰 버리는 유일한 운영체제이기도 했다. 기능 제한 모드가 되어, 인증을 받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웹브라우저 하나만 달랑 뜨고 다른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항의가 빗발쳤는지 SP1부터는 바로 사라지고 이는 후속작인 윈도우 7도 마찬가지. 화면이 주기적으로 까맣게 변하고 '이 제품은 정품이 아닙니다' 자막만 뜰 뿐, 동작 자체는 한다.

※ 7

콘솔에서, 한글을 조합 중이다가 비조합 문자를 “IME 차원에서” 삽입하면 조합 중이던 문자가 덧나는 버그가 있다. 이건 <날개셋> 문제가 아니라 MS IME에서도 나타나는 운영체제의 버그이다.
가령, "다"를 조합 중에 마침표를 누르면 "다."가 아니라 "다다."가 되는 것.

MS IME의 경우 두벌식일 때는 발생하지 않는다. 두벌식은 A~Z 사이에 배당된 한글 글쇠만 IME 차원에서 삽입하고 여타 숫자나 기호는 영문 자판과 동일한 방식으로 별다른 터치 없이 응용 프로그램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과거에 포트리스 space 버그를 비롯해서 MS IME가 유독 세벌식 자판에서만 발생하는 버그가 심심찮게 발견됐던 이유는 이런 동작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세벌식은 아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보니 버그 발견이나 수정도 금방 금방 되지 않을 것이고.. -_-

이제 문자 입력 쪽 기능은 비스타 이후로 좀 안정화가 돼 있길 바랐건만, 또 뭘 건드려서 저런 버그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SP1에서라도 당장 고쳐져 있길 기대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27 12:51 2010/04/2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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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날, 과학 노래

1. 과학 하는 마음으로 능률 있게 일하고
사람마다 손에 손에 한 가지씩 기술 익혀
부지런한 하루하루 소복소복 부는 살림
세상에 으뜸 가는 복된 나라 이루세

2. 과학으로 이치 찾아 새로운 것 발명하고
겨레의 슬기 모아 산업 크게 일으켜서
천 불 소득 백 억 수출 무럭무럭 크는 국력
세상에 으뜸 가는 힘 센 나라 이루세

3. 과학 하는 국민으로 기술 가진 국민으로
살림살이 늘려 가고 산업 크게 일으키면
나라의 힘 용솟음쳐 다가오는 평화 통일
세상에 으뜸 가는 민족 중흥 이루세


이 노래 아시는 분?
1970년대에 제정된 과학의 (날) 노래이다.
정말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만만찮게 그 시절 냄새가 아주 노골적으로 난다.

(박 정희는 교사 출신이고 음악· 미술 같은 예능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새마을 노래>-_-는 누구 대필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진짜로 스스로 작사· 작곡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3절의 '민족 중흥' 하면 생각나는 거 없는지?
국민 교육 헌장에서 말고는 요즘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단어인데, 그때 '그분'이 저 표현을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국민 소득 1천 달러, 수출 100억 달러' 이런 가사는 정말, 철도의 노래로 치면 '지축을 흔드는 우렁찬 소리' 급의 옛날 추억이 돼 있다.

4월 19일은 우리나라에서 4 19 혁명일일 뿐만 아니라 찰스 다윈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다른 훌륭한 과학자도 많은데 왜 하필 다윈이야.. -_-)
우리나라에서 과학의 날은 일제 강점기이던 1934년에 다윈의 기일을 기려 처음 시작됐다.
소파 방 정환 선생이 제정한 어린이날보다 약 10년 정도 늦게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가 과학 기술처가 발족된 4월 21일을 기려, 1968년부터 과학의 날이 재제정되었다. 참고로 국민 교육 헌장은 1968년 12월에 공표되었다.

본인은 저런 노래를 어떻게 아냐고?
엄청 어렸을 때 옛날 국민(초등)학교 음악 테이프에서 들었던 노래들은, 죽을 때까지 안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있어서이다. 머릿속 시스템 디렉터리에 known DLL로 등록됐다. ㅋㅋㅋㅋ
딱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이미 '읍니다'는 '습니다'로 바뀌어 있었고 국민 교육 헌장도 다 삭제되었지만, 그렇게 바뀌기 전의 교과서들을 본 기억은 있다. 정말 엄청난 옛날이 됐다.

본인은 딱히 수꼴 성향이거나 박통교-_- 신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이공계 과학 기술자가 "지금보다야" 정말 대접 받았으며, 긍지를 갖고서 마음껏 국가를 위해 일하던 시절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반면 지금은? 현직 과학자들부터가 "내 자식 새끼는 절대로 이공계에 진학 안 시킬 거다" 그러는 시절이지 않은가!

  "그 어려운 살림에서도 박대통령은 과학 기술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틈만 나면 과학기술자들 곁을 찾았다. 과로로 숨진 과학자들도 여러 명이나 됐다. 대전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에는 그가 며칠씩 머물던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은 과학기술에 대한 그의 일선 지휘소였다. 그러나 그가 가고 난 지금까지 그 방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머지 대통령들에겐 입으로만 과학이 중요했다."

아무리 지 만원 박사의 정치 성향이 싫다 하더라도 위의 내용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국방 과학 연구소는 정말 사기에 가까운 업적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지키고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작년에도 과로로 순직한 분이 있었다!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을 때는 의료· 법조· 금융 같은 제로썸 산업 종사자가 아니라, 기술자가 늘 대접을 받았다.

  또 예루살렘에서 솜씨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계(engine)들을 만들게 하여 망대와 보루 위에 두고 그것들로 화살과 큰 돌을 쏘게 하였더라. 그의 이름이 멀리 퍼졌으니 그가 놀랍게 도움을 받아 마침내 강하게 되었더라. (대하 26:15)

성경에서 역대기하 26장의 웃시야 왕의 업적을 읽어보면 정말 우리나라가 농업 개량을 하고 경제 개발하고 국방을 강화하던 1960~70년대 시절이 오버랩된다. 웃시야 왕은 교만으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도 박통과 일치하는 것 같다.

본인은 요즘 우리나라가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부 격차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성토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럼 이 땅에 중산층이 생기긴 언제 생겼냐고 말이다.
과학과 관련된 노래로 옛날에 드라마 카이스트 주제가가 생각나고, 대전 엑스포 주제가도 생각난다. 코리아나는 영 건전 가요 컨셉인 것 같다. 88 올림픽 주제가에 비해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후자의 가사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푸른 산들은 우리에게 말하네 고운 햇살 뿌려 달라고
이제 모두가 슬기로운 손길로 밝은 내일 꾸며 가 보자
아름다운 마음 마음 모여서 사랑으로 보살펴 주면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네 그 날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서 끊임없이 달려 가 보자
하루하루가 다시 열릴 때마다 놀랄 일이 너무도 많아
우주 안에 감추어진 비밀을 차근차근 벗겨 가 보면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네 그 날은

그 날은 찾아오리라 그 날은 찾아오리라
미래의 물결 속에서 그 날은 찾아오리라 그 날은, 그 날은

Posted by 사무엘

2010/04/23 22:47 2010/04/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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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안 지홍 씨

앞의 글을 쓰면서 인터넷 서핑으로 자료를 찾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여 추가로 글을 남긴다.

무려 라틴어 가사 코러스가 나오는 MBC 드라마 <제 5공화국>의 주제가는 안 지홍 씨가 작곡했다. 그럼 작사는? 유명한 다른 문학 작품 구절에서 따오거나 설마 라틴어로 직접 작사를?? ㅎㄷㄷㄷ
게다가 이 사람은 1995년에 방영했던 <제 4공화국>의 주제가도 작곡하고 1993년의 <제 3공화국> 주제가도 작곡했다! 현대사 정치 드라마 OST 작곡엔 아주 이골이 난 사람이구나! 모두 MBC 드라마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제 5공화국> OST 도입부 멜로디를 대충 채보한 것이다. 한국어 몬데그린 가사와 함께. ^^;; Looking for You와 비슷한 상당히 빠른 템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이 <제 4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템포는 5공화국보다 훨씬 느리지만, 도입부가 끝난 뒤에 바로 높은 라(A)음의 높은 괴성이 나오고 나중엔 클라이막스를 거친 후 ‘전땡!’ 같은 함성으로 끝난다는 점. 그리고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언어 가사의 장엄한 코러스라는 점은 두 곡이 매우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드라마는 10년에 달하는 긴 시간 간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OST는 동일 작곡자의 작품일 거라고 개인적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사실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제 3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가사는 없다. OST가 흘러나올 때 시꺼먼 배경으로 각종 정치인들의 진흙/금속 인형 형상이 쫙 나왔다가 사라졌는데, 이 모습이 어렸을 때 보기엔 꽤 섬뜩하고 무서웠다.
모든 악보는 본인이 그냥 기억에 의지해서 야메로 집어넣은 것임을 밝힌다.

안 지홍 씨가 누군지는 처음 듣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기념비적인 과업은 바로..

1994년 여름, 당시 최고의 납량특집 드라마로 오늘날까지도 불멸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의학 스릴러 M의 주제가 역시 이 사람이 작사· 작곡을 했다는 사실!
제목은.. <나는 널 몰라>이다.

내 영혼이 아파오네
세월은 고독을 고독은 침묵을 침묵은 미움을 기다리고 있는 걸
(이건 무슨 롬 5:3-4 같은 점층법도 아니고 뭐야..)
모르고서 시간은 흘러가네
침묵 속에 쌓여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들리지 않아
어둠 속에 숨어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보이지 않아
나는 널 몰라 (네가 누군지, 네가 무언지, 네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몰라~~!!

M은 낙태를 소재로 하여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이지 않던가? 아래의 성경 구절을 염두에 두고 저 노래 가사를 곱씹어 보라. 섬뜩하다. 직접 들어 본 사람만이 그 전율스러움을 안다.

영의 길이 무엇인지 또 아이 밴 여자의 태 속에서 뼈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네가 알지 못하는 것 같이 모든 것을 만드시는 하나님의 일들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 (전 11:5)

TV에서 방영될 때는 시간 관계상 1절만 나왔지만 정식 노래는 1절+간주+2절이 있었다. 간주 때는 M 특유의 변조된 악마 목소리와 으헤헤헤헤헤’ 흉악한 웃음소리까지 곁들어져, 공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서 태지 음반에 사탄의 메시지가 백워드 마스킹으로 녹음돼 있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던 시절이었을 텐데?

자, <제 n공화국>과 M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어김없이 단조이다.
안 지홍 씨는 뭔가 장엄한 한편으로 쓸쓸하고 암울한 느낌이 나는 OST 제작에는 정말 탁월한 재능이 있는 분 같다.
M 얘기까지 나왔으니 그런 의미에서 짤방 하나 첨가하는 걸로 글을 맺겠다.

‘착시’라고 치면 어김없이 나오는 그림이다. 언뜻 보기로는 그냥 아리따운 아가씨의 초상화인데,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OME (Oh my eye!) 공포물로 바뀐다고 함. 본인은 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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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04/13 17:14 2010/04/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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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귀의 착시

※ 모호한 그림

사람의 두뇌는 눈과 귀로부터 오는 정보를 토대로 3차원 공간을 구성해 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귀는 소리를 들을 뿐만 아니라 두 귀를 통해 이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나는지도 감지할 수 있으며,
눈 역시 두 눈으로부터 정교하게 합성된 영상을 통해 사물의 원근을 직감하고, 이를 토대로 평면 이미지로부터 3차원 공간을 인지하게 된다.

그런데 평상시에 그렇게 2차원 영상으로부터 3차원 공간을 재구성해 낼 때 쓰이는 고정 관념을 교란함으로써 온갖 착시를 만들 수 있다. 멀쩡하게 곧은 선을 휘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고, 똑같은 물체의 크기를 서로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원근이라는 것은 크기의 변화뿐만 아니라 색깔의 변화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색을 교란해서 동일한 두 색을 서로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것보다 좀더 상위 계층으로 가서, 머리가 사물이나 글자를 인식하는 방식까지 교란이 가능하다. 이런 것들. 본인은 처음엔 '중의적인 그림'이라고 검색했는데 도무지 검색이 안 되었다. 역시 '착시'라고 찾아야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착시라기보다는 중의적인 그림의 예로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젊은 여성이 옆을 응시하는 모습일까, 아니면 주걱턱 노파가 전방을 주시하는 모습일까? ㅋ

※ 모호한 소리 (몬데그린)

눈에 이어 귀를 교란시켜 보자. 몬데그린이란, 인간의 정상적인 언어가 다른 언어의 환청-_-으로 둔갑하여 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간단한 예로, 군대에서는 군가도 워낙 야메로 배우다 보니 가사를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다. "조국의 방패들이다"를 "조국의 깡패들이다"로 알아듣는다거나...
본인이 아는 대표적인 몬데그린으로는,

첫째, 일명 식섭송. 원조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어느 영어 팝송이다. 한국어 환청-_- 내용의 context를 제공하기 위해 어느 남성 나레이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곁들여 주는데, 이게 진짜 배 짼다. 유행한 지 벌써 10년도 더 됐지만, 그 당시 PC 통신에서 이걸 처음으로 들은 사람들은 정말 눈물 흘리면서 웃었다.
"안 불렀어(I met a man) 난 배 안 불렀어 식섭아(six feet tall) 그럼 못 써(full of muscles) ... 잊을 수 없는(he just smiled and) 개미와(gave me a) 배추만의 샌드위치"

둘째,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독일 해군 군가로 알려진 노래.
"빨간 펜 파란 펜 뭘 바래야? 빨간 펜 야광펜 팔고 있다 ... 아는 게 힘 모르는 게 힘"
건장한 군인들이 아주 씩씩하게 필기구 판촉 활동-_-을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작렬하지 않을 수 없다. ^^

셋째, 몇 년 전 히트 쳤던 <제 5공화국>이라는 드라마의 주제가.
"공익이 공익이 포쓰를 20번이나 혼자 다 해. 개XX XX 워 오예~ ... 전땡!"
드라마 주제가라는 특성상, 몬데그린 자막이 삽입된 동영상이 나돌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가사도 뭔가 주인공을 패러디한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래도 당사자는 장군-_- 출신이지, 4급 공익 나부랭이는 아니다. ^^;;

정말 영락없이 한국어와 똑같이 들린다. 하지만 원래 언어는... 무려 라틴어.
원래 가사는 "비록 사람은, 사람은 (불의의) 역사를 용서(망각? 묵인? 은폐?)할지언정, 신은 그리하지 않을 것이다. 신이라면, 신이라면!" 이라는 굉장히 의미심장하고 섬뜩한 의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3 09:21 2010/04/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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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쪽 잡설

1.
요즘 스마트폰 프로그램 개발 플랫폼:
- 안드로이드: 자바
- 아이폰: 오브젝티브 C
- 윈도우 모바일: C/C++
아주 언어까지 가지각색 제각각이네. =_=;;;
생각해 보면 각각 데스크톱 PC에서 리눅스, 맥OS, 윈도우 진영이 그대로 형태만 바뀐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런 기기 프로그램 개발하는 회사들.. 특히 문자 입력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고역이라고 한다.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분야인지라,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도 플랫폼별로 프로그래머를 따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2.
64비트 윈도우에는 32비트 모듈과 64비트 모듈이 서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시스템 디렉터리가 둘 존재한다.
그런데, SysWOW64는 32비트 dll이 들어있는 곳이고, system32가 64비트 dll이 들어있는 곳이다. 헷갈리지 말자.
이름에 들어있는 숫자하고 실제 숫자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

3.
윈도우 7은 비스타와 비슷한 기술 계층 위에서 UI가 굉장히 세련되게 많이 바뀌어서 호평 받고 있다. 그 중엔 창을 화면 한구석으로 끌면 자동으로 창을 최대화하거나 좌우 반쪽을 꽉 채우게 바꾸는 기능이 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건 편리한 기능이긴 한데, 그래도 정말로 창을 그렇게 구석으로 살짝 치우기만 하고 싶고 최대화를 시키고 싶지는 않을 때는 어떡하는지가 좀 의아하다.
툴바를 도킹할 때처럼 ctrl 키를 누르고 있으면 채우지 않게 한다거나 하는 기능이 필요하지 않을까?

4.
윈도우 7 얼터밋 같은 상위 에디션에는 윈도우 XP 가상 머신이 추가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히 VMware 같은 가상 머신 유틸이 추가된 게 아니라 아예 윈도우 XP 모드로 웹브라우저를 다른 7 응용 프로그램들과 동일한 위상으로 돌려 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XP 가상화 모드로 실행된 IE는 Aero 적용도 받지 않고, XP 스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다루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게 XP 가상화 모드로 실행된 프로그램의 윈도우의 클래스 이름이 RAIL_WINDOW이다. rail이 난간, 울타리라는 뜻이 있으니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전에도 글로 썼듯이, 본인은 집이나 회사에서나 온통 비스타밖에 안 쓴다.
하지만 바깥에서는 차라리 XP를 쓰면 썼지 비스타 구경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져 있다. 온통 7 쓰니까. ^^;;

5.
본인은 초딩· 중딩이던 시절엔 제발 더 좋은 컴퓨터 좀 장만해 달라고 부모님을 진짜, 엄청 속 썩였는데
이제는 정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이쪽으로는 무덤덤해져 버렸다.
그때야 XT, AT, 386, 486.. 컴의 성능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수록 당장 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의 스케일이 극단적으로 달라지고 그야말로 천지개벽의 변화가 있었던 반면,

이제는 어지간한 넷북 수준의 컴퓨터에서도 비주얼 스튜디오 깔아서 프로그램 개발하는 덴 별 지장이 없으니,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별로 안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명색이 IT 업계 종사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서 본인은 우리 회사에서 최고령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 자동차로 치면 아직까지 포니, 스텔라, 엑셀 같은 차를 몰고 있는 것이다.

튼튼하고 배터리 오래 가고 통화· 문자만 되면 된다. 잃어버리거나 고장나지 않는 이상 도무지 전화기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본인에게는 인터넷이 되는 작은 전화기보다, 인터넷 안 되더라도 정상적인 타이핑이 가능한 휴대용 컴퓨터가 훨씬 더 필요하다.
오히려 부모님이 나보고 폰 좀 바꾸라고 성화일 정도이니 세상이 과연 극과 극으로 바뀌었다. ^^;;

그나저나 20~30년 전에 비해 다른 모든 분야의 물가는 2배~3배 가까이 뛴 반면(버스비, 라면· 우유값, 자장면 값 따위를 생각해 보라), 컴퓨터는 성능이 그야말로 넘사벽 충공깽 급으로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십만~100수십만 원..;; 보편적인 물가를 역행해도 한참 역행하고 있다.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5 09:28 2010/04/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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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샵 프로

Paint Shop Pro!
윈도우 환경에서는 포토샵과 더불어 2D 그래픽 툴의 양대 산맥이었으며, 본인은 윈도우 3.1+PC 통신 시절부터 10년이 넘게 애용해 왔기 때문에 굉장한 애착을 지니고 있는 그래픽 툴이다. 포토샵은 맥 플랫폼이 주류이고 윈도우용으로는 나중에 포팅된 반면, PSP는 순수 윈도우용이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보급 그림판은 워낙 기능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에, ‘싸제’ 그래픽 프로그램은 사실상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SP는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단순 파워 유저 내지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필요한 그래픽 기능이 정말 쓰기 쉽게 잘 갖춰져 있었다. 가령,

1. 일단 단색부터 24비트 색까지 모든 유형의 이미지를 다룰 수 있으며 다양한 디더링 알고리즘 지원
2. 기계적인 이미지 조작: 화면 캡처, 다양한 파일 포맷 변환, 특정 픽셀의 RGB 값 확인
3. 편집: 확대/축소, 자르기(crop), 임의의 모양의 selection 만들고 selection 자체를 저장하거나 합치기
4. blur, 색상 보정 등 디지털 카메라 사진 보정과 관련된 필터들

5. 거기에다 옵션으로 알파 채널을 지원하는 레이어와 간단한 벡터 드로잉 기능
6. 자매품인 Animation Shop Pro를 이용하면 애니메이션 GIF 다루는 것도 OK
7. 옛날에 운영체제가 자체 제공하는 이미지 관리 기능이 매우 빈약하던 시절엔, PSP 특유의 Browse 기능도 전매 특허였음.

본인이 2D 그래픽 툴로 하는 작업은 뻔하기 때문에, 딱 저것만 있으면 다른 프로그램이 도무지 필요하지가 않았다. PSP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RGB 픽셀만 있으면 되지 포토샵처럼 인쇄와 관련된 개념은 필요하지 않으며, 고급 드로잉 기능도 그리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구동 시간이 꽤 길고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드는 포토샵과는 달리 PSP는 가볍다는 점도 무척 좋았다.

요즘은 PSP의 대안으로 공개 소프트웨어인 Paint .NET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로 안다. 갈아타려고 써 보긴 했는데 역시 PSP 단축키에 손에 완전히 익어 버려서 적응이 안 된다. 엄청 옛날에 개발이 중단된 WinM 대신 NexusFile도 써 보려 했지만, 여전히 교체를 못 하고 있다. 이거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몇몇 주요 단축키의 대체 기능을 못 찾았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세벌식이 아무리 좋아도 이미 익숙한 두벌식 때문에 못 바꾸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까?

과거 도스 시절엔 256컬러 그래픽 개발용 툴로는 딜럭스 페인트가 지존의 강자였다. ^^;; 그랬는데 요즘은 2D 그래픽은 무조건 포토샵, 3D는 3DS MAX인 것 같다. 심지어 아이콘조차 이제는 포토샵으로 만들어야 하지 프로그래머가 16컬러로 급조해서 만들 수 있던 시대는 옛날에 지났다. 본인도 그래픽을 조금은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그저 희망 사항일 뿐. 남이 만들어 놓은 걸 어설프게 리터칭만 가능하다. =_=

윈도우 그림판도 MDI 지원 같은 건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1, 2, 4번 정도는 불편 없이 갖춰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스 시절에 아래아한글은 GIF 파일을 렌더링하는 속도도 여타 포맷보다 굉장히 느렸으며, JPG는 다른 그래픽 포맷보다 처리하기가 월등히 힘들었던 관계로 386 이상급의 컴퓨터에서 전용 뷰어로나 볼 수 있었다. 사실, 컴퓨터에서 사진 이미지를 얻는 방법 자체도 옛날에는 스캐너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누구나 이미지 파일과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끝으로...
컴퓨터에서 그래픽 작업도 텍스트 에디팅 만만찮게 반복과 노가다가 엄청 많을 텐데, 고급 툴에는 매크로 내지 스크립트 기능이 없을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키매크로뿐만 아니라, 편집 중인 이미지를 거대한 2*2 배열로 접근하여 임의의 알고리즘에 의한 이미지 변형이 가능하고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각종 필터 기능을 API를 통해 호출 가능한 수준 말이다. 그래, PSP에도 딱 하나 저것만 있으면 정말 더 바랄 게 없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7 21:23 2010/03/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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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엑셀에는 셀 안에다 긴 텍스트를 집어넣은 후, ‘자동 줄 바꿈(wrap text)’을 적용하여 내용이 여러 줄에 걸쳐서 출력되게 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이 기능은 굉장히 괴상하게 구현되어 있다. 엑셀이 제공하는 ‘자동 줄 바꿈’ 기능은 위지윅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문서의 확대 배율만 바꿔도(셀이나 문서의 폭, 심지어 프로그램 창 크기도 아니고) wrap 결과가 뒤죽박죽으로 바뀌고, 화면으로 보는 결과와 인쇄 결과도 당연히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화면상으로는 3줄로 wrapping이 됐는데 인쇄해 보니 문장이 2줄에 다 들어가서 마지막 한 줄은 텅 비기도 하고, 화면상으로는 딱 맞는 크기였는데 인쇄하니까 칸이 부족하여 숫자가 ####로 바뀌어 출력되기도 한다. 엑셀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분이라면 이런 특성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건 워드 프로세서라면 상상도 못 할 현상일 텐데, 왜 이런 것일까?

엑셀은 잘 알다시피 표 형태의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워드 프로세서처럼 소숫점 단위로 위지윅을 보장하면서 정확한 페이지 정돈과 문단 정렬에 최적화되지는 않은 듯하다. 성능상의 이유로 인해 그냥 정수 픽셀 단위로 줄을 wrap하니, 화면 배율만 바꿔도 문단 정렬 결과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글자 크기뿐만 아니라 셀의 크기까지 동일한 비율로 바뀌는데도 말이다.


2.
플래시 메모리 스틱으로 전파/감염되는 악성 코드는 정말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카드는 아니고.. 플래시 메모리는 말이 좀 길고, 그렇다고 USB라고 부르는 건 너무 심했고-_-.. 적당한 말이 없어서 고민인데,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그냥 스틱이라고 부르겠다.)

내 스틱을 남 컴퓨터에다 꽂았다가 다시 갖고 오니 루트 디렉터리에 지저분한 dll, bat-_- 파일이 묻어 있다거나, 남의 스틱을 내 컴에다 꽂아서 파일을 보니 역시 괴파일이 숨김 속성으로 들어있다.
당연히, 내 스틱을 내 컴퓨터들끼리만 쓰면 그런 현상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니어서.. 도대체 악성 코드에 감염된 컴퓨터가 얼마나 되는지 감을 못 잡겠다.

저게 어떻게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떻게 나의 동의도 없이, 악성 코드에 감염된 컴에다 내 스틱을 꽂았다는 이유만으로 루트 디렉터리에 저런 파일들이 복사될 수 있을까?
옛날에도 글로 썼지만 본인은 컴퓨터 보안에 관한 한, 굉장한 안전 불감증의 소유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고가 안 났지만, 사고가 났을 때의 대처 능력 역시 검증된 적이 없는 일본 신칸센과 같은 상태이다. 이러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나..;;

구글이라든가 크롬 웹브라우저가 특히 국내 포털 사이트 내부에 대해서 "이 사이트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경고 내는 것도 굉장히 귀찮아하고 싫어한다. 잘만 드나들고 지냈으며, 그러고 나서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양치기 소년 같은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첨부 파일, ActiveX 설치 절대 안 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뭐가 안전하지 않다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생활 안전을 소재로 무슨 '에듀테인먼트' TV 프로가 있다.
헬멧을 썼을 때와 안 썼을 때 사람이 다치는 정도의 차이를 비롯해, 음식을 태운 냄비를 물로 식혀서는 안 되는 이유 등을 생생한 실험으로 보여주는데,
그것처럼 보안/업데이트를 전혀 하지 않은 컴퓨터가 어떻게 뚫리고 어떻게 악성 코드에 감염되는지 그런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 TV 프로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도무지 실감이 안 간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3 10:15 2010/03/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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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어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 덕분에 플로피 디스크는 오늘날 PC 환경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용량 캐부족하고, 느리고 에러율 높고.. 미래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왜 A가 아닌 C부터 시작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세대도 분명 등장하지 싶습니다.
아이오메가 ZIP 드라이브처럼 플로피를 대체하는 보조 기억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편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USB 메모리가 급속도로 널리 퍼졌지요. 윈도우 2000/ME급부터는 별도의 드라이버를 전혀 설치하지 않아도 이제 운영체제가 알아서 인식도 해 줍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지만, 그래도 플로피 디스크는 컴퓨터로부터 정보를 읽고 쓰는 그릇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최초의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각종 응용 프로그램에서 '저장' 아이콘은 아직도 3.5인치 디스켓 그림이 단골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저장이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메타포어가 된 것입니다. 마치, 화장실 같은 데서 남녀를 구분하는 단골 아이콘이 치마 모양이 된 것과도 같습니다.
USB 플래시 메모리가 처음부터 개발되어 쓰였다면 아이콘 모양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철도 차량은 어떤가요?
여러 객차를 한데 연결해서 쇠로 된 레일 위를 달리는 이 교통수단에 대한 메타포어는 단연코, 연기를 뿜고 달리는 증기 기관차입니다. 기차라는 한자어 자체가 증기 기관차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 그리고 철길 건널목 주의 표지판의 그림... 모두 증기 기관차의 특성이 그대로 철도 차량 자체의 상징으로 발전해 버린 예입니다. 요즘 디젤 기관차는 그 정도로 연기를 뿜지도 않으며, 심지어 전기 기관차는 칙칙폭폭은커녕 지멘스 옥타브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달리기도 하지 않습니까?

어떤 새로운 개념이 첫 등장하면, 무엇이든 그 새로운 개념이 최초로 사람들에게 구체화, 현실화한 그 형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가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2 15:05 2010/03/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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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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