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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995-6년 사이는 PC 게임 환경의 역사상 굉장히 의미심장한 과도기였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이 도스에서 윈도우로 넘어가고 있었고, 그래픽 역시 VGA 320*200 256색 모드를 탈피하여 2D 게임을 기점으로 고해상도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래픽 가속기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고, 비록 아직 듣보잡 지위이긴 하나 DirectX란 것도 그때 개발되어 나왔다. 빌 게이츠는 윈도우 95를 게임용 엔터테이먼트 플랫폼으로 만들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중이었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저장 매체도 CD롬이 슬슬 플로피 디스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당시 게임은 650MB 공간을 꽉 채울 정도로 대용량은 아니었다. 97~98년 사이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도 음악과 동영상을 제외한 립버전이 200MB 안팎이었고, 윈도우 95 역시 실제 운영체제 파일 용량은 100MB도 채 하지 않던 시절이다.

이때 몇몇 게임은 CD롬을 아주 재미있게 활용했다. 디스크를 오디오 CD 겸 CD롬 겸용으로 만들어서 파일은 50-100MB 정도의 공간만 차지하고, 나머지 공간에다가는 게임 배경 음악을 집어넣은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퀘이크 1이다. 옛날에 무슨 팝송 영어 교재 CD도 그렇게 겸용 형태였다. 공간 활용을 잘 한 경우라 하겠다.

게임 내부에서 사용하는 음악을 일반 CD 플레이어로 간단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노출한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굉장히 기발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때는 그 CD를 정품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비록 가상 CD 기술 때문에 완전히 무력화됐지만 말이다.

그 당시에 오디오 CD는 CPU와는 완전히 별도로 동작했기 때문에 CPU에 부담을 전혀 주지 않았다. 요즘이야 MP3 틀어 놓고 온라인 게임도 마음대로 할 정도로 하드웨어 환경이 좋지만, 486이나 펜티엄급 컴퓨터만 해도 MP3 하나 트는 것만으로 CPU 사용률이 10~20% 정도 치솟던 시절이었다.

미디보다 음질 좋지, CD롬의 남는 용량을 활용하지, CPU 부담 안 주지, 40분 남짓한 정도의 시간이면 게임 사운드 트랙을 모두 담는 데 별 무리도 없지(게임 음악은 은근히 짧으며, 나머지는 전부 반복이다. ^^), 허접하게나마 정품 체크도 간단히 할 수 있지..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은 온라인 게임 클라이언트가 최하 기가바이트급이다. 배경 음악은 미디도 아니고 그냥 내부적으로 mp3/wma/ogg 같은 걸 그대로 재상한다. 불과 15년 남짓 전인데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다니 참 격세지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0 17:53 2010/03/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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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압축 프로그램으로 7zip과 압축시대-_-를 써 보다가 다시 빵집으로 복귀했다.

빵집!
한창 알집이 불안정함, 버그, 황당한 독자 포맷 때문에 파워 유저들을 중심으로 까이고 있던 무렵에, 개인 명의로 순수 공개로 개발된 프로그램인지라 한동안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개발자의 개인 사정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버전업이 못 되고 있어서 차츰 사용자가 다시 줄고 있다.

하긴, 빵집이 나오기 전에 알집이 국내 압축 유틸리티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엎긴 했다. 알집이 없었으면 본인도 WinZIP이나 WinRAR 같은 것이나 어렵게 크랙판 구해서 썼을테니 말이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초보자의 관점에서는 압축 포맷 나부랭이를 떠나서 아무 포맷이나 원큐에 압축을 풀고 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원했을 것이고 알집은 수요 분석 하나는 잘 했다. (그보다 더 옛날엔, 아예 A, E, X 같은 옵션을 익혀서 온갖 어려운 명령행 유틸리티로 압축을 했으니 더욱 암울했다)

과거 WinZIP이 압축하기/풀기 마법사에다가 완벽한 쉘 통합(탐색기 우클릭)까지 환상적인 인터페이스 껍데기를 선보였다면, 알집은 ‘새 폴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빵집은 ‘알아서 풀기’, 복사해서 붙여넣기 등을 추가하여 더욱 편리한 기능을 제공했다. 요즘은 압축 프로그램이 액세서리로 심지어 CD 이미지 파일까지 열 수 있다. 압축 파일은 아니지만, 파일 시스템 정보를 포함한 아카이브 파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압축 프로그램에게 또 필요한 덕목이 생겼으니, 바로 64비트+유니코드 지원이다. 그야말로 필수가 됐다. 64비트 OS에서는 우클릭 메뉴가 안 나온다거나, 요즘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일본어로 된 영화 자막 파일의 압축을 못 푼다거나 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빵집은 안타깝게도 저게 되지 않는다. 시스템 코드 페이지가 한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프로그램 UI가 죄다 깨진다. 또한, 정확한 재연 조건을 잘 몰라서 빵집 잘못이라고 100% 단정은 못 내리지만, 빵 폴더 같은 쉘 통합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아주 가끔 explorer가 죽는 현상을 경험한다.
왜 빵집을 ‘의심’하는가 하면, 첫째, exception 상황을 알리는 에러 메시지 박스가 델파이로 개발된 프로그램이 죽었을 때 뜨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빵집이 설치되지 않은 컴에서는 그런 현상을 지금까지 전혀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본인도 빵집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타려고 대안을 찾아봤는데..
회사에서만은 도로 빵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유는 단 하나.
다른 모든 압축 프로그램들은 tar.gz 파일을 열면 내부의 tar 파일 하나만 달랑 보여주는 반면,
빵집은 사용자에게서 확인 질문을 받은 후 친절하게도 tar 내부까지 자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너무 편하다.

리눅스 환경에서 그냥 tar로 압축하여 백업한 파일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윈도우 환경에서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능보다도 저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고 꼭 필요한 기능인 것이다.

흠, 이런 건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개발자에게 건의를 해 봐야겠다. 본인은 특정 분야의 공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그 신고와 건의를 많이 듣는 편이지만, 본인도 역시 아주 가끔은 다른 소프트웨어에 대한 버그 신고와 건의도 직접 한다.

※ 덧.

윈도우 비스타나 7에서 Aero를 사용하고 있을 때 창을 최소화하면, 대부분의 표준 윈도우들은 작업 표시줄 쪽으로 멋있게 사그라든다.
하지만 경험상 델파이로 개발한 프로그램들은 아래로 멋있게 사그라들지 않고, 그냥 창을 닫을 때와 동일하게 그냥 fade-out으로 사라진다. AcroEdit라든가 WinM, 빵집 모두 마찬가지임. 뭔가 특별한 방식으로 윈도우를 다루는 것 같다.

그 반면 완전 자체 스킨을 사용하는 아래아한글이나 알집-_- 같은 프로그램은 그런 효과가 전혀 적용되지 않고 그냥 없어진다.
또한 비스타 이상에서 정상적인 실행이 보장되지 않는 비주얼 C++ 2003 같은 프로그램은, 최소화될 때 빈 창틀만 사그라들면서 다른 어느 프로그램과도 다른 이상한 애니메이션을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0 10:17 2010/03/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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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마천루 시대를 연 건물은 다름 아닌 ‘삼일 빌딩’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이 건물은 1960년대 말, 경부 고속도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완공되었으며,
15년 남짓 뒤에 63 빌딩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건물 높이는 약 110m에 달한다.
작명 원리는 63 빌딩과 동일하다. 이 건물은 31층이다. 하지만 삼일 빌딩은 31 빌딩이라고 쓰지 않으며, 63 빌딩은 육삼 빌딩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게 흥미롭다. 물론 63 빌딩은 지상은 60층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31일이라는 층수는 ‘삼일절’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며, 항일 의지를 담아서 의도적으로 이 층수대로 건물을 만들라고 당시 박 정희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술진이 나름 성공적으로 설계와 건설을 해 냈으며, 건물이 완공되자 시민들은 감탄하여 목이 빠지게 위를 쳐다보면서 층수를 세느라 정신없었다고 한다. 훗날 서울 지하철이 첫 개통했을 때 신기해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삼일 빌딩은 있는 곳도 지극히 서울스러운 도심 한복판이다. 그러니 서울의 상징으로 등극할 수밖에 없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며, 종각· 종로3가·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라는 네 전철역의 정확한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역, 서울 시청 등과 아주 가깝다. 꼭대기 층인 31층에는 뷔페식당이 있는데 창밖을 내려다보면 청와대도 보이고 동대문 두산 타워까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본인은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회사에서 병역 특례 근무를 한 적이 있는지라 이 건물에 더욱 애착이 간다. 위치 하나는 정말 끝내 준다. 청계천 길을 따라 자전거로도 출퇴근도 해 보고, 거기서 한글 회관까지도 자전거로 가 봤다.
이제 무려 40년을 묵은 건물이 됐지만 그리 낡은 티는 안 난다. 단 하나,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후지고 더구나 주행 모습이 위태로웠는데 2008년을 전후하여 다행히 새 걸로 교체되었다.
서울 금싸라기 한복판이라는 특성상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그럴 만도 하다-_-), 당시 회사가 구로나 DMC 쪽으로 이사를 가려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냥 루머로 끝났는가 보다.

한국 최고층 건물이라는 기록은 훗날 63 빌딩에게로 넘어갔다. 위치는 잘 알다시피 여의도이다.
철도로 상경하다 보면 이 63 빌딩 건물은 창밖으로 꼭 보게 된다. 서울 톨게이트보다 이런 게 진짜 내가 서울에 도착했다는 인상을 더욱 강렬히 준다.
63빌딩의 높이는 약 240~250m이며, 층수가 두 배이니 높이도 삼일 빌딩의 두 배보다 약간 더 높다. 건설은 외국 회사가 한 것이다.

63빌딩과 직선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노량진 역이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이유로 인해 거기서 바로 63빌딩으로 가지는 못하고 여의도 상에 있는 5호선 여의나루나 9호선 샛강 역에서 내린 후 도보로 6, 700미터 이상 꽤 걸어야 갈 수 있다. 여의나루 역에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와 63빌딩은 방향이 정반대일 뿐 서로 비슷한 거리이다. -_-

건물 주변 경관은 무척 좋다. 여의도 하면 증권가가 먼저 생각나지만, 63빌딩이 있는 곳은 강변 고수부지가 코앞에 있고, 지어진 지 오래된 것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주거 구역에 더 가깝다. 도심이라기보다는 꼭 지하철 종점 같은 교외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삼일 빌딩 주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런 곳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지금은 63빌딩보다도 더 높은 건물이 강남 타워팰리스를 포함해 서울 목동에도 생겼지만, 평일 낮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업무 건물” 중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63빌딩이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
옛날에 분당선 구룡 역과 도곡 역 일대를 답사하면서 타워팰리스를 직접 본 기억이 있다. 양재천이 바로 앞으로 지나기도 하고 나름 괜찮은 주거 구역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구룡 역은 정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굴욕’ 역임이 틀림없음도 확인했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63빌딩보다 더 높은 건물은 계속 지어질 예정이다.
1990년대에 전철 분당선만 해도 신도시 건설과 동시에 건설되는 노선이었고, 지하로 건설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산선 같은 지상+고가 형태도 아니요, 하다못해 일산선처럼 지상+지하 짬뽕도 아니라, 건설비 증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구간 지하로 건설된 이유 중 하나는 인근의 성남 서울 공항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고층 건물 짓느라 서울 공항 활주로를 틀겠다고 하니 세상 참 심하게 많이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지금 잠실 역은 역명을 롯데 역으로 바꿔도 좋을 정도로 온통 롯데월드 천지가 되었는데 초고층 건물까지 생기면... 흠좀. 잠실 역의 혼잡도 가중되고 교통 역시 강남 역 주변 수준으로 열악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층 건물은 엘리베이터도 굉장한 고성능으로 장착하게 된다.
목적지 층보다 두세 층 이전부터 속도를 줄이는 기미가 느껴지는 정도라면, 어지간한 건물에서는 찾기 어려운 고속 엘리베이터이다. ^^;;
엘리베이터의 수 자체도 여러 대가 필요해지는데, 과거에는 단순히 저층/고층과 홀수층/짝수층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그런 거 구분 없이 버튼만 누르면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알아서 세워 주며, 아무 걸 타도 아무 층으로나 갈 수 있다. 그래서 야기될 수 있는 비효율은 오로지 엘리베이터의 뛰어난 가감속력만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아무튼, 고층 건물만으로도 글 쓸 게 참 많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3/15 08:39 2010/03/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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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표 통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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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펭귄표 통조림에 대한 추억은 꽤 길다.

웬지 좀 후지게 생긴 디자인에, 상표는 나름 귀여운 컨셉인 펭귄. -_-;;
주로 고등어나 꽁치 통조림이고 무슨 과일도 주스가 아닌 통조림으로 팔았던 것 같다.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과는 영 다른 인상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도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다른 어지간한 가공 식품과는 달리 이 브랜드는 CF로는 전혀 접한 적이 없었으므로.
저런 거 사는 사람이 있을까? 회사가 아직 존재하나 궁금했는데 꽤 최근까지도 존속해 있었고, 본인도 대학 시절 이후 혼자 살면서 이 고등어/꽁치/과일 통조림을 몇 번 맛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12월, 미국 발 금융 위기 크리가 터진 때와 비슷한 시기에 회사는 드디어 부도 나고 완전히 망한 것을 이제야 확인했다.
사실, 사운이 기울기 시작한 건 21세기부터이다. 국민들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웰빙, 웰빙 하지 지극히 군용품스러운-_- 통조림에 대한 수요가 예전에 비해 줄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망한 지 1년이 넘었으나, 통조림은 그 특성상 유통 기한이 꽤 길기 때문에 아직도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경우가 있다. 유통 기한이 2011년인 것도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펭귄 상표가 찍힌 통조림은 더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펭귄표 통조림을 만든 이 회사는 무려 1966년에 국영 기업으로 시작하여 전성기엔 가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조림 회사였다. 펭귄이라는 브랜드로 워낙 유명해져서 1988년에 회사 이름까지 펭귄 종합 식품으로 바꿨었다. 한때는 " '진로' 하면 소주 회사 아냐? 저기가 이 통조림하고도 관계가 있나?" 의문이 든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맞다. 1990년대에는 진로 그룹에 인수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내용물이 너무 부실하다거나 심지어 이물질까지 나왔다는 식으로 제품에 대한 불만글도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펭귄표 통조림에 대해서 본인과 비슷한 추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펭귄 브랜드와 공장 시설은 관련 업종이라 할 수 있는 참치 통조림으로 유명한 사조나 동원 같은 회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조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을 아직 볼 수 있을 때 눈여겨보도록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0/03/10 21:28 2010/03/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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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회사 사람들은 다 XP 아니면 7을 쓴다.

비스타를 쓰는 사람은 사무실 전체에서 현재 본인밖에 없다...... ㅎㄷㄷㄷㄷ
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다른 부서에 딱 한 분이 더 있어서 총 둘이다. -_-

그래도 개발팀 중에는 나밖에 없고, 게다가 Aero조차 없는 홈 베이직 에디션은 내가 회사 전체에서 유일한 걸로 추정된다. -_-

디자인이나 영업처럼 컴 환경이 그렇게 크리티컬하지 않은 부서들은 다 약속이나 한 듯 그냥 XP에 눌러앉아 있다.
그 반면, 개발이나 기획 쪽은 일찌감치 7로 갈아탔다. 회사에 나보다 늦게 입사한 관계로 컴을 비교적 최근에 지급 받은 사람들은 당연히 윈도우 7을 쓴다.

그렇게 XP와 7이 양분된 구도이고 비스타 구경하기가 의외로 힘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 반면, 본인은 개인용 컴퓨터도 노트북과 데스크톱 모두 비스타 홈 프리미엄으로 2년 넘게 쓰는 중.

내가 전에도 이런 요지의 글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비스타는 실패작이 아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상당히 훌륭한 OS이다.
XP 이후에 너무 긴 시간만에 나오고, breaking change가 너무 많고 너무 무거워져서 욕 얻어먹은 건 사실이지만 그건 시대 정황상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XP 다음에 바로 7급의 OS가 나왔어도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비판 많이 쏟아졌을 게 대부분이다.

비스타에서 사람 짜증나게 만들던 강화 보안 정책인 UAC는 7에도 당연히 있다.
7이 아무리 비스타보다 산뜻하고 가벼워졌다고 해도 XP나 돌릴 수 있는 컴에서 7을 돌릴 수 있는 건 응당 아니다.
얼리 어답터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당장 비스타를 버리고 당장 7로 탈출, 갈아타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든다.

아 그래도..
새로 깔기가 귀찮다는 소리이지, 나더러 '비스타 깔린 컴 쓸래, 7 깔린 컴 쓸래'라고 누가 물으면 동일한 조건에서야 본인도 당연히 후자 고른다. ^^;;; 배경 그림들 예쁜 게 참 많아서 말이다. ㅋㅋㅋㅋ
비스타는 검정+청록색 배색이 테마였다면, 7은 다시 XP처럼 새파란 하늘색을 추구하는 듯하다.

비스타를 대신하여 최고 인기를 고가하고 있는 7이지만, 한글 IME 개발자인 본인의 관점에서는 속을 좀 많이 썩인 OS이기도 하다. 왜 또 쓸데없이 뭘 건드려 놔서 패치를 해야 하게 만들고, 더구나 콘솔에서 세벌식 자판으로 한글을 입력하면 '다다.' 처럼 한글이 덧나는 어이없는 버그도 있다.

알록달록 파랗던 XP의 luna 테마도 이제 아련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이제 XP는 일부 저성능 보급형 넷북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1 16:57 2010/02/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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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기

1. 휴대전화 충전기: 충전 중엔 적색이다가 충전 완료 후엔 녹색.
2. 전동 면도기 충전기: 충전 중엔 녹색이다가 완료 후엔 녹색 깜빡임.. -_-
3. 디카 배터리 충전기: 충전 중엔 황색이다가 완료 후엔 불빛 꺼짐
4. 옛날 디카 배터리 충전기: 충전 중엔 황색 깜빡이다가 완료 후엔 황색

와.. 이거 굉장히 심하게 뒤죽박죽 제각각이다.
이런 의미도 좀 통일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1번이 가장 무난한 디자인 패턴이지 않을까?

Posted by 사무엘

2010/02/08 09:31 2010/02/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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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만화 일화 4기

정확하게는 4기가 아니고 플러스라고는 하는데,
1화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과거 씰이라든가 종말, 서유기, 번뇌, 축시의 참배 같은 참신한 히트작은 아니지만,
개그 만화의 필수 요소를 골고루 갖춘 지극히 개그 만화스러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수 요소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역사 패러디, 라이벌, ‘쿵~ 따 쿵쿵따~’ 배경 음악, 상대방에 대한 개멸시, 엽기적인 필살기-_-, 개그 만화 특유의 언어 유희, 엽기적인 반전과 어설픈 해피엔딩, 거기에 약간의 변태-_- 코드....

개그 만화가 이런 부류의 만화라는 걸 알리기에는 손색이 없는 구조입니다. ^^;;;

르누와르 로켓에 폭소 작렬.. ㅜ.ㅜ

아무리 라이벌 화가가 얄밉기로서니, 토끼 두 마리에게 구타-_- 당하는 모습으로 자기 그림에다 그려 넣다니.. ㅠ.ㅠ 모 지인의 옛날 닉네임이 생각나네요. ㅋㅋㅋㅋ

이번 기의 OST도 정말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스트랄한 가사로 등장했는데, 1~3기의 관행을 깨고 이번엔 음악이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었습니다.
2화는.. 이모코와 쇼토쿠 태자 3기 3화 재탕이던데,
4기 3화는 어떤 내용일지 기다려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9 23:17 2010/01/1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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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컴퓨터 가상화 프로그램으로 VMware와 도스박스(DOSBox)를 애용하고 있다. 순수 도스와 윈도우 3.x까지를 돌리는 데는 도스박스가 독보적인 솔루션인 반면, 윈도우 9x부터 시작해 여타 NT급 운영체제, 리눅스 등을 구동할 때는 VMware를 사용한다.

둘은 구동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이 차이를 세세히 논하기 위해서는 나도 잘 모르는 CPU 계층에서의 난해한 개념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 모르더라도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VMware(와 기타 동급의 가상화 프로그램)는 CPU가 하드웨어 차원에서 자체 제공하는 가상화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동작하며 이는 32비트 윈도우 NT급 운영체제가 아주 허접하게 호환성 에뮬레이션 계층으로 제공하는 NTVDM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도스박스는 CPU 동작 자체를 포함해 모든 하드웨어 동작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흉내 낸다.

그 결과 둘은 제각기 일장일단을 갖게 된다. D는 동작 방식의 특성상, 태생적으로 성능은 V보다 꽤 뒤쳐진다. 오늘날의 1~2GHz급 초고성능 컴퓨터에서 겨우 90년대 중반, 윈도우 95 출현 직전의 486~펜티엄급 PC의 성능을 낸다. 사실, 도스의 수명은 거기가 끝이었으므로 그 정도만 동작해도 D는 제 할 일 충분히 해 낸 셈이다. 32비트 보호 모드도 지원하여 둠 정도까지는 도스용을 잘 실행해 내지만, 퀘이크까지 되면 차라리 윈도우용으로 포팅된 퀘이크를 돌리는 게 낫다는 뜻.

하지만 D는 소프트웨어 계층이 담당하는 일이 많은 덕분에, V의 방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옛날 하드웨어를, 호스트 컴퓨터의 성능만 좋다면 얼마든지 재현해 낼 수 있으며 컴퓨터 구동 속도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V의 경우 PC 스피커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으며, 위험한 데이브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금도끼(도스용)는 너무 느릿느릿 실행된다. 이것은 V의 방식으로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제어를 할 수 없다. 윈도우 3.x를 설치는 할 수 있으나 guest extension(VMware tools)을 제공하지 않으며 겨우 16컬러 VGA에서밖에 사용할 수 없다. 사실 V는 근본적으로 16비트 구닥다리 플랫폼 에뮬이 주된 목적인 제품이 아니다.

그 반면 D는 어떤가? 아예 PC 스피커 소리와 옛날 애드립 소리를 사운드카드로 흉내 내어 준다. 그냥 비프음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를 교묘하게 제어하여 PC 스피커로 얼추 사운드카드 소리를 내던 기법까지 완벽하게 재현된다! 화면/동영상/음성 캡처야 요즘 가상화 프로그램들이 거의 필수로 갖추고 있는 기능이지만, 아예 프로그램이 내리는 미디 명령을 캡처하여 게임 음악의 미디 악보를 저장하는 기능은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흉내 내지 않고서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인 것이다.

없는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다 만들어 준다. 일일이 autoexec나 config.sys 튜닝을 하지 않아도 EMS, XMS 같은 메모리 세팅도 다 자동으로 해 주고, 과거의 베사 SVGA 비디오나 미디 카드, 마우스, 심지어 모뎀 따위도 프로그램이 필요로 하면 다 잡아 주니 V와는 비교가 안 되는 그야말로 도스 천국이 아닐 수 없다. 옛날 잡동사니 드라이버 파일을 뒤지면 윈도우 3.x도 그래픽/사운드 잡아서 쓸 수 있다. 더구나 D는 무려 윈도우 9x에서도 돌아간다!

아무튼 D는 참 대단한 프로그램임이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굳이 NT 계열로 운영체제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부터도 윈도우 9x 시대가 되면서 디렉터리의 파일들을 정렬-_-해 주는 유틸리티, 그리고 파일 첫 글자를 입력하여 지운 파일을 살리는 undelete 유틸리티는 아련한 추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 같다. FAT32를 도입한 윈도우 95 OSR2가 이를 더욱 가속화한 게 아닌가 싶다. 요즘 NT 계열에서 쓰이는 NTFS는 아예 구조적으로 파일이 자동으로 정렬이 유지되는 파일 시스템이다.

그 전의 FAT16은 하드디스크 크기를 겨우 2GB까지밖에 인식 못 했었다. 요즘은 하드가 아니라 램 크기가 수 GB인데! ㅎㄷㄷㄷ FAT16이 MS 도스 4.0에서 처음 도입되어서 그때는 그걸 갖고 “하드디스크 용량 제한이 ‘없어졌다’”라고 말을 붙이곤 했다. (과거의 FAT12는 한술 더 떠서 하드디스크를 32MB까지밖에 인식 못 했음)
하지만 윈도우 9x는 FAT32로도 100수십 GB 이상의 하드는 제대로 인식 못 하니 어차피 요즘 컴퓨터에서는 쓰지도 못한다.

참고로, VMware에다 과거 윈도우 운영체제를 설치해 보면, 2000/ME부터는 사운드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멀티웨이브까지 되는 반면 95/98은 그렇지 못하다. USB 메모리를 안전하게 제거하는 트레이 메뉴가 추가된 것도, 그리고 미디에 소프트웨어 신시사이저가 기본 내장된 것도 2000/ME부터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윈도우 ME는 같은 9x 계열 중에서 그저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최신 하드웨어의 지원 면에서는 98 SE보다 나아진 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괜히 도스로 부팅하는 기능만 쏙 빼서, 도스 지원 때문에 윈도우 9x 계열을 일부러 선호하는 사용자들로부터도 외면 받았고, 1년 남짓 XP가 출시되는 바람에 아주 짧은 시간만에 묻혀 버린 비운의 마지막 9x 계열 운영체제로 역사에 기록된 셈이다.

98도 마찬가지. 처음 나왔을 때는 윈도우 95+IE4 통합일 뿐이라고 비아냥거림이 많았지만, 95는 마우스 휠, USB, 멀티 모니터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캐 구닥다리였다. 그런 것들이 도입되고 IME의 문자 입력 프로토콜이 유니코드로 확장된 것만으로도 98은 정말 숨통을 튼 것이었다. 98 SE는 윈도우 9x 계열 중에서는 정말 최장수 안정판이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9 21:10 2010/01/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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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의 변천사

윈도우즈에서 메모장은 그야말로 운영체제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기본 프로그램이다.
1.0때부터 있어 왔고, 윈도우 7에서도 도구상자 하나, 리본 하나 장착되는 법이 없이 그 베이직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맥에서는 TextEdit, 우분투 리눅스에서는 gedit라고 하여 워드패드와 메모장의 구분이 딱히 없이 서식/비서식 텍스트를 모두 다룰 수 있고 텍스트의 경우 문법 강조까지 지원되는 우수한 에디터가 있는 반면 윈도우즈는 그렇지 못하다.

TextEdit은 수십 MB의 텍스트 파일을 열어서 수십 MB에 달하는 구간을 블록으로 잡아서 지워도 성능 하락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에디팅이 굉장히 탄탄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날개셋> 편집기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TSF를 A급으로 지원해 주는 데 드는 오버헤드가 굉장히 큰 편이기 때문에, 10MB급 이상 되는 파일을 편집할 때는 “TSF 지원” 옵션을 끄고 프로그램을 다시 실행하는 게 좋다.)

어쨌든..
메모장은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기본 에디트 컨트롤을 사용한다. 보통 텍스트 에디터는 매 줄별로 linked list를 사용하는 반면, 에디트 컨트롤은 텍스트 전체가 한 배열이다! 텍스트 맨 앞에다 문자를 삽입하는 경우 그 뒤 문자열은 일일이 한 자씩 뒤로 밀려나며, 메모리 공간이 부족한 경우 전체 메모리가 재할당된다. ㅎㄷㄷㄷ

이런 이유로 인해 메모장은 비록 가볍다고 해서 덩치 큰 파일을 편집하는 데 좋은 환경이 되지는 못한다. 윈도우 9x 때까지는 16비트의 잔재로 인해, 아예 64KB가 넘는 파일은 읽지도 못하던 암울한 시대가 존재했었다. NT급으로 와서는 그런 물리적인 크기 한계는 비록 해결되었지만, 에디팅 엔진은 여전히 64KB짜리 작은 파일에나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거의 변화가 없는 것 같은 메모장이지만 운영체제 버전이 올라가면서 개선된 것도 은근히 많았다.
Fixedsys 고정이던 글꼴을 바꿀 수 있게 된 것이 윈도우 98부터이고, XP부터는 자동 줄바꿈 옵션을 끈 경우 줄/칸 위치를 보여주는 옵션도 추가되었다.

같은 메모장이라 해도 윈도우 9x 계열과 NT 계열은 저렇게 읽을 수 있는 파일 크기만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편집 기능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는 찾기 기능만 제공되는 반면 후자는 바꾸기도 지원하며 한번에 전체 바꾸기(replace all) 기능도 제공된다.

그런데 전체 바꾸기 기능을 구현한 방식이 무척 재미있다.
윈도우 2000/XP는 말 그대로 매번 메시지를 보내서 순차적으로 찾기/바꾸기를 수행한다. 그래서 화면이 쭉 스크롤되어 내려가는 모습이 보이며, 바꾸기 작업을 수행한 후에 Ctrl+Z를 누르면 바로 직전에 바꾼 문자열 하나만 취소가 된다.

그 반면 비스타는 문자열 전체를 선택하여(select all) 얻어 온 후, 내부적으로 문자열을 기계적으로 빠르게 치환한다. 그러고 나서 문서를 그 텍스트로 일괄 교체한다. 덕분에 Ctrl+Z를 누르면 바꾸기 작업이 전부 취소된다.

근본적으로 에디트 컨트롤에는 일괄 바꾸기 기능을 수행하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응용 프로그램이 그런 것을 직접 구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비스타의 메모장은, 메모리를 좀 희생하는 대신 더 빠르고 일괄 취소가 가능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2 2010/01/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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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도끼 도스용 버전을 처음 해 본 게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92년이었습니다.
그 후 무려 17년이 지나서 몇 달 전에.. 마메를 돌려서 오락실 아케이드 버전을 처음으로 해 봤습니다. -_-;;

둘을 충분히 해 보고서 내린 결론은
도스용과 오락실용의 차이는 아래아한글과 MS 워드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것. =_=;;;;
모든 동작 방식이 손에 익어 있고 예측 가능한 아래아한글과는 달리, MS 워드류는 영 적응이 안 되는 야생마 같습니다.

도스용은 눈에 띌 정도로 스프라이트 수가 엄청 감소(strip down)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메모리가 부족해서 그런 거겠죠. 그리고 원본에 존재하던 다중 스크롤도 삭제되었고, 움직이던 독수리 눈도 도스용에서는 응당 정지해 있습니다.

때리는 프레임이 남자와 여자는 2프레임, 그리고 가장 날렵한 캐릭터인 난쟁이 할아버지는 단 1프레임이죠. 뛰기 전에 잠깐 다리를 굽히는 동작도 오락실에는 있지만 PC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덕분에 PC판이 주인공의 조작 반응성이 더 날렵-_-해진 것은 있습니다. 오락실은 타이밍을 놓쳐서 적이 나의 때리기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하는 게 가능하지만 PC는 거의 그런 게 없지요. 물론 나뿐만 아니라 적도 더 날렵해졌지만.. -_-;; 때리면 거의 무조건 맞거나 아니면 아예 피하거나 이뿐입니다.

1단계에 나오는 꼬리로 공격하는 괴물은 PC판보다 다루기가 훨씬 더 어렵고 불을 쏘는 용도 발사 후의 cooldown이 굉장히 길어서 운용하기 어렵습니다. 그거 발사한 후 뒤의 적에게 반격을 당하기 쉽습니다.
PC판은 용에서 한번 떨어지고 나면 용은 거의 즉시 달아나 버리는 반면, 오락실판은 그래도 관용이 좀 있더군요.

몬스터의 AI도 원판이 훨씬 더 강력합니다. 작은 몬스터도 점프 공격을 하며, 해골은 훨씬 더 똑똑하고 무섭고 공격 데미지가 강합니다. PC판은 해골은 남자 몬스터와 체력도 일치하고, 점프 공격을 할 줄 아는 것 외에 딱히 차이가 없거든요. 사실, 몬스터별 체력이라든가 데미지 체계도 PC판은 딱 정해져 있는 반면 오락실판은 이미 수십 판을 해 봤는데도 파악이 잘 안 되겠더군요.

몬스터는 PC판처럼 무조건 주인공을 향해 접근만 하는 게 아니라 근처에 용이 있으면 용부터 탑니다. 그리고 PC판처럼 x축부터 일치시킨 후 y축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y축부터 일치시킨 후 달리기 박치기 시도를 굉장히 잘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용 같은 걸 뺏어 타기도 PC판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락실판이 PC판보다 어렵고 전략 전술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근거리 공격 때문입니다.
PC판은 모든 몬스터들은 주인공이 너무 바싹 붙어 있으면 일단 뒤로 물러나서 일정 거리를 확보한 후 공격합니다. 게다가 다른 AI가 전반적으로 무척 멍청하기 때문에, PC판으로는 한 대도 안 맞고 엔딩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오락실판은 그렇지 않으며 얄짤없이 근거리에 있는 주인공은 곧바로 공격합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게다가 큰 몬스터인 대머리 아저씨나 칼 든 기사는 주인공을 내던지기까지 하며, 원거리에서도 공격 성향이 더욱 짙습니다. 용 없이 기사 두 명을 피해 없이 상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가 보기엔) 큰 몬스터를 향해 날라차기를 해도 실패하고 반격 당할 확률이 훨씬 더 높고요.

다만, 오락실판에만 존재하는 필살기가 있더군요(마법 쓰는 것 말고). 뛰면서 위로 점프한 후, 칼을 아래로 내리찍기. 이게 데미지가 굉장히 커서 작은 몬스터는 한 방에 바로 골로 보내더군요.
PC판의 몬스터라면 100% 저게 성공일 텐데, 오락실판 몬스터는 그걸 피할 줄 압니다. PC판은 몬스터가 y축으로 왔다갔다 하는 걸 거의 볼 일이 없는 반면 오락실판은 y축으로 이동하여 필살 공격을 회피할 줄 압니다. 그래서 제일 밑으로 내려가서 회피를 못 하게 하고 때리면 성공률이 꽤 높습니다.

오락실판은 날라차기를 하다가 목표물을 맞으면 목표물이 힘을 받아 튕겨나가고 나는 추진력이 탁 떨어지기 때문에 타격감과 탄성을 느끼죠. 하지만 PC판은 목표물을 맞든 안 맞든 언제나 정해진 공식만큼 앞으로 나아갑니다. 기계적입니다. 오락실판은 도둑을 때려서 나온 물약병도 통통 튀지만, PC판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것 말고도, 오락실판은 PC판에서 게임의 쾌감을 떨어뜨리던 그런 요인들이 없습니다.
가령, 열심히 때리고 한 몬스터를 집어 던지는 모션을 취하느라 uncontrollable한 도중에는 다른 몬스터가 나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저 경우를 따로 배려를 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PC판은 나도 반격을 당해 튕겨 나가고 잡혀 있던 몬스터도 같이 튕겨 나가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죠.

난쟁이 도둑을 때리면 PC판은 완전 랜덤한 다른 위치로 도망가 버려서 일일이 쫓아다니며 또 때려야 하지만 오락실판은 원래 있던 곳에서 그렇게 멀리 나가지 않으며, 또한 도둑을 때리기도 훨씬 더 쉽습니다. 어지간히 날라차기를 해도 맞고, 불을 쏘는 용으로도 굉장히 쉽게 맞힐 수 있습니다. 도둑이 약병을 다 내 준 뒤에도 이따금씩 가만히 죽어 버려서 게임 진행을 더 못 하고 끝내야 하는 버그도 오락실판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죠.

또한 '해골 다구리'. 가끔 여러 해골들이 있는 상태에서 막다른 곳에 몰리면, 해골들이 나를 일어나서 반격할 틈도 안 주고 계속 점프 공격을 해서 결국 죽게 만드는 경우가 PC판에는 있습니다. 오락실판은 그런 식의 공격 패턴을 지니고 있지는 않거든요.
여러모로 PC판보다 더 신경을 쓰고, 쓸데없는 것 갖고 사용자를 짜증 나지 않게 설계가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단거리 공격까지 틈을 조금도 안 주는 거는 너무 어렵습니다.

오락실용은 세 마리 정도는 죽고 엔딩을 봤습니다. 점수는 230점대, strength는 85점까지는 가 봤네요.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14 2010/01/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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