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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사의 메리트와 고충

예로부터 의사는 사람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고도의 전문직으로 여겨져 왔다. 고소득 수요가 마를 일 없고 불황 탈 일 없고 정리해고 구조조정 그딴 거 없으니..
의사는 취업 시장이나 결혼 시장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최상위 랭킹을 자랑하는 깡패이다. 흙수저의 입장에서는 자기 노력으로 의대 들어가서 의사가 되는 건 100% 확실한 신분 상승 수단이었다.

물론 의사에게 이런 부와 지위가 꽁으로 주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의사는 요구되는 지능과 멘탈로나, 학업량과 업무량과 스트레스로나 결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직업이다.
맨 처음 의대에 가는 것부터.. 의대는 어느 듣보잡 지방대에 소속돼 있더라도 의대라는 학과 그 자체가 SKY 같은 간판이다. 의대에 입학하려면 대학 입시에서 전국 석차 0.x%대의 최상위를 찍어야만 한다. 당연히.. 의대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슨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준비하듯이 의학 지식이나 의술을 선행학습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냥 국영수 중등 교육과정을 몽땅 마스터함으로써 자기가 앞으로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혹독한 의대 공부도 암기하고 소화할 능력이 되는 모범생이라는 것만 입증해 보이면 된다.

이러니 서울 어느 동네의 사교육계에서는 코흘리개 7~8살 애들한테도 '의대반'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 급의 선행학습을 시키는가 보다. '의대고시'라는 말까지 있는데, 이건 의대 졸업생들이 치르는 의사 국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과학고니 영재고니 그런 데서는.. 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공부 잘하던 똘똘이 제자가 갑자기 평범한 이공계 대신 의대를 선택하면 교사가 공식적으로 진로 지도를 안 해 준다. 심지어 국비로 전액 지원했던 수업료까지 회수한댄다.
하지만 애나 학부모가 겨우 그 정도 페널티 갖고 눈 하나 깜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평생 가져다 줄 넘사벽 급의 보상에 비하면 말이다. 아이고 그놈의 의대가 뭐길래.. -_-;;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만인이 염원하는 초 엘리트 코스를 통과한 현직 의사들의 사정은 어떨까? 이제 먹이사슬의 최고 꼭대기에 진입했는데 서울 강남에 개원한 성형외과 원장부터 시골 깡촌의 요양병원 원장까지 누구든지 떵떵거리면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모든 의사들이 동일하게 생각하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기 자녀는 아무리 똘똘해도 자기 같은 개고생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의대 보내서 대를 이어 의사를 만들더라도 최소한 대한민국 땅에서는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너무 저렴한 의료숫가라든가, 바이탈 과목에 대한 수련 기피 심화,
수술실에도 CCTV, 권한과 재량은 없이 의무와 처벌밖에 없는 쪽으로 의료법 집행, 고의나 과실 없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환자를 못 살린 것만으로 그냥 소송 걸리고 의사 커리어 끝장.;;

오죽했으면 여객기 안에서 어느 의사 승객이 응급환자를 살리기는 했는데..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내가 의사라는 걸 주변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 이것만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겸손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본인이 아는 의사 당사자들은 저런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편이다. 그분들은 지금 우리나라 같은 저렴하고 편리한 의료 인프라는 절대로 오래 지속되지 못할 거라고 푸념한다.

결정적으로는 의대 증원 추진 강행.. 이건 의대생들을 몽땅 적으로 돌리고 국가의 의료 인프라까지 반영구적으로 작살낸 최악의 실수였다고 여겨진다.
뭐, 그 당시 대통령은 어차피 탄핵되어 짤렸고, 그 후임 정권도 이 정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차피 별 의미는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위기에 부딪히기는 할 것 같아서 우려된다.

2.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글쎄, 의대 졸업하고 국시에 합격해서 일반의 면허를 따고, 공공기관 등지에서 월급 받으며 평범한 의술만 베푼다면.. 그 사람은 딱 평범한 대기업 과장이나 비행기 조종사, 대학 조교수 정도로만 번다.

스타 의사 병원장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돈을 빗자루로 쓸어담는 건 당사자가 사업 수완 공부도 의대 공부하듯이 추가적으로 집요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적극적인 방송 출연이나 유튜브 활동, 자기 병원 홍보 등..
이건 너무 당연한 이치이다. =_=;; 뭐든지 다 잘하고 다른 분야로 무슨 사업을 해도 성공할 만한 애들이 의사라는 진로를 선택했을 뿐..

심지어는 서울대 치대를 나와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관두고 아예 사업을 해서 여느 치과 의사보다 훨씬 더 떼돈 번 사람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창업자라든가, 원로 배우 신 영균.. 의사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의사만 장땡인 건 아니어 보인다. 그 밖에..

- 자우림 김 윤아는 남편이 치과 의사인데, 남편이 자기보다 돈을 더 많이 번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 조 현아(현재 개명하여 조 승연)의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의사였다. 하지만 저런 스펙조차도 아예 재벌가에 비할 바는 못 되니=_= 남편이 인성파탄 분노조절장애 마누라에게 많이 치이고 시달리면서 살았다고 한다.
결국 도저히 견디다 못해 이혼했지 않은가. 뭐 이건 많이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했다.

- 드물게 의사 면허와 변호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뭐 공부의 신이고 그냥 병원에서 환자나 돌보면서 썩기(?)에도 아까운 사람인 걸까? ㄷㄷㄷㄷㄷ

- 안 철수는 직업 의사의 길에서 이탈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연한 의사 면허 소지자이다.
남에게 의료행위 가능하고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약 처방전을 써 줄 수 있고 사망 진단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수 년 전 코로나19 시절에 지방 내려가서 의료 봉사도 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갑부가 된 건 회사(안랩..)를 차려서 사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소득만으로 저렇게 된 게 아니었다.

3. 무면허와 돌팔이

(1) 10여 년 전, 가수 신 해철 씨를 의료사고로 죽게 한 의사 ㄱ 씨는 그냥 의대도 아니고 서울대 의대 학벌을 자랑하는 괴수였다.
그 사람은 개원해서 각종 언론에도 나오면서 잘나가는 스타 의사로 명성을 떨쳤으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실력 부족인지 인성이 쓰레기였는지, 중대한 의료사고를 연이어 내면서 여러 환자들을 죽였다.

끝내는 톱스타 유명인사까지 골로 보내는 바람에 구속도 되고 손해 배상 때문에 완전히 몰락하고 의사 면허도 뺏겼다.
뺏긴 면허는 자숙 기간 후에 재취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뒤에 이 사람 근황은 딱히 전해지지 않는다. 이젠 도저히 얼굴 팔아서 의료행위를 할 수가 없겠지.

서울대 의대를 나오고도 저런 돌팔이가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환자 성추행 같은 거 말고 다른 쪽으로 막장이랄까.. 법조인과 비교하자면 그 미친 '노쇼 변호사 아줌마' 정도와 견줄 수 있겠다.

(2) 한편, 지난 2023년에는 무려 27년 동안이나 무면허로 봉직의로 재직했던 어느 의사호소인이 60대 나이가 다 돼서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수억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평생을 승승장구 했으나 그 끝은 징역 7년.. 교도소에서 은퇴식을 하게 됐다.;;

저 사람은 1993년에 모 지방 의대를 졸업했지만 국시에서 계속 떨어졌는가 보다. 이 때문에 정식 면허는 받지 못한 채로 면허증을 위조해서 의사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Catch me if you can 영화 스토리처럼 말이다.

의사 국시는 변호사 시험이나 교사 임용시험 같은 게 아니라.. 운전면허나 고졸 검정고시 같은 절대평가이다. 과락 없이 일정 점수 이상만 만족하면 다 합격이다.
그러니 그것만으로는 텍도 없어서 요즘 의사들의 세계는 정말 어중이떠중이 다 무슨 전문의, 어디 임상강사니 펠로우니 하면서 학벌과 간판 인플레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로 의대 졸업장과 의사 면허증 하나만 달랑 갖고서 의료계라는 무림에 발을 딛는 건.. 갓 운전면허 따고 나서 현실의 대한민국 도로에 내던져지고 택시나 버스 회사에 취업하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데 저 사람은 그 혹독한 의대 공부를 버티고 졸업할 깡으로 정말 최소한의 요건인 국시 하나 통과를 못 했나 싶다.

그래도 저 사람은 무면허로도 딱히 의료사고를 낸 건 없었나 보다. 그러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안 들켰던 게 아닐까?
(1)과 (2)는 의료 사건 사고와 관련해서 서로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다.;;

4. 제도 관련 나머지 얘깃거리들

(1) 병원 의료진은 자기가 맡은 환자의 몸에서 총상(!!) 또는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되었을 경우,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것은 법적 의무이다. 뭐, 아동학대 정도는 119 구급대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라도 발견 즉시 신고하지만 말이다.
웹하드 업체가 데이터 중에 아동 포르노 같은 선 넘는 불온물을 발견했을 경우, 고객의 사생활 보장이고 계약 조건이고 나발이고 없이 무조건 신고하게 돼 있다. 업종별로 이런 신고 의무가 법에 명시돼 있는 듯하다.

(2) 예식장에서 혼인 신고를 해 주지는 않듯, 산부인과에서 신생아의 출생 신고를 원래는 자동으로 해 주지 않았다. 좀 떳떳하지 못하게 출산을 하는 산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더라도 위생적으로 열악한 곳에서 덥석 출산을 하지 말고, 일단 병원에 오라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서류상으로 파악되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이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병원에서 출생 신고를 곧장 하는 걸로 방침이 바뀌었다.

(3) 의사와 한의사는 그야말로 견원지간이다. 의사 쪽에서는 한의학이 과학적으로 검증받지 못해고 미개하다고 왕창 깐다만.. 그래도 몸이 미묘하게 아픈데 양의학(?)에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못 하는 일은 요즘 세상에 아주 흔하다. 그런 틈새시장 때문에 한의학은 어지간해서는 하루아침에 망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깔려면 동시대를 까야지? 동의보감 내용을 갖고 깐다면.. 서양 의학도 1610년대에는 만만찮게 미개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도 비타민의 존재를 모르고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4) "푹 쉬고 잘 요양하세요" 의사가 환자들에게 지시하는 원론적인 건강 지시는 의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지만 정작 의사 본인들도 안 지키거나 현실적으로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카더라.
성경에 나오는 "그들의 말은 듣고 하는 행동은 본받지 마라"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의사는 바리새인 서기관처럼 악의적인 이중잣대 위선자인 건 아니다.
한편으로, "몸 망치며 무리해서 돈 벌어 놓고는 나중에 골병 들어서 병원비로 도로 토해 버리는 것"은 인간이 아주 대표적으로 저지르는 뻘짓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5) 우리나라는 여전히 법대가 있기는 하지만 법조인이 되려면 반드시 로스쿨을 졸업해야 하는 것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었다. 그러나 의전원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들 도로 재래식(?) 의대 시스템으로 복귀했는데..
그렇다고 의전원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차병원/차 의과대학 한 곳만이 의전원을 운영하고 있다.
차병원은 뭐고 길병원은 뭔지..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다.

(6) 치과는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진료과와는 좀 다르게, 따로 취급되는 감이 있다. 마치 다른 여러 생선회 vs 참치회 같은 느낌이다. ㅎㅎ
환절기 감기에 걸리면 처방전 없이 걍 약국 레벨로 때울지 아니면 병원을 갈지? 그리고 내과로 갈지, 이비인후과로 갈지.. 고민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병원 약값이 정말 엄청나게 싸기는 하다. 의사 진료뿐만 아니라 약도 의료보험인지 건강보험인지 보험빨을 많이 받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9 19:35 2025/06/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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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와 잇몸 건강

신체 기관 중에 구강은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면서 음식물이 들어가는 부위이다. 거기에 나 있는 치아, 일명 이빨은 뼈의 일부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손발톱이 뼈가 아닌 것만큼이나 치아도 생리학적으로 뼈가 아니다. 치아는 뼈보다 더 단단한 대신, 몸 속 뼈와 같은 정도로 재생되지는 못한다. 인체에서의 용도도 여느 뼈와는 사뭇 다르다.

치아는 일반적으로 잘 썩지 않고 형체 유지가 잘 되는 신체 부위이다.
부패가 한창 진행되어 살이 다 썩어문드러진 시체, 으스러지고 불에 타는 급으로 끔찍하게 죽은 시체에서도 치열 모양을 스캔 뜨고 치과 진료 기록을 대조해서 사람 신원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이다.

옛날에 히틀러도 자살 후 시체가 휘발유 끼얹고 불질러졌지만 치열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됐었다.
그러니 일본에서는 대규모 화재나 붕괴 참사가 터져서 사람이 많이 실종되거나 죽었을 때 시신의 신원 확인을 도와줄 ‘경찰치과의’를 육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이 자연 세계의 농간이기라도 한지.. 뮤탄스 균인지 뭔지 하는 아주 소수의 예외적인 세균은 하필 인간 치아 법랑질 안에서 잘 살면서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이빨이 썩는 건 자연에서 흔히 보는 유기물의 부패하고는 성격이나 양상이 다르다. 에나멜질이 썩네 상아질이 썩네, 신경까지 닿네.. 그러면서 진행 단계가 4개나 세분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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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치아뿐만 아니라 잇몸의 건강도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이의 병.. 충치, 치아우식증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교육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잇몸의 병.. 풍치, 치은염-치주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본인 역시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는 건 비타민 C 결핍증 정도로만 아는 게 전부였다. 요즘 세상에 비타민 결핍증은 마치 컴퓨터에서 메모리 할당 실패와 비슷한 존재감이 돼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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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병도 충치와 마찬가지로 얼추 4단계로 나뉜다. 잇몸은 다른 곳보다도 이와 이 사이에 양치가 제대로 안 돼 있을 때 탈이 나기 쉽다.
얘는 치아처럼 시커멓게 변색되는 건 없다. 그냥 벌개지고 퉁퉁 붓다가 나중에는 이의 아래쪽이 다 드러나 보이게 된다.

전자는 건물이 화재나 폭발, 테러 때문에 폭삭 주저앉고 붕괴하는 것과 비슷하다.
후자는 건물이 지진이나 홍수 때문에 지반이 싹 없어지는 바람에 그냥 자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꿩 대신 닭"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 없으면 잇몸"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 없이 잇몸만으로 어떻게 고기를 씹겠는가.

건강한 치아 and/or 잇몸을 위해서 양치는 오토바이에 헬멧, 자동차에 안전벨트와 같은 급의 너무 기본적이고 당연한 얘기이다. 약품 가글은 물리적인 칫솔질을 결코 대체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를 무슨 때 밀듯이 너무 세게 닦는 것도 이와 잇몸에 안 좋다고 하니 인체는 뭔가 극단적인 것에 취약한 게 틀림없다.

무슨 알코올(소주!!!)이나 소금물 가글 같은 민간요법보다는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인간의 구강 내부에는 칫솔이 제대로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 공간이 꽤 많기 때문이다.

흔히 스케일링이라고 하지만 이거는 치아 표면이나 사이에 낀 비늘, 물때, 관석, 막 같은 치태(scale)를 제거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의미는 ‘디스케일링’이다.
부엌을 깨끗이 해서 파리나 바선생이 꼬이지 않게 하듯이, 저런 뮤탄스균이 좋아할 만한 먹잇감을 구강 안에 남겨두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2010년대 중반부터 서민들의 재정 부담이 덜어진 게 둘 있다. 하나는 명절에 고속도로 톨비가 면제되기 시작한 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치아 스케일링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19세 이상 대상으로, 연 1회만. 횟수 카운터는 매년 1월 1일에 초기화됨)

10년 전, 20년 전 물가로 5~6만 원씩 하던 스케일링 시술 비용이 갑자기 2만원 부근으로 내려가니 이거 정말 참신하게 느껴졌었다.
스케일링을 의료보험 처리해 줘서 더 중하고 어려운 충치 치료를 예방하는 게 국가의 의료보험 재정에도 더 이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마냥 포퓰리즘 선심을 쓴 게 아니다.

스케일링은 저런 치태를 초음파 레벨로 드드드드 진동시켜서 먼지 털듯이 제거한다.
시술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치아나 잇몸 자체를 물리적으로 깎아버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스케일링은 치과 의사가 아니라 치위생사 레벨에서 행해지는 비교적 ‘가벼운’ 시술이다.
복잡한 진료· 치료나 내외과 수술이 아니라, 주사 놓는 것과 비슷한 레벨이라는 것이다. 주사는 간호사가 놓지, 의사가 놓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음)

치아나 잇몸을 물리적으로 건드리는 거라면 그건 진짜 치과 의사가 맡아야 하는 매우 위험한 시술이다. 잇몸 치료라든가, 발치(이를 뽑아버리는)도 이에 해당한다.
스케일링은 보험 적용 전에 5~6만원 남짓하던 가격, 그리고 6개월~1년 주기가 권장된다는 점.. 이걸 감안하면.. 자동차로 치면 엔진 오일 교환과 비슷한 정비인 건지도 모르겠다.

지하철 열차가 90도에 가까운 급커브를 지날 때 바퀴와 레일 사이에서 키링키링 불쾌한 소음이 나는 게.. 스케일링 기계가 치아를 들쑤시는 소리와 참 비슷하게 느껴진다. ^^

비전공자인 내가 아는 건 이 정도까지다.
이빨이 몽땅 나간다 해도 그건 눈 한두 개를 잃는 것보다는 덜 치명적일 것이다. 보험에서도 실명을 더 크게 보상하며, 군대에서도 이건 곧장 4급이나 면제 등으로 처분해 준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눈을 다칠 정도의 극단적인 이벤트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니, 안과보다는 치과가 존재감이 더 크고 사람이 치과를 찾을 일도 더 잦은 듯하다.

근데.. 입안이 무슨 배 속 내장도 아닌데, (1) 같은 입안을 보고 치과마다 진단해 내는 충치 개수가 다르고 치료 견적이 들쭉날쭉이라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 얘기를 들어 보면 치과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 불신이 여전히 없지 않다. 자동차 정비 쪽에 과잉 정비(멀쩡한 부품까지 몽땅 다 갈아 버리는-_-) 폐단이 있는 것처럼 의료도 사정이 비슷한가 보다.;;

그리고 또.
본인은 양치할 때 치약 묻힌 칫솔에다가 물을 약간이라도 습관적이나마 묻히는 편이다. 거품이 잘 나고 치약이 잘 도포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2) 치과 의사들은 막 해롭고 나쁜 짓까지는 아니어도 그걸 별로 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흔히 지목되는 "치약 성분이 희석되기 때문"은 좀 의아하게 느껴진다. 물을 묻히든 안 묻히든 치아에 닿는 절대적인 치약의 양은 동일하고 물리적인 솔질 강도도 동일한데 왜 약효가 떨어진다는 걸까? 그리고 광고에 나오는 것보다 치약을 훨씬 적게 써도 된다는 지론과도 별로 안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7 08:35 2025/06/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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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사와 형사, 고의와 과실

우리나라 형법은 고의성 없이 의도치 않게 실수로 사고를 치고 피해를 끼친 것은 '기본적으로' 처벌을 하지 않는다. 전과자를 만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도를 불문하고 어쨌든 사고 쳐서 남에게 피해 끼친 걸 '액면 그대로 물어내도록' 강제 절차를 취하는 건.. 형사가 아니라 민사 소송의 영역이다.

그 대신, 형사의 관점은 가해자가 고의로 저지른 범법 행위의 흉악성이다. 물론 피해가 클수록 더 흉악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관계가 언제나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형사는 "단돈 100원을 훔쳤더라도, 피해자가 당한 피해가 미미하더라도, 절도는 중죄다." 이런 관점이다. 상습적이거나 직무상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저건 경범죄가 아닌 형사처벌 중범죄가 된다.

그럼 빌려 준 돈 갚으라고 법으로 대응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못 갚는 게 아니라 일부러 배째라 엿먹어라 안 갚는 거고, 돈 빌리던 처음 순간부터 갚을 생각 따윈 전혀 없었을 정도로 (1) 정말 단단히 악의적이어야만..!!
그래야만 민사를 넘어 사기죄로 형사 고발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그걸 입증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다만, 아무리 고의성이 없는 실수여도 (2) 비가역적으로 너무 큰 피해를 끼친 건 형사처벌이 뒤따른다.
운전 중에 졸다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히거나..
담배꽁초를 잘못 버려서 야산을 홀랑 다 불태워 버리거나.

사람 죽인 걸 민사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도로 살려 받을 수 있지는 않다.;; 그러니 그건 가해자를 벌주는 걸로 처리해야 정의로울 것이다. 이것이 민사와 형사의 관점 차이라 하겠다.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됐을 뿐만 아니라 민사와 형사도 영역이 나뉜 것이다.
형벌인 벌금 역시 피해자의 피해 보상에 쓰이는 돈이 아니다. 그건 그냥 세외수입 명목으로 국고로 갈 뿐이고, 피해 보상금은 배상금, 추징금 등 다른 경로로 움직인다.

또한, 어렵고 위험한 일을 (3) 돈 받으면서 직업으로 수행하는데 큰 실수를 저지른 건.. 미안하지만 '업무상 중과실' 어쩌구 운운하는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
의사가 어처구니없는 의료 사고로 환자를 죽였거나, 용접공이 작업하다가 불똥 잘못 튀겨서 가스를 폭발시켰거나..
여객기 조종사가 한눈 팔다가 자기 잘못으로 뱅기를 추락시켜서 승객들을 죽였거나 등..

물론 과실범은 고의범보다는 더 가볍게 처벌된다. 감방을 가도 징역이 아니라 금고로 처분된다.
그리고 형사 처벌은 끼친 잘못이나 수습 비용에 '정비례'해서 형량이 한없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정비례해서 올라가는 건 민사 배상이나 행정처분일 뿐이다.

가령,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면 킬 수 n에 정비례해서 면허 취소 벌점이 쌓이기는 한다. 그러나 금고/징역 형량이 5+n년으로 쭉쭉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다른 모든 과실 중범죄는 'n년 이하의 금고'인 반면, 산불만은 악질적인 방화가 아닌 단순 실화이더라도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 규정되어 있다.
지난번에 시청 역 차량 돌진 사고로 사람 9명을 죽인 가해자의 형량이 "금고" 7년 6개월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산불로 온 나라를 작살을 낸 사람이라면 감방만 갔다 온다고 일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 다음은 민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숲 다 날리고 나서 임로를 뒤늦게라도 제대로 닦았으면 좋겠다.;;

(4)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실수였다고 무작정 다 용서되지는 않는 사례는 다음과 같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 마약 복용이나 운반이 적발된 거(던지기), 운동 선수가 도핑에 적발된 거는.. 이유 불문하고 당사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그러니 공항에서 낯선 사람의 물건 운반 요청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 운동 선수는 평소에 감기약 하나 복용하는 것도 일일이 코치나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극도로 몸을 사려야 한다.

- 운행하는 자기 자동차의 번호판이 외부의 이물질 때문에 일부라도 가려지는 것 역시.. 아무리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였다 해도 과태료를 꽤 비싸게 먹는다! 이건 넓은 의미에서 대포차를 모는 거나 다름없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니 주의해야 한다.

2. 판사와 검사

지난 1997년 4월경엔 이태원 살인 사건이란 게 벌어졌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느 고삐리 싸이코패스 주한미군이 타메시기리--옛날에 사무라이가 자기 검의 성능을 시험한답시고 길거리의 아무 행인이나 뎅겅 하던 짓거리--라도 하듯이 화장실에서 사람을 흉기로 난자해서 죽인 묻지 마 살인이었다.

옛날에는 잊을 법하면 이렇게 주한미군 중에 질 안 좋은 놈이 사고 친 게 보도되곤 했다. 그러면 또 일각에서는 “더는 못 참겠다! 주한미군은 당장 꺼져라~ 우리민족끼리 통일통일” 이렇게 선동질을 했고 말이다.
햐~ 그러고 보니 효순 미선 장갑차 압사 사고도 벌써 20년도 더 전 일이 됐다. 이런 분야의 사건 사고를 다시 떠올려 보니 참 감개무량하다. 아무튼~~

저 사건은 용의자가 금방 색출되어 붙잡혔는데.. 문제는 2명 중에서 누가 살인범 주범이고 누가 망만 본 종범인지 확실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두 여인이 이 아기는 자기 꺼라고 주장했듯이, 여기서는 패터슨과 에드워드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이 살인범이라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이럴 때, 전근대 사법 시스템이라면 진범이 겁에 질려 제 발로 자백하고 실토할 때까지 둘 다 진실의 방에 쳐박아 넣고 죽어라고 물리 치료를 시키거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처방밖에 답이 없었을 것이다. 허나 그건 요즘 관점에서는 너무 무식하고 야만적인 방법이니 아웃이고;;

이 사건에서 둘 중 누가 진범인지를 가리는 건 판사가 아니라 검사의 영역이 됐다. 이렇게까지 너무 고지식하게 역할 분담을 한 게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판사는 기소된 죄목에 대해서만 유죄 여부와 형량을 판정했다.

그리고 이때 이 사건을 맡았던 박 검사라는 사람이 잘 알다시피 심각하게 트롤짓을 했다. 자기 신념 하나에만 꽂혀서 살인범 판정을 정반대로 엉뚱하게 하는 바람에 그 뒤의 일들을 몽땅 꼬이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생시켰다.
게다가 진범을 출국 정지 연장조차 깜빡(?) 잊고 안 해서 미국으로 보내 줘 버린 건.. 도저히 옹호해 주기 힘들겠다.

자기가 미군 범죄 수사부보다도 정확하게 범인을 찾아냈다고 자뻑하고 있었는데 2015년엔 결국 자기가 풀어 준 범인이 어렵게 도로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때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실제로 그는 이게 엄청난 흑역사 오점 트라우마가 됐다. 나중에 주변에서 이태원 살인 사건이 거론되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현실부정에 신경질 히스테리를 보였다고 한다.

저 사람은 나중에는 지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살다가.. 2023년에는 ㅈㅅ로 석연찮게 생을 마감했다.
의사 중에 돌팔이가 있다면 법조인 중에는 안타깝지만 저런 부류도 있긴 한 것 같다.

이태원 살인 사건과 비슷한 시기인 1995년에 치과 의사 모녀 살인 사건도.. 우리나라 검찰이 외국 법의학자들까지 동원한 변론 방어를 못 이기고 피고는 최종 무죄 판결, 그 대신 진범은 영원히 놓친 케이스가 됐다. 저것도 참 아리까리한 사건이었다.
이러니 법조인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3. 과거와 현재

옛날 조선 시대엔..

(1) 남을 고의로 죽인 살인죄라도 그 이유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고 그랬다"이고 그게 사실이었다면 정상참작을 매우 많이 해서 형량을 크게 줄여 줬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패륜 범죄는 더 엄하게 처벌했다. 그리고 옛날답게 존속에 대한 패륜에 비해서 반대 방향으로 아동학대 같은 것에 대한 인식과 처벌은 미약했다. 아예 왕궁에서 왕자조차 애비로부터 혹독한 학대를 당하기도 했을 정도이니..

(2) 지방 수령이 국고를 사적으로 횡령하는 큰 부정부패를 저질렀더라도..
횡령한 재물을 자식새끼 장가· 시집 보내는 혼수 비용에 썼다고 하면 정상참작과 감형이 많이 됐다.
횡령 액수에서도 그건 차감하고 계산했을 정도였다.

(3) 저 때는 오늘날 관점에서 비인간적인 '연좌제', '삼족을 멸할 죄'라는 게 존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적 정도로 선 넘는 게 아니라면.. 죄 짓고 쫓기는 죄인을 '가족'이 숨겨 주고 도피를 도운 것에 대해서는 불고지죄나 연대책임을 묻지 않았다.
가족 혈연에 대해서 "가재는 게 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가 뭔가 보편적인 인륜이고 법리라고 인정한 것이다.

저 때는 법이 지금보다 좀 더 친가정적인 면모가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더 눈감아 주는 대신, 반대로 저걸 어겼을 때는 더 크게 처벌한다~~ 이런 식이라면 논리적으로 충분히 수긍이 간다.

이 이념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허나,

  • 중증 정신병자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감금시키는 건 오로지 가족이 동의했을 때만 가능하다. (더 글로리 드라마에서도 묘사됐듯이!)
  •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애들이.. 정작 알바를 하려고 해도 부모 동의가 있어야 하니 밖에서 먹고 살기 위해 당장 할 만한 게 범죄밖에 없다~~

이건 그 가정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을 때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사법 역사상, 고의 살인 중에 최고의 동정 실드를 얻은 건 "김 보은 양 사건"이었으니 말이다(의붓애비가 딸한테..).
그리고 "이 은석 사건"도 단순 존속살인 패륜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이 사람 정도면 가석방도 되지 않을지..?

애가 극심한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못 견뎌서, 혹은 중증 치매 간병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부모를 죽이고 자수한 거,
아니면 덩치 커지고 힘은 센데 중증 자폐 때문에 사고 치는 걸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반대로 부모가 "너 죽고 나 죽자" 심정으로 아들을 죽여 버리고 자수한 거..
이런 것도 뉴스에 뜨면 댓글은 온통 동정 실드로 가득해진다. 이런 건 비록 고의적인 살인이지만 여느 흉악범죄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영예(!!)를 얻은 살인은 박 기서 씨의 안 두희 피살 사건이지 싶다. 부모의 원수 정도를 넘어 국가의 원수를 갚는 급의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몽둥이여도 구일본 해군의 정신주입봉은 그냥 똥군기의 상징이지만, 우리나라 '정의봉'은 뭐.. 심지어 경찰이 범행 도구를 몰수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고이 돌려줬을 정도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4 08:36 2025/06/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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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역 순찰

고양이는 평소에 잠을 그렇게도 많이 잔다고 한다(고양이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럼 깨 있는 동안은 쟤들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냥감 내지 먹이를 찾아 필사적으로 헤맬 것이다.
허나, 먹이 문제와 별개로 꼬냉이는 혼자 독고다이로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특정 장소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애착이 아주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꼬냉이는 하루 2~3회씩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면서 침입자가 있는지, 수상한 일이 벌어졌는지를 꼼꼼히 관찰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바리 경계에 있는 기물에다가 얼굴을 부비면서 자기 냄새를 묻힌다.
심지어 소변 스프레이=_=로 마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꼬냉이는 모래· 흙 위에다가 배설을 하면서 배설물을 흙으로 덮고 파묻을 줄도 아는 깨끗한 동물인데 말이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그 나와바리가 실내냐 실외냐의 차이밖에 없다.
집고양이는 욕실이나 창고처럼 평소에 자기가 자유롭게 들나들 수 없었던 곳의 문이 열리면 잽싸게 그리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집사한테도 다가가서 부비부비 하면서 또 자기 냄새를 묻혀 업데이트(..)한다. 이 정도면 냄새가 무슨 지문 같은 역할이라도 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없던 낯선 냄새가 감지되는 거, 집의 가구 배치가 갑자기 달라지는 거, 다른 고양이가 자기 나와바리에 들어오거나 집에 낯선 닝겐 손님이 오는 거.. 이런 것들은 고양이에게 꽤 긴장과 스트레스를 야기한다고 한다.

3. 재개발 악재

옛날에 붉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이 많던 시절에는 주변에 뭔가 틈바구니 같은 게 많았다. 길고양이들이 집 담장도 넘고 골목 사이 으슥한 틈바구니에 요리조리 짱박히면서 어떻게든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직육면체 상자 일색으로 너무 깔끔하게 정돈된 오늘날의 아파트숲은 꼬냉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걔들이 지낼 만한 곳은 지하 주차장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수십 년 묵은 단독주택들은 다들 헐리고 재개발되는 추세이다(아마 저런 아파트 단지로?). 이건 그 나와바리에서 살고 있던 꼬냉이들에게는 재앙 같은 소식이랜다.
이거 뭐 "성북동 비둘기"가 오늘날은 "한남동 꼬냉이"로 바뀌어야 할지도..?? (한남동 일대도 한창 재개발 중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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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장비가 들어와서 웅웅거리면서 낡은 건물을 깨부수는데.. 거기 살고 있던 꼬냉이들은 탈출을 제대로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기 때문이다.
쟤들은 밖으로 도망을 안 가고 더 깊은 구석에 짱박혀서 숨어 있다가, 철거된 건물 잔해에 맞거나 같이 파묻혀서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ㅠㅠㅠ 이게 진짜 비극이다.

하긴, 겨울철에 꼬냉이가 자동차 엔진룸 안에서 웅크리고 자다가 나중에 그 차가 시동이 걸렸을 때 갈려들어갈 수 있다던데. 건물 철거 때도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다.

숲을 파괴해서 야생동물의 먹이나 서식지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원래부터 사람이 살고 있던 건물들을 다 철거하는 바람에 길고양이의 서식지가 없어진다니..
이것도 오로지 꼬냉이만이 겪는 기괴한 고충인 듯하다.;;

그래서 캣맘들은 지역 관공서나 재개발 시공사에다가 민원을 넣어서 여러 조치를 취했다.
철거 예정인 건물을 가리는 외벽 아래에다가 꼬냉이가 드나들 수 있는 자그마한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그 구멍에다가 물과 사료를 놔 둬서 거기 사는 아이들이 가능한 한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거다.

물론 옛날 나와바리를 탈출만 했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그 꼬냉이들은 이제 갈 곳이 없으니 얘들을 임시 보관소로 보내서 누군가가 냥줍해 가도록 분양을 주선한다. =_=;;;
주인 없는 그 하찮은 꼬냉이들이 뭐라고 얘들을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신경 쓰는 캣맘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주기적으로 물· 사료를 놔 두는 정도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4. 간택과 보은

저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캣맘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고양이가 귀엽기 때문이 아닐까?
하물며 밥만 주는 게 아니라 아예 냥줍까지 하는 것에는 꼬냉이의 외모가 아무래도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일개 길고양이 레벨에서 털이 완전 쌔하얀 페르시아 고양이 같은 아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 털 도색은 그냥 흑백이나 회색· 고동색· 황토색 계열의 얼룩덜룩한 흔한 잡종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얼굴 동그랗고 토실토실하고 충분히 귀여운 애들은 많이 있다.

고양이 집사와 관련해서는...

  • 그러고 보니 공 병우 박사의 제자였던 송 현 선생님도 늘그막엔 길고양이 돌보는 일에 진심 재미를 붙이신 적이 있었다. 그분 살아 계시던 시절에 본인이 결혼과 꼬냉이 얘기를 같이 나누지 못하다니 아쉽다.
  • 그 밖에 유튜브에는 유명 랜선 집사들도 많이 있다. 베베집사라든가 메주..;; 와이프의 소개로 본인도 이런 세계에 대해 접했다. 이 사람들은 꼬냉이 돌보고 방송하는 일만 전업으로 하는 유튜버이다.
  • 19세기의 간호행정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도 길고양이를 개인적으로 무려 60마리나 냥줍해서 키웠던 원조 캣맘이었다고 한다. 꼬냉이에게는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 갬성이 존재한다는 식으로까지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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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을 주인으로 떠받들지만.. 고양이는 닝겐을 집사로 간택할 뿐이다~"라는 농반진반 드립이 있다. =_=;;;
고양이가 개에 비해 홀로 도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의 꼬냉이가 그 정도로 안하무인인 건 아니다. 꼬냉이는 자기 담당 집사에게 자기가 사냥한 아이템을 상납하면서 나름 '보은'을 할 줄도 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본인조차도 작년에 앨리가 '보은'하는 걸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갖고 놀라고 던져줬던 생선 인형을 물고는 본인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글쎄, 쥐나 벌레 같은 생체를 가져온 건 아니지만 일개 꼬냉이가 이런 생각까지 한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그 당시에 앨리가 그렇게 선물이라도 바쳐서 우리집 안에 들어오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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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동화도 이런 꼬냉이의 특성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꼬냉이는 앞서 가축의 용도에서 살펴봤다시피 고기, 노동력, 부산물 같은 게 애매하다. 저 동화는 그래도 꼬냉이가 유용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아주 판타지스럽게 각색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지브리 애니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5. 나머지 이야기들

(1) 기분 좋고 평안할 때 그릉그르르??? 골골송
평안한 상태로 바닥이 푹신한 때 꾹꾹이
기분 나쁠 때, 경계 또는 경고 모드일 때 캬아아아~~ 하악질..
요렇게 상황별로 꼬냉이의 동작을 묘사하는 용어가 있다.

(2) 글쎄, 개의 야생 에디션이 늑대이듯이 고양이도 야생 에디션인 살쾡이(삵)가 있다. 야생 에디션은 홈 에디션 대비 덩치나 공격성이 더 강화돼 있다.
참고로 하이에나는 늑대 같은 개꽈 느낌이 강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얘도 의외로 사자나 표범 같은 고양이꽈라고 한다.

(3) 고양이는 정말 이례적으로 성경에 언급이나 등장이 전~~혀 없는 걸로 유명하다. 개, 쥐, 돼지, 말, 소, 양, 염소 등등등은 다 나오며, 레위기에서 박쥐, 펠리컨, 대머리독수리도 나오는데 말이다. 고양이는 하다못해 부정한 동물로 언급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성경이 기록되던 시기에 지금 우리가 아는 자그마한 고양이라는 품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성경에 닭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1 08:35 2025/05/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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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들짐승과 집짐승

자연에는 여러 동물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종류는 인간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이용할 가치가 있다.

(1) 일을 시켜서 부려먹기: 개, 소(농사), 말(교통수단).. 넓게 보면 서커스 묘기도 이 범주에 들겠다.
(2) 산 채로 얻는 부산물: 꿀, 알, 젖, 털 같은.. 이거 덕분에 꿀벌은 일개 곤충일 뿐이지만 축산법 상으로는 엄연히 가축이다.
(3) 죽여서 얻는 부산물: 고기와 가죽. 소, 돼지, 닭, 오리 등.. 오늘날 닭은 이 분야의 끝판왕이다.

노동력 (1)에 대해서 더 살펴보자면..
오늘날이야 자동차와 농기계 덕분에 말이나 소의 노동력이 필요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소는 이제 식용으로만 키운다.
그 반면, 개는 차분하고 충직한 성격 덕분에 품종에 따라 사냥개나 군견, 맹인 안내견, 마약 탐지견 같은 고도의 특수 임무까지 수행 가능한 유일한 동물이다.

냄새 맡는 능력만 따지자면 도야지가 개보다 더 뛰어나면 뛰어나지, 절대 못하지 않다. 그 커다란 콧구멍을 폼으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능도 개나 도야지나 다 피장파장이다.
하지만 도야지는 고집 세고 인간의 훈련을 잘 따르지 않고 깩깩거리는 그 성깔이 걸려서 저런 일을 못 시키는 거다. 인간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그 능력을 인간을 위해 기꺼이 바치려는 의지가 개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한편, 꿀벌은 (2) 꿀뿐만 아니라 충매화 기반 농작물들의 수분을 도와준다는 (1) 노동력 공로도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이걸 인간 수작업이나 기계 "따위"로 일일이 하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농작물의 가격이 지금보다 몇 배는 뛰게 될 터.. 꿀벌의 효율과 가성비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 인간과 함께 지내게 되면 '가축'의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인간의 통제에 잘 따르면서 이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번식도 하고, 저런 (1)~(3)을 더 잘하는 쪽으로 품종 개량이 진행된다.

늑대가 들개를 거쳐 우리가 아는 그런 개로 바뀌고, 멧돼지가 털 없고 엄니 없고 더 뚱뚱한 집돼지로 바뀐다. 이런 동물들은 이제 돌봐 주는 인간 없이 홀로 야생에 던져지면 제대로 못 살게 된다.
내 경험상 성경도 육상 동물을 분류할 때 포유류 양서류 같은 구분은 안 한다. 그냥 가축(cattle) 아니면 일반 야생 짐승이냐(beast) 정도로만 분류한 편이다.

산업화 이후 현대에 와서는 아래의 (4)와 (5)도 동물의 용도에 추가된 듯하다. 1차 산업이 아닌 업종에서도 동물을 필요로 하는 예외적인 사례라 하겠다.

(4) 귀여워서 정서적 교감: 집안에 들여다 놓고 키우는 애완동물..
(5) 임상실험: 제약회사 실험쥐 내지 우주 개발 초창기에 인간보다 먼저 우주로..;;

(5)는 그렇다 친다만.. (4)는 인간들이 등 따시고 배 부르고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등장한 카테고리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서는 개가 정말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3) 도사견인지 뭔지 멍멍탕으로 쓰이는 품종, (1) 셰퍼드, 포인터 같은 품종, 거기에다 (4) 포메라니안, 푸들 같은 애완견 품종이 다 있으니 말이다.

(4)와 (5)는 가축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거시기해 보인다.
그럼 이 시점에서 이 글의 주제를 꺼내도록 하겠다. 고양이, 꼬냉이는 어느 범주에 속하는 동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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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먹이사슬 서열에서는 엄연히 사나운 육식동물이다. 허나, 덩치가 엄청 작으며 외형과 울음 소리가 기막히게 귀여운 요물이다.

꼬냉이는 개와 달리 (1) 노동력이나 (2) 부산물은 해당되지 않겠다. 아, 쥐 잡는 것 정도나 (1)에 약간 들어가려나?
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3) 개고기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꼬냉이는 일부 문화권의 극소수 마이너 괴식인 나비탕 말고는 일단은 식용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 마이너한 개고기보다도 훨씬 더 마이너하다.

오늘날 꼬냉이는 천상 (4) 얼굴마담 역할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얘는 우리나라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개, 돼지는 물론이고 꿀벌조차도 법적으로는 가축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 유비쿼터스 고양이

꼬냉이는 행정· 관리 측면에서 개, 돼지 같은 여느 동물과는 굉장히 다른 특성이 있다.
주인 없는 개체가 사람 사는 마을에 버젓이 돌아다님에도 불구하고.. 나랏님이 포획하지 않고 인간과의 공존을 묵인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

즉, 꼬냉이는 법적으로 유해조수로 취급되지 않는다. 가축도 아니고 유해조수도 아니라는 것이다.
개는 들개뿐만 아니라 애완용 댕댕이라도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애가 있다고 119 신고가 접수되면 나랏님이 출동해서 걔를 잡을 것이다.
멧돼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개는 꼭 죽이지 않고 최소한 보호소에라도 보내겠지만 멧돼지는 그냥 사살이다.
그 반면, 꼬냉이는 잡아서 기껏해야 TNR밖에 하지 않는다. 잡아서 중성화만 시킨 뒤, 현장에 도로 놔 준다.

이렇게 조치가 관대한 이유는.. 꼬냉이는 저렇게 놔둬도 사람에게 물리적인 위험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꼬냉이를 목줄과 입마개 채우고 산책 시킨다는 말은 아무도 못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길고양이 앞에서 사람이 등을 보이고 달아난다 해도 쟤가 쫓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반대로 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고 도망칠 뿐이지..
꼬냉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을 앞발 발톱으로 할퀼 수는 있다. 하지만 멧돼지처럼 체중을 실어서 들이받는다거나(..), 개처럼 입으로 물어뜯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꼬냉이는 본능적으로 사나운 맹수 기질이 있다. 배고프지 않아도 그냥 괜히 사냥을 하고, 사냥감을 갖고 놀기까지 한다. 단지, 그 사냥 대상이 자기보다도 더 작은 새, 개구리, 쥐, 벌레 등으로 국한될 뿐인 거지.
'종' 전체 차원에서 인간과의 공존이 용인되는 동물 중에서 제일 크고 지능 높고 귀엽다고 여겨지는 아이가 바로 꼬냉이인 듯하다. 개는 모든 종이 인간에게 무해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지 꼬냉이는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경이 됐다.
어지간한 공원이라든가 옛날 스타일 단독주택 골목들엔 다 있고.. 의외로 아파트 단지에도 서식한다.
꼬냉이들이 지구 정복 음모라도 꾸미고 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얼마 전엔 5월 연휴를 맞이해서 부모님도 뵐 겸 고향 경주를 찾아갔는데..
황성 공원의 소나무숲엔 원래 청설모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거기도 청설모는 안 보이고 꼬냉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_=;;

강아지를 키우려면 아무래도 펫샵이나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서 애완견을 정식으로 분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꼬냉이의 경우, 운 좋으면 그냥 길냥이 중에서도 상태 좋고 귀여운 아이를 '냥줍'하거나 심지어 그쪽으로부터 먼저 간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본인이 작년 여름-가을 사이에 '앨리'라는 아이와 잠깐 있었던 시절은 꼬냉이의 이런 특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길고양이는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완동물도 아닌 참 애매한 위치에 있다. 그들은 완전히 산 속도 아니고 건물과 공터 곳곳에서 야금야금 몰래 살아간다. 이거 뭐 자전거도 자동차도 아닌 오토바이와 비슷한 처지인 건가?

일부 몰지각한 캣맘이 남의 집이나 차 근처에다가 꼬냉이들 먹이를 놔둬서 갈등을 빚는다. 캣맘이 그 꼬냉이들을 자기 집까지 데리고 와서 전적으로 책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주인 없는 골칫거리니까, 또 어차피 오만 데 발이 채일 정도로 흔하다는 이유로 꼬냉이들을 죄의식 없이 잡아다가 학대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일부 사람들도 문제다. 고양이는 세상에 이런 논란의 중심에 앉아 있는 특이한 존재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주인 없는 개의 멸칭이 '똥개'인 반면, 주인 없이 굴러다니는 고양이의 멸칭은 '도둑고양이'였다. 그게 요즘은 '길고양이'로 많이 대체됐다.
글이 많이 길어졌으니 다음엔 꼬냉이의 생태에 대해서 더 썰을 풀도록 하겠다.
아이고 이거 진작에 올라왔어야 할 글인데 요즘 정말 모든 스케줄이 질질 늘어지고 틀어지고 있다.ㅠㅠㅠ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5/05/08 08:35 2025/05/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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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도 부정승차 및 예약 노쇼

본인은 올해 초에 지하철 내지 일반열차의 탑승과 관련하여 놀란 게 좀 있었다.
먼저, 지하철 운임을 선탑승 후계좌이체가 지금까지 가능했다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탑승 내역 추적과 입증을 어떻게 하려고?
이건 20여 년 전, 음 성직 도철 사장 시절에 노인 무료 티켓을 아무나 가져가라고 비치해 놨던 것과 거의 같은 급의 뻘짓으로 보인다.
역무원들의 업무 불편이 가중되고 돈이 숭숭 새는 게 눈에 띄니까 올해 초에야 이 제도가 폐지됐다.

그리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명절 대수송 기간에 예매 열차표의 노쇼 취소 수수료가 출발이 다 임박해서도 겨우 10%였다니! 사실이냐..??
그리고 그걸 인제 와서 꼴랑 20%로 올린다고? 와~ 이건 그냥 암표 사기꾼들을 대놓고 조장하는 시스템 같다.

명절에는 거의 70%를 수수료로 떼고 나서, 나중에라도 그 자리에 딴 승객이 앉으면 50% 정도 환급해서 20%만 뗀다거나..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본다.
그리고 탑승자 전면 실명제를 시행하고, 예약 취소 노쇼가 너무 잦은 사용자는 예매 가능 기간이나 좌석 수가 팍 줄어드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

나도 이 정도로 야박한 시스템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요즘 열차가 그렇게도 자리가 없고(명절에는 더욱) 암표꾼들이 아직도 그렇게도 판을 친다고 하니 이런 생각이 들 따름이다.
특히 이 빌어먹을 노쇼 국민성은 망국병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박멸 근절해야 할 테고 말이다.

정말로 악의 없이 스케줄 변동 때문에 취소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게 들릴 수 있지만 명절 열차표는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자원이다. 진짜로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고, 예약은 좀 더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2. 여권 분실

여권은 한번 분실 신고가 되면 취소를 못 한다. 잃어버렸다가 되찾았더라도 그 여권은 절대로 재사용할 수 없다. 영원히 무효가 됐으니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심지어 그 당사자에 대해서 여권 분실 내역 벌점(?) 카운트도 여전히 유지된다. 그러니 여권은 자동차나 신용카드, 민쯩 같은 물건과는 취급이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는 여권의 사증란이 꽉 차면 1회에 한해 사증란을 추가한다거나, 심지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유효기간도 연장인가? 약간 유도리스러운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전자여권이 도입됐을 즈음, 한 2010년대쯤부터 그런 제도는 없어졌다. 사증란이 부족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5년짜리 복수 여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없어지고 무조건 10년짜리만 있다. 표준형보다 사증란이 약간 적고 몇천 원 더 저렴한 알뜰여권이 있을 뿐이다. 요즘은 심지어 단수 여권도 없어졌다는구나..!

여권이 갈수록 형태가 단순해지고, 한편으로 분실에 대해서 융통성 자비심이 없어지고 어지간해서는 “무조건 재발급”으로 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위조 여권 관련 범죄가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저것 유도리를 허용하다간 그걸 악용한 범죄까지 색출하지 못하고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관대한 반품 환불 규정을 악용해서 사기치는 쇼핑몰 악성 고객이 있고, 악질적인 열차표 암표상이 있듯, 여권에도 이런 놈들이 있다는 뜻이다.

비행기 내부에 액체 반입이 엄청 까다로워진 거, 여권 사진의 규정이 까다로워진 거(특히 양쪽 귀 노출 필수!!) 이런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세상 모든 지갑이나 신분증이 다 모바일로 가는 추세이지만, 여권은 그런 정보화 인프라가 없는 나라에서도 통용돼야 하기 때문에 ‘실물’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행은 정말 전세계가 단일 정부에서 통합돼서 신체에 이식하는 666 베리칩 급-_- 통합 신분증 같은 거라도 등장하지 않는 한, 예측 가능한 가까운 미래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 군대에서의 징계

2010년대 후반, 특히 뭉 이래로 군대에서 병사들 입장에서 크게 좋아진 조치가 여럿 있다.

(1) 외박 위수지역 폐지
(2) 일과시간 이후에 개인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됨
(3) 초급 간부들이 자괴감 느낄 정도로 급여 크게 인상

(1)은 매우 잘했다. 오늘날 같은 눈부신 교통 통신 인프라 하에서 이런 제약은 아무 의미 없고 필요하지 않다.
북괴가 재래식 전력으로 6 25 시절처럼 무식하게 쳐들어올 가능성이 0에 가깝게 없어지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인들을 예우해 줘도 시원찮을 판에 위수지역에서 군인에게 오히려 바가지 씌우는 악덕상인들은(PC방, 여관, 식당 따위) 무조건 뿌리뽑고 패가망신 시켜야 한다.

이건 국립공원 계곡 평상 알박기보다 더 악질이다. 솔직히 나랏님들이 병장 월급을 200으로 올리기 전에 저것들부터 훨씬 더 시급하게 근절했어야 했다.

(2)는.. 그럭저럭 잘했다고 본다.
일과 끝나면 애들이 너도 나도 유튜브 보느라 바빠서 오히려 똥군기 가혹행위 변태 짓거리가 크게 줄었다나 어쨌다나..
군대는 훈련보다 사생활 없는 내무생활이 훨씬 더 스트레스 고생거리인데 이 정도면 군 기강이나 안보에 큰 악영향은 없고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크다고 여겨진다.

(3)은 글쎄.. 소위· 하사 월급과의 형평성은 좀 생각하고 급여를 올린 건지. 이건 우려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기왕 병 월급을 크게 올렸으면 이젠 병의 징계에도 '감봉'이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
영창 1주를 30% 감봉으로 퉁칠지, 아니면 영창 간 동안 일당을 팍 깎을지 뭐 적용 방식은 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어쨌든 금전적인 불이익이 가는 징계가 꼭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

사실 내 뇌피셜로는.. 우리나라는 슬슬 6 25 이전처럼 모병제로 돌아가도 되지 않나 싶다.
이건 일본 자위대가 일본군으로 승격된다거나 울나라 헌법에서 통일 지향을 삭제한다거나 하는 정도의 이변이겠지만 앞으로 궁극적으로는 저렇게 되는 게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 것이다.

4. 보복

잊을 법하면 천인공노할 흉악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비행청소년 고삐리들의 무면허 교통사고 때문에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라든가 심지어 어린 초등학생, 혹은 그런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장이 참변을 당한다. 심지어 요 얼마 전에는 어느 미친 교사가 학교 안에서 다른 초등학생을 아무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죽이기도 했다.

이럴 때 국가는 피해자나 그 유족이 원하는 보복을 가해자에게 집행해야만 한다. 국가가 사적 제재 린치를 그렇게도 엄격히 금지시켰다면 국가의 이름으로 보복의 대행도 응당, 제대로, 사이다 같이 해 줘야 된다. 그래야만 사회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다른 선량한 운전자들 수십, 수백만 명을 시속 30으로 기어가게 만든다고 해서 극소수 싸이코 미친놈이 사망 사고를 내는 걸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그런 예외적인 사고 좀 났다고 해서 쓸데없이 신호등 떡질, 과속 단속 카메라 떡칠 좀 하지 말고.. 사고를 친 놈을 조지는 거나 속 시원하게 하고, 서로 알아서 조심하게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다.

나라에서 저걸 안 해 주니 민식이 부모건 하늘이 부모건.. 자식을 잃은 건 딱하지만 뭐 되도 않은 법 만들어 달라고, 높으신 분들 조문 와 달라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 욕 먹고 물의를 빚는 거다.
그냥 간단하게, 단호하게, “우리를 나락에 빠뜨린 저 가해자놈을 사형에 처해 달라. 고의가 아니었다면 징역 10년 이상은 때려 달라.” 이렇게만 읍소해도 정말 아무도 비난 못 하고 만인이 공감해 주지 않겠는가?

생각 같아서는 피해자가 더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이면 가중처벌하고, 몰수한 물품 처분한 돈으로 생계 지원까지 법으로 명시하고 싶은데..
아무튼 법이 사회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니 매체에서 테이큰, 아저씨, 더 글로리, 휴버대 고문 소믈리에 같은 속 시원한 복수극이 마르지 않는 수요와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단, 나는 피해자라고 해서 무조건 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바로 다음 항목을 보시라.

5. 가해자와 피해자

김 향훈이라는 변호사가 쓴 글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한 500% 너무 공감이 갔다!!

내가 변호사 일 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 한국의 피해자들은 곧바로 가해자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피해를 보면 그것만 변상받으려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케이 봉 잡았다" 생각하면서 5배, 10배 이상 뽑아내려고 한다. 그걸로 팔자를 고치려고 한다. 이거 못하면 주변에서 병신 취급 당한다.

그러다 보면 가해자도 반발한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알겠는데 이 정도까지 변상해야 하는 거야? 내가 죽을 죄를 지은 거야?" 이러면서 반발한다. (이래서 한국인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안 한다. 인정하는 순간 죽음이니까)
그러면 최초 피해자는 "아쭈? 이것이 죄 지어 놓고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이러면서 싸움은 더욱 커지고 주변사람들도 가세한다. 그들은 싸움의 피상적인 면만 보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그러다 보면 힘쎈 놈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내가 재개발, 재건축 변호사를 오래 했는데, 사실 조합보다는 힘없는 소유자, 세입자들이 있고 그들의 사정이 참 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도 어느 순간 승리의 기회를 잡고, 조합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싶으면 적절한 손해배상의 10배 정도를 뜯어내려고 한다. 그러면 조합은 여기에 합의해줄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극과 극으로 대치한다.

외부적으로는 "힘센 조합과 시공사가 불쌍한 조합원이나 세입자를 강제로 내몰려고 한다"는 식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꼭 그런것도 아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인들은 100만원 정도 피해를 보았을때 적당히 130~150만원의 보상으로 끝나려 하지 않는다. 최소 500만원 정도 뜯어내려고 한다.

피해자 본인은 그냥 적절히 끝내려 해도 주변사람들이 부채질한다. "너 바보냐? 더 받아낼 수 있어" 라고 하면서.. 그렇게 싸움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잘 아실 것이다. 살짝 접촉사고만 나도 뒷목 잡고 쓰러지며 한방 병원 입원하는 것을..

정말 무지무지 500% 핵공감 사이다.
국민성이 이 따위로 저질 거지꼴이면서 일본한테는 잘도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낯짝 한번 참 두껍다.
저런 사고방식은 회개하고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 믿는 것에도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정말 정확하게 당한 만큼만 갚으라고 규정하고 있는 구약 성경 율법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한국의 기독교회는 저런 근성을 척결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며, 그리스도인은 저런 면모에서 뭔가 불신자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야 할 것이다.

* 당연한 말이지만, 목숨을 목숨으로 갚는 것(= 고의 살인범에 대한 사형)은 정확히 당한 만큼만 요구하고 갚는 것이다. 과잉 보상이 절대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2/19 08:35 2025/02/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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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기와 장소별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1) 1970년대 중후반에는 성행위, 폭력, 고문 등.. 뭔가 하드코어한 장면을 높은 수위로 묘사하는 걸로 주목 받은 영화가 여럿 등장했다. 이탈리아 영화 중에 "살로 소돔의 120일"(1975), "카니발 홀로코스트"(1980).
일본에는 "쇼군의 새디즘"(1976)이라든가 "감각의 제국"(1976)이 다 비슷한 시기의 작품이었다.

(2) "마지막 황제"(1987)와 "시네마 천국"(1988)도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명작 영화이구나. 스토리 배경이나 장르는 둘이 서로 다르지만.

(3) 한때 인조인간이나 사이보그, 반쯤 좀비 귀신인 인간.. 이런 장르가 아주 인기였던 것 같다. 로보캅, 터미네이터, 아 그리고 가위손..!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은 원작 소설이 아주 옛날옛적부터 있었고.

(4) 후뢰시맨-_- 같은 특촬물이라든가 애니-실사 합성 영상물(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도 쌍팔년도 시절의 참신한 촬영 기법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닥치고 다 CG가 대세가 됐다.

(5) 쉬리(1999) 이후로 본인의 대학 시절.. 딱 2000년대 초중반이 울나라 국산 영화의 중흥기 황금기였던 것 같다.
"라이터를 켜라"(2002)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요약, 평론이 올라오는 명작이고.. "지구를 지켜라"(2003)도 시대를 앞서갔던 문제작, 포스터를 너무 생뚱맞게 만들어서 망한 비운의 명작 소리를 듣는다. 이것 말고도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다.

(6) 그때 "친구", "공공의 적", "두사부일체" 등 조폭물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범죄도시 시리즈라든가 청년경찰, 나쁜 녀석들, 베테랑, 극한직업 같은 영화들도 잘 만든 것 같다.

(7) 2012년에는 일본에서 "공포의 물고기"라는 애니가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파닥파닥"이 만들어졌다. 이것도 꽤 의미심장하다.;;

(8) 2015~16년 사이에는 우리나라에서 일제 시대 배경의 반일물이 인기를 끌었다. "암살"(2015)과 "밀정"(2016).
2019년이야 3· 1 운동 100주년이니 "항거", "말모이", "엄복동", "봉오동 전투" 등의 일제 시대 배경 작품이 유난히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얘들은 명작까지는 못 되는 퀄리티이거나 심지어 엄청난 졸작 망작도 있었다.
이거 유행이 식고 관객들이 식상하기도 했으니, 향후 몇 년간은 일제 시대 영화가 흥행 주류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2. 영화에서의 전쟁 전투 묘사

영화에서 각종 폭발(포탄, 자동차 등)은 화염만 실제보다 더 딥다 크게 묘사되고, 폭발음은 더 작게 묘사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낑낑대면서 폭탄 전선 해체하는 장면 따위 없다. 발 떼면 터지는 지뢰 같은 것도 없다.

영화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끝까지 싸우다 전멸하는 연출을 좋아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훨씬 더 조심하면서 신중· 소심하게 움직이며, 병력을 반도 채 잃지 않았어도 철수하고 후퇴하고 추가 지원을 요청한다거나 한다. 현실의 전장은 영화 300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

(1) 스타십 트루퍼스: 수백 년 뒤를 다루는 SF물인데도 저그 괴물들을 상대하는데 미사일은 안 쓴다. 알보병들이 수류탄 하나 깔 생각조차 안 하고 소총만 드르르륵 갈기다가 죽어나가는 게 참 이상하다.

(2) 태극기 휘날리며: 제아무리 1950년대 배경이라지만.. 마지막 금성 전투는 너무 비현실적인 백병전 지향적으로 연출됐다. 무슨 1차 세계대전 참호전이나 그 이하 19세기의 전투 같은 스타일이다.

(3) 봉오동 전투: 독립군 장수가 일본군 장교하고 검으로 맛다이 떠서 목 따는 씬이 있던데...;;; 정말 어이가 달아나는 줄. 저 때가 1920년대인지, 아니면 기원전 삼국지 무협지 시절인지..??
근데 이런 식의 국뽕 왜곡은 중국에서도 엄청 많이 한다. 중일 전쟁 시절에 재야의 은둔 쿵푸 고수가 일본군 1개 소대를 다 쳐바른다는 식으로.. 유튜브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ㅠㅠㅠㅠㅠㅠ

(4) 그레이트 월: 이 바닥 판타지의 끝판왕.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여군들 발 묶어놓고 아래로 점프하면서 괴물들 잡는 거는.. 현실성, 전술적 가치는 안드로메다 행이다. 잊을 수 없네.

(5) 패트리어트: 이때는 전열보병이라는 그 당시 전투 방식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그러니 영화가 특별히 더 왜곡하고 과장하고 고증 무시할 필요가 없었다. =_=

하긴, 전투기 공중전을 찍어도 적당히 도그파이팅 하면서 그림다운 그림이 나오는 거는 1~2차 세계대전 사이가 마지막이지 싶다.
오늘날의 전투는 버튼 띡 눌러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갑자기 폭탄이 날아와서 적군을 쳐잡는 형태이기 때문에 영화 연출이 들어갈 게 별로 없다. 옛날처럼 드라마틱한 전쟁 영웅이 배출되는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지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29 08:35 2024/09/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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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전화 급 범죄들

1. 장난전화

경찰 112와 소방 119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긴급전화는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 타전되는 신고도 받을 수 있도록 정말 엄청나게 민감하게 설계되어 있다.
얘들은 돈이 없어도 공중전화로 바로 걸 수 있으며, 개통되지 않은 핸드폰으로도 전파만 물리적으로 터진다면 걸 수 있다. 발신자의 위치는 곧바로 추적되며, 걸었다가 발신자 쪽에서 끊어도 연결이 유지된다.

이런 하드웨어적인 특례뿐만 아니라 컨텐츠 면에서도 말이다.
112 신고는 통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범죄자가 옆에서 듣고 있기라도 해서 말을 곧이곧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도 대비가 다 돼 있다. "중국집이죠? 여기여기여기로 짜장면 좀 갖다주세요" 주문을 진지하게 하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말귀를 알아듣고 그 주소로 경찰이 출동한다.

심지어는 구체적인 조건은 잘 모르겠지만, 그만 됐다고 안 와도 된다고 철회 전화를 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것조차 악당이 협박해서 철회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이 일단은 무조건 온다는 것이다. 경이롭지 않은가?

그런 만큼 이런 곳에는 장난전화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정말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위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아니면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목격했을 때에나 그런 번호로 연락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 기분이 꼴린다고 무슨 불장난 하듯이 장난전화를 걸고 심지어 허위 신고까지 하면.. 이제는 나라에서 이런 것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경범죄로 끝나던 것이 과태료이고, 상습적이고 악질적이면 민· 형사 처벌을 때리면서 혹독한 금융치료 참교육을 시킨다(경찰· 소방관들의 출동 비용). 그래야만 마땅하다.

하긴, 굳이 경찰· 소방이 아니라 어디라도 장난전화를 걸지는 말아야지. 공항이나 철도역 같은 곳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거짓말은 죄질이 아주 나쁜 부류이고,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칼부림 예고라든가.. 중국집에 음식 허위 주문도 말이다.

20여 년 전에 용궁반점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벌어진 일인지 모르겠다만, 전설적인 장난전화 사례였다. 당장 들으면 웃기지만 이건 범죄에 가까운 수준으로 멀쩡한 가게에다 영업 방해를 저지른 게 아닌가? 아무래도 불편하게 들린다.
그러고 보니 '멘탈 갑 콜센터 직원' 이거는.. 장난전화라기보다는 그냥 무례한 깽판 진상 고객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직원이 갖고 놀면서 잘 대처한 거구나. 이거는 사이다 같다.

지난 2012년에는 이 대웅이라고 당시 군복무 중이었던 청년이 나라 망신을 단단히 시켰다.
마치 IP 주소 속이듯이 발신자 번호를 속이는 앱을 이용해서 미국 뉴저지 경찰서를 상대로 자살 예고 내지 테러 협박 허위 신고를 수 차례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은 위험물이 진짜 있는지 경찰 특수부대가 출동하면서 수색을 해야 했고 엄청난 시간 낭비, 행정력 낭비가 초래됐다.

결국 수사가 시작됐고 범인은 이듬해에 잡혔다. 번호를 속여 봤자 결국은 추적하면 다 잡히는데 저런 바보짓을 왜 한 걸까.
저 친구는 다행히 미국으로 송환까지 되지는 않고 국내에서 벌금형만 받았다. 하지만 미국의 트라우마 역린을 제대로 건드리는 중범죄를 저질렀으니, 이제 미국엔 평생 못 가게 됐다. 자기 인생에 스스로 걸림돌을 놓고 장렬히 자폭을 한 거다.
장난전화를 걸 때는 짜릿하고 "등신들 엿먹어라~" 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그게 자기한테도 그대로 돌아왔다.

뭐.. 미국 내부에서는 더 과거이던 2004년경, 어느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에 웬 경찰 사칭 전화가 와서 "거기 모 백인 여자 알바생이 손님 돈을 훔친 걸로 의심되니 퇴근시키지 말고 소지품과 몸을 수색해라"...;;;를 시작으로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성희롱 성추행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점장은 그게 진짜 경찰의 지시인 줄 알고 그 짓을 진짜로 알바생에게 행했기 때문이다.

천조국이라면 이런 범죄는 정말 엄하게 처벌됐겠으나.. 천조국은 한편으로 악마의 변호사도 많은 나라인 듯하다.
정신병자 급인 가해자 당사자는 심신미약 비스무리한 이유로 형사처벌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 대신 민사가 걸렸고, 애먼 맥도널드 본사만 직원 교육을 똑바로 시키지 않아서 이런 상황에서 대처를 잘 못 했다는 명목으로 배상금을 물게 됐다.

전화기는 얼굴 안 보이는 통신 수단이니 거 참,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이 낚일 수도 있구나 싶다.

2. 비슷한 유형의 다른 범죄 사건

(1) 이 대웅 이후로 거의 10년 뒤엔 권 도형이라는 친구가 암호화폐 관련 사기를 쳐서 세계를 거하게 농락했다. 미국 행인지 한국 행인지 아직도 결정이 안 됐나?
요 몇 년 잠깐 동안은 떵떵거리며 살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쟤는 인생 끝났다. 젊은 시절은 몽땅 다 구치소· 교도소에서 보내게 되겠다. 재산 추징과 몰수도 행해지겠지?

(2) 그리고 또 생각나는 건 얼마 전에 착륙하는 여객기 안에서 비상구를 열어젖혀서 난동을 부린 친구이다. 이건 형사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작년에 판결이 이미 났다.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이다. 비록 집행유예이지만 저 형량은 집유가 가능한 거의 상한선을 찍은 엄청난 중형이다.

비행기에서 헛짓거리 한 걸 국가 공권력이 얼마나 심각하고 중한 죄라고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저걸로 끝이 아니고, 이 역시 금융치료가 남아 있다.
민사에서는 7억 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이.. ㅡ,.ㅡ;; 저 애 부모는 정말 뒷목 잡지 않았을까 싶다.

비행기의 비상구 문은 잘 가고 있을 때는 열 필요가 없고, 바람 압력 때문에 열 수도 없다.
그러나 비상 상황이라면 저속 저고도 상태일 때고, 이때는 손으로 힘 줘서 열 수 있어야 한다.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과 달리,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상구 문은 한번 열었으면 도로 닫으면 되지, 그것만으로 뭐 탈출 슬라이드까지 다 펼쳐지고 비행기에 저 정도로 비가역적인 손상이 가해지나 궁금해지긴 한다.

(3) 얼마 전에 경복궁 담장에다가 스프레이 낙서질을 했던 미친놈들도 중고삐리여서 형사처벌은 면했으나, 금융치료는 비껴 가지 않았다.
1억 수천만에 달하는 복구 비용(약품값, 장비 대여, 복구 인력 인건비)이 청구됐다.

이상이다.
뒷일 생각 안 하고 지금 당장의 짜릿함이나 스트레스 해소, 화풀이를 위해서 장난전화 허위신고를 한다거나, 어디 불을 지른다거나 공공시설을 망가뜨리는 짓이 오늘날까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불과 관련된 사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분야에도 싸이코가 적지 않았다. 숭례문을 불지른 놈, 지하주차장의 차들을 다 태워먹은 놈, 습관적으로 10여 년 동안 산불을 저질렀던 봉대산 불다람쥐놈, 등등.
음 그리고.. 지 기분 꼴린다고, 혹은 처음에 금전 거래로 상호 동의와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멀쩡한 상대 남자를 성추행 강간범으로 신고하고 무고하는 것도 장난전화 허위신고의 범주에 들겠다.

이런 것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해야 저런 미친놈들이 더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탈을 쓰고 경제관념이 어째 저렇게 지지리도 없을 수가 있는지 참..
거짓말의 여파라든가 자기가 저지른 일의 뒷감당, 책임이라는 개념이 그런 인간들 머리 속에는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26 19:35 2024/09/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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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 놓고 보니 군대 이야기가 많아졌다.;;

1. 하이브리드 업종

세상엔 하이브리드 업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먼저 연기 쪽.. 뮤지컬 배우는 연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노래도 어지간한 성악가나 가수 수준으로 하는 사람이다. 두 영역의 능력이 다 필요하다.
쿵푸 무술 배우는?? 이연걸, 견자단 같은 사람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일반인보다야 훨씬 더 몸 좋고 힘 좋고 싸움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연기를 위한 무술은 진짜 실전용 무술하고는 영역이 다르다.

연기용 무술은 실제로 상대를 타격하고 제압하고 무력화시키는 격투술 호신술보다는 화려한 연출 시범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실제로 소림사에서도 레알 무술인 지망생이랑, 무술 연기 지망생은 따로 구분해서 무술을 가르친다고 한다. 사격만 스포츠 사격이랑 군대 사격이 다른 게 아니구만.
군인과 무인이 영역이 달라지고, 무술인과 연기자도 영역이 달라지는 건 필연인 듯하다. ㅎㅎ

다음으로 기상캐스터는.. 뉴스 아나운서나 방송 리포터 급으로 격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본격 연예인이나 레이싱모델도 아니다. 정체성이 뭘까..??

옛날에 김 동완 아저씨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예보자가 라이브로 일기도를 그려 가면서 날씨 설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크로마 키 기반의 화려한 CG가 발달하면서 사람은 각본대로 손짓 하면서 대본을 또박또박 읽기만 하면 되게 되었고, 예전에 비해 기상학 쪽으로 필요한 전문성은 다소 줄어들었다. (아예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님)
그래서인지 1990년대 이 익선 아나운서 이후부터 기상캐스터 자리는 그야말로 방송사별로 예쁜 아가씨들 각축장이 됐다.

각종 스포츠의 중계 방식을 보면 업계 경력이 있는 해설자, 그리고 해설을 일반인들에게 걸출한 입담으로 풀이해 주는 캐스터 2인으로 편성되는 편이다. 일기예보 하는 사람은 해설자이던 게 캐스터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하긴 일기예보가 하도 자주 틀리니 이제는 날씨 예보가 아니라 중계로 바뀌고 있다는 드립도 나돌곤 한다.;;

2. 각종 군종과 병꽈의 경계

군용기라는 게 꼭 공군에서만 운용하는 게 아니다. 공군은 비행기를 띄우기 때문이 아니라 제공권 장악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공군이다.
비행기를 몰더라도 공군이 아니라 육군 항공대에서 헬기 조종을 주로 할 수 있고, 해군 항공대에서 함공모함 함재기 조종을 주로 할 수도 있다.

회전익기는 고정익기하고는 영역, 성격, 조종 특성이 완전히 별개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공격헬기 조종사를 양성할 때 무슨 5G~6G짜리 가속도를 견디는 훈련을 시킨다거나, 헬기 조종석에 사출 좌석을 설치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함재기는 그 특성상 아무래도 지상 기지에서 발진하는 공군 전투기보다는 작고 항속거리도 짧다. 하지만 훨씬 더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함 하는 게 훨씬 고되고 힘들 테니 그런 쪽으로 고충이 있다.
오죽하면 "공군 조종사는 비행 시간으로 짬이 차지만 함재기 조종사는 이· 착함 횟수로 짬이 찬다" 이럴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지상 기지 전투기와 항공모함 함재기가 근본부터 완전히 다른 비행기는 아닌 모양이다. 전투기 제조사에서는 같은 기체를 베이스로 해서 약간만 변화를 줘서 공군 에디션과 항모 함재기 에디션을 모두 만든다고 한다.
마치 과거에 같은 선체 베이스로 전함도 만들고 항공모함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는 같은 차체 프레임으로 트럭도 만들고 버스도 만든 것에다가 비유할 수 있겠다.

한편, 육· 해군에서 항공대를 운용하는 것처럼 반대로 공군에서도 지상 기지에서 미사일 터렛을 운용하는 게 있다.
대공포는 육군이 아니라 공군 관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활주로가 있는 비행장뿐만 아니라 웬 산꼭대기에도 공군 부대가 있을 수 있다.

뭐, 육군은 보병과 포병이 주된 전투 병과인데.. 포 중에서 박격포는 포병이 아니라 보병 관할이다. 얘는 여느 화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완전히 같은 물건은 아니겠지만 뭔가 바주카 포와 비슷하달까? FPS 게임으로 치면 로켓 런처와 비슷하다.

하긴, 옛날에 공용화기로서 육중한 기관총이란 게 처음 발명됐을 때는 이걸 보병에다 넣어야 하나 포병에다 분류해야 하나 말이 많았었다고 한다. 인류의 전쟁사에 한 획을 그을 너무 획기적인 무기가 발명됐기 때문이다.
기관총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전쟁이 종결돼 버릴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핵무기가 발명된 뒤에야 옛날 같은 형태의 전쟁이 많이 없어졌다.

3. 한 분야 특화

뭔가 한 분야에 특화된 성능을 발휘하는 튜닝 물건은 험악한 환경에서의 안정성, 신뢰성, 생존성(?)이 떨어진다. 이게 자연의 보편적인 등가교환=_= 법칙인 듯하다.

(1) 살코기를 많이 만들도록 품종개량된 식용 가축 동물은 야생에서는 제대로 못 산다.
과육 열매를 많이 맺도록 품종개량된 농작물도 야생에 내던져지면 잡초와의 경쟁에서 당연히 못 버틴다.
똑같이 식물이 자라는 곳이어도 논밭이 진짜 자연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극히 인위적인 장소가 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무 데서나 무단경작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 농사가 유난히 고달픈 일인 이유, 성경 창 3:18-19의 의미와도 모두 일맥상통한다.

(2)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은 돌보다 더 단단하고 튼튼하고, 한편으로 예쁜 광택이 나고 얇게 펼 수도 있고.. 여러 모로 활용하기 좋다.
특히 열에도 훨씬 더 강하다. 마그마나 용암은 용광로 쇳물이 아니다. 저런 건 삽으로 퍼서 철제 양동이에 아무 문제 없이 퍼 담을 수 있다. 뜨거움의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쓰레기를 몽땅 다 화산 분화구에다 집어넣어서 태워 없애면 어떨까?"는.. 쓰레기를 우주로 날려 보내는 것만큼이나 현실성· 실용성이 없다. ㅎㅎ)

이러니 금속이 좋기는 한데.. 금속은 일반적인 돌덩어리에는 해당되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거.. 녹과 부식에 취약하다. 금속은 유기물 같은 부패는 없지만 부식이란 게 있다.
금속을 녹이고 가공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광석으로부터 산소 원자를 떼어내고 순금속을 추출하는 것부터가 고열을 동반한 엄청난 첨단 기술이었다. 원시시대를 석기, 청동기, 철기로 괜히 나누는 게 아니다.

금속은 마치 과육만 많이 잘 만들고 생존력은 비실비실한 농작물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인위로 만들어서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에 가깝다. 그 억지라는 건 페인트칠이나 도금 같은 걸 말한다.

(3) 옛날의 구닥다리 화승총은 현장 조달한 조악한 쇠구슬을 넣고도 쏠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의 최첨단 초정밀 소총은 어림도 없다.
100년 전 구닥다리 자동차 엔진은 저질 기름을 넣어도 꿀럭거리기만 할 뿐 일단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오늘날의 초정밀 자동차의 엔진에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배기가스 정화 계통이 다 망가지고, 엔진에 불순물이 끼고.. 그야말로 비가역적인 손상을 입는다.

(4) 일반 육군 보병들이야 사격의 유효사거리를 거의 100~200m 정도로 잡는다. 쟤들은 실전에서도 특정 타겟 조준사격보다는 다같이 엄호· 기선제압 사격을 훨씬 더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 멘 채로 진흙탕도 구르고 유격에 각개전투에 별 짓 다 한다.

그렇지 않고 조준경 달고 2~3km 거리에서 저격을 하는 스나이퍼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초정밀 총은 초민감한 악기 다루듯이 전용 케이스에 넣어서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해야 하고, 총과 저격수가 완전히 물아일체여야 한다. 사수는 그 감이 무뎌지지 않게 수시로 혹독한 훈련을 해야 하고, 총도 수시로 닦고 조이고 초정밀 관리를 해야 한다. 저격소총을 땅개들 돌격소총처럼 험하게 다뤘다간 큰일난다.

(5) 군인들을 위한 전투용 총기는 한없이 무겁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닐 군인들의 부담을 생각해서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 사격이나 저격수용 총은 반동을 줄이는 것에 특화되어 엄청나게 무겁다.
칼도 다 같은 칼이 아니어서 사형 집행용 참수검은.. 찌르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베는 것에만 특화돼 있다. 그리고 엄청 둔기 수준으로 엄청 무겁다. 여느 검도용 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저격수 사격은 스포츠 공기총 사격과도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최소한의 공통 테크닉 이후부터는 노하우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똑같이 피아노를 전공해도 재즈 피아노랑 클래식 피아노가 호환되지 않듯이..

Posted by 사무엘

2024/09/24 08:35 2024/09/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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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과 발, 눈과 귀

손과 발 중 어느 것이 없는 게 더 불편할까? 눈(시력)과 귀(청력) 중 어느 것이 없는 게 더 불편할까? 둘은 마치 교통과 통신만큼이나 담당하는 영역이 서로 다른 것 같다.
인간이 일상적으로는 손을 써서 학교나 직장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다리가 없어서 자력으로 어디 이동을 할 수 없다면.. 이거 뭐 말짱꽝이 된다. 오오~ 그러고 보니 수난 이대 소설이 이런 상황을 잘 다루고 있다.

그리고 눈은 엄청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영상이라는 2차원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소리는 영상보다야 정보량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귀는 딴일을 하는 중에도, 굳이 고개를 돌리고 주목하지 않아도 시야각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정보를 습득하게 해 준다. 더구나 소리는 지형이나 장애물을 가리지 않고 잘 퍼지기까지 한다.

이러니 이 유튜브 비디오 시대에도 라디오가 완전히 쫄딱 망할 일은 없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앞을 못 보는 게 소리를 못 듣는 것보다 더 불편하고 더 큰 장애로 보이지만..
사실은 소리를 못 듣는 것도 앞을 못 보는 것에 필적할 정도로 엄청난 장애라고 그런다. 서로 대등하고 호각인 거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유전적인 특성 때문에 선천적으로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있다. 외형상 코의 모양은 평범하고 정상이기 때문에 이게 당장 티가 나지는 않는다.
putty 터미널 프로그램의 개발자 Simon Tatham이 냄새를 못 맡는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본인은 과거에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비슷한 체험을 했었다. 딱히 콧물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 김치에다가 코를 박아도 아무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게 무척 놀라웠었다..!
냄새를 못 맡는 건 시청각 장애에 비해서는 그나마 덜 심각한 장애로 여겨진다. 정확하게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이걸로는 병역 감면이나 면제가 가능하지도 않지 싶다.

하지만 음식이 상하거나 썩은 냄새, 타는 냄새.. 악취 이런 걸 못 맡으면 뭔가 결정적인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서 화재나 식중독 같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커질 것 같다.
마치 땀이 안 나는 병이 있는 것처럼 몸 사리면서 조심해서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건강에 대한 관념

난 아주 어린 꼬마 시절엔..

(1) 머리를 감기만 했는데 머리카락이 도대체 왜 수십 개씩 빠진다고 하는지 이해를 전혀 못 했다.
흰머리 뽑듯이 족집게로 머리카락을 뽑은 게 아닌데 그게 왜 저절로 빠지지??

(2) 걷다가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를 찧으면 피부가 까지고 피가 나고 아파서 울 수 있고, 빨간약을 바르기는 한다만.. 도대체 그거 갖고 어떻게 뼈까지 부러질 수 있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3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줄?

(3) 커피를 마시면 잠을 쫓을 수 있다는 말을 이해를 못 했다.
심지어 영어 회화 교재에도 I’m sleepy / Drink some coffee 라고 적혀 있던 대화의 인과관계를 전혀 몰랐다. 졸리는데 왜 커피를 마셔?

(4) 반대로, 잠이야 아무 때든 조용한곳에서 누워서 눈만 감으면 100% 언제든지 경험 가능한 건데, 불면증이라는 게 세상에 도대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어 간다~~!!!.

3. 기억

나는 이런 게 도대체 왜 기억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의 교가의 멜로디를 모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는=_= 일부 멜로디를 기억하는 게 있지만 다녔던 학교 중 어느 곳의 교가인지는 모른다.
중학교 교가는 일부 가사를 기억한다. 셋잇단음표와 함께 "거룩한 화랑 정신 핏속에 이어받아 온 겨레 떨치는 횃불이 되자"가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가는 가사 대부분을 기억한다.
고등학교 교가는 일부 구간이 찬송가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와 비슷한 곳이 있다.
대학교 교가는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의 작곡자인 그 침신대 교수가 작곡했다.

그리고 단 4주 동안밖에 접하지 않았지만 논산 육군훈련소가=_=를 멜로디는 음원 차원에서 100%, 가사 대부분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국군 도수체조 BGM은 들어도 들어도 정말 와 닿지 않고 기억이 잘 되지 않는다.

유사품인 국민체조 BGM 대비 멜로디가 그닥 명랑 경쾌하거나 매력적이지 않고, key부터가 깔끔한 G가 아니라 애매하게 낮고 어려운 G플랫.. 코드 진행이 장조인지 단조인지 모르겠고 어정쩡하고.. 뭐 그렇다. 그래서 머리에 잘 입력되지 않는다.
음악 전문가이신 여친님도 들어 보더니 정말 그렇다고 인증해 주셨다.

난 개인적으로 매일 아침에 이거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국군 장병에게 이 BGM이 그리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_=

아무 음악이나 한번 듣지마자 바로 기억에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나 포함 대부분의 인간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기억 아이템이라는 것을 취준생에다가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뇌의 기억장소라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기 기억에만 남아 있는 건 인턴, 계약직에 불과하다. 재계약이 안 되면 곧 짤린다. 잊혀진다.
장기 기억으로 들어가는 건 정규직/장기복무 합격에 대응한다.
평생 각인되는 거는 종신직 정년보장 철밥통 자리에 들어가는 거고..
인간의 뇌라는 직장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그렇게 많거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4. 욕구

인간 같은 동물에게는 잠뿐만 아니라 식욕, 성욕 같은 다른 기본 욕구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기본 욕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잘못 발산됐을 때 사회에서 가해지는 제재는 무엇이 있을까?

(1) 밥
조난을 당해서 무인도나 밀림이나 망망대해 구명보트에서 몇 달째 고립돼 있었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사람 시체라도 뜯어먹었다면.. 그건 뭐 그 당사자를 비난할 수 없다.
문명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도 정말 굶어죽기 일보직전에 최후의 발악으로 마트를 털기라도 한 거면 일말의 장발장 동정표가 주어질 수 있다.

허나, 이 2020년대 대한민국은 길거리에 아사자 시체가 굴러다니는 무복지 막장 국가가 아니다. 행려병자나 거지가 떠돌던 시절도 이미 지났다.
그렇기 때문에 사지 멀쩡한 사람이 밥을 못 먹어서 긴급피난이 인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래도 먹튀는 절도죄, 사기죄 같은 잡범 급이지, 정치범 흉악범 급은 아니다.

(2) 배설
노상방뇨 노상방분은 그냥 경범죄로 취급되어 과태료 범칙금 감이다. X을 잘못 싸면 그 사람의 체면과 사회 위신이 심각하게 저해되겠지만-_-, 인간의 생리욕구를 해소한 것만 갖고 사람을 체포하고 형사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
글쎄, 그 후폭풍 여파가 심하게 악질적이면 재물손괴죄로 이어질 수는 있겠다만 말이다.

반대로 아무 악의 없이 너무너무너무 극단적인 상황에서 급똥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회적인 민폐를 끼친 거는 긴급피난으로 인정될 수 있다. (남자가 닥치고 여자 화장실이라도 뛰쳐들어가서 해결을 했다거나..)
하긴, 수영 선수들이 수영장 경기장에 있으면서 몰래몰래 소변을 지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_= 마라톤 선수는 경기 중에 지리고..

(3) 수면
근무 중, 학습 중 같은 상황에서 졸아 버리면 그냥 그 조직 내부에서 잔소리 듣거나 징계받는 걸로 끝이다. 이거 갖고 판· 검사는 물론이고 경찰 면담을 할 일조차 없다.
졸음운전은 문제가 좀 심각하긴 하지만, 사고가 나더라도 그냥 평범한 과실로 다뤄진다. 음주운전과는 달리 특별히 더 가중 처벌되는 게 없다.

(4) 성
이거는 제일 위험하고 심각한 사항이다. 손 하나 까딱 잘못 놀리면 체포되고 벌금이나 징역까지 받을 수 있고, 최악의 흉악범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사회적 매장은 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린 피해자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열외돼서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린 피해자가 적지 않은가 보다.

정상적인 성욕과 끔찍한 성범죄는 마치 사랑의 체벌과 아동학대, 살인과 연명 치료 중단만큼이나 한 끗발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성범죄를 없애겠다고 아예 고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쪽의 유혹은 대적하고 맞서 싸우는 게 불가능· 무의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도 이건 그냥 피하는 것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다.

대놓고 적군이라면 싸우고 죽여야겠지만, 우리 편 사람이 잠시 헷가닥 맛이 가서 나한테 덤비는 거면.. 죽일 수가 없잖은가? 내가 그냥 피하거나 "잠시 실례" 기절만 시키거나..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리고 사실, 강간은 성욕 해소가 본질이 아니다. 성욕만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그건 혼자 화장실 가서 조용히 몰래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강간은 그냥 자기보다 약한 여성을 제압하고 제멋대로 범하는 과정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 고문이 진짜로 자백 받아내고 정보를 얻는 게 목적이 아니며, 결혼이 성욕 해소가 본질이 아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11 08:35 2024/08/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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