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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부정행위

우리나라에서 사람 인생에 큰 영향을 주며 이 때문에 부정행위도 많은 대표적인 전국구 시험은 수능과 토익이 아닐까 한다. 수능은 10여 년 전인 2004년 11월에 치러진 2005년도 시험에서 200여 명에 달하는 수험생이 조직적으로 컨닝을 한 게 뒤늦게 적발돼서 전국적으로 난리가 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벌어졌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과 더불어 국가적인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수능 부정 적발은 뒤끝도 굉장히 오래 간 걸로 기억한다. 이미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이 수능 무효로 인해 입학이 취소된 건 차라리 양반이다. 더 옛날에 그냥 넘어갔던 것까지 조사를 해 보니,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그 경력으로 학사장교로 들어가기까지 했는데 뒤늦게 수능 무효 → 대학 입학과 졸업 무효 → 학사장교도 무효로 테크트리가 모조리 아작난 사례도 있다. 이건 학력위조 적발로 인한 임관 무효 말고, 또 별개로 있었던 사례다.

저 부정행위의 여파로 인해 수능 시험엔 일체의 전자기기가 한 치의 자비심 없는 절대금기가 되었다. 특히 시험장에서 휴대전화란 마치 공항 세관에서 마약, 군대 훈련소에서 담배와도 같은 악의 축 취급을 받게 됐다. 굳이 벨소리가 나지 않아도, 끄고 배터리까지 분리해 놨더라도, 1교시 시작 전에 전화기를 제출하라고 곱게 말로 할 때 제출하지 않은 게 적발되면 무조건 각서 쓰고 퇴장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정행위 정황이 있건 없건 이번 수능은 무효가 되니 내년에 다시 쳐야 된다.

사실 이마저도 죄질이나 처벌 수위가 가장 약한 '규정 위반'에 속하기 때문에 이번 수능만 무효 처리되고 끝나는 거다. 하물며 대놓고 부정행위를 한 게 적발된다면 올해뿐만 아니라 1년간 추가로 수능 응시 자격 상실이 뒤따른다.
그런데 매년 전국에서 수~열몇 명 정도는 바보같이 휴대전화 규정이 걸려서 퇴장 당하는 안습한 사람이 꼭 나온다고 한다. 자기가 아니라 부모님이 넣어 놓은 휴대전화가 뒤늦게 발견된다거나..;;

시험 부정 행위는 크게 다음과 같은 네 카테고리로 나뉜다.

  • 혼자: 시력, 컨닝페이퍼
  • 다른 수험생과 짜고: 답안지 보여주기, 특정 동작으로 신호
  • 다른 외부인과 짜고: 무선 통신, 대리 시험
  • 시험 관계자와 짜고, 혹은 시험장 "밖에서" 혼자: 아예 문제와 답안 유출, 답안지 바꿔치기

'혼자' 테크닉을 봉쇄하기 위해 같은 문제지도 A형과 B형으로 막 나뉘어 배부된다.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수험생이 마킹하는 답안이 제각각이 되게 말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치면 소스 코드의 난독화 테크닉과 비슷하다.
그리고 컨닝페이퍼를 책상 주변에다 미리 만들어 놓으려는 시도를 분쇄하려고 학생들의 고사장 좌석도 랜덤화한다. 마치 Windows Vista에서 도입된 실행 주소 랜덤화 기법이 떠오른다.
옛날에 초딩 시절에도 도학력고사 같은 큰 시험은 아예 반을 싹 바꿔서 쳤던 걸로 기억한다.

수험생간에 필기구가 가리키는 방향, 기침, 시선 등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건.. 물증이 없는데 감독이 어지간히 눈썰미가 있지 않으면 혐의를 어떻게 입증해서 어떻게 잡아 내는지 궁금하다. 주고받는 학생들도 언제 걸릴지 모르는데 완전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어떻게 그 짓을 할지? 멘탈이 어지간히 강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위의 1~2단계는 제끼고 최소한 외부인과 공모하는 3단계부터 시작한다. 초소형 카메라와 도청 장치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덕분에 시험장에 출입할 때는(특히 중간에 화장실에 갔다 올 때) 애들을 공항에서 검문하듯이 X선 금속 탐지기라도 통과시켜야 할 판이다.
하긴, 굳이 시험이 아니어도 노름판 같은 데서도 이런 방식으로 사기 치는 놈들이 많긴 하다. 몰래 카메라로 상대방의 패를 다 본다거나, 밖에 있는 고수에게 바둑판을 보여주고 훈수를 듣는다거나.

차량은 시험장과 적당히 떨어져 있는 외부에서 통신을 주고받는 부정행위 공범에게 훌륭한 엄폐성과 주거성을 제공하는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부정행위 사건 이후로는 시험 시간 동안엔 시험장 주변의 반경 200m 이내에는 차량의 주정차도 전면 금지되었다. 이건 단순히 소음 방지가 아니라 이런 보안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 소음이 문제라면 차량 통과 자체를 금지시켜야지?

아예 시험지나 답안지를 사전에 빼돌리는 건 방송으로 치면 어지간한 방송 사고를 넘어 전파 납치 같은 급의 엄청난 범죄가 된다. 굳이 관계자를 매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혼자 건물에 침입하는(!!) 짓도 여기에 해당되는데, 우리나라는 최근에 이런 사건도 두 번이나 발생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은 2013년 말에 발생했던 연세대 로스쿨 캐비닛 사건 되겠다. 문제의 그 학생은 변호사 시험도 아니고, 학교 내부 시험 문제를 빼돌리려고 교수 연구실에 몰래 침입해서 컴퓨터에다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려 했다. 연구실 도어락의 비번은 그 교수가 문을 열고 있을 때 옆에서 몇 차례 몰래 훔쳐봐서 '시력'으로 익혔다고 한다.

그런데 으슥한 밤에 웬 학생이 혼자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는 걸 동일 로스쿨의 다른 학생이 우연히 보고 수상하게 여겨서 경비 직원에게 신고했고, 경비원이 출동했다. 경비원들이 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 대담한 학생은 근처의 캐비닛 안에 황급히 들어가 숨었지만... 결국은 덜미가 잡혔다. 들켰을 때의 심정이 어땠을까? "당신은 누구요?" 개쪽에 개망신에;;;

걔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디서든 1등이란 걸 놓쳐 본 적이 없었댄다. 물론 이전에 치른 시험들도 부정행위의 도움으로 1등을 한 게 있었겠지만 모든 성적이 송두리째 조작은 아닐 것이고, 그 친구도 기본적인 머리와 실력이 있으니 컨닝 없이도 올백· 올1등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상위권은 유지 가능했을 것이다.

학부는 당연히 서울대 졸업. 허나 로스쿨은 서울대를 못 가고 겨우 연세대에 그친(?) 것에 무척 애석해하면서 재수를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로스쿨은 어딜 가든 그야말로 전국에서 날고 기는 공부 기계 암기 괴물들의 집단이 아니던가? 법학 전공도 아닌 그에게는 서울대가 아니라 연세대 로스쿨도 감지덕지이고 엄청난 학업량을 따라가기가 버거운 곳이었다.

결국 그 친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 강박관념을 유지하기 위해, 어찌 보면 지금까지 늘 해 오던 대로 저런 짓까지 감행하게 됐고 그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그는 당연히 징계 제적을 당해서 짤렸으며 법조계 쪽으로는 영원히 발을 들일 수 없게 됐다. 몇 년 전에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출교 당하고 의료계에서 매장 당한 것과 같은 처지가 됐다.

이 소식을 접한 동기생들은 그를 그냥 '캐비닛'이라고 부르면서 혀를 차고 허탈해했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 저렇게 시험만 쳤다 하면 올A+을 제조하는 천재일 수가 있나 싶었는데 역시 제 실력이 아니었구나. ㄲㄲㄲㄲ"
그는 최종적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동기생 출신인 본인의 모 지인에게 듣기로는, 걔는 IT 쪽으로 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헐.. 뭘 해도 근성과 끈기는 있으니 나쁜 짓만 안 하면 성공은 하겠다..;;

캐비닛 사건이 가라앉고 얼마 뒤엔(2016년 3월) 웬 공무원 지망생이 정부 서울 청사 인사혁신처에 몰래 침입해서 자기 점수를 고치고 합격자 명단 문서 파일에 자신을 올려 놓다가 결국은 잡혔다. 이 사람은 공부는 그 연세대 캐비닛만치 잘한 것 같지 않지만, 잔머리와 대담성은 어쩌면 캐비닛을 능가한다고도 감히 말할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약 빨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서 그 정도로 실행했는지 그 엽기성과 대담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서울 청사는 나름 청와대와 같은 급의 보안 시설인데 내부 헬스장에서 직원의 출입증을 훔치고, 경비가 허술한 시간대에 여러 사람들 사이에 껴서 뒷문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감시를 피했다. 게다가 캐비닛의 경우 강의동 건물 자체는 출입이 가능하니 훔쳐보는 걸로 방 비번을 알 수 있었지만, 저 공시생은 처음 들어가 보는 정부 청사 안에서 하필 청소부가 편의를 위해 버젓이 적어 놓은 비번을 이용해 방에 침입해 들어갔다고 한다.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방에 들어가서 청소를 끝내 놔야 하므로)

게다가 이 사람도 과거 이력은 더 화려했다는 게 밝혀졌다. 꾀병으로 약시 진단서를 받고 기간을 위조까지 해서 각종 시험에서 응시 시간을 1.5배 더 받았다. 다음으로, 매 시험의 1배수 시간이 끝날 때마다 수능 문제의 정답이 인터넷에 공개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그때 화장실에 가서 사전에 잘 숨겨 놓은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 후 답을 알아 와서 마킹을 했다. 이런 허점을 찾아냈다는 것 자체가 보통 잔머리가 아닌 거 같다~!
또한 대학 진학 후에 7급 공무원 시험의 지역 예선급 시험을 학원에서 칠 때는 대놓고 문제 유출까지 해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니 여죄를 수사한 경찰들부터가 경악하고 "얘는 국정원 같은 데에 특채 좀 시켜야겠다 ㄲㄲㄲㄲ" 이런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거기는 그야말로 위장과 조작이 직업인 곳이니, 혹시 사법 거래라도 하면 난폭운전 폭주족을 F1 서킷으로라도 보내는 인재 활용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_-;;

그야말로 영화 Catch me if you can을 떠올리게 하는 행적이 아닐 수 없다. 그 영화의 배경에서는 그래도 사회 시스템이 전산화되기 전이었으니 그 짓이 가능했을 뿐이다. 지금은 서버 DB를 직접 해킹하지 않는 한, 어설프게 엑셀/워드 문서 몇 개에다 점수 조작하고 자기 이름 넣어 봤자, 없던 공무원 자리가 하나 더 뿅 생겨서 자기 신분이 성공적으로 조작될 리는 만무하다.

컨닝을 소재로 기가 막힌 첩보물 학원물 짬뽕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웹툰으로는 <빵점동맹>을 참 재미있게 봤는데, 재미는 있지만 그래도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허구라는 점을 감안해야겠다. 백 희지는 주토피아에서 토끼 주디 같고 남캐인 임 수영은 여우 닉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정성껏 컨닝을 할 시간과 머리가 있으면 공부나 빡세게 하라고 다들 말한다. 하지만 차근차근 공부하는 데 필요한 지적 능력과, 정교하게 컨닝하는 데 동원되는 지적 능력이 같지는 않은 관계로.. 사람을 변별하는 중요 시험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부정행위를 자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각박한 경쟁 사회에서 앞으로 또 무슨 엽기적인 부정행위자가 적발되어 뉴스 사회면을 장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여담

1. 이 글에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토익도 나라 망신을 시킬 정도의 대규모 부정행위가 몇 번 저질러지고 적발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토익 응시자들이 싸잡아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불법복제 때문에 정품 사용자가 도리어 피해를 입은 것처럼 말이다. (올라가는 구입 가격, 제품 인증 관련 번거로움)

2. 그러고 보니 정부 서울 청사는 더 전에 2012년에도 어떤 이상한 사람이 무단으로 뚫고 들어가서 투신 자살까지 했었다. 어째 그리 보안이 허술한지 그것도 질타 사항이다.

3. 예전에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받게 됐을 때 '컨닝'도 같이 좀 등재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장면만큼이나 커닝도 완전 현실성이 없지 않은가?

Posted by 사무엘

2016/12/20 08:29 2016/12/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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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영업용 말고 자가용) 차의 배기량에 비례하는데, 이것도 정비례하는 건 아니고 비례상수 자체가 배기량에 따라 3단계로 정비례해서 커진다. 예전에는 단계수가 더 많던 것이 근래에 그나마 더 간소화가 된 거라고 들었다.
그러니 자동차세는 배기량 n에 대해서 약하게나마 O(n^2)에 가까운 형태이다. 작은 차는 저렴한 세금으로 우대하고, 겨우 5인승 승용차 주제에 너무 돈지랄 대형차를 굴리면 세금도 더 많이 매기겠다는 취지이다.

2000cc 이상일 때부터가 최대 rate가 적용된다. 단, 통상적으로 2000cc급이라고 불리는 쏘나타, K5 같은 중형 승용차는 제원상의 실제 배기량이 1998cc 같은 식이기 때문에 최대 rate를 턱걸이로 피해 간다. =_= 영미권에서 10달러짜리 물건을 일부러 9.99$ 이런 식으로 선전하는 것과 동일한 꼼수를 동원해서 성능 대비 최대한 절세를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2.
2016년 여름. 전국에 폭염 주의보, 경보, 특보가 며칠째 내려질 정도로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한반도가 슬슬 아열대 기후로 진입하고 열대야가 이변이 아니라 한여름의 일상적인 모습이 될 거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때문에 에어컨의 사용과 전력 소비량이 폭증했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 요금이 비현실적인 징벌적 누진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말이 많다.

누진제 자체는 우리나라가 아직 못살고 석유 파동크리까지 터졌던 시절에 도입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6단계 누진제는 그때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누진제에 대한 해석마저도 정치 성향별로 진영 논리로 갈라져서 "친기업 재벌 우대를 위한 음모" vs "북에다 몰래 전기 퍼 주기 위한 음모" 이러는 듯한데, 진실은 어느 한쪽에만 편중돼 있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가정용 전기 요금 체계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가장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때는 노 무현 정권 시절이긴 하다.

과거에 언론에서 '징벌적'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던 다른 문맥이 뭐냐 하면 '카이스트의 징벌적 등록금' 제도였다. 지난 학기 GPA가 B0 3.0에 미달되면 0.01당 6만원꼴로.. 그러니 GPA가 2.0이면 600만원을 내게 하는 것이었다.
뭐, 다시 찾아보니 엄밀히 말해 이건 '누진제'는 아니다. 개막장 GPA라고 해서 6만원이라는 '단가'가 더 올리가지는 않는다.

또한, 굳이 금전적인 불이익이 없더라도 원래부터 한 학기 GPA가 C0 2.0도 안 되면 학사경고이고, 전체 GPA가 그 따위면 애초에 졸업도 못 했다. 그러니 그에 근접하는 2.x대의 평점은 뭔가 페널티를 줄 법도 한 열악한 상황인 건 사실이나... 안 그래도 누군가는 반드시 중하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 하에 전국에서 날고 기는 괴수들이 피튀기게 경쟁하고 있는데 단가 자체가 '징벌적으로' 지나치게 높긴 했다. 성적이 아닌 다른 특기로 입학한 비과학고 출신 친구들이 피해가 제일 컸다. 2011년에 학생 4명이 자살을 하는 참극이 벌어진 뒤에야 그 제도는 폐지던가 전면 완화던가 어쨌든 상황이 바뀌었다.

다시 현행 전기 요금 얘기로 돌아오면.. 얘는 6단계로 100KWh의 배수를 넘길 때마다 기본 요금과 임율이 거의 1.6배씩 증가한다. 이건 제곱도 아니고 아예 지수함수 수준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O(2^n). 다만 1~2단계와 마지막 5~6단계 사이의 증가폭이 더 크다. 가정에서는 6단계인 500KWh 이상은 정말 절대로 쓰지 말라는 얘기다.

3.
누진제가 지수함수라면, '종량제'는 O(1)이던 것을 O(n)으로 변경하는 것에 해당한다. 건물별 쓰레기 수거 비용이 먼 옛날에는 그냥 건물의 면적에 비례하는 고정된 값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는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에 정비례하는 O(n) 종량제로 바뀌었다.

이거 그 시절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변화였다. 쓰레기는 반드시 유료로 구입한 종량제 전용 봉지에 넣은 것만 수거하는 관행이 첫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중에 재활용 가능한 건 재질을 최대한 분리해서 배출하고, 재활용 불가능한 건 저렇게 배출 방식을 바꿨다. 이런 과정을 통해 1인당 쓰레기 배출 1위였던 우리나라의 불명예스러운 위상도 차츰 개선됐다.

허나, 인터넷 통신비를 데이터 패킷/트래픽에 대한 종량제로 매겼다가는 아마 혼돈의 카오스가 펼쳐지지 싶다.
물론 자유를 악용하여 인터넷 트래픽을 쓸데없이 점유하는 소수의 악질적인 스패머와 악성 코드 유포자들이 끼치는 민폐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때 '다음'에서 뻘짓이라 욕 먹으면서까지 온라인 우표라는 걸 도입하려 했던 심정 자체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무식하게 돈으로 찍어누른다고 해서 해소가 되겠나..;;
극소액이라도 통신비가 데이터 패킷 단위로 유료화가 된다면 동영상 재생은 올스톱될 것이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돈 아까워서 각종 소프트웨어들의 업데이트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전체의 보안에도 악재가 될 것이다.
지금은 무선 와이파이 태더링 같은 데서나 패킷량 O(n) 요금을 볼 수 있으며, 이것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서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 종량제조차도 과거의 PC통신 시절보다는 훨씬 나은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1980년대 먼 옛날에는 일반 전화건 PC 통신이건 사용 시간에 관계없이 한 통화당 n원이던 꿈 같은 시절이 있었으나, 이내 '시간 비례' 종량제로 요금이 결국 바뀌었다. 업/다운로드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모뎀으로 전화가 연결돼 있는 한 요금이 계속 올라갔으니 이거 뭐..

스크롤의 압박이 있는 긴 텍스트는 일단 캡처만 해 놓은 뒤, 나중에 전화 끊고 PC 통신을 종료하고 나서 차근차근 읽어야 했다.
동영상 재생도 아니고 채팅을 몇 시간 하다가 다음 달에 전화비 n만원 폭탄을 맞았다(25년 전 물가 기준!). 그림 한 장 음악 한 곡 없이, 겨우 사람 손가락으로 생성하는 텍스트 나부랭이가 정보량이 얼마나 된다고..;;

지금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과금 체계가 아닐 수 없었다. 한 가지 더.. 2010년대엔 무선 와이파이 인터넷으로도 100Mbps대의 속도가 나오고 유튜브로 고화질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대가 열렸지만, 아날로그 전화선 기반인 모뎀은 1990년대 말, 겨우 56Kbps대의 속도가 기술적인 상한선이었고 이내 전용선으로 체제가 바뀌었다는 점도 생각할 사항이다. K와 M 사이에는 무려 1000배의 차이가 있다.;;

4.
지금까지 요금제에 대해 거론한 내용들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O(1) 복잡도의 요금제가 쓰이던 곳이 갑자기 O(n)으로 바뀌었을 때(종량제), 그리고 O(n)이 기대되는 곳에 갑자기 터무니없는 O(n^2), O(2^n)에 준하는 요금제가 시행되면(누진제) 사람들은 빡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너무 평범한 결론이 도출된다.;;

단, 주차 요금이나 연체료· 과태료 중에서는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오히려 rate가 더 줄어들거나 완전히 0이 되는 것도 있다. 이미 매겨진 요금이 탕감· 면제되는 게 아니라, 증가하는 속도가 말이다.
주차장의 경우, 주차된 시간에 비례해서 요금이 몇백· 몇천원씩 쭈욱 올라가지만 하루에 최대 얼마는 초과하지 않는다.
인천 공항 장기 주차장은 하루에 최대 얼마인데, 주차된 지 며칠째부터는 그 최대 요금이 살짝 낮아지는 제도가 있었다. 외국에 장기 출장을 가서 꼬박꼬박 주차장 요금 셔틀 역할을 해 주는 고객에 대한 배려이며, 누진제의 반대 경우라 하겠다.

그런데 이것도 케바케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공영 주차장이나 상가 주차장은 몇 시간 이상째부터는 아까의 자동차세처럼 rate가 더 올라가기도 한다. "여기 안 그래도 공간 비좁아 죽겠는데 볼일만 보고 빨리 나가라. 어지간하면 여기는 차 끌고 오지 마라"라는 무언의 경고 되겠다. 주차장의 회전률을 올리기 위한 조치이다.

공기 저항 같은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제도에도 non-linear한 복잡도를 가진 것들이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리 이자도 그 예일 것이다. 그런 걸 보면서 그런 제도가 어떤 배경에서 정립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이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11/14 08:33 2016/11/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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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의 후손이 보라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옛 말이 있다. 비록 인간은 개인 단위로는 수명이 유한하지만,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존재가 잊혀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런 기록 덕분에 인간은 과거 선조들의 경험을 전수받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지식과 정보를 축적할 수가 있다.

조선 시대의 실록은 굉장히 값진 문화 유산이다. 오늘날은 컴퓨터가 발명되고 반도체 기반의 초소형 고밀도 기억장치가 등장한 덕분에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문자 및 멀티미디어 정보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단, 여기에 저장된 정보는 접근을 위해서 역시나 복잡한 컴퓨터 장비가 필요하며 열과 자성, 충격, 습기 같은 물리적인 악재에 취약하다. 충분히 백업을 하지 않으면 삽시간에 몽땅 소실될 위험도 있다.

비록 비효율적이고 저장 밀도도 안습하지만, 수백· 수천 년을 버티고 살아남은 정보 저장 매체는 결국 돌판이나 종이책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 반면, 수백 년 전의 인류가 사용한 플로피 디스크 내지 자기 테이프가 발견되었다면 후손들은 과연 해독이 가능할까?

뭐 아무튼, 굳이 정보뿐만이 아니라도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 우리는 이런 걸 향유하며 살았다"라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종종 '타임캡슐'이라는 걸 만들어서 매립해 왔다. 한 시대를 대표하고 추억이 될 만한 물건들을 커다란 통에다가 넣어서 밀봉하고 땅 속에 파묻어 둔다. 그 뒤 지금으로부터 수십~수백 년 뒤에 개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4년에 서울시에서 서울 도읍 600주년을 기념해서 타임캡슐을 제작한 것이 유명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아래아한글 2.5 패키지가 포함된 것이 본인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요즘이야  플랫폼이 Windows로 넘어가면서 아래아한글의 점유율이 그 시절 만하지 않은데 나중에 그 2.5 패키지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요 캡슐은 남산 한옥 마을 인근의 타임캡슐 광장에 매립돼 있다. 설정상의 개봉 예정일은 600에다가 400을 더해서 1000이 되는 무려 2394년. 그런데 미래의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수틀려서 자기 권한으로 그냥 조기 개봉해 버려도 할 말은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 말고도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이것저것 타임캡슐을 만들어 묻은 게 의외로 굉장히 많다는 걸 본인은 처음 알았다. 이런 용도의 캡슐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이니 자세한 건 여기를 참고하면 되겠다.

타임캡슐은 뭔가 킬로그램 원기 내지 인간의 냉동보존 같은 느낌이 드는데, 꼭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공기와 습기를 완벽하게 차단한 채로 보존이 잘 돼야 한다. 안 그러면 보관된 물건들은 수백 년 뒤에 낡고 썩는 바람에 후손들은 쓰레기밖에 건질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매립된 모 타임캡슐을 겨우 50여 년 뒤에 조기 개봉했는데, 캡슐이 습기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한 바람에 매장품이 이미 다 폐품으로 전락한 사례도 있었다.

2. 외계인(?)이 보라고

자, 그럼 후손들이 보는 타임캡슐만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성격이 위의 것과는 좀 다르지만 일종의 우주 스케일인 타임캡슐(?)도 있다.
1972년과 1973년에 발사된 외행성 탐사선인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혹시 마주칠지 모르는 외계인에게 인간의 존재를 소개하기 위해서 요런 그림이 그려진 동판이 장착되었다. 유명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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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에 이런 것까지 생각할 만한 사람은 외계인 덕후 과학자인 칼 세이건밖에 없다. ㄲㄲㄲㄲㄲ)

일단 외계인이 보는 게 목적이니 인간의 언어와 문자는 전혀 동원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는 GUI 운영체제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이콘과도 비슷한 컨셉이 된다.
당장 보아하니 이 탐사선이 어디서 왔는지를 태양계와 지구를 통해 표현했고, 이걸 만든 주체인 호모 사피엔스를 그림으로 묘사했다. 옷을 그려 넣으면 옷까지 신체의 일부라고 외계인이 오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부득이 사람을 알몸 형태로 그렸다.
그것 말고 다른 의미도 있는데 귀찮아서 검색은 생략한다.

굳이 비주얼한 것 말고 다른 인위적인 의미를 외계인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우주 공통인 수학· 과학 원리를 동원하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그래서 영화 <컨택트>에서도 전파 신호가 2 3 5 7 11 13 같은 소수 수열 주기로 오는 걸 인지하고는 주인공이 "이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신호야. 노이즈가 아냐!"라고 흥분·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학이 문자이고 물리학이 언어가 되는 셈이다. "같은 우주에서 살고 있다면 이들도 같은 물리 법칙을 발견했을 것이고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이어니어 이후,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는 가히 외행성 탐사선의 끝판왕인데, 얘는 아예 축음기와 음반이 들어갔다.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서 금칠까지 한 엄청 비싼 음반이다.
이 음반에는 파도와 바람 같은 자연의 소리, 시대별 주요 음악, 세계 55개 언어로 발성한 인삿말(한국어도 포함) 등이 수록되었으며 음반 뒷면에는 파이어니어 금속판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다른 상징적인 그림도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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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행성 탐사선에 실린 물건은 기껏 지구의 땅 속에 묻힌 타임캡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먼 미래를 상정하고 만들어졌다. 물론 이걸 누군가가 실제로 발견하고 읽어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저건 지구의 타임캡슐과는 달리, 사실상 그냥 상징적인 퍼포먼스일 뿐이라고 봐야 한다.

가까운 별이나 행성 하나까지 가는 데도 거리가 기본이 광년급이다.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차치하고라도 그 우주에서 좁쌀, 먼지보다도 작은 탐사선을 누가 발견한다는 기약이 있을까? 차라리 태평양 망망대해에서 유리병에다 구조 요청 쪽지를 넣고 밀봉 후 병을 흘려보내는 게 훨씬 더 희망적이다.

그래도 인간이 이런 식으로 땅 속과 우주로, 서로 다른 방식과 목적으로 미래에 누군가가 보라고 자신의 족적을 남긴 내역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뭐, 성경적으로야 우주 공간에 지구 말고 다른 곳에 지적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란 없을 것이고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건 별로 권장할 만한 행동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아는가. 기독교를 변증할 때도 "인간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무수히 넓은 영역 안에 하나님이 전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십니까?" 이런 말을 하는데, 같은 논리로 "인간이 아직 탐사하지 못한 무한히 광대한 우주 안에 인간 말고 다른 지적 생명체가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되십니까?" 이건 종교색을 떠나 자연을 탐구하는 관점에서만 보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니까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엔 만화가 박 무직 씨가 그린 <호텔>이라는 만화가 꽤 히트 쳤다. 거기서는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멸망하기 전에, 거대한 '호텔'을 지어서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해서 남긴다. 그걸 까마득히 먼 미래에 외계에서 온 지구인의 후손(?)이 발견한다. 뭔가 지구 버전과 우주 버전을 합친 느낌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10/03 19:35 2016/10/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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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량 + 대포

전차와 자주포를 구분할 줄 아는지 여부는(외형, 용도 모두) 아마 일반인과 밀덕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가 아닐까 싶다. 군사 디테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느 것이든 그저 똑같은 탱크로 보이겠지만, 둘은 그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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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는 적진을 향해 말 그대로 돌진해서 싸우는 역할을 하는 차량이다. 눈에 보이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적을 향해서 포를 직사로 쏜다.
그 반면 자주포는 대형 곡사 화포에다가 움직이는 기능을 부가적으로 추가한 형태이다. 탱크만치 험지와 급경사, 물 속까지 돌아다니지는 못하지만 수~수십 km 밖에 있는 표적에다가 위력도 훨씬 더 강한 포를 쏜다.
스타크래프트 탱크에다 비유하면 전차는 말 그대로 탱크 모드이고, 자주포는 시즈 모드에 대응하는 셈이다. 게임에서는 한 차량이 두 모드를 겸하는 재주꾼이지만 현실에서는 둘은 별개로나 운용 가능하다.

군용차 중에는 전차보다 더 무장이 작은 장갑차도 있다. 이런 차량은 전차보다도 더욱 이동과 방어에 특화돼 있으며, 무장은 있더라도 포가 아닌 중기관총 같은 더 가벼운(?) 형태로 국한되곤 한다.
심지어 바퀴도 궤도가 아닌 일반 고무 타이어가 달려 있기도 하다. 굴삭기가 궤도형도 있고 고무 바퀴형도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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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군용차의 속성에는 이동 능력과 전투 화력이 일종의 tradeoff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장기에서도 이런 점을 반영하여 차(車)와 포(包)가 가장 값어치가 높은 말인 것이지 싶다. 적절한 작명이다. "차 떼고 포 떼고"라는 관용구는 핵심요소를 빼서 엄청난 핸디캡을 부과하겠다는 얘기이며, 윷놀이로 치면 윷과 모를 빼고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말(馬)이나 코끼리(象)를 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2. 드래군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 공격 유닛 중에는 '드래군/드라군'이라는 놈이 있다. 영어로는 dragoon인데 '용'을 뜻하는 dragon과 철자가 아주 비슷하다(O가 하나 더 붙었을 뿐).
드래군은 우리 문화권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근세 서양에 존재했던 기마병을 뜻한다. 시기가 중세 이후이기 때문에 무슨 두꺼운 갑옷 차림에 냉병기 무장은 아니고, 그 대신 머스킷으로 무장해 있었다.

그런데 영한사전을 찾아보면 드래군의 원래 우리말 번역이 '용기병'이라고 그러길래.. 저 '용'은 도대체 무슨 한자이고 무슨 뜻으로 말이 저렇게 번역되었는지가 몹시 궁금해졌다.
설마 했는데 그 용은 龍이었다. 드래군들이 지닌 장구류(깃발, 헬멧)에 용 모양의 휘장이 붙어 있었다고 말이다. 불과 천둥을 내뿜는 머스킷 총구가 서양 문화권에서 용의 입을 연상시켰는가 보다.
영어로도 '드래곤'과 굉장히 비슷한 단어인데 한국어 '용'도 그걸 노린 건지, 마치 dung과 '똥'과 비슷한 급의 우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토스의 드래군은 다리가 넷 달렸고 덩치도 아주 크다. 비슷한 테란 메카닉 유닛인 골리앗보다도 더 크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프로토스 용사들의 수족만 기계로 교체한 거라면 외형이 이족보행 로보캅처럼 됐을 텐데, 저렇게 '기마병'을 표방하느라 다리 개수도 늘어난 듯하다. 원래 프로토스 족이 근본적으로 인간보다 덩치가 더 큰 걸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군대 조직 생각을 하다가 문득 스타크래프트 추억이 다시 떠올랐다.

3. 육군 보병을 지원하는 화력

전쟁에서 가장 본질적인 주역은 예나 지금이나 땅개 보병 소총수이다. 사람은 결국 물이나 하늘에서 사는 게 아니라 땅에서 사니까.. 그리고 온갖 최첨단 무기들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특수하고 전문적인 병과들도 많이 생겼지만, 얘들도 존재 목적은 결국 보병이 벌이는 전투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난관에 부딪힌 보병 부대가 통신으로 "우리는 현재 적에게 포위됐다. / 이런이런 장애물 때문에 진격을 못 하고 있다. 여기여기 좌표를 폭격해 주길 바란다! 지원 바란다!" 식으로 후방 기지에다 연락을 한다.

군대에 어떤 기계가 도입되면 기계 덕분에 인력만으로 할 수 없는 넘사벽 급의 일을 거뜬히 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계는 아무 환경에서나 제 능력을 발휘 가능한 게 아니며, 유지 보수하고 관리하는 인력을 추가로 필요로 한다. 기계는 사람보다 생물학적으로 척박한 곳에서는 더 잘 견디겠지만, 너무 복잡하고 정교한 물건이라면 충격이나 진동에는 의외로 취약하고 신뢰성이 마냥 무한하지 않다. 만능 강화복이나 로봇 병기 같은 게 2010년대에도 실용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공상과학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총체적인 가성비를 따졌을 때, 알보병은 현대전에서도 가성비가 그렇게까지 꿀리지 않는다. 군사 분야에서 알보병이라는 병과가 송두리째 100% 기계로 대체되지는 않았으며, 기계는 자기 전문 영역에서만 언제까지나 인간을 보조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보병을 지원하는 화력은 크게 포격과 폭격으로 나뉜다. 포격은 앞서 소개했듯이 자주포로 어마어마하게 먼 표적에다 포를 쏘는 것이며, 폭격은 공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폭격기들이 직접 날아와서 적진에다 폭탄을 떨구고 가는 것이다. 비주얼은 폭격이 더 멋있을지 모르지만, 포격이 더 안전하고 저렴하며 포탄을 더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더 오래 지속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다.

한편, 위의 것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저격도 매우 훌륭한 지원 임무이다. 적군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소모하는 총알 효율로는 이거 뭐 게임이 안 되니까..
다만, 얘는 화력 덕후나 지휘 통솔 공동작업 같은 일반적인 군사 이념을 추구하지는 않으며, 혼자 하는 잠입 액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나름 전문직 병과임에도 불구하고 포병 장교나 전투기 조종사와는 달리 장교가 아닌 부사관 계열로 간주된다. 해군으로 치면 여느 군함이 아니라 잠수함 근무에다 비유할 수 있겠다고 본인이 언급한 적이 있지 싶다.

적군의 대포 사격은 우리 역시 대포 사격으로 대응하고 제압하는 편이며, 적군의 저격수를 제압하는 것도 일반적으로는 아군의 저격수이다. 급이 같아야 서로 싸움이 되는가 보다.

4. 군용기

수송기: 군용기 중에서 말 그대로 이동과 수송에 가장 특화돼 있으며 민항기와 가장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모든 전쟁에는 전투 인원보다 보급· 지원 인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군용기에서도 수송기는 비록 직접 교전을 하지는 않아도 역할이 가히 절대적이다. 공중급유기도 수송의 일종으로 봐야 하려나?

정찰· 조기경보기: 수송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래의 비행기들처럼 본격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공중이라는 특성상 땅과 바다의 어떤 기계도 할 수 없는 첩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명백한 이유로 인해 군용기 중에서 무인화가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폭격기: 무장을 잔뜩 실어서 아래의 땅을 쑥밭으로 만드는 일에 최적화돼 있다. 군용기 중에서 실질적인 kill 수를 제일 많이 달성하고 20세기 전쟁사를 가장 거창하게 장식한 물건이 바로 폭격기이다.
항공 폭탄은 그냥 중력의 힘으로 낙하만 하는 것이니 포탄· 미사일이나 어뢰와는 달리 추진을 위한 기폭제나 엔진이 필요하지 않고 순수하게 본연의 임무인 파괴를 위한 폭약만 잔뜩 집어넣어서 만들면 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다만, 요즘은 정밀 유도 미사일의 발달 덕분에 옛날처럼 무식한 융단폭격 전술이 그렇게까지 막 쓰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전투기: 얘는 수송기나 폭격기, 혹은 동급의 전투기 같은 다른 군용기를 떨구는 일에 최적화됐다. 공중에서 매우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기를 공격하는 것은 지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전투기는 기동성이 그 어떤 군용기보다도 뛰어나며 무장도 최첨단으로 달려 있다. 여러 비행기 조종사 중에서도 전투기 조종사는 되기가 가장 힘든 전문직이다.
전투기는 과격한 기동 때문에 탑승자 대비 연료 소모도 많은지라, 커다란 전투기의 내부도 겨우 2명이 타는 좌석을 빼면 다 연료를 싣는 공간이다. 여객기는 공간 확보 때문에 연료가 날개 안에 실려 있는 편이지만, 전투기는 날개 주변에다가는 무장을 싣는다.

5. 총포

일반 총(개인 소화기급은 사정거리 수십~수백 m, 대형 중화기급은 수 km): 총구에서만 불이 뿜어져 나오고, 그 뒤에 총알 하나에서 탄두 하나가 목표물의 특정 지점에 곱게 박힌다. 작은 권총 정도는 비교적 자유로운 자세로 쏠 수 있지만 장거리 사격은 화력이나 정확도 면에서 영 무리이다. 적어도 강선이 새겨진 소총급은 돼야 군인이 개인 화기로 쓸 만하며, 이런 총은 개머리판을 어깨에 댄 채로 쏴야 한다.
혼자 들고 다닐 수 있는 소총도 잠깐 동안이나마 자동 연사 기능이 있다(방아쇠를 한번 당기고 있는 동안 계속 총알이 나가는..). 하지만 총열 순환과 냉각 기능이 있고 위력이 더 강한 중기관총 같은 급이 되면 운용을 위해 여러 인원이 필요하며, 경화기를 넘어 중화기의 범주에 들기 시작한다.

산탄총: 총구에서만 불이 뿜어지는데 총알 하나에서 단일 탄두가 아니라 여러 쇠구슬들이 퍼지면서 목표물에 박힌다. 이것도 스플래시 대미지인지?
이런 총기는 사정거리가 짧기 때문에 전투용으로는 부적합하며, 인명 구조를 위해 자물쇠를 부수고 문을 딸 때 혹은 그냥 사냥 용도로 쓰인다. 마치 칼 중에서도 부엌칼처럼 어째 비군사적인 목적으로 유용한 구석이 많다. 물론 그래도 부엌칼이나 샷건 역시 사람을 얼마든지 끔살시킬 수 있는 위험한 흉기인 건 자명한 사실이다.

대포(사정거리 수십 km): 사람이 혼자서 들고 다닐 수 없는 물건이다. 옛날에는 성벽 요새나 군함에 달려 있었으며, 야전에서는 커다란 수레바퀴를 굴려서 운반하곤 했다.
그 시절에는 대구경 화포답게 무슨 볼링공 같은 거대한 탄환이 날아가서 목표물을 박살내곤 했으나, 요즘 대포에서는 그냥 단단한 탄두가 아니라 고폭탄이 날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총구뿐만 아니라 명중 지점에서도 불꽃과 폭발이 일어나며, 넓은 영역에 파편이 날리면서 '스플래시 대미지'가 발생한다.

로켓과 미사일(사정거리 수백~수천 km): 대포보다도 더 강하고 정확한 화력을 원한다면 결국 탄환에다가 직접 로켓 엔진을 달아서 추진시키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이 20세기 중후반이 돼서야 등장한 미사일이라는 물건이다. 얘는 발사 직후(총)나 명중 직후(포)뿐만 아니라 날아가는 동안에도 꽁무니에서 불과 연기가 피어오른다. FPS로 치면 얼추 로켓 런처처럼 되는 셈이다.
미사일은 고작 수십 km가 아니라 수백~수천 km를 날아서 대륙을 건널 수 있는 지경이 되었으며, 목표물을 향해 스스로 자세를 잡는 유도 기능도 갖추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고작 재래식 폭탄이 아니라 핵폭탄을 장착하면 가히 인류 역사상 최강의 병기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북한이 하는 짓을 보면 알 수 있듯, 핵무기의 개발에는 장거리 발사체의 개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과거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때처럼 일개 폭격기가 적국의 영공 깊숙한 곳까지 친히 기어 들어와서 핵폭탄을 떨구는 짓은 오늘날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뭐, 로켓 기반 화기 중에도 바주카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놈도 있긴 하지만, 대략적인 추세가 이러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9/28 08:31 2016/09/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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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어가 한편으로는 끔찍하고 한편으로는 구수한(?) 욕설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고 하는데.. 사람 사는 곳은 동서고금 어디나 마찬가지이고 다른 문화권에서 폭언과 욕설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한국어는 다양한 욕설 표현에 비해 '똥'이 단순 비하(똥컴, 똥차, 똥폰..) 이상으로 저주나 다른 욕설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게 이례적이다. (shit, 쿠소 등)

미국은 마초이즘에 입각한 군사물에서 욕설이 많다.
듀크 뉴켐 3D/포에버에서는 게임 중에 개마초 주인공의 궁시렁궁시렁 성인 욕설을 들을 수 있으며,
둠도 게임 자체는 스토리가 부실하지만 이를 배경으로 한 둠 코믹스는 매 장면들에 강렬한 욕설을 동반한 명대사들이 즐비하다.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훈련소 교관이 그냥 말 끝마다 '갓댐'인 거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이거 끝판왕은 역시 월남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자켓>에 나오는 하트만 상사. 후대의 전쟁 영화에 등장하는 악질 교관의 표준 컨셉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나가는 날 네놈들은 일당백 인간 흉기 전사로 개조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네놈들은 그냥 인간 이하의 구더기, 토사물만도 못한 개 쓰레기들이다! 알겠나~~!"

제3자가 들으면 그야말로 웃음이 나오기까지 할 정도의 찰진 욕설, 특히 부모 패륜 드립과 음담패설이 넘쳐난다. 흔히 군대에서 총(개인 화기)은 니 애인, 니 불알보다도 더 소중하게 간수하라고 그러는데, 실제로 그걸 빗댄 섹드립 군가를 부르는 것도 있다. 똑같이 내 총인데, 이건 전투용, 저건 유흥용이라고.. -_-;

듣기로는 시나리오 작가가 써 준 정식 대사 외에 배우의 즉흥 애드립으로 들어간 것도 많다고. 이런 욕도 어지간히 창의력이 뛰어난 언어의 마술사가 돼야 만들어 낼 수 있지 아무나는 못 한다. 근데.. 현장에서 그 욕설을 듣고 진짜로 웃어 버린 고문관은 저 교관한테 완전 찍혀서 군생활이 꼬인다.

스타 1에서 시즈 탱크를 지겹도록 클릭했을 때 나오는 대사 중 하나가 What is your major malfunction?인데.. 이것도 출처가 이 영화에서 하트만 상사의 대사이다. 사실은 "너 미쳤냐 쳐돌았냐? 도대체 어디 장애가 있냐? 대가리에 총 맞았냐?" 급의 꽤 강한 비하· 모욕 뉘앙스가 들어간 갈굼이다.

이건 반전 컨셉으로 군대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비판하고 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런 묘사가 마초스럽고 멋있다며 미군 관계자들이 좋아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왜,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에 MBC 제5공화국 드라마가 방영되니까 이 덕화 씨의 연기 덕분에 멋있다고 도리어 전 두환 팬클럽까지 생겼다지 않는가? 정치 견해 때문이 아니라 그냥 멋있다고. -_- "좋아, 아주 좋아"처럼 말이다..;; 원래는 그 드라마가 군사 정권을 얼마나 비판하고 까는 컨셉인데도 역효과가 난 것이다.

21세기 이후에 오늘날까지 전대갈, 전땅크 하면서 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멋있어하는 이미지는 거기서 유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또한 이건 옛날에 얼짱 강도 현상수배 포스터가 나돌자 그 사람 팬카페가 생겼던 것과도 비슷한 이치이다. -_-;;
(얼짱 강도도 참 오랜만에 다시 회상하네. 그 예쁘장한 아가씨는 남자 친구 잘못 사귄 죄로 강도 공범 혐의로 어린 나이에 전과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알려져 버리기까지 해서 인생이 한동안 굉장히 꼬였지 싶다. 안됐다. 그 뒤로 개명에 성형이라도 하고서 새 삶을 잘 살고 있길..;;)

창작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 중에서는 성깔 하나는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조지 패튼 장군이 있었다. "제군들은 이제 제대 후 고향에 가서 손주들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후방에서 꿀이나 빨고 있지 않았다. 조지 패튼이라는 빌어먹을 개XX와(a son-of-a-goddamned-bitch named George Patton) 함께 최전방에서 용감하게 진군했다'라고 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아예 연설을 저렇게 했다.

정치· 군사· 안보 같은 심각한 주제 말고 다른 분야에서는 '욕쟁이 할머니'라는 컨셉· 기믹이 있다.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10여 년 전에 웹툰 츄리닝에서는 미국인 손님이 들어오자, 주인공인 욕쟁이 할머니 역시 영어를 직접 구사하진 못해도 비장한 표정과 함께 꼴뚜기질로 기선 제압을 했다는 병맛 만화가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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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이던가 박 정희 대통령이 전주에 시찰을 와서는 삼백집이라는 실존 콩나물국밥 식당을 이용했는데, 그 당시 거기도 주인장이 내공 백 단의 욕쟁이 할머니였댄다.
처음엔 수행원들이 미리 방문해서 배달 주문을 하려 했으나, 당연히 "이 썩을놈들이 얻다대고 배달 같은 소리나 씨부리고 쳐자빠졌네(혹은, X랄이야).. 직접 와서 쳐먹어!"라는 불호령과 함께 단칼에 문전박대를 당했다.

주인장은 직접 찾아온 박 대통령에게도 인정사정 없이 욕으로 상대했고.. 식사 중인 박통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더니 반숙 계란 요리를 서비스로 가져와서는 "어라, 이눔 봐라? 네놈은 신문에서 보던 박 정희랑 어찌 그리 얼굴이 묘하게 닮았더냐? 그런 의미에서 옜다, 이거나 더 쳐먹어라." 그랬댄다.. =_=
박통은 껄껄 웃으면서 "내가 박 정희를 닮은 게 아니고 박 정희가 날 닮은 거요"라고 넘겼댄다. 주인장은 그건 "에라이 니미럴 염병하네"라고 응수했을 테고.

박통은 훈훈하게 밥을 잘 먹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 식당 주인장은 몇 년 후 노환으로 타계했지만, 전해지는 야사에 따르면 그때 그 놈팽이는 대통령을 아주 닮은 사람이었을 뿐이라며, 설마 진짜 박통이었을 거라고는 죽는 순간까지도 절대로 믿지 않았다고 한다.

군사 쪽이든 민간 쪽이든.. 욕도 아무 컨트롤 없이 무개념으로 싸지르면 정말로 교양 없고 무례한 양아치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욕을 해도 때와 장소와 대상을 가려 가면서 센스 있게, 창의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듣는이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자기 본업의 장인 정신까지 포함해서 "츤데레"스럽게 구사해야 할 거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자신과 멘탈이 없다면, 차라리 언제나 정중하게 바른말 고운말 컨셉만 유지하는 게 자신의 대외 평판에 나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2/21 08:29 2016/02/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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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이 죽었다

“왕을 해하려 하는 모든 자들은 그 청년과 같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삼하 18:32)
성경에서 다윗은 아들 압살롬이 죽은 것을 부하의 이 말만으로 바로 알아채고 멘붕에 빠졌다.
사람의 생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저렇게 은유적이고 드라마틱한 경우가 실제 역사나 창작물에서 종종 있었다.

1979년 10월 26일엔 잘 알다시피 박 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당시 대통령의 주치의였고 국군 수도 병원 서울 지구의 원장이던 김 병수 공군 준장은 엄중한 감시 하에서 얼굴도 모르는 어느 VIP 중상자의 의학적 사망을 인증했다. 허나, 복부를 보고서 이 사람이 다른 외국 귀빈이나 극비 첩보 요원이 아니라 대통령 각하임을 직감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군 보안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경호원의 감시 때문에 이 사실을 마음대로 발설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때 전화를 건 우 국일 준장이 거기 상황을 눈치 채고는, 대답을 예/아니요로 아주 간접적으로만 하면 되게 상황을 만들어 줬다.

작고했나? / 예
차 실장(차 지철)이냐? / 아니요
코드 원(각하)이냐?


이로써 군부는 대통령의 죽음을 확인하게 됐다. 무슨 통화를 했느냐는 경호원의 추궁에 김 병수 준장은 즉석에서 이렇게 둘러댔다고 한다.

거긴 아무 일 없냐? / 예
너 혹시 지금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냐? / 아니요
알았다. 여기도 잘 지키고 있으니 걱정 말고 있어라. / 예


2. 사람이 살았다

사망이 아니라 생존을 은유적이면서도 아주 짜릿하게 잘 표현한 경우는... 비록 실화가 아니라 영화 속 허구이긴 하지만 <에어 포스 원> 대사를 따를 게 없다. 이 영화는 딱 두 마디만 기억하면 된다. “내 비행기에서 내려! (Get off my plane)”와 바로 이것.

“자유 24호, 콜싸인을 변경합니다. 자유 24호가 이제 에어 포스 원입니다! (Liberty 24 is changing call signs. Liberty 24 is now Air Force One.”
“와아아~~~!!”


대통령이 죽거나 실종돼 버렸다면, 이 비행기는 대통령의 유가족만 탔기 때문에 콜싸인이 에어 포스 원이 아닌 다른 명칭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이터를 켜라>도 "열차가 부산 역에 안전하게 멈춰 섰다. 다시 반복한다. 열차가 ..." 이런 방송과 함께 중앙 통제실이 환호 분위기로 바뀐다는 점에서는 <에어 포스 원>의 결말과 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간지는 훨씬 덜하다.

정부에서 운용하는 물리적인 대통령 전용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현실에서는 그 특정 비행기가 아니라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가 그냥 에어 포스 원이 된다. 물론 평소에는 대통령은 줄곧 그 전용기만 타겠지만 말이다. 이것은 오성장군 군대 계급인 원수랑, 국가 수장을 뜻하는 원수만큼이나 서로 혼동해서는 안 될 개념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것은 병역특례 티오하고도 비슷한 개념이다. 처음엔 병특 지정 회사들이 병무청으로부터 올해는 총 몇 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티오(인원 편성)를 받는다. 하지만 회사가 티오를 써서 일단 사람을 채용한 뒤에는, 그 티오는 회사가 아니라 복무자 자신의 소유가 된다.

어떤 회사가 2명 티오를 받아서 그만치 채용을 했다고 치자. 그런데 도중에 한 명이 전직· 만료하고 나간다 해도 그 회사는 다른 한 명을 병특으로 또 채용하지 못한다. 반대로 그 복무자는 병특 지정 업체이기만 하다면, 이미 티오를 다 쓰고 없거나 애초에 올해 티오를 한 명도 못 받은 회사로도 얼마든지 전직이 가능하다. 복무자 자신이 곧 추가적인 티오이기 때문이다.

즉, 회사 사정이 어떤지와 무관하게 업계 전체의 관점에서는 '병특 인원 보존의 법칙'이 성립한다. 그러니 이 제도는 상대적인 약자인 복무자에게 유리할 뿐만 아니라 병무청의 입장에서도 인원 관리하기가 수월해서 좋다. 복무자가 사고로 죽기라도 해야 그 티오가 그 사람이 당시 종사하던 회사로 돌아가지 싶다.
얘기가 어쩌다가 옆길로 한참 샜지...;; 아무튼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곧 에어 포스 원인 것만큼이나, 병특은 복무자 자신이 곧 티오인 시스템이라는 얘기를 엮어서 하고 싶었다. -_-;; 본인이 산업 기능 요원 출신이기도 해서 말이다.

3. 넌 죽을 것이다

사람이 죽었거나 살았다는 통보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죽을 거라는 경고 차례다. 이 분야는 간지 넘치는 대사가 픽션이 아닌 현실의 정치 분야에도 꽤 있다. 예전에 한 번씩 인용한 적이 있는 대사들이지만 다시 복습해 보고자 한다.

(1) “빈 라덴을 용서하는 건 신이 할 일이다. 그러나 빈 라덴과 신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다.
너무 멋있지 않은가? 이것은 빈 라덴이 살아 있던 시절에 미군 해병대의 모토였다고 한다. 그런데 '빈 라덴'을 임의의 '테러리스트'라고 말만 바꿔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또 유사한 드립을 쳤다고 한다.

(2) “아이를 살려 보내면 너도 살고, 아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바 있지만, 1980년 가을에 이 윤상 군 유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대갈 아저씨가 남긴 대통령 특별 담화이다. 나중에 가해자가 잡히고 아이가 죽은 채로 발견되자, 전대갈은 실제로 사법부에 압력을 넣어 강제로 사형을 때려서 가해자도 죽여 버렸다.
삼권분립의 관점에서는 좀 아슬아슬하게 월권을 한 것이진 하지만, 요즘처럼 강력 사건에 가해자 인권만 있고 피해자 인권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시기엔 저렇게 시원시원하던 옛날이 그리울 때도 왕왕 있다.

(3) “지금이라도 내 딸을 보내 주면 그걸로 일이 끝날 거다. 하지만 안 보내면 난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네놈을 기필코 찾아 내어 죽여 버릴 거다.”
테이큰, 브라이언의 전화 대사 의역.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난 복수극 영화 취향인가 보다. <테이큰>, <킬 빌>, <에어 포스 원>이 딱 내 스타일이다.
성령 충만으로 용서하는 게 가능한 맥락이 아니라면(개인이 아닌 공권력/국방 문제라든가..) 악당은 다 때려 부숴야 제맛 아니겠는가? 성령 충만은 악에게 굴복하는 나약함을 조장하는 게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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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쓸데없이 종교색 표방하면서 성경이나 교회 왜곡하는 것들은 극혐(<밀양> 같은 거). 세계관이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뭔 어설픈 열린 결말 이런 것도 싫음.

Posted by 사무엘

2016/02/15 08:34 2016/02/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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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고문

인간이 자체적으로 무슨 사기적인 기술을 개발한 것을 가리킬 때는 '공밀레'라는 명사와 '약빨다'라는 동사가 쓰인다. 그 반면, 이건 도저히 인간의 기술이 아니라고 여겨질 때는 '외계인(을) 고문(했다)'라는 엄청난 관용구가 있다.

저 고문은 문맥상 顧問(adviser, consultant)이라고 해도 말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拷問(torture)을 가리킨다. -_-;;; '문'은 동일하지만 '문'을 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자기가 약을 빨든 남을 고문하든, 모두 정상적인 방법은 아님이 분명하다.

1. I want you라고 징병 포스터에 얼굴마담으로나 등장하던 엉클 쌤 아저씨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계인을 칠성판(?)에다 묶고 손수 무자비하게 족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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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의 회장님까지도 기업의 미래를 위해 손수 집도하시였다.... 응? 이 정도면 고문이 아니라 그냥 생체실험인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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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끄응...;; 메모리 반도체의 본좌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본좌가 나란히 손잡고 정보를 쪽쪽 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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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과 삼성을 능가하는 웬 반도체 전문가가 무슨 일로 UFO를 타고 이 누추한 지구까지 친히 방문했다가 순순히 납치 당해서 지구인에게 기술을 털려 줄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가는 지구인의 입장에서는 훗날 외계인으로부터의 보복과 후한이 두렵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옛날에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지구인이 외계인의 컴퓨터를 해킹까지 한다는 막장 설정까지 있긴 하다.

마지막 동영상의 출처가 뭔지는 다들 아실 것이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1947년 여름에 진짜로 외계인 비행접시이건, 미국이 몰래 테스트하던 비행체이건, 아무튼 우리 입장에서는 UFO라 불릴 만한 비행체가 미국 서부 로스웰의 들판에 떨어진 것 자체는 팩트이다. 단지 문제의 외계인 해부 동영상은 음모론 대박을 노린 몇몇 사람들의 주작이다. 하지만 상당한 고퀄이긴 했는지, 한때는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와 현직 의사들까지 여러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낚았다.

본인이 중고딩 시절에 그 동영상에서 인상적으로 관찰한 건 첫째, 시신의 손발가락이 6개씩이었다는 것이다. 성경에도 유전자가 변이되어 진짜로 울펜슈타인 3D의 뮤턴트처럼 된 거인들이 손발가락이 6개였다고 나오니까 말이다.
그리고 둘째, UFO 잔해로 추정되는 무슨 철도 궤조 모양의 I-beam 표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문자/부호들이 써져 있었다는 점이다. 그 중엔 임금 왕(王)자와 동일한 모양의 글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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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외계인도 한글 같은 문자를 쓰지는 않는구나” 이런 생각을 먼저 했는데, 삼성이나 인텔 관계자가 외계인을 납치하면 그런 건 관심 없고 진짜로 반도체 기술부터 쪽쪽 빼 갈 것 같다. 로스웰 사건이 벌어졌던 1947년은 이제 막 에니악 컴퓨터가 발명돼서 실전 배치되던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그리고 저 일이 있은 후 1947년 말~1948년 사이에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다니, 우연치고는 참 기가 막힌다.

무한에 가깝게 너무나 방대 광활한 우주에서 오로지 지구에밖에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앙이 없는 사람이라면 논리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사항이긴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5/12/05 08:32 2015/12/0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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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물건들 추억

1. 특수한 그리기 도구(?)

오래 전에 아이패드를 보고는 문득 이런 물건 생각이 났다.
저렇게 태블릿과 비슷하게 생긴 판때기 모양의 장난감이었는데, 전기를 쓰지는 않고 안에 가루 같은 게 꽉 차 있었다. 그리고 그 표면에다 펜으로 뭘 그리면 그림이 그려졌다. 흔들거나 다른 특수한 방법으로 내용을 다 지우고 화면을 초기화할 수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내부의 가루 상태를 이용해서 단색 그림을 그리는 패드가 있었는데 이 이상 더 자세한 정보가 남아 있질 않고 인터넷으로 더 검색도 할 수 없다. 이런 거 기억하시는 분의 제보를 기다린다.

2. 카세트 테이프의 주행

지금이야 음악 감상은 컴퓨터의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완전히 바뀌었지만 옛날에는 카세트 테이프라는 게 시대를 풍미하는 음성 매체였다.
카세트 테이프에는 주행용 구멍이랄까 회전축이랄까 그게 두 개가 있다. 재생을 하면 두 구멍 중 오른쪽에 있는 것 하나만 돌아간다. 되감기를 하면 왼쪽 것이 돌아가고. 즉, 한쪽의 동력이 다른 한쪽으로도 전해지는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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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난 테이프를 재생하는 중에 두 구멍의 회전 속도가 왜 서로 차이가 나는지가 어릴 때부터 굉장히 궁금했다.
갓 재생을 시작해서 테이프들이 아직 왼쪽에 몰려 있을 때는 왼쪽 구멍의 회전이 느리고 오른쪽 구멍의 회전이 빨랐다.
그러나 한 편을 다 들어서 테이프가 오른쪽에 몰려서 오른쪽이 거대해지고 나면, 반대로 왼쪽은 빨리 돌아가고 오른쪽은 느려졌다.

지금 그 모양을 다시 생각해 보니 카세트 테이프는 직경이 다른 두 톱니바퀴의 회전으로 인한 변속이라는 개념을 설명해 주는 좋은 예였다. (테이프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감기면서 양 구멍의 직경이 서로 달라지므로..)
아니, 더 나아가 테이프는 톱니라기보다는 벨트에 더 가까운 형태이니, CVT 무단변속기를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카세트 테이프 재생기가 있으면 주행 과정에서 양 구멍/바퀴의 변속비가 얼마까지 달라지는지를 더 눈여겨보고 싶다.

3. 노래방 기계 글꼴

요즘 노래방을 가 보면 옛날에 비해 가사의 글꼴이 더 새끈한 걸로 바뀐 것만 봐도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개인적으로 딱 바로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노래방 가사 자막용으로 쓰인 서체는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아래아한글 40*40 비트맵 명조를 떠올리게 하는 구닥다리 비트맵 명조체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에 아래아한글 1.x로 조판된 듯한 옛 영진 출판사 책들을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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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 명조체를 대체한 것은 큐닉스 서체인 가을체와 으뜸체 정도. 노래방 기계에서는 요 둘이 굉장히 많이 쓰인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중에는 노래방에서도 서울남산이나 나눔(바른)고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 옛날 키보드

한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그러게, 한 30년 전쯤의 구닥다리 컴퓨터들은 키보드의 구성이 지금과는 살짝 달랐다. 미국 원판은 84키이고 한국에서는 한영/한자가 추가돼서 86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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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초딩 시절에 컴퓨터 학원에서 이 구식 키보드를 본 기억이 있다. 지금 키보드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 일단 F1~F10 기능키는 왼쪽에 2열 종대로 늘어서 있고 F11과 F12는 존재하지 않는다.
  • 문자 키와 키패드 사이에 여분의 화살표 내지 키패드 기능 키들(pg dn/up, home, end, insert, del)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Num lock이 켜져 있는 동안은 키패드 기능 키들을 사용할 수 없다.
  • Ctrl은 지금 Caps lock이 있는 곳에 있다. 그 대신 Caps lock은 우측 하단에 있다. (그래 그랬다, 완전 추억 쩐다!)
  • ESC가 지금의 Num lock 자리에 있다.
  • 키패드에는 +가 지금의 엔터 자리에 있다. 그리고 / 는 키패드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지금 키보드의 전신인 101키 키보드가 나오고, 국내에서는 역시 한영/한자가 추가돼서 103키가 되었다. Windows 95부터는 Win키가 그것도 좌우에 하나씩 2개나 추가되고, 또 컨텍스트 메뉴키가 더해져서 10키가 되었고, 이것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나저나 키보드의 연결 단자 자체도 DIN 내지 AT 단자부터 시작했다가 PS/2 단자를 거쳐 지금은 USB가 대세가 됐으니 이것도 격세지감이다.

저런 '정식 키보드'는 규격이 전부 통일되어 있는 반면, 기계마다 살짝 차이가 있어서 혼동을 주는 건 노트북 컴퓨터 키보드에서 키패드의 기능키들이 배당된 방식들이다. 특히 pg up/dn이나 home/end 같은 것.
그리고 노트북은 부족한 키의 기능을 보충하려다 보니 자체적인 fn 키도 있는데.. 일반 노트북의 경우 좌측 하단에 Ctrl fn win alt의 순으로 키가 있었던 반면, 맥북은 fn ctrl alt win으로 순서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어서 이것도 적응이 몹시 힘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5/10/09 08:34 2015/10/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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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내가 좀체 다루지 않던 경제 쪽 주제에 대해서 오랜만에 글을 써 본다.
그래서, 뒷부분에 성경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분류도 기독교 쪽이 아닌 그냥 보통명사로 했다.

세상의 모든 물건들은 담보로 맡기는 게 아닌 이상, 그 자체만을 남에게 안심하고 맡기려면 맡아 주는 사람에게 보관료를 내야 한다. 교통수단을 세워 둘 때 드는 주차료· 주기료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아기나 애완동물을 맡길 때도 말이다. 이게 세상의 보편적인 이치이다.

하지만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돈 그 자체이다. 돈을 맡기면 맡은 사람이 오히려 반대로 맡긴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돈을 준다. 그렇게 주어지는 돈을 우리는 이자라고 부른다. 생각을 해 보시라.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는 맡는 쪽에서 막대한 경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맡은 사람이 맡긴 사람에게 돈을 준다.

이 원리를 이해하는 게 자본주의 원칙과 경제 원리를 이해하는 첫걸음임이 틀림없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다음으로 초등학교에서 가르칠 법한 제2의 핵심 원리이다.

그리고 은행들 역시 예금을 곱게 꿍쳐 놓고만 있지 않는다. 대부분의 돈을 다른 데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줘서 돈을 불리는 일을 한다. 그러니 모든 예금자가 불시에 자신의 예금을 전부 인출하려 들면 은행은 못 버틴다.
이런 점에서 성경의 달란트/므나 비유에 나오는 게으르고 악한 종은 선악을 따지기에 앞서 정말 최소한의 경제 관념조차 없던 멍청한 친구였다. (마 25:27, 눅 19:23)

지금이야 우리나라가 먹고 살 만하니까 쏙 들어갔지만, 옛날에는 나라에서 국민들 보고 그렇게도 저축을 많이 하라고 홍보하고 과소비 추방하자고 캠페인을 벌였던 게.. 단순히 근검절약(?) 정신을 함양하고 외화 유출을 방지하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건 부수적인 효과다.
저축을 많이 함으로써 은행이 돈을 많이 보유하게 하고, 이로써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기업에다 투자를 많이 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무슨 유머 중에, 학교에서 "지금 손에 100만 달러가 생기면 무엇을 하겠는가?"를 상상해서 작문을 시키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떤 애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교사가 이상하게 여겨서 "세계일주를 한다, 여자를 꼬신다" 등 왜 뭐라도 안 쓰냐고 물었더니 아이 왈, "네, 저는 100만 달러가 있으면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거예요(모든 걸 남에게 시키고)" 이랬다는데..
그 애도 알고 보면 굉장히 천진난만 순진한 타입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을 일찌감치 깨달은 영악한 애라면, 그 돈으로 지금 당장 흥청망청 유흥을 즐기는 게 아니라, 어딜 투자를 하든지 해서 100만 달러를 1000만 달러 이상으로 불릴 궁리를 할 것이다.

그리고 혼자만 살 때는 돈 욕심 없이 자급자족으로 만족할 것처럼 지내던 사람이라도 처자식이 생기고 나면 어지간해서는 생각이 달라진다. 나는 상관없지만 내 자식에게 남들만치 밥 사주고 용돈 주고 비싼 학교에 옷 등등을 차려 주지 못한다면..? 그때부터는 어쩔 수 없이 돈독 오르게 된다. 그게 현실이다.

자 그럼, 돈으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성경은 뭐라 말할까?
일단 구약 율법에서 내가 느끼는 뉘앙스는.. 정말 천하의 개쌍놈 급의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몹쓸 짓까지는 아니지만, 어지간해서는 그러지 마라. “이방인들을 상대로라면 몰라도 동족간에는 최대한 아량을 베풀어라. 이자 따지지 말고, 못 돌려받을 걸 감수하고라도 관대하게 꿔 줘라. 손해분은 내가 친히 갚아 주겠다” 정도인 것 같다.

이건 십일조만큼이나 “신정국가+유대 민족의 믿음 테스트+이 땅에서의 복” 문맥이다. 그러니 신약 시대엔 자선행위 차원에서, 혹은 교회 지체들끼리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될지 몰라도, 굳이 이방인 세상 정부에서 행정법 수준의 강제 사항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달란트/므나 비유에서 “하다못해 이자라도 받아 왔어야지?” 같은 주인의 책망이 있는 걸 보면, 성경도 돈 자체가 악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돈으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악이라고는 안 하는 듯하다.

성경은 명백히 사유재산과 free market, 빈부격차를 인정한다. 사실, 돈으로 돈을 불리는 것도 아예 불가능하다면 투자라는 게 생길 수 없고 경제가 성장할 수가 없어진다. 절대적인 빈부격차 자체는 더 커질지 몰라도, 그래도 입에 풀칠도 못 하던 가난뱅이를 중산층으로, 그리고 지금 부자는 훨씬 더 큰 부자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은가?

부자가 가진 돈이 고용과 일자리를 더 만드는 발전적인 쪽에도 부분적이나마 쓰이는 게 더 나은가, 아니면 걍 오로지 부자들의 유흥과 사치에만 돈이 쓰이는 게 더 나은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부자들 돈을 강제로 뺏어서 분배해야 된다” 이건 영락없이 빨갱이 생각이 되는 거고.)

또한 생각해 볼 점은, 성경에는 이자에 대해서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안 나온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인정하는 금리나 사채 이율 한도는 최대 몇 %이고 그 이상은 악.. 뭐 그딴 얘기는 없다. 음악이나 옷차림에 대해서도 추상적인 원칙만 있을 뿐 디테일한 적용 방법은 안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 숫자놀음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게 얼마이든 전혀 무관하게 인간의 불완전한 경제 제도가 인간의 죄성과 맞물리면 문제와 폐단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든지 어떤 것도 빚지지 말라”, “돈을 사랑함이 모든 악의 뿌리”, “급히 부자가 되려 하는 자는 악한 눈을 가졌으므로...”, “탐욕은 우상 숭배”처럼 인간의 자유의지와 사유재산은 존중하되, 경제와 관련된 인간의 죄악을 제어하는 말씀은 성경에 이미 충분히 있다.

그런데 이게 자발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각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집단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공멸로 가는 경우도 있으니, 비효율적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최저임금이니 무슨 비율이니 하는 걸 강제로 정하고 복지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꽤 많이 걷어 가는 일도 생기는 걸로 보인다. 참 절대적인 답이 없는 문제 같다.

NOTES:

1. 은행이 불안하다 싶으면 개인 예금주들은 전부 몰려와서 자기 돈을 빼려고 몰려올 것이고, 이러면 아까 말했듯이 그 어떤 은행도 버티지 못한다. 은행은 그런 상황을 감안하고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다.
하지만 각 개인이 자기 예금을 전부 인출하려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하나도 전혀 문제될 게 없는 행동이다. 마치 기업이 생존을 위해 구조 조정을 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하는 것만큼이나, 그리고 전쟁터에서 군인이 무장한 다른 적군(포로나 항복한 군인, 민간인이 아니라)을 죽이는 것만큼이나 합법이다.

2. 흔히 "올림픽 메달리스트 운동 선수의 자녀가 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확률하고, 재벌의 자녀가 계속 재벌로 있을 확률이 동일한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이런 말이 나도는 듯하다. 무슨 취지로 하는 말인지는 이해하겠으나 거기에 마냥 100% 공감할 수는 없다. 재능과 재화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절대적인 액수로나 혹은 비율로나 어쨌든 더 많은 액수의 세금을 매긴다.
그러나 시험 쳐서 100점 맞고 올림픽 같은 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 재능이 뛰어난 것 그 자체만으로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그랬다가는 재능의 발휘에 도무지 동기 부여가 되겠는가?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그건 상금에서 세금을 일부 공제하는 형태일 뿐이다.

굳이 돈이 아니라 소위 '열정페이, 재능기부' 같은 것도 철저하게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 그것이 세금을 걷는 것처럼 법적으로 강제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재능과 재화의 차이인 것이다.
부모가 똑똑해서 자녀를 좀 더 편하게 살게 해 주려고 재산을 많이 물려 주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 할 수 있을까? 내 자녀였으면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물론 자녀가 인격도 의사결정권도 일체 없이 부모의 소유물과 다를 바 없이 취급하는 생각은 잘못되었지만, 그렇다고 부모와 자녀는 법적으로 아무 상관도 없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 부모의 재산은 한 푼도 안 남기고 몽땅, 마치 무연고 사망자의 재산마냥 국고로 환수해 버린다면 그것도 올바른 처사이겠느냐 말이다.

또한 부모가 재벌이라고 해서 그 자녀 세대까지 재벌인 게 마냥 100%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 언제 도태될 지 모르니, 경영진은 수많은 종업원들에게 꼬박꼬박 월급을 주기 위해 맨날 이대로는 안 된다며 위기 드립을 치고, 때로는 좀 더러운 짓도 하고 여론 관리도 하고, 미래에 뜨는 아이템을 예측하고 사업 방향을 구상해야 한다. 재벌이 유지될 확률이 대대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올 확률과 그렇게까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볼 수도 있어야 한다. 나야 일개 학생 겸 월급쟁이일 뿐이고 무슨 대기업 재벌 재계 인사하고는 하등 아무 관계도 없는 처지이지만, 나중에 내가 무슨 있는 돈 없는 돈 꼬라박아서 사업을 해서 종업원을 고용하는 처지가 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지금 사회 구조가 마냥 근로자만이 약자이고 모든 기업주가 그저 갑질을 일삼는 악당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3. 난 지금까지 정치관이나 역사관 관점에서 우리나라 체제를 방어하는 글을 쓰는 편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관을 부정하는 불순세력의 공격도 많다. 자기들도 입고 있는 큰 혜택에 대해서는 입 싹 씻고 작은 부작용과 폐해만 자꾸 부각시키면서 우리나라를 점점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계로 바꾸려고 하는 시도들.

여기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조금씩 공부하고 무장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난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나마 그걸 모두가 잘살고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쪽으로 유도하는 경제 체제를 지지한다. 인간을 감히 성선설적으로 보면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고 선동하는 속임수에 속지 않는다.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세상은 국가가 개인을 착취하는 세상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천국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5/22 08:34 2015/05/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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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사고 관련 정보

물에 빠져 죽는 건 비록 당장 눈에 띄는 상처나 핏자국 같은 건 없지만, 폐에 물이 찬 채로 숨을 못 쉬면서 굉장히 고통스럽게 죽는 죽음이다. 질식사의 일종이다.
허나, 여름에 강과 바다로 놀러 갔다가 거기서 살아서 못 돌아온 불운한 사람이 매년 전국에 수십~백수십 명가량은 된다.

익사 사고에 대해서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1)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은 주위를 향해 자기를 구해 달라는 티를 적극적으로 못 낸다는 것이다.
무슨 "불이야!" / "도둑이야!" 외치듯이, 혹은 육지에서 강도에게 쫓기는 것처럼 우렁차게 "사람살려!" 소리를 지르며 구조요청을 할 수가 없다.

익수자는 숨 차고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태이다. 입을 조금이라도 벌렸다가는 물이 당장 입으로 흘러들어올 판이고, 말을 하면서 숨을 내뱉었다가는 몸의 밀도가 올라가 물 속으로 더욱 가라앉을 게 뻔한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지를 수 있겠는가? 절대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헉~ 헉~ 꺼억' 같은 죽는 신음 소리밖에 못 내다가 조용히 꼬로록 가라앉고 익사할 뿐이다. 당연히 멀리서 들릴 리가 없고. 물에 빠져 죽어 가는 건, 물리적인 양상만 다를 뿐 차라리 목이 밧줄로 졸리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물에 들어간 채로 뭔가 큰 소리로 외칠 여유가 있다는 건 그 자체가 이미 얼굴이 당장 물에 잠길 위험은 없으며 따라서 생명에도 사실상 지장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 정도면 드라마, 영화가 현실과는 다른 왜곡 중 하나에 해당되겠다. 마치 유언 장면처럼 말이다. (현실에서의 죽음, 특히 병사는 절대로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현실에서 물에 빠져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그저 평범하게 수영을 하거나 물장난만 치는 사람과 다른 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위가 아니라 아래와 더 비슷하다는 뜻) 해수욕장에 비치된 안전 요원들은 멀리서 수면을 관찰하다가 "아, 저 사람이 지금 위급한 상황이구나"를 먼저 분간하는 훈련을 받는다. 즉, 청각이 아니라 시각을 이용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물이 입까지 간당간당 차 있으며 고개는 뒤로 젖혀져 있다.
  • 정상적인 수영을 하는 상태가 아니므로 물에서도 다리를 아래로 하고 꼿꼿하게 수직으로 서 있다. 물론 물 밖에서 익수자의 다리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물에 빠진 사람은 뭔가 "사다리"를 잡고 오르려는 듯한 손짓을 필사적으로 하므로 손을 봐도 된다.
  •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시선을 해변이 아닌 심해 쪽으로 향하고 있을 리는 없다. 땅 또는 더 얕은 곳을 향하여 필사적으로 이동하려는 듯하지만 나아가질 못한다.
  • 앞머리가 이마나 눈을 가리고 있지만 수습을 못 한다. 힘이 더 빠지면 눈에 초점이 없거나 아예 눈을 감고 있다.

수영을 할 줄 모르고 물에 뜨지 못하는데 발이 바닥에 닿지를 않는다면 익수자는 얼마나 놀랄까?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다. 그리고 소중한 친구나 가족, 친지가 물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만만찮게 패닉에 빠진다.
그런데 여기서 절대 유의해야 할 점이 하나 더 추가된다. (2) 자기가 수영깨나 할 줄 안다고 해서 섣불리 맨몸으로 구조하러 나서서는 안 된다. 최대한 침착해야 한다.

물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익수자는 최후의 발악을 하는 과정에서 힘이 평소보다 훨씬 더 세어지며, 구조자가 다가가면 튜브마냥 다짜고짜 붙잡고 매달린다. 익수자가 물귀신처럼 되는 셈. 이러다 일이 틀어지면 둘 다 물에 나란히 가라앉아서 익사하고 만다.
구조자의 입장에서는 하다못해 익수자가 물 좀 먹고 힘 빠져서 축 늘어진 뒤에 나서는 게 더 안전할 정도이다.

사람이 따로 나서는 게 아니라, 고정된 물건과 밧줄로 연결된 도구를 던져 주는 게 일단은 제일 좋다. 불가피하게 구조자가 직접 물에 뛰어들더라도 그런 것과 몸을 줄로 연결한 상태로 나서는 게 안전하다. 디즈니 포카혼타스에서도 초반부에 토머스가 배에서 떨어져 바닷물에 빠졌을 때, 존 스미스는 그렇게 자기를 배와 밧줄로 연결하고 나서 물에 뛰어들었다. 물놀이를 갈 때 긴 밧줄이 굉장히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결국 사람을 물에서 구하는 건 감전된 사람을 구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어지간히 심하게 감전된 사람은 신경이 마비되어 자기 힘으로 사지를 전원으로부터 떼어낼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구조자까지 같이 감전되기 쉬우니, 부도체 도구를 최대한 사용해서 구출해야 한다.

익사 사고는 더운 여름에 많이 발생하지만, 겨울에도 얼음 낚시 같은 걸 하러 갔는데 약한 살얼음을 잘못 밟는 바람에 물에 빠져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는 마지막으로 유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 (3) 물에서 빠져나온 뒤에 얼음판 위에서 절대로 두 발로 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 발바닥만 한 좁은 면적에 체중이 다 쏠리면, 옆의 얼음도 연달아 깨지기 쉽다. 그래서 기껏 물 밖으로 나왔는데 또 물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그때는 누운 채로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면서 체중을 넓은 면적에 최대한 분산하면서 육지로 가야 한다. 옛날에 무슨 서바이벌 가이드 TV 프로에서도 다뤘던 내용이다.

물에 한번 빠져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력의 소중함을 체험함과 동시에 비행기나 배를 탈 일이 있을 때 거기에 비치되어 있는 구명조끼도 다시 보게 될 듯하다. 구명조끼는 승객이 입수하더라도 얼굴과 코가 물에 잠기지 않게 정말 최소한의 부력을 만들어 주는 물건이다. 물에 떴다고 해도 구명조끼가 차가운 물로 인한 저체온증까지 예방해 주지는 않으니, 비상 상황에서 수면에 내던져진 승객은 최대한 어서 구조되거나 다른 부유물의 위로 올라가서 전신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본인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익사 사고를 언급하며 글을 맺겠다.
바로 작년(2014) 8월에 경북 청도의 어느 계곡에서 승용차가 통째로 급류에 휩쓸려서 안에 있던 일가족 7명이 모조리 사망한 사고이다. 물놀이 익사는 아니고 일종의 자연재해인 폭우로 인한 사고 되겠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경로와 수직으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그 날은 물이 불어서 물살이 꽤 강했던 모양이다. 차가 지나가는 게 좀 불안해 보여서 가장인 운전자가 혼자서 시범삼아 차를 몰고는 길을 건넜다가 되돌아와 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가족들을 다 태우고 다시 건너는 순간 차는 그대로 휩쓸려서 옆으로 떠내려가 버렸다. 뒷차 운전자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차는 2km가 넘게 떠내려 갔고, 탑승자들은 차에서 탈출할 엄두도 못 내고 안에서 모조리 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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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작년 여름엔 물폭탄 폭우가 쏟아졌던 창원에서 시내버스가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가는 바람에 운전사와 승객이 모두 사망하기도 했다. 이때는 차체를 탈출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래도 생존하지는 못했으며, 차량보다 더 멀리 떨어진 하류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이런 강한 흙탕물 앞에서는 아무리 수영 실력이 뛰어나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물에 빠지는 것에 대한 대비보다는 당장 심폐소생술이나 소화기 및 제세동기 같은 물건의 사용법을 익혀 놓는 게 비상 응급 상황에서 더 유용히 쓰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기왕 이런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 주변에 있는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5/05/01 08:38 2015/05/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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