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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여운 새끼 사자

동물과 관련하여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유튜브 영상이 있으니 이것부터 같이 보도록 하자.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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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자 새끼가 너무 귀엽지 않은가? =_=;;
꺄옹~ 꺄옹~ 이렇게 울면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엄마인지 누나인지가 쓰다듬어 주니 좋아서 꺄르르~ 웃는다. 말 못 하는 짐승한테도 이런 지능과 감성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1) 변온동물 내지 (2) 표정 변화나 발성 능력이 없는 동물, (3) 심지어 헤모글로빈 기반의 빨간 피가 흐르지 않는 동물 정도 되면 딱히 이런 면모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인간이 잡아먹거나 죽이는 것에도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갖게 되는 듯하다. 어류나 곤충 같은 것 말이다.

2. 개고기와 돼지고기

본인은 잔인한 동물 학대에는 물론 반대 소신이지만, 그렇다고 개가 애완견 금수저와 식용 흙수저 품종이 따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식용으로 도축되고 있는 수많은 소, 돼지, 닭들을 두고서 개를 잡아먹는 것만 특별히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령, 소조차도 자기가 도살장으로 끌려간다는 걸 인지하고 스트레스 받고 울부짖을 정도의 지능이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소의 두뇌가 진짜로 소대가리(?) 수준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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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vs hell이라고 일컬어지는 어느 짤방.. ㄲㄲㄲㄲ)

개고기는 역사적으로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 같은 다양한 위장 명칭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2010년대를 넘긴 이 시점에는 개고기는 명백히 사양 산업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애완견으로도 모자라서 반려견 이러는 추세와 역행하는 대외 이미지, 마이너한 수요로 인한 높은 단가, 다른 수많은 대체 보양식들의 증가 등의 이유로 인해.. 굳이 개고기 반대 운동이나 강제적인 금지 조치가 없이도 대세가 저절로 이렇게 흘러간 것이다. 개고기를 팔던 기존 식당들은 폐업하거나 감자탕, 삼계탕, 흑염소 같은 다른 메뉴로 전환하게 됐다.

글쎄, 동서고금을 통틀어 우리나라만 유독 개를 즐겨 잡아먹었던 걸까?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합법화된 적도 없고, 반대로 법으로 금지된 적도 결코 없다. 합법화를 하면 개고기를 제조, 유통, 조리하는 절차에 법적 기준이 생겨서 개고기를 더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대한민국은 개 잡아먹는 나라라고 법에도 당당히 명시돼 있소"라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민망한 효과도 같이 난다. 이거 무슨 공창이나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개고기가 엄청 대중화되고 수요가 늘어서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낮추지 않는 한, 업계에서 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개고기의 가격이 더 상승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이런 개고기와 달리 고래고기는 애완동물과 무관한 영역이기 때문에 잔인하다는(?) 논란은 없다. 단지, 멸종 위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냥 금지 조약이 맺어졌을 뿐이다. (개는 반대로 멸종 걱정은 없고..)
오늘날 고래 사냥이 많이 없어지고 고래가 이 정도라도 살아난 건 환경 보호 운동 때문이 아니라 산업용 고래고기의 저렴한 대체제가 많이 개발되어 굳이 고래를 잡을 필요가 없어진 덕분이다. 이 역시 과학 기술의 힘이다.

기름 말고 고래고기도.. 개고기와 비슷하게 요즘은 인기가 시들고 한물 가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포획이 아니라 우연히 자연사· 사고사한 고래의 사체를 득템한 것만 발견자의 임의 처분이 허용된다. 이 고래가 포획된 게 아닌지 검사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중에 합법적으로 유통된 고래고기라면 애초에 막 신선한 상태일 수가 없다. 그렇잖아도 고래고기가 무슨 참치회 급의 별미인 건 아닌데 이런 시간 오버헤드가 추가되기 때문에 맛이 더 없어진다.

내 경험상 고래고기와 개고기는 모두 그냥 그럭저럭 먹을 만은 했다. 일부러 찾아가며 먹을 정도의 가성비는 아니고..

3. 덩치와 신체 구조

사자의 수명이 겨우 10~15년 남짓밖에 안 된다니 무척 의외이다. 30년 가까이도 사는 초식 동물에 비해 수명이 턱없이 너무 짧아 보인다.
초식 동물은 한가롭게 풀이나 뜯다가 가끔 맹수에게 쫓길 때에만 잠시 죽어라 도망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육식 맹수들은 사냥이 일상인 게 포식자의 입장에서도 극도의 스트레스와 체력 소모를 유발하며, 그게 명도 더 재촉한다고 한다.

하긴, 초식 동물 중에는 코끼리처럼 1톤이 넘는 체중과 체구를 자랑하는 놈도 있다. 하지만 육식은 사자 같은 대형의 성체라도 200~300kg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날렵하게 사냥을 해야 하는 육식 동물이 코끼리처럼 크고 무거웠다간.. 필요한 식사량 대비 사낭 능력이나 생태계의 먹이 제공 능력이 도저히 감당이 못 됐을 것이다. 더구나 공룡 같은 파충류보다 대사량이 훨씬 많은 포유류가 말이다.

고래만 해도 살육을 즐기는 깡패 범고래는 고래들 중에 작은 축에 속한다. 진짜 초월적인 덩치를 자랑하는 대왕고래 같은 건 플랑크톤만 흡입한다는 걸 생각해 보자.

현실의 동물은 지능이 인간보다야 부족하기 때문에, 인간처럼 불과 도구를 활용하거나 주변의 돌멩이를 집어 던지지도 못한다. 이건 신이 짐승이 인간보다 더 크고 무겁고 힘 세고 빨리 달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털가죽을 가졌을지언정, 인간의 특정 능력은 절대로 따라 하지 못하게 전투력 밸런스 조정을 한 것 같다.

동물 내지 이에 준하는 각종 괴물이 입을 다문 상태에서도 평소에 툭 튀어나와 있는 공격용 이빨을 '엄니'라고 부른다. 어금니와는 전혀 다른 개념.. 코끼리의 엄니는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상아'라고 따로 부르는 편이다.
코끼리는 상아가 있고 코뿔소는 말 그대로 뿔이 달려 있다. 코끼리의 상아는 윗니이지만 멧돼지의 엄니는 아랫니이다.

4. 바퀴와 다리

바퀴는 인류의 육상 수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여겨진다. 그 바퀴가 효율이 완전 극대화될 수 있도록 더욱 고도화된 육상 교통 시스템이 바로 철도이기도 하다.
바퀴 내지 차축은 본체와 분리되어 혼자 무한히 뱅글뱅글 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건 생체로는 구현할 수 없고 기계로만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인간, 아니 그 어떤 동물이라도 모가지가 360도나 심지어 두 바퀴(!!)씩 뱅글뱅글 돌 수는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렇기 때문에 바퀴는 자연 현상이나 생물 생태를 전혀 참조하지 않고 철저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바퀴, 그리고 볼트와 너트(나사) 이런 게 뭔가 생체와 기계의 구조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게 무척 신기하다.
다만, 바퀴도 만능은 아닌지라, 지형이 조금이라도 메롱인 곳 내지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신이 창조한 동물의 다리에 비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무한궤도는 험지에서 바퀴의 약점을 좀 보완해 주긴 하지만.. 걔도 다른 단점과 한계가 있음)

우리나라에서는 6 25 사변 당시에 전쟁 물자를 나르기 위해 자동차나 수레가 아니라 다리 달린 인간 지게꾼이 여전히 동원돼야 했다. 산길의 상태가 워낙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다리 달린 사람이나 동물은 길이 아스팔트 포장이건, 비포장 돌밭이건 진행 속도에 차이가 거의 없지만 바퀴는 그렇지 않다.

특히 울퉁불퉁하고 장애물투성이인 산 속 숲속에서는... 인간이 아예 헬리콥터라도 타고 날아간다면 모를까 육상 교통수단으로는 네 발 달린 산짐승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게 오늘날의 기술로도 불가능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포장되지 않은 험한 모래밭 자갈밭 사막에서 낙타의 수송 효율을 능가하는 육상 교통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다리라는 건 반대로 기계로 구현하기가 생각보다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물건이다. 특히 이족 보행은 더욱 말이다. 다리 달린 로보트라는 게 괜히 쌍팔년도 SF물 소재로만 반짝 부각됐다가 사라져 버린 게 아니다.

이 지구에 존재했거나 현존하는 척추동물 이상 등급의 육상 동물들은 아무리 덩치가 크고 무거워도 다리가 4개보다 더 많지는 않다. 자동차 트럭만 해도 초대형은 축(바퀴)이 더 장착되곤 하는데, 신이 다리를 대책 없이 마구 추가로 장착하지는 않으신 셈이다.
다리가 6개 이상으로 왕창 많은 건 곤충이나 그에 준하는 장르로 한정된다(거미, 지네..). 얘네들은 징그럽게 생겼지만 그래도 덩치가 크지 않고 인간이 밟아서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체급이다.

그러고 보니 조류들은 앞발이 날개 역할을 하다 보니 이족보행을 한다. 하지만 인간 같은 직립보행까지 만족하는 놈은 펭귄이 거의 유일하다. 그 대신 얘는 헤엄만 가능할 뿐, 날지는 못한다.
그리고 다리가 아예 없는 뱀은 꽤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오해하기 쉬운데 뱀도 엄연한 척추동물이다.

5. 병거와 기병

바퀴와 다리라고 하니까 이것도 생각나는구나.
고대 이집트니 로마 제국이니 하던 엄청 먼 옛날에는 군용 무기 중에 병거(chariot)라는 게 있었다. 공격 무기를 든 병사와, 말을 조종하는 마부 2인조가 큼직한 마차가 아니라 손수레 비슷하게 생긴 물건에 탑승하고, 그걸 2마리 이상의 말이 끌고 열나게 달리는 것이다.

이게 요즘으로 치면 탱크나 마찬가지인 엄청 비싸고 위압적인 병기였다. 그래서 좀 옛스러운 용어를 동원하자면, 탱크와 병거가 모두 '전차'라고 불릴 정도이다. 병거는 성경에도 엄청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교회 다니는 사람한테는 친숙하다.

하지만 수송용 장갑차처럼 마차에다가 병력을 실어 나르는 것도 아니고, 냉병기 전투를 말이 끄는 수레에 탄 채로 하는 건.. 기병 한 명이 말에 직접 타고 싸우는 것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했다. 병거가 현대의 탱크처럼 탑승자를 완전히 보호라도 해 주는 것도 아니니 나은 구석이 전무하다.

병거가 완전히 도태한 건 인간을 태우고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큰 말이 품종 개량을 통해 개발되고, 안장과 등자처럼 간단하면서도 안전한 말 탑승을 보장해 주는 획기적인 도구가 발명된 덕분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모세와 엘리야 시절에는 병거가 나오는 반면, 미래를 다루는 계시록에는 '말 탄 자 4명'으로 묘사가 바뀐다.
병거 탑승과 말 직접 탑승의 차이는 트럭과 트레일러의 차이와도 비슷해 보인다.

6. 나머지

(1)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대체로 누가 이기냐? 누가 더 강하냐?" 이건 "캐리어와 배틀크루저가 붙으면 누가 이기냐(스타), 사이버데몬과 스마마가 붙으면 누가 이기냐(둠;;)"와 비슷한 문제인 것 같다. 생산 비용과 시간, 컨트롤 여부, 개체수 같은 정말 다양한 조건과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비교가 몹시 난감하다.
사자와 호랑이도 비슷한 상황이지 싶다. 현실에서는 둘은 서식지가 일치하지 않아서(초원 사바나 vs 산악 지대) 서로 한데 마주칠 일 자체가 별로 없다.

(2) 심해어가 거의 외계 생명체 급으로 정말 생뚱맞고 기괴하게 생긴 것은 달 탐사선이 통상적인 비행기· 대기권 로켓과 전혀 다르고 기괴하게 생긴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항공역학적인 면모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심해어 역시 햇볕을 쬐며 사는 통상적인 동물의 특성을 지녀야 할 여지가 없으니 그런 모양인 것이다.

지구 안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 할 극한 환경에도 저런 생물이 존재하는 반면, 지구 바깥 우주에는 지금까지 엄청난 설레발들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검증된 사례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1/06 08:36 2022/01/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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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후 사진

19세기에 카메라와 사진이라는 물건은 정말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비록 흑백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인물이나 풍경을 보이는 그대로 화가보다 훨씬 더 신속 정확하게 종이에 담아서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겨 줬으니 말이다.

사진을 번쩍 찍히면 자기 혼이 빠져나가는 줄로 알고 무서워한 사람도 있었다.
자기 원래 모습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데 하물며 X선을 발견해서 자기 손의 생뼈 사진을 인류 최초로 관찰한 물리학자 뢴트겐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이런 생각도 같이 하게 된다.

그리고 혼이 빠져나갈까 봐 두렵다면.. 발상을 전환하여 이미 혼이 빠져나가 있는 사람, 다시 말해 시체의 사진을 찍는 건 어떨까?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거나 수긍하기 어렵지만,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 사이.. 유식한 용어로 '빅토리아 여왕' 시절 / 벨 에포크 시절엔 유럽과 미국 일대에서 가족의 ‘사후 사진’이라는 걸 찍어서 남기는 게 유행이었다.

천수를 누리고 죽은 사람 말고, 병이나 사건· 사고로 일찍 죽은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찍어서 남기는 것이다. 특히 아기 말이다. 이거 무슨 영정 사진도 아니고 참..;;
그나마도 예전에는 화가를 불러서 초상화를 그리던 것이 사진으로 더 간편하게 바뀐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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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신이 부패하기 전에 최대한 어서 찍어야 했다.
시신에다가는 최대한 멋지고 근사한 옷을 입혔으며, 곤히 잠들었거나 의자에 앉아 쉬는 포즈를 만들었다. 아니면 시신의 사지를 붙드는 장치를 연결해서 억지로라도 기립해 있는 모습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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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눈은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자는 포즈가 아닌 사진이라면 사진사나 화가가 사진에다가 떠진 눈을 인위로 그려 넣었다.;; 그 시절엔 컴퓨터나 포토샵 같은 도구가 없었으니, 이건 물감과 붓을 동원한 수작업이었다. 그나마 사진이 흑백이니까 이런 장난질이 그리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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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너무 노골적으로 시체 느낌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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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맨 뒤(왼쪽), 선 채로 눈을 감고 있는 저 막내 꼬마 여자아이는 귀신...이 아니라 죽은 상태이다. 언니 오빠들은 시체와 나란히 줄 서서 몇 분간 부동자세로 가족 사진을 찍었다. (☞ 더 많은 사례들)

2. 시체 공시소

역시 비슷한 시기인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프랑스에서는 ‘시체 공시소’라는 걸 운영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시신을 공개적으로 진열해 놓고, 이 사람의 연고자 내지 유족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니 이건 행방불명자의 유족에게 시신이라도 찾아 준다는 좋은 목적과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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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나 드나들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시체들을 열람할 수 있다 보니, 여기는 엄근진한 곳이 아니라 무슨 ‘인체의 신비전’ 같은 엽기 관광 명소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친인척 중에 실종자가 딱히 없는 사람들도 어중이떠중이가 다 저기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시신에게 이상한 옷을 입혀 분장도 시켜서 구경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누구나 무료 관람 가능하던 곳이 나중에는 입장료까지 징수하게 됐다.

1900년대 초는 아직 제국주의에 인종 차별주의와(백인 우월, 인종 박람회..) 우생학까지 쩔던 시절이지 않았던가.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중국 같은 동양인의 시체까지 수입해서 일부러 전시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지금 같은 냉동 기술도 없었을 텐데 시체를 장시간· 장거리 운송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은 했나 모르겠다... (검색을 해 보니 기초적인 냉장 기술은 개발됐었다고 함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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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시체 공시소가 의외의 기여를 한 분야는 범죄 수사이기도 했다고 한다.
범죄 용의자를 여기 데리고 와서 밝은 전등 아래의 피해자의 시체를 직접 대면시키고는 "이 사람 정말 니가 죽인 거 아니야?"라고 취조하면.. 어지간한 범죄자는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죄를 자백했다고 한다. 오~~ 고문이나 가혹행위도 아니고.. 꽤 괜찮은데??

이런 사례들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먼저, 기술적인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시절 카메라는 노출 시간이 수 분대로 길어서 피사체는 그동안 꼼짝없이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흔들려서 망가진 사진을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가만히 있기가 몹시 어려운 반면, 시체는 그런 제약이 없다. 그러니 사후 사진이라는 발상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옛날 시대상을 떠올려 보자. 전쟁, 기근, 질병, 높은 유아 사망률, 지금보다 더 잔인한 형벌(공개 처형, 부관참시 시체 훼손, 능지형), 더 폭력적인 사회 관행(툭하면 싸움질, 결투, 석전, 주취 가정 폭력, 애들한테 가혹한 체벌..)..

그러니 옛날에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흔했으며, 길거리에서 사람 시체를 구경하는 것도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 무연고 거지나 '행려병자' 같은 것도 훨씬 더 쉽게 볼 수 있지 않았던가?
(행려병자라고 하니 말이 좀 어려운데, '행려'를 순서를 뒤집어서 '여행'으로 바꾸면 뜻이 바로 와 닿을 것이다.)

옛날엔 사람들이 멘탈이나 비위 같은 것도 지금 현대인보다 더 억세고 강해야만 했다. 분위기가 그랬으니 저런 관행도 존재 가능했던 것이지 싶다. 비록 후대에 전시의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만, 일본군 두개골을 군 복무 중인 남친이 여친에게 선물로 보냈던 사례도 있었음을 생각해 보자.

아울러, 그 시절에는 지금 같은 인터넷이 없고 컴퓨터 게임이 없고 여가나 유흥 시설, 볼거리들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빈약했다.
오죽했으면 19세기 말에 미국 어딘가에서는 사막 벌판에서 육중한 증기 기관차 두 대를 마주보고 정면충돌시키는 캐막장 잉여 쑈를 기획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ㄲㄲㄲㄲ (그랬는데 보일러가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금속 파편이 저 멀리 관중석까지 날아가는 바람에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이 쑈는 흑역사로 묻혀 버림)

이런 시대 정황까지 추가로 고려해 보면, 옛날에는 공개 사형 집행이 얼마나 흥미로운 구경거리였을지도 수긍이 간다. 하물며 능지형 정도 되면 초특급 쑈 그 자체라 하겠다.
그 시절에 컬러 카메라나 유튜브 같은 게 없었던 게 다행이다. 그런 게 있었다면 사람 공개 처형 장면 동영상은 ISIL이니 탈레반이니 하는 또라이들이나 올리는 게 아니라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 문명국에서도 올라오게 됐을 테니 말이다.

이 사람들은 무슨 사후 세계를 믿지 않고 시체를 아무렇게나 다루는 티베트인이 아니며, 시체 갖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변태 야만인이 아니었다. 엄연히 기독교 배경이 있는 열강 강대국에서도 이런 관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후 사진이나 공개 시체 공시소 같은 게 민망한 짓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1차 세계 대전을 겪은 뒤부터였다고 한다. 미개인이 아니라 유럽 백인 자기들까지 기관총 대량 학살 시체 더미의 쓴맛을 제대로 봤으니까.. 전간기와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이런 관행은 완전히 사라졌다.

뭐,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7년에 수원 역 노숙 소녀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서 이례적으로 피해자 시신의 얼굴을 공개했던 적이 있다. 피해자의 신원을 도저히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핏기없고 섬뜩한 인상인데.. 그래도 실제 피해자의 부모가 그 얼굴을 알아본 덕분에 연고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 기껏 잡았던 가해자는 답정너 강압 수사로 인한 거짓 자백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은 이전 판결이 무죄로 뒤집히고 리셋돼 버렸지만 진범은 끝내 잡히지 않은 채로 수사가 씁쓸하게 종결돼 버렸다.
애초에 피해자는 껌 씹는 날라리 일진 양아치 가출 소녀가 아니었다. 정신장애가 있고 채팅에서 만난 다른 양아치들한테 낚여서 따라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는데.. 처음에 수사 방향을 잘못 잡은 채로 삽질하다 시간을 날리는 바람에 진범 잡을 기회도 놓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 이렇게 실종자 시신의 얼굴 공개 사례가 국내에서 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 옛날에 1997년 언젠가 <경찰청 사람들> 다큐에서도 실종된 범죄 피해자를 찾는다고 무려 토막 살해 시신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낸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이건 좀 무리수였다.

뭐 피투성이였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끔찍한 몰골은 시청자들을 OME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으로 죽은 시체의 인상은 살아 생전의 모습과 차이가 커서 사람을 찾는 데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이 시신도 훗날 다행히 신원이 확인되긴 했지만.. 이 비주얼 단서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서 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옛날 사람들과 달리 생사람의 시체를 전혀에 가깝게 볼 일 없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여러 요인들 덕분이라 하겠다. 과학 기술의 발전, 그에 걸맞게 발달한 의료 보건 위생 여건과 치안 복지, 정치적 안정, 그리고 인권 의식의 향상까지 말이다. 일상 생활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의 교통사고나 대형 안전 사고를 목격하게 될 수는 있지만 그건 뭐.. 평범한 일반인에게는 로또급 확률의 이벤트일 것이다.

그러니 현대인들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와 게임에서나 사람이 죽는 장면과 각종 시체들을 실컷 보며 지낸다. 이런 건 실제 사람이 죽거나 죽은 장면이 아니니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런 건 비주얼이 현실의 그것만치 흉측하지도 않다.

끝으로, 미국에는 통상적인 의대 해부 실습 용도가 아니라.. 법의학 연구 목적으로 기증받은 시신들을 잔뜩 모은 ‘시체 농장’이라는 것도 있다는 걸 언급하며 글을 맺겠다. 대표적으로 테네시 대학교 인류학 연구소 말이다. 이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도 잘 돌아가고 있는 시설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여건 하에서 시체가 부패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시간대별로 시체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부풀어오름, 벌레 꼬임, 무슨 무슨 색깔로 변함..) 정말 꼼꼼히 기록해서 수십 년 동안 데이터로 축적했다. 그냥 벌판에 널부러진 시신, 물에 던져진 시신, 여행 가방에 밀봉된 시신, 콘크리트로 공구리 쳐진 시신 같은 이런 상태 차이도 있고, 여름과 겨울, 눈과 비 같은 날씨 차이도 있고.. 토막(;;)났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까지..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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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곳... 부지가 넓으니 시체를 꽁꽁 숨겨 놓고는 경찰견의 탐지 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여기서 축적된 방대한 실험 데이터 덕분에,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의 사망 시각과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 맞혀서 단서를 얻고 해결한 사건이 지금까지 적지 않았다.
단, 시체라는 민감하고 특수한 기자재를 잔뜩 다루는 시설인 만큼, 여기도 의대 해부 실습에 준하는 군기와 보안, 윤리 정책이 적용된다. 근무자는 시신 기증자와 당사자에 대해 감사의 묵념을 빠뜨리지 않으며, 보안 서약을 한 정직원이나 허가 받은 기자 말고 일반인은 절대로 출입 금지, 내부 사진 유출 절대 금지 정도는 기본이다.

더구나 여기는 사망 원인이 밝혀진 고인에 대해서 유족이 명시적으로 기증 의사를 밝힌 시신만을 접수한다. 그러니 신원 미상 시신을 대중에게 아무렇게나 전시하고 분장(!!)까지 시켰던 옛날 프랑스 시체 공시소와는 분위기가 180도 극과 극으로 다르다고 보면 된다.

다만, 장례 비용마저 부담되는 가난한 사람들이 무작정 여기로 시신을 보내 버리는 사례가 많아져서 여기도 시신 접수 조건을 좀 더 강화했다고 전해진다. 흠.. 그럼 그냥 의대 해부 실습용으로 시신을 기증해도 될 텐데? 거기는 시신이 언제나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시체 관련 추가적인 이야기들

(1) 오늘날 지구를 누비는 여객기에도 죽은 사람을 실은 관이 수하물로 알음알음 몰래 같이 운구되는 게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 1993년 서해훼리 호 침몰 당시엔 언론에서 해저에서 인양 중인 시신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내보낸 적이 있었다. (의도적인 노출보다는 별 생각 없이 카메라를 잠깐 비췄던 게 전파를 탔..)
그것도 그렇고 위의 저 사진도 그렇고, 노숙 소녀 시신 얼굴도 그렇고, 등산가 조지 맬러리의 오래된 시신 같은 것도 보면.. 시신은 부패해서 본격적으로 보기 흉해지기 전에는 핏기가 빠져서 공통적으로 정말 하얗게 변하기는 하는 것 같다.

(3) 사람이건 동물이건 시체가 생기면 시체를 뜯어먹는 동물과 곤충, 아니면 부패· 분해시키는 미생물과 세균이 앞다퉈서 그 시체를 접수해 버린다. 그런데 송장벌레는 비록 시체를 파먹을 목적이긴 하지만 그걸 땅에 파묻어서 보이지 않게 해 주기도 한다니 참 오묘한 노릇이다.
뭐, 일개 곤충이 중장비나 삽질 같은 속도와 효율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얘들은 신이 자연에다 마련해 준 시체 처리반 장의사나 다름없다.;;

(4) 죽은 시체에 옷을 인위로 입히거나 벗기는 건 생각보다 꽤 힘든 일이다~! 특히 크고 무거운 성인 남성의 시신이라면 더욱 말이다. 범죄 현장에서 정황상 사망자가 원래부터 이 옷을 입고 있었는지, 아니면 사후에 옷이 벗겨지거나 바뀌었는지도 어지간하면 판별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집어넣기 전에 샤워 드립을 괜히 쳤던 게 아니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기 옷을 벗고 개어 놓음으로써 일 처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12/28 08:33 2021/12/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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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예 vs 실리

(1) 롤스로이스: 한때는 구매자에게 차값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엄근진한 사회 지위 등, 엄청나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했다.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한테도 "당신 같은 딴따라는 이런 고매한 차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퇴짜 놨을 정도였다. 이런 사람이 굳이 롤스로이스를 몰려면 중고차를 알아봐야 했다.
==> 지금은 그딴 거 없고 아무나 돈만 내면 살 수 있다. "돈만 내면"...;;

(2) 스위스 은행: 그 어떤 국제기구나 공권력이나 수사기관에게도 예금자의 개인 정보를 절대로 넘겨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구린일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출처가 떳떳하지 못한 돈을 여기에다 예치해 두곤 했다.
==> 스위스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국제 추세를 거스르면서 혼자 독고다이는 못 하며,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수사에 협조해 주고 있다.

(3) 남성상: 과거에는 영국 신사, 조선 양반/선비 같은 이미지가 좋은 이미지였다.
==> 오늘날은 그런 거 없고 나쁜 남자 마초 상남자가 좋은 편이다. (절대적인지는 모르겠지만)

(4) 기네스북: 과거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연속살인범 우 범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강제로 잠을 안 잔 기록(266시간??) 같은 것도 실려 있었다.
==> 이제는 범죄 행위 내지 사람 건강을 망치거나 동물 학대를 조장하는 기행의 기록은 받아 주지 않는다.

(5) 복싱: 과거에는 선수가 바닥에 대짜로 완전히 뻗어서 기절하지 않은 한 무조건 경기 진행이었다. 그래서 "제 발로 링을 내려오거나 들것에 실려 내려오너라" 급으로.. 선수들이 승부욕 때문에 선뜻 gg를 치지 않고 벽에 기대어 있다가 계속 얻어터져서 사망· 중상 같은 사고가 나기도 했다.
==> 사고가 몇 번 난 뒤, 지금은 경기 시간 단축되고 라운드 수가 더 줄고 휴식 시간 늘고, '스탠딩 다운' 판정에다가 선수 주치의의 재량으로 경기를 임의로 종료시킬 수도 있게 하는 등.. 온갖 안전장치들이 추가됐다.

요컨대 과거에는 지금보다 체면, 위신, 명예를 따지는 성향이 더 컸고 "안 되면 되게 하라, 이기든가 죽어라" 근성과 의지드립을 더 강조했다.
오늘날은 그때보다 실리, 인권을 더 따지는 편이다. "이길 수 없으면 살아서 돌아오기라도 해서 후일을 기약하자" 같은 관점이 된 것이다.
"죽음으로 책임지고 속죄하자" vs "그런다고 상황이 더 나아지는 건 없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살 사람은 살자"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2. 폭력

옛날은 사람들의 사는 방식이 지금보다 더 살벌하고 전투적이었다. 법을 어겼을 때의 형벌이 지금보다 더 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면모도 컸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애들이 일찍부터 깍듯이 예의를 지키고 철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그러고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깝죽댔다가는 바로 쳐맞았으며, 심하면 자기 밥과 목까지 날아갔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꼭 일진 양아치들이 있었다. 그때는 체벌이 훨씬 더 심했고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는 데도 아무 제약이 없었건만.. 그런 강력한 교권을 동원해서 진짜로 섬멸해야 할 교내 불량배들을 제대로 단속하지는 않았는가(혹은, 못했는가) 보다.
군대에서는 좀 만만하고 약점 잡기 쉬운 애들이나 고문관한테 구타와 가혹행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행해졌으며.. 그게 군기 잡는다는 명목으로 간부들에 의해 묵인되기까지 했다.

동네의 체육관? 무술 업계(?)에서는 무협지에서나 보던 ‘도장 깨기’ 관행이 진짜 존재했다. 관장이라는 양반이 동네 양아치한테 두들겨 맞았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 사람은 쪽팔려서라도 밤에 짐 싸서 딴 동네로 몰래 이사를 가야 했다.

바로 이런 풍조의 강화 심화 버전을 상상해 보면, 과거에 서양에는 결투가 있었고 조선에는 석전(!!)이란 게 있었던 배경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자가 참관하는 정식 결투에서 상대방을 죽인 것은 살인이 아니라 합법 무죄였다.

석전에서 남에게 돌 던져서 대가리 깨뜨리고 죽인 것 역시 합법이었고, 이때는 심지어 상대편 진영 집을 터는 것까지도 허용됐다. 군인이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인 것과 동급이라는 것이다!
그런 시절에 지금 같은 과학 기술이 있고 여건만 갖춰졌다면 심지어 오징어 게임 같은 것도 합법으로 운영됐을 수도 있다.

3. 인권

옛날은 “인생은 실전이야 이 존만아” 관념이 훨씬 더 강했다. 그리고 ‘갑’과 ‘을’의 권익이 상충하고 둘 다 챙길 수 없었을 때는 명백하게 을이 일방적으로 희생됐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은 진짜 말 그대로 죽어야 했다. 사람을 고의로 죽인 흉악범은 자기도 목이 날아갔다.
  • 실수로 불을 내서 마을 전체를 태워먹은 사람은 처형 당하거나 평생 노예로 일하며 죄값을 갚아야 했다. 신분도 대물림되는 마당에 빚이야 당연히 대물림됐다.
  • 노예들을 배로 수송할 때는 전부 꽁꽁 결박을 했다. 사고가 나서 배가 침몰이라도 하면 그들은 그대로 같이 익사해야 했다.;; 정말 비인도적이고 잔인하지만 그렇다고 노예를 일일이 구조할 수 없으며, 탈출하게 내버려둘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죄수가 탈출하면 죄수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간수가 자기 목숨을 대신해야 했다. 이건 성경에도 나오는 관행이다(행12:19, 행16:27, 행27:47).
  • 우리나라도 6 25 때 전국의 형무소 죄수들을 제대로 이감 수용할 수가 없으니.. 죄질이 가벼운 죄수는 그냥 가석방하고, 중범죄자나 좌익사범 같은 위험한 죄수는 그대로 다 총 갈겨서 죽여 버렸다. 군대에서 즉결처분뿐만 아니라 이런 잔혹한 일도 벌어졌었다.

하지만 요즘은 인권 의식(?)이 워낙 발달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형 집행을 안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채무도 말이다. 상속을 포기하거나 파산 선언을 하면 된다.
경제적으로 여러 불이익이 뒤따르며 현재의 자기 재산이야 다 공개되고 압류당하고 탈탈 털리지만.. 그래도 자기 능력이 되는 한도까지만 갚으면 되며, 무슨 신체 부위를 판다던가 본인 및 처자식을 노예로 팔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보면 세상이 야만에서 문명으로 바뀐 것 같고 인권이 향상된 것 같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 “제로썸 게임”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사형 집행을 안 해서 가해자의 인권을 챙겨 주면, 결국 가해자의 엄벌을 원하는 피해자 내지 유족의 인권이 처절하게 유린당하고 말살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인권팔이 위선자들이 한 마디도 입도 뻥긋 안 한다.

채무자 인권만 챙기느라 걸핏하면 채무를 탕감해 주고 배째가 가능하게 해 놓으면.. 결국 성실하게 빚 갚는 사람만 바보 되고 경제 모랄빵이 벌어진다. 그리고 예전과는 반대로 채권자가 돈을 못 받아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채권자나 땅 주인 집 주인 기업주가 몽땅 다 샤일록 같은 놈일 거라는 인식도 프레임이고 거짓 선동일 뿐이다.

비정규직을 없애겠답시고 법을 무시하고 얼치기로 그 애들을 정규직으로 승격시키면.. 그럼 피똥 싸게 공부해서 공채 뚫고 정규직 입사한 애들이나 임용 합격해서 정교사가 된 애들은 뭐가 되는가? 이런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노예나 죄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먹고 살 만하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나라 체제가 안정되고 사회 안전망 복지 인프라가 잘 돌아가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인권을 챙길 여유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다시 옛날 같은 열악하고 처절한 위기 상황이 닥치면.. 아무리 인권 인권 거리더라도 범죄자의 인권과 선량한 일반 시민의 인권을 다같이 챙길 수 없어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윤리관 사회관 같은 게 달라졌더라도 인간이 겪고 있는 문제나 딜레마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라는 걸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 문제를 해결한 듯하지만 그 문제가 형태만 바뀌어서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게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통찰이 없이, 절대악은 그대로 놔 두고 필요악만 나쁘다고 없애자고 선동하는 애들은 절~~대로 선한 결과를 산출한 적이 없었다. 이런 것에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FPS 게임에 비유

FPS 게임에는 time to kill TTK라고..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 내지 필요한 히트수라는 개념이 있다.
단칼에, 총 한 방 잘못 맞으면 바로 훅가는 건 TTK가 짧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여러 발 때려야 되는 건 반대로 TTK가 긴 것이다.

TTK가 너무 짧으면 대부분의 뉴비들은 그냥 맵에 spawn되자마자 누가 쏜지도 모르는 총에 맞아서 바로 뒤지고 흥미를 잃기 쉽다. 그러나 고수도 재수 없으면 실수로 언제든지 훅갈 수 있으니 처신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초반에 살아남은 소수의 초보가 드물게나마 뽀록으로 선빵을 날려서 고수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TTK가 길어지면.. 그 누구라도 한 방 맞는다고 바로 죽지는 않고 반격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여건과 기회가 비교적 공평해지고 안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서는 기습 뽀록이 안 통하며, 초보가 고수를 이기는 건 확실하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극단적인 예로,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일격에 바로 쓰러뜨리지 못해서 골리앗의 반격을 허용했다면 그 다음 스토리가 어찌 됐을까? 바로 이런 이치이다.

이제 FPS를 현실 인생에다가 투영해 보자. 초보/고수를 흙수저 금수저에다 비유하고, 킬 올리는 걸 각종 성공이나 출세, 신분 상승 따위에다 비유해 보자면..
세상의 사회 시스템이라는 FPS는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갈수록 TTK가 짧았다가 더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정황상 말이다. TTK 값이 바뀜으로서 발생하는 장단점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라떼는 말이야 더 가난하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 버티고 성공했어" 이런 부류의 아재스러운 조언은..
TTK가 짧은 게임에서 살아남아서 고수를 여차여차 끝에 잡았다는 유형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사람도 노력을 안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 사람만의 운도 있었고, 지금 TTK가 긴 시스템에서 적용 가능하지는 않은 면모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의 전장이야.. 눈부시게 발전한 무기들 덕분에 TTK가 엄청나게 짧다. 총이건 폭탄 포탄이건 한 방 맞으면 그냥 죽는 게 아니라 시체도 못 찾는 처참한 꼴로 죽는 게 태반이다. 군함을 수리하는 정비함이라든가 갑옷 같은 게 괜히 없어진 게 아니다.
TTK가 짧을수록 현실 군대 반영 FPS이고, 길수록 과거 Doom 스타일의 비현실적이거나 캐주얼한 영웅 원맨쑈 FPS 장르가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1/11/18 08:35 2021/11/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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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국을 나타내는 한자 접사

한(韓 한복, 한류, 한식, 한옥, 한의원... 3인칭)이나 국(國 국악, 국궁, 국어, 국사, 국산... 1인칭)은 뭔가 우리 것, 고유한 것을 나타내는 접사 역할을 한다. 어떨 때 '한'이 붙고 어떨 때 '국'이 붙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원칙이 없는 것 같다. 또한, 요즘은 알파벳 K도 K방역, K팝... -_- 이런 식으로 비슷한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이와 달리, 나라 이름과 별개로 외국을 나타내는 한자 낱글자도 있다.

(1) 양(洋): 우리 전통 문물이 아닌 서양 문물을 포괄적으로 나타낸다. 그래서 양복, 양놈-_-, 양잿물, 양주, 양담배, 양말, 양동이 같은 여러 파생어들이 존재한다.
참고로, 양말 할 때 '말'은 '버선 말'(襪)인데, 한국어에서 사실상 양말에서밖에 쓰이지 않는 굉장히 생소하고 난해한 한자로 보인다. 마치 '가방/구두'가 외래어라는 관념이 거의 없어졌고 '무덤/주검'을 '묻/죽+엄'이라고 쪼개서 생각하는 관념이 거의 없어진 것처럼.. '양말'은 '양+말'이라고 쪼갤 여지가 거의 없어져 있다. '양복-한복'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2) 왜(倭): 일본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시대의 트라우마가 워낙 심한 관계로 왜색, 왜놈, 왜구 등의 부정적인 심상이 압도적이다. 단, 일본 음식은 어째 나라 이름이 붙어서 '일식'이라고 부르는 편이다.

(3) 호(胡): 중국 중에서도 특히 청나라를 가리킨다. 호떡, 호주머니 같은 의외의 단어가 원래 중국물 출신이어서 그런지 호짜가 붙어 있다.
그리고 채소 '호박'은 한반도 유래 시기와 경로를 추적해 보건대 胡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단, 이 어원이 국어사전에 반영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호빵'은 호떡이나 胡와 관계 없는 상표명이다.

2. 어휘

난 개인적으로 덩굴채소 박이 '朴'에서 유래된 한자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수박'의 수는 명백히 水일 테니 '박'도 한자어이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그러고 보니 덩굴 채소를 글자로 표현하려면 부수가 草 계열이어야지, 木이 배당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채소 '박'은 순우리말이고, 보석 호박 amber만이 한자로 등재돼 있다(琥珀). 걔는 보석이니 글자의 부수는 다들 玉이다.
보석 호박과 늙은 호박이 모두 주황색 계열인 건 꽤 흥미로운 우연인 것 같다.

그 대신 朴은 '후박나무'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울릉도의 유명 특산물로 오징어뿐만 아니라 호박엿이 전해지는데.. 이것도 '후박엿'이라는 전혀 다른 재질의 엿이 잘못 전해진 거라고 한다. 호박으로 죽은 쑤어 먹지만 웬 엿까지 만드는 걸까..??

그런데 원래 존재하지도 않던 호박엿이 워낙 유명해지니, 울릉도에서는 뒤늦게 진짜로 호박 성분이 들어간 엿도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라도에 뜬금없이 짜장면집들이 잔뜩 들어선 것처럼 말이다.

3. 성경의 용례

난 어떤 새로운 문물에 관심이 생기면 이에 대해서 어학 사전과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관련 최근 신문 기사를 찾아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성경에 비슷한 용례가 있는지도 찾아본다.

성경에는 덩굴 뻗는 박 종류 채소 gourd가 딱 두 번 나온다.
먼저,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그늘을 제공해 줬다가 싹 걷어가서 현타를 선사하는 교보재로 사용하신 그 덩굴이 대표적이며.. (욘 4)
열왕기하 4장에서 국을 끓여 먹었다가 사람들이 배탈이 났고 엘리사가 정체불명 마법의 가루를 넣어서 해독한 채소도 요런 야생박이다. (왕하 4:39-4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담으로, 성경에서 그냥 돼지(pig, swine) 말고 야생 멧돼지(boar)는 딱 한 번 나온다. 흥미롭다. "숲에서 나온 멧돼지가 그것을 피폐하게 하고 들의 들짐승이 그것을 먹어치우나이다" (시 80:13)
멧돼지는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작물을 파헤쳐 먹으며 민폐 끼치는 짐승이었는가 보다. 저기서는 타겟이 포도나무이다.;;

vine은 덩굴이라는 큰 뜻이 있으면서 통상적으로 더 좁은 포도나무(grapevine)라는 뜻을 갖는 것 같다.
earth (땅 - 지구), man (사람 - 남자), day (날 - 낮)처럼 영어에는 이런 다의어가 여럿 있는 것 같다. 한국어는 '이름'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성명 full name 또는 성을 뺀 first name만).

4. 품종

사람이 어떤 물건이나 분야에 덕질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생기는 변화가 뭐냐 하면, 종류를 세밀하게 분간하는 눈썰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가령, 다 똑같은 자동차나 열차, 총기 따위가 아니다. "요런 건 언제쯤 어느 제조사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드라마에 등장하는 건 고증오류이다, 저 장면에서는 요런 게 들어가는 게 맞다" 어쩌구저쩌구를 논하게 된다.

그런 것처럼 호박은..?
작고 짙은 녹색인 (1) 단호박이 있고, 초록색에 가지처럼 길쭉한 (2) 애호박류가 있다. 얘들은 누렇게 변색되지 않는다.
그 반면, 제일 큼직하고 납작 둥글고 누런 늙은 호박으로 바뀌는 그 일반적인 호박은 (3) 맷돌호박 또는 청둥호박이라고 불린다.
본인은 이 개념이 최근에야 제대로 정립됐다. 그리고..

(1) 맷돌호박은 단호박 애호박과는 달리, 열매가 맺힌 뒤에도 한참을 놔둬서 늙은 호박으로 누렇게 숙성된 뒤에 수확하는 게 정석이다. 그래야 맛도 좋고 무엇보다 개월 단위로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어쩐지 맷돌호박은 그 모양으로 초록색인 모습 사진은 인터넷을 아무리 검색해도 좀체 나오질 않는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맷돌호박이 제 모양이 형성되기 한참 전에, 아직 시퍼렇고 작고 동글동글 단지처럼 생겼을 때 미리 따기도 하는가 보다. 얘는 '풋호박'이라고 한다. 내가 올해 땄던 대부분의 일반 호박(?)은 이런 풋호박 형태였던 셈이다.
풋호박은 빨리 생산되긴 하지만 늙은 호박보다 유통기한이 훨씬 짧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풋호박은 뭐고 애호박은 뭔지 관계가 헷갈리는 편이었다.

(3) 끝으로, 똑같이 누래지는 일반 호박이라도 동양계와 서양계는 외형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서양 호박은 동양 호박보다는 덜 납작하고 가로 세로 종횡비가 좀 더 정사각형에 가까운 것 같다. 매끈한 공에 좀 더 가까우며 사람 머리통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얘에다가 눈코입 구멍을 내서 Jack-o'-lantern이라는 것도 만들 수 있다. pumpkin이라는 영어 단어는 바로 이런 호박을 가리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박의 세계란 게 이런 것이구나..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은 사랑스러운 호박 갖고 하필 괴물 얼굴이나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1/11/12 19:34 2021/11/1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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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관련 메모

1. 식물처럼 생겼지만 식물이 아님

생물이라고 하면 동물 아니면 식물 둘로만 나뉜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리나 지느러미가 달려서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동물이고, 뿌리를 내리고 땅에 붙박이로 고정돼서 이동하지 못하면 식물.. 이건 대체로 얼추 맞긴 하지만 100% 맞는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현실은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단적인 예로, 버섯과 미역은 통념과 달리 식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버섯이야 균류이니까 그렇다 쳐도, 미역· 김· 다시마 따위는 초록색에 광합성까지 하는데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식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초'와 '해조류'는 생각보다 차이가 굉장히 더 크다. 해초는 물 속에서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꽃도 피고 꽃가루를 뿌리기 때문에 명백히 식물이지만 미역 같은 해조류, 바닷말은 관다발이 없고 뿌리· 줄기· 잎의 구분이 없다. 뿌리처럼 생긴 건 몸체를 단순히 바닥에 고정시키는 역할만을 한다.

그러고 보니 맛있게 먹는 새까만 김이 도대체 잎인지 줄기인지는 본인도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홍조류인지 녹조류인지 이런 것들은 동식물 구분이 엄밀하게 적용되기도 전의 더 원시적인(?) 생물이라고 분류된다.

하긴, 광합성이란 게 식물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긴 하지만 극소수의 예외가 있다.
저런 해조류는 말할 것도 없고, '유글레나'라는 짬뽕도 있기 때문이다. 얘는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식물 특성과, 입이나 수축포를 가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 특성을 모두 지닌 특이한 놈이다.

2. 과잉 주입

식물을 잘 키우려면 햇볕과 햇빛을 많이 쬐어 주고 물을 잘 줘야 한다. 그런데 단순 관상· 조경을 넘어서 열매를 수확할 목적으로 키우는 식물이라면 신경을 좀 더 써야 한다. 수분(꽃가루받이)을 자연적으로나(꿀벌~!) 인공적으로 해 주고, 영양분 공급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 줄 필요가 있다.

영양분 공급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흙보다 더 기름진 정도인 상토라는 걸 뿌리 주변에 부어 주기도 하고, 아니면 영양분의 농도가 훨씬 더 높은 비료를 투입하기도 한다. 식물의 종류와 발육 시기별로 이런 걸 투입하는 매뉴얼이 다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단순 상토 말고 비료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런 주의 사항이 존재한다. 식물의 뿌리를 통해 흡수되라고 만들어진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식물의 뿌리에 절대로 직접 닿게 살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건 농알못 일반인에게는 직관적으로 공감이 가지 않는 주의 사항이다.

비료는 사람으로 치면 음식을 넘어 영양제나 약에 가까운 물질이며, 영양분의 농도가 굉장히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식물한테 직접 닿으면 삼투 현상 때문에 그 식물이 오히려 영양분이 털리고 말라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바닷물을 마실 때 벌어지는 현상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리고 북극곰의 간도 비슷한 예가 될 수 있겠다. 비타민 A가 풍부하긴 한데, 풍부한 정도를 넘어서 농도가 너무 높다. 사람이 그 간을 바로 먹으면 다른 독이 아니라 그 과잉 비타민이 중독 증세를 일으켜서 피부가 벗겨지고 중병에 사망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한때는 이게 극지방에서 ‘북극곰의 저주’라고 일컬어졌을 정도였다.
뭔가를 갑자기 너무 많이 먹었을 때 탈이 날 수 있는 건 동물이나 식물이나 비슷하게 존재하는 특성인 것 같다.

3. 잡초

농사라는 건 정말 잡초와의 끝없는 싸움이다. 동식물을 막론하고 식용 부위를 많이 만들어 내도록 품종 개량 최적화된 놈은 그렇지 않은 야생보다 생존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난 뽑아도 뽑아도 끈질기게 자라나는 잡초계의 본좌로 쑥밖에 몰랐는데.. 올가을부터는 잎이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요놈이 제철 만나서 날뛰는 것 같았다. 야생 잡초 업계의 신흥 강자 다크호스 갑툭튀한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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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느낌상, 푸른 풀밭치고 이거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각종 야산과 공원 풀밭, 그리고 우리 호박밭의 호박 덩굴 사이에도 어찌나 많이 불쑥 끼어들었는지..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었다.

한 놈은 줄기만 자르는 게 아니라 시범타로 작정하고 뿌리를 완전히 뽑아 봤는데.. 뿌리가 얼마나 깊고 흙을 어찌나 강하게 꽉 움켜쥐고 있던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줄기는 힘을 약간 줘도 쑥쑥 잘 뽑히는 편이지만, 뿌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서야 이놈의 이름은 '소리쟁이'이고, 그래도 식용/약용?으로 쓸모가 전혀 없는 놈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4. 천사채와 회전초

횟집에서 생선회를 사 먹으면 회가 담긴 접시의 아래에 허연 면발 같은 게 장식용으로 쫙 깔려 있는 편이다. 식용 불가 같지는 않지만, 아무 맛이나 감흥이 없으니 굳이 먹고 싶지는 않다.
알고 보니 얘는 '천사채'라고 불리는 가공식품이다. 원래 다이어트용 건강 식품으로 만들어진 건데, 회 밑밥 용도로 즐겨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고 개발자조차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천사채 이전에 회 밑밥으로 쓰인 건 무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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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채는 앞서 식물로서의 정체성이 의심된다고 이 글에서 언급했던 다시마, 우뭇가사리 같은 '해조류'를 증류 가공해서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양념과 함께 약간만 추가 조리를 하면 잡채(당면)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그럼 얘는 살 찌게 만드는 탄수화물/당분 덩어리는 아니겠다.

천사채라고 하니까 미국 서부 사막에서 수시로 굴러다니는 회전초..와 뜬금없이 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세상에 종자를 이런 식으로 퍼뜨려서 번식하는 엽기적인 식물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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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회의 친척뻘인 일식 초밥을 사 먹으면, 거기도 정치를 알기 어려운 밑반찬이 같이 나오곤 한다는 게 흥미롭다. 대표적으로 마늘처럼 생겼는데 마늘 맛은 나지 않는 그 무언가 말이다. 얘는 락교, 염교, 돼지파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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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1/11/10 08:35 2021/1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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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상화

배우는 원래 없는 감정을 있는 것처럼 잘 몰입해서 연기하는 게 주업이었다.
그런데 CG가 발달하면서 드라마· 영화 배우에게 추가적으로 꼭 필요해진 능력은.. 없는 물건이나 배경을 있는 것처럼 인지하고 훼이크 치는 스킬임이 틀림없다.

뭐, 손바닥 펴서 앞에 가상의 벽면을 두드리는 흉내를 낸다거나, 손동작만으로 줄다리기 흉내를 내는 건 일반인들도 흔히 하는 장난이다. 그리고 기상 캐스터도 시퍼런 크로마 키 가림막밖에 없는 공허한 세트 안에서, 머릿속으로만 가상의 지도를 떠올리면서 여기저기를 혼자 가리키며 예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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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TV 드라마 "딸부잣집"의 오프닝 직전에 잠깐 나오던 무선 줄다리기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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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실사 영화의 촬영 장면 중 하나..)

하지만 전문적인 연기자는 더 정교한 동작을 소화해야 한다. 그것도 모션 캡처 장비를 치렁치렁 착용한 상태로 말이다. 공허한 세트에 있지만 지금 배를 타고 있거나 뉴욕 길거리 한복판에 있거나, 치열한 전장이나 우주 공간에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해야 하니 이것도 만만찮은 감정 노동일 것이다. 자기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 배경까지 가상화를 해야 한다.;;

로보캅 같은 영화가 요즘 만들어졌다면 주연 배우는 센서가 달린 쫄바지 쫄티 차림으로 연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쟤는 무려 1980년대 말 작품이니.. 그 금속 분장이 레알 현물이었다. 분장을 걸쳤다가 벗는 수고도 장난이 아니었고, 분장의 무게도 무시 못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Dead or alive, you're coming with me!"라는 로보캅의 대사는 아저씨에서 "결론부터 말할게. 넌 내가 잡는다."라는 치곤 형사의 대사와 아주 비슷해 보인다.

2. 무인화

비행기 조종사의 자리를 무인기가 조금씩이나마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요즘은 사이버 모델이 다시 등장해서 인간 배우의 역할을 제한적이나마 대신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신한 라이프' CF에서 여성 사이버 모델 '로지'(오로지;;)가 전격 출연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웬 예쁘장한 무명 신인 모델이 격렬한 댄스를 선보였는가 싶었는데.. 이 처자는 실존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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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델이라는 건 먼 옛날인 1990년대 중후반에도 미국, 일본 같은 나라에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담이니 루시아니 이러면서 데뷔했었지만.. 그때는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망했다.
비주얼도 사실감이 부족하고 엉성하고, 또 출연 영상 한 회분을 만드는 데 드는 난관과 비용도 너무 커서 채산성이 안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 이상 시간이 지나니 CG 기술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눈부시게 발달했다. 실사와 구분이 어려운 디테일을 자랑하는 사이버 모델이 진짜 사람처럼 격렬하게 댄스를 추는 영상을 훨씬 더 저렴하고 빠르고 쉽게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3D 그래픽 좀 만지려면 비싼 워크스테이션 급 컴터가 필수였다지만.. 요즘은 일반 PC가 그런 영역까지 진작에 다 흡수했으니 말이다.

사이버 모델이 출현할 거라는 건 이미 1990년대의 컴퓨터 잡지들에서도 예견했었다.
사이버 모델은 현실 연예인 같은 높은 인건비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건강 문제 없고 요즘 같은 코로나19 영향도 전혀 받지 않을 것이며, 자기관리 실패 스캔들을 일으키지도 않을 테니..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이버 모델이 충분히 연기 잘 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말이다.
1990년대에는 아이디어가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감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그때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3. 몰입

자동차건 비행기건 자율 주행 기술이 현업 자동차 운전사나 비행기 조종사의 직업을 완전히 빼앗을 날은 아직은 요원하다. 기계 번역이 인간 전문 통번역사의 밥줄을 완전히 빼앗을 날 역시 가까운 미래엔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는 사이버 모델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의 연예인들은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도로 전문화된 업종의 종사자이다. 혼을 담은 연기를 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배역의 정체성을 그야말로 세뇌에 가깝게 주입하고 연습한다.
가령, 학대 범죄 피해자를 연기한다면 진짜로 밥을 굶고 얻어맞기도 하면서 범죄 피해를 경험하고.. 여느 운동 선수 만만찮게 키와 체중을 조절하고.. 실존했던 역사 인물을 연기한다면 그 인물의 모든 생애와 심리를 미주알고주알 공부한다.

이런 사례들이 한둘이 아니다.
예전에 일본 SEGA에서 버추어 파이터를 처음으로 개발할 때, 프로젝트 책임자이던 스즈키 유는 자기부터 중국 소림사에 가서 직접 무술 수련을 받으면서 격투 동작을 연구했음은 물론이거니와, 휘하의 팀원들끼리도 서로 개싸움이라도 시키고 주먹과 발로 때리고 맞게 하면서 게임 개발의 감을 잡게 했다지 않는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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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모탈 컴뱃이야.. 2D 시절에는 액션 배우의 실사 연기를 그대로 따서 만들어지기도 했고..
물론 게임 개발은 연기하고는 약간 영역이 다르지만, 어쨌든 이런 것들도 이 정도로 장인 정신을 동원해서 개발하고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굳이 영화· 드라마를 위한 연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옛날에 김 대중 대통령이 남북 정상 회담 때문에 김 정일을 만나기 전에..
국정원에서 자체적으로 김 정일을 카케무사 내지 도플갱어 급으로 시뮬레이션( ...;; )한 북한 전문가를 양성해서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리허설 예행 연습을 시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사람은 북한에 대한 첩보란 첩보는 다 공부하면서 자기 원래 정체성을 삭제하고 북한 수괴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글쎄, 오늘날 같은 엄청난 머신러닝과 AI 기술이면 기계가 사람의 인격을 흉내 내는 것까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이건 그래도 AI 덕분에 의사· 판사 같은 직업이 필요 없어지는 정도까지는 돼야 실현되지 않을까 싶다.

4. 유행어

  • 김 영철: 4딸라 /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 김 광규: 아부지 뭐 하시노??
  • 김 희원: 방탄유리 -_-;;;

어떤 배우가 단순히 흥행 대박 난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정도를 넘어서, 이렇게 국민 명대사의 주인공으로 각인되는 건 정말 엄청난 행운일 것이다. 사이다 아니면 병맛 중독성 중 하나 이상은 만족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명대사라는 게 해당 작품이 갓 상영됐을 때는 별로 주목을 못 받다가 뒤늦게 조명되어서 뜨는 경우도 있다.

<태조 왕 건>이나 <야인시대>가 본방 나오던 시절엔 코흘리개였거나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았던 애들도 김 영철의 별명이 4딸라와 궁예인 걸 알 정도이다.
김 희원은 이제 자기 평생에 방탄유리-_-를 능가하는 다른 무언가는 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댄다.;;

Posted by 사무엘

2021/10/18 08:35 2021/10/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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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가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서울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 요금은 2015년 이래로 6년째 동결돼 있다. 그 동안 경기도 버스나 신분당선 같은 주변의 다른 물건들은 한두 차례 요금이 올랐지만 서울만은 주변에 끼칠 여파를 고려해서 요금을 강제로 찍어누르고 있는 듯하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기름값이 상반기에 비해 싸진 것은 호재이지만 좌파 정권 집권 이후 급격히 상승한 인건비, 그리고 우한 폐렴 창궐은 경영 관점에서 악재라 하겠다. 전염병만 아니었으면 19~20년쯤에는 서울도 요금을 인상을 했지 싶다.

그런데 대학교 등록금은 서울 대중교통 요금을 능가하는 지경으로.. 지난 2010년대 내내 거의 10년 가까이 유의미한 인상이 없었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동안 점심 밥값이나 이발비는 성큼성큼 올라서 전자는 5~6천원이던 것이 이미 8천원대가 일반이 됐고, 성인 남자 평범한 스포츠형 이발비도 9천~1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하물며 그런 거 말고 아예 집값은...?? 에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러나 대학교 등록금은 인상을 거의 금기시 죄악시하는 방향으로 여론 분위기가 흘러가면서 인상할 엄두를 못 내는 지경이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애들 대비 학교가 너무 많아져서 상위권이 아닌 대학들은 경영이 어려운 지경인데.. 고충이 많지 싶다.

2. 쓰레기 배출

자가용을 몰다가 주차를 한번 잘못 하면 과태료 명목으로 생돈 몇만 원을 뜯길 수 있다. 물론 불법 주정차도 잘하는 짓은 아니지만, 그래도 차 한번 끌고 나갔다가 실수로 차라리 택시 타는 게 더 나았을 정도의 금전 출혈이 발생해 버린다면 누구나 기분이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살림살이를 하는 주부도 딱 정확하게 이런 식으로 생돈 몇만 원을 뜯길 수 있다. 바로 쓰레기를 잘못 버렸을 때이다.

일반 쓰레기를 지정된 유료 종량제 봉투에 넣지 않고 슬쩍 버린 것이라든가, 심지어 집안 쓰레기를 작정하고 지하철역 승강장 쓰레기통에다가 상습 대량 투기한 정도의 얌체 진상 민폐짓이라면 반드시 잡아내서 금융 치료를 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가족이나 지인이 걸린 사례를 생각해 보면 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귤 껍질을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일반 쓰레기에다 몇 개 좀 넣었다고 과태료..
일반 쓰레기인지 재활용인지 매우 애매한 딱딱하지 않은 비닐 기반 포장지 같은 게 종량제 봉투에 들어갔다고 과태료.
주변에서 들은 실제 사례다. 이건 너무 융통성 없는 어거지 같다.

주변 CCTV를 분석하는 건 물론, 쓰레기를 일일이 뒤져서 영수증 같은 개인 신상 정보를 찾아내서 이 쓰레기를 누가 버렸는지 색출해 낸다고 한다. 쓰레기 봉투가 무슨 자동차는 아니니, 자체적으로 개인 정보가 담겨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군대에서 필적감정으로 소원수리자를 색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걸렸겠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건 교통법규 위반 익명 신고로 걸린 것보다 더 섬뜩하고 기분 나쁠 수 있다.

재활용이나 음식물 같은 특별 쓰레기에다가 일반 쓰레기를 집어넣는 것은 특별 쓰레기의 재활용 효율을 저해하는 짓이니 더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쓰레기들의 상위 호환인 일반 쓰레기에다가 특별 쓰레기가 좀 섞여 들어가는 것은 그렇게까지 과태료 먹이면서 저지할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쓰레기 봉투 자체도 정당하게 내돈내산이지 않은가.

내가 알기로 동식물 생체로부터 유래됐다고 해서 다 음식물 쓰레기인 건 절대 아니다. 정확하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남았거나 변질돼서 못 먹게 된 것만이 음식물 쓰레기이다. 각종 껍질, 뿌리, 뼈 따위는 일반 쓰레기이다.
그리고 플라스틱은 좀 애매한데.. 최소한 딱딱한 상자의 형태만 있는 것만 재활용이고, 그렇지 않은 비닐류 내지 설거지가 난감할 정도로 심하게 더러워진 것은 그냥 일반 쓰레기로 처리한다. 형태가 매우 연약한 상자 형태는 케바케이며, 깨진 유리 조각 따위도 다 일반.

C언어에다 비유하면 특별 쓰레기는 int* char* 따위이고 일반 쓰레기는 void*인 셈이다.
음식물과 플라스틱에 대한 정말 논란의 여지 없는 엄밀한 기준을 홍보· 교육하지도 않고서 쓰레기 좀 섞여 들어가면 분리배출 불량이랍시고 10만원 이하 과태료... 좀 형평성이 어긋난 것 같다.

3. 결혼에 대해서

결혼 내지 이성교제라는 건 형사소송-_-에다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의 신분이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범죄자로 바뀌듯이,
저기서도 상대방의 신분이 썸남 썸녀 맞선 상대방이다가 남친-여친, 약혼남/녀, 최종적으로는 남편 마눌이 되니까 말이다. -_-;;
결혼이란 게 일종의 속박도 수반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싱크로가 잘 맞아 보인다.

수사가 시작되는 게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 시작.. 정도 될까..??
파토 나는 건 시기에 따라 무혐의, 불기소, 무죄 판결 등에 대응하고, 동거는 집행유예...??

그리고 결혼하기 전 솔로인 사람은 차의 기어가 중립에 놓인 상태와 같다.
엔진이 아무런 부하가 안 걸린 자유로운(?) 상태이기 때문에 가속(악셀)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웽~!! 소리와 함께 회전수가 치솟는다. 그러나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그 회전수 역시 아주 신속하게 공회전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에 비해 결혼하고 처자식이 생긴 사람은 가족 생계라는 엄청난 부하가 걸리고, 운신에 여러 제약이 걸린다. 이건 자동차가 D 상태로 주행이 시작된 것과 같다. 가속 페달을 같은 강도로 밟아도 N일 때만치 세차게 증가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행이 시작되면 엔진만 바퀴를 일방적으로 굴리는 게 아니라, 반대로 바퀴도 엔진을 돌려 준다.

N일 때는 악셀에서 발을 떼자마자 회전수가 다시 곤두박질친다. 그러나 주행 중일 때는 악셀에서 발을 떼도 차가 관성으로 나아가면서 엔진 회전수가 훨씬 더 천천히 감소한다. 요즘 차는 속도가 충분히 높다면 이때 심지어 연료를 차단까지 하는 여유를 부린다. 이런 차이도 미혼과 기혼의 차이와 비슷해 보인다.;;;

(물론 이때 차의 속도 자체는 N에서 100% 타력 주행을 할 때보다는 더 빠르게 감소한다. 엔진이 바퀴를 따라 같이 돌아가는 데 드는 비용은 당연히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오버헤드는 기어가 저단일 수록 꽤 커지기 때문에 이게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엔진 브레이크라는 테크닉으로 통용된다.)

홀몸으로 자유롭고 돈도 벌어서 여유가 있을 때의 신앙보다는.. 결혼을 하고 재정 압박과 여러 제약이 많은 상태에서도 꾸준히 유지되는 신앙이 진짜 그 사람의 신앙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애와 신혼 초창기의 콩깍지가 평생 결혼 생활의 밑천이 절대 될 수 없는 것만큼이나.. 구원받은 직후의 감격이나 알량한 그 개인 믿음만으로 평생 신앙 생활을 지속할 수는 없다. 새로운 믿음을 계속 공급받아야 한다.

4. 정치/선거

사재를 털어서 뿌리면 선거법 위반 중죄 철컹철컹이지만,
자기 돈이 아닌 세금을 제멋대로 뿌리면 합법 포퓰리즘 복지이다.
이거 무슨 "1~10명을 죽이면 살인마이지만 10만, 100만 명을 죽이면 영웅"도 아니고 뭐냐..

이 말도 안 되는 역설, 역차별, 딜레마, 모순, 모럴 해저드를 추방하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정치판에 미래는 없지 싶다.
안 해먹는 놈이 바보 되는 모럴 해저드라는 게 굳이 교통사고 과실이나 보험 분야에만 있는 건 아닌 게 틀림없다.

옛날 1950년대에 우리나라 자유당은 계속 집권하려고 투표 용지 조작, 정치깡패 같은 공작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돈 주고 물자도 왕창 뿌렸다고 들었다.
난 지금이 70년 전에 비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잘'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대놓고 정치깡패는 뭐 없다 치자.. 그런데 투표 용지/투표함 조작은.. 흠... 그리고 향응은 형태만 바뀌어서... 읍읍읍~~

5. 코로나19

코로나19의 창궐이 6· 25 사변이라면..
백신 하나 믿고 분위기가 한창 희망적이었던 지난 6월 말은 국군이 평양까지 잠시 수복하고 압록강 물을 떠 왔던 시절과 비슷해 보인다. 그때는 백신 접종자는 각종 모임 시설의 인원수 집계에서 열외시키고 마스크 착용조차 점진적으로 면제하려 했었으니 말이다.

그 반면, 델타 변이는 중공군의 참전에 대응한다. 얘 때문에 감염자를 다시 확 늘어나고 저런 일체의 희망도 싹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제는 백신 접종자라고 뭐 봐주는 것도 없다.

중공군의 참전을 계기로 전쟁이 고지에서의 장기 소모전으로 고착됐듯, 코로나 방역도 전선이 고착된 채 기약 없는 소모전만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대만, 뉴질랜드, 이스라엘처럼 한때 방역 모범국, 청정국이었던 나라들, 혹은 짧은 시간 동안 백신을 압도적으로 많이 맞혀서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우린 조만간 마스크 벗는다~!”라고 자랑을 쳤던 나라들도 상황이 몽땅 리셋 됐다는 게 섬뜩하기 그지없다. 하물며 'with 코로나' 이거는 뭐 휴전 상태나 다름없는 거고..

변이라는 게 도대체 뭐길래..? 바이러스가 무슨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자가 업데이트 버전업이라도 하는 건가?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본인은 무슨 원숭이가 인간으로 바뀌는 그런 진화를 믿지는 않지만, 저런 건 분명히 진화의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신은 코로나19의 창궐을 막는 것과 관련해서 상황을 더 좋게 만들면 만들지, 최소한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은 뒤에도 코로나19에 걸려 버리는 정말 운 나쁜 사람이 있고, 부작용이 나타나서 장애를 얻거나 심지어 죽은 사람도 극소수 없지는 않다.

백신의 부작용은 무슨 자동차 급발진과 비슷한 현상 같다. 이게 소비자의 잘못이 아니라 백신/자동차의 결함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게 몹시 까다롭다는 것, 그래도 그 빈도는 극히 드물며, 일반인이 부작용/급발진이 무서워서 백신을 아예 안 맞거나 자동차 운전을 아예 못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둘 다 지금 시국에서는 현대인의 거의 필수품이기도 하다. 둘 다 그렇게 호락호락 만만하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 제조사에 대해서 불필요한 괴담 음모론을 믿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이걸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으니.. 접종자 비율을 무슨 하이패스 장착 차량의 비율과 비슷하게 끌어올리려는 것 같다.

각종 음모론들 중에서 지구 평평이나 아폴로 계획 자작극 음모론은 내가 보기에 수준이 제일 낮고..=_=;;
안아키 수준의 일반 백신 음모론은 그 다음으로 저질.
지구 온난화 회의론이나 코로나19 백신 효과 회의론은 심정은 이해가 되는 음모론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25 08:33 2021/09/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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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의 날

일제 강점기이던 1930년대에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자체적으로 제정해서 기렸던 과학의 날은 무려 찰스 다윈의 기일인 4월 19일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처의 신설을 기념한 4월 21일이다. 이거 뭐 이스터와 유월절처럼 시기만 비슷할 뿐 유래는 서로 완전히 다른 셈이다.
일제 시대 조선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4월 19일은 뭐.. 의미가 완전히 딴판으로 바뀌었다.

2. 어린이날, 어버이날, 석가탄신일

우리나라는 처음엔(무려 1949년부터~!) 성탄절 공휴일만 있다가 1975년부터 석가탄신일도 형평성 차원에서 공휴일로 추가되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56년부터 5월 8일 어머니날을 시행해 오다가 1973년부터 형평성 차원에서 아버지도 기념 대상으로 추가했다. 그래서 어째 '부모의 날' 대신 '어버이날'이라고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그런데 외국은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는 경우가 더 많다니 참 뜻밖이다.

석가탄신일은 명절인 설과 추석 말고 우리나라에서 음력으로 기념하는 유일한 공휴일이다.
어린이날은 명절인 설과 추석 말고 우리나라에서 대체공휴일이 인정되는 유일한 공휴일...이었는데, 올해는 광복절 등의 주요 국경일들이 몽땅 주말과 겹치자 이것들까지 대체 공휴일로 추가되었다. 이전의 박 근혜 시절에는 주말 광복절 부근에 임시 공휴일이 지정된 적이 있긴 했다.

3. 양력과 음력 설

197~80년대까지만 해도 음력 1월 1일과 그 주변이 공휴일이 아니었다니 정말 레알인가..?? 믿어지지 않는다. 난 그 시절을 살았던 세대가 아니어서 말이다.. ㅋㅋㅋㅋㅋ
옛날에 나라에서 설을 양력 1월 1일로 대체하려고 엄청 애썼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오랜 국민 정서를 거스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옛날에는 민족 정기가 어떻고 신토불이가 어떻고 하던 정서가 강했다. 오죽했으면 운동권 같은 데서도 '음력 설 쇠기'를 주장하고 제안했을 정도였댄다.
결국 음력 설은 1980년대 중후반에 '민속의 날'이라는 정말 희한한 이름을 거쳤다가 1989년부터 3일짜리 공휴일로 부활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한때는 양력 설에 1월 1과 2일 이틀을 쉰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99년부터는 1월 1일 하루만 쉬게 바뀌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4. 근로자의 날

이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뒤부터 존재감이 느껴지는 휴일이다.
날 자체는 무려 1963년부터 있었지만 지금처럼 국제 표준(?)에 맞춰 5월 1일에 쉬기 시작한 건 무려 1994년부터라고 한다. 이름도 노동절을 일부러 피해서 '근로자의 날'이라고 붙였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일제 시대 대신 '일제 강점기' 정도까지는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봐 주겠지만, 이 날을 굳이 '근로자의 날' 대신 '노동절'로 공식 명칭 변경이라.. 이건 우리 정서상 너무 불순하고 노골적으로 선 넘는 짓인 것 같다.

그냥 로동절이라고 하지 그래..?? ㅉㅉㅉ
학교 교과서에 아름다운 순우리말이라고 얼음보숭이.. 는 아니고 동무부터 슬금슬금 넣고 말이야?
'근'과 '로'라는 한자가 무슨 일본어에서 유래됐고 일제 식민지 잔재니 얘기하는 건 너무 작위적이다. 아직도 일제 잔재 타령이냐? 국민학교의 명칭을 바꾼 것 정도로 족하다.

명칭에 관해서는 할 말이 더 많다.
개인적인 소신은 "4 19 의거, 6 25 사변, 여순 반란, 5 16 구국 군사혁명, 4 3 / 5 18 사태" 같은 옛날 용어가 훨씬 더 정확하고 정직하게 만들어진 용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일단 넘기자.

그리고 본인은 근로자의 날은 사기업 생업 현장에 고용돼 있는 사람들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나 공공기관이 쉬는 건 반대다.

우리나라는 어째 근로자의 날 부근에 괴이한 사건들이 벌어진 게 몇 건 있었다.
2002년 5월 1일엔 세계 철도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괴이한 3연속 건널목 사고가 났고, 2011년 5월 1일엔.. 기억하시는가? 정말 초 엽기 미스터리인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이 보도되었다.
그리고 2019년 5월 1일 부근엔.. 어느 여성이 부산에서 알몸으로 소화기 난동을 벌였다가 창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었다. 이건 뭐 그냥 우연힐 뿐이겠지? =_=;;

노동자, 로동자와 관련해서는 옛날에 재미있게 봤던 3cf 삼류만화에도 화끈한 컷이 좀 있었다. "죽어라 노동자! 멸공~" ㄲ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국경일과 국경일 노래, 제헌절

우리나라의 각종 기념일들 중에서 격이 가장 높은 날은 아무래도 국경일일 것이다. 여기서 '경'은 꼭 경사스럽다기보다는 중요하다는 뜻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공서에서 국기를 게양하고 나라에서 기념 행사를 열며, 대통령 같은 높으신 분이 연설을 하기도 한다.
뭐, 현충일이나 6 25 사변일도 매우 중요한 날이긴 하지만 그 날은 국경일하고는 약간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해방되자마자 곧장 교육 제도부터 개편해서 왜색을 빼고 자체 교과서를 편찬했다. 일선 학교에서 부를 '졸업식 노래'도 제정해서 1946년에 발표했다. 그리고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하고 관련이 있는 국경일들을 제정한 뒤, 이런 날을 기리는 노래도 만들었다.

국경일들 중에 개천절은 뭐.. 좀 유래가 길고, 한글날은 조선 시대, 삼일절은 일제 시대가 배경이다. 제헌절과 광복절만이 1940년대 후반의 대한민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리고 한글날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국경일 노래의 가사를 몽땅 작사한 사람은 바로.. 독립운동가 겸 역사학자인 위당 정 인보(1893-1950) 선생이다.

한글(날) 노래의 작사자야 외솔 최 현배 선생이니.. 연세대는 문과대학 건물이 전부 국경일 노래의 작사자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셈이다. (외솔관, 위당관)
그런데 정 인보는 정작 자기가 가사를 써 준 대상인 새 나라에서는 고작 2년 남짓밖에 못 살았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6 25 때 납북되고 얼마 못 가 병사)

국경일 노래들 중에 삼일절과 개천절은.. 흔한 계이름 도가 아니라 솔로 끝난다.
그리고 삼일절과 제헌절은.. 가사 중에 우리나라 인구 수를 의도한 듯한 숫자인데 '삼천만'이 등장한다.

제헌절 노래 가사인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옛 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는..
정말 울컥하고 감격스럽지 않냐..?? 언약에다 old, new 이러니까.. covenant, testament 같은 단어도 떠오르고 무슨 히브리서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

참고로, 공식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한은 1948년 당시에 인구가 3천은커녕 2천만이 채 안 됐다~!!
6 25 사변 중이던 1952년쯤에 간신히 2천만을 넘었고, 1967~8년 사이에 3천만을 넘었다.
4천만을 넘은 건 1982~83년 사이이고, 2012년경에 5천만을 넘게 됐다.
거의 15년 주기로 인구가 1천만씩 증가해 왔는데, 4천에서 5천은 30년이나 걸리면서 속도가 굉장히 더뎌진 셈이다. 가족 계획의 위력인 건지..??
어쨌든 노래 가사에서 3천만은 그 당시에는 적어도 북한 동포까지 합쳐야 달성할 수 있는 숫자라 하겠다.

개인적인 생각은 제헌절이 아니라 차라리 개천절이나 빨간날에서 뺄 것이지 싶다. 단군이야말로 너무 옛날이고 별 존재감도 없는 인물이구만.. 게다가 개천절은 한글날하고도 1주일이 채 안 될 정도로 가깝기도 하잖아~!
한민족이 반만 년 역사 이래로 도대체 언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같은 법을 가져 본 적이 있었단 말인가? 피똥 싸는 가난을 극복하기에 앞서 이런 법을 처음으로 스스로 제정한 것도 충분히 기쁘고 뜻깊으며.. 대한민국이 한낱 북괴 집단 따위와는 하늘과 땅 급으로 다름을 만천하에 입증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의 못돼먹은 '자가 정체성 홀대' 풍조는 지폐에 정작 대한민국 인물이 없는 것 하며, 제헌절 같은 뜻깊은 날을 빨간날에서 쏙 빼 버린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만, 할배가 있었던 1948년 당시에는 대한민국부터가 연호도 단기 연호를 썼었고, 일제시대 임시정부 기간까지 끌어들여서 건국 30주년 이러면서 연도 부풀리기를 했다는 것 역시 감안할 점이긴 하다~! '쌍팔년도'는 4288, 즉 원래는 1955년을 의미하던 단어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01 08:35 2021/09/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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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소리들

1. 자동차의 후진 소리

자동차로 후진을 하는데 막 악셀을 밟으면서 사람이 달리는 속도라도 낼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 공회전 크리핑 속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악셀을 밟는다면 속력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르막을 후진으로 오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후진으로 가속을 해 보면.. 차의 엔진음이 일반적인 전진 출발 때와는 약간 다른 걸 알 수 있다. 평범한 부우웅에다가 뭔가 '웨에엥~~' 같은 음향이 섞여 있다. 요놈의 정체는 뭘까..?
바퀴에다 동력을 전하는 방향을 반전시키기 위해 덧붙여지는 기어 장치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걸까..? 이 부분은 심지어 자동 변속기도 수동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자동차와 달리, 철도 차량은 이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얘는 오로지 선로의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인 대신, 기관차형이건 동차형이건 전진과 후진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 구분이 없다. 아무 방향으로나 자유자재로 동일한 성능과 속력으로 주행 가능하다.

그 대신 철도 차량도 전· 후진을 막 아무 때나 부담없이 금방 쉽게 전환할 수 있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리고 자동차도 완전히 정지하지 않았을 때 전· 후진을 함부로 전환하는 게 변속기에 좋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2. 버스의 공기 압축기 소리

버스가 신호에 걸려서 몇 분간 엔진 공회전을 하는 걸 들어 보면.. 소리가 단일 균일하지가 않은 걸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까타까타까타까타..' 뭔가 간질이는 듯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다가 기사가 에어 브레이크를 조작해서 '취익~~!' 하고 나면 까타까타 소리가 없어지고 일반적인 웅웅웅웅~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버스건 트럭이건 대형 차량은 소형차와 달리 축축 췩췩 소리를 달고 지내는데, 이건 브레이크가 액이 아닌 압축 공기 기반이기 때문이다. 왜 저렇게 간질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공기 압축기의 동작과 관계가 있긴 해 보인다.

버스나 열차 같은 대형 여객 교통수단들은 문도 자동문인데, 걔들도 압축 공기 기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거나 닫힐 때 우리에게 익숙한 취익~ 소리가 난다. 뭐,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옛날에 비해서는 그런 시끄러운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평소에 문이 열리지 않도록 문을 꽉 잡고 있는 게 압축 공기인데.. 그 동일한 매체와 동일한 원리가 차량 자체를 서게 하고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용도로도 쓰인다는 게 핵심이다.

그나저나 저 까타까타 소리는 시내버스에서만 유난히 자주 들은 것 같다. 똑같이 멈춰 서 있어도 격이 더 높은 광역/고속버스 같은 데서는 별로 못 들어 봤다.

3.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

전쟁터에서 포탄이나 항공 폭탄이 떨어질 때 '피유우우우웅' 휘파람 소리는.. 그 탄두가 바람을 가르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그건 영화나 게임에서만 일부러 과장 연출을 위해 넣은 100% 허구의 존재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옛날에, 대략 2차 대전 정도의 시절에는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겁을 주기 위해서 쏘는 쪽에서 일부러 그런 음향 장치를 장착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한다. "으악 또 공포의 피유유웅 소리!!! 어서 피해!!" 이런 식의 트라우마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미사일도 요격하는 시대인데 저렇게 친절하게 "나 날아간다" 티를 내는 장치를 포탄에다가 장착하는 일은 없다. 적군은 그냥 어디서 언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포탄을 맞고 비명횡사할 뿐이다.
무기 기술이 발달할수록 옛날처럼 자신을 적에게 가까이 드러내고 노출시키면서 싸우는 건 없어지는 법이다. 군인과 무인의 차이는 갈수록 커진다.

4. 비행기 소리

비행기의 터빈 내지 제트 엔진은 자동차의 왕복 엔진(붕붕붕 털털털)과는 소리가 많이 다르다.
1950년대에 제트기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는 이것도 굉장히 신기하고 인상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에 제트기가 쌕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을 정도였다.

육상 교통수단 중에도 탱크는 왕복 엔진이 아닌 가스 터빈의 일종인 터보샤프트 엔진 기반인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탱크의 엔진 소리도 여느 중장비나 건설 기계의 소리와는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으로.. 초음속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면서 내는 충격파 소리인 소닉붐은 말 그대로 폭음이다. 화약 같은 걸 터뜨리지 않고 물체가 유체 안에서 고속으로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쾅 소리가 난다는 게 신기하다.

육지의 적을 비살상 제압을 할 필요가 있을 때 전투기를 비교적 저공에서 초음속 비행시켜서 이 소리를 들려주는 전술이 쓰인다.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군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기 때문이다. 이건 대포 소리로도 오인하기에 손색이 없는 엄청난 폭음이다.

5. 나머지

그 밖에 내가 직접 들어 본 적이 없고 정체가 궁금한 소리로는 이런 게 있다.

  • 강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먼저 발생한다는 굉음: "우르르릉~ 쾅" 천둥 소리가 하늘이 아니라 지하에서 지층이 깨지면서 난댄다.
  • 고압 송전선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이상한 소리: 따다다다닥, 혹은 웅웅~윙윙윙?? 교류 전기는 혼자 곱게 흘러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서 주변에 온갖 영향을 끼치는가 보다. 다만, 과격 환경 운동꾼들이 현상을 왜곡· 과장하는 것도 있다.

영화나 게임에서 전기 지지미 무기를 사용할 때, 혹은 누구를 전기 고문할 때 흘러나오는 '지지지직' 소리는 아무래도 왜곡 과장이 좀 있을 것이다. 영화· 게임에서의 총포 소리는 실제 총포 소리보다 반대로 훨씬 더 부드럽게 축소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24 08:35 2021/08/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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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의 차이

(1) 사람이 주먹질이나 몸통박치기를 해서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 머리 박치기를 해서 깨지는 맥주병은 진짜 유리가 전혀 아니다. 훨씬 더 잘 깨지고 인체에 위험하지도 않은 슈가글래스 같은 다른 소재이다.
현실에서 유리를 그렇게 깼다간 큰일난다. 이런 점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의 설정도 매우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 (1편은 레벨 4에서 거울 깨기, 2편은 시작부터 창문 부수고 탈출)

(2) 거대한 선박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실제 크기의 90% 남짓한 세트로 대체하고, 그것도 좌우 중 한쪽 현만 만드는 편이다. 맞은편 현 씬은 기존 현에서 촬영 후에 좌우 대칭을 시켜서 연출한다. (배우도 좌우 바뀐 복장과 연기를 하고)
이건 타이타닉과 연평해전에서 공통으로 동원된 테크닉이다. 심지어 연평해전의 경우, 적함과 아군함을 같은 배에서 세팅만 달리해서 찍었다고 전해진다.;;;

90% 크기의 약간 작은 가구 소품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도 쓰이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집이 겉보기보다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길이를 10%만 후려쳐도 전체 부피는 3제곱의 특성상 27%나 줄어든다. (1 - 0.9^3)

(3) 현금박치기나 돈다발을 불태우는 씬은 영화/드라마 소품용으로 특별히 한국 은행으로부터 허가까지 받고 제작된 가짜 돈, 한 마디로 합법적인 위조지폐로 한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합법적인 마약과 비슷한 존재랄까?
얘는 크기나 재질이나 인쇄 내용 등 어디에 어떤 형태로든 이건 진짜 돈이 아니라는 티를 내는 표식이 반드시 들어간다.

(4) 우리나라나 미국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안전하게 노출시키는 용도로 쓰라고 허구의 전화번호 리스트도 통신사 차원에서 생성해서 지원해 준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비슷한 게 있으려나?

(5) 현업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 그대로 방송을 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의류가 있다. 군복, 그리고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그래서 군대를 소재로 하는 영상물에서는 한물 간 옛날 개구리 군복이 즐겨 쓰이며, 스튜어디스 제복도 대충 비슷하게는 생겼지만 실제로 어느 항공사에서도 현재 쓰이지 않는 물건이 소품용으로 따로 만들어져 쓰인다.

(6) 금호 상사처럼 영화 촬영을 위한 올드카 대여 업체가 있다. 포니, 브리사, 봉고, 그라나다 같은 차들 말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경우, 감독이 실제 1970년대 중문 버스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1980년대 대우 자동차의 등장 이후에 만들어진 BF105를 적당히 개조해서 찍었을 것이라고 예전에 본인이 추측한 바 있다.

(7) 비행기 정도라면 모를까, 현실의 자동차는 꼬라박거나 총 좀 맞는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잘도 펑펑 터지고 불바다가 되지 않는다.
또한, 현실의 수류탄 역시 폭발하더라도 영화나 게임 같은 화끈한 화염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총 쏠 때와 비슷한 정도의 불꽃이 잠깐 반짝이고 마는 정도다. 그 대신 폭음과 진동이 영화의 묘사보다 훨씬 더 클 뿐이다.

(8) 비슷한 맥락에서 인체도.. 사람은 저격수나 자객에 의해 총칼로 급소를 강타했을 때 차라리 즉사를 하면 했지, 뒤통수 한 대 퍽 맞았다고 그렇게 호락호락 잘 기절하지는 않는다. 이건 영화적 과장이 많이 가미된 연출이다.

(9) 영화는 전반적인 색깔 톤도 인위적으로 왜곡 보정된 경우가 많다.
가령, 친구(2001) 같은 경우, 빛바랜 느낌을 내려고 영상의 톤이 전반적으로 누렇게 바래져 있다.

아저씨나 타이타닉에서 결말 장면(지하주차장 방탄유리 드립 내지, 배 침몰 후)은 배경에 전부 어두컴컴한 시퍼런 톤이 들어가 있는데... 어느 건물이건 실제 지하주차장의 조명이 그렇게 어두컴컴 시퍼런 게 아니다.
타이타닉도 뭐.. 실제 상황이었으면 그냥 닥치고 깜깜하고 아무것도 안 보였겠지만..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다 영화적 허용이다.

뭐 이런 게 한둘이 아니어서 말이지..?
영화와 현실이 차이가 이렇게 크니 대륙 무술 영화에 나오는 쿵푸도 현실에서는 아무 실속이 없는 무용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07 08:35 2021/08/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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