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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또 C/C++ 문법 잡생각들을 늘어놓아 본다.

1. elaborated type specifier

C에서는 struct, enum, union 타입의 변수를 지정하려면 말 그대로 저 '종류' 명칭을 먼저 지정하고 나서 타입 명칭을 명시해야 했다. 종류 명칭을 생략하고 타입 명칭만으로 해당 종류를 나타내려면 C에서는 typedef를 번거롭게 해 줘야 했다.
그래서 C 시절에는 typedef struct _XXX { ... } XXX; 이런 두벌일이 관행이었다. struct _XXX라고 하든가, XXX라고 하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러던 게 C++에서는 class라는 종류가 또 추가되었으며, 타입을 선언할 때 종류 명칭을 생략해도 되게 바뀌었다. struct XXX { ... }; 만 해도 XXX를 단독으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종류 명칭 지정은 required가 아니라 optional이 된 건데.. 허나, C++에서도 종류 명칭을 반드시 지정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full 명칭을 "elaborated type specifier"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필요한 상황은 바로 타입 명칭과 변수 명칭이 겹칠 때이다.

굉장히 의외이고 사실 권장되지 않는 관행이기도 하지만, C/C++에서는 기존 타입명과 동일한 명칭으로 변수를 선언하는 게 가능하다. (int, float 같은 built-in 타입 예약어는 당연히 제외)
ABC라는 클래스가 있다면 ABC ABC;라고.. ABC라는 이름의 객체/변수를 그대로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마토 급 전함 야마토'처럼 말이다.

두 클래스 A, B가 있고 앞에서 A B; 라고 B라는 변수를 선점해 버렸다고 치자.
이때 나중에 B라는 클래스의 인스턴스를 또 선언하고 싶다면 그때는 class B 뭐시기.. 이렇게 명시함으로써 이 B는 변수가 아닌 타입 명칭임을 알려줄 수 있다. A라는 클래스 소속의 변수 B, B라는 클래스 소속의 변수 A라고 상호 참조시키는 건 불가능하지 않으나 너무 사악해 보인다. -_-;;

전역변수와 지역변수가 이름이 겹칠 때 구분을 위해 :: 연산자를 사용한다면(C++ 한정), 변수명과 타입명이 겹칠 때 저런 종류 지정자가 쓰인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저 때야말로 typename 키워드도 사용 가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그건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ㄲㄲㄲㄲ typename과 class가 혼용 가능한(interchangable) 곳은 템플릿 인자뿐이다.

그 반면, 저기서는 struct와 class가 혼용 가능하다. 즉, class A라고 선언해 놓고는 elaborated type specifier로 struct A라고 쓰는 건 가벼운 경고 하나만 나오고 허용이다. 흥미롭지 않은지? =_=;; typename은 템플릿 바깥에서 범용적인 elaborated type specifier로서는 아직 접점이 없는 셈이다.

아울러, class는 자체적인 scope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 연산자에 잘못된 명칭이 지정됐을 때의 컴파일 에러는 "XXXX는 class 또는 namespace의 명칭이 아닙니다"이다. 요럴 때는 class가 말 그대로 namespace와 엮인다.
"class vs struct / typename / namespace"라니.. 이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하긴, 변수명과 타입명이 겹치는 게 가능하니까 망정이지, 겹칠 수가 없다면 C 라이브러리의 struct tm (time.h)은 당장 이름이 바뀌어야 했을 것이다. 너무 짧고 겹치기 쉽고 성의 없게 만들어진 명칭이다. -_-;;

2. 정수형의 다양한 alias들

C/C++은 boolean 타입조차 없이 전부 int로 퉁치는 정수 덕후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type-safety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었고, 용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alias 타입들이 등장해서 쓰이게 됐다.

(1) wchar_t (문자열): 유니코드 때문에 등장했고 얘 자체는 언어 표준으로 등극했다. wcslen, wcscpy 함수라든가, L"" 리터럴까지..
하지만 문자의 크기가 플랫폼별로 2바이트 내지 4바이트로 심하게 파편화됐다. 이 때문에 코드의 이식성을 저해하고 프로그래머들에게 큰 혼란을 끼치게 됐다.
결국 직접적인 크기를 명시하는 char16_t, char32_t가 나중에 일일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것도 각 타입별 함수라든가 리터럴의 표기 방법, 심지어 % 문자열의 형식이 플랫폼마다 완전히 통일돼 있지 않다. 이식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얘들은 다 built-in type이며, 기존 부호 없는 정수형의 단순 typedef가 아니다. 가령, char16_t의 포인터는 unsigned short의 포인터와 호환되지 않는다.
그리고 char이야 플랫폼 불문하고 무조건 1바이트라는 게 언어 스펙 차원에서 정의돼 있으니 char8_t를 또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1바이트 문자열을 가리키는 char*는 처음부터 부호 없는 정수형으로 만들었으면 깔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2) ssize_t size_t (컴퓨터 비트 수): charXX_t처럼 일반 정수형도 크기를 명시한 intXX_t, uintXX_t 같은 게 도입됐는데, 얘들은 charXX_t와 달리 그냥 typedef이다.
그리고 64비트에서는 int와 long의 크기가 플랫폼별로 파편화돼 버린 관계로, 어디서나 포인터 크기와 동일함이 보장되는 정수형이 따로 만들어졌다. size_t라든가 intptr_t, uintptr_t, ptrdiff_t 말이다.
int를 4바이트로 유지시킨 건 그렇다 쳐도, long까지 32비트 4바이트로 굳힌 플랫폼은 Windows가 유일하다. 하위 호환성에 정말 목숨을 건 결정이다.

(3) time_t (미래 시간): 얘는 문자열이나 컴퓨터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그래도 21세기보다 훨씬 더 먼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서 64비트로 확장되었다. time_t가 32비트이던 시절 기준으로 빌드된 구닥다리 프로그램들은 15년쯤 뒤 2038년 이후부터는 제대로 쓰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참고로 얘는 언제나 부호 "있는" 정수로 정의된다. 시각뿐만 아니라 두 시각의 차인 '시간'을 표현할 때도 쓰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분간하려면 당연히 부호가 필요하다.

이런 숫자 alias들은 %문자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저 typedef의 유동적인 비트수에 맞게 printf/scanf의 % 문자가 모든 플랫폼에 맞게 바뀌게 하려면... % 리터럴도 #define 해 가면서 바꾸면서 정말 지저분한 짓을 해야 된다. %ls인지 %S인지..?? %Id인지 %lld인지 %I64d인지.. 알 게 뭔가?

물론 값을 출력할 때는 모든 가변인자들이 intptr_t 크기로 promote되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은 단순해진다. 하지만 입력을 받을 때라든가 32비트 플랫폼에서 64비트 값을 다룰 때는 역시 % 문자와 실제 변수 짝을 조심해서 대응시켜야 한다. 이러느니 C++ stream을 쓰고 말지.. =_=;;
그래도 %문자를 쓰는 게 다국어 지원 localize 관점에서는 취급이 아주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는데 말이다. 차라리 독자적으로 % 문자 해석기를 만들기라도 해야 하나 싶다.

3. <=> 연산자

C/C++엔 ? : 이라고 유일하게 3개의 피연산자를 받는 독특한 연산자가 있다. if else문을 연산식 하나에다 박아 넣은 것이고, 오버로딩이 되지 않는다. 얘는 그냥 if else문만큼이나 C/C++의 문법처럼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C++20에서는 단일 토큰으로서 길이가 3자나 되면서 연산 결과도 boolean 2종류가 아니라 '3종류'인 참 독특한 연산자가 추가되었다. 바로 <=> ... a <=> b는 a와 b의 대소 관계에 따라 1 0 -1 중 하나를 되돌린다. (실제로는 정확하게 정수형이 아니라 저 세 종류를 나타내는 comparision 객체 타입)
쉽게 말해 a, b가 문자열이라면 이 연산자의 결과는 strcmp 함수의 결과와 같다.

연산식에서 이 연산자가 당장 막 쓰이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클래스를 구현할 때 이 연산자는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얘는 온갖 자잘한 비교 연산자들의 상위 호환이기 때문이다.
<=> 연산자 하나만 오버로딩 해 놓으면 > < >= <= == != 을 모두 유추할 수 있다. a==b는 a<=>b == 0 이렇게 말이다.

이 연산자가 지원되는 클래스는 Java로 치면 Comparable 인터페이스를 받아서 CompareTo 메소드를 구현한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C의 사고방식이라면 이 함수의 리턴값은 그냥 int이겠지만.. 얘는 C++의 이념이 가미됐다 보니 built-in 연산자의 리턴 타입이 언어 차원에서 따로 정의돼 있다.

Visual C++에서도 최신 C++20 표준 문법 옵션을 켜 주면 바로 써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 가 무슨 우주선(!!!!)처럼 생겼다면서 spaceship operator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가 보다.
10여 년 전엔 R-value 참조자 &&가 아주 참신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쟤가 비슷하게 참신하게 느껴진다.

4. 나머지 C

(1) 비트필드에 배열이 지원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5비트씩 n개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건 너무 욕심 부린 걸까..?? ㅎㅎ
뭐, 컴파일러의 입장에서 코드를 생성하는 게 힘들 수는 있지만.. 그래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아키텍처에 따라서 멤버들 방향 지정을 자동화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비트필드에 바라는 사항이다.

(2) 배열의 원소 개수를 구하는 arraysize, 그리고 배열에서 특정 멤버의 오프셋을 구하는 offsetof
이거는 언어의 기본 문법과 연산자만으로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딱히 예약어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소한 표준 라이브러리에 채택돼서 표준 헤더에서 제공할 만은 해 보인다. 특히 arraysize의 경우, C에서는 그냥 x/x[0] 같은 매크로로 구현되겠지만 C++에서는 더 type-safe한 인라인 템플릿 함수로 제공되면 될 것이다.

(3) C에는 자기 번역 단위의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 static 변수와 함수가 C++ 사고방식으로 치면 private 멤버와 얼추 비슷한 지위이다.
static 함수가 한 소스 파일 안에서 선언되고 참조(= 호출)도 됐는데 그 함수의 몸체가 정의돼 있지 않으면?? 이건 링크 에러가 아니라 해당 번역 단위에 대한 컴파일 에러로 처리된다. 오오~!! 다른 번역 단위들을 뒤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C++로 치면 unnamed 익명 클래스라든가 함수 안의 local 클래스에서 멤버 함수의 몸체가 곧장 정의되지 않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일회용 클래스들은 함수의 몸체를 바깥 딴 데서 찾을 만한 여지가 없다. ^^

C와 C++에서 이런 캡슐화 패러다임의 차이가 드러날 때가 있다.
한 클래스 A의 내부에서만 쓰이고 마는 내부 클래스 B를 그냥 A.cpp 안에다가 global scope로 선언할지, 아니면 A가 선언된 A.h 헤더 파일에다가 A 내부의 scope로 private 선언할지 말이다.
객체지향 이념에 따르자면 헤더 파일에다가 선언하는 게 좋지만, 실용적으로는 그냥 cpp가 낫다. 헤더에다가 넣으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클래스인데도 수정할 때마다 그 헤더 의존하는 소스 파일들이 다 빌드되니까 말이다.

5. 나머지 C++

(1) "한 번도 참조되지 않은 변수"라고 경고(컴파일러 또는 정적 분석에 의해)가 뜨는 걸 무시하기 위해서 [](...){}(a,b,c,d,e); 라는 람다가 쓰인다니 참 대단하다. 아울러,
auto convert(const istream &input)  -> void;
void convert(const istream &input);

클래스의 멤버 함수도 이렇게 람다 스타일로 선언할 수 있으며, 위의 둘은 완전히 동치라고 한다. typedef 대신 using을 쓰는 문법과 비슷해 보인다. ㄲㄲㄲㄲㄲ

(2) 그나저나 using은 typedef의 완벽한 상위 호환이어서 typedef는 이제 쓸 필요가 전혀 없어지는 건지? signed 같은 잉여가 되는 건가 싶다. 템플릿 인자에서 class가 typename으로 대체되고 static 함수가 익명 namespace 함수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양상인데, typedef는 쟤 말고는 다른 용도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using A = B는 파스칼에서 type A = B와 형태가 아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3) C++의 iterator들은 어지간한 건 내부 구현이 그냥 포인터 하나와 다를 바 없을 텐데.. intptr_t 같은 정수 하나로 간단하게 reinterpret_cast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type-safe하지 않은 C 스타일 콜백 같은 데서도 내부적으로 C++ 컨테이너의 원소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list, vector 말이다. hash는 모르겠다만.. 트리 기반 컨테이너인 set, map은 그 특성상 노드들이 parent 노드 포인터까지 갖고 있는데, iterator도 포인터 하나만 갖고 있어도 다음 진행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포인터 하나보다 크기가 더 큰 iterator도 심심찮게 보이는 것 같다.

(4) constexpr은 C++도 단순 read-only와 진정한 constant의 구분을 두려는 시도인 듯하다. 게다가 멀쩡한 함수를 '인라인화'도 모자라서 컴파일 시점에서의 상수로 바꾼다니..
팩토리얼이나 피보나치 수열 상수를 재귀적으로 구하는 건 예전에는 템플릿 클래스의 상수값 형태로나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C/C++ 상으로 멀쩡하게 생긴 함수의 호출 형태로도 표현 가능해졌다.
뭐, 템플릿에서도 static_assert와 더불어 많이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세한 건 더 공부해 봐야겠다.

(5) 객체를 초기화할 때 생성자 obj(arg)나 대입 연산 obj=arg 말고 중괄호는 배열이나 구조체를 초기화할 때에나 쓰이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C++11부터는 이게 initializer list라는 개념으로 리모델링되어 임의의 클래스의 public 멤버들을 순서대로 초기화할 때도 쓰고, 컨테이너에다 여러 원소들을 한꺼번에 집어넣을 때도 쓰일 수 있게 됐다.
참 혁신적이긴 하지만 용도가 너무 다양한 것 같다. 모호성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는 그럼 R-value 리터럴인 건지, 내가 만드는 클래스에서 저런 걸 받아들이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궁금한 게 많다. 이것도 공부 필요.. =_=;

(6) 인터페이스를 여러 개 받아서 구현한 클래스가 정작 그 인터페이스들의 base로는(예: IUnknown) 모호하다고 형변환 되지 않는 오류 말이다(Visual C++ 기준 C2594). 정말 아무 의미 없고 멍청한 페이크에 가까운 오류인데..
base가 고유한 vtbl이 없고 데이터 멤버도 없다면 그냥 자기 this에서 가장 가까운 base를 언어 차원에서 알아서 지정하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애초에 자기 데이터가 없는데 가상 상속을 할 필요도 전혀 없는걸? 궁금하다.
이게 언어 차원에서 interface라는 게 없고 그 대신 무식한 다중/가상 상속을 지향하며 만들어진 C++의 맹점인 것 같다.

(7) 나는 C/C++ 문법을 어지간한 건 다 마스터 해서 머리에 숙지하고 있고, 아무 코드나 보면 머릿속으로 가상의 컴파일러를 돌려서 "얘는 이런 식으로 기계어로 번역되겠다, 구현 비용이 얼마나 되겠다, 이렇게 동작하겠다, 이런 문제가 있다" 같은 게 예측이 된다고 생각해 왔다. 넓은 의미에서 암산과 비슷한 경지일 것이다. 아 당연히 난해한 코드 출품작 급의 괴물 코드 말고, 평범한 코드 말이다. -_-;;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 기괴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는 modern C++을 보면 이런 자신감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배배 꼬인 템플릿에다 auto에 람다에, ...에 헥헥~ 이 기능은 어떤 문법적 근거를 통해 빌드 되는 건지부터가 파악이 안 되는 것도 있다. =_=;;

요즘 C++은 정말 옛날에 내가 알던 그 C++에서 갈수록 멀어져 간다. 그 경직된 정적 타입 네이티브 코드 컴파일 언어에서 어떻게 동적 타입 언어의 유연함을 집어넣은 걸까? 특히 가변 인자 템플릿 말이다.;; (튜플!!) ㄷㄷㄷ

Posted by 사무엘

2023/11/14 08:35 2023/1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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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 군상들

1. 다자녀

난 대한민국의 1950년대 이후생 기준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다 자녀 가정은 김 석태-엄 계숙 부부인 걸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자녀가 5남 8녀 총 13명~!!

  • 남편은 목사. 사는 곳은 경북 칠곡, 구미 일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 이미 10여 년 전부터 매스컴 탔다. 이 명박과 현직 윤 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때 초청받았고, 대통령 부부와 대면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 부부는 무자녀.. =_=)
  • 자녀 중에 넷째와 다섯째는 1995년의 연초와 연말에 태어나서 쌍둥이가 아니면서 연도 나이가 같기도 하다.
  • 모든 자녀들의 이름을 한자 없이 순우리말로 지은 걸로도 유명하다~!!

근데, 여기 말고도.. 연예계에서 배우 남 보라가 14자녀 집안(8남 6녀)의 장녀(오빠 다음의 둘째)로 잘 알려져 있다. ㄷㄷㄷㄷ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이런 사례도 있다. ㄷㄷㄷㄷㄷ

다만, 면목동 14남매 김 중식-노 정화 부부 집안은 마냥 좋은 평만 있지는 않은 듯하다. 후원받은 돈과 물자를 애들 밥 먹이고 학교 보내고 제대로 키우는 데 쓰지 않고, 세들어 사는 집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고 발뺌하는 등의 정황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2020년대 이후로 딱히 매스컴을 더 타지는 않고 있다.

이것보다 더 나쁜 사례로는 애들을 잔뜩 낳아 놓고는 출생 신고조차 안 하고 10여 년을 그냥 막 키운 집안이 요 몇 년 전에 제주도와 광주에서 각각 보도됐었다.
다만, 애를 굶기고 때리고 물리적으로 학대를 한 건 아니어서 형사 처벌까지는 없이 넘어갔다. 출생 신고를 안 한 것에 대해 머리 하나당 5만 원 과태료만 매기는 걸로 끝..

이런 것들이 출산율 0.7명대 우리나라의 예외적인 반대편 극단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올리려면 출산 관련 정책이 '일반'이 아니라 '특수'로 가야 하지 싶다.
이민만 왕창 받아들이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당연히 아닐 거고.

"애를 꼭 대학 안 보내도, 꼭 수도권에 몰리지 않아도 애 낳고 살 만한 나라" 이건 너무 이상적인 유토피아이니 더 바라지도 않는다.
이미 낳은 애들이라도 범죄나 사고로 어처구니없게 죽지 않게 지켜 주고, 불임· 난임 부부들 왕창 지원하게.. 이런 것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가족계획은 박통 때는 이해한다 치지만 이미 1980년대 5공 때 전면 폐지를 했어야지 그걸 왜 방치했나 모르겠다. =_=

2. 망나니/범죄자 여성

매스컴에서 잠시 스쳐 지나갔던 한 지선, 한 서희라는 사람. 동인 인물인 줄 알았는데 아니군.. 서로 다른 처자들이었다.
둘 다 이름 비슷하고 나이 비슷하고(94, 95년생) 얼굴 반들반들 예쁘장하고..
자기가 얼마나 노력하고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연예/방송계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여건에 있었는데.. 빌어먹을 개망나니 성깔 때문에 모든 복을 제 발로 차 버리고 몰락했다.

한 지선은 지난 2018년 9월경, 술에 만취해서는 다짜고짜 주변 택시에 올라타서 운전사 따귀를 때리고 행패 부리고, 심지어 출동한 경찰한테까지 따귀 때리고 깨물고 발길질 하고 쌩 난리를 쳤다. 도대체 정신줄을 얼마나 놨길래 저랬을까? 결과는 벌금형이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상파 방송에서는 출연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녀의 배우 커리어는 2019년 이후로 완전히 쫑났다.

다음, 한 서희는 그냥 연예인 지망생 중도포기자였기 때문에 한지선만 한 필모그래피도 없다. 하지만 다른 유명 남자 연예인들과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반쯤 공인이나 다름없는 유명세와 인지도를 누렸다.
뭐, 성깔 더럽고 까칠한 관종 트롤 프로불편러 기질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2010년대 중반부터 마약을 하다가 몇 차례 적발됐다.

급기야 2021년에는 재판 받다가 판사한테까지 “저기요. 전 도망 안 칠 건데요? 판사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제가 왜 구속돼야 하는 거예요? 무슨 증거로 제가 유죄라는 거예요? 아이 C8 진짜..!!
이런 불멸의 단말마를 내뱉고는 장렬히 교도소로 끌려갔다.

집행유예 도중에 또 약 빨다가 걸린 주제에, 뻔뻔함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ㅡ,.ㅡ;; 이번엔 당연히 실형.. (다만, 나중에 뒤늦게 저 말투에 대해서는 꼬리 내리고 사과하기는 했다)
교도소에서 줄곧 갇혀 있다가 요 근래에야 출소했다.

이런 거도 휴먼버그대학교에서 다뤄도 될 거 같은데 말이다. ㅡ,.ㅡ;;
“인간이 버그를 일으킨 순간”이라는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하니까. “내 이름은 한 XX. 한 순간의 실수로 미래를 날린 연예인 지망생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ㄲㄲㄲㄲ

김 새론은 어디서 돼먹지 못한 조언을 받았는지, 음주운전 사고 친 후에 정말 최악에 최악의 대처만 해서 연기 인생 말아먹은 걸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 같다.
재벌 3세이던가 황 하나도 얼굴은 예쁘장하던데 마약 때문에 인생 참 많이도 말아먹었다. 작년에 출소하고 나서 제주도에서 캠핑카 차려서 조용히 살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지난 4월엔 웬 로스쿨 나온 처자가 술 쳐먹고 경찰한테 폭언과 개망나니 짓을 하다가 검사 임용 물 건너가고, 로스쿨 커리어까지 말아먹을 처지가 됐다. 10여 년 전의 연세대 로스쿨 캐비닛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리석은 짓을 했다.

헐~ 거론된 사람들이 전부 여자네.. ㅡ,.ㅡ;;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신 정아, 윤 G.O., 전 청조. 이 세 사람은 21세기 우리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거짓말쟁이 사기꾼 허언증녀가 아닐까 싶다. =_=;;
마약이나 살인, 도박, 방화와 마찬가지로 망상에 의한 거짓말도 중독이나 정신병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남자는 싸패, 여자는 허영심인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여자 중에도 미친 싸패가 있긴 하네. 엄 여인이나 정 유정처럼. ㄲㄲㄲㄲㄲㄲ

3. 사형수

현재 우리나라의 생존 사형수 중에,

(1) 교도소 짬밥을 제일 많이 먹은 최장기 복역 사형수는 1992년, 다른 곳도 아니고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을 휘발유 붓고 불질러서 신자 15명을 죽게 한 사람이다. 아내와의 극심한 종교 갈등이 이런 참극을 불렀다.
허나, 방화살인이라는 수법에다 킬수가 너무 많아서 사형이 내려졌을 뿐, 범행 동기 자체는 너무 흉악 극악무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30년째 사형이 집행되지는 않았다.

이 사람은 교도소에서 정통(?) 개신교 교단으로 귀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교단 교파에서 “이 사람은 흉악범이 아니고 아내를 빼앗긴 것에 격분해서 이단들을 징벌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좀 선처 감형해 주셈~” 이런 요지의 실드를 치고 탄원을 해서.. 대외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2) 최고령 생존 사형수는 2007년쯤엔가 정말 큰 사고를 쳤던 그 어부 오 종근이다(보성 어부 살인 사건). 뱃놀이 하러 배 탔던 대학생 커플을 두 쌍이나 남자는 물에 빠뜨려 죽이고 여자는 성폭행 후 죽인 미친놈. 지금은 이미 80 중반의 나이이다.
2010년에 사형이 확정됐다. 오죽했으면 맏아들이 자기 애비가 저지른 짓에 너무 충격 받고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부인이나 다른 자녀들 역시 저놈과는 완전히 연 끊었다.

(3) 제일 최근이면서 최연소 민간인 사형수는 1990년생 장 재진이다. 대구에서 여친 집에 쳐들어가서 여친 부모를 다 죽여 버리고, 여친을 어머니 시체를 보여주며 위협해서 태연히 성폭행한 미친놈이다. 2014년에 있었던 일인데 기억하시는지?
여친은 집에 갇혀 있다가 4층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려서 간신히 탈출해서 경찰에 신고했다. 중상에 트라우마는 평생 갈 거고.. 그때 군대 가혹행위와 총기 난사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저런 일도 있었다.

저 X끼는 해병대 복무 시절에도 후임 가혹행위 때문에 영창 수준이 아니라 징역 집행유예를 받았을 정도였다. 여친과 사귈 때는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수시로 따귀를 때리고 손찌검을 일삼았다. 저런 놈이 어떻게 여친을 사귀기는 했을까?
이 포악한 성격 때문에 여친의 부모까지 나서서 항의를 할 정도였다. 그래도 남자놈의 부모는 개념이 있어서 즉각 사죄를 하고 아들을 크게 나무라고 대학교를 강제로 휴학시켰는데.. 이에 앙심을 품고 저 새끼가 보복을 한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법무부에서 무기징역이 아니라 오 종근 다음으로 2010년대에 딱 한 번 이놈한테 사형을 때렸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내려진 민간인 대상 사형 선고이다.
김 길태도 무기징역, 울산 2자매 살인 이 악귀도 무기징역인데 쟤는 해도 해도 너무 답이 없는 인성파탄자였기 때문에 사형이 때려진 것이다. 뭐, 집행은 안 하니 별 의미 없지만..

(4) 참고로 나이로만 최연소 사형수는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1992년생 ‘군인’ 2명이다. 민간인이 아님.
그리고 군인 사형수의 최고참은 2005년 530GP 사건의 주범인 김 동민이다.
영어 단어 life는 생물학적인 생명이라는 뜻도 있고, 좀 인문학적인 인생 삶이라는 뜻도 있다.
무기징역 내지 종신형은 인생을 몽땅 앗아가는 형벌이고, 사형은 생명을 앗아가는 형벌이라는 차이가 있다. 둘 다 life를 앗아가는구만.

내 지론은 간단하다.

  • 사형 제도를 없앨 게 아니라 흉악 범죄를 없애야 한다.
  • 강간· 간음을 은폐하려고 아예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 음주운전 사고를 은폐하려고 아예 뺑소니를 저지르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출연 금지(= 지상파 TV 출연권 박탈)라든가 SNS 계정 삭제는 뭔가 간접적인 명예형이다. 남에게 영향을 끼치는 공인으로 살고 그걸로 수익을 얻는 걸 금지하는 건데.. 내 개인적으로는 성 범죄· 흉악 범죄자뿐만 아니라 악질 종북주의 빨갱이들한테도 적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11 08:35 2023/11/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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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호박 농사 결산

10월을 넘어 바야흐로 11월이다. 이제 올해의 호박 농사는 적어도 실외에서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이 글에서는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지난 한 달 동안 호박과 함께하며 남긴 예쁜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단, 키우는 호박에 앞서 구입한 호박 얘기부터 먼저 한 뒤에 농사 얘기를 하도록 하겠다.

1. 늙은 호박

지난 8월에 가락시장에서 장만했던 늙은 호박 둘 중에서 하나를 도축했다. 내부는 싱싱했으며, 죽을 쒀 보니 맛도 적당히 달콤하고 좋았다. 호박 도축을 거의 5개월 만에 해 보니 참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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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10월 중· 하순경에 우리집 주변의 동네 채소 가게에서도 10kg가 넘는 큼직한 늙은 호박들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비슷한 시기에 그렇게 듬직한 늙은 호박을 작년만치 많이 눈에 띄지는 않는 것 같다.

2. 최고참 열매 #1: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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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근황 때 옥상에서 유일하게 장기 복무에 합격했다고 소개했던 이 호박 말이다.
얘는 그 상태로 더 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면 색깔이 살짝 누렇게 변하려는 것 같았다. 얘가 본인이 올해 농사 전체를 통틀어서 얻은 호박 중에 외형이 가장 늙은(?) 아이였다.
얘는 더 오래 놔 뒀으면 푹 삭아서 늙은 호박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이 상태로 따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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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배를 갈라 보니 내부도 애호박과는 달랐다. 속이 노랑을 넘어 주황으로 바뀌고 있었고, 중심부에 펄프가 생기고 씨가 형성되던 중이었다.
그리고 살점의 맛도 애호박과는 살짝 달라지고 있었다. 껍질째로 먹을지, 껍질을 깎아낼지도 애매해서 참 고민됐다.

얘는 여러 모로 애호박과 늙은 호박의 중간 상태쯤 됐던 것 같다. 애호박도 늙은 호박도 아닌 중간(?) 호박은 상품성이 애매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볼 수는 없다.;;;

3. 9월 말 암꽃 르네상스

8월 말에 갑자기 옥상 호박에서 암꽃이 여러 송이 펴서 '제1기' 열매가 맺혔던 건 지난번 근황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 뒤 호박들은 큰 소식 없이 잠잠한 편이었다.
그랬는데 9월 하순부터는 10월 사이엔 옥상에서 암꽃이 또 한 차례 펴서 '제2기' 열매가 맺혔다.

그때쯤부터 옥상뿐만 아니라 강변 무단경작 호박들에서도 이변이 벌어졌다. 거기서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암꽃이 갑자기 미친 듯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이 올해의 호박 농사 기간을 통틀어서 그 희귀하다던 암꽃을 제일 흔하게 자주 많이 봤던 시기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호박이 암꽃을 막 만들어 낸다는 건 지난 몇 년 동안 경험적으로 터득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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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연히 보는 족족 인공수분을 해 줬다. 그래서 몇몇 아이들은 수분이 성공해서 10월 늦둥이 열매가 맺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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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록색이 짙어짐

9월 27일, 추석 연휴 직전에 이렇게 대롱대롱 달려 있던 호박은 닷새 만에 이렇게 삭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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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한때는 긴 덩굴이 치렁치렁 달리기도 했는데, 결국은 뿌리에 더 가까운 부위에서 더 크게 자라고 있던 열매 쪽으로 영양분이 쏠린 것 같다.
이 호박은 나중에는 저 줄기가 통째로 시들어서 죽었으며, 맺히던 저 열매도 당연히 더 자라지 못했다. 그래서 저 열매는 저 상태 그대로 따게 됐다. 열매가 스스로 낙과하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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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도자기가 청자도 있고 백자도 있다. ^^
참 신기한 게.. 누렇게 늙지는 않은 애호박인데 표면 색깔이 어째 이렇게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옥상 호박은 겉의 색이 더 진해진 반면, 강변 호박은 색이 더 옅어지는 편이었다.
(단호박이 일반호박보다 색이 짙고 어두운 편이지만 저 호박들은 꼭지의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듯 단호박이 아니라 그냥 일반호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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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탐스럽기 그지없다.
왼쪽의 더 작고 옅은 동생도 저 굵고 파릇파릇한 꼭지를 보면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어 보이는데..
야생이 아닌 화분인 데다 날씨도 많이 추워지니 이제 더 많이 자라지를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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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아주 짙어진 호박과 중간인 호박이 다른 곳에 한 쌍 더 있기도 하다. 이 2기 열매가 올해 옥상에서의 마지막 수확이 됐다.

5. 최고참 열매 #2: 강변

옥상에서 저렇게 청자를 얻었다면, 강변에서는 백자를 얻었다. 이 애호박이 올가을에 강변에서 얻은 가장 큰 아이들이다. 그나마 사과나 배보다 더 커졌고, 옥상 청자보다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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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 보니 저 공간이 모두 살점이고 씨는 거의 형성돼 있지 않았다. 맛과 상태는 완벽한 애호박 상태였다. 앞서 등장했던 '약간 늙은 중간 상태' 호박과의 차이를 비교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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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일 큰 늙은 호박은 예전에 옥상에서 달성했고, 제일 큰 애호박은 강변에서 달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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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아이는 강변에서 얻은 사실상 마지막 열매이다. 미래가 창창한 놈이긴 하지만 날씨 관계상 더 자라지 못하고 있고, 강변은 무단경작만큼이나 도난에도 취약해서 어쩔 수 없이 따게 됐다.
오른쪽 아이들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꼭지(=줄기)가 굵직하고 푸르스름 싱싱한 게 정작 열매는 제일 작다. 그 반면, 꼭지가 다 말라 비틀어지고 가는 게 열매가 제일 크고 색깔도 짙고 탄탄한 걸 알 수 있다.

6. 결말: 마지막으로 필사적으로 피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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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7월 폭우 때문에 큰 시련을 겪긴 했지만 호박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자라서 본인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하지만 역시 추위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암꽃이 피길래 나도 매일 찾아가서 미친 듯이 인공수분을 해 줬는데, 이제 10월 중순쯤부터는 그게 별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암꽃이 많이 피긴 하지만 수분해 줘도 별로 자라지 않는다. 암술도 예전 같은 선명한 주황색이 아니라 탁한 노란색에 더 가까워졌다.
수꽃은.. 겉모습은 큼직하고 멀쩡하지만, 수술을 보면 꽃가루가 별로 묻어 있지 않은 '고자'-_-가 돼 간다. 사실, 강변 말고 옥상 호박은 꽃 자체가 모양이 더 작고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 같다.

따뜻하던 시절을 기준으로 쭉쭉 뻗었던 덩굴 줄기를 더 유지할 수 없어졌는지, 줄기 하나가 통째로 갑자기 시들고 말라 죽기도 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추위와 동상이 극심해지면 심장에서 멀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손발가락 말단부터 포기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식물, 특히 한해살이식물은 자기 죽을 때를 알고 뒤늦게 꽃과 열매에 목숨을 거는가 보다. 추위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마치 감기 걸리듯이 흰가루병도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분이 성공해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해도 마냥 안심할 수 없더라.
열매가 유지가 안 되면 더 커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표면이 물렁물렁해지고 곧 쭈글쭈글해진다.
물론 겉이 조금 그렇게 됐더라도 내부는 아직 정상이니, 그런 열매는 그냥 따 먹으면 된다.

열매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상하고 썩는다면 보통 꼭지 쪽부터 물렁해지는데, 저렇게 호박이 환경이 너무 안 좋아서 자체적으로 자기 열매를 포기한다면 그냥 전반적으로 열매의 재질이 변하는가 보다.
이건 강변이 아닌 옥상 호박 열매의 중도 탈락자가 저렇게 되는 편이었다. 오히려 강변은 아무 관리를 안 해 줘도 확실히 더 크게 잘 자랐다.

이렇게 올해 호박 농사는 추억으로 가는가 보다.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호박을 이따만 하게 크게 키워서 판매용 늙은 호박까지 만든 농부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도 나중에 이걸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 침수 걱정 도난 걱정 없는 넓은 내 땅을 시골에서 확보해서 말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1/08 08:35 2023/11/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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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민권

말보회 한킹에는 영어 KJV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민권' citizenship이라는 단어가 두 군데 나온다.
하지만 1600년대에 그런 직접적인 단어가 없었을 뿐이지, 그 문맥에서 그 단어의 실질적인 의미는 시민권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 로켓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에 로켓을 'NASA 제트 추진 연구소'에서 개발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먼저 빌 3:20이다.
conversation은 단순히 '소통/대화수단(...)'이 아니라 사람의 행실이라는 뜻으로 신약에서 쓰였다. 베드로전/후서에서 타인에게 모범이 될 만한 것의 사례로 특별히 자주 쓰였다.
쉽게 말해 찬송가 가사 "주 예수 내 맘에 들어와 계신 후 망령된 '행실'을 끊고"에서 저 '행실'이 conversation과 개념적으로 정확하게 대응한다.

그런데 딱 하나 빌 3:20 "우리의 conversation은 in heaven 하늘에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이건 우리의 영적 지위 얘기이다. 이 세상에서 드러나는 행실 문맥이 절~~대로 아니다. 아무리 "conversation = 행실" 영어 직역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한킹을 제외한 나머지.. 먼 옛날의 권위역부터 시작해 흠, 근, 표.. 모두 이 단어를 "생활 방식"이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방식'은 성경의 다른 구절에서는 거의 다 manner에 대응한다. 즉 저 말을 영어로 역번역하면 오히려 manner of conversation이 된다.

그럼 어차피 빌 3:20의 conversation은 벧후 3:11이나 벧전 1:15 같은 행실이 아닌데.. 여기서만 예외적으로 '생활 방식'이라고 새로운 말을 만들 바에야 '시민권'이 뭐가 대수인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 90일 관광비자만 받고 놀러 와 있는 사람이랑.. 아예 미국 영주권· "시민권"이 있고 거기 정착해서 직업도 갖고 있는 사람은 미국 땅에서의 "생활 방식"이 당연히 서로 완전히 다르다. 이런 관계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빌 3:20 말고 또 시민권이 등장하는 곳은 바로... 행 22:28이다. 성경 스토리 좀 들어 본 분이라면 다들 아실 스토리 되시겠다.

-- 로마군 사령관: 난 돈 왕창 많이 갖다바쳐서 로마 시민권을 간신히 취득했는데..
-- 바울: 난 모태 로마인이오.

영킹은 이 부분이 시민권이 아니라 '자유' freedom이라고 돼 있다.
이건 그냥 옛날 성경과 현대 성경의 용어 차이이지, 변개 이슈가 아니며 KJV만의 교리적으로 우수한 번역이라고 간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KJV 이전 계보의 영어 성경들도 다 freedom이라고 옮겼기 때문이다.

왜냐고? 이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같은 근대적인 시민 계층, 민주주의, 상비군, 국가 체계 같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로마인이면 로마인이지, 로마 시민권자??? 이런 개념이나 용어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천적 로마인"으로서의 권한과 혜택을 freedom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영어 freedom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지 않은 거잖아~~" ㅇㅇ 그렇긴 하다.
그런데 이 본문이 교리적으로 무슨 갈라디아서 4장 같은 문맥인가? free하지 않은 사람은 자유를 박탈당한 종 노예인가? 저 사람은 무슨 땅거지 노예였다가 극적으로 해방된 걸까?
그 당시에 로마 시민이 아닌 유대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사회적 신분이 전부 창세기의 하갈 같은 처지였을까? 그렇지 않다.

로마 시민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고, 당장 사도행전에 나와 있는 것처럼 고문을 동반한 심문을 받지 않았으며.. 재판 받다가 억울하면 항소해서 로마에 직접 가서 재판 받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중죄 반역죄를 지어도 십자가형으로 처형 당하지는 않았다.

로마인이 아닌 사람은 저 정도의 권한이 없고 생활이 다른 제약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로마 제국 내에서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한 비참한 사람은 아니다. 그게 아니어서 저 사령관이 밑바닥 노예에서 해방된 거라면, 평민이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과연 어떻게 요즘으로 치면 대령~준장 급의 고위급 군인이 될 수 있었을까? 이것도 생각할 점이다.

1600년대 당시에 영킹으로 행 22:28을 읽었던 영어권 화자나, 지금 우리가 한킹으로 행 22:28을 읽으나 결국 그 말이 그 말, 로마 시민권을 떠올리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시절 1600년대 영어 언어 문화에서는 freedom이 최선의 번역이었고, 지금 우리 언어 문화에서는 시민권도 전혀 문제 없는 번역이다. 이걸 최소한 오역이나 변개라고 치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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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vice Guarantees Citizenship "군복무 하시면 시민권 무조건 드립니다~!!" (옛날 공상과학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에 나오는 유명한 선전 문구 ㄲㄲㄲㄲㄲ)

세상에서는 어느 강대국의 Citizenship을 얻으려면 행 22:28처럼 돈을 왕창 내거나, 아니면 저 영화에서처럼 군복무라도 하면서 나라에 기여하고 왕창 고생해야 한다.
그러나 구원받은 크리스천은 순서가 반대다. 먼저 하늘나라 Citizenship부터 얻고 나서 롬 12:1처럼 Service, 아니 reasonable service를 실천한다.
'시민권'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유일한 우리말 킹 제임스 성경을 보시는 분이라면 이 점을 잘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그분의 기쁨을 위하여

계시록 4:11에 나오는 스물네 장로들의 찬송을 보면.. 여느 성경들은 "주님이 모든 것을 창조하셨고, 피조물들은 주의 '뜻'에 따라/의해/뜻대로 창조되었다"고 나와 있다. by your will, because of your will
그러나 킹 제임스 성경은 특이하게도 이 부분을 주의 '기쁨을 위하여/인하여' for thy pleasure 라고 번역했다. 말보회 한킹은 도로 '뜻'이라고 옮겼다.

그리스어 '델레마'는 다른 모든 구절에서는 그냥 '뜻, 의지, 의도'를 의미한다. (논리 용어 딜레마와는 무관한 단어)
주기도문에 나오는 "뜻이 이루어지이다", 누가복음에서 "내 뜻대로 말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요한복음 "나를 보내신 분의 뜻", 살전 5:18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 내가 찾아본 바로는 전부 이 단어이다!

(1) KJV 이전에 계 4:11을 thy will 대신 thy pleasure라고 옮긴 역본은 내가 아는 한 비숍밖에 없다. KJV는 이 구절에서 비숍과 제네바 중, 비숍의 번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 일단 본문 자체 변개 문제는 아니고, 그 다음의 번역의 차이점 문제이다.
(비숍은 바른 본문 기반이긴 하지만 전 11:1 "빵을 젖은 얼굴 wet faces 위에 놔둬라"처럼 자신만의 튀는 오역이 존재하기도 했던 역본이다. ㅎㅎ)

(2) '뜻'과 '기쁨'이 모두 나오는 엡 1:5 같은 구절도 있다.
여기 말고도 여러 구절을 찾아보니, 기쁨을 뜻하는 원어는 원래 당연히 따로 있다.

(3) 계 4:11이 혹시 히 12:10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걸 비교해 봤다.
"육신의 아버지는 자기가 기뻐하는 대로 우리를 징계했거니와" 이거야말로 '자기 마음대로/뜻대로'와 '자기 기분 좋을 대로'가 상호 교차 가능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구약에도 "주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행하셨음이니이다" (욘 1:14) 같은 표현이 있으며, 이 역시 '자기 마음대로, 뜻대로'와 다를 바 없는 의미라 하겠다.

하지만 히 12:10에서 쓰인 원어는 계 4:11과의 접점이 의외로 전혀 없었다.
물론, "기뻐하는 대로(= 멋대로 마음대로라는 뉘앙스) 징계"와 "숭고하고 심오한 기쁨을 위해 창조"는 어감과 심상 자체가 서로 동일하지 않다는 건 감안할 점이다.
그러니 이쯤 되면.. 사람마다 어떤 언어관 성경관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판정이 달라진다.

(1) 그냥 평범하게 원어 원문이나 헬라어 사전을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KJV가 혼자 특이하게 번역했거나 심지어 오역을 했네~ 헬라어로 보니 '뜻' will이 맞네?"라고 말하고 코웃음 치며 간단하게 넘어간다.

(2) 그게 아니라 킹의 번역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는 그냥 뜻이 아니라 기쁨이 수반된 뜻이기 때문에 킹이 일부러 다르게 번역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영킹은 어린 시절부터 히브리어 그리스어를 일상적으로 팠던 미친 석학들 47명이 각자가 성경을 전부 번역한 뒤, 그걸 서로 대조하고 14번이나 검토하는 식으로 왕창 빡세게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해 보시길..)
마치 빌 4:1 '나의 기쁨'처럼 피조물들이 창조되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기쁨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대로 창조를 하셨고 실제로 기쁨을 얻으셨다.

(3) 그런데 '뜻'이라는 원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짜 오로지 영어 KJV의 표현 for thy pleasure만 보면..
좀 의역 내지 확장된 해석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사명.. 아니 하나님 기쁨조의 사명을 띠고 창조되었다"처럼 된다.
빌 4:1이 아니라 군인은 자기 상관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딤후 2:4 같은 논리가 된다. 이쯤 되면 원래 '뜻'이라던 그리스어하고는 꽤 멀어지는 것 같다. ^^

당연히 교리적으로야 우리는 행실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아기가 갓 태어나서 부모가 기쁜 것하고, 그 애가 커서 효도해서 부모가 기쁜 건 조금 다른 차원인 것도 사실이리라. 계 4:11은 무슨 기쁨을 말하는 걸까?

계 4에서 장로들의 찬송은 그렇잖아도 하나님의 권능과 주권을 얘기하는 문맥이다. 그러니 "뜻대로 창조" 1, 2번이 일면 더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정말 원어를 생까고 영어 킹에서만 발견되는 계시와 교훈을 찾자면 3까지도 확장 가능하다. 영어 전치사 for, in, of 따위는 무진장 중의적이고 함축적인 단어이니까.

킹 빌리버들의 믿음에 따르면, 성경엔 문맥에 벗어난 말도 갑자기 툭 튀어나올 수 있다. 시편 12편에서 온통 경건한 자, 가난한 자, 학대받는 자, 이스라엘 백성 얘기를 하다가도 끝에 갑자기 말씀을 영원히 온전히 보존한다는 얘기가 뜬금없이 나올 수도 있을 정도니까.

이런 구절에서 킹을 단순히 잘 번역된 성경, 바른 본문에서 번역된 성경 정도로만 아는 사람과.. 아예 원어를 초월하는 계시가 담긴 더 뛰어난 성경(!!!)이라고 보는 사람의 관점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_=;;

3. 기뻐하라 / 세굿빠

고린도후서의 끝부분인 13:11 말이다. "끝으로 형제들아.. finally, brethren" 다음에..
어떤 성경은 "안녕히 계세요, 바이바이, 잘 있으라"(farewell, goodbye)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어떤 성경은 "기뻐하라"(rejoice)라고 되어 있다. 영어 KJV는 전자인데, 한킹은 후자를 택했다.;; 어찌 된 일일까?

이 역시 원어로 '카이로'.. '기뻐하라'와 같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살전 5:16의 그 유명한 "항상 기뻐하라", 그리고 기쁨이 넘치는 옥중서신 빌 4:4의 "기뻐하라"..
심지어 같은 고린도후서 13장의 바로 앞 9절의 "기뻐하라"와도 같은 단어이다. 하지만 KJV는 거기서 이미 '기뻐하라'가 나왔으니 또 '기뻐하라'일 것 같지는 않아서 작별인사를 선택한 것 같다.

이건 역사적인 근거도 아까 계 4:11보다는 더 갖추고 있다. KJV 이전의 틴데일, 그레이트, 비숍이 다 farewell이었다.
심지어 NIV, NRSV 같은 일부 변개된 계보의 성서도 farewell이고 우리말 공동번역 성서도 아마 의역하다 보니 작별인사로 옮겼다. 그러니 이건 변개나 오역 문제가 아니다.

다만, 9절과 11절에는 perfection(온전함)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나온다. 그래서 11절에서도 '기뻐하라'를 써 주면 9절과 11절이 모두 '기뻐하다'와 '온전함/온전하라'가 나와서 뭔가 호응이 이뤄진다.
그리고 11절은 어차피 live in peace.. 말 그대로 "평안히 지내라"라는 작별인사 의미가 따로 들어있기도 하다는 점 역시 참고할 사항이다. ㄲㄲㄲㄲㄲ

(1) 여담으로.. 행 23:30은 편지를 인용하는 부분의 결말부인데.. 여기서도 킹 제임스 성경만이 끝인사 farewell이 붙어 있다.
고후 13:11과 행 23:30을 보면.. KJV 번역자들은 farewell이라는 작별인사를 좀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사도행전 구절은 그냥 원문 계보의 차이라고 한다. 변개된 본문에서는 그리스어에서부터 기뻐하라고 나발이고 끝인사 자체가 빠져 있다. 그러니 고후 13:11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런 걸 강경 영킹주의자가 발견하면 farewell과 관련하여 원어가 아니라 영킹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영적 진리~ KJV의 우수성~ 어쩌구 하면서 얼마든지 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야 그게 구체적으로 뭔지는 모르지만 그 바닥을 오래 경험해 봤기 때문에 거기서 어떤 식으로 주장을 하는지 패턴을 안다.

(2) 끝으로 NIV의 경우, 1984년판 NIV 첫판은 "형제들아, good-bye"였다. 그러다가 2011년판 개정 NIV는 "형제 자매님들, 기뻐하십쇼~!"로 바뀌었다. 형제가 '형제 자매'라고 바뀌고, 저 단어를 '기뻐하라'라고 옮기는 게 요즘 번역 트렌드이기는 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05 08:35 2023/11/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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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역의 원천

우리나라엔 그 이름도 유명한 말씀 보존 학회(이하 말보회)라는 출판사가 있어서 한글 킹 제임스(이하 한킹)라는 이름의 성경을 출간· 판매하고 있다. 내년이면 발간 30주년이 된다. 이 단체는 전국 각지에 '성경 침례 교회'라고 자기네 성경을 사용하는 침례 교회들을 두고 있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성경을 번역했다면 자기네 성경을 써 줄 기존 교회· 교단을 물색하거나, 아니면 자기들이 직접 교회· 교단을 개척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네 성경을 인용해서 독자적인 내용의 책도 많이 내면서 세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하지 않으면 그 성경 역본은 현실의 기독교계에서 쓰이지 못하고 그냥 듣보잡 군소 번역으로 전락한 채 사라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말보회는 딱 이 전략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성경은 한킹을 밀고, 이를 기반으로 피터 럭크만의 주석서를 잔뜩 출간한 것이다.

말보회는 대외적으로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고, 이 때문에 이상한 이단 소리를 들었다. 물론 순수하게 성경관 신념 때문에만 이단 소리를 들은 건 아니고, 그들 고유의 간증 상실 삽질과 흑역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 글에서는 논하지 않겠다. 진짜 중요한 논란거리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말보회에서 내놓은 한킹은 정작 같은 킹 진영 내부에서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영어 KJV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왜 그렇냐 하면 한킹은 언뜻 보기에 KJV의 영단어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은 듯한 표현과 어휘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허나, 한킹 측의 입장을 변호해 보자면 걔들도 할 말은 있다. 기계적인 직역을 안 했을지언정,

  • grave 무덤 // 음부 (문자적인 무덤 묫자리가 아니라 구약 시대의 지하 사후세계 자체를 나타낼 때. 낙원+지옥 통틀어)
  • 환난 (일상적인 역경 고난) // 환란 (미래의 유대인 대환란)
  • 나라 // 왕국
  • 위하여 (for sinner) // 인하여 (for sin)
  • 육체 안에 // 육신으로
  • 심지어 그리스(Greece) // 헬라(Greek) 등등

이런 걸 나름 자기 원칙대로 임의로 구분을 많이 해 놨다. 영어로는 같은 단어인데. ㅎㅎ
저런 거 말고 루시퍼, 갈보리, 이스터, 다시 채우다(창 1:28), 순교자, 말씀의 젖으로 자라라(벧전 2:2), 하나님 자신을 어린양으로(창 22:8).. 이런 건 한킹도 당연히 영어 KJV의 번역을 그대로 따랐다. 애초에 한킹의 존재 의의가 저런 걸 공론화하고 한국어로 반영한 거의 최초의 우리말 성경이니까 말이다.

한킹의 번역 방침 내지 스타일에 공감되지 않아서 한킹을 안 쓰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변개 오역이라고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어 그대로 번역하지 않은 게, 최소한 아무 이유 없이 제멋대로 의역을 해서 그런 건 아니다.
영킹이 아니라 영킹의 번역 원천인 원어를 좀 참고한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점을 알면 한킹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한킹은 이름과 실체의 관계가 웹툰 '교도소 일기', (작가가 실제로는 구치소에만 갇혀 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대구 성서 초등학교 '개구리 소년' 사건 (실제로는 애들이 도롱뇽을 잡으러 갔다가 실종되고 살해당한 거지만)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구치소나 도롱뇽 대신 더 친숙한 교도소나 개구리를 썼다고 해서 저 타이틀이 독자를 심각하게 악의적으로 기만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타이틀이 무엇이건 간에 "범죄자가 수용되는 국립호텔은 이런 험악한 시궁창이다" 내지 "초딩 꼬마들이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놀러 나갔다가 안타깝게 실종되고 살해당했다"라는 게 본질이고 핵심이니까 말이다.

마치 C++ 이후로 얘처럼 무식한(?) #include #define 전처리기나 다중 상속을 몽땅 구현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결코 다시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한킹 이후의 소위 KJV 계열 역본 중에 한킹의 저런 독자적인 용어와 번역 스타일을 답습한 역본은 결코 다시 등장하지 않지 싶다.

게다가 한킹은 재판관기(사사기)처럼 일부 책 이름을 통째로 바꾸기도 했으며, 인명과 지명 표기도 ㅋㅌㅍ 음운을 첨가해서 자기 스타일로 많이 바꿨다. (스카랴, 스테판, 카나안 등)
이런 걸 한킹 말고 후대의 어느 진영이 수용하겠는가? 말보회는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역사에 한 획을 긋긴 했다.

글쎄,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영킹은 변개되지 않은 원문에서 번역을 가장 잘한 역본 정도가 아니다. 원어 원문 성경보다도 더 뛰어난 계시이다~!!! 히브리어 그리스어의 중의성을 해소하고, 원어에 없던 미세한 뜻 변별과 운율까지 다 살려 줬다~!!" 이런 급이라면 한킹의 번역 스타일은 의미가 다소 퇴색할 것이다.

이 정도로 영킹을 극도로 지지하는 영어 순수주의자(?)가 보기에는 한킹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나온 흠정역조차도 순수(?) 영킹 번역이 아니며 100% 만족스럽지 못하다. 2020년대에 출간된 표준역은 그런 순수주의자 성향을 더 반영해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 대신 다른 쪽으로 논란거리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한쪽에서는 상대방을 보고 "맨날 수시로 잠수함 패치되어 온 성경이 무슨 놈의 최종 권위냐"라고 까고, 거기서는 이쪽을 향해 "한번 주어진 영감이 쭉 전수되고 보존되는 거지, 번역본에 무슨 영감이 이중 삼중으로 임하냐" 이러면서 맞받아치는 일이 되풀이된다.

이건 내가 보기엔 그냥 영감이나 최종 권위라는 단어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정의가 달라서 벌어지는 말장난이다. 자기네가 번역한 우리말 성경에다가 차마 최종 권위라는 말은 못 붙이니, 거기서도 그래도 이게 perfect 하고 온전 완전하다면서 같은 용도의 다른 수식어를 붙일 뿐..
내 공식 입장은 "아무나 이겨라"다. -_-;; 그럼 다음으로 최종 권위라는 개념에 더 자세히 얘기해 보고자 한다.

2. 최종 권위

옛날에.. 과학계에서는 1킬로그램의 정의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킬로그램 원기의 질량을 그대로 1kg이라고 한다" 이러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배기 원기는 세계에 단 하나만 존재해야 했고, 워낙 귀하신 몸이니 함부로 여기저기 움직이고 활약할 수 없었다. 평소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화학적으로 극도로 안정한 금고 안에 짱박혀 있는다.
취급 부주의로 인해서 원기에 이물질이 묻거나 생채기가 생겼다간 얘의 질량이 0.1 마이크로그램이나마 달라지게 되고, 그랬다간 전세계 과학계에서 참조하는 킬로그램의 정의가 달라져 버릴 테니 말이다... 그러면 정밀 실험의 결과값이 달라질 것이고, 같은 금의 거래 가격이 달라져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원기를 아주 정교하게 복제한 레플리카가 수십, 수백 개 만들어져서 세계 각국에 보급되었다.
세계 각국엔 자기들의 표준 과학 연구원에 상당하는 기관이 있고, 걔들은 그 레플리카를 기준으로 자국에서 생산되는 저울, 무게추의 품질을 측정하고 실험의 정확도를 판정해 왔다.

그리고 그 기관에서는 수 년 간격으로 그 레플리카 원기가 질량이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오리지날' 원기와 대조해서 보정· 시정 조치를 취했다.
지금이야 1kg의 정의가 플랑크 상수 어쩌구 하면서 어렵긴 하지만 자연 실험으로 재현 가능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게 옛날 일이 됐다. 허나, SI 단위 중에서 질량 단위가 원기 의존 정의를 제일 늦게 벗어났다. 이 질량이라는 게 생각보다 난해하고 오묘한 물리량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의 권위라는 것을 말할 때도 이와 비슷한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 우리가 영어알못이고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KJV만이 최종 권위라고 말하는 건.. 영킹이 바로 저 "오리지날 킬로그램 원기"와 같다는 차원에서이다.

평소에 일상적으로 영킹 읽어서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성경은 지금도 계속 교열하느라 난리인 반면, 영어 성경 본문은 불변 고정된 지 400년이 넘었다.
한국어 성경들을 교열 보고 비교할 때 기준이 영킹인 거다. 이런 원론적인 차원에서 영킹이 최종 권위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보회에서 말하는 "자기네 한킹이 최종 권위"라는 건.. 실제로 개인이 읽고 묵상하고 교회에서 낭독하고 설교하고 믿고 실천하는 그런 권위라는 얘기이다. 실생활에서 다른 저울과 무게추를 판정할 때 쓰이는 레플리카 원기가 킹왕짱이라는 말과 같다. 뭐, 그냥 최종 권위도 아니고 '믿음과 실행에서의 최종 권위'라고 말하니 그쪽 논리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허나 오리지날 원기가 평소에 맨날 금고에 짱박혀 있는다고 해서 아무 짝에 쓸모없는 무용지물인 게 아니고, 레플리카들이 오리지날 대비 믿을 게 못 되고 아무 권위가 없는 게 절대 아니다. 각자 역할과 쓸모가 있을 뿐이다.
kg원기의 경우, 저런 물리적인 여건의 한계가 있는 거고, 영어 성경의 경우 언어 장벽으로 인한 접근성 한계가 있는 거지.
그래서 내가 양측이 생각하는 '최종 권위'의 정의가 서로 다른 거라고 진단한 것이다.

C 코드로 비유하자면
const BIBLE my_final_authority = 한킹;
이 아니라

BIBLE *const my_final_authority = &한킹;
인 거라고 생각하자. =_=;; (가리키는 위치만 불변이고 거기에 들어있는 값이 바뀌어도 무관)
그러고 보니 Java는 키워드의 이름부터가 const가 아니라 final이긴 하다. 그리고 '값 변경 불가'뿐만 아니라 '더 상속 불가, 오버라이드 불가' 같은 다양한 봉인 용도로 이 키워드를 사용하고 있다. ㄲㄲㄲㄲㄲㄲ

이상이다.
본인은 20여 년 전에 흠정역을 통해 처음으로 KJV 유일주의에 입문했다.
그러나 짬이 좀 찬 지금은 흠정역 쪽의 약점도 그럭저럭 파악해서 알고 있고, 반대로 한킹이 더 잘 번역한 부분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특히 한킹은 지금까지 출간된 우리말 성경들 중에 서문이 제일 고퀄-_-인 것 같다. 성경대로 믿는 사람이 읽어보면 그야말로 피가 끓을 것 같다. 영적 전쟁에서 성경이란 게 어떤 존재이며 아군과 적군이 무엇인지를 딱 칼같이 정의한 뒤, 이 성경을 번역하고 출간한 이유, 목적, 배경, 번역 방법론과 기대되는 효과를 일목요연하게.. 논문에 가까운 스타일로 잘 써 놓았기 때문이다.

첫 시작을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했는데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뒤, 우리나라 킹 진영은 너무 찢어져 있다. -_-;;
너도 나도 성경 번역하겠다고 나서서 인구 1억도 안 되는 고립어인 한국어에 영킹을 번역했다는 역본이 과장 좀 보태면 10종 가까이 난립해 있다. (군소 마이너까지 포함해서)
물론 역본이 수백 종에 달하는 영어 성경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영어는 세계에서의 인지도가 한국어 따위와 비교를 불허하는 넘사벽이니 처지가 다르다.

이렇게 성경 역본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더 나은 성경을 향해 나아가는 디딤돌이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냥 분열과 혼란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30년, 50년 뒤에 우리나라의 킹 제임스 성경 진영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KJV 계열 역본 원조라 할 수 있는 말보회 한킹을 다시 살펴보니 감회가 새롭다. ㄲㄲㄲㄲ 다음 시간에는 한킹의 특이한 번역 내지 표현에 대해 조금 논하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02 08:35 2023/11/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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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어 처리

우리나라 헌법 전문은 무진장 길고 복잡한 만연체인데, 결국 핵심은 "대한국민은 헌법을 개정한다"이다. ㄲㄲㄲㄲㄲㄲ
자, 문장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그램 코드처럼 들여쓰기를 적용해 주면 얼추 다음과 같다.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 . . . 3·1운동으로 건립된
. . . .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 . . . . 불의에 항거한
. . . .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 . . . .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 . . . .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 . . .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 . . .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 . . . .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 . .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 . . . .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 . . .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 . . .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 . . . .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 . . .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 . . . **안으로는
. . .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 . . . 밖으로는 항구적인
. . .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 . .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 .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안팎드립을 비롯해 몇몇 좋은 훈계조 문구들은 국민 교육 헌장에서 모티브를 딴 것 같다~!

"...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


다만, 이런 요지의 문장 자체는 제헌헌법 시절부터 있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국민 교육 헌장이 기존 헌법 전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2. AI

AI가 앞으로 의료나 법조계 직업을 많이 빼앗을 거라고 흔히들 예측한다. 특히 사법 불신이 팽배하다 보니 법 쪽은 "대체될 것이다"가 아니라 "당장 대체돼야 된다"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그런 분들의 바람은 가까운 미래에 호락호락 이뤄질 것 같지 않다.

AI 기술의 침투가 제일 소극적이고 더디고 분야, 제일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행해지는 분야가 바로.. 사람의 돈이나 인생, 목숨이 왔다갔다 하고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크리티컬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의· 법이 권위 있는 직종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0살짜리 초딩이 무슨 미적분 할아버지 문제를 풀고 자동차 내부 구조를 달달 외운다 해도, 걔한테 대형 트럭 운전 면허증을 주지는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고졸 일자무식이어도 법적 책임 능력이 있는 성인이 그런 차를 몰지.

기계 및 기계 관리자를 전적으로 믿을 수 없어서 자율주행이나 전자투표도 호락호락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데, 진료나 판결을 AI가 덜컥 한다..???
솔직히 AI가 수많은 판례들을 학습해서 일관성 있는 합리적인 판결을 내릴 기술적 역량은 이미 갖춰져 있다. 허나 AI라고 해서 흉악범을 몽땅 속 시원하게 사형 때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와 별개로 그 분야에서의 AI 대체는 정서상 절대로 금방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분야에서 AI의 개입은 기껏해야 "참고만 할 것. 아니면 말고" 수준인 법률 자문, 조언, 보조 수준에서 그칠 것이다.

저런 분야 말고 상상화를 너무 기괴하게 그렸다고, 바둑 게임에서 상대편에게 졌다고, 애한테 조금 허언증스러운 잘못된 정보를 가르쳤다고 해서 당장 사람이 죽고 탈 나지는 않는다. 그런 분야는 AI가 이미 넘치도록 활개를 치고 있다.

3. 정보 보안

입구에 '신천지 OUT 출입금지' 딱지가 붙어 있는 교회를 보면.. 참 웃픈 생각이 든다.
작정하고 기존 교회 신자들을 빼 가려고 침투하는 신천지 공작원(?)이 그걸 보곤 참 잘도 겁 먹고 꽁무니를 빼겠다.

울나라 군사분계선 근처에다가 '북한군 접근 금지'라고 딱지 붙여 보지 그래..?
그런 곳에다가는 보통은 북한군이 아니라 '허가받지 않은 민간인은 접근 금지'라고 써 붙이는 게 자연스럽다. 둘의 차이가 뭔지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믿는다. 암튼..

내가 출처를 직접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마틴 루터가 "이단은 무력이 아니라 설교로 퇴치해야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와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관점에서 참으로 옳은 말이다.

이단들이 물리적으로 꽹과리 치고 흉기 휘두르면서 타 교회 예배를 방해하고 집기를 파손하고 신자들을 해친다면야.. 그럼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야 되고 공권력에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세상 법정에다 손해배상 소송 걸어서 깽값 받아낼 수도 있다. (받아내야 한다.. 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러나 그러나~~ 계시록 14만 4천 명이 누군지, 동방의 의인이 누군지.. 새 하늘과 새 땅이 뭔지, 열두 지파 정체가 뭔지.. 그딴 거 해석하고 판단하는 일을 세상 경찰이나 법원에다 맡길 참인가? 그런 걸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이교도 이단들을 과태료 물리거나 민형사 책임을 물어서 처벌이라도 할 생각인가?

교리를 똑바로 가르쳐서 자기 성도들이 신천지 추수꾼들한테 홀딱 속지 않게 해야 하지, 그러지도 않으면서 무책임하게 '신천지 출입금지' 이러는 건 교회가 자기 할 바를 다하지 않고 세상 공권력에다가 이단 퇴치를 다 떠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무슨 웹사이트들 하단에 관행적으로 쓰여 있는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도 아니고 참..;;

신천지라든가 공산주의나 동성애 따위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서 그걸 무슨 세상 공권력이나 타 종교하고까지 손잡아서 물리적으로 박멸하는 것은 기독교회가 해야 할 '하나님의 일'이 아니다. 당장은 그게 편해 보여도 세상 공권력은 언제든지 기독교를 박해하는 역공 비수가 되어 교회로 되돌아올 수 있다~!

그건 그렇고.. 컴퓨터 정보 보호 보안의 관점에서도 이거랑 아주 비슷하게 느껴지는 원칙이 있다.
암호 보안은 '암호화 알고리즘'이라는 코드가 아니라, '거기에다 준 암호화 키'만으로 완벽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거.

"이 데이터는 우리 회사만의 기가 막힌 블랙박스 알고리즘으로 암호화돼 있습니다. 보안을 위해 구체적인 알고리즘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저런 "신천지 출입금지" 딱지를 거는 것과 비슷한 수준 낮은 보안이다. -_-;;; 지난 2009년, 코드소프트 암호 크랙 공모전 흑역사처럼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암호화 알고리즘은 무슨 요리 비법마냥 장인의 손맛이 담긴 비기 같은 존재가 절대 아니다~!! ㄲㄲㄲㄲㄲ
실제 정보 보호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은 이와 전혀 다르다. 모든 암호화 알고리즘들이 소스째로 다 투명하게 버젓이 풀려 있다. 아무라도 그 코드를 돌려서 임의의 데이터를 임의의 키로 암호화 복호화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데이터는 무슨 알고리즘으로 암호화됐는지 알려져 있고, 그 알고리즘 코드도 이미 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키로 암호화됐는지를 모르면.. 일일이 모든 키로 다 해독해 보는 brute force 외의 방법으로는 원래 데이터를 절대로 복원할 수 없다.

이게 "이단은 설교만으로 퇴치해야 된다"와 같은 급의 보안인 것이다. 암호화 키가 무슨 교리 같은 존재인 듯.. ^^
히틀러인지 누군지 아무튼 어느 나치 독일 간부가 남긴 명언(?) 중에 "힘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에 있다"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말을 응용해 보면 "보안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키에 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여담:
여기까지 글을 썼더니 현업에서 목회를 하시는 분들께서 글 주제와 관련하여 여러 조언 첨언을 본인에게 해 주셨다.

  • 그냥 자기가 소속된 교단에서 딱지 붙이라고 반강제 강권해서 붙이는 편이라고 한다. 오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 심지어 신천지 교회들이 '위장'을 위해서 자기 예배당 입구에다가 "신천지 OUT" 딱지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친~~ ㄷㄷㄷㄷㄷㄷ
  • 신천지에서는 기존 교회들에다가 스팸성 우편물도 끈질기게 왕창 보낸다고 한다. 흐미~ 도대체 뭔 재정으로 저럴 여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30 19:35 2023/10/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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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흑백 사진, 흑백 화면만이 더 옛날의 모습인 줄 알았는데.. 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컬러여도 4:3 종횡비에 저화질, JPG 깍두기 artifact, 아날로그 노이즈가 가득한 영상은 까마득한 옛날 역사의 흔적이 돼 간다. 오늘날의 초고화질 와이드 동영상에 비하면 저런 영상들이 너무나 초라하기 그지없게 보인다.

차라리 순 아날로그 영화 필름이면 재질 차원에서 리마스터링이라도 할 수 있지만, TV 신호나 VHS 신호는 정보가 저게 전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없는 주사선 수를 무슨 수로 더 늘리겠는가? AI를 동원해서 소실된 정보를 인위로 창작해서 재구성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무튼.. 우리로서는 2002년 월드컵조차 유튜브가 없던 시절, TV가 아직 아날로그이던 시절, 20년도 더 전의 아련한 과거가 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이던 6월 29일 아침 10시 25분, 황해 연평도 부근에서는 남북 해군 간에 군인들이 피흘리고 배가 부서지는 전투가 벌어졌다. 그 당시 명칭으로는 서해교전, 현재 정정된 공식 명칭으로는 제2 연평해전이다.

1987년 6월 29일엔 민주화 선언이 있었고, 1995년 6월 29일엔 삼풍 백화점이 붕괴됐다. 그리고 2002년 6월 29일엔 저 사건이..;; 간격도 비슷하고 참 절묘하다.
제2 연평해전 때 보였던 북괴의 공격 패턴은 이랬다.

1.
모두들 잘 알다시피 우리 쪽에서 상대방을 정말 선의적으로 보고 배 옆구리까지 노출하면서 저지(차단) 기동을 했는데, 저놈들은 그때 비열하게 허를 찌르고 선빵을 날렸다.
이 일을 겪은 뒤에야 우리 측의 교전수칙이 개정되어 차단 기동이 삭제됐다.

이런 번거로운 기동 자체가 무슨 그 당시 대통령 때 처음으로 도입된 건 아니다. 하지만 1999년에 "NLL을 지키되, 우리 쪽에서 절대 먼저 공격하지 마라(강조), 나머지는 (그 번거로운) 교전수칙대로 해라" 이걸 골자로 하는 대통령 발 지시가 내려오기는 했었다.

2.
전투가 시작되자, 놈들은 기회가 되자마자 적장부터 바로 사살했다.
참수리 고속정 357의 정장이었던 윤 영하 소령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전투를 지휘하다가 무슨 이 순신이나 넬슨 제독처럼 전투가 다 끝난 타이밍에 전사한 게 아니었다. 전투 초반에 몇 분 못 가 "저격"을 당해서 전사했다.

그는 처음엔 포탄 파편에 맞아서 다쳤고, 이때는 다시 일어나서 지휘를 계속했다. 허나, 함교가 부서지면서 자기 모습이 외부로 노출되었고, 이 때문에 조준 사격을 받고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단순히 눈 먼 총알이나 파편에 맞은 게 아니었다.
정장이 전사했기 때문에 교전 중에 실질적인 지휘는 부정장인 이 희완 중위가 맡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 먼 총탄들 때문에 만신창이가 돼서 한참 나중에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의무병인 박 동혁 병장이었다. 의무병은 여느 전투원들처럼 엄폐물 뒤에 숨어서 발포만 하는 게 아니라, 부상병을 나르러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전투 중에 헤드샷 맞아 즉사했건, 나중에 부상 후유증 때문에 사망했건, 이것도 평범한 사고사나 순직 정도가 아니라 당연히 전사이다.

(참고로 1996년 강릉 무장공비 때도 무려 육군 대령이 공비에게 저격을 당해 전사한 적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전투복의 계급장도 멀리서도 잘 보이는 선명한 색이 아니라 눈에 잘 안 띄는 검정 계열로 바뀌었다.
물론 공비 입장에서는 아무 보급도 없이 적진에서 총알을 최대한 아끼면서 최대한 중요한 인물부터 제거하는 게 마땅했을 것이다.)

3.
우리 357 고속정이 이렇게 기습 공격을 당하자, 근처의 358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북괴 684를 향해 사정없이 불벼락을 내렸다.
그러나 놈들은 배가 너덜너덜 박살나고 수십 명의 승조원들이 죽거나 다치는 와중에도 358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진짜 끝까지 집요하게 357만 때리다가 자기 배가 다 박살난 걸레짝이 된 뒤에야 간신히 예인을 받으며 퇴각했다.

이런 집념 때문인지, 우리 357 고속정은 손상과 누수가 너무 심해서 예인 도중에 결국 침몰해 버렸고, 나중에 다시 인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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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위의 1~3을 한 줄로 요약하면??
북괴놈들은 자기들이 피지컬이 딸리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효율적으로 치고 빠진다. 기습하고, 기회가 생기자마자 바로 적장의 목을 날리고, 한 놈만 집중적으로. 모든 공격을 최고의 가성비를 뽑을 수 있게.. 모든 타격을 철저히 계획적으로 한다는 거다. 제1 연평해전에 대한 보복으로 제2를, 제2에 대한 보복으로 천안함을.. 이런 식으로 우연이란 없다. 아랫것들의 돌발 일탈 따위는 더욱 없다! 알겠는가?

제2 연평해전 이후로 북괴는 잠수함 어뢰나 지뢰, 아니면 아예 미사일로 신경 거슬리고 있지, 저렇게 가까이 대면해서 총포 쏘는 방식으로 도발하지는 않고 있다.
저런 전투를 겪었기 때문에 북괴는 이런 식으로 바다에서 배로 찝쩍대서는 자기들이 더 크게 다친다는 걸 알게 됐고, 더는 그런 짓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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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리 357의 영웅 같은 분들이 없었으면..?? 북괴는 계속 NLL 넘어 오고, 그 부근에서 조업하는 울나라 어선들을 수시로 나포하고 바다의 일진 양아치 짓을 계속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씨 대통령 시절에만 해도 울나라 어선이 일본에 나포되기도 했던 거 같은데 요즘은 그런 소식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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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은 너무 엄근진한 소재를 다루는 것 대비 영화로서의 연출력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평이 있었다. 클리셰가 너무 뻔하고 진부한 채 애국심만 억지로 주입한다고 말이다.
허나, 딴 얘기는 접고.. 다 끝나서 결말부에, 살짝 하얗게 밝아진 배경으로 "그때 교전이 없었고 357 승조원들이 평소처럼 임무 마치고 복귀했다면 그 날 밤은?"을 상상한 장면은.. 정말 울컥스러웠다.

평소에 주인공을 괴롭히고 가혹행위 비스무리한 것도 저지르던 고참도, 평소에 아주 엄격하고 깐깐하게 굴던 함장도.. 다같이 TV로 축구 경기 보면서 얼싸안고 응원하는 거.. 영화로서 굉장히 적절한 연출이자 마무리였던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터키의 무려 4강전 경기가 당일 저녁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때는 양국의 선수 모두 제2 연평해전 전사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잠시 한 뒤에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이라고 제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날짜는 천안함 피격에서 유래되었다. 제1, 제2 연평해전에 이어 이 사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2 연평해전 때 부상만 입고 살아남았다가 천안함 때 전사한 분도 있으니 말이다. (박 경수 상사~!!! 1981-2010)

북괴가 황해에서 얼마나 많이 찝적댔으면 이런 기념일까지 따로 제정될 정도였겠나?
10여 년 전 박 근혜 시절엔 국군의 날 기념식이 정말 웅장하고 좋았는데, 올해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완전 마음에 들었다. 대통령이 제2연평해전, 천안함, 연평도 포격 때 전사한 분들의 이름을 직접 다 불렀고, "댓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북괴가 도발하는 한 1원도 원조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언급을 했으니 완전 사이다 아닌가? 이건 진정 대통령 잘 뽑은 덕분이다.

우리나라 국군은 엄연한 정규군임에도 불구하고 북괴의 도발에는 거의 일본 자위대 수준으로 왕창 소극적인 최소한의 대응밖에 못 하고 있다. 선빵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언제나 우리가 먼저 맞은 뒤에 대응하며, 찍소리 못 하게 만들 보복도 못 한다. 여기에는 확전 예방이라든가 미국 눈치 같은 여러 정치적으로 불가피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도 핸디캡을 감수하고 불리한 여건에서 너무 신사적으로 대해 주고 있는데 천안함이고 연평해전이고 간에 뭔 패잔병이라느니 군이 무능하다느니 이딴 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일본과 북괴에 대한 잣대가 같지 않은 걸 정말 눈 뜨고 못 보며 싫어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8 08:36 2023/10/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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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드웨이 다음으로 "남자들의 야마토"(2005) 영화를 보니 뭔가 참 짠하다.
야마토 급 전함은 태평양 전쟁 당시에 일본군이 운용했던 초대형 군함으로, 항공모함이 아니라 함포만 쏘는 전함 중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배였다. 거의 타이타닉의 군함 버전과 비슷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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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드웨이 시절엔 일본군도 항공모함들을 운용하면서 비행기 날리고 미군을 굉장히 악랄하게 괴롭혔었다. 그러나 미드웨이, 과달카날, 레이테 만 등의 전투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그들은 그 병력을 다 날려먹었다.

1945년 4월, 야마토는 아군을 지원하러 오키나와로 가던 중, 아군 비행기 한 대 없이 기관총과 함포나 찍찍 갈기면서 100여 기나 되는 미군 날파리 비행기들을 힘겹게 상대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다가 어뢰와 폭탄을 잔뜩 맞고 장렬하게 박살나 버림으로써 인류의 전쟁사 전체를 통틀어 불멸의 안습한 이름을 남겼다.

미드웨이 시절에는 미국 어뢰가 불발 불량이 많았었던 반면.. 야마토 때는 그렇지 않고 펑펑 잘도 터졌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어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시정하고 수학· 과학을 동원해서 시스템을 개선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저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물자 생산량이 늘고 공장 근로자와 병력의 숙련도가 올라갔다. 그 반면, 일본은 국가 인프라가 망가지고 사람과 물건의 질이 떨어지고, 전쟁을 더 지속할 수 없는 막장 상황으로 치달았다.

2.
사실, 야마토의 마지막 임무는 애초에 아무 승산 없고 꿈도 희망도 없는 개죽음 임무였다.
하지만 천황 폐하께서 "그럼 이제 군함은 더 없는 건가?"라고 물으시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는 개뿔, 야마토도 남김없이 옥쇄시켜야 해군 수뇌부들의 가오가 선다. 그래서 "오키나와에 가서 뼈를 묻으라" 명목으로 출격한 것이었다.

미군의 정찰기와 잠수함들은 야마토가 움직이는 걸 곧장 다 파악해 버렸다. 야마토 운전실에서조차 "이제 뭐 경로를 훼이크 칠 필요도 없겠군. 오키나와로 직선 거리로 가도록 한다. 변침 실시~" (정찰기한테 발포한 뒤) 이렇게 대응했다.

그 뒤 전투 과정에서 기적 같은 건 없었다. 야마토는 목적지에는 당연히 못 가고 격침됐다.
야마토에서 3천여 명(전체 승조원의 90% 이상), 호위하던 아군 구축함과 경순양함의 승조원까지 포함해서 4200명에 달하는 자국 군인들이 전사했다.
그 동안 야마토가 총포 쏴서 필사적으로 떨군 미군 비행기는 딱 13대요, 미군의 전사· 실종도 딱 13명이었대나 어쨌대나.. 우금치 전투를 조선 동학뿐만 아니라 일본 해군도 치른 거나 마찬가지였다.

3.
이 야마토는 타이타닉보다 더 큰 덩치에(약간만 더 큼) 당시 일본 국가 예산의 무려 2%를 소모해서 만든 미친 물건이었다.
(참고로 1960년대에 미국이 인간을 어떻게든 쏘비에트보다 먼저 달에 보내려고 NASA에다가 매년 꼬라박았던 돈지랄이 자기네 정부 예산의 1~3% 그랬었음)

야마토는 자국의 최고 과학 기술에, 돈지랄에, 자존심이 몽땅 동원된 최고의 기함이었다. 일반 촌뜨기들이 보기엔 가히 SF 급의 기계가 아니었을지? 승조원은 무려 3천 명을 넘었으며, 때문에 이 승조원들에 대한 복리후생도 단연 최고였다.
1940년대엔 자국 국민들이 배급이 부족해서 쪼들리고, 동남아로 간 육군 땅개들이 쫄쫄 굶으면서 개고생 하고 괴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야마토에서는 그 와중에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쌀밥에 고기 통조림과 과일이 배급됐다.

얘는 배 크기에 걸맞게 함포도 거대했다. 1.5톤짜리 포탄을 쏜 주포의 사정거리가 무려 40km에 달했다. 포의 구경이랑 장갑의 두께가 다 비슷하게 400mm대였다는 게 흥미롭다. 참고로 나치 독일의 구스타프 열차포는 구경이 800mm..;; 비슷하게 정신나간 괴물이었다.

허나, 야마토는 배를 너무 크게 만든 게 계륵이 돼 버렸다.;; 한창 싸워야 할 때는 전투력 보존 차원에서 야마토 호텔짓을 너무 오래 하다가.. 나중에 지원 유닛을 다 잃은 뒤에야 너무 늦게 투입되었다.
그리고 승조원들 복지는 최고였지만, 급탄이나 조준 등 전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설비는 미국 군함 대비 많이 낙후하고 기술이 딸렸던 듯하다.

야마토는 건조되던 당시부터 전함으로 만들지 항공모함으로 만들지가 해군 수뇌부의 고민거리였다고 한다. 이때도 실용적인 이유보다는 높으신 분들의 간지 체면 명분이 개입해서 전함이 선택됐던 듯하다. 그 시절에 전함이냐 항모냐 하는 고민은 IT 업계에서 웹이냐 모바일이냐, 무슨 플랫폼이 뜨냐 하는 고민의 20세기 초중반 군대 버전이었지 싶다.

4.
타이타닉 호가 동형함/자매함으로 브리타닉과 올림픽이 있었듯, 야마토도 1호인 야마토 이후로 '시나노'와 '무사시'라는 이름의 자매함이 있었다.

나중에 건조된 '무사시'는 1944년 가을의 레이테 만 해전에서 직싸게 얻어터지고 원조 '야마토'보다 먼저 격침 당해 없어졌다. 그래도 이 배는 물이 새면서 곱게(?) 침몰했으며, 승무원들도 전투 후에 모두 갑판 위에 모인 채로 곱게(?) 퇴함하고 구조될 수 있었다. 비록 전투 중에는 주변이 생지옥이었더라도 말이다.

그 반면, 야마토는 끝까지 남겨져 있다가 더 외롭고 더 처참하게 부서졌다. 침수 때문에 곱게 침몰한 게 아니라 배가 옆으로 완전히 자빠졌으며, 이때의 충격 때문인지 탄약고까지 유폭해 버렸다.
그야말로 천지가 다 울리는 굉음과 불기둥이 발생하면서 야마토는 무슨 타이타닉처럼 둘로 쪼개져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상당수의 승조원들은 자기 위치에서 퇴함 명령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몰살 당했다. 오죽했으면 그 대폭발 후폭풍에 휘말려서 삐끗거리고 추락한 미군 함재기도 있었을 정도이니.. 마지막 순간까지 적과 동귀어진을 하긴 했다. -_-;;

참고로, 야마토 급 전함 중에서 딱 하나 '시나노'는 전함으로 만들던 중에 유일하게 항공모함으로 설계가 변경되었다. 하지만 1944년 11월, 취역한 지 겨우 9일 뒤에 구레 기지로 이동하던 중에 미군 잠수함 겨우 한 척으로부터 어뢰 4발을 맞고 격침당해 버렸다. 수많은 함재기들로부터 다구리 당한 것도 아닌데, 제대로 비행기 하나 못 띄워 보고 생을 마감했다.

얼마나 돈 많이 쓰고 고생해서 그 큰 배를 만들었을 텐데, 최후가 다들 이랬다. 그나마 '무사시'가 제일 평범한 최후인 것 같고 '시나노'는 너무 황당하고 허무하다. 제일 마지막에 제일 처절하게 죽은 '야마토'가 제일 주목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어 보인다.
(여담이지만, 타이타닉과 야마토는 해저 탐사를 통해 잔해가 발견된 시기도 1985년 7~9월대로 비슷하다. ㄲㄲㄲㄲㄲㄲ)

5.
이런 사연이 있으니, 일본에서는 영원한 자기들 국뽕인 러일 전쟁 쓰시마 해전 영화뿐만 아니라 반대로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진 해전 영화도 만들었구나 싶다. 그것도 2005년, 종전 60주년 기념 명목으로 말이다. 오늘날은 그런 큰 전함을 만들 일 자체가 없어졌으니 더욱 추억 돋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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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현 구레 시에 있는 해사 역사 과학관에는 야마토 전함의 1/10 크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야마토~! 왕년에 자기들이 만들었던 왕창 큰 전함을 잊을 수가 없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만도 하다.
그래서 쟤들은 창작물에 은하철도 999만 있는 게 아니라 우주전함 야마토도 있다. 전쟁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던 우리 민족으로서는 정서적으로 도저히 상상이 안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일본인에게 야마토는 한국인에게 거북선과도 같은 존재이다. ㅡ,.ㅡ;;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전함 야마토"를 따라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1979)이라는 애니를 만들다는 걸 생각해 보자. 서로 자기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군함인 것이다.;;

또한, 일본 해군은 육군과 달리, 조선인 강제 징용이라든가 현지 민간인 학살 같은 전쟁 범죄와 접점이 (거의) 없다. 바다에서 미군 함재기들을 상대한 일본 해군 수병 중에 조선인이 있었다거나 한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울나라의 손 원일이니 심지어 신 성모니.. 하는 사람들도 다 그냥 상선사관 출신이지, 일본 해군 출신.. 이딴 커리어 전혀 없다. 아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야마토를 그리워하는 것 자체를 뭐 군국주의 전쟁 범죄 미화 급으로 불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 봤자, 나라 등골을 짜내서 만든 배가 저렇게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사라졌구만.. 그거 만들고 운영할 돈으로 차라리 다른 경제 발전이나 도로· 철도 건설, 자국민들 복지를 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나았을 것이다.. -_-;;;
쓸데없이 남의 나라 침략하고, 그걸 저지하는 강대국들한테 개기느라 더 손해 보고 쪽박 찼다.

영화는 나름 고증 훌륭하고 그 시절 재현을 객관적으로 잘한 것 같다. 심지어 정신주입봉으로 후임들 줘 패는 씬도 들어가 있다. 적인 미군 쪽은 그저 비행기로 야마토를 때리기만 할 뿐, 딱히 사람 출연이나 대사가 없는 것 같다.

※ 관련 무기 발전사 여담

(1) 해군
전근대 시절엔 해군· 수군이라는 건 아주 위험한 보직으로 여겨지고 엄청난 기피 대상이었다. 군인과 뱃사람의 믹스인데 일이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땅도 아니고 바다에서 죽어서 가라앉으면 시체도 못 찾는다. 그러니 험악하고 질 낮은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해군만 그 정도로 독보적으로 열악한 건 아니다. 열악하고 시체 못 찾는다는 독보적인 특징은 일반 배가 아니라 잠수함 정도로 넘어간 듯하다.
어느 나라건 해군은 육군과 다른 흰색 아니면 남색(네이비색)의 뽀대 나는 전투복을 입고, 문화와 관습이 뭔가 다른 게 있다. 일단 육지 야전에 맞춰진 위장을 전혀 할 필요 없으니, 전투복 색깔이 완전히 다르긴 하겠다. ㄲㄲㄲㄲ

단, 요즘은 해군이 배 타고 있는 중에는 저녁에 쉴 때도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는 점이 육· 공군 대비 큰 단점이 돼서 병 복무를 기피할 지경이 됐다고 한다. 우와 이건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 했네..;;

(2) 거함거포주의
야마토 전함은 '거함거포주의'에 종지부를 찍은 예시라고 역덕 밀덕들한테 잘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까지는 해전이란 게 배끼리 총포 주고받는 게 전부였다(러일 전쟁이나 1차 대전). 그러니 배를 크게 만들어서 멀리 항해하고, 포도 강하고 사정거리 길게 하는 게 장땡이었다.

그러나 포를 아득히 능가하는 병기인 비행기와 미사일이 발명되면서 배는 민간 상선과 군함을 불문하고 예전보다 작아지게 됐다. 타이타닉 같은 대형 장거리 여객선이 없어졌고, 군사에서도 대형 전함이 퇴출된 것이다. 이건 마치 PC통신이 인터넷에 밀려 없어진 것만큼이나, 재래식 갑옷이 총 앞에서 퇴출된 것만큼이나, 재래식 공성전이 퇴출된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배가 비행기를 직접 품든지. 떠 다니는 공항인 항공모함만이 왕창 거대하다. 그리고 얘는 잠수함이나 상륙함처럼 군 전용이다.
일본은 항공모함이고 레이더고간에.. 처음엔 자기들이 먼저 도입해 놓고는 그걸 제대로 끝까지 활용을 못 했다.

(3) 공작함
옛날 2차 세계 대전 시절에는 공작함이라는 게 있어서 전투 중 손상을 입은 군함을 현지에서 즉석 수리를 했다. 의무병의 선박 버전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에 딱 한 대 운용했던 아카시 공작함은 배에다가 간이 제철소 조선소를 얹은 수준이었다. 얘는 멀리 나가 있던 자기네 군함들을 현지에서 수리함으로써 전투력 유지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오늘날은 미사일 한 방 제대로 맞기만 하면 그대로 수리 불가 격침이다. 그렇잖아도 배가 예전처럼 크지도 않으니..
이 때문에 공작함이라는 것도 유행이 지나고 퇴출됐다. 기존 군수지원함에다가 아주 경미한 파손이나 수선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정도이지, 제철소 조선소 마이너 버전 급의 전용 공작함을 운용하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

전근대 시절엔 무기가 화력이 약했기 때문에 바다에서도 사람끼리만 총질 칼질이지, 배는 그냥 나포했었는데 말이다. 참 격세지감이다. 배에 불이 나면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까지도 나서서 불 끄는 걸 거들었다. 나포해야 할 적선이 통째로 사라지면 자기들도 손해니까..

아까 얘기했던 저 아카시 공작함은 미군의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제거 대상이었다. 1944년 3월에 진작에 격침 당했으며, 얘가 없어진 뒤부터 일본 해군의 전투력은 실제로 유의미하게 하락했다.

(4) 항공모함
핵무기와 미사일, 제트기가 2차 세계 대전 말미에 첫 등장했다면, 항공모함이라는 건 1차 대전 말미에 첫 등장해서 전간기 때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복엽기가 배 위에서 뜨고 내리는 광경이 극히 드물게나마 있긴 했다는 뜻이다.
그때는 이 분야가 최초로 개척되고 있었으니 반은 전함 포탑이고 반은 활주로인 '항공전함'이라는 것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할이 어중간한 짬뽕이니 그런 건 폐기되고 역할이 세분화 전문화됐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잠수함에다가 항공모함의 기능을 얹을 생각을 했었다. 허나, 인류의 과학 기술로는 그런 건 영 무리.. 이제 잠수함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이나 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작은 드론, 무인기 정도 날리는 항공모함은 잠수함 버전이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5 08:35 2023/10/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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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음악 관련 생각과 일화들

1. 음높이

차들마다 빵빵 경적 소리가 도~시 중 정확하게 어떤 음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산업 표준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 제조사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내 경험상 대체로 A 내지 Ab인 것 같다.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유명한 음이다. 퀴즈 프로에서 "땡~~! 틀렸습니다", 전국 노래자랑 프로에서 "땡~ 탈락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컴퓨터에서 에러를 나타내던 비프음들도 이 음이었다. 특히 옛날 BIOS 시절에 컴터가 부팅조차 하기 전에 하드웨어 차원의 이상이 있었을 때 말이다.
도미솔 딩동댕이 긍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이라면, '라'음으로 띵~ 이거는 부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으로 알게 모르게 정착해 있다. 그게 자동차 크락숀에도 반영된 셈이다.

옛날엔 시내버스의 하차벨 소리도 낮은 옥타브의 A인 편이었다. 근데 이건 딱히 부정적인 느낌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요즘 버스들 하차벨은 '딩동~' 등 다른 소리로 바뀌는 추세이다.

2. 리듬

"교회 클래식 찬송가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군대 군가 같은 곡"들하고.. 1990년대 이후 CCM들이나 유행가의 큰 차이는.. 박자이지 싶다.
전자는 그냥 "강 약 중강 약"에 충실한 반면, 후자는 음의 강약과 장단이 정말 제멋대로이다. 그런데 그게 듣는 사람을 더 긴장· 흥분시키고 짜릿하게 한다.

처음 보는 생소한 곡의 악보가 점8과 16분 음표 사이에 온통 '타이'가 붙은 당김음투성이이면.. 읽기가 정말 정말 어렵고 힘들다. =_=;; 어떤 곡인지 악보만 보고 파악할 수가 없더라.;;

이는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word 단위 align되어 있지 않은 메모리를 읽고 쓰는 게 몇 배로 더 힘든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필요하지 않은 주변 메모리를 다 읽어야 되고, 클럭 사이클도 몇 배로 더 필요)
이마저도 메모리 절약 정신이 몸에 밴 x86 동네에서나 관대하게 처리해 주지, 다른 가볍고 간결한 형태의 CPU였으면 아예 접근을 포기하고 에러를 날려 버리기도 한다.

이런 멜로디는 악보를 읽기도 힘들고, 채보도 지독하게 힘들다.
내 개인적으로 채보하기가 제일 어려웠고 제일 애먹었던 리듬은.. 주토피아 OST Try everything에 나오는 "오 오 오 오오~"였다.

3. B장조의 유명한 곡

하루는 서로 다른 버스에서 실내 BGM으로 뭔가 익숙한 음악/노래를 들었다.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시(빰빰빰빰)~
미(빰빰빰빰)~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주선율은 바이올린으로 나오고 뒷배경 빰빰빰은 피아노로 나오는 요거..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얘는 ‘마지막 황제’ OST인 Rain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거 작곡자가 아마 일본인이지 싶다.
Summer도 일본 사람 곡이고 Rain도 일본인 곡이고..

1987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 전의 옛날이다만, 로보캅, 풀 메탈 자켓, 히든, 그리고 마지막 황제까지.. 나름 명작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나온 것 같다.
피아노 레슨을 하는 본인의 지인에게 물어 보니 Rain 참 멋진 곡이고 자기도 좋아한댄다. 그리고 저걸 피아노로 치려고 배우러 오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거 말고 또..
“따따따따 따다 딴딴” 이러면서 여자 가수 솔로가 나오는 경쾌한 외국 노래를 듣게 됐는데.. 이건 내가 지금까지 정체를 정확히 몰랐었다.

가사가 있는 곡은 가사를 알면 거의 곧바로 곡을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영어 리스닝은 젬병이고, 특히 노래 가사는 알아듣기가 더욱 어렵지만.. 이 곡은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필살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사를 들어 봤다.
아아.. If you wanna be my lover였구나. 스파이스 걸스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됐다.
Rain과 If you wanna be my lover는 주선율이 둘 다 B장조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한 C장조보다 약~간 낮다는 뜻이다.

4. 악어~~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악어'가 나오는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둘 있었다.
하나는 이 요섭 작사· 작곡인 동요 "정글숲"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정 광태의 개인 앨범에 수록됐던 "악어 사냥"이다.
“악어야 나와라~ 우리는 악어 사냥꾼~~ (..) 악어야 울지마” 이러는 노래였다. ㄲㄲㄲㄲ 이거 무려 1980년대 초중반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처음으로 소개된 그 앨범에 있던 곡이다.

두 곡 다 단조이고 박자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까놓고 말해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다음에 곧바로 "악어야 나와라~!"를 이어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딱히 정서적으로 악어가 친근한 동네는 아닌데, 공룡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악어를 소재로 한 익살스러운 노래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아마 정글숲 동요가 더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이 곡을 만든 이 요섭 선생은 2019년에 국내에 생존해 있다는 블로그는 하나 나오지만, 이것 말고 생년이나 학력, 프로필 등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몹시 드물다.

이분은 "산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 이거도 작사· 작곡했으니 동물을 참 좋아하신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독실한 신자로서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금과 은 나 없으나"와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 성" 같은 복음성가까지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굴러다니는 거의 모든 악보들에서는 그냥 작사· 작곡자 미상이라고만 기재돼 있다!! 그 정도로 자기 정체를 일부러 감추시는 것 같다.

5. 그린그린~~

휴먼버그 대학교 만화 세계관에는 야쿠자 조직이 있는데, 거기 건달 중에는 '코바야시 유키사다'라고, 머리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 미치광이 살인귀 파이터가 있다. 단검으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찌르고 쑤시고 돌리는 게 주특기이기 때문에 별명이 '나이프의 코바야시'라고 한다.
이 아저씨가 전투 전에 말하는 스타일은~~ "그린그린~~ 푸른 하늘에는.." 이러면서 해맑게 웃으면서

"오늘은 당신의 제삿날입니다~! 해피 데쓰 데이!!"
"당신 내장을 스무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양자택일 퀴즈!! 당신들이 전부 인생 하직하기까지 1분이 걸릴까요, 2분이 걸릴까요? 그린그린~~ 정답은 1분입니DIE!!"
뭐 이런다...;;


도대체 말 끝마다 그린그린 그러길래.. 그린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무슨 포크쏭 풍의 동요인가 보다. グリ―ングリ―ン (☞ 듣기)

진짜 원전은 미국의 1960년대 노래인데,
일본에서는 그걸 들여와서 같은 멜로디에다, 가사는 'green green' 추임새 부분만 남기고 다른 아기자기한 말로 바꿨다. 뭔 말인지는 나도 모름..
'그린 그린' 이러는 후렴 부분 말고, 도입부라고 해야 하나 그쪽 멜로디는 코드 진행이 복음성가 "노래할 이유 있네"(하늘문이 열리면 노래할 이유 있네 ... 월요일~매일 노래할 이유 있네)의 앞부분과 굉장히 비슷하다~!!

저렇게 피아노 연주에 맞춰서 애들 동요 부르는 게 옛날 한전 CF "빛이 있어 세상은 밝고 따뜻해" 같은 정겹게 느껴져서 좋은데..
야쿠자 건달이 나이프 들고 저런 발랄한 노래에 맞춰서 "그린그린~~ 오늘이 당신 제삿날입니다" 이랬던 거였냐? 개 싸이코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브레넬리"도 같은 멜로디에다가 원전과 완전히 다른 일본어 가사가 붙은 노래가 있었지 싶은데.. 일본이 그런 식으로 서양 노래 개조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 브레넬리" 같은 멜로디도 아주 좋아한다. 화사하고 예뻐서~~

6. 또 다른 비슷한 곡

(1) 오징어 게임 OST의 맨 첫 곡 “way back then” (전철역 승강장에서 딱지치기 게임이 시작되고 성기훈이 계속 따귀 쳐맞을 때 같이 나오는 그 병맛스러운 피리.. 아니 리코더 연주. 시시시~ 시시시~ 시라솔라 솔미미)
킬 빌의 “twisted nerve” (엘 드라이버가 간호사로 변장해서 병원에 잠입할 때 나오는 그 휘파람 연주. 이건 새로 창작된 곡이 아니라 그냥 기존 명곡이기 때문에 OST는 아님. 시~라~ 시시라~ 라~솔 라라솔~)

둘이 뭔가 심상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를 같이 떠올리기가 어렵더라;;
영화 초반에 뭔가 특이한 음색으로 주선율이 연주되고, 뜬금없고 병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 내 입술의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시편 19)
이 둘도 느낌이 꽤 비슷한 것 같다.
‘도레 미…’로 시작하는 첫 시작 부분뿐만 아니라 중간에 “뜻하신 그곳에 나 있기 원합니다” / “내 반석 나의 구원자” 이 부분도 말이다.
물론 멜로디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지, 가사 내용은 서로 크게 관련이 없는… 게 아니군. “주의 종 되기 원해” /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며 살리니”는 좀 비슷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2 08:35 2023/10/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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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동식물 생태 등

1. 육식

사람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 없는데, 정작 사람이 잡아먹는 소는 풀만 먹고도 어떻게 그 큰 덩치와 힘을 내는지.. 풀에서 사람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무슨 힘의 원천을 얻는지 참 신기하기 그지없다. (돼지는 잡식이니 논외)
물론 소나 코끼리 같은 동물은 이렇게 살기 위해 소화 기관이 정말 복잡 정교하며, 풀잎이라는 것도 영양분 밀도가 그렇게 높은 물질이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덩치 큰 초식 동물은 풀을 하루 종일 지독하게 많이 먹어야 한다.

초식동물들도 본능에 다른 동물 사냥이 입력되어 있지 않고, 앞발이나 이빨 구조가 남 목덜미를 물어뜯는 것에 최적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걔들이 육식을 아예 절대 못 한다거나, 고기가 들어갔다간 탈 나고 죽기라도 하는 건 아니다.
이미 잘 요리돼 있는 고기라든가 곤충 같은 거 주면 거부하지 않고 먹는다. 그리고 초식동물은 식물에서는 좀체 얻을 수 없는 소금을 따로 얻으려고 그렇게도 난리를 치고 환장한다고 한다.

신의 창조를 믿는 기독 신자들은 생물의 진화이라는 말만 나오면 아주 경계하고 싫어하는 편인데..
사실 최초의 생명 기원이야 어차피 신의 창조를 과학으로 증명도 할 수 없고 부정도 할 수 없다. 그쪽은 아무나 아무렇게나 믿기 나름이다.

그 대신, 이미 있는 생명의 분화, 변화는 심지어 성경에도 있다. 나중에 사자가 초식동물로 바뀔 거라는 거.. 반대로 과거에 자연 세계가 타락하면서 약육강식 살육이 시작되고 식물에서 독이 나오기 시작한 거.. 그런 게 신이 처음부터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면 그것부터가 그냥 진화의 산물이다. 딴 걸 진화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거가 있고 심지어 성경조차 말하고 있는 현상을 다 부정할 필요는 없다.

2. 곤충들이 원래 있는 곳

꿀벌이나 모기 같은 벌레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건물 옥상 정원까지 날아오는 걸까? 특히 집단 생활을 하는 꿀벌은 어느 벌집 기지에서 출발했는가? 이런 곤충들은 냄새 맡는 능력이 인간의 몇 배인가..??? 참 궁금하다.
인간이 까마득한 우주 천체를 발견하고 전자기학을 발견하고 온갖 비과학적인 미신들을 타파한 와중에도 자연발생설은 19세기 중후반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남아 있다가 부정됐다는 걸 생각해 보자~!

손을 씻어야 한다는 거, 구더기는 파리의 유충이라는 거, 길거리에서 함부로 침 뱉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물의 세계는 미시적으로 파고들기가 꽤 어려운 영역이었다.

3.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라는 건 악취 나고 벌레가 꼬여서 깔끔하게 처분하기가 몹시 난감하다. 너무 썩지 않아서 골칫거리인 플라스틱하고는 반대편 극단으로 골칫거리이다만, 그렇다고 의료 폐기물 급으로 위험한 건 아니다. 분해되는 중간 과정이 짧고 굵게 혐오스러운 게 문제일 뿐, 분해와 재활용 자체는 그럭저럭 잘 된다.

봉투가 다 찰 때까지 음쓰를 (1) 냉동실에다 보관하는 건.. 당장 악취와 벌레는 예방할 수 있지만 냉동실에 같이 보관하는 다른 음식들의 위생에 대단히 ‘매우’ 나쁘다. 그렇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방법이 못 된다.

물컹물컹하고 자잘한 찌꺼기 정도는 (2) 변기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음쓰를 즉시 없앨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이건 기름기나 찌꺼기가 하수도관을 막히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별로 권장되지 않는다. 변기에다가는 원래 넣으라고 있는 배설물과 토사물-_-, 화장지만 집어넣는 게 좋다. -_-

음쓰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자그마한 전용 음쓰 봉투에다가 넣어서 배출한다.
여기에다가는 사람이 명백히 먹을 수 있는데 남았거나 상해서 버리는 것들만 버려야 한다. 사료나 퇴비로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포장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에 포함돼 있었더라도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부위들은 몽땅 걸러내야 한다. 뼈, 뿌리, 껍질 같은 건 음쓰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이다.

그런데 과일 껍질 중에는 사람이 전혀 못 먹는 게 아니어서 무슨 교차로 노란불이나 맞춤법 띄어쓰기 사이시옷처럼 굉장히 애매한 경우가 있다. 가령, 귤 껍질은 법적으로 일쓰가 아니라 음쓰라고 한다.
사과 껍질은 먹어도 귤 껍질을 먹는 사람이 도대체 누가 있나? 내 주변에서는 귤 껍질을 일쓰 종량제 봉투에 넣었는데 그게 나중에 걸려서 과태료를 문 경우가 있었다. -_-

이런 애매한 경우에 대해서는 그런 악랄한 단속질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단속을 할 거면 일쓰를 특별한 쓰레기인 음쓰에다가 넣은 걸 더 단속해야지, 애매한 음쓰를 더 범용적인 일쓰에 넣은 건 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char*를 void*에다 대입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식당에서는 회전률을 떨어뜨린다고 1인 단독 식사를 막을 게 아니라 1인석을 준비해서 돈을 더 벌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식당 말고 카페야 원래부터 1인 이용이 흔하지만 거기서는 개념 없는 카공족이 문제다. 그런 건 흡연실과 마찬가지로 반쯤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을 따로 만들어서 요금을 더 받고 서비스를 더 주든지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것처럼 음식물 쓰레기는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처리하기가 참 난감하고 까다로운 구석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습기 빼고 부피 줄이고 냄새 없애서 버리기 좋은 형태로 가공해 주는 기계도 이미 나와 있긴 하지만 1인 자취생이 장만할 정도의 크기와 가격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거 잘 해결하는 게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0 08:35 2023/10/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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