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이야기들

1. 6단의 존재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승용차들의 변속기는 수동 5단, 자동 4단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경차가 아닌 이상 6단 정도가 기본이 됐다. 자동 변속기가 다단화에 유리한지라, 단수가 옛날과는 반대로 수동보다 오히려 더 늘어나 있다.
요즘 자동차들이 디젤도 아닌 휘발유 엔진으로 시속 120대의 고속 주행 중에도 어지간해서는 2000 초중반대의 엔진 회전수가 유지되는 것에는 엔진 출력 향상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변속기의 다단화도 기여했다.

본인 차의 경우, 시속 110~120 정도를 넘어가면 평소에 켜져 있던 초록색 eco 램프가 꺼진다. 엔진 출력의 한계와 공기 저항 때문에 이제 경제 속도 영역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그래도 약간만 밟고 있으면 2000대 후반인 엔진 회전수에서 130~140까지는 아무 무리 없이 나온다.
다만, 150km/h를 넘어가지는 않으며, 이때부터는 차가 힘이 딸리는지 눈에 띄게 잘 안 나아간다. 더 세게 꽉 밟아야 된다. 그러면 엔진 rpm이 확 치솟으면서 속도도 슬금슬금 올라간다.

이런 동작으로부터 유추하건대 내 차는 변속기는 분명 6단이지만, 극한의 최대 출력/최대 속도는 다시 그 아래의 5단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렇지~ 레드존에 근접하는 6500rpm에서 6단의 기어비가 유지된다면 차의 주행 속도는 거의 300km/h를 넘겨야 할 텐데 그게 이 엔진의 배기량과 토크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 체급의 엔진에서 최고단인 6단은 단순히 고속도로 주행 중의 고연비 경제 운전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하다.

다른 물리적인 제약이 없다면 변속기의 단수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면 최저 내지 실용 rpm으로 엔진 힘이 견디는 최고 속도를 효율적으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단수가 너무 늘어나면 변속기가 그에 비례해서 복잡해지고 무거워지며, 차값도 그에 걸맞게 비싸진다. 그래서 6단 변속기는 "어차피 일상생활에서 이 정도로 고속 주행할 일이 얼마나 되냐? 최고 속도를 커버하지도 못하는데"라는 이유로 가성비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D를 놓고 있다가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지금 변속기가 몇 단 상태인지를 계기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본인 차의 경우, 초기에 6단을 표시하지는 않는다. 6단이었더라도 5단으로 낮춘 뒤에 5단을 표시한다. 물론 그 상태로 +를 눌러서 다시 6단으로 되돌릴 수는 있지만, 그걸 기본 상태로 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6단이 존재감이 더욱 없어 보인다.

2. 유리 썬팅

본인은 길거리에서 아주 가끔 대우(!) 프린스나 에스페로, 현대 각그랜저, 쏘나타 3처럼 연식이 20년이 넘은 엄청난 옛날 자동차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옛날 자동차와 최소한 2000년대 이후의 자동차의 외관상 큰 차이 중 하나가 무엇이냐 하면.. 유리 코팅/썬팅/틴팅(tinting)인 것 같다.

옛날 차들은 밖에서도 차 내부의 동승자가 훤히 보이는 편이다. 그러나 요즘 차들은 옆에서 아주 가까이 접근해서 들여다봐야 차 내부가 보일까 말까이고 어지간해서는 내부를 볼 수 없다.

차량용 유리에 검고 어두운 X팅이 되어 있으면 눈부신 햇볕과 자외선을 걸러낼 수 있고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도 보장할 수 있어서 좋다. '와장창' 산산조각 나며 깨지지 않게 특수 처리되는 것만큼이나 썬팅도 특수 처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너무 짙어서 내부가 하나도 안 보이다시피할 정도의 X팅은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싸제 튜닝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밖에서 안이 안 보일 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밖이 제대로 안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바깥 백미러가 잘 안 보이고, 그리고 한낮이 아닌 밤에는 시야가 더 쥐약이 된다. 이는 매우 높은 확률로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2000년대 언제부턴가 국내에 출시되는 차들에 기본으로 썬팅이 들어가기 시작했거나 그 농도가 올라가긴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내력이나 법적 근거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여담이지만 본인은 지금 굴리고 있는 차가 내 생애의 첫 차이며, 얘는 도중에 중고로 팔지 않고 폐차할 때까지(사고 내지 지나친 노후화) 계속 탈 생각이다.
나 같은 평범한 흙수저 직장인이 굴리는 차가 30여 년 전에 꿈의 자동차로 불렸던 각그랜저보다 성능 더 좋고, 안전· 편의 시설이 더 많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3. 시내버스의 에코 드라이브 시스템

요즘 서울 시내버스를 타 보면 내비게이션처럼 생긴 검은 화면에 연료계인지 타코미터인지 모를 곡선이 그려져 있고, 옆에는 변속 단수가 표시된 게 보인다. 시내버스의 운전석에 앞뒤 차량(동일 노선을 달리는 다른 버스)의 위치, 거리, 도달 시간을 알려주는 단말기가 탑재돼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만, 저건 정체가 뭔지 오랫동안 궁금했다.

알고 보니 저건 고연비 경제 운전을 독려하기 위한 운전 통제 장치였다. 기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속도 대비 기어 단수가 낮고 엔진 회전수가 높으면 경고음이 나오고 점수(?)가 깎인다. 승용차의 액티브에코 같은 기능보다 강제성이 더 높다.

어쩐지 요즘 버스들은 좋게 말하면 난폭운전 없이 참 부드럽게 나아가고, 나쁘게 말하면 박력 없이 너무 약하게 밟는 게 느껴졌다. 전방이 아무 장애물도 단속 카메라도 없는 버스 전용 차로이고, 심지어 1km가 넘게 중간 정류장이 없는 한강 교량 구간이더라도 주행 속도가 60km/h는 절대로 안 넘는다는 것을 본인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거 덕분에 연료 아끼고 배기가스 덜 나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버스가 승객조차 답답하게 느낄 정도로 너무 굼떠서 불편해졌다는 반응도 있다. 적당히 좀 밟아서 빨리 가도 되는 첫차나 막차 같은 시간대에도 완전 FM대로만, 1500rpm을 안 넘다시피하는 정속 주행을 하니.. 새벽에 남들보다 아주 일찍 출근해야 하는 업종--환경 미화원, 일용직 근로자..-- 종사자들에게는 악재가 된 것이다.

또한, 노선에 오르막이 많아서 원래부터 연비가 좋게 나올 수 없고 좀 세게 밟아야 하는 버스들도 통제 장치의 개입으로 인해 더 느려지고 둔해졌다고 한다. 이건 통제 장치가 갓 도입된 초창기에 나타났던 시행착오이며, 현실의 지형을 감안해서 엔진 출력을 지나치게 후려치지 않게 동작 방식이 차츰 개선되었다.

예전에 말한 적이 있지 싶은데.. 본인은 과속 폭주를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게 달리는 차에 동승하는 것도 좋아한다. 앞뒤좌우로 강렬한 G(가속도)를 느끼면서 쏠리는 그 느낌이 좋다. 난폭운전 총알택시 같은 건 꼭 직접 타 보고 싶다.

4. 시내버스와 고속버스의 엔진음

이 시점에서 문득 의문이 드는 게 있다. 시내버스의 엔진 소리와 고속버스의 엔진 소리는 서로 완전히 동일할까?
시내버스도 충분히 낮고 칼칼한 소리가 나니 언뜻 보기에 그게 그거 같고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좌석· 광역· 고속버스를 타 보면 시내버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굵직하고 털털거리는 이펙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시내버스는 걸핏하면 신호에 걸려서 멈추고, 몇백 m 간격의 정류장마다 또 서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고rpm의 엔진음이 나올 일이 없다. 비록 폭과 타이어 크기는 8톤 트럭과 대등해 보이고 똑같은 45인승 대형 버스 차급인 것 같지만 두 버스는 제원에 차이가 있다.

길이부터가 시내는 11m대이지만 고속은 12미터가 넘는다. 트럭으로 치면 같은 덩치여도 초장축/장축의 차이와 비슷해 보인다.
높이도 시내는 상대적으로 더 낮아서 납작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 반면, 관광· 전세를 포함한 고속버스는 3m를 훌쩍 넘어서 3.3~3.5m에 달한다. 밑에 짐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엔진 역시 차이가 난다. 시내버스는 막 고속 주행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10리터대의 배기량에 그냥 300~330마력대이지만, 고속은 큰 덩치와 고속 주행에 걸맞게 12리터대의 엔진에 4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낸다.
이런 덩치의 차이 때문에 시내버스와 고속버스는 공회전 내지 갓 출발할 때의 초기 엔진 소리조차도 pitch와 음색이 약간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은 현대 자동차 기준으로 시내버스(에어로시티)와 고속버스(유니버스)의 중간에 속하는 차급(유니시티)도 있다. 광역 급행 좌석버스용으로 쓰라고 말이다. 얘 정도만 돼도 단순 시내버스보다는 약간 더 높고 엔진 소리와 승차감이 고속버스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대형 버스의 세계도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것 말고 학교 셔틀버스나 통학· 통근 버스는 장거리 고속 주행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그냥 에어로 시티 같은 시내버스급 차량에다가 필요에 따라 좌석만 잔뜩 배치해서 굴린다. 에어로 시티라는 이름의 버스 자체는 RB 이후로 1990년대에 굉장히 옛날에 등장했기 때문에 요즘 차종은 이름 앞에다가 '뉴 슈퍼'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여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6/04 19:33 2019/06/04 19:33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626

우리나라에는 자동차 기반의 장거리 대중 교통수단으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라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존재한다.
사실, 법적으로는 이들은 일반형 시외버스, 직행형 시외버스, 고속형 시외버스라는 세 부류로 나뉘는데, 고속형 시외버스가 고속버스라고 여러 모로 특별 취급을 받는 구도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외버스들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갈수록 직행화하고 고속버스와 형태가 비슷해지고 있다.

본인은 옛날 대학 시절에 경주에서 울진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고속도로가 없이 국도만 타느라 울진까지 가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던 걸로 본인은 기억한다. 더구나 이런 지방 왕래 수요가 많을 리가 없으니, 버스도 무슨 완행 열차가 정차하듯이 온갖 시골 정류장들을 들쑤시고 다녔다. 그래야 수지가 맞을 것이다.

지방에서 시외버스는 원래 이런 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울진 같은 경북의 오지뿐만 아니라 당장 강원도의 전방에서 차가 없는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는 것도 시외버스가 유일하다. 화천· 양구 같은 곳에 철도가 있나, 공항이 있나? 동서울 터미널에 괜히 군인들이 우글거리는 게 아니다.

다만, 요즘은 집집마다 승용차를 굴리는 세상이며,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에는 철도 같은 대체제도 있다. 전국에 고속도로도 워낙 촘촘하게 많이 건설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버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촘촘한 단거리 이동보다는 장거리를 어설픈 중간 경유 없이 승용차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가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일반형 완행 시외버스는 저런 시골 지방 말고는 없어지는 추세이다. 철도로 치면 간이역들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고속버스는 시외버스의 고급 특화 케이스이기 때문에 시외버스보다 노선이 훨씬 적다. 그 덕분인지 승차권 발매· 예매를 위한 단일 통합 전산망도 2000년대 초부터 시외버스보다 훨씬 더 잘 갖춰져 있었다. 과거 1980년대에 철도 승차권 전산 발매도 새마을호에 제일 먼저 적용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길이가 100km 이상이고, 전체 구간의 60% 이상을 고속도로로 달리는 노선에만 고속버스가 투입될 수 있다. 고속도로는 그 정의상 최대 속도가 100km/h 이상으로 정해진 곳이니 고속버스의 정의에는 속도와 거리에 모두 100이라는 숫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경주-대구 사이에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노선이 모두 존재해서 서로 경쟁 중이다. 저기는 80km가 안 되는 짧은 거리이지만, 100km 이상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고속버스 노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중이다. 마치 이화여대 초등교육과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립 기관이듯이 말이다. (국립 교육대들보다 먼저 존재했음)
뭐, 신경주 역에서 KTX를 타면 동대구 역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운임과 역 접근성 때문에 버스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역이 시내에서 너무 멀므로..)

그리고 고속버스는 태생적으로 중간 정차가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시점과 종점만 있는 시외버스라는 게 원래는 고속버스의 전유물이었다. 고속버스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세 시간 간격으로 정차하고, 아니면 시점 또는 종점과 동일한 지역에 소재한 정류장에 딱 한 번만 추가 정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대구-서울 고속버스이다. 상행은 동대구 역 근처에 있는 터미널을 출발한 뒤에 서대구 정류장을 들렀다가 서울로 가며, 하행은 반대로 서대구 정류장을 들렀다가 터미널로 간다. 대구 시내 안에서 터미널과 정류장 사이만 왕복하는 용도로는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즉, 쟤들은 터미널을 출발하자마자 곧장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않는다. 굳이 대구 시내를 횡단해서 서대구 정류장을 경유하느라 고속버스의 표정속도가 하락하는 건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끼는 점이다.
이 정도만이 고속버스에게 허용된다. 이런 고속버스와는 달리, 동서울을 출발한 직행 시외버스는 경주에서 승객을 하차시킨 뒤 포항까지도 간다.

다음으로 운임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고속버스는 시외버스보다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교통수단으로 간주되어 운임에다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즉, 원가 대비 차삯이 더 비싸다. 하지만 겨우 고속버스가 사치품인 것은 무슨 1970년대에 경부 고속도로라는 게 처음 생겼고 버스 안에 안내양까지 탑승하던 시절의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볼 때 부가세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고속버스에는 1991년인가 92년부터 우등이라는 등급이 생겨서 좌석 수가 더 적고 넓고 큼직한 대신, 더 비싼 버스가 등장했다. 열차는 상위 등급이 정차역 수가 적고 더 빨리 가는 반면, 고속버스는 처음부터 중간 무정차를 표방했기 때문에 우등이라고 해서 더 빠른 건 아니다. 그 대신 버스는 그 구조상 한 차량 안에서 특실/일등석(!) 같은 구분은 없다.

새마을호에 종아리 받침대가 달린 한국 철도 역사상 최고급 좌석이 등장한 것도 비슷하게 1990년대 초인 것으로 본인은 기억하는데.. 우등 고속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우등 고속이 더 나중인지는 정확한 시기와 역학관계를 잘 모르겠다. 승차감과 좌석 앞뒤 간격은 철도인 새마을호가 더 낫고(특히 특실은!), 좌석과 팔걸이의 폭은 아예 2-1 배열인 우등 고속이 더 컸던 것으로 본인은 기억한다.

직행형 시외버스에도 우등형 좌석 차량이 있다. 단, 얘들은 앞뒤 간격이 우등 고속보다 약간 더 좁아서 28인승이 아닌 33인승이다.

고속버스 업계에서는 우등 고속이 생긴 지 25년 가까이 지난 2017년부터 우등보다도 더 고급스러운 21인승 프리미엄 우등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건 서울-부산 같은 소수 장거리 노선 말고는 막 보급되기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가 무슨 1000km짜리 노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속도의 향상 없이 내장재만 잔뜩 고급화해서 비싼 운임을 받는 건 타 교통수단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다만, 좌석에 콘센트나 폰 충전 단자가 있는 버스라면 개인적으로 귀가 약간 솔깃해지긴 한다!

지금이야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시외버스도 고속버스 못지않은 승차권 전산 발매 인프라를 갖췄고, 심지어 시내/광역버스처럼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해지기도 했다. 줄 서서 창구에서 표 사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맨 처음에는 무인 예매 발권기라는 게 생겼고 2000년대 초반에는 홈티켓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그냥 모바일 승차권을 써도 된다.
그리고 고속버스도 무조건 한 차량으로 시점-종점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휴게소 환승이라는 것도 이미 10여 년 전에 생겼다.

그 전에 옛날에는 고속버스의 승차권 전산 발매 시스템이 통합돼 있지 않아서 일부 지역은 kobus, 일부 지역은 이지티켓(easyticket)으로 별도의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그 시절에 동영상 코덱들이 난립하고 휴대전화 충전 단자들이 통일돼 있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대구는 대도시에 걸맞지 않게 고속버스 터미널이 회사별로 찢어져 있던 것으로 악명 높았다. 동부/서부 이렇게 정말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 똑같이 동대구이고 그냥 한 블록 간격인데 회사가 관할하는 행선지별로 터미널이 찢어진 것이다. 더구나 이게 전산 시스템에도 반영돼서 '대구 한진', '대구 동양' 같은 식으로 찢어졌으니 병크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대구에 드디어 동대구 역과 연계되고 기존 동부 시외버스 정류장과 백화점까지 통합한 동대구 통합 고속버스 터미널이 완공됐으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진작에 그렇게 됐어야 했다.
이 추세라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라는 두 체계는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합해도 되지 않나 싶다. 육군이 서부와 동부 전선 야전군(제1, 제3)을 통합해서 그냥 전방 담당 사령부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별다른 특권이 아니며 직행 시외버스와 고속형 시외버스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고속버스만 타 시외버스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별로 없다. 단일 시외버스 체계에서 시골 지방을 위한 완행 아니면 직행 구분만 하면 될 것 같다. 차량과 전산망 말고 터미널 건물은 요즘 모든 지역들이 고속과 시외 구분 없이 통합해서 만드는 게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한반도에 철도와 시내버스까지는 일제 시대에도 있었던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고속철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고속도로와 고속버스라는 것은 그 시절을 넘어 할배 슬하의 1공화국 시절에도 없었다. 1970년대 박통 때에 와서야 등장했다.
사실, 일제 시대 경성 시내 사진을 봐도 길거리에 자동차와 노면전차까지는 다니지만, 길에 차선이 그어지고 신호등이 설치된 걸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미국 LA는 1940년대 모습이 이미 우리나라의 1970년대 이상 같고 자동차의 모양만이 옛날 디자인 같은데.. 참 대조적이다.

그렇게 길거리에 교통 시설이 아무것도 없다시피했기 때문에 미군정은 1946년에 자기 재량으로 한반도에서 자동차의 통행 방향을 좌측에서 우측으로 곧장 변경할 수 있었다. 자동차가 극히 드물던 시절, 고속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 치면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희소한 경험이던 시절에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을지가 궁금하다.

또한 저것보다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운전석 옆에 안내양이 앉는 작은 의자가 있던 시절, 그리고 우등 고속의 오른쪽 맨 앞자리(3번)에 냉장고와 이동식 공중전화가 비치되어 있던 시절, 현대도 대우도 아닌 아시아 자동차 버스가 있던 시절도 개인적으로 문득 그리워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28 19:33 2019/03/28 19:33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602

제2중부 고속도로(37)는 중부 고속도로(35)의 서울-수도권 구간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건설된 고속도로이다.
도로를 확장해야겠는데 기존 도로는 다들 평지가 아닌 고가 교량 형태여서 그걸 건드릴 수는 없다. 그래서 옆에 도로를 더 만들게 됐다.

그럼 보통은 기존 도로는 전부 하행, 새 도로는 전부 상행.. 이런 식으로 개편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나, 중앙분리대를 제거하고 각종 도로 표지판들을 변경하고 진출입로를 이설하는 작업마저도 여의찮았는지 결국 기존 도로는 하나도 안 건드리고 그대로 놔 두게 됐다. "새 도로 추가.. 그 대신 새 도로는 중간에 진출입로가 없는 직행" 컨셉으로 제2중부 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결과는 운전자들에게 "중부냐, 제2중부냐" 하는 눈치 게임으로 전가됐다.

중부와 제2중부가 병행하는 구간, 그리고 그 이북으로는 휴게소가 다음과 같이 3개가 존재한다.

(1)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

중부와 제2중부 고속도로 사이의 섬이라는 꽤 적절한 위치에 굉장히 거대한 규모로.. 거의 복합 쇼핑센터 컨셉으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2013). 도로들보다 나중에 생겼다는 점으로 인해 진출입로에 입체 교차로 같은 건 없다. 그래서 중부에서는 상행만(하남 방면), 제2중부에서는 하행(청주 방면)만 이 휴게소에 접근 가능하다.

즉, 두 고속도로에서 한 휴게소를 공유하지만 방향은 제각기 반쪽짜리이다. 그리고 방향별로 주차장이 서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들어왔던 차량이 방향을 바꿔서 나갈 수는 없다.

(2) 이천 휴게소

상행과 하행 휴게소가 제각기 3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상행은 두 고속도로가 공유하며, 나갈 때 중부와 제2중부 정도야 도로를 바꿔치기 할 수도 있다.
하행은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와 아주 가까이 있는데, 얘는 오로지 중부 고속도로의 하행만 접근 가능하고 제2중부는 해당사항 없다. 그쪽은 어차피 마장 휴게소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이 구간에서 중부+상행이라면 마장과 이천 휴게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2중부+상행과 중부+하행은 이천 휴게소만 이용 가능하며, 제2중부+하행은 마장 휴게소만 이용 가능하다.

(3) 하남드림(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

경부 고속도로에 있는 '만남의 광장 휴게소'의 중부 고속도로 버전이다. 과거에는 실제로 이름도 동일하게 '만남의 광장'이었다고 한다.
다만, 얘가 경부 고속도로 만남의 광장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 경부 만남의 광장은 그래도 과거에 톨게이트가 있었고 현재도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의 경계인 지점에 있는 반면, 하남드림은 앞뒤로 여전히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상에 있다.
  • 경부 만남의 광장은 상행 방면에서는 진입할 수 없는 반면, 하남드림은 상행 방면에서도 지하도를 거쳐서 진입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부의 상행에서는 죽전 휴게소가 마지막 휴게소이지만 중부의 상행은 하남드림이 마지막 휴게소이다.
그리고 이 두 만남의 광장은 모두 서울/동서울 톨게이트를 지나고 요금제가 개방식으로 바뀐 구간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차들을 진행 방향별로 분리하지 않으며, 나갈 때는 상행이나 하행 아무데나 자유롭게 나가면 된다. 단지, 경부 만남의 광장은 들어오는 게 하행에서만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21 08:31 2019/03/21 08:31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9

본인은 지금까지 블로그에다 자동차에 대해 올린 글들의 성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기차에 호의적이며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와 동향 자체를 현기차 중심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액센트-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승용차 계보 말고, i30이니 i40이니 심지어 벨로스터니 하는 승용차는 길거리에서 별로 보지도 못했고 개인적인 관심 역시 없다시피했다.

우리나라의 승용차 정서랄까 문화는 "(1) 국토와 경제력에 비해 너무 큰 차를 밝힌다, (2) 세계 평균 이상으로 너무 무채색+세단만 일률적으로 선호한다" 정도로 요약되는 듯하다.
(1)에다가 배기량 비례 자동차세 문제도 얽히다 보니, 이 반도에서는 제조사들이 이미 1990년대부터 차체만 큼직하고 엔진은 그에 어울리지 앉는 너무 작은 걸 얹어야 했다(배기량 후려치기).
(2)는... 한국에서 유독 흰 달걀이 전멸해 버린 것과도 비슷한 맥락의 관행 같다. 아무튼..

현대차에서는 지난 2007년에 맨 먼저 i30부터 내놓았다. 한국이 아닌 유럽 시장을 겨냥한 아반떼 급의 준중형 해치백 승용차로, 앞좌석과 뒷좌석 문이 있고 그 다음에 트렁크는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뒤 2011년에 좀 더 큰 쏘나타 체급의 '왜건형' 승용차인 i40가 나왔다. i30보다 뒷좌석 뒤의 공간이 좀 더 길다. 체격과 외형이 SUV와 비슷하지만, 승용차이기 때문에 SUV보다 차체가 낮으며 바퀴 크기도 더 작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벨로스터도 나왔다. 얘는 소-준중형 사이인 '쿠페형' 승용차로, 뒷좌석 쪽엔 문이 없다. i30, i40보다 더 아담하게 생겼지만 그렇다고 너무 동글동글 귀여운 경차를 표방하지도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요즘 모델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벨로스터는 뒷좌석 쪽엔 오른쪽(진행 방향 기준) 조수석 방면만 문이 두 짝인 비대칭 도어라고 한다. 기아 레이가 뒷좌석 왼쪽은 일반 도어이고 오른쪽은 미닫이인 비대칭형인데.. 이와 비슷한 사례라 하겠다.

이 세 차들은 해치백· 왜건· 쿠페로 체급과 외형이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렁크가 돌출돼 있지 않고 뒷유리에 와이퍼가 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얘들은 유럽이 아닌 국내에서는 정서상 생소한 외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에서는 얘들을 국내에서 팔기 위해 역사상 유례가 없던 파격· 개성· 감성 마케팅을 시작했다. 2, 30대 젊은 계층을 집중 공략했다.

이때 마케팅을 도대체 누가 담당하고 승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차 역사상 약을 최고로 거하게 빤 CF가 만들어지고 송출되었다. 국적도, 출처도 일체 노출하지 않은 PYL 브랜드 말이다. 지금 제네시스처럼 PYL이 브랜드인 셈이다.

저게 자동차 CF였다니..
내가 알기로 현대에서는 자기 차가 포르셰를 추월한다던가(엘란트라, 티뷰론)..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람보르기니로 대답했습니다. ㄲㄲㄲㄲ)" 같은 캐 오글거리는 CF를 잘 만드는데.. 저건 1993~4년경에 데미소다 CF를 봤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자우림 김 윤아의 생글생글 발랄 돋는 노랫소리가 워낙 강렬하니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놈의 유니크..;; 영화 테이큰 대사를 들어 보자.

This is a business. This is a very UNIQUE business with very UNIQUE clientele. (패트리스 상클레어. 동영상 링크에서는 46~50초 지점)


인신매매업이 아주 독특 특이한 업종이랜다. =_=;;
하긴 이건 성경에도 미래에 흥왕할 산업이라고 언급돼 있긴 하지. (계 18:13 끝부분)
자기도 자녀가 셋이나 있으면서 남의 딸을 매정하게 팔아넘기는 걸 보면 "그런즉 너희가 악할지라도 너희 자녀들에게 좋은 선물들을 줄 줄 알거든"(눅 11:13)도 떠오른다. 뭐 그건 그렇고..

패트리스 상클레어의 발음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유니크'는 원래 2음절에 강세가 있다.
그런데 저 PYL CF에서는 리듬을 맞추기 위해 "유~ 유니크~!" 라고 노래 아주 대놓고 1음절에다 강세가 들어간다. 그것도 참 특이하게 들렸다.

우리는 그냥 어색한 '유니크' 정도로 알아듣는 반면, 영어 토박이들은 강세 위치 때문에 이걸 영락없이 내시(eunuch)처럼 알아듣는가 보다. 정확히는 이건 '유니크'가 아니라 '유너크'에 더 가깝지만.
여담이지만 더 옛날, 월트 디즈니 알라딘에서는 쟈파가 princess를 2음절에다 강세를 준 게 복선 클리셰처럼 나온 적이 있다. 저건 원래 1음절 강세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현대차에서는 지난 2012~13년 사이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상당히 기발한 CF를 만들어서 뿌렸으며, 홍대 클럽에서 유명 가수와 연예인들을 초청해서 PYL 콘서트를 열고 젊은 감성 마케팅을 벌였었다. 20~25년쯤 전의 X세대 마케팅 이런 거랑 비슷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i30, i40, 벨로스타의 판매는 영 시원찮았으며, 투자한 마케팅 비용을 회수하지 못했다.
디자인이 특이한 것에 비해 가격이나 성능 메리트가 별로 없었으며, 그리고 이 마케팅이 제일 근본적으로 헛다리를 짚은 요인으로는..
그 젊음 젊음 하는 애들은 경제 여건상 애초에 차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상대적 빈곤감이네 뭐네 하면서.. "열악한 곳에 취업하느니 아예 취업을 안 하고 말겠다" 심보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은 갈수록 늦어지고, 결혼도 출산도 안 하는 지경인데..
차 자체야 지방에서 이동을 위해 꼭 필요한데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싸구려 중고차를 지르면 된다. 하지만 20대들은 차값은 둘째치고 보험료 때문에라도 차를 못 굴린다. 이런 연령대는 운전 경력과 실력은 부족한 주제에 철딱서니 없이 사고를 잘 내는 블랙리스트 고객으로 팍 찍혀 있어서 보험료가 굉장히(몇 배로) 비싸기 때문이다.

이런 계층을 상대로 너무 이색적인 컨셉의 차를 팔려다 보니 잘 안 팔려서 결국 현대차는 큰 손해를 보게 됐고, PYL 브랜드는 몇 년 못 가 조용히 폐기됐다.
i30, i40, 벨로스터라는 차 자체는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그냥 근근이 먹고 사는 지경이다.

글쎄, 과거에 비슷하게 파격 젊음 감성 스포티를 표방했던 스쿠프는 그래도 세단 파생형 쿠페이고 스포츠카를 표방해서 그런지 PYL 꼴은 안 났던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스쿠프는 그 기술과 엔진 성능으로는 껍데기만 스포츠이지, 진짜 스포츠카를 자처하기에는 택도 없긴 했다. 그리고 기아 엘란은 나름 외제차를 기반으로 진짜 스포츠카를 표방이긴 했다만 고객을 너무 잘못 설정하고 값을 너무 비싸게 부르는 바람에 망했었다.

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물건이며 주 고객이 최하 40대 이상으로 올라가니,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너무 튀는 모험은 여전히 위험해 보인다. 보수적인 아재 취향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12~13년을 풍미했던 PYL 얘기가 좀 길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으로 현대는 그런 아재 취향의 준대형 고급차 체급에서도 큰 삽질을 한 적이 있다. 바로 아슬란이다(2014-17) =_=;;

제네시스가 명목상 현대가 아닌 자체 브랜드의 차종으로 이동하고 에쿠스도 저기로 흡수됨으로써 현대 엠블럼을 걸고 나오는 승용차 중에서 제일 고급은 그랜저가 이어받았다. 그런데 그랜저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굉장히 흔해졌으며 예전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도 덜해졌다. 이에, 현대에서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틈새 차급을 겨냥하여 전륜구동 형태로 그랜저보다 더 큰 차를 그것도 내수 전용으로만 내놓았지만...

역시나 가성비 시원찮고, "이거 살 돈이면 더 보태서 제네시스나 다른 외제차를 사고 말지"가 되면서 이 차는 시원하게 망했다. 이름이 터키어로 사자라는 뜻이라는데, '어슬렁'이라는 적절한 멸칭으로 까였다. 그리고 지금은 마지막 재고가 아주 저렴하게 떨이 처분된 뒤 단종됐다. 차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국내 고객들의 정서와 수요에 잘 안 맞아서 "다른 대안이 넘쳐나는 와중에 굳이 그 돈 주고 살 정도까지는 아닌 차" 신세가 되어 망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이미 2016년에 이들을 싸잡아서 "현대차, 아슬란-PYL 어쩌나"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으니, 역시 이번에도 내가 뒷북을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이제 승용차에서 틈새 차급을 공략한 게 초대박을 치는 건 준중형 엘란트라/아반떼 이후로 더는 없는 것 같다.
아반떼는 작년 가을(2018. 9.)에 무슨 일본 차와 비슷하게 생긴 삼각형 헤드라이트 모양으로 페이스리프트가 됐는데.. 이게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다.

에쿠스는 잘 알다시피 지난 2015년 말을 끝으로 단종되었고 EQ900이라는 제네시스 차급으로 흡수됐다.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가 휴간된 때와 비슷한 시기여서 본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02 08:31 2019/03/02 08:31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92

1. 트럭의 축/캡 사양

트럭 중에서 작은 축에 드는 포터/봉고 급의 1톤 트럭에는 나름 바리에이션이 있다.

  • 초장축: 엔진의 성능과 적재중량 한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짐받이의 길이를 약간 더 길게 한다. 고급 승용차에 단순 세단 말고 리무진이 있듯이 말이다. 초장축은 짐받이에 화물 고정용 끈을 묶는 갈고리가 하나 더 달려 있다. (더 길기 때문)
  • 슈퍼캡: 운전석이 있는 좌석 뒤에 2~30cm남짓한 여유 공간을 추가한다. 그래서 좌석을 뒤로 젖히거나 좌석 뒤로 사람 한 명 정도 누울 수 있게 한다. 슈퍼캡 사양을 선택하면 이 공간만치 짐받이의 길이가 약간 짧아진다. 초장축+슈퍼캡과 장축+일반캡의 짐받이 길이가 서로 비슷할 정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 장축/초장축, 그리고 일반캡/슈퍼캡/더블캡(아예 뒷좌석까지 있는) 이렇게 2*3 = 6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좌석 뒤에 있는 보조 공간이 선택사양 옵션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트럭은 좌석의 바로 아래에 엔진이 있는 것, 운전석과 조수석의 사이 중앙에도 좌석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안 그래도 생계형 소형 트럭인데 운전석 뒤에 그 정도 보조 공간도 없으면 너무 비좁고 불편할 것 같다. 거기에다 짐 실을 공간이 조금이라도 더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슈퍼캡+초장축 옵션이 모두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경차인 라보에는 슈퍼캡이나 초장축 같은 사양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2. 엔진 오일

엔진 오일은 자동차에다 주입하거나 장착하는 여러 물건· 물질 중에.. 연료처럼 직접 소모되어 줄어들고 없어지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주 교환해 줘야 하는 소모품이다.
튀김용 기름을 생각하면 된다. 닭을 수십 번 튀겨도 기름이 양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단지 시꺼멓게 탁해지고 변질될 뿐이지.

엔진 오일이라는 게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려면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가 무엇인지, 엔진 실린더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는 1초에도 수십 번씩 뜨거운 폭발과 피스톤 왕복 운동이 일어난다. 힘이 새어 나가지 않으려면 피스톤과 실린더 벽 사이가 밀폐가 잘 돼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마찰 없이 매끄럽게 운동이 돼야 한다.

이런 곳에서 엔진 오일은 단순히 자전거 체인에다 치는 구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엔진 오일이 없으면 엔진은 얼마 못 가 탈 나고 망가진다. 변질된 오일은 오일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윤활, 밀폐, 정화 같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엔진의 출력과 연비를 깎아 먹는다.

모든 내연 기관 왕복 엔진에는 엔진 오일이 필요하다. 적절한 교환 주기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사나 정비사, 실제 운전자들 간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주행 조건이 어떤지에 따라 5000~15000km, 또는 1년을 전후한 주기로는 교환하는 게 좋을 듯하다. 오랜만에 교환하고 나면 엔진의 상태가 달라진 게 곧장 티가 날 정도이다.
전기차에는 엔진 오일 같은 건 없어도 된다.

3. 변속기 오일

엔진 오일에 비해 변속기 오일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이 훨씬 덜하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수동과 자동은 변속기 오일의 용도가 서로 매우 다르다.
내 차만 해도 취급설명서를 보면, 변속기 오일은 그냥 씨크하게 무점검 무교환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현업 정비사들의 얘기는 다른 듯하다. 출발 직후의 가속 중에 변속 충격이 예전에 비해 커진 게 느껴지는데, 변속기 오일을 교체하면 변속 충격이 완화되려나 궁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변속기 오일은 다른 부류의 오일과 외관상으로 구분되라고 제조사에서 빨간 염료를 섞는 편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015년 여름에 현대차에서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품질 차이 논란을 불식시켜 주겠다며 민간의 자동차 전문가가 임의로 고른 자기네 내수차와 수출차를 대상으로 시속 56km 정면 충돌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해 보였다. (☞ 관련 링크) 차종은 LF쏘나타이고.. 양 차가 제각각 56km/h로 달렸기 때문에 실제 충돌 속도는 그 두 배인 112km/h나 마찬가지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충돌 잔해에서는 시뻘건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와서 무슨 핏자국처럼 보였는데..
그게 바로 변속기 오일이다. 바닥 주변이 다 붉게 물들 정도이니 주입량도 결코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차가 저것 이상으로 박살 난 다른 교통사고 현장 모습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내부의 액체가 유출되었다고 해서 저렇게 시뻘건 액체가 줄줄 흘러나온 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른 것도 있겠지만, 그 붉은 염료가 변속기 오일의 품질 자체와는 별개로 오래 지속되지 않고 변색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 자동차 설명서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말이다.

현대차의 충돌 테스트의 경우, 공장에서 갓 생산된 따끈한 새 차를 동원했기 때문에 붉은색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논리가 아귀가 맞는다.

4. 타이어 펑크

자전거만 해도 타이어가 터지면 타이어가 완전히 다른 물질로 바뀌기라도 한 듯이 질질 끌리며, 페달을 밟아도 도무지 나아가질 않는다. 자동차는 주행 성능을 넘어 핸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등 조향· 제동과 관련된 더 위험한 문제가 이어진다. 그러니 타이어가 터진 상태로는 제대로 주행할 수 없다. 타이어 펑크는 배터리 방전, 문 잠김과 더불어 긴급출동 최다 호출 사유에 들지 싶다.

그런데 요즘 운전자들 중에 짹 같은 전통적인 공구를 꺼내서 차를 들어올리고 휠 너트를 풀고 조여서 타이어를 직접 교환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비소에서 타이어를 교환하고도 정비 불량 때문에 주행 중에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가 나는 판에 말이다. 다들 그냥 긴급출동을 부르고 만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자동차 운전을 참 어떻게 했을까 싶다.

20세기 초중반의 엄청 옛날 자동차들은 옆면이나 뒷면에 스페어 타이어를 노출하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던 것 같으나 요즘 차들은 그렇지 않다. 승용차들은 트렁크에, 버스나 트럭은 하부에 스페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만, 요즘은 원가 절감과 경량화를 이유로 승용차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달리지 않는 게 추세이다. 어차피 다 긴급출동을 부르니까.. 그리고 타이어를 통째로 교환하기보다는 어지간해서는 그냥 지렁이 땜빵만 하고 말기 때문이다.

땅과 접촉하는 정면 부위에 압정이나 못이 좁게 박힌 것 정도는 땜빵으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누가 악질적으로 타이어 측면을 칼로 확 긋고 찢는 테러라도 벌인 것은 그런 식으로 대처할 수 없다. 이건 차 표면을 동전으로 긁어서 흠집을 내는 것만큼이나 적은 노력으로 차를 굉장히 크게 망가뜨리는 짓이다.

5. 속도계

타코미터가 엔진 회전수를 측정한다면 속도계는 바퀴 구동축의 회전수를 토대로 자동차의 주행 속도의 근사값을 표시해 준다. 정확한 값이 아니라 근사값인 이유는, 구동축이 동일한 속도로 회전했다 하더라도 차가 실제로 굴러간 거리는 타이어의 지름(= 공기압 상태)이 얼마냐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자동차가 지구상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절대적으로 따지는 GPS 내비 정도는 돼야 정확한 속도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계 바늘보다는 반응이 더딘 게 흠이다.
사실은 GPS까지 갈 것도 없이 스피드건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며, 속도를 어떻게 생각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도 개인적으로 무척 신기하다. 길거리에서 "지금 당신의 주행 속도는 xx km/h입니다" 이런 거 표시해 주는 전광판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속도계는 안전을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오차가 난다면 차의 실제 속도보다 약간 더 높은 값이 나오도록 만드는 게 관행이다. 이 속도계만 믿고 주행했다가 낚여서 과속 딱지라도 먹는다면 일이 꽤 골치 아파질 테니 말이다.
또한, 차에 따라서는 30km 지점에 빨간 눈금이 그어져 있는 속도계도 있는데, 그 이유와 의미는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6. 액티브 에코 기능

요즘 자동차에는 '에코 드라이브'라고 지금 운전 스타일이 경제 운전 친환경 운전 스타일인지, 아니면 차에 무리를 주고 돈을 길바닥에 흘리는 힘든 상태인지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

  • 백색: (1) 시동을 갓 켜서 냉각수나 엔진 오일이 제대로 초기화되지 않은 상태일 때(그러니 아직 너무 무리하지 마셈..), (2) 변속기 상태가 D가 아니거나 극도의 저속 주행 중일 때 (3) 급가속(킥다운, 높은 토크) 내지 고속 주행을 위해 좀 세게, 깊게 밟고 있을 때
  • 녹색: 백색에 해당되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상황. 슬금슬금 적절히 밟고 있거나 타력 주행 중일 때
  • 적색: 백색보다도 더 과격한 기동 중일 때

내 차의 경우, 시속 110~120km쯤 이상부터는 가속을 하려니 녹색을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 이상 속도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지금 엔진의 출력으로는 좀 무리라는 뜻이다. 더 큰 배기량의 엔진에 비해 연비가 더 크게 떨어지고 힘이 안 나고..
그리고 에코 드라이브 표시등이 백색을 넘어 아예 적색으로 바뀌는 것은 작년 여름에 딱 한 번 겪었다. 에어컨+오르막 상태로 옆 차 추월하려고 세게 밟았더니.. 저게 녹색과 백색 말고 적색이 될 때도 있다는 것을 처음 봤다.

에코 드라이브에 이어서 '액티브 에코' 기능까지 탑재된 차도 있는데, 이건 엔진 성능을 일부 너프시키고 속도 리미트까지 걸어 가면서 더 적극적으로 '녹색' 상황으로만 동작하게 하는 옵션이다. 사용자가 켜거나 끌 수 있다. 본인 차에는 이런 옵션까지는 없더라.

먼 옛날 카뷰레터 시절, 퓨얼 컷 기능도 없고 공기 공급조차 엔진이 자동으로 조절을 못 해서 초크 밸브 당기고 시동 직후 몇 분간 예열을 해야 하던 때에 비해... 요즘 자동차들은 전자 제어 방식이 도입된 이후 정말 많이 똑똑해졌다. 최적의 동력비(자동 변속기)뿐만 아니라 최적의 연비까지 저렇게 계산해서 운전자에게 안내해 주니 말이다.
그러니 강제 공회전 예열은 마치 옛날에 니켈-카드뮴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조건 완충-완방을 해야 하던 시절 같은 흘러간 얘기가 됐다.

7. 선루프

선루프는 자동차의 엔진이나 주행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냥 액세서리이다. 선루프가 달린 스포츠카는 간지 하나는 정말 제대로 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길거리의 승용차들을 보면 선루프가 있는 차보다 없는 차가 훨씬 더 많으며, 선루프를 장착한 것을 후회하는 운전자도 많다. 선루프는 흔히 '빛 좋은 개살구, 계륵, 가성비 최악의 액세서리'에 비유되곤 한다. 왜 그럴까..?

단순히 간지에 비해 치르는 대가와 단점도 만만찮은 물건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선, 평범한 일반인이 선루프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맑은 대낮에 운전을 할 일은.. 의외로 몹시 드물다! 더구나 맑은 대낮이라 해도 한겨울에 선루프를 개방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에 반해 선루프는 차값을 더 올리며, 수리비, 보험료 같은 유지비 제반도 덩달아 끌어올린다.
안전성 면에서도.. 전복처럼 지붕이 대미지를 입는 교통사고에 더 취약해지는 것 정도는 누구나 예상 가능할 것이다.

또한, 선루프를 단다는 것은 결국 차의 지붕에 어떤 형태로든 무겁고 복잡한 설비가 추가됨을 의미한다.
지붕이 재질은 약해지는 주제에 10~30kg에 달하는 중량이 차에 상시 추가된다. 연비에 마이너스.. 그것도 하부가 아닌 상부가 더 무거워지니, 차량의 주행 안정성에 악재면 악재이지 호재는 절대 아니다.
차의 외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선루프 부품이 위에 들어가려면.. 객실 내부의 천장이 수 cm 남짓 더 낮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핸디캡은 차량의 기술과 성능 발달만으로 극복 가능한 게 아니다.
더구나 운전 편의(자동 변속기)나 탑승자의 안전(ABS, 에어백)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물건도 아니니..
선루프는 고급 차량이라고 해서 반드시 같이 달려 나오지 않는다. 오늘날까지도 고객이 별도로 주문했을 때에만 달아 주는 option 선택사양으로만 머무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01 08:35 2019/01/01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71

1. 송파대로 일대의 시설

송파대로의 잠실 이남 구간이 한때 얼마나 황량했는지는 이 부근에 무엇이 있거나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짐작 가능하다.
1980년대에는 논밭과 비닐하우스 부지를 인수하여 가락시장이 들어섰다. 이 부근에는 나름 보안 시설인 전파 관리소도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문정· 장지 일대는 지금 강서구의 마곡 지구와 더불어 서울 최후의 미개발 농경지로 여겨지고 있었다. 198, 90년대까지는 거기에 자동차 학원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전파 관리소 부지는 지하철역 출구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금싸라기 땅이 되어 버렸고 2010년대부터는 그 역이 아예 환승역까지 됐다. (가락시장) 극소수의 전문 인력만이 근무하는 보안 시설답지 않게 시가지와 너무 가까워지고 접근성도 너무 좋아져 버린 것이다. 전파 관리소는 넓은 역세권 부지를 다 활용하지 못하고 상당수를 잔디밭과 테니스장으로 놀려 두고 있다.

철도 쪽을 살펴보면 서울 지하철 4호선의 북쪽 연장과 함께 창동 차량 기지가 이전할 예정이고, 구로 차량 기지도 어디 멀리 못 옮겨서 안달이다. 과거에 용산 역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던 철도 공작창 부지는 앞으로 어떻게 개발되려나 모르겠다.
또한 군부대도 정보사, 특전사 등 서울에 있던 많은 부대들이 이전했으며 이제는 용산 미군 기지조차도 평택으로 이전이 임박해 있다.
이런 시설들의 이전 시기와 맞물려서 전파 관리소도 어디 성남의 산기슭이나 멀리 지방으로 이전하게 될 것 같다.

한편, 가락시장과 그리 멀지 않은 오금 역 인근에 있던 성동 구치소는 문정 법조 단지가 조성된 뒤엔 서울 동부 지방 법원 옆의 동부 구치소로 확장 이전했다. 요즘은 구치소나 교도소를 주변 건물들과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여느 고층 아파트나 상업 건물과 다를 바 없는 스타일로 만드는 게 유행인 듯하다.

2. 자동차 전용 도로의 고저 위상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한강 공원들은 접근하기가 왠지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굴다리를 통과해야 하고 뭔가 기존 도로들과 입체 교차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의도 한강 공원만은 자그마한 도로의 옆으로 쏙 내려가기만 하면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심리적인 진입 장벽이 아주 낮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다른 한강 공원들은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거대한 시내 고속화도로의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그 도로를 횡단해야만 공원으로 갈 수 있다.
그 반면, 여의도는 사정이 다르다. 공원은 여의도에서 한강과 맞닿은 북쪽에 있지만, 올림픽대로는 여의도의 남쪽으로 지난다. 곁에 자동차 전용 도로가 아닌 평범한 시내 도로만 있으니 여의도 한강 공원은 자전거 라이더나 보행자가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가깝고 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자동차 전용 도로들 중에서 내부순환로는 그 구조상 거의 다 고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입 램프는 위로 올라가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그에 반해 동부 간선 도로는 중랑천의 둔치에 만들어져 있으니, 장마철 때 종종 침수까지 될 정도로 고도가 낮다. 진입 램프는 당연히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이며, 빠져나갈 때는 위로 올라가게 된다.

강변북로는 한강 공원보다는 전반적으로 고도가 훨씬 더 높지만 그래도 한강의 다리들과 교차할 때는 대체로 아래로 지난다. 다만, 잠실대교에서는 동쪽 구리 방면 도로가 다리의 위쪽을 지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더 높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다리 아래로 공간을 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강변북로의 전신은 그냥 본토의 평지이기 때문에, 본토와 접해 있는 서쪽 일산 방면은 의외로 진입 램프 없이 평면으로 곧장 진입하는 곳도 많다. 이것이 동부 간선이나 내부순환로와의 차이이다. 물론 한강과 더 가까운 동쪽 방면으로 진입하려면 아래로 굴다리를 지난 뒤, 한강 공원 쪽의 도로를 거쳐서 진입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3. 주류 기술과 대체 기술

우리나라 고속도로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하이패스라는 무정차 자동 요금 정산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가끔은 하이패스가 안 달린 차가 실수로 하이패스 출입구로 들어가 버릴 때가 있고, 하이패스 장착 차량이라도 인식이 제대로 안 될 수가 있다.

본인도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서 무인 톨게이트에서는 하이패스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통과 차량의 번호판을 판독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돼 있으니까 도로 공사에서는 미납 통행료 청구서를 추후에 차주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패스가 인식되지 않았더라도 세상이 끝장난 게 아니니 당황하지 말고 제발 급제동 급조향 하지 말고, 안전을 위해 일단은 지나가라고 운전자를 안심시킬 수도 있다.

사실, 하이패스 없이 차량을 무인으로 자동 인식하는 기술 자체야 전국의 수많은 번호판 인식 주차장들과 과속· 신호 단속 무인 카메라를 생각해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속도로 시설에서 그런 인프라를 갖추면 될 일이지, 운전자들에게 비싼 돈 들여 하이패스 단말기를 번거롭게 장착하라고 홍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덥지가 못한지, 아니면 이미 계약을 맺은 단말기 제조사들과 담합을 한 게 있기라도 한지,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여전히 하이패스가 주류이고 그런 간편한 대체 수단은 전체 트래픽의 1% 이내의 보조 비상용으로만 활용하는 듯하다.

한편으로, 대통령 선거에서도 저렇게 비슷하게 '주류 기술'과 '대체 기술'의 관계에 있는 시스템이 보인다.
옛날에는 대선 당일에 자기 주민등록지에서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부재자 투표라는 게 따로 있었다. 이건 미리 부재자 등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기술이 좋아졌는지.. '사전 투표'라고 해서 당일 투표를 할 수 없으면 사전 등록 없이 아무나, 그것도 전국 아무 투표장에나 가서 미리 투표를 해도 된다.
이게 가능해졌을 정도면 아예 선거 당일과 사전 투표일의 구분을 없애도 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전국민이 사전 투표일에 아무 데서나 투표를 해 버리면, 투표 용지도 on-demand로 뽑아야 하고 행정적으로 발생하는 무질서도를 감당하기가 아마 어려울 것이다. 모든 차량들이 하이패스 단말기 없이 하이패스 톨게이트를 통과해 버릴 때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는 전국의 고속도로들에 톨게이트가 없어지고 하이패스 단말기도 없어지고, 고속도로 통행료는 월말에 고지서 형태로, 아니면 차주의 카드 요금이 매월 결제될 때 일괄 청구되는 게 순리에 맞지 싶다. 일일이 하이패스 카드에 충전을 하거나 아니면 선수금을 쳐묵쳐묵 하는 자동 충전 카드는.. 많이 삽질스럽다.
그리고 전자 투표인지 뭔지가 도입될지 모르겠지만, 투표도 시간· 공간 제약이 갈수록 더 없어지는 쪽으로 가기는 할 것이다.

4. 아직도 4차로인 경부 고속도로 구간

난 경부 고속도로에 2010년대까지 남아 있던 최후의 오리지널 4차로 구간은 울산-경주-영천뿐인 줄로 알았다. 거기도 수 년 전부터 6차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게 끝나면 경부 고속도로는 전구간이 최하 6차로 이상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더라. 아직도 4차로이고 심지어 확장 공사조차 시작하지 않은 구간은 영동-옥천 사이에 더 있다. 거기가 경부 고속도로 최후의 4차로 구간이다. 마치 철도에서 경부고속선 때문에 경부선 기존선의 전구간 전철화가 오히려 늦어졌듯, 경부 말고도 다른 대체 고속도로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경부 자체의 전구간 확장이 작업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만, 영동-옥천 일대는 2000년대 초에 대대적으로 선형 개량을 한 적이 있으며, 이때 커브를 워낙 많이 편 덕분에 무슨 지방도도 아닌 고속도로가 길이가 약간 짧아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새 길은 비록 지금은 4차로를 유지하지만 미래의 확장 공사를 염두에 두고 노반도 미리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 저기는 1970년 개통 당시의 오리지널 선형이 "아닌" 4차로이다.
그에 반해, 영천-경주-울산은 확장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진짜로 1970년 개통 당시의 선형을 그대로 간직한.. 정말 시간이 정지한 4차로였다.

경부 고속도로는 대구나 대전 같은 대도시 주변은 얄짤없이 8차로이고, 수도권에서는 아예 10차로에 육박하는 거대한 도로이다. 주변의 중부내륙이나 타 횡축 고속도로 같은 4차로 도로를 달리다가 경부로 진입하면 경부의 그 어마어마한 도로 폭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 경부조차도 6차로도 아닌 4차로 구간이 있다니, 거기는 경부 고속도로라는 게 실감이 안 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18/12/27 08:38 2018/12/27 08:38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69

세상은 넓고 고수 괴수 덕후는 많다. 그 중엔 이 종원 씨라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최고의 버스 전문가가 있다. 본인보다 띠동갑 이상으로 어린.. 아직 나이 30도 안 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여러 번 매스컴도 타고 명성이 자자하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덕이라 하면 흔히 버스 노선이나 여행에 관심이 많아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들만 갈아타면서 24시간 안에 가기 인증" 같은 걸 즐기는 집단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인도 처음엔 그런 걸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별개의 다른 덕질 분야이며, 저 사람은 순수하게 차량 분야 전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기계· 전자를 전공한 공돌이 내지 자동차 정비 명장인 것도 아니다. 그의 주 관심사는 그냥 버스의 역사와 차량 계보 그 자체이다. '버스 백과사전'을 출간하고 '한국 버스 박물관'을 설립하고 싶어한댄다. 컴퓨터 박물관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 박물관이 필요하듯, 자동차 박물관만으로는 여전히 너무 범위가 넓으니 버스만의 고유한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버스들이 내구연한이 경과했다고 칼같이 퇴역하고 얄짤없이 폐차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런데 일반 소형 승용차와는 달리 버스는 자가용이 아니라 거의 다 영업용으로 쓰인다. 그러니 특정 개인이 애착을 가질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게다가 버스는 승용차보다 훨씬 더 크고 비싸고 보존하기도 어려운데, 어째 그런 버스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버스에서 Looking for you 같은 음악을 들었을 리는 없을 텐데..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최근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그는 어릴적부터 비범했다.

  • 4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다니며 버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 한글도 제대로 떼기 전에 버스 노선을 외우고 차종을 구분짓기 시작했다.
  • 즐겨 그리는 그림은 버스였고 모형도 버스만 만들었다.
  • 초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버스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버스를 깊게 파고 들었다.

초딩 1~2학년 무렵엔 나도 좀 차덕이긴 했다. (☞ 관련 링크) 남자 꼬마애들이 그 나이 때 공룡이나 로봇을 좋아하듯이 큼직한 버스를 좋아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저 코흘리개 나이 때부터 버스 동호회를 가입하고 저렇게까지 몰두하다니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 보인다.;;

그는 2015년에는 TV에 출연해서 특색 있는 전동차 구동음도 아니고 그냥 털털거리는 내연기관일 뿐인 디젤 엔진 소리만 듣고서 해당되는 버스 차종을 모두 알아맞혔다. 심지어는 자기가 버스 엔진 소리 성대 모사까지 해서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우와 +_+
하긴, 똑같은 디젤 엔진이어도 옛날이랑, EGR에 CRDi에 SCR 등 온갖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갖춰진 요즘 차는 엔진 소리가 서로 뭐가 달라도 다른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러시아, 미얀마, 라오스 같은 외국도 다녀왔다. 다른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퇴역 후 외국으로 수출된 옛날 버스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희귀 아이템은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함께 돈을 모아서 구매해서 역수입을 해 오기도 했다!

tvN에서 내 블로그를 보고 보고 연락했다. 1994년 배경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다. 94년식 버스는 멸종해서 비슷한 느낌의 버스를 수소문했다. 알고보니 그 드라마가 ‘응답하라 1994’였다. 이후 요청이 종종 들어왔다. 영화 ‘더킹’, ‘마약왕’, 드라마 ‘라이프온마스’에 나온 버스도 섭외했다.
몇 년도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만 알면 떠오른다. 직접 정리한 자료도 있다.


그러니 이분은 최고의 버스 고증 전문가가 되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대해서도 저 인터뷰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마 할 말이 왕창 많을 것 같다.
<말죽거리...>의 경우, 중문이 달려 있는 1970년대 버스를 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후대의 앞문· 뒷문 중고 버스를 구한 뒤, 앞문은 틀어막고 뒷문을 뜯어고쳐서 중문처럼 보이게 했다고 한다.

옛날 버스에 대해서 본인이 아는 것은 엔진이 전방에 달린 대형 버스, 그리고 뒷문도 앞문 같은 폴딩 도어이던 시내버스 정도이다. 1990년대 초, 초등학교 전반부 정도까지는 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철도님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비행기에 대해서도 부전공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주워 들은 것도 있다. 한반도 역사상 시내버스가 최초로 운행된 곳은 서울· 부산이 아니라 대구라는 것 등..

현대에서 에어로시티 계열 버스를 내놓기 전에 생산했던 RB는 모든 게 동글동글 유선형이었다. 각이라고는 없었다. 그 시절에 바다 건너 일본 버스들이 디자인 트렌드가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버스를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길거리에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반면, 대우의 BS계열 버스들은 헤드라이트 모양이 정사각형 셀이었다. 이거 정도는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헤드라이트도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고 멸종했다. 길거리에서 현역으로 멀쩡히 많이 잘 뛰던 물건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첨부는 생략하지만 아시아 자동차 버스들도 있었는데, 얘들 외형은 대우보다는 현대차에 더 가까웠다.
훗날 아시아는 기아에 흡수됐고, 기아는 현대로 흡수됐으니 지금은 결국 다들 한 지붕 아래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됐다.

그랬는데.. 이 종원 씨는 저런 것들조차도 당대에 직접 탔을 리도 전무할 텐데.. ㅠ.ㅠ
심지어 그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남짓 전엔 현대 자동차 남양 연구소로 초청을 받아 가서 현대차 "직원"들에게 선배들이 수십 년 전에 만들었던 버스들의 계보에 대해서 강연도 했다고 한다..;;

이분이 운영하시는 블로그의 최근 글을 봤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현대 FB485와 새한-대우 BF101 실차를 미얀마에서 구입해서 역수입해 왔다.;;
난 그 시절엔 경쟁사의 새한-대우 BF101만이 짱인 줄 알았는데, 글을 보니 경쟁사인 현대의 제품도 디자인과 편의 시설에서는 메리트가 컸었다. 그리고 사실 두 차량은 엔진은 동일했다.

지금은 현대 버스들이 바퀴 펜더가 동그란 반원이고 대우 버스가 좀 각진 편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 반대.. 현대에서 펜더를 각진 사다리꼴 모양으로 만들고, 새한-대우 버스가 둥글었던 모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글을 계속 보니, 옛날에는 에어 브레이크가 초대형 트럭이나 고속버스에는 적용되었지만 시내버스는 그렇게 무겁거나 고속 주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열외되어 있었던 듯하다. 현대 FB485에서 도입한 게 최초라고 한다.

또한, 벽면에 리벳이 박혀 있지 않은 깔끔한 형태로 버스 차체를 만드는 것도 그 당시로서는 고급 기술이었나 보다. 의류로 치면 말 그대로 솔기 없는(seamless) 매끄러운 옷에 해당한다.
글을 보면 볼수록 흥미롭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사연이 있어서 따로 보존된 특수한 버스는 두 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박 정희 대통령 장례용으로 급히 개조· 제작되었던 영구차이다.
18년에 가까운 독재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이 그렇게 허무하게 비명에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최 규하 권한대행이 급히 영구차 제작 입찰을 했는데, 여기서는 현대 대신 새한-대우가 선정되어서 BF101을 급조한 영구차가 만들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이 차가 저 때의 저 차였다는 얘기다. 물론 꽃으로 온통 뒤덮혔으니 사전 정보 없이 외형만 봐서는 저게 BF101의 파생형이라는 걸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도 고인의 관을 볼 수 있도록 측면 창문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이 영구차는 지금도 서울 현충원 안에 보존되어 있으며, 본인 역시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에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비롯해 각종 스포츠 연맹 총재 같은 높으신 귀빈들을 태웠던 전용 버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종은 아시아 자동차의 '콤비'이며.. 25인승 마이크로버스 차급이지만 내부가 6인승용 응접실 형태로 개조되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 민수용 개조 부활(?) 같은 거 없이 영구 보존되긴 했지만 그 뒤로 그리 좋지 못한 관리 상태로 방치되어서 버덕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본인도 버스 하면 이 정도는 글 읽으면서 떠올리고 있었는데.. 저분 역시 곧장 언급을 하니 반가웠다. 실미도 사건 때 북파공작원들이 뺏어서 몰았던 그 버스까지는 나도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저런 분이야말로 나중엔 아예 버스에서 살림을 꾸리고 살지 않을까 싶다!!

류 준열과 혜리가 만원버스에 탄 장면을 보면 에어컨이 달려 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냉방 시설이 있는 버스는 없었다.


하긴, 버스와 열차에서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에어컨 설비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옛날에는 버스의 엔진 출력 자체가 그 넓은 공간에 냉방을 빵빵하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 종원 씨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버스에 대한 그의 열정은 철덕을 자처하는 본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본인은 남자라면 무조건 대형 면허 따서 왕창 크거나 왕창 빠른 차를 몰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런 버스 전문가를 부러워하고 존경한다. 나도 한 분야에 저 정도의 외길 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런 괴수에 비해 나의 철덕질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인 거 같다.. ㅜㅜ 나는 아직 철도를 저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후회되고 자괴감이 든다. 더 분발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1 08:27 2018/11/11 08:27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53

트럭의 크기별 분류

우리나라 기준으로 버스는 12인승 승합차부터 시작해서 25인승 중형 버스, 35인승 중대형 버스, 그리고 45인승 버스급으로 크기가 얼추 나뉘며, 본인은 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에 비해 트럭은 덩치의 종류가 더 세분화돼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버스 다음으로 트럭 얘기를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옛날에는 짐을 많이 나르기 위해 오토바이에다가 사이드카나 손수레를 연결하기도 했다. 하긴, 경운기에다가도 짐받이를 연결하면 화물을 잔뜩 실을 수 있는데 이건 크기만 작을 뿐이지 구조적으로는 트레일러 형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다가 1970년대에는 지붕 달린 삼륜차가 등장하여 1톤보다 더 가벼운 4~500kg급의 소화물을 담당했다. 1980년대부터는 포니 픽업이 등장했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이게 경차 다마스와 라보의 전담 영역이 됐다. 이에 대해서 사진이 곁들어진 더 자세한 설명은 역시 옛날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경상용차들은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만들고 팔아 봐야 이윤 남는 게 별로 없는 애물단지이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안전 조건과 환경 오염 규제 조건을 제대로 충족하는지도 미심쩍다. 그래도 경차 혜택을 받는 서민 생계 밑천이라는 점으로 인해, 일반적인 시장 경제 이념에는 좀 역행하는 차량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생존하고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제미니 맥스라는 차량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앞부분은 승용차처럼 생겼지만 디젤 엔진 기반에 전반적인 덩치가 포니 픽업보다 더 크고, 뒤에 짐받이는 트럭에 더깝게 생긴 7~800kg짜리 픽업 트럭도 있었다.
그리고 '엑셀 밴'처럼 승용차 기반으로 천장은 있지만 좌석은 없는 화물 수송 최적화 차량도 있었는데, 오늘날은 이런 건 그냥 SUV의 영역으로 넘어간 듯하다.

1톤 트럭부터는 이제 앞에 엔진룸이 돌출되지 않고 승용차와는 다른 차량이라는 느낌이 확연히 난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크기가 차이가 나고 뒷바퀴가 복륜 형태이다. 현대 자동차에서는 이 체급의 트럭에 '포터'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있으며, 기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봉고'이다. 봉고를 승합차로 기억하는 사람은 옛날 아재이고, 트럭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신세대라고 한다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1톤 트럭은 화물 운송 자체뿐만 아니라 배추 장사 과일 장사, 포장마차 푸드 트럭 형태로도 많이 보기 때문에 경차만큼이나 서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차급에는 보통 2500cc급 디젤 엔진이 얹히는데.. 어지간한 중형차보다도 더 큰 배기량으로 최대 출력은 150마력이 채 되지 않고 120~130대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무척 의아했다.
디젤 기반의 승용차 및 SUV와 달리 터보차저가 달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토크가 큰 대신에 빠르게 달리지 못한다.

이 체급에는 바리에이션이 몇 가지 있다. (a) 먼저 1.25나 1.4톤 같은 약간 더 큰 놈이 있으나, 이것들은 오리지날 1톤만치 흔하지는 않다. 그냥 1톤에다가 그만치 과적을 하고 말지..

다음으로 (b) 뒷바퀴가 복륜이 아니라 앞바퀴와 동일한 크기의 단륜이고 사륜구동이 되는 '세레스' 같은 트럭이 있었으며, (c) 운전석 아래 대신 앞에 엔진룸이 달린 '리베로'라는 변종도 있었다. 전자 같은 부류는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듯하며, 후자도 일찌감치 단종돼서 이제는 견인차 형태로만 쓰인다.

그런데 1톤 트럭은 여느 트럭과 마찬가지로 엔진이 운전석의 아래에 있는데, 그렇다고 더 큰 트럭들처럼 탑승 공간(cabin)을 앞으로 굴려서 엔진룸을 끄집어낼 수 있지도 않다(틸팅 캡). 그 대신, 엔진을 정비하려면 운전석· 조수석 시트를 들어내야 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리베로처럼 엔진룸이 앞에 나와 있는 소형 트럭이 정비성 면에서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트럭이지만 짐받이가 좀 짧고 그 대신 뒷좌석이 달려 있어서 일가족이 다 탈 수 있는 일명 더블캡 차량도 내가 알기로 1톤급 트럭에만 존재한다. 얘는 동일하게 5인 탑승에 짐받이가 딸린 미국식 픽업 트럭과 정체성이 좀 겹치는 면모가 있어 보인다.

뭐, 이런 건 시골에서밖에 쓸 일이 없으며, 이것보다 더 큰 트럭들은 아무래도 운전사가 생계를 위해 혼자만 몰고 다니는 게 태반일 테니 더블캡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쭉한 더블캡을 틸팅 캡 형태로 만드는 것도 꽤 난감한 일일 것이다.

1톤 다음의 체급은 2.5톤이다. 현대 트럭은 '마이티'이고, 기아는 요즘도 그러나 모르겠는데 '타이탄'이라는 이름을 썼지 싶다. 엔진 소리가 승용차나 1톤 트럭보다는 톤이 낮아져서 남성다운(?) 느낌이 난다. 이제 좀 뒷바퀴와 앞바퀴의 크기가 서로 대등해지고, 틸팅 캡이 장착되기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차가 더 커지면 4.5톤이 나온다. 글쎄, 중간급인 3.5톤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고유한 특징 없이 2.5톤의 바리에이션에 속하는 것 같다. 참고로 버스 중에서는 25인승 소형 버스가 2.5내지 3.5톤 트럭과 비슷하다.

옛날에 기아 자동차에서 생산했던 복서(Boxer)가 4.5톤 트럭의 대명사였다. 앞바퀴 휠에 저렇게 동그렇게 돌출된 부분이 있는 게 특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 정도 체급부터 유압 대신 에어 브레이크가 쓰이며, 속도 제한 장치(90km/h?)도 설치가 의무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전용 나들목들은 바로 4.5톤 미만 트럭까지만 진입을 허용한다. (4.5톤부터는 불가..) 왜 이렇게 차별하는가 하면 중형급 이상 트럭들에 대해서는 축중량 측정과 과적 단속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반드시 한번 섰다가 가야 한다.

5톤 트럭도 있는데 역시 4.5톤과 도찐개찐인 것 같다. 이 정도면 전면부가 버스처럼 직각에 가까워지는 데다, 차체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버스를 운전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트럭은 비슷한 덩치의 후방 엔진 버스보다 운전석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정도 트럭은 운전석의 뒤에 간이 침대가 있어서 밤에 차 세우고 거기서 잘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자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옛날에는 대형 버스에 준하는 덩치인 8톤 트럭도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거의 전멸했다. 8톤을 굴리느니 5톤 트럭에다가 가변축(=바퀴)을 하나 더 달아서 그걸로 퉁치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트럭은 옛날 트럭보다 엔진 성능도 더 좋으니.. 요게 앞바퀴와 뒷바퀴만 있는(= 축 2개) 트럭 중에서는 제일 크다.

그렇게 축을 늘려서 짐을 수 톤 더 실으면, 비록 차량의 스펙상으로는 과적이지만 법적으로는 축당 하중을 분산시켜서 과적 단속을 피할 수 있다.
물론 걸리지만 않을 뿐이지 차량은 설계 하중보다 훨씬 더 무거운 상태로 혹사당하느라 처음 출발할 때 배기가스가 더 많이 나오고, 차체의 금속 피로도가 증가하며 제동 거리도 더 길어지게 된다. 도로의 파손을 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차량의 수명 단축은 피할 수 없다.

8톤보다 더 큰 9.5톤이나 11.5톤 트럭은 드디어 뒷바퀴에 축이 하나 더 추가된다. 11.5톤은 우리나라의 1종 보통 면허로 몰 수 있는 가장 큰 자동차이기도 하다. 승합차는 겨우 15인승까지만 몰 수 있는 반면, 사람이 많이 타지 않는 트럭은 저 정도로 거대한 것까지도 몰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차의 덩치가 동일한 경우, 트럭 운전은 버스 운전보다 격이 낮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을 때의 여파와 책임이 사람의 경우가 화물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며, 통행 우선순위도 버스(여객)가 트럭(화물)보다 훨씬 더 높으니 말이다. 트럭에 전용 차선 같은 게 있지는 않다.

물론 화물도 아무 화물이 아니라 위험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조차는 그냥 3톤(적재 중량) 이상부터 대형 면허가 필요해지며, 위험물 수송을 위한 추가적인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적재중량 10톤을 넘어가는 너무 큰 트럭이나 위험물을 실은 트럭은 이제 내부순환로 같은 도시 고속화도로를 다니지도 못한다. 아니면 다니더라도 새벽 심야에만 몰래 다닐 수 있다. 이게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여도 도시 고속화도로와 아예 고속도로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고속도로는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대로 축당 하중 10톤 이내, 총 40톤 이내의 차량까지는 모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럭 중에는 덤프 트럭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짐받이를 번쩍 들어올려서 내용물을 밖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물건인데, 덩치가 작은 것도 있지만 공사장에서 돌과 흙을 잔뜩 싣는 용도로 쓰는 물건은 보통 15톤급이다. 10톤 이하인가 작은 건 차량 또는 건설 기계 중 원하는 형태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 큰 것은 건설 기계로만 등록 가능하다고 한다.

덤프 트럭은 포장하지 않고 쏟아붓는 짐을 싣는 걸 염두에 뒀기 때문에 여느 트럭과는 달리 짐받이가 굉장히 높으며, 딱히 화물을 결박하는 줄을 걸어 두는 부위가 없다. 그리고 여느 화물보다 밀도가 높은 걸 염두에 둬서 그런지 덩치 대비 길이는 일반 트럭보다 꽤 짧다. 버스가 저런 커다란 타이어에다 3개 이상의 축을 가졌다면 얼마나 길거나(굴절) 큰(2층..) 물건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명백해진다. 덤프 트럭뿐만 아니라 레미콘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보다 더 큰.. 트럭으로는 앞바퀴 바로 뒤에 축 하나, 뒷바퀴 쪽에 고정축 둘+가변축 하나.. 짐받이에만 축이 무려 4개나 있는 25톤 트럭이 있으며, 이게 트럭으로서는 마지막이다. 이것보다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실으려면 단순 트럭을 넘어 트레일러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 즉, 엔진+운전석과 짐칸이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각도로 꺾이는 게 가능한 차량이다. 버스로 치면 굴절 아코디언 버스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레일러를 몰려면 대형을 넘어 특수 면허가 필요하다.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차는 후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쎄, 갓 생산된 승용차를 여러 대 탁송한다거나, 엄청 크고 무거운 강철 코일을 몇 개씩 한꺼번에 수송한다거나, 큰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건.. 대형 트럭의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은 본인으로서는 트레일러가 먼저 떠오른다.
(업계 용어로는 '츄레라'라고 하는 것 같은데, 트레이닝복을 츄리닝이라고 부르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맥락의 구개음화의 결과이다.)

트레일러에서 엔진과 운전석이 있는 앞부분을 '트랙터'라고 부른다. 철도 차량으로 치면 그냥 기관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트랙터가 짐받이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자기 중량 대비 엔진의 힘이 그야말로 넘쳐날 텐데, 이 상태로는 제로백이 얼마나 나오고 차가 얼마나 잘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이 정도로 큰 차량은 기사의 거주성도 어지간한 고급 승용차 이상으로 아주 뛰어나다. 특히 북미 대륙에서 보급을 책임지는 트레일러들은 운전석의 뒤나 위(!)에 그야말로 운전사의 개인 안방이 마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레일러 하나로도 부족해지면 호주에서나 볼 수 있는 road train이 등장하며, 이게 그야말로 육상 교통수단에서 트럭의 최종 테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mile train이 있다면 저기에는 road train이 있다. 나도 이런 크고 아름다운 트럭을 몰아 보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8/07/15 08:31 2018/07/15 08:31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11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길이 한데 만나는 지점을 우리는 교차로라고 부른다. 이런 곳에서 차들이 부딪치지 않고 아무 곳으로나 통과하려면 신호등을 설치해서 한 번에 한 방향으로 가는 차들에게만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
혹은, 신호등을 설치하는 대신 교차로를 입체화해 버리면 신호 대기 없이 차들이 제각기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입체 교차로는 건설 비용이 많이 들며 진출입로(ramp)가 주변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자동차 전용 도로의 진출입로 내지 분기점 정도에서만 사용되는 편이다.

그런데 신호등을 설치하지 않고, 굳이 애써 고저 차이를 만들지 않고도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온 차들을 제법 유도리도 있고 안전하게 통과시키는 방법이 있다. 바로, 교차로를 십자형이 아니라 원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뭔가 x-y 직교좌표 대신, 각도와 길이 위주의 극좌표가 떠오른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간단히 90도 우회전을 하든, 직진을 하든, 좌회전을 하든, 이 교차로에 진입하는 모든 차들은 방향을 불문하고 일단 저 둥근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모두 동일 방향이라는 게 포인트이다. 우측통행 체계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좌측통행 체계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돌게 된다. 그렇게 궤도를 돌다가 자기가 가야 하는 진출로가 나타나면 그리로 나가면 된다.

여기서는 비록 내가 원하는 방향을 최단 경로 지름길로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진행 방향이 완전히 다른 차량끼리 정면· 측면 충돌 사고가 날 일은 없다. 차들이 무조건 속도를 낮춰야 하는 게 보장되며, 사고가 나 봤자 원 안으로 끼어들다가 접촉사고가 나는 것 정도로 국한된다. 리스크가 적은 우회전만으로 원하는 모든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며, 신호등이 필요하지 않고 차량이 드물 때 뻘짓 삽질스러운 신호 대기가 없다는 것도 아주 좋은 점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원형 교차로는 나름 굉장히 참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하지만 얘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동그란 원을 만들고 중심부는 교통섬으로 비워 둬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직교 신호등 교차로보다야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원의 반경이 너무 작으면 초보 운전자가 교차로를 만만하게 보고 역주행을 할 우려가 있으며, 버스· 트레일러 같은 대형차들은 통과에 애로사항이 꽃필 수도 있다.

그리고 감속과 우회를 강요하고 신호등 없이 자발적인 양보에 의존해서 돌아간다는 특성상, 이런 교차로는 차량 통행량이 너무 많아지면 서로 우물쭈물 하다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어진다. 차라리 신호등이 있어서 각 방향별로 일정 주기로 통행 허용 시간이 강제로 보장되는 일반 평면 교차로만도 못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원형 교차로는 직교 신호등 교차로를 완전히 흡수하고 대체할 수는 없다. 단지, 황색 점멸 신호 상태인 교차로보다야 더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통행량이 적고 한산한데 오거리 육거리 형태로 길이 많이 분기돼 있는 곳일수록 원형 교차로의 가성비가 더 올라간다.
그런데 현대에는 도시를 이런 모양으로 건설하지 않으니 원형 교차로는 교차로의 주류에서 밀려나 있다. 유럽처럼 역사가 긴 도시, 아니면 신호등이 무의미할 정도로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에서나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회전 교차로는 회전문과도 구조적으로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회전 로터리가 독특한 장점이 있는 것처럼 회전문은 외부와 내부를 그럭저럭 단절시킨 상태에서 사람을 출입시킬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회전문 역시 단위 시간 동안 처리 가능한 교통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 출입문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건축법상으로는 출입구에 오로지 회전문만 있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옆에 비상용 일반 출입문도 반드시 갖춰 놔야 한다.)

다시 교차로 얘기로 돌아오면...
길이 동그란 모양이라고 해서 다 같은 원형 교차로가 아니다. 그 원의 크기(지름), 궤도 내부의 차로 수, 그리고 원과 접하는 도로의 진출입 형태에 따라 운영 방식이 차이가 있다.
우리가 평소에 원형 교차로를 자주 볼 일이 없어서 선뜻 떠올리지 못할 뿐이지, 얘는 아주 아담한 것부터 왕창 크고 아름다운 것까지 규모의 편차가 꽤 크다. 궤도의 차로 수가 2 이상인 것만으로도 일단 작다는 소리는 안 듣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 궤도를 드나드는 도로도 형태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곧이곧대로 원과 수직으로 ―○― 이런 식으로 접하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수직형), 원의 접선 수준으로 더 완만하게 접하는 것도 있다(평행형).

원형 교차로를 나타내는 용어로는 traffic circle, roundabout, rotray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한국어로도 회전 교차로와 로터리의 구분이 있다. 현실에서는 본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별 구분 없이 섞어서 사용하며 그냥 로터리의 순화 용어가 회전 교차로인 줄 안다. 일반 어학 사전 수준에서도 이런 용어들은 그냥 interchangeable한 유의어라고 나온다. 하지만 교통 공학을 공부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들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회전 교차로(roundabout)는 원으로 진입하는 지점에 정지선이 있으며, 이미 원을 돌고 있는 차량이 여기로 들어오려는 차보다 통행 우선순위가 더 높다.
하지만 로터리(rotary)는 원 내부에 정지선이 있으며, 들어오려는 차에 우선권이 있다. 이런 곳에서 마냥 회전 차량에게만 우선권을 주면 새로운 차들이 원 내부로 도저히 진입을 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터리는 통상적인 회전 교차로보다 더 크고 차량 통행량이 많은 대규모 버전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뭔가 아담한 원형 교차로는 다 회전 교차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서울에 있는 영등포 로터리와 혜화동 로터리는 회전 교차로가 아니라 진짜로 로터리이다. 거기는 원 내부에 아예 신호등까지 있어서 반쯤은 일반적인 오거리 육거리 교차로처럼 바뀌었다.

물론 앞서 보았다시피 회전 교차로 중에서도 왕창 크고 아름다운 게 있다. 하지만 회전 교차로는 반드시 크지는 않아도 되는 반면, 원 안에 정지선(+ 경우에 따라서는 신호등까지)이 있는 로터리는 규모가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검색을 해 보니 외국에서는 roundabout과 rotary를 이렇게도 구분해 놓았는가 보다. 우리나라처럼 정지선의 위치와 우선순위 기준이 아니라, 궤도 합류 방식의 차이를 두고 둘을 구분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rotary는 90도 우회전만 하는 경우 궤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진출입로만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IC를 드나들듯이 궤도에 합류하거나 밖으로 나가면 된다. roundabout은 이와 달리, 진출입로와 궤도가 겹치는 지점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양보가 필요하다.
우리와 관점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여기서도 rotary는 최소한 roundabout 같은 일시정지(빨강)까지는 하지 않고도, 서행으로 조심만 하면(노랑) 궤도 합류가 가능하니 진입 차량에게 더 유리한 형태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형태건 원형 교차로는 덩치가 커지면.. 수용 가능한 차량은 많아지겠지만 그만큼 우회해야 하는 거리도 길어지고,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해지고, 어차피 신호등 같은 통제 수단도 필요해지니 고유한 장점이 감소하겠다. 그 원 안의 공간을 놀리기가 아까워서 다른 건물이나 광장 같은 게 들어설 수도 있는데, 그럼 원 안에 정지선 정도가 아니라 횡단보도까지 필요해지며 로터리의 교통 사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7/01 08:31 2018/07/01 08:31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06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을 종합해 보면, 크기, 무게, 폭, 속도를 감안했을 때 차와 보행자가 법적으로 다음과 같은 4등급으로 나뉘는 듯하다.

1. 보행자

말 그대로 뚜벅이부터 시작해서 유모차, 리어카, 휠체어, 체인과 브레이크가 없는 느린 세발자전거는 보행자에 속한다. 인도로 다닌다.
요구르트 아줌마가 타고 다니는 전동 리어카도 약간 크긴 하지만 전동 휠체어에 준하는 보행자로 볼 수 있겠다.

2. 차

고속 주행 가능한 무동력 자전거, 전동 킥보드, 페달 보조 기능만 하는 일정 출력 이하의 전동 자전거 정도가 해당된다.
이런 것들은 자동차는 아니지만 법적으로 '차'이다. 사람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슬슬 빨라지며 부딪치면 다칠 위험도 커지는 관계로.. 원래는 도로에서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하지만 얘들은 자동차보다는 여전히 훨씬 느리기 때문에 차도에만 다니기에는 좀 애로사항이 있다.

그 대신 이 등급에 속하는 교통수단들은 한강 공원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주행 가능하다.
평범한 스케이트보드나 킥보드는 잘 모르겠지만, 인라인 스케이트는 잘 타는 사람은 평지에서 정말 자전거에 준할 정도로 빨리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2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차도를 통행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
인력거는 속도를 생각하면 1에 속하겠지만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2에 속할 듯하다.

이륜차가 인도로 주행하거나 운전자가 탑승한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일단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인도나 횡단보도에 별도의 이륜차 주행선이 그어진 경우는 예외) 하지만 이와 반대로 차도를 다녀서는 안 되는 느린 보행자가 차도로 다니는 경우도 있다.

  • 눈이 많이 왔을 때: 길 상태가 차도가 인도보다 더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도는 눈이 쌓였거나 빙판이 됐지만 차도는 그렇지 않음)
  • 전동 휠체어: 안 그래도 바퀴도 작은데 평평한 차도가 인도보다 당장 다니기 더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 짐을 잔뜩 실은 리어카: 혼잡한 인도를 다니기에는 리어카가 차지하는 폭이 너무 커서 행인들에게 끼치는 민폐도 크기 때문이다. 주로 폐품 수집하는 노인분들이 이러시는 것 같다.

3. 준자동차

페달질을 하지 않아도 가속 가능한 전동· 엔진 자전거, 오토바이, 사륜 오토바이(일명 ATV), 소형 전기차, 고속 주행을 할 수 없는 중장비(굴삭기· 지게차), 농기계(경운기, 트랙터..)
여기서부터는 운전자는 면허가, 차량은 등록과 보험이 필요해진다. 인도 주행은 진짜로 절대 금지이며, 자전거 전용 도로에 진입할 수도 없다. 오토바이는 같은 이륜차인 자전거와 달리, 맨 구석 차선에서 차들의 틈새로 다니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옛날에 있었던 삼륜차는 엔진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3일 것이고,
말의 경우는 단독으로 말 타고 달리는 건 속도 때문에, 마차를 끄는 건 크기 때문에 역시 3에 속할 것이다.

4. 자동차

이제 최종 단계이다.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도 진입하여 고속 주행이 가능한 사륜 이상의 차량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렇게 분류를 해 보니 교통수단은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며 1과 2, 2와 3, 그리고 3과 4 사이에 어중간하게 낀 처지인 물건들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무동력으로 인간의 이동을 보조해 주는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같은 건 무기로 치면 냉병기이고, 항공기에다 비유하면 기구· 비행선이나 글라이더 정도 된다.

자전거는 (1) 둥근 fender에 매끄러운 바퀴가 달렸고 여성분들이 탈 만한 제일 평범한 모델이 있는가 하면 (2) 바퀴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산악용 자전거 비스무리하게 생긴 일명 '유사 MTB'도 있다. 그리고 (3) 바퀴가 아주 가늘고 핸들이 뭔가 산양의 뿔처럼 생긴 경주용 자전거도 있는데, 이것들은 용도와 역할이 제각기 다르다. 똑같이 성인용 자전거라 해서 다 같은 자전거가 아니라는 뜻이다.

유아· 어린이용 자전거는 세벌뿐만 아니라 이륜이지만 보조 바퀴 달렸고 여전히 느린 것도 있다.

21세기 이래로는 못 봤지만, 본인 어렸을 때만 해도 검고 커다란 일명 '쌀집 자전거'에다 초소형 가솔린 엔진을 얹어서 반쯤 스쿠터 내지 오토바이로 개조한 자전거가 가끔 보였다. 글쎄,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자그마한 엔진 출력으로 쇠로 된 무거운 자전거의 큰 바퀴를 굴리려면 변속기도 신경 써야 할 텐데 싶다. 옛날에는 영운기 트럭도 뚝딱 개조했는데 자전거를 저 정도 개조쯤이야 못 할 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오토바이 중에는 '스쿠터'라는 물건도 있다. 얘는 여느 오토바이와는 달리 바퀴가 작고 엔진 소리가 유난히 앵앵거리는 편이며, 이륜차이지만 아래에 운전자의 두 발을 한데 모을 공간이 있다는 외형상의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오토바이나 말의 뒷자리를 일컫는 영어 단어가 pillion이라고 따로 있는 게 흥미롭다. 전투기 후방석도 그렇게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담 1: 간단한 자동차의 역사

(1) 옛날에는 나름 2000~3000cc급의 준대형 승용차로 여겨진 그랜저조차 초기 모델은 타이어의 휠너트가 4개였다. 그러다가 1992년에 나온 뉴 그랜저부터 곧장 5개로 올라갔다.
그랜저보다 더 작은 차종인 쏘나타는 한동안 4개이다가 2004년의 NF 쏘나타부터 5개가 됐다.
그보다 더 작은 준중형급 아반떼는 2006년에 나온 HD 모델부터 5개가 됐다. 그래서 이제 현대차 중에는 액센트 같은 소형차만이 4개가 유지되고 있다.

자동차의 휠너트가 4개에서 5개로 는 동안.. 대형 버스도 나는 타이어의 휠너트가 당연히 8톤 트럭에 준하는 8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10개짜리도 있는 게 케바케인 것 같다.

(2) 옛날, 1980년대 초까지는 겨우 2000cc짜리 차도 6기통으로 만들기도 했다(그라나다). 비록 휘발유 엔진이 실린더 당 최대 배기량이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겨우 그 배기량에 그런 엔진 설계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기통수가 많아서 부드러운 것보다 저출력으로 인한 저연비와 환경 오염 문제가 더 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은 차를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게 됐다.

(3) 또 무슨 예가 더 있을까? 어지간한 승용차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하는 게 유행이 되면서, 옛날처럼 자동차 타이어 휠이 가장자리에만 구멍이 숭숭 난 은색 쟁반 같은 모양을 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최소한(보통 휠너트 개수만큼)의 굵직한 스포크(spoke)만 있으며, 안쪽의 반들반들한 디스크 원반이 드러나 보이는 형태가 됐다. 이런 것들이 다 알게 모르게 변한 점이다.

(4) 옛날 자동차들은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이 정말 곧이곧대로 주황색(amber; 호박색)이었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들은 켜져 있지 않은 동안은 깜빡이도 전조등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흰색인 것이 유행이다. 황색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또한 미국 자동차의 경우, 후방은 깜빡이도 브레이크등과 동일하게 빨간색이고 그 대신 방향 애니메이션 같은 걸로 방향 지시를 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5) 옛날 자동차는 바깥 백미러가 지금처럼 운전석 앞 A 필러 근처가 아니라, 아예 엔진룸 앞의 최전방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늦어도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런 디자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운전을 오래 한 어르신들 중에는 백미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시야 확보 측면에서 좋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리고 현대와 미쓰비시가 제휴해서 만들었던 그랜저/데보네어 같은 차종도 일본판은 백미러가 그렇게 배치되어 출시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미러가 어디에 있건, 운전석 자리에서 곧장 각도 조절을 할 수 없다면 참 불편할 것 같다. 특히 조수석 것까지 말이다. 우회전 내지 오른쪽으로 차로를 변경할 때 우측 바깥 백미러의 중요성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제일 불편한 건 무식하게 창문이나 문을 열고 유리를 손바닥으로 직접 만져야 하는 타입이고, 조금 발전하면 차 안에서 별도의 레버로 각도 조작이 가능하다.
제일 편리해진 건 운전석의 버튼만으로 조수석의 백미러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전동형이다. ABS야 경차에도 다 달려 나오는 필수가 됐지만, 전동 백미러는 단순 편의 기능이다 보니 여전히 쏘나타급 중형차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렌트를 해서 몰아 봤던 아반떼에도 그런 기능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담 2: 크고 아름다운 자동차

대형 버스는 여느 승용차와는 특성이 다른 게 생각보다 많다.

  • 자동문 기반인 문 여는 방법부터가 다르다. 승객은 운전사가 열어 놓은 문을 통과하기만 하면 되지만 차에 제일 먼저 타는 운전사는 그렇지 않다.
  • 조향륜인 앞바퀴가 운전석의 앞이 아니라 뒤쪽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차(수직, 평행)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 엔진 위치의 특성상 핸들이 뉘인 각도가 승용차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낮다. 그리고 같은 각도로 회전하려면 소형 승용차보다 핸들을 두 배쯤 더 많이 돌려야 한다.

변속

  • 이 바닥은 여전히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평지에서는 1단이 아니라 그냥 2단에서 출발한다.
  • 소수의 자동 변속기 모델도 P가 따로 없다. 변속기의 구동축 고정 기능만으로는 그 무거운 차 바퀴를 붙잡아 둘 수 없고 오히려 자기가 파손되기 쉽기 때문이다.
  • 대형 디젤 차량의 일상적인 엔진 회전수는 승용차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낮다.

제동

  • 브레이크액이 아니라 압축 공기로 제동력을 전한다. 일단 제동력 하나는 정말 강한 덕분에 대형차 용도로 적합하다. 매개체가 처음부터 기체이니, 브레이크액이 열받아서 기화하는 vapor lock 현상 걱정도 전무하다.
  • 주차 브레이크도 압축 공기를 사용해서 건다. 얘는 제동을 걸고 있는 동안 공기가 소모되지는 않지만, 제동을 걸었다가 풀 때는 공기가 빠져나가는 푹~ 취익 소리가 난다. 역시 압축 공기로 평소에 문이 열리지 않게 꽉 붙잡고 있는 버스나 지하철의 자동문을 생각하면 된다.
  • 또한, 이런 차들은 엔진 브레이크에 대한 개념도 승용차와는 좀 다르다. 디젤 엔진은 워낙 고토크+저회전이기 때문에 승용차처럼 무작정 저단으로만 바꾼다고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엔진 rpm도 바퀴를 따라 같이 높아져서 탈이 나기 쉽다. 이런 차들은 배기구를 틀어막는다거나 리타더/제이크 같은 다른 형태의 엔진 브레이크가 쓰인다.

예전에 브레이크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에어 브레이크는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마다 공기가 조금씩 소모되고 압력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엔진 힘으로 상시 압축기를 가동해서 무슨 에어컨 냉매도 아닌 공기를 압축해서 탱크에다 비축해 둬야 한다. 압축 공기의 비축량은 냉각수 온도나 배터리 전하량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 아주 긴 내리막이 계속돼서 엔진 rpm은 올라갈 일이 없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만 계속해서 생기면 차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물론, 브레이크액 기반인 승용차도 제동력의 '증대'를 위해 엔진 힘을 일부 사용하긴 한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무슨 자전거 브레이크 같은 단순한 물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들은 '공기압 배력'이 아니라 반대로 '진공 배력' 방식이며, 별도의 게이지나 공기 탱크 같은 물건까지 필요한 구조는 아니다.

버스의 특성은 대형 트럭과 동일한 것도 일부 있다. 그리고 1종 보통 면허로도 사람이 아니라 짐을 많이 싣는 트럭은 대형 버스만치 긴 무려 11.5톤까지 몰 수 있으며, 그 정도면 트럭은 차축이 하나 더 달려 있다. (국내에 버스가 차축이 2개보다 더 많은 건 2층, 굴절, 에버랜드 셔틀 같은 것밖에 없다.)

뭐, 트럭은 자동문이나 자동 변속기 같은 건 없을 것이고 운전대가 버스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대형 트럭의 운전석에 올라타는 건 반쯤 등산 수준이지 않던가.
대형 버스는 와이퍼가 좌우+수직 형태로 2개인 반면, 대형 트럭은 와이퍼가 승용차와 동일한 수평 형태이지만 2개가 아니라 3개가 달려 있다.
버스는 운전대가 더 낮고 앞유리가 세로로 더 넓기 때문에 와이퍼가 저렇게 비치된 것 같다.

만약에 내가 뭘 잘못해서(...) 운전 면허가 취소돼 버리고 다시 따야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난 그때는 꼭 대형으로 딸 것이다.
6000, 8000cc짜리 초호화 승용차나 스포츠카를 몰면서 시속 200으로 밟는 거.. 참 좋긴 한데,
8000, 10000cc짜리 엔진이 달린 대형 버스도 만만찮게 몰아 보고 싶다.
그리고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 몰다가 밤에 운전석 뒷좌석에서 자는 건 생각만 해도 꿀잼이어 보인다.

크고 아름다운 기계를 굴리는 건 남자의 로망이다.
그런데 이렇게 버스, 트럭, 비행기, 열차, 선박까지 교통수단들을 조금씩 다 몰아 보려면.. 특전사나 공작원 같은 군인이 되는 것밖에 방법이 없으려나..?

Posted by 사무엘

2018/06/01 08:31 2018/06/01 08:31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95

« Previous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 14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41559
Today:
1186
Yesterday: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