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퀴, 엔진, 문 등의 내부 배치가 특이한 놈

요즘 자동차들은 대형 고급 승용차가 아니면 트럭 정도만이 FR(앞쪽 엔진, 뒷바퀴 구동)이다. 중형 이하의 작은 승용차들은 다 연비와 공간에 더 유리한 FF(앞쪽 엔진, 앞바퀴 구동)로 물갈이됐고, 버스들은 1종 보통(대형이 아닌) 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10몇 명짜리 '봉고차'급이 아닌 이상, 공간 확보와 조향에 더 유리한 RR(뒤쪽 엔진, 뒷바퀴 구동)로 바뀌었다.

승용차는 대형이 FR인데 버스는 소형이 FR인 게 흥미롭다. 이를 종합하면 트럭이 아닌 승용· 승합차는 차량의 크기에 따라 FF-FR-RR의 형태로 엔진과 구동 형태가 바뀌기라도 하는가 보다. (뭐 외국엔 승용차도 경차 위주로 RR이 일부 있기도 하니, 이게 절대적인 경향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인해 대형 버스는 다른 차들과는 달리 엔진 소리가 뒤쪽에서 들리며, 엔진과 연결된 팬벨트가 돌아가는 것도 뒤쪽에 보인다. 대부분의 차량들의 앞면에 으레 붙어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버스의 앞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1980년대까지는 국내의 대형 버스에도 전방 엔진 모델이 있었다. 본인도 초딩 시절에 시골에서 그런 버스를 탄 기억이 남아 있다.
전방 엔진 버스는 운전석이 있는 앞부분의 바닥이 유난히 높았고, 운전석의 오른쪽 중앙이 보다시피 뭔가로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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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맨 뒷좌석이 위로 봉긋 솟아 있지 않고 높이가 앞의 다른 좌석들과 동일했다.
요즘 버스들은 맨 뒷좌석은 위로 한두 계단 높이 솟아 있는 게 당연시되고 있는데, 이 버스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게 어릴 때도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비행기로 치면 보잉 사가 개발한 전무후무 유일한 삼발기인 727을 보는 느낌이다. 날개 밑에 엔진이 달려 있지 않은 게 신기함.

후방 엔진 버스에서는 맨 뒷자리가 폭도 좁은 데다 시끄럽기까지 한 최악의 폭탄 자리인 반면, 전방 엔진에서는 맨 뒷자리에 그 정도까지 페널티는 없을 듯하다.
반대로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버스는 무거운 엔진이 전방에 달려 있는 데다 옛날엔 파워 스티어링마저 없었을 테니 정지 상태에서 조향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하물며 주차는 완전 고역이었겠다. 지금처럼 후방 카메라나 경보 장치가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현대 FB(전방 엔진) 버스와 RB(후방 엔진) 버스는 외형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맨 뒷좌석의 높이를 보면 구분 가능하다. 대우 자동차도 BF105 같은 초기 모델은 전방 엔진 FR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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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대우(대우 자동차에서 버스 생산 부분만 계승한 후신)에서는 현대 자동차와는 달리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전방 엔진 버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전량 수출만 한다. 외국에 무슨 특별한 수요가 있어서 어째 수출 전용으로라도 생산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뭐, 이 글에서는 주로 전방 엔진 얘기만 했지만 잠깐 버스의 외형 얘기를 조금만 더 하고 넘어가겠다. 미국의 스쿨버스처럼 앞에 보닛이 달린 버스, 그리고 무슨 10~20톤 이상급 초대형 트럭처럼 뒷바퀴에 바퀴가 앞뒤로 두 줄이 달린 버스도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화장실이 달린 버스가 달리기엔 우리나라는 국토가 너무 좁다. 철도계에서 열차의 주행 속도가 올라가면서 침대차가 사라졌듯이, 버스도 고속도로와 휴게소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내장할 필요는 없어졌다.

옛날 버스 중에는 앞쪽 출입문이 요즘 버스처럼 앞바퀴의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앞바퀴의 뒤에 달린 버스도 있었다.
물론 현대 카운티처럼(예전의 코러스/콤비.. 그러고 보니 전부 'ㅋ' 돌림 이름이네.) 중형 버스까지는 오늘날까지도 그런 형태의 차들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커 보이는 차가 그런 형태인 건 참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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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에 선보인 시발 자동차의 자매품 버스..;; '씨X 뒈X' 같은 욕설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이리라. -_-;;

2. 동력원이 특이한 놈

바로 앞의 사진에서 버스의 앞면에 걸린 현수막 문구를 제대로 읽어 보면.. '국산 시발 디젤 버스'이다.
버스 같은 대형차는 만약 기름으로 달린다면 디젤 엔진 기반인 게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그때는 디젤 차량을 국내에서 만들어 낸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라서 저렇게 써 붙인 것이었다.

그러다가 천연가스로 달리는 버스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야금야금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른 버스는 몰라도 최소한 대도시의 시내버스들은 거의 다 물갈이가 됐다. 천연가스 버스는 이제 특이한 놈이라고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주류이다. 석유 내연기관은 소형차용 휘발유와 대형차용 디젤로 나뉘는데, 어째 천연가스 엔진은 소형차(택시)와 대형차(버스)에 모두 쓰인다는 게 신기하다.

서울 시내의 공기가 시골에 비해 썩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천연가스 버스의 도입은 공기 질의 개설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잘 알다시피 디젤 차량은 선진국들에서 정말 찍어 누른다 싶은 수준으로 배기가스 규제를 걸고 있다.
과거의 디젤 버스들은 엔진이 달린 후면부에 매연 그을음도 시커멓게 잔뜩 묻어 있어서 몹시 더러웠다. 이건 단순히 흙먼지가 묻은 게 아니었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는 알고 보니 휘발유도 디젤도 아니고 진작부터 가스 전용이다. 그런데 웬 배기가스 규제를 받고 그것 때문에 차를 단종하네 마네 말이 있었나 모르겠다.

한편, 2010년대부터는 서울에서 남산 투어용으로 하이브리드도 아닌 순수 전기 버스가 다니고 있다. 요렇게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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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데 환경 보전을 위해 전기를 선택한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전기차는 배터리 문제 때문에 지금도 소형차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대형 버스가 그것도 배터리 집전 방식만으로 승객을 가득 싣고 에어컨 틀고 산길을 오를 수 있는지가 우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운행 개시 후 얼마 못 가 이런 애로사항이 잔뜩 제기되었다. 하지만 예전에 남산에 갔을 때도 버스가 다니고 있는 걸 보니, 문제점을 수정해서 운용은 계속하고 있는가 보다.

고질적인 배터리 충전+항속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 자동차에서는 몇 년 전에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연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양산과 실용화 단계까지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기구가 있긴 하지만 그냥 수증기+물만 나온다고 한다.

외국에는 더 엽기적인 발상을 해서 버스 차체에다 배터리 대신 가공전차선을 장착한 '트롤리버스'라는 게 있다. 비록 바퀴는 궤도 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면 전차와 다르지만, 공중에 있는 전차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궤도 교통수단이나 마찬가지이다. '무궤도 전차'라고 불리기도 한다.
뭐 그럴 거면 "조향을 아예 할 필요가 없는 노면전차나 경전철을 만들고 말지, 저딴 걸 왜 만들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위치가 좀 콩라인스러운 면모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버스의 입장에서는 정교한 레일을 만들 필요 없고 버스도 안에 간단한 집전 장치와 모터만 있으면 되고 배터리 충전 필요 없이 풍부한 전기를 팡팡 끌어다 쓸 수 있으니 나름 괜찮다. 얘도 아까 말한 전방 엔진 버스와 마찬가지로 맨 뒷좌석이 위로 툭 튀어나와 있지 않다.
외국에는 차선이나 하나 떼 낸 버스 전용 차선이 아니라 아예 버스 전용 고가 도로도 있다고 한다. 이것과 트롤리버스가 연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교통 평론가 한 우진 님의 블로그에 소개돼 있다.

전기 모터는 열과 폭발 뒷감당을 하는 내연기관보다 작고 조용하다. 냉각수나 엔진오일, 배기가스 촉매 변환 계통 따윈 없어도 되고 정비성과 유지보수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이 때문에 차량 내구연한을 기름 차량보다 훨씬 더 길게 잡아도 된다.

당장 이북의 평양에도 트롤리버스가 있으며, 영화 <태양 아래>에서는 하필 퍼진 버스를 시민들이 밀고 가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버스가 가파른 비탈길을 매연 안 내뿜고 깨끗하게 오르기 위해서 재래식 케이블 전차와 더불어 트롤리버스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롤리버스라 하면 노면전차만큼이나 좀 낡고 꼬질꼬질하고, 못사는 나라에서 노인학대급 차량을 굴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3. 외형이 특이한 놈

버스와 트럭을 정확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시내버스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슈퍼 에어로시티는 길이가 거의 11미터에 달하며 엔진 배기량은 10리터, 엔진 최대 출력은 300대 초반 마력이다. 이 덩치에 얼추 대응하는 트럭은 8톤 초장축 정도 된다.
(1종 보통 면허로 사람이 많이 타는 버스는 15인승까지밖에 운전할 수 없지만, 트럭은 이 8톤보다도 더 큰 12톤 미만까지도 운전할 수 있다. 그러니 운전 면허라는 건 단순히 기술 수준보다는 법적 책임감을 두고 제정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버스 한 대의 덩치를 더 키우고 대당 수송력을 더 키우기 위해 두 가지 시도가 있었다. (1) 위로 층수를 더 늘리거나 (2) 버스의 앞뒤 길이를 더 늘이는 것이다. 그리고 선뜻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 두 종류의 버스를 생각보다 옛날에 서울에 도입하려 한 적이 있었다.

높이를 키우거나 길이를 키우면 대당 수송력은 일반 버스보다 확실히 1.몇 배가량 더 증가한다. 입석까지 감안하면 차 한 대에 100명 이상은 너끈히 탈 수 있다. 하지만 외제차를 소량 수입하는 것이다 보니, 수송력 대비 차량 단가는 일반 버스의 2배 이상으로 훨씬 더 증가하고 정비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서 가성비 문제 때문에 도입이 무산되곤 했다.

먼저, 2층 버스 얘기부터 하자면.. 얘 원조는 역시 빨간 2층 버스를 굴리던 영국이다. 유명한 런던 명물이니 사진 첨부는 귀찮아서 생략한다.
2층 버스는 여행객을(특히 외국인) 대상으로 굴리는 도시 관광버스 계열이 있는가 하면, 본격 노선 버스(일반 시내버스) 계열이 있다. 전자는 2층은 천장이 없이 뚫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일반 시내버스용으로는 국내에서 1991년 10월부터 2개월간 서울 시청 - 사당 - 과천 노선을 시범 운행한 적이 있다. 차종으로는 독일 '네오플란'이라는 메이커 수입차를 3대 도입했다. 본인은 그 당시 자동차생활 같은 잡지에서 이에 대해 흥미롭게 다뤘던 걸 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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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버스는 딱히 회전반경이 걸리는 건 없겠지만 아무래도 무게중심이 높다 보니 커브를 돌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겠다. 승용차보다 약~간만 차체가 높은 SUV만 해도 고속 회전 중에 전복 위험이 더 커지니 말이다.
또한 2층 버스는 당연한 말이지만 노선을 짤 때 중간에 높이가 4~5미터 남짓한 육교, 교량, 신호등 따위와 부딪치지 않는지를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2층으로 인해 같은 면적에 걸리는 하중이 증가하는 건 바퀴를 더 달면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는 건 감안해야 할 문제 되겠다. 2층 버스의 구조에 맞는 복층 승강장과 출입문이라도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열차로 치면 승강장 길이보다 더 긴 열차가 들어와서 앞의 일부 출입문만 열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당시에 저 2층 버스를 베타테스트 해 봤다. 도로 주행에 딱히 문제는 없었지만, 총체적으로 볼 때 시내 대중교통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차량을 놀이공원 셔틀버스 부류로 용도변경 처분했다. 그 동안 오히려 철도에서 ITX-청춘이라는 국내 최초의 2층 열차가 등장했으나 얘는 아직 경춘선에서만 볼 수 있다.

2층 다음으로, 일명 아코디언 버스라고 불리는 굴절 버스 차례다. 철도 차량이나 트레일러 트럭처럼 중간에 꺾이는 부분을 만들어서 차체의 길이를 늘렸다(11미터 → 거의 18미터). 얘도 의외로 역사가 오래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여름경에 서울 시내에서 스웨덴제인 스카니아-볼보 차량을 도입해서 테스트한 적이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역시 유지· 정비 비용 같은 가성비 문제 때문에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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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묻혔던 굴절 버스는 그로부터 20여 년 뒤, 2004 서울 버스 대개편 때 다시 등장했다. 이때는 이탈리아 이베코 차량이 살짝 로컬라이즈와 원가 절감 디버프를 거쳐서 들어온 뒤, 470 같은 일부 파란 간선 버스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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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4자리 번호인 초록 버스와 3자리 번호인 파랑 버스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버스 개편 당시의 원래 의도는 둘을 훨씬 더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파랑 버스는 진짜 '대로'급의 간선에서 버스 전용 차선 위주로만 달리고 정거장도 적고 심지어 빨강 버스처럼 요금까지 더 비싸게 받으려 했다. 그리고 그런 파란 버스에 굴절처럼 수송력이 큰 차량을 집어넣는다는 게 계획이었다.

얘는 탈 때 계단을 덜 올라도 되는 저상(1번. 내부 배치 특이)에다 엔진도 기름이 아닌 천연가스 기반이어서(2번. 동력원) 버스의 여러 분야에서 신기원을 개척했다.
운용하는 데 2층 버스만치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위험한 요소는 없지만, 주차나 회차는 좀 아슬아슬할 듯하다. 그리고 중간문이나 후문에서 운전사의 시선을 교묘하게 피한 불법 무임승차를 주의해야 할 것이다. 뭐 CCTV로 잡아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이면 잘 알다시피 저상 버스는 2000년대의 시즌 2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으며, 몇 년 못 가 시내 도로에서 사라졌다. 고장이 나면 국내 기술자들이 뒷감당을 할 수 없었으며, 디버프가 너무 심하게 됐는지 엔진 출력이나 냉방 조절도 기사 재량으로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기획예산처에서는 굴절 버스의 도입을 세금 낭비 돈지랄로 끝났다고 깠었는데, 이에 대해 한 우진 님은 그렇지 않다는 반박글을 썼었다.
이때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현대 자동차에서 국산 굴절 버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베코 외제차가 보였던 냉방 같은 문제까지 해결해서 말이다. 하지만, 양산은 더 되지 않았다. 뭔가 포니 쿠페처럼 묻혀 버린 것 같다.

지하철에서는 6호선의 609편성 국산 인버터 지하철이 고장이 너무 잦아서 퇴출되고 다시 외제 인버터로 돌아갔는데.. 버스는 반대로 외제가 정비가 힘들어서 퇴출되고 다시 국산차로 돌아간 것이 특이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10 08:32 2016/08/1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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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승용차의 종류

자동차에서 일반 서민들이 범접할 수 없는 최고급 승용차라고 하면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말 그대로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벤틀리처럼 대통령, 대기업 총수 등이 운전수를 부려서 타는 기함 계열이다. 차체가 크고 내부엔 온갖 편의 시설이 즐비하다. 뒷좌석에도 팔걸이 다리 받침대가 있고, 개인 모니터와 냉장고도 있다. 차 문과 트렁크는 스위치 조작으로 자동 개폐가 가능하다. 주행 중에도 워낙 조용하고 진동이 안 느껴져서 밖이 고속 주행 중인지 알기가 어렵다.

겨우 네댓 명이 타는 승용차 주제에 공차중량이 2톤을 넘으며, 5000~7000cc에 달하는 배기량으로 300~500마력짜리 출력을 내는 8기통짜리 엔진은 그 규모와 성능이 거의 대형 버스나 트럭과 비슷하다. 그것도 버스· 트럭과는 달리 디젤이 아닌 휘발유 엔진으로 그렇게 달린다. (그럼 연비가..;; ) 힘이 워낙 넘치기 때문에 변속기도 5~6단이 아닌 8단 이상급이며, 1000대 중반 rpm만으로 시속 100km쯤은 거뜬히 넘어간다. 에어컨을 켜도, 무거운 짐을 가득 실어도 고속도로쯤은 슬금슬금 적당한 경제 속도 주행일 뿐, 경차처럼 힘겨운 고rpm 주행이 아니다. 아, 나도 이런 차 몰고 싶다..

이런 차는 진짜 높으신 분들의 보안을 위해 장갑을 장착하여 방탄 의전 차량으로 개조되어 운용되기도 한다. 기관총 탄환은 물론이고 차 밑에서 폭탄이 터져도 어지간히 방어할 수 있다.
물론 장갑이 장착되면 차체는 무슨 군용차처럼 굉장히 무거워진다. 하지만 엔진이 원래부터 워낙 고성능이니 이 정도 부담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크고 호화로운 차' 말고 다른 갈래로는 스포츠카 내지 슈퍼카 계열이 있다. 여기도 포르쉐, 부가티,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역사 깊은 메이커 계보가 있다. 이런 차들은 떡대와 갑빠, 안락함이 아니라 말 그대로 날렵함과 스포티함을 추구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게 높이가 낮고 정말 매끄럽게 생겼으며, 문도 대체로 쿠페형이다.
사실, 시속 300km 이상은 엔진 출력만 크다고 달성 가능한 게 아니라 속도에 비례해서 폭발적으로 커지는 공기 저항의 제어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같은 고급차여도 단순 호화로운 기함급과 스포츠카 차급의 디자인 철학이 달라진다.

이런 명품 스포츠카들은 너무 성능이 좋으니.. 오토바이도 아닌 것이 그냥 쑥 밟으면 단 몇 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로 진입한다. 운전자는 관성 때문에 뒤로 확 밀릴 것이다. 이런 차를 일반 승용차 몰듯이 밟았다간 그야말로 급발진 사고에 준하는 큰일이 난다.

실제로 2012년 10월엔 이런 일이 있었다. 억대의 포르쉐 카레라 S 한 대가 차주의 경제 사정 때문이었는지 은행에 압류 당해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차량은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자동차 안전 연구원(교통 안전 공단 산하)에 넘겨져서 간단한 검사를 받았는데.. 일반 직원이 이 차를 몰고 시운전을 해 보다가 차가 폭주해 버렸고, 빗길에 미끄러져서 충돌 사고 발생. 운전자는 중상을 입었으며, 차는 경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 나는 바람에 폐차 처분되었다..; 다시 말해, 압류 자산 값을 못 하고 허무하게 일생을 마쳤다.

호화형이든 스포츠형이든 대도시 시내 도로에서 이렇게 지나치게 고성능인 차들이 제대로 달릴 만한 공간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엔 우리나라보다 땅이 넓은 나라도 많고, 자동차라는 게 남자의 재력 과시와 질주 본능이라는 지극히 원초적이고 육신적인 욕망을 잘 충족하는 물건이다 보니, 저런 데에 집착하는 부자들이 꼭 있다.

그리고 이런 명차들은 한때는 다 수제 주문 생산을 했기 때문에 더욱 비싸고 희귀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한테나 팔지도 않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자본주의 규모의 경제 시대에는 아무리 명차 메이커라 해도 그런 방식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내고 살아남을 수가 없어서 다른 자동차 대기업에 합병됐거나 마케팅 방식을 바꿨다. 옛날 같은 고자세를 버리고 돈만 주면 당연히 아무에게나 팔며, 고급차라 하지만 운전수가 태워 주는 구도뿐만 아니라 차주가 오너 드라이빙을 하는 것도 고려해서 뒷좌석만 너무 고급스럽게 꾸미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현대 자동차에서도 이런 이미지의 쇄신을 위해서 이례적으로 에쿠스라는 브랜드를 접고 제네시스 EQ 900을 기함으로 계승한 것이라 생각된다.

※ 국회의원들의 이동 수단

우리나라는 1952년, 아직 6· 25 전쟁 중이고 수도가 부산으로 임시로 옮겨져 있던 시절에 '부산 정치 파동'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간단히만 말하면 이 승만 대통령이 2선에서도 확실하게 당선되고 독재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기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연행하고 구속한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이 승만을 정치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 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때 이 승만 정권이 국회의원들을 납치한 방식이 지금의 우리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이야 국회의원들은 그야말로 평범한 회사원 월급쟁이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돈 많이 벌고 온갖 예우를 세금으로 공짜로 받으면서 호화롭게 산다. 출퇴근 할 때도 당연히 '검정 고급차'를 끌고 다닌다. 과장 좀 보태면 "남들은 전부 외제차인데 나만 에쿠스예요" 이게 그 바닥에서는 겸손이랍시고 나오는 말일 지경이다.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자전거로 통근하는데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너무 비교된다고 까는 글도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있다. 마치 같은 폭설이 내렸는데 미군과 국군에서 간부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1952년 저 시절엔 우리나라가 몹시 가난했고, 게다가 나라가 전쟁 중이었다. 그러니 국회의원들도 얄짤없었다. 무슨 공장 출퇴근하는 노동자마냥 한데 모여 통근버스를 탔었다. 그랬기 때문에 저 때는 검문을 핑계로 그 버스를 강제로 세운 뒤, 헌병대가 군용차를 동원해 버스를 통째로 코렁 시설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 야당 의원들을 간단히 연행할 수 있었다. (!)

지금 느닷없이 옛날 독재가 어떻고 세금값 월급값 못 하는 국회의원(놈)들이 어떻고 하는 골치 아픈 정치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다. 그건 잠시 잊고, 단지 고위 정치인의 이동 수단에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이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한번 생각해 봤다.

※ 1000마력짜리 스포츠카

세계의 명품 스포츠카/호화 고급 승용차들이 다들 세 자리 수 마력대의 성능을 내고 있을 때, 프랑스의 '부가티 베이론'이 8기통 엔진을 두 개 붙인 16기통 엔진에다 터보차저도 4개나 들여서 1000마력을 돌파했다. 그렇게 해서 최고 속도를 시속 400~430km까지 달성했다.
프랑스는 그렇잖아도 바퀴식 고속철도도 세계 최고 속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2007년, 574km/h!!!) 자동차까지.. 상상 이상의 속도 덕후 과학 기술 강국인 것 같다. 어디 그 뿐인가? 프랑스는 옛날에 콩코드 초음속기도 영국과 공동 개발할 정도였다!

하지만 콩코드와 마찬가지로, 속도가 올라갈수록 가성비는 정말 돈지랄에 가까운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엔진 두 개를 붙였다고 해서 속도도 기존 300대짜리 슈퍼카의 두 배에 준하는 시속 5~600이라도 나오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이런 엔진은 기름뿐만 아니라 공기(=산소)도 어마어마하게 소비한다. 세상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는데 없어지는 연료가 다 어디로 가겠나? 다 같은 질량의 배기가스(혹은 기껏해야 + 물)로 바뀌어서 차 밖으로 나간 거다. 겨우 한두 명의 탑승자를 이동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속도가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연료를 태운 양에 정확하게 비례해서 속도가 더 올라가는 건 진공의 우주 공간 속을 비행하는 우주선에서나 가능하지, 공기 속에서 움직이는 자동차나 비행기는 결국 일정 속도 이상부터는 더 속도를 올리기가 급격하게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건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가속이 더 어려워진다는 상대성 이론하고는 전혀에 가깝게 무관하며, 광속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저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공기 저항, 타이어가 받는 마찰열 등..

하지만 비행기는 역설적으로 그런 공기 저항을 받아야 뜰 수가 있으며, 자동차는 지면 마찰이 어느 정도 있어야 바퀴를 굴려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이다. 뭔가 비선형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기술하려면 역시나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풀 줄 알아야겠다. 중등교육 수준의 물리 시험 문제에서는 '단, 공기 저항은 무시한다' 단서가 아무 생각 없이 나왔겠지만 대학 이후의 고등교육 전공부터는 이상이 아닌 현실을 다루니까. 이 분야를 정밀하게 연구해서 자동차와 비행기의 엔진 성능을 더 끌어올리려면 풍동 실험실 같은 게 필요하고 기계공학 석박사 이상의 학력과 연구 경력이 필요하겠다.

※ 우리나라의 스포츠카 컨셉 차량의 역사

1976년에 천신만고 끝에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엔진으로 포니라는 고유 모델을 겨우 만들어 낸 우리나라에서 하루아침에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같은 명품 스포츠카가 만들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술로나 경제력으로나 정서로나 모두.
그나마 쥬지아로가 같이 설계해 줬던 포니 쿠페조차도 "이런 디자인은 경제성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우리나라 정서와 미풍양속(?)과 맞지 않는다. 높으신 분들의 눈 밖에 나겠다"라는 이유로 양산되지 못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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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쿠페. 당시 포니의 개발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훗날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쿠페 모델이 컨셉트 카만으로 묻힌 걸 무척 아쉬워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쿠페형으로 스포츠카 비스무리한 물건을 최초로 시도한 것은 1990년에 출시된 현대 스쿠프이다. 엑셀과 비슷한 외형과 크기이고(동일한 하체 프레임, 엔진 배기량도 1500cc로 동일) 성능도 외국의 스포츠카에 비해서는 택도 없었지만, 엑셀에서는 선택사양이던 리어 스포일러가 기본으로 달려 있고 뭔가 날렵한 외형이 젊은 연령의 운전자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스포츠/경주용 자동차에 리어 스포일러는 그저 폼이나 장식으로 다는 건 아니고, 고속 주행 시에 차량에 발생하는 양력을 억제해서 주행 안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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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스쿠프 1 (1990), 엑셀 X2 (1989. 뉴 엑셀 말고), 쏘나타 Y2 (1988)는 전방의 램프 모양이 서로 굉장히 비슷했다. 이 중에 가장 먼저 나온 것이 중형차인 쏘나타 Y2이고, 얘는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인의 끝물을 본 작품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쏘나타의 디자인이 더 작은 차급인 스쿠프와 엑셀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겠다.
포니부터 시작해서 스텔라(쏘나타의 전신)와 프레스토(엑셀의 전신)까지 다 쥬지아로의 디자인인 반면, 당시 최고급 승용차이던 그랜저(1986)만은 쥬지아로가 관여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얘는 일제와 합작해서 만들어진 거니까.

스쿠프는 젊은 컨셉답게 유난히 파란색이 많았고 빨강도 심심찮게 보였던 것 같다. 무채색 중에는 차라리 검정. 드물게 하양도 있었지만, 스쿠프가 엑셀· 쏘나타 같은 평범한 승용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색 도색인 건 내가 본 기억이 없다. 여러 모로 독특한 차였다.

외형 다음으로 엔진을 논하자면, 그랜저가 1986년 처음엔 2000cc 엔진으로 시작했다가 2400cc를 거쳐 나중에 3000cc V6 모델을 출시했듯, 스쿠프도 처음에는 미쓰비시 오리온 엔진을 사용하다가 1991년 봄에 최초의 자체 개발 알파 엔진을 얹고, 그 해 가을에는 터보차저까지 얹는 식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특히 최초의 휘발유 터보 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스쿠프는 1500cc 배기량에서 엔진의 최고 출력이 세 자리수 마력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제로백이 10초 이내로 당겨졌으며, 최대 시속이 200km를 돌파했다.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스쿠프 이후로 스쿠프 2가 나왔고, 그 뒤 현대 자동차에서는 엘란트라를 시작으로 아반떼라는 준중형 승용차를 내놓았다. 스쿠프가 터보를 소개했다면 엘란트라는 DOHC 흡기 방식을 도입하여 고성능을 표방했다.
이 엘란트라의 후속 모델로는 잘 알다시피 아반떼가 나왔다. 1세대 아반떼는 가성비 최강에 그야말로 불후의 명차로 대접받았는데.. 이 아반떼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쿠프의 뒤를 잇는 스포츠 쿠페 후속 모델이 나왔다. 바로 티뷰론.

현대 자동차가 거의 1990년대 초부터 애지중지 연구했던 컨셉트 카로 HCD-II가 있는데, 그게 양산된 게 티뷰론이다. 마치 철도계에서 컨셉트카 HSR-350x가 양산된 것이 KTX-산천인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4분 30초짜리 티뷰론 광고 영화 동영상은... 뭐랄까 스케일 한번 참 거창하게 만들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보기엔 좀 중2병스럽기도 해 보인다.
악당들이 포르쉐를 탈취해 가는데 경찰들은 자기 경찰차로는 쟤들을 따라잡질 못함. 그런데 때마침 베일에 싸인 티뷰론을 수송하는 트레일러가 지나간다. 경찰들은 거기로 진입해서는 트레일러 운전사에게 신분증 제시하면서 "우린 경찰입니다. 좀 협조해 주시죠"..와 함께 그 티뷰론을 공권력-_-을 동원해 빌려 타고.. 쌩쌩~~

저게 고딩 시절에 거원 제트오디오 CD 안에 예제 동영상으로 들어있기도 했다.;; 사이버 가수 아담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말이다. ㅎㅎ
옛날에 엘란트라 아우토반 CF도 그렇고 현대차 관계자들은 자기 회사 차로 외국 스포츠카를 따라잡는 걸 그렇게도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티뷰론 이후로 2000년대에는 '투스카니'라는 스포츠형 쿠페가 나왔다고 한다. 이제 현대도 기술이 많이 발달했고 차의 배기량도 2700cc로 뛰어서 그럭저럭 무늬만 스포츠카에서 레알 스포츠카로 진입하는 단계라는 소리를 들었다. 국내외로 평도 좋았다. 하지만 본인은 이 차는 정말 본 적이 없고 기억도 전혀 없다. 스쿠프만 해도 그 어리던 시절에 지방에서도 종종 봤던 것 같은데 얘는 왜 이리 생소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200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현대 자동차가 밀고 있는 스포츠형 쿠페는.. '제네시스 쿠페'이다.
에쿠스 다음으로 대형이던 후륜 세단을 베이스로 한 차량답게 얘 역시 후륜이다. 게다가 세단 제네시스와 동일한 3800cc 엔진도 얹혔는데, 세단과는 달리 저렴한 중형급의 2000cc 모델도 추가로 존재한다.
뭐 가격이 수억에 달하는 외국의 초고성능 슈퍼카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네시스 쿠페 정도면 제로백도 5초대까지 왔고 세계 어디를 가도 진정한 스포츠카 체급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그게 21세기에 와서야 달성된 것이다.

현대 자동차는 과거의 에쿠스 같은 호화형 차량에다, 고성능 스포츠카까지 최고급 승용차는 모두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려는가 보다.
또한 스포츠카의 포지션이 처음에는 엑셀과 비슷한 소형에서 시작했다가(스쿠프), 준/중형(티뷰론, 투스카니)을 거쳐 중/대형(제네시스 쿠페)로 점차 커져 온 것을 현대 자동차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 주행 시험장

우리나라에서는 현대 자동차가 기아 자동차까지 같은 계열사 안으로 흡수한 뒤, 그야말로 국내 톱급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로 군림해 있다. 그래서 대졸 신입 사원의 연봉도 업계 최강인 것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풍족하다. 국내의 자동차 제조사들 중엔 유일하게 차량 수송을 위한 철도 차량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며(울산-성북.. 아니 태화강-광운대), 또 기술 연구소 내에 자체적인 주행 시험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태화강 역 근처에 있는 현대 자동차 주행 시험장은 트랙에서 직선 도로의 길이가 1km가 채 되지 않아 다소 작은 감이 있다. 물론, 대도시에다 철도역까지 가까운 곳에 그 정도 시험장이라도 있는 게 감지덕지이겠지만..
화성시에 있는 남양 연구소의 주행 시험장은 트랙의 직선 길이가 2km 남짓으로 훨씬 더 길며, 그렇기 때문에 시속 200km급의 고성능 주행 시험도 그럭저럭 가능하다. 그보다 더 북쪽에 있는 교통 안전 연구원의 주행 시험장도 인터넷 지도로 보면 크기가 그 정도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볼 때 움직이는 물체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지니, 슈퍼카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테스트하는 데는 그 정도 크기로도 부족하다. 현대 자동차는 미국 모하비 사막에도 국내의 시험장보다 더 큰 주행 시험장을 건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름하여 Hyundai/Kia Proving Grounds. 트랙 내부의 직선 도로는 거의 4km에 육박한다.
참고로 보잉 747을 연료 만땅 상태에서 이륙시키기 위해 필요한 활주로의 길이가 이미 2.5~3km에 달하며, A380이나 An-225급이라면 진짜 저렇게 4km 정도는 돼야 한다.

참고로 이 모하비 주행 시험장은 모하비 공항(겸 우주항)과 꽤 가깝다. 직선 거리로 10km 남짓 떨어진 건 미국의 땅 넓이를 감안하면 이웃집이나 마찬가지인 거리이고 무엇보다도 위도가 거의 같다. 모하비 공항은 세계에서 실려 온 노후 중고 항공기들의 보관소이며 민간 우주 왕복선이 뜨고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끝으로, 모하비 주행 시험장보다도 더 긴 유명한 주행 시험장은 독일에 있는 Ehra-Lessien test track인데, 트랙 직선 거리는 거의 9km에 달한다. 아까 언급되었던 부가티 베이론의 최고 속도는 이 시험장에서 측정되었다. 자동차의 속도가 극단적으로 빨라지면 모든 게 불안해지는데, 오버런 내지 커브 전복 사고를 안 내려면 최고 속도를 찍자마자 허겁지겁 감속을 해야 했을 것 같다. 물론 대형차가 아니니 그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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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자동차는 아예 정식 주행 시험장에서 테스트를 하지도 못하고 얄짤없이 사막 모처로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_-

Posted by 사무엘

2016/08/07 08:39 2016/08/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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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나 비행기, 열차 같은 모든 교통수단들은 진행 방향이 다른 교통수단과 한 지점에서 교차할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신호 시설의 통제를 받으며 움직여야 한다. 비행기는 이륙이야 그냥 관제탑으로부터 허가가 날 때까지 활주로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만 착륙은.. 신호 대기를 할 수 없고 상시 선회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트래픽 대비 활주로가 부족한 혼잡한 공항에 착륙하는 게 다소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동일 경로의 공유와 교차가 같은 종류의 교통수단끼리만 발생하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옛날에 이종간의 하이브리드를 시도한 교통수단들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교통수단들간의 이색적인 교차 양상에 대해 살펴보겠다.

1. 사람 vs 자동차

이건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가장 먼저 생긴 갈등(?)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일단 횡단보도가 만들어졌으며, 아주 혼잡한 곳에서는 사람과 자동차를 공간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서 육교와 지하도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높이의 변화는 노약자, 혹은 짐이 많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악재이기 때문에, 귀차니즘에 충실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사람들과 차들이 터져 나가는 교차로에서는 그냥 단순무식하게 일정 시간 주기로 빨간불과 파란불을 반복하면 되지만 한적한 시간과 장소에서는 점멸 신호 내지 주문형(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서 요청을 했을 때에만 잠시 후 파란불이 되는) 신호등이 운용되기도 한다.

2. 육상 vs 철도

육상 교통수단들 중 진행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놈은 단연 철도 차량이다. 차량이 무겁고 수송량이 압도적이며, 무엇보다도 너무 둔하고 지면 마찰도 작아서 가감속을 날렵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얘가 일단 속도가 붙어 버렸으면 아무도 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차와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인 교통사고가 나면 무단횡단에 굉장히 관대하고 오로지 운전자에게만 과실을 뒤집어 씌우는 관행이 심하지만, 그래도 철길 주변 보행이나 철길 건널목 교통사고에서까지 보행자에게 무한 관대하지는 않다.

철길 건널목 사고가 나면 철도 당국은 여러 모로 골치아파진다. 2002년 5월에 어느 전라선 상행 새마을호에서 발생했던 3연속 건널목 사고는 요런 사고의 아주 극단적인 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꾸준히 전국의 수백, 수천 곳에 달하는 건널목들을 야금야금 모조리 정책적으로 입체화해 왔다. "열차를 급정거시킬 수 없다면 애초에 급정거해야 할 상황 자체를 봉쇄하자"라는 발상에 따른 것이다. 이런 조치 덕분에 오늘날 철도 건널목 사고는 3, 40년 전에 비해서 굉장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아닌 서울에도 일부 건널목이 있다. 물론 무려 3복선이 된 경부선이나 2복선짜리 경인선 구간에 건널목이 있는 건 아니며, 그 이북의 경의선과 경원선, 특히 경원선 구간에 한정되어 있다.

먼저 서빙고 역에서 한남 역 방면으로 400미터쯤 전방 반포대교 근처를 보면 건널목이 있다(서울 용산구 서빙고로62길). 새마을· 무궁화 같은 열차도 아니고 전동차가 지상에서 차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널목을 통과해 간다니 참 상상이 안 된다.
서빙고 역 인근에는 자동차 도로를 예각으로 가로질러서 미군 기지로 들어가는 단선 철도도 이따금씩 쓰이는가 보다. 이거 유명한 사진이다. 차단기도 없이 이거 정말 안습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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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회기 역에서 외대앞 방면으로 얼마 안 간 곳에도 건널목이 있으며(서울 동대문구 휘경로12길), 이웃 외대앞 역은 역 출입구에 대놓고 선로 횡단 건널목이 있다. 육교와 지하도로 대체 경로도 있으니 코레일에서는 여기를 못 없애서 난리이나,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 건널목을 완전히 못 없앤 상태이다.

심지어 육교에다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까지 다 놔 줘도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한다. 아무리 최첨단 액세서리 기능들로 무장한 안경이나 휠체어가 있어도, 그런 게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눈과 건강한 다리보다 나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그런가 보다.
경원선 구간은 일반열차가 다니기도 하고 게다가 이렇게 건널목까지 있으니 전동차(운행 계통상으로는 경의중앙선)의 배차간격을 지금보다 더 줄이는 건 도저히 무리일 것이다.

경원선보다 상태가 더 안습한 건널목은 바로 서울 역 이북 경의선 구간에 있는 '서소문 건널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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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수색 기지에서 서울· 용산 역으로 입출고하는 KTX 포함 모든 일반열차들이 이 선로를 지나기 때문에 그야말로 크리티컬 중의 크리티컬이다. 그야말로 몇 분이 멀다 하고 차단기가 내려온다. 애초에 경의선 서울-신촌 통근열차/전동차가 1시간에 1대꼴밖에 못 다니고 지금도 경의중앙선의 지선으로 전락한 이유도 이런 열차들의 트래픽 때문이다.

그러니 이 건널목으로 정상적인 차량 통행은 곤란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완전히 틀어막고 건널목을 없애기에는 지상의 자동차 트래픽도 무시 못 하며(밤에는 열차 운행도 뜸해지거나 중단되니), 이 건널목은 입체화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로 위로는 서소문 고가차도가 있고, 지하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나기 때문이다(시청-충정로 사이. 서울 도시 구간에는 2호선이 별로 깊지도 않음). 여러 모로 진퇴양난이다.

3. 육상 vs 배

배는 물 위를 다니는 교통수단이며, 자동차는 수륙양용이 아닌 이상 다리가 놓여 있어야 물 위를 건널 수 있다. 그러니 자동차와 선박이 교차 가능한 상황이란 단 한 가지 경우뿐이다. 바로 다리가 도개교(bascule, 跳開橋) 형태인 것이다. 이게 철도로 치면 차단기가 내려오는 것과 개념적으로 동일하다.

요즘은 건축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애초에 다리를 지을 때 어지간히 큰 선박도 아래로 지나갈 수 있게 왕창 높고 크고 기둥 간격도 넓게 만들곤 한다. 선박의 통과를 위해 다리를 통째로 들어올리게 되면 그 동안 자동차들의 통행이 막히는 큰 불편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는 요즘은 길거리에 자동차들이 좀 많나..;; 그러니 도개교는 노면 전차만큼이나 좀 과거의 유물이고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물건이 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도개교가 전국을 통틀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부산의 영도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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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에 도개교 형태로 오리지널이 완공됐다. 부산은 일본과 가까운 항구 도시로서 그 시절부터 대도시였으며, 나룻배만으로 영도와 본토 사이를 오가기에는 트래픽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다리가 생기긴 했지만 그때엔 선박의 트래픽도 여전히 만만찮은 수준이어서 리즈 시절엔 다리 도개를 하루에 무려 7번이나 했다고 한다. 매회 도개 시간은 약 20분.

이렇게 자동차와 선박 사이의 평면교차가 이뤄졌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영도대교의 도개는 15분씩 하루 2회로 줄었다. 게다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인 1966년 9월에는 다리 아래로 상수도관을 매달면서 도개가 중단되어 버렸다. 노면 전차(1968) 내지 증기 기관차(1967)와 비슷한 시기에 도개교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게 흥미롭다.
뭐, 도개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다리를 근 60년 가까이 잘 쓰면서 지냈는데.. 마침 1994년 가을,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터졌다.

이 때문에 나라에서는 혹시 성수대교 시즌 2가 벌어질 여지는 없는지 전국의 유명 교량들을 부랴부랴 긴급 점검했다. 이때 서울에서는 지하철 2호선이 다니는 당산철교가 시범 케이스로 제대로 걸렸다. 그야말로 "성수대교가 안 무너졌으면 얘가 무너졌을 것이다. 달리던 지하철이 다리와 함께 나란히 강으로 추락해서 초특급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급의 막장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산철교는 전면 철거 후 새로 만들어졌는데..

부산에서는 지은 지 너무 오래 된 영도대교가 '대대적인 긴급 보수, 혹은 아예 철거 후 재시공 필요' 판정을 받았다. 간이역 건물만큼이나 역사적인 가치가 크고 안전을 위해 여러 번 땜빵도 했지만, 넘쳐나는 교통량을 감당하고 근본적인 안전이라는 토끼까지 둘 다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지금 다리는 철거해 버리고 다리를 더 큰 규모로 다시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됐다. 그래도 새 다리는 오리지널 영도대교와 최대한 같은 외형으로 만들고, 먼 옛날에 봉인되어 버렸던 도개 기능도 상징적인 차원에서 다시 부활시켰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영도대교는 지난 2013년 11월에 개통했다. 하루 한 번(오후 2시) 다리를 15분 동안 들어올린다.
그러고 보니 민방위 대피 훈련도 매달 15일의 이 시간대에 20분 동안 진행한다. 다리를 들어올리는 건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벌건 대낮에 하는 게 아무래도 운전자들에게 민폐가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4. 육상+철도의 특수한 경우

음, 그러고 보니 전라남도 무안과 영암 사이에는 호남선의 지선인 대불선이라는 화물 철도가 있다.
얘도 종점 인근에 자동차 도로와 만나는 건널목이 있는데, 여기는 서울처럼 열차나 차량 통행량 자체가 너무 많아서 입체화가 필요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과는 전혀 다른 문제가 건널목에 존재한다.

대불선은 전철화가 돼 있다. 그런데 이게 고성능 전기 기관차를 운용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호재이지만, 화물 수송 능률면에서는 큰 악재이기도 하다.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린 전차선 때문에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화차에다 선뜻 실을 수가 없으며, 게다가 전차선의 높이보다 더 높게 화물을 쌓은 트레일러가 건널목을 지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즉, 교량 때문에 높은 배가 통과할 수 없어 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여기 건널목에는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됐고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동식 전차선이 존재한다. 마치 배가 지나가게 다리를 들어올리듯, 아슬아슬 간당간당한 대형 트레일러가 건널목을 통과할 때는 건널목 위를 지나는 전차선을 잠시 치울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치 주문식 횡단보도 신호기처럼.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

5. 육상 vs 비행기

자동차가 비행기의 항로를 침범한다는 건 불가능-_-한 일이고, 그 대신, 과거에 일부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가 비상시에 군용기의 활주로로 쓰이는 경우는 있었다.
경부 고속도로에 신갈, 천안을 비롯해 몇몇 구간이 이상하리만치 곧고 길게 잘 뻗었으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붙박이 중앙분리대가 없이 페이크 이동식 중앙분리대만 있었다. 그런 곳이 바로 활주로 공용 구간이었다.

옛날에는 물론 자주는 아니었겠지만 공군이 가끔씩 경부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틀어막고 실제로 훈련을 했다.
동아일보 1988년 3월 30일자를 보면, "팀 스피리트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하나인 비상 활주로 이착륙 훈련이 30일 경부 고속도로 판교-신갈 구간에서 전투기 F4, F5, F15, F16, 대형 수송기 C123, 폭격기 B52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같은 보도가 있다. TV 뉴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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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지금 8차선, 10차선으로 확장되고 있고 24시간 차들로 터져 나가는 그 경부 고속도로의 일부를 틀어막고, 거기서 전투기 이착륙 훈련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이야 그런 비상 활주로들은 다른 한산한 도로로 옮겨지고 해제되고 있다. 특히 활주로 구간의 중간에 분기점이나 나들목을 만들다 보면 활주로 기능이 자동으로 상실되었다. 성환 활주로에 생긴 북천안 IC처럼 말이다.

그런데, 활주로+고속도로 공용보다 더 엽기적인 사례가 있다.
스페인의 남부에 있는 영국 속령인 '지브롤터'라는 지역에는 지브롤터 국제 공항이 있는데, 얘는 전세계의 공항들 중 유일하게 공항 활주로가 일반 도로와 수직으로 평면교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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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착륙 예정일 때는 마치 철도 건널목처럼 차단기가 내려오며, 운전자들은 눈앞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저렇게 빤히 지켜보게 된다.
활주로에는 이물질 하나 있어서는 안 된다. 일례로 2000년 7월에 발생한 에어프랑스 4590편 콩코드 여객기 추락 사고는 바로 전에 먼저 이륙한 비행기에서 떨어진 부품을 밟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였다.

그런 와중에 여객기 활주로가 자동차 도로와 평면교차한다는 건 안전이나 보안 면에서 굉장히 아찔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활주로를 포함하는 공항 담장 외벽에 철조망이 괜히 쳐진 게 아닌데.;;
캄보디아의 씨엠 립 국제공항은 비행기 착륙 후에 여객 터미널까지 승객이 활주로 바닥을 걸어서 이동하며, 제주 국제공항에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X자 모양으로 평면교차하는 두 활주로를 바꿔 가며 운용하긴 한다. 일본의 나리타 국제공항은 지역 주민들의 알박기 때문에 반쯤 고자처럼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지브롤터 국제 공항은 그런 공항들보다 더 엽기적이다. 비보호 좌회전+평면교차가 있던 옛 88 올림픽 고속도로의 남장수 IC의 공항 버전이라 하겠다.
활주로는 지형과 역사적인 사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만들어졌으며, 딱히 더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01 08:39 2016/08/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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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칼리스타(1992)와 기아 엘란(1996).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그 옛날에 저런 자동차도 팔았나 싶은데, 위의 두 자동차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 본인은 직접 본 경험이 전무하다. (초딩 시절에 대우 임페리얼조차 길거리에서 본 적이 있건만, 저것들은 정말 듣보잡. 그나마 칼리스타는 자동차 잡지를 통해서 접하긴 했었다.)
  • 나름 2인승 스포츠카 컨셉으로 영국제 자동차를 그대로 들여 와서 생산했다.
  • 생소한 컨셉에다 너무 비싼 가격으로 인해 망했음. (수제 생산 크리)

굳이 나 말고도 자동차 매니아들이라면 국내의 자동차 역사에서 두 차량이 갖는 유사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1. 기아 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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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동차는 1980년대 말에 외제차 수입 규제가 완화되자마자 3000cc급 대형 고급차 컨셉으로 머큐리 세이블이라는 미제 승용차를 수입 판매한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10년 쯤 전인 1970년대 말에 현대 자동차에서 최고급차 컨셉으로 포드 그라나다를 포드 사 CI조차 안 걷어내고 그대로 판매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머큐리 세이블은 무엇보다도 도어에 번호 기반 자물쇠가 장착돼 있는 게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그 뒤로 기아 자동차는 스포츠카를 만들 결심을 하게 되고, 영국 로터스 사의 스포츠카인 엘란을 생산 라인을 인수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건 외제차를 하나도 안 고치고 100% 똑같이 만들어 판 건 아니며 엔진, 서스펜션, 내장재 등 여러 곳에 변형과 로컬라이제이션이 가해졌다.

현대 자동차에서 1990년대 초에 '엘란트라'라는 준중형 승용차를 내놓았는데, 그때는 얘를 수출할 때 이 '엘란'과의 이름 충돌을 의식해서 '엘'은 빼고 '란트라'라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이름으로 수출해야 했다.
하지만 나중에 기아 자동차가 '엘란'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인수하고 그 기아 자동차를 현대 그룹이 꿀꺽 해 버리니, 그때부터는 이름 충돌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이제 '엘란트라'는 후속 모델 아반떼의 수출명으로도 당당히 쓰이고 있으니 참 세상 많이 변했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중간 체급이라고 전륜구동 준대형 '아슬란'을 만든 건 망한 듯하지만, 그래도 엘란트라처럼 엑셀과 쏘나타 사이의 준중형 체급은 굉장한 선견지명으로 판명됐으며 오늘날까지도 잘나가는 중이다. 자동차 엔진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뿐만 아니라 이렇게 평균적인 소비자들의 수요 심리를 잘 읽는 것도 자동차 회사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엘란은 범퍼 위로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게 인상적이다. 이게 그 시절에 스포티한 디자인 유행이었던 것 같다. 대우 에스페로와 현대 아반떼 초기형 말고는 이런 디자인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엘란은 20년 전 물가로 3천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었으며, 전국적으로 1055대 남짓만 생산된 뒤 단종됐다. 이것도 나중엔 차를 좀 팔려고 제작사에서 원가 미만인 2천만 원대 후반 가격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팔기도 해서 얻은 실적이었다. 참고로 대우 임페리얼이 최종 생산량이 863대였다.

2. 쌍용 칼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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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란이 미래지향적이라면 칼리스타는 딱 봐도 복고풍의 컨셉이다. 원 제작사는 영국의 팬서(panther. 만화 주인공 핑크 팬더도 곰이 아니라 표범임) 웨스트윈드 사로, 이를 쌍용 자동차에서 인수하여 SUV 말고 쌍용 최초의 승용차 명목으로 국내에서 생산했다. 영국 본토에서는 동일 모델의 차명이 '리마'(Lima)였다고 하는데, 칼리스타는 도대체 무슨 어원이고 누가 지은 이름인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옛날 자동차의 주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휀다(바퀴 덮개)가 저렇게 돌출돼 있는 것이다. 외국의 차덕들도 서양이 아닌 웬 동북아시아 대한민국에서 이런 차가 생산되다는 것에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고 하지만, 딱 봐도 이런 자동차는.. 매니아들 말고는 일반 서민들에게 많이 팔리게 생기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대기업 총수 같은 부자들이 그랜저 대신 이런 차를 굴리지는 않을 테고.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어서 엔진의 성능은 나쁘지 않았으나, 자동화 대량 생산을 못 한 탓에 차 가격은 1990년대 초 물가로 역시 무려 3천만 원을 넘어섰다.
결국 앞의 엘란만치도 못 팔았다. 연 판매량은 10~20대에 불과했으며, 1994년까지 누적 판매 100대를 채 못 채우고 단종됐다(78대). 그것들도 다 국내에서 굴러다닌 게 아니라 수출 처분되기도 했다.

칼리스타 이후로도 이런 복고풍 로드스터 승용차는 국내에 현재까지 다시 등장한 적이 없다. 엘란보다도 먼저 만들어진 차인데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던 것 같다. 엘란이 등장한 때는 칼리스타가 이미 단종된 뒤였다.

* 이 외에 대우 르망 이름셔(Irmscher, 1991)도 생각난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차종은 아니고 그 당시에 생산되던 대우 르망을 '이름셔'라는 외국 회사에서 스포츠형으로 튜닝해서 고급화하고 성능을 올려 놓은 것이다.
르망은 분명 엑셀· 프라이드 같은 소형차 체급인데 이름셔 에디션(?)은 엔진 배기량부터가 중형차급 2000cc로 버프되어서 엄청난 성능을 자랑했으며, 그 외에 다른 내외장제도 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바뀌었다.

보통 국내에서는 세금 규제를 피하려고 이미 있는 외국 원판 차량도 배기량을 줄여서 내놓곤 한다. 옛날에 그라나다도 그랬고 대우 에스페로도 준중형 차급에 비해 너무 작은 1500cc 엔진을 얹은 게 화근이어서 빌빌댔다. 이름셔는 그와는 정반대 케이스였다.
하지만 이름셔 역시 인지도 부족과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별로 인기를 못 얻었다. 1000몇백만 원에 달했는데, 그 돈 쓸 거면 아예 대놓고 중형차를 사는 게 나았기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7/23 19:32 2016/07/2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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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겨울에 샤워를 하기 위해서 보일러를 켜고 온수를 튼다. 물은 잠시 후 따뜻해지긴 하겠지만, 틀자마자 곧바로 더운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물은 생각보다 무겁고 비열도 굉장히 큰 물질인데 스위치만 눌러서 한겨울에 샤워나 목욕이 가능할 정도로 따뜻한 물이 자동으로 콸콸 솟아 나오는 건 정말 엄청나게 편리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커다란 쟁반에다 물을 담아서 불 때서 데우고, 그걸 욕조로 낑낑거리며 들고 가서 끼얹어서 목욕을 하던 시절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뭐 그렇긴 하지만, 아직 충분히 데워지지 못해서 몸에 끼얹을 수 없는 물은.. 어렵게 취수되고 소독되고 불순물이 걸러진 맑은 수돗물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어디 담아 놓을 데가 없으면 버려지고 곧장 하수구로 향하기 쉽다. 본인은 그때마다 자동차 엔진의 공회전도 이런 현상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낭비라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의 자동차의 엔진 공회전은 차의 엔진을 적당히 데우고(냉각수 온도..) 엔진오일을 내부에 충분히 순환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이 들어가는 실내를 좀 데우기 위해서 필요하다. 밖이 추울수록 더욱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흔한 상황은 아니겠지만, 배터리가 방전돼 버려서 점프로 시동을 간신히 건 뒤,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 일부러 엔진만 좀 돌릴 때도 있다.

2.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 말고 불필요한 엔진 공회전은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 때문에 좋지 않다.
(1) 가장 먼저, 두 말할 나위 없이 연료 낭비이다. (2) 엔진이 저회전 저출력 저온(액셀을 막 밟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태이다 보니, 촉매 변환 장치의 효율도 안 좋아서 연료 소비량 대비 배기가스는 오히려 더 심하다고 한다.
게다가 (3) 정지 상태이니까 라디에이터로 맞바람도 전혀 못 받는 상태에서 엔진이 혼자 장시간 돌아가고 있으면, 밖이 어지간히 추워도 열평형이 깨지고 엔진 과열이 야기될 수 있다. 특히 웜업 한답시고 P나 N 상태에서 액셀까지 밟다 보면 내부의 열이 더욱 증가되니 이를 피해야 한다.

엔진이 곱게(?) 과열되면 냉각수가 증발해서 연기가 나고 엔진 출력이 떨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만, 그때 재수 없게 엔진룸 안이나 배기구에 종이나 낙엽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어서 발화점이라도 넘기면 차에 불이 나는 참사까지 발생한다. 굳이 연료가 새서 유증기가 폭발하지 않아도 화재가 이렇게도 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름때 때문에 식당에 불이 나서 건물 전체를 삽시간에 덮쳐 버리는 것처럼.

뭐, 액셀러레이터를 꽉 밟지 않고 시동 유지를 위한 최소 회전수로만 엔진이 돌아가는 건데도 장시간 공회전이 (1)은 그렇다 치더라도 (2)와 (3)까지도 야기될 수 있다는 게 실감이 안 간다. 물론 아이들링 rpm도 그것만으로도 1.5톤짜리 기계 덩어리를 걷는 속도로라도 굴러가게 할 수 있는 큰 출력이긴 하다.

어느 도로나 장소에서 단순히 주정차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공회전을 금지시키는 건 가장 크게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2) 환경 문제 때문이다. (1)과 (3)은 그냥 차주 개인에게만 금전적인 손해를 야기하는 것이니 (2)보다야 덜 중요한 문제다.

3.
본인은 진작부터 "나의 소중한 기름은 오로지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지론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편의 장치를 사용할 목적으로 차내에 체류할 때는 절대로 시동을 켜지 않는다.
그리고 자주 드나들어서 신호 주기를 대충 기억하고 있는 교차로에서, 진입하자마자 노랑-빨강 신호에 걸렸다면 앞으로 3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니 곧바로 시동을 끈다.

요즘 자동차들은 전자 제어 방식이 많이 똑똑해져서 어지간해서는 시동을 걸자마자 바로 출발해도 별 무리가 없으며, 한겨울에나 그것도 길어야 2~30초 남짓만 공회전을 해도 충분하댄다. (물론 오랫동안 세워 둔 차를 처음 시동 걸었을 때 말고)
차는 통념과는 달리,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는 순간에 특별히 기름이나 전기를 심각하게 더 많이 먹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공회전 중에 엔진이 지속적인 회전을 위해 관성의 도움을 딱히 받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엔진이 무슨 선풍기의 팬도 아니고 평소에도 얼마나 무거운 부하를 받으며 돌고 있는데.. 시동이 꺼져서 힘이 끊어지면, 선풍기 팬과는 달리 정말 신속하게 회전이 멈춰 버린다.

정지 상태에서 액셀을 밟아서 실제로 "출발 가속을 할 때에야" 속도 대비 연료 소모가 많고 연비가 꽝이겠지만, 어차피 같은 정지 상태인데 특별히 엔진의 시동 자체를 거는 것은 어려울 게 없다. 그때의 연료 오버헤드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 봐도 공회전 수 초~길어도 10초 남짓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정지 상태가 분 단위로 계속되고 출발 시기를 예측 가능하다면 쿨하게 시동 꺼 버리는 게 명백히 이익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단지 운전자가 출발 시기를 신경 쓰고 있어야 하니 스트레스가 가중될 뿐이다. 파란불이 됐는데 즉시 출발을 못 해서 뒷차에게 욕 얻어먹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4.
끝으로.. 고연비 연료 절약을 위해서는 쓸데없는 짐을 안 싣고 차를 최대한 가볍게 하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전기 장치를 안 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것도 다 알게 모르게 엔진에 부하를 주며 연비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쉽게 생각해서 자전거를 탄다고 할 때 내 발에 힘 덜 들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원칙들은 자동차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세상에 공짜란 없으니까.

자동차는 페달 밟는 순간적인 힘은 생각만치 크지 않으며, 체중이 담긴 사람의 발보다도 약하다. 초대형 디젤 차량이 아닌 이상 자동차 엔진의 최대 토크는 성인 남자 체중의 몇 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페달링 회전수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 회전수를 낮추고 낮춰서 견인력으로 바꾸고, 이걸 밑천으로 해서 자전거보다 훨씬 더 무거운 차체의 바퀴를 굴린다. 승용차의 바퀴가 성인용 자전거의 바퀴보다 더 작은 이유도 이 때문임.

자동차에서 이용하는 전기는 그 엔진의 출력을 끌어들여서 덤으로 생산된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만 해도 헤드라이트를 켜기 위해 바퀴에다가 발전기를 연결하면 아무래도 마찰이 더 커지고 자전거가 예전보다 잘 안 나아간다. 밤에 주변 건물은 사고로 다 정전돼서 가로등까지 꺼지고 깜깜한데 밖의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켜고 잘 달리고 있는 걸 보면, 자동차 전기에 대한 존재감을 더 크게 알 수 있다.

다만, 똑같이 기름을 태우더라도 발전소의 거대한 증기 터빈에서 최고의 효율로 대량 생산된 건물용 전기와 비교하면, 자동차의 전기는 생산 단가면에서 효율이 잽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발전소의 경우 평상시에는 화력보다도 더 저렴한 원자력 발전이 쓰이니까 말이다.
세금이 덕지덕지 왕창 붙은 그 비싼 기름을 태워 없앴는데, 그 동력과 전기로 굳이 건물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오로지 자동차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폰 충전 같은 건 정 급한 상황이 아니면 그냥 자동차보다는 건물에서 하는 게 원론적으로 더 나으며 돈을 한 푼이라도 더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추우면 굳이 전기 저항을 일으키는 열선보다는, 이미 있는 엔진열을 자연스럽게 끌어다 쓰는 히터가 더 나은 선택이다.

물론 헤드라이트 하나 더 켜고 오디오와 에어컨 좀 틀었다고 500km 갈 기름으로 3, 400km밖에 못 갈 정도로 그렇게 연비가 곤두박질 치는 건 아니다. 이런 걸 너무 과민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특히, 밤에 "나 여기 있소!"를 나타내는 등화에다가는 전기 아낄 생각이라고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사고는 기름값 몇 푼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니 말이다. 주변이 가로등 불빛 때문에 훤히 밝더라도, 당신 시야가 아니라 남의 시야를 위해서 헤드라이트 켜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뭐가 보이긴 해야 남도 조심해 주든가 말든가 할 테니까.

Posted by 사무엘

2016/07/09 08:35 2016/07/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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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생활 관련 잡설

1.
내가 한겨울에 운전을 하면서 지금까지 본 가장 낮은 기온은 -13도이다.
그런데 기온이 영상과 영하를 오락가락 할 때 차에서 표시해 주는 온도계를 보면, 가끔 0도라고 표시할 때도 있고 -0도라고 표시할 때도 있다.

기온이 영상이었다가 어느 땐가 영하로 내려갔다면, 그 사이에 0도이던 순간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존재했겠다는 중간값 정리 개드립이 떠오르는 한편으로.. (시각 t에 대한 기온 변화 함수는 연속함수일 테니..)
또 하나 떠오른 생각은.. "저 컴퓨터는 온도를 내부적으로 부동소수점 실수로 표현하고 있겠구나!"였다.

2의 보수 기반 정수로 표현했다면 0이 두 종류가 있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이공계 지식을 알면 기계 내부의 별별 디테일이 머리에 들어온다.
그나저나 연도에는 서기 0년이 없다고 한다. 서기 1년의 이전 해는 바로 기원전 1년. 마치 건물에서 지상 1층의 아래는 0층이 아니라 바로 지하 1층인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2.
밤에 잠을 자는데 그냥 평범한 침실이 아니라, 밖에 어디 아늑하고 아담하고 눈에 안 띄는 곳에 콕 짱박혀서 자고 싶다. 집 밖에서 야영을 하고 싶다.
하루 종일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를 몰다가 밤에 뒷좌석의 간이 침대에서 길다랗게 누워 자는 화물차 운전사 있잖아.. 뭐 그런 거에 갑자기 꽂혀서 로망이 생겼다.

트럭이 아니라 버스도. 땅 넓어서 이동에 며칠씩 걸리는 나라에서는 버스 안에도 화장실이 있고 운전사가 두 명 타서 한 명은 운전하고 다른 한 명은 짐칸에서 자다가 몇 시간 주기로 교대 근무를 한다는데.. 뭐 그렇게 자는 것도 좋다. 되게 편안하게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청계천 공원이나, 아예 깊은 산 속 수풀 덤불에 짱박혀서 침낭과 외투 껴입고 자고 싶기도 하고,
무슨 무장공비나 북파공작원처럼 비트 파서 맥북과 함께 밤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아 근데.. 산에서 자면... 그땐 식물들도 광합성 안 하고 호흡만 하기 때문에 산소 공급 측면에서는 안 좋으려나.

성경을 동원해서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밖은 폭풍 때문에 배가 다 가라앉게 생겼는데 밑전에서 쿨쿨 잘 쳐자던 요나처럼 자고 싶다. 서리해서 먹는 수박이 박진감 넘치고 더 맛있듯, 저거 그야말로 꿀잠이지 않았을까? 오죽했으면 선장이 한심해서 sleeper라는 단어까지 썼다. ㅋㅋ

3.
과식과 과속은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다음은 고기와 관련된 명언들이다.

  •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죠." (베어 그릴스)
  • "밥상에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네. 자연에도 달리는 동물이 있는데 여긴 그게 없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 주세요~~" 의 주인공. ㅠㅠㅠ 그런데 세종대왕도 딱 저런 타입이었다~ 고기와 학문을 사랑하신 우리 대왕님)
  • "이모, 반찬이 죄다 잡범이네. 아니, 어떻게 살인사건이 하나도 없나?" (영화 아저씨 대사 중)
  • "일본인은 원래 초식동물이니 가다가 길가에 난 풀을 뜯어먹으며 진격하라." (일본군 병맛 졸장 무타구치 렌야)

4.
지금까지 컵라면으로만 접하던 육개장 사발면이 언제부턴가 봉지 라면으로도 나오는 걸 편의점에서 봤다.
이걸 보니 딱 바로 든 생각은... 뭔가 스마트폰 앱이 데스크톱 PC용으로 포팅되어 출시된 듯한 느낌이다~~!! 카카오톡처럼.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반대로 PC에서 오랜 인기를 누리던 장수 소프트웨어가 모바일용으로 포팅된 예이다.
식당에서 라면을 시켰을 때 보통은 면이나 스프가 신라면 베이스가 많다고 하는데, 그럼 이건 서버 기반의 웹 애플리케이션인 걸까? =_=;; 라면 하나를 두고도 별 희한한 생각이 다 들었다. ^^

5.
2000년대 이래로 우리나라 가요계는 그야말로 그냥 아이돌도 아니고 '걸그룹' 아이돌 위주로 구도가 급격히 바뀐 듯하다. H.O.T 같은 남자 그룹도 아니고, 이 효리나 박 정현 같은 여성 솔로도 아니고.. 하긴 옛날에는 핑클이나 SES 같은 그룹도 있긴 했다만 요즘은 그때보다 애들이 더 어리고, 무엇보다 그룹 당 인원 수가 무진장 많으며 게다가 다국적이기까지 하다. 아이고 정말 정신없다. 그 와중에도 아이유는 어째 솔로로 여전히 잘 나가고는 있다만...

올해 연초에 방영됐던 '프로듀스 101'은 참 인상적이었다. 슈스케 시리즈보다 스케일과 선정성이 더 커졌다. "정말 자본주의의 진수이구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약 빨고 이런 프로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저런 걸 한다고 또 저기 출연을 하는 여자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참가를 신청해서 저 고생인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출연자들은 다들 98년에서 2002년생.. 나보다 띠동갑 이상으로 어린 걸 보고는 기겁을 했다.

예능과 끼만으로 돈 버는 게 쉬울 리가 있겠나..;; 저런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학업 스트레스가 낫지. 나중에 내 자녀가 철딱서니 없이 '나도 연예인 될래. 걸그룹 아이돌 할래' 이러면 참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드라마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정공파로 나가는 건 약발이 다했으니 '병맛'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병맛으로 인한 중독성 때문에 욕을 하면서도 저게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자꾸 보게 된다" 같은 것이랄까.. 텔미, 크레용팝 빠빠빠, 픽 미 다 그런 부류인 것 같다. 걸그룹과 관련해서 본인이 최근에 얻은 경험으로는..;;

  • 서현과 설현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걸 얼마 전에 확실하게 깨우쳤다. 특히 설현은 쏠 스마트폰 CF에 출연해서 더 유명해졌다.
  • 10년이 넘게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의 약자로만 알았던 이니셜이 이제는 걸그룹 명칭이 됐구나. 101이 그대로 알파벳으로.. 참 기발하다. =_=;;
  • 크레용팝 빠빠빠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은 서울 아차산 기슭에 자리잡은 폐업한 유원지인 "용마랜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뮤비에 나온 장면을 항공 사진 지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 한때 교회에서 <주께 가오니>를 굉장히 과격한 독수리춤 안무로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던 그 당사자가.. 훗날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의 멤버로 데뷔했음을 알게 됐다! 이름은 다현..;;

사용자 삽입 이미지

6.
석면은 거의 방사능 물질과 같은 급으로 왕창 위험한 물질이었구나. 수 년 전부터 "지하철 역사 내부에서 석면 검출" 이러는 뉴스 보도를 여느 "미세먼지 주의보"처럼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지내 왔는데.. 그렇게 사소하게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슬레이트 지붕도 전부 석면이라면.. 그렇게도 위험한 물질인 것치고는 일상생활에서 너무 흔히 봐 왔는데 말이다.

보온· 단열재로 쓰였다는데 그럼 스티로폼과도 용도가 비슷한 건가?
한 분야에서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물건이 환경을 치명적으로 파괴하고 인체에 안 좋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서 흑역사로 전락한 게.. 토머스 미즐리의 발명품 말고도 더 있었다.

7.
끝으로, 운전자의 직업병을 소개한다.
골목길을 거닐다가 옆에 요런 적당한 공터를 발견하면.. 차를 세워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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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어느 한적한 골목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5/08 08:23 2016/05/0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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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거의 3년 반 만에 처음인 것 같다.
지난번 자동차 이야기에 이어, 이번엔 화제를 VIP의 애마 말고 다른 쪽으로 좀 돌리도록 하겠다.

까마득히 먼 옛날인 순종 황제라든가 이 승만· 김 일성 같은 사람이 몰았던 차는 유니크템으로서 오늘날까지 실물이 존재하는데..
정작 해방 후에 한국 땅에서 직접 처음부터 조립해서 생산된 최초의 자동차인 '시발'(1955)은 의외로 실차가 오늘날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이거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발은 차체 외형은 자동 기계 공작 없이 엔지니어가 일일이 손으로 두들기고 펴서 만들고, 엔진은 미국 자동차 부품을 불법 복제해서 넣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이 물건들은 수출로 팔려 나가지는 못했을 것이고, 차량이 한물 갈 때쯤 다들 폐차 처분되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자동차 박물관 같은 데에 전시돼 있는 시발 택시는 그 시절에 달렸던 실차가 아니며, 다들 레플리카이다(예전의 고증을 반영해서 후대에 옛 물건을 일부러 새로 만든 복원품). 지금 불국사가 신라 시대에 지어진 원판이 아니라 훗날 재건된 건물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발 이후에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를 현대 자동차 위주로 좀 늘어 놓으면 이렇다.

  • 코티나(1968): 현대 자동차가 창립 후 면허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 외국의 자동차를 단순히 완제품 수입만 해서 판 게 아니라 면허 생산한 것임.
  • 포니(1975~1976): 잘 알다시피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 디자인 자체는 외국의 디자이너(쥬지아로)가 한 것이고 엔진도 일제(미쓰비시 새턴)이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지구상에 없던 모양의 자동차를 한국 땅에서 생산해 내는 데 성공함.
  • 프레스토(1985): 포니의 후속으로 개발된 포니 엑셀의 세단형 버전에 붙은 별칭이며, 요건 현대차 최초의 전륜구동 승용차이다. 전륜구동은 후륜구동보다 부품 수가 더 적지만 만들기는 더 어려웠다. 첫 승용차인 포니가 괜히 후륜구동이었던 게 아님.
  • 엑셀(1989): 연료 분사 방식이 카뷰레터에서 전자제어 다중분사(MPI)로 넘어가는 과도기. 최신 기술은 최상위 모델인 GLSi에서 첫 도입됐다. 이때 CF에서는 자동차에도 드디어 컴퓨터가 들어간다며 최첨단 기술이랍시고 왕창 자랑을 해 댔었다.
  • 엘란트라(1990): DOHC 흡기 방식 도입으로 엔진 출력 향상. 이 역시 최신 기술은 최상위 모델에 도입되곤 했다. 엘란트라 이전엔 그랜저의 최상위 모델인 V6 3000cc (1989)짜리도 SOHC 방식이었다.
  • 스쿠프(1991): 최초의 2도어 쿠페. 엔진을 최초로 독자 개발(알파 엔진). 터보차저
  • 액센트(1994): 최초로 로얄티가 전혀 들지 않고 현대 자동차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100% 독자 개발한 승용차다. 이만치 기술이 발달했다.

확실히 현대 자동차의 역사는 포드 사와 기술 제휴를 하던 시절과, 그 후 미쯔비시 사와 손잡은 시절로 시즌 1과 2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와 미쓰비시 사이의 기술 주종 관계 역전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역사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공동 개발한 자동차들이 하필 일본에서는 다 망했는데 한국에서만 대박을 친 것도 신기하고 말이다(그랜저/데보네어 V, 에쿠스/프라우디아).

1990년대에 자동차의 엔진 성능은 비슷한 시기에 무슨 컴퓨터의 클럭 속도가 증가한 것만치 그 정도로 폭발적으로 뻥튀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즘 차는 같은 배기량으로도 몇십 년 전 자동차가 상상도 못 할 만치 큰 출력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특히 DOHC 흡기라든가 터보차저가 엔진 출력을 크게 끌어올려 주긴 했다.

포니 같은 옛날 차들을 보면 엔진룸이 요즘 차보다 더 길고 각지게 돌출돼 있는 주제에 정작 뚜껑을 열어 보면 공간은 더 휑하다. 부품들도 다 기계식이고 단순하다.
하지만 요즘 차들은 온통 복잡한 전자 부품들로 가득하고 그러면서도 엔진룸은 최대한 줄이고 객실 공간을 짜내다시피하게 설계된 것이 눈에 선하다.

포니부터 시작해서 엑셀, 스텔라, 쏘나타 Y2까지 그 시절 자동차들은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디자인이다. 그러나 1986년에 나온 각그랜저는 시간대가 얼추 저 시절에 듦에도 불구하고 쥬지아로의 디자인이 아니며, 디자인과 설계까지 모두 현대/미쓰비시 공동 개발이다. 우리나라의 동전 중에 500원만이 다른 동전보다 늦게 따로 등장했으며, 열차 명칭 중에 새마을호는 비둘기/통일/무궁화와는 달리 독자적으로 먼저 쓰이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쥬지아로 이후로 한참 뒤, 2000년대 말에 fluidic sculpture라는 이념 하에 YF 쏘나타와 아반떼 MD를 디자인한 사람은 안드레 허드슨이라는 미국인이다. 쏘나타는 미국물 먹은 디자인이고, 경쟁 차종인 K5는 유럽물 먹은 디자인이라고 흔히 비교되곤 했다.

* 보너스: 현대 자동차의 차명 관련 개드립

  • 코티나: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 자동차가 생산한 최초의 차량이다. 최초라는 건 시행착오의 시범타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의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차가 생각보다 잘 퍼지고 고장이 잦았던지라, 코티나의 초창기 모델은 '고치나', '코피나', '골치나' 등 불명예스러운 개드립이 많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치면 버그가 꽤 많았던 듯.
  • 그라나다: 역시 유럽 포드 사의 차량을 면허 생산한 것이다. 얘는 그 당시로서는 그랜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꿈의 최고급 승용차였으며, 국내에 아직도 이 차를 애지중지 관리 잘 하면서 소장 중인 사람이 있다. 채널 A 카톡쇼에서 그 차주와 차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제18회).. 차주의 가족들은 차명에서 G를 B로 바꿔서 차를 '불안하다'라고 부른다고 한다. 너무 옛날 차여서 언제 갑자기 퍼질지 몰라서 타기 불안하다고. -_-;;
  • 쏘나타: '소나 타'. 이건 그 당시 경쟁사(대우?)의 회장조차도 현대를 디스할 때 구사한 드립이라고 한다.-_-;;; 한국어 보조사의 특성상 나름 중의성도 있다. (1) 사람이 아닌 소를 싣는 데 적합한 차라는 의미와, (2) 이런 저질 차를 탈 바에야 차라리 소를 타는 게 낫다는 의미. 그래서 1985년에 스텔라의 최상위 트림으로 Y1 모델이 나왔을 때에는 CF에 분명히 '소나타'라고 기재돼 있었지만, 그 이듬해, 심지어 Y2이 나오기도 전에 곧장 '쏘나타'라고 한글 표기가 ㅅ이 ㅆ으로 바뀌었다!
  • 에쿠스: 어느 난센스퀴즈에 따르면, 궁예가 타고 다니는 차라고 한다. -_-;; 글쎄, 한 나라의 국왕이니까 저 정도 기함급 승용차를 몰 만도 하겠다. 그런데 이젠 에쿠스도 단종되고 제네시스 EQ 900으로 넘어갔으니 옛날 이야기가 됐다.

소나타/쏘나타 드립에 대해서는 다음 사진과 화면을 참고할 것.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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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거에 쏘나타는 후면 엠블렘의 첫 글자가 떨어져 나가서 '오나타'라고 바뀌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름 하나 갖고 참..;; 조감도가 한 획만 빠져서 오감도로 바뀐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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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6/05/06 08:38 2016/05/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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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종 어차(1903)

황제의 즉위 무려 40주년을 기념하여 도입됐으며(참고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60년이 넘었다만..), 이게 한반도 땅에서 최초로 달린 자동차이다. 차종은 '포드 모델 A'이라는 2도어 오픈카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확실치 않으며, 자동차 역사 연구자 사이에서 그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런 거야말로 고종 실록 같은 데에 수록되지 않았나?

허나, 이 차는 얼마 못 가 러일 전쟁 기간 중에 소실된 관계로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 시절에 자동차는 얼마나 비싼 물건이었을 텐데, 명백한 사고 폐차도 아니고 러일 전쟁 자체가 한국 땅에서 벌어진 것도 아닌데(청일 전쟁이 아님), 도대체 그 당시에 국가 자산 관리가 얼마나 막장으로 되고 있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래서 얘는 가정사로 치면, 첫째 자식보다 먼저 태어났지만 이름도 없이 일찍 죽은 형· 누나 정도의 존재감으로 취급된다.

2. 순종 어차(1913)

일제 강점기가 된 뒤에 데라우치 총독이 자기 차와 더불어 조선 황실에 대한 예우를 위해 선물해 준 차라고 한다. 1911년엔 고종 어차 시즌 2로 영국제 다임러 리무진이 들어왔고, 1913년에는 순종 어차 명목으로 더 큰 캐딜릭 8기통 리무진이 들어왔다. 고종-순종 부자가 타라고 차를 두 대 구매했으나, 실소유자는 곧 순종-왕비 부부로 바뀌었다. 도입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운전대는 명백하게 오른쪽에 있다.

이 차들에 대해서도 도입 시기에 대해서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건 아니다. 1911-1913년 도입이라고 하는데 다른 자료에서는 한참 나중인 1918년식이라는 얘기도 있고. 저래 뵈어도 엔진의 배기량은 5000cc가 넘는데 제원상 최대 출력은 30몇 마력밖에 안 됐다는 것 역시 참 안습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자동차 기술의 한계가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들은 엄연히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 된 자동차 실물이다. 그리고 저 차종 자체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차량이 전세계적으로 극소수인데, 한국에 있는 물건은 보존 상태가 양호해서 세계 자동차 역사의 관점에서도 유물로서 가치가 대단히 높다고 한다. 6· 25 전쟁의 포화까지 견뎠을 정도이니, 얼마 타지도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고종 어차 최초 도입분과는 운명이 정반대이다.

일단 아래 사진에서 왼쪽 것이 1911년도 다임러 리무진이고 오른쪽 것이 1913년도 캐딜락 리무진이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이 서로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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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때는 흙 묻고 빛 바래고 먼지가 수북이 앉은 채로 창덕궁 차고에 방치돼 있었으나, 1990년대 말에 현대 자동차와 영국의 올드카 복원 전문 업체가 협력해서 표면을 광 내고 대대적으로 보수를 했다. 복원하는 덴 시간이 5년에 가깝게 걸렸으며 비용도 10억 원가량이 들었다고 한다.

복원 작업은 2001년 말에 완료됐으며, 이 덕분에 어차는 완전히 새 차처럼 변했다. 캐딜락의 경우 원래 검정이었는데 표면 도색도 빨강으로 바꾼 듯하다. 현재 이들은 경복궁 안의 국립 고궁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캐딜락 리무진의 before과 after를 대조한 것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했다. 저 차들이 191X년대에 갓 들여 온 직후에는 저렇게 반들반들 윤이 났을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지금 시퍼렇게 녹이 슬었다고 해서 그게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퍼렇지는 않았으며(동상은 원래 갈색· 구리색임), 옛날 사진이 지금 누렇게 바래 있다고 해서 옛날 그 당시의 풍경 자체가 누렇게 바랬던 건 아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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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 일성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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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다름아닌 북한의 수괴인 김 일성이 몰고 다니던 승용차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구소련 시절의 자동차이다.
구소련이라 하면 총(AK47!)과 비행기(AN-??)와 우주선은 만들었어도 정작 고유 모델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정보는 영 생소하다. 저건 ZIS 110이라는 모델로, 1948년에 김 일성이 스탈린으로부터 선물받았다고 한다.

김 일성은 이 차를 즐겨 몰고 다녔다. 6· 25 전쟁 중에는 안전한 후방에서 보고나 받고 명령만 내린 게 아니라, 경북 왜관까지 남하해서 전선을 시찰하고 북한군 병사들을 지휘했다고 한다. 고속도로도 없던 와중에 참 멀리까지도 내려왔다. 낙동강을 사수하네 마네 하던 리즈(?) 시절엔 그야말로 한반도 전역의 적화통일이 코앞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는데 1950년 가을, 인천 상륙 작전으로 인해 전세가 역전되었고 김 일성은 시급히 후퇴를 해야 했다. 평양까지 빼앗기고 계속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앞은 강으로 가로막혀 있고 다리가 없고 차량으로는 도저히 건너갈 수가 없었다. 다른 길로 뺑뺑이를 칠 수도 없고.. 그래서 김 일성은 (아마 눈물을 머금고) 자기 애마를 어쩔 수 없이 버리고 도망쳤다고 한다. 난 차량이 남한에서 노획되었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 차량은 1950년 10월 22일,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km쯤 떨어진 청천강 근처에서 남한 국군(6사단 수색대)에 의해 발견되고 노획됐다. 국군이 38선을 최초로 넘어서 국군의 날이 시초가 된 10월 1일 이후로 정확히 3주 만의 일이다.
이걸 최초로 발견하고 신고한 병사가 누군지를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검색은 더 귀찮아서 안 하련다. 그 병사는 당연히 큰 포상을 받았다.

김 일성의 리무진은 대한민국의 국고로 귀속됐다. 김 일성은 차만 버렸지 차키까지 놔 두지는 않았겠지만, 그 시절의 옛날 차들은 지금 같은 첨단 이모빌라이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타터 모터의 배선만 연결하면 강제 시동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차가 그때 이후로 줄곧 한국에서 애지중지 보존되어서 반공 안보 교육(?) 아이템으로 쓰였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승만 대통령은 1951년, 미 8군 사령관이던 월튼 워커 장군의 부인에게 이 차를 선물로 줬다. 워커 장군은 잘 알다시피 1950년 12월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통사고로 한국 땅에서 순직했기 때문이다(교전 중 전사는 아니고..).

부인 되시는 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인수했지만 차는 곧 고장 났다. 냉전 중에 미국에서 적성국인 구소련제 차량은 부품을 구해 유지 보수를 하기도 어려웠던 관계로, 그녀는 차를 또 처분해 버렸다. 그렇게 김 일성 리무진은 미국 땅에서 정처 없이 30년 가까이를 방황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차가 사고가 나고 폐차됐다면 김 일성 리무진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랬는데 사단법인 유엔 한국 참전국 협회라는 단체에서(대표: 지 갑종) 1970년대에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이 차의 소재를 미국에서 찾아 냈으며, 뉴저지에 소재한 어느 자동차 수집상으로부터 거금을 주고 1982년에야 그 차를 한국으로 도로 역수입을 해 왔다. 먼 나라로 수출되었던 포니가 20여 년 뒤에 드라마 촬영을 위해 도로 역수입된 것처럼. 그때 고맙게도 대우 그룹 김 우중 회장이 재정적인 지원을 해 줬다고 한다.

또한, 그때 이래로 지 회장이 러시아 엔지니어까지 초청해서 관리를 잘 한 덕분에, 김 일성 리무진은 현재도 간단한 정비만 하면 곧장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한다. 이분은 6· 25 전쟁 휴전 60주년을 얼마 남기지 않았던 2013년 7월 16일, 차량을 전쟁 기념관에다 기증했다. 덕분에 우리는 전쟁 기념관에서 김 일성 리무진과 동시에 곧 소개할 이 승만 리무진도 나란히 관람할 수 있다.
참고로 6· 25 전쟁을 계기로 김 일성은 자기 애마뿐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에 있던 자기 별장도 빼앗겼다.

4. 이 승만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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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일성 차량에 비해 이 승만 리무진은 설명할 게 훨씬 없다. 1956년에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의전용 방탄 캐딜락이다. 그러므로 전쟁 중에 굴러다닌 건 아님. 애초에 이 승만은 6· 25 때 피난도 자차가 아니라 열차를 타고 갔다.

얘는 어차처럼 창덕궁에서 보관되어 오다가 2000년부터 전쟁 기념관으로 옮겨져 전시되었으며, 2013년경에는 역시 때 빼고 광 내는 부분적인 복원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이 작업은 당연하지만 구한말 어차를 복원하는 것만치 힘들고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차 역시 당장 시동 걸고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정태를 넘어 동태보존 상태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28 08:31 2016/04/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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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라는 물건은 차체의 크기와 엔진의 배기량 같은 전반적인 규모를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고, 같은 규모라면 사람을 태우는 것과 화물을 싣는 것을 각각 얼마만큼 비중을 뒀느냐에 따라서도 여러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사람에 초점을 두면서 덩치가 커지면 버스가 되고, 화물에 초점을 두면서 덩치가 커지면 트럭이 된다.
그런데 전문적인 트럭이나 버스로 불리기에는 작은 승용차급 크기에서도 생각보다 다양한 차종이 존재한다.

가장 흔한 건 5명이 타고 짐은 뒤의 트렁크에 싣는 '세단'이다. 세단은 객실과 화물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정숙성 면에서 좋다. 그러나 짐을 높이 쌓기 어려우며, 이런 화물칸에다가 성인용 자전거 같은 건 접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실을 수 없다.

옛날에는 해치백이라고 뒷부분에 위로 열리는 문이 달린 차량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라는 포니부터가 해치백이었고, 그 뒤에 르망이나 프라이드(초기 모델)도 해치백이었는데 요즘 국내에서는 해치백 승용차는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 해치백은 통상적인 승용차보다 더 큰 SUV의 전유물이 된 듯하다.
해치백은 세단처럼 뒤에 뭔가 돌출된 부위가 없다 보니, 유체역학적으로 볼 때 뒷유리에 먼지가 더 잘 쌓이고 더러워지기가 쉽다. 그래서 뒷유리에도 와이퍼가 달려 있다.

요런 5인승 승용차/SUV급 체형에다가 뒤에 트럭처럼 짐받이도 장착된 차량을 특별히 '픽업트럭'이라고 하는 것 같다. 미국 시골에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평범한 세단형 승용차가 아니라 픽업트럭이 자가용으로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험지를 종종 달려야 하니 차체가 크고 튼튼할 필요가 있으며, 땅 넓고 길 넓고 단독 주택에 자기 차고도 있고, 기름값 싸고 배기량 규제도 없으니 큰 차 굴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 인건비가 비싸서 어지간한 가사노동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 갈 때처럼 짐을 많이 실을 일 있을 때도 용달차를 부르기보다는 자차로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이러니 미국의 시골 문화에는 큼직한 픽업트럭이 어울린다. 영화 <킬 빌>에서 빌의 동생 버드는 사막 한가운데의 어느 컨테이너에서 살았던 한편으로 자가용이 픽업트럭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자동차 문화라는 것도 참 가난하고 열악하고 배고픈 여건 속에서 태동했다. 수출을 위해서 무작정 중공업을 육성했는데, 그래도 외화는 목숨 걸고 아끼려고 기름값에 세금 왕창, 자동차 배기량에 세금 왕창..;; 고위 공무원들의 관용차에도 4기통보다 더 큰 차는 금지시켰을 정도다. 또한, 소비자에게만 규제를 넣은 게 아니라 심지어 자동차 제조사에도 생산 가능한 자동차의 종류까지 규제를 했다.

그러니 국내에서 생계형 미니 용달 화물차는 기아 자동차의 전신인 기아 산업에서 만든 삼륜차부터 시작했다. 삼륜차는 내가 몇 차례 예전 글에서 소개한 바 있으니 이 자리에서 사진 첨부는 생략하겠다.
그 후 1974년에 기아에서는 잘 알다시피 '브리사'라는 승용차를 내놓았는데, 사실은 그 전 1973년 여름에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브리사의 전신인 픽업 트럭을 먼저 내놓은 적이 있었다. 브리사는 상용차부터 출시된 뒤에 그걸 베이스로 나중에 만들어진 승용차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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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에서 나온 포니 역시, 앞좌석까지만 동일하고 뒷부분은 짐받이로 대체된 픽업 트럭 에디션이 응당 있었다. 최대 적재는 400kg 남짓까지 가능했다.
포니나 SMC 덤프트럭 같은 옛날 차들을 보면 엔진룸은 요즘 자동차보다 더 길고 각지게 돌출돼 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면 들어있는 부품은 생각만치 조밀하지 않고 듬성듬성해 보이는 게 인상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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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화물차이긴 한데 천장이 있고 외형은 승용차와 동일한 일명 3도어 '밴' 에디션도 있었다.
포니 이후에 엑셀까지 밴 에디션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진 첨부는 귀찮은 관계로 생략하겠다.
엑셀은 포니와는 달리 원래 세단인데 밴은 해치백? 쿠페? 스타일이니 이것도 인상적이었다.

기아와 현대에서 픽업트럭을 내놓는 동안 대우 자동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래의 요놈은 휠 모양을 보아하니 맵시나 기반인 것 같은데 내가 어렸을 때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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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것보다도 내가 더욱 신기하게 여기는 추억의 자동차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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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승용차의 픽업트럭 파생 에디션이 아니라, 아예 트럭에 더욱 근접해 있는 형태이다. 앞부분은 엔진룸이 돌출돼 있고 좀 승용차처럼 생겼지만, 그래도 앞의 차체와 뒷바퀴 휀다는 짐받이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짐받이는 후면뿐만 아니라 측면까지 모두 열어 젖힐 수 있다. 일반 트럭처럼 말이다. 승용차로 치면 딱 봐도 그랜저/쏘나타급의 중대형의 덩치이고 적재 용량 역시 7~800kg에 달했다.

실제로 엔진의 배기량도 2000cc급이었고, 휘발유가 아니라 '디젤' 엔진 기반이었으니 더욱 트럭에 가깝다. 걍 1톤 트럭의 약간 마이너 버전이다. 크고 무거운 디젤 엔진을 승용차에다 얹으려다 보니 그 당시 기술로는 부득이하게 중앙이 불룩 튀어나온 전용 보닛이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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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대우 자동차는 독일 오펠 사로부터 수입한 승용차용 디젤 엔진을 얹기도 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는 디젤 승용차의 원조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당시의 현대/기아 계열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기록이다. 그러니 픽업 트럭 역시 휘발유 에디션(흰 놈. 제미니/맵시나 기반)과 디젤 에디션(파랗고 더 크고 엔진이 불룩한 놈. 로얄 디젤 기반)이 모두 존재했다고 한다.

요놈은 그 당시 웬일로 '맥스'라는 차명이 붙었으며, 1988년까지 생산되다 단종됐다.
본인은 25년 가까이 전의 어린 시절, 집에서 피아노를 구입했을 때 피아노가 바로 이 맥스 픽업트럭의 짐받이에 실려서 오는 걸 본 기억이 있다. 그 차의 색깔도 딱 저런 파란색이었다. 그 피아노는 2016년 현재, 아직도 본인의 고향집에 있다.

그에 반해 요즘은 트럭은 기본이 1톤 단위로 시작한다. 그것보다 더 작은 '경상용차'는 국내 유일의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걸로 안다. (적재 하중 550kg)
경차에게 주는 법적 혜택이 워낙 독보적인 관계로, 이 차량은 비록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마진이 남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생계수단 장사 밑천으로서 기본적인 판매 수요는 절대보장이다.

다만, 원가 절감을 위해 자동 변속기, ABS, 에어백, 자세제어, 그딴 거 하나도 없..다. 안전 테스트도 결과에 관계없이 단종돼서는 안 되는 차량이라고 꾸준히 열외· 면제-_-돼 왔고, 사고 시에 연료가 새는지, 디젤 엔진이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지 이런 것만 검사를 받아 왔다. 뭐 현실이 그렇다.

그러고 보니 트럭 중에도 옛날에는 포터에 1.25톤짜리 바리에이션이 있었고, 기아의 점보 타이탄 중에는 1.4톤 모델이 있어서 오늘날 1톤과 2.5톤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걸 찾을 수 없다. 엔진음이 여자 톤에서 남자 톤으로 바뀌는 과도기적인 체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상. 오늘은 소형 트럭 쪽에서 특별히 픽업트럭를 중심으로 옛날 차들을 회상해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23 08:33 2016/04/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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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음속 자동차

예전에 한번 하이브리드 교통수단에 대해 논하면서 초음속 자동차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저 바닥도 이제 시속 1000km를 훌쩍 넘어 서양권의 상징인 시속 1000마일을 추구하는 경지에 가 있다. (☞ 전투기 엔진에 티타늄 바퀴.. 초음속車, 시속 1609km 돌파하라)

시속 200~400 정도까지를 내는 통상적인 스포츠카 슈퍼카도 아니고 초음속 자동차 정도까지 되면 실용적인 관점에서야 당연히 돈지랄의 극치일 뿐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수(프라임)를 발견한다거나 원주율을 몇백억 자리까지 더 구한다거나, 액체 질소까지 동원한 극한의 오버클럭질로 컴터 속도를 8GHz가 넘게 끌어올린다거나, 멀쩡한 코드를 마개조해서 난잡한 코드 경연대회(IOCCC) 출품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그냥 그 분야의 지적 호기심과 기술의 극한을 추구하는 연구라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

차는 적당하게 빠르게 달려서 맞바람을 맞으면 일반적으로는 아주 좋다.
사람만 시원한 게 아니라 엔진도 라디에이터를 통해 그렇게 바람을 쐬어 줘야만 냉각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냉각수를 사용하는 수랭식이지만, 그 냉각수를 식히는 데는 이런 공랭식 메커니즘이 기여하는 게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자동차가 엔진 공회전을 너무 오래 하고 있으면 위험한 이유는.. 그런 맞바람에 의한 라디에이터 냉각 효과가 없는 상태에서 엔진이 계속 돌아가며 열을 받기 때문이다. 단순히 연료 절약이나 배기가스 환경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땅에서 차량이 상상을 초월하게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야 도대체 '공기와의 마찰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고, 심지어 타이어가 구름 마찰력조차 감당을 못 해서 타 버리는 처지가 되는지 나로서는 실감이 안 간다.
콩코드 정도로 날면 성층권에서도 공기와의 접촉 부분이 섭씨 몇백 도대로 올라간다고 그러고, 무슨 재돌입하는 우주왕복선쯤 되면 공기와의 마찰열이 심각한 수준이 된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어느 것이든 감이 안 잡히긴 마찬가지이다.

저런 초음속 차량은 엄청난 가감속 거리 때문에 자동차 회사 연구소 안의 도로에서도 테스트를 할 수 없으며, 미국이나 호주 같은 넓은 대륙 안에 있는 사막에서 최하 30km에 가까운 직선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하긴, 소닉 붐 소음 문제도 있으니 비행기는 바다 위에서만 초음속 비행이 가능할 것이고 자동차의 초음속 주행 가능 장소는 먼 사막 아니면 답이 없겠다.
아니면 아예 지하로 내려가든가. 육상 교통수단이 일말의 실용성을 유지하면서 저렇게 초음속으로 달리려면 진공 튜브 속을 달리는 궤도 기반 대중 교통수단으로 가야 하지 싶다.

오로지 찰나의 순간이나마 최고 속도만을 최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음속 자동차는 피스톤 회전 엔진이 아니라 제트/로켓 엔진 기반이며, 정지 상태에서 대략 55초 정도면 최고 시속 1609km에 도달한다고 한다. 같이 참고할 만한 비교 대상은 다음과 같다.

  • 나로 호는 발사 54초 만에 음속을 넘어섰다. 물론 얘는 수평 주행이 아니라 중력을 정면으로 거스른 수직 상승부터 시작한다는 게 감안할 점이다.
  • 한편, 프랑스의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은 1000마력짜리 엔진으로 정지 상태에서 최고 시속 400km까지 55초가 걸린다고 한다.

부가티 베이론은 시속 400이 55초니까 4로 나눠서 제로백은 13초냐 하면.. 그건 당연히 전혀 아니다.
얘는 제로백은 무슨 오토바이가 튀어나가듯이 단 2.9초 만에 달성된다. 200km/h가 7.3초, 300km/h가 16.7초여서 속도가 증가할수록 추가적인 가속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지고 힘들어진다. 공기 저항과 엔진의 역학적 한계 때문에 경제 속도와는 갈수록 멀어지는 셈이다.

준중형급의 일반 양산형 승용차는 연비 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야 제로백이 10초대에 나올까 말까다. 그런데 작용/반작용 비행기 엔진도 아니고 피스톤 왕복 엔진만으로 그 커다란 차체가 3초 이내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건 가히 사기적인 성능이 아닐 수 없다. 아예 비행기 엔진을 표방하는 초음속 자동차라면 운전자는 처음엔 거의 누운 자세로 있어야 하며, 출발인지 발사인지 직후엔 무슨 전투기 급가동 때처럼 몇 G의 가속도에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걸 견디야 한다.

부가티 베이론의 경우, 시속 400km 상태로 30분을 달리면 믿거나 말거나 타이어가 홀랑 타 버린다고 한다. 고속 주행에 최적화돼서 비행기 랜딩기어급으로 무진장 비싼 전용 타이어를 써도 그런다. 하지만 시속 400km 상태로 15분을 달리면 연료가 먼저 바닥나 버리기 때문에 타이어가 타는 걸 실제로 볼 일은 없다고 한다.;;;

초음속 자동차야 고무 타이어로는 아예 택도 없고, 티타늄이라고 100% 금속 재질인 타이어를 쓴다고 한다.
시속 500~600km를 넘어서는 시점부터는 고무 타이어가 마찰열을 버티지를 못하는데, 사실은 쇠바퀴로 쇠 레일 위를 달리는 철도 차량도 비슷한 속도 영역에서 비슷한 원천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자동차와는 달리 마찰 때문에 바퀴가 타 버리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지만, 그 반대가 문제다. 마찰이 너무 작은지라 바퀴가 레일 위를 미끄러지고 혼자 헛돌아 버리기 때문에, 더 가속을 할 수 없다.

그러니 궤도 교통수단이 그 이상 속도를 내는 건 아예 지상에서 살짝 뜨는 자기 부상 열차 쪽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철저히 통제를 받으면서 지상에서 정~말 조금만 미묘하게 뜨는 걸 말한다.
도로를 달리는 초음속 자동차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한편으로, 고속 주행 중에 차체가 떠 버리지 않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비행기처럼 아예 이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뜨면 조향이 안 되고 차를 통제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초음속 자동차는 제동도 여느 자동차처럼 디스크/드럼 방식 브레이크로 하는 게 아니다. 초음속을 달성한 후엔 최대한 어서 감속하고 안전하게 정지해야만 테스트 도로에서 오버런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후방으로 낙하산까지 펴면서 별 짓을 다 해야 한다. 여러 모로 통상적인 자동차의 개발 방법론이 통하지 않으며, 공중에 뜨지만 않을 뿐 비행기나 다름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왕복 엔진에 고무 타이어를 쓰는 자동차가 그냥 몇백 m 깊이까지만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반적인 잠수함이라면, 초음속 자동차는 경제성을 희생하고라도 1만 미터 아래의 해구 밑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게.. 작고 둥글고 단단하게 아주 극단적으로 특수하게 설계된 잠수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잠수정은 내려갈 때는 추를 달고 내려갔다가 뜰 때는 그걸 버리고 와야 한다. 그리고 너무 강한 압력을 버텨야 하는 관계로 유리창도 못 만든다. 초음속 자동차가 최고 속도를 찍었다가 금세 낙하산 펴고 허겁지겁 감속을 해야 하듯, 저것도 정말로 내려갔다가 허겁지겁 올라오는 것 자체에만 의미가 있다.

2. 비행기의 실속

그럼 다음으로는 진짜 비행기 얘기이다.
지난 2013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공군 기지를 출발한 보잉 747 기반의 미국 화물기가 추락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비행기는 이륙하여 잘 상승하나 싶었는데 얼마 못 가 실속에 빠져 공중에 멍하니 있더니만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쳐 버렸다. 추락 지점엔 대폭발이 발생했고, 승무원 7인은 안타깝지만 전원 끔살을 면치 못했다. 이 추락 과정은 주변을 주행하던 자동차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되어 기록으로 남았다.

이 비행기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것일까?
녹화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아마 테러 공격을 의식해서(아프가니스탄임) 고각으로 무리하게 급상승을 시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것 자체는 블랙박스 영상만 보고 판단 가능한 사항이다.

그런데 이 비행기에는 장갑차가 몇 대 적재돼 있었서 굉장히 무거운 상태이기도 했다고 한다.
인제 와서는 확인을 할 방법이 없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급상승 중에 장갑차를 고정하던 장치가 풀려서 화물들이 와르르 구르고 무게중심이 엉망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다. 이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서야 비행기가 저렇게 어처구니없게 땅으로 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거 무슨 세월호 침몰과 비슷한 과정인 것 같았다.
급상승은 배로 치면 급선회, 급변침이다. 세월호는 그걸 시도하다가 짐들이 와장창 굴러서 한데 쏠렸으며, 이 때문에 배 전체가 기울고 급기야 벌러덩 나자빠져 침몰해 버렸다.

저 화물기도 급상승으로 인해 화물 쏠림 → 기우뚱 → 실속 → 추락이라면 정말 세월호와 비슷한 방식으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기계 자체의 결함이나 외부 피격이 아니라 스스로 잘못된 조작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했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비행기와 배는 땅 위를 굴러가는 게 아니라 유체 위 또는 속을 주행하는 물건이니 무게 배분과 중심 잡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고정익 비행기는 한번 자세가 잘못돼서 양력을 잃었으면 무슨 자동차마냥 액셀을 밟아서 엔진 출력만 낸다고 해서 바로 다시 뜰 수 있는 게 아니다. 충분히 하강하면서 공기를 타고 속도를 얻어야 다시 뜰 수 있다. 그럴 만한 충분한 고도가 없으면 그냥 추락.;;
그러니 비행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뭐, 헬리콥터는 고정익은 아니지만 고정익보다 더 불안하고 위험하면 위험했지 사정이 나은 건 절대 아닐 테고.

3. 우주로 가는 방법

물체를 단순히 양력을 이용해서 잠깐 공중에 띄우는 게 아니라, 아예 지구 대기권 밖의 우주로 보내려면 로켓 말고는 사실 답이 없다. 자동차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양의 연료를 싣고 그걸 순식간에 다 태워 버려야만 그런 힘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비행기 이전에 비행선이라는 게 있었듯이 옛날에는 로켓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우주에 가는 것도 특히 쥘 베른의 SF 소설 같은 데서 종종 소개되곤 했다. 하긴 그때는 화성의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 온다는 <우주 전쟁>이라는 소설도 있었고, 금성 정도면 극지방에 충분히 사람이 건너가서 살 만하겠다고 상상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1) 대포: 초고성능 초대형 대포를 쏴서 물체를 처음부터 지구 탈출 속도를 능가하는 가속도를 줘서 날려 보낸다. 이 대포야말로 둠 코믹에 나오는 BFG(X나게 큰 총포)여야 할 것이다. 제랄드 불 박사가 이 방식의 끝판왕인 space gun이라는 걸 발명해서 부분적으로 성공도 했다.

우주 대포는 복잡한 로켓 엔진이 필요하지 않으며 방대한 양의 연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큰 매력이다. 실제로 우주로 나가는 로켓들은 부피와 무게에서 십중팔구가 연료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사 직후에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짜부러뜨리는 살인적인 G는 뭐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인간 같은 생명체는 원천적으로 탑승 불가이며, 무생물이라 해도 실을 수 있는 물체의 크기와 무게는 어마어마한 제한을 받게 된다.

(2) 엘리베이터: 아예 저 높은 하늘 끝 우주까지 바벨 탑처럼 근성으로 우주 사다리 + 엘리베이터를 만들자는 발상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그런 구조물을 만들기가 대단히 어려우며, 건설 중 또는 운용 중에 사고가 났을 때의 위험성이 너무 치명적이다. 아울러 저 위험성에 비해서는 작은 단점이겠지만, 우주로 나가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인간이 하늘을 날아서 우주로 나간다는 건 지금으로부터 150년쯤 전에는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꿈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다. 당대의 쟁쟁한 물리학자 석학이 "공기보다 밀도가 높은 기계 기반의 비행체란 존재 불가능하다"라고 대놓고 그랬을 정도이다.
그러니 어차피 불가능한 일인데 이와 관련해서 그 무슨 현실성 없고 황당한 상상인들 못 했겠는가?

그 시절에는 현실성으로 따지자면 로켓이나 우주 대포나 우주 엘리베이터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동등한 SF의 영역에 있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오늘날 가히 우주 기술의 근간으로 정착한 액체 로켓 기술(by 로버트 고다드)마저도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병맛 취급받았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만치 답이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종 승자는 로켓으로 굳어졌다. 엘리베이터 같은 시설물이 없어도 되고 그것보다 상승 속도가 빠르고, 그렇다고 우주 대포만치 강한 G를 야기하지도 않으려면 결국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힘을 발사체가 직접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03 08:39 2016/04/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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