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시동

1. 시동

내연기관은 정지 상태였다가 돌아가려면 시동을 걸어 줘야 한다.
큰 불을 피우기 위해서 맨 처음 작은 불씨를 일으켜야 하듯, 그리고 컴퓨터의 유사 난수 생성기에다가 맨 처음에는 '무작위한' 씨앗을 하나 공급해 줘야 하듯, 동력을 생성하는 엔진도 시동을 걸기 위해 첫 순간에는 외부로부터 힘을 공급받아야 한다.

자동차처럼 스타터 모터가 달린 내연기관에서는 시동을 거는 절차가 간단한 편이다. 키를 꽂아서 옆으로 살짝 돌리거나 아니면 그냥 start 버튼을 누르는 게 전부이다. 그러나 자동차보다 더 작고 열악(?)한 물건에서는 시동을 거는 방식이 생각보다 더 다양했던 것 같다. 특히 옛날에 말이다.

  •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벤츠 모터바겐을 포함해 100년 전의 옛날 자동차, 그리고 농촌 경운기는 뒤에서 엔진 크랭크축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묵직한 회전축을 힘껏 돌려 줘서 시동을 걸었다.
  • 기계톱이나 자그마한 모터보트, 예초기 같은 부류는 줄을 푸덜덜 당겨서 시동을 건다. 전문 용어로는 '리코일 스타터'라고 부른다.
  • 요즘은 안 그런 것 같다만.. 옛날 오토바이는 페달을 밟아서 시동을 걸곤 했다. 전문 용어로는 '킥 스타터'. 죽어라고 시동이 안 걸려서 고생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어린 시절에 본 기억이 있다.

묵직한 엔진을 스스로 계속 돌아갈 수 있게 만들려면.. 처음에 힘을 생각보다 많이 전해 줘야 한다. 수~십수kg에 달하는 부하가 걸려 있는 회전축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여러 바퀴 돌려야 한다.
수동 변속기 차량을 밀어서 시동을 거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해 보자. 이중주차된 차를 슬쩍 미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시동을 걸기 위해 걸어 줘야 하는 최소한의 회전수와 토크, 그리고 시동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최저 회전수나 허용되는 최대 토크(부하) 같은 걸 수식으로 구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걸 인력으로 때우는 게 불편하니 자동차에는 20세기 초반쯤에 스타터 모터라는 게 발명되었다. 덕분에 시동을 거는 게 더 편리해졌지만, 그 대신 자동차는 배터리의 방전에 더 취약한 물건이 됐다.

차가 이미 시동이 걸려 있는데 공회전 엔진음이 너무 조용하다 보니 운전자가 실수로 키를 또 start로 옮길 수 있다.
옛날에는 실수로 그러면 스타터 모터가 뭘 잘못 건드리는지 아주 시끄럽고 불쾌한 소리가 나서 운전자가 "앗차~!" 하면서 키를 황급히 on으로 돌려 놓곤 했다.

자동차 취급 설명서에는 "시동이 이미 걸렸는데 키를 start로 또 옮기지 마십시오. 그러면 스타터 모터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라고 쓰여 있긴 하다. 하지만 한두 번 실수로 잠깐 그러는 것만으로 차가 바로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고장 나지는 않는 것 같다.
뭐, 요즘 같은 버튼식 차량에서는 한 버튼이 상태별로 시동 on/off를 모두 겸하니, 저런 실수 자체가 아예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라이터나 가스레인지 같은 화기를 켜는 절차도 내연기관의 시동과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라이터는 과거의 '플린트 락' 총기처럼 소형 부싯돌 같은 걸 마찰시켜서 불꽃을 만든다. 그러나 가스레인지는 전기 스파크를 이용해서 불꽃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용 붙박이 가스레인지는 대형 건전지를 넣는 부위가 있거나 아니면 아예 가정용 교류 전원을 사용한다.

가스레인지의 점화가 자동차 시동과 다른 점은.. 불이 켜진 뒤에도 다이얼이 START에서 ON으로 이동하는 게 없이, 그냥 자기 상태가 화력에 대응한다는 점일 것이다.;;
정비 상태가 불량한 물건은 다이얼을 돌려도 딱딱거리기만 할 뿐 죽어라고 켜지지를 않는데.. 이는 자동차가 시동이 죽어라고 안 걸리는 것과 비슷한 답답한 상황이다. 전기 스파크의 화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불이 피어오르는 화구 주변이 젖어서 착화가 잘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에서 쓰이는 무슨 대형 가스레인지 중에는 가정용 가스레인지와 같은 점화 장치가 없는 물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 라이터나 성냥불 같은 걸 가까이 대 줘야만 불이 붙는다.
요즘 일반인이 성냥불을 켜는 건 뭐... 생일 축하 케이크에다가 양초 꽂고 불 붙일 때밖에 없지 싶다.;;

자동차 정도야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라도 키를 꽂아서 돌리거나 on 버튼을 누르면 곧장 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선박이나 철도 기관차, 비행기 같은 건.. 시동을 거는 절차가 더 복잡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고 들었다. 하긴, 화력 발전소를 정지 상태에서 첫 가동하는 것도 그렇게 까다롭다고 하던데.. 뭐 더 자세한 사항은 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아는 게 없으니 글로 쓸 게 없다.;;

2. 시동과 관련된 보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영화적 허용 중 하나는 주인공이 주변의 자동차를 너무나 쉽게 탈취한다는 것이다. =_=;;
차 몰던 엑스트라 운전자가 하필 주인공 주변에서 급똥 해결하려고 차 문 열어놓은 채로 황급히 자리를 비운다거나..
주인공이 열쇠 구멍을 들쑤셔서 손쉽게 차문을 연다. 핸들 주변의 내부 배선을 뜯어서 금세 시동을 건다. 그러면서 "이 차는 이제 제 껍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가 된다.

요즘 차들도 영화에서 하는 것처럼 내부 배선을 뜯어서 스타터 모터에다 강제로 전류를 흘려보내면 키 없이 시동 걸어서 엔진을 돌아가게 만들 수는 있다고 한다. 이 상태로 악셀 페달을 밟으면 차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엔진을 강제 가동시켰더라도, 이때는 놀랍게도 잠겼던 핸들이 풀리지 않는다. 차가 정말 직진· 후진과 정지만 할 수 있지 핸들을 돌려서 방향 전환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 상태로는 차량의 운행이 불가능하다. 이는 차키 없이 자동차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장치이다.
핸들이야 어떤 방법으로든 차내에 전기가 들어오기만 하면 당연히 풀리는 게 아닌가 싶지만.. (시동이 걸려 있지 않으면 파워핸들만 동작하지 않을 뿐..) 그렇지 않다.

차에서 키가 꽂힌 걸 확인하고, 요즘 같으면 거기 안의 칩에 기록된 ID가 자기 것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서 인증을 통과해야만 핸들이 풀린다(이모빌라이저). 잠겼던 핸들을 인증 없이 강제로 풀려면?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시동 배선뿐만 아니라 핸들 주변의 부품을 더 뜯어서 비가역적인 손상을 가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차에는 철옹성 수준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제 역할을 하는 보안 장치가 다 갖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키 없이 차를 구동하는 건 실용적인 수준에서는 매우 어렵다.
차를 훔치려면 유리를 깨든지 해서 차내에 들어간 뒤, 시동을 강제로 걸고 핸들도 풀어야 하니 말이다. 맨 처음에 차키 없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문을 열기만 해도 바로 도난방지기가 작동해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려퍼질 것이다.

핸들이 한쪽으로 꺾여 있으면 차키를 꽂아도 acc나 on쪽으로 안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보안 장치라고 한다. 핸들을 한쪽으로 힘을 줘서 돌리면 금세 키도 돌아간다고 한다. 무슨 원리로 구현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요즘은 뭐 다들 스마트키를 쓰니 이런 걸 볼 일이 없겠다.

그리고 자동차에 온갖 첨단 보안 장치가 갖춰져 있더라도 차주가 그냥 차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자리를 비워 버리거나, 심지어 차키까지 안에 놔 둔 채로 떠나는 멍청한 짓을 하면.. 그 차는 범죄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작게 끝나면 그냥 차 안에 놔 뒀던 금품만 털릴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차를 통째로 도난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쎄, 드물게 차 내부의 부품을 털리는 건 그 중간에 속하는 걸까? 사고로 부서진 게 아니라 도난 당해서 털린 건 자동차 보험으로 보상도 잘 안 된다. ㄲㄲㄲㄲㄲ

저렇게 덤벙대는 차주라면 차를 세우고 나서 백미러도 접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절도범들은 주차장에서 그런 차부터 먼저 노린다고 한다. 백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가 문도 잠기지 않았을 확률이 실제로 유의미하게 높기 때문이다. 극악의 초보 고문관 운전자는 접었던 백미러를 펴지 않은 채 운행(!!!!!!!!)하는 전설적인 경우가 있다는데, 주차 때 백미러를 접지 않는 건 그 반대편의 극단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집뿐만 아니라 차의 문단속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군대에서는 군인에게 총을 니 애인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남에게 절대로 건네주지 말라고 교육을 시킨다. 이와 비슷하게 키가 차 안에 있거나 심지어 시동이 걸려 있는데 차에서 내려서 자리를 비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도둑이 차를 성공적으로 탈취는 했는데, 하필 수동 변속기인 바람에 계속 시동 꺼뜨리고 운전을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절도에 실패한 사례가 미국과 우리나라에 좀 있었는가 보다. ㅉㅉㅉㅉ 훔치기 전에 변속기와 페달 모양을 제대로 확인했어야지..

Posted by 사무엘

2023/09/11 08:36 2023/09/11 08:36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06

성경에서 엡 6:14-17을 펼쳐 보면 그 유명한 전신갑주 장구류가 나온다. 진리의 허리띠, 구원의 투구, 의의 흉배 어쩌구~ 이런 비유들은 사 59:17 같은 성경적인 근거가 있는 한편으로,  그 당시의 로마 군인의 무장을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많이 세속화되고 타락해서 그런지, 요 근래엔 저 말씀을 보니... 바이크 라이더가 딱 떠오른다. ㄲㄲㄲ
흉갑, 신발, 투구 등등은 오토바이 탑승용 부츠, 장갑, 재킷, 수트, 상체 보호대, 헬멧 등등에 얼추 대응한다.
리터급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떡~ 타고 검 대신에 샷건 하나 들면 터미네이터 되는 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의 전쟁에서는 무기의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갑옷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어져서 퇴출됐다. 그 대신 방어구를 주렁주렁 장착하는 분야가 육군 보병 대신 오토바이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말이나 이륜차 같은 부류는 탈것에서 빨리 떨어져나가야 안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것에다가 탑승자를 고정하는 벨트 같은 안전장치가 없다. 그 대신 안전장치를 탑승자가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성경을 보면 공격 무기는 말씀의 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방어구이다.
특히 "구원의 투구"... 구원 교리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에다 매핑이 돼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오토바이도 다른 모든 방어구는 선택사항 옵션이지만, 헬멧만은 모든 탑승자에게 무조건 법적 의무이다. 안 쓰고 주행하다가 걸리면 과태료이다.
물론 이건 보행자로 치면 무단횡단(횡단보도이기는 하지만 빨간불), 자동차로 치면 깜빡이 미점등과 비슷한 급으로 경미한 법규 위반이기 때문에 액수 자체는 저렴하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지.. 솔직히 최소한의 물리 법칙 감각과 겁대가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헬멧 안 쓰고 이륜차 타고 쌩쌩 달릴 때 본능적으로 겁을 먹고 거부반응이 느껴져야 할 것이다.

낚시를 즐긴다거나, 갑자기 애완동물을 키운다거나, 오덕질에 심취한다거나...
이런 건 아무래도 부모나 배우자 같은 가족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활동이다.
그런데 "나 오토바이 탄다~"는 그 이상으로 평이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너무 위험하다고 말이다.

허나.. 비행기만 해도 일단 추락 사고가 나면 매우 끔찍하지만, 사고 자체는 좀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자동차 이상으로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지 않던가?
그것처럼 오토바이도 일단 사고가 나면 자동차보다 매우 끔찍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사고율이나 위험성은 지나치게 과장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오토바이를 지나치게 기피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토바이 자체가 기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멀쩡히 잘 달리다가 저절로 폭발하거나 주저앉는 물건이기라도 한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이륜차든 일반 사륜 자동차든, 철딱서니 없는 얼라들이 사고를 왕창 많이 낸다. 이런 편견은 안타깝지만 매우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자동차 보험의 액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면허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딸 수 있지만, 실질적인 자가용 운전은 대학 졸업하고 남자는 군대도 갖다 온 20대 중후반부터나 가능하다.
그 전 연령은 사실상 "넌 아직 운전하지 마" 수준으로 보험료가 정말 살인적으로 비싸다는 걸 자가용 굴리는 분이라면 다들 아실 것이다.

자동차는 이런 경제적인 진입장벽이 철딱서니 없는 사고를 상당 부분 차단해 주고, 극소수 예외적인 카셰어링 오남용이나 부모 차 몰래 가져 나온 무면허 사고나 나는 반면.. 오토바이는 그런 장벽이 없기 때문에 사고율이 높고 위험해 보일 뿐이다. ㄲㄲㄲㄲㄲ

처자식 없이 혼자 살면서 자동차까지 굴리기에는 주차 공간 없고 유지비 없는 사람..
그렇다고 전동 스쿠터 같은 간단한 퍼스널 모빌리티가 감당하기에는 장거리를 빠르게 뛰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틈새시장인 오토바이가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더 타거나 짐을 많이 실어야 하고 악천후에서도 안정되게 주행하고 싶다면 경차라도 자동차를 골라야 할 것이고,
동승자 없이 스피드를 즐기고 산간오지 좁은 골목까지 깊숙히 들어가려면 오토바이가 더 유리할 것이다.
"무조건 이것만 해"가 아니라, 자기 여건과 처지와 목적에 맞는 도구를 공평하게 취사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토바이가 유용성에 비해서 법의 보호도 제대로 못 받고 너무 괄대받고 있기는 한 것 같다.

세상에는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20대 여성도 있고,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여성, 지게차나 굴삭기를 조종하는 여성도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바이크 운전을 취미로 즐기는 아가씨 누님들도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세아로그'와 '이래도 될래나' 채널을 종종 보고 있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가 바이크를 타고 그걸 당당히 홍보까지 할 정도이면 생활력이 보통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엔진 출력 대비 워낙 가볍기 때문에 출발 가속은 뭐.. 자동차 따위가 절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한다.
하지만 시속 100이 넘어가는 고속에서는.. 정말 의외이지만 공기 저항 때문에 자동차에게 크게 밀린다. 쟤들은 자동차처럼 매끄럽고 날렵한 유체역학적인 차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시속 100 이상 달린 물건들은 다 특수 제작된 차체를 씌웠다거나, 앞에 바람막이를 해 주는 차량을 뒤따라가는 식으로 공기 저항을 어찌어찌 한 덕분에 그런 기록을 낸 것이다.

다만, 바이크로 시속 200씩 밟을 때는 밟더라도, 자기 안전은 절대적으로 확보해 놓고 달려야 한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에서 어떤 바이커가 헬멧 의무 착용 강제는 개인의 자유 침해라고 맞서면서 일부러 헬멧 없이 바이크 타고 질주했다.
그랬는데 차체가 삐끗 해서 사고가 나 버렸고.. 그 사람은 머리를 크게 다쳐서 즉사했다.

그는 2011년도 다윈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ㄲㄲㄲㄲㄲㄲ
angry wheelchair man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2010년도 우리나라 수상자에 필적하는 엽기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18 08:35 2023/07/18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84

1. 자동차와 비행기의 기술적인 차이

(1) 육상 교통수단에 '차-자동차'의 구분이 있는 것처럼, 공중에도 '항공기-비행기'라는 구분이 있다.
자동차는 일정 배기량/출력 이상의 기계 동력으로 일정 속도 이상을 내는 차량을 말한다. 비행기도 글라이더나 기구가 아니라 기계 동력으로 양력을 생성해서 뜨는 항공기를 말한다.

(2) 자동차는 시동 중에 주유 금지가 권장되는 정도이지만, 여객기는 승객이 탑승한 채로 연료 주입이 금지이다.

(3)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납이 들어간 유연 휘발유도 여전히 항공 연료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비록 가까운 미래에 규제가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리고 이쪽 업계는 아무래도 디젤 엔진의 존재감이 아주 희박하다.

(4) 자동차의 타이어 안에는 그냥 일반 공기가 주입되며, 펑크가 났을 때 지렁이 땜빵만 해도 된다.
그러나 비행기의 랜딩기어 안에는 산소가 절대 없는 질소 100%만이 주입되며, 저런 부분적인 땜빵이 허용되지 않고 전면 교체를 해야 한다.

(5) 자동차는 한 엔진 안에서 실린더가 몇 개(3~8?)인지, 몇 기통인지를 따지지만 비행기는 엔진 수가 몇인지(1~4개)를 따진다. 엔진은 프로세스, 실린더는 스레드인 것 같다. -_-;; 플라이휠은 스레드를 동기화시켜 주는 장치인 건가..?

(6) 자동차는 주행 중에 야생 동물과 충돌하는 '로드킬' 사고가 날 수 있고, 비행기는 비행 중에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충돌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데 투명한 도로 방음벽에 새가 부딪혀서 죽는 건.. 위의 두 사고의 중간 유형으로 분류해야 하려나 모르겠다.;;

(7) 자동차에 운전석 에어백이 있다면, 비행기에는 전투기 한정으로 사출 좌석이 있는 듯.. 전자는 화약을 터뜨려서 팽창하고, 후자는 아예 초소형 로켓이 달려 있다고 들었다.

(8)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 때문에 돌멩이나 각종 이물질이 밟혔다가 튀어오르는 것은.. 선박이 지나가면서 남긴 물결이나 비행기의 후폭풍, 심지어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와 비교할 수 있겠다. 평소에 차가 부드럽게 나아가는 것 같아도, 엔진이 내는 힘은 이 정도로 정말 무지막지하다는 뜻이다.

(9) 육상 교통수단은 외연 기관에서 시작해서 내연으로 바뀐 반면, 비행기는 처음부터 내연으로 시작했는데 왕복 엔진에서 제트 엔진으로 바뀌었다. 가스 터빈은 증기 터빈이나 왕복 내연기관보다 만들기 더 어려운 물건이었다.
(참고로 선박은 증기선에서 내연기관으로 바뀐 것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덜해 보인다. 그 대신 목재에서 철제로 바뀐 것, 범선에서 기선으로 바뀐 것, 외륜에서 스크루로 바뀐 것의 존재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10) 자동차는 정지나 저속 상태에서는 정지 마찰력을 극복하는 데 힘이 많이 들고, 고속에서는 공기 저항과 엔진의 과부하 때문에 가속이 힘들어진다.
비행기는 저고도에서는 짙은 공기 저항 때문에 빨리 못 날고, 고고도에서는 연소에 필요한 공기가 너무 희박해서 엔진이 출력이 안 나오고 빌빌대니.. 둘 다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짐을 많이 실은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처음 출발할 때 페달을 밟는 것보다 땅을 차서 나아가는 게 더 편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정지 마찰 때문..).

(11) 자동차는 바퀴를 굴려서 앞으로 나아가지만, 비행기는 주변 공기를 뒤로 밀어내고 연소 배기가스를 내뿜어서 나아간다. 지상에 있을 때는 바퀴는 기체를 따라 저절로 굴러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는 역주행하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맞바람만 어떻게든 충분히 강하게 받을 수 있다면 물리적으로 수평이동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이륙할 수도 있다.
프로펠러가 비행기의 앞이 아닌 뒤에 달려 있어도 이륙 가능하다. 단지, 이런 디자인은 기수가 들릴 때 프로펠러가 땅을 긁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뿐..

(12) 단, 주변이 폭염 급으로 너무 더우면 비행기의 이륙이 힘들어져서 활주거리가 길어진다. 엔진 과열 문제 때문이 아니라 공기가 열팽창해서 밀도가 낮아지고, 이는 양력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로 한겨울에 기체에 눈이 쌓여 있으면 반드시 깔끔하게 다 치워야 된다. 이 역시 양력의 생성 효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변수가 비행기에는 아주 민감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2. 탑승하는 절차

대중교통 중 육상 버전인 버스나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구입하고 제시하는 차표를 우리는 '승차권'이라고 한다. 선박은 '승선권'이라고 부르는데.. 비행기는 '승기권'이라고 부르지 않고 '탑승권'이라고 부른다. 글쎄, 영어로는 비행기와 선박 모두 boarding pass라고 부르기는 한다만 말이다.

지금 같은 만능 교통 카드라는 게 없던 옛날엔 시내버스의 경우, 잔돈을 취급하느라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무슨 식권이나 동전 같은 버스 토큰이라는 게 쓰였다. 철도 쪽은 '에드몬슨 승차권' 내지 그에 준하는 마분지 승차권이 오랫동안 쓰였다.
그러다가 오늘날은 육상에서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시스템이 점차 통합되고, 교통 카드로도 운임을 결제할 수 있게 돼 간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런 통합과는 딱히 접점이 없다. 아직은 말이다.

항공 쪽이 꽤 특이한 점은.. '항공권'과 '탑승권'이 구분돼 있다는 점이다. 먼저 무슨 증서처럼 생긴 항공권부터 발급받은 뒤,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면서 그걸 실제 탑승권으로 바꿔야 한다. 이걸 제시해야 면세 구역으로 들어가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거 무슨 수표-현금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 좌석 번호 지정인가?
  • 운임이 거리와 등급별 편차가 큰가?
  • 유기명인가?

부담 없이 빨랑 타서 단거리를 잠시 이용하고 내리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이야 위의 속성이 모두 XXX이다. 그러나 시외버스/일반열차 이상급이 되면 OOX이고..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행기나 선박 정도가 돼야 티켓에 탑승자의 신원 정보가 기재된다.
아..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사고가 날 확률이라기보다는, 일단 사고가 났을 때 시체를 못 찾을 확률이 육상 교통수단보다 높기 때문에 탑승자의 신상을 매번 확인하는 것이다.

비행기는 운임 제도가 굉장히 복잡하며, 수하물의 무게를 재고 탑승자를 일일이 대면 확인도 해야 한다. 그래서 좌석 위치도 비행기의 실제 탑승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결정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항공권과 탑승권이 구분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하나 더.. 공항은 보안도 더 엄격하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올 수 없는 구역 구분이 더 엄격한 편이다. 단, 이건 공항이기 때문이 아니라 출입국이 수반되는 절차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것도 있다.

3. 영공 통과료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톨비(통행료)를 내는 것처럼 국제선 비행기들은 타국의 영공, 정확히는 타국의 관제 영역에 들어갈 때 영공 통과료를 낸다.
이건 "남의 나와바리에 들어왔으니 돈 내!!" 같은 무역 장벽이나 삥뜯기 같은 개념이라기보다는.. 일단 남의 나라를 상대로 우리는 UFO(미확인..)나 심지어 적국 군용기가 아니라는 걸 당당히 알리고, 그쪽으로부터 관제 서비스를 받는 비용이다. "근처에 다른 비행기가 날아오고 있고 충돌 위험이 있음. 고도를 변경하시오" 같은 교통 제어 말이다.

그런데 이런 영공 통과료라는 개념이 최초로 제기된 건 1928년, 독일에서였다고 한다.
그 당시 미국엔 Popular Science라고.. 우리로 치면 뉴턴이나 과학동아 같은 장르의 교양 과학 잡지가 있었다. 이건 무려 1872년에 창간된 ㅎㄷㄷㄷ한 물건인데 지금으로부터 2년쯤 전인 2021년 4월부로 드디어 종이 잡지의 출판을 완전히 중단하고 100% 온라인 웹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PopSci의 1928년 9월호 65페이지의 한 토막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체덴(현재 폴란드 서부 체디니아) 지방의 자무엘 슈바르츠라는 사람이 루프트한자 항공사를 상대로 "내 집 위를 타넘어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내게 비행료를 내시오~!!"라고.. 약간의 생떼 부리는 듯한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때는 루프트한자라는 항공사 자체가 생긴(1926) 초창기였고, 지금 같은 대형 여객기와 서민들의 대규모 외국 여행이 존재하던 시절도 아니었다. 아니, 찰스 린드버그가 최초의 무착륙 단독 대서양 횡단을 한 때가 바로 전 1927년이었다.

그런 시절에 이런 요구를 한 사람이 있었다는 건 정말 기발하고 대단하긴 하나.. 루프트한자 항공은 현행법상 그래야 할 근거가 없다면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긴, 저건 인터넷 초창기에 좋은 단어로 된 도메인 주소명을 자기가 쓰지도 않을 거면서 알박기 한다거나, 아니면 심지어 달 표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처럼 뜬금없게 들렸을 것이다.;;

그랬는데 말이 씨가 되어 1944년 12월, 2차 세계 대전이 끝나 가는 시기가 돼서야 미국의 주도로 국제 민간 항공 협약이란 게 맺어졌다.
선박은 최소한 신고만으로 남의 나라 영해를 지나다닐 수 있는 반면, 비행기는 돈 내고 허가를 받아야 외국 영공을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법이 이때 본격적으로 정착됐다. 선박보다 훨씬 더 빠르고 내륙까지 순식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위험한 특성이 고려됐지 싶다.

영공 통과료가 부과되는 영역은 항공 관제가 제공되는 영역과 대응한다.
태평양 한가운데는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공해이니, 선박이라면 통행에 아무런 제약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런 곳을 비행할 때도 세계 경찰 미국으로부터 항공 관제를 받는다면 미국에다 영공 통과료를 내야 한다. 이건 '영공 통과료'가 아니라 진짜 그냥 '관제 수수료'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레이더도 발명됐겠다, 오늘날은 아무도 모르게 몰래 슬쩍 비행하는 게 가능한 시대가 아닌 셈이다. 그리고 현재의 국제 항공법에 따르면, 여객기는 언제라도 n분 안으로 근처의 제일 가까운 공항에 비상 착륙 가능한 항로만 골라서 비행하게 돼 있다. 엔진 수가 적고 출력이 작은 비행기일수록 그 제약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지름길이라 해도 무작정 육지에서 한없이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를 대놓고 횡단하지도 못한다.

끝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 같은 인공위성이야, 비행기나 항공 관제 시설이 범접조차 할 수 없는 대기권 너머 높은 우주에서 훨씬 더 빠르게 지구를 도니.. 저런 항공법에서는 당연히 열외돼 있다. 영공 통과료 따위 없다.
비행기의 고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피트이지만, 우주 발사체의 고도는 엄연히 SI 단위인 킬로미터로 나타낸다. 서로 물이 완전히 다르다~!

4. 면세점

비행기의 영공 통과료는 새로운 문명과 기술이 등장한 곳에 규제와 세금이 따라 부과된 것에 가깝다.
그런데 여객기를 이용한 자유로운 외국 여행은 반대로 납세 의무가 '면제'된 새로운 장소를 개척했다. 바로 면세점..

이건 꽤 재미있는 계기로 등장했다. 1947년, 아일랜드의 섀넌 공항에서 Brendan O'Regan이라는 직원이 합리적인 제안을 한 게 시초라고 한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기 직전인 승객들은 법적으로 이제 이 나라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 쇼핑 때 여전히 이 나라의 세금이 부과된 물건을 사야 하는 건 부당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런 승객들을 상대로 간접세가 붙지 않은 저렴한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남겨 보는 게 어떨까요?"

이 관행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의 공항들은 면세점을 갖추는 게 관행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완전 자그마한 나라의 듣보잡 공항인데..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큰일을 했다..;;

요즘은 국제 공항뿐만 아니라 국제 여객선 터미널에도 면세점이 있다. 하지만 옛날에 여객선을 타고 대양 횡단하고 외국으로 가던 시절에는 이런 면세점이 아직 없었는가 보다. 면세점은 세계 대전이 끝나고 UN이 생기고 비행기를 이용한 외국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했으며, 그걸 선박 쪽에서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05 08:35 2023/07/05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79

1. 연결 차량

삼륜차가 아닌 오늘날의 일반적인 자동차들은 바퀴가 4개 이상 달렸고,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다들 사각형 상자 형태이다.
그러나 덩치 큰 버스 중에 굴절버스는 길이 대비 회전반경을 줄이기 위해 회전 중에 차량의 앞뒤가 살짝 꺾일 수 있다. 그리고 트레일러나 캠핑카(캐러밴? 카라반?)는 꺾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서로 다른 차량이 견인되는 형태이다.

우리나라의 법--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단일 차체 자동차의 최대 길이는 13m, 그리고 트레일러는 최대 16.7m까지 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차량은 일반적인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공도를 주행하려면 해당 지역의 수장으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짐을 가득 싣는 대형 트레일러는 바퀴가 뒤쪽 끝에 몰려 있는 반면, 캠핑카는 바퀴가 차체의 정중앙에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리는 payload의 무게, 바퀴의 크기 같은 특성을 고려해서 이런 차이가 생긴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내에서는 공차 중량이 750kg 이하인 소형 트레일러 내지 캠핑카는 일반 승용차 운전 면허만으로 견인 운전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 큰 차를 끌고 다니려면 별도의 면허(특수)를 취득해야 한다.
검색을 해 보니 요 정도 크기의 캐러밴이 무게가 730kg여서 특수 면허 없이 견인 가능한 상한인 듯하다. 4~5인 가족이 넉넉하게 지낼 만한 크기는 아니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나라에서는 1종 '보통' 면허를 따고 나서 1년 뒤에 '대형' 내지 '특수'로 면허 테크트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 대형이야 버스나 축 3개 이상짜리 거대한 트럭을 몰기 위해 필요하지만, 특수는 다른 차량을 견인하는 차를 몰기 위해 필요한 면허로, 얘 내부적으로 또 '대형, 소형, 구난'이라는 세부 등급이 나뉜다.

'특수-소형'은 750kg 초과 3t 이하짜리 차량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캠핑카 정도에 대응한다.
수출용 컨테이너나 강철 코일, 심지어 자동차 따위를 잔뜩 실은 그 거대한 트레일러는 당연히 '특수-대형'이다. 옛날 일본식 발음 용어로는 '츄레라'..;;
원래는 츄레라 면허 하나만 있었으나, 캠핑 인구의 증가로 인해 2016년쯤부터인가 '특수-소형'으로 기존 면허의 간소화 축소 에디션이 따로 추가됐다.

이렇게 동력 없이 처음부터 피견인용으로 만들어진 차량 말고 다른 멀쩡한 고장· 사고 차량을 견인하려면 '특수-구난' 면허가 있어야 한다. 영역이 살짝 다르다. 사다리차가 이사용과 소방용이 용도가 다르듯이 말이다. 도로 위의 양아치로 악명 높은 사설 견인차 기사는 나름 '특수-구난' 면허 소지자인 것이다.
요건 옛날 일본식 발음 용어로는 '렉카 면허'였다.

일반 승용차야 캠핑카를 끌고 있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대형 트랙터는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형태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상황이 좀 다르다. 트레일러의 연결 없이 트랙터만 단독으로 운전할 때라도 운전자에게는 특수 면허가 있어야 한다.
이는 대형 버스에 아무도 타지 않았더라도(15인 초과..) 버스를 운전하려면 대형 면허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이 적게 타는 트럭은 무려 11.5톤짜리까지도 1종 보통 면허만으로 운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담이지만, 교통 관련 법규들을 찾아보면.. 이렇게 일정 규모 이하까지는 간단한 편이다가 그 한계를 넘어갈 때부터 절차가 급격히 복잡해지는 선이란 게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 드론(무인기)은 연료 제외 기체의 무게가 12kg 이내까지가 커트라인이다. 이보다 작은 드론은 비행 신고나 조종자· 장비 증명 같은 절차가 훨씬 더 간편하지만, 그 이상부터는 까다로워진다.
  • 이륜차는 배기량 125cc 이하까지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이고, 이거 초과부터는 이륜자동차로 분류된다. 운전을 위해 필요한 면허의 종류가 얘를 경계로 살짝 달라진다.

2. 굴절 차량

연결 차량과 관련하여 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뒤에 끌려다니는 트레일러나 캠핑카 카라반은 앞의 트랙터나 승용차와 별개인 독립된 차량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단독으로 등록을 해야 하며, 자신만의 번호판을 부여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차는 앞쪽(견인차) 번호판과 뒤쪽(피견인차) 번호판의 번호가 서로 다르다. 다른 게 정상이다~!! 오.. 처음 알게 됐다.

그 반면, (1) 굴절버스는.. 앞뒤의 번호판이 동일한 단일 차량이며, 애초에 앞뒤 파트의 분리가 가능하지 않다. 이런 차는 운전을 위해 특수 면허도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그냥 대형 면허만 있으면 된다.
그래도 이런 차도 주차를 위해 후진할 때 트레일러를 몰고 후진하는 것과 비슷한 운전 테크닉이 필요하기는 할 것 같다.

(2) 개인적으로 몰랐던 사실 하나 더..
시내를 다니는 대형 굴절버스는 길이가 16.7m조차 넘어서 거의 18m에 달한다고 한다.
현행법으로는 굴절버스를 포용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무려 114조에 가서야 특례가 추가되었다.
동법 1항의 별첨 31에 따르면 굴절버스는 최대 길이가 19m까지 허용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인터넷 상으로 찾기도 굉장히 어렵다.;;

(3) 그러고 보니 굴절 버스는 "앞바퀴 - 중간바퀴 - (관절) - 뒷바퀴"인 편인데.. 엔진과 구동축은 어디에 장착되는 걸까..??
버스는 맨 처음에 트럭과 같은 FR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RR이 정착했다. 굴절 버스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는 이 RR의 뒤에다가 관절과 차축만 그대로 추가한 형태인 "중간 엔진, 중간 바퀴 MM(??)"이 쓰였다. 이게 더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객 탑승 공간이 있어야 할 곳에 엔진이 들어가는 건 보기 좋지 않고 정비성도 열악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굴절버스들은 관절까지 넘어서 여느 버스들과 마찬가지로 닥치고 맨 뒤에 엔진과 구동축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건 다 좋지만 관절보다도 뒤에 무거운 엔진과 구동축이 실리니.. 가속 중에 관절 앞뒤가 꺾여 버리는 잭나이프 현상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사실은, 엔진 차원에서 그걸 제어하는 기술도 다 개발됐다고 한다.

3. 트레일러 버스

지금이야 대형 버스는 엔진이 뒤에 장착되는 게 국룰이며, 사람이 타고 내리기 편하라고 바닥을 최대한 낮게 만든다. 이는 트럭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이다.
하지만 옛날, 20세기 초중반에는 대형 버스도 엔진이 앞에 장착됐고, 트럭과 동일한 프레임에다 뒤쪽만 살짝 바꿔서 버스를 만들곤 했다. 그렇게 하는 게 간단하고 쉬우니까.. 버스와 트럭 사이에 구조적인 차이가 더 적었고 서로 비슷했다.

이와 관련하여 ‘트레일러 버스’라는 게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놀랐다.
우와, 참신한데? 트랙터에다가 이런 객차를 연결하면 버스가 되고, 여느 화물칸을 연결하면 트럭이 되겠다. 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동차 제조 기술이 부족하고 자동차가 아주 비싸고 귀하던 시절에는 이런 식의 운용이 의미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이내 구닥다리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차체가 수송 가능 인원에 비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운전사와 차장이 반드시 따로 필요하며, 코너링이나 후진 같은 운전이 대단히 어렵고 사고의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일러 버스는 20세기 중반의 과도기 유물로 전락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날 굴절버스는 트레일러 버스의 후신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근데, 쿠바 같은 일부 나라에서는 트레일러 버스가 아직도 현역인가 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4. 이륜차 등 소형차

(1) 그러고 보니 시골의 딸딸 경운기도 뒤의 짐받이 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아주 자그마한 트레일러이다. 하지만 이런 농기계는 번호판 등록이 필요한 차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2) 오토바이에다가도 사이드카나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사실상 삼륜차로 개조하는 경우가 있다. 오토바이는 전통적으로 번호판이 뒤에만 장착돼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요즘 오토바이는 배기량 50cc짜리 초소형이라도 다 환경을 위해 4행정 엔진을 쓰고, 운행을 위해 번호판 등록과 면허를 요구하니 자동차의 특성과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 즉,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작고 단순한 쪽은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처럼 배터리 기반의 퍼스널 모빌리티로 넘어가고 있다.

(4) 자동차라는 게 발명되기 전, 소가 끄는 달구지야 한반도에서도 오래 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느다란 고무 타이어에 철제 프레임이 달린 현대적인 형태의 리어카가 최초로 등장한 곳은 1920년대의 일본이라고 한다. 소가 아니라 사람이 끄는 것에 최적화된 수레.. 역시 인력거를 발명한 나라에 걸맞은 발상인 것 같다.

(5) 서양에서는 마차가 발달했지만 동양? 혹은 조선 한정은 가마라는 게 있었다. 오히려 죄인을 호송하는 수레를 소가 끌고 가곤 했었다.;;
그 뒤 오늘날은 사람이 끄는 수레는 공항이나 마트에서의 쇼핑카트, 그리고 바퀴 달린 여행 가방으로 형태가 바뀌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23/04/21 08:35 2023/04/21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51

1.
고층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런데 건물이 왕창 크고 층이 수십 개 이상으로 많고, 이용하는 사람도 왕창 많으면.. 엘리베이터도 한 대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 여러 대를 설치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설치만 한다고 장땡이 아니다. 엘리베이터는 에스컬레이터나 다른 정규 노선 대중교통과 달리, 승객의 수요예 따라 그때 그때 이동하는 물건이다. 이 점에서는 버스보다는 택시에 더 가까운데, 그래도 중간 합승이 허용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특성상, 엘리베이터는 승객과 차량을 똑똑하게 분배하는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식하게 운용하면 차량이 많아도 승객들은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하고, 탄 뒤에도 층마다 서면서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똑똑하게 분배하는 시스템이 없던 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일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단순한 방법은 (1) 각 차량의 용도를 그냥 층별로 물리적으로 분할하는 것이다. 저층부/고층부, 그리고 홀/짝 이렇게 말이다.
이건.. 모든 엘리베이터들이 바쁠 때야 그럭저럭 괜찮은 방법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구간끼리 오가는 사람은 불편하게 환승을 하거나 인접층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들이 전혀 바쁘지 않은데도 나와 더 가까이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먼 쪽의 엘리베이터를 강제로 이용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얘보다 약간 더 발전된 엘리베이터는.. 버튼을 누르면 그 층의 모든 엘리베이터의 버튼에 불이 켜진다. 그리고 (2) 지금 층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엘리베이터를 중앙 시스템이 알아서 골라서 보내 준다.
고급 호텔 같은 곳의 엘리베이터가 이런 형태인 경우가 있다. 각 엘리베이터들이 현재 몇 층에 있는지 표시도 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더 신기한 건.. 밖에서 상행이나 하행 중 한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가고 싶은 층을 찍게 돼 있는 것도 있다.

요런 엘리베이터는 어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릴지 알 수 없어서 승객이 처음에 약간 헤맬 수 있지만, 그래도 물리적인 층 분담보다는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동작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중앙 시스템이 찜한 엘리베이터가 승객의 층으로 오는 도중에 다른 승객 때문에 많이 지체되고 있을 때, 그냥 다른 엘리베이터를 대신 지정하는 게 안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AI가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건 절대적인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 (1) 엘리베이터를 이미 탄 승객, (2) 밖에서 기다리는 승객, 그리고 (3) 엘리베이터 자체의 주행 거리 총량(소모 전력) 사이의 trade-off 제로썸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적해에 근접하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1) 엘베들이 바쁘지 않을 때는 층수 구분 따위 불문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차량을 보내 주고, (2) 도중 정차도 일단은 아무 요청이나 들어 주되, 이 방향으로 가는 동안 2번, 3번 이상 이미 정차를 했다면 그때부터는 요청을 서서히 안 들어 주고 다른 차량을 대신 보내는 식으로 유도리를 발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횟수 제한, 또는 앞으로 최소한 n층 정도는 무정차로 진행.. 이런 식으로 정차를 제한할 수 있다.

물론 대체 차량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거나 하면 전략이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 찜했던 차량이 너무 오랫동안 '열림'으로 붙잡혀서 못 가고 있을 때도 가까이 있는 다른 차량을 대신 보내 줘야 한다.

이 정도면 거의 AI 기술까지 접목해도 되지 않나 싶다.;;
AI가 진짜 똑똑하게 동작하려면 승객을 목적지 층별로 분할하는 것까지 알아서 처리할 필요가 있다. 차량들을 강제로 홀/짝, 고/저로 구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모든 차량에 모든 층 승객이 고르게 뒤섞여 있으면 AI 할아버지라 해도 효율이 떨어지는 걸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가고 싶은 층을 미리 지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 AI가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는 "3층, 7층, 12층 가실 승객은 지금 오는 엘리베이터 B차량을 타십시오. 4층, 10층, 15층에 가실 승객은 1분쯤 뒤에 도착 예상되는 저쪽 A차량을 타십시오" 이렇게 구간을 적절하게 나눠서 교통정리를 할 수 있다.
물론, 다음 엘리베이터의 도착이 너무 늦어지고 있으면 한 엘리베이터가 좀 더 촘촘하게 정차하게 된다. 이걸 유동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AI의 몫이다.

이렇듯, 엘리베이터 분배도 깊고 어렵게 생각하면 끝이 없는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용성도 아주 높고 말이다. 오죽했으면 엘베 관제는 1989년 제1회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의 문제로 나오기도 했다.
층수가 20? 30? 정도 넘어가면 주행 속도도 굉장히 빨라져서 도착하기 수 층 전부터 감속하는 게 느껴지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투입되는 듯한데.. 이런 건 본인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경험한 게 극소수이다. 엘베가 다 같은 엘베가 아닌 듯하다.
딱 층에 맞게 정차하는 건 지하철 전동차가 역의 정차 위치에 정확하게 맞춰서 정지하는 것과 비슷한 테크닉이라 하겠다.

2.
고층 건물에서 다수의 엘리베이터를 분배하는 알고리즘은 자동차를 통제하는 신호 알고리즘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특히, 도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일정 간격으로 적록 신호를 주는 게 엘베로 치면 무식하게 홀/짝, 고/저를 나눈 것과 비슷하다.

모든 방향에서 차들이 엄청 많이 다닐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렇게만 해도 충분히 공평하다. 그러나 차량 통행이 아주 적을 때도 그렇게 하면 쓸데없는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
그래서 작은 도로에서는 평소에는 적록 신호이다가 심야에는 황색 점멸로 신호가 바뀌어서 일말의 스마트함을 추구하기는 하는데.. 신호 종류가 바뀌는 기준은 그냥 밤 11시에서 아침 6시 사이처럼 미리 지정된, '하드코딩'된 시간대일 뿐인 게 좀 아쉽다.

그러니 미래에는 신호라는 것도 더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아까 그 엘리베이터 분배 알고리즘에서 하던 고민이 그대로 적용된다. 트래픽이 많을 때와 적을 때의 전략이 서로 크게 달라지는데, 그 경계 판단을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운전자가 시험 든다거나 분노해서 신호를 위반하려는 충동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1) 다니는 차가 아무도 없는데 빨간불이어서 쓸데없이 멀뚱멀뚱 서 있는 것, 그리고 (2) "왜 나만 갖고 그래~ 왜 교차로마다 계속 신호에 걸리는 거야..?? 이런 걸 아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좌회전을 위해서 비보호나 점멸 대신 감응 신호가 더 늘어나고, 교차로 건너편이 계속 막히고 있으면 애초에 파란불이 되지 않게 신호등이 더 똑똑해져야 할 것이다.
비보호를 대체하는 좌회전 감응 신호는 좌회전 차량이 요청하자마자 무작정 맞은편 방향을 틀어막는 게 아니다. 처음 20~30초 정도 동안은 맞은편에 차가 없어서 충분히 안전할 때만 파란불 신호를 준다. 그렇지 않고 너무 오랫동안 좌회전을 못 하고 있으면 그때에야 불가피하게 맞은편 방향을 막고 파란불 신호를 준다.

이전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교차로 건너편에 차가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우리 신호가 돌아왔더라도 파란불 신호를 주지 않는 것도 덤.. 꼬리물기도 원천 차단된다.
이런 스마트 신호 체계 하에서는 교통법규 위반 건수가 줄어들고 교통사고도 자연히 더 줄어들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4/03 08:35 2023/04/03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44

0. 들어가는 말

예전에 몇 차례 글을 쓰기도 했었다만.. 본인은 운전 습관이나 도로 교통 정책에 관한 한 골수 우파이다.
마치 빈부 격차처럼 빠른 차와 느린 차의 격차를 인정하고 큰 효율, 큰 자율과 큰 책임, 정부 개입의 최소화를 추구한다. 나라에서 불필요하게 쓸데없이 지나치게 규제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공권력은 뺑소니나 음주운전자들 잘 잡아내고 걔네들 반 죽여 놓는 형벌 집행만 잘 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환경이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공간이라면, 공공 도로는 뒷차 운전자로부터 빌려 쓰는 공간이다~!!
고객의 시간을 아껴 주는 버스/택시 운전사가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부드럽게 가는 건 안전이 아니라 기름 아끼는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본인이 강조하고 싶은 생각과 의견이 여럿 있기 때문에 또 글로 정리해 놓고자 한다.

1. 우회전 후에 나오는 횡단보도가 청신호일 때의 답답함

요즘 도로교통법이 바뀐 것 때문에 예상되고 우려됐던 부작용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차들 흐름은 더 꼬이고 도로 정체가 더 심해지고 운전 스트레스가 더해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교차로 우회전 “후”에 나오는 횡단보도는 파란불이더라도 건너는 사람이 전혀 없으면 비보호로 조심해서 그냥 통과하면 된다..!!!!! 이 규칙이 달라진 적은 없었다!!!!!
차들이 그것까지 일일이 우두커니 하염없이 기다렸다가 가면 이거 뭐 우회전을 할 수가 없고 도로가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데.. 우회전하면서 이 횡단보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차를 한두 번 봤어야지.. 어휴~ 성질 같았으면 그냥 빵빵~ 하고 싶다.
최근에 바뀐 건.. 신호 없는 횡단보도나 아까 같은 우회전 후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차가 알아서 정지해라”이다.
그게 적용된 거지, 딴 게 바뀐 게 아니다.

하지만 나라에서는 최대한 차들 속도를 줄이고 차를 멈추게 만드는 쪽의 홍보만 댓다리 하지, 불필요하게 서 있지 말고 빨리 지나가라는 쪽의 홍보는 절대 안 한다.
기름값 인상분 반영은 광속이고, 하락분 반영은 거북이 속도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젠장 제기랄..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2. 구간 과속 단속은 정말 사회악 적폐 쓰레기 (거친 표현 주의)

먼 옛날 1945년 8월 15일엔 우리 민족이 일본의 압제로부터 해방됐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운전자들이 빌어먹을 저주받을 이 개썅 미친 변태 적폐 사회악 암유발, 시간 낭비 기름 낭비 공해 유발 백해무익 ㅈ같은 과속 단속 카메라의 학정 압제로부터 해방은 언제쯤 될까? 누구나 자유롭게 악셀 콱 밟으며 운전하는 날이 오기를 염원해 본다.
아 그래서 예로부터 8 15 광복절 폭주족이 있었던 거구나 이런 깊은 뜻이..!

이 멀쩡한 경주 토함산 터널에 전 구간을 틀어막고 시속 70km 구간 단속이라니..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카메라를 넣을 거면 70 마일로 하라고.. 킬로미터가 아니라..?
씨발 200으로 밟으면서 쌩 지나가도 시원찮을 이 곧은 길을 말이야?
터널 닦은 근로자와 자동차 개발한 연구원들이 통곡을 하면서 울겠다!

서울 수도권만 이런 줄 알았더니 이런 깡촌 시골에까지 뭔 놈의 카메라가 이렇게 생겼냐..??
그렇게 차들 강제로 발을 묶어 놓으니까 만족스럽냐 이 색X야?
담당 공무원놈 멱살 잡고 죽빵 날리고 싶다.

리 승만 할배를 존경하는 자유 우파들은.. 1930년대의 자동차로도 미국 시내를 100 넘게 밟으면서 경찰 단속을 따돌리고 사고 한 번 안 내고 발표 강연 스케줄을 소화했던 할배의 전설적인 행적과 근성을 본받고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과속이 나쁜 게 아니라 주변 차들의 흐름을 깨는 게 더 나쁘다는 선진적인 인식이 자리잡혀야 할 것이다.

3. 꼬리물기를 억지로 계도하기보다는 신호등을 개선해야

“교차로에서 꼬리물기 좀 하지 마세요~ 교차로 건너편에 차들이 막혀서 못 지나가고 있으면 파란불이더라도 당신도 지나가서는 안 됩니다. 앞차가 안 가고 있을 때 빵빵거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백 날 홍보하고 계도해도 별 소용 없다.

꼬리물기 차들 때문에 엉키고 엉망이 된 교차로를 보면서 “역시 조선놈들은 교통 문화가 미개하고 답이 없다. 앞으로 꼬리물기 적발 차량은 신호 위반과 동급으로 벌점 얼마에 과태료 얼마, 12대 중과실..” 이것도 별 영양가가 없는 짓이다.

감흥 신호 개발하고, 꼬리물기 차량을 자동으로 적발하는 무인 탐지기를 개발할 정도의 기술과 자금이라면.. 그걸로,
교차로 건너편에 차들이 못 가고 있는 걸 감지해서 그때는 애초에 파란불을 주지 않는 스마트 신호등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월등히 더 깔끔하고 더 나은 해결책이다.

어떻게든 운전자를 벌 주고 괴롭히고 차를 못 가게 만드는 쪽으로 머리를 굴리지 말고, 운전자가 누구나 수긍 가능한 합리적인 쪽으로 문제 해결책을 개발해야 한다.
옛날에 시스템 클럽에서 예시를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조선 엽전들이 질서 의식이 없다고 탓할 게 아니라 번호표를 도입해 놓으니까 은행 창구에서 무질서가 싹 사라졌었다.

4. 교차로 통과 결심 지점

난 예전에도 말했지만, 노란불 딜레마로 인한 사고를 봉쇄하기 위해서는 “교차로 통과 결심 속도” 표식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을 시속 60 이상으로 지났다면, 중간에 신호등이 노란불이 되더라도 속도를 더 줄이지 말고 그냥 통과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브레이크 밟고 서시오” 말이다. 비행기의 이륙 결심 속도(V1)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난 자동차에 대해서는 파란불은 남은 시간 표시에 반대 소신이다. 남은 시간이 촉박할 때 교차로를 난폭하게 통과하거나, 아니면 자기는 시간 넉넉하다고 뒷차를 배려하지 않고 세월아 네월아 너무 느리게 갈 수 있다.
예수님이 부작용을 우려해서 재림 날짜를 인간에게 예고해 주지 않고 있듯, 저런 건 굳이 예고할 필요가 없다. 파란불 잔여 시간 대신에 저런 교차로 통과 결심 힌트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그 대신, 빨간불의 잔여 시간은 표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10초나 5초 이하로 남았을 때는 도로 숨긴다. 이때부터는 예측 출발을 하지 말고 파란불이 되는 것만 보라고 말이다.

5. 기타

(1) 비보호 좌회전이라든가,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해 주는 좌회전 유도 차로 같은 것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전자는 멍청한 사고가 몇 번 난 뒤엔 또 무식하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 적록 신호로 바뀌어 버린다.
후자도.. 멍청한 운전자가 노란불에 쫄아서 말단 지점에서 멍하니 서 버리면.. 본의 아니게 꼬리물기를 저질러서 옆 차로의 진행을 틀어막는 민폐를 끼치곤 한다. 그러면 또 없어지고.. 으이구~~

그러고 보니 앞서 얘기했던 교차로 통과 결심 지점이라는 건 이런 좌회전 유도 차로 같은 데서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이 지점을 지났으면 여기서는 노란불이더라도 멈추지 갈고 지나가라는 것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2) 자동차 전용 도로의 진출로나 분기 지점 근처에서 차들이 막히고 있을 때 말이다. 뒤에는 차들이 못 가서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정작 앞에는 차들이 너무 띄엄띄엄 천천히 여유롭게 가는 건 큰 문제이다. 이러면 뒤에서 줄서 있는 차들이 호구 바보가 되고, 눈치껏 앞에서 끼어드는 새치기 차량이 더 빨리 가게 된다.
새치기 차량을 욕하고 벌줄 게 아니라, 새치기를 조장하는 앞차들의 운전 습관을 바꾸도록 계도해야 한다.

(3) 주행 중에 뒷차가 빵빵거리는 것보다, 앞차가 불필요하게 쓸데없이 브레이크 밟아서 브레이크 경고등이 깜빡거리는 게 더 짜증나고 불편하고 싫은 지경이라면..
당신은 운전자로서의 인격이 한 단계 성숙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 반찬이듯, 성질 급해서 답답한 게 최고의 운전 교사가 될 수 있다.

(4) 터널과 교량에서 차로 변경이나 추월을 금지하는 무식한 규정도 이제 좀 완화하거나 없앴으면 좋겠다. 비행기 이· 착륙 때 전자기기 사용 금지처럼 거의 의미가 없는 짓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31 19:35 2023/03/31 19: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43

우리나라의 도로들 중에서 격이 가장 높은 존재는 단연 '고속도로'이다.
자동차만이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전용 도로여서 심지어 최저 속도라는 것도 있고,
신호 대기라는 게 없어서 모든 교차로가 입체교차이며, 유료이다.

국도는 애초에 서로 다른 도로를 쭉쭉 이어 놓은 형태인 게 많기 때문에 관리 주체도 도로가 속해 있는 각 광역단체별로 찢어져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그 방대한 구간이 모두 '도로 공사'라는 전국구 단일 전문 기관의 관할이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고속도로는 아주 특수하고 특별하고 차별화된 장소라는 쪽으로 계도과 홍보를 많이 해 왔다.
일단은 안전을 위해서이다. 이런 곳에 보행자나 오토바이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며 무단횡단도 절대로 안 하도록 단속해야 하니까 말이다. 경부 고속도로라는 게 처음으로 생겼을 때는 이런 거 홍보를 마치 휴대전화 진동 모드를 홍보하듯이 했었다.

그런데, 경부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40년을 넘어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의 관점에서는..?
고속도로도 전국 방방곡곡에 거미줄처럼 깔려서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도시가 특별한 게 아니라, 반대로 고속도로가 없는 도시가 낙후된 오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197,80년대에야 여권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대학 나온 엘리트 내지 유학생, 사업가, 정부 관료 소리를 들었겠지만 지금은 어중이떠중이 아무나 다 여권 만들고 외국 여행을 갈 수 있지 않은가? 고속도로도 이와 비슷한 이치이다.

그러니 고속도로에 대한 너무 경직된 인식도 조금은 바뀔 필요가 있다.
장거리 뛰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이젠 이름 대신 번호로.. 고속도로도 국도나 미국 프리웨이처럼 그냥 번호로만 인지하고 부르는 게 훨씬 낫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음 경우를 생각해 보자.

1. 이름은 추후에 바뀔 수 있다.
가령, 서울외곽순환은 몇 년 전부터 '수도권1순환'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걸 일일이 인지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기회에 100번 내지 100호선이라는 번호를 기억하도록 하자. (공항 철도 "인천 국제공항" 역이 "인천공항 1터미널"이라고 바뀐 것과 비슷한 개명인 듯 ㄲㄲㄲㄲ)
다음으로.. 88 올림픽 고속도로도 '대구광주'라고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냥 12번이라고 기억하는 게 낫다.

2. 여러 구간이 합쳐진 경우가 있다.
호남인지 논산천안인지 따지지 말고 그냥 25번.
통영대전인지 중부인지 따지지 말고 35번.
인천-안산 구간이 왜 '영동 고속도로'라고 불리는지 생각하지 말고 그냥 50번..이 낫다.
경주-울산-부산의 새 고속도로는 이름이 뭘까? 북쪽의 동해-속초 동해 고속도로와 동일한 65번이라고 생각하도록 하자.

3. 도로가 확장되면서 공식 명칭이 자꾸 달라질 수 있다.
경춘인지, 서울홍천인지 서울양양인지 따지지 말고 그냥 60번.
특히 종축 말고 횡축은 인지도가 안 그래도 듣보잡인 편인데 자꾸 확장되고 연결돼서 시종점 기반의 이름이 수시로 바뀐다. 서울에서 가까운 60이나 50뿐만 아니라 40번, 30번, 20번도 다 필요 없고 번호만 기억하면 된다.

4.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 종점 작명법은 순서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상주영천인지 영천상주인지 고민하지 말고 301번.
용인서울인지 서울용인인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171번이라고만 기억하면 된다.
자, 이러니 번호가 여러 모로 편하지 않은가?

고속도로의 이름은 옛날에 고속도로가 철도처럼 매우 드물고 희귀하고 특별한 존재이고, 국가 단위로 수백 km짜리 단일 구간이 한꺼번에 뚝딱 건설되던 시절에 유효했다. 경부, 중부, 서해안처럼..;;
그러나 지금은 고속도로가 국도처럼 거미줄처럼 너무 많이 생겼고, 찔끔찔끔 지선이 많이 건설되어서 일일이 이름을 붙이는 명분과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물론 이제는 번호도 너무 중구난방처럼 된 구석이 있다. 고속도로 번호에도 세 자리 수가 늘어나고, 두 자리 수의 1자리에도 통상적인 0/5 말고 7, 9, 4 같은 세부 번호가 더 자주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번호이니까 양반이지 이런 걸 다 이름으로 감당시킨다면 복잡도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도로공사에서는 없애고 싶어하는 고속도로 레거시 양대 산맥이 바로 (1) 재래식 톨게이트와 (2) 재래식 명칭들이다. 하지만 둘 다 단기간에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실현될 정도이면 고속버스 운임에다가 부가가치세는 좀 넣지 말며, 궁극적으로 (3)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터미널과 각종 운행 시스템을 완전히 통합하는 게 좋을 것이다. 고속도로는 특별하고 사치스러운 도로가 아니며, 두 버스의 구분도 사실상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지경으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고속버스에 부가세가 한시적으로 면제되긴 했는데.. 지금은 어찌 됐나 모르겠다. 내 생각엔 이젠 우등조차 굉장히 흔해졌는데 프리미엄 우등 정도에나 부가세를 매기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고속도로 시설과 관련해서 욕심을 더 낸다면..
(4) 고속도로 나들목들에다가도 지금 지하철 역들처럼 번호를 다 부여하고, 각종 분기점에서 동서남북 방향을 더욱 분명히 명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신갈 분기점에서 영동 고속도로 강릉 방향 문막 IC라고 하면.. 각각의 명칭들은 우리나라 지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코드북 암호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반면, 50번 고속도로 동쪽 방향으로 나가서 20번 IC라고 하면.. 앞으로 IC를 몇 개 더 거친 뒤에 나가면 되는지도 알 수 있으니 초행길 외국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 자국인조차도 깜빡 잊고 있다가 근처 나들목으로 황급히 나가려고 급 차로 변경하다가 사고를 종종 내곤 한다. IC 번호는 이런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고속도로들이 분기점에서 방향별로 분홍-초록 컬러 유도 차선이란 게 도입돼서 굉장히 편리하고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분홍-초록 컬러링이 동-서나 남-북 중 하나로 일관된 원칙 하에 부여되기라도 했나 문득 궁금해지는데.. 당연히 일관되게 했으리라 믿는다. =_=;;

※ 덤: 고속도로의 갓길, 차선색 등

일반 도로에서는 길가의 차선이 길가 주차 가능 여부를 나타낸다. (백색 실선은 언제나 가능, 황색 점선은 5분 이내 정차만 가능, 황색 실선은 주정차 금지, 황색 복선은 절대 금지)
그러나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는 갓길을 나타내는 차선이 백색 실선이지만 거기에 임의로 주차를 해도 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고속도로의 갓길은 일반 도로의 ‘안전지대’와 비슷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평소에는 차량이 주행이나 정차를 해서는 안 되며, 사고· 고장 같은 정말 불가피한 이유 때문에 주행이 불가능해진 차량을 잠깐 동안만 세워 놓는 게 허용된다.
단순히 한숨 자거나 용변(!!)을 해결하려는 용도로도 세워서는 안 된다. 사실, 저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차량 중에 누가 맛이 가서 내 차를 들이받을지 모르는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갓길에 차를 세우라고 해도 겁나서 세우지 않는 게 이치에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선과 안전지대를 모두 황색으로 표기하다 보니, 일반 차선은 백색이고 황색은 뭔가 건드리거나 범접해서는 안 되는 선이라고 인식이 딱 박혀 있다. 하지만 일본 같은 외국에 가 보면 중앙선이 그냥 백색인 경우도 있어서 좀 헷갈린다.
고속도로는 중앙선이 없이 그냥 중앙분리대가 있고, 통상적인 평면교차 신호나 주차 같은 개념도 없다 보니, 황색으로 뭔가 그어진 걸 볼 일이 별로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24 19:35 2023/03/24 19: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40

1. 자동차

1930년대에 일본군 장성인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미국으로 여행인지 출장인지를 갔는데..
시골 깡촌의 평범한 소녀가 공구를 들고 와서 자동차가 퍼진 걸 뚝딱 수리하는 걸 목격했다.
그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천조국의 저력을 직감하고 경악했으며, 일본은 이런 나라와 전쟁을 벌여서는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참고로, 옛날에 성경 번역자 틴데일은.. 시골에서 소 모는 꼬맹이 조무래기라도 교황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고 자국어로 성경을 암송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근데 이 미친 나라는 어떻게 듣보잡 시골 처자조차 기계를 이렇게 잘 다루느냐 말이다.

2. 컴퓨터

한편, 1940년대인가 50년대인가, 컴퓨터 과학자 폰 노이만은 거의 인간 컴퓨터 급의 큰 수 암산이 가능했으며, 그냥 머릿속으로 기계어 코드를 쭈룩 읽고 쓰는 게 가능했던 천재 괴수로 유명했다.
자기 제자들이 컴파일러는커녕 어셈블러를 만드는 것조차 별로 달갑지 않게 봤을 정도였다. 프로그램을 짜고 싶으면 사람이 그냥 직통으로 0 1 쑤제 암산 기계어 코딩을 하면 되지, 엔지니어가 지 한 몸 편하자고(!!) 그 비싸고 거대하고 귀한 컴퓨터를 갖고 무슨 자원 낭비 잉여짓을 하느냐고, 그렇게 힐난을 가했었다.

하긴, 폰 노이만은 컴퓨터에 대해서 '프로그램 내장형 모델'이라는 개념 자체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었다..!!!
컴퓨터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진공관 배선을 바꾸고 천공 카드를 교체하는 식의 물리적인 노동으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이 지시사항 역시 프로그램이 취급하는 데이터와 동급으로 메모리 상의 정보 중 하나로 간주시키는 발상이다.

요즘처럼 키보드 코딩만으로 간편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진 것 자체가 이런 개념이 도입된 덕분이다.
그러니, 자기가 이 정도로 프로그래밍 환경을 개선했으니, 더 편한 요행 꼼수를 바라지는 마라~~ 그런 생각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3. 저격총

역시 2차 세계 대전 때.. '시모 해위해'라고 적군 수백 명을 사살한 핀란드의 전설적인 저격수가 있었다.
그는 저격 잘 하는 비결이랍시고 번거로운 조준경 따윈 없는 게 낫다는 말을 씨부려서 다른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지 혼자 시력이 2.0 3.0을 넘기라도 하는지.. 아무도 이해하지도 이행할 수도 없는 비현실적인 조언을 조언이랍시고 진지하게 남겼던 것이다.

하긴, 그 시절엔 레이더도 없거나 뒤늦게 개발됐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 폭격기 조종사 역시 시력이 좋은 게 지금보다 아득히 유리하게 작용하긴 했었다.

이것들은 대단한 일화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 시대 사람들이 오늘날과 같은 급의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요즘 컴퓨터와 운영체제 같은 여건에서 기계어 코딩을 한 건 아니라는 점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지금 자동차나 컴퓨터는 정말 저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호락호락 직접 만지고 고칠 수 있지 않다.

제 아무리 천재 괴수 폰 노이만이라 해도, 그 시절에 컴퓨터라는 건 핵 실험이나 탄도 계산, 일기예보 시뮬레이션을 위한 거대한 계산 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국가 기관· 연구소만의 전유물이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엄청 비싸고 귀하신 몸이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일반 양민들이 개나 소나 그 거대한 컴퓨터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를 살았거나 그걸 예측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컴퓨터 자원에 대해서 극도로 아껴 쓰고 절약하자는 마음이 뼛속까지 몸에 배겼으며, 그런 사고방식이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와 결합했기 때문에 '쓸데없이 어셈블러 따위'라는 갈굼이 나온 것이었다. =_=;;;

지금이야 한낱 작업자의 편의 때문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 때문에라도 프로그래머들에게 고급 툴과 컴파일러는 듬뿍 쥐어 줘야 한다. 폰 노이만이라도 Windows용 exe 실행 파일을 맨땅에서 만들지는 못할 것이며, 근본적으로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키가 3m인 인간흉기 골리앗, 특수부대 할아버지라 해도 현대의 전장에서 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시모 해위해도 기술이 훨씬 더 향상된 오늘날의 저격 소총을 보면 조준경 불필요 소신을 바꾸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전장에서 수백 명의 적군을 조준경 없이 저격 사살하긴 했지만, 그 대신 저격 거리도 km급이 아니고 우리 생각보다 짧았다고 한다(2~300m). 그만큼 더 위험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4. 비행기

20세기 중반의 천조국 기준으로.. 컴퓨터 업계에 폰 노이만이 있다면, 항공 업계에는 '켈리 존슨'(1910-1990)이라는 정말 전설적인 괴수 엔지니어가 있었다.
이 사람은 평생을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이 아니라 비행기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에 뼈를 묻었다. 이 사람도 조종을 안 한 건 아니지만, 평범한 여객이나 군용 조종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기체의 안정성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테스트 파일럿' 명목이었다. ㄲㄲㄲㄲㄲ 즉, 여느 파일럿과는 급이 다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람은 록히드에서 일하다가 미국의 최신 항공 우주 기술의 산실인 스컹크 웍스의 수장을 역임했고.. 네바다 주에 그 비밀 실험 기지인 AREA 51을 직접 구상하고 만들기도 했다.;;
전투기 P-38, 최초의 제트 전투기 F-80 슈팅스타 쌕쌕이, 마하 2를 최초로 돌파한 F-104, 고공 정찰기 U-2와 SR-71 등..

컴퓨터도, 캐드도 없던 시절부터 이 사람은 인간 컴퓨터나 인간 백과사전이 아니라, 그냥 걸어다니는 풍동 실험실이었다.
"비행기를 이렇게 만들고 날개의 모양과 크기와 각도를 이렇게 만들어서 저렇게 조종하면 실제로 이렇게 날아갈 것이다, 성능과 안정성이 이럴 것이다.. 이 디자인은 요런 비효율과 문제가 있으니 얼추 이 정도로 고쳐야겠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낑낑대며 복잡한 수학 계산을 통해 예측을 했지만, 저 사람은 머릿속에서 직감적으로 바로 시뮬레이션이 됐다.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한 게 굉장히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게 진짜 무서운 면모였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저 괴수는 공기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나?" 하며 혀를 찼다. 이 정도면 비행기의 폰 노이만 급이 아닐지? ㄷㄷㄷ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보잉 사에서 재직했던 '조(조셉) 서터'(1921-2016)도 전설적인 비행기 개발자였다. 보잉 7x7 프로젝트에 모두 관여하면서 짬을 쌓다가 궁극적으로는 747의 팀 리더가 되어 20세기 최대 크기의 전설적인 여객기를 설계하고 개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쎄, 현대의 CPU 설계 중에서는 독보적이고 전설적인 장인 엔지니어가 없나 모르겠다.
CPU는 자동차나 비행기와 달리 애초부터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은 물건이긴 하다만.. 그래도 미시세계에서도 회로를 이렇게 설계하면 발열이나 전력 소모가 너무 심해진다느니, 몇 마이크로초 단위의 손실이 생긴다느니 뭐니 이런 직관이 발휘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08 08:35 2023/03/08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34

노 태우 대통령이 서거한 지도 벌써 1년이 넘게 지났구나. 이 글에서는 노 태우 시절에 잠깐 생산됐던 추억의 자동차 얘기나 좀 꺼내 보고자 한다.

대우 임페리얼... 1989년 초에 대우 자동차에서 야심차게 개발한 최고급 기함급 승용차였다.
로얄 시리즈의 약발이 다해 가고 적진에서는 그랜저라는 걸출한 고급차까지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하니, 대우 진영에서도 그에 대응하는 카운터를 내놓은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얘는 그 당시 국산 승용차 중에서는 최초· 최대였던 6기통 3000cc 배기량을 자랑했다. 이땐 그랜저도 아직 2400cc 모델까지만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는 임페리얼에 대항하기 위해 6기통 3000cc 모델을 1989년 말에 내놓게 됐다.

(2) 그리고 임페리얼은 국산 승용차로서는 매우 드물게 V형이 아니라 선형(inline) 직렬 6기통 형태였다.
다른 피치 못할 이유나 사정이 없다면.. 왕복 엔진의 실린더야 자동차의 주행 방향과 수직인 일렬로 단순하게 쭉 늘어놓는 게 제일 무난하다. 하지만 실린더가 6개씩이나 되면 늘어놓는 길이가 자동차의 폭 대비 너무 길어져서 직렬 배치가 좀 난감해진다.

게다가 안 그래도 부족한 엔진룸 공간을 더 부족하게 만드는 건 전륜구동 되시겠다. 전륜구동이 여러 장점이 많긴 하지만, 객실의 하부를 관통하는 구동축이 없는 대신에 엔진룸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여건 하에서 제한된 엔진룸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실린더를 1*6이 아니라 2*3으로, 그리고 I자가 아니라 V자 모양으로 지그재그로 배치하는 방식이 고안되었다. 이를 V형 엔진이라고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V1, V2 이러는 건 보통 버전과 관계 있지만 자동차에서 V6, V8 이러는 것은 실린더 개수가 그 정도인 V형 엔진임을 뜻한다.

V형 엔진은 엔진 공간의 이용 효율을 얻은 대신, 같은 배기량일 때 전체 부피가 더 크고 내부 구조가 더 복잡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엔진음이나 진동, 승차감 쪽도 직렬 엔진보다는 미묘하게 못한 구석이 있다. 그걸 상쇄하려면 기술이 더 발달해야 하니 엔진 제조 비용도 더 올라간다.

과거에 현대에서는 10여 년 전에 2000cc 배기량을 갖고도 V6 엔진을 얹어서 '그라나다 V6' 같은 차를 면허 생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겨우 그 배기량에 6기통씩이나 얹는 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리하지 않는다.

고급차들이 V6 이러니까 V형 엔진 자체가 아주 고급차의 상징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그냥 어쩌다 보니 고급차에 V형 엔진이 장착될 뿐이다.
그리고 후륜구동도 V6 이상으로 여전히 고배기량 대형 승용차의 상징 관행으로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임페리얼은 V형 6기통이 아니라 직렬 6기통 엔진에 후륜구동이었으니 그랜저와는 특성이 상극이다.

임페리얼의 제원상 최대 출력은 174마력으로, 그랜저 V6 3000cc SOHC 모델의 161마력보다도 더 높았다.
하지만 4단까지밖에 안 되는 자동 변속기의 기어비가 비효율적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는지, 고속도로에서 끝까지 밟았을 때의 최고 속도는 195가량이 한계였다고 한다. 200을 넘기지는 못했다.

임페리얼이 우리나라 승용차 역사상 전무후무한 직렬 6기통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더라. GM대우 시절의 토스카와 매그너스도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차들은 정말 존재감이 없이 잊혀져 있다.

(3) 그리고 임페리얼은 ABS가 장착되어 나온 최초의 국산차였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유리창에까지 ABS 글씨를 써 놓은 게 보일 것이다.
지금은 이게 의무 필수 사양이 돼서 일개 경차에도 무조건 달려 나오지만, 저 때는 ABS가 완전 신기술 첨단 안전 장치 자랑거리였던 것이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임페리얼의 다음으로 그랜저 V6도 응당 그 뒤를 이어 ABS를 장착했다.
그리고 ABS의 다음으로 에어백이 최초로 장착된 최초의 국산 양산차는 1992년에 출시된 뉴 그랜저였다. 초창기 원시적인 SRS 방식으로 말이다.

(4) 그 밖에 국산차 중에 임페리얼만의 전무후무했던 특징은 뒤의 C필러에 둘러진 가죽 외장.. 미국의 고급차를 흉내 낸 건데, 옛날에 고속버스 타이어에 장착됐던 휠캡만큼이나 정말 상징적인 외형이었다. 출시 직후부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1990년형 후기형부터 적용된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임페리얼은 기계판이 100% 디지털이어서 주행 속도가 10진수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됐다. 그리고 얼마나 쓸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헤드라이트에도 와이퍼가 달려 있었다.;;
이런 건 그랜저에는 존재했던 적이 없으며, 주류가 되지도 못하고 유행이 지나 사라진 기능이다. 하지만 대우에서 임페리얼 이전의 최고급 모델이었던 슈퍼 살롱(1987)에는 이미 적용되어 있었다.

이렇듯, 임페리얼은 여러 분야에서 그랜저에도 없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고급차였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서 들여온 외국산 부품들을 한국 사정에 맞게 현지화를 제대로 못 했으며, 컴터 소프트웨어로 치면 버그도 너무 많이 들어갔다.

주행 중에 엔진이 과열이 너무 잘 되고 잘 퍼져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최고급 기함급이라는 승용차가 품질 관리가 안 되면 어쩌라고.. ㅠㅠㅠㅠㅠ
결국 얘는 전국적으로 1000대도 채 못 팔고 국산 고급 승용차의 주도권은 그랜저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본인은 초딩 꼬마 시절에 이 차 현물을 봤던 기억이 있다. 1990년대 고향 시골에서 임페리얼이 굴러가는 걸 본 건, 2020년대 서울 시내에서 롤스로이스나 유명 외제 스포츠카가 굴러가는 걸 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 대우에서는 고급스러움을 표방하면서 1980년대까지 차 이름을 로얄, 프린스, 듀크, 임페리얼처럼 뭔가 왕족· 귀족 명칭으로 짓는 편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레간자, 누비라 같은 이름은 상대적으로 간지가 덜(?) 나 보일 정도이다.

  • 임페리얼이 수립한 최초 최대 배기량 3000cc 기록은 5년쯤 뒤, 1994년에 출시된 뉴 그랜저 3500cc 모델에 의해 깨졌다. 그랜저 다음은 1999년에 출시된 에쿠스..

  • 에쿠스 1세대는 국산 승용차에서 최초로 무려 8기통 4500cc 배기량을 선보였다. 하지만 현대 진영의 차들은 그랜저는 물론이고 얘조차도 대형 승용차로서 이례적으로 여전히 전륜구동이었으며, 2008~9년 사이, 제네시스와 에쿠스 2세대가 돼서야 후륜구동으로 바뀌었다.

음, 표로 정리할 걸 그랬나..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23/01/03 19:35 2023/01/03 19: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09

1. 비상 정지 / 탈출 / 자폭

교통수단에는 위급한 상황에서 (1) 자기 차체/기체/선체 따위를 강제로 세우고 정지시키고, (2) 탑승자를 붙잡고 감싸거나 (3) 반대로 강제로 내보내서 보호하는 안전 기능이 존재한다.

자동차는 (2)에 속하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있다. (3)은 버스 한정으로 유리창을 부수는 망치가 해당되는 듯하다.
오토바이는 어느 쪽으로든 그런 안전장치를 장착할 여건이 도저히 안 되기 때문에 탑승자가 헬멧을 써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다음으로 철도 차량은 (2)나 (3)의 범주에 드는 안전 장치가 없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안전벨트는 무의미하고, 유리창도 자동차 같은 정도의 강화 유리를 쓰지 않는다.
얘들은 승객이 아니라 차량이 '독 안에 든 쥐' 수준으로 매우 정교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1)이 크게 발달해 있다. 선로와 차량이 연계해서 조금이라도 조건에 어긋나면 바로 감속하고 차량을 강제로 세운다. 심지어 기관사가 일정 간격으로 생존 인증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차량이 비상 정지한다.

사실, (2)/(3)보다는 (1)이 더 발달된 교통수단이 원론적으로 더 안전한 교통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2)/(3)은 사고가 난 뒤의 대처이지만, (1)은 사고가 애초에 나지 않게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중에 뜬 비행기나 우주 발사체 정도가 되면 (1)이 아예 가능하지 않다. 비행기의 GPWS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pull up!" 경보만 하염없이 내보낼 뿐, 철도의 ATS/ATC/ATO처럼 기체를 안전하게 세운다거나 착륙시키지는 못한다.

비행기 중에서 경비행기와 전투기는 (3)형에 속하는 비상 탈출용 낙하산을 갖추고 있다. 전투기의 경우 더 빠르게 기체로부터 이탈하라고 사출 좌석까지 있다.
유인 우주발사체에는 비슷한 개념으로 비상 탈출용 로켓이 있다. 선박으로 치면 구명보트나 튜브에 대응한다.

이렇게 교통수단별 안전/탈출 시스템을 살펴봤는데, 문득 드는 생각은..
운전 중인 자동차가 갑자기 통제가 안 되고 폭주할 때 어떡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동도 못 끄고, 어디 옆에 쫘악 긁거나 들이받을 데도 없고 도저히 세울 방법이 없는데, 앞이 낭떠러지이거나 사람들이 가득 있으면..
자동차에 대해서 (1)에 해당하는 강제 정지 조치는 핸들을 옆으로 확 돌려서 차를 전복시키는 것이지 싶다. 실제 상황에서 이런 것까지 차분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더 큰 사고를 막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서 굴러가는 차 바퀴를 지면에서 떼어 놓고 차를 어떻게든 세워야 된다.

차가 어디 부딪히지 않고 혼자 뒤집히는 것만으로는 탑승자가 사망· 중상 급으로 다치지 않는다. 벨트를 단단히 매고 에어백과 튼튼한 A필러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말이다.
다만, 벨트를 안 한 채로 차가 뒤집혀서 탑승자가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로 바닥에 떨어지거나 심지어 원심력 때문에 차 밖으로 튕겨나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차 탈 때 안전벨트는 꼭 매야 한다.

우주 로켓은 통제력을 상실하고 아무 방향으로 폭주할 때를 대비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취지로 자폭 모드라는 게 있다. 1986년 챌린저 호 폭발 사고 때도 고체 연료 부스터가 제멋대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지상 기지에서 원격으로 명령을 내려서 그걸 자폭시켰었다.
육상 교통수단이라면 어떻게든 강제 정지만 시키면 되겠지만, 쟤들은 비행선도 아니고 공중에 혼자 둥실둥실 떠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격추나 자폭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2. 주행 방해· 위험 행위

대중교통의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수십~수백 명에 달하는 탑승객의 시간을 빼앗고 안전을 위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중범죄로 강하게 처벌된다.

먼저 자동차는? 열차나 비행기 등의 타 교통수단과 달리 차체가 아주 작기 때문에 운전석이 객실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운전사가 악성 진상이나 취객이 저지르는 범죄에 노출되기도 쉬운 편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으로부터 10~15년 쯤 전, 지하철역들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시내버스의 운전석이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로 둘러지기 시작했다. 즉, 이것도 처음부터 당연히 존재해 온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승강장 투신 자살이 여러 건 터진 뒤에야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듯, 지상에서는 버스 운전사 폭행 사건이 몇 건 터진 뒤에야 이런 칸막이가 생겼다. 물론 버스 운전석 칸막이는 스크린도어보다는 훨씬 더 저렴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아마 일본?), 버스보다 더 작은 택시도 운전석이 칸막이로 둘러진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굳이 차내가 아니라 밖에서는 도로에다가 압정이나 쇳조각 같은 자그마한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타이어 펑크를 유발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무한궤도 차량이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원리로, 철길 레일 위에다가 짱돌을 올려놓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짓에 심각한 범죄로 간주된다. 열차는 비록 타이어 펑크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그런 장애물을 부수지 못하고 타고 올라가다간 탈선 사고가 날 수 있다. 철도에서는 이게 제일 큰 위험이다.

정말 자그마한 과속방지턱 하나만으로도 자동차의 통과 가능 속도가 얼마나 낮춰지는가? 이게 바퀴의 약점이며, 철도 차량은 그런 약점의 파급 효과가 더욱 크다.

비행기야 내부 보안이 철도역이나 버스 터미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삼엄하기 때문에 민간인이 지상에서 비행기에 호락호락 접근해서 해코지를 할 수는 없다. 조종실에 잠입하는 것도 과거에 테러 몇 건을 겪고 나서는 보안이 강화되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 대신, 지상의 민간인이 저공 비행 중인 비행기에다가 의외로 쉽게 테러를 저지르는 방법이 있다. 바로.. 비행기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 불빛을 쏘는 것이다.
이건 테란 메딕의 기술인 옵티컬 플레어의 실사판이며, 밤에 자동차 운전자끼리 구사하는 하이빔 테러보다 더 치명적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심하면 영구적인 안구 손상까지 야기하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겨우 선글라스로 차폐할 수 있지는 않을 테고.. 비행기에다 기계적인 대미지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하면.. 전시에 적국 군용기의 야간 작전 수행을 이런 식으로 방해할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그러면 조종사는 레이저 불빛이 발사된 쪽으로 폭격을 하면 될 테니 실용성은 별로 없겠다.;;;
도로에 압정과 유리 조각, 철길에 짱돌, 공중으로 레이저.. 흥미롭다.

3. 철도 차량의 관절대차

우리나라에 KTX, 고속철도라는 게 등장한 지 좀 있으면 무려 20주년이 된다.
외국물 먹은 KTX 차량은 지금까지 국내의 기존 철도 차량에는 존재하지 않던 흥미로운 특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바로 ‘관절대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동차, 특히 트럭 업계에서는 바퀴가 장착되는 부위를 차축 내지 축(axle)이라고 부르는 반면, 철도 차량에서는 상응하는 동일 부위를 ‘대차’(bogie)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동차 차축이야 말 그대로 차량의 좌우에 달리는 바퀴 한 쌍을 끼우는 작대기 하나만을 가리키지만, 철도 대차는 그 작대기를 앞뒤로 2개, 즉 한 쌍 단위로 묶어서 바퀴를 총 4개 끼우는 형태인 게 기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행기 랜딩기어도 트럭의 복륜이라기보다는 약간 철도 대차처럼 생긴 구석이 있어 보인다;; 둘 다 굉장히 단단하고 무겁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동차가 앞바퀴 뒷바퀴가 있는 것처럼 철도 차량도 평범하게 차량의 앞과 뒤에 대차를 하나씩 장착하는 게 보통인데..
관절대차는 대차 하나가 앞차의 뒷부분과 뒷차의 앞부분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굉장히 신기한 형태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개수의 차량을 굴리는 데 필요한 대차의 수가 일단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다.
그리고 튼튼한 대차가 앞뒤의 차량을 동시에 굳게 붙들고 있기 때문에 차량이 옆으로 뒤집히고 탈선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차량의 주행 안정성이 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국내에서는 광명 역 탈선 사고(2011), 강릉선 탈선 사고(2018) 같은 꽤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허나, 그 정도 충격량에도 불구하고 관절대차 덕분에 차량이 뒤집히거나 더 심하게 부서지지 않았으며, 인명 피해도 더 적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안전에 관한 한 관절대차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었다.

그렇다고 관절대차가 장점밖에 없는 만능인 것 역시 아니다. (1) 그 특성상 당연히 객차를 분리하는 유동적인 편성이 불가능한데.. 뭐, 이건 기관차-객차가 아닌 동차에서 원래부터 크게 희생하는 특성이긴 하다.

그리고 대차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2) 차량 하나의 길이와 무게 한계에 제약이 더 커진다. 그런데 이 역시 고속 주행을 위해서는 어차피 공기 저항을 극복해야 하고 차량의 피지컬을 크게 최적화해야 하니 그리 큰 단점이 아니다.

고속철도 차량의 관점에서 관절대차의 진짜 큰 단점은 (3) 동력분산식 구조와 같이 연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뭐,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서로 어울리는 형태가 아니다. 동력차와 무동력차가 한데 연결되었을 수도 있는데 바퀴는 양 차량에 걸쳐 있으면 설계가 좀 난감할 것이다.;;

일본의 바로 다음으로 고속철 차량을 의욕적으로 개발했던 프랑스는 관절대차를 최초로 도입했다. 쟤들은 동력집중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관절대차가 단점보다 장점이 확실히 더 크다고 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KTX와 KTX-산천에서 관절대차가 채택되어 있으며, 김포와 부산 김해, 그리고 서울 우이라는 경전철 차량도 의외로 관절대차 기반이다.

그 반면, ITX-청춘/새마을, 그리고 심지어 KTX-이음은 동력분산식이어서 그런지 관절대차를 채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신칸센이야 골수 동력분산식이기 때문에 역시 관절대차와 인연이 없으며, 독일의 ICE도 마찬가지이다.

1985년 8월에 발생했던 일본 최악의 항공 사고인 JAL123기 추락 말이다.
이거 사고 원인은 뒤쪽 벌크헤드의 수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으로 밝혀져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원래 위처럼 수리돼야 하는 게 아래처럼 얼렁뚱땅 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강판이 한데 이어져 있지 않으니.. 결국 리벳 한 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외력에 훨씬 더 취약해지게 된다.
수 년 동안 반복된 비행으로 인해 압력을 너무 많이 받은 부위가 결국 피로파괴를 일으켰고, 유압 상실과 조종 불가로 인해 여객기의 추락과 끔찍한 인명 피해를 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철도에서 관절대차가 개념상 하는 일이 바로 저 파란 보강판이 양 옆의 철판을 붙드는 것과 정확하게 동일하다~!! 철판 둘은 앞뒤 차량에 대응하고.. 절묘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4 08:35 2022/11/04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086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 14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939981
Today:
649
Yesterday: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