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생방

공중이나 바다가 아닌 평범한 육상 재래전 전쟁터에서 군인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폭발물 파편이다. 근원지가 수류탄이든 지뢰이든 포격이든 폭격이든, 어쨌든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터져서 넓은 면적에 파편을 날리는 폭탄이 짱이다. 단순 총알은 파괴 면적이 너무 작은 관계로, 저격이 아니라면 그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도 총은 여전히 군인의 상징이며, 소총 사격은 화망을 형성해서 아군을 엄호하거나 적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당장 kill 수를 많이 못 낸다고 해서 개인화기가 일체의 쓸모나 필요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지금 세계가 명목상 교류와 평화를 추구하고 옛날 같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지향하지는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군사력 자체가 당장 필요하지 않게 된 건 절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게 하는 방법은 폭탄이나 총알, 심지어 총검을 이용한 물리적인 충격만 있는 게 아니다. 파리를 굳이 손바닥이나 파리채로 쳐서 잡는 게 아니라 에프킬라를 뿌려서 잡듯, 방탄조끼나 헬멧이 아니라 방독면으로 방어해야 하는 방식의 전투도 있다. 이를 특별히 '화생방전'이라고 한다. 이건 공격 수단들의 근간 원리에서 각각 첫 글자를 딴 명칭인데, 마치 군사의 육해공처럼, 물리 화학 생물이라는 과학의 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단, 보다시피 '물화생'은 아니고 '화생방'이다. 물리는 분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 것 같다. 과학의 각 분야에 대응하는 공학을 생각해 봐도 화학공학, 생명공학은 있지만 물리공학이라는 말은 없으니 말이다. 그 대신 기계공학, 전자공학, 원자력공학, 항공우주공학 등이 있을 뿐이지.
스타에서 테란의 물리학 연구소는 배틀크루저의 야마토 포를 개발하는 곳인데, 물리학의 어느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스타에도 응당 화생방에 해당하는 개념이 있다. 디파일러의 플레이그가 생물에 해당하고, 베슬의 이레디는 방사능에 속한다.
원래는 고스트의 핵도 방사능이어야 하지만, 설정과 밸런스 문제 때문에 게임엔 반영 안 됐고 그냥 크고 무시무시한 폭탄이라고 구현돼 있다.
화학은 잘 모르겠다. 스타에 딱히 독가스 같은 게 등장하지는 않으니까.. 단지, 광범위 대량학살용으로는 독가스보다 더 고차원적인 프로토스의 싸이오닉 스톰이 존재할 뿐이다.

난 태어나서 화생방(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곳은 아마 초딩 시절 전화번호부 끝부분 부록에 적혀 있던 '전시 국민 행동 요령'이었지 싶다.
성경에도 계시록뿐만 아니라 슥 14:12처럼 사람이 산 채로 눈과 살과 혀가 녹아/썩어 없어지는 묘사는 뭔가 화생방전을 떠올리는 섬뜩한 장면으로 보인다.

2. 전쟁의 주요 양상

  • 고지전: 나로서는 이거 뭐 6· 25 말고는 다른 고지전 자체가 떠오르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중부의 서쪽은 평지 위주였지만 우리에게 지형적으로 불리하고 판문점도 가까이 있어서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반면, 동부의 첩첩산중에서는 고개를 하나 점령해서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수복하려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 참호전: 1차 세계 대전 당첨이다. 여차여차 하다 보니 서로 평지에서 땅따먹기를 한 뒤, 참호 파고 지겹도록 시즈 탱크 우주 방어만 벌이는 지경이 벌어졌다. 무슨 FPS에서 캠핑처럼.. 공격이 방어보다 너무 불리하다 보니, 참호 하나 점령하려고 갈려 들어간 병사들이 그 당시에 얼마였나 모르겠다. 그 교착 상태를 해소하려던 와중에 원시적인 탱크와 전투기가 발명됐고 독가스도 동원됐다.
  • 상륙전: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면서 섬을 하나씩 점령하는 형태의 전투는 2차 세계 대전 중에서 태평양 전선이 대표적이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미군 해병대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뭐, 거기 말고도 본토 진출을 위해서 서부 전선의 노르망디 상륙이 있고 나중에 6· 25 때 인천 상륙도 전쟁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오늘날은 세상에 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가 많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시가전'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만약 북괴가 다시 남침해서 서울로 쳐들어온다 해도, 2017년의 서울은 1950년 당시의 그 허접한 서울이 절대 아니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빽빽해진 건물숲 속에서 시가전을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며, 그렇게 호락호락 사흘 만에 서울 점령이란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전쟁 중에 시가전으로서 내가 딱 떠오르는 건 없다. 그리고 2차 대전은 동부(vs 러시아)나 태평양 전선(vs 일본..) 말고 서부 전선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기억이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게 없다.

3. 탄피 처리

공기총 같은 거 말고 화약으로 격발하는 총들은 탄두와 화약이 탄피로 감싸져 있는 탄환을 사용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그릇이 남고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컵이 남듯, 총을 쏘고 나면 탄피 껍데기만 남아서 사출된다.
탄피 부분까지 싹 폭발해서 없어지거나, 아니면 같이 발사되어 날아가는 총알이 있다면, 마치 손잡이 부분까지 몽땅 과자로 돼 있어서 다 먹어치울 수 있는 길거리 아이스크림 콘만큼이나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총알을 그렇게 만들었다간 화약 부분이 평소에는 어지간히 열받아도 절대로 폭발하지 않고 안전하게 있다가 원하는 순간에만 격발하게 만들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실용적인 가성비 수준에서..)

탄피 처리라는 게 군대에서 골치아픈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가능한 한 몽땅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 보호(?)나 물자 절약 따위 말고 좀 더 social한 이유로는..
평시에는 탄약의 무단 유출을 감지하고 자살· 프래깅 같은 부정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총을 몇 발 쐈는지 알고 싶을 때 탄피 개수를 세는 것만치 단순무식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정확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시에야 적에게 총 쏘는 게 병사들의 재량 영역이 되며,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그러니 실탄 사용 내역을 평시만치 일일이 파악하고 통제하면서 탄피를 챙길 여유가 없다. 그 대신, 적군에게 아군의 위치 내지 이동 경로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흔적을 치우는 과정에서 탄피도 눈에 띄는 것 정도는 다 줍고 치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이 병영으로 복귀한 뒤에는 모든 병사들을 일일이 정말 빡세게 몸수색을 해서 잔여 실탄을 몰래 짱박아 둔 게 절대 없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토벌 작전이 끝났을 때에도 이런 후처리 절차가 응당 행해졌다고 한다.

4.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사람을 죽이는 전쟁 얘기를 했으니 다음으로는 사람 살리는 얘기로 넘어가 보겠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디로 추락하거나 뭘 맞거나 부딪치지 않았는데 외상 없이 의식을 잃고 픽 쓰러지는 건 아무래도 흔히 보는 장면은 아니다. 신경계나 뇌 쪽의 문제로 인해 몸이 셧다운 된 게 아니라면 저런 건 대체로 (1) 호흡기 아니면 (2) 순환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에 생선 가시 같은 게 걸려서 숨을 못 쉬고 쓰러지는 건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이니 (1)번 계열이다. 본인이나 어린 자녀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뒤늦게 네이버에서 검색하려 든다면 너무 늦을 것이다. 평소에 숙지해 둬야지.
그리고 물에 빠진 건 숨을 못 쉰 질식에다 폐에 물이 들어간 것까지 복합이다.

호흡과 무관한 순환 계통 문제는 부정맥 같은 심장의 지병 때문이다. 그런데 혈액 순환이 잠시만 중단돼도 어차피 호흡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뇌에 산소가 제대로 못 가게 되고, 뇌세포가 죽기 시작해서 몸에는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한다.
물에 빠져서 질식으로 인해 의식을 잃어 가는 거나, 심장 박동이 중단되어 쓰러진 거나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며, 단 몇 분간의 golden time 이내에 최소한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건 동일하다.

이거 하냐 못 하냐에 따라 사람이 사냐 죽느냐, 혹은 살더라도 온전히 살아나냐 반신불수가 되느냐가 갈린다. 그래서 소위 '심폐소생술'(CPR)이라 하는 기법이 도입되고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누군가가 쓰러지면 먼저 "괜찮으세요?" 물어 보고, 의식이 없으면 주변 사람을 지목해서 "왼쪽 저 여자분은 당장 119에 신고해 주세요, 저기 흰 옷 입으신 분은 근처의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와 주세요" 지시를 한다. 그 뒤 CPR 실시다.

심폐소생술은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시동이 걸릴 때까지만 밀어 주는 게 아니다. 의료진이 와서 환자를 인계할 때까지 시술자의 손으로 심장의 역할을 얼추 대신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눌러야 한다. 하다못해 사람이 수 분 동안 숨을 참으면 참았지, 심장 박동이 그만치 멈춰 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약한 갈비뼈는 부러뜨리는 것도 감수한다는 심정으로 굉장히 세게, 분당 110~120회 남짓한 주기로 생각보다 빠르게, 오래 해야 한다.. 이건 수~10수 분 간격으로 옆 사람과 주기적으로 교대도 해야 할 정도로 꽤 힘든 노동이다.

전문적인 의료· 보건인이라면 몇 차례의 CPR 후 환자 상태를 봐서 인공호흡을 재량껏 시도할 수도 있으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매뉴얼에서는 그런 건 물에 빠진 가족을 구한 정도가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진작에 빠졌다.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돼 있는 경우 구강 접촉은 시술자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거니와, 명백한 호흡기 쪽 이상이 아니라면 심장 압박만 잘 해 줘도 산소 전달은 그럭저럭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CPR이 그만큼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CPR과 인공호흡은 의식을 잃은 사람을 구명하는 양대 조치로 여겨지고 있는데, 취지와 목적과 효과가 이렇게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와 닿았다. 호흡과 혈액 순환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는 교수형도 흔히 생각하는 호흡의 차단이 아니라, 그에 앞서 뇌로 가는 혈류를 막아서 훨씬 더 신속하게 사형수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집행을 잘못하면 여전히 켁켁거리면서 더 고통스럽게 죽게 될 수도 있다.

5. 보건의료인과 군대의 관계

아군을 살리는 일은 적군을 죽이는 일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고 어렵고 책임감이 큰 스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스킬의 보유자는 어떤 형태로든 소총 들고 전장에서 뛰어나니는 알보병 소총수 같은 보직에는 결코 투입되지 않는다. 그 대신,

  • 군 소속의 의사가 돼서 장교 계급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방법이 있다.
  • 아니면 군대와는 빠이빠이 하고 그냥 공중보건의 신분으로 스킬의 난이도 대비 굉장한 저임금과 널널함으로 병역을 수행할 수도 있다.
  • 보건의료 계열 출신이긴 하지만 정식 의사보다 낮은 급이거나(물리치료사..) 미묘하게 다른 계열이라면(의공, 수의학 등등..) 의무병으로 빠질 수 있다. 위생병은 의무병의 옛 명칭 되겠다.

단,

  • 공보의로 병역을 마친 의사들은 여느 보충역들처럼 명목상 예비역 이등병이며,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의사들은 직장인(봉직) 내지 자영업자(개원)이지, 무슨 보건소 직원 같은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 경이나 교사, 소방관만치 전시 보직이 국가 차원에서 완전히 동일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 의사라도 극소수 만학도 의대생이나 의전 출신처럼 군대를 다른 경로로 이미 다녀온 사람이 예외적으로 있다. 이들은 여느 의사들 같은 공보의나 군의관 복무 경험이 있지 않다.

6. 주유와 충전의 차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기계들은 동력의 원천이 기름 먹는 (1) 내연기관이 아니면 전기 먹는 (2) 모터이다.
에너지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주유는 사람에다 비유하면 식량을 그냥 가방이나 창고에 넣고 비축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양도 비축이 금방 끝날 뿐만 아니라, 공간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해도 문제 없다.
그러나 충전은 실제로 사람 몸에다 밥을 먹이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며, 인간이 소화하고 비축할 수 있는 양만큼만 가능하다.

전기는 에너지 그 자체이다. 배터리의 전기가 소모될 때 발생하는 화학 메커니즘을 역방향으로 가해 줘야 충전이 된다. 세상엔 공짜란 없으니 말이다. 충전 아니면 방전, 그리고 전동기 아니면 발전기.. 전기는 이렇게 상호 가역적인 에너지 이동 메커니즘이 있는 게 신기하다. 마치 생물에서 광합성 아니면 세포호흡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사람이 손으로 수동 발전기를 죽어라고 돌려 가지고 그 알량한 전기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얼마 없다. 결국 기계가 필요하다.
반대로, 아무리 힘이 넘쳐나도 배터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과다한 에너지가 짧은 시간 동안 가해지면 배터리가 터진다. 충전 시간을 무슨 주유 시간마냥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람은 오랫동안 굶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막 먹으면 몸에 큰 탈이 나고 심하면 그걸로 죽기까지 한다. 그것처럼 배터리도 무슨 탱크 안에 잘 밀폐· 보관돼 있는 석유처럼 stable한 물건이 아니다. 완충과 완방 반복 시의 내부 상태 변화, 충전 가능 용량의 감소, 너무 추운 환경에서의 자연 방전처럼 까탈스러운 변수들이 존재한다. (아 하긴, 석유조차도 휘발유 같은 건 생각만치 오래 보관 가능하지 않으며, 증발과 변질 때문에 몇 년밖에 못 간다고는 하더라..)

이런 전기와는 달리, 석유는 그 자체는 에너지가 아니라 평범한 액체일 뿐이다. 엔진이 돌아가야만 그제서야 석유가 연소와 폭발을 통해 에너지로 바뀐다. 엔진은 연료의 공급과 비축이 신속하고 간편하고 안정된 반면, 그 엔진을 최초로 돌리기 위해서는 전기 같은 외부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관계가 이렇게 설명된다.

순수 전기차가 배터리의 용량과 무게· 가격 문제 때문에 도저히 실용화가 못 되고 소형차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과거에 브라운관이 화면 크기에 비례해서 급격히 두꺼워지고 무거워지는 것 때문에 30인치대 이상의 대형화는 도저히 엄두를 못 냈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요즘의 왕창 크고 넓으면서 두께는 왕창 얇은 텔레비전과 얼마나 비교되는가?

과거에는 전기 자동차는 소형차보다도 더 작은 경차 수준에 머물다가 그나마 기술이 발전해서 이젠 소형이나 준중형 승용차까지는 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가 순수 전기만으로 지금처럼 힘차게 달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전기차는 자체 동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엔진의 힘과 열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얻던 냉난방마저 추가로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니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획기적인 배터리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기차는 대형차· 군용차까지 몽땅 대체하지는 못하고 그냥 개인용 자가용 수준에 머무르면서 기름 자동차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철도에서는 전기 기관차가 대형차 영역인 여객과 화물 수송에서 그야말로 디젤이 넘보지 못하는 차력쇼를 선보이고 있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피 당 에너지 축적 능력 면에서 석유를 능가하는 원천은 없는 듯하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이 어중간하게 크고 무거워지고 비싸지기 때문에 경차나 소형 승용차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고, 심지어 이미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한 디젤과도 그리 궁합이 안 좋다. 승용차 중에서 최하 준중형 이상은 가야 하고, 적당히 비싸면서 가성비도 챙긴 쏘나타-그랜저급 승용차가 하이브리드를 얹기 제일 적당하다.
하지만 아예 최고급 기함급 대형 승용차는 오로지 성능만 추구한다거나 돈이 썩어나는 부자들만 공략하는 너무 고매한 컨셉이어서 그런지, 휘발유 말고 다른 동력원을 얹은 사례가 없다. (에쿠스 디젤이나 롤스로이스 하이브리드 같은 건.. ㅡ,.ㅡ;;)

* 이상, 위의 모든 아이템들은 민방위 교육 가서 떠올랐던 생각과 글감들이다~
그러고 보니 육군 대령이나 준장급은 예편한 뒤에 예비군 내지 민방위의 안보 강사로 종종 빠지는 것 같고, 대위· 소령급은 예편 후에 군무원으로 취직해서 예비군 동대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8 08:34 2017/09/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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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매우 위험한 물건이며(무게와 속도..) 그걸 운전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한, 현실은 컴퓨터 속 게임이나 매트릭스처럼 0과 1의 배열을 바꿔서 undo가 가능한 가상 공간이 아니다. 생명체를 포함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들은 속도가 붙었다면 물리 법칙을 거슬러 움직일 수 없으며, 한번 죽은 생명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는 자동차를 몰기 전에 사고에 대비해 최소한의 undo buffer 장치를 돈의 힘으로 마련해 놔야 한다. 차 굴리면서 실컷 잘 살다가 교통사고 한 방에 가해자 집안이 사고 피해를 보상하느라 기둥 뽑히고 훅 가 버린다면 무서워서 아무도 운전을 선뜻 할 수 없을 것이다. 보험이라는 게 이래서 필요하다.

옛날에 보험이라는 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선원· 선주)에게 주로 필요한 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보험 회사의 이름에 무슨무슨 '화재'뿐만 아니라 무슨무슨 '해상'이 있다. 저 해는 손해(害)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바다(海)이다.
현대 사회에 자동차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배와는 달리 팔다리 멀쩡한 일반인이 대부분 굴리는 흔한 존재가 돼 있다. 그래서 여기에 붙는 보험도 여러 계층으로 나뉜다.

1. 자동차 보험 - 책임보험 (의무보험)

이건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안 그러면 처벌을 받는다. 가입만 안 하고 있으면 과태료, 그 상태로 운전까지 하다가 걸리면 징역/벌금이니, 무보험은 사실상 무면허 운전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차를 소유하고 있고 면허가 살아 있는 고객이라면 사고를 자주 내는 진상이라 해도 이거 가입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단지 보험료를 좀 비싸게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보험의 존재 목적은 보험 가입자인 나 자신이 아니라 사고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민사상의 보상이다. 병원 치료비를 대거나 부서진 차량· 시설을 물어주는 대인1과 대물배상으로 끝이다. 액수 한도도 유한하다.
자기 차야 보험 안 들고 버티다가 사고 나면 자비 들여 몽땅 수리하건, 아니면 평소에 보험료 내고 보험 들어 놨다가 사고 때 저렴하게 수리하건 차주 마음이다. 단지 남에게 입힌 피해는 반드시 보상해 줘야 하기 때문에 가입이 의무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책임보험은 간단하게 의무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자동차 보험은 여타 분야의 보험과는 달리 1년 주기로 갱신이 필요하며, 보험료는 운전자의 연령과 사고 경력, 자동차의 가격과 옵션과 연식 등의 영향을 받아 업데이트된다. 해마다 적산거리계를 검사해서 운행을 그리 많이 안 하는 운전자(가령, 1년 10000km 이내), 블랙박스가 있어서 보험사의 과실 따지는 부담을 덜어 주는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살짝 할인하거나 사후환급하기도 한다. (남 조금, 나 없음)

2. 자동차 보험 - 종합보험 (의무보험 + 임의보험)

책임보험은 말 그대로 정말 최소한의 법적으로 기본필수 보험일 뿐이기 때문에 보상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운전자들은 돈 더 내고 종합보험 형태로 자동차 보험을 든다.
종합보험은 책임보험의 superset 상위 호환이다. 대인2 (치료비 자체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손해와 기회비용까지), 그리고 '자차 보상'이 종합보험의 대표적인 혜택이다. 드디어 자기 차량까지 보험 혜택을 받아 수리가 가능해지며, 여기에는 굳이 교통사고가 아닌 도난이나 침수 같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포함된다. 또한 사고가 아닌 고장 처리의 범주에 드는 긴급출동· 견인 같은 서비스도 이 계층의 옵션으로 신청 가능하다.

대인2의 보상 한도가 '무한'인 종합보험에 들면, 사망· 중상해 발생 내지 11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실드가 생겨서 형사 처벌이 되지 않는다. 보상의 한도가 충분히 크므로 피해자와 언제나 합의가 된 걸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를 규정하는 것이 그 유명한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이다. 어지간히 악질적이거나 심하지 않은 교통사고들은 다 형사 처벌 없이 보험빨로 민사 보상 수준에서 끝내서 운전자를 졸지에 전과자로까지 만들지는 않겠다는 취지이다.

이 등급의 보험부터는 법적으로 필수가 아닌 option이 된다. 대물 보상 한도도 옛날에는 최대 몇천만 원이 고작이던 것이 요즘은 억대~수십억도 나온다. 대물 한도를 올리면 보험료가 몇만 원 오르겠지만 그래도 외제차 잘못 건드렸다가 집안 파탄나는 꼴을 면할 수 있다. 고급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내 과실 0%가 아닌 한, 단 10%라도 수리비가 억소리 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종합보험에서 책임/의무에 속하지 않는 자차 보상 같은 파트를 임의보험이라고도 부른다. 사고 몇 번 내서 보험 처리를 했더니 이듬해부터 자동차 보험의 가입이 거절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대인 대물이 아니라 다 자차 얘기다. (남 많이, 나 조금)
사실, 자가용에는 대인1의 유한한 수준인 책임보험까지만이 법적인 필수이지만, 버스나 택시 같은 영업용 차량에는 대인2까지 무한인 보험이 필수이다.

3. 운전자 보험

자동차 보험 말고 운전자 보험이라는 것도 있다.
이건 자동차 보험의 수준에서 감당이 안 되는 사망· 중상해 및 11대 중과실 사고에 대해서 벌금, 합의 비용, 변호사 선임 비용, 의료비, 자기가 일 못 해서 얻는 경제적 손실 등을 보상한다. 자동차 종합보험 대인2의 '자기 자신' 버전뻘 된다.

운전자 보험이 위력을 발하는 건 내가 자동차 보험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의 실드 범위를 넘는 심각한 사고를 내 버렸을 때이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 도를 넘는 과속 같은 11대 중과실로 인한 사고를 냈다면.. 그리고 굳이 그런 걸 어기지 않았더라도 고속도로에서 깜빡 졸다가 정체 구간에서 앞차를 고속으로 들이받아서 누가 죽거나 사지절단· 평생 휠체어 급의 장애인이 됐다면? 혹은 갑툭튀한 무단횡단자를 좀 고속으로 쳐 버렸다면..?

그러면 가해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아닌 저 특례법에 대한 위반 혐의로 기소된다. 피해자 앞에서 싹싹 빌고 합의를 봤다 해도 양형에 참작만 될 뿐 여전히 형사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집행유예로 끝난다 해도 구속과 구치소 생활은 피할 수 없으며, 사람이 여러 명 죽었을 정도이면 판례로 볼 때 수 개월~수 년 금고형이 나온다. (2016 봉평터널 사고, 2010 인천대교 사고)

11대 중과실은 과정 관점이고 사망· 중상해는 결과 관점이다. 보통은 바늘과 실이 따라다니듯이 둘이 따라다니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까도 언급한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 같은 악질적인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고의성 없고 불가항적인 실수로 여겨지기 때문에 11대 중과실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차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졸아 버리면 얼마든지 처참한 사고가 나며, 이 정도면 고의성이 없다는 것만으로 형사 처벌을 면하는 수준은 넘어서게 된다.

자차를 아무리 탄탄하게 들어 놨더라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동차 보험 수준에서 자신에게 보상해 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병원비나 차량 수리비, 중고차 렌트비 정도이다. 그 이상의 무형의 비용까지 보상 받으려면 운전자 보험이 필요하다. 그러니 정말 조심성과 대비성이 많고 평소에 운전 왕창 많이 하고 고속도로를 밥 먹듯이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보험까지 드는 편이다.

다시 말해 운전자 보험은 남에게 끼친 피해를 보상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운전자 자신의 피해만을 보상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1년마다 갱신하는 식의 체계도 아니고 자동차 보험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보험이다. (남 없음, 나 많이)

이상.
자동차에서 보험료는 기름값이나 자동차세와 거의 동급인 고정 지출 유지비인 셈이다. 자동차를 굴리려면 이런 어마어마한 유지비가 깨지는데 그러고도 남는 유익과 이익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이렇게 많이 존재 가능할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면 책임과 종합보험의 차이, 자동차와 운전자 보험의 차이 이렇게 둘끼리는 많이 설명돼 있는데 셋을 다 연계해서 설명한 곳은 거의 없더라.

당연한 말이지만 그 어떤 보험도, 심지어 운전자 보험이라 해도 신호· 속도· 주차 위반 범칙금 딱지 같은 걸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 그건 애초에 형사상의 벌금도 아니니. 그리고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자차의 보험 처리 보상이 되지 않는다.

* 보너스: 명백하게 비현실적이고 허점이 있지만, 딱히 현실적인 대안도 여의찮은 안습한 교통 관련 규제들

1. 한여름에 시내에서 대기 중인 관광· 전세 버스의 엔진 공회전 단속: 버스 기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공회전을 하는 게 아님. 차내에서 에어컨이라도 틀 수 있게 전기나 그에 준하는 동력 공급을 따로 해 줘야 될 듯하다.

2. 노란불: '이미 정지선을 넘어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경우엔 신속하게 밖으로 진행' 이건 너무 당연한 얘기지, 그 상태로 서 버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직 정지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대로 감속하더라도 정지선 앞에 맞춰 서는 게 불가능한 '애매한'(=모호한) 상황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서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 헷갈리게 하고, 단속 카메라 통과하는 기분을 괜히 찝찝하게 만들고, 도로 주행 시험에서 '애매한'(=억울한) 신호위반 불합격자를 양산하고 있다.

차라리 파랑 노랑 어느 불이든 신호등 차원에서 시간 제한을 명문화하는 게 나을지도.. 아니면 비행기에 이륙 결심 속도가 있는 것처럼 자동차도 교차로 통과 결심 속도와 거리라는 개념이 필요할 거 같다. (이 지점 이후에서 이미 최대 속도 상태였다면 중간에 노란불이 됐더라도 서지 말고 교차로를 빨랑 지나가라)

3. 하이패스 통과 속도: 고속 주행 중이라도 차량 인식과 과금에는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당연히 겨우 시속 30km보다야 훨씬 더 상향 조정해 줘야 한다. 그리고 일부러 감속을 유도하려고 입구의 폭을 아주 좁게 만든 게 아니라면 이 역시 넓혀 줘야 한다.

4. 고속도로 사고 시 후방에 삼각대 설치 규정: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규정인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차량을 갓길로 옮기지도 못하고 불가피하게 도로에다 세우게 됐을 때, 사람이 혼자 뒤로 그만치 이동해서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삼각대에 원격조종으로 자체 이동하는 기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2차 추돌 사고가 났다면, 잘 안 보이는 커브나 언덕 내리막에다 차를 내버려 둔 것, 비상등 켜거나 트렁크 열어 두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해당 차량의 과실을 더 크게 부여해야 할 것이다.

5. 이륜차
(1) 자전거: 차도에서 역주행을 하는 것만 엄격히 금지하고(특히 교차로 부근..), 다른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인도냐 차도냐 선택 유도리를 줘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이미 자전거 차로가 그어져 있는 인도라면 통행 방향을 분명히 정하고, 사고 시 과실 비율을 이를 감안하여 정해야 할 것이다.

(2) 오토바이: 고속도로까지는 몰라도 평범한 자동차 전용 도로는 특정 배기량 이상, 특정 시간대에 한해서라도 허용해도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차로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걸 허용하는 조건을 제한적으로나마 명문화해야 한다고 여겨짐.

Posted by 사무엘

2017/09/06 19:34 2017/09/0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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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신호등 이야기

※ 신호등에서 황색 또는 노란불은 빨강이나 파랑에 비해서 보기 훨씬 어려운 색이다. 하지만 문맥에 따라서 의미하는 바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1.
자동차 교차로의 3색 신호등에서 노란불은 잘 알다시피 초록불이 곧(대략 2~3초 뒤에?) 끝난다는 걸 알리는 신호이다.
보행자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노란불이 없고 그 대신 청색 신호가 훨씬 더 오랫동안 깜빡거리기만 하니 이와 대조적이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빨리 건너가라는 뜻에서 청색 점멸이지만, 자동차 교차로는 빨리 건너가기보다는 여기서 속도 줄이고 멈추라는 뜻에서 황색이다.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호등이 갑자기 노란불로 바뀌었을 때가 참 난감하다. 원래 FM대로라면 "정지선을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 멈춰라"이긴 하지만 이것도 자동차 제동거리의 특성상 현실에서는 무리인 경우도 있다. 신호· 과속 무인 단속 카메라가 있는 교차로라면 이 딜레마가 더욱 커지며, 이것 때문에 운전 면허 도로 주행 시험에서도 신호 위반 때문에 꽤 억울한 탈락자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신호 위반은 페르시아의 왕자로 치면 피 한 칸만 깎이는 대미지가 아니라(2층 추락) 즉사 트랩이다(3층 이상 추락). 일단 면허를 딴 뒤에는 노란불에도 교차로를 과감히 통과하고 배째라 운전을 눈치껏 할지라도, 일단 연습생 입장에서는 굽신굽신 닥치고 서야 합격할 수 있다.

2.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옛날에, 1978년 이전에 우리나라는 노란불이 "좌회전 신호"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동차 신호등도 초록불이 중간 알림 없이 곧장 빨간불로 바뀌었다고 하니 40년 전엔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했나 싶다. 지금처럼 좌회전용 청색 왼쪽 화살표 + 직진용 청색등 체계는 1978년 9월 이후부터 도입되었다고 그런다. (1978년 9월 11일 동아일보 보도)

이를 보도한 그 당시 신문 기사는 "서울 시내에는 현재 168개소에 신호등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니 이 역시 지금으로서는 굉장한 압권이다. 서울시 전체에 교차로 신호등이 꼴랑 168개만 있었다니. =_=;;

3.
한편, 3색이 아니라 그냥 노란불이 [OXO]와 [XOX], 또는 [OX]와 [XO] 반복하는 곳이 있는데 그건 교차로가 아니라 커브나 비탈길에서 그냥 주의해서 진행하라는 정보 제공의 성격이 강하고..

4.
밤에는 차량 통행이 매우 드문 교차로의 3색 신호등이 적색 점멸 또는 황색 점멸로 바뀌기도 한다. 이건 각각 '반드시 정차 후 주위를 살피며 통과', '꼭 완전히 정차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주위를 살피며 조심해서 통과'라는 뜻이다. 자동차 신호등이 그렇게 바뀌고 나면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아예 꺼진다.

이건 약간 리스크를 올린 대신 쓸데없는 신호 대기를 줄여서 피차 편하게 잘 통과하라는 취지로 도입된 시스템이다. 그러니 비보호 좌회전과도 좀 비슷한 위상이다. 그런데 저게 초록불과 완전히 동일한 신호인 줄 알고, 혹은 도로에 나 혼자밖에 없기라도 한 듯이 전속력으로 쌩 질주하다가 교통사고가 많이 난다.

사람이 발이 인도에 있다가 차도로 이동할 때(횡단보도 건널 때, 차에서 내릴 때 등등), 그리고 차가 측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길과 길이 만나는 곳으로 진입할 때는 모름지기 "겁대가리"라는 게 발동해야 한다. 총기를 다룰 때 모든 총은 장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다뤄야 하듯, 도로에서는 옆에서 무엇이든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고 횡단하거나 차를 몰아야 한다.

더구나 점멸 신호는 초록불의 보호를 정식으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더욱 몸을 사려야 한다. 특히 보행자가 이유 불문하고 갑이며 왕이다. 저런 곳에서 보행자를 치기라도 하면 인생이 더 꼬이게 된다.

5.
끝으로, 철도는 (1) 궤도 위만 달리며 (2) 가감속이 자동차보다 훨씬 더 더딘 교통수단이라는 특성상, 신호등을 운용하는 방식이 자동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초록은 정상 주행, 노랑+초록은 조금 감속, 노랑은 많이 감속+서행, 빨강은 완전 정지 순으로 의미가 통용된다. 쉽게 말해 "이 신호등이 곧 빨강으로 바뀔 것이다"가 아니라 "이걸 지나친 뒤에 다음에 마주치는 신호등은 빨강일 테니 미리 감속하라"라는 뜻이다. 매우 신기한 차이점이다!

그나마 ATC급 이상 신호 체계에서는 기관사가 창 밖으로 신호등을 볼 필요도 없고 아예 차내의 계기판에 지금 선로 구간의 신호가 곧장 표시된다.
비행기는 한번 뜨고 나면 밖에서 전혀 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 기껏 격추만이 가능하다. 우주 발사체도 최악의 경우 주변에 다른 피해를 끼치지 말라고 자폭 명령 정도만 내릴 수 있으며, 한번 연소가 시작된 뒤부터 제어가 안 되는 고체 연료 로켓은 그 위험성이 더하다.

그러나 철도는 선로와 차량과 신호 시스템이 일심동체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신호를 어기고 폭주한다면 강제로 차량을 세우는 장치가 다 구비돼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잘 통제받는 교통수단이 바로 궤도 교통수단인 철도이다.

6.
신호등을 보면 컴공과의 운영체제 이론 수업 시간에 배우는 스레드 동기화(도로라는 리소스에 한 방향의 차량만 접근)와 스케줄링(시간 배분) 생각이 난다.

강제로 적록으로 차들의 흐름을 제어하는 신호등은 컴퓨터로 치면 각 프로그램마다 강제로 CPU 시간을 할당해 주는 선점형 멀티태스킹이라 볼 수 있다. 그 반면 로터리나 점멸 신호등은 협력형 멀티태스킹이다.
로터리는 신호대기가 없어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교통량이 너무 많아지만 강제 신호보다 비효율적인 체계가 된다.

미래에 도로는 신호 시스템이 교통 상황을 감안하여 더 융통성 있고 똑똑해지는 쪽으로 발전하지 싶다. 중앙선 가변차로 같은 건 옛날에 잠깐 시도되었다가 운전자가 헷갈리기 쉽고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는데, 만약 자동차가 대로 한정으로라도 무인 운전 시스템 기반으로 완전히 물갈이되고 중앙 관제 센터가 도로의 모든 자동차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가변차로도 얼마든지 재등장 가능할 것이다. 철도로 치면 선로가 그냥 상하행 고정 복선이던 것이 첨단 신호 시스템 덕분에 단선병렬로 바뀌는 것과 같다.

본인은 그런 것 말고도 교통 효율을 위해서는 인적이 드문 곳의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요청을 했을 때에만 신호를 주는 것, 그리고 자동차 신호등에도 신호 변경 예상 시간을 안내해 주는 것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7.
비행기에는 상하 고도를 변경하여 이륙, 순항, 착륙이라는 절차가 있다. 그런데 자동차 운전은 비록 상하는 아니지만 좌우로 차선을 변경하는 게 개념적으로 이착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태우고 제일 바깥의 4~5차선에서 출발한 뒤, 수 km 이상 지속적인 고속 주행을 할 때는 중앙선 근처의 1~2차선으로 간다. 바깥 차선은 정차하거나 끼어드는 차들이 많아서 원활한 주행이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 뒤 정차하거나 타 IC로 진출할 때가 되면 슬슬 차선을 바꿔서 다시 바깥 차선으로 돌아간다. 이게 비행기의 착륙과 비슷한 절차인 것 같다.

8.
그런데, 검색을 해 보니.. 신호등이 고장 나거나 회로가 꼬여서 그냥 곱게 꺼지기만 한 게 아니라, 양방향이 "모두 초록불"이 돼 버려서 차량들끼리 측면충돌 사고가 난 경우가 있더라!! 이건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먹는 우물· 상수도에 독이 들어갔다거나 신호등계의 급발진 사고가 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완전 생사람 잡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소프트웨어의 버그도 아니고 하드웨어· 환경 여건으로 인한 전자기기의 오동작· 폭주를 예방하는 방법이 없을까..;

그리고 사실은 신호등이 제 기능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신호등이 파란불이더라도 건너편 차들이 못 빠져나가고 있어서 들어갈 공간이 없으면 교차로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 꼬리물기는 차량 소통의 데드락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에 다른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경찰이 수신호를 하고 있다면 그 수신호가 신호등보다 우선순위가 더 높기 때문에 경찰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서로 다른 쪽에서 신호를 하고 있던 경찰들이 실수로 일관성 있게 신호를 못 내려서 사고가 날 때도 있다. 이건 국가에다 소송을 걸어서 보상받는 길이 있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7/08/09 08:25 2017/08/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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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허 갱신

본인은 올해에 운전 면허증을 갱신했다.
지금이야 1종 면허도 유효 기간이 10년이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갱신을 했던 때는 2종만 10년이고 1종은 기간이 아직 7년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2010년 이후 이제야 또 면허 업데이트를 하게 됐다.

2종은 말 그대로 나 살아 있다고 신고만 하면 갱신되며, 이제는 젊은 나이 때는 사실상 갱신이 필요하지 않은 지경으로 더 간소화됐다.
1종은 책임감이 더 큰 면허여서 그런지, 주기적인 갱신에다 형식적이나마 적성검사(신체검사)가 추가된다. 다만, 1종 보통은 최근의 직장인 건강검진 결과 같은 걸 제시해서 신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1종 대형이나 특수는 그런 거 없고 면허 시험장에서 신체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되기 때문에 일이 더 번거로워진다.

그래도 내 주변엔 "남자는 당연히 1종 보통"이지 정도가 아니라, 크고 아름다운 차를 몰고 싶은 욕심에 대형 면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차덕이 좀 있다. 평생 버스 같은 차를 몰 일이라고는 없을 전공과 업종의 종사자인데도 반쯤은 허세 때문이다.
대형 버스는 같은 각도를 회전할 때 승용차보다 핸들을 두 배쯤 더 많이 돌려야 할 텐데~ 그래도 나도 버스나 심지어 비행기, 철도 차량 같은 것도 운전· 조종을 해 보고 싶다. 선박까지는.. 그건 아직 모르겠고.

2종 보통 면허는 무사고로 일정 기간 경과하면 면허 종류를 1종으로 승격할 수 있다. 4톤 트럭까지만 몰 수 있던 게 11.5톤으로 커지고, 승합차는 9인승이던가 그게 한계이던 것이 15인승으로 커지는 효과가 있다.
물론 2종 자동은 그런 '자동 승격'이 없다. 자동 변속기만 몰다가 수동 변속기를 몰려면 면허를 별도로 따야 된다.

한편으로, 노인 인구가 늘고 고령 운전자가 신체 능력 저하로 인해서 사고를 내는 일이 잦아지자,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상대로 면허의 자진 반납을 장려하고 '아름다운 은퇴' 운운하며 각종 복지 인센티브를 주는.. 뭐 그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도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는 날이 올지?
노인 어르신들은 투표는 얼마든지 해야겠지만 자가운전은 좀 별개로 생각할 문제라 하겠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철이 전면 무료인 것만으로도 그 지역에서는 이미 어마어마한 복지이며, 꼭 운전을 해야 할 필요를 많이 상쇄시키고 있다.

면허 시험장이라는 게 도심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는 시설은 아니니, 정말 형식적으로 얼굴만 비추고 오는 것인데도 꽤 멀리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더라도 면허증을 수령하는 건 결국 본인이 시험장이나 경찰서로 직접 가야 된다.

이번에 면허를 갱신할 때는 서부 시험장을 이용했다. 근처에 학교로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경기장 역은 하늘 공원, 매봉산(옛날에 유류 저장 기지가 지어졌던 언덕) 같은 곳을 갈 때 이용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른 용건으로 거기를 찾아갔다.

면허 갱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근처에서 박 정희 기념· 도서관을 발견해서 거기도 찾아갔다. 5년 전에 아예 차를 몰고 가서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지하철역에서 시험장으로 가는 길목에 저게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난 면허증에 이어 여권은 내년에 유효기간 만료다. 그 전에 어디든 외국에 좀 나갔다 와야 된다..;;

2. 음주운전 단속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자동차 전용 도로 진출입로가 오늘 밤은 막힐 시간대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저 앞에서는 경찰들이 차선을 틀어막고 양방향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더라. 이미 몇 번 겪어 봤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면 연두색 야광 조끼를 입은 경찰이 먼저 경례를 하고 나도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라고 답례를 한다.

경찰이 먼저 들이미는 건 (1) 음주 감지기이다. 여기에 굵고 짤막하게 훅~ 불어 주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무사통과이다.
술이라는 게 액체이고 알코올도 기본적으로 체내 혈액에 녹아 들어갔다가 간에서 분해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알코올이 휘발성을 지닌 물질이기 때문에 날숨으로도 감지 가능하다. 만취자 꽐라는 곁에만 있어 봐도 술 냄새가 진동하니까 말이다.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들리면 운전자는 일단 내려서 빨대 물고 수 초 동안 더 세게 오래 입김을 부는 (2) 음주 측정기의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관이 맨날 "더더더더더~"이러는 기기는 바로 측정기이다. 결과도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기계가 분석하느라 2~30초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 보다. 그 대신 함수의 리턴값도 감지기처럼 boolean이 아니라 int 내지 float로, 구체적인 농도 숫자이다.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500ppm 이상이다. 감지기에는 걸렸지만 농도가 500ppm 미만으로 나와서 훈방조치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해피한 결과이겠지만 그게 교통사고 예방의 관점에서까지 해피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걸려 버렸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3) 병원 가서 채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술을 정말로 안 마셨는데 구강 소독약의 알코올 성분 때문에 입가에서만 알코올이 잘못 감지될 수도 있으니, 오판에 대한 구제책은 제도적으로 다 마련돼 있다.
허나, 이미 받은 측정기 검사를 또 받을 수는 없다. 그리고 정말로 술을 마셔서 걸린 거라면, 채혈 검사로 가 봤자 어차피 최초로 단속에 걸린 "시각" 이후로 지금까지 알코올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고 보정한 농도가 통보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의로 개기면서 시간 끌어도 별 소용 없으며, (3)이 딱히 운전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500ppm 이상이 나와 버리면 운전자의 인생은 대략 꼬인다. 최소 농도 + 초범으로 교통사고 없이 단순히 걸리기만 했을 때 제일 가벼운 처벌 견적이 약 100일간의 면허 정지에 100만원대의 벌금부터 시작한다.
겨우 몇만 원대인 불법주차 내지 과속· 신호위반 과태료(또는 범칙금)와는 차원이 다르다. 벌금은 체포에 약식기소 같은 처분까지 동원되는 형법상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당장 차가 어찌 되는지는 내가 안 걸려 봐서-_-;; 모르겠지만, 면허증은 당일 확실하게 빼앗기는 듯하다. 임시 운전 허가증을 받아서 면허 정지나 취소가 시작되는 날짜를 최대 40일가량 늦출 수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초였나, 오래 전이다만 본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밤에 인적이 드문 대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좀 쉬어 가려고 길가 공터로 들어가 정차했다. 그런데 저 멀리 앞에 있던 경찰들이 내 차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응? 여기는 차 세워도 되는 곳인데, 왜?" 이런 생각을 했는데 경찰이 말하길, 지금 음주운전 단속 중인데 내가 도주하는 줄 알았댄다. 그래서 흔쾌히 훅 불어 주고 모든 오해를 푼 뒤 경찰을 돌려보냈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저분들이 세금값 하는 공무를 수행 중이었으니까.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 덕분에 요즘은 "지금 요 지점에서 음주운전 단속 진행 중" 정보를 공유하는 스마트폰 앱까지 나와 있다.
스팸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앱이나 웹사이트는 유용하지만, 저런 건 공유해서 뭐 어쩌자는 건지.. 기술이라는 것도 참 활용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음주 단속은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예고 없이 불시에 하고 시간과 장소가 바뀌니 공유라는 게 스팸 전화번호만치 큰 의미가 있지 않다. 피해 갈 생각 말고 술을 안 마시거나, 아니면 마셨으면 깔끔하게 택시 타거나 대리 불러야 할 것이다.

TV에서 음주운전 금지 계도 방송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게 도로 교통 공단에서 제공하는 운전 시뮬레이터 화면이다. 실제로 차를 몰 때에야 음주운전 따위 절대 할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술 마시면 감각이 어떻게 되고 운전 스타일이 얼마나 막장이 되는지 나 자신이 시뮬레이터로라도 한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16 08:27 2017/07/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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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동차계, 특히 자가용이 아닌 상용차 분야에 존재해 온 노인학대의 예를 꼽자면 새한 덤프 트럭이라든가 영운기, 제무시 트럭 같은 물건이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다. 이 분야를 더 파고들어 보면 제무시 트럭보다 더한 무지막지한 사례도 발견할 수 있다.
먼 옛날에는 증기 기관차가 있었으며 북한에는 아직도 저게 현역으로 굴러다닌다. 일제 말기에는 연료가 부족하자 군부에서는 송진 등 별 희한한 폐급 물질을 집어넣어서 비행기를 띄우고 배를 굴리려 했다.

이런 것까지는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옛날 유물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일명 '목탄차' 되시겠다.
옛날에 물자가 부족하고 못살던 시절엔 자동차에 이런 동력원이 쓰이기도 했다는 걸 난생 처음 알았다. 이거 무슨 바이오 디젤 기술의 전신격인가? 완전 신기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상시에 자동차나 비행기 엔진에다 위스키 같은 독주를 부어서 연료로 썼다는 얘기는 본인도 들어 봤다. 그런데 자동차에 웬 나무라니?
참고로 증기 기관 얘기가 아니다. 증기 터빈 같은 외연 기관은 육중한 보일러 때문에 저런 덩치의 자동차에는 애초에 탑재할 수가 없다. 발전소나 선박급은 돼야 한다.

목탄차는 나무(또는 더 품질 좋고 잘 타는 숯)를 태웠을 때 같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및 탄화수소 계열 기체, 일명 '목가스'를 수집 후, 이걸 폭발시켜서 힘을 얻는다. 그러니 고체 연료 기반이긴 하지만 엄연한 내연 기관이다. 하긴, 이 문맥에서는 '태우다'보다 '건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일산화탄소처럼 최소한의 연소 에너지가 있는 배기가스를 얻으려면 목재를 산소가 충분치 않은 곳에서 불완전 연소로 어째 잘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목가스.. 옛날에 아동용 과학책에서 산화와 연소 이런 단원에서 보고서 몇 년 만에 처음 보는가 모르겠다.
그럼 목가스 엔진은 휘발유 같은 점화 플러그 방식일까, 아니면 디젤 같은 압착 점화 방식일까? 자료가 부족해서 잘 모르겠지만 후자가 기술적으로 만들기 더 어려우니 아마 여느 휘발유나 LPG 차량과 마찬가지로 전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미국 차들은 옛날에 버스나 트럭조차도 쿨하게 휘발유 엔진으로 많이 만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제조사들이 애초부터 목탄차 같은 가난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든 적은 없다. 목탄차는 처음에는 다 정상적인 석유 자동차로 만들어졌는데 차를 굴릴 석유가 없자 나중에 다 현지에서 목탄차 형태로 '개조'된 물건들이다.
안 그래도 넉넉한 짐받이 공간이 있는 트럭이 개조하기 제일 좋다. 물을 끓이지는 않으니 물탱크 같은 건 없고, 그냥 나무를 건류하는 아궁이가 마치 화물인 것처럼 짐받이 맨 앞쪽에 달린다. 그리고 조수 역할을 하는 화부(?)가 짐받이에 타서 매캐한 연기 마시면서 나무를 집어넣어 줘야 한다. 증기 기관에서부터 첨단 로켓 엔진에 이르기까지 어느 엔진이건 고체 연료는 연료 공급의 자동화와 적절한 화력 조절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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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차의 열악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떤 나무를 태우느냐에 따라 희든 검든 연기가 엄청 많이 올라올 뿐만 아니라 엔진 내부에서 재를 치우고 그을음을 닦아내는 정비도 자주 해 줘야 한다.
시동 거는 것도 핸들 옆의 차키를 깔끔하게 돌리는 형태는 전혀 아니고 192, 30년대 자동차처럼 조수가 뒤의 크랭크축을 죽어라고 돌려 줘야 걸릴까 말까다. 즉, 목탄차는 근본적으로 1인 운전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습한 건 성능이다..;; 겨우 저렇게 목가스를 박박 긁어 모아서 굴러가는 차가 정상적인 기름 차량처럼 매끄럽게, 힘 좋게, 빠르게 굴라갈 거라는 기대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남한에서는 1940년대에, 북한에서는 2000년대까지 돌아다닌 그런 소/중형 트럭급의 목탄차는 평지에서는 그냥 소 달구지보다 약간 빠른 정도로나 달릴 수 있었다. 평지에서 컨디션이 최고 좋아야 시속 3~40km, 약간 오르막은 10km안팎.. 그냥 달리기로 따라잡힐 수 있다.

잘 가다가도 언제 퍼질지 몰랐으며, 그나마 짐 가득 싣고 오르막 오르는 건...? 불가능이었다. 조수는 슬금슬금 오르던 차가 퍼져서 뒤로 밀려서 미끄러져 내려가지나 않게 뒷바퀴 뒤에다가 굄목을 얹을 준비를 해야 했다.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다같이 힘을 합쳐서 차를 밀거나.
물론 이건 목탄 엔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연료 탓이 더 큰 문제였다. 목탄차를 굴려야 할 정도인 가난한 동네에 나무라도 질 좋은 게 많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옛날 기록부터 살펴보자.

2차대전을 일으킨 일본이 군용차에 쓰기 위해 이 땅에서 휘발유를 몽땅 착취해 가자 그 대용으로 등장한 목탄가스 자동차들은 광복을 맞은 직후까지 운행됐다. 당시의 목탄버스는 꽁무니에 달린 숯불 화통에 숯 두 포를 넣고 풀무질을 해 가스가 발생하면 그 힘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숯을 싣고 다닐 자리가 없어 시골버스 정류소에는 매일 오전 또는 오후에 한 번씩 숯 포대를 싣고 다니며 배급해주는 숯 배달 버스가 나타나기도 했다.

정류소에 도착한 버스는 손님이 내리고 탈 동안 조수가 꽁무니 화통에 숯을 가득 채우고 풀무질을 해 불을 벌겋게 피워 놓아야 다음 정류소를 향해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곡식자루 장보따리들을 가득 싣고 가다가 높은 고개라도 만나면 거북이 흉내를 내야 했는데, 이런 때 개구쟁이들을 만났다 하면 그들의 노리갯감이 되기 일쑤였다.

고개주변 마을의 꼬마들이 버스만 오면 뒤따라 올라가며 장난을 치고, 심지어는 화통의 가스밸브까지 열어 놓아 가스가 몽땅 빠지는 바람에 힘겹게 올라가던 버스가 서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부터 조수와 개구쟁이들 사이에 쫓고 쫓기는 일대 추격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도 있다. 1분 47초 이후 지점부터.

그나마 휘발유가 모자라 목탄이나 카바이트로 달리던 트럭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참나무 숯 한 포대를 트럭 위 보일러에 넣고서 엔진을 돌리면 눈물이 나도록 매운 시꺼먼 연기가 나고 크랭크 축에 연결한 쇠막대를 열심히 돌려야 시동이 걸리던 목탄차.
걸핏하면 고장 나서 산길 어디서든 수리를 해야 했던 그 털털이 고물 트럭이라 할지라도, 잘해야 소 달구지 정도 얻어 타거나 아니면 그저 걷고 또 걸어야 했던 시골 사람들의 눈에는 신기하게만 보였습니다.

그러기에 쌀 석 되 값을 추렴해 삼십 리 장터를 다녀오던 사람들은 흔들리는 트럭 짐받이를 꼭 잡고서도 자랑스러운 얼굴이었고 들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잠시 허리를 펴고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산허리로 가느다란 연기가 솟고 털털거리는 목탄차 소리가 나면 차를 향해 냅다 뛰었습니다.


이야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제무시 트럭도 1940년대부터 운용되었고 이건 힘이라도 왕창 좋아서 2000년대에까지 쓰인다지만 목탄차는 도대체 뭐냐..;;
그리고 남한은 그나마 태평양 전쟁이 끝나고 일제 대신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아무리 늦어도 1950년대 이후로 목탄차 얘기는 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북에서는 이거 몰면서 개고생했던 탈북자의 증언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검색하면 얼마든지 열람할 수 있다.

목탄차를 5년간 직접 몰았었다는 장 씨는 “목탄차의 원료로 가장 좋은 것은 참나무 숯인데 그 숯이 귀하다 보니 지름이 5cm 이상만 되는 참나무는 닥치는 대로 차량 연료로 사용하고 나중엔 그것도 구하기 어려워 알갱이를 털어낸 강냉이 속대를 목탄차 연료로 사용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 연료나 마구잡이로 사용하다 보니 툭하면 고장에다 평지에서는 소달구지보다 조금 나을 정도이고 언덕길에서는 타고 가던 사람이 내려서 밀어야 하는 게 목탄차”라면서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차를 5년이나 몰았는지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야 석유가 부족해서 그거 대체제로 목탄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목탄차마저 운용을 중단하는 추세라고 한다. 환경 문제나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나무조차도 없고 산에 나무가 씨가 마를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목탄차를 굴릴 필요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목탄차조차 굴릴 여건이 안 되게 됐다는 뜻이다.

어느 나라든지 화석 연료가 대기를 오염시키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화석 연료가 나무를 보호해 주기도 하는 걸 느낀다. 남한만 해도 과거의 산림 녹화 사업이 석탄· 석유의 보급 시기와 잘 맞물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고 말이다. 또한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인해 바이오 디젤이 마냥 화석 연료의 대체제가 되기도 어렵다.

증기 기관차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기름 먹는 올드카도 아니고 나무를 저렇게 활용하는 기괴한 물건이 옛날에 있었다는 것이 심히 놀랍기 그지없다. 남북 공통으로 목탄차에 가장 좋은 연료가 '참나무 숯'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긴, 북한도 한동안은 목탄차 따위 안 굴리다가 병신짓 때문에 나라 내부 경제가 완전히 붕괴한 1980년대 이후부터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상, 서울 지리 역사에 이어 자동차 쪽의 역사 얘기를 늘어놓아 보았다.
이거 무슨.. 아이티(나라)에서는 가난한 서민들이 진흙 쿠키-_-를 먹는다는데 그거 자동차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자동차는 기계이니 수틀리면 저렇게 목탄차로 개조라도 하지만, 사람은 아무리 굶주리더라도 다른 가축이 먹는 풀이나 종이나 흙, 육식동물이 먹는 상하고 썩은 고기를 그것도 날로 먹을 수는 없다. 신체를 생화학적으로 개조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_-;;

Posted by 사무엘

2017/06/25 19:22 2017/06/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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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각

1. 첫인상

우리나라의 바다 건너 이웃에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예로부터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 불리고 있다. 무작정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고, 존재감을 무시할 수도 없는 그런 복잡한 나라이다. 정치적으로 하도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일본은 없다" "일본은 있다" 이런 책이 나온 것도 벌써 20년 가까이 전의 일이다. 본인이 블로그에서 이 나라 자체에 대해서 심층 취재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럼 비정치적인 얘기부터 가볍고 부담 없게 먼저 시작하겠다. 본인은 일본이라 하면 떠오르는 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무순)

  • 벚꽃이 만발한 오사카 성
  • 후지 산 아래로 달리는 신칸센
  • 지멘스 옥타브를 울리면서 달리는 게이큐 쾌특 전철
  • 앞발 들고 있는 복고양이
  • 게다짝, 기모노, 일본도, 정수리를 민 그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사무라이 (조선 선비들은 머리를 기르는 편이었는데 여기는 정반대)
  • 어두운 복장에 표창 던지는 닌자 (뭐, 후대에 만들어진 컨셉에 가까우며, 정작 옛날에 일본엔 저런 차림의 자객이 없었다고 하던데)
  • 스시, 일본 돈까스와 라멘, 심야식당
  • 학교 수영복 (저기에는 공립 학교에 수영장도 있으니)
  • 도라에몽, 슈퍼마리오, 짱구는 못 말려, 드래곤볼 캐릭터와 그와 비슷한 화풍의 일본 애니들
  •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킬 빌, 자토이치 같은 평범하거나 병맛· 개그스러운 영상물. 토스트 소녀-_- 게임
  • 파이널 판타지 같은 너무 심오하고 도무지 배경이고 스토리고 설정을 이해할 수 없는 안드로메다 영상물
  • 감각의 제국, 쇼군의 사디즘 같은 개막장 영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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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난 일본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고, 일본어는 열차 안내방송 외운 것밖에 모른다. 글자만이라도 작정하고 읽는 법을 틈틈이 외워 놓고 싶지만, 잘 안 된다.

하긴, 작년에 브라질 올림픽 폐막식 때 그 유명한 2020 도쿄 올림픽 홍보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그거 정말 강렬했다. 반도에서 병맛스러운 김치 전사 내지 허접한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 영상이나 만들던 동안, 재패니메이션의 원조인 저 동네에서는 제한된 시간 동안 자기 나라의 발전된 면모를 저렇게 쭉 소개하면서 아베 총리까지 슈퍼마리오로 변장시켜서 찬조 출연시켰다니.. 쟤네들의 저력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교통

일본은 근대화 산업화가 아시아에서 가장 앞섰으며 경제, 산업, 과학· 기술, 예능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고, 현대 사회의 각종 시행착오들도 먼저 겪은 선진국이다. 그 중 교통 분야만 살펴보더라도, 일본은 세계구급 자동차 제조사를 보유한 자동차 왕국인 동시에 신칸센 고속철까지 개발한 철도 왕국이다.

그런데 얘들은 자동차와 철도뿐만 아니라 '자전거 왕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륜차는 보행자와 자동차 사이에 껴서 만년 콩나물 신세를 면치 못하는 중인 반면, 일본은 이륜차를 더 많이 볼 수 있으며 도로나 주차 시설이 자전거를 더욱 배려하는 형태로 갖춰져 있다.

이건 일면 수긍이 가는 얘기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소득 높고 잘 사는 국력· 경제력에 '비해서' 서민이 자동차 굴리기는 훨씬 더 힘들게 돼 있다. 고배기량에 덩치 큰 차는 더욱 제약이 심하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배려와 혜택을 받는 경차의 배기량이 1000cc 이하로 정해져 있지만 저기는 800도 아니고 겨우 660cc이다. 그것도 21세기에..;; 일본도 한국 만만찮게 산과 험지가 많은 동네인데 저건 세계 자동차들 평균 덩치를 생각해도 너무 가혹한 제약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저기는 불법주차 단속이 이곳 반도보다 넘사벽급으로 더 자비심이 없으며, 애초에 1960년대에 마이카 시대가 시작되던 시절부터 차고지 증명제가 딱 시행되어 잘 정착된 걸로 유명하다. 차고든 유료 공영 주차장이든 주차 공간이 법적으로 확보돼 있지 않으면 자가용 구입을 아예 못 한다.
마치 컴퓨터에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돈 주고 사야 하며, 눈에 보이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무형의 기술 지원과 서비스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듯.. 차를 샀으면 굴리는 것뿐만 아니라 세워 놓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도 주거비만큼이나 돈이 든다는 관념이 박힌 것이다.

우리나라야 지금처럼 건물과 주차장들이 완공돼 버린 와중에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기에는 대략 곤란한 지경이 됐다. 자동차의 판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이니 자동차 회사 영업 사원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으로 치면 총기 규제 정책 vs 총기 제작사들의 로비와도 얼추 비슷한 구도처럼 됐다.
할 거면 1980년대에부터 했어야지. 옛날 석유 파동 때 외화 아끼려고 차량의 배기량과 엔진 기통수에다는 온갖 규제를 걸었으면서, 정작 차고지 확보 관련 규제는 시행을 왜 안 했나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전기는 1970년대부터 승압을 잘 끝낸 반면에 자동차 쪽으로는 정치인들이 상대적으로 선견지명 안목이 없었던 셈이다. 반대로 일본은 철도 궤간과 전기 규격은 낭패 봤지만 자동차 주차 문화는 잘 정착시킨 경우에 속한다.

아무튼 일본은 경제력 대비 한국이나 미국보다 차 굴리기가 더 비싸고 빡센 나라이다.
그럼 자가용 말고 대중교통은? 대도시엔 물론 잘 구축돼 있고 속도 빠르고 정시성도 높다.

일본은 철도 왕국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역마다 온통 스크린도어들이 갖춰져 있지는 않다. 허나, 누군가가 선로에 투신 자살이라도 하면 고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심한 민폐를 끼쳤다고 국가에서 유족에게 도리어 벌금을 매긴다. "자살을 하게 만든 사회 탓 국가 탓? 힐링힐링?" 그런 거 없다.
과거에 중국에서는 총살형을 집행하고 나서 총알값을 사형수 유족에게서 받아 챙기기까지 했는데, 마치 그와 비슷한 급으로 잔인하다면 잔인한 조치 같기도 하다.

허나 일본은 국민성이 민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이며, 거기는 철도 업계가 분초 단위로 열차 정시성에 목숨을 걸고 기관사까지 죽도록 갈구고 압박하는 곳이다. 평범한 전철도 몇 분 지연되면 역 직원들이 지연 증명서를 알아서 뿌리면서 승객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굽신거린다. 그런 와중에 누가 자살해서 열차가 줄줄이 지연을 먹었다면 이거 얼마나 큰 민폐이고 피해인지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에 JR서일본 관할의 후쿠치야마 선에서 전철이 과속 탈선 사고가 나서 기관사 포함 107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었는데, JR서일본에서는 그로부터 무려 1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홈페이지 첫 화면에 그 날 사고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해 놓고 있다. 그걸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다시는 그런 사고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게 정상적인 추모이고 이성적인 재발 방지 다짐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세월호 노란 리본 타령은 가해자 당사자의 사죄도 아니고 시스템적인 안전 개선과도 상관 없이 그저 감성팔이 반정부 광기 폭동일 뿐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일본의 대중교통은 서비스 좋고 시간 관념도 투철하고 다 좋은데.. 비싸다.
우리나라 식 운임과 임률을 생각했다가는 놀라서 턱 빠질 거다. 정말 왕창 비싸며, 사철 간에 통합 환승 할인 같은 것도 없다. 하물며 장거리 간선인 신칸센 운임은 국내선 비행기보다도 더 비쌀 정도이다.

그러니 일본이 비록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는 아니겠지만 미국 같은 나라도 아니니, 가까운 거리는 그냥 걷거나 자전거 타는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북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일본도 자전거는 등록하고 번호를 받아야 될 정도라고 한다. 굉장히 뜻밖이다. 물론 북한처럼 주민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극적인 질서 유지가 필요할 정도로 자전거가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저기서는 학생들, 특히 여자애들도 등하교나 알바 하러 출퇴근 할 때 자전거 많이 타는 거 같다.
어쩐지 일본의 사건사고 같은 이야기들을 봐도 가해자나 피해자들이 그 당시나 직전에 자전거 탔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극단적인 예로는 콘크리트 살인 사건(1989)에서도 그렇다.
또한 철권 시리즈에 나오는 '카자마 아스카'자전거 끌고 다니는 여고생 컨셉이다.
이제야 그 바닥 문화가 좀 이해가 되고 퍼즐 조각이 짜맞춰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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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권위주의

그럼 이제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조금씩 논해 보겠다.
일본에는 덴노라는 국가 상징 겸 정치· 종교 복합체 중심 구심점이 있으며, 여기 한국보다 뭔가 전체주의스러운 분위기가 더 강하다. 일제의 패망 후에야 덴노가 인간 선언을 하고 젊은 세대들이 많이 자유분방 개인주의스러워졌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일본의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정치계나 법조계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보다 권위주의가 훨씬 더 심하고 경직돼 있다. 실수나 잘못· 착오가 생겨도, 누굴 억울하게 누명 씌워서 몇십 년 옥살이 시키고 나서도 그걸 시인해서 직접적인 표현으로 사죄 따위는 거의 안 하다시피한다.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면 자기 권위와 위신이 깎인다고 생각한다. '엔자이'(원죄) 사건이라고 검색해 보면 이런 예가 여럿 나온다.

사고방식이 원래부터 저렇고 '자국민'한테조차 저러는데, 하물며 쟤들이 자기보다 (엄밀히 말해) 국력이 딸리는 외국을 상대로 위안부 피해 문제 같은 거는 절대로 대놓고 사죄할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만치 간접적으로나마 유감 표현했고 돈 이만치 줬고, 이 주제 얘기 더 안 꺼내기로 지도자들끼리 서로 퉁쳤으면 나름 "걔네 입장"에서는 많이 양보하고 챙겨 준 것에 가깝다. -_-;;

뭐, 일본이 저 따구로 나오는 건 이스라엘 앞에서 가히 '도게자' 급으로 굽신굽신 사죄하는 독일과는 참 비교되는 모습이며 본인이라고 해서 보기 좋을 리 없다. 그럼 쟤네들은 원래 저런 놈들인가 보다 하고 우리로서는 과학 기술과 경제와 힘으로 극일을 이루는 것밖에 현실적인 답이 없다. 그 신사적인 독일조차도 이스라엘 급의 국력과 국제 위상이 있는 나라 앞에서나 굽신굽신이지, 다른 듣보잡 소수 민족이 나치에게 피해를 입은 건 상대적으로 모르쇠인 걸로 비판받는 건 변함없다.

이런 넓은 맥락에서의 이해 없이 그저 소녀상에다 반일 반일거리고, 일본하고는 뭘 하고 오든지간에 무조건 굴욕 매국 협상이라고 헛소리 하는 애들.. 정말 지겹다. 백 날 그렇게 설쳐 봐라, 일본의 태도가 바뀌는 게 있겠나?
그리고 또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북괴와 중국한테 그만치 부당하게 당해 온 걸 반의 반만치라도 따지고서 일본에 집착하는 거라면 또 내가 말도 안 한다. 북괴 김 정은이 6· 25 전쟁이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 남조선을 향해 사죄를 할 것 같아 보이냐? 그와 똑같은 맥락이다.

4. 그나마 중국· 북한보다는 더 가까이해야 할 대상

동북아시아 한중일 CJK 국가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로서는 일본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사의 앙금 트라우마 때문에, 중국은 지금 당장 국가 프레임과 이념 차이 때문에 현실에서는 서로 마냥 손잡고 친하게 뭉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북괴? 걔들은 국가 프레임· 이념 차이를 넘어서 그냥 묻지 마 남조선을 체제 전복+적화시키려고 눈에 시뻘겋게 불 켠 쌩 양아치에 광신도+노예 집단일 뿐이고. 통상적인 경제력 군사력으로는 그걸 이룰 수 없으니 역사왜곡, 간첩질, 사이버전 선동질 등 방법도 갈수록 교묘하고 추잡해지고 있다.

통일 후에도 김돼지 동상이랑 주체사상 같이 껴안고 살 게 아니라면, 화해네 경제 협력이네 하는 개수작에 절대 응하지 말고 그냥 왕따 고립만이 답이고 진리이다. 굳이 먼저 북폭 하고 쳐들어갈 필요도 없으니, 굶겨 죽이기만 하면 된다.
일부 미사일 발사체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이 우리보다 앞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예외를 빼면 배울 것 선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동북아 이웃 나라들 중에 남조선이 제일 가깝고 친하게 지내야 하는 상대는..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이다.
그리고 제일 본받고 배워야 할 상대를 꼽자면 그건 친하게 지낼 대상보다도 더욱 단호하게 일본이다.

물론 구 일본군의 흉악한 전쟁 범죄라든가 그 스타일의 병신 같은 조직 문화와 똥군기 따위를 본받자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걔네들은 그런 지랄맞은 시스템 하에서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척결해야 할 소위 '일제 잔재'라는 것들의 본거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내 관심 분야도 보태자면 한자 같은 불편한 문자를 쓰고도 어쨌든 근대화를 이루고 과학 기술 강국 선진국이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가 그렇게도 컴플랙스를 갖고 있는 과학 분야 노벨 상도 도대체 몇 개를 탔냐 말이다.

일본이 겉으로는 화해 유감 사죄 운운하면서 한편으로는 윗선에서는 모르는 척 망언 씨부리고 독도는 일본땅이다 교육을 해?
괘씸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래 봤자 군사적으로 같은 친미 동맹이고 동일한 자유 진영 이념 프레임을 공유하는 국가끼리 대놓고 군사 충돌이 일어날 확률은 중국· 북한보다야 훨씬 낮다.

저 정도 앙금과 마찰이 있으면 우리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얻어낼 거 얻어내면서 한편으로는 "일부" 극렬 민간단체를 모르는 척 묵인하면서 소녀상 한두 개쯤 놓고 시위든 하면서 맞불 놓으면 된다.
딱 그 정도까지만. 그건 나도 전략상 인정한다. 뭐 아무 티 안 내고 묵묵히 실력만으로.. 현대차· 삼성 전자가 일본 기업들 쳐발랐던 것 같은 방식으로 일본 이기는 게 제일 좋고 이상적이겠지만, 그럴 수만은 없고 현실에서는 감정상의 카타르시스도 약간은 필요하지.

필요 이상으로 반일 반일 거리는 애들이 진짜로 애국심? 민족 정기? 그런 순진한 이유로 일본 비판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매우 드물다. 오로지 자국 비하와 북괴의 범죄 물타기라는 매우 불순한 목적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런 비굴한 사고방식으로 일제의 식민사관 내지 조센징 엽전 비하는 어째 비판하고, 무장 항일 독립투사는 어째 칭송할 수 있는지 내 판단력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전국 방방곡곡에 무슨 몇백 개씩 소녀상 세우자고 유세를 떨거나, 특히 아직까지도 우리나라가 친일 청산을 못 했네 웃기는 소리 하는 애들은 우리나라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된다. 누구 때문에 왜 친일 부역자 군경을 활용해야 했는지만이라도 정확하게 가르치면 아무 문제될 거 없고 거짓을 팩트로 격퇴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5~20년 전부터 본인을 봐 온 분들은 잘 알 거다. 난 예나 지금이나 주된 연구 개발 분야가 한글 입력이고, 전통적으로 얼마나 열혈 반일 민족주의자였는지를 말이다.
그랬는데 내가 이렇게 돌아섰을 정도면, 저쪽에 있는 애들이 정말 일관성 없고 주적 구분을 못 하고 필요악과 절대악을 분간 못 하는 거다. 나이가 들수록 "어 저건 아닌데..;; 왜 중국 북한에다가는 단 한 마디도 말이 없지?" 하는 거부감이 들면서 갈라서게 됐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구든 일본에 대한 바른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7/05/13 08:34 2017/05/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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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유

휘발유(가솔린)와 디젤은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의 양대 동력원이다. 양 엔진의 차이점이야 자동차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기초 상식 축에 든다. 하지만 기계공학적으로 고찰했을 때 같은 2또는 4행정 엔진이면서 두 엔진이 본질적으로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왜 양 엔진이 요구하는 연료에 차이가 있는지 같은 것까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해당 분야 전공자 공돌이가 아니면 흔치 않다. 물론 본인도 그만치 잘 안다는 뜻은 아니다.

휘발유, 등유, 경유 같은 연료는 석유를 분별 증류 기법으로 추출하어 얻어진다. 소를 한 마리 잡고 나면 앞다리 뒷다리 등심 안심 같은 다양한 부위별로 고기가 나오고 내장과 뼈도 나오듯, 석유도 그 자체는 다양한 탄화수소 화합물의 복잡한 혼합물이다. 그래서 끓는점이 겨우 몇십 도에서 대략 300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질이 섞여있다. 밀도는 기름답게 물보다 약간(수~10% 남짓) 가벼운 정도.

원유는 보통 시커먼 색깔인 반면, 정제된 차량용 연료는 시커멓지 않고 오히려 투명에 가깝다는 게 인상적이다. 갓 캐낸 원유에서 자동차에 엔진에다 주입해도 탈이 안 날 정도의 깨끗한 연료를 추출하는 것은 바닷물· 강물로부터 식수를 얻는 것 이상의 첨단 기술이다. 그래서 산유국이라 해도 정제 기술이 마땅찮으면 외국에서 석유를 역수입해야 하며, 반대로 땅에서 석유가 안 나는 우리나라 같은 나라도 역설적으로 석유를 수출하기도 한다.

휘발유 엔진은 말 그대로 석유에서 가볍고 휘발성이 매우 높은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며, 디젤 엔진은 휘발유보다는 밀도가 더 높고 불이 덜 잘 붙으며 끓는점도 더 높은 경유· 중유를 사용한다. 순수하게 제조 원가만 따진다면 둘은 가격 차이가 거의 없거나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휘발유가 더 저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금 보정으로 인해, 주유소에서는 승용차 연료로만 쓰이는 휘발유가 범용성이 더 뛰어난 경유보다 더 비싸다.

요즘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85% 정도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몇십 년 전에는 더 저렴해서 거의 6, 70%에 불과하기도 했다. 디젤도 승용차 연료로 많이 보급되었고, 또 환경 문제도 있고 해서 그나마 옛날에 비해 더 비싸진 것일 뿐이다. 그나저나 디젤 엔진이 왜 범용성이 더 뛰어난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얘기하도록 하겠다.

2.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의 차이

휘발유와 디젤(앞으로 '엔진'이라는 단어의 표기를 종종 생략할 것임)은 서로 다른 연료를 사용하며 연료를 연소하는 방식이 다르다. 전자는 점화 플러그를 사용하지만 후자는 압축 착화 방식을 사용한다. 휘발유 엔진은 시동을 최초로 걸 때뿐만 아니라 시동을 유지하는 데에도 전기 에너지의 도움을 소량이나마 지속적으로 받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휘발유 차량은 점화 플러그도 차량의 성능에 큰 영향을 주는 부품이다. 얘는 폐차할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부품이 아니며 성능이 조금씩 열화되는 소모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엔진오일보다는 긴 주기이지만 그럭저럭 교체해 줘야 한다. 허나 이건 차덕 급이 아니면 인지하기 쉽지 않은 사실이다.

뭐, 디젤도 전기 '불꽃'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일 뿐, 시동 걸 때 전기로 스타터 모터를 돌리지 않는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얘는 오히려 스파크보다도 더 힘든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요즘 차량들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이 나아졌다지만, 디젤은 저런 특성상 휘발유 차량보다는 시동이 잘 안 걸릴 확률이 더 높다. 특히 날씨가 추울 때 말이다. 어렸을 때 차에 시동이 잘 안 걸려서 운전자와 탑승자가 고생하던 모습은 아무래도 승용차보다는 트럭에서 훨씬 더 많이 구경했던 것 같다.

휘발유와 디젤 엔진이 성능이 서로 큰 차이가 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배기량일 때 디젤 엔진의 토크가 훨씬 더 강하며(1.x~2배 가까이) 더 저회전 상태에서도 그 최대 토크가 금세 발휘된다.
디젤은 안 그래도 더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열효율이 더 좋은 관계로, 힘만 좋은 게 아니라 연비도 더 좋다. 그런데 연료의 단가마저도 비록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긴 하지만 디젤이 더 싸다. 그러니 이런 경제성만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자동차가 디젤 엔진으로만 만들어져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디젤 역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비록 공밀레 기술 개발로 인해 정말 많이 극복되었다고는 하지만, 휘발유에 비해 고질적인 단점으로는 소음과 진동, 그리고 공해(오염) 문제가 있다.
디젤 엔진은 동급 배기량의 휘발유 엔진보다 더 강한 힘을 내부적으로 견뎌야 한다는 특성상, 더 비싼 부품을 써서 더 크고 무겁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며, 엔진오일도 더 비싼 디젤용을 써야 한다. 초기의 차값부터 시작해 기름값 외의 유지비까지 전반적으로 좀 더 깨진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성능면에서도, 디젤이 저속 토크가 강하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나 속도까지 곱해진 전반적인 출력은 정작 동 배기량의 휘발유 엔진보다 오랫동안 뒤쳐져 있었다. 회전수를 휘발유 엔진만치 높게 올리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는 터보차저(공기 과급기) 같은 다른 메커니즘의 도움을 받아서 극복되고 있으며 요즘은 디젤도 실린더의 스트로크를 낮춰서 과거의 디젤답지 않은 고rpm을 추구하는 게 추세이긴 하다.

디젤의 성능을 평가절하하는 또 다른 요인은 반응성이다. 디젤 엔진은 토크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능과 별개로 반응성이 떨어지고 '둔하다'. 단순히 엔진이 좀 무거워서 둔한 차원이 아니다. 그래서 정작 제로백이 휘발유 차량보다 불리하다. 경주용 자동차나 스포츠카가 디젤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것도 기술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극복되었겠지만, 디젤 엔진의 좋은 힘은 근본적으로 간지나는 스포츠카의 급발진보다는 트럭에다 짐 잔뜩 싣고 오르막 오르는 용도에 더 유리한 게 사실이다.
반응성 말고도 엔진 브레이크 효과 역시 토크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상시 rpm이 높은 휘발유 엔진이 더 강하며, 하이브리드와의 접목도 덩치가 더 작고 연비도 더 낮은 휘발유가 더 유리하다. 겨울에 히터를 켰을 때 더 빨리 더운 바람이 나오는 쪽도 휘발유 엔진이다.

단, 터보차저와의 접목은 디젤이 약간 더 유리하다. 휘발유 승용차에서 터보는 아직까지 액세서리 고급 옵션에 가까운 반면, 요즘 디젤 차에서 터보는 성능 보완을 위한 사실상 필수품 취급을 받고 있다.

3. 환경 문제

오늘날 디젤 엔진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태클은 환경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디젤은 근본적으로 휘발유보다 더 '더티'한 연료를 사용하며 매연을 내뿜는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 다시 말해 저회전 상태에서 엔진이 부하가 많이 걸릴 때 뿌뿌뿡~ 매연이 특별히 더 심하다.
지금처럼 천연가스 버스가 도입되기 전, 옛날에 길거리의 시내버스들의 뒤쪽 엔진 부분을 보면 온통 시커맸다. 이게 평범한 흙먼지가 아니라 다 불완전 연소의 산물인 탄소 알갱이였다. -_-;; 트럭의 경우도 과적은 도로 파손이나 차량 안전뿐만 아니라 매연 발생의 관점에서도 매우 좋지 않다.

그에 반해, 휘발유는 저런 매연이 없으며 촉매 변환만 잘 돌려 주면 배기가스 문제는 거의 없다.
휘발유는 잘 알다시피 노킹 방지 첨가제에 들어간 납 성분이 문제 되었지만 이것도 무연 휘발유로 극복되었다. 그런데 경유는 어째 납 대신 유황 성분이 문제를 일으켰다. 황의 연소로 인해 이산화황(아황산가스)이라는 해로운 공해 물질을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가 연소해서 사람 몸에 좋은 게 나오는 일은 없는 법이다.

그러니 오늘날까지도 디젤 차량은 세계 각국에서 굉장히 강한 환경 규제가 걸려 있으며 이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욱 엄격하다. 선진국은 시민들이 눈이 높고 환경 생각할 만치 돈과 기술도 있으며, 수십 년 전에 이미 대규모 스모그나 공해병 같은 병크와 시행착오도 먼저 경험했으니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있다.

국내의 경우 디젤 차는 구입할 때부터 차값에 환경 개선 부담금이 포함되며, 정기적으로 무슨 검사를 받고 매연 저감 장치를 장착하고 어쩌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디젤 엔진 자체를 매연이 안 나오게 만들 수는 없는지, 그 대신 후처리 보정 장치가 추가되어야 하고 이것은 엔진의 덩치와 차량의 단가를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엔진룸의 부피가 승용차 급으로 비슷하다면 디젤 엔진은 공간 부족으로 인해 동급 덩치의 휘발유 엔진만치 큰 배기량이 들어가지는 못한다.

또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지하철역에 몽땅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것처럼 디젤 기반인 수많은 시내버스들을 죄다 천연가스 기반으로 개조· 교체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다. 실제로 이것만으로도 공기 질을 이 정도나마 개선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그와 반대로 선진국에서 다 쓰고 퇴역시킨 차량을 저가에 수입해서 굴리는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이 공기 사정이 열악하다. 당장 떠오르는 게, 시커먼 구닥다리 경유 버스와 2행정 오토바이들로 가득하던 베트남이구나.

4. 실린더 크기의 한계

오늘날 휘발유 엔진은 그냥 소형 발전기· 예초기· 동력톱이나 오토바이· 승용차 엔진으로 머무르고 있다. 그 반면, 디젤 엔진은 버스· 트럭, 철도 기관차· 선박 등 본격적으로 거대한 기계들을 돌리는 만능 엔진으로 등극해 있다.
왜 이런 특성과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한편으로 천연가스는 구조적으로 디젤보다는 휘발유 엔진과 더 비슷하지만 택시와 버스에 모두 쓰인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는 휘발유 엔진이 대형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실린더가 가질 수 있는 부피는 거의 500~600cc가 실용적인 가성비가 유지되는 한계라고 한다.
그러나 디젤 엔진은 그런 제약이 없어서 무슨 선박 엔진 같은 집채만 한 초거대 단일 실린더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연비나 토크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것 때문에 디젤 엔진이 선택의 여지 없이 쓰인다.

정말 그런가 확인해 보자. 대형 버스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고배기량인 엔진을 휘발유 기반으로 얹은 슈퍼카들을 보면..
6700cc 12기통 (롤스로이스 팬텀..;; )
8000cc 16기통 (부가티 베이론)
배기량을 기통수로 나누면 진짜로 500~600cc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실린더 수가 무지막지하다.
그러나 디젤로 가면 현대 자동차 F 엔진은 3900cc 배기량이 4기통이요,
버스 엔진을 보면 6000cc부터 심지어 11리터급이 그냥 6기통만으로 커버된다. 이런 게 휘발유 엔진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내연기관은 흡입, 압축, 폭발, 배기 각 행정별로 발생하는 힘이 일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상태가 서로 제각기 다른 실린더들이 어느 정도는 여럿 있어야 엔진의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이 좋아진다. '툭툭툭툭'거리는 엔진음이 '두두두두/들들들들'로 바뀐다.
하지만 무려 12기통, 16기통 이건.. 어쩔 수 없어서 저렇게 만든 것이지, 만들고 싶어서 저렇게 만든 건 아니리라 여겨진다. 승차감이 문제라면 휘발유보다 진동이 더 심한 디젤이 겨우 6기통인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기통수가 너무 많아지면 휘발유 엔진도 어차피 디젤처럼 복잡하고 무거워지며,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휘발유 엔진의 정숙성과 신속한 반응성을 살리기 위해 무리해서 트럭· 버스였으면 디젤을 쓸 것을 휘발유 엔진을 고집한 것이지 싶다. 물론 디젤에 비해 연비는 길바닥에다 그냥 동전을 뿌리는 수준으로 감수하고 말이다.

뭐, 오토바이 중에 배기량이 거의 1700~2000cc에 달하는 대형 모델 중에는 겨우 2기통 엔진인 것도 있다. 그건 자동차에는 적용하기 곤란한 방식으로 보어· 스트로크 비율을 보정해서 실린더당 800cc가 넘는 체적을 구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로 손꼽히는 Benz Patent-Motorwagen 삼륜차도 원시적인 950cc짜리 휘발유 단기통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성능은 1마력이 채 될까말까인 비효율의 극치 수준임. 자동차계의 에니악;;)
그리고 에쿠스/EQ900의 기함급인 VL500도 8기통이니 실린더가 휘발유 엔진치고는 약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록 디젤이 소음· 진동과 공해 문제가 있고 더 무겁고 복잡하지만 그래도 엔진으로서의 기술 수준은 단순 휘발유 엔진보다 더 높으며 범용성도 더 뛰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범용성 때문에 경유가 더 저렴하기까지 한 것이다.
휘발유 엔진은 딱히 고안자의 이름을 따서 '오토 엔진'이라고 불리지는 않는 편인데, 디젤만 고안자의 이름이 매번 언급되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경유· 중유까지 diesel fuel이라고 불리지 않는가.

사실 휘발유에다가도 압축 착화로 점화해서 디젤 엔진의 장점을 적용해서 연구가 있긴 하다. 일명 HCCI 또는 GDCI 엔진. 그러면 휘발유로도 디젤 엔진 같은 고연비의 달성이 가능해지며, 결정적으로 단일 엔진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점화 플러그 없는 휘발유 엔진은 아직까지는 어댑터 없는 노트북, 탄피 없는 총알, 혹은 돼지고기 육회만큼이나 쉽지 않은 영역인 것 같다.

지금 내가 모는 차뿐만 아니라 디젤 차, 후륜구동,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차들을 몰면서 차이를 분석해 보고 싶다. 특히 전륜과 후륜의 차이라는 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실, 자동차 학원에서 운전 연습을 할 때 1종 보통의 특성상 디젤+후륜에다 수동 변속기이기까지 하여 승용차하고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1톤 트럭을 실컷 몰아 본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경험은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연료 분사와 흡기 메커니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차근차근 더 공부해 보고 싶다. 아직은 공개적인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이론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이다.

글을 맺으면서 드는 생각인데, 자동차가 내연기관이 주류가 된 것처럼 총기도 일단은 탄피가 빠지는 화약 격발 방식이 주류가 돼 있다. 공기총은 자동차에다 비유하면 전기 자동차 정도 되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7/04/25 08:36 2017/04/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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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급발진

지난번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운전 중에 발생하는 위험 돌발 상황에 대해 좀 생각해 보겠다. 대표적으로 급발진이 있다.
난 안 겪어 봐서 모르겠지만 엔진이 폭주하고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면 기어를 N으로 바꾸면 큰 불은 끌 수 있지 않나? 그게 안 되면 시동이라도 끄거나 아니면 도로 옆 벽면을 긁으면서 세우는 걸로 개인적으로 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 점점 더 강력하고 차의 엔진 내지 외형을 파괴하는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차를 세운다. 머릿속 운전 프로그램이 try 블록 안에서 돌다가 catch(SUAException e)으로 침착하게 잘 분기해 줄지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

시동을 끄는 것에 대해서는 핸들과 브레이크가 잠겨 버리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당장 전방에 장애물이 있지는 않아서 몇백 m 정도는 더 나아갈 수 있고(특히 충돌을 피하려고 당장 비어 있는 중앙선을 넘어간 직후), 어떻게든 차가 속도가 붙는 것만을 막고 싶으면 상황에 따라서는 시동을 끄는 게 꼭 자충수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더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 위험한 방법이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앞의 장애물을 어설프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차가 속도가 붙는 걸 방치했다간... 도저히 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더 끔찍한 꼴 나기 때문이다. 그때는 local maximum만 그리디 알고리즘으로 쫓아가서는 안 된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하다못해 핸들을 확 꺾어서 차를 전복이라도 시켜서 바퀴를 지면에서 떼어 놓는 것도 불사해야 하리라 여겨진다.

급발진을 규명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마치 UFO를 연구하는 사람과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UFO와 급발진은 모두 기존 업계나 학계, 정부 기관에서는 공식적으로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급발진은 다 페달을 반대로 잘못 밟은 운전자의 과실일 뿐이고 UFO는 다 당사자들이 헛것을 본 것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현대의 과학과 기술로 규명은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초자연적인(?)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거 무슨 예수님의 부활의 증인도 아니고 UFO의 증인, 급발진의 증인이라니 참 느낌이 므흣하다..;;
현직 택시 기사 중에 자기 생업과 관련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독특한 분이 있어서 좀 소개하도록 하겠다.

닉: 꿈돌이/택시불만제로/택시독립 (!)

택시 이용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 그리고 현업 택시 기사들의 고충 같은 글이 있어서 그럭저럭 볼 만하다. "고갱님들은 불법 승차거부에 절대로 호락호락 당하지 마세요. 승차거부를 안 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택시 기사들을 생각해서라도 승객 여러분들이 신고를 불사하면서 강하게 대처해 주셔야 불법 행위가 근절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새겨들을 만하다.

가끔은 미스터리한 교통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추리와 평론을 하는데, 이분은 놀랍게도 여느 운전자들과는 달리 차량 급발진 같은 건 절대 없다는 게 일관된 지론이다. 옛날 글들 검색해 보시길. "처녀가 애를 낳았습니다 / 선풍기 틀고 자면 죽습니다"와 "멀쩡하던 택시가 갑자기 급발진 폭주를 일으켰습니다"를 동급으로 칠 정도이다. 너무 당당하고 단호하고 강경하게 주장하니 그런 글에는 "무슨 개소리를.. 너 혹시 현기차 알바냐" 이런 부류의 익명 악플들이 잔뜩 달려 있다. -_-;;

지난 2009년 5월에 발생한 한티 역 택시 역주행 사고에 대해서도 급발진은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택시가 갑자기 오르막을 시속 100이 넘는 속도로 폭주하다가 결국 장애물과 충돌하여 차체가 두 동강 나고, 탑승자인 기사+여성 승객2 세 명이 모두 즉사한 끔찍한 사고 말이다.

이에 대해 저분은 운전자가 1차 사고의 측면 충돌로 인해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졸도했으며, 겁에 질린 조수석 승객이 핸들만 요리조리 돌리면서 고속 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일 거라고 추리를 늘어놓았다. 다만, 내가 보기에도 그럼 기사가 어떻게 액셀을 꾸욱 밟고 있는 채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쟁터에서 기관총 사수가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채로 전사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급발진 추정 교통사고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려나 모르겠다.
엔진 작동 내역과 관련된 결정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긴 하면서도(급발진이 순수하게 복불복 운빨 미스터리의 영역이 아닐 거라는 뜻) 영업 기밀 운운하면서 급발진에 대한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다 운전자의 과실로만 떠넘기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심쩍고 괘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가 잘못해서 사고 내 놓고는 걸핏하면 급발진 핑계 대는 비양심 진상 운전자도 안타깝지만 있다. 진실은 과연 어느 극단 중에 있을지?

사무직 종사자들은 책상에 앉아서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게 일일 것이며 본인 같은 프로그래머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택시· 버스· 트럭 운전사들은 근무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하루 종일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잡고 차를 굴리는 게 일이다. 근무 중에 각종 정보 통신 장비 같은 걸 들여다볼 여유는 없다. 영상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이 시대에도 이런 업종 때문에 라디오 방송이 안 망하고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택시 운전을 은퇴 후 용돈벌이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full time 생계로 하는 거라면 그걸 하면서 블로그질까지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아무튼 저분은 최근까지도 블로그를 잘 운영하시는 듯하다. 뭐, 교통사고 분석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12. 피시테일

고속 주행 중에 전방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혹은 갑자기 끼어드는 차가 있을 때... 보호본능으로 핸들을 확 꺾어서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때가 있다.
특히 비접촉 뺑소니 사고 블랙박스 영상들을 보면 더욱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가해 차량은 아무 탈 없이 유유히 사라져 버렸는데 자기만 놀라서 휘청거리다가 가로수를 들이받거나 전도· 전복되거나 심하면 옆의 비탈길로 추락하거나 한 거.

갑자기 옆에서 끼어드는 차량 정도면 "배째. 접촉사고 나 봐야 니 과실 100%야" 상황이었다면 차라리 같이 부딪치는 게 나았을 것이다. 피하다가 혼자만 더 큰 사고를 당하고 덤탱이 쓸 바에야 말이다.
길바닥에 갑자기 튀어나온 장애물, 불법주차 차량, 무단횡단자, 심지어 야생동물을 피하느라 안타까운 사고가 나곤 한다. 핸들을 꺾더라도 차량의 제어가 가능하고 수습 가능한 한도 내에서 꺾어야 한다. 옆에 피할 자리가 있는지, 혹시 뒷차가 추돌하지 않겠는지도 총체적으로 따지고 말이다.

결국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피하는 것 vs 차라리 부딪치는 것"의 가성비를 잘 따져야 할 텐데 물론 이런 요령과 경험도 운전자에게 금방 생기지는 않는 것 같다.
뭐, 저런 게 아니라 아예 정면에서 집채만 한 버스나 트럭이 역주행으로 폭주하고 있기라도 하면 그건.. 워낙 극단적인 상황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닥치고 피하긴 해야겠다.

이렇게 급발진이 '가속으로 인한 위험'이라면, 반대로 '회피나 제동 기동으로 인한 위험'으로 피시테일 현상이 있다.
급핸들이나 급브레이크 조작을 한 뒤에 차가 갑자기 좌우로 요동치면서 비틀거리더니 전복· 전도되는 경우가 많다. 난 저런 상황까지 겪은 적은 없어서 "왜 저렇게 될까? 중심 잡기가 그렇게 힘든가? 핸들과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나? 딱히 타이어가 터지거나 한 것도 아니고 빗길이나 빙판길도 아닌데?" 이런 의문을 품곤 했다. 하긴, 핸들과 브레이크가 평소처럼 말을 듣질 않으니까 사고가 나는 거겠지.

고속 주행 중인 자동차가 무거운 엔진이 장착된 앞은 그럭저럭 중심을 잡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뒷부분이 중심을 잃고 출렁출렁 요동치는 것을 fish tail 현상이라고 한다. 전륜구동 FF 차량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하지만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구동축의 방향은 아닌 관계로, 다른 형태의 차량에서도 수틀리면 발생할 수 있다.

요즘은 차들이 ABS에 VDC(자세 제어 장치)까지 장착돼 있어서 고속 주행 중에도 묵직하고 안정성이 많이 향상됐다. 차체가 떠 버리지 않게 뒷부분에 스포일러를 장착하는 것도 피시테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피시테일 현상이 발생하면 침착하게 차가 쏠리는 쪽의 반대쪽으로 조향을 반복하면서 중심을 잡긴 해야 하는데, 이때 브레이크는 절대 밟아서는 안 된다고 그런다. 그건 차가 한데 쏠리는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제동은 중심부터 잡은 뒤에 시도해야 한다.

13. 양발운전

이번엔 또 다른 현직 택시 기사의 블로그를 소개하겠다.

닉: 두발로

이번 주인공은 자기 애마를 번호판도 안 가리고 버젓이 인증샷 찍어서 올렸을 정도인 분인데, 앞의 분보다 더 독특한 주장을 하고 있다. 다름아닌... "차는 발을 옮겨 가면서 운전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이다.
이분은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는 양발운전의 신봉자이다. 블로그는 온통 양발운전의 유용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동차 제조사와 자동차 공학 교수들에 대한 비판과 성토의 글로 가득하다.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근까지 정말 꾸준히 올리고는 있다.

본인은 예전에 밝혔듯이 한동안 양발 운전을 했다. 1종 보통 면허를 따긴 했지만 장롱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수동을 몰던 감을 다 잊어버렸다. 그 뒤 자연스럽게(?)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아 오다가 양발 운전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자가교정을 해서 요즘은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언제나 한발 운전으로 습관을 고쳤다.

하지만 이건 운전 능률이나 안전 같은 실질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대외 평판 때문에 고친 것이다.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나(밀림 방지), 전/후진을 반복하며 주차할 때(잦은 페달 조작)는 지금도 종종 옛날 버릇이 살아나서 예외적으로 왼발 브레이크를 쓴다. 요컨대 본인은 두 운전 방식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동차의 페달이 지금처럼 배치된 건 가장 근본적으로는 클러치 페달이 존재하던 수동 변속 차량과의 역사적 호환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액셀과 브레이크는 서로 동시에 밟을 일이 전혀 없는 페달이니 꼭 별도의 발을 배당할 필요도 없고 기존 관행을 굳이 꼭 바꿀 필요가 없다. 비행기와 철도 차량 역시 가속과 감속은 한 손으로 조작하는 레버 하나로 간단히 끝내고 있지 않던가? 최소한 저 블로그에서 까는 것처럼 "사고 많이 내서 차 많이 팔아먹으려고 일부러 왼발 브레이크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것은 치밀한 음모이다"까지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그런 수동 변속기 같은 legacy를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 처음부터 액셀 오른발, 브레이크 왼발로 만드는 것도 직관적이고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삐딱한 자세야 브레이크가 클러치처럼 왼발로 밟기 딱 좋은 위치에 달려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이니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발로 두 페달을 모두 밟는 지금 체계에서도 액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려서 잘못 밟는 운전 미숙 사고는 얼마든지 난다. 그러니 왼발 브레이크만 유달리 혼동 위험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대신 발을 옮기는 딜레이 없이 거의 곧장 브레이크와 액셀을 교대로 밟는 장점은 꽤 크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본인은 왼발 브레이크는, 수동+클러치를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 마치 숟가락을 집고 글씨를 쓰는 손의 방향이 왼손인 것만큼이나 취존 가능한 영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막연하게, 별 근거 없이 왼발 브레이크가 무작정, 떼빙(대열 운행)이나 우측 차로 추월만치 위험하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오른발 위치에 맞게 맞춰진 페달을 왼발로 무리해서 밟느라 운전 자세가 이상해지는 건 문제라고 본다. 평소에 언제나 왼발로 밟을 거면 편하게 밟을 수 있게 세팅이라도 해 놓고 써야 한다.

그러니 혼자 특이한 주장을 하면서 기득권 세력과 꿋꿋이 싸우는(?) 저분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난 안 그래도 세벌식에 킹 제임스 성경 등 지금도 이미 마이너한 것들에 너무 많이 몰입해 있으니 가성비가 그리 안 맞는 마이너의 길을 굳이 더 가고 싶지는 않다. 한 발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모두 밟는 건 무슨 두벌식이고, 브레이크에다 별도의 발을 배당한 건 세벌식이기라도 하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_=;;

Posted by 사무엘

2017/01/23 08:39 2017/01/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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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속도로 포함 자동차 전용 도로의 1차로는 상시 점유해서는 안 된다. 뒤에서 추월 차량이 오면 비켜 줘야 한다. (모든 차로가 막히는 정체 상황이라면 예외) 원활한 차량 흐름과 교통 안전을 위해서는 추월은 언제나 좌측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시내 도로 맨 구석의 직· 우 겸용 차선이라면, 내가 직진이어서 빨간불 때 멈춰 섰고 뒤에서 우회전 차량이 지나가려고 빵빵거린다 해도 미안해하거나 일부러 비켜 줄 필요가 전혀 없다. 뒷차가 무슨 출동 중인 구급차· 소방차가 아닌 한.

이것은 반드시 비켜 줘야 하는 경우와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인데, 이 둘을 반대로 잘못 아는 운전자도 있는가 보다.

2.
한적한 도로에서 건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횡단보도가 파란불이 되고 차도는 빨간불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인간적인 심정에서야 경찰이나 단속 카메라만 없다면 이런 신호는 무시하고 눈치껏 그냥 가 버리고 싶다.

주변에 다른 차가 없다면 나 혼자서야 종종 재량껏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앞차가 신호를 지키기 위해서 비록 무의미하게나마 횡단보도 앞에 정지했는데 뒷차가 앞차를 향해 그냥 무시하고 가라고 빵빵거리는 경우가 있다. 그건 좀 심하게 몰상식하고 개념 없는 짓이 아닐 수 없다. "호의(횡단보도 신호 무시를 묵인)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와 같은 급이다. 무시하더라도 원래는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서 무시해야 한다. 남한테까지 자기 습관을 강요하지는 말아야지?

바쁜데 에스컬레이터의 왼쪽 레인의 전방에서 혼자 떡 멈춰 서서 길막 하는 사람이 있으면(오른쪽 레인은 사람들로 이미 꽉 찼고) 나라도 답답해서 그 사람 바로 뒤에서 헛기침 하면서 눈치 주고, 심하면 "실례합니다" 이러면서 비집고 걸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빈 횡단보도에서 빨간불 때문에 서 있는 앞차에게 신호위반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둘은 서로 상황이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다.

3.
견인차는 제아무리 싸제 사이렌을 울리고 불빛을 요란하게 반짝여서 소방차 코스프레를 해 봤자 법적으로 긴급자동차가 전혀 아니다. 저 아저씨들도 먹고 살기 빠듯한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받아 주고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무리해서(특히 신호 위반/정지선 위반 같은 걸 감수까지 하면서) 비켜 준다거나 할 필요 따윈 전혀 없다.

4.
전방의 교차로의 신호등이 파란불에서 노란불로 바뀌었을 때.. 정작 앞차는 서려고 마음먹었는데 뒷차는 "이 정도 타이밍이면 앞차도 그냥 건너가겠지"라고 생각하고 가속을 하는 바람에 뒷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가끔 나곤 한다. 그럼 물론 뒷차의 100% 과실로 찍힌다. 한 차선에 양쪽의 차가 동시에 진입하려다가 서로 상대방을 피하느라 휘청대다 사고 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건 좌우 버전이고, 저건 앞뒤 버전 되겠다.

이런 사고는 비록 과실 판정을 받지 않더라도 앞차의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면, 노란불 때 급히 정지를 할 것 같으면 비상등을 잠시 깜빡여서 "난 설 거다"라고 뒷차에게 알려 주는 게 좋을 것이다. 단순히 브레이크 경고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속도로에서 전방에 갑자기 정체 구간이 나타날 때 비상등을 켜 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이것도 완전 지뢰임..).

정말, 비행기가 이륙을 중단할 수 없는 속도만큼이나, 자동차에도 이 정도로 가속이 됐고 교차로와 가까워졌다면 이제 노란불이 되더라도 교차로에서 설 게 아니라 빨리 통과해야 한다는.. 무슨 한계 속도 같은 개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과 연계하여 그런 걸 안내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건 무인 운전 시스템을 구현할 때도 필요한 알고리즘이어 보이는데?

5.
좌회전 신호가 거의 끝나 갈 때, 아니면 비보호 좌회전인 곳에서 앞차만 믿고 따라 좌회전을 하다가 맞은편의 직진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종종 난다. 이런 건 좌회전한 쪽이 신호 위반에 준하는 굉장히 불리한 판정이 나므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 밖에, 파란불이 돼서 직진을 하는데, 내 옆에는 탑차 같은 큰 차가 있어서 딱히 시야가 확보돼 있지 않다. 그런데.. 무단횡단자나 꼬리물기 차량이 쌩 가로질러 지나가서 옆의 차는 멈췄는데, 나는 그런 게 있는 줄 모르고 계속 직진하다가 그 무단횡단자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도 난다.
이런 건 정말 운이 나빴다고밖에 볼 수 없겠다. 과실이야 부딪친 놈에게 더 크게 잡히겠지만, 무단횡단자는 그저 답이 없다.

6.
예전에도 한번 글로 쓴 적이 있듯이, <블랙박스로 본 세상> 동영상들을 쭈욱 보고 있으면 교통사고라는 게 어쩌다가 나는지 유형, 공통점, 패턴이 쫙 분류된다. 이와 관련하여 본인이 또 느낀 게 있다.

"내가 왼쪽 차로/1차로로 갔던 것은 우회전 할 반경을 얻기 위함이었다!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이러다 사고 나는 게 참 많다는 거.
자매품으로는, "내가 우측 차로로 갔던 것은 유턴 할 공간을 얻기 위함이었다!"도 있다.

나름 버스나 트럭 같은 큰 차를 몰고 있거나, 혹은 승용차라도 도로가 폭이 4차선(편도 2차선) 이하의 좁은 곳이어서 후진 없이 한 번에 돌려고 저런 행동을 했을지 모르지만 저건 뒷차 운전자를 헷갈리게 하며 사고의 위험이 높은 행동이다. 현실에서는 상대방이 병신이 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매우 높은 과실이 잡혀서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며, 차후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는 등 대가를 치른다.

자동차에는 평범한 좌우 회전용 깜빡이만 있지, 유턴이나 고반경 회전을 예고하는 깜빡이는 없다는 걸 명심하자. 또한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헷갈릴 것 없이 우회전은 최고 구석 차로에서만 가능하며 유턴은 1차로에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7.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일단 법적으로는 차도에서 달리는 것이 맞지만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인도 주행도 하며, 운전자의 습성에 따라서는 자전거에서 내린 상태가 아닌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한다. 일부 지역은 횡단보도와 인도에 대놓고 자전거 진행로를 나타내는 차선이 그어지고 전용 포장이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자전거의 진행로는 인도나 차도 하나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자전거 운전자가 유도리 있게 취사선택 가능하게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처럼 자전거가 무슨 떼거지처럼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니.
횡단보도 신호를 따라 천천히 갈 것이고 사고가 났을 때 보행자보다 더 불리하게 처분되는 것에 이의가 없다면 인도로 가고, 횡단보도가 빨간불이더라도 자동차처럼 같이 직진하고 싶으며, 위험하지만 그래도 자동차에 비해서 약자로 대접받는 게 낫다 싶으면 차도로 가게 말이다.

단, 차도로 갈 경우 역주행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법으로 막아야 한다. 역주행을 할 거면 무조건 인도로 가야 한다.
특히 최악인 것은 역주행인 주제에 교차로에서 코너링까지 하는 거.. 자동차 운전자를 정말 놀라게 한다. 이 상태로 충돌 사고라도 나면 자전거 운전자 과실로 몰빵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예 엔진이 달린 오토바이라면 선택의 여지 없이 차도로만 달려야 할 것이고 근처의 횡단보도나 교차로까지 주차· 출차를 위해 불가피한 초단거리 주행을 제외하고는 인도 주행은 금지다. 그리고 차도라 하더라도 최우측 차선에서 자동차의 틈새로 달리는 것도 금지다. 그건 자전거에게만 허용돼 있다. 그 상태로 차량의 도어가 갑자기 확 열려서 개문사고라도 나면 정말 골치 아파진다.

8.
운전자에게 '전방 주시 의무'가 있는 것처럼, 보행자도 차도에 발을 디딜 때면, 동급의 강한 의무까지는 아니어도 '측면 주시'를 강력한 권장 사항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이어폰도 잠시 빼고 말이다.
길 건너편에 목적지 또는 합류할 일행, 탑승할 차가 있을 때 그것만 보고 쪼르르 달려가다가 사고 난다.

한 차선은 직진 차로인데 신호가 빨간불이어서 차들이 서 있다. 한 보행자가 이 틈을 이용해 무단횡단을 한다. 그런데 그 차선의 옆 차선은 좌회전 차선이어서 차들이 달려올 수 있는데 그걸 모르고 지금 당장 텅 빈 것만 보고 건너다가 사고가 난다. 아까 운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큰차에 가려져서 옆 차로에서 달려오는 차를 못 봐서 그 차에 치이기도 한다.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보행자도 당장 지나가는 차가 없는 도로에서 무단횡단의 충동을 얼마든지 느낀다. 그런데 그럴 거면 좌우 측면을 충분히 주시하고 정말 at your own risk로 잽싸게 민폐 안 끼치고 빨리 건너가야 한다. "불륜 저지를 거면 내가 모르게 하고 나한테 걸리지만 마라. 걸리면 뒈진다" 같은 마인드로 말이다. 그럴 자신 없으면 마음 가라앉히고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가야 하지 않겠는가.

9.
그리고 시내버스가 기사 아저씨의 귀차니즘 같은 이유 때문에 인도에 바싹 붙어 정지하지 않고 승객을 하차시키는 바람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앞만 보고 쪼르르 내린 승객이 시내버스의 옆 여백으로 지나가는(특히 우회전) 자동차 내지 이륜차와 부딪치는 거다.

물론 이건 버스 기사의 과실이 최소 70%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멈춰 설 기미가 보이는 버스 뒤에서 다른 차량 운전자도 좀 조심해야 하고, 승객도 발이 차도에 닿을 것 같으면 좌우, 아니 차가 오는 오른쪽 방향을 주시하는 센스가 필요해 보인다. 밖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버스는 문이 열릴 때 밖으로 돌출되지 않기 때문에 택시· 승용차와 같은 급의 개문 사고가 나지는 않는다.

10.
끝으로.. 교통사고라는 건 내지도 당하지도 않아야겠지만, 일단 그런 불행한 이벤트에 말려 버렸다면 상황이 최소한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일은 없게 사후 대처도 침착하게 잘해야 한다.
고속도로 한복판 같은 곳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2차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도 아니고 남이 당한 사고의 수습을 돕다가 사고 현장으로 그대로 돌진해 온 다른 차에 치여서 중상· 사망을 당한 의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지 않다.

"이 정도면 뒷차도 충분히 인지하고서 속도 줄이고 서겠지"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떤 막장 차량이 달려와서 교통사고 현장에 그대로 꼬라박을지 알 수 없다. 그게 운동 에너지에서 질량이 왕창 큰 졸음운전 대형 트럭이 될 수도 있고, v가 왕창 큰 과속 승용차가 될 수도 있다.
차를 최대한 갓길로 빼고, 그럴 수 없으면 사람이라도 차를 벗어나서 도로 밖으로 멀리 대피해야 한다. 차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건 완전 자살행위다.

움직일 수 없는 고장· 사고 차량이 불가피하게 도로를 틀어막게 됐으면 비상등을 켜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트렁크도 열고 차량의 존재감을 최대한 알려야 한다. 사람이 200미터 후방까지 가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하니 삼각대 자체에 무슨 원격조종 동력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밤에는 스스로 터지는 불빛이 가시성이 좋다고 하는데 화약이 들어간 물건이어서 유통과 소지에 제약이 걸려 있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법률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7/01/20 08:37 2017/01/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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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필요악

  • 살인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살인을 저지른 자를 반드시 죽여라"라는 역설적인 법이 필요하다.
  •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군대라는 대단히 비민주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 어린애를 남을 배려할 줄 아는(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 포함)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애가 잘못했을 때는 정도와 수위의 조절이 필요할지언정 체벌 자체는 행하면서 키워야 한다.

필요악이라는 건 성경이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할 뿐만 아니라, 이런 게 없이는 인간 사회가 돌아가고 유지될 수 없다는 걸 굳이 신앙의 힘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본성과 양심이 인지하고 있으며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정치· 비정치 분야를 막론하고 그 너무 당연한 필요악들을 말 같지도 않은 인권과 진보의 이름으로 일부 예외적인 부작용 사례만 부각시키면서 부정하는 애들은 세상을 더욱 망가뜨리고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더 나쁘게 말하면 국가 체제 전복까지 조장하고 있음을 난 확실하게 입증· 폭로할 수 있다.

군대를 예로 들면.. 누구 말마따나 군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조직이지,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조직이 아니다.
군대에서 계급을 없애 보는 삽질은 이미 FM 공산주의 국가이던 소련이 1920~40년대에 두루 실험해 보고는 절대 유지 불가능하다는 걸 친히 입증해 줬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뭐 니골라 당 운운하면서 개인별 영적 접근성을 제멋대로 차별하는 성직 계급에 대한 비판까지는 좋다. 허나, 아예 일체의 호칭과 직분까지 부정하면서 "사람 위에 사람 없다", "목사만 강단에서 설교하는 건 잘못됐다", "불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음 설교 외에 다른 설교는 필요하지 않다" 이런 데에 혹한 사람들이 좋은 교회 세워서 성도들을 훌륭하게 양육해 냈다는 소리는 내가 들은 적이 없다.
사역자에 의한 체계적인 말씀 선포와 성경 강해 없이 '교제'만 하는 건 교회가 아니며 신자가 제대로 자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교회에서 직분이 무슨 필요악이기라도 하다는 건 아니니 이건 성격이 좀 다른 얘기지만.

12. 최대와 최저

사회나 자연에서 어떤 현상을 측정하는 잣대는 최대와 최저가 있는데,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최대 만만찮게 최소를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

  • 교통수단의 경우, 순간 최대 속도보다 전체 표정 속도가 더 중요하다.
  • 건강에서 최고 혈압이 높은 것보다 최저 혈압이 높은 게 더 위험하다고 여겨진다.
  • 10년 이하의 징역보다 2년 이상의 징역이 대개 더 무거운 형벌이다.
  • 낮 최고 기온 38도보다, 밤 최저 기온 28도가 체감상 더 끔찍한 무더위이다.
  • 정치인 선거만 해도.. 최선을 뽑는 것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
  • 친구의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데는 사정상 불참하더라도, 친구의 친인척 장례식 문상에는 어지간해서는 가는 게 좋다. 결혼식은 일시가 딱 정해져 있지만 장례식은 그래도 기간 range가 있는 편이어서 부담이 더 적기도 하다.

이런 것들..
그러니, 배우자처럼 평생 함께할 사람을 고를 때도,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일치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본인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상대방이 굳이 나처럼 철도를 좋아하거나 세벌식을 쓰지는 않아도 된다. 굳이 컴공과 출신이거나 언어학에 관심이 있지 않아도 된다. 그런 것들은 액세서리 옵션일 뿐이다.

허나, 굳이 그런 게 일치하지 않더라도 북괴 정권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고 종북개빨들을 혐오하는 게 일치한다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본인과 장벽이 크게 허물어지고 금세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밑바닥에서 자꾸 부딪치면 다른 전공이나 취미가 일치하더라도 내 경험상 사람이 하나가 되기 굉장히 난감하고 불편해지더라.

13. 전화위복

예전에 인터넷에서 무슨 신문 기사를 봤다. 외국에서 있었던 일인데, 어떤 집에 딸이 다운 증후군에다 지능도 딸리는지 문맹이었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그 아이의 어머니는 그래도 얘에게 딱 맞는 역할이 사회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여러 회사들에다 편지를 넣은 끝에 소원을 이뤘다. 어느 기업의 보안팀에서 기밀 문서들을 파기하는 업무용으로 딸을 취업시킨 것이다.
다운 증후군의 특성상 기계적인 단순노동에 싫증 내지 않고 집중 잘하고(포레스트 검프??), 결정적으로 문맹인지라 기밀 문서를 봐도 뭔 말인지 모르니 저런 일에는 쟤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고 한다. 세상에~!

하긴, 맹인이 안마사 일을 하는 것도 저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적절한 거다. 안마사는 사람 알몸을 만지는 직업이니까.
또한, 왕조 시대엔 '내시'(환관)가 괜히 있었던 게 아니지.
장애(disability)가 오히려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경우라 하겠다.

과수원에 태풍이 불어서 낙과가 왕창 발생해 버렸는데..

  • 어디서는 어려운 농가를 돕자는 차원에서 그나마 손상 정도가 덜한 낙과들을 반값만 매겨서 "상품성이 좀 떨어지지만 사 주세요" 운동을 벌이는 식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 한편, 일본 어디에서는 떨어지지 않은 소수의 과일들을 "혹독한 태풍도 견뎌 낸 특급 과일" 이렇게 오히려 프리미엄을 붙여서 비싸게 파는 마케팅이 성공하기도 했댄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인도 한글(과 한국어)을 굳이 알파벳처럼 만들려는 연구를 하지는 않는다. 한글이니까, 발상을 달리하여 타 언어· 문자와 구조적으로 다른 대신에 이런 완전히 새로운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14. 침

국어에서 '침'이라는 단어는 순우리말로는 입 속의 타액을 뜻한다. 그러나 한자어로는 길쭉하고 끝이 뾰족한 바늘을 뜻한다(針). 사실, 한의학에서 꽂는 침도 이것과 비슷한 물건이지만 한자는 또 다르다(鍼).
타액과 바늘· 가시는 언어적으로 서로 전혀 관계가 없는 개념이며 소리만 우연히 일치할 뿐이다. 그러므로 순우리말 침과 한자어 침은 동음이의어 관계이다. 하지만 두 침이 같은 문맥에서 므흣하게 섞여 쓰이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먼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
모기는 시각이 아닌 이산화탄소와 땀냄새로 사람을 찾아낸 뒤, 바늘 역할을 하는 뾰족한 주둥이를 피부 내부로 찔러 넣는다. 그 다음에는 흡혈 중에 혈액의 응고를 막기 위해서 진짜 자기 타액도 주입한다. 이게 인체와 이상한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모기가 떠난 뒤부터 우리가 다 잘 아는 가려움과 붓기를 유발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도대체 어떻게 하나도 안 아프게 감쪽같이 해치우는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혈당 체크를 위해 눈꼽만치만 피를 뽑으려 해도 최소한의 따끔은 감수해야 하는데.. 무통 채혈 기술은 모기한테서 배워야 할 지경이다. 신묘막측한 기술로 통점을 감쪽같이 피해 간다고도 한다. 하긴, 모기가 피를 빨아먹는데 따끔거렸다간 모기는 절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테니.

모기는 원래 식물의 체액만 빨아먹는 놈이었는데 인간의 타락 이후에 습성이 변태같이 바뀐 대표적인 해충일 것이다. 병원균까지 옮기는 아주 해로운 놈인데, 이런 놈이 파리보다 훨씬 둔하고 비행 능력이 떨어져서 그나마 잡기는 쉬운 게 다행이라 하겠다.

그 다음으로 스타크래프트 저그 유닛인 히드라리스크가 있다.
히드라의 공격은 설정상 등뼈에 붙은 가시를 날리는 것이다. 물론 종족 밸런스 때문에 무리해서 range 공격으로 만들어 준 것이지, 현실에서는 좀 무리가 있는 설정이다.

설정과는 달리, 게임상으로 보기에 히드라가 공격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침을 뱉는 것 같다. -_-;;;
뭔가 초록색 체액이 날아가는 듯한 게 針이 아니라 '침'인 것이다. 뽀잉 뽀잉~ 소리도 퉤퉤 침뱉는 것처럼 보인다.
옛날에 스타를 빛낸 100명의 유닛들이라는 이상한 패러디 노래에서도 "가래침은 히드라 갑빠 울트라" 이런 가사가 있었다.

세상에, 저글링도 발톱으로 할퀴어 대는데 더 거대하고 흉포한 히드라리스크가 참 지저분하고 불결한 방식으로 공격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hydra-가 hydro-를 연상시켜서.. 역시나 뭔가 더욱 액체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비록 어원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히드라 네놈은 여러 모로 공격 수단이 spitting으로 굳어져 가는구나. 뭐 이런 잡생각을 했다.

15. 총질

스포츠 사격과 군대 사격, 펜싱과 검도, 물감과 포스터칼라, 크레파스와 파스텔 등..
체육과 미술 분야에는 뭔가 서로 비슷해 보이는데 용도가 다른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사격 같은 경우 스포츠 사격은 군대 사격보다 훨씬 더 가까이서 쏘고 표적도 더 작고, 총은 더 무겁고 반동이 적고 격발이 훨씬 더 쉽게 되는 걸 쓴다. 한쪽을 잘하는 감으로 다른 한쪽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스포츠 사격 금메달리스트가 곧장 군대 특등사수 저격수와 호환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총은 총알이 날아가는 궤적이 눈으로 안 보이니 궤적에 대해서 온갖 잘못된 오해가 나돌기도 하고, 실생활에서의 대미지가 너무 사기급이다 보니 각종 게임에서는 대미지가 너무 너프다운돼 있다.
많이 빗나갔다가 한번 명중해 버리면 그냥 '윽!' 즉사인데.. 그게 게임에서는 각각의 총알이 대미지를 찔끔찔끔 조금씩 주는 식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런데 "총은 살살 쏘면 안(덜) 아파요. ^^" 이런 말은.. 참 귀엽게 들린다. 살살 쏘면 격발도 좀 덜 시끄럽게 할 수 있으려나? =_=;;;; 총을 일종의 냉병기 같은 관점에서 본 거 같다.
뽕 맞은 마린은 총을 세게 쏘니까 연사력과 단위 시간당 대미지가 올라가기라도 하는가 보다. ㅋㅋ

16. 청소

청소를 해 보면.. 뭔가 기하급수 스케일이 느껴진다. 치우고 없애고 제거해야 하는 물질의 스케일이 얼마인지에 따라서.. 동원하는 도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엄청 큰 덩어리는 손으로 들어서 치우면 된다.
팔로 안아야 할 정도로 큰 놈이 아니라면 집게로 집어서 치울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일일이 손으로 집기에는 작고 많은 이물질은 빗자루로 쓸어 담는다.
빗자루 스케일보다 약간 더 작고 많은 이물질은 청소기를 돌려서 수월하게 제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빗자루 클래스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먼지들은 걸레로 닦아서 제거하게 된다.

이렇게 청소 도구를 교체하게 하는 이물질의 크기 경계는 실제값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로그를 씌워서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반도체 공장 같은 데서 먼지 제거 청소를 하는 스케일은 더욱 작아질 테니까!!

17. 일광량과 하늘 색깔로부터 시간대 추정하기

동서남북 방향(= 그림자 방향)을 전혀 모른다고 가정할 때, 깜깜한 밤도, 벌건 대낮도 아닌 적당히 짙푸르거나 노을 낀 누런 하늘의 바깥 사진 한 컷만 보고 이게 해가 뜨는 중인지(새벽이나 아침), 해가 지는 중인지(저녁) 판별이 일반적으로 가능할까?

굉장히 알쏭달쏭한 질문인데..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두 하늘은 날씨가 동일하다면 색깔 차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고 한다. 그러니 다른 단서가 전혀 없이 색깔만 봐서는 진~짜 원칙적으로는 시간대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의외다. 하긴, f(x)의 값 하나만 달랑 보고는 변화량에 속하는 f'(x)의 값을 추론할 수는 없긴 하겠다.

이 말인즉슨, 영화나 드라마 찍을 때 저녁이나 새벽 씬을 편의상 그 반대 시간대에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영화업계에서는 가상의 선박을 찍을 때도 비용 절감을 위해 한쪽 현만 세트를 만들어 놓고는 좌우 미러링을 해서 좌현과 우현을 다 구현하는 게 관행이다(타이타닉, 연평해전..). 하물며 새벽과 저녁쯤은 손쉽게 바꿔치기 가능하겠다.

영화업계에서 온갖 꼼수를 써서 저비용 트릭을 구현하는 원리를 보면 마치 고도의 마술 테크닉 같기도 하고, 486급 컴퓨터에서 Doom 같은 게임을 돌리기 위해서 존 카맥이 고안해 낸 온갖 기상천외한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보는 것 같다. 그.. 부동소수점의 특성을 이용해서 제곱근 역수(= 벡터 정규화를 위한 연산)를 굉장히 빠르고도 상당히 정확하게 구하는 알고리즘처럼 말이다.

18. 해발 고도의 기준

본인은 올해 등산 엄청 많이 다녀오면서 100~200m짜리 언덕부터 시작해 400m는 넘는 것까지 다양한 산을 올랐다.
산의 높이를 논할 때 통용되는 잣대는 해발 고도이다. 쉽게 말해 해수면으로부터의 높이이다. 에베레스트 8848, 백두산 2744, 한라산 1950 이런 것들도 해발 고도이다.

이것 말고, 해당 행성의 중심부로부터의 거리(!!)라든가, 바다가 없다고 치고 그 밑의 대륙 뿌리까지 다 쳤을 때의 높이 같은 꽤 마이너한 잣대도 있다. 그런 기준을 적용하면 지구상엔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산도 있다.
또한,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행성의 산의 높이를 논할 때는 선택의 여지 없이 저런 생소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해발 고도는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마냥 장땡이 아니다. 해수면의 높이는 시시각각 변할 뿐만 아니라 어느 바다의 해수면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1m를 빛이 진공에서 진행한 거리가 아니라 미터 원기 내지 지구 자오선 길이를 기준으로 정의했던 것만큼이나 절대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 앞바다에서 밀물 최대와 썰물 최소를 평균한 해수면 높이를 표준 높이로 규정하고, 이를 산의 높이를 재는 잣대로 사용한다. 백두산의 높이 2744는 일제 강점기 때 저 기준으로 측정되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금도 저 해수면 높이를 사용한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평양에서 가까운 앞바다를 기준으로 삼아서 백두산 높이가 2750 정도로 미묘하게 더 높다고 본다.

사실, 2016년 10월인가 그때는 딱히 태풍· 폭우나 온실효과도 없었는데 태양과 달의 배치만으로 바다의 수위가 올라가서 인천과 목포 해안 저지대가 잠시 침수되기도 했다. 이런 게 과연 천체의 인력이구나 싶다.
마치 철도나 도로의 기점 표지판이 있고 산에도 "여기 위치 좌표가 xxx입니다" 표지판이 있는 것처럼.. "이 지대의 높이가 해발 몇 m입니다"이라는 해발고도 원점 표지판도 만들어진 게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인하공전 캠퍼스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7호관과 도서관 사이이며, 인터넷 지도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인하공전에는 보잉 727 실습기뿐만 아니라 레어템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17/01/11 08:29 2017/01/1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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