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종 어차(1903)

황제의 즉위 무려 40주년을 기념하여 도입됐으며(참고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60년이 넘었다만..), 이게 한반도 땅에서 최초로 달린 자동차이다. 차종은 '포드 모델 A'이라는 2도어 오픈카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확실치 않으며, 자동차 역사 연구자 사이에서 그게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런 거야말로 고종 실록 같은 데에 수록되지 않았나?

허나, 이 차는 얼마 못 가 러일 전쟁 기간 중에 소실된 관계로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 시절에 자동차는 얼마나 비싼 물건이었을 텐데, 명백한 사고 폐차도 아니고 러일 전쟁 자체가 한국 땅에서 벌어진 것도 아닌데(청일 전쟁이 아님), 도대체 그 당시에 국가 자산 관리가 얼마나 막장으로 되고 있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그래서 얘는 가정사로 치면, 첫째 자식보다 먼저 태어났지만 이름도 없이 일찍 죽은 형· 누나 정도의 존재감으로 취급된다.

2. 순종 어차(1913)

일제 강점기가 된 뒤에 데라우치 총독이 자기 차와 더불어 조선 황실에 대한 예우를 위해 선물해 준 차라고 한다. 1911년엔 고종 어차 시즌 2로 영국제 다임러 리무진이 들어왔고, 1913년에는 순종 어차 명목으로 더 큰 캐딜릭 8기통 리무진이 들어왔다. 고종-순종 부자가 타라고 차를 두 대 구매했으나, 실소유자는 곧 순종-왕비 부부로 바뀌었다. 도입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운전대는 명백하게 오른쪽에 있다.

이 차들에 대해서도 도입 시기에 대해서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건 아니다. 1911-1913년 도입이라고 하는데 다른 자료에서는 한참 나중인 1918년식이라는 얘기도 있고. 저래 뵈어도 엔진의 배기량은 5000cc가 넘는데 제원상 최대 출력은 30몇 마력밖에 안 됐다는 것 역시 참 안습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자동차 기술의 한계가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들은 엄연히 현재까지 국내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 된 자동차 실물이다. 그리고 저 차종 자체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차량이 전세계적으로 극소수인데, 한국에 있는 물건은 보존 상태가 양호해서 세계 자동차 역사의 관점에서도 유물로서 가치가 대단히 높다고 한다. 6· 25 전쟁의 포화까지 견뎠을 정도이니, 얼마 타지도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고종 어차 최초 도입분과는 운명이 정반대이다.

일단 아래 사진에서 왼쪽 것이 1911년도 다임러 리무진이고 오른쪽 것이 1913년도 캐딜락 리무진이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이 서로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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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때는 흙 묻고 빛 바래고 먼지가 수북이 앉은 채로 창덕궁 차고에 방치돼 있었으나, 1990년대 말에 현대 자동차와 영국의 올드카 복원 전문 업체가 협력해서 표면을 광 내고 대대적으로 보수를 했다. 복원하는 덴 시간이 5년에 가깝게 걸렸으며 비용도 10억 원가량이 들었다고 한다.

복원 작업은 2001년 말에 완료됐으며, 이 덕분에 어차는 완전히 새 차처럼 변했다. 캐딜락의 경우 원래 검정이었는데 표면 도색도 빨강으로 바꾼 듯하다. 현재 이들은 경복궁 안의 국립 고궁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캐딜락 리무진의 before과 after를 대조한 것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했다. 저 차들이 191X년대에 갓 들여 온 직후에는 저렇게 반들반들 윤이 났을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지금 시퍼렇게 녹이 슬었다고 해서 그게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퍼렇지는 않았으며(동상은 원래 갈색· 구리색임), 옛날 사진이 지금 누렇게 바래 있다고 해서 옛날 그 당시의 풍경 자체가 누렇게 바랬던 건 아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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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 일성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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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다름아닌 북한의 수괴인 김 일성이 몰고 다니던 승용차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구소련 시절의 자동차이다.
구소련이라 하면 총(AK47!)과 비행기(AN-??)와 우주선은 만들었어도 정작 고유 모델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정보는 영 생소하다. 저건 ZIS 110이라는 모델로, 1948년에 김 일성이 스탈린으로부터 선물받았다고 한다.

김 일성은 이 차를 즐겨 몰고 다녔다. 6· 25 전쟁 중에는 안전한 후방에서 보고나 받고 명령만 내린 게 아니라, 경북 왜관까지 남하해서 전선을 시찰하고 북한군 병사들을 지휘했다고 한다. 고속도로도 없던 와중에 참 멀리까지도 내려왔다. 낙동강을 사수하네 마네 하던 리즈(?) 시절엔 그야말로 한반도 전역의 적화통일이 코앞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는데 1950년 가을, 인천 상륙 작전으로 인해 전세가 역전되었고 김 일성은 시급히 후퇴를 해야 했다. 평양까지 빼앗기고 계속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앞은 강으로 가로막혀 있고 다리가 없고 차량으로는 도저히 건너갈 수가 없었다. 다른 길로 뺑뺑이를 칠 수도 없고.. 그래서 김 일성은 (아마 눈물을 머금고) 자기 애마를 어쩔 수 없이 버리고 도망쳤다고 한다. 난 차량이 남한에서 노획되었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 차량은 1950년 10월 22일, 평양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km쯤 떨어진 청천강 근처에서 남한 국군(6사단 수색대)에 의해 발견되고 노획됐다. 국군이 38선을 최초로 넘어서 국군의 날이 시초가 된 10월 1일 이후로 정확히 3주 만의 일이다.
이걸 최초로 발견하고 신고한 병사가 누군지를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검색은 더 귀찮아서 안 하련다. 그 병사는 당연히 큰 포상을 받았다.

김 일성의 리무진은 대한민국의 국고로 귀속됐다. 김 일성은 차만 버렸지 차키까지 놔 두지는 않았겠지만, 그 시절의 옛날 차들은 지금 같은 첨단 이모빌라이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타터 모터의 배선만 연결하면 강제 시동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차가 그때 이후로 줄곧 한국에서 애지중지 보존되어서 반공 안보 교육(?) 아이템으로 쓰였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승만 대통령은 1951년, 미 8군 사령관이던 월튼 워커 장군의 부인에게 이 차를 선물로 줬다. 워커 장군은 잘 알다시피 1950년 12월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통사고로 한국 땅에서 순직했기 때문이다(교전 중 전사는 아니고..).

부인 되시는 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인수했지만 차는 곧 고장 났다. 냉전 중에 미국에서 적성국인 구소련제 차량은 부품을 구해 유지 보수를 하기도 어려웠던 관계로, 그녀는 차를 또 처분해 버렸다. 그렇게 김 일성 리무진은 미국 땅에서 정처 없이 30년 가까이를 방황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차가 사고가 나고 폐차됐다면 김 일성 리무진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랬는데 사단법인 유엔 한국 참전국 협회라는 단체에서(대표: 지 갑종) 1970년대에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이 차의 소재를 미국에서 찾아 냈으며, 뉴저지에 소재한 어느 자동차 수집상으로부터 거금을 주고 1982년에야 그 차를 한국으로 도로 역수입을 해 왔다. 먼 나라로 수출되었던 포니가 20여 년 뒤에 드라마 촬영을 위해 도로 역수입된 것처럼. 그때 고맙게도 대우 그룹 김 우중 회장이 재정적인 지원을 해 줬다고 한다.

또한, 그때 이래로 지 회장이 러시아 엔지니어까지 초청해서 관리를 잘 한 덕분에, 김 일성 리무진은 현재도 간단한 정비만 하면 곧장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한다. 이분은 6· 25 전쟁 휴전 60주년을 얼마 남기지 않았던 2013년 7월 16일, 차량을 전쟁 기념관에다 기증했다. 덕분에 우리는 전쟁 기념관에서 김 일성 리무진과 동시에 곧 소개할 이 승만 리무진도 나란히 관람할 수 있다.
참고로 6· 25 전쟁을 계기로 김 일성은 자기 애마뿐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에 있던 자기 별장도 빼앗겼다.

4. 이 승만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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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일성 차량에 비해 이 승만 리무진은 설명할 게 훨씬 없다. 1956년에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의전용 방탄 캐딜락이다. 그러므로 전쟁 중에 굴러다닌 건 아님. 애초에 이 승만은 6· 25 때 피난도 자차가 아니라 열차를 타고 갔다.

얘는 어차처럼 창덕궁에서 보관되어 오다가 2000년부터 전쟁 기념관으로 옮겨져 전시되었으며, 2013년경에는 역시 때 빼고 광 내는 부분적인 복원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이 작업은 당연하지만 구한말 어차를 복원하는 것만치 힘들고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차 역시 당장 시동 걸고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정태를 넘어 동태보존 상태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28 08:31 2016/04/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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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라는 물건은 차체의 크기와 엔진의 배기량 같은 전반적인 규모를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고, 같은 규모라면 사람을 태우는 것과 화물을 싣는 것을 각각 얼마만큼 비중을 뒀느냐에 따라서도 여러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사람에 초점을 두면서 덩치가 커지면 버스가 되고, 화물에 초점을 두면서 덩치가 커지면 트럭이 된다.
그런데 전문적인 트럭이나 버스로 불리기에는 작은 승용차급 크기에서도 생각보다 다양한 차종이 존재한다.

가장 흔한 건 5명이 타고 짐은 뒤의 트렁크에 싣는 '세단'이다. 세단은 객실과 화물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정숙성 면에서 좋다. 그러나 짐을 높이 쌓기 어려우며, 이런 화물칸에다가 성인용 자전거 같은 건 접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실을 수 없다.

옛날에는 해치백이라고 뒷부분에 위로 열리는 문이 달린 차량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라는 포니부터가 해치백이었고, 그 뒤에 르망이나 프라이드(초기 모델)도 해치백이었는데 요즘 국내에서는 해치백 승용차는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 해치백은 통상적인 승용차보다 더 큰 SUV의 전유물이 된 듯하다.
해치백은 세단처럼 뒤에 뭔가 돌출된 부위가 없다 보니, 유체역학적으로 볼 때 뒷유리에 먼지가 더 잘 쌓이고 더러워지기가 쉽다. 그래서 뒷유리에도 와이퍼가 달려 있다.

요런 5인승 승용차/SUV급 체형에다가 뒤에 트럭처럼 짐받이도 장착된 차량을 특별히 '픽업트럭'이라고 하는 것 같다. 미국 시골에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평범한 세단형 승용차가 아니라 픽업트럭이 자가용으로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험지를 종종 달려야 하니 차체가 크고 튼튼할 필요가 있으며, 땅 넓고 길 넓고 단독 주택에 자기 차고도 있고, 기름값 싸고 배기량 규제도 없으니 큰 차 굴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 인건비가 비싸서 어지간한 가사노동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 갈 때처럼 짐을 많이 실을 일 있을 때도 용달차를 부르기보다는 자차로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이러니 미국의 시골 문화에는 큼직한 픽업트럭이 어울린다. 영화 <킬 빌>에서 빌의 동생 버드는 사막 한가운데의 어느 컨테이너에서 살았던 한편으로 자가용이 픽업트럭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자동차 문화라는 것도 참 가난하고 열악하고 배고픈 여건 속에서 태동했다. 수출을 위해서 무작정 중공업을 육성했는데, 그래도 외화는 목숨 걸고 아끼려고 기름값에 세금 왕창, 자동차 배기량에 세금 왕창..;; 고위 공무원들의 관용차에도 4기통보다 더 큰 차는 금지시켰을 정도다. 또한, 소비자에게만 규제를 넣은 게 아니라 심지어 자동차 제조사에도 생산 가능한 자동차의 종류까지 규제를 했다.

그러니 국내에서 생계형 미니 용달 화물차는 기아 자동차의 전신인 기아 산업에서 만든 삼륜차부터 시작했다. 삼륜차는 내가 몇 차례 예전 글에서 소개한 바 있으니 이 자리에서 사진 첨부는 생략하겠다.
그 후 1974년에 기아에서는 잘 알다시피 '브리사'라는 승용차를 내놓았는데, 사실은 그 전 1973년 여름에 베타테스트 명목으로 브리사의 전신인 픽업 트럭을 먼저 내놓은 적이 있었다. 브리사는 상용차부터 출시된 뒤에 그걸 베이스로 나중에 만들어진 승용차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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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에서 나온 포니 역시, 앞좌석까지만 동일하고 뒷부분은 짐받이로 대체된 픽업 트럭 에디션이 응당 있었다. 최대 적재는 400kg 남짓까지 가능했다.
포니나 SMC 덤프트럭 같은 옛날 차들을 보면 엔진룸은 요즘 자동차보다 더 길고 각지게 돌출돼 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면 들어있는 부품은 생각만치 조밀하지 않고 듬성듬성해 보이는 게 인상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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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화물차이긴 한데 천장이 있고 외형은 승용차와 동일한 일명 3도어 '밴' 에디션도 있었다.
포니 이후에 엑셀까지 밴 에디션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진 첨부는 귀찮은 관계로 생략하겠다.
엑셀은 포니와는 달리 원래 세단인데 밴은 해치백? 쿠페? 스타일이니 이것도 인상적이었다.

기아와 현대에서 픽업트럭을 내놓는 동안 대우 자동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래의 요놈은 휠 모양을 보아하니 맵시나 기반인 것 같은데 내가 어렸을 때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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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것보다도 내가 더욱 신기하게 여기는 추억의 자동차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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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승용차의 픽업트럭 파생 에디션이 아니라, 아예 트럭에 더욱 근접해 있는 형태이다. 앞부분은 엔진룸이 돌출돼 있고 좀 승용차처럼 생겼지만, 그래도 앞의 차체와 뒷바퀴 휀다는 짐받이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짐받이는 후면뿐만 아니라 측면까지 모두 열어 젖힐 수 있다. 일반 트럭처럼 말이다. 승용차로 치면 딱 봐도 그랜저/쏘나타급의 중대형의 덩치이고 적재 용량 역시 7~800kg에 달했다.

실제로 엔진의 배기량도 2000cc급이었고, 휘발유가 아니라 '디젤' 엔진 기반이었으니 더욱 트럭에 가깝다. 걍 1톤 트럭의 약간 마이너 버전이다. 크고 무거운 디젤 엔진을 승용차에다 얹으려다 보니 그 당시 기술로는 부득이하게 중앙이 불룩 튀어나온 전용 보닛이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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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대우 자동차는 독일 오펠 사로부터 수입한 승용차용 디젤 엔진을 얹기도 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는 디젤 승용차의 원조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당시의 현대/기아 계열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기록이다. 그러니 픽업 트럭 역시 휘발유 에디션(흰 놈. 제미니/맵시나 기반)과 디젤 에디션(파랗고 더 크고 엔진이 불룩한 놈. 로얄 디젤 기반)이 모두 존재했다고 한다.

요놈은 그 당시 웬일로 '맥스'라는 차명이 붙었으며, 1988년까지 생산되다 단종됐다.
본인은 25년 가까이 전의 어린 시절, 집에서 피아노를 구입했을 때 피아노가 바로 이 맥스 픽업트럭의 짐받이에 실려서 오는 걸 본 기억이 있다. 그 차의 색깔도 딱 저런 파란색이었다. 그 피아노는 2016년 현재, 아직도 본인의 고향집에 있다.

그에 반해 요즘은 트럭은 기본이 1톤 단위로 시작한다. 그것보다 더 작은 '경상용차'는 국내 유일의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걸로 안다. (적재 하중 550kg)
경차에게 주는 법적 혜택이 워낙 독보적인 관계로, 이 차량은 비록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마진이 남는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생계수단 장사 밑천으로서 기본적인 판매 수요는 절대보장이다.

다만, 원가 절감을 위해 자동 변속기, ABS, 에어백, 자세제어, 그딴 거 하나도 없..다. 안전 테스트도 결과에 관계없이 단종돼서는 안 되는 차량이라고 꾸준히 열외· 면제-_-돼 왔고, 사고 시에 연료가 새는지, 디젤 엔진이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지 이런 것만 검사를 받아 왔다. 뭐 현실이 그렇다.

그러고 보니 트럭 중에도 옛날에는 포터에 1.25톤짜리 바리에이션이 있었고, 기아의 점보 타이탄 중에는 1.4톤 모델이 있어서 오늘날 1톤과 2.5톤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걸 찾을 수 없다. 엔진음이 여자 톤에서 남자 톤으로 바뀌는 과도기적인 체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상. 오늘은 소형 트럭 쪽에서 특별히 픽업트럭를 중심으로 옛날 차들을 회상해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23 08:33 2016/04/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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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음속 자동차

예전에 한번 하이브리드 교통수단에 대해 논하면서 초음속 자동차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저 바닥도 이제 시속 1000km를 훌쩍 넘어 서양권의 상징인 시속 1000마일을 추구하는 경지에 가 있다. (☞ 전투기 엔진에 티타늄 바퀴.. 초음속車, 시속 1609km 돌파하라)

시속 200~400 정도까지를 내는 통상적인 스포츠카 슈퍼카도 아니고 초음속 자동차 정도까지 되면 실용적인 관점에서야 당연히 돈지랄의 극치일 뿐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수(프라임)를 발견한다거나 원주율을 몇백억 자리까지 더 구한다거나, 액체 질소까지 동원한 극한의 오버클럭질로 컴터 속도를 8GHz가 넘게 끌어올린다거나, 멀쩡한 코드를 마개조해서 난잡한 코드 경연대회(IOCCC) 출품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그냥 그 분야의 지적 호기심과 기술의 극한을 추구하는 연구라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한다.

차는 적당하게 빠르게 달려서 맞바람을 맞으면 일반적으로는 아주 좋다.
사람만 시원한 게 아니라 엔진도 라디에이터를 통해 그렇게 바람을 쐬어 줘야만 냉각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냉각수를 사용하는 수랭식이지만, 그 냉각수를 식히는 데는 이런 공랭식 메커니즘이 기여하는 게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자동차가 엔진 공회전을 너무 오래 하고 있으면 위험한 이유는.. 그런 맞바람에 의한 라디에이터 냉각 효과가 없는 상태에서 엔진이 계속 돌아가며 열을 받기 때문이다. 단순히 연료 절약이나 배기가스 환경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땅에서 차량이 상상을 초월하게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야 도대체 '공기와의 마찰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고, 심지어 타이어가 구름 마찰력조차 감당을 못 해서 타 버리는 처지가 되는지 나로서는 실감이 안 간다.
콩코드 정도로 날면 성층권에서도 공기와의 접촉 부분이 섭씨 몇백 도대로 올라간다고 그러고, 무슨 재돌입하는 우주왕복선쯤 되면 공기와의 마찰열이 심각한 수준이 된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어느 것이든 감이 안 잡히긴 마찬가지이다.

저런 초음속 차량은 엄청난 가감속 거리 때문에 자동차 회사 연구소 안의 도로에서도 테스트를 할 수 없으며, 미국이나 호주 같은 넓은 대륙 안에 있는 사막에서 최하 30km에 가까운 직선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 하긴, 소닉 붐 소음 문제도 있으니 비행기는 바다 위에서만 초음속 비행이 가능할 것이고 자동차의 초음속 주행 가능 장소는 먼 사막 아니면 답이 없겠다.
아니면 아예 지하로 내려가든가. 육상 교통수단이 일말의 실용성을 유지하면서 저렇게 초음속으로 달리려면 진공 튜브 속을 달리는 궤도 기반 대중 교통수단으로 가야 하지 싶다.

오로지 찰나의 순간이나마 최고 속도만을 최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음속 자동차는 피스톤 회전 엔진이 아니라 제트/로켓 엔진 기반이며, 정지 상태에서 대략 55초 정도면 최고 시속 1609km에 도달한다고 한다. 같이 참고할 만한 비교 대상은 다음과 같다.

  • 나로 호는 발사 54초 만에 음속을 넘어섰다. 물론 얘는 수평 주행이 아니라 중력을 정면으로 거스른 수직 상승부터 시작한다는 게 감안할 점이다.
  • 한편, 프랑스의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은 1000마력짜리 엔진으로 정지 상태에서 최고 시속 400km까지 55초가 걸린다고 한다.

부가티 베이론은 시속 400이 55초니까 4로 나눠서 제로백은 13초냐 하면.. 그건 당연히 전혀 아니다.
얘는 제로백은 무슨 오토바이가 튀어나가듯이 단 2.9초 만에 달성된다. 200km/h가 7.3초, 300km/h가 16.7초여서 속도가 증가할수록 추가적인 가속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지고 힘들어진다. 공기 저항과 엔진의 역학적 한계 때문에 경제 속도와는 갈수록 멀어지는 셈이다.

준중형급의 일반 양산형 승용차는 연비 따윈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야 제로백이 10초대에 나올까 말까다. 그런데 작용/반작용 비행기 엔진도 아니고 피스톤 왕복 엔진만으로 그 커다란 차체가 3초 이내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건 가히 사기적인 성능이 아닐 수 없다. 아예 비행기 엔진을 표방하는 초음속 자동차라면 운전자는 처음엔 거의 누운 자세로 있어야 하며, 출발인지 발사인지 직후엔 무슨 전투기 급가동 때처럼 몇 G의 가속도에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걸 견디야 한다.

부가티 베이론의 경우, 시속 400km 상태로 30분을 달리면 믿거나 말거나 타이어가 홀랑 타 버린다고 한다. 고속 주행에 최적화돼서 비행기 랜딩기어급으로 무진장 비싼 전용 타이어를 써도 그런다. 하지만 시속 400km 상태로 15분을 달리면 연료가 먼저 바닥나 버리기 때문에 타이어가 타는 걸 실제로 볼 일은 없다고 한다.;;;

초음속 자동차야 고무 타이어로는 아예 택도 없고, 티타늄이라고 100% 금속 재질인 타이어를 쓴다고 한다.
시속 500~600km를 넘어서는 시점부터는 고무 타이어가 마찰열을 버티지를 못하는데, 사실은 쇠바퀴로 쇠 레일 위를 달리는 철도 차량도 비슷한 속도 영역에서 비슷한 원천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자동차와는 달리 마찰 때문에 바퀴가 타 버리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지만, 그 반대가 문제다. 마찰이 너무 작은지라 바퀴가 레일 위를 미끄러지고 혼자 헛돌아 버리기 때문에, 더 가속을 할 수 없다.

그러니 궤도 교통수단이 그 이상 속도를 내는 건 아예 지상에서 살짝 뜨는 자기 부상 열차 쪽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철저히 통제를 받으면서 지상에서 정~말 조금만 미묘하게 뜨는 걸 말한다.
도로를 달리는 초음속 자동차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한편으로, 고속 주행 중에 차체가 떠 버리지 않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비행기처럼 아예 이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뜨면 조향이 안 되고 차를 통제할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초음속 자동차는 제동도 여느 자동차처럼 디스크/드럼 방식 브레이크로 하는 게 아니다. 초음속을 달성한 후엔 최대한 어서 감속하고 안전하게 정지해야만 테스트 도로에서 오버런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후방으로 낙하산까지 펴면서 별 짓을 다 해야 한다. 여러 모로 통상적인 자동차의 개발 방법론이 통하지 않으며, 공중에 뜨지만 않을 뿐 비행기나 다름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왕복 엔진에 고무 타이어를 쓰는 자동차가 그냥 몇백 m 깊이까지만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반적인 잠수함이라면, 초음속 자동차는 경제성을 희생하고라도 1만 미터 아래의 해구 밑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게.. 작고 둥글고 단단하게 아주 극단적으로 특수하게 설계된 잠수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잠수정은 내려갈 때는 추를 달고 내려갔다가 뜰 때는 그걸 버리고 와야 한다. 그리고 너무 강한 압력을 버텨야 하는 관계로 유리창도 못 만든다. 초음속 자동차가 최고 속도를 찍었다가 금세 낙하산 펴고 허겁지겁 감속을 해야 하듯, 저것도 정말로 내려갔다가 허겁지겁 올라오는 것 자체에만 의미가 있다.

2. 비행기의 실속

그럼 다음으로는 진짜 비행기 얘기이다.
지난 2013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공군 기지를 출발한 보잉 747 기반의 미국 화물기가 추락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비행기는 이륙하여 잘 상승하나 싶었는데 얼마 못 가 실속에 빠져 공중에 멍하니 있더니만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쳐 버렸다. 추락 지점엔 대폭발이 발생했고, 승무원 7인은 안타깝지만 전원 끔살을 면치 못했다. 이 추락 과정은 주변을 주행하던 자동차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되어 기록으로 남았다.

이 비행기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것일까?
녹화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아마 테러 공격을 의식해서(아프가니스탄임) 고각으로 무리하게 급상승을 시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것 자체는 블랙박스 영상만 보고 판단 가능한 사항이다.

그런데 이 비행기에는 장갑차가 몇 대 적재돼 있었서 굉장히 무거운 상태이기도 했다고 한다.
인제 와서는 확인을 할 방법이 없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급상승 중에 장갑차를 고정하던 장치가 풀려서 화물들이 와르르 구르고 무게중심이 엉망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다. 이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서야 비행기가 저렇게 어처구니없게 땅으로 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거 무슨 세월호 침몰과 비슷한 과정인 것 같았다.
급상승은 배로 치면 급선회, 급변침이다. 세월호는 그걸 시도하다가 짐들이 와장창 굴러서 한데 쏠렸으며, 이 때문에 배 전체가 기울고 급기야 벌러덩 나자빠져 침몰해 버렸다.

저 화물기도 급상승으로 인해 화물 쏠림 → 기우뚱 → 실속 → 추락이라면 정말 세월호와 비슷한 방식으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기계 자체의 결함이나 외부 피격이 아니라 스스로 잘못된 조작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했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비행기와 배는 땅 위를 굴러가는 게 아니라 유체 위 또는 속을 주행하는 물건이니 무게 배분과 중심 잡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고정익 비행기는 한번 자세가 잘못돼서 양력을 잃었으면 무슨 자동차마냥 액셀을 밟아서 엔진 출력만 낸다고 해서 바로 다시 뜰 수 있는 게 아니다. 충분히 하강하면서 공기를 타고 속도를 얻어야 다시 뜰 수 있다. 그럴 만한 충분한 고도가 없으면 그냥 추락.;;
그러니 비행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뭐, 헬리콥터는 고정익은 아니지만 고정익보다 더 불안하고 위험하면 위험했지 사정이 나은 건 절대 아닐 테고.

3. 우주로 가는 방법

물체를 단순히 양력을 이용해서 잠깐 공중에 띄우는 게 아니라, 아예 지구 대기권 밖의 우주로 보내려면 로켓 말고는 사실 답이 없다. 자동차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양의 연료를 싣고 그걸 순식간에 다 태워 버려야만 그런 힘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비행기 이전에 비행선이라는 게 있었듯이 옛날에는 로켓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우주에 가는 것도 특히 쥘 베른의 SF 소설 같은 데서 종종 소개되곤 했다. 하긴 그때는 화성의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 온다는 <우주 전쟁>이라는 소설도 있었고, 금성 정도면 극지방에 충분히 사람이 건너가서 살 만하겠다고 상상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1) 대포: 초고성능 초대형 대포를 쏴서 물체를 처음부터 지구 탈출 속도를 능가하는 가속도를 줘서 날려 보낸다. 이 대포야말로 둠 코믹에 나오는 BFG(X나게 큰 총포)여야 할 것이다. 제랄드 불 박사가 이 방식의 끝판왕인 space gun이라는 걸 발명해서 부분적으로 성공도 했다.

우주 대포는 복잡한 로켓 엔진이 필요하지 않으며 방대한 양의 연료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큰 매력이다. 실제로 우주로 나가는 로켓들은 부피와 무게에서 십중팔구가 연료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사 직후에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짜부러뜨리는 살인적인 G는 뭐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인간 같은 생명체는 원천적으로 탑승 불가이며, 무생물이라 해도 실을 수 있는 물체의 크기와 무게는 어마어마한 제한을 받게 된다.

(2) 엘리베이터: 아예 저 높은 하늘 끝 우주까지 바벨 탑처럼 근성으로 우주 사다리 + 엘리베이터를 만들자는 발상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그런 구조물을 만들기가 대단히 어려우며, 건설 중 또는 운용 중에 사고가 났을 때의 위험성이 너무 치명적이다. 아울러 저 위험성에 비해서는 작은 단점이겠지만, 우주로 나가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인간이 하늘을 날아서 우주로 나간다는 건 지금으로부터 150년쯤 전에는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꿈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다. 당대의 쟁쟁한 물리학자 석학이 "공기보다 밀도가 높은 기계 기반의 비행체란 존재 불가능하다"라고 대놓고 그랬을 정도이다.
그러니 어차피 불가능한 일인데 이와 관련해서 그 무슨 현실성 없고 황당한 상상인들 못 했겠는가?

그 시절에는 현실성으로 따지자면 로켓이나 우주 대포나 우주 엘리베이터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동등한 SF의 영역에 있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오늘날 가히 우주 기술의 근간으로 정착한 액체 로켓 기술(by 로버트 고다드)마저도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병맛 취급받았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만치 답이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종 승자는 로켓으로 굳어졌다. 엘리베이터 같은 시설물이 없어도 되고 그것보다 상승 속도가 빠르고, 그렇다고 우주 대포만치 강한 G를 야기하지도 않으려면 결국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힘을 발사체가 직접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03 08:39 2016/04/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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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재 양성 기관

대기업· 공기업이나 정부 기관 같은 거대 조직은 망할 일이 없이 안정적이고 임직원에게 복리후생도 좋다 보니, 똑똑한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많이 몰린다. 그런 조직은 일단 뽑은 사람들을 자기 조직의 일원으로 동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또 이미 입사한 간부들이라 해도 부려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재교육을 하려는 목적으로 자체적인 연수 내지 교육 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법조계에는 사법 연수원이 있으며, 군대 내부에도 장교를 첫 양성하는 사관학교뿐만 아니라 기존 장교들을 재교육하는 학교들이 자운대에 있는 게 그 예이다.
이런 교육기관들은 입소자들의 합숙(?)을 목적으로 도시의 외곽 내지 산기슭에 있는 편이며, 존재가 대외적으로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은 알려져야 할 필요도 없고.

(1) 한전 인재 개발원
태릉 사격장, 서울여대, 서울 과학 기술 대학교 사이의 산기슭에 있다. 한전에 합격한 신입사원들은 여기서 연수를 받는다. 연수 시설치고는 보안 수준이 이례적으로 청와대· 군부대와 동급인 최고이다. 지도에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으며, 항공 사진 지도에는 숲으로 완전히 가려져 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공채를 뚫고 한전에 합격해서 연수까지 다 받은 어떤 사람의 수기를 본 적이 있다. 만인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공기업에 합격했다만, 급여가 당장 그렇게 많지 않고 결정적으로 첫 발령지가 강원도 깡촌인지라 무척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인서울 근무를 하는 다른 대기업으로부터 추가 합격 통지가 오는 바람에 한전을 퇴사하고 직장을 옮겼다고 한다. 당장 연봉은 더 높을지 모르지만 일은 더 빡셀 텐데.. 그래도 인서울인 것이 결정적인 메리트였다고 한다. 공기업과 대기업을 나란히 선택해서 들어간 그 글쓴이가 참 대단하다.

(2) 국가 정보 대학원
국정원에 합격한 신입 사원..은 아니고 요원들이 비밀리에 직무를 위한 연수를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부지도 어지간한 군부대 급으로 넓다. 소재지는 성남시 운종동으로, 반경 수 km 이내엔 이 경석 선생 묘, 대한 송유관 공사, 고기리 유원지, 한국학 중앙 연구원이 있는 깡촌이다.
얘 역시 (1)처럼 100% 은폐이므로 지도에서 찾을 생각은 하지 말 것. 단, 국정원 본원과는 달리, 근처 도로의 이정표에는 잠깐 언급이 돼 있는가 보다.

원래 이 기관은 서울 이문동의 천장산 동쪽 구석, 의릉 인근에 있었으나 2003년경에 이전을 했다. 지금은 거기 일대는 한국 예술 종합 학교 캠퍼스가 돼 있다.
천장산 서남쪽 구석의 홍릉 일대는 잘 알다시피 수백· 수천 명의 이공계 박사들이 근무하는 과학 연구소들이 즐비하다. 여기 부지가 너무 좁아졌고 또 서울이 북한과 너무 가깝다는 안보 문제도 있고 해서 1970년대엔 나라에서 대전 대덕에 연구 단지를 추가로 만들고, 카이스트도 거기로 이전을 시킨 것이다. 다만 지금은 인서울 연구소들을 모두 이전하려는 계획도 있는 듯하다.

(3) 서울특별시 인재 개발원
시에서 운영하는 연수원도 있다. 서울시 인재 개발원은 예술의 전당 옆 서초 IC 근처의 우면산 기슭에 있다. 지도에는 표시가 돼 있고 내부의 로드뷰까지도 별 제한 없이 제공되지만, 최소한의 보안이 필요한지 항공 사진만은 흐리게 처리되어 있다.

여기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입소하여 교육· 연수를 받는다. 하지만 지방에서 서울시 공무원 공채를 지원하러 상경한 수험생들의 숙소로도 쓰이는가 보다. 전국에서 서울만이 유일하게 타 지방 사람들도 공무원 취업에 지원을 할 수 있다.

(4) 코레일 철도 인력 개발원
철도 회사에도 인력 양성 기관이 응당 존재한다. 코레일의 경우, 철도 박물관과 한국 교통 대학교 의왕캠(구 철도 대학)사이라는 아주 적절한 곳에 있다. 여기는 자사 직원의 재교육뿐만 아니라 철도 차량 기관사 지망생들의 학원 역할도 한다.
여기는 항공 사진으로 딱히 가려져 있지는 않다. 여기 대신 구로 역 인근에 있는 철도 교통 관제 센터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보니 완전히 은폐되어 있다.

코레일 말고 서울시의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서울 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 공사도 자체적인 인재 개발원을 두고 있다. 원래는 두 회사가 따로 썼는데 서울시의 조율로 한데 통합했다고.
서울 남산 어디 모처에도 무슨 기관의 연수원이 있는 걸 옛날에 지도에서 봤는데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설마 이전했나?

2. 대한 송유관 공사

우리나라에 에너지 기업으로는 SK 에너지 같은 사기업 내지 '한국 석유 공사' 같은 공기업이 있는데, 그와 더불어 송유관 시설 자체만을 관할하는 기업도 있다. 본사는 아까 잠시 언급했던 국가 정보 대학원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

외국에서 수입된 석유를 비축해서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시설들은 다 발전소와 동급의 보안이 필요한 기간 시설이기 때문에 민간 지도에 나오지 않는다. 또한, 이런 기름은 유조차로만 수송하는 게 아니며, 경부 고속도로의 노선과 얼추 비슷한 선형인 온산-울산-경주-대구-대전-천안-성남에 이르기까지 송유관이 매설돼 있다고 한다. 그 송유관의 중간엔 역시 항구로 통하는 몇몇 지선도 있다.

하긴, 그 많은 석유를 전부 엘리베이터로만 나르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에스컬레이터도 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다니지도 않고 그렇다고 통상적인 화물을 수송하는 것도 아닌 선이 매설되어 있다는 게, 마치 해저 인터넷 광케이블과 비슷해 보인다. 우리 땅 밑엔 신기한 시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석유 공급과 관련된 범죄는 크게 (1) 유사 석유 제조..;; (2) 면세유를 무단 유출 판매하여 차액 챙기기, 그리고 아예 (3) 지하 수십 m에 매설된 저 송유관을 근성으로 뚫어서 기름을 직통으로 탈취..로 나뉜다.
(3)은 개념적으로 은행 현금 수송 차량을 털거나 TV 방송에서 전파 납치를 하는 것과 별 차이 없다. 혹은 폐전자기기 재활용 업체에서 회수되는 금 같은 귀금속을 직원이 몰래 조금씩 빼돌리는 짓하고도 비슷하다.
물론 송유관 공사 같은 데서는 송유관의 유압을 측정해서 누유가 발생하고 있는지 체크를 하기도 하니, 오차 범위에 들 정도로 조금씩 찔끔만 빼돌린다고 한다.

3. 자동차 주행 시험장

다음으로, 옛날 엑셀 추억의 CF 영상을 하나 시청하도록 하자.

여기서 드는 의문: 이거 어느 도로에서 찍은 걸까?
이건 여느 고속도로나 시내 도로는 아니고, 자동차 연구소 안의 주행 시험용 전용 도로이다.
지금이면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교통 안전 공단 내부의 주행 시험장에서 찍을 수 있었겠지만 저 모델의 엑셀이 출시된 건 무려 1980년대 말이다. 그때는 저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그렇다고 레이싱 서킷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길이 너무 곧고 넓고 평평하다.

외국에서 찍은 게 아니라면 저건 현대 자동차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행 시험장에서 촬영했을 것이다.
1980년대에는 울산 공장 근처에 시험장이 있었고, 그로부터 몇 년 뒤엔 남양읍(동) 연구소에 또 시험장이 신설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엑셀의 CF는 엑셀 개발의 산실이던 남양 연구소의 주행 시험장에서 곧바로 찍지 않았나 싶다.

이건 사람이 뛰는 운동장· 경기장이 아니고 경마장도 아니다 보니 한 바퀴 도는 전체 거리가 거의 4~5km에 달할 정도이고 반경이 그런 경기장보다 훨씬 더 크다. 동일 축척의 항공 사진들을 한데 대조해 보면 자동차 주행 시험장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시설은 자동차가 나름 시속 200~250km급으로도 밟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초고속 주행 테스트도 해야 되니까... 이런 이유로 인해, 뱅글 도는 곡선 부분은 원심력의 상쇄를 위해 노면 cant(좌우 기울기)가 굉장히 크게 잡혀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행 시험장은 나름 기업의 자산이고 보안 시설이기 때문에 항공 지도 사진에도 완전 은폐까지는 아니지만 흐리게 표시돼 있다.
여담이지만 현대 자동차 미국 연구소는 모하비 사막에도 주행 시험장을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노후 비행기들이 가는 모하비 공항이 있는 그곳 말이다.

4. 남북 분단 관련

우리나라에서 봉인된 장소의 갑중갑은 단연 정치· 안보 분야 쪽일 것이다.

(1) 오리지널 판문점
본인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건데.. 6· 25 중 당시에는 판문점이 지금의 판문점 위치에 있지 않았다. 지금 판문점은 휴전선의 선형에 맞춰서 오리지널 판문점보다 동쪽으로 약 1km쯤 이전하여 새로 만든 것이다.
물론 그게 시점이 1953년 10월이므로, 휴전 거의 직후부터 판문점이 지금의 위치에 있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휴전 협정이 이뤄졌던 그 장소는 지금은 완전히 북한 영토로 넘어갔으며, 옛 판문점은 지금 판문점에서 먼발치 너머로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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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옛 장단면사무소 건물
군사 분계선 안의 경의선 철길 주변 사진을 보면, 장단 역 옛 부지라든가 "죽음의 다리"(판문점 인근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 말) 따위는 있는 그대로 보존돼 있는 듯하다.
단, 장단 역은 전쟁 폭격으로 인해 돌 위에 돌 하나 안 남고 사라진 반면, 옛 "장단면사무소" 건물은 폐건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나를 자극한다.

물론 얘는 민통선 정도가 아니라 위험한 DMZ 안에 있기 때문에 개인의 접근이나 관광은 불가능함.
그리고 인터넷에 나도는 주소 중에 '동장리 어쩌구' 하는 주소는 잘못됐다. 언론에서 공개한 주변 사진을 보면 이 건물은 분명 길가에 있는 반면, 동장리 일대는 아무리 뒤져도 허허벌판일 뿐 길이 보이지 않는다.
'도라산리'로 시작하는 주소가 길가에 있는 맞는 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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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노동당사는 38선 시절에 북한 치하에 있다가 우리가 수복한 폐건물인 반면, 옛 장단면사무소 건물은 38선 시절에는 남한 관할이다가 나중에 봉인되어 버린 폐건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런 곳에 실제로 드나들고 싶은 분이라면 열심히 공부해서 각종 공기업, 관공서, 군부대에 취업(!)을 하거나, 기자가 돼서 방문 취재를 하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2/23 08:25 2015/12/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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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에는 잘 알다시피 이제 이륙을 중단할 수 없고 중간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일단은 반드시 떠야 하는 V1 속도라는 게 있는데..
비슷한 개념이 자동차에도 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로 속도가 붙은 채로 교차로와도 충분히 가까워져 버렸으니, 이제는 중간에 신호등이 노란불로 바뀌더라도 서면 안 되고, 급제동이 아니라 그냥 가속을 해서 교차로를 통과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속도 말이다. 이런 걸 내비가 안내해 준다면 어떨까.;;

자동차가 존재하고 각 자동차의 상태를 일일이 다 감안하는 지능형 신호 시스템이라도 도입되지 않는 한, 이놈의 노란불 딜레마는 마치 기독교계에서 믿음과 행위, 자유 의지와 예정, 육신과 성령만큼이나 잡음이 끊이지 않는 어려운 문제로 남을 듯하다.
아니면 그냥 자동차 신호등도 남은 시간 카운트다운을 좀 표시해 주면 안 되나..?? -_-;; 부작용이 더 크려나?

2.

  • 자전거로 자동차 도로를 역주행하는 것
  •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차가 1차로를 정속으로 계속 주행하는 것
  • 여러 자동차들이 좌우나 전후로 등속· 동일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행하는 것 (일명 떼빙)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따위에 비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무척 더디긴 하지만, 위의 사항들은 모두 불법이다. 마음만 먹으면 단속에 걸려서 과태료 딱지 먹어도 할 말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FM대로 밀어붙이기가 좀 어려운 구석도 있다. 먼저 자전거 얘기. 자전거는 근본적으로 경로 자체가 인도와 차도 사이에 끼여 무척 애매한 위치에 있다. 오토바이도 아니고 겨우 자전거가 인도도 제대로 못 다니고 게다가 한 길에서 상행과 하행을 못 다니니 왕복을 위해 반드시 중앙선 횡단을 해야 하는 건 좀..;; 비현실적이다.

다만, 차도에서 그것도 차가 옆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교차로 주변에서 자전거가 역주행을 하는 건 몹시 위험해 보이는 짓이니 자제해야겠다. 제아무리 제일 바깥쪽 차선으로 조심스럽게 다닌다고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주행/추월 차선 얘기다. 도로 정체 상황이 아니라면 중앙선에서 제일 가까운 차선은 추월용으로 언제나 비워 둬야 하며, 딴 차를 추월했으면 자기 자신도 다시 오른쪽으로 2차로 이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외국에서는 "1차로는 화장실 이용하듯이"(이용한 뒤 곧장 나와라)라는 의식이 딱 박혀 있다. 느린 차들이 모든 차선들을 점유하고 있으면 뒷차 운전자의 심정은 짜증 그 자체일 것이다.

끝으로 줄지어 다니는 떼빙이다. 이건 과속이나 신호 위반이 아니고,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는 난폭운전은 아니나, 다른 방향으로 난폭 운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금지되는 행위이다. 돌발 상황이 많은 도로에서 차량 간격을 아슬아슬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다른 차가 사이에 끼어들지 않게 하는 건 몹시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의 차가 급정거하게 됐을 때 연쇄 추돌 사고가 날 우려도 있고 말이다. 여러 차량들이 길을 아는 선두차를 따라서 동일 목적지로 갈 때 떼빙을 하기 쉬운데, 요즘 세상엔 내비를 켜서 각자 알아서 찾아가는 게 낫다.

떼빙이나 추월 차선 위반 차량을 적발하려면 건 속도· 신호 위반 단속처럼 특정 지점을 체크하는 게 아니라 구간을 꾸준히 감시해야 하니 현실적으로 난감하며, 무인 기계가 하기는 더욱 힘들 것 같다. 하다못해 구간식 속도 위반 단속도 그냥 시작점과 끝점에서 동일 차량의 통과 시각만 비교하면 되는 반면, 차로 위반은 그런 부류가 아니니까 말이다.

3.
버스 운전사가 운전을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변속기 스틱을 전방이 아니라 꼭 뒤로 밀더라. 뒤는 짝수단이나 후진이 있는 쪽이다. 버스나 트럭 같은 디젤 차량은 정말로 1단이 아니라 2단에서 출발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단은 정지 상태에서 오르막을 오를 때에나 필요한 듯.
게다가 내가 최근에 확인을 했을 때는 승객이 더 탈 수 없을 정도로 버스가 초만원이고 그만큼 무거운 상태였다. 그런데도 버스는 아무 탈 없이 2단에서 아주 부드럽게 잘만 출발을 했다. 힘이 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내 경험상, 어떤 버스에 따라서는 금방이라도 시동이 꺼질 정도로 부르르 떨리면서 출발하기도 했다. 그건 기사 아저씨가 클러치 조작을 잘못했거나 아예 3단 출발을 시도하기라도 해서 그런 건지 궁금해진다.

또한, 버스는 정지해서 문이 열리기 직전에 '쉬익~ 치익'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건 운전석을 관찰해 보니 주차 브레이크 같은 걸 조작하는 소리 같다. 아무래도 승용차와는 구조가 다른 듯.
주차 브레이크를 거는 걸 깜빡하고 운전사가 차에서 내렸다가 버스가 슬금슬금 앞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해서 대형 사고가 나는 동영상을 몇 번 봤었다. 디젤 엔진에 무거운 대형차일수록 1/2 mv^2에서 v가 커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또 엔진 브레이크의 효력이 약하고 주 브레이크가 무리를 받기도 쉽댄다. 제동 장치를 빡세게 잘 만들고 적절히 활용하는 게 필수이다.

4.
지난 여름에 휴가차 양평으로 가던 길에 국도변의 모 휴게소 주변에서 뜻밖에 득템한 사진이다.
포니도, SMC 덤프트럭도 아니고.. 무려 "제무시" 트럭의 실물을.. 그것도 굴러가는 모습을 조우하게 됐다.
곧바로 사진을 찍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자동차계의 생생한 노인학대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미국 GMC에서 제작한 군용 2.5톤 트럭이 민간에 풀려 나온 것이다.
그리고 GMC를 일본식으로 변형해서 발음하면 '지 에무 씨' → '제무시'가 된다. ㄲㄲㄲ
앞바퀴 휀다의 모양으로 보건대 M602 / M35 / K511 계열이다. 한 196, 70년대에 생산되었던 물건.
군필자 분들은 '육공 트럭'이라고 부르더라.

그런데 진짜로 낡은 원조는 6·25 내지 2차 세계 대전 시절에 생산된 놈도 있다고 한다.
군용차다운 압도적인 무게와 엔진 출력 덕분에 강원도 산길을 오르면서 통나무들을 실어 나르는 실력은 이놈 만한 게 없다고 함.
다만 기름 먹는 하마인 건 각오해야 할 것이고, 심지어 미국 차 아니랄까봐 이런 트럭이 디젤도 아니고 휘발유 엔진 모델도 있다고 한다.

5.
초가삼간도, 산 정상도, 그리고 도로가 극심하게 막힐 때 신호 대기 중의 운전석도 훌륭한 코딩과 작문 공간이다.
너무 맑고 밝은 낮에는 명암차 때문에 바깥 경치와 모니터 화면이 카메라에 동시에 담기지 않는 반면, 흐린 날엔 그게 가능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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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당연한 말이지만 엔진의 경제 속도로 고단 고속으로, 그리고 최대한 관성을 활용해서 나아가고 있어야 연비가 극대화된다. 그 반면, 길이 막혀서 나아가질 못하면 길에서 아까운 기름을 흘리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자동차의 가성비는 극악으로 곤두박질친다.
컴퓨터로 치면 메모리가 부족해서 가상 메모리 페이지 파일 교체만 하느라 다른 일을 못 하고 성능이 그냥 곤두박질치는 것에다 비유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인은 도로 정체를 매우 싫어한다. 시내 도로보다 2~3배 가까이 우회해서 가더라도 신호 안 받고 연속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전용 도로가 자동차에게는 이익이고 결과적으로 그게 돈과 시간을 아끼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 전용 도로마저도 답이 없으면.. 그냥 차 안 가져가고 만다.
그나마 신호 대기 시간에 다른 작업이라도 해서 내 개인 시간이라도 좀 아껴야 할 필요를 느낀다.

6.
속담과 성경 구절 몇 개를 자동차를 배경으로 좀 각색해 보면...
"일찍 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보다 운전자에게 훨씬 더 절실히 와 닿는 속담은 "일찍 도착한 차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이다.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27)보다 운전자에게 훨씬 더 절실히 와 닿는 말씀은 "옆차에게 (끼어들) 틈을 주지 말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28 08:31 2015/11/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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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순교자 기념관 이야기 계속..)
유명한 순교자 중에 손 양원 목사는 신사 참배 거부로 인한 투옥(일제)에다 빨갱이들에 의한 순교라는 박해와 순교 2관왕을 달성했다. 게다가 그는 자기 아들을 죽인 폭도를 양자로 입양했으며, 미국으로 유학 보내려던 친아들에 대해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으로 보내 주신 것을 감사, 이 미천한 가문에서 감히 순교자가 배출하게 해 주심을 하나님께 감사" 이렇게 간증했던 정말 넘사벽급의 크리스천이었다.

저분 말고도 몰년이 1950년 가을/겨울인 분들이 너무 많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 원 성덕 목사: 공산 치하의 의주 영산 교회를 시무하던 1950년 12월, 공산군에게 연행되어 살해당했다.
  • 이 창현 영수(領袖. 장로교의 직분 이름): 1950년 11월 18일 공산군에게 체포. 평원리 뒷산에서 "죽어도 예수님을 부인할 수 없다"라는 신앙 고백과 동시에 총살 당하고 구덩이에 매장됨.

북괴 공산 빨갱이 집단의 만행을 잊지 말아야겠다. 빨갱이의 만행을 용서하는 것과, 빨갱이를 빨갱이라고 인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여기는 반공 정신 함양을 위해서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좋은 곳이었다.
기념관의 밖에도 야외 예배 공간과 산책로가 있는지라, 반쯤은 기독교 수양관이나 기도원 같은 분위기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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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갖다 놓고는 "나도 순교자가 될 수 있다???" 엥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ㅜㅜㅜ 그런데 비록 대한민국이 지금 신앙의 자유가 마음껏 보장된 고마운 나라라고 해도, 이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때 마냥 웃을 일은 아니다.

첫째, 우리는 비록 옛날처럼 성경을 대놓고 불태우거나 성경 소지자를 국가에서 나서서 죽이는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경이 변개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꾸 그 믿음을 고집하면 죽는다"라는 위협은 없지만, "그 고집을 조금만 꺾으면 돈도 훨씬 더 많이 벌고 인생이 참 편해질 텐데?" 같은 유혹은 곳곳에 상존해 있다. 옛날에는 가야 할 길이 참 물리적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이었겠지만, 지금은 가야 할 길이 뭔지조차 엄청 혼란스러워지고 전투 양상이 교묘해져 있다.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좁은 길을 가고 진리를 수호하고 살면, 그게 곧 사육신에 준하는 생육신이 될 수 있다. "죽기까지 신실하라"(계 2:10)라는 말은 정말 피할 수 없는 경우 죽음까지 불사할 정도로 신실하라는 말이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100% 죽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실제로 죽이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둘째로..
아직까지는 매우 극단적이고 비관적인 상상으로 비쳐질지 모르나, 대한민국 땅이라 해도 가까운 미래에 그야말로 물리적인 박해가 시작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전세계적인 반성경 반기독교 감정이 횡행한다면 다른 모든 정치 집회나 폭력 시위는 허용되면서 공개적인 거리 설교나 선교 행위만은 금지될 것이다. 동성애가 죄라고 공석에서 말하는 게 금지되고, 이걸 어기면 잡혀 가고 전과자가 되고 재산을 몰수당하고 공직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진보의 탈을 쓴 안티 대한민국 종북 성향의 흉악한 정치인· 국회의원· 법조인이 권력을 장악한다면, 저런 날이 훨씬 더 빨리 찾아오게 될 것이다.

비록 신약 크리스천들은 적그리스도 통치와 엄청난 자연 재해를 직접 경험하는 대환란까지는 겪지 않고 그 전에 휴거되겠지만, 대환란의 전이라 해도 어느 정도까지 세상이 맛이 가는 걸 보고 휴거될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만큼이나 세상은 주님께서 다시 오시기 직전까지 절~대로 성경 친화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 영적으로 정신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이것만 생각해도 끔찍한데 아예 교회가 대환란을 직접 겪는다는 말은 꿈에서도 생각하기 싫다.

...
자, 이렇게 경건한 곳을 들른 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용인에 있는 삼성화재 교통 박물관이었다. 마침 이 타이밍에 맞춰서 흐리던 날씨도 아주 맑아진지라, 분위기 전환용으로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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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는 백 남준의 작품이라는데 흰색 칠을 씌운 옛날 자동차들이 쭉 세워져 있었다.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건 마치 패션 유행처럼 변해 온 것 같다. 마차와 별 차이 없던 빈약하던 시절, 저렇게 동글동글 두툼하던 시절 등등~ 나도 차 모양만 보고는 이건 대략 몇 년대 디자인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스페어 타이어도 한때는 차 뒤에 있다가 나중엔 측면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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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교통 박물관인데 이 물건이 없어서는 곤란하겠지. 1886년에 벤츠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4행정 휘발유 엔진 자동차이다. 오늘날의 어지간한 경차에 맞먹는 984cc 배기량으로 엔진 출력은 겨우 1마력이 채 되지 않았다.
컴퓨터 회로의 집적도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자동차 엔진도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엄청나게 발전해 왔다. 그런데 전자식 컴퓨터의 역사는 아직 100년이 채 안 됐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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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실물 전시는 자동차 위주이고, 거기에 철도와 선박 이야기가 약간 겉절이로 낀 정도였다. 비행기는 딱히 소개가 없고 야외에 옛날 소형 프로펠러기 두 대가 전시된 게 전부이다.
철도에 대해서는 증기, 디젤, 전기 기관차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옛날 열차 승차권 컬렉션도 있었는데.. 이런 물건만 전문적으로 구경하려면 의왕에 있는 철도 박물관을 가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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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언어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자동차인 '시발'. 미군 지프 부품을 이용해서 최초로 한반도에서 밑바닥부터 '생산'된 자동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옛날엔 삼륜차가 있어서 지금의 다마스· 라보 같은 생계형 용달차 역할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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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름 아주 어렸을 때(초딩~) 포니 2 말고 포니 1이 돌아다니는 걸 아주 가끔 본 적도 있는데.. 실물을 얼마 만에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 반가워서 사진을 두 장 찍었다. 포니는 알다시피 우리나라에 최초의 '고유 모델' 승용차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올드카가 전시된 건 포니, 시발, 코로나, 기아 삼륜차 정도가 전부였다. 여기가 무슨 <금호상사>처럼 올드카 전문 전시관은 아니니까. 그래도 브리사나 봉고를 보지 못한 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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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풍미했던 영국과 미국의 대형 고급 승용차가 전시되어 있다. 롤스로이스 팬텀(검정)이야 유명하고, 캐딜락 엘도라도는 미국식의 각진 디자인이 참 인상적이다. 자기네 본토가 독보적으로 땅 넓고 자원 풍부하고 내수 수요도 많다 보니, 차를 엄청 크게 만들곤 했다.

딴 얘기이다만, 역사상 최초로 전륜구동 승용차를 만든 곳은 프랑스의 시트로엥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복잡한 엔진 부품에 끼여 있고 조향 역할도 하는 앞바퀴에다가 구동축까지 집어넣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에 포니는 현실적으로 만들기가 더 쉬운 후륜구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포니 택시를 탔을 때 뒷좌석의 중앙 하부를 관통하던 커다란 구동축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러나 전륜구동이 개발되면서 중소형 승용차는 효율이 더 좋아지고 뒷좌석 공간도 더 확보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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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 전시된 '혀기형 증기 기관차'.
얘는 수인선과 수려선에 투입될 목적으로 생산된 협궤용 증기 기관차이다. 아까 보고 온 그 오천 역 일대를 실제로 지나며 달렸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두 개념이 이렇게 서로 연결이 된다. 이 증기 기관차는 디젤 동차의 등장과 함께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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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바깥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놀거나 쉴 수 있었다. 가족 단위로 애들을 데리고 오기도 좋고, 학교에서 단체 관광을 오더라도 끄떡없을 듯했다.
그런데 토요일에 이렇게 날씨가 좋으면 이런 박물관보다는 근처의 에버랜드가 사람들로 터져 나갔을 것 같다. ^^

이상으로 이천· 용인 테마 여행을 아주 즐겁게 마쳤다.
여기 말고도 우리나라의 서쪽 끝, 남쪽 끝, 동쪽 끝, 중부 등 몇 군데 가 보려고 찜해 둔 곳이 있다.
거기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주요 기능 개발이 끝나고 박사 과정도 연구 학기로 들어갔을 때쯤 1년에 한 번씩 가 볼 생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0/06 19:23 2015/10/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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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고장의 양대 산맥은 엔진 과열과 배터리 방전이 아닌가 싶다.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둘 다 엔진룸을 열어야 한다. 그에 반해 타이어가 터지는 건 당장 주행을 할 수 없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엔진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1. 엔진 과열

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것보다 내부가 훨씬 더 뜨거운 기계이다. 극도로 통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1초에 수백, 수천 회씩 석유+공기 혼합 가스가 폭발하는 공간이 절대로 시원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걸 잠시 총에 빗대서 설명해 보겠다.
총을 격발하고 나서 갓 튀어나온 탄피는 매우 뜨겁다. 이 역시 화약의 폭발을 안에서 받아 낸 금속 껍데기가 절대로 시원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고 "탄피 회수"에만 급급해서 탄피를 별 생각 없이 만졌다가는 피부에 화상을 입는다. 화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탄환을 발사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총 특유의 반동과 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다수의 격발로 인해 총이 과열되면 총열이 휘고 명중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심각한 기능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총 내부가 워낙 뜨거워서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격발이 되는 쿡오프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그냥 총이라면 모를까 연발이 되는 기관총은 냉각 설비가 필수이다.

기관총 정도면 무게(= 기동성)와 운용 문제도 있고 해서 공랭식이 존재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장시간 동안 연료의 폭발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자동차는 엔진의 과열을 막으려면 냉각수를 동원해서 식혀 줘야 한다.
단, 이 냉각수는 인간의 관점에서 '냉수'는 절대로 아니다. 시동 중에 엔진을 정상적으로 돌고 있는 냉각수의 온도는 이미 섭씨 90도대로, 사람의 입장에서는 온탕을 넘어 역시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물이다. 그래도 엔진은 훨씬 더 뜨겁기 때문에 이런 물조차도 냉각용으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엔진을 한번 돈 냉각수는 라디에이터를 거치면서 좀 식은 뒤 다시 엔진을 순환한다. 즉, 자동차는 엔진이 공랭식이 아니라 수랭식이며, 냉각수를 식히는 게 공랭식인 셈이다. 엔진열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밖으로 배출된다.
만약 이 메커니즘에 탈이 나서 열평형이 깨진다면, 엔진의 동작이 계속될수록 내부의 온도는 계속 치솟게 된다. 냉각수는 온도가 100수십 도가 넘어서 아예 펄펄 끓기 시작한다.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고 엔진의 출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총기에 쿡오프 현상이 있다면 엔진에는 노킹 현상이 있다. 엔진 내부가 워낙 뜨거운 나머지, 폭발해야 하는 정확한 타이밍보다 더 먼저 연료가 폭발하면서 피스톤과 엔진 내벽엔 예기치 않은 충격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노킹은 연료 불량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그 특성상 엔진 과열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엔진 과열을 방치하면 엔진이 노킹 현상을 못 견디고 다 망가질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냉각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게 계기판을 통해 포착되면, 즉시 차를 세우고 엔진룸을 열고 엔진을 식혀야 한다. 그리고 냉각팬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 냉각수가 충분한지 같은 것을 점검하고, 영 확신이 없으면 견인과 수리를 받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컴퓨터도 발열이 문제인 기계이지만, 그래도 단순 전기적인 발열과 아예 폭발이 수반된 발열은 성격이 서로 다르다. 컴퓨터는 극한의 오버클럭이라도 하는 게 아닌 이상 팬을 돌리는 공랭식만으로도 어지간해서는 다 감당이 된다. 냉각을 하냐 못 하냐가 문제는 아니고 단지 좀 더 조용하게 냉각할 수 없는지가 문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총에서 갓 사출된 탄피가 뜨거운 것만큼이나, 자동차 엔진에서 갓 배출되는 배기가스도 원래는 엄청나게 고온 고압(+고속, 고성)이다. 사람이 배기구에 가까이 있으면 원래는 크게 다친다. 엔진의 배기량이 커질수록 배기가스의 후폭풍도 커진다.
이것은 머플러가 압력과 소음을 낮추고 또 낮춰서 밖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과정에서 엔진 출력이 약간 깎인다. 헬리콥터에서 테일 로터가 엔진 출력을 깎아 먹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와는 달리 고정익 비행기는 아예 배기가스를 내뿜는 추진력으로 달리고 떠야 하기 때문에 머플러 같은 건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그 대신 엔진 소리가 제일 시끄러우며 연료 소모도 심하고, 비행기 근처에 다른 장애물이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등 박살이 나는 것이다. 엔진이 켜진 비행기의 바로 후방은 온통 후폭풍이 가득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어지간한 규모를 갖춘 비행기라면 연비는 리터 당 km가 아니라 km당 리터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연료 소모가 심한 대신에 속도도 넘사벽급이기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가성비가 유지된다.

2. 배터리 방전

잉크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촉 부분이 마르거나 굳어서 글씨가 써지지 않는 볼펜을 보면, 본인은 연료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퍼져서 시동이 안 걸리는 자동차가 떠오른다. 서로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경운기나 옛날 자동차들은 엔진 크랭크축을 손으로 뱅뱅 돌려서 시동을 걸었지만 요즘 자동차들이 전기로 스타터 모터를 돌려서 간편하게 시동을 건다. 그러나 후자는 자동차의 배터리가 방전돼 버리면 시동을 못 건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다만, 외부 전원을 공급하거나 밀어서 자동차를 살리듯이, 볼펜도 그렇게 살리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자동차 배터리에는 자체적으로 녹색(양호), 백색(방전), 적색(다른 이상) 같은 상태 인디케이터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전적으로 믿을 건 못 된다는 게 다수의 자동차 정비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한다. 너무 오랫동안 녹색 상태로 있다 보면, 인디케이터가 그 상태에서 굳어-_- 버려서, 배터리가 진짜로 방전되거나 고장 난 뒤에도 계속 녹색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부의 화상에 1도부터 3도까지 상태 등급이 있듯, 배터리의 방전 정도도 다 똑같은 게 아니라 등급이 있다.

(1) 초기: 키를 start로 돌리면 정상적으로 시동 걸 때처럼 끼릭끼릭 거리기는 하는데, 시동이 실제로 걸리지는 않고 그렇게 끝남. 이건 스타터 모터를 돌릴 최소한의 기력만 있지, 더 강한 외력을 전해서 시동을 실제로 걸지는 못하는 상태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차가 시동이 안 걸리는 장면은 다 이 상태를 흉내 낸다.

(2) 중기: 그것보다 상태가 안 좋으면 끼릭끼릭이 아니라 찰칵찰칵 / 타타타닥.. 어쨌든 위보다 더 거칠고 상태가 안 좋은 쇳소리만 난다. 스타터 모터 스위치를 연결할 기력만 있고 모터를 돌릴 토크조차 안 나와서 전압이 뚝 곤두박질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상태이다. 요런 소리는 평소에 들을 일이 잘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놀라기 딱 좋다.

(3) 말기: 배터리가 레알 텅 비어 버리면.. 차는 완전히 죽는다. 키를 start는커녕 on으로 돌려도 감감무소식이고 실내등도 안 켜지고 도난 방지 장치도 동작 안 한다. 이 정도면 배터리의 내부 화학 성분이 비가역 반응에 의해 손상되어서 충전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우려가 높다. 자동차의 배터리는 안에 황산 용액이 들어있으며, 휴대전화 배터리의 대용량 버전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배터리 방전은 자동차 보험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에서 굉장히, 어쩌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호출 사유이다. 겨울철에는 그 빈도가 몇 배로 더 증가한다고 한다. 본인은 남 차와 내 차를 합해서 (1)부터 (3)의 상태에 있는 자동차를 모두 직접 본 적이 있다. =_=;;

자동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부품들로 구성된 기계이다. 그냥 기름을 폭발시켜서 피스톤 왕복 운동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며, 동력 전달과 변환 계통이 무진장 중요하다. 엔진이 그냥 만들어 내는 힘과, 차 바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힘, 또 반대로 시동을 걸 때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힘은 성격과 유형이 서로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왕복 vs 회전, 고속 저토크 vs 저속 고토크, 단일 구동축 vs 여러 기통).

여러 개의 실린더가 만들어 낸 힘을 한 힘인 것처럼 합치고, 반대로 스타터 모터의 외력도 동일하게 모든 실린더에다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FF의 경우, 핸들을 꺾었을 때는 같은 앞바퀴라도 왼쪽과 오른쪽 바퀴의 회전 속도가 다르게 되는데 이것도 감안해서 바퀴에다 동력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가 단순히 더 무겁고 힘 좋고 빠른 자전거라고 보기에는 이런 점에서 어폐가 있다. 그리고 죽어라고 왕복 운동 뺑이를 치는 피스톤을 생각하면, 내연기관에서 엔진 오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어렴풋이 실감이 간다. 밀폐된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마찰로 인한 부품 마모를 최소화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자동차와는 달리 비행기는 시동을 거는 스케일이 더 크다. 초기에는 공기의 흐름을 강제로 만들어서 엔진을 점화하기 위해 별도의 시동 엔진을 가동한다. 비행기의 시동 과정을 자전거에다 비유하면, 정지 상태에서 페달을 밟는 게 아니라 발로 땅을 차서 가속을 한 뒤 그 뒤부터 페달을 밟아서 출발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대형 여객기야 출발 전까지는 객실 전원 공급도 별도의 발전차를 통해서 받으니 배터리 방전 같은 것은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이다. 다만, 20세기 초에 프로펠러 비행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에는 얘도 조종석 밖에 있는 무슨 장치를 손으로 뱅글뱅글 돌려서 시동을 걸긴 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5/10/01 08:35 2015/10/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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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범죄자
  •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
  • 구류, 금고, 징역
  • 교도소, 구치소, 유치장, 소년원
  • 밀입국, 불법체류
  • 과태료, 범칙금, 과료, 벌금, 추징금
  • 불법주차, 부정주차

법률 용어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관점이 서로 다른 개념들이 의외로 많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 운전과 관련된 것들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호와 속도는 딱히 악의적이지 않아도 운전자가 경미하게라도 종종 위반하기 쉬운 사항이다. 주변에 차가 없고 위험 요소가 보이지도 않는데, 고지식하게 기다리기 싫고 규정 속도대로만 가기가 싫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그놈의 노란불 딜레마 때문에 어영부영 하다가 본이 아니게 신호 위반에 걸리기도 하며, 이 때문에 면허 시험에서 떨어지기까지 하면 억울함과 짜증이 최악에 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교통법규 위반을 단순 경범죄 급으로 용인했다가는 도로가 난장판이 되고 교통사고가 폭증할 것이니 누군가는 이걸 단속도 해야 한다. 자동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무겁고 빠르고 단단하고 위험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 신호 위반에 걸렸을 때 우리는 국가에게 돈을 뜯기는데, 그 형태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범칙금 또는 과태료라는 두 형태가 존재한다.
범칙금은 경찰이 실운전자에게 직접 징계를 내리는 관점인지라 돈+벌점 형태이다.
그러나 과태료는 실제 운전자가 아닌 차량 소유주에게 행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관점이다. 같은 위반 아이템에 대해서 액수가 범칙금보다 약간 더 높지만(+1만원) 벌점은 없다.

이렇게 체계가 이원화된 이유는 단순히 "너 벌금+벌점 같이 받을래, 아니면 돈 더 내고 벌점은 안 받을래? 골라" 차원이 아니라 더 깊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도로 위에서의 경미한 위반을 일일이 다 단속하면서 운전자들을 사법부 차원의 형벌을 내려서 범죄자·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그리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보다 아랫단에서 더 가볍고 뒤끝 없는(?) 처벌을 선택하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또한 더 근본적인 이유로는, 무인 카메라 단속에 걸린 건 현장에서 경찰에게 걸렸을 때와는 달리 면허증을 까고 실운전자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과태료 또는 범칙금 선택의 형태로 고지서가 날아온다. 교통법규의 위반에 대해서 실운전자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이런 단속 방식과 관점, 단속 명의의 차이로 인해 범칙금과 과태료라는 두 체계가 공존하는 것이다. 뭐,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원래는 범칙금이 원칙이긴 하지만.

땅은 좁은데 차가 너무 많은 관계로, 운전을 마친 뒤엔 불법 주정차도 운전자들이 꽤 자주 저지르는 위반 사항이다. 이로 인해 정부 기관에게 단속을 당했다면 그때는 운전자가 현장에 없으니 선택의 여지 없이 차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긴, 애초에 주정차 단속은 구청/시청 공무원이 하지, 경찰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주차 위반 과태료는 일찍 내면 원래 내는 금액의 20%를 깎아 주는 듯하다.

과태료(행정부)와 범칙금(경찰)의 관계는 이렇게 설명이 됐는데..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을 때 뜯기는 돈은 과태료나 범칙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이것은 집행 주체가 사법부이며(= 판사의 판결), 똑같이 돈을 내더라도 집행유예만큼이나 전과가 남는 대단히 무거운 처벌이다.
음주운전 정도면 사고 안 낸 초범이어도 액수부터가 수십~수백만 원급으로 나오니 단순 속도· 신호 위반 과태료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벌금형까지 받은 사람이라면 공무원 내지 직업 군인 진로에도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과료는 그냥 벌금의 다운사이즈 버전으로, 이 역시 과태료나 범칙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로 쓰레기 무단 투기나 노상방뇨 같은 경범죄를 저지르다 걸렸을 때 부과되는데, 현실에서는 이것도 사법부 주관의 과료보다는 경찰 주관의 범칙금 형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주차 얘기가 잠깐 나왔으니 말인데, 불법주차와 부정주차의 차이는 이러하다.

  • 불법주차: 어떤 자동차라도 세워진 채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다른 차의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고 시야를 가려서 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대로변을 포함해 교차로, 횡단보도, 버스 정류장, 소화전의 근처는 더욱 그러하다.
  • 부정주차: 차를 세울 수는 있는 곳이지만 그 차가 네 차는 아니다. ㄲㄲㄲㄲ 주로 거주지 우선 주차 구역이나 골목길, 아파트 단지 안이 이런 곳에 속한다.

그러니 불법주차는 길에 대해서 public한 성격이 강한 반면, 부정주차는 어떤 공간에 대해서 private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방 정부가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을 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불법뿐만 아니라 부정 주차를 단속하기도 한다.

구석에 주황색 실선이 그어진 도로는 원래 주· 정차가 모두 금지되는 곳이지만 현실에서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많고 관례적으로 단속도 없이 그 관행이 묵인되는 곳도 왕왕 있다.

단, 위의 모든 규정에는 예외가 있다. 긴급 자동차를 비켜 주는 등 지극히 정당한 사유로 인해 정지선을 넘고 신호를 좀 위반한 거라면, 상황 입증만 가능하면 과태료 부과는 당연히 면제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차 위반도 정당한 사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한 것이 인정되면 마찬가지로 구제 방법이 있으니 더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 보면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5/06/13 08:28 2015/06/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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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를 끌어올려 분사하는 일을 하는 물건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물뿌리개: 일면 주전자처럼 생겼지만 주둥이의 끝은 샤워기처럼 생긴 물통이다. 확 들이붓더라도 물이 넓은 면적에 고르게 퍼져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만, 물을 내보내는 메커니즘은 중력밖에 없으니 딱히 신기할 게 없다. 이름 그대로 화단에 물을 주는 용도로 쓴다.
  • 펌프: 진공을 만들어서 압력차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리는 도구이다. 옛날에 오늘날과 같은 편리한 상수도 시설이 갖춰지기 전, 시골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끌어올리던 시절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그래도 수동식 펌프는 펌프질을 위해 여전히 사람의 체력이 필요했다.
  • 분무기: 물이나 향수 같은 걸 펌프와 같은 원리로 끌어올린 뒤, 안개처럼 조금씩 뿌옇게 분사한다. 손으로 손잡이를 눌러서 손잡이가 끝까지 들어갈 때까지 그렇게 동작한다. 그리고 정확하게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일부 분무기는 노즐 '모드'를 바꿔서 물을 뿌옇게 분사하는 게 아니라 물총처럼 가느다란 물줄기를 찍찍 갈기게 만들 수도 있었다.
  • 스프레이: 분무기보다 기술적으로 더 발달했다. 위의 분무기는 손잡이가 끝에 닿아서 멈춘 뒤엔 더 분사가 되지 않지만, 스프레이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액체가 분사되어 나온다. 스프링이나 태엽, 전기 동력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액체를 밀어내는 역할은? 같이 들어가는 압축 기체가 한다. 그 대신 여기에 들어가는 액체도 역시 단순한 물 같은 게 아니라 아무래도 살충제, 페인트 같은 화학 약품들이다. 아, 그러고 보니 소화기도 따지고 보면 이런 스프레이에 속한다.

총으로 치면 단순 압축 분무기는 반자동 모드이고, 에어로졸 스프레이는 연사가 되는 자동 모드에 해당한다고 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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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인은 액체 연료와 고체 연료의 차이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액체를 끌어올려 뿌옇게 분사하는 기술은 액체 연료를 다루는 핵심 기술이며 기계공학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나 싶다. 유체역학과 열역학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세제, 치약, 샴푸 같은 것에 유체의 극미량 분사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찌익 짜서 쓰는 양보다 훨씬 적게 써도 씻는 데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상의 이유로 과다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자동차 엔진에서 분사 기술의 중요성은 그야말로 물으면 잔소리이다.
<이연걸의 정무문> 영화의 맨 앞부분을 보면.. 주인공 진진은 설정상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내연기관이라는 신문물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게 나온다. (오오~ 기계공학..) 그때도 대사를 들어 보면, 선생이 '카뷰레터'라는 장치를 언급한다~!
서양 제국주의는 내연기관이 달린 기계와 총기를 통해서 이뤄진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그 당시로서는 엔진 기술이 오늘날의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기술만큼이나 최첨단 기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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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잘 알다시피 공기 중에 연료를 아주 희박하게 분사한 뒤 이를 폭발시켜서 그 힘으로 피스톤을 누르고 바퀴를 굴린다.
이를 수행하는 가장 원시적인 장치가 바로 '카뷰레터'이다. 얘는 말 그대로 분무기처럼 동작을 하여 가솔린+공기 혼합 기체를 엔진에다 보내 준다. 참고로 카뷰레터는 탄소 carbon에서 유래된 탄화물 carburet의 파생어이다.

어린이용 과학 실험 중에.. 빨때를 ㄱ자로 꺾어서 수면에다 꽂은 뒤, ㅡ 모양의 한쪽 끝을 입으로 세게 불면 아래에 있던 물이 빨려 올라가는 실험이 있다. 바로 그 원리이다. 유식한 표현으로는 베르누이의 정리 내지 벤트리 효과이다.
더 나아가 바다에서 사람이 배의 스크류에 빨려 들어가서 사고를 당하는 것, 열차가 빠르게 달리는 쪽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도 다 유체역학적으로 같은 원리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하겠다.
현대 자동차에서 예전에 만들었던 승용차인 '엑셀'. 그 기원을 찾자면 포니 엑셀, 프레스토 등 더 옛날 차로 거슬러 올라가긴 하는데, 그 중 가장 엑셀스러운 첫 모델은 1989년 4월에 나온 2세대 모델이다. (그러고 보니 저 시기는 아래아한글 1.0이 나온 시기와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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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엑셀은 1300cc, 1500cc GL, 1500cc GLSi 이렇게 세 모델로 출시되었다.
창문도 최하급은 전도어가 수동이고 중간급은 앞좌석 두 개만 자동, 고급은 전좌석이 파워윈도우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차이는 연료 분사 방식인데, 앞의 둘은 기계식 카뷰레터보다 약간 더 발전한 전자식 피드백 카뷰레터인 FBC이고, 최고급 GLSi는 그 당시로는 최첨단 기술이던 다중분사 MPI 방식이었다.

GLSi의 경우, 차 측면에 Multiple Point Injection이라고 당당히 자랑하는 글귀가 붙어 있을 정도였다. DOHC 흡기 방식이거나 자동 변속기가 달린 차는 측면에 Automatic 내지 DOHC라고 자랑을 치던 시절의 얘기다.

흐음, 기계식 카뷰레터, 전자식 카뷰레터, MPI(완전 전자식)라는 세 계층의 기술을 보니..
이듬해 봄에 발표되었던 마소 Windows 3.0의 리얼 모드, 286 표준 모드, 그리고 386 확장 모드가 같이 연상된다!
그땐 자동차와 컴퓨터 모두 기술적으로 크게 발전하던 과도기이긴 했다. 전동차로 치면 저항, 쵸퍼, VVVF와 비슷하다.

카뷰레터는 전자 제어가 없이 전적으로 밟은 만큼 밸브가 열리고, 곧이곧대로 연료가 분사되다 보니.. 구조가 단순하고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정비성이 좋았다. 변속기도 수동이었으니 반응 하나는 정말 최강이었을 것 같다.
193,40년대에 미국에서는 퍼져 버린 차를 시골 깡촌의 소녀가 간단한 공구로 뚝딱 수리하는 걸 보고 미국으로 견학을 간 어느 일본군 장교가 경악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전국민이 저렇게 기계를 잘 다루는 나라와는 전쟁을 벌여서 이길 수 없다"라고 직감을 했다고.

미국이 (1) 193,40년대에 이미 마이카 시대가 열렸을 정도로 잘사는 나라이며, (2) 인건비가 높아서 어지간한 작업은 스스로 다 알아서 해야 하는 나라인 것도 있지만, (3) 한편으로 그 시절엔 자동차의 구조가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하기도 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은 기계식 카뷰레터만으로는 요즘 정도의 엄청나게 까다로운 연비나 배기가스 기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 지금은 MPI에 이어 직분사라는 GDI 엔진까지 출현했고, 또 그 동작을 제어하는 것 역시 옛날보다 훨씬 더 똑똑하졌다. 컴퓨터가 이것저것 따져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기계식 카뷰레터 기반이던 포니에는 초크 밸브를 개폐하는 스위치도 운전석에 있었다니 참 신기하다. 공회전 때 엔진 회전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또 추운 곳에서 오랜만에 시동을 걸 때는 이거 제어를 잘 해 줘야 했던가 보다. 지금은 그런 밸브는 오토바이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인 듯.

Posted by 사무엘

2015/05/25 08:30 2015/05/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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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29중 추돌 참사

우리나라는 서해를 건너는 두 개의 대형 교량 위에서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에 초대형 연쇄 추돌 교통사고를 한 건씩 경험하게 됐다. (2006. 10. 서해, 2015. 2. 영종)

두 다리는 각각 2000년 11월 10일과 20일에 개통해서 개통 시기도 참 묘하게 비슷하다. 딱 그 중간인 11월 14일이 2001학년도 수능 전날인 동시에 비둘기호 열차가 마지막 운행을 마친 날이긴 했는데, 그건 일단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고.

서해대교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서술하자면, 이 다리는 내게 소설 <상록수>와 소설가 심 훈을 떠올리게 한다. 일제 강점기 때는 서해대교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없었으니, 당진에서 안산 샘골을 찾아갈 때 저 작가가 훨씬 더 고생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 반면, 오늘날은 교통이 참 편리해졌다.

2006년 개천절은 북한이 핵실험 예고 선언을 했으며, 반 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하네 마네 하던 날이었다.
그랬는데 그 날 아침, 짙은 안개 속에서 대형 트럭이 앞서가던 1톤 트럭을 추돌했으며, 최초 사고 유발 차량들이 차를 갓길로 안 빼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뒤따라 오던 차들이 연쇄적으로 앞 차를 들이받았다.

영종대교 때와는 달리 서해대교 사고에서는 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사고 현장은 정말 헬게이트로 바뀌고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 공장에서 갓 출고된 새 승용차 여러 대를 싣고 가던 트레일러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그래서 거기 실려 있던 승용차들은 미처 팔려 나가기도 전에 깡그리 잿더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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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적 손실보다 더 심각한 건 인명 피해이다. 초기에는 사망자가 총 11명이라고 집계되었지만 전신에 중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남성 1명이 치료 3개월 만에 결국 사망하면서 사망자는 최종적으로 12명으로 늘었다. 현장에서 혹은 구조된 후에 사망한 사람이 7명, 스스로 대피하던 도중에 2차 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람이 5명이었다고 한다.

다른 차량에서는 보통 1대당 운전자 1명꼴로 사망자가 나왔지만, 유일하게 탑승자 일가족 3인이 전원 사망한 차량이 있었다. 이건 대형 차량들 사이에 끼여서 처참하게 으스러지고 완전히 박살이 난 소형 승용차였다. 그 상태로 불까지 붙어 활활 탔으니 탑승자는 도저히 살아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저 차에서 운전자의 아내와 아들은 현장에서 즉사했으며, 당사자만이 목숨만 겨우 건졌지만 나중에는 그도 사망했다. 화상이 워낙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와 아들도 역시 생존해서 자신과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차 사고의 희생자 중에서도 기가 막힌 경우가 있다. 바로, 차량과 다리 난간 방호벽 사이에 끼인 채로 탈출을 못 하고 그대로 화마에 휩쓸린 사망자가 2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니, 벽이 딱 그 지점만 사람 모양으로 검게 그을려 있어서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이 사람들은 사고 직후에 현장에서 즉사나 기절을 한 게 아니라, 제 발로 대피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그냥 사고 현장 주변만 배회하고 있었을 뿐인데 뒤에서 오는 차들로 인해 추가 추돌 사고가 나면서 근처의 차들이 앞으로 밀려나고, 이 때문에 정말 운이 나쁘게도 방호벽과 차량 사이에 몸이 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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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사고에 대해서는 2007년에 KBS 스페셜에서 사건을 CG로 잘 재현하고 분석한 다큐멘터리가 있어서 그게 유튜브와 각종 동영상 포털 사이트에서 나돌고 있다. 이 글에서 언급한 사망자 관련 정보의 출처도 여기이다. 대형차에 끼여서 사망한 3명(빨강), 그리고 트럭과 방호벽 사이에 끼인 채 사망한 2명(파랑)을 모두 확인 가능하다.

이런 사고 장면을 보면, 안개, 특히 해무는 살얼음 빙판 이상으로 위험한 존재이고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너무 짙을 때는 애초에 고속도로 같은 데에 차를 끌고 나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록 그렇게 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저런 데서 사고가 났다면.. 니가 10% 더 잘못했네 마네 같은 거 안 따져도 좋으니, 차량이 아직 운행 가능한 상태라면 걍 닥치고 차부터 가장자리로 빼야겠다 싶다. 100미터, 200미터 뒤로 거슬러 가서 삼각대를 놓고 올 배짱 같은 게 없다면 말이다. 또한, 초기의 단순 접촉/추돌 사고 정도라면 차가 운행 불가능한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서해대교와 영종대교에서 9년 간격으로 사고가 한 번씩 났는데, 다음에는 이들보다 훨씬 더 긴 다리인 인천대교에서 시즌 3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5/13 08:28 2015/05/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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