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기간 정산

1. 폭염과 열대야의 악몽

여름은 참 최악의 계절이다. 끝이 안 보이는 미친 날씨 때문에 차박(내 인생의 큰 낙), 등산(운동..;;), 거리설교(교회), 자전거 출퇴근(회사)은 오래 전부터 몽땅 올스톱 됐다.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끝까지 근성으로 교회에서 매주 거리설교 나가시는 분들은 완전 존경을..)

어떻게 자정~새벽 2시 한밤중에 기온이 이렇게 높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침 8~9시 무렵이면 이미 오후 2~3시처럼 덥다. 그나마 새벽 4~6시 사이가 가장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간대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괴로운 건 시간대를 불문하고 지하철 승강장이 너무 덥다는 것이다. 일단 차를 타고 나면 차 안은 시원하긴 하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단 몇 분 동안에 이미 옷이 땀으로 흠뻑 젖곤 했다.

여름이 겨울보다 좋은 건 정전기 없고 손이 시렵지 않고(밖에서 놋붉 꺼내서 코딩할 때..), 아침에 피부가 트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전부 단점뿐이다. 다만, 워낙 더워서 그런지 8월부터는 그래도 모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적(바다)· 녹조(강) 소식이 예전만치 심하게 들리지 않았으며 차 송풍기의 냄새가 싹 사라진 건 일말의 다행스러운 점이다.

변변한 태풍 하나 없을 정도로 무더위와 가뭄이 심각했건만, 옛날처럼 언론에서 가뭄이다, 절수, 제한급수 이러면서 호들갑을 안 떤 것부터가 4대강 같은 전국적인 치수 사업을 잘한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여름은 절대로 그냥 못 지나갔을 텐데 말이다.

어디 지형적으로 유속이 느려지는 곳은 여전히 녹조가 생기긴 하지만 그건 4대강 때문이 아니라 4대강 덕분에 그것밖에 안 생긴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물 관리를 안 했으면 뭐 녹조가 없긴 했을 것이다. 그냥 바짝 마르고 쩍쩍 갈라진 강바닥만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화력 발전을 안 한 덕분인지, 고등어를 없애 버린 덕분인지 언제부턴가 미세먼지 얘기도 쏙 들어갔다.

이럴 땐 그래도 산기슭에 있고 중앙 냉방도 나오는 학교 연구실이 시원하고 좋다. 하지만 이제 수업 학점은 다 채웠고 학위논문 지도를 받을 때까지는 당분간 휴학을 하게 되는데, 이제부터는 학교에 차를 가져갈 수 없어서 접근성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다. 등록을 해야만 정기주차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학 기간엔 회사를 더 자주 나가고 특히 이번 방학 동안에는 한마음 미션에서 성경 강의도 뛰느라 학교엔 사실상 더욱 갈 여유가 없었다.
그 대신 집 근처 카페(낮과 저녁)와 패스트푸드점(심야)에 피서 가서 코딩을 하는 신풍조가 생겼다.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도 거기가 생각보다 집중 잘 되고 능률이 좋더라. 음료수값 정도 투자할 가치는 있어 보인다.

올해가 가기 전에 서해, 동해, 남해를 다 구경하고 오고 싶다. 시원하고 차 세울 수 있는 공터가 넘쳐나는 외지에서 차박을 실컷 하고 싶다. 자동차는 훌륭한 이동식 텐트이다.
가을 이후부터는 등산도 다시 계속할 것이다. 가야 하는 산들이 몇 개 더 남아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여권의 유효기간이 1년 남짓 남는 관계로, 마지막으로 여권에 도장을 하나 더 남기고 올 예정이다. 사증란이 아직 한참 남아 있는데.. -_-;; 어디로 갈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나저나 자가용을 굴리고 나니 개인적인 철덕 기질과는 별개로 예전보다 열차를 확실히 덜 타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진작에 답사 다녀 왔을 수인선과 서울 9호선 연장 구간, 신분당선 이런 것들도 아직 못 가 봤다.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기도 하다만.

2. 코딩 드립

진실로 수확할 것은 많되 일꾼들이 적도다.
진실로 코딩할 것은 많되 체력과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는도다.

코딩하고 싶은데 코딩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가 아니라 철덕은 코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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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야, 이거 재미있어.. 그래, 코딩이!
이전에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던 기능들이 새로 구현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재미가 없을 리가 있나.
그래서 내가 코레일에도 안/못 들어가고 이 짓 하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예전에도 말을 한 적이 있나 모르겠는데..
프로그램 짜는 거 자체보다도, 그 전에 제한된 시간과 지능 하에서 코딩을 무엇부터 어떻게 할지, 프로그램 짜는 절차를 먼저 프로그래밍하는 것도 굉장히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손발이 덜 고생하기 때문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8.6 (다음 버전)은 대박 예감을 하고 있다.
아, 굳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다거나 수익을 많이 낸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내 기준과 논리 체계 하에서 구조적인 대박이 확실시된다는 뜻이다.

3. 여러가지 사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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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번 시원스레 잘 내린다. 한창 학교에 틀어박혀서 종합 시험(논문 제출 자격 시험) 공부를 하던 때의 풍경이다. 학교에서 외박을 했다.
7월 초까지만 해도 아직 장마철이어서 종종 비도 오고, 이른 아침엔 그렇게까지 덥지는 않았었는데 얼마 못 가 날씨가 불지옥 급으로 바뀌었다.
참고로 본인이 이 사진을 찍고 있던 동안 여기서 400m쯤 떨어진 곳에 있던 중앙 도서관은 지하가 침수돼서 매스컴까지 타고 난리가 났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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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근처에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 말고도 '매봉산'이라는 아주 작은 언덕이 있다. 사실 이게 다른 공원들보다 지하철역에서도 더 가까이 있다. 얘는 높이나 면적이 강남구의 매봉-도곡 역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매봉산'과도 비슷해 보인다. 둘 다 산책용 근린 공원이 조성돼 있다.

단, 응암동 매봉산은 도곡동 매봉산에는 없는 시설이 있다. 바로 유류 저장고.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6년엔 매봉산 기슭에 석유 비축 시설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1978년엔 여기 근처에 난지도가 만들어졌다. 그 시절에 여기는 인서울이 아니며 민간인 거주를 의도하지 않은 완전 외곽 변두리로 취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난지도도 폐쇄되고 월드컵 경기장이 건설되자 여기는 민간인 친화적인 곳으로 탈바꿈했다. 석유 비축 시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졌다. 이제는 더 쓰이지 않는 동그란 석유 탱크는 녹슨 채로 매봉산 등산객들을 맞이하는 중이다. 이제는 더 쓰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탱크들은 지금도 여전히 민간 지도의 항공 사진에 표시되어 보이지 않는다. 현재는 탱크를 완전히 철거하고 거기 일대를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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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의 종점인 마천 역에서 나와서 남쪽으로 쭉 걸어가면 군부대가 나오고 남한산성 방면의 청량산 등산로가 이어진다.
그런데 거기서 북쪽으로 쭉 걸어가면 '천마산'이라고 봉화산보다도 더 아담한 언덕과 함께 근린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 산의 건너편은 하남시.
지형이 흥미로운 것 같아서 여기도 한번 원정 산책을 갔다 왔다. 주차 공간도 있어서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다.

4. 비행기 조종

교회 어르신 중에 공군 관계자가 계셔서..;; 올여름엔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 조종이라는 진귀한 경험을 한번 해 봤다.
씨러스 SR22 경비행기로 사천 공항에서 청주 국제공항 중간 기착 후, 김포 국제공항까지 날아가 봤다. 물론 시뮬레이터로. (세종 대학교 모의 비행 훈련 센터)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항공 시뮬 게임을 해 본 거라고는 초딩 시절에 1990년도 LHX (공격 헬기)가 전부였다. 그 흔한 플심 같은 것도 전혀 안 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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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승 경비행기인지라 순항 속도 자체는 KTX와 별로 차이가 안 났지만 (1) 중간 정차 안 하고 (2) 지형 안 타고 직선으로 쭉 가고 (3) 가감속이 훨씬 더 민첩하기 때문에 정말 금방 이동했다. 우리나라가 땅이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다. 지금 같은 경제력과 구매력으로 일본처럼 인구 1억에 국토 길이가 1천 km는 돼야 그나마 비행기가 국내선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하철 전동차의 마스콘은 내가 있는 쪽으로 당겨서 가속을 하고 앞으로 밀어서 감속을 한다. 이게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 역할을 한다.
철도 차량과는 달리, 비행기의 엔진(스로틀) 레버는 앞으로 밀어서 출력을 올린다. 특별히 글라이더처럼 활강을 하는 게 아니라면 엔진은 자동차로 치면 오르막을 오를 때처럼 늘 켜져 있으며, 마치 송풍기 풍량을 조절하듯이 출력 강약을 조절할 뿐이다. 변속이나 엔진 브레이크(연료 공급이 아니라 바퀴 회전 관성 의해 엔진도 역으로 회전수가 덩달아 유지되는 것) 같은 건 없다.

비행기는 가만히 놔두면 내 예상 이상으로 뒤집히거나 자세가 불안정해지기가 쉬운가 보다. 시뮬레이터만으로도 그게 느껴졌다. 조종간 잡는 거, 그리고 착륙할 때 고도와 속도, 위치 잡는 거 꽤 힘들었다. 물론 착륙 테크닉은 기계화 자동화도 돼 있을 것이고, 자동차로 치면 마치 주차 테크닉처럼 많이 해서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금방 늘겠지만 아무래도 속도감이 잘 안 느껴지는 공간에서 기체의 위치를 원하는 대로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안 움직인다 싶은데 좀 한눈 팔다 다시 아래를 보면 풍경이 싹 바뀌어 있다. 비행기 타는 경험이 그렇다.
시뮬레이터의 가격만 해도 시뮬 대상인 비행기 자체의 가격과 비슷한 어마어마한 고가이다. 단지, 한번 도입한 뒤에 유지비가 비행기 실물을 띄우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더 저렴할 뿐이다.

조종간, 브레이크, 플랩, 스로틀 레버 정도를 만져 봤고 나머지 계기는 정신이 없어서 머리에 경험을 못 담았다.
가이드를 해 주신 교관님은 밑에 지형을 척 보더니 여기는 어디쯤이고 저 멀리 있는 산은 무슨 산이고.. 남한 땅 지형 지리 정보가 머리에 다 입력돼 있으신 듯했다.
그야말로 자기 손바닥 안처럼 다 파악하고 계셨다. 20년 가까이를 전투기 몰고 전국의 하늘을 날아다니신 짬이 어디 간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비행기 얘기· 군사 안보 얘기, 교회 얘기 등등도 많이 나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Posted by 사무엘

2016/09/01 08:32 2016/09/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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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생활 관련 잡설

1.
내가 한겨울에 운전을 하면서 지금까지 본 가장 낮은 기온은 -13도이다.
그런데 기온이 영상과 영하를 오락가락 할 때 차에서 표시해 주는 온도계를 보면, 가끔 0도라고 표시할 때도 있고 -0도라고 표시할 때도 있다.

기온이 영상이었다가 어느 땐가 영하로 내려갔다면, 그 사이에 0도이던 순간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존재했겠다는 중간값 정리 개드립이 떠오르는 한편으로.. (시각 t에 대한 기온 변화 함수는 연속함수일 테니..)
또 하나 떠오른 생각은.. "저 컴퓨터는 온도를 내부적으로 부동소수점 실수로 표현하고 있겠구나!"였다.

2의 보수 기반 정수로 표현했다면 0이 두 종류가 있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이공계 지식을 알면 기계 내부의 별별 디테일이 머리에 들어온다.
그나저나 연도에는 서기 0년이 없다고 한다. 서기 1년의 이전 해는 바로 기원전 1년. 마치 건물에서 지상 1층의 아래는 0층이 아니라 바로 지하 1층인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2.
밤에 잠을 자는데 그냥 평범한 침실이 아니라, 밖에 어디 아늑하고 아담하고 눈에 안 띄는 곳에 콕 짱박혀서 자고 싶다. 집 밖에서 야영을 하고 싶다.
하루 종일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를 몰다가 밤에 뒷좌석의 간이 침대에서 길다랗게 누워 자는 화물차 운전사 있잖아.. 뭐 그런 거에 갑자기 꽂혀서 로망이 생겼다.

트럭이 아니라 버스도. 땅 넓어서 이동에 며칠씩 걸리는 나라에서는 버스 안에도 화장실이 있고 운전사가 두 명 타서 한 명은 운전하고 다른 한 명은 짐칸에서 자다가 몇 시간 주기로 교대 근무를 한다는데.. 뭐 그렇게 자는 것도 좋다. 되게 편안하게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청계천 공원이나, 아예 깊은 산 속 수풀 덤불에 짱박혀서 침낭과 외투 껴입고 자고 싶기도 하고,
무슨 무장공비나 북파공작원처럼 비트 파서 맥북과 함께 밤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아 근데.. 산에서 자면... 그땐 식물들도 광합성 안 하고 호흡만 하기 때문에 산소 공급 측면에서는 안 좋으려나.

성경을 동원해서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밖은 폭풍 때문에 배가 다 가라앉게 생겼는데 밑전에서 쿨쿨 잘 쳐자던 요나처럼 자고 싶다. 서리해서 먹는 수박이 박진감 넘치고 더 맛있듯, 저거 그야말로 꿀잠이지 않았을까? 오죽했으면 선장이 한심해서 sleeper라는 단어까지 썼다. ㅋㅋ

3.
과식과 과속은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다음은 고기와 관련된 명언들이다.

  •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죠." (베어 그릴스)
  • "밥상에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네. 자연에도 달리는 동물이 있는데 여긴 그게 없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 주세요~~" 의 주인공. ㅠㅠㅠ 그런데 세종대왕도 딱 저런 타입이었다~ 고기와 학문을 사랑하신 우리 대왕님)
  • "이모, 반찬이 죄다 잡범이네. 아니, 어떻게 살인사건이 하나도 없나?" (영화 아저씨 대사 중)
  • "일본인은 원래 초식동물이니 가다가 길가에 난 풀을 뜯어먹으며 진격하라." (일본군 병맛 졸장 무타구치 렌야)

4.
지금까지 컵라면으로만 접하던 육개장 사발면이 언제부턴가 봉지 라면으로도 나오는 걸 편의점에서 봤다.
이걸 보니 딱 바로 든 생각은... 뭔가 스마트폰 앱이 데스크톱 PC용으로 포팅되어 출시된 듯한 느낌이다~~!! 카카오톡처럼.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반대로 PC에서 오랜 인기를 누리던 장수 소프트웨어가 모바일용으로 포팅된 예이다.
식당에서 라면을 시켰을 때 보통은 면이나 스프가 신라면 베이스가 많다고 하는데, 그럼 이건 서버 기반의 웹 애플리케이션인 걸까? =_=;; 라면 하나를 두고도 별 희한한 생각이 다 들었다. ^^

5.
2000년대 이래로 우리나라 가요계는 그야말로 그냥 아이돌도 아니고 '걸그룹' 아이돌 위주로 구도가 급격히 바뀐 듯하다. H.O.T 같은 남자 그룹도 아니고, 이 효리나 박 정현 같은 여성 솔로도 아니고.. 하긴 옛날에는 핑클이나 SES 같은 그룹도 있긴 했다만 요즘은 그때보다 애들이 더 어리고, 무엇보다 그룹 당 인원 수가 무진장 많으며 게다가 다국적이기까지 하다. 아이고 정말 정신없다. 그 와중에도 아이유는 어째 솔로로 여전히 잘 나가고는 있다만...

올해 연초에 방영됐던 '프로듀스 101'은 참 인상적이었다. 슈스케 시리즈보다 스케일과 선정성이 더 커졌다. "정말 자본주의의 진수이구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약 빨고 이런 프로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저런 걸 한다고 또 저기 출연을 하는 여자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참가를 신청해서 저 고생인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출연자들은 다들 98년에서 2002년생.. 나보다 띠동갑 이상으로 어린 걸 보고는 기겁을 했다.

예능과 끼만으로 돈 버는 게 쉬울 리가 있겠나..;; 저런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학업 스트레스가 낫지. 나중에 내 자녀가 철딱서니 없이 '나도 연예인 될래. 걸그룹 아이돌 할래' 이러면 참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드라마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정공파로 나가는 건 약발이 다했으니 '병맛'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병맛으로 인한 중독성 때문에 욕을 하면서도 저게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자꾸 보게 된다" 같은 것이랄까.. 텔미, 크레용팝 빠빠빠, 픽 미 다 그런 부류인 것 같다. 걸그룹과 관련해서 본인이 최근에 얻은 경험으로는..;;

  • 서현과 설현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걸 얼마 전에 확실하게 깨우쳤다. 특히 설현은 쏠 스마트폰 CF에 출연해서 더 유명해졌다.
  • 10년이 넘게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의 약자로만 알았던 이니셜이 이제는 걸그룹 명칭이 됐구나. 101이 그대로 알파벳으로.. 참 기발하다. =_=;;
  • 크레용팝 빠빠빠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은 서울 아차산 기슭에 자리잡은 폐업한 유원지인 "용마랜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뮤비에 나온 장면을 항공 사진 지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 한때 교회에서 <주께 가오니>를 굉장히 과격한 독수리춤 안무로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던 그 당사자가.. 훗날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의 멤버로 데뷔했음을 알게 됐다! 이름은 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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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석면은 거의 방사능 물질과 같은 급으로 왕창 위험한 물질이었구나. 수 년 전부터 "지하철 역사 내부에서 석면 검출" 이러는 뉴스 보도를 여느 "미세먼지 주의보"처럼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지내 왔는데.. 그렇게 사소하게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슬레이트 지붕도 전부 석면이라면.. 그렇게도 위험한 물질인 것치고는 일상생활에서 너무 흔히 봐 왔는데 말이다.

보온· 단열재로 쓰였다는데 그럼 스티로폼과도 용도가 비슷한 건가?
한 분야에서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물건이 환경을 치명적으로 파괴하고 인체에 안 좋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서 흑역사로 전락한 게.. 토머스 미즐리의 발명품 말고도 더 있었다.

7.
끝으로, 운전자의 직업병을 소개한다.
골목길을 거닐다가 옆에 요런 적당한 공터를 발견하면.. 차를 세워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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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어느 한적한 골목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5/08 08:23 2016/05/0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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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과 잡설

* 이번엔 프로그래밍 말고 다른 분야의 컬렉션이다.

1. 이메일 주소 변경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본인은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올해 상반기부터 드림위즈에서 gmail로 변경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도움말에 안내되어 있는 메일 주소도 고쳤다. 지금까지는 영문 홈페이지에다가만 gmail을 안내했지만 이제는 한국어 사이트에다가도 주소를 바꿨다.

변경한 이유는 드림위즈가 이메일을 보내는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서비스가 낙후해 있고 용량이 적고 비번이 8글자까지밖에 입력 안 되는 개막장인 정도여서가 아니다.
메일을 보냈는데 실제로는 상대방에게 메일이 가 있지 않아서 중요한 일정에서 골탕을 여러 번 먹고 나니, 이제는 안심하고 드림위즈 메일을 이용할 수 없어졌다.
지도교수님에게 보낸 수강 관련 중요 메일이 안 가고, 문서 작업 때문에 보낸 초안 원고가 안 가고.. 게다가 늘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러시안 룰렛마냥 복불복인 것 같다.

예전에 알집이나 알FTP가 왜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가? 구린 라이선스 정책은 부가적인 얘기이고, 중간에 파일을 잘라먹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파괴해 버리는 크리티컬한 버그 때문에 욕 먹었던 것이다. 자기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을 못 하니까. 드림위즈 메일도 이와 동일한 이유 때문에 버리기로 했다.
하긴, 주변 지인에게 이걸 얘기하니 돌아오는 반응은 "드림위즈 아직도 살아 있었어?"이긴 했다. =_=;;

gmail은 다 좋지만 국내 포털들과는 달리 간편한 대용량 첨부 기능과 수신 확인 기능이 없는 게 아쉽긴 하다.
대용량 첨부 중에서는 오로지 다음만이 2GB가 넘는 ‘초대용량’까지도 첨부가 된다. 드림위즈와 네이버는 그렇지 않더라.

2. 복날 몸보신

교회엔 내가 철도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핫도그(ㄱㄱㄱ, ㄱㅈㄱ 또는 ㅂㅅㅌ의 애칭)에 사족을 못 쓰는 지인이 있다.
난 경험상 개고기는 수육은 좀 느끼한 것 같고 그래도 개장국은 맛있게 잘 먹는다. 양념도 마음에 들고. 개고기는 성경적으로는 하나도 걸릴 것 없으니, 하나님께서 주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말씀과 기도로 성결하게 한 후 먹으면 된다. 난 오히려 청국장이나 홍어 같은 건 못 먹는다.

하긴, 핫도그라 하니까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의 아문센의 남극 탐험이 생각 난다. 그거야말로 그 당시 장비와 보급 기술만 갖고는 핫도그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다. 아, 거기서는 고기도 다 날것으로 먹었을 테니 '핫'은 아니겠다만.. -_-;;

일단은 개는 극지방에서의 생존성과 수송력 제공 가성비가 말을 훨씬 더 능가했다. 스스로 체온 조절이 가능하고 식량도 사람의 것과 동일했다. 영국의 스콧 팀은 조랑말과 스노우모빌을 운용했지만 둘 다 남극의 혹한 속에서는 죽고 고장나고 피봤다.

아문센 팀은 탐험 과정에서 효용이 떨어진 개들을 사정없이 잡아먹었다. 심지어는 먼저 잡거나 죽은 개의 고기를 다른 개에게 사료로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열량 소모가 극심한 남극에서는 최대한 여유를 갖고 준비한 기존 보급에다 바다표범 현지 조달로도 식량이 부족했고,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콧과 영국 언론은 영국 신사 드립을 치면서 개썰매나 타고 개고기를 쳐먹은(는) 야만인이라고 아문센을 사정없이 깠다. 그러나 신사면 뭘 하나, 결국 스콧은 아문센과는 달리 남극에서 살아서 못 돌아오고 다 죽었다.

요즘은 고어텍스, GPS, 초고밀도 생존 식품 같은 첨단 기술 덕분에 그때처럼 '서플라이 디팟'을 미리 안 만들고 동력기관이나 동물도 안 쓰고, 심지어 비행기로 실시간 보급조차 안 받고 사람만으로 남극점에 뚝딱 갔다 온다. 하지만 그래도 한여름에만 갈 수 있는 건 변함없으며 1인당 100수십 kg에 달하는 보급 자루를 썰매에다 싣고 질질 끌면서 정말 힘들게 살 잔뜩 빠지면서 갔다 온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던 시절엔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프로파간다 하에서 손님들의 동선상에 있는 보신탕집들은 강제로 셧다운 당하고, 사철탕· 영양탕 등으로 간판 바꿔 달고 음지에서 영업하던 적이 있었다.;;; 정말로 개고기만 딱히 야만적이고 잔인하다고 볼 이유가 없는데..
오히려 애완견을 집 안에서까지 데리고 와서 키우는 게 성경적으로 당장 대놓고 죄악은 아니더라도 별로 비추에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인간 학살자 독재자들이 이상한 동물 보호론자였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개고기는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지라 국밥류로 한 끼 식사 정도 하려면 초밥 정식 먹듯이 1만 몇천 원 이상 들 각오는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사람이 가면 1인 1국밥 식사 대신 야채가 많아서 가성비가 더 높은 전골류를 권하더라.
저 친구가 "맛 한번 보지도 않고 개고기를 반대한다" 이렇게 한탄을 하길래, 모 전대통령의 "나한테 당해 보지도 않고.." 드립이 문득 떠올랐다.

3. 전동차 재림 신앙

언젠가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때의 일이었다. "아차!" 도시락통을 놔 둔 채 전동차에서 내렸다는 걸 알아 챈 건 왕십리 역에서 하차한 지 3분 남짓한 시간이 경과한 뒤였다.
전동차 안에서 노트북 PC로 다른 작업에 너무 집중하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전동차로부터는 이미 100미터가 넘게 떨어진 상태.

유실물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직후에는 불안과 흥분 때문에 마치 차에 갓 시동을 건 직후처럼 심장 회전 rpm이 치솟았다. 그러나 난 최대한 침착하려 애쓰면서 rpm을 조절했다.
"역무실에다 신고를 해야 할 텐데 이 역에 코레일 역무실은 어디쯤 있더라?"(분당선이므로) 생각을 하면서 다시 코레일 관할 구간으로 갔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왕십리역은 분당선의 시종점이고, 여기는 딱히 차량 기지나 주박 공간이 있지는 않다. 단지 인상선만 있을 뿐.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가설이 도출됐다. 그 열차가 떠난 지 아직 10분도 채 경과하지 않았으니, 내가 탔던 열차는 인상선을 거쳤다가 다시 반대편 승강장으로 곧 그대로 들어올 것이다. 청소부 아줌마는 바닥만 신경쓰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선반을 일일이 다 살펴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행 1:11 말씀이 내게 평안과 위로를 주었다. "너희 갈릴리 사람들아, 너희가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바라보느냐? 너희를 떠나 하늘로 들려 올라가신 이 동일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그분께서 하늘로 들어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
그렇다. "너희 전철 승객들아, 너희가 어찌하여 패닉에 빠져 있느냐? 너희를 떠나 인상선으로 들어간 이 동일한 상행 열차는 너희가 봤던 상태 그대로 진행 방향만 바꿔서 하행선 승강장으로 되돌아오리라." 아멘.

상행 열차는 맨 앞칸을 탔으므로 이번엔 난 하행 승강장의 맨 뒷칸에서 다음에 들어올 열차를 기다렸다. 잠시 후 하행 열차가 들어왔고, 그 열차의 선반에 아까 내가 놔 뒀던 도시락통이 있는 걸 창문을 통해 확인했다. 역무실에 연락을 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전동차 재림 신앙은 그 믿음대로 응답되었고 간증거리가 되었다. 지하철 영화 <튜브>에서 위기를 넘겼을 때 통제실 권 실장이 기뻐하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다른 승객들은 열차에 올라타서 자리에 앉았지만, 나는 그 도시락통만 쓱 끄집어 낸 뒤 도로 내렸다. 주변의 다른 승객들은 나의 행동에 저런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7/29 08:33 2015/07/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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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여름의 여행 일지

1.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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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4호선의 북쪽 종점인 당고개 역의 주변을 보면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게 참 인상적이다.
기왕 등산을 할 거면 그 산을 한번 올라 보고 싶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했다.
결국은 같은 수락산이긴 한데 지난 3월엔 깔딱고개 근처까지 간 반면, 이번엔 귀임봉을 지났으며, '서울 둘레길'을 지나서 7호선 마들 역 근처로 귀환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맥북은 나의 소중한 등산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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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앙선 아신 역

이제 전동차의 운행 계통은 경의선과 중앙선이 통합되어 경의중앙선이라고 불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경의선과 중앙선은 같은 수도권 광역전철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분위기가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중앙선이 지나는 지역인 양평은 상수도 보호로 인해 태생적으로 개발 제한 봉인이 걸린 곳이 많으며, 개량된 중앙선 역시 강을 가까이 지나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풍경 사진 중에서 역시 산과 강을 담은 것만 투척한다. 색감이 예뻐서. 한적한 경춘선이나 중앙선 전철역으로 나가서 코딩이나 독서를 하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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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린벨트 마을 답사

방학+주말을 기념해서 등산만 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차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다.

난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 외곽의 야산과 그린벨트 지대 탐험에 대한 로망이 좀 있는 사람이다. 한번은 동부간선 → 지방도 23호선을 타고, 서울 공항 근처의 신촌동과 심곡동 마을을 드디어 밤에 몰래 답사했다. 여기 사는 주민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대로 여기 살던 선조의 후손? 아니면 겁나게 부자들? 민통선 안에서 농사 짓는 사람들만큼이나 신기하게 느껴진다.
미처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전방에서 갑자기 굉음과 함께 거대한 수송기가 활주로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서울 공항(=공군 기지)이 코앞이니까.

그 뒤 청계산로로 갈아탔다. 자연의 정취가 살아 있는 으슥하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면서 대왕 저수지와 신구대학 식물원 일대를 구경했다. 여기는 바깥쪽 차선이 다 자전거 도로로 만들어져 있었다. 요런 데서 차 세워 놓고 혼자 자면 가히 야영 캠핑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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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고가 도로는 서울-용인 고속도로(171)이다.

계속 진행하자 길은 경부 고속도로를 나란히 지나면서 북쪽으로 가기 시작했으며, 말 그대로 청계산 등산로와 신분당선 청계산입구 역이 나왔다. 중간엔 서울 신원동의 새정이마을을 들러서 답사했다.

4. 경기화학선 폐선 부지

양재-서초 IC 사이는 잠깐 경부 고속도로 구간으로 건넜고, 다음으로 본인은 남부순환로를 타고 서울의 서쪽 끝으로 갔다. 남부순환로는 중간에 압박스러운 경사는 그렇다 치고, 중앙에 화단이 쭉 조성돼 있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서 이런 도로는 여기밖에 없는 듯. 도로 폭이 차선수를 홀수 개로 어정쩡하게밖에 만들 수 없는 규모이기라도 했나 보다.

그리고 본인이 새벽에 간 곳은.. 오류동 역과 푸른수목원의 사이에 있는 경기화학선 폐선 부지였다. 세상에, 주거지 근처에 이렇게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폐선을 보는 건 옛날 수인선 협궤 폐선 이래로 처음이었다. 게다가 여긴 엄연히 인서울 지대인데! 과연 철덕의 성지 순례 코스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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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 지하철 7호선 천왕 차량기지

서울 남서쪽 끝까지 먼 길을 찾아가서 철도 답사를 했는데, 여기를 들르지 않고 간다면 그건 철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천왕 차량기지를 경건한 마음으로 한바퀴 빙 돌면서 성지순례를 했다. 자동차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여기를 직접 가 보는 날이 오는구나!

차량기지 중에는 도봉이나 개화처럼 아예 내부에 역이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7호선 장암, 9호선 개화 역) 지축, 창동, 구로, 군자, 신내처럼 다른 전철역 근처에서 기지를 그럭저럭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아니면 철도로는 접근을 못 해도 고덕이나 수서나 모란처럼 고속/고속화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차창 밖으로 어렴풋이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천왕 차량기지는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기지들 중에 가장 존재감이 없고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곳이라고 여겨져 왔다.

여느 차량기지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구간은 담장과 철조망이 쳐져서 은폐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용케 요런 곳을 찾았다. SR001 전동차가 지상에 나와 있는 실물 사진을 건지는 데 성공했다. 허나, 내가 하는 행동은 남이 보기엔 영락없이 국가 기간 시설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무단 촬영이나 하는 수상한 간첩-_-처럼 보였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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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통해 그린벨트 마을 3군데와 경기화학선 철길, 그리고 천왕 차량기지 답사라는 수확을 거두고 돌아왔다. 자동차는 이런 데 활용하라고 만들어진 편리한 문명의 이기임을 실감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5/07/10 08:36 2015/07/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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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의 재발견

5년 전에 했던 얘기를 오랜만에 다시 늘어놓자면, 본인은 일단 운동이라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괜히 고생스럽고 힘만 들고 딱히 성취감이 느껴지는 게 없고, 이걸 해도 들인 노력에 비해 딱히 체력이 향상되거나 건강이 좋아진다는 느낌이 '거의'(전혀는 아니겠지만) 안 들어서이다. 가성비가 안 맞다.

초중고 시절을 통틀어서 체육 시간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시간이었다.
(1) 애들이 왜 이렇게 연예인에게 열광을 하는지, 그리고 (2) 공이라는 도대체 왜 차고 뛰어다니는지 뭔 재미로 하는지를 이해를 못 한 채 학창 시절을 보냈다.
구한말 때 서양 선교사들이 볼 차고 노는 걸 보면서 조선 양반들이 “ㅉㅉㅉ 하인을 시켜서 주워 오게 하면 될 걸 왜 저리 뛰어다니고 고생이냐” 라고 비아냥거렸다는 게 실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쨌든 그 양반들 심정은 이해한다.

하물며 등산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난 “어차피 내려갈 걸 왜 힘들게 올라가냐”라는 지극히 경제적인 사고방식의 신봉자이다.
난 어떻게 '운동 중독'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지를 이해 못 한다.

러닝 머신?
쭉쭉 달리면 서울 지하철 터널이나 중앙선, 경부고속선의 전경이 화면에 펼쳐지는 러닝머신이라도 있지 않다면 동기 부여가 안 될 것 같다.
그나마 난 술· 담배를 전혀 안 하고, 먹고 자는 걸 스트레스 없이 잘하고 지내며, 또 전철역에서 회사까지 편도로 3km가 좀 안 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는 게 최소한의 건강 유지 활동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체중을 줄이는 데 부족하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는지라..
미리 운동 안 해 놓으면 40대가 넘어서 고생한다는 반 협박성 얘기에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얼마 전부터 가끔 등산을 시작했다.

이건 뭐 안 믿어지지만 어쨌든 반신반의하며 그물을 던지는 베드로의 심정과 같고(눅 5:5),
마지못해 일단 요르단 강에 가서 목욕을 한 나아만 장군의 심정과도 같다(왕하 5:13-14).
젊었을 때 실컷 개고생 해서 돈 벌어 놓고 늙어서는 병원비로 그 돈을 다 탕진하며 가족에게 민폐 끼치는 바보짓은 나도 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북한산 정상에서의 맥북 인증샷도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사진이다.

그랬는데 요즘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차원에서 발상을 좀 바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신체 활동을 귀찮하고 싫어하지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예외가 있다.

1. 난 운동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게으르지는 않으며, 성질이 급하다. 할일 없이 기다리는 것을 움직이는 것보다 더 싫어한다. 고로 평소에 달리기를 아무리 싫어하더라도, 파란불 신호가 곧 끝나 가거나 지하철 문이 닫히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뛰어가서 건너거나 탄다.
2. 난 뭔가 동기와 의미 부여만 되고 나면 움직이는 것도 삽질로 생각하지 않으며, 얼마든지 한다.

그래서 2번 원칙에 의거하여, 등산을 괜히 삽질만 하는 운동이 아니라 여행과 지리 답사로 자가승화할 생각이다.
기왕 등산을 가는 거면 오르기로 한 산에는 어떤 의미가 있고, 여기 주변은 조선 시대엔 어떤 지역이었는데 나중에 어떻게 바뀌었고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래로 어떤 개발 역사가 있었는지 같은 걸 모두 공부를 하면서 가는 것이다.

예전에 청계산을 오르던 중엔, 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에 C123 수송기가 성남 서울 공항에 착륙하려다가 안개 때문에 시야를 잃고 여기 근처에 추락해서 탑승자가 모두 사망했다는 표지판을 본 적이 있다. 그런 것들이 본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

또한 본인은 서울 교외의 그린벨트 지역에 대해서 굉장히 동경을 하고 있다. 지방도 23호선의 왼쪽에 있는 성남의 그린벨트, 그리고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최남단에 자리잡은 그린벨트 말이다. 철도가 없는 이런 오지들은 왜 분당이나 판교 같은 신도시와는 달리 개발되지 못했는지도 세세히 알고 싶다.
서울 남부의 산들, 그리고 분당의 동쪽을 가로막고 성남과 광주를 분리하고 있는 산들도 생각해 보면, 주변엔 가 보고 싶은 산들이 온통 널린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초엔 타워팰리스가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남 일대의 모 야산을 정상까지 오르고 왔다. 인터넷 항공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가 보니 힘들지만 재미있었다.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은 같은 시와 같은 구에 사는 사람끼리도 이 정도로 빈부격차가 존재한다는 걸 단적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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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은 이남과 이북이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한쪽 방향으로는 여러 등산로가 개방되어 있는 반면, 정상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 건너편은 문화 유산과 군사 사실 보호라는 명목으로 능선을 따라 철조망이 빽빽이 쳐져 있다. 산 절반이 이렇게 틀어막혀 있는 곳은 청와대를 감싸고 있는 북악산 말고는 이것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난 왜 그렇게 됐는지,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지만, 자세한 내막을 이 자리에서 얘기할 수는 없다. ㅎㅎ 직접 가서 보니까 역시 감쪽같이 잘 은폐해 놨더라.

하긴, 여기 말고도 서울 시내를 감싸는 산들은 다 이런 식으로 수도 방위를 위한 군사 시설이 조금씩 비치되어 있는 것 같다.
나보다 덜 헉헉대고 덜 쉬고도 더 빨리 오랫동안 산을 잘 오르는 사람들이 좀 부럽긴 했다.
그래도 등산을 조금이라도 철도와 연관지어서 덜 괴롭게 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서 만족스럽다.

끝으로, 높이 300미터 남짓한 산의 정상이 이 정도라면, 비슷한 높이인 와룡산에서 내려오는 건 일도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명 개구리 소년이라고 알려진 옛날 성서 초등학교 애들은 나쁜 흉악범에게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죽었지, 자기들끼리 스스로 길을 잃거나 조난 당한 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5/05/19 08:27 2015/05/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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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3, 국제시장

2015년 새해 연초에 본인은 이례적으로 영화를 세 개나 영화관에 가서 봤다. (이 글에서 크게 코멘트를 하지 않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까지 포함해서)

1. 테이큰 3

악당이 아니라 니슨이 남에게 굿 럭을 날리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잔뜩 기대를 하고 봤다. 예고편에서는 "우리는 FBI와 CIA를 총동원해서 당신을(니슨) 저지할 겁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던데 실제 영화에서는 놓쳤는지 못 들었다.

1편에서는 흑발 내지 갈색에 가깝게 염색을 하고 출연했던 킴은 원래의 머리 색깔인 금발로 바뀌었다. 1편에서는 끼만으로 먹고 살고 싶어하던 가수 지망생이었던 반면, 3편에서는 철이 들어서 공부를 했는지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하지만 대학교 학부생 주제에 벌써 혼전임신을 한 상태다..;; 1편의 '아만다'만치 심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킴도 좀 노는 타입인 듯. 임신 테스터는 영락없이 "킬빌"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이언 정도의 딸바보라면 딸을 임신시킨 남친을 반쯤 죽여 놓고 머리에 샷건을 들이대면서 "내 딸하고 당장 결혼 안 하면 넌 뒈진다"라고 협박할 법도 한데 그 일에 대해서는 브라이언도 의외로 쿨하다.

이 3편에서는 무엇보다도 킴의 새아빠인 스튜어트가 배우 자체가 더 얍삽하고 사악하게 생긴 사람으로 바뀌고 완전히 악역으로 흑화했다. 1편에서 브라이언을 프랑스로 데려다 줬던 그 전세기가 3편에서는 새아빠가 의붓딸(자기 입장에서)을 납치하는 도구로 용도가 바뀌어 버린다. 이미 비행기가 뜨기 시작했는데, 자동차로 밑의 랜딩기어를 날려 버리는 것만으로 비행기를 저렇게 휘청거리게 만들고 떨어뜨리는 게 항공역학적으로 가능한지는 난 좀 회의적이다.

"다이하드" 어느 시리즈에서처럼 러시아 최종 보스를 해치우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끝냈어도 될 텐데, 반전은 좀 억지로 집어넣은 느낌이 든다. 어설프게 "쏠트" 흉내를 낸 듯.
이에 맞서 브라이언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이번에도 남에게 형사를 사칭하고 악당을 고문한다. 새아빠가 얼굴에다 헝겊을 쓴 뒤 브라이언에게 꼴꼴꼴~ 물 고문을 당한다. =_=;;

수사반장인 흑인 도츨러는 처음에는 골칫거리인 브라이언을 직업상 체포하는 역할을 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브라이언의 혐의가 풀리면서 서로 화해한다. "브라이언은 너희(부하들) 능력으로 잡은 게 아니라 잡혀 준 척 한 것일 뿐이다. 빨랑 차 세워라"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똑똑하다.

끝으로, 종교적인 부분. 테이큰 시리즈는 나 같은 신자가 보기에 교리적인 왜곡 같은 건 없어서 보기가 참 편했다. (괜히 이상한 코드 집어넣는 영화들은 천하에 꼴도 보기가 싫었다) 레노어의 장례식을 진행하는 목사가 영어로는, 내 기억이 맞다면 the word of God says... 라고 말하지만, 자막 번역은 그냥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라고 떴다.
성경 말씀 자체에 인격이 담겨 있다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불신자가 대충 의역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성경은 말합니다"라고 직역을 못 하더라도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정도만 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번 3편은 1편의 포스를 능가할 수준은 못 되지만 그래도 2편보다는 나은 것 같다. 그럭저럭 잘 봤다.
그러고 보니 나 완전 액션 영화 매니아인 것 같다. 인용하는 관련 영화들이 전부 그쪽.. ^^;;

2. 국제시장

"국제시장"은 정말 딱 "포레스트 검프"의 우리나라판 같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아래의 굵직한 사건들을 스크린에서 다뤄 줬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매우 건전하고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1) 6· 25 흥남 철수(1950. 12.): 1차 세계 대전 때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이벤트가 있었다면, 6· 25 전쟁 때는 이런 기적 같은 사건이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잠깐이나마 평양까지 진출하고 북진 멸공 자유 통일이 눈앞에 있었는데.. 중공군 때문에 이 염원이 사실상 영원히 좌절돼 버렸다. 남쪽의 원산까지 이미 적군에게 점령당한 관계로 퇴로가 해로밖에 없었다. 그래서 배를 타야 했다.
참고로 월턴 워커 장군이 교통사고로 순직한 때가 1950년 12월 23일로, 흥남 철수와 타이밍이 거의 일치한다. 지금 서울에 '워커힐'이 바로 저 사람 이름을 따라 명명됐다.

(2) 파독 광부와 간호사(1964~1966): 한 10여 년 전부터 육사 교장의 편지라는 정체불명의 글이 나돌면서 어쨌든 많이 알려졌다. 일류대에 들어갈 정도로 머리 좋고 똑똑하면 뭘 하나, 나라가 가난하고 스스로 부를 창출할 기반이 없으니.. 억만 리 타지에서 학벌에 어울리지 않는 힘든 일 궂은 일을 하는 것인데도 목돈 모을려고 다들 못 나가서 난리였다.

(3) 월남전(1972~1974): 무슨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네(민간인 위장을 한 스파이 얘기는 절대 안 하고) 어쩌네 이상한 헛소리 음모론 대신, 이렇게 건전한 얘기를 풀어 주니 관람하는 기분이 좋았다.
물론, 실제로는 동일 인물이 공무원· 관리 명목이 아닌 인부· 일꾼 명목으로 서독과 베트남을 모두 경험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창작물이라는 허구에서는 한 주인공이 온갖 역사 사건을 다 몰아서 경험하는 게 관행이긴 하다. <여명의 눈동자>나 영화 <진주만> 등의 주인공을 생각해 볼 것.

(4) KBS 이산가족 찾기(1983. 10.): 재연을 한 건지, 아니면 당대의 레알 기록 영상물에다가 주인공을 CG로 합성해 넣은 건지? 어쨌든 재연을 굉장히 잘했다. 난리통에 생이별한 아버지는 못 찾았지만, 여동생은 미국으로 입양돼 있었을 줄이야.
내가 "님아 그 강을..."을 보면서는 그렇게까지 큰 감흥이 없었지만, 이산가족 상봉 장면만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다. "여기는 운동장 아니다." / "Am I really your sister?" ㅠ.ㅠ
미국으로 입양된 막순이 역을 맡은 배우.. 한국계 미국인 신인 같은데 정말 리얼하게 연기를 잘했다. 킬빌로 치면 뭔가 헬렌 김(암살자 카렌 김 역) 같은 위치일까?

부부싸움 하다가 어색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은 정말 다른 불순한 의도 없이 그 시절에 그랬다는 풍자가 들어간 개그이더구만.. 도대체 뭐가 이념이 들어간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뭐? "나이 많은 꼰대들한테서 지겹도록 들은 얘기를 굳이 또 영화로 봐야 할 필요 있나?" 이런 인간말종 수준의 개소리는 정말로 일고의 가치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영화는 6· 25 시절의 부산을 다루고 있으면서 정확하게 그 시간과 장소에 있었던 대역경인 "부산역전 대화재"는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부산으로 피난 가서 살던 덕수네 집안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사건인데, 딱히 집어넣을 만한 공간이 없어서 안 넣은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25 08:38 2015/01/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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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번의 여유

얼마 전, 본인은 회사에서 어도비 인디자인의 약간 구버전을 업무상 프로그램 구조 분석을 목적으로 설치한 적이 있었다.
본인은 프로그래머이지 디자이너가 아니며, 나의 컴퓨터 생업 밑천은 비주얼 C++이지 인디자인은 아니다. 이건 잠깐만 들여다보고 버릴 예정이므로 30일 트라이얼 버전만 잠깐 깔았다.
그리고 그걸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 본인은 그걸 방치했는데..

나중에 내 한글 입력기가 인디자인에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듯하다는 문의가 어디선가 들어왔다. 난 비록 30일 기간은 아득히 경과했겠지만 일단 내 회사 컴에 인디자인이 깔려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걸 일단 실행해 봤다. 그랬더니..
프로그램은 "트라이얼 기간이 경과했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실행 기회를 준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일단 실행이 됐다.

어도비가 요즘 먹고 살기가 팍팍한지, 혹은 도를 넘는 불법복제에 이골이 났는지 소프트웨어 제품들에 인증을 강화하고 패키지 일회성 구매보다 사용권/사용 기간 구매 위주로 정책을 짜게 바꾸고 있다고 본인은 들었다. 하지만 30일이 경과하자마자 칼같이 실행을 거부하는 여느 데모나 셰어웨어와 달리, 트라이얼 버전에 대해서는 쟤들이 나름 자비심 있는 조치를 취한 것 같다. 단 한 번만 더 기회를 준 것이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와 유사한 다른 사례들을 주변에서 여럿 찾을 수 있다.
옛날에 '잔기'(목숨, 마릿수)가 존재하던 게임을 보면, 1이 마지막 잔기인 게임이 있는가 하면 0이 마지막인 게임도 있었다. 이 역시 1보다는 0이 더 관대해 보인다.

지하철의 경우, 운임이 중간에 오르더라도 예전 운임을 기준으로 이미 충전된 한 달치 정기권은 추가 정산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옛날엔 서울 지하철에 정액권이란 게 있었다. 구입가보다 더 많은 금액이 입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소진 직전 맨 마지막에는 금액이 100원이 남았든 50원이 남았든 무방하게 전철 최장거리 구간도 1회에 한해 더 이용할 수 있었다. 뭐, 지하철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런 운임 누수 꼼수를 막으려면 정액권의 단가를 최대한 높게 잡아야 했겠지만 말이다.

이런 식의 아기자기한 '마지막 한 번의 여유'를 생각할 만한 일이 또 있었다.
한번은 교회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놀다가 야식을 시켜 먹었다. 이럴 때는 집 냉장고나 문에 쳐박혀 있는 야식집 메뉴판을 꺼내서 그 내용대로 주문을 하는데, 그 메뉴판 가격을 그대로 접수받는 집이 내 경험상 생각보다 적다. 수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가격이 올랐다고 그런다. 그러나 이것도 그렇게 센스 있는 조치는 아니다.

자기 집의 옛날 메뉴판 찌라시를 제시하면 그걸 회수하고 새 찌라시로 교환하는 조건으로 1회에 한해, 메뉴에 적힌 대로 옛날 가격을 받게 하는 게 고객에게는 훨씬 더 좋은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자기네 가게에서 옛날에 집집마다 돌며 뿌렸던 광고 찌라시를 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나중에 그걸로 주문을 한 것만으로도 업소에서 보상을 해 주는 게 마땅치 않은가 말이다.

또한 이것은 "찌라시에 대한 신뢰도를 올리고" 한번 주문을 했던 고객으로 하여금 자기 업소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낸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할인 쿠폰이 뭐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 UI 내지 고객을 접대하는 장사를 하는 업종에서는 이런 '마지막 기회'에 대한 아량이라는 덕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23 08:34 2015/01/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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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3분 고기덮밥

오뚜기 3분 고기덮밥은 본인이 태어나서 최초로 접한 레토르트 파우치 식품이다. 물론 밥까지 들어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덮밥 '소스'일 뿐이라고 단서가 자그맣게 붙어 있다.
영문 명칭 Goulash에서 알 수 있듯, 얘는 유럽풍의 매콤한 쇠고기 스튜 요리에서 컨셉을 따 온 듯하다.

처음 먹었던 때가 20여 년 전 초딩 중저학년 시절이었는데, 본인은 그때부터 이걸 굉장히 좋아했다. 비슷한 상품인 3분 짜장, 카레, 하이스보다도 더.
그 시절에 고기덮밥의 개당 가격은 700얼마 정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샌가 이 고기덮밥은 상점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서 더는 찾아 먹을 수가 없게 됐다. 유사 상품들도 다 변함없으며, 햄버그 스테이크나 미트볼도 지금까지 멀쩡히 팔리고 있는데 유독 고기덮밥만 없어진 것이다. 펭귄 통조림은 회사가 망하면서 단종된 게 맞지만, 고기덮밥은 왜 혼자서 단종됐지..??

그러나 여기에도 반전이 있었다. 없는 게 없는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보니 고기덮밥은 멀쩡히 잘 팔리고 있었다. 이에 본인은 곧바로 12개짜리 패키지를 질러서.. 오랜만에 옛날 맛을 즐겨 보았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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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엔 계몽사에서 에메랄드 색 '어린이 세계 명작 전집'을 재판해서 판매하자 옛날 추억에 잠긴 독자들이 많이 주문을 했었다... 내가 바로 그런 심정이다. 단지 이번엔 동화책이 아니라 인스턴트 식품일 뿐.

유통기한이 2016년 여름일 정도로 지금까지도 멀쩡히 잘 생산되고 있는 물건인데
왜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편의점부터 홈플러스/이마트 등 대형 마트까지.. 좀체 물건을 찾을 수 없는지 난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3분 고기덮밥을 오프라인 상점에서 목격하신 분(증명-_-), 혹은 반대로 그게 왜 온라인으로만 판매되고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사라졌는지 이유를 아시는 분은 본인에게 제보해 주시길 바란다.

* 나같은 사람이 맛집이나 음식 소개를 한다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전선 휴게소 메기 매운탕에 이어 음식 소개는 이번이 거의 두 번째이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4/12/20 08:28 2014/12/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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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신선놀음 중

오랜만에 근황 겸 내 사진이나 좀 투척하겠다. 이제 날짜상으로는 여름이 다 갔다지만 난 여전히 낮과 밤에 반팔 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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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북한산 맑은 공기를 주입해 주면 코딩이 잘 되는 거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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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원 주택 2층 다락방에서의 신선놀음. 참고로 우리집 아님.

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학교· 교회 등의 지인 한정으로나 의미가 있겠지만..
도대체 저 인간은 왜 어딜 가나 맨날 노트북 PC를 들고 다니고 게다가 인터넷조차 없이도 혼자 뭘 끄적거리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내 연구실을 오프라인 방문하는 걸 언제든지 환영한다.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컴퓨터 펼쳐 놓고 작업하고 있는 곳이 어디든지 연구실.
내가 지금 한글 입력에서 관심사가 무엇이고 뭐가 고민인지를 코드와 함께 친절하게 알려 드리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4/10/01 08:39 2014/10/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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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거리 20000km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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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마의 총 주행 거리가 지난달(8월) 하순에 드디어 2만 km를 돌파했다.
계기판에 ODO라고만 적혀 있어서 무슨 이니셜인가 궁금했는데 이건 합성어 이니셜은 아니고, odometer라는 단어를 줄인 글자이다. 우리말로는 적산거리계.

사실, 차 자체는 부모님에게서 인계받은 이래로 종합 검사까지 한 번 받았을 정도로 차령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이제야 2만 km를 겨우 넘었을 정도이니 이 얘기를 들은 분들은 다 허탈해하면서 “이거 뭐 완전 새 차군. / 차를 지금까지 안 굴린 거나 마찬가지군” 등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운전을 대부분 주말에만 하니 주행 거리는 매달 400~500km, 1년에 5~6천 km대에 불과하다. 평일에 회사나 학교에 몰고 가는 빈도는 한 달에 한두 번이 될까 말까이지만, 그래도 무더위나 우천 등 날씨가 안 좋을 때, 부득이 지각을 면해야 할 때, 짐이 많을 때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차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해 왔다.
그리고 그렇게만 몰아도 차량 유지비는 기름값만 8~10만원 정도 꼬박꼬박 나온다. 자동차라는 게 참 비싼 물건이긴 하다.

하지만 차는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금이나 보험료 등이 적지 않게 깨지며, 차령이 올라갈수록 세금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중고 감가상각도 커진다. 그러니 무작정 안 몰고 세워만 둔다고 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차를 장만한 이상, 어느 정도는 꾸준히 타야만 오히려 이득이다. 경제 속도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 주행 거리라는 개념도 있는 셈이다.

물론 본인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주행 거리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는 동안은 연간 1만 km 정도까지는 주행 거리를 늘릴 생각이다. 특히 박사 과정부터는 학교에 월 단위 정기 주차 등록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지금도 학교 근처의 동문 회관에다가 잠시 주차할 수는 있지만, 한계가 많다. 그건 명목상 연 10회 제한이 있으며, 또 한 번에 최대 3시간까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수업 하나만 듣고 허겁지겁 돌아오기에도 빠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평일 일과 시간에는 서울 시내의 도로 정체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차의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
새벽에 일찍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연구실에 있다가 밤 늦게 돌아오는 용도로 활용해야 도로 정체도 피하면서 차를 능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럴려면 역시나 정기 주차 등록이 필수인 것이다.

집은 먹을 게 많고 내 마음대로 쉬기도 편해서 좋지만, 너무 덥고 또 아무래도 공부나 코딩의 집중이 잘 안 되어 나태해지기 쉽다.
학교는 반대로 뭔가 집중하고 작업하기는 좋다. 집보다 훨씬 더 시원하며 무선 인터넷도 빵빵하다. 학부생이라면 그저 공공장소인 도서관 독서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나 같은 대학원생은 아늑한 연구실이 있으니 더욱 좋다.
그러나 일단 움직여서 밖에 나가는 이상 당장 돈이 깨지며, 이동하는 게 매우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 불편을 자동차가 크게 줄여 줄 것이다.

끝으로, 또 엔진 이야기.
본인은 내 차가 디젤이 아니다 보니, 힘 좋고 연비도 더 좋은 디젤 차량에 대한 환상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디젤은 소음· 진동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배기량이어도 더 무겁고 가격도 생각보다 더 비싸다. 단순히 차값뿐만 아니라 오일 같은 엔진 관련 소모품/부품 가격도 말이다.

차를 장만했으니 이제 내 사전에 대중교통이란 없다는 심보로 연 2만 km 이상씩 마구 굴릴 게 아니라면, 디젤 차는 의외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나처럼 이제 겨우 연 5~6000km 수준인 주말 운전족 정도로는 휘발유 차가 백 배 낫다고?
아예 충분히 출력이 큰 SUV 정도라면 모를까, 그냥 어정쩡한 1000cc대 후반 배기량의 디젤 승용차를 장만하신 분 중에는 다음에는 그냥 휘발유 차를 살 거라고 오히려 후회하는 경우도 있어서 의외였다.

Posted by 사무엘

2014/09/02 08:15 2014/09/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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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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