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다음으로는 오랜만에 호박 차례이다. 호박 호박, 호박~~~ 호~~~~~박..!!
사 먹은 거, 직접 키운 거, 그리고 호박에 대한 보편적인 얘기들을 차례로 늘어놓도록 하겠다.

1. 먹은 호박

늙은 호박이 제철이던 작년 가을엔 그냥 집 근처 채소 가게에서도 지름이 35cm를 넘는 거대한 호박.. 무게가 거의 10kg, 개당 2~3만 원에 달하던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이것들은 집에 두 달 정도 놔 두다가 잘 쪼개서 먹어 치웠다. 과육과 씨 모두 상태가 양호하고 맛도 달콤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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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건 지난달 말과 이 달 초에 먹은 호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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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이 초록색, 속이 주황색인 호박은 품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호박도 아니고..;;
초록색 호박은 일반적인 누런 늙은 호박보다는 내구성이 부족한 것 같았다. 보관한 지 3개월쯤 되니 꼭지 부위부터 물러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즉시 도축을 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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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품종에 따라서 과육과 죽의 색깔도 살짝 차이가 나더라. 무슨 물감 같다^^
맛은.. 초록색 말고 누런 늙은 호박의 노란 죽이 더 달콤하고 좋았다.

뭔가 유월절 어린양을 잡는 심정으로 호박을 쪼개고,
서예에서 먹 갈듯이 인격 수양하는 마음으로 호박 껍질을 깠다.
호박죽이 완성되는 건.. 뭔가 끓는 물에 돌아가셨다가 3분 만에 부활한 라면교 교주를 영접하는 순간 같다~~ ㅋㅋㅋㅋㅋ

2. 키운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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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년 10월 말.. 날씨가 추워져서 야외에서 개인적으로 키우던 호박들이 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수분돼서 맺히던 열매를 따서 먹은 것이다. 아주 파릇파릇한 애호박이니 열매 내부에 씨는 거의 생겨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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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지난 1월 말에 수분이 성공해서 실내에서 맺히기 시작한 단호박이다. 수분된 지 1주일 정도 지난 모습인데, 지금은 이때보다 색깔은 더 짙어졌지만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귤 내지 양파 정도 크기가 됐다.
그 반면, 오른쪽은.. 암꽃이 피긴 했지만 하필 주변에 수꽃이 없어서 수분되지 못하고 그냥 떨어진 호박 씨방이다. 아까비~~~

암꽃이 꽃가루를 받지 못하면 꽃이 시든 뒤에 씨방도 쭈글쭈글 말라 비틀어지고 떨어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얘를 미리 잘라서 씨방 위에 붙어 있던 꽃잎을 떼어내니, 암술은 여전히 붙어 있다. 이거 무슨 기계 부품을 분리한 것 같다.. ^^

호박 씨방이 요렇게 된 모습도 볼 일이 매우 드물 것이다.
아아~ 저 노란 암술 소켓에다가 수꽃 수술의 꽃가루를 묻혀 주면.. 꽃가루에 담겼던 유전자 정보가 저 씨방 안으로 전달된다..!!
수많은 정자 중에 단 하나만 난자와 합체를 하는 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중에 암술과 꽃잎 같은 부속품은 몽땅 떨어지고 없어지지만, 저 씨방은 그대로 부풀고 자라서 먹음직스러운 호박이 된다. ^^ 호박에서 북극의 꼭지 말고, 아래 남극의 배꼽 같은 부위는 과거에 꽃과 암술이 붙어 있던 자리라는 뜻이다~!!

호박은 충매화에 속씨+쌍떡잎식물이고 씨방이 꽃잎의 안이 아닌 밖에 있고,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덩굴식물이다.
살다 살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시 검색해 보게 됐다.
20여 년 전, 철도가 내게 학창 시절에 정말 싫어했던 역사· 지리 과목에 통찰을 주었다면..
호박은 학창 시절에 과학 과목 중에 제일 싫어했던 생물-_-에 통찰을 주고 있다. ^^

오른쪽의 저 씨방이 암술이 수분됐으면 왼쪽처럼 됐을 것이다.
피지 못한 왼쪽 씨방도 썩혀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엔 아까우니 내가 생걸로 그냥 꿀꺽 먹어 버렸다.
쟤도 콩알 같은 애호박이나 마찬가지이니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 이름을 애플이라고 안 짓고 펌킨이라고 지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_=;;;; ^^

3. 벌레

애호박 말고 누렇게 잘 익은 '늙은 호박'은 내부 중심부가 막 깔끔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축축하고 걸쭉한 주황색 펄프들이 가득하고, 거기에 씨들이 매달려 있는 게 무슨 저그 건물 내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_=;;

그런데 호박이 그 상태로 오래 방치되면 씨들이 그 내부에서 스스로 싹이 나 버리기도 한다.
적당히 따뜻하고 축축하고 주변에 양분이 많다는 조건이 맞아서 발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은 온통 깜깜한 암흑천지일 것이고 뿌리 내리고 잎을 낼 만한 곳은 없다.
그러니 그 싹튼 줄기는 허연 콩나물 신세를 면치 못하며, 얼마 못 가 죽어 버린다. 흠..

어째서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걸쭉한 주황색 펄프로도 모자라서 씨가 콩나물처럼 돼 있는 모습도 약간은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내부 발아한 호박씨보다 더 징그러운 건.. 호박 내부에 구더기들이 들끓는 것이다.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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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표면에 아직 초록색이 남아 있고 표면이 유난히 오돌토돌한 게 좀 독특했는데.. 썰어 보니 ‘호박과실파리’ 구더기들 수십 마리가 중심부를 점령해 있었다.
이놈은 박과의 식물의 암꽃 안에다가 알을 까는가 보다. 그러면 열매가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중심부는 애벌레들이 파먹으면서 차차 변질되고 썩는다. 그래도 얘의 경우, 겉의 과육에는 그닥 피해가 없어서 대부분의 부위는 여전히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구더기에게 점령당한 호박 파편은 곱게 땅에 파묻기만 하는 식으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걔네들이 정상적으로 번데기를 거쳐서 성충으로 자라 버릴 테니, 번거롭더라도 불이나 펄펄 끓는 물로 파편을 처리해서 유충을 박멸해야 한다.

4. 보석 호박과의 오해

흔히 늙은 호박은 출산 후 붓기의 해소에 좋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산후부종의 호박과 남과의 오용에 대한 문헌고찰" (안 상영 외, 한국 한의학 연구원) -- 대한한의학 방제학회지 제17권2호, 2009
요 논문에 따르면, 출산 후 붓기를 해소하는 데 효능이 있는 약재로 전통적으로 알려진 것은 늙은 호박이 아니라...;; 동음이의어인 보석 호박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훗날 채소 호박으로 와전된 거라고.. 엥...????
이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현직 한의사가 건강 칼럼을 언론에다가 기고한 것도 몇 건 검색되어 나온다.

일단 동의보감에는 채소 호박이 절대 등장할 수 없는 게.. 그때는 조선에 호박이라는 채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최소한 널리 보급되고 효능이 검증되기 전이다.
그런데 송진을 굳힌 보석 호박은 먹기는 어떻게 먹는 거냐..?? 달여서 먹나..?? 헐?? 좀 의외다.

5. '후박'과의 오해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와 호박엿이 유명하다.
근데 이것도 호박엿이 아니라 원래는 후박엿이다. =_=;;
울릉도에 후박나무라는 게 많이 났다. 이 나무의 진액과 열매가 무슨무슨 효능이 있는 한약재이고, 이걸 넣어서 엿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박씨 성을 나타내는 친숙한 한자 朴도 저 '후박나무 박'이다~!! 큼직한 과채류 박꽈 할 때의 박이 아니다. 그 박은 한자가 없는 순우리말이다.
근데 이게 소리가 와전돼서 호박엿이 돼 버렸고.. 이제는 울릉도에서도 원래 만들던 후박엿 대신, 진짜 호박을 집어넣은 호박엿을 팔게 됐다고 한다. 마라도에서 웬 뜬금없는 계기로 짜장면 장사를 하게 된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_=;;

뭐든지 호박으로 와전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호박이 들어간 엿 말고 떡이야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까..
우리 모두 호박 많이 사서 관상용으로 놔두고, 먹기도 많이 먹자~!! ^^
꼭 저런 게 아니어도 호박은 그냥 보기에 좋고 몸에도 좋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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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보너스.
이건 요 최근에 포천에 있는 '왕뎅이선생'이라는 한정식 식당에서 너무 반가운 아이들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음식과 별개로 식당 주인이 호박 농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인맥이 있는가 보다. 난 지름신이 당연히 강림하여 두 덩이를 사 왔다. ^^

호박이 폭삭 늙어서 색이 누래진 걸로도 모자라서 표면에 흰 가루 같은 것까지 앉는 건 아주 좋은 징조이다. 이래서 호박한테만 '늙은'이라는 수식어를 쓰는가 보다. 이건 사람의 흰머리만큼이나 영예로운(?) 변화이다.
그 반면, 파릇파릇 초록색이어야 할 호박 잎에 흰 가루가 끼는 건 병이며, 좋지 않은 현상이다. 이런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25 08:34 2023/02/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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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캠핑

2022년 올해가 저물어 간다.
2022년은 21세기 이래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새 버전 소식이 한 번도 없었던 최초의 시기이다.
일종의 휴양· 요양을 한 셈인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발 중단은 절대 아니고 개발할 것 리스트가 한가득 쌓여 있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다시 일을 할 예정이다.

전쟁 때문에 에너지와 식자재 물가가 많이 올라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세계적으로 적지 않을 것이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모든 방문자께서 편안한 잠자리에서 따뜻한 밤을 보내시기를 개인적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만약 아직 그리하고 계시지 못한다면 나처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

유난히 따뜻했던 11월이 지나고, 지난 11월 30일부터는 밤 기온이 서울 기준 -5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습 한파가 찾아왔다.
그 날 밤에 본인의 무장은 텐트, 두꺼운 담요, 패딩 잠바, 침낭 두 겹이었다.
밖엔 강풍이 휘몰아치고 물병에 담긴 물이 꽁꽁 얼었지만, 이불 속 침낭 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따뜻했다.
"추위가 뭐야? 먹는 거야?" 생각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너무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게 잘 자고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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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잤냐 하면.. 밤 11시쯤 눈 감았다가 뜨니 새벽 5시 반이었다. 피로가 싹 가시고 정신이 맑아져 있었다.
내 경험상, 무장이 부족하면 새벽 2~3시쯤 깨거나, 하체 쪽이 추위에 떨게 된다. 특히 발가락 말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 절대적인 무장 자체가 부족: 날씨 예측 실수, 또는 자전거 타고 멀리 나간 상태여서 무장을 충분히 많이 실을 수 없었음
  • 처음 잠들던 때는 별로 안 추워서 무장을 안 하다가 나중에 추워져서 무장이 뚫림

그러나 저 때는 작정하고 처음에 잠들 때부터 중무장을 했기 때문에 밤중에 무장이 뚫리는 일도 없었다.
따뜻한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이불 속에다 노트북과 호박 한 덩이까지 같이 보온을 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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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기습 한파의 바로 전날 밤은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10도를 훌쩍 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고가도로 아래의 공원 벤치에서 이렇게 잤었다. 보온은 별로 필요 없고 비만 피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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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같은 시간대의 기온이 전날 대비 15도가 넘게 곤두박질쳤으니.. 날씨도 고삐 풀린 듯 급발진과 급제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입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동장군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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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건..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안 와서.. 그냥 공원 풀밭에서 텐트도 안 치고 자연을 즐기며 잤을 때의 모습이다. ^^
나는 1년 중 과반.. 6~70%는 늘 밖에서 자고 이걸 지난 수 년 동안 반복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매뉴얼이 있다.

1. 대원칙
일단 밖에서 자기로 했으면 친환경 최소주의 이념에 입각해서 텐트와 침낭과 담요로 간단하게.. 100% 내 체온과 근성만으로 자연을 즐기고 쉬었다가 돌아오는 게 좋다.
온갖 장비빨에 살림살이를 통째로 옮기는 듯한 캠핑은.. 내가 보기엔 그닥 바람직한 캠핑이 아니다.

  • 자고로 보일러라는 건 몸을 씻을 물을 데울 용도로만 사용하는 거다. 실내에서 단순히 공기나 바닥을 데우는 건 낭비다.
  • 자동차의 기름은 무조건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차 시동을 걸어서 엔진을 공회전시키면서 히터를 튼다니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캠핑을 못 하는 조건은

  • 열대야: 그냥 집에서 선풍기· 에어컨 틀고 자는 게 나음
  • 나쁨 이상 수준의 미세먼지: 야외 공기가 너무 안 좋음

그 반면, 무조건 반드시 밖에 나가는 조건은 기록적인 강추위 또는 폭우이다.

3. 밖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자고 나서는 텐트를 싹 걷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야 된다. 누가 여기에 텐트를 치고 갔다는 티를 안 내는 게 정상이다.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는 안 치우는 놈, 텐트를 안 걷고 알박기 하는 놈들은 캠핑계의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 몰상식한 또라이들이다. 정말 공개적으로 거듭 거듭 씹고 욕과 비방을 퍼부어 줘야 된다.
이런 애들 때문에 훌륭한 캠핑 장소들이 다 출입금지 주차금지 걸리고 유료화되고 인심이 야박해지는 거다.

4. 개인적으로 제일 김빠지고 힘빠지는 소식은..
텐트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누가 죽었다는 소식이다. 도대체 난방을 왜 하냐..??
그냥 자기 체온만으로 버티면 절대로 저렇게 될 일 없다.

5. 과거 기억에 남는 캠핑은..

  • 호우경보가 내려졌는데 출입 통제를 무시하고 안에 들어가서 강가에서 텐트. 수위가 내가 있는 곳에 근접할 정도로 굉장히 올라가서 흥미진진했음. 당연히 아무 탈 없이 무사 귀환.
  • 한겨울 -15도. 꽁꽁 얼어붙은 강물과 눈 위에다 텐트 치고 캠핑. 폰과 노트북은 다 퍼지고 차 시동도 제대로 안 걸렸음. 딴 덴 다 괜찮은데 발가락이 정말 시렵고 따가웠음.
  • 산속 군용 벙커에서 캠핑.
  • 600m 남짓한 높이의 산 정상에서 캠핑. 야간 산행을 하는 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상에 올라왔다가 텐트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내려간 듯했음.
  • 어느 무덤 옆에서 캠핑. 평평한 풀밭이 있어서 텐트 치기 좋았음.

세상에 신학, 목회 권유도 받고 기인 엽기 유튜브 권유도 동시에 받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_-;;
글쎄.. 이 나이에 결혼이나 해서 곱게 가정을 꾸려도 시원찮을 판에 혼자 튀는 짓을 비디오로 찍어서 유포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난 아무도 유튜브 안 하던 시절, 무려 2008년에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영상을 독보적으로 올리긴 했었다.
마치 컴퓨터과학자 도널드 커누쓰 할배가.. 무려 1970년대에 이메일이라는 걸 썼고 정작 1990년대 이후부터는 안 쓰는 것처럼... 나도 유튜브 동영상을 비슷한 시기와 방식으로 활용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7 08:35 2022/12/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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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근황 -- 호박

올해 2022년도 벌써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지난 9월까지는 늦여름이 오래 지속되면서 낮 기온이 20도 후반까지 치솟았는데.. 얼마 전 개천절에 비가 한바탕 내린 뒤부터는 이제 진짜 여름이 끝나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고, 한글 입력기 개발을 너무 오랫동안 쉬긴 한 것 같다.
이미 버그 신고도 몇 개 받은 게 있고, 편집기에 UI를 자잘하게 고치고 새 기능을 넣은 것도 있다. 이 일을 내려놓거나 포기한 건 아니지만 지금도 계속 호박-_-, 캠핑, 연애 등 다른 개인사를 직장과 병행하느라 올해는 날개셋 새 버전이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좀 높아졌다. 2022년이 거의 안식년처럼 됐다.

오늘은 이런 근황을 글과 사진 기록으로 좀 남겨 보았다. 써 놓고 보니 또 대부분이 호박 이야기이고, 한 달 전에 올렸던 호박 근황과 비슷한 패턴이 돼 버렸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호박 이야기부터 좀 하겠다.

1. 내가 키우는 올해의 마지막 호박

올해는 내 개인 농사는 6월 말과 8월 초, 두 번이나 터진 폭우와 그에 따른 대규모 침수 피해 때문에 별 재미를 못 봤다.
조금 아슬아슬한 곳에 심은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테러를 당해서 뽑혔고..=_=;;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안정된 곳에 심었던 아이는 사람 대신 강물이 휩쓸어 가 버렸다.

그래서 열매를 만진 건 쬐끄만 애호박 몇 개, 그리고 실내에서 CD 크기 남짓한 늙은 호박 하나 만든 게 전부가 됐다.
작년에는 폭우 같은 단절이 없었다. 덕분에 11월에 호박들이 모두 얼어 죽은 마지막 순간까지 열매를 수십 개나 구경하고, 열매를 도둑맞은 것만 10여 개는 됐을 것 같은데.. 올해는 일이 그렇게 흘러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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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아이들은 8월 폭우 이후, 8월 중순쯤에.. 열매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고 그냥 10월까지 2개월 시한부 인생을 전제로 하고 또 심은 것이다.
그래도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덩굴이 이렇게 뻗어 나간다.

내 경험상 밤 기온 5도가 마지노 선이다. 이 정도 되니까 호박이 못 견디고 잎이 슬슬 냉해를 입더라. (새카맣게 변하고 말라 죽음)
그리고 기온이 내려가면 호박들이 성장 모드를 영양에서 생식으로 바꿔서 갑자기 막 암꽃 씨방을 무리해서 짜내서 만들어 피우기 시작한다.

밤에 이 호박들을 비닐 씌우고 뿌리 주변에다 핫팩 같은 거라도 던져주고 싶은데.. 이 짓을 겨울 내내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_=;;
한두 포기 정도 스티로폼 화분에다 옮겨 담아서 따뜻한 실내로 가져오지 않는 한, 얘들을 더 살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런 온도로 인한 제약이 없더라도, 호박은 반 년 이상 살고 수명이 간당간당해지면 자연스럽게 잎들이 누래지다 못해 갈변하고 시들고 빠지면서 앙상한 줄기만 남는 것 같다. 사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는 줄기도 평소처럼 초록색에 털이 북슬북슬 난 게 아니라, 반쯤 나뭇가지 같은 누런 갈색이다. 그렇게 그냥 죽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상태로 아주 오래 놔둬 보면 그 줄기 마디에서 또 초록색 새순이 자그맣게 돋을 때도 있다. 자기들도 나름 살려고 최대한 노력은 하는데.. 그게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갈지? 이러는 시기와 조건은 전적으로 해당 식물 마음대로인 것 같다.

2. 남이 키우는 호박

집 주변에서 남이 키운 큼직한 호박이 하나 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우왓~ 잘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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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집뿐만 아니라 본인의 직장 근처 근린공원에도 누군가가 호박을 몰래 심어서 키웠었다. 점심시간 때 산책하러 나가서 얘들 꽃 핀 걸 보는 게 낙이었는데.. 얘는 딱히 암꽃이나 열매는 못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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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0월쯤 되니 이 두 곳 모두 호박 덩굴을 걷어내는 것 같았다.

3. 남이 파는 호박

8월 중순쯤엔 갓 수확한 늙은 호박이 도매 시장에 처음으로 올라오더니, 9월부터는 늙은 호박이 제철을 맞이했다.
이제 인터넷 주문을 하지 않아도, 가락시장까지 멀리 원정 가지 않아도.. 집 근처 재래시장과 채소 가게에도 큼직한 아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몹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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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의 형태로 판매되는 '조선호박/일반 호박'은 수요가 마이너하다 보니 수입산이란 게 없고 100% 국산이다. 농가의 입장에서는 늙은 호박은 수입산으로 인한 가격 변동이 없다는 메리트가 있는 셈이다.

그 반면, 단호박은 1년 내내 아무 마트에서나 파는 친숙한 채소가 된 관계로, 국산만으로는 수요 대처가 안 된다. 여름에는 국산이 유통되지만, 겨울에는 남반구 국가 수입산이 공급된다. 국내에서 힘들게 비닐하우스 만들고 난방 때서 호박 키우는 것보다, 그냥 사 오는 게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4. 내가 산 호박

지난 8월에 산 4.5kg짜리 호박은 본인의 바깥 나들이와 산책, 캠핑, 심지어 데이트 때도 수시로 따라 다니며 바깥 바람을 쐬었다.
한참을 들고 다니다가 의자에 앉아서 짐을 내려놓으니 팔이 후들거리고 아~ 이제 좀 살 거 같았다.
단독 군장 행군 생각이 나더라. >_< 운동을 너무 게을리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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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얘를 들고 다니다가 노트북 가방을 들어 보니..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순간적으로 "어, 내가 가방에 노트북을 안 넣고 나왔나??" 착각을 했다. =_=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지름이 40cm를 훌쩍 넘고, 무게가 11.5kg에 달하는 역대 제일 크고 무거운 호박을 동네 채소 가게에서 득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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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하단의 작은 호박이 이미 지름이 25cm에 달하는데.. 좌측 상단의 큰 호박들은 덩치가 얼마나 될지 짐작해 보시라. 우측 상단의 호박은 무게가 13.5kg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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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트에 앉은 아이 셋의 무게를 합하면 거의 30kg이나 된다. =_=;;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그 가녀린 덩굴에서 이렇게 크고 무거운 열매를 만들어 낸다는 게 경이롭기 그지없다.
수시로 꺼내서 아이의 주름을 쓰다듬으니까 훈훈하고 기분이 좋다.

5. 내가 먹은 호박

이렇게 호박들을 갖고 놀다가.. 요 며칠 전엔 제일 먼저 구매했던 8월자 늙은 호박 하나를 도축해서 오랜만에 죽을 쑤어 먹었다.
호박의 멋을 즐기는 기간은 한 달 이상이지만, 호박의 맛을 즐기는 기간은 길어야 1주일 남짓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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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에는 애호박과 호박잎이 들어가고, 옆에는 늙은 호박 호박죽도 같이..
인간에게 큰 이로움을 주는 호박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녁을 먹었다.
한편으로.. 이 4.5kg짜리 자그마한 호박 하나도 껍질 까고 써느라 이 정도로 애 먹었고, 죽이 이만치 많이 나왔는데..
나중에 13kg짜리 거대한 호박은 어떻게 분해하지..?? 벌써부터 ㅎㄷㄷ한 생각도 들었다;;.

6. 여담: 호박 모양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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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할로윈 시즌이랍시고 쿠션/베개도 이렇게 생긴 물건이 만들어져 있구나.. 완전 내 취향 저격이다..!! ^^
할로윈용 서양 펌킨보다는 식용 늙은 호박 고증에 충실한 모양이었으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호박은 호박이니 이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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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쿠션 호박이고, 오른쪽은 진짜 호박이다. ㄲㄲㄲㄲㄲㄲ

요즘 밖에서 자기 정말 좋은 시기이다.
텐트는 바람을 막아 주고 침낭은 추위를 완벽하게 막아 준다.
요즘 날씨를 표현할 형용사로는 '아름답다, 원더풀' 같은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22/10/17 08:34 2022/10/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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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 -- 몇몇 생각, 여행 등

1. 환절기

이번 주쯤부터 날씨가 갑자기 확 급변해서 굉장히 시원해졌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고, 밤에는 20도 초까지 기온이 내려가니.. 폭염과 열대야가 싹 사라지고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당연히 캠핑을 하기에도 최적의 환경이 갖춰졌다.

자정 무렵까지만 해도 찬물을 바로 끼얹거나 냉탕에 바로 뛰어들어도 될 것 같았는데
새벽이 되니 급 싸늘해져서 텐트 창문을 닫고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야 할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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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호박호~~~박~~ 행복행복행....복 ㅎㅂㅎㅂㅎㅂ~~!!
텐트 문을 여니까 곧바로 강물이 비쳐 보인다. 내 마음과 멘탈도 힐링힐링.
호박에 대해서는 별도의 근황글에서 추가로 다룰 것이다.
여름이 가는 건 좋지만.. 점차 추워져서 밖에서 호박을 키울 수 없는 시기도 다가오는 건 아쉽다.

2. 잠시 정치 얘기

우리나라가 정권이 바뀐 지 3개월, 100일이 넘었다.
나도 저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 정권의 씻을 수 없는 양대 죄악인 "탈원전과 탈북자 북송"을 딱 정확히 공략하여 수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고 현 정권이 선출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화이팅이다, 힘내라~!!

그 새X는 절대로 편하게 뒈지게 해서는 안 되고, 어서 국립호텔로 보내야 한다. 하루속히 정의가 구현됐으면 좋겠다. 뭉 다음으로는 찢 차례다.
현 법무부 장관은 사상 건전하고 말빨과 실력도 정말 장난이 아닌 인재이던데.. 5년 뒤에 현 대통령의 후임으로나 등극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정말 잘 뽑았다는 건 얼마 전에 북괴도 인증해 주었다. "남조선의 대북 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 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와~~ 개인적으로는 현웃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진짜 훌륭한 대통령이라면 북괴가 암살하려고 암살조도 보내고 폭발물도 설치하고,
역적패당이라고 온갖 욕과 저주를 퍼붓고 자기들 선전용 그림 속에서라도 갈갈이 찢어 죽였을 텐데.. 북괴가 옛날에 비해서는 많이 점잖아진 듯하다. 아니면 윤이 아직 그 정도로 훌륭한 행적은 못 남겼거나..

10여 년 전에 MB 각하만 해도 얼마나 훌륭한 대통령이셨는가?
그때 개척해 놓은 원전이고 천연가스고 4대강이고.. 나중에야 빛을 발하고 재평가 받고 있다.
이런 분이 아직도 감방에 가 있다니.. 우리나라는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의 재임 중에 하루속히 사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MB 이후로 북괴가 남한 대통령에 대해 대놓고 험악한 말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레카는 여자여서 선을 안 넘은 듯하고.. 다음 뭉은 만만한 개호구니까 무시와 하대만 했지, 굳이 저렇게 저주하고 싫어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윤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끝으로.. 젊은 이공계 엘리트 출신 정치인이라고 기대했던 그 사람은 왜 이렇게 추태 부리면서 몰락하고 망가졌나 모르겠다. 이 정도면 도저히 지지하거나 편 들어 줄 수 없다. 뭐 정치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3. 경주 감포 해수욕장

본인은 올해 하계 휴가는 7월 말, 그리고 광복절 연휴 이렇게 두 번에 나눠서 다녀왔다.
글쎄, 직장 동료들 중엔 한여름 성수기를 피해서 9~10월 초가을에 작정하고 제주도나 외국을 다녀오는 식으로 휴가를 쓰기도 하던데.. 본인은 그냥 더울 때 물놀이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휴가를 쓰는 걸 선호한다.

7월 말엔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영종도를 다녀오고, 8월엔 고향인 경주를 방문했다. 그래서 올해는 나름 황해와 동해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었다.
작년에는 어쩌다 보니 동해 바다에는 못 갔는데 올해 이 한을 풀었다. 그 대신, 올해는 양평· 남양주 쪽에는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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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의 '나정 고운모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한 뒤,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잠도 잤다.
경주에 해수욕장이 여럿 있긴 한데, 여기가 국도 4호선의 시점 바로 옆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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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도 계곡 물처럼 가슴까지 차는 깊이에서 밑바닥의 내 발등까지 다 뚜렷이 보일 수가 있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물이 이렇게 맑다니!!
(이 사진은 가슴까지 차는 깊이는 아님. 그 깊이까지는 겁 나서 폰을 못 들고 감ㅋㅋㅋㅋㅋ)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황해 해수욕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질이다.

거기서는 물이 초록색이고 수중에선 과장 보태면 팔을 뻗어도 손끝이 안 보일 지경이었는데.. (참고로 1950년대 런던 스모그는 물이 아닌 공기가 그런 상태였..)
또한 특유의 비리비리한 바다 냄새도 여기 동해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해수욕장은 바닥의 재질이 덕지덕지 달라붙는 진흙이 아니라 자잘한 자갈 위주여서 더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가 아니라 계곡에 더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울 사람들이 괜히 저 멀리 동쪽으로 원정 가는 게 아니구나.
한번 눈이 높아지고 나면, 이젠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해수욕장에서는 물놀이를 못 할 것 같다.

이 나이가 돼도 물놀이를 하니까 노무노무 좋았다.
원래 하루는 계곡, 하루는 바다에 가려 했으나.. 그 당시에 남부 지방은 가뭄 때문에 계곡 물이 깡그리 말라 있었다. 그래서 계곡에서는 놀지 못하고 바다에만 다녀왔다.
뭐 얼마 안 있으면 추석 때문에 또 고향에 가게 될 텐데, 그때는 물이 좀 살아 있기를..

4. 양동 마을

그리고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경주 양동 마을에 이번에 드디어 처음으로 다녀왔다.
경주는 아무래도 신라와 관련된 옛날 문화재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양동 마을은 의외로 조선과 관련이 있는 양반 집성촌이다. 애초에 위치도 서라벌이니 반월성이니 오릉이니 하는 전통적인 신라 도읍 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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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조선 왕조는 이상한 유교 전통에 선비질, 노비 등 온갖 악습과 병신 무능한 관행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 나온 그나마 선한 것, 대단한 것, 유의미한 것, 한때의 구닥다리 레거시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살아서 이어지는 것, '유네스코'라는 국제 기구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고유 문자 한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됐으며, 유네스코에서는 1989년부터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이라는 것을 제정해서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과 상금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상 명칭과 취지, 권위를 저기에서 승인해 준 것이고, 상금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재원을 마련해서 지급한다.

(2) 조선 왕조 실록: 쬐끄만 나라가 500여 년 동안 역사 기록 하나는 굉장히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있는 그대로' 잘 남겼다. 이건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덕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됐다.

(3) 수원 화성: 1700년대 말의 작품이니 별로 오래되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다 파괴된 걸 재건했을 뿐인 보잘것없는 성곽에 지나지 않는데.. '화성성역의궤'라는 건설 매뉴얼 덕분에 재건된 레플리카도 원본과 동일한 권위를 인정받았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됐다. 기록 유산이 아니라 그냥 유산..

그리고 경주 양동 마을은 여느 민속촌이나 '육영수 여사 생가'처럼.. 당사자들은 떠나 버리고 후대에 재현해 놓은 단순 한옥 껍데기가 아니다. 현재까지도 족보 조작질 없이 진짜 조선 양반 후손들이 문화재급 한옥에서 계속 살고 있다. =_=;; 한국 민속촌이나 안동 하회 마을은 이런 조건까지 만족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양동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통째로 등재됐다. 그냥 단절된 과거 레거시가 아니라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덕목을 잘 충족하는 세계 유산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매우 우수한 사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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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 봤는데.. 처음엔 한옥을 보다가 나중에는 호박만 찾아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밭의 곳곳에서 호박이 많이 잘 맺히고 있어서 반갑고 기뻤다.
자.. 이번엔 기승전..철이 아니라 기승전..호 기승전..박이 됐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8/26 08:35 2022/08/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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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근황

1. 애완용 늙은 호박

오랜만에 또 호박 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먼저, 애완용 및 식용으로 도입한 늙은 호박 완제품 자랑부터 짤막하게 한 뒤, 그 다음에 키우는 호박 얘기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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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애호박, 심지어 수박은 1년 내내 아무 동네 마트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늙은 호박은 그렇지 않다.
그런 다른 '박'들보다 더 크고 무겁고 비싼 데다, 취급하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호박의 상징은 커다랗고 누런 늙은 호박이 아니겠는가? =_=;;
본인은 작년 겨울에는 대체로 인터넷 주문으로 늙은 호박을 조달하며 지냈다. 그러다 제일 최근엔..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가락시장에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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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지하의 채소 가게를 뒤져 보니, 역시 늙은 호박을 오프라인 대면으로 금방 구매할 수 있었다.
평범하게 동글동글한 놈도 있고, 아예 약과처럼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놈도 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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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난 3~4월 동안은 얘를 잘 갖고 놀았다. 겨우내 보관을 잘 했는지 동글동글한 게 아주 단단하고 야물고, 표면이 매끈하고 상태가 좋았다.
밖에 캠핑 갈 때도 늘 데리고 다니다가 때가 되면 쪼개서 죽을 쑤어 먹었다.

2. 실내 재배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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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얘는 지난 2월 중순쯤에 수정이 성공해서 맺히기 시작한 열매를 얼추 1주 간격으로 관찰한 모습이다. 세상에 이런 시퍼런 동글이가 삭아서 저런 누렇고 단단한 늙은 호박이 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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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2주 정도 뒤, 이 아이는 이 정도로 살이 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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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꽃, 심지어 중도 낙과한 열매 등.. 식물의 원줄기에서 떨어져 나간 부산물들은 그대로 놔 두면 놀라운 속도로 시들고 물러지고 말라 비틀어지고 분해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특히 꽃의 경우, 폈다가 져서 하루~이틀만 지나면 이미 생명을 잃었는지, 툭 건드리기만 해도 저절로 떨어진다.

그런데 완성품인 늙은 호박만은 어째 상온에서 몇 달을 멀쩡히 버티는 걸까? 오히려 냉장고의 저온에 놔두면 더 빨리 상한다니..?? 참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분이 성공해서 호박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동그란 씨방이 갈수록 더 커지고 무거워진다. 암꽃이 피던 시절에는 씨방이 위로 빳빳하게 들려 있다가 얼마 못 가 무거워서 아래로 쳐진다. 사실, 암꽃은 열매의 무게를 견디라고 줄기부터가 수꽃 줄기보다 훨씬 더 굵직한 상태이다.

열매가 언제까지나 동그란 전구 모양이 유지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공 모양이 아니라 표면이 각지고 쭈글쭈글해진다. 수박은 그렇게 되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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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덩굴에서 맺힌 이 아이도 수분 성공 직후에는 동글동글 전구 모양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납작한 모양이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암꽃은 달린 케이블(줄기..)부터가 수꽃보다 훨씬 더 굵다. 열매에다 꾸준히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하고, 열매의 무게도 견뎌야 하니 말이다.

3. 실내 재배의 한계

이렇게 실내에서 호박 암꽃과 수꽃을 직접 수분시키고 호박 열매를 구경하니 본인은 지난 겨울이 더욱 훈훈하고 기뻤다.수술을 암술에다 부비는 그 느낌이란.. ㅎㅎ
하지만 호박을 더 오래 놔둬 보니 실내 재배의 한계랄까, 그런 것도 좀 느껴졌다. 1덩굴당 1열매 이상은 무리인 듯.. 열매가 하나 생긴 뒤부터 호박들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자라지 않기' 시작했다.

  • 단순히 수명이 다해서 그런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큼직한 잎들은 대놓고 시들지는 않는데 온통 노란 반점으로 뒤덮혀서 곰보가 됐다.
  • 또한, 새순이 나려다가도 다 시들고, 꽃도 잘 안 핀다. 특히 암꽃은 씨방이 맺히려는 것도 생기다 말고 다 누렇게 시들어 떨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작년에 제철에 야외에서 심었던 호박은 관리를 더 안 해 줘도 큼직한 열매가 잘도 맺혔던데..;;

실내에서는 온도, 물, 비료는 가까이에서 훨씬 더 자주 잘 챙겨 줄 수 있지만, 햇볕과 통풍(자연풍)은 아무래도 야외를 따라가기 곤란할 것이다.
야외는 그런 메리트 대신에 일교차가 더 크고 가혹한 기상 조건과 병충해에 더 크게 노출되며.. 뭐 흙도 갑갑한 화분보다는 더 많이 있겠지만 흙의 품질이 딱히 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야외가 실내보다 더 나은 여건이어서 큼직한 열매가 잘도 열렸던 것 같다. 심지어 인공수분조차 해 주지 않았는데도 꿀벌까지 날아와 주고 말이다..!!
지인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실내 재배로 제조한 호박은 맛도 더 없을 가능성이 높댄다. ㅎㅎ

작년에 야외에서 키우던 호박들은 가을(10월쯤)에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자..
자기 최후가 임박했음을 알았는지, 곳곳에서 미친 듯이 그 귀한 암꽃 씨방을 만들어 냈다.
뭐,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걔들은 여름이 돼서야 너무 늦게 심은 놈들이기도 했었다. 3~4월에 일찌감치 심었던 호박이 그때까지 살아서 활동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때 본인은 호박이 추위에 얼어죽지 않고 물과 영양을 끝없이 공급해 주면 언제까지 사는지 궁금했다. 실내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 보니 호박이 내 기대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작년 11월 이후로 심은 지 3~4개월쯤 됐는데 쟤들이 벌써 자연 수명이 다한 건지?
아니면 이번엔 온도나 물, 영양 문제 대신, 진짜로 햇볕, 통풍, 뿌리 내릴 공간 부족이 문제인 건지?
이 문제만 해결되면 호박 잎이 노란 반점 없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꽃과 열매를 더 많이 맺을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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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진 꽃, 앞으로 필 꽃이 동시에.. 그나마 수꽃이 가까운 데서 많이 폈던 시절의 모습)

특히 물은 도대체 어느 정도 얼마나 어떻게 줘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실내에서 한여름 같은 땡볕도 절대 없는데 낮에는 호박 덩굴들 잎이 힘없이 축 쳐져 있었다. (색깔은 누래진 것 없이 여전히 정상적인 초록색)
이건 수분 증발을 막으려고 잎들 기공을 닫고 양분 생산도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팍팍 많이 주고 싶은데 인터넷을 뒤져 보니 실내 식물은 물을 안 줘서 죽는 경우보다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숨을 못 쉬고 썩어서 죽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네..;; 그래서 물 주는 걸 주저했다.
그래도 호박이 잎과 덩굴이 저렇게 거대한데, 평범한 꽃이나 고무나무보다는 물을 더 많이 줘야 할 것 같아서 매일 덩굴당 한 컵 이상은 준 게 지나친 것 같지는 않다.

그 정도로 물을 주고 나면 시들었던 잎이 30분쯤 뒤에 기립했기 때문이다. 겨울에 실내가 굉장히 건조한 것도 감안했다.
또한, 식물에 물을 줄 때는 무슨 자동차 워셔액 보충하듯이 바가지로 끼얹지 말고, 물뿌리개로 살살 주는 게 흡수 관점에서 좋다. 빗물만 해도 얼마나 살살 가늘고 길게 내리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게 식물에게 좋은 급수 형태이다.

"알았어! 이것 때문에 호박이 안 맺히는 거야!" / "이렇게 해 주면 괜찮을 거야!" 이러는 게 마치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안 오잖아 가정교사!"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쪼록.. 호박은 재배가 까다롭지 않으면서 수박보다 좋은 영양 더 많은 열매를 남겨 주고, 열매가 동글동글 큼직하고 꿀단지처럼 생겼고, 뭔가 시골 인간미가 느껴지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채소이다.
그래서 본인은 지금은 컴퓨터의 배경 그림도 작년에 찍었던 호박밭 내지 호박 열매 사진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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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정도가 아니었으면 평생을 자동차나 컴퓨터, 심지어 열차 같은 기계류를 좋아했던 본인이 이 나이가 돼서야 자연과 농사에도 재미를 붙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보물찾기 하듯이 밭을 뒤지니 큼직한 호박이 눈에 띄는 게.. 정말 엄청난 희열을 안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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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호박은 언제쯤 따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 같아서는 박제하고 영구보존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깔끔하게 꿀꺽 할 예정이다.
초록색 열매도 꼭지에 가까운 쪽, 햇볕을 받은 쪽이 색깔이 먼저 짙어지더라. 반대편은 그냥 옅은 연두색일 뿐..

4. 나머지 소감

(1) 옛날에는 호박은 음식물 쓰레기나 심지어 인분을 파묻은 구덩이에다가 대충 심어서 키웠다고 한다.;;
식물이야 원래 태생적으로 동물이 더 처리하지 못하는 유기물 폐기물을 밑천으로 자란다고 하지만.. 거기서 같이 죽어서 썩어 버리는 것과, 그리하지 않고 그걸 영양분 삼아서 싹을 내고 크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라 하겠다.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온갖 부패균이 식물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도 신기한 점이다. 반대로 호박잎의 반점 병은 동물에게 영향이 없으니까.. 종간 장벽이라는 게 있다.

(2) 호박은 기온이 5도쯤 밑으로 내려간 추위에 밤새도록 노출되니, 더는 못 견디고 화상을 입은 듯이 잎이 시커매지고 쭈글쭈글해지면서 죽더라.

그런데 호박 말고 다른 화초 중에는 겨울에 잎이 일부가 빨개지는 건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상추나 시금치 말이다.
검색해 보니 마그네슘 부족 아니면 역시 온도나 수분과 관련된 에러(...)라고 한다.

식물에도 겨울잠 비스무리한 절차가 있기 때문에, 겨울에 시들었다고 해서 다 죽은 건 아니고, 봄 되면 살아나는 게 있다고 한다. 하긴, '한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이라고 단수-복수의 개념도 있다.
단지, 호박은 한해살이풀이다. 그리고 굳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도, 심은 지 충분히 오래되고 열매 몇 개 맺고 나면.. 더 안 자라고 잎이 숭숭 빠지고, 꽃과 열매를 한없이 맺지는 못하고 기력이 다해 죽긴 하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1 08:35 2022/04/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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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초 근황

지난달 말쯤부터는 캠핑, 호박, 코로나19 얘기와 함께 개인 근황을 전하는 게 패턴이 된 듯하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으로 최신 소식을 알리고자 한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다. 그래서 호박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다른 소식들부터 먼저 전하도록 하겠다.

1. 건강

바야흐로 2022년, 본인도 나이가 벌써 4학년이 임박했다.;;
4학년 진입을 앞두고 20년 전과 지금의 건강 상태를 비교해 보면 대략 이런 것 같다.

  • 구내염(입술), 편도선염(목), 몸살감기 같은 자잘한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환절기 감기?? 마지막으로 걸린 때가 몇 년 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실수로 입 안을 깨물어 버리면 옛날 같았으면 상처가 곧장 구내염으로 도져서 한두 주 고생했을 텐데.. 요즘은 그 정도 실수를 한 뒤에도 양치 하고 한숨 자고 나면 의외로 그대로 낫기도 한다.
  • 체열은 확실히 후끈후끈하다. 침낭과 담요 덮고 -10도인 밖에서 아주 따스하게 잘 자고 있다. 잠뿐만 아니라 식욕도 아직까지는 아주 왕성하다.

다만..

  • 예전에 비해 몸이 무겁다는 게 느껴지고 유연성이 더 떨어졌다. 절대적으로 체중이 더 늘기도 했지만, 뭔가 똑같이 엉덩방아 찧거나 삐끗 하더라도 대미지를 예전보다 더 크게 입겠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 특별히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어도 동일한 컨디션 때 소변 색깔이 더 진해져 있다.
  • 다쳤을 때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딱지 하나 뜯어서 피 약간 났다 하면 휴지 한 조각을 시뻘겋게 다 적실 정도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출혈이 겨우 멎는다.
  • 머리를 감으면 빠지는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난 평생 내 사전에 불면과 탈모는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설마...?
  • 글쎄, 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가거나 스틱 없이 산 내려가는 게 아직까지는 아무 불편 없고 가능하다. 근데 지금 이러면 늙어서 관절이 다 나간다는 말이 있어서 좀 자제하는 중. 사실인가염?
  • 이제 학창 시절처럼 밤새워 가며 무슨 공부나 작업은 절대 못 한다. 자는 시간을 줄일 수 없다.

이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속도도 느려진다. 시간과 체력은 부족한데 작업해야 하는 것도 점점 어려운 부분밖에 안 남으니까..;;
2년마다 버전이 1.0씩 올라가는 것도 이젠 나가리다~~ 건강 관리 해야겠다..

2. 캠핑

-10도짜리 새벽 한파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매우 고맙고 귀중한 선물이다. 이걸 헛되이 낭비하여 날려 버리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2월이면 이제 이런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본인은 어김없이 텐트 들고 바깥 아지트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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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겨우 -5도밖에 안 되면 귀찮아서 안 나가고 그냥 집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10 부근까지 내려간대서 일부러 나갔다. ^^

텐트를 친 직후에는 주변이 너무 따뜻해서 정말로 -10도가 맞는지 의구심과 자괴감이 들 정도인데.. 누워서 가만히 있으니까 슬금슬금 추워진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 바닷물이 스며들듯이 냉기가 곳곳에서 새어 들어온다. 손은 완전 따뜻한 상태인데 전화기나 컴퓨터를 만져 보면 어째 이렇게 차가운지 놀란다.

결국은 준비해 간 담요 두 장, 여름 침낭과 겨울 침낭을 총동원해서 얼굴까지 덮고, 늙은 호박도 다 덮어 준다. 이제야 열평형이 이뤄져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채로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잠들 수 있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햐~ 요 맛에 밖에서 잔다니까.?? 이거 정말 중독성 있다.

그런데.. 이 겨울에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한 캠핑족이 여전히 있는가 보다. (☞ 뉴스 링크)
강변의 널찍한 공원에서 캠핑카도 아니고 텐트를 쳐서 아예 살림살이를 차렸다. -_-;; LPG 까스통에다 애완견 집까지..

이런 사람들 때문에 본인처럼 밤에만 잠깐 텐트 치고 자고 아침에 사라지는 텐트족도 같이 욕 먹는다.
공공장소에 장기간 무단 방치된 자동차나 텐트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우한 폐렴 시국

코로나19가 퍼지는 속도가 참 가관이다. 매일 전국에서 수백~수천을 찍더니 기어이 만 단위가 돼 버렸고, 이제는 10만으로 넘어가네 마네 한다. 이제는 본인의 주변에도 SNS 지인, 직장 동료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지경이 됐다.
예전에 나랏님이 했던 우려대로라면.. 기존 방역 체계는 진작에 다 붕괴된 거다. 어설픈 방역이나 거리두기 따위로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기서 미묘한 점은.. 저 수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들이 다 무슨 좀비 바이러스 에볼라 에이즈 같은 죽을병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병세가 예전보다 '가늘고 길게' 가는 형태로 바뀐 변이이다. 거의 계절 인플루엔자처럼 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단순 감기 수준의 만만한 병인 건 아니어 보인다. 직접 걸려 보거나-_- 걸린 사람을 곁에서 구경해 본 적도 없으면서 과소평가를 하지는 말아야겠지만.. 경증과 중증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본인은 도 넘는 수준의 백신 음모론자가 아니다. 이렇게 높은 접종률 덕분에 바이러스의 위력이 좀 너프되긴 했을 가능성은 일단 인정한다.
하지만 유의미한 확률· 빈도로 부작용도 발생한 것은 별개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간 이상, 이제는 말이다..

어디서 확진자 좀 나왔다고 해서 2년 전 버르장머리처럼 동선 추적하면서 역학조사네 뭐네, "교회 발, 학원 발, 어디어디 발 코로나" 이 X랄 마녀사냥하고,
백신 미접종/불완전 접종자를 무슨 잠재적 보균자, 페스트 보균자나 나병 환자 취급하는 짓거리는 제발 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건 이제 정말 아닌 것 같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제는..
"마스크만 잘 쓰고 다니십쇼~ 백신은 고령자 위중증자 위주로만 맞으시고 더 강요 안 합니다.
그러다 증상 있으면 걸리신 분만 그냥 혼자 집에서 푹 쉬십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과도한 차별과 불이익은 그만~~ (혐오범죄-_-)"
이런 홍보 캠페인이나 하는 게 순리이지 않을까?

사실은 이제 무슨 운동경기 스코어 중계하듯이 확진자 수 보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결핵이나 독감 감염자 수를 일일이 중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4.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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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난 2월 4일에 송 현 선생님(1947-2022)께서 별세하셨다는 것이 장례가 다 끝난 뒤에야 유족을 통해서 차츰 알려졌다.
본인은 공교롭게도 선생님을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1월 중순쯤에 인사차 뵈었다. 그러고 저녁도 같이 먹은 뒤에 헤어졌었는데.. 그게 선생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본인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이 쟁쟁해 보이셨고, 책을 쓸 것이 한 트럭인 상태이셨다.
자신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니 1분 1초가 아깝게 일생을 책과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아아 이렇게 가 버리시다니..

고인은 대한민국이 1960년대 말, 한글 기계식 타자기의 표준 글쇠배열이 네벌식으로 졸속으로 제정됐던 시절에 공 병우 박사와 함께 온몸으로 반대하고 투쟁했다.
더 나은 세벌식이 민간에 이미 보급돼 있는데, 글자 모양이 좀 덜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소탐대실인 방식을 굳이 또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벌식은 타자 행동이 매우 효율적이며 타자기와 컴퓨터가 동일한 방식으로 치는 것도 가능하다. 나머지 다른 방식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첫단추를 잘못 끼우니 5공 시절에는 컴퓨터용 두벌식 자판이 또 만들어져야 하게 됐다. 컴퓨터에서 굳이 복잡한 네벌식 배열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타자기는 컴퓨터용 두벌식의 변종으로, 받침은 매번 shift를 눌러 놓고 쳐야 하는 이상한 괴작으로 바뀌어 버렸다.
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삽질 때문에 세금이 낭비되고 후손들은 컴퓨터에서도 한글을 입력할 때 shift를 매번 누르지 않는 대신, 도깨비불 현상을 당연한 듯 일상적으로 보고 지내게 된 것이다.

물론 모바일에서는 세벌식이 컴퓨터/타자기에서만치 우위를 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기는 애초에 타자를 오래 길게 하지 않는 환경이며, 도깨비불 현상 존재 여부라는 본질적인 차이는 어느 기기에서나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
송 선생님은 공 병우 박사님을 제일 가까이에서 모셨던 역사 증인이고, 들어 볼 옛날 이야기와 회고들이 무궁무진한 분이셨는데.. 더 자주 뵙고 이것들을 전수받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고인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아마 올해 상반기 중? 버전 10.5 정도?)은..
도움말의 ‘감사의 글’란에 공 병우 박사에 이어 송 현 선생님에 대한 추모 문구도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본인의 신앙과 관련이 있다면 있는 인물..
말씀 보존 학회의 설립자인 이 송오 목사도 비슷한 시기인 1월 28일에 소천했다.
단, 본인은 KJV 유일주의나 세대적 진리 같은 신학 노선이 약간 비슷하지, 이분과 개인적인 인연은 전무하다. 진영도 한킹이 아닌 흠정역 쪽을 선택했었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KJV 진영의 수장들도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한 분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송오 목사는 이 바닥에서 공과 과가 명확하게 갈리는 분이었다. 성경 번역하고 교회 세우고 성경적인 교리를 세우는 등의 기여를 분명 했다. 그러나 초창기 1990년대에 기성 교계를 상대로 조금만 더 처신을 잘했으면.. 국내의 KJV 진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단합하고 커졌을 것이며, 타 교계로부터 이단 소리도 훨씬 덜 듣고 자기들 뜻을 더 널리 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못내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21 08:35 2022/0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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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근황과 소감 -- 호박과 백신

2021년이 벌써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는 호박에 멧돼지에, 여친 등.. 내 관심사가 여기저기로 너무 분산돼 있었다. 그래서 정작 직장은 그리 심하게 바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속도는 역대 최저를 찍었다.
그러다 뒤늦게 허겁지겁 코딩이 진행 중이고 이 달 말쯤.. 성탄절쯤에 다음 버전 10.4를 공개하려 한다.

오늘은 그 전에 올해의 마지막 근황, 일상, 생각을 한데 모아서 남기도록 하겠다.
글을 정리해 보니 호박 얘기와 우한 괴질 백신 얘기로 주제가 요약됐다. 서로 완전 무관하고 이질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굳이 글을 분리하기는 귀찮기도 하고, 또 2021년 12월경의 내 일상이라는 일말의 공통점이 있으니 한데 남겼다.

1. 일상

겨울이 되니 개인적인 호박 농사는 완전히 끝났다. 직접 키워서 수확한 호박도 이미 다 먹어치운 지 오래다.
하지만 호박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어서 이젠 인터넷으로 늙은 호박을 몇 개 더 구입했다. 그걸 혼자 운전할 때도 갖고 다니고, 캠핑 때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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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든든하다. 이 호박 한 덩어리가 내 노트북 PC보다 더 무겁다.
이렇게 한두 주 동안 갖고 다니다가 그 뒤엔 월동 몸보신용으로 죽 쑤어 먹곤 했다.

더 오래 신줏단지처럼 내 곁에 놔두고 싶지만.. 그러다 속이 언제 상할지 몰라서 한없이 오래 놔 두지는 않았다.
지금 호박 내부가 아직 멀쩡하고 더 놔둬도 되는지, 아니면 오늘 내일 하는 지경이 됐으니 당장 쪼개서 먹어야 되는지를.. 초음파나 X선 같은 장비로 비파괴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 몸 속도 산 채로 들여다보는데 호박의 내부야 기술적으로는 당연히 가능하지 않겠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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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까지 꽤 춥더니만 정작 12월 초에는 낮 기온이 10도 부근까지 올라가고 밤에도 기온이 꽤 높고 포근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도 예전 같은 시원한 냉기가 느껴지질 않았다.
이런 밤엔 당장 텐트를 들고 바깥 아지트로 가서 심야 연구실을 꾸몄다. 아이들도 같이 데리고서.. 이렇게 세팅하니 확실히 덜 외롭다. ^^;;

2. 호박죽

드디어 멧돼지 잡는 날..;; 아.. 아니, 호박 잡는 날이 찾아왔다.
내 방, 내 텐트, 내 차에서 한동안 본인과 같이 지내던 호박이 드디어 맛있는 호박죽으로 바뀌어서 주인님의 배 속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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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어서 그동안 즐거웠단다. 속에 씨들은 고이 보관했다가 또 밭에다 뿌려 주마~~ ^^;;
새마을호, 지하철 같은 철도 이후로.. 내가 이 나이 돼서 또 이 정도로 꽂히는 게 생길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
여러분도 단호박 애호박 늙은 호박 등등.. 호박을 많이 많이 사랑하고 드셨으면 좋겠다~! ^___^

이제는 성경의 하박국서조차 다시 보게 된다. (호박국... ㅋㅋㅋㅋㅋㅋㅋ)
마침 공교롭게도 이 책은 끝부분에 자기 농사가 싹 다 망하더라도 하나님 생각하며 즐거워할 거라는 찬양도 있다.

호박죽은 불그스레 누런 게 카레처럼 생겼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침 꽃도 노랗네..
온통 초록색이다가 어쩌다가 여러 박들 중 호박만 저렇게 붉거나 누렇게 변하는지 모르겠다. 그 노란 성분이 체내에서는 비타민 A로 바뀌어 흡수된다고 한다.

단, 애호박 말고 늙은 호박은 단단한 껍질 덕분에 상온 보관성이 좋은 대신, 먹기 위한 분해 처리가 좀 손이 많이 간다. 커다란 호박의 표면에서 저렇게 일일이 껍질을 벗기는 게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내가 앞부분에서 괜히 동물 잡는 것에다가 비유한 게 아니었다.

이 때문에 요즘은 늙은 호박보다 더 작고 부담없이 까서 먹을 수 있는 단호박이 건강 식품으로서 더 인기라고 한다. 죽도 단호박을 쑤어 먹는다. 2000년대 이후로 늙은 호박은 재배와 생산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사실, 호박을 좋아하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늙은 호박은 뭔가 시골, 노인스러운 느낌이 많이 든다. ^^

3. 호박 2세

올해 본인에게 풍성한 수확을 안겨 준 호박을 기억하며.. 실내에서 호박씨를 몇 개 심어 봤다. 이 계절에 호박을 밖에서 키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랬는데 역시 싹이 났다. 몇 주 놔두니 떡잎은 사라지고 본잎이 쭉쭉 돋아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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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녀린 줄기가 자라고 또 자라서 그 호박을 생성하는 덩굴이 된다는 게 참 실감이 안 간다.
실내는 따뜻하고 관리하기 쉬운 건 장점이지만.. 야생만치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없고 뿌리를 한없이 깊고 많이 낼 수 없으니 다른 단점도 많을 것이다. 이 상태로 얼마나 어디까지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꽃이 필 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꽃이라도 피면 꽃가루받이는 수동으로 해 줘야 할 듯하다.

4. 백신 패스

그나저나, 우한 괴질이 전세계에 창궐한 지도 만 2년이 돼 간다. 그런데 이놈은 끊임없이 자가 변이하면서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11월 중순쯤엔가 3천 명 돌파했는데, 11월 2x일쯤엔가 4천 명을 넘어섰다.
11월 말~12월 1일엔 5천 명 돌파. 거의 1주일 간격으로 1000명씩 증가해 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이번 주엔 설마 6천 명을 찍으려나, 설마 더 증가할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럴 수가, 이번엔 7천을 넘겨 버린 거다. 경이롭다. >_<

지난 7월에 델타 변이 때문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쏙 들어갔던 것처럼, 11월부터 슬로건으로 내걸던 'with 코로나 - 일상 회복' 이 말도 어느 샌가 쏙 들어가 버렸다.
지하철 새벽 1시 연장운행도 재개하는 거 같더니 또 버로우 탔나 보다.

이 정도면 진짜로 기약 없는 전선 고착 장기전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00여 년 전, 1차 세계 대전 때만 해도 장병들은 "이 해(1914년)가 가기 전에 전쟁이 끝나고 우린 따뜻한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랬으니 말이다. 참호전 같은 걸 상상이나 했겠냐..?

허나, 인제 와서 예전처럼 또 무식하게 다 틀어막고 교회 예배 인원 제한 이 짓을 하기엔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고 가오도 안 설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으니 나라에서는 10대 어린애들한테도 반강제로 백신 접종을 밀어붙이고, 백신 미접종자를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차별하려는 것 같다.

1년 전쯤엔 "어서 백신이 개발되어서 질병이 종식되고 예배가 회복되길" 이게 교회에 따라서는 공동 기도 제목이기도 했었다. 기억하는 분 계신가?

본인은 백신 무용론자 반대론자가 아니다. 무슨 백신 666이니 제약회사의 음모니 따위의 소리에는 지금까지 전혀 동조한 적이 없었다.
허나,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은 사람이 전국민의 80%에 달하고.. 사회활동 하는 사람은 사실상 거의 다 맞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부작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도 돌파감염이니 확진자 수가 저 지경인 것은, 명백히 백신이 위력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까지 백신 안 맞은 사람을 탓하고 족칠 일이 아니어 보인다~!

그래서 백신을 옹호하는 최후의 변명이 "(집단 면역 효과가 미미해서) 괴질에 걸리더라도 위중증으로 안 가게 하고 사망률을 낮춘다"인 걸로 난 알고 있다.
그 말이 맞다고 치자. 그건 결국은 주변 사람을 위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자기한테 좋다는 얘기잖아?
자동차 보험으로 치면 필수인 '대인 대물'이 아니라, 옵션인 '자차'의 영역이라는 거다.

그럼 자기한테 좋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더 무서워서 난 못 맞겠다, 특히 어린 10대 애들한테는 불안해서 접종 못 시키겠다" 이런 선택도 존중해 줘야 된다는 것이다.
이건 의약학 바이오 보건 전공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논리라고 생각된다.

요컨대 우한 괴질 백신이라는 건 효과가 만능이 아니고 심지어 여느 백신의 개발 프로세스만치 오랫동안 충분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서 만들어져 나온 건 아니다. 물론 사람 몸 속에 들어가는 약품이니만큼 최소한의 안전도 충족되지 않는 막장 상태도 아니긴 하지만, "10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정도로 신중하게, 모든 뒷감당을 국가가 몽땅 책임진다는 퀄리티로 접종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한 괴질이 저렇게 변모하고 있으니, 그에 대응하는 백신도 무슨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계속해서 업데이트 받아야 하는 형태가 돼 간다.;; 백신을 여러 차례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질병이 우한 괴질만 있는 건 아니니 이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의 불신이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거기까지도 본인은 수긍을 한다.

하지만 우한 괴질이 이 정도로 치명적이고 위험한 병인지, 이 정도로 완성도가 2% 부족한 백신을 꼭 다 맞게 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병인지는.. 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실감을 잘 못 하겠다. 백신 맞으라고 다그치는 방역 당국 관계자와 걔네들 가족부터 공개적으로 백신 꾸준히 맞는 걸 인증해 보이기라도 해야 의혹과 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12/09 08:35 2021/1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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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한 괴질(폐렴)

2021년도 벌써 절반이 지난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이번 7월은 3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극악의 무더위에다, 급격히 무섭게 확산되기 시작한 우한 괴질 때문에 인해 전국적으로 몹시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급이 최고 단계(lev 4)로 올라서 저녁 모임이 사실상 봉쇄돼 버렸으며, 교회 예배도 10%나 20%도 아니고 대면 예배가 또 통째로 금지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 시국에 대해서 요즘 기독교계에는

  • 교회도 방역 시책 꼭꼭 잘 지켜서 괜히 교회에서 확진자 나와서 주변 불신자들한테 욕먹고 간증 상실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비대면 예배는 종교적으로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절대 아니다.
  • 우한 괴질은 선동하는 것만치 위험한 게 아니며, 이런 뻘짓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건 효과도 일관성도 없는 정치방역 방역독재일 뿐이며 더 나아가 예배를 못 드리게 하는 교묘한 기독교 박해이다.

대충 이런 두 시각이 공존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난 편의상 전자를 좌파, 후자를 우파라고 분류한다.

왼쪽으로 도가 지나치면 "우리 문프달님 짱, K방역 짱, 말 안 듣고 방역수칙 안 지키는 놈들만 나쁜놈. 비대면 예배는 제2의 종교개혁" 이런 쳐돌은 짓거리로 빠지며..
오른쪽으로 도가 지나치면 방역 정책의 무능 모순 정치질 비판을 넘어서 거의 백신 = 666, ㅇㅎ 폐렴 = 여느 독감이나 그에 준하는 이상한 음모론 짓거리로 빠진다.
이에 대해 한데 치우치지 않은 좀 정상적이고 건전한 분별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주님께서 납세를 손수 실천해 보인 정도로.. 교회도 정부의 방역 시책에 따르는 것이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을 실족시킬까 염려하노니..." (마 17:27) 마태복음 17장 끝부분 이야기를 방역 시책에다 대입해서 읽어 보시라.

방역 시책이 대놓고 노골적으로 "교회만 예배 금지. 엿먹어라~! 성당이나 절이나 다른 집회들은 몽땅 OK" 이딴 식으로 말하지 않는 한, 그리고 우리가 의대 간호대 약대를 나온 의료인이 아닌 한, 일단은 전문가와 행정가의 말에 순응해 봐라.
최소한의 본분은 다하고 나서 그 다음에,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으면 편파적인 정치 방역을 욕하고 비판하고 집회를 하고 SNS에다 글 올리고 시위를 하든지 말든지 하는 거다.

이게 가장 이성적이고 건전하고 성경적으로나 개인 양심에 거리낄 게 없는 대처가 아닐까 한다.
그냥 정부 시책에만 100% 따라서 비대면 예배를 드리건, 아니면 벌금 먹으면 내고 말지 생까고 끝까지 모이건.. 그건 각 교회들이 재량껏 결정할 사항이다.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는 아니어 보인다. 한쪽이 믿음이 좋은 게 아니고 다른 한쪽이 마냥 타협하고 믿음을 저버린 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엔 벌써 그 정도 지경까지 된 건 아니다.

옛날에는 거리설교 때문에 교인이 공권력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은 예배 자체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이게 담대함인지, 아니면 그냥 무례 객기 깽판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 옛날 프로그램 수정 내역

사회가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내 개인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 개발 근황은 오는 8월쯤에 한번 올라올 것이다. 날개셋뿐만 아니라, 옛날 자료실에 있는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과 '삼각형의 오심 그리기 프로그램'을 약간 고친 소식도 여기서 같이 전하고자 한다.
먼저 전자는.. Shift를 누르고 있는 동안 우버튼+드래그(시점 전환)가 되지 않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Shift는 위/아래 화살표나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서 이동할 때 Z축은 움직이지 않게 한다. 그래서 얘를 누르면 위나 아래를 보는 채로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얘는 이동 말고 시점 전환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기능이니.. 누르든 말든 오른쪽 버튼 드래그는 잘 동작해야 한다.

내가 지난 2010년대 동안 우버튼 드래그가 가능하지 않은 맥북을 사용해서 그런지.. 이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오심 그리기 프로그램은 벌써 5년이나 전인 2016년 가을에 기능이 많이 추가되고 업데이트 된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또 자그마한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나폴레옹의 정삼각형을 그리는 기능이다.
얘는 그 특성상 삼각형의 무게중심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과 동일한 색깔로 그려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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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물

부모님께서 은퇴 후에 여기저기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것에 재미를 붙여 계시는데..
본인도 그걸 어깨 너머로 여러 번 보면서 조금씩 재미를 붙이고 있다.
정식으로 분양받은 텃밭 말고 옥상 화분, 강가, 산기슭 같은 곳에 몰래 씨를 뿌려 놓은 게 자라는 걸 보면.. 무슨 광주리에 담아서 강에다 띄워 보낸 모세(?) 생각도 나고.. 그래도 줄기가 길어지고 잎이 커지고 꽃도 피는 게 참 경이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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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나름 강가에서 자그맣게나마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땅의 소출이 나왔다. 지름 8cm 남짓이다.
인간이 만든 각종 복잡한 기계류의 전선· 케이블하고.. 식물의 줄기는 구조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그래서 성경에서도 첫 열매, 첫 열매 거리는 것일 테고.. (출 23:16, 잠 3:9 등)
박 넝쿨이 죽어 없어진 것 + 더운 것 때문에 버럭 징징거렸던 요나의 심정이 정말 이해가 된다.

천재지변으로 하루아침에 농사를 망치게 됐다면 농부는 완전 멘붕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풍년이라 해도 전근대 시절 옛날 농민들은 수확한 거 대부분을 세금으로 빼앗기고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그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 준 건 누가 뭐래도 산업화 근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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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랬던 호박은 한 달 남짓한 시간 만에 1m가 넘는 넝쿨로 자랐다.
저 작은 상자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지금은 모처에다가 옮겨 심었는데.. 오랫동안 야생과 같은 급으로 햇볕을 못 받고 뿌리를 마음껏 아래로 내리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도 발육이 좀 부진한 것 같다.

4. 강과 계곡

본인은 2010년대 중후반쯤에 등산에 처음으로 재미를 붙였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다가도 서울 근교의 산들을 오른 사진 기록을 수십 편씩 올렸다.
그 등산 취미가 나중에는 차박과 캠핑으로 미묘하게 바뀌었다. 산을 정상까지 오르는 것보다는 산기슭이나 중턱 적당한 곳이라도 텐트 치고 자는 것으로 목표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한여름에는 등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덥다. 열대야가 심하면 등산뿐만 아니라 캠핑도 불가능해지고 그냥 집에서 에어컨 틀고 자는 게 더 낫게 된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자연에 대한 본인의 관심은 산과 평지를 거쳐서 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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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뚝섬 한강 공원에서 오리배를 탄 적이 있었는데 요 근래에는 양화 한강 공원에서도 오리배를 몰아 봤다. 이거 바람 때문에 생각보다 시원하고 좋았다. 평소에 수십 m 이상의 거대한 교량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하던 한강 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일이 언제 있겠는가?

내가 알기로 서울에서 오리배가 있는 한강 공원은 뚝섬, 양화, 여의도 정도이다. 또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 양화는 내가 갔던 시절에는 전동은 없고 수동 페달만 있어서 주행이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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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 한강 공원과 가까이 있는 선유도를 나름 보트로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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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물 좀 보소~
요즘 같은 계절에 이런 계곡물이 있으면 난 온몸을 담궈서 자가침례를 행하고, 그걸로 모자라서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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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맑고 공기 좋은 자연 속에서 버그 하나 잡고 기능 하나 구현하고 갔다.
참고로, 이 사진을 찍어 주신 분은 저런 짓을 도대체 왜 하냐는 송충이 씹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1/07/22 08:34 2021/07/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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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

1. 2021년 상반기, 교통 분야의 변화

여의대로와 경인로 사이엔 길 중앙을 틀어막고 공사가 몇 년째 벌어지고 있었는데.. 공사가 끝난 깔끔한 모습을 본인은 며칠 전에야 드디어 처음으로 목격했다.
신안산선이나 GTX 같은 지하철 공사인가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여의도-신월 지하 유료 도로. 여의도와 경인 고속도로가 이렇게 곧장 연결되었다니 신기한 노릇이다.

그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말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난무하는 변태 같은 시속 50, 50, 50, 50 소리 때문에 미치겠다. 시속 80~100은 밟아도 될 것 같은 멀쩡한 6~8차로 도로에서 이게 무슨 개짓거리냐?? 저 신월-여의 지하 도로 출입구에도 시속 50 단속 카메라가 붙어 있더라.

작년에 재난지원금 뿌려서 재정이 부족한 걸 이딴 식으로 회수하려 든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정상적인 애매한 자동차들 속도를 찍어누르지 말고 악성 무단횡단자나 엄하게 처벌하면 도로가 훨씬 더 안전해질 것 같은데 말이다.
멀쩡한 대만 유학생을 죽게 한 음주운전 가해자놈한테는 솜방망이 처벌로 나라 망신이나 시키고.. 사법 분야는 영 마음에 안 든다.

뭐 그건 그렇고, 자동차뿐만 아니라 도시철도 쪽도..
서울 지하철 5호선의 동쪽 종점이 상일동에서 무려 몇십 년 만에 하남 검단산으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6호선은 봉화산, 7호선은 도봉산 이렇게 종점 근처에 산이 있었는데 5호선도 그 관행을 따르게 된 듯하다.

그 검단산 근처에 성남시에도 영장산과 망덕산 사이에 '검단산'이 있긴 하다. 하지만 성남 검단산은 두 산 사이에 끼여 있고 정상에 군부대도 있어서 접근성과 존재감이 하남 검단산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굳이 '하남'을 붙일 필요는 없는데 왜 저렇게 작명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안 그래도 외국 여행을 못 가서 국내 여행과 등산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는데, 나도 등산 다시 가 보고 싶네..
앞으로 신분당선 강남-신사 구간, 그리고 서울 동부의 29번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한강 교량, 400번 제2순환 고속도로,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 경기도 GTX 등이 기대된다.

2. 프로그램 개발

보통 프로그램 개발 근황은 날개셋 카테고리에다가 올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분량이 짧고 별 컨텐츠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다가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지난달에 나온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2는 외부 모듈의 동작 안정성과 프로그램 호환성이 크게 개선되었음을 당당하게 내세운 버전이었다. 실제로 한글과 비한글(조합과 비조합)을 섞어 가며 입력할 때 프로그램별로 자잘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은 이제 확실하게 해결됐다.

그래서 정말 답이 없는 Windows Terminal 요놈에 대한 인위 보정만 제외하면 나머지 수동 보정 옵션은 없어졌다.
사실은 MS IME조차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일종의 보정을 해서 동작하고 있다(타 프로그램일 때와는 기능 수행 순서가 정반대). 무슨 기준으로 보정하는지를 알 길이 없어서 내 프로그램에서는 불가피하게 수동 보정으로 남겨 놨을 뿐이다.

하지만 크롬 브라우저에서는 여전히 그것도 버전업 될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글을 입력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조합이 마우스 클릭 등 외부에 의해 강제 종료됐을 때의 처리가 영 원활하지 않다.
그리고 심지어 조합이 종료됐을 때 이전에 입력됐던 글자들이 무더기로 삽입되는 현상까지도 본인이 발견은 했지만.. 정확한 재연 조건을 도무지 모르겠다. 크롬과의 악연은 2년쯤 전인 201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어휴~~ㅠㅠㅠ

그것 말고도 제어판 대화상자를 DPI 설정이 다른 모니터로 옮겼을 때 내부 컨트롤 배치가 확 깨지는 문제를 버그 신고를 통해 발견해서 해결했고, 입력 도구와 대화상자 UI 곳곳에서 버그를 고치고 외형이나 동작을 자잘하게 고쳤다.
다음 버전은 일단은 6월애 내놓으려 하는데, 10.3이 될 수 있을지 그 이상이나 이하가 될지 잘 모르겠다.

3. 캠핑 노숙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땐 본인은 밤에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금요일 밤엔 자전거만 몰고 갈 수 있는 곳에 가고, 토요일 밤에는 차로 좀 가야 하는 곳에서 텐트를 친다. 이튿날 아침에 곧장 교회에 가기 위해 운전을 또 하니까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차로 간 곳은 충분히 외져서 인적이 전혀 없고 보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로 간 곳은 속세와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은 단순 공원 안에서 짱박힌 수준.. 그래서 한밤중이나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는 주변 사람들 눈에 가끔 띌 수도 있었다.
프로그래머로서 이런 건 hash값의 충돌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텐트 근처까지 누군가가 데리고 오는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물론 텐트는 창과 문을 다 닫았으니 보이지는 않고..
텐트 주변에 시시하게 겨우 개가 아니라 야생 멧돼지가 다가오는 날은 언제쯤 도래할지 모르겠다.

자연 속의 환상적인 내 개인 연구실 겸 침실을 놔두고.. 더워서 선풍기를 틀어야 하는 갑갑한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도대체 왜 자리요? 그건 무술 연마 없이 그냥 총 쏴서 사람을 제압하는 것과 같고, 등산 없이 그냥 헬기나 케이블카 타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내게 집은 주민등록 근거지와 수도 전기의 보급, 씻기 등의 개인정비=_=, 책과 옷 등을 보관하는 창고 정도의 역할을 한다. 먹고 자는 곳은 아님. 처자식 없이 혼자 사는 동안 당분간은 계속 그럴 것 같다.
쓰레기 버리고 오존층 파괴하고 이산화탄소 농도 늘리는 것만 자연에 대한 비매너인 게 아니다. 이런 날 자연 속에서 밤을 보내지 않는 것도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한겨울은 엄청나게 춥다.
나야 추운 것 자체는 아주 땡큐이지만.. 이 때문에 추가 담요와 잠바 같은 방한 보온 장비가 많이 필요해져서 보행 시의 무게 부담(payload)이 증가하며, 이동 반경이 감소한다.
그리고 -10도 밑으로 내려가면 전자기기들도 잘 못 버틴다. 폰의 배터리가 일시적으로 곤두박질치거나 차의 스마트키가 버벅거릴 정도로..

여름이 되면 짐은 한결 가벼워진다. 더 멀리 이동 가능하고 간편하게 텐트 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낮이 길고 이동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산이나 공원 내부의 더 깊숙한 곳까지 이른 시간부터 접근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기온이 올라가면 야생에서는 벌레도 증가한다. 더워서 텐트 창문도 열어야 할 판인데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모기 떼들이 5분 안으로 창문 방충망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이런 장단점을 감안하면..
적당히 추워서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간단하게 보온이 되고, 산에 조금씩 초록색이 늘어 가고, 아직 모기도 들끓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텐트 캠핑 노숙에 입문하기 최적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4/21 19:36 2021/04/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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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근황과 잡설

0.
지난 2월은 직장을 옮긴 것, 요 근래에 누적된 야근· 초과 근무 수당, 그리고 연말정산 환급이 더해져서 급여가 평소보다 꽤 많이 나왔다.
마치 여객기가.. 전투기처럼 상시 초음속 비행은 못 하지만, 제트 기류 뒷바람을 잘 탄 거나 하강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서 일시적으로 초음속 비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 정말 잘나가는 능력자들은 2월 뽀록이 났을 때가 아니라 평소에 이만치, 아니 그 이상도 더 벌 것이다. 특히 올해는 넥슨과 넷마블에서 전사원 연봉을 크게 인상한 것이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우한 폐렴 타격 따위 없이 일거리가 넘쳐나는 이 정도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노릇이다.

난 15년쯤 전에 병특을 하면서 앞으로 게임 업계엔 절대로 종사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_-을 했었다;;
회사의 근무 여건이나 복리후생이 불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온라인 게임을 즐기거나 만드는 쪽 적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게임은 이제 나올 거 다 나왔고 혁신이란 게 거의 끝났다고 생각해서 더욱 발길이 꺼려졌다. 블리자드, id, SEGA 같은 전설적인 개발사들이 과거의 명성을 다 날려먹고 괜히 삽질· 몰락하는 게 아니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도 나의 단견일 뿐이고 NC 같은 곳은 리니지 모바일 하나 잘 만들어서 또 돈을 빗자루로 쓸어담고 있다.;;
SI나 정부 과제나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뭔가 독창적인 걸 만들어서 end user를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는 분야가 그나마 게임이긴 하다.

어차피 월화수목금금금 갈려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라면, 넥슨이나 넷마블 같은 곳에 들어가면 그래도 월급이라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니 거긴 아무리 판교의 등대, 구로의 등대 운운하더라도 똑똑한 프로그래머들이 몰리는 것 같다.
뭐 그건 그렇고.. 오늘은 2021년 봄을 맞이하며 접한 여러 주변 소식, 그리고 개인적인 근황을 잡생각들을 늘어놓도록 하겠다.

1.
최소 2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중앙선 청량리-부전 심야 열차가 딱 올해 초(2021년 1월 5일)에 폐지돼 없어졌다..;; ㅠㅠㅠㅠㅠㅠㅠ 난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런 열차가 있다는 걸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건 2003년 말, 서울-경주 저녁 6:30 새마을호를 놓쳐서 대체 교통편을 찾던 때였다.
사실 이건 Looking for you를 들을 기회를 한번 날려 버린 치명적인 실수였다. 나의 공식적인 철(도 성)령 강림일이 2004년 1월 31일 제 4타째였는데, 저 새마을호를 안 놓치고 탔으면 철령 강림일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었다.

서울 역 대신 청량리 역에서 밤 9시에 출발해서 고향 경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있다고 해서 잘 이용했고, 본인은 그 뒤로도 지난 20여 년 동안 얘를 종종 탔다.
하행보다는 상행을 더 자주 이용했다. 경주에서 0시 무렵에 출발해서 서울에 딱 아침 6시쯤에 도착하는 놈이었다.

너무 북적대는 경부선의 대구-구미-대전-천안이 아니라 영천-의성-안동-영주-제천.. 이름부터가 정겹게 느껴졌다. 얘를 타면 고속도로나 고속철에 비해 뭔가 시간이 정지하고 속세를 떠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처음에는 시각표 상으로 청량리-경주가 무려 6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러다가 중앙선이 복선화와 선형 개량, 증속이 거듭되면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5시간 반대로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침대차가 진작에 퇴출됐고 심야열차라는 게 없어지는 추세인데, 그나마 최후의 보루로 꿋꿋이 남아 있었던 중앙선 밤차마저 드디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니 아쉽고 허전하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기존 경주 역과 서경주 역 자체가 영업을 중단해 버리고, 신경주 역이 일반열차까지 같이 취급하게 될 것이다.

2.
본인은 지난 겨울엔 어느 때보다도 야영 외박을 많이 했다. 산과 강, 각종 오지에 가서 텐트를 쳤을 뿐만 아니라 꽁꽁 얼음 위에서도 몇 번 성공적으로 자고 왔다.

.내 경험상 -10에서 -5도 사이 정도가 침낭과 담요와 패딩 잠바가 제 성능을 발휘하면서 밖에서 자기 좋은 최적의 환경이었던 것 같다.
화학에서 물질의 상평형이던가, 이상기체의 부피던가 머시기 할 때는 온도-압력이라는 변수에 대한 그래프를 그렸던 것 같은데...

사람의 거주 쾌적성을 나타낼 때는 압력은 무슨 멕시코시티 같은 특이한 고지대가 아닌 한 별 관계 없을 것이다. 그냥 온도-습도를 변수로 삼아야 하지 싶다.
무거운 담요와 침낭을 들고 다니느라 불평하는 게 아니라 이 추위를 즐길 수 있을 때 감사하고 즐기는 것이 진정한 야인 자연인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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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난 설날 때 고향에서 아무도 없는 어느 공원 풀밭에 텐트를 치고 잤던 당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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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음에 이어.. 산 속 군용 벙커에서 하룻밤 자는 데 성공했다~! 밖에 눈이나 비가 왔으면 더 아늑하고 좋았을 텐데. 여기는 텐트를 칠 필요가 없으니 돗자리만 깔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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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러고 보니 벙커도 외관이 뭔가 비슷하게 생긴 구석이 있었구나~! 돌문만 없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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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뜰녘에 눈을 떠서 내가 간밤에 머물렀던 곳의 어귀를 내려다보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의 첫날 매우 이른 아침 곧 해 돋을 때에 그들이 돌무덤에 가며 자기들끼리 이르되, 누가 우리를 위하여 돌무덤 입구에서 돌을 굴려 주리요? 하고 바라볼 때에 돌이 이미 굴려져 있음을 보았으니 이는 그 돌이 심히 컸기 때문이더라~~" (막 16:2-4)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3.
2021년에 대한민국 땅에서 이런 등록문화재 실물을 구경하게 될 줄이야..
차주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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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그리 멀지 않은 과거(1~2년쯤 전?)에 각그랜저와 쏘나타 Y2 모델(스텔라 바로 다음의 그 초기형), 그리고 에스페로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 시간 여행이 따로 없었음..
옛날에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의 어느 에피소드에서는 그 귀하신 각그랜저 하나가 애석하게도 교차로에서 접촉 사고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더라만.. 너무 옛날 차여서 수리하기 꽤 난감했을 것 같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다음 버전의 출시 이후 n년까지 mainstream support, 그 다음 n년까지 extended support 같은 생명 주기가 있는 것처럼.. 자동차도 다음 모델의 출시 이후 n년까지 수리용 부품 지원 같은 정책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싶다.
제주도 내지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제무시 트럭 내지 새한 덤프 트럭이 “아직도” 현역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4.
끝으로,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해어졌으나..
There's a dear and precious book, Tho' it's worn and faded now, Which recalls the happy days of long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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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쯤인가 친구에게서 선물 받아서 15년이 넘게 애용했던 영어 성경책.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 덕분에 휴대성 하나는 정말 만족스러웠으나..
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가죽이 몽땅 떨어져 나가고 앞뒤 종이까지 뜯겨지는 매우 안습한 처지가 되었다.

울 교회의 목사님께서 이를 위하야 어엿비 너겨 저거보다는 더 두껍고 크지만 그래도 여전히 휴대성이 나쁘지 않은 다른 성경책을 하사해 주시였다. 감사합니다~!
나는 찬송가 책도 5년 남짓 봤는데 표지와 종이가 이미 10년 넘은 연식처럼 해지고 너덜거린다.
곡 고르느라 매주 굉장히 많이 뒤적이기 때문이다.
Random access를 많이 시키면 하드디스크 수명이 짧아지듯이 종이책도 마찬가지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3/08 08:35 2021/03/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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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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