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꼭 볼 만한 명작 영화로는
Flight 93 (2006), 그리고 Sully (2016)가 있다. 실제 사건으로나 영화의 작품성으로나 모두 탁월하다.

1.
전자는 2001년 9 11 테러 당시에 테러리스트에게 피랍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미국 국내선, 보잉 757-222) 여객기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을 다룬다. 9 11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항공 보안 규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널널했다.

사건은 빨간 머리띠를 두른 테러리스트들이 갑자기 승무원들을 제압하고 조종실로 난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중에는 승객들이 힘을 합쳐 기내식 카트로 박치기를 해서 조종실 문을 부수기는 하지만.. 이미 조종간을 잡고 있던 테러리스트가 이판사판 동귀어진 차원에서 비행기를 평지로 추락시켜 버렸다.
추락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커다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면서 기체는 형체도 없이 박살났다. 그리고 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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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승객들의 영웅적이고 숭고한 저항 덕분에 이 사건은 저 비행기만 혼자 추락하는 걸로 끝날 수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을 그대로 놔 뒀으면 쟤는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에다 꼬라박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때 미처 무장을 못 하고 긴급 출격했던 미군 F-16 전투기 2기는 얘와 몸으로 충돌할 각오까지 했었다고 한다.
이 기체가 추락한 지점에는 현재 Tower of Voices라는 이름의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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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편, 후자는 2009년 1월,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US 에어웨이즈 1549편(미국 국내선, 에어버스 A320-214)의 불시착 사고를 다룬다. ‘설리’는 당시 여객기 기장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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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체는 이륙한 지 얼마 못 가 새떼들과 제대로 충돌한 덕분에 좌우 엔진이 몽땅 망가지고 시동이 꺼져 버렸다. 새가 기체와 단순히 부딪힌 정도를 넘어 엔진으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공기만 들어와야 하는 엔진 내부에 크고 무거운 생명체 이물질이 들어갔으니 뭐..
기체는 순식간에 글라이더로 전락하고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기장이 얼마나 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강에 잘 불시작해서 승객들을 전원 구출했는지는..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공포의 GPWS 경보음을 “웽웽~ pull up!” 단계까지 듣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여객기 기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지 싶다.

영화에서는 NTSB 조사관들이 저런 영웅 기장을 과실 있는 가해자인 것처럼 막 의심하고, 그때 비행기를 꼭 이렇게 처박았어야 했냐는 식으로.. 검사가 피의자 심문하듯이 거칠게 몰아세우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 사고 조사 때는 그렇지 않았다. 도저히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딱히 빡세게 조사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기장 당사자가 영화에서 상대측 조사관들이 너무 악의적으로 묘사됐다고 이의를 제기했을 정도였다.

3.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도 1971년 1월, 대한항공 포커 27기 납북 미수 사건 정도면 충분히 영화로 만들 만한 스토리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납북 미수라고는 하지만 이건 진짜 북괴 간첩은 아니고 그냥 중2병 또라이의 단독 범행이었다. (대공 용의점 없음) 그렇지만 피의자가 진짜 폭발물을 소지하고 있었고 여객기를 진짜로 이북으로 보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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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승무원들은 매우 적절하게 잘 대처했다. 기내에 탑승 중이었던 보안관이 놀라운 실력으로 테러리스트를 사살했으며, 결정적으로 놈이 기폭시킨 폭탄은 전 명세 부기장이 자기 몸으로 덮어서 폭발을 상쇄했다. 그리고 그분은 순직.. 기체는 다행히 바닷가에 잘 불시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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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강 재구 소령의 비행기 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에 강 소령 전기 영화(1966)도 나오고, 공군의 활약을 다룬 빨간 마후라(1964)도 나왔는데.. 저 일화가 잊혀져 가고 있는 건 아쉬운 일이다.
또한, 보안관이야 1969년 말 YS-11기 납북 사건의 교훈 때문에 도입된 것이지만 그 당시에 소지품 보안 검색은 저런 사제 폭탄의 반입을 허용했을 정도로 여전히 허술했던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31 19:34 2020/10/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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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0여 년 전,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무착륙 횡단

요즘 An-2니 세스나 172니 하는 경비행기들은 항속거리가 대체로 1000km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찰스 린드버그는 무려 1927년에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로 직접 마개조한 붕붕이 경비행기를 조종해서 대서양을 무착륙 직통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뉴욕에서 파리까지는 직선 최단거리만으로도 무려 5800km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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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속 300km 정도 될까..? 딱 KTX 열차의 주행 속도로 나아가는 비행기를 꼬박 33시간 동안 혼자서 한숨도 안 자고 조종했다. 한 순간도 조종간을 놓지 않고, 밥도 안 먹고 용변도 그냥 제자리에서 해결하면서 근성으로 날아갔다.. (☞ 관련 자료)

그는 1920년대 기술로 만들어진 가냘픈 경비행기로 초장거리 무착륙 비행을 하기 위해, 닥치고 기체의 무게를 줄이고 연료를 무조건 많이 꽉꽉 채워넣고, 기계 시스템을 최대한 '신뢰성' 있게 꾸미는 데 목숨을 걸었다.
그래서 일체의 편의장비를 제거했다. 엔진은 단발로 편성하고, 교대 운전도 포기하고 자기 혼자 타고, 고도계 속도계 오토파일럿, 무전기, 전등, 비상 탈출용 낙하산 전부 없앴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경마 기수 수준으로 살 빼고 체중을 줄였다.

아문센이 1910년대 기술로 남극점까지 갔다가 살아서 돌아오기 위해 체면 따위 마다하고 개썰매와 개고기까지 적극 활용했으며, 1940년대에 둘리틀 특공대가 항공모함에서 함재기가 아닌 뚱뚱한 육군 폭격기를 이륙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다 떼어내고 눈물겨운 최적화를 한 것과 같은 급의 노력을 한 것이다.

그 결과 린드버그는 파리에 잘 도착했다. 환영 인파들에게 간단히 답례를 한 뒤, 그는 그대로 탈진했다. 다 때려치우고 곧장 근처 호텔에 가서 방 잡고 잠부터 잤다. 비행 시간만 33시간 반이고, 자기 자신은 거의 50시간이 넘게 잠을 안 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귀환할 때는 비행기째로 미군 항공모함에다 싣고 그냥 배 타고 돌아왔다고 한다;;)

1920년대엔 한국인 중에도 안 창남, 신 용욱 등의 비행기 조종사가 최초로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동양에서 이제 막 파일럿이 배출될 정도이면 서양에서는 더 앞서가서 저런 엄청난 똘끼를 발산한 사람이 나온 셈이다.
무모하고 위험한 짓을 한 대신, 그는 지금 같은 복잡한 비행 계획 신고, 관제 교신에 착륙료, 영공 통과료 지불 따위 없이 아무도 없고 아무의 통제도 받지 않던 하늘을 최초로 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무한한 자유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 양반은 파리에 도착해서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착륙 지점을 찾는 심정이 어땠을까? 아폴로 우주선이 처음 보는 달 표면 지형을 내려다보면서 착륙 지점을 찾는 것과 비슷했지 싶다~!

2. 20세기 전반과 후반의 비행기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아직..

(1) 로켓 엔진이 없었고 미사일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태평양 전쟁에서 전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가냘픈 함재기들이 폭탄을 싣고 직접 날아가서 급강하 폭격을 하거나.. 해수면 근처까지 하강해서 어뢰를 떨궈야 했다.
지금으로서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원시적이고 위험천만한 기동이지만, 그 시절엔 통상적인 해전이 항공모함 함재기 교전으로 바뀐 것만 해도 공상과학 느낌이 들 정도로 첨단 기술이었을 것이다.

미사일이 없으니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 폭탄도 미군의 폭격기가 현장까지 친히 찾아가서 떨구고 갔다.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핵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 따위는 그때 없었다.

그리고 지상이나 수면의 목표물이니까 위력이 강한 폭탄이지, 높이가 자신과 대등한 비행기끼리는 여전히 기총사격에 의존해야 했다. 그래도 옛날에는 이것만으로도 공중전을 벌여서 적기를 잡았다. 일본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만 해도 항공 이동 중에 미군의 습격을 받았으며, 기관총에 벌집이 돼서 전사했다.

(2) 사실은 아직 제트 엔진도 없었다. 독일에서 말기에 간신히 개발에 성공해서 잠깐 투입했던 물건을 제외하면 이때 활약했던 모든 비행기들은 아직 피스톤 왕복 엔진 기반의 붕붕이였으며 프로펠러기였다.

그리고 초음속 비행이라는 것도 전무했다. 그런 것들은 다 종전 후에 등장하고 가능해졌다. 그로부터 몇 년 되지도 않아 6· 25 사변 때 곧바로 P-80 같은 미군 최초의 신형 고성능 제트 전투기가 나타났으니.. 그 시절 사람들이 ‘쌕쌕이’라고 부르며 신기해할 만도 했다.

비행기에서 제트 엔진의 등장은 열차가 증기 기관차에서 디젤이나 전기 기관차로 바뀐 것만큼이나 큰 혁신이었다. 등장 시기도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열차가 좀 더 먼저) 20세기 중반 정도로 비슷한 편이다.

오늘날은 비행기고 배고 미사일이면 다 끝나는 것 같다. 그리고 전투기들이 너무 강해지는 바람에 오히려 2차 대전 시절 같은 툭탁툭탁 공중전이 벌어질 여지가 없어진 감이 있다.

3. 이스라엘의 일란 & 아사프 라몬 국제공항

바로 1년 반쯤 전, 2019년 1월에는 이스라엘의 남부에서 '일란 & 아사프 라몬 국제공항'이라는 커다란 공항이 개항했다. 넓은 땅을 찾다 보니 간척지나 인공섬이 아닌 더운 사막에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공항이 지어졌다.

이 공항은 명칭에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의 이름이 부여된 게 인상적이다. 저건 친형제나 부부의 이름이 아니라 부자(아버지 아들)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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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 라몬은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이스라엘이 배출한 최초의 우주비행사였으나.. 2003년, 컬럼비아 호 우주왕복선 공중분해 사고 때 순직했다. 이때는 이스라엘 전국민이 슬퍼하면서 추모하고 난리가 났다.
다음으로 아들인 아사프 라몬은 부친을 따라 공군 조종사의 길을 갔는데.. F-16 훈련 비행을 하던 중 추락 사고를 당해 2009년, 겨우 20대 초반의 나이에 순직했다.

부자가 나란히 나라를 대표해서 항공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순직했으니 이들의 이름은 공항의 이름으로 매우 적절하게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라몬(Ramon)'이라는 명칭은 비록 어원은 전혀 다르겠지만 필리핀의 옛 대통령도 떠오르게 한다. 라몬 막사이사이.
매우 공교롭게도 이 사람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순직했고, 공항 이름에 쓰여도 될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골 국제공항, 케네디 국제공항..)

세상에 재임 중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은 국가 원수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되겠다 궁금했는데.. 찾아 보니 생각보다 많다. (☞ 링크) 위키백과가 별 걸 다 정리해 놨다.;;

4. 보잉 사

보잉 사는 초창기엔 지금 록히드 마틴이 그러는 것처럼 방산업체로서 군용기의 인지도가 더 높은 기업이었으며, 먼 옛날엔 심지어 선박도 만들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에 여객기 제조의 넘사벽 명가로 잘 자리잡은 데에는 경영자가 비행기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게 크게 기여했다. IT 업체에다 비유하자면 처음엔 SI 외주 개발이나 정부 과제만으로 먹고 살다가.. 온라인 게임 하나 자체 개발해서 초대박을 터뜨린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격이다. 닥치고 비행기를 만들기만 한 게 다가 아니다.

군용기를 만들던 노하우를 살려서 명작 707로 숨통을 튼 뒤, 삼발기 시절에 727, 그리고 대형 점보 여객기가 각광받을 때 747, 적당히 작은 중거리용으로 737, 나중에 여객기의 트렌드가 2발기로 다운사이징 될 때 777로 시장을 적절히 잘 공략했다.

옛날에 초음속 여객기라는 도박이 시도되던 시절에는.. 같이 개발하던 747을 언제든지 화물기로 개조할 수 있게 대비를 잊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판알을 튕겨 보니 초음속기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게 명백해지자, 개발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손 뗐다.

콩코드를 굴리던 영국과 프랑스는 비록 체면과 명성은 얻었지만, 기체를 처음 예상한 것만치 다 생산하지도 못하고 적자 때문에 많이 고생해야 했다.
그 반면 아음속기 747은 1970년대에 여객과 화물에서 모두 흥행 대박을 냈다. 석유 파동 시국에 경제적인 아음속기가 옳은 선택이었음이 더 명백해졌다.

훗날 유럽의 에어버스는 보잉 747보다 더 큰 A380을 내놓으면서 크기면에서 747을 추월했다.
하지만 21세기는 초대형 여객기, 더 나아가 4발기의 시대 자체가 저물고 있었다. 결국 A380도 콩코드와는 다른 이유로 인해 처음 예상 분량만치 생산을 못 하고 단종되게 됐다.
보잉 사는 오랜 역사에 비해 이런 식으로 시대를 잘못 읽은 삽질이 별로 없이 경영을 잘 해 왔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17 19:35 2020/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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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우주발사체의 관계

1. 비행기와 우주선의 하이브리드 가능성

본인은 예전에 자동차 겸 열차, 자동차 겸 비행기, 비행기 겸 선박처럼 하이브리드 교통수단에 대해 열거해 본 적이 있다. 심지어 같은 열차라도 가변 궤간이 가능한 놈, 같은 비행기라도 고정익과 회전익이 같이 가능한 놈이 있으니 이 분야도 창의적인 활용 가능성이 생각보다 넓다.
그런데 그때 본인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조합이 있다. 바로 비행기와 우주선의 하이브리드이다.

잠시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인천 공항에서 대한 항공 비행기(+ 겸 우주선)를 타고, 발사대가 아닌 활주로에서 사뿐히 이륙한다. 며칠 동안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아폴로 11호의 착륙을 기념하는 달 "고요의 바다 공항"에 우아하게 착륙한다. 비행하는 동안 객실에는 바깥 온도나 현지 시각뿐만 아니라 주변의 G값도 표시된다.

귀환할 때는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게 됩니다. 약 5분간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되며 진동이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셈.." 방송도 응당 나온다.
안개가 너무 짙으면 비행기가 결항되는 것처럼, 지구 밖에 태양풍 같은 게 너무 강해져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우주 행 비행기는 결항된다.

이건 참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우주에 다녀오는 건 현실 내지 가까운 미래에는 요원한 일이다.
우주 발사체 내지 비행체를 단 분리 없이 일반 비행기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게 만드는 건 현재의 인간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다. 둘은 엔진 구조가 엄청나게 다르고 비행 원리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주선을 비행기처럼 운용했다간 연료를 감당할 수가 없다. 핵 미사일을 쏠 때 무슨 활주로 이륙을 시켜서 띄우던가? 우주선의 기술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과 본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미사일 기술과 동일하기 때문에 냉전 시절에 우주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우주선은 미사일을 쏘는 기술에다가 발사체와 엔진 크기를 더 키우고 연료를 출력 조절이 용이한 액체 기반으로 바꾸고, 안에 사람이 타는 공간과 각종 안전 장치를 넣었을 뿐이다.

그에 비해 항공역학적인 기체 설계는 어차피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전혀 유용하지 않다. 한쪽에 특화된 기술이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사실은 지구처럼 양력을 이용한 대기권 비행이 가능한 행성 자체도 태양계에서 지구 말고는 없다.

전쟁이 스타크래프트 인게임이 아닌 것만큼이나 우주 비행 역시 스타크래프트 시네마틱 같은 게 아니다.
터보 팬/제트부터 램 제트, 로켓까지 다양한 엔진의 종류와 구분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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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는 종이비행기 레이쓰조차 대기권과 우주를 모두 잘만 드나들지만, 현실은.. -_-)

그렇게 SF물을 너무 많이 본 사람들은 실제 아폴로 우주선 사령선과 달 착륙선이 통상적인 비행기와 너무 동떨어지게 생긴 것을 보고 이질감을 느기께 된다. 날개 따위 없는 그냥 지상 구조물 캡슐처럼 생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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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역대 우주선 중에 비행기와 가장 비슷하게 생겼고, 지구 귀환 후에 바다가 아닌 육지 활주로 착륙이 가능했던 유일한 물건은 우주왕복선인데.. 얘도 지구 대기권만 벗어난 우주에 가는 용도이지, 지구 중력을 벗어난 우주까지 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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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비행기나 심지어 비행선처럼 우아하게 우주로 나가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1980년대에 나돌던 공상 과학 아이디어 중에서 정보 통신 분야는 오늘날 예상을 초월하여 달성되었지만 항공 우주 분야는 대부분 빗나갔다. 달과 화성에 기지는커녕, 이미 있던 우주왕복선과 초음속 여객기마저 대가 끊겼지 않은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달 착륙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으며, 공교롭게도 이 날에 맞춰 개통했던 경인 고속도로 연장 구간은 '아폴로 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들도 개나 소나 아폴로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미래의 과학 꿈나무 똑똑한 우리 아이는 아폴로 학원에 보내세요" 그랬다.

그랬는데 지금은 아폴로는 눈병 이름으로나 기억되고 있고.. 2010~20년대에 사람들에게 그만 한 충격을 주며 각인된 이름은 아폴로가 아니라 인공지능 '알파고'인 게 참 흥미롭다.
사실은 저 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의 별명조차도 발견된 시기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타이밍과 일치하여 붙은 것이었다.

2. 철도 차량과 비행기의 국내 생산 업체

테란의 레이쓰, 발키리, 배틀크루저를 생산하는 미래의 업체는 기술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만.. 다음으로 현실 얘기를 잠깐 해 보겠다.

1999년 7월 1일, 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생산 부문을 통합해서 '한국 철도차량'이라는 합작업체가 출범하고 그게 훗날 '현대로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철도 차량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만드는 업계도 비슷한 사정을 겪었나 보다. 1999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해 현대 우주항공, 대우 중공업, 삼성 항공우주산업(업종 분리 이후 현재의 삼성/한화 테크윈)을 합병하여 '한국 항공우주산업'이라는 합작업체가 출범했다.

물론 보잉 같은 급의 대형 민항기까지 만드는 건 아니지만 경비행기, 훈련기, 헬리콥터, 무인기 정도는 뚝딱 만들고, 메이커급 전투기도 조립 면허생산 정도는 한다.

로템의 경우 본사는 철도 허브 도시인 의왕에 있고 공장 중 하나가 경남 창원에 있다.
항우산? KAI?는 본사와 공장 모두 경남 사천에 있다. 사천 공항이며, 인근의 공군 기지며, KAI 모두 비슷한 동네인 것 같다. 민간 지도에는 다 가려져서 나오지 않는다.
저기가 나름 우리나라의 항공 허브라고 봐도 될 듯하다. 철도 박물관이 의왕에 있다면, 우리나라 항공우주 박물관은 사천에 있다.

3. 지구 외의 행성에서의 비행 가능성

행성과 행성을 오가는 우주 비행이라는 건 로켓을 이용해 지구 대기권을 탈출하여 공전 궤도에 진입한 뒤, 그 다음에는 다른 천체의 중력에 끌려가거나 튕겨 나가는 고전역학을 예술적으로 조절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잠깐씩 몇 분 동안 또 연료를 분사해서 가속하는 것도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연료 없이 그냥 관성 비행이다.
이것 말고 그냥 한 천체 안에서 비행기를 띄우고 날아다니는 건 사정이 어떨까? 엔진 가동을 위해 필요한 산소 문제는 일단 빼고 생각하기로 한다.

  • 일단 진행 속도가 왕창 빨라야 양력이 생긴다. 그런데 한편으로 고속 주행과는 상극인 공기의 저항도 날개로(받음각) 잘 받아야 된다.
  • 날개의 받음각이 커지면 양력이 커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걸 무작정 키워 버리면 항력도 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기체는 실속에 빠져서 추락의 위험에 빠진다.

비행기 조종이란 건 이렇듯 서로 모순되는 듯한 여러 변수들을 적당히 조절해서 최적의 값이 나오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날개에 달린 플랩이라는 물건도 비행기를 빨리 뜨게 할 때 쓰이지만(양력 증가), 착륙 후에 비행기를 빨리 감속시켜서 세울 때도 쓰이는 것이다(항력 증가). 그런데 플랩을 잘못 쓰면 착륙 직후에 비행기를 못 세우고 도로 띄워 버려서(양력 증가..) 기체에 대한 제동· 제어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런 양날의 검 같은 면모는 열차나 선박 같은 타 교통수단의 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흔히 지구가 여러 복잡한 조건을 기적적으로 만족하여 생명이 탄생 가능했던 유일한 행성이라고 여겨지는데.. 이와 비슷한 급으로 지구만이 유체· 항공역학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비행기를 띄우고 날리는 게 가능한 유일한 행성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태양계에서는 말이다.

달이나 수성은 대기가 없으니 날개고 양력이고 활강이고가 아무 의미가 없다. 굳이 공중으로 이동하려면 언제나 달 착륙선 같은 로켓을 띄워야 하며, 착륙할 때는 역시나 연료 역분사로 낙하 속도를 줄여서 내려앉아야 한다. 그리고 로켓은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 다음으로 금성과 지구와 화성은 공교롭게도 뒤의 행성이 앞의 행성보다 공기압이 거의 95~100배 더 옅다.
화성은 대기가 너무 옅기 때문에, 계산에 따르면 지상에서 초음속 자동차 급으로 달리며 공기를 받아야 양력이 생길까 말까라고 한다. 물론 고속 주행 자체에 공기 저항으로 인한 어려움은 지구보다 덜하겠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긴 직선 활주로가 필요하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클 것이다.

반대로 금성은 공기가 워낙 뻑뻑한 덕분에 그냥 자전거 속도 정도로 달리면서 날개로 바람을 받으면 곧장 하늘로 뜰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양력이 아주 잘 생긴다. 다만, 어지간한 잠수함도 못 버틸 엄청난 압력인 95기압(거의 해저 수심 800m가량) 하에서 자전거 속도만치라도 달리는 게 선뜻 가능하겠는지는 별도로 생각할 문제다.;;
거기에다 고열 문제는 덤이다. 금성의 그 온도에서는 비행기 엔진이 전부 과열돼서 타 버릴 것이다.

참고로 금성은 중력가속도는 지구(9.8m/s^2)의 90% 정도이니(8.87m/s^2)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화성은 대기의 '비율'만 따지자면 거의 96%가 이산화탄소이며, 이는 의외로 금성과 동일하다. 농도만 훨씬 옅을 뿐..

목성 이후의 행성들은 그냥 설명을 생략하겠다.
목성은 중력가속도가 지구의 2배를 넘기 때문에(거의 22m/s^2) 거기서는 사람들이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들 것이고 비행기가 뜨기도 그만치 더 힘들다. 물론, 거기는 아예 땅이 없고 거기 근접만 해도 그냥 초고압 유독가스와 방사선에 다 끔살 당할 것이다. (Quake 3의 fog of death 실사판)

나머지 행성들은 중력가속도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극도의 저온과 악천후 때문에 여전히 지구 같은 낭만적인 비행이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공기가 적절한 배합과 양으로 구성돼 있고 순항 고도에 '제트 기류'라는 것까지 존재하는 지구가 그야말로 인류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0/08/08 08:35 2020/08/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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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종류

하늘을 날아다니는 유인 비행기는 운영 주체와 비행 목적· 방식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그룹으로 나뉘는 것 같다.

1. 민항기(여객기+화물기)

항공사에 소속되어 정해진 스케줄대로 승객을 태우고 날아가는 바로 그 물건이다. 비행기들 중 덩치가 가장 크고 일반인들 눈에도 제일 많이 띄니 존재감이 가장 크다. 자동차로 치면 고속버스(여객)나 대형 트럭(화물)에 대응하겠다. 자가용· 사업용을 넘어 가장 어려운 운송용 조종 면허까지 딴 파일럿만이 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

사고가 한번 나면 전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되는 비행기도 바로 여객기이다. (특히 국제선) 일례로 1997년 8월 6일 같은 날에 괌에서 대한 항공 801편 추락 사고와, 여주에서 KF-16 전투기 추락 사고가 났었다. 하지만 후자는 전자에게 완전히 묻히는 바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2. 군용기

민간 여객기와는 운용 방식이 사뭇 다르다. 그나마 수송기는 단순 민항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날개가 위쪽에 달렸고 날개 아래에 프로펠러가 있다거나, 선박처럼 뒷문을 개방해서 진출입 램프로도 쓰는 식으로 구조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전투기는 그 덩치에 겨우 2명밖에 못 타지만 자동차로 치면 탱크의 무장에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갖췄다! 비행기들 중에 속도가 제일 빠르고 제일 과격한 급기동을 할 수 있다. 다만, 훈련을 빌미로 너무 위험한 기동을 하다가 종종 고장· 추락 사고가 난다.

3. 헬리콥터

정· 재계 높으신 분들의 자가용, 또는 병원· 소방서· 방송국· 산림청 등의 기관에서 특수한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민· 군· 관에서 모두 골고루 비슷한 유형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회전익기에다가만 따로 고유한 그룹을 부여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다만, 얘는 긴급한 인명 구조용으로 쓰이는 대신, 평시 여객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육상 교통수단으로 치면 오토바이와 비슷해 보인다. 공중 정지와 수직 이착륙처럼 고정익기로 할 수 없는 기동을 할 수 있지만, 덩치가 매우 작고 항속거리가 짧으며 자세가 더욱 불안한 것도 오토바이를 닮아 있다.
 
4. 나머지 자가용· 개인 사업용이나 교육 실습용 소형 비행기

이런 마이너한 수요를 위해 공항 중에는 일반항공용 FBO(운항 지원 사업자)를 갖춘 곳이 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요즘 생산되는 경비행기는 전투기의 사출 좌석 같은 건 아니어도 비상 낙하산이 있다. 탑승 인원이 워낙 적고 기체가 작고 가볍기도 하니 그런 것까지 챙길 수 있구나 싶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민항기 군용기 헬리콥터 경비행기
취급 장소 일반 공항 공군 기지 헬리포트/패드 비행장/이착륙장
식별번호 7/8xxx (제트기) ?? 6/9xxx 1/2/5xxx (피스톤/프롭)
자동차 대응 고속버스, 트럭 탱크, 장갑차, 경찰차, 지프 오토바이 승용차

2와 3이야 워낙 독특한 분야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1과 4는 더 분명한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단적으로 말해, 프로펠러 경비행기라도 비행기 조종만 하는 것하고, 아예 여객기 조종사가 되는 건 격이 완전히 다르다. 자동차만 해도 그냥 승용차 모는 것하고 아예 고속버스 기사가 되는 건 격이 완전히 다르니 말이다. 항공 쪽 진로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17 08:36 2020/03/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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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

교통수단들별로 조향과 자세 제어를 위해 존재하는 기동을 잘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서 roll (갸우뚱), pitch (끄덕끄덕), yaw (설레설레)가 모두 있다. roll과 pitch는 조종간을 움직여서 조작하고, yaw는 러더 페달을 밟아서 조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와 달리 자동차는 핸들 조작에 대응하는 yaw만 존재하는 셈이나,
육상 교통수단 중에도 이륜차는 yaw뿐만 아니라 ROLL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커브를 빠르게 돌 때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차체를 커브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 말이다. 이륜차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비행기도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좌우로 선회한다고 해서 마치 자동차 핸들을 꺾듯이 yaw만 간단히 주는 식으로 기동하지 않는다.
roll을 줘서 기체를 한쪽으로 기울인 뒤, 그 상태로 pitch를 위로 향하게 하면 기체는 옆으로 선회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 봤다면 이건 익숙한 경험일 것이다. yaw는 roll/pitch부터 주고 나서 자세를 최종적으로 바로잡는 보조 용도로나 쓰인다.

이는 roll, pitch, yaw의 순으로 갈수록 항공역학적으로 부담이 크고 기동의 난이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roll은 비행기의 진행 방향 기준에서 볼 때 동체의 형태가 바뀌는 게 전무하고 주익만 까딱까딱 위· 아래로 움직인다. 그러나 yaw는 동체 양쪽의 엔진 출력을 달리해야 하고, 그 결과도 양쪽이 받는 공기의 양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가 roll 없이 자동차 같은 평이한 코너링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조종도 비행기가 바른 각도 이내에서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날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착륙이 임박해서 기체가 왕창 속력이 줄었을 때는 조종이 잘 되지 않으니, 아직 속도와 고도가 높을 때 미리 바른 착륙 자세를 설정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이 어려우며, 상하 좌우 두 축으로만 가면 되는데도 굳이 축이 3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착륙을 하려다가 실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이다.

하긴, 회전익인 헬리콥터는 상승이나 하강을 위해서 pitch를 조절할 필요는 없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pitch를 낮춰야 한다. 걔는 전진이 '앞으로 기울어져 선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헬리콥터는 하늘로 떠서 전진하는 원리가 고정익 비행기와는 완전히 다른지라, 거기는 거기만의 항공역학이 따로 존재한다. 테일 로터가 없으면 동체가 로터의 회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뱅글뱅글 돌아가 버리니, 걔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yaw는 자동으로 해결될 듯하다.

2. 대중교통의 송풍구

자동차에서 바람(에어컨이건 히터건 단순 바람이건 무엇이든)이 나오는 송풍기는 보통 이런 모양이다. 사각형이고, 풍향을 조절하는 칸막이가 수평 수직 각 축별로 있으며, 풍량 조절은 별도의 동그란 게이지를 돌려서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버스를 타면 이렇게 동그랗게 생긴 송풍구를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송풍구가 위에 달려 있는 열차 같은 다른 교통수단들도 비슷한 형태이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사람이 팔을 위로 뻗어서 힘들게 조작해야 해서 그런지, 잡다한 게이지들 없이 앞서 살펴보았던 승용차용 송풍기보다 더 간편하게 조작 가능하게 돼 있다.
한 칸막이로 수평· 수직 기울이기가 모두 가능하다. 비행기로 치면 yaw와 pitch가 모두 된다. 그리고 칸막이 자체를 다이얼 돌리듯이 돌려서 roll을 하면.. 그걸로 풍량 조절이 된다.
오오.. 이런 식으로 동그란 칸막이 하나에다가 풍향과 풍량 조절 기능을 모두 집어넣었구나~! 순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스틱, 트랙볼, 마우스 같은 포인팅 장비들도 기본적으로는 수평· 수직 두 축의 궤적만 전할 수 있는데, 마우스는 모르겠다만 나머지 둘은 스틱이나 볼 자체를 좌우로 비틀어 돌려서 한 축의 궤적을 더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휠 같은 데에다 활용할 수도 있겠다만 처음에 지원되던 수직 단일로 한정이다. 요즘은 휠도 수평· 수직을 모두 지원하는 추세여서 제대로 지원하려면 얘만의 고유한 손잡이가 필요하다.

3. 성경에서 너비와 길이와 깊이

엡 3:18을 보면 "모든 성도들과 함께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가 어떠함을 능히 깨닫고"라고 나와 있다.
앞뒤 문맥을 보고는 많은 성경 역본이나 주석이 저 구절을.. '하나님의 사랑이 x y z축 어디로나 얼마나 방대하고 위대한지 깨닫고"라고 편하게 번역하거나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해당 본문 문장은 통사론적으로 그렇게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추상적인 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물리적인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이다. 이거 정체가 뭘까?

단서가 될 만한 관련 참고 구절은 롬 8:39이다. 같은 바울이 "높이, 깊이, 그 어떤 창조물이라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의 어마어마한 높이와 깊이를 가리키며, 하나님의 사랑이나 지식은 그런 것조차 아득히 초월한다는 걸 말한다. 저 높이와 깊이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단절시켜 버릴 법해 보이는 물리적인 장벽일 뿐이지, 최소한 사랑 같은 훈훈한 추상명사는 아님이 명백하다.

바울은 서신서를 저술하면서 하나님의 영감으로 우주의 스케일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유를 구사할 때 그런 단어를 종종 사용한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는 '-이', '-음' 이라고 접사의 종류가 달라지긴 했지만, 하나로 일치시키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송 명희 작사 <계신 주님>이라는 찬양 가사를 보면서도 뭔가 3차원적인 심상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앞에 계신 주님, 나의 눈동자에 주 있게 하소서 (roll)
나의 머리 위에 계신 주님, 나의 머리 들어 주 바라보게 하소서 (pitch)
나의 좌우 옆에 계신 주님, 나와 동행하시는 주 알게 하소서 (yaw)
나의 뒤에 계신 주님, 나를 안으시며 보호 하시는 주 의지하게 하소서


최 용덕 작사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와도 좋은 대조를 이루지 않는가? ^_^

Posted by 사무엘

2020/02/28 19:34 2020/02/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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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도 복습

인류가 개발한 교통수단들 중에 외형상 가장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한 통제를 받으며 돌아가는 교통수단은 철도이다.
철도는 비행기 같은 3차원이 아니고, 선박이나 자동차 같은 2차원도 아니라 오로지 앞 아니면 뒤밖에 진행하지 못하는 1차원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그렇다. 스스로 방향 전환조차 할 수 없고 외부에서 선로를 전환해 줘야 한다.

(덧: 잠수함도 잠항과 부상이 있으니 넓은 의미에서는 3차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공중이 아닌 물 속의 3차원일 뿐인 데다 사실상 군 전용이고, 대중교통의 형태로 운용되는 것은 전무하므로 논외로 하자. 물 속에서는 공기가 없어서 내연기관을 가동할 수 없다!)

철도 차량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파악되고 통제 가능한 '독 안에 든 쥐' 상태로 움직인다. 그리고 조향이라는 차원 하나를 희생한 대신, 일반 자동차를 훨씬 능가하는 수송 능력과 효율, 속도와 승차감과 안전을 얻었다.
"아스팔트 길에서 고무 바퀴 vs 철길에서 철 바퀴"는 동력 효율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그리고 도로와 철도에서 무인 자율 주행을 구현하는 기술적 난이도가 서로 얼마나 차이가 날지도 한번 생각해 보자.;;

철도에서는 앞 차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거나 일정 속도를 벗어나거나, 기관사가 생존을 인증하는 신호에 응답하지 않는 등... 별별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열차는 즉시 제동이 걸리고 멈춰서게 된다.
비행기는 테러리스트에 의해 장악되어 폭주하기 시작하면 전투기가 출격해서 격추시키는 것밖에 달리 통제할 방법이 없는 반면, 철도는 비행기는 물론이고 자동차와도 차원이 다른 안전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 보면 열차가 걸핏하면 "앞 차와의 거리 유지" 명목으로 답답할 정도로 서행하거나 심지어 급제동이 걸리는 걸 경험할 수 있는데..
이건 기관사가 자동차 몰듯이 자의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차량이 자기가 달리는 선로의 신호 상태를 감지해서 알아서 그렇게 동작한 것이다. 철도는 육안으로 앞 차를 발견한 뒤에야 제동을 걸었다가는 십중팔구 충돌 사고가 나며, 그런 무식하고 원시적인 방식은 현업에서 애초에 쓰이지도 않는다.

철도 차량을 그나마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게 기관사의 자의만으로 조종 가능한 곳은 자동차의 주차장뻘 되는 차량 기지 내부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는 일반인이 절대 출입 금지일 뿐만 아니라, 거기서는 어차피 사람 걷는 속도로밖에 못 밟는다.

이건 증기 기관차가 단선 선로에서 달리던 시절 이래로 열차의 안전이 인간의 오감과 판단력이 아닌 시스템 차원에서 자동으로 보장되는 방법을 연구해 온 엔지니어들의 노력의 산물이다. 어떤 경우에도 한 폐색 구간에 두 열차가 동시에 진입하지 않고, 열차끼리 정면 충돌이나 후미 추돌 사고가 나지 않게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고속철의 경우, 지금의 시속 300에서 400~500으로 증속을 하는 것은 차량만 최신 고성능으로 새로 뽑아서 죽어라고 밟는다고 해서 실현 가능하지 않다. 신호· 관제 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 요소까지 싹 다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내가 알기로는 국내 기술만으로 그냥 가능하지 않다. 과거에 재래선에서 열차의 주행 속도를 100에서 150으로 야금야금 올리던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철도라는 게 그만치 상상을 초월하게 정교한 시스템인 것이다.

2. 여객기의 항로

육지에 도로와 철도, 바다에 선박의 항로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도 지정된 항로라는 게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본인이 3년쯤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다.
여객기들은 목적지 공항을 향해서 무작정 구면기하학에 근거한 직선 지름길 경로로만 가는 게 아니다. 비록 육상 교통수단처럼 산과 강이라는 지형의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다음과 같은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 제트 기류: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기가 갈 때와 올 때 항로가 서로 다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언제든지 비상 착륙이 가능한 공항까지 일정 거리 이내 유지: 그러니 아무리 지름길 최단거리여도 태평양 정중앙으로 날아가는 여객기는 없다.
  • 비행 금지 구역 회피: 우리나라의 경우 청와대,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연구원, 군사분계선 부근이다.

지금이 무슨 린드버그가 살던 때처럼 누가 비행기를 인류 최초로 발명해서 아무런 통제도 없는 하늘을 마음대로 누비고 대서양을 횡단하던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 말고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계류는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비행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고, 남의 나라라면 영공 통과료 내고 관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하며, 비행 금지 구역 같은 곳에 가서는 안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객선의 항로는 다음과 네이버의 민간 인터넷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친숙하지만 비행 항로 지도는 정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직업으로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접할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항로들은 나름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까지 부여돼 있다. 마치 고속도로나 국도의 번호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뻘 되는 항로는 A582이다(중간에 대구 경유). 그리고 동해를 따라 국도 7호선과 비슷한 종축 항로는 V11이며, 미국으로 가기 위해 국토를 횡단하는 항로는 G597이다.

위의 항로를 보니 대도시 중에서 서울 강북, 그리고 대전은 공중에서 여객기를 볼 일이 전혀 없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구로-금천 일대는 경부선(+경인선) 때문에 열차가 많이 지나갈 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굉장히 많이 지나가는 곳이다. 안양 부근에서 미국· 일본행과 국내선 여객기들이 분기한다.

3. 항로의 개선, 복선화

(1) 경상남도 끝자락에 있는 사천 공항의 경우, 서울 김포를 최단거리로 잇는 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대구와 광주 사이,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 상공이 공군의 군사 훈련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민항기가 비행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김포에서 사천을 가려면 과거에는 아예 제주도로 갈 때처럼 광주를 먼저 찍고 나서 동쪽으로 우회해서 사천으로 가는 삽질을 해야 했다. 시간 낭비 돈 낭비는 당연지사였다. 자동차도 아니고 비행기가 이게 뭔 뻘짓인가..;;

이것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민원이 빗발쳤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이후에는 규제가 완화되고 대구-사천 항로가 개통된 덕분에 광주가 아닌 대구를 경유하는 것으로 동선이 개선되었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상에서는 88 올림픽 고속도로가 오랫동안 악명을 떨치다가 결국은 전구간 4차로로 다시 만들어졌는데.. 하늘길에도 오랫동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우여곡절이 있었던 셈이다.

다만, 개선된 항로가 개통된 때는 이미 통영-대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항공 수요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뒤이니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2) 지난 2012년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은 트래픽을 자랑하던 서울-제주 항로가 무려 '복선화'했다. 철도에서 서울-부산이 1군이라면, 국내선 항공은 서울-제주가 1군인 셈이다. 그리고 저기가 국내 최초 유일의 복선 항로가 됐다.

물론 비행기들은 단일 항로에서도 고도 차이로 상행과 하행(그리고 국내선과 국제선도)을 구분하기 때문에 단선이 곧 철도의 단선 같은 열악한 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울-제주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비행기가 제때 이· 착륙을 못 하고 공항 주변을 돌거나(착륙 허가) 활주로에서 대기하며(이륙 허가) 시간을 왕창 날려야 했다.

결국 여기는 방향별로 항로가 분리됐다. 원래 서울-광주-제주 항로는 B576이었는데, 하행용으로 Y711, 상행용으로 Y722라는 항로가 새로 생겼다.
상선과 하선은 서로 무려 14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제주 방면이 서쪽이므로 개념적으로 우측통행이다.
기존 B576은 다른 용도로 여전히 쓰인다. 상행인 Y722가 B576에 더 가까이 있다.

항로의 복선화는 철도의 복선화처럼 거창한 시설 따위 만들 필요 없이 지도에서 선만 새로 그으면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거 하나 고치는 데도 관련 법을 고치고 관제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고 중국 같은 이웃 나라들로부터 동의도 얻는 등 절차가 굉장히 복잡했다고 한다.

(3) 오늘날의 관점에서야 단선 철도는 느리고 불편하고, 자동차가 발달하지 못해서 어차피 철도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던 옛날에나 존재하던 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19세기에 영국에서 철도가 완전 처음으로 등장했던 극초창기에는 철도도 단선이 아닌 복선을 기본으로 깔고 달렸다.

왜냐하면 진짜 옛날에는 전신기라는 것도 없어서 역간의 통신조차 아직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선 교행을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열차 운행은 최소한의 안전이 자명하게 보장되는 복선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폐색 구간 같은 정교한 안전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더 저렴한 단선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도 19세기 말~20세기 초 극초반에는 전기차가 잠시 활발하게 연구됐고 시속 100도 넘었지만.. 한순간에 도태되고 없어진 것과 비슷한 얘기처럼 들린다.

4. 나머지

(1) 비행기가 기수를 위로 향한 채 땅에 거의 근접해 있는 정지 사진 하나만 보고 이게 이륙 중인지 착륙 중인지 분간이 가능할까?
나 같으면 기체의 pitch 각도(일반적으로 이륙 중일 때가 더 가파름), 랜딩기어 주변의 연기(착륙할 때만 마찰열 때문에..), 주익에 펼쳐진 플랩(착지까지 한 뒤에) 같은 변별 요인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차이가 없으면 알 수 없을 것 같다.

전후대칭형 열차의 정지 사진을 보고 진행 방향이 어딜지 판별하는 것은 백색 및 적색 램프가 켜진 방향, 그리고 전철의 경우 팬터그래프가 펼쳐진 쪽(뒤)을 토대로 가능하다. 이거 마치 노을 사진을 보고 아침인지 저녁인지 판별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림자의 방향 말고 하늘 색깔만 보고 판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

(2) 끝으로, 제트 엔진이 달린 비행기는 자동차처럼 한 엔진이 몇 행정 몇 기통이라는 식의 구분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그냥 엔진 자체가 2개냐 4개냐 같은 구분이 있을 뿐이다.
비행기가 순항 중일 때는 공기가 빨려 들어가고 뿜어져 나오는 소리까지 가미되어 육상 교통수단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하지만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제 막 가속과 이륙을 시도할 때는 '웨에엥~' 하면서.. 뭔가 전동차의 VVVF 구동음과 일말의 유사점이 있는 소리가 잠깐이나마 난다.

전동차와 비행기의 구동음이 서로 더 비슷해질 수는 없을까? 그러면 철덕과 항덕이 모두 좋아할 텐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14 08:35 2020/01/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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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터빈

터빈이란 직선 운동을 하는 유체로부터 에너지를 받아서 회전력으로 전환하는 기계 장치로, 프로펠러와는 개념적으로 정반대이다. (프로펠러는 회전력으로부터 직선 추진력을 생성)
이 정의에 따르면 물레방아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로부터 회전력을 내니 터빈의 범주에 든다. 바람개비나 풍차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하면 터빈은 생각만치 별것 아니다.

터빈 기반 엔진은 내연기관과 외연기관 형태로 모두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외연인 증기 터빈도 존재하고 내연인 가스 터빈도 존재한다.

2. 가스 터빈 엔진 vs 기존 왕복 엔진

터빈은 유체의 연속적인 직선 운동을 받아들이지만, 왕복 엔진은 말 그대로 피스톤의 직선 '왕복' 운동을 받아서 회전 운동으로 변환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터빈은 크랭크 같은 동력 변환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서 구조가 더 간단하며, 진동도 더 작다. 엔진음은 털털털~ 대신 웨에엥~ 같은 소리이다.

왕복 엔진은 각 실린더마다 흡입-압축-폭발-배기라는 행정이 시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발생한다. 폭발이 일어나서 피스톤을 누르는 방향.. 다시 말해 생성된 동력을 전하는 방향과, 배기가스가 나가는 방향이 서로 별개이고 무관하다.

그 반면, 터빈 엔진은 연료가 섞인 압축 공기가 쭉 분사되고 폭발하고, 팽창한 배기가스가 분출되면서 터빈을 돌리는 게 행정 구분 없이 선형적으로 늘어서 있다. 한 엔진 내부에서 부위별로 각 행정들이 동시에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터빈 엔진은 왕복 엔진처럼 실린더를 여러 개 만들어서 각 실린더가 서로 다른 행정 상태를 나타내게 할 필요가 없다.

가스 터빈 엔진은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고회전 고출력에 매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시간 고온 고압의 배기가스를 맞으면서 초고속 회전력을 줄곧 전할 수 있는 터빈을 만드는 것이 왕복 엔진의 실린더를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가스 터빈은 증기 터빈이나 왕복 엔진보다 훨씬 늦은 20세기 중반에야 등장하고 실용화됐다.

가스 터빈은 꾸준히 시종일관 비슷한 출력으로 돌아가는 곳에서 유리하다. 현실의 자동차처럼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출력 강도가 널뛰기 하듯이 바뀌고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수시로 달라지는 것에 대한 대처는 왕복 엔진보다 불리하다. 연비도 2회전당 1회 폭발인 4행정 왕복 엔진보다 좋지 못하며, 연료 소모가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육상 교통수단에서는 왕복 엔진이 여전히 주류이다. 가스 터빈 엔진은 탱크나 철도 차량처럼 덩치가 더 크고 출력 변화의 기복이 상대적으로 작은 물건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인다. 다만, 비행기와 선박 레벨에서는 터빈이 활발하게 쓰이고 있으며, 덩치 걱정 없이 혼자 24시간 꾸준히 돌기만 하면 되는 발전기에서는 아예 외연기관인 증기 터빈이 세상을 완전히 평정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과반· 대부분은 화력이건 원자력이건 증기 터빈이 돌려 준 발전기로부터 생산된 전기이다.

가스 터빈 엔진은 왕복 엔진 같은 실린더가 있지는 않을 텐데 배기량 같은 엔진 덩치를 무엇을 기준으로 나타내는 걸까? 궁금해진다.

3. 자동차의 과급기

자동차의 엔진에서 배출된 배기가스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압력과 온도 그대로 외부에 배출하는 것 자체부터가 위험하다(소음, 화상, 화재 유발..). 즉, 화학적인 성분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머플러에 통과시켜서 압력과 온도와 배출음을 크게 줄인 뒤에 배출한다.

그럼 요즘 일부 자동차에 달려 있는 터보차저(과급기)는 무엇이냐..?? 피스톤을 누르고도 아직 열과 힘이 좀 남아 있지만 그냥 버려지는 그 배기가스의 분출력을 활용해서 터빈을 돌린다. 그리고 그걸로 공기 압축기를 가동해서 엔진에다가 단위 부피당 더 고농도의 공기를 꾹꾹 눌러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얘는 순수 가스 터빈 엔진처럼 터빈 자체가 엔진에 연결되어 동력에 기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기를 더 많이 눌러 넣음으로써 왕복 엔진의 연소 효율을 올리고 엔진 출력을 크게 향상시켜 준다. 엔진의 물리적인 크기를 키우지 않고도 배기량을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출력이 올라갈 수밖에.. 관계가 그렇게 된다. 터빈까지 통과하고 난 배기가스는 열과 힘을 더 활용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버려진다.

앞으로는 터빈이라 하면 공기 압축기가 계속해서 따라다닐 것이다. 이것이 내연기관 가스 터빈이 물레방아 내지 증기 터빈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기 때문이다. 압축기 터빈은 바람개비의 깃이 프로펠러보다 훨씬 더 많고 조밀하다. 얘는 엔진 터빈의 동력을 받아서 공기의 흐름만 바꿔 놓지, 자기가 공기의 흐름으로부터 역으로 동력을 얻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느 내연기관이건 처음에 시동을 걸 때는 외력이 필요하지만, 터빈이 한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걸로 앞쪽의 압축기도 돌려서 자기 자신이 공급받는 공기의 농도가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애초에 자동차의 과급기도 비행기용 가스 터빈 엔진에서 쓰이는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4. 프로펠러 비행기: 터보 샤프트와 터보 프롭

자동차는 구동축과 연결된 바퀴를 굴려서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력으로 주행하는 반면, 비행기는 뒤로 뭔가를 밀어내거나 내뿜어서 얻은 반작용으로 주행한다. 그리고 비행기는 그 역할을 뱅글뱅글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수행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선박도 과거에 외륜 달린 증기선 시절에는 자동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물을 박차고 나아갔다. 그 반면, 요즘 선박들의 뒤에 달린 스크루는 개념적으로 비행기 프로펠러와 동일하다. 회전면이 동체의 진행 방향과 동일하냐(바퀴), 수직이냐(프로펠러)의 차이가 있다.

초창기의 비행기, 또는 지금도 경비행기 수준에서는 프로펠러를 돌리기 위해 그냥 왕복 엔진이 쓰였고,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다. 비행기에는 실린더가 자동차 같은 선형이나 V형도 아니라, 불가사리의 팔처럼 주렁주렁 분산된 형태로 달린 성형 엔진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비행기는 엔진 소리도 자동차 엔진 소리와 비슷하다. (붕붕이)

그러나 같은 프로펠러기여도 왕복 엔진이 아닌 가스 터빈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물건이 등장했다. 터빈은 재래식 왕복 엔진보다 출력과 성능이 뛰어난 덕분에 일정 덩치와 속도 이상의 체급에서는 왕복 엔진을 순식간에 대체하게 되었다. 터빈은 워낙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자동차의 타이어가 아닌 프로펠러를 돌릴 때도 감속 기어를 한번 거쳐야 할 정도이다.

고정익 비행기에서는 터보 프롭이 쓰이고, 얘들만치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는 헬리콥터나 탱크 같은 다른 가스 터빈 엔진에서는 터보 샤프트 방식이 쓰인다. 후자는 동력을 전하는 터빈과 공기 압축기 터빈이 따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고속에서의 효율이 터보 프롭보다 더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야 동력비의 변환이 그나마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프로펠러를 돌리건, 프로펠러기는 시속 400~600km대의 중속에서 효율적이지, 아음속 정도에만 근접해도 자동차로 치면 '레드존'에 도달하여 출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는 엄청나게 시끄럽다. 여기서 프로펠러라는 것은 헬리콥터의 로터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헬기 조종사들이 괜히 폼으로 헤드셋과 마이크를 끼고 있는 게 아니다.

프로펠러기는 총 격발 반동만큼이나, 혹은 자동 변속기 차량의 creeping 현상만큼이나.. 조종간을 놓고 있으면 프로펠러의 회전 때문에 동체의 roll이 프로펠러 회전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어지는 현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시뮬레이터를 한번 만져 보면서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제트기에서는 볼 일이 없는 현상일 것이다.

5. 제트 엔진 (터보 제트)

가스 터빈과 비슷한 20세기 중반 타이밍 때는 내연기관의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리고 프로펠러를 돌리는 게 아니라, 배기가스 자체를 그대로 세차게 내뿜어서 추진력을 내는 엔진이 연구되고 개발되었다. 이것이 이름하여 제트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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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건 무척 흥미로운 면모이다.
프로펠러나 압축기를 열나게 돌리는 것만이 목표라면 전기 모터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도 있다. 육상 교통수단인 자동차나 열차처럼 말이다.
하지만 연소 배기가스를 생성해서 내뿜는 것은 전기로 구현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터는 가벼운 드론 멀티콥터의 로터를 돌리는 용도로나 쓰이고 있다.

제트 엔진부터는 엔진 꽁무니에 '노즐'이라는 게 필요하다. 호스로 물을 뿌릴 때도 호스 끝을 쥐어짜서 부피를 줄이면 물이 세게 솟구치게 되는데, 노즐이 그와 비슷한 일을 한다. 앞의 터보 프롭/샤프트 엔진도 터빈을 돌리고 난 배기가스를 분출하는 게 있긴 하지만 얘는 추진력에 기여하는 것이 아주 미미하다.

'터보 제트' 엔진에서는 압축기를 통과한 짙은 공기가 연료와 섞인 채 폭발하여 배기가스로 바뀌고, 그게 앞의 압축기를 돌리는 터빈까지 돌린 뒤 노즐을 통해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 즉, 이 엔진에서는 터빈이 압축기를 돌리는 용도로만 쓰인다.

사실 로켓 엔진도 본질적인 원리는 동일하다. 로켓을 연구하는 칼텍/NASA 산학 협력 연구소의 이름이 괜히 '제트 추진 연구소'인 게 아니다. 이게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로켓'이야말로 천박하게(?) 들리는 신조어이기도 했고 말이다.
다만, 로켓은 산화제를 자체 내장하고 있어서 주변 공기를 흡입하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니 터빈이나 압축기 따위가 없다.

또한 우주 발사체용 로켓은 추력을 먼저 아래로 발생시켜서 수직 상승했다가 나중에 지구 궤도를 돌기 위해 수평 이동을 하지만, 고정익 비행기는 추력을 뒤로 발생시켜서 일단 기체를 고속으로 수평 전진시키고, 그 와중에 날개를 이용해서 양력을 덤으로 발생시켜서 상승한다는 차이가 있다. 요컨대 수직 이동과 수평 이동이 발생하는 순서가 서로 반대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자동차와 비행기와 로켓에서 외부 공기라는 게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지 관계가 감이 올 것이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연료를 태우기 위한 산소 공급 뒤로 내뿜어서 동체를 전진시키는 매체 양력을 일으키는 매체
왕복 엔진 자동차 O. 그래서 배기가스 기반 과급기가 달려 있으면 출력이 더 향상될 수 있음 X. 자동차는 지면에 타이어를 굴려서 나아감. 배기가스는 과급기 정도에나 쓰고, 대체로 그냥 버려짐 X. 양력이 발생하면 고속 주행 중에 차가 떠서 접지력을 잃음. 스포일러 있음.
고정익 비행기 O. 주행풍 기반 과급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 O. 비행기 엔진이 터빈 친화적인 주 이유임. 엔진 종류에 따라 단순 통과 공기 vs 연소시킨 배기가스의 비율이 케바케이나, 일반적으로 전자가 더 큼 O. 비행기는 뜨기 위해서 날개에 맞바람을 받아야 하며, 굳이 산소가 아니어도 공기 자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주 로켓 X. 산화제를 자체 내장하고 있음 X. 자체 산화제와 연료를 태운 배기가스만을 내뿜음. 공기가 없는 곳에서도 비행 가능 X. 양력이 아닌 추력만으로 비행함. 공기는 그저 저항과 마찰열을 일으키는 존재일 뿐. 날개 없음.
초음속 자동차, 비행선 (비교용) O O X
글라이더 (비교용) X X O
헬리콥터 (비교용) O X O

자전거에게는 변속기가 없어도 상관없고 있으면 오르막과 고속 주행을 더 수월하게 해 주는 부품이지만, 자동차에게는 변속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처럼 자동차에게는 터보차저(과급기, 압축기..)가 없어도 상관없고 있으면 출력을 더 올려 주는 부품이지만.. 비행기에게는 무슨 램 제트 급이 아닌 이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헬리콥터는 비행기계의 오토바이 같은 물건이 아닌가 싶다. 일반 사륜 자동차보다 더 작고, 자동차로 불가능한 기동이 가능한 반면, 더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뭐, 그렇다고 에어쇼 곡예 비행을 헬리콥터로 하는 건 아니니 회전익-고정익의 관계가 이륜-사륜 자동차의 관계와 완전히 동일한 건 아니다.

이런 기술 디테일을 생각해 보면..
온갖 SF물에서 우주를 날아다니는 전투기가 비행기와 너무 흡사하게 날개까지 달린 채로 묘사되었다거나..;;
심지어 팔· 다리 달린 보행 로봇이 공중에서 합체하는 장면이 현실과 얼마나 극과 극으로 동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6. 터보 팬

제트 엔진 중에는 오리지널인 '터보 제트' 말고도 바리에이션인 '터보 팬'이라는 게 있다.
얘는 터보 제트와 비슷하지만, 압축기보다도 앞인 제일 앞면에 엔진 자체의 직경보다 훨씬 더 큰.. '팬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바람개비가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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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자동차 타이어의 휠 같다..;; 참고로 저 바람개비 하나하나가 평범한 직선이나 프로펠러 같은 선형이 아니며, 유체역학적으로 아주 신경 써서 예술의 경지에 가깝게 디자인된 것이다.)

그래서 엔진의 뒤쪽에서는 (1) 연소까지는 되지 않고 팬 블레이드에 의해 빨려들어가서 밀쳐진 공기가, (2) 중앙에서 엔진에 들어갔다가 연료와 함께 연소되고 뿜어진 배기가스를 감싼 형태로 같이 분출된다. (1)의 양이 (2)의 양보다 훨씬 더 많으며, 그 비율을 일명 '바이패스 비율'이라고 부른다.

물론 같은 크기의 엔진에서 같은 양의 연료를 주입했을 때.. 터보 팬은 더 큰 블레이드를 돌리고 엔진 주변의 공기까지 건드려야 하니 엔진 내부에서 분출하는 배기가스의 속도는 어쩔 수 없이 감소한다. 그러나 분출되는 공기의 총량은 속도가 감소한 것을 보상할 정도로 더 많아진다. 운동 에너지 1/2 mv^2에서 v 말고 m 말이다.

그럼.. 터보 프롭의 프로펠러도 회전 운동을 통해 주변 공기를 뒤로 밀쳐 주는 건 마찬가지인데, 팬 블레이드가 프로펠러와 차이점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팬 블레이드는 공기를 더 집중해서 끌어모으기 위해서인지, 프로펠러와 달리 주변에 동그란 테두리(덕트)가 감싸져 있다. 그리고 날개깃이 프로펠러보다 훨씬 더 많으며, 회전 속도도 프로펠러보다 더 높다.

뭐, 얘도 프로펠러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물건이지만, 프로펠러와 동일한 방식으로 공기를 밀쳐내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팬 블레이드는 본진에 속하는 제트 엔진의 배기가스와 조화를 이루고 엔진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주변 공기의 흐름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엔진의 바이패스비를 올리려면 팬 블레이드가 엄청나게 커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크기를 무한히 키울 수는 없다.
터보 팬은 터보 제트와 같은 출력을 가정했을 때, 분출되는 엔진 배기가스의 역할의 일부를 바이패스되는 일반 공기에다가도 분담시킨 형태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속도의 역할을 질량에다가도 일부 분담시켰다.

이런 이유로 인해 터보 팬 엔진은 출력에 비해서, 특히 프로펠러 엔진과 비교했을 때 소음이 적으며 상대적으로 정숙하다. 터보 제트보다 연비도 더 좋다. 저소음 고연비라니, 이건 민간 여객기로서 매우 큰 장점이다. 그래서 오늘날 여객기들은 모두 터보 팬으로 물갈이됐다.

그에 반해 터보 팬의 단점으로는 터보 제트보다 엔진 구조가 더 복잡하고 비싸다는 것, 그리고 질량 지향에다 바이패스 공기에 의존적인 특성상, 오리지널 터보 제트만치 고속 지향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터보 제트는 프로펠러로는 가능하지 않던 마하 2~3급의 전투기에도 쓰이고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에도 쓰이지만, 터보 팬은 아음속~마하 1대의 속도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터보 프롭보다는 고속이지만 터보 제트보다는 저속 영역을 접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본격적으로 음속을 돌파하려면 어차피 엔진의 특성이나 성능 말고 다른 영역들에서도 극복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 여객기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속 900~1000km대의 아음속을 유지하고 있으며, 뒷바람을 제대로 타거나 하강할 때에나 살짝 잠깐 초음속이 나오는 정도이다.

7. 램 제트

끝으로, 제트 엔진 중에는 로켓 엔진에 가장 근접하고 마하 3~5에 달하는 극초음속 최고속 비행에 최적화된 최종 단계의 물건이 있다. 이름하여 램 제트이다.
얘는 로켓 같은 자체 산화제 없이 외부 공기에 의존하지만(= 우주 비행은 불가).. 터빈과 압축기도 없다. 동체의 주행 속도가 워낙 상상을 초월하게 빠르기 때문에 그 압도적인 주행풍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공기가 유입되고, 초음속 충격파 발생 구간으로 압축도 자동으로 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터빈 없는 제트 엔진은 기계 구조가 더 단순하고 산화제 없는 로켓 엔진이라 볼 수도 있는데.. 그 대신 얘는 저속에서는 공기가 부족해서 연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리고 램 제트조차도 마하 5 정도를 넘어서면 비실대기 때문에.. 연소실 내부의 공기의 흐름까지 초음속으로 증속시켜서 그 한계를 극복한 '스크램 제트'라는 파생형도 있다. 물론 그 상태로 엔진 점화 상태를 유지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램 제트급의 엔진이 사람이 여럿 타는 비행기에 적용된 예는 있을 리가... 아직까지는 가벼운 무인기나 미사일 같은 발사체용이다. 그래도 산화제를 안 실어서 더 가볍고 저렴한 상태로 외부 공기를 잘 활용해서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비행체이니.. 이쪽도 수요가 끊길 일이 절대로 없는 연구 분야이다.
아울러, 비행체가 처음부터 초음속 비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속도대별로 한 엔진이 터보 제트와 램 제트로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것도 어마어마한 개발비와 다양한 실험실, 주행 시험장이 필요한데 이런 비행기 엔진의 연구 개발과 실험·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될지 참 신기하기 그지없다.

  • 자동차: 주행하는 동안 언제나 시동이 켜져 있지만(수 시간), 시동 유지를 위한 최소 출력만 내거나 퓨얼컷까지 된 상태로 타력 주행인 시간도 많음. 운전하는 동안 내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게 아니므로.
  • 비행기: 주행하는 동안 엔진 상시 가동이며, 예외적인 활강 상태가 아니면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출력을 내고 있음. 고도를 현상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자동차로 치면 계속해서 오르막을 주행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비행선이 아님)
  • 로켓: 지구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혹은 궤도 수정이나 이탈 등을 위해 단 몇 분 동안만 가동됨.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연료를 다 써 버림. 나머지 시간은 모두 그냥 천체의 중력에 이끌리는 관성 운동.

Posted by 사무엘

2019/11/28 08:33 2019/11/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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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흡연과 재떨이

오늘날은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금연이 당연한 사회 풍조로 정착했다.
군대에서 보급 담배는 진작에 없어졌으며, 담뱃갑에는 끔찍한 사진과 함께 경고문이 반드시 일정 크기 이상으로 부착되는 게 의무가 됐다.

버스 정류장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내부에서는 담배를 일체 피울 수 없다. TV 드라마 같은 데서 담배를 뻑뻑 피우는 모습을 내보내는 것조차도 금지됐으며, 부득이하게 흡연 동작이 포함된 영화 장면 따위를 인용할 때는 담배가 무슨 흉기이기라도 한 것처럼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강하게 규제를 걸고 금기시해도.. "흡연은 폐암을 유발합니다", "당신이 지불한 담뱃값은 국회의원들 월급 주는 데 쓰입니다" 등의 온갖 기발한 문구로 경고를 해도..
그래도 담배를 피울 사람은 여전히 피운다.. =_=;; 수 년 전에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폭등했어도 담배 판매량과 매출은 이내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하니 말이다.

옛날에는 그런 풍조를 반영하여 승용차에도 앞쪽 대시보드의 아래엔 시거라이터 잭(...)과 재떨이가 있었으며, 좀 고급 승용차는 뒷좌석 도어의 안쪽에도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요즘 차는 뒷좌석 재떨이까지는 없다. 전국 지도(< 내비게이션)라든가 돌돌이 닭다리 창문 개폐 크랭크(< 파워윈도우)만큼이나 이제는 찾아볼 수 없어진 물건이다.

그래도 내 차를 살펴보니 시거라이터는 있다. 지금까지 동전통으로 사용했던 자그마한 통이 알고 보니 재떨이였구나..;; 물론 지금까지 이 통에는 담뱃재가 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옆에 하이패스 단말기를 연결해 두는 소켓은.. 자동차에만 존재하는 전자기기용 플러그이기라도 한가 모르겠다.

자, 비행기와 관계 없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이런 강력한 금연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여객기의 화장실 안에는 재떨이 비스무리한 물건이 2019년 현재까지도 의외로 여전히 남아 있다.
기내엔 흡연은커녕 액체 연료 라이터조차도 반입을 못 할 텐데, 그리고 기내 금연은 여객기의 내구연한보다 더 오래 전부터 시행되었을 텐데?
심지어 금연 표지판 바로 옆이나 밑에 재떨이가 버젓이 비치되어 있기도 하다. 왜 그런 걸까?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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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화장실에다 연기 감지기를 설치하고 제발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계도를 해도 말 안 듣고 담배를 몰래 피우는 사람이 수많은 탑승객들 중에 꼭 한둘씩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노선이면 그 긴 시간 동안 담배를 전혀 피울 수 없으니 괴로울 법도 하다. 비행기에 고속버스처럼 휴게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기어이 피울 거면 일말의 양심을 발휘해서 담뱃재와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다가 버리기라도 하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재떨이를 남겨 놓은 거라고 한다..;; 버릴 곳이 없어서 담배 꽁초가 휴지통을 포함한 아무 데나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다른 쓰레기에 불이 붙어서 기내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재떨이는 기내에서 흡연이 가능하던 시절의 잔재 레거시가 아니며, 새로 만들어진 비행기도 반드시 갖춰야 하는 법적 의무 사항이다. 마치 자동차에 법적으로 방향지시등과 헤드라이트, 안전벨트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흡연자들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화재 예방을 위해서 갖다 놓은 거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육해공 대중교통 중에서 그나마 흡연이 제일 자유로운 곳은 역시나 선박인 것 같다. 갑판이 있으니까..;;.

여담이지만, 극장에서 영화 본편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불이 켜지는 것도 '금연 비행기 내부의 재떨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존재하는 관행이다. 영화 제작자들이 엔딩 크레딧을 아무 이유 없이 만드는 게 아니고, 도의적으로 원칙적으로는 모든 관객들이 이것까지 다 진지하게 봐야 영화가 완전히 끝나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을 켜건 말건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시작하면 자리를 뜨고 나가는 관객이 적지 않으며, 이때 조명이 없으면 깜깜한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그런데 이러다 사람이 다치면 극장에 대한 고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빗거리를 없애기 위해 "조기 조명 ON"이라는 권장되지 않는 관행이 극장에 존재하게 되었다.

2. 비행기 이모지

유니코드에는 U+1F6EC Airplane Arriving이라는 이모지가 있는데..
본인은 이걸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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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비행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착륙할 때도 이륙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수가 위를 향하고 있다. 뒷쪽이 앞쪽보다 먼저 착지한다.
이와 달리 저 그림처럼 기수가 아래를 향한 채로 하강하는 건 아무리 봐도 착륙이 아니라 추락하는 모습이다..;;;

일출 노을 풍경과 일몰 노을 풍경을 일반적으로 서로 구분할 수 없듯이.. (그림자 방향이나 지형 같은 단서가 없다면)
정지 사진만으로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을 구분하는 건 내가 알기로 불가능하다. 굳이 따지자면 이륙이 착륙보다 미세하게나마 더 고각이긴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모지에서는 그냥 편의상 기수의 방향과 랜딩기어의 수납 여부로 이륙과 착륙을 구분시켜 놓은 것 같다.

3. 우주 발사체와의 차이

고정익 비행기와 우주 발사체(인공위성? 로켓?)는 모두 지표면에서 끊임없이 수평 이동을 해야 고도가 유지되며, 속도가 너무 느려지면 추락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둘은 당연한 말이지만 요구되는 속도의 수준과 추락 조건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급이 다르고 차원이 다르다.
마치 육상 교통수단들이 고속으로 갈수록 더 가속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공기 저항 때문일 뿐이지, 무슨 광속에 가까워지면서 상대성 이론에 따라 질량이 증가하기 때문은 전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비행기가 빠르게 이동하는 이유는 날개의 상하로 공기의 압력 차이를 만들고 이로부터 양력을 얻어야 뜰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해서 공기 중의 산소가 필요하지만, 비행기는 엔진을 돌리는 것뿐만 아니라 뜨는 것 자체를 위해서도 공기라는 유체가 필요하다. 이걸 유지할 만한 속도를 못 내어 비행기가 양력을 잃고 조종성까지 상실하는 것을 실속(stall)에 빠졌다고 말한다.

한여름에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공기가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지는데, 이러면 비행기도 뜨기가 어려워져서 활주거리가 길어진다. 그래서 작은 공항에서는 폭설도 아니고 폭염 때문에 큰 비행기가 뜨지 못해서 결항될 수 있다. (이륙 활주 공간 부족)
또한, 이륙 후에도 공중에서 공기가 갑자기 희박해지는 곳을 지나면 비행기가 고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아래로 주저앉게 된다. 이건 폭염으로 인한 레일의 팽창 때문에 고속철이 서행 운행하는 것만큼이나 비행의 악재로 작용한다.

이런 비행기와 달리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발사체는 공기와 전혀 무관하게 움직인다. 실속이고 상승 기류고 난류고 나발이고 없다. 애초에 공기를 받는 날개가 있지도 않으며, 로켓은 양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추력만으로 날아간다. 비행기의 제트 엔진과 달리, 로켓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지 않으며 오히려 연료와 함께 산화제를 자체적으로 내장하고 있다.

그리고 로켓은 그야말로 공기와의 마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그나마 돌파해 봤다는 지구 적도 표면의 자전 속도보다도 10배 이상 빠르게 이동한다.
지표면으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속도보다 수평 이동하는 속도가 커야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주 발사체가 추락하지 않고, 그리고 연료도 거의 쓰지 않으면서 비행(?)하는 비결이다.

달로 가는 로켓이라고 해서 무슨 위를 바라보고 달을 향해서 한없이 쭉쭉 올라가는 게 아니다. 우주로 나가는 모든 로켓들은 단별로 가동 시간이 보통 겨우 몇 분, 길어야 10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연료를 몽땅 소모하면서 수직으로는 겨우 수십~수백 km 위로만 올라가며, 발사체가 지상의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에는 기수를 기울여서 수평으로 필사적으로 가속한다. 지구 궤도를 도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로켓의 목적인 것이다.

쉽게 말해 비행기는 한국에서 미국까지 날아가는 10몇 시간 내내 엔진이 켜져 있다. 그러나 로켓 내지 우주 발사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달로 갈 때는 지구를 도는 타원 궤도의 이심률을 키우고 달 궤도로 끌려가기 위해서 또 가속을 하지만, 그 가속 시간 역시 단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며칠 동안 날아가는 건 전부 관성 무동력으로 행해진다.
비행기와 로켓이 서로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1/01 19:34 2019/11/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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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교통수단

1. 기술 디테일

자동차가 자그마한 승용차 급이다가 대형 버스나 트럭 내지 그 이상으로 커지면 내부 구조가 다음과 같이 바뀐다.

(1) 엔진
휘발유 기반이다가 디젤로 바뀐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더 복잡하고 무겁고 비싸지만 저속 토크가 더 강하며, 실린더의 개당 부피에 제약이 없어서 엔진의 대형화에 근본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4기통만으로 4000cc에 달하는 엔진은 디젤로는 구현 가능하지만 휘발유로는 가능하지 않다. 이런 차이는 양 엔진의 점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존재한다(점화 플러그 vs 압축 착화).

물론 디젤 엔진 정도야 대형차 전용인 건 아니며 소형 승용차에도 쓰인다. 하지만 반대로 휘발유 엔진이 대형차에서 쓰이는 일은 없다. 휘발유 엔진의 GDI와 디젤 엔진의 CRDI는 둘 다 direct injection으로 끝나는데 각각 자기 분야에서 무엇을 크게 개선한 기술인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자동차 말고 타 교통수단들도 작은 놈은 자동차 같은 왕복 피스톤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덩치가 더 커지면 철도 차량은 아예 전기 모터로 갈아타고 비행기는 제트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2) 브레이크
승용차 수준에서는 방열 성능과 정비성이 더 뛰어나고 제동력 조절도 용이한 디스크 방식이 앞뒤 바퀴에 모두 쓰인다. 그러나 대형차로 가면 닥치고 제동력이 더 좋은 드럼 방식이 적어도 뒷바퀴에는 여전히 지존이다. 다만, 대형차 말고 아예 경차도 원가 절감을 위해 드럼 브레이크가 쓰이곤 한다.

그리고 승용차와 소형 트럭에서는 제동력을 전하는 매체가 브레이크액이라는 액체인 반면, 중형급 버스나 트럭(4~5t쯤?)부터는 역시나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압축 공기가 쓰인다. 대형차에서 걸핏하면 '축~ 취익~' 방귀 소리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자주 많이 밟으면 엔진만큼이나 과열될 수 있다. 브레이크액이 끓을 정도가 돼서 페달을 밟아도 쑤욱 들어가기만 하고 제동이 전혀 안 걸리는 것은 vapor lock 현상이다. 그리고 브레이크 패드가 달궈져서 제동력이 떨어지는 건 fade 현상인데, 디스크보다는 드럼 방식이 더 취약하다.
대형차는 브레이크액 방식이 아니니 vapor lock 현상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fade 현상과 아예 공기압의 고갈을 조심해야 한다. 계기판에 브레이크 공기압 게이지가 달려 있다.

(3) 변속기
승용차급에서는 자동 변속기가 대세가 된 반면, 대형 상용차(트럭, 버스)에서는 차량 가격과 성능, 연비 같은 효율 문제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그리고 100~400마력짜리 자동차 레벨에서 수동 변속기라면 그냥 톱니바퀴만으로 감당 가능하다. 철도 차량도 짤막한 디젤 동차는 이런 식으로 동력을 변환한다.

그러나 수천 마력의 출력으로 여러 객차를 끄는 기관차에서 기어만으로 동력 변환을 하려면 변속기가 너무 커지고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동력을 간접적으로 전해서 변환하는 유체 변속기 내지 토크 컨버터가 쓰이며, 자동차에서도 자동 변속기는 이 방식을 쓴다.

아울러, 전기도 교류는 같은 전력에서 전압-전류 출력 변환이 용이하니, 대형 디젤 기관차는 변속기 오일 대신 전기를 중간 매체로 사용해서 디젤 전기 기관차 형태인 게 보통이다.

사실은 철도 차량까지 갈 것 없이 버스 중에도 저상 버스는 커다란 물리적인 기어박스를 원하는 형태로 밑에 장착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어 왔다. 허나 최근에는 그런 기술적인 한계가 극복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저상 버스에도 수동 변속기가 널리 보급되면 기사가 운전하기는 더 힘들지만, 버스 회사의 입장에서는 구입 단가가 저렴해질 수 있겠다.

(4) 서스펜션
세상의 자동차들은 바퀴와 차체가 곧이곧대로 딱딱하게 붙어 있는 게 아니다. 한쪽으로 충격을 받으면 그걸 흡수하여 반대편으로 들썩거린다. 마치 초고층 빌딩이 바람을 맞으면 미세하게나마 흔들리게 설계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육상 교통수단에는 이걸 담당하는 서스펜션 내지 현가장치라는 게 있어야 좋은 승차감이 보장될 수 있다. 자동차가 아닌 마차 시절에도 초보적인 형태의 현가장치는 고안되어 쓰여 왔다.
철도는 길이 워낙 곧고 부드러우니 차량에 이런 게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만, 그래도 거기에도 간략하게나마 자동차와는 다른 형태의 현가장치가 있다. (철도 차량에는 차동 기어는 없음. 커브를 돌 때 좌우 바퀴의 회전수를 달리하여 동력을 전하는 장치)

승용차의 바퀴 주변을 보면 지면과 수직으로 코일 내지 스프링이 둘러진 막대기가 보이는데, 그게 서스펜션이다. 더 세부적인 방식으로는 multi-link 방식, rigid axle 방식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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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대형 트럭의 뒷바퀴를 보면 통상적인 스프링이 아니라 무슨 활 모양의 휘어진 작대기가 지면과 수평으로 여러 겹 둘러진 게 보인다. 요것은 대형차에서 주로 쓰이는 판(leaf) 스프링 서스펜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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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스프링 서스펜션은 코일 스프링보다 승차감이 별로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저렴하고 강한 충격과 하중에도 안 부러지고 버티기 때문에 천상 대형차용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비를 제대로 안 하다가 판 스프링 중 일부가 주행 중에 부러져서 떨어지고, 그걸 뒷차가 밟는 바람에 휙 튕겨 날아가서 주변의 차들에게 사고를 유발하는 민폐를 종종 끼치곤 한다.

특히 지난 2018년 1월, 중부 고속도로 이천시 구간에서는 달리던 승용차의 앞으로 웬 철판이 날아들어 신혼 부부 신랑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났는데.. '죽음의 철판'이라고 불린 그 물체도 바로 불상의 화물차에서 부러지고 떨어져 나간 판 스프링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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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밟아서 반대편 차로로 튕긴 주범은 어느 관광버스였다. 경찰에서 두 달이 넘게 빡세게 CCTV를 판독하고 조사한 끝에 기어이 찾아냈다. 하지만 깜깜한 밤에 길쭉한 철판 조각이 떨어진 것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버스 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철판을 떨어뜨린 차량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2. 특수한 대형 자동차

세상에는 엔진이 달렸고 바퀴가 굴러가지만,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는 자동차가 있다. 이런 차들은 특수한 구역 내부만 주행할 수 있으며, 통상적인 등록 절차를 거친 '바사아자'(자가용일 리는 없을 테니) 번호판이 달려 있지도 않다.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이유는 대체로 길이나 폭 같은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주차장 셔틀버스가 좋은 예이고, 더 일반적으로는 공항 계류장에서 이런 특수한 자동차들이 여럿 볼 수 있다. 비행기를 활주로까지 밀고 당겨 주는 토잉카라든가, 탑승교가 없는 공항에서 승객을 비행기까지 단거리 수송하는 일명 램프 버스/에이프런 버스 말이다.

전자의 경우, 보잉 747급의 대형 여객기를 옮겨 주는 물건은 공사장이나 탄광에서 쓰이는 어지간한 중장비· 건설 기계보다도 출력이 훨씬 더 높다. (거의 1000마력 근처) 토잉카는 바퀴의 공전 현상 없이(= 충분한 접지력) 비행기를 견인하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엄청나게 무겁게 만들어지며, 엔진도 그에 상응하는 출력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램프 버스는 어차피 경사가 전혀 없는 공항 계류장만 다닐 테니 기존 시내버스보다도 바닥이 극도로 낮다. 폭과 길이는 도로교통법에서 규정된 한계를 씹어먹을 정도로 더 크지만(비행기 승객을 한번에 모두 태우기 위해서) 좌석은 아예 전혀 없다. 도시형 입석 시내버스보다 더 단거리 가축 수송에 최적화돼 있는 셈이다.

얘들은 차량 크기뿐만 아니라 배기가스 규제 쪽도 통상적인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된 연식의 차량도 계속 굴러다닌다고 한다. 글쎄, 아예 전기차로 바꿔 버려도 될 것 같다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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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국내의 경우 원주 공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터미널과 활주로가 1.7km 가까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중간에 일반 차도를 지나야만 두 장소를 왕래할 수 있다. 그래서 램프 버스도 일반 자동차들과 동일한 번호판에 동일한 체격인 일반 버스이다. 뭐, 저기는 국제 공항도 아니고 제주도 행 대한 항공 여객기가 하루 한 편 다닐까 말까인 군소 공항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된다.

공항을 벗어나서 여객이 아닌 화물· 중장비· 건설 기계 분야로 가면 역시나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특수 차량을 볼 수 있다.
Mack Titan처럼 road train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트레일러는 그래도 그 나라의 도로교통법에 맞게 설계되었고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이다. 그것 말고.. 광산에서 쓰이는 트럭 중에는 통상적인 길이· 높이· 폭과 축중량 한계를 몽땅 무시한 괴물이 있다. Terex Titan, Komatsu 930E, CAT 797F 이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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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나서 광산 현장으로 이동은 어떻게 했겠는지 궁금하다.
하긴, 가끔은 여러 개의 차선을 점유하는 초대형 화물--로켓 부품 같은?--을 일반 도로에서 트레일러로 불가피하게 수송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는 미리 허가를 받은 뒤에 앞뒤로 에스코트 하는 차량을 두고 옛날 적기 조례가 적용되었던 것처럼 진짜 살금살금 조심조심 움직여야 한다. 이런 짓은 주변에 끼치는 민폐가 크기 때문에 한밤중에 몰래 하는 편이다.

3. 쌍동체 비행기

지금까지 글이 대부분 초대형 특수 자동차 위주로 진행됐는데, 초대형 특수 비행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는 An-225 내지 에어버스 A380이 1위를 다투고 있다. 비행정까지 포함하면 옛날의 휴스 H-4 허큘리스가 명목상 최대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마치 아이스크림 쌍쌍바처럼 꼬리날개를 포함한 동체가 둘로 구성된.. '쌍동체' 비행기가 있었다. 뭐 그때는 쌍동체라고 해 봤자 기체 전체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복엽기만큼이나 당대의 제한된 기술만으로 비행기의 성능과 수송력을 끌어올리려던 여러 시도 중 하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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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상 과학 소설에서는 보잉 747 같은 대형 여객기가 2개 내지 3개의 동체로 편성돼서 한번에 무슨 타이타닉처럼 1000~2000명씩 타는 게 묘사된 걸 본인은 읽은 기억이 있다. 무슨 열차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얼추 비슷하게 현실이 된 게 있다.
Stratolaunch라는 회사에서 로켓을 완전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저렴하게 발사하기 위해, 로켓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특수 쌍동체 비행기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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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폭이 117m에 달한다고 한다. 기체 대비 저 깨알같은 사람의 크기를 비교해 보시라..;;
얘도 통상적인 규격 하에서 만들어진 공항 활주로에서 이착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휴스 H-4 허큘리스를 제치고 전세계에서 폭 하나는 제일 큰 비행기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폭만 무식하게 크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가녀리게 생긴 저 비행기에서 로켓 발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엔 이런 식으로 특이하게 거대하게 생긴 특수 목적 교통수단이 분야별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선박이야 원래부터 워낙 거대한 놈 천지이며, 뭔가 외형이 크게 특이하게 바뀌면서 덩치가 커지는 게 없으니 논외로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9/10/06 08:33 2019/10/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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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

  • 1920년대: 1차 세계 대전 후, 비행기라는 게 군용뿐만 아니라 민간용으로도 극소량 단거리 위주로 쓰이기 시작함.
  • 1930년대: 비행기의 덩치와 성능이 더욱 향상되고 금속 재질+단엽기 형태로 정착함(보잉 247). "비행선이 밀려나고 도태함" (비행기의 성능 향상 + 비행선 힌덴부르크 호 화재 사고 크리)

  • 194~50년대: "제트 엔진"이 발명되고 여객기에도 적용됨. 대양 횡단이 가능해짐.
  • 1960년대: 여객기의 덩치가 점점 커지기 시작. 삼발기 등장.
  • 1970년대: "보잉 747 초대형 점보 광동체 여객기" 등장. 초음속 여객기까지 등장했으나 가성비 안 맞는 계륵으로 전락함.

  • 1980년대: 쌍발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삼발기가 도태함. (버스로 치면 전방 엔진 버스가 도태한 것과 비슷한 시기) 보잉 747-400 덕분에 "한국-미국이 앵커리지 경유 없는 직항"이 가능해짐.
  • 1990년대: 여객기들의 덩치와 성능이 오늘날과 별 차이 없는 형태로 정착. "항공기관사 퇴출". (버스 안내양이 퇴출된 것과 비슷한 시기)
  • 2010년대: 보잉 747, A380 같은 초대형 여객기가 단종되고 도태하는 중. 기술의 발달 덕분에 쌍발 엔진이 과거의 4발 엔진에 맞먹는 출력과 항속거리를 달성함

아주 흥미진진하다!

2. 뜨는 원리

물체가 공중에 뜨는 힘의 원천으로는 부력(비행선), 양력(비행기), 또는 추력(로켓)이 있다. 닥치고 높게 떠서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나가려면 추력이 필요하겠지만, 지구 안에서 잠시 떴다가 수평 이동을 멀리 하는 용도로는 양력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고정익 비행기에서 추력을 발생시키는 엔진은 기체를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쓰인다. 후자는 전자보다는 훨씬 덜 힘든 일이다.

비행기가 양력을 얻기 위해서는 날개가 달려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고속 주행 중에 살짝 떠 버려서 제동· 조향 능력을 상실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스포일러'가 뒤에 장착되곤 한다. 이건 비행기의 날개와 정반대로 양력을 상실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행기가 양력을 받아 뜨는 원리에 대해서 베르누이의 원리, 벤추리 관, 긴 경로(날개 윗쪽이 윤곽이 더 완만하고 길다) 등 잘못된 이론이 오랫동안 항공 전공 서적에 별다른 검증 없이 소개돼 왔다. 그런데 난 잘못된 이론과 맞는 이론 모두 잘은 모르겠고 완벽하게 내 것으로 소화를 못 했다. 양력은 부력보다는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려운 힘이니까.. 그 뿐만 아니라 이 자연에는 전자기력처럼 이해하기 더 어려운 현상도 많다.

비행기에는 공기를 사정없이 휘젓고 내뿜기 위해 뭔가 커다랗게 뱅글뱅글 돌아가는 물체가 어떤 형태로든 달려 있다. 그 물체의 종류로는 프로펠러가 제일 대중적인데.. 비행기의 (1) 프로펠러는 선박의 스크루와 개념적으로 동일한 역할을 한다. 프로펠러를 돌리는 엔진은 피스톤 왕복 또는 터보프롭 방식 중 하나인데, 비행기에서 자동차 같은 왕복 엔진은 완전 초소형 경비행기 급에서나 쓰인다.

이론적으로 비행기도 배처럼 프로펠러가 뒤에 달린 형태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공기의 밀도와 바닷물의 밀도는 서로 엄청나게 다르기 때문에 생긴 모양이 동일하지는 않다. 선박의 프로펠러는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형태이기 때문에 screw라고 불린다.

헬리콥터는 프로펠러로 추력이 아니라 양력을 직접 발생시켜서 뜨는 비행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로펠러 자체가 회전익, 즉 날개 역할을 하며 이를 (2) 로터라고 부른다. 로터라고 해서 프로펠러와 크게 다른 물건은 아니기 때문에 틸트로터 같은 특이한 수직 이착륙기도 존재할 수 있다. 같은 바람개비를 각도만 조절해서 이륙할 때는 헬리콥터의 로터처럼 쓰고, 순항할 때는 일반 프로펠러처럼 운용하니까 말이다.

오늘날 비행기에서 주력으로 쓰이는 제트 엔진이 왕복 엔진과 다른 점은.. 연료를 태운 배기 가스까지도 그냥 곱게 배출하는 게 아니라 세차게 내뿜어서 추력을 내는 데 쓴다는 점이다. 즉, 제트 엔진은 노즐이 달려 있다. 단지, 산화제를 자체 탑재한 게 아니라 주변 공기를 빨아들인다는 것만이 로켓과 다른 점이다.

터보 제트, 터보 팬 같은 제트 엔진에도 (3) 팬 블레이드라는 바람개비가 달려 있다. 하지만 이건 공기를 빨아들이고 압축하는 용도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펠러와는 성격이 다르다.
비행기 엔진을 넘어 로켓 엔진이 되면 노즐 꽁무니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며, 오로지 추력에만 의존해서 날아가기 때문에 딱히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건 없다.

육해공을 막론하고 교통수단에 피스톤 왕복 엔진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철도 차량에서는 가능한 한 전철이 쓰이고 있으며 비행기도 덩치가 조금만 커지면 제트 엔진이 쓰인다. 자동차와 선박만이 왕복 엔진이 대세인 듯하다. 프로펠러는 비행기와 선박이, 고무 바퀴는 자동차와 비행기가 공유하고 말이다.

3. 조종법

(1) 페달
자동차는 두 페달(가속, 브레이크)을 동시에 밟을 일이 없고, 또 클러치 페달이 추가로 있는 수동 변속기 차량과의 호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오른발 하나만으로 두 페달을 모두 밟는다. 자동 변속기 차량에서는 왼발은 그냥 하는 일 없이 논다.

하지만 비행기는 두 페달을 동시에 밟을 일이 있기 때문에 양발을 모두 쓴다. 게다가 페달의 위쪽을 밟는 것과 아래쪽을 밟는 것의 구분도 있다. 비행 중일 때는 페달이 방향타 역할을 하고, 지상에서는 랜딩기어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핸들을 돌리는 게 아니라 양 부위별로 브레이크를 다르게 걸어서 택싱 중인 기체의 방향을 조절한다.

(2) 엔진 가동
자동차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만이(가속, 오르막 오르기 등) 실질적인 힘을 쓰는 상태이다. 나머지 시간은 그냥 시동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연료 분사만 하거나(아이들링), 아니면 평지· 내리막에서 바퀴를 따라 엔진이 관성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퓨얼컷+엔진 브레이크 타력 주행 상태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엔진이 그렇게 아이들링인 상태인 건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면서 서서히 추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행기는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언제나 힘차게 돌아가면서 기체를 움직이고 양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페달을 밟는 깊이로 출력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마치 선풍기/에어컨의 출력처럼 손으로 조작하는 스로틀 레버의 위치로 출력을 조절한다.

비행기 엔진은 공기를 상대로만 돌아갈 뿐, 자동차 엔진처럼 무거운 차체와 지면 사이의 마찰력을 극복해야 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변속기가 달려 있지는 않다.

(3) 조향
자동차의 핸들은 한 축(비행기로 치면 yaw)만 조절하지만, 비행기의 조종간은 조이스틱 같은 형태로 두 축(대략 roll, pitch)을 조절한다.

비행 중에 방향을 전환할 때는 조종간뿐만 아니라 얼추 yaw를 담당하는 페달까지 적절히 밟으면서 전환한다.
그리고 상승· 하강할 때는 조종간뿐만 아니라 엔진 출력도 적절히 조절하면서 고도를 바꾼다.
이륙할 때 앞부분이 먼저 뜨고, 착륙할 때는 뒷부분이 먼저 착지한다.

활주로에서 충분히 속도가 붙어서 이제 이륙을 중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을 V1 속도 도달이라고 하며, 조종간 당기고 자세 잡아서 뜨기만 하면 되는 직전 속도를 rotate 속도라고 한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무슨 제1~3 우주 속도(탈출 속도) 같은 용어를 듣는 느낌이다. 그리고 자동차에도.. 이제 노란불이 되더라도 급정거를 할 수 없고 교차로를 무조건 빨리 통과해야 되는.. 교차로에서의 V1 속도, 지점 같은 개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이런 기본 중의 기본 스킬 말고도 무수한 항공 관제 규약, 비행기 기기 조작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

옛날에는 비행기도 자동차와 별 차이 없는 피스톤 회전 엔진을 사용해서 시동 걸면 털털털털 부우웅~ 소리가 났지만.. 앞서 역사에서 언급했듯이 1940~1950년대부터 제트 엔진이 보급된 뒤부터는 엔진 소리가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다. 6· 25 전쟁 당시에 미군 전투기에 '쌕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로켓 엔진은 그냥 자기 연료와 산화제만 연소시켜서 뿜지만 비행기 엔진은 주변 공기도 왕창 빨아들여서 내뿜는다.

비행기가 타 교통수단과 크게 다른 점은.. 엔진이 꺼지면 곱게 정지나 표류가 가능한 게 아니라 그대로 추락과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한번 자세가 어긋나서 양력을 잃고 실속에 빠지면, 엔진 출력 올리고 밟기만 한다고 해서 곧장 자동으로 회복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종이 어렵다. 물론 자동차도 타이어가 접지력을 상실하고 미끄러지면 매우 큰 위험에 빠지지만, 그 위험이 비행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헬리콥터는 고정익기보다 이런 게 더 취약하고 불안하다.

4. 기내 화재로 인해 발생한 항공 사고

지금 이 시각에도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 비행기들이 평온하게 날아다니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가 전혀 없는 건 아니며, 그 드문 사고는 이· 착륙 중에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이륙은 연료가 제일 많이 들어있어서 비행기가 제일 무겁고 엔진 출력도 제일 세게 땡기는 때이다. 활주로의 길이는 제한돼 있는데 이미 충분히 가속하여 활주해 버린 뒤에 무슨 이유로 인해 공중으로 뜨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반대로 착륙하려면 엔진 출력과 기체 주행 속도를 줄이고 또 줄여야 하는데.. 이렇게 느려지면 기체의 자세 제어와 조종도 제대로 안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위치를 잡기가 더욱 어려우며, 돌발상황에 취약해진다. 착륙하려다가 실패/포기하고 재이륙하는 건 조종사에게 굉장한 부담을 주는 기동이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 말고 내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 사고도 있다. 옛날에는 기체의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한 사고도 있었지만, 그건 수십 년간의 사고 데이터 분석과 비행기 제조사들의 기술 발달 덕분에 없어지는 추세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차라리 정비 불량의 비중이 더 높으며, 다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화물칸의 화재'로 인한 사고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1980년 8월 19일, 록히드 트라이스타)은 이륙 7분 만에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기껏 회항하고 비상 착륙까지 아주 극적으로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로 비행기가 곧장 서지 않고 엔진도 꺼지지 않고, 문도 제대로 안 열렸다.

3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착륙 후에 지상의 기내에서 옴짝달싹 못 하다가 화마에 희생되어 전원 사망했다. 대놓고 추락이나 공중 분해도 아니고 이렇게 멀쩡히 착륙 후에 탑승자가 전원 사망한 사고는 무척 이례적이다. 착륙 후에 기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탈출이 지체되었는지, 그리고 무슨 수하물에서 왜 화재가 발생했는지는 밝혀지지 못하고 미스터리로 남았다.

남아프리카 항공 295편(1987년 11월 28일, 보잉747-200 계열)은 이륙 후 9시간째 잘 날고 있던 중에 역시 화물칸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맨 앞 조종실에까지 연기가 들어올 정도로 심각해졌으며, 비행기는 조종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결국 아프리카 마우리티우스 섬 근처의 인도양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역시 전원 사망.

이 사고도 어느 화물에서 화재가 왜 발생했는지는 밝혀지지 못했다.
날짜를 보고 눈치 챈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대한항공 858편 폭파 테러의 "바로 전날"에 발생한 사고이다. 858도 추락 내지 실종 지점이 나름 인도양 권역인 것이 비슷하다. 비록 후자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지만 말이다.

요것들은 1980년대 이야기이니 지금과는 상황이 동떨어진 것 같지만.. 지난 2011년 7월 말, 아시아나항공 991편 화물기의 추락 사고도 원인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얘는 범인은 밝혀졌지만 역시 왜 뜬금없이 불이 붙었는지는(범행 동기??) 불명으로 남았다.
화물칸 화재로 인한 비행기 추락 사고들은 여느 인재들과 달리 정확한 원인이 규명된 게 별로 없는 것이 더욱 괴이하다.

자동차도 나름 내연기관이 달려 있으며, 비행기만치는 아니어도 사고 시에 화재 위험이 존재하는 물건이다. 그래도 리튬이온과 달리, 자동차의 무거운 재래식 납-황산 배터리는 불이 붙거나 폭발하지는 않는 게 다행이다.
대형 냉동 창고에서 쓰이는 암모니아 냉매는 폭발하지만, 가정용 냉장고의 CFC 내지 그 대체제 냉매는 폭발하지 않고 안전한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6/13 08:35 2019/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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