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와 기류

바다라고 해서 다 똑같이 제자리에서 출렁거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엔 마치 무빙워크처럼 유속이 다른 일정한 흐름이 있다. 애니메이션 '니모'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약간 과장이 곁들어진 형태로 묘사되어 있듯이 말이다. 지구의 자전과 달의 인력이 참으로 지구 자신을 살아 있는 행성으로 만드는 게 틀림없다.

그런데 오늘날 당연히 알려져 있는 이런 사실이 불과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사실이 아니었나 보다. 1850년대에 세계 최초로 해류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바닷바람과 해류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여 항로 기상도를 작성한 사람은 매튜 머리(Mathew Maury)라는 미국의 해양학자이다.

그리고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으며, 병상에서 성경을 묵상하던 중에 시편 8:8에 나오는 '바다들의 행로'라는 단어에서 착안하여 바닷길을 발견을 해냈다는 건 아주 잘 알려진 일화이다. 덕분에 이 사람은 크리스천 과학자, 성경의 과학성, 창조 과학 같은 주제를 다룰 때 예화로 거의 무조건, 정말 자주 등장한다.

그로부터 딱 100여 년 뒤엔 해류에 이어 기류라는 것도 발견되었으니 매우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의 말기이던 1944년엔 일본을 공격하고 복귀하던 어느 미군 폭격기 조종사가, 태평양을 횡단하는데 갈 때와 올 때 비행기에 걸리는 부하와 연료 소모, 소요 시간이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이것이 공중에 굉장히 빠른 공기의 일정한 흐름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규명했다. 바람을 타고 가느냐, 거슬러 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것이 바로 제트 기류이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땐 한국-일본 방면 벡터로 비교적 곧게 가고 시간도 덜 걸리지만, 돌아올 땐 알래스카 쪽으로 돌아서(?) 가고 시간도 더 걸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제트 기류가 하필 항공기의 순항 고도에 딱 맞춰 존재하는 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육지에서 길이라 함은 단순하게만 보면 발자국이나 바퀴 자국이 많이 쌓여서 특정 목적지를 향해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한 일정 길이의 표식/시설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큰 길은 일정 폭 이상으로 포장까지 되어서 큼직한 수레가 적은 힘을 들이고도 편리하게 굴러갈 수 있으며, 비가 내려도 진흙탕까지 되지 않는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유체(바닷물 내지 대기) 중에 존재하는 '길'이라는 건 육지의 길과는 개념적으로 다른 종류이지만, 그래도 방향성을 띠고 있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비행기나 배의 동력 효율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길'을 논하자면 길 중의 길이요, 길 중에 단연 으뜸인 철도가 빠질 수 없다.
철도의 선구자들 중에 성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과학자, 기술자는 없나 궁금하다. 허나 불행히도 KJV에서 rail은 '욕하다'라는 동사로만 쓰인다. ㅜ.ㅜ 우리나라엔 <레일러>(Railers)라는 철도 동인지까지 있는데 성경에서는 그게 '욕설하는 자'라고 버젓이 번역되어 있으니, 참 딱한 노릇. 물론 두 단어는 그냥 우연히 생긴 동음이의어일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19 08:14 2013/01/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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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바탕)체의 역사

오늘날 인쇄물에서 본문용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지위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한글 서체는 명조, 혹은 바탕체이다.

너무 흔하게 보는 서체여서 잘 모를 뿐이지, 명조는 상당히 미려하고 잘 만든 서체이다.
붓글씨 계열과는 미묘하게 다르고 그렇다고 펜글씨 계열과도 완전히 같지는 않은 그 획과 삐침들은, 명조와 같은 계열로 곁들여져 쓰이는 알파벳이나 한자 서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어, 한자의 삐침을 그대로 적용한 한글 서체는 '순명조'라고 따로 있지, 일반적인 명조가 아니다. 한글의 명조와 조형이 가장 비슷한 계열을 찾자면 차라리 일본 문자의 명조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명조체는 생각보다 역사가 굉장히 짧다. 역사가 100년도 채 안 됐다.
영문의 Times체가 1931년에 나와서 Garamond나 Bodoni에 비해서 굉장히 젊은 서체 소리를 듣는다만, 명조는 더 어리다.

한글 서체는 20세기 이전에는 전부 흔히 말하는 옛체든 궁서체든 목판체든 어쨌든 붓글씨 형태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 때 흔히 말하는 성경체(산돌성경체..!) 같은 궁서와 명조 사이의 짬뽕 과도기를 거친 후,
1939년에 소년조선일보를 통해 발표된 '박경서체'에서 그나마 명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이 나왔다.
이제야 붓글씨 서체가 아닌 활판 인쇄용 한글 서체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1958년에 국정 교과서 활자체로 지정된 '최정순체'가 오늘날의 모든 명조 파생형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명조다운 명조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한글 서체 디자인의 아버지인 최 정호가 원도를 그린 '동아출판사체'도 비슷한 시기에 나와서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사전의 본문에 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출처: 명조체의 역사를 한눈에 잘 정리해 놓은 곳

아하! 나 이 서체 기억한다. 'SM세명조'는 이 '동아출판사체'를 얇게만 고친 버전과 거의 일치한다. 어쩐지 비슷하더라. 옛날에 동아 출판사의 책들만 본문 서체의 모양이 약간 다른 게 이유가 있었다.
훗날 1991년에는 명조 계열 한글 표준 서체라는 타이틀로 '문화바탕체'가 나온다. 문화바탕은 동아출판사체 이래로 ㅈㅊ의 세로 꼭지가 오른쪽 끝이 아니라 중앙에서 시작하는 명조 계열을 계승했다.

1990년대엔 PC에서는 아래아한글이 보급한 한양 시스템 명조가 히트를 쳤으나, 출판계의 대세는 최 정호의 원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SM계열 명조였다.
그러다 21세기에 들어서야 더 동글동글한 명조인 윤명조 시리즈가 유행을 주도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 중. 그 전에는 산돌이나 윤 디자인 서체들은 사실상 매킨토시에서나 볼 수 있었다. PC에서도 그런 서체들을 쓸 수 있게 된 건 빨리 잡아도 90년대 후반부터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야 최 정순의 명조 원도에서 더욱 변화를 준 나눔명조, 함초롬바탕 등 여러 본문용 서체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우리나라에 비해, 북한은 서체 하나만 봐도 정말 시간이 수십 년 전에서 정지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서체는 여전히 남한으로 치면 1970년대 같고, 틀에 박힌 동일한 조합 로직에다 글자 꼴만 양산형으로 바꿔서 찍어 내는 것 같다. =_=;;
글쎄, 이런 것도 우열이 아니라 문화적 상대성이라고 존중해 줘야 하는 건가..?

북한에서 쓰이는 본문용 서체는 청봉이나, 역시 우리나라 서체와는 형태가 살짝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순명조에 해당하는 서체로 북한에는 '광명'이 있다.
남과 북은 글꼴도 서로 이질적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17 08:33 2013/01/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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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병기 이야기

인간이 무력을 행사하여 적의 인명을 살상하고 재산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흔히 무기 또는 병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중 화약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만을 실어서 다루는 도구를 '냉병기'라고 하며, 나중에 발명된 총, 수류탄, 대포 따위는 그 반대인 '열병기'라고 한다.

열병기가 발명되고 널리 보급됨으로써 전쟁의 양상이 크게 바뀌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대표적으로, 갑옷이 무의미해지고 퇴출됨). 열병기는 재래식 열병기와 핵무기로 또 나뉘기도 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핵무기가 위력이 워낙 사기급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열병기가 발명되기 전에 수천 년간의 인간 전쟁사에서 현역으로 뛰었던 냉병기에 대해서 그 종류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둔기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사용한 병기는 역시 둔기(날이 안 서 있는 몽둥이, 빠따-_-, 도끼, 철퇴 같은 무기)이다. 가장 만들기 쉬운 도구이니까. 나무로 된 방망이 하나만 들고 휘둘러도 그냥 주먹이나 발로 타격을 가하는 것에 비해 질량, 모멘트(길이 증가와 더불어 회전력도..), 충격량(더 단단한 접촉면)이 모두 다 더 커지면서 살상력이 증가한다.

둔기에 대해서는 성경적으로도 이렇게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장면(성경이 말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 사건)을 묘사한 그림에서, 카인의 손에 보통 무엇이 들려 있던가? ㅋㅋㅋ 성화들이 다 고증이 잘 맞는 건 아니지만, 저 고증은 내가 보기에 정확하다. “사람을 쳐서 죽게 한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 (출 21:12)
둔기는 자르거나 찌르는 데는 약하기 때문에, 다른 냉병기들에 비해서 오로지 무거워야 충분한 살상력을 낼 수 있다.

2. 창

길다란 막대기 위에 뾰족한 쇠붙이가 달려서 찌르기가 가능한 도구이다. 냉병기 중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지라,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가장 널리 쓰인 냉병기는 활과 더불어 창이라고 한다. 검이 아니라 창인 게 뜻밖이다. 창이 더 길고 더 만들기 쉽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일까? 모순(矛盾)이라는 유명한 한자어도 '창과 방패'라는 뜻이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옆구리에 이것을 찔리셨다. 그리고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할 때도 그는 이것을 던졌다. 창은 손에 쥔 채로 찌르는 용도뿐만 아니라 던지는 용도로도 쓰인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래서 성경에도 javelin과 spear라는 두 종류의 창이 나온다. javelin은 던지는 용도에 맞춰져 spear보다 더 가볍고 작은 창이다.

3. 검

도검류는 몸체의 대부분이 금속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크기 대비 살상력이 뛰어나며, '찌르기'뿐만 아니라 '자르기, 썰기, 베기'가 가능하다. 칼은 단검부터 대검까지 다양한 크기가 존재하며, 여타 냉병기와는 달리 '칼집'이라는 보조 부품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베는 성능이 우수하면서 크기도 큰 칼은 만들거나 다루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부엌칼도 잘 드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주부의 일손을 돕는 정도의 편차가 아주 크다) 또한 칼은 의외로 날이 손상도 잘 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쟁에서는 칼의 가성비가 창의 그것에 밀린 것 같다.

그래도 병기로서의 존재감은 역시 칼 만한 게 없다. 성경은 영적 군사의 모습을 로마 병정에다 비유한 엡 6:13-17에서 방어가 아닌 유일한 공격용 무기로서 검을 언급했다. 하나님의 말씀 도끼나 창이나 철퇴가 아니라 검에다 비유한 것이다. 또한 이런 표현도 있다. “그(공권력 집행자)가 헛되이 칼을 차지 아니하나니.” (롬 13:4)

이런 점을 감안하여, 오늘날 세계 각국의 경찰은 범죄자들을 제압할 때 몽둥이 아니면 차라리 권총을 사용하지 도검류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도가 피해자(특히 인질)를 위협할 때 칼을 쓰지, 경찰이 칼을 쓰는 것은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 않는가?
국민을 상대로 필요 이상의 위압감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 같다. 또한 이와는 반대로 일제 강점기 때 일제는 기선 제압 효과를 얻을 목적으로, 헌병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선생들까지도 길다란 일본도를 차고 강단에 서게 했던 것이다.

4. 던지거나 쏘는 물건

화약을 쓰지 않는 냉병기라고 해서 근접(melee) 공격 무기만 있는 건 아니다. 부메랑이나 표창이나 활도 엄연히 냉병기이기 때문이다.

무릿매는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데 쓴 아주 유명한 무기이다. 이게 생각보다 유용하며 살상력이 크다고 한다.
활은 다윗과 요나단이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한 도구이다. 사울 왕과 훗날 아합 왕은 화살에 맞아 죽었다.

냉병기를 다루던 스킬 중 궁술과 검술은 스포츠로 남아 있으나, 창은 그나마 창 던지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활은 총이 최초로 발명되어서 화약 심지에다 불을 붙여서 발사를 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왕창 허접하던 시절에는 그나마 총과 대결할 만한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탄피가 발명되고 총이 기관총 수준으로 빠른 격발이 가능해지자, 활은 총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마치 증기 기관차가 은퇴하듯 전쟁용으로는 은퇴하고 말았다. 단, 활의 '정숙성'만은 화약 폭발이 필요한 총이 흉내 내지 못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14 19:25 2013/01/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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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 대로 거둔다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가 일관되게 알 수 있는 하나님의 분명한 원칙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성경의 하나님은 철저하게, 너무 재미없고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할 정도로 세상에 공짜란 없다. 심은 대로 거둔다. (사람에게) 자유 의지는 철저히 존중하고 보장하나, 모든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f(x) → y식의 인과응보 사고방식의 신봉자라는 것이다. 오로지 복음과 구원만이 공짜이다.

물론 인간이 만든 세상 제도는 합리적이지 못하며 부정부패와 비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하나님이 이를 일시적으로 허락도 하시기 때문에, 심은 대로 거둔다는 법칙이 언뜻 보기에 잠시 통용되지 않는 것 같은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전 9:11). 그러나 하나님의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인과응보가 성립하게 된다.

(1) 속지 말라. 하나님은 조롱당하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을 심든지 또한 그것을 거두리라. (갈 6:7)

하나님께서 결코 조롱 당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 하면,
“아, 성경을 보니 A를 하지 말라고? 그럼 B에 대한 언급은 없으니 A 대신 B처럼 하면 되겠네?”라든가,
“지금까지 나쁜짓을 좀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걸 보니,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해 먹어도 되겠군? ㅋㅋ”

같은 패턴으로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리는 게 하나님 앞에서 안 통할 거라는 말이다. 성경을 어떻게든 삐딱하게 해석하고 자기 식대로 갖다 붙이려 하는 불순분자의 심리와 의도를 하나님이 모르실 리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문장 뒷부분의 의미는 말 그대로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성경적이고 합리적인 속담이다.

(2)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었을 때에도 너희에게 이같이 명령하여 누구든지 일하려 하지 아니하거든 먹지도 말라고 하였노라. (살후 3:10)

성경은 단호하다. 일을 해서 스스로 돈을 벌지 않을려거들랑 밥도 먹지 말라고 그런다. 성경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유야 어쨌든 다 큰 성인이 백수나 니트족으로 있다거나, 정상적인 근로 의욕마저 상실시킬 정도로 이상하게 돌아가는 퍼 주기식 '무상' 복지 포퓰리즘 같은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이삭 줍기를 생각하면 알 수 있듯, 성경이 말하는 복지는 복지 수혜자라 해도 최대한 일은 하고서 먹을 것을 얻는 구도이다.

그리고 성경은 그런 건전한 근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사람마다 사유 재산과 빈부 격차를 명백히 인정하는 논조이며, 통념과는 달리 심지어 돈으로 돈을 버는 것조차도 전면 금기시하지는 않는다. 탐욕을 그렇게도 정죄하고 싫어하는 성경이 한편으로 그런 자유주의 경제관도 지지한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성경적인 사고방식과 공산주의가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자'들더러 읽으라고 쓰여진 성경에 '불신자만도 못한 자'라는 표현이 있을까, 없을까? 성경에서 쓰이기에는 다소 강하고 자극적인 비하 표현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성경에 나온다. 출처는 바로 딤전 5:8. 성경이 규정한 책망 대상이란 바로 '자기 힘으로 일해서 돈 벌어서 가정을 부양하지 않는 자'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단,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성경의 모든 법칙에는 예외도 있다. 저건 다치거나 아파서 정말 타당한 이유 때문에 일을 못 하는 사람들까지 쫄쫄 굶으라는 소리는 물론 아니다.
또한, 잘못된 사회 제도 때문에 뼈 빠지게 일하고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다. 성경은 공산주의가 생길 빌미를 제공한 악덕 자본가나 기업주, 지주, 탐관오리들을 야고보서 5장에서 신랄하게 디스해 주고 있다. 그러니 성경의 논조가 특정 이념 편향적이라는 오해는 없기 바란다.

(3)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출 21:24; 레 24:20; 신 19:21)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하고 진지한 주제가 나온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조는 함무라비 법전이 아니라 성경(모세 율법)이다!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구약에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리고 이 표현에 대해서 안타깝지만 오해가 엄청 많다.

하나님이 세우신 준엄한 원칙은, 뭔가 사고가 발생하고 안 좋은 결과가 야기되었다면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이 상황을 모조리 수습하고 원래대로 복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당연한 거 아닌가?) 가끔은 위자료까지 추가해서 말이다.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힌 사람이 배상을 n배로 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 그렇기 때문에 성경이 말하는 형법은 현대의 법보다 처벌이 전반적으로 훨씬 더 엄하다.

그리고, 뭔가 영구적인 손해를 입혀서 복구가 불가능하다면? 그러면 그 피해를 가해자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 사형 제도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성경적으로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법규이다! 고의성이 있었는지 같은 변수가 참작되긴 하지만, 대원칙은 이러하다. 이런 법에는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수준의 높은 공의만이 담겨 있을 뿐, 오늘날 같이 죄인의 무슨 교화 가능성이 어떻고, 가해자의 불우한 성장 배경 운운하는 배부른 변수 따윈 없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노릇인지 오늘날은 이게 완전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법칙으로 인식되어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이슬람권 국가에는 여자 얼굴에다 염산을 끼얹은 남자에게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으라는 판결이 이따금씩 나는가 보다. 이슬람 국가들이 다른 데서는 좀 꼴통 같은 짓을 하지만, 저런 일부 윤리 규범은 성경의 사고방식을 이어받아서 아주 바람직하게 잘하고 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여자의 인생을 이것 말고 무슨 방법으로 아쉽게나마 보상하냐 말이다.

그리고 사실은 인간에게 내재된 보복 심리에 비해서 성경의 원칙이 오히려 훨씬 더 자비롭다고 볼 수 있다. 정확히 당한 만큼만 갚으라고 명령하니까 말이다.

원래 인간이란 나쁜 일을 되로 받으면 말로 돌려주기를 좋아하는 종족이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깽판 칠 때 공갈을 어떻게 하던가? “도발 시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겠다”고 절대로 안 그런다. “천 배, 만 배로 보복하겠다”고 그런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했다가는 지구는 헬게이트로 변할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국민을 대표해 보복이라는 걸 딱 당한 만큼만 집행해 주는 공권력을 제정하신 것이다.

아, 물론 성경에는 마 5:38-39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이(?) 보이는 명령도 있다. 원수를 사랑하고,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을 돌려대라는 구절도 있다. 그런데 그건 구원받은 예수쟁이라 해도 정말 성령 충만한 상태가 아니면 지킬 엄두를 못 내는 엄청난 명령이다.

진짜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친아들을 흉악범에게 잃고 나서는 그 흉악범을 용서하고 양자로 삼을 자신 있겠는가?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이 세상에서 왼뺨 맞고 나서는 오른뺨 돌려대고, 강도가 웃옷을 요구하면 속옷까지 내어 줄 참인가? 그건 그저 적당한 연기, 가식, 위선 떠는 구실로 인용하라고 있는 말씀이 절대로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세상의 법이라는 건 그런 성령 충만한 크리스천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worst를 기준으로 삼고 만들어야 한다.

구약 율법이 뉴턴 고전 역학이라면, 천년왕국 헌법 내지 신약 계명은 상대성 이론 정도의 위치에 대응한다 하겠다. 시간이 가는 속도가 차이가 생기고 질량이 그대로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상대성 이론은, 고전 역학보다 더 고차원적인 자연 법칙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고전 역학을 바탕으로 아주 극단적인 문맥에서 물리학의 영역을 확장한 것일 뿐, 기존 고전 역학의 영역을 정면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또한 어지간한 현실 세계를 재현하는 게임 물리 엔진 정도를 만드는 데 상대성 이론이 동원되지는 않는단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는가?

(4) 그런즉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완료되면 사망을 낳느니라. (약 1:15)

우리 속담 중에서는 “꼬리가 길면 밟힌다”가 성경 말씀과 정확히 같은 문맥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심상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준엄한 말씀이 정확히 적용되어 패가망신한 사람이 인류 역사상 얼마나 많았을까?
심은 대로 거둔다고 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고 죄의 결실은 사망이니, 연역법에 따라 사람은 누구나 죽고 더 나아가 지옥에서 멸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5) 오직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들이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그것에 대하여 회계 보고를 하리라. (마 12:36)

(6)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심판을 집행하사 그들 가운데 경건치 아니한 모든 자들이 경건치 아니하게 범한 모든 경건치 아니한 행위와 또 경건치 아니한 죄인들이 그분을 대적하여 말한 모든 거친 발언에 대하여 그들을 정죄하려 하심이라, 하였느니라. (유 15)

위의 두 구절은 우리의 말과 관련하여 단 하나도 빠짐없이 “심은 대로 거둔다”를 설파하는 무서운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의 저명한 개독안티들이 남긴 신성모독 발언과 독설들.. 다 자기가 했던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날이 온다는 뜻이다.

구원받은 신자라도 마찬가지이다. 육신적인 동기로 남긴 실언이나 폭언, 남에게 덕이 되지 않는 말이나 심지어 음담패설 같은 것은 결국 자기에게 올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혀를 상대로 심하게 디스를 거는 야고보서 3장을 묵상할 필요가 있다.

만약 걸리는 게 있다면 지금 당장 기도로 '온라인'으로 회개하여 하나님과 미리 정산하는 게 좋다. 마치 경찰서 정모를 당하듯 훗날 하나님을 오프라인으로 대면하여 정산을 하게 되면 굉장히 민망하고 부끄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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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까지 신구약 성경에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심은 대로 거둔다” 원칙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것은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가르쳐야 하는 원칙이라 생각된다.

사람들은 죄를 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죄를 짓는 것은 좋아하지만, 참혹한 죄의 결과물을 거두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심상에 대한 대리 만족을 시켜 주는 폭력적인 영화나 게임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되고, 형벌도 가능하면 곧이곧대로 엄하게 집행하지 않고 어지간한 결과 수습은 그냥 세금으로 다 때우려 한다.

이렇게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방식의 후유증은 결국은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세금으로 도저히 감당을 못 할 정도로 교도소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지금 미국처럼), 흉악 범죄는 갈수록 증가한다. 법을 무서워하지 않고, 교도소나 가고 싶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까지 생긴다. 그 반면, 흉악 범죄 피해자의 인권은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난 구체적인 물증이 없기 때문에 논쟁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사형 집행이 흉악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폭력적인 영화나 게임이 범죄율 증가와 무관하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나는 이런 식으로 “성경적으로 단순한 원론적인 인과응보” 사고방식을 좋아한다. 몇 가지 예를 열거하자면,

  • 무단횡단을 하다가 누가 차에 치였다면, 지금 현행법보다 보행자의 과실을 훨씬 더 높게 잡아야 한다.
  • 정당방위도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 젊은 여자가 만취 상태로 심야에 혼자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사로부터 성추행/성폭행을 당했다면, 물론 기사는 크게 처벌 받아야 마땅하지만 여자도 잘한 게 없으며 어느 정도 지탄받아야 한다.

이런 식.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저런 원칙을 곧이곧대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법학자나 그쪽 계층에서 변명을 할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이 능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성경대로 행하지 못한다는 자각은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 주제만 더 다루고 글을 맺겠다.
여러분은 노예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성경이 노예 제도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가?

노예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보통은 어떤 사람이나 국가 백성이 평생 벌어도 갚지 못할 빚을 지게 됐을 때, 죽지 않는 대신 신분을 박탈당하여 노동으로 빚을 갚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제도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집안이 쫄딱 망했거나, 아니면 국가적으로는 국가가 전쟁에서 져서 패전국의 백성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전쟁 배상금을 나눠 갚아야 할 때 말이다.

노예를 상대로 발생하는 가혹한 인권 유린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게 몸으로라도 안 때우면 그 빚은 누가 상환하며, 전쟁 때문에 국가가 쑥대밭이 된 건 누가 복구하고 수습하는가? 노예 제도가 있기에 앞서 죄가 있었고 그로부터 파생된 전쟁 같은 참혹한 행위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 역시 “심은 대로 거둔다”로 귀착될 뿐이다. 또한 모든 인간은 구원받기 전까지는 어차피 영적으로 죄의 노예이기도 하고. 성경이 과거의 그런 현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구시대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딴지를 거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개드립이다.

또한 구약의 이스라엘 율법은 노예를 영원무궁토록 부려먹지 말고(정확히는 노예도 아니고 그냥 종 servant이지만), 주기적으로 풀어 주라고 명시한다. 게다가 거의 반세기 간격으로 국가 경제와 국민 신분을 아예 전부 reset시키는 아주 파격적인 제도를 통해, 부의 세습과 지나친 양극화를 막고 있다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12 08:39 2013/01/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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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지하철역 열전

1. 길이 아닌 건물 부지의 중심에 있는 지하철역

일반적으로 지하철역은 큰 도로의 교차로에 만들어지거나, 최소한 길을 따라 그 아래에 나란히 건설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신분당선 판교 역은 길이 아니라 사방의 길로 둘러싸인 거대한 직사각형 부지의 정중앙에 건설되었다.

이 때문에 판교 역 주변에는 버스 정류장도 판교역 동편/서편/남편/북편 이렇게 네 개가 서로 뚝 떨어져 있다.
판교 역이 있는 부지에는 앞으로 거대한 상업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면 판교 역은 마치 지금의 분당선 서현 역처럼 건물 안에 있는 전철역이 될 것이다.

이런 건물의 건설을 염두에 두고, 현재 역의 근처에는 신분당선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지하 주차장도 있다. 신분당선 본사가 이 역 근처에 있기도 하니, 판교 역은 공항 철도로 치면 검암역과 비슷한 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판교 역은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본사 소재 + 상업 시설 + 환승 노선이라는 속성이 모두 갖춰질 예정인 판교 역의 미래가 기대된다.

2. 지상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

지난 2005년에는 6호선 환승을 위해 1호선 동묘앞 역이 건설되었다. 기존 지하철 구간에 역이 신설된 것은 분당선 이매 역에 이어 이것이 두 번이다.
지하철은 선로+승강장뿐만 아니라 대합실· 매표소까지 모두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상에는 내려가는 계단 출입구만 존재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1호선 동묘앞 역은 2번 출구 쪽에 지하철역 '건물'이 지상에 있다. 이런 형태는 지하철에서 좀체 보기 힘든 형태이기 때문에 본인은 이것을 흥미롭게 주목했다.

물론, 상업 시설과 일심동체가 되어서 건물을 갖추게 된 지하철역이야 분당선에도 있고(서현 역이 대표적), 아까 소개한 판교 역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무 사무소 때문에 건물이 있는 지하철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5호선 개화산 역이 유명하다. 도철 소유의 승무 사무소 건물이 있으며 그 건물 아래로 지하철역이 있다. 이 역에 존재하는 2개의 출구는 그냥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그리고 8호선 잠실 역도 9번 출구가 바로 승무 사무소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통로가 건물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으며 곧바로 지하로 내려간다.

3.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암 역 vs 9호선 개화 역

차량 기지 내부에 설치된 임시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 장암은 의정부에 있는 반면 개화는 그래도 끝자락이나마 인서울이다..
  • 장암은 단선이고 모든 열차가 들어가지 않아서 배차도 길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고 급행이 아닌 일반열차들은 모두 간다.
  • 개화는 두단식 승강장이지만 장암은 그렇지 않다.
  • 장암은 스크린도어가 있지만 개화는 그렇지 않다.

차량 기지 안에 역을 만드는 테크닉의 원조는 7호선 장암인데, 도철의 경우 그 후로도 5호선 강일, 6호선 신내가 계획되어 있다.
다만, 8호선 모란 차량 기지는 노선의 선형과 주변 역세권의 문제로 인해 내부에 역이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1기 지하철들은 순환선이거나 노선의 끝이 광역전철과 직결되거나, 이미 기지 구간 너머로도 노선이 연장되기도 했기 때문에(수서, 지축, 창동 등) 저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영역에 있다.

한편, 개화 역은 그래서 장암뿐만 아니라 1호선의 종점 중 하나인 인천 역과도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인천은 차량 기지가 있는 역은 아니지만 승강장이 지상에 섬식+두단식이며, 이전역과의 선형이 직선이 아니라 빙 굽어 있는 것이 유사하다.
또한 급행은 이전역까지만 운행된다는 점도 똑같으니 기막히지 않은가? (김포공항 vs 동인천)

다만, 개화는 계단 없이 승강장에 도달할 수 있는 '바로타'는 아니다.
장암은 역 건물에서 승강장까지는 '바로타'이지만, 역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 어차피 선로 하나를 육교로 타넘어야 한다.

* 이런 식으로 이색 지하철/철도역을 복습 차원에서 좀 더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승강장에서 자연 채광을 볼 수 있는 역은? 녹사평, 양천구청, 광명
  • 승강장이 지상인데 정작 지상에 역 건물이 없기 때문에, 지하로 들어갔다가 올라가야 하는 역은? 대방, 신도림
  • 주택가 내지 완전 골목길에 출입구를 볼 수 있는 역은? 마천, 신길
  • 지하역인데 승강장이 대합실보다 더 얕은 역은? 지하 청량리
  • 다리 위에 건설된 초유의 역은? 구일
  • 전부 또는 일부 승강장이라도 계단 없는 '바로타' 탑승이 가능한 역은? 인천, 가좌, 신답, 경의선 서울역, 노량진(일부), 화서(일부) / 용두· 장암· 7호선 건대입구(매표소-승강장 사이만)

Posted by 사무엘

2013/01/10 08:43 2013/01/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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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 개발 근황

지난해 말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 6.71이 나온 지도 벌써 두 주가 넘게 지났다.
한 열흘 동안은 프로그램 소스를 고칠 일이 없이 나도 새 버전을 잘 썼다. 한글 입력과 관련하여 내가 속으로 구상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술적 기반을 아주 탄탄히 갖춰 놓은 이 프로그램에 만족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역시 프로그램에는 약점, 버그 내지 개선할 점이 발견된다.
그리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쯤에 6.72 정도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 또 나와야 할 것 같다.
이 글에서는 2013년 1월 현재의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소식을 좀 전하도록 하겠다.

1. 사용자 정의 조합 제어판 UI에 프로그램이 뻗는 버그가 있음

먼저, 좀 어이없고 치명적인 버그가 발견되었다.
6.71은 제어판에서 '<날개셋> 고급 입력기'의 관할에 있는 '사용자 정의 조합'의 데이터를 조합 로직이든 후보 데이터든 고칠 수가 없다. 그걸 고치고 나면 데이터가 쓰레기값으로 바뀌고 프로그램이 죽는다.

본인은 한번 만들었던 코드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최신 코딩 스타일로 리팩터링을 하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해제해서는 안 되는 메모리를 부적절한 타이밍에 먼저 해제해 버리는 실수가 들어갔다.
이런 버그가 생긴 것을 유감-_-스럽게 생각한다.

2. 외부 모듈, 한글 첫 타가 덧나거나 끊기는 문제

<날개셋> 한글 입력기 외부 모듈은 특정 응용 프로그램에서 한글 조합 첫 타가 덧나거나 조합이 끊어지는 등,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문제가 종종 있었다. MS 오피스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 평상시에는 텍스트 편집 모드가 아닌데 한글 입력과 동시에 cursor가 나타나고 텍스트 편집 모드로 진입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이런 오동작이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명 공개 소프트웨어인 Paint .NET의 텍스트 입력 도구에서도 첫 타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버그 신고가 있어서 이를 확인했다.
분석을 해 보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미 알려져 있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방법론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또 다른 오동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정확하게 잘 동작하는 해결책은 본인은 MS 한글 IME의 소스를 보지 않은 이상, 난 알지 못한다. 이게 사실은 IME의 개발과 관련해서 굉장히 골치 아픈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현재 IME를 사용 중인 응용 프로그램의 이름에 따라 일부러 서로 다르게 동작하는 지저분한 꼼수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Paint .NET에서 발생하는 그 문제를 어쨌든 해결은 했다. 그러고 보니 네이티브 코드 프로그램이 아닌 닷넷 기반 프로그램을 디버깅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NET 프로그램은 EXE의 PE 헤더로는 x86용 32비트 프로그램이라고 명시되어 있어도, 64비트 운영체제에서는 결국 64비트 IME가 동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신기한 환경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별로 인위적으로 문제를 피해 가게 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앞으로 또 특이한 프로그램에서는 한글 첫 타와 관련된 문제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내가 나름 <날개셋> 편집기라는 에디터까지 다 만들어 봤지만, IME가 아닌 응용 프로그램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첫 타를 그렇게 특이하게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IME도 그렇게 불완전하게 만들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3. 윈8 지원은?

그리고 많은 사용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Windows 8 환경의 지원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윈8의 문자 입력 시스템은 이전 버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두 가지가 바뀌었다.
첫째, 스레드 단위로 모든 프로그램이 제각각 서로 다른 입력 언어와 한영 상태를 갖던 전통 관행을 깨고 모든 시스템이 동일한 입력 언어와 입력 상태를 공유하는 옵션이 추가되었다.
둘째, 입력 언어당 한/영 상태 같은 오로지 한 개의 버튼만을 갖는 극단적인 간소화 모드가 추가되었다.
이 두 옵션은 모두 기본적으로 “켜져 있다”.

거기에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IME의 아이콘들의 배색을 전부 black & white 배색으로 바꿔 버린 건 부가적인 사항이고.

일단 개인적인 평을 말하자면 '둘째'의 경우 왜 지금과 같은 체계로 바꿨는지가 불만이며 좀 이해가 안 간다.
기존의 TSF language bar에도 개념적으로 간소화 모드는 있었다. IME는 도구모음줄에다 버튼들을 등록할 때, 간소화 모드에서도 표시되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아이콘에 대해서는 별도의 옵션 플래그를 주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구모음줄을 우클릭한 뒤 '작업 표시줄에 아이콘 추가' 옵션을 끄면 중요한 아이콘만 표시되는 간소화 모드가 된다. 사실 이건 사용자를 오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을 굉장히 이상하게 번역해 놓은 것이다.

뭐 아무튼.. 이것만 활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윈8은 또 자체적인 간소화 모드를 구현하기 위해서 IME가 별도의 카테고리 등록을 하고 아이콘을 추가로 등록해야만 하는 등, 굉장히 비생산적이고 번거로운 절차를 추가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어쨌든 윈8만의 간소화 모드를 지원하게 해서 데스크톱 모드에서 도구모음줄이 나오게 했고, 그리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트로 앱에서 Win+Space로 입력기를 전환하여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구동한 모습 인증샷이다. 올레!
나는 평가판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디지털 서명을 안 해도 동작을 하긴 한다.
윈8 지원이 잘 되면.. 6.72가 아니라 8자에 맞춰서 다음 버전을 그냥 6.8로 올려 버릴 수도 있다.

사실, '메트로'라는 단어는 윈8이 나오기 전에 잠깐 쓰이다가 폐기된 용어이고 현재 MS에서 공식적으로는 Modern UI라고 부른다. 하지만 난 '모던 UI'보다 '메트로'가 훨씬 더 직관적으로 잘 와 닿는데 어떡하지? 마치 notification area vs '시스템 트레이'처럼 윈도우 운영체제에는 공식 명칭과 비공식 명칭이 따로 노는 요소가 몇 가지 더 있다.

전체 화면에서 돌아가고 단축키를 외워야 하는 등, 메트로 앱은 어찌 보면 옛날 도스용 프로그램으로 회귀한 듯한 느낌이다. 단지 도스 시절보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훨씬 더 좋고 앱 프로그래머가 직접 하드웨어를 저수준에서 제어해야 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4. 기타

사소한 사항이지만, 도움말과 UI의 용어를 추가로 좀 교정한 게 있다.
그리고 도구모음줄이 세로로 길쭉한 작업 표시줄에 embed되어 있어서 버튼 아이콘들이 여러 줄에 걸쳐서 나열될 때, 아이콘들이 언제나 순서대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잘 표시되게 로직을 개선했다. 이것도 원래는 스펙대로만 만들면 운영체제가 보장을 잘 해 줘야 하는 건데 좀 사소한 잡음이 있었다.

지난 6.7 이래로 6.71의 다음 버전도 실질적인 '새로운 기능의 추가'는 없이 버그 수정, 최신 운영체제 지원, 데이터와 도움말의 개선 같은 변화만 있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07 19:32 2013/01/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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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과 비교했을 때 버스는 막히고 느리고, 멀미와 차냄새, 급커브와 급가속 때문에 승차감이 월등히 안 좋은데.. 그뿐만이 아니라,
제발 예측 가능한 정위치에 정차 좀 할 수 없나?

대로변의 지하철역 근처처럼 많은 버스들이 상시 동일 정류장에 정차하는 곳에서는 이것 때문에 정류장 주변이 가히 헬게이트로 변한다. 도대체 어디서 줄을 서야 선착순으로 질서 있게 버스를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번호표나 한줄 서기 같은 '시스템'이 없으니 그 무질서함과 야만성 때문에 승하차에서부터 스트레스가 쌓인다.

정차 중인 다른 버스들 때문에 정류장에서 20미터 가까이 떨어진 곳에서 문을 달랑 열어서 승객을 미리 승하차시킨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런 뒤에 버스가 정류장에는 안 들르고 바로 떠나 버리니, 이 때문에 골탕먹고 멘붕당한 적이 몇 번 있어서 나는 인상이 더욱 안 좋다.

겨우 좀 덜 걷고 계단 덜 오르내린다는 점 때문에 선호하기에는 난 버스에 안 좋은 면모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이 점에 관한 한은 내가 철덕이어서가 결코 아니라 정말 객관적으로 그렇다.
어쨌든 난 신사적이고 우아한 고품격 교통수단인 지하철이 더 좋다.

* 실제로 시각장애인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궤도 교통수단을 훨씬 더 선호한다.
시각장애인은 눈이 안 좋을 뿐 팔다리는 멀쩡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자만 따라가면 된다면 수직 이동은 별로 문제되지 않으며, 그 대신 정위치 정차가 접근성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
열차 운전 시뮬레이션이 되는 러닝 머신이 있으면 나 정말 운동 무지무지하게 열심히 해서 살 뺄 수 있을 것 같다.

러닝머신인데, 비디오 화면으로 운전석 전방을 찍은 열차 주행 동영상이 들어있다.
경부고속선, 수도권 전철 n호선, 경부선, 중앙선 등 노선을 고르고 운행 구간과 방향을 고른다.

그 뒤, 궤도가 움직이는 속도의 n배 속도로 열차가 주행하듯이 화면이 쫙 흐르고, 옆의 화면엔 현재 열차의 진행 위치와 다이아가 뜬다. 당연히.. 역에 정차할 때는 휴식. 주행 중엔 레일 부딪치는 소리와(장대레일 옵션을 켰을 때는 제외), 열차 구동음도 나온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서울-부산이 4시간 반 걸렸는데 지금은 4시간 10분만 걸린다는 식으로 속도를 올리면서 운동 강도를 높인다.
내가 지금 밀양 철교, 풍세교, 황학 터널, 한강 철교 등을 달린다는 느낌으로 운동을 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이런 기계 어디서 만들면 사 주겠다.

3.
그래서 요즘은.. 운전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게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
몸은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마음만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뮤직비디오 말고도 <영상포엠 간이역>, <심층취재 지하철에 미친 아이들> 등등도 다 인코딩해서 틀어 놓고 있다.
알고 보니 다음 팟인코더는 차종만 고르면 그 차 내비가 지원하는 동영상 포맷으로 알아서 인코딩을 해 주더라..;;

물론 안전을 위해 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동영상이 꺼지고 음성만 나오지만, 이것만으로도 차가 시내 정체에 갇혀 있을 때 예전보다 훨씬 덜 심심할 수 있게 됐다.
D에서 최소 엔진 회전수로 차가 슬금슬금 기어가는 걸 조금만 놔 둬도 동영상은 꺼짐.

4.
끝으로,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의 철덕이라고 한다..;; 오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통령이 되기 전 시 의원으로 활동할 때도 통근은 당연히 승용차 대신 아셀라 익스프레스로 해 왔으며,
지금은 저가 항공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국 고속철도망 계획을 구상하는 대단한 양반.
아예 철도역 승강장에서 다른 사람들까지 보는 가운데 가족 생일 파티까지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미국의 <레일로드>격이라 할 수 있는 Arrive라는 잡지에다 기고한 Why AMERICA needs TRAINS라는 글은 가히 전설을 넘어 레전드급의 포스를 자랑한다.
미국에 철도가 필요한 이유~!! 너무 멋지다! 미국엔 희망이 있다.

전문을 언제 날잡아서 번역하고 싶다.

“... 간단히 말해서 암트랙(미국 철도 회사)은 저와 우리 가족,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셀 수 없는 것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가치는 측정할 수도 없고, 열차표의 운임으로도 찍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철도 운송에 대한 저의 지지는 감정적인 것을 넘어선 것입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우리의 공항과 도로는 만성적인 적체에 시달리고 있으며 급격한 연료 가격 상승과 환경 위기의 증가에 직면해 있습니다. 철도 운송은, 증가 중인 국내 이동 수요를 위해 과거보다 더 확충될 필요가 있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05 08:38 2013/01/0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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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도우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다 알 만한 내용에 대한 정리이다.
보면 아시겠지만 1~5까지 등장하는 기술들은 서로 동등한 차원의 관계에 있는 것들이 아니다.

1. 윈 API

kernel32, gdi32, user32를 주축으로 운영체제가 응용 프로그램에다 자신의 기능을 제공하는 가장 원초적인 매체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CreateWindowEx, DispatchMessage, CreateFile 등등등! 20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하며, Windows라는 운영체제와 PC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영역 자체가 존속하는 한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과거의 도스 API는 그냥 인터럽트 호출을 그대로 노출하던 반면, 윈도우 API는 C언어 함수 호출 형태를 근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2. MFC

윈 API만 쓰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불편한 관계로, 1990년대 초에 응용 프로그램의 주 개발 언어가 C에서 C++로 넘어가던 시기에 기존 API를 C++ 라이브러리 형태로 적당히 wrapping하기 위해 이 물건이 개발되었다.
생성자와 소멸자, 오버로딩과 상속, message map 같은 것들 덕분에 생API보다야 개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건 사실이나, 이걸 제대로 쓰려면 윈 API도 알아야 되고 객체지향 이념과 MFC가 새로 도입된 개념까지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 학습자의 부담이 커진다. 또한 MFC 자체가 부과하는 오버헤드도 만만찮다.

MS C 7.0의 다음 버전인 비주얼 C++ 1.0때부터 application frameworks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16비트 시절부터 존재했으니 역사가 제법 길다.

3. COM

함수 호출 규약, 메모리 할당과 해제 방식, 문자열의 처리 방식, 특정 기능이 담겨 있는 객체를 식별하고 외부에 노출하는 방식 같은 아주 기본적인 바이너리 수준에서의 소프트웨어 컴포넌트 제조 규격을 범언어적으로 통일하는 스펙이다. 가령, 윈API가 DLL 로딩을 위해 전통적으로 지저분한 LoadLibrary(파일명), GetProcAddress나 import library 같은 저수준 방법을 썼다면, COM의 사고방식으로는 CoCreateInstance와 깔끔한 class ID만으로 끝인 것이다.

이건 1990년대 중반의 32비트 윈도우 이래로 도입되었다. 지금은 옛날보다야 중요도가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DirectX, 탐색기 셸, 드래그 드롭 같은 일부 분야의 API는 이 COM 방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아면 COM의 개발 취지와 기본 개념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 한편, MFC도 이런 COM 규격을 만족하는 컴포넌트를 새로 구현하는 데 쓰이는 공통 필수 기능을 지원한다.

4. GDI+

클래식 윈 API 중에서 GDI 계층을 계승하는 그래픽 라이브러리로, MS가 제공하는 API로는 드물게 C와 더불어 순수 C++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사용하는 자료형이나 명칭들이 윈 API와는 완전히 다르며 서로 관련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비록 GDI+는 기존 GDI보다 느리고 오버헤드가 크지만, 알파 블렌딩, 그러데이션 같은 최신 그래픽 카드를 활용하는 고급 그래픽 기능에 더욱 특화되어 있으며, 일부 그리기 기능은 반드시 GDI+만 써야 가능한 것도 있다.

가령, 안티앨리어싱이 적용된 글자를 찍는 건 재래식 GDI로도 가능하지만 안티앨리어싱이 적용된 선을 그리는 건 GDI+를 써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윈도우 비스타/7의 glass 영역에다가 알파 채널이 적용된 그림/글자를 제대로 그리는 것도 역시 GDI+로만 가능하다.

5. .NET

기계어가 아닌 바이트코드 가상 기계(common language runtime)를 기반으로 하면서, 운영체제 API를 객체지향 위주로 완전히 새로 설계한 윈도우 프로그래밍 플랫폼이다. 예전에는 비주얼 베이직이 얼추 이런 개발 환경을 지향하고 있었지만 닷넷은 그보다 스케일이 범언어적으로 훨씬 더 커졌다. .NET 환경에서의 주력 개발 언어인 C#은 최신 언어답게 디자인이 깔끔하고 빌드 생산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네이티브 기계어 프로그램만치 빠르거나 운영체제 내부를 세밀하게 지어하지는 못하며, 닷넷 프레임워크 위에서만 돌아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NET에서는 기본 그래픽 API가 GDI+이다. 둘 다 윈도우 XP부터는 기본 내장이고, 윈도우 98부터 2000/ME까지는 운영체제에 배포판을 추가 설치해서 쓸 수는 있다. 다만, 윈95는 지원을 끊었다.
윈도우 8에서는 닷넷조차도 다른 언어와 플랫폼으로 대체되었는지 WinRT라는 플랫폼이 등장하며, C++ 언어도 C++/CX라고 대대적으로 칼질이 가해졌다. 이게 앞으로 6번으로 추가되어야 할 듯하다.

맥 OS는 운영체제의 API가 저런 식의 내력을 거친 게 있으려나 궁금하다. 코코아, 카본 같은 건 어느 위상에 속할까?

Posted by 사무엘

2013/01/03 08:38 2013/01/0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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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1862-1949).
뼛속까지 한국덕으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진심으로 사랑한 미국인으로 아주 유명한 분이다. 2013년 새해의 첫 글은 훈훈한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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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국어인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서양에다 소개하고 한반도에 신식 학교를 세우는 등 수많은 좋은 일을 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구한말 시절부터 고종 황제를 보호하고 헤이그 밀사를 직접 선발하여 조선/대한 제국의 독립 승인을 위해 적극 애썼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정을 내린 사람이었다. 그가 그냥 국제 정세에 따라 일본으로 하여금 조선을 침탈하는 걸 승인했을 때, 헐버트는 자국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일제가 조선의 주권을 침탈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907년,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쫓겨난 뒤에 본토에서도 이 승만, 서 재필 등의 독립 운동을 도와 줬다.

또한 그가 무엇보다도 감화되었던 것은 한글이다. 한글을 나흘 만에 깨우친 뒤 이게 보통 문자가 아니라는 걸 직감하였으며, 어렵고 비효율적인 문자인 한자를 버리고 온 국민이 한글로 지식을 깨우쳐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리고 한글 정서법에도 띄어쓰기가 있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여 서 재필이나 주 시경 같은 선각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조선에서는 사람들이 우수한 자기네 고유 문자를 스스로 천대하다니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이런 말을 미국인이 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여러 애국 단체들 중에서도 특별히 한글 학회에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 중근 의사조차도 일본 경찰로부터 심문을 받던 중에 어쩌다 헐버트 얘기가 나오자, 그는 “헐버트는 한국인이라면 단 하루라도 잊어서는 안 될 민족의 은인이다”라고 증언했다고 한다. 다른 위인의 눈에 보기에도 헐버트는 큰 위인이었던 것이다.

그는 1945년 해방이 ‘정의와 인도주의의 승리’라고 한국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나는 죽어서도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마포 한강변에 있는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우리나라의 유명 독립 유공자들은 대체로 1960년대 초에 대대적으로 조사되어 각종 훈장이 추서된 반면, 이분은 아예 서거 이듬해인 1950년 3월 1일에 진작부터 이 승만 정부로부터 건국 공로 훈장 태극장이 추서되었다. 그가 어떤 계기로 그렇게 여러 나라들 중에 하필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다트머스 대학 출신이라고 하는데, old timer 프로그래머라면 기억하려나? BASIC 언어를 개발한 존 케메니와 토머스 커즈가 바로 이 대학의 교수이다. 그래서 베이직 언어의 여러 방언들 중에서 특별히 오리지널을 ‘다트머스 베이직’이라고 일컫는다. 한국인이라면 다트머스 대학이 헐버트의 모교이기도 하다는 걸 덩달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헐버트에 필적하는 대한민국 독립 유공자 외국인으로는 캐나다인인 프랭크 스코필드(귀화명 석 호필)도 있다. 그는 의사이자 제암리 학살 사건 사진을 전세계에 보도한 기자이고, 서울 현충원에 묻혔다. 옛날에 스펀지에서 이 스코필드에 대해서 소개했었는데, 내용이 워낙 훈훈하다 보니 별 다섯 개를 당당히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헐버트는 스코필드에 비해서 인지도가 많이 뒤쳐지는 것 같다. 구한말 때는 열정적으로 한반도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일제 강점기를 앞두고는 추방당해서 미국에서 지낼 수밖에 없어서 그런 듯.
그래서 작년 여름, 한글 새소식(한글 학회 월간지) 2012년 8월호(통권 480호)에서는 헐버트 박사 특집이 편성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 이런 분도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01 08:21 2013/01/0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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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탈 때 자전거를 갖고 타도 될까? 여기에 대한 규정은 의외로 회사별로 case by case이다.

레벨 1. 모든 요일, 모든 시간대에 가능: 공항 철도
한때는 환승 할인도 없이 독자적인 요금을 징수하여 어그로를 이끌었던 공항 철도가, 코레일에 인수된 이후 자전거에 관한 한 가장 대인배가 되었다. 물론 열차가 워낙 한산하니 자전거를 실을 여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 구간 말고 서울역-김포공항 같은 서울 도심 구간까지 동일한 정책이 적용된다는 점도 포인트.
단, 직통열차는 당연히 불허이며, 인천국제공항 역 자체는 자전거 출입을 할 수 없다.

레벨 2. 평일 출퇴근 시간대만 빼고 모든 요일과 시간대에 가능: 코레일 외곽형 노선. 경의선(DMC-문산), 중앙선(용산-용문 전구간), 경춘선(상봉-춘천 전구간).
경의선은 전구간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서울역-DMC 구간은 그렇잖아도 열차가 1시간에 한 대씩밖에 안 다녀서 혼잡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레벨 3. 토, 일, 공휴일에 가능: 2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코레일 노선들. 분당선, 그리고 1, 3, 4호선에서 코레일 관할 구간(서울역 이남, 청량리 이북, 대화-지축, 선바위-오이도)이다.

레벨 4. 토요일을 제외하고 일, 공휴일에만 가능(즉, 빨간날에만): 서울 지하철 1~8호선. 이 레벨이 사실상 지하철 회사들의 표준 가이드라인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에 비해 코레일은 전반적으로 여느 지하철 회사들보다 관대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레벨 5. 언제나 불가능: 9호선, 신분당선
민자 전철들은 자전거의 휴대 승차를 전혀 허용하고 있지 않다. 9호선이야 서울 도심을 정면으로 통과하고 4량 1편성밖에 안 되는 작은 열차에다 자전거를 또 싣게 해 줄 여력도 없는 게 이해가 되는 반면, 신분당선은 좌측통행까지 할 정도로 좀 더 광역전철스러운 구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벨 2나 3 정도의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게 아쉽다.
가령, 경인선은 정말 승객들로 터져나가는 혼잡한 구간이지만 코레일이 레벨 3으로 랭크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내가 여행하고자 하는 구간이 여러 회사들의 관할 구간에 걸쳐 있다면 물론 가장 엄격한 허용 기준에다 맞춰야 할 것이다.
수인선은 주변의 안산선, 경인선, 그리고 앞으로 분당선과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레벨 3이 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개통할 수원-안산 사이 구간은 주변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외곽임을 감안했을 때, 이곳만은 관대하게 레벨 2로 해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천 지하철 1호선은 내가 공식 자료를 보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의 표준인 레벨 4를 따를 거라 예상된다.
토요일 낮에 모든 지하철들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얼마나 혼잡한지 아시는 분이라면, 토요일도 자전거 휴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단지 외곽형 광역전철들은 국가의 자전거 우대 정책에 따라 주기 위해서 규정상 허용해 줄 뿐이다.

위의 규정을 위반하고 지하철에 자전거를 휴대하다가 적발되면, 전철 기본 요금과 비슷한 수준의 부가금을 낸 뒤 열차에서 하차 조치를 당한다. 쉽게 말해서 강퇴 당한다. 추가 요금을 내고 자전거를 싣는다는 개념이 아니므로, 이 점에 대해 오해 없어야 한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적발되는 게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 이 글에서 다뤄진 모든 자전거는 접을 수 없는 자전거를 일컫는다.
반으로 접은 자전거는 위의 모든 레벨들을 무시하고 어느 요일과 어느 시간대와 어느 노선에든 휴대하고 열차내에 반입 가능하다. 맨 앞이나 맨 뒷칸에만 실을 수 있다는 건 그냥 권장 사항일 뿐 강제는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2/12/30 08:26 2012/12/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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