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천 공항이 그야말로 나라를 대표하는 넘사벽 킹왕짱 대표 '중추' 공항으로 등극해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의 우두머리 중에서 서울 시장, 여러 국립대들 중에서 서울대, 여러 교육대학교들 중에서 교원대의 총장이 더 예우를 받는 것처럼(차관급이 아니라 유일하게 장관급), 국내 공항들 중에서는 인천이 유아독존이다.
얘는 운영 주체부터가 '인천 공항 공사'로 따로 있을 정도이다. 한국 공항 공사의 관할이 아니다.

이런 인천 제1군의 다음으로, 그나마 수요가 많고 흑자를 내고 있는 제2군 '거점' 공항은 다음과 같다.

(1) 김포: 수도권에 제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입지와 수요가 압도적이다. 다만, 근처의 인천 공항의 영향으로 인해 국제선이 막 활성되지는 않았다. 그냥 국내선(특히 제주)에다 중국(+대만)· 일본 단거리 수요로 먹고 산다. 정확히는.. 김포는 규정상 반경 2000km 이내 노선만 취항한댄다.

(2) 김해: 전국 모든 공항을 통틀어, 인천 "다음으로" 장거리 국제선이 가장 많이 활성화돼 있다. 쉽게 말해 인천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럽· 미주 노선이 있는 유일한 국제공항이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대도시라는 입지 덕분이다. 게다가 그 경남· 부산권에서 미국으로 가는데 인천 공항부터 가는 건 방향도 안 맞으니..

참고로 김포는 인천 공항의 개항 직후부터 약 2년 반 동안은 100%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격하됐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11월 말에 하네다 행부터 재취항하면서 단거리 노선 한정으로 국제선 간판을 다시 달았다.
2003년 10월 말엔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가 완전히 퇴역했는데, 그로부터 1달쯤 뒤의 일이었다.

김포에 국제선이 다시 생긴 것처럼, 지금은 반대로 인천에서도 제주 국내선을 야금야금 뚫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과연 성사될지 모르겠다. 철도에다 비유하자면 "영등포 역, 대구 역에도 KTX 정차"와 비슷한 떡밥이지 싶다.

(3) 제주: 대도시는 아니지만 섬, 그것도 가장 큰 섬이라는 독보적인 특징이 있다. 여기와 본토 사이엔 육상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 100% 독점이다. 국내선 때문에 승객이 엄청나게 많고 바쁘며, 국제선도 중국· 일본을 넘어 동남아 정도는 있다.

김포-제주는 시내버스 급의 간격으로 비행기가 다니는 엄청난 트래픽을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로라고 세계 항덕들과 항공업계 차원에서도 익히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철도도 아닌 주제에 항로가 복선화됐을 정도이다.

"그렇게도 수요가 많고 비행기표를 못 구해서 난리이면 B747/A380 같은 대형 광동체기를 팍팍 집어넣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고 이는 매우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제주 공항이 그 정도로 거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 공항의 활주로도 스펙상으로 법적으로, 대형기가 이착륙을 하라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거 한 대 받는 동안 737급 기체 네댓 대가 꼼짝달싹 못 하고 존버해야 된댄다. 공항이 마비돼 버리니 단위 시간 동안 처리 가능한 승객 수가 오히려 감소하며, 수지타산도 떨어진다.

(제주 공항에는 활주로가 X자 모양으로 2개 있긴 하지만.. 다른 하나는 2km도 안 될 정도로 너무 짧아서 실용적으로 쓸 게 못 된다. 그래서 사실상 원래 것 하나밖에 안 쓰이는 상황이다.
원래는 한쪽 바람으로 바람이 너무 심할 때 다른쪽 활주로를 쓰라는 취지로 활주로가 평행이 아닌 수직교차형으로 만들어졌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서귀포 공항을 어정쩡한 크기로 새로 지을 게 아니라 제주 공항을 어떻게든 확장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것도 공항 바로 근처까지 건물이 다닥다닥 늘어선 현 상황에서는 매우 난감해져 있다. 여러 모로 답이 없군;;

다음으로, 김포-김해는 김포-제주보다는 덜 혼잡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요가 많고 수지타산이 맞는다.
육지에서 그 많은 고속버스와 고속철도들이 수요를 엄청나게 흡수하고 있는데도 항공 수요가 여전히 그만큼 또 있다는 게 대단한 지경이다.
이렇게 김포, 김해, 제주 다음으로는 청주, 대구, 무안도 일단 지방 거점 공항이라고 한다.

(4) 청주는 우리나라의 정중앙에 있으니 대전 같은 곳에서 이용하기 좋겠다. 게다가 통금 없는 24시간 운영이라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좁은 우리나라에서 어정쩡한 위치로 인해 국내선은 일단 제주밖에 없으며.. 국제선도 역시 중국 일본에 일부 동남아밖에 없다. 시간 제약은 없지만 공군과 활주로를 같이 쓴다는 한계도 있다.

대구는 군위군을 합병까지 했는데 군부대 겸 공항이 그리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무안은 사고가 났다고 언제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반영구적으로 공항을 폐쇄하려는지 모르겠다.

흑자가 나는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 다음으로 청주가 거의 마지노 선이라고 한다.
울산, 여수, 광주, 사천 같은 3군으로 가면 인지도가 더욱 감소한다. 어떤 공항은 아예 국제선을 취급하지 않는 국내선 전용이기도 하다.

원주 공항은 공식 명칭이 '원주(횡성)'이지만, 포항 공항은 공식 명칭이 '포항경주'로 바뀌었다. 전자는 공군과 겸용하는 공항이지만 후자는 해군과 겸용하는.. 전국 유일의 해군 소유 공항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 반면, 울산 공항은 군과의 접점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 공항이다. 얘는 KTX 울산 역보다도 울산 시내에 더 가까이 있으며 태화강 역과의 연계도 괜찮은 편이다.

※ 공항 안팎의 관제소

비행기가 다니는 활주로나 심지어 공중에 무슨 신호등· 신호기 따위를 설치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에서는 교통 통제가 지상 관제 시설과의 무선 교신으로 행해진다.
항공 관제라 하면 공항 활주로의 중앙에 제일 높이 솟아 있는 관제탑이 으레 떠오른다. 거기만 해도 사진 촬영조차 금지되는 중요 보안 시설이지만, 공항 관제탑만이 관제의 전부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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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순항 중일 때는 매우 넓은 영역에서 항로 관제(지역, area)를 받는다. 그리고 착륙을 앞두고 공항 반경 수십 km 이내에 왔을 때는 접근 관제(approach)를 받으며.. 한 공항 안에 들어왔거나 아직 거기 안에 머물러 있을 때에 공항 관제(tower / ground)를 받는다.
즉, 항로-접근-공항 순의 3단계 tier가 존재한다. 항공 관제사를 육상 선수에 비유하자면, 이들 영역은 마치 단거리 장거리처럼 세부 종목이 다른 셈이다.

항로 관제는 "현재 고도 어디 피트로 상승을 요청합니다" / "귀 항공기를 고도 어디 피트로 허가합니다" 이러는 관제를 말한다. 항공 사건사고 다큐에서 어디 고장이 발생한 비행기의 조종사가 다급하게 지상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도 이쪽이다. 국제선 비행기가 남의 나라에 지불하는 영공통과료엔 이런 항로 관제를 받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권역에서 항로 관제를 하는 곳은 '항공 교통 본부' 소속의 '인천 항공 교통 관제소'이다. 본부 사무소는 대구에 있지만 실제 관제소는 인천 공항의 동북쪽에 있는 듯.. 철도로 치면 지금 서울 구로에 있는 철도 교통 관제센터와 비슷한 위상이다.

사실, 항로와 공항의 중간에 있는 tier 2 '접근 관제소'가 대외적으로 거의 국정원 급으로 제일 베일에 싸인 것 같다. 전국 곳곳에 딱 14곳이 있는데, 인천, 김포, 서울성남 권역은 '서울 지방 항공청' 소속의 '서울 접근 관제소'에서 맡는다. 서울 접근 관제소는 인천 공항의 동북쪽에 항로 관제소의 바로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

인천처럼 몰려드는 비행기가 많은 곳에서는 접근 관제소가 "너는 뺑뺑이 좀 돌다가 저 비행기 다음으로 들어가세요"라고 정리를 해 주고, 최종적으로 공항 관제탑에서 "너는 저 n번 활주로에 요 방향으로 착륙하세요"라고 허가를 내 준다.

공항뿐만 아니라 이런 관제 시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옛날에 찰스 린드버그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최초로 대서양 무착륙 횡단 비행을 시도한 덕분에.. 저런 복잡한 관제 절차 따위 하나도 없이 깔끔하게 날아갔으며, 남의 나라에 무단 입국도 할 수 있었다. 옛날엔 위험도 있었지만 저런 낭만도 있었다~!

※ trivia

(1) 우리나라는 땅이 좁은 걸 감안하더라도, 그 국력과 인구와 경제력을 감안하면 타 국가 대비 공항이 적은 축에 든다고 한다.
하긴, 일본은 인구 50~100만짜리 소도시에도 그냥 공항도 아니고 국제공항이 떡 있어서 우리나라 LCC 편으로 인천에서 직항을 타고 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2) 옛~날, 1996년쯤엔가 마이클 잭슨이 방한했을 때는.. 당사자야 물론 김포로 들어왔지만 거대한 공연 장비 화물들은 수송기에 따로 실려서 오산 공군 기지를 통해 반입됐다고 한다. 공간 넉넉한 인천 공항이 그때 있었다면 이렇게 두벌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3) 나라 차원에서 의전이 필요한 외국 정상 귀빈들은 여느 민간 공항이 아니라 군 공항인 서울 공항에 다이렉트로 들어오는 편이다. 꼭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무슨 6 25 전사자 유해라도 송환한다면 역시 무조건 서울 공항행이다. 그리고 이건 착륙 후 활주로에서 의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송 단계에서 전투기까지 보내서 호위해 준다.
허나, 북한의 고위 정상은 예외다. 무슨 회담이나 국제 스포츠 행사 때문에 북한 사람이 판문점 육로가 아니라 뱅기로 방남한다면.. 그냥 인천 공항으로 들어오게 한다. 주적에게 서울 공항의 내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게 우리 측 방침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4)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미래에 새로 만들려고 하는 공항들은..
-- 대도시: 부산 동남권 가덕도, 대구-군위, 현 서울 공항의 민간화(아직은 떡밥 수준)
-- 섬: 울릉도, 백령도, 제주 서귀포
정도인 것 같다. 공항의 분야와 성격이 서로 꽤 다르다.
여객기는 꼭 200명씩 타는 보잉 7xx급 제트기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인구 적은 섬에는 버스 한 대 체급의 붕붕 프로펠러기라도 실속 차리면서 날아다니면 좋을 것이다.

(5)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공항은 무려 1910년대 일제 시대 초기에 개항했던 여의도 공항으로 여겨진다. 그때는 합정과 노량진만 해도 조선 시대 기준으로는 사형장이나 무덤이 있었고, 20세기 기준으로 발전소가 있을 정도의 외곽 오지였다. 그러니 하물며 여의도라면 비행장을 만들고도 남는 교외였다.
그 여의도 공항 활주로가 나중에 여의도 광장으로 바뀌었고, 더 나중에 2000년대부터는 지금의 여의도 공원으로 바뀌었다.

물론 ICAO가 출범하고 현대적인 민간 항공 체계가 정립된 건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었으니 이 체계 하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공항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김포이다.
그래서 해방 이후 임시정부 요원들은 여의도 공항으로 입국한 반면, 훗날 이 승만 대통령은 하야하고 하와이로 갈 때 김포 공항에서 출국했다. 제주 공항은 더 나중인 1969년에야 국제로 승격됐다.

(6) 사람이 무슨 상가 같은 게 없이 복도만 겁나게 길게 늘어서 있는 길을 갈 일은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 이런 곳은 코엑스 내부의 지하 복도, 지하철 7호선 청담 역 내부, 인천 공항 입국장 정도가 떠오른다.;;

(7) 대전 지하철 1호선 대전 역이 매우 깊은 이유는 고속철도의 대전 시내 구간이 지하에 만들어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공간을 피해서 깊게 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지하화되지 않음)
서해선 김포공항 역이 부산 지하철 만덕 역보다도 깊은 이유는.. 선로가 강이나 언덕 아래가 아니라 활주로 아래를 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쪽으로 개화산과 한강 아래도 지나고.. 정말 모든 지상 지형을 쌈싸먹어 버리면서 근성으로 길을 만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6/09/29 08:35 2026/09/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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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농사 근황을 전했으니 다음으로 날개셋 프로그램의 개발 소식도 전하도록 하겠다.
이번 9월 동안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ARM64 플랫폼의 지원과 관련하여 굉장히 흥미진진한 기능 개선과 개발이 진행됐다.
그 발단은 기존 11.0이 ARM64용 MS Office 프로그램에서 전혀 동작하지 않는다는 버그 신고 메일이었다. 이 글에서는 그 내역을 공개하고자 한다.

지난 7월에 11.0 버전은 프로그램들을 모두 ARM64 방식으로 빌드하고 테스트 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했더니, 날개셋 외부 모듈이 순수하게 ARM64 방식으로 빌드된 프로그램에서는 잘 동작했다. 그러나 ARM64EC라고, ARM64 네이티브이긴 하지만 x64 명령어도 에뮬레이션으로 같이 지원하는 ABI 환경에서는 동작하지 못했다.

ARM64EC 프로세스에서는 x64 또는, 똑같이 ARM64EC 방식으로 빌드된 DLL만 동작 가능하다. 그리고 반대로 x64 프로세스에서도 같은 x64 또는 ARM64EC 방식 DLL을 실행할 수 있다. EC는 emulation compatible의 이니셜이라나..?? 비트 수가 다른 16-32비트, 32-64비트 간에는 thunking이라는 말을 썼는데 같은 64비트끼리는 그냥 에뮬레이션을 하는가 보다.
그 반면, 순수 ARM64는 저런 식으로 x64 바이너리와 소통을 할 수 없다.

마소에서 굳이 ARM64EC라는 걸 번거롭게 만든 이유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으로 방대한 프로그램들을 한순간에 ARM64로 다 포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x64 레거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덩치 하는 거대한 프로그램이 ARM64EC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저 MS Office처럼 말이다.

그래서 Windows on ARM에서는.. 꽤 삽질스럽고 번거로워 보이지만, 한 파일로 순수 ARM64와 ARM64EC에 모두 대처 가능한 ARM64X라는 변칙적인 fat binary를 도입했다. Windows 10 시절엔 없었고 11에서 새로 추가된 모양이다.
얘들은 크기가 매우 크다. 그리고 이건 당연한 말이지만 EXE는 해당사항 없고 오로지 DLL만을 위한 옵션이다.

과거에 x64 플랫폼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Program Files와 Program Files (x86), 그리고 system32와 SysWow64처럼 프로그램 디렉터리를 비트수 별로 분리하는 방식이 쓰였다.
그러나 ARM64 기기에서 x64를 포용할 때는 디렉터리를 또 분리하기가 난감하니 EC라는 요상한 ABI를 도입하고 fat binary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순수 ARM64 앱에서만 돌아가는 게 확실한 DLL은 예전처럼 ARM64 방식으로만 빌드하면 된다.
그러나 IME처럼 아무 임의의 EXE에서 로딩될 수 있는 범용적인 DLL은 ARM64X 방식으로 빌드해야 하더라. Windows의 시스템 DLL들도 이 방식으로 빌드됐다.

그래서 내 한글 입력기 역시.. 제일 먼저 (1) dll 기반 바이너리들을 모두 ARM64X 방식으로 빌드함으로써 외부 모듈의 제일 급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내 프로그램의 ARM64 에디션은 MS Office에서도 잘 동작한다.
이렇게 빌드함으로써 4MB 남짓이던 배포 패키지의 크기도 4.5MB 정도로 약간 더 커졌다.

그리고 이것만 하면 싱거우니 (2) About 대화상자에도 실행 환경과 관련된 정보를 더 추가했다.
현재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순수 ARM64인지 아니면 ARM64EC인지?? 그리고 ARM64EC인 경우는 날개셋을 사용하는 실행 파일이 x64인지 아니면 ARM64EC인지? 요걸 추가로 알려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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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영체제의 버전과 기준 아키텍처
  •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아키텍처
  • 외부 모듈 한정으로, 구동 중인 EXE 프로그램의 아키텍처

32비트 x86 에디션의 경우, Windows 9x에서 16비트 프로세스가 실행 중인 것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었다.
16비트 exe의 내부에서는 32비트 DLL이 GetModuleHandle(NULL)을 호출했을 때 일반적인 32비트 EXE 같은 주소가 아니라 그냥 kernel32.dll 같은 높은 주소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NT 계열에서는 그냥 ntvdm.exe의 주소가 돌아오기 때문에 해당사항 없음)

과거에 그렇게 16-bit라는 문구가 찍히던 자리에 이제는 x64라는 문구를 찍는 로직이 추가되었다. ARM64EC 코드가 ARM64가 아니라 x64에서 실행될 때 말이다. 아주 재미있는 변화이다.
이 참에 외부 모듈의 x64 에디션이 ARM64 컴터에서 설치와 등록이 시도된 경우, "이 컴터에서는 ARM64 에디션을 사용해 주세요" 경고 메시지도 표시하게 했다. ARM64에서 x64 에디션을 설치하면 외부 모듈이 x64와 ARM64EC 앱에서밖에 동작을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 ARM64 앱에서는 동작 불가)

외부 모듈에서 ARM64EC 지원 작업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hooking을 통해 문자 입력을 구현하는 (3) 입력 패드에도 아주 흥미진진한 작업이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동작하기 위해서 64비트와 32비트 프로그램이 같이 동작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system-global hook은 CPU 아키텍처별로 다 따로 만들어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x86과 x64 둘만 고려하면 되던 시절에는 프로그램 로직이 간단한 편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ARM64를 추가하자니 프로그램을 여러 군데 고치고 확장해야 했다.

host와 guest를 단순히 비트 수만으로 분별할 수 없으니 CPU 아키텍처를 명시해야 하며, ARM64는 x86뿐만 아니라 ARM64EC로 guest를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반대로 x86도 parent host로 가능한 대상이 오로지 x64 단일이 아니라 ARM64일 수도 있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코딩에서 일대일(단수)이던 게 일대다(복수)로 바뀌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변화이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모든 것이 단일 소스 코드의 조건부 컴파일만으로 조절된다.

SW \ HW x86 x64 ARM64
x86 단독 host x64의 guest ARM64의 guest
x64 N/A host (+x86) N/A
ARM64 N/A N/A host (+x86, ARM64EC)
ARM64EC N/A N/A ARM64의 guest


그래도 ARM64EC 프로세스에서 hook을 만들고, hook procedure DLL을 ARM64X 방식으로 만들어 주니 ARM64EC 앱과 x64 앱에서도 메시지를 가로채고 변조해서 문자 입력 기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로써 외부 모듈과 입력 패드가 ARM64 자체뿐만 아니라 ARM64 Windows에서 실행되는 모든 CPU 방식을 제대로 지원하게 되었다. 만세~! 마소가 ARM64는 과거의 Itanium처럼 서로 생까는 별개의 CPU로 취급하지 않고 x64와 최대한 융합을 도모한다는 게 느껴졌다.

이것만으로도 다음 버전 11.01 이상은 9월이나 10월쯤에 나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달랑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개선 사항도 가능한 한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상이다. 2020년대 들어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속도가 끔찍히 느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꾸준히 사용해 주시고 후원도 해 주신 분들이 계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참고: ARM32는?

사실, ARM이라는 건 예로부터 Android 운영체제를 돌리는 스마트폰용 CPU 아키텍처로 더 유명했다. 얘는 처음에는 32비트로 시작했다가 2010년대 후반쯤부터 순식간에 데스크톱 PC와 동일하게 64비트로 넘어갔다.
글쎄, Visual C++에서도 32비트 ARM 플랫폼이 타겟으로 존재는 하던데 이건 뭔지..??

지난 2012~13년 Windows 8 시절에, Windows NT 커널이 32비트 ARM용으로 포팅되어 Windows RT라는 서피스의 전신뻘 기기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마소에서 ARM CPU 기반의 모바일 기기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서 삽질했던 흔적에 더 가깝다. 그 시절에 Windows 8은 아예 시작 버튼이 없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3rd party 개발자들은 Windows RT 환경에서는 native 데스크톱이 아니라 metro 앱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저 기기는 일반적인 데스크톱 PC처럼 임의의 앱을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예 피처폰을 추구한 건지? Windows on ARM이 64비트 기반으로 나중에 괜히 따로 나온 게 아니었다.

ARM32는 퇴물로 전락한 데다, x86처럼 유의미한 호환성 자산도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금세 정리되고 잊혀졌다. 적어도 데스크톱용 Windows 생태계에서는 말이다.
그러니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ARM 환경에서는 처음부터 64비트만 고려하면 된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도장을 찍었다. 32비트를 지원하는 건 x86만으로 족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6/09/25 08:35 2026/09/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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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농사 근황 (열매 5~7호)

9월도 벌써 하순에 진입했고 추석 연휴가 임박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 아래로 내려가고 덜 더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반팔에 에어컨은 여전히 변함없다.
이 와중에 중국과 일본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태풍과 폭우 피해를 많이 입었다. 우리나라는 태풍은 맥이 끊겼지만 그래도 경남 통영· 거제에서 폭우 때문에 궤멸적인 피해를 당했다. 어떻게 폭우 홍수만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무슨 지진 난 듯이 갈라지고 박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지진과 화산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네팔에서는 비 한 방울 없는 파란 하늘 아래에서 빙하 녹은 물 쓰나미가 들이닥쳐서 히말라야 산골 마을이 문자 그대로 삭제돼 버렸다.
자연재해라는 게 어제 오늘 있는 일이 아니긴 했지만 참 유별나다.

이 와중에도 개인적인 호박 농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제헌절 연휴 이후로 지금까지 호박 농사 소식이 없었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호박 근황을 전하도록 하겠다. 오늘 다음으로는 호박 농사가 다 끝난 10월 말쯤에나 최종 결산 보고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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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태어났던 열매 4개 중, 가장 크게 잘 자란 아이는 6월 15일생인 제2호였다.
2호는 생후 4주에 근접하자 표면이 허연 가루가 앉은 듯이 뿌얘졌다. (7월 11일) 그리고, 만 1개월째인 7월 15일엔 위에서 보다시피 눈에 띄게 폭삭 늙어 버렸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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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열매 4개를 모두 땄다. 1호는 유일한 단호박이고, 2호는 제일 큰 늙은 호박이다.
3호는 제일 작지만 애매하게 황록색으로 바뀌어 가는 녀석이다.
4호는 생후 1개월이 채 안 되어 제일 파릇파릇하고 흰 가루가 앉아 있다.

1호와 3호는 더 자라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인위로 땄다. 2호와 4호는 열매를 키우고 있던 호박이 통째로 죽어 버리고 가지가 시들었기 때문에 강제로 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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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들을 따고 나서 또 4주 가까이 뒤에 찍은 모습이다. 2호는 더 누래지고 탐스럽게 늙었다. 하지만 1호는 단호박이어서 그런지 늙는 기미가 없다.
4호는 요리해서 먹었기 때문에 위의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다. 제일 어린 4호가 속이 물러지려 해서 바로 먹게 됐다.

이렇게 열매 1~4호를 수확하는 걸로 올해의 호박 농사는 '거의' 끝났다.
호박이들이 7월 초에는 폭우와 과습 때문에, 그리고 그 뒤부터 8월 중순까지는 지옥 같은 폭염 때문에 죽다 살아나고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6월 30일 4호 이후로는 1달이 넘게, 암꽃이 피지 않았다.
암꽃뿐만 아니라 매일 3~5송이씩 피던 수꽃조차 맥이 끊겼으며, 호박들이 그냥 쥐죽은 듯 똑같이 가만히 있기만 했다.
아니, 현상유지라도 되면 다행이고,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누래지고 갈변하고 시들면서 덩치가 확 작아졌다. 진짜 너무 더워서 파업이라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8월 하순부터 날씨가 약간이나마 덜 더워지자 호박들이 다시 생존 신고를 시작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고 농사 시즌 2가 시작되기라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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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8월 26일..! 4호 이후로 거의 2달 만에 암꽃이 기적적으로, 거짓말처럼 짠 폈다. 만세!! 꽃은 잎이 큼직하고 씨방도 아주 튼실했다. (5호)
게다가 5호로 모자라서 6호까지 저렇게 노란 펜촉을 만들고 바로 다음날 폈다. 예전에 2호와 3호가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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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암꽃 6호는 새벽 5시에는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상태였다가, 2시간쯤 뒤에는 완전히 활짝 폈다. 내 경험상 호박꽃은 보통 새벽 5~6시 사이에 펴더라.
수꽃 꽃가루를 묻혀 주는 건 응당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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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8월 28일. 5호는 겨우 이틀 만에 저렇게 커져서 수분 성공이 확실시되었으며, 6호도 벌써 저만치 부푼 걸 보면 수분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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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사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설마 암꽃으로 발전하겠나 싶던 새로운 씨방이 갈수록 커지더니 9월 1일에 폈다!! 전국에 비가 철철 내리고 있던 새벽에 7호 후보 암꽃이 거짓말처럼 활짝 폈다. 위의 사진은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하루 간격으로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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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술과 수술이 비에 젖지 않게 최대한 조심해서 인공수분을 하자 수분이 됐다. D+2일째(9월 3일)엔 저렇게 커져서 열매 7호의 탄생이 확인됐다. 만세~!
5호와 6호는 표면색이 아주 연한데 7호는 보다시피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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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7호는 D+8일째인 9월 9일 현재 이렇게 뚱뚱해졌다.
내 경험상 호박 열매의 외형은 동글 → 납작 → 쭈글 단계를 거치며 커진다.
처음에는 동글동글 둥글다가 종횡비가 변하고, 더 나아가 주름까지 생기면서 우리가 아는 그 호박 모양이 된다.
7호도 동글 단계는 금방 졸업하고 사람 주먹만 한 크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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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와 6호는 쌍둥이나 마찬가지여서 비슷한 색과 크기, 비슷한 모양이 됐다.
7호 이후로 8호가 될 만한 씨방도 며칠에 하나꼴로 맺히긴 했지만.. 얘들은 더 성공하지 못했다. 암꽃이 딱 하나만 더 펴서 8호까지만 만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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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지난 7월에 과습 피해 이후에 새로 돋은 새순은 2개월쯤 뒤, 이 정도까지 자랐다.
옛날 사진과 비교해 보니 많이 잘 자라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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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당시 수박이 실패했던 자리에 새로 심은 늦둥이 호박도 이 정도로 자랐다. 얘들은 과연 꽃과 열매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 10월쯤 되면 결론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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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고향집에 전해 줬던 호박은.. 좀체 암꽃 소식이 없다가 9월에야 드디어 탐스러운 암꽃을 피웠다. 어머니께서 인공수분을 해 주셔서 여기서도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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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아내의 언니의 아들 -- 즉, 본인의 처조카가 차창 밖으로 이 놀라운 광경을 우연히 보고는 본인에게 전해 줬다. 이모부가 호박 매니아인 걸 알아서... ^^
9, 10월은 동네 채소 가게 소매점에서도 늙은 호박을 볼 수 있는 시기이다. 다들 커다란 늙은 호박 한두 개를 집안 방구석에 갖다 놓으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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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게 인공수분을 할 때마다 내가 인간꿀벌이라도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파주· 일산 일대에 인간꿀벌 코스프레를 하며 지내는 사람이 있어서 매스컴을 탔다고 한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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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 정말 호박 덩굴의 매력이다. 꼬불꼬불 덩굴손, 수꽃 펜촉, 암꽃 씨방, 털난 줄기..
작은 사진 안에 호박의 귀여운 요소들이 모두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아래의 덩굴손은 마치 유선전화의 꼬불꼬불 케이블처럼 보이기도 한다.

울릉도에서 유명한 엿이 원래는 '후박엿'인데 호박엿으로 와전돼서 전해지고..
꿀벌 말고 통통하고 털이 북슬북슬 난 귀여운 벌도 '뒤영벌'(뒝벌) 대신 호박벌로 와전돼서 전해지고 있다.
호박은 덩치가 너무 커지는 게 부담되긴 하지만 그만큼 열매도 거대해서 좋다.
그러고 보니 잊을 뻔했군..! 호박 애호가였던 쿠사마 야요이 할머니가 지난 8월에 향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안 그래도 엄청난 고령이었구나. 좋은 일 한 사람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6/09/20 08:35 2026/09/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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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뮤지컬 관람

본인은 지난 6월, 일본 출장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던 시기에 아내 인맥으로 대학로에서 뮤지컬 '시데레우스'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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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17세기 초에 망원경이라는 도구의 도움으로 목성의 위성들을 발견하고, 요하네스 케플러와 학술 교류를 하면서 지동설을 정립하던 과정을 극화한 작품이다. 과학사를 소재로 한 이례적인 국산 창작 뮤지컬로, 2019년에 초연을 해서 올해는(2026년) 벌써 5연째였다.

아시다시피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공기 저항이 없는 한 모든 물체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걸 규명한 걸로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진자의 등시성 운동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요하네스 케플러를 만나면서 연구의 범위가 우주로 확장됐다.

그도 처음에는 지동설이 정말 맞을까 긴가민가 했다. 하지만 목성의 위성 등, 천동설로 설명이 안 되는 더 복잡한 천체 현상들을 발견하면서 지동설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이들이 관측만으로 정립한 사실들을 수십 년 뒤 뉴턴이 미적분학과 고전역학을 정립하면서 수학 이론 차원에서 쐐기를 박았다.

우리가 지금 너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천체의 운동 패러다임이 저 1600년대에는 정말 사고방식의 대격변이었겠구나 싶었다. 갈릴레이나 케플러 같은 17세기 우주덕들이 지금처럼 우주 망원경에다 현대 우주론의 연구 성과들을 본다면 놀라서 까무러치지 싶다.

여담으로는..

  • 갈릴레오의 딸은 세례명이 '마리아 첼레스테'였다고 한다. (본명은 따로 있음) 19세기 말에 악명을 떨쳤던 전설적인 유령선도 이름이 '메리 셀러스트'이다! 일단 같은 이름이란 게 공교롭게 느껴진다. 뭐, 얘도 처음엔 이름이 아마존 호였다가 나중에 저렇게 개명됐다.
  • '토리첼리'가 갈릴레이의 제자였다. 그 옛날에 수은 76cm, 물 10.3m.. 이렇게 대기압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고 규명한 사람이다.
  • 천체의 운동이 수학적인 질서가 있으면서도, 그게 역설적으로 너무 카오틱하기도 해서 해석적인 일반해를 정확하게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훗세에 의해 추가로 증명되었다(삼체 문제..).

  • 천동설 vs 지동설 다음으로 천문학이 비교적 현대에(20세기 중후반) 논쟁을 벌였다가 결판이 난 분야는.. 우주의 기원과 관련하여 정상우주 vs 대폭발이었다. 이때는 갈릴레이나 뉴턴 연배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을 "우주가 팽창한다"라는 개념까지 정립된 상태였다.

  • 17세기 저 때의 물리학은 “현상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사과가 떨어지는 운동에 대해 정확하게 기술하고 계산과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해도.. 그 중력이란 게 본질적으로 왜 생기는지늘 규명하는 건 또 별개의 영역이다. 그걸 캐기 위해 현대 물리학은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을 개척했지만.. 여전히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다.

  • 그러고 보니 망원경은 거시세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작고 안 보이는 목표물(건물, 지형, 천체..!)을 확대해 보여주는 기기이고, 현미경은 그냥 크기가 절대적으로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 목표물을 확대해 보여주는 기기이다. 흠, 그럼 안경은 스케일이 둘의 중간인 건지..
    역사적으로는 망원경과 현미경 모두 1600년대 초에 비슷한 시기에 첫 등장했다. 그 뒤 둘은 자기 역할에 맞게 특화되고 따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 우주에 대한 성경의 서술

내가 아는 한, 성경은 천체를 분류하는 게 해와 달과 별들.. 이걸로 끝이다. 별은 집단으로 다뤄지며, 욥기 38장 같은 데서 특정 별자리 이름이나 좀 나오는 정도이다.

그런데 성경엔 영킹 기준으로 딱~~ 한 번 planet 행성이라는 단어가 나온다(왕하 23:5). 해와 달 다음으로 별들, 하늘의 군대/군상 같은 통상적인 용어가 아니라 행성이라니! 이게 뭘 의미할까? 비킹에서는 그냥 별자리, 성단 등이라고 바뀌어 번역됐다.

성경에는 참교육이나 분노의 질주 같은 개념은 있다.
그러나 성경에 이 땅(지구), 해와 달과 별 말고 '태양계'라든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같은 특정 '행성'을 암시하는 용어나 개념은 내가 알기로 전혀 없다. 그런 건 인간들이 훗날 망원경을 발명하고 로켓과 인공위성을 발명하면서 관측과 탐사를 해서 알아낸 것들이다.

물론 그 전 까마득한 옛날에도 인간은 육안으로도 목성을 넘어 무려 토성까지 어렴풋이 관측을 해냈다.
허나, 그때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 같은 항성과 행성이라는 엄밀한 구분이 없었다. 수성이니 화성이니 목성이니도 1~6등성 범주에 드는 독특한 별 중의 하나로 여겨졌을 것이다.
왕하 23:5의 planet은 "어둡지만 가까운" 수성 화성 목성 같은 천체건, "까마득히 멀면서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건.. 뭔가 움직임이 독특하고 인간 눈에 띌 만한 천체 픽셀을 통틀어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었을까 싶다.

비슷한 예로 베드로후서 3장에 나오는 elements 원소도 있다.
현대의 과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야 이 단어를 읽으면서 화학 원소를 떠올리겠지만.. 성경의 저 본문은 돌턴의 원자설과 원소 체계 같은 게 없던 시절에 기록되었다. 갈라디아서에서는 같은 단어가 어떤 분야의 101급, '개론, 초등 원리' 비슷한 뜻으로도 쓰였다. 뭐, 화학 원소 내지는 그에 맞먹을 정도로 어떤 system의 구성원, 구성요소 같은 걸 떠올려도 될 것 같다.

3. 과학과 종교의 경계

뮤지컬에서 케플러의 대사 중에는.. "나는 신을 안 믿는 게 아니고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우주는 그저 신이 창조한 미지의 안알랴줌 공간인 것이고 그걸 관찰해서 정체를 밝히는 건 자연과학 하는 사람의 별개의 영역일 뿐이다"란 요지의 말이 있었다.

과학은 자연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누구에게나 똑같은 결과가 재현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따지는 학문이다. 과연 그러한가, 가설이 맞는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입증하는 학문이다. 이런 정상적인 방법론만 동원했다면 부정이니 사기니 틈탈 여지가 전혀 없다. 증거 없이 일단 믿는 신앙이나 신학하고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다.

교황청은 지동설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으면 갈릴레이를 잡아 족칠 게 아니라, 선량한 과학자들의 눈을 현혹하는 결과를 내는 망원경부터 때려부수고 망원경 제조업자부터 화형 시켰어지??? 개인적으로는 뮤지컬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뭐 아침이 오는 게 싫다고 수탉을 죽이는 것과 같은 뻘짓이지 않은가? 그런 것처럼 괜히 갈릴레이를 종교 프레임 씌워서 괴롭힌 것도 죄다 뻘짓이었다.

혹시 설마 '안알랴줌'이 불편하거나 불경스럽게 들리시는가? 하나님은 당장 우리 삶 속에서도 갑자기 이유 없는 고난을 주실 때가 있고, 예수님 재림 날짜도 안 알려주시고, 나 언제쯤 죽는지도 안 알려주신다. 우리 일상 속에서 안알랴줌이 엄청 많다. 하물며 자연과학 영역에서 안알랴줌 정도는 하나님의 성품과 관련하여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

그리고 하나 더..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 교황청이라는 데가 오로지 성경의 문자적인 묘사에만 집착하면서 천체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할 생각이라고는 1도 안 한 고지식한 반지성주의 꼰대 집단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쟤들도 이 바닥에 굉장한 조예가 있었다. 이스터가 언제, 성모승천일이 언제, 날짜와 절기를 따지는 일에 진심이었다. 달력 역법의 이름에 괜히 교황 이름이 붙은 게 아닌 걸 생각해 보자.

1582년에 제정되어 오늘날 전세계 공통으로 통용되고 있는 그레고리력 말이다.
"윤년을 4의 배수 연도마다 한 번씩 무조건 넣으니까 갈수록 오차가 생기더라~ 그래서 400의 배수가 아닌 100의 배수 연도에는 열외를 넣자"
거기 교황과 추기경들은 예나 지금이나 머리 하나는 최고로 날고 기는 똘똘이들이다. 전세계 종교 수장이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니.. 지금으로부터 400년도 더 전에 저 정도 관찰을 하고 대안까지 생각해 낸 집단이란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는 자기네 무슨 왕 재위 n년.. 이렇게 연호를 쓰다가 19세기 말이 돼서야 서구화 근대화 명목으로 서기 연도와 그레고리력을 도입한 편이었다.
그런데 저 동네에서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도 전에 저런 달력을 제정해서 쓰고 애초에 기준 연도도 '서력'이었다니, 이것도 굉장히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천동설 지동설 관련해서는 옛날에 이상한 ㄸ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4. 태양계 행성들의 주요 제원(?)

  • 자전축: 0도 부근(수성, 토성, 해왕성), 23도 부근(지구, 화성, 목성), 90도 전도(천왕), 180도 전복(금성)
  • 중력가속도: 3.7 (수성, 화성), 8~12 (금성, 천왕성, 지구, 토성, 해왕성), 25 (목성)
  • 자전 주기: 10시간(목성, 토성), 16~17시간(천왕성, 해왕성), 1일(지구, 화성), 58일(수성), 243일(금성) + 27~30일 부근(달, 태양)
  • 표면 대기압: 0 부근(수성, 화성), 1~1.x(지구), 95(금성)

수성은 태양과 워낙 가깝다 보니 공전 주기가 엄청 짧으며(각속도), 실제 공전 속도(선속도)도 혼자 초속 47km에 달할 정도로 겁나게 빠르다. 공전 궤도의 이심률도 독보적으로 가장 크다(타원에 가까움).
화성은 지구와 자전 주기가 비슷하고 자전축 기울기도 비슷하다.

지구야 뭐 표면에 물(바다)이 있고, 달이라는 이례적으로 큰 위성이 있는 게 특이하다.
금성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거리도 가장 가깝지만.. 고체 땅이 있는 지구형 행성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엄청난 고온 고압 불지옥이다. 자전 속도가 끔찍히 느리고 심지어 역행 자전인 것도 특이점이다. 금성만 왜 저렇게 됐을까.;;

그리고,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행성이 있을 법도 한데 왜 텅 비었고 소행성대만 있는 걸까?
수성이 공전이 빠르다면 목성과 토성은 그 큰 덩치로 자전이 왕창 빠른 게 특징이다. 특히 토성은 자전 원심력 때문에 적도 쪽이 대놓고 부푼 게 티가 날 정도이다. 그렇잖아도 가스형 행성이기도 하니..

끝으로, 하나 더 생각할 만한 건.. '태양일'(또는 회합일)이다.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자전 주기는 23시간 56분 남짓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지구가 1/365.25만치 공전을 하니, 지구가 태양을 바라보는 각도도 미세하게 더 나아가 있다. 그래서 지구도 4분만치 더 돌아야 하늘에서의 태양 위치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를 더함으로써 지구의 태양일은 24시간이 된다.

이건 1/(자전 시간)이라는 각속도가 1/(공전 시간)이라는 각속도만큼 느려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앞의 값에다가 뒤의 값을 빼면 태양일에 해당하는 각속도가 나온다. 그리고 이 각속도의 역수가 곧 태양일이 된다.
지구와 화성은 이렇게 이해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은데.. 자전이 매우 느린 수성과 금성은 일이 굉장히 재미있어진다.

수성은 자전(약 58.x일)을 3번 하는 동안 공전(약 88일)을 2번 하는 형태로 조석 고정이 돼 있다.
달처럼 1:1이 아니라 3:2라니.. 수성이 공전 궤도가 이심률이 크기 때문에 이런 형태가 된 듯하다.
1/x - 1/(x+1) 의 값은 1/(x*(x+1))이니, 1/2 - 1/3은 1/6이다. (6 = 2*3 = 3*2)
실제로 수성의 태양일은 자전 주기의 3배 겸 공전 주기의 2배인 약 175일이다. 수성의 태양일은 지구나 화성과는 달리, 자기 자전 주기와는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난다.

그리고 수성의 하늘에서 해가 떴다가 지는 건 단순히 지구 일출 일몰의 slow motion 겸 확대(태양이 훨씬 더 가까이 있으니) 버전이 아닐 것이다.
해가 중천까지 좀 올라가더니만 도로 내려간다. 그런데 이대로 완전히 지는 것도 아니고 다시 뜬다. 게다가 수성의 공전 궤도의 특성상, 태양의 크기 자체도 멀어지면서 작아졌다가 다시 커지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아주 천천히 진행되니 굉장히 기괴한 모양이 될 것이다. 수성은 이 점에서 아주 특이한 행성이다.

다음으로 금성은.. 자전 방향이 역행이어서 해가 서쪽에서 뜬다. 자전 각속도에서 공전 각속도를 빼는 게 아니라 더해 주면 된다. 1/(1/243.02+1/224.70)의 역수는 약 116~117일.. 즉, 금성의 태양일은 각속도 버프를 받는 덕분에 자기 자전 주기의 절반으로 줄어들며, 수성의 태양일보다도 짧다.

금성의 하늘에서 태양의 움직임은 수성 같은 기괴한 변화 없이 지구 일출 일몰의 역주행 slow motion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너무 짙은 안개 때문에 실제 금성의 지표면에서는 태양 따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수성이나 금성의 공전 주기는 저 갈릴레이 시대에도 망원경 관측을 통해 일찌감치 알려져 있었다. 이 행성들의 복잡한 위상 변화가(커졌다 작아졌다, 초승달-보름달 등등) 천동설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니 지동설의 근거로도 제시될 정도였다. 그러나 자전 주기는 행성의 표면을 정밀히 관측해야 하기 때문에 알아내기 몹시 어려웠다.
무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수성은 1:1로 조석 고정되어 자전 주기도 공전 주기와 동일한 88일일 거라고 잘못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금성은 구름 때문에 완전 불명 오리무중 미스터리였고.. (하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금성은 마이애미 해변 같은 곳일 거라고 예상됐었다ㄲㄲㄲㄲ)

그래서 수성과 금성의 정확한 자전 주기는 1960년대에 전파 레이더가 발명된 뒤에야 알려졌다고 한다.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는 마치 지구 임의의 지점에서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렇게 엄청난 난이도의 차이가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6/09/15 08:35 2026/09/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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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난 “A 상황에서 이러이러한 걸 당했으니, 그럼 그와 반대인 B 상황에서는 반대로 내가 이러이러한 걸 할 수 있겠네? 그래야 공평하고 일관성 있지?”
이런 걸 매사에 진지하게 따지는 편이다. 각종 사회 시스템이나 심지어 신학에서도 말이다.

(1) 우리나라에서 핸들을 잡는 사람이라면 이 나라의 도로교통법이란 게 보행자에게 얼마나 미치도록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짜여 있는지를 알 것이다. 그러니 운전하는 동안 잠재적인 사고 유발자, 차 끌고 다니는 죄인 취급받으며 그렇게도 억압받고 몸 사렸으니..!! 내가 차에서 내린 보행자일 때는 반대로 그 권리를 막 행사한다. 차들을 보면서 절대로 쫄거나 몸을 사리지 않는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무조건 닥치고 왕이다. 내 모습을 운전자에게 충분히 드러내 보이고 손 들고서 건너겠다는 의사를 확 표시한 뒤부터는 일체의 망설임 없이 발을 도로로 들이민다.
갑자기 튀어나온 차 때문에 놀랐다면 확 인상 쓴다. 정지선 넘어서 멈춰선 차가 있으면 툭 치거나 신경질도 내 준다.

“닌 운전 그 따위로 했으면 신고 당해서 금융치료 먹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나쁜 마음 품은 보험사기범한테 잘못 걸렸으면 인생이 훨씬 더 꼬였을 수도 있다. 그냥 나같은 관대한 사람한테 쌍욕만 한번 먹고 넘어가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알았냐?” 이걸 각인시켜 준다.

(2) 난 혼잡한 전철에서 자리에 앉아 있고, 내 곁에 노인이 있더라도..
좀 냉정한 얘기지만 꼭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심의 가책(?)이나 다른 불편한 생각을 느끼지 않는다.

전철에는 이미 노약자석이 갖춰져 있고 그걸로 모자라서 웬 임산부 보호석까지 생겨 있다. 그렇잖아도 일반인이 앉을 자리가 너무 부족하다.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은 누구나 그 많은 전철들을 10원 한 장 안 내고 다 공짜로 탄다. 요즘 같은 물가에 그 정도면 이미 도 넘치게 보상과 예우를 받고 있는 거 아니냐?
그것도 모자라서 자리까지 양보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는다. 시내버스의 앞쪽 좌석이라면 모를까, 전철에서는 말이다.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 있다.

지금 안 그래도 사회가 험악해져서 어른들이 애들이 담배 피우는 걸 훈계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지경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전철 노약자석이 침범 당하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다. “네 은혜가 네게 족하다.”

(3) 교도소에 에어컨..??? 에어컨과 전기료가 너무 싸고 흔해빠져서 달동네 독거노인 쪽방촌 방구석까지 에어컨 찬바람이 숭숭 나오는 세상이 아닌 한, 절대로 추호도 달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교도소에서 열사병 걸려서 디지는 죄수가 전국에서 매주 몇십 명쯤, 농촌에서 땡볕에 밭일 하다가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어르신 비율만큼은 좀 나왔으면 좋겠다. 세금 아끼고 교도소 공간도 좀 확보하게 말이다.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사형 집행 좀 해야 하지 않겠냐? 차라리 교수대 사형을 집행하는 게 자비롭고 인권에 여러 모로 부합할 것이다.
잔인하다고? 그러면 교도소 공간이 부족해서 난리라고 징징대지를 마시든가!!

난 용형 같은 프로에서 "어느 범죄자가 잡혀서 죄값을 정당하게 치를 생각을 안 하고, 비열하게 ㅈㅅ이나 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런 놈들은 막 몰아붙여서 자살이라도 많이 해서 세금 아끼도록 나라에서 유도를 좀 했으면 좋겠다. 이 나라는 어차피 과학 수사가 충분히 발달했고, 누명 써서 억울하다고 누가 자살할 일은 없다시피하니.. 그런데 증거 충분하고 진짜 죽여야 할 놈에게 사형 선고와 집행은 안 한다. 저런 것들한테 들어가는 음식이 아깝고 산소가 아깝다.

나라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그 나라 구성원 개인이 생각이 이렇게 독해지고 모질어지는 것이다. 테이큰이나 아저씨나 모범택시 같은 장르는 앞으로 영원히 번창할 것이다.

2. 신앙 시스템에도 그런 논리와 일관성이 있음

이 다음부터는 성경/신학 얘기다.

(1) 성경의 하나님은 음행을 그렇게도 싫어하고 엄히 금지한다.
결혼을 한 게 아니라면 피임을 하더라도 관계하는 것 자체가 음행이고 죄악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결혼한 부부라면? 피임을 하건 말건, 그 어떤 방식으로 놀건 서로 동의만 했다면 모조리 다 부부 재량이고 합법이다.
(법적으로, 외형적으로 혼인신고나 예식을 못 했더라도, 어디서든 서로 정말 평생 책임지겠다고 맹세하고 결혼에 준하는 동거를 한 거라면 그것도 물론 OK)

난 아내하고 같이 자기 전 기도할 때 아내가 민망해할 정도의 직설적인 얘기도 막 대놓고 털어놓는다. 그걸 못 할 이유가 논리적으로 추호도 없다.

(2) 전에도 한번 말했었지만..
이 세상은 최초의 인간인 아담 부부가 하나님 명령을 어기고 불순종한 것, 사탄 마귀의 꼬임에 넘어간 것 때문에 이 정도로 동반 타락하고 망가졌다. 그래서 후손들도 이렇게 죽도록 고생하게 됐다.

그 정도라면 아예 하나님 자리를 대놓고 노렸던 정치범 사탄 마귀는..??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세상이 변형을 넘어 싹 멸망당했어야 마땅하다. 잡법과 내란 정치범 역적은 죄의 등급이 완전히 다르다.
간극이 없기는 뭐가 없냐..? 난 이 시나리오 없이 창세기 3장을 도대체 어떻게 문자적으로 설명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성경이 로마 제국 시절의 그 옛날부터.. 지금 우주 로켓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있는 현대까지 건너뛰고 예수님 재림을 예언할진대...
과거에 지질 시대와 지금 정도의 넘사벽 간극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논리적으로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3) 하나님이 이 세상에서 수많은 어린애 아기들이 피지 못하고 죽는 걸 허락하고 계신다. 각종 질병, 사고, 굶주림,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 선과 악을 판별할 능력이 전혀 없는 애들은 죽어서 무조건 다 천당 간다. 죄성이 있지만 죄에 대한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 그 애들의 사후 영원세계는 다 보장돼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 현실에서의 그런 비극적인 상황도 허락하시는 거다.
이 세상에서 유아세례를 받았건 뭐 성사를 받았건 그런 거 쥐뿔 하나도 상관 없다. 그래야 하나님의 성품과 맞는다.

나는 뭐 분당 ㅅㅁ 교회의 아프가니스탄 병신짓이나, 어디 교회 먹사가 돈이나 이성 관계 쪽으로 사고 쳐서 기독교계가 욕먹는 건..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건 걔네들 사정이니까.
세종대왕과 이 순신 장군이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죄를 지은 게 있을 수 있고, 죄 가운데 죽었다면 지옥 갈 수 있다. OK 그것도 교리적으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어린애들 아기가 원죄 때문에 몽땅 다 지옥 갔다고 말한다면 그런 교리는 못 받아들이고 그런 신은 못 믿었을 것이다. 특히 남에게 믿으라고 이렇게 블로그에다 글을 쓰고 당당하게 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주권이라는 명분으로 “신이 엿장수 마음대로 하기 나름”이 가능한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사람이 제각각 불공평한 환경에서 태어나거나 불공평한 방식으로 죽는 것이야 그럴 수 있는 영역이지만.. 사후세계가 아예 아무 기회도 없이 영원한 지옥불이라고..?? 이건 정말 아니다.

자, 그 “대신” 그 어린아이 아기들이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그런 특례구원이 적용되는 동안, 게임으로 치면 주인공 캐가 아직 깜빡거리면서 무적 상태인 동안은 부모로부터 절대적으로 의로 양육을 받아야 한다. 스스로 죄에 대한 책임능력이 생기는 때를 대비해야 한다.

단순히 애가 부모 욕심만큼의 학교 성적을 못 낸다고, 부모 마음에 안 든다고 감정적으로 패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도 넘게 사고 치고 부모 속이고 사회 질서에 반항하는 건 다리몽둥이 부러지게 패고 지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애 부모가 “니놈은 인간 안 되겠으니 그냥 이 애비랑 같이 한강 뛰어들어가서 죽자” 이런 마인드로라도 훈육해야 한다.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건 말건, 어디 법의 사각지대 한구석에서 흉악한 아동학대는 어차피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진짜 정당한 훈육을 틀어막으니 온 나라가 반대로 정신나간 진상 학부모와 금쪽이 촉법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것이다. 나라는 싹수가 노래지고 단단히 망조 들어 가고, 참교육 웹툰의 소재는 영원히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이상. 난 이런 식으로 알고리즘이 짜여 있다. 너무 계산적인 건가.. ㅋㅋㅋㅋㅋ

3. 먼저 확실한 큰 약속을 받은 걸 근거로, 작은 불확실한 것에 믿음을 행사함

아 그런데..!! 기독교 교리와 하나님의 성품은 저렇게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영역만 있는 게 아니다.
저렇게 영원과 관련되고 공리, 기초에 해당하는 부분은 명료한 반면, 일상적인 것, 일시적인 영역에서는 "직선에는 하나님이 없다" 이것도 고려해야 한다.

... "여전히 모든 것이 명료해야 한다는 직선의 믿음으로 달려가는 분이 있는가. 그가 믿는 하나님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닐지 모른다." (☞ 직선에는 하나님이 없습니다 링크)

굉장한 통찰이 담긴 글이군. 공감한다.
하나님은 의외로 MBTI T가 전혀 아닌 면모가 있다.
하나님께서 무슨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대를 위해 소는 좀 희생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이공계나 경영공학에서 말하는 최적화 전략에 따라서 일하시는 게 전혀 아니다.

무슨 자연과학 탐구하듯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해서 "하나님은 이런 분이고 매사에 반드시 저런 식으로 일하실 것이다~~ 요런 input을 넣었으면 저런 output이 즉시 튀어나올 것이다" 상관관계를 추론하고 예측하는 건 무의미하고 가능하지 않다. 그게 완전히 가능하다면 애초에 믿음이란 게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누가 죄 짓는다고 해서 무슨..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메모리 영역을 잘못 건드린 프로세스가 예외 날리고 강제 종료되듯이 바로 커트 당하는 게 아니다.
성경부터가 맨 처음 창세기에서 악인 카인이 벌받아 디져서 정의구현된 게 아니라, 오히려 선한 아벨이 먼저 살해당하는 걸로 시작한다. 그리고 욥기는 온통 하나님의 알 수 없는 면모에 대한 인간의 고뇌로 가득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신이 존재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고, 늘 하나님이 옳고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큰 은혜를 먼저 입어 있다. 궁극적으로는 악은 멸망하고 선이 승리한다.
큰 그림에서 하나님은 오래 참으면서 역사를 여전히 아주 여유롭게, 좀 시쳇말로 배짱장사에 가까울 정도로 너끈히 주관하고 계신다.

괜히 인간이 선행 노력이 아니라 믿음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게 시스템이 짜인 게 아니다. 이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면 답답해서 신앙생활 못 한다.
신자조차 당장 닥친 고난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어서 징징댈 때가 있는데 하물며 불신자는.. 뭐 "신이 존재한다면 왜 세상이 이러쿵저러쿵...하냐" 이런 불평불만 볼멘소리의 99.9%는 저걸 이해 못 하거나 공감하지 못해서 나오는 것이다. 진짜 그렇다.

세상에서는, 사회에서는 "월급부터 먼저 주면 그 다음에 일할게요"라든가 "서울대부터 입학시켜 주세요, 그 다음에 저도 공부 열심히 할게요" 이건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성경의 복음은 "구원부터 먼저 공짜로 거저 주세요. 즐기고 누린 다음에 성장해서 헌신하고 인내하고 내 십자가를 질게요"로, 순서가 반대이다!

신자는 앞으로 구원이 영원히 보장돼 있는다. 요한계시록 대환란 같은 것도 절대 겪지 않는다. 최소한 "나 정말 구원받았을까? 그건 죽어 봐야 알지"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스케일이 더 작은 환난이나, 하나님 뜻을 알 수 없는 것, 직선이 아니라 곡선인 하나님의 이끄심 정도는 믿음으로 버티고 시험도 감내한다. 이 큰 그림을 이해하시겠는가? 하나님은 인간에게서 심지 않은 걸 거두고 착취하는 갑질 악덕업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구원의 영원한 보장이 무슨 죄 마음껏 지으라는 라이선스인 것처럼 생각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말도 안 되는 발상인지!! (구원 말고도 잃을 게 얼마나 많은데) 탈북자가 재북송만 안 될 뿐 대한민국 교도소에서 무기징역이나 사형수로 사는 건 얼마나 비참하겠느냐 말이다.
저건 어린아기, 애들은 죽어도 무조건 다 천당 가니까 마음껏 학대하고 죽여도 되고 심지어 낙태도 해도 되겠네? 그거와 완전 동급의 생각일 뿐이다.

난 이렇게 명쾌한 신앙 논리를 깨우친 곳이 한킹이건 흠정역이건 어쨌든 킹 제임스 진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교리 노선을 지지한다. 말보회가 아무리 이단 소리를 듣건, 이 송오 목사가 말년에 얼마나 이상하게 흑화했건 그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것보다 더 깔끔하게 건전하고 성경의 법리를 문자 그대로 잘 풀이해 주는 진영이 있으면 고려하고 논쟁도 응할 의향이 있지만.. 그런 진영이 또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Posted by 사무엘

2026/09/10 08:35 2026/09/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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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가 더위에 슬슬 달궈져 가던 지난 6월 초에.. 본인은 뜻밖에도 일본을 관광이 아니라 직장 업무상 출장 명목으로 잠시 다녀올 일이 생겼다.

해외 고객을 만나서 거금이 오가는 영업이라도 하는 건 아니다. 먼 객지에 가서 기술 지원이나 코딩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분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국내외 업계 경영자, 엔지니어들의 친선 모임에 직장 대표로 가서 얼굴도장 찍고 밥 같이 먹고, 세미나에 참석해서 업계 동향 살피고 오는 게 미션이었다.

이런 모임이 정기적으로 있었다. 정작 일본에서 오는 사람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의 중간 지점을 고르다 보니 올해는 이 극동아시아 지역이 간택된 듯하다.

이런 데는 원래는 임원급의 높으신 분들이 대표로 다녀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자기 하는 일만 하기에도 많이 바쁘고, 이런 자리가 꼭 매번 꼬박꼬박 다녀올 필요까지는 없는 듯? 그래서 인맥과 경험 좀 쌓고 오라는 차원에서 본인이 출장을 다녀오게 됐다.

덕분에 본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본 본토, 혼슈 지역을 다녀오는 기회를 잡았다.
관광 여행 차원에서 일본의 중소도시를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혼슈, 그것도 수도인 도쿄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첫 이벤트가 됐다.

출장 일정은 첫 이틀이 전부이다. 거기에다 연차를 하루 써서 뒤에 붙였다. 여정을 하루 더 늘렸다.
다음으로 비용은.. 본인의 왕복 항공권과 출장 기간 동안의 숙박비· 체류 비용은 직장 지원이다. 거기에다 아내의 왕복 항공권과 하루 추가 체류 비용을 사비로 보탰다. 본인은 이렇게 준비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인천-나리타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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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김포 공항과 여의도의 모습이다. 채도를 좀 올리자 사진이 완전히 흑백처럼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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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시나가와 역 근처의 호텔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입국 후엔 나리타 공항 제2터미널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그리로 갔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바로 가는 리무진 버스도 있지만, 열차가 버스보다 더 저렴했다.
길다란 지하철 승강장에서 운행 노선과 계통이 완전히 다른 전동차들이 번갈아가며 드나드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도쿄에서는 예전의 소도시들과는 차원이 다른 일본 철도의 기상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도쿄 시나가와까지는 65분 정도 걸렸다. 꽤 장거리를 달리지만 이 열차는 중간에 치바와 도쿄밖에 정차하지 않았다. 차량은 폭이 꽤 커 보이는데 레일이 협궤인 것도 놀라웠다.
처음에는 차창 바깥 풍경이 온통 초록색 들판과 시골 마을뿐이었다. 하지만 도쿄와 가까워지자 그 풍경은 빽빽한 건물숲으로 바뀌었다. 시나가와 역에는 오후 3시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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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가와 프린스 호텔의 최상층 전망대에서 시나가와 역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고층 건물들이 끝없이 펼쳐졌고 저 멀리 도쿄 타워가 보였다. 이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역 밖으로 나오면서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사옥 간판도 봤다. 내가 일본의 대도시를 방문했다는 게 이제 좀 제대로 느껴졌다.

시나가와 역은 승강장이 15개나 되며(대한민국 구로 역이 9개).. 야마노테, 케이큐, 신칸센 등 온갖 유명 열차들이 몇 분 간격으로 수시로 마구 드나들었다. 오오오오~~!!
철도뿐만이 아니다. 여기는 하네다 공항과도 그리 멀지 않아서 하늘에서 비행기들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물론 김포-하네다는 인천-나리타보다 운임이 훨씬 더 비싸다.

본인은 첫째 날에는 비즈니스 미팅을 할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 뒤, 다음날엔 아침부터 낮까지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출장 임무를 수행했다.

그렇게 있는 동안 아내는 숙소에서 기다리거나, 혼자 도쿄 시내 구경도 잠깐 다녀왔다. 하지만 아내가 말하기를 자기는 중소도시가 좋지, 이런 대도시는 자기 스타일이 아니랜다.. 남편이 출장을 가니 따라갔을 뿐, 여기로 일부러 여행을 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하긴, 여기 도쿄에서는 일본 특유의 그 아케이드 상가를 보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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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당일, 호텔에서 나온 점심 도시락이었다. 생선살과 간장은 일식에 절대 빠지지 않는 듯..
이렇게 출장 공식 일정을 마치고 나니 오후에 시간이 조금 남았다. 숙소에서 출장 경과 등, 회사에 보고할 거리를 정리하니 금세 저녁 시간이 됐다.

사실은 약간 번아웃 상태가 돼서 낮잠도 많이 잤다. 이틀 동안 영어만 강제로 쓰면서 장시간 긴장해 있으니 멘탈이 쫙쫙 털리는 것 같았다. 아이고~~ 영어로 농담따먹기까지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참 부럽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관광을 막 오래 많이는 못 하고.. 마지막 날에 귀국 직전에 나리타 공항의 근처에 있는 항공 과학 박물관에나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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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이 끝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나가와 역 승강장을 둘러봤다. 나름 곡선 승강장이군.
여기서는 통근형 전동차뿐만 아니라 좌석형 전동차, 그리고 ITX 청춘 같은 2층 객차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신칸센을 제외하면 열차들이 다 협궤라는 거지..?? 협궤로 2층 객차까지 굴린다고?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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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과학 박물관은 나리타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대략 15분 만에 갈 수 있었다.
전시 공간은 건물 두 층 남짓에다 야외의 퇴역 비행기 10여 대였다. 이것만으로도 일본이 철도뿐만 아니라 항공도 선진국이고 과학 기술 강국인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현재 김포 공항 근처에 국립 항공 박물관이라는 게 생겨 운영 중이다. 그리고 경남 사천에도 규모가 더 큰 항공 우주 박물관이 있기는 한데... 거기는 너무 먼 게 흠.. 인천 공항 근처에는 뭐 좀 없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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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YS-11이라는 비행기가 1969년 말의 납북 사건으로만 너무 유명하지만.. 사실 이건 일본이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생산했던 여객기였다. 그러니 이 비행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겠다. 그 비행기가 딱 저런 모양과 크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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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에는 보잉 747의 객실 내부 세트는 물론, 동체 단면과 엔진 단면이 모두 실제 크기로 만들어져 있어서 놀라웠다. 그리고 일본답게 자기들이 과거에 직접 만들었던 제로센 전투기나 YS-11도 상세히 소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행기의 역사와 나리타 공항의 내부 구조도 잘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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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100년 전 비행기들은 복엽기가 주류였지.. 1차 세계 대전 시절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그리고 제트기라는 게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나 서서히 주류가 됐다는 걸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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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층과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나리타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침 flight radar 화면도 같이 띄워져 있어서 주변에 지금 당장 무슨 비행기가 있는지 정확하게 조회도 할 수 있었다. 하늘이 맑고 바람 많이 불고 날씨도 좋아서 바깥 구경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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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공항 안의 회전초밥 식당에서 마지막 일본 현지 식사를 했다.
이번 도쿄 여행은 정작 도쿄 번화가를 많이 돌아다닌 게 아니었고 100% 개인 여행도 아니었으니 여느 외국 여행과는 성격이 좀 달랐다.
그래도 어떤 계기로든 비행기 타고 어디로 떠난다는 건 늘 설레는 경험이다. 더구나 이번엔 중소도시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곳을 다니면서 일본의 또 다른 면모, 어쩌면 진면모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6/09/05 19:35 2026/09/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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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관광 (2026/1/14~16)

본인은 올해에 일본을 2박 3일 일정으로 두 번 다녀왔다.
한번은 연초에 가족 여행 명목으로 마츠야마(마쓰야마) 온천 료칸 관광을 다녀왔고, 그 다음으로 지난 6월에 직장 출장 명목으로 도쿄를 다녀왔다.

마츠야마는 본인이 재작년에 다녀왔던 타카마츠와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느낌이 아주 비슷했다. 다들 일본 남서부의 시코쿠 섬 지역이다.
타카마츠 공항에 우동 수도꼭지가 있다면, 마츠야마 공항에는 감귤 주스 수도꼭지가 있다. 실제로 마츠야마는 생선 도미와, 과일 귤이 유명하다고 한다. 남쪽 지방이어서 특산품이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한가 보다.

이로써 본인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자주 드나든 외국은 일본이 1위가 됐다. 블로그에다가는 이제야 소식을 전한다.;; 여기엔 먹방 사진, 료칸 내부와 마츠야마 성 모습 정도만 올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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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웬 북한 폰트를 보다니.. 입국하고 공항에서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광명/천리마인가 싶었는데 획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더 정확히는 평양 정보 센터에서 만든 명조/고직 계열인 것 같다. 저쪽 동네에서는 고딕을 고직이라고 표기하더라.

이 당시 마츠야마 공항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대해서 도고온센 역까지 데려다 주는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걸 유용하게 이용했다.
마츠야마는 1월에 밤 최저 기온도 10도 부근이어서 한국보다 훨씬 덜 추웠다. 긴팔에 외투가 필요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10월이나 3월의 봄· 가을 같은 날씨여서 활동하기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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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이 바로.. 유튜브 화면으로나 보던, 말로만 듣던 일본식 료칸 되시겠다(도고온센 야마토야 혼텐). 침대가 따로 없고 방이 아주 넓고 좋았다.
숙소 안에서 지낼 때는 '유카타'라고 불리는 일본식 잠옷을 입으며 지냈다. 딱 목욕 가운 같은 느낌이던데.. 그 목덜미 매듭을 좌우 중 어디가 위/아래로 가게 배치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잘못 배치하면 장례식 복장이 돼 버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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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 그 특유의 옛날 아날로그스러운 감성이 인상적이다. 한국이나 중국보다는 현금이 여전히 많이 쓰이는 것 같다.
  • 밥먹을 때 숟가락을 거의 안 쓰는 것 같다.
  • 음식이 맛있기는 한데, 양이 깨알같이 적고 크기가 작고.. 밑반찬이 없다시피하다.
  • 된장은 형태가 한국과 다르고(미소..), 초장 고추장 대신 간장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 계란과 간장 위주이고, 한국 같은 구운 김이나 김치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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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착 첫날 저녁, 그리고 이튿날의 숙소 조식이다.
서로 다른 식당에서 어떤 형태로든 도미와 계란이 들어간 백반정식(!!!)을 맛있게 먹었다.
김이나 김치는 물론이고 그 흔한 된장찌개, 제육, 보쌈 족발조차 완전 한식에 속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바다 건너 외국에 가면 그런 걸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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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성을 보러 가면서 마츠야마 시내를 구경했다.
여기는 지중화를 했는지, 일본의 시가지답지 않게 치렁치렁한 전깃줄이 없고 건물들 미관이 깔끔해 보인다.
과속방지턱 대신, 도로의 폭을 줄이고 선형을 구불구불하게 꼬아서 차의 주행 속도를 통제한 것도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인 것 같다.

위의 사진에서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일본은 횡단보도 신호등에 남은 숫자 초 카운트 표시가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도로의 중앙선이 일반 차선과 동일하게 흰색인 것도 꽤 생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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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성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의자 리프트를 타도 되고.. 체력과 시간이 되면 그냥 걸어서 올라가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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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에서 내리고도 한참을 더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성이 눈에 들어왔다.
똑같은 기와집에 옛날 전통 건물처럼 보여도.. 묘하게 한국 스타일이 아닌 게 느껴졌다.
색깔부터가 우리나라의 전통 건물은 기둥이나 벽면이 저렇게 검지 않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높이도.. 옛날 조선에는 2층을 초과하는 높은 건물이 없다시피했던 반면, 일본은 문화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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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성이 있는 언덕은 자체적인 높이가 해발 132m에 달한다. 그래서 여기서 시내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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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의 건물도 높이가 최대 4층 정도는 됐다. 내부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꼬인 구조인 게 마치 게임 던전 같은 느낌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를 논할 때 붓, 종(소리..), 용(동물)과 더불어 이런 성(건축물)도 아주 좋은 사례인데,
일본의 이런 성은 통상적인 한국· 중국 스타일보다는(긴 성벽에 더 중점), 서양 스타일(영주 저택)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하긴, 여기뿐만 아니라 타카마츠도 그때 직접 가 보지는 못했지만 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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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센 역 광장에는 시계탑이 하나 있는데, 이게 매시 정각에는 시계에서 봇짱 캐릭터 인형이 나와서 춤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일본은 무심하게 만들 수 있는 물건에 이런 깨알 감성을 잘 집어넣는 것 같다.

아 그래.. 예전에 타카마츠 시내에서는 구닥다리 시골 로컬 철도 스타일이지만 엄연히 표준궤인 고토히라 전철을 탔었다. 얘는 2량 1편성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용한 마츠야마 시내선 3호선은 좀 더 현대적인 1량짜리 노면전차/트램 스타일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궤간은 협궤.. 역사가 긴지 구형 차량과 신형 차량의 외형이 차이가 아주 컸다.

이상. 이 정도?? 여행을 마치고 무려 반 년이 지나서야 그때 추억을 다시 끄집어내 보니 재미있다.
다음에는 도쿄에 다녀온 이야기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6/09/02 08:35 2026/09/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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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오늘날의 인식 차이

※ 영어 공부

옛날(거의 조선시대나 쌍팔년도 급) 교육은 뭐 글자 하나 쓰는 것도 어지간한 스포츠나 무술마냥 영혼을 담고 인격을 수련하는 행위였다. 아니, 서예는 글자 쓰기 전에 먹을 가는 것부터가 경건한 인격 수련이었다. 필기구도 붓이고 그림 색칠 도구도 붓이니, 글자라는 게 유한한 심볼보다는 그림에 더 가까웠다. =_=;;

그 반면, 서양에서는 펜이 일찍부터 등장하고 글쓰기를 더 실용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영미권의 초등학교에서 애들한테 연필로 필기체 꼬부랑 날려쓰기로 dog, cat, pig 따위를 가르치면서도 교과서에 "글씨는 마음의 인격입니다. 글씨를 바르게 써 봅시다" Your handwriting reflects your moral personality. 이렇게 쓰여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영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수십 년 전 옛날엔 학교에서 긴 영어 문장이라도 하나 마주치면 "오냐 너 잘 만났다, 누가 이기나 보자!" 너는 to 부정사, "예의가(예정 의지 가정) 비뚜루" 밑줄 치고 뒤로 넘기고 구와 절이 어떻고 가주어 it은 무엇이고 3형식이니 4형식이니 어쩌구..

머릿속에 스택 메모리를 할당해서 단어를 차곡차곡 쌓았다가 번역할 때는 역순으로 pop하고.
어지간한 언어학자 급으로 영문법 용어와 IPA 기호를 논하고, 관련 영미권 문화에 대해서 잡학을 줄줄 논했었다. 딱~~ 성문 스타일..!!

이러니 뭔가 영어에 대해서 교양으로서 잡다하게 아는 건 겁나게 많은데, 정작 외국 사람이 와서 간단한 말이라도 걸면 곧바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영어를 오로지 학술적으로만 접근해서 읽기 쓰기에만 너무 치우치고, 말하기 듣기를 소홀히 하고 "실용성이나 스피디함"이 너무 떨어졌다. 이러니 공부 적성이 아닌 애들 사이에선 수포자뿐만 아니라 영포자도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놈의 읽기 쓰기라도 신속하게 째깍째깍 잘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오늘날의 영어 교육은 그런 게 많이 개선됐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너무 outdate된 사항들 말이다. shall이 완전히 고어가 돼 버렸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요즘은 It's I 라고만 해도 아재 소리 듣게 된 지 오래다. 한국에서 "변소, 자전차, 형무소, 그렇소~ 그러하오".. 같은 말을 쓰는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whom조차도 거의 사라져서(목적격도 그냥 who) 고어 사어 취급이라고 그러네.. 격세지감이다.

맥아더 장군 퇴역 연설, 케네디 대통령 연설, 킹 제임스 고린도전서 사랑장 어쩌구 하는 옛날 고전 명문(!!)들을 읽으며 성문 스타일로 영어 공부하는 거랑, 영화 테이큰의 사이다 대사를 줄줄 외우면서 현대적인 스타일로 영어 공부하는 건 느낌이 참 다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테이큰에서도 whom이 아니라 그냥 who였구나! 전기 고문 씬에서 "You sold my daughter? To who??" / "패트리스 상클레어.." 이런 대사가 있다. ㄲㄲㄲㄲㄲㄲ

※ 말과 약속, 의지드립

옛날에는 사내 대장부가 약속을 하나 했으면, 정말 목에 칼이 들어와도 고지식하게 무식하게 무조건 이행해야 했다.
빚을 졌는데 못 갚으면 진짜 자식 새끼를 팔든지, 지 장기를 꺼내서라도, 그 어떤 극단적인 짓을 해서라도 갚아야 했다.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이나 맹세는 애초에 절대 하지를 말았어야 했다. 우리나라 안 창호 선생도 그 약속 지키려고 나갔다가 체포당했던가..??

이러니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 문학에서도 '베니스의 상인' 같은 설정도 나올 수 있었다. 문학이 아닌 성경에서는 사사기에 입다의 딸, 여호수아기에서 기브온과의 어처구니없는 조약 같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영국도 뒤에서 국제적으로 치사한 짓 비열한 짓은 좀 했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놈의 '신사'로서 명예와 약속에는 진짜 진심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하도 인권 인권 하다 보니.. 처음에 전제부터 의도가 불순하고 반인륜적이었다 싶은 약속은 안 지켜도 되고, 사후에라도 무효 처리 가능한 쪽으로..
물론 전근대 시절에도 그런 예외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런 예외나 보호 장치가 더 강화됐다.

심지어 빚도 빚 갚을 능력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혹은 제대로 확인 안 하고 덥석 많이 빌려준 거라면 채권자한테도 책임이 있다(!!!!).. 법리가 역으로 그런 쪽으로도 적용되고 있다.
애초에 옛날에는 "무조건 이기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였던 게 오늘날은 "도저히 가망 없으면 포기하고 살아서라도 돌아와라"를 더 강조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초에는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조선 초기 "태정태세 문단세"에서 '문단세' 부분을 극적으로 조명한 영화가 하나 개봉해서 전대미문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흥행할 줄은, 더구나 25년쯤 전에 '라이터를 켜라' 만들었던 감독이 뒤늦게 이런 국민 영웅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세'는 집권 과정이 떳떳하지 못했고 주변에 피바람을 많이 일으켰지만, 권좌에 오른 후의 통치는 그나마 나쁘지 않게 했다고 여겨진다. 그 점에서 현대의 땅끄하고 포지션이 비슷한 것 같다. ㄲㄲㄲㄲㄲ)

그 영화 감독은 정말 겸손 소박하게, 자기 영화가 흥행 설마 1000만을 넘기면 성형을 하고 개명을 하고 무슨무슨 짓이라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다".;;;; 그래서 처음에 늘어놨던 극언 약속을 곧이곧대로 이행하는 건 에바=_=이니 다른 플랜 B라도 풀어서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보답하겠다느니 그런다.

뭐, 겨우 이런 립서비스를 갖고 그 감독이 무슨 법적으로 잘못했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건 아니다. 이게 무슨 그 감독이 비난받을 사항은 아니다.
허나, 제아무리 p가 거짓인 명제는 q에 무슨 내용이 나오든 무조건 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p가 참이 될 가능성이 0.001%라도 있다면 q에 들어가는 내용은 허세 부리지 말고 애초에 정말 신중하게 정했어야 했지 않나 싶다.

드라마 같은 것도.. 요즘은 완결을 안 짓고 어떻게든 여운을 남기고 다음 시즌 후속작 떡밥을 남기면서 종영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속편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그 떡밥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만들어지는 게 많다. 개인적인 바람은.. 그것도 어지간해서는 꼭 원래 계획했던 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하나 더.. 나라 간의 약속이야 뭐, 예나 지금이나 당연히 수틀리면 힘의 논리에 따라 언제든지 어겨도 되는 덕담일 뿐이었다. 국가 위로는 유의미한 통제 조직이 없으니 말이다.
맨날 "정의를 위해서 나섰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자국한테 이익이면서 덩달아 정의도 실현하는 것이면"이라는 단서가 생략된 표현일 뿐이니까.

이러니 2차 세계 대전 때만 해도 패전 추축국들이 완전히 잘근잘근 짓밟히지 않고 오히려 기사회생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자 정작 승전 연합국이 냉전 때문에 찢어졌으며, 공산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의 추축국도 이용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선과 악 구도가 절대적이지 않다. 오늘날 천조국조차도 세상의 모든 악의 무리들과 공평하게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건 절대 아니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08/29 19:35 2026/08/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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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작 활동 근황

1. 날개셋 한글 입력기 다음 버전

올해도 벌써 8월 하순이다. 이달 초쯤엔 17일 연속 열대야에 서울 시내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미친 무더위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는데 그래도 어째어째 다 넘겼다.
"낮 최고 기온이 33도밖에 안 된다니 다행! 감사!" 이런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똑같이 더워도 선 넘는 더위가 있고 그렇지 않은 더위도 있다는 걸 올여름에 몸으로 체험했다.

호박들도 폭우 한번 맞고 폭염에 오래 시달렸더니 지난번의 그 열매 4호 이후로 좀처럼 암꽃이 안 피고.. 기력이 다한 것 같다. 살아는 있지만 꽃과 잎이 예전처럼 큼직하지가 않고 그냥 연명만 하는 것 같다. ㅠㅠㅠ

뭐 그 와중에, 지난 7월 초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 11.0이 나왔다. 작업하고 싶은 건 태산인데 이룬 게 너무 없고 민망하고 송구해서 블로그에다가 홍보를 하지도 않았다.
프로그램 빌드 체계를 총체적으로 바꾼 것, ARM64를 정식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큰 변화이긴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릴리스 노트가 너무 썰렁하다. ㅠㅠ

너무 사소해서 노트에다 쓰지는 않았지만.. 날개셋 편집기에서 자잘하게 바뀐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지금까지 도구모음줄의 인쇄 아이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본 프린터에다가 문서 전체를 싹 인쇄시키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고, '인쇄...' Ctrl+P와 동일하게 인쇄 대화상자를 꺼내는 것으로 동작을 바꿨다.
  • 직전 버전부터는 열기/저장 대화상자에서 예전에 근래에 열었던 파일의 확장자까지 기억해서 목록에 띄우는 동작을 추가했는데.. 확장자 저장을 4글자 이하 길이까지만 했었다. 그걸 이번 버전에서는 6글자 이하로 완화했다.
  • 백업 파일(*.bak) 생성 옵션을 켠 상태에서 파일을 '새 이름으로 저장'하면.. 이전 이름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던 bak 파일은 삭제하도록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모든 UI를 통틀어서 '전각/반각'과 '전자/반자'가 뒤섞여 있던 것을 '-각'으로 통일했다. 반자는 그렇다 치지만 '전자'는 동음이의 한자어가 너무 많아서 혼동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단축글쇠 목록에서 가상 키코드 0x17을 '전각'이라고 별도로 표시하게 했다. '한영 / 한자'처럼 말이다.

이상. 요런 자잘한 변화도 있었다.
이번 11.0에서 ARM64 에디션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어느 사용자께서 서피스 개발장비를 후원해 주신 덕분이다. 도움말의 '감사의 글'에 당연히 소개해 넣었다. 이 기기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본인의 기존 노트북만으로 부족한 개발 환경을 잘 보조해 주고 있다. 아주 큰 도움이 된다.

  • 일단 ARM64 플랫폼에 대한 프로그램 빌드, 실행과 테스트가 가능함
  • 화면 해상도가 매우 높아서.. 150% 이상 고해상도 DPI 환경에 대한 프로그램 실행과 테스트가 원활히 가능함
  • 지금까지 말로만 들어 왔던 화면 멀티터치가 지원됨. 난 그림판에서 여러 손가락으로 선을 동시에 그리는 걸 이번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경했다.;;;

멀티터치 제스처를 문자 입력에다 접목하는 것도 차차 연구해야겠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개발 속도가 끔찍히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중단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ㅠㅠㅠ
11.0은 조용히 지나갔지만 또 다음 버전을 계획은 하고 있다. 타자연습도 마찬가지다.

2. 코딩 AI

2020년대에 chatGPT 이래로 대화 생성 AI라는 게 정말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전의 그 헛소리 허언이나 틱틱 늘어놓던 그 허접한 AI가 아니다. 몇 년 사이에 눈부시게 바뀌었다.

특히 하위 부류라 할 수 있는 코딩 AI는.. 구조를 다 알지 못하는 방대한 회사 제품 코드를 건드려서 버그를 잡고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의 생산성을 정말 획기적으로 바꿔 놨다.
이걸 회사에서도 쓰고 개인적으로도 당연히 사용한다. 내가 구조를 다 알고 있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소스를 던져 놓고 일부러 의도 파악이나 분석 명령을 내려 보면.. 이녀석이 꽤 그럴싸한 답을 해 준다.

코딩 작업을 전투에다 비유하자면.. CODEX 같은 코딩 AI는 포격이나 폭격 지원과 같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같고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일 같은데, 도대체 어디부터 살펴봐야 할지.. 로직이 어떻게 흐르는지..
초반에 방황하지 않고 작업 방향을 잡는 것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 작업 진행률을 0에서 40~50, 또는 30에서 70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특화돼 있다. 당연히 작업 시간을 줄이고 실수의 여지를 줄이고,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AI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으면 안 된다.
예전에 비해 품질이 훨씬 더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AI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럴싸해 보이게 제멋대로 횡설수설 늘어놓기"의 천재이다.
가정이 잘못된 질문에도 우문우답은 귀신같이 잘하지만, 가정부터 잘못됐다는 걸 찝어내는 건 여전히 약하다. 최종 검토와 판단은 여전히 노련한 인간 개발자가 해야 되더라.

거대한 화포와 폭격기가 화력 자체는 넘사벽이다. 하지만 길거리와 건물 안을 하나하나 뒤지면서 적군 잔당을 소탕하고 적진에다 아군 깃발 꽂고 점령하는 건 누구다? 미우나 고우나 소총 들고 다리로 뛰어다니는 인간 알보병들이다.
AI의 주특기는 적군이 우리 쪽으로 고개도 못 내밀도록 불벼락을 내려 주고 아군이 적진으로 안전하게 뛰어들도록 엄호하는 역할인 것 같다.;; 90 또는 95에서 100을 만드는 건 인간의 몫이다.

코딩 AI는 전문적인 정적 분석기나 리팩터링 툴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C++ 코드 정적 분석기가 얼마나 멍청한지를 내가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차라리 코딩 AI가 지적해 주는 게 신뢰도가 더 높아 보인다.
기계적이지만 실수가 들어가기 쉬운 리팩터링이라든가.. 핵심 라이브러리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받고 제품 코드에다 정합하는 거 정도는 AI가 곧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30년 전에는 인터넷 검색을 잘 하는 사람을 뽑는 "정보 사냥 대회"라는 게 있었다.;; 그게 지금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영역이 바뀐 듯하다.
이런 AI를 잘 활용하려면 무조건 영어를 써야 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언어 장벽이 없다는 것도 너무 신기하다.
한낱 기계도 이렇게 세계 만국어를 다 알아듣는데, 하물며 사람도 미래에 기독교 신앙대로 변화된다면 언어 장벽쯤은 다 없어지고 서로 다 알아듣게 되지 싶다.;;

AI 때문에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그렇게도 사람을 많이 줄였다고 전해진다. 대학교 컴공과의 입결도 곤두박질 쳤을 정도로..
그렇다면 지금까지 조직이 정말 엄청나게 비효율적으로 돌아갔다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마소, 메타, 구글에 들어갔다는 스펙이 무의미할 정도로 정말 글자판떼기 잉여 코딩만 하고 있었나..???
난 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을 어제나 지금이나 열심히 계속할 뿐이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어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203x년까지 제품에서 C++ 코드를 완전히 퇴출시키고 Rust로 대체하겠다고,
심지어 산더미 같은 기존 레거시 코드조차도 AI 동원해서 Rust로 다시 작성하겠다고 그러더라.
글쎄, 차라리 그 AI 기술로 지금 있는 C++ 코드에 있는 보안 결함이나 메모리 버그를 찾아보는 게 더 빠를 것 같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203x년까지 내연기관차를 몽땅 없애고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3. 내가 하고 싶은 것

(1) 이 세상에 없던 나만의 독특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창조한다
이건 뭐 내가 25년 넘게, 과반 평생 동안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일이다. 이걸로 까마득한 옛날부터 대회를 입상하고 대학을 가고 대학원 논문을 쓰고, 외국 사람과 소통하고 그래도 세상에 일말의 보탬이 되는 일을 했다.
한글이라는 문자가 있고 컴퓨터라는 기계가 있다면 그 사이에 반드시 있어야 할 프로그램..
어느 분야간 미친 장인정신 오덕력 잉여력을 자랑하는 일본 사람들이 한글 같은 문자를 썼다면 분명히 만들었을 프로그램. 이런 걸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

(2) 어떤 장르건 나만의 음악을 작곡
뭐,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면서 만들어 보라면 만들겠지만.. 내가 듣고도 내 스스로 감탄할 퀄리티는 돼야 남에게도 공개하지 않겠나. Looking for you의 10%는 돼야지..
아내에게서 발성 코치 받고 창작곡 코칭도 끄적끄적 받아보고 싶다. 컴터 프로그래머나 심지어 의사 등 탄탄한 자기 전공과 직업이 있으면서 취미로 하는 음악이 어지간한 전문가 급인 사람이 참 대단하고 부럽다.

(3) 책을 쓴다
지난 15년 동안 블로그에 쌓인 글들 중 일부를 정제-_-하고, 말투를 다듬어서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아주 약간이나마 있기는 하다. 만약 책을 쓰게 된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분야는 정말 뜬금없지만 신앙 쪽이다.
일반적인 신앙생활, 기독 변증, 원어-영어-한국어 간의 성경 번역 이슈 등등 카테고리를 나눠서 말이다. 할 말 많고 이미 해 놓은 말도 많긴 한데, 과연 언제가 될지.

(4) 유튜브 채널
저 컨텐츠를 책에다 쓰는 게 아니라 유튜브로 쏟아내는 건 어떨까 생각도 했는데..
영상 편집은 그것대로 너무너무 힘들고 시간 많이 걸리고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만약 계속 숫총각으로 지내고 있다면 한겨울에 강물 얼음 위에서 캠핑, 집중호우 때 강둑에서 캠핑 이런 것도 컨텐츠로 만들었지 싶다. ㄲㄲㄲ

뭐 그리고 가능하면 토익 900과 시속 200도 달성하고 싶은데..;; 아마 매우 어렵지 싶다.ㅠㅠㅠ
영어는 그놈의 듣기가 안 되고 독해가 느려서 900 근처까지는 온갖 발악을 해서 가능하지만, 넘기는 건 영 어렵더라.
스피드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08/25 19:35 2026/08/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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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력량, 전기료

전기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고 광속으로 흘러가 버리고, 축적된 양을 무게나 비주얼 같은 직관적인 방법으로 확인하기가 난감하다.
그래도 아주 대충 간략하게라도 전기 저장 매체들의 용량과 비용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1.5볼트 AA 건전지 하나: 약 3~4와트시
  • 3.7볼트, 20Ah(2만 밀리Ah)짜리 보조배터리: 약 70와트시
  • 내연기관 승용차용 12볼트, 70Ah 납 배터리: 700~800와트시 (단, 납 배터리의 특성상, 현실에서는 저 용량의 거의 절반 정도까지만 소모하고 어서 다시 충전해 주는 게 안전함)
  • 비슷한 배터리 전기 승용차의 리튬 이온 배터리: 대략 70~80킬로와트시

이와 관련하여 생각할 만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일반적인 스마트폰 한 대를 하루 종일 켜 놓기만 했을 때 사용하는 전력량은 10~40와트시 남짓이다.
그러니 스마트폰을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니라 건전지로 가동하려면 디지털 도어락에 들어가는 정도의 건전지(AA 사이즈 4개? 8개?)를 거의 매일 몽땅 갈아 줘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ㅎㄷㄷㄷㄷ 도어락은 거의 1년에 1번꼴로만 건전지를 갈면 된다는 걸 생각하면.. 전력 소모량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2) 전기차는 배터리가 통상적인 내연기관차 납배터리의 90~100배 용량을 자랑한다.;; 물론 그 대신 차 무게는 500kg, 30~40% 정도 더 나간다.
승용차라는 게 원래 사람이 최대 5명이 탈 수 있는 차다. 그런데 동일 차급의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만으로 사람 5명 이상의 무게를 더 먹고 시작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이 때문에 전기차는 단순히 엔진음 작고 조용하기만 한 게 아니다. 묵직하고 운전 특성이 내연기관차와 많이 다르다. 타이어나 서스펜션, 브레이크도 동급의 내연기관차보다 더 튼튼하고 더 비싼 걸 써야 한다. 디젤 차량이 동급의 휘발유 차량보다 더 무겁고 튼튼한 것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하다.

(3)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요금은 1000와트시(= 1 킬로와트시) 당 120~200원대이다.
뭐, 이 나라의 전기 요금 체계는 아주 복잡 다양하기 때문에 이렇게 단편적으로만 표현하기가 난감하다. 하지만 월 300킬로와트시 이내만 써서 누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일 저렴한 기본 단가만 산출하면 이렇다.

참고로 요즘 전기차 충전 요금도 1kWh 당 3~400원 돈이니 건물 전기와 크게 차이 나지 않거나 약간만 비싼 수준이다.
여기에다 저 전기차 배터리의 최대 용량을 곱해 보시라. 전기차는 움직이는 데 드는 비용이 기름값 대비 매우 저렴하다는 걸 숫자를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충전료가 갈수록 오르고 있으며, 전기차의 배터리 100% 충전 연비가 동급 기름차의 만땅 연비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것 역시 고려할 사항이지만 말이다.

2. 자동차의 배터리

내연기관이라는 건 처음에 시동을 걸 때 외력을 전해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에는 배터리 기반의 starter가 쓰이는데, 시동을 걸 때 생각보다 전기가 많이 든다.
키를 start로 돌리는 0.x초? 1.x초 남짓한 시간 동안 승용차 급이라도 1000W~3000W에 달하는 전기가 소모될 수 있다. 이걸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0.3에서 1와트시에 달한다.

시동이 잘 안 걸려서 수 초 이상 끼릭끼릭 거리고 있으면 그 시간 동안 저만 한 전기가 계속 빠져나간다.
이건 온갖 무거운 쇳덩어리 부하가 걸려 있는 차 엔진 크랭크를.. 시동 유지 가능한 최소 회전수 이상으로 돌려주는 만만찮은 작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동차용 납 배터리는 용량 대비 저렴하지만 매우 무겁고 충전 속도도 매우 느리다. (별로 커 보이지도 않는 저 상자가 15~20kg이나 한다니..)
게다가 방전 상태에서 오래 방치하면 그대로 변질돼서 더 충전 못 하고 완전히 못쓰게 돼 버리는 등 까탈스러운 특성도 적지 않다.

쟤는 천상 시동 걸 때 짧고 굵게 소모한 뒤에.. 오래 주행하면서 가늘고 길게 서서히 충전하는 것에만 특화돼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전자기기용 배터리처럼 써먹을 수가 없다.
그러니 이 배터리만 덩치를 키워서 실용적인 전기차를 만드는 건 곤란하다. 20세기 초에는 이런 배터리를 밑천으로 전기차를 만들었으니 곧 내연기관차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배터리 전기차가 고속버스와 대형 트레일러, 대통령 방탄차, 군용차(!!!), 건설기계, 모터스포츠(F1 머신!!)의 영역까지 진출 가능할까?
그게 안 되면 전기차는 그냥 내연기관차가 차지하던 파이의 일부만 분담하는 것에 머무르지 싶다.
배터리라는 게 사람이 들고 다니는 기기의 동력원으로는 적당하지만, 사람이 들어가고 타고 다니는 대형 기기의 동력원이 되기에는 크기와 무게, 충전 속도, 안전 문제 등이 걸리는 것 같다. 쉽게 말해 대형화가 어렵다.

몇몇 자동차나 소형 드론, 모터보트는 전기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대형 여객기나 심지어 전투기, 초대형 화물선, 유조선은 배터리 전기는커녕 천연가스나 수소 연료전지로도 요원하다. 에너지 저장 효율에 관한 한 액체 석유를 능가하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3. 배터리의 충전 가능성, 재활용 가능성

(1) 오늘날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보급되기 전에는 전기 자동차라든가, 심지어 잠수함에도 그 거대한 납-황산 배터리가 어쩔 수 없이 쓰였다고 한다. 물에 잠긴 채로 내연기관을 가동할 수는 없으니까.;;

이러니 옛날 2차 대전 시절의 잠수함은 평소에는 떠 다니다가 잠깐 잠수할 때만 마치 고스트나 레이쓰가 클로킹 쓰듯이 잠수를 해야 했을 것이고.. 잠수 중에는 기동성이 그야말로 극악으로 떨어졌을 것 같다. 어뢰를 몇 번 피하느라 급기동이라도 하고 나면 배터리가 다 방전됐을 것 같은데..

(2) 옛날에 아폴로 계획 때 15, 16, 17호에서는 잘 알다시피 월면차가 투입됐었다. 얘들도 공기가 없는 달 표면을 주행하니 동력원은 응당 전기였으며.. 구체적으로는 은-아연 전지가 쓰였다고 한다.
재충전 가능하지 않은 그냥 일차전지이다. 달에서 한 1주일 머물면서 월면차의 배터리를 충전해 가며 장거리 주행을 하는 건 계획에 없었으니 말이다.

전지의 성능은 전압 36V에 전류량 242Ah이었다고 한다. 이걸 곱하면 전력량이 9KWh에 약간 못 미친다. 공교롭게도 "지구 기름차 - 월면차 - 지구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얼추 등비수열을 형성한다.
그래도 달은 중력이 지구의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저 정도면 나쁘지 않고 충분한 용량이었던 것 같다.

(3) 배터리는 그 어떤 재료를 써서 만들든 공통적으로..
날씨가 너무 추우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계속 쓰다 보면 성능이 서서히 열화되고 충전 가능 용량이 줄어든다는 특성이 있다. 날씨로 인한 열화는 일시적이고 가역적이기라도 하지만, 노후화(?)로 인한 열화는 비가역적이다.

마치 한겨울에 수도꼭지를 약간이라도 틀어서 수도관을 얼지 않게 하는 것처럼.. (일부러 물 틀어서 드는 수도료 << 동파된 수도관의 복구 비용이어서;; )
배터리는 자기 전력을 소모해서라도 주변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키고 나서 사용하는 게 역설적으로 더 효율적일 수 있는 듯하다.

(4) 글쎄, 애초에 충전이 안 되는 전지를 다 써 버린 거나, 충전 용량이 현저히 떨어진 오래된 배터리나..
다들 간단한 방법으로 직접 충전은 못 하더라도 재료를 재활용할 수는 있다.
그 금속 재질을 화학적으로 녹이고 재가공해서 새 배터리/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건 단순 충전보다는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금속이란 게 견고한 물질이다 보니 재활용 효율이 타 재질의 쓰레기 대비 월등히 높다. 배터리 중에서는 자동차용 납 배터리가 그 효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관련 산업이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함께하며 완전히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오늘날 많이 쓰이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재활용 효율이 겨우 5%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납보다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문제의 해결이 절실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6/08/22 08:35 2026/08/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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