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건설되는 방식

※ 터널 건설

1. 개착식

보통 한 도시의 지하철의 첫 노선은 교통 수요가 많은 도심의 큰 도로를 따라 건설되는 게 정석입니다. 그래서 그 도로의 일부를 틀어막고 파내서 그 아래에다 콘크리트 상자를 넣어 길을 튼 뒤, 다시 도로를 복구합니다.

지하철을 처음 건설할 때는 이런 개착식이 여러 모로 쉽고 유리합니다. 건설 우선순위가 높은 노선인데다, 도로를 따라 만드니 건물에 영향 줄 일도 없습니다.
처음 만드는 노선이니까 이 방식으로 지상으로부터 좀 얕게 파도 되고, 건설 비용도 뒤의 터널식보다는 적게 듭니다. 물론 건설 기간 동안 지상 도로가 혼잡해지고 공사장의 소음 진동 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건설된 터널은 단면을 보면 사각형 모양이 됩니다.

2. 터널식

지상으로부터 개착식으로 top-down approach가 불가능한 모든 구간은 선택의 여지 없이 터널식으로 건설됩니다.

- 지상 도로가 너무 좁아, 길 틀어막고 땅 파헤치기 곤란할 때
- 이미 완공된 기존 지하철 노선보다 아래로 새로이 길을 내야 할 때 (두 노선을 개착식으로 동시에 건설하는 게 아니라)
- 기존 건물 아래로 지나야 할 때 (7호선 남성-숭실대입구, 고속터미널-내방)
- 언덕처럼 고도가 높은 지표면으로부터 엄청 깊이 건설해야 할 때 (8호선 산성)
- 하저터널은 당근! (5호선 마포-여의나루)
그러니 1기 지하철보다 깊고, 더 열악한 곳도 지나고, 더 구불구불하고 지상에 길이 없는 곳도 새로이 길을 내야 한 2기 지하철은 터널식으로 건설한 구간이 1기 지하철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터널식은 말 그대로 북한군 땅굴 파듯이 지하에서 드릴로 암반을 뚫으면서 전진하는 방식입니다. 건설 기간 동안 지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사가 더욱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작업 환경도 더 열악하죠.

이렇게 만들어진 터널은 드릴 모양대로 둥글게 됩니다. 커다란 타원 터널에 양 선로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좀더 건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콧구멍 같은 단선 쌍굴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터널식으로 건설된 구간에는 섬식 승강장이 등장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단선 쌍굴 모양 때문에 섬식이 되기도 하고, 애당초 개착식을 적용하지 못했을 정도로 지상 도로 폭이 좁아서 승강장 공간을 아끼기 위해 섬식을 선택한 경우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사례연구

개착식으로 도로를 파헤치며 건설된 서울 지하철 1호선은 동아일보 본사와 같은 주요 건물의 아래를 피해 가느라 종각-시청 구간에 극심한 커브가 생겨, 열차 운행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터널이 얕아서 주변 건물에 줄 수 있는 영향도 컸겠죠.

그러나 5호선은 2호선과 겹치는 강북 도심 구간에서 위아래로 지상의 길이 없는 곳도 꼬불꼬불 비집고 다닙니다. 덕분에 굴곡이 심하지만, 한편으로 깊고 터널식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건물 밑을 막 드나들 수 있습니다.

7호선 강남 구간은 고속터미널-내방, 남성-숭실대입구 구간이 길따라가 아니라 건물, 공원 밑을 관통합니다. 특히 자기 집 밑으로 지하철 공사가 진행된다고 하니까 관악 현대아파트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7호선 강남 구간 개통이 매우 지연되게 됐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역간거리가 2km를 넘는 상당한 거리인데, 중간에는 1호선 동묘앞처럼 지상에 역을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듭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2:08 2010/01/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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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는 이 맛에 탄다

KTX가 경부선의 시발역인 서울 역을 출발한 후, 시흥 역을 지나 경부 기존선을 벗어나서 고속신선 연결선(고속신선이 아님)에 진입하기까지 달리는 거리는 약 17.7km입니다.

그런데 동대구 역에서 대구, 지천 역을 거쳐서 고속신선 연결선까지의 거리도 무려 18.1km에 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전에 다 와서도 옥천 등 16.6km 가량은 기존선으로 달립니다. 서울 부근은 수도권 전철역이라도 있지, 동대구 역을 출발한 상행 KTX는 그런 것도 없이 기존선에서 시속 200이 채 안 되는 속도로 상당한 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이쪽 구간은 서울-대전 구간에 비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에 반해 대전 상행 방향은 대전 역을 벗어나서 3km가 채 되기 전에, 거의 대전 조차장 부근에서 이미 신선 연결선에 진입해 있습니다. 기존선 진입이 빠른 편이기 때문에 답답함이 없습니다. 고속도로 IC까지 5분이 채 안 걸리는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과, 고속도로 진입까지 한참을 가야 하는 대구 고속버스 터미널의 차이와도 같습니다.

그나저나 경부선과 호남선이 입체 교차로 갈라지고, 고속신선과 기존선이 갈라지는 대전 조차장 부근의 배선도는 구로 역 주변 배선도만큼이나 언젠가 내 손으로 직접 공부해서 그려 보고 싶습니다. 한국 철도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그야말로 핵심임이 틀림없습니다.

옛날에 KTX로 서울-부산 2시간 40분이라 할 때는 구간별 운행 시간을 다음과 같이 잡은 수치였습니다.
서울-대전 159.8km (고속신선 132.7km, 약 83%) 약 50분
대전-동대구 133.3km (고속신선 90.9km, 약 68%) 약 45분
동대구-부산 115.4km (고속신선 없음) 약 1시간 5분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다음으로 가장 빠르던 4시간 10분짜리 경부선 새마을호의 대전-서울 무정차 운행 시간이 거의 1시간 32분이었으니까 진짜 두 배 가까이 빨라진 셈입니다.

물론 요즘은 잦은 지연을 감안하여, 2시간 40분이던 것도 2시간 45분 정도로 다 현실화했습니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늦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열차 자체가 예전만치 속력을 많이 내면서 힘차게 달리질 않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좀 불만입니다.

특히 올 3월부터 지금까지 타 본 KTX들은 상하행 모두 천안아산 역 이북 구간에서, 아무 이유 없이 200대 이하로 속력을 팍 줄였다 가더군요. 더구나 시속 290으로 역을 통과한 후에도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공사라도 하고 있는 건지? 이 짓만 안 해도 최하 5분 이상 시간은 벌 것 같습니다.

대전-동대구는 서울-대전보다 30km 가까이 거리가 더 짧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비해 기존선에서 느리게 달리는 거리가 더 길기 때문에 서울-대전과 소요시간이 별 차이가 안 납니다. 현재 KTX가 끊김없이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 채 안 되는 셈입니다.

서울-부산을 경부선 기존선만으로 달리면 441.7km에 달하지만 KTX가 서울-부산을 달리는 거리는 408.5km 정도입니다. 신선이 직선화하면서 거리를 7.5% 정도 단축시킨 셈입니다.

대전-대구 구간은 산맥을 넘느라 경부선 기존선의 선형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기존선과 신선이 상당히 자주 교차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대전-서울 구간에서는 두 선로가 따로 평행하게 가는 구도이며, 일단 갈라진 후 맞은편 선로를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기존선이 신선과 거의 수직으로 교차도 여러 번 하는데, 이는 기존선이 이 구간에서 얼마나 꼬불꼬불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철도는 눈으로 풍경을 즐기기에 앞서 귀로 음향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서울 2기 지하철 전동차에는 음악소리 같은 구동음이 있습니다. 새마을호에는 디젤동차 특유의 엔진 소리와 화려한 안내방송/시종착 음악이 있습니다. KTX는 덜컹덜컹 하던 레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대신 KTX 객실에서만 나오는 바람 가르는 휘잉 소리 듣는 게 매력입니다.
(2007/8/19 23:40)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2:03 2010/01/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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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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