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받아들이는 입력 단위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먼저, 딱히 내부적인 메카니즘 없이 유니코드 문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반 문자'가 있어서 심지어 한글 자모도 그냥 일반 문자처럼 입력시킬 수 있다.
오토마타를 거쳐 조합되는 한글은 입력 단위 차원에서 세벌식과 두벌식으로 종류가 나뉘어 있다. 그래서 한 글자판 안에 세벌식 자모 글쇠와 두벌식 자모 글쇠가 따로 존재할 수 있다.

이 외에 한글 입력기 내부의 상태를 다양하게 바꾸는 특수글쇠가 존재하며, Bksp라든가 한자 키는 그런 특수글쇠의 일종으로 처리된다. 다만 Bksp는 한자 키와는 달리, 한글 입력기가 처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고 응용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때도 있기 때문에, 키 위치를 한글 입력기가 마음대로 옮길 수 없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흠좀무스럽게도 여러 자모를 한꺼번에 배당해서 중성과 종성을 한번에 입력한다든가, 심지어 지금 글자의 종성과 다음 글자의 초성을 한번에 입력할 수 있으며, 숫자 키패드처럼 '000'(UTF16 기준 최대 6바이트) 같은 문자열을 한 글쇠에 배당할 수도 있다. 이건 지난 5.65버전부터 가능해졌는데, 예전에는 그런 두세 글자를 한꺼번에 입력하려면 "<날개셋> 고급 입력기"의 사용자 정의 조합을 써야만 했었다.

이렇듯, 이 프로그램은 내부 구조가 대인배스러우며, 사용자 정의 가능성의 폭이 매우 크다.
그런데 '상태 전이'는 도대체 뭘 하는 놈일까?
이건 나름 무려 <날개셋> 한글 입력기 3.0 시절부터 있었던 기능이다. (2004년.. 그 엄청난 옛날!)
얘는 이름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오토마타의 내부 상태 번호를 지정된 코드값으로 바꿔 준다.

보통 오토마타 상태는 한글 자모를 입력하면서 그 입력값에 따라서 바뀌는 법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오토마타 상태만 바꿈으로써 그 이후의 한글 입력기의 동작 방식을 바꾸는 일종의 특수글쇠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상태 전이 글쇠는 한글을 조합하고 있는 중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0번 상태로 가게 해서 조합을 중단시키게 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해 상태 전이는 언제나 nonzero끼리만 가능하다.

가령, 평소에는 이어치기 방식으로 한글을 입력하다가 어쩌다가 가끔 모아치기나 무한 낱자 수정 같은 걸 일시적으로 쓰고 싶을 때, 두 방식의 오토마타를 모두 설계해 놓은 뒤 두 상태를 전환하는 기능을 배당하면 된다.
그 메카니즘은 다음과 같다.

초-중-종성 순서대로 들어온 입력만 허용하는 이어치기 오토마타는 다음과 같다. 수식을 해석하여 표로 나타낸 것이다.

현상태 비고
0 1 2 3  
1 1 2 3
2 0 2 3 중, 초중
3 0 0 3 중, 중종, 초중종, 초종

그 반면, 모아치기 오토마타는 다음과 같다.

현상태 비고
0 1 2 2  
1 1 3 3
2 3 2 2 중, 종, 중종
3 0 3 3 초중, 초중종, 초종

결국, 이어치기든 모아치기든 처음에 초성만 입력되었을 때는 공통으로 1번 상태이지만, 2번과 3번 상태는 각 성분이 입력된 상태가 서로 다를 수 있다.

두 오토마타를 합쳐야 하기 때문에, 서로 공유하는 한글 상태별로 오토마타 상태를 더 늘리도록 하겠다. 즉,

이어치기: 초 / 중,초중 / 종,중종,초중종,초종
모아치기: 초 / 중,종,중종 / 초중,초중종,초종

이었으니까 이들의 공통분모는

초 / 중 / 초중 / 종,중종 / 초중종,초종

으로 더욱 세분화할 수 있다. 중-중종과 초중종-초종만이 모아치기와 이어치기 모두에서 한 묶음으로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태 수만 늘린 채 모아치기 오토마타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현상태 비고
0 1 2 4  
1 1 3 5
2 3 2 4
3 0 3 5 초중
4 5 4 4 종, 중종
5 0 5 5 초중종, 초종

그리고 동일한 상태에 따라 이어치기 오토마타를 expand하되, 1~5라는 상태 번호에다가 10을 더하여 11~15를 만들면 다음과 같다.

현상태 비고
0 11 12 14  
11 11 13 15
12 0 12 14
13 0 13 15 초중
14 0 0 14 종, 중종
15 0 0 15 초중종, 초종

이 오토마타들을 한데 집어넣어 주면 이렇게 된다.

0 → A ? 1 : B ? 2 : C ? 4 : 0
1 → A ? 1 : B ? 3 : C ? 5 : 0
2 → A ? 3 : B ? 2 : C ? 4 : 0
3 → B ? 3 : C ? 5 : 0
4 → A ? 5 : B|C ? 4 : 0
5 → B|C ? 5 : 0
11 → A ? 11 : B ? 13 : 15
12 → B ? 12 : C ? 14 : 0
13 → B ? 13 : C ? 15 : 0
14 → C ? 14 : 0
15 → C ? 15 : 0

그리고 적당한 글쇠에다가 다음 수식을 넣어 준다.

C1|T+(T>=10 ? -10 : 10)

C1은 '상태 전이'를 나타내는 접두사이다. T는 오토마타 상태 번호를 나타내는데, 이게 10보다 큰 상태이면 10을 빼 주고, 그렇지 않으면 10을 더한다. 따라서 1 ↔ 11, 13 ↔ 3 같은 오토마타 상태를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초성과 중성만 입력된 상태의 모아치기 상태(3) 혹은 이어치기 상태(13)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오토마타를 짜면, 기본적으로 모아치기가 시작하는데 상태 전이를 해 주면 이어치기가 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0번 상태에 대한 수식을 A ? 1 : B ? 2 : C ? 4 : 0 대신, A ? 11 : B ? 12 : C ? 14 : 0 로 지정해서 이어치기 상태로 먼저 가게 하면, 기본적으로 이어치기인데 상태 전이를 해 주면 잠깐 모아치기가 되게 할 수도 있다.

즉, ㅏ를 입력했는데 평소 같으면 초성 ㄱ을 누르면 ㅏㄱ가 따로 갈라져 버릴 것이다. 이때 상태 전이 키를 잠시 누르면, 그 상태에서 '아'나 '악'을 어느 순서대로든 입력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상태 전이 기능은 바로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글자판을 바꿀 때와는 달리, 한글 조합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오랜만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레어템 테크닉에 대한 글을 썼는데 전달이 잘 됐으려나 모르겠다.
주어진 유한한 요소만 고침으로써 컴퓨터에서 한글을 내가 원하는 어떤 창의적인 형태로든 다룰 수 있게 하고, 그 과정에서 세벌식 글자판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개발 목적이다.

IME도 개발돼 있긴 하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대표 프로그램은 역시 편집기라는 전용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윈도우 95 스타일의 기본 GUI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소박한 프로그램이지만 이 작은 에디터가 본인에게는 마치 내 정신의 고향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9/21 08:28 2011/09/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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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날개셋> 한글 입력기 6.2가 공개된 때와 아주 비슷한 타이밍에, 그리스도 예수안에 출판사에서는 영어 킹 제임스 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한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의 ‘KJV 출간 400주년 기념판’을 내놓았다. 버전으로 치면 5판이다. 4판이 나온 지 3년 만의 일이다.

2~4판 사이에서도(특히 3판에서) 한국어 문장에 revision과 breaking change가 적지 않았지만, 2011년은 아주 특별한 해이지 않던가. 영국에서 KJV 출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미국은 의회가 아예 KJV가 미국에 남긴 공적을 기리는 성명서를 냈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엄청난 공을 들여서 번역을 다시 가다듬었다.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좀 더 영어 직역에 가까워졌다.

성경이 무슨 컴퓨터 프로그램도 아닌데, 본문을 자꾸 패치한다고 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모두 시간과 돈이 들고, 번거롭고 귀찮고 골치아프다. 성경은 모름지기 권위가 담긴 텍스트여야 하는데 명분이야 어떻든 자꾸 바뀌어 버리면, 그럼 예전 판은 무슨 신세가 되는지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요즘 컴퓨터 프로그램이 보안 업데이트를 귀찮더라도 자꾸 해 줘야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걸 왜 꼭 해야 하며,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프로그램 개발자는 너무 자세히 알려 줄 수 없다. (당연히, 모방범죄 같은 안 좋은 파급효과 때문)

성경 번역자도 이와 비슷한 처지인지라, 성도들에게서 안 좋은 소리와 심지어 오해까지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명감 때문에 이런 개정을 하는 것이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에 법인까지 만들면서 킹 제임스 성경을 번역하고 이를 교계에 가장 먼저 알린 단체는 대한 항공 조종사 출신의 모 목사가 설립한 ㅁㅂㅎ라는 곳이다.
이들은 교리도 그럭저럭 건전한 편이었으나, 초창기에 세상 교회를 상대로 appeal을 굉장히 잘못하는 바람에 이곳과 더불어 킹 제임스 성경은 한국 교회에서 이상한 이단으로 완전히 낙인찍혀 버렸다. 그게 1990년대 중후반의 흑역사이다.

진리를 정말 성령 충만한 애끓는 사랑으로 호소하며 전해도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이 태반이며 열매가 맺힐까말까인데, 그걸 육신의 깡을 동원한 온갖 과격· 극단적인 표현으로 밀어붙였으니 튕겨나오는 역효과는 100배이다. 뭐, 나라도 겪었을 시행착오이니 ㅁㅂㅎ를 그렇게 욕할 생각은 없다.

둘 다 잘못했다. 비록 ㅁㅂㅎ도 잘못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성경이 역본마다 다르고 변개· 삭제된 말씀이 있다고 해도 아무 경각심도 안 느끼고 최소한의 진실 규명도 안 하는 사람들 역시, 크리스천의 자질이 굉장히 의심되는 부류가 아닐 수 없다! 교회 다니고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 성경의 영감성과 무오성, 보존에 대해서는 불신자 내지 개독안티와 동일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요즘 굉장히 많다.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자신의 신앙의 정체성과 근간이 뭔지 난 정말 궁금하다. 겨우 그런 허술한 근간으로 예수쟁이 행세하고 교회 댕기기에는, 기독교계가 요즘 저지르는 병크가 너무 많고 예수쟁이들보다 인격적으로 훌륭한 불신자들도 너무 많으며 반기독교 정서는 너무 팽배해 있지 않은가?

아무튼,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킹 제임스 성경 진영은 안 그래도 소수이던 것이 n갈래로 더욱 소수로 쪼개지는 비극을 겪었다. 이때 모 공대 교수가 다시 동지들을 모아서 ㅁㅂㅎ의 <한글 킹제임스 성경>과는 별개로 성경 번역을 시작하였고, 그래서 나온 것이 <킹제임스 흠정역>이다. 초판이 나온 게 2000년 여름인데,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이 태어난 시기와 비슷하다.

성경 번역이란 건 자금과 지지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치성도 띠고 있다. 본인은 그래서 우리나라 KJV 진영의 양상을, 우리나라 근현대사에다 비유해 보곤 했다.

일제의 갑작스러운 패망 이후 우리나라는 온갖 정치 집단과 이념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고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 이처럼 한국 교계도 개역성경의 권위가 무너져 내리고 ㅁㅂㅎ 진영까지 분열된 후, 어중이떠중이가 다 KJV를 번역하겠다고 나서면서 난장판이 되었다.
(단, 그렇다고 해서 개역성경이 일제 같은 존재는 절대 아니다. 오해 말길!)

이때 흠정역의 주 번역자는, 우리나라의 독립 운동가 겸 정치인으로 치면, 이 승만 같은 일을 해냈다. 당연히 긍정적인 면에서 말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를 간단히 설명하겠다.

일제 강점기 때 국내의 독립 운동가들이 무력 투쟁 정도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반면, 이 승만은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국제 사회의 냉정한 현실을 직시했고, 당대의 강대국이던 미국을 일본이 아닌 한국의 친구로 만들려 애썼다. 그리고 당대의 여타 민족 지도자들과는 달리, 공산주의의 해악을 완전히 간파하고,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이념이 지켜지는 국가를 한반도에다 세우고 정부를 수립했다. 이북처럼 자기 지지자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개막장 독재 국가를 세우지 않았다!

그것처럼 흠정역의 주 번역자 역시, 명색이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공대 교수이다. 객관성과 정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분야에서 학문 하는 훈련을 한 사람이다. 그는 성경 번역자라는 소영웅주의에 도취해 자신을 드러내고 appeal한 게 아니라, ㅁㅂㅎ로 인해 치명적으로 실추된 KJV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 성경이, 성경 오타쿠들이나 자기 교리 노선· 자기 진영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보는 성경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기존 성경의 컨벤션을 존중하고, 교리적으로 튀는 번역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이거 정말 대인배적인 마인드이지 않은가? 난 그 의도가 존경스럽다.

기존 개신교회들이 변개된 성경을 쓰고 잘못된 관행을 저지른다고 비판하고 까기만 하는 건 쉽다. 나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KJV를 읽게 하려고 노력한 끝에, 자기 출판사를 기성 기독교 인터넷 서점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과연 KJV 교계의 이 승만 같은 사람의 업적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지금까지 어느 KJV 진영도 한국 기독교회에 KJV를 이런 방식으로 알리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잘한 건 티가 별로 안 나는 반면 못하면 바로 티가 나고 온갖 괴담과 비방, 오해가 나돌기 딱 좋은 분야이다. 이 승만이 악의적인 세력들에 의해 부관참시 당해 온 것만큼이나 저 번역자도 성경 번역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이단 소리 듣고, 반대편 진영으로부터 욕도 얻어먹고 험한 꼴 꽤 많이 봤다. 평범하게 자기 연구만 계속하면 돈도 훨씬 더 많이 벌고 교수로 아주 편하게 잘 살았을 텐데, 지금까지 인생의 어마어마하게 많은 부분을 성경 하나 때문에 희생한 것이다.

어쨌든 여러 모로 유사점이 보인다. 본인은 이런 식으로 비교한 글을 예전에 모 기독교 커뮤니티에다 올린 적이 있다. 당사자더러 보라고 쓴 글은 아니었지만, 어째 정보가 퍼져 나갔는지 그분의 사모님께서 그 글을 보고는 본인에게 따로 연락을 주셨다. “우리 쪽에서 직접 말하기 민망한 심정을 잘 이해하고 대변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이다.
뭐, 그래도 이 승만을 그저 증오하는 사람들은 그 글을 보고도 불편해하더라. ㅋㅋㅋㅋㅋ

그에 반해, 흠정역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간 모 진영이 있다. 예수스 크리스토스, 파울로, 밥티스마 같은 말을 일일이 만들면서 완전히 자기네 진영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번역을 만들었다. 기존 개신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여타 KJV 진영과도 일체의 교제를 끊고는, 자기 말고는 전부 배도하고 타락했다고 거의 사람 취급을 안 한다. 내가 보기에는 덜 배운 친구들이 이 승만이 친일 공화국 만들었다고 욕하는 것과 쎄임쎄임이다. 머리에 든 게 부족하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보인다.

양 진영이 맺은 열매는 난 이렇게 비유하겠다.

http://www.keepbible.com/bbs/board.html?board_table=notice&write_id=81
그분은 채팅과 교제를 통해 많은 추종자를 얻었지만 저(흠정역 진영)는 성경과 교회들과 성도들을 얻었습니다.

http://systemclub.net/bbs/zb4pl5/zboard.php?id=new_jee&no=2563
김 구는 아들에게 유언장을 남겼지만, 이 승만은 국민에게 대한민국과 주권을 남겨주었다

이게 바로 하나님께서 자신의 일꾼을 쓰신 수준의 차이이다! 킵바이블 사이트의 글과, 시스템클럽의 글을 이런 식으로 비교해서 종합한 사람은 지금까지 나밖에 없지 싶다. ㅋㅋ

말이 길어졌다. 이런 이유로 인해 본인은 그리스도 예수안에 킹제임스 흠정역 진영을 지지하며, 이 성경을 쓰는 교회에 다니고 있다. 흠정역이라는 이 우리말 성경은 만만하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킹 제임스 성경 진영을 국내에 이 정도로 정착시키기까지 성도들의 무수한 노력과 헌신, 기도가 있었다. 부디 KJV에 대한 근거 없는 이단 낭설이 하루빨리 불식되고, 이 땅에 바른 성경과 바른 교리가 굳게 서고 이를 전파하는 지역 교회들이 많이 세워지길 바랄 뿐이다.

(흠정역 홍보 동영상 클릭)

Posted by 사무엘

2011/09/19 08:13 2011/09/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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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자뻑

자, 철도의 날(9월 18일)도 다가오고 하니 오늘은 오랜만에 철도 중증 자뻑을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여느 철덕들과는 달리, 나의 철덕질의 근간은... 오로지 새마을호 + Looking for you 음악이다.
새마을호 같은 열차에서 Looking for you 같은 음악을 몇 차례 듣더니 영안이 열리고 철도 성령이 강림하면서 나는 별천지 인생이 시작되었다. 정말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체험을 했다..

기독교는 나의 종교가 아니다. 어차피 예수님의 복음은 인간이 창시한 다른 이념이나 종교 따위와 비할 바가 아닌 레벨이니까 제끼고, 철도가 나의 종교이다. 그것도 은사주의 성향이 무척 강한 종교이다. ㅋㅋㅋㅋ

뭐, 요즘 다른 데서 말하는 소위 은사주의 집회에서 방언이 터지고 신유의 은사가 생겼다는 건 전부 악령의 미혹이므로 그런 데에 넘어가지 마시길. -_-;; 그런 걸 쫓아다니느니,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가 보증하는 훨씬 더 확실하고 더욱 건전한 철도 성령을 여러분도 받아 보는 게 어떨까? 라면교, FSM(날으는 스파게티 괴물)교 그딴 건 집어치우고 철도교에 입문하게 된 것을 본인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올해가 킹 제임스 성경 출간 400주년이라고 해서 미국 의회에서는 KJV의 공로를 치하하는 결의안을 내놓았고 영국에서는 <세상을 바꿔 놓은 책>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나왔다.
그것처럼 Looking for you에 대해서는 <인생을 바꿔 놓은 음악>이라는 다큐라도 나와야 할 판이다. 각종 음대 교수들과 철도청 관계자의 인터뷰가 나오면서 말이다.
난 이 음악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듣는 감흥이 하나도 차이가 없다.

철도는 지금까지 축적되어 있던 나의 육신의 광기와 똘끼를 한꺼번에 발산하는 통로가 되었다. 이 철도가 나의 역사, 지리, 음악, 과학, 공학 등의 학문을 바라보는 안목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교회 친구들에게, KJV 진영에 있는 형제님들에게, 직장 동료에게, 대학원 친구들에게, 그리고 인터넷 상으로 알고 지내는 비슷한 업종 프로그래머들에게..
만나는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철도 얘기를 떠벌렸다.
그리고 그들은 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ㄲㄲㄲㄲㄲㄲㄲ
<세상에 이런 일이>나 <화성인 바이러스> 제보감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제보 할 테면 해라. 남이 뭐라 하든 그 누구도 새마을호의 추억을 내게서 뺏을 수 없다. ㅋㅋㅋ 마치 크리스천이 구원을 잃을 수 없듯이 말이다.

하루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모 자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별안간 물었다.
Q1. “형제님, 철도가 ‘그렇게’ 좋으세요? (저는 Looking for you 들어 봐도 별 감흥이 없던데 ㄲㄲ)”
나의 반응은 I'm glad you asked 였다.
진짜 너무 좋으며 철도는 그렇게 좋아할 가치가 있으니, 너도 나이가 될 때 내일로 티켓 여행 어서 가라고 얘기해 줬다. ㄲㄲㄲㄲㄲㄲ 그 자매도 언젠가는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 그래도 Looking for you를 스스로 찾아서 들어는 본 모양인데, 나로서는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노릇이다.

또 다른 친구가 물었다.
Q2. “형제님은 왜 철도 대학에 안 가셨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Looking for you를 듣기 한참 전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부터 먼저 만들어 버려서, 그걸 육성을 해야 해서 그렇다. ㅋㅋㅋㅋㅋㅋ
철도가 좋긴 하지만 Looking for you 악보 만드는 것보다는 세벌식 한글 입력기를 개발하는 게 현실적으로 국가와 민족에 더 보탬이 되고 내 앞날에도 더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_- 취미와 직업의 분리.

그런데 난 교회에서 청년부 회장 맡고 있고, 예배 전 준비 찬송을 인도하고, 각종 신앙 서적을 번역하고 심지어 거리 설교도 하고 성경 번역과 교정에까지 관여하는 등, 교회일을 할 거 다 하면서 철도 덕질도 '덩달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철도에 대해서 아무도 터치를 안(못) 한다. 내가 교회도 안 다녔으면 주말마다 무슨 짓을 하고 있었겠는가? -_-

다음은 본인의 주요 철덕질 일지이다. 병특 기간이 본인의 덕력을 크게 끌어올린 기간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겠다.

2003년
-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절연 구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됨(대표적으로 남영-서울역)
- 서울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의 전동차 구동음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것을 알게 됨. VVVF라는 단어를 이때 처음으로 접했다.
- 그뿐만이 아니라 지하철은 상행과 하행별로 열차 도착 경보음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됨.
- 새마을호는 시종착역에서 아주 감미로운 음악이 나온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됨.

2004년
- 뒷조사를 통해 새마을호 음악의 정체를(Looking for you) 알게 되었으며, 이 곡을 들을 준비를 하고 새마을호 탑승을 시작했다. 이때 현장에서 철도 성령을 체험하고, 그 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철도 박물관에 첫 방문.
- 전동차의 가속 구동음을 들으면 머릿속에 오선지와 악보가 그려지는 경지에 도달.

2005년
- 대학 졸업을 앞두고 Looking for you의 멜로디 부분을 모두 채보했다.
- 서울 지하철 7호선에는 5· 6호선과는 달리 두 종류의 차량이 다닌다는 것을 7호선 라인으로 병특 회사 출퇴근을 시작한 지 2주일 남짓 만에 알아챘다.
- 한창 <미래 철도 DB>, <Dream railroad>, <영동선 511>, <I love train> 같은 웹사이트 및 개인 블로그들을 무섭게 독파하기 시작. 신문물이 쏟아졌다.
- 서적: <한국 철도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절판된 책을 어렵게 득템

2006년
- 본격적으로 서울 지하철의 여러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 도철 구간의 지하철역들은 역명판이 ▶ 모양인 것은 상대식 승강장이고 〉 모양인 건 섬식 승강장이라는 걸 관찰을 통해 터득했다.
-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전광판 글씨체가 건대입구 이북과 그 이남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됨.
- 새마을호의 운행 종료 후 Looking for you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세 차례에 걸쳐 녹화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현재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함.
- 6월 24~25일, 혼자 강원도 정선선 답사 여행을 가서 사진을 포함해 많은 덕력을 키우고 옴.
- 지하철 노선도에서 착안한 성경 노선도를 만듦..

참고로 2006년에 본인은 철도 덕력만 증가한 게 아니었다. 그 해 초에 최초로 거리 설교를 시작했으며, <음란한 성경은 가라>라는 글을 저술하는 등, 영적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2007년
- Looking for you의 저음 코드 부분과 타악기 비트까지 채보를 마쳐서 얼추 원곡과 비슷한 느낌을 미디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 당시 미개통역이던 지하철 5호선 마곡 역을 답사하여 사진을 남기고, 특히 움직이는 전동차 안에서 불 꺼진 어두운 마곡 역 승강장을 기적적으로 바르게 촬영하는 데 성공.
-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내일로 티켓 여행을 가서 경부선 대구-부산, 강원도 등지에서 천혜의 경치를 사진으로 남겼다. 당시 이건 최초로 시행된 제도였고, 본인은 참가 가능한 마지막 연령대였다.
- 네이버 철도 동호회 <바이트레인>의 송년 모임에서 <새마을호의 추억>이라는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했다. 열화와 같은 호응을 얻고 감사장도 받았다.

2008년
- 경부선과 경인선의 3복선· 2복선 구간의 배선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드디어 모두 통달.
- 6월 20일, 병특 만료를 앞두고 마곡 역이 드디어 개통했다. 개통일 전날은 방화 역 일대의 모 PC방에서 밤샘을 한 뒤, 5시 반 첫 차에 탑승. 새벽 5시 38분에, 마치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의 심정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여인의 심정으로 마곡 역 승강장에 1등으로 발을 디뎠다. 만세!
- 새마을호+Looking for you를 의미하는 smlooking4u라는 본인의 새로운 ID를 제정하고, Saemaul과 철자· 발음이 비슷한 영어 닉 Samuel을 공표했다.
- 서적: <철도 박물관 도록> 득템

나는 내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와 더불어 지독한 철도 덕후였다고 역사에 기록되길 원한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9/17 08:16 2011/09/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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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6.3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따끈한 새 버전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만세 ㄲㄲ)
본인의 사정으로 인해, 6.2가 나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6.21도 아니고 이례적으로 6.3이 나오게 됐다. 원래는 10월쯤에 내놓으려고 했는데.

그 대신 이게 올해의 마지막 버전업이 되지 싶다.
이번 학기를 마친 뒤엔 드디어 종합 시험(논자시;;)을 봐야 하고, 또 이번에 듣는 과목은 지난 학기의 과목과는 달리, 국어학 배경이 빈약한 본인에게는 만만찮은 것들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개발부터 좀 마무리를 짓고 나서 그런 일들에 전념하고자 한다.

6.3은 +0.1 이상에 해당하는 기능 추가와 개선이 충분히 이뤄졌다.
외부 모듈이 TSF 환경에서 옛한글 같은 2글자 이상의 조합을 표현할 때 조합이 끊어지던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고,
한글 표현 체계와 에디팅 엔진이 크게 바뀌었던 직전 버전에만 자잘하게 존재하던 여러 버그들도 잡았다. 편집기의 경우 화면 잔상이 남던 것부터 시작해 심하면 프로그램이 죽던 문제까지도 있었다. 더 구체적인 내역은 모방 범죄 예방을 위해 알리지 않겠다. ㄲㄲ

정 재민 님께서 보내 주신 글꼴 데이터를 반영하였으며, 유용한 텍스트 필터도 세 종류나 추가했다.
- 호환용 영역의 한자를 본디 형태로 바꾸는 필터 (정 재민 님 제안)
- 본문 중의 수식을 계산하고 숫자의 경우 진법을 싹 바꿔 주는 필터
- 패턴 치환 필터. 이건 프로그램 설치해서 도움말을 읽어 보기 바란다. 일괄 치환과 더불어 아주 유용한 기능으로, 이걸 쓰면 칼럼 단위의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엑셀 같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쓸 일이 크게 줄어든다. <날개셋> 편집기는 키매크로나 칼럼 블록 기능을 제공하지 않지만, 대체 기능을 텍스트 필터의 형태로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6.3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Bksp 키를 다루는 체계를 싹 바꿨다는 점.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1.0 시절부터 Bksp에 여타 한글 입력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수한 기능들을 제공해 왔다. 즉,

- Bksp와 Shift+Bksp의 용도를 구분하고,
- 조합 여부와 상관없이 한글을 낱자나 글자 단위 중 원하는 형태로 얼마든지 지울 수 있다.
- 그리고 한글이든 비한글이든 지금 글자가 다 지워진 후 그 앞에 또 한글이 있으면 그 한글에 달라붙어서 조합 상태가 재연된다. 앞 글자도 seamless하게 계속 낱자 단위로 지우거나 고치거나 빠진 낱자의 추가 입력이 가능하다.
- 게다가 이걸로도 모자라서, 두벌식 글자판의 경우 도깨비불 현상까지 고려해서 이전 상태를 복원해 준다. 일명 역도깨비불인데,

안해 → 않 (≠ 안해 → 안ㅎ → 안)
보끼 → 볶 (≠ 보ㄲ → 보ㄱ)

같은 동작도 지원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후 10여 년 뒤, 6.3 버전에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간판 기능으로 손색이 없는 이 기능을 지정하는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바뀌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크린샷을 보면, 예전에 Bksp 동작 방식에 있던 서너 개의 체크 옵션이, 자주 쓰는 predefined configuration을 바로 가져오는 콤보 상자로 대체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세한 설정은 말 그대로 '자세히' 버튼을 눌러서 나타나는 별도의 대화상자에서 해야 한다.

스크린샷에서 알 수 있듯, Bksp와 Bksp, 그리고 한글을 조합 중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각 상황별로 한글을 무슨 순서대로 지울 것이며 이 글자가 다 지워졌을 때 앞의 한글에 달라붙을지를 일일이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 예전 버전에서는 기능 자체만 제공되었지 이 정도로 세밀한 설정은 가능하지 않았다.

또한 두벌식 역도깨비불 재현도 별도의 옵션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두벌식 자판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냥 달라붙기 기능만 쓰지, 역도깨비불까지 원하지는 않는 사용자라면 해당 옵션을 끄면 된다. 이런 취사선택도 예전 버전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다.

과거의 3.0부터는 자그마한 옵션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입력 순서와 상관없이 하위 낱자부터 한 타씩 지우는 옵션이 그것이다.
ㅇ+ㅜ+ㅣ+ㄴ 순으로 입력했든 ㅇ+ㅜ+ㄴ+ㅣ 내지 ㅜ+ㅇ+ㅣ+ㄴ 순으로 입력했든, '윈'은 무조건 종성부터 역순으로 지워서 위-우-ㅇ이 되게 하는 기능인데, 이것이 바로 위의 스크린샷에서는 '최하위 낱자의 직전 한 타'이다. 이런 차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동일한 글자를 여러 가지 순서로 입력할 수 있는 모아치기가 가능한 세벌식 체계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에 덧붙여 이 새 버전에서는 '최하위 낱자 전체'라는 옵션도 추가됐다. 말 그대로 낱자 단위로 한꺼번에 지워 버리는 옵션으로, 아무리 복잡한 한글이라도 초· 중· 종성이 모두 갖춰져 있다면 세 타 만에 다 지워진다. '윈'을 지울 때 '위' 다음에 '우'를 안 거치고 바로 'ㅇ'이 된다는 뜻. 사실, PC용이 아닌 휴대전화용 한글 입력기의 Backspace는 다들 이런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내부적인 구현 오버헤드는 최하위 낱자를 따지는 방식이, 고전적인 '직전에 입력된 한 타'보다 더 크다.

이쪽 기능을 대대적으로 손을 좀 봐야겠다고 거의 6.0 개발 초창기 시절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해내게 되어 무척 기쁘다. 진작부터 지원돼야 했을 기능들이다.
물론, 주변 글자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없고 write-only만 가능한 TSF B급 이하 환경에서는 '달라붙음' 같은 기능은 전혀 쓸 수 없고, '조합 상태가 아닌 한글을 지우는 단위' 역시 오로지 글자 전체 단위로 제약을 받게 된다.

기능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내부 구조도 제법 바뀌었다. 하지만 더 합리적으로 바뀌었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 3.0 버전 이래로 Bksp 키는 입력 스키마가 '낱자 단위 지우기' 아니면 '글자 단위 지우기'라는 특수글쇠를 생성하는 형태로 내부적으로 처리되었다. 그리고 전자와 후자를 Bksp와 Shift+Bksp에다 각각 대응시킬지, 아니면 반대로 Shift+Bksp와 Bksp에다 대응시킬지를 '입력 스키마'의 옵션으로 지정 가능했다. 그게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입력 스키마는 Bksp일 때 Bksp1, 그리고 Shift+Bksp일 때 Bksp2라고 언제나 고정적인 특수글쇠만을 생성한다. 이런 특수글쇠는 1부터 4까지 현재 네 종류가 예약되어 있는데, 이들 자체에는 어떤 특정 동작 방식이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각 특수글쇠의 해석은 전적으로 그 아래의 '문자 생성기'만이 담당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저 'Bksp 동작 방식' 옵션인 것이다.

그리고 그 추상적인 Bksp와는 별개로, 특정 방식대로 한글 낱자를 지워 주는 특수글쇠가 또 존재한다. 즉, 진짜배기 Bksp는 입력기의 옵션이 어떻게 지정됐냐에 따라서 낱자/글자 단위로 지우고 필요하다면 달라붙기나 역도깨비불까지 제공하는 반면, 그냥 낱자 단위, 입력 역순, 글자 전체(위의 스크린샷에 있는 네 옵션 중 하나) 삭제라는 고정불변 단편적인 Bksp 기능도 임의의 글쇠에다가 특수글쇠의 형태로 배당해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아시는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는 0x10과 0x11에 '뒷글자 삭제'라고 해서 Del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특수글쇠가 이미 있다. 그것처럼 Bksp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네 가지 특수글쇠도 일관성 차원에서 추가된다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이들 특수글쇠는, 편집 환경만 지원된다면(TSF A급 같은), 이미 완성된 한글도 물론 낱자 단위로 자기 방식대로 지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라면, 이미 완성된 글자는 건드리지 못한다. 사실 Bksp 키 자체가, 한글 입력기가 조종하는 것과 에디터 응용 프로그램이 조종하는 것이 공존하는 체계이다. 완성된 글자는 한글 입력기가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이 지워 주며, 응용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진짜' Bksp 키가 들어왔을 때만 그런 동작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시스템 개편을 했는데, 솔직히 내가 생각했지만 내가 봐도 너무 멋있다..;; 이 맛에 프로그래밍 하는 거다.
이것저것 생각해 놓은 게 많아서 당분간은 새 버전의 Readme엔 '※ 한글 입력 체계' 카테고리가 쭉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글 입력기 본분에 충실한 기능이 계속 강화되고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6.3 버전은 6.2와 API가 완전히 호환된다.
다음 버전은 내년 초에 6.5 정도가 목표이다. 버그 없이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가능하면 0.0x대로 내려가지는 말고 버전을 쑥쑥 크게 올려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9/14 08:29 2011/09/1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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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에 재미 붙이다

1. 운전에 재미 붙이다

자동차는 마치 내 신체의 일부라도 된 듯, 가속 페달만 밟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쓰윽 나아가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신기하고 대단한 물건이 아닐수 없다.

단지 사고가 났다 하면 온갖 험한 꼴 보면서 정말 인생에 애로사항이 알록달록 꽃피게 되며, 더구나 그게 나만 잘한다고 100% 예방 가능한 게 아니어서 문제일 뿐.. -_-;;
또한 돈 씀씀이의 레벨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올라간다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BMW(버스, 지하철, 도보)만 이용하던 시절엔 기름값, 주차비, 운전자 보험 같은 개념을 생각할 일 자체가 없지 않았던가.

도로 정체, 기름값, 주차라는 3대 난제를 생각하면 차를 가져가는 데 부담이 느껴지나,
날씨가 안 좋고 시간이 늦어질수록 귀가할 때 차 생각은 더욱 간절해진다.
심야에는 대중교통은 차가 뜸해지고 이용하기 어려워지며, 반대로 도로는 더욱 한산해지니 자가용의 경쟁력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심야 총알 택시가 있긴 하지만 이때는 역시 재정의 압박이.. -_-;;

본인은 엄청난 옛날, 아직 철덕이 되기도 전이던 2003년 초에 면허를 땄다.
하지만 무려 2011년이 돼서야,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차를 몬 것보다 더욱 운전을 많이 했다.
대학원생이다 보니 이런 블랙코미디가 문득 떠오르더라.
이게 박사 학위를 따는 때(먼허)와 교수 되는 때의 간극(자가용 장만&운전)처럼 되는 건 아닌지. -_-;;;
그때까진 그럼 학위도 장롱 학위나 마찬가지인 건가. ㄲㄲㄲㄲㄲ

처음에는 차들이 쌩쌩 들어가는 도로로 들어가는 게 겁나기도 했고, 차선 바꾸거나 주차하는 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모든 게 생소하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하고 나니까 진짜 '감'이 온다. 어려울 것 하나도 없다. 악기를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정도 배짱도 생기고, 나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앞차를 경적 누르면서 갈구기도 하는 경지에 올랐다.

도로가 한산한 밤에 혼자 차 몰고 나들이 갔다 오면서 운전 알파테스트를 하다가 이내 남까지 태워다 주게 됐다. 차키를 쥐고 있으니 정말 절대권력을 쥔 느낌이었다.
비록 지금은 내가 전철을 타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차를 갖고 나갈 수도 있는 상태에서 일부러 전철을 타는 것하고, 차가 아예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전철을 타는 것은 마음 상태가 서로 완전히 다르다.

차가 좋아서 한적한 도로에 차 세워 놓고 안에서 혼자 그냥 자기도-_-;;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마치 텐트 치고 야영 온 느낌이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도로 정체가 없기 때문에 운전하기엔 최적. 교회에는 차를 가져가는 빈도가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운전하니까 좋다.

일각에서는, 자가용 운전에 재미 붙임으로써 본인의 철덕 기질도 상대적으로 한풀 꺾일 거라고 벌써부터 기대하는 분이 있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아직까지는 과연 글쎄다.
내가 운전하면서 맨날 뭘 듣는지를 지켜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ㅋㅋㅋㅋㅋ

내가 교회를 안 다녔으면, 차가 있으면 주말마다 일단 서울 교외선과 중앙선의 간이역 답사부터 하러 돌아다녔지 싶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타입이 아니고, 등산도 싫어하고, 혼자서 프로그래밍도 안 하면 그럼 뭘 하겠는가?
아무튼, 부모님이 물려주신 목숨과 자동차는 하나뿐이다. 둘 다 안 아프고 간수 잘 하는 게 효도하는 길 되겠다. ^^

2. 관련 잡설들

- 산업 혁명 시절에 다른 분야도 그랬지만, 자동차 역시 기존 마차 업계들로부터 밥그릇 빼앗는다고 미움을 많이 받았다. 그런 데다 교통사고까지 빈번하니까 영국이던가 미국이던가? 20세기 초에 쟤네들의 로비 덕분에 말도 안 되는 조항이 만들어지기도 했던 걸 아시는지? 사고 예방을 위해 자동차는 시속 10km대의 속도로만 가도록 하고, 앞에서 조수가 빨간 깃발을 흔들면서 비키라고 경고하라고..;; 자동차를 완전 고자로 만들어서 굴리는 거구만.. -_-

- 198, 90년대에는 유난히도 환경과 관련된 섬뜩한 괴담이 많이 나돌고 캠페인도 많이 벌어졌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지금도 비록 서울 공기가 그리 맑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십 년 동안 그렇게도 많은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는데도 반세기 전의 영국 같은 스모그가 안 생기고 시민들이 전부 호흡기에 병 걸리고 죽지 않는 걸 보면 정부와 기업에서 환경 정화를 위해서 지금까지 노력을 많이 하긴 했다. 시꺼먼 매연을 뿜는 시내버스들은 거의 다 천연가스 엔진으로 바뀌고, 자동차 회사들도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기술을 공돌이들을 갈아넣어서 충분히 개발했다.

(얼마 전엔, 지난 2003년에 단종된 현대 갤로퍼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걸 본 적이 있었다.별로 크지도 않은 차에서 나오는 시꺼먼 매연을 보니, 갤로퍼가 환경 기준을 만족 못 하고 왜 진작에 단종됐는지를 알 것 같았다.)

- 컴퓨터 프로그래밍 세계에 memory leak가 있다면, 자동차에는 battery leak가 있다. 시동이 꺼졌는데 실내등, 계기판의 각종 불빛 따위가 켜져 있는 채로 차가 장시간 방치되면, 그 다음에 그 차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동을 걸 수가 없어진다. -_-;; 옆에 다른 차가 있고 배터리 연결이라도 가능하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영락없이 보험사 콜.. -_- 자동차에도 battery leak을 감지하거나 시동 가능을 위한 최소 전력까지만 전기 사용을 허용하는 그런 장치는 없으려나 모르겠다.

- 그런데, 시동을 켜서 발전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능사는 아닌 것이, 에어컨과 헤드라이트는 오늘날의 자동차에도 상당히 무리를 주긴 하는가 보다. 특히 둘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여름 밤의 운전은 정말 최악이라고...;; 시동을 걸고 차를 주행하고 있더라도 발전량이 전력 소비량을 못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에어컨은 주기적으로 껐다가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시동이 꺼지면서 동작이 자동으로 멈추는 전자 기기라 하더라도, 미리 그걸 스위치를 눌러서 직접 끈 뒤에 시동을 끄는 게 여러 모로 차에 좋다고 한다. 에어컨은 두말 할 나위도 없고.

- 옛날에는 축전지가 들어가는 물건 자체가 자동차, 노트북 컴퓨터, 워크맨 외에는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랬는데 1990년대 말부터 휴대전화부터 시작해서 온갖 전자 기기들이 보급되면서 이 구도도 바뀌었다. 자동차의 부품으로는 '밧데리'라는 말도 많이 쓰였는데, 오늘날은 확실하게 배터리라고 표현이 바뀐 것 같다.

- 어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은 외래어의 원형 그대로 축약을 잘 안 한다.
일본은 play station도 그냥 '프레스테'라고 줄이고, shock absorber를 '쇼바'라고, 텔레비전을 '테레비'라고 뚝뚝 편한 대로 잘 줄이는데,
한국은 도이칠란트 대신 그냥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대신 호주, 에스컬레이터 대신 E/S, 텔레비전 대신 그냥 TV, 남캘리포니아 대신 남가주 등 영어 이니셜이나 차라리 한자어를 쓰고 마는가 보다.
자동차 용어 중에서도 조금만 생각하면 이런 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9/12 08:29 2011/09/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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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선 구일 역의 역사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있는 구일 역은 구로 역에서 분기한 경인선 철도가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역이다.
이 역은 1995년에 개통되어 경인선 2복선화 공사 과정의 복잡한 사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특이한 역이다.
다만, 경인선에는 구일보다도 나중에 생긴 역도 있다. 2001년에 개통한 도화 역이 막내이며, 이게 아마 경인선 최후의 신설역으로 남을 것이다. 경인선은 이제 전구간이 거의 지하철 수준으로 역이 많아져 있기 때문에.

구일 역은 위치부터가 심하게 특이하다. 역이 잘 알다시피 안양천을 건너는 철교 위에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신대방, 구로디지털단지, 대림 3개역이야 도림천을 따라 복개 고가로 건설되어 물위에 역이 있다지만, 강을 수직으로 횡단하면서 그 길목에 역이 있는 경우는 구일 역이 유일하다. 그 위치가 개봉과 구로의 정중앙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호선의 경우, 아무리 선상역이라고 해도 구일 역처럼 선로 아래로 강물이 출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 -_-;;)

경인선 자체가 처음부터 복선으로 건설된 철도가 아니고 1965년에야 복선화가 된 만큼, 안양천 철교 역시 단선 교량이 새로 놓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두 교량 사이에 공간이 넉넉했는지, 구일 역은 처음에 섬식 승강장으로 만들어졌다. 기존 선로에 신설되는 역이 섬식 승강장인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마치 섬식 승강장을 확장하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개통 당시에 구일 역의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를 선로, ■를 승강장이라고 생각하라.

인천 방면(서쪽)
..┃■┃..
서울 방면(동쪽)

그런데 이것만 있었느냐? 그렇지 않았다. 구일 역이 생기던 시점에는 이미 경인선의 2복선 선로가 딱 개봉 역 직전까지 진행되어 있었다. 서울-구로는 3복선까지 생겼고 말이다. 즉 실제 선로는

인천 방면(서쪽)
│┃■┃│
서울 방면(동쪽)

로, 양 옆에 또다른 복선 선로가 있었다. 2복선 공사를 왜 해야 했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구로 이북의 경부선 서울 시내 구간은 선로별 복복선이 되어 새로운 전동차 선로가 기존 선로의 최북단에 깔려서 ┃┃││처럼 된 반면, 경인선은 방향별 복복선이 되어 새로운 선로가 남쪽과 북쪽에 하나씩 추가된 것이다.
경부선이 경인선처럼 일관성 있게 방향별 복복선이 되지 못한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선로를 그렇게 추가할 부지가 없어서라고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더구나 남쪽에는 일반열차 선로까지 이미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선로별 복복선이던 선로가 방향별 복복선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한 선로가 다른 선로를 필연적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입체 교차로가 생겼다. 특히 인천 방면 선로는 인접한 경부선 선로를 모두 타넘고 남쪽 끝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고가 위로 붕 떠 있었으며, 이는 안양천을 건너는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구일 역의 인천 방면 신규 선로는 다른 세 선로보다 높이가 높다.

경인선의 2복선 신규 선로가 개봉까지만 있던 시절에는 철도청에서 오늘날 경인선 급행 전동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영등포-주안 반복 열차라는 열차를 운행했다. 구일 이북부터는 그냥 다시 기존 복선 선로를 이용해서 달리고 영등포-구일까지만 신선으로 다니는 그런 열차였다. 경인선 완행 전동차의 일부 선로 용량을 빼내서 거기다 투입시켰던 것 같다. 지금은 영등포-광명 셔틀 전동차가 있지만, 그때는 영등포 역이 그런 부류의 전동차의 시종착 취급도 했다는 게 신기하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경인선도 그렇고 경부선 구로 이북도 그렇고, 전동차 선로는 지금의 급행 전동차가 다니는 선로가 먼저 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완행 전동차는 지금의 급행 전동차 선로로 다녔다. 그래서 경인선 전동차는 구일 역에 그대로 정차했으며, 그 반면 바깥쪽 선로를 다니던 '영등포-주안 반복 열차'는 아직 승강장이 없었기 때문에 구일 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구일 역을 통과한다는 점만 빼면 영등포-주안 열차의 정차역은 다른 경인선 전동차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했다. 아직은 2복선 구간 자체가 너무 짧았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1999년, 경인선 2복선이 부평까지 개통했다. 이제 철도청은 새로운 전동차의 운행 계통을 기존 완행의 계통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했다. 영등포-주안 반복 열차를 없애고, 더 북쪽인 용산에서 출발하되 남쪽으로는 주안이 아니라 2복선이 존재하는 부평까지만 가고, 별도의 선로에서 정차역 수도 줄인 열차를 도입했다. 그때 철도청은 이 열차를 '직통열차'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코레일 민영화 후에야 용어가 급행으로 바로잡힌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으니, 바로 이때부터 내선과 외선의 용도가 바뀌었다. 기존 완행은 새로 추가된 외선으로 들어가고, 급행이 기존 내선으로 들어가서 이 관행이 오늘날까지 이른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물론, 일반열차가 내선을 쓰고 전동차가 외선을 쓰는 경부선처럼, 경인선도 빠른 열차가 내선을 이용하게 일관성 있게 바꾼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용산에서 먼저 회차하는 급행 전동차를 내선에다 배치함으로써, 청량리와 의정부 방면으로 가는 1호선 풀코스 전동차와의 평면 교차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은 게 어차피 서울 시내 구간은 방향별 복복선도 아니고 선로별 복복선이다. 게다가 노량진부터는 일반열차의 선로가 남쪽에 있다가 북쪽으로 꽈배기굴을 통해 위치를 바꾼다. 경부선 3복선 공사와 관련된 더 복잡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까지는 본인은 아직 잘 모르겠으며, 이에 대한 설명이 있는 자료도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다.

이렇게 내선과 외선이 교환됨으로써 구일 역 1층의 중앙 섬식 승강장은 완행이 아닌 급행 전동차가 지나가게 되었고, 구일 역은 급행 무정차 통과역이 되었다. 따라서 그 승강장은 잉여로 전락했다.;;
그 대신 외선에 승강장이 설치되어 완행 전동차는 거기에 정차하게 되었다.

■│┃□┃│■

결과적으로 구일 역은 섬식 승강장의 양 옆에 승강장이 하나씩 더 설치됨으로써 쌍상대식 승강장 형태가 되었는데, 특별히 인천 방면 승강장은 위에 따로 단선 승강장처럼 설치된 특이한 형태가 되었다.

이 글이 이해가 잘 안 되시더라도 구글에서 구일 역 승강장 사진을 찾아 보거나, 이 글을 프린트해서 구일 역을 답사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참고로 구일 역은 출입구가 동쪽 서울 방면에 하나만 있다. 그래서 강 건너 부천 방면에서 구일 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건너편까지 가서 우회를 좀 해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9/10 08:17 2011/09/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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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되고 그에 맞춰 인터넷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예전에는 로컬 환경이 아니면 불가능하던 일이 웹에서 곧장 가능해져 왔다. 웹에서 바로 사용하더라도 ActiveX를 깔아야 해서 플랫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고 어차피 로컬에서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던 기능도, 이제는 그조차도 필요 없어진 것이다.

본인은 웹 프로그래밍은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오늘날 존재하는 기술 계층을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다.

Level 3: 웹 표준만으로 다 커버되는 기능을 일컫는다. 기기와 CPU를 불문하고 표준을 준수하는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이므로 가장 보편적이고 깨끗하다. 비록, Level 1,2만치 빠른 성능이나 세세한 컴퓨터 조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는 있으나 그 한계는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위지윅 웹 에디터조차 이 계층으로 내려왔으니까.

Level 2: 플래시 정도의 별도 컴포넌트는 써야 하는 기능이다. 플래시는 워낙 너무 유명해서 사실상 표준으로 정형화해 있긴 하다만, 이 계층의 미들웨어도 일종의 노다지 시장인지라, 잘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의 Silverlight가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동영상은 flv 덕분에 현재 Level 2가 대세로 정착하였으나, HTML5의 등장 덕분에 Level 3로 내려가는 게 점쳐지고 있다. 그래도 옛날에는 동영상조차도 Level 1이었다.
리눅스나 아이폰에서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플래시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등, 몇몇 잡음과 애로사항이 존재하기도 한다.

Level 1: 여전히 어떤 형태로든 운영체제 내지 특정 컴퓨터 아키텍처에 종속적인 네이티브 코드의 도움을 브라우저 외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능이다. 시스템 훅킹을 써야 하는 키보드 해킹 방지 툴이라든가, 레지스트리를 검사하는 프로그램 업데이트 관리자 등. 사용자의 컴퓨터가 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사양인지 체크하는 기능을 웹으로 구현하려고 해도 ActiveX가 필요할 것이다. 이 레벨의 입지는 앞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래야만 정상이지만, 그러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웹 환경의 발전 덕분에, 단순 정보 열람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이 로컬에서 제일 먼저 퇴출되었고 웹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다 탈바꿈했다. 대표적인 예가 사전. 오늘날은 아래아한글 번들의 한컴사전만이 로컬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난 지금도 아주 잘 쓰고 있는데. -_-) 이거 전신이 과거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덧실행 프로그램이었으니, 참 격세지감이다.
아울러 HTML5로는, 이젠 어지간한 프레젠테이션도 심지어 플래시조차 동원하지 않고 Level 3 계층만으로 다 가능하다고 하더라.

인터넷 지도는 그런 식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분야가 아닌가 싶다.
본인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아래아한글 97 CD에 번들로 내장되어 있던 MFC 기반 허접 지도 프로그램을 구경하였으며, 2001년경엔 ActiveX 기반의 한미르 지도를 인터넷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그리고 2003년 말에 콩나물을 처음으로 접했다(현재는 다음 지도에 합병).

그랬는데 인터넷 지도 기술이 이 정도로 기가 막히게 발달하게 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콩나물도 처음에는 ActiveX가 필요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건 없어졌고..

이제는 단순 지도 그림 열람은 플래시조차 없어도 되는 L3이 되었다. 지도도 모자라서 전국의 항공 사진까지 제공된다. 다음 지도는 한술 더 떠서 로드뷰라는 엽기적인 기능까지 제공하는데, 그런 기능은 한 등급 올라가서 플래시를 사용하는 L2 계층에서 구현되어 있다.
(참고로 옛날에 철도청 홈페이지에는 새마을부터 통일호까지 열차 내부를 딱 그런 시점으로 열람하는 기능을 제공했는데, 그건 아마 자바 애플릿 아니면 ActiveX 기반 구현이었다.)

한편, 구글 지도는 역시 미국에서 만든 서비스답게 도로의 이름이 우선적으로 잘 나와 있는 게 무척 인상적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국내 지도는 도로 이름보다는 교차로의 이름의 기재에 더 충실한데, 이는 서로 vertex냐 edge냐 하는 차이 같다.

구글 지도가 제공하는 진짜 안드로메다급의 충격적인 기능은 잘 알다시피 Google Earth 되시겠다. 물론, 처음부터 구글이 만든 건 아니고 다른 회사 제품을 인수한 것이긴 하다만, 사람이 거주하는 세계 거의 전역의 위성 사진을 진짜 지구본 뱅그르르 돌리는 느낌으로 열람할 수 있다. 가히 신의 눈 수준. 말세에 인간이 정말 이런 기술까지 경험하는 게 경악스럽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지만, 구글 지도의 위성 사진은 국내 지도가 보안상 표기하지 않고 있는 청와대, 군용 시설, 발전소 등도 남김없이 까발린다. 산으로 뒤덮여 있는 녹사평 역 주변을 구글 지도로 들여다보다가 까무러칠 뻔 했다. (담장 너머로 펼쳐진 미군 부대는 완전 소도시 수준이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플래시 버전의 Google Earth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구글 지도에서 이 earth 기능을 웹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즉, L1 등급. 그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한 기능은 아직 L3이나 L2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법도 하다.

인터넷 지도를 보니까 기술의 발전이 놀라운 한편으로 웹 프로그래밍의 기술 등급이 떠올라서 글을 끄적여 봤다.
로드뷰까지 등장한 마당에 전국 철길에 대한 레일로드뷰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보지만, 철도는 보안 시설이다 보니 안 될 거야 아마..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9/07 19:17 2011/09/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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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 서체 이야기

Times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이 어딜까?
수학에서는 '곱하기'를 나타낸다. 5 times 3 equals 15처럼. 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온 킹에는 I'm ten times the king Mufasa was! 라는 스카의 대사도 있다.

그리고 Times는 영미권에서 왠지 신문의 이름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뉴욕 타임즈가 대표적이고, 영국에도 The Times라는 신문사가 있다.
하긴, 신문 이름에 쓰이는 단어로 Herald도 있긴 하다. 성경에서는 딱 한 번, 다니엘서에서 느부갓네살 왕의 황금 형상에다 다들 절하라고(안 그러면 뒈진다고) 대국민 담화를 선포하는 자가 herald라고 나온다(단 3:4).

옛날에 윈도우 95 CD에는 Good times bad times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있었는데 이건 그냥 잡설이고..

다시 Times라는 단어로 돌아오면, 이 단어는 오늘날 영미권에서 쓰이는 가장 유명한 본문용 서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워낙 너무 유명해서 이미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 서체의 이름 역시 영국의 The Times 신문사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렇다, 이건 신문사에서 만든 서체이다. 서체의 공식 명칭은 Times Roman인데 이건 우리로 치면 '조선일보명조', '한겨레결체' 이런 것과 완전히 동일한 작명법이다.

more..


Times가 만들어진 때는 1931년.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Bodoni나 Baskerville만치 오래 된 서체는 아니다.
생김새가 기존 세리프 계열 서체들과 비교했을 때 사뭇 이질적이다. 이것 때문에 등장 당시에는 비판도 받았다고 한다.

가령, 2자의 모양을 보자. 세리프 계열이라면 좌측 상단 끝부분의 획에 동그란 세리프가 달리는 게 통념일 텐데 Times는 그렇지 않다. 사실은 6이나 9도 마찬가지. Times는 전반적으로 / 모양의 붓으로 글자를 그렸을 때 생기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모양이 무척 미려하고 아름답긴 하다. 무난하면서도 참신하고 잘 만든 서체이다. 컴퓨터 시대가 되면서 Times는 그야말로 신문을 넘어서 전세계 본문 서체를 평정했다. 거의 모든 책과 문서들이 이 서체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한국은 신문 명조와 일반 본문 명조 사이의 경계가 아직도 뚜렷한 편인데 이는 좋은 대조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신문용 서체가 세로쓰기에 맞춰져서 더 납작하고 뚱뚱한 편이기라도 했지만, 요즘은 세로쓰기도 다 없어졌는데 말이다.

Times는 한글 명조와 같이 쓰기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고 혼자 튀는 경향이 있다. 뭐, 대다수의 영문 서체들이 그렇지만, 이들이 한글 서체와 잘 어울리려면 좀더 홀쭉하고 가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전반적인 디자인을 차치하고라도 Times의 세리프는 뭐랄까, 좀 보수적이다. 그냥 명조보다는 문화바탕과 더 어울리는 것 같고, 윤명조 같은 파격적인 명조와는 어울리기 힘들다. Times보다는 Century Schoolbook 같은 부류의 세리프가 명조와 더 잘 맞을 것 같다.

그래서 Times의 획을 한중일 문자에 맞게, 아니 심지어 불변폭 서체 형태로 바꾼 변종이 있다. 과거 윈도우 3.1 시절의 바탕체에 포함된 영문· 숫자 글꼴이 그 예이며, 오늘날 MingLiu라는 한자 서체도 영문· 숫자 글꼴을 보면 딱 그렇다. 참고로, 불변폭은 아니지만 과거에 신명 세명조라는 서체가 내가 생각한 문화바탕+Times 컨셉과 굉장히 비슷한 모양을 세명조답게 아주 가늘게 변형한 형태였다.

Times는 그 중후하고 보수적인 분위기 덕분에, 문화바탕을 넘어 붓글씨 서체인 궁서와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사실, 오늘날 한글 서체에 같이 들어있는 영문· 숫자의 궁서체는 Courier 같은 딱딱한 타자기체-_-를 더 굵게 하고 눈꼽만치 기교를 넣은 뒤, 적당히 가변폭 서체로 바꾼 것에 더 가깝다.
어째 세리프 계열의 한글 서체에다가 산세리프 계열의 영문 서체를 집어넣었나 싶다만-_-, 어차피 영문은 붓글씨 테크닉이 정착해 있지도 않으니 붓으로는 아무 기교 없이 그렇게 글자를 그린다 해도 이상할 건 없겠다.

그 반면, 오늘날 역명판이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로 기재되어 있는 경춘선 김유정 역은, 궁서와 더불어 영문이 Times 서체로 기재되어 서로 잘 어울리고 있으며, Chick tracts 같은 미국의 전도지도 성경 구절은 Times로 적고 있다. 우리가 산돌성경체 같은 개역성경 붓글씨체를 보수적인 성경 본문체로 생각하듯이, 걔네들은 그게 보수적인 성경 본문체인 것이다.

여담이다만, 오늘날 타이포그래피의 대세는 산세리프와 세리프의 경계를 깨고(뭐, 굳이 하나만 고르자면 역시 세리프에 더 가깝지만) 화면 표시용 튜닝이 잘 된 그런 서체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맑은 고딕, Segoe, 서울 남산 같은 서체들이 그런 유행을 따르고 있다.

옛날에는 그런 하이브리드 서체로 그래픽체가 아주 유명했고 참신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너무 outdate돼 있다. 2, 30년 전의 TV 화면에서 그래픽체 자막을 보니 얼마나 격세지감이 느껴지던지!
오늘날은 Times 신문사도 Times가 아닌 다른 본문 서체를 사용한다는데, 이 Times에도 먼 미래에는 오늘날 우리가 중세 서체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고전 서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9/05 19:07 2011/09/0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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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 넋두리 외

오늘날 영어는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필수 매개체요, 좋든 싫든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 싶은데, 난 그나마 한국어 "보다"야 영어가 세계어가 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언문일치가 개떡인 점, 한국어와 구조가 너무 다른 점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어려울 뿐이지, 그나마 그 정도 굴절이나 그 정도 불규칙은 다른 언어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다.

그 반면에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는 높임법이나 다른 복잡한 요인을 차치하고라도, 언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대명사부터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안습한 언어이다.;;

1인칭: '날다'의 활용형(나는)과 충돌이 있어서 '날으는'이라는 기형적인 활용형이 어쩔 수 없이 쓰인다. 나/내, 너/네도 은근히 헷갈리지 싶은데, '내'/'네'는 이제 발음 구분이 안 된다. -_-;; (영어도 I와 eye가 동음이의어이긴 하지만, 문제될 상황은 거의 없다)

2인칭: you를 딱부러지게 옮기지를 못해서 님, 너님, 회원님, 고객님, 선생님 등등등등...;; 아 골치아파. (뭐, 영어는 2인칭에 단· 복수 구분이 없는 게 아주 기괴하긴 함.)

3인칭: 관형사 '그'가 3인칭 인격체 대명사처럼 굳어져 버렸다. 조사 없이 단독으로 쓰인 건 너무 어색하다. '그녀' 문제는 우리말 운동 진영에서 전형적인 떡밥이기도 하고... (반대로 영어는 he/she 성별 구분 때문에 굉장히 불편하긴 함. 그래서 단수까지도 they로 싸잡아 표현하기도 하고.)

요컨대 한국어는 1인칭과 2인칭 대명사는 불필요하게 쓸데없는 호칭만 너무 다양하고 자잘하게 발달해 버려서, 아주 neutral한 표현 하나를 콕 집어 쓰기가 어려우며,
3인칭은 관형사 '그' 말고는 어휘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서 가끔은, 하나님을 가리킬 때조차도 대놓고 you라고 깔끔하게 싸잡아 부르는 언어가 부러울 때가 있다. 불경스럽다고? 하나님은 그런 불경스러운 언어를 쓰셔서 절대무오 최종 권위 성경을 만드셨다! -_-;; 통념과는 달리, 킹 제임스 성경은 하나님이나 예수님을 가리키는 대명사(You, He)에 첫 글자 대문자 처리조차도 되어 있지 않다.

물론, 글 써 놓고 보니까, 뭐 영어도 만능은 아니어서 언어적인 flaw가 있긴 하다.
그래도 한국어는 대명사의 표현이 부족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런 대명사 없이 글을 어떻게 쓰고 의사소통을 어떻게 불편 없이 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내가 선조들의 삶의 방식은 공부 안 하고서, 그저 한국어가 영어 번역투로 잘 대응하질 않아서 찌질하게 징징대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외국 장기간 체류 경험도 없는 사람은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단어를 종종 접하곤 한다. 이 단어가 실제로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다. 뜻만 알면 되니까 발음 기호는 보지도 않고, 이 단어는 어렴풋이 이렇게 발음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낚시였던 경우가 본인은 은근히 많았다.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니, 공과 대학 수업은 다들 영어 강의로 물갈이되어 있었다. 몇몇 단어는 교수님의 발음이 이상한가 싶었는데, 사전을 찾아 보니 교수님이 맞고 내 짐작이 다 틀려 있었다. -_-;; 그도 그럴 것이 공대 교수들은 거의 다 영어권 국가에서 박사 받고 온 분들이니까.

다음은 내가 생각하던 틀린 발음과, 실제 맞는 발음을 나열한 것이다. 수 년째 잘못 알고 있던 발음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단어를 실제로 입 밖에 내면서 외국인과 얘기를 주고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suffice: 서피스, 서파이스 (surface 내지 office 때문에)
merely: 멀리, 미얼리 (were 영향)
duplicate: 더플리케이트, 듀플리케이트
Reagan: 리이건, 레이건
geek: 지크, 기크 (당연히 gee 영향)
obtain: 압튼, 옵테인 (certain 영향)
adjacent: 앧저슨트, 얻제이슨트

즉, 본인은 대체로 단모음 위주로 발음을 예상한 반면, 실제 발음은 장모음인 경우가 많았다.
G 다음에 I, E, Y가 오면 거의 다 ㄱ 대신 ㅈ으로 소리가 바뀌기 때문에 생물학 용어인 '게놈'도 영어식 발음은 '지넘'이지 않던가? 그런데 사전을 찾아 보면, ge... 단어 중에도 ㄱ 발음이 적지 않다. 결국 발음을 알아맞히는 건 복불복인가 보다. -_-;;

장모음 ea는 대부분이 그냥 '이'인데, 가끔 '에'(sweat)인 경우가 있고, great나 저 대통령 이름에서처럼 '에이'가 되기도 하며, create에서는 아예 '이에이'라는 긴 발음이 된다. 그래서 프로토스 기본 유닛인 Zealot도 영어 발음은 '젤럿'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완전히 '질럿'으로 알려져 있다. ㅋㅋ

어찌 보면, 이런 판타지 같은 정서법을 끼고 사는 영어권 사람들이 참 골치아프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djacent는 프로그램 개발 관련 기술 문서를 읽느라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있던 단어인데, 본인은 10년이 넘게 '앧저슨트'라고 마음속으로 읽어 왔다. -_-;;

그래서 다국적 컴퓨터 회사인 Asus는 '에이서스'와 '아수스' 사이에서 발음이 난립하고 있다.
data는 '데이터'라고 읽지만, 툼 레이더의 여걸 Lara Croft는 '라라 크로프트'이다. '레이러' 따위가 아니다. -_-;;
영어권에는 단어를 발음하는 큰 줄기가 단모음식 아니면 장모음식으로 갈라져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워낙 미국물을 좋아해서 영어 발음도 철저하게 아메리칸식으로 공부해 왔지만,
영국에서는 진짜로 모음+R은 해당 모음을 장음화만 하고 혀는 안 굴린다. 단모음 A를 ㅐ로 전설모음화하지 않으며, ㅏ로 있는 그대로 발음하는 걸 좋아한다. 오오..;;
무엇보다도 영국에서는 모음+T+모음 사이에서 T가 R로 안 바뀐다. water는 그대로 워터이지, 워러로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F나 TH 같은 발음은 동일하며, 억양도 동일하기 때문에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가 무슨 표준 베이징 중국어와 광동어의 차이만치 심하기라도 한 건 절대 아니다.
사실은 킹 제임스 성경을 읽으면서도, 이걸 실제로 소리내어 읽는 소리는 어떻게 날까 적지 않게 궁금했다. 이놈의 thou, thee, -eth 어미를 원어민이 실제로 읽는 걸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며, KJV가 그렇게도 운율감이 좋고 읽기 편하다고 하는데 내가 그걸 실감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던 것이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해서는 의문이 좀 해소되어, 덜 궁금하다.

공대는 그렇다 치고 문과대 쪽으로 가면,--난 인문계와 이공계를 두루 섭렵하는 협동 과정 소속 ㅋㅋ-- 교수님들이 본인에 대해, 공대 출신이다 보니 문과 출신만치 체계적인 글쓰기 스킬은 부족한 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그런데 난 공대 출신 치고는 사실 문과 기질이 강하며,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만 아니었으면 지금과는 완전 딴판의 진로를 갔을 사람이었다...... 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래도 진짜 문과 교수님들이 보기에는 본인 같은 사람도 그냥 영락없는 공돌이인가 보다. ㄲㄲㄲㄲ

그리고 사실은 공대도 대학원에 가면 비록 성격이 문과와는 좀 다를지언정, 글쓰기가 많으며 심지어 랩미팅에 대비한 프레젠테이션도 많다. 실험을 해야 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특성상 펀딩을 받으려면 눈에 보이는 연구 실적이 많아야 하고, 고로 대학원생은 석사 들어가자마자 논문을 정말 미친 듯이 써 댄다. 그것도 모국어도 아니고, 이공계의 학술 공용어인 영어로 쓴다. 논문에 이름 실린 경력이 연예인으로 치면 filmography 같은 거다.

그 바닥은 랩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동 연구의 공동 저자로 낄 기회도 많다. 그러면서 이공계 논문 잘 쓰고 발표 잘 하는 법 같은 테크닉을 랩생활 하면서, 혹은 대학원 수업을 통해 공부한다.

- 단독 저자이더라도 논문의 1인칭 주어는 We이다.
- 결론은 Conclusion이 아니라 반드시 Conclusions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 세속 글쓰기와는 달리 성 구분 없는 3인칭 단수를 (s)he 처럼 쓰지 말라. 차라리 they로 대체하거나,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다른 어휘를 고르거나 아예 문장을 다른 형태로 다시 써라.

이런 식의 팁이 엄청 많다. 이런 격식 있는 글쓰기 스킬이 하루 아침에 숙달될 리가 없으니, 지도교수한테 무진장 깨지면서, 또 아마도 랩 선배한테 코치를 가장한 갈굼도 당하면서 익숙해지는 거겠지...?

그나저나, 영어는 숫자 형태로 된 날짜나 시각을 말할 때 단위를 붙이지 않고 숫자만 연달아 읽는다.
그러면 “좀 있다 40분에 나가자. (지금이 6시 20분이면)” / “졸업식은 15일이다. (이 달 15일)” 이런 말을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은 없나? 주변의 영문과 출신 선배에게 물어 보니, 자기도 그 생각은 미처 안 했는데 아마 방법이 없는 듯하다고 대답했다.
그냥 무조건 “20분 뒤에 나가자” / “이번 주 금요일이다” 같은 식으로 형태를 바꿔야 하는지 궁금하다. at the n-th minute, on the n-th day 이런 표현은 안 쓰는 듯?

Posted by 사무엘

2011/09/03 08:35 2011/09/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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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그 특성상 마술, 마법 같은 문화를 굉장히 싫어한다. “마술사를 죽입시다 마술사는 나의 원수”... 를 떠올리게 하는데, 성경, 특히 구약 율법에 깔린 사고방식은 진짜로 그 정도로 단호하고 과격하다. 물론 본인은, 그런 행위의 저변에 역사적으로 얼마나 사악한 짓이 실제로 저질러져 왔는지를 알기 때문에, 성경 말씀이 과격하고 잔인하고 반인권적이라는 식의 드립은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늘날에 활동하는 마술사들이야 악령 소환이나 초능력처럼 영적으로 사악한 방법을 쓰지는 않으며, 전적으로 과학 기술과 테크닉만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인 제임스 랜디(James Randi; 1928-)는 마술 전문가로서 오히려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강경한 회의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사상적으로는 사두개인?). 그는 과거에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가짜라는 걸 폭로하면서 그에게 큰 망신을 안긴 바 있다. 그리고 냉전 시절에(대략 1960년대) 미국 CIA가 소련에 대항한답시고 초능력자 요원을 몰래 양성하려고 했을 때, 자기 제자들을 마술 테크닉만으로 초능력자로 위장시켜 간부들을 낚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허술한 시설로 어떻게 진짜 초능력자를 키워 내겠냐고 질타하자 CIA는 이 계획을 슬그머니 백지화하고 말았다. 이건 유명한 일화이다.

사실, 랜디 정도면 마술 실력을 좋은 곳에다 쓴 참으로 정직하고 훌륭한 애국자이다. 그는 있지도 않은(?) 초능력 따위로 사기를 쳐서 혹세무민하고 돈벌이를 하는 치들을 극도로 혐오하였고, 그런 사람이 내 손에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을러댔다. 그리고 실제로 적지 않은 사이비 초능력자들이 그에게서 박살이 났다.
개그 만화 일화 종말편에 나오는 진짜 초능력자 마술사가 현실에서 있을 리가.. ㄲㄲㄲ

그가 CIA를 상대로 그런 일을 벌인 것도, 내 조국의 정보 기관이 한낱 사기꾼들에게 놀아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교계에도 사기꾼 은사주의자들 잡아내는 랜디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좀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랜디 같은 사람이 모세의 이집트의 대재앙이라든가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보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폐하, 이런 기적 따위는 다 마술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똥고집으로 설마 얀네와 얌브레(딤후 3:8)의 후손처럼 되었을까?

뭐, 저런 부류 말고도 Pen & Teller라는 미국의 2인조 배우는 더 부담없고 가볍게, 잘 알려져 있는 마술에 대해서 테크닉을 공개까지 하면서 관객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는가 보다. 신체 절단 마술에 대해서 관련 동영상이 있다.

다만, 제아무리 초자연적인 배후가 없다 하더라도 마술사라는 건 근본적으로 사람을 속임으로써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이고, 그 분장이나 세트의 분위기는 옛날의 뭔가 신비롭고 음흉한 컨셉을 어떤 형태로든 답습하게 된다는 점에서, 크리스천이 양심적으로 아무 걸리는 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애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교사가 마술을 공연하는 건 대체 뭐지? 김 재욱 형제님의 글 클릭.

한때 미국의(또는 영미권 전체) 기독교계에서는 세상의 타락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이런 퀴즈를 내곤 했다.
the Land of ?z
Z로 끝나는 두 글자 지명 중 첫 글자로 바로 떠오르는 글자는 무엇일까요?

TV나 인터넷 따위가 없고 성경만을 열심히 읽던 옛날 사람들은 의인 욥의 고향인 우스(Uz)를 바로 떠올리는 반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즈(Oz)의 마법사를 곧바로 떠올린다고 하더라.
똑같은 원순모음인데 ㅜ가 ㅗ로 바뀌었구나! 나도 기발함에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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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성경에서 정숙하고 훌륭한 여인의 이름으로 소개된 '사라'(벧전 3:6)가 <즐거운 사라>에서는 완전히 음탕한 여자로 와전된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대학 시절에 저 퀴즈를 처음 접했을 때는 본인도 Uz가 생각 안 났다.
오히려 어렸을 때 본 TV 만화영화 주제가 가사 중의 '오즈는 오즈는 어떤 나라일까요'가 먼저 생각났다. 그래, 본인도 일종의 피해자였다. ^^;;

그리고 여담이다만, 항공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즈 하면 아시아나 항공도 떠오르지 싶다.
IATA가 규정하는 항공사 식별 코드가 OZ이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이름의 발음과는 아무 관계 없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이는 AA는 아메리칸 항공에 이미 선점 당해 있고, 1986년에 도산한 미국의 오작(Ozark) 항공이 자기네 코드명을 반납하면서 이를 1988년에 창립된 아시아나 항공이 그냥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색동날개라는 컨셉부터가 좀 어린이 같고 오즈스럽지 않은지? -_-)

소문에 따르면, 아시아나 항공으로서는 어차피 AA를 못 쓰는데 OZ는 '오즈의 마법사'가 떠올라서 참신한(?) 느낌이 든다고 경영진이 이를 선뜻 선택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 항공보다 적은 수의 비행기로 운항을 굉장히 빡세게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항공덕들은 마법사의 비행기 운영이라고 칭송 내지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나 항공이 사탄적이라거나, 크리스천이 이용하지 말아야 할 항공사라는 식의 드립을 치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이름으로 마법사가 버젓이 존재한다. sorcerer이나 magician이 아니라 wizard.
윈도우 운영체제를 쓴다면 '설치 마법사'라는 말을 많이 접해 보셨을 것이다.
몇 단계에 걸친 질문에 사용자가 대답하면서 '다음 / 마침'을 클릭해 주면 나머지 일은 컴퓨터가 마술 부리듯 짠~ 해치워 준다는 의미에서 마법사라는 말이 붙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은 뭔가를 설치하는 기능에만 '마법사'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이거 원조는 1994년에 개발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6.0의 새 문서 마법사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개발 도구인 비주얼 C++에도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 때 AppWizard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검은 모자와 흰 장갑을 쓴 마술사가 금가루를 뿌리면서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그런 서양 문화를 배경으로 생성된 말임이 분명하나,
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하는 일을 그 정도로 신비로운 마술처럼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9/01 08:48 2011/09/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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