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팔년도 시절 회상

1. 노래

옛날에 들었던 노래 중에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듀엣을 하면서 "뚜비뚜바~~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죠" 이런 가사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은 저 상황에서 쑥떡이 아니라 개떡이라고 말하지..?? ㅋㅋㅋㅋㅋㅋ)

아하.. 이 정도면 가사 검색만 해도 무슨 노래인지 당연히 바로 알 수 있다.
이걸 불렀던 가수(김 국환)가 더 옛날에 뭔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지나"...;; 도 불렀었구나..
같은 가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울러, "자 남편들도 빨래를 하자"는 저 노래의 2절 가사가 아니라..
유 인촌 나오는 옛날 대우 전자 세탁기 광고에 등장하는 패러디 가사였다. 저 노래를 개사해서.. 아놔 ㅍㅎㅎㅎㅎㅎㅎㅎ

이거 다음으로,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는 타타타(1991)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이것도 저 가수가 불렀다.;;

왕년에 "이것이 미국 영어다" 책을 썼던 재미 교포 작가 조 화유 씨가 이 가사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자기 책에서도 언급했고, 나중에는 Life is worth living. Isn't that a good deal? Naked you come, clothed you go. 라고 영작 관용구를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다.

타타타도 있고 차차차도 있구나.. 그것도 공교롭게도 1990~91인가 비슷한 시기에. ㄲㄲㄲㄲ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는 설운도의 노래이다.
그리고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_=라는 팩트폭격성 노래도 있었는데.. 이건 다른 가수의 작품이다.

"아빠와 뚜비뚜바"뿐만 아니라 피노키오, 아빠의 크레파스, 파란 나라, 아에이오우, 담다디, 어른들은 몰라요..;;
특이한 의성· 의태어라든가, 어른과 애가 같이 부르는 노래, 성인용 동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요즘은 찾기 힘든 쌍팔년도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절이야.. 신토불이니, 민족주의, 순우리말 살려 쓰기 이런 성향도 더 강했다.
농산물이고 영화고 시장 개방했다가는 다 망할 것 같던 시절이었고 한국어는 수십 년 이내의 소멸 위기 언어이고,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 -_-;;

대학교에 아직 한총련이란 게 있고 반외세 NL 데모 운동권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_-;;
오죽했으면 그때 아래아한글 1.5x에는 백 기완 지은 장산곶 매 이야기.. 이런 게 예제 문서로 실려 있었다~!
개발자들이 그런 거 영향을 많이 받고 감명깊었으니까 예제로도 실은 게 아니겠나..? 공 병우 박사한테서 세벌식 영향만 받은 게 아니었다.

그거 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백 기완이라는 사람이 1992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니.. 개인적으로, 초딩 꼬마 시절에도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껴졌었다.

2. 과학 낭설들

(1) 바이오 리듬
신체 감성 지성이던가..?? 아날로그 시계 그리기와 더불어 삼각함수를 사용하는 굉장히 괜찮은 프로그래밍 주제였다. 지금이 태어난 지 총 며칠이 경과한지를 계산해야 하니 달력 같은 날짜 계산도 필요하고.. 한때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심심풀이 땅콩 액세서리 차원에서 제공해 주곤 했다. 계산기, 달력이나 테트리스/지뢰찾기 게임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유행 지나고 약발이 다했으니 잊혀지고 사라졌을 뿐.. 이게 진짜 유의미하고 유용한 정보라면 스마트폰 앱으로도 당연히 인기폭발로 현역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2) MBTI
매사 즉흥적으로 사는가, 계획적으로 사는가.. 이런 거 답한 대로 당신은 문과 성향이다 이과 성향이다, 감성파다 이성파다, 권장되는 직업 업종은 무엇이라고 알려주는 건데.. 뭐가 그리도 대단하고 절대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전 인구의 1%, 2~3%만이 이 성향이라는 말도 액면만치 대단한 얘기는 아닌 게.. 100%라는 비율을 전체 판정 개수인 16으로 균등하게 나누기만 해도 이미 6%대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난 30년쯤 전에.. 완성형도 아닌 조합형 한글 코드 기반으로 텍스트 모드에서 동작하는 도스용 MBTI 판정 프로그램을 써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얘는 어째 2020년대 오늘날까지도 현역이네??? 구직 이력서에다가 자기 MBTI 판정을 쓰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고.. 그동안 이쪽 알고리즘이 더 개선된 게 있는지 모르겠다. =_=;;

(3) 혀의 부위별 미각 영역 구분
수많은 아동용 과학 서적에서 다뤄졌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폐기됐다. 이 학설을 최초로 발견하고 퍼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힘을 오래 썼을 때 발생하는 근육통의 원인도 굉장히 오랫동안 젖산이라고 알려졌다가 21세기가 돼서야 폐기..

(4) 혈액형별 성격 구분
뜨앗..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ㄲㄲㄲㄲㄲㄲㄲ

3. 화장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에는 각종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공중 도덕이나 국민 의식 수준도 정말 미개했다.
그 당시 TV 뉴스를 보면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코너가 있었는데, 이런 것만 쭉 보면 우리나라는 이거 뭐 꿈도 희망도 답도 없고 그냥 망할 것만 같았다.

사회 어디를 들춰도 법과 원칙이 안 통하고 편법과 부정부패가 넘쳐나고, '안 되는 건' 인맥과 연줄을 이용하거나 뇌물을 찔러 넣으면 얼마든지 되게 만들 수 있고.. 지방 양아치 조폭과 인신매매단이 횡행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하는 색기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학교에는 촌지 안 바치면 애들한테 비열하게 해코지 하는 쓰레기 선생들이 우글거리고.. 시화호나 태화강은 다 오염돼서 시커멓게 썩어 가고..

참고로 이건 정치적으로 민주화됐는지, 일제 식민지 군사 문화를 청산했는지의 여부하고는 거의 무관한 관행이었다.
그러던 게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정말 많이 시정되고 개선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살기 좋아졌다.

사회 인프라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국민성과 준법의식, 국제 매너도 개선되었다. 중국을 보고는 쌍팔년도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자격 정도는 갖춰졌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 글에서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2000년대쯤부터는 우리나라도 전국 어디의 터미널, 철도역 등을 가도 화장실이 무료인 주제에 워낙 깨끗해서 외국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절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악취 진동 쓰레기 천지에 엉망진창이고 화장지도 없고.. 정말 개판오분전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적이 있었던 거 기억나시는가?

이런 시국에 칼을 빼든 사람은.. 바로 1995년부터 2002년 거의 월드컵 직전까지 수원 시장을 역임했던(22~23대) '심 재덕'이라는 분이었다.
이 사람은 아예 외국에서도 Mr. Toilet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그야말로 화장실 덕후였다. 자기 관할인 수원시는 말할 것도 없고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등 전국의 공중 변소들을 자기가 총대 메고 깨끗한 곳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아예 한국/세계 화장실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긴, 구한말 때는 개화파 등 일부 선각자들이 한양 시내를 굴러다니는 똥들을 어서 치우고 상하수도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된다고 한탄했는데.. 거의 100년 뒤에는 저렇게 공중 위생 분야의 선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는 자기 땅의 자기 집을 허물고 거기에다가 변기 모양의 건물을 대신 올려서 '화장실 박물관..', 아니, 수원 화장실 문화 전시관을 만들었다.

이분은 화장실 말고도 재임 기간 동안에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적극적으로 등재시켰고, 삼성 후원빨을 얹어서 수원 월드컵 경기장도 건설했다.
서울 근처 광명에서는 '양 기대'라는 시장이 한때 광명 동굴을 개척하고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광명에다 유치하는 큰일을 해냈는데.. 만만찮게 훌륭한 시장이 수원에도 있었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2 08:35 2023/1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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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호박 근황

11월부터 올해 말까지 본인의 호박 덕질 근황은 이러하다.

1. 키우는 호박

날씨가 추워지자 호박들은 생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기세가 약해졌다. 당장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한때 정말 긴 덩굴에 커다란 잎들을 자랑하던 아이들도 잎들이 갈수록 생기를 잃고 시들었으며, 줄기 하나가 통째로 힘 빠지고 시들어 죽기도 했다.
가끔 새순이 돋고 꽃이 피기도 하지만 정말 자그마한 모습에 애처로운 상태인 게 느껴졌다. 여름· 가을에는 좀체 볼 일이 없던 흰가루 누런가루 병충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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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호박이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가 기온이 갑자기 0도 부근까지 뚝 떨어지는 기습 추위를 당해서 급사하는 걸 보곤 했다. 시기는 10월 말~11월 초 쯤..
생생하던 잎들이 자고 일어나니 시커멓게 멍들고 물러지고 싹 죽어 버리니 본인으로서는 참 가슴 아팠다. =_=;;
하지만 이번엔 그런 치명타 추위가 찾아오기 전부터 호박이 알아서 쪼그라들고 잎이 시들고 숭숭 빠졌다. 그러니 호박이 병사나 자연사를 하지, 돌연사 급사한다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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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상자에서 키우던 호박은 밤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갈 때쯤부터 실내로 옮겼다.
그렇게 놔 두고 시간이 흐르니 이 아이는 다행히 잘 회생해서 새순이 길게 돋고 있다. 꽃도 종종 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암꽃은 씨방을 만들려다가 만 것만 몇 차례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핀 적이 없다.

2. 밖에서의 마지막 꽃, 마지막 열매

화분 상자 호박은 일부를 대피시키기라도 했지만 강변에서 무단 경작 중이던 아이들은 11월 중순 주말의 초겨울 한파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향년 100일 정도 됐을까?
얘들은 잎이 다 시들어 떨어지고 앙상해진 와중에도 번식이라도 하려고 필사적으로 꽃을 피웠다. 아지트에 갈 때마다 어디에든 꽃이 안 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종말 이후에 다시 찾아가 보니 호박의 흔적은 깔끔하게 삭제되고 없었다.;; 꽃이 하나도 없는 풍경을 보니 현타가 왔다.

호박은 물론이고, 끈질긴 앙숙 겐세이 라이벌(?)이던 환삼덩굴까지 모조리 시들고 죽어 없어졌다. 잡초 특유의 미친 번식력과 성장 속도도 강추위 앞에서는 장사 없구나.
하긴, 얘들도 이미 1~2주 전부터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앙상해지고.. 예전처럼 힘들게 뽑고 자를 필요가 없어지는 징후 변화가 있긴 했다.

물론 잡초들은 자기는 죽어도 이미 씨를 주변에 수없이 많이 퍼뜨린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듬해에 날씨가 따뜻해지기만 하면 후세가 어김없이 또 돋아날 것이다.
지난 여름에 여기가 물에 잠겨서 온통 진흙탕이 되고 내 호박은 거의 다 익사해 버렸을 때 말이다. 환삼덩굴은 그래도 뭐 2~3일이 채 지나기 전에 곧바로 시퍼렇게 파릇파릇 싹이 저절로 났다. 그걸 보고 개인적으로 경악했었다.

호박은 매번 새로 씨 뿌리고 가꿔야 하는데.. 그나마 농작물 중에서 손 덜 가고 알아서 잘 자라는 축에 드는 호박조차 그러한데.. 잡초는 씨가 무슨 쌀알 모래알 깨알이냐..?? =_=;;
잡초와 해충을 생각하면 생명 자연발생설이 진지하게 믿어질 지경이다.

근데, 호박 몸체가 사라지자.. 뜻밖의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웬 귤 정도 크기의 열매가 저렇게..;; 정말 상상도 못 했다.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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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이 늦었는지, 줄기고 열매고 다 누렇게 죽어가고 있었고, 열매는 만져보니 물렁물렁했다. 날씨가 따뜻했으면 얼마나 더 크게 잘 자랐을까??
그래도 썰어 보니 막 상하고 썩었거나 못 먹을 상태는 아니었다. 썰어서 라면에다 넣어서 냉큼 먹어치웠다.

그로부터 엿새 뒤엔 진짜 아무 기대도 안 하고 현장을 다시 찾아갔는데.. 그야말로 돌아온 탕자요, 삼풍 백화점 마지막 생존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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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대체 어디서 언제 그렇게 늠름하게 자랐냐.. 어째 지금까지 눈에 안 띄고 잘 짱박혀 있었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줄기에 멀쩡히 붙어 있었다. 외부에서 굴러온 게 아님)
엿새 전에 먼저 발견됐던 놈보다 더 크고 상태도 더 좋다~!!

애호박이 아니라 폭삭 늙어버린 호박을 이렇게 우연히 발견했으면 가히 "심봤다" 급의 횡재였겠다만.. 저것만으로도 어디냐.
호박은 암꽃이 보이는 족족 꽃가루를 묻혀 주면 이렇게 나중에 보답을 한다!! 2~3주 가까이 전에 수분해 주고는 나도 잊어버린 아이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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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공기와 노출된 윗부분은 얼어서 좀 물렁해졌지만, 그래도 땅 쪽은 그런 기미 없이 단단하고 상태가 아주 좋았다. 이런 것도 온도 차이를 만드는구나.
썰어서 볶음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

호박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에게 이렇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구나.
지난 11월 초에 그래도 낮 기온이 잠시 15도까지 올라가면서 역대 최고 따뜻한 11월이 기록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잠깐이나마 호박이 자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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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잘 가라~ 그 동안 고마웠다." 한 해 동안 호박이 자랐던 아지트에서 잠시 감사의 묵념을 하고 거수경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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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호박밭이 오늘의 캠핑장이 됐다. 잡초까지 다 죽고 없어지자 여기는 평평한 잔디밭처럼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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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얘가 본인이 강변 아지트에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제대로 된 암꽃이었고, 마지막 인공수분 대상이었다. 날짜는 11월 4일이었다. 얘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으니 제대로 못 자라고 졌을 것이다.

3. 늙어 가는 호박

올해는 옥상과 강변을 통틀어서, 여름과 가을을 통틀어서 수분 성공해서 아주 작게라도 호박 열매를 본 건 30여 개쯤 된다. 그러나 테러· 도난· 자연재해, 자연낙과로 인해 그 중 1/3 가까이를 날렸고, 나머지가 수확의 기쁨으로 돌아왔다. 아, 여름 폭우 이전엔 잎도 150장? 200장? 가까이 땄었는데 말이다.. ^^

열매 중에서 뭔가 사과· 배보다 커진 건 10여 개, 그리고 늙은 호박으로 변하려는 티라도 난 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듯하다. 그래도 2년 전처럼 3kg이라도 넘는 큼직한 아이를 얻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딱 한 번 폭우로 인한 단절만 없었어도.. ㅠㅠㅠ

시퍼런 애호박은 그대로 방치하면 물러지고 상하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 그러나 적당히 껍질이 성숙한 애호박은 놔두면 누렇게 익으면서 늙은호박으로 바뀐다.
내 경험상 물러지는 건 겉부터이고(특히 꼭지 주변부터), 누렇게 익는 건 정반대로 중심부 속부터다.
나중에는 중심부는 텅 비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호박이 다른 과채류에 비해 엄청 커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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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에 땄던 이 아이는 강변이 아니라 옥상 출신이다. 따던 당시에는 그야말로 시커멀 정도로 짙은 초록이었는데.. 바닥부터 색깔이 누래지더니 한 달 정도 뒤엔 이 정도로 변색됐다. (10월 중순 ~ 11월 중순)
반들반들하고 단단하고 적당히 무게도 있어서 만지면 무슨 도자기 같은 느낌이다.
호박이 익는 건 굳이 줄기 본체로부터의 공급이 없이도 내부 자체적으로 진행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 사 온 호박

지난 10월부터 호박죽을 꾸준히 쑤어서 잘 먹고 있다. 내 방엔 이런 아이들이 잔뜩 있기 때문에 난 외롭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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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직접 껍질 벗기고 썰면서 호박과 온몸으로 교감하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얘들도 그냥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키우고 수확한 것이었으면 더욱 애착에 갔을 텐데 말이다.
어떤 아이는 주름이 적당히 생겨 있지만, 어떤 아이는 유난히 쭈글쭈글 깊게 패여 있다. 이런 것도 품종 차이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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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덩치는 어지간한 늙은 호박 크기인데, 겉표면까지 익지는 않았는지 겉은 초록색인 아이가 있다. 완전히 늙은 호박보다는 보관성이나 상품성이 떨어지는지, 값이 좀 더 싸다.
얘는 가만히 놔 두면 늙은 호박으로 바뀌지 않는가 보다.. 호박의 세계란 참..;;

호박 열매의 상태를 나타낼 때, 호박의 크기와 무게는 X축, 누렇게 익은 정도는 Y축으로 나타낼 수 있을 듯.. 둘이 골고루 올라간 게 아니라 한 축만 치우쳐서 올라간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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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은 왼쪽처럼 되고, 늙은호박은 오른쪽처럼 되어서 식탁에 오른다는 게 참 흥미롭다. 묽은 황산과 진한 황산이 특성이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9 08:35 2023/1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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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편

제복 입고 국가와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일을 하는 공무원 3세트로 군인, 경찰, 소방관이 있다. 이들은 전쟁 나도 하는 일이 완전히 동일하며,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예비군 훈련이라는 게 없다.
그 대신 여기 종사자들은 근무 중에 긴급피난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단순 산업재해 차원이 아닌 순직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들 다음으로 생각할 만한 업종으로는 우편 공무원이 있다. 편지와 소포는 국가 공권력이 보증하여 배달되는 물건들이다. 그 어떤 전쟁, 사변, 천재지변 와중에도 어지간해서는.. 정말 나라가 통째로 쫄딱 망하지 않는 한 배달된다. 단순 민간 사기업 택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어느 나라건 우편물은 인명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화물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최우선으로 취급된다.
비행기로 수송했다면 도착 후에 제일 먼저 꺼내어진다. 배로 나르던 중에 배가 침몰하게 생겼다면 다른 화물들부터 먼저 포기한 뒤에 제일 마지막 순간까지 끌어안고 있는다.
특급 우편물을 수송하는 차량이라면 출동 중인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와 동급인 긴급자동차로 인정되기도 한다.

하긴, 듣자하니 옛날에 미국인지 유럽인지 '우편마차'에서는 우편물뿐만 아니라 은행 현금도 수송했다고 한다. 그래서 짐을 지키기 위해 샷건 든 경비원이 반드시 동승했다고..
그 유명한 타이타닉 호도 정식 타이틀은 'RMS 타이타닉'으로, RMS는 '영국 왕실 우편선'이라는 뜻이다. 승객뿐만 아니라 국제 우편 화물을 잔뜩 실었었는데.. 얘들은 불행히도 배달되지 못했다.

난 수십 년 전 어느 미드에서 주인공이 편지를 잘못 쓴 채로 우체통에 넣어 버리고는 그걸 도로 회수할 수 없냐고 집배원에게 읍소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이거 무슨 송금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 요청은 거절됐다. 이때 집배원의 답변이 걸작인데, "편지가 우체통에 들어가고 집배원의 손에 놓인 순간부터는 배달될 때까지 국가 소유, 정부 소유"라고.. 그러니 당신의 사사로운 요청은 들어 줄 수 없댄다.

일개 초병이라도 근무 중에는 주변의 그 누구에게라도 반말로 신원 확인을 요구할 수 있고, 일개 순경이라도 주변의 교통법규 위반하는 사람에게 범칙금을 물리고 불심검문을 실시할 수 있다. 그것처럼 일개 우체부 집배원 아저씨라도 접수된 편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공권력을 집행하는 거다.

이 정도 권위와 신뢰가 있기 때문에 우체국에서는 필요한 경우 보낸 편지에 대해 ‘내용증명’이라는 보증까지 겸해 주는 것이다. 이건 인터넷 이메일, 카톡보다 더 공신력이 있기 때문에 주로 민사 소송에서...
"너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은 하는데, 어쨌든 난 최후통첩 보냈다?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오리발 내밀기 없기다?" 이러는 용도로 쓰인다. =_=

뭐 요즘은 우체통도 공중전화 부스만큼이나 보기가 몹시 힘들어져 있다.;;
그리고 우체국도 은행이나 택배업을 일부 담당하고, 말단의 단순 노동 업무는 다들 민영화나 비정규직=_=들한테 위탁하면서 21세기에 살아남으려 하는 것 같다.
우체국 예금은 사실상 국가 공인 은행이다 보니, 5천만 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 수준이 아니라 모든 예금이 언제나 안전이 보장된다고 한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안정적인 대신 금리도 왕창 낮겠지...ㄲㄲㄲ

2. Undo

요즘 세상은 전반적으로 실수에 더 관대해지고 무엇이든 철회, 취소, undo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카카오톡을 포함해 각종 메신저 프로그램에는 말을 보냈던 걸 도로 취소하는 기능이 도입되었다. 이게 처음부터 있었던 기능이 아니다.
  • 웹브라우저는 '닫아 버린 탭을 다시 여는 기능'이 필수이다. 단순히 컴퓨터가 비정상 종료됐을 때 이전에 작업 중이던 문서를 복구하는 기능과는 성격이 다르다.
  • 금융권에서는 심지어 착오 송금을 철회하는 기능까지 도입하려 한다. 우와, 성능 오버헤드와 비용이 장난 아닐 거 같은데?
  •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이 물건을 잘 받았으면 '구매 확정' 버튼을 가능한 한 어서 눌러 달라고 괜히 징징대는 게 아니다. 한편으로,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으면 정식 등록을 하기 전에 임시 번호판을 달고 있는 동안.. 귀찮더라도 이 기간(열흘이던가)을 최대한 오래 뽕 뽑으면서 차를 꼼꼼히 테스트해 보는 게 적극 권장된다.
  • 이메일도.. 구글이나 네이버 등, 같은 서비스 사용자끼리 주고 받았고 수신자가 아직 읽지 않았다면, 발송 취소 기능이 알음알음 들어가 있다. 이건 비표준 싸제 구현인데, 가까운 미래엔 이메일 프로토콜 차원에서 취소 기능이 표준 규격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때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undo라는 건.. 한 조작만으로 워낙 많은 픽셀들이 한꺼번에 바뀔 수 있는 그래픽 프로그램에서나 직전 1단계에 한해서 존재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PC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무제한에 가까운 다단계 undo가 각종 업무용 프로그램에 도입됐다.
이런 트렌드를 주도한 업체 중 하나가 바로 마소였다. 아래아한글은 그 장수만세 안정판인 97까지만 해도 이런 기능이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에 지운 텍스트를 3단계까지만 아주 제한적으로 재현해 주는 짝퉁 기능만 있었을 뿐이다.

옛날 쌍팔년도 시절엔 컴퓨터 게임도 말이다.. 요즘 같은 친절한 튜토리얼을 일일이 넣기에는 컴터 메모리고 용량이고 여건이 안 됐다. 정품을 사서 종이 매뉴얼을 보든지 아니면 잡지나 PC통신으로 공략집이라도 찾아 보지 않는 한, 한 치의 자비심 없이 "모르면 죽어야죠"가 기본이었다.
미스 나면 HP 깎이는 거 없이 한 방에 픽 죽고, 그 레벨을 처음부터 또는 한참 먼 과거의 check point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일상이었다. 바로 직전에서 저장했다가 불러오는 것도 없고.. 그러던 트렌드도 참 많이 바뀌었다.

그러니 울나라는 수능날에 시간 빠듯한 수험생들을 공권력까지 나서서 수송해 주는 것엔 과잉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관대한 것 같다. 이러다가 수험생을 수송하는 차량을 긴급자동차로 인정할 기세다. =_=;;; 원래는 수능 문제지를 시험장으로 수송하는 보안 차량 정도나 긴급자동차로 취급하는 게 정상이 아니겠나.

다만, 과거에 벌어졌던 집단 컨닝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제출하지 않은 핸드폰이 적발된 것에 대해서는 실수건 고의건 진짜 딱딱하게 무자비 무관용이다. 아예 완전히 꺼져 있었고 고의성이나 컨닝 가능성이 없는 억울한 애까지 무조건 올해 시험 무효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런 애들이 전국에서 매년 10여 명씩은 발생하는가 보더라.
내 개인적인 생각은 지각하는 애들에 대한 과도한 배려를 조금 걷어서 핸드폰 적발에다가 융통성을 얹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휴~ -_-;;

세상 모든 일이 손쉽게 undo가 가능하면 참 편리하고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말은 뱉었다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한번 엎지른 물은 5천 년 전이나 지금의 최신 과학 기술로나 다시 주워 담는 게 불가능하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한번 죽어 버린 뒤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히 국방이나 의료가 mission critical한 분야이며, 책임감이 막중하고 만년 전문직 소리를 듣는 것이지 싶다.

컴퓨터에서는 데이터베이스가 대표적인 분야일 것이다. DB는 성능 오버헤드를 감수하고라도 롤백 가능하게 처음부터 트랜잭션을 걸어 놓은 게 아니라면, operation들이 기본적으로 greedy하고 파멸적이고 비가역적이다. 엑셀 시트 고치는 것하고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제아무리 가상현실이 어떻고 게임이 어떻고 해도.. 인생은 실전이다. undo가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프로세스가 많다는 거. 현실의 전장은 게임의 전장보다 TTK가 훨씬 더 짧다는 걸(일격에 꽤꾸닥 즉사),
자기가 아무리 몰랐어도, 자기가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규정에 어긋나거나 자기 공적이 입증이 안 되는 등.. 여타 외부적인 요인이 엇갈리면 실격 처리되고 아웃되고 공적이 인정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의외로 기독교의 구원관이 이런 쪽으로 많은 통찰이 담겨 있다.

3. 사법 체계

(1) 나라 정체성

성경의 십계명(출20)을 보면, 맨 처음에 이 법의 제정자가 누구이고(= 하나님) 어떤 존재인지를 밝힌다. 그 뒤 자기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 내란), 그것들의 형상을 만들지 말고 이상한 걸 하나님이라고 떠받들지 말라고(= 얼추 외환) 제일 먼저 규정한다.

그럼 우리나라 헌법은? 우리나라는 신이나 군주나 다른 인간을 신성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국가 정체성만을 제일 먼저 규정하고 못 박는다. 국교나 귀족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헌정 체제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뿐이다. 그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이런 정체성을 제각기 완전히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부정하는 집단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종북 빨갱이, 여호와의 증인, 그리고 대한제국 황실 복원 지지자. =_=;;;
그나마 종북 빨갱이를 제외한 나머지 집단은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고 혼자만 뻘짓을 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강경하게 소탕· 해산하려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적이라는 말만 삭제했을 뿐, 내란과 외환이 가장 치명적인 범죄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2) 재판 위의 재판

다른 재판들이 사람이 법을 어겼는지를 판단하는 거라면, 헌법재판은 법 자체가 최상위법인 헌법의 취지와 부합하는지를 판단한다. 세부적인 하위법이 상위의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법이 규정하는 법리 이념을 충족하느냐..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만 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큰 존재 의의는 아무래도 이런 '메타재판'임이 틀림없다.
대법원은 이런 헌법재판소와 달리, 그냥 여느 평범한 민· 형사 재판들 중에서 지방 법원에서 1심, 2심만으로 끝나지 않은 진짜 골치 아픈 전국구 최종 보스만을 처리할 뿐이다.

한편, 특별검사(특검)이라는 것도 있다. 이건 일반적인 형사 소송을 수행하는 검찰 자체, 또는 검찰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으신 다른 고위 권력자가 권력형 비리를 저질러서 수사 대상일 때만 조직되어 시한부로 활동한다. 오옷~
특검이 뜨는 상황은 뭔가 암행어사 출두 같기도 하고, 무슨 계엄이나 긴급명령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4. 형벌

(1) 군대가 아무리 병역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도, 너무 질 나쁜 범죄자까지 덥석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필 남자가 징역형이 확정되면 병역 처분이 전시근로(1년 6개월 이상) 또는 완전 면제(6년 이상;;)로 바뀐다.
다만, 병역법 자체를 어겨서 형사처벌된 형량은 이런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형을 살고 나와서는 다시 신검 받고 군대를 가야 한다.

(2) 형사처벌과 함께 선고된 각종 자격정지나 면허 취소 등의 처분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교도소 실형을 살고 나온 '뒤'부터 적용되는 뒤끝이다. 성범죄자 신상 공개 기간, 전자발찌 착용 기간 등과 동일한 맥락이다. 법이 이런 기본적인 사항까지 헛점투성이인 건 아니다. 단지, 징역 복역 기간은 미결수로 구속돼 있던 기간을 포함해서 산정해 줄 뿐이다.

(3) 여권/비자 박탈 및 재발급 불허, 지상파 출연권 박탈(출연금지), SNS 계정 생성 금지는 형사 처벌은 아니지만 인생에 굉장한 불이익을 끼치는 페널티이다. 조리돌림이나 신상 공개와는 방식이 다른 명예형의 일종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남에게 영향 끼치는 것을 금지하는 처분은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빨갱이들한테도 적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기술로만 먹고 살아야지, 남을 가르치고 사람에게 권위를 행사하는 직업은 절대로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교사, 성직자, 법조인 따위)

(4) 사형수는 미결수가 아니다. 형이 확정은 됐지만(= 기결) 그냥 집행이 안 된 좀 애매한 존재들이다.
무기금고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한 번도 선고된 적이 없는 사문 형벌이다. 내란죄는 무기금고의 선고가 가능한 반면, 외환죄는 무기징역만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6 08:35 2023/12/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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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단위, 진행 방향 규격

1. 온도 단위 등

섭씨 온도는 잘 알다시피 물이 어는 온도가 0으로, 물이 끓는 온도가 100으로 잡혀 있다.
그러나 화씨는.. 뭔가 실생활에서 어지간히 겪는 한겨울 혹한 저온이 0도, 어지간한 한여름 폭염이 100도에 근접하게 잡혀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 같은 미국 문화권 알못이 화씨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섭씨 -18도, 꽁꽁 얼어붙은 냉동실이 화씨 0.4도이다.
그 반면, 섭씨 36.5도 체온이 화씨로 97.7도이다.
덤으로 물이 어는 온도는 화씨 32도.. 0과 100에서 얼추 1:2쯤 되는 지점이다.

옛날에 '금광을 찾아서' 고전 게임에서도 화면에 온도계 그림이 있었는데.. 미국 서부 사막이 배경이다 보니 수은주가 수시로 100도 부근을 오르내렸던 걸로 기억한다.. ^^ 이제 그 숫자의 의미가 좀 이해가 된다.
킬로미터가 딱 100km/h부터가 도로교통법 상의 고속을 나타낸다면, 온도에서는 100이 이런 의미를 지니는 셈이다. (물이 끓는 온도 내지 체온보다 더 고온)

옛날 만화영화 "All dogs go to heaven"에는
"천당은 온도도 73도로 유지되는 아주 쾌적한 곳이에요~ 화씨로요 ^^" 이런 대사가 있다.
저 셈법을 적용하면 굳이 5/9니 9/5니 32니 따지지 않아도 화씨 73도는 섭씨로 얼추 20도 초반의 쾌적한 기온이라는 걸 어림할 수 있는데.. 실제로 계산한 정확한 값은 22.7도이다.

20 중후반의 숫자가 80 중후반의 숫자로 매핑되는 건 섭씨-화씨뿐만 아니라 평-제곱미터와도 살~짝 비슷하게 느껴진다. (26평 - 85.8제곱미터 ... 섭씨 29도 - 화씨 85도). 특히 섭씨 27도는 절대온도로 300이어서 계산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화씨로도 80.6으로 얼추 직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그나저나 섭씨와 화씨가 값이 일치하는 지점은 -40도이다. 흐음.. 얼음이 아니라 드라이아이스 레벨은 돼야 생성할 수 있는 저온이다. (얼음, 드라이아이스 다음은 액체 질소요, 액체 질소 다음 최종 테크는 액체 헬륨.. ㄲㄲㄲㄲ)
서양에서는 '공자'를 음역해서 '컨퓨셔스'라는 명칭을 만들었고, 동양에서는 '셀시우스'를 음역해서 '섭씨'라는 한자어 명칭을 만들었다는 게 참 흥미롭다.

과학계에서야 SI 단위가 적극 권장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일상적으로 SI 단위만 사용하도록 지난 2010년대에 표준 도량형이 대대적으로 개편됐었다. (1) 주민 등록 번호 수집 금지, (2) 도로명 주소와 비슷한 시기이지 싶은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평'이 3.3제곱미터라고 형태만 바뀐 채로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비표준 단위 중에서 '인치'도 종주국의 산업 인프라의 특성 때문에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다. 모니터 크기, 옷 치수, 하드디스크 단자 크기 등에서 말이다.

집의 면적은 평인데 임야· 필드의 면적은 꼭 헥타르라고 많이 부르는 편이었다.
옛날에는 대기압은 '밀리바'라는 단위를 써서 표기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파스칼로 바뀌었다. 열량 단위는 칼로리니 J줄이니 하면서 좀 혼선이 있고.. 도량형이 사정이 좀 복잡하다. ^^

교통 분야에서는 피트(항공), 노트(해상), 해리 같은 독특한 단위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 표준으로 정착해 있기 때문에 바뀔 가능성이 없다. 미국의 도로에서만 쓰이는 마일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20세기 중후반에야 새로 개척된 우주로 나가면 얄짤없이 SI 단위인 킬로미터 세상이 찾아온다. 인공위성의 고도에 무슨 비행기 고도처럼 피트가 쓰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2. 비트 순서

컴퓨터에서는 숫자를 0/1비트의 나열로 표현할 때 큰 자리수부터 작은 자리수로 내림차순으로 표현하느냐(big), 반대로 작은 자리수부터 큰 자리수 오름차순으로(little) 표현하느냐, 일명 endian-ness 문제가 있다. 이건 세상 교통에서 좌측· 우측통행 문제와 거의 같은 형태의 문제인 것 같다.

Big endian은 우리가 숫자를 표기하는 방식과 일치하기 때문에 직관적이며, 비교 연산에 더 유리하다. 비교는 큰 자리수부터 먼저 하니까.
그 반면, little endian은 형변환 연산과 산술 연산에 더 유리하다. 덧-뺄-곱셈을 생각해 보면, 작은 자리수부터 오름차순으로 연산을 하는 걸 알 수 있다. (나눗셈은.. 혼자 너무 독보적으로 어렵고 복잡한 초등산수의 끝판왕.. ㄲㄲㄲㄲ)

이 두 방식은 CPU 설계의 관점에서 볼 때 서로 일장일단이 있고 그냥 정하기 나름일 뿐, 절대적인 우열이 있는 관계가 아니라 여겨진다. 이걸 언어에다 비유하자면 big 엔디언은 뭔가 영영어, little 엔디언은 미국 영어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제일 대중적인 인텔 x86 계열 CPU가 little을 채택한 덕분에 완전 little 엔디언 천하통일처럼 됐다.
그러나 컴퓨팅 업계에서는 외형 면에서 더 직관적인 big 엔디언이 더 “formal하고 official한.. 격식 있는 방식”으로 간주된다. 정말 미영어와 영영어의 관계와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_=;;

이 인터넷 시대에 정보 교환용 네트워크 표준은 big 엔디언이다.
이 세상 네트워크 패킷에 binary 형태로 들어간 숫자들은 모두 big 엔디언 방식이어야 한다. htons 뭐 비스무리하게 생긴 C 함수들은 전부 이런 로컬 컴퓨터와 네트워크 간의 비트 순서를 보정해 주는 함수이다.

그리고 Java 언어. 얘는 바이너리 차원에서 어느 CPU에서나 똑같이 구동되는 가상 기계(VM)라는 걸 제공하는데, 얘 바이트코드도 처음부터 big 엔디언 기반으로 설계됐다.

예쁜 트루타입 폰트(ttf)들도 내부적으로 글자의 곡선을 기술하는 좌표들은 다 big 엔디언이다. 스펙 문서에는 모토롤라 CPU 방식이라고 적혀 있는데, 쌍팔년도 시절엔 저 CPU가 현역이었고 자체적으로 big 엔디언을 사용했었다..!
TTF를 만든 애플 매킨토시가 초창기엔 모토롤라 68000 기반이기도 했고.. 그 말인즉슨, 매킨토시는 IBM PC와 달리 빅 엔디언 동네에서 시작됐다는 뜻이다.

문자를 표현하는 표준인 UTF-8도 글자 코드 포인트를 여러 바이트로 쪼개긴 하는데, 큰 자리수부터 앞부분에 먼저 들어가니 개념적으로 big 엔디언이나 다름없다.

에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인텔도 그냥 big 엔디언을 쓰지 싶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주변의 압도 다수의 지상 광역전철 구간들이 다 교류이구만, 겨우 10km도 안 되는 서울역-청량리도 다 같이 교류로 만들어 버리지? 이런 것처럼 말이다. (거기 때문에 괜히 더 비싼 직교류 겸용 차량 도입하느라 두고두고 고생을..)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UTF-16 big 엔디언은 진짜 UTF-7이나 심지어 UTF-32만큼이나 완전 듣보잡이 된 듯하다.;; 오랜 관행을 생각하면 UTF-16도 정보 교환용으로 저장하고 전송할 때는 LE가 아니라 BE를 쓰는 게 원칙일 텐데.. 잘 안 지켜진다. UTF-16BE를 쓸 거면 아예 그냥 UTF-8을 쓰고 말 테니까.;;

3. 통행 방향

(1) 처음에 영국이 좌측통행을 밀었고, 이 관행히 산업화와 제국주의 트렌드를 타고 세계로 전파되었다. 영연방 국가라든가 영국 입김 하에 근대화한 일본은 좌측통행이 정착했다.
그러나 프랑스나 미국 같은 나라는 영국 스타일에 반발했는지 우측통행을 밀었다.

(2) 우리나라처럼 열강의 대열에 들지 못하고 산업화 근대화가 한 박자 늦은 나라들은 철도는 좌측, 자동차 도로는 우측인 하이브리드가 정착했다. 중국이나 북한도 마찬가지..
그런데.. 도로가 좌이고 철도가 우인 정말 특이한 나라가 전세계에 딱 하나.. 인도네시아라고 한다. 얘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세계에 미국 말고 미터법을 안 쓰는 정말 마이너한 나라가 미얀마와 '라이베리야'라는데.. 그런 나라와 비슷해 보인다.

(3) 뭐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 시대까지만 해도 교통수단의 통행 방향은 별 의미가 없었다.
복선 철도 자체가 일제 말기에 건설된 경부선밖에 없었고, 그나마 경인선은.. 복선화 논의가 있긴 했지만 사정상 결국 못 했다.
도로도 마찬가지.. 조선총독부가 있는 경성 시내에조차도 포장되어서 차선이 그어진 차도가 없었다. 노면전차 내지 두 차량이 가끔 교행할 때에나 좌측으로 했지..
그러니 해방 직후인 1946년, 미군정 때 한반도의 차량 통행 방향이 우측으로 곧바로 바뀔 수 있었다. 영향을 받는 도로 시설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4) 세계적으로는 오키나와가 미국 것이다가 일본으로 반환되면서 1978년 7월 29-30일 사이에 도로 시설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전격 변경된 적이 있었다.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기준의 신호등과 도로 표식들을 모두 만들어 놨다가.. 하루 날 잡아서 밤에 6시간인가 8시간 동안 모든 도로들의 차량 통행을 금지한 뒤, 공무원들이 좌측통행용을 가리고 있던 덮개를 우측통행용으로 싹 옮겼다고 한다. ㄷㄷㄷㄷ 참 특이한 operation이 행해졌다.

(5)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부터 자전거·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의 핸들도 왼손이 앞바퀴 브레이크, 오른손이 뒷바퀴 브레이크로 전격 변경됐다. 이건 보행자의 우측통행하고는 별개의 조치인 것 같다.

(6) 세계적으로 우측통행과 좌측통행의 점유율은 마치 안드로이드와 iOS의 점유율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소수 진영도 점유율이 충분히 유의미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
그런데 비행기와 선박은.. 교행할 때 우측통행이 국제 표준이라고 한다. 이건 의외로 좌측이 아니다.
다만, 다들 탑승 때는 마치 좌측통행인 것처럼 진행 방향 기준 왼쪽 문으로 드나드는 것 같다. ^^

Posted by 사무엘

2023/12/03 08:35 2023/12/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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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국내 철도 근황

1. 국내의 셔틀 열차

철도 노선 중에는 장거리 간선 다음으로 단거리 지선이 있으며, 이보다도 더 짧아서 사실상 양쪽 끝만 왕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셔틀 노선'도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 이렇게 셔틀에 가까운 지선의 대표적인 예는 2호선의 성수-신설동, 신도림-까치산 지선일 것이다. 광역전철이나 일반열차 레벨에서는 다음과 같은 게 있다.

(1) 경의중앙선의 서울-신촌-대곡 지선: 열차를 1시간에 1대 남짓밖에 못 굴리는 구간이니 별도의 4량짜리 운행 계통을 이렇게 만들었다. 경의중앙선의 전신이 바로 용산-왕십리-성북 국철이었는데 걔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노선도 나중에는 교외선과 연계해서 별도의 운행 계통으로 분리되면 좋을 것 같다. 경춘선이 중앙선으로부터 분리되듯이 말이다.

(2) 영등포-광명 셔틀: 수요로나 선로용량으로나 처지가 정말 안습하지만.. 그래도 폐지되지는 않고 4량으로 꿋꿋이 버티고 있는 노선이다. 신안산선이 개통되어 광명 역을 경유하는 전용 전철 노선이 개통되면 이 무리수 많은 셔틀은 바로 빛의 속도로 폐지되어 없어지지 싶다.

(3) 광주-광주송정: 현재 CDC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니며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통근열차는 경의선과 경원선에서 전철에 밀려 차례로 퇴출되었는데, 그 뒤 굉장히 뜻밖에도 광주선에서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0여 년 전에 비둘기호가 정선선에서 최후를 맞이했던 것처럼 말이다.

신촌 역과 광주 역은 역사가 길지만, 둘 다 간선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남 고속철이 개통된 뒤부터는 광주-광주송정의 관계가 진짜 대구-동대구.. 아니, 그걸 능가하는 관계가 됐으니 말이다.
그 대신 저 두 역에는 단거리 셔틀 열차가 드물게나마 다니게 된 것이다.

2. 공항선 일대의 최근 근황

공항철도에서는 한동안 인천공항 역(현재의 제1터미널 역) 이후로 '용유'라고 차량기지 내부의 임시역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인천 공항 자기 부상 열차가 개통되고부터 이 역은 폐지되고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공항철도는 용유 쪽이 아니라 제2터미널 쪽으로 연장되기도 했고 말이다.

이건 먼 옛날, 분당선의 죽전 차량기지 안에 '보정'이라는 임시역이 있었다가 폐지된 것과 비슷한 변화인 것 같다. 그 임시역은 없어졌으며, 거기서 약간 떨어진 분당선 지하 본선상에 정식으로 보정 역이 따로 생겼다.
공항선의 경우, 자기 부상 열차가 용유 역을 경유하기 시작했다. 마침 얘도 노선색이 개나리 노란색이어서 분당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엔 공항선을 경유하는 KTX가 없어졌다. 그 대신 이제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직· 교류 겸용 열차가 투입돼서 공항선과 직결 운행을 할 예정이다. 물론 얘는 수인분당선 전구간을 다니는 열차만큼이나 1시간에 한두 대 꼴로 아주 드물게 있을 예정이다.
사실.. 갈아탄다고 하더라도 김포공항 역은 그냥 같은 승강장의 맞은편 열차를 타면 되기 때문에 환승은 별로 불편하지 않다. 환승 편의보다는 열차의 주행 속도가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기껏 개통한 자기 부상 열차는 승객이 너무 없고 적자가 심했는지, 지금은 운행을 중단한 상태이다. 그러니 얘로나 기존 공항선 열차로나 용유 역을 갈 수는 없게 됐다.

3. 단선 전철

일반열차가 아니라 통근형 전동차가 다니는 광역철도/도시철도/경전철은 종점· 말단 같은 곳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복선으로 만드는 게 국룰이었다. 철도를 아예 안 만들면 안 만들었지, 만든다면 복선 전철로 만들어야 속도와 수송량 면에서 자동차 대비 경쟁력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부터는 그런 클리셰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원선 소요산 이북 구간은 연장 구간은 단선 전철로 만들어진다. 즉, 열차만 CDC 대신 전동차로 바뀌지, 전동차가 예전의 통근열차가 그랬던 것처럼 교행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물론 배차간격은 30분~1시간에 달한다.

그리고 사실은 부산권에도 양산 경전철은 정말 이례적으로 단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이 전국에서 유일한 3도어 규격 차량을 쓰듯, 저기는 주요 구간이 기본적으로 단선인 전국 최초 유일의 도시철도가 될 듯하다. 무엇이건 튀는 면모를 하나씩 갖춘 셈이다.

난 부산 지하철 2호선의 북쪽 양산 연장 구간이 단선으로 만들어지는 걸로 들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거기는 복선이고, 새로 만들어지는 경전철이 단선이다. 글쎄, 당장 건설비는 좀 아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선에서 열차 운행을 조밀하게 하는 건 굉장히 스트레스 받고 힘들 텐데 그건 좀 우려된다. 아무리 부산도 서울· 수도권에 밀려 인구가 줄어들고 많이 몰락했다지만, 엄연한 도시철도를 단선으로 만들 정도로 수요가 막장인가 싶은 의문이 든다.

나중에 서울 외곽의 교외선에 전동차가 운행된다면 거기도 현재로서는 단선 전철이 예상된다. 당장 운영은 단선으로 하더라도 복선 노반은 확보해 놓고 운영했으면 좋겠다.

4. 서울의 경전철 비교

서울은 노면전차(1899), 지하철(1974), 광역전철의 도입은 전국 최초였다.
그러나 시내버스나 경전철의 도입은 전국 최초가 아니었다. (각각 대구, 부산)

신림 경전철(2022)은 고무차륜 3량이다. 우이 경전철(2017)은 철차륜 2량이다.
전자는 차량이 더 작기 때문에 둘의 편성 당 수송 인원수는 서로 대등하다.

신림 경전철은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여의도까지는 못 가고 샛강에서 멈췄다. 사실, 반대쪽 끝인 서울대 안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지 못한 것도 아쉽다.
우이 경전철은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왕십리까지는 못 가고 신설동에서 멈췄다.

신림 경전철은 강남 쪽에 있고 관악산 기슭에서 끝난다.
우이 경전철은 강북 쪽에 있고 북한산 기슭에서 끝난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1 08:35 2023/1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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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려 말의 왜구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조선이 하도 흉하고 추한 과정을 거쳐 멸망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격한 반감과 심지어 트라우마까지 지닌 사람이 있다.
19세기 말에야 왕비가 외국 자객에게 암살 당하고, 왕이 쫄아서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을 가고, 자국 군대가 봉기를 일으켜서 대궐을 점령하고, 왕이 외국 군대를 동원해서 자국 민란을 진압하는 등... 뭐 상상할 수 있는 개막장 인외마경이 다 벌어졌다.

하지만 사실은 조선 이전의 고려도 말기엔 만만찮게 시궁창 막장을 넘어 '헬게이트'였으며, 언제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던 상태였다.
일자무식 무신들 쿠데타에 휘둘리면서 나라 내부가 결딴이 났고(물론 그 전에 문신들이 나라 지키는 군인들을 개차반 대접했던 것도 잘못),
대륙으로부터는 몽골인지 원나라인지 걔들한테 작살 나면서 오랫동안 휘둘렸으며,

바다로부터는 이놈의 왜구가.. 소말리아 해적 수준이 아니라 어지간한 적국 해군 수준으로 한반도의 해안을 몽땅 접수하면서 끊임없이 민가를 털어 갔던 것이다. 망망대해 위에서 배만 턴 게 아니라 아예 상륙까지 해서 남의 영토에서 노략질을 했으니 원..
이 왜구는 일본 자국의 입장에서도 통제가 안 되는 골칫거리이긴 했다.

하지만 고려는 멸망 직전의 말기에 중앙 정부의 통치력이라고는 도읍 주변으로 확 쪼그라든 상태였다. 오죽했으면 이 성계가 처음에는 온갖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장수로 시작했다가 나라를 갈아엎어 버렸다.
마침 이 시기에 최 무선이 고성능 화포를 개발한 덕분에 특별히 왜구들을 화력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이때 저 사람은 이 순신 만만찮게 나라를 구하고 조선의 국방의 기틀을 닦은 것이었다.

그렇게 왜구들이 무력으로 제압되고, 일본도 1600년대쯤 중앙집권 막부가 등장하고부터는 왜구라는 것이 자취를 감췄다. 조선이 임진왜란 전과 후가 상황이 많이 달라졌듯, 일본도 그 전과 후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왜구가 자꾸 찝적대고 대미지를 누적시키고 국력을 소모시킨 것은 고려의 멸망에 간접적으로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때는 그래도 이 성계라는 자국민의 쿠데타를 통해 왕조가 바뀐 것이었다.
그러나 훗날 조선은 왜구가 아니라 근대화된 일본 제국의 군대가 총칼을 들이대며 위협하니 알아서 슬슬 기면서 외교권 사법권 내어주고 군대 해산하다가 끝내 멸망하게 됐다. 둘은 멸망 방식에 이런 차이가 있다.

차라리 왜구들이나 찝적대는 게 강화도 조약, 을미사변, 청일 전쟁 이런 것보다는 더 나았던 건지는 모르겠다.
나도 오랫동안 근현대사만 생각하다 보니, 일본군만 떠올리지 옛날 왜구...의 존재감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놈의 토착왜구 타령은 참.. -_-;;
그 미개한 왜구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근대화해서 아시아 최강대국이 된 건 생각을 안 하고 언젯적 얘기만 계속 읊어 대는지 모르겠다.

2. 삼별초

옛날에 박 정희 군사 정권은 '군사 정권'에 대한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고려의 무신 정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후하게 평가하도록 역사학계에다가 로비를 넣었던 것 같다.
특히 삼별초라는 친위대 말이다. 투철한 애국애족 정신으로 뭉쳐서 마지막까지 몽골에게 항거하던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많이 미화를 했는데.. 현재는 그렇지는 않은 걸로 평가가 바뀌고 있다.

단, 지방에서 '노비'들이 삼별초에 많이 가담했다고 한다. 더 잃을 게 없는 처지에서 잘 되면 신분 해방이고 못 돼도 본전이니까 가담했던 게 아닐까? 몽골의 침략 때문에 시국이 뒤숭숭한 데다, 불과 60여 년 전에 '만적의 난'이 미수에 그쳤던 것도 영향을 끼쳤지 싶다.

3. 지조를 지킨 의인

조선 시대엔 사육신과 생육신이란 게 충절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숙부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이 되자, 저 충신들이 다시 단종을 왕으로 추대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돌아가고, 반대로 그들이 정치범 역적으로 몰려 집안이 통째로 숙청 당하고 삭제 당했다.

저 사람들은 어떤 고문에도 끝까지 굽히지 않고 "당신은 대감님 나으리이지, 왕이 아니올시다!"를 고집했다고 한다.
옛날에 석총이 궁예에게 "당신은 국왕 폐하이지, 미륵이 아니올시다!"를 고집했던 것과 좋은 대조=_=를 이루는 것 같다.

조선보다 더 과거에는 우리나라 관료가 아예 외국으로 전향을 권유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목숨을 잃은 사례가 좀 있었다. 물론 아무 뜬금없이 그렇게 된 건 아니고, 외국을 상대로 기만 내지 적대 행위를 하다가 걸렸기 때문이다.

(1) 신라 박 제상은 정말 독보적으로 유명한 사례이다. 왕의 동생을 적국에서 구출해 준 뒤, 자신은 일본으로 전향을 거부하고 화형을 당해 죽었다. 요즘으로 치면 국정원 블랙요원이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각되고 순직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 고려 때는 강 조라는 굉장히 특이한 관료도 있었다. 왕을 시해하고 뭔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 같았지만 거란의 침입에는 맞서 싸웠다. 포로로 잡힌 뒤엔 거란의 신하로 전향을 단호히 거부하고 처형 당했다.

외국으로의 전향을 거부한 사람으로 한국사에 등장하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 이 둘이 전부인 것 같다.

4. 조선 시대의 형벌

(1) 로마 제국의 십자가형은 본게임 전에 죄수를 반 죽여 놓는 채찍질이 있었고, 조선의 유형(귀양)형은 본게임 전에 죄수를 반 죽여 놓는 장형이 있었다.
그리고 본게임에서는 둘 다 죄수를 뭔가 방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뭐, 유형의 경우 장형은.. 돈으로 때우는 걸로 대체할 수는 있었다고 함)

(2) 간과하기 쉬운 의외의 사실인데, 조선 시대의 감옥은 전적으로 미결수가 갇히는 곳이었다. 그 시절에는 감옥에 갇히는 것 자체가 형벌인 '금고 1년, 징역 3년, 무기징역' 같은 자유형이 없었다~! 그 대신 장형, 태형, 사형 같은 신체형이 있었을 뿐.
거기에다 도형(노역)이나 유형이 있는데.. 얘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형을 받고 나서 집행되는 형태였다.

"여봐라, 저놈을 당장 하옥시켜라" 이게 그 자체가 형벌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죄를 묻고 나서 진짜 형벌을 주기 위해 신체를 구속하는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의 경우, 갑오개혁 때에야 장형과 도형이 폐지되고, 징역형이란 게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리고 사형 집행 방식도 좀 근대화(?)됐다. 덕분에 갑오개혁 거의 직후에 처형된 전 봉준은 참수 대신 교수형을 당했다.

(3) 조선에서는 사형을 집행할 때 사형수는 꿇어앉아 있고, 칼 든 망나니가 '칼춤'을  무슨 탈춤처럼 덩실덩실 추면서 입으로 술인지 물인지를 후~ 뿜다가 내리친다거나 하는 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건 이제 다들 많이 알려져 있다.
곤장 칠 때처럼 사형수를 엎어 놓고 목을 쳤다.

5. 사도세자

사도세자는 왕자 주제에 근처의 사람을 지 기분 꼴리는 대로 고문하고 막 죽이기까지 했다니(!!).. 예상 이상의 개막장 정신병자 싸이코패스 망나니였다.
근데 그렇게 된 게 애비 영조가 애를 어린 시절부터 훈육을 빙자해서 아동학대 수준으로 너무 심하게 잡았기 때문이었다. 애가 미쳐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는 그 스트레스를 사치 향락으로 풀고, 주변의 궁인· 궁녀들이나 학대하며 푼 것이다.

사도세자는 원래 머리가 비상하고 아주 똑똑했다고 한다. 잘 컸으면 나라를 잘 다스리는 유능한 군주가 됐을 것 같은데 이런 과정을 거쳐 인성이 완전히 망가지고 폐인이 됐다.
영조는 너무 큰 사고를 치고 자신과도 갈등이 극에 달한 세자에게 벌을 주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서류 기록이 남는 법적인 형벌을 줄 수는 없었다. 당연히 사약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니 처음엔 칼 던져주고 자결하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뒤주에 쳐넣어서 서서히 아사· 갈사시키는 희대의 엽기적인 방법으로 친아들을 죽여 버렸다. 이름하여 임오화변.
우리나라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에는 부모로부터 평생 애정을 못 받고 학대만 당했던 어느 청년이 참다못해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내기까지 했는데.. 이건 사도세자의 정반대 케이스인 것 같다.;;

6. 울나라의 명칭

서양에서 이 대한민국과 그 전신 나라들의 명칭은 Korea라고 오래 전부터 알려지고 정착했다.
조선 정부에서는 자기 나라가 '고려'에서 유래된 코리아라고 국제적으로 일컬어지는 걸 영 싫어했다. 하지만 이 명칭이 진작부터 다 퍼져 버렸기 때문에 그걸 뒤늦게 Chosun이니 Joseon이니 하는 다른 단어로 바꿀 수는 없었다.

결국, 조선의 페이스리프트 후기형인 대한제국은 Empire of Korea라고 대외적으로 선포되었다. 이건 자국 여권에도 적힌 공식 표기이다. 19세기 중후반이 각종 국제 기구라는 게 처음으로 생겼던 시기이니까..

대한제국은 얼마 못 가고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기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제는 이번엔 대한제국 대신 '조선'이라는 명칭을 다시 가져와서 한반도 지역을 조센이라고 읽었다. 알파벳 표기는 Chosen.. choose의 과거분사 '선택된'과는 아무 관계 없다.. -_-;;

이 명칭을 국제적으로 홍보했지만.. 역시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조선 정부가 홍보한 '조선'이건, 나중에 일제가 홍보한 '조선'이건.. 별 호응이 없었다.
결국 오늘날 '조선'은 북한에서나 쓰고 있는 명칭이 됐고, 걔들도 DPRK라는 영어 이니셜에는 어쩔 수 없이 Korea가 들어간다.

자국 명칭이 '한'짜가 들어가건 '조선'이 들어가건, 영어는 고려 시대 이래로 요지부동 Korea라는 게 신기한 현상이다. 모탈 컴뱃과 더불어 K로 시작하는 얼마 안 되는 고유명사이다.
일본에 대한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쩔었던 쌍팔년도 시절엔.. 일본이 국제적으로 로비를 벌여서 Corea의 알파벳 순서를 자기네 Japan 뒤로 밀었다는 정말 황당한 낭설도 나돌았었다. 허나 이건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28 08:36 2023/11/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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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유럽 3국

  • 영국: 섬나라, 영어~! 인도를 포함한 엄청난 규모의 식민지를 보유했으며, 미국의 모체. 뉴턴, 돌턴, 다윈. 해밀턴, 네이피어. 증기 기관과 산업 혁명.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일찌감치 교황과 결별, 가장 일찍부터 자국어 성경 번역 시작.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 롤스로이스. 안개 낀 우중충한 날씨.

  • 프랑스: 나폴레옹, 대혁명, 단두대(..), 나치 부역자 여성 강제 삭발. 언어가 삼국 중에서는 내가 느끼기에 제일 특이함. 자유분방, 패션(?), 샹들리제, 미녀와 야수스러운 느낌적인 느낌. 스페인 못지않은 친가톨릭 성향. 라부아지에, 푸리에, 푸아송, 데카르트, 파스칼, 라그랑주..;; 떼제베 고속철, 부가티

  • 독일: 종교개혁(루터), 음악(베토벤, 바흐!)과 철학 강국. 디젤 기관과 자동차의 명가(BMW와 벤츠, 포르셰, 폭스바겐). 전기 철도의 원조(지멘스). 뢴트겐, 가우스, 힐베르트, 리만. 삼국 중에 인구 가장 많음. 의무 교육과 거위걸음의 원조. 세계대전에서 유일하게 추축국 전범국 진영. 히틀러와 나치 흑역사..;;

뭔가 프로토스 테란 저그 같은 느낌이 든다..
참고로 영국과 독일은 애국가(national anthem)의 멜로디가 우리나라 찬송가에도 기재돼 있는 반면(피난처 있으니 / 시온 성과 같은 교회), 프랑스는 유일하게 그렇지 않다.

2. 초소형 국가(마이크로네이션)

우리나라에서는 남이섬이 ‘나미나라 공화국’이라는 나라에 입국하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 안에는 바티칸이라는 아주 자그마한 도시국가가 있는데 이건 남이섬과 달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레알 국가이다.

이것 말고 세계적으로 기존 국가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초소형 국가가 몇 개 있었다. 장난이 아니라 레알이라면 이건 기존 국가의 입장에서는 국토 참절 내란이라는 엄청난 중죄이며, 전근대 시절이라면 말 그대로 역모이다.

(1) 로즈(Rose) 아일랜드 공화국: 미국의 로드(Rhode) 아일랜드 주와 이름이 비슷한데.. 이탈리아의 영해 한가운데에 있는 겨우 400제곱미터짜리 인공섬 국가였다. 1968년에 건국을 선언했지만, 그 이듬해에 이탈리아 해군에 의해 토벌되어서 멸망했다.
남이섬 같은 관광업 놀이를 넘어서 소득에 대한 납세까지 거부하는 것은 선 넘는 짓이라고 이탈리아 정부에서 판단했던 것이다.

(2) 씨랜드 공국: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참사 할 때와 동일한 명칭인 Sealand이다. 영토는 잉글랜드 남동부의 바다 위에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이 전부이다. 국제적으로 국가로 정식 승인이야 못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영국 정부로부터 토벌되지도 않고 지금까지 근근이 유지는 되고 있는 것 같다. 위의 로즈와 비슷한 시기인 1967년에 건립됐다고 한다.

(3) 헛리버(Hutt River) 공국: 섬이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쪽 끝에 자리잡았던 초소형 국가이다. 어느 변호사가 법으로 요리조리 싸운 끝에 1972년에 호주 정부로부터 독립을 인정받고, 그 대신 영국 여왕에게는 여전히 충성을 다하는 영연방의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 경제난과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감소 때문에 2020년 1월에 전격 해체하고 다시 호주 연방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3. 이스라엘의 리즈 시절 행적들

  •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까지 찾아가서 추적 끝에 생포· 납치하는 데 성공(1960)
  • 시리아의 고위직에 스파이를 교묘하게 잘 심은 덕분에 정보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3차 중동 전쟁에서 승리(1964-1965)
  •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여객기 테러리스트들을 성공적으로 제압하고, 무려 100여 명에 달하는 인질을 아주 소수만 빼고 거의 다 구출 성공(1976)

4. 러시아의 전투 방식

러샤의 뿌띤은 20여 년 전 체첸 반군 쪽에서 테러를 벌였을 때에도,
10여 년 전 소말리아 해적이 귀찮게 굴었을 때도..
어느 때건 그냥 눈이 뵈는 게 없이 이판사판이었다. 너 죽고 나 죽는 치킨 레이스였고, 무자비하기 그지없었다. 이스라엘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유명하다. ㄲㄲㄲ

아 그래.. 소말리아 해적들을 망망대해 위에서 달랑 고무보트에다 태우고는 훈방 조치..
정말 이런 짓을 한 나라는 세계에서 러시아밖에 없긴 했다.;;
흑돌고래 교도소의 보유국이 아니랄까 봐. 소련이 망했어도 공산당 시절 특유의 반민주 인명 경시 풍조는 어딜 가지 않았다.
교수대 사형 집행이 없으면 사형보다 더 천천히 괴롭게 사람을 말려 죽일 뿐이다.

2004년 9월, 베슬란 학교 인질극 참사 얘기는 뒤늦게 들었다.
근데 이건 테러범들도 극악의 미친 싸이코들이어서.. 이건 세계관 최강자끼리의 불운한 충돌이라고 봐야겠다.
이때 러시아 군인들은 위· 영관급 장교들이 몸으로 총알 막고 수류탄 덮어서 전사하면서 인질들을 구출했다. 그러니 강경 진압을 명령한 수뇌부 말고, 밑에서 임무 수행한 사람들은 도저히 욕할 수 없었다.

“러시아 국민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분명히 알게 된 것은 러시아를 대상으로 테러를 하면 테러리스트나 인질, 진압부대 모두 다 죽는 ‘이판사판’의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이 베슬란 학교 사건 이후 체첸 반군은 다시는 러시아를 상대로 이러한 대형 테러를 벌이지 못했다.”

러시아고 체첸이고 벨라루스고 나발이고 역학관계를 잘은 모르겠다만..
문제는, 바로 이런 미친 근성의 나라가 이제는 전쟁을 벌여 놓고 어영부영 끝낼 생각 따윈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_-;;
구소련기 걸고 다니는 탱크를 보니, 남부기 걸고 다니는 미군 탱크 생각이 나더라.

5. 러시아의 존재감

내가 보기에 아폴로 계획(달 착륙) 음모론자, 그리고 중증 반일정신병자의 공통점은 다~~
러시아-소련의 존재감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이 쥐도 새도 모르게 몰래 달에 딱 한 번 다녀오고 말았고, 다른 경쟁자는 없었던 줄로 안다.
1800년대 말에 조선을 노리던 나라가 오로지 일본밖에 없었던 줄 안다.

그러니 망상이 초기 경증일 때는 "우리나라가 광복군이 참전해서 전승국만 됐어도.."로 시작했다가, 더 심해지면 "일본놈들이 조선을 침략하지만 않았어도~~"로 악화된다.
고종이 자국민을 우금치에서 기관총 갈기며 학살한 것은 안중에도 없고, 한때 청나라를 조선에서 완전히 몰아낸 거 하나만으로 독립문 세우면서 좋다고 난리를 쳤던 건 싹 잊어버린다.

저 존재감 없는 나라는 6 25 전쟁 때 탱크를 원조하면서 북괴를 도왔던 나라이며,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전투기로 우리 여객기를 두 번이나 격추시켰던 나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으니 역사를 제발 편파적이지 않게 균형 있게 기억하시길 바란다.

6. 토종 동식물

중국은 용(?)과 팬더곰(판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캥거루와 코알라, 인도는 코끼리..
이렇게 특정 나라에서만 서식한다거나, 특정 나라의 상징처럼 등극한 동식물이 있다. 용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니 논외로 한다지만..

우리나라는 어떤 예가 있을까?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 반달곰이나 호랑이 같은 건 야생에서는 진작에 자취를 감췄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만 지내는 놈이 아니다. 아, 진돗개 삽살개 같은 토종견이 있군.
동물이 아니라 식물 중에 그 정도로 유니크한 물건들이 좀 있는 것 같다. 금강초롱, 미선나무, 끈끈이주걱, 동강할미꽃 따위 말이다.

7. 인구

지금은 바야흐로 2020년대인데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는 중국일까, 인도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공식적인 통계상으로는 아직 중국이 인도를 근소하게(불과 5, 6천만 명 남짓 차이) 앞서 있지만.. 압도적인 출산율의 차이로 인해 2020년대 안으로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다수설이다.

심지어 비공식적으로는 2010년대 중후반에 이미 역전이 됐을 거라는 추측도 나도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런데 두 나라 다 공권력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서류상으로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지경이다. 그러니 이 역시 그냥 추측의 영역에 머무르게 될 것 같다.

땅이 제일 넓은 나라는 러시아이지만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는 러시아보다 더 남쪽에 있다. 그런데 캐나다는 그 방대한 영토에 비해 인구는 참 안습하다. 미국하고도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숫자 감각이 더 분명해진 뒤에야 실감하게 됐다.

8. 미국의 방송, 항공사, 자동차 회사

미국은 워낙 크고 넓고 통치 형태도 완전 단일 정부가 아니라 연방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 우리나라는 전국구 공영 지상파 TV 방송국이 KBS/MBC 정도가 전부이지만 저기는 CBS, ABC, NBC, FOX 등 더 다양하다.
  • 메이저(저비용이 아닌) 항공사도 땅 좁은 우리나라는 대한/아시아나가 전부이다. 그러나 저기는 메이저를 넘어 플래그십 항공사 자체가 단일 유일이 아니다.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등으로 관할이 나뉘어 있다.
  • 독립된 자동차 회사는 GM과 포드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자동차 제조사끼리의 인수 합병으로 인해 브랜드명을 통한 분화가 굉장히 많이 돼 있다. 캐딜락, 링컨.. 이런 건 브랜드 이름일 뿐, 뿌리는 다 동일해졌다(GM).

우리나라의 경우, 현대와 기아는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른 회사이지만, 그래도 큰 뿌리는 둘 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제네시스는 현대 소속이지만 현대를 노출하지 않는 별도의 브랜드명처럼 돼 있다.

한편, CBS라는 명칭은 우리나라의 기독교 방송과 이니셜이 완벽하게 겹친다. 하지만 이건 아예 보통명사인 CCTV와 겹치는 중국의 방송 명칭보다는 상황이 나은 것지도 모르겠다.;;

9. 남아메리카 베네수엘라

  •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 높이 979m짜리 엔젤/앙헬 폭포가 있는 나라라고 맨 처음 들었다.
  • 석유가 그렇게도 많이 난댄다. 엥, 미국도 아니고 중동도 아닌 곳에서?
  • 그런데도 나라 복리후생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처지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 급으로 경제 막장이고, 멕시코· 필리핀 급으로 치안 막장이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꼬였길래?
  •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나라 차원에서 다른 스포츠나 기능 경기도 아니고 미인 대회를 그렇게도 육성하고 공략한다고 함. 그래서 여기 출신 입상자가 많다

10. 화폐 단위

끝으로 베트남 ‘동’.
대한민국 원보다 가치가 더 낮은 화폐단위가 있긴 하구나..! (미화 1$에 22839동)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ㅎㅎ 매우 인상적이다.
쟤들도 인플레 때문에 10, 100단위는 실용성이 거의 없고, 기본이 1000단위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아울러, 몽골 '투그릭'도 한국 원보다 미묘하게 가치가 더 낮은 화폐라고 함..

Posted by 사무엘

2023/11/25 08:35 2023/1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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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에 대한 진술

성경은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다"(레 17:11)라고 말하는데, 이건 단순한 문학 서사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팩트이다.
아울러, "피는 땅을 더럽힌다"(민 35:33)라는 진술도 굉장히 일리가 있는 사실이다.

피는 아무리 씻고 닦아내도, 아주 특수한 화학약품을 뿌리지 않는 한 죽어라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요즘 기술이 발달해서 루미놀 반응으로 아주 미세한 혈흔을 검출해서 엄청 옛날에 벌어진 살인 사건 현장도 잡아내고, 거기 남아 있는 DNA로 수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의 신원까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걸 생각해 보시라.

사람이 죽은 현장을 완전히 불질러 버려야 이런 흔적도 지울 수 있는가 보다. 그래서 살인 다음에 방화가 뒤따르는 경우가 이리도 많았던 것이다.

이걸 성경은 "땅이 입을 벌려 아벨의 피를 받았은즉.. / 피가 부르짖나니.."라고 아주 초월적으로 표현한다.
세상에서는 저 워딩이 과학적 디테일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저걸 비유, 은유 과장 같은 문학 수사로 치부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과 바이블 빌리버의 관점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오감이 감지하지 못할 뿐이지, 진짜로 피가 부르짖는 것이고 하나님이 그걸 들으시는 것이다.

"피로 더럽혀진 땅은 그 피를 흘리게 한 자의 피를 통해서만 깨끗해질 수 있다"(= 사형 제도) 이런 것도 과학으로는 알 수 없는 면모이다.
성경의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피가 환경을 오염시키지, 무슨 플라스틱이나 방사능 폐기물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2. 영적 접근성

예수님과 시간·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살았던 사람이라고 해서, 예수님의 행적을 직접 봤다고 해서, 심지어 예수님의 친인척이었다고 해서 특별히 예수 잘 믿고 신앙 생활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슨 성경 시대의 언어를 모국어로 쓴다고 해서 특별히 성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처럼 예수님보다 한참 후대를 살고, 지역적으로도 아무 연고가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온전히 보존되고 번역된 하나님의 말씀이 있기 때문에 그 당대를 살았던 사람과 아무 차이 없이 복음을 접하고 그분의 뜻을 알 수 있다. 성경은 이게 예수님 당대 시절 체험보다도 더 확실하다고 자가증언한다. (벧후 1:18-19)
이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엉뚱한 질문들이 바로 "세종대왕 이 순신도 지옥 갔냐느니", 아니면 "이 히브리어 그리스어의 뜻은 그 시절 사람을 불러서 물어 보고 싶다" 같은 부류들일 것이다.

예수님은 사역 당시에 혈육 가족으로부터의 청탁 내지 찬스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여 공평하게 사역을 하셨다. 이는 요한복음의 그 "여자여" 발언 말고도 복음서 여러 곳에 나온다.

  • 그분께서 이것들을 말씀하실 때에 무리 중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그분께 이르되, 당신을 밴 태와 당신이 빤 젖이 복이 있나이다, 하거늘
  • 그분께서 이르시되, 그러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느니라, 하시니라. (눅 11:27-28)

언뜻 생각하기에 감히 하나님을 잉태하고 낳고 젖을 먹여 준 마리아의 신체는...;;; 얼~~~~마나 복되고 은총이 가득하고 특별하고 성스럽고...;;; 그 유니크함이 이루 말로 형언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특히 가톨릭 같은 곳의 사고방식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런 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

  • ... 내 모친과 형제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이라 ... (눅 8:21)
  • ...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그 사람은 나의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막 3:35)
  • ...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그 사람이 나의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마 12:50)

"내 모친과 형제 자매가 별 거 있냐..??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들이 다~~ 내 모친과 형제 자매인걸 뭐??" ...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하나님의 영적 접근성은 시대나 장소, 출신에 얽매이지 않으며 차별이 없다. 아멘~

3. 성경에 나오는 반전

난 개인적으로 이 두 구절을 읽을 때 아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아주 의미심장한 반전 전개를 암시한 게 아닌가?

  • 그러나 그가 머리를 깎인 후에 그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더라. (삿 16:22)
  • 그러나 다윗이 행한 그 일이 주를 불쾌하게 하였더라. (삼하 11:27)

삼손의 경우는 머털도사에서 머털이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 장면이 떠오른다. =_=;;;; 한편, 악역인 꺽꿀이는 지 스승한테도 반역하고 나중에 죽은 것, 그리고 장발미남이라는 점으로 인해 압살롬을 묘하게 연상시킨다.

다윗의 경우는? 살인을 통해 간음을 언뜻 보기에 재혼으로 완벽하게 은폐했다. 살인은? 전쟁터에서의 영예로운 전사로 완벽하게 은폐했다. 요즘으로 치면 아군 껀지 적군 껀지 알 길이 없는 수류탄 프래깅과도 비슷해 보인다. ㅡ,.ㅡ;;;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없애는 계획이 성공했지만.. 하나님은 그 흉계조차도 완벽하게 다 간파하고 계셨다.

삼손은 천하장사였고, 다윗 시대에는 골리앗이라는 또 다른 천하장사가 있었다. 시기는 좀 차이가 있지만, 이렇게 천하장사가 나오는 성경 본문에서 심상은 각각 긍정적 vs 부정적으로 다르다만, '그러나' 반전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보자.

4. 사도행전

(1) 사도행전 6장에서 사도들의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집사를 선출하는 건.. 출애굽기 18장에서 모세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중간 간부를 뽑는 것과 비슷한 장면인 것 같다.

(2) 흔히 천사라고 하면 무슨 예쁜 미소녀나 생글생글 미소년, 심지어 아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성경에서 딱 한 번 '천사의 얼굴' 같다고 예를 든 건 바로 스데반.. (행 6:15) 건장한 남성 청년이었다.
행 7:59는 스데반이 순교하면서 하나님께 부르짖었는데.. "예수님, 내 영을 받으시옵소서"라고 말하는 걸 보니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라는 걸 보여주는 위대한 구절이다. 그리고 성도들이 죽는 것은 그냥 잠드는 것과 같다는 것을 바로 다음 구절에서 보여주기도 한다.

(3)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행적은.. 퀘스트를 수행하는 RPG 게임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대제사장을 찾아가라 -- 체포영장을 받아서 다마스쿠스로 가라.. -- (도중에 이벤트 발생.. 예수님 만나는 컷씬)
(다마스쿠스에서 아나니야 만남) -- 등등등등... 로마로 가라

(4) 바울과 바나바가 격렬히 싸우다가 갈라선 건.. 옛날에 id 소프트웨어에서 존 로메로와 존 카맥이 결별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존 로메로는 치렁치렁한 장발인 게 압살롬 같은 인상이 느껴지기도 하더라만.. ㄲㄲㄲㄲ

5. 나머지

  • '하나님의 가족'에 대한 찬가인 시편 45편은 뭔가 성경의 용비어천가 같은 느낌이 든다.
  • 누가복음 15장에는 그 유명한 탕자의 비유가 수록돼 있다. 눅 15:17는 요즘 시쳇말로 '현타'라는 게 무엇인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구절이라 하겠다.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의 너무 엄청난 부귀영화를 보고는 멘탈이 털려 버렸는데, 탕자는 맨 밑바닥 인생 돼지우리에서 멘탈이 제대로 돌아왔다. ㄲㄲㄲㄲ
  • "라떼는 말이야"의 진짜 원조는 최초의 인간 아담일 듯하다. 그리 오래 지내지 못했던 에덴 동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있을 테니까.. "라떼는 말이야 힘들게 농사 안 지어도 식물들이 큼직하게 열매 잘도 맺었는데.. 후손들이 고생 많군" 이런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22 19:35 2023/11/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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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명

지금으로부터 불과 수십~수백 년 전만 해도 인간들은 정말 간단한 안전 장치가 없어서 정말 간단한 사고만으로도 죽고.. 저렴하게 보충 가능한 무슨 영양분이나 약, 백신이 없어서 간단한 상처만 입고도 세균 감염 때문에 죽고, 간단한 병에만 걸려도 죽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겨우 '종기'가 동서양의 수많은 왕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괴롭히고 죽게 했는지를 생각해 보자. 평민이 아니라 군주.. 당대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던 사람을 말이다.
충치나 잇몸병도 치료 안 하고 극단적으로 방치하면 독소가 뇌까지 가서 사람이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니 "현대인들은 옛날처럼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 파상풍, 전염병으로 죽지 않으니, 끝에 가서 암에 걸려 죽는 편이다"란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후진국형 감염병 전염병 → 성인병 → 암의 순으로 병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렇듯, 옛날엔 의료 보건 위생이 열악하고 영양 상태가 열악했기 때문에 사람이 장수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먼 옛날 성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노아의 홍수 이전에는 사람이 900살이 넘게 살았는데, 그 뒤부터는 사람 수명이 급격히 짧아져서 100을 넘기가 어려워졌다.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후세들이 단명하는 걸 보고 이러다 인류가 멸망하는 거 아니냐고 굉장히 놀라고 겁먹었지 싶다.;; 요즘 저출산을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고대 과거에도 이 역경을 딛고 8, 90까지 사는 용자도 가끔은 있었다. 신체의 면역력이 최강이었던 듯? 그리고 옛날에도 암 걸려 죽는 사람도 없는 건 아니었다.
조선 시대엔 사람이 나이 80인가 90을 넘으면 노비여도 해방시켜 주고 왕이 찾아가서 어르신~ 굽신거리며 인사를 했다고 그런다. 창세기 끝부분에서 파라오가 야곱 옹을 찾아가서 인사하던 장면이 생각나는군.

2. 동물로부터 옮는 병

개, 돼지, 소와 얽힌 무서운 병이 하나씩은 다 있는 것 같다.
광견병은.. 치사율이 99.99%에 달하는 정말 무서운 병인데 그나마 백신이 인류를 구했다. 증상은 물과 빛에 접촉하는 게 고통스러워진다니, 식물과는 완전히 반대가 되는 것 같다.

광우병은 병의 명칭이 정확하지 않고 환자도 극소수라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일단 걸리면 뇌가 망가지면서 죽는 무서운 병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현재까지 전무하며, ‘프리온’이라는 원인 물질이 기존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한다.
그런데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병이 왜 미국산 소고기로만 불똥이 튀었는지는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저런 병들에 비해, 구제역이나 돼지열병은 종간장벽에 걸려서 사람한테는 딱히 해를 끼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한번 발생했다 하면 불쌍한 돼지들이 몽땅 다 매몰 살처분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손해를 끼치기는 한다.
2010~11년경에 한번 대판 난리를 겪은 뒤, 요즘은 우리나라에 구제역 백신은 꼬박꼬박 다 맞힌다고 한다. 돼지들을 정상적으로 키우지 않고, 원가 절감을 위해 너무 좁고 열악한 곳에서 면역력도 약한 채로 항생제 꼬라박고 살만 찌우며 사육하는 게 문제라고 그런다.

3. 에이즈

그리고 끝으로 에이즈..;;
에이즈는 인체의 면역을 무너뜨려서 다른 기회질병들을 왕창 일으킴으로써 사람을 죽게 만드는.. 다시 말해 딴 질병들을 끌어들이는 ‘메타질병’(!)이다.
그 기작을 일으키는 병원체 바이러스는 HIV라고 부르고, 이놈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증상들 일체를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 AIDS라고 부른다. “HIV에 감염된 뒤에(양성 판정) 인체가 놈을 이기지 못해서 AIDS가 발병하기까지는 수 년에서 십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관계다.

이렇게 사람이 면역 무장이 해제되고 나면 평소에는 절대 안 걸릴 감기나 호흡기 질병, 폐의 아주 자잘한 염증만 갖고도 사람이 픽 쓰러지고 훅 가게 된다. 그리고 자잘한 피부 질환들도 컨트롤이 안 돼서 그대로 도지고 시뻘겋게 흉측하게 변한다. 방사능 피폭 때문에 온몸이 총체적으로 망가지고 서서히 죽는 것과.. 분야와 방식은 다르지만 결과물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에이즈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피나 정액 (+ 모유, 질액)처럼 일상적으로 쉽게 나오지는 않는 찐한-_- 체액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땀, 대소변, 타액, 비말, 눈물, 콧물, 입김 정도로는 절대 전파되지 않는다.
우한 괴질 COVID19는 사람 비말에 담겨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고 그래서 전세계 사람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마스크 쓰고 얼마나 삽질해야 했던가? HIV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공기 중에서 단독으로는 얼마 못 살고 죽는다.
그러니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는 ㅋㄷ을 착용하라고 그러지, 마스크를 착용하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HIV는 피를 통해서 전해진다고는 하지만 의외로 모기에게 물려서 감염되지는 않는댄다.
말라리아 ‘균’은 모기의 체내에 무사히 머무르고 살아 있지만, HIV 바이러스는 종간장벽에 걸리는지 모기의 면역 체계를 뚫고 들어가지 못한댄다.
오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그렇구나.. 그 하찮은 미물 모기한테도 면역이라는 게 있구만. -_-;;

에이즈의 기원은 아프리카에서 인간이 어떻고 원숭이가 어떻고 그런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인간이나 원숭이의 생태가 열악했던 건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병이 왜 하필 1980년대가 돼서야 뿅 나타났는지 진짜 기원과 발생 배경은 여전히 수수께끼 미스터리라고 한다.

이렇듯, 에이즈는 평범하게 건강· 영양 관리 안 하거나 보건 위생이 불결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다. 하필 피와 정액만 저렇게 저격하는데 정작 모기를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고. 증상이 정말 끔찍하고 무섭고, 아직까지도 치료법은 많이 발달했지만 근본적인 바이러스 퇴치는 못 하고..
그래서 당시엔 사람들이 이걸 20세기 흑사병, 세기말 신의 징벌 급으로 생각하면서 두려워했다. 진짜 특이한 병이기는 하다~!

모든 게이들이 에이즈 환자인 건 아니고, 모든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동성애가 에이즈 감염을 늘린다는 건.. 마치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만큼이나 통계적으로 팩트이다. 이에 대한 필요 이상의 확대해석이나 혐오발언은 자제해야겠지만 일단 현실은 그렇다.
오죽했으면 쌍팔년도 시절에 에이즈를 지칭하는 비공식 코드명이 ‘게이들이 걸리는 괴질’ GRID인 적도 있었다. 뭐, 1970년대에는 미국에서도 동성애를 아직 정신병으로 규정했을 정도니까.. 이것조차도 동성애를 아예 형법상 범죄로 규정했던 더 옛날에 비해서는 인식이 많이 달라진 거다.

(1940년대에 앨런 튜링이.. 천재 머리로 2차 세계 대전의 승전에 기여하고 세계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했던 걸 생각해 보자. 사우디아라비아나 우간다 같은 나라가 아니라, 서구 열강이던 영국에서 말이다.)

에이즈는 그 특성상 성행위뿐만 아니라 수혈을 통해서도 전파되고, 무슨 유전병마냥 산모를 따라 태아가 그냥 모태로부터 감염된 채로 태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정상적인 병원에서는 주사기를 절대로 재사용하지 않으니 그럴 일이 없는데.. 한 주사기를 여러 명이서 돌려 쓰는 뒷세계 약쟁이들 사이에서 바로 저런 이유 때문에 에이즈 감염이 잦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말에 내국 자국민 중에서 최초의 에이즈 감염자가 확인됐다. 1985년은 아직 국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이었다. 젊은 청년이 연고가 없는 아프리카 지역에 간 건 놀러 간 게 아니라 일하고 외화 벌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어딜 잘못 삐끗하는 바람에 병이 옮은 듯..
그 환자는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2011년도의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50대 중반의 나이로 생존 중이라고 한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에이즈도 고혈압이나 당뇨 정도의 위험도로 많이 내려간 듯하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HIV는 무슨 광견병 바이러스 같은 놈은 아닌지라, 감염자의 80% 정도는 꾸준히 약 먹고 몸 상태 관리하면서 잘 생존해 있다고는 한다. 통계를 검색해 보니 2020년대에 국내의 에이즈 환자는 1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문제는 감염자가 매년 1000여 명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 이것도 마약 사범의 증가만큼이나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매년 드는 그 비싼 약값(그것도 나라에서 보장해 주는!!)이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20 08:35 2023/11/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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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랫폼 공통 스크립트

(1) qt가 단일 소스로 Windows, 리눅스, 맥에서 모두 똑같이 돌아갈 수 있는 GUI 프레임워크라면..
cmake는 단일 스크립트로 Visual Studio 프로젝트, 유닉스 계열 makefile, 그리고 xcode 프로젝트를 모두 생성해 주는 메타빌드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qt를 사용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프로젝트 파일을 cmake로 관리한다면 진정한 크로스플랫폼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ㄲㄲㄲ

(2) 다음으로, 단일 소스/스크립트 기반으로 세 운영체제에서 똑같이 돌아가는 설치· 배포 패키지 생성 유틸은 없는지 궁금하다.
cmake(메타빌드)와 nsis(설치· 배포)는 스크립트 언어가 완전히 같은 문법 기반은 아니지만 좀 비슷하고 공통 조상을 둔 게 있는 것 같다.
얘들은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수식에 복잡한 객체 선언, 배배 꼬인 복잡한 조건 분기 반복을 구현할 수는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변수는 $로 시작해서 선언하고, 문자열 리터럴 안에다가 변수값을 바로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시대에 좀 뒤떨어지는 설치 배포 패키지는 고해상도 DPI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좀 안습하다. 125~150% 배율 화면에서 설치 프로그램부터가 강제 확대되는 바람에 창이 뿌옇게 표시되면.. 정작 프로그램 당사자가 고해상도 DPI를 지원한다 해도 그 프로그램의 첫 사용 경험이 좋게 시작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본인은 이런 사례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2. C/C++ 컴파일러

Windows용으로 쓸 만한 좀 가벼운 C/C++ 컴파일러가 없는지 좀 궁금하다.

  • 용량은 그냥 수십 MB 수준이며, 단독으로는 그냥 표준 C/C++ 라이브러리만 들어있고 명령 프롬프트 프로그램만 만들 수 있다.
  • MFC 같은 건 없어도 되고, 그냥 따로 설치한 플랫폼 SDK와 연계하면 Windows API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 프로젝트 없이 간단한 소스 코드 하나만으로 exe를 바로 만들 수 있다.
  • 특히 Visual Studio Code와 바로 연계해서 쓸 수 있다.

Visual C++은 정말 너무 무거워졌고.. Windows용 g++인지 뭔지는 런타임인 cygwin 깔고 이것저것 선행 작업이 많이 필요해서 무겁긴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딱 본질에만 충실한 개발 환경을 어디 구할 데 없을까? 개발툴이 무거워지는 건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들이 수익성 컨텐츠 집어넣느라 쓸데없이 너무 무거워지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요즘은 웹에서 어지간한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바로 코딩하고 돌려볼 수는 있다. 하지만 웹에서의 코딩 환경은 로컬 IDE와 같은 급으로 인텔리센스 자동 완성이 지원되지는 못하니 생산성이 떨어진다.
옛~~날에 요런 틈새시장 용으로 Dev C/C++라는 물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IDE와 컴파일러 복합이었고, 개발사의 이름에 blood라는 단어가 있었는데=_=.. 그 뒤로 개발이 중단된 듯하다.

3. Visual Basic

Visual Basic 6은 사법시험 같고, Visual Basic .NET은 로스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만 말하면 무슨 뜻인지 아시려나..?? 내가 보기엔 딱 그렇다. -_-;;

참고로, Visual Studio 툴 자체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닷넷용 언어들의 커맨드라인 컴파일러는 .NET 프레임워크를 설치하면 깔린다.
그러니 Windows에서는 리눅스처럼 gcc g++은 없지만, Windows\Microsoft .NET\아무 버전.. 디렉터리 가 보면
vbc (비베), csc (C#) 컴파일러는 어느 컴에나 다 있다.
그런데 C/C++ 컴파일러는 없으니 아쉽다. 비베는.. 6이건 .NET이건 실무 용도가 있기는 한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4. git

이놈의 git은 그냥 commit이나 push를 하기 전에 미리 "지금 원격 저장소에는 또 최신 작업 내역이 있는데요. pull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말이다.
커밋할 때부터 지금 중앙 저장소의 상태가 최신이 아니니까 미리 니 쪽에서 pull부터 하고 나서 커밋 하는게 좋겠다고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맨날 push할 때 충돌 난다고 뒤늦게 징징대서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말이다. 이러면 commit 그래프도 일직선이 아니라 더 지저분한 모양이 된다. 이건 시스템이 좀 개선돼야 할 것 같다.

5. Visual Studio Code

오~ 써 보니 사용자 경험이 좋고 꽤 괜찮다!!
빌드 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게 프로젝트/makefile을 세팅할 필요 없이 디렉터리만 지정해 주면, 거기 있는 소스와 헤더 파일을 알아서 '적당히' 파싱 해서 심벌과 파일명 검색, 명칭 자동 완성이 가능한 범언어적 에디터.
요런 틈새시장 제품이 Source Insight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쟤도 그 틈새를 멋지게 잘 공략했다.

외형 껍데기가 깔끔 모던하고, 파일 내용 변경한 게 find in files 결과창 같은 데에 실시간으로 쓱쓱 반영되는 것도 좋다.
마구 마구 아이디어가 샘솟고 코딩을 하고 싶어진다.
걍 Visual Studio IDE만 쓰면 되지 에디터가 굳이 따로 필요하나 소신이었는데, 이 정도 에디터면 프로그래밍 생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Source Insight는 유료인 반면, 쟤는 무료이기까지 하다. Source Insight 측에서 분발해야 할 듯.

6. 궁금한 것: 공유 라이브러리 디렉터리

Windows에는 프로그램의 빌드 때만 쓰이는 정적 라이브러리인 lib, 그리고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 매번 쓰이는 동적 라이브러리 dll이 있다. dll을 찾는 순서로는 현 디렉터리, 실행 파일이 있는 디렉터리, Windows 시스템 디렉터리, PATH에 등록된 디렉터리 등.. 여러 복잡한 절차가 존재한다.

시스템 디렉터리의 포화를 막고 DLL hell 현상도 해소하려고 20년도 더 전에 side-by-side assembly라는 기법이 도입되긴 했다. 하지만 사용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런지 이건 마소 자기들끼리만 쓰고 제3자 개발자들은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COM이야.. 파일 이름이나 디렉터리 같은 저수준 방식이 아니라 객체의 클래스ID로 DLL을 식별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깔끔하기는 하지만 레지스트리를 건드려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사용이 너무 까다롭고 복잡하다.
이미 COM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DirectX, OLE 같은 특정 분야의 API를 사용할 때나 이걸 쓰지, 얘 방식으로 뭔가 새로운 컴포넌트를 만드는 일은 잘 없다. =_=;;

자, Windows 동네는 상황이 이렇고, 유닉스 계열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정적 라이브러리 a와 동적 라이브러리 so가 있는 걸로 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거기도 so를 특정 사용자용 bin, 공용 bin 등으로 구분해서 수용하며, so 파일을 찾는 정형화된 절차가 있다. 구체적인 내역은 모르지만 말이다.
macOS는 거기에다가 dylib인지 framework인지 하는 개념도 있다. 이건 Windows의 side-by-side assembly나 COM처럼 자신들만의 컴포넌트 규격인 걸까? 이것들의 관계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C/C++을 처음 공부하던 시절에도 모듈과 번역 단위 개념이 나올 때부터 생소하고 어려웠다. 무엇이든 범위가 여러 소스 파일, 여러 파일 수준이 되면 어려워지는 것 같다.

7. 콘솔(터미널): 화면을 모두 지우는 명령 등

Windows의 명령 프롬프트에서 CLS는 그야말로 현재 콘솔 버퍼에 있는 모든 출력 내용들을 싹 다 날리는 명령이다. 명령 프롬프트의 강화 버전인 PowerShell이나 Windows Terminal에서도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맥과 putty 터미널에서 clear는 기존 표시된 내용들을 다 위쪽으로 밀어내서 지금 보이는 겉보기 화면만 싹 정리된 듯이 보이게 한다. 화면을 위로 스크롤 시키면 기존 내용들을 여전히 다 확인할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 동작이 굉장히 성가시고 불편했다. 빌드를 돌리고 나서 에러를 확인한 뒤, 에러를 고치고 clear 후 다시 빌드를 돌리는데 이전 빌드의 에러가 자꾸 검색되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화면을 CLS처럼 완전히 싹 지우는 기능은 '스크롤백 날리기'라고 보통 메뉴에서 별도의 명령으로 존재하는 편이더라. 차라리 clear이나 CLS 명령의 옵션으로 둘 다(전체 vs 한 화면만) 제공하면 어떨까 싶지만, 또 그렇지는 않더라.

개인적인 생각은 다른 터미널들에서도 모든 출력을 싹 날리는 게 더 쉽게 가능했으면 좋겠다.
도스의 배치 파일에도 if errorlevel goto 같은 아주 간단한 제어문이 지원되긴 했지만, 유닉스 계열의 셸 스크립트는 말할 것도 없고 GWBASIC하고도 비교가 민망한 허접한 기능밖에 없었다.;;

탐색기에서 자기 컴퓨터뿐만 아니라 LAN/FTP 상의 다른 컴퓨터까지 바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다.
그것처럼 한 터미널에서 내 컴뿐만 아니라 원격 컴퓨터의 터미널에도 바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마소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마냥 도스 기반이 아니라 더 전문화된 터미널 앱을 제공하는 것이지 싶다. 너무 늙은 putty조차 대체할 수 있게 말이다.

putty는 문자열 찾는 기능과 특정 문자열이 나타났을 때 highlight 표시하는 기능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8. 앱들의 개발 형태의 변화

어제 오늘 일은 당연히 아니지만.. 개인용 컴퓨터라는 게 인터넷 단말기나 게임기로 바뀌어 가니.. 단순 정보 조회 프로그램도 이제는 다 PC가 아니라 웹 기반으로 바뀌어 간다. 예전 같았으면 RAD 툴이라도 썼을 법한 프로그램도 이제는 어지간해서는 웹인 듯..

사용자가 직접 다루는 키오스크 앱은..? 테이블마다 태블릿을 갖다놓고 웹이나 앱으로도 만드는 것 같다. 매출관리 프로그램은 직원만 다루니 키오스크처럼 비주얼 UI를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얘도 바뀌어 간다.
Delphi나 Visual Basic 같은 통상적인 RAD 툴에 대한 수요도 20년 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었지 싶다.

단순 사전류 프로그램은 한컴사전밖에 안 남았고.. 도움말/문서는 빼박 다 웹이다. 로컬에다 제공하지 않는다.
Windows는 help 디렉터리에 두툼한 도움말 파일들이 사라졌고, Visual Studio의 몇 기가짜리 MSDN도 없어졌다. 2015쯤부터 말이다.

에구~~ 개인적으로는 오프라인 문서가 아예 없어져 버리면 심리적으로 좀 불편한데 말이다. 뭔가 붕 뜬 느낌이다.
종이책이 컴퓨터 viewer 기반으로 바뀌었을 때 약간 떴고, 컨텐츠가 이젠 내 하드에 저장조차 되지 않고 늘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다면.. 더 붕 뜬다. 이게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긴 하지만..
이런 시국에 종이책이라든가, PC용 프로그램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3/11/17 08:35 2023/11/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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