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력이라는 출력의 의미

1마력이라는 건 75킬로그램짜리--정확히는 질량 75kg에 지구 중력가속도가 적용된 75kgf-- 물체를 초속 1m, 즉 사람이 천천히 걷는 정도인 시속 3.6km의 속도로 들어서 위로 끌어올리는 '일률'을 말한다.
마력에 대해서 문화권별로 HP냐 PS냐 하면서 자잘한 차이가 있긴 하다. 허나, 이 글에서는 그건 논외로 하고, 미터법을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독일 스타일 마력(PS)을 다루기로 한다.

사실, 힘이라는 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운동 속도를 변화시키는 변화량을 나타낸다. 그 힘이 축적되어서 물체가 이동하면서 일을 하며, 일률은 그 일을 단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나타낸다.
가벼운 물체가 신속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체를 그에 상응하게 천천히 움직이면 일률이 서로 비슷하게 산출될 수 있다. 그러니 힘과 일률은 비슷한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서로 관점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그럼 1마력은 어느 정도 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일률일까?
비만이 아닌 성인 남자 하나, 혹은 지게 하나를 꽉 차지하는 쌀 한 가마 무게가 75kg 부근이다.
이건 리어카에 실어서 사람 보행 속도로 밀거나 끄는 것도 사람 혼자서는 쉽지 않은 무게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붙들고 위로 끌어올리는 거라면..???? 사람의 근육으로 범접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위력임을 알 수 있다.

올림픽 역도 선수는 75kg의 2~3배에 달하는 무게의 역기를 들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바닥에서 머리 위로 2m 남짓 번쩍 들어올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이 아니라 동물 말은 이 정도 일률이 평범하게 나오는가 보다.

건강한 성인 남자가 자전거로 페달을 최대한 죽어라고 밟을 때 발이 산출하는 일률이 대체로 0.1~0.2마력 주변이라고 한다.
사람은 체중이 있으니 쎄게 밟으면 페달질 중의 토크(돌림힘)는 그냥 휘발유 승용차 엔진의 최대 토크에 근접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잠깐만 말이다.
중형차의 최대 토크가 반지름 1m짜리 회전축 기준으로 거의 20kgf가량이다. 자전거 페달 크랭크암은 20cm가 채 될까말까이니 저 기준에 맞추려면 힘을 5배 가까이 곱해 줘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 엔진은 그 힘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회전수는 사람의 자전거 페달링 회전수의 수십 배를 상회한다. 제원에 명시된 150~200마력이야 풀악셀을 밟을 때에나 나오는 최대 한계이지만, 악셀 안 밟고 공회전 아이들링 크리핑만 해도 기본이 10마력대이다.
그러니 자동차는 D 해 놓고 슬금슬금 기어가는 상태라도 힘을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저 상태로도 사람 태우고 과속방지턱쯤은 우습게 넘으며, 아주 약간의 오르막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말고 다른 예로는..
(1) 15층 이하 건물에서 통상적인 속도로 주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보통 분속 60m라고 한다. 즉, 초속 1m, 시속 3.6km인 마력의 레퍼런스 속도와 동일하다.
어떤 엘리베이터 모터의 최대출력 마력은 승차정원의 수와 얼추 비슷하며, 최소한 그와 선형적으로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는 카 자체의 무게라든가 다른 여유분도 추가되겠지만 말이다. 15인승 엘리베이터에는 20~30마력짜리 모터가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 통상적인 자동차 에어컨이 한여름 최대 출력(최저온?)으로 돌아갈 때 끌어다 쓰는 엔진 동력도 내가 알기로 얼추~~ 1인당 1마력꼴이다.
통계에 따르면 5인승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컨이 깎아먹는 출력 오버헤드가 3~5 마력.
그리고 40인승 이상의 대형 버스에 장착되는 에어컨이 최대 출력이 40~42마력 남짓이라니 꽤 정확하게 대응한다.

디젤 엔진에 지금처럼 커먼레일에 터보차저 같은 기술이 도입되기 전.. 옛날에는 6000~7000cc 배기량의 버스 엔진도 최대 출력이 고작 150~160마력 안팎이어서 요즘 중형 승용차보다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긴, 그때는 버스에 에어컨이 없고 천장 선풍기밖에 없었겠다만..;; 에어컨이 갓 장착됐던 시절에는 이게 차량의 성능에 주는 부담이 꽤 컸다. 에어컨을 쌩쌩 틀면 차가 오르막을 잘 못 오르고 가속이 잘 안 될 정도였다.

그런 배고픈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고속버스의 법적 정의에 "엔진 출력이 차량 총 중량 1톤 당 20마력 이상일 것"이라는 조건이 들어가 있다. 고속버스라면 그에 걸맞은 고성능 차량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생산되는 버스들은 저 조건을 당연히 아득히 충족한다. '현대 유니버스'가 차량 총중량 15톤에 엔진 최대 출력이 400마력에 달한다.

이상이다.
둘을 종합하면 엘리베이터 모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에어컨의 압축기도 1인당 얼추 1마력..
여름에 에어컨을 돌려서 기온을 낮추기 위해, 머릿수 하나당 엘리베이터 타고 위로 올라가는 정도의 동력이 필요하다는 게 흥미롭다.
그리고 이건 성인 남자가 혼자 자전거 페달을 죽어라고(고속 때문이건 오르막 때문이건) 밟는 일률의 최소 10배 이상.. 보통 수십 배에 달하는 위력이라는 것 말이다.

초· 중등 학교에서 가르치는 고전역학 교육은 복잡한 식 계산도 좋지만 이 숫자들이 일상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게 사람의 힘보다 얼마나 더 엄청난 힘인지, 우리 주위의 각종 기계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애들한테 일깨우는 교육이었으면 좋겠다.

대전액션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자들부터가 먼저 때리고 맞는 경험을 해 보고, 철도인이라면 철-철과 아스팔트-고무의 정지 마찰력 차이와 표준궤 궤간의 길이를 몸과 느낌으로 알아야 하듯이 말이다.
열역학은 하다못해 비빔면 끓였다가 물에 담가서 식히는 것과 접목하고 말이다. (물의 엄청난 비열!!)
비행기가 이륙하는 가속을 자동차 급가속으로 경험하려면 악셀을 얼마나 밟아야 할까~~? 이런 것도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아.. 자동차 운전은 애들이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Posted by 사무엘

2025/06/13 08:35 2025/06/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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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사의 메리트와 고충

예로부터 의사는 사람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고도의 전문직으로 여겨져 왔다. 고소득 수요가 마를 일 없고 불황 탈 일 없고 정리해고 구조조정 그딴 거 없으니..
의사는 취업 시장이나 결혼 시장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최상위 랭킹을 자랑하는 깡패이다. 흙수저의 입장에서는 자기 노력으로 의대 들어가서 의사가 되는 건 100% 확실한 신분 상승 수단이었다.

물론 의사에게 이런 부와 지위가 꽁으로 주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의사는 요구되는 지능과 멘탈로나, 학업량과 업무량과 스트레스로나 결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직업이다.
맨 처음 의대에 가는 것부터.. 의대는 어느 듣보잡 지방대에 소속돼 있더라도 의대라는 학과 그 자체가 SKY 같은 간판이다. 의대에 입학하려면 대학 입시에서 전국 석차 0.x%대의 최상위를 찍어야만 한다. 당연히.. 의대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슨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준비하듯이 의학 지식이나 의술을 선행학습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냥 국영수 중등 교육과정을 몽땅 마스터함으로써 자기가 앞으로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혹독한 의대 공부도 암기하고 소화할 능력이 되는 모범생이라는 것만 입증해 보이면 된다.

이러니 서울 어느 동네의 사교육계에서는 코흘리개 7~8살 애들한테도 '의대반'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 급의 선행학습을 시키는가 보다. '의대고시'라는 말까지 있는데, 이건 의대 졸업생들이 치르는 의사 국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과학고니 영재고니 그런 데서는.. 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공부 잘하던 똘똘이 제자가 갑자기 평범한 이공계 대신 의대를 선택하면 교사가 공식적으로 진로 지도를 안 해 준다. 심지어 국비로 전액 지원했던 수업료까지 회수한댄다.
하지만 애나 학부모가 겨우 그 정도 페널티 갖고 눈 하나 깜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평생 가져다 줄 넘사벽 급의 보상에 비하면 말이다. 아이고 그놈의 의대가 뭐길래.. -_-;;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만인이 염원하는 초 엘리트 코스를 통과한 현직 의사들의 사정은 어떨까? 이제 먹이사슬의 최고 꼭대기에 진입했는데 서울 강남에 개원한 성형외과 원장부터 시골 깡촌의 요양병원 원장까지 누구든지 떵떵거리면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모든 의사들이 동일하게 생각하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기 자녀는 아무리 똘똘해도 자기 같은 개고생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의대 보내서 대를 이어 의사를 만들더라도 최소한 대한민국 땅에서는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너무 저렴한 의료숫가라든가, 바이탈 과목에 대한 수련 기피 심화,
수술실에도 CCTV, 권한과 재량은 없이 의무와 처벌밖에 없는 쪽으로 의료법 집행, 고의나 과실 없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환자를 못 살린 것만으로 그냥 소송 걸리고 의사 커리어 끝장.;;

오죽했으면 여객기 안에서 어느 의사 승객이 응급환자를 살리기는 했는데..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내가 의사라는 걸 주변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 이것만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겸손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본인이 아는 의사 당사자들은 저런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편이다. 그분들은 지금 우리나라 같은 저렴하고 편리한 의료 인프라는 절대로 오래 지속되지 못할 거라고 푸념한다.

결정적으로는 의대 증원 추진 강행.. 이건 의대생들을 몽땅 적으로 돌리고 국가의 의료 인프라까지 반영구적으로 작살낸 최악의 실수였다고 여겨진다.
뭐, 그 당시 대통령은 어차피 탄핵되어 짤렸고, 그 후임 정권도 이 정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차피 별 의미는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위기에 부딪히기는 할 것 같아서 우려된다.

2.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글쎄, 의대 졸업하고 국시에 합격해서 일반의 면허를 따고, 공공기관 등지에서 월급 받으며 평범한 의술만 베푼다면.. 그 사람은 딱 평범한 대기업 과장이나 비행기 조종사, 대학 조교수 정도로만 번다.

스타 의사 병원장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돈을 빗자루로 쓸어담는 건 당사자가 사업 수완 공부도 의대 공부하듯이 추가적으로 집요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적극적인 방송 출연이나 유튜브 활동, 자기 병원 홍보 등..
이건 너무 당연한 이치이다. =_=;; 뭐든지 다 잘하고 다른 분야로 무슨 사업을 해도 성공할 만한 애들이 의사라는 진로를 선택했을 뿐..

심지어는 서울대 치대를 나와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관두고 아예 사업을 해서 여느 치과 의사보다 훨씬 더 떼돈 번 사람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창업자라든가, 원로 배우 신 영균.. 의사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의사만 장땡인 건 아니어 보인다. 그 밖에..

- 자우림 김 윤아는 남편이 치과 의사인데, 남편이 자기보다 돈을 더 많이 번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 조 현아(현재 개명하여 조 승연)의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의사였다. 하지만 저런 스펙조차도 아예 재벌가에 비할 바는 못 되니=_= 남편이 인성파탄 분노조절장애 마누라에게 많이 치이고 시달리면서 살았다고 한다.
결국 도저히 견디다 못해 이혼했지 않은가. 뭐 이건 많이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했다.

- 드물게 의사 면허와 변호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뭐 공부의 신이고 그냥 병원에서 환자나 돌보면서 썩기(?)에도 아까운 사람인 걸까? ㄷㄷㄷㄷㄷ

- 안 철수는 직업 의사의 길에서 이탈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연한 의사 면허 소지자이다.
남에게 의료행위 가능하고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약 처방전을 써 줄 수 있고 사망 진단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수 년 전 코로나19 시절에 지방 내려가서 의료 봉사도 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갑부가 된 건 회사(안랩..)를 차려서 사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소득만으로 저렇게 된 게 아니었다.

3. 무면허와 돌팔이

(1) 10여 년 전, 가수 신 해철 씨를 의료사고로 죽게 한 의사 ㄱ 씨는 그냥 의대도 아니고 서울대 의대 학벌을 자랑하는 괴수였다.
그 사람은 개원해서 각종 언론에도 나오면서 잘나가는 스타 의사로 명성을 떨쳤으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실력 부족인지 인성이 쓰레기였는지, 중대한 의료사고를 연이어 내면서 여러 환자들을 죽였다.

끝내는 톱스타 유명인사까지 골로 보내는 바람에 구속도 되고 손해 배상 때문에 완전히 몰락하고 의사 면허도 뺏겼다.
뺏긴 면허는 자숙 기간 후에 재취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뒤에 이 사람 근황은 딱히 전해지지 않는다. 이젠 도저히 얼굴 팔아서 의료행위를 할 수가 없겠지.

서울대 의대를 나오고도 저런 돌팔이가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환자 성추행 같은 거 말고 다른 쪽으로 막장이랄까.. 법조인과 비교하자면 그 미친 '노쇼 변호사 아줌마' 정도와 견줄 수 있겠다.

(2) 한편, 지난 2023년에는 무려 27년 동안이나 무면허로 봉직의로 재직했던 어느 의사호소인이 60대 나이가 다 돼서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수억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평생을 승승장구 했으나 그 끝은 징역 7년.. 교도소에서 은퇴식을 하게 됐다.;;

저 사람은 1993년에 모 지방 의대를 졸업했지만 국시에서 계속 떨어졌는가 보다. 이 때문에 정식 면허는 받지 못한 채로 면허증을 위조해서 의사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Catch me if you can 영화 스토리처럼 말이다.

의사 국시는 변호사 시험이나 교사 임용시험 같은 게 아니라.. 운전면허나 고졸 검정고시 같은 절대평가이다. 과락 없이 일정 점수 이상만 만족하면 다 합격이다.
그러니 그것만으로는 텍도 없어서 요즘 의사들의 세계는 정말 어중이떠중이 다 무슨 전문의, 어디 임상강사니 펠로우니 하면서 학벌과 간판 인플레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로 의대 졸업장과 의사 면허증 하나만 달랑 갖고서 의료계라는 무림에 발을 딛는 건.. 갓 운전면허 따고 나서 현실의 대한민국 도로에 내던져지고 택시나 버스 회사에 취업하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데 저 사람은 그 혹독한 의대 공부를 버티고 졸업할 깡으로 정말 최소한의 요건인 국시 하나 통과를 못 했나 싶다.

그래도 저 사람은 무면허로도 딱히 의료사고를 낸 건 없었나 보다. 그러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안 들켰던 게 아닐까?
(1)과 (2)는 의료 사건 사고와 관련해서 서로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다.;;

4. 제도 관련 나머지 얘깃거리들

(1) 병원 의료진은 자기가 맡은 환자의 몸에서 총상(!!) 또는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되었을 경우,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것은 법적 의무이다. 뭐, 아동학대 정도는 119 구급대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라도 발견 즉시 신고하지만 말이다.
웹하드 업체가 데이터 중에 아동 포르노 같은 선 넘는 불온물을 발견했을 경우, 고객의 사생활 보장이고 계약 조건이고 나발이고 없이 무조건 신고하게 돼 있다. 업종별로 이런 신고 의무가 법에 명시돼 있는 듯하다.

(2) 예식장에서 혼인 신고를 해 주지는 않듯, 산부인과에서 신생아의 출생 신고를 원래는 자동으로 해 주지 않았다. 좀 떳떳하지 못하게 출산을 하는 산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더라도 위생적으로 열악한 곳에서 덥석 출산을 하지 말고, 일단 병원에 오라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서류상으로 파악되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이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병원에서 출생 신고를 곧장 하는 걸로 방침이 바뀌었다.

(3) 의사와 한의사는 그야말로 견원지간이다. 의사 쪽에서는 한의학이 과학적으로 검증받지 못해고 미개하다고 왕창 깐다만.. 그래도 몸이 미묘하게 아픈데 양의학(?)에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못 하는 일은 요즘 세상에 아주 흔하다. 그런 틈새시장 때문에 한의학은 어지간해서는 하루아침에 망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깔려면 동시대를 까야지? 동의보감 내용을 갖고 깐다면.. 서양 의학도 1610년대에는 만만찮게 미개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도 비타민의 존재를 모르고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4) "푹 쉬고 잘 요양하세요" 의사가 환자들에게 지시하는 원론적인 건강 지시는 의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지만 정작 의사 본인들도 안 지키거나 현실적으로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카더라.
성경에 나오는 "그들의 말은 듣고 하는 행동은 본받지 마라"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의사는 바리새인 서기관처럼 악의적인 이중잣대 위선자인 건 아니다.
한편으로, "몸 망치며 무리해서 돈 벌어 놓고는 나중에 골병 들어서 병원비로 도로 토해 버리는 것"은 인간이 아주 대표적으로 저지르는 뻘짓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5) 우리나라는 여전히 법대가 있기는 하지만 법조인이 되려면 반드시 로스쿨을 졸업해야 하는 것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었다. 그러나 의전원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들 도로 재래식(?) 의대 시스템으로 복귀했는데..
그렇다고 의전원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차병원/차 의과대학 한 곳만이 의전원을 운영하고 있다.
차병원은 뭐고 길병원은 뭔지..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다.

(6) 치과는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진료과와는 좀 다르게, 따로 취급되는 감이 있다. 마치 다른 여러 생선회 vs 참치회 같은 느낌이다. ㅎㅎ
환절기 감기에 걸리면 처방전 없이 걍 약국 레벨로 때울지 아니면 병원을 갈지? 그리고 내과로 갈지, 이비인후과로 갈지.. 고민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병원 약값이 정말 엄청나게 싸기는 하다. 의사 진료뿐만 아니라 약도 의료보험인지 건강보험인지 보험빨을 많이 받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9 19:35 2025/06/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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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와 잇몸 건강

신체 기관 중에 구강은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면서 음식물이 들어가는 부위이다. 거기에 나 있는 치아, 일명 이빨은 뼈의 일부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손발톱이 뼈가 아닌 것만큼이나 치아도 생리학적으로 뼈가 아니다. 치아는 뼈보다 더 단단한 대신, 몸 속 뼈와 같은 정도로 재생되지는 못한다. 인체에서의 용도도 여느 뼈와는 사뭇 다르다.

치아는 일반적으로 잘 썩지 않고 형체 유지가 잘 되는 신체 부위이다.
부패가 한창 진행되어 살이 다 썩어문드러진 시체, 으스러지고 불에 타는 급으로 끔찍하게 죽은 시체에서도 치열 모양을 스캔 뜨고 치과 진료 기록을 대조해서 사람 신원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이다.

옛날에 히틀러도 자살 후 시체가 휘발유 끼얹고 불질러졌지만 치열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됐었다.
그러니 일본에서는 대규모 화재나 붕괴 참사가 터져서 사람이 많이 실종되거나 죽었을 때 시신의 신원 확인을 도와줄 ‘경찰치과의’를 육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이 자연 세계의 농간이기라도 한지.. 뮤탄스 균인지 뭔지 하는 아주 소수의 예외적인 세균은 하필 인간 치아 법랑질 안에서 잘 살면서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이빨이 썩는 건 자연에서 흔히 보는 유기물의 부패하고는 성격이나 양상이 다르다. 에나멜질이 썩네 상아질이 썩네, 신경까지 닿네.. 그러면서 진행 단계가 4개나 세분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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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치아뿐만 아니라 잇몸의 건강도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이의 병.. 충치, 치아우식증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교육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잇몸의 병.. 풍치, 치은염-치주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본인 역시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는 건 비타민 C 결핍증 정도로만 아는 게 전부였다. 요즘 세상에 비타민 결핍증은 마치 컴퓨터에서 메모리 할당 실패와 비슷한 존재감이 돼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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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병도 충치와 마찬가지로 얼추 4단계로 나뉜다. 잇몸은 다른 곳보다도 이와 이 사이에 양치가 제대로 안 돼 있을 때 탈이 나기 쉽다.
얘는 치아처럼 시커멓게 변색되는 건 없다. 그냥 벌개지고 퉁퉁 붓다가 나중에는 이의 아래쪽이 다 드러나 보이게 된다.

전자는 건물이 화재나 폭발, 테러 때문에 폭삭 주저앉고 붕괴하는 것과 비슷하다.
후자는 건물이 지진이나 홍수 때문에 지반이 싹 없어지는 바람에 그냥 자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꿩 대신 닭"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 없으면 잇몸"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 없이 잇몸만으로 어떻게 고기를 씹겠는가.

건강한 치아 and/or 잇몸을 위해서 양치는 오토바이에 헬멧, 자동차에 안전벨트와 같은 급의 너무 기본적이고 당연한 얘기이다. 약품 가글은 물리적인 칫솔질을 결코 대체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를 무슨 때 밀듯이 너무 세게 닦는 것도 이와 잇몸에 안 좋다고 하니 인체는 뭔가 극단적인 것에 취약한 게 틀림없다.

무슨 알코올(소주!!!)이나 소금물 가글 같은 민간요법보다는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인간의 구강 내부에는 칫솔이 제대로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 공간이 꽤 많기 때문이다.

흔히 스케일링이라고 하지만 이거는 치아 표면이나 사이에 낀 비늘, 물때, 관석, 막 같은 치태(scale)를 제거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의미는 ‘디스케일링’이다.
부엌을 깨끗이 해서 파리나 바선생이 꼬이지 않게 하듯이, 저런 뮤탄스균이 좋아할 만한 먹잇감을 구강 안에 남겨두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2010년대 중반부터 서민들의 재정 부담이 덜어진 게 둘 있다. 하나는 명절에 고속도로 톨비가 면제되기 시작한 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치아 스케일링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19세 이상 대상으로, 연 1회만. 횟수 카운터는 매년 1월 1일에 초기화됨)

10년 전, 20년 전 물가로 5~6만 원씩 하던 스케일링 시술 비용이 갑자기 2만원 부근으로 내려가니 이거 정말 참신하게 느껴졌었다.
스케일링을 의료보험 처리해 줘서 더 중하고 어려운 충치 치료를 예방하는 게 국가의 의료보험 재정에도 더 이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마냥 포퓰리즘 선심을 쓴 게 아니다.

스케일링은 저런 치태를 초음파 레벨로 드드드드 진동시켜서 먼지 털듯이 제거한다.
시술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치아나 잇몸 자체를 물리적으로 깎아버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스케일링은 치과 의사가 아니라 치위생사 레벨에서 행해지는 비교적 ‘가벼운’ 시술이다.
복잡한 진료· 치료나 내외과 수술이 아니라, 주사 놓는 것과 비슷한 레벨이라는 것이다. 주사는 간호사가 놓지, 의사가 놓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음)

치아나 잇몸을 물리적으로 건드리는 거라면 그건 진짜 치과 의사가 맡아야 하는 매우 위험한 시술이다. 잇몸 치료라든가, 발치(이를 뽑아버리는)도 이에 해당한다.
스케일링은 보험 적용 전에 5~6만원 남짓하던 가격, 그리고 6개월~1년 주기가 권장된다는 점.. 이걸 감안하면.. 자동차로 치면 엔진 오일 교환과 비슷한 정비인 건지도 모르겠다.

지하철 열차가 90도에 가까운 급커브를 지날 때 바퀴와 레일 사이에서 키링키링 불쾌한 소음이 나는 게.. 스케일링 기계가 치아를 들쑤시는 소리와 참 비슷하게 느껴진다. ^^

비전공자인 내가 아는 건 이 정도까지다.
이빨이 몽땅 나간다 해도 그건 눈 한두 개를 잃는 것보다는 덜 치명적일 것이다. 보험에서도 실명을 더 크게 보상하며, 군대에서도 이건 곧장 4급이나 면제 등으로 처분해 준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눈을 다칠 정도의 극단적인 이벤트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니, 안과보다는 치과가 존재감이 더 크고 사람이 치과를 찾을 일도 더 잦은 듯하다.

근데.. 입안이 무슨 배 속 내장도 아닌데, (1) 같은 입안을 보고 치과마다 진단해 내는 충치 개수가 다르고 치료 견적이 들쭉날쭉이라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 얘기를 들어 보면 치과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 불신이 여전히 없지 않다. 자동차 정비 쪽에 과잉 정비(멀쩡한 부품까지 몽땅 다 갈아 버리는-_-) 폐단이 있는 것처럼 의료도 사정이 비슷한가 보다.;;

그리고 또.
본인은 양치할 때 치약 묻힌 칫솔에다가 물을 약간이라도 습관적이나마 묻히는 편이다. 거품이 잘 나고 치약이 잘 도포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2) 치과 의사들은 막 해롭고 나쁜 짓까지는 아니어도 그걸 별로 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흔히 지목되는 "치약 성분이 희석되기 때문"은 좀 의아하게 느껴진다. 물을 묻히든 안 묻히든 치아에 닿는 절대적인 치약의 양은 동일하고 물리적인 솔질 강도도 동일한데 왜 약효가 떨어진다는 걸까? 그리고 광고에 나오는 것보다 치약을 훨씬 적게 써도 된다는 지론과도 별로 안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7 08:35 2025/06/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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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사와 형사, 고의와 과실

우리나라 형법은 고의성 없이 의도치 않게 실수로 사고를 치고 피해를 끼친 것은 '기본적으로' 처벌을 하지 않는다. 전과자를 만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도를 불문하고 어쨌든 사고 쳐서 남에게 피해 끼친 걸 '액면 그대로 물어내도록' 강제 절차를 취하는 건.. 형사가 아니라 민사 소송의 영역이다.

그 대신, 형사의 관점은 가해자가 고의로 저지른 범법 행위의 흉악성이다. 물론 피해가 클수록 더 흉악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관계가 언제나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형사는 "단돈 100원을 훔쳤더라도, 피해자가 당한 피해가 미미하더라도, 절도는 중죄다." 이런 관점이다. 상습적이거나 직무상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저건 경범죄가 아닌 형사처벌 중범죄가 된다.

그럼 빌려 준 돈 갚으라고 법으로 대응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못 갚는 게 아니라 일부러 배째라 엿먹어라 안 갚는 거고, 돈 빌리던 처음 순간부터 갚을 생각 따윈 전혀 없었을 정도로 (1) 정말 단단히 악의적이어야만..!!
그래야만 민사를 넘어 사기죄로 형사 고발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그걸 입증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다만, 아무리 고의성이 없는 실수여도 (2) 비가역적으로 너무 큰 피해를 끼친 건 형사처벌이 뒤따른다.
운전 중에 졸다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히거나..
담배꽁초를 잘못 버려서 야산을 홀랑 다 불태워 버리거나.

사람 죽인 걸 민사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도로 살려 받을 수 있지는 않다.;; 그러니 그건 가해자를 벌주는 걸로 처리해야 정의로울 것이다. 이것이 민사와 형사의 관점 차이라 하겠다.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됐을 뿐만 아니라 민사와 형사도 영역이 나뉜 것이다.
형벌인 벌금 역시 피해자의 피해 보상에 쓰이는 돈이 아니다. 그건 그냥 세외수입 명목으로 국고로 갈 뿐이고, 피해 보상금은 배상금, 추징금 등 다른 경로로 움직인다.

또한, 어렵고 위험한 일을 (3) 돈 받으면서 직업으로 수행하는데 큰 실수를 저지른 건.. 미안하지만 '업무상 중과실' 어쩌구 운운하는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
의사가 어처구니없는 의료 사고로 환자를 죽였거나, 용접공이 작업하다가 불똥 잘못 튀겨서 가스를 폭발시켰거나..
여객기 조종사가 한눈 팔다가 자기 잘못으로 뱅기를 추락시켜서 승객들을 죽였거나 등..

물론 과실범은 고의범보다는 더 가볍게 처벌된다. 감방을 가도 징역이 아니라 금고로 처분된다.
그리고 형사 처벌은 끼친 잘못이나 수습 비용에 '정비례'해서 형량이 한없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정비례해서 올라가는 건 민사 배상이나 행정처분일 뿐이다.

가령,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면 킬 수 n에 정비례해서 면허 취소 벌점이 쌓이기는 한다. 그러나 금고/징역 형량이 5+n년으로 쭉쭉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다른 모든 과실 중범죄는 'n년 이하의 금고'인 반면, 산불만은 악질적인 방화가 아닌 단순 실화이더라도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 규정되어 있다.
지난번에 시청 역 차량 돌진 사고로 사람 9명을 죽인 가해자의 형량이 "금고" 7년 6개월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산불로 온 나라를 작살을 낸 사람이라면 감방만 갔다 온다고 일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 다음은 민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숲 다 날리고 나서 임로를 뒤늦게라도 제대로 닦았으면 좋겠다.;;

(4)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실수였다고 무작정 다 용서되지는 않는 사례는 다음과 같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 마약 복용이나 운반이 적발된 거(던지기), 운동 선수가 도핑에 적발된 거는.. 이유 불문하고 당사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그러니 공항에서 낯선 사람의 물건 운반 요청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 운동 선수는 평소에 감기약 하나 복용하는 것도 일일이 코치나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극도로 몸을 사려야 한다.

- 운행하는 자기 자동차의 번호판이 외부의 이물질 때문에 일부라도 가려지는 것 역시.. 아무리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였다 해도 과태료를 꽤 비싸게 먹는다! 이건 넓은 의미에서 대포차를 모는 거나 다름없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니 주의해야 한다.

2. 판사와 검사

지난 1997년 4월경엔 이태원 살인 사건이란 게 벌어졌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느 고삐리 싸이코패스 주한미군이 타메시기리--옛날에 사무라이가 자기 검의 성능을 시험한답시고 길거리의 아무 행인이나 뎅겅 하던 짓거리--라도 하듯이 화장실에서 사람을 흉기로 난자해서 죽인 묻지 마 살인이었다.

옛날에는 잊을 법하면 이렇게 주한미군 중에 질 안 좋은 놈이 사고 친 게 보도되곤 했다. 그러면 또 일각에서는 “더는 못 참겠다! 주한미군은 당장 꺼져라~ 우리민족끼리 통일통일” 이렇게 선동질을 했고 말이다.
햐~ 그러고 보니 효순 미선 장갑차 압사 사고도 벌써 20년도 더 전 일이 됐다. 이런 분야의 사건 사고를 다시 떠올려 보니 참 감개무량하다. 아무튼~~

저 사건은 용의자가 금방 색출되어 붙잡혔는데.. 문제는 2명 중에서 누가 살인범 주범이고 누가 망만 본 종범인지 확실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두 여인이 이 아기는 자기 꺼라고 주장했듯이, 여기서는 패터슨과 에드워드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이 살인범이라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이럴 때, 전근대 사법 시스템이라면 진범이 겁에 질려 제 발로 자백하고 실토할 때까지 둘 다 진실의 방에 쳐박아 넣고 죽어라고 물리 치료를 시키거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처방밖에 답이 없었을 것이다. 허나 그건 요즘 관점에서는 너무 무식하고 야만적인 방법이니 아웃이고;;

이 사건에서 둘 중 누가 진범인지를 가리는 건 판사가 아니라 검사의 영역이 됐다. 이렇게까지 너무 고지식하게 역할 분담을 한 게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판사는 기소된 죄목에 대해서만 유죄 여부와 형량을 판정했다.

그리고 이때 이 사건을 맡았던 박 검사라는 사람이 잘 알다시피 심각하게 트롤짓을 했다. 자기 신념 하나에만 꽂혀서 살인범 판정을 정반대로 엉뚱하게 하는 바람에 그 뒤의 일들을 몽땅 꼬이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생시켰다.
게다가 진범을 출국 정지 연장조차 깜빡(?) 잊고 안 해서 미국으로 보내 줘 버린 건.. 도저히 옹호해 주기 힘들겠다.

자기가 미군 범죄 수사부보다도 정확하게 범인을 찾아냈다고 자뻑하고 있었는데 2015년엔 결국 자기가 풀어 준 범인이 어렵게 도로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때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실제로 그는 이게 엄청난 흑역사 오점 트라우마가 됐다. 나중에 주변에서 이태원 살인 사건이 거론되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현실부정에 신경질 히스테리를 보였다고 한다.

저 사람은 나중에는 지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살다가.. 2023년에는 ㅈㅅ로 석연찮게 생을 마감했다.
의사 중에 돌팔이가 있다면 법조인 중에는 안타깝지만 저런 부류도 있긴 한 것 같다.

이태원 살인 사건과 비슷한 시기인 1995년에 치과 의사 모녀 살인 사건도.. 우리나라 검찰이 외국 법의학자들까지 동원한 변론 방어를 못 이기고 피고는 최종 무죄 판결, 그 대신 진범은 영원히 놓친 케이스가 됐다. 저것도 참 아리까리한 사건이었다.
이러니 법조인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3. 과거와 현재

옛날 조선 시대엔..

(1) 남을 고의로 죽인 살인죄라도 그 이유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고 그랬다"이고 그게 사실이었다면 정상참작을 매우 많이 해서 형량을 크게 줄여 줬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패륜 범죄는 더 엄하게 처벌했다. 그리고 옛날답게 존속에 대한 패륜에 비해서 반대 방향으로 아동학대 같은 것에 대한 인식과 처벌은 미약했다. 아예 왕궁에서 왕자조차 애비로부터 혹독한 학대를 당하기도 했을 정도이니..

(2) 지방 수령이 국고를 사적으로 횡령하는 큰 부정부패를 저질렀더라도..
횡령한 재물을 자식새끼 장가· 시집 보내는 혼수 비용에 썼다고 하면 정상참작과 감형이 많이 됐다.
횡령 액수에서도 그건 차감하고 계산했을 정도였다.

(3) 저 때는 오늘날 관점에서 비인간적인 '연좌제', '삼족을 멸할 죄'라는 게 존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적 정도로 선 넘는 게 아니라면.. 죄 짓고 쫓기는 죄인을 '가족'이 숨겨 주고 도피를 도운 것에 대해서는 불고지죄나 연대책임을 묻지 않았다.
가족 혈연에 대해서 "가재는 게 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가 뭔가 보편적인 인륜이고 법리라고 인정한 것이다.

저 때는 법이 지금보다 좀 더 친가정적인 면모가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더 눈감아 주는 대신, 반대로 저걸 어겼을 때는 더 크게 처벌한다~~ 이런 식이라면 논리적으로 충분히 수긍이 간다.

이 이념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허나,

  • 중증 정신병자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감금시키는 건 오로지 가족이 동의했을 때만 가능하다. (더 글로리 드라마에서도 묘사됐듯이!)
  •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애들이.. 정작 알바를 하려고 해도 부모 동의가 있어야 하니 밖에서 먹고 살기 위해 당장 할 만한 게 범죄밖에 없다~~

이건 그 가정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을 때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사법 역사상, 고의 살인 중에 최고의 동정 실드를 얻은 건 "김 보은 양 사건"이었으니 말이다(의붓애비가 딸한테..).
그리고 "이 은석 사건"도 단순 존속살인 패륜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이 사람 정도면 가석방도 되지 않을지..?

애가 극심한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못 견뎌서, 혹은 중증 치매 간병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부모를 죽이고 자수한 거,
아니면 덩치 커지고 힘은 센데 중증 자폐 때문에 사고 치는 걸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반대로 부모가 "너 죽고 나 죽자" 심정으로 아들을 죽여 버리고 자수한 거..
이런 것도 뉴스에 뜨면 댓글은 온통 동정 실드로 가득해진다. 이런 건 비록 고의적인 살인이지만 여느 흉악범죄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영예(!!)를 얻은 살인은 박 기서 씨의 안 두희 피살 사건이지 싶다. 부모의 원수 정도를 넘어 국가의 원수를 갚는 급의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몽둥이여도 구일본 해군의 정신주입봉은 그냥 똥군기의 상징이지만, 우리나라 '정의봉'은 뭐.. 심지어 경찰이 범행 도구를 몰수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고이 돌려줬을 정도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4 08:36 2025/06/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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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난수를 얻기 위해서는 난수를 생성하는 첫 씨앗도 난수여야 한다.",
"엔진이 정지 상태였다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맨 처음에 외부로부터 힘을 공급받아야 한다"(시동) 같은 재귀적인 원리 법칙이 있다.

컴퓨터가 먼저 등장했을까, 프로그래밍 언어가 먼저 등장했을까? 역사적으로 답은 후자이다.
지금은 완전히 망해 버렸지만 2000년대에 인텔 Itanium이라는 64비트 CPU가 처음 출시됐을 때 Itanium용 Windows 2000도 같이 개발되고 있었다. 아직 미완성인 CPU를 타겟으로 그걸 지원하는 운영체제가 어떻게 나란히 개발될 수 있었을까? (에뮬레이터, 그리고 비슷한 특성을 지닌 다른 기성 64비트 OS의 도움을 받아서)

이런 식으로 컴퓨터의 세계에서는 뭔가 재귀 딜레마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 한 사례를 분야별로 찾아볼 수 있다.

1. 파일 압축 프로그램을 설치하기 위해서 압축 프로그램 패키지의 압축을 풀어야 한다??

그러니 PC 통신 시절부터 압축 프로그램은 무조건 당장 실행 가능한 EXE 형태로 배포되는 게 불문율이었다. 당연히 이 딜레마를 파훼하기 위해서다.
뭐, 옛날엔 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했으니 그 EXE는 실행 파일 압축 유틸로 압축돼 있기도 했을 것이다.

2. 부팅을 위해서는 컴에다 운영체제를 설치해야 하는데, 운영체제 설치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부팅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러니 운영체제들은 원본 CD나 USB 메모리로부터 자체 부팅하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설치 프로그램부터가 자기 운영체제 GUI 셸의 자그마한 클론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설치 대상 컴터에서 기본적인 하드웨어들을 세팅하고 최소한의 파일들을 하드에 복사했으면.. 다음엔 그 GUI 클론 환경으로 곧장 진입한다.

옛날에 Windows 9x 시절에는 설치 프로그램이 Windows 3.1 셸 기반의 GUI 클론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운영체제의 설치가 거의 다 끝나면.. 설치 프로그램의 최종 마무리 파트(프린터 세팅, 응용 프로그램 등록..)는 "새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일회성 프로그램의 형태가 될 정도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끝.. 신기하지 않은가?

3. 컴파일러를 돌리기 위해서 컴파일러의 소스를 컴파일해야 한다.

그래서 C/C++처럼 컴파일러 자기 자신을 직접 빌드할 수 있을 정도로 스케일이 큰 언어는 버전 n의 소스를 개조해서 차기 버전 n+1을 만들었다.
그 뒤 버전 n 컴파일러로 버전 n+1을 빌드하고, 빌드된 버전 n+1 컴파일러로 n+1 소스를 '또 다시' 컴파일해서 최종적으로 n+1 컴파일러 바이너리를 만들었다. 최신 컴파일러도 새 기능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최신 버전에서 구현된 최적화 기능 같은 게 적용돼야 하니까 말이다.

물론 컴퓨터의 초창기 시절.. 진짜 최초의 원조 컴파일러는 얄짤없이 쑤제 기계어/어셈블리어로 만들어져야 했다. 이건 마치 지구상 완전 최초의 생명체만큼이나(진화론 관점에서..) 지금으로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전설적인 존재이다.

4. 컴터는 운영체제가 파일 시스템을 세팅하기 전에, 운영체제 프로그램 파일을 디스크로부터 읽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체제 프로그램은 파일 시스템과 무관하게 디스크에서 물리적으로 고정된 첫 지점으로부터 읽어들이는 걸로 규약이 정해졌다. 컴퓨터의 펌웨어 차원에서 말이다. (BIOS건 UEFI건)
부팅 디스크는 io.sys 같은 파일을 아무렇게나 카피만 해 넣는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 이유가 이 때문이다. 특수한 전용 유틸을 써야 만들 수 있다.

5. 가상 메모리는 컴퓨터의 메모리를 관리하는 파트인데.. 가상 메모리 관리자의 동작을 위한 메모리를 관리하는 파트도 필요하다.
이건 메모리를 관리하는 데 드는 메모리, 로켓이 연료 무게 때문에 더 필요해지는 연료, 세금을 걷는 데 드는 세금.. 이런 개념이다.
보통은 메모리 관리자를 두 번 세팅하는 걸로 해결했다.

오늘날 64비트 컴퓨터들이 포인터에서 44~48비트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컴의 물리적인 메모리가 많아 봤자 수백 GB나 수 TB 정도밖에 없는데, 비현실적으로 공간을 너무 방대하게 잡으면..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불필요한 메모리 사용만 늘기 때문이다.

6. 응용 프로그램들이 사용하는 C/C++ 런타임 라이브러리는 역시 응용 프로그램과 같은 계층에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전, 부팅을 위해 실행되는 운영체제의 코드들도 C/C++ 함수를 왕왕 사용한다.
그래서 Windows의 경우, msvcrt뿐만 아니라 ntdll에도 보면 C 함수들 구현체가 왕왕 들어있다. 커널용 CRT와 응용 프로그램용 CRT가 별도로 제공되곤 했다.

단, NT 말고 9x 계열은 CRT DLL에 대한 배려가 딱히 없었다. 16비트 시절에는 DOS나 Windows를 불문하고 CRT를 그냥 static link 해서 각자 탑재하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들마다 메모리 모델이 다를 수 있어서, DLL이 프로세스별로 독립된 메모리 주소 공간을 갖지 못해서, C 라이브러리가 지금에 비해 그닥 거대하지도 않아서..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1 19:35 2025/06/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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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화학이 인류의 삶을 마법처럼 바꿔 놓은 경이로운 시기였다.
자고로 유기물이라는 건 생명체가 아니면 얻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는데 그걸 인간이 부분적으로나마 인위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기술을 기반으로 플라스틱, 합성 섬유, 합성 고무, 화학 비료, 농약, 살충제, 새로운 냉매 등등이 연이어 발명됐다. 없는 물질이 새로 만들어지기만 한 게 아니고, 기존 물질도 동· 식물의 부산물에 의존하지 않고 아주 저렴하게 팍팍 많이 찍어낼 수 있게 됐다.

하임 바이츠만이 아주 저렴한 아세톤 합성 방법을 개발한 것,
프리츠 하버가 질소 고정법을 개발해서 암모니아를 치트키처럼 대량 생산하게 된 것.. 이런 게 1910년대의 전설적인 업적의 예이다.

그런데 저런 것만 발명되면 섭섭하기라도 한지, 저 시절엔 그 과학 기술로 인간을 죽이는 물질도 응당 개발됐다. 이는 마치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우주 로켓과 장거리 미사일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20세기 이래로 인류 역사상 독가스라는 게 인명 살상용으로 쓰였던 큼직한 사건은 대략 이렇게 분류된다.

1. 정규군끼리의 교전: 1차 세계 대전 서부전선 (1915)

이건 참호를 뚫기 위해 발명된 양대 발명품 중 하나였다.
참호라는 벙커에다가 기관총이라는 시즈 탱크를 구축해 놓으니 이건 뭐.. 통상적인 알보병들 돌격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근대 시절의 공성전이라든가 어지간한 해병대 상륙전에 필적하는 난이도였다.

소총도 아니고 대포도 아니고 기관총이라는 공용화기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끔찍한 대량 살상 무기였다.
처음에는 제국주의 백인들이 미개한 식민지 주민들한테나 이걸 갈겼지만, 얼마 못 가 같은 백인들끼리 서로 쏴 제끼게 됐다.

참호는 병력을 지표면 아래로 짱박히게 해서 그들을 총알로부터는 생존률을 크게 끌어올려 줬다. 하지만 그 참호 속 생활이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끔찍하고 생지옥 같았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그래서 이 전쟁은 19세기까지 유럽에서 몇몇 나라들끼리 툭탁거리던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전쟁이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참호전을 파훼하기 위해서 1차 세계 대전 때 발명된 신무기가 바로 (1) 탱크와 (2) 독가스였다.
탱크야 기관총이나 소총의 총알에 뚫리지 않으면서 참호고 뭐고 다 짓밟으면서 전진하기 위한 물건이었다. 다만, 아직 자동차조차 허접하던 시절에 처음으로 개발된 탱크는 성능이나 안정성, 신뢰성 같은 게 많이 빈약했다. 가격도 너무 비쌌고..

다음으로 독가스는 물리적인 파괴력 없이 적군 병력을 고통스럽게 죽이거나 도망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탱크와는 완전히 다른 '화생방'이라는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초창기의 독가스는 호흡기를 망가뜨리는 염소 계열이 쓰였다. 시퍼런 쌩 Cl 염소 기체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포스겐(COCl2), 겨자가스((Cl-CH2CH2)2S) 같은 거. 이제는 병사들에게 방어를 위해 방탄조끼나 헬멧뿐만 아니라 방독면까지 필요해졌다.

선견지명인지 모르겠다만, "탄환에다가 독가스를 달아서 쏴서는 안 된다"라는 국제 협약은 놀랍게도 1차 대전 이전, 1899년부터 존재했다(헤이그 협약).
그래서 독일이 독가스를 투입하면서 "우리는 독가스를 총이 아니라 손으로 던지거나(수류탄), 혹은 바람에다 실어서 퍼뜨렸다. 그러니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 이렇게 둘러댔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급이랄까.

전쟁에서 우리 다같이 쓰지 말자고 결의하는 무기는 단순히 위력이 너무 강하거나 적군을 너무 잔인하게 죽이기 때문에 금지하는 게 아니다. 위력이 아군/적군, 군인/민간인 통제가 안 되고 종전 이후까지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다.

독가스는 위력이 바람 부는 방향의 영향을 받아 복불복이 심하며, 기껏 적진을 점령했는데 아군조차 독가스의 여파 때문에 거기서 제대로 못 있었다. 즉, 통제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내가 독가스를 쓰면 상대방도 보복 차원에서 독가스를 썼다. 이러면 전쟁이 굉장히 골치 아파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가스는 1차 대전 때 잠깐 등장하고 그 뒤에는 정규전에서 쓰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그 인간 백정 악마 히틀러조차 전장에서 독가스를 투입하는 걸 반대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탱크에 독가스가 등장한 1차 대전의 모습은 이것만으로도 무슨 SF 소설이라든가 성경의 계시록에 등장하는 괴물, 살이 썩는 괴질 묘사를 떠올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던 충격적인 전투 양상이었다.

2. 인종 청소 대량학살: 나치 독일 홀로코스트 (1941)

자, 나치 독일은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독가스를 군사용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그 대신 그걸 인종 청소라는 더 정신나간 짓에 활용했다.
히틀러는 우생학에 근거한 극단적인 인종주의 망상에 빠졌다. 유대인, 집시 등 열등(?) 인종은 딱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그냥 모조리 씨를 말려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신념을 몸소 실천했다.

맨 처음 1930년대 중반부터는 이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재산을 빼앗고, 격리 및 추방을 시켰다. 그러다가 2차 대전이 터진 뒤에는 대피를 못 하고 점령지에 있던 열등분자(?)들을 수용소에 가뒀다. 여기서도 처음에는 노동을 시켜서 알아서 병이나 굶주림으로 죽게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노동력조차 필요 없는지 아예 대놓고 학살을 했다.
'명예훼손, 협박'이던 게 '사기, 절도, 강도'로, 그 다음은 '납치, 감금 치사'로, 마지막으로는 대놓고 '살인'으로.. 갈수록 죄질이 나빠지고 탄압의 수위가 더욱 올라간 것이다.

처음에는 학살을 위해서 이 많은 수용자들한테 기관총을 갈겼는데.. 생각해 보니 이건 그렇잖아도 전시에 총알이 아까운 짓이었다. 그리고 명령에 따라 밥 먹고 이 짓만 하던 병사들이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글쎄, 극심한 전투 스트레스도 shell shock 같은 장애를 남기겠지만, 저렇게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아무 명분 없이 저지르는 양학도.. 전투 스트레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 양심을 자극하고 정신 건강을 해쳤던 것이다. 피해자 유족의 보복을 대행하는 흉악범 죄수 처형도 아니고, 나라 지키는 전투도 아니고 도대체 뭔 짓이냐?

사람들을 구덩이에다 한데 몰아넣은 뒤 안전핀 뽑은 수류탄을 떨구는 건 소음, 진동, 뒷감당이 난감할 테고..
많은 사람들을 한 명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떼거지로 많이, 조용히, 저렴하게, 주변 건물 구조물에 대미지 가하지 않고.. 자기가 살해 당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만들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은..???

해골 굴리면서 고민하다 보니 사람을 물리적으로 대미지를 가하는 유혈 공법 대신에 화학적인 독가스가 채택된 것이다.
처음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생각해 봤는데, 가성비가 맞지 않아서 최종적으로는 치클론 B 독가스 깡통이 선택됐다.;; 이건 HCN 청산가리를 주입시키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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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 보시라! 이 시스템은 저놈들이 나름 엄청 "많이" 고민하고 애쓴 결과물이었다. 완전 싸이코 그 자체였다. =_=;;;
수용소에서 독가스를 이용한 최초의 집단 학살은 1941년 가을이니 태평양 전쟁과 독· 소 전쟁이 발발한 때와 시기적으로 비슷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소련군 포로, 폴란드의 반동분자, 몇몇 유대인들에게 베타테스트가 행해졌는데.. 결과가 괜찮았다!
그 뒤 1942년 1월, '반제(지명 Wannsee) 회의'에서 나치 수뇌부는 "유대인들을 이런 식으로 죽여서 완전히 씨를 말리자~! 절멸시켜 버리자" 이렇게 정식으로 결의를 했다.

이때부터 쟤들이 운용하는 살인 공장에서 가스실은 1945년 초까지 거의 3년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원래 치클론 B는 오늘날에도 선박이나 대형 창고처럼.. 엄청 넓고 사람이 상주하지 않고, 안전보다는 가성비와 위력이 더 중요한 공간에서는 살충제 구서제로 잘 쓰이고 있다. 나치 수용소에 납품되는 치클론 B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안전을 위해 원래 일부러 첨가하는 악취· 구토 유발제를 "빼고" 납품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하임 바이츠만은 아세톤 합성으로 탄약· 폭약 생산을 혁신시켰다.
그러나 프리츠 하버는 1차 대전 시절에 군용 독가스의 개발을 주도했으며, 나중엔 저 치클론 B의 개발에도 참여했었다. 사람을 살리는 발명도 하고 죽이는 발명도 한 셈이다.

3. 불특정 다수 테러: 옴진리교 (1995)

이렇듯 독가스는 저렇게 1차 대전 시절의 끔찍한 군용 무기, 2차 대전 시절의 극악무도한 활용 사례로 인해 인간에게 정말 진절머리 나는 악몽을 안겼다. 이제 독가스라는 건 어디 공업 단지에서 산업 재해가 터졌을 때에나 유출되지, 국가 공권력이 대놓고 살포할 일은 없어졌다.
그나마 옛날에는 과격한 시위· 데모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최루가스 같은 걸 살포했지만 이건 사람을 대놓고 죽이려는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참 뒤, 일본의 옴진리교가 저지른 도쿄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독가스를 대량 살상 무기로 사용한 테러 사건이었다.
이건 북괴? 알 카에다? ISIL? 그 어떤 악당들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또라이짓이었다.

옴진리교는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수사되고 추적되는 걸 더 큰 사고를 쳐서 무마시키려고 한 미친놈들이었다. 빚을 빚으로 막는 것도 아니고..
하긴, 일본 제국이 옛날에는 자기가 전쟁 벌여서(중일 전쟁) 사고 친 걸(석유 금수 조치) 더 큰 사고를(태평양 전쟁) 쳐서 무마하는 상또라이짓을 한 적이 있긴 했다.

결국 옴진리교는 공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됐고, 머리 치렁치렁하던 교주는 이때 체포돼서 2018년에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4. 요인 단독 테러: 김 정남 피살 (2017)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엔 북한 김 정일의 장남 김 정남이.. 말레이시아의 공항에서 괴한에 의해 VX라는 독극물을 얼굴에 강제 접촉 당하고는 곧장 목숨을 잃었다.

VX는 옴진리교 시절의 사린보다 독성이 훨씬 더 강하고 위험한 물질이다.
검색을 해 보니 사린은 화학식이 C4H10FO2P이고 VX는 C11H26NO2PS이네.. 어쨌든 VX가 더 복잡하고 정교하고 더 흉악한 물질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앞의 1~3처럼 호흡기로 독가스 주입이라기보다는.. 황산 테러 쪽에 가깝다. 그래도 화학 무기의 범주에 드는 건 변함없다고 하겠다. 화약의 힘으로 금속 파편을 박아 넣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으니 말이다.

이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가스의 사용 범위가 작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방면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으니 각종 군사 훈련이나 민방위에도 '화생방'은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같다.
다음은 이런 독가스· 독극물에 대한 자잘한 여담들이다.

(1) 위에서 소개된 저런 독가스들은 상당수가 반도체의 제조에도 쓰인다고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너무나 값싸고 흔하게 접하는 컴퓨터 부품들이 평범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겨우 인간문화재 장인 급 스킬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하고 정교하고 위험한 공정이 필요하다.

(2) 살충제는 사람에게 전혀 무해하면서 벌레만 골라서 죽여 주는 물질이 아니다. 사람이 죽기 훨씬 전에 벌레부터 먼저 죽게 해 주는 물질일 뿐.. 에프킬라는 파리· 모기의 입장에서는 극악의 독가스일 것이다.

(3) 독사의 독은 신경독 아니면 출혈독으로 나뉘는데, 독가스나 살충제도 신경을 조지거나 아니면 폐를 조져서 질식· 익사시키는 것으로 작용 기질이 나뉜다.

(4) 먹는 독이나 폐로 흡입하는 독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독사의 독은 물려서 혈관에 다이렉트로 주입 당하는 게 아니라 입으로 평범하게 먹는다면 그냥 단백질로서 위장에서 소화될 뿐이라고 한다. 복어 독 같은 독이 아니랜다.

(5) 꼭 생물독이 아니어도.. 옛날에 인간이 과학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엔 납이나 수은을 화장품으로 취급하면서 얼굴에 쳐발쳐발 했었다(으악~).
20세기 초에는 뭐.. 방사성 원소인 라듐 같은 걸 영롱한 빛이 나니 신비롭다면서 보석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심지어 먹기도 했었나..?? 그러기도 했다.
제일 최근에는 석면이 위험성이 너무 늦게 알려져서 세계적으로 허겁지겁 봉인하고 없애는 추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29 08:35 2025/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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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황과 시사 관련 생각

2025년이 상반기가 벌써 1달 남짓밖에 안 남았다.
날씨가 엄청 많이 더워져서 이제 새벽과 이른 아침에도 반팔이 일상이 됐다. 실내에서는 선풍기와 에어컨도 필수..
그런데 이 와중에 4월과 5월 내내 금/토요일만 골라서 비가 왔던 것 같다. 신기한 노릇이다.
다만, 5월 20일을 전후한 기습 폭염은 개인적으로 정말 고통스러웠던 시기였다.

뭐, 본인 근황을 오랜만에 전하자면.. 결혼한 지 어언 반 년이 지났고, 여왕님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
다 좋은데 유일하게 애로사항 문제점은 할일들이 너무 많이 쌓이고 밀려서 미칠 지경이라는 거..
개인적인 글쓰기와 프로그램 개발 아이템들이 너무 밀려서 다른 건 엄두를 못 낼 지경이다.

여러 아는 분들로부터 이런저런 유익한 책을 번역+요약해 달라, 이런저런 한글 개량 시스템을 구상 중인 게 있는데 함 검토를 해 달라~~ 요청을 받은 게 있긴 한데.. 내가 내 앞가림도 못 하는 중이다. 그분들께는 그저 죄송한 마음이다. 언젠가는 살펴보겠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 며칠 안으로는 못 하겠다.

"그럼 너님은 요즘 도대체 뭘 하고 무슨 낙으로 지내냐? 우선순위가 더 높은 일들이 뭐냐?"라고 물으신다면..
오늘 소개하는 근황글과 사진이 답변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게 전부라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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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매일 밤마다 밖에 나가서 텐트 치고 '야영'은 못 한다. 하지만 주말에 돗자리와 텐트를 챙겨서 집 주변의 공원으로 소풍은 가끔 간다. 여왕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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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11월에 도입했던 호박이들을 지난 4월 중순에 드디어 모두 도축했다~!
특히 저 큼직한 짙은 초록색 호박은 본인 집에 5개월 가까이 보관되어 있던 아이였다.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내부 상태도 아주 좋았다. 물러지거나 상하는 기미는 전혀 없고.. 4월이 아니라 5월과 그 이후까지 반 년 넘게 놔 둬도 됐을 것 같았다.

내가 비슷한 시기에 구매했던 딴 호박 중에는 집에 가져오자 두세 주를 못 버티고 물러지기 시작한 애도 있었는데..
상태가 어쩜 이렇게 복불복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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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올해 2025년에도 호박 농사가 시작됐다.
이제는 예전처럼 강가까지 멀리 나가서 심는 무단경작은 못 하고.. 집 베란다에다가 스티로폼 화분을 세팅해서 호박씨를 잔뜩 심었다.
씨를 수십 개를 심어도 몇 주째 싹이 날 기미가 안 보이길래 올해는 호박 농사가 물 건너가나 싶었다.
그랬는데 한참 전에 심었던 씨가 지난 4월 23일쯤부터 갑자기 무더기로 싹이 돋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식물의 씨앗이라는 건 무작정 따뜻하고 물기만 있다고 싹트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기온 이하로 왕창 추운 기간을 겪고 나서 "그 다음"부터 따뜻해진 게 감지돼야 싹이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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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리거가 없으면 식물은 혹독한 겨울이 완전히 가기 전에 고개를 잘못 내밀었다가 얼어죽을 것이다. 오오~~ 나름 이런 알고리즘까지 구현돼 있다니 참 신기하다.
그런데 몇 년 전엔 난 겨울에 따뜻한 실내에서 호박을 키우고 열매도 얻은 적이 있었는데.. 그 씨앗들은 내부 상태가 어떻게 프로그래밍 돼 있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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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4월 26일, 5월 2일에는 각각 저렇게 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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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5월 15일.. 어버이날 이후부터는 떡잎에 이어 본잎도 확연하게 큼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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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싹이 돋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5월 22일. 이제는 호박잎을 따 먹어도 될 정도가 됐다.
이제 잎을 한번 딴 뒤엔, 장기복무자 몇 포기만 남기고 나머지는 예편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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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세상에.. 성인 나이트클럽이 저렇게 늙은 호박을 차에다 얹어 놓고 광고하는 건 처음 본다. 호박 부동산뿐만 아니라 호박 나이트도 있구나. ㅋㅋㅋㅋㅋㅋ
어째 마케팅을 저런 식으로 할 생각을 했나 모르겠다.
호박이랑 성인들 유흥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독특하고 특이하고 튀고 부각돼 보이는 건 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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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다음으로 동물...!!!!
우리 부부는 작년에 잠깐 함께했던 고양이 '앨리'를 기리기 위해..
길고양이가 종종 드나드는 주변 창고에다 길고양이 쉼터를 세팅했다. 거기에다 주기적으로 물과 사료를 갖다놓기 시작했으며, CCTV도 설치해서 꼬냉이들 동향을 관찰했다. 일명 앨리 기념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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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린이날에.. 정말 전무후무하게 고양이들이 무려 네 마리나 한꺼번에 들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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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요 검은 턱시도 고양이가 한 마리 들어와서 맹활약을 하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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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요렇게 검은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오기도 하고, 젖소 고양이가 추가된 세 마리가 호텔을 찾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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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꼬냉이는 건식 사료 파이터인가 하면, 어떤 꼬냉이는 트릿(건조시킨 닭 가슴살 간식)만 먹는다.
어떤 꼬냉이는 여기 밥은 안 먹고, 캣닢이 묻은 스크래처와 장난감만 미친 듯이 비비면서 뒹굴곤 한다.
이런 거 지켜보는 게 뭔가 인생의 낙이 됐다.
내가 원래는 멧돼지를 좋아했는데 멧돼지는 이렇게 골목길을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 나머지 요즘 드는 생각들

(1) 우리나라는 뻘짓 하다가 임기 중에 탄핵 파면으로 짤린 대통령이 결국 두 사람이나 배출됐다. =_=;; 그래서 선거철이 예정보다 또 일찍 찾아왔는데..
어휴 내 개인적인 소신은 어지간해서는 이 선거 비용을 그냥 산불 피해 복구에나 보태지 하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2) 지하철 요금이 2년 만에 오를 예정이다. 이건 2023년부터 계획됐던 것이니 뭐 어찌할 순 없다.
몇 년 뒤에 대중교통 요금이 또 오른다면 그때는 기본요금은 냅두고 임률이 오를 법도 해 보인다.

(3) 요즘 우리나라는 싱크홀 사고 때문에 난리이다. 신안산선 건설 현상에서 큰 사고가 났었고,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동쪽 연장 구간은 지반이 약해서 계속 저런 위험 징후가 나타나는가 보다.
다리가 무너지고 가스가 폭발하고 백화점이 붕괴했던 30년 전 김 영삼 시절에도 이렇게 땅이 푹 꺼지는 사고는 없었는걸 말이다.

서울 시내 전체에서 싱크홀 취약 지점에 대한 데이터가 있기는 한데 나랏님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해서 고의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돈다. 이거 마치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EDR 자료를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만큼이나 정말 사실인지 궁금하다.

(4) 백 종원 아저씨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난 3~4월 동안 갑자기 왜 집중적으로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악재에 시달렸는지 모르겠다. 저 사람도 지금까지 마냥 선하게만 사업을 하고 갑부가 된 건 아니었는지?
한편, 허 경영은 드디어 사기극의 꼬리가 밟혔는가 보다.

(5) 지난 2005년 4월인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로 교황의 부고를 참 오랜만에 다시 들었다.
교황이라는 건 전근대 시절부터 존재한 종신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의 특성상 세습직이 아니고 선출직인 것이 참 특이하게 느껴진다. 역시 20년 전 코미디 영화인 ‘유로트립’에도 교황 선출 씬이 있었지 말이다.
글쎄, 요 비슷한 시기에 왕중왕(..), 본회퍼 같은 종교 장르의 영상물들이 여럿 등장하기도 했다.

(6) 오랫동안 무고 누명 때문에 심하게 마음고생 했던 뽀빠이 이 상용 씨가 5월 초에 세상을 떠났다.
난 어린 시절엔 오랫동안 ‘뽀식이 이 용식’하고 저 사람이 굉장히 헷갈렸고 개인적으로 구분에 어려움을 느꼈었다. 이름과 별명에서 일부 일치하는 글자들 때문이었던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26 08:36 2025/05/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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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드로 서신

본인은 와이프와 함께 성경 통톡을 하면서 올해 초쯤엔 베드로전후서를 쭉 지나갔었다.
그런데, 와~ 이건 신약의 주류(!!)인 바울 서신이 아니라고, 특정 수신자가 존재하지 않는 일반서신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 게 절대 아니라는 걸 특별히 느꼈다.

그 짧은 분량에 몇 절 간격으로 주요 암송/유명 구절들이 빵빵 터져나온다. 후서보다도 전서가 더한 것 같다.
비킹에서 매우 치명적으로 변개된 구절 중 하나인 '말씀의 젖 먹고 자라라' 벧전 2:2도 그 중 하나.

이들 책에서는 precious 보배로운, 귀중한 이라는 단어가 다른 어느 책보다도 자주 나온다.
왕가의 제사장과 특별한 백성, 남녀노소 주종 인간관계, 위의 권위에 순종, 목(회)자를 향한 권면, 시험과 인내, 올바른 행실과 선한 간증까지, 바울 서신 몇 권치 내용이 다 압축된 것 같다.

베드로전서가 특별히 강조하는 건 그냥 선한 행실을 하는 게 아니라 불신자 세상 사람들이 비방하고 악담을 하다가도 무안해져서 입을 다물게 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행실이다. 그들에게 너희의 소망을 증언하고 답변할 걸 늘 예비하라고..
이런 논조는 기존 바울 서신서나 심지어 야고보서에서도 딱히 못 봤던 것 같다.

거기에다 행실만 얘기하면 섭섭하니 벧전에는 지옥에 떨어진 천사, 죽은 자에게 선포, 감옥에 있는 영에게 선포, 구원의 모형으로서 물침례처럼.. 경륜이나 영적 세계 관련 어려운 구절까지 슬쩍 들어가 있다.

벧후 3장 끝부분을 보면 베드로가 바울 서신을 언급하면서 일부 내용이 참 질기고 난해했다고 얘기하는데..
"님이 기록하신 서신도 똑같이 난해해요"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베드로가 어려운 구절을 슬쩍 집어넣은 스타일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니, 벧후 3:6은 단순 노아의 홍수 얘기가 절대 아니겠다는 생각도 더욱 확실하게 들었다.

성경에서 element라는 단어는 갈라디아서 4장과 베드로후서 3장에서 각각 두 번씩만 등장한다.
전자는 유치한 '초등원리' 문맥인 반면, 후자는 온 우주가 불에 녹는 상황이다 보니 '원소'라고 번역되었는데..

사실 이것조차 1800년대 이후 돌턴의 원자설을 학교에서 배운 후대 사람의 선입견이 가미된 번역이 아닌가 싶다. 뭐, 만물이 분자건 원자건 미립자 근본 본질 차원에서 다 분해되고 포맷될 거라는 점은 변함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베드로에 대해서 뭐 "쿠오바디스"라든가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십자가형 당해서 순교~~ 이런 카더라 일화를 찾아보기 전에, "우리에게는 더 확실한 예언의 말씀이 있으니"라고 말하는 서신을 통해 기억하는 게 먼저이지 않겠나 싶다. 그 사람이 직접 후대의 크리스천들이 읽으라고 글을 남겨 줬으니 말이다.

2. 자동차

성경은 자동차가 발명되기 한참 전에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대입해 넣어도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세 곳 정도 있다.

(1) 출 20:17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 탐내지 말라.
"네 이웃의 종이나.. 소나 나귀나 소유 중 아무것도 탐내지 말라"
소나 나귀 대신에 "남의 차를 탐내지 말라~~"라고 생각해 보면 이 계명이 오늘날 기준으로 뭘 의미하고 어떻게 적용하면 되겠는지 감이 바로 올 것이다.

(2) 삼상 8:5 우리에게 왕을 주소서
"우리에게 붕붕이를 주소서"라고 생각해 보아라.
단순히 남 앞에서 간지와 가오 내세우려고 왕을 선출하고 나면.. 이제 왕의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세금 부담이 왕창 늘고 니들 등골이 휠 것이다.

그때 와서 후회하더라도 하지만 한번 권력 맛을 봐 버린 왕이 호락호락 하야를 하겠는가? 아니, 단순히 권력욕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왕은 하야를 못 한다. 호랑이 등 위에 앉아버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붕붕이는 물론 정치 권력과는 관계가 없지만.. 얘도 한번 지르고 나면 단순 차값+기름값과는 차원이 다른 지출이 발생하고 사람 생활 패턴과 씀씀이가 달라져 버린다. 카푸어 되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3) 막 11:2 등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베드로야, 저 마을 어귀를 가 보면 공장에서 갓 출고된 새끈한 스타크래프트 밴이 키가 꽂혀 있을 것이다. 그거 몰고 이리로 돌아와라. 누가 뭐라 하면 '주님이 필요로 하신다'라고 대답해라. 내가 차주하고는 미리 입을 맞춰 놨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루살렘 입성 장면 때 카퍼레이드가 같이 떠오른다.
예수님 제자들 중에는 그 나이의 남자들답게 차덕 컴덕도 있을 것이고, 베드로는 가방끈은 짧아도 대형에 해기사 면허까지 보유하고 있고.. =_=;;; (훗날 저 베드로전서· 후서를 기록하게 될 바로 그 사람이!!)

솔로몬만 해도 살았던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그 머리로 차덕 총덕 컴덕 항덕이 아니라 자연덕 생물덕이었다는 게 흥미롭게 느껴진다.

3. 안티오크

나는 '안티오크/안디옥(Antioch)'이라는 지명을 난생 처음 접한 곳이 성경이 아니라... 고등학교 시절, 스타크래프트였다. =_=;;;
프로토스 외계인들의 본거지 도시 중 하나가 안티오크이기 때문이다. 프로토스 캠페인을 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프로토스의 영웅 중 한 명은 이름이 Fenix인데.. (질럿이다가 나중에 드라군으로..)
안디옥이 등장하는 성경 사도행전에는 벨릭스(Felix)라는 이름의 총독이 나온다. (행 23:24)

이에 대한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깊이 박힌 관계로, 난 사도행전 후반부(= 바울의 예루살렘 방문 이후)를 읽으면 지금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기억이 머리에 같이 어른거린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Fenix는 아마 불사조 phoenix를 베낀 명칭이었을 것 같지만, 본인은 그것보다도 성경 인물 Felix가 먼저 떠오를 정도이다. ㅠ.ㅠ

4. 호환, 마마, 전쟁

"내가 네게 기근과 ‘악한 짐승’들을 보내서 니 자식을 앗아갈 거다.
다음으로는 ‘역병’과 피가 니들을 지나갈 거고
그 뒤엔 내가 너에게 ‘칼’을 보낼 것이다.
나 곧 주가 이렇게 말한 줄이나 알아라." (에스겔 5:17~ 임의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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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름 3권 분립(lawgiver, judge, king)이 나뉘어 언급되는 구절이 있듯이,
성경엔 나름 옛날 어린이들의 3대 재앙이었다는 호환, 마마, 전쟁이 나오기도 한다! ㄷㄷㄷㄷ
세계 보건 기구(WHO)는 요즘이야 이것저것 욕 많이 먹고 있지만 한때는 그래도 국제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해서 천연두를 지구상에서 박멸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즉, 3대 재앙 중 ‘마마’를 없앴다.

전세계에서 천연두 감염 발병이 마지막으로 보고된 게 1977년 10년경이다.
참고로 인류 역사상 마지막으로 단두대에 의한 사형이 집행된 것도 1977년 9월이니 꽤 비슷하다.;;;

유엔이야.. 잘 알다시피 ‘전쟁’을 없애려고 만들어진 단체이지만~~ 그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긴, 먼 옛날에 한번 연합군 진영이었다고 그 나라들이 언제까지나 영원히 우방 동맹인 건 아니니까 말이다.

5. 머신러닝

데이터 → 정보 → 지식 → 지혜의 관계를 피라미드 계층으로 묘사한 그림이 있다. 이거 무슨 과학 → 수학 → 철학 → 신학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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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머신러닝에서 다루는 개념이지만~~
성경 공부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커 보인다.

성경이란 게 무슨 학술논문, 수학 교재처럼 막 수리논리적으로 ‘엄밀하게’ 쓰여진 책은 아니다.
용어와 개념 definition부터 시작해서 lemma, theory, proof.. 이런 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나마 로마서가 일부 구간에서 그런 형태를 흉내만 비스무리하게 냈을 뿐이다.

  • 죄라 함은 *****한 것을 말한다.
  • 이 교리의 적용 대상으로서 닝겐이란 이러이러한 특성을 가진 검은 머리 이족 직립보행 포유류를 말한다. 최초의 시조는 아담이다. 생물학적 분류는 호모 사피엔스이다.

성경 여기저기에 흩어진 내용들을 분야별 주제별로 한데 모으고 체계화하면 조직신학 교재가 된다.
그럼 성경이 처음부터 조직신학 교재처럼 쓰여졌으면 좋겠지만, 그런 식으로 저술해서는 성경이 그야말로 동서고금 보편적인 텍스트가 될 수 없어진다.
조직신학 자체도 당대 인간의 학문 패러다임이 반영되어 만들어진다. 하지만 성경은 그런 패러다임보다 더 위에 있는 텍스트이지 않은가?

그야말로 일자무식 농경시대부터 지금 과학혁명 정보화 혁명까지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인류가 언제부터 그런 엄밀함을 따지기 시작했다고 감히 그런 배부른 소리를 지껄이나.

그리고 뭐랄까, 후세에게 사이드이펙트/나비효과를 끼치지 않으면서 수백~수천 년 뒤를 내다본 예언을 정확하게 담을 수가 없다. 이 주제만으로도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이 글의 주제가 이건 아니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결국은 평범한 스토리 ‘데이터’들을 담으면서 거기에다가 하나님의 성품을 슬쩍 담아 넣고, 여러 시대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역사 패턴도 찔끔 담아 넣는 게 성경 기록자의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성경은 추상적인 데이터로 가득한 책이며, 독자들에게 데이터를 통한 학습과 패턴 추출.. 일종의 머신러닝을 요구한다. 이걸 신앙 용어로는 “성령님을 통한 조명”이라고 표현한다. ㄲㄲㄲㄲㄲ

머신러닝에 underfit과 overfit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동일한 오류 유형이 성경 공부도 존재한다.
6일이라든가 1천 년을 문자적으로 안 믿는 거, 개나 소나 영적 해석에 비유로 치부하는 건 underfit이다.

반대로 본질적이지 않은 디테일에만 너무 문자적으로 꽂혀서 난리를 치는 건 overfit이라 하겠다.
솔로몬의 재판을 읽고는 “요즘은 CCTV와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달했으니 괜찮아요! 아 그럼 나도 앞으로 남의 아기 몰래 뺏어서는 저 사람 주라고 연기하면 되겠네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overfit인 듯. ㅋ

성경이라는 데이터가 점들이 저렇게 콕콕콕 박혀 있는 걸 말한다면.. 하나님이 의도한 선형이 과연 무엇일까 판단하는 건 닝겐들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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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5/05/23 08:35 2025/05/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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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엔 예로부터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고 일본에 대한 증오 적개심이 풀풀 생길 전시물이 좀 있었다.

일본은 일제시대의 시작과 끝 시기에 서로 다른 양상으로 반인륜적인 짓을 저질렀다. ‘끝’은 731 부대처럼 중일/태평양 전쟁 때 이판사판 인간이기를 포기한 짓거리이고..
‘시작’은 초기 헌병 무단통치 시기에 누구든 말 안들으면 닥치고 무식하게 다 총칼 휘두르면서 위협하고 찍어누르고 고문도 하던 걸 말한다. 둘의 차이는 ‘흉악’과 ‘흉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독립기념관은 3· 1 운동이나 독립군을 성역화하고 띄워주는 곳이라는 특성상, 일본에 대한 포커스는 ‘끝’이 아니라 ‘시작’, 흉포 쪽에 맞춰져 있다. 옛날에는 전용 전시관의 이름부터가 ‘일제침략관’이었는데 지금은 ‘겨레의 함성’(제3관)이라고 바뀐 듯하다.
“3· 1 운동 당시에 만세 시위에 참여하던 사람이 잡혀가서 이런 일을 당했다~~”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이게 기억에 남아 있다.

(1) 남자는 팔 하나 짤린 모습 사진.
(2) 여자는 머리는 다 풀어헤쳐지고 양팔 묶인 채 매달려서 상반신이 인두로 지져지는 모습 인형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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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렁탕 물고문이나 손톱 뽑기, 길다란 벽관에다 며칠 세워 놓는 비교적 평범한(?) 케이스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봤던 것 같다. 그러나 저거는 진짜 독립기념관 ONLY 전유물인 것 같다.

자고로 고문이라는 것의 목적은 “혐의를 인정해! 자백해!” 아니면 “니 동료들 있는 곳을 불어!” 둘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저 때 일제 왜경· 헌병이 자행한 고문의 의도는 그냥 “너 이 X끼 이래도 만세질 할 테냐? 오냐 오늘 누가 이기나 보자!”였다. 법대로 집행하는 형벌이 아니라, 조폭 양아치마냥 그냥 해코지· 가혹행위를 동반한 공갈협박일 뿐이었다. 여자한테는 성희롱 추행 폭행까지 추가해서 말이다.

고문 하는 놈도 “이런 독한 연놈을 봤나!” 하면서 악에 받쳤겠지만, 당하는 쪽은 더 악에 받쳐서 “내가 죽으면 죽었지 네놈한테는 절대로 고개 안 숙인다 이 천추의 원쑤놈아!!”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 관순 정도는 워낙 예외적이니까 “이런 짓을 여고생 혼자서 벌였을 리가 없다~ 진짜 주동자를 불어!”도 추가됐겠지만 말이다.

아니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백이나 정보를 받아내려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대한 독립 만세 외쳤다고 무장도 안 한 생사람 사지를 짜르고 인두로 지지나? 그건 좀 이해가 안 된다.

(1) 남자는 나도 먼 옛날 학창 시절에 학교 수학여행 때 어렴풋이 봤던 기억이 난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2) 여자는 본인이 직접 본 기억은 남아 있지 않고.. ‘콩숙이의 일기’에서 독립기념관 관람 에피소드에 저 고문 장면 사진이 있는 걸 봤던 기억이 있다. 1~3편 중 뭐더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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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에피소드에서는 콩숙이도 울고불고 하면서 “너무 끔찍하고 잔인해~~ 저 쳐죽일 일본 나쁜놈” 한다. 그리고 친구 중에 온통 일제(일본산) 전자기기를 쓰던 애가 자기 잘못을 반성(?)하는 걸로 이야기가 끝나더라. 1990년대 초엔 아동용 개그 수필집에도 저런 반일 코드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ㄲㄲㄲㄲㄲㄲㄲ
심지어 내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는 일본어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문헌이 바로 이 책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세월이 흐르니 이젠 유 관순뿐만 아니라 노 순경, 어 윤희, 임 명애 같은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실 동료들에 대해서도 영화 같은 매체를 통해 제법 알려졌다.
천안 말고 수원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한 여학생인 이 선경 같은 사람도 발굴됐다.
그러나 먼 옛날부터 독립기념관에서 저렇게 인두로 지져지는 고문을 당하는 걸로 묘사된 여성은 누구로부터 모티브를 딴 걸까..??

3· 1 운동 때 누구누구가 일제로부터 온갖 참혹한 고문, 폭행, 가혹행위를 당했다~~ 요렇게 독자에게 빡침을 유발하는 기록들은 대체로 박 은식 지은 "한국독립운동지혈사"가 출처이다. 거의 기독교회사 “피 흘린 발자취” 같은 냄새가 나지 않는가?
이 문헌을 훗날 국가기록원에서 발간한 "여성독립운동사 자료총서"(2016)에서도 많이 인용했다.

거기 기록에 따르면(pp. 90~93)..
출신과 나이가 불명인 노 영렬이라는 여성이 저 모형에서 묘사된 것을 포함해 그보다 더한 악형을 당했던 사례라고 나온다. 소속은 학교인데 정확한 명칭도 불명이고 그냥 '여자고등보통학교'(여고!) 소속이라고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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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안 먹이고 며칠 간격으로 고문이 계속되었지만 악에 바친 노 열사가 "독립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죽어서라도 다시 태어나서도 끝까지 만세를 부를 것이다~ 너희 왜놈은 물러가라!" 이런 식으로 소리질렀다고 한다. 결국은 일본 경찰인지 헌병인지 걔들도 기세에 질려서 풀어는 줬다.

그 뒤 저 노 영렬이라는 사람이 어찌 되었는지는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저 사람은 처음에는 심지어 학생으로 소개됐다가 나중에.. 1946년도 신문 보도 자료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교사였다고 신분이 정정됐다(!!). 그만큼 베일에 싸인 인물이고, 훈장 추서 같은 것도 당연히 전무하다.

노 열사는 3· 1 운동 참여로 인해 경찰서인지 헌병대인지 끌려가서 잠깐, 어설프게 린치만 당하다 풀려났을 뿐, 정식으로 투옥돼서 형벌을 받았다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울나라에서 보상을 해 주고 싶어도 못 한다.

그리고 또 생각할 점이 있다.
요즘 독립기념관 제3관엔 저 열사의 모습을 포함해서 고문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모형들이 없어진 것 같다. 최소한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말이다. 끔찍하고 섬뜩한 수위에 비해 당사자에 대한 '물증'이  불분명하기 때문인 듯?

제3관을 독립기념관 홈페이지에 있는 VR 디지털 관람 기능으로 쭉 살펴봤는데.. 앞서 언급했던 팔 짤린 남자 사진이 제일 잔혹한 모습이다. 안타깝지만 이분도 정확한 신원은 불명이다.
요즘은 항일 관련 전시관에도 애들 트라우마 생길 고문 장면 묘사, 심지어 고문 체험(!!) 시설은 빼는 추세인 것 같다. 비슷한 변화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도 있었다고 한다. (고문 신음소리 재생, 벽관 고문 체험 등등..)

이상이다. 갑자기 하나 꽂혀서 별 걸 다 찾아봤네. +_+;;
아무쪼록.. 1910년대 무단 통치 치하에서 일제가 한국인들에게 저지른 만행엔 저런 것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고 싶다. 3· 1 운동 시위대에다가 총질하고, 붙잡아서 투옥만 시킨 게 아니다.
한편으로 기록이 없어서 발굴되지 못하고 잊혀져 버린 무명의 독립운동 참여자 기여자들은 저 때 얼마나 있었을까~ 이것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조선/대한제국의 말기도 서민들에게 절대로 살기 좋은 시절이 아니었다. 동족의 무능한 암군과 탐관오리들이 자행한 트롤짓도 절대 무시 못 할 수준이었는데.. 그 뒤의 일제도 통치를 얼마나 등신같이 했으면 차라리 조선 왕조가 더 나았다고 저런 대규모 저항이 발생했겠는가? (2등 신민이라고 차별은 차별대로 하면서 비슷하게 억압, 수탈..) 이 또한 생각할 점이다.

(1)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으니 오늘날 일본은 헌법 차원에서 공무원에 의한 고문과 잔학한 형벌은 그냥 금지가 아니라 "절대 금지한다"라고 적혀 있다(제36조).

(2) 3· 1 운동은 비록 표면적으로는 일제의 총칼에 완전히 제압되고 진압되는 걸로 끝났지만 이건 일본의 국제 위상을 실추시키고 걔네들에게 멘탈 대미지를 꽤 크게 입혔다. 코리언인지 누군지 어디 듣보잡인지는 모르겠지만, 쟤들이 일본의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세계로 전파됐다.

(3) 오늘날 한국을 찾아온 일본인 관광객이 서대문 형무소 같은 델 들어가면.. “에에에에? 이런 잔인한 시설을 우리 선조가 만들었다고요? 그럴 리가!” 기겁을 하면서 당장 관광 가이드한테 무릎 꿇고 사죄를 하고 난리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국가 간의 관계와 개인 간의 관계는 서로 별개로 봐야 할 것이고, 선조의 잘못을 굳이 후손이 도의적인 것 이상으로 심각하게 연연하면서 난리 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옛날에는 조선총독부 청사가 헐린다고 하니까 그건 놓치지 않고 꼭 보러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잠시 크게 증가한 적도 있었고 말이다.

(4) 콩숙이라는 사람은 지금은 어디서 뭘 하며 살려나?? 문득 궁금하다. 근황올림픽 같은 데서 취재 가능하면 좋겠다!

지금은 일본 대중 문화도 다 개방되고, 반일 감정도 콩숙이의 일기가 출간됐던 저 시절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반중 감정이 저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니.. 격세지감이다. 세월 앞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20 08:35 2025/05/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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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의 군주였던 루이 15세는.. 태양왕이라고 불렸던 선대 14세나, 대혁명 때 참수를 당한 후대 16세에 비해 존재감이 작다. 성경에서 아브라함과 야곱 사이에 낀 이삭 같은 느낌이랄까?
저 사람에 대해서도 인간성은 좋지만 군주로서는 무능하고 우유부단이 너무 심했다는 비판이 많다. 허나, 이 사람 시절에 다음과 같이 분야별로 여러 일들이 있기도 했다.

1. 민생 치안, 미스터리: 제보당의 괴수

1764년부터 1767년 사이에 프랑스에서는 '제보당'이라는 지역에 늑대처럼 생겼지만 늑대는 아닌 괴물이 출현해서 사람을 습격하고 뚝배기를 깨뜨려 죽이고 잡아먹었다. 소문은 나라 밖으로까지 퍼졌고 "프랑스 너네는 들짐승 하나 처리도 제대로 못 하냐? ㅋㅋㅋ"라는 이런 비아냥이 외교계에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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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들은 루이 15세는 노발대발해서 육군 병력이라도 동원해서 저놈 당장 잡으라고 분부를 내렸는데..
사건의 비교적 초창기이던 1765년 초엔 남녀 어린이들이 6명(혹은 기록에 따르면 7명)이나 같이 숲길을 걷다가 공터에서 저 괴물 괴수와 마주쳤다고 한다.

이 애들은 처신을 잘못하면 몰살 당하고 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의 18세기 프랑스 판을 찍게 될 수도 있었다.
허나 이때 그들은 침착하게 서로 손잡고 한꺼번에 1오 횡대로 늘어서서 괴수를 야렸다.
사람 쪽의 덩치를 아주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제대로 통했다. 괴수는 그 애들을 한참을 노려보다가 물러났으며, 그 애들 일행은 정말 다행히도 무사히 돌아왔다.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퍼져서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루이 15세는 이 장한 애들을 왕궁에 불러서 용기와 기지를 치하하고, 상금 300리브르를 줬다고 한다. 리더격 애한테 혼자 300, 그리고 나머지 애들한테 또 300을 줘서 나눠 갖게 했다.
(요즘 평범한 직장인 연봉에 필적하는 액수라고 한다. 1리브르는 성경의 1데나리온과 비슷한 환율인 듯..)

제보당의 괴수는 딱 한 놈만 있지는 않았던 걸로 추정된다. 그래도 몇 년간 의심 개체를 사살한 뒤에는 발견이나 피해 신고가 더 들어오지 않고 사건이 종결됐다. 오늘날로서는 증언이나 그림 말고 박제물이 전해지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

2. 국방, 과학 기술: 증기 자동차의 발명

원시적이나마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고 일컬어지는 물건이 이 시절인 1770년에 발명됐다. 육군 공병 장교 출신의 발명가인 퀴뇨가 만든 '삼륜 증기 자동차' 말이다.
이 물건은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스스로 굴러가면서 수 톤에 달하는 무거운 대포를 견인해 줬다. 사람이나 마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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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초의 발명답게 제대로 운용하기에는 불편하고 번거로운 점, 미흡한 점도 너무 많았다. 이 자동차는 현업에서 당장 정식으로 채용되지는 못했으며, 결과만 따지면 일단은 실패에 가깝게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 15세는 이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고를 극찬했다. 1772년부터 왕이 그에게 직접 연금을 600리브르씩 매년 지급해 줬다고 전해진다.

퀴뇨의 삼륜차(대포 수송), 에니악 컴퓨터(탄도 계산),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 다들 처음엔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3. 개인사, 정치: 암살 위기

루이 15세는 1757년 초에 암살당할 뻔했던 적이 있었다.
외출 이동 중에 '로베르프랑수아 다미앵'이라는 이름의 괴한으로부터 칼빵을 맞았다. 하지만 때는 1월 한겨울이라 왕이 옷을 워낙 두껍게 입고 있었던 덕분에 대미지는 경상에 그쳤다. 옛날의 그 두껍고 무겁고 질긴 외투가 일종의 방탄조끼 역할을 한 것 같다.

저 암살미수범은 전근대 시절에 역적죄를 지었으니.. 곱게 죽지 못했다. 바로 잡혀가서 공범· 배후를 캐내기 위한 처참한 고문부터 2개월 가까이 당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 폐인이 됐다.
결국 단독 범행이 인정되기는 했는데, 재판 결과도 "주문: 피고 다미앵을 사형에 처한다" 이렇게 깔끔하고 자비롭게 나오지 않았다.

"피고 다미앵을 먼저 팔, 가슴, 허벅지를 불에 달군 쇠집게로 지진다. 그 뒤 국왕을 살해하려 했던 그 단도를 오른손에 쥐게 하고 그 손을 유황불로 태워 버린다. 다음으로 지졌던 부위에다 끓는 납을 붓고, 사지를 말 네 마리로 끌어당겨 거열하고 시체를 불태운다"...;; 판결문이 이렇게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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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꼴을 보며 루이 15세 당사자는 "짐이 진짜로 죽은 것도 아닌데 너무 잔혹하게 처벌하지는 말게나"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아니 되옵니다 폐하. 왕을 시해하려 든 자에게는 후대를 생각해서라도 무관용 일벌백계를 내려야 하옵니다."라는 항변과 함께 거절됐다.

그래도, 프랑스는 잔혹하던 구체제 시절에도 연좌제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저 범인의 직계가족은 국외 추방, 그리고 형제자매들은 성을 갈고 신분세탁만 하는 선에서 뒤끝이 마무리됐다. 오히려 루이 15세는 그 범인 유족들에게 개인적으로 연금을 하사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게 배려해 줬다고 한다.

훗날 조선 고종 치하의 서 재필이나 김 옥균 등이 당했던 일을 생각해 보면 매우 비교된다.
한편으로, "왕을 시해하려 든 자에게는 무관용 일벌백계" 이러던 왕조가 겨우 35년 뒤에 완전히 붕괴해 버리고, 왕이 반대로 시민의 손으로 재판 받고 단두대에서 목이 짤리는 날이 찾아왔다. (1792) 이것도 참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1) 월트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서는 저 괴물 짐승도 나오고, 벨의 아버지가 발명한 삼륜 자동차도 나온다. 저 시절 프랑스의 모습을 잘 반영한 것 같다.

(2) 루이 15세 이전, 1600년대 초에 잉글랜드에서는 가이 포크스에 의한 국왕 암살 미수 시도가 있었고(1604, 국회의사당 화약 음모), 프랑스에서는 앙리 4세가 괴한에게 암살 당했었다(1610). 둘 다 예수회인지 뭔지 가톨릭 광신자의 소행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성공회 대비 가톨릭을 홀대하는 것에 불만, 후자는 가톨릭 텃밭에서 쓸데없이(?) 개신교까지 포용하는 것에 불만..
그에 비해 루이 15세 암살 미수는 종교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경우건 유럽 사회에서는 이런 역적 흉악범에 대해서도 당사자만 끔살일 뿐, 조선처럼 '삼족을 멸하는' 정도의 연좌제는 적용되지 않았다.

(3) 이 시절 프랑스 국왕들은 허벅지 각선미의 묘사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특히 14세가 말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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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14세이고, 아래는 각각 15, 16세...
14세만이 가발이 검으며, 허벅지를 양쪽 모두 제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7 08:35 2025/05/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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