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흥행 성적 외

1. 흥행 성공한 철도

- 서울 지하철 9호선: 본인은 9호선에 대해서 대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올림픽대로를 따라 서울을 동서로 횡단하면서 김포 공항, 노량진 역, 고속버스 터미널, 강남을 잇는 지하철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강을 끼고 다닌다는 특성상, 대부분의 기존 지하철들은 한강 횡단을 앞두고 지상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9호선과의 환승 거리가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까지 예측하였으며, 이는 모두 적중했다.

나만 9호선의 성공을 예측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IMF 때문에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이 줄줄이 퇴짜를 맞는 와중에서도 9호선만은 유일하게 살아남아 끝까지 공사가 추진되었다. 지금 9호선의 성공은 여러분이 보시는 것 그대로. 그 황금 노선이 왜 달랑 4량 1편성으로 소심하기 그지없게 운행되나 싶다. 특히 급행은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어서 조만간 전동차가 전량 급행으로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 KTX 울산 역: 울산 시내에서 상당히 멀다는 핸디캡, 그리고 인근의 신경주 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역은 개통 초기부터 예상치의 1.7배에 가까운 승객이 이용하면서 '만들길 잘한 역' 인증을 받았다. 반대로 울산 공항은 점차 승객 감소. (참고로 울산에서 공항과 KTX 역은 서로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메이저 경부선과 경부 고속도로에서 소외됨으로 인해 지금까지 울산 시민들이 겪은 교통 불편 고충이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런 추세가 되풀이되면 KTX가 신경주 역의 정차보다 울산 역의 정차가 더 늘지도 모른다.

- 경춘선: 무궁화호 시절에 비해 승객이 폭증하였으며 내가 알기로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다른 어떤 광역전철보다도 이용객이 많다. 통근, 통학뿐만이 아니라 관광 수요 때문에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무임 승객도 문제이긴 하지만) 하루빨리 '웟더헬 가축수송'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다들 아우성이다.

- 대전 지하철: 사람 대신 물통을 집어넣어서 알파?베타테스트를 했던 그 지하철. 개통 초기에는 대전 시민조차도 '저거 얼마나 타겠나' 회의적이었고 돈지랄에 비해서 수익 못 낸다고 언론에서 까대기도 했으나... 시내버스들이 지하철 연계 위주로 조직적으로 잘 재개편되고 2차 구간까지 개통한 뒤 이용객 수는 굉장히 늘었다. 가끔 대전에 가서 지하철 타 보면, 요즘은 앉아 가기 힘들다.
이용객이 증가한 덕분에 배차간격도 처음에 10분에 가깝던 게 지금은 출퇴근 시간엔 5분 이내까지로 단축되었다.

2. 흥행 실패(로 보이는 철도)

아래의 두 철도는 개통 시기도 2006~2007년대로 비슷한데, 철덕들 사이에서 '공기 수송'이라는 비아냥이 되었던 대상이다. 가루를 공기로 수송하는 게 아니라, 빈 공기'를' 수송.. -_-;;;

- 공항 철도: 초창기에 공항 철도는 운행 구간부터가 김포-인천의 양 공항 셔틀에 불과했던지라, 지방 승객과 서울 승객 모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너무 열악했다. 짐 별로 없고 철덕 기질이 있는 서울 거주 개인 승객에게나 매력이 있었던 듯. 시ㅋ망ㅋ은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월, 폭설 때문에 도로 교통이 떡실신하자 공항 철도의 가능성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제 2차 구간이 개통하고 서울 역에 아예 강북 도심 터미널까지 설치되면서 공항 철도는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야 당연히 승객 수도 제법 늘었다. 내륙 구간(영종도 말고 본토)이 대중 교통 환승 할인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강북-공항 익스프레스 내지 인천 북부의 광역 철도 명분으로 이용객은 더욱 늘 것이다. 거기에다 공항 철도는 용유도 관광 연계 교통수단으로도 단장 중이다. (용유 역)

- 광명 셔틀: 용산-광명 10량 전동차가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노라면 그저 안구에 습기만 찰 뿐.. -_- 전동차 좌석에 앉는 정도가 아니라, 롱시트 하나 전체를 차지하여 누워서 천장을 보고 갈 수 있다. ㅠㅠㅠ 그래도 이제 천안아산 역마저도 전철 연계가 되는 마당에 엄연히 경기도 수도권의 고속철 역이 전철 연계가 안 되는 건 말이 안 되니 운행 안 할 수는 없고.
지금은 4량 1편성이 되어 승용차로 치면 티코 같은 꼬마 경차가 생각난다. 차라리 인천이나 수원 방면에서 광명 역 연계 셔틀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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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관계가 없으나 문득 든 생각이다.
건물이나 교통수단에서 남녀 공용 화장실은 철도로 치면 단선이요, 남녀 분리 화장실은 복선과 위상이 무척 비슷한 것 같다.
화장실은 무조건 남녀 분리로 만들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건 아니다. 비행기처럼 공간이 부족한 곳의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다. 하지만 분리로 만드는 게 더 위생적이고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
철도 역시 복선으로 건설하는 게 사고 위험이 줄어들고 단선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열차를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선 병렬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 두 개 있는 격이구나. ^^;;;

Posted by 사무엘

2011/02/06 19:12 2011/02/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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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1/02/07 09:41 # M/D Reply Permalink

    1. 인천지하철 연장선도 말이 많기는 하죠. 저는 참 잘 타고 있기는 합니다만...

    2. http://mbastory.tistory.com/580 이라는 책이 있네요. 놀랬습니다. 과거 과학 동아에서 태권V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글을 읽는 것만큼이나...

  2. 다물 2011/02/07 11:08 # M/D Reply Permalink

    전 9호선 마음에 안들어요.
    집 앞에 6호선이 다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6호선하고는 한 번도 만나지 않습니다.(6호선은 강북으로만 9호선은 강남으로만)

  3. 사무엘 2011/02/07 16:13 # M/D Reply Permalink

    주의사신: 인천 지하철 송도 신도시 연장 구간은 2009년 여름이니까 경의선 및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얼추 비슷한 시기에 개통했죠. 거기도 사람들로 바글대는 곳이 되려면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겁니다.
    은하철도 999는 과연 개그만화와 더불어 일본 작가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

    다물: 제가 사는 곳도 9호선 탈 일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쪽 주민들 관점에서는 잘 만든 노선이 맞죠. ^^

  4. 김재주 2011/02/07 22:40 # M/D Reply Permalink

    아닌 게 아니라 오늘 9호선을 탔습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확실히 급행이 겁나 빠르긴 빠르더군요.


    다른 호선들도 복선으로 깔려 있다면 신호와 속도를 컴퓨터로 잘 조절하면 추월이 가능할텐데, 출근 시간대만 피해서 9호선처럼 급행을 운영하는 것은 어려운가요? 그게 되면 지하철의 표정속도도 크게 상승하지 않을까..

    1. 사무엘 2011/02/08 08:23 # M/D Permalink

      9호선 급행이 정말 인기 짱이죠..!
      선로가 복선이더라도 역마다 대피선만이라도 잘 갖추고 있으면 9호선처럼 급행 운행이 가능합니다. 전구간 2복선이 아니더라도 일본 전철은 그 시설만으로도 급행에 쾌특까지 굴리고 있거든요.
      하지만 대피선이 없으니 현실은 시궁창. 더구나 지하 시설은 지상 시설보다 뜯어고치기가 넘사벽급으로 더 힘들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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