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국적인 대한민국의 건국 정체성에 대해서는 잘 알다시피 두 개의 극단적인 평이 있다.
엄친아 이 승만의 영도력으로 그 어렵고 열악하고 위태롭던 여건하에서(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무슨 권리가 있는 전승국도 아니었다!) 중국도, 소련도 아닌 미국을 끌어들여 공산주의가 아닌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한반도에다 기적적으로 세웠으며, 더구나 초대 대통령이 크리스천이었던 덕분에 제헌 국회 때 감사 기도까지 올렸더라...;; 이건 밝은 면만 본 것이다.
이 국가의 사회 시스템에 대해 굉장한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를 굳이 여기서 또 설명하지는 않겠다. 단적인 예로 인터넷 상에 이 승만을 칭송하는 글의 양하고,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글의 양의 비율이 어떻게 되던가? -_-
그런 것처럼, 미국의 태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건국 이념이 담긴 메이플라워 서약에서부터 “하나님의 이름으로 아멘”이 들어가고 지폐에 “In God We Trust”가 들어간 기독교 국가라고 자랑스러워하는 기독빠가 있는가 하면,
사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의 건국 공신들의 상당수는 그저 이신론(deism)을 믿었을 뿐이며 성경의 하나님을 믿은 게 아니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심지어 그들이 프리메이슨이었다는 주장까지 있다..;;
또한, 과거의 흑인 노예라든가 인디언들 학대 문제 같은 흑역사를 들추면서 미국을 까는 사람도 있다.
뭐, 미국이 아무리 기독교 냄새가 짙다 해도 미국의 국교가 기독교로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라도 한 건 아니며, 독일처럼 목사가 아예 공무원이기라도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기독교 냄새가 옅어지고 있고, 이를 미국 내부의 크리스천들은 배도와 타락-_-이라고 표현한다.
본인은 개인 신념상의 친미와 반미 중 하나만 고르라면 명백하게 친미이다.-_-;;;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오지랖을 떨면서 잘한 것도 있고 병크를 저지른 것도 다 있겠지만,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에 기여하고 유익을 끼친 것이, 잘못한 것을 월등히 압도한다고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한다. 소련·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가 세계 패권 국가였다고 생각해 봐라. 미국보다 훨씬 더 나쁜 짓 많이 했겠지..
특히 다른 나라도 아니고 대한민국 같은 나라가 반미 할 자격이라고는 정말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그나마 국민 의식이 선진적인 덕분에, 저렇게 많은 자유가 있으면서도 나라가 그 정도나마 질서가 유지되고 잘 돌아간다. 부자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보다 낫고, 기부나 상속에 대한 문화도 더 낫다. 국민 대다수가 그냥 시골에서 자영업이나 농업에만 종사해도 집과 차 장만하고 심지어 호신용 총까지 장만해서 잘 산다. 그러나 소수 똘똘이 엘리트들은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한다.
미국은 9· 11 테러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역사상 자국 영토가 적의 침략을 직접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한반도는 역사상 침략을 몇 번 받았다더라? -_-) 미국의 현충일인 재향 군인의 날은, 자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 나가서 남을 위해 싸운 자국 군인을 기리는 날이다.
이 뿐이던가? 미국은 건국 당시부터, 선거로 뽑힌 국가 원수가 지정된 임기 동안만 나라를 다스리는 공화정 대통령제를 시행했다. 200여 년의 역사 동안 비록 대통령의 암살은 있었을지언정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적이 없고 정권이 비교적 평화롭게 잘 교체되어 온 것도 한국의 현대사와 비교하면 정말 대단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 미국의 주요 전직 대통령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봤다. 미국 시민권 득템 시험을 통과하려면 이런 거 달달 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스티브 유 씨도 공부 열심히 했을 것이고. -_-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본인은 “기독교인은 무조건 기독교인 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 주의가 절대 아니다. 오해 없기 바란다. 글 중에 나오는 “미국의 크리스천들은 대체로 이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문장을 “김 용묵도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이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로 확대 해석해서 받아들이지도 말기 바란다.
조지 워싱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그 당시 국가 원수로서의 주변의 비교 대상이 왕밖에 없다 보니, 아직은 공식 석상에서 자신을 3인칭 '짐'-_-이라고 부르고 왕처럼 행세한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훌륭한 본도 충분히 보였다.
그는 미국의 당시 국력에 비해서 개인적으로 이미 굉장한 부자였기 때문에, 연봉을 안 받고(요즘도 뭐 연봉 1$ CEO들이 있으니까^^) 대통령 직무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기 이후에는 가난한 사람 중에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례를 남기려고 연봉을 받았다. 또한 결정적으로 그는, 후세에 독재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2선까지만 한 후 깨끗이 물러났다.(물론, 이 양반은 어차피 권좌에 안 있어도 워낙 잘 살았고 아쉬울 게 없던 처지이기도 했지만. ㄲㄲ)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도 애초에 부카니스탄 같은 막장 정부를 수립한 게 아니었던 이상, 딱 3선까지만 하고 스스로 물러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주위의 아부꾼들이 자꾸 부추기니까, 진짜 국민이 원하는 줄 알고, 고스톱으로 치면 스톱을 안 하고 쓰리고 포고 하다 피박 나서 딥다 바가지 썼다. -_-;;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이 단일 국가라기보다는 아직 array/set of States에 가깝고(united가 아니라!) 껀수만 생기면 얼마든지 서로 찢어질 수도 있던 시절... 남북 전쟁이라는 비극까지 벌어지던 시절에 미국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연합한 국가로서의 미국의 근간을 세운 위대한 지도자이다.
링컨 하면 노예 해방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해서 흑인을 백인과 완전히 동등하게 대우하고 동등한 권리를 줘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박애주의자는 물론 아니었다. 그때 아직 시대가 어느 시대였는데..
또한,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링컨> 같은 기독교 서적까지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은 평생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신앙면에서 무척 회의적으로 지냈다는 설도 전해진다. 그래서 골수 남부 백인 출신인 피터 럭크만 같은 성경학자는, 링컨 대통령이 사실 구원 받았다는 증거조차도 없다고까지 그를 깐다. 성경을 믿는 크리스천들끼리라 해도 정치 성향이 일치할 수는 없는 모양.
시어도어 루스벨트: 20세기 초에 상당히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발휘한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가쯔라-태프트 밀약을 승인한 정권의 수뇌였으니 감정이 좋을 수는 없을 듯. “미국이 보기에도 조선이라는 듣보잡 나라는 식민지로 좀 먹혀도 이상할 게 없는 미개한 나라인 반면, 러일 전쟁에서 당당히 이긴 너희 일본은 본격 선진국 강대국 인증. 일본이 조선을 갖도록 하고, 나 미국은 필리핀을 사이좋게 나눠 갖겠다.”
그 당시는 이런 합의가 힘의 균형이요 세계 평화와 국제 사회의 질서로 간주되었으며, 이런 거 중재를 잘 한 게 아예 노벨 평화상감이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샤바샤바가 몰래 되고 나니까, 이 승만 같은 사람이 나중에 뒤늦게 미국을 상대로 아무리 조선 독립을 호소하며 외교 로비를 해도, 얘기는 이미 다 끝났으니 당연히 씨알도 안 먹혔다.
우드로 윌슨: 민족 자결주의를 주장하고 국제 연맹을 창설한 저명한 대학 교수 겸 정치인.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 승만에게 박사 학위를 준 지도 교수이다. 하지만 그의 지론은 정세상 조선의 독립에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에 낙담한 이 승만이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아무리 배워 봤자 결국 세상은 법과 원칙이 아니라 강대국 꼴리는 대로만 돌아가니 아무짝에도 쓸모 없군요. 내가 낸 등록금 다시 돌려 주세요”라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윌슨은 미국에서, 이 승만은 한국에서 각각 현재까지, 박사 학위를 소유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명예 박사 말고) 쉽게 말해 최고 고학력자라는 뜻.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 정책을 밀어붙인 걸로 유명한 사람이고,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12년이나 대통령을 한 합법적 독재자이다. 그때까지 미국 헌법에 중임 제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긴 했지만, 통상 대통령은 많아야 2선까지만 하고 제 발로 물러났었는데, 이 사람은 덥석 4선까지 해 버린 것. 그래서 대공황과 훗날 2차 세계 대전의 진주만 폭격 사이엔 기간이 꽤 긴 것 같은데, 이례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은 동일 인물인 것이다.
그는 소아마비를 앓아서 휠체어를 탄 것으로 유명하다. 종전을 앞둔 1945년에 돌연사했다. (뇌출혈로 인해 왕하 4:19의 장면처럼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서거 후에 대통령의 중임 제한이 헌법으로 추가로 명시되었다.
해리 S. 트루먼: 부통령을 하다가 루스벨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해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양반. 대통령이 되자마자 194~50년대에 세계의 역사를 바꾸고 한국의 운명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다. 먼저 일본에다 원자폭탄의 투하를 승인함으로써 본격 2차 세계대전 종결자로 등극하였으며, 6· 25 때는 반대로 맥아더 장군의 과격한 행동거지를 견제하고 오히려 그를 해임하기도 했다.
이것 때문에 맥아더를 오로지 민족의 은인으로만 아는 반공 진영에서는 트루먼을 싫어하는 편이나, 맥아더도 당시에 하극상을 벌이면서 너무 무모한 작전을 강행하기도 했었다.
리처드 닉슨: 풍채 좋고 업적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 양반이다만, 워터게이트 사건 하나로 이미지 다 말아먹었다. 결국 탄핵 당하기 직전에 사임했으며,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를 다 못 채우고 굴욕적으로 자방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본진 털리고 엘리 당하기 직전에 겨우 gg 치고 먼저 나갔다 -_-)
존 F. 케네디: 아주 유명한 대통령. 40대 초반의 상당히 젊은 대통령이고 미국 역사상 최초의 가톨릭 신자였다. 케네디의 집안은 어렸을 때부터 '대통령 배출'을 위해서 자녀들끼리 극성스러운 경쟁과 엄친아 스펙 쌓기 스파르타식 교육이 행해졌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는 교회 헌법상 국적이 둘이다(다른 하나는 바티칸-_-). 이 때문에 케네디는 대선 후보 시절에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만약 미국의 국익과 바티칸 시국의 국익이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같은 낚시성 질문까지 주변으로부터 받았다고.
종교가 천주교라는 점, 취임 선서 때 무엄하게도(?) 성경에 손을 얹지 않은 점, 게다가 공립 학교에 비치돼 있던 십계명을 철거하고 성경 공부· 기도 시간을 없앤 점들 때문에 미국 내부의 크리스천들로부터는 나라의 기강을 싹 말아먹었다고 정말 축시의 참배급으로 가루가 되도록 폭풍처럼 까이고 있다.
잘 알다시피 케네디는 상당히 괴이하게 암살당했다. 그런데 그 암살범도 이내 암살을 당해 버려서 케네디의 죽음은 각종 음모론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무명 병사의 군대 의문사도 아니고 한 대통령의 죽음에 왜 이렇게 의혹이 많나? ㄲㄲ
로널드 레이건: Reagan이라고 적혀 있어서 '리건'이라고 낚이기 쉬운데, great처럼 이때 ea는 '레이건'이라고 발음된다. ㄲㄲ 1980년대, 우리나라의 5공 시절을 풍미했던 대통령으로, 70대의 상당한 고령으로 대통령에 취임했고 퇴임 후에도 90세가 넘게 장수했다. 킹 제임스 성경에 대해서 “우리가 처한 온갖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저 작은 책 안에 다 들어있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조지 부시: 이 사람과 관련해서는 걸프 전쟁밖에 생각 안 난다. 이 사람 자신은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출신.
듣자 하니 대선 시절엔 경쟁 후보를 상대로 사형 제도 드립을 시전하여 지지율을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세상에, 자기 가족을 죽인 살인범에게도 사형 집행을 반대하겠다니, 이런 반인륜적인 불온사상의 소유자가 어찌 대통령이 될 수 있겠습니까 ㄲㄲㄲㄲㄲ” 나도 크리스천으로서 사형 제도를 적극 지지한다만 저건 말장난스럽고 좀 유치하다.. -_-;;
빌 클린턴: 스캔들 하나 때문에 탄핵 위기까지 갔던 양반. 닉슨과 마찬가지로 스캔들 자체보다도 그걸 무마하려고 거짓말을 한 게 그의 입지를 더욱 위협했었다. 문란한 사생활에다가 예수회 소속의 대학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의 보수-_- 기독교 진영에서는 그를 무척 싫어했지만, 대통령으로서 행적에 대한 세속 평가는 좋은 편이다.
조지 W. 부시: 젊었을 때 방황도 하고 좀 '놀기도' 했다가 나중에 기독교 신앙으로 교화되고 정신을 차린 케이스이며, 예일대도 사실 가문빨로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정말 친절하고 온화하며, 클린턴과는 달리 사생활도 깨끗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치인으로서는 좀 띨띨.. -_-;; 이 양반에 대해서 뭐 전쟁광이네 어쩌네 하는 모함에는 난 별 관심이 없다만, 진짜 어눌했던 건 사실이다.
그나마 신앙빨 하나 내세워서 재선까지도 아슬아슬하게 성공함. 부자가 나란히 대통령이 된 사례로 미국 역사상 둘째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 사람들 말고도 미국 역사를 공부해 보면 재미있는 사람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성경의 열왕기처럼 누가 왕이 돼서 죽을 때까지 실컷 나라를 통치하다가 또 자기 아들에게 왕위 물려주는 패턴이 아니라,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해서 지정된 임기 동안만 통치를 하게 하는 나라의 내역은 색다르지 않을 수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