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지난 2021년 말엔 2010년대 내내 떡밥이었던 동해남부선-중앙선-대구선 일대의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료됐다. 참 어지간히도 오래 걸렸는데..
경주 시내와 안압지(현 동궁과 월지)를 관통하던 구 동해남부선 철길은 몽땅 폐선되었으며,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구 경주 역도 드디어 영업이 중단됐다. (단, 역 건물은 철거되지 않고 보존 예정)

그 대신 신경주 역이 기존 경주 역의 역할까지 완전히 승계하며, 전국의 모든 신설 고속철역으로서는 "유일"하게.. KTX, SRT에다가 일반열차까지 모두 취급하는 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동대구나 대전, 서울 같은 터줏대감들은 신설역이 아니니까..
기존선과 수직 교차하는 신설 고속철역으로는 천안아산(장항선)과 오송(충북선)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신경주 같은 사례는 정말 전국 유일이 맞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 싶다만, 신경주는 그냥 '신'자를 떼어내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울산의 경우, 새로 생긴 고속철역이 '울산 역'이라는 이름을 뺏어가고, 구 울산 역은 태화강이라고 개명된 바 있다.
동대구 역에서도 진작부터 '동'자를 떼어내자는 말이 있었지만 그건 실현되지 않았다. 이것도 공교롭게도 가까운 동네의 역들 사정이 비슷하다.

현곡 초등학교 근처에 같이 만들어지던 나원/서경주 통합역은 결국 서경주라고 이름이 정해졌다.
신경주와 포항이 근처에 있으니 이 역에 고속열차가 또 서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열차만 취급하면서 승객을 근처의 고속철역으로 환승 연계만 하지 싶다.

2.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의 직결 운행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평창 동계 올림픽을 하던 시절엔 공항 철도가 아시다시피 KTX와 직결운행을 했었다. 이걸 하느라 경의선-공항철도 연결선을 만들기도 했고, 검암 역엔 저상 플랫폼을 만들어서 KTX를 정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건 완전히 없어졌다. 사실, 지방에서 무려 서울 역과 수색을 찍었다가 다시 서쪽으로 가는 건 동선도 굉장히 안 좋고 비효율적이다.

앞으로는 KTX 대신,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공항철도와 직결 운행을 할 예정이다. 그게 동선이 더 자연스러우니 진작에 그렇게 됐어야 했다. 둘은 애초에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인천 공항에서 서울 역 가는 공항철도도 타고 강남으로 직행하는 9호선도 탄다니~! 단, 이건 가까운 미래에 당장 되는 일은 아니고 2~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9호선 열차들이 몽땅 다 공항까지 연장 운행되거나 최소한 반반씩 가는 것도 아니다. 아마 9호선 급행 중의 일부가 공항까지 연장 직결 운행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수인분당선을 전구간 다니는 열차가 거의 30분 간격으로 매우 드물게 다니듯, 이 공항 직결 열차도 그에 준하는 빈도로 드물게 운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 열차를 타려면 시각표를 확인해야 된다.

KTX야 공항 철도와 완전히 동일하게 교류 + 좌측통행 규격인 반면,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직류 + 우측통행이다.
수도권 전철 4호선 이래로 좌측/우측 교차 꽈배기굴과 직/교류 겸용 전동차 + 절연구간 진입 열차가 또 등장한다니 이건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굉장히 흥미로운 사건이 될 것이다.

3. 무궁화호의 멸종

무궁화호의 멸종은 아마 고속도로 유인 톨게이트가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시기에 실현되지 않을까 싶다. 2020년대 중후반 내지 2030년대 초쯤?
비둘기호(2000), 통일호(2004.. 경의/경원 통근열차), 새마을호(2018.. ITX-새마을)에 이어 무궁화호의 멸종은 재래식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사실상 전멸하며, 1984년에 정착됐던 4등급 열차 체제가 완전히 붕괴된다는 걸 뜻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객열차는 전부 동차가 담당한다.

장거리 선박이 이제 화물만 담당하는 것처럼, 기관차는 입환 아니면 거의 화물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무궁화호의 멸종은 이미 10년도 더 전에 도입됐던 누리로 때부터 야금야금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걔가 '서울-천안' 급행 전동차의 대체제를 표방하며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 전철 이용객의 반발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기존 급행을 없애지는 못했다. 누리로는 그냥 경부선 단거리 내지 충북선 무궁화호를 대체하고 명절 대수송 임시열차부터 뛰면서 차츰 인지도를 올려 나갔다.
누리로는 일반열차로서는 굉장히 특이하게 수색이 아니라 병점 차량기지에 소속돼 있다. 얘도 나중에는 요즘 스타일로 'ITX-어쩌구'로 개명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4. 나머지

  • 지난해 12월 18일엔 서울 지하철 8호선 산성-복정 사이의 지상 구간에 '남위례'라는 이름의 역이 새로 생겼다~! 분당선의 유일한 지상역은 죽전, 6호선의 유일한 지상역은 신내, 7호선의 지상역이 뚝섬유원지와 장암이라면.. 8호선의 유일한 지상역은 바로 저기가 됐다.
  • 서울에 우이-신설선에 이어 제2의 경전철 노선인 신림선이 오는 5월에 개통될 예정이다. 얘는 부산 지하철 4호선과 동일한 고무차륜 차량에 편성수만 절반(3량)이다.

다음은 다들 북쪽으로 연장된 철도들이다.

  • 서울 지하철 4호선이 당고개 이후로 불암산을 관통하여 북쪽으로 더 연장 개통했다~!! (진접선)
  • 신분당선이 강남 역 이북으로 쪼끔 더 길어져서 논현-신사까지 개통 예정이다.
  •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역시 소요산 이북으로 연천까지 더 길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는 수요가 적다 보니 아주 특이하게도 양방향 '단선 전철'이다. 부산 북부의 양산 도시철도도 단선이라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다.

아울러, 시외· 고속버스 아래 등급의 버스가 마을버스, 시내 지선· 간선 버스, 광역버스 등으로 세부적으로 나뉘듯, 요즘은 일반열차 아래 등급의 철도도 단순 지하철(중전철) 아니면 광역전철보다 더 세분화되고 있다.

기존 도시철도보다 물리적인 크기나 전기 규격이 더 작은 경전철, 그리고 반대로 기존 도시철도보다 더 깊고 빠르고, 어쩌면 좌석도 앞을 보는 형태인 '고심도 급행 전철'이 추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자는 이름에 지명이 붙지만 후자는 번호도 아닌 그냥 A, B, C라는 알파벳으로 노선을 구분하는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29 08:34 2022/04/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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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교(cargo cult) 신앙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당시에 남태평양의 뉴기니, 멜라네시아 일대의 섬에서는..
비행기 타고 착륙하거나 배 타고 상륙해서 신기한 선물--스팸 통조림, 의약품 따위--을 잔뜩 뿌려 주는 미군을 무슨 UFO 타고 날아오는 외계인쯤으로 여기고 숭배하기 시작한 섬 원주민 종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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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더는 수송기와 군함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들은 그 비행기와 배를 기다리는 제사를 지내고, 비행기 착륙 유도원의 손짓을 종교 의식으로 승화시켜서 흉내 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종전 후에 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는 굉장히 놀랐다. 인류학자, 종교학자, 고고학자들은 이 토속신앙에다가 cargo cul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류 역사 초창기에 종교라는 게 이런 식으로 생겨났겠구나~!"

게다가 이것도 세부 교리(?)가 지역별로 파편화까지 됐다. 어떤 곳에서는 비행기를 숭배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배를 숭배하고.. 특히 바누아투라는 섬나라에는 대놓고 미군 해군 장교의 이름을 딴 '존 프럼(John Frum)'교라는 화물교 교파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전후에 맥아더를 맥 쇼군이라고 신성시한 것과 비슷하달까..;;;

미국인 선교사들이 거기에 다시 들어가서 원주민에게 기독교 복음도 전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비행기는 그냥 평범한 인간 기술자가 개발한 기계임. 자연의 특성을 이용해서 공중에 뜨는 것일 뿐, 주술이 아님.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깥 세상은 전쟁이 끝났음. 그러니 님이 보셨던 그 비행기나 배가 여기를 다시 찾아올 일은 없습니다. (이제 아무리 종교 의식을 치르고 빌어도 소용없어요)"


그랬는데 그 원주민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네는 예수라는 신의 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2천여 년째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2천 년도 기다리는데 우리는 겨우 20년밖에 안 지났습니다. 얼마든지 더 기다릴 수 있지요"


....;;;;;;
와 나라도 할 말이 없다.. 완벽하게 설득당함..ㅠㅠㅠㅠㅠ
정확하게는.. 저건 데이비드 애튼버러라는 영국의 유명한 인류학자가 존 프럼교 신앙을 가진 원주민을 인터뷰 하면서 받은 답변이라고 한다.

저건.. 더 옛날에 슈바이처한테 어떤 토인이 "아니, 백인들은 서로 잡아먹지도 않는다면서 전쟁에서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여요?"
이렇게 말한 거 이래로 정말 최고의 명답변인 것 같다.

내가 듣기로는 화물교 신앙이 퍼져 있던 여러 지역들도 이제는 어지간히 문명의 이기를 접했다고 한다. 미군 군용기와 군함이 무슨 종교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경로의존성, 전통, 추억 보정 차원에서 CARGO CULT를 시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건 전쟁이 끝났다는 걸 수십 년째 받아들이지 않은 일본군 패잔병하고 좀 통하는 구석이 있는 극단인 것 같다.

참고로 미군은 이런 화물교 신앙이 있건 말건, 1952년 이래로 지금까지도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미크로네시아, 마리아나 군도, 팔라우 등의 섬에 수송기를 날려서 생필품, 장난감, 식품 등의 선물을 뿌려 주고 있다. 단, 현대에 와서는 호주 공군 및 일본 자위대하고도 같이 수행한다고.. (☞ 보도 자료 중 하나)

세상에 이렇게 화물교도 있는데..

(1) 철도교는 새마을호 Looking for you를 근간으로 도로 정체로부터의 구원을 믿는 모 신흥 종교이다.

(2) 라면교는.. 끓는 물에 죽으셨다가 3분 만에 부활하신 기적을 믿는 신흥 종교이다. 비빔면이나 뿌셔뿌셔 같은 부류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ㄲㄲㄲㄲㄲ

(3) 1986년에 창시되어서 현재까지 청주 모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불교는.. 한국학 연구원과 각종 인터넷 신문에서도 취재를 나갔을 정도였다. (☞ 보도 자료 , 보도 자료 2) 가정집에 모여서 이불 뒤집어쓰고 성경 읽고 찬송가 부른다는데 이 정도면.. 신흥 종교라기보다는 그냥 특이 교파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지.. =_=;;

(4) 인도양 북부에 인도와 버마· 태국 사이의 망망대해에는 North Sentinel Island라고 60㎢ 남짓한 면적의 작은 섬이 있는데.. 여기에는 '센티널 족'이라고 불리는 원시 생활 원주민이 50~200명 남짓 살고 있다. 이들은 외지인의 접근에 극도로 적대적이며, 이 때문에 여기는 2022년 현재까지도 서양 문명이 전혀 닿은 적 없이 고립된 동네이다.
당연히 선교사가 들어가지도 못해 있다. 2018년경에는 어느 미국인 선교사가 어설프게 잠입을 시도하다가 화살에 맞아 죽고는 다윈 상이나 받았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4/26 19:35 2022/04/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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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반응

가스레인지를 켜서 라면, 국, 찌개 따위를 끓이다가 잠깐 한눈 팔다 보면... 펄펄 끓는 국물이 넘쳐서 아래의 가스 불꽃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그 국물 성분이 ‘치익~’ 소리와 함께 타면서 불꽃의 비주얼도 잠시 변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도 나트륨의 불꽃 반응이 나타났었구나. 그래서 노란 불꽃이 잠깐 이는 것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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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맨날 말로만 듣던 나트륨등하고 본질적으로 같은 색이었던 거다. 염화나트륨도 불꽃 반응은 나트륨과 동일하구나.. 지금까지 정말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
그 반면, 소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보리차물을 주전자로 끓이다가 물이 넘쳐 들어가면 그때는 가스레인지 불이 노랗게 변하지 않았던 듯하다.

이게 불꽃 반응이라고 내가 인지를 못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런 것 같다.

1. 나트륨의 호박색 불꽃은 자기 고유색이라기보다는 그냥 온도가 낮거나 산소 부족 불완전 연소해서 발생하는 호박색 불꽃과 아주 흡사하다. 연기와 일산화탄소와 그을음을 동반하는 그 더티한 불꽃 말이다. 그래서 그냥 그런 걸로 오인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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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트륨 말고 불꽃 반응에서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등 각종 예쁜 색깔의 예시로 등장하는 원소들은 리튬, 스트론튬, 바륨 등.. 과학 실험 아니면 끝말 잇기 종-_-결용으로나 등장한다. 사람이 식품으로서 냄비에 넣어서 끓이고 입에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러니 불꽃 반응 실험은 그냥 과학 실험에서나 보는 별개의 세계이지, 그게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구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 뭐, 불꽃 자체가 없이 열만 내는 전기레인지(인덕션)에서는 국물이 넘친다고 해서 노란 불꽃을 볼 일 자체가 아예 없겠지만 말이다.

금속 원소의 불꽃 반응색은 온도에 따라 빛의 색깔(파장)이 달라지는 흑체복사와는 다른 별개의 개념인 게 더 신기하다.
불이라는 건 열과 빛을 내는 그 무언가인데.. 기체도 액체도 아니고 그림자도 없고, 플라즈마..??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걸까? 옛날에 태양이나 불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었던 배경이 일면 이해가 된다.

※ 불꽃 관련 여담들

(1) 스타에서도 테란은 건물이 손상되면 그냥 누런 불이 붙지만, 고매하신 프로토스는 포톤이나 넥서스 등, 건물에 붙은 불의 색깔도 가스레인지 불꽃마냥 시퍼렇다. 무슨 원소 기반인지는 잘 모르겠다.

(2) 오래된 생각이긴 하다만.. 불과 관련해서 발화점과 인화점이라는 건 고전역학에서 정지 마찰과 운동 마찰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이 피어오르는 걸 물체가 운동하는 것에다 비유한다면 말이다.
경사로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예방하려면 주차 브레이크 잘 채우고 바퀴에다 굄목을 놓아야 하듯.. 주방에서 화재를 예방하려면 덕지덕지 묻은 기름때를 잘 닦아 주는 게 좋다. 뭔가 샤워실에서 비누 거품을 다 잘 씻어내야 위생에 좋은 것과도 비슷하다.

(3) 전기레인지가 아닌 가스레인지도 처음에 불을 피우는 건 도시가스 이외의 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콘센트든 건전지든.. 전기를 사용한다. 자동차 시동 거는 것과 비슷하다.
뭐, 가정용 가스레인지 정도의 사용 빈도로는 전력 소모가 어지간한 시계나 디지털 도어락 이상으로 적다. 그렇기 때문에 건전지 방식이라도 교환 주기는 수 개월이나 심지어 연 단위로 매우 길다고 한다.
다만, 식당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형태의 대형(?) 가스레인지 중에는 그냥 외부 딱딱이나 심지어 성냥으로 불을 켜는 놈도 있는 것 같다.

(4) “진짜 제일 뜨거운 불꽃은 노랑도 파랑도 아닌 검정색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지옥이 뜨거우면서도 어두운 장소라고 묘사돼 있다” 이런 말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그다지 옳은 진술이 아니라고 한다.
하긴, 태양의 흑점도 우주에서 맨눈으로 볼 때 시꺼멓고 어두운 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체의 정맥 피가 파란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이다.. ㅎㅎ

(5) 그리고 끝으로.. '작은 불꽃이여'라는 송 명희 시인의 찬송시..라기보다는 축복송이 있다. 주찬양 1집 A면 마지막 곡.
"작은 불꽃이여, 작은 불꽃이여, 그대의 빛을 밝히어라 ..."

얘는 뭔가 마 5:14-16 "세상의 빛"을 모티브로 쓰여진 시 같다.
마태복음은 '너희'가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지만 요한복음은 그에 앞서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라고 말한다는(요 8:12) 관점의 차이가 있다. ㅎㅎ 종합하면 당연히 예수님이 세상의 빛인 것처럼 예수의 제자인 너희들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다음으로 2절 가사인 "작은 향기"는 아무래도 고후 2:15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이다. 둘을 절묘하게 잘 결합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24 08:35 2022/04/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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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와 황금도끼는 1989년에 처음으로 출시됐고 그 이듬해에 PC용도 나온 유명한 아케이드/액션 게임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고 본인도 30여 년 전의 초딩 시절에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다.

전자는 미국산이지만 후자는 일본산이다.
전자는 뭔가 아크로바틱한 파쿠르 퍼즐 액션에다가 칼싸움이 보조로 가미된 정도이지만, 후자는 지형은 단순하면서 그냥 적들을 다양한 공격 기술로 죽여 없애는 전투 위주이다.

둘 다 굉장히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식됐으며, 2편 같은 속편도 출시됐다.
그 당시의 흔한 관행이었겠지만, 둘 다 영화에서 리소스를 따 온 장면도 있다. (로빈 후드 칼싸움 / 악당들이 죽는 소리)
오늘은 이 두 게임을 나란히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1. 원작 제작자

(1) 페르시아의 왕자: 잘 알다시피 Jordan Mechner라는 미국 뉴요커이다(1964년생). 어느 엄친아 영화학도가 갑자기 컴퓨터에 꽂혀서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모티브를 따 이런 게임을 혼자 뚝딱 만든 것이다. 그리고 제품의 유통사를 찾다 보니 브로더번드 소프트웨어와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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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주인공의 동작 모션을 자기 남동생한테 연기시킨 뒤, 그걸 촬영해서 한땀 한땀 도트 노가다로 입력했다는 것,
그리고 음악 작곡은 심리학자이던 아버지가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이다. 그야말로 가족이 게임 개발에 참여한 셈이다.

(2) 황금도끼: SEGA에서 게임 개발자로 정식으로 근무하던 Uchida Makoto (마코토 우치다, 1955년생)라는 일본인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대여섯 명 남짓한 팀을 이끌며 개발한 게임이다. 세계관이 '코난 더 바바리안'(1982)이라는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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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현재까지도 SEGA의 중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모양이다. 닛산 자동차의 CEO라 하는 1966년생 동명이인과 혼동하지 말 것.

2. 원작의 개발 플랫폼

(1) 페르시아의 왕자: 잘 알다시피 8비트 Apple II였다. 열악한 8비트 컴터에서 뭘 바라겠는가..? 화면 해상도는 320*200이 채 되지 않았고, 색깔도 끽해야 최대 4색이었다. 1980년대 말이라는 당대 기준으로도 하드웨어 환경이 후져 있었다.
그러니 얘는 원판이 아니라 후대의 이식작에서 그래픽이 훨씬 더 개선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2) 황금도끼: 페르시아의 왕자는 태생이 PC인 반면, 황금도끼는 태생이 오락실 오락기였다. SEGA System 16이라는 1985년작 오락기 전용 16비트 CPU를 기준으로 개발됐다.
8비트 대비 16비트라는 우월한 체급에다, 아마추어 프로그래머가 아닌 전문 개발자가 만들었지, 오락기 CPU는 PC보다 그래픽도 더 특화돼 있다 보니 황금도끼는 모든 여건이 페르시아..를 능가했다. 원작부터가 PC의 VGA를 능가하는 수백~수천 컬러 그래픽을 지원했다. 이식작들은 원판에 비하면 그래픽이 퇴보하면 퇴보했지, 더 나아진 경우는 별로 없었다.

페르시아의 왕자를 오락실에서 동전 넣고 플레이 했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ㅎㅎ
그게 오락실용이었으면 마릿수 잔기와 컨티뉴가 존재해서 죽을 때마다 press key to continue가 아니라 insert coin to continue가 됐을 것이고.. 애초에 "1시간 동안 무한대 잔기" 같은 시스템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동전을 넣을 때마다 시간이 10분 더 추가된다거나..;;

3. PC (MS-DOS) 버전 포팅

(1) 페르시아의 왕자: Lance Groody라는 미국인 프로그래머가 작업했다. PC의 화려한 256색 VGA 그래픽은 게임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려 줬다.
타 플랫폼 중에서 SNES용은 게임 스케일이 리메이크· 마개조에 가깝게 커졌으며.. 매킨토시용은 색깔뿐만 아니라 그래픽의 해상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2) 황금도끼: John & Ken Sanderson라는 미국인 친형제 프로그래머 2인이 작업했다. 하지만 그래픽이 단조로워진 건 그렇다 쳐도, 각종 공격 동작도 많이 삭제되고 단순화되어서 오락실 원판에 비해서 게임성과 재미가 많이 깎였다.
얘는 오락기 지향적이어서 그런지, 매킨토시용으로 포팅되지는 않았다.

한편, 저 사람들 모두 1980년대 8비트 어셈블리어 시절부터 현재의 모바일 시대에 이르기까지 3~40년째 컴터 프로그래머로 쌩쌩히 현역을 뛰고 있는 걸출한 엔지니어인 것 같다. 검색해서 사진을 보니 서로 좀 비슷하게 생겼다..;;

도스용 페르시아의 왕자는 실행 파일이 C 컴파일러로 만들어진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황금도끼는 내 기억이 맞다면 딱히 그런 정황이 없고 여전히 근성의 어셈블리어가 사용된 것 같다.
저 때는 16비트 컴만 해도 엄청 비싼 고급 기종이고 C 컴파일러조차 사치였으며, 메모리를 겨우 몇천~몇만 바이트를 할당하는 것에도 실패할 가능성을 따지면서 전전긍긍해야 했던 시절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4. 후속작

(1) 페르시아의 왕자: 2편이 나왔다. 원판 특유의 그 2D 방 기반의 진행 시스템은 2편이 마지막이었으며, 그 뒤부터는 3D로 바뀐 후속편이 더 만들어져 나왔다.

(2) 황금도끼: 2편과 3편이 나오고 3D 리메이크 및 대전 액션 에디션(duel)도 나왔다. 하지만 후속작들은 원판에 비해 그리 좋은 평을 못 들었다. 얘들은 PC와도 연을 끊었기 때문에 컴터로 즐기려면 MAME를 돌리는 수밖에 없다.

5. 여담: 페르시아의 왕자 제작자의 주변 인물들

조던 메크너가 이 게임을 만들던 당시에 그와 오랫동안 동업하면서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 지인 중 하나로는 Tomi Pierce (1953~2010)라는 일본계 미국인도 있었다. 여자이고, 조던 메크너보다 나이도 띠동갑에 가깝게 더 많았던 사람인데..
일례로, 이 누님이 그 당시 개발 중이던 페르시아의 왕자를 찬찬히 뜯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게임은 퍼즐만 있어서는 안 될 거 같아. 더 재미있어지려면 전투가 꼭 있어야겠다. 네가 예전에 만들었던 가라테카처럼 말이야.”
“헐?? 난 그 정도로 폭력적인 건 좀.. 게다가 이제 그런 기능을 집어넣기에는 애플2에 메모리도 얼마 안 남았는걸..”
“아 됐고, 꼭 명심해~ combat, combat, combat!! ^^

조던 메크너의 회고에 따르면, 토미 누님은 그야말로 combat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얼굴 마주칠 때마다 전투를 꼭 넣으라고 압박을 넣었다고 한다. (☞ 관련 동영상 링크 10분 45초 ~ 11분 사이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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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칼싸움은 원래 계획에 없다가 뒤늦게 추가된 것이었다. 이때는 동생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모션 촬영을 할 수 없었던지라, 로빈 후드 영화에 나오는 칼싸움 장면을 따서 스프라이트를 만들었다.
이런 일화가 있었고, 나중에 1996년경인가, 조던 메크너가 Last Express라는 대작 게임을 만들 때는 아예 저 누님과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그랬는데 Tomi Pierce 누님은 지병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2010년, 50대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던 메크너의 개인 블로그를 보니.. 그 당시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억누르며 정말 엄청난 장문의 추모글을 올렸었다. (☞ 링크)

고인은 그야말로 어린 시절부터 천재 엄친딸이었고 SAT 만점에 아이비리그 자유이용권을 끊었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자유분방하게 살았고, 비록 문과 출신이지만 컴퓨터 게임 사업에 눈독을 들였고 어쩌구저쩌구..
투병 중에도 늘 쾌활하고 긍정적이고 유머와 위트와 센스가 넘쳤고, 나도 살아 생전에 이분과 더 오래 있으면서 지혜를 나눠 받지 못해서 아쉽다고.. 구구절절 애도의 글을 써 놨더라.

게다가 더 찾아보니 Tomi Pierce는 브로더번드 소프트웨어의 창립자인 더글러스 칼스턴(Douglas C. Carlston 1947~)이라는 사람과 결혼까지 한 사람이었다.

더글러스는 하버드 학부 출신에 모교의 로스쿨도 졸업한 수재였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 중퇴이지만 저 사람은 하버드 졸업생.. 그리고 조던 메크너는 예일대 졸업생..ㄷㄷㄷㄷ
그랬는데 컴퓨터라는 기계에 꽂혀서 안정된 진로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고.. 혼자만 한 게 아니라 자기 남동생 Gary Carlston 및 여동생까지 끌어들여서 삼남매가 나란히 동업을 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band of brothers을 살짝 바꿔서 broderbund라고 지은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구나.
참고로 Tomi Pierce의 여동생은 Naomi Pierce (1954~)인데.. 이 사람은 하버드 대학교의 동물학과 교수가 돼 있다.
우리나라의 옛날 석 주명 박사처럼 나비 연구 쪽으로 세계구급 전문가라고 한다.
그리고 Tomi건 Naomi건 저분들은 딱 정확하게 본인의 부모님 연배이다.. ㅎㅎ

이렇게 Tomi가 세상을 떠난 뒤, 조던 메크너는 2011인가 2012년쯤에 페르시아의 왕자 애플 2 소스를 공개했었다. 휴~
그 반면, 황금도끼는 개인이 아닌 상업용 게임 개발사의 프로젝트로 처음부터 진행돼서 그런지.. 이런 정도의 재미있는 개발 에피소드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스가 공개된 적도 물론 없었다. 아케이드 원판의 롬 파일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듯..

그래도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을 만든 조던 메크너의 동생 데이비드 메크너.. 황금도끼의 도스판을 이식한 존과 켄 샌더슨.. 그리고 브로더번드 소프트웨어를 창립한 더글러스와 개리 칼스턴.
형제지간인 사람이 이 글에서 세 쌍이나 언급된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

Posted by 사무엘

2022/04/21 08:35 2022/04/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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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

20세기 중반에 컴퓨터가 아직 진공관 기반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전기식이 아닌 전자식으로 바뀐 것뿐만 아니라 10진법 대신 순수 2진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게 큰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그게 더 기계 지향적이고 직관적인 설계이기 때문이다.

이건 사람으로 치면 별도의 교육을 통해 암산 때 머릿속에서 아라비아 숫자 대신 주판알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라비아 숫자는 문자로서 실용적인 기능도 겸하려다 보니, 숫자의 본질과 연산에 직관적으로 대응하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판법에는 선주법과 후주법이 모두 존재한다. 이건 컴퓨터에서 big/little endianness와 거의 동일한 개념인 것 같다.

2. 색공간과 실제 공간

우리가 사는 현실의 공간은 길이· 너비· 높이라는 xyz 세 축, 즉 3차원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우리에게 시각을 인지시켜 주는 색이라는 것도 어떤 형태로 축을 나누든.. RGB건 HSL이건 CMY건 결국 3개의 축으로 이뤄진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가령, 색에서 hue라고 불리는 빨주노초~파남보 요소는 가시광선 파장의 차이라는 1차원 축으로 변별된다. 하지만 채도(S)와 명도(L)는 또 다른 차원의 변수라는 것이다.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에서는 RGB 각 축에 대해 8비트의 정보량을 부여해서 총 2^24, 1600여 만 가지 색상을 제공하곤 하는데, 정작 1픽셀의 크기는 3바이트 24비트가 아니다. 컴퓨터가 처리하기 편한 단위인 4바이트 32비트 단위를 사용하며, 나머지 남는 8비트에다가는 픽셀의 알파 채널 정보를 넣곤 한다. 이건 여러 이미지를 부드럽게 합칠 때 활용된다.

알파 채널은 색깔을 나타내는 축 자체는 아니지만 색의 표현과 관계 있는 정보이다. 이걸 포함한 pixel format을 RGBA 구조라고 한다. 하지만 Windows의 GDI API는 198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픽셀에서 상위 8비트를 팔레트 등 독자적인 다른 용도로 이미 사용하다 보니 훗날 알파 채널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 역할은 GDI+ 등 후대의 API가 계승하게 됐다.

RGBA라는 개념은 물리학에서 XYZ 공간 세 축에다가 시간을 더한 XYZT 4차원과 뭔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것도 기하학적 의미에서 정확한 4차원을 말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하긴, 생각해 보니 3차원 컴퓨터그래픽에서는 픽셀마다 알파 채널이 아니라 Z buffer 값이 부가 정보로 들어가기도 한다.

3. 구 그리기

중고교 미술 시간에는 4B 연필 한 자루 들고 스케치북에다가 구를 그리는 데생(?) 실습을 해 보고.. 이과 나와서 컴공 전산을 전공한다면, 구 렌더링 정도는 C 코딩으로 저수준부터 뚝딱뚝딱 짜 봤으면 싶다.
둘이 매우 훌륭한 대조가 되리라 생각된다~! 후자의 경우, 구를 렌더링 하라고 openGL 셰이더 명령 한 줄 던져주고 끗~~이 아니라, 저 모든 픽셀의 RGB 값을 직접 계산해서 구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인이 직접 그리거나 생성한 그림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ㄲㄲㄲ)

이 픽셀이 구의 영역에 포함돼 있는지, 있다면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구의 방정식으로부터 구하고, 광원으로부터는 거리가 얼마나 되고 빛과 면이 접하는 각도가 어찌 되는지.. 최종적으로 밝기가 얼마가 돼야 하는지를 직접 공식 집어넣어서 계산으로 구한다는 뜻이다.

그림자까지 생각하면 일이 너무 어려워질지 모르니 필수가 아닌 옵션으로 남긴다만, 구 자체만이라도..;;
그럼 이 엄청난 계산을 실시간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해내는 오늘날 PC와 폰의 그래픽 카드들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론 공부 잉여질 체험을 회사 취업한 뒤에 직장에서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취업 목적 코딩 학원에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학생일 때 학교에서 해야지...!!

4. AI

요즘 아시다시피 AI니 머신러닝이니 하는 분야가 아주 각광받고 있다. 현실에서의 문제의 목표와 input/output을 머신러닝 라이브러리가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고,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결과물을 얻는 건 확실히 학교에서 맛보기로나마 가르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연어 처리라든가 영상에서 뭔가를 인식하기, ‘관련 추천 아이템 제시’ 같은 분야에서 요즘 AI들은 정말 눈부시게 똑똑해지고 기술이 발달해 있다.
개인적으로 좀 개발됐으면 하는 AI는 “문자열을 보고 폰트 종류 판별하기”, 그리고 “넓은 군중 사진을 보고는 여기에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추산하기”이다.

요즘은 AI를 통해 없는 정보를 유추해 내서 흑백 사진도 컬러로 얼추 복원하고, 흐릿한 영상을 선명하게 바꾸기도 한다. 그런 계산 능력이면 폰트 종류 유추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획이 요런 모양이었으니 다른 글자는 요런 모양이어야 하겠다는 것까지 유추를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한글이나 한자 같은 폰트를 만드는 일이 노가다가 줄어들고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군중 사진에서 머릿수 카운트도.. 쉬울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어려울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이를 응용하면 사진에 찍힌 쌀알이나 콩알 개수를 세게 할 수도 있다.

지금 Google 검색은 영어는 정말 사람 말을 알아듣고 인간의 두뇌 활동을 어느 정도 흉내 내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경악스럽게 그지없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영어 자막을 자동 생성하는 걸 보면.. 어지간한 음성은 다 정확하게 알아듣는다.

여주인공이 격투를 벌이는 어느 첩보 영화의 제목을 까맣게 잊어버려서 “2017 female spy movie”라고만 쳤는데.. 우와, 저것만 토대로 Atomic Blonde라는 영화를 딱 정확하게 알아 맞히려면 도대체 저 영화의 특성을 어디까지 다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 걸까..?
정말 외계인을 고문하는 기업이 아닐 수 없다.

꼭 인텔처럼 컴퓨터의 하드웨어 근간인 반도체의 본좌가 아니어도, 마소처럼 소프트웨어의 근간인 운영체제를 꽉 독점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내지 웹 서비스 중에서도 억 소리 나는 기술을 개발할 것들이 저렇게 넘쳐난다.;;

5. 암호 해독과 번역

난해한 수수께끼 암호를 풀기 위해 과거에는 언어학자가 동원되었다. 뭐, 보이니치 문서라든가 롱고롱고 문자, 로제타석처럼 인간이 만든 난해 정보를 해독할 때야 당연히 해당 지역의 고대 언어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군사 내지 보안 암호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생성하다 보니 언어적인 요소가 전혀 동원되지 않으며, 오로지 수학자의 직관만이 필요하다. 2차 세계 대전 때 앨런 튜링이 독일군 에니그마 암호를 풀 때 딱히 독일어 지식이 쓰이지는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계번역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변화를 겪고 있다. 기계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입력 언어나 출력 언어의 전문가 내지 언어학자가 동원되지 않는다. 그냥 전산학자, 데이터 과학자, 머신 러닝 전문가가 동원된다.
취급하는 언어의 고유한 특성은 기계번역 시스템의 동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굉장히 섬뜩한 점이다. 기계가 자연어든 암호문이든 언어 데이터를 취급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6. 다중 상속

객체지향 패러다임에서 다중 상속이라는 걸 생각해 보자. 클래스가 기반 클래스를 하나만 두는 게 평범하고 일반적이고 권장되는 반면, 얘는 좀 특수한 상황에서 "논란과 무리수를 감수하고라도 둘 이상 갖는 것"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걸 인생에다가 투영해 보면 좀 뜬금없는 얘기지만 일부다처...;; 내지 복수 국적과 비슷한 것 같다.
C++에서 다중 상속을 지원해 봤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후대의 객체지향 언어들은 생짜 다중 상속은 금지하고, 데이터 멤버가 없는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만 복수 구현을 허용했다. class A extends B implements C,D,E처럼 말인데.. 이건 일부일처다첩-_-;;;처럼 들린다.

우리나라는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일제 시대와 대한민국 초기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일부다처체는 아니지만 첩이라는 게 관행적으로 있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박 정희 때 사회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면서 공무원들부터 첩을 두는 게 금지되었고(있으면 직장에서 징계=_=), 완전한 일부일처제가 자리잡았다.

이게 대놓고 불륜을 조장한다기보다는.. 전근대 시절엔 지금처럼 미혼 여성이 혼자 돈 벌고 사회 생활을 하는 게 도저히 가능하거나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마누라라는 게 존재했었다.

이런 결혼 말고 복수 국적도.. 나라마다 허용되는 정도가 케바케이고 우리나라는 징병제 병역 때문에 더 민감한 측면이 있다. 자기 원래 국적을 유지한 채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시민권, 국적을 취득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대한민국 땅에 있을 때만은 한국 국적만 행사해야 한다는 각서를 쓴 뒤에 외국인의 복수 국적 취득을 허용한다.

국적 말고 이중학적, 이중인격 이런 건 명백하게 비정상일 것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4/18 08:33 2022/04/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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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팩트

1. 조선~구한말

  • 김 정호는 지도를 만든 죄로 대원군의 노여움을 사서 주리를 틀리고 옥사한 게 아니다. 한편으로, 훗날 일제는 자기들이 최신 장비로 더 정확하게 한반도 지형을 측량해 갔지, 굳이 김 정호의 작품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최 남선은 1920년대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역사왜곡을 저지른 걸까..??)
  • 김 구(그 당시는 김 창수?)는 무슨 칼 찬 육군 장교를 격투 끝에 제압은.. 개뿔, 그냥 무고한 민간인 상인 일본인을 강도살인 저지른 것이었다.

  • 우금치 전투 때 관군과 일본군이 기관총을 동원해서 동학 농민군을 학살하긴 했는데..
    **기관총을 쏴 제낀 진영은 일본군이 아니라 조선 관군이었다!!!** 이때 같이 있던 일본군은 그냥 보병 예비군 수준의 부대여서 중화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청나라와 일본이 싸웠는데(청일 전쟁) 정작 전쟁터는 조선 땅이었던 것만큼이나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안 중근 의사도 소싯적에 동학군의 토벌에 참여했었다. 동학 고위 간부였던 김 개남의 경우, 다른 항일 의병장이었던 임 병찬의 신고로 잡혀서 처형 당하기까지 했다. 여러 정황상 그 시절엔 반드시 “동학 = 구한말 의병 항일 독립운동”도 아니었던 것 같다.

조선은 초기에 고려 왕족들을 학살한 것부터 잔혹했는데 훗날 홍 경래의 난을 진압한 것도 잔혹했고(단순 가담자까지 몽땅 처형), 외세까지 끌어들여 동학 운동을 진압한 것에 이어 갑신정변 개화파를 축출한 것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했다.
태평양 전쟁의 책임이 도조 히데키 같은 군 수뇌부뿐만 아니라 히로히토 천황에게도 있듯, 고종은 외제 기관총으로 외적인 일본군이 아니라 자국민을 학살하는 참극이 벌어진 것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동학뿐만 아니라 개화파도 마찬가지다.
서 재필은 그야말로 삼족이 완전히 멸문지화를 당했으며, 고종은 김 옥균에 대해서는 국외로까지 집요하게 자객을 보내서 결국은 암살해 버렸다. 청과 일본으로부터 야만적이라는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기어이 김 옥균의 시신을 송환해서는 이 지경을 만들었다. (혐짤 주의)

more..

"대역부도옥균" -- 천하의 개쌍놈 김 옥균 역적패당놈의 최후 ... 정도의 뜻이다. 글씨는 암살범인 홍 종우가 썼다. 아무리 실패한 쿠데타였기로서니, 젊은 개화파 브레인들이 그 정도로 나쁜짓을 한 것이었을까..?? 고종이 다른 건 등신이어도 자기 권력 지키는 일엔 귀신이었다.

이런 선례를 남겼으니 "일본도 조선 저 나라는 국력은 쥐뿔 없는 주제에 완전 무법 야만인들 동네이군. 신사적으로 대할 필요 없고 우리도 마음놓고 더 적극적으로 무력으로 제압해도 되겠다"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얼마 못 가 을미사변이 일어난 건 우연이 아니었지 싶다.

그리고 이야기가 이게 끝이 아니다. 하나 더 생각할 점이 있다.
1880년대 중반에는 갑신정변 때문에 친일 성향의 개화파들이 멸문지화를 당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1890년대 중반엔, 고종의 아관파천 조치와 함께 이번에도 친일 성향의 김 홍집과 몇몇 대신들이 희생양으로 버림받고 역적으로 몰려 비참하게 죽었다.

저기서 친일이라는 건 일제 시대 이후에 등장한 악질적이고 부정적인 친일이 아니다. 고종의 어영부영 오락가락 양다리 행보 때문에 애꿎은 유능한 인재들만 화를 입곤 했다.

2. 일제 시대

  • 일제의 제암리 학살은 무슨 싸이코패스마냥 여자와 갓난아기까지 다 죽인 건 아니었고, 소총보다 키가 큰 15세 이상의 남자만 가둬서 죽인 것으로 증언과 기록이 정정되었다.
  • 유 관순 역시 시체 토막설은 주작으로 판명되어 폐기되었다. 애초에 생년과 형량조차도 형무소 동기들의 증언과 기억이 아니라 기록의 발견으로 인해 2000년대가 넘어서도 막 정정되곤 했다.

  • 청산리 대첩이라는 말은 이제 폐기됐고 그냥 청산리 전투라고 부른다. 사기 진작과 희망고문을 위해서 전과가 터무니없이 너무 부풀려져 보고되었으며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일제라고 해도 그 정도 대패 참패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군 내부 보고서까지 은폐 조작할 수는 없다.
  • 그나마 1920년대 초에 잠깐 있었던 독립군이 왕창 와해된 건 학교에서 잘 안 가르치는 자유시 참변 때문이다. 일본의 적이니까 우리의 친구일 거라는 생각에 소련 공산당을 과신했다가 낭패 본 격이다.

  • 조선어 학회 사건은 일제의 고등경찰이 아주 어이없는 꼬투리를 잡고 한 건 꾸며서 국어학자들이 필화를 당했던 사건이다. 그 당시의 민족 말살 정책과는 별개로,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것 자체는 총독부의 허가를 받아 놨던 상태였다.

3. 해방 후

  • “일본이 좀 더 늦게 항복해서 광복군이 제대로 참전만 했으면 우리나라도 2차 대전의 정식 승전국이 돼서 분단도 되지 않았을 텐데...”라고 아직까지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 건국 초기에 반민특위를 해체한 주역 중 한 사람은 우리나라 초대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애산 이 인이다.
    일제 시대 때 독립운동가들을 무료 변호했으며,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기도 하고, 훗날 한글학회 건물 건립에 엄청난 사재를 기부했던 이 민족주의자 법조인이 보기에도.. 건국 초기엔 꼴리는 감정대로 남을 단죄하는 것보다, 군경 경력자 간부들을 이용해서 빨갱이 잡고 사회 혼란을 바로잡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이다~!

  • 6 25 개전 초기에 피난민들이 위에서 멀쩡히 건너고 있는 중에 나라에서 한강 다리를 폭파한 건 아니었다. 단지, 폭파 후에 사후수습이 제대로 안 돼서 깜깜한 밤에 앞을 못 본 피난민 행렬이 주루룩 앞의 낭떠러지로 떨어진 경우는 있었다.

하다못해 1500년대 말의 기록인 이 순신의 난중일기는 당대의 타 문헌과 고증이 일치하고 교차검증이 되어 사료로 인정받고 있는 반면, 300여 년 뒤의 기록인 백범일지는 일본인 강도살인이나 전화 개통 등 여러 부분이 역사 고증과 맞지 않고 과장· 주작이 의심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정체성을 탐구하려면 백범일지보다 독립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읽혀야 할 것이다.

※ 여담 1: 일제 부역자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

내가 소싯적에 접했던 국내 현대 문학 작품 중에서 대놓고 주인공이 친일 부역자 악역으로 등장하면서 친일파 척결(?)을 주제로 내세운 작품은 둘 정도이다.
하나는 희곡 <살아 있는 이 중생 각하>(1949), 다른 하나는 소설 <꺼삐딴 리>(1962).

그나마 전자는 주인공이 재산이 몰수되고 자식한테까지 버림받고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걸로 끝난다. 발표된 시기도 해방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러나 후자는 정반대. 주인공이 얄밉게도 일본· 소련을 거쳐 미국으로 빌붙는 처세가 탁월하고, 본업이던 의술도 비현실적으로 너무 뛰어났다. 그래서 끝까지 승승장구하며 잘나가는 동심파괴 엔딩으로 끝난다.

저렇게 나라 정세가 통째로 엎치락뒷치락하던 시절엔.. "앞으로 미국이 뜰 거다, 소련이 뜰 거다" 예측하고 대처하는 게 지금으로 치면 앞으로 어느 지역 집값이 오르느냐 마느냐, 주식을 하냐 코인을 하냐 하는 것과 딱 정확하게 대응했지 싶다.
이건 대놓고 나라를 팔아먹고 보상도 일제로부터 직접 받아서 부귀영화를 누린 구한말 매국노 윗대가리라든가, 완장 차고 현장에서 동족을 대놓고 고문하고 괴롭히는 지저분한 짓을 한 부역자하고는 성격이 다르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박 정희가 1940년대가 다 돼서야 만주군을 거쳐 일본군 장교로 입대한 것은 전시 상황에서 조선인에게 단순 순사 보조원-_- 이상으로 정식 군문이 슬금슬금 열리고 있었고, 그게 흙수저 조선인에게도 출세의 기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일 뿐이었다. "기왕 갈 거면 더 노력해서 병이 아니라 간부가 돼서 가자~! 실력만 좋으면 진급해서 심지어 왜놈들을 자기 부하로 부리게 될 수도 있다" 같은 생각?

더 현실적으로 비유하면, 과학고에 국립대 공대를 나와서 취업했는데, 불만족스러워서 의대나 로스쿨로 진로를 바꾸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일탈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기들도 똑같이 사리사욕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면서 '도 넘게' 남을 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여담 2: 관과 민의 관계

우리 선조들도 마냥 평화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엄청난 전투종족이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자기들끼리 싸우든 외적과 싸우든 무엇이든 말이다.

임진왜란 때 임금이 피난을 가고 관청이 항복하고 튀었을 정도이면, 밑의 백성들은 보통은 당연히 항복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조선 백성들은 윗대가리의 부재 상태에서도 자체적으로 의병을 조직해서 잡초같이 끈질기게 저항해서 왜군에게 트라우마를 심겼다고 한다. 보스를 죽였는데도 곁의 졸개 잡몹이 끝까지 버티고 저항하는 게임처럼 말이다. 구한말 의병은 시즌2 정도 되려나?

그래서 한국인은 윗대가리가 아니라 민초가 늘 위기 때 일어나서 나라를 지켰네 마네 이런 말이 나돈다. 본인은 이런 말을 예비군 정신교육 때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군대라는 엄청난 먹튀 소비 조직이 보급과 지원이 없이 어찌 유지되겠나..?
조선 정부가 처음부터 유사시를 대비해서 예비군/민병대 비스무리한 조직을 꾸려 놓은 상태였으며, 민간인의 전투력(?)을 석전 훈련을 통해서 유지시키고 있었고, 이런 민병대 자경단에게 국가적으로도 지원을 알음알음 했기 때문에 저런 대응이 나온 거라고 한다.

요컨대, 민초들이 나라를 지킨 것에도 윗대가리들이 평소에 기여를 전혀 안 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하다못해 그 무능한 암군 고종도 구한말 의병을 일제 몰래 알음알음 지원하긴 했다.
그런 지원 없이 조선의 정치인· 관리들이 몽땅 무능한 탐관오리밖에 없었다면 20세기까지 갈 것도 없이 임진왜란 때 백성들은 옳다구나 왜군에게 진짜로 모조리 투항해 버렸을 것이다. 실제로 임진왜란 때 나라가 통째로 망하지는 않았지만, 도자기 기술자들은 처우의 차이로 인해 일본으로 많이 유출 당하게 된 게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15 08:35 2022/04/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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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킬도저 사건

세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의 동기를 살펴보면 그냥 돈 때문에, 혹은 주변 누군가가 미워서, 그냥 나쁜짓 하는 것에 쾌락을 느끼게 돼서, 세상 살기 싫고 다 같이 죽여 버리고 동귀어진하고 싶어서 등 다양하다.
그런데 드물게 공권력에 의해 부당· 불공평한 침해를 당한 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화풀이하는 유형도 있다. 각종 행정 처분이라든가, 민사 재판에서의 패소 말이다. 물론 실제로는 부당한 침해가 아닌 자업자득일 뿐인데 당사자만 망상에 빠져 혼자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2월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숭례문 방화 사건을 기억하시는가? 어떤 정신 이상한 60대 후반의 노인네가 토지 보상 비용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짓이었다. 보상비가 너무 저렴해서 억울하다고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언론에다 제보도 해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는 여기에 앙심을 품고 2006년엔 창경궁에다 불을 지르다 걸려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랬는데 집행유예 기간 중에 그 다음으로는 숭례문까지 불지르는 대형 사고를 쳤다.

5년 전, 노 무현 대통령의 취임 직전에는 어느 늙은 미치광이 때문에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벌어지더니, 공교롭게도 딱 5년 뒤에 이 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전에는 저런 화재가 벌어진 것이다. 숭례문 방화범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12년 9월에는 진주시에서 주차 단속(... 설마 겨우 이것 때문..??)에 앙심을 품은 어느 40대 중장비 기사가 술 한 잔 거하게 마신 뒤, 포크레인을 몰고 파출소로 난입해서 거의 40분 가까이 난동을 부렸다. 자기 중장비로 건물 외벽과 주차장, 가로수, 가로등, 버스 정류장 등을 부쉈으며, 집게로 순찰차를 들었다가 지구대 입구로 내던지며 찌그러뜨렸다. 난동은 가해자가 경찰이 발사한 권총 실탄을 허벅지에 맞고 제압당한 뒤에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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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이미 주폭 등의 전과 3범이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3년에다 6900만 원이 넘는 물피 배상을 청구받게 됐다. 굴삭기 몰고 난동이라니.. 이건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꽤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천조국은 이런 식의 분풀이 범죄도 스케일이 반도를 아득히 능가한다. 2004년 6월, 콜로라도 주에서는 일명 '킬도저' 사건이란 게 벌어졌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자기 가게 인근에 입주할 예정인 시멘트 공장 때문에 자기 가게로 진입하는 경로가 막히고 자기 생계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공장장과 시청에게 여러 번 탄원 청원을 넣었다. 뭐 이런 형태의 분쟁 자체는 세계적으로 드문 게 아니다. 그런데 그 요청은 석연찮은 이유로 인해 줄곧 묵살됐으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자기 사유지에서 다른 사소한 법을 어긴 게 드러나서 과태료를 먹었다.

이 사람도 다 잘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 포크레인 난동꾼보다는 빡치는 사유가 훨씬 더 정당했다.
수 년 간 노력했던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개인의 권리가 국가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당한 것에 앙심을 품게 됐다. 그렇잖아도 처자식 없는 미혼에다 부모님도 돌아가신 홀몸이다 보니, 오늘만 살고 더 잃을 게 없는 복수귀로 완전히 돌변해 버렸다.

그는 전재산을 털어 불도저를 한 대 구입하고는 불법 개조(?)를 시행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차체에다 총알을 방어하는 두꺼운 철판· 콘크리트 장갑을 둘렀다. 유리창 대신 자그마한 비디오 카메라를 달았으며, 카메라 렌즈 주변도 강화 투명 플라스틱을 씌워서 보호했다. 이 애마의 이름은 졸지에 불도저에서 킬도저(!!)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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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그는 2004년 6월 4일에 킬도저를 몰고 나가서 시멘트 공장 사장, 시청, 경찰서 서장, 판사 등 원한 관계인 사람들의 집을 들이받고 밀어 버렸다. 지방 경찰과 SWAT 특공대가 출동했지만 소총이나 수류탄 수준의 개인 화기로는 킬도저를 도저히 제압할 수 없었다. 난동은 거의 2시간이나 계속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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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우리나라 포크레인 난동꾼처럼 술 거하게 마시고 우발적으로 깽판 친 게 아니었다. 양덕후 공돌이 기질을 발휘하여 오랫동안 차근차근 진지하게 복수의 칼을 갈다가.. 훨씬 더 대규모로 사고를 친 것이었다.

하긴, 건설기계 중에서는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무한궤도도 달려 있고 탱크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긴 하다. 전땅크 할배 같은 사람이 이런 걸 타고 다닌다면 어울릴 것 같다.. =_=;;
한편으로 기계 대신 대형 동물에다 비유하자면.. 1994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폭발해서 결국 사람을 죽이고 난동을 부리다가 사살된 코끼리 '타이크' 같은 생각도 든다.

물론 킬도저도 천하무적 만능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엔 반격을 받아서 라디에이터가 망가졌다. 냉각수가 증발해서 증기 기관차마냥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왔으며, 엔진도 방열이 안 되어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킬도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깽판을 쳤다.
나중에는 어쩌다 삐끗해서 이동 능력을 상실하고 무장 경찰들에 포위되고 말았는데.. 그러자 킬도저를 운전하던 가해자 아재는 차내에서 권총 자살로 깨끗이 50대 중반의 인생을 마감했다.

킬도저는 한번 탑승하고 무장한 뒤에는 입구가 완전히 밀봉돼 버리는지라, 안에서 문을 열고 내릴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한다. 무슨 일본 카미카제도 아니고.. ㄷㄷㄷ
경찰이 떡장갑을 절단하고 가해자 시신을 꺼내는 데는 2시간도 아니고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전해진다.

이 난동 때문에 10여 채가 넘는 건물이 파괴되면서 7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났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무 친지 없이, 재산도 킬도저를 제조하느라 대부분 탕진한 빈털터리 상태로 죽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나 가해자 유족을 족쳐서 피해 배상금을 뜯어낼 수도 없었다. 700만 달러이면 아까 그 7천여만 원의 거의 100배에 달하는 규모이지 않은가? -_-;;

그래도 이 사람은 완전히 선을 넘고 싶지는 않았는지, 원한이 없는 주변 주민들에게는 이 날 멀리 대피하라고 언질을 줬다. 덕분에 이 사건은 엄청난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전무했다.
즉, 말만 '킬도저'이지 이 기계가 실제로 킬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이게 여느 총기 난사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하지만 킬도저는 누군가에 의해 또 조립되어 사고를 치지 못하게 잘게 분할 해체되어 고철로 매각됐다.

이렇게 싸제 장갑차까지 만들어서 난동을 부리는 건 천조국 스케일이니까 가능한 것 같다. 그 경제력에다 그 개인주의 의식 덕분에 말이다. 하긴, 천조국은 옛날에 자기들끼리의 내전인 남북전쟁을 벌이던 시절부터 싸우는 스타일과 방식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있었다. (1860년대에 이미 철도에 저격수에 초보적인 잠수함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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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이성적인 사람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 ㄷㄷㄷㄷ
이건 윤 봉길 의사, 그리고 나치 독일 시절에 히틀러 암살을 추진했던 그 상이 군인도 거의 똑같은 말을 했지 싶은데.

북한에서는 옛날에 이 웅평 씨가 바닷가에 떠내려 온 남조선 라면 봉지에 쓰여 있는 "유통 과정에서 변질된 제품은 구입처에서 무료로 교환해 드립니다" 이런 너무 당연한 권리 안내 문구만 보고도 큰 현타를 경험하고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지 않는가..??
천조국은 그런 식으로 개인의 권익에 대한 관념, 그리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같은 의식이 더욱 투철한 것 같다.

그러니 신념에 따라 저지른 범죄는 다른 범죄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물론 무식 멍청한 사람이 맹목적인 신념을 갖게 되면 엄청 끔찍한 결과가 초래되지만 말이다.
저 사람은 신념에 따라 장갑 달린 불도저를 몰았지만.. 반대로 신념에 따라 불도저를 가로막고 서서 시위를 벌이다가 불도저에 치여 죽은 사람도 있었다. 2003년 3월, '레이첼 코리'라는 가녀린 인권 운동가.;;  2004년 기준으로는 얼마 되지도 않은 가까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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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런 게 아니라 그저 "마스크 써라", "담배 피우지 마라" 이런 말 듣고 자기가 무시 당한다고 생각해서 남의 가게를 찾아가서 해코지 하고 멀쩡한 직원에게 행패 부리는 건.. 신념하고는 1도 관계 없으며 그냥 분노 조절 장애에 막돼먹은 짓일 뿐일 것이다.
킬도저 사건 하나 갖고도 인생사에 대해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12 08:35 2022/04/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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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이제 슬슬 호박/농사 관련 카테고리를 추가해야 되나 고민된다. ㄲㄲㄲㄲㄲㄲㄲ

1. 실내에서 수확한 애호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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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약 8.5cm, 무게 260g짜리 단호박. 더 커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제일 먼저 땄다. 밖에서 구입한 늙은 호박으로 호박죽을 쑬 때 같이 넣어서 먹었다. 단단하게 아주 잘 익었고 속에 씨도 많이 들어있었고 고구마 같은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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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파릇파릇한 일반 호박의 풋호박/애호박이다. 껍질째 채썰어서 국수 고명을 만들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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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1kg가량의 무게에 길이도 약 15cm에 도달한 약간 큰놈이다.
과육은 풋호박이지만 껍질은 이제 질겨서 먹기가 난감하고, 속은 제법 누렇게 늙은 호박처럼 숙성이 진행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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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위의 파릇파릇한 놈보다는 좀 더 삭았지만, 아래의 것보다는 그 정도가 덜한 애호박이다.;; 과육이 많고 탐스러워 보인다.
호박 열매의 내부 인테리어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식으로 바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호박은 속 중심부를 전부 다 파내 버리고 겉의 얕은 부분만 먹는데 어떻게 먹을 게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부피는 길이의 3제곱임을 생각하면 좀 납득이 된다.

호박 한 덩이쯤이야 애건 늙은이건 단돈 몇천 원이면 바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몇 달간 직접 심고 키워서 호박을 얻어 보니, 사기만 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큰 정신적 만족과 감화, 교훈(!!!)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
내가 심고 암· 수술 수분도 하며 "실내에서 키운 호박"에서 드디어 열매와 다음 세대 씨가 나와서 몹시 기쁘다.

2. 주변에서 본 호박 재배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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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난 3월 말쯤에 집 근처 한적한 길가에서 본 풍경이다.
도로의 옆에 인도가 있고, 그 옆엔 가파른 비탈과 함께 담장이 쳐져 있다. 담장 너머는 놀고 있는 듯한 사유지 공터.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담벼락 아래에다가 일정 간격으로 뭔가를 심었다. 그리고는 보온을 위해 비닐까지 씌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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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호박이려나?
이 장소의 작년과 재작년치 네이버 지도 로드뷰를 보니, 호박이 맞는 듯했다~! 땅 주인이 매년 이렇게 호박을 심은 것 같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광경을 보니 정말 훈훈하고 흐뭇하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접근하기도 어려워서 몰래 뭔가를 심기에는 아주 적합해 보이더라~

자라는 식물 위에다 비닐을 씌우고 며칠 지나 보면, 식물의 증산작용이란 게 어떤 건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비닐 표면이 물기로 흥건히 젖는다.
저 비닐도 너무 뿌얘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가까이에서도 전혀 알 수 없었다.

3. 식용 호박과 전시 진열 전용 호박

호박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열매를 맺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 내부에서 열매의 모양과 색깔과 크기 바리에이션도 가장 다양한 정말 흥미로운 식물이라고 한다. (☞ 관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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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 같은 호박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늙은 호박, 애호박, 단호박이 전부가 절대 아니군..)

이 때문에 미국에서 호박은 먹는 게 아니라 비주얼만 감상하려고 장식· 전시용으로도 엄청나게 많이 재배된다고 한다.
일례로, 미국에서 pumpkin이라고 하면 주황을 넘어 거의 다홍색에 가까운 뻘건색에 주름 없이 동글동글한 그 특유의 호박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한국에서는 거의 구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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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박 역시 식용이 아니며, 그냥 할로윈 재꼴랜턴 만드는 용도이다. 오로지 외형에만 최적화 품종개량됐기 때문에 쪼개 보면 과육은 그냥 멀겋고 맛이나 영양은 하나도 없댄다.
미국에서는 식용이 아닌 이런 “빛 좋은 개살구” 잉여 호박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매년 정말 겁나게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하긴, 사격 과녁으로도 멀쩡한 수박을 부수지 말고, 어차피 식용이 아닌 이런 호박을 쓰면 될 것 같다.

반대로 죽이나 통조림을 만드는 식용 호박으로는 미국에서도 역시 쭈글쭈글하고 살색에 가까운 동양식 클래식 늙은 호박이 쓰인다. 영화에서 쓰이는 깨지는 유리창/유리병이랑 현실의 유리창/유리병이 동일한 재질이 절대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또한, F1 경주용 자동차를 정작 일반 도로에서 자가용으로는 거의 굴릴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하다.

4. 호박의 성장 동영상

역시 유튜브에 이런 게 없을 리가 없다. 호박이 싹이 나고 자라고 열매가 생기는 과정을 거의 10만 배 이상의 속도로 초고속 재생한 영상 말이다. 3개월 분량의 변화를 1분으로 축약하려면 비율이 거의 저 정도가 된다. 감상해 보면 무척 흥미롭다~! pumpkin time lapse라고 검색하면 된다.

  • 요건 호박 덩굴 하나를 굉장히 섬세하게 잘 관찰했다. 이 상태로 열매가 맺히고 자라는 모습까지 같이 나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건 없는 게 아쉽다.
  • 요건 야외에서 해가 떴다 지고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까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매가 부푸는 게 무슨 고무 풍선이 부푸는 것 같다.
  • 요건 호박밭과 특정 호박 개체를 번갈아가면서 다룬다. 단호박 열매가 부푸는 모습도 잠깐 나온다.
  • 요것도 한 덩굴 위주로 실내 촬영을 깔끔하게 잘 했는데.. 역시 열매가 자라는 모습이 없는 게 아쉽다.
  • 요건 야외 화단을 오랫동안 CCTV로 촬영한 것 같다. 덩굴이 급격히 불어나는 모습, 열매가 맺혀서 커지는 모습도 나오긴 하지만 특정 개체 클로즈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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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속담은 호박씨를 심는 게 아니라 먹는 걸 뜻한다더라. ㄲㄲㄲㄲ
  • 호박 줄기의 일부 구간을 흙에 도로 파묻으면 거기서 뿌리가 돋는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인터넷 뒤지다가 처음 들었다. 오~ 그렇게 하면 물· 영양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9 08:35 2022/04/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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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구원

기독교 은혜의 복음에서 굉장히 논란이 되고 트집도 많이 잡히는 낭설 중의 하나가 뭐냐 하면
평생 내 마음대로 죄 지으며 살다가 죽기 직전에만 달랑 예수인지 뭔지 믿으면 구원 받는다는 소리네?? 뭐 그런 어거지가 다 있어?”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Y/N 하나로만 굳이 답한다면 흔쾌히, 단호히 Y이다.
솔직한 내 심정을 말하자면, 이건 다른 단골 드립인 “이 순신/세종대왕 드립”보다는 논파하기 훨씬 더 쉬운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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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받았습니다” 광고를 기억하시는가? 생명보험 가입해서 보험료 딱 한 번만 내고는 가입자가 다음날 바로 급사해 버렸는데.. 어쨌든 면책 기간 없고 계약 위반도 아니니 1회분 보험료의 500배에 달하는 보상금이 나온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이 성경적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합법이니까.

누가복음엔 평생을 흉악범으로 살다가 십자가형 당한 강도가 바로 옆의 예수님께 로비(?) 잘 해서 당일 바로 구원받은 얘기가 나온다. 훗날 “죽기 직전” 드립이 많이 나올까 봐, 진짜로 죽기 직전에나 달랑 구원받은 사람 예시를 대놓고 수록해 줬다. ㅋㅋㅋ

게다가.. 이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십자가에 달렸던 바로 직후엔 그 구원받은 강도도 예수님을 같이 조롱하고 욕했었다!
마 27:44의 ‘강도’는 분명히 복수형이다. 두 명 다 욕했다는 뜻이다.
그랬는데 둘 중 한 명은.. 심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나중에 마음을 돌이키고 회개한 것이다.
예수님 면전에서 욕과 조롱까지 하다가 구원받았다고라? 세상에 이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인생 역전이 어딨을까?

자, 그래서 원 질문에 대한 답변은 Yes임을 논증했다.
그럼 그 복음이 말도 안 되는 어거지인가? 하나님이 구원 먹튀, 모랄 해저드를 조장하고 있는 것인가?
그건 절대 아니고 답이 No.. 아니 No를 넘어서 God forbid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은 언제 죽을지 절대 알 수 없다. “죽기 직전에만 믿으면 되겠네?”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다음날 꽤꼬닥 급사할 수 있다. 당연히 구원 못 받은 채로.. ㅡ,.ㅡ;;

이건 학교 선생이 아무리 자비로워도 시험 문제를 대놓고 유출은 절대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국영 소방서가 없는 곳에서 민간 화재 보험(공제 조합)을 평소에 안 들었다가 자기 집에 불 나면 아무도 안 도와주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그건 보험사가 야박하고 잔인한 게 아니다. 그때 호락호락 불을 꺼 주면 평소에 아무도 보험을 안 들 테니까..

하나님은 겨우 죽기 직전 구원 먹튀 같은 알량한 잔머리로 결코 농락· 조롱당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는 코로나 걸려서 당일 투표 못 할까 봐 두려워서 사전투표 하는 사람조차 있었다. 우리는 그것보다는 자기 미래 대비를 좀 해야 될 것이다.

둘째, 병이나 사고로 급사하지 않고 자연사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금도 안 믿는 사람이 더 나이 들어서 고집 세고 완강한 늙은 꼰대가 된 뒤에 복음이 과연 믿어질까..? 그런 일은 생각만치 호락호락 일어나지 않는다. 7, 80대 노인이 정치 성향이 180도 달라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시라.

글쎄, 돈 날리고 건강 잃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뒤에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종교에도 관심 생기고 성경 읽고 싶어지고 그럴 수는 있겠지만.. 이것도 누구나 그러라는 보장은 없다.

십자가의 강도는 그저 예수님께 잘 보이려고 얼굴도장 찍은 게 아니다! 갑자기 마음이 확 바뀌어서 자기 죄를 진심으로 회개하고, 같이 예수님을 까던 십자가 동기(?)에게 버럭 하고는.. 예수님을 무려 ‘주여 Lord’라고 불렀다. 이 정도는 되니까 아무 선행 없이도 구원이 이뤄진 것이다. (킹 제임스 성경만이 눅 23:42가 ‘예수여’가 아니라 ‘주여’라고 적혀 있음!!)
이걸 죽기 직전에 쟁취해서 먹튀하는 거..??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끝으로 셋째, 위의 질문은.. “예수 믿고 신앙생활 하는 건 아주 억압적이고 자유를 박탈당하고 손해 보고 호구처럼 사는 것이다, 그러니 믿을 거면 최대한 늦게 믿는 게 낫다”라는 프레임이 깔려 있다. 그러니 이건 엄밀히 말하면 질문의 전제조건부터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내 인생의 기원과 목적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이 세상의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죄 짓는 걸 자유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죄를 자연적으로 멀리하고 싫어하게 되고, 진정한 기쁨과 평안과 감사라는 게 생기고..
이런 이익 gain을 어린 시절 젊은 시절부터 누리지 못하고 죽기 직전에야 달랑 겨우 구원받는 건 먹튀가 아니라 손해이다.

성경의 전도서는 “나도 솔로몬의 반만치라도 금수저 쥐면서 부귀영화 누리고 미녀 1000명하고 원나잇도 해 봤으면 좋겠다 -_-”가 아니라,
니들은 나처럼 헛되고 헛된 거 삽질하면서 인생 낭비하지 마라. 젊은 시절부터 하나님 찾아서 잘 섬겨라~ 그게 너한테도 이득이다”의 취지로 기록됐다는 걸 잊지 마시라! 이 점에 대해서는 재작년에 본인이 쓴 글도 참고하시길 바란다. (☞ 링크)

자기들이 보기엔 뉴비 쪼렙 ㅈ밥(?)일 뿐인 인간들이 아무 노력이나 공로 없이 구원을 너무 쉽게(?)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발끈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성경에 기록된 포도원 비유(일한 시간과 관계 없이 동일한 일당이라서 발끈), 그리고 탕자의 비유에서 발끈하는 형과 정확하게 같은 심정으로 보인다. 읽어 보면 진짜 기가 막힐 정도로 일치한다~!

이런 사람들은 구원의 영원한 보장이라든가 보편적인(=구원받은 신자라면 누구나) 휴거도 99%의 확률로 안 믿는다.
애초에 자기 선행으로 구원을 얻는 게 아닌데, 악행으로 구원을 잃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고 납득이 안 되고 자존심 상하는 걸까?
가령, 살인자도 용서받고 구원받을 수 있는데, 자살한다고 구원이 취소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구원받고 나서 사람이 도로 펑펑 죄를 짓는 걸로도 모자라서, 마음에 180도 변해서 더 이상 예수 안 믿고 아예 타 종교로 개종을 할 정도로 배교해도 구원이 유지되나?”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해서 묻는 사람이 있다.

이것도 먹튀 구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답변 가능하다. 원론적인 답변은 Yes.. 인간이 설령 그런 짓까지 하더라도 구원은 유지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타 종교로 개종을 할 정도로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바뀌는 사람이라면 한 90% 이상은 애초에 구원도 안/못 받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10억을 받았습니다”에 가까운 아주 극단적인 로또 급 예외일 뿐, 압도 다수의 경우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수님께서 비참한 나를 위해서, 나의 그 끔찍한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셨다가 부활하셨다니~~!! 엉엉엉” 이랬던 사람은.. 무슨 당장 의를 행하고 순교도 가능할 정도로 강한 용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성경 말씀이 믿어지고 죄에 대해서 민감해지고 긴가민가 고민은 하는 게 정상이다.
내 노력으로 죄 안 지으려고 불끈 노력하다가 롬 7:24의 바울처럼 현타를 느끼고 멘붕 좌절하고, 그러면서 내 육신을 죽이는 훈련을 하며 커 가는 게 정상적인 코스이다.

구원이란 정말 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머리와 가슴 사이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실감케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구원받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을 못 하는 사람도 많다.
한번 구원을 제대로 받긴 한 사람이라면 휴거 못 되는 것, 지옥 가는 건 절대로 두려워할 필요 없고, 그 대신 그리스도의 심판석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매 1분 1초를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나님을 의식하면서 살고, 쉬지 않고 기도하고 회개하고 주님과 동행하면서 그분과 나의 사고방식이 동기화가 돼 있지 않았다면.. 그 심판석은 어지간한 화생방 훈련 이상으로 눈물 콧물 빼는 처절한 회한의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구원과 관련된 온갖 낭설과 오해가 바로잡히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성경이 말하는 진리가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사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6 19:35 2022/04/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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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운영체제에서 제공하는 GUI용 컨트롤 중에는 애니메이션 컨트롤이라는 게 있다. 이것은 명령 버튼이나 에디트 컨트롤, 리스트 및 콤보 박스처럼 Windows 1.x 시절부터 있었던 완전 native가 아니고, 1990년대 중반에 운영체제가 32비트로 갈아 타던 95/NT 3.5 시기에 도입된 '공용 컨트롤'에 속한다. 즉, 도구모음줄, 리스트뷰 컨트롤, 트리 컨트롤, 진행 상황(progress) 표시 컨트롤, 슬라이더와 같은 급이다.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컴퓨터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작업 중임을 간단한 '움짤'을 통해 사용자에게 시각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한다. 즉, progress 컨트롤과 같이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그 작업의 소요 시간이 굉장히 길거나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애니메이션이 더욱 유용해진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눈요기 이상으로 컴퓨터가 지금 내부적으로 하는 작업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사용자에게 상징적으로 일깨워 주는 효과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탐색기에서 파일을 복사 중일 때 종이가 이쪽 서류가방에서 저쪽 서류가방으로 날아가는 모습
  • 삭제 중일 때 종이가 날아가면서 인수분해-_-되는 모습
  • 다운로드 중일 때 지구본에서 사용자의 컴퓨터로 종이가 날아가는 모습
  • 디스크 조각 모음을 실행할 때, 흩어졌던 건물 블록들이 짠~ 다시 한데 조립되는 모습

등이 좋은 예이다.
Windows 8 이후로 등장한 그 뱅글뱅글 돌아가는 동그라미들, 슉~ 중앙에 나타났다가 다시 슉~ 사라지는 동그라미들도 당연히 애니메이션에 속한다. 단, 얘들은 내부 작업의 의미를 시각화하는 건 없고 그냥 기하학적인 눈요기가 전부라 하겠다.

그럼 이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어떤 형식의 파일을 사용할까?
컴퓨터 GUI에는 복잡한 코덱으로 디코딩해야 하는 전문적인 멀티미디어 동영상 말고, 그보다 가벼운 '움짤' 애니메이션 데이터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자동차에다 비유하면 버스보다 작은 승합차 정도에 대응할 것 같다.

  • 전문 동영상에 비해 파일 구조가 훨씬 더 단순하고, 프레임 크기는 작은 편이다.
  • 16/256색 같은 저색상도 지원한다. 저색상은 각 프레임을 무손실 압축으로 저장한다.
  • 오디오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 대신 투명색· 알파 채널을 지원한다. 영화 같은 전문 동영상에서는 이런 개념이 반대로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애니메이션이라든가 심지어 마우스 포인터의 애니메이션도 딱 이런 범주에 든다.
한때는 이런 움짤 저장용으로는 플래시(swf) 아니면 애니메이션 GIF가 널리 쓰였다. 그러나 플래시는 기능이 너무 많이 추가되면서 플레이어 런타임도 너무 무거워졌고.. 또 결정적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는 완전히 퇴출됐다. gif야 뭐.. 256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구닥다리일 뿐이고..

1990년대엔 오토데스크 사에서 개발한 flc/ fli라는 파일 포맷도 전문 동영상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심지어 Windows 매체 재생기의 초창기 버전이 재생을 지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얘 역시 개인적으로는 실제 파일을 본 적이 전혀에 가까이 없으며, 소리소문 없이 듣보잡으로 전락하며 묻혔다.;;

Windows에서는 *.ani라고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마우스 포인터 파일도 지원하긴 했지만.. 얘는 일반적인 비트맵이 아니라 아이콘에 대한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담을 수 있는 그림에 대한 제약이 크다.
그러니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2010년대가 돼서야 png에다가 애니메이션이 추가된 apng, 그리고 jpg의 대체제로 개발된 webp에다가도 애니메이션이 추가된 Animated WebP가 뒤늦게 각광받는 중이다.

하지만 Windows 애니메이션 공용 컨트롤은 처음 도입되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시간이 완전히 정지한 채 시대에 너무 뒤쳐져 있다. 저런 최신 기술들을 전혀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avi만 지원하는데.. 제~~~일 단순하고 원시적인 run-length (RLE) 방식으로 압축된 256색 이하의 색상 영상만을 받아들인다.

얘의 디코딩 난이도를 이미지 파일 포맷에다 비유하자면, GIF에도 못 미치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PCX급밖에 되지 않는다.
저색상 기반답게 color key 기반으로 투명색 처리도 지원하긴 하지만.. 그럴 거면 gif라도 좀 지원할 것이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왜 이렇게 허접하게 설계된 걸까? 전문적인 동영상 재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며, 탐색기에 들어가는 자그마한 애니메이션을 재생할 정도로만 극도로 최소주의 최적화 정신에 입각하여 기능이 구현됐기 때문이다.

1994~95년이면 모자이크나 넷스케이프 같은 WWW 기반 그래픽 웹브라우저가 이제 막 만들어졌던 시절이고, 386~486에 램 겨우 4~8MB급 컴퓨터로는 JPG는커녕 GIF 디코더를 돌리는 것도 다소 부담스러웠었다. 또한 그림판조차 BMP와 PCX 이외의 파일 포맷은 읽고 쓰는 걸 지원하지 않았었는데 GIF를 운영체제의 공용 컨트롤이 지원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땐 그랬다 치지만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 컨트롤이 너무 빈약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그래서 이제는 탐색기 같은 운영체제 셸조차 애니메이션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공용 컨트롤이란 게 원래는 셸에서 쓰던 물건을 보편적인 컴포넌트로 확장한 것이었는데 이건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이야 탐색기에서 파일을 복사할 때는 전송 속도 그래프가 종전의 애니메이션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저 그림에서 보듯, Vista인가 7까지만 해도, 뭔가 서류 갈은 게 복사본이 짠~ 생기는 걸 형상화한 애니메이션이 떴었다. 파일을 삭제할 때도 비슷한 컨셉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은 딱 봐도 알겠지만 Windows 9x 시절 같은 16~256컬러 나부랭이의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그리고 그건 애니메이션 공용 컨트롤로 재생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파일 내용을 표시하는 제일 중요한 부분조차 Windows 7의 탐색기부터는 리스트뷰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단, Spy++로 확인해 보면, 트리 컨트롤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 외형을 많이 마개조해서 말이다.
반대로 Visual Studio는 먼 옛날 6.0 시절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리소스 view에서 트리 컨트롤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단적인 예로 트리 구조에서 ctrl+클릭으로 multiple selection이 동작하는 건 공용 컨트롤에서 전혀 지원되지 않는 기능이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상이다.
Windows 95 이후로 지금은 셸의 GUI와 공용 컨트롤 사이의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다.
9x 시절엔 작업 표시줄(taskbar)에 표시되는 각종 프로그램들 제목이 '탭 컨트롤'로 구현돼 있었다는 거 아는 분 계시려나.. 하지만 얼마 못 가.. 아무리 늦게 잡아도 XP때부터는 뭐 없이 당연히 자체 구현으로 바뀌었다.

Windows 10부터는 절대 안 바뀔 것 같은 메모장도 큰 파일의 로딩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n 같은 줄 바꿈 문자 처리도 개선됐다.
에디트 컨트롤 같은 그 극도의 고인물 썩은물 코드도 마소에서 마음만 먹으면 개선될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시대 추세의 변화에 따라 애니메이션 컨트롤도 좀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애니메이션 컨트롤과 관련된 기술적인 여담을 몇 가지 늘어놓으며 글을 맺도록 하겠다.

(1) 비트맵, 아이콘 따위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이는 물건이다 보니 RT_BITMAP, RT_GROUP_ICON 같은 번호 기반의 표준 리소스 포맷도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쓰이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낮다 보니 표준 리소스 포맷 번호가 제정돼 있지 않고, 그냥 "AVI"라는 포맷 문자열만 제정돼 있다. 거의 폰트(RT_FONT) 급으로 마이너하지 싶은데 말이다.

(2)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전통적으로 백그라운드 스레드를 사용해서 애니메이션을 출력했는가 보다. 그리하지 않고 UI 스레드와 동일한 스레드에서 타이머만 사용해서 출력하게 하는 옵션은 ACS_TIMER라고 따로 있었는데..
Windows XP에서 도입된 공용 컨트롤 6에 들어간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스레드 기능이 완전히 삭제되고 언제나 타이머 기반으로만 동작하게 됐다.

뭐, 애니메이션을 출력할 만한 상황이라면 작업은 어차피 백그라운드 스레드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고, UI 스레드는 당연히 살아 있어야 한다. UI 스레드가 응답 없이 block돼 있는데 애니메이션 컨트롤이 별도의 스레드로 혼자 살아서 UI 쪽에 접근하면.. 응답을 못 받고 같이 멎어 버리는 deadlock에 빠질 것이다.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성능과 안정성 같은 요인을 감안해서 멀티스레드 기능을 빼 버린 것으로 보인다.

(3) progress 컨트롤은 공용 컨트롤 6 시절부터 marquee 애니메이션을 출력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즉, 전체 작업량을 예측할 수 없어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때.. 프로그램이 작업 중이고 뻗지 않았다는 사실만 알려주는 뱅글뱅글 애니메이션 말이다.
요것만으로도 별도의 애니메이션 컨트롤을 사용해야 할 필요를 많이 줄여 주긴 했다. 완전히 대체해 버린 건 당연히 아니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4 08:35 2022/04/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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