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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가 있으니까 좋긴 참 좋다. 차는 회사나 교회를 왕래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레저/취미 활동의 영역에서도 예전에 불가능하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줬다.

나한테 차가 생기면 철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거라고 도대체 누가 말했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차가 생기기 전에는 신규 개통 철도 노선의 첫 차를 시승하기 위해서 전날 노숙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새벽에 차를 끌고 가서 차에서 자다가 첫 차를 타는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
예전에는 차를 이용해서 잠깐이나마 서울교외선 답사를 가 본 적도 있다. 자동차는 철도 덕질을 위한 훌륭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의 어느 날, 본인은 짬을 내서 과감하게 차를 몰고 서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당일치기 철도 테마 여행을 즐겼다.
나름 출근 시간을 넘긴 오전 10~11시 시간대를 선택했지만, 이때도 자동차 전용 도로들은 넘쳐나는 차들 때문에 대단히 혼잡했다. 그래도 서울을 벗어나고 한적한 교외로 들어서니 자동차의 탁월한 이동성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먼저 간 곳은 바로..

1. 주행 중인 KTX 촬영의 명당, 반월 저수지 인근 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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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곳이다.
호수 옆에 비교적 높지 않은 고가 위로 KTX가 달린다. 경부 고속선을 통틀어 보기 드문 낭만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여기는 광명 역을 지난 KTX가 무려 10km가 넘는 긴 거리를 지하로 달린 뒤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지상 구간이기도 하다.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조남 분기점의 바로 아래 지하로 KTX가 달린다는 걸 생각해 보라. 그 KTX가 여기로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4호선(안산선) 대야미 역이다. 북쪽 방면인 2번 출구로 나간 뒤, 왼쪽으로 꺾어서 나오는 한적한 도로를 쭉 가면 된다. 역에서 3.2km 남짓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는 좀 힘들다. 그리고 저기는 인적이 드물어서 버스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그러니 자가용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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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로 진입하는 야산 코앞에서 차를 세웠다. 선로 근처는 역시나 외부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도 선로에 무단으로 침입해 시설물과 전선류를 손괴하거나 절취하면 감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철도 안전운행을 저해하게 되어 철도 안전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 CCTV 실시간 감시 중 -


우리는 당연히 철조망을 월담하지는 않는다. 그저 철조망을 따라 언덕을 쭉 오르면 된다.
이로써 본인 역시 수많은 철덕들이 나보다 앞서 개척한 천혜의 철도 출사 성지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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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일명 하늘다리라고 불리며, 경부 고속선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극히 드문 구간!
선로는 한 치의 커브도 없는 직선이고, 앞에 저쪽 끝에도 산 속으로 들어가는 터널이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지상 선로는 인터넷 지도로 길이를 측정해 보면 길이가 거의 6k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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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서 있는 곳의 앞은 응당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으며, 삼엄한 접근 금지 경고문도 붙어 있다.
이곳에서 촬영된 KTX 사진들은 다 철망 안으로 카메라를 집어넣고 zoom도 굉장히 많이 당겨서 촬영된 것들이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집어넣기 좋으라고, 선로 중앙의 철망의 일부가 동그랗게 훼손되어 있다.
하지만 철망 너머로 웬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시야를 가리는 관계로, 이것을 피하느라 좋은 구도의 사진을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워져 있었다.
그리고 여름에 수풀이 온통 초록색일 때 왔으면 주변 경치가 더 좋았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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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산천이 하나 카메라에 잡혔다. 저 열차의 진행 방향이 어디인지 모르는 분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멀리서 오는 놈은 쉽게 감지가 되지만, 우리 밑을 지나가는 놈은 출현하기 몇 초쯤 전에 갑자기 주행 소음을 일으키더니 쌩 지나간다. 그래도 디젤 기관차처럼 천지를 진동하는 소음과 진동 수준은 아니다.

경부 고속선에 KTX는 상· 하행을 모두 감안했을 때 평균 대략 10분당 한 번꼴로는 드나드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빈도는 몹시 불규칙하여 편차가 큰 편이다.
그리고 아침 11시에서 12시 사이는 전차선 점검을 명목으로 서울과 부산 양 시발역에서 모두 KTX가 출발하지 않는다. 즉, 이 시간대에는 평소보다 열차의 운행이 몹시 뜸해지므로, KTX 출사를 하려면 시간대를 잘못 선택해서 낭패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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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산천 말고 떼제베 기반 재래식 KTX가 지나가는 모습이다. 재래식 KTX는 한 편성의 길이가 거의 380m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자.
광명 역을 출발한 KTX는 지하 터널을 한참 달린 뒤 이 구간으로 나올 무렵쯤이면, 이미 충분히 가속이 되어 주행 속도가 250km/h을 넘고, 속도가 객실내 모니터에 표시되곤 했다.

그런데 이런 언덕 위에서 KTX가 달려오는 걸 보면 생각만치 빨라 보이지가 않는다. 그냥 새마을호가 시속 140대로 슬금슬금(?) 지나가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동영상 분석을 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길이 380m짜리 열차의 맨 앞이 한 전신주 지점을 통과하고, 다음으로 열차의 맨 끝이 그 전신주를 통과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5.5초가 좀 안 됐다.
이로부터 열차의 속도를 구해 보면 딱 정확하게 시속 250km에 근접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온 뒤, 장소를 떠나기 전에 호수 주변의 경치를 좀 더 카메라에 담았다. 가히 철도 성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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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경부 고속선은 안산선 반월-상록수 구간의 중간을 위로 통과한다. 반월-상록수 사이는 역간거리가 3km가 넘고, 중간에 영동 고속도로도 지나는 일종의 교통 요지이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안산선과 경부 고속선의 궤적을 계속 추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으나, 본인은 이 먼 거리를 차를 몰고 온 김에 다른 의미 있는 일을 발견했기 때문에 동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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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있는 열차 승강장은 반월 역이다. 이 역은 전철역이라기보다는 완전 시골 간이역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선로와 역무실은 평지이고 지하도를 이용하여 승강장으로 가는 형태도 그렇거니와, 출입구도 남쪽으로 1번만 있지, 논밭을 향하고 있는 북쪽(본인이 서 있는 방향)으로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3/05/04 08:33 2013/05/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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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답사를 마치자 슬슬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밖은 여전히 대단히 추웠고, 비는 그칠 기미가 안 보였다. 내가 춥다고 느낄 정도면 정말 추운 거다.
일단 7호선 시승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자축하면서 차 안에서 아침 식사용 스낵류를 꺼내 먹었다. 그 뒤, 서울과 부천의 경계이며 김포 공항 이착륙 비행기 출사의 명당인 오쇠삼거리로 향했다. 온수에서는 차로 15분 남짓이면 가는 거리이니, 기왕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비행기 구경도 좀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포 공항의 담장은 철조망이 겹겹이 쳐져 있고, 주변의 황무지(wilderness)들은 '개발 제한 구역' 정도를 넘어서 아예 국유지이기 때문에 무단 접근 및 개발 엄금이라고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린벨트는 사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인 반면, 저기는 아예 개인의 부동산 권리고 나발이고가 애당초 없는 국유지라는 뜻.

어차피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비행기의 소음 때문에 여기는 거주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항공 보안상의 이유로도 공항 바로 옆의 땅은 불가피하게 그렇게 놀려야 할 듯하다. 그나마 김포 공항은 군사 보안이 필요하지는 않은 순수 민간 공항인데도 제약이 이 정도이다.

여기는 도로 폭이 좁기 때문에 도로변에 차를 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황무지 안쪽으로 차를 세워 둘 곳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주차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교차로에서 얼마나 가까이, 비행기를 얼마나 잘 볼 수 있는 곳에다 세우는지가 문제이다.

747급의 대형 기종은 아니지만, 비행기는 수 분 간격으로 정말 자주 다녔다. 경부선 3복선 구간 만만찮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부 이륙만 할 뿐, 착륙을 하는 놈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비바람을 감안하여,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의 이착륙 진행 방향을 내가 원하는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지시한 모양이다. 내가 최근에 제주도 행 비행기를 탔을 때는 북쪽이었는데 말이다. 착륙하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놈보다 더 고도가 낮으며, 육지에서 비행기를 더 가까이서 큼직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동일 공항 착발이라 해도,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착륙하는 방향은 공항의 사정에 따라 수시로 바뀌며, 해당 비행기의 항로에도 영향을 꽤 끼치는 요소이다. 그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기가 방향을 바꾸려면 회전 반경이 얼마나 커야 하겠는가? 이러니 배가 밤에 등대가 필요하고 대형 선박의 경우 도선사까지 필요하듯이, 비행기에는 관제탑의 안내란 게 반드시 필요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의 제주 공항은 필요에 따라 취사 선택하라고 활주로가 십자까지는 아니지만 X자 모양으로 둘 있기도 하다.

여기서 비행기를 구경하면서 차에서 또 잠시 자기도 했다. 오쇠삼거리 근처에서 두어 시간 정도 머물다가 상암동 박 정희 기념 도서관/박물관으로 갔다.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위치가 지하철역에서 영 멀었던 관계로 선뜻 못 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랬는데 차가 있는 김에 거기까지... 게다가 안 중근의 거사 날짜뿐만 아니라 박 정희 전대통령이 부하의 총격으로 세상을 떠난 날도 10월 26일이니 오늘은 그 다음날이라는 의미도 있다.

건물은 크고 넓었다. 주차 공간도 지상의 마당에 아주 넉넉히 있어서 걱정할 것 없었다. 건물은 3층은 도서관 열람실이고, 2층과 1층이 박물관 내지 기념관인데 2층에서 관람을 시작하여 1층으로 나오는 구조이다.

무슨 내용이 있는지는 내가 굳이 더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난 성경의 용어를 동원하자면 박 정희가 역대기하 26장과 가장 비슷한 업적을 남긴 통치자라고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치수와 산림 녹화를 하고 농경 선진화를 이루고(대하 26:10), 이공계를 육성하고(대하 26:15) 국방을 강화했다(대하 26:14). 게다가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라는 모토는 느 4:13-18을 꼭 빼닮은 심상이지 않은가? 뭐, 박통이 교만 때문에 파멸에 이른 것까지 똑같은지에 대해서는(대하 26:16 이후) 독자들의 상상과 판단에 맡기겠다.

다른 건 몰라도 전기 얘기는 좀 해야겠다.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조금이라도 흔들었다가는 훅 가 버릴 정도로 정말 혼란스럽고 위태롭게 시작했다. 그랬는데 정부 수립을 앞두고 북한으로부터의 송전 중단은(1948) 당시 나라를 멘붕 상태로 몰아넣었음에 틀림없다. 일제 강점기 때 건설된 전력 공급 인프라의 8~90%가 지하자원이 더 풍부한 이북 땅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 한반도가 좀 나라답게 돌아가는 거 같았다가 1950년대 이후에 갑자기 호롱불을 켜는 조선시대 시절로 손발퇴갤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전쟁의 상흔도 있지만 또한 전력 부족 때문이다. (웬지 영화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의 전기 고문 장면이 갑자기 생각나는 건 기분 탓.)

그래서 박통 이전의 이 승만 때부터 필사적으로 전력 공급 안정화를 위해 강원도 산업선 철도를 우선적으로 건설했으며, 무엇보다도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하려 애썼다. 그리고 원전 건설은 박통이 실제로 이뤄 냈다. 그 결과 제한 송전 소치는 거의 20년 뒤인 1968년에야 해제됐다.

박물관의 방명록을 보아하니, 박 정희 싫어하는 사람의 눈에는 거의 박통교 신자처럼 보일 내용으로 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다. 포항에서 일부러 찾아와서 관람을 한 일행도 있고, “박 대통령님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란 요지로 찬사를 남긴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정치색을 떠나서 우리나라의 이런 객관적인 역사는 후세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는 요지로 방명록에 글을 남겼고, 내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도 적어 놓고 왔다.

우리나라는 그 어렵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 더구나 북한 같은 악마의 위협 속에서도, 일부 흑역사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해 왔으며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단기간에 정말 잘 이뤄 냈다. 정말 하나(느)님이 보우하셨다. 솔직히 말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아니라, 그걸로 그래도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제철소를 만든 대통령이 있다는 걸 크게 감사해야 하지 않는가?

박통에 대한 까임거리는 크게 친일, 인권, 도덕성(?) 같은 분야로 요약되는 듯한데, 결론만 말하면 내가 보기엔 거의 전부가 되도 않은 소리들이거나 당시 어쩔 수 없었던 것들, 지금도 어차피 피장파장인 것들, 아니면 그래도 업적에 비해 미미한 실책들이다.
나라가 없던 시절에 일본군 장교 경력이 좀 있는 것보다, 솔직히 더 기가 막히는 이력을 가진 인간이 대통령 되려고 난리인 게 훨씬 더 문제이고... 특히 인권은 요즘 사형 집행 안 하고, 흉악범에게 너무 가벼운 처벌을 내려서 유린하는 게 옛날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런 식으로 논리를 적용하니, 나는 박통에 대해서 잘못한 건 면죄부가 적용되어 별로 안 보이며, 잘한 게 더 부각되어 보인다. 그래서 난 어쩌다 보니, 전쟁을 겪으신 어르신 및 부모 세대와 비슷한 정치관과 역사관을 갖게 됐다. (교회에서도 김 용묵 형제가 민감한 정치 얘기까지 자신과 잘 통한다는 걸 아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내게 수시로 그 주제로 얘기를 먼저 꺼내실 정도로..;;)

단, 박통 박물관에도 유품 명목으로 타자기가 하나 전시돼 있는데,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네벌식이다. 세벌식 사용자로서 그건 박통 정권의 어쩔 수 없는 흑역사이다. 박통 및 박물관 얘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다시 강변북로를 탔다. 차를 갖고 나갈 때부터 이미 각오했듯, 낮이 되니 역시 도로가 미치도록 막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경험상 강변북로는 경부 고속도로와 마주치는 한남 대교를 중심으로 동쪽은 서쪽 방면 도로가 엄청 막히고, 서쪽은 동쪽 방면 도로가 엄청 막힌다.

그래도 자동차 전용 도로니까 거북이 걸음으로라도 계속 가기라도 하지, 신호까지 받는 일반 시내 도로는 답이 없다. 이는 철도로 치면 복선과 단선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동차 전용 도로가 막힐 정도이면 전방에 사고가 났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디서 진짜 사고가 나긴 했는지 구급차와 견인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지나갔다.

사실, 어제나 오늘 차로 장거리 여행을 하는 도중에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도 덩달아 하려고 했다. 혼자 차를 몰면서 약 50분 동안 엔진 시동이 걸려 있어야 할 때 그 미션까지 덩달아 완수하면 정말 보람찬 여행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문제 때문에 그건 못 했다. 결정적으로, 작년에 내비를 업데이트 할 때는 실행 파일이 윈도우 CE용 바이너리였는데 이번에는 내가 어디서 파일을 잘못 받았는지 실행 파일이 ELF로 시작하는 리눅스용이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슬금슬금 강변북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앞엔 한강 철교가 보였다. 새마을호 전후동력형(push-pull) 디젤 동차가 다음 달이면 퇴역인데, 어차피 도로 정체가 심하면 이거나 좀 구경하고 가려고 핸들을 돌려 한강 고수부지로 차를 뺐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미션이 설정되었다.

날씨가 춥고 비까지 내리니 고수부지엔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드디어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어 점심을 먹었으며, 그러면서 한강 철교 근처에서 약 1시간 동안 열차들을 구경했다. 심지어 컴퓨터를 꺼내 인터넷도 했다. 이 황량한 고수부지에도 사용자 신원과 컴퓨터 Mac 주소 확인 후 인터넷을 쏴 주는 무료 WIFI 신호가 미약하게나마 잡혔다.

새마을호 PP가 요즘 고장이 너무 잘 나서 아예 객실 전기만 공급해 주고 기관차가 견인한다는 루머가 나도는 듯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전히 PP가 스스로 잘 다니고 있는 걸 확인했다. KTX나 일반 기관차 견인형 열차는 워낙 흔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나가서 몇 분만 기다리면 구경할 수 있는 반면, 새마을호 PP는 최하 40분~1시간 이상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에 열차 시각표를 보고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오늘은 비행기와 철도를 모두 구경하고 왔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 시승에다가, 여러 의미를 갖는 이벤트들을 한데 엮어서 수행하니 무척 즐거웠다. 여담인데, 동일 장소에서 비행기와 열차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IT 단지들이 입주해 있는 구로구-금천구의 경부선 철길 일대이다. 거기가 김포 공항 착륙 비행기의 항로와도 비슷한 선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주민들은 열차와 비행기의 소음 때문에 그리 유쾌하게 지내지는 못할 것 같다.

말 못 하는 기계이지만, 빗줄기를 뚫고 먼 길을 안전하게 잘 달리고 아늑한 야영 텐트 역할까지 해 준 애마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2/11/03 08:33 2012/11/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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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해양 대학교는 상선(무역선 포함) 승무원 및 관련 간부를 양성하는 게 주 목적인 국립 준특수 대학교이다. 상선사관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기간 인력이며, 군 복무도 상선 근무로 전부 대체된다. 사관학교나 경찰대 정도로 학비 완전 무료에 완전 폐쇄적인 학풍을 지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원 생활이란 것도 편할 리가 없는 고된 업무인 만큼 그 바닥에도 나름 군기가 존재하며, 이 학교의 학비는 교육대 수준으로 아주 저렴한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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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는 해양 대학교. 다시 말해, 부지의 해발 고도가 저만치 낮다는 뜻이다.

교통수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참고로 비행기 버전인 한국 항공 대학교는 원래는 국립이었다가 현재 사립이 돼 있다. 마치 대한 항공이 원래 국영이다가 민영이 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사립 학교가 되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철도 대학은 원래는 전문대 수준이다가 지금은 충주 대학교와 통합되어 교통 대학교가 되었고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립인 건 물론 변함없다.

2.
다음은 국어 정보 처리 시스템 경진대회 당시의 작품 전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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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성능이 열악하고 한국어는커녕 한글을 기계에다 구현하는 것 자체가 아주 challenging하던 시절에는 한국어 공학보다 '한글 공학'이 더 시급한 연구 주제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글/한국어 정보 처리 학술대회의 초창기 시절이던 1990년대 초에는 하드웨어를 제어하여 컴에다가 한글을 찍는 방법, 두벌식이나 세벌식 사이의 기발한 절충 입력 방식 같은 게 PC 잡지뿐만이 아니라 그런 학술지에도 실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글꼴, 코드 쪽 연구도 많았다.

그랬는데 글꼴이나 코드 같은 원론적인 문제는 컴퓨터와 운영체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장벽이 다 해소되고 한국어 말뭉치까지 구축된 뒤부터는 '한글 공학'은 이제 뭐 더 연구할 게 없는 듯한 영역이 되었고, 학회의 초점은 급속히 '한국어 공학'으로 기운 듯하다. 내가 석사 논문을 쓰느라 옛날 연구 트렌드들을 뒤져 보니 확실히 추세가 그렇다. 그러다가 지금 다시 한글 입력 쪽이 논의되고 있는 건 모바일 쪽 한정이다. 그 반면 내 논문은 한글 공학의 fundamental한 부분을 다시 다루고 있다.

3.
자, 부산까지 갔다 왔으니 또 부산 지하철 얘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부산도 이제 지하철 승강장에 슬슬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갈 노반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자갈 노반이 완전히 사라진 게 못해도 아마 4~5년은 됐을 것이다. 그리고 2012년 현재까지 전국의 지하철 노선에서 VVVF 전동차가 전혀 없는 곳은 부산 지하철 1호선이 유일하다.
옛날에 부산 지하철은 한 1970년대 티가 나는 아주 못생긴 서체를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일반적인 고딕체로 다 바뀌었다. 아마 역명에서 '동(洞)'을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하면서 같이 바꾼 모양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대부분의 역들이 상대식 승강장이며, 심도도 낮다 보니 대부분의 역들이 반대편 승강장을 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대합실을 통해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가능한 역”과, “동일 승강장에서 반대편 열차를 바로 탈 수 있는 역(쉽게 말해 섬식 승강장인 역)”이 다른 색깔로 노선도에 특별하게 표기가 되어 있다. 아래의 노선도 사진에서 동그라미 테두리의 색깔을 주목할 것.
드물게 등장하는 섬식 승강장 역에서는 평소에 열리지 않던 왼쪽 문이 열리기 때문에 이 문에 기대고 있는 승객은 조심하라고 따로 방송 멘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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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선도를 보면, 서울 지하철에서는 역시 4년이 넘게 전에 버린 옛날 notation을 아직까지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일반역은 흰 동그라미, 환승역은 태극 무늬 동그라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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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지금 서울/수도권 노선도는 역이 너무 많고 노선도가 복잡해진 관계로, 일반역은 그냥 사선 모양의 홈만 파고, 환승역이 흰 동그라미이다.
이 디자인을 처음으로 시도한 곳은 바로 서울 도시철도 공사이며, 이걸 나중에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까지 도입하였다.
비록 '얼씨구야' 환승음은 서울 메트로가 제일 먼저 도입해서 그걸 나중에 코레일과 도철까지 따라 했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10/29 08:36 2012/10/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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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2012/9/20-22)

회사 창립 n주년 기념으로 올해는 야유회를 2박 3일 제주도 여행으로 꽤 거창하게 갔다.
본인이 제주도를 방문하는 건 14년 만에 처음이었고, (1998년,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 타는 건 13년 만에 처음인지라 (1999년, 대회 참가차 미국 갈 때)
개인적으로 굉장히 뜻깊은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이번에 간 곳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간 곳과는 중복이 전혀 없어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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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는 파란 하늘과 넓은 들판, 야자수 등이 4년 전의 미국 여행과 꽤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저가 항공사는 공항에서도 부스와 탑승구가 역시 완전 한쪽 끝에서 끝까지 구석 외곽으로 밀려나 있다.
  • 마라도는 남이섬과 상당히 비슷한 모양과 크기인데, 그래도 남이섬이 아주 약간 더 크다.
  • 해산물 판매와 숙박업으로만 먹고 살던 마라도에 웬 짜장면 중국집들이 잔뜩 들어선 이유는... 10여 년 전의 모 CF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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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전망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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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로 가는 길목에서 본 제주도 산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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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초원에서 한컷 더. 윈도우 XP Luna의 배경인 초원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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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보너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눈에 내려다 본 관악산 기슭의 서울대 캠퍼스이다.
제주에서 김포로 가는 비행기가 웬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외곽순환 고속도로 청계 톨게이트, 과천 경마장, 서울대를 거치다니, 착륙 방향을 맞추기 위해 동쪽 내륙 방향으로 상당히 우회하는 것 같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2/10/22 08:32 2012/10/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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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수여식 (201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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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를 졸업한 지 어언 7년이 지난 뒤에야 후드가 걸쳐진 졸업 가운이라는 걸 입게 됐다. 주황색은 공학을 뜻한다. (학사용 졸업 가운은 후드가 없음.)

학사는 성적이 중요하니 최우등/우등 졸업이라는 게 있다. 박사는 시험 점수 따위를 초월하여 개개인이 이제 자기 분야에서 프로 연구자이니, 졸업자들이 모두 호명되고 학위 논문의 제목까지 유인물에 다 기재된다.
그 반면, 석사는 둘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콩라인이다.

태풍 직후, 날씨가 최강 좋았다. 맑고 파란 하늘 덕분에 사진 찍기는 최고의 날씨였다.
괜히 Y대 아니랄까봐, 학위수여식은 찬송가 제창과 성경 봉독으로 시작해서 축도로 끝났다.
혼자 예상한 것보다 좀 더 오버하듯이 씨익~ 웃어야 사진이 더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나온다는 걸 느꼈다.

내가 전형적인 내 학부 학교 출신들이 가지 않는 학교와 과로 대학원 진학을 하고, 남들은 박사까지 다 마칠 나이에 이제 겨우 석사를 마친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남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 없는 진로를 만들면서 가고 있어서..;;

Posted by 사무엘

2012/09/03 19:20 2012/09/0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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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대내의 박물관 관람 → (2) 천안함 잔해 구경 → (3) 초청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군함 구경 → (4) 초청자의 관사에서 식사 대접 받으며 교제 순의 코스였다. 옆에 같이 간 사람들은 모두 교회 사람들. 단순 안보 관광인 (1), (2)를 넘어 (3), (4)는 군 관계자 인맥이 없으면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 나의 “천하의 개쌍놈 북한” 관념이 이 견학을 계기로 더욱 투철해졌다. 정정당당한 교전으로는 남한을 이길 수 없어지니 치밀하게 비열한 복수극을 계획한 나쁜 놈들. 늘 민족 동족 운운하면서 뒤로는 일본 이상으로 나쁜짓을 해 온 녀석들이다.

- 제2 연평해전 당시에 교전 수칙 때문에 대통령이 많이 까였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내가 더 이해를 할 수 없는 건 당시 제1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지휘관인 박 정선 제독을 나라에서는 (사실상) 좌천 발령시키고 이내 전역시켜버렸다는 사실. 100번 까여야 마땅하다. 어디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건 북한의 요구대로 한 게 정말 사실인가?

- 제2 연평해전 전사자 영결식이던가 그때 대통령이 안 온 것에 대해서, 기지 견학을 시켜 준 해군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꽤 유감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 제주 해군 기지 건설에도 배후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 육군은 닥치고 쪽수이고, 공군은 1인 1비행기인 전투기 파일럿만 빼면 대부분이 비전투 병과인 반면, 해군은 배가 생활 공간 겸 그대로 전장이다 보니 그 중간에 속하는 군대 문화를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출에 목숨 걸어야 하고 바다 없이는 못 사는 나라인 주제에, 해군에 대한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고 한다.

- 군함에는 내연기관과 제트엔진이 모두 달려 있다고 한다. 이것도 자동차와 비행기의 중간인 셈인데, 제트엔진을 가동하면 무척 빨리 움직일 수 있지만 극심한 소음과 연료 소모를 감수해야 한다고. 그런데 둘은 사용하는 연료부터가 서로 다르지 않나? (중유 vs 등유)

- 평택 시내의 경부 고속선 고가를 달리는 KTX를 보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 우리나라 철도를 공부하면서 단련된 나의 우리나라 역사, 지리, 안보 지식은 군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철도님, 사랑합니다.

- 이런 곳에 신실한 KJV 빌리버 크리스천이 계셔서 성경 교제와 안보 관광을 동시에 하고 올 줄이야. 친절하게 군 시설을 안내하고 융숭한 대접을 해 주신 해군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Posted by 사무엘

2012/09/01 19:34 2012/09/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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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선 인증샷

본인은 개인 홈페이지를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기에 이곳으로 유입되는 걸 목격했다. 그들 중 일부는 다시 이곳을 떠나고 발길을 끊기도 했으나, 본인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

그런데, 이거 참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이 홈페이지의 창립-_- 순간부터 함께하면서 본인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상당수 공유해 온 친구가 있다. 그야말로 이 홈페이지에서의 짬밥 서열로 치면, 가히 압도적인 랭킹 1위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A class에 속하는 사람이 그 친구뿐인 건 아니다. 지금도 A class에 속하는 분들이 매일 내 홈페이지에 온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현역-_-에서는 물러났고, 딱히 이곳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댓글은 거의 안 남기거나 아주 가끔 단다. ^^;;; 본인은 활동을 안 하더라도 그들의 시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적절한 상황에서는 전관예우(?)도 할 것이다.

그 A class 중, 본인이 언급하고자 하는 그 친구가 내 홈페이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을 때 그는 겨우 초등학생이었다. 허나, 그가 육신의 연령을 초월하여 내가 쓰는 각종 어려운 글과 민감하고 질긴 글들을 잘 이해하고 개념 있는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은 나에게 적지 않은 놀라움을 선사했다. 본인의 부모님조차 칭찬하셨을 정도이다.

그 친구가 최근, 군복무를 잘 마치고 제대했다.
걔가 군대에 간 동안 내게는 자가용이 생겼다. ㅋㅋ
걔를 1년이 넘게 못 보기도 했고, 내 홈페이지 VIP의 제대를 축하하기 위해 본인은 선뜻 차를 몰고 나가서 드라이브를 시켜 줬다.

믿거나 말거나 그 친구도 철덕이다.
경춘선 전철은 군 복무 기간 도중에 개통했는데, 휴가 나와 있을 때 이미 전구간 다 타 봤다고 한다. ㄷㄷㄷ;;

그래서 나는 이왕 차를 가져간 김에,
영업 중인 열차로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철도를 답사하는 코스를 제안했다.
바로...

서울 교ㅋ외ㅋ선ㅋ

서울 외곽에 천혜의 경치를 자랑하던 이 철도 노선은 수지가 안 맞아서 지난 2004년 고속철 개통과 함께 여객 영업을 중단한 비운의 노선이다. 게다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그쪽까지 전구간 개통하면서 이 철도는 더욱 잉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아주 장기적으로는 여타 서울 우회 간선 철도들과 연계하여 복선 전철로 개량될 거라고는 하던데...)

말로만 듣던 교외선을 자가용으로 답사하다니!
기대에 찬 마음으로 서울 북부로 향했다. 국도 39호선이 교외선 구간을 나란히 따라간다.

아래 사진은 벽제 역 주변 사진이다.
답사를 간 당시, 날씨는 최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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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선은 다들 단선 승강장 형태인가 보다.
일본에 있는 1량짜리 디젤 동차라도 다니면 무척 운치 있을 것 같은데.
교외선은 폐선이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로의 상태가 생각보다 열악해서 녹이 슬고 잡초가 나 있었다.

언젠가는 가 보고 싶었는데 혼자 가기에는 좀 뭣했던 곳엘 후배 철덕 동지와 함께 가서 인증샷을 남기게 되어 기쁘다. 그 친구에게도 좋은 선물이요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는 곳이 서울 서남쪽이면 광명 역이나 김포 공항 근처, 7호선 천왕 차량 기지 일대를 생각하고 있었고
동남쪽이면 철도는 없으니 외곽의 각종 그린벨트 지대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강북에서는 교외선, 중앙선, 경춘선 코스가 적절하다. ^^

시내는 도로가 너무 막히고 반대로 대중교통도 잘 돼 있으니, 차를 몰고 가는 메리트가 거의 없다. 그러니 교외로 나가는 게 이익이다. 거기가 주차 걱정도 없고.
차가 있으니까 좋긴 정말 좋다. ㅋ 이동의 무한한 자유는 정말 느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것이다. 세상에, 내게도 차를 몰고 교외선을 답사하는 날이 오다니!

Posted by 사무엘

2011/11/06 19:16 2011/11/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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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내일로 티켓 여행기

새 홈페이지에다 이 귀한 자료를 내가 아직 올리지 않고 있었구나.
병특 회사에 다니는 중이던 2007년, 본인은 나이가 만 24세였던 덕분에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일로 티켓 여행을 즐겼다. 지금으로부터 딱 4년 전에!

사실은 내일로 티켓 자체가 그때 처음으로 생겼었다. 본인은 ISEF 참가 1세대일 뿐만 아니라 내일로 티켓 1세대. ㄲㄲㄲ
그 후로 코레일이 내일로를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내일로 UCC 공모전을 하고, 하계뿐만이 아니라 동계 내일로도 시행하고, KTX 내일로에다 일반 내일로도 2회에 한해 KTX 운임 50% 할인까지 도입했지만 내 때는 처음이라 그런 게 없었다.

그때는 정말 꿈같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보이저 호가 우주의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전송하듯, 미지의 세계를 철도로 탐사하면서 수많은 사진, 동영상을 찍었다. 여행 경로 구상과 모든 계획은 내가 직접 했고, 나중에는 내일로 티켓 여행을 떠나는 후배에게 코치도 해 줬다.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목걸이 명찰 형태의 티켓을 받는다. 이거 무슨 대회, 학회, 워크숍 같은 데에 등록하고서 받은 명찰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마치 한국의 모든 철도역이 대회장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여행 기간 동안 본인의 모습은, 미리 정해진 오전· 오후 일정대로 철도 워크숍에 참석한 기자 내지 연구원 같았다.

7일 중 4일은 주말+제헌절+회사 연차를 이용해서 연달아 여행을 즐겼고, 나머지 3일은 일종의 번외편으로 회사 퇴근 후에 밤에 또 기차를 타고 왔다. 수원까지만 갔다 오거나, 심지어 광주까지 갔다가 새벽 상행 열차를 되돌아온 후 바로 다시 출근-_-, 그리고 주 간선이 아닌 경춘선만 타고 돌아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티켓을 사용했다. ^^;;

귀차니즘에 입각하여 하이라이트 중의 하이라이트 사진만 첨부한다. 지금 나이가 되는 후배 여러분들은 나중에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일로 여행을 가고 특히 새마을호를 많이 타 두기 바란다.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런 충고를 하는 거다. ㄲㄲ

차창 밖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동해남부선 해운대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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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2호선의 북서쪽 구간은 낙동강+경부선과 나란히 달리기는 하지만 서울과는 달리 고저 차이가 존재하며, 광역전철 직결 운행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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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에서 경치가 제일 빼어난 곳.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마곡 역 승강장 사진과 더불어 2007년에 본인이 남긴 명장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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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선으로 진입하는 열차 안에서 경부선과 경부고속선을 나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 날 유난히도 날씨가 참 좋았다. 그리고 최강 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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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산과 강, 들판뿐이던 영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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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과 태백선이 합류? 분기? 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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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티켓의 대단원을 찍은 곳! 이 마석 역은 본인이 방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리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기 한참 전에 이미 선로가 이설되면서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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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곳에 올린 사진들에 딱히 워터마크를 넣는다거나 내 꺼라는 티를 안 냈다. 우클릭을 막지도 않고..
한국 철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미래의 철덕 꿈나무들에게 동기와 자극을 주기 위한 비영리 목적이라면, 누구라도 마음대로 퍼 가고 사용해도 좋다. 새마을호 덕후인 사무엘 님이 찍은 거라고 출처 밝혀 주면 Thank you이지만, 강요는 안 함..;; 자기가 찍은 거라고 거짓말만 안 하면 된다.

사실, 웹에 올리기 위해 해상도를 팍 낮춘 것만으로도, 디카 원본 사진에 비해서 엄청나게 품질을 저하시킨 것이다.
원본 사진을 누가 갖고 있는지만 대조해 봐도 사진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는 바로 판가름이 날 테니, 인터넷 상으로 그렇게 저작권 따지지는 않을 생각.

Posted by 사무엘

2011/07/12 08:11 2011/07/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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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지대 답사

독자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본인은 지독한 철도 덕후이다.
하지만 자가용이 있다면, 철도가 닿지 않는 오지를 다녀 보고 싶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런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행정구역상 분명 서울인데도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은 온데간데없고, 푸른 들판과 비닐하우스와 화훼 단지, 단독주택들이 즐비한 흠좀무스러운 곳이 있다. 그린벨트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다.

본인은 대학 시절에 인터넷 신문에서 '지하철 타고 다니는 어느 농부'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이건 '소리 없는 아우성'만큼이나 얼마나 안 어울리는 조합인가? 화제의 인물은 집이 광명시에 있어서 7호선 역세권인데, 잘 알다시피 천왕 역 일대가 허허벌판이다 보니까 근처에서 농사를 짓고 산다고 한다. ㅎㄷㄷ;;
또한, 강서구의 마곡 역 일대는 아예 지하철역의 개통마저 10년이 넘게 무산시켰을 정도로 대표적인 미개발 지역이었다. 1990년대에 고 건 서울 시장이, 후세를 위해 택지 개발을 보류했기 때문.

천호대로를 따라 동쪽으로 가 보면, 강동 역에서 서울 지하철 5호선은 상일동과 마천 방면으로 꺾어지지만, 가던 방향으로 하남시 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드디어 시가지가 끝나고 별천지가 펼쳐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강남만치 금싸라기 땅과(2, 3, 7, 9호선과 분당선 지하철!) 미개발 지역의 격차가 심한 곳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은 그린벨트로 묶여서 시간이 정지해 버린 시골 마을인데, 거기도 듣자하니 부자들이 많이 산다고 하더라. 굳이 미어 터지는 서울 도심에서 지지고 볶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으신 분들. =_=;;

그런데, 미국 LA에 가 보니까 일반 서민들이 다 그런 시골 마을에서 살던데... ㅠ.ㅠ
집집마다 차고가 있고 가족 구성원이 제각기 자가용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라고 해 봤자 달랑 2~3층짜리 공동 주택인데, 좀 빈민이나 아직 경제 기반이 부족한 신혼 부부들이나 사는 곳이고.. -_-;;; LA 시내는 땅값이 너무 비싸서 다들 베드타운 위성도시에서 사는데, 외곽에서 시내로 매일 서울-대전뻘 되는 거리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게 일상사라고 한다. 이런 게 역시 잘 사는 대륙 국가의 기상이다. -_-
그냥 대륙도 아니고(중국은 뭐.. -_-), 그냥 잘 살기만 하는 나라(일본은 국가가 잘 사는 것만치 서민이 잘 사는 나라는 아님)도 아니고, 잘 사는 대륙 국가가 말이다.

뭐 어쨌거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홀연히 답사를 다녀왔다. 세곡동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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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언제까지나 개발 제한 구역일지는 모르겠다. 서울에 녹지대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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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한적한 골목. 내가 몰고 온 차도 저 차들 중에 있다. ^^;;
내 차 남 차를 떠나서, 공공장소에서 차 번호는 남의 초상권이나 주민 등록 번호만큼이나 유출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므로 모자이크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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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그런데 주차 문제는 좀 심각할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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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성남시 내부이지만, 분당과는 달리 경부 고속도로 서쪽에 있는 성남시 고등동, 신촌동은 역시나 도시 분위기와는 거리가 너무나 먼 곳이다. 군사 시설인 서울 공항까지 있다 보니 더욱 개발 제한이 심할 것 같다. 이 크고 아름다운 도로는 널널하기 그지없어서 차들이 쌩쌩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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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항은,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민간 지도에 표시도 되어 있지 않은 군사 시설이다. 그래서 청와대처럼 청색 기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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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장을 지나서 양재 IC와 가까워지면서 시골이 아닌 서울 분위기가 나고, 차들이 급격히 늘어난다. 양재 IC 근처에는 현대와 기아 사옥이 나란히 들어서 있는데, 마치 대전 역 근처에 있는 코레일· 철도 시설 공단 쌍둥이 건물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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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항과 세곡동 일대의 한적한 도로와는 달리, 경부 고속도로는 평일 낮에도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들은 답이 없는 지경이다.
경부 고속도로는 딱 양재 IC 이남부터가 도로 공사 관할이고, 그 이북은 서울시 관할이다.

운전을 해 보니까 참 재미있다.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차를 매일 몰아야 한다면 스트레스 받고 피곤할 거고, 차량 유지하느라 돈도 딥다 많이 깨지겠지만, 1주일에 한 번 남짓 취미로 하는 거라면 이보다 즐거울 수 없을 것이다.
틈나는 대로 이런 그린벨트라든가 철도 중앙선 구간의 간이역을 자가용으로 답사해 보고 싶다. 내가 사는 곳이 그래도 동부이다 보니 하남, 구리, 양평 같은 곳에 관심이 간다. 서울은 동남부가 철도 인프라가 유난히 열악하기도 하니..

서쪽의 김포는 전형적인 도농 복합 도시인 것 같다.
양평은 한강 상수도를 보존해야 한다는 명목 때문에 강력한 개발 제한이 걸린 곳이다. 그래서 서울과 상당히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휴양· 관광 도시 역할이나 하게 될 듯하다.

본인의 고향인 경주는 잘 알다시피 문화재 보존 떡밥 때문에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의 층수 제한이 걸려 있었다. 좀 과장 보태자면, 건물 지으려고 땅만 팠다 하면 각종 유물이 줄줄이 출토될 지경이었으니 개발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나? 그래서 소중한 문화재들이 정작 건설업자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고 한다.

박통 하면 흔히 오로지 경제 개발, 성장주의만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서울의 과포화와 지나친 팽창을 염려하고 경계도 했으며, 요즘 용어로 표현하자면 행정수도 이전도 구상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행정력을 동원해서 서울 같은 대도시의 어느 구역 이상부터는 개발을 금지하고 녹지로 남기는 그린벨트를 조성했다.

물론, 그린벨트 구역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게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며, 어떤 면에서는 그게 재산권을 침해하는 악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대단히 아이러니한 사실은, 주로 진보 진영에서(=박통을 욕하는 편인) 그린벨트 정책을 환영하고 박통의 업적이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 그 정책을 비판한다고. 서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형태라든가 처지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 -_-;;;

차를 굴리기 시작했으면, 여친 사귀어서 태우고 다니면서 근처 맛집이나 좋은 데이트 코스 답사를 하는 게 보통일 텐데 나는 드라이브도 완전 오덕스러운 스타일로 하는 거 같다. ㅠㅠㅠ Looking for you와 Oh Glory Korail 들으면서 차 운전하는 재미를 여러분들이 이해하시겠는가? -_-;;;

Posted by 사무엘

2011/05/09 08:54 2011/05/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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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투어

본인, 요즘 너무 바빠서 몸이 힘든 것만 빼면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좋은 상태이다.
오늘 드디어 <날개셋> 한글 입력기 6.0의 '코딩'이 모두 끝났다! 한동안 자체적으로 여러 테스트를 하고, 지금까지 구현한 기능들을 도움말로 문서화만 하면 진짜 끝이다.

그런데 이거 좀 하다 보면 학교 과제의 압박이 찾아오고, 그거 끝내고 숨 좀 돌리려고 하면 회사일이 급 바빠지고..;; 이리저리 심하게 치이는 느낌이다. 회사를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 하겠다. 어차피 박사 과정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시켜 줄 리도 없을 테고.

그런 와중에도 짬을 내서 학부 모교에 좀 들렀다. 대학원에 간 이래로 이번이 두 번째이다. 볼일이 좀 있어서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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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서 시작하여 학교를 가로지르는 간선 도로. 연세대로 치면 백양로에 해당한다. 하지만 카이스트의 도로가 훨씬 더 넓은 데다 교통량도 더 적다는 건 주지의 사실. 그래서 카이스트는 도로 곳곳에 달리는 차량의 속도를 표시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연세대도 카이스트처럼 서쪽에 쪽문이 있고, 비록 카이스트의 엔드리스 로드만치 길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거기로 오솔길이 나 있다. 이 점에서는 지형이 두 학교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서울대나 고려대하고보다야 서로 닮은 구석이 좀 있으니까..;;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주차권부터 뽑아 가야 하는 땅 좁은 인서울 대학들과는 달리, 카이스트는 외부 차량도 간단한 신원 조회만 받은 후 진입 가능하다. 곳곳에 주차된 차들로 북적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딱히 대외 행사가 있는 날만 아니라면, 카이스트 내부는 어디든지 차 세울 곳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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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소속된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갈 뻔 했던' 대학원.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저기는 근본적으로 내 적성이 아니었으며, 떨어지길 잘 했다.
저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카이스트에서 나름 가장 학과간 협동과정스러운 대학원이며, 자교생보다는 외부 학생들이 많이 온다. 인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예체능 쪽 사람까지.

내가 지원했을 때만 해도 저기는 경쟁률이 꽤 됐고, 여전히 인기가 좋은가 싶었는데... 그런데 최근에 주변 학생에게서 얘기를 들어 보니, 정체성의 위기라고나 할까, 당초 의도했던 학과간 융합이 원활히 잘 되지 못하고 교내 분위기가 딱히 좋지는 않다고 하더라. 이대로 가다간 심하면 전산학과로 도로 흡수될지도 모른다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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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의 전통적인 건물은 딱 두 가지 타입이다.
주로 북쪽에 있는 붉은 벽돌 건물, 아니면 주로 강의동인 하늘색 타일 건물. 그리고 건물 높이는 4~5층 남짓. 이게 철도로 치면 간이역 같은 정취를 느끼게 한다.
다만, 요즘은 온통 이질적이고 굉장히 높은 건물도 많이 생겨 있다.

난 저 길쭉한 기계공학동 보면 KTX 천안아산 역이 떠오르곤 했다. 아래 사진과 비교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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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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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남표 총장을 비판하는 대자보는 여전히 학부 식당 맞은편 게시판에 걸려 있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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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당은 입학식과 졸업식뿐만이 아니라, 아예 카이스트 정식 입학 전부터 기관 토플을 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한 장소이기도 하니 학생들에게 친숙할 수밖에 없다.
창의학습관이 2004년경에 생기기 전엔 기초 필수 과목들의 시험(중간· 기말)을 치는 장소이기도 했다.
카이스트는 매주 대강당에서 금요 문화 행사가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본인은 재학 시절에 그런 데에는 거의 못 갔다.

아, one more thing..
카이스트는 강의실 내부에 완전 무료 WIFI가 바로 잡혀서 참 좋다.
연세대처럼 뭐 학번 입력하고 로그인 한다거나 접속 클라이언트· 보안 솔루션 나부랭이 깐다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20 18:27 2011/04/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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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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