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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법자와 범죄자

“우리는 무법자(outlaw)이지 범죄자(criminal)가 아니다.”라고 자기는 아예 법 따위에 매이지 않는다는 걸 ㅂㅅ 같지만 멋있게(?) 표현한 말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일반적으로 법이란 게 없이는 통제가 안 되고 사회를 유지할 수 없는 존재이다. 로마서 13장에 나오는 “위의 권위에 복종하라”는 단순히 악법도 법이니 닥치고 '까라면 까'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성경적으로 대놓고 잘못된 법은 어기더라도 그 법을 집행하는 권위를 일단 인정하고 처벌이라도 감내하라는 얘기이다.

그 어떤 악한, 심지어 북괴 같은 막장 국가라고 해도 법이 대놓고 "이 세상은 어차피 약육강식이다. 마음껏 도둑질하고 약탈해도 좋다, 길거리에서 아무 여자나 마음껏 강간해라" 이렇게 돼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윗대가리 통치자 내지 그 주변 가족, 친지가 빽 믿고 내로남불로 저런 짓을 교묘하게 저지를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건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는 사항이다.

법이라는 게 상당수가 (1) 정당한 위법(사형 집행, 전쟁터에서 적군 죽이기, 정당방위), (2) 정당하지 않지만 고의성도 없는 위법(과실치사), (3) 고의적인 악행(살인), 거기에다 추가로 (4) 스스로 옳다고 믿고 고의로 악행(신념형..).. 이런 걸 변별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2. 연계 범죄

한번 죄를 짓고 나면 그걸 은폐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그걸로 궁극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다른 죄도 덩달아 왕창 짓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위조지폐를 만드는 애들은 그걸로 물건을 직접 사서 이득을 보는 게 아니다. 즉, 5만 원짜리 위폐로 5만 원짜리 물건을 사지 않는다!!
보통은 500원짜리 껌을 5만 원짜리 위폐로 결제하고, 거스름돈 49500원을 챙겨서 이득을 본다. 아니면 택시를 불러서 기본요금 거리만 가고는 비슷한 수법을 구사하거나.

이 짓은 통화위조죄에다가 사기죄까지 추가시킨다. 위폐를 받은 사람이 당하는 손해는 비슷하거나 동일하지만, 피의자의 죄질은 후자가 더 나쁘게 평가된다.
그것처럼..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인데, 살인은 보통 그걸로 그대로 끝나지 않는다.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체를 어디 숨긴다거나 심지어 토막낸다거나 훼손하면.. 이것도 전부 다 별개의 죄로 추가된다.
사람 죽이고 나서 그 상태 그대로 자수하거나 체포돼야만 살인죄 하나에만 걸린다. 법이 그렇게 돼 있다.;;

3. 화폐 위조와 화폐 훼손

위조지폐의 경우, 저렇게 통화위조나 사기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위반으로도 형량을 늘릴 수 있다. 한국 은행이 지폐 도안 디자인에다가 칼같은 저작권을 걸어 놨기 때문이다. 으음~~ 영화· 음반이나 폰트뿐만 아니라 현금 비주얼도 문화 컨텐츠인 건가 싶다.

그런데 고액권 지폐 말고 동전은 원가 비용 대비 액면가가 워낙 낮아졌기 때문에 처지가 반대가 됐다. 10원짜리는 아예 녹여 버려서 금속값을 챙기는 게 남는 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저런 짓을 하다가 최초로 적발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동전을 녹여서 파는 행위를 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이란 게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그걸 그냥 '폐기물관리법 위반' 명목으로 아주 가벼운 꿀밤 수준의 처벌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화폐 훼손을 금지하는 법은 내 기억으로 2011년쯤에야 새로 제정됐다.

4. 지능 범죄

법이라는 걸 잘 살펴보면 어떤 죄는 가족끼리 저질렀다거나, 합의가 잘 됐다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벌을 감경한다(반의사불벌죄).
그러나 어떤 죄는 가족끼리 저질러졌으면 오히려 가중 처벌한다. 그리고 단순히 형벌만 센 게 아니라 색출 자체를 다른 죄보다 더 악랄하게 하는 게 있다.

가령, 예비 음모 미수까지 몽땅 처벌한다거나, 정황· 의도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그냥 걸리면 그 결과만으로 무조건 처벌한다거나, 수사기관 측에서 함정 미끼까지 던지는 것 말이다. 마약이나 대규모 위조지폐, 산업스파이 같은 지능범죄에 대한 수사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편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무죄 추정의 원칙"이 좀 무시된다.
옛날에는 이와 관련하여 중한 죄에 대해서는 불고지죄(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죄)나 연좌제(죄인의 가족· 친지까지) 같은 것까지 있었다. 고문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건 너무 미개하고 잔혹하다고 여겨져서 없어지는 추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기회 제공'까지는 지능범죄를 적발하기 위한 정당한 수사 기법으로 쓰인다. 그러나 대놓고 범죄 저지르라고 꼬드기는 '범의 유발'은 인정하지 않는다.
성경적으로는 볼 때 하나님이 인간을 시험하는 범위도 딱 거기까지이다. 이미 마음을 악하게 먹은 사람에게 더 기회를 주고 결과적으로 더 강퍅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아예 대놓고 무조건 죄 지으라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씹으면서 로봇 조종하듯이 조작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시피 우리나라 사법은 경찰이 형사 피의자를 잡은 뒤에 검찰이 넘겨받아서 기소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경찰만으로 물리력이 부족한 지경이 되면 군대가 투입되게 되고, 경찰만으로 수사력 정보력이 부족해지면 그 건은 국정원 같은 첩보기관..;;까지 나서서 공조하게 된다. 그런 관계이다.

5. 생명 윤리

우리나라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안락사까지만 인정하며, 그 이상으로 더 선 넘는 적극적인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건 어지간한 노인들로 하여금 "나 같은 건 어서 나가 죽어 줘야 자식들이 편안해하겠지" 이런 무언의 압박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극심한 저출산 시국에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그 많은 노인들을 도저히 부양할 수 없고, 자식 없는 홀애비 홀애미가 넘쳐나고, 복지 비용을 감당 못 해서 나라 살림이 파탄나는 지경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들이 옛날처럼 고려장을 대놓고 벌일 수는 없으니 방법은 하나.. "존엄하고 품위 있게 죽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 운운하면서 소극적인 안락사는 적극 장려하고 권장하게 되지 싶다. 지금 노인들에게 운전 면허 반납을 장려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이다.

그 밖에 우리나라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진다거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 태아에게 극악한 유전병· 장애가 있는 경우 등 아주 소수의 극단적인 상황에 한해서만 낙태를 허용한다. (모자보건법) 그런데 내가 알기로 지금은 낙태죄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저 조항 자체가 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혼이나 파양도 각종 사기 결혼· 입양으로부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수준으로만 규정돼 있다. 세상법이 성경 율법보다는 세부 디테일이 더 규정돼 있어야 하니까.. 가령, 중범죄 전과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도 이혼 사유이다.

6. 나머지

(1) 공문서 위조, 통화 위조 같은 죄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 자국 것만으로 한정이다. 딴 외국의 공문서는 한국 법의 관점에서는 다 사문서일 뿐이다. 이건 마치 다변수 함수에서 x로 편미분을 하면 y z 다른 변수들은 다 그냥 상수 취급일 뿐인 것과 비슷한 패턴인 것 같다. ㄲㄲㄲㄲㄲ

(2) 예전에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은 집합에서 조건제시법과 원소나열법의 차이와 같다고 얘기했던 바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예정'도 개념적으로는 일반사면과 비슷하다. 조건제시이지, 원소나열이 아니다. 구원받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로 예정됐다는 차원일 뿐, "특정 누구누구는 구원받기로 예정됐다, 지옥 자식 마귀 자식으로 처음부터 예정됐다"라고 생각해서는 심히 곤란하다. 하나님의 예정은 read-only operation이다.

(3)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가 사문화돼 버렸고, 휴전도 사문화됐다. 통일 지향...?? 이건 헌법 차원에서 규정하는 이념이다만 이것도 이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사문이 된 것 같다.
하다못해 이북 북괴조차 "남조선 괴뢰"라는 멸칭을 안 쓰고 우리나라를 무려 "대한민국"이라고 불러 주는 게.. 단순히 울나라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그냥 남남으로 생까려는 의도가 더 크니까 말이다. 욕쟁이 할머니가 정감(?) 있게 "이거나 쳐먹어 이 썩을놈아!" 이러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고객님, 왜 이러십니까" 하는 걸 생각해 보시라. ㄲㄲㄲㄲㄲ

※ 행정부와 사법부의 관계

  • 법무부(法務部)는 사법부(司法府)가 아닌 행정부(行政府) 관할이다. 부의 한자도 다른 것에서 알 수 있듯, 府는 部보다 더 큰 집합이다.
  • 어느 범죄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판결을 내리는 건 사법부의 판사이지만, 그걸 실제로 집행하라고 법무부장관에게 명령을 내리는 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다.
  • 비슷한 맥락에서, 범죄자들에게 징역을 때리는 건 사법부의 판사이다. 그러나 도중에 가석방이나 사면을 내리는 곳은 행정부 계층이다.

성경을 보면, 율법 같은 성문법이나 말씀 계시가 완성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하나님의 직접 개입이 잦았다. 이방인의 꿈에 나타나서 불륜· 간음을 저지하기도 하셨고(창세기의 아비멜렉), 민수기 같은 책을 보면 "이럴 땐 어떡할까요?" / "그럴 땐 이렇게 해라. 이걸 관례로 정착시켜라" 이런 패턴이 종종 나온다.

그것처럼.. 오늘날도 어떤 규칙이나 절차가 법으로 정식 제정되기 전엔 행정부 차원에서 긴급조치나 긴급명령이 먼저 발동된다. 그게 국회를 통해 정식 입법되고 나면 기존 명령은 폐지된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금융실명제만 해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1993)"이던 것이 훗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1997)"이라고 바뀌었다.

말이 나왔으니 사회 제도 중에서 '긴급'이 들어가는 것들을 더 살펴보면 이렇다.

  • 긴급자동차: 출동 중인 구급차나 소방차, 용의자를 쫓고 있는 경찰차가 대표적이다. 각종 교통법규 위반이 어느 선까지는 허용되며, 딴 차들로부터 양보도 보장받는다.
  • 긴급통화: 112 119 신고는 공중전화에서 돈 안 넣고도 할 수 있고, 개통되지 않은 휴대폰으로도 할 수 있다.
    119 신고는 우리 쪽에서 전화를 끊어도 통화가 끊기지 않는다;; 112 신고는 문자로도 넣을 수 있고, 급박한 상황에서 "짜장면 좀 배달해 주세요"라고 암호· 은어를 써도 신고로 접수될 정도로 민감하다. 그 말인즉슨, 긴급통화로 인정되는 이런 번호로는 장난전화를 더욱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 긴급피난: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도저히 어쩔 수 없어서 남을 해친 것.. 아 이건 정당방위에 더 가깝고, 긴급피난은 남이 자기를 해치지 않았는데도 내가 먼저 사고를 친 것에 해당된다. 차량 급발진 때문에 남의 집 답벼락을 부쉈거나, 슈퍼 급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거나.. 어쨌든 둘 다 위법행위의 조각사유로 인정된다.
  • 긴급체포: 이건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구사할 일은 없는 용어이다만.. 암튼 중대한 범죄 현행범이나 용의자를 발견해서 무조건 당장 잡아야 할 때 '선체포 후영장' 차원에서 허용되고 시전된다.

※ 군대 식으로 법 적용하기

휴버대 같은 야쿠자 미화물을 보니 야쿠자(+ 그에 준하는 조폭들도 마찬가지)들은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집단이라고 그런다.
현실의 군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집단이다. 그래서..

(1) 병사들이 밥 먹는 것은 단순히 공짜인 정도를 넘어, 전투력 유지를 위한 급양 명령의 수행이다. 즉, 이건 의무이니 정당한 사유 없는 무단결식은 징계감이다.
군대는 병사에게 그 어떤 벌이나 불이익을 주더라도 밥을 굶기는 건 절대 없다. 휴가를 짜를지언정 영내에서 식사를 짜르지는 않는다! 밥 굶기는 건 아동학대 같은 데서나 존재한다.

(2) 사관학교에는 자퇴가 없다. 다니다가 못 견뎌서 때려치우고 나오는 것도 먼저 요청을 한 뒤에 '퇴교 명령'을 받아서 나갈 뿐이다. 퇴교가 군대에서 그 생도에게 내리는 마지막 명령인 셈이다.
이렇게 나간 사람은 앞으로 장교는 그 어떤 임관 코스로도 영원히 다시 될 수 없다. 미필 퇴교자는 병이나 부사관으로 군생활을 다시 시작한다.

(3) 1년 6개월 이상의 금고· 징역 실형을 선고받은 심각한 범죄자는 군대에서도 안 받아 주고 전시근로역으로 처분시킨다.
그러나 그 죄목 자체가 병역기피(병역법 제86조) 쪽이라면 저런 열외에 해당되지 않는다! 빵 살고 나와서는 여전히 신검 다시 받아야 한다. 울나라 법이 그 정도로 허술한 바보는 아니다.

전과자가 돼서라도 군대를 안 가고 싶거들랑 병역기피가 아니라 다른 흉악범죄(?)를 확실하게 저지르거나 배째라 병역거부를(86조가 아닌 제88조) 시전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이야 3년짜리 대체복무 제도가 생겼으니 이것 때문에 전과자 될 일은 많이 없어졌다.

(4) 일단 입영은 했지만 그 뒤에 실종된 탈영병들한테는 말이다. 다들 잘 알다시피 나라에서 3년인가 간격으로 3군 참모총장 명의로 어서 자수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을 꾸준히 내린다. 그래서 탈영죄의 공소시효(10년)가 끝나더라도 다음엔 명령 불복종죄를 물을 수 있다. 그걸 빌미로 장기 탈영병을 40대 후반의 아재가 될 때까지 군법 위반 범죄자로 만들고, 합법적으로 계~~~속 뒤끝 부리며 압박할 수 있다.;;;

법조인들 중에는 공소시효를 꼼수로 회피하면서 사람을 저렇게 들볶는 게 법리상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허나,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병사들의 낮은 임금도 현행 근로기준법과 맞지 않고(지금은 굉장히 많이 오르긴 했지만), 군인은 민간인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징병제 국가에서 특례가 적용돼야 한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아~ 그래서 결혼 선호 우선순위 2등이 군인이라는 개드립도 있는 거구나. 1등은 당연히 민간인 ㄲㄲㄲㄲㄲ
이륜차에 대한 취급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애매한 면모가 많은 것처럼, 군인이 받는 법적 취급도 그런 구석이 있는 것 같다.

(5) 전에 한번 했던 말일 텐데.. 나는 마 11:11 "하늘의 왕국에서 가장 작은 자라도 그 위대하다는 침례자 요한보다도 더 큰 자다"라는 구절을.. 이렇게 풀이한다.
율법 대신에 군법을 대입해서 말이다. 전자의 요한은 그야말로 광나는 전투화에 A급 전투복 입은 S급 울트라 모범병사요, 모든 간부들이 탐내면서 제발 군대에서 말뚝 박기만을 바라는 인재이다. 허나, 후자의 쬐끄레기는 그냥 전역한 민간인.. 즉, 이건 신분의 차이를 나타낸다.

민간인이라도 군인처럼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각 잡고 살고 치약으로 깔끔하게 살면 좋다.
그러나 민간인한테 저렇게 살지 않으면 잡혀가서 '군사재판'에 회부된다고 야바위를 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24/06/06 08:35 2024/06/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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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대한 실행 파일

전통적으로 Windows 운영체제가 깔린 PC에서 볼 수 있는 엄청 큰 DLL 중 하나는.. 마소 Office 제품들이 사용하는 공용 라이브러리인 mso.dll 이다.
Program Files\Common Files\microsoft shared\OFFICExx 디렉터리에 있는 파일인데, 20여 년 전에 이미 크기가 10수 MB가 됐고, Office 2013의 64비트 버전 기준으로 36MB를 넘었다.

저 파일은 리소스나 데이터가 별로 없고, 대부분이 순수하게 코드만으로 저 크기이다.
오피스의 경우, 리소스들은 언어별로 별도의 리소스로 분리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그 뒤, 요즘은 웹 브라우저의 렌더링 엔진이 왕창 거대한 단일 DLL 자리를 차지하는 편이다.
Windows의 system 디렉터리에 있는 mshtml.dll 도 64비트 기준 20MB를 넘는다. 얘는 Internet Explorer 브라우저의 Trident 엔진 파일인데.. IE는 요즘 죽었으니까 제끼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을 크롬 브라우저의 코어 엔진인 chrome.dll은 거의 220MB에 달한다.
이게 내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제일 큰 DLL이다. 파일에서 적어도 3/4 가까이는 코드가 차지하고 있는 DLL 중에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웹 브라우저 엔진은 단순히 HTML을 파싱하는 문서 렌더러가 절대 아니고... 거의 독자적인 운영체제, 가상 머신, 프로그래밍 언어 런타임 급이 됐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거대할 수밖에 없다.

Visual Studio Code도 주 실행 파일인 code.exe가 160MB가 넘으니 엄청 큰 편이다. 얘도 파일 안을 들여다보면 무식한 리소스빨이 아니며, 전체의 3/4 가까이는 순수 기계어 실행 코드이다. 심지어 1년쯤 전엔 150MB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업데이트를 거듭하면서 더 커졌다~!
그에 비해 내 한글 입력기는 코어 dll이 딱 1MB가 될까말까이다.;; 거기에다 기본 플러그 인 로딩까지 하면 1.5MB 정도 된다.;;

2. 버전 넘버링

마소의 Visual Studio와 Office는 Windows와 더불어 마소를 먹여 살리는 핵심 제품이다.
그런데 얘들은 2010년대 중반, Windows 10 무렵부터 버전을 크게 올리지 않고 깨작깨작 소수점 둘째 자리만 건드리는 게 관행이 됐다. 겉으로 크게 표시되는 연도 버전 말고, 내부의 번호 버전 말이다.

VS는 2015부터, Office는 2016부터 16.x 버전이 유지되고 있다. 그나마 VS는 2022가 출시되면서 번호가 17.x로 올라가긴 했지만, _MSC_VER의 값은 여전히 19xx대 고정이다.
뭐, Windows 역시 10부터 내부 파일들의 버전 역시 10.x 고정이긴 하다. 얘는 10을 끝으로 새 버전 브랜드를 더 만들지 않을 것처럼 얘기했다가 결국 11, 12를 내면서 입장을 번복하게 됐는데.. 그래도 11도 겉으로만 그럴 뿐, 내부 번호는 여전히 10이다.

10년 넘게, 거의 20년 가까이 1.0도 아니고 0.x대 버전을 유지하고 있는 건 DOSBox 내지 putty 정도인 것 같다.
그 반면, 웹브라우저 쪽은 크롬이 주 버전 번호를 팍팍 올리는 관행을 만들었다. 얘는 버전이 12도 아니고 이미 12x을 넘어섰다. 무려 백 자리..

Java의 경우, 한때 1.3, 1.4 이렇게 번호를 올리다가 2010년대부턴가 그냥 7, 8, 9로 넘버링 방식을 바꿨다. 주 번호를 계속 1로 유지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애플 진영도 macOS X이라고 해서 한때 10.1, 10.2, 10.3 ... 이러다가 나중에는 11, 12, ..., 14.x로 주 번호를 올리기 시작했다. Windows와 macOS 모두 버전의 주 번호에서 10을 떼어냈는데.. 내 한글 입력기는 언제쯤 10을 졸업할지? =_=;;

3. UI 트렌드

(1) 소프트웨어에서 자신의 종합적인 옵션/preference를 설정하는 명령이 있는 메뉴는? 보통은 '도구' 메뉴의 맨 끄트머리에 있는 게 관행인데, (마소 UI 디자인 가이드라인) 이게 약간 케바케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크로스 플랫폼 제품 중에는 편집이나 심지어 파일 메뉴에 배치된 경우도 있다.

Windows 3.1 시절 옛날에는 아예 '옵션'이라는 메뉴가 따로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관행은 95의 도입과 함께 거의 사라졌다. 수십-수백 개에 달하는 옵션들을 지정하는 단일 대화상자가 탭이나 웹페이지 형태로 거대하게 바뀌었을 뿐.
옛날에 아래아한글 2.0은 1.5x 이후로 기능 추가와 구조 변화가 워낙 많았던 제품인지라, 새로 추가된 옵션들이 '선택사항 - 기타'의 부메뉴로 중구난방으로 쭈루룩 달렸던 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2) 데스크톱 프로그램이건, 웹사이트건.. '다크 모드'를 제공하는 게 요즘 완전 유행이 됐다.
글쎄, Windows에서 이거 전신은 '고대비 검정'이 아닐까 싶은데.. 이건 사용자 취향보다는 장애인 접근성이나 특수한 디스플레이 환경을 고려한 기능이었다.
아울러, 아이콘들의 디자인이 알록달록 대신 단촐해지면서 그림보다는 픽토그램에 더 가까워진다. 표현 형태도 벡터 폰트에 더 가까워졌다.

(3) SNS가 발달하면서 어디서나 사람 언급은 @, 키워드 태그는 #.. 이게 관행이 됐다.
이모지에다 별도의 문자 코드를 배당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만.. 이제는 게시글에 대한 피드백(좋아요, 놀라워요, 화나요 등등)조차도 거의 국제 표준을 제정해도 될 것 같다. 정말 2, 30년 전에 ICQ니 msn 메신저니, 네이트온 쓰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관행이 생겼다.

(4) 리눅스 셸이 GNOME이냐 KDE냐 하는 건, 통신사를 SKT 쓰냐 KT 쓰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ㄲㄲㄲㄲ
개인적으로는 우분투+GNOME 말고 딴 건 접해 보지 못했다. 우분투가 대세인 듯..

(5) 어떤 컴퓨터를 원격으로 접속해서 사용하는 방법이란 게 전통적으로 (1) 명령 프롬프트(터미널), (2) 파일 시스템(FTP)으로 나뉘는 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컴터 성능과 네트워크 속도의 향상 덕분에 GUI 셸, 데스크톱을 통째로 가져와서 원격으로 쓰기도 한다. 이를 구현하는 프로토콜은 표준으로 채택된 게 있는지, 아니면 제품별로 다 찢어져 있는지 궁금하다.
이건 '텍' 같은 전산 조판 언어로 코딩하듯이 문서를 만들던 게, 그냥 GUI 위지윅 워드 프로세서로 바뀐 거나 마찬가지다.

(6) 크롬 브라우저에 있는 adblock 애드인은 단순히 웹사이트 한구석에 붙은 구글 광고만 차단하는 줄 알았더니만.. 유튜브의 짜증나는 6초~15초짜리 광고들까지 몽땅 차단 박고 스킵시켜 주는구나.. 오오~ 매우 놀랍다.
그런데 유튜브의 엔지니어들도 바보가 아닐 것이고 광고주의 자기들 밥줄을 끊는 짓은 단속하지 않을까..?? 창과 방패의 싸움이 계속될 듯하다.
유튜브를 exploit하는 두 가지 방법이 광고 차단이랑 동영상 다운로드인 셈이다.

4.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요즘은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 내지, 이를 이용해 증식하는 악성 코드가 야기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랜섬웨어한테 자기 컴터나 심지어 직장 업무용 컴터가 털렸다는 소식은 본인조차 주변 지인으로부터 심심찮게 들었을 정도이다. 교통사고로 지인 누구가 다쳤다는 소식에 근접할 정도로 꽤 가까워지고 흔해졌다.

마소에서 보안, 보안 노래를 부르면서 모든 사용자에게 보안 업데이트를 끄지도 못하는 반강제로 주입시키고, 심지어 정품 인증에 실패한 불법 복제 Windows에다가도 보안 업데이트만은 무료로 꼬박꼬박 시켜 주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악성 코드한테 털려서 좀비가 된 컴터는 다른 멀쩡한 컴터한테도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가 단순히 기능 추가나 자기 동작 차원의 버그 수정만 필요하다면 업데이트를 이렇게 귀찮을 정도로 강요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보안 업데이트가 인간한테 주요 전염병 백신과 비슷한 존재가 돼 버렸지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Windows 업데이트는 너무 과한 구석이 있다. 악성 코드가 아니라 업데이트 서비스 네놈이 평소에 컴터 CPU를 과도하게 잡아먹고, 긴급히 컴터를 쓰고 싶은 상황에서도 세월아 네월아 재부팅을 강요한다.
그래서 요즘은 Windows를 부팅시켜 놓고 몇 주~몇 달째 계속 부팅 상태를 유지하며 켜 놓는 게(완전히 끄지 않고 절전 모드 전환도 포함)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데이트 설치 핑계로 지들이 제멋대로 재부팅을 해 버리기 때문이다.

옛날에 Windows 9x 시절이야 운영체제가 불안정하고, 16비트 영역의 메모리 리소스가 고갈됐기 때문에 컴을 오래 켜 놓을 수 없었다. 그때는 재부팅 정도가 아니라 운영체제 재설치까지 주기적으로 해야 했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그런 미개한 요인들이 당연히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컴을 오래 켜 놓지 못한다는 거다. 이게 말이나 되냐?

5. 터미널 환경에서의 동작

개발자?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암튼 이 바닥 종사하는 사람은 일반인들보다는 컴퓨터에서 GUI가 아니라 '명령 프롬프트'를 다룰 일이 더 많다.
Windows의 명령 프롬프트는 말할 것도 없고 PowerShell, Visual Studio Code, putty, Windows Terminal, 리눅스의 명령 프롬프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터미널을 쓰다 보면..

화면에 뜬 텍스트를 블록 잡고 복사하는 간단한 조작을 좀 하고 싶은데 키보드나 마우스 동작이 미묘하게 서로 달라서 불편을 겪곤 한다.
putty는 우클릭만으로 명령어 붙여넣기가 되는 반면, 어떤 데서는 그게 휠 클릭이고 우클릭은 일반적인 컨텍스트 메뉴 표시이다.

어떤 곳에서는 블록을 잡고 나서 Ctrl+C로 복사를 시키는 반면, 어떤 데서는 그랬다가는 실행 중지 Ctrl+C가 곧이곧대로 전달된다. 한 프로그램의 단축키와 동작에 익숙해졌는데 딴 프로그램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웠다. =_=;;
개인적으로는 터미널의 GUI 차원에서 특정 문자열이 등장했을 때 highlight 시키는 기능, 그리고 구획을 나눠서 clear을 시키면 최신 구획의 텍스트만 다 날리는 기능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터미널은 컴퓨터에 접근해서 뭔가 조작을 하는 제일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임이 틀림없다. 이거 아니면 파일 시스템만 다루는 FTP.. 하지만 요즘은 컴터 성능과 네트워크 속도가 받쳐주다 보니 아예 원격 데스크톱 GUI 화면을 통째로 쏴 주는 가상화도 가능해졌고, 이게 터미널과 FTP 기능까지 상당 부분 흡수한 상태이다. 인터넷이 괜히 WWW가 닥치고 짱이 된 게 아니듯이 말이다.

6. 나머지 불편하거나 궁금한 거

(1) 10여 년 전, Windows 7쯤이었나? SSD 하드라는 게 처음 도입됐을 때 말이다.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램 드라이브로 바뀌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부팅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져서 신기하다고 난리였다.
그러나 Windows 10이니 11이니 하는 지금은..?? C 드라이브에 다들 SSD를 쓰고 있는 세상인데도 부팅 시간이 옛날에 재래식 하드로 Windows XP나 7을 부팅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디스크 속도가 올라간 것 이상으로 Windows도 더 무거워지고 이것저것 불러들이는 게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에휴~
옛날에 디지털 카메라가 싸구려 기종이라도 폰카보다 좋은 게 물리적인 zoom 기능 말고도.. 부담 없이 끄고 켜는 게 가능하고 부팅이 아주 신속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디카에는 컴퓨터가 들어있긴 하지만 '범용 컴퓨터'가 들어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2) Windows 10/11의 시작 메뉴에서 검색란에다가 타이핑을 했는데 원하는 프로그램 검색이 안 되고 멀뚱멀뚱 있는 버그 말이다. 정말 악명 높지 않았는가?
글쎄, 내가 완전 최신 버전을 쓰고 있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설마 아직까지 그 버그를 달고 다니지는 않으리라 추측한다.
이건 개인적으로 Win10의 사용 경험을 크게 악화시킨 버그였다. 사용자가 현실에서 엄청 자주 사용하게 될 기능이 이 따위로 동작하다니, 품질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3) Windows 8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메트로 앱 '메일'이 요 근래에는 New Outlook으로 몰래, 쓰윽 대체된 듯하다. 수십 년 전에 있었던 Outlook Express의 후신이 등장한 것 같다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관심 없고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제멋대로 설치되는 건 비호감이다. 이건 그놈의 보안하고도 아무 관련 없는 사항이지 않은가.

그리고 마소에서도 화상 회의 앱에 관심이 생겼는지 Microsoft Teams라는 걸 만들었는가 보다. 내가 실행하지도 않은 녀석이 제멋대로 깔려서 CPU를 잡아먹고 있길래 바로 강제 종료하고 제거해 버렸다.
악성코드를 빌미로 지들이 악성코드처럼 구는 거는 난 절대 용납 못 한다.

(4) 이건 PC가 아니라 잠시 스마트폰 얘기이다만.. 사용자가 입력하는 텍스트를 자동 완성 내지 오타 교정한답시고 사용자가 진짜로 의도한 문자열까지 제멋대로 바꿔 버리는 거 말이다. 아이폰이 여전히 악명 높은가 보다.
주변에서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오타를 내는 사람을 많이 봤고, 나도 아이폰 쓰던 시절엔 이것 때문에 난감한 일을 몇 번 겪어 봤다.

난 내가 입력한 텍스트에는 내가 직접 책임을 지고 싶어서.. 마소 워드가 기본 제공하는 자동 고침 기능조차도 오지랖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대소문자, 줄표 등등~~) 자동 고침을 할 거면 그걸 철회하고 사용자의 원래 텍스트로 되돌리는 UI라도 주변에 눈에 띄게 넣든가.. 아이폰은 내 기억으로 그런 게 없었다.

(5) 어느 컴퓨터에나 프로그램 설치/제거 리스트를 보면.. 서버 개발자도 아닌 엔드 유저한테 MS SQL server는 누가 언제 왜 잔뜩 설치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 걸까..??? 최신 버전도 아니고 그냥 2008인데 말이다.
옛날 win7 시절에는 '실버라이트'라는 제품도 슬그머니 깔리곤 했는데 그건 망했기 때문에 요즘은 눈에 띄지 않는다.

(6) Visual Studio라든가 아래아한글 같은 프로그램은 자체적인 설치 관리자 내지 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뭔가 새 마이너 버전이 나와서 업데이트를 찍으면.. 업데이터 자기 자신부터 업데이트 되는 경우가 엄청 잦다. 그냥 심심하면 업데이트 된다.
업데이터는.. 일관된 체계로 버전 체크를 하고 새 패키지를 다운로드하고 파일 복사, 덮어쓰기, 삭제하는 기능이 전부일 텐데.. 한번 잘 만들어 놓고 나면 고칠 일이 거의 없을 텐데?? 내부적으로 뭐가 그렇게 자주 바뀔 게 있는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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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4/06/03 08:35 2024/06/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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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뭔가 죄를 짓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사고를 친 정도와 그 의도가 다음과 같은 잣대로 평가된다.
처벌 수위 견적=_=을 낼 때 이런 게 반영된다.

1. 경범죄

이건 위반한다고 해서 '체포'된다거나 전과가 남지는 않는 경미한 위· 범법 행위이다. 그냥 범칙금이나 유치장 구류 한 방으로 경찰 선에서 끝나고 다른 뒤끝이 없다. 판· 검사한테 가지도 않는다. 의료에다 비유하자면 병원에 가지 않고 약국이나 가정 상비약 선에서 끝나는 것과 비슷하다.

횡단보도 무단횡단이나 노상방뇨를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어지간한 새치기 민폐, 무임승차, 무전취식은 다 경범죄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짓거리가 상습적이고 악질적이고 규모가 커지면 중범죄인 사기, 업무방해, 주거침입 등으로 업글된다. 처벌도 벌금이나 징역으로 바뀐다.
음주운전, 뺑소니나 강도, 성추행범 몰카범은 잡히면 그대로 체포된다. 이런 거 현행범은 일반 시민이라도 제압해도 될 정도이다. 이게 바로 경범죄와 중범죄의 차이이다.

참고로, 과태료는 범칙금과 다르다. 법원도, 경찰도 거치지 않는 행정 계층에서의 금융치료-_- 되시겠다. 사고를 냈을 때의 벌칙이라기보다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행정 조치를 어겼을 때의 제재에 가깝다. (산불을 냈을 때가 아니라 산에 화기를 반입하다가 적발됐을 때, 교통사고를 냈을 때가 아니라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게 적발됐을 때처럼..)
쓰레기 무단투기나 불법주차는 과태료 깜이지 경범죄조차도 아니다. 그 반면, 과속이나 신호위반 적발은 범칙금과 과태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특이한 사례이다.

2. 중지미수

중범죄에 가담하고 현장까지 갔지만.. 나중에 회개해서(죄책감 때문에?)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그 범죄를 수행하지 않고 때려치운 것. 이건 상식적으로 당연히 가장 관대하게 처분된다.
뒤에 나올 자수나 장애· 불능미수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형법 제52조) 이렇게 감경 면제가 옵션이다. 그 반면, 중지미수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형법 제26조)로, 감경 면제가 반드시 수반된다.

3. 과실

고의가 "전혀" 없이 전적으로 실수나 사고로 인명· 재산 손실이 크게 난 경우이다. 이건 감방을 가더라도 징역이 아니라 금고형으로 처분되는 편이다.

지난 2019년 말, 진주시에서는 미친 칼치기 끼어들기 때문에 시내버스가 급정거하고, 서 있던 한 여고생이 버스 안에서 뒹굴면서 목을 다치는 사고가 났었다. 결국 평생 전신마비 장애인..
이건 음주 무면허 뺑소니가 아닌 일상적인 과실 교통사고 중에서는 죄질이 엄청나게 나쁜 축에 들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금고 1년으로 모든 처벌이 끝났다.

그렇다고 모든 과실죄가 금고형인 건 아니다. 실수로 산불을 낸 건 고의성이 없었더라도 산림보호법에 의거하여 3년 이하의 징역이다. 형법에 규정된 '실화와 방화의 죄'보다 처벌이 더 무겁다.

4. 장애-불능미수

나쁜 의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해자의 삽질이나 실수, 착오 때문에 대미지가 가지 않은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황 하나만 참작될 뿐, 중지미수나 과실보다는 죄질이 나쁘게 평가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미수범까지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는 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모든 중범죄가 미수범을 처벌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음주운전은 심각한 중범죄이긴 하지만 미수범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을 할 의도가 명백했지만 차가 고장 났다거나 다른 이유로 인해 결과적으로 음주운전이 실행되지 않았다면 그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5. 자수

죄를 저질러서 이미 사고를 쳤지만.. 그래도 당사자가 뒤늦게라도 죄를 뉘우치고 순순히 자수하고 자백하면서 수사에 협조한다면? 그럼 형이 많이 가벼워진다.

2000년대 이전에 중국에서는 "모든 피의자는 수사관에게 사실 그대로 이실직고하면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이게 형법에 명시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미국에서는 사법거래라고 해서 이런 자수 자백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 대신,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합의를 시도하는 것을 매우 금기시한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경찰이 피의자한테 "나한테 다 털어놓으면 내가 형량 가볍게 해 줄게" 이렇게 사법거래 하듯 떠보는 거는 상당수가 그냥 낚시라고 한다. ㅡ,.ㅡ;;

.그리고.. 자수한다고 감형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 역시 아니다.
온 보현이라든가 (지존파를 롤모델로 삼았던 1990년대 연쇄살인범), 장 대호 (한강 몸통 시신 사건)처럼 말이다.

전자는 지존파를 알현하면서 사이 좋게 감방 생활을 한 게 아니라, 지존파와 함께 나란히 사형이나 당했다. -_-;;
후자는 "너 다음 생에라도 또 그랬다간 나한테 죽어?"라고 남자답게 당당히 외치고는 장렬히 무기징역을 먹었다.
누울 자리 좀 보고 다리를 뻗었어야지. =_=;;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의 기미를 보이면서 자수를 해야 정상 참작이 된다. 공명심· 허세 차원에서.. 혹은 수사망이 좁혀져 오고 다 끝났으니까 다른 카드가 없어서 자수하는 건 약발이 별로 안 통한다.

6. 중범죄

자, 경범죄가 아니고 미수· 자수 같은 할인 요인이 없는 범죄라면.. 일단 원칙대로 간다.
집행유예 중에 또 사고를 쳤냐, 동종 전과가 이미 있느냐, 일반인이 아니라 그 바닥 업계 종사자냐(더욱 객관적이고 청렴해야 하는..), 돈 받고 일하던 중에 사고를 쳤냐(더욱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 이런 것들은 가중 처벌 요인이다.

강력 흉악범죄를 무리를 짓거나 도구를 써서 저질렀으면 특수라는 이름으로 가중처벌된다. 주위에 보이는 흉기를 우발적으로 집었느냐, 아니면 흉기를 미리 계획해서 챙겨 갔느냐를 갖고도 형량이 크게 달라진다.

그 반면, 초범이거나 그놈의 심신미약이 참작되면 형이 감경된다.
극악무도한 존속살인이지만 애가 극심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부모를 죽였거나, 극악의 조현병· 치매 간병을 견디다 못해 노부모를 죽인 거면.. 이 역시 참작된다.
옛날에 안 두희 구타 살인은 정말 빼박 흉악 범죄였음에도 불구하고 열화와 같은 국민적인 지지와 공감 때문에 가해자가 징역 3년으로 최대한 감경됐다. 그나마도 특사 받아서 형기를 1년 반 정도밖에 안 살고 풀려났었다.

형사범죄의 처분 절차는 다음과 같다. 위에서 아래의 순으로 더 깊숙히 들어간다.

  • 내사종결(경찰 컷): 이때는 증인도 아니고 참고인이며, 가해자는 용의자라고 불린다.
  • 혐의/공소권 없음(검사 컷): 용의자가 죽어 버렸다거나, 알고 보니 정당방위· 긴급피난으로 퉁쳐졌다거나, 공소시효가 끝났다거니, 증거가 충분치 않다거나 등등등이다.
  • 기소유예: 혐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검사 재량으로 기소하지 않고 봐 준 경우이다. 이 범죄 용의자가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면 이 등급까지만 가도 공로가 인정되어 포상금· 현상금이 나온다.
  • 선고유예: 여기부터는 재판이 시작된다. 증인이 동원되며, 가해자는 피의자라고 불린다.
  • 무죄판결: 판사가 이렇게 판정해 주면 제일 좋겠지만, 여기까지 가는 길이 참 험난하며 여러 사람들이 피곤하다.
  • 집행유예: 감방에 직접 가지만 않을 뿐, 다른 모든 불이익은 똑같다. 여기서부터는 빼박 범죄자-전과자이다.
  • 실형(집행정지 / 면제 / 가석방 / 사면): 이것들은 복역 중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쪽으로 겪을 수 있는 변수 이벤트이다.

내가 왜 어쩌다가 이런 걸 찾아보고 있지?? ㄲㄲㄲㄲㄲ

(1) 장교 임관이나 국정원 입사=_=처럼 신원조회가 빡세게 행해지는 직업에 입문하고 싶다면 정말 중범죄와 관련된 그 어떤 기록도 없는 게 좋을 것이다. 전과는 말할 것도 없고 기소유예조차도 말이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부터는 국회의원에서 짤리고, 각종 고위 공직 선거에 당선됐던 것도 무효 처분을 당한다.

(2) 벌금을 넘어선 징역· 금고는 집행유예라도 넓은 의미에서의 실형에 속한다. 좁은 의미로는 정말로 감방 들어가는 것만 실형으로 치지만 말이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사기업은 사람을 뽑을 때 저 정도로 빡센 신원 조회는 안, 아니면 못 한다. 하지만 "해외여행에 결격사유 없는 자"라고 명시해서 전과자를 우회적으로 거른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게 단순히 군 미필만 거르는 게 아니다.

(3) 30년이 넘는 징역 vs 무기징역 vs 사형..;; 물론 법적으로야 위력을 나타내는 부등호가 < 이지만, 일반인이 보기엔 그게 그거인 것 같다. 마치 사망이냐 실종이냐 전신마비냐 식물인간이냐 처럼 말이다.;;
참고로 무기금고와 무기징역을 합쳐서 종신형이라고 부른다. 천주교에서 공식적으로 신부와 주교를 합쳐서 사제라고 부르듯이 말이다.
사형수는 미결수도 아니고 기결수도 아닌 므흣한 존재이다.

(4) 사회에서 엄청 끔찍한 죄를 지어서 높은 형량을 받았느냐~~ 랑, 교도소에서 너무 사고를 많이 치고 수형 성적이 개판이냐~ 는 약간 별개의 개념이다. 둘이 딱히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다.
교도소 중에서도 최악 흉악범만 취급하는 제일 빡센 곳이 있는가 하면, 교도소 안에서 징벌용 독방이라는 것도 있다.

(5) 가석방은 감방에서만 내보내 주고 죄는 그대로인 반면, 사면은 아예 죄 자체를 없애서 교도소에서도 내보내 주는 조치이다.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의 차이는.. 사면 대상자의 집합을 조건제시법으로 기술하냐, 원소나열법으로 기술하냐의 차이와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사면이 행해진 건 김 영삼 시절 1995년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그 뒤 광복절 특사, 삼일절 특사 같은 관행은 다들 특별사면이다.
성경이 말하는 구원 '예정'도 조건제시법이지, 원소나열법인 게 아니다.

(6) 우리나라 법에서 집행유예라는 건 3년 이하의 금고나 징역형에 대해서만 존재했다. 그런데 벌금형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만들자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안 그래도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대체제도 비현실적으로 너무 관대해서 문제인 와중에 말이다.
한편, 외국에서는 사형에 집행유예가 있는 경우가 있댄다. 우리나라는 이건 이미 수십 년째 집행유예 상태이다. 자유형처럼 오랫동안 길게 지속되는 벌이 아니라, 벌금이나 사형처럼 한 순간에 끝나는 벌에다 집행유예를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7) 그리고 요즘은 수형 중인 죄수에게 투표권을 주는가 보다. 처음엔 집행유예 죄수한테만 주다가 나중에는 감방 실형 죄수한테도 말이다.
선거권 박탈은 금고· 징역 복역 기간과(집행유예 기간 포함) 함께 당연히 뒤따르는 명예 몰수가 아닌가 싶었는데.. 사실은 세계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굉장히 반민주적인 폭거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22 08:35 2024/05/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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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쯤 전이던 2023년 4~5월 사이에 국내외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크리스천 세 분 정도가 소천하여 주님 품으로 갔다.
공교롭게도 표준역 킹 제임스 성경 2판이 출간되어서 막 시끌시끌하던 시기와 비슷하다.
다들 이 블로그에서 이전 글에 언급한 적이 있었던 분들이긴 하다만.. 그때 이후로 새로 추가된 정보도 있으니 한데 모아서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다.

1. 론 해밀턴 (1950 ~ 2023. 4. 19.)

O Rejoice in the Lord (God never moves without purpose or plan ...)라는 훌륭한 찬송가의 작사 작곡자이다. “전능하신 우리 주 하나님”으로 시작해서 후렴 끝부분이 “나 주 안에 연단 받은 후 정금같이 되리”인 그 곡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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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은 질병 때문에 왼쪽 눈을 잃고 인생 대부분을 궁예처럼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눈을 하나 잃은 때도 1978년.. 저 찬송가는 작곡자가 눈을 잃은 뒤에 인생 간증을 담아서 만든 거라고 한다.

본인은 저 찬송가 가사의 안티테제(?) 격으로 An American Crime이라는 2007년도 영화가 떠오른다. 1965년에 미국 인디애나 주 깡촌에서 벌어졌던 실비아 라이컨스 양 학대치사 사건을 다룬 끔찍한 범죄 영화 말이다. 이것도 이미 이 블로그에서 옛날에 언급했던 바 있다.
영화에서는 피해자인 10대 소녀가 누적된 질병과 상처, 영양실조로 인해 결국 죽고 나서 쓸쓸히.. 이렇게 독백하는 걸로 끝난다.

Reverend Bill used to say: "In every situation, God always has a plan". (살아 생전에 다녔던 동네 교회 목사의 말)
I guess I'm still trying to figure out what that plan was. (그 계획이 뭔지 난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개인적으로 저 찬송을 부를 때면 저렇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다 포함해서 하나님의 plan이 무엇이고 허락하시는 뜻이 어디까지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곤 한다. 찬송가 영어 가사에 따르면 하나님은 결코 실수를 하지 않으시고 내 인생 행로를 다 아신다고 했으니까.

아무튼 세월이 흘러서 그 가사를 쓴 찬송가의 작곡자도 소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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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실비아 라이컨스를 연기한 배우 엘렌 페이지.
현재는 남자로 성전환을 해서 ‘엘리엇 페이지’가 됐다 ㄷㄷㄷㄷㄷ)

2. 오야마 레이지 목사 (1927 ~ 2023. 5. 16.)

이 사람은 자기 나라가 이웃 민족에게 저지른 참혹한 죄악에 대해 알게 되고는 너무 멘붕해서 반세기 이상 평생을 사죄하는 일에 앞장섰던 엄청난 일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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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19년 4월, 제암리 학살 사건에 꽂혔다. 한국과 일본이 이제 막 수교를 맺었던 1965년~67년엔가 한국을 찾아와서 사죄하고.. 십시일반 모금을 해서 제암리 예배당 재건 비용을 대려 했다.
이때는 정작 제암리 학살 유족 후손들조차 더러운 왜놈의 돈 따위 받기 싫다고 차갑게 거절했는데도 말이다.

“바로 옆의 니 형제와도 화해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일본 교회의 예배를 받아 주실 리가 없다~ 일본은 대대적으로 사죄해야 한다 //
일본의 과거 침략 만행을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그만 됐다고 하실 때까지 계속 무릎 꿇고 고개 숙이고 있겠습니다” 이랬고..

제일 최근엔 2019년까지도 노구를 이끌고 한국 와서 도게자를 했다. 당연히 삼일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다.
저분은 소천했지만 그의 아들이 계속해서 사죄와 화해 운동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20년대에 와서는 새에덴교회 소 강석 목사와 접촉 중인가 보다.

무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죄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신앙의 양심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성 특유의 끈질긴 집념과 근성의 산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JR 서일본에서 2005년도 전철 탈선 사고 사과문을 홈페이지에다 현재까지 박제해 놓고 있고, JAL(일본항공)에서 신입사원들한테 1985년도 여객기 추락 사고를 세뇌 주입시키고, 일각에서 20년 전의 의사자 이 수현 씨를 계속 기억하고 추모하기도 하니 말이다.

저 정도로 진심을 다했으니 승무원들이 훈련이 워낙 투철하게 돼서 지난 1월 2일의 여객기 화재 사고 때 수백 명의 승객들이 단 1명도 사망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3. 정 광진 변호사 (1937 ~ 2023. 5. 19.)

딸을 4명 두고 있었는데 3명을 1995년 백화점 붕괴 때문에 한꺼번에 잃은 그야말로 욥의 현실판인 분이었다. 그것도 다들 20대 꽃다운 나이였는데!!
이분은 종로학원의 설립자 정 경진의 동생이고.. 서울대 법대 나와서 사법시험 합격하고 판사로만 10여 년 재직하며 엘리트 코스를 갔다. 그런데 장녀가 초등학교 시절에 질병으로 인해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론 해밀턴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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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치료를 시도하느라 의료비도 많이 들었는데, 완전히 맹인이 된 뒤에는 특수학교로 통학을 시켜야 하니 자가용이 없으면 도저히 안 되는 지경이 됐다. 자녀 4명이나 키우는데 이런 일까지 생기니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는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음..;;;

그래도 장녀를 미국 유학까지 보내고 정말 잘 키웠는데.. 그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었고 시신조차 못 찾았다고 한다. 그나마 하나 남은 딸도 사고의 충격 때문인지 몇 년 뒤 병으로 죽었다.
이 정도면 이분도 아까 저 American Crime의 결말부 만만찮게 “신이란 게 있다면 도대체 지금 머릿속에 뭔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이렇게 따질 만도 해 보인다.

저분은 사고 보상금에다가 사재를 보태서 '삼윤 장학재단'이라는 걸 만들어서 자기보다 형편이 더 어렵지만 '살아는 있는' 장애인들의 교육과 지원에 애썼다. 그러고 작년 5월에 세상을 떠났다.
하긴, 이렇게 자녀를 잃은 사람이 죽은 자녀 몸값으로 억만금을 받는다 한들.. 그걸로 서울 한강뷰 아파트를 사겠는가, 세계일주 오성급 호텔 원정을 가겠는가? 자녀 이름을 딴 장학 재단 만들거나 복지와 관련된 일에 보상금을 쓰게 된다.

딸들은 살아 생전에 서울에 소재한 영화교회라는 곳을 다녔으며, 이분도 신앙이 있었고 교회 장로였다고 전해진다. 소천했을 때 빈소가 분당 서울대 병원이었고, 새에덴교회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니 노후는 분당에서 보냈던 것 같다.
어째 새에덴교회가 오야마 레이지 목사와 정 광진 변호사하고 모두 접점이 있는 것이 흥미롭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14 19:35 2024/05/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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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이야기

1. 평가

국왕이건 대통령이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군주? 국가원수는 재임 중에 그야말로 엄청난 부귀영화에다 최고의 복리후생 서비스를 공짜로 받으면서 최고 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 사람도 죽거나 퇴임한 뒤에는 엄연히 당대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칭호라든가 '묫자리'의 등급이 그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교외에 초라하게 쳐박혀 있는 연산군묘와.. 정말 으리으리한 규모로 조성돼 있는 세종대왕릉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이런 사례는 성경의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 "... 그들이 그를 다윗의 도시에 묻었으나 왕들의 돌무덤에 두지는 아니하였더라" (대하 21:20, 안 좋은 왕 여호람)
  • "... 히스기야가 자기 조상들과 함께 잠드니 그들이 그를 다윗의 아들들의 돌무덤 중에서 가장 좋은 곳에 묻어" (대하 32:33)

역사 속의 왕 중에서 특별히 매우 탁월 훌륭했던 명군 성군은 '대왕'이라고 높여 부르곤 한다.
고구려 광개토, 조선 세종, 프로이센 제국의 프리드리히 대왕 정도가 떠오른다. the great / der Große

2. 묘호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까지는 군주의 이름이 다 '무슨무슨 왕'이었다. 그러다가 고려부터는 묘호라는 게 도입돼서 '-종' 이렇게 표기가 바뀌었다. 내가 알기로 아마 중국 시스템을 가져온 거지 싶다.

자기 임기를 못 마치고 폐위된 왕은 '-군'이라고 불리며, 묘지조차 '릉'이라고 불리지 못하게 된다는 건 잘 알려진 상식이다. 연산군· 광해군이 그 예이다.
그럼 정상적인 왕에게 부여되는 '-종'과 '-조'의 차이는 뭘까? 이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의외로 드문 것 같다.

" '조'가 '종'보다 격이 더 높다.", "쿠데타를 일으켜서 왕위를 뺏은 왕이 '조'(세조, 태조..)다" 이런 말은 들어 본 것 같다.
글쎄, 검색을 해 보니 "공이 많은 왕은 '조', 은덕(?)이 많은 왕은 '종'"이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구분 기준이 매우 불명확하다. 공으로 치면 세종대왕이야말로 '조'가 돼야 하지 않는가? 여전히 좀 헷갈린다.

고려가 원 간섭기에 들어가서 개판오분전이 됐을 때는 왕의 이름에 '-종' 그딴 거 없고 몽땅 다 '충?왕' 내지 '공?왕'으로 물갈이됐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이름을 붙여야 했으니 말이다. ㄲㄲㄲㄲㄲㄲ
그리고 조선도 나중에 제국이니 황제를 표방했지만.. 일제에게 휘둘렸을 때는 그냥 '이왕가'라고 격하됐다. 천황 폐하의 휘하에 있는 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 왕들의 묘호는 그대로 고종 순종이 이어진 듯하다.

3. 현대의 대통령

현대 사회 시스템이 전근대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른 특성 중 하나는 고도의 세분화· 전문화, 계층 분리, 법과 규정· 매뉴얼 운용이다.
한 사람 독점이란 게 없으며, 한 사람의 실수나 폭주, 유고가 조직 전체를 순식간에 말아먹지 못한다. 서열 1위 VIP가 급사하면 이미 있던 매뉴얼에 따라 다음 서열이 그 자리를 승계할 뿐이다.

소유와 경영이 구분되고(국가뿐만 아니라 땅이나 기업, 선박, 군대 같은 것도..), 통치자의 권한도 사법 입법 행정 분야별로 분리된다. "짐이 곧 국가이니라, 짐이 곧 법이니라" 이런 게 없다.
뭐, 미국은 세계 최초로 임기제 대통령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이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 정치 모델을 따랐다. 두 나라 모두 초대 대통령은 자기를 3인칭화하면서 반쯤 왕 행세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그 당시에는 충분히 파격적이었다.

대통령은 조선 시대 국왕 같은 존재가 아니다. 대통령이 죽었다고 해서 무슨 묘호를 따로 붙이거나 무덤을 왕릉 급으로 성대하게 꾸미지는 않는다. 그냥 국립 현충원의 국가원수 묘역에 모셔 주는 게 예우의 전부이다.
거기에 안장되는 자격은 단순히 무능해서 나라 말아먹은 정도로는 박탈되지 않는다. 악의적인 사고를 훨씬 더 크게 쳐서 형사 범죄 유죄가 확정됐을 때에나 박탈된다.

그런데 국립 대전 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이 생긴 이래로 40년이 다 돼 가는 와중에, 저기에 묻혀 있는 사람은 울나라 역사상 제일 존재감 없었던 대통령인 최 규하 내외밖에 없다는 게 함정이다..;; 덕분에 저 묘역 자체의 존재감도 최 대통령의 존재감처럼 돼 간다. -_-;;

(리 승만과 박 정희 대통령 묘소는 서울 현충원 안에서 어지간한 왕릉처럼 따로 조성돼 있긴 하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특례 예외가 더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4. 왕에 준하는 영어 어휘

(1) prince는 꼭 왕의 친아들뿐만 아니라 왕의 사위(부마) 내지 왕에 준하는 고위 통치자.. governor 총독과 얼추 비슷한 뜻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성경의 사 9:6 Prince of Peace가 '평화의 왕자'라고 번역되지 않음을 생각해 보자.
그러고 보니 Prince of Persia도 있구나. ㅋㅋㅋㅋㅋ 여기서도 주인공이 혈통상으로 무슨 왕의 친아들 같지는 않다. ^^

(2) 그러고 보니 여자 계열인 queen은 왕비도 되고 여왕도 된다. 영어에서 로얄 패밀리 관련 용어들이 전반적으로 중의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3) 다니엘서 6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총리 president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prince와 대등하게 같이 나열된다. 서로 비슷한 신분이지만 선출 방식, 영역이나 직무, 지위가 다른 듯하다.

5. 왕보다 높은 칭호

다음으로 반대로 왕보다도 높은 사람은 뭐라고 부를까?
성경에서 쓰이는 타이틀은 king of kings '왕들의 왕'이다. 우리식으로 좀 짤막하게 의역하면 '왕중왕' 정도. 사실상 예수님의 칭호로만 쓰인다는 건 성경깨나 공부한 사람이라면 아실 것이다.

그 반면, 세상에서 특히 동양 한중일 문화권에서는 '황제'가 친숙하다.
오늘날은 옛날 같은 왕정이 세계적으로 전멸하다시피했기 때문에 "테란의 황제 임 요환. 소프트웨어의 황제 빌 게이츠"처럼 그 분야의 지존 왕고, 1인자 같은 비유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오늘날 자기 국가원수에 대한 영문 공식 명칭으로 emperor를 쓰는 나라는 일본이 세계 유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야 반일 감정 때문에 '皇'자를 붙이고 싶지 않아서 '천황' 따위 생까고 '일왕'이라고 부르는 곳이 많다.
허나, 김 대중 때 저쪽에 대한 울나라의 공식 표기를 '천황'이라고 굳히기는 했었다. 노 태우 때 '중공' 대신 '중국'이라고 공식 표기를 굳힌 것과 완전히 동급으로 말이다. 왜냐하면 그때 한중 수교 내지 일본 대중문화 개방 같은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6. 나머지 얘기들

(1)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성경엔 이스라엘 백성 "우리도 왕을 갖고 싶습니다" vs 사무엘 "그 왕의 간지를 유지하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하냐? 니들은 왕을 뒀다간 세금폭탄 맞고 개고생할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왕을 없앨 수도 없고 소용없을 거다" 이런 말이 나온다.
이거.. 요즘으로 치면 "우리도 빚 내서라도 차를 장만하고 싶습니다." vs "차는 안 몰고 세워 놓기만 해도 유지비가 얼마나 드는지 알기나 하냐? 나중에 빚더미에 올라서 고생해도 차를 무를 수 없을 거다" ...;; 카푸어와 싱크로율이 아주 높아 보인다.

(2) 동양에서는 역대 왕들에게 서로 다른 한자 글자를 할당해서 이름을 붙이는 반면.. 서양은 기존 선조의 이름을 계속 재활용하면서 n세 n+1세.. 이러는 관행이 있다!! 한중일에서 n세 n+1세 이런 이름이 붙은 군주는 내가 아는 한 없다. 신기한 노릇이다. =_=;;

(3) 신라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서로 다른 김, 박 왕조가 번갈아가며 왕좌에 올랐으며.. 잠깐이지만 여왕도 있었다. 왕릉이 바다에 조성된 왕도 있었고, 또 죽어서 왕으로 추존된 장군(김 유신)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사금인지 뭔지 이렇게 불리다가 진흥왕인가 그때 처음으로 중국식 표기가 도입됐다. 여러 모로 특이하다.

(4) 왕 내지 절대권력을 의미하는 색깔도 문화권마다 다른지.. 성경 시대엔 보라색?자주색? 계열이 고귀하게 여겨진다.
예수님이 왕드립 패드립을 당하실 때도 이 색깔의 겉옷이 걸쳐졌다(요 19:2).
한때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는.. "5호선 보라색의 상징은 황제입니다. 5호선을 이용하시는 승객 여러분도 황제입니다" 이런 아부성 광고가 붙기도 했는데.. 그 색의 의미가 저기서 유래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중국 청나라에서는 노랑이 황제를 의미하는 최고급 색깔이었다.

(5) 세종대왕에 대해서.. 종모법을 시행해서 노비 신분을 무슨 유전병 우성 인자마냥 퍼뜨리고 전 백성을 노비로 만든 원흉인 것처럼 얘기하는 낭설이 떠돈다.
글쎄.. 오히려 세종 이후 나중에.. "부모 중 누구라도 노비이기만 하면 자식은 모두 노비" 즉, X나 Y 둘 중 하나가 아니라 X|Y를 만들어 버린 게 진짜 노비를 폭증시킨 것 같은데 말이다. 저건 마치 "요셉에 대해서 백성의 땅을 몽땅 뺏어 버린 원흉"이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어 보인다.

(6) 왕은 저렇게 고귀한 신분이거늘, "우리를 사랑하사 자신의 피로 우리의 죄들에서 우리를 씻으시고 하나님 아버지를 위해 우리를 왕(경복궁!!)과 제사장(종묘!!)으로 삼으신 예수 그리스도"에게(계 1:5-6) 찬양과 영광을 돌리고 싶어진다.
진짜 왕 신분은 자주색 노선인 지하철 탄타고 부여되는 게 아니라 예수님의 피를 믿어야 영적 신분으로나마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22 08:35 2024/04/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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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요거 이후로 무려 5년 만이다. =_=;;

1. 건반악기

세상에 피아노 말고도 여러 건반악기들이 있지만, 피아노처럼 언제 어디서든 건반만 누르면 소리가 탱~ 나는 악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페달을 밟거나 손으로 뭘 주무르거나 입으로 뭘 불어서 바람을 넣으면서 건반을 눌러야 한다. 전자 악기라면 하다못해 전원이라도 켜야 된다.;;
피아노는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아가는 반자동 이상 등급의 화기인 것 같다. 다른 악기들은 장전을 매번 새로 해야 하는 수동식이거나 아니면 심지어 머스킷 같은 전장식 화기와 비슷하다;;

지금이야 건반의 배색이 주 음계는 흰색, 반음계는 검정으로 정착해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이 색깔 배치가 반대였었다고 한다. 수가 더 많은 검정색이 제조 원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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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실로폰은...? 건반악기이긴 한데 건반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채로 치는 형태라는 것.. 그리고 음별로 건반의 길이가 균일하지 않다는 게 특이하다. 하긴, 피아노는 그렇게 길이의 차이로 음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부위가 건반이 아니라 피아노 몸체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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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악기

일명 북, 드럼이라고 불리는 타악기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초등학교 음악 교과 용어인 큰북과 작은북이 전부이다. =_=;; 전자는 세워 놓고 옆을 치고, 후자는 눕혀 놓고 윗면을 친다.
이 두 드럼은 전문 용어로는 각각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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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물건 말고 '팀파니'라는 악기가 클래식에서 큰북 역할을 하는가 보다. 평범한 둥둥 단음이 아니라 나름 음역(음정) 구분도 되는가 보다. 윗면을 치는 형태인 듯?
작년 봄엔 KBS 교향악단에서 실황 공연 중에 팀파니가 찢어지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는데.. 연주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서 팀파니 3개만으로 4개 같은 연주를 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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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말고 현대/실용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바닥에서는 이렇게 생긴 드럼 키트? 세트가 있다.
저런 세트에는 드럼뿐만 아니라 심벌즈처럼 생긴 금속판도 달려 있어서 양손이 아니라 채로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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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럼 세트에서 스네어드럼 말고 툭툭 치게 되어 있는 작은북들을 '톰톰'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얘는 드르르륵 칠 때 나는 소리도 클래식이나 군악에서 나오는 진짜 작은북의 소리와는 다르다. 그러니 확실히 별개의 악기이긴 하다.

한때 '킥 드럼 베이스' 테크노(?) 댄스가 유행이고 유튜브에도 많이 올라오던데 말이다..;; '드럼' 때 나오는 동작이 톰톰을 드르르륵 치는 동작일 것이다.

타악기는 그냥 두들기기만 하면 되니,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통상적인 멜로디 악기들 정도로 오랫동안 전공하고 어렵게 숙달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_=;; 글쎄, 실제로 드럼을 전공한 분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무식한 소리 말라고 비웃음 당할지 모르겠지만.. 비전공자는 그쪽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니 말이다.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은? 드럼 계열이 아닌 초딩 타악기 3관왕인 것 같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 3S가 초딩 놀이터의 3대 구성요소인 것처럼 말이다. 얘들 정도면 악기를 제조하거나 구매하는 것도 엄청 저렴하고, 다루는 것도 워낙 가볍고 쉬우니.. 만년 유치원· 초딩용인 듯하다.
그나마 리코더는 초딩 음악 중에서는 약간 상위급이랄까? 나름 플루트처럼 전문가 괴수 연주자도 있다고 한다. ㄲㄲㄲ

3. 군악

오늘날이야 군대에서 악기를 다루는 건 열병식 퍼레이드 내지 각종 전통 행사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실전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악기가 동원되곤 했다.
북 같은 타악기는 (1) 으쌰으쌰 흥분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으로, 다같이 합을 맞춰야 하는 (2) 단체 행동에서 박자 맞추기 용도였다. 그리고 나팔 같은 관악기는 (3) 지시를 전달하는 신호기 용도였다.

디즈니 포카혼타스(1995) Savages 노래에 Now we sound the drums of war 가사는 절대로 비유적인 표현만이 아니었다. 1600년대에 인디언이고 유럽인이고 전투 때 실제로 북을 둥둥 쳤으며 그게 화면에서도 묘사됐다.
패트리어트(2000)에서도 독립전쟁 때 식민지 측이던가 and/or 영국 측이던가 “진격~!!” 명령과 함께 옆에서 누가 드럼을 드르르륵~ 치는 장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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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 시절을 풍미했던 고전 게임 남북전쟁에서도 교전 때.. 대포나 소총수를 움직일 때는 별 소리가 없는데, 기마병을 움직일 때는 나팔 소리를 흉내낸 듯한 빰빠빰빠~ 멜로디가 나왔다. 이거 나름 고증 반영이지 싶다.
그 뒤 비교적 근현대에 속하는 러일 전쟁.. 203 고지 영화도 보니까 일본군이 러시아 진지로 돌격할 때 옆에서 누가 저 남북전쟁 같은 나팔을 삐리리리 불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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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 나팔은 나중에 호루라기로 바뀌었고.. 각개전투 전술이 고도화되고 무전 같은 다른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야전에서 아날로그 음향 장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통신이라는 병과가 군악이라는 병과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한 셈이다.
승마라든가, 빨강 파랑 원색 전투복, 총검술, 제식 등 군대의 여러 요소들이 야전 실전에서 퇴출되고 그냥 스포츠로 바뀌거나 사관생도들 가오만 내는 레거시로 바뀌었다. 허나, 군악이라는 요소는 저런 것들보다는 비교적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이솝 우화던가.. 전쟁터에서 어느 군악병이 적군에 의해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히게 생기자 "살려주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일체의 총질을 한 적 없고, 오로지 나팔밖에 불지 않다구!!" 라고 항변했는데.. 적군 왈, "허나, 당신의 나팔 소리에 당신네 병사들이 사기가 오르고 고취되고, 더 신이 나서 우리에게 총질을 해댔지" 이렇게 대꾸하고는 그 군악병을 사살 내지 사로잡았다고 한다.
군악이 전쟁터에서 쓸데없는 무용지물 병과가 절대로 아니며, 다 이유가 있어서 군대에서 저런 걸 배치했다는 것이다.;; 군종· 정훈이나 심지어 의무 병과처럼 말이다.

4. 군대 나팔

군대에서는 휴대하기 야외에서 불기 좋은 악기를 선호한다. 하모니카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장에서 큰 인기였다. 이건 각 군인들의 심신 안정용이다.
수자폰은.. 그 큰 덩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행군용으로 워낙 최적화돼 있으니 천상 군대 악기인 것 같다. 악기가 사람 몸을 감싸고 덩굴을 튼 형태이다.

이런 것 말고 뭔가 군대에서 지휘와 권위를 상징하는 악기는 트럼펫 부류의 금관악기 나팔이라 하겠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 신약 성도들의 부활 내지 휴거를 알리는 시그널도 나팔 소리일 거라고 말한다. (고전 15:52, 살전 4:16 등) "하나님의 나팔 소리 천지 진동할 때에"라는 찬송가를 생각해 보자.

국기에 대한 맹세, 장성 행진곡 등 각종 국민의례 BGM들과 심지어 군대의 악명 높은 기상 멜로디까지 모조리 B플랫 장조인 이유는.. 트럼펫의 기본조가 B플랫이기 때문이다.
흠..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군대 기상 멜로디라면...??? 군대 트라우마가 있는 크리스천 형제라면 처음에 좀 섬뜩하긴 할 것 같다. =_=;;;;

강원도 전방 산골짜기 어딘가에 박혀 있는 모 부대는 우리나라에서 최후까지 기상 나팔을 녹음된 음원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불었다고 한다. 이건 마치 강원도 정선에서 최후까지 통표 폐색 방식을 썼던 옛날 철도역에 대해 듣는 느낌이다.
철길 건널목도 옛날에는 진짜로 금속종을 때려서 땡땡 경보음을 냈고 옛날 초인종도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전부 다 녹음된 멜로디로 바뀐 지 오래다. 기상 BGM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겪은 셈이다.

군대가 아닌 싸제 학교나 경찰에서는 호루라기가 쓰이는데, 이건 엄연히 악기이다. 쓰임새는 타악기와 비슷하지만 소리 내는 원리는 명백히 관악기이다. 학교 체육 시간에 달리기 경기를 시작할 때 먼 거리에서는 신호총을, 가까운 데서는 호루라기를 쓰는 듯하다.
그에 비해 휘파람은.. 성악도 아니고 기악도 아니고 뭘까? 군대보다는 애완동물에게 신호를 할 때 종종 쓰인다.

5. 나머지 잡생각들

(1) 음악 용어에서는 코드가 code가 아니라 chord를 가리키며.. 베이스는 base가 아니라 bass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차이점인 듯하다. -_- (화학에서는 base가 근간, 바탕, 기지, 밑 등의 뜻이 아니라 약간 뜬금없게 acid '산'의 반의어인 '염기'를 뜻하기도 하지..)

(2) 음악의 조도 key라고 하고 건반도 key라고 하다니 좀 이상한데..? 뭐 우리말은 원래 두 음고(시각)의 차가 음정(시간)인데, 음고 내지 조까지 다 음정이라고 부정확하게 싸잡아 말하는 편이다. '암호'(password / crpyto-, cypher)와 비슷한 유형의 모호한 다의어인 셈이다.

(3) 멜로디를 읽으면서 반주 코드를 쭉 넣는 거 말이다. 어느 정도는 답이 정해져 있고 컴퓨터로 자동화도 가능할 것이다. AI로 새로운 곡을 아예 작곡도 하는 세상인데 코드 넣는 걸 컴퓨터가 못 할 리는 만무하다.
다만, 멜로디에 대한 코드가 유일하게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것 자체도 일종의 편곡이며, 멜로디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창작이긴 하다. 악보라는 텍스트 본문의 주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4) 산 꼭대기에서 "야호!" 소리가 최대한 멀리까지 들리게 하려면 소리를 어떻게 질러야 할까? 물론 음량은 최대로 잡지만 음고는 한없이 높이지 않는다. 가장 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적정 음고가 따로 있다.
이건 마치 자동차 엔진에서 최대 토크 내지 최대 출력이 나오는 엔진 회전수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5) 여러 악기가 동원되는 오케스트라를 피아노 양손연주로 멋지게 편곡한 걸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더 열악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포팅을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왼손 빰빰빰으로 타악기 비트를 구현했다거나, 옥타브를 달리한 선율로 특이한 악기 소리를 표현했다거나.. 그런 것 말이다.

(6) 노래에서 숨소리는 철도에서 레일 이음매의 덜컹거림과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다. 사진만 보정 뽀샵질을 하는 게 아니라 음원도 뽀샵질(?)을 한다.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 근데 현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숨을 잠깐이라도 안 쉴 수는 없으니 립싱크와 라이브가 이런 데서도 차이가 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19 08:35 2024/04/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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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품 판매되는 DOS

(1) 197, 80년대에는 컴 단말기가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라는 건 이제 막 정립되고 있었고,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와 함께 딸려 나오는 게 아니라 독립된 제품이라는 인식이 이제 막 정립되던 중이었다.
그래서.. 마소에서 만들었던 MS-DOS도 말이다. 1.0부터 4.x에 이르기까지는 다들 PC와 함께 OEM 형태로만 공급됐다. 도스 자체가 단품 패키지로 개별 소비자에게 retail 판매되기 시작한 건 1991년, 무려 5.0부터였다고 한다. himem.sys와 DOS=HIGH가 첫 도입됐던 그 역사적인 물건 말이다.

아 글쎄.. Windows 1.x 시절이던 1986년에 3.2 버전도 단품 패키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 방식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실적으로 대다수 사용자들이 패키지 판매를 기억하는 건 아무래도 끝물인 6.x버전이지 싶다. 이 무렵에 마소는 IBM과 사이가 단단히 틀어져서 PC-DOS와 MS-DOS의 격차도 벌어지고, Windows와 OS/2도 격차가 벌어졌었다.
1990년대 들어서 MS-DOS는 이렇게 독립을 했는데, 매크로 어셈블러(Macro Assembler)는 그 무렵쯤에 반대의 길을 갔다. 단독 독립 제품으로서는 단종이고, MS C/C++이나 Visual Studio 같은 더 큰 제품에서 제공되는 유틸리티로 흡수되었다.

(2) MS-DOS가 대기업의 PC와 함께 공급되던 시절, 대략 쌍팔년도 정도까지는 한글 MS-DOS에 내장돼 있던 한글 바이오스도 PC 제조사들별로 제각각이었다.

  • PC 제조사: 대우, 금성, 현대, 삼보 등
  • 제3자 써드파티: 도깨비, 한메, 태백 등
  • 마소 자체 개발: hbios, mshbios. Windows 3.1 + MS-DOS 6부터.

한글 바이오스 만드는 게 첨단 시스템 프로그래밍이던 시절이 있었다니.. 추억 돋는다. =_=;;
기능이 제일 많고 성능도 뛰어나던 건 역시 써드파티 제품들이었다. 조합형도 지원하고, 다양한 폰트와 글자판(세벌식까지)도 지원했지만.. 역시 1990년대 중후반쯤부터는 개발의 맥이 끊겼다.
현재 한글 바이오스가 돌아가는 중인지를 무슨 API를 호출해서 어떻게 판별했는지 궁금하다.

(3) MS-DOS는 버전 1부터 4까지는 OEM이었고 5~6 사이에 잠깐 독립 제품.. 그리고 마지막 7~8 버전은 Windows 9x에 포함된 채로 제공.. 이렇게 역사가 정리된다.
그 중에 OEM 끝자락이던 MS-DOS 4는 DOS shell이 처음 도입되었고 FAT16 파일 시스템의 개편으로 하드디스크 용량을 2GB까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종전에는 꼴랑 32MB까지만.. =_=) 하지만 4.0은 버그가 너무 많아서 곧 4.01로 패치가 돼야 했다.

이건 마치 버그가 너무 많아서 온갖 서비스 팩들이 덕지덕지 나와야 했던 Windows NT 4의 행로와도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개발툴 중엔 Visual Studio .NET 첫 버전(2002, 7.0)이 금세 묻혀 버렸던 것과도 처지가 비슷하다.

(4) 끝으로.. MS-DOS의 대체품으로 DR-DOS라는 게 있기도 했고, 그걸 한때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유명했던 어느 기업에서 인수하여 노벨 도스로 계승되었다.
한편, MS-DOS의 셸만 대체해서 강화한 제품으로 4DOS라는 게 있었다. 그걸 노턴 유틸리티에서 인수해서 더 발전시킨 게 NDOS...이다. 노벨 도스와 이니셜이 같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제품이다.

2. Rational

옛날에 Rational이라는 이름을 가진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가 둘 있었다.

(1) Rational Software는 소프트웨어공학 툴이라고 해야 하나.. 딱 정확하게 개발툴, IDE나 컴파일러는 아니지만 어쨌든 소프트웨어 설계· 개발과 관련이 있는 전문 도구를 개발해 왔다. 콕 집어 코딩, 프로그래밍이라기보다는.. 더 거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말이다.
Rose라는 툴이 유명했다. 꽃하고는 별 관련 없고, 다른 단어들의 이니셜이 저렇게 된 거지 싶다. 내 기억으로 Visual C++ 6 시절에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에는 Rose의 데모 축소판이 번들로 제공됐던 적이 있었다.

얘의 제조사는 2003년에 IBM에 인수됐다. IBM이 PC용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든 게 지금은 망한 운영체제 OS/2,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통계 패키지 SPSS 정도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Rose도 IBM 휘하로 넘어갔는가 보다.
하긴, 엑셀에 대항하여 넥셀이 있고, AutoCAD에 대항하여 캐디안이 있는 것처럼.. Rose의 저렴한 국산 대체제로 StarUML이라는 제품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에서 보고서 쓸 때 각종 UML 다이어그램 그리는 용도로 사용해 봤다.;; 클래스 관계 모식도라든가 각종 시퀀스 다이어그램 따위..
하긴, 그 비싼 프로그램에 겨우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기능밖에 없으면 그냥 Visio 같은 벡터 드로잉 툴과 아무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럴 리는 없고, 여기서 만든 설명대로 Java 클래스 파일을 생성하고 문서를 생성하는 기능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 그 다음으로 Rational Systems라는 곳이 있었다. 얘는 1980년대부터 DOS extender만 전문으로 개발해 왔다. 16비트에 640KB 메모리에 쩔어 있던 도스 환경에서 보호 모드를 구현하고, 메모리를 골치 아픈 제약 없이 32비트 그대로 접근하게 해 주는 획기적인 런타임 말이다.

사실, DOS extender라는 걸 처음으로 개척한 회사는 Phar Lap이었다. 워크스테이션에서나 돌릴 만한 거대한 업무용 프로그램을 PC용으로 포팅할 때 원래 Phar Lap의 extender가 주로 쓰였다. 옛날에 도스용 아래아한글도 전문용 내지 32비트 에디션은 얘를 사용했다.

그러나 Rational Systems에서는 DOS/4G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이걸 Watcom C/C++ 컴파일러에 DOS/4GW라는 번들 버전으로 아주 저렴하게 공급해 줬다. 1993년 말에 Doom이라는 게임이 딱 이 솔루션을 사용해서 출시되면서 DOS/4GW라는 32비트 extender는 세계적인 히트를 치게 됐다.

환상적인 그래픽을 선보였던 Doom이 어셈블리어를 거의 쓰지 않고 이식성 높은 C 코딩으로만 구현될 수 있었던 비결엔 이런 신기술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래픽을 제대로 보려면 그 당시로서는(1993~1995) 아직 가격이 부담되는 고성능 컴터이던 486급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Doom은 이 장르에서 하드웨어 가속이 없이 CPU 연산/소프트웨어만으로 동작한 마지막 게임이기도 했다. ^^ 이렇게만 동작해서는 320*200보다 더 높은 해상도에서 3D 폴리곤 그래픽이 실시간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란 굉장히 무리였을 것이다. 뭐, 그래픽의 하드웨어 가속에도 더 높은 데이터 대역폭이 필요할 것이고, 32비트 버프가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덩치 큰 도스용 게임들은 처음 실행될 때 DOS/4GW 로고가 뜨는 게 무척 많았다. 이게 무슨 흥행 보증수표처럼 느껴질 정도로..;;
PC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이 개발사는 훗날 Tenberry Software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도스 시절이 끝난 뒤엔 없어졌는지 근황을 모르겠다.

요컨대, 두 Rational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과거에 뭔가 비범한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하곤 했다. ^^.

3. 옛날에 C++ 코딩 환경

난 왕년에 이런 시퍼런 화면에서 코딩을 해 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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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를 넘어서 1990년대가 되자.. 이제 막 C가 아니라 C++ 직통 컴파일러라는 게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IDE의 텍스트 에디터에 syntax coloring이라는 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코드에서 예약어는 진하게 표시하고, 전처리기는 별도의 색깔로, 상수 리터럴이나 주석도 별도의 색깔로.. 이거 말이다. 하긴, 1990년대는 이제 막 VGA와 컬러 모니터가 보급되었던 시절이고, 286이니 386이니 하던 컴터 성능도 실시간 컬러링을 구현해도 될 정도로 향상됐다.

그 당시 도스용 컴파일러의 본좌는 볼랜드...였는데, Turbo C++ 3.0 버전부터 IDE에서 컬러링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1과 2 시절엔 저런 게 아직 없었다.
오 그런데... 말로만 듣던 Turbo C++와 Borland C++가 차이가 있었나 보다. 난 Turbo C++ 것만 어린 시절에 직접 봤었다.
일반 명칭은 초록색, 문자열 상수는 빨강, 전처리기는 저렇게 청록색 바탕, 기호가 노란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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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Borland C++은 보니까 일반 명칭이 노랑, 문자열 상수는 청록, 전처리기가 초록, 기호는 하양이다.
난 도스용 볼랜드 개발툴 IDE에서 C++의 컬러링이 저렇게 되는 건 직접 본 적이 없고, 구글 검색을 통해서 난생 처음 본다. 비슷한 시기에 동일 회사에서 내놓았던 Borland Pascal과 더 비슷해졌다. 우와..

사실, Turbo와 Borland의 차이는 Visual Studio로 치면 standard 에디션(개인용)과 enterprise 에디션(기업용) 같은.. 에디션 급의 차이와 비슷하다.
아.. 옛날에.. 볼랜드 IDE를 따라 djgpp 진영에서 개발했던 rhide는.. C/C++ 코드에 대한 컬러링이 Turbo가 아니라 Borland C++ 스타일이었다. 자, 난 저런 것도 기억하는 세대다. -_-;;;;

프로그래밍, 코딩이라는 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재미있다.
참고로, 코딩 하다가 .이나 ->를 찍었을 때 멤버가 쫘르륵 나오고 명칭이 자동 완성되는 기능은..
1990년대 "말"이 돼서야 제공되기 시작했다. 그건 그만큼 구현하기 더 어려운 기능이었고, PC가 못해도 펜티엄 2 이상급으로 성능이 좋아진 뒤에나 쓸 만했다.

요즘은 이 기능이 없으면 너무 불편해서 코딩을 못 할 것이다. 옛날에 텍스트 에디터가 불편하고 컴퓨터 메모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각종 함수 명칭을 아주 짧고 암호 같이 붙이는 게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코드 양이 너무 방대해지고 저런 자동 완성 기능도 발달하니 길게 길게 풀어서 써 주는 편이다. setmemmgr() 대신에 SetMemoryManager() 같은 식.

4. PowerBasic

198~90년대에.. BASIC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입문하기 간편한 대신, 인터프리터 방식 위주이고 실행 속도가 느리다는 게 상식 겸 통념이었다. 즉, 언제까지나 교육용이지, 실무용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러나 BASIC에 대해 그 통념을 정면으로 도전하고 반박하는 이단아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PowerBasic(파베)이었다.

얘는 BASIC이라는 언어에다가 C/C++ 같은 이념을 접목했다. 마소처럼 느린 P-code 갖고 깨작거리거나 비주얼 RAD 툴 컨셉을 씌우는 게 아니라, 최적화되고 단독 실행 가능한 네이티브 코드 컴파일을 추구했다. 그렇다, 이 컴파일러 엔진을 만든 주 개발자는 그야말로 x86 어셈블리어에 정통한 smaller, faster 최적화 덕후 장인이었다.

PowerBasic은 마이너 비주류 제품군이지만 나름 존재의 의미는 있었다. 베이식 언어로 C/C++ 급의 작고 빠른 프로그램을 생성해 줬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덩치도 Visual Studio에 비하면 그냥 깃털 같은 수준이니 아주 실용적이었다.

얘는 16비트 도스에서 32비트 Windows까지는 잘 갈아탔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시대 변화에는 따라가지 못한 채, 2020년대에 와서는 명줄이 사실상 끝난 상태이다.
일단, 주 개발자인 Bob Zale 할아버지가 별세한 지가 이미 10년이 넘었다. 적절한 후임 개발자를 양성하지 못했는지, 파베는 x64건 arm64건 일단 64비트 버전이 못 나오고 있다.

살상가상으로.. PowerBasic 컴파일러 자체부터가 통짜 어셈블리어=_=;;;로 개발됐고, 코드가 호락호락 maintainance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고 한다. 이러면 뭐 과거의 OS/2나 dBASE 같은 꼴 나면서 죽는 건 시간 문제지..
그렇게도 성능에 목숨 걸었다지만, 최신 멀티코어 프로세서나 GPU에 맞춰진 컴퓨팅을 잘 지원한다는 얘기도 난 못 들었다. 이러면 머신러닝 스크립트인 파이썬의 용도를 대체하기도 대략 곤란해진다.

지금 생각하면 PowerBasic이 뭔가 슈퍼컴 Cray 같은 물건이라는 생각도 든다. 고전적인 성능 덕후 장인이 애지중지 만들었지만 시 대에 뒤쳐지고 도태됐다는 점에서 말이다.
글쎄, 쟤는 그 성능빨에다가.. 마소에서 버린 자식인 클래식 Visual Basic 6 코드를 지원하는 후속 써드파티 개발툴을 표방하고 나섰으면.. 마르지 않는 고객 수요를 확보하고 절대로 망할 일이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사라지기에는 아깝고 아쉽다.

쌍팔년도 시절에 볼랜드와 마소가 PC용 베이식, C, 파스칼 컴파일러 시장을 꽉 잡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컴파일러들은 처음부터 그 회사에서 만든 게 아니었다. 다들 다른 사람이나 영세업체의 제품을 인수한 것에서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 BASIC/Z by Bob Zale --> Turbo Basic (요게 PowerBasic의 전신)
  • Wizard C by Bob Jervis --> Turbo C 1.0 in 1987
  • PolyPascal by Anders Hejlsberg --> Turbo Pascal
  • Lattice C --> Microsoft C

Posted by 사무엘

2024/03/27 08:35 2024/03/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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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식물 중에서는 호박을 제일 좋아하고, 동물 중에서는 멧돼지를 제일 좋아한다.
전반적으로 시꺼먼데 주둥이 주변만 허연 테두리가 있고, 콧구멍은 무슨 전기 콘센트 같고,
코뿔소도 아닌 것이 뭔가 큼직하고 우악스럽고 저돌적인 인상이고.. 왠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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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개체수 조절 차원에서 가끔 포획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친다.. 하지만, 멧돼지의 위험성이 너무 과대포장돼서 그저 "저 동물은 해로운 동물이다" 급의 흉포한 맹수로만 프레임 씌워진 건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쟤들도 먹고 살려고 민가까지 내려오는 가련한 축생일 뿐이다. 괜히 흥분시키거나 도발하지 말고, 등을 쓰다듬고 긁어 주기만 해도 그리도 좋아한다는데.. ^^

남들이 멧돼지를 싫어하면 나라도 멧돼지를 사랑해 주고 싶다. 나도 깊은 산 속에서 토실토실 도야지를 한 마리 직접 만나서 먹을 거라도 직접 주고, 여건이 되면 새끼라도 한 놈 키워 보고 싶다.
고라니도 울나라에서 비슷하게 천대받는 야생동물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걔는 이 정도까지 애정이 가지 않는다. 오로지 멧돼지만 좋다. ㅋㅋㅋㅋ

호박 덕질 얘기는 지금까지 많이 했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멧돼지 얘기를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어쩌다 보니 유튜브들 대부분이 출처가 KBS 애니멀포유 채널이다.

1. 짬멧돼지 (☞ 링크)

군부대 근처에서 짬밥 잔반을 잔뜩 먹으면서 살 뒤룩뒤룩 찐 고양이, 일명 '짬타이거'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강원도 최전방 DMZ 부근에서는 도야지들도 짬밥 먹으면서 '짬멧돼지'가 돼 가는 모양이다. 특히 먹이가 귀한 겨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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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귀여워라~~ 저 멧돼지들은 산 속에서 도대체 뭘 먹으면서 저렇게 덩치를 키웠을까?
멧돼지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밥까지 준 경험은 저 군인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돼지와 인간이 먹이가 겹친다는 건 성경의 탕자의 비유에도 나올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눅 15:16)
이는 돼지뿐만 아니라 개도 마찬가지다. 아문센 일행이 남극 탐험을 할 때 말이나 나귀 대신 개썰매를 동원한 주된 이유도 식량 보급을 단일· 단순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2. 애완용 멧돼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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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다~~ 그래, 이런 사례가 없을 리가 없다니까? 세상에는 멧돼지를 애완동물로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
돼지는 지능이 아주 높으며, 개보다도 냄새를 더 잘 맡는다. 하지만 성깔이 X랄맞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돼지를 개처럼 인간과 친근한 반려동물 급으로 키우는 건.. 일반적으로 안 된댄다. 덩치가 너무 커진다는 건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를 무슨 마약 탐지견 같은 용도로 훈련시킬 수는 없다. 사냥개나 맹인 안내견은 두 할말 것도 없고.. 그건 개 중에서도 특정 품종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아서 젖꼭지가 그렇게도 많은데도 인간이 딱히 젖을 먹지도 않는 것 같다. 정말 고기 말고는 다른 용도가 없는 듯.. ㄲㄲㄲㄲ

3. 다친 멧돼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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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애처로운 사례이다.
어느 커다란 도야지가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왔다가 그만.. 5m 높이의 담벼락에서 떨어져서 뒷다리를 못 쓰는 장애 불구가 됐다.
얘는 이래 가지고는 앞으로 야생에서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없으며, 인간의 노력으로 치료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안락사로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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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다쳐서 비록 제 명에 못 살았지만, 여느 멧돼지들보다는 인도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올무에 걸려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죽지 않았고, 납탄 맞아서 피 흘리며 죽지도 않고.. 나름 수의사의 통제 하에 저렇게 마취총부터 맞고 고이 안락사 당했으니까 말이다.

4. 서울 도봉구에 멧돼지 6마리 (☞ 링크)

이건 2024년 3월 현재, 서울· 수도권에서 제일 최근에 멧돼지가 출현했다는 언론 보도이다.
북한산 산기슭에 귀여운 도야지가 6마리나 나타났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는데.. 모두 포획 당했댄다.
에휴~ 좀 먹고 살게 놔두지 왜 잡았는지 모르겠다. ㅠㅠㅠㅠ

그리고 기왕 멧돼지를 어쩔 수 없이 잡았다면 잘 해체하고 살균 처리해서 고기와 가죽을 적극 활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어미 잃은 새끼가 주변에 있으면 애완용으로 분양이라도 적절히 하고 말이다~!!

※ 여담: 옛날 매체에서의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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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중후반, 조선 영조· 정조 시절엔 신 윤복이나 김 홍도 같은 풍속화 전문 화가가 활동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또 100년쯤 뒤, 1800년대 중후반엔 '김 준근'이라고 정체불명의 화가가 당시 자기 나라의 풍속을 엄청나게 많이 그림으로 남겼다. 백성들의 평범한 일상뿐만 아니라 형벌 집행이나 장례식 같은 것까지..

만약 카메라가 있었다면 저 사람은 화가가 아니라 사진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저 때도 이미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저 사람은 자기 그림을 외국인들에게 엄청 많이 판매했다. 그래서 세계인들에게 조선의 모습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한반도에서 돼지가 가축으로서 키워지고 거래되는 모습을 그림 기록으로 남긴 거의 최초이자 유일한 화가라고 한다. (☞ 관련 링크 1, 관련 링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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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뜬금없지만 화투짝에도 멧돼지가 그려져 있다. 화투에 급 호감이 생기는걸?? ㅋㅋㅋㅋㅋ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털 없는 분홍색 계열의 식용 최적화 집돼지는 생각보다 나중에 등장한 품종이긴 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05 08:35 2024/03/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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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했던 말도 있지만.. 암튼 지난 30여 년에 달하는 컴퓨터의 역사를 곱씹어 보는 건 재미있다~!

1. 인텔 CPU

(1) 인텔 8086은 유구한 x86 시대의 서막을 연 기념비적인 16비트 CPU이다(1978). 나중에 출시된 8088은(1979) 거기에서 외부 데이터 버스만 8비트로 낮춰서 성능을 약간 디버프 했지만 가격도 낮췄다.
80186의 존재감은 비행기에서 보잉 717의 존재감과 아주 비슷하게 듣보잡이다. -_-;; 애초에 PC보다는 임베디드용으로 만들어진 8086의 변종이었다.

(2) 80286의 제일 큰 존재 의의는 보호 모드의 첫 지원이지만.. 이게 많이 부족하고 불완전해서 역시 듣보잡으로 묻혔다. CPU로서 80286은 그냥 클럭 속도 더 빨라진 8086이나 다름없고, 현실적으론 컴퓨터 완성품으로서 AT (286 기반)가 XT (8088 기반)보다 나아진 점이 훨씬 더 많이 와 닿곤 했다. 2HD 고밀도 디스켓, 배터리 기반 시계, 키보드 속도 조절 등..
그에 비해 101키 키보드, VGA 컬러 그래픽이나 하드디스크는 XT에도 일단 장착 가능은 했던 구성요소이다.

(3) 80386은 드디어 32비트 CPU이다. 32비트 정도는 돼야 어지간히 큰 정수라든가 부동소수점을 원활히 표현할 수 있고, 메모리 주소 공간도 넉넉히 확보해서 보호 모드 가상 메모리 같은 것도 구현할 수 있다.
오리지널 DX는 외부 데이터 버스와 메모리 주소 버스도 모두 32비트인 반면, 염가 다운그레이드 에디션으로 나중에 출시된 SX는 이게 각각 16비트, 24비트였다. 과거 8086과 8088의 관계와 거의 동일하다.

(4) 80486도 DX와 SX 구분이 있었는데, 이때는 단순히 부동소수점 코프로세서가 기본 내장된 게 DX이고, 안 그런 게 SX였다. 거기에다 486은 DX조차도 클럭 속도를 더 끌어올린 DX2, DX4 이런 구분이 있었다.
이때 'VESA 로컬 버스' 규격 갖고 많이 떠들곤 했다. 천상 486 전용 규격으로 쓰이다 말았지만..
그리고 캐시 메모리라는 게 들어가기도 하고.. 486이 386에 비해 많이 발전하긴 했었다.
1990년대 중반, 486? 펜티엄쯤부터 컴퓨터 본체의 모양이 모니터 아래에 가로로 놓는 게 아니라 모니터 옆에 세로로 놓는 형태로 슬슬 바뀌어 정착했다.

(5) 펜티엄은.. 외부 데이터 버스가 CPU의 레지스터보다도 더 큰 64비트로 확장됐다. 물론 그렇다고 펜티엄이 아키텍처 차원에서 64비트 CPU인 건 아니었다.
인텔 셀러론의 초창기 버전은 펜티엄 2에서 L2 캐시 메모리가 없는 보급 염가판이었다. 그런데 이게 아예 전혀 없으니까 성능이 너무 떨어져서 나중에는 캐시가 약간이나마 장착되기도 했다.

이렇듯, 컴퓨터의 성능에는 클럭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때는 옵션으로 주어졌던 요소들이 나중엔 다 기본으로 포함돼 들어가고 다른 새로운 기능이 옵션으로 도입된다.

2. Windows 운영체제

  • Windows 3.0은 MDI 창, VGA와 본격적인 컬러 지원을 위한 장치 독립 비트맵(DIB), WinHelp(!!!) 같은 획기적인 기능을 도입했고, 3.1에서는 OLE, 트루타입 글꼴, 공용 대화상자를 도입함으로써 현대의 Windows 근간을 닦았다.
  • 거기에다 Windows 3.0은 386 확장 모드라는 걸 도입해서 80386 이상 CPU에서 지원되는 보호 모드 멀티태스킹 기능을 일부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앱이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건 다 16비트 기반이다.
  • Windows NT는 저렇게 도스 진흙탕인 기존 Windows와는 달리, 미래를 바라보며 개발됐다. DEC Alpha라는 64비트 CPU용 에디션이 있기도 했으나.. 이때는 컴퓨터의 메모리도 4GB보다 훨씬 모자랐고 Windows 역시 그냥 32비트 모드로 동작했다고 한다. 포인터 8바이트니 INTPTR이니 그런 거 없었다는 뜻..

그렇기 때문에 Windows의 역사상 최초의 진정한 64비트 프로그래밍을 개막한 아키텍처는 IA64였다.
그 전 20세기의 NT4 시절에는 DEC Alpha뿐만 아니라 PowerPC네 MIPS네 여러 자잘한 아키텍처를 지원하다가 말았고, 2000년대부터는 x64와 ARM64가 살아남았으니 2000년대 초가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허나, 그 전환점의 중심에 서 있던 IA64는 좋은 타이밍을 날리고 장렬히 자폭했다... =_=;; 사실은 IA64가 채택했던 VLIW라는 설계 방식부터가 성능 대비 단점과 위험 부담도 너무 큰 방식었다. 마치 자동차 엔진에서 통상적인 왕복 엔진이 아니라 로터리 엔진처럼 말이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Windows 2000은 NT 계열의 개발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오로지 x86 전용으로만 출시되는 이변이 벌어졌었다. 무슨 9x처럼 말이다.

  • Windows 98은 마우스 휠과 멀티모니터를 최초로 공식 지원하기 시작했다.
  • Windows 2000/ME에서는 일부 마우스의 옆구리에 달려 있는 추가 버튼을 L, R 말고 X-button이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마 전통적인 상하 스크롤 말고 좌우 스크롤 휠도?
  • Windows 7은 SSD와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공식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 USB 메모리를 별도의 드라이버 설치 없이 자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건 2000/ME부터다.
  • XP/Vista 어느 때쯤부터 이제 와이파이도 별도의 프로그램/드라이버 설치 없이 자체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무슨 프로그램 띄워서 모뎀 전화를 걸어서 인터넷 접속하고, 그 뒤부터 연결 시간이 올라가던 게 1990년대 말쯤 일이었는데.. 참 격세지감이다.

3. 하드웨어의 발전 양상

성능 증가

  • 1990년대 동안은 클럭 속도가 뻥튀기 하듯 폭증했다.
  • 1990년대 후반부터는 메모리 양이 폭증했다. Windows 95~98 사이 말이다.
  • 2000년대 이후부터는 무선 인터넷 네트웍 속도가 폭증해 왔다.

64비트화

  • 워크스테이션/슈퍼컴 쪽은 모르겠고, 개인과 가정 레벨에서는 1990년대 말에 게임기부터 가장 먼저 64비트 CPU를 도입했다. 내 기억으로 닌텐도64..;;
  • PC는 2000년대 초에 IA64가 대차게 망하는 바람에 한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고, 2000년대 중반쯤 램 용량이 실제로 4GB를 넘긴 뒤에야 64비트가 대중화됐다. Windows 2000/XP가 아니라 Vista/7 타이밍이다.
  • 스마트폰 업계는 2010년대 중반쯤에 슬슬 64비트로 전환이 시작돼서 2010년대 말엔 32비트 앱에 대한 지원을 끊네 마네 하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오늘날 경전철이라고 해서 협궤를 쓰는 게 아니듯,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작은 모바일 컴퓨터라고 해서 16/32비트 따위를 쓰지는 않는다. 커다란 화면에다 현란한 천연색 3D 그래픽과 고화질 동영상을 찍으려면 64비트 고성능 CPU는 필수이다. 물론 고성능 CPU는 전기도 많이 먹으니 고성능 배터리도 필수..

4. 그래픽

(1) 그래픽 가속이라고 하니까 게임용 3차원 그래픽 렌더링이라든가 동영상 코덱 같은 것만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은 2D 기반의 통상적인 GUI 구현을 위해서도 작은 수준의 하드웨어 가속이 오래 전부터 쓰여 왔다.
마우스 포인터라든가(깜빡이지 않는 것, 마우스 포인터 자취 표시, 포인터 주변의 그림자).. 화면 스크롤도 다 가속의 결과물이다. CPU 연산 기반으로 도트를 옮기는 수작업이 아니다.

(2) Windows의 그래픽 API (GDI)는 너무 범용적이고 장치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다 보니, 당장 화면에 그려지는 픽셀 도트 값을 알아 내거나 색깔 바꾸기, 메모리 내용을 그대로 비트맵으로 간주해서 뿌리기 같은 간단한 작업조차도 오버헤드가 크고 일이 쉽지 않았다.
비디오 메모리에다 숫자 하나만 쓰면 끝날 일을 뭐 펜을 만들고 브러시를 만들고 DC에다 select시키고.. 운영체제 차원에서 직통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Windows 3.0에서 DIB가 도입됐고, Windows 95 내지 NT 3.5에서 CreateDIBSection 계열 함수가 추가됨으로써.. 메모리 내용을 비트맵으로 그대로 뿌리는 일은 그럭저럭 가능해졌다. 옛날 WinG가 제공했던 기능도 다 이런 것들이었다. ‘비트맵 고속 전송’
다른 3D 가속 같은 거 전혀 없이 이거 하나만으로 Windows에서 Doom을 포팅하고 돌릴 수 있게 됐다.;;

Doom은 3D 전용 가속 기능이 없이 CPU와 초보적인 그래픽 가속만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3D FPS였던 셈이다.
이거 마치 인어공주가 CG 없이 100% 셀 애니로만 만들어진 마지막 디즈니 애니인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3) 하긴, 옛날에는 그래픽 파일의 압축이라는 것도 원시적인 run-length 방식이 고작이었다. 더 빡세게 압축된 GIF나 PNG 파일 하나 열려면 386급 이상 컴퓨터가 필요했고, 디코딩도 훨씬 더 오래 걸렸었다. 하물며 JPG는 뭐 말할 것도 없고..
동영상조차도 1990년대 초중반에 Video for Windows 이러면서 나돌던 AVI는 쌩 run-length 압축인 게 많았다. 화질이나 압축률은 완전 허접 수준이었다.

WinAMP로 486/펜티엄 급 Windows 95 PC에서 128kbps짜리 mp3을 하나 재생하면 CPU 사용률이 10~20%까지 치솟았는데.. 이 역시 아련한 추억이다.
지금 우리가 전화기로도 당연하게 감상하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데이터들이 불과 2~30년 전에는 이렇게 가볍게 다뤄지던 물건이 전혀 아니었다. 그나마 가볍게 다루려면 기술 수준이 더 낮은 아날로그 매체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5. 나머지

(1) 64비트와 멀티코어는 서로 다른 별개의 분야이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태동해서 동시에 도입됐다(Core 2 Duo). plug & play와 USB하고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Win95/98 시절엔 USB 없이 직렬 포트에다가 프린터나 스캐너를 연결하고는 "새 하드웨어 발견.." 이러기도 했었다는 것 기억 나시는가? =_=;;
아울러, 모니터가 와이드 화면이 대세가 된 것도 2000년대 중반쯤으로 64비트니 멀티코어니 하던 때와 시기가 아주 비슷하다.;;

(2) 2000년대 초중반, 사운드 카드가 '인텔 사운드맥스'인지 뭔지 아무튼 메인보드에 내장돼 들어갔다. 그래픽 카드도 어지간히 까다로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기본 기능은 그냥 메인보드 내장으로 퉁쳐졌다.

(3) 요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은 너무 얇아져서 뭔가를 꽂는 단자조차 너무 간소화되는 것 같다. 이건 개인적으로 좀 불편하게 느낀다.;;
가령, 구형 맥북은 큼직한 USB-A를 바로 꽂을 수 있지만 요즘 맥북은 그렇지 않고 C형만 꽂을 수 있다. 그리고 구형 갤럭시는 컴터용 이어폰을 바로 꽂을 수 있는 반면, 요즘 갤럭시는 그렇지 못하다.

(4) 범용적인 컴퓨터 말고 다른 기계들의 사정은 어떨까?
가정용 게임기, 업소용 오락기.. 이 둘도 차이가 있을 것 같고 내비게이션, 노래방 기계, 그리고 VR 게임기에 쓰이는 컴퓨터도 평범한 가정용 CPU 기반은 아닐 것 같은데.. 심지어 x86 계열이 아닐지도..??
요즘은 폰에 밀려서 디지털 카메라라는 물건이 많이 도태했지만, 그래도 부팅이 엄청 빨리 되는 것과 zoom이(= 렌즈빨) 더 뛰어난 건 디카만의 독자적인 장점이다. 그런 기기를 프로그래밍 하는 건 아무래도 임베디드 영역이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02 08:35 2024/03/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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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롬 브라우저: 가끔 멍 때리면서 URL + 엔터 때려도 페이지 로딩이 안 되고 아무 동작 안 하는 버그. 아마 어디 스레드끼리 데드락이 걸린 것 같은데.. chrome 프로세스들을 몽땅 강제 종료시키고 재시작을 해야 해결된다. 열어 놨던 브라우저 창들은 다 날아가고.. 빨랑 고쳐졌으면 좋겠다.

- Window 시작 메뉴: 가끔 검색어를 입력해도 멍때리면서 아무것도 안 나오는 버그. 이거 진짜 Windows 10 초창기부터 있었고, 고쳐진 듯하다가도 지금 win11 시국에서도 제대로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프로그램 좀 똑바로 못 만드나.. =_=

- '영화 및 TV'나 클래식 Media Player가 낫지, '미디어 플레이어' 앱은 품질이 개허접이다. 슬라이더를 움직여서 동영상을 여기저기 seek하다 보면 영상이 안 나오고 먹통 되는 버그가 있다.

- Windows 배경 그림이 일정 시간 간격으로 쫙 오버랩으로 바뀔 때: 수백만 개에 달하는 픽셀이 수십 프레임을 거쳐 바뀌는 계산량 부하가 장난이 아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컴 성능이 딸리면 오버랩 프레임 수가 떨어져야지, 돌아가는 프로그램의 실행이 느려지고 랙이 걸리지는 말아야 한다!

내 철칙은.. 사용자가 직접 실행하지 않았고 백그라운드 후방에서 저절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은 전방 프로그램의 실행의 겉보기 성능, 특히 UI 반응성에 영향을 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CPU 팬을 쓸데없이 돌아가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 정도의 대규모 작업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작업 진행 상황을 표시하고 취소/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는 UI가 제공돼야 한다!
무단으로 백그라운드에서 자원을 소모하는 프로그램은 비행 신고 없이 영공을 무단으로 날아가는 듣보잡 비행체와 같아서 언제든지 격추.. 아니, 강제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

- 워드패드: 실행 직후 글꼴 콤보 상자를 처음 펼칠 때 딜레이가 수 초 이상 너무 길다. Windows 7 이래로 11까지도 여전하다. 수많은 글꼴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면서 미리보기 만드는 건 아무래도 스레드로 옮겨야 할 거 같은데?

- PowerPoint: Word, Excel은 안 그런데 얘만 인터넷 다운로드한 파일을 제대로 열지 못한다. alt+enter 눌러서 위험 태그를 없애 줘야 열린다. 도대체 왜..?? (2013 기준)

마소에서 만드는 PC용 앱들의 완성도가 20년 전, 30년 전만 하지 않은 것 같다.
일단 PC 앱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크게 감소했고, 그리고 인터넷 발달 덕분에 "일단 출시부터 하고 버그는 나중에 패치로 때우지 뭐~~~" 이런 사고방식이 만연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야 하나 하나 조준 사격으로 정말 신중하게 찍어야 했겠지만, 요즘 디카/폰카야 뭐.. 닥치는 대로 마구 갈기고 나서 제일 잘 나온 거 하나만 고르면 되지 않는가? 사고방식이 그런 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소프트웨어도 한번 마스터 디스크 만들고 패키지의 양산에 들어가면 뭔가 더 수정을 할 수 없었다. 책을 출판하는 것과 비슷해서 테스트와 디버깅을 아주 신중하게 진행해야 했다. 설명서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깨알같은 보충 설명은 프로그램 내의 별도의 readme.txt에다가 집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도 다 옛날 추억 관행이 됐다. ^^

* 웹 로그인 관련 불편한 거

(1) 웹사이트마다 제각각 들쭉날쭉인 비번 최대 길이, 허용되는 문자 집합과 조합 조건들 제발 좀 표준화하고 조건을 완화했으면 좋겠다.
가령, 비번을 30자~40자씩 엄청 길게 넣었다면, 숫자 특수문자 X랄 안 넣고 알파벳 대소문자만 있어도 허용해 주는 식으로.
20여 년 전에 이거 조건을 까다롭게 하자고 제안했던 어떤 아재가 지금 와서는 이거 만든 걸 후회한다고 자책했을 정도이다.

비번이야 어차피 해시값을 저장할 텐데 길이 제한을 도대체 왜 넣냐 X신같이..?? 우리는 비번을 서버 DB에다 평문 String[20] 이렇게 저장한다고 광고하는 거냐? -_-;;

(2) 로그인을 실패했으면 아이디와 비번 중 뭐가 틀렸는지 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아이디 또는 비번이 잘못됐습니다" 이런 막연한 말은 개인적으로 좀.. -_-;;
이거 알려준다고 해서 딱히 보안이 더 취약해지고 위험해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정보보호 보안 가이드에도 뭐가 틀렸는지 구체적으로 찝어주면 위험하다는 말은 없었다. 글쎄, 브루트 포스 방식으로 때려넣으면 실존하는 아이디는 수집이 가능해지겠지만.. 수집하는 효율도 그렇고, 아이디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잖은가? 오늘날 뿌려지고 있는 스팸메일의 양을 생각해 보면.. 어느 사이트든 아이디는 어차피 이미 털릴 대로 털려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은가?

물론.. 아이디를 잘못 입력한 것만으로 "이 아이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로 튕기는 것까지는 과잉친절이고 바라지 않는다. 다만, 비번까지 입력하고 '로그인'을 누른 뒤에라도 비번에 앞서 아이디부터 잘못됐다면 나중에라도 그걸 좀 집어 줬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비번을 N번 연속으로 틀린 계정은 접속이 금지됩니다. 현재 X번 틀렸습니다. 잠금 해제하려면 추가 인증을 받으세요” 이런 기능을 구현하려면 아이디는 어차피 노출이 불가피하다.
무차별 접속 시도를 통한 해킹을 봉쇄하려면 아이디를 숨기는 것보다는 저렇게 로그인에 한번 실패할 때마다 몇 초씩 딜레이를 넣고, 그게 몇 회 이상 반복되면 캡챠 같은 추가 인증을 실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2/26 08:35 2024/02/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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