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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사의 메리트와 고충

예로부터 의사는 사람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고도의 전문직으로 여겨져 왔다. 고소득 수요가 마를 일 없고 불황 탈 일 없고 정리해고 구조조정 그딴 거 없으니..
의사는 취업 시장이나 결혼 시장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최상위 랭킹을 자랑하는 깡패이다. 흙수저의 입장에서는 자기 노력으로 의대 들어가서 의사가 되는 건 100% 확실한 신분 상승 수단이었다.

물론 의사에게 이런 부와 지위가 꽁으로 주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의사는 요구되는 지능과 멘탈로나, 학업량과 업무량과 스트레스로나 결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직업이다.
맨 처음 의대에 가는 것부터.. 의대는 어느 듣보잡 지방대에 소속돼 있더라도 의대라는 학과 그 자체가 SKY 같은 간판이다. 의대에 입학하려면 대학 입시에서 전국 석차 0.x%대의 최상위를 찍어야만 한다. 당연히.. 의대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슨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준비하듯이 의학 지식이나 의술을 선행학습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냥 국영수 중등 교육과정을 몽땅 마스터함으로써 자기가 앞으로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혹독한 의대 공부도 암기하고 소화할 능력이 되는 모범생이라는 것만 입증해 보이면 된다.

이러니 서울 어느 동네의 사교육계에서는 코흘리개 7~8살 애들한테도 '의대반'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 급의 선행학습을 시키는가 보다. '의대고시'라는 말까지 있는데, 이건 의대 졸업생들이 치르는 의사 국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과학고니 영재고니 그런 데서는.. 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공부 잘하던 똘똘이 제자가 갑자기 평범한 이공계 대신 의대를 선택하면 교사가 공식적으로 진로 지도를 안 해 준다. 심지어 국비로 전액 지원했던 수업료까지 회수한댄다.
하지만 애나 학부모가 겨우 그 정도 페널티 갖고 눈 하나 깜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평생 가져다 줄 넘사벽 급의 보상에 비하면 말이다. 아이고 그놈의 의대가 뭐길래.. -_-;;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만인이 염원하는 초 엘리트 코스를 통과한 현직 의사들의 사정은 어떨까? 이제 먹이사슬의 최고 꼭대기에 진입했는데 서울 강남에 개원한 성형외과 원장부터 시골 깡촌의 요양병원 원장까지 누구든지 떵떵거리면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모든 의사들이 동일하게 생각하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기 자녀는 아무리 똘똘해도 자기 같은 개고생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의대 보내서 대를 이어 의사를 만들더라도 최소한 대한민국 땅에서는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너무 저렴한 의료숫가라든가, 바이탈 과목에 대한 수련 기피 심화,
수술실에도 CCTV, 권한과 재량은 없이 의무와 처벌밖에 없는 쪽으로 의료법 집행, 고의나 과실 없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환자를 못 살린 것만으로 그냥 소송 걸리고 의사 커리어 끝장.;;

오죽했으면 여객기 안에서 어느 의사 승객이 응급환자를 살리기는 했는데..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내가 의사라는 걸 주변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 이것만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겸손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본인이 아는 의사 당사자들은 저런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편이다. 그분들은 지금 우리나라 같은 저렴하고 편리한 의료 인프라는 절대로 오래 지속되지 못할 거라고 푸념한다.

결정적으로는 의대 증원 추진 강행.. 이건 의대생들을 몽땅 적으로 돌리고 국가의 의료 인프라까지 반영구적으로 작살낸 최악의 실수였다고 여겨진다.
뭐, 그 당시 대통령은 어차피 탄핵되어 짤렸고, 그 후임 정권도 이 정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차피 별 의미는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위기에 부딪히기는 할 것 같아서 우려된다.

2.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글쎄, 의대 졸업하고 국시에 합격해서 일반의 면허를 따고, 공공기관 등지에서 월급 받으며 평범한 의술만 베푼다면.. 그 사람은 딱 평범한 대기업 과장이나 비행기 조종사, 대학 조교수 정도로만 번다.

스타 의사 병원장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돈을 빗자루로 쓸어담는 건 당사자가 사업 수완 공부도 의대 공부하듯이 추가적으로 집요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적극적인 방송 출연이나 유튜브 활동, 자기 병원 홍보 등..
이건 너무 당연한 이치이다. =_=;; 뭐든지 다 잘하고 다른 분야로 무슨 사업을 해도 성공할 만한 애들이 의사라는 진로를 선택했을 뿐..

심지어는 서울대 치대를 나와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관두고 아예 사업을 해서 여느 치과 의사보다 훨씬 더 떼돈 번 사람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창업자라든가, 원로 배우 신 영균.. 의사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의사만 장땡인 건 아니어 보인다. 그 밖에..

- 자우림 김 윤아는 남편이 치과 의사인데, 남편이 자기보다 돈을 더 많이 번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 조 현아(현재 개명하여 조 승연)의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의사였다. 하지만 저런 스펙조차도 아예 재벌가에 비할 바는 못 되니=_= 남편이 인성파탄 분노조절장애 마누라에게 많이 치이고 시달리면서 살았다고 한다.
결국 도저히 견디다 못해 이혼했지 않은가. 뭐 이건 많이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했다.

- 드물게 의사 면허와 변호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뭐 공부의 신이고 그냥 병원에서 환자나 돌보면서 썩기(?)에도 아까운 사람인 걸까? ㄷㄷㄷㄷㄷ

- 안 철수는 직업 의사의 길에서 이탈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연한 의사 면허 소지자이다.
남에게 의료행위 가능하고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약 처방전을 써 줄 수 있고 사망 진단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수 년 전 코로나19 시절에 지방 내려가서 의료 봉사도 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갑부가 된 건 회사(안랩..)를 차려서 사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소득만으로 저렇게 된 게 아니었다.

3. 무면허와 돌팔이

(1) 10여 년 전, 가수 신 해철 씨를 의료사고로 죽게 한 의사 ㄱ 씨는 그냥 의대도 아니고 서울대 의대 학벌을 자랑하는 괴수였다.
그 사람은 개원해서 각종 언론에도 나오면서 잘나가는 스타 의사로 명성을 떨쳤으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실력 부족인지 인성이 쓰레기였는지, 중대한 의료사고를 연이어 내면서 여러 환자들을 죽였다.

끝내는 톱스타 유명인사까지 골로 보내는 바람에 구속도 되고 손해 배상 때문에 완전히 몰락하고 의사 면허도 뺏겼다.
뺏긴 면허는 자숙 기간 후에 재취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뒤에 이 사람 근황은 딱히 전해지지 않는다. 이젠 도저히 얼굴 팔아서 의료행위를 할 수가 없겠지.

서울대 의대를 나오고도 저런 돌팔이가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환자 성추행 같은 거 말고 다른 쪽으로 막장이랄까.. 법조인과 비교하자면 그 미친 '노쇼 변호사 아줌마' 정도와 견줄 수 있겠다.

(2) 한편, 지난 2023년에는 무려 27년 동안이나 무면허로 봉직의로 재직했던 어느 의사호소인이 60대 나이가 다 돼서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수억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평생을 승승장구 했으나 그 끝은 징역 7년.. 교도소에서 은퇴식을 하게 됐다.;;

저 사람은 1993년에 모 지방 의대를 졸업했지만 국시에서 계속 떨어졌는가 보다. 이 때문에 정식 면허는 받지 못한 채로 면허증을 위조해서 의사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Catch me if you can 영화 스토리처럼 말이다.

의사 국시는 변호사 시험이나 교사 임용시험 같은 게 아니라.. 운전면허나 고졸 검정고시 같은 절대평가이다. 과락 없이 일정 점수 이상만 만족하면 다 합격이다.
그러니 그것만으로는 텍도 없어서 요즘 의사들의 세계는 정말 어중이떠중이 다 무슨 전문의, 어디 임상강사니 펠로우니 하면서 학벌과 간판 인플레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로 의대 졸업장과 의사 면허증 하나만 달랑 갖고서 의료계라는 무림에 발을 딛는 건.. 갓 운전면허 따고 나서 현실의 대한민국 도로에 내던져지고 택시나 버스 회사에 취업하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데 저 사람은 그 혹독한 의대 공부를 버티고 졸업할 깡으로 정말 최소한의 요건인 국시 하나 통과를 못 했나 싶다.

그래도 저 사람은 무면허로도 딱히 의료사고를 낸 건 없었나 보다. 그러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안 들켰던 게 아닐까?
(1)과 (2)는 의료 사건 사고와 관련해서 서로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다.;;

4. 제도 관련 나머지 얘깃거리들

(1) 병원 의료진은 자기가 맡은 환자의 몸에서 총상(!!) 또는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되었을 경우,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것은 법적 의무이다. 뭐, 아동학대 정도는 119 구급대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라도 발견 즉시 신고하지만 말이다.
웹하드 업체가 데이터 중에 아동 포르노 같은 선 넘는 불온물을 발견했을 경우, 고객의 사생활 보장이고 계약 조건이고 나발이고 없이 무조건 신고하게 돼 있다. 업종별로 이런 신고 의무가 법에 명시돼 있는 듯하다.

(2) 예식장에서 혼인 신고를 해 주지는 않듯, 산부인과에서 신생아의 출생 신고를 원래는 자동으로 해 주지 않았다. 좀 떳떳하지 못하게 출산을 하는 산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더라도 위생적으로 열악한 곳에서 덥석 출산을 하지 말고, 일단 병원에 오라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서류상으로 파악되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이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병원에서 출생 신고를 곧장 하는 걸로 방침이 바뀌었다.

(3) 의사와 한의사는 그야말로 견원지간이다. 의사 쪽에서는 한의학이 과학적으로 검증받지 못해고 미개하다고 왕창 깐다만.. 그래도 몸이 미묘하게 아픈데 양의학(?)에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못 하는 일은 요즘 세상에 아주 흔하다. 그런 틈새시장 때문에 한의학은 어지간해서는 하루아침에 망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깔려면 동시대를 까야지? 동의보감 내용을 갖고 깐다면.. 서양 의학도 1610년대에는 만만찮게 미개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도 비타민의 존재를 모르고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4) "푹 쉬고 잘 요양하세요" 의사가 환자들에게 지시하는 원론적인 건강 지시는 의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지만 정작 의사 본인들도 안 지키거나 현실적으로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카더라.
성경에 나오는 "그들의 말은 듣고 하는 행동은 본받지 마라"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의사는 바리새인 서기관처럼 악의적인 이중잣대 위선자인 건 아니다.
한편으로, "몸 망치며 무리해서 돈 벌어 놓고는 나중에 골병 들어서 병원비로 도로 토해 버리는 것"은 인간이 아주 대표적으로 저지르는 뻘짓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5) 우리나라는 여전히 법대가 있기는 하지만 법조인이 되려면 반드시 로스쿨을 졸업해야 하는 것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었다. 그러나 의전원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들 도로 재래식(?) 의대 시스템으로 복귀했는데..
그렇다고 의전원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차병원/차 의과대학 한 곳만이 의전원을 운영하고 있다.
차병원은 뭐고 길병원은 뭔지..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다.

(6) 치과는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진료과와는 좀 다르게, 따로 취급되는 감이 있다. 마치 다른 여러 생선회 vs 참치회 같은 느낌이다. ㅎㅎ
환절기 감기에 걸리면 처방전 없이 걍 약국 레벨로 때울지 아니면 병원을 갈지? 그리고 내과로 갈지, 이비인후과로 갈지.. 고민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병원 약값이 정말 엄청나게 싸기는 하다. 의사 진료뿐만 아니라 약도 의료보험인지 건강보험인지 보험빨을 많이 받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9 19:35 2025/06/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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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와 잇몸 건강

신체 기관 중에 구강은 외부로 노출되어 있으면서 음식물이 들어가는 부위이다. 거기에 나 있는 치아, 일명 이빨은 뼈의 일부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손발톱이 뼈가 아닌 것만큼이나 치아도 생리학적으로 뼈가 아니다. 치아는 뼈보다 더 단단한 대신, 몸 속 뼈와 같은 정도로 재생되지는 못한다. 인체에서의 용도도 여느 뼈와는 사뭇 다르다.

치아는 일반적으로 잘 썩지 않고 형체 유지가 잘 되는 신체 부위이다.
부패가 한창 진행되어 살이 다 썩어문드러진 시체, 으스러지고 불에 타는 급으로 끔찍하게 죽은 시체에서도 치열 모양을 스캔 뜨고 치과 진료 기록을 대조해서 사람 신원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이다.

옛날에 히틀러도 자살 후 시체가 휘발유 끼얹고 불질러졌지만 치열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됐었다.
그러니 일본에서는 대규모 화재나 붕괴 참사가 터져서 사람이 많이 실종되거나 죽었을 때 시신의 신원 확인을 도와줄 ‘경찰치과의’를 육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이 자연 세계의 농간이기라도 한지.. 뮤탄스 균인지 뭔지 하는 아주 소수의 예외적인 세균은 하필 인간 치아 법랑질 안에서 잘 살면서 치아를 부식시킬 수 있다.
이빨이 썩는 건 자연에서 흔히 보는 유기물의 부패하고는 성격이나 양상이 다르다. 에나멜질이 썩네 상아질이 썩네, 신경까지 닿네.. 그러면서 진행 단계가 4개나 세분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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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치아뿐만 아니라 잇몸의 건강도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이의 병.. 충치, 치아우식증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교육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잇몸의 병.. 풍치, 치은염-치주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본인 역시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는 건 비타민 C 결핍증 정도로만 아는 게 전부였다. 요즘 세상에 비타민 결핍증은 마치 컴퓨터에서 메모리 할당 실패와 비슷한 존재감이 돼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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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병도 충치와 마찬가지로 얼추 4단계로 나뉜다. 잇몸은 다른 곳보다도 이와 이 사이에 양치가 제대로 안 돼 있을 때 탈이 나기 쉽다.
얘는 치아처럼 시커멓게 변색되는 건 없다. 그냥 벌개지고 퉁퉁 붓다가 나중에는 이의 아래쪽이 다 드러나 보이게 된다.

전자는 건물이 화재나 폭발, 테러 때문에 폭삭 주저앉고 붕괴하는 것과 비슷하다.
후자는 건물이 지진이나 홍수 때문에 지반이 싹 없어지는 바람에 그냥 자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꿩 대신 닭"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 없으면 잇몸"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 없이 잇몸만으로 어떻게 고기를 씹겠는가.

건강한 치아 and/or 잇몸을 위해서 양치는 오토바이에 헬멧, 자동차에 안전벨트와 같은 급의 너무 기본적이고 당연한 얘기이다. 약품 가글은 물리적인 칫솔질을 결코 대체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를 무슨 때 밀듯이 너무 세게 닦는 것도 이와 잇몸에 안 좋다고 하니 인체는 뭔가 극단적인 것에 취약한 게 틀림없다.

무슨 알코올(소주!!!)이나 소금물 가글 같은 민간요법보다는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인간의 구강 내부에는 칫솔이 제대로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 공간이 꽤 많기 때문이다.

흔히 스케일링이라고 하지만 이거는 치아 표면이나 사이에 낀 비늘, 물때, 관석, 막 같은 치태(scale)를 제거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의미는 ‘디스케일링’이다.
부엌을 깨끗이 해서 파리나 바선생이 꼬이지 않게 하듯이, 저런 뮤탄스균이 좋아할 만한 먹잇감을 구강 안에 남겨두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2010년대 중반부터 서민들의 재정 부담이 덜어진 게 둘 있다. 하나는 명절에 고속도로 톨비가 면제되기 시작한 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치아 스케일링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19세 이상 대상으로, 연 1회만. 횟수 카운터는 매년 1월 1일에 초기화됨)

10년 전, 20년 전 물가로 5~6만 원씩 하던 스케일링 시술 비용이 갑자기 2만원 부근으로 내려가니 이거 정말 참신하게 느껴졌었다.
스케일링을 의료보험 처리해 줘서 더 중하고 어려운 충치 치료를 예방하는 게 국가의 의료보험 재정에도 더 이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마냥 포퓰리즘 선심을 쓴 게 아니다.

스케일링은 저런 치태를 초음파 레벨로 드드드드 진동시켜서 먼지 털듯이 제거한다.
시술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치아나 잇몸 자체를 물리적으로 깎아버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스케일링은 치과 의사가 아니라 치위생사 레벨에서 행해지는 비교적 ‘가벼운’ 시술이다.
복잡한 진료· 치료나 내외과 수술이 아니라, 주사 놓는 것과 비슷한 레벨이라는 것이다. 주사는 간호사가 놓지, 의사가 놓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음)

치아나 잇몸을 물리적으로 건드리는 거라면 그건 진짜 치과 의사가 맡아야 하는 매우 위험한 시술이다. 잇몸 치료라든가, 발치(이를 뽑아버리는)도 이에 해당한다.
스케일링은 보험 적용 전에 5~6만원 남짓하던 가격, 그리고 6개월~1년 주기가 권장된다는 점.. 이걸 감안하면.. 자동차로 치면 엔진 오일 교환과 비슷한 정비인 건지도 모르겠다.

지하철 열차가 90도에 가까운 급커브를 지날 때 바퀴와 레일 사이에서 키링키링 불쾌한 소음이 나는 게.. 스케일링 기계가 치아를 들쑤시는 소리와 참 비슷하게 느껴진다. ^^

비전공자인 내가 아는 건 이 정도까지다.
이빨이 몽땅 나간다 해도 그건 눈 한두 개를 잃는 것보다는 덜 치명적일 것이다. 보험에서도 실명을 더 크게 보상하며, 군대에서도 이건 곧장 4급이나 면제 등으로 처분해 준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눈을 다칠 정도의 극단적인 이벤트는 자주 찾아오는 게 아니니, 안과보다는 치과가 존재감이 더 크고 사람이 치과를 찾을 일도 더 잦은 듯하다.

근데.. 입안이 무슨 배 속 내장도 아닌데, (1) 같은 입안을 보고 치과마다 진단해 내는 충치 개수가 다르고 치료 견적이 들쭉날쭉이라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 얘기를 들어 보면 치과 진료에 대한 과잉진료 불신이 여전히 없지 않다. 자동차 정비 쪽에 과잉 정비(멀쩡한 부품까지 몽땅 다 갈아 버리는-_-) 폐단이 있는 것처럼 의료도 사정이 비슷한가 보다.;;

그리고 또.
본인은 양치할 때 치약 묻힌 칫솔에다가 물을 약간이라도 습관적이나마 묻히는 편이다. 거품이 잘 나고 치약이 잘 도포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2) 치과 의사들은 막 해롭고 나쁜 짓까지는 아니어도 그걸 별로 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흔히 지목되는 "치약 성분이 희석되기 때문"은 좀 의아하게 느껴진다. 물을 묻히든 안 묻히든 치아에 닿는 절대적인 치약의 양은 동일하고 물리적인 솔질 강도도 동일한데 왜 약효가 떨어진다는 걸까? 그리고 광고에 나오는 것보다 치약을 훨씬 적게 써도 된다는 지론과도 별로 안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7 08:35 2025/06/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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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사와 형사, 고의와 과실

우리나라 형법은 고의성 없이 의도치 않게 실수로 사고를 치고 피해를 끼친 것은 '기본적으로' 처벌을 하지 않는다. 전과자를 만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도를 불문하고 어쨌든 사고 쳐서 남에게 피해 끼친 걸 '액면 그대로 물어내도록' 강제 절차를 취하는 건.. 형사가 아니라 민사 소송의 영역이다.

그 대신, 형사의 관점은 가해자가 고의로 저지른 범법 행위의 흉악성이다. 물론 피해가 클수록 더 흉악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관계가 언제나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형사는 "단돈 100원을 훔쳤더라도, 피해자가 당한 피해가 미미하더라도, 절도는 중죄다." 이런 관점이다. 상습적이거나 직무상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저건 경범죄가 아닌 형사처벌 중범죄가 된다.

그럼 빌려 준 돈 갚으라고 법으로 대응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못 갚는 게 아니라 일부러 배째라 엿먹어라 안 갚는 거고, 돈 빌리던 처음 순간부터 갚을 생각 따윈 전혀 없었을 정도로 (1) 정말 단단히 악의적이어야만..!!
그래야만 민사를 넘어 사기죄로 형사 고발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그걸 입증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다만, 아무리 고의성이 없는 실수여도 (2) 비가역적으로 너무 큰 피해를 끼친 건 형사처벌이 뒤따른다.
운전 중에 졸다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히거나..
담배꽁초를 잘못 버려서 야산을 홀랑 다 불태워 버리거나.

사람 죽인 걸 민사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도로 살려 받을 수 있지는 않다.;; 그러니 그건 가해자를 벌주는 걸로 처리해야 정의로울 것이다. 이것이 민사와 형사의 관점 차이라 하겠다.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됐을 뿐만 아니라 민사와 형사도 영역이 나뉜 것이다.
형벌인 벌금 역시 피해자의 피해 보상에 쓰이는 돈이 아니다. 그건 그냥 세외수입 명목으로 국고로 갈 뿐이고, 피해 보상금은 배상금, 추징금 등 다른 경로로 움직인다.

또한, 어렵고 위험한 일을 (3) 돈 받으면서 직업으로 수행하는데 큰 실수를 저지른 건.. 미안하지만 '업무상 중과실' 어쩌구 운운하는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
의사가 어처구니없는 의료 사고로 환자를 죽였거나, 용접공이 작업하다가 불똥 잘못 튀겨서 가스를 폭발시켰거나..
여객기 조종사가 한눈 팔다가 자기 잘못으로 뱅기를 추락시켜서 승객들을 죽였거나 등..

물론 과실범은 고의범보다는 더 가볍게 처벌된다. 감방을 가도 징역이 아니라 금고로 처분된다.
그리고 형사 처벌은 끼친 잘못이나 수습 비용에 '정비례'해서 형량이 한없이 올라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정비례해서 올라가는 건 민사 배상이나 행정처분일 뿐이다.

가령,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면 킬 수 n에 정비례해서 면허 취소 벌점이 쌓이기는 한다. 그러나 금고/징역 형량이 5+n년으로 쭉쭉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다른 모든 과실 중범죄는 'n년 이하의 금고'인 반면, 산불만은 악질적인 방화가 아닌 단순 실화이더라도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 규정되어 있다.
지난번에 시청 역 차량 돌진 사고로 사람 9명을 죽인 가해자의 형량이 "금고" 7년 6개월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산불로 온 나라를 작살을 낸 사람이라면 감방만 갔다 온다고 일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 다음은 민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숲 다 날리고 나서 임로를 뒤늦게라도 제대로 닦았으면 좋겠다.;;

(4)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실수였다고 무작정 다 용서되지는 않는 사례는 다음과 같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 마약 복용이나 운반이 적발된 거(던지기), 운동 선수가 도핑에 적발된 거는.. 이유 불문하고 당사자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그러니 공항에서 낯선 사람의 물건 운반 요청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 운동 선수는 평소에 감기약 하나 복용하는 것도 일일이 코치나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극도로 몸을 사려야 한다.

- 운행하는 자기 자동차의 번호판이 외부의 이물질 때문에 일부라도 가려지는 것 역시.. 아무리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였다 해도 과태료를 꽤 비싸게 먹는다! 이건 넓은 의미에서 대포차를 모는 거나 다름없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니 주의해야 한다.

2. 판사와 검사

지난 1997년 4월경엔 이태원 살인 사건이란 게 벌어졌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느 고삐리 싸이코패스 주한미군이 타메시기리--옛날에 사무라이가 자기 검의 성능을 시험한답시고 길거리의 아무 행인이나 뎅겅 하던 짓거리--라도 하듯이 화장실에서 사람을 흉기로 난자해서 죽인 묻지 마 살인이었다.

옛날에는 잊을 법하면 이렇게 주한미군 중에 질 안 좋은 놈이 사고 친 게 보도되곤 했다. 그러면 또 일각에서는 “더는 못 참겠다! 주한미군은 당장 꺼져라~ 우리민족끼리 통일통일” 이렇게 선동질을 했고 말이다.
햐~ 그러고 보니 효순 미선 장갑차 압사 사고도 벌써 20년도 더 전 일이 됐다. 이런 분야의 사건 사고를 다시 떠올려 보니 참 감개무량하다. 아무튼~~

저 사건은 용의자가 금방 색출되어 붙잡혔는데.. 문제는 2명 중에서 누가 살인범 주범이고 누가 망만 본 종범인지 확실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두 여인이 이 아기는 자기 꺼라고 주장했듯이, 여기서는 패터슨과 에드워드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이 살인범이라면서 책임을 떠넘겼다.

이럴 때, 전근대 사법 시스템이라면 진범이 겁에 질려 제 발로 자백하고 실토할 때까지 둘 다 진실의 방에 쳐박아 넣고 죽어라고 물리 치료를 시키거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처방밖에 답이 없었을 것이다. 허나 그건 요즘 관점에서는 너무 무식하고 야만적인 방법이니 아웃이고;;

이 사건에서 둘 중 누가 진범인지를 가리는 건 판사가 아니라 검사의 영역이 됐다. 이렇게까지 너무 고지식하게 역할 분담을 한 게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판사는 기소된 죄목에 대해서만 유죄 여부와 형량을 판정했다.

그리고 이때 이 사건을 맡았던 박 검사라는 사람이 잘 알다시피 심각하게 트롤짓을 했다. 자기 신념 하나에만 꽂혀서 살인범 판정을 정반대로 엉뚱하게 하는 바람에 그 뒤의 일들을 몽땅 꼬이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을 고생시켰다.
게다가 진범을 출국 정지 연장조차 깜빡(?) 잊고 안 해서 미국으로 보내 줘 버린 건.. 도저히 옹호해 주기 힘들겠다.

자기가 미군 범죄 수사부보다도 정확하게 범인을 찾아냈다고 자뻑하고 있었는데 2015년엔 결국 자기가 풀어 준 범인이 어렵게 도로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때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실제로 그는 이게 엄청난 흑역사 오점 트라우마가 됐다. 나중에 주변에서 이태원 살인 사건이 거론되기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현실부정에 신경질 히스테리를 보였다고 한다.

저 사람은 나중에는 지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살다가.. 2023년에는 ㅈㅅ로 석연찮게 생을 마감했다.
의사 중에 돌팔이가 있다면 법조인 중에는 안타깝지만 저런 부류도 있긴 한 것 같다.

이태원 살인 사건과 비슷한 시기인 1995년에 치과 의사 모녀 살인 사건도.. 우리나라 검찰이 외국 법의학자들까지 동원한 변론 방어를 못 이기고 피고는 최종 무죄 판결, 그 대신 진범은 영원히 놓친 케이스가 됐다. 저것도 참 아리까리한 사건이었다.
이러니 법조인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3. 과거와 현재

옛날 조선 시대엔..

(1) 남을 고의로 죽인 살인죄라도 그 이유가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고 그랬다"이고 그게 사실이었다면 정상참작을 매우 많이 해서 형량을 크게 줄여 줬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패륜 범죄는 더 엄하게 처벌했다. 그리고 옛날답게 존속에 대한 패륜에 비해서 반대 방향으로 아동학대 같은 것에 대한 인식과 처벌은 미약했다. 아예 왕궁에서 왕자조차 애비로부터 혹독한 학대를 당하기도 했을 정도이니..

(2) 지방 수령이 국고를 사적으로 횡령하는 큰 부정부패를 저질렀더라도..
횡령한 재물을 자식새끼 장가· 시집 보내는 혼수 비용에 썼다고 하면 정상참작과 감형이 많이 됐다.
횡령 액수에서도 그건 차감하고 계산했을 정도였다.

(3) 저 때는 오늘날 관점에서 비인간적인 '연좌제', '삼족을 멸할 죄'라는 게 존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적 정도로 선 넘는 게 아니라면.. 죄 짓고 쫓기는 죄인을 '가족'이 숨겨 주고 도피를 도운 것에 대해서는 불고지죄나 연대책임을 묻지 않았다.
가족 혈연에 대해서 "가재는 게 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가 뭔가 보편적인 인륜이고 법리라고 인정한 것이다.

저 때는 법이 지금보다 좀 더 친가정적인 면모가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더 눈감아 주는 대신, 반대로 저걸 어겼을 때는 더 크게 처벌한다~~ 이런 식이라면 논리적으로 충분히 수긍이 간다.

이 이념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법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허나,

  • 중증 정신병자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감금시키는 건 오로지 가족이 동의했을 때만 가능하다. (더 글로리 드라마에서도 묘사됐듯이!)
  •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애들이.. 정작 알바를 하려고 해도 부모 동의가 있어야 하니 밖에서 먹고 살기 위해 당장 할 만한 게 범죄밖에 없다~~

이건 그 가정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을 때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사법 역사상, 고의 살인 중에 최고의 동정 실드를 얻은 건 "김 보은 양 사건"이었으니 말이다(의붓애비가 딸한테..).
그리고 "이 은석 사건"도 단순 존속살인 패륜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이 사람 정도면 가석방도 되지 않을지..?

애가 극심한 가정폭력 아동학대를 못 견뎌서, 혹은 중증 치매 간병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부모를 죽이고 자수한 거,
아니면 덩치 커지고 힘은 센데 중증 자폐 때문에 사고 치는 걸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반대로 부모가 "너 죽고 나 죽자" 심정으로 아들을 죽여 버리고 자수한 거..
이런 것도 뉴스에 뜨면 댓글은 온통 동정 실드로 가득해진다. 이런 건 비록 고의적인 살인이지만 여느 흉악범죄 살인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영예(!!)를 얻은 살인은 박 기서 씨의 안 두희 피살 사건이지 싶다. 부모의 원수 정도를 넘어 국가의 원수를 갚는 급의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몽둥이여도 구일본 해군의 정신주입봉은 그냥 똥군기의 상징이지만, 우리나라 '정의봉'은 뭐.. 심지어 경찰이 범행 도구를 몰수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고이 돌려줬을 정도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4 08:36 2025/06/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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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난수를 얻기 위해서는 난수를 생성하는 첫 씨앗도 난수여야 한다.",
"엔진이 정지 상태였다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맨 처음에 외부로부터 힘을 공급받아야 한다"(시동) 같은 재귀적인 원리 법칙이 있다.

컴퓨터가 먼저 등장했을까, 프로그래밍 언어가 먼저 등장했을까? 역사적으로 답은 후자이다.
지금은 완전히 망해 버렸지만 2000년대에 인텔 Itanium이라는 64비트 CPU가 처음 출시됐을 때 Itanium용 Windows 2000도 같이 개발되고 있었다. 아직 미완성인 CPU를 타겟으로 그걸 지원하는 운영체제가 어떻게 나란히 개발될 수 있었을까? (에뮬레이터, 그리고 비슷한 특성을 지닌 다른 기성 64비트 OS의 도움을 받아서)

이런 식으로 컴퓨터의 세계에서는 뭔가 재귀 딜레마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 한 사례를 분야별로 찾아볼 수 있다.

1. 파일 압축 프로그램을 설치하기 위해서 압축 프로그램 패키지의 압축을 풀어야 한다??

그러니 PC 통신 시절부터 압축 프로그램은 무조건 당장 실행 가능한 EXE 형태로 배포되는 게 불문율이었다. 당연히 이 딜레마를 파훼하기 위해서다.
뭐, 옛날엔 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했으니 그 EXE는 실행 파일 압축 유틸로 압축돼 있기도 했을 것이다.

2. 부팅을 위해서는 컴에다 운영체제를 설치해야 하는데, 운영체제 설치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부팅이 돼 있어야 한다.

그러니 운영체제들은 원본 CD나 USB 메모리로부터 자체 부팅하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설치 프로그램부터가 자기 운영체제 GUI 셸의 자그마한 클론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설치 대상 컴터에서 기본적인 하드웨어들을 세팅하고 최소한의 파일들을 하드에 복사했으면.. 다음엔 그 GUI 클론 환경으로 곧장 진입한다.

옛날에 Windows 9x 시절에는 설치 프로그램이 Windows 3.1 셸 기반의 GUI 클론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운영체제의 설치가 거의 다 끝나면.. 설치 프로그램의 최종 마무리 파트(프린터 세팅, 응용 프로그램 등록..)는 "새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일회성 프로그램의 형태가 될 정도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끝.. 신기하지 않은가?

3. 컴파일러를 돌리기 위해서 컴파일러의 소스를 컴파일해야 한다.

그래서 C/C++처럼 컴파일러 자기 자신을 직접 빌드할 수 있을 정도로 스케일이 큰 언어는 버전 n의 소스를 개조해서 차기 버전 n+1을 만들었다.
그 뒤 버전 n 컴파일러로 버전 n+1을 빌드하고, 빌드된 버전 n+1 컴파일러로 n+1 소스를 '또 다시' 컴파일해서 최종적으로 n+1 컴파일러 바이너리를 만들었다. 최신 컴파일러도 새 기능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최신 버전에서 구현된 최적화 기능 같은 게 적용돼야 하니까 말이다.

물론 컴퓨터의 초창기 시절.. 진짜 최초의 원조 컴파일러는 얄짤없이 쑤제 기계어/어셈블리어로 만들어져야 했다. 이건 마치 지구상 완전 최초의 생명체만큼이나(진화론 관점에서..) 지금으로서는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전설적인 존재이다.

4. 컴터는 운영체제가 파일 시스템을 세팅하기 전에, 운영체제 프로그램 파일을 디스크로부터 읽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체제 프로그램은 파일 시스템과 무관하게 디스크에서 물리적으로 고정된 첫 지점으로부터 읽어들이는 걸로 규약이 정해졌다. 컴퓨터의 펌웨어 차원에서 말이다. (BIOS건 UEFI건)
부팅 디스크는 io.sys 같은 파일을 아무렇게나 카피만 해 넣는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 이유가 이 때문이다. 특수한 전용 유틸을 써야 만들 수 있다.

5. 가상 메모리는 컴퓨터의 메모리를 관리하는 파트인데.. 가상 메모리 관리자의 동작을 위한 메모리를 관리하는 파트도 필요하다.
이건 메모리를 관리하는 데 드는 메모리, 로켓이 연료 무게 때문에 더 필요해지는 연료, 세금을 걷는 데 드는 세금.. 이런 개념이다.
보통은 메모리 관리자를 두 번 세팅하는 걸로 해결했다.

오늘날 64비트 컴퓨터들이 포인터에서 44~48비트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컴의 물리적인 메모리가 많아 봤자 수백 GB나 수 TB 정도밖에 없는데, 비현실적으로 공간을 너무 방대하게 잡으면..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불필요한 메모리 사용만 늘기 때문이다.

6. 응용 프로그램들이 사용하는 C/C++ 런타임 라이브러리는 역시 응용 프로그램과 같은 계층에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전, 부팅을 위해 실행되는 운영체제의 코드들도 C/C++ 함수를 왕왕 사용한다.
그래서 Windows의 경우, msvcrt뿐만 아니라 ntdll에도 보면 C 함수들 구현체가 왕왕 들어있다. 커널용 CRT와 응용 프로그램용 CRT가 별도로 제공되곤 했다.

단, NT 말고 9x 계열은 CRT DLL에 대한 배려가 딱히 없었다. 16비트 시절에는 DOS나 Windows를 불문하고 CRT를 그냥 static link 해서 각자 탑재하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들마다 메모리 모델이 다를 수 있어서, DLL이 프로세스별로 독립된 메모리 주소 공간을 갖지 못해서, C 라이브러리가 지금에 비해 그닥 거대하지도 않아서..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1 19:35 2025/06/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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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의 군주였던 루이 15세는.. 태양왕이라고 불렸던 선대 14세나, 대혁명 때 참수를 당한 후대 16세에 비해 존재감이 작다. 성경에서 아브라함과 야곱 사이에 낀 이삭 같은 느낌이랄까?
저 사람에 대해서도 인간성은 좋지만 군주로서는 무능하고 우유부단이 너무 심했다는 비판이 많다. 허나, 이 사람 시절에 다음과 같이 분야별로 여러 일들이 있기도 했다.

1. 민생 치안, 미스터리: 제보당의 괴수

1764년부터 1767년 사이에 프랑스에서는 '제보당'이라는 지역에 늑대처럼 생겼지만 늑대는 아닌 괴물이 출현해서 사람을 습격하고 뚝배기를 깨뜨려 죽이고 잡아먹었다. 소문은 나라 밖으로까지 퍼졌고 "프랑스 너네는 들짐승 하나 처리도 제대로 못 하냐? ㅋㅋㅋ"라는 이런 비아냥이 외교계에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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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들은 루이 15세는 노발대발해서 육군 병력이라도 동원해서 저놈 당장 잡으라고 분부를 내렸는데..
사건의 비교적 초창기이던 1765년 초엔 남녀 어린이들이 6명(혹은 기록에 따르면 7명)이나 같이 숲길을 걷다가 공터에서 저 괴물 괴수와 마주쳤다고 한다.

이 애들은 처신을 잘못하면 몰살 당하고 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의 18세기 프랑스 판을 찍게 될 수도 있었다.
허나 이때 그들은 침착하게 서로 손잡고 한꺼번에 1오 횡대로 늘어서서 괴수를 야렸다.
사람 쪽의 덩치를 아주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제대로 통했다. 괴수는 그 애들을 한참을 노려보다가 물러났으며, 그 애들 일행은 정말 다행히도 무사히 돌아왔다.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퍼져서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루이 15세는 이 장한 애들을 왕궁에 불러서 용기와 기지를 치하하고, 상금 300리브르를 줬다고 한다. 리더격 애한테 혼자 300, 그리고 나머지 애들한테 또 300을 줘서 나눠 갖게 했다.
(요즘 평범한 직장인 연봉에 필적하는 액수라고 한다. 1리브르는 성경의 1데나리온과 비슷한 환율인 듯..)

제보당의 괴수는 딱 한 놈만 있지는 않았던 걸로 추정된다. 그래도 몇 년간 의심 개체를 사살한 뒤에는 발견이나 피해 신고가 더 들어오지 않고 사건이 종결됐다. 오늘날로서는 증언이나 그림 말고 박제물이 전해지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

2. 국방, 과학 기술: 증기 자동차의 발명

원시적이나마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고 일컬어지는 물건이 이 시절인 1770년에 발명됐다. 육군 공병 장교 출신의 발명가인 퀴뇨가 만든 '삼륜 증기 자동차' 말이다.
이 물건은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스스로 굴러가면서 수 톤에 달하는 무거운 대포를 견인해 줬다. 사람이나 마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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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초의 발명답게 제대로 운용하기에는 불편하고 번거로운 점, 미흡한 점도 너무 많았다. 이 자동차는 현업에서 당장 정식으로 채용되지는 못했으며, 결과만 따지면 일단은 실패에 가깝게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 15세는 이 사람의 아이디어와 노고를 극찬했다. 1772년부터 왕이 그에게 직접 연금을 600리브르씩 매년 지급해 줬다고 전해진다.

퀴뇨의 삼륜차(대포 수송), 에니악 컴퓨터(탄도 계산),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 다들 처음엔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3. 개인사, 정치: 암살 위기

루이 15세는 1757년 초에 암살당할 뻔했던 적이 있었다.
외출 이동 중에 '로베르프랑수아 다미앵'이라는 이름의 괴한으로부터 칼빵을 맞았다. 하지만 때는 1월 한겨울이라 왕이 옷을 워낙 두껍게 입고 있었던 덕분에 대미지는 경상에 그쳤다. 옛날의 그 두껍고 무겁고 질긴 외투가 일종의 방탄조끼 역할을 한 것 같다.

저 암살미수범은 전근대 시절에 역적죄를 지었으니.. 곱게 죽지 못했다. 바로 잡혀가서 공범· 배후를 캐내기 위한 처참한 고문부터 2개월 가까이 당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 폐인이 됐다.
결국 단독 범행이 인정되기는 했는데, 재판 결과도 "주문: 피고 다미앵을 사형에 처한다" 이렇게 깔끔하고 자비롭게 나오지 않았다.

"피고 다미앵을 먼저 팔, 가슴, 허벅지를 불에 달군 쇠집게로 지진다. 그 뒤 국왕을 살해하려 했던 그 단도를 오른손에 쥐게 하고 그 손을 유황불로 태워 버린다. 다음으로 지졌던 부위에다 끓는 납을 붓고, 사지를 말 네 마리로 끌어당겨 거열하고 시체를 불태운다"...;; 판결문이 이렇게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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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꼴을 보며 루이 15세 당사자는 "짐이 진짜로 죽은 것도 아닌데 너무 잔혹하게 처벌하지는 말게나"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아니 되옵니다 폐하. 왕을 시해하려 든 자에게는 후대를 생각해서라도 무관용 일벌백계를 내려야 하옵니다."라는 항변과 함께 거절됐다.

그래도, 프랑스는 잔혹하던 구체제 시절에도 연좌제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저 범인의 직계가족은 국외 추방, 그리고 형제자매들은 성을 갈고 신분세탁만 하는 선에서 뒤끝이 마무리됐다. 오히려 루이 15세는 그 범인 유족들에게 개인적으로 연금을 하사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게 배려해 줬다고 한다.

훗날 조선 고종 치하의 서 재필이나 김 옥균 등이 당했던 일을 생각해 보면 매우 비교된다.
한편으로, "왕을 시해하려 든 자에게는 무관용 일벌백계" 이러던 왕조가 겨우 35년 뒤에 완전히 붕괴해 버리고, 왕이 반대로 시민의 손으로 재판 받고 단두대에서 목이 짤리는 날이 찾아왔다. (1792) 이것도 참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1) 월트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서는 저 괴물 짐승도 나오고, 벨의 아버지가 발명한 삼륜 자동차도 나온다. 저 시절 프랑스의 모습을 잘 반영한 것 같다.

(2) 루이 15세 이전, 1600년대 초에 잉글랜드에서는 가이 포크스에 의한 국왕 암살 미수 시도가 있었고(1604, 국회의사당 화약 음모), 프랑스에서는 앙리 4세가 괴한에게 암살 당했었다(1610). 둘 다 예수회인지 뭔지 가톨릭 광신자의 소행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성공회 대비 가톨릭을 홀대하는 것에 불만, 후자는 가톨릭 텃밭에서 쓸데없이(?) 개신교까지 포용하는 것에 불만..
그에 비해 루이 15세 암살 미수는 종교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경우건 유럽 사회에서는 이런 역적 흉악범에 대해서도 당사자만 끔살일 뿐, 조선처럼 '삼족을 멸하는' 정도의 연좌제는 적용되지 않았다.

(3) 이 시절 프랑스 국왕들은 허벅지 각선미의 묘사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 특히 14세가 말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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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14세이고, 아래는 각각 15, 16세...
14세만이 가발이 검으며, 허벅지를 양쪽 모두 제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7 08:35 2025/05/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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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역 순찰

고양이는 평소에 잠을 그렇게도 많이 잔다고 한다(고양이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럼 깨 있는 동안은 쟤들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냥감 내지 먹이를 찾아 필사적으로 헤맬 것이다.
허나, 먹이 문제와 별개로 꼬냉이는 혼자 독고다이로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특정 장소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애착이 아주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꼬냉이는 하루 2~3회씩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면서 침입자가 있는지, 수상한 일이 벌어졌는지를 꼼꼼히 관찰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바리 경계에 있는 기물에다가 얼굴을 부비면서 자기 냄새를 묻힌다.
심지어 소변 스프레이=_=로 마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꼬냉이는 모래· 흙 위에다가 배설을 하면서 배설물을 흙으로 덮고 파묻을 줄도 아는 깨끗한 동물인데 말이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그 나와바리가 실내냐 실외냐의 차이밖에 없다.
집고양이는 욕실이나 창고처럼 평소에 자기가 자유롭게 들나들 수 없었던 곳의 문이 열리면 잽싸게 그리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집사한테도 다가가서 부비부비 하면서 또 자기 냄새를 묻혀 업데이트(..)한다. 이 정도면 냄새가 무슨 지문 같은 역할이라도 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없던 낯선 냄새가 감지되는 거, 집의 가구 배치가 갑자기 달라지는 거, 다른 고양이가 자기 나와바리에 들어오거나 집에 낯선 닝겐 손님이 오는 거.. 이런 것들은 고양이에게 꽤 긴장과 스트레스를 야기한다고 한다.

3. 재개발 악재

옛날에 붉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이 많던 시절에는 주변에 뭔가 틈바구니 같은 게 많았다. 길고양이들이 집 담장도 넘고 골목 사이 으슥한 틈바구니에 요리조리 짱박히면서 어떻게든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직육면체 상자 일색으로 너무 깔끔하게 정돈된 오늘날의 아파트숲은 꼬냉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걔들이 지낼 만한 곳은 지하 주차장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수십 년 묵은 단독주택들은 다들 헐리고 재개발되는 추세이다(아마 저런 아파트 단지로?). 이건 그 나와바리에서 살고 있던 꼬냉이들에게는 재앙 같은 소식이랜다.
이거 뭐 "성북동 비둘기"가 오늘날은 "한남동 꼬냉이"로 바뀌어야 할지도..?? (한남동 일대도 한창 재개발 중이라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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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장비가 들어와서 웅웅거리면서 낡은 건물을 깨부수는데.. 거기 살고 있던 꼬냉이들은 탈출을 제대로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기 때문이다.
쟤들은 밖으로 도망을 안 가고 더 깊은 구석에 짱박혀서 숨어 있다가, 철거된 건물 잔해에 맞거나 같이 파묻혀서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ㅠㅠㅠ 이게 진짜 비극이다.

하긴, 겨울철에 꼬냉이가 자동차 엔진룸 안에서 웅크리고 자다가 나중에 그 차가 시동이 걸렸을 때 갈려들어갈 수 있다던데. 건물 철거 때도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다.

숲을 파괴해서 야생동물의 먹이나 서식지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원래부터 사람이 살고 있던 건물들을 다 철거하는 바람에 길고양이의 서식지가 없어진다니..
이것도 오로지 꼬냉이만이 겪는 기괴한 고충인 듯하다.;;

그래서 캣맘들은 지역 관공서나 재개발 시공사에다가 민원을 넣어서 여러 조치를 취했다.
철거 예정인 건물을 가리는 외벽 아래에다가 꼬냉이가 드나들 수 있는 자그마한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그 구멍에다가 물과 사료를 놔 둬서 거기 사는 아이들이 가능한 한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거다.

물론 옛날 나와바리를 탈출만 했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그 꼬냉이들은 이제 갈 곳이 없으니 얘들을 임시 보관소로 보내서 누군가가 냥줍해 가도록 분양을 주선한다. =_=;;;
주인 없는 그 하찮은 꼬냉이들이 뭐라고 얘들을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신경 쓰는 캣맘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주기적으로 물· 사료를 놔 두는 정도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4. 간택과 보은

저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캣맘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고양이가 귀엽기 때문이 아닐까?
하물며 밥만 주는 게 아니라 아예 냥줍까지 하는 것에는 꼬냉이의 외모가 아무래도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일개 길고양이 레벨에서 털이 완전 쌔하얀 페르시아 고양이 같은 아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 털 도색은 그냥 흑백이나 회색· 고동색· 황토색 계열의 얼룩덜룩한 흔한 잡종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얼굴 동그랗고 토실토실하고 충분히 귀여운 애들은 많이 있다.

고양이 집사와 관련해서는...

  • 그러고 보니 공 병우 박사의 제자였던 송 현 선생님도 늘그막엔 길고양이 돌보는 일에 진심 재미를 붙이신 적이 있었다. 그분 살아 계시던 시절에 본인이 결혼과 꼬냉이 얘기를 같이 나누지 못하다니 아쉽다.
  • 그 밖에 유튜브에는 유명 랜선 집사들도 많이 있다. 베베집사라든가 메주..;; 와이프의 소개로 본인도 이런 세계에 대해 접했다. 이 사람들은 꼬냉이 돌보고 방송하는 일만 전업으로 하는 유튜버이다.
  • 19세기의 간호행정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도 길고양이를 개인적으로 무려 60마리나 냥줍해서 키웠던 원조 캣맘이었다고 한다. 꼬냉이에게는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 갬성이 존재한다는 식으로까지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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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을 주인으로 떠받들지만.. 고양이는 닝겐을 집사로 간택할 뿐이다~"라는 농반진반 드립이 있다. =_=;;;
고양이가 개에 비해 홀로 도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의 꼬냉이가 그 정도로 안하무인인 건 아니다. 꼬냉이는 자기 담당 집사에게 자기가 사냥한 아이템을 상납하면서 나름 '보은'을 할 줄도 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본인조차도 작년에 앨리가 '보은'하는 걸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갖고 놀라고 던져줬던 생선 인형을 물고는 본인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글쎄, 쥐나 벌레 같은 생체를 가져온 건 아니지만 일개 꼬냉이가 이런 생각까지 한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그 당시에 앨리가 그렇게 선물이라도 바쳐서 우리집 안에 들어오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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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동화도 이런 꼬냉이의 특성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꼬냉이는 앞서 가축의 용도에서 살펴봤다시피 고기, 노동력, 부산물 같은 게 애매하다. 저 동화는 그래도 꼬냉이가 유용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아주 판타지스럽게 각색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지브리 애니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5. 나머지 이야기들

(1) 기분 좋고 평안할 때 그릉그르르??? 골골송
평안한 상태로 바닥이 푹신한 때 꾹꾹이
기분 나쁠 때, 경계 또는 경고 모드일 때 캬아아아~~ 하악질..
요렇게 상황별로 꼬냉이의 동작을 묘사하는 용어가 있다.

(2) 글쎄, 개의 야생 에디션이 늑대이듯이 고양이도 야생 에디션인 살쾡이(삵)가 있다. 야생 에디션은 홈 에디션 대비 덩치나 공격성이 더 강화돼 있다.
참고로 하이에나는 늑대 같은 개꽈 느낌이 강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얘도 의외로 사자나 표범 같은 고양이꽈라고 한다.

(3) 고양이는 정말 이례적으로 성경에 언급이나 등장이 전~~혀 없는 걸로 유명하다. 개, 쥐, 돼지, 말, 소, 양, 염소 등등등은 다 나오며, 레위기에서 박쥐, 펠리컨, 대머리독수리도 나오는데 말이다. 고양이는 하다못해 부정한 동물로 언급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성경이 기록되던 시기에 지금 우리가 아는 자그마한 고양이라는 품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성경에 닭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1 08:35 2025/05/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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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들짐승과 집짐승

자연에는 여러 동물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종류는 인간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이용할 가치가 있다.

(1) 일을 시켜서 부려먹기: 개, 소(농사), 말(교통수단).. 넓게 보면 서커스 묘기도 이 범주에 들겠다.
(2) 산 채로 얻는 부산물: 꿀, 알, 젖, 털 같은.. 이거 덕분에 꿀벌은 일개 곤충일 뿐이지만 축산법 상으로는 엄연히 가축이다.
(3) 죽여서 얻는 부산물: 고기와 가죽. 소, 돼지, 닭, 오리 등.. 오늘날 닭은 이 분야의 끝판왕이다.

노동력 (1)에 대해서 더 살펴보자면..
오늘날이야 자동차와 농기계 덕분에 말이나 소의 노동력이 필요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소는 이제 식용으로만 키운다.
그 반면, 개는 차분하고 충직한 성격 덕분에 품종에 따라 사냥개나 군견, 맹인 안내견, 마약 탐지견 같은 고도의 특수 임무까지 수행 가능한 유일한 동물이다.

냄새 맡는 능력만 따지자면 도야지가 개보다 더 뛰어나면 뛰어나지, 절대 못하지 않다. 그 커다란 콧구멍을 폼으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능도 개나 도야지나 다 피장파장이다.
하지만 도야지는 고집 세고 인간의 훈련을 잘 따르지 않고 깩깩거리는 그 성깔이 걸려서 저런 일을 못 시키는 거다. 인간과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그 능력을 인간을 위해 기꺼이 바치려는 의지가 개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한편, 꿀벌은 (2) 꿀뿐만 아니라 충매화 기반 농작물들의 수분을 도와준다는 (1) 노동력 공로도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이걸 인간 수작업이나 기계 "따위"로 일일이 하면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농작물의 가격이 지금보다 몇 배는 뛰게 될 터.. 꿀벌의 효율과 가성비 따위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 인간과 함께 지내게 되면 '가축'의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인간의 통제에 잘 따르면서 이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번식도 하고, 저런 (1)~(3)을 더 잘하는 쪽으로 품종 개량이 진행된다.

늑대가 들개를 거쳐 우리가 아는 그런 개로 바뀌고, 멧돼지가 털 없고 엄니 없고 더 뚱뚱한 집돼지로 바뀐다. 이런 동물들은 이제 돌봐 주는 인간 없이 홀로 야생에 던져지면 제대로 못 살게 된다.
내 경험상 성경도 육상 동물을 분류할 때 포유류 양서류 같은 구분은 안 한다. 그냥 가축(cattle) 아니면 일반 야생 짐승이냐(beast) 정도로만 분류한 편이다.

산업화 이후 현대에 와서는 아래의 (4)와 (5)도 동물의 용도에 추가된 듯하다. 1차 산업이 아닌 업종에서도 동물을 필요로 하는 예외적인 사례라 하겠다.

(4) 귀여워서 정서적 교감: 집안에 들여다 놓고 키우는 애완동물..
(5) 임상실험: 제약회사 실험쥐 내지 우주 개발 초창기에 인간보다 먼저 우주로..;;

(5)는 그렇다 친다만.. (4)는 인간들이 등 따시고 배 부르고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등장한 카테고리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서는 개가 정말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3) 도사견인지 뭔지 멍멍탕으로 쓰이는 품종, (1) 셰퍼드, 포인터 같은 품종, 거기에다 (4) 포메라니안, 푸들 같은 애완견 품종이 다 있으니 말이다.

(4)와 (5)는 가축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거시기해 보인다.
그럼 이 시점에서 이 글의 주제를 꺼내도록 하겠다. 고양이, 꼬냉이는 어느 범주에 속하는 동물인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양이는 먹이사슬 서열에서는 엄연히 사나운 육식동물이다. 허나, 덩치가 엄청 작으며 외형과 울음 소리가 기막히게 귀여운 요물이다.

꼬냉이는 개와 달리 (1) 노동력이나 (2) 부산물은 해당되지 않겠다. 아, 쥐 잡는 것 정도나 (1)에 약간 들어가려나?
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3) 개고기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꼬냉이는 일부 문화권의 극소수 마이너 괴식인 나비탕 말고는 일단은 식용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그 마이너한 개고기보다도 훨씬 더 마이너하다.

오늘날 꼬냉이는 천상 (4) 얼굴마담 역할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얘는 우리나라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개, 돼지는 물론이고 꿀벌조차도 법적으로는 가축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 유비쿼터스 고양이

꼬냉이는 행정· 관리 측면에서 개, 돼지 같은 여느 동물과는 굉장히 다른 특성이 있다.
주인 없는 개체가 사람 사는 마을에 버젓이 돌아다님에도 불구하고.. 나랏님이 포획하지 않고 인간과의 공존을 묵인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

즉, 꼬냉이는 법적으로 유해조수로 취급되지 않는다. 가축도 아니고 유해조수도 아니라는 것이다.
개는 들개뿐만 아니라 애완용 댕댕이라도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애가 있다고 119 신고가 접수되면 나랏님이 출동해서 걔를 잡을 것이다.
멧돼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개는 꼭 죽이지 않고 최소한 보호소에라도 보내겠지만 멧돼지는 그냥 사살이다.
그 반면, 꼬냉이는 잡아서 기껏해야 TNR밖에 하지 않는다. 잡아서 중성화만 시킨 뒤, 현장에 도로 놔 준다.

이렇게 조치가 관대한 이유는.. 꼬냉이는 저렇게 놔둬도 사람에게 물리적인 위험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꼬냉이를 목줄과 입마개 채우고 산책 시킨다는 말은 아무도 못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길고양이 앞에서 사람이 등을 보이고 달아난다 해도 쟤가 쫓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반대로 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고 도망칠 뿐이지..
꼬냉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을 앞발 발톱으로 할퀼 수는 있다. 하지만 멧돼지처럼 체중을 실어서 들이받는다거나(..), 개처럼 입으로 물어뜯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꼬냉이는 본능적으로 사나운 맹수 기질이 있다. 배고프지 않아도 그냥 괜히 사냥을 하고, 사냥감을 갖고 놀기까지 한다. 단지, 그 사냥 대상이 자기보다도 더 작은 새, 개구리, 쥐, 벌레 등으로 국한될 뿐인 거지.
'종' 전체 차원에서 인간과의 공존이 용인되는 동물 중에서 제일 크고 지능 높고 귀엽다고 여겨지는 아이가 바로 꼬냉이인 듯하다. 개는 모든 종이 인간에게 무해한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지 꼬냉이는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지경이 됐다.
어지간한 공원이라든가 옛날 스타일 단독주택 골목들엔 다 있고.. 의외로 아파트 단지에도 서식한다.
꼬냉이들이 지구 정복 음모라도 꾸미고 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얼마 전엔 5월 연휴를 맞이해서 부모님도 뵐 겸 고향 경주를 찾아갔는데..
황성 공원의 소나무숲엔 원래 청설모들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거기도 청설모는 안 보이고 꼬냉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_=;;

강아지를 키우려면 아무래도 펫샵이나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서 애완견을 정식으로 분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꼬냉이의 경우, 운 좋으면 그냥 길냥이 중에서도 상태 좋고 귀여운 아이를 '냥줍'하거나 심지어 그쪽으로부터 먼저 간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본인이 작년 여름-가을 사이에 '앨리'라는 아이와 잠깐 있었던 시절은 꼬냉이의 이런 특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길고양이는 완전한 야생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완동물도 아닌 참 애매한 위치에 있다. 그들은 완전히 산 속도 아니고 건물과 공터 곳곳에서 야금야금 몰래 살아간다. 이거 뭐 자전거도 자동차도 아닌 오토바이와 비슷한 처지인 건가?

일부 몰지각한 캣맘이 남의 집이나 차 근처에다가 꼬냉이들 먹이를 놔둬서 갈등을 빚는다. 캣맘이 그 꼬냉이들을 자기 집까지 데리고 와서 전적으로 책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주인 없는 골칫거리니까, 또 어차피 오만 데 발이 채일 정도로 흔하다는 이유로 꼬냉이들을 죄의식 없이 잡아다가 학대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일부 사람들도 문제다. 고양이는 세상에 이런 논란의 중심에 앉아 있는 특이한 존재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주인 없는 개의 멸칭이 '똥개'인 반면, 주인 없이 굴러다니는 고양이의 멸칭은 '도둑고양이'였다. 그게 요즘은 '길고양이'로 많이 대체됐다.
글이 많이 길어졌으니 다음엔 꼬냉이의 생태에 대해서 더 썰을 풀도록 하겠다.
아이고 이거 진작에 올라왔어야 할 글인데 요즘 정말 모든 스케줄이 질질 늘어지고 틀어지고 있다.ㅠㅠㅠ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5/05/08 08:35 2025/05/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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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 아저씨의 오두막 (1852)

이 소설은 흑인 노예 제도가 있던 19세기 미국의 역사를 바꿔 놓은 엄청난 명작 화제작 문제작이었다. 작가는 '해리엇 스토(우)'라는 이름의 목사 사모이다.
주인공인 톰은 흑인 노예이지만 기독교 신앙으로 똘똘 뭉친 초 대인배 성인군자이다. 그는 처음에는 선한 백인 집안에 소속돼 있었지만, 거기 가세가 기울면서 하필 악한 백인에게 팔려 간다.

그 악한 주인도 톰이 일꾼으로서 아주 유능하다는 건 금세 알아본다. 그래서 그는 톰에게 완장을 씌워 주고는 동료 동족 노예들을 줘 패고 학대하면서 군기 잡고 관리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톰은 이에 불응한다.
단순히 어렵고 힘든 일이나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면 자기 목숨을 걸고라도 하겠지만, 저런 반인륜적인 명령은 따를 수 없다고 말이다.

톰은 그 댓가로 자기가 악한 주인에게 직접 잔인한 폭행을 당하고 죽도록 얻어터진다. 그는 뒤늦게 찾아온 옛 주인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기력이 다해 죽고 만다. 그런데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악한 주인을 미워하거나 저주하지 않고 그를 위해서도 중보 기도를 한다.

이야~ 신파가 통하던 낭만주의 시절에 이런 소설이 하나 있었으면 독자들이 다들 울고불고 했지 싶다.
뭐, 19세기 중반이면 서구 제국주의 열강 사이에서도 노예 제도는 거의 끝물을 경험하고 있었다. 아 물론 인종 차별과 식민지 착취는 당연히 있었지만, 최소한 국가 차원에서 휴먼 노예를 대놓고 경매장에다 진열하고 값을 흥정하고 사고 파는 짓거리는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거.
노예 제도를 옹호했던 미국 남부라고 해도, 실제로 흑인 노예를 거느릴 경제력이 되는 계층은 아주 소수의 농장주 지주 급 금수저들뿐이었다. 그때 성인 노예 1인은 요즘으로 치면 고급 승용차나 상용차(트럭..)에 맞먹는 비싼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남부 농촌 사람들이라고 해서 집집마다 흑인 노예 한둘씩 데리고 있었던 게 절대 아니다. 월급 주고 부리는 가정부 메이드랑 헷갈리지 마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예도 없는 흙수저 주제에 남부 사람들이 노예 제도 수호를 위해 남북전쟁 때 기꺼이 참전한 이유는..
"내가 비록 직접 노예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남의 노예라도 몽땅 해방돼 버려서 나랑 동급의 신분이 되는 건 용납할 수 없지!" 이런 심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_-;;;

암튼.. 이렇게 남북전쟁까지 촉발시킨 이 소설의 제목은 Uncle Tom's Cabin이고, 부제는 Life among the lowly (밑바닥 인생)이었다.
이게 우리나라엔 이 광수(19xx 일제 시대), 계 용묵(1954) 같은 소설가에 의해 번역되어 소개됐는데..
이때는 소설 제목이 "검둥이의 설움"....;;;;이라고 붙여졌다!! ㄷㄷㄷㄷㄷ 원제와 부제 내용을 저렇게 적당히 섞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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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군자 톰이 일체의 물리적인 저항· 항쟁 없이 거의 순교자처럼 죽는 슬픈 소설을 읽고 숙연해져 있었는데 그 당사자가 한낱 검둥이래~ㅠㅠㅠ 완전 현타 온다.
지금은 한국어 검둥이도 영어 ni***와 맞먹는 인종차별 멸칭으로 전락했으니 말이다.. 거 참 '동무, 빨갱이' 이런 단어처럼 멀쩡한 단어가 어감이 타락해 버렸다.

하긴, 1950년대 동시기엔 미국에서도 담배 광고에 방긋 웃는 아기 얼굴이 들어갔고, "의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최고의 담배!!" 이 짓거리가 행해졌다.
그리고 남편이 가장의 권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마누라라도 볼기를 패서 훈육해야 하는지를 갖고 신문에서 독자들끼리 논쟁을 했었다. 그만큼 그때와 지금은 시대가 사람들 상식과 통념이 서로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 이전 글 )

우리나라는 지리적 배경 때문에 히틀러나 나치에 대한 반감은 서구권보다 덜하고, 인종 갈등도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옛날에 김 태영 국방부 장관이 재임 중에 "아프리카는 온통 밀림 속에서 무식한 흑인들이나 뛰어다니는 곳이다"라고.. 가히 "민중은 개돼지"를 능가하는 말실수를 했던 바 있다.. 제주 해군 기지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던 중에 저런 말이 도대체 왜 튀어나온 걸까? =_=

그래도 저것도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다. 저 말 때문에 저 사람이 옷 벗고 커리어 끝장나거나, 밤에 골목길에서 칼빵 맞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우리나라도 수십 년 전에 LA 폭동 때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그게 딱히 인종차별이나 흑인 혐오 정서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그냥 전반적으로 무덤덤한 거다. '흑형' 정도면 중립적이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말 아닌가? =_=

다 좋은데.. 애들 보는 멀쩡한 동화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피부색은 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_=;;;;;;;;; 특히 요즘 D모 사 작품들 말이다. =_=;;

2. 장발장 (1863)

아이고, 톰 아저씨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톰 아저씨로부터 10년쯤 뒤에는 프랑스에서 '빅토르 위고'라는 대문호가 그 이름도 유명한 '장발장'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장발장'은 거기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고, 소설의 원제는 '레 미제라블' -- 비참한 사람들이다. 이거 마치 노래에 대해서 "가사 첫 줄 vs 원제"와 비슷한 관계이려나?
톰 아저씨 소설의 부제에도 the lowly 밑바닥 하층민라는 단어가 있기는 하다만, 장발장은 아예 '비참한, 가련한'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소설을 어린 시절에 요약본 동화로만 접한 사람은 그냥 생계형 잡범 누범이 어느 성직자의 도움으로 개과천선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인재가 됐다~~ "끝" 이렇게만 생각할지 모른다. 솔직히 나도 그 정도밖에 모른다.
하지만 이거 원작은 1000 페이지를 넘는 대하드라마 급 장편 소설이랜다. 혁명기 시절의 프랑스 역사를 미주알고주알 다루면서 서민들의 비참한 삶과 동심파괴 면모들을 그대로 고발하고 폭로했다고 한다.

'장발장'... 이름으로나 캐릭터로나 머리가 더부룩한 '장발'-_-;;;인 떡대 남자가 떠오른다만..
살아 온 배경은 완전히 다르지만 이 사람하고 톰 아저씨도 접점이 완전히 없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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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10년대에 최 남선이 번역해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그 긴 원판을 몽땅 번역한 건 당연히 아니고 요약본일 텐데... 이 양반은 제목을 "너 참 불쌍타"라고 붙였다.;;;; 그래, 비참하고 가련한 사람들이니까 불쌍하지. ㅠㅠㅠㅠㅠ

3. 옛날 영화 제목의 음역· 번역

(1) The Sword And The Sorcerer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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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워드 ㄷㄷㄷㄷㄷㄷㄷㄷ..!!!
뭔가 스물스물 스웜 sworm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2) The Hidden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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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아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토에서는 단모음인데 우리나라에서 장모음을 쓰는 게 DirectX (다이렉트/디렉트) 같은 것도 있다만.. 하이든은 너무했다 ㅠㅠㅠㅠㅠㅠ
작중의 외계 악마가 락 음악이 아니라 서양 클래식을 좋아할 것 같다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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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영어로 저렇게 "동사의 과거분사형"만 꽝 박아놓은 제목은 우리말로 직역이 난감하다.
그래서 Frozen은 겨울왕국이라고 좀 의역됐고, Taken은.. 걍 테이큰이라고 음역됐다.

(3) The Hitman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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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번역도 다른 영단어로 하다니 참 난감하다.
히트맨은 암살자~~ 이런 뜻이다만, 스트롱맨은 도대체 뭐냐. 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네놈을 살려 두긴 '쌀'이 아까워!!"도 백미다. 너무나 한국적으로 광고카피를 만들었다.

이렇듯, 소설이고 영화고 제목을 우리말로 꽤 창의적으로 옮긴 사례들을 나열해 보니 참 재미있고 병맛스럽다.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5/04/02 19:35 2025/04/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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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지만.. 유튜브 첫 화면에 뜬 꼬꼬무 에피소드를 몇 편 보고 나니 입이 간지러워졌다.

1. 유괴 및 아동 살해 관련

(1) 지난 1997년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박 초롱초롱빛나리 양 유괴 살인 사건이 있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8살짜리 소녀였고, 가해자는.. 20대 후반의 유부녀 '임산부'였다.
가해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남편으로부터는 곧장 이혼 당했고, 출산한 애는 남편이 거둬들여서 미국으로 곧장 입양 보내 버렸다.
2025년이면 저 여자는 이제 감방에서 썩어 온 기간이.. 태어나서 그 전까지 사회에서 있었던 기간을 넘어서게 된다.

(2) 지난 2017년에는 인천에서 멀쩡한 여고생이--범행 당시에는 자퇴 상태-- 벌건 대낮에 8살짜리 여자애(2009년생)를 유괴해서 별 동기도 없이 살해했었다. 아무 면식도 없는 묻지 마 살인이었다.

(3) 그런데 그로부터 8년 뒤, 얼마 전엔.. 다른 8살짜리 여자애가 학교에서 미친 싸이코 여교사한테 불려가서는 묻지 마 살해를 당했다. 거 참~ 살다 살다 별 소식을 다 겪는다. =_=;;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식의 넘 궁색한 편가르기는 하고 싶지 않다만, 그런데..
"저 교사년도 원래는 착한 사람이었는데 진상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너무 시달리다 못해 미쳐 버리고 흑화"한 거라는 변명이 나도는가 보다. 이거 실화냐?

올해는 날씨나 항공 사고 등 여러 방면에서 참 비범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다만, 오늘날은 최소한 "금전 갈취 목적으로" 어린애 유괴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건 곧바로 잡히는 자살행위나 다름없게 됐다. 위대하고 전능하신 CCTV에, 금융실명제와 전산화에, 찬란한 핸드폰 발신지 추적 기술 덕분에 말이다.

유괴의 목적이 성폭행이나 쾌락살인, 혹은 단순히 '나도 애 키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금전이라면.. 집으로 협박 연락을 해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돈 보낼 곳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해자가 피해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꼬리 밟히고 잡힐 위험이 지금은 쌍팔년도 시절 대비 정말 수직 상승해 있다.
정보 보안의 관점에서는 이거 마치 대칭 키 암호화 알고리즘의 한계 같아 보이기도 한다. =_=;; 결국은 암구호를 전해 줘야 하니까.

글쎄, 시대 흐름에 맞춰서 협박을 익명 메신저로 하고 송금도 암호화폐로 요구할 수 있겠지만.. 이거는 피해자네 가족이 IT 기술 쪽으로 전혀 문외한 알못이면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_=
차도둑이 남의 차를 훔쳐서 시동까지 걸었는데 차가 수동이어서 못 끌고 가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돈만 현금박치기 대신 사이버머니로 대체했다 하더라도 다리 달린 애를 물리적으로 데리고 가는 모습이 CCTV에 다 찍히고 동선이 추적되는 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다. 공간 워프나 생체 스텔스 클록킹이라도 구사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니 사이버 기법을 동원하려면 애를 힘들게 유괴하느니 그냥 보이스피싱이나 랜섬웨어 짓거리로 분야를 바꾸는 게 더 수지맞을 것이다. 애 대신에 그냥 남의 작업 데이터들이나 악성코드를 통해 암호화시키고 볼모로 잡는 거다. -_-;;

"전화 발신지 추적을 해야 하니 사모님이 최대한 시간 끌면서 저놈과 1분이라도 더 오래 통화를 해 주세요" 쌍팔년도 시절에 이래야 했다는 게 참 격세지감이다.
요즘 위치 추적이 얼마나 간편하게 되는지는 자동차 고장이나 사고 때문에 보험사를 불러 봐도 알 수 있다. "현 위치 추적에 동의하십니까?" 예~ 끝. 경찰이 수사 때문에 추적하는 거면 동의 받을 필요조차 없고. 그러니 위치 추적 대신 대포차나 대포폰 같은 다른 분야가 문제될 뿐이다.

내가 아동 유괴 범죄들 사례를 보면서 참 인상깊게 느꼈던 건.. 애가 비싼 장난감을 갖고 있어도 당하고, 없어도 당한다는 거였다.

없으면 "삼촌이 그거 사줄게!" 이러면서 꾀어낸다. (애엄마는 아이고 자기가 그걸 사줄걸 그랬다면서 울고불고 자책하고 후회)
하지만 있으면 "오 얘는 집이 돈 좀 만지고 잘사는가 보군!" 이러면서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꾀어낸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애엄마는 장난감과 관련해서 어떻게 하든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요즘 세상은 저런 옛날에 비해서는 많이 안전해졌다. 이제는 금전 목적으로 애 유괴뿐만 아니라 은행강도도 그냥 자살행위이다.
그런데 요 근래까지도 어설프게 은행털이를 시도하다가 몇 시간 만에 바로 잡힌 멍청한 아재들이 종종 뉴스를 타더라. 얼마나 돈이 궁해져서 이판사판 정신줄과 판단력을 상실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저건 그냥 "나 인생 살기 싫으니 교도소나 좀 보내줘"와 동급인 제스쳐가 됐다.

2. 이 호성 4모녀 살인 사건 관련

지난 2008년 2~3월 사이에 벌어졌던 이 호성 4모녀 연쇄살인 사건은 정말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호성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사업가였고, 선수 은퇴 직후에는 겨우 30대 나이로 승승장구 잘 나갔다. 그러나 나중에는 어째어째 실패하고 말아먹는 바람에 오징어 게임 오 명규 사장... 아니, 임 정대 아저씨보다 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오징어 게임이란 게 현실에 있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참가할 동기가 아주 충분했다. 젊은 나이에 채무가 저 지경인데, 그래도 왕년에 운동 했던 사람답게 피지컬은 아주 좋았으니까.
그 와중에 꼴랑 1억 5천 남짓한 돈이나 뺏을려고, 남의 식당 가게나 뺏을려고 내연녀 가족을 통째로 몰살..은 영 아닌 것 같다.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니고 "딴 내연녀와도 바람 피움, 빚이 단순히 몇 억 수준이 아님" 등 여자 쪽에서 이 호성의 사생활 실상을 알아 버려서 놈의 역린을 건드렸고 이 때문에 싸움이 벌어졌던 게 아닐까? 어쨌든 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참극이 벌어졌던 것 같다.

화순에서 실종자 장녀의 핸드폰이 잠깐 켜지고 신호가 잡힌 건 정말 괴이하다. 장녀가 완전히 죽지 않았고 손에 꽉 쥐고 있던 핸드폰을 필사적으로 켰거나, 아니면 가해자놈이 현장을 정리하다가 실수로 잠깐 켰거나.. 둘 중 하나겠지.
어쨌든 꺼진 핸드폰이 신호가 잡히는 건 뇌사자가 깨어나는 것만큼이나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얼마 전에(2007) 벌어졌던 보성 어부 연쇄살인 사건(오종근)도 핸드폰 덕분에 극적으로 실마리가 발견되고 해결됐었다. 이와도 유사성이 느껴진다.

4모녀 중 대학생인 장녀만 집 안이 아니라 혼자 집 밖에서 살해당했다. 장녀는 "아저씨 갑자기 왜 이러세요!!" 극렬히 저항 반항을 했는지 두개골이 깨지고 얼굴이 난타 당하는 등 시신 상태도 제일 참혹했다고 한다. 전공이 내 와이프와 같은 분야라고 하니 개인적으로 더욱 애석하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호성은 정상적으로 검거돼서 재판 받았다면 저 보성 어부 오 종근과 비슷한 취급을 받았지 싶다. 오 종근은 4킬에 사형(현재 최고령 사형수)인데, 이 호성도 최소한 4킬.. 그것도 어린 소녀까지 포함한 일가족을 완전히 몰살시켜 버렸지 않는가. 이 정도면 무기징역을 넘어 사형이 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호성은 자기가 흉악범 용의자로 수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이틀 뒤에 성수대교에서 뛰어내려 ㅈㅅ해 버렸다. 경찰 측에서 요청한 엠바고를 SBS가 어기고 동네방네 보도를 해 버리면서 이 호성이 압박감을 느껴 저렇게 가 버렸다면서 비판과 논란이 많다.
이 호성은 유명인사여서 어떻게 몰래 숨고 잠적하기도 어려운 처지이며, 그 성깔에 검거 압박감을 느끼면 ㅈㅅ을 하면 했지 자수는 절대 안 했을 사람이니까 말이다.

한편, 저 사건으로부터 5년 뒤, 지난 2013년 여름에는 성 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재정 지원을 호소하면서 특별 퍼포먼스 이벤트 차원에서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었다.
이 사람은 강물에 떨어지면 곧장 헤엄쳐서 빠져나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 너무 높은 데서 깊고 차가운 강물로 떨어지니 몸이 못 버텨서 곧장 기절하고 익사했다.

한강 투신이란 게 이 정도로 위험하다. 죽으려는 의도가 전혀 없이 뛰어내려도 저렇게 될 정도니까. 참고로 성 재기도 이호성과 동갑인 1967년생이었다.

3. 여담

(1) 옛날에 비슷하다면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김 은정 아나운서 실종(1991)과 윤 영실 배우 실종(1986)도 매우 괴이한 사건이다. 두 당사자가 똑같이 1956년생 여성 방송연예인이며, 정말 감쪽같이 싹 증발해 버려서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목격자 증언이 전무하고 용의자도 모르는 채 영구 미제 사건이 돼 버렸다.

(2) 며칠 전에 얘기했다시피 앞날이 창창하던 어느 스타급 20대 여배우는 음주운전 때문에 골로 가 버렸다.
한편으로, 나이 80을 바라보던 어느 할아버지 배우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타고 늘그막까지 커리어의 최정점을 찍는가 싶더니 그만 불미스러운 부적절 행위에 연루되어 그 기회를 날려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건 이 글에서 주로 다뤘던 강력 흉악 범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경범죄 급의 가벼운 실수도 분명 아니다. 정말 사람은 부귀영화를 거머쥐었을 때야말로 정신줄 꼭 붙잡고 자기관리 품위관리 욕구 컨트롤을 잘 해야겠다는 걸 느낀다. 범죄자들은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그런 컨트롤을 더욱 안 하기 때문에 더 크고 심한 사고를 치는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3/05 08:35 2025/03/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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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여름, 시청 역 교차로에서 차량을 인도로 돌진시켜서 무려 9명 사망, 7명 부상을 야기했던 가해 운전자에게는 금고 7년 6월이 선고됐다.
참고로 이건 삼풍 백화점 이 준 회장과 거의 같은 법리와 형량이 적용된 거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맥시멈에다가 가중까지 붙어서 징역 7년 6월)

가해 운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가 말이야, 버스 운전 경력 30년인 베테랑인데 페달을 잘못 밟았을 리가 없다~ 이건 차가 제멋대로 급발진한 거지 내 잘못 아니다"라고 거의 신념 확신범 양심수 급으로 현실부정 중이다. 하지만,

"그래 백 보 양보해서 급발진이라 치자. 그런데 운전의 베테랑이면 전봇대, 담벼락, 다른 차를 덮치는 대처라도 했어야지, 왜 하필 인도로 들어갔냐?"
"악셀 꾹 밟았다는 신발 자국 증거가 다 드러난 건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핵심 질문에는 당연히 한 마디도 대답 못 했다.

2.
작년 봄, 대전에서 술 먹고 스쿨존 어린이 보호구역 인도로 돌진해서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애(배 승아 양)를 쳐서 죽게 한 가해자는..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이건 내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본 음주 사망 사고(사건) 중에서 제일 높은 형량이다.
민식이법인지 어린이 보호구역인지 뭔지 때문에 형량이 크게 가중됐지 싶다.

전국 수십· 수백만 대의 선량한 차들을 한밤중 새벽에도 엉금엉금 기어가게 만들고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혀 봤자, 저런 싸이코가 작정하고 날뛰면 사고는 어차피 나게 돼 있다.
위의 두 가해자는 60대 이상 늙은이이고, 지금부터는 가해자들이 젊은 사람이다.

3.
지금으로부터 1년쯤 전, DJ 예송이라는 여자가 만취한 상태로 앞의 배달 오토바이를 덮쳐서 운전자를 죽여 버렸다. 심지어 이것도 다른 1차 사고를 먼저 내고는 튀는 중이었대나 어쨌대나..
이건 징역 8년이 나왔다.

얘네는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고 싶어서 "그때 그 오토바이가 1차로가 아니라 가장자리로만 좀 달렸어도.." / "지금까지 내가 음악으로 국위를 많이 선양하고 있었는데 제발 선처해 달라.."
정말 말인지 방구인지 분간되지 않는 주옥같은 소리를 많이 남겼었다.

4.
지난 2020년, 영종도 을왕리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쳐서 운전자를 죽게 한 만취 여성 운전자는 징역 6년인 줄 알았는데 더 깎여서 5년으로 당첨됐다. -_-;;
이거는 전문 라이더도 아니고 처자식 딸린 치킨집 사장이 직접 배달 가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었다.

5.
2019년, 서울 초등학교 교사와 경남(창원? 울산? 부산?) 직딩이 중간 지점인 대전에서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웬 미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서 저 커플을 덮쳤다. 남자 사망, 여자 중상. 이 정도면 정말 로또 급의 날벼락 참변이지 않은가.

가해자는 렌터카를 불법 대여한 무면허 운전자 고딩 비행청소년이었다. 그래도 단순 운전미숙이고 음주까지는 아니었던 듯하다.
주범은 장기 5년, 단기 4년 견적이 나왔었다. 이 정도면 소년원을 넘어서 빼박 소년교도소 행이다.

솔직히 미성년자한테 술 판 편의점만 해도 과태료에 영업정지 등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주는데.
신분 확인 제대로 안 하고 미성년자한테 차 빌려준 렌터카 업체는 더 추궁하고 족쳐야 하지 않나 싶다.
술을 파는 식당에서도 자차로 온 손님은 대리 부르는 거 반드시 확인하고 보내는 걸 의무화시키고 말이다.

그리고 끝으로...

6.
얼마 전엔 앞날이 창창하던 20대 중반의 아역 출신 여배우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15년 전 영화 '아저씨'에서 소미로 출연했던 김 새론.
이 사람은 3년 전에 음주운전 사고를 크게 내는 바람에 인생이 단단히 꼬이고 처참하게 몰락했다. 그래도 몇 년 겸허히 자숙만 잘 했으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었을 텐데.

나이도 워낙 어리고, 설령 직접 출연하고 연기하는 업종에서 퇴출됐다 해도 다른 업종에서 창업을 해도 되고, 연기 코치 등 얼마든지 딴 진로를 개척할 수도 있었다.
애초에 사고도 대인이 아니라 대물만 냈다. 사람을 현장에서 즉사시킨 저 2, 3, 4번 가해자들에 비하면 죄질도 훨씬 더 가볍다.

하지만 김 새론의 경우.. 그 뒤에 어설프게 생활고 드립을 치면서 발뺌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였던 건 도대체 왜 그랬나 싶다. 생활고 자체는 사실이었던 걸로 보이나, 그게 전적으로 피해 보상만 하느라 야기된 건 아닌 듯하다. 무슨 가족 병원비가 왕창 들기라도 한 것도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궁금해 죽겠다. 이런 철없는 행동들이 대외적인 호감을 팍 떨어뜨리고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게 됐다. 파파라치/렉카 유튜버들에게 먹잇감도 잔뜩 줬고 말이다.

저 음주운전 실수가 무안 공항 참사에서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응한다면, 그 뒤 부적절한 처신과 논란거리 양산은 콘크리트 둔덕 충돌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게 사실이 아니고 누군가의 중상모략이라면 알려주시길. 본인도 시정하겠다)

이미지가 확인사살 당하고 나락까지 간 뒤에야 얼굴 내밀고 연예계로 복귀하려 하니, 돌아오는 건 싸늘한 시선과 악플뿐. 성사될 리가 없다.
한창 떵떵거리면서 살다가 순식간에 밑바닥 인생을 살아 보니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것처럼 "구걸하자니 부끄럽고, 땅 파자니 체력이 없다"가 됐고..

결국 이 사람은 일체의 희망이나 삶의 동기를 잃고 절망과 좌절에 빠졌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유서 하나 안 남기고 파멸의 길로 가 버렸다.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해지고 부귀영화를 거머쥐고 성공한 게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독이고 재앙이 된 것 같다.

이런 죽음은 고소해하고 희화화해서는 당연히 안 되겠지만(정말 인간말종..), 그렇다고 마냥 "그동안 너무 아팠지, 힘들었지? 편히 쉬렴ㅠㅠㅠㅠ 저 악플러들 맴매 해줄게!" 쓰담쓰담 미화, 추모만 할 부류도 아니다.
그냥 씁쓸하고 안타까운 죽음일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2/22 08:35 2025/0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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