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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이유로 죽은 사람들

1. 의료

- 장 바티스트 륄리(1687, 50 중반): 바로크 시대에 프랑스의 왕실 전속 음악가 겸 무용가로 명성이 자자한 아재였다.
이때는 지금 같은 지휘봉이 없어서 그는 끝이 뾰족한 지팡이로 땅을 쿵쿵 치면서 박자 지시를 했는데..
하루는 오페라를 열성적으로 지휘하던 중, 그 지팡이로 자기 발등을 콱 찍어서 피가 철철 날 정도로 크게 다쳤다.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지팡이 끝에 무슨 칼날이라도 달려 있었나.
상처가 세균에 감염돼서 독소가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는데.. 그는 발을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를 거부하고 버티다가 그대로 50일쯤 뒤에 목숨을 잃었다. 기본적인 소독이나 항생제 하나 없던 열악한 시절이었으니 사람이 이렇게 황당하게 훅 갈 수 있었다.

- 티코 브라헤(1601, 50 중반): 덴마크의 위대한 천문학자였다. 당대에 갈릴레이나 케플러 같은 다른 괴수들 때문에 존재감이 좀 묻혔지만..
이 사람은 어디 귀족들 행사에 초대받아 갔는데, 거기서 체면치레 하느라 오줌을 수 시간 이상 너무 오랫동안 참았다. 그러다 방광염에 걸려 버렸고, 그게 악화돼서 발병 11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ㅠㅠㅠㅠㅠㅠㅠ

- 앙리 2세(1559, 40세): 프랑스의 국왕이었는데 말 타고 갑옷 입고 창으로 기예를 겨루는 시합을 친히 벌이다가 다쳤다. 눈알 바로 위에 상대방('몽고메리'.. 스코틀랜드 귀족)의 창 파편이 박혀서 얼굴이 피칠갑이 됐고.. 상처가 감염돼서 거의 40일쯤 뒤에 목숨을 잃었다.

- 주 시경(1914, 37세): 젊은 나이에 급사· 돌연사해 버렸다. 정황상 급체나 심근경색이 의심된다. 천수를 누렸으면 국어학 발전에 훨씬 더 이바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한국의 소쉬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동시대 사람).

- 이 상(1937, 27세), 김 유정(1937, 29세), 닐스 헨리크 아벨(1829, 27세): 다들 우리나라의 천재 문학가, 외국의 천재 수학자였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영양실조와 결핵 때문에 요절했다.. >_<

- 최 용신(1935, 26세): 역시 스트레스로 영양실조로 인해 건강을 망쳐서 요절했다. 비타민 결핍증인 각기병을 앓았고, 결정적으로 장중첩증에 걸려 꽤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 방 정환(1931, 32세): 과로와 스트레스, 골수 흡연, 비만, 고혈압, 당뇨.. 정말 그 시절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대 성인병 돌연사의 선구자였다. 위의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히 항생제가 없어서, 소독을 못 받아서, 백신이 없어서, 잘 먹지를 못해서.. 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먼 옛날, 세종대왕도 이 사람과 비슷하게(비만 당뇨 고혈압 과로..) 승하했을 것이라고 추측은 되지만.. 저 두 사람은 신분과 처지가 서로 완전히 달랐다. ㅡ,.ㅡ;;

- 스티븐 포스터(1864, 37세): 초등 음악 감상 시간에 나오는 "스와니 강"과 "오 수재너(수잔나)"의 작곡자를 기억하시는가? 옛날 일본 만화영화 "금발의 제니"가 이 사람의 생애를 다룬 거다.
"오 수재너"는 "엘리제를 위하여"와 더불어 초인종 BGM으로 많이 쓰이기도 했다. ㄲㄲㄲㄲㄲ 다들 제목에 여자 이름이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군.
아무튼.. 이 사람은 30대 후반의 나이로 호텔 방에서 침대에서 떨어졌는지 어찌 됐는지 세면대에 머리를 너무 세게 부딪혀서 죽었다. ㅠㅠㅠㅠ 세면대 파편이 머리에 박히고 과다출혈로.. 지금 의술로는 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2. 교통사고

- 피에르 퀴리(1906, 47세): 퀴리 부인의 남편인 물리학자 겸 대학 교수. 비 내리는 날 아침에 연구실로 출근하던 중, 음주 마부가 몰던 마차에 치이고 차량 아래에 깔려서 현장에서 즉사했다. 단, 위험한 방사선 피폭 때문에, 그리 빠르지 않게 달려오는 마차를 피하지 못할 정도로 당사자의 체력도 노인 수준으로 약해진 상태였다고는 한다.

-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1935, 47세): "아라비아의 로렌스" 저자인데 오토바이를 맨몸으로 몰고 달리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 유명인사의 죽음을 계기로 단순히 두건을 넘어 두툼한 오토바이 전용 헬멧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개발됐다고 한다.

- 이사도라 덩컨(1927):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에 제일 근접하는 말을 유언처럼 남긴 사람이다. 저 시절에 스카프가 자동차 뒷바퀴에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서 죽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었을까..?? =_=;

- 조지 패튼(1945), 월튼 워커(1950): 미군 육군 장성이었던 이 두 사람 모두, 교통사고로 차 밖으로 튕겨나가고 목이 부러져서 목숨을 잃었다. 뚜껑 온전히 달린 일반 승용차는 아니고, 뚜껑 없는 군용 찦차 타다가 말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차량용 안전벨트가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개발되었다.

- 조 문정(1994), 석 광렬(1994): 20대 중반의 국내 배우였는데.. 둘 다 자기 차를 몰다가 단독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운전자가 사망할 정도의 사고까지는 절대 아니어 보여서 안타깝다. 차가 ABS가 없어서 더 잘 미끄러졌고, 다들 안전벨트를 안 맸던 것 같다.

- 지난 2018년 12월에는 화천에 있는 군부대로 아들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가던 일행 차량이 꼬불꼬불 산길(지방도 460)에서 옆길로 구르는 단독 사고가 났었다. 이때 운전자인 부친을 제외하고 동승자는 모친, 누나 둘, 그리고 당사자의 여친까지 모두 여성이었는데.. 이 4명이 단 한 명도 생존하지 못하고 모조리 차 밖으로 튕겨 나가서 사망해 버렸다.

일가족 몰살이나 다름없는 이 참극에 그 당시 국방부 장관과 육군 참모총장이 직접 조문을 왔고, 군 복무 당사자는 그야말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0순위 초특급 관심병사로 등극했다. 장례를 치르라고 12일 위로 휴가를 받았다가 복귀 후에는 얼마 못 가 결국 의가사 제대 처리됐다(2019년 2월경).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냐마는, 이 안타까운 사고 당시에도 탑승자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 같다.

3. 투철한 실험 정신

- 게오르크 빌헬름 리히만(1753): 천둥 번개의 물리적 특성을 연구하려고 밖에 나갔다가 벼락을 정통으로 맞고 목숨을 잃었다. 욕이나 저주가 아니라 문자적으로 벼락 맞아 죽는 바람에 시신은 핏자국과 화상 자국으로 가득해서 온전한 형체를 유지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남극 탐험에다 비유하자면 프랭클린은 아문센이고 이 사람은 스콧..??? ㅠㅠㅠ 이 사람은 과학계의 순교자라고 대대적으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한낱 물방울 덩어리인 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어떻게 가능한지는 21세기 현대 과학으로도 완전히 규명돼 있지 못하다.

- 프란시스 베이컨(1626): "아는 것이 힘이다"와 귀납법으로 유명한 그 사람 맞다. 한겨울 눈 속에서 새파랗게 자라 있는 식물을 보고는 "눈을 사용해서 식품을 싱싱하게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한겨울에 추운 데서 너무 오랫동안 벌벌 떨면서 실험 장치를 세팅했는데.. 이 때문에 면역력이 확 떨어졌는지, 폐렴을 동반한 감기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_=;;

- 칼 패터슨 슈미트(1957): 독일의 파충류학자였는데.. '붐슬랭'이라고 신경독이 아닌 희소한 출혈독을 가진 독사에 물리자 일부러 해독 치료를 거부하고 버텼다. 이런 뱀에 물렸을 때 인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마루타를 자처하며 기록으로 남기다가... 결국은 골든타임을 놓치고 목숨을 잃었다.

일본의 노구치 히데요(1928)도 황열병을 연구하다가 자기가 그 병에 걸려서 죽기는 했지만.. 뭔가 숭고하고 안타깝다는 임팩트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기자 중에서 종군기자가 가장 위험하게 알하는 사람이라면, 과학자 중에서 자기 목숨을 걸고 연구한다는 임패트가 강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저렇게 질병 내지.. 화산(!!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1994년엔 이례적으로 옛날 역사 인물에 대해서 다윈 상이 추서(!)된 적이 있었는데, 장 바티스트 륄리, 티코 브라헤, 그리고 프란시스 베이컨 세 명이 나란히 수상자의 명단에 올랐다. =_=;;

4. 불사신의 어처구니없는 최후

- 그리고리 라스푸틴 (1916): 고려 ‘신 돈’의 러시아 버전뻘 되는 제정 러시아 말기의 그 유명한, 전설적인 괴승이다. 청산가리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총을 여러 발 맞았는데도 안 죽고.. 끝내는 강물에 던져져서 익사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혹자는 과연 일산화이수소는 불사신 라스푸틴도 쳐잡은 독극물이라고 드립을 쳤었다. ㄲㄲㄲㄲㄲ

- 미린다요 (1948):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던 엄청난 영매? 차력사였다. 깨진 유리조각이나 면도날, 바늘을 잔뜩 먹어도 내장이 상하지 않고, 칼이나 창으로 자기 몸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찔러 관통시켰는데도 시뻘건 피가 나지 않고 죽지도 않았다.
그는 여느 사기꾼과는 달리, 웃통 까고 세계 각지의 의사들 앞에서 X선 촬영을 받고 검증에도 흔쾌히 임했다. 하지만 그 당시 의학 지식을 다 동원해도 신체에서 어떤 트릭도 발견되지 못해서 정말 불사신으로 인증받았다!!
그런데 하루는 먹었던 쇠붙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마취 없이 받아야 하는데 담당 의사가 임의로 마취를 해 버렸고, 미린다요는 “너는 명령을 어긴 벌로 곧 죽게 될 것임” 이러는 내면의 음성을 들었다고 한다. 그 뒤 그는 겨우 30대 중반의 나이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 사람은 굉장히 대단하긴 했지만, 최소한 마가복음 16장이 말하는 사도의 표적을 구사한 사람은 아니고.. 오히려 뭔가 라엘리안 끼가 풀풀 난다. 주변에서는 이 사람이 차력쑈로 돈을 버는 것만 허용하고, 자기 메시지가 담긴 연설이나 강연을 하는 건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2/15 08:35 2024/02/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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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종 교육 제도와 교육 시설

(1) 문과/인문계의 반의어는 무엇일까? 문맥에 따라 실업계, 이공계, 무과로 제법 다양하게 나뉘는 것 같다.

(2) 의대가 대학병원을 부설하듯이 사범대· 교육대가 자기네 임상실습(?) 명목으로 초· 중등학교를 만들면 그건 '부설 초· 중등학교'라고 불린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을 '병설'할 수도 있다. 이건 유아교육 전공자가 설립한 여느 사립 유치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린이집은 뭐고 영어 유치원은 뭔지.. 제도가 어찌 되는지 궁금하다.

(3) 교육대학교는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곳이지만, 교육대학원은 교직 이수를 통해 중등 교사 자격증을 주는 곳이다.

(4) 국방대학교나 국가정보대학원은 학위..;; 라기보다는 그 직종에 일단 들어간 직원들의 직무 재교육 성격이 강한 곳이다. 법조계에는 사법연수원이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곳들은 일반인에게 점차 문호를 개방하거나, 아니면 별 필요가 없어져서 다른 수단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2. 초등학교 시절 추억

내 기억이 맞다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건 중학교에서부터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 대신 초등 시절에는 시학력고사와 도학력고사라는 게 있었다. 요즘도 있나?
중등부터는 다른 형태의 모의고사나 학력평가가 있겠지만, 어쨌든 시· 도학력고사라는 명칭은 더 등장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차이점이 있었군.

초등 시절에는 산수/수학 시간에 곱셈· 나눗셈 연산자와 정수 나눗셈 나머지라는 걸 볼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의 글자 크기가 작아지고 글이 빽빽해지고, 말이 반말로 바뀌는 게 개인적으로 위압감이 느껴졌다. ^^ 심지어 중학교 이후부터 교과서에 컬러가 없어지고 흑백으로 바뀌기까지 하니 그것도 싫었었다.

3.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

(1) 신학 석사 vs 목회학 석사,
전문의(임상) vs 의학 석박사(기초의학),
법학 전문석사 vs 법학 석사
처럼 일부 특수한 전문 분야는 학문 연구 위주로 받는 학위와, 해당 실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인정받아 받는 학위나 자격이 나뉘어 있는 것 같다. (전문학위 vs 학술학위) 마치 교사와 교육학자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대학 학부 이후에 대학원 석· 박사 가방끈의 세계도 계열이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꼭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코스도 있다.

(2) 명예박사는.. 실제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명예교수는.. 실제 학위에 실제 교수까지 했던 사람이 은퇴하고 나서 얻는 자리이므로 지위가 완전히 다르다. 겸임교수나 외래교수 같은 게 '명예박사'의 교수 버전에 더 가까울 것이다.

4. 의대와 로스쿨, 통번역 대학원

몇 년 전에 어떤 초딩 꼬마애가 머리가 좋아서 대학교 미적분 문제를 술술 푼다거나, 여러 외국어를 구사한다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쓱쓱 한다거나, 어른들 이상으로 바다 낚시 입질의 천재이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의학 서적 암기가 취미인 게 어느 TV 프로에서 소개된 적이 있었다.

인체의 세부 부위들의 의학 명칭을 줄줄 외울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증상을 들으면 정확한 병명을 읊으면서 진단도 한다. 현직 의사들이 그거 보고 깜놀 하더라~~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 아이가 지금은 어찌 됐을지 모르겠다만, 그 의학 지식이 실제로 의대를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다.
어떻게든 의대를 들어가서 본과 공부를 시작한 뒤부터는 그런 사전지식들이 약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의대 입시를 치르는 데는 의학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비슷한 맥락으로, 로스쿨도 당장 LEET를 응시하기 위해 법학이나 판례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다.

의대나 로스쿨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냥 이전 학교에서의 왕창 우수한 성적을 통해서 "이 학생이 머리가 좋아서 아무 공부든지 닥치는 대로 잘 흡입한다, 빽빽한 텍스트를 빨랑빨랑 잘 읽는다. 그러니 앞으로 그 빡센 의학· 법학 지식도 왕창 흡입할 역량이 된다"는 것만 입증해 보이면 된다.

학창 시절에 수학· 과학· 정보 등의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려면 정규 교육과정 밖의 대학교 전공 서적 선수학습이 필수이다. 가령, 수올의 핵심인 정수론 같은 건 교육과정의 심화판 정도가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 아예 포함돼 있질 않다.
그런 거 입상 실적이 자연· 이공계 대학의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의대· 로스쿨의 입시가 지향하는 건 그런 쪽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원 중에서 입시가 의· 법 계열과 정반대인 곳은 아마 통· 번역 대학원이지 싶다.
학부 간판이나 성적, 자기 소개, 창의적인 학업 계획서 그딴 거 전혀에 가깝게 보지 않고, 오로지 자체적으로 치르는 통· 번역 외국어 시험 성적순으로 커트를 하기 때문이다.
닥치고 오로지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에 얼마나 가까이 많이 꽂혔는지만 측정해서 국대를 뽑는 양궁과 좀 비슷하달까? =_=;;

통번역 대학원은 입학을 위해 당장 그 어학 실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입학 후엔 그걸 더 강화해야 된다. 출발어뿐만 아니라, 아니 그것보다도 도착어 내지 자기 모국어 어휘력도 왕창 뛰어나야 된다.
저기는 명색이 대학원인데 입시가 고등학교나 대학교 학부 입시와 비슷하다. 왜일까?

그만큼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새로 습득하는 건 정말 어렵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회의 같은 데서 활동하는 통번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걸 백지 상태에서 대학원에서부터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학 법학 공부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빡세고 힘들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5. 제약

요즘 몇몇 엘리트 교육기관엔 일면 이해는 되지만 굉장히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워 보이는 제약이 걸려 있는 게 있다. 다음과 같은 딱 둘이다.

  • 과학고 다니는 애가 의대를 가려 하면 지원받은 학비를 토해내야 하고, 교사가 공식적으로 진학 지원을 끊는 등의 페널티/불이익이 부과됨.
  • 로스쿨은 졸업하고 나서 5년 안에 변호사 시험을 5번만 응시할 수 있음. 이 안에 합격 못 하면 그 사람은 앞으로 평생 영원히 그 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없으며 변호사 면허도 절대로 딸 수 없음. 이 기간은 군 복무를 제외하면 그 어떤 개인사 가정사(질병, 결혼, 출산..)로도 유예 불가능함.

예전에 수능이라는 시험을 첫 설계했던 대학 교수가 회고하기를, 자기는 이 시험이 대학교 전공 공부를 소화할 지능이 되는지를 진단하는 최소한의 자격 시험, 가벼운 IQ 테스트에 가깝게 되는 걸 의도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몽땅 달달 암기해서 하루 원큐에 결판을 내는 미친 시험이 돼 버린 건 취지가 변질된 거라고 말하던데..

하지만 저건 저 사람이 현실을 잘못 파악한 감이 있었지 않나 싶다. 오늘날 수능이 기여하는 가장 큰 역할은 고등학교마다 인플레가 너무 심한 내신, 그리고 대학교마다 편차가 너무 크고 부정의 가능성도 있는 대학별 본고사 따위를 대체하여 객관적인 국가 공인 학력 지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수능은 어쩔 수 없이 과거의 본고사/학력고사의 역할도 해야 하고 상위권 애들을 변별도 해야 한다. 옛날만큼은 아니어도 배배 꼰 함정 문제, 분야 통합 문제도 내야 한다.
뭐, 그래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입시와 달리, 수능은 고득점을 위해서 대놓고 대학교 내용의 선수 학습까지 할 필요는 없다.

대학교 선수 학습은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하는 애들한테나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영재 발굴 이상으로 사교육 조장 부작용이 커서 교육의 ‘평등’ 이념과 안 맞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수능 다음으로 변호사 시험도 마찬가지다. 이 시험을 첫 설계한 교수가 말하기를, 이건 합격률 90%대의 최소한의 자격 시험을 의도한 거랜다. 그래서 이런 시험조차 5년 안에 합격을 못 할 정도이면 진짜로 법학 적성이 안 맞는 사람이니까 더 인생 낭비하지 말고 딴 2군 진로를 찾으라는 취지에서 이런 제약을 넣은 거라고 한다.

실제로 제1회 변시의 합격률은 90%대에 달했다. 하지만 그 뒤로 재수생 삼수생이 누적돼서 지금처럼 합격률이 50%대까지 뚝 떨어지게 될 것을 저 사람은 예상을 정말 못 한 것일까..?
이거 마치 하사· 소위와의 형평성을 생각은 좀 하고서 병들 월급을 팍 올린 건가, 정말 이래도 괜찮나 의문이 드는 것과 완전히 같은 느낌이다.

지금은 로스쿨 나오고도 이렇게 변호사 기회가 완전히 박탈된 ‘오탈자’가 매스컴 타고 당당히 유튜브까지 하는 세상이 됐다. ㅡ,.ㅡ;;
절대평가도 아니고 경쟁률 2:1에 가까운 상대평가에서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걸러진 사람들인데.. 무슨 범죄자도 아닌데 오로지 이 시험에만 영구적으로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가 있는 게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한다.

이런 사람은 판사 검사 변호사 정도로 소송을 직접 다루지는 않으면서 자잘하게 복잡한 생활법들만 취급하는 법무사 세무사 행정사 등의 2군 진로를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로스쿨에 들인 돈과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는 가성비 안 맞는 보상일 것이다. 마치 육사 들어갔다가 퇴교한 병· 부사관과 비슷한 처지이다.

사법시험 시절처럼 8번, 9번, 10여 번 재응시를 해서 간신히 합격한 사람이 나오는 게 좋은지, 아니면 그런 사회적 낭비 인생 낭비를 원천차단하는 게 좋은지.. 나는 딱 잘라 가치 판단을 못 하겠다.
하지만 갈수록 이럴 거면 그냥 예전처럼 사법시험 체제를 유지할 것이지,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예전 제도보다 특별히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끝으로 의대..
저런 무식한 제약을 억지로 부과해야만 이공계 영재를 의대로 뺏기지 않을 수 있다면 이젠 뭐 과학고의 운영 자체가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세월이 흐르니 과학고니 외고니, 경찰대니 등 뭔가 특수 목적 학교들이 전반적으로 인기와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민항사로 우수수 빠져나가는 공군 파일럿은 어떡할 것이며, 밋딧릿으로 빠지는 공대 졸업생은 어떻게 붙잡을 참인가?

의대 진학을 막을 게 아니라 의학과 연계된 연구를 하는 과학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뭔가 변화를 해야 하지 않겠는지.. 이런 생각도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2/12 08:35 2024/0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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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일 포맷

(1) 음원 mp3, 동영상 mp4, 글꼴 ttf은 통상적으로 쓰이는 파일 포맷이다. 그런데 담겨 있는 정보와 기능, 역할은 거의 같으면서 웹에서만 주로 쓰이는 비주류 포맷이 좀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weba, webm, webp, woff(웹폰트=_=) 같은 거..
아, webp는 jpg보다 압축률이 더 좋고 jpg를 대체하는 사진 포맷이라고 들었다. 구글에서도 사용을 적극 권장할 정도라고 하던데.. 그래도 jpg의 압도적인 인지도를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mp3의 특허 로얄티를 피하기 위해서 오픈소스 진영에서 ogg를 만들기는 했는데 그건 요즘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 마소에서 20여 년 전에 만들었던 독자 포맷인 wma/wmv는 이제는 완전히 듣보잡이 되고 도태한 듯하다.

(2) 요즘도 RAR이나 7zip 같은 압축 프로그램이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
PC에서는 하드디스크 용량이 워낙 넘쳐나고,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압축 프로그램들의 데이터 압축률이 도찐개찐이다 보니.. 뭐 압축률이 1%, 0.5% 더 좋다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그냥 64비트 지원, 파일명에 유니코드 지원, 압축할 때 멀티코어 지원.. 이런 것만 따지면 된다.

그리고 압축 파일 중에 zip은 생성하고 해제하는 게 소스가 완전히 공개되어서 운영체제에 다 포함되었다 보니, 이게 사실상 독점이나 마찬가지이다. 어지간해서는 다른 압축 유틸을 쓸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다만, 유닉스 진영에서는 여러 파일을 한데 묶는 것과 이걸 압축하는 절차가 분리되어서 tar.gz / tgz라는 압축 포맷이 쓰인다. 그리고 이것 말고 bz /bz2라는 압축 포맷도 있다. 원래는 bz였지만 무슨 심각한 보안 결함 때문에 사용이 금지되고 bz2로 완전히 대체된 것 같다.

2. 명령 프롬프트

(1) Windows 명령 프롬프트에도 where에 해당하는 명령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요즘 win10 무렵에 드디어 도입된 것 같다..;; 이름만 적어 준 실행 파일이 PATH 환경변수에 지정된 수많은 디렉터리들 중에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능 말이다. XP 때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없었다.
PATH 설정이 꼬여서 동명이인 중 엉뚱한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것의 해악은 C에서 #define, C++에서 using이 잘못 사용되어서 컴파일러가 난독증을 일으키는 것과 거의 동급이라 하겠다.
오늘날 환경변수라는 건 아무래도 컴파일러와 빌드 툴 같은 데서만 쓰이는 경향이 있는데, PATH는 다른 많은 환경변수들과 달리 문자열의 길이가 혼자 압도적으로 길다. 수백~수천 자에 달한다.

(2) Windows에도 한쪽 폴더 내용을 다른 쪽으로 무식하게 복사하는 게 아니라, '동기화'를 시키는 rsync 같은 명령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크기나 날짜가 변한 파일만 복사하고, 반대로 목적지 쪽에만 있고 출발지 쪽에는 없는 파일은 삭제도 하고 말이다.
옛날에 도스 시절엔 backup이라는 외부 명령이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파일을 지금 날짜로만 바꿔 주는 touch도.. 도스/Windows에는 이런 아기자기한 유틸이 은근히 부족하다.

(3) mkdir에 여러 단계의 디렉터리를 한꺼번에 생성하는 기능은 이제 추가된 것 같은데.. 새로 생성된 디렉터리로 바로 이동하는 옵션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114로 전화번호를 문의한 뒤, 그리로 바로 발신까지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Windows 9x 시절에 잠깐 있었던 cd ..... (여러 단계의 상위 디렉터리로 한꺼번에 이동) 도 있어서 나쁘지 않았던 기능인데.. 좀 그립게 느껴진다.

(4) 하위 디렉터리를 깔끔하게 한번에 몽땅 지우는 명령이 유닉스는 rm -rf *.*이고, Windows에서는 del /s /q *.* 이다.
하지만 하위 디렉터리까지 깔끔하게 표시하는 명령은 상황이 다르다. 도스/Windows는 아주 간단하게 dir /s인 반면, 유닉스의 ls에는 비슷한 명령이 없어서 좀 아쉽다. 글쎄, 설계 취지가 다른 건가?
find라는 명령을 이용해서 다른 명령과 조합을 해야 하는데.. 영 직관적이지 못하다.

(5) 파일과 디렉터리들이 엄청 많이 주렁주렁 달린 부위를 지울 때는 탐색기 같은 GUI 환경에서 지우는 것보다, 이렇게 명령을 이용해서 조용히 지우는 게 속도가 월등히 더 빠르다. 진행 상황 같은 거 표시 안 해도 좋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지우는 명령이 GUI에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복사하고는 상황이 좀 다르다.

3. 문자

(1) 유니코드와 UTF-8 인코딩이 세상을 다 평정한 이 와중에.. 우리나라도 구닥다리 KS X 1003 규격은 폐기하고 \ 원화 기호를 역슬래시로 좀 되돌렸으면 좋겠다. 역슬래시를 자기네 화폐 기호로 사용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이건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2) 도스와 Windows에서는 디렉터리 구분자가 \ 이고, 옵션을 나타내는 스위치는 / 이다.
그 반면, 유닉스 계열에서는 디렉터리 구분자가 / 이고, 옵션을 나타내는 스위치는 - 이다. 이런 쓸데없는 차이 때문에 같은 프로그램의 포팅도 더 어려워져 있다.

(3) 줄 바꿈 문자의 차이점도 아주 유명하다. \r\n이냐 \n이냐 이것 때문에 FTP에도 파일 주고받을 때 텍스트 모드와 바이너리 모드의 구분이 존재했었다.
단, \r 단독은 클래식 macOS에서만 쓰던 전설적인 방식인데, 클래식 macOS가 단종되고 없어지면서 이 표기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4) 보아하니 Windows는 앞으로 시스템 기본 코드 페이지를 utf-8 65001로 바꾸려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렇게 했을 때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는 레거시 프로그램은 시스템 로캘/코드 페이지를 기존 949나 932 따위로 인식되게 호환성 '샌드박스' 보정을 해서 실행시킬 예정이다. 예전에 AppLocale이 하던 일이 운영체제 차원에서 그대로 흡수된다.
..W 함수가 아니라 ..A 함수로도 유니코드 문자열을 주고받을 수 있다니.. 흥미롭다. utf-8 코드페이지를 지원하는지 여부는 고해상도 DPI를 제대로 인식하는지의 여부와 비슷한 척도가 될 듯하다.

4. MS Office

마소 오피스 제품들 나열이 서울 지하철 노선색하고 싱크로율이 은근히 높은 것 같다~!!
Word 1호선 군청, Excel 2호선 초록, PowerPoint 3호선 주황, Outlook 4호선 파랑
OneNote 5호선 보라, Access 8호선 분홍!!!!
6호선만 좀 삐끗하고, Publisher는 7호선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옥색이다. ㄲㄲㄲㄲㄲㄲㄲㄲ (경춘선, 경의중앙선)

사용자 삽입 이미지

- Outlook은 2010까지만 해도 아이콘 색깔이 노랑이었다. 그러다가 2013부터 색깔이 노랑의 보색이나 마찬가지인 파랑으로 급변경..
덕분에 서울 지하철 노선색과의 싱크로율이 크게 올라갔다. 설마.. 일부러 노린 건지? 우리나라 1000원 지폐가 분홍에서 파랑으로 바뀐 것과 같은 큰 변화이다.

- Excel은 수학 쪽으로 발전해서 지금처럼 IEE754 실수뿐만 아니라 임의의 자리수에 정확한 연산을 지원한다거나,
문자 처리 쪽으로 발전해서 위지윅을 지원하는 특별 버전이 존재하면 어떨까 싶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당연이 뒷목 잡을 만한 사항일 것이다. -_-;;

5. 단축키

(1) Ctrl+C는 명령 환경과 GUI 환경에서 기능이 서로 굉장히 다른 단축키가 됐다. GUI에서는 평범한 복사 명령이지만 콘솔에서는 프로그램 실행 중단 명령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macOS는 복사 단축키는 Ctrl이 아니라 Cmd+C이니 둘이 겹치지는 않는다. 마치 유닉스 셸은 프로그램 실행과 명령이 도스 프롬프트보다 더 엄격하게 구분돼 있는 것처럼 말이다.

(2) 예전에, 특히 도스에서 BASIC 프로그래밍 시절에는 ctrl+C뿐만 아니라 ctrl+pause/break가 중단 용도로 많이 통용됐었다. 하지만 그건 이제 쓸 일이 없는 듯.. 어떤 프로그램이 응답이 멎어도 시스템 전체가 멎는 일 자체가 없어졌고, 키보드 버퍼가 꽉 차서 삑삑대는 일도 없어졌으니 말이다.

(3) 사실, pause/break 키 자체가 완전히 잉여가 되긴 했다. 시스템 속성 페이지를 꺼내는 win+pause 정도나 쓰인다.
Windows에서는 ctrl+break가 ESC와 거의 동급으로 대화상자를 없애는(취소) 기능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얘 용도로 VK_CANCEL이라는 전용 키코드까지 할당돼 있다고.. 이건 또 무슨 의미나 의도인지 모르겠다.

(4) 예전에 Windows 2000 이전의 NT 3/4 시절에는 부팅 이후에 ctrl+alt+del을 한번 누르고 나서 로그인 화면으로 진입하게 돼 있었다. 이건 도스 시절에 컴퓨터를 리셋 시키는 일종의 자폭 스위치였는데 저 절차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뭔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생성할 수 없는 key 조합으로 인증을 시행해서 매크로나 악성 코드를 걸러내는 게 아니었나 싶다. "밀어서 잠금 해제"처럼 말이다.

(5) 어지간한 GUI 환경에서 Ctrl+Z는 Undo를 의미하는 만국 공통 단축키로 정착했다. 허나, Undo를 도로 철회하는 Redo의 단축키는 의외로 여전히 파편화돼 있다. Ctrl+Y 아니면 Ctrl+Shift+Z로 말이다. 참 신기한 노릇이다.
마소 Windows 진영에서는 Ctrl+Y를 꿋꿋이 미는 듯하다. 그러나 맥 진영 등 다른 동네에서는 Ctrl+Shift+Z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래아한글의 경우, 다단계 undo 기능이 도입되기 전부터 Ctrl+Y가 caret 이후의 글자들을 몽땅 지우는 단축키로 쓰였기 때문에 자연히 Ctrl+Shift+Z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수로 Ctrl+Y를 누르면 undo 히스토리를 몽땅 날려서 redo를 앞으로 영원히 할 수 없어지는 동작이 행해진다니 거 참... 이것 때문에 낭패를 본 사람도 좀 있었다.
뭐, 본인은 한컴 사의 방침이나 정책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있지만 워드 프로세서로서 아래아한글은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단축키로 전광석화 같이 표를 편집하는 성능은 Word가 절대 범접할 수 없을 것이다.

6. pdf의 페이지 번호

워드 프로그램으로 출판물을 만들다 보면 종이에 인쇄되는 페이지 번호와, 실제로 인쇄될 때 순서상의 페이지 번호가 일치하지 않게 된다. 편의상 전자를 논리적인 쪽번호, 후자를 물리적인 쪽번호라고 구분하도록 하자.

물리적인 페이지는 그냥 직관적으로 1부터 N까지 번호가 순서대로 매겨져 있고 번호와 페이지가 일대일 대응한다. 그러나 논리적인 페이지는 같은 번호가 리셋되어 여러 번 쓰일 수 있고, 물리적인 번호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마치 텍스트 파일의 실제 줄 번호와, 컴파일러의 에러 메시지에서 #line에 의해 보정되어 표시되는 줄 번호가 다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pdf 포맷을 잘은 모르지만 각 페이지마다 이런 논리적인 페이지 정보가 들어가는지는 모르겠다.
특정 페이지로 찾아갈 때 물리적인 번호와 논리적인 번호를 구분해서 인식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7. 나머지..

(1) 2010년대 중후반에는 macOS도 10 (X), Windows도 10이더니만 2020년대부터는 다들 10 버전을 탈피했다.
Java가 1.3, 1.4 이렇게 버전을 매기다가 어느 때부터 1을 떼어내고 그냥 5, 6, 7 버전을 매기기 시작한 것처럼.. PC용 소프트웨어들이 버전을 대체로 큼직하게 매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Windows 11은 지금 생각해 봐도 10과 차이가 뭔지, 왜 갑자기 어설프게 동글동글한 비주얼을 도입했는지 모르겠고 개발 취지가 이해가 잘 안 된다. 레지스트리를 한참 뒤져보지 않으면 11인지 알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2) 한 PC에서 오가는 네트워크 패킷을 몽땅 훔쳐보는 기능이 있고 Windows는 훅킹을 통해서 내부 메시지가 오가는 걸 들여다볼 수도 있는데.. 어떤 운영체제에선 프로세스별로 파일을 여닫는 내력을 좀 훔쳐보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현재 열려 있는 파일 핸들, 그리고 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파일명도 전부 로깅을.. 이러면 어떤 프로그램의 내부 동작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런 기능은 딱히 없는가 보다.

(3) 컴퓨터를 끌 때 시작 메뉴에서 전원 버튼을 클릭하는 건 마우스를 움직여야 하고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래서 본인은 바탕 화면에서 Alt+F4를 눌러서 시스템 종료 대화상자를 꺼내곤 하는데..
가끔은 '절전'을 눌러야 하는데 실수로 종료나 재시작을 눌러서 열어 놨던 창들을 다 날리는 삽질을 하곤 한다.
동작을 선택하는 UI가 콤보 박스가 아니라 옛날 Windows 95/98 시절처럼 라디오 버튼 UI였으면 좋겠다. 걔는 원하는 명령을 단축키로 확실하게 지정 가능하기라도 하니까.. 아니면 콤보 박스라도 조작이 좀 더딘 extended UI를 사용하든가..

(4) macOS의 Finder는 파일에 대해 복사만 되지, 오려두기는 왜 늘 disable돼 있나 모르겠다. 이거 은근히 불편하다. Windows 탐색기처럼 단축키로 파일 이동이 간편하게 됐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21 08:35 2024/01/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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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음악 교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초딩 시절부터 '음악 감상' 명목으로 여러 클래식이 소개되는 게 있다.
뭔가.. 악보를 보면서 실제로 부르는 동요 부류의 곡은 인게임 3D 영상이고, 음악 감상은 컷씬처럼 미리 렌더링된 더 고화질 동영상 같다는 생각을 본인은 오래 전부터 해 왔다. ㄲㄲㄲ
물론, 요즘은 컴터가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컷씬까지도 게임 엔진의 실시간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경우가 늘었다지만 말이다.

30여 년 전, 본인이 초딩이었던 시절엔.. 이런 것들이 초등 레벨의 감상곡이었다.

  • 크시코스의 우편마차(1895년경): 아주 경쾌하고 무난하고 인지도도 높은 그 곡이다. 게임 BGM으로도 좋고, 작곡 취지를 감안하여 각종 열차의 출발 BGM으로도 적당해 보인다.
  • 라데츠키 행진곡(1848): 역시 너무 유명해져서 식상해졌다는 단점 하나만 빼면 승전 개선용 행진곡으로서 굉장한 고퀄이다.
  • 스케이터 왈츠(1882): 8비트 고전 게임 '남극 탐험'의 BGM으로 흘러나온 그 곡이다.
  • 헝가리 무곡 제5번(1870년대): 무곡인지 춤곡인지 우리말 번역이 좀 헷갈린다. 춤곡이라지만 3박자는 아니고 4박자 계열이다. ('젓가락 행진곡'도 제목과는 달리 왈츠풍의 3박자..)
  • 왕벌의 비행(1900): 벌들의 붕붕 소리를 현악기로 굉장히 재치 있게 묘사한 곡이다.
  • 페르시아의 시장에서(1920): 작곡자가 무슨 동기와 영감으로 이런 곡을 만들었나 의문이 드는 흥미로운 곡이다.

그 중 일부는 피아노 학원에서 소곡집 악보로 접하기도 했다.

이런 곡들도 처음엔 관현악 오케스트라용이다가 나중에 양손 피아노 연주 편곡 버전이 따로 나오는 편인데.. 이건 컴퓨터 프로그램에다 비유하자면 영락없이 포팅에 해당하는 셈이다. PC용이다가 모바일용, Windows용에 이어 mac용처럼 말이다. ㅡ,.ㅡ;;

그런데, 이런 곡들은 무슨 200년 이상 전(1800년대 초)의 옛날 곡은 아니고, 대체로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클래식 중에서는 끝물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들도 대부분 이 시기 곡이다. 이 벨 에포크 시절이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예술도 엄청나게 발전한 시기였던 것 같다. 서양은 어째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예술까지 어째 이렇게 앞서가서 세계를 석권했던 걸까..?

그러다가 20세기 초중반, 특히 세계대전 전간기엔 뭔가 다다이즘 의식의 흐름, 정줄놓, 격식 파괴 형식 파괴 같은 트렌드가 문학, 음악, 미술 등에 골고루 팽배했던 것 같다. 그 전까지 주류이던 뭔가 고전주의? 이런 건 확실하게 끝났다.
문학계엔 그 이름도 유명한 이 상 같은 사람이 있었고, 음악에서 4분 33초로 유명한 존 케이지, 그리고 미술에서 아무렇게나 휘갈긴 추상화를 개척한 잭슨 폴록..

이 두 사람이 1912년생 동갑인 건 참 의미심장한 것 같다. (이 상도 1910년생으로 비슷한 연배이고)
이런 사람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때는 초딩을 넘긴 중딩 시절이었다.
참혹한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성의 상실에 대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예술 트렌드가 바뀌어 버린 것일 수 있다. 거기에다 녹음기와 카메라의 등장도 영향을 줬지 싶다.

2차 대전까지 끝난 뒤의 예술 트렌드는 확실하게 '현대'라고 불린다. 그러니 음대에서도 클래식과 실용 음악의 구분이 따로 생기게 됐다.
단순히 음반 많이 팔고 빌보드 차트 진입을 노리는 상업적인 세속 음악이 아니고 클래식도 아닌 순수 예술(?)로서 현대 음악은.. 뭐랄까 음계도 기존 체계를 벗어나서 미분음을 넣고, 공연 중에 피아노 뚜껑을 닫거나 심지어 피아노를 때려 부수기도(!!) 하면서 더 추상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보다.

아, 1970~80년대부터는 전자 악기라는 게 등장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음색은 무엇이건 실물 없이 마음대로 합성해서 음악에다 집어넣는 게 가능해졌다. 이것도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음악 트렌드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참고로 CG는 더 나중인 1990년대부터..)
이제는 미디 규격조차도 악기 구성이 너무 식상하고 낡아서 노래방 반주기 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레거시가 됐다고 하는데...

이상이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고 문명의 이기 수준이 달라져도..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과 정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세월 흐름을 타지 않고 살아남은 고전 명작이라는 게 문학에도 존재하고 음악· 미술에도 존재하는가 보다. 글쎄, 지금은 아직 너무 파격적이고 세월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문제작들 중에도 몇백 년 뒤에는 고전으로 기억되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고전 음악 중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일 먼저 접하는 건 클래식의 끝물 정도 장르라는 것이 흥미롭다.
그때 접했던 클래식곡을 몇 개 더 소개하며 글을 맺도록 하겠다.

(1) the whistler and his dog (1913)
개 짖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나오는 곡. 오랫동안 곡명을 몰랐는데 끈질긴 검색을 통해서 출처를 알아냈다.
1990년대 초에 나우정밀 무선 전화기(휴대전화가 아니라ㅋㅋㅋㅋㅋ) '바텔'의 CF에서 콜리 강아지와 함께 BGM으로 흘러나와서 유명세를 탔었다.

(2) the syncopated clock (1945)
똑딱똑딱 시계 소리 나오는 유~~명한 곡이다. 다들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악기 편성은 클래식 같은데 음악이 아닌 사운드 이펙트가 들어가기 시작한 게 20세기쯤인 것 같다.

(3) the waltzing cat (1950)
개 다음으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오는 3박자 왈츠풍의 곡이다. 처음엔 G장조이고 중간에 C장조 조옮김도 했다가 G로 돌아온다. 저 (1)과는 작곡자와 작곡 시기가 생각보다 많이 차이가 나는 별개의 곡이구나.
피아노 소곡집에 실려 있는 ‘고양이 춤’과도 무관하니 헷갈리지 마시라. 사실 그 곡은 애초에 작곡자나 정확한 제목이 몽땅 정체불명이다. ㄲㄲㄲㄲㄲ

(4) the three little pigs: who's afraid of the big bad wolf (1933)
얘는 월트 디즈니에서 1933년에 내놓은 ‘아기돼지 삼형제’ 애니메이션의 OST이며, 심지어 가사도 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건 저 정도까지 옛날은 아니고 약간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풍으로 편곡된 곡인데, 그건 유튜브를 아무리 뒤져도 음원을 못 찾겠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말려고 했는데 말이다.
검색을 해 보니.. 난 “재미있게 놀자 vol 1: 0세에서 즐기는 명곡”이라는 1980년대 정체불명 컬렉션 음반을 들었던 기억을 지금까지 늘어놓고 있었다!! 곡들의 수록 순서를 보니 저게 틀림없다. (☞ 링크 1, 링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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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정사각형 모양인 걸 보니 CD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LP 레코드이다. ㄷㄷㄷㄷㄷ 물론 카세트 테이프 에디션도 있긴 하다.
저게 “상쾌한 아침, 재미있게 놀자, 고요한 꿈나라로” 이렇게 나름 컬렉션이 있다. 다들 1900년대 곡인 걸 생각하면.. 막 옛날 클래식이 컨셉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1980년대 상품이라지만 와, 글자 폰트를 보면 영락없이 북한 물건 같다.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4/01/16 08:35 2024/01/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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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명 남짓한 사람들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다가 그만 배가 난파해서 어느 외딴 무인도에 단체로 상륙하게 됐다. 지금 같은 휴대폰이나 위성 전화, GPS 같은 건 없고, 본토와 연락도 끊겼다. 구조선은 언제 올지 모르고 기약이 없다.
결국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자기들 중에서 나름 지도자도 선출하고 거기 안에서 작은 사회를 꾸리게 됐다. 그럼 거기 내부에서 궁극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건 현실에서 몇몇 사례가 있기도 했고, 소설· 영화의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둘을 합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영화화되기도 했다.
"15소년 표류기"는 작가 특유의 해피엔딩 코드가 가미되어서 굉장히 교과서적이고 교훈적으로 훈훈한 결말이 나온 소설이다. 작가 '쥘 베른'은 19세기 말 서유럽의 과학기술 만능 낙관 벨 에포크 분위기에 편승해서 80일 동안 여객선과 열차만 타고서 세계일주를 하고, 해저 3만 리 탐험도 하고 심지어 달에도 가는 여행 SF 소설을 그 옛날에 집필했다. 그리고 덤으로 저렇게 무인도 불시착 소설도 지었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집단 리더를 뽑는 선거 부분에서 "모코는 흑인이어서 투표권이 없었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서술이 버젓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 소설에서 쟤는 견습 선원으로, 흑인일 뿐만 아니라 학생 도련님부터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원문의 저런 말이 곧이곧대로 번역돼 들어갔지만, 요즘은 얄짤없이 검열삭제이지 싶다. 요즘은 인어공주 흑인판이 나오고 콜롬버스나 세실 로즈 같은 침략자, 제국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의 동상을 철거-_-까지 하는 시대이니까 말이다.

"15소년 표류기"(1888)가 나름 애들 동심을 지키는 작품이라면, "파리대왕"(1954)은 그 정반대다. 성경에 나오는 사탄의 이름 중 하나가 '바알세붑'인데, 그거 뜻이 lord of the flies라나 뭐라나.. 그야말로 인간 내면 본성을 까발리면서 현실 성악설을 입증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중딩 시절에 파리대왕의 영화판을 학교에서 틀어 줘서 봤는데.. 15소년으로 치면 도니판 같은 애가 브리앙 같은 애(랄프?)의 위에서 돌덩이를 떨어뜨려서 맞히는 장면을 보고 꽤 충격 받았던 기억이 개인적으로 남아 있다. -_-;;

(1) 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에 '아나타한 섬'이라고 32제곱km 남짓한 작은 섬이 있었는데.. 태평양 전쟁 중에 졸지에 젊은 남자 31명이나 거기에 들어가서 지내게 됐다. (일본인)
그런데 거기에 젊은 미혼 여성이 딱 한 명. =_=;; 그래서 1945년부터 1951년까지 치정 때문으로 추정되는 변사 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남자들이 한 명씩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거다. 특히 추락한 미군 폭격기의 잔해를 뒤지다 권총을 입수한 걸 계기로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졌다.

남자들끼리만 죽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남자들이 짜고 여자를 해칠 수도 있었다. 결국은 견디다 못해 여자는 남자들 중 한 명만 골라서 결혼을 해 버리고, 권총은 다같이 보는 앞에서 잘게 부숴서 바다에 버리는 걸로 결판을 냈을 정도였다.
그나마 일말의 이성이 작용해서 다행이다만.. 그래도 전쟁이 진작에 다 끝난 와중에 섬을 떠나지도 않고 몇 년째 자기들끼리 도대체 무슨 삽질이었는지..;; 사람들 모인 데서 성비가 극단적으로 안 맞으니 세상에 이런 일도 벌어졌었다.

이 사건에서는 여자도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힘들게 살았던 피해자였고 이 때문에 평생 가는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레기 언론에서는 "혼자서 남자를 30명이나 거느리니까 어땠냐~ 좋았냐~?" 이러면서 '아나타한 여왕벌 사건' 이딴 식으로 제목을 뽑아 보도해서 당사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

(2)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딱 1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에 남극 횡단 탐험을 떠났었는데.. 탔던 배(인듀어런스 호)가 얼음에 갇혔다가 파선· 침몰해 버렸다. 20여 명에 달하는 선원들은 남극 대륙 부근 엘리펀트 섬이라는 무인도에 도달했다.
섀클턴은 특공대 5명만 차출해서 작은 쪽배 하나를 타고, 거기서 1200km가 넘게 떨어진 사우스조지아 섬으로 가서 구조선을 몰고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항해를 떠났다. 1916년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만 기다리고, 그때까지 자기가 안 오면 각자도생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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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저런 목재 범선을..ㄷㄷㄷ 저런 허접하고 약한 배를 탔으니 배가 수면의 얼음을 못 버티고 박살난 거다. 그 뒤 구조 요청 선발대는 아래의 저런 '쪽배'를 탄 채 망망대해를 횡단해서 구조 요청을 성공적으로 해냈다.ㄷㄷㄷㄷ)

그랬는데 섀클턴은 불가능을 뚫고.. 진짜로 4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돌아왔다! 남아서 기다리던 선원들도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거의 종교적인 수준으로 믿음과 소망을 갖고, "대장님은 언제든지 다시 오실 수 있다. 오늘이라도 다시 오실 거다. 언제든지 곧장 떠날 수 있게 채비하자" 이런 마인드로 살았다. 거의 예수님 재림을 소망하는 신자 이상으로..
"모두들 괜찮습니까?" / "네, 모두 안전하고 무사합니다! 바로 구조선 탑승 가능합니다!" 이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이었다.

(3) 그러나 먼 옛날, 1629년의 바타비아 호는 최악의 비극이었다. 그 전 해 10월에 암스테르담을 출발해서 희망봉을 돌고 인도네시아 바타비아까지 가려 했던 무역선이 난파했다. 그 작은 범선에 화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승객+선원 합쳐서 300명이 넘게 탔었는데.. 이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서쪽의 어느 산호섬에 들어갔다.

여기서도 선장을 포함해 몇몇 간부들 10여 명은 구조를 요청하러 보트를 타고 바타비아로 따로 떠났다. 그런데 섬에 남아서 생존자들을 통솔하던 동인도 회사 간부 중에 '코르넬리스'라는 인간이 미친놈 싸이코패스였다. 그는 구조선 타고 귀국할 생각을 접었는지, 선장이 없는 동안 섬에서 정신줄 놓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자기 패거리를 조직한 뒤, 식량을 절약한다는 명분으로 처음엔 노인이나 환자부터 죽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식량이 부족하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그냥 제멋대로 똘마니를 시켜서 유흥용으로 그냥 죽였다. 처음에는 규율 위반이라는 꼬투리라도 잡았지만 나중엔 그런 것도 없었다. 자기가 무소불위 절대권력이 됐다.
죽는 사람에게는 "너는 죽어도 싼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는다"라고 세뇌를 시키고, 똘마니들에게는 "쟤를 죽이지 않으면 니가 죽는다, 그리고 너도 나랑 공범이다. 빠져나갈 생각 마라" 이렇게 가스라이팅을 일삼았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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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제목 등의 폰트와 표지 디자인은 무슨 오래된 1990년대 책 같다.. ^^ 근데 한눈에 봐도 전혀 커 보이지 않는 저런 돛단배에 화물을 싣고 승객이 300여 명이나 탔다니.. ㅠㅠㅠㅠ)

이렇게 무려 100명이 넘게 죽이던 광기어린 무법 학살극은 다행히 본토 본부로부터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3개월 남짓 뒤의 일이었다고 한다.
코르넬리스는 체포되었고 재판에서 당연히 유죄 판결을 받았다. 손발가락이 다 으스러지는 고문을 당하고 교수대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걸로 죄값을 치렀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08 08:35 2024/01/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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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1) 지리적으로는 땅이라는 건 암초 < 섬 < 대륙의 순으로 커진다. 암초와 섬의 경계는 엄밀히 정의하기가 약간 빡센 반면, 섬과 대륙은 '그린란드 -- 오세아니아'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된다.
가령, 독도는 인간이 경제 활동을 하며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해양법적으로 섬이 아닌 암초라고 분류되지만, 그래도 그 주변의 영해 경계는 인정된다. 그 반면 이어도는 진짜로 섬이 절대 아니고 암초일 뿐이기 때문에 영토 분쟁이고 영해 경계고 뭐고가 없다.

(2) 섬 안에 거대한 호수가 있고 그 호수의 중앙에 또 섬(!!)이 있는 경우도 지구상에 몇 곳 있는가 보다. 그야말로 '섬 안의 섬'인 매우 흥미로운 사례인데, 마치 우주 천체에서 위성의 위성인 '손자 위성'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중섬이나 손자 위성은 자연적으로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고 극히 드물다. 그나마 있는 그 이중섬은 너무 작아서 실제로는 그냥 암초라고 봐야 할 것이다.

(3)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남해와 서해안에 섬이 많다. 동해는 깊고 해안선도 깔끔한 편이어서 성격이 좀 다르다.
그 중 세어도라는 섬은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이고 본토 인천과도 바로 인접해 있다. 무인도라면 모를까, 유인이라면 다리가 놓여서 연결되거나, 아예 몽땅 간척되어 오이도나 월미도처럼 됐을 법도 한데.. 그런 일 없이 본토와 가까운 오지 취급을 받아 온 게 흥미롭다. (인근의 군사 시설 보안 때문이라는군..)
심지어 20세기 내내 전기가 안 들어오다가 1999년에야 발전기를 도입해서 저녁에만 잠깐 전기가 들어왔고.. 2007년에야 해저 케이블이 깔려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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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울릉도에는 한동안 아스팔트 포장이란 게 없고 모든 길이 100% 시멘트 포장이었다고 한다. 거기까지 아스팔트 포장 롤러가 들어가질 못해서 그랬다고.. 물론 요즘은 울릉도 로드뷰를 보니까 아스팔트 길이 많이 눈에 띈다.
한편, 제주도에는 2010년대 말까지 도시가스란 게 없어서 모든 집이 100% LPG 까스통을 썼다. 그러다가 2019년인가 2020년부터 거기도 가스관이 연결돼서 편리한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단, 그래도 천연가스 버스는 여전히 없다.

(5) 전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울릉도는 크기는 작은데 본토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 보니 전기를 현지 발전소에서 100% 자급자족한다. 자그마한 화력 발전소가 몇 군데 있다. 그런데 내연이라니?? 발전소는 보통은 연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외연 기관인 증기 터빈을 쓸 텐데? 저기는 발전량이 작아서 자동차 발전기처럼 내연 기관 기반인가 보다. (시설이 더 단순하다는 장점..)
그 반면, 제주도는 송전선이 해저 케이블 형태로 본토와 연결돼 있어서 이리로 전기를 받는다. 해저 케이블을 설치할 만한 전력 수요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1. 바글바글 유인도

(1) 일본 본토의 남서쪽 맨 끝 나가사키의 바닷가에는 '하시마'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섬이 있다. 길이 400m, 너비 150m, 면적 대략 6만 제곱m로, 제주도 마라도와 비교해도 넓이가 1/5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다. 그런데 적당히 길쭉하고 평평한 게 마치 선박 같은 인공물처럼 생겼는지, 그 이름도 유명한 '군함도'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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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작지만 섬으로서는 특이하게도 해저 탄광과 연결되어서 석탄이 많이 생산됐는가 보다. 그래서 리즈 시절엔 여기에 무려 5천 명이나 바글바글 몰려서 살았다고 한다. 코딱지만 한 섬에 아슬아슬하게 고층 건물이 꽉꽉 들어서니 진짜 군함처럼 생기기는 했다.
저기서 사는 건 사생활이라는 게 없이 반쯤 죄수들 수형 생활이나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안에 나름 소-중학교도 있고 이발소에 수영장도 있었다고 한다.

저기는 1970년대가 돼서야 그 많던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무인도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석탄 산업을 접고 정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영월· 태백 같은 강원도에나 탄광촌이 있는데, 저기는 저런 바닷가 섬에도 탄광촌이 있었던 셈이다. 폐허덕후들이 환장할 만한 곳인데.. 섬이어서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겠다.;;

허나, 저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과거 일제 시대에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징용해서 갈아넣은 현장이기도 해서 논란이다. 물론 일본 측에서는 "모든 근로는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자원해서 한 것이고, 회사에서는 근로에 대한 임금을 계약된 대로 따박따박 줬다. 근로 여건이 오늘날 대비 열악한 건 조선인이건 자국민이건 어차피 다 똑같았다"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는 따로 더 길게 다루지 않겠다. 주제를 벗어나는 말이 길어질 테니까.;;

(2) 남아메리카 북서부 콜롬비아의 카리브 해 연안에는 '산타 크루즈 델 이슬로테'라고 길이 200m, 너비 120m 남짓.. 그 작은 일본 군함도보다도 더 작은 섬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무려 120가구, 9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현재까지도 그냥 눌러앉아 살고 있어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섬이라는 세계 기록을 수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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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전기와 상하수도가 없으며 경찰, 병원 따위 없다. 저기는 서류상으로 법적으로는 무허가 판자촌 달동네여서 정부로부터 사회 인프라 지원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빈민들이 너무 많이 모여 살다 보니 식수가 부족하고.. 또 그 많은 사람들의 분뇨 같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드는 것도 문제이다.

저런 데서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ㅠㅠ 그래도 인심 좋고 범죄도 없고 주민들이 어업을 생업으로 삼으며 근근이 사는가 보다.
저기는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곳이 있다는 게 제법 많이 알려져 있다. 인터넷 유튜브 덕분인 듯..

2. 유명한 무인도

(1) 저렇게 마라도보다도 좁은 면적에 사람이 수백~수천 명씩 바글바글 몰려 사는 섬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 극단으로 넓이가 수천~수만 제곱km에 달하는데도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섬도 있다. (참고로 제주도가 1846제곱km, 강화도가 302제곱km, 울릉도가 73제곱km 정도)
이런 넓은 무인도는 대체로 북극권에 있다. 너무 추워서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넓은 땅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무인도는 캐나다의 '데번' 섬으로, 면적은 남한의 무려 절반이 넘는 55247제곱km이다. 이 넓은 황무지에다가 무슨 달이나 화성 세트를 짓고 뻥카를 쳐도 될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지도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섬이라는 그린란드도 저기 근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린란드도 인구가 극히 희박하고 사람들이 몰려 사는 시내만 빼면 나머지는 무인도나 다름없다. -_-;;;

더운 적도 부근에 저런 큰 섬이 있으면 사람이 살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나 솔로몬 제도 같은 곳을 생각해 보자.

(2) 지구상에서 대륙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고립된 섬은 노르웨이령의 '부베 섬'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서쪽, 남아메리카의 동쪽, 남극의 북쪽.. 어느 대륙으로부터도 2000km가 넘게 떨어져 있으며, 인근에 선박 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도 당연히 무인도이다. 면적은 약 49제곱km로, 코딱지만 하게 작은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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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으로부터 가장 외따로 고립된 섬이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 한가운데에 있는 이유는.. 오세아니아 대륙의 존재 때문이지 싶다.;;
교통 통신이 불편하던 과거엔 이런 외로운 섬이 죄를 지은 거물 VIP의 유배지로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교동도), 서양사에서는 나폴레옹(세인트헬레나 섬)의 사례가 유명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05 19:35 2024/01/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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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리와 패배의 조건

전쟁에서 졌다는 게 꼭.. 적국이 우리 영토에 쳐들어와서 관광 플레이를 시전하는 바람에 우리나라가 2차 세계 대전 때의 독일이나 일본처럼 "무조건 항복.. 우리가 졌스므니다~" 이러면서 싹싹 비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쟁에서 승패가 결정됐다고 해서 패전국이 반드시 체제가 싹 바뀌고 영토나 배상금을 왕창 뜯기지는 않는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승리가 있고, 져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패배가 아닌 패배가 있다.

제일 좁게 기계적으로는.. 공격자든 방어자든 전술적인 목표를 달성하면 승리이고, 그렇지 못하면 패배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자가 공격자보다 이기기가 훨씬 더 쉽다. 방어자는 존버해서 현상 유지만 해도 승리이기 때문이다.

6 25는 휴전이 아니라 이 상태로 전쟁이 끝나 버린 거라고 본다면, 한낱 무승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긴 전쟁이다. 물론 단독이 아니라, UN군과 함께 싸워서 이긴 것이고..
임진왜란도 당연히 방어에 성공한 조선의 승리(조선/명 연합군)이다. 단지, 조선도 피해가 너무 막심했기 때문에 이건 전리품 잔치를 벌이는 그런 승리가 아니었을 뿐이다.

러일 전쟁은.. 일본이 설마 그 대국 러시아를 완전히 굴복시킨 건 전혀 아니었다. 자기도 전쟁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나기 직전이었는데 전쟁 배상금 따위도 전혀 요구하지 못하는 '상처뿐인 영광'을 얻었을 뿐이었다. 허나,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사할린 지역을 빼앗는 '전술적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명백한 일본의 승리로 평가되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은 거의 미국의 대리전처럼 여겨지긴 한다만, 남베트남이 지고 베트콩이 이긴 전쟁이다. 허나, 그렇다고 미국이 화력의 열세 때문에 전투에서 병력을 다 잃고 패배해서, 무슨 베트콩한테 백기 들고 투항하고 항복 문서에 싸인하는 식으로 패배한 건 전혀 아니다. 여러 이유 때문에 전투를 계속할 명분을 잃어서 그냥 싹 철수만 했을 뿐이다.

이런 걸 보면.. 전투에서의 승패가 전쟁에서의 승패와 꼭 일치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중일 전쟁만 해도 중국이 전투에서는 일본한테 수없이 졌지만, 결국 전쟁은 이겨서 전승국 대접을 받았다. 영토와 인구빨이 있어서 계속 후퇴할 공간이 많고 일시적인 전투 패배를 수습할 만한 충분한 맷집이 있는 나라가 이런 상황에서 더 유리한 것 같다.

전쟁에서의 승패뿐만 아니라 '전멸'의 의미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통용되는 의미(마지막 한 사람까지 몽땅..)와 실제 군사적으로 통용되는 의미가 다르다. 현실에서는 병력을 훨씬 덜 잃어도 정상적인 부대와 전투력 유지가 더 안 되면 전멸로 판정하며, 철수하거나 추가 지원을 받는다.

전투의 목표도 적군을 꼭 죽이고 몽땅 다 파괴하고 부수는 게 아니다. 그저 적군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고 제압 내지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죽이는 건 그렇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전시의 군대는 정말 냉혹한 결과 실적 지상주의로 돌아간다. 평소에 아군을 왕창 악랄하게 지지고 볶고 갈구더라도, 어쨌든 전투에서는 이기게 하는 지휘관이 당연히 칭송받아야 마땅하다. 방망이 깎던 노인 타입이 군대에서는 대접받는다.

2. 전범

한편으로 '전범'이란 '전쟁 범죄' 또는 '전쟁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준말이다.

(1) 수뇌부의 입장에서는 명분 없는 불법 침략 전쟁을 일으키면 그 자체가 전범이 된다. 고위 정치인 내지 별 달린 장군 정도만이 이 유형의 전범이 될 수 있다.
단, 현실에서는 그렇게 전쟁을 벌이고도 "졌을 때만" 전범으로 몰려 처벌받는다. 쿠데타만 해도 성공하면 혁명이니 구국영웅이니 하면서 추앙받지만, 실패하면 주동자가 영락없이 역적 정치범 내란수괴로 몰리지 않던가? 전쟁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여기서 진다는 건 더 수지맞지 않아서 점령지를 슬쩍 철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격을 당해서 자기 나라가 다 망하게 생겨서 싹싹 비는 정도로 지는 것을 말한다.

(2) 다음으로, 전투를 실제로 수행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전범이 되는 방법은 전쟁 명분과는 전혀 무관하다.
무장한 적군이야 전장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 낚고 속이고 죽이든, 윤리 논란 따위 당연히 만무하다. 단지, 그 적군이 다치거나 포로가 됐거나 아예 항복을 해서 전투력을 상실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인도주의적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하지 않고 이런 적군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것, 포로를 반인륜적으로 학대하는 것,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고의로 약탈· 학살하는 것은 제네바 협약 위반이며 전쟁 범죄로 간주된다.
정상적인 군대라면 이런 건 자국 군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적발하고 처벌해서 근절해야 한다. 그러면 그건 국제적인 전쟁 범죄 문제로 불거지지 않고, 해당 범죄자만의 예외적인 일탈로 간주되고 넘어간다.

사실, 군인들도 감정이 있으니 방금 전까지 전우들을 죽인 이놈들한테 당장 보복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현실적으로 다 컨트롤 하기 어려운 면모도 있다. 그러나 지휘관인 장교 차원에서 이런 짓을 조직적으로 묵인하거나 조장한 게 밝혀지면 영락없이 전범으로 몰리게 된다.
이건 승전/패전과는 전혀 무관하게 공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패전국에 대해서만 더 집요하게 거론되고 터는 편이다.

그런데 1번 같은 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불의한 나라라면 그 과정에서 휘하의 지휘관들이 어차피 2번과 같은 범죄도 매우 높은 확률로 저지르며, 윗대가리들이 이를 막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1번에 해당하는 전범은 대부분의 경우 어차피 2번에 대한 책임까지 지워지면서 더욱 지탄받게 된다.

3. 포로

(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군인이 나라 지키려고 전투 과정에서 지휘관의 명령을 따라 무장한 적군을 죽이는 것은 자국 법으로나 국제법으로나 성경적으로나 죄가 전혀 아니다. 군인은 적국에 포로로 잡혀 간다 해도 "너 왜 우리 병사 죽였어?" 이런 추궁을 받을 일은... 없다. 그건 적군도 똑같이 하고 있는 짓이니까.

글쎄, 혼자 너무 심하게 악랄한 명성을 떨쳤던 유명 저격수나 삼손 같은 인간흉기, 초특급 에이스 파일럿이 포로로 잡혔다면 곁의 병사들에게서 개인적으로 감정적인 해코지를 당할 수 있지만.. 그것도 명목상으로는 불법이다.
그 대신 군인은 자기가 적군에게 죽는 것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다. 이런 특성이 있으니 군인은 전시에 민간인과 다른 취급을 받는 거다. 자기 목숨은 자기의 전투 능력으로 알아서 챙겨야 하며, 자기가 전사하게 되면 자국으로부터 호국영령으로 어지간한 의인 의사자를 아득히 능가하는 예우를 받는다.

군인이 교전 중에 전사하는 건 민간 생명 보험으로도 보장이 안 된다. 천재지변이나 사변처럼 영역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서킷에서 카레이싱 때 발생한 사고가 통상적인 자동차-운전자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쉽게 말해, 배에 돈 내고 탄 승객이랑 거기서 근무하는 선원이 조난 사고 때 역할과 취급이 서로 같을 리가 없다.

(2) 군인이, 특히 지휘관이 자기 할 바를 다하지 않고 제멋대로 전투를 거부· 포기하고 적에게 투항한다면? 군수물자를 스스로 없애 버리거나 아예 적에게 건네준다면..? 그건 사형으로도 모자랄 중죄 대역 반역이다. 그 어떤 민주 인권 국가라도 이런 극단적인 죄는 사형으로 다스린다. 옛날처럼 사지를 찢지는 않는 게 감지덕지일 것이다.

하지만 보급도 지원도 없고 정말 개죽음이 뻔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항복· 후퇴하거나 포로로 잡힌 건 당연히 면책이며 그래야만 한다. 단순히 인권· 도의적인 차원이 아니다. 그렇게 해 줘야 패잔병들로부터 전투 경험과 노하우가 전수될 수 있고, 그들이 자포자기해서 아예 완전히 탈영해 버리는 걸 막을 수 있다. 전투에는 졌지만,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히지 않고 도망쳐서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어지간한 운과 실력이 따라 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데서까지 무조건 항복이나 후퇴를 금지하고 닥치고 정신력 근성 깡 드립에 영예롭게 죽으라고 부하를 사지로 몰아넣는 건 지휘관의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이게 사랑의 체벌과 아동학대, 안락사 살인과 연명 치료 중단처럼 종이 한 장 차이로 판정이 참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3) '포로'를 영어로는 prisoner of war이라고 한다. 포로는 비록 정치· 군사적인 이유로 인해 자유를 박탈 당한 prisoner이지만, 군인의 직무 특수성으로 인해 여느 범죄자와는 성격이 다른 사람이다.
이와 비슷하게, 신념을 갖고 법과 공권력에 저항하다가 수감된 일명 '양심수'를 영어로 prisoner of conscience라고 한다. 이런 사람도 여느 범죄자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우리나라의 교정 시설에서는 평범한 사기· 상해· 절도 등의 대다수 잡범은 하양, 캐 흉악범 사고뭉치 요주의 인물은 노랑, 약쟁이는 파랑, 사형수는 빨강.. 이렇게 죄수복 명찰의 배경색을 달리하여 죄수들을 분류한다.
그런 것처럼 양심수라든가, 아무런 고의 없이 전적으로 과실로 금고형 정도 받은 죄수는 초록으로 분류해도 될 법해 보이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어서 초록색은 안 쓰는가 보다.

예수쟁이라면 prisoner of war, prisoner of conscience의 연장선상에서 성경에 나오는 prisoner of Jesus Christ (엡 3:1, 몬)와 prisoner of the Lord (엡 4:1)를 상기하면서 바울의 저 당시 심정을 생각해 보자. 전쟁이나 다른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분'으로 인해 박해받고 수감당했다는 뜻이다. '양심수'와 같은 방식으로 조어한다면 '예수囚' 정도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22 08:36 2023/12/2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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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타에서 저그의 특성을 보고 꽤 특이하다고 느끼는 건 다음과 같다. 뜬금없이 옛날 게임 얘기를 늘어놓게 되네..
밥집이 건물이 아니라 유닛(오버로드!!)인 건 너무 기본적인 차이점이니까 제끼고..

1.
히드라 덴은 기본 건물 중에서 가스를 먹는 유일한 건물(B)이다.
반대로 나이더스 캐널은 무려 하이브 테크 급의 최고급 건물(V)이면서 가스를 먹지 않는 유일한 건물이다.
타 종족은 가스 먹는 기본 건물이나 가스 안 먹는 고급 건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더스 캐널은 자기가 직접 공격을 하지는 않지만 자기 종족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기지의 방어'에 기여하는 자그마한 건물이다. 플토의 실드 배터리나 테란의 벙커하고 비슷한 부류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스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벙커나 실드 배터리는 기본 건물인 반면, 나이더스는 고급 건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2.
저글링의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는 그야말로 극초반의 기본 건물(스포닝 풀)에서 최후반 최고급 테크(하이브)를 가야만 누를 수 있는 극단적인 업그레이드이다. 타 종족에는 이 정도로 극단적인 기술 업글이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히드라의 럴커 업그레이드는 스포닝 풀 다음에 올리는 건물인 히드라 덴에서 하는 데다, 하이브 이전의 레어 테크에서 시전할 수 있다. 그러니 아드레날린보다 기술 격차가 훨~~씬 더 작다.

그래서 내가 성경의 간극에 대해 설명할 때도 이런 스타 비유를 든다. -_- "처음에 저글링이 나오니라. 그 저글링은 발업이 되고 아드레날린업이 되었더라."
우린 이 문장을 통해 게임이 굉장한 장기전으로 갔음을 알 수 있고, 발업과 아드레날린업 사이의 '간극'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 1:1-2 사이의 and 간극도 이와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맥락이다.

* 그나저나 spawning pool.. 이러니까 창 1:20도 떠오르긴 한다. ^^
"물들은 생명을 지닌 동물들을 풍성이 생성해 낼지어다~~~" Let the waters bring forth abundantly the moving creature that hath life!!!
요 5:2-4의 베데스다 연못 같기도 하고..

3.
저그는 자유도가 너무 높아서 컴퓨터 AI가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기술이 타 종족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 이게 무슨 말이냐..

(1) 컴퓨터는 나이더스 캐널은 전혀 쓰지 않는다. 자원 모으고 유닛 뽑아서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이런 걸 어떻게 구사하겠나? (캠페인에서 나이더스 캐널이 나오는 건 그냥 인위적인 트리거 스크립트일 뿐이다. 범용적인 게임 AI가 아님)

(2) 컴퓨터 AI는 고스트 락다운, 메딕 옵틱, 퀸 브루들링 등.. 평소에 온갖 마법 유닛들을 인간 게이머보다 훨씬 더 많이 구사하는 걸로 악명 높다. 그러나 AI는 퀸으로 테란 커맨드센터를 감염시킨다거나, 인페스티드 테란 유닛을 뽑지는 않는다. 사실 인페스티드.. 계열은 그냥 잉여 장난 관광 능욕 기능에 가깝긴 하다;;;
퀸의 감염 기술은 이동, 공격 같은 정규 동작이 아니면서 마나도 사용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기능이다.

(3) 컴퓨터는 디파일러의 마법을 쓰기는 하지만, 컨슘은 구사할 줄 모른다;;; 자기 저글링 몇 마리를 도시락으로 싸 와서 전장에서 수시로 먹으면서 다크 스웜/플레이그를 찍찍 뿌리지는 않는다. 하긴, 마나를 회복한다는 개념 자체도 전 종족을 통틀어 디파일러에게만 존재한다.;;

테란이야 컴퓨터 AI가 활용 못 하는 기술이 없는 것 같다. 베슬은 말할 것도 없고 핵이고 배틀크루저고 다 잘 쓴다.
프로토스도 템플러와 다크 아콘이 모든 마법을 잘 쓰고 있는데, 딱 하나 아비터가 걸린다.
AI가 아비터의 리콜을 쓰는 경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

4.
프로토스 하이템플러는 자기 머리 위로 스톰을 뿌려서 자살이 가능한 아주 드문 유닛이다.
그 반면, 저그의 인페스티드 테란은 마법이 아니라 특정 타겟 지정 없는 어택 땅만으로 자폭이 가능한 유일한 유닛이다.
스커지도 자폭 공격 유닛이긴 하지만 얘는 어택 땅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스커지는 오리지널 시절에는 대공만 가능한 유일한 유닛이기도 했다.;;;

이상이다.
옛날 2000년경 PC 통신 시절에 "환상의 테란 소설"에서는 "서기 2020년, 블리자드는 스타라는 걸작 게임만을 남긴 채 망해 버리고, 소스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회사 사장은 어느 열받은 테란 유저에게 살해당했다"...;;; 라고 초반부에 쓰여 있었다.
그 시절에는 저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설정이라고 치부됐었다.

그런데 실제로 20여 년이 지나니, 물론 블리자드가 진짜로 간판 내린다거나 사장이 살해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장이 교체되고 회사가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삽질을 반복하다가 몰락하고 망조 들기는 했다.
2010년대 와우니 오버와치니 하던 시절에만 해도 망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게임 업계는 영원한 강자란 없는가 보다.

옛날에 컴퓨터가 비싸고 성능이 딸리던 시절에는 몇몇 최적화 괴수 천재들 소수정예로 엄청난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요즘은 기계값이 하도 싸지고 기술이 상향평준화되다 보니, 게임이 그런 식으로 뿅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똘똘한 컴터 공돌이들은 여전히 다들 게임 회사로 가는 것 같다.

작년 코로나 시국에 연봉을 제일 많이 올려줬던 곳도 저 바닥이다. 당연히 영세 중소 업계 말고 중견 이상 대기업들 한정으로.
난 실력은 둘째치고라도 게임 쪽은 관심이 없고 적성이 안 맞아서 그런 데에 안 갔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2/20 08:35 2023/12/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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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흡

척추동물 급 기준으로 육상 생물은 폐(허파)로 호흡하고, 수중 생물은 아가미로 호흡을 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양서류 같은 수륙양용 하이브리드 중에는 피부 호흡이 가능한 녀석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보조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폐로 호흡하는 동물이 물에 통째로 처박히면 폐에 물이 들어가 버리고 곧 익사한다.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 때 "코로 숨쉬는 동물들이 몽땅 다 죽었다"(창 7:22)라는 진술이 있는데, 이게 바로 폐호흡을 말할 것이다.
반대로 아가미로 호흡하는 어류가 물 밖으로 나와 버리면.. 얘 역시 팔딱팔딱 몸부림 치다가 곧 죽는다(아가미가 말라 버리면 숨을 못 쉼). 이건 무슨 死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육상 동물은 폐 기반이고 물 속에서 호흡을 할 수 없지만 숨 참기의 달인이다. 가령, 하마만 해도 거구를 이끌고 물 속에서도 수십 분을 견딜 수 있다. 악어도 이에 준하는 스킬이 있기 때문에 물에서 그렇게 잘만 지낼 수 있다.

이 분야의 본좌는 고래일 것이다. 지느러미 달린 해양 생물인 주제에 호흡은 공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니 이거 참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그러니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꼭 올라와서 산소를 충전한 뒤에 다시 바다로 내려간다.
육상 동물이 주기적으로 물 마시러 물가로 꼭 와야 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고래는 심지어 뇌 구조가 2교대 듀얼코어(...)여서 잠을 자는 중에도 양 뇌가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선다. 그래서 잠을 자면서도 필요하다면 산소 충전하러 수면으로 부상했다가 다시 잠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고래는 완전히 물 밖으로 나와서도 살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질식사를 하지는 않겠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탈 나고, 대형 고래는 너무 무거운 장기한테 짓눌려서 꼼짝달싹 못 하고 죽는다고 한다.
철도 차량이 레일 위에서는 자동차보다 훨씬 더 무거운 상태로도 잘만 달리지만, 레일을 벗어난 상태에서는 그 가냘픈 쇠 바퀴로 지표면을 한 발짝도 제대로 달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특성에다가 비유가 가능할 듯하다.

자, 이렇게 공기 폐호흡을 하면서 물에서 활동하는 동물은 저런 식으로 핸디캡을 극복하며 지낸다.
그런데 아가미 호흡을 하는 어류 중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핸디캡을 지닌 녀석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어.. 얘들은 아가미의 근육이 미약해서 주변에 물이 끊임없이 흘러야만 호흡이 가능하댄다. 주변에 물이 흐르든지, 아니면 자기가 끊임없이 물을 헤쳐서 움직이든지.. 둘 중 하나는 갖춰져야 한다. 가만히 정지해 있으면 호흡을 할 수 없어서 익사(질식사)한다.
이는 마치 비행기가 주변 공기가 흘러야만 이륙할 수 있고, 자전거가 계속 달려야만 쓰러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상어뿐만 아니라 일명 참치라고 불리는 다랑어꽈 물고기들도 이런 제약이 존재한다고 한다. 자는 중에도 계속 이동해야 한다. 고래가 수면(?) 중에 수면(!!)으로 수직 이동을 한다면, 얘들은 수중에서 수평 이동을 해야겠다.

그래서 지느러미만 짤린 채 방생된 상어는 물 속에서도 데굴데굴 구르면서 악을 쓰다가 질식사한다고 한다. 상어는 참치와 달리 살은 그닥 맛있지 않은지.. 잡혀 죽어서 통째로 냉동되는 게 아니라, 샥스핀 재료만 채취된 뒤 그냥 버려지는가 보다. 이러니 샥스핀은 잔인한 음식이라고 동물 보호 운동 진영에서 비판한다.

2. 식용

(1) 고래는 과거 쌍팔년도 무렵엔 멸종 위기 운운하면서 국제적으로 포경 금지 협약이 맺어지기도 했다. 모든 종인지 일부 종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늘어서 위기를 좀 벗어났지 싶다. 그러고 보니 육상 대형 동물인 코끼리도 상아 때문에 많이 남획되고 멸종 위기였는데.. 바다 버전인 고래도 비슷한 수난을 겪은 것 같다.

고래 포획이 줄어든 것에는 고래기름 등 여러 부산물들이 다른 저렴한 화학 물질로 대체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석탄· 석유가 삼림을 가장 크게 보호해 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도 지금도 고래를 마음대로 잡아도 되는 건 여전히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의로 적극적으로 포획하지 않고 우연히 자연사· 사고사한 고래 사체를 발견한 것에 대해서만 임의 처분을 허용한다. 그 고래로 만든 고래고기는 자가처분을 해도 되고 심지어 가공 후 판매해도 된댄다.
멧돼지 같은 야생 동물을 포획한 건 자가처분만 되지 판매는 금지인데, 이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 고래가 사냥된 건지 딴 데서 죽은 건지를 공무원이 판별하는 게 금방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정상· 합법적으로 유통된 고래고기라면 근본적으로 신선한 형태는 존재 불가능이다.
고래고기라는 게 무슨 참치회 급으로 맛있는 고기도 아닌데, 상태마저도 신선하지도 않은 냉동 일색이라면.. 수요가 많아지고 시장이 커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냥 개고기와 비슷한 마이너 장르의 고기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 그리고 다음으로 다랑어.
다랑어와 달리 '참치'는 남북 분단 이후, 1950년대 리 승만 시절에 남한에서만 따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그리고 회는 아니지만 국내에 참치 통조림이라는 것도 1980년대 이후 5공 시절이 돼서야 역사상 최초로 등장했다.
국내에서 자체 자본과 기술로 원양어업이란 걸 첫 시작한 게 1970년대이고, 동원 산업에서 국민 소득과 소비 수준을 감안했을 때 참치 통조림이라는 걸 개척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참치라 하면 여러 모로 근현대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
마이카 승용차나 컬러 TV, 퍼스널 컴퓨터만큼이나 참치 통조림이라는 건 박통 시절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전대갈 시절에야 등장했다. 하물며 통조림보다 훨씬 더 고급인 회는..??

보통 생선회라고 하면 광어나 우럭, 방어 같은 걸 떠올리는데.. 참치회는 씹는 느낌과 맛이 다르고 장르가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전자가 병원의 다른 평범한 진료과라면, 후자는 치과.. 처럼 뭔가 독보적인 존재감이 느껴진다. =_=;;

참치는 저런 광어· 우럭과 달리 몸체가 크고, 아주 먼 곳에서 잡아 오며 양식이 안 된다. -50도급에서 꽁꽁 얼어붙은 참치를 수송하고 절단하는 건 완전 극한직업이라고 소개됐었다. 이건 돌덩어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신체에 잘못 맞으면 인대나 뼈가 바로 나간댄다.;;

일본은 국제법까지 어겨 가며 고래를 세계 곳곳에서 그리도 많이 잡는 나라로 욕 먹어 왔는데 고래뿐만 아니라 참치에도 환장하는 걸로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에서도 "이모코는 스나(마구로가 아니고?)를 좋아해, 베게의 속에는 참치로 입빠이"이런 대사가 있었다. ㄲㄲㄲㄲㄲㄲ

내가 일본 TV 방송을 즐겨 보지는 않지만, 뭐 하나 우연히 채널 돌릴 때마다 꼭~~ 낚싯대 하나 들고 마구로 잡으러 망망대해로 떠난 노인 다큐가 방영되는 편이었다. "노인과 바다" 소설이 어째 일본에서 출간되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참치횟집에서 주기적으로 참치 해체 쑈를 하는 건 당연히 꽁꽁 얼려서 장거리를 수송해 온 참치를 해동해서 분해하는 것이다. 잡는 곳의 특성상 참치는 활어회라는 게 사실상 존재 불가능한데..
일본에서는 일부 갑부 동호인을 중심으로 참치 활어회를 찾아 먹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망망대해에서 어느 어선이 참치를 잡았다고 위성 전화로 연락을 날리면.. 회원들이 헬기를 타고 그리로 날아가서 그놈을 회 쳐 먹는다고.. 당연히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깨지기 때문에 재드래곤이나 건물주, 톱스타 배우 급의 VIP들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다.

(3) 고래건 참치건, 그 먼 거리를 거쳐 수송된 생선이 이렇게 저렴할 수 있다니, 이건 첨단 교통수단과 냉동 시설이 인류에게 내려준 큰 복임이 틀림없다.
그나저나, 이런 고래나 참치와는 달리 상어 요리는 일본보다는 중국의 괴식 별미 요리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그래서 북괴 김 정일도 평범한 참치회 부류가 아니라 샥스핀을 먹고 싶다고 난리를 쳤지 않았나 싶다. ㄲㄲㄲㄲㄲ

원양어선으로 저런 비싸고 맛난 생선만 들여오는 건 아니다. 싸구려 햄을 만들 때 저질 잡육이 쓰이는 것과 비슷하게, 어묵을 만들 때는.. 외국 현지에서는 먹지도 않는 별 맛 없는 듣보잡 생선을 정말 덤핑 처분 급의 싼 가격으로 왕창 많이 실어 와서 투입한다. 이러니 어묵이 값이 왕창 저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회덮밥 재료로 쓰이는 횟감도 저렴하고 급 낮은 건 무슨 듣보잡 냉동 상어고기라고 들은 것 같다.
고등어 회는 무슨 돼지고기 육회와 비슷한 취급인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4 19:35 2023/12/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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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편

제복 입고 국가와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일을 하는 공무원 3세트로 군인, 경찰, 소방관이 있다. 이들은 전쟁 나도 하는 일이 완전히 동일하며,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예비군 훈련이라는 게 없다.
그 대신 여기 종사자들은 근무 중에 긴급피난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단순 산업재해 차원이 아닌 순직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들 다음으로 생각할 만한 업종으로는 우편 공무원이 있다. 편지와 소포는 국가 공권력이 보증하여 배달되는 물건들이다. 그 어떤 전쟁, 사변, 천재지변 와중에도 어지간해서는.. 정말 나라가 통째로 쫄딱 망하지 않는 한 배달된다. 단순 민간 사기업 택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어느 나라건 우편물은 인명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화물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최우선으로 취급된다.
비행기로 수송했다면 도착 후에 제일 먼저 꺼내어진다. 배로 나르던 중에 배가 침몰하게 생겼다면 다른 화물들부터 먼저 포기한 뒤에 제일 마지막 순간까지 끌어안고 있는다.
특급 우편물을 수송하는 차량이라면 출동 중인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와 동급인 긴급자동차로 인정되기도 한다.

하긴, 듣자하니 옛날에 미국인지 유럽인지 '우편마차'에서는 우편물뿐만 아니라 은행 현금도 수송했다고 한다. 그래서 짐을 지키기 위해 샷건 든 경비원이 반드시 동승했다고..
그 유명한 타이타닉 호도 정식 타이틀은 'RMS 타이타닉'으로, RMS는 '영국 왕실 우편선'이라는 뜻이다. 승객뿐만 아니라 국제 우편 화물을 잔뜩 실었었는데.. 얘들은 불행히도 배달되지 못했다.

난 수십 년 전 어느 미드에서 주인공이 편지를 잘못 쓴 채로 우체통에 넣어 버리고는 그걸 도로 회수할 수 없냐고 집배원에게 읍소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이거 무슨 송금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 요청은 거절됐다. 이때 집배원의 답변이 걸작인데, "편지가 우체통에 들어가고 집배원의 손에 놓인 순간부터는 배달될 때까지 국가 소유, 정부 소유"라고.. 그러니 당신의 사사로운 요청은 들어 줄 수 없댄다.

일개 초병이라도 근무 중에는 주변의 그 누구에게라도 반말로 신원 확인을 요구할 수 있고, 일개 순경이라도 주변의 교통법규 위반하는 사람에게 범칙금을 물리고 불심검문을 실시할 수 있다. 그것처럼 일개 우체부 집배원 아저씨라도 접수된 편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공권력을 집행하는 거다.

이 정도 권위와 신뢰가 있기 때문에 우체국에서는 필요한 경우 보낸 편지에 대해 ‘내용증명’이라는 보증까지 겸해 주는 것이다. 이건 인터넷 이메일, 카톡보다 더 공신력이 있기 때문에 주로 민사 소송에서...
"너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은 하는데, 어쨌든 난 최후통첩 보냈다?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오리발 내밀기 없기다?" 이러는 용도로 쓰인다. =_=

뭐 요즘은 우체통도 공중전화 부스만큼이나 보기가 몹시 힘들어져 있다.;;
그리고 우체국도 은행이나 택배업을 일부 담당하고, 말단의 단순 노동 업무는 다들 민영화나 비정규직=_=들한테 위탁하면서 21세기에 살아남으려 하는 것 같다.
우체국 예금은 사실상 국가 공인 은행이다 보니, 5천만 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 수준이 아니라 모든 예금이 언제나 안전이 보장된다고 한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안정적인 대신 금리도 왕창 낮겠지...ㄲㄲㄲ

2. Undo

요즘 세상은 전반적으로 실수에 더 관대해지고 무엇이든 철회, 취소, undo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 카카오톡을 포함해 각종 메신저 프로그램에는 말을 보냈던 걸 도로 취소하는 기능이 도입되었다. 이게 처음부터 있었던 기능이 아니다.
  • 웹브라우저는 '닫아 버린 탭을 다시 여는 기능'이 필수이다. 단순히 컴퓨터가 비정상 종료됐을 때 이전에 작업 중이던 문서를 복구하는 기능과는 성격이 다르다.
  • 금융권에서는 심지어 착오 송금을 철회하는 기능까지 도입하려 한다. 우와, 성능 오버헤드와 비용이 장난 아닐 거 같은데?
  •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이 물건을 잘 받았으면 '구매 확정' 버튼을 가능한 한 어서 눌러 달라고 괜히 징징대는 게 아니다. 한편으로,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으면 정식 등록을 하기 전에 임시 번호판을 달고 있는 동안.. 귀찮더라도 이 기간(열흘이던가)을 최대한 오래 뽕 뽑으면서 차를 꼼꼼히 테스트해 보는 게 적극 권장된다.
  • 이메일도.. 구글이나 네이버 등, 같은 서비스 사용자끼리 주고 받았고 수신자가 아직 읽지 않았다면, 발송 취소 기능이 알음알음 들어가 있다. 이건 비표준 싸제 구현인데, 가까운 미래엔 이메일 프로토콜 차원에서 취소 기능이 표준 규격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때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undo라는 건.. 한 조작만으로 워낙 많은 픽셀들이 한꺼번에 바뀔 수 있는 그래픽 프로그램에서나 직전 1단계에 한해서 존재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PC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무제한에 가까운 다단계 undo가 각종 업무용 프로그램에 도입됐다.
이런 트렌드를 주도한 업체 중 하나가 바로 마소였다. 아래아한글은 그 장수만세 안정판인 97까지만 해도 이런 기능이 존재하지 않았다. 최근에 지운 텍스트를 3단계까지만 아주 제한적으로 재현해 주는 짝퉁 기능만 있었을 뿐이다.

옛날 쌍팔년도 시절엔 컴퓨터 게임도 말이다.. 요즘 같은 친절한 튜토리얼을 일일이 넣기에는 컴터 메모리고 용량이고 여건이 안 됐다. 정품을 사서 종이 매뉴얼을 보든지 아니면 잡지나 PC통신으로 공략집이라도 찾아 보지 않는 한, 한 치의 자비심 없이 "모르면 죽어야죠"가 기본이었다.
미스 나면 HP 깎이는 거 없이 한 방에 픽 죽고, 그 레벨을 처음부터 또는 한참 먼 과거의 check point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일상이었다. 바로 직전에서 저장했다가 불러오는 것도 없고.. 그러던 트렌드도 참 많이 바뀌었다.

그러니 울나라는 수능날에 시간 빠듯한 수험생들을 공권력까지 나서서 수송해 주는 것엔 과잉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관대한 것 같다. 이러다가 수험생을 수송하는 차량을 긴급자동차로 인정할 기세다. =_=;;; 원래는 수능 문제지를 시험장으로 수송하는 보안 차량 정도나 긴급자동차로 취급하는 게 정상이 아니겠나.

다만, 과거에 벌어졌던 집단 컨닝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제출하지 않은 핸드폰이 적발된 것에 대해서는 실수건 고의건 진짜 딱딱하게 무자비 무관용이다. 아예 완전히 꺼져 있었고 고의성이나 컨닝 가능성이 없는 억울한 애까지 무조건 올해 시험 무효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런 애들이 전국에서 매년 10여 명씩은 발생하는가 보더라.
내 개인적인 생각은 지각하는 애들에 대한 과도한 배려를 조금 걷어서 핸드폰 적발에다가 융통성을 얹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휴~ -_-;;

세상 모든 일이 손쉽게 undo가 가능하면 참 편리하고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말은 뱉었다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한번 엎지른 물은 5천 년 전이나 지금의 최신 과학 기술로나 다시 주워 담는 게 불가능하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한번 죽어 버린 뒤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히 국방이나 의료가 mission critical한 분야이며, 책임감이 막중하고 만년 전문직 소리를 듣는 것이지 싶다.

컴퓨터에서는 데이터베이스가 대표적인 분야일 것이다. DB는 성능 오버헤드를 감수하고라도 롤백 가능하게 처음부터 트랜잭션을 걸어 놓은 게 아니라면, operation들이 기본적으로 greedy하고 파멸적이고 비가역적이다. 엑셀 시트 고치는 것하고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제아무리 가상현실이 어떻고 게임이 어떻고 해도.. 인생은 실전이다. undo가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프로세스가 많다는 거. 현실의 전장은 게임의 전장보다 TTK가 훨씬 더 짧다는 걸(일격에 꽤꾸닥 즉사),
자기가 아무리 몰랐어도, 자기가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규정에 어긋나거나 자기 공적이 입증이 안 되는 등.. 여타 외부적인 요인이 엇갈리면 실격 처리되고 아웃되고 공적이 인정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의외로 기독교의 구원관이 이런 쪽으로 많은 통찰이 담겨 있다.

3. 사법 체계

(1) 나라 정체성

성경의 십계명(출20)을 보면, 맨 처음에 이 법의 제정자가 누구이고(= 하나님) 어떤 존재인지를 밝힌다. 그 뒤 자기 외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 내란), 그것들의 형상을 만들지 말고 이상한 걸 하나님이라고 떠받들지 말라고(= 얼추 외환) 제일 먼저 규정한다.

그럼 우리나라 헌법은? 우리나라는 신이나 군주나 다른 인간을 신성시하지는 않는다. 그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국가 정체성만을 제일 먼저 규정하고 못 박는다. 국교나 귀족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헌정 체제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뿐이다. 그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이런 정체성을 제각기 완전히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부정하는 집단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종북 빨갱이, 여호와의 증인, 그리고 대한제국 황실 복원 지지자. =_=;;;
그나마 종북 빨갱이를 제외한 나머지 집단은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고 혼자만 뻘짓을 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강경하게 소탕· 해산하려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적이라는 말만 삭제했을 뿐, 내란과 외환이 가장 치명적인 범죄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2) 재판 위의 재판

다른 재판들이 사람이 법을 어겼는지를 판단하는 거라면, 헌법재판은 법 자체가 최상위법인 헌법의 취지와 부합하는지를 판단한다. 세부적인 하위법이 상위의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법이 규정하는 법리 이념을 충족하느냐..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만 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큰 존재 의의는 아무래도 이런 '메타재판'임이 틀림없다.
대법원은 이런 헌법재판소와 달리, 그냥 여느 평범한 민· 형사 재판들 중에서 지방 법원에서 1심, 2심만으로 끝나지 않은 진짜 골치 아픈 전국구 최종 보스만을 처리할 뿐이다.

한편, 특별검사(특검)이라는 것도 있다. 이건 일반적인 형사 소송을 수행하는 검찰 자체, 또는 검찰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으신 다른 고위 권력자가 권력형 비리를 저질러서 수사 대상일 때만 조직되어 시한부로 활동한다. 오옷~
특검이 뜨는 상황은 뭔가 암행어사 출두 같기도 하고, 무슨 계엄이나 긴급명령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4. 형벌

(1) 형사처벌과 함께 선고된 각종 자격정지나 면허 취소 등의 처분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교도소 실형을 살고 나온 '뒤'부터 적용되는 뒤끝이다. 성범죄자 신상 공개 기간, 전자발찌 착용 기간 등과 동일한 맥락이다. 법이 이런 기본적인 사항까지 헛점투성이인 건 아니다. 단지, 징역 복역 기간은 미결수로 구속돼 있던 기간을 포함해서 산정해 줄 뿐이다.

(2) 여권/비자 박탈 및 재발급 불허, 지상파 출연권 박탈(출연금지), SNS 계정 생성 금지는 형사 처벌은 아니지만 인생에 굉장한 불이익을 끼치는 페널티이다. 조리돌림이나 신상 공개와는 방식이 다른 명예형의 일종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남에게 영향 끼치는 것을 금지하는 처분은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빨갱이들한테도 적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기술로만 먹고 살아야지, 남을 가르치고 사람에게 권위를 행사하는 직업은 절대로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교사, 성직자, 법조인 따위)

(3) 사형수는 미결수가 아니다. 형이 확정은 됐지만(= 기결) 그냥 집행이 안 된 좀 애매한 존재들이다.
무기금고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한 번도 선고된 적이 없는 사문 형벌이다. 내란죄는 무기금고의 선고가 가능한 반면, 외환죄는 무기징역만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06 08:35 2023/12/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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