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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 프랑스 대혁명

단두대는 무기나 흉기가 아니라 사형 집행만을 위해 개발된 인체공학(?) 기계로서는 인류 역사상 거의 최초이지 싶다.
교수대는 사형 집행 장치이긴 하지만 기계라고 보기는 좀 어려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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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는 프랑스 대혁명 시국 때 개발되어서 1792년에 처음으로 사형 집행에 사용되었다.
세계에 단 두 대밖에 없는 희귀한 기계라는 건 썰렁 아재개그이고.. 실제로는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보급되었다.;;

사람 목을 짜르는 기계라니 섬뜩하게 들리지만, 그래도 얘는 "사람은 왕족 귀족이든 평민이든 누구든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라는 이념 하에서 발명되었다.

"그러니 사형도 집행자의 체력과 컨디션과 감정에 좌우됨이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최대한 신속하게 사형수의 명줄을 끊어서 고통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사형 집행을 위한 전용 기계가 도입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권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우왓~ 이 정도면 과연 합리주의 계몽주의의 나라 프랑스답다.;;

게다가 마침 프랑스에서 공포 정치 하에서 그야말로 사람들을 개나 소나 마구 처형하게 되자, 이런 기계에 대한 수요와 정당성도 더욱 커졌다.

단두대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길로틴인지 기요탱인지 그 해부학 교수는 전적으로 필요악 차원에서 이런 걸 만들었을 뿐이었다.
왜, 19세기에 기관총을 발명한 기술자도 기관총이 위력이 너무 강해서 얘 덕분에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전쟁란 게 종식될 거라고 낙관하지 않았던가?
그것처럼 기요탱 아저씨도 사형 제도가 없어지는 날을 꿈꾸면서 역설적으로 단두대를 설계했다고 한다. 에휴.. 사형 제도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흉악 범죄가 없어져야지?

아무튼 기요탱 박사는 단두대에 하필 자기 이름이 붙어서 보통명사화해 버린 걸 매우 언짢아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이미 이 방면으로 너무 유명해져 버렸다.

게다가 단두대는 외형이 공개되자 돌풍을 일으키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단두대 축소판 모양을 한 작두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렸다. 어린애들이 사마귀나 쥐, 작은 새 같은 동물을 그걸로 짤라서 죽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긴, 이런 장난감은 잘못 다루면 자기 손가락 정도도 그냥 날아갈 수 있었다. 미친.;;

진위 여부가 매우 의심된다만.. 그 시절 아가씨 아지매들은 단두대 모양의 액세서리가 달린 목걸이나 귀걸이를 차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그 시절엔 단두대가 거의 SF 수준으로 시대를 앞선 문물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전근대 시절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잔혹한 법이 아니라 "과잉 보복을 하지 말라"라는 자비로운 법이었듯... 단두대는 화형이나 능지 같은 훨씬 더 잔혹한 형벌에 비하면 아주 자비로운 도구였다. 정말 파격적이고 시대를 앞서간 발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단두대를 이용한 최초의 공개 처형을 본 군중들의 반응은.. "스펙타클한 볼거리가 없이 너무 금방 집행이 끝나 버리네..?? 싱겁다, 시시하다, 별로다, 흉악범을 이렇게 단칼에 보내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였다.

이때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유튜브, 영화, 드라마, 게임, 스포츠 같은 유흥거리가 전혀 없다시피했다. 맨날 땡볕에 농사 짓고 수확물의 그나마 상당수를 세금으로 빼앗기며 힘들게 사는데.. 공개 처형이라도 구경하는 게 일종의 공짜 문화 생활이었던 것이다. =_=;;

단두대의 발명자조차 단두대에서 뎅겅 당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 사람은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다만, 루이 16세 국왕이 칼과 열쇠 같은 금속 공작 쪽 덕후였다. 단두대의 모형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칼날을 반월 대신 빗금 모양으로 만들면 목이 더 잘릴 것 같은데??" 라고 매우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현지지도를 해 주시였다~!!!

그 디자인이 오늘날의 단두대에 반영되어 전해진다. 그리고 루이 16세는 훗날 대혁명 때 그런 모양을 한 단두대에서 참수를 당했다.;;;

오늘날은 루이 16세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나 모두 국고 탕진 낭비벽이 좀 있었을지언정, 단두대 형을 당할 정도의 반역자 싸이코패스는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프랑스 대혁명이 광기에 빠진 채 너무 폭력적으로 진행된 감이 좀 있었다.

낭비벽이야 겨우 그거 갖고 사형이면 주변 귀족들 관료들 상당수가 같이 뒈져야 했을 것이다. "빵이 없다고? 그럼 과자/고기를 먹으면 되지?" 드립도 후대에 의한 악의적인 주작이라고 반박되어 있다.

옛날 백년 전쟁 시절에 영국에서는 잔 다르크를 하다 하다 안 되니까 "남장죄"(= 동성애 예비음모)를 덮어씌우려 했었다. 이와 비슷하게, 마리 앙투아네트도 사형에 처할 만한 중죄가 도통 안 나오자 '요망한 썅년' 프레임이 시도됐다. 이름하여 "아들(정신지체 장애)과 근친상간죄"...;; 이건 마리 앙투아네트를 미워하던 사람들조차도 일부는 "이건 아니지, 선 넘지.. 검사 저 병X새X.."라고 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저 왕비는 세상 물정 모르고 철딱서니가 없긴 했다. 혁명이 일어나자 외국으로 튀려다가 걸리는 바람에 여론이 더욱 악화되었고, 그게 왕과 왕비의 명줄을 재촉하게 됐다.
변장하고 몸만 쏙 빠져나가도 시원찮을 와중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마차에다 자기 귀중품 장신구 따위를 모두 챙겨 싣고 '왕비의 품위'를 지키며 거창하게 나가려 했다. 이 때문에 얼마 못 가 들키고 말았다. -_-;;

그나마 루이 16세는 단두대로 가는 순간까지도 정장 차림에 왕실 마차를 타고 육군 병력의 호위를 받으면서 국왕답게 그럭저럭 품위(?) 있게 죽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품위에 목숨 걸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나중에 강제 삭발 당한 채 허름한 옷차림에 죄수 호송 수레에 실려서 품위 따위 못 지키고 죽었다.
어라? 프랑스에서는 훗날 나치 부역 여성들한테도 삭발로 망신 주고 응징했었다. 그러니 이것도 뭔가 프랑스만의 관행처럼 각인되어 있다. -_-;;

* 여담

(1) 이렇듯, 프랑스도 나치 독일처럼 전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는 사고를 친 적이 있었고 (나폴레옹),
스탈린 치하의 소련처럼 자국민을 개나 소나 다 정치범으로 몰아 죽이는 광기어린 숙청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대혁명, 파리 코뮌)

(2) 훗날 나치 독일은 단두대와 관련하여 프랑스에서도 안 하던 응용을 했는데.. 바로 자동차에다가 싣고 다닌 이동식 소형 단두대=_=, 그리고 일부 악질 죄수들에 대해서는 땅을 보고 엎드린 게 아니라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로 참수를 시켰다. 즉, 자기 목으로 칼날이 떨어지는 걸 볼 수 있게 했다.;;

(3) 프랑스에서는 1977년에 마지막으로 단두대 사형이 집행됐다.;; 그 뒤 단두대는 프랑스에서 사형 제도가 1981년에 폐지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차 대전 후에도 무슨 이슬람/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서유럽 선진국에서도 생각보다 늦게까지 단두대 참수형이 존재했다는 게 의외인데.. 공개 처형은 1939년이 마지막이었다.

(4) 본인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강경한 사형 제도 찬성론자이다. 불필요하게 잔인하게 죽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죽일 놈은 죽여야 된다. 육식과 결혼 제도가 성경적인 것과 동급으로 사형 제도도 성경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12 19:36 2023/07/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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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1년, 9· 11 테러

(1) 미국 세계 무역 센터 9· 11 테러가 벌써 20년도 더 전 옛날 일이 됐다.
이때는 테러리스트에게 장악 당한 미국 국내선 여객기 두 기가 각각 제1 WTC와 제2 WTC 쌍둥이 건물에 충돌했었다.
세계 각국이 테러에 대처하는 방식이 협상 따위 없이 강경해지자, 테러를 저지르는 방식도 그냥 닥치고 너 죽고 나 죽는 쪽으로 더 흉포해지고 광기가 더욱 커진 것 같다.

테러범들은 나름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 제일 멀리 가는(= 연료도 제일 많이 실려 있는) 국내선 비행기를 골랐으며, 건물에 주는 대미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 충돌 직전에 기체를 45도 roll을 줘서 비트는 기동까지 취했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얘들은 단순무식한 광신도 이상으로 머리를 꽤 굴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형 여객기의 조종술을 익히는 머리에다가 무력으로 조종실을 점거하는 담력까지.. 그 지능과 멘탈로 다른 좋은 일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무튼, 나중에 피격된 제2가 먼저 무너졌고, 제1은 좀 더 버티다가 피격으로부터 1시간 40분 남짓 뒤에 와르르 붕괴됐다.
아마 제1의 충돌 지점이 제2의 충돌 지점보다 더 고층이어서 더 오래 버틴 것이지 싶다.

(2) 이 사건은 너무 엽기· 충격적이고 황당무계할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건물이 너무 차곡차곡 질서정연하게(?) 무너진 것 때문에 자작극 음모론이 많이 나돌았다.
그러나 테러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미국이 점차 군기가 빠지고 보안 의식이 문란해져 갔던 것으로 웃프지만 설명이 된다.
건물이 차곡차곡 무너진 것도 우연이 전혀 아니며 얼마든지 설명 가능하다.

하부에서는 그 어떤 추가적인 폭음 같은 게 들리지 않았고 건물은 조용히 주저앉았다. 철근과 각종 구조물들이 1000도를 훌쩍 넘는 항공유 불길에 1시간 반이 넘게 활활 타고 익으면서 강성이 약해지고, 그게 발파 해체와 거의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건물, 구조물은 지구의 중력가속도 급의 충격에도 대단히 취약하다. 발목 하나 싹 날려서 윗부분이 주저앉기 시작하면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없다. 건물의 발파 해체도 딱 그 역할만 한다. 무슨 미사일처럼 파편을 날려서 목표물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삼풍 백화점은 옥상이 바로 아래의 5층으로 폭삭 주저앉은 충격량만으로도 그 아래의 층들이 지하까지 연쇄적으로 차곡차곡 잘도 붕괴됐다.
금속덩어리인 군함도 어뢰를 맞거나 유폭이 발생해서 폭압 때문에 잠시 붕 떴다가 해수면으로 떨어지면.. 그 충격 때문에 더 박살 나고 너덜너덜해진다. 이런 급의 구조물엔 강체라는 개념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3) 제1 WTC의 경우, 93층부터 99층까지가 여객기의 타격을 받았다.
제2 WTC와는 달리 탈출 계단이 몽땅 끊어지고 막히는 바람에 이 층과 그 윗층 사람들은 단 한 명도 탈출하거나 생존하지 못하고 그대로 화재, 건물 붕괴, 추락 등의 방식으로 희생됐다.

특히 딱 93층부터 100층에는 Marsh & McLennan 컴퍼니즈라는.. 무슨 위험관리 보험중개 회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100% 제대로 직격타를 맞았다.
근무 중이던 직원 295명과 보조 관리인 63명, 358명 전원이 몰살 당하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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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보험을 중개하는 일을 하더니 자기가 보험 보상금을 받아야 하게 생겼는데.. 그래도 회사 자체는 망하지는 않고 지금도 건재해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연혁을 소개하면서 저 때가 “가장 암울했던 시절”이라고 언급한다.

2. 2019년,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방화 테러

(1) 그리고 지난 2019년 7월경에 일본에서는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는 만화영화 제작사에서 외부인에 의해 전대미문의 방화 테러가 발생했다.
오덕들 세계의 일이어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안 됐었나? 난 그 당시엔 이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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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치광이가 멀쩡히 돌아가고 있던 작업실에 작정하고 침입해서 기름 끼얹고 불을 질렀다. 이 때문에 건물 하나가 통째로 불타면서 젊은 2~30대 직원이 36명이나 사망하고 33명이 부상 당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전체 직원의 무려 40% 가까이가 죽거나 다쳤고, 작업 데이터도 많이 날렸다고 한다.;;

목조건물이었다고는 하지만,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건물 방화 하나 갖고 이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니..
우리나라로 치면 20여 년 전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같은 느낌이다.
아, 더 최근인 2022년 6월엔 같은 대구에서 민사 소송에 패소했던 어떤 사람이 앙심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을 불질러 버리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때는 범인을 포함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

(2) 칼 들고 피해자와 직접 맞닥뜨리는 강도나 살인마는 범행 과정에서 거의 반드시 자신도 자기 흉기에 다친다.
피해자는 살고 싶어서 맹렬히 저항하는데, 저 정도로 끔찍한 범행이라는 게 가해자의 입장에서도 평소에 늘 하는 익숙한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신체 부위별로 칼을 푹 꽂았을 때 들어가는 느낌이 어떤지, 찔렀던 칼날이 잘 빠져나오는지 같은 감을 아는 일반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프로 조폭이나 칼잡이 킬러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방화범도 매우 높은 확률로 어디든지 화상을 입는다.
끼얹은 휘발유를 따라 불길이 퍼지는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불꽃이 주변의 유증기만으로도 얼마나 급격히 퍼지는지 같은 것도 일반인이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저 교애니 스튜디오 방화범은 물론이고,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방화범도 불을 지른 직후에 자기도 꽤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냥 불에 덴 정도가 아니라 불이 자기 옷에 옮겨 붙기까지 했다.
둘 다 처음에는 피해자 행세를 하며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행적이 미심쩍고 뜬금없는 화상에다 기름 냄새까지..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니 결국은 잡혔다.

(3) 새까맣게 타서 얼굴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고 지문 채취나 DNA 채취도 할 수 없는 시신의 경우, 그나마 형체가 남아 있는 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치과 치료 내역을 조회해서 신원을 확인하곤 한다.
이 일을 도와 달라고 경찰이 요청을 하면 인근의 치과 의사들이 무슨 배심원 소환되어 가듯이 외근을 가는가 보다. 치과 의사는 살아 있는 사람의 입 안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

먼 옛날에 히틀러의 신원도 저런 방식으로 확인되지 않았던가?
그 양반도.. 죽어서 능멸 당하지 않으려고 자기 시체를 깡그리 불태워서 신원 확인이 안 되게 해 달라고 당부를 했는데.. 화장 현장에까지 포탄이 떨어지는 지경이니 부하들이 화장을 제대로 못 했다.
그 뒤 완전히 타지 않은 치열 대조를 통해 이 시꺼먼 시신이 히틀러라는 게 공식적으로는 확인됐다고 한다.

하긴, 사람이 평생 잘 변하지 않고 개인을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스냅샷을 자기 입 안에다가도 둔다는 게 흥미롭다.
이 사실은 휴먼버그 대학교 실화 에피소드에서 다뤄졌었다. (☞ 보기)

Posted by 사무엘

2023/07/10 08:35 2023/07/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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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1400년대 초 프랑스의 전설적인 성녀 영웅이라고 일컬어지는 '잔 다르크' 말이다.
비록 불순한 의도로 띄워지고 치켜세워진 사례가 적지 않아서 지금이야 좀 식상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음이 사실이다.
위인전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화하기에도 너무 좋은 소재이니 지금까지 한두 개 만들어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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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에 대해서는 진짜 딱 이 두 장면만이 너무 강렬하다. 허나 이것 말고도 말이다.

자기 이름 정도밖에 못 쓰는 문맹이었음에도 탁월한 전략으로 남자 병사들로 구성된 군대를 잘 이끌었고, 성직자 신학자들 수십 명을 상대로 신학 논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는 게 말이나 되나..?? 무슨 나폴레옹과 루터를 합쳐 놓은 사람도 아니고. ㄷㄷ
게다가 진짜 무슨 신통력을 발휘해서 얼굴 본 적 없는 진짜 국왕이 변장하고 숨은 걸 알아챈 걸까?
잔 다르크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인물, 사건 등이 유사 사례로 떠오른다.

1. 1760년대, 제보당의 괴수

시기는 좀 차이가 있지만 똑같이 프랑스 출신-_-인 거,
각각 믿어지지 않는 전설적인 행적을 남긴 사람과 동물인 거,
사진 없고, 직접 보고 그린 그림 초상화(잔) 내지 박제(괴수)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는 거.. 신비주의와 관련해서는 꽤 비슷하다. 프랑스가 참 신비로운 동네인 것 같다. '미녀와 야수' 설화가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_-;;

그러나 이런 사람, 이런 괴수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옛날부터 너무나 분명하게 기록이 남아 있다. 심지어 이웃 외국이나 적국에서 남긴 기록과도 진술이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존재 자체는 절대로 주작이 아닌 팩트이다.

2. 성경의 다윗

잔 다르크에 대해서 "아부지 뭐 하시노?"에 대한 답이 딱 정확하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촌뜨기 양치기의 딸이었다는 말이 있고 실제로 "양치기 소녀 잔 다르크"를 묘사한 옛날 그림도 몇 점 있다. (갑옷 입고 백마 탄 여기사뿐만 아니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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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촌에서 양 치다가 10대의 나이로 소명을 받아서 나라를 구한 거.. 나중에 자기 군주한테 밉보인 거는 다윗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 -_-;;; 샤를 7세가 사울 같은 왕이었나?
물론 잔 다르크는 돌팔매질보다는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전투를 이끌었다. 그리고 훗날 왕이 되지는 못하고 일찍 죽었다. =_=;;

3. 우리나라 유 관순

처형 vs 옥사 차이는 있지만 나이 20도 못 돼서 아주 비슷한 나이에 죽은 거, 애국심 투철하고 종교적으로도 독실한 소녀였다는 게 비슷하다. 실제로 잔 다르크의 생년 몰년에다가 490을 더하면 유관순의 생년 몰년과 거의 일치한다. 얼추 500년 텀..
유 관순이 살았던 때가 잔 다르크 위인전이 이제 막 한반도에 번역되고 소개되던 시기였다. 유 관순은 잔 다르크의 생애에 굉장히 영향을 받았고 자기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어린 나이에 결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포루투갈 파티마 성모 발현 사건

10대 소녀가 시골 깡촌에서 갑자기 무아지경을 경험하면서 누구누구 뭐시기로부터 신의 계시를 받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게 비슷하다.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중세는 그렇다 치지만, 파티마 저 사건은 그래도 무려 1917년에 있었던 일이다.

저 때 예언이 세 가지가 계시되었다고 한다. 그 중 둘은 곧 공개됐는데, 마지막 예언은 당시 교황 성하께서 표정이 급변하면서 공개 불가 봉인 처리해 버렸다.
이 때문에 이게 온갖 세기말 음모론 떡밥으로 쓰였었다. 심지어 예언 내용을 공개하라고 떼 쓰는 테러 범죄도 저질러질 정도였다.

지난 2000년에 내용이 공개되긴 했지만 정말 막연하고 밍밍하고 별 의미 없는 메시지일 뿐이었다. 이게 어딜 봐서 그 시절에 무려 교황이 멘붕을 일으키면서 공개 불가 처리한 예언이란 건지?
일부 호사가들은 "이건 진짜 마지막 예언이 아니다~ 어딜 속여?"라고 반발했다. 이에 교황청에서는 이게 진짜 맞다고 공식 성명을 내며 반박했다. 그런 일이 있었다.

덧..

(1) 잔 다르크에 대한 재판 심문 기록을 읽어보니 뭔가 챗GPT가 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챗GPT로 신학 논쟁이 가능하게 학습을 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ㄲㄲㄲㄲ

(2) 노아의 아내의 이름이 '잔/요안나'라는 개드립이 있다. arc가 ark(방주)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상 캐스터 중엔 '오 요안나'가 있군.
잔 다르크라는 이름은 원래 '아르크 출신의 잔'이라는 뜻이다. 무슨 아르크 자체가 성인 게 아니다. '나사렛 예수', '막달라 마리아'와 비슷한 용례이며, 영화 테이큰에서 Marko from Tropoja도 비슷한 맥락이다.

(3) 지금은 노스트라다무스니, 파티마니, 에드가 케이시니.. 수많은 세기말 예언들이 다 빗나가고 무려 2023년에 도달해 있다. 저런 자극적인 계시보다는 요한계시록 같은 진짜 검증된 예언 계시에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다들 아직 전혀 이뤄지지 않은 예언이어서 지금 당장 와닿지 않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국제 정세에 어설프게 끼워맞출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03 08:35 2023/07/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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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합성

대변은 소변과 달리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배설물이 아니라는 건.. 뭐 초· 중학교 수준의 상식이다.
그 뒤 생물에 대해서 공부를 쪼금 더 하면.. 동물이 아닌 식물에 대해서도 직관적이지 않은 의외의 사실을 하나 배우게 된다.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이산화탄소(+ 빛, 물)를 흡입하고 산소와 양분을 만들기는 하는데,
그 산소 O2는 이산화탄소 CO2를 구성하던 산소가 아니라는 거. 물을 구성하던 산소이다.

길바닥에 채일 정도로 널리고 흔해 빠진 잉여 잡초라 할지라도, 초록색 잎이 달린 놈들은 기본적으로 저런 작용을 하는 최첨단 생체 기계이다. 물과 공기(이산화탄소)와 햇볕만으로 산소와 포도당을 만들어 주는 생체 기계가 없다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당연히 생존할 수가 없다.
물론 잡초는 그 생산량 규모가 거의 자가생존이나 가능한 정도이고, 농작물 대비 극히 보잘것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식물의 잎이 누렇게 시드는 건 그 첨단 생체 기계가 녹슬고 고장 나서 광합성을 못 하게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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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은 명반응과 암반응이라고 나름 프론트 엔드와 백 엔드의 구분까지 있다. 프론트 엔드에서 물과 빛이 쓰이고(산소 생성), 백 엔드에서 이산화탄소가 동원된다(포도당.. 탄소 고정!). 백 엔드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프론트 엔드의 결과물(ATP, NADPH)이 필요하다.

암반응의 구체적인 원리는 무려 20세기가 돼서야 규명됐고, 특별히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신학의 칼빈주의...가 아니고 '칼빈 회로'라고 불린다.
글쎄,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 중에서 디젤만이 사람 이름이 붙어 있는 것처럼.. 광합성은 프론트와 백 중에서 백 엔드에 대해서만 사람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열기관 쪽에서는 '카르노 순환'이라는 개념이 있기도 한데.. 순환이건 회로건 영어로는 똑같이 cycle이다.

암반응 원리를 규명한 멜빈 캘빈은 그 공로로 1961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참고로 바로 이듬해 1962년에 왓슨과 크릭이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다는 걸 생각해 보자. DNA 구조 발견하고서 10여 년 만의 일이다.

통상적으로는 물을 전기 분해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가, 그 부산물로 나온 수소가 내는 에너지보다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수소는 그냥 천연가스처럼 석유를 캐면서 덤으로 얻는 지경이며, 수소 연료전지는 진정한 의미에서 화석연료를 탈피했다고 보기도 민망하다.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인 것만큼이나??ㄲㄲ)

그런데 식물은 물을 증발만 시키는 게 아니라 '광분해'를 통해 어째 아예 분자 차원에서 산소-수소로 분해까지 시키는지? 참 신기한 일이다. 물론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에 그 메커니즘을 기계의 동력원으로 바로 적용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탄소 고정은 광합성 암반응을 통해 녹색 식물이 보편적으로 행한다. 그러나 질소 고정은 아무 식물이나 못 하기 때문에 식물도 생장을 위해 일부 특수한 박테리아나 비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학창 시절에 지리 역사를 얼마나 싫어했는데 뒤늦게 관심이 생긴 건 철도 때문이다.
내가 학창 시절에 생물을 얼마나 싫어했는데.. >_< 뒤늦게 관심이 생긴 건 호박 때문이다. ^^

2. 식물에게 물 잘 주는 요령

-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물이라는 건 식물의 광합성에서 암반응이 아니라 명반응 때 쓰인다. 이를 감안하면 물은 햇빛이 비치는 아침이나 낮에 주는 게 좋다.

- 흙의 물기가 마를 겨를이 없을 정도로 찔끔찔끔 자주보다는.. 적당히 간격을 뒀다가 한번 줄 때 많이 주는 게 좋다. 이러는 게 식물이 물기를 찾아 뿌리를 내리는 동기도 부여하고 좋다.
식물마다 케바케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원칙은 식물 주변의 흙이 바짝 말랐다 싶으면 주면 된다.

- 다만, 일단 줄 때는 무식하게 끼얹지 말고 넓은 면적에 살포시 주는 게 좋다. 물뿌리개라는 물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게 사람이 음식 먹는 것에다 비유하면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키는 것과 같다.

- 자연에서 내리는 비는 자연재해급의 폭우가 아닌 한, 위의 두 원칙에 충실한 기상 현상이다. (한번 내릴 때 많이, 내릴 때는 살포시) 식물에 물 주는 것도 비가 더 자주 내려 주는 것과 비슷하게 수행하면 된다.

- 특별히 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녀석들 말고 일반적인 육상 식물은 육상 동물과 마찬가지로 익사할 수 있다. 감당을 못 할 정도로 물을 너무 많이 줘 버리면 뿌리가 숨을 못 쉬어서 죽는댄다. -_-;; 아니면 축축한 거 좋아하는 곰팡이가 도져서 병충해를 입기도 한다.
직업 농사가 아니라 취미로 식물 가꾸는 사람들은 물을 안 줘서가 아니라 물을 너무 많이/잘못 줘서 식물을 죽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 식물이 잎이 축 늘어지고 기공을 닫고 있는 건 체내의 물이 부족해서 물을 증발시키는 걸 중단했다는 뜻이며, 이는 광합성을 못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는 당연히 물을 줘야 한다.
근데 내 경험상 그냥 낮 기온 30도 이상으로 너무 더울 때도 이러고 있기도 한다. 이때는 물을 더 줘도 별 소용 없다. 축 늘어져 있는 게 언제나 죽기 직전 위급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저녁이 되면 다시 잎이 살아난다.

- 그리고 물을 줄 거면 뿌리 부위에다 직격을 하는 게 좋다. 뙤약볕이 내리쬘 때 잎이 물을 맞아서 잔뜩 젖으면.. 물방울이 돋보기처럼 햇볕을 한데 모아서 잎을 미세하게나마 태우고 상처를 낸다. 그리고 그런 물기가 잎에 흰가루 같은 곰팡이성 질병을 야기하기도 한댄다.
비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잎을 젖게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비가 내릴 때는 뙤약볕이 내리쬐지는 않으니 저런 문제가 없다. ㄲㄲㄲㄲㄲ

식물은 햇볕이 너무 강할 때 동물처럼 자외선 맞아서 표면이 타고 조직이 상하는 건 없나 궁금했는데.. 저런 사정이 있구나.;;;
사람도 너무 덥고 맹렬한 뙤약볕 아래에서 물놀이를 하면, 물이 더위는 식혀 주지만 자외선은 더 잘 투과시켜서 피부를 태운다고 어디서 봤던 거 같다.

-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예전에 가뭄이 너무 심했을 때 아침 11시부터 저녁 5시인가 대낮에 집 잔디밭에 물 주는 걸 금지했다.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단속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매겼다고..
그 시간대엔 물을 줘 봤자 곧 증발해 버리고 물 낭비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식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물 절약을 위해서 저런 고육지책을 시행했던 것이다.

3. 호박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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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자라게 하는 건 역시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강한 햇볕과 충분한 비.. 요 둘인 것 같다. 에어컨이 필요할 정도로 상당히 더워진 5월 말쯤부터 내가 키우던 호박들이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길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거의 괴물 수준으로 잎이 커지고 줄기가 굵어졌다. 길이가 30~40cm에 달하는 잎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고 황홀했다. 그리고 이제 좀 덩굴이 옆으로 길게 뻗으려는 기미가 보였다.
종자나 모종을 따로 구매해서 심은 게 아니라, 늙은호박을 사 먹고 안에 있던 씨를 파묻었을 뿐인데.. 심은 지 50일 남짓한 기간 만에 참 많이도 컸다. ^^

호박은 (1) 힘줄 같은 굵직한 흰 줄무늬가 그려진 잎, (2) 가시인지 털인지 까칠까칠하게 난 줄기, (3) 납작하고 쭈글쭈글한 열매가 매력이다. ^^
다만, 한 줄기에서도 줄무늬가 있는 잎과 없는 잎이 동시에 돋는 것 갈다. 그리고 줄기도 처음에는 아무 특징이 없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저렇게 털이 돋고 까칠해지고 확 굵어진다. 그러다가 나중에 뿌리 부근의 줄기는 뭔가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기도 하는 것 같다. 성장 양상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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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호박잎을 먹기 위해서 뜨거운 물에 데치고 나면.. 이런 흰 힘줄이 없어지는 것 같다~! 표면이 다 시퍼래진다.)

호박을 그저 자라는 비주얼만 볼 게 아니라 열매를 제대로 얻을 목적으로 키우려면.. 뭔가 잘라내고 없애는 것도 적절히 해야 한댄다. 다음과 같이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 처음에 싹이 너무 조밀하게 많이 났을 때, 가망 없는 것들은 솎아내야 한다.
  • 그리고 줄기랄지 순이랄지.. 이것도 마냥 방치하지 말고 어떤 거는 잘라내야 한댄다.
  • 잎만 무성하게 너무 많이 자라면 그것도 잘라내야 한다. 내 경우, 위의 다른 잎들에 가려져서 어차피 햇볕을 많이 못 받는 것 위주로 잘라서 데쳐서 먹곤 했다.

잎이 광합성을 위해서 필요하기는 한데, 너무 많으면 이것도 잎이 소모하는 영양분이 잎이 만들어 내는 영양분보다 더 많아져서 효율이 떨어진댄다. 도대체 어떻게 수위를 조절해야 '적당히'인지.. 이게 참 알기 어렵다.
호박을 마냥 영양성장만 하게 놔두지는 말아야 할 텐데 말이다. 생식성장을 해야 작은 덩치에서도 꽃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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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영양분이라도 너무 진한 액기스를 희석 없이 직통으로 내리꽂는 건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좋지 않다. 그건 오히려 식물을 말라죽게 만든다. 소변을 식물에게 바로 뿌리는 게 이래서 좋지 않으며(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동급), 비료는 식물 뿌리에 직접 닿지 않게 줘야 한다.
그에 비해 호박은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고, 처음에 심을 때 아예 퇴비에 파묻은 채로 심기도 한다는데.. 다른 식물들보다는 이런 데에도 더 강한 것 같다.

4. 나머지 얘기들

(1) 육지의 아마존 밀림보다도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바닷말들이 산소 생산에 기여하는 게 더 많다고 한다. 어떻게 측정한 것이고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심지어 바닷말은 엽록소가 있고 광합성을 함에도 불구하고 식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는데 말이다.
그렇게 산소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바닷물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녹여서 보관해 줌으로써 온실효과를 억제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라는데.. 이거 고삐가 풀려서 지구가 불지옥 행성으로 바뀌는 상황을 가정한 SF물이 벌써 15년 가까이 전에 발표됐던 만화 "호텔"이다.

(2) 비가 엄청 많이 내려서 주변이 물바다가 된 것 같은데,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면 기껏 떨어졌던 빗물이 삽시간에 증발해서 도로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지구에서 물의 순환이란 걸 생각하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물이 '열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버퍼, 매체로서 지구에 기여하는 바는 실로 막대하다.

그나저나 그늘은 양지 100% 대비 태양열 몇 %만 받고 햇빛은 몇 %만 받으며, 식물의 생장 효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지 궁금하다. 수성은 태양에서 그렇게도 가까이 있는데도 뒷면 등짝은 -100도대까지 내려간다고 하지 않은가? 물론 거기는 수증기나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온도가 널뛰기하는 거다. =_=;;

(3) 사람이 없어도 2~3일 간격으로 알아서 옆의 식물에다 물을 뿌려 주는 타이머 물컵 같은 거.. 역시 검색해 보니 없을 리가 없다. ^^ 애완용 식물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 이런 게 장사가 될 것 같다.
실내 말고 실외 텃밭에서도 쓸 수 있게.. 기능은 좀 적어도 좋으니 더 싸고 많이 도입할 수 있고 악천후 속에서 신뢰성이 더 강한 녀석이 있으면 좋겠다.

(4) 동물 쪽은 곤충, 식물 쪽은 잡초..가 정말 인류로 하여금 오랫동안 자연 발생설을 믿게 만든 원동력임이 틀림없다.. ^^

Posted by 사무엘

2023/06/15 08:36 2023/06/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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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혼자 올라가서 텐트 치고 자는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요런 이야기들은 밤에 혼자 캠핑 중에 진지하게 읽어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ㅎㅎ

1. 1959년 2월, 소련 디아틀로프 사건

같은 대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20대 초반의 청년 10명(남8 여2)이 한겨울에 얼추 2주 일정으로(1/28~2/12) 우랄 산맥 종단 산행을 떠났다. 이 사건의 이름 '디아틀로프'는 이 산악팀의 리더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들은 스키도 챙기고 아주 화기애애하게 출발하려 했는데.. 일행 중 딱 한 명이 출발 직전에 감기에 걸렸는지 두통과 고열 증세를 보여서 팀에서 빠졌다. 그 상태로 혹한기 산행을 강행했다간 몸을 더 망칠 우려가 있으니 아쉽지만 출발지에 남았다.

산행 5일차이던 2월 1일, 예정 경로인 산 쪽에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낙오된 그 사람(유리 유딘)은 등산 중인 친구들에게 안부 무전을 날려 봤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텐트 치고 휴식 중이다. 아무 이상 없음"이라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2월 1일자 무전이 마지막 연락이 되고 말았다. 바로 다음날부터 이들과는 연락이 영원히 끊어졌으며, 그들은 2월 12일 이후에도 귀환하지 않았다.

결국 실종 신고가 들어갔고 20일부터는 거기 일대로 수색이 시작되었다. 사태가 심각하니 군· 경 합동에 항공기까지 동원해서 필사적으로 수색했다.
기록에 따르면 2월 26일이 돼서야 찢겨지고 손상된 채 버려진 텐트가 발견됐고, 그로부터 반경 1.5km나 떨어진 다양한 지점에서 멤버들의 시신 5구가 발견됐다. 나머지 4명은 그로부터 2개월이 넘게 지난 5월이 돼서야 더 멀리 떨어진 계곡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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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텐트가 외부로부터 공격받거나 파괴된 정황이 딱히 없이, 안에 있던 사람들이 텐트를 먼저 찢고 허겁지겁 밖으로 탈출해 나갔다. (왜??) 옷도 장비도 제대로 못 챙긴 채로 정말 황급히.. 그러다가 밖에서 다들 동사했다.
  • -20~-30도의 혹한 속에서 시신들이 다들 속옷 바람 탈의 상태였다. 나중에 발견된 4명이 먼저 죽은 5명의 옷을 더 걸치고 있기도 했다.
  • 리더인 디아틀로프는 밖에 나갔다가 이렇게 버티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텐트로 되돌아가서 옷과 장비를 더 가져오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텐트로 가던 길목에서 저체온증 때문인지 쓰러져서 숨을 거뒀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도대체 왜 텐트를 버리고 긴급히 탈출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그 뒤에 왜 저렇게 괴이한 최후를 맞이했는지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글을 쓰다 보니 이거 메리 셀러스트 호 사건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 사건도 선원들이 멀쩡한 배를 도대체 왜 버리고 탈출했는지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이니까 말이다.

소련 정부의 핵 실험이니 인근 원주민의 공격 같은 너무 극단적인 추측을 제끼면, 현재로서는 사건의 주범은 레알이건 낚시건 '눈사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람들은 당시에 정체불명의 웅웅웅웅~ 기괴한 소음과 진동을 감지하고는 눈사태가 나는 줄 알고 한밤중에 겁먹고 뛰쳐나갔다가 변을 당한 게 아닌가 추측된다. 물론 이것도 100% 납득되는 설명은 아니고 아쉬운 점이 있지만 말이다.

건강 악화 때문에 산행을 아예 못 하고 낙오됐던 멤버 1명만이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그 날 밤에 내 동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신에게 질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건 정말 꼭 묻고 싶습니다.." 그는 평생 이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2013년에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 1989년 7월, 일본 SOS 조난 사건

일본 홋카이도에 소재한 다이쎄스 산의 능선 평원에서 누군가가 자작나무 여러 그루를 베고 쌓아서 굉장히 큼직하게(글자 하나당 폭과 높이가 3~5 미터!!) SOS 문자 표시를 만들어 놓은 게 순찰 헬기에 의해 발견됐다.
그 헬기는 공교롭게도 근처에서 조난 당한 사람을 발견해서 무사히 구조는 했는데, 그 사람은 SOS 문자 표시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며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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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 캡처여서 화질이 별로..)
게다가 알고 보니 그 SOS 표식은 더 이전인 1987년에 촬영한 항공 사진에서도 아주 희미하게나마 찍혀 있었다. 이걸 만든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표식 근처를 수색하자 1984년쯤에 조난 당했던 한 20대 남성 회사원의 유골과 유류품이 발견됐다. 유류품 중에는 “도와달라. 나는 지금 벼랑 위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라는 다급한 음성이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도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유류품은 남자의 것인데 유골은 여자의 것이었고.. 비슷한 장소에서 84년에 죽은 사람의 흔적과 83년에 죽은 사람의 흔적이 서로 엇갈렸다느니 제3의 인물까지 거론되면서 온갖 괴담 미스터리가 나돌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 없고 유골 검사에 착오가 있었으며 조난 당한 사람은 남성 1명이 전부라는 반론도 있다.

정황상 어떤 불운한 남성이 산을 잘못 내려가다가 그만.. 한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수 없는 급경사 아래에 고립돼 버린 것 같다. 그는 쓰러진 자작나무들을 이용해서 며칠에 걸쳐 SOS 표식을 혼자서 굉장히 힘겹게 만들고, 도와달라는 음성 메시지를 녹음도 했다. 그러나 그는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탈진해서 산에서 뼈를 묻게 됐다. 여기까지는 확실하다.

그런데 저기 주변에는 자작나무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도 확실한 반박이 있는지? SOS 표식이 있는 곳은 진짜로 자력으로 빠져나가기 극도로 어려운 고립된 지형인 건지?
유품과 유골에 두세 명의 흔적이 뒤섞였다는 건 루머였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는다. 산에서 고립된 게 무슨 바닷가 테트라포드 아래에 떨어졌거나 무슨 무인도에서 조난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참고로, 1970년에 발생했던 후쿠오카 대학 반더포겔부 불곰 습격 사건이 이 다이쎄스 산의 바로 아래쪽 지역에서 발생한 거라고 한다. 이런 산은 급경사 절벽, 눈과 혹한, 거기에다 곰까지 위험 요소가 확실히 많기는 한가 보다.

3. 2014년 4월, 네덜란드 여대생 리잔-크리스 사망 사건
(정보의 출처에 따라서 리잔-크리스라고 이름을 쓰는 곳도 있고 프론-크레머르스라고 성을 쓰는 곳도 있음)

네덜란드 국적의 20대 여대생 두 명(리잔 프론, 크리스 크레머르스)이 머나먼 파나마로 졸업 여행을 떠나서는 4월 1일, 단둘이서 바루 화산 주변의 숲을 걸으며 당일치기 산행을 시작했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능선이나 탐방로를 걷는 하이킹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들은 당일 오후와 저녁부터 연락이 뚝 끊기고 실종되어 버렸다. 검증되지 않은 루머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민박집 강아지도 같이 데리고 갔는데.. 저녁에 강아지만 혼자 돌아왔다고 한다. ㄷㄷㄷㄷ
4월 3일에 곧장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현지 주민들을 동원한 수색이 시작됐다. 울창한 숲 속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은 얼마 이동하지도 못했을 텐데 이 아가씨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실종된 지 10주..(2달 반!)가 지나서야 일행 중 한 명인 리잔의 배낭이 발견됐다. 산책로가 아니라 아예 인근 원주민의 텃밭 부근에서 발견됐다. 이걸 발견한 주민은 그 전날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는 배낭 같은 게 없었다고 경찰에게 증언했다.;;
배낭 안에는 리잔의 핸드폰과 현금, 심지어 여권까지 포함해 유품이 단정하게 정리된 상태로 들어있었다..!! 참, 핸드폰은 신기하게도 리잔뿐만 아니라 크리스의 것까지 같이 들어있었다.

전화기에는 하이킹을 시작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곧장 112(네덜란드의 119에 해당하는 번호)와 911에 연락하려는 시도가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전파가 잘 안 터져서 실제 교신은 실패... 이들은 생각보다 일찍 길을 잃거나 사고를 당한 것 같다. 전화기는 그 뒤로도 며칠 더 쓰이다가 각각 5일과 11일에 배터리가 나가서 꺼졌다.

카메라에는 출발 당일인 4월 1일에 평범한 셀카와 경치 사진이 들어있다가.. 4월 8일 새벽에...!! 별로 좋은 구도나 풍경이 아닌데, 의미나 의도를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숲길 사진이 갑자기 90여 장이나 아무렇게나 무더기로 찍혀 있었다. 플래시까지 터뜨리면서 이런 사진이 찍힌 이유가 뭘까..?? 이것도 사건의 괴이함을 크게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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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배낭이 발견된 곳에서 수km 떨어진 곳에서 크리스의 청반바지가 곱게 잘 개어진 채로 있는 걸 발견했을 뿐, 이때는 수색 성과가 더 없었다. 이건 본인이 놔 둔 건지, 아니면 타인의 소행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또 2개월 가까이 지난 6월 19일, 또 배낭 근처 지점에서 이번엔 신원 미상의 골반뼈와 부츠가 신겨진 발이 발견됐다.;; 그리고 강둑을 따라 뼛조각 30여 점이 발견됐다. DNA 감식을 해 보니 이건 역시나 리잔과 크리스의 일행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렇게 유해로 발견되었다.;; (아까 디아틀로프 사건도 추가 유해는 2개월쯤 뒤에 발견됐네..)

이들은 어쩌다 조난을 당했는지, 살아 있는 동안 산 속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짐승에게 당했거나 사람에게 범죄를 당했는지..?? 4월 8일의 괴이한 사진이 찍힌 배경은 뭔지, 그들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그들의 유품을 건드린 사람이 더 있었는지 같은 건 영원히 알 수 없게 됐다.

이런 걸 생각하면 첩첩산중에서도 망망대해 만만찮게 사람이 감쪽같이 실종되고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야산들은 아주 아주 안전한 축에 속한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3/06/12 08:35 2023/06/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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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하버드 나와서 겨우 교수나 변호사나 대기업 사원이나 쳐 하며 썩기에는 너무 똑똑하고 똘끼 넘치던 젊은 컴덕 악동 몇 명이 1975년에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다.
마소는 처음에는 대기업 하드웨어에 같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납품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다. 그러나 결국은 전세계 PC에서 운영체제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평정해 버렸다. 자기 소프트웨어 단독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절에 컴터 프로그래밍은 16비트 x86 어셈블리 프로그래밍이 필수였다. 어셈블리어를 읽을 뿐만 아니라 직접 짤 수도 있어야 했다~!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하고, 귀한 메모리를 1바이트라도 아끼고, CPU 클럭을 1사이클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설립자인 빌 게이츠 자신이 베이식 인터프리터.. 일종의 가상 머신을 어셈블리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아니면 대부분을 직접 코딩했었다. 수식 파싱, 메모리 관리, 각종 기하와 수학 알고리즘까지 전공 서적 찾아가면서 직접..

그는 천재 괴짜에 엄청난 워커홀릭이었다. (뭐, 컴터 업계에 빌만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결혼도 나이 40이 다 돼서야 했다. 물론, 억만장자 갑부가 됐으니 나이 따위는 결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처지였다. 결혼식 때 호텔 하나를 통째로 전세 냈다.

그는 자기부터가 그런 기질이니, 초창기엔 부하 직원들도 왕창 쪼고 갈구고, 작업 결과물에 헛점이 보이면 고함 지르고 쌍욕 퍼부으면서 개X랄을 떨었던 걸로 악명 높았다. 경쟁사의 잡스만 성질이 더러운 게 아니었다.
그런 데다 빌은 회장 대표이사라면서 거의 말단 직원의 직속상사 급으로 부하들의 업무 디테일을 다 꿰뚫고 있는 괴수였다. 이 사람의 손바닥을 빠져나갈 방법은 전혀 없었다.

전직 마소 출신 직원이 지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라는 책에 1990년대 초의 일화가 짤막하게 소개돼 있다.
직원들이 “이 양반.. 나이 30 중반이 되고 나니 그래도 갈굴 때 쌍욕(F***)이 좀 줄어들었네..”라고 회장 뒷담화를 한 것 말이다. ㄲㄲㄲㄲㄲ

Windows 3.0이 대성공을 거둬서 마소가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해지고 Windows NT에다 COM/OLE이라는 걸 처음 만들 때.. 더 나아가서 ActiveX라는 컴포넌트까지 만들던 90년대 초-중반이 마소의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중흥기 리즈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빌 회장님의 애환이 깃든 Visual Basic 자체를 COM 기반으로 완전히 싹 다시 만들고(버전 4).. 얘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토종 마소스러운 기술인 것 같다. 후대의 .NET이야 볼랜드 출신의 그 엔지니어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빌 게이츠는 엔지니어와 사업가 자질이 둘 다 두루 탁월했던 사람이다. 그는 컴퓨터를 그냥 오덕질이나 자아실현, 그냥 극한 시험용으로 쓰는 게 아니라, 이걸 전세계 남녀노소의 모든 민간인들에게 팔아먹고 그 짓을 하기 위한 보편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 생각을 했다.
소수의 빠, 매니아 위주로 신비주의 마케팅을 했던 애플 진영과 대비되는 면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빌은 잡스와 달리 그냥 장사꾼 같지, 무슨 ‘교주’ 같은 인상은 별로 없다. -_-

빌은 장사꾼으로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고 오픈소스 진영과는 적대적이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스팸 메일을 특별히 싫어해서 이런 거 거르는 솔루션의 개발에 몸소 친히 관여하기도 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저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팸 메일을 왕창 많이 받습니다. 저보고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느니, 대출 많이 쉽게 받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거예요. 웃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ㄲㄲㄲㄲㄲㄲㄲ

빌 휘하에서 마소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대기업 IBM을 통수 쳤고 애플과도 으르렁댔으며, 여러 경쟁업체들을 로비와 독점으로 비열하게 고사시킨 이력이 있다. -_-;; IE 브라우저 독점뿐만 아니라 도스 시절에 Stacker사 Double space 저작권 침해 사건을 기억하는 분이 있으면 완전 아재일 테고.. ^^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소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근무 성적 하위 5%인 직원은 꾸준히 짤랐다고 전해진다. 빌뿐만 아니라 사장인 스티브 발머도 엘리트 출신에 완전 “오로지 1등”주의였다고 한다. 꽤 살벌한 기업이었다.

그래서 “마소 직원들은 애플이나 구글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사내 팀과 경쟁한다” 이런 말이 있었을 정도래나.. 이거 무슨 일본군 육군과 해군의 대립도 아니고.
안에서는 직원을 왕창 갈아넣고, 대외적으로는 저런 짓을 한 것이다. 그게 과거 마소의 놀라운 성장 비결이었다.

아~~ 그래서 그 시절에 Windows 9x와 NT 간에 API가 따로 놀기도 했었고, 한동안 오피스 팀이 파일 열기 대화상자를 Windows 것을 안 쓰고 따로 만들었고.. C 런타임 라이브러리도 Windows 팀과 Visual C++ 팀이 연계가 안 돼서 따로 놀고 그랬구나..!! 싶다.

그랬는데.. 마소는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이 멈추고 몰락의 기미가 보였다.
Windows XP에서 Vista 사이에 이례적으로 시간을 오래 끌었고.. 심지어 IE (브라우저) 팀을 없애고 Windows 팀으로 합치려고도 했다.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얘들은 모바일에는 완전히 적응을 못 하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사실, 빌 아저씨도 선견지명이 없는 건 아니었다. 1990년대에 이미 "미래로 가는 길, information at your fingertip" 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었다.
단지, 그걸 인터넷이 아니라 MSN이라는 독자 독점 프로토콜의 네트워크로 실현하려 했을 뿐이다.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리고 2010년대에 와서는 뒤늦게 Windows Phone/Mobile을 보급하려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노키아를 뒤늦게 인수해서 구글과 애플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주변의 자기 직원조차 아이폰을 쓰고 있는 걸 보자 스티브 발머가 노발대발했었던 건 유명한 일화이다.
이런 뒤숭숭한 와중에 출시된 Windows 8은 괴작으로 시장에서 크게 실패했다. 2000년대에 Windows ME가 실패했던 것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실패했다.

이런 시기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같은 “싸우자 독점하자 이기자” 1세대 경영진이 마소에서 완전히 물러났으며, ‘사티아 나델라’라는 인도 출신의 완전히 새로운 피가 들어왔다. 이를 계기로 오늘날의 마소는 과거의 마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기업으로 변화했다.
돈 안 되는 모바일 사업부는 포기하고, 영원한 원수 같던 오픈소스 진영을 포용하고, 마소가 Windows와 Office만 만드는 회사라는 편견을 깨뜨리려 하는가 보다.

다들 아시다시피 github를 인수하고 한때 빌도 하려 했지만 결렬됐던 id 소프트웨어를 인수하고(정확히는 그 모회사), 심지어 블리자드까지 인수하고.. 각종 옛날 자기네 제품들의 소스를 공개하고. 가히 놀랄 노 짜이다.
앞으로 마소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에서도 About 대화상자나 도움말 acknowledge 같은 걸 살펴보면.. 사용된 오픈소스 목록이 쭈루룩~ 나오고 "LPGL 라이선스에 의거해서 우리 제품에서 변경한 소스 부분을 공개합니다"
이런 문구를 보는 날이 올지...?? 내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다. ^^

대외적으로는 그렇고 사내에서도 “직장 동료는 그저 경쟁하고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다같이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많이 아는 게 아니라 많이 배우는 게 좋은 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남의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뭔가 주토피아 Try everything스러운 사고방식을 회사 차원에서 전파하는 중이라고 한다. 과거의 악랄· 사악했던 이미지를 벗으려고 많이 노력하는가 보다. (그래서 MSDN도 LEARN.microsoft.com으로 바뀐 듯..^^)

일단은 이게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중이며, 마소의 주가도 10년 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솔직히 Explorer 브라우저가 독점하던 시절이랑, 이제는 마소에서 자체 Edge 브라우저조차 포기하고 그냥 크롬과 동일한 엔진으로 갈아탄 현 시국은..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너무 다르다. 당연히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배고프던 시절에 빌이나 발머 같은 1세대 경영자들이 마음 독하게 먹고 지저분한 짓, 욕 먹을 짓을 감행하면서 당장 마르지 않는 돈줄을 확보해 놨기 때문에 후대 경영자가 좋은 여건에서 저렇게 상생 운운하면서 다음 전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감안할 점이다. 단지, 언제까지나 1세대 사고방식만 고수하면서 살 수는 없을 뿐이다.

과거에 마소의 킬러 앱들도 1.0 시절부터 100% 순수 오리지널 창작이었던 것은 극히 드물었다. 엑셀 스프레드시트 정도나?
MS-DOS야 CP/M에서 시작됐고 Visual C++의 먼 전신인 MS C는 Lattice C의 소스에서 시작됐으며, IE야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원조이다만.. 그것들을 원본보다 크게 발전시킨 것도 능력이다.

뭐, 빌도 인간이다 보니 모든 미래 예상이 적중하지는 않았으며 실패도 했다. 그래도 회사를 말아먹을 정도로 큰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만큼만 실패했다. 이 역시 옛 경영진의 탁월한 능력이었음이 사실이다. (빌 아저씨는 너무 사용자 친화적인 마케팅 요소에만 집착하다 보니 1990년대 중후반엔 Bob이라든가 Office 길잡이처럼 너무 깜찍한 흑역사;;를 만들었던 적도 있다. ㅎㅎ)

이렇게 시대가 바뀌고 경영진이 바뀌긴 했는데.. 그 뒤부터는 이젠 PC와 Windows가 예전 정도로 중요한 밥줄이 아니어서 그런지..
마소 제품들에서 2,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나사 빠진 듯한 버그들이 종종 눈에 띄는 중이다. -_- 이게 좀 새로운 부작용인 것 같다. "일단 만들어서 배포부터 한 뒤에 문제가 발견되면 나중에 패치하면 되지..." 이런 군기 빠진 마인드가 마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 건지도 모르겠다.

※ 여담

(1) 이렇듯, 마소의 운영체제 독식과 브라우저 독식을 종식시킨 것은 스마트폰 모바일 환경, 그리고 오픈소스 진영의 약진이지 싶다. 2004년 파이어폭스, 2008년 크롬은 그야말로 컴퓨팅 환경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2) 은행 공공기관에서 IE가 완전히 필요 없는 세상은 도래하긴 한 건가? activeX의 대체제인 exe 프로그램은 기술적으로 나은 게 없다고 한때 논란이 많았는데 말이다. 난 여전히 edge+ie 모드에 의존 중이다.
이런 보안 분야는 여전히 웹 표준이 100% 감당이 안 되는가 보다. 오히려 스마트폰 은행 앱은 이 기기를 다른 사람이 쓸 일이 없다고 가정을 해서 그런지 돈 보내는 절차가 더 간단하다.

(3) 1990년대 후반부터 Windows 9x가 완전히 명줄을 다하고 16비트/도스 시절이 완전히 종식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바로 RAM이다. 메모리가 엄청 용량이 늘고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win95 나오던 시절에만 해도 램 8~16MB 갖고 빌빌대던 게.. 겨우 98 때 갑자기 64~128MB로 뻥튀기 된 건 정말 경이로운 현상이다. PC의 발전사에서 클럭 속도뿐만 아니라 메모리의 증가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 전자도 이 시기에 큰 혁신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4) 과거에 공룡 기업 IBM은 메인프레임 장사가 너무 잘 돼서 그런지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었고, PC라고 불리는 개인용 컴터 시장에 대처를 제대로 못 했다. 덕분에 이쪽 주도권을 마소에게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쯤 뒤엔 공룡 기업 마소가 PC의 Windows와 Office에만 안주하다가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에 대처를 제대로 못 했다. 덕분에 그거 주도권은 안드로이드와 iOS 진영에게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굉장히 비슷한 패턴의 역사가 반복된 것 같다.

(5) 그러고 보니 2010년대에 애플도 잡스가 죽으면서 최고 경영자가 바뀌었고, 야후에서는 잠시 새로운 여성 CEO가 들어왔다가 나가기도 했다. 그 뒤로 아이폰과 갤럭시 폰은 갈수록 서로 비슷해지며 수렴 진화 중이고, 야후는 여전히 비주류로 밀려난 듯하다.
마리사 메이어는 먹튀 논란이 있긴 했지만.. 그 당시 야후는 어떤 CEO가 들어가더라도 수습이 안 될 정도로 상태가 너무 안 좋기도 했다. 야후 코리아가 없어진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Posted by 사무엘

2023/06/06 08:35 2023/06/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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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상 4~5월은 밖에서 자기 너무 너무 좋은 시기이다.
밤 기온 5~10도는.. 새벽엔 좀 쌀쌀하긴 하지만 침낭이나 담요를 덮으면 아주 따뜻해지고 딱 좋아진다. 전자기기가 퍼지지 않고, 모기 없고, 키우는 식물이 얼어 죽을 정도도 아니고.. 정말 최고이다.
요즘이야 밤에도 15~20도 부근이니 얇은 침낭이나 이불 하나만 덮은 채 아예 옷을 벗고 자도 된다. 보온 장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아서 짐 부담이 제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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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난 이렇게 자야 좀 발 뻗고 잔 것 같다.
덥고 갑갑한 콘크리트 건물은 인간이 자라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냥 수도, 전기, 화장실, 빨래, 와이파이 보급하라고 있는 곳일 뿐.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하는 아침 인사가 “잘 잤냐”가 아니라 “어젠 어디서 잤냐”로 바뀐 지 오래다. ㅋㅋㅋㅋㅋ 심지어 일요일에 만나뵙는 교회 목사님까지!!

오늘은 지난 한두 달 동안 내 취미와 관련하여 수집한 유튜브 영상과 언론 보도들을 늘어놓아 보련다.

※ 특이한 차박러 아저씨

1. 버스 (EBS, 2021/9/16 방영)

우와 이 아저씨 완전 대박인데..????
혼자 버스를 한 대 구입해서 집으로 개조하고, 시골 공터 자기 아지트에다 세워 놓았다. ㄷㄷㄷㄷㄷ
그리고 텃밭에서 "호박"도 키우고 수박도 키운다.

뭔가 내가 동경하는 형태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
이런 덕질도 돈이 없으면 못 할 텐데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내력이 있는 분인지 궁금하다.
나도 저런 데서 글 쓰고 코딩 하고 호박과 멧돼지를 간간이 키우고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

2. 새한 덤프 트럭 (MBN, 2019/9/27 방영)

전라도 어딘가에 초록색 새한 8톤 덤프 트럭이 2010년대에도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차주가 저런 분이었구나~~!!!!
최대한 차 번호를 가린 채로 촬영했지만 저 차 번호는 이미 진작부터 다 알려지고 퍼져나가 있다. =_=;;

저 아저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가족을 떠나서 혼자 저 차에서 산댄다.
밤에 차에서 자고, 짐받이 위에서 라면 끓여 먹고, 비 오면 위에 천막도 치고..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골라서 하고 계시는구나~!!
산에서 텐트 치고 사는 거 아니면, 저렇게 살아 보는 것도 좋지.
그것도 1977년에 구입해서 등록한 40년 넘게 묵은 등록문화재급 올드카에서 말이다.;;; (저 다큐는 2019년에 촬영)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도 몰려다니며 "이 차 시동은 걸려요? 가기는 가요? 부품은 어디서 구해요?" 달라붙는 사람이 많아서 제발 관심 끄고 그런 거 묻지 말라고, 기웃거리면서 구경하지 말라고 차 문에다가 경고문을 써 붙여 놨댄다.
강원도에서 제무시 트럭 끌면서 통나무 나르는 분 중에는 이런 특이한 분이 없는지 궁금하다.

※ 텐트

3. 여고생 기숙사 앞, 밤마다 교장이 텐트 치는 사연 (☞ 링크)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경비 인력을 못 구해서 심야 시간대엔 교감과 교장이 직접 경비를 시작했댄다.
그런데 교장은 여학생 기숙사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밤엔 기숙사 입구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게 됐다고.. ㅠㅠㅠㅠㅠ

어디 명품이나 최신 스마트폰, 어린이집이나 주차 자리처럼 예약 접수가 폭주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죽치고 앉아 기다리는 경우는 있다. 아침 일찍 창구가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가려고 전날 밤부터 돗자리 깔거나 심지어 텐트까지 치고 진을 치는 거다.
그런데 저 경우는.. 좀 웃프달까;; 그런데 건물 주위에다 텐트 숙직실을 세팅해 놓고 당직을 선다니.. 나도 해 보고 싶다~~ ^^

※ 사건 사고

4. '비바크' 하던 50대의 참변…멧돼지 착각한 엽사 총에 사망 (☞ 링크)

파주에 산다는 어떤 50대 남성이 전국 각지를 떠돌면서 자연 속에서 텐트 없이 노숙 비바크를 즐겼다.
그는 지난 3월 말엔 멀리 의성까지 가서 공터에서 잘 자고 있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당한 게 아니라...
자신을 멧돼지로 오인한 엽사의 총에 맞아 죽었다. =_=;;

엽사는 목표물을 놓친 줄로만 알고는 현장을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 버렸다. 저 사람 시체는 나흘이나 지나서야 다른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와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소식을 다 듣네. ㅠㅠㅠㅠㅠㅠㅠ 얼마나 장거리 사격을 했길래? 산탄총이 아니라 무슨 군용 소총을 쐈냐?
엽총 쏘는 게 무슨 미사일이라도 날리는 거냐? 자기 눈으로 확인이 안 되는 곳에다가 오사· 오폭을 하게?

정말 공감 가는 취미 활동을 하다가 비명횡사한 저 아재분을 추모하는 바이다.
멧돼지 그렇게 많이 잡아도 ASF는 근절되지도 않고 갈수록 남하하고 있더구만.. 이제는 애꿎은 멧돼지는 그만 잡고 백신이나 만들어서 뿌려야 된다는 주장이 관련 학계에서 제기되는 중이더라.
힘내라, 귀여운 멧돼지들아~! 너흰 죄가 없단다.

딱 1년 전, 작년 4월 29일엔 서울 구기 터널 인근 북한산 기슭에서 멧돼지 오인 총기 인명 사고가 났었다.
70대 택시 기사가 잠시 소변을 보던 중에 근처의 엽사에게 사살 당했다. =_=;;

5. 강가에서 차박하려던 부부 폭우에 실종‥결국 숨진 채 발견 (☞ 링크)

아이고~ 혼자도 아니고 부부가 자연을 즐기는 참 훌륭한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무슨 참변이냐..ㅠㅠㅠㅠ
미래가 창창한 30대 젊은 부부가 그 오지인 울진, 봉화를 일부러 찾아가서 맑은 물 맑은 공기를 즐기려 했는데 말이다.
저 비박 아재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계곡 물 코앞에다 차를 대고 옆에 텐트를 쳤는데.. 다들 기억하시다시피 지난 어린이날 연휴 주말엔 전국에 비가 많이 내렸다.
저기도 물이 많이 불어나자 저 사람들도 뒤늦게 위험을 느끼고 텐트를 걷고 현장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오가는 길목에 계곡물을 가로질러야 하는 구간이 있었고, 거기도 물이 왕창 불었다. 결국 거기를 건너던 중에 물이 급류에 휩쓸렸던 것 같다.

지난 2014년 8월에 이런 부류의 차량 급류 사고가 청도(승용차)와 창원(마을버스)에서 각각 한 건씩 났던 게 생각난다. 그때도 차량 탑승자들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건 무슨 터널 안 화재처럼.. 차량을 탈출해도 어차피 목숨 부지할 방법이 없었다.

이 사고의 경우, 남편 시체가 하필이면 영동선 철길 교량 아래에 놓이는 바람에 열차 타고 창밖 바라보던 승객이 발견을 하고 경찰에 신고했댄다.
비 많이 내릴 때 그것도 물에 잠기는 길까지 거쳐서 계곡 바로 코앞까지 차를 끌고 간 건 많이 위험하긴 했다. ㅠㅠ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3/05/24 19:35 2023/05/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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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영화 이야기

1. 후속편 암시

요즘 영화는 악당이 확실하게 죽고 속편이 나올 여지가 도저히 없을 정도로 결말을 맺어 버리기보다는..
악당이 완전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떡밥을 여기저기 남겨 두는 경향이 옛날보다 더 짙어진 것 같다.

철도 건설에다 비유하자면.. 추후에 연장 공사가 가능하게 복선 노반을 미리 확보해 둔다거나, 심지어 환승역을 미리 건설해 놓는 것과 같다.
예정에 없던 환승 계획이 잡혀서 환승역을 부랴부랴 만들게 되면 힘들게 복구했던 땅을 또 파헤치면서 고생할 뿐만 아니라, 환승 거리도 엄청난 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처럼 예정에 없던 후속작을 만들다 보면 기존 작품의 설정을 건드려야 하고, 없는 개연성을 억지로 만들어 넣느라 스토리가 삐끗하게 된다.
가령, 페르시아의 왕자 1편의 엔딩은 "악당 쟈파가 완전히 죽었고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였는데, 2편의 시작은 "악당이 완전히 죽지 않았고, 왕자와 공주는 딱 11일 동안만 행복하게 살았다"로 바뀌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후속편 떡밥을 던져 놓기만 하고는 후속편이 나오지 못하는 것 말이다.
1700? 1800년대 프랑스가 배경인 안젤리크(2013), 현대 첩보물인 모멘텀(2015)은 둘 다 미국이 아닌 유럽 영화이고 예쁜 여주인공이 나오고,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아서 2편이 나와야만 하는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후속편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 유명한 쿵 퓨리(2015)는 일단은 히틀러를 제압한 것 같지만 놈이 완전히 죽지 않은 듯이 끝났다. 얘 역시 속편을 염두에는 두고 있지만 결국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속편이 나오지 않으면 황 인호라든가 성 기훈이 뿌린 떡밥을 수습할 수가 없다. 결국 2편의 제작이 확정됐다고는 한다.
범죄도시는 2편이 잘 만들어져서 후속편이 흥행에도 성공했다.

2. 반전

솔트(2010), 모멘텀(2015), 아토믹 블론드(2017).
다들 여성 요원이 구르고 고생하는 액션 첩보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솔트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만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중간첩 보내면서 엄청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솔트도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고 후속작 떡밥 좀 날리면서 끝나는 것 같았다만..??

아토믹 블론드는 1980년대 말 베를린에서 어쩌구 하는 게 <출국>(2018)이랑 비슷한 배경이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모멘텀은 소련이나 공산당 얘기는 없이 더 판타지 스럽고..

저 영화들의 공통점으로 느끼는 건 피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반전이 많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실수로 잡힌 게 아니라 일부러 잡혀 준 거다",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 동료는 알고 보니 적에게 매수당한 상태였다"
이런 게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아 그러고 보니 테이큰 3도 이런 구성을 어중간하게 흉내 냈던 것 같다. 러시아 악당이 나오는 것도 똑같고..

3. 군대에서 금녀의 벽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간 흉기급 여성이 특수 요원이 아니라 군대 특수부대에서 차별과 편견을 견뎌내며 어쩌구저쩌구 하는 줄거리인 영화가 몇 편 있었다.
옛날에 데미 무어가 머리 밀고 출연했던 "G.I. 제인" (1997)..
그리고 "잠망경을 올려라" (1996)는 여군이 무려 잠수원 승조원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존재감 없이 망한 듯하지만 "대한민국 1%" (2010)라는 영화가 있었다. 해병대에 여군 하사가 간부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잠망경을 올려라"를 소개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있는데 옆에 관련 동영상으로 "대한민국 1%"가 같이 뜰 정도이니.. 유튜브의 AI는 사람의 마음과 컨텐츠의 의미를 다 파악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1%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여배우는 '이 아이'인데.. 뭔가 아이유 IU처럼 EI라고 표기 가능한 참 특이한 이름이다.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듯하다.

아무리 군대에서 짬 찬 병이 초짜 간부를 골탕먹이고 심지어 하극상까지 저지른다 해도.. 저 정도는 영화적 허용일 뿐,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어떤 국산 영화 중엔 남자 교도관이 여자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말이다.

현실에서는 특전사에도 당연히 여군이 있고 유튜버 '은하캠핑'처럼 베어 그릴스의 한국 버전이요, 툼 레이더, 킬 빌, 악녀, 언니, 임 한림 등등등의 실사판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 때 도복 입고 무술과 격파 시범 보이는 특전사 요원들 중에 가끔 뒷머리 묶은 여군들도 보이는데 다 그런 사람들이다.

4. 오징어 게임과 타 영화 장면의 유사점

<오징어 게임>이 대히트를 친 게 벌써 2년 가까이 전 일이 됐다.
데쓰 게임이라는 게 막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니, 감독이 이걸 만드는 과정에서 "배틀로얄"과 "라이어 게임", "도박 묵시록 카이지"라는 기존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었다.
그런 플롯이나 스토리 말고 내 개인적으로 그냥 '느낌상'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지는 관련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라이터를 켜라"(2002)의 어리버리 봉구 허 봉구
극초반부에서 주인공 성 기훈이 그 나이 되도록 부모 돈이나 손대는 상찌질이인 것, 그래도 근본 성품은 착한 것=_=;; ,
어느날 일이 드럽게 안 풀려서 의기소침하다가 극적인 사건을 겪는 것, 결말부에서 뭔가 목표를 극적으로 이뤄내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 성 기훈은 소매치기랑 부딪혀서 돈다발을 털리고, 허 봉구는 야비군 훈련장에서 양 철곤과 부딪혀서 점심 우동 그릇을 엎지른다. 이거 비슷하고..
  • "내 돈 내놔!!!" (기훈이 새벽에게, 철곤이 용갑 국회의원에게)도 비슷하고... =_=
  • 처음과 끝이 반복되는 것도 비슷하다..!! 오겜은 딱지치기 게임이지만, 라이터...는 동창회다.. ^^

(2) "자토이치"(2003)에서 최종 반전 흑막이던 술집 종업원 노인
오 일남이 인상 좋은 동네 할아버지가 아니라 돈이 썩어빠지는 오징어 게임 기획자였던 것과 아주 비슷한 심상이다~!!
마지막 화에서 "당신의 깐부로부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처음 볼 때부터 난 자토이치 결말부가 같이 떠올랐다.

(3) "복수는 나의 것"(2001)
오징어 게임처럼 돈 때문에 범죄 저지르는 불우이웃에다, 밑도 끝도 없이 피칠갑 살인이 이어진다는 게 비슷하다.
그리고 오겜에서 강 새벽이 덕수를 극딜할 때 '혁명적인 개XX'라는 명대사가 튀어나왔는데..
"복수는.."에는 혁명적인 무정부주의 동맹-_-이란 게 있다.

결말부에서 여주인공인 영미가 동진에게 전기 고문을 당한 끝에 죽는다. 그런데 영미는 일제 시대로 치면 무슨 사회주의 성향 항일 운동 단체 같은 이상한 단체의 멤버였다. 영미가 살해당하자 거기 동무들이 또 동진에게 칼빵을 놔서 보복한다. 게다가 "네놈을 사형에 처한다"라고 판결문까지 만들어서 가슴팍에 칼과 함께 꽂아 준다.. =_=;;
두 영화는 혁명적인 게 있다는 정말 병맛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니 강 새벽을 배 두나가 연기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3/05/22 08:35 2023/05/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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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세계

1. 색 나열

가시광선이라는 전자기파는 파장에 따라서 빨주노초파남보... 이런 경이로운 색깔을 인간의 눈에다가 꽂아 준다. 이런 색깔 나열은 여러 분야에서 유형이나 등급을 구분하는 용도로 쓰인다.

단적인 예로, 태권도 띠는 "하양 -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 - 검정" 순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내 기억으로 옛날에 카트라이더 게임의 면허증 색깔도 이와 같은 순서로 쪼렙에서 만렙으로 올라갔었다. 만렙은 무지개색이던가..??
서울 버스의 색깔도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의 순으로 단거리-지선 지향이 장거리-간선 지향으로 달라진다.
이런 것 말고도..

전쟁터에서 발생한 대량의 부상병을 분류하는 표식(트리아지)에는 파랑이 없다.

  • 하양: 전문 의료진이 없이 간단한 응급처치만 하고 내보내면 됨
  • 초록: 하양보다는 더 크게 다쳤지만, 그래도 위급하지 않음. 좀 방치해도 생명에 지장 없음.
  • 노랑: 초록보다는 좀 더 주의 관찰이 필요하고 조만간 제대로 치료를 해 줘야 됨
  • 빨강: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환자. 관심과 치료 최상위.
  • 검정: 이미 사망했거나 치료 불가능/무의미/가망없음.

자동차 번호판은 이런 식으로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 자가용..?
  • 노랑: 영업용 (바사아자 + 배)
  • 옅은 파랑: 순수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 자동차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 수소..)
  • 남색: 외교

번호판에는 반대로 초록색이 없구나..;; 오히려 옛날에는 자가용의 번호판이 죄다 초록색 배경이었는데 요즘은 싹 없어졌다.
다음으로 죄수복은.. 옷 자체의 색깔뿐만 아니라 명찰(번호표)의 색깔에 의미가 담겨 있다. 어찌 보면 부상병 분류 트리아지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 하양: 특이사항 없는 일반적 잡범, 또는 미결수
  • 노랑: 살인· 강간 급의 흉악 중범죄자, 혹은 교도소 내부에서 요주의 인물
  • 파랑: 마약사범. 약쟁이;;
  • 빨강: 사형수

끝으로, 불 끄는 소화기도 용도별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A): 일반 화재용
  • 노랑(B): 유류 화재
  • 파랑(C): 전기 화재

요즘 시판되는 어지간한 소화기들은 ABC 세 유형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빨강은..?? 소화기 자체가 시뻘겋기 때문에 저 유형 표시에는 빨강이 없다. 이거 뭐 전기가 마약사범에 대응하는 건가..?? -_-;;;

어떤 경우든 흰색은 특이사항이 없는 가장 쉽고 일반적이고 무난한 상황을 나타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전쟁터에서 백기가 "교전 의사 없음 / 항복"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유치장이 비어 있으면 경찰서에서 백기를 걸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노랑은 약간 특수한 경우, 그리고 파랑은 많이 특이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도인 것으로 보인다.

2. 각각의 색

(1) 하양

세계사를 통틀어 볼 때 정말로 조선만 유난히 흰색과의 접점이 컸는지 궁금하다.
평민 백성들이 농사 지을 때도 흰 옷, 양반 선비들 두루마기도 흰 옷.. 물론 임금은 빨강 같은 컬러풀한 복장이며, 다른 벼슬아치들이나 포졸, 군인들 옷 역시 유색이지만 말이다.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도자기도 고려 때 청자이다가 조선에서는 백자로 바뀌었다고 그런다.
국까· 국혐 진영에서는 가난해서 염색을 할 여유조차 없어서 흰 옷으로 때우던 걸 무슨 순결이니 고결이니 정신승리 하는 거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누런 베이지나 아이보리도 아니고 쌩 화이트야말로 옷이건 도자기건 구현하기가 더 어려운 고난이도인데, 이건 문화 수준이 상승한 거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근데 한편으로는.. 무슨 청색 LED도 아니고 백색이 뭐가 그리 대수이겠나? 진실이 무엇이건 조선이 문화 차원에서 백색을 의도적으로 선호하기는 했던 것 같다.

(2) 초록

이거 좀 놀라운 사실인데.. 인간은 원색들을 다 균일하게 인식하는 게 아니다. 초록색을 더 많이 편향적으로 인식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산술적으로는 균일하게 가시광선의 파장을 변화시켜 보면.. 빨-주-노는 작은 영역의 변화만으로 굉장히 금방 지나가는 반면, 중간 초록색은 더 많은 영역에서 오랫동안 비슷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파-남-보는 또 금방 지나가는 편..

그래서 각종 그래픽 툴에서 색깔 팔레트 내지 색깔 선택 대화상자, 색공간 차트를 보면.. 초록색이 다른 색보다 영역이 더 넓은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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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RGB 값을 흑백으로 디더링 할 때, G에 부여되는 가중치가 가장 크다. 공식이 하나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3:6:1로 분배되는 게 일반적이다. 초록색이 가장 밝은 색으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옛날에.. 24비트나 32비트 트루컬러가 등장하기 전에 16비트 하이컬러라는 게 잠깐 등장한 적이 있었다.
팔레트가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든 천연색을 몽땅 자유자재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뭔가 특이한 모드인데..
RGB를 각각 5비트씩 할당하고 1비트는 남겨 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니면 초록색에다가만 1비트를 더 줘서 5-6-5를 구성하곤 했다. 초록색이 특별 취급을 받은 게 이 때문이다.

(3) 빨강

우리나라 태극기는 건국 이래로 수십 년 동안 동일한 형태가 쓰이다가 1997년 9월경에 살짝 개정된 바 있다. 태극 무늬의 청색· 홍색이 좀 더 산뜻한 색조로 바뀌었다.
옛날 태극기의 빨강은 주홍 scarlet에 더 가까웠다(왼쪽). 그러나 지금은 진홍 crimson에 더 가까워졌다(오른쪽). 빨강이 다 똑같은 빨강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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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옛날 태극기는 우리나라가 아직 못 살던 시절 내지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을 나타내고, 새 태극기는 말석 끄트머리나마 선진국 진영에 들어간 위상을 나타내는 것 같다. OECD 가입만 해도 1년 남짓 전인 1996년 가을이지 않던가?

그리고 성경에서 이렇게 주홍과 진홍을 나열하면서 빨간색을 대비시킨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바로 사 1:18이다. "{주}가 말하노라. 이제 오라. 우리가 함께 변론하자. 너희 죄들이 주홍 같을지라도 눈같이 희게 될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

3. 염색

색을 내는 액기스라고 해야 하나.. 이런 물질은 다른 매개유체에 녹는 염료, 아니면 그 자체를 바르는 안료로 나뉜다.

(1)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용적인 안료로 개발된 색은.. '프러시안 블루'라고 한다. 1700년대 프로이센 왕국 사람이 발견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는데.. 철이 산화철이 되면 보통 붉은색이 되는데, 저렇게 시안(CN) 화합물과 결합하면 파란 계열이 되는가 보다. 다만, cyan이라는 청록색이 저 물질과 관계가 있지는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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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 블루는 색깔도 예쁘고 저렴하고 만들기 쉽고 독성도 없어서 실생활에서 아주 널리 쓰였다. 프로이센 육군의 제복으로도 당장 이 색깔이 들어갔고, 작은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염색용으로도 쓰고..
옛날에 '청사진'이라는 걸 만들 때 입혀지는 파란색도 이 안료와 관계가 있다. 다만, 청바지의 청색은 이 안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2) 한편, 영국군은 전통적으로 '레드 코트', 즉 빨강이 유명하다.
이 색은 깍지벌레로부터 얻은 '코치닐' 색소 기반이다. 즉, 인공이 아닌 천연 안료인 셈인데, 저 시절에는 그게 적당히 간지 나면서 값도 저렴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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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인공 무기물 안료 중에서는 산화철뿐만 아니라 카드뮴이 들어간 '카드뮴 레드'가 빨간색 물감으로는 고급으로 쳐진다고 들었다.
허나, 카드뮴이 잘 알다시피 인체에 아주 해로운 금속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미술 전공자나 쓰지 초-중등 교육 수준에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19 08:35 2023/05/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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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에 대해서

1. 다음은 아주 정상적이고 건전하고 바람직한 동물 보호 사례일 것이다.

  • 진짜 처벌하고 잡아내야 할 밀렵이나 잔인한 동물 학대 현장을 고발함
  • 길고양이 상습 살해범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잡음
  •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지만) 다른 맹수들이 무차별 보복 학살당하는 걸 막기 위해, 소수의 알려진 식인 맹수 개체를 먼저 앞장서서 잡아 없앰

2. 다음은 좀 논란거리에 가깝다.

(1) 개고기 반대
내 개인적으로.. 개고기를 막 좋아하고 즐겨 먹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 잡는 것만 특별히 더 잔인하다고 보는 건 역시 반대다. 돼지나 소도 생물학적으로 그 정도 감성과 지능은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 개나 고양이를 인간과 더 친밀한 애완동물이라고 여기는 정서 그 자체가 잘못된 것 역시 아니다. 그건 나도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고기는 저 두 이념이 충돌해서 발생하는 논란거리이다.

다만, 오늘날 개고기는 특별히 반대 운동을 할 필요도 없이 더욱 수요가 줄고 사양 산업이 되고 도태하는 중이기도 하다.;;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 굳이 이런 보신탕을 찾아 먹으면서 몸보신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합법화나 규모의 경제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 막 저렴하지도 않으니, 가성비조차 별로 맞지 않다.

(2) 갑각류나 어류도 고통 없이 잡아야 된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물고기를 산 채로 바닥에 패대기쳐 잡는다거나, 낙지나 조개조차 산 채로 불에 올려서 먹는 건 비위에 거슬린다. 차라리 바로 단칼에 썰어서 즉사시키고 회를 만든다면 모를까..
그런데 저것들을 일체의 고통 없이 잡느라 맛이 떨어지거나 수산물 값이 왕창 오르게 된다면 그건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난 거기까지는 선뜻 공감이 되지 않는다.

3. 끝으로, 이건 동물 보호라고 볼 수 없으며, 공권력으로 물리 치료나 금융 치료, 아니면 아예 정신 감정을 시켜야 할 미친 짓일 것이다.

  • 개 물림 사고나 갑툭튀 교통사고를 유발해 놓고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식으로 우기기
  • 아예 고깃집 앞에서 육식 반대 시위 (극단적인 채식주의)
  • 브리짓 바르도 아지매의 망언 (동물 보호도 아니고 그냥 인종 우월주의에 입각한 거의 정신병임-_-.. 개고기는 그냥 구실일 뿐)

이상.. 이 주제는 이렇게 등급이 딱 정리되지 않겠나 싶다. ㄲㄲㄲㄲㄲ
동물을 잡을 때 잡더라도 살아 있을 때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해 주고, 유흥 쾌락용으로 학대하지 말며, 식용이나 연구 목적으로 죽일 때는 단칼에 빨리 보내 주고, 동족이 보는 앞에서 죽이지 말라..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다. 곤충 이상으로 빨간 피가 흐르는 고등한 동물 정도라면 말이다.

단지,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일체의 살생을 하지 말라느니, 아예 동물을 인간과 동급으로 취급해서 단위조차 '마리'가 아니라 '명'이라고 하라느니.. 그건 미친 정신병임이 틀림없다. -_-;;;
난 그냥 애완동물이지, 반려동물이라는 말도 개인적으로 좀 거북하게 느낀다. 동물이 무슨 배우자 반려자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 나머지 얘기들

1.
맹인 안내견 같은 동물은 애완용이 전혀 아니며, 얘야말로 진짜로 반려동물에 가까운 필수품이다.
얘는 자동차로 치면 긴급자동차나 장애인 탑승 차량과 같으며, 생명 직결 개인 의료기기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다. 법적으로 온갖 특례를 받기 때문에 어지간한 동물이 못 들어가는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에 다 들어갈 수 있다.
고양이나 돼지를 이런 식으로 훈련시킬 수는 없고, 개의 특정 품종만이 이렇게 육성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런 안내견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공공장소에 들여보내는 것은 운전 연습 도로 연수 중인 차량만큼이나 배려와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2.
매스컴 타고 형사 처벌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동물 학대를 저질러서 처벌받는 사람들의 범행 동기는 대체로 다음 중 하나로 정리되는 것 같다.

  • 감정형: 지 기분 꼴리는 대로. 마침 앞에 연약한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으니까 때리고 밟고 던지고 죽이면서 화풀이
  • 경제형: 위의 경우와 달리, 딱히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동물을 처리하는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인도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주로 농촌 얘기이다.
  • 신념형: 캣맘 같은 동물 보호 운동하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경고하려고..

경제적인 이유를 뺀 나머지 이유는 진짜 그냥 싸이코패스이다. 동물한테 그런 짓을 할 정도이면 사람도 그렇게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상대로 흉악한 범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선진화 척도를 보려면 최상이 아니라 최하가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해 봐라. 화장실 위생을 살펴보고, 동물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보아라" 부류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다만, 나치 독일이 히틀러 총통의 주도 하에 세계에서 거의 최초로 현대적인 동물 보호법을 제정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물을 보호하면서 인간은 가스실로 보낸 건 특별하게 비뚤어진 신념이 작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좀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

3.
동물은 자기 한 끼를 해결할 만큼만 다른 동물을 죽이고는 그치는 반면, 인간은 먹지도 않을 거면서 전쟁을 벌여 수많은 동족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식량을 저장· 축적할 줄을 알고 또 식욕보다 더 고차원적인 욕심도 잔뜩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보다 더 크게 살륙을 저지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전쟁을 벌일 때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나 항복한 포로, 어린아이는 어지간해서는 죽이지 않고 보호한다. 사냥꾼도 최소한의 윤리 의식이 있다면 새끼 밴 암놈은 도의적으로 잡지 않는다.

반대로 야생동물의 세계에서는 그런 배려 따위 없다. 오히려 연약하고 사냥하기 더 쉬운 새끼를 더 집중적으로 잡아먹는다. 임신한 암놈이 잡아먹히면 안의 태아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보너스이다.;;;
물론 짐승이야 오로지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이니, 여기에 무슨 가치 판단을 하고 선악을 따지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오히려 인간도 너무 굶주리면 천륜이고 인륜이고 뭐고 다 저버리고 생존을 위해 닥치는 대로 잡아먹게 되는데, 야생동물의 저런 행동은 딱 그런 유형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동물 보호 이념이 이런 생태에 개입할 필요는 없으며 그럴 수도 없다.

4.
하나님의 말씀과 뜻이 담긴 성경이야 사람과 짐승은 다르며 육식도 당연히 적극 인정하는 논조이다. 구약 시대에는 심지어 식용이 아니라 속죄제 명목으로 어린양을 잔뜩 잡아서 피를 뽑아내고 고기를 불태우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약 성전의 뒷마당에 어린양들을 기리는 위령비 같은 거 만들라는 말은 하지 않으셨다. 그런 어린양이 불쌍하면 진짜 어린양이신 예수님 믿고 죄나 짓지 않고 살면 된다.

동물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동정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성경에도 어느 정도 동물에 대한 복지와 배려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소가 구덩이에 빠져서 못 나온다면 안식일에라도 즉시 사람을 동원해서 건져내야 할 것이고(눅 14:5), 어미의 젖으로 새끼 염소를 삶지 말며(출 23:19, 34:26; 신 14:21).. 곡식 밟는 일을 하는 소의 입에다 마개를 씌우지 말라는 명령도 있다. (신 25:4)

곡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일하게 할 정도이면 다른 분야에 대한 배려가 어느 정도일지도 인간의 지능으로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이 명령은 이례적으로 신약 성경에서 말씀 사역자· 목회자가 받는 보수를 논할 때도 비유로 인용돼 있을 정도이다. (고전 9:9, 딤전 5:18)

Posted by 사무엘

2023/05/11 19:35 2023/05/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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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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