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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주행과 변속

1. 주행 중에만 사용 가능한 기능

시동 얘기가 많이 길어졌는데..
한번 시동이 걸린 엔진은 이전 행정 사이클 때 얻은 힘(폭발력)으로 다음 행정까지 진행하면서 연료를 연소시키고 꾸준히 돌아간다. 특히 4행정 엔진은 첫 회전인 흡입-압축 때는 폭발이 없고 새 동력이 생성되기 전이니, 영락없이 이전 사이클에 의한 관성이나 스타터 모터(최초)의 도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동차에서 엔진의 동력을 필요로 하는 건 바퀴 구동축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는 엔진 동력에다 빨대를 꽂아서 돌아간다.
다만, 자동차에서 기름을 태워서 생산된 전기는 원자력이나 석탄(!!)으로 증기 터빈을 돌려 생산된 발전소 전기보다 훨~~씬 더 비싼 전기라는 걸 잊지 말자.;;; 대형 발전소에 비하면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나쁘다.

자동차의 에어컨도 엔진 동력을 직통으로 사용한다. 에어컨의 냉매 압축기는 소형 승용차용이라도 수 마력은 우습게 까먹을 정도로 동력 소모가 많은데.. 자동차용은 일반 실내 에어컨의 실외기처럼 굳이 전기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엔진 동력을 바로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 밖에 엔진이 지속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내부의 각종 유체들을 공급하는 냉각수 펌프, 연료 펌프도 전기 모터가 아니라 그냥 엔진 동력을 미량이나마 끌어다가 동작한다. 물론 이건 에어컨이나 발전기에 비하면 부담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심지어는 축의 회전 속도를 측정하는 타코미터나 속도계도 엔진 동력을 극미량 깎아먹으며 동작한다. 전압· 전류량을 표시하는 테스터도 그 자체가 전력을 아주 약간 깎아먹으며 동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동작하는 게 순도 100% 공짜가 아니다.
이렇듯, 바퀴 구동축 말고 엔진 동력을 직통으로 사용하는 장치들에게 동력을 연결해서 공급해 주는 끈이 '팬 벨트'이며, 이건 자동차에서 아주 중요한 부품이다.

배터리 정도면 방전됐더라도 어떻게든 시동을 걸어서 엔진을 공회전만 시키면 알아서 충전된다.
그러나 에어컨은 겨우 공회전 수준의 동력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실제로 악셀을 밟고 주행을 좀 해야 찬바람이 나오는 편이다. 특히 연비 주행 에코 모드 같은 걸 켜면 에어컨의 냉기도 눈에 띄게 소심해진다. 내 차 기준으로 말이다.

쌍팔년도 급의 먼 옛날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떠오른다. 옛날 자전거에는 아주 원시적이면서 기묘한 형태의 헤드라이트가 장착된 경우가 있었다.
앞바퀴를 소형 교류 발전기의 회전축에다가 접촉시키고, 거기서 나오는 전기를 전원으로 삼는다. 그래서 자전거의 주행 속도에 비례해서 밝은 빛이 나오며, 차가 정지하면 불이 완전히 꺼진다.;;

발전기가 바퀴와 연결돼 있으면 자전거가 마치 짐을 더 실은 것처럼 가속이 약간이나마 더뎌진다.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성능 오버헤드가 있기 때문이다.
옛날 자전거가 겨우 헤드라이트 오버헤드가 있었다면.. 자동차 급에서는 에어컨이 그 정도로 오버헤드가 큰가 보다. 더운 여름에 차가 막혀서 못 가고 있으면 에어컨도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서 애로사항이 더 커진다.;;

옛날에는 철도 차량조차도 통일호/비둘기호 급의 구형 객차는 별도의 발전차가 딸린 게 아니라 그냥 구동축에 발전기가 연결된 경우가 있었다. 이런 빈약한 발전량으로는 전등 켜고 천장의 선풍기 정도나 돌리지, 에어컨은 당연히 어림도 없을 것이다.
천장 선풍기는 정화조 없는 비산식 화장실과 비슷한 옛날 유물이라 하겠다. 아 하긴, 비산식 화장실도 "정차 중 사용 금지"였으니 마치 옛날 자전거 헤드라이트처럼 주행 중에만 유효한 존재였다. ㅋㅋㅋ

2. 자동 변속기

컴퓨터에 C:\로 대표되는 붙박이 보조 기억장치로는 ‘하드디스크’라는 게 있었다. 이건 원통형 디스크에다가 모터가 달린 기계식 하드가 당연히 원조이다. 하지만 2010년대쯤부터는 플래시메모리 기반인 SSD라는 것이 도입되어 비싸지만 더 빠른 하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의 자동 변속기도 상황이 비슷하다. 클러치 페달 없이 동력비 변환을 자동으로 해 주는 그 물건은 토크 컨버터 기반의 유압식이 원조이다.
이게 제일 무난한 방식이긴 하지만, 결국은 동력이 간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있다. 꿀렁거림과 시동 꺼짐이 없다는 장점도 바로 이런 대가를 치름으로써 얻었다는 뜻이다.
변속을 자동으로 한다는 결과물은 동일하지만, 내부 동작 원리는 통상적인 유압식이 아닌 물건이 몇 종류 존재한다.

(1) CVT
일명 무단변속기라고 불린다. 기존 변속기가 단수별로 지름이 다른 톱니바퀴를 갖추고 있다면, 얘는 단면의 직경이 연속적으로 달라지는 원뿔을 갖추고 있다. 거기서 적절한 기어비가 나오는 부위를 벨트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변속한다.

그래서 얘는 이론적으로 1 2 3 4단이 아니라 그냥 범위 내에서 임의의 동력비를 구현할 수 있어서 변속 충격이 없고 아주 좋다. 살짝 악셀을 밟아서 엔진 회전수는 2000rm으로 균일한데 변속기의 동력비만 유동적으로 달라지면서 차의 속도가 20에서 70km/h까지 쭉 오른다면 환상적이지 않겠는가? 거기에다 변속기가 차지하는 부피도 작다.

하지만 이렇게 융통성 뛰어난 변속이 기계적으로 다른 아무 부작용 없이 구현 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에 CVT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가령, 최적의 동력비로 얻은 효율을 벨트를 고정하느라 낭비한다. (이거 고정을 제대로 안 하면 벨트가 헛돌기 때문)
나도 모든 기계적인 디테일은 모르지만, CVT는 아주 작은 경차나 소형 승용차급에서만 한정해서 쓰이고 있다. 옛날에 마티즈의 CVT 결함도 국내에서 CVT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을 짙게 깔았었는데 그건 너무 옛날이니 제끼고..

(2) DCT
유압식도 CVT도 아니면서 요즘 각광받고 있는 자동 변속 기술은 ‘이중 클러치’이다.
얘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클러치 페달이 없고 똑같이 PRND 기어봉이 있는 게 영락없는 자동 변속기처럼 생겼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어 기반의 수동 변속기에 더 가깝다. 거기에다가 자동화 기능을 추가했으며, 그 자동화 기능을.. 홀수 단용 클러치와 짝수 단용 클러치를 따로 내장하는 식으로 구현했다는 게 핵심이다.

얘는 한 클러치가 변속을 위해 활성화됐더라도 다른 클러치가 엔진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나 변속 충격이 적다. 동력을 간접이 아닌 직접 전달하면서 자동 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에다가 수동의 성능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다.
단점으로는 기계적으로 더 복잡하고 비싸다는 것.. 수십 년 전, 맨 처음에 자동 변속기가 괜히 유압식으로 개발된 게 아니었다. 그때는 유압식 자동 변속기만으로도 차값을 10% 가까이 더 올릴 정도로 비쌌으니 말이다.

DCT는 CVT가 한계에 도달하는 차급부터.. 나름 큰 차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편이다. 얘가 기존 유압식 자동 변속기까지 대체하고 자동 변속기의 주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13 19:35 2023/09/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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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시동

1. 시동

내연기관은 정지 상태였다가 돌아가려면 시동을 걸어 줘야 한다.
큰 불을 피우기 위해서 맨 처음 작은 불씨를 일으켜야 하듯, 그리고 컴퓨터의 유사 난수 생성기에다가 맨 처음에는 '무작위한' 씨앗을 하나 공급해 줘야 하듯, 동력을 생성하는 엔진도 시동을 걸기 위해 첫 순간에는 외부로부터 힘을 공급받아야 한다.

자동차처럼 스타터 모터가 달린 내연기관에서는 시동을 거는 절차가 간단한 편이다. 키를 꽂아서 옆으로 살짝 돌리거나 아니면 그냥 start 버튼을 누르는 게 전부이다. 그러나 자동차보다 더 작고 열악(?)한 물건에서는 시동을 거는 방식이 생각보다 더 다양했던 것 같다. 특히 옛날에 말이다.

  •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벤츠 모터바겐을 포함해 100년 전의 옛날 자동차, 그리고 농촌 경운기는 뒤에서 엔진 크랭크축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묵직한 회전축을 힘껏 돌려 줘서 시동을 걸었다.
  • 기계톱이나 자그마한 모터보트, 예초기 같은 부류는 줄을 푸덜덜 당겨서 시동을 건다. 전문 용어로는 '리코일 스타터'라고 부른다.
  • 요즘은 안 그런 것 같다만.. 옛날 오토바이는 페달을 밟아서 시동을 걸곤 했다. 전문 용어로는 '킥 스타터'. 죽어라고 시동이 안 걸려서 고생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어린 시절에 본 기억이 있다.

묵직한 엔진을 스스로 계속 돌아갈 수 있게 만들려면.. 처음에 힘을 생각보다 많이 전해 줘야 한다. 수~십수kg에 달하는 부하가 걸려 있는 회전축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여러 바퀴 돌려야 한다.
수동 변속기 차량을 밀어서 시동을 거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해 보자. 이중주차된 차를 슬쩍 미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시동을 걸기 위해 걸어 줘야 하는 최소한의 회전수와 토크, 그리고 시동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최저 회전수나 허용되는 최대 토크(부하) 같은 걸 수식으로 구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걸 인력으로 때우는 게 불편하니 자동차에는 20세기 초반쯤에 스타터 모터라는 게 발명되었다. 덕분에 시동을 거는 게 더 편리해졌지만, 그 대신 자동차는 배터리의 방전에 더 취약한 물건이 됐다.

차가 이미 시동이 걸려 있는데 공회전 엔진음이 너무 조용하다 보니 운전자가 실수로 키를 또 start로 옮길 수 있다.
옛날에는 실수로 그러면 스타터 모터가 뭘 잘못 건드리는지 아주 시끄럽고 불쾌한 소리가 나서 운전자가 "앗차~!" 하면서 키를 황급히 on으로 돌려 놓곤 했다.

자동차 취급 설명서에는 "시동이 이미 걸렸는데 키를 start로 또 옮기지 마십시오. 그러면 스타터 모터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라고 쓰여 있긴 하다. 하지만 한두 번 실수로 잠깐 그러는 것만으로 차가 바로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고장 나지는 않는 것 같다.
뭐, 요즘 같은 버튼식 차량에서는 한 버튼이 상태별로 시동 on/off를 모두 겸하니, 저런 실수 자체가 아예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라이터나 가스레인지 같은 화기를 켜는 절차도 내연기관의 시동과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라이터는 과거의 '플린트 락' 총기처럼 소형 부싯돌 같은 걸 마찰시켜서 불꽃을 만든다. 그러나 가스레인지는 전기 스파크를 이용해서 불꽃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용 붙박이 가스레인지는 대형 건전지를 넣는 부위가 있거나 아니면 아예 가정용 교류 전원을 사용한다.

가스레인지의 점화가 자동차 시동과 다른 점은.. 불이 켜진 뒤에도 다이얼이 START에서 ON으로 이동하는 게 없이, 그냥 자기 상태가 화력에 대응한다는 점일 것이다.;;
정비 상태가 불량한 물건은 다이얼을 돌려도 딱딱거리기만 할 뿐 죽어라고 켜지지를 않는데.. 이는 자동차가 시동이 죽어라고 안 걸리는 것과 비슷한 답답한 상황이다. 전기 스파크의 화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불이 피어오르는 화구 주변이 젖어서 착화가 잘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식당에서 쓰이는 무슨 대형 가스레인지 중에는 가정용 가스레인지와 같은 점화 장치가 없는 물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 라이터나 성냥불 같은 걸 가까이 대 줘야만 불이 붙는다.
요즘 일반인이 성냥불을 켜는 건 뭐... 생일 축하 케이크에다가 양초 꽂고 불 붙일 때밖에 없지 싶다.;;

자동차 정도야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라도 키를 꽂아서 돌리거나 on 버튼을 누르면 곧장 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선박이나 철도 기관차, 비행기 같은 건.. 시동을 거는 절차가 더 복잡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고 들었다. 하긴, 화력 발전소를 정지 상태에서 첫 가동하는 것도 그렇게 까다롭다고 하던데.. 뭐 더 자세한 사항은 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아는 게 없으니 글로 쓸 게 없다.;;

2. 시동과 관련된 보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영화적 허용 중 하나는 주인공이 주변의 자동차를 너무나 쉽게 탈취한다는 것이다. =_=;;
차 몰던 엑스트라 운전자가 하필 주인공 주변에서 급똥 해결하려고 차 문 열어놓은 채로 황급히 자리를 비운다거나..
주인공이 열쇠 구멍을 들쑤셔서 손쉽게 차문을 연다. 핸들 주변의 내부 배선을 뜯어서 금세 시동을 건다. 그러면서 "이 차는 이제 제 껍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가 된다.

요즘 차들도 영화에서 하는 것처럼 내부 배선을 뜯어서 스타터 모터에다 강제로 전류를 흘려보내면 키 없이 시동 걸어서 엔진을 돌아가게 만들 수는 있다고 한다. 이 상태로 악셀 페달을 밟으면 차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엔진을 강제 가동시켰더라도, 이때는 놀랍게도 잠겼던 핸들이 풀리지 않는다. 차가 정말 직진· 후진과 정지만 할 수 있지 핸들을 돌려서 방향 전환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 상태로는 차량의 운행이 불가능하다. 이는 차키 없이 자동차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장치이다.
핸들이야 어떤 방법으로든 차내에 전기가 들어오기만 하면 당연히 풀리는 게 아닌가 싶지만.. (시동이 걸려 있지 않으면 파워핸들만 동작하지 않을 뿐..) 그렇지 않다.

차에서 키가 꽂힌 걸 확인하고, 요즘 같으면 거기 안의 칩에 기록된 ID가 자기 것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서 인증을 통과해야만 핸들이 풀린다(이모빌라이저). 잠겼던 핸들을 인증 없이 강제로 풀려면?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시동 배선뿐만 아니라 핸들 주변의 부품을 더 뜯어서 비가역적인 손상을 가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차에는 철옹성 수준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제 역할을 하는 보안 장치가 다 갖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키 없이 차를 구동하는 건 실용적인 수준에서는 매우 어렵다.
차를 훔치려면 유리를 깨든지 해서 차내에 들어간 뒤, 시동을 강제로 걸고 핸들도 풀어야 하니 말이다. 맨 처음에 차키 없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문을 열기만 해도 바로 도난방지기가 작동해서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려퍼질 것이다.

핸들이 한쪽으로 꺾여 있으면 차키를 꽂아도 acc나 on쪽으로 안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보안 장치라고 한다. 핸들을 한쪽으로 힘을 줘서 돌리면 금세 키도 돌아간다고 한다. 무슨 원리로 구현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요즘은 뭐 다들 스마트키를 쓰니 이런 걸 볼 일이 없겠다.

그리고 자동차에 온갖 첨단 보안 장치가 갖춰져 있더라도 차주가 그냥 차문을 잠그지 않은 채로 자리를 비워 버리거나, 심지어 차키까지 안에 놔 둔 채로 떠나는 멍청한 짓을 하면.. 그 차는 범죄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작게 끝나면 그냥 차 안에 놔 뒀던 금품만 털릴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차를 통째로 도난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쎄, 드물게 차 내부의 부품을 털리는 건 그 중간에 속하는 걸까? 사고로 부서진 게 아니라 도난 당해서 털린 건 자동차 보험으로 보상도 잘 안 된다. ㄲㄲㄲㄲㄲ

저렇게 덤벙대는 차주라면 차를 세우고 나서 백미러도 접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절도범들은 주차장에서 그런 차부터 먼저 노린다고 한다. 백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가 문도 잠기지 않았을 확률이 실제로 유의미하게 높기 때문이다. 극악의 초보 고문관 운전자는 접었던 백미러를 펴지 않은 채 운행(!!!!!!!!)하는 전설적인 경우가 있다는데, 주차 때 백미러를 접지 않는 건 그 반대편의 극단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집뿐만 아니라 차의 문단속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군대에서는 군인에게 총을 니 애인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남에게 절대로 건네주지 말라고 교육을 시킨다. 이와 비슷하게 키가 차 안에 있거나 심지어 시동이 걸려 있는데 차에서 내려서 자리를 비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도둑이 차를 성공적으로 탈취는 했는데, 하필 수동 변속기인 바람에 계속 시동 꺼뜨리고 운전을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절도에 실패한 사례가 미국과 우리나라에 좀 있었는가 보다. ㅉㅉㅉㅉ 훔치기 전에 변속기와 페달 모양을 제대로 확인했어야지..

Posted by 사무엘

2023/09/11 08:36 2023/09/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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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건, 기계 장치

  • 비를 화살에다 비유해 보면, 구름은 활이고 비옷과 우산은 갑옷과 방패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듯하다.;;;
  • 집에는 하자(보수), 자동차는 결함(리콜), 컴퓨터 프로그램은 버그(업데이트/패치)가 각각 있는 것 같다.
  • 담배를 피우는 방식이 파이프, 시가, 궐련 등으로 바뀌어 온 게, 총의 격발 방식이 바뀌어 온 것과 비슷해 보인다. 매치 락, 플린트 락, 탄피...
  • 이동을 보조해 주는 기계로 무빙워크(수평), 에스컬레이터(수평+수직), 엘리베이터(수직)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마트에는 잘 알다시피 경사형 무빙워크도 있고, 지하철역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도 있다. 이 둘은 용도가 좀 특수해 보인다.

  • 아래로 치렁치렁한 두툼한 전원 플러그를 조밀하게 잘 꽂으라고 요즘은 멀티탭의 콘센트가 45도로 기울어진 형태인 게 많다. 이는 마치 휴게소에서 45도 기울어진 전진주차와 형태가 비슷해 보인다.
    휴게소는 부지가 넓고, 차가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주차 형태를 사용할 수 있다. 들어왔던 곳으로 도로 나가야 하는 대다수 일반 주차장에서는 이 구조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2. 과학기술 관련

  • 광속과 절대0도, 완벽한 진공.. 과학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상태를 말하지만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 '운동'은 체육 운동과 3·1 운동, 물리학 운동을 모두 가리킨다. '힘'은 병력 강제력 무력과 물리학적인 force를 모두 가리킨다.
  • 운동 에너지와 운동량, 충격량.. 열용량과 비열은 모두 미묘하게 서로 다른 개념이다.
  • 스프링/태엽은 영구자석과 비슷하게 일상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굉장히 심오한 장치인 것 같다. 게다가 자석뿐만 아니라 탄성력도 근원은 전자기력으로 귀착된다.;; 고체뿐만 아니라 액체의 점성이나 표면장력조차도 근원은 동일하다.

  • 로슈 한계 때문에 작은 천체가 큰 천체로 끌려오다가 박살나는 거, 그리고 열전도 차이 때문에 유리 깨지는 거.. 뭔가 비슷한 심상이 느껴진다.
  • 성냥의 재료로 쓰이던 백린과 적린은.. 수소와 헬륨과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 과학에는 분야별로 어떤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존재가 있다. 강체, 이상기체, 흑체 같은 것.. 그 중 흑체(black body)는 뜬금없지만 천문학 용어인 암흑물질(dark matter)과도 비슷한 심상인 것 같다.

  • 오디오 CD의 표준 샘플링 rate인 44100hz, 그리고 마라톤의 표준 길이인 42195m...;; 역사적인 사연으로 인해 40000에서 묘하게 비껴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 컴퓨터에서의 언어 기계번역과, 자동차에서의 자율주행은 뭔가 비슷한 양상의 연구 분야인 것 같다. 100% 무인 자동화되기는 많이 어렵고, 컴퓨터 보조 번역 내지 일부 자동화 보조 주행이 더 현실성이 높다.
  • NASA에서는 천체 운동을 시뮬레이션 하다가 여호수아기에 나오는 지구 자전 정지 시간을 찾아낸 게 아니다. 상대성 이론 덕분에 우주 스케일에서 수성의 세차 운동 오차를 찾아냈고, 인공위성 GPS에서 발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세한 오차를 찾아냈다.

  • 자동차 엔진이 비효율적인 카뷰레터가 전자 제어 연료 분사로 바뀌었듯, 모터도 원시적인 저항 제어에서 초퍼/VVVF 제어로 바뀌었다. 초퍼 제어는 뭔가 ABS가 동작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전원 ON/OFF, 브레이크 ON/OFF)

  • 양수 발전은 수력 발전의 파생 보강형이고, 열병합 발전은 화력 발전의 파생 보강형이다.
    전자는 전기가 충분할 때 물을 미리 좀 끌어올려 놔서 대비를 하는 것이고, 후자는 쓰레기 소각에다 잔열로 물을 데워서 근거리 난방을 겸하는 시스템이다.
    제철소는 타 공장과는 성격이 다른 더 근본적인 건물로 여겨지는데, 발전소는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근본적인 시설이다.

  • 우주발사체 나로호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는.. 분야는 다르지만 나름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실패를 겪었고 세 번째 시도에서야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 2013년, 2011년)
  • 저온 핵융합과 반대로 고온 초전도는 서로 비슷하게 여전히 SF의 영역이다. 한쪽은 온도를 높여야 하고 다른 쪽은 온도를 낮춰야 하니..

3. 인체, 의료, 보건

(1) 감기-독감, 일사병-열사병이 좀 서로 비슷한 쌍인 것 같다. 후자가 전자보다 차원이 다르게 더 위험하다.

(2) 몸 속을 들여다보는 의료 영상이라는 건 CT(X선), MRI, 초음파 이렇게 분야별로 나뉜다.
현대의 서양 의학은 최첨단 기계와 장비빨로 인체를 구석구석 다 관찰한 뒤에야 진단을 내리는데, 그래도 여전히 인체의 모든 것을 다 파악하지는 못해 있고, 때로는 과잉 검진· 진료 논란도 있다.
그에 비해 한의학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대가 아니라 무술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것 같다. 여전히 사람 몸이 묘하게 아프고 쑤신데 서양 의학으로 원인 파악이나 치료가 안 되는 걸 치료하는 것에 효과가 있다.

(3) 생물학에서는 세균 다음에 바이러스, 물리학에서는 분자 다음에 원자의 순으로 관찰하는 세계가 작아진 것 같다.
화학은 분자 레벨에서도 온갖 유기· 무기 화합물을 만들면서 연구할 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이나 원자력만치 작게 파고들지는 않는 것 같다. 생물학은..?? DNA보다 더 작게 들어가면 뭔지 모르겠다.;;

(4) 게임 황금도끼와 영화 킬 빌에 공통점이 있다. 악당의 코드명 명목으로 생소한 독사 이름이 쓰였다는 것이다. 전자는 death adder, 후자는 black mamba이다.;;
뱀의 독은 대부분이 신경독이지만 일부 혈액독도 있다. 이 독은 물려서 혈관에 바로 주입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반면, 먹어서 소화 기관에 들어가면 의외로 평범한 단백질로 소화되어 버리기도 한댄다. 그래서 영어로는 먹는 독과 물리는 독이 각각 poison과 venom으로 단어가 완전히 다르다.

(5) 머리카락 염색이라는 게 10대, 20대의 아주 어리고 젊을 때는 주로 갈색으로 물들이는 날라리-_-, 탈선의 상징인 반면.. 60대 이후의 장년? 노년층에서는 백발 새치를 감추는 수단으로 용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단순 미용 성형과 화상 치료 성형이 다른 것만큼이나 달라 보인다.

4. 의문점

(1) 플래시 불빛이 주변 물체에 도대체 무슨 물리적인 영향을 끼치길래 석굴암 안이나 각종 박물관 안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인지 모르겠다. 거기는 보안 때문에 촬영 금지인 게 아니다. 온도나 습도도 아니고 빛에 성질이 변해 버리는 물질은 무슨 필름 같은 감광 물질밖에 없을 텐데 말이다.
태양은 빛을 줄이고 줄이고 왕창 줄여서 찍지만, 다른 행성이나 은하 같은 우주 사진은 왕창 오랫동안 노출을 시켜서 간신히 찍는다. 그런 곳은 플래시 잠깐 터뜨리는 식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다.

(2) 집 창문을 여니 집안에 열어 놓았던 문이 바람이 안 부는 데도 저절로(?) 쾅 닫히는 현상 말이다. 이게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데 왜 발생하는지 잘 모르겠다. ㄲㄲㄲㄲㄲ

(3) 손톱 깎을 때 손톱이 자꾸 탁 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길바닥의 돌멩이가 자동차 바퀴에 갈려 들어가면서 멀리 튕기는 건 이해가 되는데 손톱깎이는 손톱을 무슨 원리로 그렇게 멀리 튕겨 내는지 모르겠다. 손톱을 가위로 싹둑 자르는 것과 무슨 차이일까?

(4) 자전거 타이어는 왜 자꾸 공기가 천천히 빠지는지, 겨울 침낭과 패딩 점퍼는 도대체 어디서 왜 깃털이 하나 둘씩 빠지는지 궁금하다. 이걸 막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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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8 19:36 2023/09/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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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도

192~30년대에 일본 도쿄 시내 모습을 보면.. 1920년대의 뉴욕처럼 벌써부터 마천루에다 자동차가 길거리를 가득 메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빽빽한 건물들에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노면전차들이 다니고 인력거들이 분주히 오간다.

그런데 그 중에서 본인이 보고 굉장히 놀란 광경은 바로.. 그때 이미 도시 한복판을 고가로 지나는 철도가 있었고 그 위로 증기 기관차가 칙칙폭폭 다니더라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일제 시대 전체를 통틀어 경성에서도 철길이 고가로 입체교차 하며 다니는 구간이 만들어진 적은 전혀 없었으니 매우 신기한 노릇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원하는 것과 정확하게 같은 풍경은 아닌데.. 교량 말고, 시내에서 증기 기관차가 고가 위를 달리는 것 말이다)

증기 기관차가 다니는 시절이라면 다른 철도 시설도 단선 비전철화에 평면교차가 당연시될 텐데, 쟤들은 증기 기관차로도 열차를 벌써부터 저렇게 빡세게 굴렸는가 보다.
그러니 1930년대에 경부선 서울-부산을 증기 기관차만으로 무려 6시간 40분을 찍었던 것이다. 그것도 단선으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저 정도 철도 시설은 해방 이후 할배를 넘어 박통 때에나 구경할 수 있었는데, 박통 시절에 일본은 아예 신칸센을..;;; 뭐 그랬다.

2. 기업

일본에는 도요타, SONY, 미쓰비시, 히타치, 혼다, 이스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게임기, 철도 쪽 기업이 있다. 이들만치 유명하지는 않지만 본인이 들어 본 적이 있는 특이한 기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일본전산: 모터 제작 전문이라고 한다. 선풍기, 세탁기, 심지어 교통수단 안에 들어가는 큼직한 녀석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를 동작시키는 모터, 휴대전화에서 진동 모드를 구현하는 모터처럼 엄청 섬세하고 작은 것까지도 만든다.
얘는 창립 초창기부터 직원 채용 방식과 경영 방침이 아주 독특한 걸로 유명했다. 지원자들에게 아무 예고 없이 도시락을 달랑 준 뒤, 밥을 제일 빨리 먹은 사람을 합격시켰다거나, 목소리 큰 사람, 오래달리기 깡다구가 있는 사람을 뽑기도 했다.

어설프게 시험 점수 좋은 거 하나만 믿고 고자세인 사람이 아니라, 당장 좀 어눌해도 자기를 뽑아 준 회사에 고마워하고 끈기와 집념이 있고 충성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았다. 그 뒤 회사에서 필요할 때는 물론 "안 되면 되게 하라" 불굴의 공밀레 근성으로 직원을 갈아넣을 땐 갈아넣더라도, 그들에게 최고의 복지와 종신 고용을 보장했다. 그렇게 해서 세계의 정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모터들을 석권했다고 한다.

(2) 화낙(FANUC): 얘는 공작 기계, 산업용 로봇.. 다시 말해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물건을 만드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이며, 역시 이 바닥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일본 제조업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기술에 목숨 걸면서 보안에 극도로 민감해서 본사와 공장은 외진 후지 산 숲속에다 같이 꿍쳐 놨다. 추가적인 공장도 외국에는 절대로 만들지 않고 사내 통신도 종이와 팩시밀리에 의존한다고 한다.

위의 두 회사 모두 1970년대에 창립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가 무슨 기계류를 자체 개발하려 하는데 "n% 이내의 핵심 부품과 무슨무슨 공정을 국산화하지 못해서 아직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말이 있다면.. 그게 바로 일본의 이런 회사가 주인공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참 강렬해서 기억에 남아 있는데, 나치..!! (3) 나치-후지코시라는 일본 회사도 산업용 로봇, 공작 기계 제조이니 화낙이랑 업종이 비슷한 것 같다. NAZI..는 아니고 NACHI인데, 이름이 일본어로 무슨 뜻인지, 아니면 다른 단어의 이니셜인지는 잘 모르겠다. =_=;
하긴, 일본은 1930년대에 나치 독일 청소년들과 친교 맺으면서 "반자이~ 힛토라 유겐토~~ 반자이 나치스!!" 이런 가사의 노래도 만들어서 불렀던 나라이다. 끼리 끼리 논다고~;;

3. 삼청교육대의 학교 버전

세계 어디에서나 옛날에는 지금보다 닥치고 근성, 정신력, 끈기, 의지를 강요하고.. 좀 나쁘게 말하면 약육강식에 무식한 똥군기와 까라면 까, 폭력적인 생명 경시 성향이 사회 분위기에 짙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 정도가 세계 평균보다 더했던 것 같다.

그게 지금의 일류 선진국 일본을 만드는 저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골병 들게 만들기도 했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까지는 공중도덕 미덕인데, 그게 지나쳐서 남과 다르면 그냥 곧바로 비국민 왕따 이지메..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그런 일본을 벤치마킹 하면서 단기간에 성장했으니, 순기능과 역기능이 둘 다 일본의 7~80%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5공 시절에 삼청교육대가 있었다지만 일본은 10대 애들이 다니는 교육기관이 삼청교육대 같은 곳이 있었다. =_=;;
대표적인 예가 쌍팔년도 시절의 '닛세이가쿠엔' 고등학교..;; 여기는 다른 학교에서 감당이 안 되는 양아치들을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일체의 자유 시간이 없고 라디오· TV· 신문 금지.. 남자애들은 거의 삭발 수준으로 머리 밀고 입학.

사소한 규율을 어기면 혹독한 체벌에다 걸핏하면 단체 기합..
특히 압권인 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전교생이 청소 명목으로 고래고래 고함 지르면서 걸레질을 미친 듯이 하고, 심지어 변기를 맨손으로 닦아야 했다. 자세한 건 이런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하시길..

교장이 "인간은 생활 방식을 개조해야만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다. 땀흘리며 일해야지 인생의 참맛 의미를 알 수 있다.." 이런 신념의 추종자였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 캄보디아의 인간 백정 폴 포트도 거의 똑같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생사람을 잡았다.;;;;
심지어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는 "Arbeit Macht Frei 로동이 자유를 선사한다"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지 않던가..?? 다들 근로· 노동의 의미를 심각하게 모욕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저기서 못 견디고 탈출하거나 자살하는 애도 있었다. 그리고 애들 저렇게 굴려 봤자 어차피 학업 성적이나 대학 진학률은 개판이었다.
저긴 정말 삼청교육대나 소년원이나.. 아니면 옛날 PC통신 소설 "구타교실"에 나오던 M고 같은 학교였다만..
1980년대 말, 설립자가 죽고 일본 천황이 바뀌었을 즈음엔 저기도 그래도 평범한 일반 사립 고등학교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토츠카 요트 스쿨'이라는 곳도 요트 선수 교육을 빙자해서 문제아를 줘 패면서 더 잡는 시설로 악명을 떨쳤다. 여기도 요트 선수 출신인 설립자가 "애새끼는 닥치고 빡세게 굴려야 잡생각 하지 않고 나태해지지 않고 강하게 큰다" 이런 사고방식을.. 교육생 중에 사망· 부상· 실종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굽히지 않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06 08:35 2023/09/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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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아파트 단지나 대학교 캠퍼스들이 다 지상에는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공간을 없애고, 전부 공원이나 산책로를 꾸미는 게 대세이다. 차는 단지 입구에서부터 곧장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버리며, 지하 주차장은 거의 지하 광장처럼 방대하게 꾸며져 있다.

이렇게 하니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애들이 교통사고 걱정 없이 안심하고 뛰놀 수 있고, 뭔가 환경 친화적이어 보이고 미관에도 아주 좋다. 전깃줄만 지중화한 게 아니라 자동차까지 다 지중화한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차를 이렇게 몽땅 지하로 보내 버리면 납품· 택배 차량이나 이삿짐 사다리차, 쓰레기차, 불 났을 때 소방차 같은 건 어떻게 출입하나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단지 내의 지상에도 정말 최소한의 자동차 출입로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길은 초 비상 긴급 상황에만 개방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상적인 작업 차량까지 몽땅 지하로 보내려면.. 최소한 지하 1층은 탑차급 트럭도 드나들 수 있도록 천장이 충분히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천장이 그렇게 높지 못해서 탑차가 지상으로도 못 들어가고 지하로도 못 들어가서 낭패인 아파트 단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곳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의 높이를 낮춘 ‘저상 탑차’라는 것도 다닌다고 한다.

하긴, 탑차들은 높이가 너무 높아서 이런 차의 뒤에 서면 앞의 신호등도 잘 안 보여서 개인적으로 운전할 때도 마음에 안 들긴 했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사항이 아니다.

탑차가 높이가 충분히 높지 못하면 그만큼 짐을 많이 못 싣는다. 이는 배송 업체의 수송 원가 상승과 수익 약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높이가 어중간하게 1.2~1.3m밖에 안 되는 화물칸 안에는 배송 기사가 일어서서 다닐 수 없다. 허리를 굽히고 구부정하게 다녀야 하는데.. 무거운 짐을 들고서 이 짓을 하루 종일 하면 이는 택배 기사의 건강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준다. 흠~

글쎄, 높이 조절이 가변적으로 되는 화물칸은 어째 만들 수 없는지 모르겠다만, 이건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택배 기사의 근무 여건, 지상에 차 없는 주거 환경 등 여러 사람들의 요구 사항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
지하철역이나 편의점과 연계해서 마치 물건 보관함처럼.. 익명 택배 수취함 같은 시스템이 발달해야 할 것 같다. 택배 기사는 직접 가기 어려운 곳까지 일일이 힘들게 가지 않아도 되고, 사용자도 집과 직장 신경 쓰지 않고, 개인 정보 유출이나 물건 도난 걱정 없이 택배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더 나아가 택배 수취 본인 확인용으로 며칠 동안만 유효한 간편한 일회용 전화번호나 이름 같은 시스템도 만들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불변 고정 전화번호, 휘발성 임시 전화번호, 그리고 영상 노출용 가상의 전화번호.. 이런 게 시스템 차원에서 세분화돼야 할 것 같다. 마치 인터넷 IP 주소처럼 말이다.

서울 남산은 꼭대기까지 차도가 닦여 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자가용은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노선 버스(01)나 납품· 작업 차량만 드나들 수 있다. 요 몇 년 전에 한강대교 중간에 생긴 노들섬 공원도 부지가 너무 협소한 관계로 작업 차량만 드나들 수 있다.

3.
우리나라의 산은 꼭대기에 군부대(주로 공군 방공부대)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산은 거기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는 길이 어디에든 반드시 존재한다. 비록 민간인이 차 끌고 들어갈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서울 동대문구엔 배봉산이라는 높이 100여 m짜리의 작은 야산이 있다. 여기 정상에는 오랫동안 군부대가 있다가 없어졌는데, 지난 2018년인가 19년엔 그 자리에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어 넓은 풀밭과 함께 해맞이 공원이 꾸며졌다.

공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본인은 배봉산 정상의 그 공원 근처에.. 1톤도 아니고 2.5톤 트럭이 세워져 있는 걸 봤던 기억이 있다. =_=;;
작업을 위해서는 차량과 중장비를 당연히 여기까지 반입해야 했겠지.. 그런데, 이 작은 언덕에서 어느 경로로 저 큼직한 트럭을 몰고 올라온 걸까? 나로서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

하긴, 봉화산(지하철 6호선 종점 부근의 그 산)도 정상에 매점이 있을 정도인데 거기도 납품 차량이 올라오는 길이 있긴 하지 싶다.
저런 곳까지 길을 어떻게 내며 상하수도 시설은 어찌 만드는지, 그리고 첩첩산중에다 철탑을 만들어서 긴 케이블카나 전깃줄은 어떻게 설치하는지도 참 신기하다~!!

자동차부터 시작해서 사회 전반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ㄲㄲㄲㄲㄲ
그러고 보니 “저기까지 차체를 도대체 어떻게 집어넣었어?”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오는 건 자동차뿐만 아니라 포크레인(굴삭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걔들은 집게로 땅을 짚고서 바퀴를 들어올리는 기동까지 하면서 온갖 흙더미나 쓰레기더미 위를 성큼성큼 올라간다고 한다.

포크레인 기사가 되려면 집게를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세를 잡는 것도 아주 잘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작은 놈이 아니라 거대한 놈이라면 더욱 말이다.
이거 나름 위험한 일이다. 실제로 삽을 떠야 하는 흙더미 현장으로 올라가는 중에 중심을 잃고 기우뚱 해서 포크레인이 넘어지고, 안의 기사가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04 08:35 2023/09/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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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복음, 죄에 대해서

1. 구원, 복음 전파

(1) 구원 확인
공무원 대기업 취업 전형을 합격한 사람,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 논문이 통과되어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생, 국방부 시계 끝나고 전역을 앞둔 군인한테..

"너 취업했냐, 너 곧 결혼하냐, 너 졸업하냐, 너 제대하냐.."
이런 질문을 했는데, 당사자가 입이 귀 밑까지 째지지는 않더라도, 오히려 화를 내고 기분 나빠하기까지 한다면,
그 사람은 좀 정신 이상이나 인격파탄, 싸이코패스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는 합격, 졸업, 결혼, 전역 따위가 애초에 사실이 아니라 구라 주작이었을 가능성까지 있다.

자, 이와 완전히 똑같은 맥락이다.
예수 믿고 구원받았고 죄 문제 해결됐고 죽어서 하늘나라 가는 사람, 일명 '교인'이라는 사람이 "너 구원받았냐..?" 라는 구원 확인 질문을 기분 나빠한다는 건....;;;
무조건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99%는 구원을 못 받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거다. 도둑이나 탈영병이 경찰이나 헌병 근처에 있을 때 괜히 지리듯이 말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고 실제 구원 여부조차 알 수 없는데.. 이렇게 입으로 구원 간증을 주고받는 건.. 이 영적 전쟁터에서 정말 "최소한의" 기본적인 암구호요 피아 식별 방법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받았냐는 질문을 무슨 명절 때 어르신들로부터 "너 취업했냐? 결혼은 언제 하냐?" 같은 부류의 오지랖처럼 받아들이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 구원의 영원한 보장
교회 다닌다면서 성경을 모르고 구원의 확신 내지 구원의 영원한 보장을 안 믿는 교인 중에는.. "인간이 감히 자기가 구원받았다고 스스로 확신하다니 그런 신성모독 교만이 어딨냐....;;;;;;" 이렇게 버럭 하는 경우가 있다.
요런 잘못된 질문을 받아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럼 성경에 기록된 구원 약속을 안 믿는 불신은 신성모독 교만이 아니고..??"
오징어 게임 오 일남의 "그럼 자네가 지금까지 나를 속인 건 말이 되고??" 요렇게 반문하듯이 반문하면 된다. ㄲㄲㄲㄲ

인간이 진짜 알 수 없는 건 일단 구원은 받고 나서 "하나님이 왜 내게 이런 고난을 허락하시는가, 예수님은 도대체 언제 다시 오시는가, 나는 언제 어떻게 죽을까..??" 이런 것들이다.
개인의 구원 여부조차 긴가민가 알 수 없고 들쭉날쭉이면 우리는 도저히 정상적인 신앙 생활을 할 수 없다.!!

(3) 복음을 부끄러워함
누군가가 밖에서 복음을 전하고 구원 간증을 하는 걸 교회 댕기는 교인조차도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오로지 부정적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다. "광신자들이나 저런 짓 한다. 저렇게 전해 봤자 누가 듣나~ 부정적인 인식만 생긴다, 차라리 불우이웃을 물질로 돕는 게 더 낫다.. 헐"

진짜 도 넘게 무례하거나 외형에 품위가 너무 없고 헬렐레 거리고 행 16:17-18 같은 급이 아니라면..
저렇게 길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복음을 부끄러워하는 그 사람의 영적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죄에 대해서

(1) 죄의 성립 조건
죄악이 인간의 감각 기관을 통해 input으로 들어와서 뇌가 인지하고 반응한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이것 때문에 순간적으로 잠깐이나마 유혹이 느껴지고 본능적으로 각종 나쁜 생각이나 극단적인 생각이 들고, OOOO XXXX를 하고 싶어지는 것.. 그 자체도 죄는 아니다.

"으악..!! OME!! 안 본 눈 삽니다" / "번뇌 이놈 죽어라~!" 이러면서 무슨 금욕에 고행에, 속세를 떠나서 수련하고 정신줄 놓으려 애쓸 필요는 절대 없다. 영적 전쟁이라는 게 우리가 선빵을 맞고 시작하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겨우 저런 것조차 죄라면.. 인간이 나쁜 환경에 처하는 것 자체가 신의 책임이 된다. 그러면 애초에 인간이 구원받자마자 하나님이 사람들을 하늘로 다 데려가 줘야 마땅하다.

단지, 그 유혹과 시험에 굴복해서 '자발적으로' 계속 곱씹고 그에 끌려가는 것부터는 죄가 된다. 물리적인 행동으로든 마음만으로든 형태 불문하고 말이다. 성경에서 다윗이나 아간 같은 사람이 유혹을 받았다가 죄에 빠진 과정을 잘 생각해 보자. 롯은 어떻고? (소돔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아예 거기 눌러앉고 거기서 유명인사가 돼 버린... ㅡ,.ㅡ;; )

이 관계를 이렇게 비유한 문구가 있다. "머리 위로(ABOVE) 새가 날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새가 머리 위에(ON.. 머리와 접촉) 앉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항덕/항공 용어로 각색하면 "새하고는 항공 자유화 협정을 1단계 이상으로 더 맺지 말아야 한다." 정도에 대응하지 싶다. ㄲㄲㄲㄲㄲㄲ
"악은 모든 외형이라도 피하라~" (살전 5:22) 말씀은 특별히 2단계 자유화를 언급한 것일 테고 말이다. (여객 화물 교류 없는 단순 기술착륙)

(2) 함정 수사
우리나라에서 경찰이 범죄를 수사할 때, '함정 수사'라는 건 이미 범의를 품고 있는 사람에게 미끼를 던져서 죄를 실제로 저지르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정도까지가 허용이다.
멀쩡한 사람한테 적극적으로 범죄 저지르자고 꼬드기고 선동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거 무슨 안락사도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선까지만 허용하고 적극적인 건 허용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패턴 같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이 누구의 마음을 더욱 강퍅하게 함, 누구를 시험하심"도 그런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하나님은 애초에 사람의 마음까지 보시고 마음 속에 품은 생각에서까지 죄를 찾아내는 분인데..
그걸 밖으로 행동으로 그대로 끄집어내 보도록, 그 여파만 더 크게 퍼지도록 툭 건드려 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미리 아심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read-only operation이다.

단지, 아예 "죄를 새로 짓게 만들자, 더 타락시키자" 그런 짓을 조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약 1:13은 그런 의미이다. 하나님은 지옥 가기로 예정된 사람을 악역으로 일부러 조종해서 죄악을 창시하고 퍼뜨리는 정신나간 미친 신이 절대 아니다.

(3) 죄를 안 짓는가, 못 짓는가?
예수님은 여느 인간과 완전히 동등한 이성과 감정, 자유의지 하에서 죄를 자발적으로 안 짓고 모든 유혹 시험을 이기고 율법을 성취하신 분이다.
무슨 짐승이나 로봇처럼 죄를 지을 능력이 애초에 없어서 죄를 '못' 지은 게 아니라 죄를 '안' 지으셨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 "그가 버터와 꿀을 먹겠고 이로써 악을 거절하며 선을 택할 줄 알리니 ..." (사 7:15)
  • "우리에게 계신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의 감정을 몸소 느끼지 못하시는 분이 아니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셨으되 죄는 없으신 분이시니라." (히 4:15)

이사야서의 예언에 버젓이 자발적인 선악 선택이 명시돼 있거늘, 이 점에 대해 오해가 없어야 한다.
왜 자꾸 '믿어져야 구원', '죄를 못 지음' 등등.. 능동 자유의지를 떼어내려 하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9/01 19:36 2023/09/0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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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을 다 보낸 근황

강원도 여행기가 5부작으로 올라오는 중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서 8월이 다 지났다. 말복과 입추를 넘어 광복절도 지났지만 폭염과 열대야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올해는 적어도 서울· 수도권 한정으로는 심한 태풍이나 폭우 없이 여름이 무난히 지나간 것 같다. 그렇다고 가뭄도 아니고, 2주에 한 번꼴로 잊을 법하면 비가 내리기도 했으니 참 다행이다. 전력 부족 사태도 없었다.

이 글에서는 본인이 강원도 여행 이후에 8월 동안 개인적으로 행한 여가 생활을 늘어놓도록 하겠다.

1. 호박 호박 호박..!

8월 12일, 올해 갓 수확된 호박이를 가락시장에서 드디어 입수했다. ^^ 바로 며칠 전에 물건이 들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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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이제 캠핑의 동반자까지 생겼다.
얘는 한두 달쯤 뒤, 동네 채소 가게에 더 큰 아이들이 들어올 때까지 관상과 힐링용으로 놔 뒀다가 죽을 쒀서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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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호박은 아무 상표나 포장지도 안 붙었고 원산지 표기도 없고 철 지나면 그냥 끝난다.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유통 과정이 정말 날것 그대로인 듯하다. 단호박이나 애호박하고는 취급되는 방식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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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번 물난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호박, 그리고 거기에다 또 새로 심은(...!) 호박은 그럭저럭 다시 잎을 내며 잘 살고 있다. 심지어 꽃도 한 송이 다시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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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두 달 정도밖에 못 살 듯하지만, 서리 맞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잘 자랐으면 좋겠다. ^^ 무럭무럭 자라서 저 잡초들을 잎으로 몽땅 뒤덮어 버리길..!

2. 호박 할머니

일본에 '쿠사마 야요이'라는 설치 예술가가 있는가 보다. 고령에다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본인은 아주 최근에야 알게 됐다. 그런데 이 사람.. 정말 열혈 호박 매니아이구나~!!!!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박은 애교가 있고
굉장히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호박은 말을 걸어준다.
호박, 호박, 호박
내 마음의 신성한 모습으로
세계의 전 인류가 살고있는 생에
대한 환희의 근원인 것이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

이야.. 백 남준에다 낸시 랭, 러버 덕을 합친 똘끼인 듯..
정신세계가 좀 특이한 할머니 같다만, 개인적으로 완전 마음에 들어 버렸다. 바로 그거야!!!
앞으로 존경해 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시의 일본어 원문을 좀 보고 싶다.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철도에 미친 작곡가였고, 쿠사마 야요이 할머니는 호박에 미친 예술가이다.

3. 서울 북부 교외의 계곡

올해 본인은 성남, 광주, 철원, 화천, 양구, 고성 등.. 동쪽으로 여행을 많이 다녀왔다.
그러나 그래도 폭염이 그칠 줄 모르니 지난 8월 18~19일 사이엔 양평· 남양주가 아니라 북쪽으로 짤막하게 피서 여행을 다녀왔다.
캠핑은 조용하고 넓은 공터 있는 일영 유원지에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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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는 물이 더 맑고 깨끗하고 시원한 송추 계곡에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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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했더니 정말 대박이었다.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
며칠째 열대야에 고통 받다가.. 모처럼 텐트 창문을 닫아도 될 정도로 시원한 곳에서 캠핑이라니..
텐트 안에서 호박 쿠션은 머리에다 베고, 진짜 호박은 팔로 껴안고 잘 잤다.

집에서 막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강원도 급으로 먼 것도 아니니 가끔 잊을 법하면 다녀와도 될 것 같다. 일영 유원지에서도 더 깊숙히 상류 쪽으로 가면 일영 계곡이라는 게 나오는구나. 거기도 나중에 가 봐야겠다.
그리고 저기 말고 폐역된 교외선 역 구내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짱박하고 싶기도 하다. 가령, 일영이나 송추 같은 역에서. 그건 겨울에 시도할 만하겠다.

물놀이야 뭐.. 더운 낮에 했으면 훨씬 더 시원하고 환상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사람도 많고 주차도 훨씬 더 힘들어지니 그것 때문에 가성비가 깎인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에도 물놀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니 이렇게 잠깐 들렀다 가는 게 더 나았다.

4. 지하철 정기권

올해 8월부터 서울시의 버스 요금이 크게 올라서 지금의 조조할인 요금이 인상 전의 평소 요금과 대등해졌다.;;
그런데 지하철은 나중에 더 찔끔찔끔 오를 예정인지라, 현재는 버스의 기본 요금이 지하철의 기본 요금을 추월한 상태이다.
이를 기념하여 본인은 요 한 달은 지하철 정기권을 결제하고 지하철과 노예 계약을 맺었다.

55000원으로 한 달 동안 회사와 교회를 오가는 교통비를 몽땅 해결하고도 남는 대신.. 버스 환승을 못 한다.
가락시장에서 저 늙은 호박을 사 올 때도 버스 없이 지하철만 갈아타고 많이 걸으면서 좀 애썼다.;;
지하철역에서 교회까지도 1km 남짓 되지만.. 이제 버스 없이 걸어야지.

9월에는 하순에 추석이 껴 있어서 정기권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지금 정기권의 기한이 다한 뒤에는 그냥 일반 교통카드를 쓰다가, 10월에 지하철 요금도 오르기 직전에 또 정기권을 써 보면 어떨까 싶다. 여름이 지나면 폭염도 없어지고 슬슬 걸을 만해지니까.
그럼 올해 하반기도 파이팅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30 08:36 2023/08/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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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 개발 근황

날개셋 한글 입력기 10.5가 공개된 지 벌써 2개월이 훌쩍 지났고 3개월이 돼 간다.
다음 버전은 내년 초쯤으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작업된 것 중에는 딱히 완전히 새로운 기능은 없다. 그보다는 이미 제공되고 있는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고, 자잘한 버그를 잡고 완성도를 높인 것의 비중이 더 크다.

1. 편집기: 위치만 다르고 이름이 동일한 파일을 여러 개 열었을 때의 식별 방식 강화

날개셋 편집기는 문서창에 자기가 다루는 파일 경로에서 디렉터리를 생략한 실제 이름만을 제목으로 표시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디렉터리는 다르고 이름은 동일한 파일을 여럿 열 경우 문제가 생긴다. 여러 창들의 제목이 동일하게 겹쳐서 사용자가 원하는 문서창을 고르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파일의 전체 경로를 언제나 표시하면 당연히 너무 길고 거추장스럽고 지저분해진다.

그래서 이번 버전에서는 이 로직에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위치만 다르고 이름이 겹치는 파일이 한꺼번에 열린 경우, 변별이 되는 가장 가까운 상위 디렉터리의 이름을 같이 출력하게 했다.

일례로, C:\a\b\foo.txt라는 파일을 열면 처음엔 foo.txt라고만 제목이 붙는다.
그런데 이 상태로 C:\foo.txt를 추가로 열면.. 각각 b\foo.txt와 C:\foo.txt라고 제목이 바뀐다.
둘 중 한 문서를 닫으면 다른 문서창의 제목은 다시 foo.txt라는 간단한 형태로 돌아온다.

저 두 파일이 있는 상태에서 C:\c\b\foo.txt와 C:\c\x\foo.txt를 추가로 열면..
b\foo.txt만으로도 변별이 안 되는 쌍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각각 a\...\foo.txt와 c\...\foo.txt 라고 바뀐다.
그러나 C:\foo.txt는 변함없으며, b 말고 x라는 경로는 겹치지 않기 때문에 ... 없이 x\foo.txt 라는 제목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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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before, 오른쪽이 after이다.
자잘하지만 실용적인 가치가 높은 동작 개선 작업이 무려 2023년이 돼서야 진행됐다.
저런 창 제목뿐만 아니라, 파일 메뉴 아래에 뜨는 "최근에 열었던 파일 목록"(MRU)에서도 동일한 디렉터리 구분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이름이 동일한 파일들을 한꺼번에 열 때 이런 동작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2. 제어판의 글쇠배열 UI

  • 글쇠에다 문자를 배당하는 모드일 때는 우리 자체 입력 엔진뿐만 아니라 운영체제 IME로부터도(빈 입력 스키마 지정) 문자를 배당할 수 있는데.. 이때 한자 변환을 선택하면 후보창이 선택막대가 있는 글쇠의 아래에 딱 맞춰 표시되게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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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로 이동 모드일 때는 운영체제 IME가 꺼진다. 이때는 운영체제 IME가 한글 모드였더라도, 글쇠를 누르면 한글이 입력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그 글쇠로 선택막대가 이동하게 했다. '글쇠 누름'(KY) 날개셋문자를 입력받는 모드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3. 세로쓰기 상태에서 외부 모듈의 한자 변환 UI의 개선

외부 모듈은 날개셋 편집기나 MS Word 같은 프로그램에서 세로쓰기를 하고 있으면 한자 선택 UI도 세로쓰기 형태로 표시된다. 이런 동작 자체는 오래 전부터 제공되었지만, 다음과 같이 버그가 수정되고 동작이 개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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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자가 굴림이 아니라 맑은 고딕일 때는 왠지 딱 정중앙이 아니라 한데 삐딱하게 치우쳐서 표시되는 것 같았는데.. 이걸 드디어 수정했다. 위의 그림에서 위와 아래의 차이를 참고할 것.
  • 스크롤바를 클릭하거나 드래그 한 것이 언제부턴가 인식되지 않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했다.
  • 그리고 멀티모니터 환경에서 주 모니터보다 왼쪽.. 즉, x 좌표가 음수인 모니터에서는 한자 선택 UI가 글자의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잘못 표시되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했다.

4. 휠 클릭 자동 스크롤 관련 glitch들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제공하는 자체 에디트 컨트롤이나 문자표 등, 스크롤 가능한 GUI 요소들은.. 다들 마우스 휠을 클릭했을 때(굴리는 게 아니라) 앵커가 나타나면서 자동 스크롤 모드로 진입하는 게 있다.
얘는 기능 자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제공되어 왔지만, 제공되는 환경에 따라 미묘하게 일관되게 동작하는 게 있어서 개인적으로 찝찝하게 느껴 왔다. 너무 자잘한 사항 같지만 드디어 이제야 개선했다.

  • 대화상자에 있는 컨트롤에서 자동 스크롤(예: 문자표 대화상자)을 진행하던 중에 엔터나 ESC를 누르면 자동 스크롤만 종료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키가 대화상자의 확인/취소 명령에 그대로 전달되어서 대화상자가 통째로 종료되곤 했다. 그렇게 되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
  • 휠을 눌렀다가 바로 떼는 게 아니라,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여서 스크롤을 좀 시키고 나면.. 눌렀던 휠을 떼는 순간 자동 스크롤이 바로 종료되곤 한다. 이게 다른 컨트롤에 대해서는 동작하는데, 보조 입력 도구(부수로 한자 입력, 이모지 등)에서 자동 스크롤을 그렇게 하면 자동 스크롤 종료가 동작하지 않았다. 이때도 동일하게 동작하게 조치를 취했다.

5. Neo둥근모 폰트 추가

'달고나'(본명은 정 은빈 님?)라는 분이 만든 'Neo둥근모'의 영문 글꼴을 추가했다.
Neo둥근모는 날개셋 편집기에서 제공하고 있는 그 김 중태 원작 둥근모 폰트를 오늘날 운영체제에서 사용 가능한 트루타입 형태로 변환하고, 한글과 잘 어울리는 풍의 영문· 숫자 글립까지 추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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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곡선을 넣은 게 아니라 비트맵 픽셀을 기계적으로 변환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크기를 키우면 계단 현상이 그대로 나타난다. 힌팅 같은 것도 없다. 이건 디자이너가 아니라 프로그래머가 만든 폰트인 티가 팍팍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문· 숫자 폰트는 뭔가 게임 UI 폰트 같으면서도 매끄럽고 코딩용 폰트로 어울리고, 무엇보다 기존 한글 둥근모 글꼴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잘 만들었다. 날개셋 편집기 같은 프로그램에도 딱 맞는 용도이다.
그래서 이 폰트를 내 프로그램의 비트맵 폰트로도 넣어서 제공하고, 원 제작자와 출처를 프로그램 도움말에다가 집어넣었다.

6. 편집기: 자잘한 개선 사항

(1) 편집기에서 한글을 입력하던 중에 Ctrl+S를 눌러서 저장 명령을 내리면.. 조합을 종료하고 나서 해당 텍스트 파일이 저장되게 했다. 이게 정상인데 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그렇게 동작하지 않았다.
그러면 파일을 저장하고 나서 cursor 이동으로 인해 그 한글 조합이 종료될 때, 문서가 또 불필요하게 수정 상태로 바뀌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심리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못 준다.

(2) 파일 메뉴의 하단에 예전에 열었던 파일이 표시되는 것처럼.
편집 메뉴의 하단에는 예전에 사용했던 텍스트 필터가,
보기 메뉴의 하단에는 예전에 골랐던 입력 도구가 표시되어 사용자가 바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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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날개셋 편집기에서 문서 저장과 관련해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확인 질문은 아무래도 변경된 닫을 때 나오는 "저장할까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그럴 때 말고도 파일이 외부에 의해 수정됐을 때, 인코딩 변환 과정에서 깨진 문자가 있을 때처럼.. 저장하거나 저장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서나 기존 파일의 정보가 날아갈 우려가 있는 모든 상황에서 다양한 확인 질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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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에서는 파일이 외부에 의해 변경됐을 때의 확인 질문이 저렇게 더 세분화될 예정이다.
그리고 '모두 저장'이나 '끝내기, 모든 창 닫기'처럼 여러 파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때.. 같은 종류의 확인 질문은 별도의 체크 박스를 통해 모두 무시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변경 내용을 저장할까요?" 질문만을 무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7. 나머지 자잘한 개선 사항

(1) 날개셋 제어판 창은 크기 조절이 된다. 그런데 창을 옆으로 쭉 키우다 보면, 일부 컨트롤은 테두리에 잔상이 남으면서 보기 흉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낱자 처리'나 '최종 변환'처럼 ( ) → ( ) 형태의 컨트롤이 있는 탭을 열고 크기 조절을 해 보면 문제를 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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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0년 이상 이 프로그램의 역사와 함께했던 고질병인데.. 이번 버전에서야 드디어 원인이 파악되고 소스 코드 한 줄만 달랑 고침으로써 해결됐다.
각종 컨트롤들이 재배치됐을 때, 클라이언트 영역만 다시 그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테두리 같은 non-클라이언트 영역도 다시 그리게 했어야 했다. 이걸 몰라서 엉뚱한 부분만 의심하면서 오랫동안 삽질을 했었다. -_-;;
이 버그? glitch가 드디어 해결되니 속이 무척 후련하다.

(2) 현재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외국인을 위해서 설치할 때 '한글 로마자' 입력 방식을 곧바로 맞추도록 하는 옵션이 제공된다.
그런데, 이 옵션을 선택하면 프로그램의 UI도 운영체제의 기본 언어나 이전 프로그램 설정과 무관하게 영어로 기본 제공되게 프로그램 동작을 보강했다. 이렇게 하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27 08:35 2023/08/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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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라의 김 유신은 부정한 아기를 갖게 됐다는 이유로 여동생 문희를 불태워 죽이는 시늉을 벌였다.
야곱의 아들 유다는 부정한 아기를 갖게 됐다는 이유로 며느리 다말을 불태워 죽이려 했다. (창 38:24)

2. 신라 경애왕은 포석정에서 술 마시고 흥청망청 놀다가 후백제군에게 완전히 털리고 박살 나고 치욕스럽게 죽었다.
다니엘서에 나오는 바빌론 벨사살 왕은 손가락 경고를 본 뒤에도 흥청망청 놀다가 페르시아에게 완전히 털리고 치욕스럽게 죽었다.

3. 백제의 의자왕, 고구려의 보장왕은 나라 멸망 후 당나라로 끌려갔고 편하게 못 죽었다.
남유다 왕국 시드기야 왕도 나라 멸망 후 바빌론으로 끌려가서 편하게 못 죽었다. 어설프게 이집트와 손잡고 바빌론에 깔짝깔짝 대항하다가 더 험한 꼴을 당했다.

4. 이건 드라마 각색이긴 하다만.. 후백제 견훤의 참모였던 최 승우는 "넷째 아들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줄 거면 매정하지만 형들을 모두 숙청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들만 잃지만, 지금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아들도 잃고 나라도 잃게 된다"라고 왕에게 조언했다.
그러나 왕이 그 말을 차마 이행하지 않자 최 승우는 이제 국운이 다 끝났음을 직감하고 낙향해서 인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백제의 운명은 최 승우의 예측대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성경에서도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마치 견훤의 아들 신검처럼 쿠데타를 일으켰다!
나중에 압살롬이 아히도벨의 계략을 듣지 않고 후새의 멍청한 계략을 듣자.. 아히도벨 역시 이제 다 끝났다는 걸 직감하고 낙향해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여기서도 아히도벨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단, 태조 왕 건에서는 계략가가 왕의 편이었던 반면, 성경에서는 계략가가 반란군 아들의 편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 견훤은 자기가 세웠던 나라를 자기가 도로 무너뜨리고.. 심지어 적국에 귀순해서 아들과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 했던 비운의 군주였다. 세계사를 통틀어도 보기 드문 인물이다.

* 백제는 삼국 중에서 동물과 사람이 넘나드는 식의 거창한 건국 설화가 없고 시작이 좀 평범한 나라였다. 그러나 신라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점이 꽤 많은 나라였다.

  • 실존했던 천년왕국..;; 특히, 그 긴 기간 동안 도읍이 옮겨진 적도 없었다.
  • 김씨와 박씨가 번갈아가며 통치했다.
  • 신분 제도가 그 악명 높았던 조선의 양반 쌍놈보다도 더 복잡했다고 그러는데..
  • 그래도 여성 인권이 괜찮았는지 전근대 시절에 유일하게 여왕도 존재했다. 심지어 화랑 제도도 전신은 남자가 아니라 미녀를 뽑는 제도에서 시작했었다.
  • 김 유신은 정치 권력이 없는 순수 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왕으로 추존되기까지 했다(흥무대왕). 지금 우리나라 군에다 비유하자면.. 명예 상징으로만 존재하는 오성장군 원수로 추존된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예도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했다.

신라가 괜히 삼국 통일을 이루고 1000년 가까이 간 게 아니었던 것 같다. 100% 신라 자력이 아니라 나당 연합군을 끌어들인 것 때문에 이걸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어 보인다. (그럼 나중에 임진왜란 때는 왜를 격파하는 데 조선과 명이 각각 얼마나 기여한 건지 궁금해진다.)
신라는 북쪽의 대륙으로 뻗어 가지 않은 대신, 그 시절에 남쪽의 먼 바다로 진출해서 먼 외국과 교류했다. '발해를 꿈꾸며'도 좋지만, 장 보고가 얼마나 큰일을 이뤘는지, 그 사람이 허망하게 죽지 않았으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그건 그렇고, 다음으로..

* 신라는 망하기도 정말 적절하게 최고로 잘 망했다.
마지막 경순왕은 궁예나 견훤, 왕 건 같은 무예의 달인이 아니었으며, 그저 견훤에 의해 대타로 세워진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망국의 마지막 군주로서 그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정을 베풀었다.

줄을 잘 서서 후백제에게는 대항하면서, 적절한 타이밍 때 고려로 딱 깔끔하게 귀순했다.
덕분에 백성들도 살고, 자기도 고려로부터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
귀순 후에도 반세기에 가까운 천수를 누리고 고려의 5대 왕이 즉위하는 것까지 보면서 죽었고.. '김부왕'이 아니라 경순왕이라는 시호까지 받았다.

이건 남극점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귀환해서 모든 대원들을 생환시킨 어니스트 섀클턴과 비슷하다. 또 북한의 귀순 파일럿 1호인 노 금석이 그 뒤로 미국 가서 평생을 떵떵거리며 산 것과도 맞먹는다. 망국 군주가 이렇게 잘 살고, 백성들로부터도 칭송 받다가 간 건 우리나라 역사상 다른 유례가 없을 것이다. (고종 순종은 칭송 받는 사람은 아님..-_-)

이런 거 생각하면 인생 한번 참 타이밍이다.
그에 반해, 고려 말기의 문 익점은 고려냐 조선이냐, 원이냐 명이냐.. 그 격변의 시기에 매번 파괴왕 급으로 줄 잘못 서서 피 봤었다. -_-;; 그래도 정치색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역적으로 몰려 목이 달아나지는 않고 관직에서 짤리고 잠시 귀양만 가는 수준으로 끝났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25 08:35 2023/08/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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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내 연배 사람들의 평균 이상으로,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 이상으로 레트로 컴퓨팅에 관심이 많다. 그 이유는.. 글쎄, 그 시절 당대엔 너무 비싸서 만져 볼 엄두를 못 냈던 최신 최고급 최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들이 지금은 너무 값싸지고, 싸구려를 넘어 역사 속의 퇴물이 된 게 경이롭고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린 시절에 굶주림을 겪었던 기성세대들이 지금 이렇게 먹거리가 싸고 풍부해진 뒤에도 늘 절약하고 비상시를 생각하고 많이 쌓아 놓는 습관을 평생 못 버리는 편이라지 않는가?
그런 것처럼 본인은 어린 시절에 저런 식으로 최신 문물의 이기에 대한 욕구불만(?)을 겪었던 게 지금 이런 추억과 집착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니 그렇게 느껴진다.

1. 메모리

16비트 컴퓨터는 8비트보다야 훨씬 더 풍족한 환경이다. 특히 한글· 한자 같은 복잡한 문자까지 실용적인 해상도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받쳐 주는 마지노 선이기도 하다. CPU 속도뿐만 아니라 메모리(폰트..)나 그래픽(해상도)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컴퓨터 성능이 좀 더 향상되자 16비트도 금세 한계를 보였다. 16비트는 그 특성상 가깝게는 64KB, 그리고 x86 PC 기준 거시적으로는 1MB / 640KB의 한계에 매여서 이걸 극복하느라 온갖 지저분하고 복잡한 편법이 동원되어야 한 암울한 환경이기도 했다.
세그먼트가 어떻고 메모리 모델이 어떻고 far 포인터가 어떻고..;; 그리고 EMS는 뭐고 XMS는 뭐냐. x86 PC 말고 다른 16비트 CPU 동네에서는 상황이 어땠는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하다.

EMS는 뭔가 특수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부가적인 메모리를 장착해서 1MB 이상의 물리 메모리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글쎄, EMM386이라는 도스 드라이버 이름이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얘가 XT 시절부터 먼저 등장했다.
그러다가 80286 CPU의 기능을 활용해서 XMS라는 규격이 추가로 등장했다. 얘가 진짜로 더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주 메모리의 연장선상으로 메모리를 더 확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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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OS 5.0에서 himem.sys라는 드라이버가 추가됐는데 이건 그냥 이유 불문하고 필수 로딩 드라이버였다. 그리고 DOS=HIGH니 LOADHIGH (LH)니, 뭔가 HI/HIGH가 붙은 게 그야말로 640KB 기본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한 마법의 주문인 것처럼 컴퓨터 잡지에서 소개되곤 했다.
1MB 이상 메모리를 확보하는 것 자체는 가능했지만 현실에서 컴퓨터가 정보를 직통으로 취급하는 최소 단위는 여전히 64KB였고, 그나마도 접근성이 제일 좋은 영역은 1MB에서 그나마 384KB를 떼어낸 하위 640KB였기 때문이다. 뭐가 이리 복잡해..

정리하자면 EMS가 먼저 등장했고, 그 다음이 XMS이다. EMS는 확장 메모리를 반쯤 파일처럼 취급하는 방식인 반면, XMS에서는 같은 16비트이지만 286 CPU의 기능을 활용해서 확장 메모리에 CPU가 직통 접근 가능해졌다. 그리고 기존 도스용 프로그램이나 드라이버를 640KB 이후의 상위 영역에다가 올려 놓는 기법도 XMS와 함께 등장했다.
메모리 운용 방식이 까탈맞은 게임 중에서는 emm386 구동 절대 금지, 또는 반대로 EMS 필수.. 이러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니 config.sys 내용이 걸레짝처럼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스 6.0에서는 멀티부팅이라는 기능까지 등장했고 말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든 640KB 이전 기본 메모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는 건 필수였다. 이게 마치 Windows 3.x 리소스 퍼센티지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부팅 직후에 580~600KB 정도 남아 있으면 최적화를 아주 잘 한 것이었는데.. 한글 바이오스, 씨디롬, 디스크 캐시 같은 것들을 띄우다 보면 메모리가 금세 뚝뚝 줄어들었다.

이런 복잡한 메모리 삽질은 386 이상 CPU에서 제공하는 보호 모드, 가상 메모리 기능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DPMI는 EMS/XMS 따위보다 더 상위 기술을 명시하는 규격이다. 32비트 도스 extender가 그 시절엔 정말 구세주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1990년 중반대의 도스용 게임을 실행할 때 DOS/4G 시그널이 뜨는 게 정말 간지 그 자체였다. ^^

2. 도스용 디바이스 드라이버(sys)

도스 시절에는 컴퓨터에 어떤 하드웨어를 인식시키기 위해서 해당 장치의 드라이버를 실행해서 올리는 절차가 있었다. config.sys라는 시작 스크립트에다가 DEVICE=어쩌구저쩌구 드라이버 파일 경로를 지정해 주면 됐다. 이건 무려 MS-DOS 2.0 시절부터 있었던 전통이라고 한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의문이 들었다. DEVICE로 로딩되는 *.sys 드라이버들은 분명 컴파일된 기계어 코드가 들어있는 실행 파일의 특수한 형태일 텐데.. 얘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옛날 자료를 뒤져 보니 1980년대에 MS C 4.0 (!!! Visual C++ 4가 아님!)과 매크로 어셈블러를 써서 빌드하고 만든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ㄲㄲㄲㄲㄲㄲ
com과 비슷한데 그래도 자그마한 헤더가 들어있으며, 나름 한 sys 파일 안에 2개 이상 여러 드라이버가 있을 수도 있었나 보다.

config.sys는 부팅 때 단 한 번만 실행됐다. 부팅이 끝난 뒤에 얘들을 다시 실행하거나, 실행된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제거할 수 없었다. 그러니 다루기가 좀 불편하다.
그 시절엔 부팅 후에 sys 파일을 실행해 주는 별도의 유틸리티가 있었다. 얘는 어떤 원리로 동작했는지 모르겠다만,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썼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시스템을 건드리는 유틸이 처음엔 sys 형태로 개발되었지만 나중에 exe 형태로 바뀐 경우도 종종 있었다.
emm386 드라이버가 대표적인 예이고(DOS 4.0에서는 sys, 5.0 이후부터 exe), 디스크 캐시라든가 램 드라이브, 각종 한글 바이오스 소프트웨어도 1980년대엔 sys이다가 나중에 com/exe 기반의 램 상주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마우스 드라이버는 sys였던 적이 없이 전통적으로 mouse.com이었던 것 같고..;; 그때는 msherc나 simcga처럼 그래픽 카드를 흉내 내는 램 상주 드라이버도 있었다.

나중에 Windows 9x 시절에는 vxd라는 드라이버가 있었는데 NT 계열부터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도스용 아래아한글이나 이야기(PC통신!!)에서 쓰였던 덧실행 프로그램도 뭔가 특수하게 빌드된 프로그램이지 싶은데..
이렇게 기계어 코드를 생성하는 계층이랑, 껍데기 실행 파일을 생성하는 계층이 같지 않으니 컴파일러와 링커의 계층이 구분되었던 것 같다. 마치 압축 알고리즘과 컨테이너 구조의 차이와 비슷하다.

3. PC 스피커로 현실 사운드 흉내 내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PC의 원조인 IBM PC라는 건 원래 업무용으로 개발됐다. 이 때문에 그래픽이나 사운드 쪽 지원은 원가 절감을 위해 우선순위에서 밀렸으며, 당대의 타 컴퓨터들에 비해 스펙이 뒤쳐졌다.
그래픽이야 초창기 CGA니 EGA니 하던 IBM 보급품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사운드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PC 스피커라고 불리던 IBM 보급품은 그냥 삑삑 띡띡거리면서(beep) 오류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자기 상태만 청각 피드백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말 원시적인 물건이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아무래도 부드러운 삼각함수 곡선의 합성으로 표현된다. 허나, 이 PC 스피커는 얼마나 단순했으면 생성 가능한 소리의 파형이 최대값 아니면 최소값으로 이산적-_-이었다. 음량을 나타내는 진폭조차 조절이 안 되고.. 진짜 그 특유의 날카롭고 투박한 비프음밖에 내지 못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삼각함수이면 소리굽쇠나 전화기 신호음 비슷한 소리라도 났을 텐데, 그렇지도 않다. ^^

그런데 1980년대 말에는 RealSound라고 PC 스피커를 극한까지 튜닝해서 얘만으로 최소한 단음 멜로디보다는 더 정교한 소리를 내는 기법이 개발되어 쓰였다고 한다. 단순투박한 비프음이라도 다양한 주파수로 아주 잘게 쪼개고, 이것들을 합성해서 또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내는 거다. 이미지에서 디더링의 사운드 버전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서 표현 가능한 음질은 채널은 당연히 모노 한정이고, sampling rate는 11khz와 22khz의 중간인 18khz 남짓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 컴퓨터 사양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표현 가능한 음색이랄까 이거 구분이 6비트밖에 안 됐다는 거..

아까 오리지날 PC 스피커는 최대값 아니면 최소값 2단계뿐이니 1비트인데, 이걸 딱 32배까지 늘리는 게 한계였다.
실용적인 사운드 카드에서는 최저 음질이 8비트부터(256) 시작이고 CD급 음질이라면 16비트가 보통인데 6비트는 확실히 자연스러운 소리를 재현하기에는 부족한 음질이었다.

이걸로 청취 가능한 사람 목소리를 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칙칙한 금속 기계음이 섞인 저음 남자 목소리 정도나 내며, 유선 전화기보다도 음질이 안 좋았다. 그냥 전용 사운드 카드로 음질 더 좋은 사운드를 내보내는 것보다 CPU에 걸리는 부하도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비싼 사운드 카드 없이 보급 PC 스피커만으로 삑삑 단음이 아니라 사람 목소리 비스무리한 거, 툭툭 소리, 비트가 가미된 테크노 BGM이 흘러나오는 것만으로도 어디냐. (☞ 예시 1 / 예시 2)
PC 스피커로 사운드 카드 흉내를 내는 기술은 소수의 게임이나 유틸에서 알음알음 전수되어 쓰였던 것 같다. 그래픽 분야로 치면 VGA mode X라든가 CGA 160*100 16컬러 같은 꼼수와 비슷해 보인다.

4. 텍스트 모드 폰트

1980년대에 PC의 그래픽 카드는 CGA, EGA를 거쳐 VGA로 업그레이드 됐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그래픽 모드의 해상도가 올라가고 지원되는 색깔 수가 늘었다.
덕분에 그래픽이 아닌 텍스트 모드에서도 자그마한 8*8 폰트를 동원해서 종전의 25줄이 아니라 43/50줄을 표시할 수 있게 됐다.
하긴, 요즘이야 큼직한 화면에서 70~80줄도 한번에 보면서 코딩을 하는데.. 꼴랑 25줄은 화면이 작아도 너무 작다.;;;

이렇게 색깔과 해상도가 올라간 거야 수긍이 가는 변화인데, 이것 말고 EGA/VGA가 과거의 CGA에 비해 향상된 게 더 있었다. 바로 텍스트의 폰트를 customize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GA에서는 그 알량한 폰트가 ROM에 박혀 있었던 반면, EGA/VGA에서는 이게 가변적인 RAM 영역으로 옮겨졌다. 정확하게는 자기네 ROM으로부터의 복사본이겠지만..

이 덕분에 몇몇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은 비록 텍스트 모드에서 돌아가지만 128번 이후의 특수문자들을 마개조해서 GUI 비주얼을 얼추 구현할 수 있었다. 도스용 Norton 유틸리티가 대표적인 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체크나 라디오 버튼, 스크롤바 버튼을 그럴싸하게 그려 넣는 건 기본이고, 더 압권인 건 마우스 포인터까지 그래픽 모드처럼 구현했다는 것이다. 당장 위의 스샷을 보시라~! 지금 저건 텍스트 모드인데도 말이다!!
마우스 포인터가 차지하는 4개 영역에는 기존 문자에다가 마우스 포인터를 위치별로 합성한 4개 문자를 실시간으로 생성해서 그때 그때 바꿔 준 것이다. 이게 그 당시 하드웨어로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비디오 마개조는 한글 바이오스 같은 프로그램과는 당연히 상극이었기 때문에 같이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 VGA에서 텍스트 모드의 해상도는 640*400이 아니라 720*400이었다. 폰트는 8*16 것을 쓰지만 글자 사이에 1픽셀 여백이 있었다. 단지, 몇몇 선문자는 예외적으로 그 여백 부분까지 픽셀을 채웠기 때문에 선이 한데 이어져서 보였을 뿐이다.
  • VGA 텍스트 모드에서는 글자색은 16개가 지원됐지만 배경색은 기본적으로 어두운 계열 8개만 지원됐다. 그러고 글자색을 깜빡거리게 하든지, 아니면 깜빡이지 않는 대신 밝은 계열 배경색 8개를 추가로 사용할지를 무슨 API를 통해 지정할 수 있었다. 참 신기한 형태의 설계이다.
  • VGA가 아니라 모노크롬 MDA 시절에는 색깔이 없는 대신 글자에 진하게, 밑줄 같은 속성을 줄 수 있었고..ㄷㄷㄷ
  • 그런데 개인적으로 텍스트 모드에서 이런 색깔 장난질을 할 수 있었던 언어는 베이식밖에 없었다. C/파스칼엔 텍스트 색깔 지정과 관련된 표준 API가 없었기 때문이다. (3rd party 라이브러리를 써야..)

Posted by 사무엘

2023/08/22 08:35 2023/08/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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